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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새벽. 청풍과 진상파가 있는 사당.

사당에서 좀 떨어진 곳의 바위. 한 다리를 아래로 늘어트린 채 바위 위에 누워있는 패소정. 그러다가

[흐윽!]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패소정의 귀에 들려 움찔! 하는 패소정

[죄송해요! 죄송해요 검조님!] 울음소리가 패소정의 귀에 들리고

패소정; (진상파...) 억지로 눈을 뜨고

그러면서 위진천이 자기 가슴을 찍던 장면 떠올리고

패소정; (명불허전...) (그 애송이 놈이 어린 나이에 마교 교주가 되었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를 악물며 억지로 일어나고

패소정; (제왕성 사신장중 한명인 내가 그렇게 어이없이 당한 걸 보면...) 헉헉 대며 바위에서 내려서고.

패소정; (그나마 죽이고 가지 않은 걸 고마워해야하나?) 사당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그때

[흐윽!] [흑!] 사당에서 다시 울음소리가 들리고

패소정; (무사히 욕화에서는 벗어난 모양인데...) 비틀거리며 사당으로 간다

패소정; (왜 저토록 서럽게 우는지 모르겠구나.) 사당 근처에 이르러 안을 기웃거리고

진상파; [흐윽! 그런 죄를 저지른 줄도 모르고... 용서해주세요 검조님!] 엎드려 우는 진상파. 옷은 대충 입었다. 그런 진상파의 어깨를 다독이며 달리는 청풍.

패소정; (어떤 상황인지 대충 짐작이 가네.) 끄덕

<몸을 불덩이처럼 달궜던 화기가 잃었던 기억을 되살렸을 것이다.> 우는 진상파. 달래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패소정의 생각 나레이션

<기억이 돌아오자 자신이 무애호유선에서 저지른 일이 떠올라 죄책감에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겠지.> 엎드려 우는 진상파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패소정; (그렇긴 하지만 참 복이 많은 계집이다.) 소리 없이 한숨

패소정; (검조님의 무기명(無記名) 제자가 된 것으로 모자라 이제 우리 제왕성의 안주인이 되게 되었으니...)

<전화위복! 진상파에게 닥쳤던 모든 화는 복이 되어 돌아가는구나.> 사당의 모습 배경으로 패소정의 생각 나레이션

 

#197>

<-마교 강소지부> 아침.

냉상영의 거처인 후원

냉상영과 위극겸이 식탁에 마주 앉아 아침을 먹고 있다. 방안에는 단 둘 뿐이고. 위극겸은 여전히 상복 차림이지만 냉상영은 아주 화려한 옷을 입었다. 밤에 한탕 뛰어서 그런지 둘 사이의 분위기가 좋다. 방구석에는 두 명의 시녀가 시중 들 준비를 하고 있다. 한 여자는 물병을 두 손으로 들고 있고 한 여자는 수건을 두 손으로 바쳐들고 있다.

냉상영 몸을 앞뒤로 흔들면서 음식을 먹고 있어서 의자가 다각 다각 소리가 난다.

마주앉은 위극겸은 신경이 쓰이는 듯한 표정으로 힐끔 보고,

냉상영; [음... 오늘 아침엔 뭔 좋은 일이 생기려나?] 입 안에 음식을 넣고 오물거리면서 들뜬 표정을 짓고

위극겸 그걸 보고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냉상영; [당신은 여자의 육감을 안 믿죠?] 눈치채고 눈 흘기고

냉상영; [하여간 남자들은 그게 문제야. 문제!] 샐쭉거리며 교태를 부린다.

위극겸; [무공이 깊어지면 앞일을 내다 볼 수 있다고 알고 있소.]

위극겸; [당신도 무공이 정묘하니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느낄 수도 있을 거요.]

냉상영; [음... 그래도 근래 이런 기분이 드는 날은 없었는데...] [음... 혈궁의 용가늙은이가 벼락이라도 맞았나?]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고

냉상영;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네.] 입에 넣고 오물거리고

위극겸; [언제 마천루로 돌아갈 생각이오?]

냉상영; [가만있어 봐요. 이런 날은 꼭 뭔 일이 생긴다니까요.] 눈을 흘기고. 그때

휘익! 밖에서 들리는 파공음.

냉상영; [왔다!] 흥분하며 문쪽으로 손을 젓고. 그러자

덜컹! 방문이 보이지 않는 힘에 활짝 열린다. 그러자

열린 문을 통해 한명의 중년인이 서둘러 월동문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이자는 마교 강소지부장인 장세명이다. 한 두 번 나오고 말 조역

장세명; [급보가 있어서 방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루주님!] 포권하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마교 강서지부장 장세명(張世明)>

냉상영; [용서해줄 테니까 가져온 급보나 풀어봐.]

