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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 깊은 산중.

산중에 자리한 계곡

그 계곡 끝의 약간 높은 비탈 위에 거대한 은행나무가 서있다. 높이는 높지 않고 옆으로 엄청 퍼진 은행나무. 몸통은 장정 수십명이 손은 잡아야 둘러쌀 정도고 옆으로 퍼진 가지들은 수백평의 땅을 뒤덮고 있다. 마치 거대한 버섯이 나있는 것같은 형상의 은행나무다.

은행나무의 잎을 자세히 묘사하여 그 나무가 은행나무임을 보여주고. 은행나무 아래에는 굵은 뿌리가 몇 개인가의 바위를 끌어안고 있고 그 바위들 틈으로 비좁은 동굴 입구가 있는 게 보인다.

동굴 근처의 바위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서문숙의 고양이 천년호. 사람들의 모습은 안보인다

동굴 안쪽에 여러 명이 앉고 누워있다. 누워있는 것은 청풍과 사마이극과 차불노. 앉아있는 것은 서문숙과 권완, 권일해와 부도신궁. 다른 사람은 안 보인다. 권완이 상의를 벗은 서문숙의 상처를 천으로 묶어주고 있고 그 앞에 부도신궁과 권일해가 무릎을 꿇고 있다

권완; (... 상처가 너무 심해!) (이 지경이 되고도 아직 숨이 붙어있다는 게 기적이야!) 마지막으로 천을 묶어주며 손이 떨리고

부도신궁; [원수함의 탑승자 칠백칠십칠명중 육백삼십이명이 전사했습니다.] 울면서 엎드려 보고하고

부도신궁; [게다가 생존자들 중에서도 절반가량은 부상을 입어 전사자가 더 나올 것으로 사료됩니다!]

서문숙; [거룩하신 제왕께 충성하다가 전사한 충신들일세!] 다시 상의를 걸치고

서문숙; [왕들의 왕께서 다시 강림하시면 그들은 영광의 책에 이름이 올라갈 게야!]

부도신궁; [수하들과 함께 죽지 못한 것이 원통할 따름입니다!] 눈물 뚝뚝 떨구며 울고

서문숙; [홍경! 네가 죽을 곳도 아니었고 죽을 때도 아니었다.] [자책하지 말라!]

부도신궁; [...!] 대답하면서도 울고

부도신궁; [생존자들은 은밀히 흩어져서 비밀총단으로 가도록 지시를 했습니다만...!]

부도신궁; [무엇보다도 원수함이 침몰당한 것이 너무도 큰 손실입니다!] 주먹 불끈 쥔 채 분해하고

권일해; [저 역시 말로만 들었던 난릉왕의 술법이 그토록 강력할 줄은 몰랐습니다.] 한숨 쉬고

권완; [난릉왕은 저 사람에게 죽지 않았는지요?] 구석에 사마이극등과 나란히 누워있는 청풍을 곁눈질하고. 사마이극과 차불노는 온몸이 붕대로 감겨있다.

권일해; [아니다! 그는 죽지 않았다!] 고개 젓고

권완; [하지만 제 눈 앞에서 온몸이 으깨져 흩어졌는데...!] 암흑철수가 물 속에서 치솟아 난릉왕을 움켜쥐던 장면 떠올리고

권일해; [그건 네가 아직 술법을 배우지 못해서 그리 보았을 뿐이다.] 한숨

권완; (아버님이 술법을 익히고 계셨다는 사실을 딸인 나마저도 모르고 있었다니...!) 당혹해하고

서문숙; [몰랐다고 서운해하지는 말게나 권소저!]

서문숙; [각 가문의 술법은 오직 가주와 그의 후계자만이 연마할 수 있기 때문에 권가주도 미리 말해줄 수 없었을 뿐이야!]

권완; [...!]

서문숙; [술법 중에는 자신의 육신을 다른 장소의 다른 대상으로 치환(置換)할 수 있는 것도 있네.]

