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룡강의 만화 시나리오/황금전장'에 해당되는 글 111건

  1. 2021.09.18 [황금전장] 제 86장 거래의 기술
  2. 2021.09.16 [황금전장] 제 85장 피냐 황금이냐.
  3. 2021.09.14 [황금전장] 제 84장 궁주는 아무나 하나.
  4. 2021.09.12 [황금전장] 제 83장 치열한 잔머리
  5. 2021.09.10 [황금전장] 제 82장 최음제다!
  6. 2021.09.09 [황금전장] 제 81장 뇌옥의 피바람
  7. 2021.09.07 [황금전장] 제 80장 해결사들의 성지
  8. 2021.09.06 [황금전장] 제 79장 다정도 병
  9. 2021.09.05 [황금전장] 제 78장 반란진압
  10. 2021.09.03 [황금전장] 제 77장 난장이들의 탈출
  11. 2021.09.02 [황금전장] 제 76장 모든 여자들의 수령
  12. 2021.09.01 [황금전장] 제 75장 이게 바로 어부지리!
  13. 2021.08.31 [황금전장] 제 74장 사내에게는 치명적인
  14. 2021.08.30 [황금전장] 제 73장 약한 자는 살려준다.
  15. 2021.08.28 [황금전장] 제 72장 애절한 별리
  16. 2021.08.26 [황금전장] 제 71장 종이 되는 방법
  17. 2021.08.25 [황금전장] 제 70장 하늘의 덫
  18. 2021.08.23 [황금전장] 제 69장 종년을 종년이라 했는데 까무라치는 종년
  19. 2021.08.22 [황금전장] 제 68장 호형호제
  20. 2021.08.20 [황금전장] 제 67장 개를 패서 주인을 불러내다.
  21. 2021.08.19 [황금전장] 제 66장 무공보다 무서운 것
  22. 2021.08.18 [황금전장] 제 65장 또 한 명의 왕
  23. 2021.08.17 [황금전장] 제 64장 제왕이시여 신을 기억하소서!
  24. 2021.08.15 [황금전장] 제 63장 상자들의 정체
  25. 2021.08.13 [황금전장] 제 62장 건방, 천자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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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쉬지 않고 나불대는 가진우

조삼야; (정말 교활한 자다.) (판관님은 곧이 곧대로의 무공만 익혔으니 어떻게 철궁주의 상대가 될 수 있겠는가?)

조삼야; (()와 십()이 소리가 비슷하니 바로 그렇게 우기는구나.) (그러나 이 촉박한 상황을 길게 끌 수는 없다.)

조삼야; (철궁주도 이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수작을 부리는 중이다.)

조삼야; (시간을 끌면 끌수록 우리한테는 더 불리하다.) 청풍의 얼굴을 보니 엄한 듯 지은 표정에 여유 있는 미소까지 걸려있다.

조삼야; [! 알겠습니다 그만하십시오!] 가진우의 말을 막고

가진우가 청풍의 눈치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청풍

고개 숙이며 물러서는 가진우

조삼야; [십오만 냥을 드리겠으니 해독약을 주십시오.]

적포판관의 옷자락이 분노로 파라락 떨린다.

하지만 조삼야가 고개를 젓자

적포판관도 체념하며 반쯤 일으키던 몸을 다시 의자에 놓는다.

청풍; [영감은 보기보다 낫군.]

청풍; [그럼 다시 계산을 해볼까?]

적포판관; [뭐라!]

적포판관; [네놈이 보자보자 했더니...!] 벌떡 일어나고

청풍; [강호에 드러나지 않은 적포판관의 무공을 본궁의 제자들에게 구경시켜주었으니 그 값을 치루지 않을 수 없지!] 아랑곳하지 않고 입구에 무릎을 꿇고 있는 왕산빈과 담오, 마운걸을 힐끗 보고.

겁에 질려 고개를 숙이는 세놈

적포판관도 청풍을 공격하려다가 움찔하는데

청풍; [구경시켜준 값으로 삼만 냥을 쳐주겠소. 그러면 음! 십이만 냥이 남는군.]

적포판관은 바보가 된 것처럼 벙벙해서 가만히 서있고.

청풍; [나한테는 좀 무례했지만 내가 오기 전까지는 본궁에 해를 끼치지 않았으니 고마움의 표시로 다시 이만 냥을 깎아주겠소.]

입이 떡 벌어지는 조삼야와 살수들

청풍; [우리 철궁은 원래 쓸 때는 화통하게 쓴다오.] 웃고

모두들 숨을 죽이며 청풍을 보고

청풍; [본 궁주는 앞으로 적포동과 우리 철궁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길 원하오.] [그래서 예물로써 사만 냥을 드리겠소.]

청풍; [나머지 육만 냥을 갚으시오. 더 이상은 깎아줄 순 없소.]

[!] [!] 모든 사람들이 참았던 숨을 쉬고

조삼야; [궁주님의 하해와 같은 아량, 이 늙은이는 진심으로 감복했소이다!] 크게 기뻐하면서 청풍에게 넙죽 절을 한다. 그러자

[궁주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나머지 두 살수도 따라서 절을 한다.

조삼야; [궁주님의 은혜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청풍; [귀하들이 본궁주와 아버님을 살해하려 한 것도 이번에 한해서는 잊어버리겠소.]

조삼야; [그저 송구할 따름입니다.] 거듭 고개를 조아리고.

적포판관도 체념한 표정으로 의자에 몸을 묻고

청풍; [대신 그 여자 살수는 넘겨주시오.] [생각해보니 그 여자하고는 아직 계산도 안 했소.] 조삼야 발치의 지고운을 보고

적포판관이 고개를 끄덕이자

조삼야; [큰 아량을 베푸셨으니 당연히 드려야지요!] 포권하고

다른 살수들이 지고운을 좀 떨어진 곳으로 옮겨놓는다

청풍; [이제 해독약을 주겠소. 잠깐만 기다리시오.] 우스꽝스럽게 적포판관에게 눈을 찡긋해보이고.

적포판관은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권완; (신기묘산이란 게 이런 거였구나!) (죽이겠다고 날뛰던 적포동의 무리들에게 단번에 은혜를 베푼 것처럼 상황을 역전시켜버렸어!)

권완; (이런 것이 한 문파를 경영하며 세력을 키워나가는 진짜 방법일 거야. 적을 내편으로 돌리면서도 실속을 다 챙기고 적으로서 적을 치는....)

권완; (그나저나 저이는 독군에게서 어떻게 해독약을 받아낼 수 있을까? 천년관총에서 그렇게 무자비한 짓을 했는데...!)

청풍; [거기 세 놈!] 담오와 왕산빈, 마운걸을 노려보고

[... 궁주님!] [... 용서를....!] 납작 엎드리며 애원하는 담오 일행

청풍; [열아홉 명의 형제들이 죽었다.] [더구나 그중 열일곱 형제들의 죽음은 네놈들이 살려는 욕심에 적포판관을 풀어주었기 때문이다.]

담오; [죽여주십시오.]

청풍; [아가리 닥쳐!] 고함. 드드드! 건물 전체가 지진 만난 듯이 흔들리고

청풍; [내가 네놈들을 순순히 죽일 듯싶으냐?] 이를 부득 부득 갈며 눈을 부라리고. 약기운이 남아있어 눈이 충혈되고 얼굴이 시뻘건 청풍의 모습이 공포스럽고

[히익!] 왕산빈과 마운산등이 몸을 부르르 떨며 납작 엎드리고.

청풍; [일 년의 시한을 주겠다. 각자 황금 삼만 냥씩 가져와서 바쳐라.]

청풍; [네놈들 때문에 죽은 형제들에 대한 보상금이다.] 이를 부득 갈고

[... 존명!] 납작 엎드린 채 대답하는 세놈

<... 죽었다!> <일년 안에 어디 가서 삼만냥이나 되는 거금을 마련해온단 말인가?> 비지땀을 흘리는 세놈

청풍; [한 푼이라도 모자라면... 모자란 비율대로 몸에서 뜯어낼 테니까 알아서 하도록!] 잔인한 표정

[... 명심하겠습니다!] 죽상 짓는 세놈

청풍; [! 꺼져!]

[!] [히익!] 비명 지르며 달아나는 세놈.

청풍; [갈아 마셔도 시원잖을 놈들!] 이를 부득 가는데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고 눈에 핏발이 서있어서 공포스럽다. 모두들 겁에 질리고

조삼야; (철궁은 기강도 없고 무공도 약하며 오직 교활한 술수로 행세하는 곳이라 여겼더니...)

조삼야; (노부뿐만 아니라 강호의 모든 사람들이 속고 있었구나.) (철궁은 결코 함부로 상대할 곳이 못 된다.)

조삼야; (잔인하고 엄격하기가 우리 적포동과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는 곳이다.) 세놈이 달아난 곳을 노려보는 청풍의 살벌한 모습을 배경으로

청풍; [해독약!] 독군을 홱 노려보고

독군; [으허허허! 이미 노부의 체면은 깨어지고 수치만 남았다. 하지만 더 이상 수모를 당하고 싶진 않다.]

청풍; [죽을래!] 이를 부득 갈며 노려보고

독군이 그 서슬에 놀라서 움찔했다.

청풍; [개 같은 영감! 젊은 척하고 십년 가까이 숨어 있다가 이제서야 본색을 드러내?]

청풍; [빌어먹을 제사열이 몽땅 다 문제야.] [제사열은 모두 확 죽여 버리든지 해야지. 제기랄!] 이를 갈고. 그러자

<... 사열은 모두 죽여버리든지 해야겠다고?> 천년관총에 모여있던 사람들 중 일부가 진저리를 친다

청풍; [머저리 호로영감! 거래를 하려면 거래할 자세부터 갖추고 해야지.] [본 궁주가 아무나 하고 거래하는 줄 알아?]

독군은 수치와 분노로 고개를 떨구고

<궁주와 거래를 하려면 최소한 자기 힘으로 자유로워져야 하는구나.> <하긴 내가 궁주라 해도 거래만이 유일한 수단인 자와는 거래하지 않겠다.> 문 밖의 제자들 고개 끄덕

독군; [휴우! 의뢰를 하겠다.]

독군; [누구라도 좋다. 노부의 의뢰를 받을 자가 없느냐?]

모두가 청풍의 눈치를 살핀다.

하지만 청풍은 아무런 제제도 취하지 않는다.

권완; (옳거니! 독군 영호모청은 직접 거래를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남에게 의뢰는 할 수 있구나!)

권완; (여기는 다름 아닌 해결사들의 집단인 철궁이니까!)

독군; [노부는 철궁의 제사열 영호윤이면도 동시에 독군 영호모청이이다.] 자기 목에 검을 대고 있는 하시룡을 돌아보고

독군; [자네는 노부의 의뢰를 받지 않겠는가?]

하시룡; [조건이 맞는다면 수락하겠소.]

독군; [노부가 의뢰할 일은 조심경(照心經)에 관한 것이다.] [조심경을 구해다오.]

<책을 구해달라고?> <목숨을 구해달라는 의뢰가 아니었나?> <조심경이란 책이 본궁에 있었나?> 모두 어리둥절

청풍; (감히 조심경을 노려? 때려죽일 영감같으니...!) 이를 부득 갈고

하시룡; [조심경에 대해서 아는 바를 말해보시오.] 청풍의 눈치를 보며

독군; [궁주가 보관하고 있다.]

독군; [어떤 내용이 적혀있는지는 모르지만 천하를 얻을 수도 있는 비법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청풍; [!]

하시룡이 정말이냐는 듯이 눈으로 물었다.

청풍; [그래. 아마 그 책 이름이 조심경일 거야.]

청풍; [하지만 알아보지도 못할 글자들이 가득한데 무슨 천하를 얻는 비법!]

청풍; [천하가 비법으로 얻어지는 거면 젠장 할 누군들 못 얻겠냐?] 벌떡 일어서서 만세 부르는 시늉을 하고

앉는다.

하시룡; [궁주님! 제자가 부탁하면 조심경을 주실 수 있으신지요?]

청풍; [안돼! 조심경은 철궁의 뿌리같은 존재야! 그래서 오직 철궁의 궁주만 갖을 수 있는 책이야.]

청풍; [정 갖고 싶다면 궁주가 되는 수밖엔 없어.] 퉁명스럽게

청풍; [게다가 궁주가 된다 해도 그걸 남한테 넘기진 못해.] [조심경은 궁주라는 <자리>와 함께 가는 거니까.]

하시룡; [들은 바 대로요!] 독군에게

하시룡; [귀하의 의뢰는 귀하가 본궁의 궁주가 되기 전에는 불가능한 일이오.]

독군; [그렇다면 노부를 궁주로 만들어 다오.]

[하하하!] [뭐라?] [궁주로 만들어 달라고?] 철궁의 제자들이 일제히 웃고.

하지만 청풍은 피식 웃고

하시룡; [대가는 뭐요? 그리고 기간은?] 청풍의 눈치를 살피며

독군; [천하제일미인 임희(任憙)와 십기무제(十技武帝)의 무공이 기록된 비급을 주겠다.]

[!] [!] 모두 입을 다물고.

찡그리는 권완

조삼야; (천하제일미인 임희야 그렇다 쳐도...) (십기무제라면 열 가지 재주로 천하를 제패했던 육백년 전의 천하제일인 아닌가?)

조삼야; (그 십기무제의 비급을 독군이 얻었단 말인가?)

독군; [흐흐흐! 십기무제의 비급을 얻었으면서도 어쩌다 요 모양 요꼴이 되었는지 궁금하겠지?] 웃고

모두들 끄덕이는데

독군; [그걸 얻었을 때 난 이미 독공이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독군; [십기무제의 비급을 연마하려면 몇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쌓은 독공을 포기해야하는데 그게 쉬울 것 같으냐?]

모두들 공감하고

독군; [십기무제의 비급이고 뭐고 필요없다! 나는 오직 조심경을 원할 뿐이다.]

독군; [단 하루 동안이라도 궁주가 되어 조심경을 보는 것으로 족하다.]

청풍; [그럼 하룻동안 궁주 대리가 되면 되겠군.]

[, 궁주!] [무슨 말씀을...!] 가진우와 하시룡이 놀라서 외친다.

적포판관과 조삼야 등도 모두 놀라고.

청풍; [정식 궁주가 되려면 반드시 일열이어야 돼. 사열은 어림도 없지.]

청풍; [대신 하룻동안만 궁주 대리를 시켜준다고 해 봐. 계약금으로는 해독약을 받고!]

하시룡; [어찌하시겠소?] 독군에게.

독군; [으하하! 물론 이의가 없지!] 껄껄 웃더니

독군; [술을 가져와라! 해독약을 만들어 주겠다!]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끌르고

급히 커다란 대접에 술을 가져오는 가진우

독군; [계약은 성립된 것이다! 절대 무르지 못한다!] 목걸이를 이루고 있는 구슬 증 하나를 뽑아서 술에 담근다.

치치치! 목걸이가 녹으면서 진한 액체가 되고

<목걸이가 해독약이었군!> 가진우 등이 놀라고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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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대청의 내부. 청풍의 의자에 거만하게 앉아있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또 다른 의자가 있지만 적포판관은 앉지 않고 서있다. 가진우와 하시룡이 의자를 가져와 적포판관 뒤에 늘어놓고. 권완은 청풍의 뒤에 긴장하여 서있다. 탁자 위에는 두 잔의 차가 놓여있고

담오, 마운걸, 왕산빈은 입구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

청풍; [서있지 말고 앉으시오.] 앞의 자리를 권하고

적포판관은 노려만 보는데

청풍; [앉지 않으면 날 죽일 자신이 없어서라고 알겠소!] 냉소

적포판관; [!] 코웃음치며 자리에 앉고

권완; (하여간 능수능란하다니까!) 소매로 입 가리고 웃고

청풍; [당신들도 앉으시오.] 세명의 살수들에게

하지만 살수들은 적포판관의 뒤에 그냥 서 있었다.

청풍; [앉으라면 앉아!] 눈을 부라리고

살수들이 청풍을 노려보고. 그때

적포판관; [앉아도 좋다. 앉아라!]

세 살수가 적포판관에게 허리를 숙인 후에 자리에 앉는다. 그러나 편한 자세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명령에 의해서 앉았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한 자세.

청풍;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다 해보시오. 대답할 만한 건 전부 대답해주겠소.] 느긋하게 앉아서

적포판관; [본 판관은 네놈을 용서할 수 없다.] 노려보고

청풍; [그래서!]

청풍; [용서할 수 없어서 다른 일도 안하겠다는 건가?]

적포판관의 가면 아래 매달린 가짜 수염이 부르르 흔들린다.

청풍; [판관! 당신의 무공이 제 아무리 높아도 무공으로는 여길 빠져 나갈 순 없소.]

청풍; [본궁이 아무리 허술해도 무림에 발을 걸친 곳이오.] [지난 세월 동안 앙심을 품고 찾아온 자가 어디 한둘이었겠소?]

청풍; [하지만 그들은 오기는 왔지만 온 길을 돌아서 가지는 못했소.]

청풍; [판관 역시 내가 마음만 먹었다면 이미 그들과 똑같은 신세였을 거요.]

적포판관; [교활한 술수를 무공이라 할 수 있느냐!] 냉소하는데

청풍이 벌떡 일어선다.

번쩍! 순간 청풍의 칼집에서 빠져나온 보검이 빛을 발하고

적포판관의 손이 움찔하지만 어떤 반응도 보이지 못한다.

청풍; [!] 다시 냉소하며 자리에 앉는다. 검을 꽂는 자세고. 직후

! 청풍과 적포판관 사이에 있던 탁자가 소리 없이 베어졌다. 그 위에 있는 찻잔도 둘로 갈라졌다. 하지만 탁자도 찻잔도 금만 갔을 뿐 갈라지지 않는다

(.... 가공할 쾌검!) (게다가 옥으로 만든 탁자와 찻잔을 단번에 베어버렸다!) (판관께서도 미처 반응을 하지 못하셨다!) 조삼야등을 비롯한 살수들 놀라고

가진우와 하시룡도 놀란 표정이고

청풍; [이것도 술수로 보이시오?] 냉소하며 다시 자리에 앉고

적포판관이 대답하지 못하고

청풍; [!] 코웃음치며 자기의 검이 벤 찻잔을 들고.

이어 차를 마신다.

! 찻잔을 내려놓고

! 그제서야 둘로 갈라지는 찻잔. 그리고

털썩! 옥으로 만든 탁자도 둘로 갈라져서 무너진다.

모두들 침을 삼키며 보고 있고

밖에서 보고 있던 철궁 제자들 자신들도 모르게 주먹 불끈 쥐고

가진우; (궁주께서 태연하신 건 다 자신이 있어서였구나!)

하시룡; (본궁의 무공이 저렇게 대단했던가?)

청풍; [처리하는 김에 다른 일도 함께 처리해야겠군!] [독군 영호모청! 그 배신자를 끌고 와라!] 가진우에게

가진우; [예 궁주!] 대답하고

<독군 영호모청을 끌고 오라고?> <오십년전부터 천하제일독이라 불리던 독군이 저자에게 사로잡혔단 말인가?> 놀라는 조삼야와 살수들

곧 가진우가 앞장 서고 두명의 철궁 제자가 독군의 팔을 하나씩 잡고 질질 끌고 온다. 피곤죽이 된 처참한 모습의 독군

<.... 저자가 독군 영호모청!> <악랄하구나! 인간을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놓다니...!> 조삼야와 살수들 놀라면서도 치를 떨고

가진우; [꿇려라!] 제자들에게 지시

무릎이 꿇려지는 독군.

이를 바득 바득 갈지만 혈도가 찍혀서 운신을 못한다.

청풍; [이자는 본궁의 반도인 독군 영호모청이오. 아마 당신들도 이름쯤은 들어 봤을 것이오.]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이는 조삼야

청풍; [그동안 신분을 숨기고 본궁의 제자노릇을 했는데 드디어 오늘 마각을 드러냈소.]

적포판관; (독군 영호모청을 저 지경으로 만들다니... 얕봐서는 안될 놈이로군!) 긴장

청풍; [판관이 보기에 이 반도의 무공은 어떤 것 같소?] 검집에 든 검으로 독군의 턱을 쳐들게 하며 묻고

적포판관; [궁주가 함부로 상대할 만한 고수는 아니군.] 냉소

청풍; [그렇다는데 네 생각은 어떠냐?] 독군을 보며 웃고.

독군; [, 네놈을 기필코 죽이고 말겠다!] 이를 바득 간다. 입과 코로 피가 줄줄 흐르고

청풍; [아직도 제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군!] ! 검집으로 독군의 뺨을 슬쩍 때리고

청풍; [저 배신자의 처리는 뒤로 미루고 이제 우리 사이의 이야기를 해 봅시다.] 웃으며 적포판관을 보고

적포판관; [본 판관은 적포동의 배신자인 상춘우와 그 일행을 찾고 있다.]

적포판관; [다행히 한 년은 이곳에서 찾았지만 다른 자들이 간 곳은 알지 못한다.] 조삼야 발치에 누워있는 지고운을 보고

청풍; [겨우 그걸 물어보러 온 거요?]

적포판관; [그렇다.] [상춘우는 원래 궁주와 궁주의 아버지를 척살할 임무를 지니고 있었다.]

청풍; [혹시 내가 알까 싶어서 본궁에 와서 기다린 모양인데 나는 모르는 일이오.]

청풍; [내가 그 작자들을 본 적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발 달린 짐승이 간 곳을 내가 어떻게 알겠소.]

적포판관; [그 말을 믿으라는 건가?]

청풍; [철궁에서는 거래할 때 결코 거짓을 말하지 않소.]

청풍; [내가 그랬던 것처럼 판관도 그래야 할 거요.]

적포판관; [무슨 소리냐?]

청풍; [판관은 본궁의 제자를 열아홉이나 살해했소.]

적포판관; [그게 어떻단 말이냐?]

청풍; [나는 판관이 혈채를 갚아주길 원하고 있소.] [그대의 피로 갚아 주든지 아니면 황금으로 갚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시오.]

적포판관; [본 판관을 협박하는 것이냐?]

청풍; [핏대 올리지 마시오! 거래라 하지 않았소?]

청풍; [게다가 이미 판관과 세 명의 개 도둑은 중독된 상태기도 하오.]

적포판관; [뭣이!]

청풍; [내가 손가락만 까딱하면 즉시 그 배신자를 죽여 버려라.] 독군의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하시룡에게

청풍; [독은 그 늙은이가 썼으니까 죽고 나면 아무도 해독 못할 것이다.]

하시룡; [존명!] ! 검을 뽑고

이어 두 손으로 검을 들어 독군의 목에 대는 하시룡.

적포판관과 조삼야를 비롯한 세 명의 살수들은 모두 표정이 굳어진다.

독군의 얼굴에서도 비지땀이 흐르고

적포판관; <조삼야! 증상이 있는가?> 조삼야에게 텔레파시로 묻고

조삼야; <... 죄송합니다 판관! 속하가 부주의하여 중독당하는 걸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비지땀

적포판관; (대체 언제 중독당했단 말인가?) (뇌옥에서 혈도를 풀기 위해 운기조식할 때만 해도 증상이 전혀 없었는데...!) 부르르! 청룡도를 든 손에 힘이 들어가고

청풍; (알 리가 있냐? 네놈들은 방금 전 중독당했는데...!) 웃으며 보고

청풍; (저 변태영감은 날 죽일 살심을 품고 대청에 들어온 직후 독을 풀었다.)

청풍; (현재 이 안에서 독에 중독당하지 않은 사람은 만년옥액을 복용하여 독에 내성이 생긴 나와 완매 두 사람 뿐이지!)

적포판관; [네 놈이 남의 칼로 사람을 해치는구나!]

청풍; [이런 건 오랑캐로 오랑캐는 치는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수법이라 부르오.] [차도살인과는 명백히 다르지.]

적포판관; [죽일...!] 이를 갈며 일어서려는데

조삼야; [판관님!] 급히 나서고

조삼야; [소인이 감히 나설 자리가 아닌 줄 압니다만, 이 늙은이의 나이를 생각해서 한 마디 하는 것을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어나서 허리를 숙이고

적포판관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다.

조삼야; [넓으신 아량에 감사드립니다!] 적포판관에게 포권하고. 이어

조삼야; [궁주님!] 청풍에게 포권

조삼야; [소인은 궁주님의 탁월한 기계(奇計)와 빼어난 무공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청풍이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린다.

가진우; [본궁의 궁주님께선 업무 중에 다른 말씀을 하시는 걸 아주 싫어하시오.]

가진우; [쓸데없는 소리 말고 본론만 말하시오.]

적포판관이 청룡도을 든 손에 힘을 주며 휘두를 기세지만

조삼야; [소인이 몰랐습니다 용서하십시오!] 급히 손으로는 적포판관을 만류하며 청풍에게 고개 숙이고.

조삼야; [소인은 판관님을 봉행한 일개 수하일 뿐입니다.] [그러나 궁주님께서 요구하시는 대답은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청풍; [피냐 황금이냐?] 거만하게

조삼야; [황금입니다.]

청풍; [얼마를 받아야 하느냐?] 가진우에게

가진우; [금으로 사만육천 냥입니다.]

청풍; [들으셨소? 십만육천 냥이라는군!] 적포판관에게

적포판관; [억지다!] 분노하여 주먹으로 부서진 탁자를 내리쳐 박살 내고

적포판관; [저자는 분명 사만육천 냥이라고 말했다.] 가진우를 삿대질

청풍; [사만육천냥이라고?] 가진우를 힐끔

가진우; [아닙니다. 십만육천 냥입니다.] 즉시 정정하고

적포판관; [교활한 사기꾼 같은 놈!] 이를 부득 가는데

순간 청풍의 손가락이 까딱하고

즉시 독군의 목에 대어져 있던 하시룡의 검이 흰빛을 발하며 높이 올라간다. 독군을 내리칠 자세.

<... 안돼!> 조삼야등 살수들이 기겁하는데

청풍의 손가락이 다시 좌우로 까닥하고

즉시 하시룡의 검은 긴장이 출리고.

다시 독군 영호모청의 목에 가서 닿는다.

적포판관이 분을 삭이지 못하고 숨을 거칠게 내쉬고.

청풍; [자세하게 그 내역을 일러줘야 알아들을 수 있다면 말해주겠소.] [가일열! 상세히 말해라.]

가진우; [! 죽은 제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들자면, 첫째로 제 9열의 조진앙으로 당년 스물 두살이며. 복건성 영안이 집입니다. 부모님은 모두 살아계시는데 아버지의 이름은 조조경으로...]

적포판관과 조삼야 일행의 벙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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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뇌옥 안.

카카캉! 기기깅! 맹렬히 돌며 삼면과 천장에서 나타나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수많은 드릴과 네 개의 거대한 톱날.

마운걸; [끝... 끝났어! 말살장치가 가동되었다!] 털썩! 주저앉는데

담오; (이왕 이렇게 된 것!) 적포판관에게 달려가고

담오; [당신 졸개가 한 약속을 지키시오!] 파팟! 적포판관의 몸에 박힌 두 장의 종이칼을 뽑는다.

번쩍! 적포판관의 눈이 무서운 빛을 발하더니

적포판관; [데리고 나가라!] 허공으로 떠오르며 손을 젓는다

그러자 조삼야와 다른 두 살수의 몸이 입구쪽의 마운걸에게 날아가고

마운걸; [어이쿠!] 급히 살수들의 몸을 받고

그 사이에 똑 바로 일어나는 적포판관

이어 그가 손을 펼치자

붕! 오백 근짜리 청룡도가 떠올라 그의 손에 쥐어진다.

<격공섭물(隔空攝物)!> <절세고수다!> 사색이 되는 담오와 마운걸. 담오도 뒷걸음질쳐서 마운걸 옆에 와있다.

그그긍! 카카캉! 그 사이에도 드릴처럼 도는 수많은 쇠창살들과 거대한 톱니바퀴가 삼면과 천장에서 그들에게 육박하고

담오; [젠장! 빨리 서두리지 않으면 우리 모두 골로 가는 거요!] 악을 쓰고. 순간

적포판관; [크아!] 청룡도를 휘두른다

부악! 카카캉! 캉! 순간 청룡도에서 일어난 섬광에 쇠창살과 철문이 이리저리 베어지고

콰당탕! 콰창! 잘려진 쇠창살과 철문이 나뒹굴어서 통로가 생긴다.

<만년한철로 만든 철창과 철문을 저렇게 간단히!> <우.... 우리가 뒈지려고 지랄을 했구나!> 경악하면서도 조삼야와 두 자객을 들고 밖으로 뛰쳐나가는 담오와 마운걸

조삼야; [판관! 조심하십시오!] 외치고

밖으로 나온 담오와 마운걸이 돌아보니 우뚝 선 적포판관의 몸을 드릴들과 톱니바퀴들이 휩쓴다.

(죽어라 죽어!) (우릴 위해서 그냥 뒈져라!) 조삼야와 자객들을 내동댕이치며 속으로 기원하는 담오와 마운걸. 하지만

카카캉! 버번쩍! 요란한 굉음과 불똥이 튀고

카캉! 캉! 부서진 파편이 뇌옥 밖으로 튀어나와 벽에 부딪힌다

[힉!] [이크!] 기겁하여 펄쩍 뛰는 담오와 마운걸.

그러다가 눈 부릅 두 놈

쿵! 우뚝 서있는 적포판관. 뇌옥 안에 작동했던 수많은 드릴과 거대한 톱니바퀴가 모두 박살이 나있다. 적포판관의 몸에서 몇군데 상처가 났지만 심하진 않다.

<맙소사! 말상장치를 단번에 박살내다니!> <궁... 궁주는 잘도 저런 괴물을 간단히 제압했구나!> 공포에 질리는 담오와 마운걸

그때 뇌옥에서 걸어나오는 적포판관

[으으!] [힉!]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는 담오와 마운걸

턱! 그런 담오의 어깨에 대어지는 청룡도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적포판관

담오; [약... 약속을 지... 지키시오!] 달달 떠는데

적포판관; [물론 약속은 지킨다!]

적포판관; [하지만 네놈들을 제외한 철궁의 모든 쓰레기들은 오늘 본 판관의 손에 죽는다!] 살벌

공포에 질리는 담오와 마운걸. 헌데

[파옥(破獄)이다!]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모두가 돌아보니 일단의 철궁 제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오고 있다.

[안... 안돼!] [야 이 개새끼들아! 살고 싶으면 튀어!] 담오와 마운걸이 다급히 외치지만

부악! 순간 적포판관이 어느덧 달려들어오던 철궁 제자들의 몸을 청룡도로 일도 양단하고 있다.

[!] [!] 공포와 경악에 질리는 담오와 마운걸

 

#160>

다시 청풍의 거처인 천년관총

독군; [노부가 바로 영호모청 본인이니라!] 웃으며 안으로 걸어들어오고

퍼득 정신 차리는 권완.

권완; [독군께서 공력이 높아져 반로환동(返老換童)하신 모양이군요.] 두 자루의 보검으로 앞을 가리며 누워있는 청풍의 몸을 막아선다.

독군; [노부는 반로환동할 정도의 인물이 못되네.] [다만 독을 쓰는 중에 몇 가지 재주를 얻게 되어 다시 젊어졌을 뿐이지.] 뒷짐 짚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명패와 인명부를 감상하고

권완; (진짜 독군 영호모청이다!) 아연긴장하고 + [호호호! 이제 보니 영호윤이라는 사람은 따로 없고 독군께서 바로 영호윤이셨군요.]

독군; [소저는 듣던 대로 총명하군.] 돌아보며 웃고

권완; [입에 발린 말씀은 듣기에 그렇군요.] [그보다 무슨 용무가 있어서 철궁에 잠입하셨는지나 말씀해주시지요.]

독군; [궁주가 갖고 있는 한 가지 물건을 얻기 위해서지.] 꽁꽁 묶여있는 청풍을 보고

독군; [그동안은 철궁십이사의 눈치를 보느라 경거망동을 못했었는데 마침 십이사가 모두 자리를 비웠으니 천재일우의 기회가 아니겠나?]

권완; [그래서 환영 인파 속에 쥐새끼처럼 숨어있다가 독을 썼군요!]

독군; [격장지계를 써도 소용없네.] [노부의 나이 이미 팔십! 욕 좀 먹었다고 발끈할 나이는 지났어!]

권완; [소녀는 아직 어려 인내심을 기르지 못했습니다.] [독을 쓴 이유를 말하고 조용히 물러가지 않겠다면, 노선배께선 생환을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

독군; [당차군! 당차!]

독군; [하지만 노부를 윽박지를만한 실력까지 갖췄을 지는 궁금하군!]

권완; [직접 확인하시지요!] 나비처럼 솟구쳐 오르고

휙! 번쩍! 쌍검을 현란하게 휘둘러 독군을 공격한다. 순간

독군; [아깝도다!] [살려두기에는 너무 빼어나!] 따다당! 뒷짐 지었던 손을 풀며 다섯 손가락을 퉁긴다

치치치! 시커먼 기운들이 뱀처럼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들고. 하지만

바웅! 치익! 권완의 근처에 이른 검은 기운들은 머치 바위를 만난 물살처럼 사방으로 휘어져 날아가고

독군; (어떤 호신강기라도 녹이는 노보의 천독지(千毒指)가 제멋대로 휘어지다니...!) 팟! 경악하며 뒤로 물러서고

휘리릭! 직후 간발의 차이로 권완의 검이 스치고 지나가며 독군의 옷을 여기 저기 찢어놓는다.

독군; [허어!] 휘익! 놀라며 문간으로 물러서고

권완; (기중표가 통했어!) 휘릭! 권완도 뒤로 날아올랐다가

권완; (어떤 공격이라도 기중표로 흘려버리거나 빨아들일 수 있어!) 치마를 꽃봉우리처럼 부풀리며 다시 청풍 앞쪽으로 날아내린다.

청풍; (으헉!) 올려다보다가 눈이 띠용

누워있는 바람에 자기 위에서 꽃봉우리처럼 펼쳐진 권완의 치마 속이 청풍의 눈에 고스란히 보인다. 겉치마와 속치마가 함께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있는데 버선과 꽃신을 신은 작은 발. 약간 벌린 미끈한 두 다리. 그 다리 사이의 사타구니는 비키니같은 작은 속옷으로 가려진 사타구니등이 보인다.

청풍; (대박이야!) 푸학! 코에서 피가 팍 터지고

권완; [호호호! 독군의 천독지는 나타나면 반드시 목숨을 앗아간다는 소문도 사실과는 사뭇 다르군요!] 휘익! 청풍의 앞으로 날아내리며 비웃고

그러다가 흠칫하며 뒤를 곁눈질하는 권완

쌍코피를 줄줄 흘리며 해롱거리는 청풍

권완; (출혈이 심해! 뭐가 잘못되었나?)

권완; (그렇다고 보기엔 호흡이 아까보다는 좀 진정되었는데...!) 곁눈질하는데

독군; [후생가외(後生可畏;후진들을 두려워해야함)라는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군!] 혀를 차고

독군; [불패의 천독지를 깨트린 게 고작 열 몇 살 계집아이라니...!] 혀를 차고

권완; [나이 많은 게 자랑은 아니지요. 수치가 되지 않으면 다행이고!]

독군; [껄껄!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비수로구만!] 웃는데

삐익! 꽈다당! 멀리서 어떤 소리가 들린다.

권완; (무슨 소리지?) 흠칫하는데

청풍; <완매! 빨리 저놈을 사로잡아야 돼!> 전음을 보내고

권완; (전음을 보낼 정도로 정신이 돌아온 모양이네!)

청풍; <뇌옥 쪽에서 큰 소리가 들렸어. 심상치 않아!>

권완; [당신은 걱정마세요! 아무렴 젊은 제가 죽을 날 받아놓은 늙은이 하나 해치우지 못하겠어요?] 과장 되게 검을 흔들며 말하고

꿈틀하는 독군의 얼굴

청풍; <잘 했어! 저놈이 공격하면 위로 뛰어올라! 내가 한 방 먹일 테니까!>

권완; (천산음을 쓸 생각이구나!) 눈 반짝하고

독군; [크크크! 어린 계집이라 봐줄 생각도 있었는데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구나!]

독군; [요상한 호신공부를 지니고 있는 건 알겠다면 이것도 막을 수 있는지 보자!] [회륜독강(廻輪毒罡)!] 부악! 앞으로 돌진하는 독군의 허리춤에서 거대한 톱니바퀴같은 것이 회전하며 날아든다.

청풍; [지금이야!] 외치고

팟! 위로 뛰어오르는 권완

독군; [어림없는 수작이다!] 같이 날아오르며 몸에서 일어난 톱니바퀴같은 빛으로 권완을 공격해가는데

청풍; [개잡종!] 크아! 누운 채 입을 딱 벌리며 기합 지르고

[!] 허공에 뜬 상태로 초음파에 휩쓸리는 독군

독군; [크아아!] 빠지직! 벼락에 맞은 듯 충격을 받는 독군. 순간

권완; [잘했어요!] 쾅! 허공에 뜬 자세로 돌려차기를 하고

아구통이 맞아서 홱 돌아가는 독군

콰당탕! 입구까지 날아갔다가 벽에 부딪혔다가 나뒹구는 독군

독군; [끄윽! 이... 이런 개같은 경우가...!] 피를 토하며 벌벌.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

권완; [해치웠어요!] 환성 지르며 청풍 옆으로 날아내리고

청풍; [으하하! 꼴좋구나 변태새끼야! 똥물에 튀겨 죽여도 시원잖은 쥐새끼야!]

권완; [욕이 입에 달리는 걸 보니 이제 살 만한 모양이군요.] 눈을 흘기며 박룡의 승을 풀어주고

청풍; [낄낄! 완매가 절경을 보여주는 바람에 코피가 팍! 터지면서 들끓던 기혈이 좀 갈아앉았어!]

권완; [제가 절경을 보여주다니요?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어리둥절하는데

청풍; [그런 게 있어!] 펄쩍 뛰어 허공에서 덤블링을 하더니

청풍; [개잡종!] 허공에서 몇 번 맴을 돈 후에 내려서면서 독군의 가슴을 발꿈치로 내려찍는다.

독군; [크악!] 비명. 뚝뚝! 하며 늑골이 부러지는 소리가 나고.

권완이 놀라서 입을 손으로 가리는데

청풍; [감히 나한테 춘약을 풀어?] [갈아 마셔도 시원잖을 개새끼야!] 검집에 든 검으로 마구 독군을 내려친다. 크악! 아악! 피가 튀고 독군의 무참한 비명 소리

끔찍해서 차마 못 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 돌리며 눈 감는 권완

 

[역시 독해! 때린 데만 골라서 때리고 있어!] [저 인간은 난릉왕보다도 더 악랄한 것 같애!] [우리도 눈치 잘 까야겠어! 정말 튀겨 먹고 삶아먹는 만행을 저지를지도 몰라!] 삼촌육유들이 건너편 방에서 벌어지는 참변과 비명소리를 듣고 겁에 질린다.

 

잠시후

청풍; [개같은 놈!] 퍽! 피투성이가 된 몸뚱이를 걷어차고 눈이 충혈되고 얼굴이 벌건 상태라 아주 흉악해 보인다.

끄윽! 끅! 벌벌 떨리는 독군의 손

권완; [끝.... 끝났어요?] 고개 돌리고

그러다가 눈 부릅 권완

쿵! 처참하게 변한 독군의 모습. 온몸이 피로 물들었고 얼굴도 피투성이에다가 퉁퉁 부어서 형상을 잃었다. 시체처럼 변해서 벌벌 떨고 있는 독군

권완 [무, 무슨 짓을 한 거예요. 그래도 무림의 선배인데...!]

청풍; [선배는 무슨! 이놈은 본궁의 반도야!] 검집에 든 검으로 독군의 얼굴을 돌리고

청풍; [철궁의 기강이 다른 문파와 같지는 않지만 반도를 용납하는 곳은 아니야.]

청풍; [세상 어느 문파가 문주에게 대든 놈을 용납해?]

권완; [그렇기는 해도...!]

청풍; [더구나 이놈은 나한테 춘약까지 먹였어! 개같은 놈!] 콱! 다시 독군의 가슴을 세차게 밟는다.

독군; [크악!] 콰득! 갈비뼈가 또 부러지며 비명을 지르고

진저리를 치는 권완

청풍; [무공을 파괴하고 네 놈이 좋아하는 독을 잔뜩 먹여주마!] 돌아서고

청풍; [철궁에 죄를 짓는다는 게 어떤 건지 실감하게 될 거다!] 피곤죽이 된 독군을 내버려 두고 거친 걸음으로 인명전 밖으로 나간다

급히 따라가는 권완

[야! 나왔다 나왔어!] [저 얼굴 벌건 거 봐! 인간 백정이 따로 없어!] [핏발 선 눈깔은 또 어떻고?] [아이 무서워!] 문이 열려진 침실에서 삼촌육유들이 내다보며 소곤거리고

그러다가 청풍이 홱 돌아보자 기겁하는 삼촌육유들

<눈 깔어!> <눈 마주치면 불똥이 튀는 수가 있어!> 겁에 질려 고개 숙이며 청풍의 시선을 피하는 삼촌육유들

청풍; [존만한 것들이...!] 코웃음치며 천년관총 밖으로 나간다

권완; (무서운 사람이야!) (정인군자인 두 분 시숙과는 전혀 달라!) 겁에 질려 종종 걸음으로 청풍을 따라가고

권완; (개구장이인 것 같으면서도 화가 나면 흉신악살처럼 포악해져!)

권완; (내가 잘 제어하지 않으면 마왕이 될 수도 있겠어!) 청풍과 함께 천년관총을 나서는데

[궁주님!] [큰일났습니다!] 저쪽에서 제자들이 몇 헐레벌떡 달려온다.

청풍; [나도 안다!] 버럭 고함.

드드드! 진동. 히익! 힉! 달려오던 제자들이 그 서슬에 놀라서 우뚝 멈춰 서고.

청풍; [모두 연무장에 집결하라!] 아주 큰 걸음으로 걸으며 사납게 외치고

[하, 하지만 적이 뇌옥에...!] 더듬거리는 놈들

청풍; [연무장에 집결하라고 했다.] 무섭게 노려본다. 눈이 충혈되어 공포스럽다.

놀라서 굳어지는 놈들

청풍; [내 방에 피떡이 되어 있는 놈이 있을 것이다. 그놈도 연무장으로 끌고 와라!]

[존... 존명!] 대답하는 놈들

이어 허둥대며 사방으로 흩어진다.

청풍; (젠장! 서문영감 흉내 내기도 쉽지 않군. 볼 때는 아주 멋있게 보였는데....!) 거만한 표정으로 성큼 성큼 걸어서 연무장 쪽으로 간다.

권완; (연달아 일어난 변고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다니! 저이는 정말 큰 사람이구나.) 존경의 표정으로 청풍의 뒷모습을 보고

권완; (거기에 비하면 허둥대기만 한 나는 어린 계집아이에 지나지 않았어!) 한숨

곧 대청 앞의 연무장에 도착하는 청풍.

연무장에는 벌써 수백명이 모여 있다. 일부는 연무장 한쪽 모퉁이로 보이는 뇌옥의 입구를 중심으로 긴장한 상태로 병기를 겨누고 있다. 뇌옥의 입구에는 반투명한 막같은 것이 쳐져 있다. 바닥에는 말뚝들이 여기저기 박혀있고. 진법이 펼쳐진 것

청풍이 대청 앞의 단상에 올라가고

[궁주!] [어서 오십시오!] 가진우와 또 한 명의 청년이 단상 위에 서있다가 포권한다

청풍; [가일열! 하일열!] [피해상황을 보고하라!] 근엄하게

권완; (하일열!) 눈 반짝

권완; (저 사람이 철궁에 상주한다는 세 명의 제일열중 하시룡(何詩龍)이겠구나!) 하시룡도 범상치 않게 보이는 서른살 가량의 청년. 진중하게 보인다.

가진우; [총 열아홉 명이 죽었습니다.]

권완; (눈 깜짝 할 사이에 열 아홉명이나!) 놀라고

가진우; [변고가 생긴 것을 알고 뇌옥에 내려갔던 자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청풍; [젠장 할! 왕창 물어주게 됐군.]

청풍; [생돈 깨진 거 알면 십이사가 안 좋아 할 텐데...]

권완; (철궁의 제자들 목숨은 다른 문파와 달리 철궁의 것이 아니야. 돈을 내고 재주를 배우는 일종의 학생신분이니까!)

권완; (그런데 철궁에서 배우던 중에 죽었으니 유족들에게 적당한 보상을 해주지 않을 수 없겠지!)

청풍; [적포판관은?]

가진우; [기문진(奇門陣)을 뇌옥 입구에 설치하여 빠져 나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청풍; [적절한 대처였다. 잘했어!]

[감사합니다!] 고개 숙이는 가진우와 하시룡

권완; (역시 제일열에 속한 인물들이네. 그 사이에 기문진으로 적의 탈출을 저지하다니...!) 뇌옥 입구 쪽을 본다. 반투명한 막에 덮인 입구. 헌데

빠지직! 갑자기 뇌옥 입구가 스파크에 휘감기고

[헉!] [저...저건!] 철궁의 제자들 놀라고

권완과 가진우등도 흠칫하는데

투쾅! 폭발이 일고

[힉!] [아이쿠!] 비명 지르며 나뒹구는 입구 근처의 제자들

쿵! 이어 흩날리는 돌풍 속에서 걸어나오는 적포판관.

[적... 적포판관이다!] [기문진을 힘으로 뚫고 나왔다!] 공포에 질리는 철궁의 제자들

쿵! 적포판관의 거구가 나타나고 그 뒤로 검은 옷을 입은 세 명의 살수가 보인다. 그 중 한 명은 정신을 잃은 지고운을 어깨에 메고 있다. 그리고 그 뒤로 담오와 왕산빈, 그리고 마운걸이 풀이 죽어서 따라 나온다.

권완; (대단한 인물이야.)

권완; (저이에게 너무 간단히 제압당해 경시 했는데.... 사실은 십대세가 가주들에 못지않은 실력을 지녔어!) 긴장하고

가진우; [이열(二列)은 적을 막아라!] 검을 빼들고 청풍 앞을 막으며 소리친다.

하시룡; [삼열은 구궁진(九宮陣)을 펼쳐서 적의 퇴로를 차단하라!] 역시 외치고

그러자 수십명이 날아올라 적포판관 일행을 포위한다. 좀 나이 들고 모두 강해보이는 자들이다.

청풍; [됐어! 애들 해산시켜!] 가로 막은 하시룡과 가진우의 사이를 뚫고 앞으로 나간다

가진우; [궁주님!] 흠칫하지만

청풍; [더 이상 희생이 나면 손해배상을 감당 못해! 전부 물러가라고 해!]

가진우; [분부 받들겠습니다!]

손을 젓는 하시룡

적포판관 일행을 포위했던 인물들이 포위를 풀며 물러선다. 소리없이 한숨 쉬며 안도하는 표정들이고

적포판관에게 마주 걸어가는 청풍.

청룡도를 움켜쥔 적포판관이 노려보지만

청풍은 적포판관 뒤의 담오, 마운걸, 왕산빈을 노려본다

청풍의 시선을 받은 세놈 기겁하고

무조건 땅에 엎드리는 세놈

그사이에 적포판관도 걸음을 멈추고

청풍도 걸음을 멈춰서 3미터 정도 사이를 두고 마주 선다.

마운걸; [궁.... 궁주님! 저희는 다만...] 비지땀을 흘리며 더듬거리지만

적포판관; [꺼져라!]

