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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강물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세워진 웅장한 절. 절 중간에 아주 높은 탑이 하나 서있다. 탑 벽에는 龍華大塔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고. 칠층 팔각의 탑이다. 물론 우리나라 식의 탑이 아니라 일종이 고층빌딩인 중국식의 탑

휘익! 반투명한 서문숙이 허공을 날아오고. 얼굴이 겁에 질려서 연신 뒤를 보고

스스스! 절의 어느 건물 위에 내려서는 서문숙.

서문숙; [여... 여기가 어딘가?] 두리번

서문숙; [절인 모양인데.... 너무 놀라 한달음에 수십리를 날아왔구나!] 건물 위에 털썩 주저앉는다.

서문숙; [허허허! 천하의 서문숙이 겨우 닭 우는 소리에 놀랄 줄이야!] 고개 설레 젓고. 부끄러운 표정으로 웃는다

서문숙; [목신(木神)이 된 후 처음 듣는 닭 우는 소리인지라 바로 귀 옆에서 천둥이 치는 것처럼 느껴진 때문이다.] 한숨

서문숙; [별호가 제천대성이라더니.... 그놈 하는 짓이 너무 엉뚱하구나.] 청풍을 떠올리며 허탈하고. 이하 서문숙의 생각

<닭은 십이지신(十二支神) 중 열 번째 영물로써 천지간의 조화를 상징한다. 천지신명이 새벽닭의 울음소리에 천지의 정기를 담아 이매망량을 쫓을 수 있게 한 뜻은 그 울음소리 속에 숨어 있다.> 건물 지분에 앉아서 생각에 잠기는 서문숙

<새벽닭의 울음소리를 사람의 말로 옮기면 <이미 날이 밝고 있으니 인간의 시간이 왔다. 물에서 나온 것은 물로 돌아가고 흙과 돌에서 나온 것은 땅으로 돌아가고, 불에서 나온 것은 불 속으로, 바람 중에 난 것은 바람으로 갈지어다.> 하는 말이 된다.> 새벽에 횃대에 올라서 활개를 치며 울어대는 수탉의 모습을 배경으로

<이매망량(魑魅魍魎)들은 이 소리를 들으면 반드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숨어야 하는데, 때가 늦어하늘에 날빛이 가득하게 되어 별빛이 사라지면 천지간에 흩어져버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닭의 울음소리에는 이매망량도 보호하려는 조물주의 뜻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놀라서 그늘로 숨어들어가는 귀신과 마귀들

서문숙; [휴우! 나야 목신이니 햇볕을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만... 인간도 아닌지라 닭 울음소리는 두렵고도 두렵구나!] 탄식하고

서문숙; [그만 돌아가서 못된 돌 원숭이 놈을 반쯤 죽여놔야 직성이 풀리겠다!] 다시 일어나고

[!] 그러다가 움찔하는 서문숙

슈우우우! 스스스! 무언가 안개같은 것이 사방에서 몰려와서 서문숙의 몸을 휘감는다

서문숙; (뭔... 뭔가!) 경악하며 숨을 죽이고

서문숙; (사람의 기운이 아니다. 그렇다고 요괴나 귀신의 기운도 아니다!) 자신을 칭칭 휘감는 실같고 안개같은 기운을 돌아보며 아연긴장하고

서문숙; (가공할 힘을 지닌 뭔가가 주변에 있다!) 돌아보고

좀 떨어진 곳에 하늘을 찌를 듯이 서있는 탑이 눈에 들어온다. 헌데

슈우! 스스스! 그 탑의 여기저기에서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시커먼 기운들

서문숙; (탑!)

서문숙; (저 탑 안에 이 기운의 본체가 있다!) 긴장하고

탑의 벽에 새겨진 龍華大塔이라는 거대한 글 크로즈 업

서문숙; (용화대탑(龍華大塔)!) 눈 번쩍

서문숙; (그렇다면 이곳은 상해 외곽에 자리한 천년고찰 용화사(龍華寺)겠구나!) 휘이! 바람을 타고 날아올라 탑으로 날아간다.

