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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용화대탑이 보이는 용화사 경내. 용화사 일대에는 인기척이 없는데

슈욱! 공간이동 하듯이 나타나는 공대벽과 귀. 공대벽은 부채를 든 채 뒷짐을 지었고 귀는 삼촌육유가 들어있는 유리병을 들고 있다.

공대벽; [여기가 용화사인가?] 뒷짐을 진 채 둘러보고

귀; [노복의 기억에 의하면 틀림없습니다.]

<벌써 도착했어?> <와! 제법인데!> <제법은 개뿔!> 물 밖으로 목만 내놓은 삼촌육유들이 유리병 속에서 밖을 구경하며 수군거리고.

번개는 하늘을 본다

번개; [아*발! 아직 삼경도 안됐어! 너무 빨리 왔잖아!]

번개; [왕은 오지도 않았을 텐데 뭐가 급해서 이렇게 빨리 온 거야!]

공대벽; [난 기다릴 용의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돌아보며 웃고

번개; [장부일언은 그 무시기지?] 눈 반짝하는데

꿈; [중천금!] 얼른 공대벽 대신 대답한다.

번개가 꿈을 노려보고

꿈은 찔끔하며 이슬의 뒤에 숨는다.

뒷짐 진 채 웃으면서 산보하듯 용화대탑으로 걸어가는 공대벽

귀; [소주! 탑 안에 술법을 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조심하셔야겠습니다.] 따라가며 말하고

공대벽은 미소 지으며 끄덕이고.

귀; [인간이 아닌 존재들도 함께 있습니다.] 귀를 기울이는 자세로 걸어가고

귀;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소주께 위협이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고개를 들고

공대벽은 미소를 지으며 용화대탑의 입구를 향해서 걸어간다.

물거품; [누가 벌써 와 있다는 거야?] + 이슬; [왕의 적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유리 병 속에서 수근대는 놈들

소매 속에서 작은 손수건을 꺼내는 귀

손수건을 유리병 위에 덮고. 그러자

슈욱! 손수건이 자라나서 유리병을 완전히 휘감고 덮어버린다

[아~씨! 뭐야?] [안보이잖아!] [답답해! 벗기지 못해?] 보자기에 덮인 유리병 속에서 아우성치는 삼촌육유들

[인간은 우리에게 조망권을 보장하라! 보장하라!] [흔들리지! 흔들리지 않게!] [산 자여 따르라!] 유리병 안에서 이마에 띠 두르고 스크럼도 짜며 주먹을 아래 위로 흔들면서 데모하는 삼촌육유들

귀; [조용히들 해라!] 두 손으로 유리병을 세차게 흔들고. 순간

[아이쿠!] [꿱!] 파도처럼 출렁이는 물속에 쳐박히며 비명 지르는 삼촌육유들

잠시후. 물을 먹어 맹꽁이 배가 되어서 물에 둥둥 뜨는 삼촌육유들

귀; (시끄러운 것들 같으니...!) 냉소하고

그 사이에 공대벽은 문이 열려 있는 용화대탑 안쪽으로 들어선다.

탑 일층의 가운데에는 쇠로 만든 상자가 일곱 개 놓여있는데, 그 주위로는 팔방의 모양으로 방석이 놓여있는데 서문숙과 공손대낭은 앉아있고 형파와 이산굉은 일어나서 마주 보며 무시무시한 기운을 흘리며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이산굉 뒤에 서있는 백영이 입구 쪽을 쏘아보고 있다

공대벽과 귀가 들어섰지만 형파와 이산굉은 상대만 노려보며 눈도 돌리지 않는다.

하지만 서문숙과 공손대낭은 공대벽과 귀를 돌아보고.

공손대낭; (저... 저 사람!) 공대벽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

쿠오! 들어서는 공대벽의 주위로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하늘 끝까지 일어난다

공손대낭; (숨... 숨이 막히는 것같애!) 겁에 질려 고개 돌리며 서문숙의 등 뒤로 숨으려 하고

서문숙; [젊은 사람의 기도가 헌앙하군.] 역시 공대벽을 유심히 보고

귀가 자랑스럽고 오만한 표정을 짓는다.