적포판관; [약속대로 너희 세 놈은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겠다.] 청룡도로 세놈을 가리키며 노려보고

팟! 엎드린 그대로 몸을 솟구쳐 세 사람이 세 방향으로 튀고.

이어 적포판관을 포위한 동료들 사이로 숨는 세놈.

적포판관; [철궁은 오늘부로 세상에서 사라진다!]

적포판관; [우선 궁주인 네놈부터 죽여주겠다!] 청룡도를 들어 청풍에게 겨누고.

청풍; [인상 쓸 것 없소 판관!] [본궁주는 더 이상 당신하고 싸우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까.]

적포판관; [누구 맘대로...!] + 청풍; [주인인 내 말부터 들어!] 버럭 고함 지르고

드드드! 엄청난 진동에 주변의 건물들이 흔들리고

[힉!] [켁!] 철궁의 제자들 귀를 막고 주저앉고

가진우와 하시룡의 안색도 굳어진다.

<궁주의 내공이 저렇게 심후했었나?> 놀라며 서로를 보는 가진우와 하시룡

적포판관; <이놈!> 역시 긴장하는데

청풍; [여기는 바로 천하의 해결사들 성지인 철궁이오!]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키고

청풍; [나중에 싸우더라도 일단은 이야기로 풀어봅시다. 따라오시오.] 홱 돌아서서 가고

벙 뜨는 적포판관

등을 보이고 무방비 상태로 걸어가는 청풍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적에게 등을 보이다니...!> 권완과 가진우, 하시룡등이 아연긴장하는데

청풍; [흥!] [이놈이나 저놈이나...!] 코웃음치며 올 때 그랬던 것처럼 성큼성큼 걸어간다.

그런 청풍의 등을 노려보며 실룩거리는 적포판관.

우둑! 청룡도를 든 손에 힘이 가해지고

조삼야; [판관!] 뭐라고 재촉하지만

적포판관; [가자!] 한숨 쉬고

이어 청풍의 뒤를 따라간다.

일제히 안도의 한숨 쉬는 권완과 가진우와 하시룡.

그 사이에 청풍은 대청으로 들어가고. 적포판관도 그 뒤를 따라간다. 적포판관의 부하들도 지고운을 메고 따라가고

권완; (대담한 건지 무모한건지 원...!) 고개 설레 젓고

권완; (하긴 저런 면이 있으니까 약삭빠르고 드센 철궁의 악머구리들을 통제할 수 있는 건지도 몰라!) 따라간다.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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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다시 뇌옥.

죽어있는 육보단의 시체.

사색이 되는 뇌옥 안의 담오 일행

모항; [젠장! 풀어주지 않으면 될 것 아니냐!] [왜 다짜고짜 사람을 죽이고 지랄이냐?] 검과 종이칼로 앞을 가리며 뒷걸음질치고

왕산빈; [모항! 문을 열어라! 우리가 상대하겠다.] 악을 쓰고

모항; [시끄러!]

모항; [네 녀석들이 쓸데없는 짓을 해서 이 모양이 됐잖아!]

담오; [이봐! 여자! 무슨 영문인지 부터나 알자고!] [난 모항 저 녀석이 죽든 말든 상관없어!]

지고운; [호호! 착각은 자유라지만 정말 재미나는 것들이야.] [뭐 적포판관을 자기가 제압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담오; [나쁜 년! 중얼거리는 소리까지 엿들었구나.]

마운걸; [소저! 적인지 친구인지를 분명히 해주시오.] [그래야 우리도 태도를 분명하게 할 것 아니오.]

지고운; [먼저 이놈부터 죽이고 나서 말해주지. 네놈들을 한꺼번에 죽여 없애면서 말이야.] 검으로 모항을 공격. 아주 빠르다

모항; [!] 다급히 막지만

! 검끼리 부딪히는 순간 모항의 검이 간단히 퉁겨 나가고

지고운; [잘 가라!] 슈슉! 여러 개의 검 그림자를 일으켜 모항을 찔러가는 지고운.

모항; [으헥!] 바닥에 몸을 굴려 피하는 모항

지고운; [호호호! 구명절초 뇌려타곤이냐?] [얼마나 더 잔재주를 부릴 수 있을지 보자!] ! ! 연달아 공격.

모항; [아이쿠!] 떼굴떼굴 굴러서 피하는 모항

담오; [모항! 은침을 써!] 외치고

순간 모항이 구르면서 손을 뒤로 내저었다.

지고운; (은침!) 휘휙! 놀라면서 공격하던 검을 휘둘러 방어를 하고. 하지만

그 사이에 모항은 굴러서 기관장치들이 있는 벽으로 굴러간다.

지고운; (속았다!) 이를 부득 갈며 다시 모항에게 돌진하고

왕산빈; [은침을 쓰란 말이야!] 다시 외치고

휘휙! 벽 앞에 이른 모항의 손이 또 한번 내저어진다.

지고운; [쥐새끼가...!] 분노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검을 휘둘러 방어를 하며 멈춰서고

모항; [으하하! 또 속았지!] 벌떡 일어나 기관장치중의 레버 하나를 움켜 잡는다

지고운; [죽일 놈!] ! 검을 던지고

담오와 왕산빈, 마운걸; [은침을 던져!] 동시에 외치고

모항; [!] 놀라 돌아보면서도 뒤로 손을 젓고.

! 순간 지고운의 검이 모항의 목을 꿰뚫고.

! 직후 지고운의 귓불에도 작은 은침이 하나 박힌다

[모항!] 담오등의 비명

지고운; [!] 귀를 잡고 비틀

지고운; (좆도! 세 번째는 진짜였어!) ! 귀에 박힌 침을 뽑아내고

털썩! 목에 검이 박힌 모항의 시체가 나뒹굴고

마운걸; [이 나쁜 년! 가랑이를 찢어 죽여 버리겠다아아!] 철창을 부여잡고 울부짖고

지고운; [아가리 닥쳐! 네놈들도 곧 이놈들 뒤를 따라가게 해줄테니까!] ! 모항의 목에서 검을 뽑고

담오; [흐흐흐! 이미 늦었다 계집! 넌 은침에 묻어있는 독에 중독되었으니 곧 죽고 말 것이다!]

지고운; [헛소리 마라!] [철궁은 사람을 죽일 정도의 독은 안 쓰는 게 원칙인 걸 알고 있다.]

지고운; [설령 중독되었다고 해도 해독약 따위는 필요 없다는 걸 모를 줄 아느냐?]

담오; [흐흐흐! 그것까지 아는걸 보니 그동안 본궁에서 시녀 노릇을 하고 있었겠군.]

마운걸; [하지만 너무 안심하지 마라 갈보 년아!] [이제 곧 변고를 알아차린 동료들이 와서 네년을 죽여줄 것이다!]

왕산빈; [은침에 발라진 독이 네년을 죽이지는 못하겠지만 무력하게는 만들걸?]

담오; [낄낄! 그럼 산채로 잡혀서 본궁 형제들의 노리개가 된 후에 가랑이가 찢어져 죽겠지!]

마운걸; [조금만 기다려라!] [아랫도리로 이 어르신의 보물도 맛보게 될 것이다!] 자기 사타구니를 부여잡고 놀리고

지고운; [더러운 새끼들!] [네놈들부터 죽여 버리겠다.] 이를 부득 갈면서 검을 검집에 꽂고

마운걸; [하하하! 어디 재주껏 죽여봐라.]

담오; [우릴 죽이려면 먼저 이 철문부터 열어야 할걸?]

왕산빈; [우리 세 사람과 싸워서도 이길 수 있는지 한 번 보자고!]

지고운; [!] 코웃음을 치며 벽면에 설치되어 있는 기관장치들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

<... 저년이 혹시!> <이 뇌옥 안에 설치되어있는 말살용 기관을 작동시키려고!> 담오등의 안색이 허얘지는데

조삼야; [지고운(枝孤雲)!] [... 정말 지고운이로구나.] 헐떡이고.

기관장치를 살피다가 돌아보는 지고운

지고운; [호호호! 한창 때는 칠대살수에 드셨던 조삼야(曺三爺)께서 직접 나섰군요.]

지고운; [애송이인 신임 적포판관을 보좌하기 위해서 다시 강호에 나오셨겠지만 어째 형색이 썩 좋아보이진 않군요.] 철창 가로 다가와서 놀리고

조삼야; [너는 상춘우 그놈과 함께 사라지지 않았느냐?]

지고운; [조삼야! 나 지고운이 당신을 죽이는 것도 그 때문이니 이해하세요.] [당신이 판관 나으리와 함께 그를 쫓고 있다는 걸 내가 알았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있겠어요?]

조삼야; [우리는 모두 한 가족이나 다름없는데 넌 우리를 죽이겠다는 거냐? 더구나 판관께서도 여기 계시는데.]

지고운; [문제는 바로 그거예요.]

지고운; [철궁의 잔대가리들은 판관 나으리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더군요. 자칫 실수하면 모조리 판관 나으리 손에 되레 죽겠죠.]

지고운; [그러면 당신들은 철궁을 쓸어버리고 유유히 상대형을 추적할 텐데, 제가 그 꼴을 볼 수야 없죠.]

조삼야; [상춘우가 맡은 청부는 실패했다.] [더구나 그는 우리 적포동을 배신했다는 유력한 증거가 있다.]

조삼야; [상춘우는 형가사(荊軻祠)에 명세한 자객으로서의 본분을 잊었으니 죽어 마땅하다.]

지고운; [형가사의 맹세따윈 난 몰라요. 중요한 건 내가 맡은 임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예요.]

지고운; [첫째, 나는 상대형이 지시했던 것에 대해서 보고를 하지 못했어요.] [둘째, 정탐 임무 이외에 내 임무는 측면에서 일행을 보호, 지원하는 거예요.]

지고운; [누구든지 상대형과 일행을 해치려 한다면 내가 저지하는 게 당연해요.] [상대가 판관 나으리라 할지라도 말예요.]

조삼야; [상춘우는 언제 죽어도 죽는다. 너도 판관님을 해치고 살 수 있을 것 같으냐?]

지고운; [호호호! 그래도 명색이 살수인 나에게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건 좀 우습군요 조삼야!] 웃는데

담오; [이제 발바닥부터 저려 올 때가 됐는데.] 철창을 잡고 서서 보며 웃고

마운산; [난 뒷등부터 가려워질 거라는 데 열 냥 걸지.]

귀가 쫑끗 지고운

왕산빈; [둘 다 틀렸어.] [모항이 이번에 쓴 독은 지독한 거야.]

왕산빈; [가슴의 근육을 마비시켜 한동안 숨을 쉬기 어렵게 하는 게 분명해.] [저 여자 얼굴이 말하는 사이에 붉게 변한 걸 보면 몰라?]

지고운; (... 그러고 보니...!) 헉헉 숨이 가빠지고

담오; [흐흐흐! 이제 곧 온몸이 마비되어서 물에 올라온 물고기 신세가 될 걸?]

마운걸; [낄낄! 그럼 형제들이 힘 하나 안 들이고 잡아먹을 수 있겠군!]

지고운; (...젠장! 정말 중독된 것 같다!) 급히 기관장치가 있는 벽쪽으로 달려가고

[넘어져라! 넘어져라!] 담오등이 외치지만

지고운은 비틀거리면서 기관장치에 도착하고

지고운; [말살장치를 작동시켜서 전부 다 죽여주겠어!] 기관징치들을 살피며 이를 갈고

담오; [예쁜이! 조심해야할 거야!] [함부로 만지다간 이 문을 열어버릴 수도 있어!]

지고운; [아가리 닥쳐! 그 정도는 나도 알아!] 기관장치를 살피며 외친다. 얼굴이 새빨개져 있고

조삼야; [저 독한 계집이 정말로 우리 모두를 함께 죽일 모양이오.]

담오; [그런 것 같군.]

조삼야; [판관님을 풀어주시오. 그러면 우리 모두 살 수 있는 길이 있을 거요.]

왕산빈; [우리도 풀어주고 싶어. 한 번 싸워보고 싶거든!]

조삼야; [그럼 빨리 풀어주시오. 일단은 사는 게 중요하지 않소?]

왕산빈; [아니, 그건 안 중요해.]

조삼야가 의아한 표정.

왕산빈; [우리가 사는 게 아니고 나한테는 내가 사는 게 중요해.] 엄지 손가락으로 자길 가리키고

마운산과 담오; [나도.]

조삼야; (뭐 이런 놈들이...!) + [판관님을 움직일 수 있게 해주면 세 분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을 것이오.]

조삼야; [믿지 못하겠다면 형가사에 대고 맹세할 수 있소.]

담오; [큰소리치지 마시오 영감!]

담오; [말살장치가 가동되면 어떤 고수라도 제 목숨 건사하기도 불가능한 데 우리 셋을 털끝 하나 다치지 않게 하겠다니....] [그 말을 누가 믿겠소?]

조삼야; [판관님께선 그럴 힘이 있소. 판관님께선 무()의 화신이오. 믿으시오.]

마운걸; [아까도 뭐 무를 보여 주겠다 어쩐다 해놓고는 궁주 손에 바로 나가떨어졌지?]

조삼야; [제기랄! 그건 당신네 궁주가 이상한 수법을 써서 그런 것 아니오!]

담오; [이게 이상한 수법이라고?] 지도를 든 손을 문지르고 순간

! 담오의 왼손에 있던 지도가 사라진다.

조삼야; [내공도 형편없는 것들이 종이로 만든 칼을 자유자재로 쓰는 게 사술이 아니고 뭐...!] 말하다가 부릅

푹푹! 지도가 갑자기 나타나 조삼야의 몸에 박힌다.

조삼야; (... 무슨 암기가...!) 경악하고

담오; [으하하하! 이래도 사술 운운할 거야?] 웃는데 + 왕산빈; [젠장! 좋아하긴 이르다!] 밖을 보며 이를 갈고

왕산빈; [저 갈보 년이 말살장치를 찾아냈다! 이제 우린 다 죽었어.]

모두들 밖을 돌아보고

지고운이 레버 하나를 잡고 있다.

[... 안돼!] [그러지마!] 비명 지르는 담오와 마운걸. 순간

지고운; (제대로 찾았구나!) 회심의 미소 + [호호호! 전부 죽어라!] 가랑! 레버를 세차게 아래로 내리누른다. 헌데

덜컹! 순간 철문이 열린다

왕산빈; [으하하! 속았지롱!] ! 열리는 철문 틈으로 뛰쳐나가고

지고운; (아차!) 카강! 다급히 내렸던 레버를 다시 위로 올리고

철컹! 열리던 문은 닫히고

[이크!] [!] 왕산빈을 따라 나가려던 담오와 마운걸 기겁하며 급정거

철컹! 다시 닫히는 철문. 그때

휘릭! 몸을 굴리는 왕산빈. 소리없이 지도를 날리고

지고운; [감히 날 속여?] 이를 부득 갈고

! 그년의 옆구리에 꽂히는 지도

지고운; [다 죽었어!] ! 카캉! 레버들을 마구 내리고. 순간

철컹! 철컹! 사방의 벽과 천장에서 창이 튀어나오고 또 거대한 톱니바퀴도 나온다

담오; [! 말살장치가 작동했다!]

지고운; [호호호! 이걸로 깨끗하게 결말이 나는...!] + [!] 웃다가 눈 부릅

옆구리에 박힌 지도가 상당히 깊이 파고 들었고

지고운; [... 언제...!] 지도를 잡고 비틀거리고

마운걸; [왕산빈! 빨리 말살장치를 멈춰!] 비명 지르고

왕산빈; [빌어먹을!] 외치며 기관장치로 달려가고. 하지만

지고운; [누구 맘대로!] ! 옆구리에서 지도를 뽑아서 던지고

! 기관장치로 달려들다가 가슴에 종이칼이 꽂히는 왕산빈

털썩! ! 동시에 쓰러지는 왕산빈과 지고운

지고운; [호호호! 혼자... 죽지는 않아!] 웃다가

털썩! 기절하고

왕산빈; [지롤....!] 이를 갈다가

털썩! 역시 기절하고

[안돼!] [일어나라 왕산빈!] 담오와 마운걸이 울부짖는다

그그그그긍! 크릭크릭! 죽음의 기관장치가 발동되는 소리가 뇌옥을 울린다.

기기깅! 드릴처럼 돌아가는 쇠창살들. 카카캉! 목제소의 거대한 톱처럼 돌기 시작하며 사방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톱니바퀴들

 

뇌옥 밖에서 순라를 돌던 철궁의 제자들.

흠칫한다.

뇌옥 입구에 죽어있는 제자1의 시체

[... 이건!] [지랄! 누가 뇌옥에 침입했다!] 급히 호루라기를 입에 무는 그놈들

삐익! ! 호루라기를 부는 그놈들

[뭐야?] [무슨 일이냐?] 사방에서 달려오는 철궁의 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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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철궁의 다른 곳. 아주 화려한 건물. 처마 밑에 <千年觀摠>이라는 글이 적힌 현판이 걸려있다.

건물 안에서 두리번거리는 권완. 청풍은 문이 열린 침실에서 상자와 보물들을 덮고 있는 천과 밧줄을 풀고 있다.

건물 내부는 엄청 넓고 엄청 화려하다. 기둥들은 다 용의 조각이 새겨진 대리석이고.

권완; (천년관총(千年觀摠)... 과연 철궁의 궁주 거처답네.)

오묘한 기둥들. 각가지 화려한 장긱품들. 가대한 도자기와 진귀한 조각들. 그림과 글씨들

권완; (황제의 거처라도 이렇게 화려하지는 않을 거야!) 침 꼴깍.

바닥에 깔린 돌들은 화문석이다. 돌 속에 각가지 꽃이 피어있는 것 같은 돌.

권완; (이 넓은 바닥을 다 덮고 있는 국화석(菊花石)만해도 같은 무게의 은만큼의 가치가 나가는 보물들이야!)

권완; (철궁이 해결사를 양성하면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있는지 알 수 있겠어!) 놀랄 때

[인간은 우리의 인권을 보장하라! 보장하라!] [보장하라! 보장하라!]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권완이 돌아보니 상자에 목을 내밀고 있는 삼촌육유들이 데모를 하고 있다.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다! 각성하라 각성하라!] [각성하라! 각성하라!] 손 하나를 얼굴 밖으로 내밀고 주먹질을 한다.

청풍은 향로와 황금 접시를 든 채 그놈들을 돌아보고 있다.

번개; [죽일 때 죽이더라도 먹을 건 주고 죽여라!] [배고파서 못 살겠다!] 선창하고

[배고파서 못 살겠다!] [배고파서 못 살겠다!] 다른 놈들이 따라하고

번개; [우리는 굶어죽을 지언정 풀은 먹지 않는다!] [고기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고기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고기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또 따라하고. 순간

청풍; [놀고들 있다] 탕탕탕! 검집에 든 검으로 두더지 잡기 하듯이 여섯 놈의 머리통을 따다닥 때려버린다. 으악! ! 엄마! 비명 지르는 삼촌육유들

청풍; [이 자식들이 내가 니들 종인 줄 아냐? 어디서 고기 타령이야?] 해롱대는 놈들을 노려보며 눈을 부라리고

권완; [그만해요.] [그 애들도 오는 동안 얌전하게 잘 참았잖아요!] 들어오고. 실내는 넓직한 침실이다. 침대도 하나 놓여있고.

청풍; [완매는 마음이 너무 착해서 탈이야!] 시큰둥

청풍; [이런 놈들은 오냐 오냐 해주면 한도 끝도 없이 기어오르는...!] 말하다가 눈 부릅

! 앞에 서있는 권완의 모습이 변했다. 모에 걸치고 있는 옷이 투명해져서 속살이 다 들여다보인다. 권완은 글래머가 아니고 덜 자란 소녀같은 몸매임을 주의. 젖가슴도 작고 몸매는 가냘프다.

청풍; (으헉!) 눈이 띠용하고

눈 감고 고개 세차게 흔드는 청풍.

권완; [왜 그래요 당신?] 어리둥절하고

다시 눈을 뜨는 청풍. 순간

권완; [어디 아파요?] 고개 갸웃하며 다가와서 들여다보는 권완, 헌데 이번에는 완전히 발가벗었다.

청풍; [으악!] 두 팔로 얼굴 가리며 뒤로 물러서고

어리둥절하는 권완

청풍; (으으으! ... 내가 왜 이러지? 완매의 알몸이 보이고 몸 속의 피가 펄펄 끓고 있어!) 벽에 달라붙은 청풍. 얼굴 가린 팔 사이로 권완을 보며 헥헥. 그때

무어라 하며 청풍에게 걸어오는 알몸의 권완

청풍; [안돼! 안돼! 오지마!] 비명 지르며 침실 밖으로 뛰처나가고.

권완; [저 사람이 왜 저리지?] 갸웃. 이 화면에서는 권완이 옷을 전부 입은 상태. 권완이 알몸으로 보이는 건 청풍의 시점에서 볼 때뿐이다. 현재 청풍은 최음제에 중독당한 상태.

다다다! 아랫도리를 누르고 거실을 달려 지나가는 청풍. 앞쪽에 문이 있고. 문 위에는 <人名殿>이란 현판이 붙어있다.

인명전으로 뛰어드는 청풍. 어둑한 실내. 넓은 벽에 수많은 명패가 걸려있다. 벽 앞에는 긴 탁자가 놓여있고. 한쪽의 책장에는 전화번호부처럼 두터운 책들이 빼곡이 쌓여있고

! 문을 닫는 청풍. 헉헉

떨리는 손으로 문의 고리를 돌려 문을 잠그고

그런 청풍의 뇌리로 각가지 야한 자세를 취하는 권완의 모습이 떠오르고

청풍; [... 당했다!] 비틀거리며 명패들이 걸려있는 앞으로 가고

털썩! 그 앞에 주저앉는 청풍.

청풍; [최음제(催淫製)!] [어떤 놈이 몰래 최음제로 날 중독시켰다!] 눈을 감고 합장하며 헉헉

다시 침실. 청풍이 뛰쳐나간 문을 보며 당혹해하는 권완

권완; (뭔가 이상해! 저 사람 정상이 아니야!) 생각하는데

[낄낄! 재미있어지는데 그래!] [그러게 말이야!] 키득거리는 삼촌육유들

권완; [얘들아! 너희들은 저 사람이 왜 저러는지 알고 있니?]

번개; [알고 있으면 어쩔건데?]

권완; [주방에 말해서 맛있는 고기 요리 만들어오라고 할께!]

[고기!] 침 꼴깍 삼촌육유들

번개; [... 좋아! 뭐 꼭 고기가 먹고 싶어서 이러는 건 아니고... 그래도 며칠 함께 지낸 정이 있으니 알려주지!] 생색 내고

번개; [그 인간은 지금 짝짓기를 엄청 하고 싶어해!]

권완; [... 짝짓기?] 얼굴이 새빨개지며 당황하고

번개; [원래도 엉큼한 놈이었는데 어떤 인간이 발정나게 만드는 춘약(春藥)으로 몰래 중독시켰어!]

권완; [최음제!] 놀라고

권완; (... 그래서 날 그런 눈으로...!) 핏발 선 눈으로 넋이 나가 자신을 보던 청풍을 떠올리고

번개; [알고 싶은 걸 말해줬으니까 빨리 고기를 대령해라!] [기왕이면 요리하지 않은 날 고기로!] 거만하게 명렬하고

권완; [나중에 갖다줄게!] 서둘러 침실에서 달려나가고

[치사해!] [약속을 했으면 지켜라!] [인간의 암컷은 약속을 지켜라! 지켜라!] [지켜라! 지켜라!] 악다구니 쓰는 삼촌육유들.

그러거나 말거나 인명전으로 달려가는 권완

권완; (인명전(人名殿)! 철궁 소속 인물들에 관한 명부가 보존되어 있는 곳이겠구나!)

권완; [청풍!] 문을 잡아당기지만.

문이 안에서 걸려있다.

권완; [당신! 괜잖은 거예요?] 문을 마구 잡아당기며 외치고

[문 좀 열어봐요! 빨리요!] 방안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합장하여 운기조식으로 약기운에 저항하는 청풍. 그 배경으로 들리는 권완의 외침

청풍; [... 나 혼자 있게 냅둬! 제발 부탁이야!]

권완; [당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아요! 제가 도울 수 있으니까 문 좀 열어봐요!]

청풍; [... 그럴 수는 없어! ... 견딜만 하니까 제발 완매는 상관하지마!] 땀을 비오듯 흘리고

권완; [이 고집불통!] ! 검을 뽑고

사각! 검을 문 사이로 끼워 내리긋는다. 문 고리가 싹둑 잘라지고

권완; [제발 쓸데없는 고집 부리지 말아요!] 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러다가 흠칫 권완

[으으으!] 비오듯 땀을 흘리며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는 청풍이 눈을 감고 합장하고 있다.

권완; [어때요? 정말 견디기 힘든가요?]

청풍; [... 나가! 그게 날 돕는 거야!]

권완; [벌써 잊었어요? 우리는 곧 부부가 될 사이잖아요!] 검을 꽂으며 다가오고

코를 벌름거리는 청풍. 코로 스며드는 권완의 살 냄새

청풍; [... 젠장할! 완매가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날 충분히 괴롭히는 거야!]

청풍; [정말 날 생각한다면 제발 나가있어!]

권완; [아직까지 정신을 잃지 않고 있는 걸 보니 아주 치명적인 춘약은 아닌 모양이군요!] 웃고

청풍; [... 이게 웃을 일이야?] [이러다가 내가 완매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제발 나가있어라 응?] 헉헉 대는데

권완; [걱정 말아요! 당신은 내게 아무 짓도 못해요!] 소매 속에서 반투명한 밧줄을 하나 꺼낸다. 몇 미터 길이다.

권완; [가랏! 박룡(縛龍)의 승()!] 그 밧줄을 던지는 권완. 순간

휘리릭! 뱀처럼 청풍의 몸을 휘릭 감아서 조이는 반투명한 밧줄

청풍; [아이쿠!] 꽁꽁 묶여서 바닥에 쓰러지며 비명.

청풍; [... 완매! 이게 무슨 짓이야?] 꽁꽁 묶여서 눈 부릅뜨며 비명

권완; [이제 절 위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박룡의 승은 난릉왕을 묶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니까 그대의 능력으로도 쉽게 끊지 못할 거예요.]

청풍; [, 날 풀어줘 완매! , 나한텐 방법이 이... 있어.]

권완; [그냥 마음을 다스려 보세요. 다른 방법을 찾지 말고요.] 앞에 쪼그려 앉으며 웃고

청풍; [... 뭐야?] 황당

권완;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하세요.] [고래로 영웅이 제일 넘기 어려운 관문이 여관(女關:여자가 지키는 관문 또는 여색)이라고 하잖아요.]

권완; [당신이 춘약에 중독된 상태에서도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면 장차 어떤 절세미녀의 미색에도 흔들리지 않는 대장부가 될 거예요.]

청풍; [... 차라리 나보고 죽으라고 해!]

권완; [그대는 성정이 분방하여 여색에 빠질 가능성이 많아요.] [이렇게 자신을 단련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진 않을 테니까 이번 기회를 헛되이 보내지 마세요.] 청풍의 뺨을 쓰다듬고

권완; [부디 당신이 대장부라는 걸 제게 증명해주세요.] 고개 숙여 애원하고

청풍; [... 젠장!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청풍; [.... 날 춘약으로 중독시킨 흉수가 근처에 있단 말이야!]

권완; [걱정마세요! 제가 당신을 지키겠어요.] 옷이 반투명해지고

권완; [다만 그대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어디서 춘약에 당했을지 생각해보세요.] 완전히 발가벗은 몸이 되어 내려다보는 권완

청풍; [으으으! ...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 제기랄!] 헥헥 대며 권완의 알몸을 보고

권완; [생각해내야만 해요!] [지금이 당신이 대종사가 되느냐 일개 해결사로 끝나느냐의 갈림길이에요!] 청풍의 이마에 나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주고

청풍; [... 알았으니까 제발 좀 떨어져 있어!] [완매 때문에 생각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단 말이야!]

권완; [절 품고 싶으신가요?] 얼굴 붉히며

청풍; [... 그걸 말이라고 해? 제발 나좀 살려도!] 울상

권완; [이번 고비만 넘기면 부모님들의 허락을 받기 전이라도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게 해드릴게요!]

청풍; [... 정말?]

권완; [약속할게요. 그러니까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중독을 당했는지 생각해봐요!]

청풍; [.... 영호윤(令狐尹)!]

권완; [영호윤이라니요?] 흠칫

청풍; [... 더는 생각할 수가 없어!] [완매는 천하제일재녀 소리를 들을 만큼 똑똑하니까 나... 나머지는 직접 알아봐!] 턱으로 벽장 쪽을 가리키고

권완; (영호윤?) 갸웃하며 일어나고

권완; (들어본 적이 없는 걸 보면 유명한 인물은 아닌 것 같은데...!) 명패들이 걸려있는 벽을 보고

권완; (철궁십이사와 저이를 포함한 현재 철궁 소속 인물들의 명패야!) 살피고.

그러다가 <令狐尹>이라는 이름이 적힌 명패를 발견한다.

권완; (있어!) 눈 반짝

권완; (철궁의 십이열 중 제사열(第四列)에 속한 자야!)

이어 벽장으로 가고

권완; (이 책들은 제자로 받아들인 자들의 신상명세를 기록한 인명부일 거야!) (제사열... 제사령...!)책들을 살피고

권완; [이거야! 제사열의 명부!] 이어 책을 한 권 꺼내서

청풍이 누운 근처의 탁자로 와서 내려놓고 펼친다.

권완; (영호윤... 영호윤!) 살펴보고

권완; (찾았어!) <令狐尹>이란 항목을 발견하고

<영호윤(令狐尹) - 운남(雲南) 동천(東川) 출생, 십년전 금() 칠백 냥을 내고 제육열로 입문했으나 성취가 뛰어나 제사열까지 승급함. 본인은 숨기고 있지만 독군(毒君) 영호모청(令狐慕靑)의 손자로 추정됨. 색을 탐하는 기질이 있으며 입문 당시와 용모가 전혀 변하지 않은 특이점이 있음.> 책을 배경으로

권완; (독군 영호모청!) 긴장하고

권완; (오십여년전부터 천하제일독(天下第一毒)으로 명성을 날리던 이 노독물(老毒物)의 이름이 왜 여기서 튀어나오는 거지?)

권완; (생각해보면 여러 사람이 섞여있는 중에서 오직 한 사람만 골라서 중독시킨 건 정말 대단한 솜씨야!)

권완; (영호윤이 정말로 독군 영호모청의 손자일 가능성이 높아!) + [!] 생각하다가 눈 번쩍

스슥! 권완의 귓전으로 아주 미세한 소리가 들리고

권완; (왔구나!) 긴장하며 책을 덮고

권완; [당신 생각이 옳았어요! 독군 영호모청의 손자가 철궁에 지자로 들어와 있었군요.] 시침을 뚝 떼며 청풍에게 말하고.

권완; [하지만 그자의 용독술(用毒術)이 이렇게까지 뛰어날 것 같지는 않군요.] [어쩌면 독군이 직접 왔는지도 모르겠어요.] 스릉! 양쪽에 차고 있던 공손대낭의 두 자루 보검을 뽑고

권완; [밤이 길면 꿈이 많은 법! 이만 모습을 드러내시는 게 어떤가요?] 문 밖을 보며 말하고. 그러자

<과연 명불허전이로군!> 목소리와 함께 문 앞에 희뿌연 그림자가 나타난다. 이십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잘 생긴 청년서생인데 회색 장삼을 입었고 특이하게도 새하얀 백발을 묶지 않은 채 늘어뜨리고 있었다. 청풍과 권완을 숨어서 보던 그 서생이다.

독군; [네가 바로 권일해의 손바닥 안의 구슬(掌中珠;귀한 딸의 비유)이라는 재녀 권완이겠구나!]

권완; [당신이 독군 영호모청의 손자인 영호윤인가요?]

독군; [틀렸네. 나는 영호윤이 아니라 영호모청일세.] 웃고

권완; <맙소사!> 아연긴장하는 권완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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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철궁의 후미진 곳에 자리한 사각형의 석조건물. 아주 견고하고 음침해보인다. 철궁 제자들이 열린 문에서 우르르 몰려나오고 있는데 입구에는 <牢獄>이르는 글이 적혀있다.

입구에는 한 놈이 열쇠 꾸러미를 들고 안에서 나오는 놈들의 수를 손가락으로 센다.

마지막 한 놈이 나온다.

제자1; [홍상(洪相)! 네가 마지막이냐?] 입구에서 열쇠 꾸러미를 들고 서있다가 마지막으로 나오는 놈에게 말한다. 뇌옥은 육중한 철문이다.

제자1; [다 나왔으면 뇌옥(牢獄) 봉쇄한다!] 입구 옆에 붙어있는 레버를 아래로 잡아당기려 하며

제자2; [아직 아니야. 사열(四列)의 사형들 다섯이 안에 남아있어!]

제자1; [뭣들 하느라고 뭉기적거리고 있는 건데?] 인상 쓰고

제자2; [몰라. 우리 먼저 나가 있으라고 하더라구.]

제자1; [안에 남아있는 게 누구누구야?]

제자2; [마운걸(馬雲傑), 담오(潭傲), 왕산빈(王山彬), 모항(毛恒), 육보단(陸保團)등이야!]

제자1; [옳거니! 사열에서도 말썽을 가장 많이 피우는 그 오인방이구만!]

제자1; [이번엔 또 무슨 역적모의를 하느라 안 기어 나오고 있는 거지?] 안을 들여다보며 궁시렁

제자2;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겄냐?] [하여간 수고해라!] [열쇠담당인 네가 고생이 많다!] 약 올리며 가버리고

제자1; [니기미!] 입이 댓발이 나와서 입구에 주저앉고

이제 주위에는 그놈 밖에 없다.

제자1; [나도 빨리 항열이 높아져야지 원. 그 인간들 뒤처리 하다가 날 새겠어!] 궁시렁 대고. 그러다가 흠칫

앞에 어떤 여자가 서있다.

제자1; (여자?) 흠칫

제자1; [야! 시녀 주제에 어딜 얼쩡거리는 거냐?] 인상 쓰며 고개를 들고. 하지만

콱! 순간 그자의 목을 관통하는 검 한 자루

지고운; [멍청한 놈! 누구보고 시녀라는 거야?] 검으로 제자1을 찌른 채 배시시 웃는 시녀 복장의 여자. 맨 앞 장면에 나왔던 적포동의 살수들 중 지고운이다. 용설약에게 당했던.

지고운; [어쨌거나 밥맛없는 놈들의 시중까지 들어가며 기다린 보람이 있네!] 팟! 제자1의 목에서 검을 뽑고

지고운; [내 능력으로는 적포판관을 어쩔 수 없어서 초조했는데 다른 놈이 대신 수고를 해줬으니....!] 엉덩이 살랑 거리며 뇌옥 안으로 들어간다.

지고운; [상대형을 비롯한 우리 오인조를 노리는 인간은 진짜 저승판관이라고 해도 용서가 안돼!]

 

#157>

뇌옥의 내부. 아주 살벌하고 엄중하다. 겹겹이 쳐진 굵은 철창들. 뇌옥은 텅 비어있지만 천장과 사방 벽에는 수많은 구멍이 뚫려있고 그 구멍 안에 마치 미사일이 장전된 것처럼 끝이 날타로운 철창들이 재워져 있다. 유사시에는 그것들이 드릴처럼 돌면서 빠져나와 안에 있는 사람들을 갈갈이 찢어죽인다. 또 삼면의 벽과 청장에는 긴 금이 파여있는데 그곳에서는 거대한 톱니바퀴가 돌면서 내려와 안에 있는 인간들을 토막 내버린다. 뇌옥의 대부분은 팔뚝만한 굵기의 쇳창살이 쳐졌지만 출입하는 문은 두터운 철문이다.

털썩! 쿵!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세 명의 살수. 오랏줄에 꽁꽁 묶인 모습이고.

적포판관도 오랏줄에 묶인 채 이미 바닥에 뒹굴고 있다. 적포판관의 몸에는 아직 종이칼이 두 개 꽂혀있다.

담오; [흐흐흐! 꼴좋구나 습새들아!] [그동안 귀빈 대접만 받으며 지내느라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지?] 살수들 내려다보며 웃고. 이놈이 리더다. 넓직한 뇌옥 안에는 그놈 말고도 네명이 더 있는데 그중 한 놈은 적포판관의 청룡도를 어깨에 짊어지고 낑낑 대며 맨 마지막으로 들어오고 있다.

마운걸; [야! 구경만 하지 말고 빨리 이것 좀 받어!] 비틀거리며

담오; [마운걸! 겨우 칼 한 자루 들고 오면서 무슨 엄살이냐?]

마운걸; [담... 담오! 헛소리 말고 도와주기나 해! 이거 정말 무거워!] 균형을 못 잡는다

담오; [짜식! 엄살은!] [야! 왕산빈! 모형! 마운걸 좀 도와줘라!] 다른 두 놈에게

왕산빈; [알았어!] 모항과 함께 나서서 청룡도를 마운걸의 앞 뒤에서 같이 든다.

왕산빈; [헉!] 청룡도를 같이 들다가 비틀하고

모항; [이.... 이거 장난이 아닌데!]

마운걸; [내가 엄살 부린 게 아니라는 걸 이제 알겠냐?] 왕산빈과 모항의 도움을 받아서 청룡도를 어깨에서 내린다.

텅! 굉음과 함께 바닥에 떨어지는 청룡도

담오; [텅?] [그거 정말 무거웠냐?]

마운걸; [말도 마라! 못 나가도 오백근(300키로)은 될 거다!] 어깨를 주먹으로 두들기고

담오; [말도 안돼! 어떻게 칼 한 자루가 오백 근이나 나가냐?]

왕산빈; [보통 쇠로는 이 정도 크기에 오백 근짜리 칼을 만들 수는 없어. 기껏해야 팔십근 남짓이지.] 쭈그려 앉아서 칼을 살피고

왕산빈; [아마 중석(重石:텅스텐)을 청동에 절묘하게 배합해서 만들었을 거야. 대단한 보물일 것 같애.]

모항; [세공도 정밀해. 명장의 솜씨야!] [내다팔면 못 받아도 삼천냥은 받겠다!]

마운걸; [젠장! 궁주는 돌아오자마자 돈 벌었군.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먼저 이놈을 찜해두는 건데...!]

왕산빈; [전에 아버지하고 해남도(海南島) 남해검파(南海劒派)에 갔을 때 남해검파 장문인이 중검(重劒)을 사용하는 걸 봤었어.]

담오; [남해검파의 장문인 해단홍(解丹弘)이면 고작 오십 네근짜리 철검을 쓰니까 대단하다고 할 수 없어.]

왕산빈; [나도 알아.] [하지만 그 오십 네근짜리 중검도 해단홍이 휘두르니까 주변 공기가 요동치면서 사람이 끌려들어갈 정도의 위력이 나오더라.]

왕산빈; [하물며 이게 정말 오백 근짜리라면 그 위력은 상상할 수도 없을 거야.]

마운걸; [정말 그럴지 보고 싶은데....] 적포판관을 보고

담오, 왕산빈, 모항도 적포판관을 보는데

육보단; [안... 안돼!] 겁에 질려 외치고. 이놈은 좀 뚱보에 겁이 많게 생겼다.

육보단; [너... 너희들! 엉뚱한 생각은 하지도 마!] [이 자는 강호에서도 전설적인 고수인 적포판관이라구!] 두 팔을 벌려서 적포판관을 가로 막고

담오; [야! 육보단! 너 시방 뭐하는 거냐?]

왕산빈; [육보단! 그러지 말고 우리 그냥 저 자식 실력을 한 번만 보자. 다시 보기 어려울 거야.]

육보단; [안돼!] [절대 안돼!] 도리 도리

마운걸; [겁장이! 우리보다 어린 궁주도 그 작자를 간단하게 제압하는 거 못 봤냐?]

마운걸; [하물며 우린 다섯이나 되고 무공으로는 궁주한테도 그리 안 뒤져!]

육보단; [다... 다섯이라고 하지마! 난 안 할래!]

담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육보단 넌 밖에 나가서 문 닫고 구경해라.]

담오; [만에 하나 우리가 저 자식 손에 죽으면 기관을 움직여서 이놈들도 몽땅 죽여 버려!] 발로 살수들을 툭툭 차고

조삼야; [판관님께 덤빌 것까지 없다. 자신 있다면 노부와 먼저 싸워보자.]

담오; [뭐?]

조삼야; [네놈들 정도는 나 혼자서도 얼마든지 죽일 수 있다.] 이를 부득 갈고

담오; [웃기는 늙은이!] 퍽! 조삼야를 걷어차고

구석으로 나뒹구는 조삼야

왕산빈; [감히 철궁에 와서 잔대가리를 굴리려는 놈이 다 있군.]

마운산; [격장지계 정도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우릴 못 속여.] 다른 살수를 걷어차고

담오; [육보단! 넌 나가서 문 닫아라!] [우리가 열라고 할 때까지 절대 문을 열면 안돼!]

모항; [아무래도 그만 두는 게 좋을 것 같다.]

담오; [모항! 너까지?] 눈 부라리고

모항; [적포판관은 자기가 살수가 아니라고 했어.] [명예를 중하게 여기는 자라면 자기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너희 모두를 죽여 버릴 수도 있어.]

마운걸; [쓸데없는 소리 말고 너도 육보단하고 나가!]

모항; [그래! 마음대로들 해라!] 두 손 들어 보이고

모항; [나가자 육보단! 말린다고 들을 놈들 아니다!] 나가고

육보단도 눈치 보며 모항을 따라 나가고

왕산빈; [모항! 만약 판관놈이 조금만 이상한 눈치를 보여도 말살장치를 작동시켜라. 살수라는 것들도 만만하게만 볼 수는 없으니까.]

알았다고 손짓하며 밖으로 나가는 모항. 육보단도 얼른 따라 나가고

이어 한쪽의 벽으로 간다. 그 벽에 여러 개의 레버와 원형으로 돌리는 장치들이 달려있다. 기관장치다.

그 중 한 개의 레버를 내리누르는 모항

철컹! 그러자 닫히는 뇌옥의 철문

담오; [자 그럼 시작하자!] 다른 두 놈과 함께 적포판관과 마주 서고

창살 밖에서는 모항과 육보단이 초조한 표정으로 보고 있고

창! 차창! 각자 검을 뽑고 손에는 얇은 종이칼을 한 자루씩 들고 준비하는 담오와 왕산빈과 마운걸

담오; [마운걸! 네가 풀어줘라!]

마운걸; [알았어!] 긴장하며 다가가서

촥! 검을 휘둘러 적포판관을 묶은 줄을 베어버리는 마운걸

휙! 이어 겁에 질려 뒤로 훌쩍 물러서는 마운걸

담오; [덤벼라 적포판관!] 검으로 겨누고

왕산빈과 마운걸도 긴장하며 싸울 준비를 하고.

하지만 적포판관은 그대로 꼼짝도 않고 가만히 있다.

[뭐야? 왜 안 움직이지?] [우리의 당당한 기세에 겁 먹었나?] 담오와 왕산빈 속삭이는데

마운걸! [아참! 내 정신!] 자기 머리를 툭 치면서 히죽.

담오와 왕산빈이 돌아보고

마운걸; [혈도에 박힌 지도를 뽑아줘야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깜빡 했어!] 다시 적포판관에게 다가가고

담오; [빨리 지도를 뽑아라!] 뒤에서 재촉하고

마운걸; [알았어!] 조심스럽게 적포판관의 몸에 박힌 지도를 뽑으려 하고

[!] 적포판관의 눈이 번뜩이고. 헌데 바로 그때

[크악!] 갑자기 비명이 들린다

적포판관의 몸에서 지도를 뽑으려던 마운걸과 담오, 왕산빈이 깜짝 놀라 돌아보고

쿵! 철창을 통해 보이는 뇌옥 밖의 모습. 육보단이 두 손으로 철창을 움켜잡고 있는데 가슴으로 검 끝이 튀어나와 있다.

모항은 겁에 질려 급히 구석으로 뒷걸음질치고 있고.

[육보단!] [누구냐?] 담오등이 놀라 외치고. 묶여있는 살수들도 흠칫하며 돌아보는데

팟! 육보단의 몸에서 뽑히는 검

주르르! 철창을 잡고 주저앉아 죽는 육보단

[육보단!] 담오등이 사색이 되는데

쿵! 주저앉는 육보단 뒤에 검을 들고 서서 배시시 웃는 여자. 바로 지고운이다.

<지고운(枝孤雲)!> 조삼야를 비롯한 세 살수들의 눈이 번쩍하고

지고운; [한심한 것들! 적포판관을 풀어주려 하다니....!]

모항; [으으으!]

지고운; [풀어줬으면 어차피 적포판관 손에 죽었을 터! 이왕이면 나같은 미녀의 검에 죽는 편이 더 낫지 않겠어?] 사악하게 웃고

공포에 질리는 담오와 일당들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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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태호(太湖) 드넓은 호수. 섬도 여기 저기 떠있고.

태호를 떠가는 배 한 척. 배에는 천에 덮이고 밧줄로 꽁꽁 묶인 상자들이 실려있고. 뱃머리에는 청풍과 권완이 서서 다가오는 강변을 보고 있다. 움푹 들어간 포구인데 포구 뒤로는 수많은 건물들이 산을 등지고 서있다. 탑도 있고. 부두가에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권완; [저기가 철궁(鐵宮)이군요.] 머리에는 곤오용봉채를 찌르고 있고 양쪽 허리에는 공손대낭이 쓰던 짧은 쌍검을 차고 있다.

청풍; [협잡꾼들을 길러내는 양성소지!] [당금 천하에서 활동하는 해결사들 중 열에 아홉은 철궁 출신이야!] 허리에 진달개가 쓰던 보검을 차고 있다.

권완; [철궁의 궁주면서도 철궁을 별로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것 같군요.] 웃고

청풍; [자랑스러울 리가 없잖아!] 뚱한 표정

청풍; [나 자신부터 시작해서 철궁의 제자치고 여기가 제대로 된 놈은 단 한 놈도 없어!]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고

청풍; [하나같이 남 등쳐먹을 생각, 사기 칠 생각 밖에 없는 파락호들이라구!]

권완; [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웃고

청풍; [그건 또 무슨 깨는 소리야?]

권완; [철궁의 제자들은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이 철궁 출신임을 밝혀야한다면서요?]

청풍; [아닌 척 하다 걸리면 골로 가긴 하지!]

권완; [바로 그거에요.]

권완; [철궁의 제자들은 최소한 솔직하긴 하잖아요.] [진짜 나쁜 인간은 그러면서 안 그런 척하는 위선자들이에요.]

청풍; [뭐 틀린 말은 아니군!] 웃고

청풍; [하지만 저 악머구리들을 겪어보면 자기도 생각이 좀 바뀌게 될 거야!] 다가오는 부둣가에 도열해있는 철궁의 제자들 보면서

청풍; [하나같이 닳고 닳았으면서 야비하기 이를 데 없는 진상들이거든!]

권완; [아무렴 대장 원숭이인 당신만 하겠어요?]

청풍; [칭찬인지 욕인지 원...!]

그 사이에 배는 부두에 닿고

[궁주님의 개선을 환영합니다!] 일제히 포권하며 외치는 철궁의 제자들. 마치 천둥치는 것 같고

권완; [!] 깜짝 놀라 청풍의 품에 안기고

청풍; [하하하! 놀랐지!] [해결사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자질이 목청 큰 거니까 이해해!] 권완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다독이고

청풍; [어디서든 목청 큰 놈이 유리한 법이거든!] 권완을 안고 배에서 내리고

권완; (말 되네!)

