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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문 안쪽. 사마이극의 뒤에 서서 긴장하는 사마이극의 제자.

눈만 돌려서 좌우를 살핀다. 좌우의 벽에는 모두 아홉명의 청년이 다섯과 넷으로 나뉘어 벽에 붙어선 채 뒷짐을 짚고 있다. 그 중에는 권일해의 셋째 제자인 한검호도 있는데 그는 다섯 명이 늘어선 쪽에 서있고

사부의 어깨 너머로 원탁에 둘러앉은 아홉명의 인물들이 보인다. 정면의 상좌에는 관운장 같은 분위기에 수염이 길고 하얀 노인이 위엄있게 앉아있다. 이 노인이 십대세가의 수장인 서문세가의 가주이며 제왕공가의 첫째가신, 즉 원수인 서문숙이다.

서문숙의 좌우로 다섯 명과 세명의 중년인과 노인들이 죽 앉아서 입구 쪽을 보고 있다. 하나같이 절세고수들같은 분위기. 다섯 명이 앉아있는 열의 중앙에는 권씨세가의 가주인 도룡신도 권일해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앉아서 입구쪽을 보고 있다.

사마이극; [위대하신 <제왕>의 미천한 종 사마이극이 서문숙(西門肅) 원수(元帥)님과 여러 가주들께 인사 올리외다!] 정중하게 포권하고

급히 고개 숙이는 사마이극의 제가.

서문숙과 다른 가주들도 고개 숙여 마주 인사하고

서문숙; [착석하시오 사마가주!] 비어있는 자리를 권하고

사마이극; [!] 고개 숙이고

이어 세명이 앉아있는 열의 빈자리에 가서 앉는다.

사마이극의 제자는 아홉청년들 중 네 명이 서있는 곳으로 가서 맨 끝에 선다

서문숙; [십 년만에 열리는 제가회의(諸家會議).]

서문숙; [관례에 따라 서문세가(西門世家)의 가주인 본인 서문숙이 원수(元帥)의 자격으로 아홉 가주 분들을 모시고 회의를 주재하게 되었소.]

아홉명의 가주들은 모두 서문숙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복종과 동의의 뜻을 표하고

서문숙; [사마가주를 제외한 여덟 분께는 개별적으로 인사를 드렸소만...!]

서문숙; [무림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처지에 사람들의 이목을 속이고 제가회의에 참석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오.]

서문숙; [모두들 그럴 듯한 이유와 명분을 내세워 사람들의 의심을 피한 것으로 알고 있소!] 둘러본다

고개 끄덕이는 권일해를 비롯한 가주들

서문숙; [허나 이 늙은이는 노파심에서 여러분께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구려.] 눈 빛내고

서문숙; [우리들 십대세가(十大世家)가 십 년을 주기로 모여서 밀의(密議)를 갖는다는 사실이 무림에 알려지면 큰 혼란이 일어날 거요.]

서문숙; [욕심 많고 겁 많은 것들이 먼저 일어나 십대세가가 음모를 꾸민다 핱 테고...!]

서문숙; [무모하고 어리석은 것들이 그 뒤를 이어 검을 우리에게 겨눌 것이외다.]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와는 상관없이!]

모두들 끄덕이고

서문숙; [어떤 경우라도 우리 십대세가가 모든 왕들의 왕이신 <제왕>의 가신(家臣)임이 탄로 나서는 아니 되오!]

서문숙; [세상은 우리를 그저 무림의 한 지방을 호령하는 세가(勢家;권세있는 가문)정도로만 알게 해야한 말이외다.]

[존명(尊命!)] 아홉 가주가 일제히 포권하며 고개를 숙이고

서문숙; [제가회의는 짧으면 사흘이고 길면 보름도 걸리오.] 좀 풀어진 표정

서문숙; [게다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의식도 적지 않은 탓에 일단 시작하면 서로가 다른 말을 나눌 시간은 없소이다.]

서문숙; [이런 형편이므로 의식을 시작하기 전에 할 말이 있다면 주저하지들 말고 하도록 하시오.] 권하고

그러자 네명의 가주가 앉은 열에서 서문숙과 가장 가까이에 앉아 있던 중년인이 조용히 일어선다. 40대 중반의 아주 수려한 인상의 소유자. 너무 잘 생겨서 좀 음산하고 교활한 인상, 이름은 황보중평

서문숙; [황보세가(皇甫世家)의 이십구 대 가주!] 돌아보고

서문숙; [오대(五大) 복성세가(複姓世家)에 천지신명과 열선조의 보살핌이 있길 비네.] 끄덕이며 발언을 허락하고

황보중평; [황보중평(皇甫中平)이 원수님의 가문에 천지신명과 열선조의 보살핌이 있길 빌며 삼가 아룁니다.] 맞은편의 다섯 가주와 서문숙에게 포권하고

권일해를 포함한 다섯 가주가 고개를 숙여 답례하고

황보중평; [십 년 전 일흔일곱 번째 제가회의가 있은 후, 무림의 정세는 조금씩 바뀌어 지금에 이르러서는 파악되지 않는 여러 흐름들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황보중평; [그리고 그 흐름들이 어떠한 형태로든 우리 세가들과 무관할 수 없다고 보여지는 바 원수께서는 그 점을 감안하여 하명하여 주시길 청합니다.]

황보중평의 공손한 말에 혼원실 안의 모든 사람이 긴장하고.

서문숙; [황보세가가 나름대로 그쪽으로 조사를 많이 한 듯하니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고서로 제출해주길 바라네!] 끄덕

황보중평; [분부를 받들겠습니다!] 포권하고 앉고

권일해등이 앉은 다섯 가주들 중 역시 서문숙과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있던 위맹한 인상의 초로의 노인이 일어나고. 이름은 고산해

서문숙; [고씨세가 이십팔대 가주!] [그대들 고(), (), (), (), ()의 오대(五大) 단성세가(單姓世家)에 평강과 번영이 함께 하기를!]

고산해; [서문(西門), 남궁(南宮), 황보(皇甫), 사마(司馬), 울지(蔚之)의 오대 복성세가에도 그 두 배의 축복이 있기를 바라외다!] 포권하고

고산해; [최근 구파일방이 우리들 십대세가를 경원하여 자주 충돌이 빚어지므로...!] 둘러보고 말하고

심각하게 듣는 사람들

차례로 일어나 발언하는 사람들의 모습.

묵묵히 듣고 있는 권일해. 그의 뇌리에 떠오르는 권완의 모습

<문중의 존망이 걸린 변고가 발생했으니 아버님께서 발길을 돌리시길 소녀 완이 간청하옵니다.> 권완의 모습 배경으로

권일해; (미안하다 완아!)

권일해; (가문의 존망보다는 <제왕>께 충성하는 일이 더 중요하니 제가회의로부터 중도에 빠져나갈 수는 없다.)

권일해; (부디 아비가 돌아갈 때까지 영특한 네가 잘 수습하기를 바랄 뿐이다!) 건성으로 다른 가주들의 발언을 들으며 생각한다.

 

#30>

새벽 무렵의 황금전장. 여전히 권씨세가의 무사들이 황금전장을 포위하고 있고

귀부

무고

화악! 열려진 문을 통해서 뜨거운 기운이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돌 탁자 위에 눈을 감은 채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청풍. 온몸에서 아주 강한 열기가 뿜어져 나와서 입고 있던 옷이 바짝 마른 나뭇잎처럼 변해있다. 푸스스! 옷의 끝자락들은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먼지처럼 부서져 날아간다. 온몸이 달아오른 청풍. 엄청난 고열에 시달리는 모습이고

청풍; (뜨겁다! 마치 불구덩이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 눈 감은 채 생각

청풍; (아니, 좀 다른가?) 눈 감은 채 갸웃하고

청풍; (뜨거워진 건 다름 아닌 내 몸이다.) (마치 불에 녹인 납을 한 숟가락 삼켜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속에서 열불이 난다!)

청풍; (난 그저 생사일보의 구결에만 온 정신을 쏟았을 뿐인데 어느 순간부터 몸에서 엄청난 열이 나기 시작했었지.)

청풍; (그 과정에서 뭔가를 깨달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찡그리다가 흠칫

츠츠츠! 팔찌를 낀 손목에서 수증기같은 것이 일어나고.

청풍; (손목 근처에서 서늘한 한기가 스며들고 있다.)

청풍; (신령석으로 만든 팔찌가 열기에서 내 몸을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청풍; (정확히는 신령석에 끼워져 있는 다섯 개의 반지 중 적화(赤火)와 청목(靑木)의 효능이다.)

청풍; (적화가 열기로부터 날 지켜주었고 청목은 열기에 손상된 신경을 복구시켜주었다!) 만지작

청풍; (생사일보를 깊이 연구하면 몸속이 뜨거워지는 모양이다.) (독고노인이 미친 원인이 생사일보의 이같은 부작용 때문이기 쉽다!)

청풍; (결국 나도 신령석과 오신환이 지켜주지 않았다면 미쳐버렸을 거라는 얘긴가?) 생각하며 천천히 눈을 뜨고

[!] 직후 눈 부릅 청풍

! 바로 앞에서 눈을 부릅뜨고 들여다보는 사람의 얼굴. 바로 독고사룡이다.

청풍; [으악!] 깜짝 놀라며 뒤로 발라당 넘어지고. 그 바람에 열기에 바래 바삭해진 옷이 마구 부서져 날리고. 순간

[!] 손가락을 입에 대고 급히 속삭이는 독고사룡

독고사룡; [조용히 해라! 다른 사람들이 깨면 곤란하다.] 무고 밖을 살피며 말하고

청풍; [독고노인! 설마....!] 놀라고. 옷이 거의 다 부서져 고추도 털렁 드러나 있다.

독고사룡; [이걸로 갈아입어라!] 옷을 한 벌 내밀고

청풍; [으힉!] 비로소 자신이 거의 발가벗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타구니를 가린다.

독고사룡; [네 몸에서 뿜어진 열기가 워낙 강렬해서 옷이 부서져 버렸다.] 옷을 탁자에 내려놓고

청풍; (에구! 에구! 이게 무슨 망신이냐?) 죽상하며 급히 옷으로 앞을 가리고

독고사룡; [생사일보의 비급도 빙잠사(氷蠶絲)를 섞어 짠 비단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었으면 훼손되었을 것이다.] 생사일보가 적힌 두루마리를 둘둘 말아서 말고

청풍; [독고노인은 미친 게 아니었군요!] 바지부터 입으며

독고사룡; [미쳤었지. 한 때는...!] 쓴 웃음을 지으며 생사일보 비급을 들고 돌아서고

청풍; [생사일보를 연마하는데 성공한 건가요?] 허리띠를

독고사룡; [자리를 옮기자.] [여기선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 수도 있다!] 원래 자리에 비급을 꽂는 독고사룡

청풍; (남이 알면 안되는 사연이 있군!) + [그러죠!] 상의를 걸치고

앞장서서 무고 입구로 가는 독고사룡.

청풍도 곤오용봉채를 들고 탁자에서 내려서고

[!] 그러다가 흠칫 청풍.

스윽! 독고사룡이 바닥에서 한 자 가량 뜬 채 스윽 미끄러져서 밖으로 나가고 있다

청풍; (몸에 전혀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경신술이 저 정도면 허깨비나 유령으로 오해받겠군!) 급히 허둥대며 따라 나가고

 

#31>

무고를 벗어나 투도지묘를 향해 가는 독고사룡, 역시 허공에 뜬 채 스윽 미끄러져 간다. 청풍도 허둥대며 따라가고

청풍; (생사일보다!) 따라가며 눈 반짝

청풍; (나도 하려면 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당췌 시작하는 방법을 모르겠구만.) 갸웃

 偸盜之墓라 적힌 문 앞에 이르는 두 사람. 투도지묘 문은 닫혀있는데 틈이 아주 조금 벌어져 있다. 헌데

슈욱! 문을 열 생각도 않고 문으로 그대로 다가가는 독고사룡. 문이 안보이는 듯이

청풍; [문을 조심...!] 뒤에서 외치는데. 직후

슈욱! 연기처럼 변해서 좁은 문틈으로 들어가 버리는 독고사룡의 모습

청풍; (... 스며들어갔다! 연기처럼!) 입을 쩍 벌리고. 그때

<안 들어오고 뭐하느냐?> 문 안쪽에서 독고사룡의 목소리가 들리고

퍼뜩 정신 차리는 청풍

청풍; (나도 할 수 있을까?) 침 꼴깍

청풍; (문을 열고 들어가는 건 자존심의 문제니 한번 해보자!)

청풍; (내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적의 길을 밟는다! 내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적의 길을 밟는다!) 합장한 채 정신 집중하고

화악! 몸에서 열이 나고

청풍; (지금이다!) 스팟! 눈 부릅뜨며 앞으로 돌진하고

슈욱! 청풍의 모습이 얇고 길게 쭈욱 늘어난다. 눌러서 얇게 편 듯이

슈칵! 투도지묘의 좁은 문틈으로 스며들어가는 청풍의 종이처럼 얇아진 몸

 

투도지묘 안쪽. 어둡다. 문의 좁은 틈으로 빛이 스며드는데

슈악! 그 틈으로 벼락같이 스며들어오는 섬광

휘익! 끼기긱! 급정거하는 청풍. 얇고 길게 늘어났던 청풍의 몸이 확 합쳐져서 원래대로 돌아간다

청풍; (... 성공이다!) 홱 돌아보며 흥분하고

청풍; (저 좁은 틈으로 들어오는데 성공했다!) (이제 내가 잠입하지 못할 곳은 없게 된 거야!) 흥분할 때

[너희 공씨는 하나같이 괴물이구나!] 독고사룡의 탄식이 들린다.

흠칫 돌아보는 청풍.

독고사룡; [그래도 설마 했거늘... 정말로 하룻밤 새에 생사일보를 익혀 내다니...!] 문 안쪽은 일종의 무덤인데 봉분은 없고 대신 수십개의 비석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역대 대도와 신투들의 비석이다. 비석 앞에는 돌로 깍은 제탁도 놓여있고. 그 중 하나에 독고사룡이 앉아있다

청풍; [꼰대하고 형들이 괴물인 건 맞지만 난 아녜요.] 다가가고

청풍; [난 그냥 집안의 천덕꾸러기일 뿐이라구요.] 둘러보고

독고사룡; [제법 똑똑하다는 소릴 들은 내가 삼십년을 허비해서 이룬 성취를 하룻밤 새 깨달은 게 괴물이 아니면 누가 괴물이겠느냐?] 쓴웃음

청풍; [뭐 그렇다 치고....] [여기가 역대 신투들의 무덤인 모양이죠?] 둘러보고

독고사룡; [꿀에 빠진 파리처럼 가엾은 존재들이지!] [황금전장이 모아놓은 어마어마한 보물의 바다에 빠져서 허우적대다가 죽어갔으니....!] 자조

독고사룡; (이 늙은이, 자신은 좀 다르다는 듯이 말하는 걸!) 눈 반짝

독고사룡; [어쨌거나 너는 참으로 운이 좋구나.] 눈 빛내며 청풍을 훑어보고

청풍; [황금전장에 태어났다는 사실 말고는 대체로 괜찮은 편이죠.] 시큰둥하며 독고사룡 맞은 편의 비석에 기대서고

독고사룡; [그게 제일 큰 복이다.]

독고사룡; [핏줄을 통해 남다른 능력을 타고 났고 엄격한 훈육을 받아서 그 재능을 남김없이 발휘할 수 있게 된 것보다 큰 복이 어디 있겠느냐?]

청풍은 (훈육은 무슨 훈육!) (걸음마 떼자마자 해결사 양성기관에 보내졌는데...) 콧방귀

독고사룡; [노부가 일찍이 등천신환(登天神環)에 그런 묘용이 있음을 알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청풍의 왼쪽 손목에 찬 팔찌를 보고

청풍; [팔찌가 등천신환인가요? 다섯 개의 반지가 등천신환인가요?] 손목을 들어보고

독고사룡; [그 전부를 일컬어 등천신환이라고 한다.]

독고사룡; [생사일보도 등천신환도 다 <>의 것이었는데... 그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다.] 탄식

독고사룡; [<>의 것이 지난 삼십여년간 내 눈 앞에 놓여 있었거늘...] [얻기는 네가 얻었으니 보물에 주인이 따로 있다는 말이 틀리질 않는구나.]

청풍; [<>라뇨? <>가 누군데요?] 의아한 표정으로 독고사룡을 보고.

독고사룡; [절대마존(絶代魔尊) 소의장(蘇義藏)!] 굳은 표정

청풍; [절대마존?] [그런 사람이 있었나?] 갸웃

독고사룡; [있었지. 있었고말고....!] 끄덕

독고사룡; [절대마존이란 별호 그대로 마도제일인(魔道第一人), 아니 고금제일인(古今第一人)으로까지 불렸던 초인이 소의장이다.]

청풍; (오백년 내의 무림인들은 거의 다 알고 있는데....) (내 기억에 없는 걸 보니 오백년 이전의 사람이겠구나!) 침 꼴깍

독고사룡; [네가 불과 하룻밤 새에 생사일보를 터득할 수 있었던 건 타고난 자질도 자질이지만 등천신환의 도움을 받았기에 가능했다.]

청풍; [얘기가 좀 길어질 것 같군요.] 기대고 있던 비석에 훌쩍 올라가 걸터앉고

청풍; [생사일보와 등천신환은 무슨 관련이 있는 건가요?] 팔찌를 만지고

독고사룡; [모든 물질은 강한 열에 노출되면 구성 상태가 달라지게 된다.] [생사일보는 그 원리를 이용하여 몸의 형태를 일시적으로 바꾸었다가 원래대로 돌아오게 해준다.]

독고사룡; [덕분에 아무리 좁은 곳이라도 통과할 수 있고 또 스치는 건 무엇이든지 그 구성에 간섭해서 잘라버리거나 파괴할 수도 있다.]

청풍; [! 거의 마술 수준의 무공이군요.] 눈이 휘둥그레

독고사룡; [절대마존 소의장은 다른 무공도 많이 창안했지만 이 생사일보 하나만으로도 절대무적을 구가했었다.]

독고사룡; [무림일절 생사일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청풍; [위력이 막강한 대신에 후유증도 있겠네요.]

독고사룡; [수련과정에서 열기를 통제하지 못하면 몸이 타들어가 한줌의 재가 되어버린다.] 끄덕

독고사룡; [절대마존 이후로 생사일보를 연마해낸 인물이 없었던 건 그 때문이다.]

청풍; [혹시 생사일보의 비밀을 알아냈어도 자신이 뿜어낸 열기에 타죽어버렸겠군요.]

독고사룡; [노부는 젋었을 때 빙백진기(氷魄眞氣)라는 극음의 무공을 연마했었다.] 끄덕

독고사룡; [그 빙백진기 덕분에 타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열기에 뇌가 손상되어 십년 넘게 바보로 살아야만 했다.]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톡톡

청풍; [다시 정신이 돌아온 것도 빙백진기 덕분이겠습니다.]

독고사룡; [제 정신이 돌아온 건 육년전이다.] 끄덕

청풍; [그런데 왜 계속 바보인 척 했죠?]

독고사룡; [갑자기 나 이제 안 미쳤습니다! 라고 하는 것도 좀 그렇지 않느냐?]

청풍; [하긴!] 끄덕

독고사룡; [네가 지닌 등천신환은 생사일보를 수련할 때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위험을 막아준다.] [너도 겪어봤으니 알 것이다.]

청풍; [적화신환이 열기를 통제하고 청목신환은 몸을 지켜주더군요.] 팔찌를 만지작

독고사룡; [만일 등천신환의 효용을 미리 알았다면 나도 아까운 세월을 바보로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탄식

독고사룡; [그래도 한 가지 얻은 게 있다면 십년 넘게 바보로 산 덕에 내 몸에 배어있던 탐욕과 집착이란 독기가 빠져나갔다는 점이다.]

독고사룡; [귀부의 황금과 보석도 더 이상 날 속박하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강렬한 눈빛

청풍; [그럼 왜 바보인 척하면서 계속 여기 남아있는 거죠? 밖으로 나가지 않고....?] 이마 찡그리고

독고사룡; [난들 이 지옥에서 빠져나가고 싶지 않았겠느냐?] 탄식

청풍; [출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인가요?]

독고사룡; [출구를 찾기는 쉬웠다. 수색을 시작한 후 불과 일곱 째 날에 찾았으니까.] 고개를 젓고

청풍; [그런데도 나가지 못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겠군요.]

독고사룡; [네 아버지에게 한 맹세 때문이다.]

청풍; [꼰대한테 한 맹세 때문이라구요?] 화들짝 놀라 일어나고

청풍; [꼰대가 여길 들어왔었나요?] 겁에 질려 둘러보고

독고사룡;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네 아버지는 가끔 귀부에 들어와 살펴보고 나간다.]

독고사룡; [내가 찾아낸 출구는 바로 네 아버지가 드나드는 그곳이었다.] 이하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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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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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역시 밤의 황금전장. 불이 다 꺼져 있고.

손에 손에 무기를 들고 황금전장을 에워싼 권씨세가의 무사들. 눈에 핏발들이 서있다

담장 안쪽에서는 황금전장의 호장무사들이 기웃거리며 동태를 살피고 있다. 불안한 표정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건물. 공자무의 거실이다. 공대벽이 공자무와 진군소에게 보고중이다.

공대벽; [이제 저와 당한이가 나서는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입니다.]

공대벽; [철궁의 십이사께서 도착하실 때까지 지키면서 시간을 끄는 게 현재로서는 유일한 타개책인 듯합니다.]

공자무; [알았다. 그리하자!]

공자무; [어쨌거나 너희들이 무사히 돌아왔으니 다행이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 우선 돌아가서 쉬도록 해라!]

공대벽; [예 아버님!] 고개 숙이고

나간다

진군소; [십년감수했어요!] 가슴을 쓸고

진군소; [도검과 화살에는 눈이 없는데.... 괜히 쓸데없는 짓을 시켜서 애들을 위험에 빠트렸잖아요!] 눈 흘기고

공자무; [큰애는 나보다도 복이 많은 아이요.] [어떤 경우라도 놀랄지언정 화를 입는 일은 없을 텐데 무슨 걱정이오?]

진군소; [물론 큰애의 복이 많은 줄은 저도 알아요!] 한숨

진군소; [하지만 아비의 마음과 어미의 마음은 같지가 않군요.] 남편을 흘겨보고

진군소; [더 이상 아이들이 위험에 처하는 걸 두고 볼 수가 없어요.] [이제 그만 우리 집안의 비밀을 큰애에게 말해 줘야하지 않을까요?]

공자무; [큰애의 나이 올해로 스물다섯이오.] [나이는 충분하지만 그래도 집안의 비밀을 알 자격은 아직 갖추지 못했소!]

진군소; [물론 배필을 구하는 게 먼저인지는 알고 있어요!] 한숨

진군소; [하지만 우리 집안 장손의 배필을 찾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누구보다도 당신이 잘 아시잖아요!]

진군소; [천하를 다 뒤져야만 하는데.... 자칫하다가는 오년 십년이 걸릴 수도 있어요!]

공자무; [그런 면에서 나는 운이 좋았소. 바로 지척에 당신이 있었으니...!] 진군소의 손을 다독이고

진군소; [마음에도 없는 말씀 마세요!] 코웃음을 치며 샐쭉하지만. 그러면서도 얼굴이 발그레해진다.

진군소; [제가 배필감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허전한 마음에 일년 넘게 온갖 계집들 얼굴 보고 다닌 게 누군데....!]

공자무; [철없던 젊은 시절의 그 과오로 인해 평생 당신에게 쥐어 살았지 않소?] [이제 그만 용서해주시구려!]

진군소; [용서야 애저녁에 했죠.] [다만 잊지 못할 뿐....!]

진군소; [특히 만마천(萬魔天)의 구령(瞿玲), 그 불여우를 생각하면 지금도 제 가슴 속에 불이 치솟는군요.] 이를 바득 갈고

공자무; [할 말이 없소!] 한숨

공자무; [하지만 부부가 된 후 나 공자무의 마음은 단 한시도 당신을 떠난 적이 없음을 알아주시오.] 부인 앞에 한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추는 공자무

진군소; [누가 풍류한량 아니랄까봐!] 샐쭉하면서도 얼굴에 홍조가 감돌고

진군소; [당신을 원망한 적은 없으니 그만 일어나세요.] 남편 손에서 손을 뽑고

진군소; [아무리 부부사이라고는 해도 왕중의 왕, <제왕(帝王)>의 과례는 부담스럽군요.] 남편에게 손을 모아 포권하며 고개를 숙인다

 

자기 방에서 글을 쓰고 있는 공당한. 아주 심각한 표정

공대벽; [아직 안 자고 있었구나!] 들어오고

공당한; [형님!] 일어나고

공대벽; [무얼 쓰고 있었느냐?] 맞은 편 의자에 앉고

공당한; [날이 밝는 대로 권씨세가에 보내려고 글을 닦는 중입니다.] 종이를 집어들고

공대벽; [글로 화해를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지. 읽어 보거라!]

공당한; [예 형님!] 험험! 종이를 두 손으로 들며 목청을 돋우고

공당한; [...(중략)... 우리의 어린 형제가 비록 큰 잘못을 저질렀지만 사죄와 배상함에 잇어 예를 다했거늘 귀 문중은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 마땅한 도리를 모르는 것이 아닌가?] 낭랑하게 읽고

머리가 아파서 이마를 짚는 공대벽

공당한; [여기까지 썼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주시는 대로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공대벽; [화해가 아니라 선전(宣戰)을 위한 글 같구나.] 한숨 쉬며 일어나고

공당한; [군자는 비록 꺽어질 지언정 굽히면 안되는 줄로 압니다.]

공대벽; [글과 말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난 듯하다.] [피곤할 테니 그만 자도록 해라.] 나간다.

공당한; [형님도 편히 쉬십시오.] 실망한 표정으로 포권하고,

손을 들어 보이며 나가는 공대벽.

공대벽이 밖으로 나가니 무사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건물 주위를 지키고 있다.

공대벽; [혹시 침입자가 발생하면 맞서지 말고 셋째를 안전하게 피신시키는데 주력하라!]

[분부 받들겠습니다 대공자님!] 포권하는 무사들

무사들을 지나치며 밤하늘을 보는 공대벽

공대벽; (이번 사단의 원인제공자이긴 해도 막내 녀석이 그리워지는군!) 하늘 보며 한숨. 개구쟁이처럼 웃는 청풍을 떠올리고

공대벽; (그 녀석이라면 뭔가 그럴 듯한 해결방안을 내놓았을 텐데....!)

 

#28>

귀부. 귀신의 얼굴이 새겨진 입구 부분.

육각형의 광장. 조용하다.

그 중 무고의 문이 열려있다.

무고 안은 드넓은 광장. 광장 안에 수많은 책꽂이가 늘어서 있고 책꽂이마다 책과 두루마리들이 가득 꽂혀있다.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데 책뿐만 아니라 온갖 병기들이 진열된 시렁들도 무수히 많다.

광장 중앙에 놓인 튼튼해 보이는 원형의 돌 탁자 앞에 앉아서 두루마리를 읽고 있는 청풍. 의자는 중국식의 동그란 도자기 의자다. 등받힘이 없고. 그가 읽고 있는 두루마리에 적힌 제목은 生死一步

또 두루마리를 쥔 청풍의 왼손에는 특이한 팔찌가 끼워져 있다. 둥글게 원형으로 다듬은 검은 색의 고리에 각기 색이 다른 다섯 개의 반지가 끼워져 있는 형태. 반지들은 팔찌에서 빼내어 손가락에 끼울 수도 있다. 팔찌를 살짝 틀면 틈이 벌어져서 그곳으로 빼낼 수 있다.

청풍; [생사일보(生死一步)...!] [내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적의 길을 밟는다?] 갸웃 갸웃

청풍; [뭐 이런 뜬 구름 잡는 글이 다 있다냐?] 두루마리를 내려놓고

청풍; [내 속으로 어떻게 걸어 들어가고 적의 길을 밟는다는 건 또 뭔 소리래?]

청풍; [아무리 읽고 곱 씹어봐도 도저히 무공구결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손가락으로 두루마리를 톡톡 치고

청풍; [혹시 누군가 개똥철학을 대충 써갈겨 놓은 걸 무공비급으로 오인해서 여기 가져다 놓은 게 아닐까?] 깍지 낀 두 손을 목 뒤에 몸을 뒤로 젖히며 생각하다가.

청풍; [아우! 머리 아파!] 허공으로 폴짝 뛰어오른다.

공중에서 제비돌기를 하고

! 탁자 위에 거꾸로 물구나무를 선다. 손이 아니라 정수리로 탁자에 떨어지고 두 팔은 팔짱을 끼고 두 다리는 책상다리를 한 자세. 책상다리를 한 상태로 거꾸로 선 모습. 마치 오뚜기 같다. 청풍은 생각이 막히면 이런 자세를 취한다

청풍; [내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적의 길을 밟는다!] [내속으로 걸어 들어가 적의 길을 밟는다!] ! ! ! 물구나무를 선채로 탁자 위에서 통통 튀어다니며 중얼거린다. 마치 공이 튀는 것같다

청풍; [전체 구결 중 이 한마디에 비밀이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짱구를 굴려 봐도 느낌이 오질 않는다는 게 문제야!]

청풍; [어떻게 해야 자기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 [정말로 자기 몸 속으로 들어가라는 의미는 아닌데...!]

