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룡강의 만화 시나리오/황금전장'에 해당되는 글 111건

  1. 2021.03.08 [황금전장] 제 36장 손가락을 뜯어 사랑을 맹세하다.
  2. 2021.03.07 [황금전장] 제 35장 비장한 별리
  3. 2021.03.06 [황금전장] 제 34장 이상한 상자
  4. 2021.03.05 [황금전장] 제 33장 하늘을 달리는 말
  5. 2021.03.04 [황금전장] 제 32장 경천동지
  6. 2021.03.03 [황금전장] 제 31장 난릉왕
  7. 2021.03.01 [황금전장] 제 30장 심제회, 제왕을 찾는 자들
  8. 2021.02.28 [황금전장] 제 29장 소녀무쌍
  9. 2021.02.27 [황금전장] 제 28장 하늘이 너를 내게 보냈구나.
  10. 2021.02.25 [황금전장] 제 27장 거룩하신 제왕의 미천한 종
  11. 2021.02.24 [황금전장] 제 26장 찾아온 미녀
  12. 2021.02.23 [황금전장] 제 25장 소녀의 술 주정
  13. 2021.02.21 [황금전장] 제 24장 왕들의 왕
  14. 2021.02.20 [황금전장] 제 23장 미혼처를 술통에 넣고...
  15. 2021.02.19 [황금전장] 제 22장 여자면서 여자가 아닌,
  16. 2021.02.17 [황금전장] 제 21장 술에 취한 미녀
  17. 2021.02.16 [황금전장] 제 20장 멍청이로 만드는 독
  18. 2021.02.14 [황금전장] 제19장 어허 이런 변이 있나?
  19. 2021.02.13 [황금전장] 제 18장 나 하나 잡아죽여서 모두 <해피>해지겠다?
  20. 2021.02.12 [황금전장] 제 17장 이건 혹시 결혼반지?
  21. 2021.02.11 [황금전장] 제 16장 암흑철수, 죽음의 성물
  22. 2021.02.10 [황금전장] 제 15장 백만냥이다. 먹고 떨어져!
  23. 2021.02.08 [황금전장] 제 14장 젊은 사부, 늙은 제자
  24. 2021.02.07 [황금전장] 제 13장 이상한 장갑
  25. 2021.02.06 [황금전장] 제 12장 잘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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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동굴 속

안으로 들어서다가 깜짝 놀라는 권완.

서문숙이 벽에 기대 앉아있는데 엄청나게 피를 토해서 앞자락이 완전히 피에 물들었다. 바닥에까지 피가 질척거리고

권완; [노야!] 기겁하며 다가가 앉으며 부축하고

미약하게 숨을 쉬는 서문숙. 죽어가고 있다

권완; (... 죽어가고 있어!)

권완; (배신자들에게 치명상을 입은 위에 난릉왕과 무리를 해가면서 싸운 바람에 속이 완전히 망가졌어!) 급한 대로 소매로 입가의 피를 닦아준다.

권완; (그나마 남아있던 생기도 아랫사람들에게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몸을 지탱하는데 써버리셨어!) 눈물이 배어나오고. 그때

서문숙; [... 서쪽 구석에 보면 쥐구멍이 보일 것이다.] 고개 숙인 채 힘없이 말하고. 흠칫 권완

서문숙; [그 속에 손을 넣어 오른 쪽을 더듬으면 손에 잡히는 고리가 있단다. 당겨 주겠느냐?]

권완; [!] 눈물 닦고 일어나고

서쪽의 벽으로 가보니 과연 작은 구멍이 있는데 새까만 쥐가 눈을 반들거리며 고개를 내밀고 있다.

쥐는 권완을 보고는 구멍 속으로 숨어버린다.

권완은 소매를 걷고 구멍 속에 손을 집어넣고

구멍 속에서 바닥에서 올라와 있는 동그란 고리가 있다.

손가락을 고리에 걸고 잡아당기고. 직후

덜컹! 갑자기 벽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나더니

쿠쿠쿠! 권완의 왼쪽 바닥이 아래로 비스듬히 내려앉으면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난다.

권완; (이런 곳에 기관장치가 숨겨져 있을 줄이야!) 놀랄 때

서문숙; [그 아이를 데리고... 따라 오너라.]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권완; [노야!] 놀라는데

서문숙은 꼿꼿하게 일어서더니 계단을 걸어 아래로 내려간다.

권완도 청풍을 두 팔로 안아들고는 서문숙을 따라 내간다.

계단을 내려가자 복도가 나타나고. 하지만 복도는 얼마 안가 막다른 곳에 이른다. 문도 없고. 그냥 돌로 이루어진 벽이다. 벽에는 굵은 나무뿌리들이 흘러내린 촛농처럼 얽혀있다

권완; (막다른 곳인데...!) 둘러볼 때

벽 앞에 서서 무어라 주문을 외우고

스스스! 갑자기 벽을 덮고 있던 나무뿌리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여서 좌우로 비킨다. 나무뿌리들이 비키는 곳에는 작은 문이 있고.

권완; (나무뿌리들이 움직였어! 저것도 술법이겠구나!) 놀라고

서문숙이 먼저 문으로 들어가고 청풍을 안은 권완이 따라들어간다. 그러자

스스스! 나무뿌리들이 다시 움직여서 입구를 가려 버린다.

권완; (확실히 이 은행나무는 평범한 나무가 아니야!) 침 꼴깍

두 사람이 들어선 곳은 반구형의 공간. 사방의 벽은 나무뿌리들이 엉켜서 형성되었고 구석에 돌로 만든 침대가 하나, 중앙에는 살아있는 나무뿌리가 형성한 의자와 좌대가 각각 하나씩 있다.

서문숙; [그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와라!] 좌대에 힘겹게 올라가 앉고.

권완; [...!] 고개 숙이고

청풍을 돌침대에 누인다. 여전히 정신을 잃고 있는 청풍

권완; (다시 만나면 그 즉시 죽여 버리겠다고 맹세했는데....) (어느덧 나도 모르게 이 사람에게 의지하고 있다!) 청풍을 내려다보고

권완; (비록 속아서라도 부부가 되기를 약소한 때문일까?) 한숨 쉬며 돌아서고

다시 서문숙 앞으로 가는 권완. 서문숙은 눈을 감은 채 필사적으로 상처를 다스리는 모습

권완; [노야!] 걱정이 되어서 묻고

서문숙; [이야기가 길어질 것이다. 앉거라!]

권완; [!] 좌대 앞의 의자에 앉고

서문숙; [너는 권씨세가의 무남독녀면서도 아들이 아니면 안 되고 가주가 될 자가 아니면 안 된다는 가법 때문에 술법을 배우지 못했구나.] 천천히 눈을 뜨고

권완; [지난밤까지만 해도 전 술법이란 게 옛날이야기 속 신선과 요괴들이나 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권완; [하지만 이제는 우화등선(羽化登仙)도 당연히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서문숙; [술법은 어렵지 않다.] 끄덕

서문숙; [무공을 익힘에 있어 기()만 단련하면 무공에 그치나 정()과 혼()까지 단련하면 귀신과 요괴를 부릴 수 있으며 신()마저 단련하면 궁극의 조화를 얻을 수 있다.]

서문숙; [대체로 강호의 무공은 기를 단련하는데 그치기 때문에 조화경(造化境)에 이르지 못할 뿐이다.]

서문숙; [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가느냐 마느냐에 달린 것이지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아니다.]

권완; [술법을 알면 거대한 범선도 간단히 칼로 자르고 죽마(竹馬)를 타고 천공을 비상할 수도 있는데 사람들은 어찌하여 헛되이 무공이나 배우는 것인지요?] 난릉왕이 원수함을 토막 내던 장면 떠올리고

권완; [신선의 술()이 있고 부처의 도()가 정말 있다면 세상의 그 많은 도사와 스님들은 어째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까?]

서문숙; [그것은 진리의 길이 등에 붙어있는 거울 같기 때문이다.]

<사람이 자기의 등에 있는 거울을 어떻게 보겠느냐? 어찌 스승 없이 따라갈 수 있는 진정한 도가 있겠느냐?> 등에 붙은 둥근 거울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의 모습

<먼저 가는 이의 뒤를 따라가지 않는다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없느니라.> 일렬로 걸어가는 수많은 사람들. 각자의 등에 둥근 거울이 붙어있고 뒷 사람은 앞 사람의 등에 붙은 거울을 들여다보며 따라간다.

권완; [참된 스승이 많지 않기에 세상에 술법이 흔하지 않다는 말씀이신지요?]

서문숙; [사람이 아무리 지혜롭다한들 홀로 노력하고 애써봤자 그림자만 쫓으며 상상하다 일생을 그칠 뿐이다.]

서문숙; [하지만 진리의 길은 곧고도 곧아서 참 된 스승이 한 번 손을 들어 방향을 가리켜주면 혼자서도 능히 갈 수 있느니라.]

권완; [그럼 누구든지 참 된 스승을 만나 깨우치기만 하면 귀신을 부리고 요괴도 물리칠 수 있겠군요.]

서문숙; [무릇 사람은 천지 사이에서 태어난 만물의 영장(靈長)이거늘 어찌 귀신과 요괴가 굴복하지 않겠느냐?]

<사람이 귀신을 주목하면 귀신이 굴복할 것이요. 요괴를 주목하면 요괴 또한 굴복하느니라.> 도사 차림의 노인이 목검을 들어 가리키며 뭐라 외치고. 그 앞에서 수많은 귀신과 요괴들이 엎드리고 도망치는 모습

서문숙; [혹시라도 귀신과 요괴를 만나게 되면 그 형체와 모습을 한 곳도 빠뜨리지 않고 보거라.] [그리하면 귀신이나 요괴는 두려워 도망치거나 남아서 복종할 것이니라.]

권완; [술법의 요체(要諦)가 바로 보는 것인지요?] 눈 반짝

서문숙; [네가 천하이대재녀(天下二大才女)라는 세상의 평판이 옳구나.] 감탄하고

서문숙; [몇 마디 말로 이치를 깨닫는 능력은 결코 흔하지 않은 것이다.]

권완; [저는 그저 어리고 헛되이 배운 계집아이에 불과합니다!] 고개 숙이고

서문숙; [그렇지 않다.] [돌이켜보면 권가주의 복연(復緣)이 깊고 두터운 이유가 바로 너를 딸로 두었기 때문이니라.]

권완; [과분한 말씀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온데...]

권완; [정과 혼을 단련하지 않아도 바로 보기만 하면 이매망량(魑魅魍魎)을 굴복시킬 수 있는지요?]

서문숙; [정과 혼을 단련하지 않고서 어찌 귀신과 요괴를 알아볼 수 있겠느냐?] 웃고

서문숙; [설혹 본다고 하더라도 어찌 그 진체(眞體)를 알 수 있겠느냐?] [이매망량과 마음이 지어낸 허깨비만을 볼뿐이지.]

서문숙; [게다가 귀신과 요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들을 바라볼 수 없게 만들며 사람은 바라보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해를 입게 된다.]

권완; [이제 보니 대원수께서는 제게 술법을 전수하고 계셨군요.] 비로소 깨닫고

권완; [하지만 아직 어리고 어리석기만 한 소녀가 술법은 배워서 어디에 쓰겠습니까?]

권완; [또 딸인 제가 술법을 배우는 것은 가법에 어긋난 일이기도 합니다.] 사양하지만

서문숙; [물론 네 아버지는 너를 가르쳐선 안 된다.]

서문숙; [그러나 노부는 더 이상 세가의 가주가 아니니 세가의 법에 얽매일 필요 역시 없다,]

권완; [대원수께서 소녀에게 이렇게까지 은혜를 베푸시려는 뜻을 모르겠습니다.] 한숨

서문숙; [인연은 난마(亂麻)같아서 곤궁한 때에 이르면 반드시 새 인연을 만나게 되는 법이다.]

서문숙; [내가 죽음에 이르러 너를 만났고 너 또한 지금이 곤궁한 때이니 이 말이 옳지 않겠느냐?]

권완; [하지만 소녀는 저 사람에게서 대답을 듣기 전에는 대원수께 아무 것도 답하지 못함을 용서하십시오.] 청풍을 돌아보고

서문숙; [정신을 차린 줄 알고 있다. 일어나라!] 청풍을 보고

청풍; [에구 들켰네!] 머리 긁적이며 일어나고

청풍; [이래서 늙은 생강들은 상대하기가 까다롭다니까!] 궁시렁대며 침대에서 내려서려고 걸터앉는데

그러다가 흠칫 청풍

권완이 바로 앞에 서있다. 양손에는 곤오용봉채를 들고 있고

청풍; [.... 소저!] 억지로 웃는데

! 그런 청풍의 목에 겨눠지는 곤오용봉채중 하나. 눈이 띠용

권완; [마침 두 개입니다. 그대와 나의 피를 섞지 않아도 되도록!] 다른 곤오용봉채로는 자기 목을 겨누며 말하고. 표독한 분위기

권완; [이제 우리 두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그대의 말 한마디에 달렸습니다.]

권완; [대답을 들은 후에 그대를 죽이고 나도 죽을 것인지, 그대만 죽이고 나는 살 것인지,] [그도 아니면 나만 죽어서 이승에 한을 품은 원귀가 될 것인지를 결정할 것입니다.] 아주 살벌

청풍; (... 장난이 아닌데!) 소름이 오싹

권완; [그대는 나를 모욕했습니다.] [시정의 잡배들이나 함직한 무례한 행동으로 내 정절을 해치고 일생을 수치심에 사로잡혀 살게 만들었습니다.] 노려보고

청풍; [... 사과할께!] 비지땀을 흘리며 눈치를 보고

권완; [무어라 해도 나는 그대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주르르 눈물이 흐르고

두근! 순간 청풍의 가슴이 세차게 요동치고

청풍; (아름답고도 가엽다!)

청풍; (내 생각없는 행동이 이토록 가련하고 어여쁜 여자의 일생을 망쳤구나!) 멍해지고

권완; [마땅히 그대를 보는 순간 내 손으로 죽였어야했으나....] [그러지 못한 것은 그대에게 거푸 빚을 졌기 때문입니다.] 눈물 흘리며 청풍을 내려다보고

권완; [이제 묻겠습니다. 그대는 악인(惡人)입니까?]

청풍; [... 착하다고는 장담 못하는데....!] 눈치 보고

권완; [그런 뜻이 아닙니다! 마공을 익혔는가 묻는 중입니다.]

청풍; [마공?] 뭔 소린가 하고

권완; [지난밤 그대는 인간이 아닌 듯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아무도 어쩔 수 없던 난릉왕의 본체를 간단히 터트려 버렸습니다.]

권완; [하지만 난릉왕을 물리친 그 힘은 무시무시한 마기를 품고 있었습니다.]

청풍; [.... 나도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청풍; [난릉왕이 내 목을 졸랐기 때문에 걷잡을 수 없이 화가 났었다는 것만 기억나.]

권완; [그대는 정말 인성을 상실하게 하는 마공을 수련했거나 마신(魔神)을 부르는 술법을 익힌 적이 없나요?]

청풍; [다른 건 몰라도 난 거짓말은 안해! 믿어줘!] 애원하고

권완; [아무래도 나는 그대를 죽일 수 없군요.] ! 서글프게 웃으며 청풍의 목에 대었던 곤오용봉채를 거두고

권완; [그대가 밉기는 하지만 은혜를 베푼 은인이기도 하니 밉다는 이유만으로 죽일 수는 없겠지요.]

권완; [만일 그대가 나쁜 사람이거나 나쁜 무공, 술법을 익혔다면 그대를 죽이고 나도 따라 죽을 작정이었습니다.]

권완; [이제 그대를 죽일 수 없게 되었으니 제가 죽느냐 사느냐만 남았군요.] 곤오용봉채를 목에 좀 더 깊이 찔러 넣는다.

주르르! 목 아래로 곤오용봉채의 끝이 파고 들며 피가 흐르고

청풍; [그러지 마!] 기겁하며 일어서지만

권완; [제 목숨입니다. 그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청풍; [젠장! 내가 어떻게 하면 자기가 살 수 있는 건데?] 애원하고.

권완; [그대는 내게 지은 죄를 갚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나요?] 눈 반짝

청풍; [할게! 할게!] [무엇이든지 한다구!] 고개를 연달아 세 번 끄덕.

권완; [좋아요! 그럼 저를 아내로 맞아들여서 평생 한 눈 팔지 않겠다고 맹세하세요!]

청풍; [맹세할게! 일부종사, 아니 일처종사(一妻從事)할게!] + (우히히히! 이런 조건이라면 백번이라도 들어줄 수 있다 뭐!) 내심 웃지만

권완; [말만의 맹세는 믿을 수 없어요!] [손가락을 하나 뜯어내서 제게 증표로 주세요.]

청풍; [?] [손가락을 뜯어달라고? 자르는 것도 아니고?] 띠용

혀를 차는 서문숙

권완; [그 정도의 결의도 바탕이 되지 않는 맹세는 신뢰할 수 없어요!] 단호

청풍; [... 알았어!] 비지땀을 흘리며 왼손 새끼손가락을 움켜잡고

곤오용봉채를 자기 목에 댄 채 유심히 보고 있는 권완

청풍; (생살을 뜯어내는 거니까 엄청 아프겠지?) 겁에 질려 식은 땀

청풍; (하지만 뭐 그동안의 실수도 용서받고 저렇게 예쁜 마누라까지 얻는 대가니까 감수해야지!) 우직! 이를 악물고 새끼 손가락을 확 잡아뜯는다

청풍; [크악!] 왼손 쳐들며 비명을 지르고. 새끼손가락이 뜯겨나간 상처에서 피를 부리며 비명을 지르고

[!] 눈 부릅뜨며 보는 권완

청풍; (으으으! 까무라칠 듯이 아프네!) (... 하지만 기왕에 이렇게 된 거 끝까지 그럴 듯하게....!) 눈물 찔끔 거리며 오른손에 든 자기 새끼손가락을 권완에게 내밀고

청풍; [... 받어!] [... 이게 내 마음이야!] 억지로 웃음. 눈물도 나지만

권완;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해요!] 곤오용봉채를 목에서 떼며 청풍의 앞에 무릎을 꿇고

권완; [그대의 마음을 알았으니 제 나머지 삶은 그대에게 바치겠어요!] 손으로 청풍의 상처 난 왼손을 움켜쥐어 지혈을 해주고

청풍; (으으으! 예쁜 마누라 얻는 건 이렇게도 힘든 일이구나!) 눈물 줄줄. 그때

서문숙; [쯧쯧! 그만들 하고 이리 오너라!] 한숨

돌아보는 청풍과 권완

서문숙; [서둘러라. 우리는 피차 시간이 많지 않다.]

권완; [!] 대답하고 청풍을 부축하여 서문숙 앞으로 가는 권완

서문숙; [손가락을 이리 내라!] 손 내밀고

청풍; [... 여기 있어요!] 울살 지으면서 손가락을 내밀고

서문숙; [진정을 보이기 위해 손가락을 뽑은 것은 장한 일이다.] 청풍의 왼손도 잡고

서문숙; [하지만 신체를 훼손하는 것은 뼈와 살을 주신 부모님께 불효하는 일이기도 하다.]

권완; [소녀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고개 숙이고

서문숙; [우리 사이의 인연이 각별하니 너희들을 불효자로 만들 수야 없지!] 말하며 청풍의 손가락을 잘린 상처에 댄다. 직후

! 손가락이 뽑힌 상처와 잘려진 손가락 상처 단면이 빛이 나더니

츠츠츠! 두 상처 부분이 마치 끈끈이처럼 달라붙는다.

(... 상처가 다시 이어지고 있어!) (술법이구나!) 놀라는 청풍과 권완

치치치! 이윽고 연기가 나며 완전히 원래대로 달라붙는 청풍의 손가락

서문숙; [어떤지 확인해 봐라!] 손을 떼고

청풍; [통증이 좀 남아있긴 한데....!] 손가락을 까딱 거려 보고

청풍; [완전히 달라붙었어요. 움직임에도 무리가 없구요.]

서문숙; [그래도 당분간은 무리하게 사용하지 않도록 해라.] [뜯겨졌던 살과 근육이 완전히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제법 걸린 것이다!]

청풍; [고맙습니다 노야.]

서문숙; [고마워할 것 없다.] [손가락을 붙여준 대가로 너는 노부가 팔십 평생 짊어지고 살아온 짐을 대신 짊어져야만 한다!]

청풍; (이 영감이 시작부터 겁을 팍팍 주네!) 침 꼴깍

서문숙; [노부는 오늘밤 달이 뜨는 것을 보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내 평생의 술법과 심득을 전하기엔 긴 시간이 못 된다.]

서문숙; [빠듯한 시간이지만 먼저 노부와 이 은행나무 사이의 인연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천장을 뒤덮은 뿌리를 올려다보고

청풍; [시간이 없다면서 기껏 은행나무하고의 인연이나 늘어놓을....!] 말하다가 찔끔

권완이 째려보고 있다.

청풍; [아니 뭐! 말이 그렇다는 거지!] 삭 죽어서 서문숙 앞쪽의 좌대에 앉고

서문숙; [물론 기껏해야 은행나무다.] [하지만 조물주가 만든 것 치고 의미와 가치가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니라!]

청풍; [...!] 삭 죽어서 권완의 눈치를 살피고. 이하 서문숙의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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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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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산중.

산중에 자리한 계곡

그 계곡 끝의 약간 높은 비탈 위에 거대한 은행나무가 서있다. 높이는 높지 않고 옆으로 엄청 퍼진 은행나무. 몸통은 장정 수십명이 손은 잡아야 둘러쌀 정도고 옆으로 퍼진 가지들은 수백평의 땅을 뒤덮고 있다. 마치 거대한 버섯이 나있는 것같은 형상의 은행나무다.

은행나무의 잎을 자세히 묘사하여 그 나무가 은행나무임을 보여주고. 은행나무 아래에는 굵은 뿌리가 몇 개인가의 바위를 끌어안고 있고 그 바위들 틈으로 비좁은 동굴 입구가 있는 게 보인다.

동굴 근처의 바위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서문숙의 고양이 천년호. 사람들의 모습은 안보인다

동굴 안쪽에 여러 명이 앉고 누워있다. 누워있는 것은 청풍과 사마이극과 차불노. 앉아있는 것은 서문숙과 권완, 권일해와 부도신궁. 다른 사람은 안 보인다. 권완이 상의를 벗은 서문숙의 상처를 천으로 묶어주고 있고 그 앞에 부도신궁과 권일해가 무릎을 꿇고 있다

권완; (... 상처가 너무 심해!) (이 지경이 되고도 아직 숨이 붙어있다는 게 기적이야!) 마지막으로 천을 묶어주며 손이 떨리고

부도신궁; [원수함의 탑승자 칠백칠십칠명중 육백삼십이명이 전사했습니다.] 울면서 엎드려 보고하고

부도신궁; [게다가 생존자들 중에서도 절반가량은 부상을 입어 전사자가 더 나올 것으로 사료됩니다!]

서문숙; [거룩하신 제왕께 충성하다가 전사한 충신들일세!] 다시 상의를 걸치고

서문숙; [왕들의 왕께서 다시 강림하시면 그들은 영광의 책에 이름이 올라갈 게야!]

부도신궁; [수하들과 함께 죽지 못한 것이 원통할 따름입니다!] 눈물 뚝뚝 떨구며 울고

서문숙; [홍경! 네가 죽을 곳도 아니었고 죽을 때도 아니었다.] [자책하지 말라!]

부도신궁; [...!] 대답하면서도 울고

부도신궁; [생존자들은 은밀히 흩어져서 비밀총단으로 가도록 지시를 했습니다만...!]

부도신궁; [무엇보다도 원수함이 침몰당한 것이 너무도 큰 손실입니다!] 주먹 불끈 쥔 채 분해하고

권일해; [저 역시 말로만 들었던 난릉왕의 술법이 그토록 강력할 줄은 몰랐습니다.] 한숨 쉬고

권완; [난릉왕은 저 사람에게 죽지 않았는지요?] 구석에 사마이극등과 나란히 누워있는 청풍을 곁눈질하고. 사마이극과 차불노는 온몸이 붕대로 감겨있다.

권일해; [아니다! 그는 죽지 않았다!] 고개 젓고

권완; [하지만 제 눈 앞에서 온몸이 으깨져 흩어졌는데...!] 암흑철수가 물 속에서 치솟아 난릉왕을 움켜쥐던 장면 떠올리고

권일해; [그건 네가 아직 술법을 배우지 못해서 그리 보았을 뿐이다.] 한숨

권완; (아버님이 술법을 익히고 계셨다는 사실을 딸인 나마저도 모르고 있었다니...!) 당혹해하고

서문숙; [몰랐다고 서운해하지는 말게나 권소저!]

서문숙; [각 가문의 술법은 오직 가주와 그의 후계자만이 연마할 수 있기 때문에 권가주도 미리 말해줄 수 없었을 뿐이야!]

권완; [...!]

서문숙; [술법 중에는 자신의 육신을 다른 장소의 다른 대상으로 치환(置換)할 수 있는 것도 있네.]

서문숙; [이 술법을 펼칠 경우 심력(心力)의 소모가 극심해서 한동안 힘을 잃기는 하지만 위기를 벗어나기에는 필적할만한 수단이 없지!]

권완; (그렇게 된 것이었구나!) 거대한 암흑철수에 움켜 쥐여져서 으깨지는 난릉왕과 말의 몸에서 악령같은 검은 것이 빠져나가던 장면을 떠올리는 권완

권일해; [난릉왕이 비록 타격을 받았다고는 해도 그자의 이목은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것입니다.]

서문숙; [걱정말게 권가주!]

서문숙; [우리가 이 공손수(公孫樹;은행나무)의 뿌리 밑에 숨어있는 한 난릉왕도 결코 찾아낼 수 없을 걸세.] 주위를 둘러보고. 벽에 구불렁 구불렁 나무뿌리들이 얽혀있다

서문숙; [이 신목(神木)은 하늘의 눈을 속이고 대지의 기운을 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에 자기를 숨기는 능력이 대단하다네.] [근처에 인가가 적지 않지만 사람들은 가까운 곳에 이런 거목이 있는 줄 모를 정도지.]

권일해; [확실히 신령스러운 나무인 것 같습니다.] 역시 둘러보고

서문숙; [수천년을 살아서 영험함이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 높이 자라지 못하도록 끝을 잘라준 덕분에 하늘도 이곳에서 신목이 자라는 걸 모르고 있지.]

권일해; [위로 높이 자랐더라면 벽력진군(霹靂眞君;벼락을 다스리는 신)의 칼을 피하지 못했겠지요.] 끄덕

권일해 [헌데 대원수께선 어떻게 이곳에 이런 거목이 있다는 걸 아셨는지요?]

서문숙; [젊었을 때 이곳에서 수련한 적이 있었네.]

권일해; [혹시 신목이 노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피냄새 뿐만 아니라 나무들과 상극인 쇠붙이까지 가져왔으니...!] 조심스럽게 말하며 자신의 칼을 본다

서문숙; [노부도 그 점이 염려스러웠지만 상황이 워낙 급하다 보니 이리로 왔네.]

서문숙; [다행히 신목이 아무런 불평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기뻐하기까지 하는듯하니 영문을 모르겠군.]

권일해; [어쨌거나 난릉왕도 지난밤에 큰 타격을 받았으니 당분간 추적을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동굴 입구 쪽을 보고

서문숙; [노부가 걱정하는 것은 그가 다시 추적해오는 게 아니네.] 한숨

서문숙; [그의 술법을 깨뜨린 존재가 바로 저 아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을까 두렵네.] 누워있는 청풍을 보고

서문숙; [노부 생각으로 장차 난릉왕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저 아이 밖에 없을 걸세.]

권일해; [대원수께서는 저 아이를 어떻게 알게 되셨습니까?]

서문숙; [제 발로 날 찾아왔다네.] 웃고. 거기까지 말했을 때

[으음!] [으으!] 사마이극과 차불노가 신음하며 정신을 차린다.

권일해와 부도신궁이 다가가 두 사람을 부축하여 일으킨다.

[대원수!] [분합니다!] 서문숙 앞에 무릎을 꿇고 분해 우는 사마이극과 차불노. 권완은 서문숙 옆으로 피해 앉아있다.

서문숙; [(), (), 황보(皇甫) 세 가문이 배신을 하고 남궁(南宮), 울지(蔚之), () 세 가문은 가주가 죽었으니 제가회의는 그 힘을 잃었다.] 엄숙하게

서문숙; [이제 노부는 대원수로서 그대들 세 가문의 가주들에게 마지막 명을 내리겠다.]

[대원수의 명을 기다립니다.] 권일해, 사마이극, 차불노가 포권하며 고개 숙이고

서문숙; [마침내 난릉왕이 야심을 드러내고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무림의 풍파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서문숙; [이에 본 원수는 그대들 세 가주에게 명하노니...] [첫째, 전사한 이들의 가문에 그 영광스런 죽음을 알리고 그 자식으로 하여금 대를 잇게 하라.]

[대원수의 명을 봉행하겠소이다!] 일제히 대답하는 권일해등 삼가주

서문숙; [둘째, 가문을 대표하는 자가 배신을 했을 때는 그 가문 전체의 중지가 없었을 리 없을 터!] [배신자의 가문은 주춧돌 하나 남기지 말고 피로 씻어라.]

[대원수의 명을 봉행하겠소이다!] 일제히 대답하는 권일해등 삼가주

서문숙; [셋째, 무리에 우두머리가 없어서는 안 되는 법!] [더 이상 사명을 수행할 수 없게 된 노부를 대신할 원수로 권일해를 지명하노라.]

권일해; [대원수!] 깜짝 놀라지만

서문숙; [권일해가 사리사욕을 위해 힘을 사용하지 않는 한 제가는 한결같은 충성으로 그를 따르라.] 사마이극과 차불노에게

[존명!] [신임 대원수께 충성을 다하겠소이다!] 포권하며 대답하는 사마이극과 차불노

당황하는 권일해. 긴장하는 권완

서문숙; [향후 제가의 모든 일은 권일해에게 일임하노라.] 가슴속에서 붉은 빛이 감도는 철패를 꺼내고

서문숙; [권일해는 원수의 인()을 받으라!] 철패를 권일해에게 내밀고

권일해; [제왕의 미천한 종 권일해, 신명을 바쳐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무릎 꿇고 두 손으로 철패를 받는다.

권완; (십대세가의 주재자가 된다는 것은 곧 천하제일가가 된다는 의미인데...!) 한손으로 철패를 내민 서문숙과 고개 숙인 채 두 손으로 받는 권일해의 모습을 옆에서 보며 생각. 서문숙은 철패를 권일해의 손바닥에 얹어주면서 눈을 감고 다른 손을 입 앞에 세운 채 무어라 주문을 외우고 있다.

권완; (아버지의 오랜 염원이 어렵고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이루어지는구나!) 한숨 쉬고.

그러다가 흠칫하는 권완

슈우! 서문숙의 몸에서 아지랑이같은 힘이 일어나 철패를 주고 받는 손을 통해 권일해의 몸으로 옮겨간다

권완; (저 철패(鐵牌)...!) 놀라고

권완; (단순한 대원수의 상징이 아니야.) (보이지 않는 힘과 권능이 철패를 매개로 아버지에게 옮겨가고 있어!) 침 꼴깍.

권완; (술법의 도구라는 법기(法器)나 보패(寶貝)의 일종일까?) 사마이극과 차불노. 부도신궁도 아주 엄숙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은 채 원수의 인이 양수되는 것을 보고 있고. 이윽고

서문숙; [권원수! 그대는 이후로 제왕께서 다시 나타나셨을 때, 그분께만 복종할 뿐 누구의 명도 받을 필요가 없네.] 눈을 뜨며 손을 철패에서 떼고

서문숙; [제가회의를 이루는 우리 열 가문은 오직 제왕을 모시고 제왕의 존엄을 수호할 뿐이네!] [새로이 제왕을 옹립(擁立)하려는 불순한 자들과 싸우게.]

서문숙; [그들에게 아직도 제왕의 뜻이 우리 십대수호가문(十大守護家門)을 통해 이어짐을 보이도록 하게!]

권일해; [소인 권일해, 제왕의 존엄을 위하여 신명을 다 바칠 것을 천지신명과 제가의 열조들께 맹세합니다.]

서문숙; [이제 그만 떠나시게.] 한숨 쉬며 고개를 끄덕이고

서문숙; [제장(諸將)들에게 나누어줄 군기(軍旗)와 군명(軍命)을 집행할 부월(斧鉞)은 패인(牌印) 속에 그려진 위치에 보관되어 있네.] 등을 벽에 기댄다.

권일해; [존체보중하시기 바랍니다!] 포권하고. 사마이극과 차불노도 포권하고

이어 동굴을 나가는 세 가주. 동굴 안에는 부도신궁과 권완만이 남고

서문숙; [홍경! 너도 가주들과 함께 떠나라!]

부도신궁; [그럴 수는 없습니다!] [속하가 노야를 모실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울며 애원하지만

서문숙; [네게 우리 가문의 성인 서문(西門)을 쓰도록 허락하마.]

서문숙; [세가로 돌아가 노부의 뜻을 전하고 노부의 장손녀(長孫女)인 유주(柚珠)와 혼인하여 가주의 위를 잇거라.]

부도신궁; [... 노야! 속하가 어찌...!] 당황하고 감격하여 울고

서문숙; [사양하지 말거라!] 옷자락을 찢어서

서문숙; [지금은 전시(戰時), 어리석은 자가 가문을 이으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고 일족이 몰살당할 가능성도 많다.] 찢은 옷자락 위에 손가락을 물어 흘려낸 피로 편지를 쓰는 서문숙.

서문숙; [미욱한 자식보다는 믿음직한 네게 손녀딸을 주어 가문을 잇게 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확신한다.]

부도신궁; [노야!] 이마를 바닥에 대고 울고

 

#86>

옆으로 넓게 퍼진 거대한 버섯같은 은행나무의 모습. 해가 제법 높이 돋았다.

동굴 입구에 권일해가 허리에 찬 칼에 손을 대고 위엄있게 서있다. 원수가 된 후 사람이 달라 보이고. 그 뒤에 사마이극과 차불노가 공손하게 서있다. 두 사람 모두 다친 몸이지만 자세를 흩트리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고양이, 즉 천년호가 그런 권일해를 보고 있다.

동굴에서 나오는 부도신궁과 권완. 부도신궁의 얼굴에는 눈물 자욱이 나있고.

부도신궁; [못난 홍경이 노야의 큰 은혜를 입어 서문세가를 잇게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대원수께서는 홍경을 종처럼 부려주시기 바랍니다!] 포권하고

권일해; [축하드리오 서문가주!] 끄덕이고

이어 권완에게 고개를 돌리는 권일해

권완; [아버님! 불효여식은 오늘 여기서 하직 인사를 올리옵니다!] 권일해에게 절하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권일해

권완; [부디 소녀가 살았다 생각마시고 재취(再娶:새 장가를 감)를 하시어 세가의 손이 끊이지 않게 하시옵소서.] 고개 숙이며 울고

권일해; [아비 복에 너는 있어도 재취와 다른 자식은 없구나.] 한숨

권일해; [기필코 네 뜻이 그러하다면 오늘은 그냥 가지만, 천지신명이 무심치 않다면 우리 부녀가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것이다.] 돌아서고

이어 엄숙한 얼굴로 걸어간다

권완에게 눈 인사를 하고 권일해를 따라가는 사마이극과 차불노와 부도신궁

권완; (과연 다시 살아서 아버지를 뵈올 수 있을지...!) 눈물 어린 눈으로 멀어지는 권일해의 뒷모습을 보고

야옹! 천년호가 어찌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고

권완; [천년호! 너는 대원수의 수호자이니 아버지를 따라가야 하지 않겠니?]

권완을 돌아보는 천년호

그러다가 다시 동굴을 보고

<그 말이 옳다! 이후로 권대원수 곁에 머물며 삿된 것들로부터 그를 지키거라!> 동굴 속에서 서문숙의 음성이 들리고

야옹! 대답하는 천년호. 다음 순간

슈욱! 신기루처럼 변해서 마치 한줄기 무지개처럼 권일해가 사라지는 쪽으로 날아간다.

가다가 돌아보는 권일해. 그 옆으로 유령처럼 나타나는 천년호

권일해가 손을 내밀자 손을 타고 올라와 권일해의 어깨로 올라가는 천년호

천년호를 어깨에 얹고 멀어지는 권일해 일행

권완; (참범(眞虎)이라고도 불리는 영물 천년호가 함께 있으면 난릉왕이라도 가볍게 아버지를 시해할 생각은 못하겠지!) 일어서고

다시 동굴로 들어간다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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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해; [난릉왕! 내 딸을 내놔라!] 악을 쓰며 날아오고

난릉왕을 태운 백마가 허공을 선회하며 권일해 쪽으로 돌아선다.

권일해; [크아아!] 두 눈이 백열된 채 맹렬히 돌진하며 칼을 휘두를 자세를 취하고

! 난릉왕의 보검도 하늘 높이 쳐들려진다. 보검에서 강렬한 검기가 일어나 구름에까지 이르고

권일해; (저자의 이번 일격은 피할 수 없다!) (나 권일해! 오늘 이곳에서 생을 마쳐야하겠구나!) 이를 악물며 난릉왕을 향해 칼을 휘둘러간다.

! 난릉왕도 강력한 검기를 일으킨 보검으로 권일해를 내리치려 한다

권완; (안돼!) 물방울에 갇힌 채 절망

권완; (아버님이 돌아가신다!) 차마 못 보고 눈 질끈 감는데

[!] 막 권일해를 치려던 난릉왕의 눈이 부릅

! 갑자기 물속에서 거대하고 시커먼 손이 확 치솟는다. 집채만하다. 바로 암흑철수인데 실제 암흑철수가 아니고 암흑철수에서 뿜어지는 마기다

난릉왕; [이 정도로 강력한 마기(暗黑魔氣)라면...!] 경악하며 피하려 하지만

콰득! 그대로 난릉왕과 말을 움켜잡아 버리는 거대한 검은 손

히히힝! 비명 지르는 말

콰득! 말과 난릉왕을 함께 움켜쥐어 뭉개버리는 거대한 검은 손

난릉왕; [.... 암흑철수(暗黑鐵手)!] 거대한 검은 손에 움켜쥐킨 채 비명 지르고

난릉왕; [암흑철수가 세상에 나왔구나!] 빠져나오려고 용을 쓰며 외치고. 하지만

콰득! 완전하게 손아귀로 뭉개버리는 검은 손. 직후

! 암흑철수의 수중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난릉왕과 말의 몸이 철갑만 남기고 그대로 폭발한다. 마치 중세의 기사들과 말같다.

크아아아! 악령같은 것이 난릉왕의 몸에서 빠져나가며 악을 쓰고

슈우! 사라지는 악령. 직후

! 권완을 가두고 있었던 물방울이 터져버리며 자유의 몸이 되는 권완.

휘청이며 떨어져서 물 위에 뜬 제법 큰 파편에 올라서고. 직후

스스스! 흐려지는 검은 손. 사라진다

투툭! 첨벙! 그와 함께 난릉왕과 그의 말의 몸에 둘러쳐져 있던 갑옷들이 부서져서 강물에 빠진다. 헌데 시체가 없다

권완; (... 시체가 없어!) (설마 지금까지 허깨비와 싸웠단 말인가?)

완전히 사라지는 거대한 검은 손

권일해; [권아!] 휘릭! 권왼이 선 파편으로 내려서고,

권일해; [네가... 네가 어떻게 여기 있는 것이냐?] 권완의 양쪽 어깨를 잡으며 흥분

권완; [전후를 다 말씀드리자면 기옵니다!] 말하며 급히 주변을 둘러보고. 권일해도 흠칫하며 딸의 어깨를 놔주는데

스스! 근처 물 속에서 시커먼 그림자가 솟아오른다

촤아! 이어 반듯하게 누운 자세로 물 위로 솟아오르는 그 그림자는 바로 청풍이다. 기절했다.

권완; [공청풍!] 눈 부릅. 이를 바득 갈고.

권일해; [아는 젊은이냐?] 뒤에서 묻고

권완; [! 이자로 인해서...!] 말하다가 눈 부릅 입을 다문다

오싹! 한기가 돌고

츠츠츠! 청풍의 몸을 휘감고 있는 칙칙한 기운

권완; (... 이토록 지독한 마기라니....!) 부르르 떨고

그러다가 다시 눈을 치뜬다

츠츠츠! 청풍의 오른팔이 시커먼데 마치 비늘로 덮인 것같다. 물론 암흑철수다. 헌데

스스스! 권완이 보고 있는 동안에 암흑철수가 급격히 투명해지고 있다. 그러다가

! 완전히 사라지는 암흑철수

권완; (... 손에 끼고 있던 장갑이 사라졌어!)

<네겐 또 무슨 비밀이 있는 것이냐 공청풍!> 권완의 당혹 배경으로 여기저기서 생존자들이 그녀 주위로 모여든다. 잔해에 올라타는 자도 있고. 부서졌으나 아직 완전히 침몰하지 않은 배에서 나오는 자들도 있고. 모두 놀라서 권일해와 권완 부녀를 보고 있다. 그 중에는 한검호도 있고

그러다가 어딘가를 손짓하며 환호하는 생존자들

부도신궁이 양팔에 사마이극과 차불노를 안고 물속에서 뛰어오른다

조금 떨어진 곳에도 잔해가 떠도는데. 그 잔해 위에 서문숙이 누워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한검호가 원수함 안에서 보았던 그 큰 고양이가 앉아서 서문숙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 고양이가 사실은 천년 묵은 호랑이다. 평소에는 고양이처럼 작아져 있다가 분노하면 거대한 호랑이가 된다.

<목숨 빛을 두 개나 졌으니 원한을 갚는 것은 더욱 더 어려워졌구나!> 위의 장면 배경으로 권완의 탄식

 

#84>

-상해(上海) 아침,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자리한 넓은 포구. 포구에는 수많은 배들이 정박해있고. 바다로 나가는 화물선, 바다에서 돌아오는 어선,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등등 아침부터 북적댄다

정박해있는 배 중 한 척. 바로 청풍과 권완이 탔던 그 배다. 배에서 사람들과 짐이 부산스럽게 내려지고 있다. 지켜보는 선장

마지막 손님이 내려가고

선원1; [선장님! 화물과 선객이 모두 하선했습니다!] 나이 든 선원이 주변 살피며 말하고

선장; [도선교(渡船橋)를 치우고 주변을 정리하도록!] 끄덕

선장; [갑판 위에 감시도 더 세워라. 기웃거리는 것들이 있으면 곤란하다.] 돌아서고

선원1; [!] 고개 숙이고

선실로 들어가는 선장. 선원1은 남아서 젊은 선원들을 배의 여기저기에 배치시킨다. 선원들은 도선교도 배 안으로 끌어들이고

갑판 아래로 통하는 계단을 내려가는 선장

계단 아래 선실 입구에 선원들이 무기를 들고 서있다가 고개를 숙인다

선장; [혹시 아직 내리지 않은 자가 있는지 둘러봐.] [간혹 쥐새끼처럼 숨어든 것들이 내리지 않아서 뜻하지 않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니까.] 선실로 들어가며 지시

대답하고 여기저기 배 안을 살피는 무사들

선실로 들어서는 선장. 선원1도 따라 들어온다.

등불이 켜진 선실 안에는 나이 든 선원들 서너명이 모여 있다가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다. 선실 중앙에는 넓은 탁자. 탁자 위에는 천으로 덮어놓은 사각 진 상자들이 몇 개 놓여있다.

선장; [확인했지?] 따라 들어온 선원1에게

선원1; [! 지금 배 안에는 우리 경신방의 형제들뿐입니다!] 문을 닫고

선장; [좋다. 천을 걷어라!]

상자 옆에 있던 자가 천을 치운다

천을 걷어내자 나타나는 것은 일곱 개의 상자. 그리 크지는 않다. 한 면이 50쎈티쯤 되는 직육면체의 상자들인데 쇠로 만들어진 듯한 재질. 크기도 전부 같고. 다만 상자 위에는 () () () 四 五 六 七 등의 숫자가 차례로 적혀있다. 상자의 한쪽에는 엄지 손가락만한 구멍이 하나씩 뚫려있고

선장; [볼수록 기괴한 물건들이군!] 살핀다

선장; [대체 이 상자들의 용도가 뭘까?] [이어붙인 틈새가 없는 걸로 봐서는 쇳물을 틀에 부어 찍어낸 것 같은데...!] 이리저리 살핀다. 모두들 같이 살펴보고

선원3; [... 노대! 정말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겁먹은 표정으로 속삭이고

모두들 흘깃 3을 본다. 선장만 상자 살피는데 전념하고

선원3; [이 상자들은 천하칠대고수(天下七大高手)중 한 명인 천동대협(天瞳大俠) 이산굉(李山宏)의 물건인데....!] [함부로 손댄다는 것이 영 께름직합니다.]

선원3; [혹시라도 천동대협이 알게 되면 날벼락이 떨어질 수도......] + 선장; [상방주(上幇主)님의 특명이다.] 상자를 차례로 살피면서 말을 막고

선원들 흠칫

선장; [나라고 천동대협 이산굉의 무서움을 모르겠느냐?] [또 이것들이 그의 물건이라는 게 마음에 걸리지 않는 것도 아니다.] 고개를 들고

선장; [그러나 상방주님께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것들의 정체를 확인한 후에 넘겨주라고 지시하셨다.] 옆에서 내민 등불을 받아든다

선원1; [상방주님께서도 예의주시하셨다면 예사 물건은 아니겠습니다.]

선원2; [당연하지! 지난 삼십년간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는 천동대협의 것인데 예사로운 물건일 리 없잖느냐?] 등불을 상자에 들이대고 요리 조리 살피고

선원1; [헌데... 천동대협은 왜 표국을 통하지 않고 우리 경신방(鯨神幇)의 배를 이용해서 이것들을 옮겼을까요?]

선장; [천동대협 정도의 거물이 하는 일을 우리같은 하수들이 어떻게 짐작할 수 있겠나?]

선장; [다만 상방주께서 이 물건의 운송을 맡기 위해 적잖은 금은을 뿌렸다는 말을 들었을 뿐이다.]

선원3; [... 그럼 우리는 확인만 해보고 용화사(龍華寺)에 가져다주면 되는 거겠지요?] 여전히 겁에 질려서

선장; [네놈은 주둥이 좀 닫고 찌그러져 있어!] 돌아보며 버럭 화를 내고

찔끔 선원3

선장; [뱃사람 노릇 한 게 이십 년도 더 되었으면서 여전히 겁이 그렇게 많은 거냐? 못난 놈 같으니...!] 선원3을 흘겨보고

선원3; [... 노대! 소제가 겁이 좀 많기는 하지만 이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요!] 얼굴이 벌개져서 항변을 하고

선장; [이유? 뭔 이유?] [겁이 많은 데도 이유가 있냐?] 비웃고. 다른 놈들도 비웃고

선원3; [나 난...... 천동대협 이산굉을 직접 본 적이 있소.] 겁에 질려서

[천동대협을 직접 봤어?] [언제 어디서?] 다른 자들 비로소 흠칫.

선원3; [내 고향이 연주탄(嚥州灘)이라는 건 모두들 알거요.] [작년 명절에 동생을 보러 고향에 갔다가 이산굉을 보았소.]

모두들 긴장하고

선원3; [당시 이산굉은 연주탄 일대에서 악명 높던 수적(水賊) 무리 장도채(壯島寨)를 단신으로 쓸어버렸었소.]

<천동대협 이산굉은 채 한 시진이 안되어서 오백명이 넘는 수적들을 때려죽였으며.... 장도채의 채주인 과산삼권(過山三拳) 곡거술(曲巨鉥)은 사로잡아서 쇠줄로 묶어 개처럼 끌고 다녔소.> 강가에 자리한 도적들의 소굴. 문이 박살 나있고 마당에는 수많은 시체들이 널려있다. 그 중간에서 얼굴의 다른 곳은 안 보이고 오직 두 눈만이 횃불같이 빛나는 거인이 거대한 쇠몽둥이를 짚고 우뚝 서있고 그 앞에 털북숭이 산죽두목이 엎드려서 애원하고 있다. 이미 심하게 얻어터져서 피투성이. 한쪽 구석에는 여자들과 아이들이 겁에 질려 떨고 있고

<천동대협에게 사로잡힌 곡거술은 네발로 기어서 인근 마을을 모두 돌며 자기의 죄를 큰 소리로 외쳐야만 했소.> 목에 쇠사슬이 묶인 채 기어 다니며 울부짖는 산적 두목. 그자의 목에 매인 쇠사슬을 쥐고 따라가는 거인. 여전히 두 눈만 횃불처럼 빛난다.

<마지막으로 곡거술을 끌고 우리 마을에 도착한 천동대협은 <나 이산굉은 남의 것을 탐하는 자를 가장 미워하고 남을 속여 이득을 얻는 자를 가장 경멸한다. 너는 이 두 가지에 모두 해당하니 죽어 마땅하다!>라고 외치고는 그자를 때려죽였소.> 쇠 몽둥이를 높이 쳐들어 산적 두목을 때려죽이려는 천동대협의 모습. 공포에 질려 올려다보며 애원하는 산적 두목. 장소는 어느 마을의 번화가. 많은 사람들이 둘러서서 구경하고 있다. 그들 중에 선원3도 끼어있다.

[... 과산삼권 곡거술이라면 녹림도상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거물이었는데...!] [그러고 보면 천동대협 이산굉에게 박살난 문파가 한 둘이 아니지!] 선원들 겁에 질리고

선원3; [나도 남을 속이고 남의 물건을 빼앗은 적이 여러 번 있소.]

선원3; [하지만 천동대협을 본 이후로는 감히 나쁜 짓을 할 엄두를 못 내게 되었소.] [그럴려고 할 때마다 천동대협이 생각이 났고, 그의 모습만 떠올려도 간담이 오그라들었기 때문이오.]

[자네가 언제인가부터 소심하고 겁이 많아졌다 했더니 천동대협을 본 때문이었군!] 다른 선원 끄덕

선원3; [노대도 이산굉에 대한 이런 말을 들어봤을 것이오. <천동대협을 부르면 천동대협이 나타난다!>는 말을!] 선장에게

찡그리는 선장

선원1; [... 천동대협 이산굉이 그렇게 무섭게 생겼던가?]

선원3; [천동대협의 천동이 하늘()의 눈()이라는 뜻임은 다들 알 거요.] 둘러보고

[그렇다더군!] 끄덕이는 사람들

선원3; [별호 그대로 천동대협의 눈은 정말로 크고 부리부리했소.]

선원3; [마치 눈에서 벼락이 쏟아지는 것 같았고 무엇이든 꿰뚫어 보는 것 같았으며, 소문대로 천리 밖을 볼 수 있는 사람 같아 보였소.] 말하는 선원 3의 뒤로 이목구비 중에서 오직 빛나는 두 눈만 보이는 거인의 실루엣이 떠오른다

선원1; [... 그럼 그가 호위도 없는 우리 경신방에 물건을 맡긴 것도 멀리서 다 볼 수 있기 때문이겠군.] 겁에 질려 주위를 두리번

[... 노대! 우리 그만 둡시다.] [... 그럽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천동대협이 우릴 보고 있을지 모르오!] 다른 놈들도 겁에 질리고

선장; [멍청한 것들!] 버럭 고함

모두들 찔끔.

선장; [네놈들도 알다시피 여기로는 빛 한 줄기 못 들어온다.] [이산굉이 정말 천리 밖에서 보는 재주가 있다 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선장; [설령 그가 달려온다 해도 우리에겐 배가 있으니 바다로 나가버리면 된다.] [멀리 조선이나 유구(琉球;오키나와)에 가서 이삼 년 있다가 온다면 무슨 재주로 그가 우리를 죽일 수 있겠느냐?]

[.. 하긴!] 겁에 질렸던 선원들 얼굴이 조금 풀리고.

선장; [경신방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상방주님의 명을 거역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죄를 범하는 것인지는 알고 있겠지?] 눈 부라리고

선원들 움찔

선장; [우리가 무서워해야 할 건 이산굉이 아니라 바로 상방주님이시다.] [부모와 처자식을 모두 죽게 하고 싶으면 마음대로들 해라.] 코웃음치며 다시 상자 쪽으로 돌아서고

서로 눈치 보는 선원들

선원1; [노대의 말이 옳네.] [미적거릴 것 없이 빨리 보고 용화사에 가져다주자고.] 역시 상자 쪽으로 달려들고

[... 그럽시다!] [빨리 해치웁시다!] 우르르 상자에 달려들어서 하나씩 맡아서 살핀다.

들어서 흔들어 보는 놈,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보는 놈, 송곳을 구멍에 넣어 휘저어보는 놈, 망치로 두들겨 보는 놈 등등

선원1; [노대! 이건 큰 망치로 깨뜨리지 않고는 안을 살펴 볼 수가 없겠소.] 선장을 돌아보고

선원1; [더 이상 우리 재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것 같은데....] 선장도 역시 상자 하나를 붙잡고 귀를 기울이며 통통 두들겨 보고 있는 중이다.

선장; [잔소리 말고 이걸 열어볼 방도나 생각...!] 덜컹! 신경질 내는데 갑자기 선실의 문이 열린다.

선장; [명령할 때까지 문 열지 말란 말 못 들었어?] 버럭 고함치며 돌아보고. 다른 놈들도 고개 돌려 입구 쪽을 보는데

! 열려진 문 밖이 아주 환하다. 마치 강렬한 헤드라이트를 비추는 것 같은데 그 빛 속에 누군가 우뚝 서있다.

[!] [... 누구냐?] 모두들 눈이 부셔 팔로 눈을 가리며 비틀. 직후

! ! 무언가 빛줄기같은 것들이 방안의 인간들을 휩쓸어버린다

[!] [케엑!]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몸이 토막 나서 죽는 방안의 인간들.

퍼퍽! ! 나뒹구는 자들. 헌데

푸시시시! 그자들의 몸뚱이는 마치 강한 불에 노출된 종이처럼 말라비틀어지고

푸스스스! 먼지가 되어 날아가는 시체의 살가죽들

스으! 이윽고 빛이 사그라 들고. 방안에는 해골들만 나뒹굴고 있는 게 드러난다. 그리고

백영; [경신방의 상방주 형파(荊把), 그 늙은이가 간덩이가 부었군.] [감히 천동대협의 물건에 손을 대다니... 후후후!] 스으! 빛이 사그라드는 문간에 우뚝 서있는 인물. 서른살 사량의 서생인데 온몸에 하얀 옷을 입었고 머리에도 하얀 띠를 둘러 아주 멋들어지다. 허리춤에는 검을 한 자루 차고 있다. 전형적인 풍류한량처럼 보인다. 얼굴에도 항상 미소를 띠고. 하지만 이 인물 백영은 십대세가 가주들에 필적하는 실력자다.

백영; [천동대협의 눈이 천리 밖을 볼 뿐 아니라 손이 천리 밖을 휘어잡는다는 건 몰랐을 것이다!] 웃으며 부채를 쥔 손을 상자들을 향해서 흔들고

둥실! 떠오르는 상자들

백영; [감히 딴 생각을 품은 대가는 머잖아 치루게 될 것이다 형파!] 웃으며 돌아선다

방 밖의 복도에는 선원들이 토막 나서 죽어있고

백영이 걸음을 옮기는 데 따라서 상자들이 둥둥 떠서 따라간다

 

잠시후. 따각 따각! 마차 한 대가 포구를 떠난다. 마부석에는 여전히 웃고 있는 백영과 죽립을 눌러쓴 마부가 타고 있고. 마차 뒤쪽에는 경신방의 배가 보인다. 하지만 갑판에는 선원들이 보이지 않고

휘장이 조금 들린 마차 안에는 상자들이 쌓여있는 게 보인다

백영; [정오까지는 용화사에 닿아야하네! 서두르게나!]

고개 끄덕이는 마부

마부; [이랴!] 채찍질을 하고

히히힝! 울면서 속도를 내는 말

웃으면서 뒤를 향해 손가락을 퉁기는 백영. 그러자

! 갑자기 폭발이 일면서 경신방의 배가 불길에 휩쌓인다

[! 불이다!] [새벽에 도착한 경신방의 배에서 불이 났다!] 사람들 놀라서 보고

그 불길을 배경으로 웃으며 멀어지는 백영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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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완; (... 지옥!) 구토를 참으려 손으로 입을 가리고

권완; (수백명이 한꺼번에 몰살당했어!) 비틀거리며 선실의 벽을 짚는다. 그때

[쿨럭!] 대량의 피를 토해내는 서문숙

부도신궁; [원수님!] 울면서 천을 찢어 서문숙의 허리에 난 상처를 묶어주고 있다

권일해; [원수! 어떠십니까?] 여전히 양팔을 벌려 서문숙을 가린 자세로 고개를 약간 돌려 외치고

서문숙; [... 견딜만하네.] 헉헉! 억지로 일어나려 한다.