공대벽; [소생은...!] 서문숙과 2-3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서서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숙여 포권을 취해 서문숙과 공손대낭에게 인사하려 하는데

귀; <저들이 소주의 성함을 모두 알게 하지 마십시오. 성만 밝히면 족합니다.> 급히 전음을 보내고

공대벽; [말학후진 공(孔)모가 고인들을 뵙습니다.] 고개 끄덕이며 서문숙에게 인사하고

공대벽; [불청객이오나 난릉왕과 따질 일이 있어 불쑥 찾아왔으니 용서하십시오.] 늠름하게 포권하고. 순간

<난릉왕에게 따질 일이 있다?> [!] [!] 모든 사람이 놀란다.

형파와 이산굉도 움찔하고

이산굉; [형노괴! 영감의 삼권(三拳)은 조금 있다가 견식하겠소.] 긴장을 풀고

형파; [흥!] 코웃음을 치면서 역시 자세를 풀고.

형파; [노부의 삼권을 보는 건 바로 저승사자를 보는 거라는 사실을 잊지 말게.] 거만하게 말하며 방석에 앉고

공대벽; [말학후진 공모올시다.] 형파와 이산굉에게도 번갈아 포권하고

이산굉; [나는 잠시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이산굉이네.] 마주 포권하고. 직후

쩡! 이산굉의 두 개의 눈에서 네 개의 눈동자가 강력한 빛을 발한다.

형파도 긴장하고. 서문숙은 찡그리고. 공손대낭은 숨을 멈춘다

귀; <천동대협 이산굉이라는 자입니다. 무시할 수 없는 고수입니다.> 귀도 긴장하며 전음을 보내고. 하지만

공대벽; [천동대협이셨군요.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담담히 웃으며 포권하고

움찔하는 이산굉

서문숙; (이산굉의 천동(天瞳)이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는군!) 감탄하고

이산굉; [공공자는 재주 있는 사람이군.] 눈빛을 거두며 껄껄 웃고

이산굉; [아마도 오늘 살아서 여길 나가기는 어렵겠어.] 자리에 앉고

공대벽은 뒷짐 진 채 그냥 빙긋 웃고.

귀는 공대벽 뒤에서 비웃고. 순간

이산굉; (나 이산굉을 비웃어!) 움찔하고

이산굉;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지만 만만치 않겠구나.)

이산굉; (긴 시간을 들여 꾸민 일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자꾸만 나타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판은 내가 벌렸지만 자칫하면 남의 잔치가 될 수도 있으니..!) 주먹 꾸욱 쥐는데

공손대낭; <진보! 저 사람도 공씨래요!> 겁에 질려 곁눈질로 공대벽을 보며 서문숙에게 속삭이고

서문숙; [노부는 서문숙이네. 공공자같은 인재를 만나게 되어 기쁘구먼.] 포권하고.

형파; [기개가 대단한 젊은이야. 기개만큼 실력도 있기를 바라네.] 역시 포권하고

공대벽; [본의 아니게 결례를 범했습니다.] [일을 보는 대로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마주 포권하고. 그때

[쳇! 인간들이 주고받는 수작이란…!] [하나같이 재미도 없고 쓸모도 없는 짓들뿐이야.] [인재가 어떻고 결례가 어떻고..!] [걸래! 걸래! 키득키득!] 갑자기 들리는 음성. 물론 귀가 들고 있는 유리병에거 들리는 삼촌육유들의 음성

사람들이 모두 찡그리며 귀가 들고 있는 유리병을 보는데

[저 봐! 그래도 인간이 아닌 요정은 입이 무겁잖아. 아직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 [하모! 인간보다는 요정이 낫지!]