서문숙; [이 술법을 펼칠 경우 심력(心力)의 소모가 극심해서 한동안 힘을 잃기는 하지만 위기를 벗어나기에는 필적할만한 수단이 없지!]

권완; (그렇게 된 것이었구나!) 거대한 암흑철수에 움켜 쥐여져서 으깨지는 난릉왕과 말의 몸에서 악령같은 검은 것이 빠져나가던 장면을 떠올리는 권완

권일해; [난릉왕이 비록 타격을 받았다고는 해도 그자의 이목은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것입니다.]

서문숙; [걱정말게 권가주!]

서문숙; [우리가 이 공손수(公孫樹;은행나무)의 뿌리 밑에 숨어있는 한 난릉왕도 결코 찾아낼 수 없을 걸세.] 주위를 둘러보고. 벽에 구불렁 구불렁 나무뿌리들이 얽혀있다

서문숙; [이 신목(神木)은 하늘의 눈을 속이고 대지의 기운을 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에 자기를 숨기는 능력이 대단하다네.] [근처에 인가가 적지 않지만 사람들은 가까운 곳에 이런 거목이 있는 줄 모를 정도지.]

권일해; [확실히 신령스러운 나무인 것 같습니다.] 역시 둘러보고

서문숙; [수천년을 살아서 영험함이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 높이 자라지 못하도록 끝을 잘라준 덕분에 하늘도 이곳에서 신목이 자라는 걸 모르고 있지.]

권일해; [위로 높이 자랐더라면 벽력진군(霹靂眞君;벼락을 다스리는 신)의 칼을 피하지 못했겠지요.] 끄덕

권일해 [헌데 대원수께선 어떻게 이곳에 이런 거목이 있다는 걸 아셨는지요?]

서문숙; [젊었을 때 이곳에서 수련한 적이 있었네.]

권일해; [혹시 신목이 노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피냄새 뿐만 아니라 나무들과 상극인 쇠붙이까지 가져왔으니...!] 조심스럽게 말하며 자신의 칼을 본다

서문숙; [노부도 그 점이 염려스러웠지만 상황이 워낙 급하다 보니 이리로 왔네.]

서문숙; [다행히 신목이 아무런 불평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기뻐하기까지 하는듯하니 영문을 모르겠군.]

권일해; [어쨌거나 난릉왕도 지난밤에 큰 타격을 받았으니 당분간 추적을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동굴 입구 쪽을 보고

서문숙; [노부가 걱정하는 것은 그가 다시 추적해오는 게 아니네.] 한숨

서문숙; [그의 술법을 깨뜨린 존재가 바로 저 아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을까 두렵네.] 누워있는 청풍을 보고

서문숙; [노부 생각으로 장차 난릉왕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저 아이 밖에 없을 걸세.]

권일해; [대원수께서는 저 아이를 어떻게 알게 되셨습니까?]

서문숙; [제 발로 날 찾아왔다네.] 웃고. 거기까지 말했을 때

[으음!] [으으!] 사마이극과 차불노가 신음하며 정신을 차린다.

권일해와 부도신궁이 다가가 두 사람을 부축하여 일으킨다.

[대원수!] [분합니다!] 서문숙 앞에 무릎을 꿇고 분해 우는 사마이극과 차불노. 권완은 서문숙 옆으로 피해 앉아있다.

서문숙; [(), (), 황보(皇甫) 세 가문이 배신을 하고 남궁(南宮), 울지(蔚之), () 세 가문은 가주가 죽었으니 제가회의는 그 힘을 잃었다.] 엄숙하게

서문숙; [이제 노부는 대원수로서 그대들 세 가문의 가주들에게 마지막 명을 내리겠다.]

[대원수의 명을 기다립니다.] 권일해, 사마이극, 차불노가 포권하며 고개 숙이고

서문숙; [마침내 난릉왕이 야심을 드러내고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무림의 풍파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서문숙; [이에 본 원수는 그대들 세 가주에게 명하노니...] [첫째, 전사한 이들의 가문에 그 영광스런 죽음을 알리고 그 자식으로 하여금 대를 잇게 하라.]

