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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스팟!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세로로 불빛이 번쩍하더니

슈욱! 어둑한 공간으로 나타나는 청풍. 두 팔로 권완을 안고 있다.

권완; [여기가 어디...!] 웁! 둘러보며 말하다가 입이 청풍의 손에 막힌다

청풍; <그 작자가 근처에 있어! 귀식대법(龜息大法)을 펼쳐서 심장 박동도 숨겨야해!> 고개 젓는다. 두 사람이 들어온 곳은 작은 방같은 구조.

권완; <여기가 어디죠?>

청풍; <백옥불 뱃속이야!> 소리 내지 않으려 애쓰며 바닥에 앉고

청풍; <도망가 봐야 따라잡힐 것 같아서 등하불명(燈下不明)의 교훈을 떠올렸지!> 권완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는다

권완; <생사일보를 이런 식으로도 쓸 수 있군요.> 바닥에 앉고

권완; <헌데 백옥불 안에 이런 공간이 있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

청풍; <그냥 그럴 것 같더라구! 어떻게 알았는지는 나도 설명할 수가 없어!> 벽에 귀를 대고 밖의 동정을 살핀다

<으악!> <크악!> <아...... 아미타불!> 비명 소리가 아스라이 들린다.

청풍; (마귀같은 놈!) 분노하고.

그런 청풍의 뇌리로 허공을 달리는 말 위에서 검을 내리 그어 중들을 도륙하는 난릉왕의 모습이 보인다. 중들은 바닥에 엎드려 빌고 불경을 외우다가 학살을 당하고 있다. 난릉왕의 검에서 수십미터에 이르는 섬광이 그어져 지상의 사람과 건물을 함께 갈라버린다.

권완; <어...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요?> 궁금해서 묻고

청풍; <중들이 개 돼지가 되고 있어!>

권완; <예?>

청풍; <가면 쓴 변태가 사람이고 건물이고 할 것없이 토막을 치고 있다는 말이야!>

권완; (불제자들에게까지 그런 짓을...!) 치를 떨고

청풍; <그 변태가 가버릴 때까진 찍소리 말고 여기 숨어있어야만 해!> 바닥에 눕는다.

권완도 옆에 눕고

으악! 크악! 아악! 권완의 귀에도 아스라이 비명들이 들리고

치를 떨며 귀를 막는 권완

그런 권완을 끌어안는 청풍

움찔하지만 이내 청풍의 품에 안기는 권완

청풍; (난릉왕!) 눈이 이글거리고

청풍; (서문영감의 유언이 아니더라도 넌 기필코 내 손으로 죽여버리겠다. 마귀같은 새끼!) 이를 부득 간다

 

#124>

해질 무렵. 은행나무

은행나무 앞에서 초조하게 서성이는 서문숙

<진보!>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공손대낭. 양쪽 허리에 보통보다 짧은 보검을 두 자루 차고 있음을 주의.

서문숙; [대낭! 어찌 되었소?]

공손대낭; [두 사람의 기척이 옥불사 근처에서 돌연 사라졌어요!] 내려서는데 겁에 질려 있다

마주 잡은 손이 달달 떨리고

서문숙; [무슨 일이 있었소?] 의아해하고

공손대낭; [난... 난릉왕이 옥불사에 나타났어요!]

서문숙; [난릉왕이!] 놀라고

서문숙; [혹시 두 아이가 그자에게 변을 당하기라도 한 거요?]

공손대낭;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고개 젓고

공손대낭; [난릉왕은 분노와 광기에 미쳐서 옥불사를 파괴하고 있었어요.] [미친 듯이 무언가를 찾고 있는 걸 보면 두 사람을 해코지하진 못했을 거예요.]

공손대낭; [좀 더 지켜봐야했지만... 자칫 들킬 수도 있어서 급히 돌아왔어요!]

서문숙; [잘 했소!] 끄덕

서문숙; [대낭이 생시의 날 숨겨준 걸 알면 난릉은 기필코 대낭을 해코지 하려 들 거요!]

공손대낭; [난... 난릉왕은 어딘지 모르게 이상해요! 웬지 사람같지가 않았어요!]

서문숙; [사람 같지가 않다?]

공손대낭; [공공자만큼은 아니지만 마주 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무서웠어요! 이런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는데...!] 부르르 떨고

서문숙; [두려워하지 마시오.] [우리가 함께 있는 이상 난릉왕도 우릴 어쩌진 못할 거요!] 토닥이고

공손대낭; [예...!]