용화사 경내에는 드문 드문 중들이 보이지만 탑 근처에는 아무도 없다.

서문숙; (대체 무엇이 이토록 강력한 기운을 뿜어내는 것인가?) 슈욱! 탑으로 스며들어간다. 물론 서문숙은 귀신이니까 막힘이 없다.

탑의 일층. 아주 넓은데 아무 장식이나 가구도 없다. 다만 중앙에 일곱 개의 상자가 나란히 놓여있다. 1.3.3 구조로. 바로 경신방의 배가 금릉에서 상해로 옮겨온 그 상자다. 원래 이 상자들은 공자무의 것이었지만 공자무가 암흑철수를 보내준 구령에게 대신 보낸 것들. 칠년천하에서 제왕을 모시던 일곱 고수들의 혼이 녹아있는 상자다.

슈욱! 벽을 뚫고 나타나는 서문숙

[!] 긴장하는 서문숙

슈우! 일곱 상자에서 아지랑이처럼 검은 기운들이 솟구쳐서 실내를 가득 메우고 이어 창문을 통해서 탑 밖으로 흘러넘치고 있다

서문숙; (저 상자들...!) 긴장하며 다가가고

서문숙; (하나하나마다 추측불가의 강대한 힘이 깃들어있다.) (만일 이 상자들에 깃들어 있는 힘을 끌어낼 수만 있다면 난릉왕도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흥분하며 상자 하나에 손을 대고

서문숙; (다른 곳으로 옮겨지더라도 언제든지 찾아낼 수 있도록 영인(靈印)을 새겨두자!) 징! 손바닥에서 빛이 발하고

다시 손을 뗀다.

상자에 새겨진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西> 자. 헌데

스스스! 글자는 이내 상자로 스며들고

서문숙; (잘 됐군!) 만족하고. 그러다가

[!] 흠칫하는 서문숙

징! 상자의 바닥에서 빛나는 <荊>자

서문숙; (형(荊)?) 살펴보고

서문숙; (어떤 자가 나보다 먼저 이 상자에 영인을 새겨뒀군!)

서문숙; (아무래도 이 상자들 때문에 한바탕 풍파가 일겠구나!) 생각하는데

으하하하! 갑자기 들리는 웃음소리

[!] 움찔 놀라며 입구 쪽을 돌아보는 서문숙

열려져 있는 문을 통해 두 명의 인물이 탑으로 다가오는 게 보이고

서문숙; (고수로군!) 슈욱! 허공으로 날아오르고

서문숙; (삼단전(三丹田)에서 고르게 진기를 끌어내 웃는 걸 보면 무공뿐만 아니라 술법도 아는 자다!) 스윽! 천장으로 스며들어가고

다시 탑의 중간쯤 되는 벽에서 솟아나오는 서문숙

서문숙; (사람일 때라면 몰라도 한갓 목신에 불과한 지금은 조심해야만 한다.) (상대가 정(精)과 신(神)에 눈을 뜬 자라면 치욕을 당할 우려도 있다.) 허공에 떠서 내려다보고

늙은 중과 함께 건장한 체격을 지닌 중년인이 탑으로 들어가고 있다. 정말 패도적인 인상. 부리부리한 눈에는 특이하게도 눈동자가 두 개씩 들어있다. 이 인물이 천동대협 이산굉. 난릉왕이나 구령보다는 약하지만 바로 그 다음 단계의 고수다. 생시의 서문숙 정도의 고수다. 헌데.

스으! 스으! 이산굉의 몸 주위로는 아지랑이같은 것들이 일렁이는데

[!] 눈 부릅따며 보는 서문숙

쿵! 이산굉의 몸 주위로 수많은 마귀와 요괴들이 어른거리고 있다.

