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룡강의 만화 시나리오/황금전장'에 해당되는 글 111건

  1. 2021.08.12 [황금전장] 제 61장 천동대협 이산굉
  2. 2021.08.11 [황금전장] 제 60장 부처님 뱃속
  3. 2021.08.10 [황금전장] 제 59장 영약의 행방
  4. 2021.08.08 [황금전장] 제 58장 십장생의 전설
  5. 2021.08.06 [황금전장] 제 57장 젊은 짐승
  6. 2021.08.05 [황금전장] 제 56장 난릉왕의 마수
  7. 2021.08.03 [황금전장] 제 55장 또 만났네.
  8. 2021.07.31 [황금전장] 제 54장 백옥불의 비밀
  9. 2021.07.29 [황금전장] 제 53장 호문클루스
  10. 2021.07.28 [황금전장] 제 52장 신기한 난장이들
  11. 2021.07.26 [황금전장] 제 51장 이상한 상자들
  12. 2021.07.23 [황금전장] 제 50장 요상한 사용법
  13. 2021.07.22 [황금전장] 제 49장 무쌍남녀
  14. 2021.07.21 [황금전장] 제 48장 유령이 가르쳐준 무공
  15. 2021.07.19 [황금전장] 제 47장 머리에 구멍이 나다.
  16. 2021.07.18 [황금전장] 제 46장 요정의 신세한탄
  17. 2021.07.17 [황금전장] 제 45장 네 사명이다. 장가 가라!
  18. 2021.07.16 [황금전장] 제 44장 벽력진군의 칼
  19. 2021.07.15 [황금전장] 제 43장 사백년 후에
  20. 2021.07.13 [황금전장] 제 42장 예고 된 이별
  21. 2021.07.13 [황금전장] 제 41장 신나는 악전고투
  22. 2021.07.13 [황금전장] 제 40장 나를 죽이려는 나
  23. 2021.07.13 [황금전장] 제 39장 사랑, 가장 잔혹한 형벌 2
  24. 2021.07.13 [황금전장] 제 38장 억지 기연
  25. 2021.07.13 [황금전장] 제 37장 은행나무의 정령
728x90

#136>

<-용화사(龍華寺)> 역시 밤. 오가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슈욱! 칠층의 용화대탑이 보이는 나무 위로 날아내리는 서문숙과 공손대낭

서문숙; [나 서문숙이 살아서는 한가했는데 죽은 후에는 오히려 번거로움이 많아졌소.] [아마도 생시의 업(業)이 다 지워지지 않은 모양이오.] 탄식하고

공손대낭; [진보가 이승을 벗어나 목신이 되었음은 동악, 서악, 남악, 북악의 대제들이 모두 알고 있습니다.]

공손대낭; [일단 그분들이 진보에게 일을 맡기게 되면 이승의 일에는 더 이상 관여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서문숙; [나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 속에서 이승에 대한 관심이 희미해져 가는 것을 느끼고 있소.]

공손대낭; (그래도 저와의 인연은 잊지 말아주세요.) 한숨

서문숙; [저 탑을 잘 보시오 대낭!] 용화탑을 가리키고

공손대낭; [진보의 영인(靈印)이 느껴지는군요.] 눈 반짝

서문숙; [저 탑 속에는 일곱 개의 상자가 있는데 그 기운이 아주 이상하였소.]

서문숙; [그 상자들과 얽힌 일을 풀어야 이승과의 내 연(緣)이 모두 끊어질 듯하오.]

공손대낭; [상자들이 진보의 후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군요.]

서문숙; [그렇소!] 끄덕이고

서문숙; [내가 죽은 후에도 이렇게 산 사람처럼 행세할 수 있는 것 역시 그 상자들과 나 사이에 맺혀있는 어떤 인연 때문인 듯하오!]

공손대낭; [누가 오고 있어요!] 탑 아래쪽을 가리킨다.

딱! 딱! 딱! 목탁소리와 함께 탑 아래로 두 명이 나타난다. 등불을 든 이산굉의 부하 백영과 늙은 노승. 노승이 목탁을 치며 탑 주위를 돈다. 헌데

화악! 노승과 백영이 걸어감에 따라 어둠이 물러가고 탑 주위가 밝아진다

물러가는 어둠 속에서 각가지 귀신과 망령같은 것들이 겁에 질려 달아나는 것이 공손대낭과 서문숙의 눈에 보이고

공손대낭; [술... 술법을 쓰는 자들이에요.] 긴장하고

공손대낭; [등불과 목탁소리가 이르는 곳마다 사람은 물론이고 새와 벌레조차 잠이 들어버려요.]

서문숙; [귀신과 정령들도 달아나고 있소!] 끄덕이며 주위를 본다.

주변에서 반투명한 유령같은 것들이 허겁지겁 달아나는 것이 보이고

그 사이에 노승과 백영은 탑 뒤로 돌아가고

하지만 그들이 지나간 흔적으로 탑 주변이 환해져 있다.

서문숙; [대낭은 견딜 수 있겠소?] 공손대낭을 돌아보고

공손대낭; [예!] 긴장한 채 끄덕.

서문숙; [그럼 가봅시다!] 날아올라 용화대탑으로 가고. 서문숙도 따른다

슈욱! 탑 앞으로 내려서는 서문숙과 공손대낭.

공손대낭; (마치 깊은 물속에 들어온 것같아.) 침 꼴깍

공손대낭; (이 탑 안에는 온갖 정령들과 망량들마저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무서운 힘이 도사리고 있어!) 서문숙에게 바짝 붙어 탑 입구로 가고. 그때

<첫번째 손님이 도착했군!> 갑자기 탑 안에서 누군가 말하고. 깜짝 놀라는 공손대낭. 하지만 서문숙은 태연하다.

공손대낭; (탑 안에 누가 있는 줄 몰랐어!) 침 꼴깍

공손대낭; (수천년을 살아온 내 이목을 속일 만큼 도력이 대단한 인물이야!) 서문숙을 따라서 안으로 들어간다.

칠층인 용화대탑의 일층은 직경이 20미터가 될 정도로 아주 넓은데 사방 벽에 횃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일층의 중앙 바닥에는 위쪽에 주먹만한 구멍이 뚫려있는 일곱 개의 무쇠상자가 놓여있으며 그 주변에 팔괘 모양으로 여덟 개의 붉은 포단이 드문드문 놓여있다. 입구를 정면으로 보는 자리에는 천동대협 이산굉이 앉아있다. 웃는 표정이고. 이산굉의 등 뒤에는 백영이 서있다.

***이산굉이 앉은 정동방의 자리를 <1>로 정하고 시계방향으로 숫자를 메김. <3>번인 정남방은 난릉왕의 자리. <5번>인 정서방은 서문숙. <7번>인 정북방은 공대벽의 자리임을 주의. 팔각형을 그려놓고 각 방향에 숫자를 메겨놓고 연출하시면 이해가 빠르실 듯***

이산굉; [예정에 없던 분들이지만 환영하오.] [이산굉은 스스로 찾아오는 손님은 절대 박대하지 않는 걸 철칙으로 삼고 있소이다!] 양팔을 벌려 보이며 웃고

서문숙; [앉아서는 오백 리, 일어서면 천 리를 보고 듣는다는 천동대협을 보게 되어 영광이네!] 포권하고

이산굉; [하하하! 인사는 나중에 하고 우선 앉으시오!] 마주 포권하고

서문숙; [사람도 아닌 우리를 위해서도 자리를 만들어주니 고맙군.] 이산굉과 마주 보는 자리, 즉, 입구를 등진 자리인 정서방 <5>번 자리에 앉는다.

공손대낭은 서문숙의 좌측 자리인 <6>번 자리에 앉고.

이산굉; [오늘의 모임은 사람이든 귀신이든 요괴든 가리지 않소.] 호탕하게 웃고

이산굉; [가진 것이 있고 빼앗을 힘만 있다면 누구든지 참석할 수 있소.] 공손대낭을 의미심장하게 보며 웃고

[!] 긴장하는 공손대낭

이산굉의 눈이 크로즈 업. 한 눈에 눈동자가 두 개씩 들어있다.

공손대낭; (무서운 자!)

공손대낭; (눈이 타들어가는 것같고 자꾸만 달아나고 싶어져!) 시선을 피하고

이산굉; [등을 높이 걸어라.] 공손대낭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백영에게 말하고

이산굉; [이 밤이 다 가기 전에 와야 할 손님들이 늦는구나.]

고개 숙이는 백영

스스스! 사라진다.

서문숙; [천동대협 이산굉의 명성이 천하를 진동하더니 따르는 수하조차 놀라운 자들뿐이로군.] 감탄하고

이산굉; [천하제일가의 가주이신 서문노야께 인사가 늦었음을 양해하시기 바라오.] 포권하며 웃고

이산굉; [일찍이 이산굉이 노야를 찾아뵐 수 없었던 것은 노야를 마주하고도 속내를 들키지 않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소.]

서문숙; [죽은 서문숙은 더 이상 그대의 적이 될 수 없다는 말로 들리는군.]

이산굉; [노야는 공명(公明)이 아니고 나는 중달(仲達)이 아닌데 산 이산굉이 어찌 죽은 노야를 두려워하겠소?]

서문숙; [기러기가 죽는 까닭은 높이 날기 때문이네.] 하늘을 가리키며 차갑게 웃고

이산굉; [두 분은 오늘 이산굉의 간과 심장이 어떤 색인지를 보게 될 것이오.] 껄껄

공손대낭; [나는 당신의 간과 심장 색깔은 궁금하지 않아요.]

공손대낭; [다만 저 상자들이 뭐기에 당신이 이렇게 이상한 짓을 꾸미는 건지 궁금할 뿐이에요.] 가운데에 놓여있는 상자들을 보고

이산굉; [저 상자가 뭔지는 밤이 새기 전에 알 수 있을 테고, 내가 뭘 꾸미는지는 지금 말해주겠소.] 호탕하게 웃고

이산굉(남아있는 다섯 개의 포단을 가리키며); [소저가 앉은 곳을 포함한 여덟 개의 자리는 천하제일을 자부할 만한 재주를 지닌 사람만이 앉을 자격이 있소.]

공손대낭; [그럼 당신도 천하제일이란 말인가요?] 샐쭉

이산굉; [이산굉은 무공에 있어서는 난릉왕에 미치지 못하고 신기묘산(神奇妙算)에 있어서는 서문노야를 당하지 못하오.] 웃고

이산굉; [그러나 재주가 있는 수하들이 적지 않은 덕분에 한 자리를 차지한 것뿐이오.]

스스스! 이산굉의 뒤에 촛불이 일렁이는 듯하면서 다시 백영이 나타난다.

서문숙; (이산굉에 비해서도 그리 아래가 아닌 자로군!)

이산굉; [나는 오늘 저 마다의 천하제일을 걸고 한 바탕의 도박을 하려하오.]

이산굉; [이 도박에서 이기는 자는 능히 천하를 움켜쥘 힘을 얻겠지만...]

이산굉; [지는 자는 가진 것을 다 빼앗기고 사라져야 할 것이오.] 의미심장

공손대낭; [난 도박 같은 건 취미가 없어요.] 냉소

공손대낭; [하물며 당신 같은 모리배와 도박을 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 [!] 말하다가 부릅

쩡! 이산굉의 두 눈에서 네 개의 눈동자가 횃불처럼 타오른다.

공손대낭; [흑!] 깜짝 놀라며 허리에 찬 검을 잡아 한 뼘쯤 빼내며 검날로 이산굉의 눈빛을 받아 넘긴다.

공손대낭; (위험해!) 벌떡 일어나려는데

이산굉; [앉으시오!] 츠으! 눈빛을 거두며 웃고

이산굉; [일단 앉은 이상 내가 일어나기 전에는 그 자리에서 떠날 수 없소.] [양해해주기 바라오.] 엄숙하게

서문숙; [그 까닭은 무엇인가?]

이산굉; [이산굉이 천하의 영웅들을 대접함에 있어서 어찌 소홀히 할 수 있겠소?]

이산굉; [하여 자리마다 기관을 장치하고 적당한 안배를 해놓아서 대라금선이라 할지라도 이산굉이 먼저 일어서기 전에는 자리를 뜰 수 없게 했소이다.]

공손대낭은 서문숙에게 어떻게 할지를 눈빛으로 묻는다.

서문숙이 고개를 끄덕이자

어쩔 수 없이 다시 검을 꽂으며 자리에 앉는 공손대낭.

서문숙; [대협객 이산굉은 이름을 얻는 것도 빨랐고 누구도 그 앞길을 막아서지 못했지.]

서문숙; [하지만 대협객은 허울뿐이고 효웅이 진면목이거늘...] [천하에 아는 사람이 드문 자신의 본색을 이렇게 쉽게 드러냄은 무슨 까닭인가?]

이산굉; [일찍부터 서문노야만이 이산굉을 가르칠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소이다.] 껄껄 웃고

이산굉; [노야의 언행을 거울 삼아서 갈고 다듬어 오늘의 이산굉이 되었으니 노야! 그대는 진정 나 이산굉의 스승이오.] 과장되게 포권하고

서문숙; [내 행동거지가 자네의 뿌리를 가려주는 역할을 했다니 오직 애석할 뿐이네.] 냉소하고

이산굉; [오늘 이 자리에는 원래 산 노야를 청할 참이었는데 기묘하게도 죽은 노야가 요괴를 데리고 오게 되었소이다.] 공손대낭을 힐끔 보며

서문숙; [자네가 이 한판 도박에 큰 공을 들였음은 익히 알겠네.]

서문숙; [하지만 천하를 염두에 둔 도박이라면 자네가 청한 사람에 실수가 없었어야 할 걸세.]

이산굉; [차를 대령해라.] 대답하지 않고 한쪽을 향해서 외치고.

<예 주군!> 그러자 어디선가 대답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팟! 벽에 걸린 햇불들 사이의 좀 어둑한 곳에서 반딧불같은 것이 빛나더니 예쁘게 차려입은 세 명의 소녀가 각기 다기가 올려진 쟁반을 받쳐 들고 들어온다.

그리고는 각각 이산굉과 서문숙, 그리고 공손대낭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이어 차를 따르기 시작하는 소녀들.

자기 앞에 차를 따르는 소녀를 보며 불쾌한 표정이 되는 서문숙

서문숙; [바닷물이 용왕묘를 범하지 않듯 나무도 풀을 먹지 않는 법!] 소녀가 차를 따르는 것을 보며 찡그리고

서문숙; [목신(木神)이 된 노부에게 차를 내놓은 것은 대놓고 노부를 욕보이려는 것으로 밖에는 안 보이는군!] 이산굉을 노려보고

이산굉; [호오! 그런 이치는 전혀 생각지 못했소이다.]

이산굉 (입을 동그랗게 오므리며); [그럼 차 대신 이것들을 드시는 건 어떻소?] 자신 앞의 소녀를 향해 입술을 내밀고

이어 동그랗게 오므린 입으로 후웁! 하며 숨을 빨아 당기는 이산굉. 순간

슈욱! 그의 앞에서 찻잔을 벌려놓던 소녀가 한 줄기의 바람이 되어 이산굉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 버린다. 옷은 남기고 몸만 빠져나와 이산굉의 입으로 들어가는 모습

공손대낭; [악!] 놀라서 비명을 지른다.

서문숙과 공손대낭 앞에서 차를 따르던 소녀들도 두려움에 하얗게 질리고

쿵! 이산굉 앞에는 다기와 함께 빈 옷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산굉; [험험! 적당하게 여물었군!] 아무것도 묻었을 리가 없는 입가를 소매로 닦는다.

공손대낭; <사... 사람이면서도 같은 사람을 삼켜버렸어요! 저건 무슨 술법인가요?> 겁에 질려 서문숙에게 전음으로 묻고

서문숙도 모르겠다는 듯 찡그리며 고개를 젓고

서문숙과 공손대낭의 앞에 있는 두 소녀는 두려움에 달달 떨면서 차를 따르고 있다.

이산굉; [손님이 원치 않는다! 내 가라!] 손짓을 하고

[예 주군!] 안도하며 절하는 두 시녀.

이어 서둘러 쟁반을 들고 일어나고

종종 걸음으로 어두운 그늘로 가고

스팟! 이번에도 그늘 속으로 반딧불처럼 사라진다.

공손대낭; (알 수 없는 술법...!) 생각하는데

이산굉; [초청한 손님 얘긴데....]

이산굉; [난릉왕이 곧 도착할 거요.] 의미심장하게

<난릉왕!> 서문숙과 공손대낭의 눈 번쩍

이산굉; [어쩌면 십대세가의 가주들도 한둘쯤 올지 모르겠소.] [물론 그들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을 리는 없소만....] 웃고

이산굉; [아! 난릉왕과 사이가 나쁜 패왕(覇王) 구석천(具席天)도 오고 있을 거요.]

서문숙; [난릉왕과 패왕도 물론 인물들이지!] 끄덕

서문숙; [하지만 천하의 고수를 논한다면 마땅히 세 분 신선을 먼저 거론해야만 하네.]

서문숙; [자네는 어찌하여 그분들은 생각지 않았는가?]

이산굉; [용개(龍丐)와 삼불인(三不人)이 구름 속의 신선이라는 말은 부정할 수 없소만...]

이산굉; [세상에 그분들 말고 또 한 사람의 신선이 있었단 말이오?]

서문숙; [자네는 화선(畵仙) 주칙(朱遫)을 생각지 못한다는 말인가?]

이산굉; [기괴한 그림 따위나 그리는 환쟁이(화가를 낮춰 부르는 말)를 일컬어 무림 중의 신선이라 할 수 있겠소?] 냉소

이산굉; [이름에 선(仙)이 들어있는 자를 모두 신선이라 한다면 무림 중에 신선이 수천명은 될 것이오.] 비웃고. 그때

<화선은 용개나 삼불인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분인데 막말을 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눈깔이 잘못 박힌 젊은 놈이구나.> 갑자기 누군가 욕하는 소리가 들리고. 이산굉의 이마에 주름살이 꿈틀거린다.

이산굉; [그대는 누군가?] 허공에 대고 묻고. 직후

휘릭! 천장에서 뚝 떨어지듯 한 노인이 나타나더니

형파; [천리안을 지닌 천동대협을 자처하면서도 노부를 알지 못하는가?] 방석들 중 이산굉과 서문숙 사이인 <4>번 자리에 앉는다. 눈이 부리부리하고 민소매인 가죽 옷을 입었다. 키는 크지 않지만 옆으로 딱 벌어진 건장한 체격. 장비같은 수염을 길러 성격이 급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경신방의 상방주인 형파

형파; [노부를 알지 못하면서도 어찌 일을 맡겼더란 말이냐?] 뻐기고 앉아서 거만하게

이산굉; [일을 맡겨? 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자기를 가리키며 백영을 돌아보고

백영; [경신방의 상(上)방주 형파(荊巴)입니다.]

이산굉; [흥! 이제 보니 죽을 자리를 찾아온 늙은이였군.] 냉소하지만

형파; [천하제일가의 가주께서 왕림하셨을 줄은 몰랐소이다.] [무명소졸 형파가 인사드리오.] 이산굉은 생 까고 서문숙에게 포권하고

서문숙; [형상방주는 듣던 것보다 담이 큰 모양이오.] 웃으며 마주 포권하고

형파; [배를 가르고 열어보지 않은 다음에 누구 담이 큰지 알 수 없지 않겠소이까?] 껄껄 웃고

이산굉; [흥!]

이산굉; [형파가 저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는가?] 백영에게 묻고

백영; [가끔은 분수를 모르는 자도 투전판에 끼는 법입니다.]

형파; [이산굉! 네가 노부의 삼권(三拳)을 받을 용기가 있느냐?] 눈 부릅

이산굉; [그 무모함만은 천하제일일 듯하니 그 자리에 앉아도 되겠소.] 냉소

이산굉; [하지만 형상방주!] [귀하는 이산굉의 일곱 상자가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지 알고나 있소?]

형파; [어린 아이의 헛된 소리로 밤이 다하도록 판은 열리지 않겠구나.]

이산굉(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이산굉이 먼저 귀하의 삼권을 받아봐야겠소.]

형파; [그거 좋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쿠오오! 두 사람 사이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감돌고

무표정하게 보는 서문숙. 긴장한 공손대낭

 

#137>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728x90

#134>

와불당 내부. 한 손으로 머리를 바치고 잠이 든 거대한 부처의 상이 누워있다. 금박을 입힌 청동불상인데 머리통만 해도 집채만하다. 콧구멍이 사람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크다.

머리통 쪽으로 가는 원적. 따라가는 세 사람

권완; [만년옥액은 부처님의 코 속에 숨겨져 있군요.] 웃고

원적; [그걸 어떻게....!] 놀라서 돌아보고

권완; [사람이 분기하면 콧바람부터 달라지지 않겠어요?] 웃고

원적; (... 거래를 하지 않았어도 역시 만년옥액은 저 두 사람의 수중에 들어갔겠구나!) 침 꼴깍

원구; [아래냐 위냐?]

원적; [아랫쪽일 겁니다.]

원구; [내가 꺼내오마!] 부처님의 콧구멍으로 기어들어간다.

다리가 남을 정도로 기어들어갔던 원구가 다시 기어나온다

원적; [있습니까 사형?] 빠져나오는 원구에게 묻고

바닥에 내려서서 말없이 손을 내미는 원구. 손바닥 위에 엄지 손가락만한 유리병이 네게 들어있고 그 유리병마다 우유같은 액체가 가득 들어있다. 물론 입구는 밀봉

청풍; [이게 만년옥액이구만!] 흥분하여 들여다보고

원구; [받으시오. 이제 우리 사이엔 은혜도 원한도 없는 거요.] 무뚝뚝하게 두 개의 유리병을 내밀고

청풍; [나도 당신들과는 더 엮이고 싶지 않아!] 냉소하며 두 개의 유리병을 받고

권완; [그럴 필요는...!] 말리려 하지만

청풍; [거래가 정당하게 이루어졌으니 이제 갈라지는 일만 남았는데...] 유리병들을 그런 권완에게 주고

마지 못해서 두 개의 병을 받는 권완

청풍; [어디 갈 데가 정해져 있어?]

원구; [그건 시주가 상관할 일이 아니오.] 퉁명스럽게

청풍; [딱히 갈 데가 없으면 저 속으로 들어가.] 와불의 콧구멍을 가리키고

[부처님 속으로 들어가리니...!] [무슨 소리요?] 어리둥절 원적과 원구

청풍; [저 안에 들어가보면 지내기에 불편하지 않은 밀실이 있을 거야! 저 속에 숨어서 무공을 익힌다면 아무도 모르지 않겠어?]

원적; [부처님 속에 정말 밀실이 있습니까?] 묻는데

원구; [뭘 물어봐? 직접 확인해보면 되지!] 퉁명스럽게 말하고 부처에게 다가가고

이어 먼저 콧구멍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세 사람이 보는 중에 부처님 콧구멍 속으로 완전히 기어들어가는 원구

원적; [사형! 정말 밀실이 있습니까?] 콧구멍에 대고 묻고

원구; [허튼 소리 말고 빨리 들어오기나 해라!] 안에서 들리는 음성

원적; [... 그럼 소승도 이만 작별을 고하겠습니다!] 포권하고

청풍; [그러셔!] 코웃음. 권완은 합장하여 답례하고

원적도 콧구멍으로 해서 부처 안으로 기어들어간다.

권완; [혹시나 했는데 이 청동와불 속에도 밀실이 있었네요.]

청풍; [거 참 보기에 그렇구만! 꼭 벌레가 과일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같잖아!]

권완; [부처님이 보시기에 인간이 벌레와 딱히 다를 바가 있겠어요?]

청풍; [그런가?]

권완; [사실 전 당신이 만년옥액을 한 병만 받길 바랬어요.] [저희보다는 두 분 스님에게 더 필요할 테니까요.] 청풍의 팔짱을 끼고

청풍; [완매! 그것 때문에 부루퉁했어?] 피식

청풍; [사실대로 말하면 저 두 사람에겐 더 이상 만년옥액이 필요 없어.] [왜 방장대사가 만년옥액을 네 개의 작은 병에 나누어 담았겠어?]

청풍; [한 사람이 한 개를 먹으나 네 개를 먹으나 효능이 같기 때문이겠지.]

권완; [듣고 보니 그렇군요.] 끄덕

청풍; [그렇다고 해도 황보세가의 싸가지가 만년옥액을 차지하는 꼴은 못 보지!] 권완을 번쩍 안아들고

권완; [어머!] 놀라지만 피하진 않고

청풍; [그 인간이 수작을 부리는 동안 우린 조용한 곳에서 오붓하게 쉬며 기다리자고!] 음험하게 웃고

권완; [...!] 수줍어하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 직후

청풍; [가자구!] 슈악! 생사일보를 펼쳐서 날아가고

슈우! 천처럼 변한 청풍의 몸이 와불당 밖으로 날아나와서

대숲을 날아넘어 옥불루로 간다

 

#135>

어느덧 옥불루의 백옥불은 목 부분까지 장작이 얼기설기 쌓여있고. 황보천유가 보고 있는 중에 진달개가 마지막 장작을 목 부분에 얹고 있다

슈욱! 천처럼 변한 청풍의 몸이 백옥불 안으로 스며들고

백옥불 안쪽의 십장생이 있던 곳.

반짝! 벽의 일부가 수직으로 갈라지며 빛이 나더니

스슥! 나타나는 권완을 안은 청풍

권완; [백옥불은 곧 불길에 휩쌓이게 될 거예요!]

청풍; [그럼 오히려 좋지!] [옥이 달궈지면 옥의 정기가 충만해져서 몸에 좋을 거야!] 자리에 앉고

권완; [그렇겠네요!] 청풍과 마주 앉고.

 

진달개; [이 정도면 충분하잖아요?] 휘익! 황보천유 옆으로 날아내리고

황보천유; [수고했어 진매!] 쌍장을 옥불을 향해 펼치고.

황보천유; [불타라! 천개열양장(天蓋熱陽掌)!] 외치며 양손을 내밀고. 순간

황보천유의 손바닥에서 붉은 빛이 어리더니

화악! 뜨거운 열기가 파도처럼 백옥불을 향해 밀려간다.

콰아아아아! 대기를 진동시키며 밀려간 붉은 빛의 파도는 백옥불 전체를 불길로 휘감아 버린다. 백옥불 주위에 쌓아놓았던 나무들이 일시에 타오르며 불길이 삼십여 장 높이로 치솟아 주위를 대낮 같이 밝힌다.

팔로 얼굴을 가리며 물러서는 진달개

황보천유; [으하하하하! 잘 타는구나!] 웃고

황보천유; [날 원망하지 마시오 부처여! 소신공양은 인간만 하란 법이 없질 않소?] 일렁거리는 불빛과 열기에 진달개와 황보천유의 얼굴이 붉게 물들고

화다닥! 화악! 맹렬한 불길에 휩쌓이는 백옥불. 옥불루 전체가 불길에 휩쌓인다

진달개; [오라버니! 저 불길 속에서 만년옥액을 어떻게 얻죠?]

황보천유; [기다려봐! 곧 알게 될 거야.]

황보천유; (만년옥액만 손에 넣으면 난릉왕이고 뭐고 두려워할 것 없다!)

황보천유; (만년옥액이 나 황보천유에게 천하를 가져다 줄 것이다!) + 황보천유; [으하하하!] 그걸 보며 통쾌하게 웃는 황보천유.

 

백옥불 내부. 마주 앉은 청풍과 권완

스스스! 사방에서 열기가 느껴지고

권완; [시작했군요! 옥불이 뜨거워지고 있어요!] 유리병 중 하나를 청풍에게 내밀고

권완; [드시고 운기조식하세요! 이제 내공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게 될 거예요!]

청풍; [완매도 같이 마셔!] 뚜껑을 따고

권완; [사실 전 더 이상의 내공은 필요가 없어요.] [할아버지들에게서 흡수한 공력만 해도 아직 절반도 제 것으로 만들지 못했거든요.] 남은 유리병은 품속에 넣고

청풍; [그런가?] 유리병을 거꾸로 들어 만년옥액을 입에 털어넣고

권완; [갖고 있다 보면 필요한 누군가를 만나게 되겠죠.] [맛은 어때요?] 유리병 입구에 묻은 우유같은 액체를 핥는 청풍을 보며 묻고

청풍; [색깔도 그렇지만 맛도 꼭 우유같은 걸!] 유리병을 쪽쪽 빨고

권완; [어서 운기조식 하셔서 약기운을 흡수하세요!]

청풍; [그러지!] 심호흡

권완; [그나저나 여길 만든 분은 백옥불이 구워질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청풍; [불상이 뭐 맛있는 거라고 그런 생각하겠어? 미친놈이나 황당한 생각하는 거지.] 눈 감고 운기조식하며 대답하고

 

#136>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728x90

권완; [대낭!] 깜짝 놀라며 일어나고

권완; [여긴 어쩐 일이세요?] 침대에서 내려선다. 청풍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누워서 곁눈질로 보고 있고

공손대낭; [진보가 말하길 곧 아가씨의 도움이 필요하는 일이 벌어진대요.] 다가오는 권완을 보지 않고 곁눈질로 권완 뒤의 청풍을 보며

공손대낭; [법기를 가지고 저와 함께 가도록 해요.] 권완의 손을 잡고

권완; [하지만 우린 잠시 후에 옥불사에 가봐야 한답니다.] 난감한 표정으로 청풍을 돌아보고

청풍은 관심없는 표정으로 누워있고

공손대낭; [옥불사에서도 이상한 조짐이 있긴 하지만 급한 건 아니에요.]

공손대낭; [지금은 서둘러 용화사에 가야만 해요. 용화사에서 곧 큰 일이 벌어질 거예요.]

권완; [대체 무슨 일인데 노야께서 저까지 부르시는 거죠?]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벗는다. 황금으로 만든 은행나무 잎이다.

공손대낭; [정말 엄청난 일이래요.] [진보 혼자서 막기엔 역부족이라니까 아가씨가 꼭 도와주셔야만 해요.]

권완; [법기를 가져가서 노야께 전해주세요.] 은행잎 모양의 목걸이를 두 손에 얹고.

권완; [전 공공자와 함께 옥불사에 들러야만 해요.] 후욱! 은행나무에 입김을 불어넣는다.

순간. ! 폭음이 일며 은행나무 잎은 큼직한 책을 변한다. 바로 서문숙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법기인 황금권이다.

권완; [옥불사를 거쳐서 용화사로 간다고 전해주세요.] 황금권을 공손대낭에게 내밀고

공손대낭; [진보는 법기뿐만 아니라 두 분을 모셔오라고 했는데...!] 받으며 난감

권완; [사경(四更)이 지나기 전에는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전해주세요.]

공손대낭; [알았어요!] 한숨 쉬고

공손대낭; [꼭 와주셔야만 해요!] 휘이! 열려진 창문으로 깃털처럼 날아가며 말하고

권완; [명심할게요.] 창가로 다가가며 말하고

선녀처럼 밤하늘로 사라지는 공손대낭

권완; [이상한 밤이군요.]

권완; [수십년만에 한번 일어나기도 힘든 변고가 오늘 하루에 다 일어나려고 하니...!]

청풍; [젠장!] 벌떡 일어나고

돌아보는 권완

청풍; [옥불사에 가보자구!] 침대에서 내려서고

청풍; [영감탱이가 도움을 요청한 정도면 보통 일이 아닐 거야.] [빨리 옥불사의 일을 매듭지고 용화사인지 사화사(蛇華寺)인지로 가봐야겠어!] 문으로 간다

권완; [잘 생각하셨어요!] 청풍의 팔짱을 끼고 따라 나간다

권완; (제멋대로인 것 같지만 정이 많은 사람이야.) (잘만 가르치면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큰 인물이 될 거야!) 배시시

이하 객잔을 나가며 하는 두 년놈의 대화

청풍; [왜 웃어!]

권완; [그냥요!]

청풍; [느낌이 안 좋아! 날 또 골탕 먹일 꿍꿍이 꾸미는 것 같애!]

권완; [그런 걸 자격지심, 또는 피해망상이라고 하는 거예요!]

청풍; [어려운 소리 난 몰라! 쉬운 말로 해!]

권완; [알았으니까 말이나 한 필 사주세요!]

청풍; [말은 왜?]

권완; [그럼 연약한 저보고 옥불사까지 뜀박질하라는 거예요?] [알고 보니 너무 야박한 분이시군요.]

청풍; [아이 참! 알았어! 사주면 될 거 아냐!]

청풍; [그런데 완도 난릉왕처럼 말이 하늘을 달리게 할 수 있어?]

권완; [흉내는 낼 수 있지만...] [제 술법은 아직 보잘것없어서 오래 버티지는 못해요.] [잘 해야 한식경(밥 한 끼 먹을 시간) 정도일까요?]

청풍; [그 정도면 됐어!] 음험하게 웃고

권완; [무슨 생각하세요?]

청풍; [궁금해도 조금만 기다려! 신나는 일이 벌어질 테니까!] 권완의 이마에 입을 쪽 맞추고. 지나가던 사람들 눈총주고. 얼굴 빨개지는 권완

청풍; [하하하! 오늘 멋지게 한 번 놀아보자구!] 웃으면서 거리를 걷는다.

 

#133>

옥불사. 여전히 밤. 반달이 높이 솟았다.

옥불루에는 진달개가 땀을 뻘뻘 흘리며 백옥불에 장작을 쌓고 있다. 어느덧 가슴 부분에까지 건물 잔해에서 빼온 나무들이 여치집처럼 얼기설기 쌓였고. 옥불루도 전면이 다 허물어져서 장작이 되었다. 황보천유는 좀 떨어진 곳에 느긋하게 앉아서 구경하고 있다.

시체들이 널려있는 옥불사 경내로 도둑같이 숨어드는 두 사람. 바로 원구와 원적

겁에 질려 살금 살금 걸어서 사천왕문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 누각처럼 생긴 건물의 중앙이 뻥 뚫린 사천왕문. 문의 좌우에 두 개씩 네 개의 사천왕상이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내려다 보고 있다. 사천왕문만 지나면 바로 옥불사의 경내다.

사천왕문 끝에 숨어서 절 안쪽을 살피는 원구.

원적은 원구 뒤에서 사천왕상에 합장하며 무어라 기원하고 있다.

무너진 건물들과 널려있는 시체들이 원구의 눈에 들어오고

원구; (절은 허물어지고 불제자들은 도륙을 당했다.) 이를 부득 갈고

원구; (네놈들이 무림과는 하등의 은원도 없는 본사를 도륙하고도 무사할 성 싶으냐?] 난응왕, 황보천유, 진달개를 떠올리며 이를 부득 간다.

원구; (살계(殺戒)를 어겨 초열지옥에 떨어진다 해도 기필코 복수하고 말겠다!) 이를 갈며 돌아본다.

원적이 사천왕들에게 연신 허리 숙이며 합장하고 있다.

원구; (나는 불보살(佛菩薩)이 될 만한 인재가 아니다.) (그러나 부처를 섬기는 마음은 남보다 못하지 않으니 불보살보다 불법을 수호하고 지키는 사천왕(四天王)이 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사천왕을 올려다 보고

원구; (반면 사제는 마음씨가 중후하고 어질며 착하다.) 원적을 보고

원구; (또한 지혜롭고 불심이 두텁기까지 하니 우리 옥불사를 다시 일으킬 만한 사람으로는 사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없다.)

원구; (나는 사천왕과 같이 옥불사와 사제를 지키는데 온힘을 기울여야만 한다.) 결심하며 조심스럽게 사천왕 문 밖으로 나가 경내로 들어간다. 원적도 겁에 질린 채 원구를 따라오고

그늘에 숨어 경내로 깊이 들어가는 두 사람

여기 저기 널려있는 시체들

울면서 합장하는 원적. 반면 원구는 이만 부득 부득 갈며 앞으로 나가고. 그러다가

원적의 소매를 잡아끌며 한쪽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원적.

한쪽의 거대한 건물이 능충 무너져 있는데 그 건물 안에는 구리로 만든 와불이 누워있다. 규모는 백옥불에 못지 않은데 누워있는 불상이므로 건물도 높지 않고 길다. 그 건물의 입구에는 <臥佛堂>이라는 글이 적힌 현판이 걸려있다.

원구; [와불당(臥佛堂)의 청동와불(靑銅臥佛)에 만년옥액이 숨겨져 있는 게 맞느냐?] 속삭이며 와불당으로 가고

원적; [틀림없습니다.] 손에 든 방장의 유서를 보며

원적; [방장사백의 유서 중에 <불적(佛敵)을 만나면 누워 계시던 부처님께서 분기(奮起)하여 큰 자비를 베푸시리라!>라고 적혀있지 않습니까?]

원적; [누워계시던 부처님이 청동와불을 뜻한다는 건 알겠지만 그 큰 와불님의 어디에 만년옥액이 감춰져 있다는 건지...!] 난감해하고

원적; [그 점에 대해서도 소제가 생각해둔 바가....!] + 권완; <빨리 이리로 오세요.> 갑자기 들리는 전음

<!> <!> 기겁하여 펄쩍 뛰는 원구와 원적.

비명이 나올까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두 사람.

하지만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고

(... 잘못 들었나?) (분명 어떤 젊은 여시주의 음성이 들렸는데...!) 당혹해하며 두리번거리는 두 사람. 그때

<두 걸음만 더 다가가면 들키고 말아요. 돌아서서 이리로 오세요.> 다시 들리는 음성

반사적으로 돌아보는 두 사람

뒤쪽의 나무들 사이에 말을 탄 사람과 그 말의 고삐를 잡은 사람의 그림자가 보인다. 청풍과 권완이다.

<... !> 기겁하는 원구와 원적.

그들의 뇌리에 난릉왕이 말을 타고 허공을 달리며 검을 내리그어 건물을 토막 내고 사람들을 도륙내던 장면이 떠오른다

원적; [... 사형!] 겁에 질려 원구의 팔을 붙잡고 원구고 겁에 질리지만 눈을 부릅뜨며 말과 사람의 그림자를 본다. 그때

<서둘러요! 그들이 눈치챘어요!> 다시 들리는 음성. 말을 탄 권완의 실루엣의 눈 부분이 반짝 빛을 발하고

원구; (그 마면신장은 아니다!) 안도 +[가보자!] 앞장서서 말 그림자로 가고. 그때

청풍; [젠장! 저 땡추들 뭐하는 거야?] 인상 쓰며 빨리 오라고 손짓하고

[!] 권완도 뭔가를 발견하고 눈 치뜨고

권완; <뛰어요!> 원구와 원적의 뒤를 가리키며 외치고

반사적으로 돌아보는 두 사람. 순간

투쾅! 옥불루가 있는 쪽의 대나무 숲의 일부가 확 터지면서 강렬한 빛에 휘감긴 보검이 날아온다

(!) (어검술!) 원구와 원적 기겁하며 청풍과 권완이 있는 쪽으로 내달린다.

달려오는 두 사람을 향해 미사일처럼 날아오는 보검

권완; [당하겠어요!] 낮으막히 외치며 소매를 젓고. 순간

둥실! 달려오던 원구와 원적의 몸이 허공에 들려지고

자신들 쪽으로 손을 홱 젓는 권완. 그러자

! 끈에 묶인 듯이 청풍과 권완이 있는 곳으로 확 당겨지는 원구와 원적

[어이쿠!] [!] 콰당탕! 권완이 탄 말의 발치에 나뒹구는 원구와 원적. 이어

합장하며 뭐라 주문을 외우는 권완. 순간

화악! 그들 일행을 반구형의 막 같은 것이 덮는다.

! 직후 원구와 원적을 추격해온 보검이 그 막에 부딪히는데 고무로 이루어진 벽에 부딪힌 듯 퉁겨졌다가

슈욱! 근처를 한 바퀴 돌아가는 보검

! 서걱! 보검에 부딪히는 건 뭐든지 토막 나서 쓰러지고

결을 지은 채 뭐라 주문을 외우는 권완. 직후

슈우! 권완 일행을 덮은 막이 사라지면서 네 사람의 모습도 사라진다.

위잉! 주변의 나무들을 똑같은 높이로 잘라버린 보검이 다시 날아왔던 쪽으로 날아가고

휘익! 대나무 숲을 날아 넘은 진달개

날아든 보검을 받고

휘릭! 주변을 돌아보면서 와불당 앞으로 내려선다.

진달개; [여기서 뭔 소리가 들렸는데!] 찡그리며 돌아보고

황보천유; [뭘 신경 써?] 스스스 진달개 옆에 나타나며 웃고

황보천유; [근처에 있던 여우가 밤참 먹으러 왔던 모양이지!]

진달개; [그런 가요?] 검을 검집에 꽂으며 은근히 황보천유에게 안기고

 

권완이 펼친 둔갑술법 내부

[!] [!] 바닥에 주저앉은 원구와 원적. 멀지 않은 곳에 나타난 황보천유와 진달개를 보고 공포에 질리고

원구; [사제 도망쳐라! 저놈들은 내가 맡으마!] +[!] 벌떡 일어나며 외치려다가 청풍; [시끄러!] 뒤에서 후려친 주먹에 뒷통수를 맞고 다시 주저앉는 원구

청풍; [이 벽창호같은 땡중이 산통을 깨려고 해?] 눈 부라리고

원적; [네놈이...!] 분노하여 청풍에게 대들려 하고

권완; [그만 하세요 스님!] 권완이 한숨

권완; [가뜩이나 술법이 서툴러 불안한데 간을 졸이게 만드시는군요.] 밖을 보며 말하고

[!] 무언가 깨닫는 원적

원적; [시주! 저들은 우리를 볼 수 없습니까?] 발작하려는 원구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으면서 묻고

청풍; [당신들이 소동만 부리지 않으면 그래.] 권완 대신 퉁명스럽게 말하고

 

황보천유; [백옥불을 구울 준비는 거의 다 되었으니까 돌아가서 마무리를 짓자고!] 진달개를 안고 은근하게 말하고

진달개; [네 오라버니!] 바보처럼 웃으며 안기고

이어 함께 대나무 숲 사이의 길로 가는 두 년놈

 

원적; [아미타불! 구명지은을 입었습니다!] 한손을 세워 합장하고 다른 손으로는 여전히 원구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데

원구; [치워라!] 자신의 입을 틀어막은 원적의 손을 떨치며 인상 쓰고

원구; [너희들만 아니었어도 우리 옥불사가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다!] 청풍과 권완에게 삿대질

청풍; [뭐야?] 눈을 부라리는데

권완; [스님! 말은 바로 하세요.] 한숨

권완; [귀사가 망한 것은 우리가 아니라 저 두 사람 때문이 아닌가요?] 손으로 황보천유와 진달개를 가리키며 말한다. 황보천유와 진달개는 서로 어깨를 붙인 채 다정하게 옥불루로 가고 있다.

원구; [으으으!] 분해서 이를 북북 갈며 황보천유와 진달개를 노려보고

원구; [죽여야 하는데... 저것들을 죽여버려야 하는데...!] 이를 북북 갈며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흐르고

원적도 따라서 훌쩍인다.

권완; [고정하세요!] [만년옥액만 얻으면 저들에게 복수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거예요.]

! 원구와 원적이 울음을 그친다.

원적; [... 만년옥액을 얻는다고 해도 우리에겐 변변한 무공도 없는데...!]

권완; [두 분에게 적합한 무공은 저희가 가르쳐 드릴 수 있어요!]

침 꿀꺽 원적.

청풍; [어떻소? 거래를 하겠소?] 원적에게

청풍; [만년옥액의 절반을 주면 복수 할 수 있는 무공을 알려주겠소.]

원적; [... 그건...!] 원구의 눈치를 살피고

원구의 안색도 갈등으로 물든다.

청풍; [뭐 굳이 거래를 하지 않아도 상관없긴 하지!]

청풍; [우리가 손을 떼면 당신들은 악독한 년놈의 손에 죽을 테고 그럼 만년옥액은 우리 차지가 될 테니까!] 실실 웃고

원적; [... 무슨 말씀이시오?] 불길한 표정

청풍; [당신들은 방장이 남긴 유서에서 만년옥액이 있는 위치를 알아냈겠지?] 음험하게 웃고

원적; [... 그걸 어떻게!] 놀라 입 딱. 원구도 논라고

청풍; [난 당신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지 바로 알 수 있어!] 두 사람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가 다시 자기 머리를 가리키고

청풍; [지금 즉시 만년옥액이 있는 위치를 머리 속에 떠올리기만 하면...] 히죽

원구; [사제! 다른 생각을 해라!] 다급히 원적에게

원적; [으으으!] 합장하며 비지땀을 흘리는 원적

원적의 머리 속으로 야한 생각과 먹는 생각이 마구 떠오르지만

청풍; [글쎄!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까 몰라!] 히죽 웃고

<몰라! 우린 아무것도 모른다!> <만년옥액이 어디 있는지 몰라!> 합장한 채 필사적으로 생각하는 원구와 원적

권완; <정말이에요?> 놀라서 청풍을 보고 전음으로 묻고

손가락으로 입을 막는 시늉하며 히죽 웃는 청풍

권완; (그럼 그렇지!) 피식 웃고.

권완; (얼렁뚱땅 넘겨짚어서 실토하게 만들려는 속셈이구나. 참 못 됐어!) 눈 흘기고. 그때

청풍; [! 그렇군! 어딘지 알겠다!] 진지한 표정

움찔하는 원구와 원적

청풍; [만년옥액은 와불당에 숨겨져 있구만!] 손가락으로 와불당을 가리키고

원적; [히익!] 기겁하여 주저앉고

원구; [.... 넌 요괴냐?] 역시 겁에 질려 말하고

청풍; [말했잖아! 난 당신들이 생각하는 걸 그대로 알 수 있다고!] 일부러 이빨을 드러내고 웃는다.

원적;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비지땀을 흘리며 울상 짓고

청풍; [옳거니! 와불당 내에서도 청동와불 속에 숨겨져 있군.]

[!] [... 그것까지...!] 절망하는 두 사람

권완; (순진한 사람들!)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고

청풍; [보자! 청동와불의 어디에 숨겨져 있을까?]

원적; [... 그만 하시오 제발!]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애원

원구; [... 시주! 대체 왜 우릴 괴롭히는 것이오? ?] 이를 부득 부득 갈면서 청풍을 노려보지만 전과 달리 두려워하는 모습이고

권완; [겁낼 것 없어요! 이이는 두 분 스님들을 도우려는 거예요.] 대신 나서며 달래고

권완; [귀사의 스님들이 화를 당한 건 정말 안됐어요. 우리도 화가 많이 났었답니다.]

권완; [저들의 잔악한 행위는 결코 용서할 수 없어요.] 옥불루 쪽으로 사라지는 황보천유와 진달개를 보며

원구; [우릴 골탕 먹이면서 어떻게 돕는다는 거요?]

권완; [저희는 그저 두 분으로 하여금 복수를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을 뿐이에요.]

원구; [우릴 돕는 건 간단하오.] 버럭

원구; [당신들 두 사람이 저 마귀들과 싸워서 같이 죽기만 하면 되오.] 진달개와 황보천유를 가리키며 악을 쓰고.

청풍; [뭐야?] 분노하고

권완도 기가 막혀 한숨을 쉬고

원적; [사형! 그러지 마십시오!] 청풍과 권완의 눈치를 살피며 급히 원적의 입을 막고

원적; [입이 깨끗하지 못하면 덕행도 헛것이 되지 않겠습니까?] 애원

원구; [닥쳐라!] 자기 입을 막은 원적의 손을 뿌리치며 화를 내고

원구; [손에 피를 묻혀야 할 판인데 입을 돌봐서 뭘 하겠느냐?]

원적; [사형! 제발...!]

청풍; (이 중놈은 자기가 우리를 화나게 했던 건 생각지도 않고 제 성미만 버럭버럭 부리는구나.)

청풍; (먼저 죽은 늙은 중의 부탁을 못 들어준 게 미안해서 도우려는 줄을 모르고 말이야.) 화가 나서 눈을 희번덕이고

그래도 원구는 마주 노려보며 이를 부득 부득 갈고

청풍; [좋다 좋아! 당신들 꼴리는 대로 해.] 코웃음

청풍; [우리는 이대로 돌아갈 테니까 잘 해봐! 그럼 옥불사의 마지막 남은 두 중놈의 모가지도 순식간에 뎅강 날아가겠지.]

청풍; [! 우린 그만 가자.] 권완이 탄 말의 고삐를 잡고 돌아서려 하고.