[대원수의 명을 봉행하겠소이다!] 일제히 대답하는 권일해등 삼가주

서문숙; [둘째, 가문을 대표하는 자가 배신을 했을 때는 그 가문 전체의 중지가 없었을 리 없을 터!] [배신자의 가문은 주춧돌 하나 남기지 말고 피로 씻어라.]

[대원수의 명을 봉행하겠소이다!] 일제히 대답하는 권일해등 삼가주

서문숙; [셋째, 무리에 우두머리가 없어서는 안 되는 법!] [더 이상 사명을 수행할 수 없게 된 노부를 대신할 원수로 권일해를 지명하노라.]

권일해; [대원수!] 깜짝 놀라지만

서문숙; [권일해가 사리사욕을 위해 힘을 사용하지 않는 한 제가는 한결같은 충성으로 그를 따르라.] 사마이극과 차불노에게

[존명!] [신임 대원수께 충성을 다하겠소이다!] 포권하며 대답하는 사마이극과 차불노

당황하는 권일해. 긴장하는 권완

서문숙; [향후 제가의 모든 일은 권일해에게 일임하노라.] 가슴속에서 붉은 빛이 감도는 철패를 꺼내고

서문숙; [권일해는 원수의 인()을 받으라!] 철패를 권일해에게 내밀고

권일해; [제왕의 미천한 종 권일해, 신명을 바쳐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무릎 꿇고 두 손으로 철패를 받는다.

권완; (십대세가의 주재자가 된다는 것은 곧 천하제일가가 된다는 의미인데...!) 한손으로 철패를 내민 서문숙과 고개 숙인 채 두 손으로 받는 권일해의 모습을 옆에서 보며 생각. 서문숙은 철패를 권일해의 손바닥에 얹어주면서 눈을 감고 다른 손을 입 앞에 세운 채 무어라 주문을 외우고 있다.

권완; (아버지의 오랜 염원이 어렵고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이루어지는구나!) 한숨 쉬고.

그러다가 흠칫하는 권완

슈우! 서문숙의 몸에서 아지랑이같은 힘이 일어나 철패를 주고 받는 손을 통해 권일해의 몸으로 옮겨간다

권완; (저 철패(鐵牌)...!) 놀라고

권완; (단순한 대원수의 상징이 아니야.) (보이지 않는 힘과 권능이 철패를 매개로 아버지에게 옮겨가고 있어!) 침 꼴깍.

권완; (술법의 도구라는 법기(法器)나 보패(寶貝)의 일종일까?) 사마이극과 차불노. 부도신궁도 아주 엄숙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은 채 원수의 인이 양수되는 것을 보고 있고. 이윽고

서문숙; [권원수! 그대는 이후로 제왕께서 다시 나타나셨을 때, 그분께만 복종할 뿐 누구의 명도 받을 필요가 없네.] 눈을 뜨며 손을 철패에서 떼고

서문숙; [제가회의를 이루는 우리 열 가문은 오직 제왕을 모시고 제왕의 존엄을 수호할 뿐이네!] [새로이 제왕을 옹립(擁立)하려는 불순한 자들과 싸우게.]

서문숙; [그들에게 아직도 제왕의 뜻이 우리 십대수호가문(十大守護家門)을 통해 이어짐을 보이도록 하게!]

권일해; [소인 권일해, 제왕의 존엄을 위하여 신명을 다 바칠 것을 천지신명과 제가의 열조들께 맹세합니다.]

서문숙; [이제 그만 떠나시게.] 한숨 쉬며 고개를 끄덕이고

서문숙; [제장(諸將)들에게 나누어줄 군기(軍旗)와 군명(軍命)을 집행할 부월(斧鉞)은 패인(牌印) 속에 그려진 위치에 보관되어 있네.] 등을 벽에 기댄다.

권일해; [존체보중하시기 바랍니다!] 포권하고. 사마이극과 차불노도 포권하고

이어 동굴을 나가는 세 가주. 동굴 안에는 부도신궁과 권완만이 남고

서문숙; [홍경! 너도 가주들과 함께 떠나라!]