부도신궁; [원수님! 움직이지 마십시오! 상세가 위중합니다!] 울며 만류하지만

서문숙; [됐다! 노부의 상태는 노부가 잘 안다!] 부도신궁의 부축을 뿌리치고

파파팟! 가슴의 상처 부위를 손가락으로 찍어 지혈하는 서문숙

서문숙; [다른 가주들의 상태가 어떤지나 살펴라.] 검을 지팡이 삼아 일어나고

부도신궁; [!] 울면서 앞으로 달려간다.

난릉왕은 무시하고 사마이극과 차불노의 상태를 살피는 부도신궁

서문숙; [권가주! 술법은 실패했으니 이제 무공으로 생사의 저울을 달아보는 수밖에 없게 되었구먼.] 권일해와 나란히 서며 난릉왕을 노려보고

권일해; [황보중평! 고천원! 진가력!] [하늘에 맹세커니와 네놈들은 반드시 나 권일해의 손에 죽는다!] 칼로 세 배신자를 겨누며 고함치고

겁에 질려 움찔하는 배신자들

서문숙; [분을 낼 가치도 없는 용렬한 자들일세!] 말리고

서문숙; [스스로 일어설 의지도 힘도 없는 못난 것들이 남의 종이 된다한들 영광을 누릴 수 있겠는가?] [노예가 겪을 치욕만 얻겠지!] 냉소하고

부끄러워 고개 숙이는 세 배신자들

부도신궁; [사마이극(司馬耳極)가주와 차불노(車佛努)가주께서는 비록 상처는 깊지만 숨은 붙어있으십니다.]

부도신궁; [하지만 남궁(南宮), 울지(蔚之), ()가주께서는 운명하셨습니다!] 비통하게 외치며 사마이극과 차불노의 몸을 손가락으로 찔러 지혈을 시켜준다

서문숙; [으허허허! 강하고 빼어난 분들만 죽고 다쳤군!] 비탄에 잠겨 웃고

서문숙; [오늘에야 비로소 배신자는 가장 약하고 모자란 것들 중에서 나온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도다.] 배신자들을 노려보고

치욕에 입술 깨무는 황보중평 일행. 그때

난릉왕; [하고 싶은 말은 다 했소 대원수?] 음산하게 웃고

난릉왕; [그럼 이제 그만 작별을 고해야겠군!] 몸에 힘을 주고. 그러자

퍼퍽! 푸시시! 난릉왕의 몸에 무수히 박혀있던 화살들이 먼지처럼 부서져 버리고

푸시시! 치치치! 난릉왕의 몸에 났던 상처들이 고무처럼 눌어붙어 치료된다. 청풍의 생사일보에 갈라졌던 상처도 아물고

서문숙; [불사불훼(不死不毁)의 술()!] 눈 부릅

서문숙; [난릉왕! 기어코 천리(天理)마저 거역하는 금단의 술법을 연마했구나!]

난릉왕; [세월을 극복하고 사신(死神)을 이겼다고 해야 옳지 않겠소?]

서문숙; [하지만 너무 자신하지는 말게나!] 냉소

서문숙; [권가주와 노부가 힘을 합친다면 비록 그대를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결코 아물지 않을 상처를 입힐 수는 있다고 확신하네!] 권일해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권일해

난릉왕; [성치도 않은 몸으로 가능한 일이기나 할지 모르겠소!] 비웃고

서문숙; [믿기지 않거든 노부의 배를 갈라서 노부의 확신을 꺼내보게나!] 양손을 펼쳐 보이고

난릉왕; [그리할 생각이오!]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으며 말 옆구리에 박차를 가하고

히히히힝! 거대한 말이 괴성을 지으며 허공으로 높이 날아오르고

배신자들은 급히 뒤로 날아올라 피하고

부도신궁도 사마이극과 차불노를 끌고 옆으로 피한다

따각 따각! 원수함 상공에서 한바퀴 돌며 달리는 말. 갑판 뒤쪽 상공에서부터 서문숙과 권일해에게 접근한다

서문숙; [오라! 난릉이여!] ! 두 손으로 검을 움켜쥐어 십미터가 넘는 검강을 뽑아내고

권일해; [하늘이 이날을 지켜볼 것이다!] ! 칼을 쳐들어 번개를 일으키고

! 그때 허공으로 치솟은 난릉왕이 검을 높이 쳐든다

쩌엉! 난릉왕의 보검에서 하늘 끝까지 치솟을 것같은 검기가 뻗어 오르고

따각! 따각! 히히힝! 말이 허공을 달려 아래쪽에 있는 서문숙과 권일해를 향해 돌진한다. 서문숙과 권일해도 맞받아칠 준비를 하고. 직후

! 난릉왕이 하늘까지 검기가 치솟은 검을 아래쪽으로 내리긋는다.

[크아!] [난릉왕!] 권일해와 서문숙도 강력한 검기와 도강을 뽑아내 좌우에서 난릉왕을 쳐간다. 하지만

콰아작! 난릉왕의 검에서 내뻗힌 어마어마한 검기가 허공에서 내리쳐져 그대로 원수함을 세로로 쪼개버린다. 폭이 일미터가 넘는 섬광이 약간 휘어진 채 그어져서 마치 칼로 오이를 길게 자르듯이 원수함을 길이로 잘라버린다. 서문숙과 권일해의 공격은 너무도 압도적인 난릉왕의 검기에 부딪혀 무력하게 퉁겨져 버리고

두두두! 백마가 허공을 치달려 지나가고.

쿠쿠쿠! 그 아래에서 거대한 원수함이 가운데가 길게 베어져 좌우로 갈라지기 시작한다.

[으악!] [크악!] [... 원수함이 침몰한다!] 원수함 아래쪽에 있던 선원과 무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강물로 떨어지고.

갑판 위에 널려있던 시체들도 강물로 떨어지고

[!] 권완은 둘로 쪼개진 원수함중 좌측 선실 벽에 곤오용봉채를 꽂은 채 사색이 되고

부도신궁도 권완이 있는 쪽 배 위에 두 가주를 양옆구리에 낀 채 침몰하는 배 위에서 몸의 균형을 잡으려 애쓴다.

권일해와 서문숙은 권완의 반대쪽 배에 서있다. 서문숙은 검을 지팡이 삼아 집고 피를 토하고 있고 권일해는 그런 서문숙의 한 팔을 잡아 부축한 채 허공을 노려본다.

세 명의 배신자는 다른 쪽의 배 끝에 서있다.

쿠쿠쿠! 급격히 침몰하는 원수함

권완; (.... 이게 정말 현실의 일일까?) 곤오용봉채를 선실 벽에서 뽑고

권완; (이토록 거대한 배가 한 번의 칼질에 두 쪽이 나다니...!) 달달 떤다.

그러다가 뭔가를 깨닫고

권완; (난릉왕!) 눈 부릅. 난릉왕이 보이지 않는다

권완; (그자가 안보여!) 두리번거리고.

부도신궁도 긴장하여 두리번거리고

! 선실 위로 날아올라가는 권완. 그곳에는 부서진 북과 거인들의 시체가 널려있다

권완; (어디로 갔지?) 돌아보는데

따각 따각! 다시 허공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리고

반사적으로 허공을 올려다보는 권완과 부도신궁

히히힝! 원수함 뒤쪽의 먹장구름 속에서 확 튀어나오는 난릉왕을 태운 말

권완; [!] 공포에 질려 비틀거리고. 그 사이에

! ! 허공에서 비스듬히 달려 내려오는 말 위에서 몸을 옆으로 틀어 아래쪽으로 검을 연신 내리긋는 난릉왕. 순간

! ! 쩌적! 둘로 갈라져서 침몰하던 원수함이 이번에는 세로로 여러 토막이 나기 시작한다. 뒤쪽부터 토막 쳐지는 모습. 항공모함만큼이나 거대한 원수함을 마치 생선을 토막 내듯, 또는 바나나를 자르듯이 잘라버린다

배신자들은 급히 몸을 날려 원수함에서 멀리 피하고

권완; (맙소사!) 비틀 물러서고

부도신궁도 사마이극과 차불노를 안은 채 뒷걸음질 쳐서 선실 쪽으로 오고

파카캉! 그 사이에 원수함을 토막 내는 강력한 기운이 권일해와 서문숙을 향해 다가오고

서문숙; [그동안 고마웠네 권가주!] 부축하는 권일해의 손에서 벗어나고

권일해; [모실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대원수!] 웃으며 난릉왕을 올려다보고

쿠우오오! 난릉왕의 검에서 수십미터에 이르는 붉은 빛이 쏟아지며 두 사람을 쳐오고

[천도(天道)가 함께 하기를!] [난릉왕!] 고함을 치며 난릉왕에게 마주 날아오르는 서문숙과 권일해

부악! ! 그들의 검과 도도 강력한 빛을 발하여 난릉왕의 붉은 빛과 부딪힌다.

! 허공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고

! 서문숙과 권일해가 휘두른 빛이 난릉왕의 몸을 베고 지나간다.

하지만 난릉왕의 몸은 금방 아문다

! ! 피를 토하며 튕겨지는 다른 방향으로 퉁겨지며 떨어지는 서문숙과 권일해.

권완; [!] 한손으로 입을 가리며 비명

부도신궁; [안돼!] 기울어지는 배의 갑판에 사마이극과 차불노를 내려놓고 울부짖는다

퍼억! ! 다시 토막이 난 원수함의 잔해 다른 쪽으로 나뒹구는 서문숙과 권일해. 이미 중상을 입고 있던 서문숙의 상태가 더 심각하다. 권일해는 나뒹굴었던 몸을 겨우라도 일으켜 세우지만 서문숙은 나뒹굴었다가 일어나지 못하고 피만 토하고

권완이 서있는 곳은 아직 수평으로 토막 나지는 않았다. , 원수함의 앞쪽은 1/4쪽씩의 큰 덩어리 두 개가 서서히 침몰한다. 그곳 아래쪽에는 생존자들이 몇 명 매달려 있고

부도신궁; [원수님!] 서문숙에게 날아가 부축하고. 그때

두두두! 다시 허공에서 방향을 튼 거대한 백마가 서문숙과 부도신궁을 향해 달려온다

부도신궁; [원수님을 해치지 못한다!] 벌떡 일어나며 허리에 차고 있던 활을 뽑아 시위를 잡아당긴다. 어느 틈에 다섯 개의 화살이 메겨져 있다. 활에 화살을 메기는 속도가 워낙 빨라 연결동작으로 보인다

[크아!] ! 쩌정! 부도신궁이 악을 쓰며 쏜 활에서 다섯 발의 화살이 벼락같이 난릉왕에게 날아간다

퍼퍽! 화살들은 그대로 난릉왕의 몸에 박힌다. 하지만 전혀 타격을 받지 않는 난릉왕

난릉왕; [잘 가시오 대원수!] 서문숙의 상공에 이르러 칼을 내리치려 한다. 올려다보며 절망하는 부도신궁

권일해; [대원수!] 겨우 몸을 세운 상태에서 외치고

서문숙; [... 피해라 홍경!] 신음하지만

양팔을 활짝 벌려 서문숙을 가로 막는 부도신궁

그를 향해 내리쳐지는 난릉왕의 검기.

절망하는 권일해. 손으로 입을 가리는 권완. 헌데

번쩍! 권완이 비틀거리며 서있는 배의 아래쪽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야수의 눈빛

크왕! 갑자기 거대한 호랑이가 어둠 속에서 튀어나와 난릉왕을 덮친다. 황소만한 거대한 호랑이인데 속도가 번개같다. 마치 허깨비같다

권완; (호랑이!) 경악하고

콰득! 갑작스러운 기습에 검을 쳐든 팔을 물려버리는 난릉왕

난릉왕의 팔을 물고 엄청나게 도약하여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호랑이. 호랑이에 물려 허공으로 딸려가는 난릉왕

히히힝! 놀라 돌아보는 말.

부도신궁; [천년호(千年虎)!] 안도하고 환호하는데

난릉왕; [드디어 나섰구나 원수함의 수호신!] ! 외치며 빛을 발하는 손으로 호랑이의 옆구리를 깊이 찌른다. 검을 들지 않은 왼손이다.

[크왕!] 고통에 떨며 고개를 세차게 흔드는 호랑이

호랑이의 투레질에 가랑잎처럼 날아가는 난릉왕

하지만 호랑이도 옆구리에 깊은 상처를 입고 아래로 떨어진다.

털썩! 원수함의 파편 하나에 나뒹구는 호랑이

허공에서 몸을 세우며 검을 휘두르는 난릉왕

허공으로 도약하여 피하는 호랑이.

콰득! 호랑이가 떨어졌던 배의 파편을 동강내는 난릉왕의 검기

휘릭! 부도신궁과 서문숙이 있는 파편으로 내려서는 호랑이

<피하라! 원수는 내가 모시겠다!> 서문숙의 어깨를 입으로 물어 쳐드는 호랑이

휘익! 이어 서문숙을 물고 도약하고

부도신궁도 급히 뒤를 돌아보며 몸을 날리고

허공에서 난릉왕이 다시 검을 휘두르고 있다

! 난릉왕의 검기가 다시 그 파편을 쪼개 버리고.

! 치솟는 물기둥. 간발의 차이로 피하는 호랑이와 부도신궁

첨벙! 서문숙의 머리를 물고 물 속으로 뛰어드는 호랑이

부도신궁은 사마이극과 차불노가 쓰러져 있는 곳으로 날아내리고

권일해; [가시오 총관! 뒤는 내가 끊겠소!] ! 칼을 높이 쳐들며 외치고

부도신궁; [죽지 마십시오 권가주!] 사마이극과 차불노를 양 옆구리에 끼며 외친다. 활은 다시 허리에 찬 활통에 들어가 있고

두두두! 다시 그들 쪽으로 허공을 달려오는 말. 난릉왕도 뒤 따라 날아오고

첨벙! 사마이극과 차불노를 안고 물로 뛰어드는 부도신궁

말에 올라서며 그런 부도신궁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난릉왕

권일해; [크아!] 앞으로 달려가며 칼을 크게 휘두르는 권일해.

부악! 백마의 아래쪽으로 파고들며 긴 도강을 뿜어내 백마와 난릉왕을 베지만

마치 술통 안쪽을 달리듯, 시계추가 흔들리듯 이동하여 권일해의 도강을 피하는 말

! 이어 난릉왕이 몸을 옆으로 기울이며 검을 내리쳐온다. 한번 공격한 후라 피할 수 없는 권일해.

내리쳐오는 난릉왕의 강력한 검기를 올려다보며 눈 부릅 절망하는 권일해. 바로 그때

권완; [조천벽세(早天劈世)!] 앞으로 나서며 외치고

[!] 눈 부릅 놀라는 권일해

[!] 난릉왕의 눈도 번쩍

부악! 반사적으로 칼을 바구니를 머리에 이듯 머리 위에 수평으로 쳐드는 권일해.

카앙! 난릉왕의 검기가 권일해의 칼에 부딪혀 옆으로 비껴가고

동시에 권일해의 몸이 반쯤 틀어지며 옆을 지나치려는 난릉왕을 등지고

부악! 빙글 돌아서며 벼락같이 난릉왕을 베어가는 권일해. 하지만

슈욱! 생사일보처럼 몸이 쭉 늘어나며 단번에 통과하여 권일해의 반격을 피해버리는 난릉왕과 말

권일해; [완아!] [정말 내 딸 완이구나!] 외치며 내려서고

권일해; [네가 어떻게 여기 있는 것이냐?]

권완; [아버님! 우선 이 자리를 피하는 게...!] + [!] 외치다가 눈 부릅 권완.

두두두! 허공을 달려서 곧장 자신에게로 돌진해오는 거대한 백마와 그 위에 탄 난릉왕

권완; (난릉왕!) 공포에 질리고

권완; (저자도 날 발견했어!) 곤오용봉채를 교차하여 가슴 앞에 세우며 아연긴장하고

권일해; [멈춰!] 악을 쓰며 도룡도를 던진다. 부메랑처럼 맹렬히 휘돌며 날아가는 칼

두두두! 하지만 개의치 않고 권완에게 직선으로 돌진해오는 난릉왕과 말

권완; (두려워!) 달달 떨고

권완; (하지만 무저항으로 당할 수는 없어!) 심호흡을 하며 곤오용봉채를 좌우로 펼쳐서 든다. 헌데

! 달려오는 말과 난릉왕 뒤로 난릉왕의 부릅떠진 두 눈이 거대하게 떠오르고

[!] 최면술에 걸리는 권완. 눈에서 초점이 사라진다.

<금단(禁斷)의 신무(神武)를 익힌 그대! 본왕을 따르지 않겠는가?> 권완의 귓전을 천둥처럼 울리는 텔레파시. 흐느적거리는 권완의 몸

그런 권완을 향해 손을 활짝 펴는 난릉왕.

권완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라 난릉왕의 손아귀로 딸려 들어간다

! 직후 어검술로 날아온 권일해의 칼이 난릉왕의 등과 충돌했다가 퉁겨져 나간다

그 사이에 권완의 몸과 말 타고 달려오는 난릉왕의 간격이 확 좁혀진다

권완의 팔을 잡으려는 난릉왕의 손

권일해; [완아! 정신 차려라!] 다급히 외치며 날아오고. 순간

[!] 번쩍! 눈을 부릅뜨는 권완

바로 앞에까지 확 다가온 난릉왕. 손을 활짝 펴서 권완의 팔을 움켜잡으려 하고

권완; (안돼!) 기중표를 펼쳐서 몸을 돌리고. 부악! 권완의 몸 주위에 바람의 막이 생기며 난릉왕과 말을 떠밀고

허공에서 휘청하는 난릉왕과 말. 허공을 헛되이 움켜쥐는 난릉왕의 손

권완; [용서하세요!] ! 난릉왕의 옆으로 미끄려져 지나가며 곤오용봉채로 그자의 등을 찔러버리는 권완.

! 곤오용봉채가 난릉왕의 등을 뚫고 들어가고. 덜컥하는 난릉왕의 몸

권일해; [잘 했다!] 되날아온 칼을 잡으며 환호하고. 하지만

! 난릉왕의 몸에서 빛이 폭발하고

권완; [!] 그 빛에 충격을 받아서 폭발하듯이 퉁겨져 나가는 권완

권일해; [완아!]

휘릭! 간신히 강물 위에 뜬 작은 판자 위에 내려서는 권완

두두두! 난릉왕을 태운 말은 허공에서 다시 방향을 틀고

권완; (... 위험했어!) 비틀

두두두! 다시 권완에게 달려오는 난릉왕과 말

권완; (저자의 눈에는 사람의 혼백을 옭아매는 마력이 담겨있어! 절대 마주 보면 안돼!) 심호흡을 하며 양손의 곤오용봉채로 가슴을 가리며 고개 돌리고. 헌데

달려오며 손을 얼굴 앞에 세우면서 뭐라 주문을 외우는 난릉왕. 순간

! 갑자기 권완이 딛고 선 판자 조각 주변의 물이 원형으로 치솟고

! 커다란 물방울이 그대로 권완의 몸을 감싸버린다. 술법이다

권완; (술법!) ! 놀라며 곤오용봉채로 물방울 벽을 찌르지만

푸욱! 질긴 고무처럼 바깥으로 쭉 늘어나는 물방울의 벽. 찢어지지 않는다

그 사이에 수면에까지 육박한 말

! 난릉왕은 왼손으로 물로 된 연꽃 봉우리의 끝을 움켜잡고

촤아! 권완이 갇힌 물방울을 조롱(鳥籠:새장)처럼 들어올리면서 다시 허공으로 올라가는 난릉왕. 물로 된 연꽃 봉우리 속에 갇힌 권완의 모습이 투명하게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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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쿠쿠쿠! 휘몰아치는 먹장구름의 위쪽. ! 쩌정! 무수한 번개를 품은 채 태풍의 눈처럼 소용돌이치는 구름 위로는 밝은 보름달이 빛나는데

슈욱! 그 구름을 뚫고 올라오는 청풍의 몸뚱이. 거대하고 투명한 손아귀가 청풍의 목을 움켜쥐어 조이고 있다. 질식하기 직전의 청풍. [! !] 두 손으로 자신의 목을 움켜쥔 투명한 손을 붙잡아 떼어내려 애쓰는데

징징! 청풍의 손목에 걸린 성천신환이 진동을 일으키고 있고

청풍; (... 빨리도 경고한다!)

우두둑! 더욱 세게 조여지는 투명한 손

청풍; (... 숨을 쉴 수가 없다! 하지만 질식하는 것보다 목이 부러지는 게 먼저겠지!) 우두둑! 목에서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리고

청풍; (이대로 죽는 것인가?)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고. 헌데

<죽는다! 너는 죽는다!> 눈이 빛나는 난릉왕의 얼굴이 떠오르며 그런 생각이 청풍의 머리 속에 공명처럼 울려퍼지고

청풍; (내가 죽는다고? 나 공청풍이 남의 손에 죽는다고?)

청풍; (젠장할! 말도 안돼!) 눈이 번쩍하고

청풍; (남이 내 손에 죽는다면 몰라도 내가 남의 손에 죽는 건 용납이 안돼!) 소리를 내지 않고 사납게 기합을 지른다. 순간

! 청풍의 몸 전체에서 아주 강한 빛이 터져 나오고

 

[!] 십대세가 가주들에게 에워쌓인 채 광오하게 웃고 있던 난릉왕의 몸이 뭔가에 충격을 받아서 덜컥하고

 

! 청풍의 목을 움켜잡고 있던 투명한 손이 그대로 터져나간다. 두 주먹 불끈 쥔 채 소리없이 기합을 지르는 청풍의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난릉왕; <본왕의 술법을 간단히 깨트렸다?> <설마 그 애송이가...>

난릉왕; <제왕의 핏줄?> 눈 부릅뜰 때

 

청풍; [난릉왕! 이 개잡종아!] 부악! 소용돌이치는 먹장구름을 향해서 거꾸로 다이빙하는 청풍. 생사일보를 펼친다. 두 눈이 광기로 빛나고

[죽여삔다!] ! 구름을 비스듬히 뚫고 내려가는 청풍

 

#80>

쿠쿠쿠! 허공에서 수레바퀴처럼 돌아가는 십대세가의 가주들.

그러다가 흠칫 놀란다

난릉왕이 웃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권일해; (저자가 왜 갑자기... 우릴 그렇게도 얕보는 건가?) 눈 부라릴 때

[!] 서문숙의 눈도 부릅떠지고

서문숙; (뭔가가 온다!) 급히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 까마득한 위쪽 휘도는 먹장구름 일각을 터트리며 우주선에서 내려쏘는 광선포의 섬광처럼 비스듬히 내려꽂히는 강력한 빛줄기. 물론 생사일보를 펼치는 청풍이다.

<!> <저게 뭔가?> 아홉 가주들도 경악하며 올려다 보고

난릉왕; <위험...!> ! 경악하며 상체를 뒤로 젖히고. 직후

! 난릉왕의 가슴 앞을 스치고 지나가는 칼날같은 섬광. 난릉왕을 에워싸고 있던 방어막도 간단하게 베어진다

! 난릉왕을 스치며 아래쪽의 갑판을 뚫고 들어가 버리는 생사일보를 펼친 청풍

[!] [뭐지?] [하늘에서 뭔가가 떨어졌다!] 진동에 흔들리며 기겁하는 무사들과 장군들.

부도신궁도 선실 위쪽의 지휘소에서 휘청하고

 

#81>

! 물속에서 본 모습. 배의 아랫부분으로 뚫고 내려오는 섬광

슈욱! 수중에서 빛의 가닥이 줄어들어 청풍의 원래 모습이 되고

청풍; (우라질!) 물속에 갈아 앉으며 기절한다

청풍; (몸이 성치 않은 상태건만 흥분한 탓에 힘을 모조리 써버렸다!)

청풍; (이대로 기절하면 물귀신 되는데....!) 기절하고.

쿠쿠쿠! 기절하여 물속 깊이 갈아앉는 청풍. 헌데

! 기절하는 청풍의 오른손에서 빛이 발해지고

츠츠츠! 사라졌던 암흑철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82>

콰르르! 구멍이 뚫린 배 아래에서 물이 쏟아져 들어오고. 기겁하는 선원들

선원들; [막아라! 구멍은 그리 크지 않다!] [다른 곳으로 물이 흘러들지 않게 격벽을 내려라!]

그 중 한 선원이 천장을 본다

수십겹의 갑판에 구멍이 뻥 뚫려서 먹장구름과 벼락이 뒤엉킨 하늘이 일부 보인다

선원; [방금 그건 대체 뭐였지?] [별똥이라도 떨어진 건가?]

 

#83>

다시 원수함의 갑판. 쿠쿠쿠! 갑판에서부터 아래쪽으로 비스듬히 구멍이 뚫려 뒤흔들리는 원수함. 무사들 필사적으로 균형을 잡으려 애쓰고.

겨우 일어나던 권완은 다시 뒹굴고. 양손에는 곤오용봉채를 하나씩 들었다.

서문숙; (방금의 그 섬광은 혹시...!) 청풍이 생사일보를 펼치던 것을 떠올리고. 그 직후

푸학! ! 난릉왕의 가슴이 비스듬히 갈라지며 피가 치솟고. 히히힝! 말도 등이 갑옷과 살이 함께 깊이 베어져 비명을 지른다.

<난릉왕의 술법이 깨졌다!> 십대세가 가주들 모두 눈 부릅.

서문숙; <기회!> 벼락같이 검을 내려치고

꽈꽝! 서문숙의 검이 가리키는 대로 강력한 벼락이 내리쳐져서 난릉왕을 강타한다.

이번에는 방어막이 생사일보에 갈라져서 벼락이 난릉왕의 몸을 직격한다. 군마도 감전당하는데

부도신궁; [지금이다! 낙혼철시를 쏴라!] 외치며 자신도 활을 쏜다. 한꺼번에 세 개의 화살을 걸어서 쏜다.

일제히 강력한 활을 쏘는 수십명의 궁수들. 사방에서 백여발의 화살이 미사일처럼 난릉왕에게 날아가고

퍼퍽! ! 피하지 못하고 고슴도치가 되는 난릉왕과 그의 말.

하지만 쓰러지진 않는다

권완; (인간이 저 지경이 되고도 살아있을 수 있다니...!) 겨우 몸의 균형을 잡으며 놀라고

서문숙; [난릉왕이 힘을 잃고 있다.] 검을 휘둘러 하늘에서 벼락을 끌어내어 연달아 난릉왕을 강타하고,

꽈과광! 서문숙이 내려친 벼락에 맞아 휘청거리는 난릉왕과 군마

서문숙; [비탄(悲嘆)의 고(:)를 울리고 박룡(縛龍)의 승()을 풀어라.] 연달아 벼락을 끌어내려 난릉왕을 치며 외치고.

벼락에 연달아 맞아 휘청거리지만 역시 쓰러지지 않는 난릉왕

둥둥둥! 살벌한 북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부도신궁의 뒤쪽에 바닥에 엎어놓은 거대한 북을 놓고 양손의 북채로 연달아 두드리는 다섯 명의 거인들. 키가 3미터는 될 듯 하다

두둥! ! ! 맹렬히 북을 두드리는 거인들.

! ! 푸학! 북 소리가 울릴 때마다 충격을 받아 휘청이며 온몸에서 피를 뿜어내는 난릉왕. 마치 보이지 않는 주먹이 난릉왕의 가슴을 때리는 것 같다.

부도신궁;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힘을 내라!] [오늘 난릉왕을 잡을 수 있다!] 슈슉! 세대의 화살을 날리며 외치고

다시 일제히 활을 쏘는 궁사들.

! ! 더욱 힘차게 북을 치는 거인들.

쐐액! 새카맣게 난릉왕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들. 하지만

[후욱!] 숨을 깊이 들이키는 난릉왕

[!] 무언가 느끼고 눈 부릅 권완

권완; [위험해요!] ! 외치며 무릎을 꿇고 곤오용봉채 하나를 바닥에 세차게 꽂으며 충격파에 대비한다. 다른 팔로는 얼굴을 가리고. 직후

난릉왕; [크워어어어!] 다음순간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마귀처럼 울부짖고. 엄청난 음파가 그자의 입에서 터져나가고

! 난릉왕을 중심으로 수십겹의 음파가 해일처럼 사방으로 확 퍼져가고

[!] [크악!] 그 음파에 휩쓸리는 순간 피를 토하며 짚단처럼 확 쓰러지는 무사들. 활을 또 쏘던 궁수들도 나자빠지고. 날아가던 화살들도 허공에서 박살나고. 원수함 밖으로 콩 튀듯 퉁겨져 나가는 무사들도 있고

권완; [!] 갑판에 꽂은 곤오용봉채를 움켜잡은 채 한 팔로는 얼굴을 가려 충격파를 견뎌내는 권완

[!] 부도신궁도 피를 왈칵 토하며 휘청인다

! 퍼펑! 부도신궁 뒤의 북들이 폭발하듯 터져버리고.

푸학! ! 거인들도 피를 뿌리며 뒤로 나자빠진다.

십대가주들도 충격을 받고

첨벙! 첨벙! 물에 빠지는 무사들

서문숙; [아직도 이런 힘이 남아있다니...!] 꽈광! 이를 갈며 다시 강력한 벼락을 끌어내서 난릉왕을 때리고

크아아! 벼락에 맞아 비명을 지르는 난릉왕

서문숙; [난릉왕에게 기력을 회복할 시간을 주면 안된다!] [빨리 박룡의 승을 풀어라!] 검을 휘둘러 다시 벼락을 때리며 다급히 외치고. 직후

슈욱! 갑판 아래에서 사람만큼 시커먼 안개가닥이 꿈틀대며 치솟는다. 모두 세 가닥이고

콰드드! 세 가닥의 검은 밧줄이 난릉왕과 말을 등나무처럼 휘감으면서 올라가고

[크아아!] [히히힝!] 검은 연기 가닥에 휘감기며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는 난릉왕과 말

서문숙; [난릉! 네가 드디어 잡혔구나!] 검을 두 손으로 높이 쳐들고

! 검에서 레이져 광선같은 검기가 치솟고. 길이가 10미터 이상이다

서문숙; [하늘을 대신하여 천벌을 내리겠다!] ! 긴 검강이 뽑혀진 검으로 난릉왕을 내리치려 한다. 헌데

씨익! 가면 속에서 난릉왕의 눈이 웃고

서문숙; (웃어?) 눈 부릅 뜰 때

! ! 갑자기 좌우에서 서문숙의 허리를 베고 가슴을 찔러버리는 자들. 십대세가 가주들 중 황보중평과 또 다른 한 놈이다.

[!] 모두가 경악하고

[!] 권완도 놀라고

푸학! 서문숙의 베어진 허리에서 피가 치솟고. 황보중평이 내지른 검이 서문숙의 가슴을 관통하여 뒤로 빠져나왔다.

[!] 피를 토하며 허공에서 휘청하는 서문숙

부도신궁; [원수님!] 비명 지르며 허공으로 뛰어오르고

! ! 서문숙을 기습했던 두 놈은 급히 뒤로 뛰어 피하고. 피를 뿌리며 추락하는 서문숙

권일해; [황보중평(皇甫中平)! 고천원(高天元)!] [네놈들이...!] 분노하며 황보중평등을 추격하려는데

크악! ! 다른 곳에서 비명이 터진다

허공에 뜬 채 급히 돌아보는 권일해

또 한명의 가주가 자기 좌우에 있던 두 명의 가주를 두 개의 칼로 베어버렸다. 세 번째 배신자는 진가력이란 자로 단씨세가중 진씨세가의 가주다. 진가력에게 당한 사람들은 남궁세가와 울지세가의 가주들이고

[멈춰라!] [진가력(秦加歷)! 네놈까지...!] 사마이극과 차불노, 도씨세가의 가주등이 분노하며 진가력을 치러 날아간다. 차불노는 몸이 옆으로 떡 벌어져 아주 위맹한 인상. 도씨세가의 가주는 가주들 중 가장 키가 큰 거인인데 난릉왕과 가장 가깝다. .

진가력에게 기습당한 두 명의 가주는 피를 뿌리며 추락하고 있고.

권완; (... 배신?) 눈 부릅. 바로 그때

푸시시시! 난릉왕을 휘갑고 있던 검은 연기의 밧줄이 흐려지며 소멸된다

권일해; (박룡의 승이...!) 그걸 보고 당황하는데

도씨세가주; [죽어라 난릉왕!] 가장 가까이 있던 도씨세가의 가주가 칼을 휘둘러 난릉왕을 쳐간다. 직후

! 난릉왕의 눈이 강렬한 빛을 발하고

부악! 난릉왕의 몸에서 수많은 초생달 모양의 섬광이 터져 나와 주변을 휩쓴다. 초생달 모양의 섬광 사이사이로는 투창 같이 끝이 뾰족한 섬광도 날아가고

[!] 난릉왕을 치려다가 눈 부릅 도씨세가주. 그의 몸을 난릉왕의 몸에서 터져나온 섬광들이 자르고 뚫어버린다.

사마이극; [도형(匋兄)!] 차불노와 함께 진가력을 공격하려다가 돌아보며 외치고

권일해; [안돼!] 크아! 사력을 다해 칼을 휘둘러 자신과 바닥으로 추락하는 서문숙을 보호하려 한다.

권완; (위험해!) 한 손으로는 바닥에 꽂은 곤오용봉채를 움켜잡고 다른 한 손을 앞으로 내밀며 몸을 웅크리고. 직후

! 원수함 밖에서 본 모습. 강렬한 섬광의 폭발이 원수함 위에서 일어난다.

! 퍼퍽! 난릉왕의 몸에서 터져나온 반달형의 섬광과 투창같은 섬광이 갑판 위에 있던 모든 무사들을 몰살시킨다. 몸이 잘라지거나 관통당해 죽는 무사들

[!] 빛의 구슬에 휩쌓인 채 한손을 앞으로 내민 채 눈 부릅 권완. 엄청난 폭풍이 방어막에 감쌓인 그녀를 강타한다. 그녀 주변으로 몸뚱이가 갈갈이 찢기고 잘려진 무사들의 시체들이 흩날리고

! 바닥에 꽂아놓았던 곤오용봉채가 폭풍에 견디지 못하고 뽑히고

[!] 뒤로 가랑잎처럼 날아가는 권완의 몸뚱이

콰콰쾅! 뒤쪽의 벽을 뚫고 들어가는 권완의 몸뚱이.

! ! 연달아 몇 개의 선실 벽을 등으로 박살내며 밀려가는 권완

! 이윽고 어느 선실 벽에 부딛혀서 나뒹군다.

쿨럭! 피를 토하면서 상체를 일으키고

권완; [... 아버님!] 이어 비틀거리며 일어나고

! 앞쪽에 연달아 박살난 선실의 벽이 겹겹이 보이고. 그 밖은 아주 밝다

권완; [아버님!] 비틀거리며 밖으로 선실 밖으로 걸어나간다

[!] 선실 밖으로 나서다가 눈 부릅 권완

! 갑판의 참상. 모든 무사들이 몰살당했다. 갑판과 선실도 걸레가 되었고. 마치 폭격당한 모습인데

그 난장판의 중심에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있다. 바로 허공에 뜬 난릉왕과 갑판에 선 권일해. 권일해는 굴강한 표정으로 양팔을 벌린 채 우뚝 서있다. 입가로 피를 흘리고 있지만 중상을 입은 것 같진 않고. 그런 권일해 뒤로는 주저앉은 서문숙을 부도신궁이 부축하며 보살피고 있다. 부도신궁은 활을 허리에 찬 활집에 넣고 있다.

권일해 앞쪽 허공에는 난릉왕이 여전히 말을 타고 우뚝 서있고. 난릉왕은 여전히 수많은 화살이 몸에 박힌 모습인데 그의 뒤로는 세 명의 배신자가 야비한 웃음을 짓고 서있다.

난릉왕과 권일해 사이에는 다섯 명의 가주들이 널부러져 있다. 그 중 사마이극과 차불노는 몸이 성하지만 심한 부상을 입은 모습. 하지만 다른 세 명은 난릉왕이 발휘한 섬광에 휘말려 몸이 여러 토막이 나서 죽었다.

주변에 널려진 수많은 시체들. 성한 게 없고 모두 난도질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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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다시 원수함. 사방이 짙은 안개로 가려져 있다. 돛대 위쪽은 먹장구름같은 안개가 내리누르고 있다.

! 갑판 끝 쪽 일단 높은 곳에 말을 타고 서있는 난릉왕. <베르세르크>의 해골의 기사처럼 위압적이고 멋있다. 펄럭이는 망토 아래에 번쩍이는 갑옷을 입은 것과 허리에 보검을 차고 있는 것이 보이고. 눈처럼 새하얀 백마도 얼굴과 몸통에 갑옷을 둘렀다. 이 거대한 말도 눈에서 빛이 나고 있어서 보통의 말이 아님을 보여주고.

<난릉왕!> <만악(萬惡)의 괴수 난릉왕이 나타났다!> 엄청난 긴장이 무사들을 휩쓸고.

서문숙; <난릉왕은 눈짓 한 번, 말 한 마디로도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다. 절대 주의를 끌면 안된다!> 슬쩍 자신의 몸으로 청풍을 가리며 텔레파시를 보내고

서문숙; <특히 그는 시기심이 많아서 너같이 빼어난 자질을 지닌 자는 보는 족족 죽이거나 자신의 소유로 만든다.> <눈에 띠지 않도록 조용히 뒷걸음질 쳐서 선실로 몸을 숨겨라!>

청풍; (하지만 이쁜이가 저기 있는데...!) 갑판 중간에 쓰러져 있는 권완을 보며 죽상을 짓고. 그때

난릉왕; [서문대원수(西門大元帥)! 오랜만이오.] 말에 탄 채 형식적으로 고개를 숙여서 인사하고

서문숙; [허허허! 왕야(王爺)께서도 어지간히 급하셨나 보구려. 직접 존체(尊體)를 드러내시다니...!] 마주 포권하고

서문숙; [다각적인 방해에도 불구하고 제가회의가 무사히 소집된 것이 그리도 마음에 걸리셨소?]

청풍; (! 둘이 서로 아는 사이였었나?) 놀랄 때

난릉왕; [원수가 장군들을 불러 모아 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고 의무인데 무슨 불만이 있겠소?] 따각 따각! 말을 몰아 아래쪽의 갑판으로 내려온다. 갑판과 갑판 사이의 공간도 마치 보이지 않는 비탈길이 있기라도 하듯 걸어내려오는 거대한 말.

난릉왕; [다만 본왕은 서문대원수가 너무 오래 원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할 뿐이오!]

서문숙; [그래서 일부러 금기를 범하신 것이오?] 눈빛이 강렬해지고

서문숙; [제가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원수함에 올라오는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으실 텐데?]

난릉왕; [미루어 짐작함에 추호의 어긋남도 없거늘 본왕에게 무슨 할 말이 더 있겠소?] 말이 멈춰 선다. 권완을 사이에 두고 서문숙과 거의 같은 거리다.

난릉왕; [본왕은 서문대원수의 손에 죽고 싶어 찾아왔으니 재주껏 죽여 보시오!] 말하며 손을 앞으로 내밀고. 뭘 집어들려는 자세. 그러자

들썩! 권완 옆에 떨어져 있던 한 쌍의 곤오용봉채가 움찔 움직이고

청풍; (내 곤오용봉채!) 눈 부릅. 직후

! 난릉왕의 수중으로 빨려 들어가는 곤오용봉채.

청풍; [내거야! 손대지마!] 자기도 모르게 버럭 고함을 지르며 나서고.

찡그리는 서문숙

날아든 곤오용봉채를 받아들다가 청풍을 보는 난릉왕

청풍; (아차!) 급히 두 손으로 입을 가리지만 이미 늦었다.

츠츠츠! 가면 속에서 난릉왕의 눈빛이 아주 음산하게 번득이고

서문숙; [허허허! 이 늙은이의 제자 녀석이 천하제일고수이신 난릉왕 전하를 몰라보고 무례를 범했구려.] 웃으며 다시 몸으로 청풍을 가리고

서문숙; [노부가 나중에 경을 칠 테니 왕야께서는 아무쪼록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구려.] 포권하는데

난릉왕; [곤오금(昆烏金)으로 만든 이 용봉채도 그렇고....] [서문대원수는 귀한 물건들을 너무 아무렇게나 놔두시는군.] 츠츠! 눈빛이 더 강렬해지고. 한손으로는 두 개의 용봉채를 쳐들어 보이고

서문숙; [원수함에 놓아둔 물건들이 어딜 가겠소이까?]

난릉왕; [맞소!] [본 왕이 아무리 간이 크다 한들 대원수의 원수함에 올라와서까지 경거망동을 할 수야 없지!] 웃으며 곤오용봉채를 흔들어 보이고

난릉왕; [물건은 돌려드리겠소!] 용봉채를 기절한 권완 옆으로 던져놓고

청풍; (생각보다 나쁜 인간은 아닌 것 같은데...!) 안도하며 한숨 쉴 때

난릉왕; [하지만 본왕에게 무례한 자는 용납이 안 되니 용서하시오!] ! 눈이 강렬한 빛을 발하고. 직후

서문숙; [눈을 마주 보지 마라!] 급히 자기도 팔로 눈을 가리며 외치는데

청풍; (눈을 마주 보지 말라고?) 어리둥절할 때

! 갑자기 반투명하고 거대한 손이 청풍의 목을 움켜잡는다. 이 손은 반투명하고 꾸불거리는 긴 촉수로 난릉왕의 몸과 연결되어 있다

청풍; [!] 목이 조여져서 비명을 지르고

서문숙; [심안인혼(心眼引魂)의 술()!] 한 팔로 눈을 가린 채 다른 손의 소매를 칼날처럼 날카롭게 만들어 휘둘러서 반투명한 촉수같은 것을 자르고.

! 서문숙의 소매가 칼날같이 예리하게 변해서 청풍을 움켜쥐고 있는 손과 연결된 투명한 촉수같은 것을 잘라버린 것. 하지만

슈하악! [케에엑!] 목이 움켜 쥐켜서 비명을 지르는 청풍의 몸뚱이가 투명한 손에 의해 안개가 덮인 원수함의 허공으로 홱 끌려올라간다. 서문숙이 소매 끝으로 휘두른 반격도 투명한 촉수같은 것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슈욱! 투명한 손에 목이 쥐켜진 채 버둥거리는 청풍의 모습이 그대로 원수함 상공을 가리고 있는 안개 속으로 뚫고 올라간다.

무사들 경악과 긴장으로 굳어진 채 올려다보고. 직후

[크에엑!] 구름 속 높은 곳에서 다시 비명이 터지고

서문숙; [쯧쯧! 복도 지지리 없는 놈같으니...!] 혀를 차며 체념하고

서문숙; [왕야!] 이어 난릉왕을 돌아본다

서문숙; [노부가 말년에 어렵게 얻은 제자를 해쳤으니 대가를 치루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이오!] 쿠오오! 강렬한 패기가 흘러넘치고

난릉왕; [허허실실과 신기묘산을 지닌 서문대원수를 한갓 무부(武夫)에 불과한 본왕이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소?] 음산하게 웃고

서문숙; [밤이 길면 꿈도 많아지는 법!] 손을 옆으로 홱 내밀고

서문숙; [왕야께서 이 늙은이의 목을 가지러 오셨다면 빨리 취하는 게 이로울 것이오.] + [검을 다오!] 눈으로는 서문숙을 노려보며 옆으로 손을 내밀고

부도신궁; [여기 있습니다!] 언제 나타났는지 무사들 사이에서 나오며 보통 검보다 더 긴 검의 손잡이 쪽을 서문숙에게 내민다. 검이 약간 뽑혀있다.

지이징! 서문숙이 잡아 뽑자 긴 검에서 사나운 소리가 일어나고

난릉왕; [귀신도 벤다는 사진탐랑검(四辰貪狼劒)이로군!]

서문숙; [난릉왕!] 쩌엉! 검을 완전히 뽑아 난릉왕을 겨누고

츠르르륵! ! 촤릉! 여러 가지 소리가 동시에 울린다. 서문숙이 검을 뽑아들자 갑판 위의 모든 무사와 장수들도 일제히 병기를 뽑아들었던 것. 단번에 살기와 검광이 충천하는 갑판 위. 그 사이에 갑판 위로 더 많은 무사들이 올라와 있다.

서문숙; [제가회의가 열릴 때마다 그대가 가한 압력과 방해가 적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는 그대의 신분을 감안해서 대처하는 정도로 끝냈소.]

서문숙; [그러나 그대의 무도함은 끝이 없구려.] [제가회의의 주재자로서 뿐만 아니라 방심하다 제자를 잃은 책임을 그대의 죽음으로 묻겠소.]

서문숙; [난릉왕! 오늘 그대를 죽여 강호의 위난을 미리 막겠노라!] 사납게 외치고. 패도적인 기운이 서문숙의 몸에서 터져나가고

난릉왕; [나이를 생각하면 대단한 패기요! 본왕, 진심으로 감탄했소!] 짝짝 손뼉을 치며 갈구고.

푸르르르! 난릉왕의 말도 함께 투레질을 하며 비웃는다.

서문숙; [제장들은 위치를 사수하라. 금일 강호의 대악(大惡)을 제거하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변을 돌아보며 외치고.

촤촥! 질서정연하게 진형을 구축하여 난릉왕을 포위하는 무사들. 갑판이 넓어서 수많은 무사들의 움직임이 자유롭다.

서문숙; [제가의 가주들도 즉시 참전하여 팔문(八門)을 지키고 하늘과 땅을 경계하라!]

[존명!] [원수의 명을 받겠소!] 사방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덜컹! 덜컹! 원수함의 갑판 아홉 군데가 마치 전함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 사이로 뚜껑이 열리듯 열려지고.

! ! 그 안에서 십대세가의 가주들 중 아홉 명이 뛰어나온다. 물론 그 중에는 권일해도 있다.

허공으로 솟아오르며 허공에서 난릉왕을 포위하는 아홉 가주들. 그자들 중 황보세가의 황보중평이 나중에 서문숙을 암습한다.

난릉왕; [대원수! 그대의 말이 옳소.] 가주들이 포위해도 태연하고

난릉왕; [밤이 길면 꿈이 많은 법!] [후후후! 본왕도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대원수의 목을 따서 돌아가도록 하겠소.]

서문숙; [노부가 그대에 대한 아무 대비도 하지 않았을 것 같은가?] 슈욱! 역시 허공으로 떠오른다. 포위망 밖이다.

서문숙; [번운(飜雲)과 낙뢰(落雷)의 법()을 펼쳐라!] 검을 높이 쳐들며 외치고. 순간

[번운장천(飜雲長天)] [뇌명구소(雷鳴九霄)!] 아홉 가주들도 일제히 무기를 하늘 높이 쳐들면서 외치고

쩌저정! ! 서문숙과 아홉 가주들이 쳐든 무기에서 스파크가 일어나 허공으로 치솟고

꽈르르르릉! 안개 속으로 들어간 열 가닥의 스파크가 천둥을 일으키고

쿠쿠쿠! 안개가 변하여 세찬 먹장구름의 소용돌이를 만든다

갑판 위의 무사들과 장군들은 모두 긴장하여 보고

서문숙; [목숨을 걸고 자신의 방위를 지켜라!] [오늘 천도(天道)가 엄존(嚴存)함을 천지간에 보이겠노라!] 사납게 외치고. 직후

번쩍! 원수함 허공을 가득 메운 시커먼 먹장구름의 소용돌이 속에서 강력한 벼락이 떨어진다.

꽈꽈꽝! 벼락이 그대로 난릉왕과 그자가 탄 거대한 군마에 작렬한다

눈 부릅 뜬 무사와 장군들의 얼굴에 음영이 생기고

<낙뢰쇄혼(落雷碎魂)의 술법이다!> <해치웠다!> 무사들 주먹 불끈. 하지만

! 다음 순간 드러나는 장면. 지지지! 난릉왕과 군마는 반구형의 방어막에 둘러쌓여있고. 그 방어막 주위로 벼락이 떨어진 잔재가 흐르고 있다.

<저 괴물!> <십대세가 가주님들의 합공을 막아내다니...!> 무사들 경악

서문숙; [천천뢰뢰(天天雷雷)!] [지지명명(地地冥冥)!] 두 눈이 백열된 채 주문을 외우고. 지지지! 온몸이 스파크에 휘감긴다

[번운장천!] [뇌명구소!] 아홉 가주들이 따라서 주문을 외우고. 지지지! 그들의 몸도 스파크에 휘감기고

쿠쿠쿠! 스파크에 휘감긴 채 거대한 수레바퀴처럼 돌아가기 시작하는 아홉 가주들. 점점 모습이 흐려진다. 포위망 밖에 있는 서문숙의 모습만이 뚜렷하고. 그 직후

난릉왕; [으하하하하!] 웃음을 터트린다

[!] [!] 수레바퀴처럼 휘돌던 가주들 충격을 받고. 그러면서도 도는 것을 멈추지 않고. 그 들이 쳐든 무기에서는 벼락이 일어나 허공의 먹장구름 속으로 스며들어 가고

[!] [!] 갑판 위에서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던 무사들은 웃음소리에 충격을 받아 일제히 피를 토하며 뒤로 휘청거리고.

퍼퍽! ! 일부는 눈에 초점이 풀리고 일부는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부도신궁; [주의하라! 섭혼탈백소(攝魂奪魄笑)!] 선실 위쪽의 지휘소에 서서 우뚝 서서 외친다. 그의 뒤에는 거대한 북이 다섯 개 엎어져 있고 그 북 뒤에 키가 3미터는 되는 거인들이 북채를 들고 대기하고 있다.

부도신궁; [오관(五官)을 폐()하여 혼백이 적에게 낚이는 것을 방지하라!] 파팟! 스스로도 양손의 손가락의 관자놀이를 찍고

부도신궁을 따라 급히 손가락으로 자신들의 관자노리를 찍는 무사들

난릉왕; [으하하하하!] 하지만 웃음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드드드! 원수함 전체가 부서질 듯 흔들리고.

[!] [오관을 폐했건만 음파가 머리 속으로 파고든다!] [몸속의 피와 수분을 직접 진동시키고 있다!] 고통스러워하며 술 취한 듯이 휘청거리는 무사들

부도신궁; [견디어 내라!] [너희들은 거룩한 분의 우림군(羽林軍;친위대)이 아니냐?] 둘러보며 외치고.

용기를 내서 눈을 빛내며 몸을 세우는 무사들.

슈우! [으하하하하!] 그 사이에 광소를 터트리는 난릉왕과 그를 태운 군마가 원형의 방어막에 휘감긴 채 허공으로 떠오른다. 그에 따라 그를 뒤덮은 방어막이 반구형이 아니라 원형이 되고

서문숙; [죽어라 난릉왕!] 다시 검을 내리치고

꽈과광! 그의 손길을 따라 다시 먹장구름 속에서 강력한 벼락이 이끌려서 아래로 떨어지고. 처음 보다 더 강력하다

꽈과광! 벼락이 난릉왕을 에워싼 원형의 방어막을 강타한다.

빠지직! 꽈광! 난릉왕을 에워싼 원형의 방어막을 때리고 산란한 벼락이 아래쪽의 갑판을 여기 저기 때린다.

[!] [!] 벼락에 감전당해 쓰러지는 무사들.

하지만 다른 무사들은 진형을 풀지 않고 대기한다. 활에 화살을 메기는 궁수들도 있고

빠캉! 권완의 옆에도 벼락이 한 가닥 떨어지고

펄떡! 바닥을 타고 흐른 그 벼락에 맞아 몸이 전기충격을 당한 듯이 퍼덕이는 권완

권완; [으음!] 신음하며 눈을 뜨고

몽롱한 권완의 눈에 허공에서 벌어지는 광경. 허공에 뜬 난릉왕을 에워싸고 수레바퀴처럼 돌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의 무기에서 치솟은 벼락들이 허공으로 치솟고

꽈다다당! 구름 속으로 들어갔던 아홉 가닥의 벼락들은 마치 돋보기로 모인 빛처럼 몇 배 더 증폭되어 난릉왕에게로 떨어진다. 하지만 난릉왕의 방어막을 깨트리진 못하고

권완; (... 아버지?) 놀라서 올려다본다

칼을 높이 쳐든 채 다른 사람들 틈에 끼어서 수레바퀴처럼 돌아가는 권일해의 굴강한 모습이 보인다.

권완; (... 아버지가 어떻게 여기에...!) 놀라며 억지로 일어나려 하고. 옆에는 곤오용봉채가 놓여있다, 그때

[으하하하!] 난릉왕의 웃음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 ! 사방에서 웃음소리에 충격을 받아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무사들. 하지만 대부분의 무사들은 코와 입으로 피를 흘리면서도 눈을 부릅뜬 채 관전하고 있다. 궁수들을 활을 솔 준비를 한 자세

꽈과꽝! 꽈릉! 연달아 난릉왕을 때리는 벼락들.

[으하하하!] 아랑곳 하지 않고 점점 더 높아지는 난릉왕의 웃음소리

그자를 축으로 돌아가고 있는 십대세가 가주들의 입과 코로도 피가 흘러 나온다

서문숙; (가증스러우면서도 가공한 자!) 유일하게 피를 흘리지 않지만 안색이 심각하다.

서문숙; (우리가 패하진 않겠지만 저 간적을 제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서문숙; (노부는 난릉왕이 노부가 펼쳐놓은 그물 속으로 뛰어들기를 내심 바랬다.)

서문숙; (그러나 노부의 그물은 생각한 만큼 튼튼하질 않구나!) (아니면 난릉왕이 노부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큰 고기인 탓일 수도 있고...!) 곁눈질로 권일해를 보고.

권일해는 몇 사람 건너에 있다. 아주 굴강한 표정

서문숙; (다른 여덟 명 중에 권일해만한 자가 둘 셋만 더 있었어도....!) 이를 악물고

<하늘은 이번에도 난릉왕을 용납하려는 것인가?> 전장을 배경으로 서문숙의 절망. 헌데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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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 [... 말이 허공을 맨땅처럼 걸어내려와?] 놀라 눈 부릅뜰 때

[!] 그러다가 놀라 부릅 눈 뜬다

선미로 거의 다 내려온 군마의 등에 타고 있는 난릉왕의 가면 눈 부위가 강렬하게 빛을 내고

청풍; [... 노야! 저 변태스러운 탈바가지를 뒤집어쓴 작자가 혹시...!] 침 꼴깍 삼키며 서문숙을 돌아보고

서문숙; [그렇다!] 굳어진 얼굴로 눈을 무시무시하게 빛내고

따각! 그 사이에 선미의 일단 높은 갑판에 멈춰서는 난릉왕을 태운 군마

서문숙; [난릉왕이... 마침내 왔다!]

 

#77>

황금전장.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데

[난릉왕이 바로 심제회(尋帝會)의 회주예요!] 누군가 말하는 음성이 공자무의 집무실에서 들린다. 집무실 밖에는 신이 살벌한 표정으로 경비를 선다. 다른 사람은 없다

[심제회의 목적은 이름 그대로 임금()을 찾는() 것이랍니다!] 열린 창문을 통해 뒷짐을 집고 하늘의 달을 보고 있는 공대벽의 뒤에서 누군가 말한다.

용설약; [저희 심제회에는 회주와 두 명의 부회주(副會主), 십이신장(十二神將)이 있으며...] 손잡이가 달린 손님용의 의자에 교태스러운 자태로 앉아서 설명하고 있는 용설약. 입구쪽을 등지고 있다. 입구에는 귀가 칼에 손을 댄 자세로 서서 용설약을 감시하고 있고

용설약; [따로 삼태상(三太上)이란 늙은이들이 원로 대접을 받고 있어요.] 공대벽의 눈치를 본다.

용설약; [저는 두 명의 부회주 중 한명인데...] [사실 직함은 부회주지만 회주의 부하는 아니에요.]

용설약; [정확히 말하자면 동업자라고나 할까요?] 교만하게 고개를 들고

용설약; [제가 회주의 뜻을 대놓고 거스르진 못하지만 회주도 제게 뭔가를 강요하진 못하거든요.] 배시시 웃고. 하지만 여전히 등을 돌린 채 밖을 보고 있는 뒷짐 진 공대벽

공대벽의 등을 보며 침 꼴깍 삼키는 용설약

슈욱! 보고 있자니 공대벽의 등이 점점 커지고

마침내 용설약의 시야 전체가 공대벽의 등으로 막혀버린다. 올려다보며 숨이 턱 막히는 용설약

용설약; (... 보면 안돼!) 숨이 턱 막혀서 고개를 떨구고

용설약; (저 사람을 똑 바로 보고 있으면 숨이 막혀 와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어!) 무릎 위에 얹혀진 손이 피가 나도록 세게 쥐어지고

용설약; (전장에서 날고 뛰던 장수도, 천문지리에 통달한 대학자도 황제의 용안(龍顔)은 감히 바로 보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거야!) 침 꼴깍 삼키고

공대벽; [난릉왕에 대해 말해보시오!] 여전히 밖을 보며

깜짝 놀라는 용설약

묵묵히 기다리는 공대벽

용설약; [... 난릉왕은 난릉왕이에요!] 그런 공대벽의 눈치를 보며

; [난릉왕이 난릉왕이라고?] [지금 말장난 하자는 건가?] 분노하지만

용설약; [그럼 사실인 걸 어떻게 해요?] 샐쭉하며 귀를 흘겨보고. 용설약은 오직 공대벽만 두려워한다.