청풍; [아우! 미치겠네! 난 한번 시작한 건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

청풍; [이러다가 나도 독고노인처럼 미쳐버리는 거 아닌지 몰라!]

청풍;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생사일보 따위엔 관심을 두지 않는 건데....!] 한숨

이어 청풍의 뇌리로 떠오르는 무영동부에서의 일. 생사일보에 대해 염제도와 이야기를 나누눈 장면. 주변에 다른 노인들도 있다. 이하 회상

 

염제도; [생사일보는 말 그대로 한 걸음이면 죽을 곳에서 살아날 수 있고, 또 한 걸음이면 산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전설적인 보법이다.]

염제도; [보법이면서도 그 자체가 독보적인 공격수단이라 무림일절(武林一絶) 생사일보(生死一步)라고도 불리지.]

청풍; [만든 사람은 누구죠?]

염제도; [모른다!] 고개 젓고

염제도; [오래전부터 그런 무공이 있다는 소문은 돌았지만 직접 본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가 귀부에 들어와 보니 무고에 생사일보의 비급이 있더구나.]

청풍; [그래서 연마했어요?] 침 꼴깍

염제도; [생사일보는 연마가 불가능한 무공이다.] 고개 젓고

염제도; [노부도 아직 기력이 있을 때는 오기가 나서 연마를 시도해봤다만 영 뜬 구름 잡는 것 같아서 포기했다.]

표대추; [부주뿐만이 아니다.] 끼어들고

표대추; [역대 무영동부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생사일보에 관심을 보였으나 깨우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청풍; [정말 단 한사람도 연마해낸 적이 없어요?]

황희설; [혹시 저분이라면 익혔는지도 모르지.] 독고사룡을 가리키며 웃고

독고사룡은 뭔 영문인지도 모르고 히죽 웃는다.

청풍; [그럼 독고노인이 백치가 된 게...!] 흠칫하고

황희설; [생사일보 때문이다!] 끄덕

청풍; [허어!] 놀라고

염제도; [독고는 원래 저러지 않았다.] [여기 있는 우리들 중 가장 뛰어난 사람이었지.] 한숨 쉬고

다시 염제도를 돌아보는 청풍

염제도; [아니, 역대 신투들 중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힐지도 모르겠다.] [귀부에 들어온 최연소자이면서 가져온 보물의 양과 질에서도 단연 발군이었으니까.]

청풍; [그랬어요?] 새삼 독고사룡을 보고

헤벌레 웃는 독고사룡

청풍; (막내인 황노인보다 서열이 높으면서 나이는 오히려 적은 게 그런 이유에서였군!) 생각할 때

염제도; [독고는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생사일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느날 심한 열병을 앓고 난 후 저 모양이 되어버렸다.]

청풍; [외부와 단절된 이곳에 열병이 돌리는 없고... 원인이 생사일보 때문일 수도 있겠군요.] 눈 반짝

염제도; [가능성은 있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 백치가 되어버린 탓에 독고하고는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회상 끝

 

청풍; [독고사룡이 미친 게 정말 생사일보 때문이라면 좀 오싹한 걸!] 팔짱 낀 자세로 물구나무 선 채 어깨를 움츠리고

청풍; [잘못 하면 나도 미쳐버릴 수 있다는 얘긴데.... 그만 포기할까?]

청풍; [그럴 순 없지!] 휘릭! 공중제비 돌고

청풍; [중도에 포기하는 건 최강의 해결사집단인 철궁의 궁주로서의 자존심이 허락 못해!] 똑 바로 가부좌를 틀고 앉고

청풍; [그나마 내가 자랑할 수 있는 건 집중력과 근성!] [어디 누가 이기는지 해보자 생사일보!] 눈감고 양손을 결을 지어 무릎 위에 올려놓고

청풍; [내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적의 길을 밟는다! 내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적의 길을 밟는다!] 눈 감은 채 중얼 중얼

그런 청풍의 모습을 무고 밖에 숨어서 보는 어떤 그림자. 물론 독고사룡이지만 보여주지는 말고

[....!] 무언가 생각하는 독고사룡

조용히 무고 앞을 떠나려고 하고.

독고사룡; [!]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무고 안을 들여다보다가 눈 부릅

탁자 위에 앉아서 중얼중얼 거리는 청풍의 몸 주위로 아지랑이같은 것이 무럭 무럭 피어오르고 있다.

독고사룡; (... 설마!) 경악하고

독고사룡; (바로 생사일보의 비밀에 접근했다는 건가? 내가 십년동안 고생하여 겨우 다다랐던 그 경지에....?)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주먹 부르르

 

#29>

-장강(長江) 바다같이 넓은 강. 여전히 밤. 흐릿한 반달이 떠있고. 강 위로는 밤 안개가 흐른다.

끼익! 끼익! 안개 속에서 노 젓는 소리가 들리더니

안개를 뚫고 조각배 한척이 나타난다. 한 명의 예리한 인상을 지닌 오십살 가량 된 중년인이 팔짱을 낀 채 서있고. 그 뒤에는 건장한 체격의 청년이 묵묵히 노를 젓고 있다. 이 중년인은 십대세가중 사마세가의 가주인 사마이극. 권씨세가 가주 권일해에 필적하는 고수다

안개 속으로 들어가는 조각배.

긴장하며 노를 젓는 청년. 직후

사마이극; [멈춰라!] 낮게 외치고

흠칫하며 젓던 노를 멈추는 청년. 직후

화악! 미끄러져 나가는 조각배가 두터운 안개를 뚫고 나간다

! 직후 조각배 앞에 거대한 벽이 나타난다.

(!) 놀라서 올려다보는 청년

! 조각배 앞에 떠있는 거대한 배. 까마득히 높은 돛대가 세 개 달린 서양식의 범선인데 거의 항공모함 수준으로 크다. 선체에 줄을 지어 난 창문이 모두 3층이다. 갑판 위에도 3층으로 이루어진 선실이 있다. 돛과 닻은 내린 상태.

쉬익! 쉬익! 뱃전에 설치된 수십개의 거대한 환풍기같은 장치에서 안개가 높이 뿜어지고. 그 안개들이 사방으로 퍼져서 배를 에워싸고 있다.

갑판에는 투구와 강철갑옷을 입은 전사들이 철침 돋은 방패와 낭아곤을 들고 일정한 보폭으로 서로를 교차하며 순시를 하고 있었다. 철컥! 철컥! 움직일 때마다 철갑이 부딪히는 소리가 박자를 맞춘 듯 규칙적으로 이어진다. 전사들은 조각배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으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순찰만 돈다.

청년; (... 이 거대한 배가 바로 원수함(元帥艦)!) 침 꿀꺽 긴장하며 올려다보고

안개를 만들어내는 환풍기들을 크로즈 업

청년; (저 제무기(製霧氣)들이 뿜어내는 안개가 원수함을 가리고 있었구나!) 놀랄 때

사마이극; [저곳으로 대라!] 손을 들어 앞을 가리키고

사마이극이 가리키는 곳. 범선의 선체 하단에 화살 과녁같은 그림이 새겨져 있다.

! ! 노를 움직여서 그 과녁같은 곳으로 조각배를 움직이는 청년

조각배 끝이 과녁이 새겨진 범선의 선체에 부딪히며 낮으막한 소리가 들린다. 직후

끼이이이! 선체의 벽 일부가 안으로 젖혀지며 동굴처럼 벌어진다. 조각배가 들어가기에 충분한 공간.

노를 저어서 입구를 드러낸 범선 안쪽으로 들어가는 조각배. 안쪽은 큰 배 안에 있는 작은 항구 같은 곳.

청년; (배 내부에 산척장이 마련되어있다니...!) 다시 놀라고

! ! 어둠 속에서 날아드는 갈고리

! ! 조각배의 앞부분에 걸리는 갈고리들

청년은 흠칫하면서 노젓기를 멈춘다.

조각배는 갈고리에 의해 앞으로 끌려가고 뒤에서는 그들이 들어온 입구가 끼이이이 하는 소리를 내며 닫히고 있다.

어둑한 내부. 닫히는 문의 양옆에는 쇠줄이 감긴 도르래와 손으로 돌리는 풍차 같은 모양의 기관이 있으며, 두 마리의 나귀가 연자방아를 돌리듯 움직이며 문을 닫고 있는 중이다. 그들이 들어온 곳에는 이미 십여 척의 작은 배들이 가지런히 붙어서 물이 흔들릴 때마다 끼익! 끼익 소리를 내고 있다.

화악! 아주 밝은 빛이 갑자기 조각배를 비춘다.

눈을 찡그리는 사마이극. 팔로 눈을 가리는 청년

그러다가 흠칫하는 청년.

완전히 드러나는 내부의 모습. 범선 내부의 선착장에는 수십명의 철갑으로 무장한 무사들이 강력해보이는 큰 활을 들어 조각배 위의 두 사람을 겨누고 있다. 몇 명은 조각배에 건 갈고리를 밧줄로 끌어당겨 부두로 접안시키고 있고

노를 내려놓고 긴장하는 청년

그때 궁사들 사이로 나서는 40살 가량된 중년인. 모든 게 네모반듯한 인물인데 철갑을 둘렀고 얼굴에도 투구를 써서 눈과 입만 드러냈다. 아주 강직한 인상. 등에는 공작깃털처럼 화살이 펼쳐진 채 채워진 화살통을 짊어졌고 허리춤에는 강력해 보이는 활과 칼을 좌우에 찼다. 이 인물의 이름은 부도신궁 양홍경. 원수함의 총관. 이하 부도신궁으로 표기

부도신궁; [어디서 왔소?]

사마이극; [복성세가(複姓世家)!]

부도신궁; [몇 분을 만나보셨소?]

사마이극; [복성(復姓) 네 분! 단성(單性) 두 분! 총 여섯 분이군.]

부도신궁; [사마세가(司馬世家)의 이십칠 대 가주이신 칠절검(七絶劒) 사마이극(司馬耳極)님께서 도착하셨다.] [예를 갖춰라!] 주변의 궁사들에게 명령하고

궁수들이 활을 내리며 절도 있게 포권을 취한다.

사마이극; [사마세가의 사마이극이 원수함에 승선을 정중히 요청하오!] 포권하고

부도신궁; [사마가주님의 승선을 허가합니다.] 마주 포권하고

사마이극; [고맙소 양총관(楊總管)!] ! 한 걸음에 부두로 내려서고

부도신궁; [어서 오십시오 사마가주님! 환영합니다!] 포권하며 허리 숙이고

사마이극; [부도신궁(不倒神弓)! 오래만이군!] 위엄있게 끄덕이고. 말투가 갑자기 하대로 변하고

부도신궁; [지난번 회의 때 뵙고 처음이니 십년만입니다.]

사마이극; [세월 참 빠르지!] 끄덕

부도신궁; [보안을 철저히 하라는 원수(元帥)님의 분부가 있어 무례를 범했습니다.] [번거로우셨더라도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안쪽으로 안내하며 고개 숙이고. 궁수들은 그들 좌우에서 군례를 취한다

사마이극; [원수께서 양총관 덕분에 마음을 놓고 지내신다는 말이 헛게 아니었군.] 따라가며 웃고. 청년은 좌우의 궁사들을 보며 긴장하고

부도신궁; [과찬이십니다.]

 

잠시후.

사마이극; [내가 마지막인가?] 부도신궁을 따라 복도로 들어서며

부도신궁; [그렇습니다.] [다른 가주님들께서는 이미 도착하셔서 혼원실(混元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앞쪽의 문을 가리킨다. 막다른 곳에 크고 육중한 철문이 있고. 문 위에는 混元室이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부도신궁; [사마가주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문에 대고 포권하며 외치고

<안으로 모시게!> 문 안쪽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들리고. 이어

그그긍! 철문이 안쪽으로 열리고. 밝은 빛이 흘러나오는 그 문 안쪽에 여러 명의 사람들이 원탁에 둘러앉아있는 것이 실루엣으로 보인다.

부도신궁; [드시지요 사마가주님!] 안으로 들어가기를 청하고

사마이극; [신세를 졌네!] 끄덕이며 제자와 함께 안으로 들어간다.

그그긍! 사마이극과 제자가 들어가자 철문은 다시 닫히고

철문을 등지고 돌아서는 부도신옹. 손목에 걸고 있던 작은 호각을 꺼내 입에 물고

삐익! 힘차게 호각을 불고. 그러자

철컹! 철컹! 도처의 복도에 천장에서 철벽이 떨어져서 각각의 구획을 차단한다. 배 안의 선원과 전사들 흠칫하지만 동요하지는 않고 자기 할 일들 하고

철문 앞에 버티고 선 부도신옹은 입에서 호각을 떼고

이어 칼 손잡이에 손을 얹고 눈을 부릅뜬 채 철문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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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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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권씨세가.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 여기 저기 불도 켜지기 시작했고

[!] 권완의 눈이 찢어져라 치떠진다.

이곳은 대청. 불이 환하게 켜진 대청의 상좌에는 권완과 권필중이 나란히 앉아있고. 주변의 탁자에 노인들이 수십명 앉아있는데 권완 뿐만 아니라 노인들도 눈을 부릅뜨고 있다.

그들 앞에 공대벽과 공당한이 서있다. 공당한 앞쪽의 탁자에는 상자가 놓여있고. 공대벽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권필중; [... 완아!] [... 지금 저 먹물이 뭐라고 씨부린 거냐?] 달달 떨고 있는 권완의 눈치를 살피며 묻고. 그때

공당한; [험험! 권노야께서 연로하시어 귀가 어두운 연고로 잘 알아듣지 못하신 듯 하니 소생이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다시 말씀드리겠소이다.]

공대벽; [당한아! 그만 해라!] 급히 말리려 하지만

공당한; [패악무도한 저희 막내 동생이 귀 가문의 족보를 강탈하는 과정에 그만 권소저의 입술을 유린하는 만행을 저질렀소이다!]

이마를 손으로 짚는 공대벽

[... 뭐야?] [... 그런 찢어죽일 짓을...!] 분노하는 노인들.

공당한; [이같은 파렴치한 행위로 소저의 청백지신(淸白之身)이 훼손됐으니 진정 슬프고도 애통한 일이 아닐 수없소이다!]

공당한; [만일 권소저께서 수치심을 참지 못하고 자결하신다면 저희 집안에서는 마땅히 명산에 터를 잡아 사찰을 세우고 소저의 명복을 빌어줄 것임을 밝히는 바이오.] 포권하며 당당히 말하고.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권완에게 향하고

권완의 안색이 창백해진 채 발발 떨고 있다.

권필중; [... 완아!] [... 정말로... 정말로 그런 일이 있었느냐?] 사색이 되어 권완에게 묻고. 순간

정신을 잃고 뒤로 나자빠지는 권완

권필중; [완아!] 다급히 권완을 끌어안고

[완아!] [이런 육시를 할....!] 분노하여 일제히 벌떡 일어나는 노인들

공대벽; (일 났군!) 한숨

공대벽; (권소저는 자신이 막내에게 당한 일은 집안 어른들에게도 발설하지 않았다.)

공대벽; (그럴 가능성이 있을 것도 염두에 두고 셋째의 입을 단속했어야했는데...!)

공당한; [큰형님! 정말 철딱서니 없는 소저로군요.] 코웃음

공당한; [신체발부는 모두 부모님께 받은 것인데, 그것에 손상이 있었음에도 고하지 않고 있었다니......]

공당한; [아무래도 부모의 훈육이 충분하지 못했던가 봅니다.]

공대벽; [제발 그 입 다물어라!] 눈을 부라리는데

일제히 두 형제를 돌아보는 노인들. 눈에 핏발이 서있다.

공당한; [... 자고로 양약은 입에 쓰고 충언은 귀에 거슬리는 법이거늘...!] 겁에 질려 주춤 거리면서도 끝내 나불거리고. 순간

권필중; [아가리 닥쳐라! 이놈!] 권완을 끌어안은 채 돌아보며 버럭 지르고

권필중; [협상이고 뭐고 필요없다! 저 악머구리 새끼들을 때려죽여라!] 외치고

[죽여라!] [찢어죽여!] [협상이 아니라 본 세가를 능멸하러 온 놈들이다!] 악을 쓰며 일제히 날아올라 장풍을 날리고 칼을 휘두르는 노인들

공당한; [으헥!] 기겁하면서도 다급히 상자를 끌어안고. 그런 그를 향해 빗발처럼 날아드는 칼과 장풍들. 그때

[1] 눈 부릅뜨며 소리없이 기합 지르는 공대벽

화악! 순간 공대벽의 몸에서 강한 바람같은 것이 터져나가고

[!] [!] 순간적으로 모든 노인들의 몸이 허공에서 굳어지고

공대벽; [가자!] ! 공당한의 허리를 팔로 감으며 뒤로 홱 날아간다.

[!] [!] 직후 마비에서 풀리는 노인들

[!] [!] 콰당탕! ! 털썩! 마비가 풀린 노인들 나뒹굴고 나자빠지고. 겨우 비틀거리며 내려서기도 하고

(몸이 갑자기 말을 듣지 않았다!) (이게 무슨 변괴인가?) 노인들 당혹해할 때

쐐액! 이미 대청 밖으로 날아나가고 있는 공대벽

권필중; [잡아라!] 권완을 바닥에 뉘여놓고 벌떡 일어나고

권필중; [저놈들 잡아 죽여!] 악을 쓰며 날아나가고

[죽여라!] [잡아라!] [막아라!] [경보를 울려라!] 외치며 권필중의 뒤를 따라 날아나가는 노인들

 

땡땡땡! 격렬하게 울리는 종소리

질풍같이 날아가는 공대벽. 왼쪽 옆구리에는 공당한을 낀 상태. 권씨세가도 상당히 넓어서 아직 빠져나가지 못했고

[멈춰랏!] [이놈! 서랏!] 날아오르며 가로 막는 권씨세가의 무사들. 하지만

공대벽이 노려보면 허공에서 몸이 굳어지고

! 그자들을 스쳐지나가는 공대벽.

그 뒤에서 털썩 털썩 나뒹구는 권씨세가의 무사들, 하지만

[놓치지 마라!] [저놈들을 세가 밖으로 내보내지 마라!] [기필코 잡아죽여라!] 사방에서 아우성. 종소리. 수많은 그림자들이 날아오르고

다시 날아올라 가로 막는 권씨세가 무사들.

능력을 또 발휘하여 그자들도 마비시키고 날아가고

앞쪽에 올려다보는 여자들이 보인다

그 여자들은 무시하고 날아지나가려 하지만

[죽엇!] [못 간다 악적!] 여자들도 비수를 뽑아들며 날아오르고

[!] 눈 부릅 공대벽. 여자들이 설마 공격할까 싶어 방심했고

급히 허공에서 방향을 틀지만

한 여자의 칼이 스치면서 공당한을 안은 공대벽의 팔에 상처를 낸다. 하지만

! 돌려차기로 그 여자의 옆구리를 차서 날려버리고

휘익! 그 반동으로 날아올라 다른 여자들의 공격을 뛰어넘는 공대벽

어느 건물 지붕으로 내려서고

돌아보니 사방에서 새카맣게 날아드는 권씨세가 무사들

공대벽;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로군!) (과연 한 때 천하제일가로 불렸던 권씨세가답다!) 안색이 어두워지고. 팔에서는 피가 흐른다

공당한; [... 형님! 상처가....]

공대벽; [별 거 아니다!] [가자!] ! 다시 날아오르고

앞에서 새까맣게 날아드는 권씨세가의 무사들

차앙! 날아가면서 검을 뽑는 공대벽

먼저 눈을 부릅떠서 능력을 발휘하여 전열의 무사들을 마비시키고

마비되어 경직되는 그들을 뛰어넘어서 뒷열에서 돌진해오는 무사들에게 부딪혀 간다

차차창! 차창! 현란하고 빠르게 검을 휘둘러 무사들의 공격을 헤치고 지나가는 공대벽

[조심해라! 이 돈벌레가 무공도 제법이다!] [원로들께서 도착하실 때까지만 버텨라!] 사력을 다해 공격해오는 무사들

하지만 질풍처럼 날아가며 그들의 공격을 받아넘기는 공대벽. 하지만 방어만 하고 권씨세가 무사들을 해치지는 않는다

공당한; (... 형님은 장사수완뿐만 아니라 무공도 절세적이구나!) 감탄하는데

전진하면서도 흘깃 뒤를 보는 공대벽

뭐라 악을 쓰며 날아오는 권필중과 그 뒤를 따라오는 노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공대벽; <잘 들어라 셋째야!> 빗발치는 칼날과 검들을 검으로 헤치며 날라가면서 공당한에게 텔레파시를 보낸다

흠칫하며 귀를 기울이는 공당한

공대벽; <지금 상황에서는 세가를 빠져나가기 전에 원로들에게 따라잡히고 만다!>

침 꼴깍 공당한

공대벽; <옷고름을 풀고 장삼에서 팔을 빼거라. 어두운 곳에 내려줄 터이니 내가 추격을 유인하는 사이에 조심스럽게 여길 빠져나가 집으로 가거라.>

공당한; (빈 옷으로 나를 여전히 안고 가는 것으로 위장하시려는....!)

공대벽; <만에 하나 사로잡히게 되면 일체 저항을 하지 말고 생포당해라! 그럼 어떻게든 다시 구해내마!>

공당한; [형님!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맞은 편 지붕에서 활을 쏘는 무사들

공대벽; [저들을 좀 죽인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 검으로 화살을 쳐내며 웃고

공당한; [그러면 그렇게 해서라도........]

공대벽; [안될 말!] 활 쏜 자들에게 날아가고.

활을 쏜 자들 당황하여 다시 활을 시위에 메기지만

파팟! 공대벽이 지나치면서 검의 옆면으로 때리고 손잡이로 찍어서 기절 시킨다

공대벽; [나는 장사꾼이다. 너는 사람을 죽이는 장사꾼을 본 적이 있느냐?] 휘익! 지붕을 박차고 도약하며 날아간다

공당한; (형님!) 감동 먹고.

그때 앞쪽 정원 어둑한 곳에 커다란 버드나무가 보인다. 가지가 무성하고

공대벽; [준비해라!]

공대벽; [저 버드나무 사이에 내려주마!] 버드나무로 날아가고

급히 옷에서 한 팔을 빼는 공당한

공대벽; [나무 가지 사이에 숨어있다가 소란이 갈아앉으면 내려와라!] 쏴아! 나무 속으로 스며들고. 헌데

휘릭! 벗은 옷을 허공으로 휙 날려보내는 공당한

공대벽; [셋째야!] 흠칫하며 돌아보는데

공당한; [그냥 가십쇼 형님!] 재촉하고

쏴아! 어쩔 수 없이 버드나무를 빠져나와 달려가고. 옷이 허공으로 날아가며 마치 한 사람이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같이 보인다

[놈들이 둘로 갈라졌다!] [나눠서 쫓아가라!] 뒤따라오던 무사들이 외치고. 두 패로 갈라져서 한 패는 허공으로 날아가는 빈 옷을 쫓아가는 무사들

공당한; [금선탈각(金蟬脫殼)에 이은 허허실실(虛虛實實)과 장계취계(將計就計)를 쓰면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대벽의 등으로 기어올라가 목에 매달리고. 한손으로는 상자를 감싼 보자기를 움켜잡고

공대벽; [!] 번쩍 정신이 들고

공대벽; (영특한 놈! 누가 공씨 핏줄 아니랄까봐!) ! 건물 사이의 어둠 속으로 날아들어가고

건물 벽을 따라 달리는 공대벽.

그러다가 흠칫. 자신이 달려가는 앞쪽에 사람들이 달려가고 있다.

달려가던 자들도 뒤를 돌아보는데

공대벽; (이런...!) 낭패하며 검을 쥔 손에 불끈 힘을 주는데

공당한; [한 놈이 북쪽으로 간다! 북쪽이다! 쫓아라!] 공대벽의 목에 매달린 공당한이 외친다

돌아보던 자들도 깜짝 놀라서 다시 앞을 보고

[북쪽이다! 놈들이 북쪽으로 달아난다!] 외치며 방향을 틀어 달려가는 무사들

공대벽; (제법...!) 웃으며 달려가고

공당한; [멍청한 것들! 북쪽이라 하지 않았느냐!] [이 병신들아! 세가의 위명이 진창에 떨어질 판인데 여기서 꾸물대느냐?] 그늘만 찾아서 달려가는 공대벽의 목에 매달린 채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고

[북쪽이다!] [놓치지 마라!] [담장에서 막아라!] 무사들도 덩달아 외치며 달려가고

그 사이에 확 다가오는 높은 담벼락.

마침 담장 아래를 달려가던 무사들이 공씨 형제를 발견하지만

달려가면서 눈 부릅뜨는 공대벽

몸이 마비되어 쓰러지는 무사들

휘익! 담장을 날아 넘는 공대벽. 펄럭이며 공대벽의 목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공당한

[여기다!] [저기다!] [북쪽이다!] [속았다! 빈 옷이다!] 등등의 고함소리가 그들 뒤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공대벽; (호굴(虎窟)은 일단 빠져나왔군!) 한숨 쉬며 달려가고

공대벽; (하지만 권씨세가를 제대로 자극해놨으니 앞 일이 막막하구나!) 한숨 쉬며 달려간다. 공당한을 다시 한 팔로 안고.

 

#26>

깊은 밤. 하늘에는 반달이 떠있고.

권씨세가. 분위기가 흉흉하다. 무장한 무사들에 떼 지어 정문을 달려 나가고. 여자들도 무기를 든 채 몰려다니며 경비를 선다.

[총관! 너는 대체 평소에 어떻게 애들 관리를 했기에 경계가 이렇게 허술했느냐!] [숙부님께선 저만 탓하시면 안됩니다!] [뭬야?] 불이 환하게 밝혀진 대청에서는 노인들과 중년인들간에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하 대화를 배경으로 대청의 상황 보여주고

[화만 내지 마시고 소질의 말도 좀 들어보십시오!] [이놈이 꼬박 꼬박 말대꾸야 말대꾸가!] 우락부락하게 생긴 중년인이 성질 급하게 생긴 노인과 싸우는 중이다. 그 중년인이 권씨세가의 총관이다. 상좌에는 권필중이 골치 아픈 표정을 짓고 앉아있고. 그의 뒤에는 얇은 천으로 휘장이 쳐져 있다.

[젊은 저희들만 탓하실 게 아니란 말씀입니다.] [세가의 주력은 황금전장을 포위하고 있기 때문에 평소 같은 위력을 발휘할 수 없었을 뿐입니다.] 휘장 속에 놓인 간이침대에는 권완이 누워 시녀들의 시중을 받고 있다. 권완의 이마에 물수건을 얹어주고 팔 다리를 주무르는 시녀들. 그 배경으로 아래의 고함들이 들린다.

[오히려 이럴 때 숙부님을 비롯한 원로들께서 힘을 써주셨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닥치지 못해?] 고함 소리가 어지럽게 난무할 때 정신을 차리는 권완. 눈은 뜨지 않고 눈꼬리만 파르르 떨린다.

[이노무 새끼가 그 새 좀 컸다고...... 엇다 대고 고함질이야!] [그러게 평소에 꾸준히 수련을 해두셨으면 애송이들쯤 간단히 잡을 수 있었을 것 아닙니까!]

[원로들께서도 코앞에서 놓친 놈을 어린 것들이 어떻게 잡습니까?] [주둥이 닥치지 못해?] 철썩! 뺨을 치는 소리,

[아니 왜 손찌검을 하십니까? 저도 다 큰 자식 있는 몸입니다!] [이놈이 곧 죽어도 뻗대! 뻗대길!] 악다구니들을 들으며 권완의 입술이 악물려지고

[얼마나 맞어야 정신을 차리겠냐? ?] [아우! 속 터져 정말!] 벌떡! 이어지는 소동에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는 권완. [아가씨!] 시녀들 깜짝 놀라는데

권완; [조용히 하세요!] 바락 고함을 지른다

순간 물을 끼얹듯 조용해지는 대청. 권필중을 비롯한 원로들과 중년인들이 모두 휘장 쪽을 본다. 노인1은 총관인 중년인의 멱살을 잡고 있고

! 거칠게 휘장을 젖히며 나서는 권완. 표정이 제대로 살벌하다

[... 완아!] [... 정신이 들었느냐?] 어색하게 웃으며 권완을 보는 원로들

권완; [공씨 형제는 어디 있나요? 잡지 못한 거예요?] 표독

[... 그게....!] [공가의 장남 놈 무공이 상당한데다가 교활하기까지 해서....!] 사람들 모두 권완의 눈치를 보며 더듬거리고

권완; [그들이 도주한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이를 바득 바득 갈고

총관; [... 한 식경쯤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어두워 수색조차 어렵다.]

권완; (이 멍청한 양반들!) + [도망친 그들이 돌아갈 곳은 어디죠?] 필사적으로 화를 참으며 말하고

노인1; [그야 제 집인 황금전장이겠지.]

다른 사람들도 고개 끄덕.

권완; [세가의 주력은 지금 어디 있지요?] 얼굴이 더 험악해지고

노인1; [물론 황금전장을 에워싸고 있다.]

권완; [그럼 여기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예욧!] 버럭 고함

! 으헥! 기겁하는 사람들

권완; [황금전장을 포위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자들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그 사이에 어르신들이 가서 잡아야 할 것 아닌가요!] [그 정도도 알아서 할 머리들이 없어요?!] 무섭게 화를 내며 삿대질을 하고

[... 간다!] [지금 잡으러 가마!] 권필중을 비롯한 노인들 기겁해서 콩 튀듯 대청 밖으로 뛰어나가고

단번에 대청에는 권완과 시녀들만 남는다

분해서 부들부들 떠는 권완

[... 아가씨! 제발 고정하세요!] [몸을 돌보셔야지요!] 시녀들이 겁이 나서 눈치 보며 달래고

권완; (늙은 것들이나 젊은 것들이나 하나같이 쓸모가 없어!) 이를 바득 바득 간다

권완; (그렇게 머리들이 안 돌아가? 일일이 지시를 해야 알아들어?)

