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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첩혈당의 다른 곳. 화려한 건물. 바로 이세창의 아내 당숙경의 거처. 불이 켜져 있다. 경비는 없고. 물론 하늘에는 보름달이 떠있어서 아주 어둡지는 않다

불이 켜진 거실. 당숙경이 초조하게 왔다 갔다 하고 있고 포칠낭은 탁자 앞에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다.

당숙경; [왜... 왜 이렇게 늦는 거야?] [정칠이 놈 죽이라고 보낸 게 벌써 이각(二刻;30분) 가까이 되어 가는데...]

당숙경; [설마... 설마 일이 잘못 된 거 아니겠지?]

포칠낭; (경박한 년...) + [진정하세요 주모님.] 속으로 비웃으면서 술잔을 입에서 떼고

포칠낭; [세 놈 다 실력은 확실해요. 아마 신중을 기하느라 실행이 늦어지고 있을 거예요.]

당숙경; [아무리 그래도 지척인 뇌옥에 가서 쇠사슬에 묶여있는 놈 잡아 죽이는 데 이각 가까이나 걸린다는 게 말이 돼?]

당숙경; [무슨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해.]

포칠낭; [일각 정도만 더 기다려보도록 해요.] [그래도 기별이 없으면 제가 가볼 테니까요.]

당숙경; [그러게 처음부터 포칠낭이 직접 손을 썼으면 확실했잖아. 이렇게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되고...] 흘겨보고

포칠낭; (같은 갈보 출신 주제에 상전 노릇 제대로 하네.) + [저도 그러고 싶었지요.] 억지로 성질 죽이면서 웃고

포칠낭; [다만 자칫 제 손에 피를 묻힌 게 들통 나면 정칠이 놈을 따르는 것들이 시끄럽게 굴 걸 우려해서...] 말하는데. + [꺄아악!]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포칠낭; (이건...) 눈 부릅 + 당숙경; [보옥이 애비 침실 쪽이야.] 기겁

당숙경; [그 인간하고 동침한 능라의 비명 소리가 틀림없어!] 다급히 문쪽으로 달려가고. 포칠낭도 벌떡 일어나고

포칠낭; (사단이 생겼구나.) 문을 박차고 나가는 당숙경을 따라가며 얼굴 굳어지고

 

#122>

다시 이세창의 침실. [꺄아아악!] 알몸을 이불로 가린 채 앉아 비명 지르는 여자. 이세창과 동침했던 젋은첩이다. 그런 그년 앞에서 이세창이 비틀거리며 물러서고 있고

이세창; [두견충... 네... 네놈이...] 아랫배에 비수가 깊이 박힌 채 침대 쪽으로 비틀거리며 물러선다. 오른손으로 배에 박힌 비수를 잡고 있고. 왼손에는 칼집에 든 칼을 들었다. [꺄악! 악!] 그런 이세창 뒤에서 자지러지는 비명 지르는 첩

후둑! 후두둑! 옷을 입지 않아 알몸인 탓에 비수가 맨살에 박혀있는 게 보이고. 그 상처에서 흐른 피가 바닥에 뿌려진다

두견충; [날 원망하진 마시오 용두.] 창! 그 앞에서 칼을 뽑으며 일어나는 두견충

두견충; [용두가 날 쳐낼 속셈인 걸 알았는데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지 않겠소?] 따당! 칼집은 옆으로 버리면서 칼로 이세창을 겨누고

이세창; [내가 네놈을 쳐내려 했다고? 무슨 개소리를...] 쩍! 역시 칼을 뽑고. 하지만

부들부들! 앞을 겨눈 이세창의 칼은 경련을 일으키고.

텅! 들고 있던 칼집도 떨구고

두견충; [이런... 이런...] [웃으면서 사람 피도 마신다는 독종 중의 독종 소면첩혈께서 칼 하나 제대로 들기 힘드신 것 같군.] 칼끝을 흔들어 조롱하며

두견충; [하긴 마비산(痲痺酸)이 잔뜩 발라진 비수가 배때기를 뚫고 들어갔는데 무사 할 리가 없겠지.]

이세창; (감... 감각이 급격히 사라진다 했더니...) (혈관에 조금이라도 스며들면 온몸을 마비시켜버린다는 마비산이 비수에 발라져 있었구나.) 얼굴이 이지러지고

두견충; [결과는 이미 정해졌으니 헛된 저항은 포기하고 내 칼에 목을 맡기는 게 어떻겠소?]

이세창; [이 죽일... 내가 네놈을 어떻게 키워줬는데...] 이를 갈며 비틀. 그자 뒤쪽의 첩은 이제 비명도 못 지르고 있는데

두견충; [생색은 저승에 가서 마저 내라!] 부악! 칼을 휘둘러 공격해온다. 살벌하고

이세창; [큭!] 캉! 두 손으로 칼을 들어 겨우 막는다.

두견충; [지은 죄가 많으니 당연히 지옥에 가겠지?] [먼저 가서 지옥 불에 몸 좀 지지고 계셔!] 부악! 쩍! 이리저리 살벌하게 칼을 휘두르고

이세창; [큭!] 캉! 카캉! 사력을 다해 막지만

쩍! 서걱! 겨우 겨우 방어하는 이세창의 몸 여기저기 두견충의 칼 끝이 스치며 갈라지고 피가 난다.

[당... 당주님!] 피를 뿌리며 비틀거리는 이세창을 보며 비명 지르는 첩. 침대의 끝으로 물러나 앉아서

두견충; [할 수 있을 때까지 버텨봐라. 그 사이에 몸뚱이를 잘근 잘근 회 쳐줄 테니...] 쩍! 서걱! 여유있게 공격하여 이세창의 몸에 상처를 만들며 잔인하게 웃고

이세창; (시간을 끌수록 불리해진다.) 카캉! 캉! 서걱! 쩍! 겨우 겨우 막는 이세창의 몸에 상처가 연달아 나고 피가 튄다.

이세창; (소동을 알아차리고 졸개들이 몰려온다 해도 날 구하러 나설 놈은 없다.) 캉캉! 두견충의 칼질을 칼로 겨우 막으면서 곁눈질로 열린 문을 본다.

문 밖에 몇 명의 어깨들이 모여들었지만 당황하기만 할 뿐 안으로 뛰어들지는 않는다.

<흑사회의 특성상 졸개들은 우두머리들의 싸움에는 끼어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 이겨서 새로운 두목이 될지 모르는 일이므로...> 당황하는 어깨들의 모습을 배경으로 이세창의 생각

이세창; (결국 내 능력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야만 하는 것이다.) 콱! 생각하며 혀끝을 이빨 사이에 끼우고 강하게 깨문다. 그러자

푸학! 혀 끝이 끊어지면서

찌릿! 이세창의 온몸에 전율이 일어나고.

이세창; (혀가 끊기는 고통에 몸의 감각이 일시적으로 살아났다.) + [크아!] 앞으로 쇄도하고. 칼을 뒤쪽 위로 쳐들어 아래로 내리치려는 자세로

두견충; (이놈이...) 쩍! 흠칫! 하며 마주 칼을 내지른다. 이세창의 돌격을 저지하려.

이세창; (육참골단(肉斬骨端;살을 주고 뼈를 가름)!) 두견충의 공격을 무시하고 돌격. 그런 이세창의 앞으로 두견충의 칼 끝이 곧장 날아든다. 직후

쩍! 두견충이 펜싱 하듯 내지른 칼 끝이 이세창의 뼘을 깊이 긋고 지나가지만

이세창; [죽어라!] 무시하고 육박해서 강력하게 위에서 아래로 비스듬히 칼질을 하는 이세창

두견충; (동... 동귀어진(同歸於盡;같이 죽음)!) + [헉!] 기겁하며 물러서려 하고. 본능적으로 왼팔로 앞을 가리면서

쩍! 내려친 이세창의 칼이 두견충의 왼팔을 중간에서 싹둑 잘라버린다.

두견충; [크아!] 푸학! 잘려진 팔을 쳐들며 비명. 팔이 잘려진 상처에서 피가 확 뿜어지고

[아!] 이세창 첩은 놀라며 안도

이세창; [각오해라 개새끼야! 도리를 쳐줄 테니까.] 크아!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두견충에게 쇄도하며 다시 맹렬히 칼질을 하려 하고

두견충; (죽었다.) 사색이 되어 비틀하고. 그때

퍽! 칼질 하려던 이세창의 등에 날아와 꽂히는 레이져 같은 빛.

침대 옆의 어둠 속에 숨어서 오른손의 검지를 내밀고 있는 사람의 실루엣. 물론 청풍이고. 내민 검지가 벼락에 휘감겨 있다

이세창; [!] 멈칫! 등에 레이져같은 빛, 비파천강지가 박히는 바람에 막 두견충을 칼로 내리쳐 쪼개려던 몸이 굳어지며 멈칫! 하고.

두견충; (이놈이 왜 갑자기...) + [크아!] 쩍! 의아해하면서도 벼락같이 칼을 내려치고

푸학! 가슴에서 허리로 비스듬히 갈라지는 상처가 생기며 비틀하는 이세창. 갈라진 상처에서는 피가 확 뿜어지고. 그 뒤에서 이세창의 첩의 경악

[헉!] [저... 저런...] 문 밖에서 보던 어깨들 기겁하고. 그 뒤로 신귀파와 세 명의 노인이 모야차, 정칠과 함께 달려오다 역시 놀라고

이세창; [두견충... 네놈이...] 푸학! 비틀! 갈라진 상처에서 피를 뿜어내며 눈 부릅뜨고 뒤로 비틀하고

[여보!] 비명 지르며 침실로 입구에 나타나는 당숙경. 문 옆에서 포칠낭과 함께 달려온 모습이고. 직후

두견충; [잘 가라!] 쩍! 그대로 칼을 휘둘러서 이세창의 목을 쳐버린다. 눈 부릅 뜬 이세창의 목이 허공으로 튀어 오르고

[악!] 침실 안으로 뛰어들던 당숙경의 비명. 그 뒤에서 포칠낭은 놀라 눈 부릅. 신귀파와 모야차등도 어깨들을 밀치며 입구로 달려오다가 눈 부릅뜨고

청풍; (끝났군.) 스윽! 눈 번뜩이며 어둠 속에서 사라지고

텅! 텅! 잘려진 이세창의 목이 바닥에 떨어져 튀고

푸학! 목이 잘려진 몸통도 비틀하며 쓰러지려 하고

콱! 구르는 이세창의 머리통을 발로 밟는 두견충

퍼억! 나뒹구는 이세창의 몸뚱이. 따다당! 들고 있던 칼도 떨구고

[흐윽!] 털썩! 다리가 풀려 침실 입구에 주저앉는 당숙경. 그 뒤로 신귀파와 다른 사두들도 문 밖에 이르러 포칠낭과 함께 들여다 보고. 모두 전율하는 표정

두견충; [크크크! 꼴 좋구나 이가야!] 이세창의 머리통을 발로 밟은 채 마귀처럼 웃고. 왼팔이 잘린 상태임을 주의

두견충; [감히 날 팔병신으로 만들었겠다?] 우둑! 이세창의 머리통을 밟은 발에 힘을 주고

신귀파; [무... 무슨 짓이냐 두견충?] 기겁 + 모야차; [용두의 유해까지 훼손하려는 거냐?] 다급히 입구로 다가오며 말리려 하지만

두견충; [그럴 생각이다!] 콱! 그대로 발로 밟아 무언가를 박살낸다. 물론 이세창의 머리통이고

[끄윽!] 기절하는 당숙경.