용설약; [아무도 난릉왕의 유래를 몰라요.] [아주 오래전부터 난릉왕의 존재가 은밀히 이야기 되어 왔는데 그러다가 당대에 몇몇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어요.]

용설약;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가 무공과 술법 양쪽에서 천하에 적수가 없다는 사실이에요.]

; [천하무적?] 코웃음 치는 귀

용설약; [혹시 모르죠! 난릉왕이 바로 북제(北齊)의 난릉왕 고장공 본인일지도!] 배시시

; [고장공은 구백여년전 사람이오.] [그런 그가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걸 믿으라는 거요?] 열려진 문간에 나타나며 묻고

용설약; [동방삭(東方朔)은 천육백여년전인 한()나라 무제(武帝) 시절에 살았었지만 요즘도 간간히 그를 본 사람들이 있다던 걸요?] 코웃음

; [약장수들이 약 팔기 위해 뭔 말인들 지어내지 못하겠느냐?] 화를 내며 앞으로 나서려는데

그런 귀의 소매를 잡아 진정시키며 공대벽 쪽을 가리키는 신

공대벽이 여전히 뒷짐을 진 채 기다리고 있다

; [죄송합니다 소주!] 고개를 숙이며 한 걸음 물러서는 귀

용설약; [그동안 전 난릉왕이 하도 조심하고 치밀하게 움직이는 것이 우스웠어요.] 역시 공대벽의 눈치를 살피며

용설약; [우리 심제회의 힘은 천하를 간단히 갈아엎어버릴 수도 있는데도 마치 주인 눈치를 살피는 종처럼 굴더라구요.]

용설약; [몇 번이나 채근을 해보고 격장지계를 써 봐도 그는 한결같이 <제왕께서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움직일 수 없다!>고 하더군요.]

; [심제회의 목적이 임금을 찾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소?] 공대벽의 눈치를 살피며

용설약; [임금을 찾는다는 게 반드시 찾아내서 공경하고 모시겠다는 의미는 아니죠!] 역시 공대벽의 눈치를 살피고. 마치 황제 앞에서 신하들이 의견을 주고받는 분위기

용설약;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에 세도를 부리던 종들이 다시 주인이 돌아올까봐 전전긍긍하는 것과 같은 이치에요.]

; [알 것도 같군!] 냉소하고

; [주인이 어디 있는지, 언제 돌아올지 알아야 그동안 싸질러놓은 죄를 수습할 수가 있겠지!]

용설약; [부인하진 않겠어요!]

용설약; [하여간 난릉왕의 이해 못할 소극적인 행태에 의구심이 생긴 전 그의 지난 행적을 더듬어 봤어요.]

용설약; [그 결과 이십여년전 난릉왕이 누군가에게 패해 하마터면 죽을 뻔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답니다!]

; [그날 주군께서 작정하고 추격하셨으면 난릉왕은 이미 다른 세상에 가있을 것이다!] 냉소하고

용설약; [난릉왕도 같은 말을 했어요.] 끄덕

용설약; [이상하게 공씨집안 사람들에게는 술법이 통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제게도 술법을 쓸 생각은 절대 말라고 충고했어요.]

용설약; [하지만 전 난릉왕의 말을 믿지 않았어요.] [정신의 힘인 술법이 통하지 않는 상대가 있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헌데...!]

용설약; [대공자 앞에서는 어떤 주문이나 보패(寶貝;술법의 도구)도 힘을 잃더군요.] [아까 뜰에서만 해도 거푸 세 번이나 술법을 펼치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어요.]

용설약; [마치 사냥꾼의 손아귀에 잡힌 연약한 새가 벗어나기 위해 아무리 날개 짓을 해도 소용없는 것처럼....] 애처로운 표정을 짓고

; [! 감히 소주를 대상으로 술법을 사용할 생각을 하다니!] 냉소하고

; [당금에 통용되는 술법이라는게 본래....!] 말하다가 옆을 보며 입을 다문다. 신이 눈치를 주고 있고.

; [!] 당황하여 헛기침하며 주먹으로 입을 가리고

용설약; [전 난릉왕의 행적을 살피는 과정에서 황금전장의 존재를 알게 되었어요.] 귀를 흘겨보며 공대벽에게 말

용설약; [난릉왕에게 대공자의 영친이 혹시 우리가 찾는 임금인지 물었더니 가능성은 있으나 확신하지는 못한다고 대답하더군요.]

용설약; [능력에 비해 너무 유해서 왕들의 왕으로는 여길 수가 없다는 게 난릉왕의 판단이었어요.]

용설약; [그러다가 난릉왕은 다시 한 번 황금전장에 손을 써볼 계획을 세웠어요.]

용설야게; [그래서 제 눈으로 직접 그의 말을 확인해보려고 나섰던 거예요.] 공대벽을 곁눈질로 살피며 말을 마치고

묵묵히 달을 보는 공대벽

공대벽; (외롭다!) 우울

공대벽; (내 속에 큰 힘과 운명이 도사리고 있었음을 깨달았으나... 나같은 존재가 세상에 둘도 없음도 함께 깨달았다!)

눈이 덮인 아주 높은 산에 홀로 서있는 공대벽의 모습. 뒷짐을 짚고 서서 발 아래 수도 없이 펼쳐진 산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세찬 바람이 불고. 물론 실제 장면이 아니고 공대벽의 마음을 상징하는 상상이다.

공대벽; <누가 나를 알아주겠는가? 누가 있어 나의 이 외로움을 짐작이나 하겠는가?> <천지를 더불어 봐도 나를 껴안고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이는 보이지 않는구나. 그 무엇이 나를 담고 나는 또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 산꼭 대기 위에서 세찬 바람을 맞으며 홀로 서서 한숨 짓는 공대벽

스산한 분위기에 휩쌓인 현실의 공대벽.

귀와 신, 용설약도 뭔가를 느끼고 숨을 죽인 채 공대벽의 뒷모습을 훔쳐본다.

공대벽; <세상은 모두 어둡고 오직 나 혼자만이 반딧불이가 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둠 속에 홀로 나는 반딧불이가....!> 아주 어두운 분위기. 공대벽의 몸에서만 흐릿한 빛이 나고

용설약; (얼음 송곳이 뼛속 깊은 곳에 찔러진 것같은 느낌...!) 추워서 몸을 움츠리는 용설약. 두 손으로 반대쪽 팔을 끌어안고 떤다.

용설약; (어째서 저 사람의 감정이 내것인 듯 느껴지는 걸까?)

그런 용설약을 유심히 보는 신.

공대벽; [소저!] 천천히 돌아서고

[!] 눈 부릅 용설약

공대벽; [나는 아직도 소저의 이름을 듣지 못했소!] 슈우! 돌아서는 공대벽을 따라 집 모든 사물이 한 바퀴 도는 것 같고

[!] 자신의 몸이 허공에서 도는 것같은 현기증을 느끼는 용설약

용설약; (... 안돼!) 콰득! 급히 양손으로 의자 손잡이를 움켜잡고

용설약; (주체할 수 없는 현기증...) (저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세상이 함께 도는 것만 같애!) 창백해져서 바들바들 떤다. 두 손으로 의자 손잡이를 움켜잡고

[!] 귀도 그제서야 흠칫하며 그런 용설약을 보고

; <! 저 계집... 아니 저 처자가 혹시...!> 흥분을 억누르며 텔레파시로 묻고

; <대공자와의 감응(感應) 정도가 특출하긴 하지만.... 아직은 확신하지 못하겠네!> 끄덕이고

그 사이에 돌아선 공대벽이 묵묵히 용설약을 바라보고 있다.

용설약; [저는... 저는....!] 가슴이 벌렁 거려 손으로 가슴을 누르며 헐떡이고

용설약; [설약(雪約).... 용설약(龍雪約)이에요!] 공대벽의 시선을 피하며 말하고

공대벽; [용소저!] [밤이 이미 깊었소.] 끄덕

공대벽; [이제 그만 돌아가도록 하시오.] 다시 돌아서고

용설약; [... 돌아가라구요?] 놀라 눈이 크게 떠지고

귀와 신도 깜짝 놀라고

공대벽; [아니, 너무 늦었으니 오늘 밤은 본장에서 지내고 아침에 떠나도록 하시오.] [! 그녀에게 머물 곳을 안내해주시오.] 아버지 공자무의 책상으로 가고

; [대공자!] 정색하고 + ; [소주!] 동시에 외치고

; [호랑이를 산으로 돌려보내는 격이외다!] [이 여자는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적입니다!] 회전의자에 앉는 공대벽에게 포권하며 외치고

; [노복의 생각도 귀와 같습니다. 아무쪼록 한 번 더 재고(再考)해 주십시오.] 역시 포권하고

; [이분 소저의 신분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곁눈질로 용설약을 보고

공대벽; [제 뜻대로 따르십시오.] 위엄있게 의자에 앉으며 말하고

[!] [!] 움찔하는 귀와 신. 이어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 함께 고개 숙이는 귀와 신

소리없이 안도하는 용설약. 그때

공대벽; [용소저!] 다시 부르고

용설약; [? !] 화들짝 놀라며 대답하고

공대벽; [돌아가면... 난릉왕에게 전하시오.] 강렬한 눈빛

공대벽; [언제고.... 그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황금전장의 첫째인 나 공대벽이 찾아가겠노라고!] 쿠오오! 공대벽의 모습이 시커멓게 변하며 두 눈에서 무시무시한 빛이 흘러나온다

용설약; (하악!) 사색이 되어 숨이 콱 막히는 용설약

귀와 신도 아연긴장하고

공대벽; [내 목숨보다 소중한 가족을 건드리고 흩어지게 한 데 대한 책임은 반드시 물을 것이오.] 쿠오오! 거대해지며 사방을 깜깜하게 만드는 공대벽의 모습

용설약; (... 안돼!) 까마득히 높아지는 공대벽의 거대한 모습을 올려다보며 숨이 조여지는 용설약. 마치 머리 위에서 높은 절벽이 허물어져내릴 것만 같은데 용설약 자신의 몸은 한없이 작아진다.

공대벽; [그에게... 난릉왕에게 아버지와 난 다르다는 말을 반드시 전하시오.] 사납게 외치고

[!] 얼굴이 하얗게 변하며 감전당하는 용설약

<도망치게 했지만 따라가서 죽이지는 않은 주군과 달리 반드시 목숨을 빼앗고 말겠다는...!> <소주께서 마침내 완전히 각성하셨다!> 흥분으로 숨이 멎는 귀와 신. 직후

다시 기절하여 의자에 기대며 야한 자세로 널부러지는 용설약

공대벽; [처소로 데리고 가시오!] 책상 위의 서류를 검토하기 시작하며

[!] [그리하겠습니다!] 대답하는 귀와 신

이어 양쪽에서 의자를 들어 의자 채로 조심스럽게 용설약을 밖으로 운반한다

<지나칠 정도로 민감한 반응....!> <거의 틀림없네!> 양쪽에서 의자를 마주 들고 나가며 서로 눈빛을 주고 받는 귀와 신

<이 소저가 유력한 미래의 주모(主母) 후보다!> 기절한 용설약의 예쁜 얼굴을 배경으로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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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원수함의 뒷부분. 이곳의 갑판은 중간보다 한단 정도 높다.

원수함 꽁무니 뒷쪽에 새집처럼 달려있는 술통.

턱! 술통의 모서리를 잡는 가녀린 손

권완; [으으으!] 신음하며 겨우 고개를 내밀고

권완; [여... 여기는 어디지?] [내... 내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걸까?] 아직 눈이 풀린 상태로 두리번거리고

안개 속을 흘러가는 원수함의 뒷부분

까마득한 아래쪽에서 일어나는 포말

권완; [머... 머리 속이 뒤죽박죽이야!] 머리가 아파서 손으로 머리를 쥐고

권완의 머리속에 떠오르는 여러 장면들. 청풍이 벽력탄을 터트리던 장명, 돌아보며 시가지로 달아나는 청풍과 독고사룡을 추적하던 자신의 모습. 모퉁이를 돌자 갑자기 나타나는 벽. 그 벽을 뚫고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 확 다가오는 거대한 술통. 술통 속으로 쳐박히는 자신의 모습. 술에 빠져 술을 들이키던 모습. 술통 밖으로 기어나오던 모습. 양조장 주인에게 멱살잡이를 하던 장면. 술통 속에 웅크리고 자던 모습. 청풍이 쪼그리고 앉아서 자신의 입 가에 묻은 토사물을 닦아주던 장면 등등

권완; [공청풍... 공청풍...!] 이를 악물고. 눈은 여전히 풀린 상태

권완; [그 원수가... 그 짐승이 근처에 있어!] 억지로 술통 밖으로 기어 나오고

권완; [다시 놓치기 전에.... 잡아죽여야해!] 이를 바득 갈며 술통 밖으로 몸을 빼고.

그러다가 술통을 벽에 박아놓은 곤오용봉채를 발견하고

권완; [무기가 필요했는데 잘 됐어!] 두 손으로 곤오용봉채를 확 잡아뽑고

덜컥! 곤오용봉채가 뽑히자 술통은 그대로 아래쪽으로 추락하는데. 권완의 몸은 허공에 떠있다.

첨벙! 까마득한 아래쪽의 물로 떨어지는 술통

번쩍! 번쩍! 갑판 위에서 경비 서던 무사들의 눈이 빛나고

물에 떠내려가는 술통.

권완; [내 인생을 무참히 짓밟은 인간! 복수 외에 내가 살아갈 목적은 없어!] 슈욱! 청풍을 떠올리며 위로 높이 날아올라간다.

경비 서던 무사들이 눈을 번쩍이며 돌아본다

배의 꼬리 부분. 한단 높은 곳으로 선녀처럼 하늘거리며 갑판으로 날아내리는 권완

<적이다!> <침입자다!> 일제히 권완 쪽으로 돌아서는 무사들

사락! 깃털처럼 갑판 위로 내려서는 권완

<쳐라!> <경보를 울려라!> 가까이 있던 무사들이 일사분란하게 무기를 휘둘러 권완을 공격해온다. 도끼와 창이 바람을 가르는 아주 강력하고 살벌한 공격이다. 하지만

권완은 계단을 내려오며 양손에 든 용봉채를 바깥에서 안으로 그으며 교차시키면서 앞으로 걸어가고. 순간

슈캉! 부악! 양쪽에서 달려들며 휘두르던 무기들이 급 가속하면서 권완이 아니라 서로를 공격해간다.

[헉!] [몸이 제멋대로 움직인다!] [위험해!] 자신들의 무기가 동료를 공격하자 기겁하는 무사들

카카캉! 좌우에서 열을 지어 돌진하던 무사들이 서로를 공격하고. 무기들이 일제히 충돌하며 불꽃을 피운다. 마치 자크가 채워지듯이 연쇄반응처럼 맞은 편의 서로를 공격하는 무사들의 무기

[큭!] [헉!] 충격 받아 반대 방향으로 퉁겨지거나 부상을 입고 나뒹구는 무사들

[조심하라! 요사한 술법을 쓴다!] [무형의 기운으로 사물을 조종하는 힘을 지녔다!] 무사들 경악하며 물러서려 하지만

퍼퍽! 퍽! 권완이 사쁜거리며 지나가는 좌우의 무사들은 날아든 섬광에 맞아 나뒹굴고. 권완이 용봉채로 공격을 했다.

아직 권완의 공격이 미치지 않는 곳의 무사들은 급히 물러서고

[철궁(鐵弓)으로 원거리에서 저격하라!] 무사 한 명이 외치고

슈욱! 무사들 대열 뒤편에서 일제히 날아오르는 십여명의 무사들. 그들은 무기가 활인데 사람 키만한 강궁에 세 대 씩의 긴 화살을 재워 권완을 겨누고 있다

[쏴라!] [낙혼철시(落魂鐵矢)는 철벽도 뚫는다!] 허공에 뜬 채 일제히 활을 쏘는 무사들

삼십여대의 화살이 미사일처럼 권완에게 날아간다. 하지만

권완이 용봉채를 좌우로 휘두르자

파파팟! 파팟! 용봉채가 가리키는 대로 옆으로 흘러가 바닥에 박히는 화살들

[낙....낙혼철시도 통하지 않다니...!]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계집이 아니다!] [총관님과 가주님들이 오셔야만 한다!] 뒤로 물러서는 무사들

권완; [공청풍! 공청풍은 어디 있나요?] 외치고

[공청풍?] 어리둥절하는 무사들

권완; [그를 데려와요! 나는 그에게 물어볼 말이 있어요!] 아름답고도 오싹한 표정으로 말하며 걸음을 옮긴다. 당혹하고 두려워하며 물러서는 무사들. 헌데

그 장면을 까마득한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인물이 있다

쿵! 허공에 뜬 거대한 군마. 갑옷을 입은 말인데 말 위에는 망토를 두른 가면을 쓴 인물이 서있다. <베르세르크>에서 <해골의 기사>같다. 틀린 점은 얼굴에 쓴 가면이 해골이 아니라 난릉왕이라는 점. 바로 난릉왕이 등장했다

허공에 뜬 말의 발아래 거대한 원수함

그 원수함의 갑판 후미에서 벌어지는 일이 작게 보이고

[....!] 무언가 생각하는 난릉왕

 

#76>

청풍;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다구요.] 서문숙과 마주 앉아서 신세 타령을 하고 있다. 서문숙은 침대에 앉아있고 청풍은 맨 바닥에 팔짱을 끼고 앉아있다.

청풍; [내가 뭐 해결사란 직업을 갖고 싶어서 가졌나요?] [아버지가 억지로 시킨 일인데 그나마 잘해도 욕먹고 성에 차지 않으면 혼나고....!] 분노에 치를 떨고.

서문숙; (황금전장이 용담호혈(龍潭虎穴)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고금제일인으로까지 불리는 절대마존 소의장의 마공까지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서문숙; (황금전장에 대해 다시 원점부터 탐색해봐야겠도다.)

청풍; [그래도 난 항상 공평했어요. 받은 게 있으면 반드시 그만큼 돌려줬으니까요.]

청풍; [내 양심을 저울에 올려놓고 재보거나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할 수 있어요.]

서문숙; (좀 경박하긴 해도 복이 많고 자질은 발군이다.)

서문숙; (이 나이에 벌써 절대마존의 무공을 익혀냈으니 잘만 가르치면 십년후에는 천하를 짊어질 동량이 되겠지!) 웃으면서 청풍의 넋두리를 듣고 있는 서문숙

청풍; [이번 일만 해도 정말 억울한 게....!] 말하는데. 삐이이! 갑자기 날카로운 경보음이 들린다. 흠칫하며 입을 다무는 청풍. 직후

[침입자다.] [적이 탑승했다!] 어디선가 다급한 외침이 들리고

쿵쿵쿵! 철컹! 철컹! 중무장을 한 무사들이 달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청풍; [노야! 밖에 뭔 사단이 난 모양인데요.]

서문숙; [그런 것 같구나.] 끄덕이며 일어나고. 청풍도 일어나고

서문숙; [아마도 이번엔 진짜 왕이 보낸 자거나 왕 본인이겠지.] 문간으로 간다. 엄숙한 표정

청풍; (왕...!) 놀라며 따라가고

청풍; (난릉왕이란 자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속을 알 수 없는 저 노친네까지 아연긴장하는 것일까?) 문을 열고 나가는 서문숙의 뒤를 따라 나간다

복도로 나서는 서문숙과 청풍.

두두두! 뒤에서 무장한 무사들이 십여명 달려오고.

청풍은 서문숙 뒤로 붙어서 따라가며 흘깃 뒤를 보고.

[원수님! 적이 침입했습니다.] [현재 갑판에서 아군과 교전 중이라고 합니다.] [적은 한 명입니다.] [대단한 고수로 총관께서 상대하기 위해 올라가셨다고 합니다.] 달려지나가며 보고하는 무사들. 멈추지 않고 지나친다.

고개 끄덕이며 걸음 옮기는 서문숙, 당당하여 방금 전까지의 늙은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청풍; (일사분란하네.) (진짜 군대와 다를 바가 없어!) 지나치는 무사들 보며 생각할 때

서문숙; [본 원수(元帥)가 올라갈 때까지 제장(諸將)들은 적을 그 자리에 억류만 시키고 교전을 삼가라!] 위엄있게 외치고

<교전을 삼가라!> <현 상황을 유지하라!> 연달아 명령을 전하는 소리가 들리고

그 사이에 계단에 이르는 서문숙과 청풍

<제가의 가주님들께서도 직접 참전하시길 청하십니다.> 어디선가 보고가 들어오고

서문숙; [적은 단 한 명이다. 또한 가주들 중 누군가를 노리는 자객일지도 모른다.]

서문숙; [제가의 가주들은 위치를 고수하고 움직이지 마라!] 위엄있게 명령하며 계단을 올라간다

<봉명!> <제가의 가주들께서는 현 위치에서 대기하시오!> 복창하는 소리

서문숙; [근처에 접근한 배가 있는지 보고하라!]

<진행방향 오리(五里)! 경신방(鯨神幇) 소속으로 보이는 상선(商船)이 느린 속도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문숙; [적의 후속이 타고 있을지도 모른다. 총관은 표적과의 교전준비를 갖추고 원수함의 지휘를 넘겨 받으라!]

<속하 양홍경! 원수님을 대신하여 본함을 지휘하겠습니다.> 복창하는 소리가 들리고

청풍; (군대 같은 게 아니라 진짜 군대다!) 놀라고

앞쪽에 갑판으로 나가는 문이 보이고 계단이 넓어졌다. 계단 좌우에 중무장한 무사들이 도영하고 있다.

청풍; (왕, 원수, 장군등의 직책도 그렇고.... 대체 이들의 정체는 뭘까?) 밝은 입구쪽으로 나가는 서문숙을 따라가며 좌우에 도열한 무사들을 보고

청풍; (황실의 군대는 아닌 게 분명한데... 누가 이들의 충성을 받는 걸까?) 생각하며 서문숙과 함께 갑판으로 올라선다.

청풍과 서문숙이 올라선 입구는 배의 중간쯤에 자리하고 있는 선실의 문이다. 갑판 아래에서 그 선실 문을 통해 갑판으로 나오게 되어 있다. 그들 앞쪽 드넓은 갑판 위에서는 백여명의 무사들이 진을 친 채 누군가를 막아선 모습.

서문숙이 나타나자 물살처럼 갈라지며 고개 숙이는 무사들.

서문숙; [적은?]

무사1; [저 계집입니다!] 나이 든 무사가 앞을 가리키고

청풍; (계집?) 놀라고

급히 서문숙 옆으로 고개를 내밀어 앞을 보고

쿵! 갑판 중앙에 표연히 서있는 권완. 두 손에 든 용봉채를 아래로 향하게 든 채 뭔가 생각하는 듯 고개를 약간 옆으로 숙이고 있다. 주변에는 혈도가 짚인 무사들 여럿이 쓰러져 있다. 좀 떨어진 곳에서는 무사들이 혈도가 짚인 동료들을 외곽으로 끌어내고 있고

청풍; (이... 이쁜이잖아!) 눈이 띠용.

그때 고개를 천천히 드는 권완

청풍; (이크!) 급히 서문숙 뒤에 숨고

청풍; (실수했다! 혈도라도 찍어둘 걸!) 서문숙 뒤에 숨어서 죽상을 하고. 그때

서문숙; <네가 말한 권씨세가의 여아냐?> 전음으로 묻고

청풍; <그 새 깨어날 줄은 몰랐어요. 소란 피워 죄송해요!>

서문숙; <괜잖다! 노부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 + [어린 처자를 상대로 이 무슨 소동이냐?]

움찔하는 무사들

서문숙; [모두 원 위치로 돌아가라!] 호통을 치며 앞으로 나가고.

군례를 취하고 사방으로 흩어져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무사들.

청풍은 급히 옆의 선실 그늘로 들어가 숨고

그 사이에 권완 앞으로 가는 서문숙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서문숙을 보는 권완

서문숙; [경계할 거 없다. 노부는 널 도와주고 싶다!]

권완; [절 도와주시려면 공청풍을 내놓으세요!] [그 짐승이 이 배에 타고 있다는 걸 알아요!]

서문숙; [듣는 이목이 많으니 자리를 옮기도록 하자.] 말하며 손을 내밀어 권완의 손목을 잡아가지만

권완; [물러서세요!] 용봉채를 교차하며 기합을 지르고

부악! 권완의 몸에서 강력한 소용돌이가 일어나서 서문숙에게 몰려가고

서문숙; [진정 하거라!] 손을 저어 그 소용돌이를 해소하려 하지만

텅! 가슴에 강력한 충격을 받는 서문숙

허공으로 둥실 떠밀려가는 서문숙.

<원수님을 밀어버리다니...! 내공으로는 천하최강인 분인데...!> 모든 무사들이 경악하고

화락! 하지만 깃털처럼 가볍게 내려서는 서문숙.

서문숙; (이건 무슨 무공인가?) (순식간에 노부의 몸속으로 저 아이의 기운이 흘러들어와 조종하려고 했다!) 놀랄 때

권완; [공청풍! 그자를 비호하는 자도 용서치 않겠어요!] 살벌하게 외치며 앞으로 발을 내딛고. 용봉체 하나로 서문숙을 겨누며. 하지만

쩡! 갑판에서 갑자기 빛으로 이루어진 덩굴들이 자라나서 권완의 몸을 휘감고 올라간다

권완; [흑!] 기겁하며 벗어나려 하지만

지지지! 단번에 권완의 몸을 위감는 빛으로 이루어진 덩굴.

청풍; (저건...!) 놀랄 때

권완; [술... 술법(術法)....!] 신음하며 휘청하고. 눈에서 빛이 사라진다

따당! 용봉채를 떨구며

바닥에 깃털처럼 힘없이 쓰러지는 권완

<그러면 그렇지!> <아무렴, 저런 풋내 나는 계집이 원수님의 상대가 될려고...!> 안도하는 무사들

청풍; (어떻게 한 거지? 무공을 쓰는 기척은 전혀 없었는데....!) 안도와 함께 당혹하며 숨어있던 곳에서 나오고. 서문숙에게 다가간다

서문숙; [너에 못지 않은 재원이로구나. 과연 권일해가 여식을 잘 뒀어!]

청풍; [이쁘기도 환장하게 이쁘죠!] 헤벌레

서문숙; [퍽이나 좋겠다! 그렇게 예쁜 처자가 죽이겠다고 쫓아다니는데....1] 쓴웃음 지으며 돌아서고

청풍; [헤헤! 쫓고 도망 다니다 보면 뭐 정이 들 날도 있겠죠!] 머리 긁적

서문숙; [방으로 데려오너라. 노부가 알아듣게 설득을 해보마!] 선실의 문으로 들어가려 하고

청풍; [그래주시면 은혜가 백골난망입죠!] 희희낙락하며 손을 부비면서 굽신거리는데

따각! 따각! 따각! 갑자기 어디선가 말발굽 소리가 들리고

[!] 선실로 들어가려던 서문숙의 눈이 부릅떠지고

청풍; [어! 여긴 강물 위인데 웬 말발굽소리?] 놀라 돌아보고. 그때

[노야!] 주변에서 긴장한 무사들이 외치며 선미 쪽을 본다

서문숙도 홱 고개 돌려 돌아본다.

쿵! 따각! 따각! 허공에서 말발굽소리를 내며 천천히 선미로 걸어내려오는 난릉왕과 거대한 군마. 난릉왕이 탄 말은 마치 허공에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내려오는 것 같고. 말발굽 소리도 군마의 발걸음을 따라서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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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안개 속. 강물 위를 두리번거리며 걸어가는 청풍.

촤르르! 추악! 하는 소리가 안개 저 안쪽에서 들린다.

청풍; (무슨 소리지?) 흠칫하며 소리 들린 쪽을 보고

청풍; (혹... 혹시 소문대로 이무기나 용이 나타난 걸까?) 침 꼴깍 삼키며 긴장하는데

쿠오! 갑자기 전명의 안개 속에서 거대한 벽같은 것이 나타난다

청풍; (배...?) 팟! 놀라면서 뒤로 물러서고

쿠쿠쿠! 안개를 가르며 나타나는 원수함의 거대한 모습. 마치 눈 앞으로 검은 절벽이 다가오는 것 같다. 수면에서 갑판까기 높이가 30미터 이상. 길이는 150미터 이상. 범선의 양쪽 하단에서는 백여개의 긴 노들이 뻗어나와 지네의 발처럼 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청풍; (뭐... 뭐야 이 배는?) 입이 쩍

쿠쿠쿠! 놀라는 청풍의 앞쪽을 마치 우주전함처럼 지나가는 원수함. 배 위 난간에 일정한 간격으로 중무장한 무사들이 서있는 게 보인다. 하지만 무사들은 하늘만 경계하고 있어서 안개가 낀 강물 위에 서있는 청풍을 발견하지 못한다.

청풍; (이토록 거대한 배가 존재했다니... 배가 아니라 차라리 물 위에 떠다니는 성이로구나!) 까마득히 높은 배 위를 올려다보며 얼이 빠져있고.

갑판 위에 서서 경계하는 무사들의 상반신 일부만 보이고

청풍; (클 뿐만 아니라 전체가 삼엄한 살기에 뒤덮여있다. 이건 단순한 상선이 아니다!) 눈 빛내고

쿠쿠쿠! 그 사이에 배의 거대한 모습이 안개를 가르며 지나가고. 그와함께 주변에 서려있던 안개도 갈갈이 찢겨져서 흩어지고

안개가 흩어지며 밝은 보름달과 별이 나타난다. 양쪽으로 멀리 거뭇한 강의 양쪽의 뚝이 보이고

청풍; (너무 거대한 배가 가르고 지나가는 바람에 안개가 흩어졌다!)

청풍; (아니, 저 배가 안개를 뿌리고 다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배 위에 나란히 설치되어 안개를 뿌리는 제무기를 보고

쿠쿠쿠! 그 사이에 완전히 청풍의 앞을 지나치는 원수함

청풍; (마치 다른 세상에서 튀어나온 듯한 배같다!) (궁금한데 그냥 보낼 수는 없지!) 팟! 술통을 짊어진 채 날아오르고

배의 꽁무니 쪽으로 날아오르며 술통을 짊어진 소매에서 곤오용봉채를 뽑고

콱! 허공에 뜬 채 술통을 바로 세워서 술통 안쪽을 곤오용봉채로 궤뚫어 선체에 박는다.

선체에 박혀 고정되는 술통

푹! 술통에 매달린 채 또 하나의 곤오용봉채도 뽑아서 술통 안쪽을 뚥고 벽에 박아 단단히 고정시킨다. 술통은 마치 새집처럼 원수함의 꽁무니에 박힌다.

술통 위로 올라서는 청풍

들여다보니 술통 속에서는 여전히 권완이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다.

청풍; (우리 이쁜이는 여전히 꿈나라를 헤매고 있군!) 흡족한 표정

이어 돌아본다

안개 속을 떠가는 배의 꽁무니. 좌우로 안개가 요동치며 흐른다

청풍; (마치 구름을 타고 가는 것같네!) 감탄하고. 그때

꼬르륵! 배에서 소리가 난다

청풍; (아우! 배 고파라!) 한손으로 배를 움켜잡고 오만상

청풍; (그러고 보니 지난 이틀 동안 변변한 식사도 못했잖아!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은 것도 무리가 아니야!) 한숨

청풍; (이쁜이가 잠든 사이에 살짝 염탐 좀 해보자!) 입맛 다시고

청풍; (운 좋으면 먹을 걸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몰라!) 선체의 벽을 원숭이처럼 기어 올라가고

조심스럽게 고개 내밀고 갑판 위를 살핀다.

조각처럼 미동도 않고 있는 무사들.

청풍; (군기들이 제대로 들어있군!) 감탄하고.

청풍; (그래 봤자 내 그림자도 못 볼 거다!) 슈욱! 생사일보를 펼쳐서 흐릿하게 변하고

슈악! 갑판 위로 흘러가고.

갑판의 좁게 난 틈으로 스며들어가는 청풍. 아무도 눈치를 못 챈다

 

#74>

원수함 내부의 복도. 무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는 서문숙의 방 근처.

슈욱! 천장을 통해 그 복도 한쪽에 나타나는 청풍.

청풍; (이 근처에서 뭔가 달콤한 냄새가 났는데....!) 두리번

그러다가 기겁. 멀지 않은 곳에 무장한 무사들이 서있다. 불과 3-4미터 거리다.

청풍; (이크야!) 슈욱! 다시 얇게 변해서 벽에 난 틈으로 들어간다.

흠칫하며 청풍이 있던 곳을 돌아보는 무사 1

무사2; <왜 그러나?> 전음으로 묻고

무사1; <뭔가 있었던 것 같은데....!> 갸웃

슈욱! 어둑한 서문숙의 방 내부로 나타나는 청풍. 방구석에 놓인 침대에 서문숙이 누워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한다.

청풍; (에효! 숨도 쉬지 않고 있어서 경비를 서고 있는 줄도 몰랐잖아!) 놀란 가슴 쓸어내리고

청풍; (혹시 들킨 건 아니겠지?) 귀를 벽에 대고 바깥의 동정을 살핀다. 바로 그때

[넌 누구냐?] 갑자기 청풍의 귀에 들리는 음성. 서문숙이다.

청풍; (으헉!) 기겁하며 돌아볼 때

콱! 벽을 뚫고 들어오는 검. 하마터면 청풍의 얼굴을 찌를 뻔 했다. 기겁하는 청풍

복도에서 무사1이 검을 벽에 찔러넣고 있다.

무사2; <원수님! 무사하십니까?> 검을 뽑을 자세로 문을 노려보며 전음을 보내고. 그때

서문숙; [염려할 것 없다. 잠시 물러들 가 있거라!] 누운 채 말하고

서로를 돌아보는 무사들

무사2가 고개 끄덕이며 검에서 손을 떼고

무사1도 벽에 박았던 검을 뽑고

[존명!] [분부 받들겠습니다!] 문에 대고 포권하는 무사들

이어 복도의 다른 쪽으로 간다

청풍; (젠... 젠장! 하필이면 숨은 게 사람이 있는 방일 건 뭐람!) 죽상하며 침대 쪽을 돌아보고

서문숙; [쯧쯧! 노부가 아직 숨을 쉬고 있는지 보러 온 것이냐?] 여전히 침대에 누운 채 웃으며 말하고

청풍; (꾸밈이 없는 태연함... 평범한 노인이 아니군!) + [저... 노야가 이 배의 주인이신가요?] 경계하며 묻고

서문숙; [주인은 아니지만 주인인 척하고는 있지.] [그래 왕(王)께선 안녕하신가?]

청풍; [한 번 물었더니 두 번이나 되물어야 할 대답을 하시는군요.] 어리둥절

청풍; [주인이나 마찬가지란 건 무슨 뜻이죠? 또 왕이란 건 누굴 말하는 건가요?]

서문숙; [허허허! 왕께서 교육을 철저히 시켜서 보냈구나!] 웃으며 느릿하게 몸을 일으킨다.

서문숙; [늙은이를 속일 생각 따위는....!] 말하다가 흠칫하며 청풍을 보고

서문숙; [아니군!] 혀를 차고

꼬르륵! 동시에 청풍의 뱃속에서 소리가 나고

서문숙; [넌 누구냐?] + 청풍; [밥 좀 있어요?] 동시에 말하고

서문숙; [밥?] 어이없는 듯 실소.

청풍; [사실은 배가 고파서 뭐 좀 얻어먹을까 해서 들른 거거든요.] 멋쩍게 머리 긁적

서문숙; [지금 당장 줄 수 있는 밥은 없구나.] 침대 옆의 탁자로 손을 뻗고. 탁자에는 과자가 수북하게 들어있는 접시가 있다

서문숙; [대신 과자가 조금 있는데 이거라도 먹겠느냐?] 접시를 내밀고

청풍; [감지덕지죠!] 급히 다가가 접시를 받고

서문숙; [차도 있으니 함께 먹거라!] 앉은뱅이 책상을 고개짓 하고. 글 쓰던 그 책상에는 차주전자와 잣잔이 있다.

청풍; [잘 먹겠습니다!] 주저앉아서 허겁지겁 과자를 먹는다

볼이 미어 터지게 집어넣는 청풍을 인자한 표정으로 보는 서문숙. 그때

[컥!] 눈이 튀어나오려는 청풍

컥컥! 과자를 너무 많이 집어넣어서 목이 메이는 청풍. 눈물 찔끔하며 가슴을 주먹으로 두드리고

청풍; [물... 물...!] 엉금 엉금 기어서 앉은뱅이 책상으로 가고

이어 주전자를 들어 입에 들이붙는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웃는 서문숙

청풍; [아후! 배고파 죽을 뻔했다가 목이 메어 죽을 뻔 했네!] 주전자 내려놓으며 소매로 입 닦고 헥헥

청풍; [그래도 정말 맛있네요 이 과자!] 다시 과자를 집어들고

청풍; [엄청 단 게 꿀맛이 따로 없어요!] 과자를 입에 넣으려는데

서문숙; [팔십년 넘게 살았지만 너처럼 독(毒)을 좋아하는 아이는 또 처음 보는구나.] 아무렇지 않게 웃고

청풍; [독이라구요?] 과자를 입에 넣으려다가 눈이 띠용하고

청풍; [정말 이 과자에 독이 들어있어요?] 겁에 질려 달달 떨고

서문숙; [어디 과자뿐이겠느냐?] [네가 들이킨 찻물에도 내장을 녹이고 뼈를 삭이는 극독이 들어있다!] 웃으며 탁자에서 효자손을 집어들고

청풍; [으헥!] 과자를 떨구며 울상. 물러앉고

서문숙; [하여간 왕께서 이번엔 신경을 아주 많이 쓰셨구나.] [다 죽어가는 늙은이를 죽여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 그리 집착하시는지 원...!] 효자 손으로 등을 긁고

청풍; [해독약! 해독약 좀 주세요 네?] [전 아직 장가도 못 갔다구요!] 무릎 꿇고 불쌍한 표정으로 애원하며 두 손을 내밀고

서문숙; [쯧쯧! 노부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이 네 사명인 것이냐? 하는 짓이 어찌 그리 모자라느냐?] 혀를 차는데

청풍; [전 아무것도 몰라요! 왕이 누군지도 모른다구요! 제발 해독약이나 주세요!] 눈물 콧물 흘리며 애원하지만

서문숙; [해독약은 없다. 포기하고 죽을 때나 기다려라!]

청풍; [말도 안돼요!] 벌러덩 드러눕고

청풍; [난 그냥 배가 고팠던 것뿐이라구요!] 바닥에 누워 발버둥 치며 억울해하고

서문숙; [한동안 소식이 없길래 왕께서도 마음이 좀 변하셨는가 했더니만....] [쯧쯧! 아까운 녀석 하나만 핏물로 변하는군.] 태연히 등을 긁고

서문숙; [난릉의 술을 이만큼 배우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청풍; [노인장은 지금 실수하고 있어요. 난 왕인지 뭔지 아무것도 모른다구요.] [내가 아는 왕은 만두가게 왕씨밖에 없어요.] 바닥에 누워 곧 죽어가는 표정으로 징징

서문숙; [몸이 녹기 시작하면 모르는 것도 알게 될 게다.]

청풍; [다 죽어서 아는 게 무슨 소용이에요?]

청풍; [그런데 내 몸은 언제 녹죠?]

서문숙; [시간이 지나면 속에서부터 녹기 시작할 게다. 내장이 녹아내리며 피와 함께 칠공으로 흘러나오겠지.] 등 긁는 걸 멈추고

청풍; [으으으!] 겁에 질리고

서문숙; [그래도 금방은 죽지 않는다. 심장도 조금, 위장도, 신장도, 비장도 간도 조금씩 녹기 때문이다.] 효자손을 탁자에 다시 던져놓고

청풍; [정말 비겁하군요.] [남자라면 정정당당하게 대결을 해야지 독으로 사람을 해치는게 부끄럽지도 않나요!]

서문숙; [너는 젊었고 노부는 늙었는데 무엇이 정당하단 말이냐?] [노부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너는 산 날이 얼마 되지 않는데 뭣인들 공평하겠느냐?]

청풍; [무고한 사람을 해쳤으니 노인장도 머잖아 지옥으로 가게 될 거예요.] [흥! 살 날도 얼마 안 남은 사람이 선행은 고사하고 독살이라니.......]

서문숙; [너는 이 배에 몰래 오른 것만으로도 죽을 죄를 범했다.]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죽는 것은 매 한 가진데 무슨 상관이 있느냐?]

청풍; [그럼 늙어죽게 해줘요. 어떻게 죽든 마찬가지라면요.]

서문숙; [그렇게 해줄 생각이니까 그만 일어나라. 교활한 녀석아!] 웃고

청풍; [어! 내가 중독되지 않은 걸 어떻게 알았어요?]

서문숙; [고양이 과자를 먹고 중독되는 놈이 어디 있단 말이냐?] [할 얘기가 있으니 어여 일어나거라!]

청풍; [헤에~!] 바보같이 웃으며 일어나 앉고.

서문숙; [왕이 보낸 녀석은 확실히 아니구나.] [노부의 수단에 걸린 줄 알았다면 왕이 보낸 녀석이 아니라 왕 본인이라도 어쩔 수 없었을 텐데.....] 청풍의 아래 위를 보고

청풍; [제가 방금 먹은 게 고양이가 먹는 과자였어요?] 떨떠름한 표정

서문숙; [늙은이가 무슨 재주로 단 것을 먹으면서 이빨이 성하길 바라겠느냐?]

서문숙; [비록 고양이 과자지만 재료는 최고급이니 사람이 먹어도 된다.]

청풍; [그럼 남은 건 좀 가져가도 될까요?] 접시를 흘깃

서문숙; [대범한 건지 멍청한 건지 원.... 넌 정말 이상한 녀석이구나.] 한숨

서문숙; [헌데 난릉의 술은 어떻게 배웠느냐? 왕이 아닌 또 다른 난릉의 일맥(一脈)이 있었느냐?]

청풍; [자꾸 난릉, 난릉하시는데..... 난릉의 술이 뭐죠?]

서문숙; [네 녀석이 벽을 뚫고 들어온 그 술법 말이다.]

청풍; [아! 그거!] 피식

청풍; [그냥 무공인데요? 난릉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서문숙; [무공이라고?] 눈 번쩍

청풍; [참 노인장도... 무공이 아니고 뭐겠어요?] [내가 도술을 배운 것도 아닌데 무공 말고 뭘 할 수 있겠어요.]

서문숙; [노부는 그런 무공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더구나 그런 고심한 무공을 네 일천한 공력으로 어떻게 펼칠 수 있다는 것이냐?]

청풍; [내 공력이 얕다는 걸 알아차렸군요.] 멋쩍게

청풍; [사실 전 진득하게 앉아 있는 성미가 되질 못해서 내공을 쌓을 틈도 없었어요.]

서문숙; [그렇다 치고... 그 무공의 이름이 무엇이냐?] [노부는 세상에 그런 무공이 있다는 걸 믿을 수가 없구나.]

청풍; [남의 무공내력을 그냥 물어봐도 되는 겁니까?] 시큰둥

서문숙; [어린 녀석이 죽이지 않고 살려뒀더니만.....!] [좋다! 네가 그 무공의 이름을 말해준다면 선물을 하나 주마.]

청풍; [선물? 무슨 선물인데요?] 눈 반짝

서문숙; [내 고양이를 주마.]

청풍; [기르던 고양이를 주겠다구요? 하하하!] 어이없어 웃고

서문숙; [고양이라고 얕보지 마라. 사람보다 난 면이 한 두가지가 아닌 영물이다.]

청풍; [뭐 맨입으로 알려달라는 것보다는 낫군요. 좋아요 알려드리죠!] 입맛 다시고

청풍; [제가 아까 펼친 무공은 생사일보(生死一步)라는 겁니다.] [됐죠? 고양이 어디 있어요?] 내놓으라고 손을 내밀고

서문숙; [생사일보?] 갸웃

서문숙; [어디선가 들어본 것도 같은 이름인데... 노부에게 한 번 보여줄 수 있겠느냐?]

청풍; [시범까지 보여 달라구요?] 어이없고

서문숙; [한 번만 보여주면.......]

청풍; [또 뭘 줄 건데요?]

서문숙; [노부의 제자로 삼아주마!]

청풍; [하아!] 어이없고

서문숙; [얕보지 마라! 이래 뵈도 제자 삼아달라는 것들이 수백, 아니 수천은 된다!]

청풍; [됐어요! 그렇잖아도 사부가 열둘이나 있어서 골치 아픈 신세라구요.]

서문숙; [사부가 열둘이나 된다고?] 놀라고

청풍; [뭐 공짜로 과자를 얻어먹었으니 생사일보를 한번 보여줄게요!] 일어나고

서문숙; [네 녀석도 독한 성격은 못되는구나!]

청풍; [그럼 잘 봐요. 천천히 보여줄 테니까.] 걸음을 옮기고. 순간

슈욱! 청풍의 몸이 종이처럼 얇게 펴져서 방의 반대편으로 옮겨간다

[!] 순간 서문숙이 눈을 부릅 떠지고.

슈욱! 방의 반대편으로 나타나는 청풍

서문숙; [이.... 이건...!] 경악하고

청풍; [잘 못 봤어요? 기왕 선심 쓴 거 한 번 더 보여드리죠!] 슈악! 다시 움직이고

앉은뱅이 책상과 그 위에 놓인 주전자를 스치고 지나가고

슈악! 다시 원래 자리로 나타나는 청풍

쩍! 퍼억! 직후 앉은뱅이 책상과 그 위에 얹혀져 있던 차주전자가 매끈하게 잘려서 무너진다

서문숙; [대단하구나!] 벌떡! 자기도 모르게 놀라서 일어나는 서문숙

청풍; [이게 생사일보예요. 보법이면서 동시에 천하무적의 공격수단이기도 하죠!] 으스대는데

서문숙; [이 녀석!] 두 손으로 청풍의 어깨를 움켜잡는다

청풍; (피할 수가 없었다!) 경악하는데

서문숙; [절대마존(絶代魔尊) 소의장(蘇義藏의 무공이 당대에 나타나다니...!] [하늘이... 하늘이 세상을 위해 너를 노부에게 보냈구나!]

서문숙; [하늘에 뜻이 있어 너를 내게로 보냈어!] 으하하하하! 흥분하여 웃어 제끼고

청풍; (이 영감이 실성했나?) 어이없고

<하늘이 보내긴 누굴 보내?> 청풍의 어깨를 잡고 웃어대는 서문숙의 모습 배경으로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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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짙은 안개 속에 떠있는 원수함. 너무 거대하여 마치 항공모함 같다. 돛은 펼치지 않았다

갑판에는 여전히 갑옷을 입고 무장한 무사들이 석상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서서 사방을 감시하고 있고. 배의 뒤쪽이 약간 높다.

긴 복도. 등불만 걸려있고 사람은 안보이는데

 

필마행장석(匹馬行將夕) - 필마로 가는 길 저물어 가건만

정도거전난(征途去轉難) - 길은 갈수록 험하기만 하구나

 

어디선가 누군가 호탕하게 부르는 노래 소리가 들리고

어느 방에서 권일해가 앉아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술이 거나하게 취한 모습

 

부지변지별(不知邊地別) - 변방이라 다른 것은 모르겠으나

기아객의단(祇訝客衣單) - 다만 홑옷을 입은 것이 우습도다

계냉천성고(溪冷川聲苦) - 흐르는 시냇물은 차갑기만 한데

산공목엽건(山空木葉乾) - 나뭇잎 떨어진 산은 텅 비어있구나

막언관색극(莫言關塞極) - 관샛길 다 왔다고 말을 말아라

우설상만만(雨雪尙漫漫) - 눈 속에 묻힌 길 아직 까마득하도다

-고적(高適)의 사청이군입거용(使淸夷君入居庸)

 

손가락으로 허리에 찬 긴 칼을 두드리며 박자를 맞추는 권일해. 탁자 위에는 빈 술병들이 뒹굴고 있고. 탁자 옆에는 권일해의 제자 한검호가 안절부절 못하며 시립해 있다.

노래를 마치고 다시 술병을 들어 병나발을 부는 권일해

한검호; [사... 사부님! 밤이 이미 늦었습니다.] 바깥의 눈치를 보고

한검호; [그만 취침하셔야 내일 아침 회의에 차질이 없을 것입니다.]

권일해; [다만 홑옷을 입은 것이 우습고 눈 속에 묻힌 길은 까마득하기만 하구나.] 신경쓰니 않고 다시 노랫 귀절을 중얼거리는 권일해

한검호; [다른 세가의 가주들이 사부님을 곱지 않게 보십니다.] [지금 이러시면 내일은 더 힘들어질 것입니다.] 애원

권일해; [으하하하하하] 앙천광소를 터뜨리고.

선실이 터져나갈 듯 웃음소리가 메아리치고. 한검호가 귀를 막으며 고통스러워한다.

권일해; [밖을 막아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엿듣는 도적은 안쪽의 벽마다 다 붙어있는 것을! 으하하하하하!]

한검호; [사부님!] 애원하고

권일해 웃음을 뚝 그치더니

권일해; [주방에 가서 술이나 더 가져오너라. 오늘은 취해서 세상을 잊어버리고 싶다.]

한검호; [이미 술이 과하셨는데...!]

권일해; [어서!] 다시 병나발을 불고

한검호; [예...!] 거역하지 못하고 한숨

문쪽으로 가는 한검호

권일해; [황보 그놈은 겁쟁이야! 복성세가에서 인물이라면 사마 밖에 없지.] [그렇고 말고...!] 문을 여는 한검호 뒤쪽에서 술 마시며 혼자 말 하는 권일해

한검호; (사부님!) 한숨 쉬며 복도로 나선다. 선실 밖의 복도에는 여전히 아무도 없고

한검호; (여기는 전쟁터다! 가장 살벌하고 흉험한 전쟁터!) 문을 닫고

한검호; (부드러운 말속에 담겨진 촌철살인(寸鐵殺人)들...) (스치는 눈길 하나에도 번갯불이 번득이고 탁자를 건드리는 작은 소리도 벽력이 될 수 있다.) 아홉 가주들이 원수인 서문숙 앞에 앉아서 치열하게 설전을 벌이던 장면을 떠올린다

<찻잔을 한 치 밀어놓고 한 치 당기는 것으로 기세가 달라졌었다. 가벼운 침묵 속에서도 피가 흘렀고 내장이 불탔었다.> 아홉 가주들이 눈이 백열된 채 서로를 말로 공박하는 장면

한검호; (십 년 전 대사형이 사부님을 수행했다 돌아온 후, 두 달 동안이나 피를 토하며 운신을 하지 못했었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한숨 쉬며 복도를 걸어가고

한검호; (십대세가의 가주들이 모두 모이는 제가회의(諸家會議)는 지켜보는 사람조차 내상을 입힐 정도로 흉험하다.)

한검호; (하물며 직접 회의에 참석하여 다른 가주들과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신 사부는 과연 어떤 상태일지 짐작할 수도 없구나!)

한검호;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질지 모르는 격전.... 그저 두렵고 막막하기만 하다.)

한검호;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원수함을 빠져나가 세가로 돌아고 싶을 뿐이다.) 삼거리인 복도 끝으로 가고. 헌데

[!] 갑자기 오싹 소름이 돋는 한검호

한검호; (뭐... 뭐지? 이 오싹한 한기는?) 몸을 움츠리며 멈춰선다. 직후

쿵! 막다른 곳인 복도에 거대한 호랑이 앞 부분의 그림자가 나타난다. 어마어마하게 커서 마치 집채만한 호랑이의 형상. 그림자가 천장에까지 이른다

한검호; (호... 호랑이?) 경악하며 급히 허리에 찬 칼에 손을 대고

한검호; (원수함 속에 어떻게 맹수가 돌아다닌단 말인가?) 뒷걸음질 치는데

슥! 모퉁이를 빠져나오는 호랑이의 앞발. 헌데

[!] 그 직후 눈 부릅 한검호

슥!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건 큼직한 고양이다. 대충 진돗개만한, 고양이 치고는 상당히 큰 고양이인데 온몸에 호랑이 같은 얼룩무늬가 새겨져 있다. 호랑이를 축소시켜놓은 듯한 모습의 고양이다

한검호; [뭐야? 고양이였잖아?] 안도하며 칼에서 손을 떼고

한검호; [휴우! 십년감수했군!] 이마의 땀을 닦고

소리없이 다가오는 고양이

한검호; [깜짝 놀랐잖냐 야옹아!] 한 무릎 꿇고

한검호; [소리 좀 내고 다녀라. 불빛에 비친 그림자 때문에 호랑이로 착각했다!] 쓰다듬으려 하지만

슥! 한검호의 손을 자연스럽게 피해서 지나치는 고양이. 여전히 소리를 내지 않는다. 머쓱해지는 한검호

한검호; [거 참 붙임성 없는 녀석이로구만!] 쓴웃음 지으며 일어서고

한검호; (서문원수께서 기르시는 고양이인가?) 생각하며 다시 걸음 옮기려 하고

[!] 오싹! 직후 온몸에 소름이 돋는 한검호. 등 뒤로 거대한 야수의 그림자가 떠오른다

홱 돌아보는 한검호

돌아보며 걸어가고 있는 고양이

비틀 물러서면서 자기도 모르게 칼에 다시 손을 가져가는 한검호. 하지만

다시 앞을 보며 소리없이 걸어가는 고양이

비틀하며 벽에 기대는 한검호.

그 사이에 맞은편의 골목으로 사라지는 고양이

한검호; (뭐... 뭐지 저 고양이는?)

한검호; (사나운 호랑이가 등 뒤에 서있는 기분이었다!)

 

#71>

강물 위에 깔린 짙은 안개.

찰박! 찰박! 그 속을 걸어오는 청풍. 한쪽 어깨에는 술통을 짊어졌고

술통 속에는 권완이 잠들어 있다.

청풍; [젠장! 길을 잃었잖아!] 물 위를 평지처럼 걸으며 궁시렁. 비온 후 아스팔트 위를 걷듯이 청풍의 발이 지나가는 곳에는 발자욱이 생기고 물살이 튄다.

청풍; [안개가 너무 짙어 방향을 종잡을 수 없어!] [이래서는 배로 돌아가는 건 고사하고 강변으로 나가는 것도 쉽지 않겠어!] 청풍의 주위로는 안개가 물살처럼 갈라진다.

징! 징! 손가락에 낀 반지들 중 벽수환이 빛을 발하고

청풍; (벽수환이 물기를 밀어내주는 덕분에 안개도 접근을 못하기는 하는데...!) 자기 주위로 가는 실처럼 흘러가는 물 기운들을 보고

청풍; (방향을 바꾸다가는 밤새 한 곳만 뺑뺑 돌 수도 있다.) (지금은 일직선으로 걸어갈 수 밖에 없다!)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고

 

#72>

다시 원수함.

부도신궁; [원수님께 아룁니다.] [예상했던 대로 권씨세가는 힘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전히 갑옷을 입은 부도신궁 양홍경이 한쪽 무릎을 꿇고 진짜 장군처럼 예를 갖추며 보고한다. 투구는 벗어서 옆구리에 끼었고. 한 팔을 가슴에 댄 자세.

이곳은 서문숙의 집무실. 책장과 책이 많아서 서재같은 분위기. 서문숙은 앉은뱅이 책상 앞에 책상다리 하고 앉아서 펼쳐진 빈 공책에 무언가를 쓰고 있다. 책상 위에는 차주전자와 찻잔도 있고. 서문숙 뒤쪽에는 침대가 하나 놓여있고

부도신궁; [권가주와 이야기를 했던 다른 가주들도 모두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고개를 들고 팔은 내린다

서문숙; [숨기고 있는 힘이라...!] 붓을 멈추고 천장을 본다

서문숙; [권씨세가에 그만한 여력이 있었던가?]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부도신궁; [황금전장에서 거금을 빌려 썼다는 보고입니다만....] 서문숙의 안색을 살피며

서문숙; [황금이 만들 수 있는 힘은 한계가 있다. 힘이 만들 수 있는 황금도 한계가 있고....!] 붓을 들지 않은 손으로 탁자를 두드리고

서문숙; [헌데... 권일해의 무공은 확실히 발전했더군! 이제는 노부와도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을 정도야.]