부도신궁; [그럴 수는 없습니다!] [속하가 노야를 모실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울며 애원하지만

서문숙; [네게 우리 가문의 성인 서문(西門)을 쓰도록 허락하마.]

서문숙; [세가로 돌아가 노부의 뜻을 전하고 노부의 장손녀(長孫女)인 유주(柚珠)와 혼인하여 가주의 위를 잇거라.]

부도신궁; [... 노야! 속하가 어찌...!] 당황하고 감격하여 울고

서문숙; [사양하지 말거라!] 옷자락을 찢어서

서문숙; [지금은 전시(戰時), 어리석은 자가 가문을 이으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고 일족이 몰살당할 가능성도 많다.] 찢은 옷자락 위에 손가락을 물어 흘려낸 피로 편지를 쓰는 서문숙.

서문숙; [미욱한 자식보다는 믿음직한 네게 손녀딸을 주어 가문을 잇게 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확신한다.]

부도신궁; [노야!] 이마를 바닥에 대고 울고

 

#86>

옆으로 넓게 퍼진 거대한 버섯같은 은행나무의 모습. 해가 제법 높이 돋았다.

동굴 입구에 권일해가 허리에 찬 칼에 손을 대고 위엄있게 서있다. 원수가 된 후 사람이 달라 보이고. 그 뒤에 사마이극과 차불노가 공손하게 서있다. 두 사람 모두 다친 몸이지만 자세를 흩트리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고양이, 즉 천년호가 그런 권일해를 보고 있다.

동굴에서 나오는 부도신궁과 권완. 부도신궁의 얼굴에는 눈물 자욱이 나있고.

부도신궁; [못난 홍경이 노야의 큰 은혜를 입어 서문세가를 잇게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대원수께서는 홍경을 종처럼 부려주시기 바랍니다!] 포권하고

권일해; [축하드리오 서문가주!] 끄덕이고

이어 권완에게 고개를 돌리는 권일해

권완; [아버님! 불효여식은 오늘 여기서 하직 인사를 올리옵니다!] 권일해에게 절하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권일해

권완; [부디 소녀가 살았다 생각마시고 재취(再娶:새 장가를 감)를 하시어 세가의 손이 끊이지 않게 하시옵소서.] 고개 숙이며 울고

권일해; [아비 복에 너는 있어도 재취와 다른 자식은 없구나.] 한숨

권일해; [기필코 네 뜻이 그러하다면 오늘은 그냥 가지만, 천지신명이 무심치 않다면 우리 부녀가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것이다.] 돌아서고

이어 엄숙한 얼굴로 걸어간다

권완에게 눈 인사를 하고 권일해를 따라가는 사마이극과 차불노와 부도신궁

권완; (과연 다시 살아서 아버지를 뵈올 수 있을지...!) 눈물 어린 눈으로 멀어지는 권일해의 뒷모습을 보고

야옹! 천년호가 어찌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고

권완; [천년호! 너는 대원수의 수호자이니 아버지를 따라가야 하지 않겠니?]

권완을 돌아보는 천년호

그러다가 다시 동굴을 보고

<그 말이 옳다! 이후로 권대원수 곁에 머물며 삿된 것들로부터 그를 지키거라!> 동굴 속에서 서문숙의 음성이 들리고

야옹! 대답하는 천년호. 다음 순간

슈욱! 신기루처럼 변해서 마치 한줄기 무지개처럼 권일해가 사라지는 쪽으로 날아간다.

가다가 돌아보는 권일해. 그 옆으로 유령처럼 나타나는 천년호

권일해가 손을 내밀자 손을 타고 올라와 권일해의 어깨로 올라가는 천년호

천년호를 어깨에 얹고 멀어지는 권일해 일행

권완; (참범(眞虎)이라고도 불리는 영물 천년호가 함께 있으면 난릉왕이라도 가볍게 아버지를 시해할 생각은 못하겠지!) 일어서고

다시 동굴로 들어간다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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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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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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