장세명; [백야마검단 부단장 히지가타지로의 보고입니다.] [혈궁의 소궁주인 혈영공주 용설영을 생포했다고 합니다.]

냉상영; [그렇지!] 젓가락으로 탁자를 탁 치고. 작부가 젓가락 장단을 맞추고

냉상영; [내가 기다리던 기쁜 소식이야!]

냉상영; [혈궁의 후계자를 손에 넣었으니 용가 늙은이를 제대로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게 되었어!]

위극겸; [부상귀검 히지가타지로가 근래 무슨 기연이라도 만났는가?] 장세명에게

장세명; [속하가 알기로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위극겸;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혈궁의 소궁주를 생포했다?] [육합마신을 능가하는 고수인 혈영공주를...?]

장세명; [그건...] + 냉상영; [아이 뭘 복잡하게 따져요?] 위극겸에게 눈 흘기며 말을 막고

냉상영; [무림에서의 승부가 반드시 무공의 고하로 결정되는 건 아니잖아요.]

위극겸; [맞는 말이오.] 더 싸우기 싫어서 수긍하는 척 하고

냉상영; [용가년은 혈궁의 목에 채워진 목걸이나 다름없는 귀한 인질이다.] [꼭꼭 숨겨두라고 전해라.] 장세명에게

장세명; [존명!] 포권하고

돌아서려는 장세명

냉상영; [너희 교주는 어디 갔느냐?] 지나가는 듯한 말투로 묻고. 다시 젓가락질 하면서

장세명; [그것이...] 당황하여 즉답을 못하고

냉상영; [교도가 되어서 교주의 소재도 몰라?] [그러고도 네놈들이 마교의 교도야?] 살벌하게 노려보고. 장세명과 하녀들 사색

장세명; [즉... 즉시 파악해서 보고 올리겠습니다.] 사색이 되어 굽신

허둥대며 월동문으로 달려가는 장세명

냉상영; [밥만 축내는 식충이들같으니...]

위극겸; [그러고 보니 어제 저녁 이후로 진천이가 보이질 않소.]

냉상영; [뭐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겠죠.] 좀 뜨끔한 표정으로

냉상영; [해가 중천에 뜬 지금까지 몸 파는 계집의 품에 파묻혀 있을 수도 있고...] 다시 음식 집어먹고

위극겸; [진천이가 그럴 아이가 아니라는 건 당신이 누구보다 잘 알지 않소?] 한숨

냉상영; [몰라요.]

냉상영; [내속으로 낳았지만 그놈이 무슨 생각하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누구 아들 아니랄까봐..] 눈 흘기며 술잔을 집어들고

쓴웃음 짓는 위극겸

냉상영; [하여간 마천루로 돌아가기 전에 번거로운 인간 하나 치워놔야겠어요.] 술도 마시면서

위극겸; [당신이 치우려는 인간이란 게 제왕성 소속은 아니길 바라겠소.]

냉상영; [아니에요.] 술잔 내려놓고

위극겸; [제왕성... 특히 청풍이에게는 손을 쓰면 아니 되오.]

냉상영; [왜 사람 말을 못 믿어요?] [아니라면 아닌 것으로 알아야지.] 벌컥 화를 내며 자리에서 발딱 일어나고

위극겸; [당신의 살기가 얼마나 강렬한지 알기 때문에 하는 말이오.]

위극겸; [충동적으로라도 청풍이를 해치거나 하진 마시오.]

냉상영; [졸장부!] 팟! 젓가락을 내리쳐서 돌로 만든 탁자에 푹 박히게 만들고

냉상영; [몇번이나 같은 말을 하게 만들어?] [에잇! 입맛 버렸네.] 찬바람을 일으키며 건물을 나가고. 하녀들이 사색이 되어 보고 있고

위극겸; [그만 먹어야겠다. 치워라.] 한숨

[예!] 대답하고 급히 탁자로 다가와.

그릇들을 치우기 시작하는 하녀들

위극겸; (장마철 날씨같이 종잡을 수 없는 성격...) (하지만 어쩌겠는가? 동심고를 나눠먹은 사이고 또 내 아들의 어미인 것을...)

위극겸; (업보로 여기고 보듬으며 살아갈 수 밖에...) 우울한 표정

 

#198>

<-서호> 아침. 며칠 전에 내린 눈이 아직 여기저기 남아있고. 호수 중간에 작은 바위섬. 그 바위섬에 서있는 정자. 헌데 새들이 많이 정자 주변을 날고 있다. 크고 작은 새들. 피리소리가 들려오고. 누군가 정자 난간에 걸터앉아 있는 게 보인다.