[흑!] 고개 돌리는 모야차와 포칠낭. 신귀파와 다른 사두들은 눈 부릅뜨고

두견충; [잘 봤겠지?] 돌아보고

두견충; [앞으로 내게 개기는 것들은 이가놈처럼 만들어줄...] + [!] 말하다가 눈 부릅

팟! 다른 사두들을 밀치며 정칠이 침실 안으로 맹렬히 뛰어든다

두견충; [뒈지고 싶냐 정칠?] 쩍! 자신에게 돌진해오는 정칠을 향해 칼질을 하는 두견충

촤아! 몸을 뒤로 젖히며 발을 앞으로 내밀어서 미끄러지는 정칠. 고개 젖히는 정칠의 얼굴 위로 스치고 지나가는 두견충의 칼질

확 다가오는 정칠 앞쪽의 목이 잘린 이세창의 시체. 시체 옆에 칼도 떨어져 있고

콱! 옆으로 미끄러지며 손을 뻗어 그 칼을 잡는 정칠

두견충; [네놈도 같이 죽여주마!] 쩍! 칼로 내리치고

퍽! 몸을 옆으로 굴리는 정칠의 옆 바닥을 강하게 내리찍어 박히는 두견충의 칼. 직후

쩍! 몸을 일으키면서 칼을 휘둘러 두견충의 다리 하나를 베어버리는 정칠

두견충; [컥!] 퍽! 잘린 다리로 무릎을 꿇는 두견충. 바닥에 박힌 칼을 짚은 채. 그러다가

두견충; [지랄...] 고개 들어 위를 보는 두견충. 정칠이 두손으로 칼을 쥔 채 내려다보고 있다

정칠; [죽어라 용두의 원수!] 쩍! 그대로 칼을 비스듬히 내리쳐 두견충의 목을 쳐버리는 정칠

[아!] [오오!] 문 밖에서 보던 사두들과 어깨들 놀라고 환호하고. 포칠낭만이 눈 부릅뜨고 있고. 당숙경은 기절해서 문간에 쓰러져 있다.

텅! 텅! 잘린 두견충의 목이 바닥에 구르고

푸훅! 피를 뿜어내던 목이 잘린 두견충의 몸뚱이는

퍼억! 뒤를 따라 바닥에 엎어진다

쿵! 침실 안의 모습. 목이 잘린 이세창과 두견충의 시체가 바닥에 널부러진 채 벌벌 떨고 있고. 두견충의 머리통은 바닥에 뒹굴고. 당숙경은 기절했고. 첩은 침대 구석에 웅크린 채 바들 바들 떨고 있고. 그 중앙에 칼을 내리친 자세인 정칠이 서있다.

슥! 몸을 숙여서 두견충의 수급의 상투를 잡는 정칠

침실 밖의 사람들 움찔.

문을 통해 침실을 나서는 정칠. 한손에는 칼. 한손에는 두견충의 머리통을 들었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물러서고. 포칠낭도 물러서고. 어느덧 침실 앞의 마당에는 수십명의 어깨들이 모여있다.

정칠; [오늘 생각지도 못한 비극이 벌어졌소.] 두견충의 머리통을 들고 문을 등진 채 서서 장내를 둘러보고. 엄숙한 표정

정칠; [그나마 다행인 것은 범인인 두견충도 죄의 대가를 이미 치루었다는 사실이오.] 두견충의 머리를 ㅌ쳐들어 보이고

정칠; [비통한 마음으로 두견충의 수급을 용두의 제사상에 올리도록 하겠소!]

모야차; [정사두의 분부를 따르겠어요.] 포권하며 외치고. 사람들 흠칫! 하며 모야차를 보고

포칠낭; (저년이 혹시...) 불길한 표정

모야차; [용두께서 당한 참변은 비통하지만 우리 첩혈당의 앞날도 함께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요.] 주변을 둘러보고.

모야차; [용두의 신변에 변고가 생긴 사실은 곧 흑사회의 다른 조직들에게 퍼질 테고...] [그럼 기회다 싶어 우리 첩혈당의 영역을 집어삼키려 덤벼드는 것들이 속출할 거예요.]

모야차; [절체절명인 이 위기를 벗어나려면 우리들이 일치단결하여 일체 동요가 없다는 것을 다른 조직의 인간들에게 과시를 해야만 해요.]

포칠낭; (역시!) 이를 바득

신귀파; [동생은 지금 이 자리에서 새로운 용두를 뽑자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겐가?] 심각

모야차; [맞아요.] 끄덕

모야차; [집안에 가장이 없으면 안되듯, 우리 첩혈당의 용두 자리는 단 한시도 비워놓을 수가 없어요.]

모야차; [그래야만 다른 조직들이 우리 첩혈당을 감히 넘보지 못하게 될 거예요.]

신귀파; [그럼 새 용두는...] 말하며 침실 문 앞에 서잇는 정칠을 돌아보고. 정칠은 두견충의 머리를 든 손을 내리고 있는데. 정칠이 서있는 입구는 축대 위쪽이라 다른 사람들이 서있는 마당 보다 넓다

[정사두가 용두로 제격이지.] [용두의 복수도 해줬으니 우리 첩혈당의 당주가 될 자격은 충분해.] 신귀파 뒤의 노인들 끄덕이고.

신귀파; [정사두가 용두가 되는 게 순리겠군.] 끄덕이고

모야차; [들었지요 정사두?] 정칠을 돌아보며 포권하고

모야차; [우리 첩혈당의 형제들을 위해 용두가 되어주세요.] 포권하며 외치고. 그러자

[용두가 되어주시오.] [정사두만이 용두가 될 자격이 있네.] [신임 용두께 충성을!] 신귀파와 노인들 포권하고. 뒤의 어깨들은 무릎을 꿇으며 외치고. 포칠낭도 마지 못해 고개 숙이고

[용두가 되어주시오!] [용두께 충성을...] 와아! 와! 외치는 소리들이 상기 된 표정으로 서있는 정칠을 배경으로 터지고

정칠; [고맙소! 고맙소이다.] 포권하고

사람들 입을 다물고

정칠; [어리고 자격도 없는 정칠을 이렇게 믿고 사랑해주시니 그저 감읍할 따름이이다.] 포권하며 주변을 둘러보고

정칠; [지금은 비상한 상황이니 우리 첩혈당에 대한 외부의 도발이 사라졌다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만 임시로 용두의 소임으로 다하겠소이다.] 포권하며 말하고. 그러자

[용두께 충성을!] [감사합니다 용두!] [성심(誠心)을 다해 보필하겠소이다.] [첩혈당 만세!] 포칠낭을 제외한 장내의 모든 사람들이 환호하고.

포칠낭; (지랄...) 그걸 보며 입술 악물고

<오냐! 지금은 마음껏 득의하고 즐겨봐라 정칠아! 머잖아 그 눈에서 피눈물이 나게 해줄 테니...> 표독한 포칠낭의 얼굴 배경으로 생각을 나레이션으로. 그리고

 

#123>

근처 건물 지붕 위에서 지금까지의 장면을 내려다보고 있는 청풍. 마당에서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고 주변에서 마당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단상 위에서는 정칠이 손을 들어 사람들의 환호에 반응하는 장면이 청풍의 시야에 들어오고

청풍; (서둘러 세운 계획이었지만 잘 마무리 되었다.) 안도

청풍; (정칠이 첩혈당을 장악했으니 이보옥을 고자로 만든 건에 대한 후환은 하지 않아도 된다.)

청풍; (이번 소동을 통해 정칠은 한 단계 더 성숙했으니 첩혈당을 다스리는 데 별 무리가 없을...) + [!] 흠칫! 하고. 부웅! 날개 짓하는 소리가 들리고

다가오는 커다란 말벌

청풍; (대독금봉(大毒金蜂)!) 흠칫! 하며 손등을 하늘로 향하게 손을 내밀자

슥! 붕붕! 청풍의 손등에 앉았다가

휘익! 다시 날아오르는 말벌

청풍; (저 영물이 서두르고 있다.) 눈 번뜩이고

붕붕! 날아가면서 돌아보는 말벌

청풍; (그렇다는 건 무언가 발견했다는 뜻이다.) 휘익! 눈 번뜩이며 몸을 날려 말벌을 따라가고

곧 멀어지는 청풍. 헌데

 

신소심; (찾았다!) 스윽! 근처 건물 지붕의 그늘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신소심.

신소심; (범상치 않은 말벌을 부리는 것도 그렇고... 저놈이 바로 이틀 전 밤에 나를 우롱했던 그 색마다.) 이를 바득 갈고

신소심; (역시 첩혈당에 와서 잠복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마침내 저 놈을 찾아내게 되었으니...) 휘익! 몸을 날려 청풍이 날아간 곳으로 날아가고

<감히 내 젖가리개를 빼내서 개수작을 한 대가를 치루게 해주마!> 말벌을 따라 날아가는 청풍. 그 뒤에서 따라가는 신소심의 모습을 배경으로 신소심의 생각 나레이션. 헌데

 

첩혈당 외곽의 건물 그늘에 서서 신소심이 날아가는 걸 보고 있는 두명의 사내. 검은 옷을 입은 그자들은 바로 벽세황이 딸려보낸 흑혈살객들이다.

히죽 웃는 두 놈.

휙! 휙! 몸을 날려 신소심의 뒤를 따라간다. 그리고

 

골목에 거적데기를 뒤접어 쓴 채 기대앉은 거지 한명.

감고 있던 한쪽 눈을 슬쩍 뜬다

멀리 날아가는 흑혈살객들의 모습이 보이고

히죽 웃는 거지.

슥! 거적데기 속에서 꺼내는 거지의 두 손에는 비둘기 한 마리가 들려있고. 비둘기의 발목에는 천이 묶여있다

거지; [어서 분타로 돌아가라.] 휙! 비둘기를 허공으로 던지는 거지. 날아오르며 날개를 펴는 비둘기

구우! 밤하늘을 배경으로 날아가는 비둘기

거지; [이래저래 일이 많은 밤이로구먼.] 날아가는 비둘기를 보며

거지; [임무는 완수했고... 아직 날이 밝으려면 한참 더 있어야할 테니 눈이나 붙여야겠다.] 거적데기를 끌어 모으며 고개 숙이는 거지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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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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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깊은 밤. 이제 금릉 성내를 밝히던 불들도 대부분 꺼져 있고. 하늘에는 보름달이 높이 솟았고

인도부의 사업장이 있는 부둣가. 역시 부두의 건물들 대부분 불이 꺼져 있고. 보름달 덕분에 그리 어둡지는 않다.

인도부의 사업장. 전부 불이 꺼져 있지만

단 한곳의 건물에만 불이 켜져 있다.

술병을 들고 비틀거리며 그곳으로 오는 인도부 두견충. 기분이 아주 째진다. 허리춤에는 칼을 차고 있고

두견충; [흐흐흐! 살아오면서 오늘 만큼 통쾌한 날은 없었다.] 병나발을 불고

두견충; [이 밤이 새기 전에 정칠이 놈이 세상 하직 할 거 생각하니 십년 체증이 뻥 뚫리는 것 같구나.] 술 마시며 건물 입구에 도착해서.