권완; (결국 내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복수도 한낮 꿈에 불과해!) 억지로 심호흡

권완; (생각같아서는 당장 혀를 물고 죽고 싶지만...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니 그럴 수도 없어!) 이를 바득 바득

권완; (한시라도 빨리 기중표를 완성하자!) (그래서 내 손으로 직접 제천대성 그 원숭이 놈을 찢어 죽이자!)

권완; (죽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살벌하게 이를 부득 부득 갈고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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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에잉 드러븐 놈!] 숲속의 정자. 한 노인이 코를 싸맨 채 정자 난간에 걸터앉아있다. 스타워즈의 요다같은 인상. 아주 나이가 들어 얼굴 전체가 주름살로 자글자글 하다. 이 노인이 무영동부의 최연장자인 염제도. -무영동부 부주 염제도(廉齊道) 120.

[히히히! 이겼다! 이겼다!] 그 앞에서 검은 머리에 잘 생긴 중년인이 바보처럼 헤벌레 하며 바지를 추스르고 있다. 바닥에는 똥이 튀어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이 검은 머리의 중년인이 무영동부의 다섯 노인중 넷째인 독고사룡이다. 나이는 환갑이 넘었으나 공력이 심후해서 40대 중년인처럼 보인다 -무영동부 서열사위 독고사룡 63

염제도; [저 망할 놈의 똥구녕은 내가 닦아줬다!] [그러니까 뒷마무리는 네놈들이 해라!] 코를 싸맨 채 말하고

표대추; [별 수 없다. 빨리 해치우자!] 한손으로 코를 싸매고 다른 손은 똥으로 칠갑이 된 정자 바닥을 향해 젓고

푸시시! 똥에서 연기가 일더니

완전히 말라서 가루가 되는 똥

청풍; (점입가경이군! 허공을 격하고 삼매진화(三昧眞火)를 발휘할 수 있다니...!) 놀라고

표대추; [셋째 네 차례다!] 물러서고

반치우; [젠장할!] [내가 앞으로 넷째 저 또라이랑 또 어울리면 성을 간다! 성을 갈아!] 이를 갈며 역시 한손으로 손을 젓고. 그러자

후두둑! 후두둑! 똥 가루들이 한 군데로 뭉쳐서 둥글게 변하고

반치우; [에이 드러워!] 손을 젓고

! 날아 나오는 똥 분말 덩어리

푸시시! 정자를 에워싼 나무 아래에 파고 든다

반치우; [본의 아니게 사리수(舍利樹)에 거름을 주게 되었군!] [마무리는 막내 네가 해라!] 황희설에게

황희설; [휴우! 손자 똥도 치워본 적이 없거늘...!] 고개 설래 설레 저으며 정자 안으로 들어간다. 이어 구석에 놓인 대걸레를 들어 바닥을 닦기 시작한다

염제도; [대충 정리 되었으니까 들어와라!] 난간에서 바닥에 내려앉고

표대추; [아무리 심심하기로서니 방귀뀌기 시합 같은 건 두 번 다시 하지 맙시다!] 탄식하며 정자로 들어가고

반치우; [그러는 형님도 신나게 꿔대지 않았소?] 눈 흘기며 따라들어가고

표대추; [그러니까 네놈이 바둑을 배우면 좀 덜 심심하잖아!] 궁시렁 대며 염제도 옆에 앉는다

반치우; [바둑 같은 애들 잡기를 배울 생각없소. 차라리 형님이 장기를 배우시오!] 염제도의 다른 쪽 옆에 앉고

표대추; [일없다!] [말 몇 마리 놓고 장이야 멍이야 해대는 한심한 짓거리를 배워서 뭘 해?] 코웃음치고. 그 사이에 청풍도 슬그머니 염제도 맞은편에 앉고.

반치우; [지금 배워봐야 날 이길 자신이 없으니까 저러지!] 코웃음

표대추; [뭐야?] 눈 부라리고. 그때

염제도; [이놈들아! 그만들 좀 해!] [신입(新入)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냐?] 핀잔 주고

그제야 모두 입 다물고 청풍을 본다.

청풍; [! 안녕들 하쇼?] 넉살 좋게 손을 들어보이고

염제도; [아무리 봐도 너무 젊군.] 찡그리며 청풍의 아래 위를 보고

염제도; [무영동부 역사상 저렇게 젊은 나이에 들어온 사례는 없는데?]

표대추; [기록적으로 젊었다는 넷째도 여기 들어올 때는 서른세살이었소!] 백치처럼 히죽 히죽 웃고 있는 독고사룡을 흘깃 보고

황희설; [젊은 게 아니라 어린 것이외다.]

황희설; [많아야 약관을 갓 지났을 거요.] 대걸레를 치우고 반치우 옆에 앉는다. 독고사룡도 히죽 히죽 웃으며 표대추 옆에 앉고

청풍; (이 영감탱이들이 남의 나이를 멋대로 늘려놓네! 난 이제 겨우 열일곱 살인데....) 흘겨보고

반치우; [하여간 난놈이오.] [이 나이에 벌써 여기까지 들어올 정도라면 바깥에서는 세상을 한 번 발칵 뒤집어놨을 게 분명하오.]

표대추; [십오년동안 바깥소식을 듣지 못했더니만.....] 청풍의 아래 위를 보고

표대추; [젊은 녀석들이 이 정도면 무림도 우리가 활동할 때보다 아주 많이 발전한 듯하오.] 염제도에게 말하고

염제도; [그러고 보면 이제 또 공가 녀석들이 슬슬 장보도(藏寶圖)를 세상에 뿌릴 때가 되긴 됐지.] 끄덕

반치우; [그놈의 장보도!] 이를 부득

반치우; [거기에만 안 홀렸어도 내 인생이 여기서 이렇게 망쳐지지는 않았을 텐데....!]

표대추; [귀부는 대도(大盜)와 신투(神偸)들의 무덤이야.] 코웃음

표대추; [큰 도둑 소리를 듣던 우리가 이곳이 아니면 어디 가서 죽겠냐?] [그러니 공가를 탓하지는 말어.]

반치우; [탓하는 게 아니고 말이 그렇다는 거요.] 한숨

반치우; [살만큼 살았고 분탕질해볼만큼 분탕질해본 우리야 그렇다 쳐도...]

반치우; [젊디 젊은 저놈은 생각할수록 안됐소!] 청풍을 보고

모두 청풍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청풍; [내가 안됐다고?]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키며 멀뚱

청풍; [대체 내가 왜 안됐다는 거요?]

반치우; [그럼 이놈아! 평생 여기 갇혀서 썩어야 하는데 억울하지도 않냐?]

청풍; [썩기는 누가 썩어?] [꼰대 성질을 좀 건드린 탓에 잠시 갇혀있는 것 뿐인데...!]

청풍; [길어야 한 달쯤 갇혀 있다보면 꺼내주러 오겠지!] 팔짱 끼며 콧방귀

표대추; [꺼내주러 온다고?]

반치우; [그럼 넌 양상군자(梁上君子;도둑)가 아니란 말이냐?]

다른 노인들도 놀라는데

청풍; [하하하! 나는 천하오대거부 중 하나인 황금전장 장주의 넷째 아들이오.]

청풍; [아쉬운 건 많지만 도둑질 할만큼 궁하진 않소.]

[뭐야?] [네놈이 공자무의 자식이라고?] 모두 기겁하며 놀라고. 반치우와 황희설은 놀라서 뒤로 물러나 앉기까지 하고

황희설; [... 공가의 자식놈이라면 뭣 때문에 힘들게 기관함정을 뚫고 들어왔느냐?] [그 길은 원래 우리 같은 양상군자들이 들어오는 길인데....!]

청풍; [휴우! 거기에는 차마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처절한 사연이 있다는 거 아니오?] 과장되게 한숨 푹 쉬고

[오호라! 흥미로운데!] [어디 신세타령 좀 늘어놔 봐라!] [소일거리론 딱이구만!] 노인들 바짝 다가앉으며 눈 반짝이고

청풍; (걸려들었다!) + [내 죄라고는 위로 형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뿐이오.]

청풍; [글쎄 아비라는 작자가 인정머리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서 내가 딸로 태어나지 못했다고 태어나자마자 집어던지질 않나....!]

이어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청풍. 과장되게 몸짓도 하고 연극배우처럼 질질 짜기도 하고. 노인들 모두 흥미진진하게 듣고

잠시후

청풍; [그러니 내가 얼마나 억울하겠소?] 감정이 복받혀 치를 떨고

청풍; [그게 뭐 나 좋자고 한 일이오?] [악독한 빚꾸러기한테서 밀린 돈 받아내려다가 실수 좀 한건데....!]

청풍; [세상 어느 아비가 자식을 이 따구로 막 대하겠소?] 주먹 불끈 치를 떨고

표대추; [그런 못된 인간이 있나!]

반치우; [! 지 자식한테도 그렇게 매정하게 굴어?] [악독한 수전노같으니!]

청풍; [크흐! 내가 전생에 무슨 죄가 많아서 악랄하고 무정한 공씨집안에서 태어났는지 모르겠소!] 팔뚝으로 눈물 닦으며 한탄하고

청풍; [너무 분하고 원통해서 악독한 꼰대를 물 먹일 작정으로 여길 들어온 거요.] [꼰대가 아끼는 보물을 털어서 들고 튀는 것만큼 확실한 복수도 없으니...!]

황희설; [허허허! 넌 확실히 우리와 같은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다!] 청풍의 어깨를 다독이고

황희설; [아비의 재산이건 뭐건 터는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아야 진정한 양상군자라고 할 수 있지!]

황희설; [초록은 동색이라고 이렇게 만난 것도 다 하늘의 안배가 아니고 뭐겠느냐?]

청풍; [아 글쎄 난 도둑 아니라니까요.] 짜증 대며 황희설의 손을 뿌리치고

청풍; [그냥 뻔뻔하고 악독한 빚꾸러기들한테서 빚을 받아오는 해결사정도지 노인장들처럼 밑천없는 장사나 하는 나쁜 사람은 아니라구요.]

표대추; [헐헐헐!]

반치우; [그놈 참....!] [해결사하고 도둑놈하고 우열을 따지냐?] 노인들 귀엽다는 듯이 웃고. 염제도만 제외하고

반치우; [하여간 잘 들어왔다!] [한 달이 되었건 열흘이 되었건 기왕에 들어왔으니 재미있게 지내다 가라!]

황희설; [말만 해라!] [황금전장을 골탕 먹이는 일이라면 그게 뭐든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마!] 싫다는 청풍의 어깨를 끌어안고 낄낄 대고. 염제도는 한숨 쉬며 그 꼴들을 보고. 그러다가

염제도; [.....] 갑자기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모두들 흠칫하며 염제도를 돌아보고

표대추; [부주! 왜 그러시오?]

반치우; [뭐 속상한 일이라도 생각 나셨소?]

염제도; [별일 아니네. 별일 아니야!] 고개 설레 젓고

염제도; [다만 공가는 왜 이다지도 복이 많은가 생각하니 절로 한숨이 나오는구만.]

표대추; [하긴 저 아이 말대로라면 공자무의 자식들은 넷 다 세상에 보기 드문 인재들이긴 하겠소.] 청풍을 보며 역시 한숨

청풍; (얼씨구! 갑자기 신세한탄 분위기로 급변하네!) 눈 반짝하고

황희설; [제 소견은 이렇소이다!] 청풍의 어깨를 풀어주고 진지한 표정

황희설; [공자무를 비롯한 역대 공가의 가주들이 복이 많은 건 부귀영화를 탐하지 않고 분수를 지키며 쉬지 않고 선행을 베풀기 때문일 거요.]

표대추; [공가의 가주들이 천하제일의 부자면서도 사치를 한다는 소문은 들어본 적이 없긴 하다!] 끄덕

반치우; [어디 그뿐이오?] [매년 수천만냥의 거금을 풀어서 과부와 고아와 병자들을 보살피고 있소!]

반치우; [우리같은 도둑들은 감히 상상도 못할 선행이지!]

청풍; (어라! 그런 일이 있었나?)

청풍; (아버지가 검소한 건 알고 있지만 자식인 나도 모르게 막대한 재물을 풀어 선행을 하고 있었을 줄이야!) 새삼 놀라고

황희설; [각박한 세상이 그래도 이만큼 살만한 건 공씨일족이 남 몰래 큰 역할을 해온 덕분일 거요!]

염제도; [하늘이 보시기에도 가상하겠지.] 끄덕

염제도; [공씨일족은 우리처럼 남의 재물에서 눈을 못 떼는 소인배들과는 질이 다르니....] 탄식

청풍; [거 참! 영문도 모르고 공치사를 들으니 쑥스럽구만!] 머리 긁적

청풍; [헌데 노인장들은 왜 우리집 지하에 들어와 둥지를 틀게 되었소?]

황희설; [왜긴 왜냐? 모두 너희 음흉한 공가의 인간들 때문이지!] 궁시렁

청풍; [설마 우리집에 고용된 호장무사들한테 붙잡혀 왔단 말을 하는 건 아니겠지요?]

황희설; [호장무사?] [! 허수아비나 다름없는 것들이 무슨....]

황희설; [설령 우연히 우릴 봤더라도 못 본 척하는 게 그놈들의 역활인데 붙잡긴 누굴 붙잡아?]

청풍; [그럼 스스로 여기에 들어왔다가 안 나갔다는 말씀?] 눈 반짝

황희설; [요 총명한 놈 같으니!] 청풍의 볼을 꼬집고 + 청풍; [아야야!] 비명

표대추; [너도 봤겠지만 이 안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황금과 보석이 있다.] 한숨

표대추; [아무리 많이 들고 간다고 한들 한 사람이 가져갈 수 있는 양은 한계가 있어서 전체의 만분지 일도 되지 못한다.]

청풍; [오호라! 신투, 대도 소리를 듣는다면 싹쓸이가 전문일 텐데 그 많은 황금과 보석을 남겨두고는 발이 떨어지지 않았겠구만!]

반치우; [네 말 대로다!] 한숨

반치우; [어이없게도 우리가 좋아하는 황금과 보석이 우리의 발을 묶어버렸다.]

표대추; [세상 어디에 이곳만큼 황금과 보석이 많겠느냐?] [설령 빠져나간다고 해도 여기에 쌓여있는 황금과 보석이 그리워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청풍; [낄낄! 영낙없이 끈끈이에 붙어버린 파리 신세로구만!] 배꼽 잡고 웃고

황희설; [버르장머리 없는 놈!] ! 청풍의 뒷통수에 꿀밤을 때린다

청풍; [아야!]

청풍; [아이씨! 왜 때려요?] [꼰대하고 큰형 외에는 맞아본 적이 없는 난데...!] 뒷통수 만지며 눈물 찔끔

황희설; [비유를 해도 파리 뭐냐 파리가?] 눈 흘기고

표대추; [너도 들어오면서 비석에 적힌 글을 봤을 것이다.]

표대추; [이곳 귀부야말로 신투와 대도들의 발걸음이 멈출 수밖에 없는 곳이다.]

청풍; [그렇긴 한데....!]

청풍; [여기선 뭘 먹고 살아요?] [아무리 대도, 신투들이라 해도 황금과 보석을 먹고 살 수는 없잖아요.]

반치우; [그게 역대 공가 가주들의 교활한 점이다.]

반치우; [너도 만만찮다만 네 조상들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어.]

표대추; [당연히 금이나 보석을 먹지야 못한다.]

표대추; [우린 모두 네 아비를 비롯한 역대 가주들이 보내주는 음식으로 살고 있다.]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게 되겠지.]

청풍; [? 그건 또 무슨 얘기에요?] [역대 가주들이 재산 털러 들어온 도둑들을 먹여 살리다니?] 놀라고.

염제도; [그건 노부가 설명해주마!]

돌아보는 청풍

이하 염제도의 회상

 

<노부가 귀부에 들어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칠십오년전이다.> 좀 젊은 시절의 염제도가 귀신 머리 모양의 조각 앞에 서있다. 손에는 장보도를 들고 있고. 그때 나이는 40대 중반. 체구는 작지만 날렵하고 영악한 인상

<당시 내 나이 마흔다섯살이었는데 우연히 손에 넣은 장보도를 따라 귀부에 들어와보니 네 명의 전설적인 선배 신투들이 살고 있었다!> 지금 이 정자에서 네 명의 노인들에게 포권하는 젊은 시절의 염제도

<처음 한동안은 엄청난 보물을 보면서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먼저 들어와 살고 있던 선배 신투들은 그런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보았지만 내가 무얼 하든 말리지는 않았다.> 황금고에서 수많은 황금들을 보며 좋아 죽으려는 젊은 시절의 염제도. 열린 문 밖에서는 네 명의 노인들이 혀를 차고 고개를 젓는다

<매일 매일을 이곳의 보물들을 몽땅 훔쳐갈 야심찬 계획을 세우면서 기쁨으로 보냈다. 하지만 황금전장의 주인에게 들키지 않고 이 많은 황금과 보물을 빼내갈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황금 의자에 앉아서 두 손으로 골을 싸매며 고민하는 젊은 시절의 염제도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무영동부로 돌아와보니 선배 신투들이 한쪽 벽에 설치된 네모난 작은 방에서 황금과 보석들을 꺼내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작은 방은 아래 위로 움직이도록 장치가 되어있는데 너희 집안에서는 매달 벌어들인 이익금을 황금과 보석으로 바꾸어 내려보내곤 했던 것이다.> 커다란 엘리베이터 같은 방에서 금괴들과 상자에 든 보석들을 꺼내 끌차에 싣고 있는 노인들. 놀라서 보는 젊은 시절의 염제도

<황금과 보석을 다 꺼내자 작은 방은 위로 올라갔다가 잠시후 다시 내려왔는데 이번에는 보물대신 진수성찬이 차려진 상이 하나 들어있었다.> 작은 방 안에 수십가지 산해진미가 차려진 커다란 상이 놓여있다.

<나는 신기해하면서도 선배 신투들과 둘러앉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가 비로소 이 상차림이 사인분(四人分)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선배 신투들의 배려로 함께 나누어 먹긴 했으나 사실 내 몫의 음식은 없었던 것이다.> 정자에서 음식을 먹다가 흠칫 놀라서 본다. 큰 상이 사등분 되어 같은 음식이 네곳에 마련되어 있다.

 

염제도; [음식이 어째서 사인분 밖에 안됩니까?] 밥상을 앞에 두고 선배 신투들에게 묻고

노인1; [그걸 알아차리다니...] [이제 자네도 밥값을 낼 때가 된 모양이군.] 탄식.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인다.

염제도; [밥값을 내야한다구요?] 어이없고

노인2; [그럼 마냥 손님 대접 해줄 줄 알았나?] 눈 흘기고

노인3; [우리도 이걸 아주 비싼 값에 사먹는 건데 계속 그냥 달라고 하면 안되지.]

염제도; [값이 얼마든지 간에 다 쳐주겠소. 말만하시오.] 가슴을 주먹으로 치지만

노인4; [이곳에 있는 황금과 보석으로?] 피식

노인2; [그건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릴세.] [진짜 내 소유인 재물이 아니면 이런 진수성찬은 고사하고 만두 한 쪽도 살 수가 없어.]

염제도; [그럼 선배들은 무엇으로, 누구한테서 이 음식들을 사 먹는 거요?]

노인들이 일제히 젓가락으로 천장을 가리킨다.

염제도가 고개를 들어봤지만 그곳에는 천장과 수정기둥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염제도; [대체 무슨...!] + [!] 눈 부릅 깨닫고

염제도; [설마...... 설마 황금전장의 공가들한테서 밥을 사먹는다는......!]

네 명의 선배 신투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염제도; [... 그런 말도 안되는....!] 어이없고

노인1; [드디어 자네도 여기서 빠져나갈 수 없는 신세라는 걸 깨달은 것 같으니 이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 알려줌세!]

노인1; [자네가 그동안 도둑질해서 모아둔 보물들이 숨겨진 곳의 지도를 그려서 위로 올려보내게.]

노인1; [그게 앞으로 자네가 죽을 때까지 먹고 살 밥값이야!]

염제도; [... 이런 개같은 경우가 어디 있소?] [도둑이 모은 보물을 등쳐서 밥장사를 하다니...!] 분개하지만

노인1; [억울할 것도 없어.]

노인1; [오히려 자네가 아끼던 보물들을 언제든지 볼 수 있으니 오히려 행복할 걸세!] 이미심장

 

다시 현실의 정자.

청풍; [이야! 우리 조상님들 머리 좋은데 그래!] 낄낄

청풍; [그러니까 이 안에 있는 보물들의 태반이 지난 오백년동안 숱한 대도와 신투들이 모아들인 거라 이거구만!]

황희설; [똑똑한 조상 둬서 좋겠다 이놈아!] 다시 청풍의 뒷통수에 꿀밤을 주고. 이번에는 맞으면서도 좋아 죽으려는 청풍

반치우; [우린 귀부의 주인이면서 동시에 노예라고 할 수 있다.] 한숨

반치우; [너희 집안이 작은 방을 통해서 내려 보내는 보물들을 관리해야할 뿐 아니라 반대로 어떤 물건이나 재물을 올려 보내라는 쪽지가 전해지면 그대로 따라야만 하기 때문이다.]

청풍; (옳거니! 귀부가 본장의 금고이면서 정작 금고지기는 한 명도 없는 게 이런 이유에서였구나!) 꿀밤 맞은 뒷통수 어루만지고

염제도; [노예지만 행복한 노예지!]

염제도; [무수한 황금과 보석이 있고 날마다 미주와 진수성찬을 맛볼 수 있다.]

염제도; [다만 미인이 없긴 하지만 이미 여자를 그리워할 나이들은 아니니까 큰 문제는 못 된다.]

염제도; [, 자신들이 귀하게 여기고 아끼던 보물들도 빠짐없이 이 안에 들어와 있다.] [가끔 그것들을 꺼내보는 재미도 솔솔잖지!]

청풍; (듣고 보니 일리가 있네!) 끄덕이고

표대추; [너는 이곳 무영동부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누군지 아느냐?]

청풍; [신투 아니면 대도겠죠.] 시큰둥

표대추; [실은 우리는 모두 출신 문파가 같다.] 고개 저으며

표대추; [, 여기 들어오는 자는 너를 제외하고는 모두 동문이라는 얘기야.]

청풍; [아니 어떻게 그럴 수 있죠?]

표대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 그렇게 될 수밖에.]

반치우; [네 조상들은 귀부의 장보도를 이곳에 들어온 사람들의 비급과 함께 십오 년마다 한 번씩 세상에 내보내고는 시치미를 뚝 떼곤 했다.]

반치우; [그래서 세상에는 계속 신투가 등장하고, 그 신투들의 최종 목적지는 바로 이곳이 되는 거야.]

반치우; [그러나 그들은 이곳에 들어오는 순간까지 죽었다 깨어나도 너희 공가들의 음모를 알 수 없지.]

청풍; [여기서 나갈 수는 없어요?]

황희설; [어딜? 우리가 어딜 가냐?] [이곳보다 더 좋은 곳이 세상에 어디 있다고?]

황희설; [너는 황금과 보석보다 더 많은 상상을 하게 해주는 것이 있는 줄 아느냐?]

황희설; [그것들이면 불가능한 게 없어. 일국을 사는 것도 가능하지. 으하하하하하! 황제가 되어 수천 명의 계집을 거느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거야.]

염제도; [힘이 강하면 그 힘을 쓸 필요가 없고 돈이 많으면 쓰지 않아도 배부른 것과 같은 이치다.]

염제도; [슬프긴 하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하루하루를 최고의 행복 속에서 보내고 있다.]

표대추; [평생 도둑질만 한 우리에게 과분한 행복이지. 죽이겠다고 쫓아다니는 원수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

반치우; [이제 머잖아 또 한 놈이 들어올 때가 되었지, 아마?]

황희설; [너도 우리와 함께 여기서 살지 않겠느냐?]

청풍; [난 싫어요.] 급히 부인

청풍; [아직 장가도 안 갔고...... 하여간 싫어요.]

황희설; (젠장! 졸병이 한 놈 생길까 했더니만...!) + [있기 싫으면 나가라. 안 붙잡는다.] 삐지고

청풍; [때 되면 붙잡아도 나갈 테니까 걱정 마세요.] [그 보다 이 안에서 제일 귀중한 게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염제도를 보며 눈 반짝

염제도; [? 아비에게 복수하려고?] 피식

청풍; [날 홀대한 걸 어떻게든 후회하게 만들어 주고 싶어요.]

염제도; [공자무가 네 녀석 때문에 고생 꽤나 하겠구나.] 혀를 차고

염제도; [어쨌거나 아비한테 복수를 하고 싶다면 도와주마.] [비록 금고지기 노릇을 하고는 있지만 너희 공씨와 썩 좋은 감정은 아니니까.]

청풍; [헤헤! 감사합니다.] 포권하며 굽신거리고

염제도; [여기 무영동부는 우리 늙은이들의 거처고 투도지묘는 역대 신투들의 무덤이니 관계없고...!] 청풍의 허리춤을 보고

염제도; [황금고에서 가장 중요한 건 네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그 곤오용봉채(昆烏龍鳳釵)니까 다시 가볼 필요없다.] 곤오용봉채를 가리키고

청풍; [히히히! 내가 물건 보는 눈은 좀 있죠!] 으쓱

황희설; [누가 돈벌레 황금전장 자식 아니랄까봐...!] 코웃음

염제도; [기진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령석(神靈石)으로 만든 팔찌다.]

청풍; [신령석? 그런 돌이 있어요?] 놀라고

염제도; [유래는 노부도 모른다.] [다만 그걸 지니고 있으면 주인의 위험을 알려준다고 하더구나.]

청풍; [오호! 그건 좀 쓸모가 있겠군요.]

염제도; [뿐만 아니라 신령석에는 적화(赤火), 벽수(碧水), 청목(靑木), 흑금(黑金), 황토(黃土)라는 이름을 지닌 다섯 개의 반지가 끼워져 있다.]

이하 반지들을 소개

염제도; [그 중 적화는 불길을 막아주는 피화주(避火珠)를 가공하여 만든 것이고, 벽수는 피수주(避水珠)로 만든 것이라 물과 함께 추위도 물리칠 수 있지.]

염제도; [청목은 아무리 심하게 다친 경우에도 생기가 끊어지지 않게 해주는 보물이고, 흑금은 공력을 주입할 경우 얇은 보검이 되어 무엇이든지 벨 수 있다.]

염제도; [마지막으로 황토는 만독이 침입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몸 속의 독소마저 제거하여 피로를 풀어주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효용이 있다.]

청풍; (바로 이거야!) 주먹 불끈

청풍; (신령석과 오신환(五神環) 정도면 아버지와 큰형이 발을 동동 구르며 아까워 할 게 틀림없어!)

염제도; [마지막으로 무고에는 생사일보(生死一步)라는 보법을 적은 비급이 있는데.....]

청풍; [왜요? 무슨 문제 있어요?]

염제도; [! 생사일보는 워낙 난해해서 지금껏 아무도 연마해낸 적이 없다.]

염제도; [그 때문에 비록 귀한 거긴 하지만 그게 없어진다고 해도 네 아비가 그다지 애통해하진 않을 게다.]

청풍; [그런가?] 갸웃하고

염제도; [생사일보는 잊어버리고 그냥 어장검(漁藏劒)이나 챙겨가라.]

청풍; [그럴 수도 있겠군요.] 끄덕. 헌데

[!] 지금까지 바보같은 표정을 하고 있던 독고사룡의 눈이 음산하게 번득인다. 입술도 히죽 웃고.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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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권씨세가. 역시 저녁 무렵

작은 동산에 만들어져 있는 무쇠의 철문 鍊功關이란 글이 새겨져 있고. 무사들 몇이 경비를 선다. 노인1이 철문 앞에 서서 안에 대고 말하는 중이다.

노인1; [이런 이유로 곧 공씨 형제가 도착하게 되었다.] 철문에 뚫린 작은 환기통에 대고 말하고

노인1; [수련이 긴요한 순간에 이른 건 알지만 가주가 없는 지금 완이 네가 나와서 그들을 상대해줘야겠다.]

<알겠습니다. 곧 나갈 테니 그들을 객청(客廳)으로 초치해주세요.> 안에서 들리는 음성

노인1; [그리하마.] 돌아서 가고

 

어둑한 연공관 내부. 사방의 벽에는 각가지 무기들이 놓인 시렁과 책과 두루마리들이 채워진 책장들이 있고. 연공관 중앙에 놓인 길죽한 탁자 위에 불상처럼 앉아있는 권완. 그녀의 주위로 여러 권의 책과 무기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

권완; (채무를 탕감해줄 뿐만 아니라 무려 사백만냥의 배상금을 지급하겠다고?) 입술 깨무는 권완

권완;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는 제안이다!) (사백만냥의 현찰이 있다면 우리 권씨세가는 단번에 천하제일가로 도약할 수 있으니...)

권완; (그러나... 그러나 그리 되면 내가 당한 치욕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청풍에게 입술을 빼앗기던 장면을 떠올리고

치욕에 떨며 주먹 불끈 쥐는 권완

지지직! 온몸에서 스파크가 일어나고

쿠오오! 그러자 몸 주위로 떠다니던 비급과 무기들이 맹렬한 속도로 회전한다.

