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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숙; [대낭! 내가 죽으러 왔는데 그대를 해하려 했을 리가 있겠소?] [하늘의 뜻은 정녕 종잡을 수 없구려.] 천장에 대고 말하는데

청풍; [노야!] 그런 서문숙을 꾸짖고

청풍; [원래 없는 것을 헛것이라 부르는 게 아니라 있더라도 없는 것과 같은 것을 헛것이라 부르는 법입니다.] 엄숙하게 말하고. 눈빛이 아주 강하고 몸에서 기운이 넘실 거린다

서문숙; [네.... 네놈....!] 분노하고 놀라 사색이 되고.

권완도 청풍의 기도에 두려움을 느끼고 청풍에게서 떨어지며 일어난다

청풍; [그런 헛것과 교통하고 정을 주고받는 사람은 바른 길을 벗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손을 칼처럼 만들어 그으며 고함을 치고. 순간

드드드! 방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이 흔들린다. 그리고

<아아악!> 방 바깥에서 들리는 여자의 비명소리.

서문숙; [대낭! 괜잖소?] 천장을 향해 다급히 외치고. 하지만

청풍; [헛된 것에 미혹되지 마십시오!] [마음을 바로 세우고 단호히 눈앞의 것만을 보아야만 합니다.] 눈을 부라리고. 부악! 엄청난 기운이 청풍의 몸에서 터져나가고.

[큭!] 숨이 막혀서 가슴을 누르며 비틀하는 서문숙.

권완도 충격을 받아 벌떡 일어나 물러선다. 그리고

<아아아악!> 다시 천장에서 들리는 여자의 날카로운 비명소리

청풍; [헛된 것이 감히 어떻게 사람을 먼저 바라볼 수가 있겠습니까?] 호통을 치고

청풍; [노야의 마음이 바라는 바가 있기에 헛것이 다가온 것일 뿐입니다!] + 권완; [그... 그만해요!] 숨이 막혀 가슴을 누르며 비명을 지르고

권완; [제발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노려보고. 청풍은 찔끔하여 입을 다물고. 하지만

쩌엉! 청풍의 두 눈에서는 벼락같은 기운이 흘러넘치고

권완; (이... 이 사람의 말에는 생각하는 바가 그대로 이루어지는 기이한 힘이 깃들어 있어!) 겁에 질려 청풍을 보고

권완; (이것도 일종의 술법인가?) 침 삼킬 때

슈욱! 천장에서 선녀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긴 옷자락을 펄럭이며 스며나온다. 등이 바닥을 향하는 자세인데 몸이 축 늘어져 있다. 공손대낭이다. 공손대낭은 천장에서 물처럼 스며 나오는 것이라 천장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

청풍; [어!] 놀라고

권완; (천장에서 사람이....!) 역시 놀라 올려다본다.

서문숙; [대낭!] 역시 외치며 올려다보는데

혼수상태로 바닥으로 떨어지는 공손대낭. 마치 무중력 상태인 것처럼 천천히 떨어지고

권완; [조심하세요!] 급히 달려가 두 손으로 공손대낭을 받아 안는다

권완; (구름처럼 가벼워!) 공손대낭을 두 팔로 안고 무릎을 꿇고

권완; (이 여자가 바로 수천년을 살아온 신행목의 정령 공손대낭이로구나!) 바닥에 누인다. 으으으! 사색이 되어 신음하는 공손대낭. 입가로는 피를 흘리고

권완; (귀신을 부정하고 헛된 것이라고 단언한 저 사람의 말이 비수가 되어 상처를 입혔어!) 공손대낭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누인다. 그때

청풍; [요망한 것이 감히 사람의 탈을 뒤집어썼구나!] 벌떡 일어나며 공손대낭을 향해 삿대질 하려는데

권완; [한 마디만 더 하면 오늘 누군가의 눈에서 피눈물이 날 거예요!] 청풍을 노려보고

청풍; [읍!]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공손대낭은 두려움에 질린 표정으로 그런 청풍을 쳐다보며 상체를 일으키고.