두견충; [산월(山月)아! 이년아!] [서방님이 찾아왔는데 버선발로라도 뛰쳐 나와야하지 않냐?] 덜컹! 문을 거칠게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건물 안은 침실. 흐릿하게 등불이 밝혀져 있는 침실 끝에는 침대가 하나 놓여있는데 어떤 여자가 거의 알몸인 야한 모습으로 누워있다. 등을 문쪽으로 향하게 옆으로 누워 잠들어있는 여자. 인도부의 첩이다. 몸매는 풍만하고 얼굴은 곱상하지만 천하게 생긴

두견충; [그년, 오늘 내가 찾아올 걸 알고 기다리다가 지쳐 잠이 들었군.] 히죽 웃으며 침대로 가고. 직후

[천하태평이로군. 곧 도축장의 개, 돼지 신세가 될 것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갑자기 두견충의 뒤에서 누군가 귓전에 대고 속삭이고. 눈 부릅 뜨는 두견충

두견충; (자객!) 눈 부릅뜨며 홱 돌아서고

술병을 놓으며 허리에 찬 칼의 손잡이를 잡는 두견충. 왼손으로는 칼집을 잡고

두견충; [크왓!] 쩍! 몸을 돌리며 벼락같이 칼을 뽑아 휘두르고. 무언가 희끗한 것이 그자의 칼질에 베인다

퍼석! 술병은 바닥에 떨어져 박살나고

두견충; (베었다!) 쩍! 몸을 돌리며 칼을 휘두른 자세로 눈 치뜨는 두견충. 하지만

<소란을 떨어도 소용없다. 지금 이 집안에 깨어있는 건 두견충 너뿐이니...> 바로 뒤에서 또 누군가 속삭이고. 눈 부릅 뜨며 오싹! 소름이 돋는 두견충

두견충; [지랄...] 쩍! 다시 돌아서며 칼질을 하려는데

확! 갑자기 왼쪽에서 두견충의 얼굴로 날아드는 두툼한 책

두견충; (피할 수가...) 콱! 다급히 왼손으로 그 책을 잡고.

스팟! 몸을 돌리며 벽에 등을 붙이는 두견충

두견충; [어떤 개새끼냐?] [누가 보냈어?] 벽에 등을 붙이고 앞쪽을 돌아보며 이를 갈고. 하지만 두견충의 앞쪽에 아무도 없고

두견충; [귀신 흉내 그만 내고 용기가 있으면 나와서 한번 놀아보자.] 칼을 앞으로 겨누며 이를 갈고

<미안하지만 네놈과 놀아줄 시간은 없다.> 어디선가 들리는 음성

두견충; (목소리가 멀어진다.) 안도

두견충; (벌써 이 방을 빠져나가 떠나고 있다는 건데...) 슥! 벽에서 등을 떼고

<내 손으로 죽일 수도 있었지만 인생이 가엾어서 살수를 쓰진 않았다.> <네 인생이 왜 불쌍한지는 네가 들고 있는 책을 보면 알 것이다.> 어디선가 들리는 음성에 흠칫! 하며 자기 왼손에 들려 있는 책을 보고

두견충; (일지?) (어쩐지 익숙한 필체인데...) 철컥! 생각하며 칼을 허리춤에 차고 있는 칼집에 넣고. 시선은 왼손에 든 책의 표지를 보고. 책 표지에는 물론 <日誌>라는 제목이 적혀있다.

<접혀져 있는 부분을 읽어봐라. 두견충 너와 관련된 내용이 적혀 있으니...> 책을 펼치는 두견충의 모습 배경으로 어디선가 들리는 음성

책의 중간 부분이 접혀있고

두견충; (대체 어떤 놈인데 이런 수작을...) 눈을 희번득이며 접혀진 부분을 펼친다. 직후

[!] 눈이 찢어져라 치떠지는 두견충

 

<두견충은 길들여질 수 없는 미친 개 같으므로 반드시 주인을 물 것이다. 그러므로 정칠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죄를 입혀서 삶아버리는 것이 최선이다.> 책을 펼친 채 벌벌 떨리는 손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이세창의 얼굴이 떠오르고

 

두견충; [이... 이세창!] 이를 바득 갈고

두견충; [네놈이 날 정칠을 잡는 개로 써먹은 후 팽(烹)해버릴 생각이다 이거지?] 쫙! 두 손으로 책을 확 찢어버리고

두견충; [흐흐흐! 오냐! 날 미친 개 취급을 했으니 미친 채 노릇을 해주마!] 퍽! 찢은 책을 바닥에 집어던지고

두견충; [네놈 판단대로 난 언제까지 네놈 밑이나 닦고 있을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홱 돌아서고

두견충; [밤이 길면 꿈도 많아지는 법!] [오늘 밤이 새기 전에 끝장을 내주마!] 펑! 발로 문을 걷어차 박살내며 나간다.

두견충; [누가 먼저 염라대왕 앞에 서게 될지 두고 보자 이가야.] 건물 밖으로 뛰쳐나가며 이를 갈고

탁탁! 뛰어서 멀어지는 두견충. 직후

슥! 방바닥에 떨어진 찢어진 책을 집어 드는 누군가의 손

청풍; (예상했던 대로의 반응이로군.) 두쪽 난 책을 양손으로 집어 들며 몸을 일으키는 청풍

청풍; (이세창이 졸개의 손에 죽으면 나와 정칠에 관한 일도 자연스럽게 묻혀질 것이다.) (말 그대로 차도살인(借刀殺人)...)

청풍; (조금은 악랄한 방법이긴 하지만 이렇게 되는 게 최선이다.) 스스스 사라지는 청풍의 모습

<이래저래 긴 밤이 되겠구나.> 퍽! 청풍이 사라지고. 방안에는 홀로 잠이 든 두견충의 첩만 남는다

 

#116>

<-자금산(紫金山)> 역시 깊은 밤. 멀리 금릉이 보이는 높은 산. 자금성의 뒤쪽이다. 산의 앞쪽에는 자금성이 있고. 하늘에는 보름달

산중의 어느 계곡. 계곡 끝에는 낡은 사당이 있다. <山神廟>라는 간판이 걸려있고

사당 내부. 어둡고 음산. 호랑이를 탄 산신령의 조각상이 안치 되어 있다.

들썩! 갑자기 사당의 바닥을 이룬 마루가 흔들거리더니

덜컹! 마루의 일부가 밖으로 활짝 열리며 나타나는 지하통로의 입구.

상당히 큰 그 통로를 통해 밖으로 나오는 인물. 왕진인데 얼굴을 면사로 가리고 있다. 옆구리에는 자루에 넣은 당아연을 끼고 있다. 당아연은 자루에 들어서 모습이 보이지 않는 상태. 왕진은 칼도 한 자루 허리에 차고 있다.

통로에서 나와 사당 밖을 살피는 왕진

휘익!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왕진이 몸을 날린다.

사당을 등지고 멀어지는 왕진. 헌데

슥! 사당이 내려다보이는 계곡 좌측 절벽 위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두명의 무사. 관복을 입은 한왕의 수하들이다

<하(河)태감께서 지목하신 대로 저 산신묘(山神廟)가 역시 자금성에서 밖으로 통하는 비밀통로였다.> <확실히 황태자의 거처에서 무슨 일인가 벌어지고 있군.> 절벽 위에 숨어서 멀어지는 왕진의 뒷모습 보며 전음으로 대화 나누는 무사들

<난 저자의 뒤를 밟을 테니 자네는 한왕부(漢王府)로 돌아가 전하께 보고하게!> <조심하게! 어디로 가는지 기호 남기는 것 잊지 말고!> 휘익! 무사 한명은 절벽 위를 따라 달려서 왕진의 뒤를 따라간다. 남은 자는 금릉쪽으로 돌아서고

서로 갈라져서 금릉쪽과 왕진이 간 쪽으로 달려가는 두 무사. 헌데

[...] 사당 안쪽에서 밖을 내다보는 중년의 환관 한명. 황태자전에 있던 환관들 중 한명이다

멀리 왕진이 간 곳으로 날아가는 무사의 뒷모습이 보이고

환관; (서둘러야겠군.) 돌아서고

환관; (상시태감께서 날 왕진에게 딸려 보내신 보람이 있었다.) 비밀통로로 가고

환관; (하원길은 전직 상시태감답게 자금성에서 외부로 통하는 비밀통로들을 모두 알고 있었고...)

비밀통로로 들어가고

환관; (그곳들을 모두 감시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상시태감의 예상이 들어맞았다.) 끼익! 안으로 들어가서 열려져 있던 비밀통로 입구를 잡아 다시 닫으려 하고

환관; (왕진이 한왕의 수하들에게 사로잡히기라도 하면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끼익! 입구를 당겨 닫고

<빨리 돌아가서 상시태감님의 지시를 받아야만 한다.> 탁! 닫히는 입구를 배경으로 환관의 생각. 헌데

붕! 붕! 사당의 천장 근처에 떠서 날개짓하는 커다란 말벌

[...!] 무언가 생각하며 비밀통로 입구를 보는 말벌. 이어

붕붕! 밖으로 날아나간다

보름달을 배경으로 밤하늘로 날아오르는 말벌

 

#117>

<-첩혈당> 깊은 밤이라 역시 대부분의 건물 불이 꺼져 있고. 하늘에는 보름달. 보름달의 달빛 때문에 아주 어둡지는 않다

첩혈당 내의 어느 건물. 육중하고 음침한 분위기의 건물. 감옥이다. 주변에 사람 기척이 없고. 문은 조금 열려있는데 문 안쪽에서 불빛이 흘러나온다.

그 건물로 다가오는 세 명의 복면인.

감옥의 문은 조금 열려있고

<뇌옥의 문이 열려있군.> <지키던 놈들도 자리를 비웠어!> <역시 그분께서 미리 손을 써두셨구만!> 문으로 다가가는 세 놈. 이어

주변 살피며 감옥 안으로 들어가는 복면인들

 

#118>

감옥 내부. 중앙의 통로를 사이에 두고 십여개의 감방이 죽 늘어서 있다. 감방들은 철창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감방들이 모두 비어있다. 맨 안쪽의 감방에만 죄수가 갇혀있고.

그 감방이 모습. 쇠사슬에 온몸이 묶인 정칠이 벽에 기대어 잠들어 있다. 그때

철컹! 철창으로 된 감방 문이 열리고. 움찔! 잠에서 깨어나는 정칠. 직후

[...] 찡그리며 올려다보는 정칠.

쿵! 복면을 쓴 덩치 큰 사내 세 놈이 서서 내려다보는데. 세명의 복면인 중 한놈은 양손에 철사를 든 채 당기고 있다.

정칠; [이런 이런...] 쓴웃음

정칠; [혹시나 했는데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군.]

복면1; [정사두! 우릴 원망하진 마시오. 우린 윗전에서 시키는 대로하는 것뿐이니...] 칭! 철사를 양손으로 당기며 다가오고

정칠; [용두의 지시는 아닐 테고...]

정칠; [주모와 포칠낭 중 한명이겠군.] [두견충은 날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죽이는 걸 택할 리 않을 인간이니...]

복면1; [어느 분의 뜻인지가 뭐 중요하겠소?] [이제 곧 세상과 인연이 마감되실 분에게...] 음산하게 웃으며 철사를 들어 보이고

정칠; [하지만 너희들은 날 죽이지 못한다.] 태연

복면1; [무슨 개소리요?]

정칠; [용에게도 잡아먹히지 않았던 내가 너희들같은 피라미들 손에 죽을 리가 없다는 뜻이다.]

복면1; [과연 그럴지 두고 봅시다.] [움직이지 못하게 양쪽에서 잡아 눌러라.] 자기 뒤의 복면인들에게 말하고. 하지만

[...] [...] 복면1의 뒤에 서있는 자들은 움직이지 않고

복면1; [귀가 처먹었냐?] 신경질

복면1; [저 새끼 잡고 있으라는 말 못 들었어?] 돌아서다가 눈 부릅

스륵! 슥! 무너지듯 쓰러지는 두명의 복면인. 그리고 쓰러지는 한명의 뒤에 유령같이 서있는 청풍.