권완; (제천대성! 제천대성!)

권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어!] 악을 쓰고

투캉! ! 퍼펑! 주변을 떠돌던 물건들이 사방으로 미사일처럼 퉁겨져 가고. 벽에 박히거나 부러지는 무기들. 비급들도 벽을 강타하고

 

드드드! 진동하는 철문과 작은 동산. 주변을 경계하던 무사들 흠칫하는데

[... 뭐지?] [연공관 안에서 뭔가 폭발한 것 같은데....!] 무사들 어리둥절하고.

드드드! 이윽고 진동이 갈아앉고

[아가씨!] [무사하십니까 아가씨?] 철문으로 달려가 묻지만

철문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아가씨! 문을 열어주십시오!] 쾅쾅! 주먹으로 철문을 치는 무사 한 명. 그때

<별일 없으니까 조용하세요!> 안에서 들리는 음성. 흠칫하는 무사들

[... 알겠습니다!] 포권하고

서로 눈치 보며 철문에서 멀어지는 무사들

 

다시 연공관 내부. 완전히 박살이 나있다. 시렁과 책장들이 부서지고 엎어져 있고. 바닥에는 부러진 무기들과 찢긴 책들이 널려있다.

길죽한 탁자에는 권완이 엎드려 울고 있다.

권완; (그래! 그들의 화해를 받아들이자.) (우리 세가가 그토록 염원해왔던 절호의 기회 아니냐?)

권완; (나 하나만 자결하여 치욕을 잊으면 이번 일은 조용히 끝난다.) 울고

권완; (내 죽음으로 세가가 천하제일가가 된다면 여한은 없어!) 천천히 일어나고.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권완; (황금전장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마무리 짓고... 기중표의 비결만 족보에 기록해놓으면 내가 할 일은 끝난다!) 탁자에서 내려서고

권완; (그런 다음에 죽어버리자!) 문간으로 가고

권완; (영원히 잊을 수도 없고 설욕 할 수도 없는 치욕을 품고 살아갈 수는 없으니...!) 끼익! 문을 열고

권완; (제천대성!) (너에 대한 원한은 다음 생에서나 갚을 수 있겠구나!) 처연하게 웃으며 나간다. 야비하게 웃는 청풍을 떠올리고

 

#23>

어둑해지기 시작하는 황금전장. 권씨세가의 무사들이 철수하여 썰렁하다

황금전장 지하의 귀부. 귀신이 입을 벌린 모양의 거대한 조각

그 내부. 여기저기 육중한 문이 열려져 있고. 기관장치들이 파괴되어 있으며 부러진 화살과 창등이 도처에 널려있다. 누군가 함정을 돌파한 모습.

육각형의 넓은 광장. 그 광장 앞에 서있는 청풍. 뒤에는 열려진 문이 있고. 앞에는 닫혀진 다섯 개의 문이 있다. 각 문에 붙어있는 팻말. 黃金庫 奇珍庫 武庫 無影洞府 偸盜之墓라는 글들의 적혀있다. 마지막 하나의 문은 청풍이 뚫고 들어온 문

청풍; [흐흐흐! 제 아무리 절묘한 기관함정이라도 철궁의 궁주인 이몸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거지!] 손을 털며 득의해하고.

이어 다섯 개의 문을 차례로 둘러본다.

청풍; [황금고(黃金庫) 기진고(奇珍庫) 무고(武庫) 무영동부(無影洞府) 투도지묘(偸盜之墓)....!] 팔짱 낀 채 발을 까닥거리고

청풍; [황금고는 황금을 보관하는 곳이고 기진고에는 각가지 보석과 기진이보가 들어있겠지!] 황금고와 기진고를 보고

청풍; [무고에는 무공비급과 신병이기들이 들어있을 걸로 이해가 가는데...] [무영동부와 투도지묘는 대체 뭐지?] 무영동부와 투도지묘를 보며 갸웃

청풍; [알게 뭐냐?] [내가 수많은 기관함정을 뚫고 여기까지 들어온 이유는 꼰대를 물 먹이기 위해서잖아!] 황금고로 가고

청풍; [꼰대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게 황금!] [그걸 가능한 많이 훔쳐서 달아나면 꼰대의 꼭지가 돌아버리겠지?] 히히덕거리며 황금고의 문을 두 손으로 민다.

그그긍! 안쪽으로 열리는 철문. 헌데

청풍; [꼰대가 팔팔 뛰는 걸 상상만 해도 십년 묵은 체증이 싸악....!] 말하다가 눈 부릅

! 안쪽으로 열린 철문 내부는 천장이 아주 높고 넓이도 광활한 광장. 헌데 광장에 금괴들이 산더미같이 쌓여있다. 금괴뿐만 아니라 금부처, 금돼지, 금송아지, 거대한 황금 거북, 금으로 만들어진 각가지 생활도구등등 금으로 만들어진 온갖 물건들이 그야말로 산더미다. 광장의 넓이는 학교 운동장 정도인데 몇 개인가의 언덕을 이루며 금붙이들이 쌓여있다.

청풍; [.... 뭐야 이거?] 입이 쩍 벌어지고

청풍; [.... 이게 다 황금이야?] [내가 지금 헛걸 보고 있는 건 아니고?] 비틀 거리며 금붙이들 사이를 걸어가며 넋이 나가고

청풍; [하하하! 이건... 이건...!] 어이가 없어서 실실 웃으며 여러 개의 언덕 중 하나로 기어올라간다.

그 언덕 위에는 황금으로 만들어진 멋들어진 의자가 하나 놓여있다. 의자 위에는 두 개의 황금 비녀가 놓여있다. 끝에 각기 용과 봉을 새겼고 길이는 50센티 정도이며 끝이 아주 날카로워 꼬챙이 같다. 곤오용봉채라는 무기다.

언덕 위로 올라가서 이마에 손을 대고 둘러보는 청풍.

몇 개인가의 금붙이들로 이루어진 언덕이 있고 광장 끝이 잘 안보일 정도다.

청풍; [하하하!] 실성한 듯이 웃으며 뒤쪽에 놓여있는 황금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황금의자에 놓여있던 곤오용봉채가 엉덩이에 깔리고

청풍; [젠장할! 우라질! 썩을! 빌어먹을!] 황금 의자에 푹 파묻힌 채 실실 웃으며 욕지거리를 해대고

청풍; [뭐가 이렇게 많아?] [우리 집안이 부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청풍; [이래서는 꼰대에게 복수고 뭐고 말짱 황이잖아!] 한숨 푹

청풍; [나 혼자 아무리 기를 쓰고 빼돌려 봐야 워낙 많아서 티도 안날 테니까!]

청풍; [수백대의 수레를 동원하여 퍼나르면 좀 흔적이 나겠지만 그딴 짓은 도저히 불가능하고....!]

청풍; [금이란 게 절대불변하는 성질을 지녔으니 훼손하여 분풀이를 할 수도 없지!] 턱을 괴고 한숨

청풍; (그나저나 이해가 안 가네.) 찡그리며 생각

청풍; (우리 집안이 돈놀이를 해온 역사가 오백년이 넘는다고는 해도 이렇게 엄청난 황금을 모으기는 어려웠을 텐데...!)

청풍; [설마 금붙이들이 지들끼리 응응해서 새끼라도 친 건가?]

청풍; [시방 뭔 망상이냐?] 피식

청풍; [금붙이가 새끼를 칠 리가 없잖아!] 중얼거리다가 흠칫하며 사타구니 사이를 본다. 비로소 곤오용봉채를 깔고 앉은 것 발견하고

청풍; [뭐지?] 엉덩이를 들어 두 개의 비녀를 집어든다.

비녀를 자세히 살핀다.

청풍; [보통 물건이 아니다.] 눈 반짝

청풍; [금과 같은 성질을 지녔으면서도 경도(硬度)는 금강석에 가깝다는 곤오금(昆烏金)으로 만들어졌다.]

청풍; [끝이 날카로운 걸 보면 단순히 장식품이 아니라 일종의 무기다.] 하나를 들어서

옆의 금덩이를 찔러본다

푸욱! 금덩이를 뚫고 들어가는 곤오금봉채의 날카로운 끝부분

곤오금봉채에 찍힌 금덩이를 쳐들어보고

청풍; [금덩이를 두부처럼 뚫어버리는군!] [이거 앞에서는 금강불괴고 뭐고 소용이 없겠어!] 금덩이를 뽑아서 던지고

청풍; [힘들게 들어왔는데 빈손으로 나가기도 뭐하니 이거나 가져가야겠다.] 곤오금봉채를 들고 일어서고

청풍; [에휴! 왠지 헛고생을 한 기분이구나!] [이 정도일 줄 알았으면 괜히 관문 뚫느라 힘 빼지 말고 퍼져 잠이나 잘 걸!] 곤오용봉채를 양쪽 허리춤에 끼우며 금붙이의 산을 내려간다

다시 황금고에서 나오는 청풍

기진고와 무고를 힐끔 보고

청풍; [이젠 저 문들을 열어보는 것조차 겁이 나는군!]

청풍; [그래도 기왕에 들어왔으니 구경이나 해보자!] 기진고로 가고

그긍! 문을 밀어서 연다.

! 문이 열리자 안에서 강렬한 빛이 터져나온다

이마 찡그리며 안을 들여다 보고

기진고 안쪽은 황금고 보다 넓지는 않다. 하지만 그래도 수백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방인데 그 방에는 각가지 보석들이 역시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청풍; [예상했던 대로군!] 한숨

청풍; [넓이는 황금고의 십분지 일도 안되지만 들어있는 물건의 가치로 따지면 황금고 보다 몇 배는 더 되겠다.]

청풍; [수만냥짜리 보석이 지천으로 굴러다닌다만.... 꼰대에게 복수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해!] 고개 설레 저으며 돌아서고.

청풍; [하여간 너무 큰 부자한테는 도둑질로 복수한다는 게 불가능한 일이구나.] [개미가 코끼리 뒤꿈치를 깨무는 것과 마찬가지니...] 한숨 쉴 때

[낄낄낄!] [우히히히히히!] 갑자기 어디선가 들리는 웃음소리

청풍; [으헉!] 기겁하며 돌아보고

[우하하하하!] [케헤헤헤헤!] 다시 들리는 웃음소리

청풍; [... 뭐야?] [여기 나 말고 또 누가 있는 거야?] 겁에 질려 두리번거리고

청풍; (이름 그대로 귀부에는 귀신이 사는 게 아닐까?) (귀신이 여길 지키고 있기 때문에 아버지는 항상 안심하고 있었나?) 겁에 질려 뒷걸음질치는데

[낄낄낄!] [켈켈켈!] 다시 웃음소리가 들리고

반사적으로 돌아보는 청풍

無影洞府라는 팻말이 확 크로즈 업 되고

청풍; (무영동부! 저기서 나는 소리다!) 침 꼴깍. 낄낄낄! 우헤헤헤! 그 사이에도 계속 웃음소리가 들리고

청풍; (..... 귀신이 산다고 해도 우리 집안을 지키는 귀신이니까 겁먹을 필요 없어!) (대체 어떤 귀신들인지 확인해 보자!) 떨면서 문을 연다. 무영동부의 문은 다른 문과 달리 보통 집안의 문같다.

삐꺽!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을 조심스럽게 들여다 본다

직후 눈 부릅 청풍

! 무영동부 안쪽은 잘 가꿔진 정원이다. 정자가 있는 숲이 있고 연못도 있고. 아주 높은 천장에 박힌 여러 개의 수정 기둥을 통해서 빛이 들어와 대낮같이 환하다. 새도 날아다니고. 연못과 연못을 잇는 수로에는 물고기들도 헤엄친다

청풍; (황금전장 지하에 이런 별천지가 있다니...!) 놀라면서 조심스럽게 들어가고

, 연못, 기기묘묘한 바위들로 꾸며진 가산등등을 보여주고. 숲 사이에 정자가 있는 데 사람 키만한 나무들이 에워싸고 있다. 그 정자에 사람들이 몇 명 있는 게 어렴풋이 보인다.

청풍; (틀림없다! 여긴 귀부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이 보관된 장소다.) (귀신이든 사람이든 유독 이곳만을 지키고 있는 게 그 증거야!) 눈 반짝이며 숲에 둘러쌓인 정자로 다가가고

그러다가 흠칫 청풍.

숲으로 가려면 개울을 건너야하고 그 개울에 걸린 아치형의 돌다리가 있는데 다리 입구에 비석이 하나 서있다. 비석에는 글이 적혀있다.

청풍; [뭐라고 적혀있는 거야?] 들여다본다

청풍; [소문이 멈추는 곳은 군자(君子)에 이르러서고 천하의 대도(大盜) 신투(神偸)가 멈추는 곳은 바로 여기다?] 비석의 글을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읽고

청풍; [뭔 소리래?] 갸웃

청풍; [군자가 남의 말을 옮기지 않는다는 건 이해가 가는데 도둑들은 왜 여기서 발길을 멈추는데?] 생각하는데

! 하는 커다란 방귀 소리가 들린다.

청풍; (방귀소리?) 흠칫하며 숲에 둘러쌓인 정자 쪽을 보고.

청풍; (요즘 귀신은 방귀도 꾸나?) 갸웃할 때

[우헤헤헤헤! 어떻소? 이번 것은 정말 대박이지 않소?] [낄낄! 어림없는 소리!]

[대박 소리를 들으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 ! ! 부욱! 부욱! 피시식! 연달아 들리는 방귀 소리

청풍; (우웩!) 코를 싸매고

청풍; (.... 뭐야 이 지독한 냄새?) (귀신이 아니라 어떤 인간들이 방귀뀌기 시합을 하고 있는 거야?) 오만상을 쓰고. 그때

[으헤헤! 이번엔 내 차례요?] 누군가 외치고. 직후

뿌욱! 퍼더더덕! 방귀소리와 함께 똥을 싸는 소리가 들리고

[으악!] [X쌌다!] [뭐하는 짓이냐 넷째?] 숲에서 비명이 들리고

청풍; (... 방귀를 세게 뀌려다가 X을 쌌구나!) 우엑! 헛구역질하고. 그때

스팟! 휘익! 청풍이 서있는 곳으로 유령처럼 나타나는 세 명의 노인. 하나같이 옷을 아주 잘 입었고 해학적으로 생겼다. 전부 코를 싸매고 있다.

청풍; (가공할 경신술!) 놀랄 때

표대추; [독고사룡(獨孤獅龍)! 저 또라이가 또 일을 저질렀어!] 청풍은 본 척도 않고 정자 쪽을 노려보며 코를 싸매고. 무영동부에 사는 다섯 노인 중 둘째. 키가 멀대처럼 크고 눈썹과 머리가 다 하얗다. 나이는 백살 정도지만 정정하다. -무영동부(無影洞府) 서열이위 표대추(標待秋) 97 나레이션을 달아준다

반치우; [젠장할! 그러니까 넷째는 시합에 참가시키지 말자고 하지 않았소?] 뚱뚱보. 역시 눈썹과 머리가 희고. 다섯 노인 중 셋째. 나이는 90살 정도. 역시 정정하고. -무영동부 서열삼위 반치우(潘癡愚) 83

황희설; [누가 끼워주기나 했소? 자기가 알아서 참가했지!] 반백의 머리와 수염. 평균키에 멋쟁이다. 무영동부 서열 5. 나이는 65세정도지만 겉보기에는 50세 정도로 보인다. -무영동부 서열오위 황희설(黃希說) 67

[으헤헤! 이겼다! 내가 이겼다!] 누가 정자 쪽에서 좋아라 외치고

[이놈아! 똥이나 닦은 다음에 좋아해! 움직이지 말어!] 정자 쪽에서 누가 버럭 외치고

반치우; [부주(府主)! 게서 뭐하시오?] 까치발을 하며 정자 쪽을 보며 외치고

반치우; [똥싸개는 냅 두고 빨리 이리 오시오!] 외치지만

염제도; [헛소리 말고 네놈들이나 이리 돌아와!] 호통소리가 들리고. 정자에 남은 두 사람 한명. 무영동부의 최연장자.

염제도; [시작했으면 마무리를 해야할 거 아녀?]

반치우; [딴놈이 똥싼 마무리를 왜 우리가 해야하는 거요?]

염제도; [그럼 다 늙은 내가 하리?] [빨리 와서 똥 치우지 못해?]

반치우; [아이 참! 싫은데...!]

표대추; [! 어쩌겠냐? 넷째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데.....] [가자!] 한숨 쉬며 다시 정자 쪽으로 간다. 반치우와 황희설도 죽상을 하며 정자로 가고

청풍도 어슬렁어슬렁 노인들을 따라간다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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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역시 황금전장.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들

슈욱! 위를 보는 자세로 허우적대며 아래로 떨어지는 청풍의 몸뚱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이곳은 어둑한 지하실이다. 천연 종유동굴에 인공을 가해서 만든 동굴.

털썩! 바닥에 떨어지는 청풍

한번 떨어졌다가 펄떡이며 조금 퉁겨져 올랐다가

털썩! 널부러지는 청풍

청풍; [크으!] 고통에 몸을 뒤틀고

청풍; [아구구! 나 죽네! 나 죽어!] [뼈가 여러 군데 작살 난 것 같애!] 끙끙 대며 신음

그그긍! 아득한 위쪽, 종유석 사이에 나있는 사각형의 입구가 닫히고 있다. 입구 위쪽은 불빛이 있어서 밝다.

닫히는 입구에서 공대벽이 내려다보고 있고

청풍; [형님! 큰 형님!] 일어나며 비명 지르고

청풍; [제발 꺼내줘요! 여기 무서워요!] 방방 뜨며 애걸하지만

그그긍! 무정하게 닫혀버리는 입구

청풍; [나 혼자 두고 가지 말아요! 어두운 건 싫다구요!] [제발 꺼내줘요! ?] 무릎을 꿇은 채 두 손 모아 애절하게 애원하지만

밖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무릎 꿇고 두 손 모은 채 올려다보다가

청풍; [! 매정한 인간 같으니라고!] 표정이 싹 변해서 삐죽 거린다

청풍; [아버지나 큰형이나 똑같은 인간이야!] 벌러덩 드러눕는다

청풍; [하여간 누가 돈벌레들 아니랄까봐 인정머리라곤 손톱만큼도 없어요!]

청풍; [내가 뭐 나 좋자고 일을 벌린 거야?] [다 집안을 위해서 잘 해보려다가 생긴 일이잖아!]

청풍; [지난 이년동안 내가 회수한 악성채권이 얼만데?] [딱 한번 실수했다고 완죤히 죽일 놈 취급을 해?] [줏어온 자식한테라도 이러진 않을 거다!]

청풍; [아우! 생각할수록 열 받네!] 벌떡 일어나 앉고

청풍; [좋다 이거야! 나한테 악감정 생기게 만들었겠다?] [두고보자구! 날 이렇게 홀대한 대가는 반드시 치루게 될 테니까!] 두리번거리고. 그러다가

갑자기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거대한 귀신의 얼굴. 입을 딱 벌리고 있다

청풍; [엄마야!] 깜짝 놀라 뒤로 물러앉고

그러다가 흠칫하는 청풍

! 한쪽 벽에 새겨진 거대한 귀신의 얼굴. 집채만한데 아주 리얼하고 흉측하다. 입을 쩍 벌린 부분이 또 다른 곳으로 통하는 입구다. 그리고 귀신 머리 위쪽에 鬼府라는 글이 커다랗게 새겨져 있다.

청풍; [에효! 간 떨어질 뻔했네! 석벽을 깍아 조각한 귀신 머리잖아!]

鬼府라는 글 크로즈 업

청풍; [귀부(鬼府)...!] [저곳이 진짜 귀부 입구구만!] 끄덕이고

반짝! 청풍의 뇌리에 전구가 떠오르고

청풍; [잠깐! 귀부는 감옥이면서 동시에 우리 황금전장의 비밀금고였지!]

청풍; [그렇다는 건 저 안에 우리 집안이 지난 오백년동안 벌어들인 어마어마한 재산이 고스란히 들어있다는 얘기!] 팔짝 뛰어서 일어나고

청풍; [으흐흐흐! 날 물 먹인 대가를 치루게 해주겠어!] [수전노에 왕소금인 꼰대를 열받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이거야!] 히히덕거리며 귀신 얼굴로 이루어진 귀부로 쪼르르 달려들어간다. 다람쥐같다

청풍; [천덕꾸러기 막내아들놈은 당신의 피같은 보물들과 함께 사라져드리겠습니다요 아버지!] 히히덕거리며 귀부 안으로 사라진다.

 

#20>

금릉의 뒷골목. 허름한 객점.

상춘우; [전정무!] [벽력탄(霹靂彈)은 언제쯤 완성되겠나?] 어둑한 방안에 네 명이 둘러앉아있다. 상춘우가 상좌에 앉았고 그 앞쪽에 위지삼수, 종리전, 전정무가 앉아있다

전정무; [유황과 염초가 충분히 입수되었으니 늦어도 사오일 내로 완성될 거요.]

상춘우; [다행이로군!] 끄덕이고

상춘우; [이 주위의 방은 전부 전세를 냈고 그 중 하나에는 방음장치를 확실히 해놨다.]

상춘우; [그 방 안에서라면 남의 이목을 끌지 않고 작업할 수 있을 테니 서둘러주게!]

전정무; [염려마시오 상형.]

위지삼수; [벽력탄까지 준비하는 것만 봐도 이번 일이 쉽지 않을 거란 걸 알겠소!] 눈치 살피고

대답하지 않고 창밖을 보는 상춘우

위지삼수; (저 인간이 또 내 말을 씹네!)

위지삼수; (육만냥이란 거금에 고용된 건만 아니면 그냥 확....!) 흘겨보는데

상춘우; [삼수!] 창밖을 보며 입 열고

위지삼수; [... 왜 그러시오?] 뜨끔

상춘우; [자네는 황금전장의 금고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나?]

위지삼수; [황금전장 그 자체가 금고 아니오?] 어리둥절

위지삼수; [그리고 우리 같은 살수가 금고를 찾을 이유가 뭐 있소?] [청부받은 인간의 목이나 따오면 되거늘...!]

상춘우; [황금전장에는 풍류재신 공자무가 초청해놓은 신비고수가 도사리고 있다.]

종리전; [... 신비고수?] 겁에 질려 되묻고

전정무; [벽력탄을 준비하는 게 그자를 상대하기 위해서요?]

상춘우; [자네들, 황희설(黃希說)이란 이름을 들어봤나?] 세 사람을 돌아보고

전정무; [황희설이라면 사십여년동안 도둑질을 하면서 단 한 번도 꼬리를 잡힌 적이 없다는 전설적인 신투(神偸) 아니오?]

종리전; [하지만 그 늙은 도둑은 십오년전쯤 세상에서 사라졌는데....] + 위지삼수; [!] 무언가 깨닫는 위지삼수

위지삼수; [혹시 신투 황희설이 사라진 게....!] 놀라는데

상춘우; [()영감조차 황금전장의 담장을 넘어가긴 했지만 빠져나오지는 못했다.] 고개 끄덕이고

전정무; [신비고수에게 잡혔겠구려!] 침 꼴깍

상춘우; [신투 황희설의 무공과 기지, 특히 경신술이 얼마나 대단했었는지 다들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전정무; [쏟아지는 폭우 속을 산책하고 돌아온 황영감의 몸에 한 방울의 비도 묻어있지 않았다는 소문은 들었소!]

종리전; [... 공씨부자를 제거하려면 그 대단했다는 황희설조차 사라지게 만든 신비고수를 먼저 상대해야한다는...] 겁에 질리고

상춘우; [그렇다!] 끄덕

위지삼수; [헌데 그 신비고수하고 황금전장의 금고하고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거요?]

상춘우; [삼수 자네가 무공실력은 괜찮은데도 칠대살수에 끼지 못하는 것은 생각하는 게 그것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위지삼수; [상형! 말이 좀 심하구려!] 얼굴이 벌개져서 벌떡 일어나고

위지삼수; [내 생각의 어디가 잘못되었다고 그렇게 비하하는 거요?] 삿대질

상춘우; [자네 같으면 비싼 돈 주고 고용한 절대고수를 화장실에 쳐박아두겠나? 침실에 쳐박아두겠나?]

위지삼수; [나라면 제일 중요한 곳을 지키게......!] + [!] 말하다가 깨닫고 입을 다문다

비웃는 상춘우

위지삼수; [우라질!] 인상 이지러지며 다시 털썩 주저앉고

상춘우; [아마도 우린 황금전장의 금고까지 들어가야 할 것이다.] [신비고수를 제거하지 않고는 공씨부자를 죽이지도 못할 테니...!]

종리전이 꼬르륵 하며 기절해서 의자채로 뒤로 나자빠지고

전정무; [저 새가슴이 또....!] 한숨 쉬며 고개 젓고

위지삼수; (기절할만도 하지!)

위지삼수; (기관진식의 전문가인 종리전인지라 황금전장의 금고에 접근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 테니...!) 인상이 이지러지고. 그때

지고운; [돌아왔어요!] 여장을 하고 교태로운 자태로 음리붕과 함께 들어선다. 음리붕은 방 밖을 경계하며 따라들어오고

상춘우; [지고운! 음리붕!] [왜 이렇게 늦었나?] 인상 쓰고

상춘우; [살행(殺行)을 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염탐만 하고 오랬는데 반나절이나 걸려?] 두 사람을 노려보고

지고운; [서운한 소리 말아요!] [황금전장의 지금 상황을 알면 상형도 그렇게 말하진 못할 거예요.] 자리에 앉으며 이놈은 차림새 뿐만 아니라 말투도 완전히 여자다

위지삼수; [뭔 일이 있었는가?] 흠칫

음리붕; [이거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소.]

음리붕; [황금전장에서 무슨 낌새를 챘는지 권씨 세가의 무사들을 동원해 모든 길목을 다 막고 있지 뭐요.] 역시 자리에 앉아서 술을 따라 마시고

지고운; [한마디로 나는 새도 출입하기 어렵게 됐다는 말이죠.] 손을 턱에 괴며 콧방귀. 몸짓도 아주 나긋나긋하다

상춘우; [말도 안 되는 소리!] 탁자를 주먹으로 치고

상춘우; [권씨세가가 어떤 곳인데 황금전장이 함부로 부려먹을 수 있단 말인가?]

음리붕; [하지만 틀림없는 권씨세가의 무사들이었소.]

음리붕; [수백명이나 동원되어 황금전장을 출입하는 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몸수색을 할 정도요.]

음리붕; [지고운과 부부로 위장하지 않았으면 우리도 꼼짝없이 신분이 드러날 뻔했소.]

상춘우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지고운을 돌아보고.

지고운; [맞아요.] 까닥

지고운; [무슨 이유에선지 황금전장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조사를 받았어요.]

지고운; [다만 음형의 생각과는 다른 게 내가 보기에 권씨세가는 황금전장을 지켜주는 게 아닌 것 같았어요!]

상춘우; [지켜주는 게 아니면?]

지고운; [노골적인 영업방해로 보였어요.] [황금전장 호장무사들의 심기도 불편해보였구요.]

위지삼수; [그렇다면 혹시...!] 흥분

지고운; [황금전장과 권씨세가의 사이가 어떤 이유로 험악해진 게 분명해요!]

[!] 상춘우의 눈이 번쩍

상춘우; (어부지리!)

상춘우; (지고운의 판단이 옳다면 이건 천재일우의 기회다!) 흥분하여 주먹 꾸욱 쥐고

 

#21>

저녁 무렵. 황금전장의 정문. 권씨세가의 남녀 무사들이 살벌하게 서있고. 그 때문에 황금전장 주변에는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다.

황금전장 정문이 보이는 맞은편 가게는 문을 닫았는데 그 가게의 처마 아래에는 몇 명의 노인들이 서있다. 노인들 앞에는 조천검 권필중이 지팡이를 짚은 채 의자에 앉아있다

권씨세가 무사들 흠칫하며 황금전장의 문을 본다.

문으로 걸어 나오는 두 명의 청년. 바로 공대복과 공당한. 앞장 선 공대벽은 담담한 표정이지만 공당한은 겁에 질려있고 공당한의 두 손에는 보자기로 싼 큼직한 상자가 하나 들려져 있다. 공대벽은 허리에 검을 차고 있다.

<황금전장의 큰아들과 셋째아들이다!> 흉흉한 기세로 칼과 검에 손을 대는 권씨세가 무사들. 하지만

<막지 말고 보내라!> 뒷쪽에서 노인들의 전음이 젊은 무사들에게 들리고

뒤쪽의 노인들을 향해 고개 숙여보이는 젊은 무사들

길을 열어준다.

권씨무사들이 좌우에서 살벌하게 노려보는 사이로 걸어가는 두 형제. 권씨세가의 노인들을 향해 걸어간다

공당한; [... 무림인들이 아무리 법도를 모른다고 하지만 사... 사자(使者)를 해치진 않겠지요?] 공대벽을 따라가며 겁에 질려 속삭이고

공대벽; [그건 모르지.] 웃고

공대벽; [너라면 가전무공까지 기록된 족보를 뺏어간 자를 이성적으로 대할 수 있겠느냐?]