원적; [시주! 제 사형은 말이 거칠 뿐 원래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다급히 청풍의 바지를 부여잡고

원적; [제발 화를 푸시고 저희 사형제를 도와주십시오!] 애원한다.

원구도 이를 악문 채 성질 죽이고 고개를 떨구고 있다.

청풍; [일 없어! 이것 놔!] 부여잡은 원적의 손을 뿌리치려 하지만

원적; [제발!] 애원하고

권완; [공자! 그 분 스님의 성의를 봐서라도 한번 기회를 드리도록 해요!]

청풍; [! 굴러들어온 복도 걷어차는 인간한테는 볼 일 없어!] 원구를 째려보고

원적; [사형! 제발 성질 죽이십시오!] 원구에게 애원

원적; [우선은 살아있어야 복수든 뭐든 할 것 아닙니까?]

원구; [알았다! 사제 마음대로 해라! 난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 억지로 분을 삭이며 눈을 질끈 감고

원적; [... 사형도 동의하셨습니다.] [만년옥액의 절반을 드릴 테니 저희 사형제에게 복수의 기회를 주십시오!] 절하며 애원

권완; [공공자!] 청풍에게

청풍; [내키진 않지만 거래를 하도록 하지!] 코웃음치며 품속에 손을 넣고.

청풍; [당신들 성질에 맞는 두 가지 무공을 준비했어!] 몇장의 종이 뭉치를 꺼낸다

청풍; [번천투(藩天投)와 순양첨의기(純陽沾衣氣)라는 무공이야!] + (물론 완매가 적어준 거지만...!) 종이를 원적에게 내밀고

원적; [... 어떤 무공인지요?] 두 손으로 받으며 묻고

청풍; [번천투를 익히면 금강불괴지신이라도 단번에 두부처럼 으깨버릴 수 있어!] [반면 순암첨의기는 적의 공격이 무엇이든 절대 몸에 닿지 않게 지켜주지!]

원적; [소승과 사형에게 적합한 무공이군요!] 흥분

청풍; [맞아!] [스님이 순양첨의기로 지키는 가운데 저 성질 나쁜 땡중... 아니 스님이 번천투를 발휘하면 죽이지 못할 인간이 없을 거야!]

원적;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합장하고

청풍; [고맙다는 인사 대신 만년옥액을 받고 싶은데...?]

원적; [... 소승을 따라오십시오!] 일어나고, 원구도 마지 못해서 따라 일어난다

권완이 말에서 내리는 것을 돕는 청풍

이어 옥불루 쪽을 살피면서 와불당으로 가는 네 사람

 

#134>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728x90

#129>

백옥불 내의 어두운 공간.

쩍! 한쪽 벽에 세로로 얇게 빛이 생기더니

슈욱! 안쪽으로 나타나는 청풍.

청풍; [어!] 놀라며 돌아본다. 골방 안에 권완이 없다

청풍; (이쁜이가 어디 갔지?) 두리번거리는데

<전 이쪽에 있어요! 어서 와보세요!> 권완의 음성이 들리고

흠칫하며 한쪽을 본다. 벽이 조금 열려서 문을 형성하고 있다.

청풍; (저런 곳에 문이 있었군!) 문으로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청풍; (하긴 인공적으로 만든 골방이니 출입구가 있는 건 당연하지!) 생각하며 발을 내딛다가

미끈하며 미끄러지는 청풍의 발

청풍; [어어!] 주르르 미끄러진다. 문 안쪽은 아래로 통하는 구버러진 동굴. 마치 워터파크의 슬라이드 같은 구조다.

청풍; (이크!) 천장에 이마가 부딪히지 않도록 뒤로 누운 채 미끄러져 들어가는 청풍

청풍; (불상 내부에 잘도 이런 장치를 마련해놨군!) (제법 재미있는데...!) 미끄러지며 실실 웃고. 그러다가

[이크!] 슉! 원형의 어두운 방 천장에서 뚝 떨어지는 청풍. 어둠 속에 권완이 쪼그려 앉아서 뭔가를 보고 있다.

청풍; [나 왔어!] 휘릭! 덤블링하며 권완의 뒤에 내려서는 청풍. 이곳은 위쪽의 방보다 더 넓다. 둥그스름한 원형의 방이고

권완; [오셨어요?] 돌아본다.

청풍; [절묘하군! 대체 누가 거대한 불상 속을 깎아 이런 밀실들을 만들어 놓은 거지?] 둘러보며 권완에게 다가가고

권완; [백옥불을 깍은 장인은 아마 이걸 숨겨놓으려고 이런 밀실을 만들어 놓은 것 같아요!] 앞을 다시 보며 말하고

청풍; [뭔데?] 권완 뒤로 다가가서 그녀가 보고 있는 걸 본다

옥으로 깍아 만든 작은 탁자가 있는데 그 위에 조약돌같은 게 두 개 놓여있다. 새하얀 색으로 밝은 빛을 내는 돌이다. 아래가 넓고 위가 좁아서 오뚜기를 연상케 하고

청풍; [난 또 뭐라고! 그냥 돌이잖아!] 피식 웃으며 손을 뻗어서 돌을 잡으려 하고. 순간

놀란 듯이 움찔하는 돌들

발이 달린 것처럼 뒤로 움직여서 청풍의 손을 피한다

청풍; [어!] 놀라고

청풍; [방금 봤어? 저 돌덩이가 내 손을 피했어!] 권완에게

권완; [단순한 돌이 아니에요! 저 돌들은 살아있어요!]

청풍; [돌이 살아있다고?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어이없는데

짝! 짝! 박수를 치는 권완. 그러자

돌이 똑바로 서서 실룩실룩 거리며 움직인다

청풍; [이... 이거....!] 경악하는데

권완; [소릴 내거나 손을 흔들면 따라서 춤을 춰요.] 흥분하며 손을 흔들고.

그러자 두 개의 돌이 권완의 손짓에 따라 서로 몸을 기대기도 하고 서로를 폴짝 폴짝 뛰어넘기도 하면서 논다.

청풍; [와!] 입이 쩍 벌어지고

권완; [이게 바로 <돌>이에요!]

청풍; [돌인 건 나도 알아!]

권완; [그런 의미가 아니에요. 요것들이 바로 십장생(十長生) 중의 돌이에요.]

청풍; [십장생!] 놀라고

청풍; [그런 게 정말 있었어?]

권완; [수천년 전부터 전해오던 신령스러운 열 가지 영물이에요.] [마지막으로 십장생을 모두 모았던 분이 바로 <제왕>이세요.]

 

#130>

다시 옥불루. 백옥블 주변에다가 열심히 장작을 쌓고 있는 진달개. 건문 무너진 잔해에서 기둥과 서까래들을 뽑아다가 백옥불 주변에 둥글게 쌓고 있다. 옥불루의 지붕도 휑하니 뚫렸고

개미처럼 열심히 움직이며 장작을 쌓고 있는 진달개. 반면 황보천유는 옥불의 맞은 편에 앉아서 턱을 괸 채 옥불의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다.

슈욱! 옥불의 뒤에서 빛이 나고

옥불루 밖으로 모습을 나타내는 청풍. 두 팔로는 권완을 안고 있다. 권완은 양손으로 십장생을 보듬어 쥐고 있다. 권완의 손안에서 꼼지락 거리는 두 개의 돌

청풍; (무슨 짓들이지?) 창문 틈으로 안을 보는 청풍.

개미처럼 부지런히 드나드는 진달개. 양손에 굵고 긴 건물 잔해들을 들고 온다. 척척 백옥불 주변에 쌓는다. 이미 사람 키 정도로 장작들이 쌓여있고

진달개; [오라버니! 이 정도면 되지 않았어요?]

황보천유; [아직 멀었어. 좀 더 빨리 움직여봐 진매!] 대충 말하고

진달개; [알았어요!] 군말 않고 다시 달려 나가고

근처의 건물 잔해에서 기둥과 서까래를 뽑아내는 진달개

그걸 양손에 들고 옥불루로 달려오고

척! 척! 쌓아놓고 다시 달려 나가는 진달개. 완전히 종같다.

청풍; <저것들이 배가 고파서 불상을 구워 먹으려나봐!> 권완에게 속삭이고

권완;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에요.>

권완; <저들은 지금 만년옥액을 얻으려고 하고 있는 거예요. 이 절이 망하지만 않았다면 저런 방법은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했겠죠.>

청풍; <불로 구우면 만년옥액이 절로 흘러나오기라도 하나?>

권완; <짐작이 가는 바가 있긴 한데... 하여간 시간은 좀 걸릴 테니까 객점으로 돌아가서 좀 쉬다가 다시 오도록 해요.>

청풍; <그러자구! 여긴 피 비린내가 너무 심해서 오래 있고 싶지 않아!> 휘익! 경신술을 펼쳐서 날아간다.

 

#131>

청풍과 권완이 밥을 먹은 객점이 있는 그 마을. 아직 밤이 깊지 않아서 불빛이 환하다.

그 마을로 권완을 안고 날아가는 청풍. 권완은 두 손에 돌을 얹어놓고 본다. 꼼지락 거리며 서로를 끌어안거나 비비며 노는 한 쌍의 돌

청풍; [십장생이란 게 뭐야? 그냥 신기한 노리개인가?]

권완; [그럴 리가 없잖아요.] 눈 흘기고

권완; [십장생에는 저마다 신묘한 능력이 있대요.] [어쩌면 인간을 신선으로 만들어줄지도 모르죠!]

청풍; [그럼 지금까지 십장생을 얻었던 사람들은 다 신선이 되었겠네?]

권완; [그렇지 않아요.] [누구든 십장생을 얻을 수는 있지만 십장생을 자신의 뜻대로 부릴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대요.]

권완; [물론 제왕께서는 하나도 아니고 십장생 전부를 부리셨다고 해요.]

권완; [다른 능력은 차치하고라도 십장생을 복종시킨 것만으로도 제왕께서는 전무후무한 존재신 거예요.]

청풍; [결국 제왕 정도 되는 인간이 아니라면 십장생은 얻어봐야 별 쓸모도 없다는 얘기네.] 돌들을 째려보며 코웃음치고. 순간

바르르! 겁에 질려 서로를 끌어안고 떠는 돌들

흠칫하는 권완

청풍; [뭐야 그것들! 사람 차별해?]

청풍; [자기한테는 온갖 아양을 다 떨면서 난 쳐다보기만 해도 생까고 말이야!] 툴툴 대며 날아간다

권완; (무시하는 게 아니야!)

권완; (십장생의 돌들이 이 사람을 무서워하고 있어!)

권완; (설마 내 생각대로 시댁이 바로 <그분>의 핏줄인 걸까?)

 

#132>

청풍과 권완이 밥 먹었던 그 객점

독채는 아니고. 정원이 보이는 곳에 죽 늘어선 방으로 안내받아 가는 청풍과 권완. 권완도 물론 걸어서 청풍을 따라간다

점원; [이방입니다.] 문을 열고

점원; [저희 가게에서 가장 조용한 객실입지요.]

청풍; [수고했어! 가서 일 봐!] 들어가고

점원;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옆방에는 스님 두 분이 드셨으니까 밤에도 조용할 겁니다!] 음험하게 말하고

청풍; [뭐야?] 눈 부라리고

점원; [헤헤헤! 그럼 편한 밤 되십시오!] 후닥닥 나가서 문을 닫는다

권완; [왜 갑자기 화를 내세요?] 어리둥절

청풍; [몰라서 물어?] 퉁명스럽게 말하는데

점원; [하여간 요즘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까지 객잔 출입을 한다니까!] 궁시렁대며 가는 점원

권완; [그... 그러니까 스님들이 머무는 방의 옆방을 준 게...!] 얼굴 새빨개지고

청풍; [중들이 들을 테니까 야한 짓 하지 말라는 거지 뭐!] 침대에 벌렁 눕고

권완; [무... 무례한 점원이로군요! 우리를 뭘로 보고...!] 얼굴 새빨개져서 문쪽을 곁눈질하고

청풍; [신경 쓰지 말고 이리 와서 좀 쉬어!] 자기 옆 자리를 탁탁 치고

권완; [저... 전 여기 앉아서 쉴게요.] 의자에 앉으며 억지 웃음

청풍; [우리만 떳떳하면 됐지 뭘 꺼리고 그래.] [오늘밤은 꼬박 새야할지도 모르니까 고집 부리지 말고 좀 누워서 쉬도록 해!]

권완; [예!] 일어나고

주춤 거리며 청풍의 옆에 눕는다

청풍; <옆방의 그 중들은 옥불사의 중들이야!> 곁눈질로 옆방을 가리키며 전음

권완;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흠칫

청풍; <옷과 몸에 피비린내가 배어있어! 중 주제에 피비린내를 풍기는 게 옥불사의 중들 말고 또 어디 있겠어!> 코를 벌름거리며

권완; (듣고 보니 그렇네.) 생각하고

청풍; <젠장! 도둑놈들처럼 귀를 벽에 붙이고 우리말을 엿듣고 있군.>

권완; <숨소리를 들어보니 우리에게 무례하게 굴었던 그 스님들이에요. 용케 살아있었어요!> 귀를 쫑긋

청풍; <원래 모진 것들이 명줄은 긴 법이야.> 코웃음

청풍; <신경 끄고 좀 눈을 붙여두자구!> 눈을 감고

 

옆방. 청풍의 말 대로 원구와 원적이 벽에 귀를 붙이고 동정을 살피고 있다.

원구; [바로 그 음탕한 년놈들이다.] 이를 갈며 원적에게 속삭이고

원적; [그런 것 같습니다.] 겁에 질렸고

원적; [전생에 우리하고 무슨 원수를 졌기에 객점에서조차 또 이웃하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벽에서 귀를 떼고

원구; [여길 빨리 떠나는 게 상책이다.] 역시 벽에서 귀를 떼고

원적; [방장사백의 유서에 적힌 내용을 풀어내는 대로 떠나도록 하자.] 탁자로 간다. 탁자에는 <遺書>라는 글이 적힌 봉투와 봉투에서 꺼낸 종이가 한 장 얹혀져 있다.

원적; [사형! 정말로 여기 기록된 장소에 만년옥액이 숨겨져 있을까요?] 의자에 앚고

원구; [평소에도 거짓말을 안 하시던 방장께서 죽어가면서 거짓말을 했겠느냐?] 원적과 마주 앉고

원적; [하지만 너무 얼토당토않은 데라서…!] 당혹

원구; [너, 넌 벌써 어딘지를 알아냈느냐?] 눈 번쩍

원적; [그. 그런 것 같습니다.] 겸연쩍은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고

원구; [그럼 빨리 절로 돌아가자.] 벌떡

원구; [천고영약인 만년옥액만 얻을 수 있으면, 황보세가도 마면신장도 무섭지 않다.] 주먹 불끈

 

잠시 후. 원구와 원적은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창문 밖으로 살며시 뛰어 나오고

이어 옥불사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청풍과 권완이 있는 방. 나란히 누워서 눈을 감고 있는 청풍과 권완.

그러다가 눈을 뜨는 청풍.

담장을 넘어가며 뒤를 살피는 원구와 원적의 모습이 떠오르고

청풍; [별...!] 코웃음치고

권완; [스님들이 만년옥액이 숨겨져 있는 장소를 알아냈나 봐요!]

청풍; [잘 됐군! 덕분에 옥불사가 머잖아 다시 부흥하겠지 뭐!]

권완; [하지만 그 스님들, 지금 옥불사로 돌아갔다가는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거예요.]

청풍; [팔자대로 살라고 해!]

권완; [자꾸 만나는 걸 보면 보통 인연이 아닌 것 같은데 도와줘야하지 않을까요?]

청풍; [인연은 무슨...!] 코웃음 치다가 찡그린다.

휘이이! 방안에 돌풍이 갑자기 일더니

스스스! 나타나는 공손대낭. 침대로 가까이 오진 못하고 창가에 바짝 붙어서있다.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728x90

#126>

옥불루. 지붕이 무너져 거대한 백옥불의 상체가 밖으로 드러난 상태. 옥불루 안에서 보면 무너진 지붕을 통해서 백옥불의 윗부분이 보인다.

백옥불 내부의 좁은 공간. 청풍과 권완이 나란히 누워 눈을 감고 있다. 귀식대법을 펼치는 중이다. 그러다가

<난릉왕은 정말 밥맛이었어요. 우릴 완전히 종 취급하잖아요.> 쫑끗하는 청풍의 귀로 진달개의 음성이 들린다.

청풍; (그 야한 계집이 돌아왔군!) 진달개를 떠올리고

청풍; (대놓고 욕하는 걸 보니 난릉왕이 마침내 옥불사를 떠난 모양이다!) 생각하는데

<중들은 전부 죽였느냐?> 다시 청풍의 귀에 들리는 음성

<일일이 확인하고 숨통을 끊어놨으니까 오늘 일은 밖으로 새나가지 않을 거예요.>

청풍; (악랄한 계집!) 이를 부득 갈며 눈을 뜨고

청풍; (보아하니 난릉왕이 저지른 학살극의 뒤처리를 한 모양이구나!) 천천히 일어나 앉고

 

황보천유; [어리석은 땡중들 같으니... 그러게 순순히 만년옥액을 내놓을 것이지!] 백옥불 앞에 서서 올려다보며 말하고. 진달개가 황보천유의 팔짱을 낀 채 달라붙어 있다.

진달개; [만년옥액을 찾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우선 서문숙의 제자부터 찾아야하지 않을까요?]

황보천유; [그놈은 난릉왕과도 대등하게 싸웠다.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곡개 젓고

진달개; [호호호! 오라버니는 보기보다 소심하시군요.] 추파를 보내고

진달개; [나도 직접 봤지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 [!] 말하다가 눈 부릅. 화보천유가 끌어안고 키스를 한다

당황지만 이내 능숙하게 황보천유의 목을 끌어안고 눈을 감으며 열렬히 키스하는 진달개. 헌데말하는 진달개의 가슴을 가볍게 찍는 황보천유

! 끌어안은 진달개의 등을 손가락을 찍는 황보천유

진달개; [으음!] 신음하며 축 늘어진다.

입술을 떼고 진달개를 끌어안아 부축하는 황보천유

황보천유; [귀찮은 계집!] [정신 사나워서 집중을 할 수가 없잖아!] 끌어안은 진달개를 흘겨보며 백옥불 앞으로 가고

황보천유; [어쨌든 진씨세가의 딸이니 함부로 처리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계속 달고 다니는 것도 귀찮은 일....!]

황보천유; [잘 구슬러서 써먹을 수 있는 만큼은 써먹어야겠지. 여러 모로 내 손이 번거로울 것들을 해결해주는 계집이니....!] 진달개를 백옥불 앞에 누인다. 야한 자세로 누운 채 잠이 든 진달개

황보천유; [흐흐흐! 부처에게 계집을 바친 셈이 되는군!] 히죽

황보천유; [난 너무 많이 맛 봐서 물린 계집이니 갖고 싶으면 가지시오!] 백옥불에게 포권하며 장난스럽게 말하는데

 

청풍; (뭐라는 거야 저 쥐새끼가!) 일어나 앉아서 벽에 귀를 대고 엿듣던 청풍 어이없고

청풍; (제 딴에는 부처에게 농을 건다고 걸었지만 나보고 제 계집을 갖으라고 말한 꼴이 되었잖아!) 어이없고

청풍; (성의는 고맙지만 사양이다 이놈아!) (나한테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약혼녀가 있다는 거 아니냐?) 권완을 돌아본다. 권완은 여전히 잠들어 있고

청풍; (피곤했던 모양이군! 하긴 사흘 넘게 잠 한숨 못 잤으니 그럴만도 하지!) 일어나고

청풍; (여긴 안전하니까 잠시 자게 놔두고 바깥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보자!) 스윽! 생사일보를 펼쳐서 사라진다.

 

백옥불을 밖에서 본 모습. 황보천유가 백옥불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번쩍! 백옥불 뒤쪽에서 빛이 나더니

! 백옥불에서 빠져나오는 청풍. 백옥불의 뒤쪽에는 아주 가는 금이 수직으로 나있다.

백옥불 뒤에 숨어서 앞쪽의 황보천유의 모습을 훔쳐보는 청풍. 청풍이 보고 있는지도 모르고 혼자 중얼거리는 황보천유

황보천유; [만년옥액은 옥석(玉石)의 기운이 수만년동안 맺혀서 이루어진 것이다.]

황보천유; [원래는 그 양이 아주 미미하지만 이 백옥불은 워낙 큰 탓에 상당한 양이 채취되었을 것이다.]

황보천유; [난릉왕이 비록 이 백옥불에 다량의 만년옥액이 맺혔었다는 걸 발견하긴 했지만 그 양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른다.]

황보천유; [요행히 만년옥액을 찾아낸다면 난릉왕에게는 조금만 바쳐서 생색을 내고 나머지는 꿀꺽해야겠지!]

황보천유; [언제까지 그 인간의 눈치만 보고 살 수는 없으니...!] 음험하게 웃고

청풍; (저놈도 꿍꿍이가 많군!)

청풍; (나야말로 네놈이 만년옥액을 찾아내면 뒤통수를 좀 쳐야겠다!)

청풍; (우선 옥불사의 상황을 좀 알아보고 오자!) 스슥! 사라지고

 

#127>

방장실 앞의 광장. 수많은 중들의 시체

스슥! 나타나는 청풍

청풍; [이런...!] 입을 가리고

처참한 시체들

청풍; [... 잔인한 것들! 사람을 정말 개 돼지 잡듯이 잡았구만!] 시체 사이를 걸어가며 치를 떨고

바닥에 떨어진 선장

청풍; [도저히 용서가 안돼!] [내가 어지간하면 피를 보지 않는 성격이지만 오늘은 좀 돌아버려야겠다!] 선장을 집어든다.

 

#128>

다시 백옥불이 있는 옥불루

황보천유가 백옥불을 만지며 기웃거리고 있다. 진달개는 여전히 야한 자세로 백옥불 앞에 누워있고

황보천유; [땡중들이 모은 만년옥액이 여기 숨겨져 있지 않다고 해도 다시 만년옥액을 추출해낼 방법이 있을 텐데...!]

황보천유; [하여간 난릉왕 그 인간은 생각이 짧아.] [나 같았으면 땡중들을 고문해서 비밀을 알아냈을 텐데 말이야!] 궁시렁거리고. 그때

! 무서운 기세로 뱅뱅 돌며 날아오는 선장

움찔하는 황보천유. 하지만

황보천유; [이크!] 엄살을 부리며 몸이 흐려지고

! 백옥불의 아랫배 부분에 부딪혔다가 튕겨져 나가는 선장

황보천유; [대원수의 제자요?] 스슥! 다시 나타나며 입구 쪽을 보고

청풍; [마귀 졸개에게 알려줄 이름은 없다!] 살기를 흘리며 걸어들어오고

황보천유; (어쭈!) + [하하하! 생각보다 젊은 친구로군!] 웃고

황보천유; [하여간 감탄했소!] [아까는 나 황보천유조차 영락없이 고씨세가의 고척방 가주인 줄 알았소!] 포권하고

청풍; [내가 누구던 간에 너희 년놈은 오늘 좀 맞아야 쓰겠다!] 양손 쥐어 우두둑 소리 내며 다가오는데

황보천유; [맞을 짓을 했으면 맞는 게 옳소이다만...!] 히죽 웃고

황보천유; [한데 형씨의 무공은 그닥 대단하지 않구려.] 번쩍! 포권을 한 손 중 하나가 활짝 펴지면서 갑자기 밝은 빛이 폭발하고

청풍; [!] 눈 부릅뜨며 그 빛에 휩쌓이고

쿠오오! 빛이 사라지고

청풍이 있던 곳의 바닥이 염산이 쏟아진 듯 타면서 연기를 낸다

황보천유; [흐흐흐! 별것도 아닌 놈이었군.] 그걸 보며 웃고

황보천유; [굳이 아까운 청광추망사(靑光追亡沙)를 쓸 필요도 없었!] 말하다가 눈 부릅. ! 갑자기 황보천유의 목덜미를 뒤에서 움켜잡는 손.

청풍; [젠장할! 내 단벌 옷에 구멍을 내?] 뒤에서 황보천유의 목을 움켜잡은 채 이를 부득. 치치! 청풍의 옷자락에 구멍이 뚫려 연기가 나고 있다

황보천유; (... 청광추망사를 피하다니...) (그 정도 거리에서는 도저히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는데...!) 식은땀

청풍; [옷 벗어!] ! 목을 조이며

황보천유; [! .. 옷을 왜...!]

청풍; [그럼 내 옷에 구멍을 내놓고 입 닦을 생각했냐 씁새야?] 귀에 대고 이를 부득 갈며 속삭이고

황보천유; [... 알겠소! 원하시면 내 옷을 가져가시오.] [하지만 이 상태로는 옷을 벗을 수 없지 않소?]

청풍; [허튼 수작할 생각은 마라!] ! 뒤에서 황보천유의 오금을 걷어차 쓰러트리고

황보천유; [어이쿠!] 앞으로 무릎을 꿇으며 고꾸라지는 황보천유. 헌데

휘릭! 다람쥐처럼 굴러서 진달개 쪽으로 굴러간다

청풍; [너 이 새끼!] 눈살 찌푸리며 장풍을 날리려는데

황보천유; [하하하! 조심하시오 형씨!] 휘릭! 진달개를 끌어안아 자신의 앞을 가리고

황보천유; [날 죽이려면 이 계집의 몸뚱이부터 터트려야할 거요!] 한손으로 진달개의 목을 움켜잡아 앞을 가리며 히죽 웃고

청풍; [!] 어이없고

청풍; [, 부랄은 달고 다니는 거냐?] [사내대장부가 되어서 계집을 방패로 쓰기나 하고?] 어이없고

황보천유; [흐흐흐! 그게 어떻다는 거요?] 높이 쳐든 진달개의 몸 뒤에 숨어서 야비하게 웃는다.

황보천유; [나는 원래 이익을 위해선 못하는 일이 없는 사람이라오.] 진달개로 앞을 가리며 뒷걸음질 치고

황보천유; [부모형제라도 눈 깜짝하지 않고 죽일 수 있고 필요하다면 형씨의 똥꼬도 기꺼이 핥아줄 수 있소.]

청풍; [그래 너 잘 났다 존만아!] 슈학! 생사일보를 펼쳐서 몸이 가늘어져서 황보천유를 덮쳐가고

황보천유; [!] 경악하며 진달개의 몸을 휘둘러 청풍의 공격을 막으려 하고.

진달개의 몸이 칼날처럼 변한 청풍의 몸에 부딪혀 토막나려 한다

청풍; (정말 악독한 놈이다!) 슈학! 위기의 순간 위로 치솟아 진달개의 몸을 건너뛰며 스치는 청풍.

서걱! 섬광이 수직으로 스치고 지나가면서 황보천유의 귀를 잘라버린다.

황보천유; [이크!] 귀가 잘려져서 비틀하는 황보천유. 그러면서도 급히 손을 내밀어 잘려져 바닥으로 떨어지는 귀를 잡고

슈학! 다른 곳에 나타나는 청풍.

황보천유; [하하하! 정말 대단한 무공이오! 대체 그건 뭐라는 수법이오?] 다시 진달개로 앞을 가리며 뒷걸음질 치고. 잘려진 귀에서 피가 철철

청풍; [빌어먹을 잡것들! 중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개 돼지처럼 죽였느냐?]

황보천유; [우리가 무슨 형리(刑吏)나 망나니도 아닌데 죄 있는 사람만 골라 죽이겠소?]

황보천유; [재미없으면 죽이기도 하고 재수 없으면 내가 죽기도 하는 거지.] 뒷걸음질 치며 실실 쪼개고

청풍; [그럼 나도 재미 삼아 네놈을 죽여봐야겠다!] [뒈져랏!] + (천산음!) 기합을 지르고

! 황보천유가 가슴에서 폭발이 잃고

황보천유; [!] 피를 토하며 비틀하고. 그 바람에 진달개를 든 손이 늘어뜨려져서 몸이 드러나고

청풍; [멱을 따주마!] ! 벼락같이 덮쳐가며 주먹을 내밀자. 손에 낀 반지 중 검은 색의 반지에서 빛이 쭉 뻗어나와 검처럼 변해 황보천유를 찔러간다. 하지만

황보천유; [이크!] 진달개의 몸 뒤로 숨으며 급히 움직여 피하고

앞으로 확 다가오는 진달개의 가슴.

깜짝 놀라는 청풍

청풍; [교활한!] ! 찔러가던 빛의 검을 옆으로 쳐들어 올려 진달개의 가슴을 찌르는 것을 피하고

서걱! 진달개의 상의가 갈라지며

털렁! 커다란 젖가슴이 출렁이며 드러난다

청풍; (으핵! 젖소!) 눈이 튀어나오며 급히 멈춰서고

황보천유; [하하하! 형씨도 은근히 밝히시는구려!] 웃으며 멈춰서고

황보천유; [더 찐한 걸 보길 원한다면 도와드리겠소!] 잘려진 귀를 입에 넣어 물고

황보천유; [나야 질리도록 봐서 별 감흥이 없지만 형씨 눈에는 제법 보양이 될 거요!] 음험하게 웃으며 진달개의 짧은 치마를 위로 걷어올리고

청풍; [정말 상종 못할...!] 찡그리는데 + 권완; <제게 와주세요!> 권완의 전음이 청풍의 귀에 들리고. 말 풍선에 권완의 얼굴을 넣어줄 것.

청풍; (이쁜이!) + [너나 실컷 감상해라 존만아!] ! 반지에서 뽑아냈던 빛의 검을 소멸시키고

청풍; [멱을 따는 건 나중으로 미뤄주마!] 슈학! 생사일보를 펼쳐서 사라진다.

황보천유; [이보슈 형씨!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이름 정도는 알려줘야하지 않소?] 외치지만

<엿 먹어라!>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

조용해지는 장내

황보천유; [흐흐흐! 제법 쓸만한 놈이군!] [나 황보천유를 이렇게까지 힘들게 한 놈은 네놈이 처음이다!] 입에 물고 있던 귀를 꺼내고

황보천유; [하지만 나하고 같은 시대에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기고 지는 건 무공의 고하로 결정되는 게 아니니까!] 입에서 꺼낸 귀를 잘려진 부위에 대고 누르고. 순간

지지지! 상처 부위가 녹아서

! 원래대로 돌아가는 황보천유의 귀

황보천유; [붙잡아서 내 호위로 쓰든지 아니면 죽여 버려야겠지.] [내 눈에 한번 뜨인 이상 내 손아귀를 벗어날 수 있는 인간은 없으니까.] 진달개를 다시 원래 자리로 내려놓고

황보천유; [그나 저나 이상한 무공을 쓰는 놈이었다.]

황보천유; [몸이 칼처럼 변하는 경신술에다가 표적을 골라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음공이라니...!] 말하다가 백옥불을 보며 흠칫

청풍이 던진 선장에 맞은 부위가 약간 파여있는데.

반짝! 그 파인 부위에서 무언가 반짝인다

황보천유; [혹시!] 급히 다가가서

손으로 그 부위를 만져본다.

손가락에 약간의 물기가 남아있다.

황보천유; [아까 그놈이 던진 선장에 맞은 부위다.] [충격을 가하면 만년옥액이 나오는 건가?]

황보천유; [그건 아닌 것 같고....! 혹시!] 눈 반짝

황보천유; [흐흐흐! 이런 걸 기연이라고 하나!] 다시 진달개에게 가고. 이어

황보천유; [이 계집을 다시 부려먹을 일이 생겼군!] 파팟! 진달개의 혈도를 찍는다.

순간 움찔하며 깨어나는 진달개

황보천유; [진매! 일어나라!] 다정하게 웃고

진달개; [오라버니!] 찡그리며 일어나 앉고

진달개; [또 제 혈도를 짚었군요.] 눈 흘기고

황보천유; [이해해줘! 진매는 눈을 감고 있을 때가 제일 예뻐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은근하게 끌어안고

진달개; [엉큼해!]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며 눈 흘기고. 털렁 드러난 젖가슴

진달개; [이번에는 옷을 잘라버리기까지 하고...] [대체 재워 놓은 후 제 몸에 무슨 짓을 하는지 한 번 봤으면 좋겠어요.] 찢어진 옷을 묶어서 젖가슴을 가린다. 그 바람에 젖퉁이가 더욱 크고 육감적으로 보이고

황보천유; [하하하! 안 보는 게 좋을 걸!] [내가 사랑해주는 방식은 아무리 진매라도 익숙해질 수 없을 테니까!] 끌어안고 머리에 입을 맞추고

진달개; [아무리 부끄러운 짓이라도 참을 수 있으니까 앞으로는 재워놓고 하지 말아요!] 얼굴 발개져서 황보천유의 귀에 속삭이고

황보천유; [하하하! 참조하지! 그보다 진매가 좀 도와줄 일이 생겼어!] 일어나고

진달개; [뭔대요?]

황보천유; [만년옥액을 추출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애.] 의미심장하게 웃고

 

#129>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728x90

#123>

스팟!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세로로 불빛이 번쩍하더니

슈욱! 어둑한 공간으로 나타나는 청풍. 두 팔로 권완을 안고 있다.

권완; [여기가 어디...!] 웁! 둘러보며 말하다가 입이 청풍의 손에 막힌다

청풍; <그 작자가 근처에 있어! 귀식대법(龜息大法)을 펼쳐서 심장 박동도 숨겨야해!> 고개 젓는다. 두 사람이 들어온 곳은 작은 방같은 구조.

권완; <여기가 어디죠?>

청풍; <백옥불 뱃속이야!> 소리 내지 않으려 애쓰며 바닥에 앉고

청풍; <도망가 봐야 따라잡힐 것 같아서 등하불명(燈下不明)의 교훈을 떠올렸지!> 권완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는다

권완; <생사일보를 이런 식으로도 쓸 수 있군요.> 바닥에 앉고

권완; <헌데 백옥불 안에 이런 공간이 있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

청풍; <그냥 그럴 것 같더라구! 어떻게 알았는지는 나도 설명할 수가 없어!> 벽에 귀를 대고 밖의 동정을 살핀다

<으악!> <크악!> <아...... 아미타불!> 비명 소리가 아스라이 들린다.

청풍; (마귀같은 놈!) 분노하고.

그런 청풍의 뇌리로 허공을 달리는 말 위에서 검을 내리 그어 중들을 도륙하는 난릉왕의 모습이 보인다. 중들은 바닥에 엎드려 빌고 불경을 외우다가 학살을 당하고 있다. 난릉왕의 검에서 수십미터에 이르는 섬광이 그어져 지상의 사람과 건물을 함께 갈라버린다.

권완; <어...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요?> 궁금해서 묻고

청풍; <중들이 개 돼지가 되고 있어!>

권완; <예?>

청풍; <가면 쓴 변태가 사람이고 건물이고 할 것없이 토막을 치고 있다는 말이야!>

권완; (불제자들에게까지 그런 짓을...!) 치를 떨고

청풍; <그 변태가 가버릴 때까진 찍소리 말고 여기 숨어있어야만 해!> 바닥에 눕는다.

권완도 옆에 눕고

으악! 크악! 아악! 권완의 귀에도 아스라이 비명들이 들리고

치를 떨며 귀를 막는 권완

그런 권완을 끌어안는 청풍

움찔하지만 이내 청풍의 품에 안기는 권완

청풍; (난릉왕!) 눈이 이글거리고

청풍; (서문영감의 유언이 아니더라도 넌 기필코 내 손으로 죽여버리겠다. 마귀같은 새끼!) 이를 부득 간다

 

#124>

해질 무렵. 은행나무

은행나무 앞에서 초조하게 서성이는 서문숙

<진보!>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공손대낭. 양쪽 허리에 보통보다 짧은 보검을 두 자루 차고 있음을 주의.

서문숙; [대낭! 어찌 되었소?]

공손대낭; [두 사람의 기척이 옥불사 근처에서 돌연 사라졌어요!] 내려서는데 겁에 질려 있다

마주 잡은 손이 달달 떨리고

서문숙; [무슨 일이 있었소?] 의아해하고

공손대낭; [난... 난릉왕이 옥불사에 나타났어요!]

서문숙; [난릉왕이!] 놀라고

서문숙; [혹시 두 아이가 그자에게 변을 당하기라도 한 거요?]

공손대낭;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고개 젓고

공손대낭; [난릉왕은 분노와 광기에 미쳐서 옥불사를 파괴하고 있었어요.] [미친 듯이 무언가를 찾고 있는 걸 보면 두 사람을 해코지하진 못했을 거예요.]

공손대낭; [좀 더 지켜봐야했지만... 자칫 들킬 수도 있어서 급히 돌아왔어요!]

서문숙; [잘 했소!] 끄덕

서문숙; [대낭이 생시의 날 숨겨준 걸 알면 난릉은 기필코 대낭을 해코지 하려 들 거요!]

공손대낭; [난... 난릉왕은 어딘지 모르게 이상해요! 웬지 사람같지가 않았어요!]

서문숙; [사람 같지가 않다?]

공손대낭; [공공자만큼은 아니지만 마주 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무서웠어요! 이런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는데...!] 부르르 떨고

서문숙; [두려워하지 마시오.] [우리가 함께 있는 이상 난릉왕도 우릴 어쩌진 못할 거요!] 토닥이고

공손대낭; [예...!]

서문숙; (수천년을 살아온 대낭이 그렇게 느꼈다면 난릉왕이 정말 인간이 아닐 수도 있겠군!)

공손대낭; [이... 이제 어떻게 하지요?] [오늘 밤 용화사의 집회에 끼어들려면 진보의 법기가 꼭 필요하다고 하셨잖아요!]

서문숙; [없으면 없는 대로 어떻게 해볼 수밖에...!]

서문숙; [나는 먼저 용화사 근처에 가있을 테니 대낭은 좀 더 두 아이를 찾아보시오.]

서문숙; [이경(二更)이 넘어도 찾지 못하면 대낭도 용화사로 오도록 하시오!]

공손대낭; [예!]

서문숙; [난릉왕과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해야하오!] 휘익! 날아간다

공손대낭; [진보도 조심하세요!]

사라지는 서문숙

공손대낭; [말썽꾸러기들같으니...!] 소맷단을 물어뜯고

공손대낭; [이 급박한 때에 대체 어디 가 있는 거야?]

 

#125>

다시 옥불사. 해가 지고 달이 떴다.

건물들은 대부분 무너지고 백여명의 중들이 죽어 넘어져 있다.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아서 신음하는 부상자들도 있고

난릉왕; [만년옥액을 찾고 놈을 발견하면 기필코 죽여라!] 광장 허공에 떠서 황보천유와 진달개에게 명령하고

[존... 존명!] 포권하는 황보천유. 진달개는 겁에 질려 고개도 들지 못한다

난릉왕; [용화사의 일을 끝내는 대로 돌아오겠다. 본왕을 실망시키지 마라!] 허공에서 말을 돌리고

따각 따각! 허공을 달려가는 난릉왕

달 속으로 사라진다.

황보천유; (난릉왕!) 고개 드는 황보천유의 눈빛이 음산하고

황보천유; (지금은 복종하는 척 할 수밖에 없다만....!)

황보천유; (두고 봐라! 언제고 나 황보천유의 발치에 구르며 목숨을 구걸하게 만들어줄 테니!) 음산하게 웃는데

크악! 컥! 비명이 들린다. 흠칫하며 돌아보는 황보천유

[제... 제발 자비를! 큭!] 비명 지르는 부상자들을 검으로 푹푹 찔러 확인살해하고 있는 진달개.

황보천유; (저년...!) 피식 웃고

진달개; [오라버니도 좀 도와요!] 콱! 시체들을 발로 콱콱 밟고 다닌다. 그러다가

[컥!] 죽은 척 하고 있던 부상자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면

진달개; [오늘 여기서 벌어진 일은 알려지면 안돼요!] 검으로 부상자의 목이나 심장을 쑤셔서 죽인다

황보천유; [난 그럴 시간 없다.] [만년옥액을 찾아내라는 왕야의 말 못 들었느냐?] 돌아서고

찡그리며 보는 진달개

황보천유; [옥불루에 가있겠다. 마무리하고 와라!] 손 흔들며 걸어간다.

진달개; [쳇!] 콱! 시체 한 구의 가슴을 세차게 밟는다. 바로 청풍과 권완을 안내했던 두 승려중 원구다. 우둑!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난다. 하지만 원구는 움찔하면서도 비명은 지르지 않고

진달개; [험한 일은 꼭 나한테만 시켜!] 다른 시체를 밟고

꿈틀하는 그 시체

진달개; [죽은 척 해도 소용없어 땡중!] 콱! 그 시체의 목을 검으로 찌르는 진달개

눈 부릅뜨고 죽는 부상자

진달개; [휴우! 하지만 어쩌겠어?] [난 이미 몸과 마음을 다 황보오라버니에게 바쳤는데...!] 한숨 쉬며 시체의 목에서 검을 뽑고

진달개; [좀 서운하게 대해도 참을 수밖에!] [황보 오라버니만큼 잘 생기고 능력 있는 사내는 또 없으니까!] 얼굴이 발그래해진 채 살인을 계속한다.

크악! 켁! 살... 살려주시오 시주! 컥! 아름다운 달 아래 벌어지는 도살극. 이윽고

진달개; [대충 끝난 것 같지?] 츄릭! 검을 휘둘러 검에 묻은 피를 떨친다

돌아보는 진달개. 광장 가득한 세체들. 이제는 비명이나 신음도 없다

진달개; [오라버니!] 날아간다

진달개; [저도 만년옥액 찾는 거 도와드릴께요!] 사라진다. 직후

움찔! 시체들 중에서 산 구의 시체가 움찔한다. 바로 원구다.

눈동자를 돌려서 진달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는 원구. 이어

원구; [허억!] 참았던 숨을 토해내는 원구

원구; [으으! 쿨럭!] 피를 토하며 신음하고.

원구; [마... 마면신장(魔面神將)!] 원구의 뇌리로 난릉왕이 말 타고 허공을 돌며 검을 내리그어 건물과 사람들을 함께 토막내던 무시무시한 장면이 떠오른다.

원구; [세... 세존(世尊;부처)은 어찌하여 그런 자를 용납하시는 것인가?]

원구; [당신의 제자들이 도살장의 개 돼지처럼 죽어가는 데도 어떤 이적(異蹟)도 보이지 않다니...!] [당신은 과연 있기나 한 거요 부처시여?] 이를 부득 부득 갈며 핏발 선 눈으로 하늘을 노려본다. 그때

[사... 사형! 소... 소리를 내시면 안됩니다!] 누군가 옆에서 속삭이고

원적; [그... 그 살인귀들이 아직 근처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시체들 밑에서 조심스럽게 기어나오는 원적

원구; [원... 원적사제!] [너... 너도 죽지 않았구나!] 힘겹게 일어나 앉고

원적; [우... 우리 둘만 산 것같습니다!] 겁에 질려 주변을 둘러보고

원적; [빨... 빨리 여길 빠져나가야만 합니다!]

원구; [살아야지! 암 살아야 하고 말고!] 이를 부득 부득 갈며 일어나고. 가슴을 부여잡고 비틀거린다.

원구; [살아야만 사제들과 사백들의 복수를 할 것 아니냐?] 비틀거리며 반쯤 무너진 방장실 쪽으로 간다. 지붕 중앙을 난도질당해서 둘로 갈라진 모습이다.

원적; [방... 방장실에 가실 것 없습니다. 사백과 사숙들이 가장 먼저 도륙을 당하셨습니다!] 말리지만

원구; [넌 여기서 기다려라! 찾을 게 있다!] 비틀거리며 방장실로 달려가고. 원적은 겁에 질려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방장실로 들어간 원구. 방장실에도 방장을 비롯한 노승들이 죽어있다.

방장의 시체 옆에 무릎을 꿇는 원구. 이어 방장의 가슴을 뒤진다. 방장의 품 속에서 나오는 한 뼘 가량의 작은 불상과 봉투 하나를 꺼낸다.

원구; [역시 유서를 써놓으셨구나!] 봉투에는 遺書라는 글이 적혀있다.

원구; [다비(茶毘;화장)도 못 해드리고 떠나는 것을 용서하십쇼!] 합장하고

원구; [하지만 기필코 돌아와 옥불사를 재건하겠습니다!] 이를 갈며 일어난다

다시 방장실을 나오는 원구. 원적이 겁에 질려 서성이고 있다가 반색한다

원적; [사... 사형!]

원적; [빨... 빨리 갑시다! 언제 그 마귀와 야차가 돌아올지 모릅니다!] 원구의 소매를 잡고 절 입구 쪽으로 달려간다

원구; [이게 다 그 음탕한 년놈들 때문이다!] 청풍과 권완을 떠올리며 이를 갈고

원구; [그 음탕한 것들이 요괴를 불러들였어!] [기필코... 기필코 복수하고 말겠다!]

원적; [사... 사형! 그런 생각일랑 마시오.]

원적; [사부께서 우리 법명을 원구(遠仇)와 원적(遠賊)으로 지어주신 건 사형은 원수를 멀리해야 하고 나는 도적을 멀리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겠소?]

원적; [우리 능력으로 복수는 언감생심이오.] [멀리 달아났다가 십 년쯤 후에 돌아옵시다. 그때 다시 옥불사를 일으킵시다.] 원구의 소매를 잡으며 애원하고

원구; [달아날 거면 너나 달아나라!] [오늘부터 내 이름은 친구(親仇;원수를 가까이 함)이다!] 뿌리치고

원구; [마라(魔羅)에게 혼을 팔아서라도 복수하고 말겠다아아아!] 악을 쓰며 산문 밖으로 달려 내려간다. 원적은 겁에 질려 쫓아가고

 

#126>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728x90

노승1; [철궁에서 오셨다면 제발 본사의 위난을 면케 해주게!] 애원하지만

청풍; [저는 청부를 받지 않습니다.] 냉정하게 고개를 젓고

권완; (철궁의 궁주인 이 사람이 직접 청부를 받는 일은 거의 없겠지!) 끄덕이는데

노승1; [부처님께서 인도하시어 소협을 우리 옥불사로 보내셨소이다.]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공덕을 쌓아주시오. 사례는 섭섭지 않게 할 것이오.] 애원하고

[제발 본사를 구해주시오!] [청부를 받아주시오!] 노승들과 주변의 모든 중들이 고개를 조아리고 애원하지만

청풍; [그만들 해!] 버럭 고함지르고

모두들 깜짝 놀라는데

청풍; [내가 청부 받을 생각 없다는데 왜 지랄들이야?] 험상궂게 눈을 부라리고

겁에 질리고 절망하는 중들

노승1; [아미타불! 우리 옥불사가 오늘로 끝나는구나.] [차라리 명아사제가 옥불을 부수는 것이 더 낫겠도다.] 탄식하는데

텅! 갑자기 노승1과 청풍 사이에 시꺼먼 선장이 하나 툭 떨어진다.

청풍이 찡그릴 때

[명... 명아사숙의 선장이다!] 근처의 젊은 중들이 기겁하며 물러앉고

노승1; [명아사제! 어디 있는가?] 외치며 건물에서 나오고. 그때

다시 무언가가 하늘에서 툭! 하고 떨어진다. 어깨에서 잘려진 팔이었는데, 승포자락이 그대로 입혀져 있다.

[헉!] [팔... 팔이 허공에서!] 중들 기겁하며 뒤로 물러나 앉고

권완; <명아대사의 팔이에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청풍의 팔을 잡고

반사적으로 하늘을 보는 청풍.

하지만 맑은 하늘에는 아무것도 없고

권완; <술법을 쓰는 자가 근처에 있어요!> 전음으로 말하는데

팟! 갑자기 허공에서 명아노승의 눈을 부릅뜬 얼굴이 나타난다.

퍼억! 이어 바닥으로 떨어지는 명아노승의 머리통. 목에서 머리가 잘렸다.

[악!] [히익!] [명... 명아사숙!] 젊은 중들 비명 지르며 주저안고 물러난다.

노승1; [두... 두려워하지 마라. 불존께서 보우하실 것이다.] 외치지만 역시 겁에 질리고. 그 직후

퍽! 퍼퍽! 연달아 허공에서 나타나 떨어지는 다른 팔과 두 다리와 몸통

[으악!] [히익!] 겁에 질려 사방으로 달아나는 젊은 중들

청풍; [악독하구나!] 하늘을 올려다 보며 외치고.