부도신궁; [그가 비록 강해졌다 해도 아직 원수님과 견줄 정도는 아닙니다.]

서문숙; [이십 년 전만 해도 권일해는 우직하고 힘만 센 젊은이었다,] [재능이 특출난 것도 아니어서 무공이 크게 발전할만한 인재는 못 됐어.] 다시 붓을 먹물에 묻히고

서문숙; [당시의 능력에서 이 할 또는 삼 할이 발전의 한계라고 생각했거늘....] [십 년 전에는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더군. 괄목할 만했지.] 빈 책에 글을 또 쓰기 시작한다

서문숙; [노부는 권일해가 뼈를 깎는 노력을 했구나 싶었지만 그게 다였다. 한계에 달한 것으로 보였단 말이네.]

묵묵히 듣는 부도신궁

서문숙; [하지만 이번에는 또 달라졌어. 다듬어졌고 자유자재의 경지에 들어선 것 같더구먼.]

서문숙; [바다처럼 넓어졌지. 잔잔하지만 그 속에 강대한 힘을 숨기고 있어.]

말없이 듣고 있는 부도신궁

서문숙; [권씨세가.... 권일해...!] 붓으로 몇 자를 더 쓰더니

서문숙; [닻을 올리게! 이동해야 할 시간이다.] 붓을 놓고

급히 고개 숙이는 부도신궁.

이어 일어나서 한쪽으로 간다. 그곳에 나팔같이 생긴 전음통이 있다. 배에서 음성 신호를 다른 곳으로 전하는 전음통.

전음통의 뚜껑을 열어젖히고 소매에서 뿔로 된 한 뼘 가량의 호각을 꺼내는 부도신궁

삐이! 호각을 물고 전음통에다 세차게 부는 부도신궁

 

뿌우! 부도신궁이 분 호각 소리가 배 안에 퍼져나간다.

배의 기관실에서 긴장하는 승무원들.

갑판의 무사들도 눈 빛내고

기관실에서 이런 저런 기관장치들을 가동하는 승무원들

끄릭! 끄릭! 기관이 움직이는 소리들이 여기저기 들리기 시작한다.

끽! 끽! 옆으로 누워있는 거대한 수레바퀴를 돌리는 무사들.

그그긍!원수함 선수 좌우에 내려져있던 거대한 쇠사슬이 기관에 의해 끌어올려지고.

촤아! 물속에서 끌어올려지는 집채만한 무쇠 닻.

철컹! 철컹! 이어 원수함의 아래쪽에서 수많은 창이 생기더니

그곳에서 긴 노가 빠져나온다. 한 쪽에 백여개. 그 때문에 마치 지네발처럼 보이고

배안에 나란히 앉아서 노를 젓는 무사들. 석가래같은 노 하나를 다섯명이 경사진 의자에 나란히 앉아서 함께 젓는다.

촤아! 촥! 거대한 노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거대한 배는 안개 속에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다시 서문숙의 집무실

서문숙; [괄목상대...] [십 년 후에는 권일해가 어떻게 변해있을지 짐작하기 어렵군.]

서문숙; [그의 소원대로 권씨세가가 천하제일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 글을 쓰며 혼잣말로 중얼

부도신궁; [하오나... 권가주는 제왕의 후사(後嗣:대를 잇는 자식)가 이어져 내려오고 있음을 믿지 않는 자입니다.] 전음통 옆에 두 손을 앞으로 모르고 시립한 채

서문숙; [잘 되었지 않은가?] 웃고

서문숙; [그런 그가 천하에 명성을 떨치고 우뚝 선다면 다른 자들이 선뜻 움직이지 못할 게야. 십대세가의 저력을 달리 보게 될 테니까.]

부도신궁; [다른 자들이라 하오시면......] 눈 번쩍

서문숙; [물론 사왕(四王)들이지.]

부도신궁; <사왕!> 긴장하여 얼굴이 굳어지고

서문숙; [사왕의 야심은 너무 커!] [그들을 자제시키기 위해서라도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어!] 책을 덮는다

帝王世紀라는 큰 글이 보이고 그 아래로 第二十二代 元帥 西門叔 書라는 작은 글

서문숙; [권일해가 대단해진 이유가 있을 게야. 그 이유를 찾아봐.]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고

서문숙; [그리고... 권일해가 모르게 도와주도록 해.] 침대로 비틀 비틀 걸어간다. 전형적인 늙은이다

서문숙; [힘도 능력도 없는 것들이 딴지를 거는 꼴은 보기가 싫으니....] 침대에 눕는다.

부도신궁; [분부 거행하겠습니다 원수님!] 포권하고

서문숙; [딸이 아무리 재녀라 해도 아비를 대단하게 만들지는 못하지. 대단하게 보일 수는 있어도...!] 혼자 말로 중얼거리며 이불을 끌어올려 몸을 덮는다. 눈을 감고

고개 숙여 보이는 부도신궁

문 쪽으로 돌아서는 부도신궁

부도신궁; (원수께서도 많이 늙으셨다!) 소리없이 한숨 쉬며 문을 열고 나간다. 문 밖에는 갑옷으로 중무장한 무사들이 지키고 있고

부도신궁; (어느덧 다음 대 원수를 생각하실 때가 된 것인가?) 문을 닫는다

고개 숙여 인사하는 무사들

부도신궁; [바다로 간다! 전 승무원에게 알려라!]

[존명!] 대답하는 무사들

[바다로 간다!] [반복한다! 바다로 간다!] 전음통을 열고 외치는 무사 한 명.

<바다로 간다! 바다로 간다!> 멀리서 복창하는 소리가 서문숙에게도 들리고. 어둑한 방안에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서문숙

서문숙; (거룩하신 제왕의 미천한 종 서문숙...) (영원히 눈을 감기 전에 제왕의 존안을 뵈올 수 있을 런지...!) 한숨 쉬는 서문숙의 눈 가로 눈물이 흐른다.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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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다시 황금전장

용설약; [공가의 대공자님이시겠죠? 반가워요!] 밝은 달빛 아래 꽃나무와 전각을 배경으로 사뿐 사뿐 다가오는 용설약. 요사할 정도로 아름답다. 실제로 이 여자가 본편의 최고 미인. 권완도 예쁘지만 소녀 분위기고. 이 여자는 완숙한 미인이다. 옷도 화려하고 도발적이고 배시시 미소를 지은 얼굴도 죽인다. 용설약의 수중에서 찰랑 찰랑 움직이는 얇은 검. 검의 표면에 용이 새겨져 있다.

공대벽; (이 여자!) 표정이 굳어지고. 그때

신; [조심하십시오 대공자!] 휙!

공대벽의 앞으로 날아내려 막고

신; [죄송합니다. 치룡편(治龍鞭)의 마기(魔氣)가 가리고 있어서 찾아내질 못했습니다.]

귀; [치룡편이 틀림없나?] 신과 나란히 서서 공대벽의 앞을 가리며 묻고. 시선은 용설약의 수중에 들린 얇은 연검에 향하고

신; [신기보(神器譜)의 기록과 완벽하게 부합하네.] [칠마기(七魔器)의 하나인 치룡편일세!] 긴장하고

용설약; [호호호! 황금전장의 종들답게 물건을 보는 안목이 뛰어나군요!] 웃으며 다가오고. 연신 구불렁거리는 얇은 연검에서 빛이 산란한다.

용설약; [그럼 제게 저항할 수 없다는 것도 아시겠네요?] 요사하게 웃고

귀; [물러서라!] 쩡! 손바닥에서 검을 뽑아내 휘둘러 용설약의 앞쪽 바닥에 금을 긋고

귀; [그 선을 넘는 즉시 베겠다.] 검을 겨누며 앞으로 나서고. 신은 공대벽을 보호하기 위해 멈춰서있고. 부악! 갑자기 귀의 기세가 폭발하듯 일어나며 주위 방원 일장의 공기가 확 밀려난다.

용설약; [절 죽이시겠다구요?] 걸음을 멈추며 배시시 웃고

용설약; [그럼 여길 베세요.] 고개를 들어 자기 목을 가리키고

용설약; [반드시 여길 베어야 해요. 다른 곳은 베어도 소용없답니다.]

용설약; [전 목이 잘리기 전에는 죽지 않거든요!] 다시 걸음을 옮겨서 귀가 그어놓은 선을 넘으려 하고

귀; [멈추라고 했다!] 입 매무새가 흉폭하게 꿈틀거린다. 하지만

용설약; [어서 베세요!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거예요.] 목을 조금 앞으로 내밀고 선을 넘는다.

슈학! 그리고 용설약의 발이 선을 넘는 순간 그녀의 몸에서 뱀같은 기운이 수없이 확 일어나 귀를 향해 밀려든다

[!] 눈 부릅 떠지는 귀

용설약; [호호호! 무얼 망설이시나요?] 웃는 용설약의 모습이 돌연 완전히 새카맣게 변하고. 오직 눈만이 요사스럽게 빛난다. 온몸에서 검은 색 촉수같은 것이 넘실거리고. 마치 몸에서 수많은 뱀이 뻗어나와 흐느적거리는 마녀같다. 순간

[!] 귀는 자기도 모르게 주춤하며 물러서고. 직후

신; [조심하게!] 낮게 말하고

퍼뜩 정신을 차리는 귀. 그런 귀의 몸을 검은 색 촉수같은 것이 이리저리 휘감고 있다

귀; [요망한!] [갈(喝)!] 몸에 힘을 주며 사납게 외치고

펑! 순간 귀의 몸을 휘감고 있던 검은 머리카락 같은 기운들이 귀의 몸 속에서 폭발한 기운에 터져나간다.

그래도 충격 받아 비틀하며 물러서는 귀

용설약; [호호호! 과연 제왕공가의 비밀호위답군요.] 웃고

귀; [계집!] 쩡! 분노하여 손바닥에서 뽑은 검으로 용설약을 공격하려 하고. 그때

공대벽; [물러서십시오!] 귀에게 엄숙하게 말하고.

흠칫하며 돌아보는 귀

무섭도록 근엄한 공대벽의 얼굴

[!] 숨이 막혀서 고개 숙이며 옆으로 물러서는 귀

용설약; [이번엔 당신이 직접 시험해보시겠어요 대공자님?] 교태롭게 웃고

공대벽; [감당할 수 없소 지소저.] 서늘하게 웃고

용설약; [그들이 내 이름을 말했군요.] [바보같은 것들!] 샐쭉

용설약; [하긴 이제 알아도 상관없겠죠.] 찰랑! 연검을 흔들어 어지러운 빛을 산란시키고. 연검에서 수많은 용이 튀어나오는 것 같고

<유사시에는...!> <우리 몸으로 치룡편을 막도록 하세!> 손에 땀을 쥐며 서로를 보며 고개 끄덕이는 신과 귀

공대벽; [<그>가 소저를 보냈소? 아버님과 넷째 동생을 죽이라고?]

용설약; [<그>가 어떻게 나를 보낼 수 있었겠어요?]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내게 명령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랍니다.]

용설약; [한데 <그>가 누구죠?]

공대벽; [난릉왕!]

용설약; [난릉왕을 아는군요. 그를 직접 만났었나요?] 표정이 밝아지고

공대벽; [그대들이 아버님과 넷째를 암살하려는 이유가 무엇이오?]

용설약; [당신 아버지를 죽이는 건 황금전장의 머리를 베는 거고 당신의 넷째 아우를 죽이는 건 꼬리를 자르는 게 되기 때문이죠.] 생글생글 웃고

찡그리는 공대벽. 분노하는 귀와 신

용설약; [호호호! 당신 아버지는 너무 완고해서 쓸데가 없다면서요?] [반면 당신네 넷째는 제멋대로에 고집불통이면서 특출한 능력이라고는 고작 빚 받는 재주뿐, 아무 짝에도 소용없다던 걸요?]

공대벽; [말을 삼가시오 소저!] 노려보고.

용설약; [황금전장의 대공자와 이공자, 삼공자야말로 알짜배기죠.] [우리가 어찌 세 분을 마다하겠어요?]

공대벽; [아버님과 막내가 그렇게 쉽게 당할 것 같았소?]

용설약; [벌써 끝났나요? 이제 시작인데....] 놀라는 표정

공대벽이 다시 찡그릴 때

용설약; [이런! 내가 미리 말하지 않았군요.]

용설약; [당긍의 칠대살수한테 다 청부했어요. 그들은 당신 아버지와 동생을 끝까지 추적할 거예요.]

용설약; [칠대살수가 다 죽든지 당신 아버지와 동생이 다 죽든지 하겠죠.] [뭐 당신 아버지가 안 죽으면 할 수 없는 일이고.......]

공대벽; [요망한 것!] 검미가 하늘로 향한다. 부악! 동시에 그의 전신에서 갑자기 거역할 수 없는 절대의 위엄이 뻗어나오고

용설약; [엄마야!] 펄쩍 뛰면서 뒤로 물러나고

귀와 신도 놀라 눈 부릅 뜨고

용설약; [난... 난릉왕의 말이 사실이었군요. 당신이 당신 아버지보다 더 낫다는 말이....] 가슴이 벌렁거린다는 듯이 왼손으로 앙가슴을 누르고.

그런 용설약을 노려보는 공대벽의 몸에서 추상같은 위엄이 서리고.

[흑!] 용설약의 예쁜 얼굴이 하얗게 질려 비틀 물러서고

[!] [!] 신과 귀도 놀라 감히 공대벽과 나란히 서있지 못하고 두 걸음씩 뒤로 물러선다.

<소주께서도 주군과 같은 힘을!> <아니, 부드럽기만 한 주군과 달리 숨을 멎게 하는 패기(覇氣)마저 실려있다!> 흥분하는 두 사람.

용설약; [숙... 숙녀를 이렇게 놀래키는 법이 어디 있어요?] 손으로 가슴을 눌러 뛰는 심장을 억지로 진정시키고. 하얗게 질린 모습

용설약; [더구나 전 미녀(美女)잖아요.] 애처로운 표정으로 애원하지만

공대벽; [내 아버님을 가볍게 말한다면...!] 눈을 부라리며 단호하고 무섭게 일갈

공대벽; [용서하지 않겠다!] 벼락같이 외치고. 순간

부악! 공대벽의 몸이 갑자기 확 커진다. 하늘 끝까지 자라며 사방이 삽시에 어두워진다

[헉!] [소... 소주!] 경악하며 비틀하며 올려다보는 신과 귀

용설약; [흐윽!] 역시 얼굴이 하얗게 변해서 올려다보며 비틀하고

쿠오오! 사방이 어두워지고 오직 산처럼 거대해진 공대벽의 모습만이 사방을 가득 채운다.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공대벽의 두 눈이 번갯불같이 빛을 뿜어내며 내려다보고

용설약; [당신들... 당신들은...!] 사색이 되어 비틀 비틀

타당! 손에서 치룡편이라는 얇은 연검이 떨어져 뒹굴고

용설약; [너... 너무도 무서운 핏줄이군요.] [천하에 적수가 없다고 날뛰던 난릉왕이 당신 아버지에게 무참히 패한 이유가 이런 힘 때문이었군요.] 다리가 후들 후들 떨려서 겨우 버티고 서며 올려다보고

쿵! 털썩! 견디지 못하고 공대벽의 뒤에 무릎 꿇는 신과 귀.

공대벽; [여자!] 거대한 오른손을 쭉 뻗어 용설약을 가리키고.

[!] 눈 부릅뜨며 숨을 멈추는 용설약. 마치 거대한 석가래같은 손가락이 자신을 겨누고 있다

공대벽; [말하라! 네가 누구인지를!]

용설약; [나는... 나... 나는....!] 사색이 되어 달달 떨고

공대벽; [말! 하라!] 다시 한 번 사납게 외치고

꽈과광! 순간 벼락이 용설약의 정수리로 떨어지고. 실제 벼락이 아니라 충격을 받은 모습

휘청! 눈이 하얗게 백열되어 몸이 허리와 무릎이 반대 방향으로 꺽이는 용설약

용설약; [제.... 제왕!] 신음하며 뒤로 쓰러지고

털썩! 바닥에 나뒹구는 용설약

바들 바들 떨리는 용설약의 몸과 손. 코와 입으로 피가 흐르고

용설약; [왕.... 왕들의 왕이시여....!] 털썩! 고개 옆으로 떨구며 기절한다

신과 귀는 공대벽의 뒤에 엎드린 채 달달 떨며 그런 용설약을 훔쳐보고

야하고 아름다운 자세로 쓰러진 용설약.

[....!] 횃불같은 눈으로 그런 용설약을 내려다보는 거대한 공대벽. 이윽고

슈욱! 공대벽의 산같던 몸이 다시 원래대로 줄어들고

소리없이 안도하는 신과 귀

<각성!> <드디어 소주께서 제왕공가의 진정한 힘을 각성하셨네!> 흥분하여 서로를 곁눈질하는 신과 귀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용설약의 모습을 침통하게 보는 공대벽

<소... 소인 상춘우! 감히 대인에게서 왕들의 왕, 제왕(帝王)의 모습을 보았나이다.> 엎드린 채 울부짖듯 외치던 상춘우의 모습을 떠올리는 공대벽

공대벽; (그 한마디가 나를 깨웠다!)

<한 인간이 나를 향해 제왕이라고 부르짖은 그 한 마디가 내 핏속에 잠들어있던 본성을 일깨운 것이다!> 용설약을 내려다보는 공대벽의 모습이 멀어진다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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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드넓은 강. 안개가 자욱한데.

안개를 뚫고 범선 한척이 진행한다. 선수에는 커다란 등을 달아서 앞길을 밝히고 있다. 하늘에는 보름달

그 배의 선실에 손님들 사이에 끼어 퍼져 자고 있는 청풍.

갑판 한쪽에 놓인 술통. 술통 속의 권완도 곤히 잠들어 있고

[선장님! 안개가 점점 짙어집니다!] [이래서는 보름달도 별로 도움이 되질 못하겠습니다.] 잠이 든 청풍의 귓전으로 누군가의 말이 들리고

청풍; (음냐! 그러기에 왜 한 밤중에 배를 띄우냐고! 훤한 대낮 놔두고....) 선잠이 든 채로 중얼거리고

[뱃머리에 감시를 보강하라. 시야가 나빠져서 암초에 좌초할 수도 있다!] [예 선장님!] 선실 위쪽의 조타실에서 선장과 나이 든 선원들 몇명이 소곤거리고 있다.

젊은 선원들이 뱃머리로 달려가 앞쪽을 살피고. 긴 장대들도 들어서 유사시에는 암초를 밀 준비를 한다

선원1; [어제도 청룡방(靑龍幇)의 배가 이 부근을 지나다 뭔가와 부딪히는 바람에 구멍이 생겨 좌초할 뻔 했다고 합니다.] 중년의 선원이 선장에게 말하고

선원1; [근처 어부들 말로는 용이나 이무기가 산다더군요.] [유독 이 일대만 안개가 짙은 것도 그 때문이라 하고...]

선장; [목소리를 낮춰라. 선객들을 불안하게 해선 안 된다.]

선원1; [죄송합니다.] [하지만 다른 배들처럼 안개가 걷힐 때까지 근처 포구에서 기다리는 게 좋을 뻔하지 않았는지요?]

선장; [이런 악조건이 우리한테는 오히려 좋은 기회다.]

선장; [수적(水賊)들도 안개 속에서는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테니 목적지까지 어렵지 않게 그 <물건>을 운송할 수 있을 것이다.]

선원1; [그렇긴 합니다만...!]

선장; [너희들 생각에 수적들을 만나는 게 낫느냐 이무기나 용이 있는 곳을 지나가는 게 나으냐?]

선원들; [그야...!] [수적들은 아무래도...!]

선장; [나 역시 피도 눈물도 없는 수적들은 피하고 싶다.]

선장; [게다가 이무기인지 용인지에게는 바칠 제물(祭物)을 준비해두었다.] [창고에 있는 죽은 흰 말 한 필과 독한 술 한 통이 그것이다.]

선원1; [좋은 생각입니다.] [이무기나 용은 백마와 술을 좋아한다고 하니 그걸 바치면 무사히 지나가게 해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 안도하고

선원2; [그럼 갑판에 있는 저 술통이 바로...!] 한 놈이 술통을 가리키고

선장; [내려가서 술통 뚜껑을 열어둬라!] 끄덕

선장; [술냄새를 풍기고 말의 피를 강물에 뿌리면 이무기든 용이든 우리가 자신에게 바칠 제물을 준비해왔다는 것을 알 것이다!]

선원2가 서둘러 갑판으로 내려가고

선장; [제물로 바칠 술에 사람 입김이 닿으면 부정 탄다. 고개를 돌리고 뚜껑을 따라!]

선원2; [조심하겠습니다!] 두툼한 칼을 하나 뽑아들고 술통으로 가고

이어 고개를 돌린 채 한손으로는 술통을 더듬고 다른 손에 든 칼로 술통의 뚜껑을 딴다. 위쪽의 둥근 판을 통째로 들어내는 것. 술통 속에는 권완이 쪼그린 채 자고 있지만 선원2는 고개를 돌리고 술통을 따는 바람에 보지를 못한다

선원2; [냄새가 좋습니다. 정말 좋은 술인 모양입니다.] 킁킁! 술통에서 번져 나오는 냄새를 맡으며

선장; [반각쯤 놔뒀다가 물에 던진다.] [백마 시체도 끌어내서 준비해라!]

[예 선장님!] [손님들이 깨지 않게 조용히 움직여라!] 선원들 우르르 내려오고

청풍; (별짓들 다한다!) (요즘 세상에 이무기나 용이 어디 있다고...!) 비몽사몽

청풍; (이무기에게 바칠 술이 있으면 나한테나 한잔 주지!)

 

#66>

깊은 밤. 하늘에 뜬 보름달은 밝지만 금릉 전체에는 불이 꺼져 있고.

황금전장의 뒷문. 불도 밝혀지지 않은 어둑한 문으로 커다란 마차 한 대가 조심스럽게 나간다. 마차를 모는 것은 죽립을 눌러쓴 상춘우다. 그리고 마차 주위를 위지삼수등이 역시 죽립을 쓰고 무장한 채 주위를 경계하며 움직인다.

마차의 문이 열리며 공당한이 고개를 내밀어 밖을 살핀다. 마차 안에는 수많은 책상자가 빼곡히 실려있고. 겨우 한 사람 앉을 자리에 공당한이 앉아있다.

공당한; (형님! 어머님!)

공당한; (천지신명이시여! 두 분을 보우하소서!) 집을 향해 포권하고. 그때

상춘우; [셋째 공자님! 어디로 모셔야할런지요?]

공당한; [노산(盧山) 동림사(東林寺)!] 건성으로 대답하고

상춘우; [무사히 모시라는 대공자님의 분부가 계셨으니 소인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봉행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안심하시길!] 고개 숙이며 말하고

공당한; [인명은 재천!] [하늘이 내게 맡긴 사명이 있다면 때가 되기 전에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을 것이오.]

공당한; [그러니 나를 위해 여러분이 위험을 무릅 쓸 필요는 없소!] 바로 앉고

공당한; [다만 내가 어리석고 게을러 천명을 거스를까 두려울 뿐....!] 의연한 표정

상춘우; (이분도 대인이다!)

상춘우; (어떤 핏줄이기에 공씨의 후손들은 하나같이 용같고 봉황같은 것인가?) 멀어지는 마차.

 

공대벽과 귀가 지붕 위에 올라서서 공당한이 떠나는 모습을 보고 있다.

마차를 호위한 채 멀어지는 위지삼수 일행

귀; [저들을 셋째공자님과 함께 보내도 정말 괜찮겠습니까?]

공대벽; [한 사람의 운명은 생사(生死)로 재어보는 법입니다.] 웃고

귀; [하지만 저들은 주군을 해치러 온 살수들입니다.]

공대벽; [셋째를 해치러 오지는 않았습니다.] 웃으며 돌아서고

귀; (소주가 어딘지 모르게 전과는 좀 달라 보이는군!) 고개를 갸웃.

공대벽; [내려갑시다!] 훌쩍 날아서 마당으로 내려가고.

따라서 내려가는 귀

공대벽; [셋째의 길은 검이 아니라 붓에 있습니다. 험한 일은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뒷짐 짚고 걸음을 옮기고

귀; [예...!]

귀; [그보다 소주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공대벽; [말씀해보십시오.]

귀; [방금 떠난 그자들을 어제 낮에 모두 보았습니다.]

공대벽; [신도 보았다고 하더군요.] 끄덕

귀; [헌데... 그들이 숨어있던 객점에서 노복도 기척을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의 여고수와 마주쳤습니다.] [그것도 아주 젊은...!]

공대벽; [귀께서는 그 젊은 여고수가 지금 신이 찾고 있는 처녀일 것으로 생각하시는 겁니까?] 눈 번쩍

귀; [이제 생각하니 틀림없다는 확신이 듭니다.]

공대벽; (오만할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 귀가 인정하는 고수고 신이 있는 줄조차 모르고 놓친 고수!) 눈 번쩍

공대벽; (세상에 그만한 고수가 살수들 속에 섞여 있을 리는 만무하다.) 주먹 불끈

공대벽; (심제회!) (심제회의 인물이 상춘우 일행을 길잡이 삼아 잠입했다!)

공대벽; (아버지를 노렸다면 난릉왕 본인이 아니더라도 그에 필적하는 실력자가 틀림없다!) + [신을 부르십시오.]

귀가 흠칫하는데

공대벽; [심제회에서 보낸 자입니다. 혼자 그자를 쫓는 것은 위험합니다.] 급히 말하고

귀; [예!] 삐익! 대답하며 손을 입에 대고 이상한 소리를 낸다

공대벽; (집무실!) 급히 걸음을 옮기고

공대벽; (아버지를 노렸다면 그자도 아버지의 집무실 근처에 있을 것이다!) 날 듯이 걸어가고

삐익! 삑! 손을 입에 댄 채 소리를 내며 따라가는 귀.

공자무의 집무실.

그곳으로 달려오는 공대벽과 귀.

[!] 그러다가 눈 부릅 멈춰서는 두 사람

[호호호! 이제야 겨우 돌아오셨군요!] 누군가 웃으며 그늘에서 나서고

용설약; [사람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시는 건 예의가 아니랍니다!] 달빛을 받으며 사뿐사뿐 맵시 있게 걸어오는 절세미녀. 치마의 옆단이 갈라진 지고운의 야하고 화려한 옷을 입었지만 얼굴은 다르다. 그야말로 절세미녀. 심제회의 부회주이며 절세고수인 용설약. 손에는 채찍처럼 낭창거리는 연검이 들려 구불렁거리며 달빛을 되비추고 있다. 길이가 보통 검보다 길다. 검이라기보다는 채찍처럼 보이고

 

#67>

안개 속을 떠가는 배.

여전히 선실에서 잠이 든 청풍.

갑판에서는 선원들이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널빤지에 올려진 하얀 말의 시체를 옮기는 자들. 두 명의 선원은 권완이 잠들어있는 술통을 들어 올리고 있다.

두 명의 선원이 술통을 함께 높이 들었다가

휙! 던지고

첨벙! 물에 빠지는 술통.

[술통은 됐고... 이번엔 백마다!] [조심해서 옮겨!] 말이 얹혀진 판자를 배 난간으로 옮기는 선원들

청풍; (아이 참 그 인간들 소란스럽네!) 선잠이 든 채로 짜증내고

청풍; (잠 좀 자자! 잠 좀!) 뒤척이는데

판자에 얹혀진 말의 시체를 강물에 밀어넣는 선원들

첨벙! 말의 시체도 강물에 빠지고.

[휴우! 끝났군!] [제물까지 바쳤는데 우리 배에 집쩍대진 않겠지!] 땀 닦으며 안도하는 선원들

[그나저나 술통은 좀 아까웠어!] [글쎄 말이야! 아주 냄새가 좋은 술이었는데....] [쩝! 신성하게 쓸 제물만 아니면 조금 맛이라도 봤을 거구만.] 안개 속을 보며 입맛을 다시고.

청풍; (내가 괜히 아까워지네.) (그렇게 좋은 술을 쓸데없는 짓에 허비하다니...!) 입맛 다시고

청풍; (내 술통에도 술은 들어있지 않지만 냄새만큼은 죽였는데....!) + [!]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눈 부릅

청풍; (설마!) 벌떡 일어나 밖을 보고

쿵! 술통이 있던 곳이 텅 비어있다. 선원들이 뒷정리를 하고 있고

청풍; [이런!] 이를 갈며 벌떡 일어나고. 그때

[꺅!] 멀리 안개 속에서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헉!] [뭐지?] [여자 비명이잖아!] 갑판 정리하던 사람들 기겁하며 돌아보고. 순간

청풍; [이쁜아!] 슈하악! 몸이 긴 천처럼 풀어지며 비명이 들린 안개 속으로 날아가는 청풍. 그리고

[용(龍)...!] [헉! 용이다!] 길게 천처럼 풀려서 날아가는 청풍의 모습을 보며 선원과 선장들 기겁한다. 실제로 철처럼 길게 풀려서 날아가는 청풍의 모습이 용이 꿈틀대며 날아가는 것 같다.

[아이구 용왕님! 용서해주십시오!] [제물을 바쳤으니 제발 저희들은 잡아먹지 마세요!] [장... 장강용왕(長江龍王)님께서 현신하셨다!] 선원들 사색이 되어 엎드려서 싹싹 빌고

 

#68>

안개가 자욱한 강물 위

[이쁜아! 어디 있니 이쁜아?] 휘이! 강물 위를 엷게 펼쳐져서 달리며 외치는 청풍.

그러다가 눈 번쩍 청풍

강물 위에 반쯤 잠긴 채 둥둥 떠가는 술통이 보이고

청풍; (찾았다!) 슈욱! 눈 번쩍이며 술통으로 날아가고

청풍; [이쁜아!] 술통 옆 물 위에 내려서고.

청풍; [괜잖은 거야? 살아있어?] 급히 술통 입구를 잡고 들어올리고. 하체가 무릎까지 물에 잠기지만 더 이상은 안 잠긴다

촥! 물에서 쑥 뽑혀서 쳐들리는 술통.

청풍; [다행히 물이 차지는 않았...!] 술통을 두 팔로 끌어안고 말하다가 흠칫. 자신이 물 위에 서있다.

청풍; [어! 내가 물 위에 서있을 수 있잖아!] 놀라서 돌아본다

쿠오! 출렁! 청풍이 서있는 부분의 수면이 사발처럼 움푹 꺼져 있는데 청풍의 하체는 무릎까지는 물 속에 잠겼지만 더 이상 물에 잠기지 않는다. 마치 투명한 막이 청풍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것 같은 형상이고

청풍; [난 등평도수(登萍渡水)나 일위도강(一葦渡江)을 펼칠 수 있을 정도로 공력이 심후하진 못한데...!] 당혹. 그러다가 흠칫

징! 손가락에 끼고 있는 네 개의 반지 중 하나가 빛을 발하고 있다. 성령환에서 반지들을 빼내어 손가락에 끼고 있다. 하나는 권완에게 끼워준 상태고

청풍; [피수주(避水珠)를 갈아 만든 벽수환(碧水環)의 작용이구나!] 깨닫고

청풍; [벽수환이 물을 밀어내서 내 몸이 갈아앉는 것을 막아주고 있어!] 안도하고.

청풍; [내공을 더 주입해볼까?] 손가락에 낀 반지를 보며 눈을 부릅뜨고

징! 반지가 더 밝은 빛을 내고

슈욱! 다음 순간 술통을 든 청풍의 몸이 완전히 물 위로 떠오른다.

청풍; [생각한 대로야! 공력을 주입하면 벽수환이 물을 밀어내는 힘이 더 강해진다.] 흥분

청풍; [이대로라면 물 위를 평지처럼 걸을 수 있겠어!] 술통을 든 채 물 위를 걸어보는데

[으으으!] 신음 소리와 함께 권완이 산발하고 술에 취한 부스스한 모습으로 술통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두 손으로 술통의 모서리를 잡고

청풍; [정신이 들어 이쁜이?] 반색하는데

권완; [우욱!] 산발한 권완이 고개를 확 들이대며 토한다

청풍; [으악!] 팟! 비명 지르며 술통을 놓고 뒤로 홱 날아가서 피하고

첨벙! 다시 물에 떨어진 술통. 반쯤 잠기고

[웩! 웩!] 술통 모서리를 두 손으로 잡고 고개를 밖으로 내민 채 물에다가 토하는 권완

청풍; [아휴! 위기일발이었어!] 좀 떨어진 물 위에 서서 보며 이마의 땀을 닦고

청풍; [하마터면 그대로 뒤집어쓸 뻔 했잖아!]

권완; [으으으!] 다 토하고 힘이 빠져서 축 늘어지고. 상체를 술통 밖으로 내놓은 자세

청풍; [그래도 기특하네. 술통 밖에다가 토할 생각을 하고...!] 한숨 쉬며 다가가고. 이하 물 위를 평지처럼 걷는다

권완; [죽일 거야... 죽일 거야...!] 눈이 풀린 채 옹알 옹알

청풍; [그래 그래! 나중에 죽이더라도 시방은 정신 좀 차려라!] 술통 옆 수면 위에 쪼그려 앉고

청풍; [시집도 안간 처녀가 이게 무슨 꼬락서니야?] [원수지간인 내가 니 뒤치닥꺼리를 해줘야겠니?] 소매로 토사물이 묻는 권완의 입 주변을 닦아주고.

그러다가 흠칫하며 권완의 얼굴을 보고

청풍; (이러니 저러니 해도 환장하게 이쁘긴 하네!) 눈이 풀려서 더 예쁘게 보이는 권완의 턱과 입을 소매로 닦아주며 침 꼴깍

권완; [미... 미운 자식! 못된 인간....!]

권완; [이...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책임져! 책임지라고!] 귀엽게 술주정하고

청풍; [너 자꾸 이러면 정말 콱 책임져 버린다!] 헤벌쭉하고

그러다가 다시 고개 떨구며 잠이 드는 권완

청풍; [불길해! 불길해!] [아무래도 나 요 이쁜이한테 홀려버린 것 같애!] 권완의 두 팔을 다시 술통 속으로 밀어 넣어주고

술통 속으로 허물어져 들어가는 권완

청풍;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한 정혼이지만 못 이기는 척 마누라로 삼아버릴까?] 술통을 다시 물에서 끌어올리고

청풍; [문제는 요 이쁜이가 날 잡아 죽이려고 작정을 했다는 점인데...!] 술통 속에 웅크리고 잠이 든 권완을 내려다보고

청풍; [에휴! 어쩌다 일이 이 지경으로 꼬였는지 모르겠다!] 술통을 번쩍 쳐들어 한쪽 어깨에 멘다. 옆으로 누인 상태. 그 바람에 권완의 머리카락은 밖으로 흘러나와 흔들거리고

청풍; [헤롱헤롱하는 지금이야 그렇다 쳐도 정신을 차리면 여러 모로 성가시겠어!] 궁시렁 거리며 물 위를 걸어서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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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공자무 집무실 내부. 흐릿한 불이 켜진 아래 공대벽이 아버지의 탁자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다. 의자는 회전의자같이 보인다.

<어이없는 것들이 숨어들었습니다!> 벽속에서 누군가 말하고

<무영동부의 장보도를 이용해서 잠입했는데... 귀부로 가지 않고 엉뚱한 곳을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공대벽; [<어이없는 것들>이라면 한 명은 아닐 테고... 모두 몇 명이오?]

<지금까지 확인된 자만 네명입니다.>

공대벽; [도둑이 아니라 살수들이로군!] 눈 번쩍하고

<속하들도 그리 생각합니다. 하여 신이 잡으러 갔으니 곧 그자들의 면면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공대벽; [그들 외에도 요망한 것이 더 숨어들어왔을 수도 있습니다.] [귀께서는 즉시 셋째에게 가십시오.]

공대벽; [셋째는 짐을 싸느라 아직 자지 않고 있을 것입니다.]

<속하의 임무는 대공자님을 지키는 것입니다. 대공자님을 홀로 남겨두고 셋째공자에게 갈 수는 없습니다.>

공대벽; [지금은 화급을 다투는 비상시입니다. 제 명령에 따르십시오.]

<하오나...!>

공대벽; [셋째는 아직 집 안에 있습니다.] [집 밖에서야 힘이 미치지 않아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집안에서는 보호해주어야만 합니다.] [즉시 가십시오!]

<존명!> 대답이 들리고

혼자 남아서 생각에 잠기는 공대벽

공대벽; (이십년전과 비슷한 상황이다!) 생각하고

공대벽; (난릉왕(蘭陵王)....!) (이번에도 그가 직접 왔을까?) 회상에 잠긴다

공대벽; (난릉(蘭陵)의 술(術)을 온전히 이은 자!) (아버지가 집을 비운 지금 그자가 찾아온다면 과연 내가 상대할 수 있을까?)

 

<난릉의 술이란 북제(北齊)의 명장이었던 난릉왕 고장공(高張恭)의 비술(秘術)을 말한다. 이것에 능통한 자는 천지간의 모든 귀신과 이매망량(魑魅魍魎)을 굴복시킬 수 있고 용(龍)과 신장(神將)을 간단히 불러내어 일을 시킬 수 있으며 호풍환우(呼風喚雨) 마저 뜻대로 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산 위에 선 난릉왕이 망토를 펄럭이고 있고. 그 주변에 용과 귀신과 신장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산 아래에서는 폭풍에 시달리고 귀신과 괴물들의 공격을 받아 달아나는 군사들의 모습이 보인다

<난릉왕 고장공은 무용(武勇)과 술법(術法)으로 천하에 적수가 없었으나 너무나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탓에 오히려 적이 두려워하지 않고 수하들에게는 위엄이 서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난릉왕은 전장에 나설 때면 항상 가면을 썼으니 이후로 난릉왕이 썼던 가면, <난릉의 탈>은 귀신조차도 두려워하게 되었다고 한다.> 절세의 미남이 난릉왕의 가면을 쓰려는 모습

 

공대벽; (이십년전, 본장을 찾아왔던 난릉왕은 물론 진짜 난릉왕 고장공이 아니다.)

공대벽; (다만 고장공이 남긴 난릉의 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자신감으로 난릉왕을 칭하고 있을 뿐이다.)

공대벽; (그자는 아버지의 무림행적을 추적한 끝에 황금전장에 이르렀었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 앞에서도 끝내 난릉의 탈을 벗지 않고 버티었었다.)

공대벽; (그것은 난릉왕의 도력(道力)이 아버지의 심령공제(心靈功制)에 저항할 수 있을 정도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날 밤,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난 나는 바로 이곳, 아버지의 집무실에 누군가 찾아왔음을 알아차렸다.> 잠옷 차림인 다섯 살 무렵의 공대벽이 건물 난간에 눈을 비비며 선 채 공자무의 집무실을 본다. 불이 켜진 집무실에 앉고 선 두 사람의 그림자가 보인다

<호기심에 나는 그만 와서는 안되는 곳에 왔고 보아서는 안되는 인간을 보고 말았다.> 열린 문간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며 눈이 동그래지는 어린 시절의 공대벽.

방안에는 공자무가 앉아있고 공대벽에게 반쯤 등을 보인 자세로 난릉왕이 서서 공자무에게 뭔가 말을 하고 있다. 난릉왕은 화려한 비단 옷을 입었고 얼굴에는 베니스 가면축제의 태양신같은 가면을 쓴 모습이다

난릉왕; [핏줄과 상황이 증명하고 있거늘... 끝내 부인하려 하시오 장주?]

공자무; [돌아가시오! 귀하는 사람을 잘못 찾아왔소!] 웃고

난릉왕; [장주를 두고 누구를 제왕공가(帝王孔家)의 후예로 생각할 수 있겠소이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격이외다!]

<아버지와 난릉왕은 내가 나타난 것은 아랑곳 않고 한동안 전음입밀을 사용하여 논쟁을 벌였다.> 소리는 내지 않지만 뭔가 격렬하게 논쟁하는 난릉왕과 공자무. 난릉왕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일어나지만 공자무는 태연하게 앉아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난릉왕이 갑자기 내 목을 움켜쥐는 일이 벌어졌었지!> 손을 뻗어 문간에 선 어린 공대벽의 목을 움켜잡는 난릉왕. 팔이 고무처럼 쭉 늘어나서 움켜잡았다.

난릉왕; [이래도 제왕(帝王)이 되지 않으시겠소?] 어린 공대벽의 목을 움켜잡아 쳐든 채 외치고. 다른 손에는 날이 휜 칼, 언월도를 뽑아든 상태다.

난릉왕; [미천한 신하의 오직 한 가지 소원은 제왕께서 다시금 그 위엄을 만천하에 드러내시는 것 뿐이외다!] 공대벽을 인질로 삼아서 공자무를 협박하는 난릉왕. 공자무는 이마를 찡그리며 보고 있고

 

욱신! 난릉왕의 손에 잡혔던 목에서 통증이 느껴져 손으로 만지는 공대벽

공대벽; (얼음같이 차가우면서도 숯불같이 뜨거운 손....)

공대벽; (비록 흉터는 남지 않았으나 그날 목 줄기에 느꼈던 난릉왕의 그 손길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우울하게 한숨

 

<이래도 제왕이 되지 않겠느냐며 아버지를 공박하던 난릉왕의 음성을 환청처럼 들으며 나는 기절해버렸지.> 난릉왕의 손아귀에 목이 쥐켜진 채 기절하는 어린 공대벽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아버지가 날 치료해주고 계셨다. 바닥에는 다량의 피가 뿌려져 있었고....!> 피가 뿌려진 바닥에 누운 공대벽을 치료하고 있는 공자무. 공대벽의 목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다. 바닥의 피는 난릉왕의 몸에서 나온 것이다.

<나는 난릉왕의 손에 죽을 뻔 했고 난릉왕은 아버지 손에 죽을 뻔 했다. 그리고 그날 비로소 나는 아버지가 그저 사람 좋은 풍류한량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깨어난 어린 시절의 공대벽을 꼬옥 끌어안고 안도의 눈물짓는 공자무

 

공대벽; (난릉왕으로 인해 내 인생이 바뀌었다.)

공대벽; (그가 아버지에게 한 말.... <이래도 제왕이 되지 않으시겠소?>라는 말이 항상 내 머릿속을 떠돌며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쩍! 소쩍! 어디선가 소쩍새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공대벽; (저 소쩍새의 소쩍거리는 소리처럼...!)

공대벽; (헌데 제왕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일까? 이 나라에는 주실(朱室;명나라)의 황제가 어엿하게 군림하고 있거늘....)

공대벽;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제왕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깊은 생각에 잠긴다. 헌데

번쩍! 공대벽 뒤쪽의 어둠 속에서 사람 눈이 번쩍하더니

스윽! 아메바처럼 어둠 속에서 빠져나오는 인간의 형상. 물론 상춘우다.

소리도 흔적도 없이 어둠 속에서 배어나오는 상춘우

등을 돌리고 앉은 공대벽. 공자무가 다른 곳으로 간 것을 알 리 없는 상춘우는 공대벽을 공자무로 착각한다

상춘우; (이번 청부도 성공이다!) 소리없이 오른 손에서 빠져나온 검은색의 칙칙한 검이 쳐들인다.

상춘우; (일단 노려진 이상 아무도 내 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공자무!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 검으로 공대벽의 뒷모습을 노리고 검을 천천히 내뻗는다.

상춘우; (오래 두고 기억하는 것으로 당신에 대한 경의를 표하겠다!) 소리없이 공대벽의 뒷덜미를 궤뚫어간다. 헌데

멈칫! 갑자기 투명한 벽에 막에 막힌 듯 내밀어지던 상춘우의 검이 더 이상 진전을 하지 못한다

상춘우; [!] 올려다보는 눈 부릅 놀라고

쿵! 상춘우의 앞에 거대한 사람의 등이 생겨났다. 물론 공대벽의 등이다. 얼마나 높고 까마득한지 끝이 보이질 않는다. 고개를 완전히 젖히며 올려다보는 상춘우. 거대한 벽 그 자체다. 공대벽의 거대한 몸에 불빛이 가려져서 방안이 어두워진다.

상춘우; (태.... 태산!)

상춘우; (인... 인간이 어떻게 이토록 거대해질 수가....!) 털썩! 공대벽의 뒤에 무릎을 꿇는 상춘우. 검던 얼굴이 하얗게 변해있다.

거인의 등이 약간 흔들하더니

까마득한 위쪽에 자리한 거인의 고개가 약간 돌아가고

쩡! 강렬한 눈빛이 헤드라이트처럼 아래를 돌아본다. 그 아래쪽에 주저앉은 상춘우의 모습은 마치 개미같이 작다

천천히 돌아앉는 거인. 의자 자체가 회전의자처럼 돌아가고. 물론 이 거인은 공대벽이지만 검은 음영으로 처리. 얼굴에서도 아주 강한 눈빛만이 보이고

완전히 돌아앉아서 까마득한 아래쪽에 주저앉아있는 개미같은 상춘우를 내려다보는 거인의 강렬한 눈빛

상충우; [히익!] 기겁하며 무릎 꿇고 납작 엎드리는 상춘우. 완전히 압도당했다

[....!] 말없이 상춘우를 내려다보는 거인.

그 아래 개미만한 상춘우가 엎드려 이마를 바닥에 쳐박은 채 달달 떨고 있다. 손에서 삐져나왔던 칼은 이미 사라진 상태

상춘우; (죽... 죽일 수 없다!) (이 사람은... 아니 이분은 남의 손에 죽을 분이 아니다!) 땀을 비오듯 쏟아내며 달달 떨고.

상춘우; (말 한마디, 눈빛 한 번으로 날 죽일 수 있는 분이다!) (죽으라 명하시면 난 거역하지 못하고 혀를 물 수 밖에 없다!) 이윽고

공대벽; [그대는... 누군가?] 공대벽이 강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묻고

상춘우; [소인은... 소인은....!] 달달 떨고

상춘우; [적... 적포동의 살수 상춘우입니다!] 고개도 들지 못하며 달달 떨고

공대벽; [나를... 죽이러 왔는가?]

상춘우; [소인은.... 공대인(孔大人)의 부친과 넷째 아우님을 죽이고자 왔습니다.] 흘린 땀이 이마를 붙이고 있는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다.

공대벽의 이마가 꿈틀하고

슈욱! 산같이 거대했던 공대벽의 모습이 급격히 줄어들어 원래대로 돌아온다. 공대벽의 거대한 몸에 가려져서 어둡던 방도 원래의 밝기로 돌아오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공대벽이 묵묵히 상춘우를 내려다본다. 그의 발치에 상춘우는 훈도시만 찬 모습으로 이마를 바닥에 붙인 채 엎드려 달달 떨고 있는데 그의 몸도 어느덧 원래의 색으로 돌아와있다.

방안에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상춘우를 내려다보는 공대벽의 표정이 살벌해지고. 그의 몸에서 일어난 강한 아지랑이같은 기운이 상춘우의 온몸을 휘감는다

상춘우; (숨... 숨을 쉴 수가....!) 질식하는 표정. 얼굴이 시커멓게 죽는다. 위압당해서 숨을 쉴 수가 없다

공대벽의 손이 꾸욱 쥐어지는데.

상춘우; (죽... 죽는다!) 눈에서 빛이 사라지고. 바로 그때

<속하 신(神)입니다 대공자!> 문 밖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들리고. 순간

움켜쥐었던 손에서 힘을 푸는 공대벽

허억! 압력이 풀려서 숨구멍이 터지는 상춘우.

공대벽; [들어오시오!] 침통하게 말하고

<예!> 덜컹! 대답과 함께 문이 열리고

신; [침입자들을 잡아왔습니다.] 양손에 두 놈씩의 멱살을 잡고 질질 끌고 들어온다. 위지삼수, 전정무, 종리전, 음리붕. 모두 혈도가 짚여 축 늘어졌다. 정신은 잃지 않았다

들어서다가 흠칫하는 신과 네 사람

의자에 위엄있게 앉은 공대복과 그 앞에 개처럼 엎드려 떨고 있는 상춘우의 모습

신; [저자가 이곳에까지 들어왔습니까?] [귀는 대체 무얼 하고 있길래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것입니까?] 분노하며 상춘우를 노려보고

공대벽; [별일 아닙니다. 마음 쓰실 것 없습니다.]

신; [천한 것들이 감히....!] 분노하며 네 사람을 바닥에 패대기치고

펑! 퍼퍽! 상춘우 근처로 나뒹구는 네 사람.

하지만 상춘우는 이마를 바닥에 붙인 채 그들을 돌아보지도 않는다

전정무; (죽으면 죽었지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 상형이 왜....!)

위지삼수; (주인 발치에 엎드린 얌전한 개같은 꼬락서니라니....) (저 사람이 정말 당금의 칠대살수 중 한명인 상춘우 본인이란 말인가?)

음리붕; [상형! 당신이 우리를 판 것이오? 이번 일을 모두 꾸민 주제에....] 분노하여 이를 갈며 외치는데

신; [주둥이 닥쳐라!] 콱! 위지삼수의 얼굴을 발로 밟아버린다. 옆에 있던 종리전은 겁에 질리고

신; [속하는 이것들을 낮에 한번 보았었습니다.] [시설을 꾸며놓고 뭔가 작당을 하고 있었는데 본장을 침탈할 준비를 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신; [눈에 띤 즉시 때려죽이려다가 대공자께서 달리 분부가 계실지 몰라 산 채로 잡아왔습니다!]

공대벽; [잘 하셨습니다. 지금은 여러 모로 번다하니 일단 창고에 가두어두십시오.] [어찌 처분할지는 날이 샌 후에 결정하겠습니다.]

신; [예!] 고개 숙이고

신; [가자! 망할 것들!] 다시 네 사람의 멱살을 한손에 두 개씩 잡아서 일으키려는데

상춘우; [대인이시여! 부디 굽어 살피시옵소서!] [소인들에게는 일행이 한 명 더 있습니다.] 급히 공대벽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말하고

위지삼수등의 멱살을 쥔 채로 흠칫 돌아보는 신

위지삼수들은 깜짝 놀라고

찡그리는 공대벽

신; [한 명이 더 있었다?] [그럼 낮에 객잔에 모여 있던 게 전부가 아니란 말이냐?] 눈 부릅뜨며 상춘우를 노려보고

상춘우; [그러합니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위지삼수; [상춘우! 이 개 같은 놈아!] 분노하여 외치고

위지삼수; [네 놈 따위를 대장부로 믿었다니....]

음리붕; [동료를 팔아먹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적포동이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위지삼수; [적포판관(赤袍判官)이 지옥 끝까지라도 따라가 네 놈을 죽일 거다.]

겁쟁이 종리전도 이를 바득 갈며 노려보고

신; [주둥이들 닥치지 못할까?] 양손에 쥐고 있는 네놈에게 스파크를 흘려넣고. 감전당해 발발 떨며 입 다무는 네 사람. 그때

상춘우; [지고운이라는 처녀입니다.] [변장술에 뛰어나니 주의해서 찾으셔야 할 것입니다.] 상체를 약간 든 채 신에게

신; [계집이라고?] 얼굴이 무섭게 굳어진다.

상춘우; [예! 무공이 약한 여자이니 아무쪼록 손에 사정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위지삼수; [으하하하하!] 분노하여 웃고

위지삼수; [너같은 비겁자와 알고 지냈다는 것이 수치스러울 뿐이다 상춘우!] 비분강개하여 외치고

지직! 신이 다시 스파크를 가해서 위지삼수의 입을 다물게 하고

이어 공대벽을 바라보며 허락을 기다리는 신.

공대벽; [그들은 여기 두고 가서 찾아보십시오.] 끄덕

신; [존명!] 고개 숙이고

퍼퍽! 다시 나뒹구는 네 사람. 스스스! 사라지는 신

[으으으!] [상... 상춘우!] [부끄러움조차 잊은 것이냐?] 헉헉 대는 네 사람. 그때

상춘우; [대인! 소인은 감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대인의 부친과 형제를 노렸으니 죄가 죽고도 남습니다.] 공대벽에게 절하고

상춘우; [하지만 소인의 동료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오직 소인이 시키는 대로만 했을 뿐입니다.]

음리붕; [위... 위선 떨지 마라!]

음리붕; [그런다고 이제 와서 우리가 감격할 줄 알면....!] 악 쓰는 걸 전정무가 몸을 조금 움직여서 말리고

상춘우; [대인께서 저들을 살려주지 않으신다 해도 소인, 눈곱만큼도 원망하지 않을 것이나...] 그러거나 말거나 간절하게 공대벽에게 애원하고

상춘우;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저들을 풀어주시길 간청합니다.]

음리붕도 입을 다물고 공대벽의 눈치를 살피고

다른 자들도 혹시나 하는 긴장한 얼굴로 공대벽을 본다.

공대벽은 말없이 상춘우를 내려다보고.

상춘우; [소인에게 두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상춘우; [가장 큰 첫 번째 소원은 죽는 순간까지 대인을 곁에서 모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의 작은 소원은 제 벗들에게 벗으로서의 의리를 저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대체 이건...!) (상춘우가 어쩌다 저렇게 변했지?) 당혹하는 위지삼수 일행

상춘우; [소인 첫 번째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두 번째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일찍이 대인을 뵙지 못했음을 한탄하며 자진하겠사옵고,]

상춘우; [그 반대가 된다한들 가슴속에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영광으로 여길 것이옵니다.]

위지삼수; [당대의 칠대살수중 한명인 상춘우가 언제 저런 필부가 됐는지 모르겠군.] [실패했으면 깨끗이 죽으면 그 뿐이지 구차하게 삶을 탐하다니......] 냉소할 때

공대벽; [머리를 들어보시오.] 이윽고 입을 열고

상춘우; [예...!] 조심스럽게 얼굴을 들어 공대벽을 보고. 그 모습이 마치 제왕을 대하는 충신과도 같다.

공대벽; [그대는... 내게서 무엇을 보았소?] 강렬한 눈으로 내려다보고

[!] 순간 상춘우의 몸이 부르르 떨리고.

상춘우; [으으으!] 입이 달싹거리지만 금방 말을 뱉어낼 수 없다.

묵묵히 기다리는 공대벽.

다른 사람들도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끼고 아연긴장하여 보고. 이윽고

상춘우; [소... 소인 상춘우...!] 비지땀을 흘리며 겨우 입을 떨고

상춘우; [감히 대인에게서 왕들의 왕, 제왕(帝王)의 모습을 보았나이다.] 납작 엎드리며 피를 토하듯이 외치고

꽈과광! 순간 엄청난 충격을 받는 위지삼수 일행. 그와함께

쿠오오! 그들의 눈에도 갑자기 공대벽이 산처럼 거대하게 보인다. 까마득히 높아진 공대벽이 개미만한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제... 제왕!] [왕... 왕들의 왕!] 꼬르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거품을 물고 기절하는 위지삼수 일행. 오직 상춘우만이 납작 엎드린 채 감격에 떨고 있다

<제왕... 제왕!> 역시 충격을 받은 공대벽. 귀에서 웅웅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이 부르짖는 소리를 들었다. 소쩍새가 우짖는 소리가 아니라... 사람이 그 입으로 제왕이라 부르짖는 소리를 들었다.> 가슴 벅차서 두 주먹 불끈 쥔 채 떠는 공대벽.

공대벽; (이제야 알겠다! 내 핏줄의 비밀을... 내게 지워진 운명의 굴레를....!)

공대벽; (난릉왕이 찾던 <제왕>은 바로 나였다!)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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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해가 진다. 바다같이 넓은 포구. 수많은 배들이 정박해있다.

그 중에 특히 큼직한 범선 한척. 일꾼들이 열심히 배로 짐을 지어 나르고. 손님들도 배에 오르고 있고.

일꾼들 틈에 끼어 큼직한 술통을 어깨에 짊어지고 올라가는 청풍. 가슴을 풀어젖혀 전형적인 부두 일꾼으로 보인다. 짊어진 술통은 사람 하나가 통째로 들어갈 정도의 크기다. 이 술통에는 술에 취한 권완이 들어있다.

선장; [빨리 빨리 움직여라!] [오늘밤은 보름달이니까 예정대로 출항한다!] [새벽까지 상해(上海)에 도착하려면 서둘러야한다!] 갑판에 서서 일꾼들을 독려하고

갑판으로 올라서는 청풍. 돌아보는 선장

청풍; [남가촌 양조장에서 보낸 술입니다만....!] 굽신

선장; [냄새 좋군!] [좋은 술을 보내라는 주문을 제대로 이행했어!] 킁킁! 술통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고

선장; [갑판 한쪽으로 옮겨 놔라!] [긴요하게 쓸 술이니까 잘 보이는 곳에 두도록!]

청풍; [예예!] 갑판으로 간다. 그러면서 곁눈질로 주위를 살피고

청풍; (아무도 눈치 못 챘겠지?) 갑판 구석으로 가고

청풍; (귀나 신도 내가 설마 일꾼으로 위장하고 배를 탈 줄은 몰랐을 거다!) 키득대며 갑판 구석에 술통을 내려놓는다.