공손대낭; [진보.... 그대는, 그대는 정말 너무 합니다.] 울면서 서문숙을 보고

공손대낭; [오늘 그대를 다시 보았을 때 처음에는 반가워서 기뻤고, 또 그대의 죽음이 멀지 않았기에 슬펐습니다.] 애절하게 울고

공손대낭; [그대를 직접 맞이하고 싶었지만 그대 옆에 법기를 지닌 사람이 셋이나 있어서 피했거늘.....] 청풍을 두려워하며 물러나 앉고. 스스스! 그런 공손대낭의 모습이 점차 투명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권완; (모습이 흐려지고 있어!) (인간이 아닌 정령은 이런 식으로 죽음을 맞는구나!)

공손대낭; [진보, 그대는 왜 저분을 제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오셨나요?] [저분이 저를 죽이게 될 줄을 모르셨습니까?] 청풍을 곁눈질하며 울고.

서문숙; [믿어주시오 대낭! 나는 정말 몰랐소.]

서문숙; [이 아이에게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설마 진언(眞言)의 힘을 지닌 줄은 정말 몰랐소.] 청풍을 노려보고

청풍;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말을 좀 험하게 했기로서니 저 나무의 정령이 죽게 되었다고?)

공손대낭; [이제 저는 죽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진보, 당신이 저를 죽이는군요.] 다시 힘없이 다시 바닥에 눕고.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서문숙; [미안하오 대낭!] [나로 인해 그대의 정이 승천할 기회도 놓치고 흩어지게 되었으니 천추지한일 뿐이오!] 한숨

권완; [노야! 이분을 다시 살게 할 방법은 없는지요?] 공손대낭의 옆에 무릎 꿇고 앉아서 돌아보고

서문숙; [없네! 없어!] 절망하며 고개를 젓고.

서문숙; [이 아이가 내뱉은 말의 칼이 대낭의 정을 난도질 해버렸어!] 청풍을 노려보고. 그때

공손대낭; [우... 우미인초(虞美人草:개양귀비) 잎사귀 끝에 달린 이슬에 초목의 정기를 더하여 만든 법기의 힘을 빌린다면 살 수 있답니다.] 권완의 손가락에 끼어져 있는 반지를 보며 말하고. 그런 공손대낭을 흘겨보는 청풍

권완; [이 급박한 상황에 그같은 법기를 어디서 구할 수 있겠는지요?] 난감할 때

청풍; [내숭떨지 말고 간단하게 말해!] [완이 손에 끼고 있는 반지를 빌려달라고!] 공손대낭을 노려보며 코웃음을 치고

권완; [아! 이 반지에 그런 묘용이 있었군요!] 깨닫고 자기 손에 끼어진 반지를 보고

권완; [이건 본래 제 것이 아니었는데...!] 생각하다가 깨닫고

청풍을 보니 청풍의 왼손에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네 개의 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져 있고 손목에는 신령환이 채워져 있다.

권완; [혹시 그대가...!]

청풍; [맞아! 자기가 무리하게 내공을 연마하다가 주화입마에 빠졌을 때 내가 끼워줬어!]

청풍; [청목지환(靑木之環)이란 건데 초목의 생명력이 깃들어 있어!]

권완; [이분을 살리기에는 안성맞춤인 묘용을 지녔군요.] 공손대낭을 보고

권완; [헌데 이 반지로 어떻게 해야 도움이 되겠는지요?] 공손대낭에게 묻지만

서문숙; [반지를 낀 손으로 그녀의 손과 발을 쓸어주면 된단다.] 안도하며 말하고

권완; [그리하겠습니다!] 반지 낀 손으로 공손대낭의 팔 다리를 쓰다듬어 주기 시작하고. 그러자

스으으! 흐릿해져가던 공손대낭의 모습이 다시 뚜렷해지기 시작하고

권완; (휴우!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어!) 안도하고

공손대낭의 입에서도 긴 한숨이 흘러나온다.

청풍; (사람도 아니고 나무도 아닌 도깨비 하나가 없어질 뻔한 건데 뭔 호들갑들이람!) 팔짱 끼고 코웃음

청풍; (생각해봐! 벼락이 왜 높은 나무만 골라서 때리겠어?)

