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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령; [어리석은 놈! 대답할 놈들이 줄줄이 달려올 텐데 헛소리나 늘어놔?] 시체를 내려다 보고

구령; [오라버니 몸에 상처를 낸 것만으로도 죽어 마땅하다!] 돌아서고

공자무; [솜씨가 더 좋아졌구나.] 다가오는 구령을 보며 한숨

구령; [잔인하다고 욕하지만 않으신다면 누가 오더라도 베어보이지요.]

구령; [육천마든 천사련주든...!] 공자무 옆에 앉으며 웃고. 하지만 입가에 피가 맺혀있다

공자무; [나 때문에 무리했구나!] 손바닥으로 구령의 등을 탁탁 친다.

울컥하고 피를 토하는 구령.

공자무; [어떠냐? 견딜만 하냐?] 소매로 구령의 입가의 피를 닦아주고

구령; [걱정마세요. 안 쓰던 내공을 십여년만에 끌어올렸더니 몸이 좀 놀란 것뿐이에요!] 입을 닦아주는 공자무의 손길에 몸을 맡긴 채 웃고

구령; [운공을 다시 시작했으니까 하루 이틀 쯤 지나면 예전의 몸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검을 내려놓고

구령; [몸이 준비되고 오라버니만 제 곁에 계시면 전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아요!] 공자무의 품에 안기고

공자무; [너무 무리하지 말거라. 굳이 적들과 충돌할 필요는 없다!] 끌어안고 다독이고

구령; [오라버니를 해치려는 자는 그게 누구든 용서할 수 없어요.] 눈빛이 살벌해지고

구령; [그래도 우리를 하루 이틀 쯤 가만히 놔두었으면 좋겠는데....] [혈정 만칠태가 어떻게 알고 바로 따라붙었는지 모르겠군요.]

구령; [집에서 빠져나온 그 비밀통로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거늘...!]

공자무; [우리에겐 편히 쉴 복이 없는 모양이구나.] 탄식하며 문쪽을 보고

구령도 반사적으로 고개를 홱 돌린다.

문을 통해 유모가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구령; [유모!] 눈 빛이 살벌해지고

유모; [아가씨! 용서해주세요!] 혈정 만칠태의 시체 근처에 털썩 무릎을 꿇고.

구령; [우리 종적을 누설한 게 정말 유모야?] 노려보고

유모; [저 역시 만마천의 사람, 서열에 굴복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바닥에 고개 조아리며 울고

구령; [누가 찾아왔었는데?] 이를 바득

유모; [혈목재 서열 오위 철와선(鐵蛙蟬)께서 오셨습니다.]

구령; [그 두꺼비가!] 이를 바득

유모; [노신은 아가씨를 만나기 전, 이미 만마천에 충성을 서약한 몸인지라 철와선께서 묻는 말에 대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령; [내가 용서할 거라 생각했어?] 이를 바득

유모; [노신이 어찌 살기를 바라겠습니까?] [비록 맹세에 묶인 몸이지만 아가씨에 대한 충심은 변함없었습니다.]

유모; [아가씨의 손에 피를 묻히는 수고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손을 쳐들어 손바닥으로 자기 정수리를 겨누고

구령은 입술을 깨물며 천장을 응시한다. 온몸에서 분노와 살기가 활화산처럼 치솟고

유모; [공공자! 아가씨는 오직 공공자만을 생각하며 사셨습니다.] [부디 두 번 다시 아가씨를 버리지 말아주십시오.]

유모; [노신은 지금 죽습니다만, 죽은 순간부터 귀신이 되어 공공자를 따라다니며 지켜볼 것입니다.]

구령; [쓸데없는 소리!] [입 닥치고 죽을 거면 빨리 죽어!]

유모; [아가씨! 부디 공공자와 백년해로하시길…!] 부르짖으며 손바닥으로 자신의 정수리를 내리친다.

퍽! 머리가 수박처럼 깨지고

혈정 만칠태의 시체 옆에 나뒹구는 유모의 시체.

탄식하는 공자무

구령; [죽어 마땅해. 유모는 죽어 마땅한 짓을 했어.] 이를 바득 갈고.

구령; [맹세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어?] [나와 서로 주고받던 정겨운 말속에는 맹세가 스며있지 않았단 말이야?]

구령; [맹세라고 이름 붙인 것만이 맹세가 아니라고!] [마음이 멀어지는데 맹세는 무슨 맹세! 서약은 무슨 서약!]