청풍; [그래서 철궁의 입문 과정에는 목청을 키우는 수련도 있어!] 사람들에게 걸어가고. 그때

가진우; [어서 오십시오 궁주님! 오신다는 연락을 받고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한 명의 서른살 가량 된 서생이 앞으로 나서며 포권한다. 철궁의 최고 서열인 일열에 속한 인물이다. 침착한 모사 타입이다.

청풍; [! 나 없는 동안 수고했어 가() 일열!] 끄덕이고

청풍; [이쪽은 제일열(第一列)에 속한 가진우(賈軫憂)!] [제일열 중에서도 서열 일위라 내가 자릴 비우는 동안에는 궁주 대리 역할을 해!] 가진우를 권완에게 소개하고

권완; [잘 부탁드려요.] + (총 십이열(十二列)로 이루어진 철궁의 계급중 으뜸인 제일열, 그 중에서도 서열일위면 평범한 인물이 아니겠어!) 다소곳이 인사하고

가진우; [속하야말로 천하제일재녀를 뵙게 되어 무상의 영광입니다!]

권완; (과연 철궁답네. 벌써 나에 대한 정보를 다 입수한 모양이야!)

청풍; [다른 애들은 차차 소개시켜주기로 하고...!] [저 물건들 내 거처로 가져다놔!] 배에 실린 상자들을 가진우에게 손짓하고

가진우; [예 궁주님!] 포권하고

이어 부하들에게 손짓하고

우르르 배로 달려 들어가 천에 덮이고 밧줄에 꽁꽁 묶인 상자들을 여럿이 들고 내리는 철궁의 제자들. 그 사이에 청풍은 가진우와 함께 걸어가며 대화를 나눈다. 그를 에워싸고 우르르 몰려서 철궁으로 가는 사람들. 하나같이 필사적으로 청풍의 눈에 띠려 노력하고

청풍은 가진우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면서도 눈이 마주친 다른 자들에게는 손을 흔들며 대화를 나눈다. 청풍과 대화를 나눈 자들은 황송해하고. 권완은 청풍과 가진우의 뒤를 따라간다.

권완; (볼수록 대단한 사람이야!)

권완; (이 많은 사람들의 이름은 물론이고 현재 하는 일과 배우는 과정등을 다 기억하고 있어!) (그러면서 칭찬할 건 칭찬하고 혼 낼 건 확실히 혼내서 기율을 잡고 있어!) 누군가에게 눈을 부라리며 뭐라고 하는 청풍. 삭 죽어 굽신거리는 그놈.

권완; (저이가 어린 나이에 철궁의 궁주가 되었던 건 그저 잘 사는 집안 배경 때문이 아니었던 거야!) 누군가에게는 엄지 손가락을 꼽아 보이는 청풍

권완; (하나같이 기승스러워 보이는 자들인데 저이를 보는 눈길에는 진심어린 경의가 서려있어!) 청풍을 우러러 보는 철궁 제자들의 표정

그 사이에 웅장한 건물들이 서있는 철궁에 도착하는 일행

가진우가 청풍에게 포권하며 뭐라 하고

청풍이 고개 끄덕이고

가진우는 물건을 든 수하들을 이끌고 다른 쪽으로 달려간다.

청풍은 철궁 제자들을 이끌고 건물들 사이를 지나 중앙의 큰 건물을 향해서 가고

권완; [철궁에는 일열이 몇 명이나 되죠?] 청풍 옆으로 가서 나란히 걸으며

청풍; [스물 여덟명이지만 거의 다 독립해 나가 버리는 바람에 철궁에 머무르고 있는 건 가진우, 하시룡(何詩龍), 군옥부(軍玉斧)등 세명뿐이야.]

청풍; [사부들은 제자 가르치느라 바쁘고 난 수시로 큰 건 해결하러 출타하기 때문에 사실상 철궁을 유지 관리하는 건 그들 세 사람이지!]

권완; [제일열의 숫자가 생각보다 적군요.]

청풍; [아무나 제일열이 될 수 없기 때문이야.] [다른 열은 몰라도 제일열의 재주는 돈을 아무리 갖다 바쳐도 재능이 모자라면 배울 수 없거든.]

권완; [제일열들은 개개인의 능력이 대단하겠어요!]

청풍; [무공이 시원잖다 뿐이지 제일열에 속한 것들은 일파의 지존이 되고도 남을 인재들이야!]

권완; [그렇겠어요!]

청풍; [철궁에서는 해결사 노릇을 하는데 필요한 재주들만 가르쳐.] [그래서 무공은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해!]

권완; [철궁의 제자들이 명성에 비해 무공은 형편없다는 얘긴 들었어요.]

청풍; [뭐 궁주에게는 전용의 무공이 있긴 해.]

청풍; [무궁팔식(無窮八式), 조화삼초(造化三招), 그리고 절대일검(絶代一劒)이라는 세 가지 무공이 그거야.]

권완; [이름만 보면 대단한 무공 같군요.] 웃고

청풍; [이름만은 그럴듯하지.] [또 실제로 펼치면 아주 화려하고 기가 막히기도 해!]

권완; [문제가 있나요?]

청풍; [허장성세(虛張聲勢)일 뿐이야!] [어수룩한 놈 겁주고 윽박지르는 게 그 무공들의 목적이거든!]

권완; [실전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겠군요!]

청풍; [뭐랄까... 좀 미묘한 데가 있는 무공들이야.]

청풍; [초식으로 보면 거의 완벽한데 내공을 주입할 수가 없더라고.]

권완; [내공을 쓸 수 없는 초식이라구요?]

청풍; [아무리 노력해 봐도 그 초식들을 펼치면서 동시에 내공을 구사할 수는 없어.]

청풍; [대신 내공의 제약이 없으니까 마음껏 화려하게 펼칠 수는 있지.] [경극(京劇)의 배우들처럼 말이야.]

권완; [수수깡같은 무공이군요!]

청풍; [만일 내공을 운용할 수 있으면 완매가 복구한 무공이나 서문영감에게서 배운 무공들보다도 오히려 위력적일 거야.]

권완; [흥미롭군요. 내공을 쓸 수 없는 초식이라니...!] 말하다가 흠칫하며 돌아보고

! 대청 앞에 아무도 없다. 청풍과 권완 자신뿐이다. 대청 앞은 넓은 연병장인데 대청은 높직한 축대 위에 세워져 있고 그 축대 정면에는 계단이 있으며 계단 좌우에는 커다란 돌사자가 한 쌍 서있다

권완; [... 모두 어디 간 거죠?] [방금 전까지 그렇게 요란하게 따라오더니...!] 당황

청풍; [놀랄 거 없어! 날 만나려고 손님이 와 있대!] 연병장을 가로질러 대청을 향해 가며 코웃음

권완; [손님?]

권완; [... 설마 난릉왕이나 이산굉이 벌써...!] 긴장하는데 + 청풍; [그것들은 아니야!] 고개 젓고

청풍; [하지만 제자 놈들 실력으로는 건드리지 못할 정도의 고수이긴 한 모양이야.] 품 속에서 뭔가를 꺼낸다. 돌돌 만 종이다.

청풍; [그래서 다들 모르는 척하고 내버려둔 거지. 내가 돌아와서 그자 손에 죽든지 말든지 상관않고...!] [박정한 놈들 같으니....!] 두 손으로 돌돌 만 동이를 펴는 청풍. 길이 한 뼘 정도 되는 종이로 만든 칼. 아주 얇다. 한 장이 아니고 다섯장이다.

권완; (지도(紙刀종이로 만든 칼)?) 흠칫하는데

청풍; [젠장! 돌아오자마자 쌈박질을 해야 하다니....! 재수 옴붙었어!] 궁시렁거리며 수중의 종이칼을 부채처럼 펼친다. 모두 다섯 장인 걸 보여주고.

권완; [몇 명이 왔대요?] + (저런 암기를 갖고 있었나?)

청풍; [세 명인데도 한 명이라는군.] 권완보다 몇 걸음 앞 서서 계단 쪽으로 가고

권완; [?] 어리둥절하는데

슈욱! 갑자기 세 방향에서 복면을 쓰고 검은 옷을 입은 자객들이 나타나 청풍을 칼로 찔러온다. 한 놈은 계단에서. 두 놈은 계단 좌우에 세워져 있는 사자상에서 그림자처럼 스며나온다. 소리없이 나타났고 아주 빠르다. 은신술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무기는 일본도

권완; [... 조심해요!] ! 외치며 허리에 찬 공손대낭의 짧은 보검중 하나를 잡아뽑는데

! 번쩍! 태연히 걸어가는 청풍을 세 방향에서 일본도로 찔러오는 자객들 아주 빠르다. 하지만

덜컥! 우뚝! 청풍을 찌르기 직전 무언가에 충격을 받는 자객들

털썩! ! 나무토막처럼 떨어지는 자객들.

권완; (어떻게 된 거지?) 놀라는데

청풍; [거지발싸개 같은 자객새끼!] ! 앞쪽에 떨어진 자객을 발로 걷어찬다

붕 날아갔다가 돌사자에 부딪혀 떨어지는 그놈

벌벌 떠는 세 놈 자객.

그자들의 가슴에 어느덧 얇은 종이칼이 하느적 거리며 꽂혀있다.

권완; (언제 종이칼들을 날렸을까? 전혀 발출하는 기척도 없었는데....!) 놀라면서 자객들을 보며 청풍을 따라가고

그 사이에 청풍은 살벌한 표정으로 계단을 올라가고

권완; [기다린다는 손님이 저자들인가요? 당신을 노릴 만한 고수들은 아닌데...!]

청풍; [저 작자의 졸개들이야!] 계단을 올라서 대청 입구 쪽을 향해 턱짓한다. 축대 위쪽은 제법 널찍하다

흠칫하며 앞을 보는 권완

그때 대청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온다. 검붉은 옷을 입은 자로 얼굴에는 저승의 염라대왕같은 가면을 쓰고 있다. 키가 거의 2미터에 달하는 거인인데 손에는 관운장이 사용한 청룡언월도가 들려있다. 그자의 청룡언월도는 길이가 거의 3미터. 손잡이 굵기도 보통 사람 팔뚝만하다. 이 인물은 살수집단 적포동의 판관인 적포판관이다.

권완; (대단한 고수!) 긴장하고. 그때

적포판관; [본관의 수하들을 간단히 제압하다니... 철궁을 다시 봐야겠군.]

청풍; [적포판관(赤袍判官)! 배신한 살수나 쫓을 일이지 여긴 웬일이오?] [우리 철궁에는 살수 나부랭이따윈 없소.] 뚱한 표정으로 말하며

권완; (적포판관!) 놀라고

권완; (소속 살수들을 암행감찰한다는 적포동(赤袍洞)의 최고 고수!) (한번 강호에 출도하면 반드시 피바람을 일으킨다는 적포판관이 어째서 철궁을 찾아온 걸까?)

적포판관; [궁주를 시험한 점 사과드리겠소. 내 수하들을 풀어주시기 바라오.] 포권

청풍; [나한테 무슨 볼일이 있는지나 말하셔.] 냉소

적포판관; [본인은 적포동을 배신한 자 몇 명을 뒤쫓고 있는 중이오.] [그자들의 행적이 궁주와 연관이 있기에 본인이 직접 찾아온 것이오.]

청풍; [젠장할! 기분 엿같네!] 불량하게 옆으로 침을 퉤 밷고

청풍; [이제 좀 쉬나 했더니 살수 나부랭이가 내 집 안방까지 와서 죽치고 있어?] 눈 부라리며 이를 부득 갈고

적포판관; [본관은 살수가 아니오.]

청풍; [개소리!] 버럭

가면 속에서 눈 부릅 적포판관

청풍; [저 세 놈들이 부하라고 당신 입으로 지껄였잖아!] [졸개들이 살수인데 두목이 살수가 아니면 누가 살수야?]

적포판관; [말로 해선 안 될 놈이군.]

청풍; [흐흐흐! 당연히 말로 해선 안되지!] [판관! 당신은 오늘 내 기분을 너무 망쳤어. 혼 좀 나야해!] ! 검을 뽑고

적포판관; [오냐! 싸우길 원한다면 진정한 무()가 무엇인지 보여주마.] ! ! 청룡도를 휘저으며 이를 가는데

청풍이 싸늘한 웃음을 짓고.

적포판관; [!] 눈 부릅 적포판관

적포판관; (뭔지 모르지만 위험하다!) ! 뒤로 물러서고. 순간

청풍; [무궁팔식!] 검을 화려하게 휘두르며 적포판관에게 돌진한다. 경극이나 검무를 추는 것 같은 모습이고

적포판관; [그 따위 허장성세에 속을 줄 아느냐?] 부악! 맹렬한 기세로 청룡도를 그어낸다. 청룡도에서 긴 섬광이 일어나 청풍의 초식과 몸뚱이를 동시에 잘라버린다. 마치 낫으로 풀을 베는 것 같은 일격인데

슈욱! 하지만 그 순간 청풍은 생사일보를 펼쳐서 적포판관의 뒤로 나타나고

적포판관; [쥐새끼가...!] 분노하며 다시 뒤쪽을 향해 청룡도를 휘두르지만

청풍은 냉소하며 우뚝 서서 보고 있다

부악! 그런 청풍을 일도양단해가는 적포판관의 청룡도. 청룡도를 휘두를 때마다 하얀 섬광이 쭉쭉 내뻗힌다. 하지만

냉소하며 보고 있는 청풍.

권완; [!] 놀라 손으로 입을 가리지만. 그 직후

우뚝! 청풍을 공격해가던 적포판관의 몸이 굳어지고

적포판관; [... 언제...!] 굳어진 채 자기 가슴을 본다. 그자의 가슴에 두 자루의 종이칼이 박혀있다.

적포판관; [... 말도 안되는....!] ! 고목처럼 뒤로 벌렁 나자빠지고

꽈다다당! ! 거대한 청룡도도 바닥에 떨어지며 요란한 굉음을 낸다.

권완; (이번에도 종이칼을 발출하는 걸 보지 못했어!) 침 꼴깍

권완; (너무 얇기도 하지만 던지는 동작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야. 어떻게 저게 가능했을까?)

적포판관; [... 사술을 쓰다니....] 쓰러진 채 헉헉

청풍; [사술 같은 소리하네!] [그건 당신이 경멸한 철궁의 암기술 가운데 하나야.] 냉소하며 적포판관에게 다가가고

[!] [!] 하는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권완이 돌아보니 대청 앞 연병장 주변의 건물들마다 수많은 철궁 제자들이 숨어서 보고 있다.

권완과 시선이 부딪히자 급히 숨는 그놈들

권완; (겁장이들!) 피식 웃고

청풍; [배신한 살수들을 잡아 죽이는 판관이라더니 너무 형편없군!] [우리 철궁에서는 석 달만 배워도 당신 정도는 십초 안에 패배시킬 수 있어.] 내려다보며 비웃고

적포판관; [패했으니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진 않겠다. 죽여라!] 눈을 질끈 감고

청풍; [그렇게 말하면 누가 멋지다고 해줄 것 같냐? 꿈 깨!] 발로 적포판관의 옆구리를 툭툭 차고.

치욕에 떠는 적포판관.

청풍; [완매! 졸개들의 가슴에 박힌 지도를 뽑아줘!]

권완; [!] 대답하고

자객들에게 가서 가슴에 박힌 종이칼을 뽑아준다.

권완; (정말 얇아. 그러면서도 상당한 경도를 지니고 있네!) 낭창거리고 매미날개처럼 투명한 종이칼들을 살피며 물러선다.

[으으!] 신음하며 일어나는 자객들

조삼야; [용서하시오 궁주!] 청풍에게 걷어차였던 자객이 쓰고 있던 복면을 벗는다. 머리가 성성한 노인이다. 이름은 조삼야.

조삼야; [감히 하늘을 몰라보고 궁주를 시험한 죄를 저질렀소.] [하지만 우리를 죽일지언정 모욕할 생각은 마시오.] 포권하는데

청풍; [개소리!] 버럭

청풍; [대장부 노릇을 하려면 처음부터 해야지 온갖 더러운 짓은 다한 후에 못 이기니까 대장부 노릇을 하려고 해?] [구더기만도 못한 놈들!] 이를 갈고

분노한 자객들의 눈에서 흉광이 뿜어지는데.

청풍; [모두 튀어 나와!] 돌아보며 고함지르고. 순간

[와아!] [잡아라!] 천둥이 치는 듯한 고함소리가 들리고.

권완과 자객들이 깜짝 놀라는데

지붕 위와 서까래 아래, 그리고 대청 밑과 바위 뒤 나뭇가지 사이, 담장 너머 등등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몸을 솟구친다. 모두 손에 손에 칼과 창 등을 지녔고

파팟! 단번에 자객들의 몸에 사방에서 무기를 들이대어 제압하는 철궁의 제자들. 얼굴들이 하나같이 살벌하고 흉악하다.

권완; (... 대단해!) 감탄하고

권완; (무공들은 형편없을지 모르지만 목청이 엄청난데다가 하나같이 인상이 흉악해!) (수백명이 흉신악살처럼 달려드니 제 아무리 고수라도 오금이 저려서 저항할 엄두도 못 내겠어!)

권완; (철궁이 괜히 해결사들의 성지가 아니었던 거야!)

제자1; [궁주님! 침입자들을 제압했습니다.] [어떻게 처단할지 분부 내려주십시오!] 그 중 한 놈이 칼을 자객의 목에 들이댄 채 축대 위의 청풍에게 외치고

청풍; [밀린 집무를 본 후에 심문하겠다. 그때까지 뇌옥에 쳐박아 두고 잘 지켜라.]

[존명!] 일제히 고함을 지르며 대답하는 철궁의 제자들.

드드드! 대청 일대가 그 고함소리에 진동하고

권완은 자기도 모르게 귀를 막으며 비틀한다.

와아! 묶어라! 뇌옥에 쳐박아 두라는 분부시다! 수백 명이 동시에 고함을 치며 자객과 적포판관에게 달려들어서

오랏줄로 꽁꽁 묶는다. 겁에 질려 꼼작도 못하고 오랏줄에 묶이는 자객들. 이어

와아! 뇌옥에 쳐박아라! 좆도 없는 것들이 철궁을 얕본 대가를 치루게 해라! 자객들과 적포판관을 높이 쳐들고 우르르 달려가는 철궁의 제자들. 적포판관이 쓰던 거대한 청룡도는 한 놈이 어깨에 짊어지고 낑낑 댄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제자들. 청룡도를 짊어진 놈이 비틀거리며 뒤 따라가고

장내에는 귀를 막고 있는 권완과 인상 쓰고 있는 청풍만 남는다.

권완; [아휴!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귀를 막았던 손을 내리고

권완; [당신네 철궁은 항상 이렇게 요란스러워요?]

청풍; [해결사의 첫 번째 철칙은 기선제압이야!] 검을 검집에 꽂으며 내려오고

청풍; [그리고 기선제압에 가장 좋은 수단은 살벌한 분위기 조성이거든!]

권완; [그럴듯하네요.]

청풍; [불청객을 처리했으니 이제 그만 내 거처로 가보자구!] 다른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권완; [그런데 이 종이칼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얇은 종이칼을 들어 보이고

청풍; [본궁 제자들에게 지급되는 호신암기야.] 받아들며 설명

청풍; [정말 위급할 때만 쓰는 건데 아주 얇고 질긴 종이 사이에 원하는 대로 휘어지는 가는 침들이 들어있어.] 종이칼 안에 가는 선 같은 게 몇 개 들어있다.

청풍; [이 침들을 적당히 휘어서 모양을 만든 후 던지면 원하는 방향으로 날아가게 되는 거야.] 손으로 침을 휘어서 종이칼이 부메랑처럼 휘어지게 만들고

권완; [사천당문의 암기 회선표(回旋鏢)와 같은 원리군요.]

청풍; [회선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얇아서 상대방은 이게 날아오는지도 모른다는 장점이 있지!]

청풍; [본궁에는 이것 말고도 몇 가지 비상수단이 더 있는데 그걸 모두 배울 수 있는 건 일렬뿐이야.]

권완; [당신네 철궁은 세상에 알려진 것과는 비교도 안되게 무서운 곳이로군요.]

청풍; [내 생각도 그래!] [사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제일열이 몇 명만 나서도 어지간한 문파 하나쯤은 하룻밤 새에 없앨 수도 있어!]

권완; [무림에서 살아남으려면 무공이 전부가 아니지요.] 끄덕

청풍; [그래서 잔머리가 칠이고 무공은 삼에 불과하다는 말도 생긴 거야!]

권완; [운칠기삼(運七技三)이나 경험이 칠이고 재주는 삼이란 말은 들어봤어도 잔머리가 일곱에 무공은 셋이란 말은 금시초문이군요.]

청풍; [흐흐흐! 당연히 처음 들어봤겠지!] [방금 전에 내가 만들어낸 말이니까!]

권완; [! 엉터리!] 토닥대며 사라지는 두 사람.

건물 뒤에 숨어서 그런 청풍과 권완을 보며 음산하게 웃는 어떤 인물의 그림자. 옷을 잘 차려 입은 서생같다.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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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노을이 지는 시냇가. 허리까지 잠기도록 들어간 구령이 자신의 가늘고 긴 검을 물에 정성 스럽게 씻고 있다. 손수건으로 검날을 씻어내린다. 흰 비단 치마가 물위로 부풀어 하얀 접시꽃 같다. 공자무는 물가에서 뒷짐을 진 채 보고 있고. 손에는 구령의 검의 칼집을 들고 있다

공자무; [흐르는 물에 검을 씻는 건 처음 보는구나.]

구령; [오라버니 앞에서 검을 씻을 수도 있구나 하는 걸 오늘 처음 알았으니까요.]

구령; [많이 사용하던 시절에는 매일 흐르는 물에 씻었답니다.]

공자무; [아무리 보검이라 해도 결국은 금속인데 물을 너무 자주 묻히면 날이 무뎌지지 않겠느냐?]

구령; [전 마도의 사람이에요.] [정파의 협사들처럼 의(義)와 협(俠)과 충(忠)으로 사람을 베지는 않아요.]

구령; [그래서 제 검에 묻은 피는 순수하지 못하고 제 손에 죽은 자들은 한결같지 않답니다.] 검을 들어서 살피고

구령; [흐르는 물로 씻는 건 검에 맺혀있는 그자들의 생명을 씻어 내리기 위해서예요.] 상의에다가 검을 닦는다

궁자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

구령; [있고말고요.] 돌아서서 물가로 나오고

구령; [이렇게 씻지 않으면 검이 무거워져요.] [마도인들 중에서도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아는 사실이죠.] 물에서 나온다

구령; [정말로 검이 무거워지진 않겠지만 자기 마음속의 검은 무거워진답니다.]

공자무; [그럼 마도에서는 검을 물에 씻지 않고는 절대고수가 될 수 없겠구나.] 검집을 내밀고

구령; [예!] 대답하며 검집을 받고

공자무; [아주 특이하군. 마공은 이래서 이해하기가 어려워.]

구령; [오라버니도 마공을 연구하셨나요?] 검집에 검을 넣고

공자무; [연구는 무슨!] [몇 가지 연마해보려다가 이리 막히고 저리 막혀서 집어던졌을 뿐이다.]

구령; [공씨의 가전무공에 마공도 있나요?] 검을 허리에 차며 놀라고

공자무; [조금은!] 쓴웃음

구령; [쓰지도 않을 무공을 뭣 하러 익히셨는지 모르겠어요. 더구나 마공까지....] 치맛자락을 하나로 뭉쳐서 물을 짜내고

공자무; [막혀서 그만두었다니까. 그걸 익힌 놈은 따로 있어.]

구령; [그게 누구죠?]

공자무; [도둑놈이야. 생각보다 훨씬 똑똑한 도둑놈이었지.]

공자무; [가상해서 그냥 익히게 놔뒀더니 제법 성취를 이뤘더군.]

구령; [어쩌면 오라버니 집안의 무공을 직접 보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차갑게 웃고

공자무; [호기심 가져 봐도 소용없다.] [그 잘난 도둑놈은 무림에 나오지 않겠다고 나한테 맹세했으니까.]

구령; [제가 두 번째로 보기 싫어하는 사람이 왔네요. 이제 전 어떻게 하죠?] 하늘을 보며 한숨 쉬고

공자무; [!] 찡그리며 무언가를 느끼는 공자무.

구령; [행여나 했는데 그가 맞군요.] [마음 같아선 단칼에 베어버리고 싶지만... 그래선 안 되겠죠?] 한숨 쉬고. 순간

공자무; [신(神)! 나와라!] 앞쪽을 노려보며 일갈하고.

털썩! 갑자기 공자무 앞쪽에서 공간 이동하듯이 나타나 쓰러지는 신.

구령; (숨... 숨이!) 숨이 턱 막히는 구령. 손으로 가슴을 누르며 비틀

쿠오오! 그녀 앞에 서있는 공자무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넘실거리고. 그 앞에 신이 납작 엎드려 있다.

신; [주... 주군!] 납작 엎드린 신이 사색이 되어 겨우 토해내고

그런 신을 노려보는 분노한 표정의 공자무. 몸에서 넘실거리는 무시무시한 기운

구령; (오... 오라버니가 화가 났어!) (화를 내는 대상이 아닌 나마저도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 같애!) 발발 떨고.

공자무; [큰애는...!] 신을 노려보고

공자무; [큰애는 어디 있느냐?] 이를 부득 갈고

신; [대... 대공... 공자는....!] 헉헉 대기만 할 뿐 말을 잇지 못하는 신. 목과 팔에 핏줄이 툭툭 불거진다. 숨이 막혀 질식해 죽기 직전의 모습

신; [네가 본가의 가법(家法)을 모르는 것도 아닐 터!] [큰애를 지켜야 할 네놈이 어찌하여 내 앞에 나타난 것이냐?] 무시무시한 분노

쿨럭! 입에서 한 덩어리의 피를 토해내는 신

신; [용... 용서를...!] 이어 필사적으로 가슴에서 편지를 한통 꺼내고.

신; [하... 하오나... 속... 속하는 주모님의 엄명을... 거역할 수가...!] 두손으로 편지를 바쳐 올리며 덜덜 떠는 신.

노려보는 공자무. 그러다가

공자무; [그만 두자!] 한숨을 쉬고. 순간

슈우! 공자무의 몸에서 넘실거리던 무서운 힘이 사라진다.

안도하며 소리없이 한숨을 내쉬는 구령

구령; (오라버니의 저 힘 앞에서는 무공도 술법도 소용이 없어!) 신이 내민 편지를 받는 공자무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

구령; (오라버니가 천부의 자질을 지니고서도 무공 수련에 별로 열의를 보이지 않은 이유가 그 때문일 거야!) 편지를 들고 길가의 바위로 가는 공자무

<진정한 왕에게는 힘이 있어도 그 힘을 직접 쓸 일이 생기지 않을 테니...!> 바위에 앉아서 편지를 읽는 공자무의 모습 배경으로

 

해가 좀 더 서산으로 기울고

바위에 걸터앉아 편지를 심각한 표정으로 읽고 있는 공자무. 구령은 옆의 바위에 다소곳이 앉아있고. 신은 원래 자리에 엎드려서 기다린다. 검은 허리에 찼다.

편지를 내리며 한숨을 쉬는 공자무.

구령; [진군소...] 억지로 입을 떼고.

구령; [아니, 오라버니의 잘난 부인께서 돌아오라고 써 보냈겠지요?] 억지로 웃고

묵묵히 끄덕이는 공자무

구령; [그럴 줄 알았으면 오라버니가 눈치 채시기 전에 베어버릴 걸 그랬어요.] 신을 돌아보며 억지로 웃고

우울하게 한숨 쉬며 편지를 봉투에 다시 넣고

구령; [가보세요.] 억지로 웃으며 하늘을 보고. 눈에서 눈물이 흘러넘치려 한다

구령; [저는 상관 말고... 어서 가보세요.]

구령; [빨리 가지 않으시면... 제가 오라버니를 베어버릴지도 몰라요.] 주르르! 결국 눈물이 왈칵 쏟아져서 뺨을 타고 흐르고

공자무; [가자!] 일어서고.

구령; [!] 벼락에 맞는 것같은 충격을 받아 눈이 하얗게 되는 구령

신; [예 주군!] 튕기듯이 일어나고

신; [집으로 돌아가시겠습니까?] 흥분하여 조심스럽게.

공자무; [지금은 아니다!] 고개를 젓고.

공자무; [돌아가서 전해라. 지금은 아니지만 머잖아 돌아가겠다고!]

공자무; [단. 그땐 혼자가 아닐 것이라는 말도!] 구령을 보고

[!] [!] 구령과 신이 충격을 먹고.

구령; [오... 오라버니!] 감격으로 달달 떨고.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르

신; [소... 소인은 차마 마지막 말씀은 전할 수가 없습니다.]

공자무; [그 사람 때문인가? 아니면 나 때문인가?] 노려보고

신; [마도의 여자입니다. 마님을 해칠지도 모릅니다.] 구령을 보고. 순간

쩡! 하늘에 하얀 무지개가 피어난다.

공자무는 그냥 걸어가고 있고.

구령의 보검 천궁 끝이 반쯤 뽑힌 신의 검날을 누르고 있다.

검을 뽑는 것을 제지당한 신은 무표정.

구령; <가서 전해! 나는 그쪽을 향해서 발도 한번 뻗지 않고 살아왔다고!> <죽일 작정이었으면… 진작에 죽였어.> 이를 바득 갈며 신에게 전음을 보내고

쩡! 다시 허공에 무지개가 번쩍하고

어느덧 검을 검집에 넣은 구령이 신에게 등을 보이고 공자무를 따라가고 있다.

신; (주군!) 난감하고. 그때

공자무. <돌아가서 군소에게 전해라. 내 평생 단 하나 남아 있던 마음의 빚을 갚고 있는 중이라고!> 공자무의 전음이 들리고

공자무; <인생은 유한하고 봄날은 길지 않다. 세월은 여느 때처럼 무심히 흘러가지만 한 번 흘러간 시간은 다시 돌이키지 못한다!>

이어 구령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며 노래를 부르는 공자무.

 

<不知香積寺 - 알길 없어라 향적사 가는 길은

數里入雲峯 - 몇 리를 들어가도 구름 덮인 산뿐이로고

古木無人徑 - 나무들은 오래 되고 인적도 끊겼는데

深山何處鍾 - 깊은 산 어드메쯤 들려오는 종소린가?

泉聲咽危石 - 흐르는 물소리는 돌에 걸려 흐느끼고

日色冷靑松 - 산 깊어 푸른 솔에 햇볕도 서늘하다.

薄暮出潭曲 - 해설피 여울 물 소리만 들려오는데

安祿制毒龍 - 선정에 들으니 알 길 없어라.>

 

수줍은 표정의 구령이 뒤를 이어 노래를 부른다.

 

<버들 우거진 나룻가엔 행인도 드문데

어부는 노 저어 한가히 포구로 간다.

다만 못 잊는 정, 봄빛처럼 한없는데

강남북으로 찾아온 봄을 보내는 듯하구나.>

 

신; (주군!) 난감하고

신; (다정(多情)도 병이라는 것을 어찌 모르십니까?) (언제까지 주모님을 마음 아프게 하실 것인지...!)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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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 [으흐흐! 어디 확실하게 확인해볼까?] 손가락 두 개로 이슬의 저고리를 벌려서 들여다보면서 변태처럼 웃고

이슬; [꺄악! 이 치한! 무슨 짓이에요 처녀에게?] 두 손으로 가슴 가리며 비명 지르고

청풍; [으흐흐! 좀 보자니까 그러네!] 바둥거리는 이슬을 한 손으로 누르고 다른 손으로 강제로 옷을 벗겨서 보려 하고. 순간

권완; [그만 두지 못해요?] 쾅! 뒤에서 주먹으로 청풍의 뒷통수를 때리고. 깨갱하는 청풍

권완; [아무리 인간이 아니라지만 장난이 지나치잖아요!] 째려보고

청풍; [미... 미안! 나도 모르게 호기심이 동해서...!] 뒷통수를 만지며 눈치보고

권완; (꼴에 사내라고 여자한테 관심이 너무 많아!) (나중에 속 끓이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단속을 철저히 해야겠어!) 그런 청풍을 흘겨보고. 청풍은 헤벌레 해서 이슬을 보고 있다. 이슬은 겁탈당한 여자처럼 요염한 자세로 누워 울고 있고

번개; [젠장! 내가 졌다!] 버럭 고함 지르고

청풍; [뭐라고?] 돌아보고

번개; [분하지만 패배를 인정한다!] [더 이상 수모를 받으며 살고 싶지 않으니까 그만 나를 죽여라!] 정좌한 채 당당하게 외치고

권완; [얘는 그래도 제법 기개가 있군요.] 감탄하고

청풍; [기개는 무슨! 버르장머리가 없는 거지.] 코웃음

번개; [여러 말 말고 죽여라!]

청풍; [너같은 난쟁이를 죽여서 내게 무슨 이득이 있겠냐?] [대신 두 번 다시 시건방 떨지 못하도록 교육은 좀 시켜야겠다!] 주먹 마주 쥐어 우두둑 소릴 내며 잔인하게 웃고.

번개; [야! 너희들, 정말 내가 맞아죽어도 가만있을 거냐?] 숨어있는 놈들에게 외치고

움찔하는 숨어있는 네놈

번개; [내가 죽고 나면 이 악독한 놈이 니들은 가만 둘 것 같아?] 눈 부라리고

그러자 서로 눈치를 보는 네 마리의 삼촌육유

청풍; [선동하는 솜씨도 예사롭지 않아! 이놈이 두목일 거야!]

권완; [그런 것 같네요.] 끄덕이는데

네 마리의 삼촌육유들 고개 끄덕이더니. 다음 순간

[와!] [죽이자!] 팟! 숨어있던 곳에서 메뚜기처럼 튀어오르는 네 놈.

청풍; [얼씨구!] 어이없는데

슈욱! 쐐액! 마치 작은 미사일처럼 날아서 청풍과 권완을 공격해오는 삼촌육유들

[!] 무언가 깨닫는 청풍

청풍; [조심해!] 팟! 권완을 옆으로 확 밀면서 자신도 옆으로 퉁겨나간다.

삭! 사각! 마치 칼날처럼 변해서 스쳐지나가는 삼촌육유들. 청풍의 허리쯤의 옷이 면도날에 베인 것처럼 베어지고

권완; [꺅!] 놀라며 옆으로 나뒹구는 권완.

서걱! 하체를 스치면서 권완의 치마가 길게 찢어진다.

청풍; [몸에 닿지 않도록 해!] [이상할 정도로 빠르고 단단한 놈들이야!] 몸을 세우며 외치는데

번개; [반격의 날이 왔다!] [죽여라!] 팟! 역시 미사일처럼 튀어올라 청풍을 공격해오고

이슬; [날 보고 기생처럼 노래를 부르라고 했어!] [언니 나빴어!] 쐐액! 튀어올라서 권완을 공격해간다

권완; [흑!] 몸을 떼굴 굴려서 피하는 권완. 스쳐지나가며 다시 치마를 베어버리는 이슬

슝! 슝! 이하 마치 작은 전투기처럼 마구 허공을 누비며 청풍과 권완을 공격하는 삼촌육유들. 킹콩의 한 장면 같다.

권완; (너... 너무 빨라!) (저 작은 몸뚱이로 어떻게 이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거지?) 급히 날아올라서 이슬과 또 다른 놈의 공격을 겨우 겨우 피하며 놀라는데

청풍; [하하하! 잘 한다 잘해!] 생사일보를 짧게 짧게 펼쳐서 여유롭게 네놈의 공격을 피하며 손뻑을 치는 청풍

청풍; [이놈들을 길들여서 데리고 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

권완; [한가한 소리 말아요!] 이리 저리 피하며

권완; [이것들은 주인 말 외에는 안 들어요! 쓸데없는 생각 말고 어떻게 좀 해봐요!]

청풍; [알았어! 귀 막어!]

급히 귀를 막는 권완. 직후

청풍; [떨어져랏!] 멈춰서며 두 주먹 불끈 쥐며 기합을 지르고. 순간

둥! 청풍의 몸에서 북이 치는 듯한 진동이 터져나가고. 겹겹의 초음파가 청풍의 몸에서 확 번져나간다.

켁! 컥! 초음파의 진동에 타격을 받아 허공에서 펄쩍! 뛰는 삼촌육유들

화악! 초음파의 진동이 주변을 휩쓸고 지나가 귀를 막은 권완도 비틀거리게 만들고

털썩! 툭! 기절해서 떨어지는 삼촌육유들. 마치 날파리들 같다.

청풍; [으하하하! 천산음의 맛이 어떠냐 요놈들아!]

권완; [잘 했어요!]

권완; [하지만 이래서 유리병에 걸려있던 금제를 풀면 안되는 거였어요!] 베어진 치마를 손으로 잡고 청풍에게 눈을 흘기고

권완; [이것들은 몸은 작아도 무림의 일류고수 못지 않은 힘을 지녔다구요.]

청풍; [미안!] [그런데 유리병이 깨져 버렸으니 이것들을 어디다 가두지? 그렇다고 놓아줄 수도 없고...!] 두리번거리다가

시선이 상자에 닿는 청풍

상자에 뚫린 작은 구멍. 삼촌육유들을 억지로 밀어 넣으면 들어갈 것 같다.

청풍; [옳거니!] 눈 반짝이며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고

청풍; [완매도 좀 도와줘!] 바닥에 떨어져서 해롱해롱하는 삼촌육유들을 주워들고

권완; [소혼곽이란 저 상자에 가두게요?]

역시 이슬과 다른 놈을 집어들고

청풍; [흐흐흐! 구멍 크기도 적당하고 딱이야!] 손으로 네놈을 집어들고 상자로 간다

룰루랄라하며 상자에 걸터앉는 청풍.

청풍; [목걸이 줘봐!]

권완; [뭘 하려구요?] 은행나무 잎사귀 모양의 목걸이를 주고

청풍; [두고 보면 알아!] 목걸이를 받아서

번개의 목에 목걸이 줄을 한 바퀴 두르고

이어 번개를 머리부터 거꾸로 세워서 우격다짐으로 상자의 작은 구멍에 밀어넣는다. 머리는 쉽게 들어가지만 어깨와 몸통은 꽉 끼어서 잘 안들어간다

청풍; [흐흐흐! 역시 몸통은 꽉 끼는구만!] 삐빅! 억지로 심듯이 밀어넣고

권완; [살살해요! 그러다가 그 애 다치겠어요!]

청풍; [몸뚱이가 돌덩이같은 놈들이야! 이 정도로 다치진 않아!] 강제로 꾸겨넣고. 그러자

번개; [꽥!] 고통 때문에 깨어나고

번개; [뭐... 뭐하는 짓이야 시방?] 다리를 바둥거리고

[!] 직후 거꾸로 선 자세로 눈 부릅뜨는 번개

쿠쿠쿠! 시커먼 상자 내무는 마치 무한정 넓은 우주 같은데 소용돌이치는 은하수같은 빛 속에 한 쌍의 무서운 눈이 빛나고 있다

번개; [히엑! 꺼... 꺼내줘! 이 안에 뭔가 있어!] 바둥대지만

청풍; [조용히햄마!] 콱! 세게 눌러대고

툭! 마침내 몸뚱이가 좁은 입구를 통과하는 번개

번개; [으아아아!] 어두운 나락으로 떨어지며 공포에 질려 버둥거리는 번개. 그러다가

툭!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 줄이 댕겨져서 허공에 대롱 매달리게 되는 번개. 발이 아래로 향하고

번개; [캑!] 자기 목을 감은 목걸이 줄을 붙잡고 눈이 튀어나오려 하고

쿠쿠쿠! 발 아래의 시커먼 어둠에서 한 쌍의 눈 같은 빛이 번뜩이고

번개; [꺼... 꺼내줘! 제발!] 비명 지르고

툭! 다음 순간 그놈 목에 걸려있던 목걸이 줄이 위로 당겨지며

불쑥! 구멍 밖으로 나오는 번개의 머리통. 구멍이 좁아서 머리만 나오고 어깨 이하 몸통은 걸렸다

청풍; [어때? 내 생각 대로지?] 권완에게 웃어 보이며 번개의 목에 둘렀던 목걸이 줄을 풀고

청풍; [안성맞춤이야! 머리는 내밀 수 있지만 남이 도와주지 않으면 몸통은 빼내지 못할 거야!]

권완; [그렇긴 한데 너무 가혹하군요!]

청풍; [가혹하긴 뭘!] [이놈들이 완매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기름에 튀겨버려도 시원잖아!] 다른 놈의 목에 목걸이 줄을 빙빙 감고

번개; [제발 꺼내주세요! 네? 나 정말 무서워요!] 징징. 턱을 구멍에 걸치고 겨우 빼낸 두 손으로 얼굴 옆의 턱을 붙잡고 애원한다.

청풍; [하는 거 봐서!]

청풍; [빨리 풀려나고 싶으면 엉아 말 잘 들어라!] 목에 목걸이 줄이 감긴 두 번째 놈을 두 번째 상자 구멍에 거꾸로 심으며 말하고

꽥! 그놈도 비명 지르며 깨어나고

그놈이 바둥대지만 청풍이 강제로 밀어넣고.

[으아아!] 툭! 그놈이 안으로 떨어지면

청풍; [욧!] 목걸이 줄을 당겨서

[푸하!] 목걸이 줄에 목이 감겨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그놈

권완; (하여간 못된 생각하는 데는 선수라니까!) 한숨 쉬며 고개 설레

 

산의 풍경 보여주고.

쿵! 죽 늘어선 일곱 개의 상자. 그중 여섯 개의 상자의 작은 구멍에는 삼촌육유들이 머리만 내밀고 있다. 턱을 구멍 모서리에 걸치고 두 손은 겨우 밖으로 내밀어 얼굴 옆의 구멍 모서리를 쥐어 버티는 모습. 모두 겁에 질려서 울고 있다.

청풍; [하하하! 볼만하네!] [칼을 쓴 죄수들처럼 보이잖아!] 목걸이를 권완에게 건네주고

청풍; [못된 짓을 하면 벌을 받아야하는 게 세상의 이치다 이놈들아!] 번개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 때리고

번개; [아흑!] 고개가 젖혀지며 비명을 지르고

권완; [그만 괴롭혀요! 저런 꼴로 갇혀있는 것만으로도 불쌍하잖아요!]

청풍; [불쌍하긴 개뿔!] 코웃음치는데

<도와주세요 네?> <우리가 너무 가엾지 않나요?> 권완의 귀에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고

흠칫하며 돌아보는 권완

번개를 제외한 다른 놈들. 특히 여자인 이슬이 눈물을 흘리며 애절한 표정으로 권완을 보고 있다. 청풍은 향로와 쟁반을 보고 있는데

권완; (너무 불쌍해! 저렇게 작고 연약한 것들에게 공공자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

권완; (뭐라고 하든 내가 구해줘야겠어!) 생각하며 손을 이슬에게 뻗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 이슬과 다른 놈들. 순간

권완; [!] 눈 부릅 무언가를 깨닫고

권완; [흑!] 이슬을 꺼내주려던 손을 다른 손으로 콱 잡으며 뒤로 급히 물러선다.

청풍; [왜 그래?] 손에 황금 쟁반을 든 채 어리둥절하며 돌아보고

<쳇! 넘어올 뻔 했는데!> <아깝다!> 샐쭉하는 이슬 일행

권완; [이... 이것들은 아주 위험하군요.] 식은땀 흘리고

청풍이 새삼스럽게 또 뭔 소리냐는 듯이 바라보고.

권완; [이들에게는 마음이 없어요. 그 바람에 하마터면 우리 둘 다 큰일 날뻔했어요.]

청풍; [마음이 두 개면 몰라도 아예 없는 게 뭐가 위험해?]

권완; [자기 마음이 없기 때문에 남의 마음에 자유자재로 드나들면서 조종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거예요.]

청풍; [너무 어려워! 좀 쉬운 말로 설명해봐!] 비어있는 소혼곽에 앉으며

권완; [육유가 세상 모든 것의 무상함을 나타내는 상징이라고 말씀 드렸죠?]

청풍; [응! 그래서 저것들의 이름이 꿈, 환상, 물거품, 그림자, 이슬과 번개라고도 했어!]

권완; [당신이 제일 먼저 소혹곽에 넣은 번개는 순식간에 나타났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무상한 것이지만 흔적을 남겨요.] 번개를 보며

권완; [두 번째는 꿈인데 틀림없이 보고도 보았다고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두 번째 놈을 배경으로

권완; [세 번째는 그림자로 함께 있어도 느끼지 못하는 것일 테고, 네 번째는 이슬로 있을 때는 기쁘고 없을 때는 바로 슬퍼지게 하는 힘을 가져요.] 세 번째와 네 번째의 년을 배경으로

권완; [다섯 번째는 환상으로 있는 듯 없는 듯 혼란에 빠지게 할 테고, 여섯 번째는 물거품으로 보기만 하면 이유 없이 허망함에 사로잡히게 만들 거예요.]

권완; [저것들을 경계하지 않고 곁에 두었으면 우리 모두 저것들이 꼭두각시가 되어 버렸을 거예요.] [심하면 우울증에 빠져 자살을 할 수도 있고...!]

청풍; [듣고 보니 위험한 능력을 지닌 놈들이구만!]

청풍; [헌데 어째서 난 별 생각이 없지?] [인생이 허무해지기는커녕 어떻게 하면 저것들을 놀려먹을까하는 마음만 생기는 걸!]

권완; [그건 당신 가문에 전해오는 특별한 힘 때문일 거예요.] [심지어 술법도 당신 형제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청풍; [그런가?] 갸웃

권완; [당신이야 그렇다 쳐도 전 저들의 힘을 막을 능력이 없어요!] 겁에 질려 삼촌육유들을 똑바로 보지 못한다

청풍; [야! 너희들 정말 우리를 꼭두각시로 만들 생각이었냐?] 이슬에게 묻고

이슬이 눈물이 흐르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청풍; [하!] 기가 막히고.

청풍; [꼭두각시로 만든 다음에 어떻게 할 거였는데?]

번개; [말하지 마!] 다급히 외치지만

이슬; [잡아먹었을 거예요.]

청풍; [뭐라?] 눈 부릅

번개; [야 이 머저리야! 사실대로 말하면 어떻게 해?] [그런 말 하면 우릴 살려둘 것 같아?]

이슬; [머저리란 소리 하지마!] [저 사람들 속여서 잡아먹기로 한 것도 네 생각이었잖아!] 번개에게 바락 대들고

번개; [뭐... 뭐?] 분하고 어이없어서 씩씩거리기만 하고.

이슬; [그동안 넌 힘이 좀 세다는 걸 내세워서 우릴 종 취급 했어!] [하지만 더 이상은 재수없는 네 행패를 참지 않을 거야!]

이슬; [어차피 죽을 거면 저 사람들한테 부탁해서 너부터 먼저 죽이고 나서 나를 죽여 달라고 할 거라구.]

번개; [이... 이 배신자!] 분노로 부들 부들

청풍; [배신자같은 소리 한다 이놈아!] 손바닥으로 파리를 잡는 것처럼 번개의 머리를 내려치고.