권완; <난... 난릉왕이 근처에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겁에 질려 떨면서 청풍의 팔을 잡고

청풍; <난릉왕?> 흠칫하며 돌아보고

권완; <황보세가는 이미 난릉왕의 수족이 되었는데, 그들이 독단적으로 이런 일을 벌였다고 보긴 어려워요.> <아마도 난릉왕이 노리는 뭔가가 옥불사에 있는 듯해요.> 겁에 질려 주위를 둘러보고

청풍; (젠장! 난릉왕이라면 나도 아직은 상대할 자신이 없는데...!) 역시 침 꼴깍. 그때

노승1; [황보세가! 악독하구나!]

노승1; [불문 도량에서 사람을 죽인 것도 모자라서 토막까지 내는 것이냐?] [정녕 불벌(佛罰)이 두렵지 않은 것이냐?] 허공에 대고 주먹질을 하며 외치고. 그때

청풍; [황보세가에서 원하는 게 뭡니까?] 묻고

노승1; [만년옥액(萬年玉液)이외다.]

청풍; [그럼 그걸 줘버리시오.] [상대가 원하는 걸 주면 더 이상의 화는 없을 거요.] 퉁명스럽게

노승1; [만... 만년옥액은 천고의 보물이오.] [단 한 방울로도 어떤 상처든지 치료할 수 있으며 공력도 크게 높여준다고 하오.]

청풍; [그렇든 말든 줘버리시오.] [보물 지키려다 죽는 것만큼 멍청한 일도 없소!]

청풍; [하여간 중들이 욕심은 많아 가지고....]

노승들이 청풍의 당돌한 말에 멍청한 표정을 짓고. 그러다가

노승1; [아미타불! 우리 중에서 오직 명아사제만이 욕심에서 온전히 벗어났구나.] 합장하며 탄식하고

권완; (만년옥액은 백옥불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백옥불 안에 들어있기 쉽다.) 눈 반짝

권완; (만년옥액이 난릉왕의 손에 들어가면 아버님은 그만큼 힘든 싸움을 하셔야만 한다. 절대로 만년옥액이 난릉왕에게 넘어가게 해서는 안된다.)

청풍; [줄 겁니까 ?안 줄 겁니까?]

노승1; [아미타불! 사제들과 잠시 의논해봐야겠네.]

노승1; [사제들의 생각은 어떤가?] 다른 노승들을 돌아보고

노승2; [아미타불! 이미 말이 나왔습니다.]

노승2; [오늘 비록 빼앗기지 않는다 해도 앞으로 만년옥액을 노리고 찾아오는 자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입니다.]

노승2; [차라리 오늘 백옥불을 깨뜨려 후환을 없애는 게 옳을 듯합니다.]

노승3; [안될 말일세!] 노승2에게 번론

노승3; [백옥불이 없으면 본사는 옥불사가 아닌데 어찌 그리 쉽게 결정하려는가?]

노승4; [명징사형 말이 맞소! 백옥불을 깨트리자는 건 산문을 닫아걸자는 말처럼 들리니 다른 방법을 모색해봐야 할 것이외다.]

청풍; [그럼 절 이름을 무(無)옥불사로 고치면 될 것 아니오?] 버럭

중들이 돌아보고

청풍; [다 죽고 나서 무승사(無僧寺)가 되고 싶지 않으면 말이오.] 냉소하고

노승3; [어린 시주가 입을 함부로 놀리는구나!]

노승4; [우리는 모두 부처님을 모시는 사람들인데 어찌 모시던 불상을 하루아침에 말 몇 마디로 깨뜨릴 수 있단 말인가?]

청풍; [당신들 중들은 부처를 믿소? 돌덩어리를 믿소?] 험악하게 인상 쓰고

움찔하는 노승들

청풍; [하루아침에 몽땅 죽는 건 괜찮고 불상 깨지는 건 못 본다니 불상이 배를 잡고 웃을 일이군!] 냉소하고

청풍; [죽든 살든 마음대로 하시오. 난 모르겠소.] 권완의 손을 잡고 왔던 길을 향해 등을 돌린다.

호통치던 노승3은 당황하는 기색. 다른 여러 중들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청풍; [쳇! 좋은 거 보러 왔다가 귀만 더러워졌군!] 입을 삐죽거리며 권완을 끌고 건물 앞을 떠난다. 그 뒤로 중들이 갑론을박하고 있고

권완; [정말 그냥 갈 거예요?] 끌려가며 묻고

권완; [일류고수 소리를 듣던 명아대사조차 간단히 죽임을 당한 걸 보면 황보세가에서 무서운 자를 보낸 모양이에요.]

권완; [이대로 떠나면 옥불사의 스님들은 모두 화를 면할 수가...!] 휘익! 말하는 권완을 끌고 대나무 숲으로 날아들어가는 청풍.

권완이 흠칫할 때

청풍; [아무 말 마! 근처에서 지켜보는 자가 있어!] 이리 저리 숲에서 방향을 틀며 움직이고

권완; (감시를 벗어나려고...!) 침 꼴깍. 그때

청풍; [이 정도면 되었을 거야!] 스슥! 대나무 숲에서 빠져나오고

그들 앞에 오층의 웅장한 건물이 있다. 玉佛樓라는 현판이 걸려 있고

권완; (여긴...!) 흠칫할 때

청풍; [백옥불을 모시고 있는 옥불루(玉佛樓)야!] 권완을 끌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옥불루 안에는 백옥으로 만들어진 석가모니좌상이 놓여 있는데, 그 높이가 자그마치 십오미터가 넘는다. 마치 바위산이 하나 들어앉아있는 것같은데 새하얀 옥석을 깍아서 부처 형상을 빚어놓았다.

권완; [대단해요!] 감탄

권완; [말로만 들었는데 정말 백옥으로 부처를 깍아놓았군요.] [이렇게 엄청난 크기의 옥석이니 만년옥액이 고여있을 만도 해요!]

청풍; [아깝구만! 이걸 조각내서 팔면 천만냥은 족히 받고도 남을 텐데...!] 입맛 다시고

권완; (누가 황금전장의 아들 아니랄까봐!) 피식 웃고. 그때

휙! 휙! 하는 바람소리가 밖에서 들린다.

청풍; (파공성!)

권완; [누가 와요!]

청풍; [우선 숨자고!] 권완을 두 팔로 안고

휘익! 몸을 날려 옥불루 꼭대기의 넓은 대들보 위로 올라간다. 대들보가 넓어서 충분히 숨을 수 있다.

대들보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청풍과 권완. 직후

목소리1; [어서 오세요 황보가가(皇甫哥哥)!] [혹시 촌스러운 두 년 놈이 이리로 오지 않았어요?]

목소리1; [중들이 하는 꼴이 재미있어서 잠시 지켜보다가 그것들을 놓쳐버렸네요.] 밖에서 목소리가 들리고

목소리2; [난 여기 있지 않았다.]

목소리2; [장경각에 쓸만한 게 있나 뒤져봤는데 역시 옥불사에는 옥불 말고는 가치 있는 건 쥐꼬리 밖에 없구나.]

목소리1; [호호호! 쥐꼬리로 서문숙의 고양이를 낚을 생각이신가요?]

권완; <저 두 사람은 간이 크군요.>

권완; <무림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옥불사 스님들은 모두 무공을 지니고 있는데 단 둘이 와서 살인을 하고 물건을 약탈하려하다니 말이에요.>

목소리2; [그 중놈의 시체는?]

목소리1; [토막을 쳐서 던져줬어요. 그놈들이 아주 좋아하더군요. 호호호!]

청풍; (명아대사를 죽인 건 계집이었군!)

청풍; (목소리를 듣자하니 아직 젊은 계집인 것 같은데 심보가 사갈같구나.)

목소리2; [흥! 머저리 같은 중놈들!] [순순히 우리 제의를 받아들였다면 서로 귀찮을 것도 없었을 텐데....] 누군가 들어오며 냉소한다

내려다보는 청풍과 권완.

팔짱을 낀 채 옥불루 안으로 들어서는 일남일녀. 계집은 바로 앞 장면에 나왔던 진달개. 사내놈은 아주 잘 차려입은 이십대 초반의 청년., 얼굴도 잘 생겼지만 사악한 분위기. 이놈이 악역 중 하나인 황보천유. 아주 나쁜 놈이면서 실력도 뛰어난 놈임. 절대 단순 조연이 아니니 잘 묘사

진달개; [권하는 술은 마다하고 벌주를 좋아하는 것들도 있기 마련이죠.] [육백 근의 황금을 주겠다고 했을 때는 물건을 내놓지 않으면 빼앗아 갈 거라는 생각도 했어야죠. 호호호호.] 황보천유에게 달라붙어서 교태롭게 웃고

황보천유; [진매가 보았다는 그 년 놈이 어쩌면 여기 있을지 모르겠군.] 둘러보고

진달개; [흥! 겁 없이 우리 일에 나서는 것들은 모두 죽여야 해요.]

청풍; (놀고 있군!)

청풍; (나야말로 너희 악독한 년놈들을 좀 골탕을 먹여야겠다!) 목소리를 소리 안내고 다듬은 다음

청풍; <황보중평은 지금 어디 있느냐?> 천산음으로 말하고. 순간

진달개와 황보천유가 깜짝 놀라며 검을 뽑는다.

황보천유; [혹시 고씨세가의 고척방(高陟方)가주님이십니까?]

청풍; <본좌를 알면서도 검을 거두지 않는 것은 본좌와 한번 겨뤄보겠다는 뜻이냐?> + (비슷하게 흉내낸 것 같군! 역시 천산음은 쓸모가 많아!)

황보천유; [후배 황보천유(皇甫闡喩)와 진달개(秦達价)가 고가주님께서 납신 것을 몰랐습니다.] [결례를 용서하십시오!] 검을 거두며 포권하고

청풍; <너희들은 어떻게 옥불사에 만년옥액이 있다는 걸 알고 찾아왔느냐?>

황보천유; [후배는 다만 아버님의 명을 받았을 뿐입니다.]

황보천유; [아버님 말씀으로는 왕께서 서문숙을 찾아 이 일대를 조사하시다가 이 백옥불에 만년옥액이 형성되었었다는 걸 아셨다고 하셨습니다.] 눈을 굴리며 목소리가 나는 곳을 찾으려 애쓴다.

청풍; (그렇게 된 것이었군!) 끄덕이고.

황보천유; [왕께선 지난 번 싸움에서 괴상하기 이를 데 없는 놈으로부터 정기신(精氣神) 을 크게 손상당하셨다고 합니다.]

황보천유; [그러나 만년옥액을 드시면 금방 회복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해지실 수 있을 것이므로 꼭 구하셔야 한다고…] + 진달개; [후배들은 가주님께서 직접 이곳에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나서고

진달개; [세분 가주님은 머리 잘린 뱀 꼴이 된 일곱 세가를 쓸어버리러 가신게 아니었는지요?]

청풍; (저 계집이 나를 의심하는구나.) + [나는 이미 남궁(南宮)과 차(車), 두 세가를 멸하고 이곳으로 달려왔다.]

청풍; [너희들의 아비들도 지금쯤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을 것이다.]

진달개; (괜히 의심했나?) 갸웃할 때

<고척방! 그대 능력은 본 왕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뛰어나군. 벌써 두 세가를 멸했을 뿐 아니라 본 왕의 명을 거역하고 이곳으로 오다니....> 갑자기 하늘에서 음성이 들리고

<이 목소리는!> <난릉왕!> 청풍과 권완 기겁하고. 그때

따각! 따각! 말발굽소리가 옥불루 입구 쪽에서 들린다.

황보천유와 진달개는 납작 엎드리고

쿵! 옥불루 안으로 말을 타고 걸어들어오는 난릉왕

난릉왕의 눈이 대들보 쪽으로 향한다. 순간

청풍: (젠장!) 권완을 와락 끌어안고

쩡! 난릉왕의 눈이 레이져같은 빛을 발하고

청풍; (들켰다!) 스팟! 사라진다.

쾅! 순간 레이져포같은 난릉왕의 눈빛이 대들보를 박살내고 천장을 뚫어버린다

펑! 밖에서 본 모습. 옥불루의 지붕을 뚫고 치솟는 강렬한 빛줄기 한 쌍

콰드드! 지붕이 무너지는 옥불루

[헉!] [꺅!] 팟! 꿇어 엎드렸다가 비명 지르며 옥불루 밖으로 퉁겨지듯 날아가는 황보천유와 진달개. 둘 다 대단한 고수들임을 보여주고

말의 배에 박차를 가하는 난릉왕

히히힝! 울부짖는 난릉왕의 말

파앗! 바닥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난릉왕의 말

펑! 난릉왕은 말과 함께 날아올라 대들보와 지붕을 그대로 통과하여 허공으로 솟구친다.

따각! 따각! 허공을 돌며 달리는 난릉왕의 말

콰드드! 드드드! 옥불루가 붕괴되는 것이 말의 발 아래로 보이고. 옥불루에서 뛰쳐나온 황보천유와 진달개가 놀라서 올려다보고 있고

콰드드! 완전히 붕괴하면서 백옥불의 상체가 옥불루 잔해 밖으로 드러난다.

달리는 말에 탄 채 둘러보는 난릉왕. 하지만 어디에도 청풍과 권완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난릉왕의 뇌리에 떠오르는 모습. 청풍이 권완을 안고 사라지던 모습이다.

청풍의 품에 안겨 공포에 질려 자신을 내려다보던 권완의 얼굴 크로즈 업

난릉왕; [놓치지 않겠다!] 말에 박차를 가하고

히히힝! 뚜다다다! 허공을 달리며 울부짖는 말.

쾅! 파삭! 말이 내려 꽂히다가 발로 지붕을 밟자 옥불사의 건물 한 채가 폭삭 주저앉고

[아악!] [아미타불!] [살.. 살려줘!] 무너지는 건물에서 뛰쳐나오며 비명 지르는 중들. 깔려죽는 중도 있고

<나와라 이력(異力)을 지닌 소녀여!> 두두두! 이리 저리 허공을 달리며 텔레파시로 외치는 난릉왕.

<나 난릉의 앞에 모습을 드러낼 지어다!> 팍! 파삭! 말이 건물 지붕을 밟을 때마다 건물들은 성냥으로 지은 장난감 집처럼 무너진다

살아남은 중들은 마당에 머리를 박은 채 엎드려 아미타불을 외치고 있고

경악하며 보고 있는 황보천유와 진달개

 

#123>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728x90

#121>

역시 저녁 무렵. 넓은 강변의 아늑한 동산. 무성한 숲 위로 건물들의 지붕이 보인다. 절이다. 강가 절벽 위에 선 용화사와는 경치가 다르다.

숲으로 난 길을 걸어서 올라가는 청풍과 권완. 청풍은 신이 나서 뒷걸음질로 올라가며 광대 시늉, 원숭이 흉내를 내서 권완을 웃기려 하고. 권완은 소매로 입을 가리며 웃고

앞쪽으로 절의 산문이 보인다. 헌데 사람들이 안보인다.

권완; [이상하군요.]

청풍; [뭐가?] 폴짝 재주넘으며 묻고

권완; [아직 해가 남았는데도 오가는 향화객(香火客)이 안 보여요!]

청풍; [그러고 보니 그렇네!] 두리번

청풍; [옥불사의 백옥불이 영험함을 잃었다는 소문이 났나?]

권완; [그럴 리가 없잖아요.] 눈 흘기고

권완; [아마 옥불사에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에요!] 앞을 턱으로 가리킨다

청풍이 돌아보니 산문 안쪽에 무장을 한 중들이 서서 기웃거리며 두 사람을 보고 있다

청풍; [완매 말이 맞는 것같애!] [중들이 무장을 하고 서성대는 걸 보니 뭔일이 생기긴 생긴 모양이야!] 권완과 함께 다가가고

두 사람이 산문을 들어서려는데

[멈춰라!] 얼굴이 곰보인 흉악한 인상의 떡대 좋은 중이 나타나 가로 막는다. 이 중의 이름은 원구. 칼을 들었는데 성격이 지랄 맞다. 원구 뒤로는 겁이 많아 보이는 또 다른 중이 따라나선다. 그 중은 봉을 들었는데 이름이 원적이다. 원구와 원적의 나이는 20대 중반. 현장의 다른 중들보다 나이가 들어보인다.

원구; [돌아가라! 본사는 손님을 받지 않는다!] 칼을 휘두르며 눈을 부라리고

청풍; [아니 이 땡중이 누구 보고...!] 인상 쓰는데 + 권완; [스님 편의를 봐주세요!] 청풍의 소매를 잡아끌며 앞으로 나서고

권완; [저희는 백옥불이 신통하다는 소문을 듣고 강남(江南)에서부터 찾아왔어요!] [번거로우시겠지만 잠시 둘러보게 해주세요!] 공손히 말하고

원구; [듣기 싫다! 귀찮게 굴지 말고 당장 꺼져라.] 눈을 부라린다.

권완;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어쩔 수 없지요.] 짐짓 한숨

권완; [하지만 아쉽군요. 우리 집에선 해마다 적지 않게 옥불사에 시주를 해왔는데....] 짐짓 한숨 쉬고. 그러자 움찔하는 원구와 원적

권완; [돌아가서 아버지에게 옥불사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쫒겨났다고 말씀드려야겠어요!] [그만 가요 오라버니!] 청풍에게 눈 찡끗하며 말하고. 뒤에서 당황하는 원구와 원적

청풍; (어쭈! 우리 이쁜이도 제법인데!) 감탄할 때

원적; [...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시주!] 급히 앞으로 나서며 외치고. 그러자

권완; [왜 그러시나요 스님?] 마지 못한 듯 돌아보는 권완

원적; [오늘 본사에 일이 생긴 탓에 제 사형의 신경이 날카로워졌습니다.] [아무쪼록 시주께서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합장하고

권완; [스님은 법명이 어찌 되시는지요?]

원적 [소승은 원적(遠賊)이라 하옵고 소승의 사형은 법명을 원구(遠仇)라 합니다.] 여전히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원구를 소개 시키고

권완; [원적스님과 원구스님이시군요!] 마주 합장한다.

청풍; (도둑을 멀리 하고(遠賊) 원수를 머리한다(遠仇)?) (별호 한번 쥑이네!) 피식 웃고

<저 중생이!> 원구가 발견하고 눈 부릅 인상 쓰지만

원구; [어수선하긴 하지만 먼길을 오셨는데 그냥 보내드릴 수야 없지요.] [안으로 드셔서 저녁 공양이라도 드시고 가십시오!] 안으로 들어가길 청하고

권완;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폐를 끼치도록 하겠어요!] 고개 숙여 절하고

원적; [소승을 따라오십시오!] 앞장 서서 안내하고

원적를 따라 산문을 지나는 청풍과 권완

원구; [정신들 바짝 차려라!] [원수가 나타나면 대적하지 말고 신호만 보내고!] 남아있는 다른 중들에게 눈 부라리며 말하고

[예 사형!] [명심하겠습니다!] 다른 젊은 중들이 합장하며 대답하고

이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청풍과 권완의 뒤를 따라가는 원구. 청풍과 권완은 앞 뒤로 중을 거느린 모습으로 산문을 지나 절 안으로 들어간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건물들이 보이는데 역시 오가는 향화객도 없고 중들도 안보인다.

건물들이 가까워진다. 하지만 군데 군데 무장한 중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서있고 향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권완; <뭔가 사단이 벌어져도 단단히 벌어진 모양이에요!> 전음을 보내고. 끄덕이는 청풍. 이어

청풍; [백옥불은 잘 있소?] 히죽 웃으며 원적에게 묻고. 순간

[!] [!] 원구와 원적의 안색이 변한다.

청풍; [이 넓은 절간이 썰렁한 걸 보니 영험하던 부처님의 가호도 끝장이 난 모양이야!] 비웃고. 순간

원구; [...!] 분노하며 칼을 휘두르려 하지만. 원적이 급히 가로 막고

원적; [... 아미타불! 아무래도 두 분은 본사의 방장께서 기다리시는 분들인 듯하외다!] 합장하고

원적; [방장실로 모실 테니 소승을 따라오시지요.]

권완; [우리는 귀사의 방장이 아니라 백옥불을 보고 싶을 뿐이에요.]

원적; [방장께서는 새벽부터 두 분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아무쪼록 소승을 곤란하게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애원하며 앞장서서 가고

청풍; (요것 봐라!) 눈 반짝

청풍; (일이 점점 재미있어지는데!) 히죽 웃으며 권완을 보고

권완;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일단 방장을 만나보기로 해요!> 끄덕인다

 

원구와 원적을 따라 건물 사이로 가는 청풍과 권완

어느 높은 나무의 꼭대기에 서서 그것을 보는 아주 야한 차림의 여자. 가늘고 낭창낭창한 나무 끝을 밟고 서있는데 민소매에다가 핫 팬티를 입어서 아주 야하다. 엄청난 글래머. 예쁘기도 한데 좀 백치같은 분위기다. 여자 조연 중 한 명인 진달개. 십대세가중 진씨세가의 딸이다. 무기는 보검인데 끈으로 등에 짊어지고 있다. 끈이 가슴을 비스듬이 지나가서 젖퉁이가 한층 더 부각되어 보인다

진달개; [멍청한 땡중들!] 비웃고

진달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저 애송이들은 나 진달개(秦達价)와 황보(皇甫)오라버니로 착각을 해?]

진달개; [그러니 만년옥액(萬年玉液)같은 보물을 갖고 있으면서도 남의 핍박이나 받지!]

진달개; [또 어떤 멍청한 짓을 하는지 구경해주마!] 스스스! 사라진다

 

#122>

원구와 원적을 따라 웅장한 건물로 가는 청풍과 권완. 건물 주변을 무장한 중들이 지키고 있다. 모두 불안한 표정인데. 그때

[방장사형은 언제부터 간이 그렇게 콩알만해졌소?] 갑자기 그 건물 안에서 누군가의 호통소리가 터져 나온다.

다가가다가 흠칫하는 청풍과 권완

[부처님께 의지해서 안 되면 두 주먹으로 싸워보고, 그래도 안 되면 죽으면 될 것 아니오?] 다시 고함 소리가 들린다

청풍; (내공이 제법인데!) 눈 반짝

원적; [명아사숙(冥我師叔)께서 또 화가 나신 모양이오 사형.] 한숨

원적; [그래도 이번에는 참으셔야 할 텐데!] 청풍과 권완의 눈치를 살피며 원구에게 말하고

원구; [명아사숙이 방장이 되었으면 우리 옥불사가 오늘같은 아니꼬운 꼴을 보지 않아도 되었을 거다.] 청풍과 권완을 흘겨보며 투덜대고. 그때

[황보세가(皇甫世家)가 한 손으로는 칼을 들이대고 다른 한 손으로는 황금을 내미니 방장사형의 마음이 약해진 것이 아니오?] 다시 들리는 호통소리

<황보세가!> 청풍과 권완의 눈이 번쩍

청풍; (황보세가는 십대세가 중 고(), () 두 세가와 함께 난릉왕 편에 붙은 배신자들이잖아!)

청풍; (그 잡것들이 무슨 일로 일개 불문도량인 옥불사를 괴롭히고 있는 걸까?) 생각할 때

[사제는 말을 삼가라!] 뒤를 잇는 음성

[방장께 무슨 말 버릇인가?] [아무렴 방장사형께서 재물에 현혹되시겠는가?] 잇따라 이어지는 질책. 그러자

[그만들 하시오! 내가 잘못했소!] 다시 고함소리가 들리고. 이어

[에잇!] !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고슴도치 수염을 한 노승이 방문을 박차고 뛰쳐나온다. 무쇠로 만든 선장을 오른손에 들고 있는데 몸이 당차고 다부진 것이 산적처럼 보인다

[사숙을 뵙습니다.] 건물 앞에 이르렀던 원구와 원적이 급히 합장하며 인사하고

열려진 문을 통해 건물 안에 몇 명의 노승들이 둘러앉아 있는 게 보인다. 불상을 등지고 인자한 인상의 노승이 앉아있고 그 앞에 몇 명의 노승들이 당황하며 밖을 보고 있다

권완; <명아대사는 항마십삼장(降魔十三杖)이란 절기로 숱한 협행을 하신 분이에요.> 다가오는 명아노승을 보며 청풍에게 설명

권완; <출신이 어딘지 알려지지 않았었는데 뜻밖에도 이곳 옥불사의 스님이었군요.> 그때

명아; [!] 콧김을 세게 불면서 그들 옆을 휙 하고 지나간다. 청풍과 권완에게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사람 같이 가재미눈으로 째려보고.

청풍; (옥불사의 중들은 모 아니면 도구나. 얌전한 중과 입 사납고 행동 거친 중뿐이니....) 청풍도 샐쭉하며 명아노승의 등을 보는데

[방장사형! 아니 되오.] [그러지 마시오!] 갑자기 건물 쪽에서 비명이 들린다. 흠칫 돌아보는 청풍. 그때

건물 안에서 불상을 등지고 앉은 인자한 인상의 노승이 한 손을 들어서 손바닥으로 자기 정수리를 겨누며 청풍과 권완을 빤히 보고 있다. 다른 노승들이 기겁하며 노승에게 덮쳐가려 하고.

권완; [안돼요 스님!] 역시 외치는데

[아미타불!] ! 불호를 외우며 자신의 정수리를 손바닥으로 내리치는 노승.

명아; [방장사형!] 역시 돌아보며 비명 지르고

! 하면서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노승의 입과 코, 귀 등에서 피가 팍 뿜어진다

[!] [!] 경악하는 청풍과 권완. 권완은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청풍은 눈 부릅

털썩! 쓰러지는 노승

명아; [방장사형!] ! 울부짖으며 다시 건물로 날아들고

명아; [...이게! 이게 무슨 짓이오 사형!] 노승 시체 앞에 무릎을 꿇고 울부짖고

[아미타불!] [사형!] [방장사형!] 다른 노승들도 엎드리며 울부짖고

청풍과 권완 앞의 원적은 털썩 주저앉고. 원구는 눈을 부릅뜨고

[방장님!] [방장사백!] 건물을 지키던 중들도 울면서 주저앉고

청풍; (갑자기 자결을 하다니...!) 놀라고

손바닥으로 자기 정수리를 겨눈 채로 자신들을 보던 노승의 모습 떠올리는 청풍

청풍; (그렇구나! 방장은 우리에게 결의를 보여주기 자결을 한 것이다. 우릴 황보세가에서 보낸 자들로 착각하고...!) 생각할 때

명아; [으하하하하하!]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미친 듯이 웃고. 울다가 깜짝 놀라 돌아보는 다른 노승들

명아; [이게 다 옥불 때문이오!] 눈을 희번덕이며 이를 갈고

명아; [몹쓸 놈의 그 옥불 때문에 방장사형이 죽었소.] ! 선장으로 건물 바닥을 찍어 박살내며 울부짖고

[명아사제! 정신 차리게!] [사제마저 이러면 우리 옥불사는 어찌 된단 말인가?] 다른 노승들이 명아의 소매를 잡으며 애원하고

[명아사형! 누구보다 깊은 부동심을 기른 사형마저 이러면 아니 되오.] [제발 마음을 정케 하시오.]

명아; [놔라!] 두 손을 휘젓고.

[!] [어이쿠!] 양쪽에서 그의 팔을 붙잡고 있던 노승들이 가랑잎처럼 날아가 벽에 부딪혀 떨어진다.

명아; [내 그 망할 놈의 옥불을 박살내고야 말겠다아아아!] 악을 쓰며 건물을 달려나온다

[사형!] [명아사제!] 노승들이 쫓아갈 엄두도 못 내고 울부짖는데

명아; [으아아아!]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근처의 대나무 숲으로 뛰어 들어간다.

권완; [황보세가가 제가회의를 배신하더니 이제 불문의 도량에까지 손을 뻗치는군요.] 한숨

청풍; [그 망할 것들이야 나중에 손봐주면 되는 일이고...!]

청풍; [명아대사도 곧 자결할 텐데 저 스임들은 이미 죽은 시체만 지키고 있군.] 목소리를 높여서 냉소하고

청풍의 말에 울던 안팍의 중들이 일제히 돌아보고

청풍; [하여간 뭐가 급하고 중요한 지 아는 인간이 드물다니까!] 코웃음치고

노승1; [... 시주들은 황보세가에서 오셨는가?]

모두들 겁에 질리고 분노하며 청풍과 권완을 본다.

권완; [우리는 그런 더러운 곳에서 오지 않았습니다.] 차갑게 말하고

노승1; [그러면 무슨 일로 우리 옥불사의 방장실까지 찾아왔는가?]

권완; [황보세가의 사람만이 방장실을 볼 수 있나요?]

노승1; [시주들은 우리 방장이 저렇게 된 게 보이지도 않는단 말인가?]

권완; [스님의 말씀은 마치 우리 때문에 방장스님께서 자결하셨다는 것처럼 들리는군요.]

권완의 말에 노승들이 그녀를 분노의 표정으로 노려보고. 하지만 겁에 질려 덤비지는 못한다.

청풍; [! 사실이 그래.]

무슨 소리냐는 듯 돌아보는 권완

청풍; [방장대사는 우리를 황보세가에서 온 잡것들이라 생각하고 죽으면 죽었지 굴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여주려고 자결한 거였어.]

권완; [휴우! 불문의 고승답지 못한 처사시군요.] 탄식

노승1; [황보세가에서 오지 않았다면 시주들께서는 어디서 왔는가?]

청풍; [철궁(鐵宮)에서 왔습니다.] 권완을 힐끔 보며 말하고

[철궁!] 노승들의 안색이 일순 밝아진다.

[철궁에서 오신 시주셨군.] [시주께서는 철궁에서 몇 번째 열()에 속하시오?] 모두 반색하며 문간으로 모여든다.

권완; (()!) 눈 반짝

권완; (철궁의 제자들 사이에는 열, 즉 계급이 있는데 열이 높으면 높을수록 능력은 뛰어나며 그만큼 청부하는 가격이 비싸다고 했지!) 생각하며 청풍을 흘깃 본다. 청풍은 마뜩찮은 표정을 짓고

 

<무림에서 철궁만큼 별난 문파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철궁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돈을 갖다 바쳐야 하거나, 철궁의 재주를 배운 후 돈을 벌어서 갚겠다는 맹세를 하고서야 제자가 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철궁은 사제간이 엄격하지 않아 스승도 제자보다는 돈과 더 사이가 좋고 제자도 스승보다는 돈과 친하다.> 鐵宮이란 현판이 걸린 산 중턱의 웅장한 문. 그 문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상자를 바쳐들고 들어간다.

<철궁의 제자들은 바친 돈의 액수 또는 자기가 바치기로 한 돈의 액수와 자질에 따라 배울 수 있는 기술과 재주가 한정된다. 철궁에서는 그 등급을 열()로 구분하여 놓았는데, 제일 낮은 등급은 십이열(十二列)고 제일 높은 열은 일열(一列)이다.> 건물의 대청에 죽 늘어앉아서 신입들의 인사와 돈을 받고 있는 열 두명의 노인. 바로 철궁십이사다. 이미 출연한 제1, 3, 5사를 잘 모사해줄 것

<철궁에서 배운 제자들은 무림에서 활동을 하기도 하고 민간에서 활동하기도 하는데, 그 숫자가 적지 않을 뿐 아니라 궁색하게 사는 자도 없다. 무공은 비록 다른 명문에 미치지 못하지만, 여타 수법들이 기상천외하여 온갖 어려움을 실타래 풀듯 술술 풀어내는 재주들을 지니고 있었고, 그런 재주들이 세상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서 十二 까지의 숫자와 鐵宮이란 글이 새겨진 철패들이 철궁십이사 앞쪽의 탁자에 죽 놓여있다. 그 중 하나를 집어서 신입에게 주는 철궁제1사의 모습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728x90

공대벽의 방. 잠이 든 공대벽을 공격하려는 번개 일행. 헌데

슈욱! 벽에서 네 자루의 검이 나타나 번개 일행을 찔러간다

[으악! 저게 뭐야!] [들켰다! 도망가자!] 공대벽을 공격하려던 번개 일행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지고,

이리저리 통통 튀어 도망치는 놈들. 네 자루의 검들이 그놈들을 미사일처럼 쫓아다닌다.

물거품; [밖이 왜 이리 시끄러워?] 공대벽의 입 속으로 들어갔던 물거품이 무슨 일인가 하고 고개를 내밀고. 그러다가

물거품; [으헥!] 눈앞으로 날아다니는 검을 보고는 놀라서 다시 입 속으로 숨어버린다.

번개 일행도 방의 여기저기로 숨고. 직후

슈욱! 귀가 벽에서 스며나와 공대벽의 방에 모습을 나타낸다. 손에는 검과 검집을 들었고

탁탁! 칼집으로 바닥을 가볍게 두드리는 귀. 순간

[!] [에코!] 번개 일행은 구석 구석 숨어 있다가 공처럼 허공으로 튕겨오른다.

털썩! ! 바닥에 나뒹구는 번개 일행. 순간

탁자에 장식으로 올려진 용을 검으로 가리켰다가 번개 일행에게 젓는 귀. 그러자

구리로 된 용이 꿈틀하더니

슈욱! 가늘고 길게 변해서 날아가고

휘휙! 콰득! 가늘게 변한 용이 번개 일행의 목을 한바퀴씩 감아버린다. 한놈을 감고 다른 놈에게 날아가서 또 감는 형태

[아이코!] [아이쿠!] [케엑!] [나 죽네!] 목이 굴비처럼 감겨 비명을 지르는 번개 일행. 무기들은 놓쳤다.

털썩! 귀의 앞쪽 바닥에 떨어지는 번개 일행. 가늘어진 용 장식에 목이 묶여서 주르르 누웠다.

; [하나, , , !] 검으로 번개 일행의 배를 콕콕 찌르며 수를 세고

[아흑!] [까르르!] [하지마!] 번개 일행은 비명 지르고 간지럽다고 웃고.

; [마지막 한 놈은 어디에 숨었느냐?]

번개; [닥쳐!] 눈을 부라리고

어이없는 귀

번개;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저놈이 죽는다!] 손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공대벽을 가리키고

; [네놈이 아직도 정신을...!] 검으로 번개의 배를 찌르려 하고. 그때 + 공대벽; [소란스럽군요.] 눈을 뜨고

공대벽; [무슨 일입니까?] 일어나려 하는데.

<번개 말이 맞다.> 갑자기 공대벽의 가슴에서 소리가 들린다.

흠칫하는 귀와 공대벽. 공대벽은 반쯤 일어난 상태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이놈의 심장을 갉아먹고 말 테다.> 다시 공대벽의 사슴에서 들리는 소리

공대벽; [여기에 뭔가가 들어갔군요.] 오른손으로 가슴을 툭 친다. 순간

<으악! 하지 마! 죽고 싶어?> 공대벽의 가슴에서 비명이 터지고

; (이런...!) 안색 굳어지고

; (한 놈은 소주의 몸 속에 들어가 있다!)

번개; [으하하하! 이제야 상황 파악이 되냐?] 득의해서 웃고

공대벽; [그것들의 정체가 뭡니까? 이상한 것들이군요.] 일어나 앉고

; <소주! 움직이지 마십시오.> 고개 저으며 전음으로

; <노복이 소주의 심장 바로 옆에 붙어있는 그놈을 죽이겠소이다. 화끈하겠지만 잠시만 참으십시오.> 검을 공대벽의 가슴에 겨누고. 그때

번개; [()! 심장 뒤로 도망쳐라!]

번개; [이 음험한 놈이 널 죽이려는 것 같아!] 외치고. 직후

[!] 공대벽의 얼굴이 꿈틀

심장이 꿈틀하는 것을 느꼈다.

귀가 새파랗게 살기 돋친 눈으로 번개를 쏘아보고.

[까르르! 화났다! 화났어!] [그래 봤자 소용없다 뭐!] 이슬과 꿈이 배를 잡고 웃고

번개; [우린 인간의 감정과 친하다. 네가 뭔 생각을 하던 네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내 친구들을 모두 놔줘! 안 그러면 이놈을 죽일 거야!> 공대벽의 가슴에서 들리는 소리

; <소주! 내 불찰이오.> 포권하고

; <소주를 위험에 빠뜨린 죄, 죽음으로 사죄하겠소이다.> 비장하게 말하는데. 그때.

공대벽; [요망한 것들!] 눈을 부라리고. 순간

빠직! 꽈광! 작은 벼락들이 내리쳐져서 번개 일행을 때리고

[꺄악!] [케엑!] [아 뜨거!] [통닭구이는 싫어!] 벼락에 맞아서 펄떡 뛰어오르는 번개 일행.

털썩! ! 퍼덕이던 번개 일행은 입에 거품을 물고 기절해버린다. 그때

<? 뭐라고?> 공대벽의 가슴에서 다시 들리는 소리

<잘 안 들려! 다시 한 번 말해봐!> 물거품이 외치는데. 직후

공대벽이 냉소를 머금고. 그러자

화악! 공대벽의 몸에서 불길이 치솟고

[으악! 살려줘!] [아 뜨거!] 공대벽의 가슴에서 비명이 들리고

[후욱!] 공대벽이 입을 오므렸다가

숨을 확 뱉어내는 공대벽. 그러자

[케엑!] 난쟁이 하나가 엉덩이를 부여잡고 공대벽의 입에서 튀어나온다. 꽁무니에 불이 붙었다. 바로 물거품이다.

물거품; [아이코! 아 뜨거! 살려줘!] 바닥을 데굴데굴. 꽁무니에 불이 붙었다.

; [!] 눈을 부라리며 검을 젓고. 그러자

[안돼!] 바둥대며 둥실 떠오르더니

귀가 검을 내리자

! ! ! ! 거꾸로 선 채 마빡으로 번개 일행의 이마를 찧으며 지나가는 물거품

[아얏!] [!] [뭐야?] 기절했다가 박치기를 당해서 비명을 지르며 깨어나는 번개 일행!

[에코!] 털썩! 용의 꼬리 쪽으로 나뒹구는 물거품.

쉬릭! 용의 꼬리가 물거품의 목도 한번 휘감아 버리고.

헤롱거리는 물거품.

; [소주! 면목이 없소이다!] 공대벽에게 허리를 숙이고.

괜잖다고 손을 젓는 공대벽. 이어

자기의 가슴에 있는 혈도를 몇 군데 누르는 공대벽. 직후

쿨럭! 달걀만한 핏덩어리를 토해낸다

; [괜잖으십니까?] 걱정

공대벽; [저 꼬마가 헤집어놓은 상처를 불로 지지면서 남은 찌꺼기요.] 끄덕. 그때

[야 이 멍충아!] [기껏 심장에 붙어있었으면서 죽이지도 못하냐?] [물거품이 괜히 물거품이겠어?] 깨어나서 물거품을 구박하는 번개 일행

물거품; [내 탓 하지마!]

물거품; [저놈이 삼매진화로 불을 일으켜서 나를 태워 죽이려 했단 말이야!]

[우우! 쪼다!] [병신!] [죽어라 쭉쟁이!] 야유하는 번개 일행

공대벽; [꽤나 시끄러운 놈들이군.] 쓴웃음

공대벽; [저것들을 일단 병 속에 가두어 두십시오.]

; [예 소주!] 인사하고

이어 용 장식을 들고 나간다. [풀어줘!] [우리는 굴비가 아니다!] [히히히! 재미있다!] 굴비처럼 목이 묶여서 허우적대는 삼촌육유들

공대벽; (특이한 생명체들이로군!)

공대벽; (외양은 분명 인간인데 인간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존재들이다.)

공대벽; (정체가 뭔지 감이 안 오는군!)

 

잠시후 다시 들어오는 귀. 손에는 과실 주 담그는 데 쓰는 커다란 유리병이 들려있는데, 마개로 닫혀 있으며 안에는 반 뼘쯤 쯤 물이 들어있고, 그 물 속에서 여섯 난쟁이들이 헤엄치고 있다. 그것들은 자기들이 잡혔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듯 물장구를 치고, 잠수를 하여 고래 흉내를 내면서 물을 뿜어 올리기도 하는 등의 장난을 하고 있다. 여자형인 이슬은 야한 자세로 목욕을 하고 있고

; [다행히 적당한 유리병을 구할 수 있었소이다.] 탁자 위에 유리병을 내려놓고.

; [평범한 유리병이지만 술법을 써서 강화시켰으니 깨트리고 나오지는 못할 것입니다.]

공대벽; [수고하셨습니다.] [헌데 이것들은 정체가 무엇입니까?] 삼촌육유들이 유리 병 속에서 노는 모습을 보며

; [삼촌육유(三寸六喩)라는 것들입니다.]

공대벽; [육유(六喩)라면 불가에서 무상(無常)함의 여섯 상징 아닙니까?]

; [그렇소이다.] [(), 환상(), 물거품(), 그림자(), 이슬(), 번개()가 허망함을 대변하는 것들이지요.]

; [하지만 술법에서는 육유를 다른 의미로 사용하외다.]

; [천지의 조화와 상관없이 인간이 만들어내는 생명체, 서역의 연금술사들 말로는 <호문클루스>라고 합니다.]

공대벽;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생명체...]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끄덕

; [육유를 만드는 것은 인과율(因果律)을 어기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금단의 행위입니다.]

; [그래서 만들기가 아주 어렵다고 알려져 있는데그자가 이것들을 실제로 만들어 냈을 줄은 몰랐소이다.]

공대벽; [난릉왕의 솜씨입니까?]

; [이것들의 나이가 고작 대 여섯 살에 불과해서 이 정도였지, 만약 수십 년 또는 수백 년 된 것들이었다면 쉽게 제압하진 못했을 겁니다.]

; [힘이 아주 세고 각자 한 가지씩 특이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인간으로서의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공대벽; (우리 집안에 전해오는 능력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게 그래서였군!) 끄덕

; [주군이나 소주를 상대하기에는 안성맞춤인 요물들이외다.] 끄덕

공대벽; [난릉왕은 전적으로 아버님과 나를 상대하기 위해 이것들을 만들었겠습니다.] 웃고. 그 사이에 유리 병 속의 번개가 다른 놈들에게 뭐라 손짓하며 인상 쓰고

; [이십년전, 주군께 죽을 뻔 했던 데서 나름대로 교훈을 얻었겠지요.] 말하다가 이마를 찡그린다.

삼촌육유 중 한 놈이 유리벽을 두 손으로 짚고 서고 그 위로 다른 놈이 그놈의 어깨를 밟고 올라선다.

! 제일위에 올라서는 번개.

이어서 두 손으로 뚜껑을 밀며 끙끙거리지만 꿈쩍도 않는 뚜껑

피식 웃는 귀. 그때

화가 난 번개가 바지를 까 내린다. 작은 고추가 나타나고.

귀가 있는 쪽으로 오줌을 쏴 갈기는 번개.

[!] 어이없는 공대벽과 귀

! 오줌이 유리벽에 부딪혀 벽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리자

(에테테!)하는 표정을 지은 밑의 두 놈이 오줌을 피하느라 이리 저리 움직이고.

그 바람에 사다리가 와르르 무너진다.

제일 밑에 있던 놈은 다른 놈의 엉덩이에 깔려 꼴깍 꼴깍하면서 물을 들이켜고.

물속에 빠졌다가 벌떡 일어나며 다른 놈들에게 삿대질을 하는 번개. 고추를 드러낸 상태.

여자형인 이슬이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내숭 떨더니 번개의 고추를 손가락 사이로 훔쳐보고

공대벽;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웃고

공대벽; [헌데 만들기도 어려운 이것들을 난릉왕은 너무 가치 없게 사용했군요.]

; (그자에게 소주를 해꼬지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또 있겠소?) 생각하는데

번개; [!] 두 손을 입에 모으고 공대벽에게 크게 소리친다

공대벽; [?] 웃고

번개; [우리하고 같이 안 갈래?] 두 손을 나팔처럼 써서 크게 외치고

공대벽; [어딜?] 여전히 웃으며 묻고

번개; [가보면 알아! 아주 좋은 데야!] 고함을 지르고

; <저놈들이 이제 소주께 계책까지 쓰려는 모양이오. 볼수록 대단한 것들이오.> 전음으로 말하고

공대벽; [좋다. 가보자!] 웃으며 끄덕이고

[!] 환성을 올리는 삼촌육유들

귀는 이마 찌푸리지만 말리지는 않는다.

공대벽에게 제의를 했던 번개는 기고만장해져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워 자기를 가리키면서 으스대고. 다른 놈들은 진심어린 표정으로 박수를 친다.

공대벽; [언제 갈까?]

육유들이 동시에 입을 모아 외친다; [지금!]

 

#121>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728x90

#119>

<-상해> 석양 무렵.

객잔 후원에 자리한 독채에 공대벽이 앉아서 창밖을 보고 있다. 술이 좀 오른 표정이고. 탁자에는 술병과 술잔과 간단한 안주가 차려져 있다.

공대벽; (답답하구나!) 한숨 쉬고

공대벽; (좁지 않은 방인데...!) 둘러보고

공대벽; (당장에라도 내 몸이 이 방을 터트려 버릴 것만 같다!) 눈을 감고. 슈우! 그런 공대벽의 몸이 구름처럼 자라나고

슈욱! 건물 밖으로 구름처럼 일어나는 공대벽의 모습

수백, 수천미터 크기로 자라나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공대벽.

상해시의 모습이 마치 조감도처럼 보인다. 건물들과 배는 성냥갑만하고 오가는 사람들은 개미만하다.

공대벽; <천지가 다 내 품안에 들어있는 듯하다.> 상해를 내려다보며 팔을 벌려 보이고

공대벽; <어느덧 일어서면 천하가 굽어보이고 앉아도 하늘이 높아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태양과 달과 행성들이 아주 가까이 보인다. 머리가 대기권에 이른 상태

공대벽; <오로지 발밑에 엎드린 것만 보이니 내가 세상 위에 떠 있는 것인지 땅이 되어 모든 하늘을 동시에 다 보고 있는 것인지도 분간이 안되는구나.>

공대벽; <이런 힘이 어째서 우리 집안에만 전해져 내려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슈욱! 다시 원래대로 줄어드는 공대벽

다시 방안에 앉아있는 공대벽의 모습

천천히 눈을 뜨는 공대벽

공대벽; (능력을 자각하자마자 배우자를 구하기 위해 집을 나와야 하는 이유도 알 것같다!) 다시 술잔에 술을 따르고

공대벽; (세상과 부딪쳐 자기를 증명해야만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이겠지!) 술을 마신다.

공대벽; (그렇게 따지면 둘째와 막내는 나보다 먼저 어른이 된 것일까?) 웃으며 술잔을 내려놓고

공대벽; (우리 집안을 위해서는 그것도 괜잖겠지!) 비틀 거리며 일어나고

침대로 간다.

침대 머리맡에는 손바닥만 한 나무인형들이 네 개 놓여 있다. 모두 대머리고 눈썹도 없는데 무사 복장을 하고 있다. 표정이 생생하여 명공이 조각한 것 같다. 이 나무 인형들은 실제 인형이 아니고 연금술로 만들어지는 인조인간, <호문쿨르스>.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인간의 마음은 없고 그래서 공대벽의 힘에도 압도당하지 않는다. 각자 특징이 있는데 무기도 각기 칼, , , 권등을 들었다. 두 놈이 더 있어서 육유라 불린다.

**육유(六喩)는 불교에서 무상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각기 <> <환상> <물거품> <그림자> <이슬> <번개>를 말한다. 현재 이곳에는 <그림자><번개>가 빠져있다. 육유중의 이슬만이 여성형이다. 얼굴이 귀엽고 가슴이 뽈록**

공대벽; (특이한 인형들이로군!) 인형들을 힐끔 보고 침대에 눕는다

공대벽; (다 큰 어른들이 머무는 침실에 인형이라니... 이 객잔 주인의 취향이 독특하군!)

공대벽; (아직 이르지만 한숨 자고 일어나야겠다. 어두워지면 본격적으로 젊은 여자들이 거리로 나올 테지!) 눈을 감고. 이어

공대벽; (어쩌면 괜한 고생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공대벽; (이미 내 짝을 만났을지도 모르는데...!) 용설약을 떠올리고. 코를 골며 잠이 든다. 헌데.