정자 난간에 걸터앉아서 피리를 불고 있는 위진천 크로즈 업. 정자 안에는 원형의 도자기 의자와 의자 사이에 그리 크지 않은 탁자가 놓여있다.

위진천이 부는 피리소리에 따라 크고 작은 새들이 춤을 추듯 날아다닌다. 바위섬 위에는 몇 마리의 학이 춤을 추고 있기도 하고. 천국 같은 모습. 하지만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심취해서 피리를 부는 위진천

위진천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지난 밤 냉상영이 뇌공량의 무릎에 걸터앉아 교태를 부리며 유혹하던 장면

위진천의 이마가 찡그려지고

삐리! 삐이! 피리소리가 날카로워지고. 그러자

새들의 태도가 일변하더니

까악! 깍! 끼익! 크고 작은 새들이 마구 뒤엉켜 싸우기 시작한다. 작은 새들도 겁을 상실하고 큰 새에게 덤벼들고

퍼퍽! 후두둑1 서로 쪼고 물어뜯어 깃털과 피와 시체가 난무하며 정자 주변을 적신다.

두루미들도 서로 물고 차며 싸우고

아수라장. 지옥같은 광경.

위진천의 뇌리에 냉상영이 뇌공량의 아랫춤을 더듬던 장면이 떠오르고

삐이! 더 강해지는 위진천의 피리소리. 그러자

퍽! 퍽! 머리에서 피가 튀는 새들

털썩! 후두둑! 머리가 터진 새들이 일제히 바닥에 떨어지고

슥! 그제야 피리를 입에서 떼는 위진천.

우울한 한숨 쉬며 아수라장으로 변한 정자 주변을 보고. 새들의 시체가 어지러이 널려 있거나 물에 떠있다. 그때

[이제 음공이 경지에 이르렀구나.] 누가 위진천의 뒤에서 말하고. 놀라지 앉는 위진천

냉상영; [소리에 살기를 실어 보낼 수 있는 경지에 이른 음공의 소유자는 천하를 통틀어도 다섯 이하일 게다.] 슥! 강물을 밟으며 정자가 있는 섬으로 다가오는 냉상영

걸터앉아 있던 난간에서 말없이 엉덩이를 떼며 일어나는 위진천

냉상영; [망설임 없이 남의 눈치 볼 거 없이 살아라.] [죽일 놈은 죽이고 뺏을 것은 망설이지 말고 빼앗도록 해라.]

냉상영; [넌 마교의 교주고 마천루의 후계자이니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어.] 정자로 올라오며 말하고

역시 대답하지 않는 위진천

냉상영; [주변에 이목이 없으니 속내를 얘기하기에는 좋은 곳이네.] 의자에 앉으며 주변 둘러보고.

위진천은 여전히 서있고

냉상영; [앉아!] 앞쪽의 의자를 가리키고

말없이 의자에 앉는 위진천

냉상영; [지난 밤, 네가 뇌가장에 있었다는 거 안다.]

여전히 대답하지 않는 위진천

냉상영; [왜? 어미가 부정한 년으로 보여서 말도 섞기 싫어?] 노려보고

위진천; [제게는 어머니를 평가할 자격이 없습니다.]

냉상영; [말만이라도 고맙네.] 샐쭉

냉상영; [변명을 하자면 뇌공량... 네게는 사백이 되는 그가 어미의 첫사랑이었다.]

냉상영; [네 아버지를 만나기 전이었는데...] [하지만 뇌공량은 내가 휘두를 수 있는 인간이 아니었다.] [관심도 오직 검법뿐이었고...]

냉상영; [그래서 결국 어미와 뇌공량의 사이는 파국을 맞게 되었다.]

냉상영; [그러다가 네 외조부에게 사로잡혀온 네 아버지를 만나게 되었는데...] 말하다가 멈추구. 그 앞에서 위진천이 일어나고

냉상영; (이놈이... 어미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표정이 살벌

위진천; [자식이 되어 선대의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은 불효막심이라 생각합니다.]

위진천; [지난밤에 보고 들은 일은 영원히 입 밖으로 내지 않을 테니 안심하십시오.]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휘익! 냉상영의 대답도 듣지 않고 날아가는 위진천

냉상영; [못된...] 멀어지는 위진천의 뒷모습 보며 표정이 살벌해지고. 독기도 서리고

냉상영; [네놈이 어느덧 날 갈보나 다름없는 불결한 년으로 치부하고 있었구나!] 이를 바득 갈고

냉상영; [아무리 내 속으로 낳은 자식새끼라도 날 모욕하고 무시하는 건 참지 못한다.]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내고

냉상영; [한번 제대로 된 훈육을 해줘야겠구나.] 이를 바득 가는 마녀같은 표정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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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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