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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아주 음침한 벌판. 먹장구름이 낮게 깔려 있고 바람도 스산하다. 마치 지옥의 한 부분 같은 을씨년스러운 풍경

청풍이 어리둥절해서 둘러보고 있다.

청풍; [여기가 어디지?] 갸웃

청풍; [극기마환신단인가 뭔가를 먹고 잠이 들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이상한 곳에 와있잖아!]

청풍; [혹시 내가 꿈을 꾸고 있는 중인가?] 자기 손등을 꼬집어본다

청풍; [아얏!] 비명 지르며 꼬집은 손을 놓고

청풍;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아픈 걸 보면 꿈은 아니야!]

청풍; [꿈이 아니라면 여긴 어디지? 난 또 어떻게 여기 와있게 된 걸까?] 생각하는데

[!] 오싹! 갑자기 오한이 들어 눈 부릅 청풍. 바로 뒤에 누군가 서서 어깨 너머에서 쌔액 웃고 있다. 입과 눈만 보인다

청풍; (누가 뒤에 있다!) 스팟! 벼락같이 생사일보를 펼쳐서 앞으로 나갔다가 돌아선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 쿵! 청풍의 앞에는 아무도 없다

청풍; [분명 바로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었는데....!] 당혹

청풍; [너무 과로해서 기가 허해졌나?] 머리 긁적이며 돌아서고

쿵! 헌데 바로 앞에 또 한 명의 청풍이 씨익 웃고 있다. 검은 옷을 입었고 틀린 점은 인상이 아주 사악하다는 점이다. 눈꼬리도 치켜 올라갔고. 하지만 분명 청풍 자신이다. 이놈은 청풍의 또 다른 자아. 이하 분신으로 표기

청풍; [헉!] 팟! 뒤로 물러서고

청풍; [너 이 자식! 언제 거기에....!] 삿대질 하려다가 입 딱

다시 한 번 분신의 얼굴을 보여주고

청풍; [너.... 너.....!] 버벅 대다가

청풍; [바로 나잖아!] 고함 빽 지른다. 순간

분신; [흐흐흐!] 창!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잡아뽑는다.

청풍; [야 이 기막히게 잘 생긴 자식아!] [넌 누군데 본 공자의 잘 생긴 얼굴을 무단도용....!] 외치며 허리춤에 찬 검을 뽑으려다가 멈칫

청풍; (어라! 내가 언제 검을 차고 있었지?) 생각하는데

슈칵! 벼락같이 검을 찔러오는 분신

청풍; [이크!] 차창! 다급히 검을 뽑아서 분신의 공격을 받아낸다

현란하게 이어지는 분신의 공격

창! 차차창! 물러서며 분신의 공격을 필사적으로 막아내는 청풍

청풍; (이 자식!) 비지땀을 흘리고

청풍; (얼굴만 비슷한 게 아니라 무공도 다 내가 아는 걸로 공격해오잖아!) 필사적으로 방어를 하고

청풍; (문제는... 내가 알기만 하는 무공도 능숙하게 펼친다는 사실이다!)

청풍; (이러다가 죽는 수가 있다! 비장의 한 수를 펼쳐서 반격하자!) 부악! 몸이 얇아지며 뒤로 휙 날아가고. 생사일보다. 하지만

슈학!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분신. 역시 생사일보를 써서 따라온다

[!] 확 다가오는 얇아진 분신을 보며 눈 부릅 청풍

청풍; [젠장할! 생사일보까지 알다니...!] 사력을 다해 피하지만

퍽! 생사일보를 펼치며 따라붙은 분신이 내지른 검이 청풍의 어깨를 관통한다. 눈 부릅 청풍

 

#94>

한 낮. 거대한 은행나무

은행나무 아래의 밀실에서 공손대낭과 함께 짝을 이루어 검무를 추는 권완. 공손대낭과 나란히 서서 옆으로 곁눈질을 하며 마치 싱크로수영을 하듯이 춘다. 공손대낭은 검을 쓰고 권완은 곤오용봉채를 쓴다.