번개; [캑!] 머리가 납작해지며 비명 지르고

해롱 해롱하는 번개

청풍; [우릴 잡아먹겠다고? 이것들이 누가 누굴 먹는지 두고 보자.] 눈을 부라리며 이를 부득 부득 갈고

청풍; [마침 끼니 때도 되었고 하니 네놈들을 불에 살살 구워 먹어야겠다!] 입맛 다시며 징그럽게 웃고

[으헥!] [안... 안되는데...!] 겁에 질리는 놈들

이슬; [저, 저 녀석들부터 먹고 나를 먹어요.] 비명 지르고

청풍; (자길 먹으라고?) 눈이 띠용해서 헥헥. 권완은 그런 청풍을 째려보고

이슬; [아는 건 뭐든지 다 말하겠어요. 난 사람도 저 녀석들보다 적게 먹었다구요.]

청풍; [뭐? 사람을 적게 먹어?] 어이없고

[아니에요! 내가 더 많이 알고 있어요.] [나를 제일 나중에 먹어주세요!] [진짜로 사람을 적게 잡아먹은 건 나라구요!] [굽지 말고 날로 먹어주면 안돼요?] 일제히 외치는 다른 네놈. 번개는 기절한 상태

청풍; [흐흐흐! 생각해보니 구워 먹기만 하면 맛이 없겠군!] 음흉하게 웃으며 그놈들을 노려보고.

청풍; [한 놈은 회쳐먹고 한 놈은 삶아먹고 한 놈은 찢어서 양념에 무쳐먹고...!] [음... 남은 두 놈은 어떻게 먹을까?]

공포에 질리는 삼촌육유들

청풍; [옳거니! 한 놈은 기름에 튀겨먹고 남은 한 놈은 곱게 갈아서 공복에 마셔야겠다!]

[히익!] [갈아서 마신대!] [무서워!] 비명 지르는 삼촌육유들

청풍; [어떻게 요리되어서 먹고 싶은지들 말해봐! 소원을 들어줄 테니까!] 이슬을 들여다보며 웃고

꼬르르! 기절하는 이슬. 다른 놈들은 울거나 비명 지르고. 오줌 싸는 놈도 있고

청풍; [으하하1 겁쟁이들 같으니...!]

권완; (짖궂기는...!)

권완; (하긴 그래서 저 무서운 삼촌육유들을 꼼짝 못하게 할 수 있는 건지도 몰라!)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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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저녁 무렵. 험준한 산

휘익! 허공을 가르는 끈 같은 긴 물체. 그 물체 앞부분에 그물에 쌓인 여러 개의 상자들이 덜렁거리며 딸려간다.

슈우! 그 끈 같은 것이 산 정상으로 내려서고

스스스! 나타나는 물체. 바로 청풍. 한손으로는 권완의 허리를 안고 있고 다른 손으로는 보물들을 담고 있는 그물 끝을 짊어지고 있다.

털썩! 산 정상의 넓은 바위에 내려지는 보물들

청풍; [아이고 죽겠네!] [때려죽인다고 해도 더는 못가!] 권완을 놔주고 바위에 주저앉고

청풍; [에구구! 오백리 넘게 쉬지 않고 날아왔더니 진이 다 빠져나갔어!] 바위 위에 벌렁 드러눕는다.

권완; [수고하셨어요!] [이 정도 왔으면 난릉왕이나 천동대협이라도 쉽게 따라오지는 못할 거예요.] 청풍의 머리맡에 앉아서 청풍의 머리를 자기 무릎에 베어준다.

청풍; [흐흐흐 그렇겠지?] 권완의 무릎을 베게 되자 좋아 죽으려 하고

권완; [그런데 무슨 대책은 세워놓고 보물들을 가로챈 건가요?]

권완; [이대로 철궁에 간다고 해도 보물을 지키기는 어려울 텐데...!]

청풍; [걱정마! 다 생각이 있어!] 변태같은 표정을 지으며 엉큼하게 손으로 권완의 허벅지를 쓰다듬고

청풍; [아주 내걸로 만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고 해도 저것들을 이용하면 한 밑천 챙길 수가 있어!] 권완의 허벅지 더듬고

권완; [자중하세요!] 찰싹! 새침해져서 청풍의 손등을 손으로 때리고

청풍; [아야!]

권완; [서문원수와 대낭이 돌아가신 오늘만이라도 좀 경건하게 보낼 수 없어요?] 흘기고

청풍; [미안! 손이 저절로 움직였어!] 히죽 히죽

청풍; [몸이 저절로 완매에게 끌리는 걸 보면 우린 아무래도 천생연분인가봐!] 음흉하게 웃으며 올려다보고

권완; [못된 원숭이같으니...!] 얼굴 붉히며 두 손으로 청풍의 양쪽 귀를 잡아당긴다

청풍; [아야야!] 비명

권완; [조금만 더 참아요!] [아버님과 어머님을 뵙고 인사드린 후에는 무슨 짓을 해도 말리지 않을 테니까요!] 고개 숙여 청풍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청풍; (무... 무슨 짓든 해도 좋다고?) 헥헥대는데

<야! 그림 좋다!> <기왕에 하는 거 좀 더 찐하게 해봐!> 누군가 작게 떠드는 소리가 들리고

깜짝 놀라 돌아보는 권완. 청풍도 흠칫하는데

<조용히들 못해 이것들아?> <너희들이 산통 깨는 바람에 화끈한 구경 할 기회를 놓쳤잖아!> 다시 들리는 소리

청풍; [어! 주위에 누가 있나?] 일어나며 두리번

권완; [저기 있어요!] 얼굴 붉히며 상자들 쪽을 가리키고

그물에 쌓여있는 상자들. 그 상자들 위에 쟁반과 향로, 두루마리, 두 자루의 짧은 검등과 함께 놓여있는 유리병. 바로 삼촌육유들이 들어있는 유리병인데

물에 목까지 잠긴 삼촌육유들이 유리병 한쪽에 죽 늘어서서 청풍과 권완의 다정한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놈들 무기는 귀에게 압수당해서 안 갖고 있다.

청풍; [뭐야 저놈들! 장난감이 아니라 정말 살아있는 거였어?] 무릎으로 기어 가고

권완; [삼촌육유라는 인공생명체예요.] 일어나서 청풍을 따라가고

권완; [저도 이런 게 있다는 기록은 읽어보았지만 보는 건 처음이에요.]

청풍; [삼촌육유?] [크기가 겨우 세 마디(三寸)밖에 안되는 건 알겠는데 육유는 또 뭐야?] 신기한 듯 그물에 덮인 유리병을 들여다보며 묻는다. 삼촌육유들도 유리병 한쪽 벽면에 달라붙어 같이 청풍을 구경한다. 손가락 휘파람 불며 권완에게 수작 붙이는 놈들도 있고. <예쁜 언니! 나랑 차 한 잔 안할래?> <오빠 한 번 믿어보아!>

권완; [육유는 불교에서 세상의 모든 것이 무상하다는 것을 말할 때 사용하는 비유예요.] [구체적으로는 꿈, 환상, 물거품, 그림자, 이슬, 번개랍니다] 그물을 잡고 주문을 외운다

펑! 권완에 수중에 들린 그물이 황금색 책으로 변한다.

[와!] [잘 한다!] 짝짝짝! 박수치는 삼촌육유들

권완; [무(無)에서는 결코 유(有)가 나올 수 없다는 인과율(因果律)을 거스르면서까지 이걸 만들려면 엄청난 수고가 필요했을 거예요.] 황금책에다가 주문을 걸고

청풍; [대체 어떤 인간이 요런 깜찍한 것들을 만들었을까?] 두 손으로 유리병을 들고 살펴본다. 장난감을 보는 어린애같은 표정

권완; [난릉왕 말고는 달리 생각나는 인물이 없군요.] 펑! 황금색 책이 다시 은행잎 모양의 목걸이로 만들고

[언니 멋져!] [나랑 사귀어요!] 박수치며 환호하는 삼촌육유들

청풍; [나도 난릉왕을 생각하던 참이었어!] 뚜껑을 열려고 하지만

청풍이 유리병을 끌어안고 낑낑 대도 꿈쩍도 않는 뚜껑

청풍; [이거 뭐야? 병뚜껑 주제에 꿈쩍도 않네!]

권완; [누군가 술법으로 금제를 걸어놨어요. 힘으로는 열거나 깨지 못해요.]

청풍; [완매의 능력으로 금제를 풀어버릴 수 있겠어?]

권완; [할 수야 있지만...!] 찜찜

청풍; [그럼 빨리 풀어봐! 이것들을 언제까지 가둬둘 수는 없잖아!]

권완; [엄중하게 금제를 걸어놓은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텐데...!] 난감

청풍; [아잉! 제발!] 애원하고

권완; [알았어요! 대신 조심해야해요!] 은행나무 잎으로 변한 목걸이로 유리병 뚜껑을 톡 치고. 순간

슈우! 유리병에서 한 겹 막 같은 것이 벗겨지는 느낌이 들고

[!] [!] 삼촌육유들의 눈이 번쩍하고

청풍; [됐어! 이제 꺼내줄 테니까 얌전히 기둘려!] 끼릭! 병 뚜껑을 돌려서 연다. 헌데

[지금이다!] [동시에 깨트려!] 쾅! 주먹과 손으로 일제히 유리병의 안쪽 벽을 치는 삼촌육유들. 힘이 장난이 아니다.

펑! 콰창! 그대로 박살이 나는 유리병.

[끼얏호!] [깨졌다!] 슈우! 쐐액1 동시에 깨진 유리병에서 엄청난 속도로 뛰쳐나오는 삼촌육유

청풍; [헉!] 깨진 유리병을 놓치며 뒤로 물러앉고

권완; [조심해요!] 놀라서 물러서고. 그때

[영광의 탈출이다!] [드디어 빠져나왔다!] 휙! 휘릭! 상자와 바위 등에 내려서며 환호하는 삼촌육유들. 하지만

청풍; [요놈들!] 콱! 콱! 그 중 두 놈을 번개같이 움켜잡는 청풍의 양손

[켁!] [꺄악!] 청풍의 손아귀에 잡혀서 비명 지르는 두 놈. 번개와 여성형인 이슬이다. 몸통이 잡혀서 두 팔과 얼굴은 손 밖으로 나온 모습

[엄마야!] [히익! 도망치자!] 다른 놈들은 기겁하여 상자 뒤나 바위 틈 등에 숨고

번개; [놔! 놔라! 이거 안 놔? 비겁한 자식아!] 움켜쥔 청풍의 손가락을 밀치며 몸부림친다. 이슬은 겁에 질려 얌전하고

청풍; [요놈 보게! 덩치에 비해서 힘이 장난이 아니야!] [만년옥액을 먹어 내공이 급증한 내 손을 벌리고 빠져 나가려고해!] 번개의 요동에 손가락이 벌어지려 한다. 놀라는 청풍

콱! 입으로 청풍의 손을 깨물기도 하는 번개

청풍; [으흐흐! 간지러워 임마! 그만 두지 못해?] 간지러워서 몸을 뒤틀며 웃는 청풍

[놔줘라! 놔줘!] [비겁하다 인간아!] [번개하고 정정당당하게 한 판 붙어라!] [쌈 구경이 제일 신나!] 숨어있던 다른 놈들이 고개를 내밀며 응원하고.

청풍; [완매도 한 번 봐봐! 정말 사람하고 똑같이 생겼어.] 번개를 들어서 권완에게 보여주고

권완; [그렇네요. 몸이 작을 뿐 이목구비도 전부 제대로 달려있어요!] 들여다보는데

번개가 작은 손으로 권완의 머리카락 몇 가닥을 확 잡아챈다

권완; [아얏!] 머리카락이 뽑히며 비명 지르는 권완

번개; [낄낄! 맛이 어떠냐? 암컷아!] 뽑은 권완의 머리카락 흔들며 웃고

청풍; [요 못된 놈이 누구한테 수작이야!] 훅! 번개를 들어 올려서 입으로 세게 바람을 분다

화악. [아다다다!] 세찬 바람에 얼굴이 뒤로 젖혀지며 비명 지르는 번개

번개; [그.... 그만해! 그만!] 양손을 허우적거리며 고개를 돌린 채 비명 지르고

권완; [손 버릇이 못된 애예요! 버릇 좀 고쳐주세요!] 머리가 빠진 부분을 문지르며 울상 짓고

청풍;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요 못된 놈! 또 완매에게 손을 댈거야? 앙?] 이슬을 쥔 손의 손가락 하나로 번개의 마빡을 톡 톡 튀긴다.

[아흐흑!] 다다다! 청풍이 손가락을 퉁기는 대로 번개의 머리통이 앞 뒤로 용수철처럼 마구 흔들린다.

숨은 곳에서 고개 내민 채로 겁에 질려서 보는 다른 네놈

[저놈 정말 독종이야. 때린 데만 골라서 때리고 있어!] [저러다 번개 죽겠다.] 수근 대는 다른 놈들.

청풍; [하여간 애새끼들은 크나 작으나 맞아야 정신 차린다니까!] 손가락을 멈추고

너무 맞아서 헤롱 헤롱하며 정신을 잃는 번개

그 모습 보며 풋! 웃음 터트리는 권완.

꿈; [계집애도 독종이야. 동정심 하나 없이 깔깔 웃잖아.]

물거품; [저런 악질들한테 걸렸으니 번개도 끝났다고 봐!]

그림자; [삼가 명복을 빌어주마 번개!] 합장하고. 옆에 있던 환상이 눈 반짝

환상; [야! 다들 명심해둬!]

환상; [번개가 죽으면 그때부턴 내가 대장이다!] 엄지손가락으로 자기 가슴을 가리키며

[누구 맘대로?] [환상아! 자꾸 나서면 환상을 깨준다!] [엿 먹어라!] 다른 세 놈이 눈을 부라리며 일제히 노려보고

환상; [싫... 싫으면 말고!] 삭 죽어서 다른 놈들 눈치보고

청풍; [이쯤 했으면 상황 파악되었겠지?] 쥐고 있던 두 놈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순간

기절한 척 하고 있던 번개가 번쩍 눈을 뜨더니

[튀어!] 팟! 벼락같이 튀어서 달아나려 한다.

이슬; [힉!] 반대쪽으로 튀고.

권완; [잡아요!] 외치지만

청풍; [어딜!] 파팟! 양손을 동시에 써서 번개와 이슬을 다시 움켜잡고

[놔! 놔라!] [이러지마!] 몸부림치는 번개와 이슬. 하지만

청풍; [에잇!] 따콩! 두 놈의 머리통을 박치기 시키는 청풍

[악!] [엄마야!] 비명 지르는 번개와 이슬

청풍; [또 도망칠래? 앙?] 양손에 번개와 이슬을 들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눈을 부라리고

일제히 도리 도리 고개를 젓는 번개와 이슬

청풍; [이 형아 화나면 아주 무섭다! 알아서 기어라잉!] 두 놈을 다시 바닥에 내려놓고

삭이 죽어서 주저앉는 번개와 이슬

청풍; [야! 분위기도 칙칙한데 춤이나 한번 춰봐!] 두 놈에게 말하지만

번개와 이슬은 풀이 죽은 채 가만히 앉아있다.

청풍; [춤 한번 춰보라니까! 응? 비싸게 굴지 말고 춤 좀 춰 봐!] 손가락으로 번개의 가슴을 콕콕 찌르고

번개가 화가 나서 이를 드러내며 으르릉거린다. 하지만

청풍; [어쭈 이게 어따 대고 이빨을 드러내?] 인상 쓰고

청풍; [한 번 더 혼이 나봐야 정신을 차리겠냐?] 다시 손가락을 오무려서 번개의 마빡을 퉁기려 하고

힉! 겁에 질려 두 팔로 마빡을 가리는 번개

권완; [춤출 기분이 아닌가 봐요. 대신 노래를 한번 불러보라고 해요.] 옆에 쪼그려 앉아서 구경하다가 끼어들고

권완; [말을 잘하니까 노래도 잘 부를 것 같아요.]

청풍; [들었지? 우리 자기가 노래를 듣고 싶대.]

청풍; [춤추라고 안할 테니까 대신 노래를 불러 봐!] 여자의 모습인 이슬의 가슴을 콕 찌르고. 순간

이슬; [엄마야!] 뒤로 발라당 넘어진다. 두 다리를 번쩍 쳐든 야한 자세

청풍; [오잉?] 눈이 띠용

이슬; [흐흐흑! 너무 해요! 나도 여자인데 여자한테 손찌검까지 하고...!] 야한 자세로 옆으로 누워 우는 척하고

청풍; [음! 이제 보니 요건 암컷이었군!] 침 꼴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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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파; [역천마도! ... 네놈이...] 겨우 일어나 자신에게 다가오는 역천마도를 보며 이를 갈고. 뚱보노인과 빼빼마른 노인도 사력을 다해 일어나고

입을 굳게 다물고 다시 칼을 휘두르는 역천마도. 무시무시하고 살벌한 분위기

형파; [오냐! 같이 죽자!] 사력을 다해 주먹을 내지른다. 집채만한 주먹이 날아간다.

! 하지만 역천마도의 칼이 형파의 주먹을 갈라버리고

형파; [크아!] 가슴이 갈라져서 피를 뿌리며 뒤로 날아가고

[형님!] [이놈!] 뚱보와 빼빼가 이를 갈며 역천마도를 공격한다. 뚱보의 양손이 집채만한 손바닥 형상을 일으켜 역천마도를 밀어가고. 빼빼의 긴 장검이 역천마도를 휩쓴다. 하지만

역천마도 뒤에서 날아오른 백영이 검을 내리쳐서 뚱보노인의 가슴을 베고

콰창! 역천마도의 칼이 빼빼의 장검을 박살내버린다.

퍼퍽! 박살난 장검의 파편이 빼빼의 가슴에 박힌다

가슴이 갈라진 뚱보와 가슴에 자기 검의 파편이 무수히 박힌 빼빼가 나뒹굴고

형파; [둘째! 셋째야!] 바닥에 쓰러진 채 비통하게 외치고

빼빼는 기절했지만

츠츠츠! 뚱보는 백영의 독검에 베어진 상처가 녹아들어가고 있다.

형파; [역천마도! 다치지 않았으면서도 다친 척 했구나!]

형파; [이렇게 치졸한 짓을 하면서도 네놈이 마교의 교주냐?] 악을 쓰며 일어나려 하지만

! 그런 형파의 가슴에 박히는 역천마도의 칼 끝

형파; [끄륵!] 피를 게워내고

형파; [... 개 잡종! 네놈도 결국은 이산굉에게....!] 피를 게워내며 이를 갈다가

! 고개를 떨군다. 죽은 건 아니고

역천마도; [판이 너무 일찍 깨졌군.] ! 형파의 가슴에서 칼을 뽑고

백영; [풀을 뽑을 때는 뿌리까지 뽑아야하오!] 힐끗 이수낭자를 본다.

이수낭자는 비지땀을 흘리면서 운기조식 중이다. 눈을 감고 있지만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듣고 있다.

역천마도; [그럴 생각이다!] 이수낭자에게 다가가고

백영; [내키지 않더라도 확실히 처리해야할 거요. 자칫 놓치기라도 하면 두고 두고 우환이 될 여자요.] 이수낭자를 보며

이수낭자; [악독한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로군요!] 눈을 뜨고

이수낭자; [그렇게 걱정이 되면 당신이 직접 손을 써야했지 않나요?] 일어나며 백영을 노려보고. 손으로는 허리춤에 끼워져 있던 퉁소를 뽑아들고

백영; [유감스럽게도 최악의 경우 적과 함께 죽을 수는 있는 능력을 지닌 소저와 직접 맞설만한 배포가 내게는 없소!] 냉소하고

이수낭자; [천지동사수(天地同死手)를 안다?] 눈 번쩍

이수낭자; [이제 보니 당신도 마교도였군요!] 퉁소를 손에 든 채 백영을 노려보고

[!] 아차 하는 표정으로 인상 찌푸리는 백영

이수낭자; [호호호! 이산굉의 심복 중의 심복이 마교의 제자였다니...!] [이산굉은 품속에 독사새끼를 기르고 있었군요.] 깔깔 웃고

백영의 인상이 찌푸려지고

역천마도; [과연 집마천의 제이인자인 총사(總師)답게 눈치가 빠르군!] 차갑게 말하고

이수낭자; [저자를 이산굉의 수하로 침투시킨 것도 물론 교주의 책략이었겠지요?] 퉁소로 백영을 가리키고

역천마도; [부인하지 않겠다!]

이수낭자; [교주가 난릉왕의 일주천검에 다친 척했던 것도 사실은 속임수였을테구요?] 비웃고

역천마도; [어리석은 소리를 하는 여자로군!]

역천마도; [제이인자의 안목이 이 정도에 불과하니 집마천의 앞날은 두고 불 것도 없겠구나!] 냉소하고

이수낭자; [제 안목의 어디가 어리석은지 듣고 싶군요!]

역천마도; [본교주의 별호가 왜 역천마도겠느냐?]

[!] 눈 부릅 이수낭자

이수낭자; [... 마교의 전설인 정반역혈신마력(正反易血神魔力)을 연마해내었군요!]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지고 다치면 다칠수록 더 무서워진다는....!]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치고

역천마도; [아주 구제불능일 정도는 아니로군!] 입가에 묻은 피를 손가락으로 닦고

역천마도; [난릉왕의 일검에 하마터면 죽을 정도로 다쳤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덕분에 다치기 전보다 삼할 정도 더 강해졌다.]

역천마도; [본교주는 죽지만 않으면 다칠 때마다 더 강해진다!] [물론 본교주를 다치게 할 수 있는 자가 얼마 없다는 것이 문제지만...!]

이수낭자; [난 교주를 몰랐는데 교주는 날 알고 있었으니 싸울 필요도 없군요.] [패배를 인정하죠. 마음대로 하세요!] 양손을 들어보이고

역천마도; [투항은 허락할 수 없다!]

이수낭자; [끝내 절 희롱하겠다는 건가요?] 노려보고

역천마도; [이번에 본 교주가 출도하면서 흥미를 가진 것 중 하나가 십이식의 천지동사수였다.]

역천마도; [시간이 없긴 하지만 천지동사수만은 겪어보지 않을 수 없으니 시작해라.] 칼을 겨누고

이수낭자; [호호호! 살인멸구(殺人滅口)라면 이미 늦었어요.]

이수낭자; [비무를 핑계로 절 죽일 수는 있겠지만 비밀을 지키기는 이미 불가능해졌으니까요.]

역천마도; [무슨 소리냐?] 찡그리는데

이수낭자; [가랏!] ! 대답대신 사력을 다해 퉁소를 반대쪽으로 던진다.

백영; [감히!] ! 다급히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검을 휘둘러 퉁소를 떨어트리려 하지만

퉁소는 간발의 차이로 백영의 검을 벗어나

삐이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미사일처럼 멀리로 날아가버리는 퉁소

백영; [이런!] 이를 갈며 내려서고

반짝! 그 사이에 하늘로 사라져 버리는 퉁소

역천마도; [무슨 짓을 한 것이냐?] 파팟! 찡그리며 칼 끝으로 이수낭자의 가슴에 있는 혈도를 몇 곳 찌르고

이수낭자; [무엇일 것 같은가요?] 혈도가 찍혀 비틀하면서도 냉소하고

백영; [요망한 계집!] 뒤에서 검으로 이수낭자의 등을 겨누고

이수낭자; [난 교주께서 한 말은 물론이고 아녀자의 등에 검이나 겨누는 비겁한 자가 했던 말까지도 모두 그 퉁소 속에 담았답니다.]

이수낭자; [나를 죽이는 것은 쉽겠지만 두 분도 결국 천동대협 이산굉의 분노를 피하지는 못하겠지요.]

백영; [집마천에 소리를 저장할 수 있는 음상(音箱:소리통)이란 재주가 있다고 하더니...] 이를 부득 갈고

이수낭자; [후회해도 이미 늦었어요.] [소리통은 제 수하들 중 누군가의 손을 거쳐서 천동대협에게 들어갈 테니까요.]

역천마도; [더 이상은 들을 일 없다!] ! 칼로 이수낭자를 쪼개가고. 하지만

! 백영이 한손으로 이수낭자의 소매를 자락을 끌어당겨 피하게 하며 검으로 역천마도의 칼을 쳐낸다

역천마도; [백영! 감히 본좌와 맞서겠다는 거냐!] 분노하여 다시 칼을 휘두르고

백영; [내가 어떻게 감히 교주에게 맞서겠소?] 검으로 역천마도의 칼을 쳐내며 물러선다. 이수낭자를 보호하며

백영; [다만 내 목숨이 걸린 일이라 나서지 않을 수 없을 뿐이오.]

역천마도; [네 목숨을 구하는 일과 그 계집을 비호하는 게 무슨 상관이 있느냐?]

백영; [살려둬야 소리통을 회수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겠소?]

역천마도; [흐흐흐! 고작 그 따위 이유로 본좌에게 맞서겠다?]

백영; [나는 교주에게 맞설 수 없는 신분일 뿐더러 이산굉으로부터 죽으라는 명을 받으면 죽어야 할 입장이기도 하오.] [아무쪼록 내 처지를 생각해주시오.]

역천마도; [으하하하! 좋다 좋아! 아주 좋아!] 광소를 터트리고

역천마도; [이산굉 밑에 있더니 사람도 변했구나 백영!]

역천마도; [어쨌든 신세를 한 번 졌으니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주지.] [그러나 다음번에는...!] 부악! 칼을 휘두르고. 칼에서 장대한 섬광이 내빧히고

투캉! 쩌억! 백영의 옆의 땅으로 내리쳐지는 그 섬광.

역천마도의 칼이 내뿜은 섬광은 백영과 이수낭자가 서 있는 옆쪽의 지면에 긴 도랑을 만들었고,

쿠쿠쿠! 사라지지 않은 어떤 힘이 근처에 있는 것을 그 도랑으로 끌어당기고.

파다닥! 콰드드! 근처에 서있는 이수낭자와 백영의 옷이 찢어질 듯이 펄럭이다가

찌직! 이수낭자의 저고리 일부가 찢어지며 속옷이 드러난다.

치욕스러운 표정으로 비틀거리는 이수낭자

역천마도; [간교한 계집! 소리통과 목숨을 교환할 생각을 하다니!] 분을 삭이지 못하고

이수낭자; [내가 비록 여자지만 대집마천의 총사다.] 발끈

이수낭자; [당신이야말로 마교의 교주된 자로서 숙녀의 옷을 찢었으니 색을 탐해서 여염집 아낙의 치마를 찢는 자와 무슨 차이가 있는가?]

이수낭자; [본녀가 당신같은 무례한 자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짓 따위를 할 성 싶으냐?] 말하며 손을 쳐드는데. 어느 틈엔가 비수 한 자루가 이수낭자의 수중에 거꾸로 들려있고

백영과 역천마도가 흠칫할 때

! 비수를 가슴에 박아버리는 이수낭자.

[이런....!] [!] 백영과 역천마도 당황

털썩! 가슴에 비수를 박은 채 쓰러지는 이수낭자

역천마도; [독한 계집!] 찡그리고

백영; [교주가 일을 망쳤소! 소리통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가 이 여자였거늘...!]

역천마도; [걱정하지 마라! 소리통이 이산굉의 수중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백영; [내 목숨이 달린 일이오.] [하지만 난 이산굉의 곁을 떠날 수도 없으니 교주가 찾아서 없애주시오.]

역천마도; [으하하하! 잠깐의 방심으로 별 수모를 다 겪는구나!] 휘익! 날아오르고

으하하하! 웃으며 사라지는 역천마도

백영; [김치독! 언제까지 나 백영을 종처럼 생각할 수 있는지 두고 보자!] 스산한 표정으로 검을 검집에 꽂고

백영; [마교의 교주 자리가 영원히 당신네 김씨일족의 것일 수는 없으니...!] 스스스 사라진다.

적막이 찾아오는 장내. 형파와 동료들. 그리고 이수낭자의 시체가 널려있는데

<젠장! 떡고물도 남지 않았군!> 누군가 투덜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난릉왕을 너무 겁내는 바람에 보물을 차지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스스스! 나타나는 청년. 바로 황보천유

가슴에 비수가 박혀 죽어있는 이수낭자를 내려다보는 황보천유

황보천유; [진짜 아까운 건 이 계집이었다!] 발로 툭툭 차보고

황보천유; [집마천의 마녀는 어떤 맛인지 맛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입맛 다시고. 그때

[으으으!] 신음소리가 들린다.

황보천유가 옆을 돌아보니 형파가 신음하고 있다. 가슴이 쩍 갈라졌는데도 완전히 죽지 않았다.

황보천유; [흐흐흐! 떡고물이 아주 없지는 않군!] 웃으며 딱! 손가락을 퉁기고. 그러자

크르르! 두 마리의 거대한 황금빛 원숭이들이 달려온다. 패왕의 졸개들이다.

황보천유 앞에 이르러 굽신 거리며 눈치를 살피는 원숭이들. 여전히 옷을 입고 있다.

황보천유; [저 늙은이들을 챙겨라! 동굴로 돌아간다!] 돌아서고

크르르! 가르르! 굽신거리는 원숭이들

이어 죽어가는 형파와 두 노인의 몸을 들고 황보천유의 뒤를 따라가는 원숭이들

황보천유; [흐흐흐! 두 번째 삶을 살게 해주겠다!] [대신 늙은이들은 나 황보천유에게 천하를 쥐어주는 종복이 되어야한다!] 웃으며 사라진다.

다시 적막이 흐르는데

<그 사람이 여기 들렸던 흔적이 남아있는데....!> 누군가 중얼거리고

양산을 쓰고 폐허로 들어오는 여자. 허리에는 검을 찼고 일본 여자같은 복장을 했다. 바로 용설약. 왜색이 좀 심하지만 아주 아름답다.

용설약; [! 용설약(龍雪約)! 용설약아! 사내들을 초개처럼 보던 네가 어쩌다가 상사(相思)의 덫에 걸린 것이냐?] 한숨 쉬며 걸어오고

용설약; [그저 한번 보았을 뿐인데 마음을 빼앗겨 먹을 수도 없고 잘 수도 없다니....] 공대벽의 모습을 떠올리고

용설약; [하늘의 그물은 혹시 빠져나갈 수 있을 지라도 정()의 그물은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구나!]

용설약; [야망도 꿈도 잊고 오직 그이의 얼굴을 한 번만 더 보는 게 소원이 될 줄이야!] 폐허로 다가오고

가슴에 비수를 깊이 박고 죽어있는 이수낭자의 시체를 내려다보는 용설약

용설약; [교묘하네!] 미소

용설약; [적과 함께 죽는 천지동사수를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었구나.] 허리를 굽혀서 이수낭자의 가슴에 박힌 비수를 뽑고

용설약; [숨이 완전히 끊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적과 함께 죽어야했는데 혼자만 죽었으니 죽은 게 아니겠지!]

용설약; [다시 살려면 한 번 더 죽을 수밖에 없고!] ! 다시 비수로 이수낭자의 가슴을 찌른다. 순간

쿨럭! 피를 왈칵 토하는 이수낭자

용설약; [역시 생각대로야!] 다시 비수를 뽑고

이수낭자; [... 누군가요?] 헉헉

용설약; [다시 살게 해준 걸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용설약; [내가 찾는 사람을 당신이 최근에 만났던 것 같아서 수고를 한 것뿐이니까!] 콕콕! 상처 주위의 혈도를 비수 끝으로 찔러 지혈을 시켜주고

이수낭자; [... 누굴 찾는데....!]

용설약; [날 자세히 봐!] 일어나고

용설약; [천한 신분은 아닐 테니 나를 잣대 삼아서 내가 애타게 찾는 사람의 그릇이 어느 정도일지도 짐작할 수 있을 거야!] 오만하게 서서 내려다보고

이수낭자; [대체 뜬금없는 소리를...!] + [!] 말하다가 눈 부릅

! 양산을 쓰고 오연하게 서서 내려다보는 용설약의 등 뒤로 산같이 거대한 사람의 그림자가 하늘을 가득 메운 채로 내려다보고 있다. 물론 실제 사람은 아니고 이수낭자가 그렇게 느끼는 것

이수낭자; [... 당신은...!] 벌떡 일어나고

용설약; [나를 통해서 그이를 알아볼 정도의 안목이라면 속된 계집이란 소리는 듣지 않겠군!] 양산을 쓴 채 오만하게 내려다보며 차갑게 웃는 용설약. 여전히 공대벽의 거대한 그림자가 용설약의 등 뒤로 떠있고

이수낭자; (... 끝났어! 잠시 잠깐의 헛된 꿈은...!) 용설약 앞에 무릎을 꿇는 이수낭자

이수낭자; (그분의 짝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거야!) 용설약에게 절하며 울고. 그러면서 공대벽을 떠올린다.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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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 [조심해!] 휙! 급히 권완의 앞을 가로 막고.

형파; [독검(毒劒)이구나!] 놀라 외치고

백영; [미혼술은 심력(心力)을 쓰는 것이니 술법에 가깝지.] [헌데 소저는 술법으로 미혼술을 발휘했으니 한층 더 고명하군.] 검을 거두며 차갑게 말하고

권완; [제가 배울 때는 세상에 술법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모르는 사람이 많지 않은 듯이 느껴지는군요.] 한숨 쉬며 다시 청풍의 옆으로 나서고

백영; [내가 만난 여자들 중에서 술법을 부릴 줄 아는 여자는 소저가 처음이네.]

권완; [소녀는 권씨세가가의 딸입니다.] 고개를 오연히 들고

백영; [천하제일재녀 권완?] 눈 번쩍하고

권완; [저는 귀하가 대협 소리를 듣는 이산굉의 수하라 나름대로 인물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보니 독공(毒功) 따위나 익힌 마두에 지나지 않았군요.] 냉소

백영; [세상의 옳고 그름은 그 뿌리를 따져보지 않고는 말하기가 어렵지.]

백영; [동쪽을 가리키며 저곳에 해가 있다고 해도 만약 그때가 아침이면 옳을 것이지만 저녁이라면 거짓말인 것처럼 말일세.]

형파; [권씨세가에 재녀(才女)가 있다는 소리를 일찍이 들었지만 보는 건 처음이군.]

형파; [이산굉의 강아지가 천하제일재녀를 어떻게 상대할지 궁금하구만.] 으허허! 웃고

청풍; [으하하하하!] 앙천광소

형파; [왜 웃느냐?] 불쾌

청풍; [으하하하!] 하지만 더욱 큰소리로 웃을 뿐 대꾸하지 않는다.

형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노기를 띠고 청풍을 쏘아보고.

권완만이 웃으면서 보고 있다.

뚝 그치는 청풍

청풍; [나는 당신들이 축록(逐鹿:천하를 다툼)을 위한 도무를 한다기에 안계(眼界)를 넓힐까 해서 달려왔는데...] [쳇! 직접 보니 가소롭기 짝이 없구만.] 사람들을 둘러보며

청풍; [천하는커녕 자기 집 안방도 차지하지 못할 위인들이 말은 거창하게 해서 사람들을 속였던 거야!]

뚱보노인; [네, 네 놈이 감히…!] 분노로 부들 부들

청풍; [무공으로는 난릉왕의 발치에도 못 미치는 주제에 자존심은 벌써 신의 경지에 올랐으니 축하드리지 않을 수 없소이다.] 과장 되게 여기 저기 포권하고

[죽... 죽일 놈이!] 벌벌 떠는 뚱보 노인. 형파가 역시 분노하며 뚱보의 등을 다독이고.

청풍; [당신들은 저마다 한 수를 숨기고 있으며 기회가 생길 때마다 잘난 척을 하려 하지만…] [실상 아주 보잘 것 없는 소인배들이야.] 안되었다는 듯 혀를 차며 얼굴 앞에 세운 손가락을 좌우로 까딱

형파; [소... 소인배?] 이를 부득

청풍; [내가 당신들을 욕할 수 있는 이유는 당신들이 스스로를 대단한 존재인 줄 알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지.]

역천마도; [소형제! 본 교주가 어째서 보잘것없는 소인배인지 말해주지 않겠나?]

청풍; [당신들은 지금까지 약점도 가리고 욕심도 가린 채 오직 보물과 명성만을 구해오질 않았소?] 냉소

청풍; [한데 몇 마디 말과 거짓된 표정이 당신들의 약점과 욕심을 모두 가려줄 것 같소?] [내가 보기엔 꼴불견에 불과할 뿐이오.]

충격 받는 사람들

청풍; [당신들의 자존심이 그처럼 높고 실력 또한 모자라지 않다면 마땅히 처음부터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를 나눴어야 했소.]

청풍; [하지만 미적거리는 동안 시간은 가고 당신들이 염려하는 이산굉이 돌아온다면 그럴 기회조차 완전히 없어지지 않겠소?]

형파와 두 노인의 얼굴이 굳어지고

청풍;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 속의 개구리같은 신세인 줄도 모르는 당신들을 소인배가 아니면 뭐라 불러야겠소?]

역천마도; [구구절절이 맞는 말이네.] 한숨

역천마도; [하지만 우리에게도 각자 말 못할 사정과 형편이...!] + 청풍; [그만 합시다!] 손 들어 막고

청풍; [길이 있어도 가지 못하고 기회가 와도 잡지 못하면서 무슨 천하를 다툰다고!] 코웃음

아무도 반론을 하지 못하고

권완; (저이가 좀 덜렁대는 면은 있지만 속은 아주 큰 사람이야.) 흥분

권완; (작은 것에는 소홀하지만 천지의 큰 도리에는 확고한 틀을 가지고 있어.) (잘만 이끌어주면 천하에서 으뜸가는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거야.) 주먹 꼬옥 쥐고.

잠시 침묵이 흐르고. 그때

형파; <내상을 단번에 치료할 수 있는 영약을 지닌 사람 있는가?> 전음으로 역천마도와 이수낭자에게 묻고

역천마도는 고개를 젓고

이수낭자; <제게 있어요!> 고개 끄덕이고

형파; <잘 됐군! 그럼 우리끼리 동맹을 맺도록 하세!>

이수낭자; <동맹?>

형파; <애송이 말 대로 이산굉이 돌아오면 끝장일세. 그렇지 않더라도 이산굉의 졸개 놈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우릴 죽일 수도 있네!>

묵묵히 고개 끄덕이는 이수낭자와 역천마도

형파; <소저는 약을 먹고 내상을 치료하게! 그동안 우리 네 사람이 사력을 다해 지켜주겠네!> <대신 내상을 치료한 후에는 소저가 우릴 지켜주게!>

이수낭자; <소혼곽은요?>

형파; <이산굉의 졸개를 물리친 후에 나눠갖도록 하세!>

이수낭자; <선택의 여지가 없군요. 좋아요!> 소매 속에 손을 넣고

이수낭자; <교주는 어쩌시겠어요?>

고개 끄덕이는 역천마도

이수낭자; <동맹은 이루어졌어요! 신의를 저버려 소인배 소리를 듣는 분이 없기를 바라겠어요!> 소매 속에서 호두알만한 알약을 하나 꺼내고

백영이 흠칫할 때

그대로 약을 꿀꺽 삼키는 이수낭자.

백영; [감히!] 번쩍! 이수낭자를 향해 검을 날리고. 하지만

[멈춰라!] [어딜!] 차창! 역천마도가 앉은 채 칼을 휘둘러 막고. 형파의 동료중 깡마른 노인도 긴 검을 뽑아 휘둘러 백영을 공격한다

파칭! 백영의 검이 두 사람의 공격을 받고 튕겨 올라간다.

비틀하며 물러서는 백영

쿨럭! 컥! 피를 토하는 역천마도와 깡마른 노인. 충격을 받았다.

펑! 그 사이에 이수낭자는 가부좌를 튼 채로 손바닥으로 바닥을 쳐서 뒤로 멀찌감치 물러선다.

휘휙! 스슥! 나머지 네 사람이 비틀거리면서도 일어나 그런 이수낭자의 앞에 일자로 늘어서서 보호한다.

슈욱! 이수낭자는 합장하며 눈을 감고 내상의 치료에 들어가고

백영은 네 사람을 노려보지만 달려들지는 못하고

청풍; [하하하! 이제야 정신들을 차렸구만!] 짝짝! 손뼉을 치며 웃고

청풍; [그럼 이제 우리가 저것들을 가져가도 이의를 제기할 분은 없을 것 같군!] 소혼곽으로 걸어가고. 권완도 경계하며 청풍을 따라가고

<저놈!> <이제 보니 우릴 충동질해서 대치하게 만든 후 보물을 빼돌릴 속셈으로...!> 사람들 모두 분노하고

청풍; [흠! 양이 제법 되는군!] [완매는 작은 것들을 챙겨. 큰 건 내가 들 테니까.] 소혼곽들을 살피며 말하고

형파; [애송이놈! 물건에 손을 대면 우리 모두의 합격을 받게 될 테니 각오해라!] 이를 갈며 외치고

권완도 긴장하며 곤오용봉채를 잡지만.

청풍; [남 걱정말고 영감 몸이나 걱정해!] 소혼곽에 올려진 다른 사람들의 보물을 한쪽으로 모은다. 역천마도의 황금 쟁반 위에 이수낭자의 향로와 서문숙의 두루마리, 형파의 목걸이등, 공손대낭의 쌍검, 공대벽이 남기고 간 삼촌육유등을 올려놓는다.

청풍; [기껏해야 한 두 번 쓸 힘 밖에 안 남았으면서 누굴 막겠다는 거야?] 작은 물건들을 황금 쟁반 위에 모으며 궁시렁 + [오! 이 인형들은 특히 마음에 드는군! 정말 실감나게 잘 만들었어!] 삼촌육유들이 들어있는 유리병을 들어서 보고. 삼촌육유들이 물 속에서 헤엄치면서 청풍을 힐끔거린다. 장난감처럼 보인다

형파; [흐흐흐! 옳도다! 노부등은 내상이 심해 오래 싸우지는 못한다!] 형파가 청풍을 노려보며 웃고

형파; [하지만 이산굉의 충복은 얼마든지 네놈을 공격할 수 있다는 걸 모르느냐?] 백영을 보고

청풍; [어이구! 그런 것까지 알고! 참 똑똑하셔!] 돌아보며 놀리고

형파; [우리가 방해하지 않겠네! 어서 저놈을 막게!] 백영에게 외치고

백영; [!] 징! 몸은 형파등과 마주 한 채 돌아보는 백영의 검이 빛을 발하며 광선검처럼 늘어난다. 하지만

청풍; [공자묘(孔子廟)!] 히죽 웃으며 백영에게 한 마디 던지고. 순간

[!] [!] 눈 부릅 놀라는 백영과 역천마도

청풍; [낄낄! 날 방해하지 않으면 나도 당신 비밀을 지켜줄 테니까 안심해!] 웃으며 역천마도를 보고

부르르! 검을 쥔 백영의 손이 떨리고

백영; (어제 공자묘에 숨어있던 놈이 바로...!) 역천마도를 보고

묵묵히 고개를 약간 끄덕여 보이는 역천마도

백영; (젠장!) 이를 악물고. 징! 손에 들린 검에서 나던 빛이 사라진다.

청풍; [이거 양이 많아서 한꺼번에 옮기기가 만만치 않겠어!] [완매가 좀 도와줘야겠어!]

권완; [알겠어요!] 백영을 경계하며 목에 걸고 있던 은행나무 잎사귀 모양의 법보를 목에서 벗겨 들고

펑! 목걸이가 황금 책으로 변하고

황금 책에 대고 무어라 주문을 외우는 권완. 이어

권완; [포천신망(抱天神網)!] 외치며 황금 책을 소혼관으로 던진다. 순간

화악! 그물로 변해서 소혼곽과 다른 보물들을 덮어씌우는 황금 책

청풍; [훌륭해!] 웃으며 손뼉치고

청풍; [이 정도면 얼마든지 들고 갈 수 있겠어! 역시 서문영감의 수제자다운 솜씨야!] 소혼곽과 보물들을 말아넣은 그물을 당겨보고. 그긍! 상자들이 조금 움직이고

형파; [뭐하는 건가 자네?] [정말 저것들이 보물들을 가져가게 방치할 작정인가?] 백영에게 악을 쓰고

하지만 부르르 떨기만 할 뿐 움직이지 못하는 백영

형파; [오냐! 이산굉이 돌아오면 네놈이 무슨 짓을 했는지 고자질을 해주마!]

움찔하며 청풍 쪽을 보는 백영. 하지만

역천마도; <보내게!> 전음으로 막고

움찔하며 곁눈질로 역천마도를 보는 백영

역천마도; <차라리 잘 되었다! 그렇잖아도 누군가 소혼곽을 다른 곳으로 옮겨주길 바라던 참이었다!>

찡그리는 백영

역천마도; <이산굉의 수중에 있으면 건드리기가 쉽지 않지만 다른 놈이 갖고 있으면 언제든지 빼앗을 수 있을 테니까!>

갈등하는 백영

역천마도; <이 정도 부탁도 못 들어주겠다는 건가?> 노려보고

한숨 쉬며 검을 내리는 백영. 그때

청풍; [그럼 우린 가볼 테니까 재미있게들 놀아봐!] 한손으로 그물을 잡고 한손을 권완에게 내밀고

권완도 안도의 한숨 쉬며 청풍의 손을 잡는다.

청풍; [보물들은 내가 잠시 보관하겠어.] [천동대협의 도무대회는 끝났지만 제천대성의 도무대회는 이제 시작인 거야.]

청풍; [철궁에서 기다릴 테니까 불만 있는 분들은 찾아오라구! 하하하!] 부악! 생사일보를 펼쳐서 날아오른다. 권완과 보물들이 들어있는 커다란 그물도 함께 딸려올라가고

[놈! 못 간다!] [서라!] 형파와 두 노인이 악을 쓰며 박차고 날아올라 청풍을 공격하려 하지만.

차창! 부악! 갑자기 백영과 역천마도가 동시에 칼을 휘둘러 세 노인을 공격한다

[헉!] [네놈들이!] [뭐하는 짓이냐 역천마도?] 기겁하며 몸을 틀어 역천마도와 백영의 공격을 막는 형파와 두 노인.

카캉! 펑! 일대삼의 충돌. 하지만

[컥!] [큭!] 피를 토하며 나뒹구는 것은 형파와 두 노인. 그 앞으로 칼과 검을 들고 다가오는 역천마도와 백영

청풍; [으하하하! 너무 무리들은 하지마!] 웃으면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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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 [뭐야 저 인간?]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검을 다시 꼽고. 스스스!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검은 기운도 흩어진다

청풍; [그냥 가버리는데? 금방이라도 날 죽일 듯이 굴더니만...!]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권완을 보고

권완; [난릉왕도 꺼리는 게 있었던 거겠죠.] 웃으며 곤오용봉채를 다시 꽂고

청풍; [하하하! 내가 인상 쓰면 좀 먹히는 편이긴 하지?] 오만방자하게 웃고

권완; [우리들에게는 스승이나 다름없는 대원수와 공손대낭이 가셨어요.] 한숨

권완; [제발 오늘 하루만이라도 경박하게 행동하지 마세요.]

청풍; [그... 그래야겠지?] 머리 긁적

청풍; [유품을 거두어다가 명산에 절을 지어 혼이라도 달래줄까?] [뭐 달래줄 혼이 남아있기나 할지 모르겠다만...]

권완; [어째서 당신 형제들은 툭하면 절을 지어 혼을 위로해준다는 건가요?] [시숙께서도 제가 죽으면 그렇게 해주시겠다더니…] 한숨 쉬고

청풍; [셋... 셋째 형이 그딴 소릴 했어?] 머리 긁적

권완; [대낭이 쓰던 검이나 가져오세요.] [우린 여기 더 있을 필요가 없겠어요.] 상자와 황금 쟁반 위에 올려져 있는 공손대낭의 쌍검을 보며 말하고

청풍; [알았어!] 보물들이 쌓여있는 곳으로 가려는데

스슥! 슥! 백영과 여덟 명의 미녀들이 보물들을 에워싸고.