공당한; [... 공맹(孔孟)의 도리도 모르는 무식한 자들이 귀를 막은 채로 공격하면 소제는 감당할 방법이 없습니다.] 겁에 질려

공대벽; [걱정마라!] [하늘 아래 그 누구도 내 아우들을 해치진 못한다.] 단호

공당한; (형님!) 감격

그 사이에 권필중과 노인들 가까이에 이르고

공당한; [형님! 일을 원만히 해결하려면 무릎을 꿇고 사죄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겁에 질려 속삭이고

공대벽; [나는 장사꾼이다.] 웃고

공대벽; [장사꾼이 입을 열어 웃음을 팔고 허리 숙여 자존심을 팔지 않으면 뭘 팔 수 있겠느냐?]

이윽고 권필중 앞에 이르는 두 형제

살벌한 표정으로 노려보는 노인들

공대벽; [황금전장의 공대벽이 세가의 최고 어른이신 조천검 권노야를 뵙습니다!] 정중하게 포권하고

공당한; [... 말학후진 공당한도 만인의 우러름을 받는 세가의 노야들을 뵙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떨면서 역시 고개 숙이고. 두 손으로는 상자를 바쳐든 상태

권필중; (이놈들이 풍류재신 공자무가 자랑하는 네 아들 중 첫째와 셋째로군!) 차갑게 두 형제를 노려보고

포권한 자세로 의연하게 서있는 공대벽과 억지로 용기를 내지만 떨고 있는 공당한의 모습을 크로즈 업

권필중; (공자무가 자식 농사까지 잘 지었다는 소문이 사실이었어!)

권필중; (첫째는 태산같이 진중하고 의연하며 셋째는 영특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인다.) (이대로 자라면 장차 얼마나 크게 될지 모를 놈들이다.) 공대벽과 공당한의 모습

권필중; (이왕 황금전장과 싸우게 된 이상, 잘 해결할 수 없다면 기필코 황금전장의 씨를 말려야겠구나.)

권필중; (한 놈이라도 빠져나간다면 장차 세가가 그 후환을 감당하기 어려울 테니....) 살벌한 표정

공대벽; (살기!)

공대벽; (이 노인이 제대로 각오를 하고 찾아왔군!) 쓴웃음. 그때

권필중; [경각심을 더욱 높이고 물샐틈없이 지켜라.] [돈벌레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으니 무슨 꿍꿍이가 있을지 모른다.] 몰려든 젊은 무사들에게

[존명!] 일제히 대답하는 주변의 젊은 무사들

이어 다시 몸을 날려 황금전장의 입구 쪽으로 달려간다.

공대벽; [가부께서 이번 일의 해결을 저희 형제에게 일임하셨습니다.] [아무쪼록 저희들에게 사죄할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권필중; [자네들 황금전장이 그토록 간이 큰 줄은 몰랐네.] 코웃음

권필중; [아무리 급하다 한들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짓이 있는 법이거늘...] [자네들은 돌이킬 수 없는 대죄를 범했어.] 노려보고

공당한; [저희 형제의 막내가 아직 어리고 철이 없어서 감히 세가에 죄를 범했습니다.] 앞으로 나서고

공당한; [세가에서 어떤 처분을 하시더라도 달게 받아야 하는 것이 저희들의 마땅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상자를 바쳐보이고

권필중; [네가 들고 있는 것은 그놈의 목이냐? 우리 세가의 보물이냐?]

공당한; [인명은 재천이거늘 죄를 지었다고 함부로 벨 수야 있겠습니까?]

공당한; [대신 족보와 함께 사죄의 뜻으로 세가에서 발행한 차용증서 일체와 채무의 두 배에 해당하는 배상금을 넣었습니다.]

<두 배의 배상금!> <채무를 탕감해줄 뿐 아니라 사백만냥을 배상금으로 내놓겠다고?> 권필중과 노인들의 안색이 경악으로 물들고 (; 은자 한 냥의 현재 가치는 5만원~10만원. 이하 한 냥 5만원으로 계산)

<.... 사백만냥(이천억원)이면 황실 일 년 경비의 사할이 넘는 거금인데....!> 침 삼키는 노인들 (; 전성기 명나라 황실의 일 년 경비 약900만냥)

권필중; (풍류재신 공자무가 구두쇠이기는 하지만 쓸 때는 화끈하게 쓴다는 소문이 사실이군!)

권필중; (사백만냥이면 우리 가문 전체 재산의 몇 배...!) (그것도 당장 쓸 수 있는 현찰이라면....) 흥분

권필중; (완아가 복원해놓은 조상님들의 무공과 함께 우리 권씨세가를 단숨에 천하제일가로 만들어줄 수도 있다!)

권필중; (하지만 저놈들의 제안을 냉큼 받아들일 수는 없다!) 공대벽과 공당한을 노려보고

권필중; (총명하기 그지없는 완아는 이런 결과까지 다 계산해놓았을 터...!) 권완을 떠올리고

권필중; (어쩌면 더 큰 양보를 받아 내거나 심지어 이번 일을 빌미로 황금전장 자체를 흡수하는 방법마저 세워놨을지도 모른다.) 심호흡

권필중; (늙은 내가 괜히 중간에 나섰다가 산통을 깨버린다면 조상님들 뵐 면목이 없는 일이지.) 끄덕이고 + [정덕(正德)!] 노인들 중 한 명을 부르고

노인1; [예 백부님!] 나서고

권필중; [일단 가져온 걸 접수해라!] 공당한이 들고 있는 상자를 보며 손짓하고

노인1; [!] 대답하며 나서서 공당한의 손에 들린 상자를 받으려 하고. 순간

번쩍! 섬광이 노인1의 앞에서 번뜩이더니

어느 틈에 노인1의 목에 겨눠진 공대벽의 검

[감히!] [네놈이...!] [무슨 짓이냐?] 노인들 분노하여 무기를 손에 대며 공대벽을 공격하려 하고. 하얗게 질려 달달 떠는 공당한

권필중은 손을 들어 노인들이 공대벽을 공격하는 것을 막으면서도 눈살을 찌푸리고

분노하면서도 공격은 하지 않고 물러서는 노인들. 노인1도 물러서는데 분노한 표정

권필중; [무슨 뜻이냐?] 공대벽을 노려보고

공대벽; [결례했다면 용서하십시오.] 검을 거두고

공대벽; [저는 장사꾼이고 노야께서도 장사꾼과 거래를 해보셨을 줄로 압니다.] 검을 검집에 넣고

공대벽; [대저 어떤 거래든지 증인이나 증거가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포권하고

공대벽; [하지만 이 자리에는 마땅히 증인이 될 만한 사람이 없으니 증거가 먼저 있지 않고서야 어찌 선뜻 물건을 넘겨줄 수 있겠습니까?] 둘러보고

권필중; (말로는 당할 수가 없는 놈이로군!) + [! 장사꾼 녀석이 제법 검을 쓰는구나.]

권필중; [설마 황금전장에서 밑천 없는 장사(강도나 도둑질)도 하는 건 아니겠지?]

공대벽; [밑천 없는 장사꾼들한테서 본전이라도 잃지 않고자 배운 것입니다.] 담담

공대벽; [저희 집안에는 눈꼽만한 재물이 있을 뿐인데도 종종 벼룩보다 더 작은 것들이 여러 가지 핑계로 거저 얻고자 하는 때문이지요.] 냉소하고

권필중; (이놈이! 감히 우리 세가를 벼룩에 빗대?) 분노하지만

권필중; (오냐! 언제까지 그 매끄러운 혀를 놀릴 수 있을지 보자!) + [껄껄껄! 과연 황금전장을 이을만한 인재로군.]

권필중; [그래 어떤 증거를 원하는가?]

공대벽; [족보를 안전하게 돌려받았으며, 이후 이와 관련해서 저희 황금전장에 어떤 형태로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증서(證書)를 써주시기 바랍니다.]

권필중; [족보야 마땅히 돌려받아야 하네만 자네가 원하는 증서는 오직 가주만이 써줄 수 있네.]

권빞룾; [노부가 비록 본 세가의 제일장로라고는 해도 그럴 재량은 없어.]

공대벽; [그러시다면 저희 형제가 가주님을 직접 뵐 수 있게 해주시길 청합니다.]

권필중; [가주는 출타중이다. 당장 며칠 내로 돌아오긴 힘들다.] 고개 젓고

공당한; [이 상자 안에는 세가의 족보뿐만 아니라 저희 황금전장의 배상금도 함께 들어있습니다.] 상자를 들어 보이고

공당한; [족보를 다시 황금전장으로 가져가는 것은 세가측에서 허락치 않으실 테고...] [저희도 거금을 증서도 받지 않고 드릴 수는 없습니다.]

권필중;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공당한을 노려보며.

공당한; [... 증서가 준비될 때까지 세가의 족보와 배상금은 저희가 가지고 있겠습니다.] [대신 세가에서는 저희의 신병을 확보하고 계십시오.]

공당한; [그러면 서로 아무런 문제가 없을 듯합니다.]

권필중;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군.) (강제로 빼앗을 수도 있으나 그랬다가는 우리 세가의 평판이 나빠질 테니...!) 한숨

권필중; [좋다! 원하는 대로 해주마!] 일어나고

권필중; [세가로 함께 가자!] [모두 철수해라!] 앞장 서서 가고

[예 숙부님!] 포권하는 노인들

노인들의 지휘로 철수하는 권씨세가의 무사들. 일부는 빠르게 달려간다

노인들에게 에워싸여 권필중을 따라가는 공대벽과 공당한

겁에 질려 자신들을 에워싼 노인들을 보는 공당한

그런 공당한의 어깨를 다독이며 안심시키는 공대벽. 아주 태연한 표정

권필중; (공자무의 장남인 저놈, 볼수록 인물이다!) 곁눈질

권필중; (살기등등한 우리들을 마치 호위처럼 여기는 저 태연함은 타고났다고 밖에 할 수 없다!)

<황금전장과 각을 세우는 게 과연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구나!> 멀어진다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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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빠바바박! 청풍의 귀싸대기를 좌우로 열나게 때리는 공대벽의 손. 한손으로는 청풍의 멱살을 잡고 있다. 이어

! 청풍의 배를 걷어차는 공대벽의 발

콰당탕! 나뒹구는 청풍. 이곳은 황금전장의 후원 후미진 정원이다.

청풍; [아이구 나 죽네! 나 죽어!] 배를 움켜잡고 엄살

공대벽; [버르장머리 없는 놈!] 탁탁! 나자빠진 청풍 앞에 서서 손을 마주쳐서 털고

공대벽; [아무리 셋째가 일초무학(一招無學)이라 만만하기로서니 방금 전 그게 부모님 앞에서 할 짓이냐?] 준엄.

청풍; [젠장할!] 원숭이처럼 벌떡 일어나고

청풍; [생까고 해보자 이거지?] [형이라고 봐줄 줄 알아?] 악을 쓰며 공대벽에게 달려들며 주먹질을 하려고 하고. 하지만

화악! 눈을 부릅뜨며 노려보는 공대벽의 몸에서 바람같은 것이 확 터져나오고

[!] 찌릿! 순간 충격을 받아서 몸이 마비되는 청풍. 이것이 공씨집안 장손들이 지닌 능력. 정신력으로 사람의 몸과 마음을 제압할 수 있다.

청풍; (.... 뭐지?) 주먹질을 하려던 자세로 몸이 굳어진 채 공포에 질리고

청풍; (그냥 노려본 것뿐인데 온몸이 마비되잖아!) 쿠오오! 몸이 마비되어 비지땀을 흘리는 청풍의 앞쪽에서 뒷짐을 짚고 서서 노려보는 공대벽의 모습이 시커멓게 변한다. 두 눈만 아주 밝게 빛나고. 온몸에서 아지랑이같은 기운이 수없이 뻗어나온다.

슈욱! 그 아지랑이같은 것이 청풍의 목을 휘감는다

청풍; (... 숨이....!) 컥컥! 입을 벌린 채 눈이 튀어나오려 하고. 그때

공대벽; [망나니 같은 놈!] ! 발로 또 걷어차고

콰당탕! 다시 뒤로 발라당 나자빠지는 청풍

공대벽; [철궁에 가서 아주 못 된 것만 배워왔구나!]

콜록! 콜록! 목을 잡고 기침하여 일어나는 청풍

공대벽; [네 녀석도 벌써 열일곱살이다.] [언제까지 못된 개구쟁이 짓을 할 작정이냐?] 근처의 작은 바위에 걸터앉고

청풍; [아 그러니까 내가 뭘 잘못했냐고요!] 엉금 엉금 일어나 공대벽의 앞에 주저앉고

청풍; [채권 확보 차원에서 남의 집 족보 좀 가져온 게 뭔 죽을 짓이라고...!] 궁시렁 대다가 움찔한다

바위에 걸터앉은 공대벽이 다시 지긋이 노려보고 있다. 눈빛이 아주 강하다

청풍; [... 그냥 말이 그렇다는...!] 삭 죽어 고개 숙이며 공대벽의 눈길을 피한다

청풍; (젠장할! 어째 큰형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들어서 오금을 펼 수가 없다냐?)

청풍; (어떤 면에선 큰형이 아버지보다도 더 어려워!)

청풍; (진짜 화를 내면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몸을 마비시키고 숨통을 조여버리는 이상한 힘을 발휘하는 것도 그렇고...!)

공대벽; [네 녀석이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구나!] 한숨

공대벽; [무림계(武林界)의 인물들은 우리 상계(商界)의 사람들과 달라서 무엇보다도 체면과 명분을 중요시한다.]

공대벽; [무림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칼부림이 단순한 자존심 때문일 정도다.]

공대벽; [헌데 십대세가의 하나인 집안에 난입하여 족보를 빼앗아왔을 뿐만 아니라 가주의 외동딸까지 농락했으니 뒷탈이 안 생길 수가 없다.]

청풍; (기분 참 꿀꿀하네!) (큰형의 말을 듣고 있자니 내가 정말 나쁜놈처럼 느껴지잖아!)

공대벽; [물론 네가 하는 일이 악성채권 회수인 만큼 그 과정에서 이런 저런 문제가 안 생길 수는 없다.] 한숨

공대벽; [나도 이번 사태가 전적으로 네 잘못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상대가 좋지 못했고 방법 또한 좋지 않았다는 정도일 뿐이지.]

청풍; [... 형님!] 감격하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청풍; (크으! 역시 큰형이야!) (무작정 갈구기만 하는 아버지하고는 차원이 달라!) 소매로 눈물 닦고

공대벽; [그렇긴 하지만 권씨세가와의 이번 일은 풀기가 쉽지 않을 것 같구나.] 탄식

공대벽; [그쪽에서 작심을 하고 영업방해를 하면 우리 황금전장의 자랑스런 전통이자 대륙상계(大陸商界)에 전설이 된 삼백 년 흑자경영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공대벽; [권씨세가는 팔백년이 넘는 역사답게 인맥이 닿지 않는 곳이 없으니....]

청풍; [.... 큰형님!] [이건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알아두셔야 할 것 같아 말씀드리는 건데요.]

공대벽; [내가 알아둬야할 것이라니?]

청풍; [제가 가져온 권씨세가의 족보에 문제가 좀 있더라구요.]

공대벽; [그래?] [그거 잘됐구나!] 화색이 돌고

공대벽; [문제가 있는 족보라면 협상할 때 우리에게 불리한 점이 조금은 줄어들겠지.]

청풍;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게.....] 머리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고

청풍; [그 족보에 권씨세가의 무공이 전부 기록되어 있지 뭐예요!]

[!] 순간 눈 부릅 공대벽

청풍; [권씨세가가 본장에서 이백만냥이란 거금을 융통한 게 그 족보를 만들기 위해서였던 거죠.]

청풍; [그 돈으로 사들인 무공비급을 이용해서 권완이 그 앙큼이가 자기 가문의 실전된 무공을 전부 복구해놨...!] 말하다가 눈 부릅 올려다 본다

벌떡 일어난 공대벽이 두 주먹을 부들 부들 떨며 내려다 보고 있다.

청풍; [... 형님!] 겁에 질려서 뒤로 주저앉으며 올려다 보고

공대벽; [네놈.... 네놈이 우리 집안을 아예 말아먹기로 작정을 했구나!] 이를 부득 갈고. 무시무시한 기운이 다시 넘실거리고

숨이 콱 막히고 사색이 되는 청풍. 이어

[으악! 케엑! 형님! 살려줘요! 다시는 안 그럴 게요!] [제발 그만...! 꾸엑! 아버지! 어머니! 막내 죽어유!] [꾸엑! 제발... 제발 때린 데 또 때리지는 말아주세요! 아이쿠! !] 퍼퍽! ! 우지끈! 철썩! 정원을 울리는 청풍의 처절한 비명소리

 

#16>

다시 대청.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공자무와 진군소

진군소; [! 이럴 때 둘째가 집에 있었으면 든든했을 텐데....!] 한숨

진군소; [며칠 전 받은 편지에 의하면 소림사에서 칠십이절기를 모두 익히고 무당파로 떠난다고 하더군요.]

공자무; [시주 돈에 눈이 어두워 칠십이절기를 열람시켜준 소림사의 땡추들도 지금쯤은 땅을 치고 있을 거요!] 웃고

공자무; [불과 반년만에 칠십이절기를 모두 익혀버리는 괴물이 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소?]

진군소; [무공을 빨리 익히는 데는 둘째를 당할 사람이 없죠.]

진군소; [이대로라면 둘째는 늦어도 삼년 안에 천하제일인 소리를 들을...!] 말을 하다가 흠칫

공대벽이 굳은 표정으로 들어오는데 한손으로는 청풍의 뒷덜미를 움켜잡고 질질 끌고 들어온다. 청풍은 공대벽에게 무참히 두들겨 맞아서 걸레가 되었다. 얼굴이 퉁퉁 부었고 코에서는 코피가 줄줄. 눈은 부어서 뜨지도 못한다.

처참한 모습의 청풍의 얼굴 크로즈 업

공자무; [허어! 정말로 죽지 않을만큼 두들겨 팼군!] 혀를 차고. 그때

털썩! 넝마조각처럼 변한 청풍을 바닥에 던지는 공대벽

진군소; [잘 했다. 이제 저 말썽쟁이도 좀 정신을 차리겠지!] 힐끔 청풍을 보고

진군소; [헌데 네 안색이 왜 그러냐 큰애야? 저 놈이 버릇없게 반항이라도 하던?]

공대벽; [아버님 어머님!] 비장한 표정으로 포권을 하고

공대벽; [어쩌면 본장은 오늘부로 폐업을 하고 본격적인 무림세력으로 나서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진굼소; [뭐라고?] 흠칫

공자무; [권씨세가 때문이라면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것 없다.]

공자무; [오백년이 넘는 세월동안 우리 황금전장이 겪은 심각한 위기가 어디 한 두 번이었겠느냐?]

공자무; [그래도 다 극복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이번 일도 결국은 잘 풀릴 게다.]

묵묵히 듣고 있는 공대벽

공자무; [너도 알겠지만 우리 공씨는 복()이 많은 집안이다.] [()도 우리 집 담장을 넘어오면 복으로 변하곤 했다.]

공자무; [단지 하늘의 은택(恩澤)에만 기대어 살 수는 없기에 걱정도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일에도 우리 집안이 잘못된 적은 없었다.]

그래도 묵묵히 듣고만 있는 공대벽의 얼굴이 펴지지 않는다

공자무; [그러므로 이번 일도...!] + 진군소; [그만하세요!] 아들의 안색을 살피며 남편의 말을 막고

진군소; [뭔가 일이 생기긴 생긴 것 같으니 우선 큰애의 말을 들어보도록 해요.]

공자무; [말해 보거라!] 공대벽에게 끄덕

공대벽; [막내가 뺏어온 족보에 권씨세가의 모든 무공이 수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 [!] 눈 부릅 공자무와 진군소.

진군소; [무공이 수록되어있다?] [그럼 그게 단순한 족보가 아니고....!] 어이없고

공대벽; [권씨세가의 가전비급인 셈입니다.] 끄덕

공대벽; [재녀 권완이 족보를 새로 편찬하면서 실전되었던 가전무공을 전부 복구하여 족보에 기록해두었던 것입니다!]

진군소; [결국... 저 말썽쟁이가 권씨세가의 기둥을 뿌리채 뽑아온 셈이 되었구나!] 허탈하게 웃고

공대벽; [가전의 무공이 유출되었으니 권씨세가에서도 사생결단으로 나올 게 분명합니다.] 끄덕이고

공자무; [깨워라!] 짜증난 표정으로 말하고

[!] 고개 숙이는 공대벽. 이어

! 청풍의 옆구리를 걷어차고

움찔하면서 깨어나는 청풍

청풍; [어부부... 어무무...!] 제대로 입이 돌아가지 않아 버벅 대며 일어나고

공자무; [묻는 말에 숨김없이 대답해라!] 청풍을 노려보고

움찔 청풍

쿠오오! 공자무의 몸에서도 아지랭이같은 기운이 폭발하듯이 일어난다

청풍; (... 숨이 막힌다! 아버지에게도 이런 힘이....!) 눈 부릅

실내가 공자무의 몸에서 일어나는 아지랭이같은 기운으로 가득 찬다.

공대벽도 긴장하고. 다만 진군소는 찡그리기만 할 뿐이고

청풍; (... 맙소사! 형과는 비교도 안되게 강하잖아!) 아지랑이같은 기운에 온몸이 휘감겨서 숨이 콱 막힌 표정으로 헉헉

청풍; (음흉한 꼰대같으니....) (별볼일없는 공처가에다 한량인 척 하더니만....) (지금까지 자식인 나까지도 속여왔어!) 숨이 막혀서 목을 쥐고 컥컥하고

진군소; [여보!] 청풍이 걱정되어 남편의 손목을 잡고

공자무; [망할 놈!] 이를 부득 갈며 기운을 흩트리고. 슈우! 사라지는 아지랭이

공자무; [무공이 적혀있다는 사실을 아는 걸 보니 족보를 읽었으렸다?] 청풍을 노려보고

청풍, 겁에 질려 퉁퉁 부은 얼굴로 끄덕.

진군소; [남의 집안 비전을 허락도 받지 않고 읽기까지 했어?] 기가 막히고

공자무; [꼴도 보기 싫다!] [귀부(鬼府)에 쳐넣어라!]

청풍; <... 귀부!> 공포에 질리는 청풍의 얼굴

 

#17>

-권씨세가 삼엄한 경비가 세워져 있다. 흉흉한 분위기

대청. 수십명의 노인들이 빙 둘러앉아있다. 상좌에는 아주 나이가 든 노인이 앉아있다. 권씨세가 최고어른인 권필중. 권완은 권필중 옆에 서있다.

권완; [황금전장의 이와같은 만행과 폭거는 간과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사옵니다!] 노인들을 둘러보며 말하고

[물론이다!] [돈놀이나 하는 천한 것들이 감히 본 세가를 능멸해?] [우리 일족의 가전무공까지 적힌 족보를 속임수를 써서 강탈하다니!]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만 하오!] 분노하는 노인들

[숙부님! 분부만 내려주십시오!] [저희들이 당장 달려가서 황금전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겠습니다!] 노인들이 권필중에게 말하고

권필중; [이번 일은 완이에게 일임했다!] -권씨일족 제일장로 조천검(朝天劍) 권필중(勸必中) 권필중이 말하는 모습을 배경으로

권필중; [가주가 돌아올 때까지 세가의 상하는 모두 완이의 지휘를 따르도록 하라!] 권완을 돌아보고

[예 숙부님!] [그리 하겠습니다!] 고개 숙이는 노인들

권완; [감사하옵니다 증조부님!] 권필중에게 고개 숙이고. 이어

권완; [지금 즉시 황금전장으로 통하는 모든 길목을 봉쇄하세요.] 다른 노인들에게 명령

권완; [들어가려는 자는 막지 않아도 되지만 나오는 자는 철저하게 몸수색을 하세요.]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노인들

노인1; [반항하는 자는 어찌하면 되느냐?]

권완; [굴복시키되, 끝까지 저항하는 자는 죽이세요.] 독기 어린 표정.

노인들 모두 침 꿀꺽

권완; [본가의 족보가 황금전장 바깥으로 나가게 해서는 안됩니다.] [우리 권씨세가가 다시 천하제일가가 되는 길이 바로 그 속에 담겨있음을 명심해주세요.]

노인들 모두 비장한 표정으로 끄덕이고

이어 서둘러 나간다

 

젊은 무사들을 이끌고 세가 밖으로 달려 나가는 노인들

대청 입구에 서서 그걸 보고 있는 권완과 권필중

권필중; [황금전장의 봉쇄는 얼마동안 해야 하느냐?]

권완; [닷새면 충분하옵니다.]

권완; [닷새 째 되는 날, 소녀가 직접 찾아가서 그자들과 담판을 짓겠습니다.] [만약 그들이 소녀의 담판에 응하지 않는다면......]

권완; [황금전장에 속한 것은 개미 한 마리도 살려두지 않겠습니다.] 표독한 표정. 무시무시한 살기가 흘러넘치고

 

권씨세가 내의 권완 거처. 시녀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서성이고

다가오는 권완. 시녀들 급히 허리 숙여 인사하고

권완; [앞으로 닷새동안 연공관에서 지낼 것이다.] [먼저 연공관으로 가서 준비를 해놔라!] 시녀들에게 명령하며 건물로 들어가고

[예 아가씨!] 겁에 질려 대답하는 시녀들

서둘러 달려간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 권완. 방안은 어둑하다. 어둑한 중에 자신이 나갈 때처럼 저질러진 내부가 보이고

문을 등지고 선 채 어지러운 방안을 보는 권완

그곳에서 청풍이 자신의 입술을 빼앗던 장면 떠올리며 치를 떠는 권완

권완; (갈아 마셔도 시원잖을 짐승!) 이를 바득 갈고

권완; (기필코 내손으로 죽여버리고 말테다!)

권완; (닷새면 기중표(氣中漂) 신공을 연마하는데 충분한 시간!) (기중표만 완성하면 죽이지 못할 인간이 없어!) 심호흡을 하며 안으로 걸음을 옮기고

권완; (그 색마를 죽여버리고 나도 죽어버리겠어!) 능글맞게 웃는 청풍을 떠올리며 치를 떤다

 

#18>

황금전장. 지나가는 사람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힐끔거리며 황금전장 입구를 본다.

황금전장 주위를 일정한 간격으로 에워싸고 서서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있는 권씨세가의 무사들.

특히 입구에는 여러 노인들이 건장한 청년들을 거느리고 서서 드나드는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다. 들어가는 사람들은 들여보내지만 나오는 사람들은 몸수색을 한다. 여자 무사들도 몇이 있어서 여자 손님들의 몸도 더듬고

반쯤 열려져있는 황금전장의 대문 안쪽에서는 호장무사들이 불쾌한 표정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고.

[왜들 저래?] [권씨세가 사람들인데 황금전장을 물 샐 틈 없이 에워싸고 있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수근대는 사람들. 그 사람들 사이에 음리붕과 지고운이 서서 역시 황금전장 쪽을 보고 있다. 지고운은 여장을 하고 있다. 절세미녀임을 주의

눈을 번득이며 서로를 곁눈질하면서 고개 끄덕이는 음리붕과 지고운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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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여전히 황금전장

翠華閣이라는 현판이 걸린 건물. 근처의 정원수를 손질하는 늙은 정원사

! 뭔가 질풍처럼 정원사 뒤를 지나치고

정원사; (뭔가 지나간 것같았는데...?) 돌아보며 갸웃

정원사; [죽을 때가 가까워지니 헛게 보이남?]

휘익! 침실에 돌풍을 일으키며 나타나는 청풍

청풍; [헥헥!] 문간에 숨어서 밖을 살핀다. 손에는 두꺼운 족보를 들었다. 얼굴이 공자무에게 맞아서 피투성이가 되었고 한쪽 뺨은 퉁퉁 부었다

밖에는 정원사가 갸웃거리며 다시 나무를 손질하고

청풍; [헤엑! 헤엑! 쫓아오진 않는구나!] 안도하고

청풍; [무식한 꼰대같으니... 아무리 미워도 그렇지 아들을 이렇게 패는 데가 어디 있어?] 코피 나는 코를 손으로 틀어막으며 침대로 가고

청풍;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얻어터지면 제 명에 죽을 수나 있을지 몰라.]

청풍; [대체 내가 뭘 잘못했냐고! 떼인 거나 마찬가지인 돈 받아내는 게 쉬운 줄 알아?]

청풍;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돈 받아내는 해결사로 기른 게 누군데 맨날 나만 갈궈?] 침대에 벌렁 드러눕고

청풍; [어디 두고 보자 이거야!] [지금이야 아직 기운이 남아있어서 툭 하면 날 패지만 꼰대도 이제 곧 영감탱이가 될 수밖에 없어!] 원한의 이갈이

청풍; [그때 가서 지금까지 당한 거에다 이자를 왕창 붙여서 복수해줄 테니까!] 히죽

그러다가 들고 있는 족보를 돌아보고

청풍; [하여간 꼰대도 생각이 없어요!] 일어나고

청풍; [이게 얼마짜리 담보인데 함부로 내던져?] [물건의 참된 가치도 모르는 엉터리 고리대금업자 같으니.....] 족보를 펼쳐본다

청풍; [재질도 그렇고 글씨도 그렇고... 최근에 새로 편집한 족보로군!] 족보를 보며

[!] 그러다가 흠칫

청풍; [! 이거 뭐야?] [무림인들의 족보란 건 원래 이런 거였나?]

청풍; [가계도(家繼圖) 뿐만 아니라 각각의 조상들이 만든 무공도 같이 수록해놓았잖아!] [어쩐지 족보치곤 너무 두껍다 했지!]