서문숙; (이매망량!) (저렇게 많은 이매망량들을 거느리고 다니다니...!) 놀라고

서문숙; (특별한 법기를 지닌 것인가? 아니면 마계(魔界)에 한 발을 넣고 있는 자인가?) 생각하는데

도깨비들 중 한 놈이 서문숙을 발견하고

그놈이 이산굉의 귀에 속삭인다

서문숙; (들켰다!) 스팟! 허공으로 높이 올라가고

이산굉이 슬쩍 고개를 돌려본다

[!] 허공으로 높이 올라가다가 눈 부릅 서문숙

서문숙의 놀라는 얼굴 뒤로 이산굉의 부릅뜬 두 눈이 크로즈업 되는데 눈에 눈동자가 두 개씩 들어있다

서문숙; (한 눈에 두 개의 눈동자!) 덜컥! 충격을 받고

서문숙; (천동대협 이산굉!) (저자가 바로 말로만 듣던 천동대협 이산굉이로구나!) 스스스! 사라진다

히죽 웃는 이산굉

늙은 중; [왜 그러시오 시주?] 입구에서 돌아보고

이산굉; [아니오 방장!] 웃으며 돌아서고

이산굉; [오늘밤 계산에 넣지 않은 손님이 올 것같소이다!]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118>

어느 마을. 크지 않다.

객잔

사람들 입이 쩍 벌어진다.

탁자에 쌓여있는 엄청난 그릇들. 청풍이 돼지처럼 음식을 퍼넣고 있다. 그 앞에 권완이 부끄러운 표정으로 보고 있고. 옆에는 점소이가 벅이 가서 서있다.

청풍; [끄억! 이제야 겨우 간에 기별이 가는구만!] 트림하면서 그릇을 내려놓고

사람들; (겨우 간에 기별이 갔다고?) (거의 십인분이나 쓸어넣고?)

점소이; [손... 손님! 음식을 더 준비해드릴까요?] 억지로 웃고

청풍; [됐어! 누굴 돼지로 아는 거야 뭐야?] 흘기고

사람들; (그럼 니가 돼지가 아니면 누가 돼지냐?)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청풍; [입가심하게 차나 좀 더 가져와!] 가라고 손짓하고

[예예!] 굽신거리는 점소이

허둥대며 주방으로 간다

청풍; [정말 뭐 더 안 먹어도 돼?] 힐끔 권완의 앞을 본다. 권완의 앞에는 과일이 몇쪽 얹혀진 접시가 있지만 그나마도 거의 안 먹었다.

청풍; [나흘이 다 되도록 먹은 건 술하고 복숭아 한쪽이 전부잖아!] 권완의 앞에 있는 과일 눈 독 들이며 입맛 다시고

권완; [전 그 정도로도 충분해요.] [어차피 남길 거니까 드세요!] 자기 접시를 청풍에게 밀어주며 한숨

청풍; [헤헤 고마워!] 얼른 받고

청풍; [다른 건 몰라도 우리 집에서는 음식 남기는 게 절대 금기야!] [그랬다가는 꼰대한테 직사하게 얻어터져.] 손에 든 접시에서 과일을 손으로 집어 먹으며

청풍; [음식을 남기는 건 농사를 지은 농민들의 수고를 모욕하는 일이며 천지간의 정기를 헛되게 하는 큰 죄악이라나 뭐나.]

권완; [지당하신 말씀이군요.] [헌데 평소에도 지금처럼 드시나요?]

청풍; [웬걸?] [꼰대가 얼마나 구두쇠인데...!]

청풍; [한 끼에 반찬이라고 해봐야 세 가지를 넘기지 않고 그나마 양도 겨우 허기를 면할 정도만 준비시킨다고.]

청풍; [그 때문에 우리 형제들은 자라면서 소원이 배지가 터지게 먹어보는 거였을 정도야.]

권완; [그럼 오늘 드신 게 비정상적이었군요.]

청풍; [지극히 정상이지!]

권완; [예?]

청풍; [아니 오히려 모자라!] [따져보면 열 두끼를 굶었는데 겨우 열끼 정도 먹었으니까!] 손가락을 꼽아보고

권완; [그동안 굶은 걸 전부 소급해서 드셨다는 거예요?] 어이없고

청풍; [우리 집안 본업이 돈놀이라는 걸 잊지 말라구!]