구령;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사람을 얽매는 수단에 스스로 묶여버렸으니 유모는 죽어 마땅해.] 울고

공자무; [내가 너를 지키마.] 탄식

공자무; [세상이 너를 다 죽이려 해도 나는 너를 지키겠다고 맹세하마.] 구령을 품에 끌어안고

구령; [그만 하세요! 어떤 맹세도 다 부질없는 넋두리일 뿐이에요!] 주르르 눈물 흘리고

구령; [전 다만 오라버니와 함께 있는 이 순간이 짧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공자무의 품에 얼굴을 기대며 울고

한숨 쉬며 구령의 등을 다독이는 공자무. 그때

번쩍! 멀리서 번개가 치고

꽈르르릉! 뒤이어 천둥소리가 들리더니

쏴아아아! 세찬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공자무; (천둥 속에 천신(天神)의 노기(怒氣)가 서려있다!)

공자무; (구령의 지나친 살심이 하늘을 노하게 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천도(天道)를 어지럽힌 것인가?)

 

#105>

신행목이 있는 그 산중의 어느 마을. 해가 막 지려는 순간.

쏴아아! 바람이 일더니 먹물을 풀어놓은 듯한 구름이 몰려와 막 지려던 해를 가린다.

오가던 마을 사람들과 들에서 일하던 사람들 하늘 올려다보고

후득후득 이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오가던 마을 사람들 바삐 비를 피하고

쏴아아아! 냅다 장대비가 쏟아진다.

여기저기 집집마다 열어두었던 문을 바쁘게 닫아걸기 시작하고,

걷지 않은 빨래를 걷으러 아낙들이 뛰쳐나간다. 아이들은 신난다고 빗속을 뛰어다니는데

번쩍! 뇌전이 사위를 밝히고

꽈르르 꽝! 벽력이 밤처럼 새카매진 하늘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엄마! 꺄악! 빗속을 뛰어놓던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집안으로 뛰어들어가 엄마 품에 안기고. 어미들도 [아이구머니!] 놀라 외치며 아이들을 끌어안고 방구석으로 달려가 움츠린다.

콰드드! 덜컹 덜컹! 세찬 바람이 문짝을 뒤흔들고,

쏴아아! 쏴아! 천지가 개벽할 듯 비는 쏟아지고

꽈다당! 번쩍! 시커먼 먹장 구름 속에서 벼락이 줄기줄기 산중으로 내려꽂힌다.

버번쩍! 방안으 작렬하는 번개의 불빛. 이불을 꺼내 뒤집어쓴 가족들이 달달 떨고

[호호호! 천신이 분기했고나! 지신이 노했고나!] 마을의 신들린 무당이 북을 들고 거리에 나가 춤을 추며 외친다.

[어리석은 것들이 하늘을 속였고나! 땅을 더럽혔고나!] [어어 어서 돼지 잡아 피 뽑고 소 잡아 머리를 걸어라!] [천신 지신께서 노하셨다!] 꽈르릉! 꽈릉! 덩실 덩실 춤을 추는 무당을 배경으로 연달아 천둥 벼락이 치고

 

#106>

신행목. 그곳에서 세찬 비바람이 분다. 신행목 근처로 줄기줄기 벼락이 치고

신행목 아래의 토실에서 흠칫하며 천장을 보는 권완. 서문숙의 시체를 좌대에 눕히고 천으로 덮어주던 참이다. 청풍은 여전히 침대에 누워 피를 흘리고 있고

권완; (갑자기 왜 천둥 벼락이....!) 불길한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권완; (천기(天氣)가 돌변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인데....!) 생각할 때

 

번쩍! 거대한 벼락이 신행목을 내리친다. 마치 빛으로 이루어진 칼이 내리치는 것 같고

 

꽈과광! 엄청난 굉음이 토실을 흔들고. [악!] 권완의 몸이 진동에 휩쓸린다

빠지지직! 지직! 벼락이 땅 속으로 스며들어와 벽과 바닥을 타고 흐르고

[악!] 벼락에 감전되어 비명을 지르는 권완

침대에 누워있던 청풍의 몸도 전기 충격을 받은 듯이 펄쩍 퉁겨져 올라갔다가

퍼억! 바닥에 나뒹구는 청풍의 몸뚱이.