반짝! 직후 네 개의 인형들의 눈이 빛을 발하고

<이 자다!> <틀림없다.> 인형들 사이로 텔레파시가 흐르고

움찔! 움찔! 인형들의 팔 다리가 움직이고

! ! 침대 머리맡에서 침대로 뛰어내리는 인형들. 인형들의 키가 너무 작아서 마치 공대벽이 걸리버 여행기에서 소인국에 간 걸리버 같다

; [왕야(王爺)가 말한 자가 분명하다.] 검을 들었고

환상; [제압해서 데려갈까?] 창을 들었고

물거품; [뭘 번거롭게 생각해?] 칼을 든 놈. 폴짝 뛰어서 공대벽의 가슴으로 올라가고

물거품; [죽여서 목만 가지고 가면 되지!] 손에 든 칼을 쳐들고

이슬; [왕야도 말했어. 이자를 죽일 수 있는 건 우리 육유(六喩) 밖에 없다고!] 원형의 무기인 권을 들었다. 요것은 유일한 여성형이다. 대머리에 눈썹은 없지만 얼굴이 예쁘고 가슴이 뽈록

물거품; [정말 죽일 수 있는지 한번 실험해보자.] 손에 퉤하고 침을 뱉고

환상; [이 따위 똥주머니가 뭐 대단하다고 왕야는 그 야단이지?] 발로 공대벽의 옆구리를 차고.

환상; [옆구리를 뚫고 들어가서 창자를 꼬아볼까?] 장난감 같은 창으로 공대벽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고

; [난 심장을 먹어 본 지 오래 됐어.] [살아 있는 심장을 깨물면 펄떡펄떡하는 게 아주 기분이 좋아.] 입맛 다시고.

물거품; [심장을 파먹든 연통을 회쳐먹든 마음대로 해라!] [난 이놈의 모가지부터 잘라봐야겠다!] 칼을 높이 쳐드는데

번개; [멈춰라!] 외치는 소리가 들리며 휘익! 천장에서 또 한 놈이 날아내린다. 다른 놈들 보다 사나워 보이고 이마에 띠를 둘러서 차별화 되었다. 이놈이 육유의 우두머리인 번개. 무기는 도끼다.

[번개()!] [... 왔냐?] 다른 놈들 찔끔하고

번개; [(), 환상(), 물거품(), 이슬()!] 공대벽의 이마에 내려서며 눈을 부라리고

번개; [우리 삼촌육유(三寸六喩)의 우두머리가 누구냐?]

[... 그거야...] [번개 너지!] 눈치를 보는 다른 놈들

번개; [그걸 아는 놈들이 내가 없는 사이에 멋대로 일을 벌이려고 해?] 도끼를 휘두르고

모두 겁에 질리고

번개; [앞으로 내 허락 없이 허튼 짓을 하는 놈은 통째로 씹어 먹어버리겠다아아아.] 입을 딱 벌려 보이는데 이빨이 살벌하다

모두 찔끔하며 번개의 시선을 피하고.

번개; [까블고들 있어!] 으쓱

물거품; [... 귀신 냄새 나는 놈은?] 눈치 보고

번개; [그림자()가 붙잡고 있다.] [클클! 그림자하고 이야기하는 줄도 모르고 멍하니 앉아 있지.] 공대벽의 이마를 발로 콩콩 두드려 보며

; [번개! 이놈을 어떻게 할 거야? 그냥 죽이라는 명을 받은 거 아니었어?]

번개; [그것도 맞다!]

이슬; [그럼 왜 안 죽여?]

번개; [데려가는 것도 맞다.]

[뭐라는 거야?] [낸들 아냐?] [쟤가 좀 왔다 갔다 하잖아!] 다른 놈들 수근 거리고

; [이걸 죽여서 들고 가야 해? 꽤 무거울 텐데] + 물거품; [다른 인간들이 볼 수도 있어.] 발로 공대벽을 툭툭 차고

환상; [그건 상관없어. 보고 나서 잊어버릴 테니까.] + 이슬; [난 싫어.]

모두 이슬을 보고

이슬; [죽은 인간을 들고 오십리나 달려가고 싶진 않아.] 새침하게

[그래서 왕야의 명을 거역하겠다는 거냐?] [하기 싫은 이유를 대봐!] 세놈이 이슬을 윽박지르고

이슬; [냄새가 난단 말이야. 똥 냄새가!] 손으로 코를 막고

[허튼 소리마라 이슬!] [네가 언제부터 그렇게 깔끔을 떨었냐?] [솔직히 말해! 귀잖은 거지?] 세놈이 이슬을 에워싸고 윽박지르는데

번개; [입 닥쳐!] 공대벽의 이마 위에 서서 보고 있다가 도끼를 휘두르며 눈 부라리고

모두 번개를 무서워하는지 바로 입을 다물고.

번개; [지금부터 군말하는 녀석은 발가락을 하나씩 떼서 먹어버릴 테니까 명심해!] 도끼로 네놈을 겨누며

꿈이 침을 꼴깍 삼키는 꿈

; [으헥!] 제 소리에 화들짝 놀란다.

그러다가 번개가 쏘아보자 놀라서 그만 오줌을 싸고.

이슬; [아이 구려! ! 너 왜이러니?] 코를 감싸며 물러서고

번개;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다. 반쯤 죽여서 끌고 가면 된다.] 오줌 싼 놈을 흘겨보고

번개; [그러면 썩지도 않고 냄새도 안 난다.] 거만하게 둘러보고

번개; [왕야도 벌써 그런 상황을 예측하고 반쯤 죽여서 데려오라고 했단 말이다.]

; [끌고가던 도중에 깨어나면 곤란할 수도 있는데.]

번개; [(;물거품)!] 도끼로 물거품을 가리키고

물거품; [... ?]

번개; [너는 먼저 저 놈 입으로 들어가 심장 옆에 붙어 있어라.] [그동안 우리는 이놈의 근육을 모조리 끊어서 병신으로 만들어 놓을 것이다.]

번개; [만약 정신이 들어서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을 때는 네가 놈의 심장을 먹어버려.]

물거품; [신난다!] 좋아서 깡충거리며 뛰어오르더니

휘릭! 그대로 공대벽의 입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마치 연기처럼 공대벽의 입 속으로 사라지고

번개; [! 그럼 일하자!]

번개; [왕야께서 옥불사에 도착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가야만해.] 도끼를 번쩍 쳐들고

[!] [일하자!] 나머지 세놈도 공대벽을 향해 동시에 달려들며 무기를 휘두른다.

 

#120>

공대벽이 누워있는 옆방. 귀가 탁자 앞에 앉아서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다. 턱을 비스듬히 치켜들고 천장 모서리를 멍하니 보는 자세.

; [주모(主母)를 처음 만났을 때 내 나이는 열 세 살이었다.] [주모는 아홉살 때였고...!] 중얼거린다

<어떻게 만났는지 말해봐!> 누군가 속삭이고

; [귀무곡과 선하곡은 핏줄로 이어진 곳이다.] [배필을 서로 상대 문파에서 고르기 때문이지!]

; [그래서 양 문파의 소년 소녀들은 어렸을 때부터 매년 한 번씩 모여 비무(比武)를 하며 얼굴을 익히게 된다.]

; [그해에 주모는 처음으로 우리 귀무곡을 방문했었다.] [나이는 비록 일행 중 가장 어렸지만 키는 누구보다도 컸고 또 가장 예뻤다.]

<오호라! 첫눈에 주모에게 반했구만!>

; [나뿐만 아니었다.] [귀무곡의 모든 소년이 주모에게 반했다. 겨우 아홉 살짜리 소녀에게...!]

; [그만큼 주모는 특별했고 또 당찼었지!] 아련한 표정. 이하 회상

 

<그날 밤 선하곡의 소년 소녀들을 환영하는 연회가 베풀어졌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모두 흥겨워했었지!> 넓은 광장에 차려진 잔치마당에 수백명의 사람들이 모여 연회를 연다. 소년 소녀들은 서로 맞은편을 보며 수줍고 흥분된 표정. 어른들도 신이 나서 술 마시고 웃고 노래하고 춤도 춘다. 소년들 중에는 어린 시절의 귀도 끼어있다.

<헌데 손님들 중 가장 어린 한 소녀가 잔치상을 둘러 엎어버렸다. [난 바빠요! 이딴 거나 먹으면서 놀고 있을 시간이 없단 말예요!]> 초등학교 2-3학년쯤으로 보이는 소녀가 자기 앞의 상을 뒤엎어버리며 외치는 모습. 아주 당차고 예쁘게 생긴 소녀. 바로 공씨 형제들의 어머니인 진군소의 어린 시절. 신나게 놀던 어른들 황댕해하며 진군소를 보고

<[음주가무를 즐기시려면 어른들끼리 하세요. 우린 무공과 술법을 겨루기 위해서 왔지 놀러온 게 아니라고요.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익혀야 할 것도 많은데 이딴 짓이나 하고 말이야!]> 진군소가 양손을 허리에 얹고 살벌하게 외친다. 어른들 모두 황당하고. 아이들은 당황한다

<소녀는 남이 뭐라고 하든 간에 불같은 성미를 드러냈고, 어른들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연회를 파하고 비무를 시작하게 했다.> 연회장 중앙에 마주 서서 싸울 준비를 하는 양쪽 문파의 소년 소녀들. 물론 어린 시절의 귀와 어린 시절의 진군소도 끼어있다.

<소녀는 그날 비무에 참석한 양 문파의 소년 소녀들 중 가장 어렸지만 가장 강했다. 누구도 소녀의 적수가 되지 못했고 귀무곡의 대표였던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자빠진 어린 시절의 귀에게 목검을 겨누며 싸늘하게 웃는 어린 시절의 진군소

<[누구든지 날 얕보면 큰 코 다칠 줄 알아!] 어린 계집아이에게 모조리 당한 우리들은 수치스러워했으나 어른들은 아주 기꺼워했다. 어차피 그 소녀는 우리 귀무곡으로 시집을 올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귀에게 목검을 겨누며 외치는 진군소를 보고 박수치며 좋아하는 어른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소녀는 장성하자 무림으로 뛰쳐나갔고 삽시에 수많은 음적과 색마를 응징하여 큰 명성을 얻었으며 그러다가 전혀 뜻밖의 상대에게 시집을 가버렸기 때문이다!> 다 자란 젊은 시절의 진군소가 날렵한 경장을 입고 오만하게 서있는 모습. 아주 아름답고 당차다. 그 앞에 널려있는 사내들의 시체. 회상 끝

 

<그 소녀가 바로 주모였군!> 누군가 현실의 귀에게 속삭이고

; [그녀가 주군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녀와 혼인할 수 있었을까?] 스스로 묻고

; [아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고개 젓고

; [주군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평생 혼자 살았겠지.] [이 세상에 주군 외에는 그 누구도 그녀를 감당할 수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야!> 또 누가 귀의 귀에 속삭이고

; [그녀가 주모가 된 이후로 난 성격이 조금 변해버렸다.]

<특별할 것도 없어.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조금씩 변하잖아.>

; [냉혹해졌고 잔인해졌지. 이렇게 말이야.] 스릉! 검을 뽑고. 순간

그림자; [끼악!] 비명을 지르며 귀의 귀 옆에서 나타나 뒤로 펄쩍 뛰어 피하려는 난장이. 삼촌육유중의 한 놈인 그림자다. 이놈은 몸이 반투명하다.

그림자; [어떻게 나를 느꼈냐?] 휘릭! 덤블링하며 옆의 탁자로 날아내리는데. 다음 순간

스팟! 귀의 몸이 앉아있던 자리에서 사라지고

그림자; [이크!] 기겁하며 벼룩처럼 튀어오르는데

사악! 어느새 다른 쪽 의자에 나타나 검을 내뻗는 귀. 앉은 자세

! 귀의 검 위에 발라당 누운 자세로 얹혀진 그림자.

그림자; [으헥!] 발버둥치며 달아나려 하지만

! 검날에 흡인력이 있어서 등이 달라붙었다. 팔 다리만 버둥댈 수 있고

그림자; [젠장할! 검망(劒芒)으로 날 검날에 붙여버리다니! 역시 보통 놈이 아니었어!] 검에서 떨어지려고 발버둥 치고. 하지만 끈끈이에 붙은 파리같이 달아날 수가 없다.

; [언젠가는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였다.] [사람이 아니어도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그런 그림자를 냉혹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그림자; [살려줘. 난 죽고 싶지 않아. 제발 한번만 자비를 베풀어라 응?] 두 손을 싹싹 빈다. 마치 파리같다.

; [요즘은 파리도 사람 말을 하는군!] 냉혹한 미소.

; [배를 갈라서 속도 사람을 닮았나 봐야겠다!]

그림자; [... 그러지 마세요! 그럼 안돼요!] 비명 지르고

그림자; [제 이름은 그림자, 삼촌육유(三寸六喩)의 하나인 영()이예요.] [제발 살려주세요. 살려주시면 제 동료들이 하려는 짓이 뭔지 말씀드리겠어요.] [흑흑! 살려주세요. 난 죽고 싶지 않아요.] 진짜 불쌍한 표정으로 눈물 콧물을 뚝뚝

; [누가 보냈느냐?]

그림자; [왕야!] 얼른 대답하고

; [난릉왕?] 눈 번쩍

그림자; [저는, 아니 우리는 당신이 아니라 젊은 녀석을 죽이거나 붙잡아가려고 왔어요. 당신이 아니라고요.] [그러니 살려주세요 네? 제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잖아요.] 싹싹 빌고

; [요망한 것!] ! 검에 힘을 가하고

빠지직! 검날에서 벼락이 일고. [케엑!] 감전당하며 파르르 떨고

기절하여 축 늘어지는 그림자

검을 기울여 그림자를 파리처럼 탁자에 떨구는 귀

이어 검날을 비스듬히 들어 들여다본다

검날에 옆 방의 장면이 떠오른다. 공대벽은 잠들어 있고 번개의 지휘로 세 마리의 삼촌육유가 각자의 무기로 공대벽의 몸을 찌르고 베려는 중이다.

; <조호이산지계!> 분노하며 벌떡 일어나고

슈욱! 이어 검으로 공대벽의 방이 있는 쪽의 벽을 멋진 폼으로 찌른다. 검날이 벽으로 스며들고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728x90

#117>

강물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세워진 웅장한 절. 절 중간에 아주 높은 탑이 하나 서있다. 탑 벽에는 龍華大塔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고. 칠층 팔각의 탑이다. 물론 우리나라 식의 탑이 아니라 일종이 고층빌딩인 중국식의 탑

휘익! 반투명한 서문숙이 허공을 날아오고. 얼굴이 겁에 질려서 연신 뒤를 보고

스스스! 절의 어느 건물 위에 내려서는 서문숙.

서문숙; [여... 여기가 어딘가?] 두리번

서문숙; [절인 모양인데.... 너무 놀라 한달음에 수십리를 날아왔구나!] 건물 위에 털썩 주저앉는다.

서문숙; [허허허! 천하의 서문숙이 겨우 닭 우는 소리에 놀랄 줄이야!] 고개 설레 젓고. 부끄러운 표정으로 웃는다

서문숙; [목신(木神)이 된 후 처음 듣는 닭 우는 소리인지라 바로 귀 옆에서 천둥이 치는 것처럼 느껴진 때문이다.] 한숨

서문숙; [별호가 제천대성이라더니.... 그놈 하는 짓이 너무 엉뚱하구나.] 청풍을 떠올리며 허탈하고. 이하 서문숙의 생각

<닭은 십이지신(十二支神) 중 열 번째 영물로써 천지간의 조화를 상징한다. 천지신명이 새벽닭의 울음소리에 천지의 정기를 담아 이매망량을 쫓을 수 있게 한 뜻은 그 울음소리 속에 숨어 있다.> 건물 지분에 앉아서 생각에 잠기는 서문숙

<새벽닭의 울음소리를 사람의 말로 옮기면 <이미 날이 밝고 있으니 인간의 시간이 왔다. 물에서 나온 것은 물로 돌아가고 흙과 돌에서 나온 것은 땅으로 돌아가고, 불에서 나온 것은 불 속으로, 바람 중에 난 것은 바람으로 갈지어다.> 하는 말이 된다.> 새벽에 횃대에 올라서 활개를 치며 울어대는 수탉의 모습을 배경으로

<이매망량(魑魅魍魎)들은 이 소리를 들으면 반드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숨어야 하는데, 때가 늦어하늘에 날빛이 가득하게 되어 별빛이 사라지면 천지간에 흩어져버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닭의 울음소리에는 이매망량도 보호하려는 조물주의 뜻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놀라서 그늘로 숨어들어가는 귀신과 마귀들

서문숙; [휴우! 나야 목신이니 햇볕을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만... 인간도 아닌지라 닭 울음소리는 두렵고도 두렵구나!] 탄식하고

서문숙; [그만 돌아가서 못된 돌 원숭이 놈을 반쯤 죽여놔야 직성이 풀리겠다!] 다시 일어나고

[!] 그러다가 움찔하는 서문숙

슈우우우! 스스스! 무언가 안개같은 것이 사방에서 몰려와서 서문숙의 몸을 휘감는다

서문숙; (뭔... 뭔가!) 경악하며 숨을 죽이고

서문숙; (사람의 기운이 아니다. 그렇다고 요괴나 귀신의 기운도 아니다!) 자신을 칭칭 휘감는 실같고 안개같은 기운을 돌아보며 아연긴장하고

서문숙; (가공할 힘을 지닌 뭔가가 주변에 있다!) 돌아보고

좀 떨어진 곳에 하늘을 찌를 듯이 서있는 탑이 눈에 들어온다. 헌데

슈우! 스스스! 그 탑의 여기저기에서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시커먼 기운들

서문숙; (탑!)

서문숙; (저 탑 안에 이 기운의 본체가 있다!) 긴장하고

탑의 벽에 새겨진 龍華大塔이라는 거대한 글 크로즈 업

서문숙; (용화대탑(龍華大塔)!) 눈 번쩍

서문숙; (그렇다면 이곳은 상해 외곽에 자리한 천년고찰 용화사(龍華寺)겠구나!) 휘이! 바람을 타고 날아올라 탑으로 날아간다.

용화사 경내에는 드문 드문 중들이 보이지만 탑 근처에는 아무도 없다.

서문숙; (대체 무엇이 이토록 강력한 기운을 뿜어내는 것인가?) 슈욱! 탑으로 스며들어간다. 물론 서문숙은 귀신이니까 막힘이 없다.

탑의 일층. 아주 넓은데 아무 장식이나 가구도 없다. 다만 중앙에 일곱 개의 상자가 나란히 놓여있다. 1.3.3 구조로. 바로 경신방의 배가 금릉에서 상해로 옮겨온 그 상자다. 원래 이 상자들은 공자무의 것이었지만 공자무가 암흑철수를 보내준 구령에게 대신 보낸 것들. 칠년천하에서 제왕을 모시던 일곱 고수들의 혼이 녹아있는 상자다.

슈욱! 벽을 뚫고 나타나는 서문숙

[!] 긴장하는 서문숙

슈우! 일곱 상자에서 아지랑이처럼 검은 기운들이 솟구쳐서 실내를 가득 메우고 이어 창문을 통해서 탑 밖으로 흘러넘치고 있다

서문숙; (저 상자들...!) 긴장하며 다가가고

서문숙; (하나하나마다 추측불가의 강대한 힘이 깃들어있다.) (만일 이 상자들에 깃들어 있는 힘을 끌어낼 수만 있다면 난릉왕도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흥분하며 상자 하나에 손을 대고

서문숙; (다른 곳으로 옮겨지더라도 언제든지 찾아낼 수 있도록 영인(靈印)을 새겨두자!) 징! 손바닥에서 빛이 발하고

다시 손을 뗀다.

상자에 새겨진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西> 자. 헌데

스스스! 글자는 이내 상자로 스며들고

서문숙; (잘 됐군!) 만족하고. 그러다가

[!] 흠칫하는 서문숙

징! 상자의 바닥에서 빛나는 <荊>자

서문숙; (형(荊)?) 살펴보고

서문숙; (어떤 자가 나보다 먼저 이 상자에 영인을 새겨뒀군!)

서문숙; (아무래도 이 상자들 때문에 한바탕 풍파가 일겠구나!) 생각하는데

으하하하! 갑자기 들리는 웃음소리

[!] 움찔 놀라며 입구 쪽을 돌아보는 서문숙

열려져 있는 문을 통해 두 명의 인물이 탑으로 다가오는 게 보이고

서문숙; (고수로군!) 슈욱! 허공으로 날아오르고

서문숙; (삼단전(三丹田)에서 고르게 진기를 끌어내 웃는 걸 보면 무공뿐만 아니라 술법도 아는 자다!) 스윽! 천장으로 스며들어가고

다시 탑의 중간쯤 되는 벽에서 솟아나오는 서문숙

서문숙; (사람일 때라면 몰라도 한갓 목신에 불과한 지금은 조심해야만 한다.) (상대가 정(精)과 신(神)에 눈을 뜬 자라면 치욕을 당할 우려도 있다.) 허공에 떠서 내려다보고

늙은 중과 함께 건장한 체격을 지닌 중년인이 탑으로 들어가고 있다. 정말 패도적인 인상. 부리부리한 눈에는 특이하게도 눈동자가 두 개씩 들어있다. 이 인물이 천동대협 이산굉. 난릉왕이나 구령보다는 약하지만 바로 그 다음 단계의 고수다. 생시의 서문숙 정도의 고수다. 헌데.

스으! 스으! 이산굉의 몸 주위로는 아지랑이같은 것들이 일렁이는데

[!] 눈 부릅따며 보는 서문숙

쿵! 이산굉의 몸 주위로 수많은 마귀와 요괴들이 어른거리고 있다.

서문숙; (이매망량!) (저렇게 많은 이매망량들을 거느리고 다니다니...!) 놀라고

서문숙; (특별한 법기를 지닌 것인가? 아니면 마계(魔界)에 한 발을 넣고 있는 자인가?) 생각하는데

도깨비들 중 한 놈이 서문숙을 발견하고

그놈이 이산굉의 귀에 속삭인다

서문숙; (들켰다!) 스팟! 허공으로 높이 올라가고

이산굉이 슬쩍 고개를 돌려본다

[!] 허공으로 높이 올라가다가 눈 부릅 서문숙

서문숙의 놀라는 얼굴 뒤로 이산굉의 부릅뜬 두 눈이 크로즈업 되는데 눈에 눈동자가 두 개씩 들어있다

서문숙; (한 눈에 두 개의 눈동자!) 덜컥! 충격을 받고

서문숙; (천동대협 이산굉!) (저자가 바로 말로만 듣던 천동대협 이산굉이로구나!) 스스스! 사라진다

히죽 웃는 이산굉

늙은 중; [왜 그러시오 시주?] 입구에서 돌아보고

이산굉; [아니오 방장!] 웃으며 돌아서고

이산굉; [오늘밤 계산에 넣지 않은 손님이 올 것같소이다!]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118>

어느 마을. 크지 않다.

객잔

사람들 입이 쩍 벌어진다.

탁자에 쌓여있는 엄청난 그릇들. 청풍이 돼지처럼 음식을 퍼넣고 있다. 그 앞에 권완이 부끄러운 표정으로 보고 있고. 옆에는 점소이가 벅이 가서 서있다.

청풍; [끄억! 이제야 겨우 간에 기별이 가는구만!] 트림하면서 그릇을 내려놓고

사람들; (겨우 간에 기별이 갔다고?) (거의 십인분이나 쓸어넣고?)

점소이; [손... 손님! 음식을 더 준비해드릴까요?] 억지로 웃고

청풍; [됐어! 누굴 돼지로 아는 거야 뭐야?] 흘기고

사람들; (그럼 니가 돼지가 아니면 누가 돼지냐?)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청풍; [입가심하게 차나 좀 더 가져와!] 가라고 손짓하고

[예예!] 굽신거리는 점소이

허둥대며 주방으로 간다

청풍; [정말 뭐 더 안 먹어도 돼?] 힐끔 권완의 앞을 본다. 권완의 앞에는 과일이 몇쪽 얹혀진 접시가 있지만 그나마도 거의 안 먹었다.

청풍; [나흘이 다 되도록 먹은 건 술하고 복숭아 한쪽이 전부잖아!] 권완의 앞에 있는 과일 눈 독 들이며 입맛 다시고

권완; [전 그 정도로도 충분해요.] [어차피 남길 거니까 드세요!] 자기 접시를 청풍에게 밀어주며 한숨

청풍; [헤헤 고마워!] 얼른 받고

청풍; [다른 건 몰라도 우리 집에서는 음식 남기는 게 절대 금기야!] [그랬다가는 꼰대한테 직사하게 얻어터져.] 손에 든 접시에서 과일을 손으로 집어 먹으며

청풍; [음식을 남기는 건 농사를 지은 농민들의 수고를 모욕하는 일이며 천지간의 정기를 헛되게 하는 큰 죄악이라나 뭐나.]

권완; [지당하신 말씀이군요.] [헌데 평소에도 지금처럼 드시나요?]

청풍; [웬걸?] [꼰대가 얼마나 구두쇠인데...!]

청풍; [한 끼에 반찬이라고 해봐야 세 가지를 넘기지 않고 그나마 양도 겨우 허기를 면할 정도만 준비시킨다고.]

청풍; [그 때문에 우리 형제들은 자라면서 소원이 배지가 터지게 먹어보는 거였을 정도야.]

권완; [그럼 오늘 드신 게 비정상적이었군요.]

청풍; [지극히 정상이지!]

권완; [예?]

청풍; [아니 오히려 모자라!] [따져보면 열 두끼를 굶었는데 겨우 열끼 정도 먹었으니까!] 손가락을 꼽아보고

권완; [그동안 굶은 걸 전부 소급해서 드셨다는 거예요?] 어이없고

청풍; [우리 집안 본업이 돈놀이라는 걸 잊지 말라구!]

청풍; [뭐든지 정확하게 계산이 맞지 않으면 볼일 보고 뒤처리 안한 것처럼 찜찜한 게 우리 집안 내력이야!]

청풍; [생각 난 김에 나머지 두 끼도 마저 해치워야겠군!] [이봐 점소이!] 주방 쪽에 가서 차를 준비하고 있던 점소이를 부르고

점소이; [예 손님!]

청풍; [국수 한 그릇하고 홍소육 한 접시 더...!] + [웁!] 주문하다가 입이 막힌다. 권완이 일어나서 입을 틀어막았다.

권완; [그만 갈께요. 계산 해주세요!] 청풍의 입을 막은 채 점소이에게

점소이; [예예 감사합니다 손님!] 살았다 하며 서둘러 카운터로 달려가고

청풍; [아이 참! 난 아직 더 먹을 수 있다니까 그러네!] 권완의 손을 입에서 떼어내며 투정부리지만

권완; [내 말 들어요!] 청풍의 귀를 잡고 째려보고

권완; [난 돼지를 기를 생각은 없어요!] 돌아서고

청풍; [알... 알았어!] 삭 죽고.

권완; [미련 갖지 말고 일어나요!] 먼저 카운터로 간다

청풍; (하여간 째려보면 살 떨리게 무섭다니까!)

청풍; (우히히! 상관없지롱! 무얼 해도 예쁘면 다 용서가 되거든!) 카운터에서 계산하는 권완의 뒤로 가면서 입이 째진다

 

거리를 걷는 청풍과 권완. 지나가는 사람들 힐끔 힐끔. 청풍이 임신한 여자같이 불룩한 배를 쓸며 연신 트림을 한다.

청풍; <뭘 봐? 사람 트림하는 거 처음 봐?> 사람들에게 인상 쓰고. 겁에 질려 급히 시선 피하는 사람들

권완; (누가 해결사 아니랄까봐!) 한숨 쉬고

청풍; [우리 이제 뭐할까?] 음험한 표정

청풍; [일찌감치 객간으로 가서 오랜만에 뜨거운 물에 때 좀 불려볼까?]

권완; [그렇게 맹꽁이배를 하고는 목욕도 자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아요.]

권완; [소화도 시킬 겸, 어두워지려면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근처 명승지나 구경해요.]

청풍; [아는 데 있어?]

권완; [제 기억이 틀리지 않으면 옥불사(玉佛寺)가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거예요.]

청풍; [옥불사?]

권완; [동진(東晋) 시절에 유래없는 가뭄이 들어 장강의 바닥이 드러났을 때 집채만한 백옥석(白玉石)이 발견되었대요.]

권완; [그 옥석으로 부처님을 조각했는데 신통력이 대단해서 무슨 소원이든지 들어준다는군요.]

권완; [옥불사는 그 백옥불(白玉佛)을 모신 절로써 오십여리 떨어진 곳에 자리한 용화사와 더불어 상해 일대에서는 가장 유명한 가람(伽藍;절)이에요.]

청풍; [한갖 돌덩이 따위가 무슨 소원을 들어준다고!] 코웃음치고

권완; [어쨌거나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까 한번 가보도록 해요!] 은근히 청풍의 팔짱을 끼고

청풍; (우히히! 냄새 쥑인다!) 코를 벌름거리며 권완의 냄새를 맡고

권완; [어쩌실래요?]

청풍; [가... 가자구! 자기가 가자고 하는데 지옥인들 못가겠어?] 헤벌레

신이 나서 걸어가는 청풍. 사람들 시선에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살작 숙인 권완

팔짝 뛰어 허공에서 발바닥을 맞추기도 하는 청풍

<여자가 아깝구만!> <미녀와 야수, 아니 미녀와 원숭이인가?> 그런 청풍을 흘겨보는 사람들

 

#119>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728x90

#116>

은행나무.

은행나무 아래의 석실에 앉아서 옷을 만들고 있는 권완과 공손대낭. 헌데

[아흑! 하악! 하악!] [아잉! 이러지 마세용!] 갑자기 야한 소리가 두 여자의 귀에 들린다

뭔 소리인가 하며 서로를 보는 권완과 공손대낭. 그때

[아잉! 변태! 미워 죽겠어잉!] [하악! 거기야 거기! 좀 더... 아앙! 정말 미워잉!] 점점 더 야해지는 소리

<설마!> 서로를 보며 분노하는 권완과 공손대낭

벌떡 일어나 문으로 가는 권완과 공손대낭. 그 사이에도 계속 야한 소리가 들리고

권완; [대체 무슨 짓이에욧?] 화를 내며 문을 벌컥 열고

권완; [설마 여기까지 노류장화를 데려와서 파렴치한 짓을...!] 외치다가 부릅

문 밖의 또 다른 방. 서문숙이 황당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있고. 그 앞의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눈을 감은 채 실실 쪼개는 청풍. 헌데. <아잉! 오빠! 더.. 더 해줘잉! 하악! 짐승! 엄마야!> 야한 소리가 청풍의 몸에서 울려나오고 있다.

권완; [이... 이건 대체....!] 얼굴 발개져서 황당해하고. 공손대낭도 뒤에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놀라고 있고

그 사이에도 야한 소리가 계속 청풍의 몸에서 나오고

권완; [그만 하지 못해요?] 얼굴 발개져서 화를 내며 안으로 들어가고

청풍; [어! 왔어?] 히죽 웃으며 눈을 뜨고

청풍; [흐흐흐! 천산음은 정말 신통방통하지 뭐야? 몸통을 울려서 못내는 소리가 없다니까!] 말하는데

그런 청풍의 귀를 확 잡아당기는 권완

청풍; [아야야!] 귀가 당겨져서 비명을 지르고

권완; [기껏 절기를 배워서 하는 짓이 노류장화들 노는 소리에요?] [언제 철들려고 그래요?] 청풍의 귀에 대고 빽 소리치고

귀가 뚫려서 눈이 돌아가는 청풍

권완; [제발 좀 진지해져 봐요!] 청풍의 귀를 팽개치듯 놓고.

[에쿠!] 바닥에 나뒹구는 청풍

권완; [죄송해요 노야! 이 사람이 너무 철이 없어요!] [제가 대신 사과드릴께요.] 서문숙에게 허리를 숙이고

서문숙; [됐다! 타고난 천성이 어디 가겠느냐?] 고개 설레 젓고

서문숙; [뭐든지 빨리 배우는 건 신통하지만 천산음을 저런 식으로 쓸 줄은 몰랐다.] 비실거리며 일어나는 청풍을 보고

청풍; [젠장할! 장난 좀 친 것 같고 너무들 하는구만!] 심통이 나서 주둥이가 댓발이 나오고

권완; [그래도!] 눈을 부라리지만

청풍; [알았어!] [이번엔 제대로 펼쳐볼 테니까 들어봐!] 책상다리 하고 앉아서 합장을 하고. 직후

우웅! 청풍의 몸이 진동하고

권완; (이번엔 또 무슨 짓을 하려고....!) 긴장하는데

꽈과광! 버번쩍! 갑자기 청풍의 몸에서 천둥 번개가 치는 소리가 나고

공손대낭; [꺄악!] 비명 지르며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서문숙; [헉!] 역시 놀라 벌떡 일어나고

권완; [당신...!] 기겁하고

청풍; [좀 더 실감나게!] 합장하며 외치고. 순간

꽈과광! 드드드! 청풍의 몸에서 엄청난 소리가 나며 석실이 뒤흔들린다

공손대낭; [아악!] 비명 지르며 기절하려 하고

권완; [대낭!] 급히 쓰러지는 공손대낭을 부축하고. 직후

서문숙; [이놈! 그만두지 못하겠느냐?] 철썩! 청풍의 뺨을 후려친다

청풍; [에쿠!] 뺨이 맞아서 팽 돌았다가 나뒹굴고

그에 따라 천둥치는 소리가 멈추고

서문숙; [대낭! 괜잖소?] 걱정 되어서 공손대낭을 돌아보고

공손대낭; [으으으!] 눈이 뒤집히고 입에 거품을 문채 발발 떨고 있는 공손대낭. 권완; [대낭! 정신차리세요 대낭!] 공손대낭을 안고 주저앉아서 외치고.

청풍; [낄낄! 나무 요정이 정신줄을 놓은 걸 보니까 정말 실감났던 것 같군!] 입가의 피를 닦으며 일어나 앉고

청풍; [하여간 여자들은 인간이든 요정이든 간덩이가 좁쌀만하다니까!] 웃는데

권완; [닥치지 못해요?] 도끼 눈으로 돌아보고

서문숙; [이 못된 놈이!] 퍽! 청풍을 걷어찬다

청풍; [그렇겐 안되지!] 휘릭! 덤블링을 하며 피하고

서문숙; [대낭이 천둥소리를 가장 싫어한다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내다니!] [네놈이 제대로 혼이 한번 나야겠구나!] 삿대질하고. 순간

청풍; [허깨비 주제에 잘난 척 하지마 영감!] 눈을 부라리며 합장을 하고

권완; [무슨 말 버릇이에요?] 노려보는데

청풍; [영감이 무서워하는 소리도 알고 있다 이거야!] 합장한 채 기합을 지르고. 순간

부르르! 청풍의 몸통이 울리더니

<꼬끼오! 꼭꼭끼오!> 갑자기 청풍의 몸에서 요란한 닭 울음 소리가 난다.

서문숙; [헉!] 비명 지르며 펄쩍 튀어오르고

슈욱! 그대로 천장으로 스며드는 서문숙

권완; (닭울음소리!) 기가 막히는데

청풍; <꼬끼오! 꼬꼬끼오!> 양팔을 파닥이면서 신나게 소리를 낸다

슈욱! 나무를 빠져나오는 서문숙의 몸

꼬끼오! 꼬꼬끼오! 은행나무 아래에서는 연달아 닭 울음소리가 나고

서문숙; [히익!] 슈욱! 공포에 질려 허공을 날아가는 서문숙. 두손으로 귀를 막고

서문숙; [제발 그만해라 이놈아!]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며 멀리 날아가며 외친다.

 

다시 은행나무 아래의 석실.

청풍; (우히히! 무릇 잡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닭 울음소리와 닭의 피지!) 꼬끼오! 꼬끼오! 여전히 양팔을 펄럭이며 닭울음소리를 내고

청풍; (영감탱이도 살아있을 때야 대단했지만 죽은 이상 잡귀에 불과하니 닭 울음소리를 무서워할 수밖에!) 득의하는데

권완; [그만하란 말이야!] 퍼억! 청풍의 뺨이 홱 돌아가게 후려친다

청풍; [에쿠!] 다시 나뒹구는 청풍

청풍; [아니 이 여자가 사람을 패네!] 볼따귀를 부여잡고 인상 쓰고

청풍; [결혼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손찌검을 해버릇하면 나중에는 아예 오뉴월 개 패듯 패겠구나야!] + [!] 인상 쓰다가 눈 부릅

권완이 허리춤에서 비녀, 즉 곤오용봉채를 하나 뽑고

권완; [다시 한 번만 더 나를 부끄럽게 만들면...!] 비녀로 청풍을 겨눈다

권완; [당신을 내 손으로 죽이고 나도 죽어버리겠어요!]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청풍; (으헉! 큰일 났다! 울리고 말았다!) 뜨끔하고

노려보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권완. 뒤쪽에는 기절한 공손대낭이 야한 자세로 누워있고

청풍; [잘못 했어!] [다신 안 그럴 테니까 제발 뚝! 응?] 권완의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싹싹 빈다.

그래도 노려보며 울기만 하는 권완

청풍; (젠... 젠장할!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우리 이쁜이가 눈물을 보이는 건데...!) 죽상을 하고

청풍; [자기야? 응? 용서해주라! 이번만 용서해줘잉!] 애원하고

그래도 권완은 노려보며 울기만 하고

청풍; [재미있는 거 보여줄게. 마음 풀어!] 폴짝 뛰어서 덤블링하고

끽끽! 이어 이리저리 들고 뛰고 덤블링하며 원숭이 흉내를 내는 청풍

권완은 노려만 보는데

그런 권완의 주위를 폴짝 폴짝 뛰며 원숭이 짓거리를 하고

마지막으로 권완의 얼굴에 자기 얼굴을 들이대고 원숭이 같은 표정으로 볼따구를 긁는다. 순간

권완; [풋!] 결국 참지 못하고 웃고

청풍; [웃었다! 웃었다!] 손뼉 치며 폴짝 폴짝 뛰고

청풍; [이히히히! 웃었으니까 다신 울면 안돼! 웃다가 울면 응응에 응응 난다잖아!]

권완; [요 못된 원숭이새끼!] 그런 청풍의 팔을 낚아채고

권완; [또 장난칠 거야? 앙? 장난칠 거냐고?] 펑펑! 왼손으로는 청풍의 한 팔을 잡고 오른손에 든 비녀로 청풍의 엉덩이를 펑펑 때린다.

청풍; [아이쿠! 잘못했어요! 잘못 했어!] 과장 되게 펄쩍 펄쩍 뛰며 비명을 지르고. 진자로 아픈 건 아니고

권완; [정말 당신 때문에 창피해서 못 살겠어!] 펑펑 때리고.

청풍; [에헤헤! 그럼 이젠 용서해주는 거지?] 맞으면서도 웃고

권완; [못된 원숭이 같으니라고...!] 흘겨보면서도 얼굴 푼다.

청풍; [고마워! 다신 안 그럴께!] 쪽! 권완의 뺨에 키스를 하고

권완; [어멋!] 기겁하고

권완; [무... 무슨 짓이에요?] 얼굴이 새빨개져서 곁눈질로 공손대낭을 보고

청풍; [낄낄! 날 보고 원숭이 원숭이 그러는데!] 권완의 허리를 안고

청풍; [날 원숭이라고 부르려면 자기는 귀여운 암원숭이가 되어야 할 걸?] 음험하게 웃으며 끌어당겨 뽀뽀를 하려 하고

권완; [누... 누구 보고 암원숭이라고...!] 얼굴이 발개져서 청풍의 뽀뽀를 피하려하는데. [으으!] 뒤에서 들리는 신음소리

돌아보니 공손대낭이 깨어나려고 한다

권완; [대낭!] 급히 청풍의 품에서 벗어나 달려가고.

아쉬운 표정으로 권완을 놔주는 청풍

권완; [정신이 드세요 대낭?] 반지를 낀 손으로 공손대낭의 이마를 쓸어주고

공손대낭; [아... 아가씨!] 눈을 뜨며 신음하고

권완; [미안해요! 저 사람의 장난이 좀 지나쳤어요!]

청풍; [지나치긴 뭐가 지나쳐?] 뒤에서 내려다보며 코웃음치고

공손대낭; [흑!] 공포에 질리며 몸을 웅크리고

청풍; [하여간 엄살은....!] 코를 후비며 코웃음치는데

권완의 품에 안겨 웅크린 채 달달 떠는 공손대낭

권완; [대낭이 싫어하니까 나가 있어요!] 노려보고

청풍; [알... 알았어!] 뜨끔

청풍; [뭔 말을 못하게 해!] 궁시렁 대며 입구로 가고

그러다가 돌아보며 뜨끔

권완이 노려보고 있다

청풍; [나... 나갈게! 나가면 될 거 아냐?]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간다.

권완; (제천대성이란 별명이 괜히 생긴 게 아니었어!) 한숨

권완; (저 말썽꾸러기를 사람 만들어서 데리고 살아야하다니.... 고생 문이 훤하구나!)

 

은행나무. 바위에 걸터앉아서 무료한 표정인 청풍. 심통도 났고

청풍; [아흐흐!]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고

청풍; [쳇! 뭐야? 심심해 죽겠잖아!] 턱 괴고 궁시렁

청풍; [언제까지 겁쟁이 나무 요정의 시중을 들어야하는 건데?]

권완; [안 보는 데서 다른 사람 욕하는 나쁜 버릇까지 있군요!] 은행나무 아래 동굴에서 나오고

청풍; [에이! 무슨 욕을 했다고 그래?] 반색하며 일어나고

권완; [가요!] 앞장 서서 가고

청풍; [어디를?]

권완; [대낭은 당신이 근처에 머무르는 것마저도 부담스러워해요!] [당분간 근처의 객잔에서 지내도록 해요!]

청풍; [나야 좋지!] 헤벌레

청풍; [그나저나 언제까지 이 따분한 동네에서만 놀아야하는 건데?]

권완; [서문원수께서 물려주신 법기의 사용법이 능숙해지면 떠날 수 있을 거예요!]

청풍; [신난다!] 야호! 하면서 다시 원숭이처럼 덤블링을 한다.

권완; (경박하지만 미워할 수가 없어!)

권완; (어느덧 나도 저 사람의 여자가 되어가는 것일까?)

 

#117>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728x90

#115>

공자무; [춥군.] 어깨에 쌓인 눈을 툴툴 털어내면서. 주변은 눈에 덮여있다.

구령; [설산인마(雪山人魔)의 한음지기(寒陰之氣)는 제법 쓸만하군요.] [죽는 순간에 터뜨려 방원 십장여를 눈으로 뒤덮어버리다니....] 역시 몸에 묻은 눈을 털며 싸늘하게 말한다. 오른 손에는 펜싱검처럼 가는 검 천궁을 들었고

쿵! 드러나는 주변의 모습. 초여름이지만 그들 두 사람이 선 곳을 중심으로 반경 2-30미터는 눈으로 덮여있다. 그리고 그 눈밭에 수십명의 사람이 죽어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구령 앞에 죽어있는 털북숭이 괴인이다. 이자가 설산신마인데 가슴이 갈라져서 죽었다.

공자무; [설산인마...!] [이 털북숭이도 만마천에서 보낸 추적자인가?]

구령; [설산인마는 만마천 소속이에요.] 검을 검집에 꽂고

구령; [하지만 다른 자들은 천사련의 잡것들이에요.] 주변의 눈에 덮여 있는 시체들을 돌아본다

구령; [개와 고양이처럼 앙숙지간이던 만마천과 천사련이 손을 잡고 우릴 죽이려 드는군요.] 싸늘하게 웃고

공자무; [우리는 두 사람, 상대도 두 단체이니 대충 싸움이 되겠다싶기도 한걸.] 웃고

구령; [손에 피를 묻히기 싫어하는 분이 어떻게 사마(邪魔)의 무리와 싸우겠어요?] 샐쭉

구령; [이 싸움은 저의 싸움이에요.] [만마천이든 천사련이든, 아니면 천하 전부가 덤비든 오라버니는 관여하지 마세요.]

공자무; [내가 알던 구령은 혼자서 천하와도 싸울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구령; [오라버니와도 싸웠는데 천하가 무슨 대수겠어요?] 공자무의 팔짱을 끼고

하늘에 뭉게구름이 피어난다. 햇살이 이마에 와 닿게 바람이 옷깃 속으로 흐른다. 다정하게 걸어가는 두 사람

공자무; [몸을 너무 혹사하지 마라.]

공자무; [천하와의 싸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천하와 싸울 수 있는 너 자신이다.]

구령; [오라버니의 다정한 말은 제게 투지만 더 불러일으킬 뿐이랍니다.] 수줍게 웃고

공자무; [이제는 말로도 널 돕지 못하게 하는구나.] 쓴웃음

구령; [저에 대해선 걱정하지 마세요.] [느끼고 계시겠지만 전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지고 또 건강해져요.] 실제로 건강해졌다.

구령; [피와 죽음이 몸에 가장 좋은 약인 게 마공을 익힌 업보니까요.]

공자무; [만마천에서는 끝내 너를 죽이지 못할 경우 어떻게 나올 것같으냐?]

구령; [암흑철수가 없어도 제게 굴복하겠죠.]

구령; [하지만 암흑철수를 가진 자가 누군지 밝혀지면 그자에게도 복종해야만 해요.]

구령; [그 때문에 만마천은 암흑철수를 잃어버린 제게 분노하고 있고 또 마도의 운명이 어찌 될 줄 몰라 불안해하는 거예요.]

구령; [마도인의 생사여탈권은 모두 암흑철수에 달려있으니까요.]

공자무; [왜 그것들을 쓰지 않느냐?] 멈춰서며 묻고

흠칫 구령

공자무; [암흑철수가 없어도 내가 암흑철수 대신에 네게 준 그 물건들을 사용하면 너를 지킬 수 있을 텐데....!] 마주 보며 묻고

구령; [그... 그건...!] 당황

공자무는 말없이 구령의 얼굴을 빤히 본다.

구령; [죄송해요!] 고개 떨구고

구령; [짐작하셨겠지만 오라버니가 제게 맡긴 그 물건은 이미 저에게 있지 않아요.] 옷자락을 만지며 혼나는 소녀처럼

공자무; [누구에게 주었느냐?] 한숨

공자무; [내가 찾아가서 다시 가져오마.]

구령이 고개를 젓는다.

공자무; [지금 누구 손에 있는지 모르는 것이냐?]

구령; [그게 아니라... 현 소유자에게서 빼앗아 올 수 없다는 뜻이에요.]

구령; [그는 정당하게 저와 교환을 했거든요.]

공자무; [령아!]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찡그리고.

구령; [알아요! 오라버니가 맡긴 그 물건과 교환할 만한 것이 세상에 있을 리 없죠. 세상의 가치로 따진다면야…]

구령; [그러나... 저한테는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도 있답니다.] 고개를 들고 촉촉이 젖은 눈으로 공자무를 보고

공자무; [그자는 그 물건의 가치를 아느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숨

구령; [아마도…!] [하지만 신경 쓰실 필요는 없어요.]

공자무; [어째서?]

구령; [그도 백년 내로 죽을 테니까요.] 허탈하게 웃고

찡그리는 공자무

구령; [사람이 당대에 할 수 있는 일은 큰 게 없어요. 그저 작은 발자국과 소소한 이름만 남기고 갈 뿐이지요.] 염세적인 웃음

공자무; [그자가 만일 그 물건의 힘을 얻어 공격한다면 나라고 해도 감당하지 못한다.]

구령; [제가 서쪽으로 가는 것도 행여 있을지 모를 그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예요.]

공자무; [알았다. 물건은 포기하마.] [하지만 지금 그걸 갖고 있는 자가 누군지는 알아야겠다.]

구령; [그는 한 눈에 눈동자가 둘인 사람이에요.]

공자무; [천동대협 이산굉?]

구령; [맞아요. 천동대협이라 불리는 이산굉이죠.]

구령;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그의 신분은 혈목제의 서열이위!] [만약 제가 죽거나 잘못되었을 경우에 만마천의 통수권을 가지는 자예요.]

구령; [또 저와는 달리 개인적으로 세력을 많이 가지고 있는 자이기도 해요.]

공자무; [이산굉은 천하의 주인이 되고자 하겠구나.]