청풍; (선원들 사이에 슬쩍 끼어들어서 상해로 가는 거다.) (거기서 배를 타고 해외로 나갈지는 한잠 자고 생각해봐야지!) 통통! 술통을 두들겨 본다

으음! 술통 속에 아기처럼 웅크린 채 잠이 든 권완

청풍; (그럼 잘 자 이뿐이!) 술통에 쪽 입을 맞춘다.

청풍; (술이 깨면 상해의 우리 집안 지점에 데려다 줄게!) 돌아선다

이어 선실로 들어가 선원들 사이에 끼어 일을 하는 청풍

 

#60>

황금전장. 해가 져서 어둑해지기 시작한다.

불이 밝혀진 공자무의 집무실. 귀와 신이 공대벽에게 보고하고 있다.

신; [시간을 좀 더 주십시오 대공자.]

신; [사방 오백리로 수색범위를 넓혀서 반드시 넷째공자님을 잡아오겠습니다!]

공대벽; [넷째를 찾는 일은 중단하겠습니다.]

귀; [하지만...!]

공대벽; [두 분의 눈을 피해서 도주했을 정도니 영악한 넷째가 쉽사리 남에게 그 물건을 빼앗기진 않겠지요.]

귀; [요행에 의지하기엔 그 물건의 중요성이 너무 큽니다!]

공대벽; [철궁의 노사들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누군가 권씨세가에도 마수를 뻗쳐 만성독약으로 식솔들을 중독시켰다는군요.]

공대벽; [권씨세가를 상대로 감히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자들이 누구겠습니까?]

귀; [심제회에 대해 아시고 계셨습니까?] 눈 번뜩

공대벽; [아버님이 남기신 서찰에 개략이 적혀있었습니다.] 끄덕이고.

귀; [그렇다면 그들이 얼마나 집요하고 무서운 자들인지도 아시겠습니다.]

공대벽; [다섯 살 무렵의 저를 죽이려 했던 자가 심제회의 회주(會主)라는 것을 압니다.] 목을 만지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귀와 신

공대벽; [심제회는 한시도 우리 집안에 대한 감시를 늦추지 않고 있었을 것입니다.]

신; [소주께서는 그들을 어떻게 상대하실 생각이신지요?]

공대벽; [나는 상인입니다.]

공대벽; [어느 누가 내 앞에 나타나든지 간에 그들과 흥정하는 것이 일입니다.]

공대벽; [만약 그들이 내 목을 사겠다고 한다면 살 만한 능력이 있는지를 먼저 가늠해봐야 하겠지요.] [하지만.....]. 눈 번쩍

공대벽;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내가 정녕 누구인지를 보여줄 것입니다!] 단호하게 말하고. 쿠오오! 공대벽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흘러넘치고

자신들도 모르게 공대벽 앞에 무릎을 꿇는 귀와 신

[소주께 충성을!] [왕들의 왕께 영광을!] 포권하는 두 노인. 아주 벅차고 감격한 표정이다

이번에는 공대벽도 위엄있게 고개를 끄덕일 뿐 두 노인을 일어나게 하지 않는다

공대벽; (심제회주!) 난릉왕을 떠올리며 창밖을 보고

공대벽; (내 목을 원한다면 다시 당신이 직접 와야할 것이오!)

#61>

바다같이 넓은 강물 위에 보름달이 떴다. 포구에는 불빛이 명멸하고.

그 포구를 등지고 떠나는 커다란 범선. 건장한 선원들이 돛을 조종하여 배를 강심으로 움직인다.

갑판 위. 청풍은 술통 옆에 기대앉아서 하늘의 달을 보고 있다.

청풍; (달빛 한번 처량하네!) 한숨

청풍; (욱하는 성질에 괜히 일을 크게 벌린 게 아닌지 싶다!)

청풍; (그냥 순순히 잡혀서 집으로 돌아갔으면 꾸지람 좀 듣고 몇 대 맞는 걸로 끝났을 텐데....!)

청풍; (형들과 아버지야 그렇다 쳐도 어머니는 보고 싶어!) 눈시울이 붉어지고 울상이 된다. 어머니 진군소를 떠올린다

청풍; (젠장할! 이 나이가 되어서까지 어머니가 보고 싶다니... 진짜 어른이 되려면 아직 멀었구나!) 눈시울을 닦고

그러다가 술통을 보고

술통에 귀를 대보는 청풍

술통 안에서 새근 새근 잠이 든 권완

청풍; (잠꼬대도 안하고 잘만 자네!)

청풍; (나도 그만 자자! 깨어있어 봤자 잡생각만 많아질 뿐이다!) 술통 옆에 기대서 잠을 청하고

꾸벅 꾸벅 조는 청풍

지나가던 선원이 흠칫하며 그런 청풍을 보고

선원; [못 보던 얼굴인데...!] [아직 어린 걸 보니 새로 고용한 신참인 모양이군?] 청풍의 다리를 발로 툭툭 찬다

청풍; [뭐... 뭡니까?] 게슴츠레 눈을 뜨고

선원; [자려거든 선실로 들어가서 자!] [여기서 졸다가는 배가 흔들릴 때 강물로 굴러떨어질 수도 있어!]

청풍; [예...!] 졸린 눈으로 억지로 일어나고

하품하며 비틀 비틀 선실로 들어간다.

어둑한 선실에는 선원과 승객들이 여기저기 누워 잠자고 있다.

청풍도 그 중 한 구석에 끼어 눕고

청풍; (하루 종일 발바닥에 땀나게 뛰어다녔더니 졸음을 걷잡을 수 없구만!)

청풍; (뭐 추격도 따돌렸으니 오랜만에 달콤하게 자볼까?) 곧 잠에 곯아떨어진다.

 

#62>

황금전장. 무사들의 삼엄한 경계

후원의 창고 같은 건물

츄릿! 칫! 어둠 속에서 섬광이 두 번 일어나고

벽에 타원형의 선이 생기고

털썩! 그 벽이 무너지며 통로가 나타난다

복면을 쓰고 소리없이 구멍을 통해서 나오는 상춘우 일행. 모두 야행복을 입었다.

맨 마지막으로 야한 차림의 지고운이 따라나선다. 물론 이 지고운은 진짜 지고운이 아니다. 여자주인공중 한명인 용설약이 지고운으로 변장한 모습이다. 심제회의 이인자인 용설약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미모로도 지고운이 상대가 안되는 절세미녀다.

그 무렵 상춘우와 위지삼수, 음리붕은 벽의 갈라진 틈과 문과 창문을 통해서 밖을 살피고 있다. 종리전과 전정무는 자신들이 나온 구멍을 창고에 있는 가구로 막고 있고

상춘우등이 살피고 있는 창고 밖에는 아무도 없고

지고운; [용케도 이런 비밀통로가 있는 걸 알아냈군요.] 둘러보고

지고운; [그런데 황금전장의 인간들은 무슨 목적으로 외부에서 자기네 안방까지 바로 이어지는 이런 비밀통로를 만들어놓은 걸까요?] 창문 옆에 붙어 서서 창살 틈으로 밖을 살피는 상춘우에게 다가가고

상춘우; [무영동부의 대를 잇기 위해서다!] 밖을 살피며 건성으로

지고운; [무영동부?]

지고운; [그건 또 뭐죠? 황금전장에 또 다른 비밀이 있는가요?] 눈 반짝할 때

상춘우; [청부를 이행하러 왔느냐? 호기심을 채우러 왔느냐?] 고개 돌려 노려보고

지고운; [죄송해요!] 찔끔하는 지고운

상춘우; [주변에 경비는 없다! 각자 맡은 표적을 찾아 나서라!] [임무를 완수하면 그 즉시 내가 미리 말한 곳으로 집결한다!]

[예!] [살아서 다시 봅시다!] 서로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이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가는 위지삼수 일행.

지고운; [오라버니도 몸조심하세요!] 상춘우를 향해 추파를 보내며 맨 뒤에서 나가고

이어 밖에서 문을 닫아주는 지고운. 헌데

끼익! 닫히는 문 틈으로 안쪽을 들여다보는 지고운의 표정이 음산하다. 배시시 웃는데 눈빛이 섬뜩하고.

상춘우가 흠칫할 때

탁! 닫히는 문

상춘우; (지고운 저년...!) 찡그리고

상춘우; (기분 탓인가?) (알몸으로 독사를 마주 한 듯 오싹한 한기가 느껴졌다.)

상춘우; (내가 지고운을 과소평가했을지도 모른다!) (하긴 살수치고 자신의 밑천을 다 드러내보이는 어리석은 자는 없지!)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풀고

상춘우; (살수에게 있어 필살기는 목숨만큼이나 중요하다.) 칼을 내려놓고

상춘우; (필살기가 알려지면 청부수행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표적이 된 자들이 미리 그것에 대한 방비를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옷을 벗는다

상춘우; (위지삼수, 전정무, 음리붕, 심지어 겁쟁이 종리전에게도 숨겨둔 치명적인 필살기가 한가지쯤은 있을 것이다!) 웃옷을 벗어 버려 상체가 알몸이 되고.

상춘우;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살수들끼리는 서로의 필살기에 대해 묻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이어 바지도 벗어서 훈도시 차림이 되는데, 훈도시는 검은 색이다.

상춘우; (언제 적으로 칼을 맞대게 될지 모르므로...!)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는다

상춘우; (물론 나 역시 진정한 필살기는 다른 살수들 앞에서 한 번도 드러내 본 적이 없다.) 합장하고 눈을 감고.

상춘우; (나의 진짜 기술을 본 것은 이미 죽은 자들뿐이다.) 합장하고 소리없이 힘을 주는 그의 몸이 변하기 시작한다. 츠츠츠! 합장한 손바닥부터 먹물을 칠한 듯이 새카매진다.

팔뚝과 어깨, 얼굴과 가슴, 복부. 하체 순서로 먹물을 칠한 듯이 새카매지고

상춘우; (흑신염라인(黑神閻羅刃)의 비술!) 완전히 새카매지고. 헌데

틱! 틱! 상춘우의 어깨에서 팔뚝을 따라 톱니바퀴같은 밝은 선이 생겨나고

쩡! 쩡! 상춘우의 팔뚝에 수십개의 날카로운 칼날들이 일어난다. 칼날들도 검은색이다

칼날이 돋아난 양팔을 좌우로 벌려 힘을 주는 상춘우

쩡! 직후 상춘우의 움켜쥔 오른 쪽 주먹 손등에서 1미터 가량의 긴 칼날이 삐져나온다. 역시 검은 색의 칼이다.

상춘우; (준비는 끝났다!) 눈 번쩍

상춘우; (어둠으로 녹아들어가 공씨부자의 목을 딴다!) 일어난다

상춘우; (아무도 나를 보지 못할 것이고 누구도 나의 염라인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스스스! 어둠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상춘우의 모습

 

#63>

황금전장의 후원. 불이 켜진 건물은 모두 세 곳이다.

불 켜진 방에서 비탄에 잠긴 채 남편의 초상화를 올려다보고 있는 진군소.

산더미 같은 책들이 쌓인 방에서 허둥대며 책들을 골라서 한쪽에 쌓고 있는 공당한. 병수재가 비지땀을 흘리며 그 책들을 상자에 넣고 있다. 이삿짐을 싸는 분위기다.

그리고 공자무의 집무실.

창문이 닫혀진 공자무의 집무실 앞을 짝을 지은 무사들이 지나간다. 헌데

스윽! 무사들의 그림자에서 아메바처럼 늘어나는 또 다른 그림자.

무사들은 자신의 그림자에서 아메바같은 그림자가 빠져나가는 것을 알지 못한다

건물의 그늘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아메바같은 그림자.

<저기다!> 건물의 그림자 속에서 사람의 눈이 번뜩인다. 어둠과 동화된 상춘우다

<저기가 풍류재신 공자무의 집무실이 틀림없다!> 불이 켜진 공자무의 집무실. 다른 건물들에는 모두 불이 꺼져 있다.

[하는 짓이 귀여워서 봐주는 줄 알아라! 지금 네 실력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번 청부 이행 못해!] 권일해(청풍)이 자기 목에 칼을 겨누며 노려보던 장면 떠올리는 상춘우

상춘우; (당신 말은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권일해!) 스윽! 아메바처럼 변해서 공자무 집무실의 그늘로 스며들어가는 상춘우

상춘우; (나는 살수다!) (정당한 대결이라면 평범한 존재지만 준비된 암살이라면 누구라도 죽일 자신이 있다!)

상춘우; (누군가 당신을 죽여 달라는 청부를 한다면 팔할 이상의 확률로 죽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다!)

상춘우; (하물며 일개 장사치쯤이야...!) 스윽! 공자무 집무실로 스며들어가는 상춘우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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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사룡; [틀... 틀림없소!] [주군 집안의 비밀창고를 지키는 두 명의 옥지기요!] 겁에 질려 뒷걸음질치고

청풍; [으악!] 펄쩍! 날아오르고

청풍; [아... 아버지가 날 잡아오라고 귀(鬼)와 신(神)을 내보냈구나!]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고

독고사룡도 겁에 질려 급히 청풍의 뒤를 따라 날아가고

[!] [!] 미사일처럼 날아오다가 눈 번쩍하는 귀와 신

멀리 불이 난 시가지에서 날아가는 두 개의 그림자

<찾았다!> <넷째공자와 독고사룡이다!> 서로를 돌아보며 끄덕이는 귀와 신

쐐액! 더욱 속도를 높여서 유도미사일처럼 청풍과 독고사룡을 추적하는 귀와 신

청풍; (잡... 잡혀가면 끝장이다!) (이번에는 단순히 귀부에 쳐박히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야!) 사색이 되어 달아나고

그러다가 흠칫 옆을 보는 청풍.

독고사룡도 겁에 질려 힐끔거리며 자신과 나란히 달리고 있다

청풍; [아이 참! 나하고 같은 쪽으로 튀면 어떻게 해?] 짜증 내고

독고사룡; [그... 그럼 어쩌란 말이오 주군?]

독고사룡; [저들은 주군뿐만 아니라 노부도 잡으러 온 걸 거요!]

청풍; [그렇다고 같은 방향으로 튀면 함께 따라잡히잖아! 그렇게 머리가 안돌아가?] [당신 돌 대가리야? 그런 머리로 어떻게 신투 소리를 들었어?] 성질내고

독고사룡; (저 애송이가!) 화가 나지만

청풍;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일단 골목으로 숨었다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튀는 거야!] [나중에 강호에서 다시 만나자고!]

독고사룡; [알겠소이다! 헌데 이건 어찌할지요?] 자루를 들어보이고

청풍; [알아서 처리해!] 휘익! 골목으로 뛰어내리고

독고사룡도 골목으로 뛰어내리고

<골목으로 뛰어들었네!> <우릴 따돌릴 속셈이로군!> 눈 번쩍하며 따라가는 귀와 신

귀; <둘로 갈라져서 튀면 어느 쪽을 쫓아가야하는가?> 텔레파시로 말하고

신; <당연히 넷째공자를 추적해야지!> <그 말성꾸러기가 주군의 집무실에서 훔쳐간 물건의 중요성에 비하면 독고사룡쯤은 문제도 아니잖은가?>

귀; <그렇지!> 끄덕

이어 두 사람도 거리에 이른다. 쏴아아! 마신처럼 팔을 벌리고 거리 상공을 날아지나가는 두 사람. 길 가던 사람들이 놀라서 올려다보며 손가락질 하고

귀와 신의 눈에 멀리 앞쪽 골목을 함께 달려가는 청풍과 독고사룡의 뒷모습이 보인다.

귀; <어느 쪽이 말썽꾸러기인지 알아보겠나?>

신; <권일해와 그의 제자로 변장을 했던 터라 뒷모습만으로는 구분하기가 쉽지가 않군!>

그때 앞쪽의 골목길을 달리던 청풍과 독고사룡이 갑자기 갈림길에서 찢어져 서로 다른 방향으로 튄다

<혹시나 했더니 둘로 갈라졌다!> <난감하군! 누가 넷째공자인지 확인이 안된 상태인데...!> 당황하는 귀와 신.

귀; <일단 각기 한 놈씩 추격하도록 하세!>

신; <일대일로 추적하면 놓칠 가능성이 높아지긴 하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군!> 끄덕인다. 그 직후

청풍; [주군! 권소저 걱정은 말고 몸조심하시오! 노부가 권씨세가로 데려다주겠소!] 달리면서 목소리를 바꿔서 외치고.

[!] [!] 날아오던 귀와 신의 눈이 번쩍하고

독고사룡; (설마!) 흘끔 돌아보는데

쐐액! 갈라지려던 귀와 신이 다시 합쳐져서 독고사룡 자신을 향해 날아온다

독고사룡; (저... 저 악독한 심보!) 청풍이 낄낄 대며 웃는 모습 떠올리면서 이를 간다

독고사룡; (내 목소리를 흉내내서 귀와 신의 추격을 내쪽으로 몰리게 만들었다!) 사력을 다해 날아가고

독고사룡; (젠장할! 귀부에서 꺼내준 대가를 몸으로 치루라는 건가?)

독고사룡; (원하는 대로 해주마!) (그래야 신세를 졌다는 부담이 좀 가벼워질 테니...!) 쐐액! 사력을 다해 날아가고. 그 뒤를 귀와 신이 유도미사일처럼 날아간다

휘릭! 어느 집 지붕 위로 내려서는 청풍.

멀리로 독고사룡이 귀와 신을 달고 날아가는 것이 보인다

청풍; [미안해 독고영감!]

청풍; [하지만 종이란 건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니까 이해해주길 바래!] 낄낄 웃으며 돌아서서 다시 날아가고

청풍; [당분간 멀리 가서 짱 박혀있어야쥐!] 두 팔로 권완을 안은 채 낄낄 대며 날아간다

 

#55>

황금전장. 권씨세가의 사람들은 안보인다. 평온한 모습

공자무의 집무실. 공대벽이 공자무의 책상에 앉아서 무언가 쓰고 있다.

병수재의 부축을 받고 들어오는 공당한

공당한; [큰형님! 소제 돌아왔습니다!] 낭패한 모습. 마빡에는 퍼렇게 멍든 자욱도 있고

공대벽; [놓쳤느냐?] 붓을 놓으며 묻고

공당한; [그놈은 확실히 제가 생각했던 바로 그곳에 숨어있었습니다.]

공당한; [제 예상과 달랐던 점은 그놈이 글쎄 종이 아니라 그 집 주인으로 변장을 하고 있었다는......] + 공대벽; [됐다!] 손을 들어 말을 막고

공대벽; [이미 지난 일, 다시 거론할 필요없다.] [그리고 셋째 너는 더 이상 이번 일에 관여하지 마라.]

공당한; [형님!] 흠칫하고

공대벽; [즉시 네 방으로 가서 꼭 필요한 물건들만 챙겨서 짐을 꾸려라.] [시간을 다퉈서 네 거처를 옮겨야만 한다.]

공당한; [이게 무슨...... 넷째가 저지른 일이 그렇게나 큰일이었습니까?]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얼굴 굳어지고

공대벽; [그 애 잘못이 아니다.] 한숨

공당한; [넷째의 잘못이 아니라면......]

공대벽; [우리 집안의 숙명이다.] [공교롭게 일이 겹쳤을 뿐, 언젠가는 닥칠 일이 마침내 왔을 뿐이다.] 편지를 한통 집어들고

공대벽; [받아라! 아버지가 네게 남기신 편지다!]

공당한; [아버님이...!] 놀라며 두 손으로 받고

공대벽;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편지를 읽어 보거라. 네가 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 적혀 있을 것이다.]

공당한; [큰형님께서 보내주신 두 사람이 넷째를 쫓아갔습니다.] [그들이 넷째를 데려온다면 다 해결되지 않습니까?]

공당한; [아무쪼록 제가 남아서 형님을 도와줄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포권하지만

공대벽; [나는 아직 너까지 지켜줄 수 있을 만큼 강하지는 못하다.]

공당한; [!] 무언가 깨닫고.

공대벽; [네가 갈 곳과 데려다줄 인편도 다 준비해두었다. 짐을 꾸리는 대로 떠나라.] [나나 어머니를 보고 떠날 필요도 없다.]

공당한; [그... 그렇게 위험한 상황이라면 어머니도 거처를 옮기셔야하지 않겠습니까?]

공대벽; [어머님은 아버님이 돌아오시기 전에는 절대로 여길 떠나시려 하지 않을 게다.] 한숨 쉬며 고개를 젓고

공당한; [오늘 떠나면 언제 큰형님을 다시 뵐 수 있겠습니까?] 애절한 표정

공대벽; [네가 있는 곳으로 내가 찾아가마. 그때까지 죽지 않고 살아 남을수만 있다면...!]

공당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격

공당한; [천지신명께서 아버님과 큰형님을 보호하실 것입니다.] 두 손을 모아 포권한다.

말없이 일어나 공당한을 포옹하는 공대벽.

공대벽; (너야말로 천지신명의 가호를 받거라!) (내 아우야!) 공당한의 어깨를 다독이는 공대벽의 눈가에 눈물이 어린다

 

#56>

기암괴석이 울근불근한 깊은 산중.

귀; [놓쳤군.] 이를 부득 갈며 한쪽을 본다.

귀와 신이 서있는 곳은 높은 절벽 앞. 절벽에는 좁은 금이 가있는데 그 앞에 서있는 아람드리 나무 가지에 독고사룡이 짊어지고 다니던 자루가 걸려있다.

귀; [크아!] 분해서 손을 벼락같이 휘두르고. 손바닥에서 검날이 쭉 튀어나와 아람드리 나무를 베어버린다.

쩍! 베어져서 넘어지는 나무.

신; [쯧! 이런 간단한 속임수에 넘어가다니....!] 한숨 쉬며 손을 뻗자 나무에 걸려있던 자루가 그의 손으로 날아들어간다.

콰콰쾅! 지면에 무너지는 거목

신; [거래장부에 묻혀놓은 백리향(百里香)을 너무 믿은 게 탈이었네.] [넷째공자도 거래장부에 백리향이 묻혀져 있는 걸 알고 이걸 미끼로 썼어!] 자루를 열어 내용물을 보고

신; [우리가 여기서 머뭇거리는 동안 수십리 밖으로 달아났겠지!] 자루 안쪽을 살피고

귀; [그 물건은?]

고개 젓는 신

귀; [염병할!] 쾅! 발을 구른다.

드드드! 계곡 일대가 지진이라도 난 듯이 흔들리고

귀; [흐흐흐! 넷째 공자고 나발이고 눈에 띠기만 해봐라! 손모가지부터 뎅강 잘라버리겠다.] 살벌하게 웃고

신; [잡을 기회는 있었네. 다만 우리가 어리석어 놓쳤을 뿐이고....!] 자루의 입구를 다시 닫고

신; [상춘우에게서 권일해와 그의 제자가 갑자기 들이닥쳤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알아차렸어야했네.] [그 즉시 권씨세가로 달려갔으면 간단히 잡을 수 있었겠지!]

귀; [기회는 한 번 더 있었어!] 화를 내고

귀; [두 놈이 눈에 띄었을 때 쫓아갈 것 없이 바로 어검술(馭劍術)로 검을 날려 죽여버렸어야 했어!] [그랬더라면 주군의 그 물건은 회수할 수 있었을 걸세!] 이를 부득 갈고. 쩡! 손바닥에서 튀어나왔던 칼날이 다시 들어간다.

신; [미우나 고우나 그 아이는 주군의 아들일세.] [물건을 회수하겠다고 죽일 수는 없잖은가?] 고개 젓지만

귀; [그 물건이 뭔지 알면서도 그런 소릴 지껄이나?] [그 개망나니 하나 때문에 무림이 피에 젖을 지도 모르는데?] 버럭 고함

신; [진정하게. 화를 낸다고 될 일이 아니잖은가.] 한숨

신; [가능성은 낮지만 좀 더 찾아보세.] [엉뚱하고 호기심이 많은 아이라 흔적을 남겼을 수도 있네!]

귀; [빌어먹을 망나니같으니...!] 이를 부득 갈며 돌아서고

신; [사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일이 아닐 수도 있네!] [넷째공자가 그 물건을 사용하지만 않는 이상 문제가 될 것도 없으니까 말일세.] 걸음을 옮기고

귀; [그러다가 그 물건이 만마천(萬魔天)이나 심제회(尋帝會) 손에 들어가면 일 나는 거지!] 스스스! 냉소하며 사라진다.

신; [행여나 그런 상상은 하지도 말게!] 역시 사라지고.

헌데 두 사람이 사라진 직후

슈욱! 절벽의 좁은 틈에서 유령처럼 스며 나오는 독고사룡

독고사룡; [휴우! 겨우 따돌렸군!] 안도의 한숨

독고사룡; [거래장부에 미세한 향기가 스며있다는 걸 뒤늦게 안 덕분에 미끼로 쓸 수 있었다.] 옆의 바위에 걸터앉고

독고사룡; [등하불명(燈下不明)이란 간단한 이치도 모르는 멍청이들....!] 낄낄 웃고

독고사룡; [그런데... 만마천이야 그렇다 쳐도 심제회라는 이름은 오늘 처음 듣는 걸!] [임금(帝)을 찾는 모임이라고?] 고개 갸웃

독고사룡; [무림에 나 독고사룡이 모르는 세력도 있었나?] [두 옥지기의 말투로 봐선 하루 이틀에 만들어진 신흥세력은 아닌 게 분명한데....!] 찡그리고

독고사룡; [어쨌든 잘 됐군! 세상에 나오자마자 심심하지는 않게 되었으니....!] 일어나고

독고사룡; [그럼 어디 마음껏 활개를 치고 다녀볼까?]

독고사룡; [으하하하! 세상에 기다려라! 나 독고사룡이 삼십년만에 다시 등장하셨노라!] 날아올라 사라진다.

 

#57>

금릉. 저녁 무렵. 해가 지려 하고 있다.

금릉의 빈민가.

객잔에 자리한 상춘우의 아지트. 검은 야행복을 입은 상춘우와 위지삼수, 종리전, 전정무, 음리방이 탁자에 둘러앉아서 무기와 암기들을 점검하고 있다. 모두 엄숙한 표정

문을 열고 들어오는 꽃무늬가 크고 화려한 옷을 입은 튀는 차림의 지고운. 치마의 한쪽이 길게 터져 있어 허벅지가 드러난다. 흘깃 돌아보는 상춘우. 좀 못마땅한 모습.

지고운; [소매는 준비 되었어요!] 교태로운 자태로 들어서며 문을 닫는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리하나는 통째로 드러난다.

상춘우; [그런 차림으로 황금전장에 잠입할 작정이냐?] 찡그리고

지고운; [난 지금 여자라구요!] [나까지 오라버니들처럼 칙칙한 야행복을 입고 뛰어다닐 필요가 뭐 있겠어요?] 빈자리에 다리 꼬며 앉고. 터진 치마 밖으로 미끈한 다리가 드러나고. 그걸 훔쳐보며 침 꼴깍 삼키는 종리전.

지고운; [게다가 상오라버니 입으로 눈에 띠지 않고 황금전장에 숨어들어갈 방법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종리전에게 윙크하는 지고운. 기겁하는 종리전

지고운; [남의 눈에 띠지 않는다면 굳이 야행복으로 몸을 감출 필요도 없잖겠어요?] 교태를 부리고. 눈치 보는 종리전, 음험하게 웃는 음리붕

상춘우; [너는 대체 자신이 자객이라는 자각이 있긴 하는 거냐!] 화를 내지만 + 전정무; [뭐 괜잖지 않겠소?] 말리고

전정무; [오히려 허를 찌르는 수단이 될 수도 있소이다.]

위지삼수; [내 생각도 종리형과 같소.]

위지삼수; [우리가 실패할 경우 다 끝났다고 방심하는 공씨부자를 지매가 처리할 수 있을 거요!]

상춘우; [지금은 쓸데없는 일로 허비할 시간 없으니 복장에 대해선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다!] 신경질 내며 도면을 펴고

상춘우; [그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오늘밤 결행할 청부에 대해 검토하자!]

모두들 도면으로 얼굴을 모으고.

도면은 거대한 장원의 아주 복잡한 설계도다.

상춘우; [황금전장은 천하제일의 전장답게 아주 넓고 복잡하다.] [경비 역시 몇겹으로 펼쳐져 있어서 들키지 않고 잠입하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비수 끝으로 도면의 여기저기를 가리키고

상춘우; [하지만 이 장보도를 입수한 덕분에 겹겹이 쳐진 황금전장 내부의 경계망에 걸리지 않고 단번에 공씨일족의 거처까지 돌입할 수 있다!] 콕콕! 중앙 뒤쪽의 건물들을 비수로 건드리고

상춘우; [이곳은 공씨일족의 사적인 공간이라 오히려 경계가 거의 없다.] [즉, 여기까지만 들키지 않고 잠입하면 의외로 일이 수월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모두 고개 끄덕이고

상춘우; [결행 시간은 삼경(三更) 초!]

상춘우; [새벽녘이 잠행에 유리하다는 선입견 따윈 버려라!] [제대로 된 경비는 오히려 새벽녘에 삼엄한 법이다!]

상춘우;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휴식을 취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어라!]

상춘우; [오늘밤이 우리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강렬한 표정

모두 결연한 표정으로 끄덕

 

#58>

같은 객점

어느 방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지고운. 이 방은 여자 방답게 아기자기하고 화사하다. 화장대에는 각가지 화장 도구와 구리거울도 놓여있고.

지고운; [어쩐지 여자로 첫 경험할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교태롭게 엉덩이를 흔들며 화장대로 가고. 화장대앞에는 중국풍의 동그란 도자기 의자가 놓여있다

지고운; [공자무.... 공청풍....!] 화장대 앞에 놓인 그 도자기 의자에 앉고. 엉덩이가 빵빵

지고운; [나같이 예쁜 자객 손에 죽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할 거야!] [옛말에도 기왕이면 꽃그늘 아래 송장이란 말도 있잖아?] 거울을 들여다보며 입술에 연지를 바르려 하고. 바로 그때

[자기가 정말 예쁘다고 생각해?]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말하고. 눈 부릅 지고운

[내가 보기엔 그저 박색을 겨우 면한 정도인 것 같은데 말이야!] 음산한 여자 형상이 뒤에 서서 웃고 있다. 웃는 입과 가늘고 길게 찢어진 한쌍의 눈만이 부각되어 보인다

지고운; (누... 누가 방안에 있었다!) 소름이 쫙 끼치고

[음양호리(陰陽狐狸) 지고운!] [네 얼굴과 옷을 좀 빌려줘야겠어! 너무 짜게 굴지는 않겠지?] 지고운의 어깨를 쓰다듬는 갸름한 손가락.

지고운; (젠장!) 가랑이를 벌린다. 터진 치마 밖으로 다리가 하나 나오면서 허벅지 안쪽에 숨겨놓은 비수가 드러난다

지고운; (나 때문에 오라버니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어!) 빠르게 그 비수를 뽑으려고 하지만

콱! 어깨를 쓰다듬던 갸름한 손이 날렵하게 지고운의 목덜미를 찍는다. 전기가 오르는 표정이 되어 고개 젖히는 지고운

지고운; [상... 상오라버니!] 기절하며 의자에서 옆으로 넘어지고

지고운; (미안해요!) 털썩! 바닥에 쓰러지며 기절한다

[호호호 너무 서운해하지 마라!] 그런 지고운을 내려다보며 웃는 여자의 실루엣

[역사에는 황금전장을 피바다로 만든 장본인이 너로 기록될 테니까!] 기절한 지고운을 발끝으로 툭툭 차고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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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권씨세가를 등지고 걸어가는 청풍과 독고사룡. 청풍은 기고만장해서 어깨가 저절로 들썩거린다

독고사룡; [이제 어디로 가실 겁니까 주군?]

청풍; [글쎄.... 풍파가 갈아앉을 때까지는 당분간 숨어 있어야하는데...!]

청풍; [이 기회에 바다 건너 왜국에나 가볼까?]

청풍; [거기 아가씨들이 속옷을 안 입고 다닌다는 소문도 확인해볼 겸 해서...!] 낄길 대며 말하는데 펑! 뒤쪽에서 뭔가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반사적으로 돌아보는 청풍과 독고사룡

멀리 권씨세가의 대청 건물 지붕 위로 미사일처럼 날아오르는 권완. 지붕을 박살내고 날아올랐다.

청풍; [헉! 저... 저건 이쁜이잖아!]

독고사룡; [권소저가 천재는 천재인 모양이오! 벌써 마비에서 풀려났소!] 역시 놀라는데

권완; [공청풍!] 쐐액! 악을 쓰며 미사일처럼 날아온다

청풍; [으핵! 토껴!] 비명 지르며 달아나고. 독고사룡도 겁에 질려 청풍의 뒤를 따라간다

앞쪽의 시가지로 발에 땀나게 뛰어가는 청풍과 독고사룡이 권완의 눈에 보이고

권완; [죽여버리겠다!] 쐐액! 악을 쓰며 더욱 빠르게 날아가고

뒤돌아보며 시가지의 골목으로 뛰어들어가는 청풍과 독고사룡.

권완; [서라!] 슈학! 역시 골목길로 날아들어가고

독고사룡; [대단한 경신술이오!] 여유있게 청풍을 따라오며 뒤를 흘깃 돌아보고. 길 가던 사람들 기겁하며 담벼락에 달라붙어 피하고

독고사룡; [노복이야 어찌 어찌 따돌릴 수 있겠으나 주군은 권소저를 뿌리칠 수 없을 듯하오!]

청풍; [이 골목은 내가 빠삭해! 잡히는 일 따윈 절대 없어!] 바람처럼 골목길 모퉁이를 향해 달려가고.

청풍; [모퉁이를 도는 순간 도약해서 아무 쪽으로나 담장을 넘어!] 외치며 골목길 모퉁이로 바람처럼 방향을 틀어 달리고

독고사룡; (담장을 넘으라고?) 흠칫하면서도 골목길을 홱 돌아 달리고

[!] 직후 눈 부릅 독고사룡

골목길은 꺽이자마자 막다른 곳이다. 독고사룡 앞쪽에서 청풍은 이미 옆의 담장으로 도약하고 있고

독고사룡; (위험!) 팟! 독고사룡도 급정거하면서 도약해서 옆의 담장 위로 솟구친다

독고사룡; (주군이 미리 경고하지 않았으면 담벼락과 그대로 충돌할 뻔했다!) 휙! 담장 위를 달리며 생각하고

권완의 앞으로 확! 다가오는 골목 모퉁이

권완; (놓치지 않아!) 쐐액! 이를 갈며 바람처럼 모퉁이를 돌아가고

권완; (복잡한 시가지의 깊은 곳으로 숨기 전에 잡아야....!) + [!] 생각하며 맹렬한 속도로 골목길을 돌다가 눈 부릅

확 다가오는 막다른 골목

권완; (안돼!) 기겁하며 양팔로 얼굴을 가리고 앞으로 날아간다. 속도를 줄이려고 애쓰며 상체를 뒤로 젖히지만 달려온 속도가 너무 빨라서 멈출 수가 없다.

콰쾅! 양팔을 교차해서 앞을 가린 자세로 그대로 벽과 충돌하는 권완; 몸에서 저절로 방어막이 일어나 그 방어막이 벽을 박살낸다

펑! 가로 막았던 담벽을 시루떡처럼 박살내며 담벽 안쪽으로 밀려들어오는 권완. 상체를 뒤로 젖혀서 급정거하는 모습인다.

[헉!] [뭐야?] [누구냐?] 비명들이 터지는 담벼락 안쪽은 어느 집 마당이다. 이집은 술도가인데 박살난 담벼락 맞은편에는 집채만한 술통이 놓여있다. 와인을 저장하는 오크통을 몇십배로 부풀려놓은 듯한 모습이고. 그 술통 주위에서는 술도가의 일꾼들이 일하다가 기겁하며 돌아본다. 일꾼들이 사다리를 술통에 걸쳐놓은 채 물통을 서로 건네줘서 술을 거대한 술통에 옮겨 담던 중이다. 주변에는 소주를 내리는 커다란 기계들이 십여개 늘어서 있고 각 소주 내리는 기계에서 소주가 흘러나와 나무통에 고이고 있다. 소주를 내리는 기계들 아래에는 화덕이 설치되어 있어서 불을 때고 있다. 불을 때는 자, 소주 내리는 기계를 보살피는 자, 내려진 술을 거대한 술통에 릴레이로 건네주던 자들 등등. 일꾼들이 일하다가 기겁하며 돌아본다

권완 앞으로 확 다가오는 거대한 술통

권완; (멈춰야하는데...!) 박살난 담벼락 잔해들과 함께 앞으로 관성으로 날아가며 사색이 되는 권완. 직후

쾅! 미사일이 날아든 것처럼 거대한 술통과 충돌하여 그 안으로 뛰어 들어가버리는 권완

펑! 구멍이 난 술통 중간에서 술이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꼬르륵! 거대한 술통에 빠져 갈아 앉는 권완. 놀라 눈을 부릅뜬 자세로 입을 벌렸다

쿨럭! 쿨럭! 놀라서 벌린 입으로 술이 마구 밀려든다

권완; (술...!) 갈아앉으며 놀라고

권완; (이건 거대한 술통이었어! 마시면 안돼!) 꼬르륵! 다급히 입을 막는다.

[으헥! 술통이 깨졌다!] [안돼!] [엄마야!] 난리가 나는 장내. 사다리에 올라가 있던 자는 사다리가 쓰러져 나뒹굴고 주변의 일꾼들도 나자빠지고. 쏟아져 나오는 술이 그들을 뒤집어씌운다.

콰르르ㅡ! 콸콸! 깨진 술통에서 쏟아져 나오던 술 줄기들이 약해진다. 고여있던 술이 대부분 쏟아져 나온 것.

[뭐...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몰라!] [뭔가가 담을 뚫고 들어와서 술통을 부수고 들어간 것 같은데...!] 주저앉거나 물러난 일꾼들 놀라며 술통을 보고. 그때

턱! 깨진 술통의 중간을 움켜잡는 가녀린 여자의 손

쿨럭! 기침을 하며 겨우 술통에서 일어나는 권완.

[저... 저거!] [아직 어린 계집애잖아!] 일꾼들 어이없어할 때

비틀거리며 술통 밖으로 나오려는 권완. 하지만 술을 대량으로 들이킨 탓에 눈이 풀렸다

털썩! 술통 밖으로 나뒹구는 권완. 옷이 술에 젖어 아주 야하다. 하지만 아직 그렇게 볼륨있는 몸매는 아니다.

권완; (일.... 일어나야 되는데...! 그 짐승을 잡아야하는데....!) 술에 취해 몽롱한 표정으로 일어나려 애쓰고

[이 아가씨 누구야?]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지?] 그런 권완을 둘러싸고 웅성거리는 일꾼들. 권완의 야한 모습을 보며 침 삼키는 놈도 있고

그러다가 한 놈이 옆을 보며 깜짝 놀란다.

술통에서 쏟아진 술이 소주를 데우는 아궁이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술... 술에 불이 붙는다! 튀어!] 비명 지르며 달아나는 그놈.

모두들 깜짝 놀라 돌아보고. 직후

술이 아궁이로 흘러들어가고

펑! 폭발이 일어나면서 거센 불길이 확 치솟는다. 엄청나게 도수가 높은 술이라 불이 붙었다

[으악!] [안... 안돼!] [불이야!] 일꾼들 비명을 지르며 마당 안쪽의 건물로 달아난다. 그 배경으로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권완

 

#54>

담장과 지붕을 밟으며 나란히 달리는 청풍과 독고사룡.

독고사룡; [주군은 권소저를 너무 무서워하시는구려.] [생사일보로 상대하지 못할 적은 없는데...!] 달리면서 말하고

청풍; [그건 당신이 우리 집안 가훈(家訓)을 몰라서 그래!] 한숨

청풍; [여자에게는 무조건 져라! 대장부가 되어서 여자에게까지 이기면 집안이 망한다!] [이게 오백년 넘게 전해져온 우리 집안 가훈이라구!]

독고사룡; [허어! 큰주인께서 공처가로 소문이 난 것도 그 가훈 때문이겠습니다!]

청풍; [가훈도 있고 해서 우리 집에선 어머니가 최고 권력자야.] [아버지를 포함해서 아무도 감히 어머니의 권위를 손상시킬 엄두를 못 내.] 한숨

청풍; [우리 형제들은 못 말리는 개구쟁이로 자랐지만 그래도 어머니 직속인 시녀와 계집종들한테는 농담 한 번 걸어보지 못했어.] 분해하고

청풍; [하물며 여자한테 손찌검이라도 했다가는 어머니에게 맞아죽을 걸?]

독고사룡; [손속이 독랄한 여자고수를 만나 맞아 죽으면 어쩌려고 그런 가훈을...!] 혀를 차고

청풍; [어머니가 무척 아쉬워하시겠지.]

독고사룡; [그래도 자식 사랑은 있으신 분이구려!] + 청풍; [그게 아니라....]

청풍; [그런 대찬 여자를 며느리로 맞아들이지 못한 걸 아쉬워할 거란 소리야.]

독고사룡; [허어!] 기가 막힌 표정 짓고. 그때

펑! 갑자기 그들 뒤에서 폭음이 터지고

깜짝 놀라 돌아보는 청풍과 흠칫하며 돌아보는 독고사룡

화악! 그들이 지나온 쪽에서 거센 불길이 허공으로 맹렬히 치솟는다.

청풍; [아차!] 휘릭! 급히 지붕 위에 내려서고

독고사룡; [우리가 지나온 곳에서 불이 났소!] 역시 놀라며 청풍의 옆에 내려서고

불이 난 술도가 근처의 모습 크로즈 업.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골목 골목으로 튀어나온다. 불길이 하늘 높이 맹렬히 치솟고 있고

청풍; [지금 생각해보니까 이쁜이를 유인한 막다른 골목 안쪽은 양조장(釀造場)이었어.] 인상 이지러지고

독고사룡; [술통이 깨지거나 넘어지면서 도수 높은 술이 아궁이로 흘러들어가 불이 났겠습니다.] 눈 번쩍

청풍; [이쁜이는 무사할지 몰라!] 손을 들어 이마에 대고 목을 뺀 채 기웃거린다.

독고사룡; [어쨌든 정혼한 사이라고 걱정이 되시는 거요?] 웃고

청풍; [걱정은 무슨...!] 입술 삐죽. 그때

독고사룡; [안심하시오 주군. 권소저는 무사히 빠져나온 것 같소!]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키고

또 다른 골목. 양조장의 정문이다. 그곳에서 권완이 비틀거리며 서있는 것이 보이고. 양조장의 일꾼들과 뚱보 주인이 그런 그녀를 에워싼 채 삿대질을 하고 있고. 집안에서는 사람들이 불을 끄느라 난리가 났고

청풍; [그렇긴 한데...!]

청풍; [어째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이네.] 흐느적 비틀거리는 권완의 모습을 배경으로

독고사룡; [술통과 부딪히면서 독한 술을 들이킨 듯하오.]

청풍; [그런 것 같지?] 목을 빼고 손을 이마에 댄 채 살피고

뚱보 주인에게 비틀거리면서도 고개를 조아리는 권완.

독고사룡; [주인인 듯한 자에게 연신 머리를 조아리는데.....] [저런! 사과가 안 통하는지 멱살잡이를 당하는구려!] 눈 치뜨고

뚱보 주인이 악을 쓰며 권완의 멱살을 잡는 모습이 보인다.

청풍; [아니 저 뚱땡이가 감히 누구한테 손을 대는 거야!] 팟! 분노하며 지붕을 박차고 양조장 쪽으로 날아간다

독고사룡도 청풍의 뒤를 따라서 날아가며 고개 저으며 쓴웃음 짓는다

양조장 앞. 권완의 멱살을 잡고 침 튀기는 뚱보 주인. 권완은 눈이 풀린 채 흐느적거린다

더 사나워지는 뚱보주인의 악다구니. 주변의 일꾼들도 살벌한 표정

참지 못하고 손을 젓는 권완

나뒹구는 뚱보주인.

돼지 멱따듯 비명 지르며 권완에게 삿대질을 하는 뚱보 주인

일제히 권완에게 달려드는 일꾼들

비틀거리면서 피하는 권완. 하지만 술이 취해 몸이 말을 듣지 않고

그 틈에 권완의 두 팔을 잡는 일꾼들

몸을 비틀지만 술기운 때문에 뿌리치지 못하는 권완

음험하게 웃으며 권완을 희롱하려는 일꾼들. 직후

[이 잡것들이!] 뻑! 빡! 유령같이 나타나서 연속동작으로 그놈들의 아구통을 돌려버리는 청풍

비명 지르며 나뒹구는 일꾼들. 다른 놈들은 놀라 물러서고

청풍; [누구한테 수작질들이야 엉?] 휘이! 멈춰서며 눈을 부라린다.

놀라는 놈들. 그때

눈이 풀려 쓰러지려는 권완

청풍; [안심해! 내가 왔어!] 그런 권완을 두 팔로 끌어안는 청풍

권완; [공... 공청풍...! 죽... 죽일 거야!] 눈이 풀려 해롱거리면서 안기고

청풍; [그래 그래! 나중에야 죽이든 살리든 우선은 정신 좀 차려!] 두 팔로 번쩍 안아들고.

[주군!] 휘이이! 독고사룡도 옆으로 내려서고

독고사룡; [사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위를 보고

청풍이 돌아보니 불길이 담장너머로 치솟는다. 사람들 비명 지르며 사방으로 달아나고

독고사룡; [다른 집으로 번지면 걷잡을 수 없는 대형 화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청풍; [그럼 꺼야지!] 휙! 날아오르고

독고사룡도 흠칫하며 날아오르고

청풍; [양조장을 안쪽으로 무너뜨려서 더 이상 불길이 번지지 않게 해! 이쪽은 내가 맡을게!] 휘익! 생사일보를 펼쳐서 오른쪽으로 달린다. 청풍의 모습이 천처럼 길게 늘어지고 기절한 권완은 그 천 끝에 얹혀진 모습으로 허공에 늘어진 채 날아간다

쩍! 독고사룡도 반대쪽으로 길게 늘어나며 달려가고

콰드득! 콰콰광! 두 사람이 반원형으로 달리자 건물과 담장등이 말끔하게 잘리고 원형으로 잘려진 안쪽의 건물들은 안쪽으로 무너진다.

[저... 저...!] [집과 담장이 매끈하게 잘려나가다니...!] 피한 사람들 놀라서 보고

휘익! 스스스! 서로 교차하는 청풍과 독고사룡

휘릭! 좌우의 다른 지붕으로 날아내리며 원래 모습으로 나타나는 청풍과 독고사룡

콰드드! 콰과! 원형으로 잘려진 안쪽의 건물들이 함몰하고. 그 바람에 불길도 건물 잔해에 파묻혀 기세가 줄어든다

청풍; [화재진압까지 하고... 오늘 참 별일 다 한다!] 한숨

[죽일 거야! 죽... 죽일 거야!] 두 팔에 안긴 권완이 연신 코 맹맹이 소리를 하고

청풍; [나 참... 어린 계집애가 대낮부터 술주정이라니...!] [에휴! 누가 데리고 살지 걱정이다 걱정이야!]

청풍; (그래도 환장하게 예쁘긴 하네!) 내려다 보며 침 꼴깍

술에 취해 옹알거리는 권완의 얼굴이 너무 예쁘다. 두 볼이 발그레해진 상태로 눈을 감고 옹알거리고 있다.

청풍; (술이 취해서 더 예쁘게 보이는 걸까?) 침 꼴깍. 그때 옆에서 독고사룡의 눈이 번쩍하며 권시세가 쪽을 본다

독고사룡; [주군! 새로운 손님들이 오고 있소!] 권씨세가 쪽을 가리키며 긴장하고

청풍도 흠칫하며 고개를 들어서 보고

쐐액! 멀리 권씨세가로부터 검고 흰 그림자가 미사일처럼 날아온다

청풍; [엄청난 경신술...! 설마 저치들은....!] 놀라고.

그 옆에서 독고사룡은 고개를 빼고 손을 이마에 댄 채 시력을 높인다.

날아오는 두 사람 크로즈 업. 바로 귀와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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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권씨세가의 주방. 시녀들이 어리둥절하며 겁에 질려 있고. 총관을 비롯한 중년무사들이 주방으로 달려온다.

총관; [최숙수!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외치며 주방으로 뛰어든다.

[!] 직후 눈 부릅 총관과 무사들

! 주방의 여기저기에 죽어있는 주방장과 요리사들. 입과 코로 피를 흘리는 자들도 있고 식칼로 목을 찔러 죽은 자들이 있고. 주방장은 목에 칼을 찔러 죽었다

총관; [... 이게 대체 무슨...!] 당혹

 

#51>

다시 대청.

쿠오오! 온몸에서 폭풍같은 기운을 토해내는 공당한. 부릅뜬 두 눈은 백열되어 있고.

권일해(청풍)은 오만상을 쓰며 몸을 뒤로 좀 젖히고 있고 그 뒤에서 권완이 창백한 안색으로 비틀. 철궁의 세노인과 병수재는 목을 움켜쥔 채 컥컥 거린다. 한검호(독고사룡)은 머리를 두 팔로 감싸쥔 채 바닥에 엎드려 달달 떨고 있다.

권일해(청풍); (저건...!)

쿠오오! 공당한의 몸에서 넘실거리는 기운이 마치 용이나 귀신들처럼 보인다

권일해(청풍); (공자왈 맹자왈 하는 먹물 나부랭이들 중에서도 귀신을 부르고 용을 부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자들이 나온다는 소문이 아주 헛것은 아니었구나!) 침 꼴깍. 그때

끄륵! 가장 약한 병수재가 숨이 막혀 눈이 돌아간다. 목을 쥐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고. 그걸 곁눈질로 보는 권완. 권완도 안색이 창백하긴 하지만 가장 상태가 좋다

! 사력을 다해 손뼉을 치는 권완. 순간

! 벼락 같은 기운이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내는 공당한의 몸을 때린다.

움찔하며 정신을 차리는 공당한

공당한; [!] 화악! 공당한의 몸 주위에서 일어났던 기운들이 단번에 사라지고

공당한; [왜들 그러시오? 무슨 일이 있으셨소?] 어리둥절하며 돌아본다.

털썩! 털썩! 사색이 되어 자리에 주저앉는 철궁의 세노인.

콜록거리고 숨을 헐떡인다.

병수재도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한검호(독고사룡)은 여전히 머리를 감싼 채 달달 떨고 있다

공당한; [내가 뭘 어쨌다고...!] 주눅이 들어서 눈치를 보고

권완; [총관께서 돌아오시는군요.] 밖을 본다.

총관이 허둥대며 달려오고 있다. 부하들도 뒤따르고

권완; [총관님의 말씀을 들어보면 오해가 풀릴 것입니다.] 다시 자리에 앉고

총관; [가주님께 보고 드립니다!] 사색이 되어 포권하고

총관; [저희가 달려갔을 때 최주주는 이미 낌새를 채고 스스로 목을 찔러 자결했습니다.]

총관; [뿐만 아니라 주방에 함께 있던 삼십육 명의 다른 숙수(熟手;요리사)들도 모두 독약을 먹고 죽어버렸습니다.]

권일해(청풍); [자결을 했다?] 찡그리고

권완; [음모...... 우리 세가를 향한 악독한 음모가 진행되고 있었군요!] 싸늘

오사; [! 소저는 상투적인 수법으로 이 상황을 얼렁뚱땅 넘기려 하는군.] [우리가 철궁의 십이사라는 사실을 잊지 말게.] 이하의 말싸움에 권일해(청풍)과 일사만 참가하지 않고 관망한다.

권완; [호호호! 제가 해야할 말을 대신 하시는군요.] 싸늘하게

권완; [세분과 세분의 잘난 제자가 작정을 하고 본가를 없애버리려 음모를 꾸미셨겠지요!] [셋째 시숙께서 말씀하시지 않았더라면 꼼짝없이 당할 뻔했네요.]

오사; [허튼 소리!] 벌떡 일어나고

삼사; [비열하게 독을 써서 사람을 해치려한 주제에 말이 많구나!] 역시 일어나고

권완; [셋째 시숙께서는 공청풍 그자가 세가에 숨어있음을 확신한다고 하셨죠?] 공당한에게 묻고

공당한; [그렇소.]

권완; [그가 정말 영친의 추적을 피할 목적만으로 세가에 잠입했을까요?] 냉소

공당한; [워낙 엉뚱한 놈이라 나로서는 막내의 꿍꿍이를 다 짐작할 수가 없소!]

권완; [그럼 제가 대신 말씀드리지요!]

권완; [공청풍은 이번 족보강탈사건을 확실히 해결할 방법으로 독을 선택한 거예요!]

권완; [세가의 식솔들이 전부 중독당해 죽어버리면 책임을 물을 사람도 없어지게 될 테니까요!]

삼사; [궤변이다!] [천재소리 듣더니 잘도 꾸며대는구나!]

오사; [요리사들도 자살한 게 아니라 입막음으로 죽여버린 것이 아니냐?]

총관; [뭐요?] 부릅. 다른 무사들도 분노하고

권완; [여러분들을 독살하려고 했다면 아버님께서는 왜 셋째 시숙께서 음식을 드시려는 걸 막았을까요?] 냉소하고

삼사; [가주의 시커먼 속을 어찌 다 알 수 있겠는가?] 냉소

총관; [말을 삼가시오!] ! 칼을 뽑고. ! 차창! 다른 무사들도 무기를 뽑고

오사; [드디어 마각을 들어내는군!] [살인멸구를 할 작정이라면 쉽지 않을 것이다!] ! 역시 칼을 뽑고. 일촉즉발. 그때

권일해(청풍); [그만들 해!] ! 손바닥으로 탁자를 치고

모두들 놀라 돌아보고

권일해(청풍); [젠장! 더는 못 참겠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권일해(청풍); [전부 자리에 앉아!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들어!] 화를 내며 사람들을 노려보고

권일해(청풍)의 기세에 눌려 무기를 거두며 각자의 자리에 앉는다. 공당한과 권완도 앉고

권일해(청풍); [먼저 미보록 노사께 묻겠소.] [세가의 사람들이 중독된 독을 해독할 수 있소?] 삼사를 노려보고

삼사; [가주가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다만 상당히 긴 시간을 요하오.]

삼사; [지금 다시 살펴보건데 세가의 식솔들은 최소한 한 달전부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만성독약을 복용해왔소!] 가장 가까이 있는 총관을 흘깃 보고

삼사; [그만큼 중독의 뿌리가 깊어 해독도 쉽지가 않을 것이오!]

권완; [한 달전부터 독에 노출되었다구요?] 놀라고

삼사; [청풍이놈이 범인이 아니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지!] 끄덕

권완; [전 화식을 하지 않아 무사했군요.] 신음

권일해(청풍); [세분은 여기서도 의뢰를 받겠지요?] 세 노인쪽으로 가고

일사; [물론이오. 우리는 일을 맡을 때 장소를 가리지 않소.]

권일해(청풍); [그럼 세가의 중독된 사람들 모두를 해독해주길 의뢰하겠소.] 포권하고

일사; [중독된 사람들 전부를?] 흠칫

권일해(청풍); [저 사람도 원래는 저렇게 멍청하지 않았소. 세가의 일반 무사들도 마찬가지요.] 턱으로 총관을 가리키고

권일해(청풍); [본인은 이제서야 세가가 왜 이렇게 허술해졌는지를 알게 되었소.] [전부 다 멍청이가 되는 만성독약에 중독당해왔던 거요!]

[... 그런....!]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중독당했다니...!] 사색이 되는 총관과 무사들

일사; [노부가 알기로 세가의 사람은 대략 천이백 명 정도일 거요.]

일사; [그들 모두를 해독하려면 한 명당 백 냥씩 계산해서 십이만 냥은 내야하오.]

권일해(청풍); [드리겠소. 지금 당장.] 품속에서 전표 다발을 꺼내고

권완; (아버님이 어떻게 저런 거금을...!) 놀랄 때

권일해(청풍); [세가를 상대로 한 어떤 음모가 진행되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소.] 만냥짜리 전표를 세고

권일해(청풍); [그리고 그 음모자는 결코 철궁이나 황금전장 또는 음...... 세분의 제자가 아닌 것도 분명하오.] 센 전표를 뽑아내고

삼사; [하지만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런 짓을......] 당혹

권일해(청풍);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십이사께서 배후를 밝혀주시오.] [사례로 십만냥을 더 지불하겠소!] 전표 이십여장을 일사 앞에 내려놓는다.

일사; [철궁의 능력을 믿어주니 고맙기는 한데...!]

일사; [가주의 말투가 좀 이상하구려. 마치 방관자가 된 듯하오이다.] 권일해(청풍)의 반응을 살피고

권일해(청풍); [지금부터 그 이유를 설명하겠소.] 입구 쪽으로 걸어가고. 그곳에는 한검호(독고사룡)이 긴장한 채 서있다

대청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청풍을 뚫어지게 응시한다.