청풍; [서문(序文;시작하는 글)을 보면 내막을 알 수 있으려나?] 맨 앞을 연다

 

<-(중략)- 그리하여 소녀 완()은 미미한 재주나마 동원하여 훌륭하신 조상님과 전대 가주님들의 무공을 칠천여 가지의 자료를 바탕으로 복원한 후 이 족보에 기록하여 자손 대대로 전하고자.........>

 

청풍; [이거... 이거...!] 입이 딱 벌어진다.

청풍; [족보의 탈을 뒤집어쓴 무공비급이잖아!] 어이없고

[!] 그러다가 무언가를 깨닫는다

<못 가요! 족보를 돌려주지 않으면 절대 보낼 수 없어요!> 자신의 허벅지를 끌어안고 몸부림치던 권완의 모습을 떠올리는 청풍

청풍; [젠장! 그랬었군!]

청풍; [똑똑해빠졌다는 그 계집애가 족보를 새로 편찬하면서 복원한 무공도 함께 수록해놓았던 거야!] [그래서 필사적으로 매달렸던 거고!]

청풍; [우리 황금전장에서 거금을 차용한 것도 가전무공을 복원하는데 필요한 자료를 구입하기 위해서였어!]

청풍; [족보면서 무공비급이라... 이건 좀 문제가 될 수도 있겠는 걸!]

청풍; [일류고수만 해도 오백명이 넘는다는 권씨세가야.] [이걸 되찾겠다고 권씨세가 전체가 들고 일어나면 우리 황금전장이라고 해도 무사하지 못할 텐데...!]

청풍; [당연히 불똥이 나한테도 튈 테고...!] 불같이 화내는 공자무를 떠올리며 침 꼴깍

청풍; [에이! 쫄 거 없어! 내가 뭐 잘못한 게 있나?]

청풍; [누가 족보에다 무공을 적어놓으래?] [또 빚을 제때 갚기만 했어도 내가 뭣 하러 귀찮게 족보를 가져와?] [다 자기들 잘못이지.] 궁시렁 대면서도 족보를 읽는다

청풍; [박 터질 때 터지더라도 한 번 읽어보기나 하자!]

 

<초대 가주 은세신검(恩世神劍) 권천웅(勸天雄).

집마천(集魔天)이 무림 일통(一統)을 부르짖으며 구파일방의 연합세력을 대파하고 파죽지세로 무림의 군소 방파를 흡수할 때 홀연히 나타나시어 단신으로 집마천의 오대 당주를 베고 은세신검이란 별호로 천하를 진동시키셨다.> 책을 읽는 청풍을 배경으로 신선같은 풍모를 지닌 노인이 검을 들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 앞에 죽어넘어진 수많은 마인들

 

<그후 초대 가주께서는 구파일방의 잔여세력을 규합하여 무림정의맹(武林正義盟)을 창설하시고 세 번에 걸쳐 맹주를 역임하셨으며 무림정의맹과 집마천의 최후 대전인 황산(黃山) 싸움에서 집마천의 천주 상관홍보(上官興保)와 함께 동귀어진하셨다. 은세신검께서 창안하신 은세칠검법(恩世七劍法)은 검도일절이라 할만한 절기였지만 팔백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정교하고 위력적인 면이 많이 유실되었다. 이에 미거한 소녀 완이 전해오는 검결을 기반으로 다듬고 정리하여 새롭게 여기에 기록한다.> 각가지 검법을 펼치는 사람들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 (유실된 무공을 완벽하게 복구해놓다니... 그 계집애가 천재 소리를 든는 이유가 있었구만!) 침 꼴깍. 권완을 떠올리고

청풍; (게다가 복구해놓은 무공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빠져서 족보를 읽고

청풍; (나보다도 한 살 어린 계집애가 이룩한 성과라고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

청풍; (이렇게 똑똑한 계집애에게 원한을 샀다는 게 영 찜찜한 걸!) 그러면서도 족보를 읽어내려가는 청풍

 

#13>

권씨세가. 분위기가 흉흉하다

월동문 안쪽의 건물. 시녀들이 수군거리며 건물을 본다. 건물 문은 꼭곡 잠겨있는데

건물 안. 서재 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는 권완. 바닥에는 책과 종이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청풍이 한검호로 위장하여 족보를 강탈하던 장면 떠올리고.

권완; (용서할 수 없어!) 주먹을 틀어쥐고

권완; (절대로!) 이를 악문다

<아버지가 엄청난 빚을 내서 구해준 자료들을 바탕으로 가전(家傳)의 무공들을 정리, 보완하고 복원하는 일을 막 끝낸 참이었다.> 어린 시절의 청풍 앞에 엄청난 양의 비급들을 쌓아놓고 자랑하는 권일해의 모습

<그 과정에서 창안해낸 최강의 신공이자 신법인 기중표(氣中漂)를 기록하는 일만 남았었는데.... 악귀같은 그 인간 때문에 그 동안의 모든 노고가 수포로 돌아가버렸다!> 청풍의 야비하게 웃는 얼굴

권완; (물론 내용은 다 기억하고 있었으므로 한 두 달만 고생하면 족보는 다시 복원할 수 있다.)

권완; (하지만 족보 안의 무공비결은 이미 남의 손에 들어가버렸으며, 급기야는 돈으로 거래될 지경에 놓였으니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권완; (그동안 가문의 중흥을 위해 부끄러움도 무릅쓰고 백방으로 돈을 구하러 다닌 아버지를 뵐 면목이 없어!)

이어 원래 얼굴로 돌아온 청풍이 매달리는 자신의 입술을 훔치던 장면도 떠올린다

권완; (그 일만은 죽었다 깨어나도 남에게 말할 수 없어!)

권완;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 강도질도 모자라서 내 정조까지 유린했으렸다!) 힘겹게 일어나며 이를 박박 갈고

권완; (더렵혀진 몸으로 살아서 뭘 해!) 눈물 줄줄

권완; (하지만 죽기 전에 그 악귀도 반드시 내 손으로 찢어죽여버리고 말겠어!) 눈에서 살기가 줄줄 흐른다.

권완; [내게 원한을 산 게 얼마나 치명적인 실수였는지 알게 해주마 제천대성!] 이를 박박 갈며 일어나 옷을 여민다

권완; [밖에 누구 있느냐?] 의자에 앉으며 외치고

흠칫하는 시녀들

[예 아가씨!] [분부 계시옵니까?] 전각을 향해 허리 숙이고

권완; [증조할아버지께 지금 즉시 세가회의(世家會議)를 소집해주십사 전하라.] [나도 곧 의사청(議事廳)으로 가겠다!]

[그리 전하겠사옵니다!] 시녀들 대답하고

서둘러 월동문 밖으로 달려나간다

권완; (공청풍! 공청풍!)

권완; (하늘에 맹세코 네 목숨은 나 권완의 것이다!) 무시무시한 살기

 

#14>

황금전장

대청. 문간에 병수재가 서서 안쪽을 보고 있다.

대청 안에는 공씨일족이 모여 앉아있다. 공자무와 진군소 부부가 상좌에 나란히 앉아있고 그들 앞의 탁자 좌우에 공대벽과 공당한이 마주 앉아있다. 좌우에 놓인 의자는 모두 네 개지만 두 개는 비어있다. 공사붕과 청풍의 자리.

공대벽은 아주 잘 생기고 위엄 있다. 엄친아 그 자체. 공당한은 전형적인 학자나 수재의 모습이다. 멀끔하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백면서생이다

-장남 공대벽 당년 25

-삼남 공당한 당년 20

두 사람의 모습을 배경으로 위의 나레이션 넣어주고

진군소; [둘째는 천하를 주유하며 무사수행(武士修行)중이니 그렇다 치고...] 공대벽 옆의 빈 자리를 보며 찡그린다. 진군소의 나이는 사십대 중반. 하지만 30대 초반 정도로밖에 안보인다. 여전히 주름살 하나 없는 절세미녀의 모습이다. 다만 눈꼬리가 올라간 게 여전히 성격이 드세다는 것 보여주고. 키가 커서 남편 공자무보다 그리 작지 않다.

진군소; [막내는 왜 안 보이지요?] 공자무에게

공자무; [사고 친 당사자인 그놈까지 부를 필요가 있겠소?]

진군소; [사고는 뭔 사고를 쳤다고 그래요?] 눈 부라리고.

찔끔 공자무

진군소; [돈 빌려가서 안 갚는 것들한테서 무언들 못 뺐어오겠어요?]

진군소; [지난 이년간 회수한 악성채권의 대부분이 막내의 활약 덕분이란 걸 잊지 마세요.] 남편에게 경고

진군소; [이번에 좀 과격한 수단을 쓴 모양이지만 막내에게는 잘못 없다구요.] 코웃음

공자무; [문제는 상대가 똥 고집쟁이들인 권가들이란 점이오.] 한숨

공자무; [그 패거리들이 막내의 행위를 문제 삼아서 죽기 살기로 달려들면 본장의 장사에도 막대한 피해가 생길 거요.]

진군소; [깽판 치려면 치라고 하세요!] [그래 봤자 빚꾸러기(빚을 많이 진 사람)들일 뿐이에요!] 코웃음

공자무; [그게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닌데...!] 머리 긁적. 사실 권씨세가는 공씨일족의 가신

진군소; [천하의 풍류재신께서 언제부터 간이 콩알만해지셨나요?] 코웃음치고

진군소; [가서 막내를 불러와요!] 문간에 서있는 병수재에게

병수재; [예 마님!] 인사하고

밖에서 문을 닫는 병수재

진군소; [첫째야!] 공대벽에게

공대벽; [하문하십시오 어머님!] 고개 숙이고

진군소; [실질적으로 집안일을 맡고 있는 너는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느냐?] 공대벽에게 묻고

공대벽; [만일에 대비하여 호장(護莊)무사들에게 경계를 강화하라 지시했으며 철궁에 전서구를 띄워 철궁십이사께 와주십사 요청했습니다.]

공자무; [적절한 조치다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되는구나.] 한숨

공대벽; [아버님 말씀대로입니다.] [해서 생각한 것인데...!] 공당한을 보고

공대벽; [언변이 좋고 학식이 높은 셋째를 권씨세가에 보내어 좋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지요?]

공자무; [셋째를 사자로 보낸다?] 미심쩍은데

공당한; [불초한 소자 당한이 예기치 못한 우환으로 근심이 크신 아버님과 어머님께 삼가 어리석은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벌떡 일어나 포권을 하고. 이놈은 먹물답게 말이 번거롭다

공자무; [본론만 말해!] 손바닥으로 탁자를 치고

공자무; [지금 이 마당에 쓸데없는 장광설 따위를.... 아얏!] 비명 지른다.

진군소가 공자무의 허벅지를 세게 꼬집었다.

진군소; [가만히 좀 들어봐요. 거금을 들여 가르친 보람이 이럴 때 나오는 거잖아요.] 눈을 흘기고

공자무; [보람은 무슨... 답답해 죽겠구만!] 꼬집힌 데를 문지르며 궁시렁

진군소; [하여간 당신이란 사람은 뿌릴 줄은 알아도 거둬들일 줄은 몰라요.] 콧방귀

진군소; [어여 계속 해보거라 셋째야!] [네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낭랑하니 듣기 좋구나.] 자애로운 눈빛으로 말하고

공당한; [예 어머님!] 공손히 고개 숙이고

공자무;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타 한다더니만...!] 궁시렁 대고

진군소가 째려보자 찍하는 공자무

입을 주먹으로 가리고 고개 숙이며 억지로 웃음 참는 공대벽

공당한; [막내가 저지른 행위는 실로 패악무도한 것입니다.] 단호하게 말하고

흠칫하는 가족들

공당한; [순결한 한 여인의 정절을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수백 년 전통을 지닌 명문대가에 돌이킬 수 없는 굴욕을 안겨주었으니 이 보다 더 한 만행은 결단코 없을 것입니다.] 준엄하게 말하고

진군소; [네 말을 듣고 보니 막내가 정말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구나.] 눈 치뜨며 놀라고

진군소; [뼈대있는 우리 공씨가문에 어쩌다가 그런 망나니가 생겨났을까?] 황당

공자무; [당신이 낳았으니 생겼지.] 궁시렁 대지만

직후 다시 한 번 마누라에게 꼬집히는 공자무

공자무; (끄악!) 체면에 비명은 못 지르고 입만 쩍 벌리고

진군소; [막내가 잘못 했다 치고...!] 공당한을 보며.

진군소;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이번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겠느냐?] 공자무를 꼬집은 손을 비틀고

마누라에게 꼬집히며 발발 떠는 공자무. 쳐든 두 손을 바들 바들

공당한; [일단 막내를 이 자리에 불러 사건의 전후를 상세히 물어봐야할 것입니다.]

공당한; [그 결과 막내의 죄가 소자가 기왕에 들은 바 대로라면, 아버님께서 호되게 꾸짖으신 후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도록 공력을 폐하고 소가죽 끈으로 결박한 다음 지하에 있는 귀부(鬼府)에 감금하여 두 번 다시 햇빛을 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단번에 주워 삼키고

충격을 받아 멍한 세 사람. 공자무도 고통을 잊을 정도로 놀라고

공당한은 판관처럼 준엄한 표정으로 서서 부모의 반응을 기다리고. 잠시후

진군소; [, 방금 뭐라고 한 게냐 셋째야?] 침 꼴깍

진군소; [다 알아듣지 못했으니 다시 한 번 말해 보거라.] 황당해서 더듬거리며 말하고

공당한; [예 어머님!] 진군소에게 고개 숙이고

공당한; [일단 막내를...... 중략...... 햇빛을 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다시 싸해지는 분위기. 모두 할 말을 잊고. 이윽고

팔꿈치로 남편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 뭐라 하라고 재촉하는 진군소

공자무; [험험! 공력을 폐하고 영원히 가둬버리다니... 그건 좀 심하지 않겠느냐?] 주먹으로 입 가리며 헛기침하고

공자무; [이번 사단도 따지고 보면 막내가 집안을 위해 일하다가 벌어진 건데...] 말하지만 + 공당한; [아버님!] 준엄한 말로 가로 막고

공당한; [비록 부자지간에 끊을 수 없는 천륜(天倫)이 있다손 치더라도 패악무도한 이런 짓은 결코 용납해서는 아니됩니다.] 단호

공자무; [허허!] 어이가 없고

공당한; [아버님께서는 마땅히 막내를 엄중하게 처벌하시어 세상의 도의가 아직 무너지지 않았음을 만천하에 보이셔야 합니다.]

공당한; [만약 막내의 행위가 그 정도에 그치지 않고 더 심했더라면 막내의 목을 베어 권씨세가에 보내 사죄했어야할 것입니다.] 당호하고 준엄하게 말하고

<... 목을 치라고?> 충격 받는 사람들

공당한; [소자가 짧은 학식과 견해로 아버님과 어머님의 귀를 어지럽혀드렸습니다.] [너른 아량으로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공손히 허리 숙이고.

자리에 앉는다

더욱 더 싸해지는 분위기. 침묵이 흐르고.

공대벽과 공자무와 진군소는 서로 어색하게 눈빛만 교환한다. 그러다가

진군소; [말을 저토록 조리있게 청산유수로 하는 걸 보니 셋째가 똑똑하긴 똑똑하군요!] 한숨 쉬며 남편을 보고

진군소; [과거에 급제하여 판관(判官)이 된다면 세상에 크게 쓰임이 있겠어요!]

공자무; [막내 그놈은 빚 받아내는 일 아니면 쓸데가 없으니까 귀부에 쳐박든 어쩌든 아쉬울 것도 없다만....!] 난색

공자무; [발등에 떨어진 불은 권씨세가와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다.] [해결할 방도가 있으면 말해 보거라.] 체념한 표정으로 공당한에게 묻고

공당한; [아버님께서 우매한 소자를 이리도 믿어주시니 기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다시 일어나며 공자무에게 고개 숙이고

공자무; (믿긴 뭘 믿냐 이놈아? 하도 어이가 없어서 갈 데까지 가보자는 거지!) 한숨

역시 한숨 쉬는 공대벽

공당한; [무릇 선비는 오직 의()만을 생각할 뿐 이()는 논하지 말아야 하는 법입니다.]

공당한; [하오나 비록 고리대금업일지라도 선대부터 내려온 가업(家業)을 모른 척하는 것 또한 불효를 범하는 것임에 소자 당한은 아픔과 갈등은 가슴에 간직하고 방책을 아뢰도록 하겠습니다.]

진군소; (가업이 고리대금업이라고?) 어이없고

한숨 쉬는 공대복

공자무; (제발 결론만 말해라 이놈아! 결론만!) 부글 부글 끓고

공당한; [소자의 헌책(獻策)은 이와같습니다.] [막내가 강탈해온 권씨세가의 족보를 정중하게 돌려줌은 물론이고, 그들이 진 채무를 면제해줄 것이며 위로금으로 그 채무의 두 배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불해야 마땅합니다.]

공당한; [또한 만에 하나 일신의 정절을 잃은 권소저가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자결할 경우에는 그 소저를 위해 명산에 사찰을 세워 혼백을 위로해줘야 할 것입니다.] 좔좔 주워 섬기고

고개 설레 젓는 공대벽

진군소; [여보! 저 아인 과거에 급제 못하면 밥 먹고살기 어려울 것 같죠?] 기가 막히고

공자무; [내 말이 그 말이오!] 한숨 쉬는데.

! 소리가 나면서 문이 산산조각난다.

공당한; [벌써 권씨세가에서 침입을...... ! 좀 더 서둘러야 했을 것을......] 기겁하며 돌아보는데

[! 공당한!] 휘릭! 외침 소리와 함께 무언가 날아들고

청풍; [뭐가 어쩌고 어째?] 휘릭! 원숭이처럼 재주를 넘으며 탁자에 내려서는 청풍

진군소; [막내야!] 찡그리고

공자무; [너 이놈! 뭣 하는 짓이냐?] 눈 부라리고.

공대벽은 한숨

공당한; [.... 너 언제 왔느냐?] 겁에 질려 주춤 거리며 물러서고

청풍; [당신이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 [뭐 공력을 폐하고 꽁꽁 묶어서 가둬?] 이를 부득 부득 갈며 공당한에게 삿대질을 하고

공당한; [... 그러니까 내 말은 천지간에 도, 도의를 세워야..... , 가정의 기강도 세워진다는.....] 비지땀을 흘리고

청풍; [더 심한 짓을 했으면 목을 쳐서 보내라고?] [이러고도 우리가 피를 나눈 형제야? 형제냐고?] 연달아 외치며 공당한을 윽박지르는 청풍.

[히익!] 겁에 질려 물러서다가 의자에 걸려 나자빠지는 공당한

청풍; [당신이 뭔데 날 죽이라 말라 해? ?] 탁자에서 뛰어내리고

청풍; [당신이 나한테 해준 게 뭔데? 밥을 먹여 줬어? 옷을 입혀줬어?] [튿어진 아가리라고 내뱉으면 다인 줄 알아?] 바닥에 나자빠진 공당한에게 얼굴 들이대며 윽박지르고

사색이 되어 덜덜 떠는 공당한

진군소; [막내야! 형에게 무슨 말 버릇이냐?]

청풍; [냅둬요!] [도덕군자인 척 하며 핏줄 따위 돌보지 않는 이런 형은 필요없어요!] 공당한에게 악을 쓰고 기절 직전이 되는 공당한

공자무; [허어! 저놈은 철궁에 가서 빚 받는 기술보다 협박하는 기술을 더 전문으로 배운 모양이오.] 뒤로 물러앉는 공당한을 쫓아가며 윽박지르는 청풍을 보며 피식 웃고

진군소; [이게 웃을 일이에요?]

진군소; [저 망나니가 에비 에미 앞에서 하는 버르장머리 없는 짓거리가 안 보여요?] 공당한을 쥐잡듯 잡는 청풍을 손가락질하고

공대벽; [아버님!] [어머님!] 한숨 쉬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오냐 첫째야!] [왜 그러느냐?] 돌아보는 공자무와 진군소 부부

공대벽; [제가 막내를 좀 혼내도 되겠는지요?] 부모에게 고개 숙이며 묻고

진군소; [그래라! 저 싸가지 없는 녀석을 끌고 가서 안 죽을 만큼만 패주거라!] 공당한을 윽박지르고 있는 청풍을 노려보고

청풍;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만 진짜 웬수가 집안에....!] [!] 공당한을 깔아뭉갤 듯이 외치다가 몸이 뒤로 홱 딸려가며 눈 부릅 뜨고

공대벽; [따라와라!] 뒤에서 청풍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청풍; [뭐야 큰형? 왜 이래?] 돌아보며 악을 쓰는데

공대벽; [그럼 소자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한손으로 청풍의 뒷덜미를 잡고 공자무와 진군소에게 고개 숙이고

귀찮다는 듯 손짓하는 공자무. 청풍을 노려보며 코웃음 치는 진군소

공대벽; [가자!] 청풍을 질질 끌고 나간다. 박살난 문간에는 병수재가 난감한 표정으로 서있고

청풍; [! 이거 놓으란 말이야!] 바둥거리며 질질 끌려가고. 그러거나 말거나 끌고 나가는 공대벽. 공대벽은 무공도 높다

진군소; [기왕에 패는 거 눈물을 쏙 빼놓거라!] 외치고

청풍; [어머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저는 뭐 주워온 자식인가요? 아이쿠!] ! 비명이 들리고

[왜 때려? 형이면 다야? 왜 때리냐고!] [입 다물어라!] 철썩! [아이쿠!] 밖에서 들리는 소란이 멀어지고

진군소; [휴우! 저 철없는 것이 제 큰형의 반의 반쪽만 닮았어도 걱정이 없겠어요!]

공자무; [이게 다 당신이 저놈을 사내자식으로 낳은 업보...!] 말하다가 찔끔

진군소가 노려보고 있다

공자무; [험험! 말이 그렇다는 거고....] [어쨌거나 막내 일은 첫째에게 맡기도록 합시다!] 주먹으로 입을 가리며 헛기침을 하고

공자무; [아무쪼록 큰 손해 안 보고 해결되어야할텐데...!] 한숨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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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한 낮의 금릉

-권씨세가(權氏世家) 숲이 우거진 산을 등지고 서있는 웅장한 장원. 금릉의 외곽이다. 웅장한 정문에는 權家莊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칼을 찬 무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고

권씨세가 정문이 보이는 절.

그 절의 탑. 탑의 맨 꼭대기 층 창가에 숨듯이 서서 밖을 보고 있는 인물. 황금전장의 집사인 병수재다. 탑 안에는 청풍이 간이침대에 누워 빈둥거리고 있다.

병수재; [도룡신도 권일해는 항산파(恒山派)와 형의문(形意門)간의 영역분쟁을 조정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상태입니다.] 창문가에 숨어 권씨세가 쪽을 보며

병수재; [오늘 떠난다고 하는데... 두 문파가 자리한 산서성(山西省)까지 다녀오려면 보름 넘게 걸릴 것입니다.]

청풍; [때 맞춰 집을 비워주는군!] 늘어지게 하품

병수재; [권일해는 셋째 제자 한검호(韓劍虎)를 가장 총애하여 출타 시에 늘 데리고 다닙니다.]

병수재; [이번 여행에도 한검호를 데리고 갈게 분명합니다.]

청풍; [검호.... 이름은 그럴 듯하구만!] 피식

병수재; [잘 생기기도 해서 권일해가 자신의 외동딸 권완(勸完)과 짝 지어주려는 게 아닌가 하는 얘기도 돌고 있습니다.]

청풍; [흐흐흐 복도 많은 놈인 걸!] [하지만 그 복도 오늘로 쫑 나는 거야!]

청풍; [권씨세가를 말아먹은 원흉으로 지목당할 테니까!] 낄낄

병수재;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심보 한 번...!) 소리 없이 혀를 차고

청풍; [그런데 권일해의 외동딸이 그렇게 예쁘다며?]

병수재; [예쁜 것보다는 똑똑한 걸로 더 잘 알려진 소저입니다.]

병수재; [세살 때 이미 사서삼경을 다 떼었으며 열 살 때는 스스로 무공까지 창안하였다고 합니다.]

청풍; [열살짜리가 만든 무공이 어련할려고...!] 피식

병수재; [그렇긴 합니다만... 권완소저에 대해서는 이상한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청풍; [무슨 소문?]

병수재; [권씨세가는 몇년전부터 돈을 마구 풀어 무공비급을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병수재; [그들이 본장의 돈을 쓰기 시작한 것도 희귀한 무공비급을 사들이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청풍; [권완이 무공을 연구하는데 필요해서 무공비급을 사 모으는 중이다?]

병수재; [권씨세가는 한 때 천하제일가(天下第一家)로도 불렸던 무림의 명문입니다.]

병수재; [권완은 사들인 비급들을 참고해서 실전된 가전무공을 복구하는 중인 게 틀림없습니다.]

청풍; [나보다 한 살 어린 걸로 아는데 나름대로 기특한 계집이로군!] 웃고

그때 창밖을 보며 흠칫하는 병수재

권씨세가의 정문으로 두 명의 인물이 나선다. 앞선 인물은 눈이 부리부리하고 강직한 인상을 지녀서 그야말로 대협의 풍모를 풍기는 건장한 중년인. 등에는 작두만한 칼을 짊어지고 있다. 이 인물이 도룡신도 권일해. 권일해의 뒤에는 아주 잘 생긴 20세 가량된 청년이 따른다. 권일해의 셋째 제자인 한검호

병수재; [도련님! 권일해가 집을 나섰습니다!] 급히 물러서며 말하고

청풍; [그래?] 벌떡! 퉁겨지듯 일어나고

이어 소리없이 창가로 가서 밖을 본다

경비 무사들과 뭐라 이야기를 나누는 권일해. 한검호는 그 뒤에 서서 대기하고

한검호의 얼굴 크로즈 업. 잘 생겼다.

청풍; [흐흐흐! 확실히 멀끔하게 생기긴 했군!] 웃고

정문을 지키던 수하들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권일해

이어 뒷짐 쥔 채 빠른 걸음걸이로 집앞을 떠난다. 한검호는 달리듯이 사부를 뒤따라가고. 그 뒤를 향해 포권하는 권씨세가의 수하들

청풍; [흐흐흐! 편히 다녀오시오 권가주! 일 보고 돌아와보면 난리가 나 있을 테니까!] 키득거리고

멀리 사라지는 권일해와 한검호

청풍; [일 벌릴 조건은 다 갖춰졌군!] 돌아서고

청풍; [그럼 나도 슬슬 준비를 해볼까?] 바닥에 앉아서 품에서 작은 거울을 하나 꺼낸다

이어 한손으로 얼굴을 주물럭거리면서 그걸 거울로 보는 청풍. 콧노래를 부르고

병수재; (저럴 수가!) 보고 있다가 놀라고

! 거울을 보며 얼굴을 주무르는 청풍의 모습이 한검호로 변하고 있다.

병수재; (얼굴을 주물러서 한검호와 똑같이 만들고 있다.)

병수재; (저것이 철궁에서 배워온 역용술이로구나!) 만족스럽게 거울을 들여다보는 청풍(한검호)의 모습 보며 감탄

 

#10>

권씨세가의 정문. 무사들이 지키고 서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휘익! 갑자기 정문 앞으로 날아내리는 한검호. 물론 청풍이 변장한 모습. 이하 한검호(청풍)으로 표기

무사들; [삼공자! 무슨 일입니까?] [왜 다시 돌아오신 겁니까?]

한검호(청풍); [비켜라! 사부님의 급한 분부다!] 외치며 그들에게 달려가고

[가주께서?] [대체 무슨 일이신데....!] 당황하면서도 급히 비켜주는 무사들

한검호(청풍)은 그들을 지나쳐 정문 안쪽으로 뛰어들어가고.

[삼공자님!] [가주님을 모시고 북쪽으로 가신 게 아니었습니까?] 집안을 오가던 사람들이 놀라서 묻고

한검호(청풍); [급한 일이다! 방해하지 말고 물러서!] 외치며 일직선으로 달려가고. 사람들 급히 비켜주는데

한검호(청풍)이 달려가는 앞쪽에 높은 담장이 있고 월동문이 뚫려있다

사람들 어리둥절하며 보는데

한검호(청풍); [사매! 어디 있느냐 사매!] 외치며 월동문 안으로 달려 들어가고

월동문 안쪽은 잘 가꿔진 정원. 정원 한쪽에 웅장하고 화려한 전각이 한 채 있고 시녀들이 전각 근처를 오가다가 놀라서 돌아본다.

한검호(청풍); [사매! 안에 있느냐? 빨리 나와 봐라!] 외치며 전각으로 달려가고

삐걱! 전각의 문이 열리며 한 명의 소녀가 나온다. 16살 정도. 아직 소녀티가 나지만 절세미녀다. 여주인공인 권완이다.

권완; [한사형!] 이마 살짝 모으며 전각으로 달려오는 한검호(청풍)을 보고

한검호(청풍); [다행이다! 마침 자리에 있었구나!] 헐떡이며 문 앞으로 뛰어올라오고

권완; [대체 무슨 일인가요?] [아버지는 어찌하고 사형만 돌아오셨나요?]

한검호(청풍); [길게 이야기할 시간 없다! 빨리 안으로 들어가자!] 권완의 손목을 덥썩 잡고 전각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권완 당황하면서도 전각으로 끌려들어가고. 시녀들 어리둥절

전각 안은 서재. 수많은 책들이 사방에 빼곡이 꽂혀있고 중앙에는 넓은 탁자. 탁자위에는 각가지 비급이 쌓여있고 또 문방사우가 널려있다. 권완이 무언가 글을 쓰던 중이다.