복면1; [헉!] 기겁

복면1; [네놈 누구...] [컥!] 외치려다가 눈이 튀어나오려 한다. 콰득! 청풍의 강철같은 손아귀가 이미 복면1의 목을 움켜잡고 있다.

복면1; [끄륵!] 눈이 돌아가고

정칠; [이게 누구야? 얼굴 뵙기가 하늘에서 별 따는 것보다 어렵다는 내 친구 청풍 아닌가?] 웃고

청풍; [자리가 높아지면 몸이 위태로워진다는 옛말 하나 틀린 거 없다.] 털썩! 기절한 복면1의 몸뚱이를 옆으로 던지고

청풍; [이 바닥을 뜨지 않는 한 앞으로도 살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살아야 되는데 견딜 수 있겠냐?]

정칠; [살면 얼마나 산다고 걱정 끌어안고 사냐?] 웃고

정칠; [단 하루라도 내 뜻대로 살 수 있으면 만족이지.]

청풍;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되었다.] 콱 콱! 양손으로 정칠의 몸을 묶고 있는 쇠사슬을 움켜잡고

청풍; [길지 않은 인생, 신나게 살아봐라.] 툭! 툭! 청풍의 양손이 잡아당기자 썩은 새끼줄처럼 끊어지는 쇠사슬

 

#119>

첩혈당의 다른 곳. 화려한 건물. 불은 꺼져 있다. 두 명의 어깨가 지키고 있다. 역시 하늘에는 보름달이 떠서 환하게 비추고 있다

흠칫! 하는 두 놈.

어둠 속에서 다가오는 덩치 큰 그림자

[누구냐?] [서라!] 칼에 손을 대며 경계하는 어깨들

두견충; [나다!] 다가오고. 허리에 칼을 찼다.

<인도부!> + [두사두님!] [이 깊은 밤에 무슨 일이신지요?] 손을 칼에서 떼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 어깨들

두견충; [급히 용두께 보고할 사안이 생겼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

[하지만 용두께서는 이미 취침하셨는데...] [날이 밝은 후 다시 오시는 것이 어떨지요?] 막아서지만

두견충; [안 비키면 뒈진다.] 살벌한 표정으로 다가오며 칼에 손을 대고

어깨들; [고... 고정하십시오 사두.] [저... 저희가 안에 통보할 때까지 만이라도 기다려 주십시오.] 겁에 질려 물러서고

두견충; [그럴 시간 없다.] 휙! 앞으로 돌진하고. + [힉!] [사... 사두!] 어깨들 겁에 질려 급히 물러서고

확 다가오는 문. 그곳으로 쇄도하는 두견충

두견충; [용두!] 쾅! 어깨로 문을 박살내며 안으로 뛰어든다

 

[!] 어둑한 방안. 침대에 누워 있다가 눈 부릅뜨며 일어나는 이세창. 침대에는 젊고 색기 넘치는 여자가 거의 알몸으로 함께 누워 있다가 깜짝 놀라며 일어나고

두견충; [큰일 났습니다 용두!] 콰장창! 문을 박살내며 안으로 뛰어드는 두견충. 그런 두견충 뒤로 어깨들이 당황하는 표정으로 건물 안을 들여다 보고 있고

이세창; [무슨 일이냐 두견창!] 눈 부릅뜨며 급히 침대에서 내려서려 한다. 한손으로는 침대 옆에 세워둔 칼을 잡으면서. 이세창도 계집처럼 알몸이고

두견충; [워낙 급한 상황이라 결례를 할 수 밖에 없었소이다. 용서하십시오!] 팟! 침대에서 내려서는 이세창 앞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두손을 포권하고

이세창; [대체 무슨 일인데...] 두견충이 무릎을 꿇자 좀 방심하며 내려다보고. 오른손으로 칼집 채 칼을 들었으나 뽑을 자세는 아니고.

두견충; [바로 이거요.] 텅! 포권하며 쳐든 두견충의 왼쪽 소매 속에서 비수 한 자루가 튀어나간다. 용수철로 쏘는 장치가 두견충의 소매 속에 숨겨져 있는 게 보이고

퍽! 그대로 이세창이 배에 깊이 박히는 비수. 눈 부릅뜨며 뒤로 비틀하는 이세창

 

#120>

첩혈당 입구. 경비 서던 어깨들이 당황한다. 어둠 속에서 달려오는 사람들. 팔대사두들 중 정칠, 모야차, 두견충, 포칠낭을 제외한 네 사람이다. 신귀파와 세 명의 노인들이다.

[사두님들!] [이 야심한 밤중에 어인 행차신지요?] 어깨들 당황하며 인사하고

[용두께서 급한 일이라고 호출하셨다.] [방해하지 말고 비켜라!] 신귀파와 세 노인들 눈 부라리며 첩혈당 입구로 다가오고

[예...] [죄송합니다.] 겁에 질려 비켜서는 어깨들

[대체 무슨 급한 일이기에 한밤중에 사람을 오라 가라 하는 건지 원...] [뭔가 일이 벌어진 건 분명한데...] 첩혈당 안쪽으로 들어가며 궁시렁거리는 신귀파와 노인들.

그러다가 흠칫! 하는 네 사람

건물들 사이에서 모야차가 나오는데 그 뒤를 정칠이 손목을 만지며 따라온다.

신귀파; [동생! 어떻게 된 일인가?] 다가가고. 노인들도 따라가고

모야차; [언니!] 발견하고 반색하는 척

신귀파; [정사두를 뇌옥에서 데리고 나온 겐가?] 의심의 눈초리

모야차; [용두가 정사두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데리고 오라고 하던 걸요.]

신귀파; [야심한 중에 갑자기 우릴 호출한 일과 관련이 있겠구먼.] 납득하고. 그때

[꺄악!]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여자의 찢어지는 비명 소리. 깜짝 놀라는 일행. 근처에서 경비서던 어깨들도 기겁하고

[용두의 거처쪽이다.] [용두의 첩 능라의 목소리야!] 휙! 타탁! 다급하게 비명 들린 곳으로 달려가는 일행. 어깨들도 허둥대며 따라 간다

정칠; (시작되었군!) 음산하게 눈 번뜩이며 따라 간다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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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해하촌. 밤. 역시 아직은 아주 깊은 밤은 아니라 불이 켜져 있고 오가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물론 하늘에는 보름달

온고당. 가게 문은 닫혔지만 닫힌 문틈으로 불빛이 조금 흘러나오고

내실. 불이 환한데. 부엌에서는 분이와 온유향이 음식 준비를 한다.

분이; (오랜만에 제법 일찍 들어왔다 했더니...) 음식 만들며 청풍의 방 쪽 힐끔. 방문은 닫혀있고

분이; (또 할아버지와 함께 방에 들어가서 두문불출이야.)

분이; (대체 요즘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걸까?)

그런 분이를 곁눈질로 보며 한숨 쉬는 온유향

 

#112>

청풍의 방. 탁자에 펼쳐진 낙신부도를 살펴보는 천불투. 일어나서 살피고 있다. 새옷을 입은 청풍도 맞은편에 서서 함께 보고 있고. 탁자 옆에는 청풍이 짊어지고 온 바구니가 놓여있다.

청풍; (할아버지답지 않게 극도로 긴장하고 계시는군.)

청풍; (하긴 올해 열리는 도척제전이 할아버지 삶에서는 마지막 도척제전일 가능성이 높으니 기대가 크실 수 밖에 없지.)

청풍; (어머니의 눈을 치료하는 것도 걸렸지만 할아버지 평생의 염원을 이뤄드리기 위해서라도 낙신부도가 진품이어야 한다.) 역시 긴장하며 보다가

청풍; (유령익...) 손을 품속에 넣고

여러번 접은 얇은 비단천을 만져지고

청풍; (백변음마, 아니 편복귀를 만났었다는 건 나중에 말씀드려야겠다. 감정하시는 데 방해가 될 테니...) 생각하며 다시 손을 품에서 빼고. 그때

천불투; [틀림없다.] 들여다보고 있던 낙신부도에서 고개를 들고

청풍; [어떻습니까?] 긴장

천불투; [찍혀있는 낙관(落款)이나 시를 쓴 필체등이 틀림없는 고개지의 것이다.] [이 그림은 진품의 낙신부도가 확실하다.]

청풍;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가슴 쓸어내리며 안도하고

청풍; [드디어 도척제전에서 우승할 만한 장물이 손에 들어왔습니다.]

천불투; [다른 도둑놈들이 전국옥새(傳國玉璽) 정도의 보물을 훔쳐오지 않은 이상 우승은 따놓은 당상일 게다.] 털썩! 의자에 주저앉고

청풍; [감축드립니다. 드디어 할아버지의 존함 앞에도 도수(盜首)라는 존칭(尊稱)이 붙게 되었습니다.] 포권하고

천불투; [네가 애써서 손에 넣은 장물로 할애비가 덕을 보게 되어 미안하구나.]

청풍; [그런 말씀하지 마십시오.] 웃으며 손 내리고

청풍; [제가 위가대원에서 낙신부도를 빼내올 수 있었던 것은 할아버지께서 가르쳐주신 재주들이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청풍; [사실상 할아버지의 업적이니 미안해하실 것 없습니다.]

천불투; [우리 손주, 마음이 넓기도 하지.] 한숨 쉬며 품속에 손을 넣고

천불투; [이제 할애비가 네게 이걸 보여줄 차례가 되었구나.]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고. 인도부의 졸개들에게서 훔쳐낸 청풍의 용모파기

청풍; [무엇인지요?] 두 손으로 받고

천불투; [직접 보거라.]

청풍; [예...] 대답하며 종이를 펴보고. 직후

청풍; [!] 흠칫! 놀라고

종이에 그려진 것은 물론 청풍 자신의 용모파기다

청풍; [저의 용모파기가 어째서...] + [!] 말하다가 깨닫고

청풍; [이세창이 자기 아들을 고자로 만든 범인이 저라는 사실을 알아차렸군요.] 심각한 표정이 되고

천불투; [뿐만 아니라 어제 낮에 정칠이가 마을에 다녀간 것이 발단이 되어 네 신상이 모두 밝혀진 상태다.]

청풍; [소손이 일을 너무 허술하게 처리했습니다.] 굳어진 표정으로 자기 용모파기를 보고

천불투; [전부터 네게 역용술(易容術)을 가르쳐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었는데 결국 이런 사단이 생겼구나.]

청풍; [죄송합니다.] [저의 무른 일 처리로 인해 자칫 어머니와 분이에게도 번거로운 일이 생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천불투; [이미 벌어진 일이니 후회해 봐도 소용없고...]

천불투; [후환이 남지 않도록 뒤처리를 깔끔하게 하도록 해라.] 지긋이 보며 말하고

청풍; (이세창을 죽여서라도 뒤탈이 없게 하라는...) + [명심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청풍;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이 밤이 가기 전에...] + [!] 말하다가 입을 다물고

빠직! 무언가 밟히는 소리가 청풍의 귀에 들리고

누군가의 발이 지붕을 밟는 모습. 굽이 있는 꽃신을 신은 여자의 발이다.

[!] 천불투도 알아차리고 찡그리고

청풍; [감히...] 팟! 문쪽으로 날아가고

 

#113>

펑! 닫혀있던 청풍의 문이 밖으로 요란하게 열리고

[흑!] [!] 부엌에서 음식 준비하던 분이와 온유향이 깜짝 놀라는데

슈욱! 활짝 열려진 문을 통해 연기같은 그림자가 빠져나와 지붕으로 날아오른다. 물론 청풍인데 너무 빨라 사람 모습으로 안 보이고 한줄기 연기처럼 보인다. 열린 문을 통해 천불투가 밖을 내다보며 서둘러서 낙신부도를 둘둘 마는 모습이 보인다.