서문숙; (수천년을 살아온 대낭이 그렇게 느꼈다면 난릉왕이 정말 인간이 아닐 수도 있겠군!)

공손대낭; [이... 이제 어떻게 하지요?] [오늘 밤 용화사의 집회에 끼어들려면 진보의 법기가 꼭 필요하다고 하셨잖아요!]

서문숙; [없으면 없는 대로 어떻게 해볼 수밖에...!]

서문숙; [나는 먼저 용화사 근처에 가있을 테니 대낭은 좀 더 두 아이를 찾아보시오.]

서문숙; [이경(二更)이 넘어도 찾지 못하면 대낭도 용화사로 오도록 하시오!]

공손대낭; [예!]

서문숙; [난릉왕과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해야하오!] 휘익! 날아간다

공손대낭; [진보도 조심하세요!]

사라지는 서문숙

공손대낭; [말썽꾸러기들같으니...!] 소맷단을 물어뜯고

공손대낭; [이 급박한 때에 대체 어디 가 있는 거야?]

 

#125>

다시 옥불사. 해가 지고 달이 떴다.

건물들은 대부분 무너지고 백여명의 중들이 죽어 넘어져 있다.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아서 신음하는 부상자들도 있고

난릉왕; [만년옥액을 찾고 놈을 발견하면 기필코 죽여라!] 광장 허공에 떠서 황보천유와 진달개에게 명령하고

[존... 존명!] 포권하는 황보천유. 진달개는 겁에 질려 고개도 들지 못한다

난릉왕; [용화사의 일을 끝내는 대로 돌아오겠다. 본왕을 실망시키지 마라!] 허공에서 말을 돌리고

따각 따각! 허공을 달려가는 난릉왕

달 속으로 사라진다.

황보천유; (난릉왕!) 고개 드는 황보천유의 눈빛이 음산하고

황보천유; (지금은 복종하는 척 할 수밖에 없다만....!)

황보천유; (두고 봐라! 언제고 나 황보천유의 발치에 구르며 목숨을 구걸하게 만들어줄 테니!) 음산하게 웃는데

크악! 컥! 비명이 들린다. 흠칫하며 돌아보는 황보천유

[제... 제발 자비를! 큭!] 비명 지르는 부상자들을 검으로 푹푹 찔러 확인살해하고 있는 진달개.

황보천유; (저년...!) 피식 웃고

진달개; [오라버니도 좀 도와요!] 콱! 시체들을 발로 콱콱 밟고 다닌다. 그러다가

[컥!] 죽은 척 하고 있던 부상자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면

진달개; [오늘 여기서 벌어진 일은 알려지면 안돼요!] 검으로 부상자의 목이나 심장을 쑤셔서 죽인다

황보천유; [난 그럴 시간 없다.] [만년옥액을 찾아내라는 왕야의 말 못 들었느냐?] 돌아서고

찡그리며 보는 진달개

황보천유; [옥불루에 가있겠다. 마무리하고 와라!] 손 흔들며 걸어간다.

진달개; [쳇!] 콱! 시체 한 구의 가슴을 세차게 밟는다. 바로 청풍과 권완을 안내했던 두 승려중 원구다. 우둑!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난다. 하지만 원구는 움찔하면서도 비명은 지르지 않고

진달개; [험한 일은 꼭 나한테만 시켜!] 다른 시체를 밟고

꿈틀하는 그 시체

진달개; [죽은 척 해도 소용없어 땡중!] 콱! 그 시체의 목을 검으로 찌르는 진달개

눈 부릅뜨고 죽는 부상자

진달개; [휴우! 하지만 어쩌겠어?] [난 이미 몸과 마음을 다 황보오라버니에게 바쳤는데...!] 한숨 쉬며 시체의 목에서 검을 뽑고

진달개; [좀 서운하게 대해도 참을 수밖에!] [황보 오라버니만큼 잘 생기고 능력 있는 사내는 또 없으니까!] 얼굴이 발그래해진 채 살인을 계속한다.

크악! 켁! 살... 살려주시오 시주! 컥! 아름다운 달 아래 벌어지는 도살극. 이윽고

진달개; [대충 끝난 것 같지?] 츄릭! 검을 휘둘러 검에 묻은 피를 떨친다

돌아보는 진달개. 광장 가득한 세체들. 이제는 비명이나 신음도 없다

진달개; [오라버니!] 날아간다

진달개; [저도 만년옥액 찾는 거 도와드릴께요!] 사라진다. 직후

움찔! 시체들 중에서 산 구의 시체가 움찔한다. 바로 원구다.