형파; [경거망동하지 마라!] 눈 부릅뜨며 말하고. 주저앉아 있는 상태.

청풍; [뭐야?] 인상쓰며 마주 노려보는데

권완; [여러 고인들께서는 저희를 괘념치 마시기 바랍니다.] 뒤에서 청풍의 팔을 잡아 진정시키고

권완; [저희는 다만 대낭이 마지막으로 남긴 검이나마 거두어 가려고 할 뿐입니다.]

형파; [안될 말이다!]

형파; [우리의 허락 없이는 돌 조각 하나도 이 자리에서 가져가지 못한다.]

청풍; [영감! 주인 없는 물건이라고 주인노릇 하려는 거야 뭐야?]

형파; [애송이 놈이 감히!] 분노하는데

청풍; [그래서 어쩔건데?] 불량스럽게 째려보고

청풍; [천하제일인을 자처하는 난릉왕도 내 앞에서 검을 뽑지 못한 걸 못 봤어?] [꼬우면 한번 붙어보든가!] 눈을 흡뜬 채 불량스럽게 윽박지르고

형파; [오냐! 죽기를 원한다면 소원을 들어주마!] 이를 부득 가는데

권완; [신경쓰지 마세요. 허장성세일 뿐입니다.]

움찔 형파

권완; [현재 이 자리에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어여쁜 언니들과 저분 검객뿐이에요.] 보물들을 에워싸고 있는 백영과 여자들을 보고

형파의 동료들과 역천마도와 이수낭자 움찔하고

권완; [다른 분들은 난릉왕의 일주천검(一周天劒)에 타격을 입어서 운신도 하기 힘든 상태랍니다!] 배시시 웃고

형파의 얼굴이 실룩이고

청풍; [옳거니! 전부 다 산송장이었구만!] 주먹으로 손바닥 치며 좋아하고

역천마도와 이수낭자의 얼굴도 굳어지고

청풍; (그러니까 뭐야? 내가 저 보물들을 차지하는 걸 막을 수 있는 건 사실상 저 흰둥이뿐이라는 거잖아!)

청풍; (으흐흐! 이게 웬 횡재냐? 난릉왕까지 눈독을 들였던 저 보물들을 몽땅 가져가면 구두쇠 꼰대도 날 용서할 수밖에 없을 거야!) 보물들을 보며 침 꼴깍. 그때

역천마도; [소형제는 누군가?] 관심을 돌리려고 말을 걸고

청풍; [나?]

청풍; [철궁의 궁주요.] 엄지손가락으로 자길 가르키며 거만하게

역천마도; [철궁?] 어이없고

형파; [으하하하! 힘없는 놈들 등이나 쳐먹는 철궁의 궁주라고?] 비웃고.

뚱보노인; [무공은 보잘 것 없으면서 협잡질에나 능하다는 그 철궁?]

깡마른 노인; [그래도 여우쯤 되는 줄 알았더니 쥐새끼였군!]

청풍; [주둥이들 닥쳐!] 눈 부라리고

[뭐라?] 형파와 두 노인 분노하고

청풍; [기억해둬 영감탱이들아!] 손가락으로 삿대질

청풍; [철궁을 비웃는 건 상관없지만 나 제천대성은 얕보지 않는 게 무병장수에 도움이 될 거야!] 냉소하며 돌아서고

[저... 저 싸가지 없는...!] [허어!] 기가 막힌 노인들

역천마도는 피식 웃고.

청풍; [시들어서 좆도 못 쓰는 쭈그렁탱이들이 말이야!] 코웃음치며 보물들이 쌓여있는 곳으로 다가가고.

<좆... 좆도 못 써?> 기가 막히는 사람들.

권완과 이수낭자는 얼굴이 발개지고

그 사이에 보물들을 향해 다가가는 청풍. 그러자

[호호호!] [더 이상은 안돼요 공자님!] 미녀들이 나비처럼 하늘거리며 날아올라 청풍의 앞을 가로 막는다. 백영은 그년들 뒤에서 보고 있고

청풍; [언니들은 비켜!] [방해하면 여자라도 봐주지 않아!] 성큼 성큼 걸어가는데

[어머나 무서워라!] [정말 우릴 때리실 거예요?] [아잉! 미워요 공자님!] 여자들이 교태를 부리고 아양을 떨며 청풍을 에워싼다.

교태로운 자태로 추파를 보내고 가슴과 미끈한 각선미를 슬쩍 슬쩍 드러내보이기도 하는 그년들

[으헥!] 눈이 띠용하는 청풍

여자들의 야한 몸매 여기 저기 크로즈 업

청풍; (천.,.. 천국이당!) 눈이 풀리고 표정이 헬렐레해지는데

권완; <살고 싶으면 정신차리세요!> 갑자기 청풍의 뇌리에 전해지는 권완의 경고. 말 풍선 안에 한숨 쉬는 권완의 얼굴

[!] 퍼뜩 정신을 차리는 청풍. 직후

슉! 소리없이 청풍의 배를 찔러오는 비수.

청풍; [으헉!] 스팟! 몸을 틀며 뒤로 홱 물러서는 청풍. 그 앞에서 비수를 찌르는 한 년

서걱! 청풍의 가슴 부분의 옷이 비수에 스쳐 잘려지고

청풍; [뭐하는 짓이야? 위험하잖아!] 잘려진 옷을 보며 인상 쓰는데

[호호호!] [가지 마세요 공자님!] [저랑 같이 놀아요!] 나비처럼 날아서 청풍을 공격해오는 년들. 모두 비수를 한 자루씩 들었는데 얼굴에는 교태가 넘친다

청풍; [이 언니들이 정말!] 눈을 부라리며 화를 내려 하지만

날아드는 여자들의 야한 자태. 저고리가 벌어져서 유방이 드러나고 어느덧 길게 갈라진 치마가 뒤로 흩날리며 미끈한 다리와 심지어 사타구니 속도 드러나 보인다. 얼굴에는 교태로운 미소와 웃음

청풍; [으헉!] 코피가 팍 터져서 비틀하는 청풍

형파; [미혼대법(迷魂大法)이로구나!] 놀라고 분노하며 눈 부릅뜨는데

슈슉! 슉! 호호호! 까르르! 사방 팔방에서 칼질을 하는 여자들. 속살을 다 드러낸 채 웃으면서 공격한다

청풍; [으악! 아이쿠!] 허둥대며 겨우 겨우 여자들의 공격을 피하는 청풍. 몸의 여기저기가 칼에 스쳐 옷이 찢기는데

청풍; (반... 반격을 해야하는데...!) 허둥대면서도 곁눈질

벌어진 저고리 속에서 출렁거리는 여자들의 유방, 미끈한 다리가 갈라진 치마 속에서 드러나있고

청풍; (으으으! 이 이쁜 것들의 어딜 때리지?) 허우적대며 겨우 겨우 피하고

고개 설레 젓는 권완.

형파; [저... 저 요망한 것들...!] 분노하면서도 헥헥 대며 구경한다. 다른 노인들도

[...!] 찡그리며 보고 있는 역천마도.

이수낭자도 이마 찡그리고

호호호! 한 년이 도약하며 발로 청풍의 턱을 차온다. 헌데 그년이 신은 꽃신에는 칼날이 삐져나와있다.

청풍; [으헥!] 간발의 차이로 몸을 뒤로 젖혀서 그년의 공격을 피하지만

그러다가 위를 보며 눈이 띠용하는 청풍.

가위차기로 두 다리를 쭉 뻗은 그년이 청풍의 얼굴 위를 날아 지나가는데. 그년은 치마 속에 아무것도 안 입고 있다.

청풍; (봐.... 봤다!) 뒤로 자빠지며 입이 귀에 걸리는 청풍. 그의 머리 속으로 조가비가 떠오른다. 헌데

권완; <정말 정신 안 차릴 거예요?> 뒤로 나자빠진 청풍의 뇌리로 권완의 노려보는 얼굴이 떠오르고

[!] 바닥에 나자빠진 채 눈 부릅 청풍

슈슉! 호호호! 여러 년이 허공에서 그를 향해 비수를 던진다.

청풍; [이크!] 슈욱! 생사일보를 펼쳐서 몸이 가늘어져 피하는 청풍

퍼퍽! 바닥에 박히는 비수들

슈욱! 권완의 옆으로 나타나는 청풍

형파; [제법 특이한 무공이군!] 눈 번뜩이고

역천마도; [...!] 생각하는데 뇌리로 공자묘에서 청풍의 생사일보에 왼팔이 잘렸던 것을 떠올린다.

[...!] 백영도 무언가 생각하는데

청풍; [으으으! 무시라! 하마터면 총각귀신 될 뻔했네!] 권완의 어깨에 한 팔 얹어서 기대며 헥헥 대고. 옷이 너덜 너덜 해졌다.

권완; [난릉왕과도 당당하게 맞섰던 당신이 이렇게까지 약한 모습을 보일 줄은 몰랐군요.] 눈을 흘기고

청풍; [으으으! 말... 말도 마!] [저것들은 인간이 아니야! 요물들이야!] 헥헥 앞을 본다.

여자들은 다시 보물들 앞에 죽 늘어서 있는데 몸의 대부분을 드러낸 야한 차림으로 교태로운 자세를 취하고 있다. 마치 레이싱 모델들 같다

권완; [그래도 미녀들과 어울리면서 좋아라 하던 것 같던데요?] 샐쭉

청풍; [좋... 좋기는 뭘....] [그... 그냥 조가비를 처음 보다 보니 충격이 컸던 것뿐이라구!] 다시 머리에 조가비를 떠올리며 헤벌레. 눈은 허공을 향하고

권완; [조가비를 처음 봐요?] 의아해하고

청풍; [읍!]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형파; [낄낄! 보기보다는 순진한 놈이로군! 아직까지 그 흔한 조가비도 못 봤다니....] 웃는데

청풍; [영... 영감은 닥쳐!] 당황하여 눈 부라리고

형파; [저놈이 끝내...!] 눈 부라리고

권완; [어쨌거나 대장부가 여자와 다투는 모습은 아름답지 못하군요.] 한숨 쉬고.

형파와 티격태격하다가 돌아보는 청풍

권완; [여러 언니들께서는 고약한 수법을 익히셨으니 소녀가 나서지 않을 수가 없군요.] 앞으로 나서고

백영의 얼굴이 찡그려지고

미녀1; [우리는 단지 차를 나르고 심부름이나 하는 계집종일 뿐입니다.] 리더인 듯한 년이 나서며 말하고

미녀1; [주인께서 잠시 자리를 비우신 탓에 대신 물건을 지키고 있을 따름이니 너무 허물치 마세요.] 두 손을 빌 듯이 모으며 애절한 표정으로 애원하고

[허물치 말아주세요!] 일제히 손을 모으며 애원하는 여자들. 애절한 표정들

멍해지는 남자들.

이수낭자; (무서운 미혼술!) (여자인 나까지도 가슴이 두근거려!) 가슴을 누르며 할딱

이수낭자; (저 정도의 미혼술이라면 남자들은 절대 저항할 수 없을 거야!) 소리없이 심호릅을 하고

권완; [휴우! 언니들은 너무 아름답군요.] 한숨 쉬며 고개를 살래 젓고. 순간

[!] [!] 뭔가에 충격을 받는 여자들

권완; [정말 아름다워요!] 목에 걸고 있는 은행나무 모양의 법보를 만지며 말하고. 우우웅! 그런 그녀의 두 눈이 백열되며 최면술을 펼치는 분위기. 그러자

여자들의 눈빛이 술에 취한 듯 몽롱해진다. 직후

[아흥!] [하악!] 신음하며 털썩 주저앉아는 두 년.

서 있는 년들도 다리를 후들거리며 떨고 있다.

[아흐응!] [하악!] [날... 날 보고 예쁘다고 했어!] 술에 취한 듯 혼망 간 표정으로 할딱이며 자기 가슴과 얼굴을 만지는 여자들

그런 여자들을 차갑게 보는 권완

이수낭자; (단 한 마디 말로 저 요물들의 미혼술을 허물어뜨렸어!) 놀라고

이수낭자; (설마 저 어린 계집이 술법을...!) 권완을 보며 긴장하고, 그때

미녀1; [아... 아가씨는 우... 우리보다 몇 배 더 고명한 수법을 지녔군요.] 사색이 되어 비틀거리며 애원하고

차갑게 웃는 권완

미녀1; [저, 저희에게 건 금제를 풀어줄 순 없나요?] 애원

권완; [당신들은 이제 두 번 다시 미혼술을 사용할 수 없어요.] 돌변하여 차갑게

권완; [미혼술을 쓰려고 생각만 해도 당신들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삐뚤어져 가장 흉한 모습으로 변하고 말 것입니다.]

권완; [제 말을 믿지 못한다면 지금 당장 서로의 얼굴을 살펴보세요.]

미녀들은 두려워하면서 다른 미녀들의 얼굴을 살핀다. 헌데

츠츠츠! 그녀들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아름답기 그지없던 얼굴들이 갑자기 흉측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쿵! 마귀할멈처럼 변하는 여자들의 얼굴. 매부리코에 피부가 축 축 늘어진다.

[끼악!] [아악!]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권완;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신 공손대낭께선 수천년을 살았으면서도 오직 한 분, 연모하던 사람을 뒤따랐습니다.]

권완; [당신들은 그런 대낭의 청절(淸絶)을 음란한 짓거리로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죄이지요!] 살벌

[흐윽!] [제... 제발...] [제발 용서를...!] 여자들 얼굴 가린 채 울고

권완; [죽어 마땅하지만 난릉왕조차도 가신 분을 애도하여 살생을 하지 않으셨으니 저도 오늘은 여러분을 해치진 않겠어요.]

권완;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난다면 미혼술은 펼칠 수 없으나 모습은 원래대로 돌아올 것입니다.]

미녀1; [흑흑! 저희는 다만 심부름이나 하는 하찮은 신분입니다.] 추악해진 얼굴로 울고

미녀1; [마음대로 떠날 수도 없으니 아가씨께서는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애원하는데, 그 직후

슈욱! 시커먼 선 같은 것이 여자들의 몸을 휩쓴다.

아악! 악! 몸이 베어져 비명을 지르는 여자들. 그 여자들 뒤에서 백영이 검을 휘두른 자세로 서있다.

찡그리는 권완.

털썩! 쿵! 나뒹구는 여자들의 몸뚱이

치치치! 다음 순간 그녀들의 몸이 촛농처럼 녹아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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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릉왕; [이산굉!] 말을 몰고 산책하듯 돌아다니며 말하고

난릉왕; [이 정도가 그대 능력의 전부였는가?] 이산굉을 보고

이산굉은 굳게 입을 다물고 초혼곽 쪽을 쏘아본다. 무언가에 분노하고 있는 모습.

난릉왕; [그대가 본왕을 죽이기 위해 준비한 함정에 대원수가 걸려든 모양이네만...] 여전히 말을 타고 돌아다니며

난릉왕; [제왕께서 이미 세상에 존영(尊影)을 드러내셨는데 본왕을 죽인들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형파; [!] [제왕은 무슨!] 조소.

하지만 난릉왕은 형파는 상대로 않고 말을 타고 돌아다닌다.

이산굉; [좋다 난릉왕!] 실룩

이산굉; [나 이산굉이 일을 도모함에 소홀했던 면이 있어 비웃음을 사게 되었음을 인정한다!]

난릉왕; [이번 일이 그저 비웃음을 사게 되는 정도로 끝날 일 같은가?] 무심한 표정으로 하늘로 본다.

이산굉; [서문원수가 소멸된 것은 나의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나 이산굉은 오직 그대를 잡을 생각뿐이었다.] 눈 부라리고

청풍; (뻔뻔한 건지 당당한건지 원....!) 혀를 차고

이산굉; [하지만 이미 일을 그르쳤으니 더 이상 억지를 부리지는 않겠다.] 화를 죽이고

따각! 따각! 대답하지 않고 말을 타고 천천히 돌아다니는 난릉왕

이산굉; [아직은 그대의 명이 다하지 않았으니 다시 때를 기다릴 수밖에...] 짝짝짝! 박수를 치고. 그러자

어디선가 화려한 옷을 입은 소녀들이 여덟명이 나타난다. 그녀들은 저마다 쟁반을 하나씩 손에 받쳐 들었는데 모두가 화용월태의 미모를 지녔으며 걸음걸이가 마치 나비가 나는 듯이 사뿐사뿐하다. 쟁반 위에는 똑같은 크기의 선물 상자들이 하나씩 얹혀져 있다.

청풍; (어쭈! 제법 반반한 언니들인데!) 침 꼴깍

이산굉; [약소하지만 이산굉이 준비한 선물일세.] [이걸로 도무를 그만 파하고자 하니 모두 가주시게나.] 여자들에게 손짓을 하고. 그러자

여자들은 화사한 미소를 머금은 채 각기 참석한 사람들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쟁반을 바친다. 청풍과 권완 앞에는 두 명의 소녀가 무릎을 꿇고 있다.

난릉왕 앞에는 한 명.

형파와 두 노인 앞에는 세명의 여자.

역천마도와 이수낭자 앞에는 각기 한명.

청풍; (선물이라고?) 호기심

청풍; <이거 받아도 되는 거야?> 권완에게 묻지만

권완; <내키는 대로 하세요. 그리 대단한 건 아닐 거예요!> 대답하며 곁눈질로 난릉왕을 본다.

난릉왕은 여자는 무시하고 손을 보물들이 쌓인 곳으로 손을 뻗는다. 그러자

! ! 난릉왕이 담보물로 내놓았던 세 가지 물건, 보검과 두루마리와 오색의 돌들이 날아올라서

보검과 두루마리는 시동들의 수중으로 들어가고

오색의 돌은 난릉왕의 쳐든 소매 속으로 들어간다.

두루마리를 받은 시동이 여자에게 다가가 그녀가 내민 쟁반에서 상자를 집어든다.

이산굉; [다른 분들도 각자의 소유를 챙겨서 그만 떠나시오!] 귀잖다는 듯이 손짓하는데

난릉왕; [이산굉! 자네의 기도는 나의 생사와 상관없이 모두 헛된 것이 될 것이다.]

난릉왕; [그대가 아무리 높이 날아도 제왕의 하늘 아래일 뿐!]

이산굉; [자네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노려보고

난릉왕; [물론 본왕은 거룩하신 제왕의 미욱한 신일뿐이지!] 말을 돌려서 이산굉과 사람들에게 등을 보이고

이산굉; [잘 가게.] 형식적으로 포권하고

난릉왕; [거룩하신 제왕의 미욱한 신일 뿐이지만...] 말하며 시동이 내민 보검의 손잡이를 잡는다

[!] 눈 부릅 청풍. 무언가를 느끼고

난릉왕; [본왕은 또한 난릉왕이기도 하다!] 스응! 난릉왕의 손이 시동이 내민 보검을 잡아뽑고

청풍; (위험!) 슈악! 권완을 끌어안고 맹렬히 생사일보를 펼쳐 날아오른다. 몸 아랫부분이 얇게 변해서 허공으로 치솟는다. 그 직후

번쩍! 난릉왕의 보검이 검집에서 완전히 빠져나오는 순간 엄청난 빛이 폭발한다.

[!] [난릉왕! 네가...!] [피해라!] 빛에 휩쌓이며 경악하며 비명 지르는 사람들.

 

! 단번에 구름을 뚫고 까마득한 허공으로 날아오른 청풍. 마치 로켓이 성층권으로 치솟은 것 같다. 두 팔로 권완을 안고 있다.

권완; (... 맙소사! 단번에 수백장을 치솟았어!) (생사일보에 이런 힘이 있었다니...!) 놀랄 때

청풍; [빌어먹을 난릉왕!] 구름 위로 치솟은 채 정지하여 아래를 보는 청풍

권완도 흠칫하며 아래를 보고

구멍이 뻥 뚫린 구름 아래로 용화사의 폐허가 보이는데. 번쩍! 그곳에서 수십미터 길이의 검 그림자가 마치 부챗살처럼 사방으로 펼쳐지고 있다. 말에 탄 난릉왕이 검을 한 바퀴 휘두른 모습인데 수십미터에 이르는 검광이 부챗살처럼 번지며 모든 사람을 공격하고 있다

사력을 다해 대항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각각의 화면으로 보여준다. 칼을 휘둘러 막는 역천마도. 손바닥에서 빛의 방패를 일으켜 검광을 반사시키려는 이수낭자. 형파는 주먹을 내질러 거대한 주먹으로 검광을 막고. 그의 동료인 두 노인은 각기 사람 키만한 검을 휘두르거나 집채만한 손바닥을 내밀어 검광을 막는다.

이산굉은 손에서 뽑아낸 빛의 몽둥이를 휘둘러 맞서고 있다.

청풍; [젠장할! 어째 기분이 싸아하다 했어!] [역시 저 요물은 순순히 떠날 생각이 없었던 거야!] 슈욱! 다시 아래로 하강하는 청풍. 두 팔로 권완을 안은 채 자유낙하. 권완은 달달 떨며 청풍의 목에 두 팔로 매달려 있고

꽈과광! ! 크악! ! 아악! 엄청난 폭발이 동시에 터지며 각자 피를 토하면서 뒤로 날아가는 모든 사람들.

청풍; (휴우! 눈치가 나보다 빠른 인간은 아무도 없구나.) (하마터면 나도 저치들 속에서 발버둥칠 뻔했다.) 아래 상황을 보며 하강하고

털썩! 콰당탕! 형파와 동료들, 역천마도와 이수낭자등은 모두가 바닥에 나뒹굴고.

! ! 오직 이산굉만이 쓰러질 듯 휘청거리면서도 주저앉지는 않는다.

여덟 명의 여자들은 겁에 질려 한쪽에 모여있고

슈우! 거대해진 검을 높이 쳐들어 올리고 말 위에 우뚝 선 난릉왕의 압도적인 모습

이산굉; [지랄!] ! 고개를 돌려 피를 뱉고

난릉왕; [...!] 뭔가 생각하며 검을 내리는 난릉왕.

! 검에서 빛이 사라지며 본래의 검으로 돌아가는 난릉왕의 보검. 직후

백영; [대협!] 스슥! 현장에 뒤늦게 나타나는 백영.

이산굉; [난릉왕! 공력이 더욱 깊어졌구나!] 백영에게 손을 들어 괜잖다는 시늉하며

검의 손잡이에 손을 댄 채 물러서는 백영

이산굉; [원수함에서 크게 다쳤다는 것도 세상을 속이기 위한 수작이었느나?] 이를 부득 갈며 난릉왕을 노려보고

난릉왕; [천하에 공포하건데... 본왕의 일검을 받지 못하는 자들은 살려준다.] 스릉! 검을 시동이 내민 검집에 꽂으며

난릉왕; [본왕의 삼검을 받을 수 있는 자는 두 다리를 자를 것이며 본왕의 손에서 십초를 견디는 자는 두 팔마저 자르고 만다!] 철컹! 검을 완전히 꼽고. 이어

난릉왕; [그러나 백초를 견디는 자는 기필코 죽일 것이다.] 시동이 내민 검을 받는다

이수낭자; [... 약한 자는 죽이지 않겠다는....] 어이없어 겁에 질리는데.

시동이 내민 검을 왼손으로 받아든 난릉왕은 남쪽을 보고 있다.

<뭔데 저렇게 뚫어지도록...!> 다른 사람들도 난릉왕이 보는 쪽을 보고. 이산굉과 백영 외에는 모두 주저앉아 있는 것 주의

그러다가 모두 눈 부릅뜨며 놀란다.

휘익! 청풍이 권완을 두 팔로 안은 채 신선처럼 하강하고 있다. 발이 아래로 향하는 자세. 펄럭이는 옷자락. 몸에서는 반딧불처럼 빛이 난다.

<저 애송이!> <난릉왕의 일격을 간단히 피했다!> <저 나이에 어떻게 저런 경지를...!> 모두 놀라고

[!] 난릉왕의 눈이 가면 속에서 번뜩

스윽! 그의 손이 다시 검의 손잡이를 잡는다. 그때

청풍; [젠장할!] 휘익! 바닥에 내려서고

청풍; [당신이란 인간은 정말 염치도 없고 예의도 없군.] 권완을 내려주며 난릉왕을 노려보고

청풍; [술법과 무공으로 천하제일이라는 난릉왕이 사실은 가까운 사람이 죽어서 마음이 흔들린 틈이나 노리는 소인배였나?] ! 허리에 차고 있던 진달개의 보검을 잡아뽑고

권완; [조심하세요!] 뒤에서 긴장하며 말한다. 역시 곤오용봉채를 뽑아들면서

청풍; [좋다! 어디 오늘 한번 붙어보자!] 앞으로 걸어가고

청풍; [이놈이나 저놈이나 난릉왕 난릉왕 하는데 소문만큼 대단한지 보자구!] 쿠오오! 난릉왕과 마주 서는 청풍의 몸에서 갑자기 시커먼 기운이 너울거린다. 두 눈에서 무시무시한 빛이 뿜어지고

[!] [!] 난릉왕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놀란다.

<... 뭔가 이 숨통을 조이는 힘은?> <... 공씨성의 그 공자와는 또 다른 위압감이다!> 모두들 숨이 컥 막힌 표정이다.

쿠오오! 청풍의 몸에서 넘실거리는 시커먼 기운. 청풍의 몸이 점점 커지는 느낌이고

권완; (이 사람...!) 역시 겁에 질려 뒤로 주춤 물러서고

이수낭자; <공공자만큼 압도적이진 않아!> <하지만 저 소년에게서 뿜어지는 기운에는 치명적이고 공포스러운 살기가 서려있어!> 숨을 멈추고

난릉왕; [...!] 뭔가 생각하고

! 보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 순식간에 승부가 결정난다!> <난릉왕을 저렇게 긴장시키는 존재가 아직 약관도 안된 소년이라니...!> 모두들 초긴장. 숨을 멈추고

권완; (.,... 멈추게 해야만해!) (저 사람은 아직 난릉왕의 상대가 못 돼!) 불안 초조한데

청풍; (젠장할! 호기를 부려보긴 했지만 똥줄이 타들어가는구만!) 시커먼 기운에 휩쌓인 채로 역시 비지땀을 흘리고

청풍; (믿을 건 생사일보 밖에 없다!)

청풍;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한번 달려 들어보고 안 통하면 즉시 토껴야만 한다!) ! 한 발을 앞으로 내밀며 생사일보를 펼치려는데

난릉왕; [괴이한 무공을 익혔군.] ! 말하면서 쥐고 있던 검의 손잡이를 놓는다

청풍; (살았다!) 안도하고

권완도 한숨 쉬고

모두들 멈췄던 숨을 내쉰다.

난릉왕; [여기까지만 하겠다!] 검을 시동에게 주고

난릉왕; [오늘 그대들을 죽이지 않은 이유는 서문대원수의 적멸(寂滅)을 본왕이 가슴 깊이 애도하기 때문이다.] 이산굉등을 돌아보고

난릉왕; [거룩하신 제왕의 신하를 자처하지 않는 자들은 누구든지 본왕을 찾아라.] 스스스! 난릉왕의 점차 희미해진다. 시동들의 모습도 함께 희미해지고

이산굉; [난릉왕! 멈춰라.] 외치지만

난릉왕; [그러나 본왕에게 대적하는 자는 기필코 찾아내 죽일 것이다!] 스스스! 완전히 사라지는 난릉왕

이산굉; [멈추라고 했다!] 악을 쓰며 몸을 날린다.

[난릉왕!] 이산굉의 고함소리가 멀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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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다시 용화사. 쿠쿠쿠! 폭발의 여진으로 맹렬한 바람과 연기가 휘몰아치는데 그 모습이 마치 토네이도가 넓게 퍼지는 것 같다.

토네이도 안쪽의 태풍의 눈. 용화대탑이 완전히 날아간 폐허 중앙에는 빛의 막에 덮인 일곱 개의 상자와 그 일곱 상자 위에 얹혀진 보물들이 온전히 남아있다. 상자들 주변은 빛의 보호막 덕분에 파괴되지 않았다.

공손대낭; [진보!] [진보!] 울부짖으면서 토네이도에 휩쌓인 그 폐허로 다가온다. 거세게 휘몰아치는 바람이 공손대낭의 몸을 흔들며 가로 막고

파라락! 찢어질 듯 흩날리는 공손대낭의 옷자락

공손대낭; [진보!] 울부짖으며 두 자루의 검을 동시에 뽑아서 자신을 흔드는 바람의 장막을 찢어버린다

쩌억! 공손대낭의 칼질에 바람의 장막이 찢기고

공손대낭; [그대는 이렇게 가버리면 아니 되었습니다 진보!] [어찌하여 저를 다시 홀로 두십니까?] 양손의 검을 연신 휘둘러 바람의 장막을 찢으면서 앞으로 걸어간다. 마치 검무를 추는 것 같다. 이하 끝없이 검무를 춘다

쿠쿠쿠! 먹장구름이 휘도는 하늘

공손대낭; [너무하십니다 하늘이여! 너무하십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울부짖고

공손대낭; [저를 부정타 내친 것으로도 부족했던 것입니까?] [제가 주제넘게 인간의 삶을 동경한 것이 그리도 괘씸했는지요?] 하늘을 향해 고개를 바짝 들고 악을 쓴다. 검을 휘두르는 것이 점점 빨라지고

공손대낭; [옳습니다! 당신은 항상 옳습니다 무정하고 잔혹한 하늘이시여!] [하지만 저를 이렇게 낸 것도 바로 당신이 아니었습니까?] 피를 토하듯이 울부짖고. 그때

주변에서 하나둘 나타나는 사람들. 말을 탄 난릉왕을 비롯한 도무의 참가자들. 용화대탑의 폐허를 에워싸듯이 나타난다. 난릉왕 뒤에는 두 명의 시동이 따르고

형파; [쯧쯧! 서문영감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군!] 혀를 찬다. 형파 바로 뒤에는 꺽다리와 뚱뚱보 노인이 서있다. 모두 막강해보인다. 이들은 형파와 함께 삼불대에 속한 인물들. 각기 지존사장과 인존오검을 익혔다. 꺽다리가 아주 긴 검을 짊어지고 있다.

형파 주변에 역천마도와 이수낭자가 있다.

형파; [난릉왕을 잡기 위해 이산동이 천균뢰(千鈞雷)의 술()을 설치하는 걸 돕기까지 하더니 스스로 그 함정에 뛰어들어?] 맞은편에는 말을 탄 채 서있는 난릉왕을 노려보고. 난릉왕 뒤에는 두 명의 시동이 서있다.

역천마도; [서문원수는 목신이 된 상태였소!]

형파; [그거 하고 자살하고 무슨 상관이...!] + 이수낭자; [인간인 우리가 읽지 못하는 천기(天機)를 보았단 말씀인가요?] 역천마도에게

역천마도; [난릉왕을 없애는 게 우리의 몫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거요.] 끄덕

형파; [옳거니!] [자신의 행위가 천기를 거스르는 걸 뒤늦게 알아차리고 스스로 함정에 뛰어들어 난릉왕 대신 죽었군!] 역시 끄덕이며 눈 번뜩이고

이수낭자; [그럼 난릉왕을 죽이는 건 누굴까요?] [이산동이나 당신이 아닌 것은 확인된 셈인데...!] 비웃듯이 역천마도를 보고

역천마도; [침묵하시오!] 노려보고

움찔 이수낭자

역천마도; [하늘도 아까워하던 큰 인물이 영영 소멸되었소!] [지금은 모두 근신하며 명복을 빌 때요!] 공손대낭쪽을 향해 포권하고.

형파; [옳은 말일세!] 뒤에 선 사제들과 함께 포권하고

이수낭자; (! 잘난 척은...!) 샐쭉하고

그 사이에 바람의 장막을 뚫고 들어가 초혼곽 앞에 이른 공손대낭

스스스! 초혼곽과 그 위에 언혀진 보물들을 덮고 있던 보호막이 사라지고

공손대낭; [여기까지군요!]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입니다 진보!] 울면서 초혼곽 위로 올라가고

공손대낭; [하지만 남아있는 저는 남은 것이 아니고 떠난 그대는 떠난 것이 아닙니다.]

공손대낭; [그대는 제게 남아있고 저는 그대를 따라 이미 가버렸으니까요!] 애절하게 웃으면서 울고

공손대낭;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저도 곧 당신의 자취를 따라가겠습니다!] 울면서 웃으면서 사뿐 사뿐 초혼곽 위를 걷는다.

이어서 무당이 씻김굿을 추듯 검무를 추기 시작하는 권완

눈물로 물든 공손대낭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고. 그때

이수낭자; (저 요정도 서문원수를 따라갈 생각이구나!)

초혼곽 위에서 꽃잎처럼 춤을 추는 공손대낭

이수낭자; (아름답고도 애절해!) (인간 세상에 저들보다 더 애틋한 사랑을 나눈 사람이 있을까?) 눈가에 맺힌 물기를 소매자락으로 찍어 닦고

춤추는 공손대낭의 주위로 꽃이 마구 피어나 흩날리고.

<과연 공손대낭!> <그녀의 아름다운 이름을 널리 알린 배장군만당세(裵將軍晩唐勢)인가?> <천하제일, 아니 고금제일의 검무가(劍舞家)다운 황홀한 솜씨다!> 모두들 감탄하는데

 

<雲想衣裳花想容 - 발길에 끌리는 치마자락은 구름같고 얼굴은 꽃을 닮아 어여쁘구나!> <春風拂檻露華濃 - 봄바람 살며시 난간을 스치는데 이슬도 꽃처럼 짙어 곱도다!> 갑자기 들리는 노래 소리.

 

사람들 모두 흠칫하며 돌아보는데

 

<若非群玉山頭見 - 군옥산 산머리에서도 못 만날 양이면> <會向瑤臺月下逢 - 요대의 휘영청 밝은 달 아래 거닐 때라도 만나보리.> 청풍이 한 곁에 서서 뒷짐을 짚고 노래를 부른다. 엄숙한 표정. 옆에는 권완이 서서 합장하며 눈 감고 울고 있고

<一枝濃艶露凝香 - 그대 농염한 것이 흡사 향기로운 이슬 같아라.> <雲雨巫山枉斷腸 - 무산에 비 머금은 구름만 떠돌아 홀로 애를 끊나니....!> 청풍의 노래를 배경으로 공손대낭의 춤이 절정에 달한다.

<借問漢宮誰得似 - ()나라 궁궐에 누가 널 닮았으랴마는...> <可憐飛燕倚新粧 - 비연(한나라 때의 절세미녀 조비연), 그댄 물찬 제비처럼 오히려 가련하도다.> 공손대낭의 애절한 춤사위

<名花傾國兩相歡 - 꽃도 너도 나는 좋다며> <常得君王帶笑看 - 임은 항상 그댈 보고 웃거니> 감정을 싫어 노래를 부르는 청풍

<解釋春風無限恨 -봄바람에 그지없는 원한도 풀리는> <沈香亭北倚欄干 - 침향정 난간을 오고 가고 하리라.> 공손대낭의 마지막 춤 사위

 

노래를 그치는 청풍.

춤을 멈추며 서서히 멈춰서는 공손대낭

청풍; (서문영감이 완전히 갔구나!) 우울한 표정. 권완은 소매로 눈물을 닦고 있고

청풍; (한심한 늙은이! 잘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맥없이 죽어버렸어.) 한숨 쉬고. 그때

권완; [대낭!] 비명 지르고

흠칫하며 앞을 보는 청풍

공손대낭이 두 자루의 검을 거꾸로 들어 자신의 가슴을 겨눈 채 하늘을 노려보고 있다.

권완; [안돼요!] 비명 지르며 뛰쳐나가려 하지만

! 청풍이 권완의 팔을 잡는다

권완; [놔요! 대낭이... 대낭이....!] 울부짖다가 입 다물고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 젓는 청풍

권완; [대낭!] 눈물 흘리며 앞을 보고. 그때

서글픈 표정으로 권완을 돌아보는 공손대낭. 다음 순간

! 두 자루의 검으로 자신의 몸을 궤뚫어버리는 공손대낭

권완; [!] 고개 돌리며 눈 감는 권완

이수낭자는 입을 가리고

다른 사람들 모두 엄숙하게 보는데

공손대낭; [天長地久有時盡 - 긴 하늘 오랜 땅도 다할 날이 있으련만] [此恨綿綿無絶期 - 면면한 이 내 한은 끊일 때가 없으리] 울면서 웃으면서 노래를 부르다가

공손대낭; [在天願作比翼鳥 - 부디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 -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스스스! 안개로 변하여 흩어지는 공손대낭의 모습

권완; [흐윽!] 울면서 청풍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따다당! ! 두 자루의 검이 상자 위로 떨어진다.

 

공손대낭의 본체인 은행나무. 쿠쿠쿠! 그 위에도 먹장구름이 휘도는데

! 갑자기 완전히 수직으로 쪼개지는 은행나무. 벼락을 맞은 게 아니라 스스로 갈라졌다.

콰쾅! 드드드! 그대로 부러져서 바닥에 쓰러지는 은행나무의 잔해

드드드! 뿌리까지 완전히 갈라져서 죽어버리는 은행나무의 모습.

 

다시 용화사.

뜨르르! 초혼곽과 황금 접시 위에서 진동하며 떨리는 공손대낭의 검들

청풍; (잘 가라 요정!) 자신의 품에 안겨 우는 권완의 등을 한 손으로 다독이고

청풍; (살아있을 때 못 되게 굴어서 미안!) 침통한 표정으로 한손을 얼굴 앞에 세우며 눈을 감고. 그때

따각! 따각! 말발굽 소리가 들린다.

청풍; (아차!) 정신이 번쩍 들고.

청풍; (감상에 젖어서 저 괴물이 근처에 있다는 걸 깜빡했다!) 긴장하며 돌아보고

그때 난릉왕은 말을 몰아서 천천히 폐허를 돌아다니고 있다. 모두들 긴장하며 보고 있고

청풍과 권완의 앞쪽으로도 말을 몰아 지나가는 난릉왕.

청풍; (젠장할!) 주눅이 들어서 시선을 피하고

권완도 겁에 질려 청풍의 품에 안겨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청풍; (똥꼬가 저절로 옴찔거리네! 누구한테 이렇게 쫄아본 적이 없는데...!) 곁눈질로 난릉왕을 볼 때

다행히 청풍의 앞을 지나가는 난릉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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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완을 따라 독채의 다른 방으로 들어가는 청풍. 헌데

청풍; [엥?] 들어서다가 눈이 띠용

쿵! 응접실인 그 방에 한상 떡 차려져 있다. 완전히 산해진미. 잔치상이다. 그리고 진달개가 앞치마를 두르고 불안한 표정으로 서있다. 여전히 야한 차림에 서양식 앞치마를 둘러서 더욱 야리꾸리한 모습이다. 서양의 메이드같은 분위기. 머리에 메이드처럼 수건도 썼다.

진달개; [어... 어서 오세요 주인님!] 어색하게 인사하는 진달개

청풍; [이... 이게 다 뭐야?] [대낮부터 이렇게 진수성찬을 먹을 일이라도 생긴 거야?] 어리둥절하면서도 자리에 앉고

진달개; [제... 제가 그냥 있는 솜씨를 부려본 것뿐이예요.] 눈치를 보며

청풍; [쟤 왜 저래? 아침나절에 뭐 잘못 먹었어?] 어리둥절하여 권완을 보면서도 젓가락을 집어들고

권완; [잘못 된 건 없어요.] 웃고

권완; [원래 진씨세가 여자들은 음식 솜씨가 좋아요.] [그 얘기를 했더니 솜씨를 부리더군요!]

청풍; [내 팔자에 이렇게 뻑쩍지근한 상을 받아볼 줄은 몰랐군!] 몇 가지 음식을 집어먹어 보더니

진달개; [어... 어떤지요? 입에는 맞으시나요?] 청풍의 눈치를 살핀다.

청풍; [이 부근 십리 안에서 제일 나이 많은 사람이 누군지 알아?] 술잔을 들고

진달개; [나가서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거예요.] 급히 술병을 들어 술잔에 따르고

청풍; [그렇겠군!] [음! 술 따르는 자세도 됐어!]

술 따르다가 움찔하는 진달개

청풍; [하하하! 모름지기 종년은 이래야지! 암! 뻣뻣하면 종년의 본분을 잊어버린 거야!] 웃고

진달개; (나 진달개, 종이 된 지 겨우 반나절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종의 근성이 몸에 배어버렸구나.) 입술 깨물며 술벙을 거두고

술을 마시는 청풍

진달개; (만약에 이렇게 열흘 정도만 지나면 내 몸엔 완연히 종의 행실이 완전히 배어 버리고 말겠다.)

진달개; (정신을 바짝 차려서 이 흉악한 놈의 손아귀에서 한 시가 급하게 빠져나가야만 해!) 다짐하지만

청풍; [안주!] 입을 벌리고

진달개; [예!] 깜짝 놀라며 급히 젓가락으로 안주를 집어들어서

진달개; [여... 여기 있사옵니다!] 청풍의 입에 넣어준다.

청풍; [음! 좋아 좋아!] 우물 우물

진달개; (또....) 입술 깨물며 울상

진달개; (나도 모르게 저 인간의 눈치를 살살 살피게 되었어!)

진달개; (혹시 이러면 싫어하지 않을까? 저러면 흉악한 짓을 하지나 않을까? 하고 전전긍긍하는 게 영락없이 우리 집 종년들이 평소 짓던 태도잖아!)

손으로 입 가리고 웃는 권완

청풍; [이걸로 난 됐어!] 술잔을 탁 놓고

깜짝 놀라는 진달개

진달개; [무...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으신 것이라도....!] 겁에 질려 청풍의 눈치를 살피고

청풍; [그런 게 아니야!] [아까 말한 대로 십리 내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사람한테 이 음식들을 갖다 줘.]

청풍; [난 아직 이렇게 기름진 음식을 즐길 나이도 처지도 못돼!]

진달개; [하... 하지만 주인님 드시라고 만든 음식을 생판 모르는 남에게 준다는 건...!] 말하다가 찔끔

청풍이 노려보고 있다

진달개; [죄... 죄송해요!] 급히 고개를 떨구고

이어 서둘러 밖으로 나간다. 얼굴이 완전히 울상.

잠시후 하인들을 데리고 들어와서 상채로 음식을 내가게 하는 진달개. 하인들 뒤를 따라가면서도 연신 청풍에게 굽신거린다

탁! 진달개가 나가서 문을 닫아준다. 실내에는 어리둥절한 청풍과 웃는 권완만이 남고

 

#150>

청풍과 권완이 있는 마을에서 멀지 않는 곳에 자리한 용화사

휘익! 그 용화사의 칠층탑으로 날아드는 서문숙

공손대낭; [진보!] 머리 뒤에서 공손대낭이 울부짖으며 날아오고

공손대낭의 눈에 서문숙이 용화대탑으로 날아가는 것이 보이고

공손대낭; [안돼요 진보! 그러면 안돼요!] 울부짖으며 따라가지만

서문숙; [난릉왕!] 슈욱! 용화탑으로 뛰어들며 외친다

용화탑의 일층. 보물들이 반투명한 막에 덮여 있고. 그 앞에 난릉왕이 서서 보물에 손을 뻗다가 돌아본다

서문숙; [멈춰라 난릉!] [함정이다!] 슈욱! 용화탑의 벽에서 스며나오며 외치는 서문숙

[!] 눈 부릅 난릉왕. 직후

슈욱! 난릉왕의 모습이 사라지고

번쩍! 엄청난 빛이 서문숙의 앞에서 폭발한다

공손대낭; [진보!] 용화탑으로 날아드는 공손대낭. 직후

번쩍! 용화탑의 모든 창문에서 강렬한 빛이 터져나오더니

콰지지직! 마치 거대한 바위산이 쪼개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칠층탑이 뱀처럼 꿈틀거리며 피어오른 검은 바람에 휩싸이고 천지가 암흑처럼 깜깜해진다.

한줄기 불기둥이 칠층탑을 깨뜨리고 일백여 장을 솟구쳐 오르며 암흑을 깨뜨렸을 때,

공손대낭; [안돼!] 탑과 함께 흩어져 수천 마리의 뱀들인 양 꿈틀거리는 검은 바람 속에서 서문숙의 기운이 사라짐을 느끼고 통곡하며 그 속으로 뛰어들고. 하지만

번쩍! 직후 강렬한 섬광과 함께 팝콘처럼 터져버리는 용화대탑

공손대낭; [진보!] 폭발에 휩쓸리며 날아가는 공손대낭.

콰앙! 위에서 본 모습. 핵폭탄이라도 떨어진 듯이 용화대탑을 중심으로 반경 백여미터의 모든 건물과 나무들이 날아간다.

나뒹구는 공손대낭; 하지만

공손대낭; [진보!] [진보!] 울부짖으며 폭심을 바라본다

 

#151>

다시 용화사 근처 마을의 객잔.

진달개가 하인들을 지휘하여 음식상을 객잔 밖으로 내가고 있고

방안에서 어리둥절하여 앉아있는 청풍과 소매로 입 가리고 웃는 권완. 청풍은 허리에 진달개가 준 보검을 차고 있는 것 주의.

청풍; [완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손으로 닫힌 문을 가리키고

청풍; [앙칼지던 젖소가 갑자기 왜 저렇게 온순해진 거지?]

권완; [당신이 아침 식사 마치고 나간 후 저한테 풀어달라고 간청하더군요.] 웃으며 자리에 앉고

권완; [그래서 제가 당신에게 정말 잘하면 풀어줄지도 모른다고 했더니 자기는 종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게 잘하는 건지 모른다고 하지 않겠어요?]

청풍; [그래서?]

권완; [이렇게 말했죠.] [<당신 시녀가 당신한테 하던 게 기억나면 그걸 흉내 내봐요. 오랫동안 당신을 모신 시녀라면 반드시 그 행동거지에는 잘하는 도리가 다 들어있을 거예요.> 라고요.]

청풍; [완! 설마 젖소에게 술법을 건거야?] 눈이 휘둥그래지고

권완; [맞아요!] [말 중에 섭혼술의 진언(眞言)이 섞여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더군요!] 소매로 입 가리며 웃고

청풍; (이... 이 무서븐 여자!) 침 꼴깍하며 겁에 질린 표정

권완; [걱정 말아요! 당신에게는 어떤 술법도 통하지 않으니까요!] 눈 흘기고

청풍; (그래도 찜찜한데...!)

권완; [이제 진달개는 자신도 모르게 당신의 진짜 종이 되었어요. 그러니까 달아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요!]

청풍; [이거야 원.... 난 누구에게 시중을 받은 경험이 없어서 불편한데...!] 머리 벅벅

권완; [사실 저 여자를 당신 종으로 만든 데는 저 자신을 위해서기도 해요!]

청풍; [완매를 위해서라고?]

권완; [전 음식 만드는 데는 젬병이거든요.] [만일 저하고만 사시면 평생 맛난 음식 먹을 기대는 하지 않으시는 게 좋아요!]

청풍; [그래서 저 젖소를?] 뜨악

권완; [행실이 못 되긴 했어도 요리는 정말 잘하더군요.] [진씨세가의 여자들은 다 요리를 잘한다는 건 정평이 나있거든요.]

권완; [다른 건 몰라도 당신은 평생 진수성찬만 드시게 될 거예요!]

청풍; [진달개를 놔줄 생각이 전혀 없구만!]