[게다가 예쁘기도 하잖아!] [언니! 나하고 연애 한 번 할래?] [끼득 끼득! 잣알만한 고추로 무슨 연애?] [짜샤! 그래도 잣알보다는 커! 마늘쪽 정도는 된다고!] 이어 들리는 삼촌육유들의 음성. 순간

귀; [조용하라고 했다!] 유리병을 거꾸로 뒤집어 세차게 흔들고.

[으악! 나죽네.] [꼴깍! 꼴깍!] [지린내가 나! 어떤 놈이 또 오줌 쌌어?] [야! 이 미친놈아! 그만두지 못해!] [으앙! 물 먹는 건 정말 싫어!] 흔들리는 유리병 속에서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리고

다른 사람들은 황당해서 모두 그걸 보는데

[꼬르륵! 잘못 했져요 아져찌! 제발 그만...!] [물... 물 맛이 짭짤한 게 죽여줘요!] [그... 그러니까 아무데나 오줌 싸지 말라고 했잖아... 꼬르르!] 이어지는 비명소리.

그러다가 조용해진다

귀; [흥!] 코웃음치며 유리병 흔드는 걸 멈추고

공손대낭; [뭐... 뭐죠? 저 안에 든 거?] [사람 같긴 한데 마음이 느껴지질 않아요.] 서문숙에게 속삭이며 묻고

서문숙; [삼촌육유로군.] 눈이 빛나고

공손대낭; [삼촌육유요?] 놀라는데

이산굉; [예사롭지 않은 귀하는 누구신가?] 귀에게 묻고

귀; [나는 공공자를 모시는 하인이오.] 자랑스럽게 말하고

이산굉; [종이라...!] [오만하게 외칠 만한 신분은 아니구먼!] 비웃지만

귀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는다. 다만 이산굉을 노려보는 눈빛에 섬뜩한 살기가 스치고

이산굉; [하하하! 종도 종 나름이라는 건가?] 웃고

이산굉; [대단한 하인을 둔 것만으로도 그대는 오늘 모임에 낄 자격이 있네.] [자리에 앉게나!]

공대벽; [앉든 서든 상관없습니다.] [저는 다만 난릉왕이 오길 기다릴 뿐입니다.] 뒷짐 진 채 고개만 약간 숙이고

형파; [여기는 천하를 걸고 도박을 하는 장소야. 낄 테면 끼고 아니면 나가게.] 퉁명스럽게 말하고

이산굉; [형파! 이 자리의 주인은 나다!] 눈을 부라리고

이산굉; [자꾸 주제넘게 나서면 두 다리를 베어 버리겠다!]

형파; [이산굉! 네가 우리 경신방과 노부를 너무 우습게 보는구나.]

형파; [노부는 언제라도 너와 사생결단을 낼 준비가 되어있다.]

이산굉; [얼마 남지 않은 생을 굳이 앞당기겠다?] 경멸의 눈초리로 형파를 노려보고.

형파; [네놈이...!] 눈을 부릅뜨며 당장이라도 뛰쳐 일어날 기세

공대벽; [두 분께서는 다투지 마십시오.] 한숨

공대벽; [제가 한 자리에 앉아 난릉왕을 기다리는 것도 무방할 듯합니다.] 말하며 정북방의 <7>번 쪽 자리로 간다.

그리고 정북방 자리에 앉는다. 공손대낭의 바로 옆자리다.

[!] [!] 순간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진다.

공손대낭은 겁에 질려 고개를 서문숙 쪽으로 돌린 채 곁눈질로 공대벽을 보고

<저기는 건(乾)방!> <남면지좌(南面之座; 천자가 신하들의 절을 받는 자리)라 누구도 선뜻 앉지 못한 곳인데...!> 사람들의 놀라움

하지만 공대벽은 너무도 태연하다. 그 뒤에 귀가 철탑처럼 버티고 섰고.

이산굉; [공공자! 그대가 건... 건방에 어울리는 사람인 줄은 미처 몰랐군.] 탄식하고

빙긋 웃기만 하는 공대벽

이산굉; (젊은 친구가 이상한 분위기를 지녔군!) (나 이산굉으로 하여금 혀가 꼬이게 만들다니...!)