청풍; [뭐든지 정확하게 계산이 맞지 않으면 볼일 보고 뒤처리 안한 것처럼 찜찜한 게 우리 집안 내력이야!]

청풍; [생각 난 김에 나머지 두 끼도 마저 해치워야겠군!] [이봐 점소이!] 주방 쪽에 가서 차를 준비하고 있던 점소이를 부르고

점소이; [예 손님!]

청풍; [국수 한 그릇하고 홍소육 한 접시 더...!] + [웁!] 주문하다가 입이 막힌다. 권완이 일어나서 입을 틀어막았다.

권완; [그만 갈께요. 계산 해주세요!] 청풍의 입을 막은 채 점소이에게

점소이; [예예 감사합니다 손님!] 살았다 하며 서둘러 카운터로 달려가고

청풍; [아이 참! 난 아직 더 먹을 수 있다니까 그러네!] 권완의 손을 입에서 떼어내며 투정부리지만

권완; [내 말 들어요!] 청풍의 귀를 잡고 째려보고

권완; [난 돼지를 기를 생각은 없어요!] 돌아서고

청풍; [알... 알았어!] 삭 죽고.

권완; [미련 갖지 말고 일어나요!] 먼저 카운터로 간다

청풍; (하여간 째려보면 살 떨리게 무섭다니까!)

청풍; (우히히! 상관없지롱! 무얼 해도 예쁘면 다 용서가 되거든!) 카운터에서 계산하는 권완의 뒤로 가면서 입이 째진다

 

거리를 걷는 청풍과 권완. 지나가는 사람들 힐끔 힐끔. 청풍이 임신한 여자같이 불룩한 배를 쓸며 연신 트림을 한다.

청풍; <뭘 봐? 사람 트림하는 거 처음 봐?> 사람들에게 인상 쓰고. 겁에 질려 급히 시선 피하는 사람들

권완; (누가 해결사 아니랄까봐!) 한숨 쉬고

청풍; [우리 이제 뭐할까?] 음험한 표정

청풍; [일찌감치 객간으로 가서 오랜만에 뜨거운 물에 때 좀 불려볼까?]

권완; [그렇게 맹꽁이배를 하고는 목욕도 자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아요.]

권완; [소화도 시킬 겸, 어두워지려면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근처 명승지나 구경해요.]

청풍; [아는 데 있어?]

권완; [제 기억이 틀리지 않으면 옥불사(玉佛寺)가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거예요.]

청풍; [옥불사?]

권완; [동진(東晋) 시절에 유래없는 가뭄이 들어 장강의 바닥이 드러났을 때 집채만한 백옥석(白玉石)이 발견되었대요.]

권완; [그 옥석으로 부처님을 조각했는데 신통력이 대단해서 무슨 소원이든지 들어준다는군요.]

권완; [옥불사는 그 백옥불(白玉佛)을 모신 절로써 오십여리 떨어진 곳에 자리한 용화사와 더불어 상해 일대에서는 가장 유명한 가람(伽藍;절)이에요.]

청풍; [한갖 돌덩이 따위가 무슨 소원을 들어준다고!] 코웃음치고

권완; [어쨌거나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까 한번 가보도록 해요!] 은근히 청풍의 팔짱을 끼고

청풍; (우히히! 냄새 쥑인다!) 코를 벌름거리며 권완의 냄새를 맡고

권완; [어쩌실래요?]

청풍; [가... 가자구! 자기가 가자고 하는데 지옥인들 못가겠어?] 헤벌레

신이 나서 걸어가는 청풍. 사람들 시선에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살작 숙인 권완

팔짝 뛰어 허공에서 발바닥을 맞추기도 하는 청풍

<여자가 아깝구만!> <미녀와 야수, 아니 미녀와 원숭이인가?> 그런 청풍을 흘겨보는 사람들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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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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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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