권완; [당연히 없죠!]

권완; [제 아비가 서문노야와 아버지에게 지은 죄를 갚으려면 평생 종 노릇을 해도 모자라요!]

청풍; (겪어볼수록 무서운 여자야!) 곁눈질

청풍; (속에 수십 마리의 호랑이와 독사가 함께 들어있는 이 여자를 마누라로 삼는 게 과연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한숨 쉬는데

꽈과광! 갑자기 엄청난 폭음이 들리고 건물 전체가 무너질 듯이 뒤흔들린다.

권완; [꺄악!] 비명 지르며 청풍에게 달려들고

청풍; [헉!] 역시 놀라면서도 달려든 권완을 품에 안는다.

권완; [이.... 이게 무슨 소리죠? 지진이나 천둥은 아닌데...!] 달달 떨고. 드드드! 진동이 이어지고 있다. 순간

[!] 무언가를 깨닫는 청풍

청풍; [일 났다!] 펑! 권완을 안은 채 창문을 박살내며 뛰쳐나가고

건물 밖에도 사람들이 놀라 비명을 지르며 우왕좌왕하고

상을 들고 가던 하인들도 상을 둘러엎고 나자빠졌고. 진달개도 엉덩방아를 찧고 있다.

휘익! 권완을 안은 채 건물 지붕 위로 날아오르는 청풍

쿵! 멀리로 용화사에서 대폭발이 일어나는 모습이 보인다. 용화사 위의 하늘에는 먹장구름이 맹렬히 휘돌고 있는데 그 먹장구름에서 줄기 줄기 벼락이 떨어지고 있다.

권완; [용... 용화사에서 사단이 벌어졌어요!]

청풍의 뇌리로 바닥에 쓰러졌던 공손대낭이 일어나려 하며 울부짖는 모습이 떠오르고

청풍; [젠장할! 영감탱이에게 뭔 일이 생겼어!] 쌔액! 미사일처럼 용화사로 날아간다

놀라 주저앉은 사람들 위로 날아서 지나가는 청풍과 권완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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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아침. 해가 제법 높이 떴다.

패왕이 있는 동굴, 수많은 종유석

종유석 사이에 자리한 수중기가 흘러넘치는 온천에 상체를 드러낸 채 벌거숭이로 앉아서 운기조식 중인 패왕. 합장한 자세인데 몸에서 강렬한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이다.

온천 주위에는 네 마리의 성성이가 긴장한 채 경비를 서고 있고

비지땀을 흘리는 패왕.

패왕; (역시 만년옥액의 효험은 듣던 대로구나!)

패왕; (상처가 간단히 치유외었을 뿐만 아니라 금강불괴지체가 완전해졌다!)

패왕; (이제는 설령 춘추오대신검이라도 본왕의 몸에 흠집 하나 내지 못할 것이다!)

패왕; (흐흐흐! 여기사 나가기만 하면 그동안 본왕을 졸개 취급하던 난릉왕에게 한방 먹여봐야겠다!) 생각하는데

슈욱! 안개 속에서 뱀같은 기운들이 흘러들고

그 기운들이 원숭이들의 코로 흘러들어간다.

움찔하는 원숭이들. 하지만

직후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는 원숭이들

털썩! 쿵! 나무토막처럼 쓰러지는 원숭이들

[!] 운기조식하다가 움찔하는 패왕

패왕; [웬놈이냐?] 눈 부릅뜨며 외치고. 직후

<흐흐흐! 또 만나게 되어서 반갑소 패왕!> 스스스! 누군가 온천 가에 나타난다

쿵! 나타난 자는 바로 황보천유다

패왕; [황보천유! 네놈이...!] 촤아! 분노하여 온천에서 벌떡 일어나는데. 직후

촤아! 갑자기 온천 물에서 뱀같은 기운들이 마구 치솟아 패왕의 몸을 휘감고 올라온다

패왕; [헉!] 내려다 보며 비명 지르지만

슈욱! 패왕의 입과 코로 마구 흘러들어가는 뱀같은 기운

패왕; [네... 네놈... 본왕을 격동시키려고 직접 나타났구나!] 뱀같은 기운에 휘감기고 그 기운들이 입과 코로 마구 흘러들어가는 상태로 신음하고

황보천유; [흐흐흐! 말했던 것 같은데? 강호에서는 꼭 힘 쎈 놈이 왕은 아니라고!] 음험하게 웃으며 작은 종을 쳐들고

황보천유; [당신의 무공이 제 아무리 강해도 본 공자의 식혼낙백(蝕魂落魄)의 술(術)에 걸려든 이상 끝장인 거야!] 딸랑! 딸랑! 종을 흔들고

크아아! 뱀 같은 기운이 입과 코로 흘러들어오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고

황보천유;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죽여주겠다 구석천!] 딸랑! 딸랑! 더 세게 방울을 흔들고. 순간

패왕; [이놈!] 크와! 고함을 지르며 기합을 넣는다. 투쾅! 그런 패왕의 몸에서 엄청난 힘의 폭발이 일어나 주변을 휩쓴다.

[!] 눈 부릅 황보천유

투쾅! 콰드드! 온천 주변의 모든 종유석 박살이 나서 날아가고. 쓰러져 있던 원숭이들의 몸뚱이도 가랑잎처럼 날아간다

펑! 콰쾅! 박살나는 종유석 잔해들이 다른 종유석들과 벽에 부딪혔다가 떨어지고. 원숭이들의 몸뚱이도 나뒹굴고

쿠오오! 돌풍이 갈아앉고

쿵! 드러나는 모습. 패왕이 움푹 파인 구덩이에 알몸으로 우뚝 서있다. 이 구덩이는 원래 온천물이 고여있던 연못이다. 그 연못 주변은 폭탄이 터지기라도 한 듯 모든 종유석이 날아가 버려 빈 공간이 되었다.

슈우! 패왕의 몸에서 맹렬히 치솟는 수증기. 하지만 패왕의 눈에는 초점이 사라져 있고. 직후

패왕; [지.... 지랄...!] 쥐어짜듯 이를 갈며 말하다가

휘청! 흔들리는 패왕의 몸

쿵! 뒤로 자빠지는 패왕의 몸뚱이. 직후

스스스! 다시 나타나는 황보천유

황보천유; [무... 무서운 괴물같으니...!] 겁에 질려 땀을 흘리고

황보천유; [반응이 조금만 늦었어도 콩가루가 될 뻔했다!] [내 술법에 걸려들어 혼백이 제압당한 상태에서도 이런 힘을 발휘할 줄이야!]

황보천유; [위험하긴 했으나 대가는 달콤하구만!] 구덩이로 내려가고

패왕의 거대한 몸뚱이가 누워있고

황보천유; [구석천!] 콱! 발로 패왕의 살찐 배를 밟고

황보천유; [패왕이니 뭐니 하며 뻐기던 네놈을 내 종으로 삼아 부려주마!] [천하를 나 황보천유의 손에 쥐어줄 충성스러운 개로!] 으하하하! 웃고

징! 초점이 없는 패왕의 눈에 미약한 빛이 돌고

패왕; (안돼!)

패왕. (난릉왕도 아니고.... 네놈같은 피라미에게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

<나는 패왕 구석천이다!> 패왕의 배를 밟고 통쾌하게 웃는 황보천유의 모습이 멀어지고

 

#148>

한낮. 공손대낭의 본체인 은행나무. 여전히 둘로 갈라진 모습이고

은행나무 아래의 석실. 서문숙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명상에 잠겨있다.

스륵! 벽의 한 부분이 움직여서 문이 형성되더니

공손대낭이 들어선다

공손대낭; [진보! 오시까지 얼마 안 남았어요.]

서문숙; [그런 것 같구려!] 눈을 뜨고

공손대낭; [용화대탑에 보관된 보물들은 별일 없겠지요?]

서문숙; [노부와 난릉왕, 이산굉, 마교주, 집마천의 마녀, 형파등 여섯 사람의 술법이 총동원되어 보물들을 보호하고 있소.]

서문숙; [제왕께서 다시 현신하시기 전에는 금제를 깨고 보물을 가져갈 수 있는 존재는 없소!]

공손대낭; [난릉왕이라면 어떨까요?]

서문숙; [난릉왕이 물론 천하제일의 술법자이기는 하지만....!] 말하다가 흠칫

공손대낭도 흠칫하며 옆을 본다

언제였는지 석실 안에 높은 벼슬아치 복장을 한 노인이 서서 두 사람을 보고 있다. 실제 인간이 아니고 일종의 저승사자다. 저승을 관장하는 동악대제를 모시는 사자. 가슴의 광배에 <東> 자가 새겨져 있다.

공손대낭; [동... 동악사자(東岳使者)님을 뵙습니다!] 겁에 질려 급히 무릎을 꿇는 공손대낭

서문숙도 일어나 깊이 포권하고

동악사자; [서문숙! 그대가 더 이상 인간들의 일에는 관여하지 말라는 대제(大帝)의 칙령을 거스르고도 무사할 성 싶은가?]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서문숙을 노려보고

서문숙; [이미 몸이 인간을 벗었으니 어찌 대제의 영을 거역하겠소?] 포권하며 한숨 쉬고

서문숙; [그러나 서문숙에게는 세상에서 풀어야 할 일이 아직 남았으니 잠시만 더 말미를 주시오.]

서문숙; [이번 일을 마무리 짓는 대로 동악으로 달려가서 대제께 복명하겠소이다.]

동악사자; [대제께서 이 몸을 보내면서 하신 말씀이 계셨소.] 얼굴이 좀 풀리고

서문숙; [세이경청하겠소이다!]

동악사자; [<서문숙은 그 위인됨이 올곧고 지혜롭지만 지나치게 인연에 집착하는 사람인지라 반드시 그로 인해 크게 놀랄 일을 겪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소.]

공손대낭; [그... 그런...!] 겁에 질려 동악사자와 서문숙을 번갈아 보고. 서문숙은 어두운 얼굴로 묵묵히 듣고

동악사자; [소문만으로 듣다가 직접 만나보니 그대의 도행(道行)이 결코 본 사자보다도 못하지 않음을 알겠소.] [하여 존경하는 마음에서 한 마디 충고하려니와 들어보시겠소?]

서문숙; [말씀해보시오. 경청하리다.]

동악사자; [그대는 한갓 나무에 미련을 두어 목신이 되었고 또 아직도 세상에 미련을 두어 한 덩어리의 망령으로 떠돌려 하고 있소.] 힐끗 공손대낭을 보고. 공손대낭은 겁에 질려 납작 엎드려 있다.

동악사자; [이 두 가지 중 대체 어느 것에 옳은 점이 있는지 말해 보시오.]

서문숙; [인간의 정(精)은 태초에 천지와 함께 창조되었던 것이라 순리로는 어찌할 바 없는 것이오.]

서문숙; [내 비록 나무에 정을 두었다가 목신이 되었지만 크나큰 하늘의 운행으로 볼 때는 그리 잘못된 것이 아니오.]

서문숙; [결국 내가 목신이 된 것 역시 하늘에 다른 뜻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소?] 공손대낭을 보고

감격하는 공손대낭.

찡그리는 동악사자

서문숙; [또, 사람이 죽으면 세상과의 모든 인연이 끊어져야 마땅하지만 죽었음에도 인연이 끊어지지 않았다면 그 또한 하늘의 도리가 아니겠소?]

서문숙; [하늘이 행하는 일에 억지로 되는 것이 어디 하나라도 있겠소이까?]

동악사자; [안타깝구나 서문숙!] [그대는 결국 하늘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구려.] 탄식

동악사자; [그대같이 뛰어난 인물을 하늘이 움켜잡았으니 세상에 큰 일이 한 바탕 벌어지지 않을 도리가 없겠소.]

동악사자; [오악(五嶽)의 대제(大帝)들께서 그대를 중히 여겨 구하고자 하나 결코 구하지 못할 테니 세상일은 역시 하늘이 정한대로 될 수밖에 없는 듯하오.] 돌아서고

공손대낭; [사자님! 세상에 어떤 큰일이 벌어진다는 것인지요?] [진보로 인해 전쟁이라도 일어나는 건가요?]

사자; [더 이상 천기를 누설할 용기가 본 사자에게는 없으니 묻지 마시오.] 슈우! 한줄기 빛으로 변하고

공손대낭; [사자님!] 외치지만

이이 사라지고 없는 동악사자

.공손대낭; [진보!] 울상을 지으며 돌아보고

공손대낭; [동악사자가 저리 경고하는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어요?] 말하는데

서문숙; [하늘의 덫! 하늘의 덫이라...!] 찡그리며 혼자 중얼거리고

그러다가 이산굉의 웃는 얼굴이 떠오르는 서문숙

이어 난릉왕의 공포스러운 모습도 떠오르고

<용화대탑에 보관된 보물들은 별일 없겠지요?> <난릉왕이라면 어떨까요?> 공손대낭이 방금 전에 물었던 것이 떠오르기도 하고

서문숙; [아뿔사!] 순간 눈 부릅뜨며 외치고

공손대낭; [진보!] 깜짝 놀라는데

서문숙; [내가 천하 대란의 싹을 틔웠구나!] 슈욱! 석실의 천장으로 스며들어가며 외치고

공손대낭; [진보!] 외치며 역시 석실의 천장으로 스며들어가고

 

은행나무를 밖에 본 모습. 슈욱! 은행나무에서 빛이 빠져나와 하늘을 가르고

휘익! 이어 은행나무에서 튀어나오는 공손대낭

멀리로 빛으로 변해 날아가는 서문숙의 모습이 보이고

순간 공손대낭의 뇌리에도 이산굉의 웃는 모습과 난릉왕이 보물더미에 손을 대다가 폭발하는 섬광에 휩쌓이는 모습이 떠오르고

<안타깝구나 서문숙! 그대는 결국 하늘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구려.> 동악사자가 하던 말도 떠오르고. 순간

공손대낭; [안... 안돼!] 무언가를 깨닫고 사색이 된다

공손대낭; [안돼요 진보!] 쐐액! 울면서 서문숙의 뒤를 따라 날아간다

 

#149>

해가 중천에 떴다. 정오가 다 되어가고

넓은 강변에 자리한 작은 마을. 멀리 강변 절벽 위에 자리한 용화사의 용화대탑이 보인다. 용화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그 마을의 객잔. 입구에 권완의 말이 묶여서 여물을 먹고 있다,

객잔 후원의 독채.

청풍이 독채의 방 중 하나의 침대에 벌렁 누워서 뭔가 생각하고 있다.

권완; [무슨 생각하세요?] 안으로 들어오는 권완. 새단장을 한 깔끔한 모습

청풍; [경신방의 상방주 형파!]

권완; [형파가 어때서요?] 침대 옆의 의자에 앉고

청풍; [철궁이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형파는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 아니야.] [경신방도 그저 그런 수준의 군소문파중 하나일 뿐이고!]

권완; [헌데 형파가 천하제일대협으로 불리는 이산굉에게도 전혀 밀리지 않은 게 이상하겠죠?] 웃고

청풍; [완매는 내막을 알았구만!] 눈 반짝

권완; [형파가 사용한 권법에 대해 대낭이 설명해준 내용에서 단서를 잡았을 뿐이에요.]

청풍; [역시 완매는 천하제일재녀야!] 엄지손가락 꼽아보이고

청풍; [그래 형파, 그 영감의 진짜 정체가 뭐야?]

권완; [형파가 사용한 권법은 천존삼권(天尊三拳)이 분명해요!]

청풍; [천존삼권!] [전설의 문파 삼불대(三不臺)에 전해진다는 그 천하제일권법?] 놀라 벌떡 일어나고

권완; [형파가 천존삼권을 완전히 다 연마했는지는 의문이에요.] [하지만 그가 천존삼권을 연마한 건 분명해요.]

청풍; [삼불대의 당대 주인은 사왕(四王)도 한 수 양보한다는 삼선(三仙)중 삼불인(三不人)이잖아!]

청풍; [형파가 삼불인의 제자였었나?] [그런 내용은 철궁의 정보망에도 걸려들지 않았는데...!] 갸웃하고

권완; [칠순을 넘긴 나이로 봐서 형파는 삼불인의 제자라기보다는 종일 확률이 높지만...]

권완; [어쨌거나 형파가 삼불대 소속인 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청풍; [천존삼권이 나타났다면 삼불대의 다른 절기들인 지존사장(地尊四掌)과 인존오검(人尊五劒)도 곧 나타나겠군!]

권완; [대낭 말을 분석해보면 이미 어젯밤 용화사에 다 나타났었어요.]

청풍; [형파를 돕기 위해 참전했다는 그의 두 사제?]

권완; [그들이 사용한 장법과 권법이 지존사장과 인존오검인 게 확실해요.] [물론 그들도 형파처럼 두 절기를 모두 연마한 것같진 않더군요.,]

청풍; [삼불대의 삼재신공(三才神功)을 완전히 연마했다면 이산굉도 견디지 못했겠지!] 끄덕이고

청풍; [헌데 무슨 일로 찾아왔어?] [젖가슴만 빵빵한 싸가지를 혼자 놔두면 달아날 수도 있잖아!]

권완; [사실은 그 여자 때문에 찾아왔어요!]

청풍; [젖소가 왜?]

권완; [직접 만나보고 결정하세요!] 한숨 쉬며 나간다

갸웃하며 따라 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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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후. 해가 조금 더 돋아 올랐고

공손대낭; [그가... 아니 그분이 용화대탑을 나간 후 이산굉과 형파가 난릉왕을 공격했어요. 사술을 부려 자신들을 속였다면서...!]

공손대낭; [그걸 기점으로 모두 제멋대로 날뛰어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벌어졌어요.]

공손대낭; [결국 네 사람이 죽고 한 사람이 다쳤으며 세 사람은 도망갔어요.] [지금은 여섯이 남아서 보물을 지키고 있어요.]

청풍; [둘은 먼저 떠났고 넷에 하나에 셋, 그리고 여섯?] 손가락 꼽으며 갸웃

공손대낭; [얼마나 무서웠는지 용화사 근처 수십 리 안에 있던 요정과 귀신들조차 모두 다 도망치고 말았어요.] 부르르 떨며

진달개; (제왕! 제왕이 현신했다고?) 안색이 창백해진다.

진달개; (정... 정말로 제왕이 현신했다면 십대수호가문의 사명을 어기고 배신한 고, 진, 황보 세 가문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

이어 진달개의 뇌리로 웅장한 자신의 집이 불타고 있고 그 앞에 늘어선 장대에 수많은 머리들이 꽂혀있는 것이 떠오른다

진달개; (그 대단한 난릉왕조차 순순히 목을 뺀 채 처벌을 기다렸다면 제왕의 징계를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

권완; [공씨성의 그분이 정말로 팔백 년 전 칠년천하를 이룩하셨던 그분이셨나요?] 겁에 질린 진달개를 흘깃 보고

공손대낭; [그야 저도 모르죠.] 고개 젓고

공손대낭; [전 한 번도 그분을 본 적이 없어요. 말씀만 들었답니다.]

진달개; [어.... 어젯밤에 봤다고 했잖아요.] 억지로 용기 내서 묻고

공손대낭; [이 여자는 누구죠?] 뒤늦게 진달개를 의식하고

청풍; [선물로 받은 여자야.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뚱하고

진달개; (선.... 선물!) 얼굴이 무참하게 일그러지고.

공손대낭; [나도 한 때는 날마다 왕후장상들이 바치는 선물들을 헤아려 보곤 했는데...] 진달개의 아래 위를 보며 한숨 쉬고

권완; [제가 집으로 돌아가면 선물 많이 할게요.] [우선 어젯밤 용화사에 나타났던 제왕이란 분에 대해 얘기해줘요.]

공손대낭; [전 어젯밤의 <그분>을 봤을 뿐 팔백년전의 <그분>은 뵙지 못했어요.] [배장군께서 뵙지 않는 게 좋다고 하셨거든요.]

청풍; [하긴 신선이나 요정도 아닌 인간이 팔백년을 넘게 살 수는 없지!]

공손대낭; [같은 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모두들 그분이 제왕이라면서 엎드려 머리를 땅에 붙였어요.] 추운 듯 두 팔로 어깨를 안으며 바르르 떨고

<난릉왕, 이산굉, 마교주, 집마천의 이수낭자, 경신방의 상방주 형파등 전부 다요. 진보까지 엎드리기에 저도 함께 엎드렸답니다.> 용화대탑에서 우뚝 선 공대벽 앞에 모든 사람들이 납작 엎드려 있는 모슴을 떠올린다. 귀도 공대벽의 뒤에 무릎을 꿇고 있고

공손대낭; [사실 진보가 엎드리지 않았어도 제가 먼저 엎드렸을 거예요. 그 분 앞에서는 숨을 쉬기도 어려웠거든요.]

청풍; [그런 힘은 우리 집 꼰대나 큰형도 지녔는데...!] 갸웃

공손대낭; [하여간 그분은 정말 대단했어요.]

공손대낭; [그냥 성큼성큼 걸어가서 난릉왕의 목에 검을 척 갖다 대더니 이내 가소롭다는 듯 웃고는 가버렸어요.]

권완; [아무것도 하지 않고요?] 놀라고

공손대낭; [검을 뽑아서 난릉왕의 목에 갖다 댔다니까요.] 짜증내고

권완; [미안해요 대낭. 전 그 외에 다른 행동이 있었는지를 확인해본 거예요.]

공손대낭; [저야말로 미안해요 아가씨! 요즘 제 성미가 자꾸 거칠어진답니다.] 힐끔 청풍을 보고

청풍; (뭐야 저거? 지 성질 나빠진 게 꼭 나 때문이라는 표정이잖아!) 눈을 부라리는데

진달개; [그... 그 사람은 아마 진짜 제왕은 아닐 거예요!] 말 꺼내고. 모두 돌아보고

진달개; [그가 정말 제왕 본인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갔을 리가 없어요.]

공손대낭; [시간이 좀 지나자 용화대탑에 모였던 사람들도 대부분 그분이 제왕일 리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고개 끄덕

공손대낭; [이유는 방금 공공자의 종년이 말한 것과 같았어요.] 진달개를 보고

진달개; (종... 종년?)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공손대낭; [아가씨는 종년이 아닌가요?] 어리둥절하여 그런 진달개를 보고

공손대낭; [전 종년인 줄 알았는데.... 공공자의 종년 맞죠?] 청풍에게

청풍; [내 종년 맞아!] 끄덕이고.

공손대낭; [종년 맞데요! 아가씨는 공공자의 종년이래요.] 밝은 표정으로 진달개에게 말하고

진달개; [닥.... 닥치지 못해?] 얼굴 새빨개져서 성질 바락 내가고

꼬르르! 그만 울화를 견디지 못하고 나자빠져서 혼절하는 진달개.

공손대낭; [종년한테 종년이랬는데 왜 저러지? 어디가 잘못됐나?] 갸웃

권완; [대낭! 그만하세요.] 한숨

공손대낭; [네!] 입을 다물지만 억울한 표정.

청풍; [대충 하고 이제 그만 결론을 말해! 보물들은 누가 차지했어?]

공손대낭; [아무도 차지하지 못했어요.]

공손대낭; [사람들은 그곳에 나타난 그분이 실은 난릉왕이 보물을 독차지하기 위해 부린 술법일 거라고 생각했고....]

공손대낭; [결국 모든 비난의 화살이 난릉왕에게로 돌려졌어요.]

권완; [그래서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군요.]

공손대낭; [맞아요.]

공손대낭; [그 과정에서 네 사람이 죽고 이산굉이 다쳤으며 세 사람이 도망쳤어요.]

공손대낭; [나머지 여섯 사람은 보물을 지키기 위해 각자 술법을 부려 용화탑을 봉쇄했어요.] [그런 후에 오늘 오시(午時)에 다시 도무(賭武)를 열기로 합의했어요.]

공손대낭; [진보는 오늘 낮에 벌어질 제이차 도무야말로 천하를 다투는 진정한 사슴사냥(逐鹿)이 될 거라고 하더군요.]

청풍; [잠깐! 잠깐!] 말을 막고

청풍; [수행원들까지 합쳐도 어젯밤 그곳에 온 사람은 열두 명밖에 안 되잖아!]

청풍; [헌데 죽은 놈이 넷, 다친 놈이 하나, 도망친 놈이 셋, 지키는 놈이 여섯이고 먼저 자리를 뜬 제왕과 그 종까지 합치면 모두 열여섯 명이야. 숫자가 안 맞아!]

공손대낭; [싸움이 이전투구로 변하니까 다들 협조자를 불렀어요.]

공손대낭; [오직 진보와 저만이 백만 대군 속에 홀홀 단기로 싸우는 것같은 외로운 신세였죠.] 억울한 듯 소매로 눈시울을 누르고

청풍; [가지가지 한다!] 코웃음

권완; [공자!] 째려보고. 찍하는 청풍

공손대낭; [두 분은 밤새 몸이 아주 좋아지셨군요.] 냉소

흠칫 청풍과 권완

공손대낭; [술법과 무공을 가르친 스승이 죽느니 사느니, 아니 흩어져 소멸하느니 마느니 하고 있을 때 두 분은 기연을 만나 몸을 챙기셨던 모양이지요?] 비아냥

청풍; [이 버르장머리 없는 나무 요정이 보자보자하니까!] [요정 따위가 누구한테 가재 눈이야!] 버럭 화를 내며 눈 부라리지만

공손대낭; [윽박질러봐야 소용없어요!] 고개 빳빳하게 들고 코웃음

공손대낭; [진보에게 듣기로 공공자가 극기마환신단을 복용한 상태에서 뜯어먹은 풀이 저의 정(精)이라고 했어요!]

극기마환신단을 복용한 상태에서 겪은 환각을 떠올리는 청풍. 당시 싸우다가 지쳐서 배가 고파 풀을 뜯어먹었고

공손대낭; [즉, 공공자 속에 저의 정이 들어있으므로 이제 공공자는 무슨 수를 써도 저를 소멸시키지는 못한 대요!] 냉소

청풍; [뭐야?]

공손대낭; [공공자가 다른 요정이나 귀신을 없애는 건 식은 죽 먹기겠지만 스스로를 죽일 각오가 없다면 나는 죽일 수 없다는군요.] 냉소하고

청풍; (젠장할! 영감탱이 말이 사실이라면 이 싸가지 없는 요정이 앞으로는 내 앞에서도 제멋대로 굴겠구나.) 손톱을 물어뜯으며 분해하고

청풍; (하지만 두고 보라지! 어떻게든 혼을 내서 까불지 못하게 할 테니까!) 독기 서린 눈으로 공손대낭을 노려보지만.

이제는 공손대낭도 청풍을 두려워하지 않고 코웃음을 친다.

권완; [듣고 보니 정말 잘된 일이에요.] 박수 치며 끼어들고

권완; [사실 저도 공공자가 수천살이나 먹은 대낭에게 막 대하는 게 불편하던 참이었어요.] 웃고

청풍; [가재는 게편이라더니... 같은 여자라고 죽이 아주 척척 맞는구나!] 이를 부득 갈고

권완; [저 사람은 신경 쓰지 말고 우리 끼리 얘기해요.] [이제 제가 어떻게 하면 되나요?] 공손대낭 옆에 앉으며 공손대낭의 손을 다독이고

공손대낭; [진보는 일단 은행나무로 돌아갔어요.] 목에서 은행나무 잎 모양의 목걸이를 푼다

공손대낭; [오시에 다시 용화사로 간다고 하니까 그때 아가씨도 용화사로 오셔서 진보를 도와주세요!] 목걸이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펑! 공손대낭이 손바닥에 올려놓은 은행나무 잎 모양의 목걸이가 황금색의 책으로 변한다

공손대낭; [진보보다는 아가씨가 쓸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면서 법보를 돌려드리라고 하셨어요!] 책을 권완에게 주고

권완; [알겠어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저희도 좀 쉬다가 용화사로 갈게요.]

공손대낭; [이번에는 정말 늦지 않게 와주셔야 해요!] 일어나고

권완; [그렇게 할게요.] 미소 지으며 따라서 일어나고

공손대낭; [용화사에서 뵈어요!] 휘익! 날아서 사라지는 공손대낭

손 흔들어 배웅하는 권완

청풍; [하여간 저 나무 요정은 준 거 없이 밉다니까!] 멀리 하늘로 날아서 사라지는 공손대낭의 뒷모습 보며 궁시렁

권완; [심술 그만 부리고 진소저나 말에 태우세요!]

권완; [오시까지는 시간이 충분하니까 근처 객잔에 가서 좀 쉬도록 해요!]

청풍; [이건 뭐 종년이 아니라 상전이구만! 상전!] 궁시렁대면서도 진달개를 두 팔로 안아들고

청풍의 두 팔에 안긴 채 축 늘어지는 진달개. 하지만 엄청난 글래머다. 옷도 야하고

청풍; (싸가지는 없어도 몸뚱이 하나는 기가 막히군!) (이렇게 쭉쭉 빵빵한 계집은 본 적이 없어!) 진달개를 안고 말로 다가가며 침 꿀꺽

권완; [제법 쓸모가 많은 여자예요. 소중하게 다루세요.] 의미심장

청풍; [옳거니! 요 싸가지를 이용해서 뭔 일을 꾸미려는 생각이구만!] 진달개를 말에 척 걸쳐 놓는다. 엎드린 자세로 말 안장에 얹혀지는 진달개.

청풍; [그게 뭔지 말해줄 수 있을까?] 권완을 돌아보며 묻지만

권완; [지금은 모르는 게 좋아요.] 배시시 웃으며 말 고삐를 잡고 걸어간다

청풍; [자기야잉! 궁금해 죽겠어잉! 말해줘잉!] 앙탈부리며 따라가는 청풍

권완; [안돼요! 비밀이란 건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잘 지켜진다는 말도 몰라요?]

청풍; [치사해애애애!] 멀어지는 두 사람과 말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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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까르르르!] 배를 쥐고 웃는 진달개.

주먹 쥐고 부들부들 떠는 패왕

구름으로 이루어진 화면에 청풍이 몽둥이를 휘둘러 원숭이들을 몰고 동굴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권완도 말에 탄 채 따라들어오고

진달개; [아이 고소해! 아이 고소해애애애!] 배를 잡고 뒤로 나자빠져서 두 다리를 바둥 대며 웃는다. 미니스커트를 입었지만 개의치 않고 바둥대며 좋아 죽으려 한다.

패왕; [닥쳐!]

패왕; [한번만 더 쪼개면 혀를 터트려 버리겠다!] 노려보고

급히 입을 손으로 막는 진달개

패왕; [빌어먹을! 서문영감을 만나면 좀 따져야겠군.] 이를 부득 갈고

패왕; [서문숙에게 따지기 전에 그 늙은이 제자 손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지부터 걱정해야할 걸요?] 샐쭉

패왕이 노려보지만

진달개; [난 진실을 말한 것뿐이니까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해요!] 코웃음

패왕; [그럼 네년이 저놈을....!] 이를 부득 갈며 말하려 하지만 + 진달개; [안돼요!] 미리 고개를 젓고

진달개; [난 서문숙의 제자를 막을 수 있을 만큼 강하지는 못해요.] [그러니까 대신 싸워줄 걸 기대하지도 마세요!]

패왕; [쓸모없는 것!] 이를 부득 갈고. 그때

캐앵! ! 원숭이들의 비명이 들리고

이어 패왕과 진달개의 시야로 나타나는 청풍과 권완.

청풍; [하하하! 과연 원숭이들 주인이 여기 있었군!]

낑낑! 주인을 보고 반가워하면서도 두려워하는 듯한 원숭이들

패왕; [대원수가 본왕의 종들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무식하게 가르쳤더냐?]

청풍; [인상 쓰지 마시오. 물어볼 말이 있어서 들른 것뿐이니까.]

패왕; (이 건방진 놈이....!) 분노하지만 억지로 화를 참고

청풍; [용화사는 어느 방향에 있소?]

패왕; [동굴 입구에서 동남쪽으로 30리만 가면 용화사에 이른다.] 흠칫하면서도 대답하고

청풍; [고맙소. 헌데 상처가 심한 듯 보이오만...?]

패왕; [별 거 아니다. 심장을 조금 다쳤을 뿐이다.] 태연한 척 말하고

청풍; [다행이군! 헌데 귀하도 용화사에 가던 길이었소?]

패왕; [그렇다.]

청풍; [용화사엔 뭐가 있소?]

패왕; [뭐가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난릉왕이 원하는 게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다.]

청풍; [귀하와 난릉왕은 적이오?]

패왕; [적이라고 하기는 뭣하다만 서로 좋은 꼴은 두고 못 보는 사이지.]

권완; [귀하는 난릉왕을 두려워하지 않는군요.] 놀랍다는 표정으로 끼어들고

패왕; [본왕은 패왕(覇王) 구석천이다!] 자부심에 찬 표정

패왕; [난릉을 싫어하긴 해도 두려워할 만큼 보잘 것 없는 사람이 아니다.] 코웃음

권완; [그런 분이 어째서 난릉왕을 상전으로 섬기고 계신 건가요?] 냉소하고

패왕; [닥쳐라!] 분노

패욍; [본왕과 용왕(龍王), 귀왕(鬼王)등이 심제회(尋帝會)에 속해있다는 건 난릉이 지어낸 말일 뿐이다.]

권완; [심제회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난릉왕을 제외한 삼왕이 심제회의 태상호법(太上護法)들이라고 믿고 있는 걸요?]

패왕; [헛소문이라고 하지 않느냐?] 버럭

패왕; [본왕은 한 번도 본왕 자신이 심제회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삼태상(三太上)이란 직책도 난릉이 제멋대로 만들어낸 것이다!]

청풍; [훌륭하오! 훌륭해!] 짝짝짝! 청풍이 손뼉을 친다.

모두의 시선이 청풍에게로 향하고.

청풍; [난릉왕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대장부가 아니겠소?] [덧붙이자면 나도 난릉왕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오.] 엄지 손가락을 꼽아 보이고

패왕; (이놈은 서문숙의 제자다.) (서문숙이 어떤 인물인데 제자를 구할 때 시시한 놈을 택하겠는가?)

패왕; (이놈과 친해 놓으면 난릉과 싸울 일이 생길 때 서문숙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 [대원수께서는 지금 어디 계신가?]

청풍; [아마 나무 속에 틀어박혀 있을 거요.]

패왕; [나무 속에 틀어박혀있다?] 어리둥절 하는데

청풍; [냄새나는 영감탱이 얘긴 할 거 없고....] [패왕야! 귀하의 장부다운 모습에 나는 그만 반해버렸소이다.] 과장되게 포권하고

패왕; [뭐라!] 어이없어 실소하는데

청풍; [사실 나는 왕야가 황보천유, 그 간사한 놈의 술법에 당하는 모습을 보았소.]

청풍; [그러나 내 눈에 남아있는 것은 검에 심장이 찔리고도 당당함과 패기를 잃지 않던 호방한 모습이었소.] 다시 한 번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린다.

패왕; [험험! 대장부만이 대장부를 알아보는 법!] [자네도 젊은 나이에 패기가 대단하군.] 역시 엄지 손가락을 꼽아 보이고

청풍; [하하하! 과연 왕야는 호탕하시오.]

청풍; [나 공청풍! 진심으로 왕야에게 감복했소이다!] 패왕의 손을 두 손으로 덥썩 잡고.

패왕; (넉살이 좋아도 보통 좋은 놈이 아니군!) 손이 잡히며 좀 황당한 표정인대

청풍; [왕야께서 싫어하지 않으신다면 의형(義兄)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패왕의 손을 잡고 흔들며

패왕; (나야 불감청이언정 고소언(감히 청하지는 못하나 바라던 바다다)이지!) + [자네가 싫어하지 않는다면 본왕도 자네를 의제(義弟)로 대하고 싶네.] 역시 반색하고

청풍; [불감청 고소언은 오히려 소제가 할 말입니다 형님!]

패왕; [형님?] [본왕을 보고 형님이라고?] [으하하하!] 기분 좋아 크게 웃고

청풍; [하하하! 소제 아직 어려서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형님께서 잘 인도하여 주십시오!] 함께 손을 잡고 웃고.

패왕; [하하하! 이를 말인가?]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만 하게! 우형(愚兄)의 쓸개라도 빼줌세!]

두 손을 마주 잡고 웃으며 화기애애한 두 사람

그걸 보며 황당해하는 권완과 진달개

권완; (정말 대단한 넉살이고 수완이야!) (난릉왕에 못지않은 거물과 단번에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다니...!)

패왕; [육십년 넘게 살았지만 아우같이 호방하며 내 마음에 든 자가 없었네.]

패왕; [이토록 마음에 드는 아우를 얻게 된 자리에 술이 없는 게 아쉽구나.]

청풍; [소제도 형님같이 대범하며 천하를 오시하는 거인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패왕의 손에서 자기 손을 빼고

청풍; [그래도 하늘이 보우하사 이제라도 만나게 되었으니 술 정도로는 자리를 빛낼 수가 없지요.] 말하면서 품 속에 손을 집어넣고

패왕;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우리가 결의형제를 맺은 기념이 될 겁니다!] 유리병을 하나 꺼낸다.

권완; (설마 저 귀한 만년옥액을 처음 만난 흉악한 마두에게 주려고?) 경악

패왕; [그게 뭔가?]

청풍; [만년옥액입니다.] [아주 귀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난릉왕이 애타게 찾는 것이긴 하지요.]

패왕; [만년옥액!] 패왕의 딱 벌어진다.

진달개; [... 말도 안돼!] 울상 짓고

청풍; [아우가 주는 작은 예물이니 받아주십시오 형님!] 패왕의 손에 쥐어주고

패왕; [이건.... 이건 너무 과분하군.] 받으면서 입이 귀에 걸리고

청풍; [하하하! 천하제일의 호걸인 형님과 의형제가 되었는데 이런 작은 선물이 뭐가 대단하겠습니까?]

패왕; [휴우! 우형은 현재 상황이 곤고하여 아우에게 줄 만한 선물이 없네.]

패왕; [본격적인 선물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일단 우형의 마음이니 약소한 것이나마 받아주게.] 히죽 웃으며 진달개를 보고

권완; (설마!) 불길한 예감

청풍; [형님 마음에 드는 게 아니라면 굳이 지금 주실 필요 없습니다.]

패왕; [껄껄! 기왕이면 그럴 듯한 걸로 달라 이거지?] [과연 나 구석천의 아우답게 배포가 크구만!]

청풍; [흐흐흐! 역시 형님은 못 속이겠습니다.]

패왕; [알겠네! 나중에 눈이 뒤집힐 만한 선물을 줄 테니 오늘은 저 계집으로 만족해주게!] 진달개를 가리키고

진달개; [... 뭐라고?] 깜짝 놀라며 분노

찡그리는 권완

패왕; [흐흐흐! 비록 처녀는 아니지만 제법 쓸 만한 계집이네.] [어차피 닳고 닳은 물건이니까 끼고 자다가 싫증나면 버려도 되지.] 진달개의 육감적인 아래 위를 훑어보며

진달개; [, 당신이 감히!] 엄청난 경악과 분노로 버벅대고

청풍; [! 일단 누구와 달리 쭉쭉 빵빵해서 보기는 좋군!] 역시 진달개의 아래 위를 훑어보고

패왕; [덤으로 저 계집이 지닌 검도 주겠네.] [천하에 보기 드문 보검이라 쓰임새가 많을 게야!] 진달개가 들고 있는 보검을 보고

청풍; [뭐 주신다면야...!] 음험하게 진달개의 빵빵한 젖가슴 보며 침을 꼴깍. 찢어진 옷자락으로 대충 묶었지만 그래서 더욱 육감적인 진달개의 젖가슴

진달개는 치욕스러운 표정으로 급히 가슴을 가리고. 그때

권완; <설마 받을 작정은 아니시겠지요?> 전음 보내며 째려보고. 뜨끔하는 청풍

청풍; [..! 형님의 성의는 고맙지만 성깔이 있어서 종으로 부리기는 쉽지 않겠습니다.] 억지 웃음

패왕; [그런 걱정일랑 말게!] 진달개를 향해 손가락을 겨눈다.

지지지! 순간 패왕의 손가락에서 벼락같은 것이 일어나 진달개의 가슴으로 스며들고

진달개; [!] 휘청하는데

진달개; [... 또 무슨 짓을 하려고...!] 가슴을 감싸며 비틀

그러거나 말거나 무어라 주문을 외우는 패왕

권완; (금제의 술법을 쓰는구나!) 긴장하는데

패왕; [됐네!] 눈을 뜨고

패왕; [이제 저 계집은 아우의 말을 듣지 않으려야 듣지 않을 수 없을 걸세.]

패왕; [아우가 마음속으로 폭()자를 떠올리며 이름을 부르면 저 계집은 그 즉시 몸이 터져서 죽어버릴 테니까 말일세.]

청풍; [! 그거 참 확실한 금제군요. 과연 형님답습니다.] 엄지손가락 들어 보이고

패왕; [이후로 저 계집은 아우의 어떤 말이든 거스르지 못할 테니 안심하게.]

진달개; [!] 힘이 빠져 털썩 주저앉고.

패왕; [곧 날이 밝을 걸세. 용화사로 가려면 서둘러야할 걸세!]

청풍;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강호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포권하고

패왕; [멀리 나갈 형편이 못 되어 여기서 작별을 고해야겠군!] 포권하고

 

#146>

새벽 무렵. 동녘이 환해져서 금방이라도 해가 뜰 듯이 보인다.

산중의 자욱한 안개 밖으로 나오는 청풍과 권완. 권완은 말을 타고 있고. 두 사람 뒤로 진달개가 풀이 죽어 따라오고. 진달개의 보검은 청풍이 허리에 차고 있다.

청풍; [진법을 무사히 빠져나오긴 했는데 시간을 너무 지체했구만!] [그새 날이 홀라당 새버렸어!] 하늘을 보고

권완; [패왕 구석천은 아주 흉포한 자예요.]

권완; [그자에게 만년옥액을 준 건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꼴이 아닌가요?]

청풍; [맞아!] 킥킥

권완; [그런데 왜?]

청풍; [한 산에 호랑이가 두 마리 있을 수 없다는 옛말에 따른 거야.]

권완; [!] 깨닫고

청풍; [서로의 힘 차이가 클 때는 싸움이 나지 않아.] [그러다가 힘의 차이를 가름하기 어려워지면 싸움은 기필코 일어날 수밖에 없지!]

권완; [그래서 패왕 구석천의 힘을 키워준 거로군요!] 흥분

청풍; [사실 패왕이니 뭐니 하며 뻐겨봤자 난릉왕한테는 좀 딸리잖아.]

청풍; [지금까지 구석천이 난릉왕과 대적하지 않은 것은 자기 주제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구.]

청풍; [하지만 이번에 입은 상처를 치유하고 나면 구석천의 생각도 좀 달라질 걸?]

권완; [그야말로 격장지계고 차도살인지계로군요!]

청풍; [흐흐흐! 하여간 우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구!] [원래 불구경보다 재미있는 게 쌈구경 아니겠어?] 낄낄 거리고

권완;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무서운 사람이야!) 청풍을 보며 침 꼴깍

권완; (어쩌면 장차 무림을 호령할 사람은 난릉왕도 아버지도 아니고 이 사람일지도 몰라!) 흥분하는데

청풍; [귀찮은 아줌씨가 또 왔군!] 찡그리고

권완; [?] 흠칫

권완; [누가 왔다고...!] 말하다가 입을 다문다.

슈육! 앞쪽의 고목나무에서 누군가 빠져나온다. 바로 공손대낭이다. 공손대낭은 나무의 요정이라 다른 나무들에서 빠져나오기도 한다. 헌데 표정이 안좋다. 화가 난 듯한 표정이고

진달개; (사람이 나무에서 빠져나오다니...!) 놀라는데

권완; [대낭!] 반갑게 말하며 말을 몰아 앞으로 나가고

권완; [지금 용화사로 가던 길이에요. 저희들이 늦었지요?]

공손대낭; [갈 것 없어요. 이미 다 끝났으니까!] 쌀쌀 맞게 말하고

권완; (단단히 삐졌네.) + [다 끝나다니... 무슨 뜻이죠?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말에서 내리고

공손대낭; [말하기도 싫어요!] [이제 일이 더 어렵게 됐고 이게 다 두 분 때문이에요!]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처럼 눈물 글썽이며 소리 빽 지르고.

청풍; [아니 이 싸가지 없는 요정이 누구한테 큰 소리야? 큰 소리가!] 눈을 부라리고

공손대낭; [두 사람이 제 때 와서 돕기만 했어도 진보가 그렇게까지 다치진 않았을 거라구요!] 이를 바득 바득 갈고

권완; [노야께서 다치셨어요?]

청풍; [뭔 소리야?] 뚱한 표정

청풍; [사람도 아니고 잡귀, 아니 목신이 된 영감탱이가 어떻게 다칠 수 있다는 거야?] 권완이 째려봐서 찔끔하며

공손대낭; [지난 밤 용화사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요정이나 이매망량도 해칠 수 있는 힘을 지닌 인물들이었어요.]

공손대낭; [그 때문에 진보와 저도 하마터면 죽을.... 아니 소멸당할 뻔했다구요!] 억울한 표정으로 눈시울를 소매 자락으로 찍고

권완; [마음을 갈아 앉히고 여기 앉아서 차근차근 말씀해보세요!] [지난 밤 용화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죠?] 공손대낭의 팔을 잡아 근처의 바위에 앉히며 말하고. 못 이기는 척 앉는 공손대낭

공손대낭; [사단은 공()씨 성의 공자가 예정에도 없이 용화사의 모임에 참석하면서 생겼어요!] 말하면서 공자무가 귀를 거느리고 탑 안으로 들어오던 장면을 떠올린다.

청풍; [?] [이 근처에 나 말고 또 공씨가 있었어?] 놀라고

그러거나 말거나 뭔가를 설명하는 공손대낭의 모습이 원경으로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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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옥불사. 황보천유가 만년옥액을 숨겨놓은 대나무 숲 옆의 바위

[!] 황보천유가 눈 부릅뜨고 있다.

바위 아랫부분이 파헤쳐져 있다.

황보천유; [설... 설마!] 허둥대며 무릎 꿇고 앉아서 땅을 판다.

하지만 만년옥액이 들어있는 유리병은 보이지 않고

황보천유; [사... 사라지다니! 내가 만년옥액을 여기 숨기는 건 아무도 모르는데...!]

그러다가 난릉왕을 떠올리는 황보천유

황보천유; [난릉왕! 난릉왕!] 이를 부득 부득 갈고

황보천유; [잘... 잘도 나를 갖고 놀아?] [두고 보자! 기필코 열배 백배로 돌려주고 말겠다!] 으아아아! 분노하여 부르짖고

 

#142>

산길을 말을 달려서 가는 청풍과 권완. 헌데

스으! 스으! 숲에 안개같은 것이 흐르고

청풍; [젠장! 급해 죽겠는데 안개까지 끼고 지랄이야!] 궁시렁

권완; [천박한 말은 쓰지 마세요! 듣기에 안좋아요!]

청풍; [알았어!]

청풍; [꼭 꼰대같이 군단 말이야!] 권완을 흘겨보며 궁시렁

권완; [어린애처럼 굴지 말고 우선 멈추세요.] 한숨

청풍; [멈춰? 왜?] 물으면서도 걸음을 멈추고

권완; [우린 진법에 빠졌어요!] 한숨

청풍; [진법에 빠졌다고? 언제?] 어리둥절

권완; [당신이 어련히 잘 데려갈까 하고 방심하고 있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군요.] [저 나무는 아까도 보았던 나무예요!] 한쪽에 서있는 기괴한 나무를 가리키고

청풍; [어! 그러고 보니 본적이 있는 나무인데 그래!]