한쪽 침대에는 청풍이 누워있고.

좌대에 앉은 서문숙은 손가락으로 허공에 휘저어 책에 글을 쓰고 있다. 헌데

[컥!] 잠들어있던 청풍의 몸이 세차게 퍼덕이고

푸학! 어깨에서 피가 뿜어진다

권완; [악!] 그걸 보고 비명 지르고. 공손대낭도 흠칫하는데

서문숙도 고개를 들고

침대에 누워 벌벌 떠는 청풍. 푸식! 츄우! 어깨에서 피가 뿜어진다

권완; [공자!] 달려가는데

서문숙; [건드리지 마라!] 급히 외치고

청풍을 끌어안으려던 권완 흠칫 멈춰서고

권완; [노... 노야! 이 사람 몸에 왜 갑자기 상처가 난 거죠?] 서문숙을 돌아보고

서문숙; [꿈속에서 자기 자신에게 패했기 때문이다!]

권완; [극... 극기마환신단으로 만들어진 환각 속에서 패하면 실제로 상처가 난단 말인가요?]

서문숙; [자신의 몸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다.]

권완; [이... 이러다가 혹시 잘못 되는 건 아닌지요?] 청풍을 건드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서문숙; [그 사이에 정이 많이 든 모양이구나.] 그런 권완을 보고 웃고

권완; [저를 위해 손가락을 뽑고 평생 보살피겠다는 맹세를 한 장부(丈夫)입니다.]

권완; [소녀 아직 어리지만 마음을 의탁할 장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는 들어 알고 있습니다.]

서문숙; [권가주는 복이 많구나. 너 같은 재녀를 딸로 두었을 뿐 아니라 철골장부(鐵骨丈夫)를 반자(半子:사위)로 얻게 되었으니....]

수줍어하는 권완

서문숙; [어쨌거나 안심해도 된다.] [그 아이는 난릉왕의 술법도 간단히 깨뜨린 괴물이다. 고초를 겪기는 하겠지만 실패하진 않을 것이다.]

권완; [그렇게 말씀하시니 다행이옵니다만...!]

서문숙; [그 아이는 생각이 완고하고 통제가 불가능한 것 같더니 너는 벌써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고 있는 것 같더구나.]

서문숙; [그 아이가 장차 큰일을 이룬다면 그건 오로지 네가 곁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권완의 얼굴을 더 붉어지고.

공손대낭; [진보! 이 아가씨는 대단히 총명합니다.]

공손대낭; [벌써 천강삼십육초(天罡三十六抄)와 지살칠십이초(地煞七十二抄) 중 아홉 초식만을 남겨 놓고 다 배웠답니다.]

서문숙; [허허! 정말 총명하구나. 범인이라면 천강삼십육초 한 가지만 배우는데도 평생이 걸릴 터인데....!]

권완; [기억력이 조금 좋아 그저 보는 대로 흉내낼 수 있을 뿐입니다.]

서문숙;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대단한 능력인 것이다.]

공손대낭; [실제로 이 아가씨는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판박이처럼 재현해내는 능력이 있답니다.]

서문숙; [무림을 위해선 다행한 일이고 홍복(洪福)이지!] 끄덕

서문숙; [시간이 많지 않으니 나머지도 가르치고 배우도록 하게!] 다시 손가락으로 책 위의 허공에 글을 쓰기 시작하고. 손가락을 젓는 대로 글이 생겨나 책 속으로 스며들고

권완은 걱정하는 눈으로 청풍을 보면서도 다시 공손대낭에게 다가가고

권완; (아무쪼록 힘내세요!) 청풍에게

권완; (노야 말씀대로 스스로를 이기고 깨어나면 당신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을 거예요!) 다시 공손대낭과 마주 서서 검법을 펼치기 시작하고

 

#95>

다시 청풍의 환각 속. 분신이 내지른 검에 어깨가 관통당한 청풍. 얼굴이 고통으로 이지러져 있고. 검을 떨어트렸다.