구령; [욕심은 있겠지만 제가 살아있는 한 감히 함부로 나서진 못해요. 감히….] 싸늘하게 웃고. 그런 그녀의 몸에서 서릿발 같은 위엄이 뻗친다. 바로 그때

<흐흐흐! 암흑철수가 있다면 물론 그렇겠지.> 갑자기 들리는 웃음소리

<하지만 구령! 당신은 암흑철수를 잊어버렸지 않소?> 휘이이! 돌풍을 일으키며 길 한가운데 나타나는 괴인. 여덟 자 길이의 화려한 창을 어깨에 걸치고 있지만 키는 오척 단구에 불과한 자다. 사십 정도의 나이에 얼굴이 유달리 크고 까무잡잡하다. 체구에 비해 얼굴이 크고 창이 지나치게 길고 굵은 데는 이유가 있다.

공자무; [넌! 누구냐?] 불쾌하고 삼엄한 기세

강작; [흐흐흐! 구령의 남자라면 물론 내가 누군지 물을 자격이 있겠지만.....!] + [!] 말하다가 부릅

쿠오오! 노려보는 공자무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흘러넘치고. 두 눈이 백열한다

강작; (무... 무슨 놈의 기도가....!)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조여오다니...!) 비지땀을 흘릴 때

공자무; [말하라!] 준엄하게 일갈하고. 순간

꽈릉! 머리에 벼락을 맞는 듯한 느낌을 받고 안색이 창백해지는 강작

휘청! 쓰러지려는 강작. 하지만

콱! 창으로 바닥을 찍어서 겨우 몸을 세우고

쿠오오! 노려보는 공자무의 몸이 한없이 커져 보인다.

강작; [나.... 나는...!] 헉헉 대는데

구령; [오라버니가 수고하실 필요 없어요. 그자는 혈목제 서열 8위인 강작(强作)이란 자예요.] 말하며 앞으로 나서고. 그러자

화악! 강작을 휘감고 있던 검은 기류들이 사라진다

공자무; [강작?] [들어본 적이 없는 무명소졸이로군!] 차갑게 냉소하고

강작; (무... 무명소졸이라고?) (천번이 넘는 싸움에서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나 마창(魔槍) 강작이?) 굴욕. 하지만 겁에 질려 공자무를 정면으로 보지는 못하는데

구령; [강작! 오랜만이구나.] 공자무의 앞을 막으며 냉소

강작; [아깝소. 정말 아깝소.] 비지땀을 흘리면서고 억지로 웃고

강작; [아직도 이렇게 아름다운 그대를 내 손으로 죽여야 한다니 말이오.] 심호흡을 하며 창을 바닥에서 뽑고

구령; [혈목제 서열 5위인 철와선도 내 손에 죽었다.] [죄목은 내 이름을 함부로 불렀기 때문이지.] 차갑게 웃고

강작; [!] 뜨끔하고

노려보는 구령의 온몸에서 칼날같은 기운이 뻗어나온다.

강작; (젠... 젠장! 이십년 이상의 세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오싹하게 만드는군!) 침을 삼키고

구령; [사부들이 보냈느냐?]

강작; [만... 만마천 내에서 당신이 가졌던 신분과 권한은 모두 박탈되었소.]

강작; [당신 아버지 역시 책임을 지고 물러났으며 현재 연금중인 상태요.]

구령; [그 몇 마디의 말로 네 죄가 사해질 듯싶은가?]

강작; (경... 경솔했다! 구령이 오랜 투병으로 약해졌다는 말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비지땀

강작; (철와선이 죽은 건 실수해서가 아니었다! 나도 오늘 죽지 않으려면 마지막 한방울의 힘까지 다 짜내야겠구나!) 콱! 혀를 물고. 순간

푸학! 강작의 귀와 코, 입에서 피가 확 터져나온다. 그리고

콰드득! 강작의 몸이 갑자기 물풍선처럼 부풀어오르기 시작한다.

공자무; [잠력을 모두 격발시켰군!] 끄덕이고

차갑게 보고 있는 구령

펑! 펑! 강작이 몸에 걸치고 있던 옷들이 터져서 날아가고

쿵! 단번에 키가 2미터 이상으로 자라난 강작. 훈도시만 찬 모습인 보디빌더같은 체격으로 변했다. 비로소 8자가 넘는 창이 어울린다.

구령; [말하라!] [보내서 왔느냐? 스스로 찾아왔느냐?] 스릉! 검을 뽑고

강작; [흐흐흐! 공을 다투는 자는 스스로 오고 명을 따르는 자는 보내서 오는 게 우리 만마천 아니오?]

강작; [당신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만마천과 천사련을 모두 상대할 순 없을 거요.] 창을 겨눈다.

구령; [이것 하나면 되지 않을까?] 왼손을 들어올리고. 순간

쿠오오! 갑자기 주변의 공기가 어둡고 무겁게 변해버린다. 햇살도 그대로고 바람도 그대로인데 색이 주변의 모든 색이 새카맣게 변해버린다. 구령의 쳐든 왼손이 검은 색으로 변하며 두툼하게 부풀어 오르고 있다.

쿵! 그리하여 마침내 변한 구령의 손. 거대해진 왼손이 마귀의 손처럼 시커먼 비늘로 덮여있다. 소톱도 길고 날카롭게 변했고.

[!] 찡그리는 공자무. 반면

강작; [암.. 암흑철수!] 뾰족한 비명을 지르고.

텅! 창을 떨구고

강작; [으으으! 잃... 잃어버린 게 아... 아니었소?] 벌벌 거리며 물러서는 강작.

구령은 말없이 왼손을 치켜든 채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간다. 순간

털썩! 강작은 파랗게 질린 채 뒤로 주저앉고

그런 강작 앞에 서서 내려다보는 구령. 왼손의 암흑철수에서 흘러넘친 시커먼 기운 속에 수많은 마귀와 괴물들의 형상이 일렁거리고

강작; [천... 천주! 제... 제발 자비를...!] 덜덜 떨며 구령 앞에 무릎을 꿇고 납작 엎드려 고개를 조아린다

스윽! 구령은 말없이 그런 강작의 머리에 왼손을 얹고

강작; [으으으!] 고개를 떨군 채 달달 떠는 강작.

주르르! 아랫도리에서는 오줌이 흘러 바닥을 적시고

구령; [만마의 지존인 암흑철수의 주인으로서 명한다.] [여섯 사부에게 돌아가서 전해라.]

구령; [더 이상 나를 건드린다면 만마천이 사라질 것이라고!] 나직하지만 무시무시한 살기를 흘리며 말하고

강작; [조 존명…!] 외치고. 하지만

강작이 존명을 외쳤지만 구령의 손은 여전히 그자의 머리에 얹혀져있다.

[!] 무언가 깨닫는 강작. 다음 순간

고개를 조금 들어서 구령을 보는 강작

여전히 왼손으로 강작의 머리를 누르며 차갑게 내려다보는 구령

강작; [결... 결례를 용서하소서!] 팍! 손가락으로 왼쪽 눈을 찌르고

콰득! 피와 함께 손가락에 후벼파여 나오는 눈동자

찡그리며 보는 공자무

강작; [암흑철수의 권능에 충성을과 복종을!] 두 손으로 자신의 눈동자를 담아 구령에게 바치는 강작

냉소하며 왼손으로 강작의 손에 들려있는 눈동자를 움켜잡는 구령

푸스스스! 피묻은 강작의 눈동자는 암흑철수 안에서 한줌의 푸른 연기로 변해 사라지고,

강작; [하명하신 분부, 틀림없이 전하겠나이다!] 엎드려 절하고

휘익! 이어 창을 들고 날아서 사라지는 강작

강작이 사라진 후에도 공자무와 구령은 화석이 된 듯 한동안 그 자리에 서있고. 이윽고

스스스! 구령의 왼손에서 암흑철수가 사라진다.

공자무; [어떻게 된 것이냐?]

구령; [보신 대로예요!] 맨손을 보여주고. 창백한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고

구령; [천하가 넓다 해도 암흑철수가 두 개일 수는 없죠.] 스르! 말하며 쓰러지려 하고

공자무; [령아!] 얼른 두 손으로 구령을 안고

공자무; (방법은 모르겠지만 암흑철수가 지닌 힘을 잠시나마 발휘할 수 있구나.)

구령; [무리를 했더니 몹시 피곤하군요. 잠시 업어주시겠어요?] 공자무의 품에 안긴 채 애처롭게 웃고

공자무; [잠시가 아니라 언제까지라도 업어주마!] 부축한 구령에게 등을 내밀고

구령; [정말 오랜만이군요. 오라버니에게 업혀보는 건...!] 공자무의 등에 업히는 구령

공자무; [피곤하면 자려무나. 아무 걱정하지 말고!] 구령을 안고 걸어간다

구령;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어!) 공자무의 목을 팔로 두른 채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는 구령의 눈가로 눈물이 맺히고

<나중에는 어찌 될지 몰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오라버니가 온전히 나만의 사람이니까!> 멀어지는 두 사람

 

#116>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728x90

#113>

은행나무. 서문숙의 무덤이 있고

권완; [끔... 끔찍해요! 어쩌다 이렇게 심하게 다쳤어요?] 바닥에 주저앉은 청풍의 머리 상처를 살피는 진저리를 치는 권완. 공손대낭은 여전히 좀 떨어진 곳에서 청풍의 눈치를 보고 있다. 장소는 물론 은행나무 아래의 밀실이다.

청풍; [마.... 말 시키지마! 말... 말할 때마다 골이 울려서 미치겠어!] 죽상

권완; [두개골에 무려 다섯 개나 구멍이 났어요!] [하마터면 뇌를 다칠 뻔 했어요!] 상처에 고약같은 것을 발라주고. 그때

서문숙; [마공(魔功) 서열 구위인 최심조(催心爪)에 당했군.] 바로 옆에서 청풍의 머리통을 들여다보며 말하고

청풍; [최심조?]

청풍; [이름 한번 섬뜩한 데....!] + [!] 말하다가 눈 부릅

서문숙; [이름만 섬뜩한 게 아니다.] 홱 돌아보는 청풍을 보며 웃는 서문숙. 권완은 놀라지 않은 모습이고

서문숙; [최심조를 제대로 익히면 사람 심장을 주머니 속의 구슬처럼 간단히 꺼낼 수 있다.] 청풍의 머리통을 살피고

서문숙; [네 녀석같은 돌 원숭이의 두개골에 어렵지 않게 구멍을 낸 걸 보면 익힌 자의 화후가 보통이 아니야!]

청풍; [으악!] 비명 지르며 뒤로 발라당 넘어지고

권완; [나오셨어요 노야?] 인사하고. 고개 끄덕이는 서문숙

청풍; [영.... 영감은 분... 분명 죽... 죽었는데 어... 어떻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공포에 질려 달달 떨고

서문숙; [왜? 노부를 다시 보니 반가운가?] 웃고

청풍; [반... 반갑고 자시고간에.... 놀... 놀랐잖아요!] [영... 영감, 어젯밤에 죽은 게 아니었어요?]

권완; [노야에게 영감이라니! 무슨 말 버릇이에요?] 눈 흘기고

청풍; [아! 혼내기 전에 어떻게 된 시츄에이션인지 말해줘야할 거 아니야?] 권완에게 불만스런 표정으로 입을 삐죽

권완; [노야가 승천하는 대낭을 대신해서 이 나무의 목신(木神)이 되겠다고 하신 말 잊었어요?] 흘기고

청풍; [그럼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영감탱이는 사람이 아니라 나무에 붙은 잡귀?] + 권완; [또!] 눈을 부라리고

청풍; [알... 알았어! 말조심할게!] 눈치보고

이어 서문숙을 자세히 본다. 그러자

서문숙의 몸이 반투명해지며 뒤쪽의 벽이 들여다보인다.

청풍; [어! 정말 산 사람이 아니네!]

서문숙; [물론 노부는 지금 사람의 몸이 아니다.] [신, 정, 혼중 신(神)과 혼(魂)이 흩어져 정(精)만 남은 상태기 때문이다.] 의자에 앉는다.

서문숙; [즉, 인간의 형상을 이룰 수는 있지만 인간의 육체는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서문숙; [물질은 정신(精神)으로 이루어지는 법인데 정은 있어도 신은 흩어져 버렸으니 두 번 다시 사람의 육신으로 돌아갈 수는...!] + 청풍; [아이 참! 어려운 말은 제발 좀 그만해요!] 손 흔들어 막고

청풍; [간단히 말해서 영감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 잡귀라는....!] 말하다가 입을 손으로 가린다. 권완이 노려보고 있다

청풍; [컴! 컴! 갑자기 목이 메이는군!] 애꿎은 목을 만지며

서문숙; [간밤에 동악대제(東嶽大帝;생사를 관장하는 신. 태산부군)께 인사도 올리고 윤허까지 받았으니 당분간은 대낭과 함께 있을 수 있게 되었다.] 공손대낭을 보고

얼굴이 발개지는 공손대낭

청풍; [당분간이라면 언제고 잡귀, 아니 목신 신세를 벗어날 수 있다는 건가요?] 권완의 눈치를 살피고

서문숙; [지난밤에 대낭이 천계에서 내침을 받았을 때 노부의 신도 함께 천지간에 흩어졌다.] 한숨 쉬며 고개 끄덕

서문숙; [하지만 몇백년쯤 정진하면 흩어졌던 신을 다시 모아 승천할 수 있을 것이다.] 한숨 쉬고

청풍; (다시 승천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기쁜 표정은 아니군!) 생각하다가 흘깃 공손대낭을 본다

공손대낭은 옷소매를 만지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고

청풍; (옳거니! 저 못된 나무 요정은 영영 승천할 기회가 사라져서 죽상이로군!) 쌤통이다 하는 표정을 짓고

서문숙; [나는 이제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 아니므로 인간 세계의 일에 깊이 관여해서도 안되고 또 할 수 있는 능력도 없다.]

서문숙; [수천년을 살아온 대낭과도 달라서 인간에게 직접 힘을 발휘할 수도 없다.] 공손대낭을 보고

서문숙; [그저 사람들에게 모습을 보이고 천기가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이런 저런 말을 해줄 수 있을 뿐이다.]

청풍; [옳거니! 그냥 허깨비로구만!] 주먹으로 손바닥 치고

청풍; [그것도 모르고 조금 쫄았다는....!] + [아야!] 비명 지른다. 옆에서 듣고 있던 권완이 귀를 잡아당겼다.

서문숙; [그래도 인간 세계에서 못 다 한 일이 남아있어 편치가 않다.]

청풍; [난릉왕이라면 걱정마슈! 그 변태는 내가 기필코 손을 봐줄테니까!] 귀를 만지며

서문숙; [고마운 말이지만 지금의 네 실력은 난릉왕을 상대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청풍; [그래서 나한테 뭘 가르쳐주겠다는 거요?] 뚱한 표정

서문숙; [두 가지 무공을 가르쳐주마! 난릉왕을 상대하는데 유용할 것이다.]

청풍; [노야의 무공이라면 극기마환신단을 통해서 거의 다 배운 것 같은데...!] 시큰둥

서문숙; [지금부터 가르쳐주려는 무공들은 좀 다르다.] [그것들은 노부가 생시에 만들어놓기만 하고 연마는 하지 못한 무공들이다.]

청풍; [그래요? 제법 괜잖은 무공들인가 보죠?] 눈 반짝

서문숙; [이 무공들을 네것으로 만들면 최소한 난릉왕에게 죽지는 않을 것이다!]

청풍; [이름부터 말해봐요! 배울게요!] 침 꼴깍

서문숙; [노부의 최후걸작들은 천산음(天山音)과 금안공(金眼功)이라고 한다.] 자부심에 찬 표정

청풍; [천산음과 금안공?]

서문숙; [천산음은 음공(音功)이다.] [몸통을 울려서 소리를 내는 무공인데 경지에 이르면 하지 못하는 일이 거의 없다.]

서문숙; [음파로 물질의 구조에 직접 간섭해서 파괴(破壞), 변형(變形), 소멸(消滅)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청풍; [오오! 대단해요!] 짝짝! 손뼉치고

서문숙; [반면에 금안공을 익히면 인간의 정신에 간섭할 수 있다.] [최면(催眠), 섭혼(攝魂), 환각(幻覺)등을 일으켜서 상대방을 네 뜻대로 조종할 수 있다!]

청풍; [사람을 꼭두각시로 만드는 비법!] [그게 바로 내가 간절히 원하던 거예요!] [그러니까 빨리 가르쳐 줘요! 가르쳐주세요!] 환호하고

서문숙; [노부에게 유일하게 남아도는 게 시간이다.] [얼마든지 가르쳐줄 테니 안달하지 말거라.] 흐뭇해하고

하지만 권완은 표정이 좀 어둡다

서문숙; [너도 함께 배우거라!] 권완에게

권완; [예!] 청풍 옆에 앉고

서문숙; [천산음이라는 이름은 젊었을 때 천산을 여행하다가 본 폭포에서 따왔다.]

서문숙; [천산의 천지(天池)에서 흘러내리는 그 폭포는 구비 구비 수천장을 흘러내리면서 온갖 소리를 다 내었었다.] 설명하고

눈 반짝이며 듣는 청풍. 반면 권완의 안색은 어둡다

권완; (천산음과 금안공...!) (이 무공들은 지나치게 편협하고 사도(邪道)에 치우쳤다.)

권완; (생시의 서문노야도 그렇게 생각했기에 만들기만 하고 연마하지는 않았겠지!)

권완; (하지만 지금의 서문노야는 신이 천지간에 흩어지고 혼은 저승으로 돌아가버린 탓에 선악(善惡)이란 개념이 없는 상태다.)

권완; (그래서 별 생각없이 천산음과 금안공을 가르쳐주시는 것인데...!)

권완; (가뜩이나 천방지축인 저 말썽장이가 천산음과 금안공마저 익히면 통제하기가 쉽지 않겠구나!) 눈 똘망똘망한 채 서문숙의 설명을 듣는 청풍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본다

 

#114>

<-상해(上海)> 넓은 강과 바다를 낀 아주 번화한 항구도시. 때는 오후

번화가의 객잔. 주점과 객잔이 함께 있는 구조.

일층에 사람들이 왁자지껄한다. 헌데

여자들이 한쪽을 할끔거린다. 얼굴이 발그레. 남자들은 질투의 표정이지만 뭐라 하지는 못하고.

객잔으로 들어서는 젊은 여자. 미녀다. 도도하게 고개 들고 들어오고. 수행하는 남자들도 잘 차려 입었는데 여자에게 굽신거리며 따라 들어온다. 점소이도 쪼르르 달려가 여자에게 굽신거리고

여자;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냄새도 안 좋고!] 신경질 내며 안쪽을 둘러보고

사내1; [그래도 이 가게 주방장의 솜씨는 상해에서 으뜸이오.] [소저도 한번 맛을 보시면 단골이 되실 수밖에 없을 거요!] 아부하는데

여자; [단골은 무슨...!] 냉소하며 걸음을 옮기고.

그러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흠칫하는 여자

이어 한쪽 자리로 걸어간다.

[손님! 자리는 이쪽인데...!] 점소이가 당황하지만 여자는 못 들은 척하고 한쪽으로 간다

여자가 가는 곳은 입구가 잘 보이는 벽 쪽의 자리다. 그곳에 공대벽과 귀가 마주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다. 미소를 지으며 술을 마시는 공대벽의 모습이 아주 멋지다. 시선이 여자에게 향하고 있고

그런 공대벽 앞으로 가서 공손히 멈춰서는 여자. 얼굴이 발그레해졌고 눈빛이 풀렸다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공대벽.

그러자 수줍어하면서도 공대벽 앞에서 한 바퀴 천천히 돌아보는 여자.

동행한 사내들 황당해하지만 이미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그러려니 한다.

공대벽; [고맙소 소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그러자

여자; [감사하옵니다!] 공손히 허리 숙여 인사하고

이어 몽롱한 표정으로 다른 곳으로 가는 여자

[이게 무슨...!] [진소저! 아는 사람이오?] 여자의 동행들이 황당해하며 따라가고.

여자; [몰라요! 오늘 처음 뵙는 분이에요!] 몽롱한 표정으로 대답하고

[그런데 왜 먼저 인사를....!] 황당해하는 사내들

여자; [나도 몰라요!] [그냥 그래야할 것 같아서 그랬을 뿐이에요!] 흐느적거리며 걸어간다.

점소이가 안내하는 자리에 앉는 여자. 여전히 몽롱한 표정으로 공대벽 쪽을 보는 여자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병마사(兵馬使)를 부친으로 둬서 도도하기 이를 데 없는 진소저가 마치 품평을 받기 위해 나선 기녀처럼 굴다니...!) 사내들 황당하고

점소이; [손님! 주문은?] 눈치 살피고

사내1; [우선 간단히 마실 것과 안주를 준비해주게!]

점소이; [알겠습니다. 곧 준비해서 올리겠습니다.] 굽신거리고

가려 하는데

사내1; [이보게! 저 사내 누군가?] 속삭이며 공대벽을 가리키고

점소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점소이; [한 시진쯤 전부터 저기 앉아있는데 오시는 여자 손님들마다 전부 저분에게 가서 인사를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놀라는 사내들

가게 안의 젊은 여자들은 모두 뿅 간 표정으로 공대벽을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뒤이어 들어온 여자도 공대벽에게 가서 인사하고

공대벽이 고개를 끄덕이자

수줍어하면서 한 바퀴 돌아보인다.

공대벽은 술을 마시면서도 여자를 유심히 살펴보고

이어 여자는 인사를 하고 다시 동료들에게 가는데 눈빛이 몽롱하고 걸음걸이가 구름을 걷는 것 같다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건가?) (여자들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비법이라도 익힌 건가?) 생각하며 자리에 앉는 사내들

 

공대벽; [예상은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군요.] 한숨 쉬며 술을 마시고

귀; [물론이외다.] [소주의 배필이 될만한 여자는 하늘 아래 단 한명 뿐인데 쉽사리 만나질 리가 있겠소이까?]

공대벽; [아버님께서는 어떻게 여자들을 감별하고 다니셨습니까?] 웃고

귀; [그... 그게!] 난감하고

공대벽; [곤란하다면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웃고

귀; [젊으셨을 무렵의 주군께서는 너무 분방하셨던지라 노복은 감히 있었던 대로 말씀드릴 수가 없소이다.] 고개 숙이고

공대벽; [풍류재신이라는 이름이 괜히 생긴 게 아니었겠습니다.] 실소하고

귀; [어쨌거나 주군께선 언제 어디서도 눈을 쉬지 않으셨소이다.]

귀; [연분은 어떻게 닿을지 알 수 없는 법이라면서 노소미추(老少美醜)를 가리지 않고 살피셨지요.]

공대벽; [종종 귀찮은 일도 생겼겠습니다.]

귀; [전혀 생기지 않았소이다.] 고개 젓고

귀; [소주께서도 지금 경험하고 계시다시피 어떤 여자든 주군의 시선을 받으면 황후간택을 기다리는 규수들처럼 얌전해집니다.]

귀; [하물며 불쾌한 기색을 보이는 여자는 단 한명도 없었지요.]

공대벽; [여자들이야 그렇다 쳐도 동행한 남자들은 그다지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자기에게 눈총을 주는 사내들을 보며 웃고

귀; [그렇다 한들 감히 소주에게 시비를 걸 수 있는 자는 하늘 아래 없습니다.] 돌아보고

찔끔하며 시선을 피하는 사람들

귀; [주군께서도 무림의 문파들뿐 아니라 황실마저 제집 드나들 듯 하셨지만 단 한 번도 제지를 받지 않으셨소이다.]

공대벽; [우리 집안의 핏줄에 흐르고 있는 힘 때문이겠습니다.]

귀;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공씨 집안 장남만이 지니신 힘입니다.]

공대벽; [동생들은 다릅니까?]

귀; [세분 도련님들도 특별한 힘을 지니셨지만 소주만큼은 아닙니다.]

공대벽; [그런 힘을 지닌 것을 그 기쁘게 받아들일 수만은 없군요.] 한숨 쉬며 술을 마신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젊은 여자들이 들어오면 바라보고. 그럼 여자들은 예외없이 공대벽에게 와서 인사를 하고 한 바퀴 돌아서 자신의 몸을 구경시킨 후 간다.

귀; [부디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소주.] 포권을 하고

귀; [아무리 귀찮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반드시 소주에게 맞는 배필을 찾아내셔야만 합니다.]

귀; [그것이 소주의 가장 큰 임무이며 노복등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이루어내야만 하는 사명입니다.]

고개 끄덕이면서도 한숨 쉬는 공대벽

 

#115>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728x90

밀실에 둘만 남는 권완과 공손대낭. 헌데

권완이 갑자기 공손대낭에게 절을 하고.

공손대낭; [아가씨! 왜 이러세요?] 기겁하며 절을 피하려 하지만

권완; [대낭께서 저이로 인해 승천하지 못하셨으니 뭐라 사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권완; [아무쪼록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주시기 바래요.] 절하고

공손대낭; [이런 게 정해진 제 운명이라면 어떻게 거역하겠어요? 다만 슬플 뿐이지요.] 억지로 웃고

공손대낭; [그래도 이곳은 제 몸이고 또 제 마음을 바친 분의 혼이 머무는 곳이니 비록 훗날 소멸하여 천지간에 흩어진다 하더라도 당장은 기쁨이야 없겠어요?]

권완; [언제고 저이도 알 때가 올 것입니다.] 한숨

권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니, 헛것에도 마음이 머무르면 그때부터 헛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공손대낭; [아가씨는 이미 도()를 깊이 터득하셨군요.] 놀라고

공손대낭; [세상에 아가씨보다 총명한 사람은 아마 없을 거예요.]

권완; [그래봐야 일개 여자일 뿐이지요.] [장부가 풀어놓은 사슬에 매여 옴쭉달쭉할 수 없는...!] 서글프게 웃고

권완; [그보다 대낭이 보시기에 저이는 어떤 인물 같나요?] 얼굴 살짝 붉히며

공손대낭; [.... 제게는 너무나 무서운 분이에요.]

공손대낭; [공공자가 쳐다보기만 해도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고 몸이 안개처럼 흩어지려고 한답니다.] 두려워하고

권완; [미안해요, 제가 대신 사과드릴께요.] 끄덕

공손대낭; [소저가 사과하실 거 없어요.] [저도 공공자를 두려워하긴 해도 미워하지는 않아요.]

공손대낭; [그러고 보면 공공자는 제가 배장군께 말로만 들었던 <그분>과 비슷한 면이 있는 듯해요.]

권완; [<그분>이라면 배장군께서 모셨던 칠년천하의 <제왕> 말씀인가요?] 눈 반짝

공손대낭; [배장군께서는 저보다 뒤에 나신 분이지만, 제게는 아버지 같은 분이셨어요.] [정말 훌륭하신 분이셨지요.]

공손대낭; [그런 배장군께서도 <그분>만을 천신처럼 따르셨고 <그분>의 말에만 복종하셨으며, <그분>만을 두려워하셨어요.]

공손대낭; [그리고 제게는 <그분>을 뵙지도 못하게 하셨지요.]

공손대낭; [그때는 이유를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 <그분>이 공공자와 같은 힘을 지니고 있었지 않았을까 싶어요.]

권완; [저도 세가의 사람이니 위대하신 제왕의 미욱한 신입니다.] [하지만 그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어요.]

권완; [혹시 대낭께서는 제왕에 대해 알고 계시는지요?]

공손대낭; [저 역시 그분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답니다.]

공손대낭; [다만 배장군께서 지나가는 말로 그분의 성이 대성(大聖;공자)과 같다고는 하셨어요.]

권완; (제왕의 성도 공()!) 눈 반짝

권완; (어쩌면 나의 시댁은 정말 대단한 가문인지도 모르겠다!) 침 꼴깍

 

#111>

거대한 은행나무를 밖에서 본 모습. 아래쪽에는 바위틈이 있고

청풍이 나뭇가지에 걸린 옷을 벗겨 입고 있다. 하의는 입은 상태에서 상의를 나뭇가지에서 벗겨 내 입고 있다

옷을 입다가 한쪽 옆을 본다. 새로 생긴 무덤이 있고 무덤에는 나무를 깍아 만든 비목이 서있다. 비목에는 <大元帥西門公之墓>라는 글이 적혀있다.

청풍; [서문노야의 무덤이로군!] 의관을 정제하고

청풍; [뭐가 그렇게 급하셔서 일찍 가셨소? 내가 극기마환신단에서 깨어날 때까지 좀 기다렸다 가시지 않고!] 포권하고

청풍; [어쨌거나 편히 쉬시오.] [난릉왕인지 난장판인지 하는 인간은 기필코 내 손으로 멱을 따버릴 테니까!] 꼬르륵! 포권하는데 배에서 소리가 난다.

청풍; [아우 배고파!] 죽상하며 배를 부여잡고

청풍; [생각해보니 사흘 동안 먹은 거라고는 고양이 과자 몇 개뿐이네.] 두리번거리고

멀지 않은 곳의 숲에 건물 지붕이 보인다.

청풍; [건물이 있군!] 반색

청풍; [마을까지 내려갈 거 없이 저기 가서 뭘 좀 얻어먹자!] 달려가고. 헌데

스으! 은행나무 몸통에서 반투명한 사람 그림자가 스며 나온다. 바로 서문숙이다. 서문숙은 나무에 달라붙은 귀신이 된 상태. 모습은 전과 같지만 약간 투명한 느낌이 나며 땅을 밟지 않고 둥둥 떠서 다닌다. 이하도 서문숙으로 표기

[....!] 무언가 생각하며 청풍이 숲으로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는 서문숙.

 

#112>

곧 숲에 이르는 청풍. 숲 속에 자리한 건물은 민가가 아니고 사당이다. 孔子廟라는 대문에 걸려있고. 대문은 열려있다. 대문 안족에는 서너 채의 건물이 있지만 사람은 없다. 정면에는 사당 좌우에는 객사와 관리동이 있는 구조.

청풍; [뭐야? 민가가 아니라 공자묘(孔子廟)였잖아!] 실망하고

청풍; [누구 계세요?] 안으로 들어가며 두리번거리고. 하지만 인기척이 없다

청풍; [안 계세요?] 열려진 관리동 건물 안을 기웃거리며 묻고

건물 안은 누군가의 서재인데 앉은뱅이 책상이 넘어져 있고 근처에 책들이 널려있다. 찻잔과 차주전자도 놓여있고

청풍; (먼지가 없는 걸 보니 얼마 전까지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청풍; (지난밤 은행나무 근처에 떨어진 벼락에 놀라 도망친 모양이구나.)

청풍; (최근까지 사람이 살고 있었으면 부엌에 뭔가 먹을 게 있을 거야!) 입맛 다시며 서둘러 그 건물에 딸린 부엌으로 간다.

부엌에는 간단한 살림도구와 솥이 걸린 아궁이가 있다.

청풍; [냄새가 난다! 냄새가 나!] 킁킁 거리며 아궁이에 걸린 가마솥의 뚜껑을 열고

가마 솥 안에 제법 많이 들어있는 고구마

청풍; [옳거니! 고구마다!] 반색하며 하나 집어들고

청풍; [삶은 지 얼마 안됐다. 먹어도 탈날 염려 없겠어!] 껍질 벗기고

부뚜막에 걸터앉아서 와구 와구 먹는다. 그러다가

켁켁! 목이 막히고

청풍; [! !] 나무로 만든 물통으로 달려가고

물통에서 바가지로 물을 퍼서 들이킨다

청풍; [크억! 살았다! 배가 고픈 김에 너무 긒히 먹어서 체할 뻔 했어!] 가슴 탁탁

청풍; [물도 마셨고...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먹어볼까?] 다시 가마솥 옆에 앉아서 고구마를 꺼내는데. 바로 그때

삐익! !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청풍; (이건!) 고구마를 더 먹으려다가 눈 부릅

삐익! ! 연달아 들리는 새 소리

청풍; (새소리가 아니다!) (무림인들이 연락을 주고받을 때 사용하는 암구호다!) 고구마를 든 채 급히 문간으로 가서. 반만 닫힌 나무 문 뒤에 숨어서 틈새로 밖을 본다. 직후

[!] 눈 부릅 청풍.

맞은편 건물의 지붕 위쪽 허공에서 검은 옷을 입은 건장한 사내가 천천히 내려오고 있다. 팔짱을 끼었고 등에는 폭이 넓은 칼을 짊어지고 있다. 이 인물은 마교의 교주인 마교주 김치독. 별호는 역천마도. 나이는 30대 후반. 마교주답게 아주 무시무시한 인상이다. 사악하지는 않지만 음산하고 패도적인 분위기. 이하 역천마도로 표기

청풍; (대단한 경신술인데...!) 놀라면서도 고구마를 입에 넣고

청풍; (무게가 없는 깃털처럼 천천히 하강하는 건 내공이 화경(化境)에 달해야 가능한....!) 놀라다가 흠칫. 고구마를 입에 문 채

청풍의 뇌리로 떠오르는 모습. 하얀 옷을 입은 30대 중반의 사내가 뒷짐을 진 채 허공에서 내려오는 모습이 떠오른다. 장소는 청풍 자신이 숨어있는 건물의 위쪽이다. 역시 천천히 내려오는데. 그자는 바로 상해 부둣가에서 일곱 개의 상자를 가져가면서 경신방의 배를 불태운 인물 백영.

청풍; (이 건물 위로도 또 한 놈이 나타났다!) 입에 물었던 고구마를 빼낸다

청풍; (암구호를 주고받은 걸 보면 은밀하게 만나야하는 사정이 있는 모양인데....) (자칫하다간 엿봤다고 독박 쓸 수도 있겠다!) 침 삼키며 문 안쪽으로 더 깊이 숨고

<그런데 두 번째 인간이 나타나는 장면이 어떻게 머리 속에 떠오른 건가? 극기마환신단을 복용한 덕분에 이상한 능력이 생긴 걸까?> 청풍의 생각 배경으로 각자 건물 지붕 위로 내려서는 역천마도와 백영

역천마도; [오랜만이다 사제! 그동안 잘 지냈나?]

백영; [이렇게 잘 알려진 곳에서 만나자고 하다니... 사형도 담이 만만치 않소.] 주변을 둘러보며 냉소

백영; [우리가 만나는 게 남의 눈에 띄면 좋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시오?]

역천마도; [안심해라.] [이 근처에는 지난밤에 벼락이 심하게 떨어져서 아무도 가까이 오지 않는다.]

역천마도; [공자묘를 관리하던 서생 놈도 혼비백산해서 도망쳐버렸을 정도다.]

백영; [어쨌거나 우리가 만나는 걸 그가 알면 좋아하지 않을 거요.]

역천마도; [천동대협 이산굉이 아무려면 자신의 오른팔을 어쩌려고?] 냉소하고

역천마도; [게다가 우리는 사형제지간인데 못 만날 이유가 없지 않느냐?]

백영; [그는 내가 자신의 이목에서 벗어나는 걸 좋아하지 않소.] 고개 젓고

백영; [그리고 나는 그를 거역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그만한 힘도 없소.]

역천마도; [사제의 생각이 그렇다니 긴말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이산굉이 최근에 그 물건들을 손에 넣었으며 이곳 상해 근처로 옮겨왔다는 것도 알고 있다!]

백영; [설마 그 물건들을 사형에게 바치라는 거요?] 찡그리고

역천마도; [내게 바치라는 것이 아니다!]

역천마도; [사제에게 마교(魔敎)의 제자라는 자각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마땅히....] + 백영; [그만하시오!] 손을 들어서 막고

백영; [낮말은 쥐가 듣고 밤 말은 새가 듣는 법이오. 내 출신이 알려지면 피차 좋을 게 없소!] 곁눈질로 자기가 서있는 건물을 가리키며 말하고

청풍; (마교!) 눈 반짝.

청풍; (이제 보니 저 물건들은 흉악하기 이를 데 없는 마교의 잔당들이었구나!) 소리없이 고구마를 먹으며 생각

<마교는 마도무림의 결사체인 만마천(萬魔天)에 필적하는 강력한 세력이었다. 하지만 사백여년전 내부에서 벌어진 이념 투쟁으로 일부 세력이 뛰쳐나가 집마천(集魔天)을 만들면서 교세가 급격히 위축되었다. 그후 무림맹(武林盟)과 무익한 대결까지 벌여 심한 타격을 받은 결과 당금에 와서는 거의 유명무실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魔敎라는 아주 큰 깃발을 들고 높은 단 위에 서있는 귀신 가면을 쓴 인물의 모습. 그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엎드려 절 하고 있다.

청풍; (그러니까 뭐야. 흰둥이는 마교의 제자면서 지금은 독불장군으로 유명한 천동대협 이산굉의 졸개 노릇을 하고 있다 이거로군!)

청풍; (요건 나중에 잘 하면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겠는걸!) 히죽 웃고

역천마도; [이산굉이 정말 사제의 내력을 모르고 있을 거라 생각하나?] 냉소

백영; [물론 알고는 있을 거요.]

백영; [하지만 그는 내가 자신에게 충성하는 한 출신을 문제 삼지 않을 거요.]

역천마도; [충고하는데 이산굉에게 너무 깊이 빠지지 마라.]

역천마도; [이산굉이 우리 중에서 탁월한 자이긴 하지만 반드시 그가 천하를 쥘 것이라 장담하진 못한다.]

백영; [그럼 사형이 천하를 쥔단 말이오?] 냉소

역천마도; [못할 건 또 뭔가?]

서로를 노려보는 역천마도와 백영. 둘 사이에 불꽃이 튀고

청풍; (천하를 어째?)

청풍; (몰락해서 빈쭉정이가 된 마교의 잔당들이 꿈은 야무지군!) 냉소하며 고구마를 먹고

백영; [그만합시다! 난 이산굉을 배신할 수 없고 그럴 마음도 없소!] 양손 들어 보이며 고개 젓고

역천마도; [물건을 빼내라고는 하지 않겠다.] 품속에서 작은 주머니를 하나 꺼내고

역천마도; [다만 옛정을 생각해서 한 가지 일만 해주면 된다!] ! 주머니를 백영에게 던지고

백영; [이게 뭐요?]

역천마도; [사용법은 안에 들어있다. 나중에 직접 봐라!]

주머니를 손에 든 채 고민하는 백영

역천마도; [난 이산굉을 어떻게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산굉이 너무 강해져서 통제를 할 수 없게 될까 걱정할 뿐이다.]

묵묵히 듣는 백영

역천마도; [주머니 속에 든 걸 사용하면 그 물건이 이산굉 개인에게 속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속하게 될 것이다.]

역천마도; [설마 본교가 만마천에 종속되는 걸 원하는 건 아니겠지?] 강렬한 눈빛

백영; [생각은 해보겠소!]

백영; [하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 마시오!] 주머니를 품에 넣고

역천마도; [그 정도면 되었다!] 스릉! 칼을 뽑으며 웃고

역천마도; [그럼 오늘은 이걸로 마무리를 짓도록 하자!] 부악! 돌연 치켜든 역천마도의 칼에서 수십미터 길이의 섬광이 치솟는다

[!] 눈 부릅 청풍

역천마도; [죽어라 쥐새끼!] 수십미터의 섬광이 치솟은 칼로 백영이 서있는 건물을 내려친다. 백영은 태연히 서있는데

청풍; (아차!) ! 기겁하며 옆으로 몸을 날린다. 직후

! 역천마도가 내려친 칼에 의해 백영이 서있는 건물이 둘로 갈라진다. 바로 청풍을 노리고 칼을 내려친 것.

콰쾅! 폭발하며 무너지는 건물. 그리고

! 무너지는 건물을 뚫고 치솟는 청풍. 백영은 냉정하게 보고만 있고

청풍; (젠장할! 처음부터 내가 숨어있는 걸 눈치채고 있었구나!) 앞을 보는 자세로 뒤로 날아가고.

[!] 직후 눈 부릅 청풍

! 하늘을 가득 메우며 거대한 손이 덮쳐온다

청풍; (위험...!) 스팟! 생사일보를 펼치려 하고. 하지만

! 다음 순간 역천마도의 커다랗고 깡마른 손이 청풍의 머리통을 움켜잡는다.

빠직! 충격 받는 청풍의 몸

! 허공에 나타난 역천마도. 왼손에는 칼을 들었고 오른손으로는 청풍의 머리통을 움켜쥐고 있다. 청풍의 몸은 축 늘어져 있고

역천마도; [! 아직 머리에 피도 안마른 놈이었군!] ! 냉소하며 바닥으로 내려서고

백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도 주둥이는 나불댈 수 있소!] ! 지붕에서 떠오르고

백영; [확실히 죽여서 후환을 없게 하시오!] 휘익! 날아간다.

역천마도; [흐흐흐! 쓸대없는 걱정일랑 비끌어 매둬라!]

삽시에 사라지는 백영

역천마도; [사적인 감정은 없다.] [그저 운이 없었다고 생각해라!] ! 청풍의 머리통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슈욱! 역천마도의 손가락들이 촉수처럼 청풍의 두개골로 스며든다.

역천마도; [때로는 예상치 못했던 액운을 만나기도 하는 게 인생...!] 말하다가 부릅

화악! 청풍의 몸에서 강한 열기가 일어나고

역천마도; [! 갑자기 웬 열이...!] 경악하며 손을 떼는데

청풍의 눈이 번쩍

역천마도; (위험!) !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뒤로 홱 물러서지만

쩌억! 청풍의 몸이 아주 얆게 칼날처럼 변해서 역천마도를 베어온다. 생사일보다

슈학! 그대로 역천마도의 오른 팔을 자르고 지나가는 청풍의 몸. 길게 늘어나서 아주 긴 검처럼 변했다.

역천마도; [크학!] 잘려진 팔에서 피를 뿌리며 비명.

털썩! 잘려진 팔이 바닥에 뒹굴고. 직후

슈욱! 포물선을 그리며 멈춰서는 청풍.

! 콰득! 청풍이 날아가며 스친 곳의 바위, 건물들이 그대로 잘려져서 무너진다

역천마도; (이게 대체 무슨 무공인가?) (몸 자체가 칼처럼 변하다니...!) 칼 든 왼손으로 잘려진 오른팔의 상처를 눌러 지혈하며 경악하고

청풍; [재수없는 인간! 뭐 액운이 어쩌고 어째?] 슈욱! 멈춰서며 이를 갈고

청풍; [너야말로 오늘 운이 없었다고 복창해라!] [이번에는 창자를 몽땅 쏟아내게 될 테니까!] 부악! 청풍의 몸이 다시 얇아지려 하고

역천마도; (위험하다!) 경악하며 공포에 질리는데. 직후

청풍; [에쿠!] 머리통을 부여잡고 비틀. 얇아지려던 몸도 다시 원래로 돌아가고

주르르! 역천마도에게 잡혔던 머리에 난 구멍에서 피가 쏟아진다

청풍; [젠장할! 하마터면 골이 후벼질 뻔했잖아!] 피를 흘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털썩 주저앉고. 그때

역천마도; [좋다. 오늘은 이걸로 비긴 걸로 하자!] 말하며 칼을 칼집에 꽂고

청풍; [헛소리 작작해! 누구 맘대로 비긴 걸로 하고 끝을 내는데?] 다시 일어나며 노려보지만

역천마도; [섣불리 도박하지 마라!] 바닥에 떨어진 자기의 오른팔을 집어든다

역천마도; [네게 한 수가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끝장을 보자고 하면 누가 누구 손에 죽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말하며 잘려진 팔을 서로 잇댄다

청풍; [뻥치고 있네!]

청풍; [팔병신이 된 주제에 그런다고 누가....!] 말하다가 부릅

츠츠츠! 잘려진 역천마도의 팔이 맞닿은 부분이 연기가 나면서 녹아붙기 시작한다. 마치 다루거진 쇠나 프라스틱이 녹아붙듯이

청풍; [... 그거 어떻게...!] 놀라 버벅 대고

역천마도; [날 죽일 생각이었다면 목을 자르든지 심장을 꺼냈어야만 했다!] 치치치! 완전히 녹아붙은 팔을 들어 보이고

청풍; [... 술법이냐?] 침 꼴깍

역천마도; [비슷하지만 무공이기도 하다.] 손가락을 움직여 보인다.

역천마도; [더 많은 눈요기를 시켜주고 싶다만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겠다!] 스스스! 허공으로 떠오르고

청풍; [... 잠깐만! 당신 이름 뭐야?] 외치며 막으려 하지만

역천마도; [알려고 하지 마라!] [본좌의 이름을 듣고 목숨을 부지한 인간은 많지 않다!] ! 그대로 미사일처럼 사라지는 역천마도

청풍; [뻐기기는...!] 코웃음

청풍; [제법 한 가닥 한다는 건 인정하지만 난릉왕에 비하면 좆도 아닌 게 누구 앞에서....!] [!] 말하다가 머리를 부여잡고

청풍; [으으으! 골이야! 움직일 때마다 골이 출렁거리는 게 느껴져!]

청풍; [재수 옴 붙었다!] [고구마 몇 개 주워 먹은 대가로 머리통에 구멍이나 나고...!] 비틀거리며 공자묘를 나간다

청풍; [으으으! 별 탈이 없어야할 텐데...!] 머리를 양손으로 부여잡고 비틀 비틀 공자묘 밖으로 사라진다

 

#113>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728x90

#108>

산중에도 비가 그쳤다. 구름이 흩어지며 저녁별도 간간이 보이기 시작한다. 해는 이미 서쪽으로 졌다.

활활 타는 낡은 절.

불타는 절 안에는 혈정 만천태와 유모의 시체가 놓여있다.

불에 타는 대웅전의 기둥들이 지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허물어진다.

절을 등지고 떠나는 공자무와 구령

구령; [오라버니의 넷째 아들은 성정이 저와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군요. 여러 사람을 곤란하게 하는 재주가 있으니…]

공자무; [어쩌다 우리 공씨집안에 그런 놈이 났는지 나도 영문을 모르겠다!] 한숨

구령; [다음에 만나면 제가 혼을 좀 내줘야겠어요.] [저 같은 성미라면, 매를 대지 않고는 바르게 키울 방법이 없을 거예요.]

공자무; [마음대로 하려무나.] 웃고

구령; [혹시 이번에 우리가 살아난다면…] 망설이고

구령; [그 아이를 제게 주실 수 없을까요?] 용기를 내어 공자무를 보고

공자무가 걸음을 멈춘다. 놀란 표정으로 구령을 돌아보고

구령; [저도 어느덧 마흔살을 넘겼답니다. 이미 아이를 갖기에는 늦은 나이지요.] 한숨

구령; [하지만 저를 위해 제상에 술 한 잔 올려줄 아들은 하나쯤 있었으면 해요.]

공자무; [네 뜻을 내가 어찌 모르겠느냐?]

공자무; [하지만 나 혼자 결정하고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구나!]

구령; [그렇겠지요? 낳아준 어미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으니....!] 우울

공자무; [너무 낙담하지 마라. 집사람에게는 내가 알아듣게 얘기를 넣어보마!] 구령의 어깨를 감싸안고

구령; [어쩔 수 없이 제가 그 얄미운 여자에게 머리를 조아려야겠군요.]

공자무; [그래서 잘 자란 자식은 어미의 울타리고 아비의 보루라고 하지 않느냐?]

억지로 웃는 구령

그런 구령의 어깨를 안고 걸음을 옮기는 공자무

구령; (오라버니에게 자식을, 그것도 아들을 넷이나 낳아준 것만으로도 나는 영영 진군소, 그 말같은 년을 이기지는 못하겠구나!)

<운명은 어찌 이리도 불공평하고 야속한 것인지...!> 어두워지는 길로 멀어지는 두 사람

 

#109>

밤. 금릉에도 비가 그쳤다. 날씨가 맑아졌고 금릉의 밤거리에는 여기저기 수많은 등불이 걸려 불야성을 이룬다

불이 거의 켜져 있지 않은 황금전장을 떠나는 공대벽. 모자를 쓰고 멋진 도포를 입어서 풍류한량 같다. 손에는 부채를 들었고. 공대벽의 뒤를 귀가 따른다.

귀; [소주! 어디로 가실 계획이신지요?]

공대벽; [발 닿는 대로 가봅시다.] 웃고

공대벽; [저마다 짝이 있는 거라면 제 짝도 어디서든 만나게 되겠지요.]

귀; [옳은 말씀이십니다만... 우선 산 좋고 물 좋은 곳부터 둘러보셔야만 합니다.]