눈동자를 돌려서 진달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는 원구. 이어

원구; [허억!] 참았던 숨을 토해내는 원구

원구; [으으! 쿨럭!] 피를 토하며 신음하고.

원구; [마... 마면신장(魔面神將)!] 원구의 뇌리로 난릉왕이 말 타고 허공을 돌며 검을 내리그어 건물과 사람들을 함께 토막내던 무시무시한 장면이 떠오른다.

원구; [세... 세존(世尊;부처)은 어찌하여 그런 자를 용납하시는 것인가?]

원구; [당신의 제자들이 도살장의 개 돼지처럼 죽어가는 데도 어떤 이적(異蹟)도 보이지 않다니...!] [당신은 과연 있기나 한 거요 부처시여?] 이를 부득 부득 갈며 핏발 선 눈으로 하늘을 노려본다. 그때

[사... 사형! 소... 소리를 내시면 안됩니다!] 누군가 옆에서 속삭이고

원적; [그... 그 살인귀들이 아직 근처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시체들 밑에서 조심스럽게 기어나오는 원적

원구; [원... 원적사제!] [너... 너도 죽지 않았구나!] 힘겹게 일어나 앉고

원적; [우... 우리 둘만 산 것같습니다!] 겁에 질려 주변을 둘러보고

원적; [빨... 빨리 여길 빠져나가야만 합니다!]

원구; [살아야지! 암 살아야 하고 말고!] 이를 부득 부득 갈며 일어나고. 가슴을 부여잡고 비틀거린다.

원구; [살아야만 사제들과 사백들의 복수를 할 것 아니냐?] 비틀거리며 반쯤 무너진 방장실 쪽으로 간다. 지붕 중앙을 난도질당해서 둘로 갈라진 모습이다.

원적; [방... 방장실에 가실 것 없습니다. 사백과 사숙들이 가장 먼저 도륙을 당하셨습니다!] 말리지만

원구; [넌 여기서 기다려라! 찾을 게 있다!] 비틀거리며 방장실로 달려가고. 원적은 겁에 질려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방장실로 들어간 원구. 방장실에도 방장을 비롯한 노승들이 죽어있다.

방장의 시체 옆에 무릎을 꿇는 원구. 이어 방장의 가슴을 뒤진다. 방장의 품 속에서 나오는 한 뼘 가량의 작은 불상과 봉투 하나를 꺼낸다.

원구; [역시 유서를 써놓으셨구나!] 봉투에는 遺書라는 글이 적혀있다.

원구; [다비(茶毘;화장)도 못 해드리고 떠나는 것을 용서하십쇼!] 합장하고

원구; [하지만 기필코 돌아와 옥불사를 재건하겠습니다!] 이를 갈며 일어난다

다시 방장실을 나오는 원구. 원적이 겁에 질려 서성이고 있다가 반색한다

원적; [사... 사형!]

원적; [빨... 빨리 갑시다! 언제 그 마귀와 야차가 돌아올지 모릅니다!] 원구의 소매를 잡고 절 입구 쪽으로 달려간다

원구; [이게 다 그 음탕한 년놈들 때문이다!] 청풍과 권완을 떠올리며 이를 갈고

원구; [그 음탕한 것들이 요괴를 불러들였어!] [기필코... 기필코 복수하고 말겠다!]

원적; [사... 사형! 그런 생각일랑 마시오.]

원적; [사부께서 우리 법명을 원구(遠仇)와 원적(遠賊)으로 지어주신 건 사형은 원수를 멀리해야 하고 나는 도적을 멀리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겠소?]

원적; [우리 능력으로 복수는 언감생심이오.] [멀리 달아났다가 십 년쯤 후에 돌아옵시다. 그때 다시 옥불사를 일으킵시다.] 원구의 소매를 잡으며 애원하고

원구; [달아날 거면 너나 달아나라!] [오늘부터 내 이름은 친구(親仇;원수를 가까이 함)이다!] 뿌리치고

원구; [마라(魔羅)에게 혼을 팔아서라도 복수하고 말겠다아아아!] 악을 쓰며 산문 밖으로 달려 내려간다. 원적은 겁에 질려 쫓아가고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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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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