한검호(청풍); [서둘러야 한다! 시간이 없어! 족보(族譜)는 어디 있느냐?] 권완을 끌고 들어오며 두리번거리고

권완; [평소의 사형답지 않군요. 무슨 일인지 설명을 해주셔야 대비를 하더라도 하지요.] 한검호(청풍)의 손을 뿌리치고

한검호(청풍); [... 미안하다! 워낙 상황이 급박해서 그만......] 헉헉

권완; [저는 괜찮으니 차근차근 말해보세요.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요?]

한검호(청풍); [그놈.... 그놈 아직 안 왔지?] 초조하게 두리번

권완; [안 왔다니요? 누구를 말씀 하시는 건가요?] [그리고 <그놈>같은 거친 말은 쓰지 마세요.]

한검호(청풍); [... 조심하마!] + (젠장! <그놈> 정도가 거친 말이라면 평상시 내가 업무상(?) 쓰는 말들은 모두 뭐라는 거야?)

한검호(청풍); [황금전장의 제천대성(齊天大聖)이란 놈 아직 안 온 거지?]

권완; [... 제천대성!] 깜짝 놀라고

권완; [살아있는 채무자의 금이빨까지도 뽑아간다는 그 악랄한 해결사 제... 제천대성이 본가에 쳐들어온다는 건가요?] 비틀거리고

한검호(청풍); (남의 이빨 뽑은 적은 없다 요것아!) +[나루터로 가던 중에 황금전장의 집사를 만났다.]

한검호(청풍); [헌데 그자가 말하길 제천대성이란 놈이 오늘 단단히 준비를 해서 빚을 받으러 온다지 뭐냐?] 초조하게 손을 비비고

한검호(청풍); [돈을 못 갚으면 족보라도 뻬앗아가겠다던데...!] 두리번

권완; [... 족보는 안돼요!] 비명을 지르고

한검호(청풍); [물론 족보를 빼앗길 수는 없지!] [그래서 사부님이 날 급히 돌려보내신 것이다.]

한검호(청풍); [급전(急錢)을 마련해오실 동안 어떻게든 족보는 지키라는 게 사부님의 분부시다.]

권완; [... 당연히 그래야지요!] 서둘러 한쪽 서가로 가고

그리고는 책꽂이를 민다.

그러자 책꽂이가 돌아가며 안쪽에서 비밀 금고가 나타난다.

떨리는 손으로 비밀 금고를 여는 권완

한검호(청풍); (옳거니! 저런 곳에 숨겨두었었구나!) 눈 반짝

열린 금고 안에는 아주 크고 두툼한 책이 한권 들어있다. 책 두께가 장난이 아닌데. 제목은 權氏世譜

권완; [... 여기 있어요!] 두 손으로 두꺼운 족보를 한검호(청풍)에게 내밀고

권완; [아버지가 돈을 구해오실 때까지... 한사형께서 이걸 어디든 깊이 숨겨두고 간직해주세요.] 족보를 한검호(청풍)에게 건네주고

한검호(청풍); [... 그렇게 하마!] + (흐흐흐! 계획대로 손에 넣었다!) 족보를 받고

한검호(청풍); (전통과 체면을 무엇보다 중요시 여기는 명문가의 인간들은 족보를 되찾기 위해서는 무슨 짓을 해서든지 돈을 마련하는 법이지!) 만족해서 족보를 보며 웃고

권완; [이 족보는 우리 권씨세가를 중흥시킬 수 있는 중요한 것이니 보관에 만전을 기하셔야.....] 말하다가 눈 부릅 권완

족보를 두 손에 들고 보며 야비하게 웃는 한검호(청풍).

권완; [안돼요!] 비명 지르며 달려들어 족보를 낚아채려 하고

한검호(청풍); [어림없지!] 웃으며 손을 번쩍 들어 족보를 높이 쳐들고

권완; [당신은 한사형이 아니군요!] [족보를 내놔요!] 다시 달려들고

한검호(청풍); [흐흐흐! 아는 게 너무 늦었어!] 슬쩍 몸을 돌려서 피하고

[!] 그 바람에 앞으로 나뒹구는 권완

한검호(청풍); [내가 바로 아가씨가 악귀나찰처럼 생각하는 그 제천대성이야!] 한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고.

! 원래 얼굴로 돌아간다. 이하 청풍으로 표기

권완; [흐윽!] 쓰러진 채 올려다보고

청풍; [빚을 갚을 때까지 이 족보는 내가 보관해 둘 테니 그리 알라구!] 족보를 흔들며 돌아서려 하고. 순간

권완; [제발!] 비명 지르며 두 팔로 청풍의 다리 하나를 와락 끌어안는다

나가려다가 다리가 잡혀 흠칫 돌아보는 청풍

권완; [빚은 꼭 갚을께요! 제발 족보만은 돌려주세요!] 울부짖으며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청풍; [어허! 이 아가씨가!] 다리를 뽑으려 하지만

권완; [못 가요! 족보를 돌려주지 않으면 절대 보낼 수 없어요!] 허벅지를 끌어안고 몸부림친다. 올려다보면서. 순간

! 허리를 숙여서 권완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대는 청풍.

[!] 눈이 찢어져라 부릅떠지는 권완의 얼굴

한손으로 권완의 턱을 바쳐들고 입술을 쪽쪽 빠는 청풍

입술이 빨리며 바르르 떨리는 권완의 몸

청풍의 다리를 부둥켜 안은 권완의 팔에서 힘이 빠지더니

스르르! 털썩! 충격으로 넋이 나가서 무너지듯 쓰러지는 권완

청풍; [그러니까 좋은 말로 할 때 포기했어야지!] 입맛을 다시며 권완에게서 떨어지고

청풍; [뽀뽀 한 번으로 그동안 밀린 이자 갚았다고 생각하라구!]

청풍; [가능한 빨리 돈 마련해서 족보 찾으러 와주길 바래!] 낄낄 대며 나간다

전각 밖에 시녀들이 둘러 서있다가 깜짝 놀라고

청풍; [뭔 구경났어? 가서 일들 봐!] 족보를 흔들어 시녀들을 쫒고. 주춤 주춤 물러서는 시녀들.

우왕! 뒤에서 권완의 울음소리가 터지고

청풍; [으하하하!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돈 마련하는 게 너무 늦으면 족보를 팔아 치워서라도 채권을 회수할 테니까!] 휘익! 몸을 날려 날아간다.

 

#11>

황금전장.

공자무; [이게 뭐냐?] 탁자 앞에 앉아서 시큰둥하게 탁자 위에 놓인 크고 두꺼운 권씨세보를 보고

청풍; [권씨세가의 족보(族譜)입니다.] 탁자 앞에 뒷짐을 짚고 서서 대답한다. 좀 긴장한 모습이다.

공자무; [돈 대신 족보를 받아왔다?]

청풍; [한 때 천하제일가로도 불렸던 명문 중의 명문 권씨세가의 족보입니다.] [근본이 천한 졸부들에게 팔면 빌려줬던 돈의 몇 배를 건질 수도 있습니다.]

공자무; [그걸 모르는 게 아니다!] 찡그리고

공자무; [도룡신도 권일해는 뻔뻔하기 그지없는 채무자인데 어떻게 족보를 가져올 수 있었느냐?]

청풍; [별로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으쓱

청풍; [권일해가 제자를 데리고 외출하는 것을 확인한 후에 그 제자로 변장하여 권씨세가로 허둥지둥 돌아갔습니다.]

공자무; [권일해가 보냈다고 뚱 쳐서 족보를 빼냈군.] 피식

청풍; [악랄하기 이를 데 없는 황금전장의 제천대성이 들이닥칠 거라고 겁을 줬더니 권일해의 딸도 감쪽같이 속아서 냉큼 내놓더군요.]

공자무; [권일해의 딸이 그렇게 어리숙했던가?] 갸웃

공자무; [이봐! 권일해에게는 딸이 하나뿐이지?] 벽을 향해서 묻고

<그렇습니다 주군!> 벽속에서 누군가 대답하고

청풍; (아무도 정체를 모른다는 아버지의 비밀 호위로군!) 침 꼴깍

공자무; [그 외동딸이 똑똑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천재소녀 권완(勸完) 맞지?]

<권완은 당금무림의 이대재녀(二大才女) 중 하나이며, 권일해가 목숨보다 더 아끼는 무남독녀입니다.>

공자무; [그렇게 똑똑한 아이가 제 집안의 족보 하나 못 지켰다?] 찡그리고

청풍; [눈치가 빠르긴 했습니다.]

청풍; [족보를 넘긴 직후 제가 자기 사형이 아니란 걸 알아차리고는 다리에 매달리며 애원을 하더군요.]

공자무; [그래서 여자를 상대로 완력이라도 쓴 거냐?] 불쾌한 표정

청풍; [완력은 쓰지 않았습니다.] [대신 입을 썼지요.] 히죽

공자무; [완력 대신 입을 써?] 어리둥절

청풍; [필사적으로 매달리길래 입술에다가 제 입을 한번 쪽! 맞춰주었습니다] 히죽

[!] 눈 부릅 공자무

청풍; [그랬더니 뿅 갔는지 얼이 빠져 버리더군요.] [그 사이에 후다닥 빠져나와 버렸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데

공자무; [이 망할 놈!] 벌떡 일어나면서 그대로 청풍의 뺨을 후려친다

청풍; [!] 얼굴이 팽 돌아가

털썩! 바닥에 나뒹굴고

청풍; [... 아버지!] 시뻘겋게 부푼 뺨을 만지며 엉금 엉금 기어 일어나고

청풍; [왜 갑자기 때려요? 제가 뭘 잘못 했다고...!] 억울한 표정

공자무; [닥쳐라! 네놈이 정말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단 말이냐?] 고함을 치며 권씨세보를 집어들고

공자무; [처녀의 입술을 빼앗은 건 정조를 유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걸 왜 몰라?] ! 두꺼운 족보를 벼락같이 던져서 겨우 일어서던 청풍의 면상을 다시 날려버리고. 꾸엑! 뒤로 벌러덩 나자빠지는 청풍

청풍; (아구구 나 죽네! 나 죽어!) 코피 터진 코를 부여잡고 벌벌 기어 일어나고. 털썩! 족보는 옆에 떨어지고

공자무; [돈 받아오랬지 누가 파락호 짓 하라고 했느냐?] 분을 참지 못하고 옆에 놓인 벼루를 콱 움켜쥔다. 조각이 정교한 비싸 보이는 벼루다.

공자무; [네놈이 정녕 우리 황금전장의 이름에 똥칠을 하는구나!] 벼루를 번쩍 쳐들어 던지려 하고.

청풍; [... 벼루는 안돼요!] 비명 지르며 옆에 떨어진 족보를 집어들고

청풍; [그 벼루는 천금 가치를 지닌 단계연(端溪硯)이잖아요!] 족보로 앞을 가리며 외치고

벼루를 던지려다가 멈칫하는 공자무

공자무; [맞다.] [네깟 놈 혼내려고 명품을 훼손할 수야 없지!] 벼루를 내려놓고

청풍; (아효! 꼰대의 구두쇠 기질 덕분에 살았다!) 안도하며 얼굴 가렸던 족보를 내리는데

! 대나무로 만든 붓통이 이마를 강타한다. 꾸엑! 고개가 뒤로 홱 젖혀지는 청풍. 이리저리 튀는 각가지 크기의 붓들

공자무; [당장 내 눈 앞에서 꺼져라!] [다시 눈에 띠면 모가지를 뎅강 잘라버릴 테다 이 망할 놈아!] 탁자에 놓인 다른 대나무 붓통을 쳐들고

청풍; [히익!] 벌벌 기어서 달아난다. 손에는 족보를 들었고

쏜살같이 사라지는 청풍

공자무 붓통을 쳐들고 그런 청풍을 노려보고

공자무; [어리석은 놈!] ! 붓통을 내려놓으며 씩씩 대고

공자무; [아무리 생각이 없어도 그렇지 시집 안간 처녀를 농락해?] 다시 털썩 의자에 주저앉고

공자무; [해결사 노릇을 곧 잘 하길래 두고 보면서도 불안 불안했는데... 저 망할 놈이 기어코 일을 저질러버렸어.] 몸을 뒤로 젖히며 천장을 보고

공자무; [문제야 문제! 장차 이 일을 어찌 수습한다?] 손으로 이마를 싸안고

공자무; [족보를 뺏긴 건 빚 때문이라 쳐도 딸이 희롱까지 당했다는 사실을 알면 참을 권일해가 아닌데....!]

<권일해 뿐만이 아닙니다. 가문이 모욕을 당했다고 여긴 권씨세가의 원로들까지 모두 뛰쳐나와 사생결단을 내려고 할 겁니다.>

<더구나 천하제일의 재녀 소리를 듣는 권완이 원한을 풀기 위해 직접 그들을 지휘한다면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될 것입니다.> 벽속에서 비밀 호위가 말하고

공자무; [에효! 어쩌다가 우리 집안에 저런 망종이 태어났을꼬?]

<넷째 도련님이야말로 젊었을 적의 주인님을 빼닮으셨습니다만....!> 벽속에서 들리는 소리에 움찔하는 공자무

! 벽을 후려치는 대나무 붓통

공자무; [아무리 진실이라도 말해선 안될 때가 있다는 거 모르나?] 붓통을 던진 자세로 궁시렁 대고

<죄송합니다 주군!> 벽속에서 사과하고

공자무; [에라 모르겠다!] 벌떡 일어나고

공자무; [제 놈이 저지른 일이니 제 놈이 뒷감당하라지 뭐!] 나간다

공자무; [권씨세가에서 치도곤을 놓겠다고 들고 일어나면 청풍이 놈을 보내버려!] [한번쯤 된통 혼이 나봐야 정신을 차릴 게야!]

<그리하겠습니다!>

공자무; [역시 아들은 셋으로 충분했어!] [마누라가 저놈을 딸로 낳지 못하면서 문제가 생긴 거야!] 궁시렁 대며 멀어지고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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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십육년후(十六年後) 지저분한 빈민가.

뒷골목의 허름한 술집

어둠 속에서 누군가 두 손으로 종이를 두 장 들고 아래쪽의 신상명세서를 읽고 있다. 앞쪽의 탁자에는 간단한 술상이 차려져 있다.

 

<성명: 공청풍(孔淸風)

나이: 17

성별: ()

주소: 금릉 황금전장(黃金錢莊) 내 취화각(翠華閣)

신분: 천하제일 전장인 황금전장의 장주 공자무(孔自茂)의 넷째 아들. 최고의 해결사 조직인 철궁(鐵宮)의 사상 최연소 궁주.

무공수준: 두 살 때부터 무공에 입문. 철궁십이사(鐵宮十二師)에게 사사(師事) 받음. 변장술, 잠입술, 은신술 및 각종 암기술과 세 가지 이상의 검술을 익혔고, 그밖에 파악이 되지 않는 수법을 몇 가지 더 지녔을 것으로 보임. 실력은 사부들인 철궁십이사와 비슷한 수준.>

 

<성격: 천방지축. 대소와 경중을 모르는 사고뭉치로 제천대성(齊天大聖)이란 별명을 얻음.

직업: 주로 황금전장의 악성 채권을 회수함. 현재까지 63건의 초() 악성채권을 회수, 단 한 번도 실패가 없었음.

단점: 부모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하거나 둘 중 하나임.

특기: 독한 놈, 무서운 놈, 부딪히면 일단 피하는 게 좋음.> 17살인 현재의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아주 개구쟁이같은 인상이다. 히죽 히죽 웃고 있다.

 

상춘우; [간단히 해치울 수 있는 물건은 아니로군!] 읽은 종이를 뒤로 젖히며 중얼거린다. 나이는 40살 가량. 음산하고 살벌한 인상. 전형적인 살수의 모습. 이자는 청부 살인조직인 적포동의 칠대살수중 한명. 대단한 실력자. 다만 숫자에 약해서 번번이 적자 청부를 받는다.

상춘우; [최고의 해결사 조직인 철궁의 궁주를 건드렸다가는 후환이 적지 않을 텐데...!] 힐끔 앞쪽을 보고

호선낭; [그래서 겁이라도 난다는 건가요?] 상춘우 맞은편에 앉아서 얄밉게 웃는 여자. 예쁘지만 아주 교활한 인상. 옷은 잘 차려입었다. 청부 브로커인 호선낭이다. 적덩히 벌어진 저고리 틈으로 젖소가슴의 윤곽이 드러나 보이는 야한 차림이다.

호선낭; [상대가 최고의 해결사집단인 철궁의 궁주라면 당신은 최강의 살수조직인 적포동(赤袍洞)의 칠대살수(七大殺手) 중 한 명이잖아요!]

상춘우; [격장지계까지 쓸 필요없다.] [나 상춘우(尙春雨)는 청부의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청부의 대가를 따질 뿐이지!] 말하며 두 번째 종이를 읽는다

호선낭; [어련하실려구요?] 턱을 괴며 배시시 웃고

상춘우; (여우같은 년!) 코웃음치며 두 번째 종이를 읽기 시작하고

상춘우; (하긴 이름이 호선낭(狐仙娘)이니 여우는 여우지!)

 

<성명: 공자무

나이: 52

성별: ()

주소: 금릉 황금전장

신분: 황금전장의 장주, 천하오대 거부(巨富) 중 한 명, 알려지지 않은 비밀 세력을 보유하고 있는 듯하지만 확인된 것은 철궁과의 긴밀한 유대뿐임.

무공수준: 알 수 없음. 익힌 것은 분명하지만 한 번도 펼친 적이 없음.

성격: 부자답게 구두쇠. 그러나 가끔은 엄청 대범함.

직업: 전장의 일반적인 업무 외에 무림인들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함. 무림인의 신분과 명성에 따라 신용으로 대부해줌. 하지만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할 경우 비급이나 영약 또는 신물, 병기 등을 요구함. 피해를 당한 무림인들의 하소연이 무림맹(武林盟)에 연일 접수중.>

단점: 공처가

특기: 돈의 힘을 믿는 건지 간덩이가 부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천하에 두려워하는 대상이 없음. 단 한 사람 마누라인 호표선자 진군소만 제외하고.

참고; 부인인 호표선자 진군소는 처녀시절 반년만에 백 수십명의 음적을 척살하여 공포의 여살성으로 불린 일류고수임.> 공자무의 모습. 지금은 첫 등장 보다 나이가 좀 들었지만 여전히 멋지게 생긴 미중년이다.

 

상춘우; [부자를 함께 처리해달라는 청부는 또 처음이군!] 화르르! 종이를 손으로 쥐어 내공으로 태운다.

호선낭; [한 번 결행으로 둘을 해치울 수 있으니까 일석이조죠.]

상춘우; [실패해서 죽을 확률도 배가 되겠지!]

호선낭; [그래서 할 거예요 말 거예요?] 새침

상춘우; [가격은?] 시큰둥

호선낭; [한 명당 오천 냥! (; 은자 한냥의 현재 가치는 5만원~10만원사이. 이하 5만원으로 계산)] 눈 반짝하며 다섯 손가락을 쫙 펴 보이고.

상춘우; [한 명당 일만 냥(5)!] 열 손가락을 쫙 펴보이고

호선낭; [좋아요! 한 명당 일만 냥!] [기한은 1년이에요.] 배시시 웃으며 얼른 대답하고

상춘우; (아차!) 띠용.

상춘우; (빌어먹을! 또 당했다!) (내 수정제안을 이렇게 쉽게 받아들인다는 건 엄청난 헐값이란 얘기!) 주먹 부르르 떨고

호선낭; [호호호! 남아일언 중천금이란 말은 굳이 할 필요도 없겠지요?] 깔깔 웃으며 소매에서 전표 뭉치를 꺼낸다. 전부 만냥짜리다.

호선낭; [이건 선수금이에요!] [일만냥!] 팔랑! 一金 一萬兩 整이라는 큰 글씨가 적힌 전표를 한장 뽑아서 상춘우 앞에 던진다. 작은 글씨로 保證 黃金錢莊이란 작은 글씨가 하단에 적혀있다.

호선낭; [잔금은 일 끝난 후에 드리는 거 알죠?] 전표 다발로 부채질을 하고

상춘우; (.... 저 전표 다발이 전부 만냥짜리...!) 호선낭이 손에 들고 부채질하는 전표 다발을 보며 눈을 부릅

상춘우; (그럼 이 여우가 의뢰인에게 청부받은 금액이 대체 얼마라는 거야?) 두 주먹이 부들 부들

호선낭; [전표는 황금전장에서 발행한 거니까 어디서든지 은자로 환전이 가능해요.] 전표를 품속에 넣는다. 그 바람에 빵빵한 젖가슴이 슬쩍 보이고

호선낭; [황금전장에서 발행한 전표로 황금전장의 장주 부자를 죽이라고 청부하니 기분이 좀 이상하네요.] 일어나고

상춘우; (여우같은 년! 같이 일한 게 몇년인데 번번이 날 물 먹여?) (네년이 물어온 일을 또 다시 맡으면 내가 개다, .) 이를 부득 부득 갈고

호선낭; [호호호! 벌써부터 그렇게 살기가 충만하니 믿음직하군요!] [좋은 소식 기다리겠어요!] 나가고

호선낭; [여기 술값은 내가 낼 께요.] 문간에서 돌아보고

호선낭; [갈보도 하나 불러둘 테니까 마음껏 마시고 즐기세요!] 깔깔 웃으며 나간다.

상춘우; [지랄!] !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쳐서 박살낸다

와장창! 탁자가 박살나고 술병과 접시가 바닥에 패대기쳐져서 박살난다

 

복도를 걸어가다가 흠칫 곁눈질하는 호선낭. 뒷쪽에서 와장창하는 소리가 들린다.

호선낭; (멍청이!) 다시 걸음 옮기며 비웃고.

복도 좌우에는 주렴이 쳐진 작은 방들이 여럿 있다. 뭔일인가 하며 내다보는 창녀들

호선낭; (천하 칠대살수면 뭘 해? 금전 감각이 완전히 꽝인 걸!)

호선낭; (두 당 십만냥을 불렀어도 받아들일 작정이었는데.... 호호호 무려 십팔만냥이나 굳었지 뭐야?) 좋아 죽으려 하며 가고.

 

다시 상춘우가 있는 방

상춘우; (빌어먹을 년! 벼락을 맞아 죽을 년!) (가다가 미끄러져서 가랑이나 확 찢어져라!) 박살난 탁자 앞에 앉아서 두 주먹 불끈 쥐고 부들 부들 떤다

상춘우;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누가 번다더니...) (난 목숨을 걸고 살행(殺行)을 감행하는데 제년은 간단히 사기를 쳐서 몇 배 몇 십 배의 이득을 챙겨?) 이를 부득 부득 갈고

상춘우; (언제고 네년을 홀딱 벗겨서 대체 꼬리가 몇 개인지 확인해봐야겠다!) 심호흡을 하여 분을 참고

상춘우; (칠대살수중 한 명인 내 체면상 일단 내뱉은 말을 번복할 수는 없고....) (속은 상하지만 받은 청부는 이행해야만 한다!) 턱을 만지며 생각한다

상춘우; (풍류재신 공자무...!) (천하오대거부중 한 명인 그를 죽이는 건 나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상춘우; (접근하기만 하면 어떻게든 죽일 방법이 나오겠지만...)

상춘우; (가까이 접근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천하오대거부 중 한 명인만큼 철통같은 호위가 암암리에 펼쳐져 있을 테니까.)

상춘우; (별 수 없이 사람을 몇 사서 일을 분담하는 수밖에 없다.) 바닥에 떨어진 전표를 집어들고

상춘우; (문제는 선수금 일만냥으로는 제대로 된 인간들을 모을 수 없다는 점인데....!) 한숨 푹

상춘우; (젠장할! 그동안 모아놓은 피같은 내 돈을 헐어야겠군!)

 

#7>

. 황금전장.

창문이 열린 방에 놓인 서탁 앞에 앉아서 산더미같은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 청풍. 현재 나이 17. 하지만 닳고 닳은 분위기가 난다. 복장도 자유분방하다. 옆에는 얼굴이 유달리 하얘서 병약해보이고 깐깐한 인상을 지닌 중년인이 서서 다른 서류를 보고 있다. 이 중년인은 황금전장의 집사다. 이름은 병수재.

청풍; [그러니까 현재 본장이 보유한 최고의 악성채권(惡性債券)이 이거란 말이지?] 두툼한 서류를 건성으로 넘기며 묻는다

병수재; [그렇습니다만....!]

병수재; [권씨세가(權氏世家)의 채권은 장주님이 특별 관리하시는 건이니 건드리지 않으시는 게...!]

청풍; [별 소리를 다하네!] 코웃음

청풍; [이 작자들은 지난 삼년간 무려 이백만냥이나 차용해갔어!] [그러고도 이자를 제 때 낸 건 가뭄에 콩이 날 정도에 불과해!]

청풍; [이런 악성채권을 방치해서 어쩌자는 거야?] 손으로 서류를 툭툭 치고

병수재; [권씨세가는 이곳 금릉에 자리하고 있어서 본장과의 인연도 남다르고...]

병수재; [또 무림의 십대세가(十大世家) 중 한 가문인데 설마 돈을 떼어먹기야 하겠습니까?]

청풍; [병수재(病秀才)! 당신 말이야!] 불량하게 야려보고

병수재; [예 넷째 도련님!] 움찔하며 긴장하고

청풍; [본장의 집사(執事) 노릇 한 게 몇 년이야?]

병수재; [... 올해로 십년째입니다만....!] 비지땀을 흘리고

청풍; [확실히 너무 오래 한 자리에 머물렀군.] [바람도 쎌 겸 몇 년쯤 다른 지점을 돌고 와야겠어!] 서류를 넘기며 지나가는 말로 말하고

병수재; [... 도련님 말씀이 옳습니다!] 기겁

병수재; [이자도 제 때 안 내는 것들을 무자비하게 족쳐서라도 채권을 회수해야만 합니다!] 태도 급변하여 굽신굽신. 비지땀을 흘리고

청풍; [집사도 나하고 의견이 같다니 다행이군!] 코웃음

청풍; [권씨세가 건도 내가 처리할 테니까 일 끝날 때까지 아버지에게는 보고하지 마!] 다시 서류 검토하고

병수재; [...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굽신

청풍; [그럼 당장 나가서 권씨세가 가주 도룡신도(屠龍神刀) 권일해(勸日海)의 근황을 탐문해와!] [향후 일정이 어찌 되고 만나는 게 누군지 빼놓지 말고 알아내!]

병수재; [... 존명!] 포권하고

허둥지둥 밖으로 달려나가는 병수재

청풍; [권씨세가...!] 서류를 덮고

청풍; [니들이 가문의 명성만 믿고 배째라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청풍; [남의 돈 쓰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통감하게 해주마!] 사악하게 웃는다

청풍; [그나저나 권씨세가의 인간들은 무얼 하느라 이백만냥이나 되는 거금을 차용한 건가? 그것도 지난 삼년간 집중적으로....!]

청풍; [뭐 내 알 바 아니지!]

청풍; [황금전장의 해결사인 나 공청풍이야 빚만 받아내면 되니까!] 목 덜미에 깍지 낀 손을 대며 몸을 뒤로 젖힌 채 웃고

 

#8>

다시 빈민가의 술집

어둑한 방안에 여섯 명이 탁자에 둘러앉아있다. 한 명은 상춘우고 다른 다섯 명도 살수다. 흉악하게 생긴 살수 한 명. 키는 크지 않지만 떡대 좋은 중년인. 소심해보이는 깡마른 서생. 교활해 보이는 놈. 마지막 한 놈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안간다. 절세의 미남자. 가슴도 약간 불룩하다. 지고운이란 이 미남은 사실 음양인으로 한 달의 반은 여자 한 달의 반은 남자로 산다. 이 자리에 모인 자들 중에 가장 중요한 캐릭터가 지고운이다

위지삼수; [상형! 이번에 죽일 놈은 누구요?] 다섯 놈중 흉악하게 생긴 살수. 코를 후비며 묻고. 순간

! 이미 뽑혀진 상춘우의 칼이 위지삼수의 목을 겨누고 있다. 기겁하는 사람들. 지고운만 실실 쪼개고

위지삼수; [... 이게 무슨 짓이오 상형?] 코를 후비던 자세로 사색이 되어 묻고

상춘우; [위지삼수(慰遲三手)! 그렇게도 죽고 싶은 거냐?] 노려보고

상춘우; [계약할 때까지는 표적이 누군지 묻지 않는 게 이 바닥의 관례라는 걸 잊었나?]

위지삼수; [젠장! 청부자를 물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화를 낼 필요는 없잖소?]

상춘우; [청부자를 물었으면 이미 죽었다.] 칼을 거두고

위지삼수; [쓰벌! 바쁜 사람 불러놓고 대접이 뭐 이래?] 땀을 닦으며 궁시렁

상춘우가 노려보고

찔끔하는 위지삼수

전정무; [자자! 진정들 하시오.] [피차 한 두 해 알고 지낸 것도 아닌데 얼굴 붉히지 맙시다!] 끼어들고. 폭약담당. 키는 크지 않지만 떡 벌어진 체격. 손에는 드라이버를 하나 들고 있다.

전정무; [상형도 상대방이 누군지 가르쳐 주지 않고 일을 시킬 경우 가격이 올라간다는 걸 염두에 두시오.] 드라이버로 탁자를 톡톡 치며

상춘우; [전정무(全正無)! 자네 목숨은 얼마짜린가?]