권완; [흑!] 털썩! 바닥에 주저앉는 권완

으으으! 바닥에 나뒹굴어 신음하면서도 정신은 차리지 못하는 청풍

권완; [벼락! 벼락이 신행목을 때렸어!] 벌벌 기며 일어나려 애쓰고. 지지지! 온몸으로 벼락의 잔재가 흐른다

권완; [수천년간 단 한 번도 벼락을 맞아본 적이 없는 신행목에 벼락이 떨어지다니....!] 놀라다가 눈 부릅

펑! 천장에서 폭음이 일더니

펑! [악!] 비명을 지르며 천장에서 물방울처럼 스며나왔다가 아래로 뚝 떨어져 쳐박히는 공손대낭. 등이 바닥을 향하게

권완; [대낭!] 바닥에 널부러져 기절한 공손대낭 쪽으로 기어가며 비명을 지르고

 

콰드드! 버섯같이 생긴 신행목이 둘로 쩍 갈라져서 한쪽이 쓰러진다. 자세히 보면 본 가지는 윗부분만 갈라지고 아래쪽의 몸통은 무사하지만 절반 가까운 나뭇가지가 쪼개져서 쓰러진다

드드드! 진동이 일어나고 신행목 전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주르르! 본가지의 쪼개진 윗부분 상처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슈우! 거대한 사람의 향상이 먹장구름 속에서 신행목을 내려다본다. 손에는 벼락의 칼을 들었다. 벼락을 관장하는 신인 벽력진군이다.

마치 산같이 크고 높은 벽력진군의 눈 부위가 먹장구름 속에서 빛나고.

근처로는 줄기줄기 벼락이 떨어지고 있다.

벽력진군의 까마득한 발 아래 신행목이 작은 버섯처럼 보이는데 반으로 쪼개진 형상이다

쩡! 다시 눈을 빛내던 벽력진군

스스스! 흐려지며 사라진다

그와 함께 비도 그치고

쏴아아! 바람이 하늘의 먹장 구름을 걷어간다

노을이 비친 맑은 하늘이 드러나는데

위이이이잉! 위이이잉! 바람도 없는 데 거대한 은행나무가 구슬프게 울기 시작한다. 반쯤 쪼개진 가지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고 은행나무의 본가지 윗부분의 쪼개진 부위에서는 붉은 피가 줄줄 흘러내린다.

 

권완; [대낭! 정신 차리세요 대낭!] 공손대낭을 안고 울고

<대낭! 그대는 왜 다시 왔소? 어찌하여 다시 하계로 돌아왔소?> 어디선가 음성이 들릭고

권완; (노... 노야?) 고개 들어 서문숙의 시체를 보지만. 서문숙은 기척이 없고

공손대낭; [하늘의 내침을 당했답니다. 부정한 것이라 내침을 당했답니다.] 권완의 품에 안겨 울고

공손대낭; [청정한 곳, 깨끗한 곳에 인간의 악기(惡氣)에 쐬인 채 들었다고 내치더이다.]

권완; (저 사람이 내뿜던 마기와 관련이 있겠구나!) 청풍을 보고. 청풍은 벼락에 맞은 충격으로 벌벌 떨고 있다

<내 잘못이오! 내가 그대를 망쳤소 대낭!> 어디선가 탄식소리가 들리고

<내가 피 냄새, 마귀 냄새를 끌고 오는 바람에 그대의 오랜 염원이 수포로 돌아갔구려! 이를 어이할꼬! 애달파 어이할꼬!> 웅웅! 방 전체가 울리고

권완; (대낭의 정 대신 신행목에 남은 노야의 정이야!)

권완; (생시의 말씀대로 신행목의 목신(木神)이 되셨구나!) 생각할 때

<풀은 푸르고 버들잎 누렇네.

복사꽃 휘날리고 오얏꽃 향기롭네.

동풍은 시름을 달래주지 못하고, 봄날의 한은 깊어만 가네.

부용꽃 화장한 가인에 미치지 못한 바람이 물결을 지나 부니 가인의 향기만 가득하네.

가을부채처럼 버려진 이 몸의 한은 쓸쓸히 달을 보며 임을 기다리기 오백 년....>

어디선가 노래 소리가 들리고. 웅웅웅! 나무 전체가 진동한다

권완; (대낭을 달래는 노야의 노랫소리...!)

권완; (이분들보다 더 애닲은 사랑이 또 어디 있을까?) 공손대낭을 안고 눈시울을 붉힌다. 공손대낭은 권완의 품에 안긴 채 울고 있고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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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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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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