공대벽; [미녀도 풍수(風水)로 찾습니까?] 웃고

귀; [그렇습니다.] [산이 아름다워야 여자도 아름답고 물이 맑고 풍성한 곳이라야만 마음속에 포부를 품은 여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귀; [외모뿐만 아니라 마음도 아름다운 여자가 큰 자식을 낳을 수 있는 밭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공대벽; [하하하! 온전히 마음에 드는 여자를 고르려면 세상 모든 여자들을 만나봐야겠군!]

귀; [그럴 각오를 하셔야만 할 것입니다.]

귀; [그러나 인연은 기필코 이어지게 되는 법이니 의외로 쉽게 만날 수도 있습니다.]

고개 끄덕이는 공대벽

이어 용설약을 떠올린다.

공대벽; (어쩌면... 이미 그 인연을 만났었는지도 모르지!)

공대벽; (진정한 인연이라면 이 여행이 끝나기 전에 다시 만나게 될 테고...!) 멀어진다

 

어둑한 황금전장.

집무실에 불을 켜고 책상 앞에 앉아서 편지를 쓰고 있는 진군소.

진군소; [예정된 일이긴 하지만 모든 게 너무 빠르구나.] 편지를 다 쓰고

진군소; [둘째부터 시작해서 네 아이가 차례로 내 곁을 떠나 이제는 아무도 남지 않았어.] 편지를 접는다.

진군소; [이 지경이 되었건만 그래도 당신은 나 혼자만 이 커다란 집에 덩그러니 남겨놓고 구령 그년과 돌아다닐 수 있을까?] 편지를 봉투에 넣는다.

진군소; [이제 눈치를 봐야 할 자식들도 없어.] 편지 봉투 입구에 풀을 바르고

진군소; [그러니까 그 독사 같은 년과 함께라도 집으로 돌아오기만 해줘. 이 밥통 같은 양반아.] 봉투 입구를 눌러 붙인다.

진군소; [신!]

<마님! 분부하시지요.> 벽 속에서 대답하고

진군소; [넌 주인을 찾을 수 있겠지?]

<......> 대답이 없고

진군소; [가타부타 대답 못해?] 바락 성을 내고

<찾... 찾을 수는 있습니다.> 급히 대답하고

진군소; [그럼 찾아가서 이 편지를 전해.] 편지를 뒤로 던진다

슥! 벽 속에서 손이 빠져나와 그 편지를 받고

진군소; [편지를 받아본 다음 그 양반이 돌아오겠다면 다행이고... 오지 않겠다면 혼자라도 즉시 돌아와!]

진군소; [대신 이 말을 분명히 그에게 전하도록 해!]

진군소; [끝내 안돌아오면 내가 먼저 가겠다고!] [저승에 먼저 가서 기다리겠다고!] 이를 바득 갈고

<마님!> 스윽! 벽에서 스며나오는 신

신; [참람하여 차마 입에 올릴 수 없는 말씀입니다. 거두어주십시오!] 포권하지만

진군소; [신! 너는 아직도 나를 모르느냐?]

진군소; [명분으로야 주종지간(主從之間)이지만 핏줄로는 내게 사촌동생인 네가 아니더냐?] 호통을 치고

신은 주눅이 들어 머리를 숙인다.

진군소; [나는 젊었을 때는 선하곡(仙霞谷)의 사나운 검이었으며 지금은 제왕공가(帝王孔家)의 안주인이다.] 강렬한 기운을 흘려내고

진군소; [내가 시정의 어리석은 계집들처럼 허튼 말이나 지어내 남편을 협박하는 여자일 것 같으냐?] 무시무시한 기세

신; [명을 받들겠습니다. 진노를 거두십시오 마님!] 깊이 포권하고

스스스! 이어 사라지는 신

진군소; [박정한 사람! 무심한 사람!] 공자무를 떠올리며 이를 바득 갈고

진군소; [구령 그년이 그렇게 안쓰러웠으면 일찌감치 데려다 측실로 들어앉히지!] [긴긴 세월 가슴에 묻어두고 내 앞에선 늘 일편단심인 척 해?]

진군소; [늙어서 힘 빠진 후에 내 구박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진군소; [그래도 제발 살아서 돌아오기나 해!] [구령 그년뿐만이 아니라 정을 뿌리고 다닌 년들 다 끌고 와도 받아줄 테니까!] 운다

 

#110>

아침. 해가 막 떠올랐다.

반쯤 부러진 은행나무. 은행나무 가지에 청풍의 옷이 빨아서 널려있다. 은행나무는 상단부가 반으로 쪼개져 마치 누가 일부러 새총을 만들려고 벌려 놓은 것 같다.

그 은행나무 아래의 밀실.

침대에 잠들어 있는 청풍. 헌데 옷이 모두 벗겨졌고 아랫도리만 작은 천으로 덮여있다.

누워 잠들었다가 귀를 쫑긋하는 청풍.

[벽력진군(霹靂眞君)의 칼을 제대로 맞았으면 저는 물론이고 목신(木神)이 된 진보의 정(精)도 물방울처럼 흩어졌을 거예요!] 옆에서 들리는 음성

청풍; (뭐야? 버릇없는 나무 요정이잖아!)

청풍; (서문노야의 신(神)을 빌어 승천하니 뭐니 하더니만 여전히 세상에 남아있네!) 곁눈질한다

좌대에 놓여있던 서문숙의 시신은 없어졌다. 대신 좌대에 권완과 공손대낭이 나란히 앉아있고. 우는 공손대낭을 권완이 등을 다독이며 달래고 있다.

공손대낭; [벽력진군의 칼질을 피할 방법은 한 가지 밖에 없었어요.]

권완; [벼락을 맞기 전에 스스로 자해해서 가지를 찢어버렸군요.]

공손대낭; [다행히 벽력진군은 제 몸이 자기의 칼질에 맞아 쪼개진 것으로 알고 돌아갔답니다.]

공손대낭; [하지만 천신(天神)들에게 미움을 입은 바 되었으니 제가 승천할 수 있는 길은 영영 막혀버렸어요.]

공손대낭; [사람에게 미움을 받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이제 하늘에서도 내침을 당했으니...!] 두 손으로 얼굴 가리고 울고

권완; [좋게 생각하세요.] [세상에 남아 인간들과 어울려 사는 것도 재미있지 않겠어요?]

공손대낭; [그러고 싶지만.... 사람들은 저같은 요정들을 너무 무시해요.]

공손대낭; [알고 보면 요정들의 신세는 참으로 불쌍하답니다.]

공손대낭; [온갖 것을 다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아가씨도 보셨잖아요,] [한 사람의 강퍅한 마음에도 대적하지 못하는 것을요!]

공손대낭; [지상에서도 죽을 뻔하고 하늘로 올랐다가도 사람의 탁한 악기(惡氣)에 쏘였다고 다시 떨어진 불쌍한 저를요.] 다시 울음을 터뜨린다.

청풍; (저것이 은근히 내 욕을 하는구나.) 이를 부득 갈고

청풍; (하찮은 미물이 사람 행세를 하는 것도 꼴사나운데 감히 사람인 나를 욕해?)

청풍; (내가 저한테 잘못한 게 없는데 나를 욕했으니 혼을 좀 내줘야겠군. 빌어먹을 요정 같으니!) 이를 부득 부득 갈고

권완; [쉽지 않겠지만 지난 일은 다 잊어버리도록 노력하세요.]

권완;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진창 속에 뒹굴어도 이 땅이 좋다고 해요.] [아마 하늘나라에도 이 땅에서의 삶보다 좋은 건 없을 거예요.]

청풍; (퍽이나 좋겠다!) 코웃음을 치고. 순간

권완; [그대는 나쁜 버릇이 있군요.] 고개 돌려 청풍을 째려보고

움찔하는 청풍

권완; [잠자리에서 정신이 들었으면 바로 일어나야 합니다.] [게으른 자 치고 큰일을 이루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어요!] 준엄하게 말하고

청풍; (젠장할! 어째 아버지하고 똑같은 말을 하네!)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 [여! 잘 들 있었어?] 너스레

청풍; [죽지 않고 다시 보게 되어 반가워!] 넉살 좋게 손은 쳐들고

공손대낭은 겁에 질려 권완의 뒤로 숨고 권완은 얼굴 붉히며 고개를 돌린다

청풍; [그동안 시간이 얼마나 지났어? 한 달? 두 달?] 침대에서 내려서려는데. 펄럭! 아랫도리를 가린 천이 흘러내리지만 청풍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기겁하며 얼굴 새빨개져서 고개 숙이는 권완

청풍; [뭘 새삼스럽게 내외(內外)를 하고 그래? 어쨌거나 우린 정혼한 사이잖아!] 침대에 걸터앉은 채 뚱하게 말하고

권완; [하... 하루 밖에 안 지났어요.] 여전히 고개 숙인 채 부끄러워 하고

청풍; [정말?] 못 믿겠다는 표정

청풍; [이상한 곳에서 괴물딱지같은 놈하고 수천번을 싸웠는데 겨우 하루가 지났다고?]

권완; [극기마환신단때문에 시간이 많이 흐른 걸로 느끼시는 거예요.] [그보다 앞이나 좀 가려요.] 곁눈질로 흘겨보고

청풍; [가리긴 뭘 가려?] 말하며 아래를 보고

띠용! 비로소 자신이 벌거벗어서 고추도 털렁 내놓고 있는 걸 알게 되는 청풍

청풍; [으악!] 앞을 가리며 펄쩍 뛰어 오르고

청풍; [에구구구!] 후다닥! 앞을 가리고 발발 뛰어서 열려진 문 밖으로 도망간다

후다닥! 문 밖에 등을 기대며 죽상이 되는 청풍

입 가리고 웃는 권완과 공손대낭

청풍; [이... 이게 뭐야? 내가 왜 발가벗고 있는 건데?] 밀실 안에 대고 죽상으로 외치고

권완; [옷이 너무 많이 피에 젖어서 빨았어요.] [지금쯤 거의 다 말랐을 테니까 나가서 입고 오세요.]

청풍; [옷... 옷을 빨았다고? 그럼 내 옷을 벗긴 것도...!]

권완; [대낭은 당신 곁에 가지도 못하니까 제가 벗길 수밖에 없었어요!] 얼굴 붉히고

청풍; (그... 그 말인즉슨 처녀 주제에 내 고추까지 다 봤다는...!) 죽상

권완; [걱정 마세요. 최대한 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벗겼으니까요.]

청풍; (으으으! 십칠년간 고이 간직해온 내 순결이 이렇게 날아갔구낭!) 울상. 그때

꼬르르! 배에서 소리가 나고

권완; [나간 김에 근처 마을로 가셔서 요기도 하고 오세요.] [벌써 사흘 넘게 아무것도 못 드셨잖아요.]

청풍; (그러고 보니 뱃가죽이 등에 붙었군!) + [자기도 뭘 좀 구해다줄까?]

권완; [대낭이야 말할 것도 없고 저도 화식(火食)은 하지 않아요.] [닷새 정도는 안 먹어도 상관없으니까 제 걱정은 마세요.]

청풍; [알... 알았어! 그럼 다녀올께!] 눈치를 보며 입구 쪽으로 간다.

스스스! 청풍이 다가가자 문을 가리고 있던 나무뿌리가 저절로 젖혀지고

문도 저절로 열린다

청풍; (못된 요정같으니!] [나간다니까 옳거니 하면서 길을 터주는군!) 뒤를 흘겨보며 나간다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728x90

#107>

-금릉. 저녁 무렵. 이곳엔 아직 비가 오고 있다.

황금전장

공자무의 집무실의 열린 창가에 뒷짐을 짚고 서서 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있는 공대벽

공대벽; (얼마 전 마음속에 큰 울림이 있었다.)

공대벽; (많은 사람들의 운명에 영향을 끼쳤던 어떤 큰 인물이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노을이 비치는 하늘을 보고

공대벽; (애도(哀悼)의 념(念)은 일지만 통절(痛切)하지까지는 않은 걸 보면 내가 아는 인물은 아닌 듯 한데....!) 찡그리고

공대벽; (그보다 어제도 그랬지만, 오늘도 결재를 하던 중에 깜박깜박 졸았을 때처럼 정신이 나가곤 했다.) 찡그리고

공대벽; (몸이 너무 좁다고... 정신이 몸 밖으로 뛰쳐나가 땅과 하늘과 어울리다 돌아오곤 했다.)

공대벽; (이래서야 마치 바깥 세계를 동경하는 사춘기적 소년 같지 않은가?)

<귀(鬼)입니다 소주!> 어디선가 귀의 음성이 들리고

<마님께서 이쪽으로 오고 계십니다.>

공대벽; [알았소!] 창문을 닫고

문으로 가서 문을 여는 공대벽

진군소가 지붕이 얹혀진 복도를 따라 오고 있다

공대벽; [어서 오십시오 어머니!] 문을 열고 고개 숙이고

진군소; [울적해 보이는구나!] 문을 들어서며 말하고

공대벽; [빗소리에 마음이 차분해진 것뿐입니다.] 말하며 손으로는 탁자 앞의 자리를 권하고

진군소;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란다.] 공대벽이 권하는 자리에 앉고

공대벽;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소자를 부르실 일이지 우중(雨中)에 여기까지 몸소 오셨습니까?] 진군소 옆에 서서 차를 따르며.

진군소; [너도 앉거라.]

진군소; [우거지상이 되기 직전의 얼굴이다만 그래도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하자꾸나.]

공대벽; [예!] 맞은 편 자리에 막 앉는데,

진군소; [거기 있는 건 누구냐?] 벽을 향해서

<귀입니다 마님!>

진군소; [이 방에서 소리가 나가지 못하게 막으세요.] [엿보거나 엿듣는 자가 있다면 신분을 묻지 말고 죽이세요.]

공대벽; [어머니!] 흠칫 놀라고.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귀의 대답

귀의 대답을 들은 진군소는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의자에 등을 기대더니 안락의자에 앉아있기라도 한 것처럼 의자를 앞뒤로 조금씩 흔든다.

공대벽; (귀가 술법을 펼쳐서 주변을 차단하는 걸 기다리고 계시는군!) 직후

스으! 문득 방이 어두워지더니

두 모자가 마주 앉은 탁자가 있는 곳만 다시 밝아진다. 마치 조명을 비친 듯이

공대벽; (결계(結界)가 쳐졌군!) 눈 반짝

진군소; [솜씨가 줄지 않았군요 귀!] 눈을 뜨고

<소주 앞에서 술법을 펼치는 것은 여전히 조심스럽습니다.>

진군소; [이대비역(二大秘域)중 하나인 귀무곡(鬼霧谷)의 곡주께서 너무 겸손해졌군요.] 웃고

<....!> 대답이 없는 귀

진군소; [큰 애야!]

공대벽; [말씀하십시오 어머니.] 고개 숙이고

진군소; [네 아버지가 떠나면서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만...] [너는 어느덧 집안을 이을 자격을 갖추었더구나.]

공대벽; [소자 아직 부족합니다.] 고개 숙이고 대답하는데

진군소; [오늘 밤에 떠나거라.]

공대벽; [!] 깜짝 놀라 눈 부릅.

진군소; [나는 아직 시간이 더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한숨

진군소; [지체하지 말고 떠나도록 해라.]

공대벽; [어머니! 소자에게 어디로 가라는 말씀이십니까?] 당황

진군소; [나는 네 아버지가 남긴 편지에 적혀 있는 대로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다만 그 때가 네 아버지의 예상보다 더 빨리 온 것뿐......]

공대벽; [소자는 집안에서 할 일이 많습니다.]

공대벽; [게다가 어머니만을 두고 떠난다는 것은....!] + 진군소; [너는 내가 몇 살 때 공가로 시집왔는지 아느냐?] 공대벽의 말을 막고

공대벽; [소자 모릅니다.]

진군소; [내 나이 스물 두 살때였다.]

진군소; [이듬해에 너를 낳았는데, 난 죽지도 않았고 병들지도 않았으며.....]

진군소; [무엇보다도 다시는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지도 않았다.] [네 아버지는 네가 태어난 것보다 그 사실에 더 기뻐하셨다.]

공대벽; (무슨 말씀이신지....) 당혹

진군소; [스물두 살 되던 해 봄에 나는 노산(盧山)에 있었는데, 네 아버지가 맞으러 왔었다.] 아련한 표정으로 추억에 잠기는 진군소

<나는 즉시 검을 던져버리고 네 아버지를 따랐다. 그날로 백명이 넘는 색마와 음적을 척살한 악명높은 여살성 백화검(百花劒) 진군소(晉君笑)는 무림에서 사라졌다.> 젊은 시절의 진군소가 바지를 입은 채 검을 폭포에 던지고 있다. 얼굴이 발그레. 그 뒤에서는 역시 젊은 시절의 공자무가 뒷짐 짚고 보고 있다.

진군소; [네 아버지는 그때 내게 물었단다.] [자기를 위해 아들을 낳아 줄 수 있느냐고! 딸은 절대 안 되고 오직 아들을 낳아 줄 수 있겠느냐고!]

진군소; [나는 부끄러웠지만 큰소리로 대답했다. 할 수 없다고 하면 네 아버진 나와 혼인하지 않았을 테니까.]

<燕趙悲歌士 연나라 조나라의 강개한 협객들이

相逢劇孟家 극맹의 집에서 함께 만났네.

寸心言不盡 포부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건만

前路日將斜 길은 멀고 해는 서산을 비끼네.>

허공을 보며 노래를 부르는 진군소

공대벽; (전중문(全中文)의 봉협자(逢俠者)로구나!)

<손으로 한 번 가리키면 협객들이 들고 일어나 한 나라와도 싸울 수 있을 정도였다는 최고의 협객 무제(武帝) 극맹(劇孟)!> 이 작품의 맨 앞에 나왔던 극맹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극맹이 단상에서 포권하자 그 앞에 수많은 협객들이 마주 포권하며 고개 숙이는 모습

공대벽;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만한 인물은 없었다는 극맹을 노래한 저 시에서 여장부로서의 어머니의 포부가 생생히 느껴진다.)

진군소; [요즘 얼마나 세상을 알았느냐?]

공대벽; [소자는 단지 저 책상에 앉아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느끼고 있을 뿐입니다.] 책상을 보고

진군소; [천지가 네 품안에 있는 듯 하지 않느냐?] 의미심장하게 묻도

[!] 공대벽 놀라서 가슴이 덜컥

진군소; [일어서면 천하가 굽어보이고 앉아도 하늘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공대벽; [어 어머니......!] 당황

진군소; [이 말은 네 아버지가 나를 찾아온 그날 밤에 고백했던 말이다.]

공대벽; (아... 아버지도 나와 같은 경험을....!) 땀을 닦고

진군소; [나는 그 한마디에 내가 평생을 받들어야 할 남자를 만났음을 알았다.]

진군소; [그때부터 나는 네 아버지의 사람이 되기 위해서 무슨 짓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할 수 있었다.]

진군소; [나 이전에도 네 아버지 옆에 다른 여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진군소; [하지만 네 아버지는, 하늘과 땅에 두려운 것이라곤 없었던 네 아버지는 나를 택했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를!] 자부심에 가득 찬 표정

진군소; [모든 빼어난 자들을 굽어보는 네 아버지가 나를 택했는데 내가 무엇인들 버리지 못했겠느냐? 검이든, 포부든.....!] 미소짓고

공대벽; [아버님께서는 무림에 얼마나 계셨습니까?]

진군소; [삼 년!]

진군소; [오직 삼 년뿐이었다. 그 삼년 동안 무림에 나와 여자들만 찾아다녔지.]

공대벽; [아버님께서 여자들을요?] 놀라고

진군소; [그래, 네 아버지께서!] [그리고 이젠 네가 그렇게 할 차례다.]

공대벽; [어머니! 전 아직 혼인할 생각이 없습니다.]

진군소;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 준엄하게

공대벽 입을 다물고.

진군소; [나를 공씨 가문의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전통을 끊어버린 죄많은 어미로 만들 셈이냐?] 준엄하게 말하고

공대벽; [잘못했습니다. 어머니.]

진군소; [네 나이 이미 스물 다섯!] [헌헌장부가 되는 동안 네 혼사를 한 번도 고려하지 않은 것은 네 마음이 하늘까지 닿도록 자라길 기다린 때문이다.]

공대벽; (확실히 난 혼기를 놓쳤다.) (내 나이또래의 다른 상인들은 대부분 자식을 여럿 두었고 첩도 서넛은 보통일 정도다.)

<물론 내게도 강호의 여러 명문 거파들과 상계의 거부들로부터의 혼담이 끊이질 않았었다. 하지만 부모님들은 일체 그들의 혼담에 응하지 않으셨다.> 중매장이 할머니가 예물을 늘어놓고 뭐라 말하지만 그 앞에 진군소와 함께 나란히 앉은 공자무가 단호한 표정으로 손을 젓고 있다

공대벽; (이제 보니 부모님들은 내가 준비되기를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다.)

진군소; [천하가 굽어보이고 하늘이 높아 보이지 않을 때에야 우리 공가의 자손은 짝을 찾아 혼인할 자격을 가지게 된단다.] 끄덕이고

진군소; [그리고 이제 너에게 그 때가 왔다.]

긴장하는 공대벽

진군소; [마침내 때가 오면 우리 집안에서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설사 나와 네 아버지가 죽는 일이 있더라도 네 배필을 찾는 일보다는 중요치 않다.]

공대벽; (가문의 전통이, 긴 세월을 내려온 핏줄이 나를 지배하고 있구나!) 주먹 꾸욱

진군소; [잘 듣거라. 강호에 나가거든 무림의 협객이니, 강호의 은원이니 하는 것에는 휩쓸리지 말거라.]

진군소; [혹시 관여된다고 하더라도 좌우되지 말고 네 마음대로 해라. 누구도 너를 거역하지 못할 것이다.]

공대벽 묵묵히 듣고.

진군소; [지난 밤 네가 돌려보낸 여자를 나도 보았다.]

용설약을 떠올리는 공대벽

진군소; [고수더구나. 오히려 당년의 나보다 더 강해보였단다.]

진군소; [그 정도 여자마저 굴복시킬 수 있다면 걱정할 것은 하나도 없다.] [다만, 여자는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단다.]

진군소; [다니고, 만나보고, 찾아보다보면, 네 눈에 들어오는 여자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런 여자를 만나면 가까이에서 지켜봐야만 한다.]

진군소; [그리고 가까이 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네가 가까이 갔을 때 오지 못하게 하는 여자는 천하에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진군소; [황실의 공주라도 네가 다가가는 걸 막지는 못할 것이다.]

공대벽; [예!] 고개 끄덕이고

공대벽; (어머니 말씀대로 지금의 난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진군소; [적당한 여자를 찾은 후에는 앞을 보고 뒤도 보고, 손도 만져보고 발도 만져 보거라.] [잠자는 것도 지켜보고 먹는 것도 지켜봐야 한다.]

진군소; [그래서 네 마음에 <이 여자다!>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게 되면, 그때 그 여자를 데리고 오너라.]

공대벽; [그리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공대벽; [하온데 넷째는 이미 권씨세가의 권완소저와 정혼을.....!]

진군소; [막내 놈이 권가주로 변장을 한 채 제멋대로 꾸민 짓이다. 세가가 그것을 용납할 리 없다.]

진군소; [그런데도 그쪽에서 끝내 혼사를 주장하고 나온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만...] [넷째는 아직 혼인할 때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진군소; [사실 공씨의 사람이 되는 것은 기쁜 일이긴 하지만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진군소; [나는 운이 좋아 너를 낳고도 네 동생들을 셋이나 더 낳았다만....] [네 조모님과 증조모님, 그리고 그 윗대의 분들 모두 자식을 둘 이상 낳으신 분이 없다.]

공대벽; [어찌하여 그리 되었습니까?]

진군소; [우리 집안의 내력(來歷)이다.]

진군소; [천지를 굽어볼만한 사람을 낳았는데 몸이 성하다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느냐?]

공대벽; (하긴...!) 끄덕

진군소; [대대로 공씨집안의 여자는 온몸의 정기를 다 소모하여야만 한 아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 뿐이다.]

진군소; [범상한 몸이라면 해산을 하다가 죽을 수도 있고, 조금 당찬 사람이이라면 죽지는 않더라도 다시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거나 일생을 질고(疾苦)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진군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공씨집안의 여자치고 기쁘게 그 일을 감당하지 않은 여자는 없다.]

진군소; [천지를 굽어볼만한 인물을 낳는 것이 공가에 들어온 여자로서 해야만 하는 의무기 때문이다.]

진군소; [이것이 우리 공가가 오랜 세월 친척도 없이 오직 일맥(一脈)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란다.]

공대벽; (아버지가 공처가란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어머니를 떠받드시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구나!)

공대벽; (어머니는 하나도 낳기 힘들다는 공가의 자식을 자그마치 넷이나 낳으셨으니...!)

진군소; [너희들이 모두 혼인하여 자식을 여러 명씩 낳는다면, 나는 더 바랄 게 없구나.]

공대벽; [반드시 그리 될 것입니다.]

진군소; [이제 세상으로 나가거라. 큰애야!] [나가서 네 자식을 낳아줄 수 있는 여자를 찾아오너라.]

진군소; [아주 튼튼하고 복이 많은 여자를 골라야 한다.]

진군소; [여자는 자식으로 인해 그 집안의 사람이 된다.] [그리고 남자는 자식을 낳음으로서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들과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공대벽; [명심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진군소; (구령! 사갈같은 년!) 이를 바득 갈며 구령을 떠올린다. 젊은 시절의 모습

진군소; (네가 아무리 어쩐다 해도 소용없다.) (이미 마흔이 넘은 네가 지금 와서 그이의 아이를 가질 수는 없을 터!)

진군소; (그이가 너한테 간 건 오직 네 목숨이 위험하니 구해주러 간 것뿐이다.)

 

#108>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728x90

구령; [어리석은 놈! 대답할 놈들이 줄줄이 달려올 텐데 헛소리나 늘어놔?] 시체를 내려다 보고

구령; [오라버니 몸에 상처를 낸 것만으로도 죽어 마땅하다!] 돌아서고

공자무; [솜씨가 더 좋아졌구나.] 다가오는 구령을 보며 한숨

구령; [잔인하다고 욕하지만 않으신다면 누가 오더라도 베어보이지요.]

구령; [육천마든 천사련주든...!] 공자무 옆에 앉으며 웃고. 하지만 입가에 피가 맺혀있다

공자무; [나 때문에 무리했구나!] 손바닥으로 구령의 등을 탁탁 친다.

울컥하고 피를 토하는 구령.

공자무; [어떠냐? 견딜만 하냐?] 소매로 구령의 입가의 피를 닦아주고

구령; [걱정마세요. 안 쓰던 내공을 십여년만에 끌어올렸더니 몸이 좀 놀란 것뿐이에요!] 입을 닦아주는 공자무의 손길에 몸을 맡긴 채 웃고

구령; [운공을 다시 시작했으니까 하루 이틀 쯤 지나면 예전의 몸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검을 내려놓고

구령; [몸이 준비되고 오라버니만 제 곁에 계시면 전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아요!] 공자무의 품에 안기고

공자무; [너무 무리하지 말거라. 굳이 적들과 충돌할 필요는 없다!] 끌어안고 다독이고

구령; [오라버니를 해치려는 자는 그게 누구든 용서할 수 없어요.] 눈빛이 살벌해지고

구령; [그래도 우리를 하루 이틀 쯤 가만히 놔두었으면 좋겠는데....] [혈정 만칠태가 어떻게 알고 바로 따라붙었는지 모르겠군요.]

구령; [집에서 빠져나온 그 비밀통로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거늘...!]

공자무; [우리에겐 편히 쉴 복이 없는 모양이구나.] 탄식하며 문쪽을 보고

구령도 반사적으로 고개를 홱 돌린다.

문을 통해 유모가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구령; [유모!] 눈 빛이 살벌해지고

유모; [아가씨! 용서해주세요!] 혈정 만칠태의 시체 근처에 털썩 무릎을 꿇고.

구령; [우리 종적을 누설한 게 정말 유모야?] 노려보고

유모; [저 역시 만마천의 사람, 서열에 굴복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바닥에 고개 조아리며 울고

구령; [누가 찾아왔었는데?] 이를 바득

유모; [혈목재 서열 오위 철와선(鐵蛙蟬)께서 오셨습니다.]

구령; [그 두꺼비가!] 이를 바득

유모; [노신은 아가씨를 만나기 전, 이미 만마천에 충성을 서약한 몸인지라 철와선께서 묻는 말에 대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령; [내가 용서할 거라 생각했어?] 이를 바득

유모; [노신이 어찌 살기를 바라겠습니까?] [비록 맹세에 묶인 몸이지만 아가씨에 대한 충심은 변함없었습니다.]

유모; [아가씨의 손에 피를 묻히는 수고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손을 쳐들어 손바닥으로 자기 정수리를 겨누고

구령은 입술을 깨물며 천장을 응시한다. 온몸에서 분노와 살기가 활화산처럼 치솟고

유모; [공공자! 아가씨는 오직 공공자만을 생각하며 사셨습니다.] [부디 두 번 다시 아가씨를 버리지 말아주십시오.]

유모; [노신은 지금 죽습니다만, 죽은 순간부터 귀신이 되어 공공자를 따라다니며 지켜볼 것입니다.]

구령; [쓸데없는 소리!] [입 닥치고 죽을 거면 빨리 죽어!]

유모; [아가씨! 부디 공공자와 백년해로하시길…!] 부르짖으며 손바닥으로 자신의 정수리를 내리친다.

퍽! 머리가 수박처럼 깨지고

혈정 만칠태의 시체 옆에 나뒹구는 유모의 시체.

탄식하는 공자무

구령; [죽어 마땅해. 유모는 죽어 마땅한 짓을 했어.] 이를 바득 갈고.

구령; [맹세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어?] [나와 서로 주고받던 정겨운 말속에는 맹세가 스며있지 않았단 말이야?]

구령; [맹세라고 이름 붙인 것만이 맹세가 아니라고!] [마음이 멀어지는데 맹세는 무슨 맹세! 서약은 무슨 서약!]

구령;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사람을 얽매는 수단에 스스로 묶여버렸으니 유모는 죽어 마땅해.] 울고

공자무; [내가 너를 지키마.] 탄식

공자무; [세상이 너를 다 죽이려 해도 나는 너를 지키겠다고 맹세하마.] 구령을 품에 끌어안고

구령; [그만 하세요! 어떤 맹세도 다 부질없는 넋두리일 뿐이에요!] 주르르 눈물 흘리고

구령; [전 다만 오라버니와 함께 있는 이 순간이 짧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공자무의 품에 얼굴을 기대며 울고

한숨 쉬며 구령의 등을 다독이는 공자무. 그때

번쩍! 멀리서 번개가 치고

꽈르르릉! 뒤이어 천둥소리가 들리더니

쏴아아아! 세찬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공자무; (천둥 속에 천신(天神)의 노기(怒氣)가 서려있다!)

공자무; (구령의 지나친 살심이 하늘을 노하게 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천도(天道)를 어지럽힌 것인가?)

 

#105>

신행목이 있는 그 산중의 어느 마을. 해가 막 지려는 순간.

쏴아아! 바람이 일더니 먹물을 풀어놓은 듯한 구름이 몰려와 막 지려던 해를 가린다.

오가던 마을 사람들과 들에서 일하던 사람들 하늘 올려다보고

후득후득 이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오가던 마을 사람들 바삐 비를 피하고

쏴아아아! 냅다 장대비가 쏟아진다.

여기저기 집집마다 열어두었던 문을 바쁘게 닫아걸기 시작하고,

걷지 않은 빨래를 걷으러 아낙들이 뛰쳐나간다. 아이들은 신난다고 빗속을 뛰어다니는데

번쩍! 뇌전이 사위를 밝히고

꽈르르 꽝! 벽력이 밤처럼 새카매진 하늘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엄마! 꺄악! 빗속을 뛰어놓던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집안으로 뛰어들어가 엄마 품에 안기고. 어미들도 [아이구머니!] 놀라 외치며 아이들을 끌어안고 방구석으로 달려가 움츠린다.

콰드드! 덜컹 덜컹! 세찬 바람이 문짝을 뒤흔들고,

쏴아아! 쏴아! 천지가 개벽할 듯 비는 쏟아지고

꽈다당! 번쩍! 시커먼 먹장 구름 속에서 벼락이 줄기줄기 산중으로 내려꽂힌다.

버번쩍! 방안으 작렬하는 번개의 불빛. 이불을 꺼내 뒤집어쓴 가족들이 달달 떨고

[호호호! 천신이 분기했고나! 지신이 노했고나!] 마을의 신들린 무당이 북을 들고 거리에 나가 춤을 추며 외친다.

[어리석은 것들이 하늘을 속였고나! 땅을 더럽혔고나!] [어어 어서 돼지 잡아 피 뽑고 소 잡아 머리를 걸어라!] [천신 지신께서 노하셨다!] 꽈르릉! 꽈릉! 덩실 덩실 춤을 추는 무당을 배경으로 연달아 천둥 벼락이 치고

 

#106>

신행목. 그곳에서 세찬 비바람이 분다. 신행목 근처로 줄기줄기 벼락이 치고

신행목 아래의 토실에서 흠칫하며 천장을 보는 권완. 서문숙의 시체를 좌대에 눕히고 천으로 덮어주던 참이다. 청풍은 여전히 침대에 누워 피를 흘리고 있고

권완; (갑자기 왜 천둥 벼락이....!) 불길한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권완; (천기(天氣)가 돌변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인데....!) 생각할 때

 

번쩍! 거대한 벼락이 신행목을 내리친다. 마치 빛으로 이루어진 칼이 내리치는 것 같고

 

꽈과광! 엄청난 굉음이 토실을 흔들고. [악!] 권완의 몸이 진동에 휩쓸린다

빠지지직! 지직! 벼락이 땅 속으로 스며들어와 벽과 바닥을 타고 흐르고

[악!] 벼락에 감전되어 비명을 지르는 권완

침대에 누워있던 청풍의 몸도 전기 충격을 받은 듯이 펄쩍 퉁겨져 올라갔다가

퍼억! 바닥에 나뒹구는 청풍의 몸뚱이.

권완; [흑!] 털썩! 바닥에 주저앉는 권완

으으으! 바닥에 나뒹굴어 신음하면서도 정신은 차리지 못하는 청풍

권완; [벼락! 벼락이 신행목을 때렸어!] 벌벌 기며 일어나려 애쓰고. 지지지! 온몸으로 벼락의 잔재가 흐른다

권완; [수천년간 단 한 번도 벼락을 맞아본 적이 없는 신행목에 벼락이 떨어지다니....!] 놀라다가 눈 부릅

펑! 천장에서 폭음이 일더니

펑! [악!] 비명을 지르며 천장에서 물방울처럼 스며나왔다가 아래로 뚝 떨어져 쳐박히는 공손대낭. 등이 바닥을 향하게

권완; [대낭!] 바닥에 널부러져 기절한 공손대낭 쪽으로 기어가며 비명을 지르고

 

콰드드! 버섯같이 생긴 신행목이 둘로 쩍 갈라져서 한쪽이 쓰러진다. 자세히 보면 본 가지는 윗부분만 갈라지고 아래쪽의 몸통은 무사하지만 절반 가까운 나뭇가지가 쪼개져서 쓰러진다

드드드! 진동이 일어나고 신행목 전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주르르! 본가지의 쪼개진 윗부분 상처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슈우! 거대한 사람의 향상이 먹장구름 속에서 신행목을 내려다본다. 손에는 벼락의 칼을 들었다. 벼락을 관장하는 신인 벽력진군이다.

마치 산같이 크고 높은 벽력진군의 눈 부위가 먹장구름 속에서 빛나고.

근처로는 줄기줄기 벼락이 떨어지고 있다.

벽력진군의 까마득한 발 아래 신행목이 작은 버섯처럼 보이는데 반으로 쪼개진 형상이다

쩡! 다시 눈을 빛내던 벽력진군

스스스! 흐려지며 사라진다

그와 함께 비도 그치고

쏴아아! 바람이 하늘의 먹장 구름을 걷어간다

노을이 비친 맑은 하늘이 드러나는데

위이이이잉! 위이이잉! 바람도 없는 데 거대한 은행나무가 구슬프게 울기 시작한다. 반쯤 쪼개진 가지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고 은행나무의 본가지 윗부분의 쪼개진 부위에서는 붉은 피가 줄줄 흘러내린다.

 

권완; [대낭! 정신 차리세요 대낭!] 공손대낭을 안고 울고

<대낭! 그대는 왜 다시 왔소? 어찌하여 다시 하계로 돌아왔소?> 어디선가 음성이 들릭고

권완; (노... 노야?) 고개 들어 서문숙의 시체를 보지만. 서문숙은 기척이 없고

공손대낭; [하늘의 내침을 당했답니다. 부정한 것이라 내침을 당했답니다.] 권완의 품에 안겨 울고

공손대낭; [청정한 곳, 깨끗한 곳에 인간의 악기(惡氣)에 쐬인 채 들었다고 내치더이다.]

권완; (저 사람이 내뿜던 마기와 관련이 있겠구나!) 청풍을 보고. 청풍은 벼락에 맞은 충격으로 벌벌 떨고 있다

<내 잘못이오! 내가 그대를 망쳤소 대낭!> 어디선가 탄식소리가 들리고

<내가 피 냄새, 마귀 냄새를 끌고 오는 바람에 그대의 오랜 염원이 수포로 돌아갔구려! 이를 어이할꼬! 애달파 어이할꼬!> 웅웅! 방 전체가 울리고

권완; (대낭의 정 대신 신행목에 남은 노야의 정이야!)

권완; (생시의 말씀대로 신행목의 목신(木神)이 되셨구나!) 생각할 때

<풀은 푸르고 버들잎 누렇네.

복사꽃 휘날리고 오얏꽃 향기롭네.

동풍은 시름을 달래주지 못하고, 봄날의 한은 깊어만 가네.

부용꽃 화장한 가인에 미치지 못한 바람이 물결을 지나 부니 가인의 향기만 가득하네.

가을부채처럼 버려진 이 몸의 한은 쓸쓸히 달을 보며 임을 기다리기 오백 년....>

어디선가 노래 소리가 들리고. 웅웅웅! 나무 전체가 진동한다

권완; (대낭을 달래는 노야의 노랫소리...!)

권완; (이분들보다 더 애닲은 사랑이 또 어디 있을까?) 공손대낭을 안고 눈시울을 붉힌다. 공손대낭은 권완의 품에 안긴 채 울고 있고

 

#107>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728x90

#101>

다시 은행나무. 해가 서쪽 하늘로 떨어지기 직전이다.

서문숙; [받아라! 이제 이것은 네것이다!] 책을 권완에게 건네주고. 서문숙 앞에 서있던 권완이 두 손으로 공손히 받는다. 공손대낭도 그 옆에 서있고

서문숙; [혹시 앞으로 의문에 부딪히게 되면 노부의 이 말을 기억하거라.] [세상의 이치는 다만 예순을 넘을 뿐, 일흔은 되지 못한다.]

서문숙; [두루 살펴보면 어떤 의문이든 그 안에서 다 풀 수 있을 것이다.]

권완; [명심하겠습니다.]

서문숙; [조화는 방해할 수 있을 뿐 깨뜨릴 수는 없다.] [하지만 술법은 얼마든지 깨뜨릴 수 있고 깨뜨려질 수있음도 잊지마라.]

서문숙; [저기 있는 저놈처럼 마음이 강철같은 사람이라면 어떤 술법도 그 앞에서 버티기가 어려울 것이다.]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누워있는 청풍을 돌아보고. 공손대낭도 돌아보지만 겁에 질린 표정이고

서문숙; [이런 즉, 너는 술법을 펼칠 때 무엇에든 마음이 눌리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신기막측한 술법이라도 마음이 흔들리면 절로 다 깨어지는 법이므로....]

권완; [부족하고 어린 제가 노야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나 않을지 두렵습니다.]

서문숙; [그렇지 않다. 너는 노부의 분에 넘치는 제자였다.] 말하며 공손대낭을 보고.

서문숙; [이제 때가 되었소! 함께 갑시다 대낭!] 팔을 벌리고

공손대낭; [오늘 헤어지면 우리는 언제 다시 이 세상에서 상봉하게 될지요?] 울면서 죄대로 올라가고

서문숙; [아마도 사백년 후, 서호(西湖)에 가을 무지개가 뜨는 날 그대는 다시 나를 보게 될 것이오!] 말하며 팔을 벌리고

공손대낭; [사백년.... 제게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군요.] [기꺼이 기다리겠어요!] 눈물 어린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서문숙의 몸에 안기고. 순간

슈욱! 공손대낭의 몸이 서문숙의 몸으로 스며들어가고

권완; (승천하는 노야의 신(神)에 대낭의 정(精)이 섞이는구나!) 합장하고

서문숙; [이제 노부는 죽는다. 너는 법기로 스스로를 보호하도록 해라.]

권완; [제가 다시 노야를 뵈올 수 있을지요?]

서문숙; [노부의 정과 혼은 당분간 이 신행목에 머물 것이다.]

서문숙; [지극한 마음으로 찾으면 목신(木神)이 된 노부를 볼 수 있을 터...!] 말하며 손가락을 세워 토실의 천장을 가리킨다.

슈욱! 직후 공손대낭의 몸이 완전히 서문숙의 몸 속으로 스며들어 가고

슈우! 천장을 가리킨 서문숙의 손가락에서 아지랑이같은 것이 피어올라 위로 올라간다

슥! 서문숙의 고개가 떨궈지고

권완; (돌아가셨구나!) 깨닫고 무릎을 꿇는다

권완; (천지신명이시여! 이 한쌍을 용납하고 보우하소서!) 좌대 위에 좌화한 서문숙의 시신을 향해 엎드려 절한다

 

#102>

밖에서 본 은행나무. 때는 황혼무렵

한 줄기 빛이 은행나무에서 치솟더니 붉은 노을 속으로 사라진다.

뒤이어 이른 저녁 하늘을 밝은 별 하나가 가로지르더니 산너머로 사라진다.

 

#103>

노을 속에 강물을 떠가는 배 한척.

[!] 그 배의 갑판에 놓인 의자에 앉아있다가 눈 부릅 권일해. 권일해 앞에는 사마이극, 차불노, 부도신궁 양홍경이 앉아있다가 그런 권일해를 보며 흠칫한다. 그들이 둘러앉은 탁자에는 지도가 몇 장 널려있고

급히 고개를 드는 권일해

한쪽에 웅크리고 앉아 졸고 있던 천년호도 흠칫하며 눈을 뜨고

슈우! 노을이 아직 남아있는 서쪽 하늘을 가르며 한줄기 유성이 떨어지고

권일해; [아!] 탄식하며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고. 다른 사람들 흠칫

야옹! 천년호도 일어나고

사마이극; [대원수! 무슨 일이신지요?]

권일해; [그분이... 그분이 마침내 가셨구려.] 주르르! 눈물을 흘리고

[서문원수께서!] 놀라 눈 부릅뜨는 세 사람. 벌떡 일어난다

양홍경; [노야!] 울부짖으며 별이 떨어진 쪽으로 엎드리며 울고.

권일해와 사마이극, 차불노도 침통한 표정으로 하늘에 대고 포권을 하고

천년호도 별이 떨어진 곳으로 고개를 숙인다.

권일해; [난릉왕도 그분이 가셨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오.]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는 손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난릉왕의 발 밑에 엎드릴 수밖에 없소.] 천년호를 안아들고

사마이극; [대원수께선 속히 군기(軍旗)와 부월(斧鉞)을 가져오십시오.] [사마이극, 비록 부족한 사람이오만 대원수께서 군기와 부월을 가지고 돌아오실 때까지 힘을 다해 싸우겠소이다.]

권일해; [고맙소 사마가주!] 끄덕이고

권일해; [난릉왕이 다시 힘을 찾기 전에 돌아오겠소!] 휘익! 천년호를 안고 날아올라

강을 건너 사라지는 권일해

사마이극; (서문원수께서 돌아가셨지만 정세는 오히려 난릉왕에게 불리해졌다고 할 수 있다!) 멀어지는 권일해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하고

사마이극; (위대하신 제왕의 신하들과 장군들은 십대수호가문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마이극; (십대수호가문은 그저 드러난 신하들일 뿐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원수의 명을 기다리는 장수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다.)

사마이극; (심지어 역대 원수들께서도 얼마나 많은 위대하신 제왕의 신하들이 세상에 퍼져 있는지 알지 못했다.)

사마이극; (다만 대원수의 기치(旗幟)가 높이 들려지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장수들이 구름같이 일어나 달려온다는 것만을 알 뿐....!)

<난릉왕은 원수함과 함께 대원수의 전통을 끊어놓지 못함으로써 사실상 패배한 것이다!> 사마이극등을 태운 배가 멀어진다.

 

#104>

황혼 무렵. 하늘에 구름이 많이 끼었다.

어느 산중의 다 허물어져 가는 낡은 절

그 절 앞으로 걸어오는 세 사람. 공자무와 구령. 유모

구령; [곧 비가 올 것같군요.] 먹장구름이 덮인 하늘을 보고

구령; [아직 백리도 못 왔지만 오늘 밤은 여기서 보내야겠어요. 밤길을 걷다가 비를 맞긴 싫어요.] 절로 들어가고

공자무; [그러자꾸나.] 따라 들어간다

절의 대웅전으로 들어가는 구령. 부서지고 금박이 벗겨진 불상들과 부서진 불단들이 어지럽게 널린 내부.

구령; [지붕은 성하니 비는 피할 수 있겠어요!] 천장을 올려다보고. 천장은 성하다.

유모가 서둘러 대웅전 끝쪽의 바닥에 그물을 편다. 물같이 흐르는 그물이 바닥에 깔리고 구령; [유모! 불 좀 피워줘! 밤이 되면 제법 쌀쌀할 거야!] 그물 위에 앉고

유모; [예 아가씨! 땔감을 모아 오겠습니다!] 대답하고

서둘러 나가는 유모. 표정이 어둡다.

그런 유모를 유심히 보는 공자무

구령; [왜 그러세요?] 검을 뽑아 옆에 놓으며

공자무; [아니다. 유모의 발걸음이 어지럽구나.] 구령 옆에 앉고

구령; [어찌 안 그러겠어요?] [절 따라 나선 길은 죽음의 길로 들어선 것이나 다름없는데....!] 말하다가 흠칫

공자무의 가슴에 두른 붕대가 피로 젖었다

구령; [상처가 도졌군요. 이리 누우세요 오라버니!] 공자무를 부축해서 바닥에 누이고

공자무; [혈정 만칠태의 대못은 확실히 다르구나. 상처가 아물 생각을 하질 않으니...!] 웃으며 눕고

구령; [저로 하여금 오라버니의 피를 보게 했으니 만칠태는 제놈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도 보게 될 거예요!] 공자무의 옷을 젖히며 이를 바득 갈고

 

바깥의 풍경을 보여주고. 하늘에는 먹장구름이 점점 더 짙어진다

절의 대웅전 바닥에 나란히 누운 공자무와 구령. 구령이 공자무의 팔을 베고 있다. 공자무의 옷은 다시 여며진 상태고

구령; [아직도 꿈만 같아요. 이렇게 오라버니의 팔을 베고 누울 수 있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수줍고

말없이 웃으며 구령의 등을 쓰다듬고.

구령; [오라버니는 무슨 생각 하세요?]

공자무; [세월이 덧없고 인생이 무상하다는 생각….]

구령; [그러고 보니 우리도 어느덧 살아온 날을 회고할 나이가 되었네요.] 한숨

공자무; [그래도 살 날은 아직 아득하다. 부디 네 몸을 함부로 험한 곳에 내놓지 말거라.]

구령은 쓸쓸하게 웃고

공자무; [그나저나 유모가 늦는구나.] 문간을 흘깃 보고

공자무; [다른 건물에서 기둥이나 서까래를 빼 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닌데....!]

구령;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에요.] 찡그리며 고개를 들고

공자무; [추적자들이 그새 따라붙은 것 같으냐?]

구령; [우리가 이곳으로 온 것을 아는 자는 없는데....!]

구령; [그렇다고 해도 유모가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는 다른 이유를 생각해낼 수가 없군요.] 한숨 쉬며 일어나고

구령; [유모가 대단한 고수긴 해도 혈목재 서열 십위 안의 고수나 천사련의 구천사등과 만났다면 죽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 가늘고 긴 검을 집어들고.