온유향; (침입자가 있다.) 콱! 긴장하며 부엌칼을 움켜쥐면서 밖으로 나서려 하고. 분이는 겁에 질려 금붕어 목걸이를 두손으로 쥐고

[!] 지붕 위에 서있던 어떤 여자가 움찔한다. 화악! 유령같은 것이 지붕 아래에서 날아올라 덮쳐온다. 이 여자는 물론 모야차다.

모야차; (위험!) 팟! 뒤로 날아올라 피하려 하지만

슈육! 유령같이 다가온 청풍의 손아귀가 모야차의 목을 쥐려 한다. 강철같이 날카롭게 변한 손아귀다. 유령같은 형상의 청풍의 얼굴에서 눈 부위가 강렬하게 빛나고.

모야차; (당한다.) + [정칠!] 팟! 뒤로 날아가며 다급히 외치고.

[!] 막 모야차의 목을 움켜쥐려던 강철같은 청풍의 손이 멈칫! 하고

[!] 방안의 천불투 눈 번뜩

[!] 손에 칼을 든 채 부엌에서 나오며 분이를 몸으로 가리던 온유향도 흠칫! 하고

휘릭! 다시 지붕 위로 몸을 세우는 모야차.

스윽! 그런 모야차와 3미터쯤 거리를 두고 모습을 드러내는 청풍

모야차; [무시무시한 경신술이잖아.] [내 평생 자기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인간은 본 적이 없어.] 잡힐 뻔한 목을 만지며 눈을 흘기고

청풍; [정칠을 어떻게 아시오?] 굳어진 표정

모야차; [얘기가 좀 길어지는데...] 주변 둘러보고

모야차; [주변의 이목도 있고 하니 집 안에 들어가 얘기하면 안될까?] 주변을 눈짓하며 말하고.

아직 깊은 밤이 아니라 온고당 주변으로도 사람들이 다니고 있다.

청풍; (어쩔 수 없군.) + [내려오시오.] 휙! 아래로 뛰어내리고.

마당에 소리 내지 않고 가볍게 내려서는 청풍.

온유향; <청풍아...> 걱정하며 지붕을 보고. 모야차도 뛰어내리고 있다.

청풍;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머니.] 자기 뒤로 내려서는 모야차를 힐끔 돌아보고

청풍; [별일 없을 것입니다.] 자기 방쪽으로 향하고. 방안에서는 천불투가 의자에 앉아서 보고 있다. 둘둘 만 두루마리는 다시 비구니에 끼워 넣었고

모야차; [어머니, 잠시 실례할게요.] 두 손 앞으로 모으며 온유향에게 간드러지게 인사하고

온유향은 말없이 고개 조금 숙여 인사하고. 분이는 그 뒤에서 겁에 질려 보고

모야차; (벙어리인 모양인데 평범한 여자는 아니네.) 야릇하게 웃으며 돌아서고

청풍; [들어오시오.] 먼저 방에 들어가며 말하고. 돌아보는 모야차

청풍; [곧 가실 손님이니 다과를 준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가오는 모야차 건너편의 온유향을 보며 말하고. 분이는 온유향 뒤의 부엌에서 숨듯이 내다보고 있는데 목에 건 금붕어 목걸이를 손으로 잡고 있다

모야차; [맞아요. 저 금방 가니 신경 쓰지 마세요 어머니.] 웃으며 말하면서 방으로 들어가고.

모야차가 들어가자 문을 닫는 청풍

탁! 닫히는 문

[...] 불길한 표정으로 그 문을 보는 온유향

분이; [어... 어머니...] 겁에 질려서 말 걸고. 돌아보는 온유향

분이; [저 여자... 집안에 들여도 괜잖은 건가요? 한눈에 봐도 보통 여우가 아닌데...]

온유향; <아버님이 함께 계시니 별일은 없을 게다.> 다시 돌아서고

온유향; <저녁 준비하던 것이나 마저 끝내자.> 부엌으로 들어가고

분이; [예...] 대답하면서도 못내 불안해서 닫힌 청풍의 방 쪽을 보고

 

#114>

청풍의 방안. 모야차가 천불투와 마주 앉아있고 청풍이 두 사람 사이에 서있다.

청풍; [정칠이가?] 눈 치뜨고

모야차; [동생이 이보옥을 고자로 만든 범인인 걸 알면서도 입을 다물고 있었던 죄 때문에 첩혈당의 뇌옥에 갇혔어.]

모야차; [용두는 일단 동생에게 복수를 한 후 정칠이에 대한 처분을 내리겠다고 하는데...] 입술 깨물고

모야차; [내가 보기엔 정칠이는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고 살해될 가능성이 농후해.] 좀 초조한 표정으로 두손 부비면서

청풍; (이 여자 정칠을 마음에 두고 있군.) + [이세창이 마음이 변해서 정칠이를 죽일 거라는 말씀이오?] 찡그리고

모야차; [그럴 수도 있겠지만...]

모야차; [만일 정칠이가 죽임을 당한다면 첩혈당의 인간들 중 다른 자들의 짓일 거야.]

청풍; [누가 정칠이에게 살심(殺心)을 품고 있소?]

모야차; [최소한 세명에게 정칠이를 죽일 이유와 동기가 있어.] 손가락 세 개를 들어 보이고

청풍; [정칠이를 시기질투해온 인도부 두견충과 내 손에 아들이 고자가 되어버려 이성을 잃은 당숙경 외에 또 누가?] 찡그리고

모야차; [팔대사두중 한명이고 첩혈당에서 여자 장사를 총괄하는 포칠낭이 세 번째 인간이야.]

청풍; [포칠낭이란 여자는 왜 정칠에게 살의를 품고 있는 거요?]

모야차; [정칠이 아비도 여자 장사로 제법 이름을 날려온 인간인 거 알지?]

청풍; [포칠낭과는 사업상의 숙적이겠소.] 끄덕

모야차; [그런 면도 있지만...] 문 쪽을 힐끔 보며

모야차; [사실 포칠낭도 매춘부 출신인데...] [순진한 시골처녀였던 포칠낭을 욕보이고 매춘부 노릇을 시킨 게 바로 정칠이의 아비야.] 청풍 쪽으로 고개 숙이며 속삭이고

청풍; [악연이로군요.] 쓴웃음

천불투는 혀를 차고

모야차; [어쨌거나 지금 정칠은 쇠사슬에 묶인 채 뇌옥에 갇혀있어.] [누가 죽이려 들면 꼼짝없이 죽을 수 밖에 없는 신세고...] 청풍 쪽으로 기울였던 몸을 다시 바로 하고

모야차; [내 판단으로는 오늘 밤 안에 사단이 날 게 분명해.]

청풍; [그럼 서둘러야겠소. 더 늦기 전에...] 문쪽으로 돌아서려는데

천불투; [정칠이를 첩혈당 뇌옥에서 구해낸다 해서 이번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처음으로 말을 꺼내고. 청풍과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던 모야차가 천불투를 돌아보고

천불투; [하지만 이걸 잘 이용하면 오늘 밤 안으로 모든 화근이 없이 될 것이다.] 말하며 상당히 두툼한 책을 한권 내밀고

청풍; [뭔지요?] 두 손으로 책을 받고

천불투; [사실을 말하자면 할애비는 저녁 무렵 첩혈당에 들렀었다.] 청풍에게 책을 건네주고

청풍; [그럼 이 책은...] 두 손으로 책을 보며 눈 치뜨고. 책의 표지에는 <日誌>라는 제목만 적혀있다

천불투; [제목 그대로 일지(日誌)다.] [이세창이 자신의 은밀한 생각을 기록해놓은...]

모야차; (맙소사! 저 늙은이가 첩혈당에 숨어들어가 용두의 일기를 훔쳐냈다는 얘기잖아.) 곁눈질로 천불투를 보며 놀랄 때

모야차; (용두가 귀중품을 감춰놓는 금고는 용두 외에는 누구도 열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천불투; [이세창은 보기보다 꼼꼼한 성격이라 지금까지 자신 주변에 있었던 인간들과 관련된 내용을 모두 기록해두었더구나.] 책을 펼쳐보는 청풍을 보며

청풍; [그런 것 같습니다.] 책장을 넘기며 눈 번뜩

청풍; [인물별로 모든 행적을 기록해두었군요.]

모야차; [그래요?] 눈 반짝 호기심

천불투; [시간이 촉박하니 접혀진 부분부터 보거라.] 그런 모야차를 힐끔 보며 청풍에게

청풍; [예...] 책장을 넘기고. 중간쯤에 접혀진 부분이 있다.

천불투; [인도부 두견충에 대한 이세창의 평가와 향후 처리계획이 적혀있을 것이다.]

모야차; [향후 처리 계획이라면 설마...] 놀랄 때

천불투; [잘 생각해 보게. 첩혈당의 사두들 중에서 자기 세력을 키웠던 자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청풍이 접힌 부분을 읽는 걸 보며 모야차에게 말하고

모야차; [그... 그러고 보니!] 깨닫고

모야차; [첩혈당 내에서 나름대로 인망을 얻었던 인물 치고 오래 그 자리를 보전한 자는 지금까지 없었어요.] 긴장

천불투; [이런 저런 죄명으로 숙청당하거나 의문의 죽음을 당했겠지?]

모야차; [그... 그러니까 그게 다 이세창의 짓이라는...] 놀라고 전율하고

천불투; [현재 첩혈당 팔대사두들 중 가장 세력이 강한 자는 인도부 두견충이다.] 의미심장하게 웃고

모야차; [용두가 다음번에 제거하려고 마음먹고 있는 대상은 인도부 두견충이겠어요.] 전율하고

천불투; [이세창이 정칠이를 집중적으로 밀어주고 키워온 이유가 바로 두견충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끄덕이고

청풍; [말씀하신 대로 이 일지를 이용하면 모든 화근이 일소되겠습니다.] 일지를 읽으면서 말하고. 돌아보는 천불투와 모야차

모야차; [그 일지에 용두가 두견충을 제거하려는 속내가 기록되어 있는 모양이지?]

청풍; [이세창이 두견충의 득세(得勢)를 주목하고 경계하는 내용은 적혀있지만...] [아직은 두견충을 제거하겠다는 속내를 구체적으로 드러내진 않은 상태요.]

모야차; [그 정도 내용으로는 두견충을 충동질시킬 수는 없는데...] 찡그릴 때

청풍; [내 능력에 대해서 아직 말하지 않은 게 있는데...] 웃고

청풍; [나는 그림이든 글씨든 한번만 보면 똑같이 복사해내는 능력이 있소.]

모야차; [그럼 혹시...] 깨닫고

청풍; [이세창의 필체로 여기에 몇 자 더 추가해 놓을 생각이고...] [그럼 두견충이 알아서 이번 일을 깔끔하게 해결해줄 것이오.] 책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면서 의미심장하게 웃고

모야차; (무서운 자...) 다시 책을 보는 청풍을 보며 침 꿀꺽! 삼키는 모야차

<비록 애송이지만 절대 적으로 두면 안되는 부류의 인간이다.> 책을 보는 청풍과 앉아서 그런 청풍을 올려다보는 모야차의 모습 배경으로 모야차의 생각 나레이션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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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금릉의 번화가. 이제 해가 져서 가게마다 등을 내걸어 불야성. 아직 초저녁이라 사람들이 복작거리고

사람들 사이를 걸어오는 청풍. 등에 바구니를 짊어지고 있고 코 아래 붙였던 수염은 떼었다. 옷은 동심삼살과 싸운 흔적으로 여기저기 베어져 있지만

베어진 옷 안쪽에는 흔적만 약간 남아있고 상처가 다 아물었다.