권일해(청풍); [사실 나는 여러분이 여태까지 알고 있던 그 사람이 아니오.] 문간에 서서 밖의 하늘을 보고

일사; [가주가 속을 깊이 감춘 사람이라는 건 익히 짐작하고 있었소.]

권일해(청풍); [오해가 이만큼 깊어지지 않았다면 정체를 밝힐 생각은 결코 하지 않았을 것이오.]

권일해(청풍); [하지만 상황은 어느덧 내가 정체를 밝히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방법이 되어 버렸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소!] 말을 마친 후 갑자기 빙글 돌아선다.

[!] [!] 순간 경악하는 각가지 표정들

! 권일해(청풍)의 얼굴이 어느덧 말끔한 청풍의 얼굴로 변해 버렸다.

[공청풍!] [제천대성!] [청풍이 너 이놈...!] [!] 모든 사람들의 경악.

권완; (저자.. 저 원수가 아버지로 위장하고 있었다니...!) 달달 떨고. 그때

공당한; [으하하하! 그럼 그렇지!] 미친 듯이 웃고

공당한; [네 녀석이 가면 어딜 가겠느냐?] [네가 제천대성이라면 난 석가여래(釋迦如來)! 뛰어봤자 내 손바닥 안이 아니냐!]

공당한; [! 그만 함께 돌아가자. 아버님께서 네가 가지고 도망친 물건 때문에 크게 진노하신 후 어디론가 떠나셨다.] 청풍에게 다가가고. 그때

퍼뜩 정신을 차리는 총관과 동료들

총관; [잡아라!] [저놈 잡아!] ! 청풍에게 몸을 날리고. 뒤이어 중년무사들이 일제히 청풍을 향해 몸을 날리고. 그때

청풍; [사부님들! 그리고 셋째형! 모두 수고 많았소이다!] 웃으며 손을 쳐들고. 손아귀에는 회색빛을 띤 굉천벽력탄이 들려있다. 강한 소리를 내는 벽력턴이다.

일사; [벽력탄?] 경악하며 벌떡 일어나고. 순간

청풍; [으하하하하! 잘들 계시오!] 콰득! 쳐든 구슬을 움켜쥐어 터트리고

급히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며 고개를 돌리는 한검호(독고사룡)

! 직후 벽력탄을 쥔 청풍의 손가락 사이에서 아주 강한 소리가 터져나온다

[!] [!] 청풍을 덮치던 권씨세가 무사들과 철궁삼사, 권완등의 눈이 부릅떠지고. 그들을 휩쓰는 음파의 파문.

 

#52>

! 건물을 밖에서 본 모습. 건물 전체가 들썩해서 다른 곳의 사람들이 놀라 돌아보는데

휘이이! 연기가 흩어지는 대청 내부.

청풍; [아뜨뜨!] 양손을 방정맞게 터는 청풍. 그 옆에 원래 얼굴로 돌아온 독고사룡이 양손으로 귀를 막은 채 서있다.

청풍; [별로 아프지는 않은데 꼴에 벽력탄이라고 정말 뜨겁구만!] 벌겋게 단 손을 입으로 호호 불고

! 드러나는 대청의 모습. 모든 사람들이 기절했다. 권씨세가의 무사들과 병수재, 공당한등은 바닥에 큰 대자로 널부러져 있고 철궁의 세 노인은 의자에 기댄 채 고개 젖히고 기절. 오직 권완만이 의자에 꼿꼿이 앉은 채 눈을 부릅뜨고 있고

청풍; [낄낄! 전부 혼이 나갔구만!] [굉천벽력탄이란 거 정말 쓸만한 걸!] 둘러보며 좋다고 낄낄 대고.

그러다가 권완에게 눈이 가고

눈을 부릅뜬 채 노려보고 있는 권완

청풍; [이크!] 겁에 질려 움찔하며 물러서고

독고사룡; [겁내실 것 없습니다. 눈을 뜨고 기절한 것뿐입니다.]

청풍; [나도 알어!] 코웃음

청풍; [누가 겁을 낸다고...!] 돌아서고.

쓴웃음 지으며 따라가는 독고사룡

청풍; [나 하나 때려잡아서 다 같이 행복해지겠다고?]

청풍; [모두 꿈 깨라 이거야!]

청풍; [으하하하! 백날 내 꽁무니 쫓아다녀 봐라. 내 그림자 끄트머리라도 밟을 수 없을 거다!] 기고만장하여 웃으며 나간다.

대청 밖에 서있던 무사와 시녀들 벙 떠서 그냥 보고 있고.

으하하하! 청풍의 웃음소리가 밖에서 들리고. 그걸 듣고 있는 권완의 두 주먹이 부들부들 떨린다. 완전히 기절한 건 아니고 몸만 마비 된 상태다.

권완; (용서 못해!) 이를 악물고

권완; (절대로!)

 

권씨세가의 정문을 당당하게 나가는 청풍과 독고사룡. 독고사룡은 좀 긴장하고 있지만 청풍은 태연하다. 문을 지키고 있던 무사들도 안에서 청풍이 나오는 걸 보면서도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고 있고

청풍; [! 수고들 해! 우리 두 번 다시 볼 일 없을 거야!] 손 흔들며 나가고

 

다시 대청 안. 아직 몸이 풀리지 않은 권완이 벌벌 떨고 있고

권완; (지금이 아니면 영영 놓쳐버릴 거야!) (하지만 몸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가 없다!) 다급하고 분노

권완; (그럴 수는 없어! 놓칠 수 없어!) 입술을 억지로 깨물고

권완; (주화입마를 각오하고서라도 기혈(氣血)을 거꾸로 돌려 마비를 풀자!) 소리없이 기합을 지르고

! 순간 권완의 온몸에서 뭔가 확 터져나가고

쿨럭! 피를 왈칵 토하는 권완. 덕분에 마비가 풀렸다.

권완; (죽인다!) 벌벌 떨며 몸을 일으키고

권완; [죽여버릴 거야!] ! 악을 쓰며 천장을 항해 미사일처럼 날아오른다

! 보호막에 둘러쌓인 채 천장을 뚫고 날아오르는 권완.

천장 부서진 파편들이 아래로 떨어지고

! 그중 하나인 나무토막이 공당한의 마빡을 친다

공당한; [에쿠!] 눈에 불이 번쩍하며 정신을 차리고

공당한; [으으으!] 헉헉 대며 올려다본다. 천장에서 그 위쪽의 지붕까지 둥그런 구멍이 뻥 뚫려서 하늘이 보이고

공당한; [... 젠장할...!] 헉헉

공당한; [... 막내 녀석이 그새 방귀뀌고 도망가는 무공까지 익혔을 줄이야...]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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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다시 권씨세가.

넓은 주방에서 땀을 흘리며 음식을 만들고 있는 수십 명의 요리사들. 시녀들도 바쁘게 움직이며 그릇을 닦거나 물건을 움직인다

주방장;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다!] [식은 음식은 다시 덥히고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음식은 다시 만들어라!] 중년의 뚱보 주방장이 다른 요리사들에게 지시하고

주방장; [가주님으로부터 언제 음식을 내오라는 분부가 내려질지 모르니 긴장을 늦추지 마라!]

[예 주주(主廚;주방장)님!] 대답하는 요리사들

한쪽 상에 즐비하게 놓이는 요리 접시들

그걸 살피는 주방장. 그러다가 다른 중년의 요리사와 눈이 마주치고

서로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두 놈

곁눈질로 시녀들을 살피고. 이어

중년의 요리사가 슬쩍 가려주는 틈을 타서 음식들에 작은 병에 든 액체를 조금씩 뿌리는 주방장

주방장; (이 짓을 그만두는 것도 이제 멀지 않았다!)

주방장; (아무쪼록 날 원망하지 마시오 가주!) (나라고 해서 영원히 주방에만 처박혀 살라는 법은 없질 않소?) 땀을 흘리면서도 사악하게 웃고

 

#49>

권씨세가의 대청.

공당한; [청풍! 이 못된 원숭이 놈아!] [목숨이라도 부지하고 싶으면 즉시 튀어나오너라!] 대청 앞에 서서 안에다 대고 고래 고래 고함치는 공당한. 주변의 권씨세가 무사들 황당한 표정. 병수재는 겁에 질려 있고

대청 안의 사람들 모두 황당해서 보고 있고

공당한; [아무렴 네 녀석의 간특한 재주로 나마저 속일 수 있을 성싶으냐?] 호통을 치고

총관; [저, 저 방자한 놈! 감히 또 쳐들어오다니...!] 분노하고

총관; [여봐라! 당장 저놈을 포박하여.....]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려는데 + 권완; [그만하세요.] 총관의 말을 끊고.

모두 권완을 돌아보고

권완; [정중히 안으로 모셔오세요.] [이미 공가의 사람이 되기로 한 제게는 시숙(媤叔;남편의 형제)이 되시는 분입니다.]

총관; [하, 하지만 너는 다만 공청풍을 잡아 죽이기 위해서 정혼을......!] 당황 + 권완; [물론 그렇지요.]

권완; [그러나 복수가 아무리 중하다 한들 어찌 인륜을 무시할 수 있겠습니까?]

권완; [공청풍은 죽어 마땅하지만, 일단 그 댁의 사람이 되기로 한 이상 마땅히 해야 할 바 도리는 다해야지요.]

총관; [그... 그건 그렇다만.......] 당황하지만 말문이 막히고. 그때

삼사; [소저의 그 한 마디가 세가의 진정한 힘을 느끼게 하는구먼!] 손뼉 치며 칭찬하고

삼사; [제대로 훈도를 받은 명문의 규수가 아니고서야 어찌 이런 아름다운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삼사; [소저 같은 재원과 정혼하게 되었으니 청풍이놈은 참으로 복이 있는 놈이야.]

삼사; [물론 복이 없는 놈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지만...] + 권완; [시숙을 안으로 모시고 자리를 마련해드리세요!] 삼사는 본 척 않고 총관에게

총관; [아... 알겠다!] 뭐 씹은 표정이 되어 나가고

이어 공당한을 안내하여 안으로 들어온다. 병수재는 뒤에 남기고 당당히 고개를 들고 들어오는 공당한. 거드름을 피운다.

공당한; [우매한 거자(擧子;과거를 준비하는 서생)가 고명하신 권가주님께 문후 올립니다!] 두 손을 높이 들어 포권하고

권일해(청풍); [인사는 됐고... 자리에 앉기나 하시오!] 귀찮다는 듯 손짓하고

총관; [이리로...!] 마지못해 공당한을 삼사와 마주 보는 자리로 안내하려 하고. 권일해(청풍)의 좌측에 놓인 탁자의 맨 윗자리다. 권일해(청풍)에게서 멀지 않고

공당한; [환대해 주시는 것은 고맙지만 그전에 드릴 말씀이 있소이다!] 권일해(청풍)에게 말하려는데

권완; [어리석은 계집이 셋째 시숙께 인사 올립니다.] 공손히 허리 숙이며 인사하고

공당한; [시... 시숙?] [아니 이게 무슨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눈이 띠용하는데

권완; [아직 혼례는 올리지는 않았지만 아우님과 정혼하였으니 소녀는 오늘부터 공가의 계집입니다.]

공당한; [소... 소저가 넷째 그 망나니와 정혼을 했... 했단 말이오?] 이상야릇하게 일그러지는 표정.

일사; [노부가 영친으로부터 위임받아 진행한 일이니 틀림없는 사실일세.] 끼어들고

공당한; [나, 나는 고사하고 큰형님조차 아직 미혼이시거늘.....] [막내, 그 못된 놈이 장유유서(長幼有序)도 모르고... 어허! 이런 변이 있나!] 얼굴이 시뻘개져서 이를 부득 부득 갈며 분해한다

권일해(청풍); (장유유서 좋아한다.)

권일해(청풍); (내 입장이 한 번 되어보라지. 완전히 죽을 말이다 이거야!) (하여간 고리타분한 샌님 주제에 남의 속도 모르고....!) 노려보고

권완; [예의는 나중에 차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좌정하시지요!] 총관에게 손짓하고

총관; [이리로 오시오!] 소매를 잡아끌어 공당한을 자리로 안내한다. [그놈이... 그 천둥벌거숭이가 형들보다 먼저 장가를....!] 공당한은 뭐 씹은 표정이 되어 구시렁대며 자리로 끌려가고

권일해(청풍); [세분의 일은 이제 끝난 듯하외다.] [그래도 기왕에 오셨으니 간소하나마 요기를 하고 가시오.] 세 노인에게

삼사; [흘흘! 권씨세가의 술맛이 좋다는 말은 들어왔소이다.] [기대가 되는 구려!] 입맛을 다시고

권일해(청풍); [손님이 늘었으니 술과 음식을 충분히 내오도록 하라.] 총관에게

총관; [최(崔)주주가 준비를 다 해놓고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포권하고.

이어 서둘러 나간다

권일해(청풍); [모두들 서있지 말고 자리에 앉아라!] 대청 안에 있던 중년 무사들에게

대답하고 빈자리에 앉는 무사들.

한검호(독고사룡)와 병수재도 탁자 양쪽 끝에 앉는다.

공당한; (망나니 같은 놈이 끝까지 날 물 먹이는구나!) 맥이 쭉 빠진 표정으로 앉아있고

공당한; (동생이 먼저 장가를 간 걸 친구들이 알면 날 얼간이라고 놀릴 텐데...!) 분해서 옷소매를 물어뜯는다. 권완도 권일해(청풍) 옆자리에 앉아서 그런 공당한을 보고

권완; [시숙께선 어인 일로 다시 세가에 걸음을 하셨는지요?]

공당한; [내 짐작으로 막내가 이곳에 숨어있을 게 틀림없어 잡으러 왔소이다!] 한숨

권완; [그래요?] 눈 번쩍

[제천대성이 본가에 숨어있다고?] 사람들 웅성거리고

철궁의 세 노인들 흠칫

권일해(청풍)와 한검호(독고사룡)도 움찔하고

권완; [시숙께선 왜 그런 생각을 하시게 되었는지요?]

공당한;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일이오.] 시큰둥

공당한; [막내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건 아버지인데 그분의 추적에서 완벽하게 벗어날 수 있는 곳이 이곳 말고 또 어디 있겠소?]

삼사; [옳거니!] 무릎을 치고

일사; [허허! 듣고 보니 그렇군!] [청풍이 놈이 지금 세가 어딘가에 숨어있는 건 틀림없는 사실인 듯하네!]

오사; [역시 삼공자는 수재일세!]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다른 곳도 아니고 본가로 숨어들었다?] [간덩이가 제대로 부었군!] 웅성대는 무사들

한검호(독고사룡)은 겁에 질려 눈치를 보고

권일해(청풍); (저... 저 원수!) 권일해(청풍)도 이를 부득 갈며 공당한을 노려보고

공당한; [휴우!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닌 듯하오.] 한숨

권완;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지요?] 찡그리고

공당한; [막내가 워낙 천방지축이고 제멋대로인지라 내 언제고 이런 일을 벌일 줄 알았소!]

권완이 흠칫할 때

공당한; [못된 놈 같으니... 역시 단순히 입만 맞춘 게 아니었어!] 그런 권완을 곁눈질하며 혼자 구시렁거리고

권완; [뭐... 뭐라고요?] 안색이 굳어지고

대화 나누던 사람들도 모두 놀라서 돌아본다.

공당한; [예로부터 정분이 난 후 성혼(成婚)을 한 사례는 많았고, 일단 성혼을 하면 저간의 허물도 다 덮어지는 법이긴 하오.]

권완; [지, 지금 무슨 말을......] 안색이 하얘지고

철궁의 노인들 고개 설레 젓고

공당한; [사실 부모의 야합(野合)으로 태어난 사람 중에서도 훌륭하게 된 분들이 여럿 있소.] 엄숙하게

공당한; [대성(大聖)으로 불리시는 공부자(孔夫子:공자님)께서도 부모의 야합으로 태어나신 분이오.]

공당한; [심지어 남편을 버리고 새 남자와 야반도주한 후 그 남자를 재상으로 만들어 정경부인(正卿夫人)이 된 이도 있소.]

공당한; [그러니 제수씨도 성혼 전에 막내 놈과 미리 정분이 났다고 해서 부끄러워할 것까진 없소이다.]

권완; [누... 누가 정분이 났다고....!] 분노로 부들부들 떨고

사람들 모두 기가 막혀서 입만 벌리고 있는데

공당한; [여기 계신 분들은 거친 강호에 몸을 담고 있는 탓에 성현의 금언(金言)을 보고 들을 기회도 적었을 것이오.] 자세를 바로 하며 준엄한 표정으로 둘러보고

공당한; [여자에게 비록 허물이 있다 해도 한 남자에 속하고 나면 다시는 지난 허물을 말하지 않는 법!]

공당한; [여러분들도 차후에는 소생의 제수를 대함에 있어 마음속에 털끝만치의 경멸도 있어서는 아니 되오.]

사람들 모두 어이가 없고

공당한; [이는 동생뿐 아니라 우리 집안 모두를 경멸함과 같은 것이니......] + 권일해(청풍); [그만하지 못해?] 참지 못하고 탁자를 손바닥으로 치며 버럭 고함을 치고

모두들 깜짝 놀라서 권일해(청풍)을 보고. 공당한도 움찔하며 돌아보고

권일해(청풍); [삼공자는 다시금 시비를 걸기 위해 찾아온 것인가?] 공당한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공당한; [아... 아무리 옳은 것이라도 옳음을 고집하면 옳지 않은 게 되는 법이오!] 눈치 보며 구시렁

공당한; [더 할 말이 남았지만 사돈께서 그만하라시니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고개를 숙인다.

권일해(청풍); (저... 저 인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권일해(청풍); (물에 빠져도 저 주둥이만은 동동 뜰 게 분명해!) 딴전을 부리는 공당한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권완; [고정하세요!] 그런 권일해(청풍)의 소매를 잡고

권완; [소녀는 괜찮습니다.] [다만 저로 인해 집안에 누가 생겼으니 죄스러울 따름입니다.]

권일해(청풍); [휴우! 그래! 참아야지 어쩌겠느냐?] 한숨 쉬며 자세 다시 바로 하고.

그때 시녀들이 총관의 지휘를 받아 음식들을 줄줄이 들여오기 시작한다

탁자에 차려지는 술과 음식들. 하지만 권완 앞에는 아무 음식도 차려지지 않는다

이윽고 음식을 다 차려놓은 시녀들이 물러나고

끝 자리에 앉아서 음식 냄새를 코로 맡는 한검호(독고사룡).

그러다가 눈이 번쩍하는 한검호(독고사룡)

권일해(청풍); [간소하지만 많이 들도록 하시오 세분 노사!] 철궁삼사에게 권하고

일사; [식전부터 들이닥쳐서 폐를 끼치게 되었소이다!] 포권하고

일사; [한데... 권소저에게는 어찌 음식이 없으신가?] 권완의 앞이 비어있는 것을 보고

권완; [생산하지 않는 자가 먹는 데 있어서 방탕하면 세상의 조화를 깨뜨리는 게 아닐는지요.]

권완; [게다가 소녀는 많이 먹어도 그 힘을 달리 쓸데가 없고 굳이 불로 익혀야 할 만큼 질긴 것은 먹지 않으니 화식(火食)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공당한; [역시 제수씨는 우리 집안사람이 될만한 분이시오.] 포권하고

공당한; [우리 공가에서는 남길 만큼 음식을 만들지도 않고 배가 부를 만큼 먹지도 않소이다.] [배부른 데도 먹는 것은 천지 간의 피조물을 헛되게 낭비하는 짓이기 때문이오.]

공당한; [게다가 아낄 수 있을 때 아끼지 않으면 언젠가는 궁핍함을 면치 못할 것이오.]

권완; [제가 행하는 바가 시댁의 뜻에 부합한다니 기쁘군요.] 싸늘하게 말하고

권일해(청풍); [자자! 대화는 나중에 나누도록 하고 우선 허기부터 채웁시다!] 웃으며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들고.

다른 사람들도 젓가락을 든다

권일해(청풍); [해가 중천에 뜨도록 아침을 못 먹었더니 뱃속의 식충이들이 아우성을 치는구려!] 음식을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바로 그때

<주군! 드시지 마십시오. 음식에 독이 들어있습니다.> 멀리서 텔레파시를 보내는 한검호(독고사룡)

[!] 음식을 씹다가 눈 부릅 권일해(청풍)

권일해(청풍); [어험!] 손으로 입을 가리고 헛기침을 하는 척하며 입에 들었던 음식을 소매 속으로 뱉고

[!] 술잔을 들던 일사의 눈이 번쩍하고

권일해(청풍); <무슨 독인가?> 입을 우물거려 먹는 척하며 한검호(독고사룡)에게 묻고

한검호(독고사룡); <금방 해를 끼치는 독은 아닙니다. 양도 아주 미세하고....!> <하지만 먹을수록 점점 지력(智力)이 떨어지게 만들며 심한 중독성이 있소이다.>

권일해(청풍); (얼씨구! 이것 봐라!)

권일해(청풍); (누군가 권씨세가를 해코지 하려 든다 이거지!) 생각하다가 깜짝 놀라 옆을 본다

공당한; [전통의 세가답게 음식도 맛깔나게 차렸구먼!] 큼직한 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으려 한다

권일해(청풍); [먹지 마!] 팟! 공당한을 향해 다급히 손을 저으며 외치고.

사람들 깜짝 놀라 보는데

텅! 권일해(청풍)이 휘두른 손에서 일어난 바람이 공당한의 손에 들려있던 젓가락을 날려서 고기를 떨어트리게 한다.

철궁의 삼사들의 눈이 번쩍하고

공당한; [가주! 이게 무슨 짓이오?] 분노하여 벌떡 일어나고.

이마 찌푸리며 권일해(청풍)을 보는 권완.

권일해(청풍); (젠장할! 급한 나머지 실수를 했다!) 실룩거리고. 그때

일사; [가주께선 우리 철궁십이사와 황금전장을 너무 우습게 아는구려.] 벌떡 일어나고

일사; [만성독약으로 중독시켜 우릴 주구(走狗)로 부릴 생각이셨나 본데... 너무 간이 큰 것 아니오?]

삼사; [흥! 우리의 눈을 피해 독이 든 음식을 뱉어버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소?] 역시 벌떡 일어난다. 오사도 일어나고

[만성독약?] [독이라고?] 사람들 웅성

권일해(청풍); (저 영감탱이들도 눈치를 때렸구나!) 실룩이고. 그때

삼사; [권씨세가의 역대 가주들은 무림에 환난이 닥칠 때마다 정의의 기치를 높이 세워왔거늘...]

삼사; [당대 가주께선 하류 잡배들이나 쓰는 독으로 무고한 사람을 해치려 하니 장차 조상들을 무슨 낯으로 대하려 하오?]

오사; [도룡신도란 명호를 독룡독도(毒龍毒刀)로 바꿔야겠군.] 비웃고

총관; [무례하오!] 벌떡 일어나고. 다른 무사들도 세 노인을 노려보며 일어나고

총관; [증거도 없이 가주님을 매도하는 건 용납을...!] + 권일해(청풍); [됐다!] 손을 저어 총관의 말을 막고

권일해(청풍); [총관! 자네는 당장 가서 주방장이나 잡아오게!] [아니. 주방에 있는 더러운 것들을 하나도 빼놓지 말고 잡아와!]

총관; [존... 존명!] 포권하고

총관; [가자!] 다른 무사들을 데리고 허둥대며 대청을 뛰쳐나간다.

우르르 빠져나가는 사람들. 대청에는 권일해(청풍)과 권완, 철궁의 세 노인과 공당한, 그리고 병수재와 한검호(독고사룡)만이 남았다.

오사; [흥! 마각이 드러나니까 희생양을 내세우시겠다?] [너무도 치졸한 수단이로군!] 코웃음을 치고

권완; [뭔가 오해가 있었을 것입니다.] 일어나고

권완; [저희가 무슨 이유로 여러분께 독을 사용하겠습니까?] [곧 독을 쓴 자들을 찾을 수 있을 테니 진노를 가라앉히시지요.]

오사; [소저는 음식에 손도 대지 않았고 소저의 부친은 독이 있음을 알면서도 우리에게 알리지 않았네.] 음식을 가리키고

오사; [이보다 더 명백한 증거가 어디 있겠는가?] [권가주! 어디 한 번 변명해보시구려.] 권일해(청풍)을 노려보고

공당한; [간교한 위인! 하는 짓이 마치 내 동생 같구나!] 역시 성을 내고

공당한; [아니! 내 동생보다 더 악독하구나.] 삿대질을 한다

권일해(청풍); (저 인간까지...! 누구 덕분에 무사했는데...!) 화가 나서 공당한을 노려보고

권완; [고정하세요 시숙!] 달래려 하지만

공당한; [인명은 무릇 하늘에 속한 것이거늘 감히 독으로 좌지우지하려 다니!] [그대들은 정녕 하늘이 두렵지 않은가!] 권일해(청풍)과 권완을 향해 호통을 친다. 꽈르릉! 호통치는 공당한의 뒤로 벼락이 치는 듯한 강렬한 기운이 터져 나온다

[!] [!] 순간 얼어붙는 권일해(청풍)과 권완.

다른 사람들도 모두 숨을 죽이며 공당한을 보고

쿠오오! 화를 내는 공당한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치솟는다. 두 눈이 백열 되고

권일해(청풍); (숨... 숨이...!) 자기도 모르게 목을 만지고

[!] 비틀 하는 권완

병수재와 철궁의 세 노인은 숨이 콱 막혀서 목을 쥐며 비틀거린다.

[히익!] 특히 한검호(독고사룡)은 공포에 질려 바닥에 엎어져서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있고

권일해(청풍); (젠... 젠장할! 셋째 형한테도 큰형 같은 능력이 있었을 줄이야!) 비지땀을 흘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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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 안에는 철궁의 세 노인이 입구를 향해 두 줄로 길게 놓인 두 개의 탁자 중 좌측의 탁자 상단에 나란히 앉아있다. 세노인 앞에는 족보와 전표들을 싼 보자기가 놓여있다. 두 줄의 탁자 사이에는 입구 쪽을 보고 크지 않은 탁자가 놓여있다. 그 탁자 너머에는 태사의와 작은 의자가 나란히 놓여있고. 대청에 권씨세가의 원로들은 안보인다. 대신 총관을 비롯한 중년인들 이십여명이 두 줄의 탁자를 에워싸듯이 살벌하고 위압적인 분위기로 서있다. 대청 안에 있는 무사들은 모두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사람들임을 주의. 이들이 권씨세가의 실세들이다.

권일해(청풍)과 권완이 안으로 들어온다. 한검호(독고사룡)은 문간에 서서 보고있고

총관; [가주님!] 입구 쪽에 있던 총관이 권일해(청풍)에게 포권하고

총관; [원로들께서는 공력을 상실한 후유증으로 참석하지 못하셨습니다.]

권일해(청풍); [그거 잘 됐군!] 냉소하며 상좌로 가고

앉아있던 철궁삼사가 일어난다.

권일해(청풍); [앉도록 하시오!] 의자에 앉고. 권완은 권일해(청풍)의 옆에 서고

철궁삼사도 앉고

권일해(청풍); [이번 일에 대해선 당사자인 내 딸에게 전권을 위임했소.] [세분은 할 말이 있으면 내 딸에게 하시오!]

일사; [바라던 바외다!]

권완; [세분 노사께 미리 말씀드리겠어요!] 앞으로 나서고

권완; [저의 단 한 가지 소원은 노야들께서 길러내신 공청풍이란 짐승을 붙잡아 살점을 뼈에서 남김없이 도려낸 뒤 태워 죽이는 것입니다!] 살벌한 표정으로 말하고

권일해(청풍); (... 살점을 몽땅 도려내는 것으로도 모자라 태워죽이기까지 하겠다고?) 움찔

권완; [아무쪼록 노야들께서는 제가 사무친 원한을 풀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바라옵니다.] 공손히 포권하고

삼사는 침 꼴깍, 오사는 찡그리는데

일사; [그럼 노부도 거두절미하고 말하겠네.] 일어나고

일사; [우선 이걸 받아주시게나.] 탁자 위에 얹혀진 보자기를 앞으로 내밀고

모두 보자기를 보고

일사; [짐작하고 있겠지만 이 물건들은 황금전장의 두 공자가 가져왔던 그것이네.] [세가의 족보. 그리고 차용증서 일체와 사백만냥의 전표가 들어있지.]

총관과 세가의 무사들 침 꼴깍

권완; [족보를 돌려주고 재물을 내놓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계시겠지요?]

일사; [물론이네!]

일사; [대신 권소저도 청풍이놈만 잡아 죽이면 황금전장에 어떤 원한도 품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시게나.]

권완; [호호호!] 갑자기 앙청광소. 엄청난 웃음소리

드드드! 대청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이 흔들리고. 총관을 비롯한 권씨세가 사람들 비틀거리며 사색이 되고. 귀를 손으로 막기도 한다

철궁의 삼사들도 심각한 표정이 된다

권일해(청풍); (.... 가공할 내공!) (이거 어째 후환이 두려워지는 걸!) 침 꼴깍.

갑자기 뚝 웃음 그치는 권완. 표정이 아주 지대로 살벌하다

권완; [원하는 대로 해드리지요!] 바득

권완; [공청풍만 잡아죽일 수 있다면 황금전장이 무엇이냐고 물어볼 만큼 잊어주겠어요.] 싸늘하게 웃고

권완; [원한은 그 짐승과 함께 까마귀 배속에 들어가든지 물고기의 배속에 들어갈 테니까요.] 이를 바득 바득. 무시무시한 살기. 순간

권일해(청풍); [안돼!] 순간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며 외치고

모두 돌아보고.

문간의 한검호(독고사룡)도 당황하고

권일해(청풍); (아차!) 또 실수한 것을 뒤늦게 깨닫고

권완; [아버지!] 의구심이 담긴 표정으로 돌아보고

권일해(청풍); [, 내말은 그러니까...!] 억지웃음 지으며 다시 의자에 앉고

권일해(청풍); [황금전장을..... , 이 정도로 용서하면 안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억지로 둘러대고.

권씨세가 사람들 고개 끄덕이고

권완; [아버지의 분해하시는 마음을 소녀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공손히

권완; [하지만 이번일은 아무쪼록 소녀에게 맡겨주셨으면 합니다.]

권일해(청풍); [휴우! 알겠다!] 끄덕

권일해(청풍); [나는 개의치 말고 처리하도록 하거라!]

권완; [감사합니다!] 고개 숙이고

권완; [이제 말씀해보세요.] [어찌하면 신출귀몰하는 세분의 제자를 잡아죽일 수 있겠는지요?] 일사를 보며 싸늘하게

일사; [방법은 간단하네] 끄덕

일사; [소저가 청풍이놈과 정혼(定婚)하면 되네.]

권일해(청풍); [뭐랏!] 순간 앉은자리에서 일미터나 튀어 오른다. 눈은 터질 듯이 부릅떠지고

장내의 모든 사람들도 경악하고.

권완도 이마를 찡그리는데

권일해(청풍); [이 늙은이들이 지금 무슨 헛소리를...!] 다시 내려서며 일사에게 삿대질을 하는데

[파렴치한 늙은이!] [뭐가 어쩌고 어째?] [제자로도 모자라서 사부인 늙은이들까지 본 세가를 능멸하려느냐?] 총관을 비롯한 무사들도 격앙되어 외치고. 당장이라도 무기를 뽑을 자세들이고

[가주님! 허락해주십시오!] [속하들이 저 개 같은 늙은 것들을 다 죽여 버리겠습니다!] 권일해(청풍)에게 포권하며 외치는 무사들도 있고. 그때

권완; [조용히 하세요!] 일갈

단번에 조용해지는 실내. 모두 권완의 눈치를 살핀다

권완; [지금 제게 철천지원수인 공청풍과 결혼을 하라시는 건가요?] 일사를 노려보고

일사; [그러하네.] 끄덕

일사; [기름 바른 미꾸라지같은 그놈으로 하여금 자진해서 소저 앞에 나타나게 할 수 있는 건 그 방법뿐일세.]

찡그리며 생각하는 권완

일사; [자랑은 아니지만 노부들이 심혈을 기울여 기른 제자인지라 청풍이 놈은 추적하여 잡을 수 있는 놈이 아니네.]

총관; [....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그놈과 혼인하라는 건....!] 분노하는데

권완; [아버님!] 그새 다시 자리에 앉은 권일해(청풍)을 돌아보고

권일해(청풍); [.... 왜 그러느냐 완아?] 당황하여 대답하고

권완; [불효막심한 소녀가 공청풍과 정혼하는 것을 허락해주시옵소서.] 절하며 말하고.

권일해(청풍); [.... 그런...!] 경악하여 버벅대고

[아가씨!] [완아!] [아니 됩니다 아가씨!] 무사들이 비명 지르지만

권완; [공청풍은 그때까지 일면식도 없던 제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불측한 짓을 했습니다.] 살기를 뿜어내고

권완; [소녀는 정혼한 후 죽임으로써 그자로 하여금 이승에 태어났던 사실 자체를 후회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올려다보고

권일해(청풍); [그게... 그게 그러니까...!] 버벅대며 비지땀을 흘리고

장내의 사람들 모두 긴장하여 권일해(청풍)을 보는데

권완; [철궁의 노야 말씀대로 공청풍은 추적하여 잡을 수 있는 자가 아닙니다.] 일사를 힐금 돌아보고

권완; [일신의 재주도 재주지만 황금전장은 중원천지에 입김이 닿지 않는 곳이 없는 거대한 조직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권완; [황금전장에서 비호할 경우 영영 그자를 찾아낼 수 없을 것입니다.]

권완; [그러나 저와 정혼을 하게 되면 호기심에서라도 한 번쯤은 제 근처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고...]

권완; [그때는 결코 저의 손을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결연하게

권일해(청풍); [... 하지만 그러면 네 인생은....!] 비지땀.

권완; [공청풍에게 능멸당하는 순간 이미 전 산 사람이 아니게 되었어요!] 단호

침 꿀꺽 삼키며 그런 권완을 내려다보고

단호한 표정으로 마주 올려다보는 권완

권일해(청풍); (그러니까... 지금 요 이쁜이가 듣고자하는 건 나하고 정혼해도 된다는 아비의 승낙인데.....)

권일해(청풍); (그럼 지금 난 나하고 정혼하겠다는 여자에게 아버지 노릇과 서방노릇을 동시에 하고 있는 꼴....) (더군다나 나와 정혼하려는 이유가 나를 잡아 죽이기 위해서라니...)

권일해(청풍); (아이쿠 두야! 결혼이 역시 인륜지대사긴 대사구나. 이렇게 복잡하다니.)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며 괴로워하고. 그때

일사; [아무쪼록 깊이 생각해보시오 가주!] 나서고

일사; [이보다 더 나은 해결방법은 아마 찾기 힘들 것이오.] [게다가 이유야 어찌 되었든 사돈지간이 되면 황금전장에서도 충분히 예를 갖추지 않겠소?] 은근히

삼사; [이를 말이겠소? 앞으로 세가가 돈 문제로 속을 끓이는 일은 없을 것이오!]

권일해(청풍); (그러니까 뭐야?) 인상이 험악해진다

권일해(청풍); (나 하나 잡아 죽여서 모두들 <해피>해지겠다?) 이를 부득 부득 갈고.

권일해(청풍); (이 인간들이 보자보자하니까!) 일사등을 노려보며 두 주먹이 부들 부들

<가주께서 저리도 분노하다니...!> <하긴 자존심이 남다른 분이니 그럴만도 하지!> <크으! 불쌍한 가주님!> <우리 권씨세가가 어쩌다가 이런 지경에까지 내몰렸단 말인가?> 영문을 모르는 총관과 무사들 함께 분노하고 눈물 닦는 놈도 있고. 그때

권완; [아버님!] 재촉하고

퍼뜩 정신 차리는 권일해(청풍)

권일해(청풍); (열불이 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지금에 와서 정체를 들통 낼 수야 없으니...!) 심호흡을 한 후

권일해(청풍); [내키지는 않는다만.... 승낙하마.] 한숨을 쉬고. 순간

권완; [감사합니다 아버님!] 권일해(청풍)에게 큰절을 한다.

권완; [낳아주신 은혜도 갚지 못했는데 심려만 끼쳐드리니 저같은 불효녀도 없을 것이옵니다!] 울고

권일해(청풍); [그만 하거라. 아무렴 애비 심정인들 너만큼이야 참담하겠느냐?] 한숨 쉬고

일사; [잘 결정하셨소 가주!] 포권하고

일사; [이로써 황금전장과 권씨세가는 사돈지간이 되었으니 지난날의 허물과 감정은 모두 잊어주시기를 바라겠소이다!]

권완; [그리할 것입니다.] 일어나고

권완; [황금전장에서도 제가 공청풍을 잡아 죽이는 일에는 일체 개의치 않을 것으로 알고 있겠어요!] 노려보고

일사; [물론이네!] 끄덕

일사; [청풍이 놈은 내놓은 자식이니 구워먹든 삶아먹든...!] 말하는데 + [으하하하!] 갑자기 누군가 대청 밖에서 웃어 제끼고

사람들 모두 놀라며 밖을 보는데

공당한; [청풍! 이 말썽꾸러기 녀석아! 당장 나오지 못할까?] [네놈이 여기 숨어있는 줄 다 알고 있다!] 대청 밖에 서서 부채를 겨누며 호통을 친다. 주변에는 권씨세가 무사들이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하며 서있고. 공당한 뒤에는 겁에 질린 병수재가 주변의 눈치를 보며 바짝 붙어서있다.

[... 저 놈은...!] [어제 저녁에 달아났던 황금전장의 셋째 아들놈 아닌가?] 총관과 무사들 밖을 보며 분노하는데

권일해(청풍); (... 저 인간!) 당황하고

권일해(청풍); (어떻게 이 시점에 나타난 건가?) (난 전혀 흔적을 남기지 않았는데...!) 당황하고.

 

#47>

금릉의 빈민가에 자리한 객잔

침대에 누워있는 상춘우. 알몸에 붕대를 칭칭 감았다. 벽력탄을 움켜쥐었던 손도 붕대로 감고 있고. 땀을 흘리고

누군가 여자의 손이 물수건으로 상춘우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닥아준다

움찔하며 정신을 차리는 상춘우

지고운; [정신이 드세요?] 절세 미녀로 분장한 지고운이 내려다보며 땀을 닦아준다. 가슴도 아주 빵빵하다.

상춘우; [소저는 누구신데...!] 흠칫하며 자신의 얼굴 위에서 털렁거리는 젖가슴을 올려다보는데

지고운; [저예요 상오라버니! 지고운!] 윙크하고

[!] 눈 부릅 상춘우

상춘우; [... 너였느냐?] 기겁하며 벌떡 일어나고.

상춘우; [!] 가슴을 누르며 고통스러워하고

지고운; [조심하세요.] [신이라는 작자가 교묘하게 고문을 해서 통증이 심할 거예요.] 부축하지만

상춘우; [... 됐다!] 몸을 사리며 물러나 앉고

지고운; [칠대살수 중 한명쯤 되시는 분이 겁은...!] 웃으며 교태롭게 침대 모서리에 앉고

상춘우; [... 그러고 보니 지난밤이 보름이었구나.] 떨떠름

지고운; [맞아요! 앞으로 보름동안 저는 여자 지고운이에요.] [따져보니까 그새 달거리도 할 거같아요!] 교태롭게

상춘우; (징그러운 괴물 같으니...!) 소름이 오싹 돋고

지고운; [어쨌거나 잘 됐지 뭐예요.] 두손으로 유방을 떠 받쳐보이고

지고운; [완전히 여자 몸이 되었으니까 황금전장에 잠입하는 것도 조금은 수월할 테니까요.]

상춘우; [그렇겠지!] 마지 못 해서 끄덕. 그때

위지삼수; [청부를 이행할 생각이슈?] 문을 열고 들어온다. 종리전, 전정무, 음리봉도 따라들어오고

위지삼수; [도룡신도 권일해에게서 허튼 짓 하지 않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하지 않으셨소?]

상춘우; [위지삼수!] 노려보고

위지삼수; [... 왜 그러시오?] 찔끔

상춘우; [청부가 취소되는 두 가지 경우를 말해봐라!]

위지삼수; [청부자로부터 직접 취소를 통보받거나 청부대상이 먼저 죽어버렸을 경우 아니오?]

! 그런 위지삼수의 마빡을 때리는 딱딱한 베개

위지삼수; [!] 비틀하고. 기겁하는 종리전. 상춘우가 베개를 던졌다.

위지삼수; [나한테 왜 이러는 거요 상형? 내가 틀리게 말하기라도 한 거요?] 화를 내지만

상춘우; [적포동의 율법을 그렇게 잘 아는 놈이 청부 이행 운운 하느냐?] 노려보고. 찔끔하는 위지삼수

위지삼수; [... 난 그냥... 상형의 몸도 정상이 아니고 하니까....!] 삭 죽고

상춘우; [우리는 살수다!] 단호하게

상춘우; [죽더라도 청부를 이행하다가 죽어야만 한다!] 의연하게.

모두들 엄숙해지고

상춘우; [권일해가 이번 청부에 대해 알아버렸으니 시간을 끌수록 실패할 가능성만 높아진다!]

상춘우; [준비했던 벽력탄을 빼앗긴 게 아쉽긴 하지만...] [오늘밤! 운명을 하늘에 맡겨보자!]

<드디어!> 침 꿀꺽 다른 놈들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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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다시 황금전장

촤라라락! 공당한이 동전들을 탁자 위에 흩었다가 줍기를 반복하고 있다. 공대벽이 그 앞에 앉아서 묵묵히 창밖을 보고 있다.

<만마천(萬魔天)의 천주 마서시(魔西施) 구령(瞿玲)! 네 아버지에게 암흑철수를 맡겨서 오늘날의 풍파를 야기한 그 불여우를 찾아갔을 것이다!> 어머니가 이를 갈며 하던 말을 떠올리는 공대벽

공대벽; (만마천이라면 대부분의 내막이 비밀에 쌓여있는 마도 무림의 하늘....!)

공대벽; (젊은 시절의 아버지와 만마천의 당대 천주가 된 여인 사이에 염사(艶事)가 있으셨던 것일까?)

공대벽; (암흑철수같이 중요한 물건을 맡길 정도면 담백한 관계였을 리는 없는데....!)

공대벽; (내가 알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은 진정한 실체에서 극히 일부였을지도 모르겠구나!) 한숨. 그때

공당한; [형님!] 이윽고 점치던 동전들을 한쪽으로 밀어놓고

돌아보는 공대벽

공당한; [어쩌면 이번 일은 형님이 걱정하시는 것만큼 심각한 일이 아닐 가능성이 많습니다.] 점을 친 동전들을 동전 주머니에 넣고

공대벽; [점괘가 그리 나왔느냐?]

공당한; [그렇습니다.] [놀라는 일이 벌어지고 소란은 피할 수 없으나 재앙으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공대벽; [그나마 다행이구나!] 쓴웃음

공당한; [점괘뿐만이 아닙니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봐도 인과(因果)는 오히려 명확해집니다.]

공당한; [이 모두가 넷째로 인해 빚어졌으니 넷째를 찾아내기만 하면 됩니다.] [붙잡아서 훔쳐낸 물건 회수하고 권씨세가와 협의를 하면 순탄하게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공당한; [크게 양보하는데 타결되지 않을 협상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가 손해를 좀 감수하면 조용해 질 일을 굳이 암울한 상황으로 몰고 갈 이유도 없구요.]

공대벽; [네 말이 옳다.]

공대벽; [하지만 세가와의 협상은 그렇게 한다손 치더라도 넷째는 어디 가서 찾는단 말이냐?]

공당한; [맡겨주신다면 제가 가서 넷째를 붙잡아 오겠습니다.]

공대벽; [짐작 가는 곳이 있느냐?] 눈 번쩍

공당한; [십중팔구는 틀림없습니다만, 백 중 백을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만만

공대벽; [십중팔구라....!]

공대벽; [휴우! 너나 넷째는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모르겠구나.] 한숨 쉬며 고개 젓고

공대벽; [무릇 생각이 세상을 앞지르면 선각(先覺)이라 하고 세상과 다르면 기인(奇人)이라 하거니와....]

공대벽; [유사이래 모든 선각과 기인들이 세상을 필요 이상으로 힘들고 어렵게 살았음을 잊지 마라!]

공당한; [형님의 경계하시는 말씀, 뼈에 새기고 장부(臟腑)에 간직하겠습니다.] 포권하며 고개 숙이고.

공대벽; [병수재를 데려가거라.] 말하며 옆에서 길쭉한 통을 하나 집어들고

공대벽; [그리고 혹시 위험이 닥치면 이 폭죽(爆竹)을 하늘로 쏘아올려라. 그 즉시 도와줄 사람이 달려갈 것이다.] 통을 내밀고

공당한; [! 형님!] 일어나서 두 손으로 공손히 받는다.

 

황금전장을 나서는 공당한. 부채를 부치며 느긋하게. 병수재가 불안한 표정으로 따라온다. 권씨세가 무사들은 철수했다.

병수재; [권씨세가의 무리들은 철수를 했습니다만....]

병수재; [또 무슨 꿍꿍이들을 꾸미고 있는지 불안합니다,]

공당한; [집사! 자네는 큰형님 대하기가 어떠한가?]

병수재; [무슨 말씀이신지요?]

공당한; [큰 소리를 내는 법이 없으신 데도 어렵고 두렵지 않은가 말일세!]

병수재; [그야 황금전장의 대를 이으실 대공자님이시니 당연한 게 아닐런지요?]

공당한; [장자(長子)라 그렇다는 건가? 그럼 모든 집안의 장자가 다 그러한가?] 찡그리고

병수재; [그런 건 아니고....] 머리 긁적

병수재; [설명하기 힘들지만 대공자님께 특별한 뭔가가 있는 건 분명합니다.]

공당한; [자네도 그렇게 느낀다 이거지?] 끄덕이는데

병수재; [하온데.... 소인을 대동하신 것을 보면 좀 먼 곳으로 가시는 듯 합니다만....] 눈치 살피고

공당한 [멀다면 먼 곳이지.]

병수재; [그럼 소인이 다시 들어가서 말이라도 끌고 나올런지요?]

공당한; [빨리 갈 방법이 있으니 그럴 필요는 없네.] 멈춰서며 양팔을 활짝 펼치고

병수재; [셋째 공자님! 책을 열심히 읽으시더니 신선처럼 허공을 나는 수법을 배우신 모양이군요.] 놀라고

공당한; [적송자(赤松子;신선)는 학을 탔고 헌원씨(軒轅氏;황제)는 용을 탔고 장과로(張果老;신선)는 나귀를 거꾸로 탔네만....]

공당한; [나는 그들보다 이룬 도()가 낮으니 하는 수 없이 자네를 타야겠네.] 웃고

병수재; [?] 어이가 없어 입 쩍 벌리고

공당한; [뭘 보고 있는가? 업지 않고?] 눈을 부라리고

병수재; [....!] 억지로 웃으며 공당한에게 등을 돌리고 몸을 낮춰서 업히기 쉽게 하고. 넙죽 업히는 공당한

병수재; (이건 뭐 귀여운 애도 아니고 분내 나는 여자도 아니고...) 궁시렁대며 일어나고

병수재; (말을 타고 가면 서로 편할 텐데 꼭 이래야만 하나?) 걸음을 옮기는데

공당한; [걸어서 어느 세월에 간단 말인가? 날아가게!] 마치 새에 탄 듯 상체를 꼿꼿이 세운 채 한손으로는 병수재의 어깨를 짚었다.

병수재; [....!] ! 울상 지으며 휙 날아오르고

이어 거리의 담장과 지붕들을 밞으며 날아간다

병수재; [하온데 목적지가 어디인지요?] 날아가며 묻고

공당한; [권씨세가!] 태연히 말하고

병수재; [히엑!] 놀라서 눈 부릅

! 그 바람에 떨어지고

공당한; [어허! 제대로 날지 못할까?] 부채로 병수재의 정수리를 두드리고

병수재; [... 죄송합니다!] ! 자세를 잡으며 담장 위로 내려서고

휘익! 다시 박차고 날아오른다

병수재; (젠장할! 말 노릇하는 것도 서러운데 사지(死地)로 가야하다니....!)

병수재; (아무래도 오늘은 일진이 사나울 것 같구나!) 멀어지고.

 

#44>

권씨세가

권완의 거처. 권일해(청풍)과 원로들, 그리고 철궁의 세노인들이 도착한다. 시녀들 급히 인사하고

권일해(청풍); [완아! 안에 있느냐?] 문앞에 서서 말하지만

반응이 없다

권일해(청풍); [완이가 안에 있기는 한 것이냐?] 시녀들에게 묻고

[...!] [분명 안에 계시옵니다.] 시녀들 겁에 질려서

권일해(청풍); [완아! 애비가 왔다! 대답을 하거라!] 다시 말하지만

여전히 대답이 없고

불길한 생각에 서로를 보는 권일해(청풍)과 노인들

방안에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있는 권완. 휘휘! 권완의 몸 주위로 연신 실바람들이 휘감아돌고 있다. 아주 심각한 표정

[완아! 정말 괜잖은 것이냐?] 다시 들리는 권일해(청풍)의 초조한 음성

권완; (아버지!)

권완; (하필이면 기중표의 수련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에 이르렀을 때 찾아오시다니...!) 당황하며 비지땀을 흘리고

권완; (걱정이 되어서 난입하시기 전에 빨리 연공을 끝내야만 한다!) 온몸에 힘을 주고

부악! 몸에서 일어난 소용돌이가 더 강해진다. 세찬 돌풍이 권완의 몸에서 일어나고

드드드! 그 때문에 건물 전체에 진동이 일어나고

[!] [건물이...!] 노인들 깜짝 놀라고

노인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소!] [완이가 혹시 주화입마(走禍入魔)에 든 게 아닐지...!]

순간 그 말에 깜짝 놀라는 권필중

권필중; [아이고 완아!] 비명을 지르며 건물 입구로 달려가고

권필중; [내 귀여운 증손녀야! 할애비보다 먼저 죽으면 안 된다!] 콰창! 문을 박살내며 안으로 뛰어드는 권필중

드러나는 실내의 모습. 쿠오오! 온몸에서 바람을 토해내며 흐느적거리는 권완의 모습. 마치 신이 들린 듯한 모습이고

[완아!] [완이가 위험해!] 다른 노인들도 비명을 지르며 방으로 뛰어들어가고. 권일해(청풍)과 한검호(독고사룡), 철궁의 세노인만 당혹스런 표정으로 보고 있다. 시녀들도 그들 뒤에서 울며 동동 거리고 있는데

권필중; [정신차려라 완아! 할애비가 도와주마!] 권완의 뒤에 털썩 주저앉으며 등에 손바닥을 붙이는 권필중. 그때

권완; (... 그러시면 안됩니다 증조부님!) 다급한 표정으로 눈을 뜨며 외치려 하지만

! 권완의 등에 붙인 권필중의 손에서 빛이 난다. 내공을 주입하는 것. 헌데

빠지직! 권필중이 권완의 몸에 내공을 주입하는 순간 권완의 몸에서 강렬한 스파크가 일어나서 권완 자신과 권필중의 몸을 휘감는다

권필중; [!] 감전당하며 눈 부릅 입쩍.

권필중; (... 공력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어째서 이런 일이...!) 사력을 다해 손바닥을 떼려고 하지만

빠지직! 스파크가 더 강해져서 권필중의 몸을 휘감고

[!] [... 저건....!] [주화입마 현상이 대장로께도 전이되었다!] 노인들 기겁하고

권완; (기중표를 수렴(收斂;거둬들임)하는 단계에서 공력을 주입시키시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어!)

권완; (증조부님의 공력이 흡수되는 것을 나도 막을 수가 없다!) 이를 악물고 저항하지만

크아아아! 내공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비명 지르는 권필중

[대장로님!] [안돼!] [장로님을 구해라!] 나머지 노인들이 우르르 달려들고

권일해(청풍); (저러면 안될 것 같은데...!) 다급히 말리려 하지만. 늦었다.

! ! 권필중의 팔과 어깨를 잡아서 권완에게서 떼어내려는 노인들.

지지직! 순간 권필중을 휘감은 스파크가 노인들도 휘감는다.

감전되며 눈이 돌아가는 노인들.

[!] [정신차리십시오 대장로님!] [빨리 떼어내!] 나머지 노인들이 또 그 노인들을 잡아떼려고 하고

지지지! 역시 그 노인들도 스파크에 휘감긴다.

어이없는 광경. 가부좌를 틀고 앉은 권완과 권필중, 그들 뒤로 앉고 선 노인들이 감전당해서 벌벌 떨고 있다.

권일해(청풍); (저런 멍청이들...!) 한숨 쉬며 고개 절레 젓고

삼사; [허어! 권완이란 아이가 천재라는 소문이 사실인 것 같소!] 일사에게 비웃음을 지으며

삼사; [무슨 방법을 쓰는지는 몰라도 원로들의 공력을 몽땅 빨아들이고 있지 않소?]

삼사; [저 정도면 곧 내공으로는 천하무적이 되겠소!] 그러다가 움찔한다

권일해(청풍)이 노려보고 있다

삼사; [험험! ... 상황이 그렇다는 거니 노여워하지 마시구려!] 삭 죽고

[어떻게 해?] [어뜩해?] [아가씨뿐만 아니라 노야들께서도 변을 당하게 생겼어!] 시녀들 발 동동 구르고

권일해(청풍); [시끄럽다!] 버럭 고함지르고. 깜짝 놀라는 시녀들

권일해(청풍); [에잇! 젊은 것이나 늙은 것이나 하나같이 제 앞가림도 못하고....!] 화를 내며 방안으로 들어간다

권일해(청풍); [떨어지시오!] ! 발로 권필중의 가슴을 냅다 걷어찬다

! 그 바람에 뒤로 발라당 나자바지며 손이 권완의 등에서 떨어지는 권필중. 권필중을 붙잡고 있던 노인들도 도미노처럼 나자빠지고. 그때

[쿨럭!] 충격을 받은 권완이 피를 왈칵 토하며 앞으로 넘어지려 하고

권일해(청풍); [완아!] 급히 몸을 숙여서 권완을 부축한다.

권일해(청풍); [괜잖은 것이냐? 정신 차려라!] 권완을 끌어안고 외치고

권완; [... 아버지!] 헉헉 힘겹게 눈을 뜨고. 입가에 피가 맺혀서 더욱 애절하고 예쁘게 보인다.

권일해(청풍); (이렇게 보니 겁나게 예쁘구만!) + [오냐! 애비다!]

권일해(청풍); (여자는 아프거나 병에 걸리면 오히려 더 예뻐진다는 말이 사실이었어!) + [애비가 돌아왔으니 이제 넌 아무 걱정도 말거라!] 권완을 안은 채 이마의 땀을 씻어주고

권완; [... 죄송해요!] 헉헉

권완; [기중표의 연마가 막바지에 이른 상태에서 방해를 받는 바람에 그만....!] 쿨럭! 말하다가 다시 왈칵 피를 토하고

고개를 떨구며 기절한다. 순간

권일해(청풍); [완아!] 기겁하는 권일해(청풍)

권일해(청풍); [정신 차려라 완아! 죽으면 안된다!] 정말 다급해져서 울부짖고. 그때

일사; [고정하시오 가주!] 들어오고

일사; [신공을 수련중에 방해를 받아서 내상을 입었을 뿐이오!] [이것을 복용시키면 이내 쾌차할 게요!] 호두알만한 약을 한알 내민다. 돌아보는 권일해(청풍)

일사; [본궁의 셋째가 만든 천향옥로단(天香玉露丹)이란 내상약이오.] [약효만 따지자면 소림사의 대환단(大丸丹)에 못지 않을 거요!] 삼사를 힐끔 돌아보고

권일해(청풍); [고맙소!] 받고

권일해(청풍); [완아! 어서 이걸 먹고 정신을 차리거라!] 헤 벌린 권완의 입에 약을 넣어준다.

이어 바닥에 조심스럽게 누이고

손목을 잡아본다. 순간

! 권완의 손목을 잡은 권일해(청풍)의 손가락이 퉁겨지고

권일해(청풍); (몸속에 막강한 잠력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다만 단기간에 내공이 너무 급증한 탓에 속을 좀 다쳤다.) 생각하며 왼손 손목에서 신령석의 팔찌를 벗는다.

눈 반짝하며 보는 일사

일사; (저 팔찌와 반지....!)

권일해(청풍)이 팔찌의 한쪽을 비틀자 틈이 벌어진다.