권완; [우린 아까부터 같은 자리만 뱅뱅 돌고 있었던 거예요.] 앞의 바닥을 가리킨다.

땅 바닥에 말발굽이 찍혀있다.

청풍; [뭐 그래봤자 별일 있겠어?] [천하제일의 재녀라는 완이가 이 정도 진법을 파해 못할 까닭이 없잖아!]

권완; [빠져나갈 수야 있겠지요. 하지만 만만치 않은 진법이란 게 문제예요.] [시간이 제법 걸릴 테고.... 그럼 용화사의 일도 끝나버릴 거예요.]

청풍; [그럼 별 수 없군! 비상수단을 써서 빨리 빠져나가는 수밖에!] 히죽

권완; [당신도 기문진법에 대해서는 해박하신 모양이군요.]

청풍; [모른다고는 못해도 완이한테 비할 바는 아니지!] 히죽

권완; [그런데 어떻게 빨리 빠져나간다는 거죠?] 어리둥절

청풍; [개를 패면 주인이 나서는 법이거든!] 히죽 웃으며 옆에 있는 나무가지를 부러뜨려 몽둥이를 만든다.

권완; [개를 팬다구요?]

권완; [이 깊은 산중에 무슨 개가 있다고...!] 말하다가 흠칫.

코끝으로 느껴지는 어떤 냄새

권완; (노린내!) (근처에 짐승이 있어!) 침 꼴깍할 때.

슈욱! 안개 속에서 나타나는 시커먼 그림자 네 개. 아주 크다

쿵! 사방에서 포위하며 나타나는 네 마리의 거대한 원숭이. 바로 패왕 구석천의 가마를 메고 다니는 그 원숭이들

권완; (패왕 구석천의 금모성성(金毛猩猩)들!) 긴장하고

 

#143>

깊은 동굴. 종유석이 기기묘묘한데. 종유석들 사이에 패왕 구석천의 가마가 놓여있다. 가마에는 패왕과 진달개가 있는데 기절한 진달개의 몸 위로 패왕이 손이 더듬고 있다.

가슴 섶이 벌어져 빵빵한 젖가슴이 드러난 야한 자세로 기절한 진달개. 헌데

슥! 슥! 피에 젖은 패왕의 손가락이 벌벌 떨리며 진달개의 젖가슴 사이에 <爆> 자를 쓰고 있다.

패왕; [일어나라 계집!] 쿡! 글자를 다 쓰고 손가락으로 진달개의 젖꼭지를 퉁기는 패왕

움찔하며 정신을 차리는 진달개

직후 눈 부릅 진달개

패왕의 시커먼 얼굴이 땀에 젖은 채 히죽 웃으며 내려다보고 있다

진달개; [악!] 기겁하며 벌떡 일어나고

진달개; [나...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휙! 가마에서 뒤로 훌쩍 날아 뛰쳐나간다. 가슴을 양손으로 가리고.

패왕; [이런 짓이지!] 양손의 손가락을 모으며 뭐라 주문을 외운다. 순간

징! 진달개의 젖가슴에 새겨진 <爆>자가 빛을 발하더니

슈욱! 글자들이 진달개의 가슴으로 스며든다

진달개; (폭(爆)... 폭자가 살 속으로 스며들었어!) 겁에 질리고

패왕; [크크! 이제야 한시름 놨군!] 안도하며 뒤로 힘없이 기대고. 그런 패왕의 옆에 진달개의 보검 태아가 떨어져 있다

진달개; [이 괴물!] 이를 갈며 손을 펼치고

팟! 가마 안에 뒹굴고 있던 보검이 진달개의 손으로 빨려들어간다.

진달개; [심장이 뚫리고도 어떻게 살아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목이 잘리고도 살 수 있는지 보겠어!] 검으로 패왕을 겨누며 이를 갈지만

패왕; [아서라 계집!] [본왕을 죽이면 네년 목숨도 함께 끝난다!]

진달개; [그 따위 말에 겁먹을 줄 아느냐?]

패왕; [못 믿겠다?]

패왕; [그럼 믿게 해주지!] [오른손 검지 손톱!] 뭐라 주문 외우며 말하고. 순간

퍽! 검을 쥔 진달개의 오른 손 검지의 손톱이 쩍 갈라지며 피가 튄다

진달개; [악!] 비명 지르며 검을 놓치고

뗑그랑! 바닥에 떨어지는 검

진달개; [흐윽! 내... 내 몸에 금제를 심었구나!] 피로 물든 오른손 검지를 왼손으로 잡고 겁에 질려 비틀

패왕; [흐흐흐! 이제야 상황파악이 되냐?] 히죽

패왕; [본왕의 살의(殺意)가 네년 몸속에 심어져 있는 상태다.] [이제 본왕이 한마디만 하면 네년의 몸 중 지목당한 부분이 그대로 터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 순간 자신의 가슴으로 폭(爆)자가 스며들던 것을 떠올리며 공포에 질리는 진달개

진달개; (큰... 큰일 났어! 난 이제 저 짐승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었어!)

패왕; [이 동굴 안에 온천이 있다. 우선 본왕을 그 온천으로 옮겨라!]

진달개; [싫... 싫어요!] [그런 일은 당신 원숭이들한테 시키면 되잖아요.] 진저리를 치고

패왕; [본왕의 귀여운 성성이들은 이 주위에 진을 치고 있는 중이라 바쁘다.] [게다가 앞으로 본왕의 시중은 네년이 들어야만 한다!]

진달개; [제... 제발 이러지 마세요 네? 금제를 풀어주세요!] 애원하지만

패왕; [시끄럽다 계집!] 눈 부라리고

패왕; [끝내 본왕의 명을 따르지 않는다면 네년을 성성이들에게 노리개로 줘버리겠다.]

진달개; [닥... 닥쳐!] 사색이 되어서도 바락 고함지르고

진달개; [부끄러움도 모르는 짐승!] 발로 검의 손잡이를 밟아서 튀어오르게 하고

진달개; [날 한 번만 더 자극하면 죽는 한이 있어도 당신을 먼저 죽여 버리겠어요!] 팟! 튀어오른 검을 받아들어 겨누며 이를 갈고. 얼굴이 새빨개지고

패왕; [흐흐흐! 물론 본왕과 함께 죽을 수도 있겠지!] 히죽

패왕; [하지만 본왕은 죽음에 대해 그리 자비롭지 못하다!]

진달개; [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죠?]

패왕; [네년을 죽이게 될 경우 간단히 죽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패왕; [머리 속을 건드려서 네년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고 성욕이 끝도 한도 없이 일어나게 만들겠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 히죽

진달개; (설... 설마!) 진저리를 치고

패왕; [흐흐흐! 수컷이면 아무 것하고나 교미를 하자고 엉덩이를 들이밀겠지. 원숭이든 개 돼지든...!]

진달개; [그... 그만 하지 못해요?]

진달개; [인...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치를 떨고

패왕; [흐흐흐 본왕은 원래 잔인하다.] [하물며 죽어가는 마당인데 무슨 짓인들 못하겠느냐?] 광기 서린 얼굴로 웃고

진달개; [죽이고 싶으면 깨끗이 죽여요!] [겨우 어린 여자애나 협박하면서 무슨 패왕이고 대장부예요?] 노려보고

패왕; [흐흐흐! 천하의 패왕 구석천이 잠깐 방심한 대가로 이런 수모까지 당하는구나!] 웃고

패왕; [하지만 본왕이 항상 그렇게 잔혹한 것만은 아니다.] [네가 순종하기만 하면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줄 수도 있다.]

패왕; [잘 생각해봐라!] [천하가 비록 넓다 해도 본왕과 함께 설 수 있는 자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패왕; [이것도 인연이니 네가 마음만 바르게 가지면 큰 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진달개; [만... 만일 내가 도와주어서 몸이 회복된다면 나를 해치지 않겠다고 맹세할 수 있어요?]

패왕; [어디 해치지 않다 뿐이겠느냐?] 히죽

패왕; [네게 본왕의 재주를 물려주어 여자 중의 제일인자로 만들어주마!]

진달개; (그렇게 된다면야...!) 침 꼴깍 삼키는데

카아! 갑자기 동굴 밖에서 괴성이 들린다

패왕; [이런....!] 혀를 차고

패왕; [훼방꾼이 나타난 모양이로군!] 말하며 힘겹게 손을 허공에 흔들고. 순간

스스스! 허공에 구름 덩어리같은 것이 생기더니

구름덩어리 중앙에 화면이 생겨서 동굴 밖의 풍경이 나타난다. 청풍이 네 마리의 원숭이와 싸우는 모습이다. 네 마리 원숭이들이 일방적으로 당한다

진달개; (동굴 밖의 광경이 그대로 보이고 있어! 이건 또 무슨 술법이지?)

끼요옷! 아쵸! 이리저리 날고 뛰며 몽둥이로 원숭이들을 패는 청풍. 아주 빠르고 기기묘묘하다. 권완은 말에 탄 채 보고 있고

패왕; [저놈!] 눈 부릅 놀라고

패왕; [어디서 튀어나온 괴물인데 십대세가 가주들에게 필적하는 본왕의 종들을 개 패듯 패고 있는 건가?]

진달개; [내가 알아요!]

패왕; [그래?]

진달개; [저자는 서문숙의 제자예요!]

패왕; [서문숙의 제자?] [그 영감에게 제자가 있었나?]

진달개; [당신과 사이가 좋을 리 없는 서문숙의 제자가 나타났으니 큰일은 큰일이군요!] 비웃고

 

#144>

[아뵤오오!] 빠바바닥! 몽둥이를 현란하게 휘둘러서 원숭이들의 마빡을 벼락같이 때리고 지나가는 청풍

케엑! 까울! 머리 감싸며 나뒹굴거나 비명 지르는 원숭이들

청풍; [하하하! 이제 그만 항복해라.] 멈춰서며 웃고

청풍; [본 공자도 제천대성이라 불리는 터라 네놈들에게는 동질감을 느낀다는 거 아니냐?] [더 맞기 전에 형님 말 듣는 게 좋을 거다!] 눈을 부라리며 협박하지만

크르르! 카아! 이빨 드러내며 다시 일어나는 원숭이들

청풍; [이것들이 아직 덜 맞았구만!] 눈을 부라리는데

권완; [소용없어요!] 한숨 쉬고

청풍; [소용없다니? 뭐가?] 돌아보는 청풍

권완; [보아하니 그 원숭이들의 몸은 도검이 불침하는 것같아요.] [때린다고 해서 크게 타격을 입지도 않을 거고 말을 듣게 하는 건 더더욱 불가능해요.]

청풍; [좀 그런 것 같지?] 몽둥이는 던져 버리고

권완; [개를 패서 주인을 나오게 만드는 일은 쉽지가 않겠어요!]

청풍; [주인이 안 기어 나오면 개가 주인에게 안내하게 하면 돼!] 우두둑! 양손을 쥐어 소리를 내며 히죽 웃고

권완; (또 무슨 못된 짓을 하려고...!) 찡그리는데

끼끼! 서로 눈치를 보며 신호를 보내는 원숭이들

청풍을 사방에서 일제히 덮친다

권완; [조심해요!] 급히 외치지만

청풍; [놀고들 있다!] 가볍게 피하는 청풍. 이어

[아뵤!] 쾅! 쾅! 두 놈의 뒷통수를 잡아서 서로 박치기 시키고

케엑! 까웅! 별을 보며 뒤로 나자빠지는 두 놈

크아! 키이! 나머지 두 놈이 동시에 달려든다. 한 마리가 앞서 달려드는데 다른 한 놈은 껑충 뛰어서 그놈의 어깨를 밟고 한 단계 더 도약하여 청풍을 먼저 덮친다. 하지만

청풍; [느려!] 오히려 앞으로 달려가 덮치는 놈을 헛손질하게 만든 후

콱! 자기 머리 위를 지나가는 그놈의 발목을 움켜잡는다

케엑! 발목이 잡힌 그놈이 돌아보며 비명 지르는데

청풍; [요놈들! 맛 좀 제대로 봐라!] 그놈의 발목을 잡고 뒤이어 달려드는 놈을 향해 도리깨질하듯이 휘두른렀다.

빠캉! [크악!] [케에엥!] 서로 머리가 충돌하여 비명 지르는 두 놈

털썩! 퍼억! 역시 나자빠져서 헤롱헤롱하는 두 놈.

청풍; [이걸로 일차 준비는 되었군!] 손을 탁 탁 털고

이어 룰루랄라 하며 네 마리를 한 곳으로 모은다. 마빡끼리 충돌한 충격으로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는 원숭이들

휘파람 불며 원숭이들의 꼬리를 한데 모아서 서로 묶어버리는 청풍

권완; [원숭이들 꼬리를 묶어서 무얼 하려구요?] 찡그리며 묻고

청풍; [두고 보면 알아!] 손을 털고 일어나고

이어 던져두었던 몽둥이를 다시 집어든다

청풍; [야! 야! 엄살 피우지들 말고 일어나!] [일할 시간이야!] 딱! 딱! 몽둥이로 원숭이들의 마빡을 툭툭 치고

정신이 드는 원숭이들.

까르르! 카아! 정신이 드는 순간 다시 이빨 드러내며 청풍을 공격하려 하지만

팽! 서로 묶인 꼬리들이 확 잡아당겨진다,

까울! 케엥! 꼬리가 아파서 비명을 지르는 원숭이들

청풍; [낄낄! 이제야 상황 파악이 되냐?] 몽둥이로 손바닥을 탁탁 치며 웃고

끼잉! 깨갱! 비로소 공포에 질리는 원숭이들

청풍; [억울하지?] [억울하면 네놈들 주인한테 달려가서 꼬질러 봐 원숭이새퀴들아!] 몽둥이로 원숭이들을 펑펑 패고

까울! 깨갱! 비명 지르며 머리를 감싸는 원숭이들

청풍; [이랴! 이랴!] 몽둥이로 무차별 원숭이들을 때리고. 그러자

깨갱! 깽! 비명 지르며 한데 뭉쳐서 허둥지둥 한 쪽으로 달려간다

청풍; [어때? 간단하지?] 낄낄 대며 권완을 돌아보고

청풍; [짐승이든 인간이든 억울하면 상전한테 호소하려 달려가는 법이거든!] 웃으며 원숭이들을 따라간다

권완; [하여간 누가 해결사 아니랄까봐....!] 한숨 쉬며 역시 말을 몰아서 따라가고

청풍; [요것들 동작 봐라!] [뒤처지는 놈은 몽둥이 찜질이다!] 몽둥이를 휘휘 휘두르며 원숭이들을 따라가고

깨갱! 캥! 원숭이들을 겁에 질려 한 덩어리가 되어 달려간다. 구르고 나자빠지고

청풍; [하하하! 아무렴! 그래야지!] 웃으며 따라가고

권완도 고개 설레 설레 흔들며 따라간다.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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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 [본왕은 네가 여기서 무슨 짓을 했는지는 관심이 없다.] [중들을 모두 죽인 게 무공비급이나 기진이보 때문이든 뭐든...]

패왕; [그러나….] 강렬한 눈빛으로 황보천유를 노려보고

황보천유; (이 괴물이 내가 생각하는 그 괴물이이라면 순순히 끝나긴 글렀다.) 입술 지긋이 깨물며 긴장하는데

패왕; [네가 데리고 있는 그 계집은 본왕이 데려가겠다.] 황보천유의 뒤를 가리키며 히죽 웃고

황보천유; (진달개를 달라고?) 눈 부릅뜨고

황보천유; (이제 보니 원숭이 새끼들뿐만 아니라 이 괴물도 코가 개코였군!) 실룩

패왕; [내놓기 싫다면 때려죽인 후 데려가주마!] 흉악하게 웃고

황보천유; [선배께서 원하신다면 데려가십시오.] 한숨

황보천유; [하지만 그녀는 곰보에다 뚱뚱보며 나이도 마흔살을 넘겼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패왕; [뭐가 어쩌고 어째?] 으하하하하하! 광소를 터뜨린다.

드드드! 쏴아아아! 지축이 흔들리고 주변의 대나무들이 태풍을 만난 듯이 휘어진다

우뚝 선 황보천유의 옷자락도 찢어질 듯 펄럭인다

황보천유; (무시무시한 내공이군!) 눈 부릅

황보천유; (사자후를 쓰는 것도 아닌데 오장육부가 자리를 바꾸려 들 정도라니...!) 필사적으로 흔들리는 몸을 버티는데

뚝 그치는 패왕

패왕; [건방진 놈! 감히 본왕을 우롱하려들어?] 눈 부라리며 황보천유를 노려보고

패왕; [장환술로 숨겨둔 게 젊고 싱싱한 계집이라는 것쯤 모를 줄 아느냐?] [허튼 수작을 한 대가로 본때를 보여주마!] 손을 번쩍 쳐들어 후려치려 하고

황보천유; [그만하시지요!] 냉소

패왕; [뭐?] 손을 후려치려다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멈추고

황보천유; [비록 후배가 양보하고 있지만 선배가 무서워서가 아닙니다.] 차갑게 웃고

패왕; [허어!] 어이없어 하며 손을 내리고

황보천유; [제 뒤에 있는 계집은 저도 싫증났으니 데려가십시오.] 힐끔 뒤를 보고

진달개; (싫... 싫증났으니 데려가라고?) 잔환술 안에서 보며 분노하고

진달개; (오라버니가 나한테 이럴 수가...!) 이를 바득

황보천유; [그러나 데려가려면 단순히 저보다 무공이 강한 정도로는 안 될 겁니다.] 오만하게

패왕; [쥐꼬리만한 술법을 믿는 것이냐?] 냉소

황보천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후배에게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황보천유; [남의 명을 따르고 있을 때 후배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선배는 그 이유를 아시겠습니까?]

패왕; [교활하고도 재미난 놈이로군.] 피식

패왕; [네 녀석은 칼끝보다 혀끝이 더 변화무쌍하고 날카롭겠다.] 껄껄

황보천유; [제 뒤에 도사린 칼은 더 날카롭습니다.]

패왕; [천하의 그 어떤 날카로운 칼도 본왕을 해치진 못한다.] 거만

패왕; [그래도 네놈이 믿고 있는 배경이 뭔지는 들어주마. 말해봐라!]

황보천유; [제게 명을 내린 분은 난릉왕 전하이십니다.]

패왕; [난릉?] 눈 부릅

황보천유; [선배께서는 무공과 술법에 있어서 천하제일인 그분에게 대적하실 수 있겠습니까?] 냉소

패왕; [건방진 놈!] [감히 누구한테 수작이냐?] 분노하며 다시 손을 번적 쳐들고

패왕; [모든 인간이 난릉을 두려워할지 모르지만 본왕은 아니다.] [그 증거로 네 놈을 오늘 이 자리에서 죽여주마!] 쩡! 손이 빛에 물들고

패왕; [저승에 가거든 본왕이 보냈다고 시왕(十王)에게 고해라.] 말하며 장풍을 내치려 하고. 직후

황보천유; [진정하십시오!] 물러서며 뒤로 손을 뻗고

슉! 장환술의 권역으로 들어가는 황보천유의 손이 사라진다. 이어

[흑!] 장환술 속에 숨어있던 진달개가 팔목이 잡혀 밖으로 확 끌려나온다

패왕; [어!] 장풍을 내치려다가 눈 부릅 패왕

진달개; [오.... 오라버니!] 끌려나오며 겁에 질리고.

예쁘고 빵빵한 진달개의 모습 여기저기 크로즈 업

패왕; [호오! 기대이상인 걸?] 흥미를 느끼며 손을 내리는 패왕

황보천유; [진매 미안하다! 내가 힘이 없어 널 지켜주지 못하는구나.] 한숨을 쉬며 교묘히 진달개로 자신의 앞을 가린다

진달개; [괜잖아요 오라버니! 제가 오라버니를 지키겠어요.] 창! 검을 잡아 뽑고. 헌데

황보천유; [정말 미안하다!] 진달개의 검을 든 손을 당겨 그녀가 든 검으로 자기의 가슴을 푹 찌른다.

진달개; [악!] 비명을 지르면서 검을 급히 잡아당긴다. 그러나 진달개의 보검은 이미 황보천유의 가슴에 반치 정도 파고 들어갔던 터라 검이 뽑히며 선혈이 확 뿜어진다.

비틀하며 쓰러지려는 황보천유

진달개; [오라버니!] 비명 지르며 급히 끌어안아 부축

진달개; [왜... 왜 이런 짓을 하세요?] [절 지켜주지 못한다고 자결할 필요까지는 없잖아요!] 울면서 황보천유를 바닥에 누이고

황보천유; [저... 저자는 내가 상대할 수 없는 고수다.] [진매가 저자에게 농락당하는 건 차마 볼 수가 없구나!] 헉헉

진달개; [걱정마세요 오라버니! 제가 남에게 농락당하는 일은 없어요!] 결연한 표정으로 황보천유를 바닥에 누인 후 일어나고

진달개; [싸우다가 힘이 모자라면 죽을 뿐이에요.] 검을 꼬나들고 패왕에게 다가가고

패왕; [흐흐흐! 제법 강단이 있는 계집이로다!]

패왕; [마음에 들었다! 이리 와서 본왕의 귀여움을 받아라!] 양팔을 벌리며 웃고

진달개; [개소리!] 팟! 날아올라 가마 위의 패왕을 덮쳐가고

진달개; [죽엇!] 쩡! 가마 위로 뛰어오르며 검으로 패왕의 가슴을 세차게 찌른다. 하지만

휘청! 검은 패왕의 가슴으로 뚫고 들어가지 못하고 크게 휘어진다.

진달개; [금... 금강불괴!] 검을 찌른 자세로 눈 부릅뜨고

패왕; [크크크! 아무리 날카로운 신병이기라도 본왕의 몸에는 흠집 하나 내지 못한다!] 웃고. 헌데 바로 그때

황보천유; [단순히 무공으로라면 그렇겠지!] 따라라랑! 벌떡 일어나 앉으며 매화신종을 흔든다. 순간

사팟! 패왕의 가슴을 찌르고 있는 진달개의 보검 앞 부분이 사라진다. 그와 함께

푹! 단번에 패왕의 가슴을 앞뒤로 관통해버리는 진달개의 검

패왕; [크악!] 비명을 지르면서도 진달개의 검을 쥔 오른쪽 손목을 움켜잡고

콰득! 진달개의 손목이 으스러지는 소리

진달개; [악!] 비명 지르며 검을 놓치고

털썩! 고통에 못 이겨 기절하며 난가 위에 쓰러지는 진달개

카아! 키에! 원숭이들이 돌아보며 괴성을 지르고

패왕; [크흑! 격물전이(隔物轉移;물체를 통과하여 이동시킴)의 술법을 쓰려고 검에 제놈의 피를 묻혔구나!] 가슴을 관통한 검의 손잡이를 움켜잡고 이를 간다.

황보천유; [으하하하! 인간인 이상 껍질이 아무리 단단해도 속은 피와 살로 이루어졌겠지!] 일어난 채 웃고

황보천유; [심장에 구멍이 난 기분이 어떠냐 원숭이야!] 비웃고

패왕; [이 죽일 놈!] 이를 갈며 검을 확 잡아 뽑는다. 푸학! 검이 가슴에서 뽑히면서 피가 분수처럼 치솟고

황보천유; [헉!] 딸랑! 놀라며 급히 매화신종을 흔들고

패왕; [죽인다!] 부악! 이를 갈며 검을 내려친다. 진달개의 검에서 수십미터의 섬광이 치솟았다가

투쾅! 섬광이 황보천유의 몸을 수직으로 쪼개 버리고 그가 서있던 곳을 내리쳐 박살낸다. 땅 바닥에 수십미터 길이로 도랑이 파이고. 하지만

푸스스! 직후 황보천유의 쪼개진 모습이 허깨비처럼 흩어진다

패왕; [이... 이환술(移幻術)까지...! 크윽!] 가슴을 누르며 난가에 쓰러지고

<크크크! 쎈놈이 항상 이기는 건 아니라는 강호의 진리도 모르는 멍청한 원숭이 새끼!> 어디선가 황보천유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패왕; [본왕이.... 본왕이 하찮은 네놈에게 당하다니...!]

패왕; [크아아아!] 분노하여 울부짖는다.

 

#139>

옥불사의 산문 밖.

슈욱! 공간이동하며 나타나는 황보천유

[크아아아!] 멀리서 패왕의 분노에 찬 고함소리가 들리고

황보천유; [휴우! 정말 무서운 괴물이다. 심장에 구멍이 났으면서도 즉사하지 않다니...!] 근처의 바위에 걸터앉고

황보천유; [패왕(覇王) 구석천(具席天)!] [그 원숭이는 바로 난릉왕과 함께 사왕(四王)으로 꼽히는 패왕 구석천이었다!]

황보천유; [포악하기로는 난릉왕도 상대가 안된다는 그 괴물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죽이지 않으면 후환이 클 텐데 어쩐다?] 고민하고. 헌데 바로 그때

따각! 따각! 말발굽소리가 들려온다.

황보천유; [헉!] 화들짝 놀라서 일어나고.

쿵! 앞쪽의 허공에서 말을 탄 난릉왕이 천천히 내려오고 있다. 허공을 비탈길처럼 걸어서 내려오고 있는 말.

황보천유; [왕야!] 급히 한 무릎을 꿇으며 포권하고

황보천유; (살았다! 난릉왕이 나타났으니 구석천도 날 어쩌진 못하겠지!)

그 사이에 난릉왕을 태운 말은 황보천유의 앞쪽 오미터 정도 높이에서 멈춰서고

난릉왕; [만년옥액은?] 가면 속에서 눈을 번뜩이며 묻고

황보천유; [다행히 채취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왕야의 복입니다.] 품속에서 유리병을 하나 꺼내 두 손으로 받들고

스윽! 직후 그자의 손에 있던 유리병이 허공으로 딸려 올라간다.

손을 뻗어 유리병을 쥐는 난릉왕

황보천유; [옥불사의 땡중들이 숨겨둔 것은 찾지를 못...!] 말하며 고개를 들다가 뜨끔하는 황보천유

난릉왕의 눈빛이 가면 속에서 이글거리며 쏘아보고 있다.

황보천유; (이크!) 급히 고개를 떨구고.

황보천유; (조심해야만 한다. 나머지를 빼돌린 걸 들키면 끝장이다!) 식은땀 흘링 때

난릉왕; [수고했다. 세가로 돌아가서 다음 명령을 기다려라.] 유리병을 든 채 말 고삐를 돌리며 말하고

황보천유; [왕, 왕야! 드릴 말씀이...!] 급히 고개 들며 말하지만

난릉왕; [명령을 기다려라.] 말 머리를 완전히 돌리고

따각! 따각! 다시 허공을 걸어서 멀어지는 난릉왕의 말

곧 숲 너머로 사라지는 난릉왕

황보천유; [재수 없는 인간!] 난릉왕이 사라진 곳을 노려보며 이를 부득

황보천유; [난릉왕! 당신이 나를 이렇게 막 대할 수 있는 시간도 오래 남지 않았다.] 일어나고

황보천유; [일단 당신이 천하를 얻을 때까지 협조해주지! 하지만 그 후에는...!] 흐흐흐! 음험하게 웃고

 

#140>

옥불사 외곽의 숲

권완; [휴우!] 힘이 빠져서 아람드리 나무에 기댄 채 사르르 주저앉는다.

권완; [사람과 말을 함께 허공으로 들어 올리는 일은 역시 쉽지가 않아!] 땀을 닦고

권완; [대원수께서 남겨준 법기가 있었다면 좀 더 쉬웠을 텐데...!] 할딱이고. 그때

[수고했어 완!] 숲으로 말을 타고 들어오는 난릉왕

[덕분에 재수없는 그놈을 제대로 속여 넘겼어!] 스스스! 말과 난릉왕의 모습이 변한다. 바로 청풍과 청풍이 권완을 태웠던 그 말이다.

권완; [당신도 난릉왕 흉내를 실감나게 내더군요.] 웃으면서 일어나고

청풍; [낄낄! 흉내 내는 건 원래 원숭이들의 장기잖아!] 웃으면서 말에서 내리고

권완; [그자는 골수까지 악당이었어요.] [단순히 만년옥액을 빼앗는 걸로는 징계가 너무 약하지 않나요?] 말로 다가가고

청풍; [나도 원래는 그놈을 병신으로 만들어서 더 이상 세상에 해를 끼치지 못하게 할까도 생각했어!] 권완을 부축해서 말에 태우고

권완; [그런데요?] 말에 타고

청풍; [생각해보니 그놈, 난릉왕에게 딴 마음을 품고 있더라고!]

권완; [난릉왕을 상대하게 하기 위해서 살려두신 거예요?] [그러기에는 너무 위험한 인물인데...!] 찡그리고

청풍; [그 정도는 되어야 난릉왕에게 조금이라도 타격을 입힐 수 있어!] 말고삐를 잡고 옥불사를 떠난다.

청풍; [현재 우리가 가장 신경써야할 적은 난릉왕이라구!]

권완; [그렇긴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표정

청풍; [아쉽더라도 이걸로 참아줘!] 품속에서 유리병 세 개를 꺼내 내민다

권완; [황보천유가 바위 밑에 숨겨놓은 두 개도 캐내오셨군요!] 반색하며 받고

청풍; [흐흐흐! 밤새 헛고생을 한 걸 알면 그놈 꼭지가 돌아버릴 거야!]

권완; [정말 그렇겠네요!] 유리병을 만지작거리며 흡적한 표정을 짓고

청풍; [그나저나 좀 당황스럽긴 해. 강호에 저런 놈이 그냥 있을 리가 없는데...] 갸웃거리고

권완; [무슨 뜻이죠?] 의아한 표정.

청풍; [그놈이 사용하는 여러 수법들이 아주 익숙했어.]

권완; [무공이 말인가요?]

청풍; [아니! 다른 짓거리들이!] 고개 젓고

청풍; [아무리 봐도 우리 철궁의 수법들이란 말이야.] [약삭빠르고 잔머리 살살 굴리는 게....] 찡그리고

권완; [그자가 철궁에 제자로 들어가서 배웠는지도 모르죠.] [철궁은 돈만 내면 누구든지 제자로 받아준다고 했잖아요!]

청풍; [철궁에서 배웠다면 내가 알고 있어야만 해.]

청풍; [저 정도까지 잘 배운 놈을 궁주인 내가 모를 리 없어.]

권완; [그렇다면 확실히 이상하긴 하군요.]

청풍; [사부들이 나 몰래 가르친 놈인가?] 갸웃

권완; [그건 가면서 천천히 생각해보도록 해요. 우선은 용화사로 빨리 가봐야만 해요.]

권완; [대낭이 도와달라고 했는데 너무 늦지나 앉았는지 모르겠어요.]

청풍; [요정과 귀신이 함께 있으면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란 게 뭘까나?]

권완; [뭔지 몰라도 중요한 일인 건 분명해요. 서두르도록 해요!]

청풍; [그러자고!] 말고삐를 잡고 달린다. 말도 달리고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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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밤이 깊었다. 달도 서쪽으로 기울고 있고

다시 옥불사. 화르르르! 옥불사 중간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는데 그렇게 거세진 않다.

화르르! 우두두! 백옥불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고. 옥불루와 백옥불 주위에 쌓여있던 장작들이 거의 다 타서 연신 무너지고 있다. 그에 따라 백옥불의 형상이 온전히 드러나고 있고. 멀찍이 서서 보고 있는 황보천유와 진달개. 황보천유는 느긋하게 앉아 있고 진달개만 초조한 듯이 보고 있다. 진달개는 지금은 검을 허리에 차고 있다.

진달개; [장작이 거의 다 탔어요! 이제 어떻게 하죠?]

황보천유; [물론 만년옥액을 채취해야지!] 일어나고

황보천유; [그럴려면 먼저 잔불과 재부터 털어내야하고!] 화악! 손바닥을 내밀고. 그자의 손바닥에서 강한 열기가 뿜어진다

화악! 화르르! 황보천유의 손바닥에서 일어난 강력한 열풍이 백옥불 주변에 남아있던 장작의 잔해들을 순간적으로 재로 만들어 버리고

화르르! 그 재들은 돌풍에 휩쌓여 날아간다

쿵! 온전히 새빨갛게 달아오른 백옥불만 남는다

진달개; [오라버니의 공력이 실로 놀랍군요.] 놀라고

황보천유; (진달개! 넌 죽었다 깨어나도 내 능력을 전부 알지 못할 것이다) 냉소하며 백옥불로 다가간다.

화악! 백옥불의 열기가 황보천유의 몸을 달구고 옷을 펄럭이게 만든다

진달개; [조심하세요. 열기가 심해요!] 따라가지 못하고 외치는데

황보천유; [뜨거우면 식히면 돼!] 쌍장을 모으고. 그러자

치치치! 황보천유의 몸이 얼음처럼 변하면서 몸에서 수증기가 일어난다. 얼음이 불 속에 던져진 것 같고

진달개; (극음기공(極陰奇功)까지 익혔단 말인가?) 놀랄 때

황보천유; [식어랏!] 팍! 하얗게 변한 손을 백옥불의 하단에 대며 외치고. 순간

쩡! 쩌저적! 황보천유가 손을 댄 부분부터 시작해서 새빨갛게 달아올랐던 백옥불이 새하얗게 변해간다. 식으면서 성애가 끼는 것

진달개; [맙소사!] 놀라고

스스스! 츠츠츠! 수증기가 백옥불을 휩싸고

진달개; (저 거대한 백옥불을 단번에 식히고 있어!) 흥분

쿵! 수증기가 사라지면서 드러나는 백옥불의 모습. 백옥불 전체가 성애에 덮여서 원래의 하얀 색으로 돌아왔다

츠츠츠! 백옥불이 성애에 덮인 모습

진달개; (방금 전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라있던 옥불이 꽁꽁 얼어붙었어!) 침 꼴깍

황보천유; [됐군!] 손을 떼고

황보천유; [이제 만년옥액이 얼어붙은 곳만 찾으면 되겠지!] 휙! 백옥불의 무릎으로 뛰어올라가고

진달개; [정말 대단해요 오라버니!] 따라서 날아올라오고

진달개; [전설의 빙백강기(氷魄罡氣)마저 익히신 건가요?]

황보천유; [뭐 비슷한 거야! 그보다 진매도 같이 찾아봐!] 여기 저기 살피고

진달개; [뭘 찾아야하죠?]

황보천유; [달궈졌다가 식으면서 색이 변한 곳이 있을 거야!]

진달개; [그곳이 만년옥액이 얼어붙은 부분이군요!] 흥분하고

휙! 백옥불의 어깨 위로 날아올라가는 진달개

이어 백옥불의 구석구석을 살피는 두 년놈.

황보천유; (내 방법은 틀림없다.)

황보천유; (만년옥액은 열이 가해지면 침출(浸出)되는 성질을 지녔으며 그러다가 식으면 서로를 끌어당기는 인성(引性)도 지니고 있다.) 여기저기 살피고

황보천유; (그 때문에 어느 한 부위에 만년옥액 전체가 모여 있을 것이다!)

진달개; [오라버니!] 백옥불의 어깨에서 외치고

올려다보는 황보천유

진달개; [여기에 색이 다른 부분이 있어요!]

황보천유; [건드리지 마라!] 휙! 올라가고

진달개; [여기에요 여기!] 자기 발치를 가리키고

츠츠! 과연 원형으로 색이 짙은 부위가 있다. 직경이 5센티 정도. 금빛으로 빛나고

황보천유; (찾았다!) 무릎 꿇고 살피고

손가락으로 그 부분을 쓸고

그러자 그 부분이 얼음이라 손가락이 지난 부분이 조금 녹았다.

황보천유; (체열에 녹았다! 틀림없다!) 손가락을 본다. 손가락이 촉촉하다

진달개; [만년옥액이 맞나요?]

황보천유; [검!] 손가락을 입에 넣어 빨며 다른 손을 내밀고

진달개; [예!] 스릉! 허리에 찬 검을 뽑는다

진달개; [이건 춘추시대의 신검 태아(太阿)인데 아주 날카로워서 금석을 무 베듯 해요.]

진달개; [아버지는 한(漢) 무제(武帝)의 무덤에서 발굴한 이걸 제게 주셨어요!] 황보천유에게 내밀고

황보천유; [진씨세가에서 최근 얻었다는 보검을 진매가 갖고 있었군!] 받고

진달개; [하나뿐인 딸이 몸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하셨거든요.] 배배 꼬며 수줍게 웃고

황보천유; [지킬 게 뭐 있다고...!] 냉소하며 검 끝으로 만년옥액이 고여있는 부분에 동그랗게 원을 그리기 시작하고

진달개; [예?] 흠칫하는데

황보천유; [그냥 그렇다고....!] 사각! 말하며 검끝으로 완전히 원을 그리고

황보천유; [생각해보니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겠군!] 냉소하며 검을 다시 성의없이 진달개에게 주고.

진달개;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라고? 설마 나를 빗대서...?) 찡그리며 검을 받는데

황보천유; [굳이 검이 필요하진 않았다는 얘기야!] 윙크하고

진달개; (그럼 그렇지!) 안도하며 가슴을 쓸고

황보천유; [그럼 얼마나 응결되었는지 확인해볼까?] 손바닥을 원형으로 선을 그은 부분에 대고

황보천유; [찻!] 손바닥을 활짝 펴며 기합을 넣고.

쩌억! 다음 순간 황보천유가 쳐드는 손바닥을 따라 원뿔 모양으로 색이 짙은 부분이 딸려나온다

진달개; [아!] 놀라면서도 검을 검집에 꽂고.

그 사이에 15센티 정도 길이의 원뿔 모양 얼음이 백옥불의 어깨에서 완전히 빠져나오고

진달개; [그... 그게 만년옥액이 얼어서 생긴 얼음인가요?] 침 꼴깍

황보천유; [으하하하! 드디어! 드디어 만년옥액이 내 손에 들어왔다!] 손바닥에 올려놓은 원뿔형의 얼음을 보며 기뻐 웃고

진달개; [축하드려요 오라버니!] 그런 황보천유의 목을 와락 끌어안고

진달개; [드디어 성공하군요!] 뺨을 황보천유의 뺨에 부비며 기뻐하고

슈웃! 황보천유는 진달개를 목에 매단 채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백옥불에서 삼사십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대나무 숲 앞의 평평한 바위에 내려선다.

진달개; [전 신경쓰지 마세요. 만년옥액은 오라버니가 모두 갖으세요!] 몸을 비비며 아양을 떨고

황보천유; [그럴 수야 없지! 진매도 수고를 했는데....!] 은근히 끌어안고

진달개; [정말이에요. 전 오라버니의 사랑만 있으면 충분해요!] 하악 하악!

황보천유; [말이라도 고맙군!] 음험하게 웃으며 진달개의 등 한 곳을 누르고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며 기절하는 진달개

황보천유; [물론 네년에게 나눠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냉소하며 팔을 풀고

바위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진달개.

야한 자세로 바닥에 쓰러져 기절한다.

황보천유; [언제 난릉왕이 들이닥칠지 모르니 서둘러야겠군!] 바위에 걸터앉고

이어 품 속에서 작은 유리병 세 개를 꺼내서

바위 위에 죽 늘어놓고

황보천유; [얼마나 채취되었는지 그 인간이 알게 뭐냐?] 히죽 웃으며 원뿔형으로 얼어붙은 만년옥액을 쥐고 뾰족한 끝을 유리병 하나의 입구에 댄다

징! 황보천유의 손이 달아오르고

주르르! 얼어붙었던 만년옥액이 아래부분부터 녹아서 유리병에 고인다

황보천유; [흐흐흐! 천하무적이 목전(目前)인 것인가?]

 

잠시 후. 야하게 누워 기절한 진달개

그 옆의 바위 위에는 두 개의 유리병이 유리로 만든 뚜껑으로 덮여있고

황보천유; [다 되었군!] 세 번째 유리병도 유리로 된 뚜껑으로 막고 있는 황보천유

황보천유; [틈새를 밀납으로 밀봉했으니 깨지지 않는 한 흘러나올 염려는 없겠지!] 유리병들을 집어들고

휙! 바위에서 뛰어내리고

황보천유; [혹시 모르니까...!] 바위 아래의 땅을 파고

황보천유; [나중에 조용해지면 와서 가져가자!] 유리병 중 두 개를 바위 아래 묻는다

황보천유; [어차피 난릉왕에게는 일부를 바칠 수밖에 없으니까...!] + [!] 중얼거리다가 흠칫

쏴아아! 갑자기 사방에서 먹구름이 밀려오며 별과 달을 모두 가려버린다. 삽시간에 천지는 암흑처럼 깜깜해지고,

황보천유; (이건!) 깜짝 놀라며 급히 유리병을 품 속에 넣는다.

황보천유; (천지가 갑자기 이런 조화를 부리는 건 하늘이 하는 일이 아니다.) (어떤 인간이 술법을 부려서 사람들의 이목으로부터 옥불사를 가리려고 하고 있다!) 아연긴장하며 둘러보고.

휘이이잉! 바람이 세차게 불면서 재와 먼지와 불티가 함께 날고.

쿠쿠쿠! 음산한 회오리바람이 옥불사 전체를 휘감아 돈다.

여기저기서 귀신불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차갑고 음습한 안개가 밀려왔다. 귀신불들이 암흑 속에서 너울대며 흐르고 내리고 오르고 맴돈다.

[으흐흐흐….] [으흐흐흐….] 그 속에서 귀신들이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주변을 휘감은 안개 속에서 귀신같은 형상들이 흐느적거리며 다가온다

황보천유; (지옥유부에서 망령들을 불러낸 건가? 정말 강력한 술법을 쓰는 자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황보천유; (본가의 법기인 매화신종(梅花神鍾)을 써야 겨우 상대할 수 있겠다!) 품에서 작은 종을 하나 꺼낸다. 아이들 장난감같이 생긴 종인데 표면에 매화가 핀 나뭇가지가 새겨져 있다.

딸랑! 딸랑! 긴장해서 매화신종을 조심스럽게 꺼내서 흔드는 황보천유. 그러자

화악! 반구형의 반투명한 막이 일어나서 황보천유와 진달개를 덮어버린다.

밀려오는 안개 속에서 다가오던 귀신들은 황보천유와 진달개를 발견하지 못하고 옆으로 흐느적 거리며 지나간다.

황보천유; (일단 잡귀들을 속이는 데는 성공했군!) 매화신종을 품속에 넣고. 이어

황보천유; [진매! 일어나!] 발로 진달개의 옆구리를 툭 차고.

움찔하며 정신 차리는 진달개

황보천유; [정신이 들어?] 주변을 살피며 속삭이고

진달개; [오라버니! 또 내 혈도를...!] + [웁!] 말하며 일어나는 진달개의 입을 황보천유가 급히 틀어막는다.

황보천유; [조용히! 무서운 적이 근처에 있다.] 속삭이고

그제서야 주변을 보고 놀라 눈 부릅 진달개

반구형의 막 주변을 서성이는 귀신의 형상들

진달개; (귀.... 귀신!) 겁에 질려 파르르 떨고

황보천유; [소리만 내지마! 밖에서는 우리 모습이 안보인다!] 진달개의 입을 풀어주고

진달개; [장... 장환술(藏幻術)인가요?] 침 꼴깍

황보천유; [그렇다.] [하지만 나타난 자를 완전히 속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끄덕이며 백옥불 쪽을 노려보고

진달개; [그... 그렇게 무서운 자인가요?]

황보천유; [이 정도 술법을 구사하는 것만 봐도 난릉왕보다 그리 아래가 아닌 자같다.]

진달개; [그... 그런...!] 겁에 질리고

황보천유; [그냥 지나가는 자라면 일부러 자극하여 번거로움을 자초할 필요없다.] 백옥불 쪽을 보고

진달개; [예...!] 침 꼴깍하며 역시 황보천유가 보는 쪽을 보고. 직후

<크크크크...! 여기가 용화사가 아니었나?> 갑자기 사방을 울리는 음산한 웃음소리가 들리고

진달개; [오... 오라버니!] 겁에 질려 황보천유에게 달라붙고

황보천유; [겁 먹지 마라! 소란만 피우지 않으면 들키지 않는다!] 다독이고. 그때

<이상한 기운이 감돌기에 여긴 줄 알았더니 잘못 내려온 모양이군.> 쿠쿠쿠! 음산한 안개와 회오리바람 속에서 들리는 음성

황보천유; (젠장! 목소리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군!) (어째 예감이 안 좋은 걸!) 역시 긴장하는데

진달개; [저기!] 놀라며 백옥불의 위쪽 허공을 가리킨다

쿠우우! 휘도는 시커먼 먹장구름 속에서 황금빛의 어떤 물체가 나타난다.

쿵! 먹장 구름 속에서 천천히 하강하는 것은 왕이나 천자가 타고 다니는 벽은 없고 네 개의 기둥에 지붕만 얹혀져 있는 가마 난가(鸞駕)다. 황금빛으로 치장한 화려한 가마인데 네 마리의 금빛 털을 지닌 거대한 원숭이들이 메고 있다. 꼬리도 긴 이 원숭이들은 사람처럼 고관대작들이 입는 관복을 입고 관모를 썼다.

원숭이들이 메고 있는 난가에는 장대한 체격의 중년인이 거만하게 앉아있다. 완전히 황제의 복장을 하고 있는데 머리에는 면류관까지 쓰고 있다. 얼굴은 원숭이처럼 수염이 가득하고 배는 뚱뚱하다. 모습이 황제같을 뿐 아니라 주위에 맴돌고 있는 이상한 기운은 그가 저승에서 나온 염라대왕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자가 난릉왕과 함께 사왕에 드는 패왕 구석천이다. 대단한 고수지만 좀 단순하다.

황보천유; (요란하게도 나타나는군!) 노려보는데

휘익! 이윽고 백옥불 앞으로 내려서는 원숭이들. 헌데

번쩍! 번쩍! 원숭이들의 눈이 빛나더니

고개 홱 돌려서 일제히 황보천유와 진달개가 숨어있는 곳을 돌아보는 원숭이들

황보천유; (들켰다!) 눈 부릅 뜰 때

[크아!] 카아!] 동시에 이를 드러내며 괴성을 지르는 원숭이들

황보천유; (젠장! 저 원숭이 새끼들이 냄새를 맡았구나!) 이를 부득 가는데.

패왕; [거기에 버러지들이 숨어있는 줄 안다!] [살고 싶으면 기어 나와라!] 황보천유가 숨은 곳을 보며 눈을 부라리고

황보천유; [소리 내지 말고 숨어있어!] 진달개를 다독이며 앞으로 걸어가고

진달개; [조... 조심하세요!] 겁에 질려 달달 떨고

반투명한 막 밖으로 나가는 황보천유

슈욱! 대나무 숲 근처 바위 옆.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빠져나오는 황보천유

패왕; [장환술이 제법이라 늙은이라 생각했는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였군.] 히죽 웃는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드러나고

황보천유; [후배는 황보세가의 소가주인 황보천유라 합니다. 선배님의 존성대명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포권하고

패왕; [흥! 황보세가의 잡것이었군.] 코웃음

황보천유; (본가의 명성도 별 효력이 없는 건가?) 침 꿀꺽 삼킬 때

패왕; [잘 들어라 애송아! 본왕은 황보세가를 미워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다.] 히죽

패왕; [미워하지 않는 건 가주란 놈의 하는 짓이 본왕(本王)과 비슷한 면이 있기 때문이고 좋아하지 않는 건 정파의 간판을 걸어놓고 점잔을 떨기 때문이다.]