그래도 옷이 베어진 부분은 피에 젖어 있고. 사람들 힐끔거리며 본다. 하지만

<색마살귀를... 찾아낼 수 있는 유일한 단서가 귀면지존인데... 귀면지존은 아마도... 황실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사람들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백변음마가 죽어가며 하던 말을 떠올리는 청풍.

청풍; (지난 사년간 젊은 여자들이 간살(姦殺) 당해온 사건이 황실과 관련이 있다?)

청풍; (관부가 색마살귀를 잡는데 별로 열의를 보이지 않는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청풍; (일간 자금성에 잠입해서 내막을 알아봐야겠...) + [!] 움찔! 생각하다가 무언가 느끼고

청풍; (시선...) 긴장하며 눈 번뜩이는 청풍의 얼굴 위로 고양이같은 여자의 눈이 떠오른다.

청풍; (누군가 나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곁눈질로 옆을 보고

청풍; (혹시 몰라 수염을 떼고 금릉으로 돌아왔는데... 위가대원의 인간들 눈에 띄인 것일까?) 생각하며 살피고. 직후

십여미터 밖, 사람들 건너편에서 확 크로즈 업 되는 여자. 바로 날수비연 신소심이다. 길가의 가게들을 등지고 서서 청풍을 노려보고 있다.

청풍; (그 여자다!) 눈 부분을 띠로 가린 자신이 날수비연의 젖가리개와 편지를 쳐들고 웃고. 그 앞에서 한손으로 가슴을 가린 채 얼굴 새빨개져서 분노하던 신소심을 떠올린다

청풍; (그동안 금릉을 떠나지 않고 날 찾아다닌 모양이다...)

청풍; (여자들은 눈치가 빨라서 자칫하다가는 들킬 수도 있다.) 곁눈질로 보면서 사람들 사이로 섞여들고. 신소심의 시야에서 벗어나려고

청풍; (빨리 저 여자의 이목에서 벗어나야...) + [!] 생각하다가 움찔! 무언가를 느끼고

신소심의 모습 뒤에서 신소심을 노려보는 누군가의 눈이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고

청풍; (누군가 저 여자를 주시하고 있다.) 사람들 사이로 섞이며 곁눈질로 뒤쪽의 신소심을 본다. 이제 사람들에 가려 신소심의 모습이 거의 가려졌고

<저자다!> 신소심 뒤쪽에 자리한 주점 이층 창문 안쪽에서 어떤 자가 내다보는 실루엣. 실루엣에서 눈 부분만 빛난다. 벽세황이지만 아직은 자세히 보여주지 말고

<버마재비(사마귀)가 매미를 노리는데 참새가 또 버마재비를 노리는 격이로군.> 제자리에서 몸을 좀 움직여 청풍을 찾으려는 신소심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신소심; (저 자...) 사람들 사이로 섞이는 청풍의 뒷모습을 노려보고

신소심; (얼굴은 자세히 못 봤지만 전체적인 체형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앞쪽을 살피며 걸음을 옮기고

신소심; (어쩌면 그저께 밤의 그 색마일지도 모른다.) 서둘러 사람들 헤치고 앞으로 가고. 청풍의 뒤를 따라서. 하지만

[!] 눈 부릅뜨는 신소심

앞쪽 어디에도 청풍의 모습은 없다

신소심; (이런...) 입술 깨물고

신소심; (망설이는 사이에 놓쳐버렸다. 그 색마일 가능성이 높은 자였는데...) 분한 표정. 그러다가

신소심; (어쩔 수 없지.) 입술 깨물고

신소심; (예정대로 첩혈당에 가서 놈들이 그자에 대해 알아낸 게 있는지 엿보는 수밖에...) 생각하며 걸음 옮기고. 헌데

근처에 있던 검은 옷을 입은 음침한 사내 두 놈이 눈을 번뜩이며 신소심의 뒷모습을 본다. 이놈들은 천마련 순찰당 소속 흑혈살객들이다. 검은 옷을 입고 있어서 얼굴에 복면만 쓰면 흑혈살객의 모습이 된다.

거리를 두고 신소심을 따라가는 흑혈살객들. 그리고

 

#106>

사람들 사이로 멀어지는 신소심의 뒷모습을 약간 위에서 본 장면. 신소심과 10여미터 거리를 두고 두 명의 흑혈살객들이 미행하는 뒷모습이 보이고

어느 주점의 이층. 손님이 별로 없어서 한적한데 창가에 놓인 자리에 앉아서 술을 마시며 멀어지는 신소심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벽세황. 그자 맞은편에 음침하고 교활한 인상의 중년인이 앉아서 함께 밖을 보고 있다. 이자는 신행태보 종선. <건곤일척 자료집 6페이지>에 나온 신행태보와 동일 캐릭터.

신행태보; [틀림없습니다 삼(三)공자님!] [저 계집이 금정신니의 비밀제자인 날수비연 신소심입니다.] 몸을 옆으로 돌려 신소심이 멀어지는 것을 보며 말하고

신행태보; [금정신니는 제자를 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친척 조카뻘인 저 계집을 몰래 가르쳐온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신행태보; [어쩌면 저 계집이 무림맹에서 검후룰 보좌하게 할 목적으로 키우고 있다는 복수사영(復讐四英)중 한명일지도 모릅니다.]

벽세황; [맛있게 생겼군.] 술 마시면서 사람 사이로 멀어지는 신소심을 보며 혼잣말

신행태보; [예?] 어리둥절

벽세황; [신경 쓰지 마시오. 혼자 한 말이니...] 히죽 웃으며 술을 마시고. 그런 벽세황의 뇌리로 신소심의 빵빵한 엉덩이가 떠오르고

신행태보; [아 예...] 뒤늦게 알아듣고 멋쩍은 표정으로 웃고

벽세황; [신행태보(神行太保)!] [그대가 보기에 신소심의 무공은 어느 정도 수준일 것같소?]

신행태보; [나이에 비해 내공이 정심하고...] 신소심이 사라진 쪽을 보며 말하고

신행태보; [아마 본련의 순찰당(巡察堂) 소속 흑혈살객(黑血殺客)들 서넛은 동원해야 상대가 가능할 것같습니다.] 눈치 살피며

벽세황; [순찰당의 이인자인 당신의 평가이니 정확하겠지.] 끄덕

벽세황; [이래저래 금릉에 온 보람이 있군.] [검후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한다 해도 다른 즐거운 일이 생길 것같으니...] 음험하게 웃으며 술을 마시고.

 

#107>

그 주점의 일층. 사람들 북적

점원 한명이 급히 주방쪽으로 오고

점원; [아, 국수 한 그릇 덜 내면 어떻게 해?] [일행과 함께 왔다가 국수를 받지 못한 손님이 괜히 나한테 성 내잖아.] 배식구를 들여다 보며 신경질 부리고

요리사; [뭔 소리야? 방금 전에 국수 네 그릇 다 내보냈는데...] 복잡한 주방 내부. 몇 명의 요리사가 화덕 앞에 서서 요리를 만들고 있고. 그중 한명이 웍을 돌리면서 돌아본다

점원; [네 그릇은 무슨...] [내가 가져간 건 세 그릇뿐이었다구.]

요리사; [그럴 리가 없는데...]

점원; [둘러대지 말고 빨리 한 그릇 더 말아서 내줘! 손님한테 뺨 맞게 생겼단 말이야.]

요리사; [거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구만. 국수 그릇에 발이 달려서 도망칠 리도 없는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갸웃 거리고. 그리고

 

#108>

후룩! 누군가 젓가락으로 국수를 먹고 있고

청풍; (삼공자라...) 주점 이층. 일층으로 통하는 계단 근처의 자리에 앉아서 국수를 먹고 있는 청풍. 벽세황과 등을 진 자세로 앉아서 먹고 있다. 바구니는 옆의 의자에 내려놓은 상태고

청풍; (저자가 바로 천강마존의 제자들인 사신마재(四神魔才)중 셋째 옥기린(玉麒麟) 벽세황(碧世皇)...) 자기 등 뒤의 벽세황을 곁눈질하면서 국수를 먹으며 생각하고

쿠오오! 신행태보와 뭔가 이야기하는 벽세황의 뒷모습에서 음산한 기운이 일어나고 있고

청풍; (대단한 패기...) 찌릿! 찌릿! 국수를 먹는 청풍의 몸이 감전되는 느낌

청풍; (한왕이나 검후보다는 못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봤던 그 외의 무림인들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을 지녔다.)

청풍; (명불허전... 도척총림에서 배포한 구품인명록의 제사품(第四品)에 충분히 들고도 남는 자다.) 곁눈질로 뒤쪽의 벽세황을 보고

<함께 있는 자 역시 구품인명록에 기록되어 있다.> 벽세황에게 아부하며 무언가 말하는 신행태보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구품인명록의 제육품(第六品)에 올라있는 신행태보 종선(宗旋)!> 위 화면에서 신행태보의 얼굴 크로즈 업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청풍; (천마련 순찰당 부(副)당주로 경신술과 암기술이 특기... 어지간한 중소문파 문주에 필적하는 무공을 지녔다던가?) 국수 먹으며 생각하고

청풍; (벽세황과 신행태보의 표적이 되었으니 날수비연 신소심이라는 그 여자의 앞날도 평탄치는 않겠구나.) 국수 먹으며 생각하고. 그때

신행태보; [혹시 최근에 사(四)공자님에 대해 다른 경로로 보고를 받으신 게 있는지요?] 신행태보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말하고

벽세황; [위진천이 왜?] 표정 안 좋게 변하고. 마시려던 술잔도 멈추며

[!] 국수 먹던 청풍도 멈칫! 하고

신행태보; [이틀 전 사공자의 종적이 상해(上海) 근처에서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들어와 있습니다.] 벽세황의 눈치를 보며

신행태보; [워낙 은밀하게 이동하고 있어서 이틀 전에야 겨우 포착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의 진행경로로 봐서는 이곳 금릉으로 오고 있는 게 거의 확실합니다.]

청풍; (벽세황에 이어 천강마존의 막내 제자인 질풍신룡(疾風神龍) 위진천도 금릉으로 오고 있다?) 국수 먹으며 눈 번뜩

 

<천마련의 사신마재(四神魔才)중 넷째인 위진천(威振天)이 황태자의 측근과 지속적으로 접촉해온 정황이 포착 됨. 사실 여부를 탐문하되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 -검후(劍后)> 신소심의 품에서 훔쳐낸 편지를 읽던 장면 떠올리는 청풍.

 

청풍; (천마련과 황실이 관련된 무슨 일인가가 진행되고 있는 건 분명하구나.) 국수 먹으며 생각할 때

벽세황; [진천이 그 능구렁이 새끼가 금릉에 무슨 볼일이 있는 건지는 알아냈소?] 오만상 쓰며 묻고

신행태보; [아직 거기까지는...] 눈치 보며

청풍; (황실과 관련하여 천마련이 금릉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에 대해 벽세황은 모르고 있군.)

신행태보; [다만 사공자가 몰래 금릉을 다녀간 게 한 두 번은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벽세황; [금릉에는 진천이 놈과 손잡고 뭔가를 꾸미는 인간이 있다는 얘기로군.] 눈 번득

신행태보; [그자가 누구인지... 또 사공자가 금릉에서 무얼 도모하고 있는지 반드시 알아내도록 하겠습니다.]