공자무; [마도무림이야 그렇다 쳐도 암흑철수와는 관련도 없는 천사련의 인간들까지 내게 억하심정을 품은 이유를 모르겠구나!] 한숨 쉬고. 그때

<그거야 나도 모르지!> 갑자기 천장에서 음성이 들리더니

<난 그냥 당신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을 뿐이오 공장주!> 슈욱! 천장에서 물방울이 맺히듯이 사람의 형상이 스며나오더니

휘익! 소리없이 구령과 공자무의 3-4미터 앞쪽으로 뛰어내리는 인물. 얼룩말 무늬같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키가 2미터는 될 정도 크고 말 같이 긴 얼굴에 광대뼈가 툭툭 튀어나와 있었으며, 눈은 동그랗고 머리카락은 듬성듬성 빠져 몇 올 남아있지 않다. 나이는 공자무와 비슷하거나 많은 정도. 이자가 천사련 구천사 중의 혈정 만칠태

공자무; [하하하! 살수들 틈에 숨어 있다가 내 가슴에 못질을 하고 달아났던 친구로군!] 천천히 일어나 앉으며 웃고

구령; [혈정(血釘) 만칠태(曼七颱)!] 검을 들고 일어서고. 하지만 혈정은 구령이 누군지 아직 알아보지 못하고 공자무만 본다

혈정; [흐흐흐! 제법 명줄이 길다만.... 이제 그만 목을 내놔야겠소 공장주!]

공자무; [내 목숨을 살 만큼 지불할 것이 귀하한테 있는지 모르겠군.] 웃고

혈정; [내 혈정에는 학정홍(鶴頂紅)이 묻어있다. 해독약이 없는 극독이지.] 살벌하게 웃고

공자무; [그랬군, 덕분에 별로 아프지도 않았어.] 붕대로 감싼 가슴을 어루만지고

혈정; [공자무! 장사꾼이면 장사꾼답게 굴 것이지 무림의 일에 너무 깊이 끼어들었다!] 말하며 양손을 움켜잡았다가 편다

순간 그자의 손가락 사이사이에 어느덧 굵은 못들이 끼워져 있다. 공자무의 가슴에 박혔던 혈정이다.

구령; [혈정 만칠태! 만마천과 거래가 있었느냐?] 검을 왼손에 들고 혈정 만칠태 앞으로 걸어가고

혈정; [혈정 만칠태? 크카카카!] 어이없어 웃고

혈정; [새파란 계집이 감히 본좌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다니...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구령; [만마천과 거래가 있었는지 물었다!] 오른손을 왼손에 든 검의 손잡이를 잡고

슈우! 구령의 몸에서 칙칙한 살기가 안개처럼 퍼지고

혈정; [헉!] 기겁하며 펄쩍 뛰어 입구쪽으로 물러선다.

혈정; (숨... 숨통을 조이는 듯한 살기!) (련주도 이 정도는 아닌데....!) 눈 부릅뜨고 식은땀 흘리며 양손 손가락에 낀 대못들로 앞을 가린다

온몸에서 촉수같은 살기를 일으키며 천천히 다가오는 구령

혈정; [너.... 넌 누구냐?] 비지땀을 흘리고

구령; [혈목재 서열 일위가 바로 본녀다!] 차갑게 말하며 다가온다. 오른손은 검 손잡이를 가볍게 잡은 자세로

혈정; [마... 마서시 구령!] 경악하고

구령; [대답하지 않으면 벤다.]

혈정; [클클클! 그대가... 그대가 바로 스무살 이전에 극마지경(極魔之境)에 이르렀다는 혈목재의 전설 마서시였군.] 억지로 웃으며 뒷걸음질. 거의 문간에 이르렀다.

혈정; [본좌가 그대를 못 알아본 것은 실례였소만…!] 말하다가 눈 부릅, 스악! 무언가가 목을 스친다. 직후

푸학! 혈정의 목에서 옆으로 피가 분수처럼 확 뿜어진다. 목이 이미 반 넘게 베어졌다

혈정; [큭!] 잘라진 목을 움켜잡고

이미 검을 다시 검집에 꽂고 있는 구령

혈정; [마... 마존지검 천궁!] [이런 말도 안되는...!] 목을 움켜잡고 비틀 거리다가

퍼억! 다음 순간 문 밖으로 나뒹구는 혈정 만칠태의 시체. 목이 반 넘게 베어져 덜렁거리고 베어진 상처에서 피가 축축 거리며 뿜어진다.

한숨 쉬는 공자무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728x90

#99>

저녁 무렵. 해가 서쪽 하늘에 한 뼘쯤 남아있다.

은행나무 아래의 밀실. 청풍은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침대에 누워있고.

서문숙은 여전히 책을 쓰고 있다.

한쪽 옆에서 싱크로 수영을 하듯이 나란히 서서 검무를 추는 공손대낭과 권완. 권완은 곁눈질로 공손대낭의 동작을 보고 있다.

공손대낭; [검을 쓸 때는 눈빛마저도 그 법에 맞아야 한답니다.]

공손대낭; [그렇게 되어야만 검이 눈을 뜨고 검으로 사물을 볼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설명하며 검무를 추는데

퍼덕! 청풍의 몸이 세차게 요동을 치고

츄학! 푸학! 온몸에서 피가 뿜어진다

권완; [공자!] 놀라 돌아보고. 공손대낭도 흠칫 멈추고

청풍은 온몸에서 피를 뿜으며 벌벌 떨고 있다.

권완; [출... 출혈이 너무 심해요! 이러다 잘못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청풍을 만지지는 못하고 발만 동동

공손대낭; [고정하세요 아가씨!] 어깨를 다독이며 달래고

공손대낭; [공공자는 꿈속에서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제 정(精)의 일부를 풀인 줄 알고 뜯어먹었어요!]

공손대낭; [제가 정을 나누어주어 혼백을 보호하고 있으니 심각한 지경에는 이르지 않을 거예요.]

권완; [고마워요 대낭!] 눈시울을 닦고

공손대낭; [이제 저의 검법은 다 배우셨으니 몸이 익숙해지도록 연습만 하시면 되어요!] 말하며 옆의 벽을 향해 손을 쓸고

스스스! 벽의 일부가 커다란 거울로 변한다

공손대낭; [거울을 보면서 반복 연습을 하세요.] [서두르지 말고 동작 하나 하나를 주시해서 파탄이 일어나는 곳이 없는지 확인하세요!]

권완; [예!] 말하며 거울 속의 자기를 보고

이어 천천히 검을 휘둘러 검무를 추기 시작한다

곧 몰아지경에 들어가 검무를 추는 권완

공손대낭; (몰입이 정말 쉽고 빠른 아가씨야!) 그걸 보며 끄덕이고

공손대낭; (저런 자질이 천재들의 특성이기도 하겠지!) 돌아서고

서문숙에게로 간다

심력을 다해 글을 쓰고 있는 서문숙. 얼굴이 시체같다.

공손대낭; (막바지에 이르셨어!) 안타까운 표정으로 서문숙이 앉은 좌대 앞에 서서 내려다 보고

공손대낭; (진보의 법기인 저 황금권(黃金券)이 완성되면 인간으로서의 진보의 여정도 끝이 나겠지!) 주르르! 눈물을 흘리고. 그때

<위대하신 제왕의 미욱한 신 서문숙은 오늘로 사람의 삶을 다하고 법기(法器)를 후인에게 물려 제왕의 뜻이 만세를 이어지도록 할 것입니다. 비록 신은 가나 신의 충성은 후인을 통하여 남을 것이며.......

-중략-

신 서문숙 이에 엎드려 제왕께 하직을 고하나이다.> 손가락을 휘저어 허공에 글을 쓰는 배경으로

스스스! 허공에 생겨난 한자들이 빈 책장에 내려앉고

두 손으로 책을 받쳐 드는 서문숙. 그러자

스스스! 책이 한 장 한 장 넘어가더니 그 속에 있는 글자들이 모두 책 밖으로 튀어나와 dna의 나선 구조처럼 꽈배기를 틀며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넘어간 책장들은 글자를 쏟아내고 나서는 한 장씩 한 장씩 사라져버린다.

긴장하며 보는 공손대낭

마지막 장까지 책이 넘겨지면서 글자들이 날아오르고 책장이 사라지며 이제 두툼한 책의 양쪽 표지만 남는다

탁! 책 표지를 두 손으로 합쳐 덮는 서문숙.

이어 책을 앞에 내려놓는다. 그러자

쏴아아아! 허공에 떠서 돌아가던 수많은 글자들이 황금색 빛을 뿌리는 가루로 변하더니 천천히 책의 표지로 내려와 스며든다.

잠시 후 모든 글자가 가루로 변해 책 표지에 스며들고. 오직 앞뒤의 두터운 표지만 남게 되었고, 표지들은 황금색으로 변했다.

긴 한숨을 쉬며 합장하는 서문숙.

공손대낭; [진보! 마침내 법기가 그대의 정(精)을 온전히 담아 완성되었군요.]

서문숙; [그렇소! 이제야...... 후인에게 전할 만한 법기가 된 듯하구려.] 억지로 웃고

공손대낭; [진보! 전 영원히 그 법기가 완성되지 않기를 바랐답니다.] 주르르 눈물

서문숙; [그대에게 이 늙고 상처 입은 몸을 주게 되었구려.] [그대는 내가 저 아이에게 술법을 전하는 대로 나의 신에 편승하여 승천하도록 하시오.]

공손대낭; [진보. 저는 천육백 년을 살았습니다.] [나무로서 사백 년을 살았고 정(精)이 되어 일천이백 년을 살았지요.] 울면서 죄대 앞에 무릎을 꿇고

공손대낭; [하지만 사람이 되어 그대와 단 하루라도 함께 할 수 있기를, 그대를 만난 후부터 바라지 않은 때가 없었습니다.] [승천을 하더라도 그대를 다시 볼 수 없다면, 그곳이 바로 저에겐 지옥입니다.] 좌대에 얼굴을 묻고 울고

서문숙; [나도 그대를 만난 후 내 자신이 한 그루의 은행나무가 되지 못함을 한탄했소.] 그런 공손대낭의 머리를 쓰다듬고

서문숙; [사월이면 그대가 꽃을 피우고 다른 은행나무의 가루를 받을 때면 내게는 오직 슬픔이 있었을 뿐이오!] [그대와 마주선 은행나무가 되지 못함에 하늘을 원망하며 슬퍼했소.]

공손대낭; [저는 사람이 아니라 나무랍니다.] [봄이 되면 꽃을 피우지 않을 수 없고, 가루를 받으면 열매를 맺지 않을 수 없는 나무랍니다.]

공손대낭; [하지만 하늘이 허락하여 행여 사람으로 다시 날 수 있다면, 반드시 여자가 되어 오직 그대만을 따르다가 죽겠습니다.]

서문숙; [그대는 요정이지만 요정의 뒤를 알지 못하고 있구려.] 탄식

서문숙; [그대는 사람과 달라서 승천하지 못하면, 정은 천지간에 흩어지고 필생에 쌓았던 공덕도 그와 함께 흩어지게 되오.]

서문숙; [그대가 흩어지고 나면 우리가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겠소?] [우리가 우리의 약조대로 한다면, 몇 백의 세월이 지난 후에는 다시 볼 수 있을 거요.]

공손대낭; [진보!]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오열.

서문숙도 고개를 들어 천장을 주시하면서 손으로는 공손대낭의 머리를 쓸며 탄식하고

<七月七日長生殿 칠월 칠일 장생전에서

夜半無人私語時 인적 없는 깊은 밤에 둘이 서로 속삭이던 말

在天願作比翼鳥 원컨대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고져

天長地久有時盡 긴 하늘 오랜 땅도 다할 날이 있겠지만

此恨綿綿無絶期 이 내 슬픈 한은 끊일 때가 없으리...>

검무를 추는 권완과 그 옆에서 울고 있는 공손대낭과 서문숙의 모습 배경으로

 

#100>

구령의 집. 역시 저녁. 서쪽으로 해가 진다. 아직은 해가 서산에 걸린 건 아니고

구령과 함께 건물에서 나오는 공자무. 공자무는 상의 속에 붕대를 감고 있어서 치료를 받은 모습이고. 구령은 허리에 가늘고 긴 검, 천궁을 차고 있다.

구령; [유모!] 정원으로 나서며 부르고

스슥! 검은 그림자가 번득하더니 유모가 나타난다.

유모; [아가씨! 불러계시옵니까?] 허리 숙이고

구령; [아이들 전부 모이라고 해!]

유모; [예!] 허리 숙이고

삐익! 손가락을 입에 넣어 휘파람을 날카롭게 불고

휙! 휙!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시녀들. 모두 무장을 했다. 모두 십여명

구령; [유모는 저애들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유모; [만마천으로 돌려보내실 작정이 아니신지요?] 안색 살피지만

구령; [모두 들어라! 나는 이제 이곳을 떠날 것이다.]

시녀들 긴장하고

구령; [하지만 너희들을 데려가지 못한다.]

시녀들의 안색이 홱 변한다.

구령; [너희들도 이미 짐작했을 테지만... 나는 암흑철수를 잃었다.] [그로 인해 마도무림 전체와 적이 되어 버렸다.]

사색이 되는 시녀들. 구령을 보거나 서로의 얼굴을 본다. 겁에 질린 표정

구령; [마도에 속한 자들은 누구나 나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 [물론 내가 천주라는 감투를 쓰고 있는 만마천도 예외는 아니다.]

시녀1; [마... 마님! 저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요?] 울먹이며 묻고

구령; [이곳엔 곧 적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그들은 너희들을 죽이고 또 죽지 않은 사람은 사로잡아 겁탈하고 고문할 것이다.]

찡그리는 공자무.

사색이 되는 시녀들. 달달 떨고

구령; [나는 너희들이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는다.] 단호하게 말하고

공자무; [구령! 그 아이들을 위해 다른 방도를 찾아보자!] 말하는데. 그 직후

[마님! 만수무강하시옵소서!] [마신(魔神)의 가호가 함께 하시기를....!] 시녀들이 일제히 검이나 비수를 뽑아서

목을 찌르거나 가슴을 찔러 자결한다. 칼로 목을 돌리는 여자도 있고

공자무; [너희들....!] 다급히 외치지만

푸학! 털썩!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시녀들. 단번에 시녀들 전멸

공자무; [이.... 이런 무참한 일이...!] 안색이 굳어진다. 그때

눈을 감고 양팔을 벌리며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드는 구령. 그리고

슈우! 시녀들의 시체에서 검은 기운 같은 것들이 아지랑이처럼 일어나더니

슈하아악! 그 기운들이 구령의 몸으로 스며들어간다

구령의 옷과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몸이 칙칙한 빛을 발한다

공자무; (피와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여 강해지는 혈사극마대법(血死極魔大法)!) 찡그리고

슈우! 그 사이에 아지랑이같은 기운들이 모두 구령의 몸으로 스며들어간다

구령; [잘 가라! 너희들의 육신은 죽었지만 혼백은 나와 함께 살아갈 것이다!) 눈을 뜨며 팔을 내리고

구령; [이젠 안심하고 떠날 수 있게 되었어요!] 공자무를 돌아보고

공자무; [옳지 않은 일이다!] [누군가의 죽음이 몸에 쌓이면 업보도 함께 쌓인다는 것을 모르느냐?]

구령; [죽음이라면 혈목재(血穆齊)에서 충분히 보았고 겪었어요!] [일곱살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혈목재에 들어가 두 달후 처음 사람을 죽였으니까요!] 앞장 서서 건물 뒷족으로 걸어간다

구령;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피를 손에 묻힌 그 순간부터 제 영혼에는 지워지지 않는 업보가 새겨졌어요!] [기왕의 업보에 몇 개의 죽음이 더해진들 무슨 차이가 있겠어요?] 앞쪽에 우물이 있다.

공자무; [혈목재가 네 삶을 망쳤구나!] 탄식

구령; [맞아요! 하지만 전 혈목재를 원망하지 않아요!] 우물을 에워싼 1미터 높이의 돌벽 위로 올라서고

구령; [그곳에서 일찍 죽음을 경험했고.... 죽음이 쌓여가는 만큼 저도 강해졌으니까요!] 돌벽 위에 서서 공자무를 돌아보며 웃고

휘익! 이어 우물 안으로 뛰어 든다

공자무도 한숨 쉬며 우물 안으로 뛰어든다

유모가 뒤를 살피며 마지막으로 뛰어들고

아래로 떨어지면서 손을 위로 뻗어 무엇을 움켜쥐는 시늉을 하는 유모

우두두둑! 그러자 우물 상단의 벽이 우물 안쪽으로 끌어당겨지듯이 무너지고

콰드드! 이어 우물 주변의 흙들도 끌어당겨져서 우물이 있던 자리를 덮어버린다.

완전히 평지처럼 변해버리는 우물이 있던 자리

 

어둑하고 습기가 많은 지하도. 그 지하도롤 걸어가는 구령과 공자무와 유모

구령; [오라버니! 저와 함께 이만 리를 갈 수 있으시겠어요?]

구령; [우리가 이만 리를 죽지 않고 갈 수 있다면 죽는 것은 추적하는 자들입니다.]

공자무; [누구의 피든 피는 모두 붉다.] 한숨

구령; [맞아요! 하지만 내가 흘리지 않는 한 그 붉은 피는 내 피가 아니랍니다.]

구령; [살기 위해서는 누구라도 죽여야하는 게 강호의 삶이 아니겠어요?]

공자무; [너는... 목숨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구나!]

구령; [덕분에 저는 스무살도 안되어서 혈목재 서열일위가 될 수 있었답니다.]

찡그리는 공자무

구령; [아시겠지만 혈목재는 마도무림이 정파무림을 상대하기 위해 만든 연맹체에요!]

구령; [혈목재에서는 문파나 출신을 가리지 않고 뛰어난 자질을 가진 아이들을 모아놓고 경쟁하게 만들어요.]

구령; [아이들 중에는 저처럼 만마천 출신도 있지만 마교(魔敎)나 마교에서 갈라져 나온 집마천(集魔天), 여러 군소문파 출신들이 다 섞여 있었어요.]

구령; [문파나 부모가 마도무림 출신이면 누구든지 차별 받지 않고 혈목재에서 마공을 배울 수 있었죠.]

구령; [하지만 혈목재에서는 운이 나빠도 죽고 실력이 나빠도 죽어요.] [다행히 저는 혈목재의 생리에 누구보다도 빨리 적응했어요.]

구령; [그와 함께 저의 운이 살인과 함께 강해진다는 것도 깨달았죠.] [우리같은 마인(魔人)들은 다른 사람의 죽음을 통해 강해진다는 사실도....!]

구령;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면서 마인들의 힘은 자신이 죽인 죽음에 비례해 강해져요.]

구령; [<죽음이 너희를 강하게 하리라!> 이것이 제가 혈목재에 들어가서 처음 들은 말이에요!]

공자무; [마도에서 혈목재의 서열이 무엇보다 중요시 되는 이유가 있었구나.]

구령; [힘께 생사를 경험한 사람들 사이에는 핏줄 보다 더 강한 유대가 생기니까요.]

구령; [물론 이제는 제가 혈목재 서열일위였다는 건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자조의 미소

구령; [오히려 저를 죽이면 혈목재 서열 일위가 될 수 있으니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겠지요.]

공자무; [아무도 널 해치지 못한다.] 따라가서 구령의 어깨를 감싸안고

공자무; [내 복연을 다 포기해서라도 너를 지켜줄 것이다!] 구령의 머리에 입을 맞추고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그런 공자무의 가슴에 얼굴을 대는 구령

우울하게 한숨 쉬며 그런 두 사람을 보는 유모

<네가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을 잊지 마라 마고!> 철와선이 협박하던 장면 떠올린다

유모; (아가씨!)

유모; (죄송해요 아가씨! 쇤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답니다!) 울고

 

#101>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728x90

#97>

같은 시간 구령의 집.

침실의 침대에 누워있는 공자무. 상체를 벗었다.

구령이 약병을 들고 다가온다.

구령; [오라버니는 복연이 많아서 누구도 해치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런 오라버니를 누가 상처 입혔는지 모르겠군요.] 침대에 걸터앉고

공자무; [복연이 많기에 이 정도로 끝난 것이다.] 한숨

공자무;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수십번 자객들의 암습을 받았다.] [대부분 별 볼일 없는 자들이었지만...] [반나절 전에 습격한 자객들 중에 절정고수가 한 명 섞여있었다.] 공자무의 이야기를 들으며 침대에 약을 늘어놓는 구령

공자무; [자객들 사이에 숨어있던 그자는 내 심장을 노리고 혈정(血釘)을 던졌으나 마지막 순간에 방향이 틀어져서 오른쪽 가슴에 박혔다.] 자기 가슴에 박힌 못들을 보고

구령; [혈정!] [역시 오라버니를 상처 입힌 자는 천사련(千邪聯)의 구천사(九天師) 중 한 명인 혈정(血釘) 만칠태(曼七颱)였군요.] 눈 빛내면서 공자무의 가슴에 박힌 못들을 살피고

공자무; [천사련은 사파무림의 태두....!] [암흑철수의 원주인인 만마천이야 그렇다 쳐도 천사련까지 나를 노리는 이유를 알 수 없구나!] 한숨 쉬는 공자무의 가슴에 박힌 못 들 위로 손 바닥을 펼치는 구령

구령; [제가 오라버니에게 암흑철수를 보냈다는 사실이 어디선가 천사련으로 새어나갔을 거예요.] 징! 공자무의 가슴 위에 댄 구령의 손이 빛을 발하고

구령; [만마천과 천사련은 피차 상대방 고위층에 간세(奸細;첩자)를 심어놓고 있어서 만마천이 알고 있는 첩보는 그 즉시 천사련에도 흘러들어가니까요.] 손바닥을 위로 끌어올리는 시늉을 하고. 그러자

쑤욱! 세 개의 못이 쭉 빨려나온다. 마치 자석에 빨려나오듯. 못들의 길이는 한뼘 정도다. 못과 함께 피가 뿜어지고

공자무; [만마천만으로도 벅찬데 천사련까지 상대하게 생겼구나.] 웃고

구령; [말씀하지 마세요! 출혈이 심해요!] 파파팟! 손가락으로 공자무의 가슴에 난 상처 주위를 찍는다.

상처에서 뿜어져 나오던 피가 잦아들고

구령; [제가 오라버니에게 암흑철수를 보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되나요?]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공자무; [집사람 외엔 아무도 모른다.]

구령; [진군소가 비록 밉상이긴 하지만 어리석은 계집은 아니니 말실수를 했을 리는 없고....!]

구령; [도대체 비밀이 어디서 새어나갔는지 모르겠군요.] 한숨

공자무; [짐작이 가는 자가 있긴 하다.]

구령; [그게 누구죠?]

공자무; [난릉왕!]

공자무의 상처를 치료하던 구령의 손이 멈칫

공자무; [지금으로부터 십구년전.... 그자가 내 집으로 쳐들어왔던 적이 있다.]

구령; [제가.... 막 만마천의 천주가 되어서 암흑철수를 오라버니에게 보냈던 때로군요!] 입술 깨물고

공자무; [술법이 뛰어난 자이니 내 집에 죽음과 암흑의 권능을 품고 있는 강력한 법기가 있다는 걸 알아차렸겠지!] 한숨

공자무; [그래도 확신을 못하고 감시하고 있었을 텐데.... 천둥벌거숭이같은 막내 놈이 암흑철수를 훔쳐 달아나는 일이 벌어졌다.]

공자무; [이에 난릉왕은 사실 여부를 확인해볼 요량으로 암흑철수가 네게 없다는 사실을 만마천이나 천사련에 말을 흘렸을 것이다.]

공자무; [천사련에서는 혹시 내가 암흑철수를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습격했을 태고....!]

구령; [결국... 오늘의 사단은 제가 자초한 셈이로군요!]

구령; [만마천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암흑철수마저 보내면 오라버니가 혹시나 마음을 돌이킬까하는 욕심에....!]

공자무; [자책할 것 없다. 난 너를 원망해본 적 없다.]

구령; [집으로 돌아가세요. 제 곁에 있으면 오라버니도 위험해져요.]

구령; [오라버니를 추격해온 살수들은 유모가 모두 죽였으니 당분간 추격은 없을 거예요.]

공자무; [넌 어찌 할 작정이냐?]

구령; [제가 비록 만마천의 천주라지만 그저 허울뿐이고 실권은 육천마(六天魔)가 쥐고 있어요.]

구령; [암흑철수를 갖고 있다면 육천마도 절 두려워하겠지만... 이제 곧 고수들을 보내 절 치려고 하겠지요.]

공자무; [그럼 이제 내가 암흑철수 대신 네게 주었던 그 물건을 꺼내야 할 때다.]

구령;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요. 오라버니는 더 이상 마음 쓰지 마세요!] 시선을 피하며 일어나려 하고

공자무; [나는 너를 지키러 왔다.] 그런 구령의 손목을 잡고

바르르르 떠는 구령

공자무; [너와 함께 죽기 위해 왔다는 말이다.]

구령; [너무... 너무 늦었어요!] 고개 젓고

구령; [저는 더 이상 살 자신도 없고 살아가야할 이유도 찾지 못하겠어요.] 공자무의 손에서 자기 손을 빼며 눈물 흘리고

공자무; [네게는 늘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일어나고

공자무; [그래서 내 삶은 온전히 아내에게 바쳐야하지만... 죽을 때만큼은 너와함께 하겠다고 맹세했었다.] 침대에서 내려서고

공자무에게 등을 돌린 채 충격 받는 구령

공자무;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너와 함께 해주는 것!] [그것이 네가 내게 마음을 바친 대 대한 나의 유일한 보답이다!] 뒤에서 구령을 안고. 순간

[흐윽!] 돌아서며 공자무의 품에 얼굴을 묻고 오열하는 구령

구령; [왜... 왜 좀 더 빨리 그런 마음을 제게 밝혀주지 않으셨나요?] [그럼 제 삶이 지금처럼 황폐해지지는 않았을 텐데....!] 공자무의 가슴에 얼굴 부비며 울고

공자무; [미안하다.] 우울하게 한숨 쉬는 공자무

공자무; [하지만 나는 마음을 나누어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 구령의 머리를 쓰다듬고

구령; (알아요! 그래서 전 당신을 미워하면서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예요!)

<당신이 내 곁을 떠났을 때도 당신의 목숨, 당신의 죽음만큼은 진군소가 아닌 내 것이라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답니다!> 부둥켜안은 두 사람의 모습 멀어지고

 

#98>

청풍의 꿈속. 저승같은 분위기의 음침한 하늘 아래에서 악전고투를 치르는 청풍. 생사일보를 펼쳐서 이리저리 휘어지고 늘어나며 역시 생사일보를 펼치는 수많은 자기 분신들과 싸우고 있다. 분신들은 어둡고 검고. 반면 청풍은 밝은 형태라 차이가 난다.

필사적으로 피하고 공격하는 청풍

악귀같이 사방에서 죽죽 늘어나며 공격해오는 분신들

청풍; (젠장맞을!)

청풍; (내가 이렇게 무공에 능숙했던가?) (원래 우리 철궁의 무공은 상대를 겁주기 위한 허장성세일 뿐 실속은 없는데....!)

청풍; (무궁팔식(無窮八式), 조화삼초(造化三招), 절대일검(絶代一劒)...!)

청풍; (이름들은 그럴 듯하고 보기에는 번듯하지만 수수깡으로 지은 집처럼 실제 위력은 없는 무공들이었다.)

청풍; (헌데 이놈들이 구사하는 철궁의 무공은 하나같이 경천동지할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무시무시한 검기를 뿜어내며 검을 휘두르는 분신들

청풍; (내가 펼치는 무공 역시 더 이상 허장성세가 아니지만....!) 더 강력한 검기를 뿜어내 공격들을 물리치고

하지만 워낙 적이 많아서 여기저기 상처를 입는다

청풍; (철궁의 무공뿐만이 아니다!)

청풍; (완이 권씨세가의 족보에 복원해놓은 무공들까지 쓰고 있다!) 장풍을 날리고 발길질을 해대는 분신들. 간발의 차이로 피하는 청풍

청풍; (거기다가 듣도 보도 못한 괴상한 무공까지....!) 부악! 갈쿠리같이 휘어진 손으로 그어오는 분신 한놈

청풍; (물론 나도 쓸 줄 안다!) 쩡! 왼손으로 역시 갈쿠리같이 웅크린 손으로 반격하고. 서로의 공격이 충돌하며 폭발이 일고

폭발의 충격으로 몸이 으깨져서 튕겨져 날아가는 분신

청풍; (이건 아마 서문원수의 무공일 것이다!) 비틀하고

사방에서 얇은 칼날처럼 변해서 날아드는 분신들

청풍; [까불지들 마라 가짜들아!] 부악! 더 빠르고 강하게 생사일보를 펼치며 분신들을 휩쓸어 버리는 청풍.

모두 뎅뎅 뎅강 잘라져서 나뒹구는 분신들. 하지만

퍼퍽! 쩍! 청풍 역시 잘라진 분신들이 스치고 지나가는 흔적에 몸의 여기저기가 스쳐서 갈라져 피가 치솟고

청풍; [큭!] 나뒹구는 청풍

털썩! 쿵! 잘라진 분신들의 몸뚱이들도 바닥에 나뒹굴고

스스스! 츠츠츠! 땅으로 녹아들어가면서 히죽 웃는 분신들

청풍; [니기미 조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이를 갈고

청풍;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고..... 이놈의 악몽은 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헉헉 대며 손으로 근처의 풀을 잡아뜯는다

꼬르르! 배에서 소리가 나고

청풍; [벌써 몇날 며칠을 싸운 것 같은데... 싸우다 죽는 것보다 먼저 배고파 뒈지시겠다!] 헉헉 대며 뜯은 풀을 입에 틀어넣는다. 그러다가 흠칫

슈욱! 츠츠츠! 사방에서 다시 솟아나는 분신들의 대가리

청풍; [하아!] 기가 막혀서 헛웃음을 터트리고

슈욱! 그 사이에 수십명으로 늘어난 분신들이 완전히 땅 바닥에서 솟아난다

청풍; [오냐 오냐! 어디 끝까지 가보자!] 비틀대며 검을 지팡이 삼아 일어나고. 입으로는 풀을 질겅질겅

청풍; [한꺼번에 덤벼 이 가짜들아!] 외치고

부악! 그런 청풍을 사방에서 새카맣게 달려드는 분신들

청풍; [크아!] 악을 쓰며 검을 휘두르고

 

#99>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728x90

#93>

아주 음침한 벌판. 먹장구름이 낮게 깔려 있고 바람도 스산하다. 마치 지옥의 한 부분 같은 을씨년스러운 풍경

청풍이 어리둥절해서 둘러보고 있다.

청풍; [여기가 어디지?] 갸웃

청풍; [극기마환신단인가 뭔가를 먹고 잠이 들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이상한 곳에 와있잖아!]

청풍; [혹시 내가 꿈을 꾸고 있는 중인가?] 자기 손등을 꼬집어본다

청풍; [아얏!] 비명 지르며 꼬집은 손을 놓고

청풍;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아픈 걸 보면 꿈은 아니야!]

청풍; [꿈이 아니라면 여긴 어디지? 난 또 어떻게 여기 와있게 된 걸까?] 생각하는데

[!] 오싹! 갑자기 오한이 들어 눈 부릅 청풍. 바로 뒤에 누군가 서서 어깨 너머에서 쌔액 웃고 있다. 입과 눈만 보인다

청풍; (누가 뒤에 있다!) 스팟! 벼락같이 생사일보를 펼쳐서 앞으로 나갔다가 돌아선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 쿵! 청풍의 앞에는 아무도 없다

청풍; [분명 바로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었는데....!] 당혹

청풍; [너무 과로해서 기가 허해졌나?] 머리 긁적이며 돌아서고

쿵! 헌데 바로 앞에 또 한 명의 청풍이 씨익 웃고 있다. 검은 옷을 입었고 틀린 점은 인상이 아주 사악하다는 점이다. 눈꼬리도 치켜 올라갔고. 하지만 분명 청풍 자신이다. 이놈은 청풍의 또 다른 자아. 이하 분신으로 표기

청풍; [헉!] 팟! 뒤로 물러서고

청풍; [너 이 자식! 언제 거기에....!] 삿대질 하려다가 입 딱

다시 한 번 분신의 얼굴을 보여주고

청풍; [너.... 너.....!] 버벅 대다가

청풍; [바로 나잖아!] 고함 빽 지른다. 순간

분신; [흐흐흐!] 창!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잡아뽑는다.

청풍; [야 이 기막히게 잘 생긴 자식아!] [넌 누군데 본 공자의 잘 생긴 얼굴을 무단도용....!] 외치며 허리춤에 찬 검을 뽑으려다가 멈칫

청풍; (어라! 내가 언제 검을 차고 있었지?) 생각하는데

슈칵! 벼락같이 검을 찔러오는 분신

청풍; [이크!] 차창! 다급히 검을 뽑아서 분신의 공격을 받아낸다

현란하게 이어지는 분신의 공격

창! 차차창! 물러서며 분신의 공격을 필사적으로 막아내는 청풍

청풍; (이 자식!) 비지땀을 흘리고

청풍; (얼굴만 비슷한 게 아니라 무공도 다 내가 아는 걸로 공격해오잖아!) 필사적으로 방어를 하고

청풍; (문제는... 내가 알기만 하는 무공도 능숙하게 펼친다는 사실이다!)

청풍; (이러다가 죽는 수가 있다! 비장의 한 수를 펼쳐서 반격하자!) 부악! 몸이 얇아지며 뒤로 휙 날아가고. 생사일보다. 하지만

슈학!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분신. 역시 생사일보를 써서 따라온다

[!] 확 다가오는 얇아진 분신을 보며 눈 부릅 청풍

청풍; [젠장할! 생사일보까지 알다니...!] 사력을 다해 피하지만

퍽! 생사일보를 펼치며 따라붙은 분신이 내지른 검이 청풍의 어깨를 관통한다. 눈 부릅 청풍

 

#94>

한 낮. 거대한 은행나무

은행나무 아래의 밀실에서 공손대낭과 함께 짝을 이루어 검무를 추는 권완. 공손대낭과 나란히 서서 옆으로 곁눈질을 하며 마치 싱크로수영을 하듯이 춘다. 공손대낭은 검을 쓰고 권완은 곤오용봉채를 쓴다.

한쪽 침대에는 청풍이 누워있고.

좌대에 앉은 서문숙은 손가락으로 허공에 휘저어 책에 글을 쓰고 있다. 헌데

[컥!] 잠들어있던 청풍의 몸이 세차게 퍼덕이고

푸학! 어깨에서 피가 뿜어진다

권완; [악!] 그걸 보고 비명 지르고. 공손대낭도 흠칫하는데

서문숙도 고개를 들고

침대에 누워 벌벌 떠는 청풍. 푸식! 츄우! 어깨에서 피가 뿜어진다

권완; [공자!] 달려가는데

서문숙; [건드리지 마라!] 급히 외치고

청풍을 끌어안으려던 권완 흠칫 멈춰서고

권완; [노... 노야! 이 사람 몸에 왜 갑자기 상처가 난 거죠?] 서문숙을 돌아보고

서문숙; [꿈속에서 자기 자신에게 패했기 때문이다!]

권완; [극... 극기마환신단으로 만들어진 환각 속에서 패하면 실제로 상처가 난단 말인가요?]

서문숙; [자신의 몸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다.]

권완; [이... 이러다가 혹시 잘못 되는 건 아닌지요?] 청풍을 건드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서문숙; [그 사이에 정이 많이 든 모양이구나.] 그런 권완을 보고 웃고

권완; [저를 위해 손가락을 뽑고 평생 보살피겠다는 맹세를 한 장부(丈夫)입니다.]

권완; [소녀 아직 어리지만 마음을 의탁할 장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는 들어 알고 있습니다.]

서문숙; [권가주는 복이 많구나. 너 같은 재녀를 딸로 두었을 뿐 아니라 철골장부(鐵骨丈夫)를 반자(半子:사위)로 얻게 되었으니....]

수줍어하는 권완

서문숙; [어쨌거나 안심해도 된다.] [그 아이는 난릉왕의 술법도 간단히 깨뜨린 괴물이다. 고초를 겪기는 하겠지만 실패하진 않을 것이다.]

권완; [그렇게 말씀하시니 다행이옵니다만...!]

서문숙; [그 아이는 생각이 완고하고 통제가 불가능한 것 같더니 너는 벌써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고 있는 것 같더구나.]

서문숙; [그 아이가 장차 큰일을 이룬다면 그건 오로지 네가 곁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권완의 얼굴을 더 붉어지고.

공손대낭; [진보! 이 아가씨는 대단히 총명합니다.]

공손대낭; [벌써 천강삼십육초(天罡三十六抄)와 지살칠십이초(地煞七十二抄) 중 아홉 초식만을 남겨 놓고 다 배웠답니다.]

서문숙; [허허! 정말 총명하구나. 범인이라면 천강삼십육초 한 가지만 배우는데도 평생이 걸릴 터인데....!]

권완; [기억력이 조금 좋아 그저 보는 대로 흉내낼 수 있을 뿐입니다.]

서문숙;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대단한 능력인 것이다.]

공손대낭; [실제로 이 아가씨는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판박이처럼 재현해내는 능력이 있답니다.]

서문숙; [무림을 위해선 다행한 일이고 홍복(洪福)이지!] 끄덕

서문숙; [시간이 많지 않으니 나머지도 가르치고 배우도록 하게!] 다시 손가락으로 책 위의 허공에 글을 쓰기 시작하고. 손가락을 젓는 대로 글이 생겨나 책 속으로 스며들고

권완은 걱정하는 눈으로 청풍을 보면서도 다시 공손대낭에게 다가가고

권완; (아무쪼록 힘내세요!) 청풍에게

권완; (노야 말씀대로 스스로를 이기고 깨어나면 당신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을 거예요!) 다시 공손대낭과 마주 서서 검법을 펼치기 시작하고

 

#95>

다시 청풍의 환각 속. 분신이 내지른 검에 어깨가 관통당한 청풍. 얼굴이 고통으로 이지러져 있고. 검을 떨어트렸다.

검을 내지른 채 사악하게 웃는 분신. 하지만

청풍; [크아!] 어깨가 검에 관통당한 것은 무시하고 앞으로 확 달려들며 오른손으로 분신의 이마를 움켜잡는 청풍. 왼손으로는 어깨를 잡고

그대로 분신의 목을 돌려버리는 청풍

목이 부러져서 죽는 분신.

청풍; [*도 아닌 게 까불고 있어!] 분신을 집어던지고

청풍; [날 빡 돌게 하면 골로 간다는 걸 알아야지!] 어깨를 관통한 검을 잡아뽑고

그러다가 흠칫

스스스! 바닥에 던져진 분신이 녹듯이 바닥으로 스며들고 있다

청풍; [시... 시체가 바닥으로 녹아들어가잖아!] 놀라고

청풍; [젠장할! 대체 여긴 뭐 하는 동네야?] 이를 부득 갈고

[!] 그러다가 눈 부릅 청풍. 슈욱! 뒤에 누군가 있다

청풍; [설마!] 홱 돌아서고

쿵! 앞쪽에 다시 사악하게 웃고 있는 분신. 한 놈이 아니고 두 놈이다.

청풍; [하하하하! 이거야 원....!] 억지로 웃고

청풍; [네놈들! 이 지랄 맞을 공간에서는 불사신이라 이거냐?]

청풍; [오냐! 어디 얼마나 잘난 놈인지 놀아보자!] 퉤! 침을 뱉고

슈악! 그런 청풍을 향해 유령처럼 달려들며 검을 휘두르는 분신들

청풍; [크아!] 마주 달려가며 검을 휘두르는 청풍

파캉! 서로의 검이 부딪히며 불꽃을 튀긴다

 

#96>

한낮. 구령의 집. 검을 찬 시녀들이 집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모두 긴장한 모습

구령의 집 근처의 숲.

숲속을 소리없이 움직여 구령의 집으로 다가오는 십여명의 복면인들. 하지만

슈욱! 유령같은 그림자가 스치자 저항도 못하고 죽는다.

스스스! 쓰러지는 자객들 옆으로 나타나는 구령의 유모

유모; [버러지같은 것들!] 냉소하고

유모; [살수 나부랭이들이 주제를 모르고 감히 어딜 기웃거려?] 냉소하며 돌아선다. 헌데

<흐흐흐! 솜씨가 더 매워졌군 마고!> 갑자기 어디선가 음성이 들리고. 눈 부릅 유모

<젊어지기도 했고... 천주의 곁에 머물면서 천주가 내뿜는 마기를 숨을 쉰 덕분이냐?> 다시 들리는 음성

유모; (개... 개구리가 우는 듯한 음성! 설마!) 긴장하며 물러서고. 그때

쿠쿠쿠! 갑자기 땅이 구렁이가 기어오는 것처럼 이리 저리 휘어지며 유모 앞으로 일어난다. 긴장하며 급히 물러서는 유모. 직후

콰드드! 땅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괴인. 두꺼비 인간이다. 아주 흉측한 모습이고

유모; (혈목재 서열오위 철와선(鐵蛙蟬)!) 공포에 질리고. 그때

철와선; [흐흐흐! 간덩이가 부었군! 감히 종년 따위가 혈목십성(血穆十聖)의 강림을 접하고도 뻣뻣하게 서있다니....!] 긴 혀를 내밀어 콧잔등을 핥으며 웃고.

충격받는 유모. 다음 순간

유모; [천비 마고가 존귀하신 철와선 님을 뵈옵니다!] 한 무릎 꿇으며 포권하고

철와선; [크크크! 당연히 그래야지!] [마도무림에 속한 인간은 마도의 연맹체인 혈목재의 서열에 굴복하는 것이 숙명!]

철와선; [하지만 기왕에 지은 죄를 사함 받으려면 네가 알고 있는 걸 숨김없이 고해야할 것이다 마고!]

[!] 절망하는 마고

 

#97>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728x90

#92>

낮. 산 속의 장원. 아담하다. 사람들이 기척이 없고

[호호호호!] 장원의 뒤쪽 잘 가꿔진 정원의 울창한 꽃나무 그늘 아래 놓인 의자에 앉아서 온 몸을 흔들면서 요란하게 웃고 있는 여자. 만마천의 천주인 마서시 구령이다. 마도무림의 하늘인 만마천은 육천마라는 여섯 명의 늙은 마두들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고 천주인 구령은 명목상의 천주다. 30대 초반으로 보이지만 실제 나이는 마흔살을 넘겼다. 여전히 젊고 절세미녀. 하지만 아주 차가운 인상이고 몸도 병약해 보인다. 잘 벼린 칼날같은 인상. 공자무를 짝사랑했다.

[호호호호!] 눈물을 흘리면서 하늘을 보며 미친년처럼 웃고 있는 구령. 주변에는 십칠팔세쯤 되어 보이는 어린 시녀 두 명. 검을 차고 있다. 한 명은 늘씬하고 한 명은 통통하다.

[콜록! 콜록!] 웃다가 지쳐 몸을 숙이고 거칠게 기침을 하는 구령

[마님!] 놀라서 구령을 부축하는 늘씬한 체격의 시녀1.

구령; [독한 사람! 냉정한 사람!] [꽃 같은 시절을 홀로 보내게 해놓고 이제야 찾아온다니....] 이를 바득 바득 갈고

구령; [시들고 병든 날 찾아와서 뭘 하려고?] [진군소 그년과 알콩달콩 살아온 날을 자랑하려고?] 콜록 콜록! 거칠게 기침을 하고

시녀1; [마님! 제발 그만 안으로 드세요, 네?] 구령을 부축하면서 안타깝게.

시녀1; [바깥 공기는 마님께 좋지 않다고 의원도 말하지 않았는지요?]

구령; [의원들 따위가 뭘 안다고! 그것들 말 믿을 것 없어!] 시녀의 손을 뿌리치고

구령; [거울!] 손 내밀고

시녀2; [예 마님!] 통통한 시녀가 작은 손거울을 내민다.

시녀1은 화장품이 들어있는 작은 합을 두 개 꺼내 들고.

구령; [너무 하얘! 이런 얼굴을 그 사람에게 보이면 안돼!] 거울로 자기 얼굴을 들여다 보고

구령; [내가 속병을 알았다는 걸 진군소 그년이 알게 할 수는 없어!] 시녀1이 내민 화장품 합 중에서 손가락에 끼는 볼 터치 패드를 집어들고

구령; [진가년이 좋아죽는 꼴은 절대 못 봐!] 볼에 패드를 톡톡 쳐서 윤기가 돌게 만들고

구령; [아무렴. 그렇고 말고!] 입술 연지도 손가락으로 찍어서 입술에 바르고. 그때

정원을 장원의 다른 곳과 구분 짓는 높은 담장에 뚫린 월동문으로 머리는 하얗게 세었지만 얼굴은 사십대처럼 젊게 보이는 노파가 걸어온다. 좀 후덕한 몸을 지녔지만 표정은 차갑고 살벌하다. 이 노파는 구령의 유모이면서 무서운 고수다.

유모; [아가씨! 그만 쉬셔야 해요. 무리하지 마세요!] 한숨

구령; [유모! 나 아직 이뻐?] 여전히 화장하며

유모; [그럼요. 아가씨는 아름다워요.]

구령; [정말?] 환하게 웃으며 유모를 보고

유모; [마서시(魔西施)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괜히 붙었겠어요? 아가씨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답니다.] 말하며 구령의 손에서 거울을 뺐고

구령; [들었어 유모? 그 사람이 오고 있대.] 거울을 빼앗기면서도 발그레 웃고

구령; [내가 여전히 예쁘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걸 거야. 그렇지?] 유모를 올려다보며 말하지만

유모는 한숨만 쉬며 거울을 시녀2에게 준다. 그러자.

구령; [유모! 사실은 내가 이제는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지?] 울상을 짓고

유모; [아니에요! 아가씨가 천하제일미인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요!] 구령의 머리 쓰다듬고

구령; [아니야! 나도 알아! 난... 난 더 이상 예쁘지 않아!] 어린애처럼 울고

구령; [마흔살도 넘은 년을 누가 예쁘게 봐주겠어?] [난.... 난 이제 너무 늙었어! 누가 봐도 전혀 예쁘지 않을 거야!] 얼굴을 손으로 갈며 펑펑 울고

유모; [진정하세요! 이제 그만 약을 드시고 쉬어야만 해요.] 구령을 두 팔로 안아들고. 키가 크지만 가녀린 구령의 몸이 가쁜하게 들린다

유모; [한숨 푹 자고 나서 그를 만나세요. 자고나면 훨씬 아름다워져 있을 거예요.] 구령의 머리에 입을 맞추고. 여전히 질질 짜고 있는 구령

유모; [아가씨가 쉬시는 동안 아무도 방해하지 못하게 해라!] 시녀들에게 말하고

[예 파파!] 대답하는 시녀들

훌쩍이는 구령을 안고 건물로 가는 유모

시녀들은 뒤돌아보며 월동문 쪽으로 가고

건물로 들어서는 유모

구령; [유모....] 울음 그치며 입을 열고

유모; [말씀 하세요 아가씨.] 침실로 들어서고

구령; [그가... 그가 또 날 때리지는 않을까? 전에도 툭하면 때렸는데......] 겁먹은 얼굴

유모; [그는 무례한 자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감히 아가씨께 그런 짓을 못할 겁니다.] 침대로 가고

유모; [마도무림의 하늘 만마천(萬魔天)의 천주이신 아가씨에게 누가 감히 손찌검을 할 수 있겠어요?] 침대에 구령을 내려놓고

구령; [그렇지?] 반색하고

구령; [호호호! 그 사람도 이젠 날 때리지 않을 거야.] 좋아하며 웃는다.

구령; [나같이 예쁜 여자를 누가 때릴 수 있겠어?] 말하면서 눈을 감고

이내 잠이 든다

한숨 쉬며 침대에 걸터앉아 그런 구령의 머리를 쓰다듬는 유모

유모; [공자무! 박정하고도 박정한 인간!] 이를 바득 갈고

유모; [이십오년이나 지난 지금 다시 찾아와서 뭘 어쩌자는 거냐?]

유모; [꿈 많던 소녀의 가슴에 못을 박아 기억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해놓은 그 긴 세월을 어떻게 보상하려고!]