그 틈으로 팔찌에 끼워져 있던 반지 중 하나를 꺼내고

권일해(청풍); (청목지환(靑木指環)은 내상을 치유하는 묘용이 있으니 도움이 되겠지!) 반지를 권완의 손가락에 끼워주고

권일해(청풍); (그나저나 기분이 묘하구만!) 반지를 끼워주며

권일해(청풍); (꼭 결혼반지를 끼워주는 것같잖아!) 침 꼴깍

권일해(청풍); (손도 뼈가 없는 듯이 보드랍고...!) 쥐고 있는 권완의 손을 조물락

권일해(청풍); (요렇게 예쁜 것이라면 평생 붙어 지내도 싫증이 안나겠다.) 권완의 손을 잡은 채 홀려서 권완의 예쁜 얼굴을 내려다보는데.

[으음!] 신음하는 권완.

이어 화색이 돈 얼굴로 천천히 눈을 뜬다

권일해(청풍); [완아!] 반색하며 들여다보고

권완; [죄송해요 아버지!] 억지로 웃고

권완; [소녀가 못나서 집안에 풍파를 불러일으켰어요!]

권일해(청풍); [그런 소리 말거라!] 와락 끌어안고

권일해(청풍); [너만 무사하다면 세가쯤 쫄딱 망해도 애비는 상관없다!]

감격하며 우는 권완

그런 권완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 크로즈 업

일사; (천향옥로단의 효능도 있었겠지만 저 반지를 끼는 순간 단번에 내상이 치유되었다!)

일사; (그렇다는 건 혹시...!) 눈 번뜩

 

#45>

금릉의 빈민가에 자리한 객잔

; [잘못 짚었군.] 반쪽 가면을 쓴 검은 옷의 노인. 바로 황금전장을 지키는 귀와 신 중 귀. 처음 등장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신()과 비슷하다. 다만 얼굴에 쓴 반쪽 가면이 얼룩덜룩 문양이 들어간 귀신 얼굴이란 것과 옷이 검은 것. 그리고 가면 아래로 드러난 입술이 아주 얇아서 차갑게 보인다는 점이 다르다. 특히 귀는 신과 달리 수염이 안났다. 주름이 져서 노인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이곳은 벽력탄이 터진 그 방이다.

상춘우; [방금 그 말은 오늘만도 벌써 두 번째 듣는 거요!] 힘없이 벽에 기대앉아서 올려다본다. 주변에는 여전히 위지삼수등이 기절한 채 널부러져 있고. 헌데 상춘우는 얼굴이 밤탱이가 되어 있다. 누군가에게 열나게 맞은 모습이다.

; [두 번째 듣는다라...!] [()이 먼저 다녀갔군!] 방안을 둘러보며

상춘우; [?] 코웃음 치고

상춘우; [모르는 걸 모른다 한다고 사람을 이런 꼴로 만들어놓는 작자가 신은 무슨...!]

; [신이니까 고문이 그 정도로 그친 줄 알아라!]

; [나 귀()에게 먼저 걸렸다면 지금쯤 창자가 배 밖으로 나와 있는 걸 보고 있었을 것이다.]

상춘우; [잘못 짚은 줄 알았으면 그만 가보시오.] 귀찮다고 손짓

상춘우; [신인지 뭔지하는 인간에게 너무 시달려서 정신줄을 놓을 지경이오!] 눈을 감고

그런 상춘우를 노려보는 귀. 하지만

; [!] 코웃음을 치며 돌아서고

; [미꾸라지 같은 개구쟁이 녀석!] [잡히기만 하면 데리고 돌아가기 전에 초주검부터 만들어 놔야겠다!] 스윽! 벽으로 스며들어 사라진다.

상춘우; [공청풍! 공청풍! 우리가 악연은 악연이구나!] [얼굴도 본 적이 없는 너 때문에 이런 꼴을 당하다니....!] 옆으로 쓰러지기 시작하고

상춘우; [난 돈 때문에 생면부지인 널 죽이려 하고...!] 털썩! 옆으로 쓰러지며 정신을 잃는다.

 

#46>

다시 권씨세가. 시간이 지나서 해가 중천에 떴다.

삼엄한 경계가 펼쳐진 대청.

건물 사이에서 그 대청을 향해 걸어오는 권일해(청풍)과 권완

권일해(청풍); [정말 움직여도 괜찮은 것이냐?] [애비 생각에는 좀 쉬는 게 좋을 듯 한데...!]

권완; [기력은 차고 넘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권완; [다만 증조부님을 비롯한 원로들께 큰 죄를 지은 것이 죄스러울 따름입니다.]

권일해(청풍); [죄스럽기는....!] [늙은이들이 살면 얼마나 산다고....] 코웃음

권일해(청풍); [세가의 자랑이고 미래인 네가 무사하면 됐다.] [영감탱이들이야 아홉이 아니라 구천구백구십아홉이 있어도 어디 너 하나만 하겠느냐?]

권완; [하지만...] + 권일해(청풍); [말만 많은 영감탱이들이 공력을 상실한 건 차라리 잘된 일이다.]

권일해(청풍); [힘이 빠졌으니 더 이상 허튼 짓들 않고 착실히 어린 아이들이나 가르치겠지!] [그럼 향후 우리 가문의 기세가 훨씬 더 왕성해질 것이다!]

권완; [...!] 말하면서도 약간 의구심

권완; (기분 탓인가? 아버지의 언동이 좀 가벼워지신 듯하구나.) 생각할 때

어느덧 대청이 앞에 보이고. 대청 입구에는 한검호(독고사룡)이 불안한 표정으로 서성이고 있다

권일해(청풍); [철궁의 늙은이들을 상대할 때는 십분 주의해야한다.] 대청을 보며

권일해(청풍); [하나같이 사람 마음을 훔쳐보는데 도가 튼 너구리들이야.] 권완의 귀에 대고 속삭이고

권완; [독심술(讀心術)을 쓰는가요?] 눈 반짝

권일해(청풍); [독심술은 아니다.] 고개 젓고

권일해(청풍); [뚜껑이 닫힌 통이라도 두드려보거나 흔들어보면 물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알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권일해(청풍); [사람 몸에 담긴 마음 역시 오감(五感)을 칠정(七情)으로 흔들어보면 맺혀있거나 원하는 것이 뭔지 저절로 알 수 있지.]

권완; [무서운 심공(心功)이로군요,]

권완; [절세의 무공을 지녔어도 이러한 심공을 방비하지 않으면 지는 줄도 모르고 지겠어요!]

권완; [헌데 소녀는 아버님께서 이런 이치를 알고 계신 줄은 미처 몰랐어요.] 영특한 눈으로 보고

권일해(청풍); [그야 나도 배웠으니....!] ! 아무 생각없이 말하다가 기겁하며 두손으로 입을 가리고

권완; [배우셨다니요?] [우리 집안에는 그런 공부가 없는데....!] 의혹

권일해(청풍); [... 나중에 자세히 얘기해주마!] [그보다 지금은 철궁의 늙은 너구리들을 상대하는 데에만 집중하거라.] 억지 웃음

권완; [...!] 고개 숙이면서도 갸웃하고

권일해(청풍); (아효! 이 싼 주둥이...!) 손으로 자기 입술을 잡아 비틀고

권일해(청풍); (하마터면 꼬투리를 잡힐 뻔했잖아!)

권일해(청풍); (다 된밥에 재 뿌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입조심해야겠어!) 대청으로 들어간다. 입구에 서있던 한검호(독고사룡)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이하 한검호(독고사룡)은 계속 입구 쪽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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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황금전장. 권씨세가의 무사들이 여전히 에워싸고 있지만 정문을 바라보는 곳에 설치 된 천막에는 원로들이 없다. 철궁십이사의 세 노인도 안 보이고. 모두 권씨세가로 갔다.

 

황금전장 내부. 공자무의 집무실. 삼엄한 경비. 공대벽이 다가오고

인사하는 무사들

안으로 들어가는 공대벽

난장판이 된 내부. 책상을 등진 채 공자무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의자를 놓고 앉아서 열려진 벽장의 금고를 보고 있다.

공대벽; [지시하신 대로 귀()도 내보내서 막내를 추적하게 했습니다.] 보고하지만 대꾸가 없는 공자무

공대벽; [그리고... 철궁의 세분 노야께서도 협상의 돌파구를 트신 모양입니다.] 공자무의 눈치를 살피고

공대벽; [방금 전 권씨세가의 원로들과 함께 권씨세가로 출발했다고 합니다.] 공자무에게 보고하지만

여전히 멍하니 앉아서 열려진 벽장만 보는 공자무

공대벽; [아버님!] 조심스럽게 부르고

공자무; [말해라! 듣고 있다.] 한숨

공대벽; [소자는 아버님께서 이토록 낙담하시는 것을 이제껏 본 적이 없습니다.]

공대벽; [대체 막내가 가져간 물건이 무엇인지요?]

공자무; [그 망할 놈이...!] 주먹 부르르 분노하고.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번져나오고. 그 살기가 방안을 가득 메운다.

공대벽; (사람 좋은 아버님이 이런 살기를....!) 침 꿀꺽 삼키는 공대벽

공자무; [휴우! 하긴 그놈만 탓할 일도 아니구나!] 한숨 쉬며 고개 설레 젓고. 스스스! 살기도 흩어지고

공자무; [만약 내게 불상사가 생긴다면 네가 내 뒤를 이어야 하니 이 일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야겠지.]

공대벽; [불상사라니요. 듣기에 민망합니다.]

공자무; [청풍이 놈이 가져간 건 암흑철수(暗黑鐵手).]

공대벽; [암흑철수... 소자로서는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만....!]

공자무; [칠년천하(七年天下)란 말은 들어보았느냐?]

공대벽; [지금으로부터 팔백여년 전, 무림사에 단 한 번 있었던 정사마(正邪魔)를 총망라한 무림일통(武林一統)을 일컫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대벽; [하지만 당시 무림일통을 이루었던 분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공자무; [아무도 모르는 게 아니다.] 고개 젓고

공자무; [진정한 강자들은 그분의 이름을 안다. 다만 감히 입에 올리지 못할 뿐이다!]

공대벽; (감히 입에 올리지 못하다니...!) (황제의 이름을 말하지도 쓰지도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가?)

공자무; [팔백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분의 이름을 입에 담는 사람은 없다.] [수십번의 세대가 지나갔음에도 그분의 존재는 여전히 위대하고 두렵기 때문이다.]

공자무; [대신... 그분은 본명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제왕(帝王)>이라고....!]

[!] 순간 엄청난 충격을 받는 공대벽

<이래도 제왕이 되지 않으시겠소?> <이래도 제왕이 되지 않으시겠소?> 공대벽의 귀에 환청같이 들리는 누군가의 음성

<미천한 신하의 오직 한 가지 소원은 제왕께서 다시금 그 위엄을 만천하에 드러내시는 것 뿐이외다!> 화려한 옷을 입고 얼굴에는 베니스 가면축제의 태양신같은 가면을 쓴 인물이 어린 시절의 공대벽 자신의 목을 움켜잡고 칼을 휘두르며 말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4-5세 가량의 공대벽은 목이 조여져서 사색이 되고 있고. 이 가면 쓴 인물이 공씨일족의 적인 난릉왕이다.

욱신! 난릉왕의 손에 잡혔던 목에서 통증이 느껴져 손으로 만지는 공대벽. 그때

공자무; [...그리하여 마침내 정..마는 그분을 신처럼 받들며 영원한 충성을 맹세했다.] 멍하니 벽장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전에도 뭐라 말했으나 공대벽은 자기 생각에 빠져서 앞 부분은 듣지 못했다.

공자무; [당시 정..마는 맹세의 증거로 각각 하나씩의 신물을 만들어 제왕께 바쳤었다.]

공자무; [정파에서 바친 것은 제왕홀(帝王笏)이었고 사파에서는 사파 고수 팔만사천 명의 혈정(血精)으로 만들었다는 팔만사천사령옥대(八萬四千邪靈玉帶)였다.]

공자무; [마지막으로 마도에서는 죽음의 권능을 지녔다는 암흑철수(暗黑鐵手)를 바쳤다.]

공자무; [이 세 가지 신물을 제왕께서는 한시도 몸에서 떼어놓은 적이 없었다.]

공자무; [넷째가 가져 간 것이 바로 그중 하나인 암흑철수다. 모든 마도인에게 죽음의 권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공대벽; (헌데 암흑철수가 어떻게 우리 가문, 아니 아버님 수중에 있게 된 것일까?)

공자무; [따지고 보면 다 내 불찰이었다.]

공자무; [우리 일족 외에는 그걸 만질 수도 사용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믿고 너무 방심했다.] [아예 눈에 띠지 않도록 좀 더 깊은 곳에 숨겼어야만 했다.]

공대벽; (암흑철수를 우리 일족만이 만지고 쓸 수 있다고?) (그렇다는 건 설마....!) 뭔가 깨닫고 흥분하는데

공자무; [첫째야.]

공대벽; [예 아버님!] 흠칫 정신 차리고

공자무; [너는 이 일을 누구에게도 발설해선 안 된다.] [만약 내게 안 좋은 일이 생기더라도 너는 다만 둘째와 의논해야지 다른 누구와도 이에 대해 말해서는 안 된다.]

공대벽; [아버님! 어찌하여 거듭 불길한 말씀을 하십니까?] 당혹

공자무; [내 말을 명심하고 명심해라.] [만약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넌 누구도 믿어선 안 된다.] 깊은 한숨

공자무; [물론 네 아우들은 믿을 수 있겠지만 둘째 외에는 연관시키지 마라.]

공대벽; [...!]

공자무; [신과 귀가 너를 도울 것이다.] 힘겹게 일어나고

공대벽; (설마 아버님은...!) 불길한 예감에 흠칫할 때

공자무; [네 어머니와 너희 형제들에게 전할 말은 각자 한통씩의 편지로 남겼다.] 책상 쪽을 돌아보고.

공대벽도 흠칫 돌아보니 책상 위에는 다섯 통의 편지가 나란히 놓여있다

공자무; [나는 이 길로 마땅히 수습해야할 일을 하기 위해 세상으로 나가야겠다!] 문으로 걸어가고

공대벽; (역시...) + [부디 옥체보중하시옵소서!] 뒤에 대고 절하고

문을 열려다가 멈칫하는 공자무

뒤에서 말없이 엎드려 있는 공대벽

공자무; [네 어머니를 부탁하마!] 한숨 쉬고

이어 문을 열고 나간다

문 밖에는 긴장한 무사들이 서있다가 고개 숙이고

! 다시 닫히는 문. 방안에는 엎드린 공대벽만이 남아있고

공대벽; (생각없는 막내가 금기를 범했구나!) (위태로운 균형을 이루고 있던 세상을 단번에 흔들어놓을 수도 있는...!) 고개를 들고

공대벽; (과연 이 파문의 종착은 어떤 결말일 것인가?) 한숨 쉬며 눈을 감고

<우리 가족은 이대로 영영 이산(離散)하여 한 지붕 아래 모일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닐는지...!>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공대벽의 모습이 멀어지고

 

#39>

-권씨세가 날씨가 화창한 오전.

경비 서던 무사들 흠칫.

날 듯이 다가오는 권일해(청풍)과 한검호(독고사룡). 권일해(청풍)은 뒷짐을 짚고 있고 한검호(독고사룡)은 자루를 한쪽 어깨에 짊어졌다.

[... 저분들은...!] 멀리서도 두 사람을 알아보고 눈 부릅뜨는 무사들

[가주님이다!] [가주님께서 돌아오셨다! 가주님께서 돌아오셨다.] 무사들 중 한 놈이 흥분하여 외치며 대문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단번에 난리가 나는 권씨세가. 여기저기서 노인들과 여자들이 뛰어나오고 [가주님이다!] [출타하셨던 가주님이 연락을 받고 돌아오셨다!]

[아가씨에게 알려라!] [가주님이 돌아오셨으니까 황금전장의 수전노들 다 죽었어!] 흥분하여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우왕좌왕하는 권씨세가 사람들

그 사이에 권씨세가 정문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가는 권일해(청풍)

[가주님!] [어서 오십시오 가주님!] 일제히 외치는 함성이 집안을 울린다. 정문 안쪽 마당 좌우에 쫙 도열한 권씨세가의 가솔들이 일제히 허리 숙이며 인사하고

[!] 고개 끄덕이며 굳은 표정으로 그들 사이를 성큼성큼 지나가는 권일해(청풍)

한검호(독고사룡); (진짜 자기 집에 돌아온 것처럼 태연하군!) 약간 겁에 질려 권일해(청풍)을 따라가고

한검호(독고사룡); (아무리 완벽하게 변장했다고 하지만 저런 의연함을 난 절대 흉내내지 못할 것이다!)

한검호(독고사룡); (울며 겨자 먹기로 주종지간이 되긴 했지만 주인은 어쩌면 정말 대단한 인물인지도 모르겠구나!) 생각하며 따라가는데

[가주님!] [분하옵니다 가주님!] 앞쪽에서 권씨세가의 여자들이 울며 주저앉는다

여자들; [돈놀이나 하는 천한 것들이 감히 본 세가를 능멸했어요.] [짐승같은 놈이 아가씨마저 희롱하고...!] [사생결단을 내고 싶어도 가주님의 분부가 없어서 그러지도 못했사옵니다!] 주저앉아 울고 애원하고. 멈춰서서 이마 찡그리는 권일해(청풍)

남자들; [분부만 내려주십시오 가주님!] [당장 쳐들어가서 홀라당 뒤집어놓겠습니다!]

권일해(청풍); [이 무슨 경망한 짓들이냐?] 버럭 고함

모두들 찔끔

권일해(청풍); [내가 잠시 자리를 비웠기로서니 집안의 기강이 이렇게 무너졌단 말이냐?]

모두들 겁에 질려 고개 떨군 채 눈치를 보고

권일해(청풍); [밖은 경계가 허술하여 원수가 넘보기 쉽고 안은 질서가 없어 어지럽기 이를 데 없구나!] [이러고도 감히 무림의 세가라고 말할 수 있느냐?] [너희들은 정녕 부끄럽지도 않느냐?] 둘러보며 호통을 치고

모두 삭이 죽고

권일해(청풍); [총관! 총관은 어디 있느냐?] 눈을 부라리며 주위를 둘러보고

사내1; [... 총관님은 황금전장을 포위하기 위해 원로들과함께 고수들을 이끌고 가셨습니다!] 겁에 질려 눈치보며

권일해(청풍); [전부 황금전장으로 몰려갔다?]

권일해(청풍); [세가가 언제부터 협잡질이나 하고 있었단 말이냐?] [쳐들어갈 거면 쳐들어가고 말 면 말 것이지!] 다시 걸음을 옮기고

권일해(청풍); [즉시 가서 전부 세가로 돌아오라 하라!]

[... 분부 받들겠습니다!] 한 놈이 급히 대답하고

밖으로 튀어나간다

권일해(청풍); [무기를 들 수 있는 자들은 모두 나서서 집 안팎을 물샐틈없이 경계하라.] [잡인(雜人)은 일체 세가에 들고 나지 못하게 하라!]

[존명!]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들여보내지 않겠습니다!] 큰소리로 대답하는 무사들.

사방으로 우르르 흩어지는 무사들. 좀 나이가 있는 무사들 몇 명만 권일해(청풍)의 눈치를 보며 따라간다.

권일해(청풍); [그동안의 경과를 보고 받겠다.] [완이에게도 대청으로 오라고 전하라!]

[예 가주님!] 한 놈이 대답하고 튀어간다.

권일해(청풍); [못난 것들...!] 짐짓 화를 내며 대청으로 가고

한검호(독고사룡); (대단하다. 단번에 권씨세가의 식솔들을 휘어잡는구나!)

 

#40>

권완의 거처. 시녀들이 경계를 서고 있고

커튼을 내려 어둑한 방안에는 바닥에 방석을 놓고 책상다리로 앉은 권완이 눈을 감은 채 참선 중이다. 방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휘이이! 권완의 몸에서 일어난 산들바람 같은 것이 권완의 몸 주위를 돌고 있고. 그때

[... 아가씨!] 밖에서 들리는 헐떡이는 소리. 권완의 귀가 쫑긋하고

무사; [... 출타하셨던 가주님께서 귀가하셨습니다.] 건물 밖에 서서 포권하며 헐떡이고

권완; <아버지가?> 움찔

무사1; [경과보고를 받으시겠다면서 아가씨도 급히 오시라는 분부이옵니다!]

권완; (아버지는 집안일보다 바깥일을 더 중시하시는 분이신데...) (중요한 약속을 파기하고 돌아오시게 하다니.... 나는 참으로 불효막심한 자식이로구나!) 입술 깨물고

무사; [왜 대답이 없으신 거냐?] 시녀들에게 묻고

시녀들; [수련이 중요한 단계에 이르신 모양이옵니다.] [방해하지 말라는 엄명이 계셔서 저희도 들어가서 확인해볼 수가 없사옵니다.] 울상 짓고

무사; [... 하지만 가주님께서 꼭 모셔오라는 분부를 내리셨는데...!] 초조해하고

 

#41>

황금전장.

거실에서 편지를 읽고 있는 진군소. 편지를 쥔 손이 파르르 떨린다. 공대벽이 그 앞에 공손히 서서 기다리고 있다.

진군소; [첫째야!] 비감어린 표정으로 편지를 내려놓고

공대벽; [예 어머니!]

진군소; [오늘부터 네가 황금전장의 장주다.] [거처를 네 아버지가 쓰던 집무실로 옮기도록 해라!] 억지로 울음 참는 표정으로 말하고

공대벽; [그리하겠습니다.]

진군소; [집안일에 대해... 네게 해줄 말이 많다만....] [지금은 에미의 심기가 평온하지 못하니 다음으로 미루도록 하자!]

진군소; [다만... 매사에 담대하고.... 네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복을 타고난 행운아임을 믿고 의심치 말라는 말은 미리 해두마!] 말하면서도 시선은 창밖으로 향하고

공대벽; [각골명심하겠습니다.] 포권하고

공대벽; [하온데....!] 눈치 살피고.

공대벽; [아버님은 어디로 가신 것인지요?]

진군소; [아마도... 그 사갈(蛇蝎)같은 년에게 달려갔겠지.]

흠칫하지만 묻지는 않는 공대벽

진군소; [만마천(萬魔天)의 천주 마서시(魔西施) 구령(瞿玲)!] [네 아버지에게 암흑철수를 맡겨서 오늘날의 풍파를 야기한 그 불여우를 찾아갔을 것이다!] 바득 이를 갈고

 

#42>

권씨세가. 삼엄한 경계.

대청. 대청 주위로도 삼엄한 경계가 펼쳐져 있고.

대청 안에서는 상좌에 위엄있게 앉은 권일해(청풍)이 중늙은이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권일해(청풍)의 뒤에는 한검호(독고사룡)이 서있고. 대청에는 십여명의 중년인들이 바짝 쫄아서 도열해있다.

중년인; [.... 황금전장의 장남이 그 정도의 고수인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중년인; [게다가 그놈들은 빈 옷을 날려 추격을 분산시킨 뒤 거짓된 정보를 남발하여 혼란을 부추킨 후 달아났습니다.]

권일해(청풍); [좋구나!] 자기도 모르게 손바닥으로 의자 손잡이를 때리고

[?] 사람들 어리둥절하며 보고

권일해(청풍); (아차!) (나도 모르게 형들의 절묘한 탈출에 감탄하고 말았다!) 움찔하고

뒤에서 작게 헛기침을 하며 경고를 보내는 한검호(독고사룡). 하지만

권일해(청풍); [! 겨우 두 명의 애송이에게 세가 전체가 농락당하다니...!] [집안 꼴 참 좋~구나!] 코웃음을 치며 사람들을 노려보고

[.....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가주님!] 삭 죽어서 고개 떨구는 사람들

한검호(독고사룡); (하여간 순발력하고는...!) 피식 웃고

권일해(청풍); [지금은 잔머리를 굴릴 때도 적의 눈치를 살필 때도 아니다!] [전력을 기울여 세가의 손상된 위신과 위엄을 회복해야만 하는 때이다!]

권일해(청풍); [원로들이 돌아오는 대로 황금전장을 요절낼...!] 말하다가 눈 부릅 입구 쪽을 본다

모든 사람들이 입구 쪽을 보는데

대청으로 들어서는 일단의 노인들. 권필중을 비롯한 세가의 원로들과 총관. 그들에게 둘러쌓여 들어오는 철궁 십이사의 세노인. 세노인들 중 오사가 보자기에 싼 족보와 차용증, 전표다발을 들고 있다.

세노인 크로즈 업

권일해(청풍); (일사(一師), 삼사(三師), 오사(五師)!) 눈 부릅

권일해(청풍); (젠장할! 저 영감탱이들이 쓸데없이 일찍 도착해서 산통을 깨는군!)

권일해(청풍); (내 선에서 본장으로부터 배상금을 올려 받고 사죄를 받아내는 정도로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거늘....!) 실룩거리고. 그때

청풍; (병신들! 개미새끼 한 마리 들여보내지 않는다더니만....!) 험악한 표정으로 무사들을 노려보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그 사이에 권씨세가 원로들과 함께 다가서는 세 노인

권필중; [가주! 때 맞춰 잘 돌아왔네!]

권필중; [이분들이...!] 말하는 걸 손을 들어 막는 권일해(청풍)

고개 끄덕이고 옆으로 물러서는 권필중

권일해(청풍); [철궁의 노사들께서 어쩐 일로 본 세가를 다 방문해주셨소?] 냉소하며 성의없이 포권을 하고

일사; [가주께 좋은 소식을 전하려 왔소이다.] 마주 포권하고

권일해(청풍); [좋은 소식?] [으하하하하하!] 분노한 표정으로 웃음을 터트리고

권씨세가 사람들도 분노한 표정으로 세노인을 노려보며 주먹 불끈 쥐고

일사; [가주! 분기(憤氣)가 일더라도 일단 늙은이들의 말은 들어 봐야하지 않겠소이까?] 권일해(청풍)을 달래려고 하지만

권일해(청풍); [저들을 왜 들여보냈느냐?] [잡인은 일체 들여보내지 말라고 한 명령을 잊었느냐?] 문간에 불안한 표정으로 서있는 중년무사를 노려보고

중년무사; [... 죄송합니다! 원로님들께서 동행하신지라....!] 사색이 되어 무릎을 꿇고

권일해(청풍); [가주인 나의 명령마저 허술히 여길 정도로 기강이 흐트러지다니...!] [결단코 용서할 수 없다!] 무시무시하게 화를 내고

사색이 되어 엎드리는 무사들. 그때

권필중; [가주! 철궁의 노사들을 데리고 온 건 내 독단이었으니 아랫것들을 책하지 마시게!] 나서서 중재하고

권일해(청풍)은 귀찮다는 듯 권필중에게 손을 젓고

권필중도 주눅이 들어 혀를 차며 물러서고

권일해(청풍); [방금 좋은 소식이라고 했소?] 철궁의 세 노인을 차갑게 돌아보고

권일해(청풍); [혹시 노사들께선 간특한 제자놈의 목이라도 들고 오신 것이오?] 일사를 노려보고

일사; [제자 놈의 목은 가져오지 못했지만 그놈의 목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고자 왔소이다.] 넉살좋게 말하며 포권하고

권일해(청풍); (그러면 그렇지!) + [목을 딸 수 있는 방법?] 냉소

권일해(청풍); [그래 어디 사부가 제자의 목을 파는 장면을 한 번 구경해 봅시다!] 빠드득 이를 갈며 다시 자리에 앉고

<권일해가 정말 화가 났군!> <하긴 금지옥엽의 정조가 훼손당했으니 그럴만도 하지!> 삼사와 오사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일사; [우리는 청풍이놈을 두 살 때부터 맡아 가르쳤소이다.] 그런 삼사와 오사를 힐끗 흘겨보며 말하고. 찔끔하는 삼사와 오사

일사; [덕분에 우리보다 그놈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오.]

권일해(청풍); [제천대성이라 불리는 그놈이 철궁의 당대 궁주라고 들었소.]

권일해(청풍); [제자이자 궁주인 그놈을 당신들 손으로 팔아넘기겠다는 말을 믿으라는 것이오?]

삼사; [사실 본궁의 궁주는 대수롭지 않은 존재외다.] 껄껄

삼사; [궁주라고 해봤자 죽으면 다시 세우면 그뿐!] [더구나 우린 궁주의 아랫사람이 아닌 사부들인데 무엇인들 못하겠소?]

권일해(청풍); (오호라! 그랬다 이거지?) (날 궁주로 세운 건 순전히 핫바지로 써먹기 위해서라고?) 분노하고

삼사; [자랑은 아니오만 우리를 제외하고는 천하에서 청풍이놈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요.]

권일해(청풍); [살아서 돌아가고 싶다면 속히 방법을 말하시오.] 냉소

권일해(청풍); [본 가주는 당신들처럼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늙은이들과는 구역질이 나서 길게 얘기를 하지 못하겠소.]

<저놈이 감히...!> <아무리 화가 났기로서니 할 말과 하지 말아야하는 말이 있거늘...!> 삼사와 오사 분노

일사; [이 일은 가주 혼자서 결정할 수는 없고 가주의 영애와 함께 의논해야 할 것이오.] 삼사와 오사를 곁눈질로 진정시키고

권일해(청풍); [가엾은 내 딸을 다시 한 번 진창에 끌어내라고?] 냉소

권필중; [가주! 세분노사의 말을 경청하시기 바라네.] 보다 못해서 다시 나서고

권필중; [철궁은 이런 방면으로는 탁월한 곳이니 신뢰할 만하지 않은가?] [더구나 세분은 황금전장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고 계시다고 하네!] 말하며 흘깃 오사가 두 손에 들고 있는 보자기에 눈길을 주고

권일해(청풍); (옳거니! 세가의 늙은이들은 아버지가 제시한 막대한 배상금에 마음이 동했구나!)

권일해(청풍); (체면상 내색은 못하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한몫 크게 챙겨서 세가의 위세를 회복하는데 사용하고 싶겠지!)

권일해(청풍); (원로들의 마음이 그쪽으로 기울었다면 의외로 일이 쉽게 마무리 될 수도 있다.) (권완만 잘 구슬려서 제안을 받아들이게 하면 되니까!)

일사; [하늘 아래 대화로 풀지 못할 일이 무에 있겠소?] 권일해(청풍)의 눈치를 살피며 은근히 말하고

권일해(청풍); [세상에는 재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는 법이오!] 냉냉

일사; [말인즉 맞는 말씀이외다!]

일사; [다만 가주께선 영애의 심사를 걱정하시는가 본데...] [괜잖다면 노부가 영애를 직접 뵙고 위무(慰撫)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 바라외다!]

권일해(청풍); [완이가 사실상 본가의 주재(主宰)이니 만나게는 해주겠소!]

권일해(청풍); [하지만 완이가 원한다면 본 세가는 전력을 기울여 오늘 해가 기울기 전에 황금전장을 지상에서 없이 해버릴 것이오!] 준엄하게 말하고

모든 사람들이 꿀꺽 긴장한다.

권일해(청풍); [완이를 불러오라고 했는데 어찌 기별이 없느냐?] 입구를 향해 호통 치고

무사; [... 가주님!] 권완의 거처에 갔던 그 무사가 겁에 질려 나서고

무사; [아가씨께서는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으셔서 그만...!]

권일해(청풍); [별 수 없군!] 자리에서 일어나고

권일해(청풍); [오지 못하는 사정이 있는 듯하니 함께 완이의 거처로 가봅시다!] 성큼 성큼 걸어나나고. 사람들 우루루 따라나간다.

철궁의 세노인도 어느 정도 안심한 듯한 표정으로 서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나가고

권일해(청풍); (못된 너구리들 같으니...!) 앞장 서서 가며 그런 세 노인을 곁눈질하고

권일해(청풍); (감히 날 핫바지로 여겼다 이거지?) (조만간에 피눈물을 흘리며 후회하도록 만들어 주겠어!)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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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여전히 위의 그 객잔. 좌우로 방이 있는 좁은 복도. 복도 끝에 두꺼운 나무문이 달린 밀실이 있고. 밀실 앞에는 음리붕이 무료한 표정으로 하품을 하며 의자에 앉아있다. 복도 좌우의 방들은 상춘우가 전세를 내서 사람이 없다.

하품하다가 흠칫하며 눈을 뜨는 음리붕

복도 끝에서 걸어오는 권일해(청풍)와 한검호(독고사룡). 한검호(독고사룡)은 군용 더플백같은 자루를 한쪽 어깨에 짊어졌다.

음리붕; (저자는 설마!) 긴장하며 눈 부릅뜨고

히죽 웃으며 다가오는 권일해(청풍)의 얼굴 크로즈 업

음리봉; (도룡신도 권일해!) 경악하며 벌떡 일어선다

 

음리붕이 지키고 있는 그 방 내부. 창문이 없는 사방 벽에 두터운 솜이불을 붙여서 방음이 잘 되게 되어 있다. 마치 녹음 스튜디오 같고. 일종의 공방이다. 여러 가지 도구와 물건들이 여기저기 탁자에 널려있다. 그 밀실 안에 상춘우와 세 명의 살수가 있다. 음리붕과 음양인인 지고운이 빠진 상태다.

네 사람이 둘러앉은 탁자 위에는 당구공만한 구슬들이 네 종류가 있다. 빨간색. 검정색. 흰색. 회색. 송이 깔려있는 네 개의 바구니에 각기 여섯 개씩 총 24개가 들어있다. 여섯 사람이 하나씩 갖고 가도록 만든 것. 바구니 마다 뚜껑이 달려있다. 상춘우는 흰색 벽력탄을 하나 들어서 살펴보고 있다.

상춘우; [그러니까 이게 짙은 연막을 일으킨다는 백무벽력탄(白霧霹靂彈)이로군!] 손가락으로 구슬을 들고 요리 조리 살피고

전정무; [... 조심해서 다루시오 상형!] 기겁하며 두 손을 상춘우의 손 아래 받힌다. 상춘우가 떨어트리면 받으려고

정정무; [비록 백무벽력탄이 연막을 일으켜 적의 눈을 가리는 물건이라고는 해도 기본적으로 벽력탄이오!]

전정무; [그게 이 안에서 터진다면 다른 벽력탄들이 연쇄적으로 터져 우린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오.]

종리전; [!] 겁쟁이 종리전이 겁에 질려 상체를 뒤로 젖히고

위지삼수; [오싹한 얘기로구만!] [이래서 난 화탄은 질색이라니까!] 어깨 으쓱하고,

그 사이에 상춘우는 흰색 벽력탄을 원래 바구니에 내려놓고

상춘우; [이 회색 벽력탄은 뭔가?] 그 옆의 회색 구슬을 본다.

전정무; [아주 큰 소리를 내서 사람들의 혼을 빼버려 잠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굉천벽력탄(轟天霹靂彈)이오!]

상춘우; [소리로 상대를 무력화시킨다?] [제법 쓸모가 많겠군!] 하나를 집어들어 살피고

전정무; [검정색이 세 치 두께의 철판도 깨트릴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 폭렬벽력탄(爆裂霹靂彈)이고....] 검은 색 구슬

전정무; [빨간색은 반경 십장을 화염지옥으로 만들 수 있는 신화벽력탄(神火霹靂彈)이오.] 붉은 색 구슬을 보여주고

전정무; [우리 여섯이 각기 하나씩 소지할 수 있도록 총 이십사개를 만들었소!]

상춘우; [하룻밤 새 네 종류의 벽력탄을 만들어내는 자네 실력이 정녕 놀랍군.] 회색 벽력탄을 만지작. 이게 마음에 들었다.

전정무; [역시 나 전정무를 알아주는 사람은 상형밖에 없소.] 감격

전정무; [자랑은 아니지만 벽력문(霹靂門)에서도 벽력탄 빨리 만드는 걸로는 아무도 나를 따르지 못했었소.]

상춘우; [수고했고...] [각자 종류별로 한 알씩 지참할 수 있는 보관용기도 준비해주게.] 원래 자리에 회색벽력탄을 놓고

상춘우; [거사는 오늘밤이니 서둘러야할 걸세!]

[드디어!] [알겠소이다!] 위지삼수와 전정무가 흥분하여 눈 번쩍. 바로 그때

음리봉; [상형!] 문이 쾅하고 열리면서 음리붕이 뛰어든다. 모두 놀라서 돌아보고

음리봉; [큰일났소! 도룡신도 권일해가 쳐들어왔소이다!] 등 뒤의 문을 다급히 닫으며 외치고

[뭐라고?] [권일해가 쳐들어와?] 위지삼수와 전정무가 경악하며 벌떡 일어나고. [!] 상춘우는 눈 부릅뜨지만 그리 놀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종리전; [으악!] 겁 많은 종리전이 비명 지르며 뒤로 발라당 넘어진다. 의자에 앉아있던 채로 넘어지는 모습이고

! 그 바람에 발 끝으로 탁자 아래를 걷어차게 되고

와르르! 벽력탄이 들어있는 바구니들이 흔들리며 벽력탄들이 쏟아지려 한다

전정무; [안돼!] 비명 지르며 덮쳐서 두 팔로 바구니들을 와락 끌어안고. 상춘우도 흠칫하며 보는데.

떼굴! 바구니들 중 하나에서 구슬 하나가 굴러 나와 기울어진 탁자를 따라 구른다. 회색의 굉천벽력탄이다.

! 바닥에 떨어져서 튀어오르는 굉천벽력탄.

모두들 굉천벽력탄을 보며 경악과 절망.

! 튀어오른 굉천벽력탄의 표면에 수많은 금이 가며 안에서 밝은 빛이 번져나온다. 폭발 직전의 징조다

<죽었다!> <연쇄폭발!> 위지삼수, 전정무, 종리전등의 절망. 전정무는 탁자 위에 엎드린 자세로 두 팔로 바구니들을 쓸어안은 모습. 그 직후

! 누군가의 손이 터지려는 굉천벽력탄을 움켜잡는다

콰득! 손을 옆으로 뻗어 굉천벽력탄을 움켜잡은 채 손을 홱 돌리는 굳은 표정의 상춘우. 내공으로 굉천벽력탄을 감싸는 모습이다. 직후

! 굉천벽력탄을 움켜쥔 상춘우의 손아귀 사이로 강한 빛이 터져 나온다

[!] [!] 온몸이 흔들리는 실내의 다섯 사람. 몸의 형태가 마구 겹쳐지는 모습이고

퍼퍽! ! 초음파에 강타당해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다섯 사람. 전정무는 바구니를 끌어안고 탁자 위에 엎드린 자세

상춘우; <젠장할...!> 앉은 자세대로 뒤로 쓰러지며 이를 악문다. 폭발에 휘말린 손은 피투성이가 되어있다. 폭발력이 약해서 손이 아주 작살나진 않았고

상춘우; <뭐 하나 되는 일이 없어!> 콰당! 뒤로 나뒹굴며 기절한다

 

복도 끝의 닫힌 문 앞에 서서 흠칫하는 권일해(청풍)와 한검호(독고사룡). ! 드드드! 건물 전체가 진동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리 큰 진동은 아니고 소리도 크지 않다.

권일해(청풍); [뭐지?] 흠칫 주위 둘러보고

한검호(독고사룡); [바보같은 놈이 실수로 굉천벽력탄이란 걸 터뜨린 모양입니다.]

권일해(청풍); [실내에서?]

한검호(독고사룡); [아직 애송이로 보이더라니... 이런 어이없는 실수까지 하는군요.] [저 실력으로 과연 무영동부에 들어갈 수나 있을지 염려스럽습니다!] 한숨 쉬며 문을 연다

문이 열리며 안쪽의 상황이 드러난다. 연기가 자욱한데 다섯 놈이 기절해있다. 전중무는 바구니들을 끌어안은 자세로 탁자에 얼굴 쳐박은 자세로 기절했고 음리붕은 문 옆의 벽에 기댄 채 늘어져 있다. 위지삼수와 종리전은 바닥에 나자빠져셔 해롱거린다. 상춘우도 벌렁 나자빠져 있고. 전부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권일해(청풍); [방음장치를 확실하게 해놨군!] 안으로 들어서며 둘러보고

권일해(청풍); [덕분에 엄청 큰 소리가 났는데도 바깥에선 거의 들리지 않았어!]

한검호(독고사룡); [무영동부의 비급에 적힌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문을 닫고

한검호(독고사룡); [제자가 이자들의 존재를 알아차린 것도 이 방에 설치된 방음장치 덕분이었습니다.]

권일해(청풍); [딱 보기에도 이자가 두목이로군!] 상춘우를 내려다보고

한검호(독고사룡); [타고난 살수입니다. 어딜 봐도 도둑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권일해(청풍); [내 생각도 그래!] ! 발로 상춘우의 옆구리를 걷어차고

움찔하면서 정신을 차리는 상춘우

상춘우; (재수 옴 붙었다는 건 나한테나 어울리는 말이다!) 억지로 눈을 뜨려 애쓰며 이를 깨물고

상춘우; (엄청난 적자청부를 받은 것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하는 일마다 꼬이기만 하는 건가?) 한숨 쉬고

그러다가 눈 부릅 상춘우

권일해(청풍); [대충 정신 차렸으면 일어나지 그래!]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내려다보며 웃는다. 한검호(독고사룡)은 권일해(청풍)의 뒤에 서있고

상춘우; (... 권씨세가의 가주 권일해가 정말로 쳐들어오다니...! 확실하게 망했다!) 절망하는데

권일해(청풍); [꾀병 부리는 것같진 않군! 네가 좀 도와줘라 검호야!] 뒤돌아보며

한검호(독고사룡); [예 사부님!] 대답하고 앞으로 나서고

옆에 한 무릎 꿇고 손바닥을 상춘우의 가슴에 대는 한검호(독고사룡)

! 한검호(독고사룡)의 손바닥이 빛을 발하고

[!] 전기충격 받은 듯이 펄떡 뛰는 상춘우의 몸뚱이

상춘우; (일개 제자조차 나보다 몇 배나 되는 공력을 지니고 있다니... 십대세가의 무공은 정말 대단하구나!) 지지지! 공력을 주입당하며 벌벌 떨고.

그 사이에 권일해(청풍)은 벽력탄을 집어들고 살피고 있다.

한검호(독고사룡); <바보 같은 놈!> 이윽고 손을 떼며 상춘우에게 텔레파시를 보내고

흠칫 상춘우

한검호(독고사룡); <네놈같이 덜 떨어진 게 무영동부의 대를 이어야한다니 한심하기 그지없구나!> 노려보며 일어나고

상춘우; (내가 무영동부의 비전을 연마했다는 것까지 알고 있단 말인가?) 경악하고.

상춘우; (황금전장의 보고로 들어갈 수 있는 장보도와 함께 무영동부의 비급을 얻은 사실은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데....!)

권일해(청풍); [준비를 단단히 했군! 과연 누굴 죽이려고 벽력탄까지 대량으로 만들었을까?] 벽력탄을 살피며

상춘우; [죽일 테면 죽이시오.] 이를 악물고

권일해(청풍); [뭐야?] 찡그리며 돌아보고

당황하는 한검호(독고사룡)

상춘우; [본인이 금릉에서 일을 벌이려고 하긴 했소만... 당신네 권씨세가를 노린 것은 결코 아니오.] 힘겹게 일어나고

상춘우; [그래도 실패한 이상 살 생각은 없소! 깨끗이 죽여주시오!] 고개 번쩍 쳐들며 당당하게

권일해(청풍); [하하하! 죽기를 자청한단 말이지?] 살벌하게 웃고. 당황하는 한검호(독고사룡). 다음순간

한검호(독고사룡); [건방진 놈!] 철썩! 상춘우의 뺨을 후려친다.

입에서 피를 토하며 나뒹구는 상춘우

한검호(독고사룡); [감히 어느 분 면전이라고 독사처럼 고개를 세우는 것이냐!] 노려보고

상춘우; [으하하하! 치욕을 당하는 것은 나 자신의 무능 때문이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비장하게 웃고

한검호(독고사룡); [이놈이 그래도!] 상춘우의 멱살을 두 손으로 움켜쥐어 쳐들며 눈을 부라리고

권일해(청풍); [놔줘라!]

한검호(독고사룡); [예 사부님!] 상충우의 멱살을 놔주고

권일해(청풍); [표적이 누구냐?]

상춘우; [말할 수 없소.]

권일해(청풍); [오늘 이 자리에서 죽고 싶으냐?] 웃고

상춘우; [나 상춘우, 비록 재수가 없어 귀하에게 잡혔으나 일어서도 살수, 누워도 살수요.] [죽이시오!] 단호하게

권일해(청풍); [인간백정 주제에 임협(任俠;협객) 흉내를 내겠다?] 피식 웃고

권일해(청풍);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묻겠다. 두 번의 기회는 없다!] 살벌

권일해(청풍); [누구를 죽일 계획이었느냐?]

상춘우; [백번을 물어도...!] + 한검호(독고사룡); <닥치지 못할까?> 권일해(청풍)이 눈치 못 채도록 권일해(청풍)을 등진 채 상춘우에게 다급히 텔레파시를 보내고.

흠칫하며 입을 다무는 상춘우

한검호(독고사룡); <! 비록 젊은이로 변장을 하고 있다만 노부는 네놈이 비급을 얻은 무영동부의 까마득한 선배다.>

상춘우; <지금 나보고 그 말을 믿으란 거요?> 권일해(청풍)의 눈치를 보며 역시 텔레파시. 권일해(청풍)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벽력탄을 만지작거리며 야릇하게 웃고

한검호(독고사룡); <오냐! 네놈이 얻은 비급에 적힌 색혼조(索魂爪)의 구결을 읊어주마! 맞는지 비교해봐라!>

이어 권일해(청풍)의 눈치를 보며 입을 오물거리고

[!] 놀라는 상춘우

한검호(독고사룡); <어떠냐? 이제는 믿겠느냐?>

상춘우; <하지만 후배에게도 지켜야할 긍지가 있는데...!> + 한검호(독고사룡); <긍지고 나발이고 살아있어야 의미가 있는 게 아니냐?>

한검호(독고사룡); <네가 하는 말은 절대 이 방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다! 순순히 털어놓으면 네게 도움이 되면 되었지 손해는 없을 테니 이실직고해라!>

상춘우; (선택의 여지가 없군!) + [나는 적포동의 살수 상춘우요.]

상춘우; [미리 말해두지만 청부자가 누군지는 나도 알지 못하오. 중개인으로부터 일을 맡았기 때문이오.]

권일해(청풍); [뭐 그건 믿어주기로 하지!] [죽이려고 한 대상이나 털어놔 봐!] 웃고

상춘우; [암살 대상은 두명이오.] [부자지간인데... 두 분도 이름을 들으면 놀랄 거요!]

권일해(청풍); [부자지간이라... 어째 찜찜한 예감이 드는 걸?] 찡그리고

상춘우; [바로 황금전장의 장주와 그의 막내아들이오!]

[!] [!] 놀라는 권일해(청풍)과 한검호(독고사룡)

 

빈민가의 모습. 시간이 조금 지났고

권일해(청풍); [그러니까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서 살인과 강도를 병행하기로 했다?] 어이없고. 한검호(독고사룡)도 굳은 표정. 권일해(청풍) 앞에 책상 다리를 하고 앉은 상춘우를 제외하고 다른 넷은 여전히 기절한 상태다.

상춘우; [적자를 메우기 위해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소!]

상춘우; [다행히 내게는 삼년전에 우연히 입수한 황금전장의 장보도가 있었소.]

상춘우; [공씨부자를 척살한 후 보고로 숨어들어가서 소란이 갈아앉기를 기다렸다가 한 몫 챙겨서....!] + 권일해(청풍); [지랄을 해라!] ! 앉은 채로 발길질을 해서 상춘우의 턱을 날려버린다. 턱이 들려서 뒤로 나뒹구는 상춘우. 움질하며 보는 한검호(독고사룡)

상춘우; [비록 살수지만 나도 장부요!] 피를 닦으며 일어나고

상춘우; [모욕하지 말고 깨끗이 죽....!] ! 상춘우의 마빡을 후려치는 전표 다발.

털썩! 분노하는 상춘우 앞에 떨어지는 전표 다발

상춘우; [권가주! 당신이...!] 분노하다가 흠칫 전표 다발을 본다

만냥짜리 전표 다발이다.

상춘우; (... 황금전장 발행의 전표...!) 놀라는데

권일해(청풍); [허튼 짓 말고 그거 먹고 떨어져!] [백만냥쯤 되니까 위약금 물고 동료들 몸값 줘도 제법 남을 거야!] 일어난다.

권일해(청풍); [대신 이 벽력탄은 내가 가져가도록 하지!] [전부 챙겨!] 한검호(독고사룡)에게 벽력탄들을 턱으로 가리키고

한검호(독고사룡); [예 사부!] 대답하고

이어 벽력탄들이 담긴 바구니의 뚜껑을 덮는 한검호(독고사룡).

상춘우; [권가주! 이건 너무 일방적인...!] 말하다가 부릅

어느 틈에 권일해(청풍)이 칼을 뽑아서 칼 끝으로 상춘우의 목에 겨누고 있다. 한검호(독고사룡)이 훔칫하며 보고 있고. 벽력탄이 든 바구니들을 뚜껑을 덮어서 자루에 넣던 중이다.

상춘우; (... 가공할 쾌도!) (칠대살수 중 한명이라는 내가 칼이 날아드는 걸 보지도 못하고 당할 정도라니...!) 비지땀

권일해(청풍); [한마디만 더 하면 그냥 콱! 쑤셔버린다!] 노려보고. 아주 살벌한 표정

상춘우; [으으으!] 바짝 얼어서 비지땀만 흘리고

권일해(청풍); [하는 짓이 귀여워서 봐주는 줄 알아라!] [지금 네 실력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번 청부 이행 못해!] ! 다시 칼을 칼집에 넣고

권일해(청풍); [오늘 이후로 내 눈에 다시 띄면 이유불문하고 때려죽일 테니까 알아서 해!] 돌아선다

권일해(청풍); [하여간 좆도 없는 것들이 주제도 모르고 설쳐요!] 궁시렁 대며 문을 열고 나간다

상춘우는 치욕에 떠는데

한검호(독고사룡); <저분 말씀을 따라라!> 자루를 한쪽 어깨에 짊어지고

한검호(독고사룡); <허튼 생각 말고 장보도나 잘 연구해서 황금전장의 보고에나 들어가 봐라. 그곳에서 황금의 산과 보석의 바다를 보게 될 것이다!> 흘겨보며 나간다.

문이 닫히고 혼자서 멍하니 앉아있는 상춘우

손에 들린 전표 다발을 보고

상춘우; (백만냥의 전표....!) 어이없고

상춘우; (이게 진짜인 걸 보면 꿈은 아닌데....!)

상춘우; (대체 내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당혹. 주변에는 동료들 네놈이 각가지 자세로 기절해있고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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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아침. 황금전장. 공대벽을 거느리고 뒷짐 진 채 걸어가는 공자무. 지나가던 시녀들과 무사들이 인사를 하고. 지금 객청으로 가는 중이다

공자무; [철궁(鐵宮)의 십이사(十二師)들 중 몇분이나 오셨느냐?]

공대벽; [세분이 오셨습니다.] [일사(一師), 삼사(三師), 오사(五師)님들이십니다.]

공자무; [열두분 모두 와주십사 청했다고 하지 않았느냐?] 찡그리고

공대벽; [아무래도 철궁에서는 이번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합니다.]

공자무; [만나보면 알겠지!]

그 사이에 웅장한 객청이 나타나고. 지키고 있던 무사들이 인사를 한다

안으로 들어가는 두 부자. 객청에는 세 명의 노인이 앉아있고 시녀들이 시중을 든다. 철궁 십이사 중 세 사람. 일사는 깐깐한 인상의 노인. 삼사는 옆으로 넓고 웃는 얼굴의 금복주같은 인상. 오사는 껑충한 키에 성질이 아주 까칠해 보인다.

공자무; [원로에 노고가 많으셨소이다 세분 노사!] 포권하고 공대벽도 고개 숙이고

일사; [어떤 경우라도 황금전장의 일을 최우선적으로 해결한다는 계약을 지키기 위해서 온 거니까 노고랄 것도 없소.] 앉은 채 고개만 까딱한다. 배경으로 나레이션 -철궁십이사의 첫째 문조두(文調頭)

공자무; [아직 식전(食前)이시겠지요.] [안 사람이 식사를 준비하고 있으니 잠시 담소하시면서 기다려 주시기 바라외다.] 세 노인과 마주 앉고. 공대벽은 옆에 서서 기다린다

일사; [급전을 띠운 걸 보면 예삿일이 아닌 듯 하오만...!] 말하다가 흘낏

객청 입구로 집사인 병수재가 헐레벌떡 달려오고 있다. 얼굴이 사색이 되었고

일사; [일이 생긴 듯하니 먼저 처리하시구려!] 문 밖에 서서 안절부절 못하는 병수재를 보며

공자무; [실례하겠소이다.] 고개 숙이고

이어 문간에 선 병수재에게 손짓을 하고

병수재; [... 장주님!] 사색이 되어 들어오고. 세 노인을 곁눈질하고

공자무; [괜잖으니 말하게 집사!] 끄덕

병수재; [... 장주님의 집무실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비지땀

공자무; [도둑?] 찡그리고. 공대벽도 흠칫하고

병수재; [... 지나가다가 창... 창문이 조금 열려있기에 들여다보았더니 난장판이...!]

공자무; [가서 살펴보고 오너라!] 공대벽에게

공대벽; [!] 고개 숙이고

병수재와 함께 서둘러 나간다

일사; [도둑맞을 줄 미리 알고 우릴 부른 건 아닐 테고...]

삼사; [보나마나 엎친 데 덮친 경우겠구려. 안됐소이다 공장주!] 냉소하는 모습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철궁십이사의 셋째 미보록(彌菩祿)

공자무; [도둑이 든 정도야 본장이 당면한 문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쓴웃음

오사; [겨우 권씨세가와의 갈등 때문에 우리 열두 사람을 전부 청한 거요?] 찡그리는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철궁십이사의 다섯째 연갱요(燕更夭)

공자무; [겨우가 아니외다.] 한숨

공자무; [철궁의 열두 사부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우리 황금전장은 큰 결심을 해야할 수도 있소이다.]

[허허허!] 어이없는 듯 웃는 세 노인

일사; [장주! 본궁의 당대 궁주가 장주의 막내아들인데 우리 늙은이들이 할 일이 뭐가 있겠소?]

일사; [아무렴 바깥에 진치고 있는 권씨세가 나부랭이들을 본궁의 궁주가 어쩌지 못할 것 같소?]

삼사; [그렇다면 장주는 본궁을 너무 우습게 보는 거요.]

공자무; [열두분 사부께서 못난 아들놈을 잘 훈육해주신 점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소이다!] 포권하고

공자무; [하지만 이번 권씨세가의 일은 그놈이 당사자인지라 힘을 쓸 수 있는 상황이 못된다는 게 문제외다!]

일사; [당사자라서 힘을 쓸 수 없다?]

일사; [장주는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을 잊으신 듯 하구료.] 코웃음을 치는데.

서둘러 들어오는 공대벽.

공자무; [또 실례를 해야겠소이다!] 세 노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공자무; [피해가 얼마나 났느냐?] 공대벽에게 고개 돌리고.

공대벽; [이번 달에 결산 본 전표들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 외에 결산장부들과 아버님께서 아끼시던 물건들이 몇 가지 없어진 듯합니다.]

공자무; [범인은?] 찡그리고

공대벽; [()께서는 누군지 짐작이 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세 노인의 눈치를 살피며 말하고, 순간

공자무; [청풍! 그 망나니같은 놈이!] ! 화가 나서 자기도 모르게 주먹으로 탁자를 쾅 내려친다.

드드드! 객청 전체가 지진이 난 듯 흔들리고. 일사는 찡그리고. 삼사와 오사는 흠칫. 객청 밖의 무사와 시녀들 깜짝 놀라 비틀거리고. 놀라지 않는 사람은 공대벽 뿐이다.

<공자무가 실력을 숨기고 있었군!> 삼사와 오사 놀라서 서로 곁눈질하고.

<객청 전체가 흔들렸는데 정작 내려친 탁자는 전혀 손상이 가지 않았다!> 탁자를 보는 두 사람. 멀쩡한 탁자.

공자무; [나가 봐라!] 손을 저어 공대벽을 물러가게 하고

고개 숙이고 나가는 공대벽.

공자무; [은자 몇 푼 도둑맞은 건 작은 일이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본장이 직면한 난제를 해결해주셔야겠소이다!]

일사; [우리 늙은이들이 동시에 나서야 할만한 일이 대체 어떤 건지 들어나 봅시다.]

공자무; [삼년전부터 권씨세가에 돈을 빌려주면서 일이 시작되었소이다!] 한숨

이어 설명하는 공자무의 모습. 심각하게 듣는 세노인.

 

황금전장의 다른 곳 보여준다. 여전히 황금전장을 포위한 채 감시하는 권시세가의 무사들도 보여주고. 주먹밥을 먹으면서 황금전장을 노려보는 권씨세가의 젊은 무사들

다시 객청

공자무; [결국 넷째가 무리하게 채권을 회수하려다 벌어진 일이외다!]