황보천유; [후배의 가친을 알고 계시는지요?]

패왕; [흐흐흐! 알기는 하지만 그 때문에 네가 덕 볼 일은 없다.] [네 아비 황보중평도 본왕을 보면 두려워 숨도 크게 못 쉴 것이다.]]

황보천유; (본왕!) (설마 이 괴물은...!) 무언가를 깨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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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고수이자 천하제일술법자인 난릉왕께서 납셨다.] [모두 뛰쳐나와 맞아라!] 말을 따라 들어오는 똑같이 생긴 동자들이 입을 맞춰 외치고

역천마도; [빌어먹을!] 입술 실룩이고

형파도 긴장해서 침 꿀꺽.

이산굉의 얼굴도 굳어졌는데

공대벽은 담담하지만 강한 눈빛으로 난릉왕을 본다.

그 사이에 난릉왕은 말을 몰아서 탑 안으로 완전히 들어선다.

난릉왕; [이대협! 본왕의 여의채옥 하나로는 부족한가?] 서문숙의 2-3미터 뒤쪽에 멈춰서며 묻고

이산굉; [부족하지. 아주 부족하고말고!] 껄껄 웃고

난릉왕이 손짓을 하자

왼쪽에 있는 시동이 고개를 숙인 후

서문숙 옆을 지나 상자 쪽으로 가더니

품고 있던 검을 여의채옥이 얹혀진 상자 위에 내려놓는다.

난릉왕; [귀신과 마귀도 벨 수 있는 구소현정검(九宵玄炡劒)을 함께 놓는다면?] 돌아오는 동자를 보며

이산굉; [역시 부족해!] 고개를 젓고

이산굉; [난릉왕의 손이 그렇게 작은 줄 미처 몰랐군.] [재주가 아무리 높아도 손이 작아서야 어떻게 천하를 움켜쥐겠는가?] 비웃고

난릉왕의 가면 속 눈이 번쩍 빛을 발했다가 사라진다.

이산굉; [나방으로는 고래를 낚을 수 없고 한 마리 멸치로는 용을 낚지 못하지.] 거만하게 웃고

이산굉; [하물며 천하를 쥐려는 자가 자기의 전부를 걸지 않겠다면 함께 자리를 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보네.]

난릉왕은 오른쪽에 있는 시동의 품에서 두루마리를 뽑고

난릉왕; [천하의 재보 삼할이 수장되어있다는 개천부(蓋天府)의 장보도일세.] 휙! 던지고

스슥! 여의채옥과 구소현정검이 얹혀진 상자 위에 또 놓여지는 두루마리

이산굉; [왕은 손은 작으나 때를 놓치진 않는 사람이군.] 엄지손가락을 꼽아보이고. 직후

난릉왕; [고맙군!] 스스스! 말하는 난릉왕의 말이 안개처럼 흩어진다.

난릉왕은 허깨비처럼 허공을 비스듬히 걸어내려와서

성큼성큼 걸어 마지막 남아있는 <3번> 포단에 가서 앉는다. 공대벽의 정면이다.

그의 좌우에 시동들이 소매 속에 손을 넣고 시립한다.

이산굉; [청한 사람이 다 온 것은 아니지만 자리가 찼으니 이제 도무를 시작하겠소.]

이산굉; [다른 분들도 도박 밑천을 꺼내보시오!]

형파가 품에서 목걸이를 하나 꺼내서 쇠상자 쪽으로 날려 보낸다.

상자 중 하나에 얹혀지는 목걸이

공손대낭;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걸 보면 평범한 목걸이가 아니겠구나!)

이수는 역천마도를 힐끗 보고는

슥! 자기 앞에 놓여있는 향로를 집어들고

이수; [설마 선무불사강녕로(仙舞不死康寧爐)를 모르시진 않겠죠?] 향로를 선보이며 오만하게 웃고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고

슥! 허공으로 향로를 밀어 보내는 이수

둥둥 떠간 향로가 역시 쇠상자들 중 하나에 얹힌다.

귀; <하나같이 천하를 다투기에 부족함이 없는 보물들입니다.> 공대벽에게 설명

귀; <선무불사강녕로는 향을 피우면 향연이 선녀의 모습으로 춤을 추고 그 춤을 계속 보는 자는 죽지 않는다고 합니다.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본다면 선녀의 춤이 끝날 때 상처도 모두 치유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향로를 배경으로

귀; <마교주가 내놓은 황금신반(黃金神盤)과 자웅을 다툴 만한 보물입니다.> 이미 쇠상자 중 하나에 얹혀져 있는 황금 접시를 보고

고개 끄덕이는 공대벽

귀; <황금신반은 그 위에 어떤 것이 있으면 천지의 기운을 한없이 빨아 당겨서 불어넣어주는 능력이 있습니다. 평범한 대추라도 황금신반에 얹은 후에 먹게 되면 주안과나 다름없게 되고 흔하디 흔한 철검을 그 위에 얹어놓으면 절세의 보검으로 변하게 됩니다.>

역시 끄덕이는 공대벽.

귀; <소주께선 어떤 것을 내놓으시겠습니까?>

공대벽은 손을 뒤로 내밀며 귀가 안고 있는 유리병을 툭툭 치면서 웃고

귀; (멍청하긴!) 깨닫고

공대벽; [가져다 놓으시오.]

귀; [예!] 고개 숙이고

이어 앞으로 걸어가서 상자 중 비어있는 것에 삼촌육유가 들어있는 유리병을 올려놓고

팟! 덮고 있던 손수건을 잡아챈다.

그러자 드러나는 유리병의 모습. 삼촌육유들이 태평하게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다.

형파; [역시 삼촌육유였군!]

이산굉; [삼촌육유라면 충분하지!] 끄덕

삼촌육유를 상자 위에 내려놓은 후 난릉왕을 노려보는 귀

하지만 난릉왕은 눈빛조차 흔들리지 않고 두 시동만이 분노한 기색을 띠고.

[흥!] 코웃음을 치며 돌아서는 귀

서문숙; [천하의 이물(異物)이 오늘 이 한자리에 모두 모이는구나.] 손을 소매 속에 넣고

이산굉; [노야께선 뭘 걸 작정하시오?]

서문숙; [노부의 고양이는 이미 남에게 주었네.] 소매 속에서 꺼내는 손에 작은 두루마리가 들려있고

서문숙; [그래서 고양이를 내놓지는 못하고 고양이를 부르고 길들이는 법만 적었네.] 휙! 두루마리를 던지고

상자 위에 떨어지는 두루마리. 순간

형파; [서문영감! 무슨 망발이오!] 눈 부라리고

형파; [이 늙은이는 십장생(十長生) 중 학(鶴)을 내놓았소.] [헌데 고작 고양이라니...!]

이산굉; [어리석은 영감이로다.] [서문노야의 고양이를 모르는 자가 어찌 고수 행세를 하면서 다닌단 말인가?]

형파; [네… 네 놈이…!] 분노하며 벌떡 일어나려는데

역천마도; [무식한 건 죄가 아니오.] 냉소

역천마도; [하지만 분수를 모르면 무례해서 죄가 되는 법이오.]

형파; [뭐라고?] 분노하고

역천마도; [서문노야의 고양이는 노인장의 학 목걸이 보다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없소.]

형파; [으으으!] 이를 갈며 역천마도를 쏘아보고

역천마도; [그 고양이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노인장이 무례를 범한 그 순간 이미 찢어진 고기 조각으로 변했을 거요.]

형파; (대체 고양이가 뭐길래...!) 분노 삭이며 침 꿀꺽

이수; [서문노야의 고양이 이름이 아마 참범(眞虎)이겠지요?]

이수; [천년을 넘겨 살아서 천년호(千年虎)라고도 불리며 칠고신 중 한명인 천검 배민 장군도 어쩌지 못했다는...!]

형파; (천년을 산 호랑이!) 놀라고

이수; [당금의 천하제일인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난릉왕조차도 참범에게는 함부로 맞서지 못한다던데 사실인가요?] 난릉왕을 보고.

난릉왕; [본왕이 서문원수를 일찍 죽이지 못한 것은 그의 능력을 꺼린 것이 사(四)요 그가 기르는 참범을 꺼린 것이 육(六)이라 할 수 있다.] 끄덕

형파; [험험! 그렇다면야...!] 어색하게 헛기침

형파; [헌데 요정께서는 뭘 거시겠소?] 화제를 공손대낭에게 돌리고

모든 사람이 공손대낭을 보고

공손대낭; [제게는 아무런 이물도 없거니와 천하를 다툴 수 있는 사람도 아니랍니다.] [헛되이 자리를 차지했을 뿐이니 민망하군요.] 난감해하고

난릉왕; [그대의 도행(道行)이 어느덧 천오백 년이 넘었는데 내놓을 게 없다니 말이 되는가?]

공손대낭; (내 정체를 알아차렸어!) 긴장 +[도행은 물건이 아니라는 걸 모르세요?] 샐쭉

공손대낭; [그대는 내게서 뺏어가고자 해도 난 빼앗길 것이 없어요.]

이산굉; [완전히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할 뿐 아니라 자기가 사람이라고까지 착각하는 요정을 만난다는 것도 쉽지 않겠지.]

이산굉; [그대의 정을 뽑아서 법기로 하여금 삼키게 한다면 천신마저 속일 수 있게 되지 않겠는가?]

공손대낭; [그... 그런!] 안색이 창백하게 변하고.

형파와 역천마도등의 눈빛도 번쩍하고.

서문숙; [그대들은 대낭을 해할 수 없네.] 엄숙하게

서문숙; [대낭은 이미 요정 중의 우두머리니 해를 끼칠 경우에 저주가 그대들의 후손에 길이 미치게 될 걸세.]

서문숙; [능력이 뛰어난 그대들은 화를 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자손은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걸 명심하게.]

난릉왕; [대원수께선 본왕이 왜 직접 적들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죽이지 않았는지 아시오?]

서문숙; [왕야의 적이 될만한 능력을 지녔다면 역시 하늘이 낸 인물들일 터!]

서문숙; [왕야가 그들을 함부로 죽인다면 왕야 역시 하늘의 죽이는 바가 되는 까닭이 아니오?]

난릉왕; [옳소.] [그래서 본왕은 적이라 해도 직접 맞서는 자만을 죽였지 염려하여 미리 찾아가 죽이지는 않았소.]

난릉왕; [만약에 하늘이 땅을 굽어보지 않는다면 본왕의 사업이 이다지 길고 번다하지 않았을 것이오.]

서문숙; [허허허! 천의(天意)를 그리도 잘 아는 왕이 천하를 횡행하려 드는가?]

난릉왕; [본왕은 대원수를 내 이목으로부터 숨길 수 있었던 영물이 대체 무엇인지 알고 싶었소이다.]

난릉왕; [오늘의 도무에 참가한 이유도 소혼곽 때문만은 아니오.] [대원수가 어쩌면 이 자리에 나타날 것이라는 사실이 더 큰 이유였소.]

이산굉; [옳거니!] 실실 웃는다.

난릉왕; [대원수를 숨겨준 영물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이수; [소혼곽을 얻지 않아도 왕야의 능력으로는 천신을 속이고 천하를 움켜쥘 수 있다고 생각했겠군요.]

난릉왕; [소저의 이름이 이수였던가?] [본왕은 천신을 속일 생각은 있지만 천하를 움켜쥘 생각은 없네.]

난릉왕; [다만 이 혼란스런 천하를 다시 원 주인에게로 되돌리기 위해서 견마지로를 다할 뿐이지.]

이산굉; [으하하하!] [천하의 잘난 난릉왕이 누구를 위해서 견마지로를 다한단 말인가?]

이산굉; [난릉왕! 자네의 농이 지나치네.] 웃음 뚝 그치고

난릉왕이 돌연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산굉; [경거망동마라! 난릉왕!] 이산굉의 네 개의 눈동자가 횃불인 양 빛을 내쏜다. 하지만

이산굉이 그러든 말든 난릉왕은 맞은편을 향해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하며 엎드린다.

[!] [!] 모든 사람이 경악한다. 입이 딱 벌어지고

공대벽의 굳어진 얼굴. 검미가 하늘을 가리키며 올라간다.

귀도 긴장하여 차고 있는 검의 자루를 세차게 움켜잡는다.

허둥대며 난릉왕 뒤에 엎드리는 시동들

<난릉왕!> <자타가 공인하는 천하제일인이 남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하다니...!> <말... 말도 안되는....!> 모든 사람들이 경악하는데

난릉왕; [신(臣)을 기억하시겠습니까?] 이마를 바닥에 댄 채 입을 열고

공대벽의 입가가 미미하게 떨린다.

두 주먹이 움켜쥐어 지고 가만히 앉아있는 공대벽의 옷자락이 부르르 떨리고.

난릉왕; [제왕(帝王)이시여! 신을 기억하소서!] 이마로 바닥을 쾅쾅 때리며 피를 토하듯이 외치고

꽈광! 순간 엄청난 충격이 탑 안의 모든 사람들을 강타한다. 벼락이 각각의 머리에 떨어지는 형상이고

이산굉의 몸이 휘청하면서 뒤로 넘어간다. 지나친 충격으로 거의 기절한 상태고. 백영이 급히 그의 어깨에 팔을 끼어 부축한다.

<제... 제왕!> 모두가 손에 땀을 쥐고 숨도 쉬지 못한 채 공대벽을 응시하고.

공대벽을 호위하는 귀도 숨을 멈춘 채 공대벽의 뒷모습을 보고

공대벽은 귓속에서 위잉! 하고 피가 휘몰아쳐 달리는 소리를 듣는다.

화악! 속에서 뻗쳐 오른 어떤 것이 공대벽의 머리끝을 관통하고 빠져나가는 것 같다.

공대벽은 자기의 힘이라 여겨지지 않는 어떤 흐름에 떠받쳐 자리에서 일어선다. 마치 산이 솟는 것처럼 일어나는 공대벽의 압도적인 모습

슈욱! 일어서는 공대벽의 키가 무한하게 자라난다. 물론 실제로 자라나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느끼는 것

공대벽의 반투명한 모습이 단번에 용화대탑 위로 치솟는다. 아래쪽의 용화대탑이 장난감처럼 보이고

공대벽의 머리가 밤하늘의 구름 속을 지나가고

마침내 별들과 은하계 사이에서 멈춘다.

내려다보면 지구가 뜨락 정도 넓이로 보인다.

공대벽; <작다! 너무 작다!> 양팔을 벌리며 숨을 들이키고

공대벽; <하늘은 침실의 천장보다도 낮고 땅은 내 방 앞의 뜰보다도 좁구나!>

공대벽; <세상이란 게 정녕 이토록 보잘 것 없는 것이었는가?> <그저 몇 걸음만 걸으면 땅 끝에 이를 정도로?> 지구 전체를 내려다보고

공대벽; <이제는 확신할 수 있다!> 지구 중 중국의 모습이 내려다본다

확 다가오는 용화사. 건물들이 미니어쳐처럼 보이고

공대벽; <내 피 속에 흐르는 운명을!> 확 다가오는 용화대탑.

다음 순간 칠층의 용화대탑 일층에 엎드려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확! 하고 들어온다. 모두가 공대벽 자신을 향해 엎드려 있다. 귀도 엎드려 있고. 아무도 미동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공대벽; <내가 바로 난릉왕, 아니 심제회(尋帝會)가 찾던 제왕이었다! 칠년천하를 이룩했던 초대 제왕이 우리 집안을 연 시조셨고!> 슈육! 원래의 크기로 돌아오는 청풍.

돌아보니 귀도 엎드려 고개를 조아리고 있다.

공대벽은 귀의 허리에 삐죽이 나와 있는 검 자루를 잡아서 당겼다. 귀의 검이 소리 없이 빠져나왔다.

공대벽은 검을 들고 성큼성큼 걸어서 사형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난릉왕에게 가고

공대벽(검을 난릉왕의 목에 얹고); [나 공대벽이 그대를 찾아왔소.]

난릉왕은 죽음을 기다리는 듯 순순히 엎드려서 공대벽의 검 아래에 목을 드리우고

공대벽의 뇌리에 여러 가지 장면이 떠오른다. 난릉왕이 보낸 살수들, 흩어진 형제들, 어디론가 떠나간 아버지. 비탄에 잠겨 울던 어머니. 하지만

공대벽; (대수롭지 않다!)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젓고

골대벽; (어떤 것도 그다지 나쁠 게 없다.)

공대벽; (우리 집안은 제왕공가(帝王孔家)고 나 공대벽은 공가의 장손이다!)

공대벽; (액운은 결코 나를 침범하지 못하며 화(禍)도 우리 집의 문턱을 넘어서면 필연적으로 복(福)이 된다!)

공대벽; (이자를 찾아내 책임을 묻는 것도 그저 하찮은 일일 뿐이다!) 슥! 검을 난릉왕의 목에서 떼고.

파르르 떨리는 난릉왕의 머리

공대벽은 검을 뒤로 내밀고.

어느 새 다가온 귀가 두 손으로 검을 받아서 칼집에 넣는다.

공대벽; [으하하하하!] 호탕하게 웃으면서 뚜벅뚜벅 걸어 문밖으로 나가는 공대벽. 귀가 총총히 따라간다.

으하하하! 공대벽의 웃음소리만 울리고. 탑 안에는 사람과 요정들이 숨을 죽인 채 엎드려 있다.

형파; [이건... 이건 대체...!] 달달

이산굉; [난... 난릉왕! 무...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이냐?] 이를 갈며 난릉왕을 노려본다. 온몸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고.

난릉왕; [직접 보고 느끼지 않았는가?] 고개를 들고

난릉왕; [귀공들은 방금 전 팔백년만에 재림하신 제왕을 배알한 것이네!] 반듯하게 앉으며 엄숙하게 말하고

[!] [!] 엄청난 충격을 받는 서문숙과 공손대낭. 하지만

이산굉; [믿지 못하겠다!] 바닥을 박차고 날아오르며 난릉왕을 공격해간다. 형파와 이수도 벌떡 일어나고 있고

 

용화대탑을 뒤로 하고 뒷짐을 진 채 용행호보로 걸어가는 공대벽. 귀가 전과 달리 허리를 숙인 모습으로 총총히 뒤따른다

[난릉왕!] [감히 사술(邪術)을 써서 세상을 속이려느냐?] 펑! 퍼펑! 용화대탑 안에서 고함과 폭음이 들리고 용화대탑 전체가 뒤흔들린다.

쐐액! 쏴아! 여러 개의 유령같은 그림자들이 공대벽과 귀를 스치며 탑으로 날아 들어가기도 하고

쾅! 콰쾅! 펑! 용화대탑에서 들리는 폭음이 더 커지고 창문을 통해서 밝은 빛이 마구 터져나온다.

귀는 힐끔 돌아보지만 공대벽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걸어간다

공대벽; (내가 꿈꾸면 그대로 이루어지고 세상은 오직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을 뿐이다.) 심호흡을 하며 미소를 짓는다

<나는 무한한 자유의 주인인 것이다!> 위엄에 차고 거대한 공대벽의 모습을 배경으로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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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실내에 묘한 침묵이 흐른다.

공대벽은 담담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웬지 주눅이 든 표정으로 공대벽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지 못한다.

이산굉; (젠장! 점점 더 기분이 나빠지는군!) 얼굴이 조금 이지러진다.

이산굉; (이 자리의 주재자는 분명 나 이산굉인데.... 어쩐지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

이산굉; (혀가 굳어진 것도 같고 머리 속이 하얘져서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도 떠오르지 않는다!) 마른 침을 삼키고

이산굉; (이게 다 저 젊은 친구 때문이다.) 공대벽을 곁눈질하고

이산굉; (이상하게 얼굴을 마주 보기가 어렵고 또 함부로 말을 꺼내면 안될 것만 같은 기분이다.) (마치 천자(天子)의 면전에 선 신하처럼...!) 침 꿀꺽. 이산굉의 머리속에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곤룡포를 입고 면류관을 써서 천자임을 짐작케 하는 인물이 옥좌에 앉아있는 형상이 떠오른다

이산굉; (천하의 나 이산굉이 남의 눈치를 보는 것인가?) 두 주먹 부르르 떨고

형파도 비지땀을 흘리며 바닥만 보고 있고.

이수는 할끔 할끔 공대벽을 훔쳐 보고 있다. 물론 똑바로 보지는 못하고 고개를 떨군 채

그들의 그같은 반응을 보며 의미심장하게 차가운 미소를 짓는 귀. 그때

서문숙; [험험!] 주먹으로 입을 가리고 헛기침을 하는 서문숙

<살았다!> <저 나무귀신이 숨통을 터주는군!> 형파와 이산굉이 안도하며 서문숙을 보고

서문숙; [천동대협! 저 상자들이 어떤 것인지 말해주겠는가?] 상자를 보며 말하고

이산굉; [혼을 태우는 상자올시다.]

형파; [소혼곽(燒魂槨)!] 눈이 번쩍.

눈이 풀려있던 이수도 움찔하며 퉁소를 가볍게 움켜쥔다.

이산굉; [노야께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것이오.] [그 옛날 정(正), 사(邪), 마(魔)를 일통하여 새로운 천하를 열었던 인물이 있었음을!] 서문숙을 보고

서문숙; [!] 수염이 부르르 떨리고

공손대낭; [아!]

공대벽; (칠년천하(七年天下)!) 부채를 쥔 손에 힘이 꾸욱

이산굉; [제왕(帝王)이라고 불리는 그 인물이 열었으며 칠년 동안 존속한 후에 사라졌던 칠년천하는 모든 무림인들이 못 잊어 그리는 것이 아니겠소?]

이산굉; [저 일곱 개의 상자, 소혼곽은 바로 제왕을 못 잊던 추종자 일곱 사람이 만든 것이오.]

순간 서문숙이 벌떡 일어나더니

상자를 향해서 허리를 깊이 숙이고 포권하며 머리를 조아린다.

다른 사람들도 엄숙하게 보고 있고. 형파와 이수도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한다

이산굉; [제왕의 최측근이었던 칠인을 칠고신(七高臣)이라고 하거니와...!] [칠고신은 한 날 한시에 모여 저 상자들 속에 들어가 자신들의 육신과 혼을 태웠소.]

이산굉; [칠고신이 혼을 태운 이유는 칠년천하의 붕괴를 안타까워했을 뿐 아니라 다시 천하가 하나로 합쳐지기를 고대한 때문이오.] 상자를 향해서 손을 뻗고.

휘익! 상자 하나가 공깃돌처럼 가볍게 날아올라 그의 손에 들어간다.

이산굉; [칠고신이 자신들의 혼을 태우면서까지 만든 소혼곽에는 두 가지 공능이 있소.] 손바닥에 얹은 상자를 들어보이고

이산굉; [한 가지는 소혼곽을 만든 당사자의 힘을 끌어내어 쓸 수 있다는 것이고...]

모두들 긴장. 침 꿀꺽

이산굉; [다른 한 가지는 소혼곽을 통해서 제왕이 될 수 있는 자를 검증하거나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오.]

공손대낭; [세상에….] 입 가리고 신음

이산굉; [소혼곽으로 만들어지는 인물이 진정한 제왕이 아닐지는 몰라도 천하를 거머쥘 만한 자일 것임은 분명하오.] [소혼곽을 만든 칠고신 개개인이 제왕이 없었다면 능히 천하를 다툴 만한 자들이었으므로....]

서문숙; [제왕께서 종적을 감추신 후 함께 사라지셨던 칠고신께서 저 상자들을 만드셨구나.] 탄식하고

공대벽; [제왕의 칠고신은 어떤 분들이십니까?] 입을 열고

모두들 공대벽을 돌아보고

이산굉; [태두(泰斗) 차윤(車胤)!] [천도(天道) 모일(毛溢)!] [유성(流星) 손축과(孫築果)!] [광성자(廣聖子) 서문이진(西門珥晉)!] [혈귀(血鬼) 조파풍(曺破風)!] [역천신마(逆天神魔) 김적(金勣)!] 보고하듯이 엄숙하게 말하고

이산굉; [그리고 천검(天劒)으로도 불렸던 배장군 배민일세!] 엄숙하게 말하고. 순간

공손대낭; [흑!]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비명을 지르고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엄숙한 표정으로 상자들만 보고 있고

공손대낭; (배... 배장군!)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달달 떨며 소혼곽들을 보고

공손대낭; (내게 온다 간다 말도 없이 사라지셨던 배장군님의 혼이 저... 저 상자들 중 하나에....!) 눈물이 주르르

서문숙; <고정하시오 대낭!> <백척간두처럼 위태로운 자리이니 절대 틈을 보여서는 아니 되오!>

공손대낭; <알아요 진보!>

공손대낭; <하지만... 하지만 배장군님의 혼백이 바로 지척에 계신다고 생각하니...!> 울고

이산굉; [오늘의 모임에 참석하는 분들 중 최소한 셋 이상이 칠고신과 어떤 식으로 관련이 있을 거요!] 그런 공손대낭을 보며 상자를 다시 원래 위치로 던진다.

상자는 원 위치에 떨어지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다.

이산굉; [칠고신은 정, 사, 마가 하나가 되었던 칠년천하를 상징하는 인물들이기도 하오.] [그들의 혼이 깃든 소혼곽을 갖는 것은 천하를 갖는 것과 다름이 없지 않겠소?]

이수; [천동대협이 수작만 부리지 않는다면 그렇겠지요.] 냉소하고

이산굉; [이산굉은 수작을 좋아하지 않는다.] 눈을 부릅뜨며 이수를 노려보고

이산굉; [거침없이 행동할 뿐 나를 가리려고 하지도 않는다.] [다만 누구도 나의 진면목을 보려하지 않게 만들었을 뿐이다.]

이수; [그 말 역시 수작을 부리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군요.]

이산굉은 냉소하며 상자들 중 하나를 가리켰다가 다시 이수를 가리킨다. 순간

상자 하나가 둥실 떠오르더니

투학! 빛살처럼 이수를 향해 날아간다. 드드드! 가공할 힘이 쇠상자에 실려서 칠층탑 안의 공기가 찢어지며 우는 소리를 낸다. 하지만

이수; [흥!] 날아드는 쇠상자를 향해 왼손을 뻗고, 순간

화악! 그녀의 새하얀 손이 마치 그물이 펼쳐지듯 거대하게 펼쳐지면서 쇠상자를 받는다.

이수의 어깨가 움찔했지만 쇠상자는 얌전히 그녀의 원래대로 돌아온 손위에 얹혀진다.

서문숙; [천림소수(天臨素手)!] 눈 부릅

서문숙; [소저는 집마천(集魔天)에서 어떤 신분인가?] 주먹 불끈 쥐며 이수를 노려본다

귀; <집마천은 마교의 한 지파(支派)로써 사백여 년 전 무림일통을 부르짖으며 등장했던 세력입니다.> 공대벽에게 설명하고

귀 <제왕십대수호가문으로 내려오던 권씨세가가 무림세가로 등장한 것도 집마천의 등장때문이며 그런 이유로 집마천은 십대세가는 물론이고 마교와도 한 하늘아래 공존할 수 없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공대벽

서문숙; [어서 말하게!] 이수를 노려보고. 하지만

이수(쇠상자를 이리저리 살피면서); [저는 마(魔)를 숭상하지만 귀신(鬼神)은 섬기지 않는 사람입니다.] 서문숙은 본 척도 않고 상자만 살핀다

이수; [여기에 죽고도 사람으로 행세하는 자가 있다는 건 알지만 제가 그를 상대할 이유는 없지요.] 냉소하고

분노하는 서문숙과 공손대낭

형파; [집마천의 마녀가 방자하구나.] 먼저 주먹으로 바닥을 쾅 치고

드드드! 탑 전체가 무너질 듯 흔들리고

이수; [호호호! 형상방주의 삼권을 나도 받아봐야겠군요.] 비웃고

형파; [어린 계집이라도 집마천 소속이라면 손에 사정을 봐주지 않겠다!] 노려보고

코웃음치는 이수

이산굉; [공공자는 무림공적인 집마천의 마녀에게 도리를 가르쳐 볼 생각은 없는가?] 억지로 웃으며 공대벽에게 수작을 붙이고

흠칫하며 공대벽을 곁눈질로 보는 이수. 하지만

공대벽; [주인이 계신 자리에서 객이 나선다면 모두가 욕할 것입니다.] 웃고

안도하며 수줍게 웃는 이수

이산굉; [하하하! 공공자는 겸손하기까지 하니 정말 마음에 드네!] 어색하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보이고

이산굉; [만약 이산굉이 저 마녀를 붙잡게 된다면 자네에게 선물하겠네.] 자신과 공대벽 사이에 앉아있는 이수를 보며 웃고

이수; [흥! 앞산의 웅크린 호랑이는 구름 속의 봉황도 몰라본단 말인가요?] 냉소하면서도 얼굴이 살짝 붉어진다. 바로 그때

<둥지를 떠난 새는 숲조차 잊어버린단 말인가?> 밖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들리고

순간 이산굉의 뒤에 서있는 백영의 눈이 반짝 빛을 발하고

이산굉; [하하하! 이제야 도착했군.] 과장되게 웃고

이산굉; [천하에 영웅이 많다곤 하지만 자네가 빠지고선 영웅을 말할 수 없지.] 입구를 보며 말하고. 직후

쉬이이익! 마치 한줄기 빛이 흐르듯 하며 입구로부터 한 사람이 들어왔다. 키가 아주 크고 얼굴은 구릿빛이고 강렬한 기상이 서려있는 인물. 등에는 폭이 넓고 긴 칼을 짊어지고 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인물이며 강한 기운이 풍겨난다. 바로 마교주인 역천마도 김치독이다

역천마도; [마교의 교주인 김치독(金痴禿)이외다.] [별호는 역천마도(逆天魔刀)요.] 가볍게 포권하며 탑 안의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역천마도

다른 사람들도 마주 포권하지만

이수; [흥!] 코웃음 치며 고개를 돌린다

이산굉(앉은 채 두 팔을 벌려 반기는 태도를 하며); [많이 컸군, 많이 컸어.]

이산굉; [이제는 나와 겨루더라도 손색이 없을 것 같구만.]

역천마도; [이 자리에 나를 부른 것을 후회하게 될 거요.] 이산굉을 노려보고

이산굉; [자네 윗분들이 가만히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네만 그래도 나 이산굉은 자네를 환영하네.]

역천마도; [길고 짧은 것은 대보면 알 게 될 거요.] 냉소하며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역천마도; [여기 당신이 원했던 것을 가져 왔소.] 품속에서 직경 한자 정도 되는 황금 접시를 꺼내고

휙! 황금접시를 쇠상자들 쪽으로 던진다.

챙그랑! 황금접시가 그 중 하나 위에 떨어지며 맑고도 요란한 소리를 낸다.

이산굉; [마교의 으뜸가는 보물인 황금신반(黃金神盤)을 가져오다니!] [자네는 과연 말이 통하는 사람일세.] 박수를 치며 웃고

역천마도는 대꾸하지 않고 성큼 성큼 걸어가 남아있는 두 개의 자리 중 <2>번, 즉 이산굉의 바로 옆자리에 가서 앉는다.

이산굉; [안타깝구나. 안타까워!]

이산굉; [올 사람은 아직 많은데 자리가 부족함은 오로지 이산굉의 불찰이로다.] 그때

히익! 문밖에서 뭔가가 날아와

쇠상자 중 하나에 떨어진다. 어른의 주먹만한 돌인데 오색이 영롱하게 감돈다.

서문숙; [여의채옥(如意彩玉)!] 눈 부릅.

형파; [난릉왕의 법기?] 역시 긴장하며 외치고

귀; <저 옥석이 난릉왕이 술법을 부릴 때 사용하는 법기입니다.> 공대벽에게 설명하고

<여의채옥은 당금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을 지닌 법기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롱한 빛을 발하는 돌덩이를 배경으로

묵묵히 끄덕이는 공대벽. 그때

따깍! 따깍! 말발굽소리가 문 밖에서 들린다.

반사적으로 돌아보는 사람들. 직후

긴 그림자가 열려진 문을 통해 탑 안에 드리워지고

쿵! 입구에 거대한 말을 타고 나타나는 난릉왕. 난릉왕 뒤에는 두 명의 동자가 따라오는데 한 명은 난릉왕의 장검을 품고 있고 다른 동자는 두루마리를 하나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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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용화대탑이 보이는 용화사 경내. 용화사 일대에는 인기척이 없는데

슈욱! 공간이동 하듯이 나타나는 공대벽과 귀. 공대벽은 부채를 든 채 뒷짐을 지었고 귀는 삼촌육유가 들어있는 유리병을 들고 있다.

공대벽; [여기가 용화사인가?] 뒷짐을 진 채 둘러보고

귀; [노복의 기억에 의하면 틀림없습니다.]

<벌써 도착했어?> <와! 제법인데!> <제법은 개뿔!> 물 밖으로 목만 내놓은 삼촌육유들이 유리병 속에서 밖을 구경하며 수군거리고.

번개는 하늘을 본다

번개; [아*발! 아직 삼경도 안됐어! 너무 빨리 왔잖아!]

번개; [왕은 오지도 않았을 텐데 뭐가 급해서 이렇게 빨리 온 거야!]

공대벽; [난 기다릴 용의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돌아보며 웃고

번개; [장부일언은 그 무시기지?] 눈 반짝하는데

꿈; [중천금!] 얼른 공대벽 대신 대답한다.

번개가 꿈을 노려보고

꿈은 찔끔하며 이슬의 뒤에 숨는다.

뒷짐 진 채 웃으면서 산보하듯 용화대탑으로 걸어가는 공대벽

귀; [소주! 탑 안에 술법을 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조심하셔야겠습니다.] 따라가며 말하고

공대벽은 미소 지으며 끄덕이고.

귀; [인간이 아닌 존재들도 함께 있습니다.] 귀를 기울이는 자세로 걸어가고

귀;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소주께 위협이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고개를 들고

공대벽은 미소를 지으며 용화대탑의 입구를 향해서 걸어간다.

물거품; [누가 벌써 와 있다는 거야?] + 이슬; [왕의 적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유리 병 속에서 수근대는 놈들

소매 속에서 작은 손수건을 꺼내는 귀

손수건을 유리병 위에 덮고. 그러자

슈욱! 손수건이 자라나서 유리병을 완전히 휘감고 덮어버린다

[아~씨! 뭐야?] [안보이잖아!] [답답해! 벗기지 못해?] 보자기에 덮인 유리병 속에서 아우성치는 삼촌육유들

[인간은 우리에게 조망권을 보장하라! 보장하라!] [흔들리지! 흔들리지 않게!] [산 자여 따르라!] 유리병 안에서 이마에 띠 두르고 스크럼도 짜며 주먹을 아래 위로 흔들면서 데모하는 삼촌육유들

귀; [조용히들 해라!] 두 손으로 유리병을 세차게 흔들고. 순간

[아이쿠!] [꿱!] 파도처럼 출렁이는 물속에 쳐박히며 비명 지르는 삼촌육유들

잠시후. 물을 먹어 맹꽁이 배가 되어서 물에 둥둥 뜨는 삼촌육유들

귀; (시끄러운 것들 같으니...!) 냉소하고

그 사이에 공대벽은 문이 열려 있는 용화대탑 안쪽으로 들어선다.

탑 일층의 가운데에는 쇠로 만든 상자가 일곱 개 놓여있는데, 그 주위로는 팔방의 모양으로 방석이 놓여있는데 서문숙과 공손대낭은 앉아있고 형파와 이산굉은 일어나서 마주 보며 무시무시한 기운을 흘리며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이산굉 뒤에 서있는 백영이 입구 쪽을 쏘아보고 있다

공대벽과 귀가 들어섰지만 형파와 이산굉은 상대만 노려보며 눈도 돌리지 않는다.

하지만 서문숙과 공손대낭은 공대벽과 귀를 돌아보고.

공손대낭; (저... 저 사람!) 공대벽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

쿠오! 들어서는 공대벽의 주위로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하늘 끝까지 일어난다

공손대낭; (숨... 숨이 막히는 것같애!) 겁에 질려 고개 돌리며 서문숙의 등 뒤로 숨으려 하고

서문숙; [젊은 사람의 기도가 헌앙하군.] 역시 공대벽을 유심히 보고

귀가 자랑스럽고 오만한 표정을 짓는다.

공대벽; [소생은...!] 서문숙과 2-3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서서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숙여 포권을 취해 서문숙과 공손대낭에게 인사하려 하는데

귀; <저들이 소주의 성함을 모두 알게 하지 마십시오. 성만 밝히면 족합니다.> 급히 전음을 보내고

공대벽; [말학후진 공(孔)모가 고인들을 뵙습니다.] 고개 끄덕이며 서문숙에게 인사하고

공대벽; [불청객이오나 난릉왕과 따질 일이 있어 불쑥 찾아왔으니 용서하십시오.] 늠름하게 포권하고. 순간

<난릉왕에게 따질 일이 있다?> [!] [!] 모든 사람이 놀란다.

형파와 이산굉도 움찔하고

이산굉; [형노괴! 영감의 삼권(三拳)은 조금 있다가 견식하겠소.] 긴장을 풀고

형파; [흥!] 코웃음을 치면서 역시 자세를 풀고.

형파; [노부의 삼권을 보는 건 바로 저승사자를 보는 거라는 사실을 잊지 말게.] 거만하게 말하며 방석에 앉고

공대벽; [말학후진 공모올시다.] 형파와 이산굉에게도 번갈아 포권하고

이산굉; [나는 잠시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이산굉이네.] 마주 포권하고. 직후

쩡! 이산굉의 두 개의 눈에서 네 개의 눈동자가 강력한 빛을 발한다.

형파도 긴장하고. 서문숙은 찡그리고. 공손대낭은 숨을 멈춘다

귀; <천동대협 이산굉이라는 자입니다. 무시할 수 없는 고수입니다.> 귀도 긴장하며 전음을 보내고. 하지만

공대벽; [천동대협이셨군요.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담담히 웃으며 포권하고

움찔하는 이산굉

서문숙; (이산굉의 천동(天瞳)이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는군!) 감탄하고

이산굉; [공공자는 재주 있는 사람이군.] 눈빛을 거두며 껄껄 웃고

이산굉; [아마도 오늘 살아서 여길 나가기는 어렵겠어.] 자리에 앉고

공대벽은 뒷짐 진 채 그냥 빙긋 웃고.

귀는 공대벽 뒤에서 비웃고. 순간

이산굉; (나 이산굉을 비웃어!) 움찔하고

이산굉;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지만 만만치 않겠구나.)

이산굉; (긴 시간을 들여 꾸민 일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자꾸만 나타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판은 내가 벌렸지만 자칫하면 남의 잔치가 될 수도 있으니..!) 주먹 꾸욱 쥐는데

공손대낭; <진보! 저 사람도 공씨래요!> 겁에 질려 곁눈질로 공대벽을 보며 서문숙에게 속삭이고

서문숙; [노부는 서문숙이네. 공공자같은 인재를 만나게 되어 기쁘구먼.] 포권하고.

형파; [기개가 대단한 젊은이야. 기개만큼 실력도 있기를 바라네.] 역시 포권하고

공대벽; [본의 아니게 결례를 범했습니다.] [일을 보는 대로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마주 포권하고. 그때

[쳇! 인간들이 주고받는 수작이란…!] [하나같이 재미도 없고 쓸모도 없는 짓들뿐이야.] [인재가 어떻고 결례가 어떻고..!] [걸래! 걸래! 키득키득!] 갑자기 들리는 음성. 물론 귀가 들고 있는 유리병에거 들리는 삼촌육유들의 음성

사람들이 모두 찡그리며 귀가 들고 있는 유리병을 보는데

[저 봐! 그래도 인간이 아닌 요정은 입이 무겁잖아. 아직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 [하모! 인간보다는 요정이 낫지!]

[게다가 예쁘기도 하잖아!] [언니! 나하고 연애 한 번 할래?] [끼득 끼득! 잣알만한 고추로 무슨 연애?] [짜샤! 그래도 잣알보다는 커! 마늘쪽 정도는 된다고!] 이어 들리는 삼촌육유들의 음성. 순간

귀; [조용하라고 했다!] 유리병을 거꾸로 뒤집어 세차게 흔들고.

[으악! 나죽네.] [꼴깍! 꼴깍!] [지린내가 나! 어떤 놈이 또 오줌 쌌어?] [야! 이 미친놈아! 그만두지 못해!] [으앙! 물 먹는 건 정말 싫어!] 흔들리는 유리병 속에서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리고

다른 사람들은 황당해서 모두 그걸 보는데

[꼬르륵! 잘못 했져요 아져찌! 제발 그만...!] [물... 물 맛이 짭짤한 게 죽여줘요!] [그... 그러니까 아무데나 오줌 싸지 말라고 했잖아... 꼬르르!] 이어지는 비명소리.

그러다가 조용해진다

귀; [흥!] 코웃음치며 유리병 흔드는 걸 멈추고

공손대낭; [뭐... 뭐죠? 저 안에 든 거?] [사람 같긴 한데 마음이 느껴지질 않아요.] 서문숙에게 속삭이며 묻고

서문숙; [삼촌육유로군.] 눈이 빛나고

공손대낭; [삼촌육유요?] 놀라는데

이산굉; [예사롭지 않은 귀하는 누구신가?] 귀에게 묻고

귀; [나는 공공자를 모시는 하인이오.] 자랑스럽게 말하고

이산굉; [종이라...!] [오만하게 외칠 만한 신분은 아니구먼!] 비웃지만

귀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는다. 다만 이산굉을 노려보는 눈빛에 섬뜩한 살기가 스치고

이산굉; [하하하! 종도 종 나름이라는 건가?] 웃고

이산굉; [대단한 하인을 둔 것만으로도 그대는 오늘 모임에 낄 자격이 있네.] [자리에 앉게나!]

공대벽; [앉든 서든 상관없습니다.] [저는 다만 난릉왕이 오길 기다릴 뿐입니다.] 뒷짐 진 채 고개만 약간 숙이고

형파; [여기는 천하를 걸고 도박을 하는 장소야. 낄 테면 끼고 아니면 나가게.] 퉁명스럽게 말하고

이산굉; [형파! 이 자리의 주인은 나다!] 눈을 부라리고

이산굉; [자꾸 주제넘게 나서면 두 다리를 베어 버리겠다!]

형파; [이산굉! 네가 우리 경신방과 노부를 너무 우습게 보는구나.]

형파; [노부는 언제라도 너와 사생결단을 낼 준비가 되어있다.]

이산굉; [얼마 남지 않은 생을 굳이 앞당기겠다?] 경멸의 눈초리로 형파를 노려보고.

형파; [네놈이...!] 눈을 부릅뜨며 당장이라도 뛰쳐 일어날 기세

공대벽; [두 분께서는 다투지 마십시오.] 한숨

공대벽; [제가 한 자리에 앉아 난릉왕을 기다리는 것도 무방할 듯합니다.] 말하며 정북방의 <7>번 쪽 자리로 간다.

그리고 정북방 자리에 앉는다. 공손대낭의 바로 옆자리다.

[!] [!] 순간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진다.

공손대낭은 겁에 질려 고개를 서문숙 쪽으로 돌린 채 곁눈질로 공대벽을 보고

<저기는 건(乾)방!> <남면지좌(南面之座; 천자가 신하들의 절을 받는 자리)라 누구도 선뜻 앉지 못한 곳인데...!> 사람들의 놀라움

하지만 공대벽은 너무도 태연하다. 그 뒤에 귀가 철탑처럼 버티고 섰고.

이산굉; [공공자! 그대가 건... 건방에 어울리는 사람인 줄은 미처 몰랐군.] 탄식하고

빙긋 웃기만 하는 공대벽

이산굉; (젊은 친구가 이상한 분위기를 지녔군!) (나 이산굉으로 하여금 혀가 꼬이게 만들다니...!)

형파; [당금 천하에 인재가 없긴 없어!] [천하를 건 도박을 벌이는 자리가 다 채워지지도 않고...!] 빈자리 세 곳을 보며 말하고

공손대낭; [저는 장난삼아 몇 가지 도박을 해 본 적은 있지만 진짜 도박이 어떤 것인지는 모릅니다.]

사람들 공손대낭을 보고

공손대낭; [천동대협께서 오늘 이 도박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설명해주시겠어요?] 이산굉에게

이산굉; [무림인의 도리는 모두 무(武)에서 나오는 것 아니겠소?]

이산굉; [우리는 저마다 가진 것을 내놓고 싸우면 될 뿐이오.]

공손대낭; [도무(賭武;무공으로 하는 도박)를 하자는 거군요.] 싸늘하게 웃고

형파; [다만 도박에 참여하려면 그에 합당한 밑천이 있어야겠지!]

형파; [이 자리는 천하를 다투는 큰 도박이니 밑천도 두둑해야할 거요!] 웃고. 바로 그때

<형상방주께선 당연한 말씀을 하시네요!> 누군가의 음성이 들리고

사람들 흠칫하며 입구 쪽을 보고

이수; [남은 자리가 세 개나 되는 걸 보니 제가 아주 늦지는 않았군요.] 흰색의 하늘거리는 옷을 입고 얼굴에는 면사를 했으며 머리는 화려한 궁장을 하고 칠보화관을 쓴 여자가 왼손에는 작은 향로를 받쳐 들고 오른손에는 새하얀 퉁소를 쥔 채 들어서고. 집마천의 통령인 이수라는 여자다.

이산굉; [하하하! 늦지 않았소! 늦지 않았소!] 웃고

공손대낭; (다행히 여자가 나 혼자만은 아니게 되었네!) 이수를 곁눈질하며 안도하고

이수는 공대벽을 발견하고 눈을 반짝하고

공대벽이 지긋이 그녀를 보고 있다.

순간 면사 속에서 얼굴이 붉어지고 눈빛이 몽롱해지는 이수. 그녀의 얼굴 뒤로 지긋이 보고 있는 공대벽의 두 눈이 떠오르고

사쁜 사쁜 걸어서 공대벽 앞으로 가는 이수.

공손히 허리 숙여 공대벽에게 인사하고

이어 수줍어하면서 한 바퀴 돌아 보인다. 한손으로 향로를 바쳐들고 춤추듯이 도는 이수의 모습이 야릇하다.

<뭐하는 짓이지?> <초면인 것 같은데 자기를 외간 사내에게 선보인다는 건가?> 사람들 놀라고 어리둥절하고

한 바퀴 돌아 보이고 다시 공손히 허리 숙이는 이수

공대벽; [방명(芳名)이 어찌 되시오?]

이수; [이수(李秀)라고 하옵니다.]

공대벽; [고맙소 이소저!] 고개 끄덕이고

다시 고개 숙여 인사하는 이수

이어 꿈꾸듯 몽롱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겨서

공대벽의 옆에 비어있는 <8번> 자리에 가서 앉는 이수. 공대벽과 이산굉 사이의 자리고. 그 바람에 공대벽은 여자들을 좌우에 거느린 자세가 되었다.

모두들 황당해서 보고 있고

형파; [흥! 경박한 것들이...!] 이수와 정면으로 마주 보는 자리에 앉은 형파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수는 몽롱한 표정으로 향로를 자기 앞에 놓은 채 퉁소를 두 손으로 잡고 무릎 위에 올려놓는다.

공손대낭; (이해할 수 없네.) 이수를 곁눈질

공손대낭; (긍지가 높은 아가씨가 분명한데 왜 저런 부끄러운 짓을 하는 걸까?)

공손대낭; (갖고 온 향로도 그렇고 퉁소 역시 범상한 물건들이 아니야!) 이수가 지닌 향로와 퉁소를 보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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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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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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