유모; [아가씨는 널 용서하실지 모르나 나 마고(魔姑)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이를 바득 갈 때

시녀2; [파파! 큰일 났어요!] 헐레벌떡이며 달려들어온다

유모; <조용히 해라! 아가씨께서 막 잠이 드셨다!> 노려보며 전음으로 말하고

시녀2; [그... 그게....] 겁에 질려 급히 손으로 입을 막고

시녀2; <공..... 공대인께서 예정보다 빨리 도착하셨어요. 막무가내로 들이닥쳐서 소녀들로서는 막을 수가 없습니다.> 입을 막은 채 역시 전음으로 말하고

유모; <그 작자가 감히!> 분노하며 벌떡 일어나고

시녀2; <빨리 마님을 다른 곳으로 모셔야하지 않을런지요?> 잠이 든 구령을 곁눈질

유모; <그럴 것 없다! 내 손으로 처리하겠다!>

유모; <공자무! 네가 기어코 죽으려고 용을 쓰는구나.> 이를 갈며 문으로 가고. 그때

[더 이상은 안돼요!] [멈춰요!] 밖에서 소란이 일고. 이어

[구령(瞿玲)! 어디 있느냐? 나 공자무가 왔다.] 우렁찬 소리가 들린다. 순간

번쩍! 잠이 들었던 구령의 눈이 치떠지고

아차 하며 돌아보는 유모와 시녀2

구령; [공오라버니!] 벌떡 일어나고

구령; [오라버니가 오셨군요!] 반색하며 침대에서 내려선다

유모; [아가씨! 무리하지 마세요! 제가 그자를 처리하겠습니다!] 급히 막으려 하지만

구령; [비켜!] 도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며 밖으로 나간다. 어쩔 수 없이 비켜서는 유모

건물 밖으로 나서는 구령. 그때

[멈춰요!] [더 이상 들어올 수 없어요!] 검을 빼든 시녀1과 몇 명의 시녀들이 뒷걸음질치며 월동문으로 들어오고. 시녀들을 양 몰 듯이 몰며 성큼 성큼 걸어들어오는 공자무.

공자무; [구령!] 건물을 나서는 구령을 발견하며 손을 젓고. 그러자

[아!] [흑!] 보이지 않는 힘에 좌우로 흩어지는 시녀들

공자무; [역시 여기 있었구나 구령!] 성큼 성큼 걸어오고. 건물 앞에 서서 그런 공자무를 노려보는 구령

구령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들. 아직 십대 소녀일 때 이십대중반이던 공자무와 즐겁게 산책하던 장면. 공자무가 두 팔로 자신을 안고 빙글 빙글 돌던 장면. 공자무가 자신의 뺨에 뽀뽀를 해주던 장면 등등

구령의 주먹 바르르. 입술 깨물고

뭐라 말하며 앞으로 다가오는 공자무.

그런 공자무의 뒤로 젊은 시절의 진군소가 오만한 표정으로 자신을 깔아보던 모습이 부각 되고. 순간

구령; [유모! 저 자를 죽여버려!] 손으로 공자무를 가리키며 바락 고함을 지른다.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마기가 터져나오고. 순간

유모; [존명!] 팟! 외치며 날아오르고

유모; [죽어라!] 부악! 허공에서 공자무를 덮쳐가며 강력한 장풍을 날린다. 하지만

눈 부릅뜨고 유모를 노려보는 공자무

[!] 허공에 뜬 채 장풍을 날린 자세로 충격 받는 유모. 직후

부악! 날아가던 장풍이 옆으로 휘어진다

펑! 옆쪽으로 휘어져 정원의 나무와 바위들을 박살내는 유모의 장풍

유모; (장력이 제멋대로 방향을 틀다니....) 휘릭! 놀라며 몸을 허공에서 뒤집고

시녀들도 놀라고

유모; (호신공부 때문이 아니라 저자가 지닌 이력(異力)일 일으키는 현상이다!) 휘릭! 다시 구령 앞으로 내려서고

공자무; [구령. 안색이 안 좋구나.] 탄식하며 다가서고

구령; [유모! 뭘 하고 있어? 그를 죽이라니까!] 이를 악물며 외치고

유모; [예 아가씨!] 대답하며 소매 속에서 뭔가를 꺼낸다. 한 줄기의 시냇물이 그녀의 손에서 대리석 바닥까지 드리워진 것 같다. 물처럼 투명한 색깔의 아주 가는 실로 만들어진 그물이다.

유모; [공공자! 노신을 다시 보게 되면 반드시 죽일 거라고 했었소.] 그물을 들고 앞으로 나서고. 하지만 공자무는 그러거나 말거나 구령만 보며 다가온다

공자무; [어찌하여 몸을 돌보지 않은 것이냐? 무엇이 네게 이리도 깊은 상처를 준 것이냐?] 탄식하며 구령에게 다가오고

유모; [경고는 했소!] 촥! 외치며 그물을 휘두르고. 순간

하늘에서 거대한 물방울같은 그물이 공자무를 덮어씌워온다. 노파가 던진 그물이다. 직경 10미터가 넘어 피할 수가 없다

<끝났어!> <물의 정으로 이루어진 은하살망(銀河撒網)은 무엇으로도 쳐내지 못해!> 시녀들 주먹 불끈 쥐고. 하지만

슈욱! 공자무의 몸이 얇은 종이처럼 변해서 유모의 옆을 지나간다. 몸이 길게 늘어나는 모습. 바로 생사일보다.

풀썩! 그물은 헛되이 바닥에 떨어지고. 물론 그물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다

[!] [!] 시녀와 유모가 놀라 눈 부릅

유모; (이런 신법이....!) 경악하며 급히 돌아본다

그때는 이미 공자무가 구령 앞에 서있다.

유모; [감히!] 이를 갈며 다시 그물을 던지려 하지만

구령 앞으로 바짝 다가서서 마주 선 공자무

구령은 필사적으로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 반짝 쳐들고 공자무를 올려다보고

공자무; [꽃같이 곱던 얼굴이 어쩌다가...] 탄식하며 손으로 구령의 뺨을 만지고

구령; <몰라서 물어요? 당신! 당신의 박정함이 날 이렇게 병들고 시들게 만들었잖아요!> 이를 악물지만 말이 안 나온다. 억울해서 울음이 터져 나오려는 모습이고

유모; [아가씨. 지금 그 자를 죽이지 않으면 영영 죽일 수가 없습니다.] 뒤에서 그물을 움켜쥔 채 외치고. 하지만

공자무; [유모! 그만둬!] 한숨 쉬며 조금 물러서서 공자무의 손이 뺨에서 떨어지게 하고

움찔 유모

권완; [어쨌건 내 집에 찾아온 손님이야. 모두들 나가 봐!] 시선은 여전히 공자무를 올려다 본다. 촉촉이 젖은 눈길

유모; [예....!] 내키지 않지만 고개 숙이고

이어 시녀들을 거느리고 정원을 가로질러가는 유모. 시녀들도 뒤를 돌아보며 따라가고.

유모; (정이란 게 뭔지....) (그렇게 미워하다가도 막상 다시 보니 순식간에 옛 정이 되살아나신 것인가?) 입술 깨물며 한숨

유모와 시녀들 모두 사라지고 장내에는 공자무와 구령만 남고

구령; [무슨 일로... 무슨 일로 절 찾아오셨나요?] 기대에 차서 올려다보지만

공자무;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대답을 피하고

공자무;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는 어린 소녀였었는데 어느덧 완숙한 숙녀가 되었고...!] 다시 구령의 뺨을 만지며 감회에 잠기고

구령; [벌써 이십오 년이 지났답니다. 그동안 오라버니도 많이 늙으셨네요.] 억지로 웃고

공자무; [늙었지. 살 수 있는 날이 살아온 날보다 많지 않을 정도로...!] 끄덕

구령; [들어오세요.] 돌아서고

구령; [먼 길 오셨는데 잠시라도 쉬셔야죠.] 안으로 들어가고. 따라들어가는 공자무

 

잠시후. 탁자에 마주 앉은 두 사람. 구령이 공자무의 앞에 놓인 찻잔에 차를 따라주고 있다. 손이 떨린다.

구령; [오라버니 눈엔 여전히 제가 어린아이로 보일 테죠?] 달달 떨며 차를 따르고

공자무;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도 있는 법이다.]

구령; [하지만 저는 변했어요.] [옛날처럼 건강하지도 않고 행복하지도 않아요!] 자조

구령; [오라버니와 헤어진 후 미친 듯이 무공에 매달려 혈목재(血穆齊) 서열 일위에 오르고 만마천의 천주라는 감투까지 썼지만 행복은 제게 먼 세상의 것이었어요!] 차를 따르는 것을 마치고

공자무; [너는 몸이 아니라 마음에 병이 깊구나.] 그런 구령을 유심히 보고

구령; [사랑이란 병이 마음에 들고나니 어떤 약으로도 고칠 수가 없더군요.] [오라버니가 준 독한 병은 달콤한 꿀 같아서 거부할 수도 없었죠.] 차 주전자를 내려놓고

공자무; [사랑이라....] 우울

공자무; [너는 이십오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철 없던 시절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냐?]

공자무; [현실을 외면하고 그 망령에 너를 맡기고 그 지경이 되었단 말이냐?]

구령; [오라버니는 총명한 대장부라서 세상의 바른 것만 기쁨으로 아시겠지요.]

구령; [하지만 저는 광포한 마도(魔道)에 속한 사람이라 오라버니가 모르는 기쁨도 알고 있답니다.] 싸늘하게 웃고

구령; [남을 속여서 그로 하여금 믿게 하는 큰 기쁨을 오라버니는 모르시겠지요.] [음모를 꾸며 상대방을 고통 속에서 신음하게 하거나 죽어가게 할 때 느끼는 쾌감도 아마 모르실 거예요.] 광기에 젖어 말하고

구령; [더구나 상대방이 내가 그랬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을 때는 더욱 짜릿해지지요.] [너무 짜릿해서 상대방에게 알려주고 싶을 정도죠.]

공자무; [아무런 이문도 없는 장사를 좋아하는구나.] 한숨 쉬며 찻잔을 들고

구령; [하지만 이런 것들에 비할 수 없이 큰 기쁨이 있답니다.]

구령; [바로 자기 파괴의 기쁨이지요.] 배시시 웃고

[!] 차를 마시려다가 눈 부릅 굳어지는 공자무.

구령; [누군가를 원망하며 나를 파괴할 때, 이 극렬한 기쁨은......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가 없답니다.] 호호호! 광기에 사로 잡혀서 웃고

구령; [그것은 잠든 오라버니 몰래 입을 맞췄던 그 떨림보다도, 오라버니를 상상하며 가졌던 은밀한 흥분보다도 더 강렬한 기쁨이랍니다.] 마녀처럼 웃는다

쨍그랑! 공자무는 손에 들었던 찻잔을 떨어뜨린다.

공자무; [구령! 너는...... 너는 그래선 안 된다.] 연민

구령; [남이 만류하면 할수록 이 기쁨은 더 커진답니다.] 자기 앞의 빈 찻잔을 집어들고

구령; [결국은 자기도 멈출 수가 없게 되는 것이지요.] 그 찻잔을 다시 공자무 앞에 놓고

구령; [우사독상심(憂思獨傷心)!] [저는 오라버니가 떠난 후 이 한 구절을 되새기고 되새기다가 그 말의 깊은 뜻을 알게 되었답니다.] 다시 차를 따라준다

구령; [시름으로 홀로 타는 마음! 그것이 주는 기쁨마저 없었다면 제가 무엇으로 살 수 있었겠어요.] 차 따르는 걸 멈추며 싸늘하게 웃고

공자무; [네가... 네가....!] 안색이 굳어져서 말을 잇지 못하고

구령; [오라버니는 제게 죽음에 이르는 병을 주고 갔지만, 저는 <우사독상심> 이 한 구절을 의지해 지금까지 살아왔답니다.] 차 주전자를 내려놓고

구령; [이제 오라버니의 놀라고 당황하는 모습이 제게 또 다른 기쁨과 위안이 되는군요.] 깔깔 웃고. 순간

공자무; [그만해라!] 손을 쓸어서 앞에 놓인 찻잔을 옆으로 날려버리고

쨍그랑! 바닥에 떨어져 박살 나는 찻잔

공자무; [너는 정말 소중한 게 아무것도 없더란 말이냐?] 구령을 노려보고. 순간

구령; [오라버니와 지냈던 그 짧은 순간보다 더 중요한 게 제게 어디 있겠어요?] 갑자기 정색을 한다. 자세도 단정히 하고

공자무; [어리석은 것!] [내 마음엔들 왜 네가 없었겠느냐?] 준엄하게 호통을 치고

공자무; [네가 어린 것이 문제였다면 십 년 아니라 수십 년이라도 기다릴 수 있었다.]

공자무; [네가 마도(魔道)에 속한 것이 문제였다면 내 무공을 버리거나 마도를 버리게 하고서라도 너를 내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을 것이다.]

공자무; [그럼에도 내가 너를 선택할 수 없었던 것은 오직 하나의 이유 때문이었다.] [그 이유 때문에 내 마음에서는 너에 대한 애정이 싹틀 수가 없었던 것이다.]

구령; [오라버니는...... 오라버니는 진군소, 왈패 같은 년을 사랑했던 게 아닌가요?] 안색이 창백해져서 울려 하고

공자무; [함부로 말하지 마라!] [네가 그렇게 부를 사람이 아니다!] 손을 칼날처럼 반들어 끊는 시늉하며 엄숙하게

구령; [오라버니!] 어깨가 떨리고 얼굴은 빨갛게 상기되고. 필사적으로 분을 참는 표정

공자무; [이십 여 성상(星霜) 동안 고락을 함께한 내 아내다.] 그러거나 말거나 엄숙하게 말을 잇고

공자무; [정으로 말하면 바닷물이 마르기 전에는 다하지 않을 것이고, 서로의 존경으로 따지자면 해가 뜨는 것만큼이나 변함없을 것이다.]

구령; [역시 그년을 사랑했군요. 나보다도 그년을 더 사랑했군요.] 이를 바득 바득 간다

구령; [난 그년을 절대 용서할 수 없어요.]

구령; [창피도 모르는 년이 우리 사이에 갑자기 끼어들어......] + [악!] 짝! 공자무의 손이 뺨을 후려쳤다. 얼굴에 손 자욱이 생기며 고개가 홱 돌아가는 구령

구령; [오... 오라버니!] 억울하고 분한 표정으로 눈물 글썽이며 공자무를 본다. 손으로 뺨을 만지며

공자무; [내가 너를 사랑할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너의 이런 점 때문이었다.] 노려보고

공자무; [너를 사랑하게 되면 내 자신마저 태워버릴까 두려워 나는 너를 사랑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분하고 억울해서 달달 떨며 뺨을 손으로 만지는 구령. 눈물이 주르르

공자무; [애정은 젊은이들의 일이다.] [그리고 내 나이는 이미 쉰을 넘겼다.] 한숨

공자무; [사람이 그 나이에 맞는 일을 하지 않으면 추한 법이다.] 타이르지만

구령은 이를 바득 바득 갈며 울고

공자무; [마음을 가라앉혀라.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다.] 한숨 쉬고

구령이 말없이 일어서더니 휘청이며 벽을 향해 걸어간다.

벽에는 서양의 펜싱 비슷한 검이 한 자루 걸려있다. 엄지 손가락 정도 넓이의 폭이 가늘고 긴 검이다.

그 검을 집어드는 구령

싸악! 칼집에서 흰 무지개가 피어오르는가 했는데 어느새 구령의 손에 새하얀 빛을 뿜어내는 가늘고 긴 장검이 들려 있었다. 검날이 낭창 낭청 댄다.

구령; [오라버니! 이십오년전 그날 당신을 죽였어야 했어요.] 검을 들고 다가서고.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구령; [날 버리신 그날 당신을 죽였더라면...... 난 미쳤겠지만 그래도 행복했을 거예요.]

구령; [마존지검(魔尊之劒) 천궁(天弓;무지개)으로...... 오라버니의 심장을 쏘겠어요.] 검을 공자무의 심장에 댄다.

공자무; [천궁으론 부족하다.] [이제 내가 네게 맡겼던 그 물건을 꺼내야 할 때다.] 엄숙하게 말하고

[!] 구령이 충격을 받아 눈을 부릅뜨고

공자무; [암흑철수를 노리는 자들이 있다.] 말을 하면서 윗옷을 쫙 찢는다.

쿵! 드러난 공자무의 오른쪽 가슴에는 세 개의 못이 삼각형을 이루며 박혀 있다

 

#93>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728x90

서문숙; [대낭! 내가 죽으러 왔는데 그대를 해하려 했을 리가 있겠소?] [하늘의 뜻은 정녕 종잡을 수 없구려.] 천장에 대고 말하는데

청풍; [노야!] 그런 서문숙을 꾸짖고

청풍; [원래 없는 것을 헛것이라 부르는 게 아니라 있더라도 없는 것과 같은 것을 헛것이라 부르는 법입니다.] 엄숙하게 말하고. 눈빛이 아주 강하고 몸에서 기운이 넘실 거린다

서문숙; [네.... 네놈....!] 분노하고 놀라 사색이 되고.

권완도 청풍의 기도에 두려움을 느끼고 청풍에게서 떨어지며 일어난다

청풍; [그런 헛것과 교통하고 정을 주고받는 사람은 바른 길을 벗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손을 칼처럼 만들어 그으며 고함을 치고. 순간

드드드! 방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이 흔들린다. 그리고

<아아악!> 방 바깥에서 들리는 여자의 비명소리.

서문숙; [대낭! 괜잖소?] 천장을 향해 다급히 외치고. 하지만

청풍; [헛된 것에 미혹되지 마십시오!] [마음을 바로 세우고 단호히 눈앞의 것만을 보아야만 합니다.] 눈을 부라리고. 부악! 엄청난 기운이 청풍의 몸에서 터져나가고.

[큭!] 숨이 막혀서 가슴을 누르며 비틀하는 서문숙.

권완도 충격을 받아 벌떡 일어나 물러선다. 그리고

<아아아악!> 다시 천장에서 들리는 여자의 날카로운 비명소리

청풍; [헛된 것이 감히 어떻게 사람을 먼저 바라볼 수가 있겠습니까?] 호통을 치고

청풍; [노야의 마음이 바라는 바가 있기에 헛것이 다가온 것일 뿐입니다!] + 권완; [그... 그만해요!] 숨이 막혀 가슴을 누르며 비명을 지르고

권완; [제발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노려보고. 청풍은 찔끔하여 입을 다물고. 하지만

쩌엉! 청풍의 두 눈에서는 벼락같은 기운이 흘러넘치고

권완; (이... 이 사람의 말에는 생각하는 바가 그대로 이루어지는 기이한 힘이 깃들어 있어!) 겁에 질려 청풍을 보고

권완; (이것도 일종의 술법인가?) 침 삼킬 때

슈욱! 천장에서 선녀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긴 옷자락을 펄럭이며 스며나온다. 등이 바닥을 향하는 자세인데 몸이 축 늘어져 있다. 공손대낭이다. 공손대낭은 천장에서 물처럼 스며 나오는 것이라 천장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

청풍; [어!] 놀라고

권완; (천장에서 사람이....!) 역시 놀라 올려다본다.

서문숙; [대낭!] 역시 외치며 올려다보는데

혼수상태로 바닥으로 떨어지는 공손대낭. 마치 무중력 상태인 것처럼 천천히 떨어지고

권완; [조심하세요!] 급히 달려가 두 손으로 공손대낭을 받아 안는다

권완; (구름처럼 가벼워!) 공손대낭을 두 팔로 안고 무릎을 꿇고

권완; (이 여자가 바로 수천년을 살아온 신행목의 정령 공손대낭이로구나!) 바닥에 누인다. 으으으! 사색이 되어 신음하는 공손대낭. 입가로는 피를 흘리고

권완; (귀신을 부정하고 헛된 것이라고 단언한 저 사람의 말이 비수가 되어 상처를 입혔어!) 공손대낭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누인다. 그때

청풍; [요망한 것이 감히 사람의 탈을 뒤집어썼구나!] 벌떡 일어나며 공손대낭을 향해 삿대질 하려는데

권완; [한 마디만 더 하면 오늘 누군가의 눈에서 피눈물이 날 거예요!] 청풍을 노려보고

청풍; [읍!]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공손대낭은 두려움에 질린 표정으로 그런 청풍을 쳐다보며 상체를 일으키고.

공손대낭; [진보.... 그대는, 그대는 정말 너무 합니다.] 울면서 서문숙을 보고

공손대낭; [오늘 그대를 다시 보았을 때 처음에는 반가워서 기뻤고, 또 그대의 죽음이 멀지 않았기에 슬펐습니다.] 애절하게 울고

공손대낭; [그대를 직접 맞이하고 싶었지만 그대 옆에 법기를 지닌 사람이 셋이나 있어서 피했거늘.....] 청풍을 두려워하며 물러나 앉고. 스스스! 그런 공손대낭의 모습이 점차 투명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권완; (모습이 흐려지고 있어!) (인간이 아닌 정령은 이런 식으로 죽음을 맞는구나!)

공손대낭; [진보, 그대는 왜 저분을 제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오셨나요?] [저분이 저를 죽이게 될 줄을 모르셨습니까?] 청풍을 곁눈질하며 울고.

서문숙; [믿어주시오 대낭! 나는 정말 몰랐소.]

서문숙; [이 아이에게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설마 진언(眞言)의 힘을 지닌 줄은 정말 몰랐소.] 청풍을 노려보고

청풍;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말을 좀 험하게 했기로서니 저 나무의 정령이 죽게 되었다고?)

공손대낭; [이제 저는 죽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진보, 당신이 저를 죽이는군요.] 다시 힘없이 다시 바닥에 눕고.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서문숙; [미안하오 대낭!] [나로 인해 그대의 정이 승천할 기회도 놓치고 흩어지게 되었으니 천추지한일 뿐이오!] 한숨

권완; [노야! 이분을 다시 살게 할 방법은 없는지요?] 공손대낭의 옆에 무릎 꿇고 앉아서 돌아보고

서문숙; [없네! 없어!] 절망하며 고개를 젓고.

서문숙; [이 아이가 내뱉은 말의 칼이 대낭의 정을 난도질 해버렸어!] 청풍을 노려보고. 그때

공손대낭; [우... 우미인초(虞美人草:개양귀비) 잎사귀 끝에 달린 이슬에 초목의 정기를 더하여 만든 법기의 힘을 빌린다면 살 수 있답니다.] 권완의 손가락에 끼어져 있는 반지를 보며 말하고. 그런 공손대낭을 흘겨보는 청풍

권완; [이 급박한 상황에 그같은 법기를 어디서 구할 수 있겠는지요?] 난감할 때

청풍; [내숭떨지 말고 간단하게 말해!] [완이 손에 끼고 있는 반지를 빌려달라고!] 공손대낭을 노려보며 코웃음을 치고

권완; [아! 이 반지에 그런 묘용이 있었군요!] 깨닫고 자기 손에 끼어진 반지를 보고

권완; [이건 본래 제 것이 아니었는데...!] 생각하다가 깨닫고

청풍을 보니 청풍의 왼손에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네 개의 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져 있고 손목에는 신령환이 채워져 있다.

권완; [혹시 그대가...!]

청풍; [맞아! 자기가 무리하게 내공을 연마하다가 주화입마에 빠졌을 때 내가 끼워줬어!]

청풍; [청목지환(靑木之環)이란 건데 초목의 생명력이 깃들어 있어!]

권완; [이분을 살리기에는 안성맞춤인 묘용을 지녔군요.] 공손대낭을 보고

권완; [헌데 이 반지로 어떻게 해야 도움이 되겠는지요?] 공손대낭에게 묻지만

서문숙; [반지를 낀 손으로 그녀의 손과 발을 쓸어주면 된단다.] 안도하며 말하고

권완; [그리하겠습니다!] 반지 낀 손으로 공손대낭의 팔 다리를 쓰다듬어 주기 시작하고. 그러자

스으으! 흐릿해져가던 공손대낭의 모습이 다시 뚜렷해지기 시작하고

권완; (휴우!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어!) 안도하고

공손대낭의 입에서도 긴 한숨이 흘러나온다.

청풍; (사람도 아니고 나무도 아닌 도깨비 하나가 없어질 뻔한 건데 뭔 호들갑들이람!) 팔짱 끼고 코웃음

청풍; (생각해봐! 벼락이 왜 높은 나무만 골라서 때리겠어?)

청풍; (나무는 음기(陰氣)의 정화라 헛된 것들이 잘 달라붙고 그것들이 세상에 해를 끼칠까 싶어 태워 죽이려는 게 아니겠어?) 연신 코웃음만 치고. 그때

서문숙; [휴우! 너란 아이를 정녕 모르겠구나.]

청풍; (나도 나를 모르겠수다!) 코웃음.

서문숙; [지난밤에는 마기를 뿜어내어 난릉왕의 술법을 깨뜨리더니 오늘은 또 몇 마디 말로써 대낭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서문숙; [너를 가르쳐 난릉왕을 막으려 했지만 넌 술법과 거리가 먼 운명이구나.] [앞으로 난릉왕을 어찌 막을꼬.]

청풍; (가면 쓴 변태 따위가 뭐 대단하다고...!) 코웃음치며 난릉왕을 떠올리고.

그때 되살아난 공손대낭이 권완의 부축을 받아 일어나 앉는다

서문숙; [대낭! 그대의 검술을 이 아이에게 가르칠 수 있겠소?] 그런 공손대낭에게 묻고

공손대낭; [진보, 저는 그분을 가르칠 수 없습니다.] 청풍을 겁에 질린 눈으로 보고

공손대낭; [그분의 숨결에 닿은 것만으로도 제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데다가...] [무엇보다도 제 검술은 그분에게는 전혀 쓸모가 없습니다.]

공손대낭; [대신 이 소저에게는 전할 수 있습니다.] 권완을 보고

서문숙; [이리 된 것도 운명이니 대낭은 그 아이에게 검술을 전수해주시오.] 끄덕이고

서문숙; [이놈은 내가 맡겠소!] 청풍을 노려보고

청풍; (맡긴 뭘 맡아? 그 몸으로 날 어떻게 해볼 생각이라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어!) 킁킁 코웃음치고

이하 장면을 공손대낭과 권완이 구석에 앉아 보고 있다.

서문숙; [술법을 가르칠 수 없으니 네게 노부의 무공을 물려주마!] 소매 속에서 호두알만한 약을 한 알 꺼내고

청풍; [곧 돌아가신다면서 뭘 얼마나 가르쳐주실 건데요?] 뚱하고

서문숙; [네가 이 약을 삼키기만 하면 노부의 평생 심득을 다 네것으로 만들 수 있다!] 약을 왼손 바닥에 올려놓고 오른 손을 주먹을 수직으로 세워 쥐어 위에서 덮는 시늉을 한다. 마치 오른손으로 왼손 바닥의 환약을 찧으려는 듯

청풍; [약을 한 알 먹기만 하면 절세고수가 된다는 말을 믿으라구요?]

서문숙; [이 약은 극기마환신단(克己魔幻神丹)이라는 것이다.] 환약 위에 위치한 오른쪽 주먹을 꾸욱 쥐고. 그러자

서문숙; [이름 그대로 자신과 마귀를 이겨 신처럼 되게 해주는 약이다.] 쥐어짠 손아귀 안에서 피가 한 방울 흘러나오고

서문숙; [물론 이 약을 만드는 데는 술법이 동원되었다.] 환약으로 떨어진다

서문숙; [어떠냐? 극기마환신단을 먹고 운명을 시험해볼 용기가 있느냐?] 약을 내밀고

청풍; [내가 왜 이약을 먹어야하는데요?]

서문숙; [안 그러면 난릉왕에게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청풍; [나한테 한 번 진 인간이 뭐 무섭다고...!] 코웃음

서문숙; [난릉왕은 너에게 한번 졌기 때문에 다음번에는 반드시 널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서문숙; [방심하지 않고 전력과 전심을 기울여 널 죽이려 들테니까!]

청풍; (그건 말이 되네!)

서문숙; [어찌 하겠느냐?] [난릉왕이 너와 네 소중한 사람들의 목숨과 운명을 좌지우지하게 허락할 테냐?]

청풍; [쳇! 못된 영감탱이같으니라고!] 삐쭉

권완; [노야께 무슨 말버릇이에요?] 째려보고

청풍; [내 약점을 정확히 찔러오니 피할 방도가 없네.] [좋아요! 어디 한 번 얼마나 대단한 약인지 먹어봅시다!] 서문숙이 내민 약을 집어들고

서문숙; [침대로 가서 먹어라! 극기마환신단을 복용하면 몇날 며칠은 꿈속을 헤매야할 것이다.] 웃고

청풍; [예예!] 약을 들고 일어난다

청풍이 걸어가자 공손대낭은 겁에 질려 권완의 뒤에 숨고

청풍; (수천년을 살았다면서 겁은...!) 공손대낭을 흘겨보며 침대로 간다

이어 침대에 눕고.

청풍; [그럼 나중에 봅시다!] 약을 입에 넣고

긴장해서 보는 다른 사람들

청풍; [되게 맛없네.] [술법으로 만들었다면서 좀 달콤하고 맛있게 못 만들어?] 우적 우적 씹어먹으면서 궁시렁. 그러다가

청풍; [그래도 수면제는 탄 것 같네!] 눈을 감고 잠이 든다.

드르렁 쿨! 코를 골며 잠이 드는 청풍. 그러자

공손대낭; [휴우! 이제야 좀 살 것같아요!] 가슴을 쓸어내리고

공손대낭; [그런데 정말 괜잖은 건가요?] 곁눈질로 청풍을 보고

공손대낭; [극기마환신단을 복용한 이상 스스로를 이기지 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

권완;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놀라서 서문숙과 공손대낭을 보고

서문숙; [대낭의 말 대로 저놈은 영영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끄덕

권완; [그... 그렇게 위험한 약을 어떻게...!] 안색이 창백해져서 부르르 떨고

서문숙; [걱정하지 말거라.] [노부가 배운 명리(命理)대로라면 네 낭군이 될 놈은 백수를 하고도 한참을 더 산 후에야 세상과 하직을 할 운세다.]

권완; [네...!] 얼굴을 붉히고

서문숙; [이제 저놈은 꿈속에서 자기 자신과 싸우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지닌 바 잠재력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지!]

권완; [극기라는 말이 그래서 붙었군요.]

서문숙; [뿐만 아니라 저놈이 꿈속에서 싸워야하는 상대는 노부의 능력까지 지니고 있다.] 소매 속에서 책을 한권 꺼낸다. 크지 않은 책이지만 두툼해서 마치 다이어리 같다.

서문숙; [상식적으로는 결코 이길 수 없는 상대지만 마침내 극복하고 나면 세상 누구와 싸워도 지지 않게 될 것이다!]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고

서문숙; [인간에게 있어 가장 이기기 힘든 적은 자기 자신이므로...!]

서문숙; [이제부터 너는 대낭에게 검술을 배우도록 해라.] [대낭의 검술은 고금을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것이니 후일 크게 쓸모가 있을 것이다.]

서문숙; [그동안 나는 내 법기에 술법을 익히는 법을 적어 놓으마.]

권완; [예!] 고개 숙이고. 이어

권완; [자질이 부족하지만 가르침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두 손 모으며 공손대낭에게 절하고

공손대낭; [소저께서는 겸손해하실 것 없어요!] [수많은 제자를 길러보았지만 소저를 능가할 재원은 지금까지 단 한명도 없었답니다!] 마주 절하고

곧 공손대낭의 가르침을 받아 검술을 연마하는 권완. 공손대낭이 쌍검을 뽑아 검무를 추고. 그것을 보며 권완도 곤오용봉채로 따라한다

두 여자가 춤을 추는 것을 잠시 지켜본 서문숙

책을 펼쳐서 그 위에 손가락으로 허공에 글을 쓴다

<위대하신 제왕의 미욱한 신 서문숙이 마지막 장계(狀啓)를 올리나이다!> 스스스! 허공에 생겨난 글들이 차례로 책 속으로 녹아들어간다.

 

#92>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728x90

#88>

<노부는 스물네 살 때 이 신행목(神杏木)을 발견했다. 그 무렵의 나는 술법을 부리기 위한 법기(法器)를 닦을 장소를 찾아다니다가 우연히 이 신행목을 알게 되었다.> 젊은 시절의 서문숙이 뒷짐을 짚고 서서 거대한 은행나무를 올려다 보고 있다. 절세미남이고 허리에는 긴 검을 차고 있고.

<술법에는 아무런 매개체도 없이 그냥 쓸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매개체가 있어야하거나 있으면 훨씬 편리한 술법들도 있다. 크고 강력한 술법이나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술법의 경우 법기의 힘을 빌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각가지 이상한 물건들. 그릇, 책, 북, 비파, 팔찌 등등

<술법자(術法者)들은 일반적으로 스승에게서 법기를 물려받아 사용한다. 그러나 제자의 술법이 스승을 넘어서게 된다면, 스승의 법기에 그 능력을 모두 담을 수 없기 때문에 법기만 망치게 될 뿐이다. 결국 그때는 법기를 새로 만들어 닦아야 한다.> 노인으로부터 거문고를 받는 청년.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으로 받는다.

<천하제일가인 서문세가(西門世家)의 소가주였던 나는 선친으로부터 술법을 배웠다. 그리고 황송하게도 젊은 나이에 술법으로는 선친을 능가해버렸다. 즉 본가의 가주에게 대대로 전승되어 오던 법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西門世家라는 현판이 걸린 웅장한 대문 앞에서 포권하며 작별을 고하는 젊은 시절의 서문숙, 문앞에는 노인과 노부인이 서있다. 노부인은 눈물을 닦고 있고. 두 부부 뒤로는 많은 하인들이 허리를 숙이고 있다.

<그리하여 나는 가전의 법기를 포기하고 나만의 법기를 닦기 위해 세가를 나서게 되었다. 명산대천을 배회하며 술법을 연마하고 법기를 닦기에 마땅한 장소를 찾고자 했으나 쉽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곳엔 이미 주인이 있었고, 주인이 없는 곳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꼭 나타났기 때문이다.> 산수화같은 바위 산 산봉우리에 서서 산을 보고 있는 서문숙.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 위에 어떤 도사같은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다. 폭포 아래에서 명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장을 지나다가 은은한 흰색 옷을 입은 한 처녀를 보게 되었다. 그녀를 보는 순간 나는 그녀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시장통을 걸어가다가 흠칫하는 서문숙. 앞쪽에서 공손대낭이 다가온다. 절세미녀인데 서문숙과 비슷할 정도로 훤칠한 키에 선녀 옷처럼 하늘거리는 옷을 입었고 양 옆구리에는 짧은 검을 두 자루 차고 있다. 한쪽 팔에는 꽃이 가득 든 바구니를 걸고 두리번거리며 서문숙 쪽으로 다가온다

<그 처녀는 광주리에 여러 가지 꽃을 담아 팔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꽃보다 아름다웠으며, 키는 보통사람보다 더 컸고 허리가 곧고 발라 오연해 보이기까지 했다.> 서문숙을 보고 흠칫하는 공손대낭.

<처녀도 나를 보았다. 순간 그녀는 움찔 놀라며 도망가려 했다. 그러나 도망가도 소용없다는 생각을 했는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어서인지 내게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행(道行)이 깊으신 분이군요. 제 꽃을 하나 사주시겠어요?]> 배시시 웃으며 서문숙에서 귀엣말을 하는 공손대낭

<나는 처녀가 하는 수작이 가소로웠지만, 정체를 알 수 없었기에 그냥 꽃 한 송이를 사주었다.> 동전을 주고 꽃 한송이를 공손대낭에게서 받는 서문숙. 이하 회상에서 대화체로

공손대낭; [당신은 백만 번째로 제 꽃을 사신 분입니다.] [그리고 저는 해와 달에게 맹세했답니다.] [백만 번째로 제 꽃을 사시는 분이 남자라면 그분에게 저를 의탁하겠다고.] 서문숙을 올려다보며 배시시 교태롭게 웃는 공손대낭

서문숙; [너는 사람이 아니거늘 어찌 감히 그런 말을 하느냐?] 준엄하게

공손대낭; [사람은 아니라도 좋은 스승들께 배워 인간의 도리를 깊이 깨우쳤는데, 사람보다 못할 게 있겠는지요?] 서문숙의 팔짱을 끼며 배시시 웃고

공손대낭; [멀지 않은 곳에 저의 거처가 있으니 함께 가주세요!] 서문숙의 팔짱을 낀 채 끌고 간다. 못 이기는 척 끌려가는 서문숙

서문숙; (선녀나 관음보살은 아닐 테고.... 햇빛에 이지러지지도 않고 대낮에 이렇게 버젓이 돌아다닐 수 있는 게 뭘까?)

서문숙; (그러고 보면...!) 주위를 둘러본다

무심하게 지나가는 사람들.

서문숙; (다른 사람들 눈에는 이 여자의 모습이 안 보이는 모양이다!)

서문숙; [네 이름이 무엇이냐?]

공손대낭; [남들은 소녀를 공손대낭(公孫大娘)이라 부른답니다.]

 

#89>

청풍; [엥!] [공손대낭?] 눈이 띠용. 권완도 흠칫. 다시 현실

권완; [검무(劍舞)를 잘 추기로 유명해서 두보(杜甫)가 <관공손대낭제자무검기행병서(觀公孫大娘弟子舞劍器行幷序)>라는 시까지 지었다는 그 공손대낭을 말씀하시는 건지요?]

서문숙; [그렇다. 바로 그 공손대낭이다.]

청풍; [하하하! 꽃 팔던 처녀가 공손대낭이면 노야는 신선 이팔백(李八百)이군요.]

청풍; [공손대낭은 당나라 사람인데 노야가 만났으면 무려 팔백 년이나 살아오셨을 테니까!] 깐죽대며 웃고 + 서문숙; [맹랑한 녀석같으니!] 눈 부라리고

서문숙; [언제 노부가 팔백 살이나 되었다고 했느냐? 공손대낭을 만났다고만 했지.]

청풍; [그럼 공손대낭이 팔백년을 살았단 말입니까?] 띠용

서문숙; [어디 팔백년뿐이겠느냐?]

서문숙; [공손대낭은 자신이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일천육백번 이상의 해를 넘겼다고 했다!]

[!] [!] 놀라는 청풍과 권완.

권완; [혹시... 공손대낭은 여자신선이었는지요?]

서문숙; [너는 은행나무를 부르는 다른 이름을 아느냐?] 청풍에게

청풍; (이 영감탱이가 날 무시하는구만!) + [잎이 오리발 같다고 해서 압각수(鴨脚樹). 열매가 어린 살구같다고 해서 행자목(杏子木),]

청풍; [심으면 손자 대에나 열매를 볼 수 있다고 해서 공손수(公孫樹)!] 뚱하게 대답

서문숙; [공손대낭은 바로 공손수의 정(精)이다.]

권완; [아!] 놀라고

서문숙; [은행나무의 정령이기에 성을 공손씨로 했고.... 바로 이 신목이 공손대낭이다.]

청풍; [그러니까 나무의 요괴 아니 요정이 있단 말이지요?] [어, 어디 있어요?] 침 꼴깍 삼키며 둘러보고

서문숙; [그녀가 원하지 않으면 너희들 눈으로는 볼 수가 없다.] [술법을 익히고 난 후 정과 혼을 부릴 수 있게 되었을 때야 보게 될 것이다.]

권완; [대원수님께선 공손대낭과 혼인하셨나요?]

서문숙; [그녀는 나무의 정이고 나는 사람인데 어떻게 혼인할 수 있겠느냐?] [하지만 좋은 친구는 될 수 있었지.] 빙그레 웃고. 다시 회상

 

#90>

<노부 역시 공손대낭이 처음 이름을 밝혔을 때는 너희들과 같은 반응을 보였었다. 공손대낭은 놀라고 당황하는 나를 데리고 이곳으로 왔다.> 키는 낮지만 아주 거대한 은행나무 앞에 서서 올려다보는 서문숙과 공손대낭

<그리고는 나를 돌아보며 한 번 웃고는 나무 속으로 스며들어가버렸다. 그때서야 나는 공손대낭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사람이 아니면서 햇살이 따가운 대낮에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도 그녀가 나무의 정(精)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놀라는 서문숙을 돌아보는 자세로 반쯤 몸이 거대한 은행나무로 스며들어가는 공손대낭

<나무속에서 공손대낭이 하는 말을 따라서 이곳으로 들어왔는데 벽에는 검무를 추는 공손대낭의 모습이 그려진 족자가 걸려있었다. 바로 그 족자에서 공손대낭이 미소를 지으며 걸어 나왔다.> 벽에 걸린 족자에서 걸어 나오는 공손대낭의 모습. 지금 청풍과 권완이 있는 그곳이지만 여자의 방처럼 꾸며져 있다. 침재와 화장대도 있고

서문숙; [만나 뵙게 되어 영광스러울 뿐입니다.] [팔백 년 전에 이미 아름다운 이름을 사해에 떨치셨던 공손대낭께서 여전히 하계(下界)에 계실 줄을 누가 알겠습니까?] 포권하고

공손대낭; [이곳은 제 몸속이자 제 정(精)이 머무르는 곳입니다. 귀인을 모시기에 부족함이 많습니다.] 교태롭게 웃으며 허리를 숙여 마주 인사하고

<공손대낭이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경시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당(唐)의 현종(玄宗) 앞에서 검무를 추어 천하제일검기무(天下第一劒器舞)라는 소리를 들었으며, 수많은 제자를 두었던 바도 있었으니 다른 요괴나 요정처럼 대할 수 없었다.> 공손대낭과 마주 앉아 술을 마시는 서문숙

서문숙; [시장에서 소생을 피하려했던 것도 두려워서가 아니었겠습니다.] [천지를 뒤흔드는 검기를 지니신 대낭께서 아직 배움이 일천한 소생을 두려워할 리 없겠지요.] [소생의 교만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두 손으로 술잔을 들고

공손대낭; [소녀가 익힌 검기는 보통 사람을 놀래킬 정도이지 귀인을 놀라게 할 정도는 아닙니다.] 역시 두 손으로 술잔을 들어 답례하며

공손대낭; [일찍이 소녀는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에 나가 한바탕 노닐었지요.] [그때 한 분께 은혜를 입어 검술을 배웠답니다..]

서문숙; [대낭께서도 고인으로부터 검을 받으셨군요. 아마 보통 분은 아니었겠습니다.]

공손대낭; [확실히 보통 분은 아니셨습니다. 배민(裴旻)이라는 분인데 아실런지요?]

서문숙; [배민?] [이백(李白), 장욱(張旭)과 함께 당삼절(唐三絶)로 불리시던 천검(天劒) 배민 장군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놀라고

공손대낭; [바로 그 분이랍니다.] 고개 끄덕.

서문숙; [배장군께서는 당조(唐朝) 삼백년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검객이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분의 검술은 끊어져 전해지지 않는 줄 알았더니 바로 대낭께서 이으셨군요.]

공손대낭; [그분을 배장군이라 부르시는 걸 보니 귀인께서도 그분처럼 <왕들의 왕>을 섬기시는군요.]

서문숙; [그렇습니다.] 술잔을 내려놓고 엄숙한 표정

서문숙; [소생 서문숙 역시 위대하신 제왕의 미욱한 신(臣)입니다.] 일어나서 두 손을 모으고 하늘을 우러르고

공손대낭; [그러리라 생각했는데 과연......] 역시 엄숙한 표정. 술잔을 내려놓고

공손대낭; [천하의 기인이 되시는 분들은 모두 한결같이 그 한 분만을 섬기는군요.] 한숨

서문숙; [배장군께선 <왕들의 왕>을 가장 가까이에서 모셨던 분입니다.] 다시 자리에 앉고

공손대낭; [소녀에게는 부모 같은 분이기도 하지요.]

<저의 높은 가지를 잘라 벽력진군의 칼을 맞지 앉게 해준 분이시니까요.> 허공에 뜬 채 검을 휘둘러서 거대한 은행나무를 버섯 모양으로 다듬고 있는 신선같은 노인의 모습

 

#91>

권완; [공손대낭은 왜 꽃을 팔았고 또 백만 번째 꽃을 사는 남자에게 몸의 의탁하겠다고 맹세했는지요?]

서문숙; [공손대낭은 술법을 닦아 승천하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 꽃을 팔면서 수행이 뛰어난 사람의 공덕을 얻어 모으고 있는 중이었지.]

서문숙; [백만 번째 사람에게 몸을 의탁하려 한 것은 나무나 꽃의 정의 경우 움직이는 몸을 가진 존재에게 의탁해야만 승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서문숙; [노부는 그녀의 처지를 이해했고 그녀는 노부의 처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우린 한 가지 약조를 하게 되었다.]

청풍; [어떤 약조요?] 멀뚱

서문숙; [그녀는 내가 이곳에서 법기를 닦는 것을 도와주고, 나는 죽을 때가 되면 이곳에 와서 그녀의 정(精)을 맡아주기로 한 것이다.]

권완; [정을 맡아준다는 건 무슨 뜻인지요?]

서문숙; [내 몸이 죽어 신(神)과 정(精)과 혼(魂)이 흩어질 때, 공손대낭의 정은 나의 신과 함께 하늘로 올라가고 대신 나의 정과 혼이 이곳에 남아 목신(木神)이 되는 거란다.]

청풍; [목신이 된다구요?]

서문숙; [쉽게 말해서 죽은 뒤 이 나무에 붙은 귀신이 된다는 말이다.] 웃고. 순간

청풍; [으하하하!] 갑자기 배를 잡고 웃고.

권완; [공자!] 서문숙의 눈치를 보며 말리고

서문숙도 불쾌한 미소를 짓는데.

청풍; [말도 안되는 소릴랑 그만 하십쇼! 천지간에 귀신이 어디 있습니까?] 단호하게

서문숙; [뭐라고?] 화를 내려는데

청풍; [술법도 대충 뭔지 알겠고 요괴란 것도 있을 법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죽어서 나무귀신이 되니 뭐니 하는 건 말 같지도 않습니다.] 엄숙. 온몸에서 삼엄한 기운이 흘러나온다. 이후로 청풍의 몸에서는 아지랑이같은 기운이 넘실거린다. 고함을 치면 그 기운이 화살처럼 사방으로 날아가기도 하고

서문숙; (무슨 이런 놈이....!) 눈 부릅뜨며 놀라고

서문숙; (뜬금없이 혼백을 비수처럼 가르는 예기를 온몸에서 흘려내다니...!)

청풍; [한 인간이 죽으면 그 삶도 깨끗이 끝나는 법인데 무슨 귀신 나부랭이가 된다는 겁니까?] 코웃음 치는데

슈우! 갑자기 오싹한 한기가 실내를 감돌고

권완; (뭐... 뭐지? 갑자기 실내의 공기가 차가워졌어!) 놀랄 때

서문숙; <아차!> 아차하며 천장을 올려다보고

서문숙; (위험하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단호한 확신과 부정은 대낭같은 요정들에게는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청풍; [무엇이든 이상하게 보려면 자꾸 이상하게 보이는 겁니다.] [구름이나 바위들도 이것 닮았다 저것 닮았다 하고 보면 자꾸 그렇게 보입니다.]

청풍; [하지만 눈이 밝고 마음에 잣대가 정확하다면 세상에는 이상할 게 하나도 없습니다.] [쓸데없는 생각으로 마음속에 이것저것 짓지 마세요.]

서문숙; [말... 말을 삼가지 못할까!] + (이놈처럼 명백하게 자신의 의지를 말로 구현하는 인간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당황하여 청풍을 노려보지만

청풍; [은혜를 입긴 했으나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다 죽어가는 분이 무슨 할 짓이 없어 귀신 운운하시는 겁니까?] 코웃음치고.

서문숙; [네놈이 그래도...!] 다급히 외칠 때

갑자기 천장 쪽에서 쿵! 하고 뭔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서문숙; [이런...!] 놀라며 올려다보고.

권완; [공손대낭인가요?]

서문숙; [잘못 되었구나! 잘못 되었어!] 안타까운 표정으로 탄식하고. 그때

<진보(塵甫;서문숙의 호)! 그대는.... 그대는 왜 저 사람을 데려와서 저를 죽이려 하십니까?> 갑자기 어디선가 우는 소리가 들리고

권완; (여자의 울음소리!) 놀라고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이전버튼 1 2 3 4 5 이전버튼

블로그 이미지
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입니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