공자무; [이 족보가 바로 권씨세가의 비급인 줄 누가 알았겠소이까?] 탁자 위에 놓인 보자기를 가리킨다. 권씨세가의 족보가 든 보자기다.

일사; [그게 다요?]

공자무; [일단은 그렇소이다!]

오사; [결국 돈에 관련된 문제인데... 왜 우리 제자를 해결사로 보내지 않았소?]

삼사; [청풍이놈이 다시 갔다면 쉽게 해결을 봤을 일이구만!]

공자무; [그놈을 보냈다가는 권씨 일족에게 맞아죽었을 거외다.] 한숨

일사; [장주는 이런 일에 쓰려고 그 아이를 우리한테 보내지 않았소?] [한데 막상 써야 할 때는 전혀 쓰지 않고 우릴 불렀구려.] 냉소

일사; [이런 일은 우리 열두 사람이 나서는 것보다 그 아이가 백배는 더 잘 처리할 거요.]

공자무; [이거 참...!] 머리 긁적이고

공자무; [남사스러워서 말씀드리지 않은 게 한 가지 더 있소이다.] 한숨

일사; [말씀해보시오.]

공자무; [그 망나니 같은 놈이... 족보를 빼앗아오는 과정에서 권씨세가의 외동딸을 농락했다지 뭡니까?]

[... 농락?] 입 쩍 벌리는 세 노인

공자무; [강제로 입을 맞췄다는구려.] 한숨

[허어!] 기가 막히는 세 노인

공자무; [이런 상황에서 막내 놈을 권씨세가로 들여보냈으면 어찌 되었을 것 같소이까?]

삼사; [맞아죽었겠군!] 한숨 쉬고

일사; [사정은 잘 알았소.] 끄덕

일사; [제자를 잘못 가르친 죄도 있고 하니 이번 일은 우리 늙은이들이 맡도록 하겠소!] 일어나고

공자무; [폐를 끼치게 되었소이다!] 일어나서 포권하고

일사; [족보는 가져가겠소!] [가자!] 먼저 나가고

오사가 족보를 집어들고 삼사와 함께 따라 나선다

공자무; [식사를 하고 움직이시는 게 어떠실지...!] 세 노인을 따라가지만

일사; [밥 먹다 체할 일 없소! 이 길로 권씨세가에 가도록 하겠소!] 나간다

공자무; [끝나는 대로 들르셔서 사의를 표할 기회를 주시기 바라외다!] 입구에 서서 포권하고

돌아보지 않고 손만 들어 보이며 다른 두 노인과 함께 가는 일사

공자무; [철궁의 십이사가 직접 나섰으니 급한 불은 끌 수 있겠군!] 한숨

공자무; [!] 뒷짐 진 채 부르고

<! 주인님!> 어디선가 신이 대답하고. 이하 목소리만 들린다.

공자무; [내가 있으니 그대까지 집을 지키고 있을 필요없다. 빨리 쫓아가서 막내놈을 잡아와라!]

; [분부 받들겠습니다.] [헌데...]

; [큰공자님께서 모르고 보고하지 않으신 게 하나 있습니다.]

공자무; [?]

; [넷째 공자는 신투 독고사룡을 데리고 나갔습니다.]

공자무; [뭐라? 독고사룡을?] 눈 부릅 객청 안쪽의 바닥을 돌아보고

; [그렇습니다.]

공자무; [이런 융통성 없는 사람 같으니...!] [그놈이 독고사룡을 데리고 나왔으면 다리몽둥일 부러뜨려서라도 잡아놨어야지!]

공자무; [독고사룡이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는 누구보다도 그대가 잘 알잖는가?]

; [주인님께서 넷째 공자가 제 쪽으로 올라오면 보내주시라고 하셨기에......]

공자무; [당장 잡아와!] 버럭

; [존명!]

공자무; [이런 이런...!] 고개 설레 설레 젓고

공자무; [들고 튄 전표야 지급정지를 걸어버리면 되지만 독고사룡을 데리고 나간 건 굶주린 호랑이를 산에 풀어놓은 것과 진배없거늘...!] 의자로 가고

공자무; [막내 이놈이 애비 속을 긁어놓으려고 단단히 작정을 했구나!] 의자에 털썩 앉고

공자무; [맹세의 구속에서 벗어난 독고사룡을 다시 잡아들이는 건 그물로 바람을 잡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인데....!]

공자무; [꾸중 좀 들었다고 애비에게 억하심정을 품어?]

공자무; [불효막심한 놈같으니라고...!] 혀를 차고. 그러다가

<그 외에 결산장부들과 아버님께서 아끼시던 물건들이 몇 가지 없어진 듯합니다.> 공대벽이 보고한 말 떠올리며 눈 부릅 공자무

공자무; [혹시 그놈이.....!] 벌떡 일어나고

 

#35>

황금전장의 정문. 철궁십이사의 세 노인이 권씨세가의 원로들과 뭔가 얘기를 하고 있다. 주변에는 젊은 권씨세가 무사들이 살벌한 표정으로 서있고. 천막 안의 의자에 앉은 권필중이 뭔가 생각하며 일사가 하는 말을 듣고 있다. 오사는 두 손으로 족보를 들고 있고

 

다시 황금전장 내부. 공자무의 집무실. 병수재와 무사들이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고.

문간에는 공대벽이 굳게 닫힌 집무실 문을 돌아보며 갸웃거리고 있다.

집무실 안쪽. 난장판이 되어 있는데 진군소의 초상화가 옆으로 젖혀져 있고. 그 앞에 공자무가 서서 부들부들 떨고 있다.

초상화 안쪽의 비밀 금고. 장갑을 세워놓았던 쇠막대만이 덩그라니 서있다.

공자무, 다리에 힘이 풀려서 털썩 주저앉는다.

공자무; [... 이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 그게 뭔지나 알고 훔쳐간 거냐?] 사색이 되고

<천하가... 천하가 피로 물들게 생겼구나!> <나 공자무의 오만과 불찰로 인해....!> 주저앉아 절망하는 공자무의 모습이 멀어진다.

 

#36>

상춘우등이 머무는 빈민가의 객잔. 때는 해가 막 돋아난 오전이다. 아직 오전이라 빈민가는 한적한데

후미진 방. 탁자 앞에 앉아서 룰라랄라 하며 얼굴을 주물러대는 청풍. 구리거울을 탁자에 올려놓고 들여다보며 변장 중이다. 탁자 위에는 화장품과 가짜 수염등이 놓여있다. 방 한 구석에는 아버지의 집무실에서 훔쳐온 전표와 장부등이 든 자루가 놓여있고

청풍; [대충 된 거같지?] 얼굴을 마지막으로 손질하고

이어 거울을 들어본다. ! 거울 안에 나타나는 얼굴은 바로 도룡신도 권일해다. 수염만 없다. 이하 권일해(청풍)으로 표기

권일해(청풍); [완벽해! 완벽해! 도룡신도 권일해의 판박이야!] 거울에다가 이리 저리 비춰보며 만족해하고

권일해(청풍); [화장 좀 하고 수염만 적당히 붙이면 누구라도 속아 넘어가지 않고는 못 배길 걸?] 탁자 위에 올려놓은 가짜 수염을 집어들고

다시 룰루랄라하며 수염을 붙인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그때

독고사룡; [다녀왔소이다 주군!] 문을 열고 들어온다. 팔에는 두 벌의 옷과 두 자루의 칼이 들려있고

권일해(청풍); [어서 와. 영감!] 수염 붙이며 건성으로

독고사룡; [아직 이른 아침이라 문을 연 가게를 찾는 게 쉽지가 않았....!] 말하다가 부릅

! 수염 붙이고 있는 권일해(청풍)의 모습

독고사룡; [누구냐?] 경계하며 뒷걸음질 치려 하고. 그때

권일해(청풍); [나야 나! 소란 피우지 말고 문 닫어!] 변장에 열중하며

독고사룡; [... 주군?] 놀라고

권일해(청풍); [꼰대의 추적을 피하려면 변용(變容)을 해야해!] [마침 어떤 인간으로 변장할 일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얼굴을 바꾼 거야!] 화장 솔로 피부색을 고쳐 마무리를 하고

독고사룡; [옷과 칼을 사오라고 한 것도 변장을 위해서였구려.] 안도하며 문을 닫고

권일해(청풍); [어때? 목소리가 아니었으면 영감도 나 못 알아봤을 뻔 했지?] 돌아보고

독고사룡; [완벽한 역용술(易容術)이시오.] [헌데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얼굴인 것 같은데...!] 탁자 위에 옷과 칼을 내려놓으며 권일해로 변한 청풍을 보고

권일해(청풍); [이 얼굴이 누굴 닮았는데?] 얼굴 만지고

독고사룡; [그게 그러니까....!] 생각하고

독고사룡; [생각났소이다! 권씨세가의 가주인 권창연(權蒼淵)의 젊었을 적 모습과 흡사하구려.]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고

권일해(청풍); [역시 신투답게 눈썰미가 좋구만!]

권일해(청풍); [권창연은 권씨세가의 이십오대 가주였고 이 얼굴의 주인은 권씨 세가의 이십칠대 가주인 도룡신도 권일해야.]

독고사룡; [주군은 어떻게 권씨세가의 가계(家系)를 그렇게까지 자세히 알고 계십니까?] 놀라고

권일해(청풍); [어쩌다보니 그 집 족보를 몽땅 외우고 말았어!] [영감도 얼굴을 바꿔야하니까 거기 앉아!] 앞을 가리키고

독고사룡; [죄송하외다 주군!] [노복은 이제껏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담을 넘었지만 얼굴을 가린 적은 한 번도 없었소이다.]

권일해(청풍); [고집부리지 말고 얼굴 내밀어!] [이번에는 도둑질하러 가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대문으로 걸어들어가야만 해!] 두 손으로 독고사룡의 얼굴을 주무르기 시작하고. 독고사룡은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내밀고

권일해(청풍); [영감이 지금 그 얼굴을 하고 나와 함께 들어가면 누가 날 도룡신도 권일해로 봐주겠어?]

독고사룡; [.... 백주 대낮에 권씨세가에 쳐들어가실 생각이시오?] 기겁하고. 그러면서도 얼굴을 권일해(청풍)에게 맡기고

권일해(청풍); [그래야할 일이 좀 있어!] [영감은 이제부터 권일해의 셋째 제자인 한검호가 되는 거야!]

독고사룡; [... 주군 혼자서 다녀오시면 안되겠소?] 울상을 짓고

권일해(청풍); [주인이 가는데 종도 당연히 가야지! 발뺌할 생각마!] 손으로 독고사룡의 얼굴을 주물럭거리고.

권일해(청풍); [게다가 꼰대의 추적을 피하려면 이렇게 하는 게 최선이야!] 권일해(청풍)이 주무르는 대로 독고사룡의 얼굴이 점차 한검호의 얼굴로 변한다

독고사룡; (팔자하고는....!) 죽상

독고사룡; (그나저나 어린 나이에 참으로 재주가 용하다.) (어떤 식으로 내공을 쓰는 건지 몰라도 내 얼굴이 흙반죽처럼 변해서 고정되고 있다!) 놀라고. 이윽고

권일해(청풍); [됐어!] 손을 떼고

권일해(청풍); [얼굴색만 좀 검게 바꾸면 영락없는 한검호야!] ! 한검호로 변한 독고사룡의 얼굴. 이하 한검호(독고사룡)으로 표기

권일해(청풍); [영감은 삼십년 넘게 햇볕을 보지 않아서 얼굴이 너무 하야니까 적당히 그을린 걸로 보이도록 해야만 해!] [화장 정도는 혼자서 할 수 있겠지?] 거울을 돌려세워서 들여다보게 하고

한검호(독고사룡); [손자뻘 애송이로 변했구려!] 거울 들여다보며 한숨

한검호(독고사룡); [헌데 이 역용은 얼마나 지속이 되는지요?]

권일해(청풍); [대충 하루 정도 지속이 되는데....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으면 얼굴에 위치한 혈도들에 공력을 세게 주입하면 돼!] 옷을 벗고 독고사룡이 새로 사온 옷을 입는다. 권일해가 입었던 것과 같은 옷이다.

권일해(청풍); [그럼 막혔던 혈도와 기맥들이 풀리면서 역용도 풀리게 될 거야!]

한검호(독고사룡); [늙은 노복이 권일해가 되고 젊은 주군께서 그의 제자가 되는 편이 자연스럽지 않겠소이까?] 거울 보며 불만

권일해(청풍); [한검호 노릇은 한번 해봐서 재미없어.] [또 이번에 내가 권씨세가로 가서 처리해야할 일은 권일해 모습으로만 가능해!] 옷을 입고 칼도 찬다.

한검호(독고사룡);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포기하고

한검호(독고사룡); [그보다 한 가지 보고드릴 일이 있소이다 주군!]

권일해(청풍); [당분간 주군이 아니라 사부라고 불러!]

한검호(독고사룡); [명심하겠소이다!]

권일해(청풍); [말투도 젊게 고치고!]

한검호(독고사룡); [!]

권일해(청풍); [그래 보고할 일이란 게 뭐야?]

한검호(독고사룡); [그게...!] 밖을 곁눈질하고

한검호(독고사룡); [아무래도 이 객잔에 노복, 아니 제자의 후배가 투숙하고 있는 듯합니다.] 속삭이고

권일해(청풍); [도둑놈이 근처에 있다고?]

권일해(청풍); [그럼 조심해야겠는 걸!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돈은 황실 일년 예산에 필적하는 어마어마한 거금이잖아!] 짐짓 놀란 척 하고

한검호(독고사룡); [문제는.... 그 후배란 놈들이 도둑이 아닌 걸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한숨 쉬고

권일해(청풍); [뭔 소리야?] [도둑놈 후배가 도둑이 아니면 도대체 누가 후배라는 거야?] 멀뚱

한검호(독고사룡); [주군의 부친께서 뿌린 장보도와 무영동부의 비급을 엉뚱한 자가 얻은 것 같습니다.]

권일해(청풍); [! 십오년마다 받아들인다는 무영동부의 새식구 얘기였구만!]

한검호(독고사룡); [헌데 고약한 건 이번에 장보도와 무공비급을 손에 넣은 게 도둑이 아니라 살수 나부랭이라는 점입니다.]

권일해(청풍); [살수가 무영동부의 새 식구가 된다고?] [오호! 그거 흥미로운데!]

권일해(청풍); [권씨세가에 갈일이 바쁘긴 하지만 어떤 인간인지 안 볼 수가 없군!] [앞장서!]

한검호(독고사룡); [예 사부!] 대답하고

이어 자루를 챙겨들고 앞장서서 나가고

권일해(청풍); (흐흐흐! 도둑이 아니라 살수 나부랭이들이 귀부의 장보도를 얻었다 이거지?) 음험하게 웃고

권일해(청풍); (잘 하면 꼰대에게 한 방 더 먹일 수 있겠는 걸!) 사악하게 웃으며 방을 나선다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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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황금전장. 때는 새벽. 제법 밝아졌지만 건물 사이의 그늘들은 여전히 어둑한데

권씨세가의 무사들은 살벌하게 황금전장을 에워싸고 있고. 황금전장의 무사들도 문과 담장 쪽에 포진하여 권씨세가 무사들의 동태를 살피고

공자무의 집무실인 건물. 무사들은 전부 외곽을 경비하느라 집무실 근처를 지키는 자들은 없다.

집무실 내부 모습. 청풍이 공자무가 던진 권씨세가의 족보에 얻어맞았던 바로 그곳

덜컥! 책꽂이가 돌아가며 비밀통로 입구가 나타나고

안에서 걸어 나오는 청풍. 한 팔로는 여전히 독고사룡을 끼고 있고

청풍; [역시 꼰대의 집무실로 연결되어있었구만!] 둘러보며 삐죽거리고

청풍; [출구를 예측 가능한 곳에 만들어놓은 걸 보면 꼰대도 그닥 머리가 좋다고는 못하겠어!] 독고사룡을 바닥에 눕히고

청풍; [영감! 그만 눈을 뜨셔!] ! 곤오용봉채로 독고사룡의 아랫배를 찌르고

움찔하며 정신 차리는 독고사룡

청풍; [자 그럼 어디 꼰대의 복장을 뒤집어놔볼까?] 일어나며 두리번거리고

독고사룡; [... 약속을 지켜라!] 헉헉!

뭔 소리인가 하고 돌아보는 청풍

독고사룡; [네 요구대로 양물을 잘랐으니 날 밖으로 데려가다오.]

청풍; [난 또 뭐라고.... 이미 밖이야!] 피식 웃으며 다시 돌아서고

[!] 깜짝 놀라며 눈을 부릅뜨는 독고사룡

천장이 눈에 들어오고

독고사룡; [... 여긴!] 벌떡 일어나고

독고사룡; [밖이구나! 정말 밖이야!] [내가 드디어 귀부를 빠져나왔어!] 주저앉아 둘러보며 흥분하여 주먹 불끈

고개 설레 저으며 공자무의 책상을 뒤지는 청풍

독고사룡; [... 죽기 전에 바깥바람을 마실 수 있게 되다니... 크으!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감격하여 울고

그러다가 움찔하며 자신의 사타구니를 만지고

독고사룡; (... 붙어있다!)

독고사룡; [... 공자! 노부의 양근을 자른 게 아니었구려!] 청풍을 보며 감격

청풍; [늙어 쪼그라든 거시기 잘라서 뭐에 쓰게?] 코웃음치며 책상을 뒤진다

청풍; [데리고 나올 때 번거로울 것 같아 혈도를 찍었을 뿐이야!] 책상의 서랍을 여는데 전념하고. 서랍은 덜컥 거리기만 할 뿐 안 열린다.

독고사룡; [크으! ... 이 은혜를 어찌 갚을지...!] 감격의 눈물 뚝뚝

청풍; [영감하고 놀아줄 시간 없으니까 적당히 감격해!] 책상 서랍을 잡아당겨 보고. 덜거덕 거리며 열리지 않는다

청풍; [잠가뒀다 이거지? 그래봤자 나한테는 열려있는 거나 다름 없지롱!] 소매 속에서 작은 핀 같이 생긴 만능열쇠를 꺼내고

청풍; [강제로 열면 간단히 열리겠지만 그랬다가는 꼰대가 금방 눈치채서 재미없어!] 열쇠구멍에다가 핀을 넣고 꼼지락

덜컥! 안에서 뭔가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청풍; [됐다! 역시 난 이런 쪽으론 천재야!] 서랍을 열고

청풍; [히히히! 그럼 본격적으로 꼰대의 복장을 뒤집어 놔볼까?] 열린 서랍 안을 들여다보며 히히덕거리고

서랍 안에는 지폐뭉치처럼 묶어놓은 전표다발 십여개와 서류파일들이 잔뜩 들어있다

청풍; [월말 결산전이라 전표가 엄청나게 많구만!] 전표 뭉치를 하나 꺼내보고. 전표는 한 장 한 장이 壹萬兩 짜리다.

청풍; [일만냥짜리 전표 백장 묶음만도 십여개...] [대충 어림잡아도 천만냥은 간단히 넘겠어!] [이걸 시중에다가 확 풀어버리면 뒷수습하느라 꼰대 똥줄이 타겠지?] 전표다발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히히덕거리고.

청풍; [날 천덕꾸러기 취급을 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 보라지!] 이어 파일처럼 된 서류들도 꺼내고

청풍; [결산서류까지 몽땅 사라진 걸 알면 꼰대 얼굴이 뭐 씹은 것처럼...!] 좋아하다가 흠칫 돌아본다. 독고사룡이 납작 엎드려 고개를 조아리고 있다

청풍; [영감! 뭐하는 거야? 바닥에 뭘 떨어트렸어?] 뚱한 표정으로 보고

독고사룡; [공자! 이 불쌍한 늙은이를 구해주셨으니 은혜가 하늘에 닿고도 남소이다.]

독고사룡; [앞으로 공자께서 분부하시는 일이 있으시면 이 늙은이는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마다하지 않고....!] + 청풍; [그만! 스톱!] 들고 있던 서류를 독고사룡의 앞에 패대기치고. 깜짝 놀라는 독고사룡

독고사룡; [... 공자!] 올려다보고

청풍; [나중에 말할 기회가 없을 것같아서 생각난 김에 하는 말이니까 잘 들어 둬!] [내가 왜 영감을 거세해서 데리고 나올 수도 있었는데 그냥 데리고 나왔는지 알아?] 아버지의 의자에 앉고

모르겠다고 고개 젓는 독고사룡

청풍; [난 귀부에서 영감을 훔쳐온 거야.] 거만하게

독고사룡; [... 훔치다니요?] 바보같은 표정

청풍; [말귀를 못 알아듣는구만!] [하긴 담박에 알아듣길 바란 내 잘못이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한숨 쉬고

청풍; [쉽게 말해서 난 영감을 구한 게 아니라 물건 대신 훔쳐온 거라구! 꼰대 열 좀 받게 하기 위해서!]

독고사룡; (.... 내가 장물(臟物)이라는....!) 어이없고

청풍; [내가 데리고 나와 주지 않았으면 영감은 귀부에서 늙어 죽었겠지?] 얼굴 앞으로 내밀며

고개 끄덕이는 독고사룡

청풍; [그 사실을 절대 잊어버리지 말라구.] [영감은 내가 훔쳐온 물건이니까 내 소유가 되는 게 당연한 거야.]

독고사룡; [... 그게....!] 황당한 표정

청풍; [뭐 내 소유가 되기 싫으면 고추를 자르고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그냥 튀어! 그럼 나도 그냥 영감을 도와준 셈치고 말겠어.]

독고사룡; [으으으으.......] 비지땀

청풍; [시간 없어! 빨리 결정해.] [고추를 자르고 도망가든지, 아니면 순순히 내말에 따르 던지!]

독고사룡; [... 그게... 그게....!]

청풍; [셋 셀 동안에 대답해. 하나, 두울......] [뭐 스스로 못 자르겠다면 도와줄 수도 있어.] 잔인하게 웃고

독고사룡; [... 복종하겠소!] 급히 말하며 고개 조아리고

독고사룡; [노부는 공자의 소유이니 죽이든 살리든 뜻대로 하시오!] 치욕을 참지 못하고 울고

청풍; [그렇게 성의없는 맹세는 안돼!] 고개 젓고

청풍; [아버지에게 했듯이 천지신명에 걸고 맹세를 해!] 거만하게

독고사룡; [... 그건....!] 당혹해서 고개를 들고.

[!] 그러다가 눈 부릅 독고사룡

청풍; [? 꼰대에게는 해도 내 앞에선 못하겠다?] 쿠오오! 노려보는 청풍의 몸에서 가공할 기도가 치솟는다

청풍; [영감까지 사람 차별할 거야? ?] 마치 까마득한 절벽처럼 높아져서 내려다보는 청풍의 성난 얼굴. 그걸 개미처럼 작아져서 올려다보며 벌벌 떠는 독고사룡

독고사룡; [히익!] ! 고개 쳐박는 독고사룡

독고사룡; (똑같다! 공자무와 똑같은 기도다!) 바위에 눌린 듯이 납작 엎드려서 벌벌 떨고

청풍; [자꾸 시간 끌래?] [빨리 제대로 된 맹세 하지 못해?] 부라리고

퍼뜩 정신 차리는 독고사룡

독고사룡; [... 소인 독고사룡이 공자의 소유임을 인정합니다.] [천지신명께 맹세하거니와.... 딴 마음을 품을 경우 벼락을 맞아 죽을 것입니다!] 울면서 납작 엎드려 맹세하고

청풍; [뭐 그럭저럭 들어줄만한 맹세로군!] 코웃음

독고사룡; (... 내 팔자가 어쩌다 이리도 기구하게 되었단 말인가?)

독고사룡; (팔팔한 젊은 시절은 도둑질로 간을 졸이며 보냈고 그후 삼십년 세월은 바보가 되어 갇혀 살았거늘....)

독고사룡; (천신만고 끝에 탈출했나 싶었더니 손자뻘도 안되는 어린 놈의 노예가 될 줄이야!)

청풍; [그만 짜고 이것들이나 챙겨!] 투툭! 전표다발과 서류 파일들을 독고사룡 앞에 던지고. 움찔하며 고개 드는 독고사룡

청풍; [천만냥이 넘는 전표에다가 거래장부까지 몽땅 사라지면 꼰대도 열 좀 받겠지!] 일어나고

청풍; [날이 밝기 전에 빠져나가야하니까 서두르도록 해!] 벽쪽으로 가고

청풍; [꼰대한테 들키면 우리 둘 다 끝장이라는 것쯤은 알겠지?] 돌아보고

독고사룡; [... 물론입니다!] 허겁지겁 전표다발과 서류 파일을 모으고

독고사룡이 장부와 전표를 큼직한 자루에 쓸어 담는 것을 등진 채 주변을 둘러보는 청풍

청풍; [전표나 거래장부 말고 좀 더 그럴 듯한 것 없을까? 훔쳐가면 꼰대가 제대로 열을 받을만한 게...!] 찬찬히 살펴보며 중얼거리고

청풍; [이 집무실은 꼰대가 매일 죽치고 지내는 곳이니까 뭔가 비밀이 있을 법도 한데....!] 갸웃 갸웃하다가

흠칫하며 한쪽 벽을 본다. 벽에는 젊은 시절의 진군소가 비파를 가슴에 안고 있는 초상화가 걸려있다. 제대로 표구가 된 초상화다. 젊은 시절의 진군소는 아주 날씬하고 훤칠한 키에 절세미녀다. 성격이 좀 사나워보이는 것 빼고는.

청풍; [젊은 시절 어머니의 초상화로군.] 다가가고

청풍; [꼰대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대상이 어머니인데....!] [하루 종일 머무는 집무실에 호랑이같은 마누라 초상화를 걸어놓은 건 영 부자연스러워!] 눈 반짝하며 초상화로 다가가고

청풍; [만일 이 방에 비밀이 있다면 이 초상화와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어!] 요리 조리 살피고. 그러다가

청풍; [찾았다!] 눈 반짝

진군소가 가슴에 안고 있는 비파가 좀 반질반질하게 보인다.

청풍; [아무리 초상화라도 어머니의 여기에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은 꼰대 밖에 없지!] 진군소가 가슴에 안고 있는 비파를 손으로 쓰다듬고

청풍; [물론 자식인 나도 만질 수 있지!] 비파 부분을 힘주어 누른다. 순간

덜컥! 초상화 안쪽에서 뭔가 움직이더니

기기기! 초상화가 옆으로 돌아가며 안쪽의 비밀 금고가 드러난다

자루에다가 서류와 전표를 넣던 독고사룡도 흠칫하며 돌아보는데

쿠오오! 갑자기 열려지는 금고 안쪽에서 섬뜩한 기운이 검은 안개처럼 확 쏟아져 나오고

청풍; [으헉! 뭐야 이거?] 그 안개에 접한 청풍이 기겁하며 물러서는데

크와! 카아! 다음 순간 비밀금고 안에서 수많은 귀신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온다. 실제로 귀신이 아니라 귀신 형상을 산 시커먼 안개같은 것이다.

[!] 눈 부릅 뜨며 팔로 앞을 가리는 청풍. 반면

독고사룡; [으악! .... 귀신...!] 독고사룡은 비명을 지르며 털썩 주저앉고

쿠오오! 카카카! 단번에 방안에 가득 찬 채 마구 휘돌아다니는 귀신들.

독고사룡; [으헤엑! 부처님! 예수님! 상제님! 살려주세요!] 두 팔로 머리 감싼 채 엎드리며 비명지르고

쿠쿠쿠! 집무실 안을 가득 메운 채 마구 휘돌아다니는 귀신들. 그 바람에 방안의 서류와 책들도 흩날리고

크크크! 카카카! 비틀거리는 청풍을 향해 개떼처럼 몰려드는 귀신들. 순간

[!] 청풍 눈을 부릅뜬다

청풍; <꺼져!> 왼손으로 오른쪽 손목을 움켜쥔 채 오른 팔을 얼굴 앞에 세운 자세로 소리없이 기합을 지른다. 청풍의 눈이 백열되며 청풍의 몸에서 무언가 확 터져나가는 모습이고

청풍의 몸에서 일어난 그 힘에 휩쓸려버리는 귀신들

<... 제왕(帝王)의 피!> <위대한 제왕의 후손이시여! 종들의 불경을 용서하소서!> 소멸되는 귀신들이 고개를 조아리고

화악! 다음 순간 완전히 소멸되어 원래대로 돌아오는 집무실, 물론 난장판이 되었다.

청풍; (내가 뭘 한 거지?) 팔을 내리고

청풍; (놀라고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속으로 고함을 친 건 뿐인데...!) 이마의 땀을 닦고. 그러다가 흠칫 돌아본다

독고사룡; [살려주세요! 이렇게 죽고 싶진 않아요! 삼십년만에 세상에 나왔는데 이대로 죽는 건 너무 억울합니다!] 엎드려서 발발 떨며 주절거린다

청풍; [영감! 다 끝났어! 그만해!] 발로 독고사룡의 다리를 툭툭 차고. 흠칫 독고사룡

독고사룡; [... 주인님!] 겁에 질려 올려다보고

독고사룡; [... 방금 그건 대체...!] 겁에 질려 벽장 쪽을 보고

청풍; [나도 그게 뭔지 확인해보려던 참이야!] 벽장으로 가고. 독고사룡은 겁에 질려 먼 발치로 보기만 한다.

초상화가 옆으로 열려서 생긴 벽에는 직사각형의 빈 공간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 마치 박물관에서 유물 전시해놓듯이 팔뚝이 하나 거꾸로 세워져 있다. 수많은 비늘로 덮인 팔인데 일종의 장갑이다. 빈 장갑 속에 쇠막대를 끼워서 세워놓은 것. 색은 검붉고 음산한 기운이 장갑 주면을 떠돈다

청풍; [뭐야 이거?] 갸웃

청풍; [장갑(掌匣)인데 뭘로 만들어졌는지 모르겠군!] 꺼내려 하고. 순간

독고사룡; [... 주인님! 불길한 물건입니다! 만지지 마십시오!] 외치지만

청풍; [다 늙어서 겁은...!] 피식 웃으며 두 손으로 장갑을 쇠막대에서 벗겨 꺼낸다. 장갑이지만 부드럽지는 않아서 팔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속은 비어있다

청풍; [뭐에 쓰는 물건이지? 이렇게 뻣뻣해서는 장갑으로 쓰기엔 적당하지 않은데...!] 요리조리 본다. 텅빈 속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독고사룡; [주인님! 제발....!] 겁에 질려 물러나 앉으며 사색이 되고

청풍; [어떤 원리로 아까 같은 현상을 일으켰을까?]

청풍; [일단 장갑이니까 한번 껴봐야겠군!] 오른 손을 집어넣는다

독고사룡; [... 그러지 마십시오! 안 좋은 일이 벌어질 것같은 예감이 듭니다요!] 애원하지만

청풍; [예감은 무슨...!] 비웃으며 왼손으로 장갑 끝을 잡아당겨서 오른손을 밀어넣는데

스윽! 그대로 손이 빨려들 듯이 장갑 속으로 사라진다.

독고사룡; [... 안되는데....!] 비지땀을 흘리고

청풍; [어라! 단단한 거에 비하면 쉽게 끼어지는걸!] 오른팔에 낀 장갑을 보며 갸웃하고. 헌데 그 직후

[!] 눈 부릅 청풍

청풍; [크아악! 내 팔... 내 팔이... 안에서 뭔가 물어뜯고 있어!] 오른팔을 쳐들고 왼팔로 장갑을 벗으려 하며 비명 지르고

독고사룡; [으헥!] 공포 질려서 자신도 모르게 비명 지르는데

청풍; [뻥이지롱!] 낄낄 웃으며 오른 손을 들어보인다

독고사룡; [... 주인님!] 어이가 없는데

청풍; [하여간 누가 도둑 아니랄까봐 겁은 엄청 많아요!] 웃으며 손가락 움직여 보고

독고사룡; [... 제발 장난치지 마십시오! 간 떨어질 뻔 했습니다!] 비지땀을 닦고

청풍; [나하고 다니다 보면 놀랄 일 많을 테니까 미리 각오를 해두라구!] 웃으며 손가락을 움직여 보고

청풍; [그나저나 이 장갑, 손에 착 감기네! 마치 내 팔의 일부처럼 느껴져!] [이걸 끼고 있으면 못할 일이 없을 것같기도 하고...] 요리 조리 보고

청풍; [다만 모양새가 너무 튀는 게 흠인데....!] 말하다가 부릅

스스스! 갑자기 장갑의 형태가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 사라져서 청풍의 원래 팔뚝이 드러난다.

청풍; (... 사라졌다!) 눈 부릅

독고사룡; [히익!] 역시 놀라서 물러앉고

청풍; (투명해진건가?) 손가락으로 팔을 만져보지만

손가락에 살이 잡힌다.

청풍; (투명해진 게 아니라 정말 사라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내 팔에 끼고 있었는데....!> 놀라는 청풍과 겁에 질린 독고사룡의 모습을 배경으로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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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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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출입구는 바로 이곳 투도지묘에 설치되어 있었다. 나는 칠일간의 수색으로 그곳을 찾아내 들어갔다!> 열려진 석문 안을 기웃거리는 독고사룡. 그의 뒤로는 비석들이 즐비하여 투도지며 내부임을 보여주고

<그곳은 자존부(自尊府)라는 곳이었는데 일종의 연공실(鍊功室)이었다.> 독고사룡이 조심스럽게 들어서는 석실 벽에 自尊府라는 큰 글이 새겨져 있고 여러 가지 무기와 비급들이 꽂혀있다.

<그날 그곳을 통해서 귀부를 빠져나갔어야만 했다. 헌데 도둑놈의 본성을 버리지 못하고 그만 보아서는 안될 것을 보고 말았다.> 탁자 위에 놓인 비급들과 두루마리 몇 개. 그 중 하나를 펼쳐보며 흥분하는 독고사룡

<바로 너희 공씨집안의 비전 비급이 그것이었다. 자존부에는 십여권의 비급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 하나하나가 생사일보에 못지 않은 무시무시한 무공들을 담고 있었다.> 흥분하여 비급들을 읽는 독고사룡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초절기들... 어쨌거나 나 역시 무림인인 탓에 그 비급들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 때문에 황금과 보석에 대한 집착을 끊어버린 것도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비급을 든 채 기겁하며 돌아보는 독고사룡. 그의 뒤에 공자무가 뒷짐을 진 채 혀를 차고 있다.

<언제였는지 네 아버지가 자존부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놀라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독고사룡

 

청풍; [꼰대하고 싸웠나요?] 눈 반짝

독고사룡; [싸웠다! 그리고 무참하게 패배했다!] 탄식

독고사룡; [네 아버지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무공을 펼칠지 미리 다 아는 듯 했다.] [생사일보를 포함해서 어떤 무공도 네 아버지에게 통하지 않았다.]

청풍; [징한 꼰대같으니... 진짜로 실력을 숨기고 있었구만!]

독고사룡; [하지만... 무공보다 더 무서운 것은 네 아버지가 은연중에 흘리는 이상한 힘이었다.] 비지땀을 흘리고

청풍; [꼰대가 화를 내면 목이 콱 조여지는 것 같긴 하죠!] 두 손으로 자기 목을 조르는 시늉을 하고

독고사룡; [그 정도가 아니다!] 고개를 설레 젓고

독고사룡; [마치 태산이 짓누르는 것같아서 나도 모르게 네 아버지 앞에 엎드리고 말았다!] 다시 공자무를 떠올리며 비지땀을 흘리고

 

<귀하가 본가의 비전을 이미 보았으니 익히는 걸 막지 않겠소. 대신 밖으로 나가지는 않겠다고 맹세하시오!> 납작 엎드려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독고사룡 앞에서 뒷짐 쥔 채 말하는 공자무

 

독고사룡; [... 나는 맹세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맹세하면서 나는 깨달았다.] 비지땀을 흘리며 손을 부빈다. 아주 두려워하는 모습

독고사룡; [만일... 내가 맹세를 어긴다면 그 순간 하늘에서 벼락이 내려와 날 태워 죽일 것이라는 사실을...!] 겁에 질려 주위 눈치를 살피며

청풍; (괜히 해보는 소리가 아니군!)

청풍; (저 늙은이는 맹세를 어길 경우 정말로 천벌이 내릴 것을 확신하고 있다.)

청풍; (대체 꼰대는 어떻게 해서 저 만만찮은 늙은이를 맹세 한 마디로 묶어버릴 수 있었을까?)

독고사룡; [... 나를 도와주지 않겠느냐?] 간절

청풍; [도와달라고요? 어떻게요?] 흠칫 정신 차리고

독고사룡; [... 네가 날 여기서 데리고 나가주면 된다.] [그럼 내 발로 나가는 게 아니므로 맹세를 어기는 게 아니다.]

독고사룡; [또 네 아버지에게 한 맹세는 아들인 네가 대신 풀어줄 수 있다! 혈연(血緣)은 곧 천륜(天倫)이기 때문이다.]

청풍; [하하! 이제까지 구구절절 사연을 늘어놓은 목적이 따로 있었구만!] 피식

독고사룡; [제발 나를 도와다오! 나는 정말 이곳을 나가고 싶다.]

독고사룡; [황금도 보석도 필요 없고 오직 청풍명월 속에서 거닐어 보고 싶을 뿐이다.] [네 아버지를 대신해서 나를 맹세로부터 풀어다오.] 간절

청풍; [참으로 안됐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 역시 어쩔 수가 없어요.] 고개 설레

독고사룡; [뭐라고?]

청풍; [맹세를 한 이상 독고노인께선 여길 나가실 수 없어요.]

독고사룡; [네가...] 무서운 눈초리로 쏘아보고.

청풍; [사내대장부라면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 말이라도 천금처럼 여겨야 하는 법인데 하물며 맹세를 하고서 어떻게 어길 수 있겠습니까?]

청풍; [대장부의 맹세가 보잘 것 없는 것이 된다면 규방의 여인들은 무얼 믿고 의지하며 절개를 지킬 수 있겠어요?]

독고사룡; [그건.,.. 그건....!] 부끄러워 얼굴이 뻘겋게 되고.

청풍; [하여간 난 독고노인을 데리고 나갈 생각도 없고 아버지를 거역할 용기 역시 없어요!] [그러니까 괜히 헛된 희망 품지 말고 깨끗이 포기하세요!]

독고사룡; [그럴 수는 없다!] 버럭 고함을 치며 벌떡 일어나고. 얼굴이 흉악하게 변한다

독고사룡; [나는.... 나는 기필코 나가야만 한다.] [귀부에 갇혀 썩은 건 삼십년으로 족해!] 쿠오오! 살벌한 기세를 일으키며 다가서고

청풍; [날 인질로 잡을 생각이라면 관두는 게 좋을 걸요!] 코딱지를 파며 코웃을 치고.

흠칫 독고사룡

청풍; [어차피 난 덤으로 태어난 자식이니까 없어져 봤자 아버진 그냥 좀 허전하게 느끼는 정도라구요.] 손가락으로 파낸 코딱지를 퉁겨서 독고사룡의 가슴에 묻히고

독고사룡; [... 그래도 자식인데 아무렴....!] 비지땀

청풍; [정말 간절하게 나가길 원한다면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죠!] 히죽

독고사룡; [... 그 방법이란 게 뭐냐?]

청풍; [자르세요.] 손의 날로 뭔가를 쳐서 자르는 시늉하고

독고사룡; [뭐라고?] 어리둥절

청풍; [맹세는 오직 대장부를 구속시킬 뿐이죠.] [하지만 고추를 잘라버리면 더 이상 대장부가 아니니까 아버지에게 한 맹세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걸요?] 비웃고

독고사룡; [... 그런 말도 안되는...!]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히고

청풍; [늙어서 별로 쓸모도 없어졌을 텐데 뭘 망설여요?] [소변 볼 때 앉아서 본다는 것 말고는 불편할 게 하나도 없겠구만!] 입술 삐죽 거리며 일어나고

독고사룡; [으으으!] 갈등하고

청풍; [직접 자를 용기가 안 생긴다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어요!] 사악하게 웃으며 다가서고

독고사룡; [... 물러서라!] 사타구니를 가리며 기겁하며 뒤로 물러서고

청풍; [독고노인! 당신 정말 제멋대로군요.] 찡그리고

청풍; [맹세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줬는데 고맙다는 인사는 못할망정 어디다 고함을 쳐요? 고함을?]

독고사룡; [으으으!] 비지땀

청풍; [역시 내가 직접 수고를 해야겠구만!] 우두둑! 사악하게 웃으며 손을 마주 쥐어 소리를 내고

독고사룡; [이 마귀새끼같은 놈!] ! 악을 쓰며 손을 퉁겨서 칼날같은 지풍을 날리고. 하지만

스슥! 청풍의 모습이 연기처럼 옅어져서 독고사룡의 지풍을 통과시키고

독고사룡; [! 생사일보!] ! 기겁하며 뒤로 휙 물러서고

청풍; [! 졸장부일 뿐만 아니라 비겁자기도 하구만! 갑자기 기습이나 하고 말이야!] 스스스! 다시 청풍의 모습이 나타나고

독고사룡; (... 괴물 같은 놈! 벌써 생사일보를 저렇게 자유자재로 구사하다니...!)

청풍; [당신은 절대 날 못 이겨!] [그러니까 허튼 생각은 그만하고 무영동부로 돌아가서 잠이나 더 쳐자셔!] 건방진 자세

독고사룡; [믿지 못하겠다!] 이를 부득 갈고

독고사룡; [네 아비에게는 졌지만 네놈은 내 손으로 쳐죽이고 말겠다!] 스스스! 모습이 흩어져서 사라지고

청풍; (이크! 이거 안 좋은데....!) 찔끔해서 주위를 둘러보고

청풍; (윽박질러서 주저앉히려고 했는데 의외로 세게 나오는구만!) (그만큼 아버지에게 맺힌 게 많다는 거겠지!) 두리번거리며 뒤로 물러선다. 한손으로는 허리춤에 꽂는 곤오용봉채를 움켜잡고. 그때

! 손목에서 갑자기 소리가 나고

청풍; (신령석이 경고를 한다!) ! 기겁하며 옆으로 홱 몸을 돌리고. 직후

슈하악! 청풍이 섰던 곳으로 얇은 천같은 것이 꿈틀대며 지나간다. 사람의 몸이 종이처럼 얇게 변한 모습. 바로 독고사룡이 생사일보를 펼친 모습이다. 높이가 180센티 정도이고 길이는 무한정으로 늘어나서 꿈틀거린다.

급히 돌아서는 청풍의 옷자락이 잘려서 날아가고

슈악! 쩌적! 종이처럼 얇게 변한 독고사룡의 몸이 종이처럼 꿈틀대며 지나치는 곳에 비석들이 두부처럼 잘려져 나간다

청풍; [생사일보!] ! 놀라며 멀찍이 물러서고

슈욱! 어느 비석 위에 내려서는 독고사룡.

퍼퍽! ! 그자가 지나친 곳의 비석들이 매끈하게 잘려서 나뒹굴고

청풍; (생사일보를 펼치면 몸 자체가 보검처럼 변하는구나!) 굳어져서 뒷걸음질 치고

독고사룡; [죽인다!] 크아! 다시 비석 위에서 몸을 날려 덮쳐온다

슈칵! 그러자 독고사룡의 몸이 다시 수직으로 180센티나 되는 거대한 검처럼 변해서 날아든다. 옆에서 보면 길이 수십미터의 얇은 철판이 구불렁거리는 것같다

청풍; [이크!] ! 역시 몸이 쭉 늘어나서 옆으로 피하는 청풍. 아직 서툴러서 독고사룡처럼 몸이 아주 얇아지지도 못하고 또 길게 늘어나지도 못한다. 얇아져도 청풍의 원래 모습이 보이고 길이도 기껏해야 3-4미터 정도다. 헌데

슈칵! 수직으로 날아들던 거대한 검 앞부분이 갑자기 수평으로 눕혀진다.

청풍; (위험!) 기겁하며 허리를 최대한 뒤로 빼며 물러서고. 하지만

! 앞부분이 수평으로 눕혀진 거대한 검이 스치면서 청풍의 허리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청풍; [!] 옆구리를 움켜잡고 멈춰서고

퍼퍽! ! 독고사룡이 변한 얇은 검이 스쳐 지나는 가는 곳마다 비석이 싹뚝싹뚝 베어져 나뒹굴고

슈학! 다시 다른 곳에 길게 늘어났던 몸이 하나로 합쳐져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독고사룡

징징! 옆구리를 움켜잡은 청풍의 손목에서 신령석이 빛을 발하며 소리를 내고

청풍; [젠장할! 빨리도 경고를 보낸다!] [아차 했으면 허리가 토막 날 뻔했잖아!] 비지땀을 흘리며 뒷걸음질치고

독고사룡; [네놈... 네놈은 아직 내 적수가 못 된다!] [하룻밤 새 벼락치기로 연마한 생사일보로 삼십년동안 수련한 내 생사일보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독고사룡; [개죽음당하기 싫으면 날 여기서 데리고 나가겠다고 맹세해라!] 이를 갈며 청풍을 노려보고

청풍; [헛소리는 그만하라고 했을 텐데!] 허리에서 손을 떼며 냉소하고

청풍; [아무리 발악해봤자 당신은 날 못 이겨!] [좋은 말로 할 때 무영동부로 돌아가서 잠이나 쳐자셔!] 나머지 곤오용봉채도 뽑아들며 냉소하고

독고사룡; [죽는 게 소원이라면 들어주마!] 슈학! 다시 얇게 변해서 청풍을 향해 날아들고

청풍; [어림없지!] 슈학! 청풍도 얇게 변해서 피하고. 하지만

슈카카칵! 이번에는 나선처럼 배배 꼬이면서 날아드는 독고사룡. 직후

청풍; [가랏!] ! 두 개의 곤오용봉채를 엉뚱한 곳으로 던지며 뒤로 몸을 홱 젖히고

카카칵! 비석 사이로 나뒹군 청풍의 위로 지나치는 독고사룡. 마치 스크류처럼 돌면서 지나쳐서 부딪히는 비석들을 원형으로 갉아버린다. 이번에는 비석들이 단순히 베어지는 게 아니고 원형으로 뭉턱 뭉턱 바스러져 버린다. 헌데

독고사룡; [쥐새끼같은 놈!] 슈학! 한쪽에서 다시 몸이 합쳐지는 독고사룡.

독고사룡;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지...!] 말하다가 눈 부릅

! ! 바로 앞으로 벼락같이 날아드는 두 자루의 곤오용봉채

독고사룡; [안돼!] 비명 지르며 뒤로 날아가려 하지만

! ! 곤오용봉채는 그대로 독고사룡의 가슴에 박혀버린다

독고사룡; [... 내가 멈춰 설 곳을 미리 알고 곤오용봉채를 던지다니...!] 가슴에 곤오용봉채가 박힌 채 비틀거린다. 아주 깊이 박힌 건 아니라서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

독고사룡; [네놈도 아비 못지 않은 괴물....!] 털썩! 신음하며 나뒹굴고

청풍; [괴물은 무슨!] 휘릭! 원숭이처럼 팔딱 뛰어 일어나고

청풍; [두 번씩이나 똑같은 위치와 거리로 멈춰섰잖아!] [그걸 알아맞히지 못하는 게 병신이지!] 코웃음치며 다가간다.

독고사룡; (단 두 번 보고 상대방의 버릇을 알아내는 놈이 괴물이 아니면 누가 괴물이냐?) 가슴에 곤오용봉채가 꽂힌 채 벌벌 떨고

청풍; [이쯤 되면 탈출하겠다는 망상은 버릴 만도 하지?] [안 그래?] 내려다보며 비웃고. 그때

독고사룡; [소원이 있다!] 처연하게 말하고

청풍; [그래도 쌓은 정이 제법 되니 들어주지! 말해 봐!]

독고사룡; [잘라라!] 눈을 질끈 감으며 말하고

[!] 움찔 청풍

눈을 감고 눈물을 주르르 흘리는 독고사룡

청풍; [이것 참!] 머리 벅벅 긁고

청풍; [그렇게 여기서 나가고 싶어? 고자가 되어서라도?]

대답하지 않는 독고사룡. 눈물만 흘리고

청풍; [별 수 없군!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잘라줄 수밖에!] ! 독고사룡의 가슴에 박힌 곤오용봉채를 뽑고

청풍; [이 악물어!] [좀 아플 거야!] 곤오용봉채로 독고사룡의 아랫도리를 툭툭 치며 말하고

이를 악무는 독고사룡. 순간

! 곤오용봉채로 독고사룡의 아랫배를 찌르는 청풍

[!] 엄청난 충격에 몸이 펄떡하는 독고사룡

독고사룡; (... 이렇게 아프다니.... .... 악독한 놈!) 털썩! 기절한다

청풍; [하여간 별종은 별종이네! 대개는 죽을 지언정 고추가 잘리길 원하지는 않는 법인데...!] 곤오용봉채를 독고사룡의 아랫배에서 뽑는다. 깊이 찌른 건 아니고. 그때

[독고사룡이야말로 진짜 도둑이라고 할 수 있지!]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음성

청풍; [엄마야!] 기겁하며 돌아보고. 놀라서 주저앉는다.

염제도; [재물이 아니라 훔치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두어야만 진짜 도둑인 것이야.] 언제였는지 근처의 돌탁자에 앉아서 곰방대를 물고 있다.

청풍; [... 부주!] 벌떡 일어나고

청풍; [... 다 들었어요?] 경계하고

염제도; [늦게 와서 조금 밖에 못 들었다.] 곰방대를 뻑뻑 빨고. 연기가 도넛처럼 동동 떠오른다

청풍; (늙은 생강이 맵다더니.... 이 늙은 도둑은 모든 면에서 독고사룡 이상이겠구나.) 긴장하며 염제도를 보고

청풍; (하긴 귀부의 무고에 생사일보만 있는 게 아니지!) 곤오용봉채를 다시 허리춤에 꽂고

염제도; [독고를 데려가려느냐?]

청풍;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독고사룡을 힐끔 보고

염제도; [독고가 부럽군.] 쓸쓸한 표정으로

청풍; [부주도 같이 나갈래요?]

염제도; [독고는 예외적인 존재다.] 고개 젓고

염제도; [무영동부 사상 황금과 보석에 대한 집착을 끊은 사람은 그가 전무후무(前無後無)일 것이다.]

청풍; [뭐 사람은 저마다 가치관이 다르니까요.] 으쓱

염제도; [다른 사람들은 아직 깨지 않았다. 떠날 거면 조용히 떠나거라.]

청풍; [그러죠!] 독고사룡을 두 팔로 안아들고

청풍; [꼰대가 가끔 내려와서 살펴보고 간다는 거 알고 있었어요?] 독고사룡을 옆구리에 끼고

염제도; [오래 살다보면 원치 않아도 보이는 것도 있는 법이다.]

청풍; [알아도 모른 척 했군요.] [나도 심심하면 가끔 놀러 내려올게요.] 독고사룡을 허리춤에 끼고 돌아서서 간다

염제도; [잘 가거라!] 끄덕이고

한손 들어보이며 어둠 속으로 가는 청풍. 투도지묘 끝쪽의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청풍

그러다가 투도지묘 끝에서 벽이 열리며 수직으로 밝은 빛이 보이고

그긍! 다시 뭔가 닫히는 소리가 들리면서 그 빛이 사라진다

염제도; [가뜩이나 적막한 곳이었는데.... 독고가 가버렸으니 좀 더 쓸쓸해지겠군!] 탄식

염제도; [아무쪼록 이번에는 여러 놈이 들어왔으면 좋겠군!]

 

#32>

끝이 없을 듯이 이어진 계단. 계단의 천장에는 야명주가 일정한 간격으로 박혀서 빛을 뿜어내 어둡지 않다.

독고사룡을 옆구리에 끼고 계단을 걸어올라오는 청풍

청풍; [정말 징한 계단이네!] [벌써 삼백개 넘게 올라온 것같은데 아직도 끝이 안나니 원....!]

청풍; [이 계단, 대체 어디로 이어져 있는 거야?] [이러다가 꼰대 코앞으로 불쑥 나가는 건 아니겠지?] 궁시렁대며 계단을 올라가고

이윽고 계단의 끝부분이 보인다.

청풍; (정말 꼰대를 만나면 골치 아픈데...!) 찡그리고

청풍; (그 매정한 성격에 날 보는 즉시 걷어차서 저 아래로 굴러 떨어트릴 게 분명해!) 힐끗 자신이 올라온 길을 돌아보고. 계단이 까마득한 아래쪽으로 이어져 있다

청풍; (만일 그럴 상황이 되면 독고사룡을 꼰대 면전에다 냅다 집어던지고 도로 뛰어내려가야지!) 영차 하면서 마지막 계단을 올라사고

청풍; (그 편이 걷어채여서 굴러떨어지는 것보다는 낳을 테니까!) 영차하면서 올라서는데

[넷째 공자!] 갑자기 누가 앞에 떡 막아선 채 청풍을 부른다

청풍; [으악!] 기겁하며 뒤로 벌렁 나자빠지려고 한다. 독고사룡을 옆구리에 낀 채로 뒤로 넘어가려 하고. 순간

[조심하시오!] ! 앞쪽의 인물이 손을 뻗어 청풍의 멱살을 잡아 뒤로 굴러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 [기다리고 있었소이다!] 뒤로 넘어질 뻔한 청풍을 끌어올려주는 신. 몸에 제사장 같은 옷을 걸쳤는데 얼굴에는 코 윗부분만 가린 가면을 쓰고 있다. 반쪽인 때문에 입분분이 보이고 턱에 난 긴 수염도 보인다. 신선풍의 노인임을 알 수 있다..

청풍; [.... 누구?] [혹시 당신이 아버지의....!] 경계하고

; [그렇소이다. 공자의 아버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있는 신()과 귀()중 신이올시다.] 끄덕이며 뒤로 물러서고. 청풍이 올라선 곳은 평평한데 세 방향으로 길이 나있다. 정면과 좌우로 통하는 길이 있다.

청풍; (... 이 사람이 아버지의 비밀 경호원중 한 사람...!) (젓됐다!) 죽상이 되고

; [넷째 공자가 이토록 빠르게 귀부를 빠져나올 줄은 몰랐소이다.]

청풍; [다시 내려갈게요. 그러니까 아버지한테는 절 봤다는 말 하지 마세요 네?] [아버지가 알면 저 맞아죽어요.] 애원

; [넷째 공자야말로 노부를 봤다는 말을 다른 사람한테 하지 마시오.]

; [원칙대로라면 나를 볼 수 있는 분은 주인님과 대공자님 뿐이오.]

청풍; (우리 형제 중에서도 큰형만 자길 볼 수 있다고? 하여간 별 걸 다 차별하는군!) 기분 상해서 뾰로퉁하고

; [너무 서운해하지는 마시오.]

; [주인님께서는 혹시 공자가 이쪽으로 올라오면 재주가 가상하니 그냥 보내주라고 하셨소이다.]

청풍; [만일 들어갔던 곳으로 나오면요?] 샐쭉

; [기다리고 있던 귀()가 다시 떨구어 버렸을 것이오.]

청풍; [그러면 그렇지.] 삐죽거리고

청풍;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어!] 코웃음치며 신 옆을 지나려는데

; [갖고 나온 짐은 내려놓고 가시오.] 스윽! 유령처럼 움직여서 앞을 가로 막고

청풍; [이것 봐요 아저씨! 내가 일단 어딜 방문하면 절대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알 텐데요?] [아저씨가 하늘처럼 떠받드는 꼰대도 그건 아주 좋은 습관이라고 칭찬했다구요.] 빈정 상해서 시비 걸고

청풍; [이 물건은 내 노고의 대가니까 절대 양보 못해요!] 옆구리에 낀 독고사룡을 돌아보고

; [주인님께서 용서하지 않으실 겁니다.]

청풍; [용서하기 싫으면 때려죽이라고 하세요. 나도 꼰대한테 할 말 많으니까.] 코웃음치며 신을 밀치고 지나간다.

어쩔 수 없다는 몸짓하며 비켜주는 신.

청풍; [하여간 성격 참 못 됐어! 같은 아들인데 왜 차별을 하냐고! 차별을!] 궁시렁대며 걸어가는 청풍. 앞쪽에는 문이 있다.

; (아무리 제멋대로인 꾸러기라지만 독고사룡을 꺼내올 줄이야!) (주인님께서도 이런 상황은 전혀 예측 못하셨을 테지.) 청풍의 뒷모습 보며 한숨.

; (어쨌거나 이리로 올라오면 보내주라고 하셨으니 나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군!) 스윽! 벽으로 스며들어가는 신. 그 앞쪽에서 청풍이 문을 여는 게 보이고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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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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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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