검을 내지른 채 사악하게 웃는 분신. 하지만

청풍; [크아!] 어깨가 검에 관통당한 것은 무시하고 앞으로 확 달려들며 오른손으로 분신의 이마를 움켜잡는 청풍. 왼손으로는 어깨를 잡고

그대로 분신의 목을 돌려버리는 청풍

목이 부러져서 죽는 분신.

청풍; [*도 아닌 게 까불고 있어!] 분신을 집어던지고

청풍; [날 빡 돌게 하면 골로 간다는 걸 알아야지!] 어깨를 관통한 검을 잡아뽑고

그러다가 흠칫

스스스! 바닥에 던져진 분신이 녹듯이 바닥으로 스며들고 있다

청풍; [시... 시체가 바닥으로 녹아들어가잖아!] 놀라고

청풍; [젠장할! 대체 여긴 뭐 하는 동네야?] 이를 부득 갈고

[!] 그러다가 눈 부릅 청풍. 슈욱! 뒤에 누군가 있다

청풍; [설마!] 홱 돌아서고

쿵! 앞쪽에 다시 사악하게 웃고 있는 분신. 한 놈이 아니고 두 놈이다.

청풍; [하하하하! 이거야 원....!] 억지로 웃고

청풍; [네놈들! 이 지랄 맞을 공간에서는 불사신이라 이거냐?]

청풍; [오냐! 어디 얼마나 잘난 놈인지 놀아보자!] 퉤! 침을 뱉고

슈악! 그런 청풍을 향해 유령처럼 달려들며 검을 휘두르는 분신들

청풍; [크아!] 마주 달려가며 검을 휘두르는 청풍

파캉! 서로의 검이 부딪히며 불꽃을 튀긴다

 

#96>

한낮. 구령의 집. 검을 찬 시녀들이 집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모두 긴장한 모습

구령의 집 근처의 숲.

숲속을 소리없이 움직여 구령의 집으로 다가오는 십여명의 복면인들. 하지만

슈욱! 유령같은 그림자가 스치자 저항도 못하고 죽는다.

스스스! 쓰러지는 자객들 옆으로 나타나는 구령의 유모

유모; [버러지같은 것들!] 냉소하고

유모; [살수 나부랭이들이 주제를 모르고 감히 어딜 기웃거려?] 냉소하며 돌아선다. 헌데

<흐흐흐! 솜씨가 더 매워졌군 마고!> 갑자기 어디선가 음성이 들리고. 눈 부릅 유모

<젊어지기도 했고... 천주의 곁에 머물면서 천주가 내뿜는 마기를 숨을 쉰 덕분이냐?> 다시 들리는 음성

유모; (개... 개구리가 우는 듯한 음성! 설마!) 긴장하며 물러서고. 그때

쿠쿠쿠! 갑자기 땅이 구렁이가 기어오는 것처럼 이리 저리 휘어지며 유모 앞으로 일어난다. 긴장하며 급히 물러서는 유모. 직후

콰드드! 땅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괴인. 두꺼비 인간이다. 아주 흉측한 모습이고

유모; (혈목재 서열오위 철와선(鐵蛙蟬)!) 공포에 질리고. 그때

철와선; [흐흐흐! 간덩이가 부었군! 감히 종년 따위가 혈목십성(血穆十聖)의 강림을 접하고도 뻣뻣하게 서있다니....!] 긴 혀를 내밀어 콧잔등을 핥으며 웃고.

충격받는 유모. 다음 순간

유모; [천비 마고가 존귀하신 철와선 님을 뵈옵니다!] 한 무릎 꿇으며 포권하고

철와선; [크크크! 당연히 그래야지!] [마도무림에 속한 인간은 마도의 연맹체인 혈목재의 서열에 굴복하는 것이 숙명!]

철와선; [하지만 기왕에 지은 죄를 사함 받으려면 네가 알고 있는 걸 숨김없이 고해야할 것이다 마고!]

[!] 절망하는 마고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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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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