벽세황; [제대로 힘 좀 써보도록 하시오.] [순찰당의 총책임자가 되고 싶으면...]

신행태보; [분골쇄신해서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그러다가

흠칫! 하는 두 놈. 청풍이 바구니를 짊어지며 일어나는 게 보인다.

두 놈이 대화를 멈추며 돌아보는 가운데 바구니를 짊어지고 계단을 내려가는 청풍. 의도적으로 뒷모습만 보인다.

벽세황; (저 놈...) 계단을 내려가는 청풍의 뒷모습 보며 눈빛이 날카로워지고

신행태보; [마음에 걸리시는 것이라도...?] 눈치 보며 묻고

벽세황; [아니오.] 건성으로 고개 젓고

벽세황; (순간적으로 찌르는 듯한 시선이 느껴져 돌아보니 저 놈이 있었다.) 창밖을 보고. 청풍이 일층의 문을 통해 거리로 나가는 것이 보인다. 여전히 뒷모습만 보여주고

벽세황; (신경과민일까?) 생각하고

청풍; (제법이로군. 내가 자신을 살피고 있는 걸 느끼기도 하고...) 곁눈질로 뒤쪽의 주점을 보며 생각하고. 주점의 이층에서는 벽세황이 신행태보와 함께 보고 있다

청풍; (어쩐지 저자와 자주 얽힐 것같은 예감이 든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걸어가고

청풍; (그나저나 서둘러야겠다. 할아버지께서 일각이 여삼추로 낙신부도를 기다리고 계실 테니...) 멀어지는 청풍.

<집에 가기 전에 옷 가게에 들려 새옷을 사입어야겠다. 베어지고 피에 젖은 옷을 입고 돌아가면 어머니와 분이가 실색을 할 테니...> 멀어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109>

<-자금성> 밤. 아직 깊은 밤이 아니라 불야성을 이루고 있고. 하늘에는 보름달이 떠있다. 그 때문에 밤이지만 밝고

황태자의 거처. 환관들의 삼엄한 경비

지하의 비밀통로. 끝에 자리한 철문을 두 명의 늙은 환관들이 지키고 있고

그러다가 누군가에게 인사하는 노환관들

다가오는 위태무, 뭔가를 생각하는 표정이고

위태무; (섭음보정대법이 도중에 중단 된 때문에 황태자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빠른 시간 안에 다시 섭음보정대법을 시술 해줘야하는 상황이다.)

서둘러 문을 열어주는 늙은 환관들.

위태무; (열흘쯤 기다려보고 채화사들이 순음지기를 지닌 계집을 구해오지 못한다면 손영롱을 써야한다...) 그 문으로 들어가는 위태무

위태무; (진천이에게 안겨주려고 아껴두었던 계집이지만 어쩔 수 없지.) 안쪽으로 들어가고

 

#110>

넓고 어둑한 밀실 내부. 황태자가 치료받던 그곳. 이제 밀실 내부에는 사람이 몇 없다. 왕진이 침대를 보고 있고. 침대에서는 두 명의 의사가 무언가를 살핀다

덜컹! 문 열리는 소리에 돌아보는 왕진과 의사들.

열린 문으로 들어서는 위태무

왕진; [태감님.] 고개 숙여 인사하고. 의사들도 목례로 인사하고

위태무; [그 계집의 상태는 어떠냐?] 침대로 다가오고

왕진; [그게 좀...] 고개 숙여 인사하며 난감한 표정. 의사들도 위태무의 눈치를 보고

왕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어찌 해야할지 난감합니다.] 침대를 돌아보고

[으으으...] 침대에 아기처럼 웅크린 채 누워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당아연. 몸에는 얇고 짧은 란제리를 입고 있는데 오한을 느끼는 듯 떨고 있다.

위태무; [죽지는 않았군.] 내려다보고

왕진; [섭음보정대법을 중간에서 멈추게 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워낙 근기(根氣;바탕이 되는 힘)가 좋아서 순음지기를 절반 이상 상실하고도 목숨은 부지하고 있습니다.> 으으으! 떨고 있는 당아연의 모습 배경으로 왕진의 말

위태무; [이 계집을 다시 쓸 수는 없겠지?] 의사들을 보며

의사1; [이미 처녀가 깨진 상태라 온전한 순음지기를 황태자전하에게 주입시킬 수는 없는 몸입니다.]

의사2; [불순한 순음지기로 섭음보정대법을 펼치면 자칫 황태자전하의 존체에 심각한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눈치 보며 보고하고

위태무; [아깝지만 지금처럼 해왔듯이 처리를 해야겠군.] 끄덕

<멀리 내다 버리라는...> 침 꿀꺽 삼키는 의사들

왕진; [하지만... 지금까지의 계집들과 달리 이 계집은 아직 숨이 붙어있습니다.] 눈치 보며

왕진; [우연을 가장해서 당천성에게 돌려주면 그나마 뒷탈이 덜하지 않을런지요?]

위태무; [만에 하나 그년에게 건 섭혼술이 깨지기라도 하면 오늘 이곳에서 벌어진 일을 기억해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하느냐?] 왕진을 노려보고

왕진; [죄... 죄송합니다.]

위태무; [생각 같아서는 내 손으로 깔끔하게 처리하고 싶다만...] 징! 진동하는 손으로 당아연을 겨누고.

기겁하며 물러서는 의사들. 왕진은 긴장

위태무; [자칫 처리한 흔적이라도 남으면 그동안의 노력에 오점이 될 수도 있다.] 슥! 다시 손을 내리고

안도하는 의사들과 왕진

위태무; [밤이 깊어지면 비밀통로로 은밀히 빠져나가 외부에서 처리하고 와라.] 돌아선다

왕진; [존... 존명!] 포권하며 허리 숙이고

입구로 나가는 위태무

[휴우 식겁했군.] [그러게 말이야. 태감께서 손을 쓰셨으면 끔찍한 뒤처리를 우리 손으로 해야했을 테니...] 땀을 닦는 의사들

왕진; (가엾은 계집...) 웅크린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당아연을 보며 한숨

<어쩌다 백면음마의 눈에 띠어 피어보지도 못하고 삶을 마감하게 되었느냐?> 바들 바들 떨며 신음하는 당아연의 모습 배경으로 왕진의 생각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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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첩혈당의 정문. 어깨들이 험상궂은 표정으로 경비 서고 있고. 지나가는 사람들 겁에 질려 어깨들의 눈치를 본다.

그러다가 흠칫! 하는 어깨들

정칠이 오고 있다

<왔다!> 긴장하는 놈들

<하여간 강심장이야. 사지(死地0인 줄 뻔히 알면서도 소환에 응한 걸 보면...> <과연 살아서 다시 여길 빠져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군.> 다가오는 정칠을 보며 긴장하는 어깨들.

정칠; [인상들 펴라. 지나가는 인간들 겁먹는다.] 어깨들 사이로 지나가며 한놈의 팔 다독이고

[예 사두.] [죄송합니다.] 굽신 거리는 어깨들

정칠; [일 끝나고 한 잔 하자.] 손 들어 보이며 안으로 들어가고. 안쪽에서 오가던 어깨들도 긴장해서 정칠을 보고 있고

[일 끝나고 한 잔 하자고?] [과연 그럴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군.] [그러게 말이야. 살아서 내일 해를 볼 수 있을지 장담할 수도 없는 처지인데...] 어깨들 안쪽으로 들어가는 정칠을 보며 한숨.

지나가는 어깨들과 하녀들에게 평소처럼 수작 걸며 지나가는 정칠.

건물 그늘에서 그런 정칠을 보는 여자. 뚱뚱한 포주 분위기의 중년여자. 팔대사두중 한명인 포칠낭

무기를 지닌 어깨들이 경비 서고 있는 큰 건물로 가는 정칠을 보는 포칠낭

포칠낭; (꼴 좋구나 재수 없는 새끼야!) 히죽! 웃는 포칠낭. 배경으로 나레이션. <-팔대사두의 일인 포칠낭(浦七娘)>

포칠낭; (제대로 덫에 걸렸으니 정칠이 네놈의 운이 아무리 좋아도 이번에는 살아서 여길 나서기 어려울 것이다.) 돌아서고

포칠낭; (그렇긴 하지만 좀 더 확실하게 죽을 길을 만들어줘야겠지?) 걸어가고

포칠낭; (날 원망하진 마라. 네놈 아비와의 사이에 아직 정산하지 못한 빚이 있어서 이러는 것이니...) 음산하게 웃는 포주의 얼굴 크로즈 업.

 

#103>

화려한 건물. 첩혈당 내의 이보옥의 거처. 하녀들이 드나들고 있고

거실. 포칠낭이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고. 하녀들이 오가며 눈치를 본다

침실에서 나오는 당숙경. 초췌한 표정. 미친년 같은 분위기

포칠낭; [주모님!] 찻잔 내려놓고 일어나고

당숙경; [포칠낭, 무슨 일로 찾아온 건가요?] 피곤한 표정으로 다가오고

포칠낭; [몰골이 말이 아니세요. 심정은 이해하지만 좀 쉬도록 하세요.] 걱정하는 척하며

당숙경; [신경 쓰지 말아요.] 털썩! 주저앉듯 탁자를 사이에 두고 포칠낭 앞쪽에 놓인 의자에 앉고

당숙경; [하나뿐인 자식새끼가 죽니 마니 하는데 어떻게 내 몸 챙길 수가 있겠어요?] 짜증나는 표정으로

포칠낭; [소당주는 좀 어떤가요?] 마주 앉으며 눈치 살피고

당숙경; [그냥 두면 몸 상할 것같아서 아편을 좀 먹여 재웠어요.] 짜증나는 표정으로 건성으로 대답하고

포칠낭; [살고 싶지 않겠지요. 하루아침에 원하지도 않았는데 고자가 되어 버렸으니...] 한숨 쉬며 동정하는 표정을 짓지만

당숙경; (고자?) + [무슨 용건으로 불쑥 찾아온 거죠?] 화가 나서 노려보고

당숙경; [마음에도 없는 위로 따위 하려면 그만 가봐요.] 벌떡! 일어나고. 그러자

포칠낭; [기분 상하게 했다면 죄송해요.] 따라서 일어나고

포칠낭; [하지만 주모님과 소당주의 한이 머잖아 풀릴 것같은 희소식이 있어서 찾아뵈었답니다.] 품 속에 오른손을 넣고

당숙경; [우리 모자의 한이 풀릴 것같다고?]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돌아서려다 눈 치뜨며 다시 포칠낭을 돌아보고

포칠낭; [우선 이걸 보세요.] 다시 꺼내 내미는 포칠낭의 손에는 접힌 종이가 한 장 들려있고

당숙경; [뭔가요? 이 종이는...?] 받으며

포칠낭; [소당주를 고자로 만든... 아니 해코지한 범인의 용모파기에요.] 야릇한 표정으로 보며 말하고. + 당숙경; [그... 그런...] 눈 치뜨며 종이를 펼치고

종이에 그려진 것은 물론 청풍의 얼굴이고

당숙경; [이자... 이 놈이 보옥이를 해코지한 범인이라고?] 헉헉! 엄청난 충격과 흥분에 휩싸이고

포칠낭; [장청풍이라는 놈인데...] 그런 당숙경의 눈치를 보고

포칠낭; [글쎄 그놈이 정칠과 불알친구였다지 뭐예요?] 사악하게 웃고

[!] 빠직! 엄청난 충격과 분노에 휩싸이는 당숙경. 두 손에 든 청풍의 용모파기를 보면서

 

#104>

어깨들이 지키고 있는 대청 건물

어둑하고 음산한 대청. 정칠이 중앙에 무릎을 꿇고 있고. 단상 위에 설치 된 상좌에는 빈 의자가 하나 놓여있다. 사방의 벽에는 칼과 도끼등의 무기를 지닌 흉악한 인상의 어깨들이 벽에 등을 붙인 채 죽 늘어서 있다. 음산한 표정으로 대청 중앙의 정칠을 보는 그자들은 이세창의 심복들이고.