전정무; [나야 이 업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폭약(爆藥) 전문가니까 좀 비싼 편이오!] [한 칠천 냥(35천만원)정도?]

상춘우; [종리전(種里傳) 자네는?] 깡마른 체구에 겁이 많고 소심해보이는 인상의 서생을 보며 묻는다. 이자는 연신 눈을 굴린다.

종리전; [... 나도 기관진식(機關陣式)의 재주 덕분에 좀 비싼 편이오. 육천냥(3억원) 정도...!] 소심하게 눈치 보고

상춘우; [자네는?] 교활해보이는 자에게 묻고. 이자의 이름은 음리붕

음리붕; [나 음리붕(陰離鵬)이야 염탐하고 칼질하는 재주 밖에 없으니 단돈 천냥(5천만원)에라도 목숨을 팔겠소!] 작은 단도로 손톱을 깍으며 실실 쪼개고

시선을 마지막으로 지고운에게 돌리는 상춘우

지고운; [어느 쪽을 알고 싶어요?] [남자일 때? 여자일 때?] 교태롭게 웃는다

순간 모두 움찔하고

가까이 앉아있던 음리붕과 전정무가 억지로 웃으며 지고운에게서 떨어진다.

지고운; [어머! 분위기 왜 이래?] 샐쭉

지고운; [내가 음양인(陰陽人)이라고 차별하는 거예요 뭐예요?]

지고운; [지금은 당신들하고 같은 남자 몸이니까 경계할 거 없어요!]

지고운; [설령 여자일 때라도 당신들같은 냄새나는 인간들한테는 관심 없다구요!] 코웃음

상춘우; [그만 해라 지고운(枝孤雲)!] 찡그리고

상춘우; [네가 음양인이든 아니든 난 상관하지 않는다.] [내가 널 부른 것은 네가 누구보다도 유능한 살수이기 때문이다.]

지고운; [호호호! 확실히 상형은 수준이 다르군요.] [역시 칠대살수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었어요!] 다른 자들을 흘겨보고

뭐 씹은 꼴이 되어 지고운의 시선을 피하는 위지삼수들

지고운; [그런데 왜 갑자기 우리 몸값을 물은 거죠?]

상춘우; [내 몸값이 얼마인지 알고 싶어서다.]

지고운; [글쎄....] 찡그리고

지고운; [상형 정도의 실력자라면 육만냥(30)은 족히 되고도 남겠죠?] 다른 사람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모두 끄덕인다.

상춘우; (젠장할! 역시 그랬군!) 우거지상

상춘우; (사람 죽이는 데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지만 결정적으로 난 숫자에 너무 약해빠졌다.)

상춘우; (그 바람에 목숨을 걸어야하는 청부를 목숨 값만도 못한 이만냥이란 헐값에 계약해버렸으니....!)

상춘우; (이번 일만 끝나면 기필코 회계담당을 하나 고용하고 말리라! 매번 호선낭 그년의 호구 노릇을 할 수만은 없으니까!)

지고운; [무슨 고민 있어요? 청부를 헐값에 받았다든지?] 눈치 때리고 묻고

상춘우; [헛소리!] 버럭 고함

지고운; [엄마야!] 깜짝

지고운; [아니면 아니지 왜 고함을 지르고 지랄이람?] 새침

상춘우; (육만냥짜리인 내 목숨을 겨우 이만 냥에 팔았다는 건 죽어도 말 못해. 바보소리 듣는 건 죽는 것보다 더 싫으니까.) 험험 헛기침하고

위지삼수; [뜸 그만 들이고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이래 뵈도 여기저기서 찾는 고객 많은 몸이오!]

상춘우; [내 목숨값으로 자네들의 목숨을 사겠다.] [팔겠는가?]

[, 뭣이라?] 경악의 소용돌이. 다섯 명 중 세 명은 벌떡 일어서며 소리친다. 위지삼수, 전정무, 음리봉

꽈당! 소심한 종리전은 꼬르륵 하며 뒤로 벌렁 나자빠지고

지고운만이 흠칫하며 자리에 앉아있다

위지삼수; [.... 지금 한 말 정말이오?] [... 우릴 두당 육만냥에 고용하겠다는...?] 흥분하여 버벅 대고

상춘우; [팔겠는가? 말겠는가?] [지금 당장 결정해라!]

상춘우; [다만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예상은 하겠지만 극히 위험한 일이라는 건 염두에 두도록!]

위지삼수; [... 팔겠소!] 자리에 앉으며

위지삼수; [몇십냥 몇백냥짜리 잔챙이 청부에만 뛰어다니는 데 질렸소!] [육만냥을 주겠다면 펄펄 끓는 화산 속에라도 뛰어들겠소!]

모두들 끄덕이고.

지고운만 찡그린다.

상춘우; [넌 어떻게 하겠느냐 지고운?]

지고운; [우리 다섯을 총액 삼십만냥에 고용하겠다는 걸 보니 관례상의 비율인 칠대삼을 적용했을 경우 백만냥짜리 청부로군요.]

모두 침 꿀꺽 삼키며 상춘우를 보고

상춘우; (젠장할! 이만냥짜리 청부지만 이실직고 할 수는 없지!) + [얼추 비슷하다!] 끄덕이고

[!] [정말 백만냥짜리 청부를 받다니!] [허어! 칠대살수는 과연 노는 규모가 다르군!] 감탄하는 놈들.

지고운만 미심쩍어하고

위지삼수; [무조건!] [난 무조건 상형과 함께 하겠소!] [그러니 대체 표적이 누군지 말해주시오!]

다른 놈들을 보는 상춘우

[위지형 생각과 같소!] [생사를 같이 할 테니 어서 청부대상을 말해주시오!] 전정무와 음리붕도 끄덕이고

상춘우; [풍류재신 공자무와 그의 넷째 아들!]

[!] [!] 모두 놀라고. 이번에는 지고운도 놀라고

<... 맙소사! 천하제일 전장인 황금전장 장주 부자에 대한 척살 청부가 들어오다니...!> <그들 부자라면 백만냥도 결코 비싸지 않다!> 비지땀

상춘우; [자신 없으면 지금이라도 빠져도 좋다!] 살벌한 표정

흠칫하는 네놈. 종리전은 여전히 기절한 상태고

위지삼수; [빠지다니!] [이런 큰 건에서 어떻게 빠진단 말이오?]

음리붕; [흐흐흐! 실패해도 살수계(殺手界)에 전설로 남을 거 아니오?] [까짓 끝까지 함 가봅시다!] 손을 내밀고

전정무; [음형의 말이 맞소!] 음리붕의 손 위에 자기 손을 얹고.

위지삼수와 지고운도 손을 얹고

상춘우; [그럼 모두 동의한 걸로 알겠다!] 마지막으로 손을 얹으며 힐끔 기절한 종리전을 보고

상춘우; [목숨을 걸어야하는 일이니 모두 신변을 말끔히 정리하고 사흘 후에 여기서 다시 모인다!] [선수금은 그때 주겠다!]

[알겠소!] [사흘 후에 봅시다!] [비밀을 지킬 테니 안심하시오!] 일어서는 놈들

음리붕과 전정무가 기절한 종리전을 끌고 나간다. 지고운과 위지삼수가 따라가고

지고운; [긴장 푼다고 술과 계집에게 빠져 지내진 마세요!] 윙크하며 나가고

귀찮다고 가라고 손짓하는 상춘우

지고운; [호호호! 나라도 괜잖다면 무료로 봉사해줄 수 있는데....!] 문 닫으며 추파를 보내고

상춘우가 노려보고

지고운; [농담이에요 농담!] 문을 닫으며 웃는다

혼자 남는 상춘우

상춘우; (저것들 선수금만 해도 십오만냥!) (이것 저것 준비하는데도 족히 만냥 이상이 들 테고...!)

상춘우; (이십년간 생사를 넘나들며 모은 재산을 다 허물어야 될 판이로군!)

상춘우; (별 수 없이 이번 한번만은 예외로 청부살인뿐 아니라 도둑질도 해야겠다!)

상춘우; (적자를 메우려면 황금전장에 들어갔다가 빈 손으로 나오면 안되겠지!)

상춘우; [명색이 칠대살수 중 한 명이면서 도둑질까지 생각해야하다니...!]

상춘우; [청부를 성공하기도 전에 허탈해지긴 이번이 처음이군.]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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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전장 -黃金錢莊

                                             2008 8 26일 와룡강

#1>

<대성(大聖) 공자(孔子)의 제자들 중 가장 뛰어난 용사였던 담대멸명(澹臺滅明)이 황하를 건널 때 수신 하백(河伯)이 그가 지닌 보옥(寶玉)을 노리고 두 마리 교룡을 보내 습격하게 했다.> 넓은 강을 건너는 나룻배. 두 마리의 거대한 교룡이 물에서 치솟아올라 배를 덮치려 하고. 뱃머리에는 얼굴이 무섭게 생긴 선비가 보검을 뽑으려는 자세로 우뚝 서있다. 얼굴이 기괴하고 흉악하게 생긴 이 인물이 담대멸명이다. 얼굴이 달마와 비슷하다. 뱃사공과 다른 손님들은 겁에 질려 웅크리고 있고

<하지만 담대멸명은 간단히 교룡들을 베어죽여 수신 하백으로 하여금 두려워 숨게 만들었다.> 보검을 길게 휘둘러서 섬광으로 교룡들을 베어버리는 담대멸명. 잘려진 교룡들의 몸통에서 피가 치솟는다

<무사히 황하를 건넌 사람들이 극찬하며 추앙하자 담대멸명은 이렇게 말했다. [나의 무()라는 것은 머잖아 오실 왕중의 왕 <제왕(帝王)>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나루터에서 사람들에게 에워쌓인 담대멸명이 하늟을 향해 손을 모아 포권한다

 

#2>

<역사상 처음으로 천하를 통일한 진왕(秦王) 영정(瀛政;진시황)이 만조백관에게 말했다. [나는 천하의 모든 왕들을 폐()하여 그들을 천하게 만들었다. 이제 그대들은 나를 일컬어 왕중의 왕, 제왕(帝王)이라 부르라! 나 스스로는 짐()이라 칭할 것이다!]> 수백명이 들어갈 수 있는 웅장한 대전. 면류관을 쓰고 곤룡포를 걸치고 긴 칼을 찬 마흔살 가량의 황제가 만조백관에게 팔을 뻗으며 거만하게 말한다. 이 인물이 진시황. 그 앞에는 수백명의 고관들이 조아린 채 도열해있고

<이에 승상인 이사(李斯)가 나서서 고하기를 [천하에는 이미 <제왕>이 존재하니 그 이름은 취할 바가 못 됩니다.] 하였다.> 오십살 가량의 꼬장꼬장한 인상의 고관이 나서서 고개를 조아린다. 두 손으로는 홀을 잡았고

<진왕 영정이 크게 노하여 이사에게 물었다. [본왕을 두고 누가 감히 왕중의 왕 제왕을 칭한단 말인가?]> 이사에게 손가락질하며 분노하는 진시황

<이사가 다시 고하기를 [제왕은 능히 용의 날개를 꺾고 범의 목을 부러뜨리는 능력을 지녔으며 하늘 아래 모든 곡()과 동()과 산()과 도()의 주인들이 주군으로 모시는 존재입니다. 만일 그가 원치 않았다면 대왕의 패업은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였다.> 말하는 이사의 뒤로 뒷짐을 진 거인의 실루엣이 떠오른다.

<이사의 간곡하고 은밀한 충간을 들은 진왕 영정은 제왕의 이름을 취하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더욱 광망(狂妄)한 이름인 황제(皇帝)를 자신의 칭호로 삼았으며 이로써 후세에 시황제(始皇帝)라는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산곡대기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진시황. 근처에 걸린 깃발에는 秦 皇 帝 天命등의 글이 적혀있다.

 

#3>

<전한(前漢) 경제(景帝)시대에 살았던 낙양대협(洛陽大俠) 극맹(劇孟)은 천하의 모든 임협(任俠;협객)들로부터 맹주로 추앙을 받는 큰 인물이었다. 오초칠왕(吳楚七王)이 난을 일으켰을 때 진압군을 통솔하게 된 태위(太衛) 주아부(周兒夫)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그 극맹을 찾아가 협조를 구한 것이었다.> 어느 허름한 초가집 앞에 수많은 군사와 마차가 서있고. 열려진 사립문 안에서는 전포를 걸친 늙은 노인이 건장하게 생긴 40대의 중년사내와 포권을 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중년인은 전형적인 대협의 풍모를 지녔다. 이 인물이 전설적인 협객 극맹이다.

<반란을 평정한 후 주아부가 황제에게 보고하기를 [극맹의 도움을 받은 것은 적국 하나를 미리 손에 넣은 것 이상의 가치가 있었습니다!] 하였다.> 아직 젊은 황제 앞에서 보고하는 윗씬의 늙은 장군. 뒤로는 만조백관이 늘어서 있다.

<이로 인해 극맹의 성가는 더욱 높아져서 혹자는 그를 무()의 제왕(帝王)이라고까지 칭하게 되었다. 이를 들은 극맹은 급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 관을 벗고 귀를 물로 씻은 후 엄숙하게 말했다. [나 극맹을 무의 제왕이라고 칭하는 것은 참람하여 감히 들을 수가 없다. <제왕>이라 불릴 분은 오직 한 분이시고 나는 그분의 가장 천한 종복(從僕)일 뿐이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산발을 한 채 하늘에 대고 포권하는 극맹.

<이에 사람들이 <제왕>이 누구인지 물었으나 극맹은 끝내 입을 다물고 두 번 다시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불경을 저지르지 않았다.> 뒷짐을 진 채 고개를 흔드는 극맹.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그에게 뭔가를 묻는 모습

 

#4>

-금릉(金陵) 운하와 강을 끼고 서있는 화려하고 오래 된 도시.

금릉의 번화가.

그중 특히 화려하고 웅장한 장원. 장원의 높고 화려한 정문에는 黃金錢莊이라는 글이 적힌 현판이 걸려있다. 활짝 열린 그 문으로 많은 사람들이 드나든다

-황금전장(黃金錢莊) 위 씬의 현판을 크로즈 업.

<대륙의 거의 모든 시진에 지점을 두고 있는 천하제일의 전장!> 황금전장의 후원. 잘 가꿔진 정원과 건물들. 시녀들이 부산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초조하게 한 건물을 기웃거리는 나이 든 시녀 서너명들. 주변에 남자들은 없다.

응애! 응애! 어느 순간 아기의 고고성이 들리고

[태어나셨다!] [네번째 아기님이 태어나셨어!] [빨리 주인님께 알리게나!] 시녀들 자기 일처럼 좋아하고. 일부 시녀들은 급히 달려가고

[하여간 경사는 경사야!] [그러게나 말일세. 원래 공씨(孔氏) 일족은 손이 귀해서 외아들로 대가 이어져 왔지 않은가?] [헌데 주인님 대에서는 벌써 네 번째 아기님이 탄생하셨구만!] [주인님 복이 유달리 많으신 때문일 게야!] 나이 든 시녀들 수다 떨고

그러다가 흠칫하며 돌아보는 나이 든 시녀들. 일부 시녀들은 급히 허리를 숙이고

-황금전장의 장주 풍류재신(風流財神) 공자무(孔自茂) 지붕이 얹혀진 복도를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는 삼십대 중반 가량의 잘 생긴 사내. 옷도 화려하지만 얼굴도 절세미남이면서 위엄까지 있다. 이 인물이 황금전장의 장주이고 청풍의 아버지인 공자무다. 절대 뚱뚱하거나 구두쇠처럼 그리면 안됨. 한량 그 자체. 나중에 옛 연인과의 썸씽도 있다.

-공자무의 장남 공대벽(孔大辟) 당년 8 공자무의 뒤에는 아주 잘 생기고 의젓한 소년이 뛰듯이 따라온다. 공자무를 빼닮은 미소년. 공자무의 첫째 아들인 공대벽이다.

공자무; [아기는 태어났느냐?] 외치며 다가오고

시녀들; [! 방금 전 출생하셨사옵니다!] [고고성(呱呱聲)이 우렁찬 것으로 미루어 보아 씩씩한 아기님이신 듯 하옵니다!]

공자무; [우렁차면 곤란한데....!] 걸어가며 찡그리고

시녀들; [?] [무슨 말씀이시온지요?] 따라가며 어리둥절

공자무; [아니다! 신경쓰지 마라!] 손 흔들며 시녀들이 열어주는 방으로 들어간다. 공대벽도 급히 따라 들어가고

넓은 방안. 중앙의 침대에 산모인 진군소가 산발한 모습으로 누워있다. 아주 힘든 모습. 하지만 만족한 표정이다. 나이 든 산파들이 정리를 하고 있다. 산모의 땀을 닦아주는 노파, 광목끈과 피묻은 천등을 치우는 노파. 대야도 놓여있고. 한 명의 산파는 갓난아기를 강보로 감싸서 요람에 누이고 있다.

공자무; [부인 고생이 많으셨소!] 외치며 들어서고. 산파와 산모가 모두 공자무와 그의 장남인 공대벽을 돌아본다

진군소; [어서 오세요 여보!] 억지로 웃고 -황금전장의 안주인 진군소(晉君笑) 나이는 이십대 후반. 키가 아주 크고 늘씬하며 도도한 인상의 절세미녀다. 대단한 고수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미녀지만 화가 나면 호랑이같다. 공자무도 쩔쩔 맨다. 키도 남편과 비슷하고

공자무; [이번에도 애썼소. 하여간 부인이 무사한 듯하니 안심이오!]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으면서 다독이고. 공대벽은 좀 쩔어진 곳에 서서 뭔가를 기다리고

진군소; [네번째 해산이다 보니 제 몸도 애 낳는데 익숙해진 것 같아요.] 억지로 웃고

공자무; [딸이냐 아들이냐?] 아기를 요람에 누이는 옆의 산파를 돌아보고

움찔 산파

공자무; [딸이지? 그렇지? ?] 기대에 차서 산파에게 채근하며 묻고

산파; [.... 그게...!] 비지땀을 흘리며 아기를 안아들고. 진군소의 눈치를 본다

공자무; [왜 냉큼 대답을 못하는 거냐?] 눈 부라리고. 더욱 주눅이 드는 산파

진군소; [말씀 드리게!] 한숨

산파; [..... 아들입니다요 나으리!]

공자무; [뭐야?] 벌떡 일어나고

공자무; [이런 빌어먹을! 이번에도 딸이 아니란 말이냐?]

공자무; [태몽은 분명 계집아이였다.] [못 믿겠으니 이리 데리고 와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봐야겠다!]

산파; [!] 아기를 내밀고

아기를 안고 강보를 들춰보는 공자무

아기의 가랑이에 달린 코끼리 코

공자무; [.... ....!] 아기의 고추를 내려다보며 인상이 우그러지고

진군소; [딸을 원하는 당신 마음은 이해하지만 어쩌겠어요? 우리 부부 팔자에 딸을 볼 복은 없는 것 같은 걸...!] 한숨

공자무; [듣기 싫소!] 외치며 휙! 아기를 집어던지고

[안돼!] [꺄악!] 산파와 시녀들 비명 지르지만

! 몸을 날려서 두 팔로 아기를 받는 공대벽.

휘릭! 무공을 익혀서 나이답지 않게 날렵하게 내려앉는 공대벽.

공자무와 진군소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 다만 진군소는 표정이 안 좋아진다

공자무; [꼴도 보기 싫다! 썩 데리고 나가라!] [꺼먹 도깨비같은 아들놈은 셋이면 족하고도 넘쳐!] 버럭 고함지르고

[! 예 나으리!] 산파와 시녀들 겁에 질려 굽신거리고

공대벽; [몸 조리 잘 하십시오 어머니! 소자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아기를 안은 채 한숨 쉬며 진군소에게 고개 숙이고

진군소; [오냐! 고맙구나 우리 장남!] 억지로 웃으며 고개 끄덕이고

아기를 안고 나가는 공대벽. 산파와 시녀들이 따라 나가고

공대벽; (쯧쯧! 네 인생도 순탄하진 않겠구나 네째야! 태어나자마자 아버지에게 이런 타박을 받으니...!) 걸음 옮기면서 어른스럽게 한숨 쉬며 품에 안긴 아기를 내려다본다

문이 닫히고 실내에는 진군소와 공자무만 남고. 공자무는 삐진 표정으로 뒷짐 집고 천장만 본다

진군소; [내리 아들만 넷을 보셨으니 속도 상하시겠지요.] 공자무의 눈치를 살피고

진군소; [하지만 아직은 제 나이가 젊으니 다음번에는 반드시 딸을....] + 공자무; [됐소! 그만 하시오!] 손을 젓고

공자무; [당신도 알겠지만 우리 공씨집안은 손이 귀해서 독자(獨子)로 대를 이어왔소!] 다시 침대 옆의 의자에 앉고

공자무; [내 대에 와서 갑자기 자식 복이 터져 아들 놈을 넷이나 거푸 얻었지만 이게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란 건 분명하오.]

공자무; [, 다음 기회란 건 기대하기 어렵다 이거요!]

진군소; [그렇게 비관적으로 말씀하실 것까지야...!] 안색이 안 좋아진다.

공자무; [대를 이을 아들놈은 하나로 족한 데 내리 셋이나 더 태어나다니...!] 그러거나 말거나 궁시렁 대고

공자무; [당신이 딸도 하나 못 낳는 여자인 줄 미리 알았다면 결혼 따위는 하지도 않았을 거요!] 눈 흘기고

진군소 울컥하고

공자무; [귀여운 딸을 낳아야지..., 쓸모도 없는 사내 녀석들만 줄줄이 내지르고 말이야!]

진군소; [뭐가 어쩌고 어째?] 버럭 고함을 지르며 벌떡 일어나고

공자무가 아차! 하며 몸을 뒤로 젖히지만

진군소; [이 무정한 인간!] ! 공자무의 뺨을 세게 후려치고

공자무; [아이쿠!] 얼굴이 홱 돌아간 채 개구리처럼 바닥에 패대기쳐지고

진군소; [? 딸을 못 낳을 줄 알았다면 나하고 결혼 따위는 하지 않았을 거라고?] [그게 방금 전까지 죽을 동 살 동 몸을 푼 마누라에게 할 말이야? ?] 공자무를 덮쳐서 깔고 앉으며 마구 양손을 휘두른다. 진군소의 키가 거의 공자무 만하다는 것 주의.

공자무; [... 부인! 내가 잘못 했소! 용서해주시오!] 필사적으로 양팔로 얼굴 가리며 비명 지르고. 엄살이 아니고 실제로 맞는다.

진군소; [남들은 아들 못 낳아서 첩질도 하고 난리들인데 아들 많이 낳아준 것도 불만이야?] [간절히 원하는 딸을 못 낳아주어서 미안한 마음에 좀 풀어줬더니 이 인간이 아예 간이 배 밖으로 나왔어!] 남편을 깔고 앉아서 마구 팬다.

공자무; [아이고 부인! 살려주시오! 내가 아쉽던 터에 말 실수를 심하게 했소!]

진군소; [내가 누군지 잊었다면 알려주지!] [난 선하곡(仙霞谷)의 호표선자(虎豹仙子) 진군소야!]

진군소; [강호에서 행도할 때 내 손에 죽은 음적, 색마와 박정한 사내들의 숫자가 백명도 넘었다구!]

진군소; [내 손에 죽고 싶으면 어디 더 나불대봐! 이 인간아!] 남편을 깔고 앉아서 두들겨 패는 진군소의 모습. 그 모습을 문을 조금 열고 들여다보는 나이 든 시녀들

시녀들; [저거... 저거...] [이쯤에서 좀 말려야 되는 거 아니야?]

시녀들; [저러다가 정말 주인님 잡겠어!] [처녀 시절의 마님은 강호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여살성(女煞星)이셨잖아!]

시녀들; [냅둬!] [이번에는 주인님이 좀 맞을 짓을 하셨어!] [맞아! 세상에 아들 많이 낳았다고 타박하는 남편이 또 어디 있어?]

시녀들; [그나저나 이번 아기씨의 팔자는 영 순탄치가 않겠어!] [태어나자마자 이렇게 집안에 분란을 일으키니 원....!]

시녀들; [위의 세분 도련님이 태어나실 때는 안팍으로 좋은 일만 일어났었는데...!] 소근대는 배경으로 [꾸엑! 제발! 얼굴만은...! 얼굴만은 때리지 마시오 부인!] 공자무의 비명

[기생 오라비같은 얼굴 간수해서 뭐하게? 어디 가서 젊은 년 꼬셔서 딸 볼려고?] [아예 꿈도 못 꾸게 뭉개버리겠어!] 건물 배경으로 악다구니 쓰는 진군소의 얼굴과 두 팔로 필사적으로 얼굴 가리며 비명 지르는 공자무의 모습이 따로 따로

 

#5>

-일년후(一年後) 황금전장의 모습을 배경으로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청풍의 돌 잔치다. 손님들이 연신 드나들고 선물이 도착한다. 바쁘게 접수대에서 접수하는 집사.

넓은 대청. 여러 줄의 잔칫상이 차려져 있고 잘 차려 입은 손님들이 왁자지껄 마시고 떠드는 중이다.

상단에는 공자무의 가족이 앉아있다. 공자무와 진군소가 나란히 앉아있는데 앉은 키가 거의 비슷하다. 다만 진군소는 아주 늘씬하다.

두 부부의 좌우에는 9살이 된 장남 공자벽과 6살인 둘째 공사붕, 그리고 4살인 공당한이 각자의 키에 맞는 의자에 앉아있다. 공사붕은 공대벽보다 세 살이 어리지만 덩치는 거의 비슷한데 눈이 아이답지 않게 부리부리하다. 셋째인 공당한은 아주 영특해보인다. 공사붕과 공당한의 모습 크로즈 업해서 나레이션을 달아준다.

-차남 공사붕(孔獅鵬) 6

-삼남 공당한(孔當翰) 4

한 살이 된 청풍은 가족들 앞쪽에 놓인 커다란 상 위에서 화려한 옷을 입은 채 주저앉아있다. 단상에는 연신 손님들이 바치는 각가지 진귀한 선물들이 시녀들에 의해 얹혀지고 있고. 눈을 반짝 거리면서 각가지 노리개와 보물들을 손으로 끌어쥐는 청풍.

연신 탐욕스럽게 보물들을 끌어안는 청풍

그걸 보고 손뼉치며 웃는 손님들

진군소; [우리집 막내는 형들과 달리 욕심이 많군요.] 웃고

진군소; [돌 잔치 상에서 저렇게 마구잡이로 끌어 안으니 장차 뭐가 될지 알아보기는 틀렸어요.]

공자무; [덕분에 내 고민은 풀렸소!] 웃고

진군소; [고민이라니요?]

공자무; [장남 대벽이는 내 뒤를 이어야하고....!] 좌측의 공대벽을 돌아본본다. 의젓하게 앉아서 약간 웃음 띤 얼굴로 청풍을 보는 공대벽

공자무; [둘째 사붕이는 기골이 장대해서 천하제일 고수로 키우는 중이며...] 우측의 공사붕을 돌아본다. 공사붕은 어린데도 골격이 억세 보인다. 눈빛이 부리부리하다. 역시 청풍을 보고 있지만 표정이 없다.

공자무; [셋째 당한이는 글 읽기를 좋아할 뿐 아니라 한번 본 건 결코 잊지 않으니 장차 학문으로 천하제일이 될 것이오.] 공사붕 옆에 앉은 네 살짜리 꼬마 선비를 본다. 공당한은 손뼉을 치며 청풍을 본다.

진군소; [당한이가 영특하긴 하지요.] 미소

공자무; [위의 아이들에게는 각자 갈 길을 정해줬지만 막내에게는 뭘 시켜야할지 막막했었소.]

공자무; [헌데 돌잔치상에서 하는 짓거리를 보다보니 청풍(淸風)이 저놈에게도 딱 맞는 일이 한 가지 떠올랐소.]

진군소; [그래서 그게 뭐냐니까요!] 짜증 내고

공자무; [해결사(解決士)!] 음험하게 웃고

진군소; [뭐라구요?] 어이없고

공자무; [이놈을 좀 보시오!] 일어나 청풍에게 가고

공자무; [황금과 돈을 이다지도 좋아하지 않소?] 청풍을 두 손으로 번쩍 쳐드는데. 두 손으로 목걸이와 지폐등을 움켜잡은 채 쳐들리는 청풍. 목에도 목걸이를 주렁주렁 걸었다.

공자무; [욕심이 많고 집착이 남 다르니 깔아놓은 빚을 거둬들이는 데는 딱인 놈이오!]

진군소; [그래서 막내를 해결사로 키우겠다구요?] 어이없고.

장남인 공대벽도 애 늙은이처럼 한숨 푹 쉬고.

공사붕은 피식 웃고

공자무; [걸음마를 떼는 대로 최고의 해결사 양성집단인 철궁(鐵宮)에 제자로 들여보낼 작정이오.] 청풍을 높이 쳐들며 웃고

공자무; [전설적인 해결사들인 철궁의 십이사(十二師)라면 이놈을 천하제일의 해결사로 길러줄 것이오!] 뭣도 모르고 까르르 웃는 청풍

진군소; [이것 보세요 대단하신 풍류재신님!] [해결사 운운하는 게 아이 돌 잔치에서 할 말이에요?] 항의하지만

공자무; [돈이란 게 원래 빌려주기보다 돌려받는 게 중요한 법!]

공자무; [천하무적의 해결사가 되어 우리 황금전장의 재물을 지키거라 막내야!] 으하하하하! 웃는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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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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