형파; [당금 천하에 인재가 없긴 없어!] [천하를 건 도박을 벌이는 자리가 다 채워지지도 않고...!] 빈자리 세 곳을 보며 말하고

공손대낭; [저는 장난삼아 몇 가지 도박을 해 본 적은 있지만 진짜 도박이 어떤 것인지는 모릅니다.]

사람들 공손대낭을 보고

공손대낭; [천동대협께서 오늘 이 도박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설명해주시겠어요?] 이산굉에게

이산굉; [무림인의 도리는 모두 무(武)에서 나오는 것 아니겠소?]

이산굉; [우리는 저마다 가진 것을 내놓고 싸우면 될 뿐이오.]

공손대낭; [도무(賭武;무공으로 하는 도박)를 하자는 거군요.] 싸늘하게 웃고

형파; [다만 도박에 참여하려면 그에 합당한 밑천이 있어야겠지!]

형파; [이 자리는 천하를 다투는 큰 도박이니 밑천도 두둑해야할 거요!] 웃고. 바로 그때

<형상방주께선 당연한 말씀을 하시네요!> 누군가의 음성이 들리고

사람들 흠칫하며 입구 쪽을 보고

이수; [남은 자리가 세 개나 되는 걸 보니 제가 아주 늦지는 않았군요.] 흰색의 하늘거리는 옷을 입고 얼굴에는 면사를 했으며 머리는 화려한 궁장을 하고 칠보화관을 쓴 여자가 왼손에는 작은 향로를 받쳐 들고 오른손에는 새하얀 퉁소를 쥔 채 들어서고. 집마천의 통령인 이수라는 여자다.

이산굉; [하하하! 늦지 않았소! 늦지 않았소!] 웃고

공손대낭; (다행히 여자가 나 혼자만은 아니게 되었네!) 이수를 곁눈질하며 안도하고

이수는 공대벽을 발견하고 눈을 반짝하고

공대벽이 지긋이 그녀를 보고 있다.

순간 면사 속에서 얼굴이 붉어지고 눈빛이 몽롱해지는 이수. 그녀의 얼굴 뒤로 지긋이 보고 있는 공대벽의 두 눈이 떠오르고

사쁜 사쁜 걸어서 공대벽 앞으로 가는 이수.

공손히 허리 숙여 공대벽에게 인사하고

이어 수줍어하면서 한 바퀴 돌아 보인다. 한손으로 향로를 바쳐들고 춤추듯이 도는 이수의 모습이 야릇하다.

<뭐하는 짓이지?> <초면인 것 같은데 자기를 외간 사내에게 선보인다는 건가?> 사람들 놀라고 어리둥절하고

한 바퀴 돌아 보이고 다시 공손히 허리 숙이는 이수

공대벽; [방명(芳名)이 어찌 되시오?]

이수; [이수(李秀)라고 하옵니다.]

공대벽; [고맙소 이소저!] 고개 끄덕이고

다시 고개 숙여 인사하는 이수

이어 꿈꾸듯 몽롱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겨서

공대벽의 옆에 비어있는 <8번> 자리에 가서 앉는 이수. 공대벽과 이산굉 사이의 자리고. 그 바람에 공대벽은 여자들을 좌우에 거느린 자세가 되었다.

모두들 황당해서 보고 있고

형파; [흥! 경박한 것들이...!] 이수와 정면으로 마주 보는 자리에 앉은 형파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수는 몽롱한 표정으로 향로를 자기 앞에 놓은 채 퉁소를 두 손으로 잡고 무릎 위에 올려놓는다.

공손대낭; (이해할 수 없네.) 이수를 곁눈질

공손대낭; (긍지가 높은 아가씨가 분명한데 왜 저런 부끄러운 짓을 하는 걸까?)

공손대낭; (갖고 온 향로도 그렇고 퉁소 역시 범상한 물건들이 아니야!) 이수가 지닌 향로와 퉁소를 보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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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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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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