청풍; (나무는 음기(陰氣)의 정화라 헛된 것들이 잘 달라붙고 그것들이 세상에 해를 끼칠까 싶어 태워 죽이려는 게 아니겠어?) 연신 코웃음만 치고. 그때

서문숙; [휴우! 너란 아이를 정녕 모르겠구나.]

청풍; (나도 나를 모르겠수다!) 코웃음.

서문숙; [지난밤에는 마기를 뿜어내어 난릉왕의 술법을 깨뜨리더니 오늘은 또 몇 마디 말로써 대낭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서문숙; [너를 가르쳐 난릉왕을 막으려 했지만 넌 술법과 거리가 먼 운명이구나.] [앞으로 난릉왕을 어찌 막을꼬.]

청풍; (가면 쓴 변태 따위가 뭐 대단하다고...!) 코웃음치며 난릉왕을 떠올리고.

그때 되살아난 공손대낭이 권완의 부축을 받아 일어나 앉는다

서문숙; [대낭! 그대의 검술을 이 아이에게 가르칠 수 있겠소?] 그런 공손대낭에게 묻고

공손대낭; [진보, 저는 그분을 가르칠 수 없습니다.] 청풍을 겁에 질린 눈으로 보고

공손대낭; [그분의 숨결에 닿은 것만으로도 제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데다가...] [무엇보다도 제 검술은 그분에게는 전혀 쓸모가 없습니다.]

공손대낭; [대신 이 소저에게는 전할 수 있습니다.] 권완을 보고

서문숙; [이리 된 것도 운명이니 대낭은 그 아이에게 검술을 전수해주시오.] 끄덕이고

서문숙; [이놈은 내가 맡겠소!] 청풍을 노려보고

청풍; (맡긴 뭘 맡아? 그 몸으로 날 어떻게 해볼 생각이라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어!) 킁킁 코웃음치고

이하 장면을 공손대낭과 권완이 구석에 앉아 보고 있다.

서문숙; [술법을 가르칠 수 없으니 네게 노부의 무공을 물려주마!] 소매 속에서 호두알만한 약을 한 알 꺼내고

청풍; [곧 돌아가신다면서 뭘 얼마나 가르쳐주실 건데요?] 뚱하고

서문숙; [네가 이 약을 삼키기만 하면 노부의 평생 심득을 다 네것으로 만들 수 있다!] 약을 왼손 바닥에 올려놓고 오른 손을 주먹을 수직으로 세워 쥐어 위에서 덮는 시늉을 한다. 마치 오른손으로 왼손 바닥의 환약을 찧으려는 듯

청풍; [약을 한 알 먹기만 하면 절세고수가 된다는 말을 믿으라구요?]

서문숙; [이 약은 극기마환신단(克己魔幻神丹)이라는 것이다.] 환약 위에 위치한 오른쪽 주먹을 꾸욱 쥐고. 그러자

서문숙; [이름 그대로 자신과 마귀를 이겨 신처럼 되게 해주는 약이다.] 쥐어짠 손아귀 안에서 피가 한 방울 흘러나오고

서문숙; [물론 이 약을 만드는 데는 술법이 동원되었다.] 환약으로 떨어진다

서문숙; [어떠냐? 극기마환신단을 먹고 운명을 시험해볼 용기가 있느냐?] 약을 내밀고

청풍; [내가 왜 이약을 먹어야하는데요?]

서문숙; [안 그러면 난릉왕에게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청풍; [나한테 한 번 진 인간이 뭐 무섭다고...!] 코웃음

서문숙; [난릉왕은 너에게 한번 졌기 때문에 다음번에는 반드시 널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서문숙; [방심하지 않고 전력과 전심을 기울여 널 죽이려 들테니까!]

청풍; (그건 말이 되네!)

서문숙; [어찌 하겠느냐?] [난릉왕이 너와 네 소중한 사람들의 목숨과 운명을 좌지우지하게 허락할 테냐?]

청풍; [쳇! 못된 영감탱이같으니라고!] 삐쭉

권완; [노야께 무슨 말버릇이에요?] 째려보고

청풍; [내 약점을 정확히 찔러오니 피할 방도가 없네.] [좋아요! 어디 한 번 얼마나 대단한 약인지 먹어봅시다!] 서문숙이 내민 약을 집어들고

서문숙; [침대로 가서 먹어라! 극기마환신단을 복용하면 몇날 며칠은 꿈속을 헤매야할 것이다.] 웃고

청풍; [예예!] 약을 들고 일어난다

청풍이 걸어가자 공손대낭은 겁에 질려 권완의 뒤에 숨고

청풍; (수천년을 살았다면서 겁은...!) 공손대낭을 흘겨보며 침대로 간다

이어 침대에 눕고.

청풍; [그럼 나중에 봅시다!] 약을 입에 넣고

긴장해서 보는 다른 사람들

청풍; [되게 맛없네.] [술법으로 만들었다면서 좀 달콤하고 맛있게 못 만들어?] 우적 우적 씹어먹으면서 궁시렁. 그러다가

청풍; [그래도 수면제는 탄 것 같네!] 눈을 감고 잠이 든다.

드르렁 쿨! 코를 골며 잠이 드는 청풍. 그러자

공손대낭; [휴우! 이제야 좀 살 것같아요!] 가슴을 쓸어내리고

공손대낭; [그런데 정말 괜잖은 건가요?] 곁눈질로 청풍을 보고

공손대낭; [극기마환신단을 복용한 이상 스스로를 이기지 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

권완;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놀라서 서문숙과 공손대낭을 보고

서문숙; [대낭의 말 대로 저놈은 영영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끄덕

권완; [그... 그렇게 위험한 약을 어떻게...!] 안색이 창백해져서 부르르 떨고

서문숙; [걱정하지 말거라.] [노부가 배운 명리(命理)대로라면 네 낭군이 될 놈은 백수를 하고도 한참을 더 산 후에야 세상과 하직을 할 운세다.]

권완; [네...!] 얼굴을 붉히고

서문숙; [이제 저놈은 꿈속에서 자기 자신과 싸우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지닌 바 잠재력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지!]

권완; [극기라는 말이 그래서 붙었군요.]

서문숙; [뿐만 아니라 저놈이 꿈속에서 싸워야하는 상대는 노부의 능력까지 지니고 있다.] 소매 속에서 책을 한권 꺼낸다. 크지 않은 책이지만 두툼해서 마치 다이어리 같다.

서문숙; [상식적으로는 결코 이길 수 없는 상대지만 마침내 극복하고 나면 세상 누구와 싸워도 지지 않게 될 것이다!]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고

서문숙; [인간에게 있어 가장 이기기 힘든 적은 자기 자신이므로...!]

서문숙; [이제부터 너는 대낭에게 검술을 배우도록 해라.] [대낭의 검술은 고금을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것이니 후일 크게 쓸모가 있을 것이다.]

서문숙; [그동안 나는 내 법기에 술법을 익히는 법을 적어 놓으마.]

권완; [예!] 고개 숙이고. 이어

권완; [자질이 부족하지만 가르침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두 손 모으며 공손대낭에게 절하고

공손대낭; [소저께서는 겸손해하실 것 없어요!] [수많은 제자를 길러보았지만 소저를 능가할 재원은 지금까지 단 한명도 없었답니다!] 마주 절하고

곧 공손대낭의 가르침을 받아 검술을 연마하는 권완. 공손대낭이 쌍검을 뽑아 검무를 추고. 그것을 보며 권완도 곤오용봉채로 따라한다

두 여자가 춤을 추는 것을 잠시 지켜본 서문숙

책을 펼쳐서 그 위에 손가락으로 허공에 글을 쓴다

<위대하신 제왕의 미욱한 신 서문숙이 마지막 장계(狀啓)를 올리나이다!> 스스스! 허공에 생겨난 글들이 차례로 책 속으로 녹아들어간다.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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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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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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