정칠; (불러다 놓고 일부러 시간을 끄는군.) 피식

정칠; (보통은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불안해한다는 것을 노리고...)

정칠; (하지만 내게는 통하지 않는다.) 심호흡

정칠; (난 이번에도 어떻게든 죽지 않고 살아남을 테니...) 히죽 웃고. 그러자

<웃어? 이 상황에서?> <정칠, 저놈의 간담이 무쇠같고 돌 같다는 소문이 사실이었군.> <역시 보통 내기가 아니야.> 벽에 붙어있는 어깨들 눈 번득이며 정칠을 보고. 정칠은 이제 하품까지 하고 있다. 그때

덜컹! 단상쪽의 벽에 난 쪽문이 열리고.

일제히 그곳을 보는 어깨들. 하품하던 정칠도 고개 돌려 보고

어깨 한 놈이 밖에서 문을 열고 있고. 그 놈이 열어주는 문으로 이세창이 들어온다. 이세창 뒤로는 인도부 두견충이 따라 들어오고

정칠; (왔군.) + [용두!] 무릎 꿇은 채 고개 숙여 인사하고. 하지만

쌩 까고 의자로 가는 이세창. 두견충은 단상 아래 멈춰서며 히죽 웃고. 정칠을 보면서

정칠; (두견충이 있는 말 없는 말 꾸며대서 용두를 충동질 했겠지?) 쓴웃음. 그때

이세창; [정칠! 내게 할 말 없느냐?] 노려보고

정칠; [두형님이 대강의 사정은 말씀드렸을 테니 구차하게 변명하진 않겠습니다.] 바로 앉으며

정칠; [어제 고향인 해하촌에 들렀던 것은 저의 어릴 적 친구인 장청풍이 혹시 소당주를 해친 범인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에서였습니다.]

이세창; [그래서 내린 결론은...?] 노려보고

정칠; [범인이라 확신하지 못했고 그래서 용두께 보고하지 않은 것입니다.]

두견충; [하지만 네놈은 내가 천계주를 통해 확인한 이 용모파기를 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청풍의 용모파기를 들어 보이고

두견충; [즉, 네놈은 친구를 비호하기 위해 당주님의 하나뿐인 핏줄인 보옥이를 해코지한 범인에 대해 시치미를 뗀 것이다.] 신이 나서 외치고

정칠; [맞소.] 끄덕

정칠; [난 당주에 대한 의리와 친구에 대한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느라 내색을 할 수가 없었소.]

두견충; [보십시오 용두! 저 새끼가 그런 놈입니다.] 정칠을 손가락질하며 이세창에게

두견충; [용두와 우리 첩혈당보다는 제 주변 놈들부터 챙기는 놈이란 말이외다.] [저런 놈을 어찌 용서할 수 있겠소이까?]

이세창; [정칠!] [한 가지만 묻자.] 정칠에게

정칠; [하명하시지요.] 고개 숙이고

이세창; [만일 두사두가 범인이 네 친구라는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면 넌 끝까지 시치미를 뗄 작정이었느냐?] 노려보고

두견충; (외통수에 걸렸다 요놈아!) 히죽

두견충; (어떻게 대답을 해도 용두의 분노를 피하기는 어려울 테니...)

정칠; [속하는...] 말 꺼내고.

주목하는 실내의 모든 사람들

정칠; [제 친구 장청풍이 범인임을 알았다 해도 결코 그 사실을 용두께 보고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세창; [그렇단 말이지?] 우둑! 의자 손잡이를 움켜잡고. 분노. 살기

두견충; (끝났어!) 히죽

쿠오오! 살기를 뿜어내며 정칠을 노려보는 이세창

두견충; (악랄하고 잔인하기로 이름난 용두의 눈 밖에 났으니 정칠, 네놈이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정칠; [용두께서도 피로 점철된 아수라장을 지나 지금의 자리에 오르셨을 것입니다.]

정칠; [언제 자신이 쏟아낸 피바다 속에 쓰러져 끝날지도 모르는 인생인데 친구를 비호하다 죽는다면 조금은 보람이 있는 삶이 아니겠습니까?] 태연하게 웃고

두견충; [무슨 개소리를...] + 이세창; [으하하하!] 웃음 터트리고

두견충; (설마...) 눈 부릅

이세창; [좋다 좋아 정칠! 네놈은 확실히 의리가 뭔지 아는 놈이로구나.] 손으로 의자 손잡이를 두드리며 웃는데

두견충; [용두! 저놈이 용두의 대를 끊은 죄인임을 잊지 마십시오.] 충동질하지만

손을 드는 이세창

두견충; [죄... 죄송합니다.] 고개 떨구고

이세창; [가상하긴 해도 어쨌거나 정칠 넌 충성을 맹세한 내게 죄를 지었다.]

이세창; [너에 대한 처리는 장청풍이란 놈을 찢어 죽인 후 결정하겠다.] 말할 때

[그렇게는 못해요!] 악을 쓰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 돌아보고

당숙경; [보옥이를 해코지 하는 데 가담한 놈은 단 한시라도 살려둘 수 없어요.] 단상 옆의 문으로 거칠게 들어오는 미친 년같은 몰골의 당숙경. 열려진 문 밖에서는 어깨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보고 있고. 포칠낭도 문 밖에 서있다.

이세창; [부인! 어딜 함부로 들어오는 거요?] 불쾌하게 보고

두견충; (옳거니!) 히죽! 웃을 때

당숙경; [당신이 용서해도 난 용서 못해요!] 창! 문간에 서있던 어깨의 허리춤에 찬 칼을 확 뽑으며 악을 쓰고. + 어깨; [주... 주모!] 당황하고

당숙경; [으아아아!] 악을 쓰며 정칠에게 쇄도한다. 두손으로 칼을 쳐들어 휘두르려는 자세로

두견충; (죽여라!) 주먹 불끈

포칠낭; (그렇지!) 문 밖에서 주먹 불끈

이세창! [무슨 짓이오 부인?] 벌떡! 일어나고. 실내의 어깨들도 눈 부릅뜨고

당숙경; [죽어!] 쩍! 미친년처럼 쇄도하여 정칠을 칼로 내려치는 당숙경. 비스듬히 휘두른다. 하지만

슥! 정칠은 고개를 조금 숙여서 피하고.

부악! 고개 숙인 정칠의 머리 위로 비스듬히 스치고 지나가는 칼

당숙경; [악!] 콰당탕! 헛손질해서 균형을 잃고 나뒹구는 당숙경. 치마가 걷혀져 아랫도리가 드러나는 야한 모습으로

두견충; (젠장! 아무리 일초무학인 계집이라지만 칼질 좀 제대로 해라!) 이를 바득

포칠낭; (멍청한 년...) 역시 오만상. 그때

당숙경; [개새끼...] 다시 벌떡 일어나고. 정칠을 노려보며. 정칠은 숙였던 고개를 다시 들고 있고

당숙경; [한 번 더 피해봐라!] 악을 쓰며 다시 칼을 정칠에게 휘두르려 하고. 하지만 그 직후

이세창; [그만해라!] 퍽! 옆에 나타나 당숙경을 거칠게 옆으로 밀쳐버리고. + 당숙경; [악!] 옆으로 쓰러지며 비명 지르고

두견충, 포칠낭, 실내의 어깨들 깜짝 놀라고

[악!] 따당! 퍼억! 칼을 놓치며 나뒹구는 당숙경

이세창; [아녀자가 어딜 감히 사내들의 일에 끼어든단 말이오?] 눈 부라리고

당숙경; [당신... 당신이...] 기가 막혀 올려다보고. 야한 자세로 쓰러진 채

이세창; [뭣들 하느냐? 너희들 주모를 거처로 모셔가지 않고?] 어깨들에게 호통. 깜짝 놀라는 어깨들

[예 용두!] [분... 분부 받들겠습니다.] 어깨들 중 두 놈이 대답하며 달려오고

[용서하십시오 주모님!] [거처로 모시겠습니다.] 콱! 콱! 다시 일어나려는 당숙경의 팔을 양쪽에서 잡는 어깨들

당숙경; [놔... 놔라 이놈들아! 놔!] 몸부림치며 악을 쓰고

당숙경; [내 새끼 원수는 내가 용서 못해! 전부 쳐죽이고 말 것이다.] 악을 쓰지만 어깨들이 강제로 끌고 입구로 가고

당숙경; [이세창! 당신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보옥이의 원수를 갚아주지는 못할망정 원수를 비호한 놈의 역성을 드는 게 말이 돼?] 악을 쓰지만 이미 건물 밖으로 끌려나가고 있고

두견충; (젠장!) 실룩

두견충; (주모가 깔끔하게 해결해주길 바랬거늘...)

포칠낭; (쳇!) 역시 쪽문 밖에서 입술 깨물고

[이세창! 이세창!] 으아아아! 건물 밖에서 당숙경의 악 쓰는 소리가 들리고

이세창; [여편네가 참 귀찮게도 하는군.] 귀를 손가락으로 파면서 찡그리고

이세창; [하지만 정칠, 네가 배신의 중죄를 지은 것도 사실이다.] 정칠을 돌아보고

정칠; [유구무언입니다.] 고개 숙이고

이세창; [너에 대한 처분은 장청풍이란 놈을 잡아 죽인 후에 하겠다.] [뇌옥에 들어가서 대죄(待罪)하라.] 주변의 어깨들에게 손짓하고.

정칠; [분부 받들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어깨들이 쇠사슬을 갖고 다가오고

일어나는 정칠. 다가온 어깨들

[이해하시오 정사두.] [이게 우리 첩혈당의 방식임은 아실 것이오.] 말하며 쇠사슬로 정칠의 몸을 묶고

정칠; [난 괜잖다. 너희들의 임무에 충실해라.] 묶이며 말하고

곧 쇠사슬에 묶인 정칠은 어깨들에게 끌려 건물 밖으로 나간다

두견충; (두고 보자. 갈보의 새끼야!) 어깨들에게 끌려가는 정칠을 보며 이를 부득 갈고

두견충; (네놈은 살아서 뇌옥을 벗어나지 못할 테니...) 음산하게 웃고

[...] 그런 두견충을 힐끔 보며 무언가 생각하는 이세창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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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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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 [귀하... 귀하가 바로 야유신(夜遊神)에 이어 다음 대 도수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 편복귀...] 경악하고

백변음마; [난 도척제전에서 네 외조부를 몇 번 뵌 적이 있다.] [만날 때마다 술자리도 갖었었고...] 청풍을 지긋이 보고

청풍; [귀하가 도둑질로 재물뿐 아니라 여자들의 정조까지 훔칠 줄을 몰랐습니다.] 굳어진 표정

백변음마; [내가 골 백번 죽어 마땅한 죄인임은 잘 아니 비난과 질책은 한 걸로 해다오.] 쓴웃음

백변음마; [그보다 내게 입은 구명지은에 보답하고 싶다고 한 말, 아직 유효하느냐?] 간절한 표정으로 청풍을 올려다보고

청풍; [제가 대신 처리해드릴 일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시지요.]

백변음마; [그럼 염치없지만 부탁을 하마.] [곧 세상을 떠나야할 몸이지만 눈에 밟히는 아이가 있어서 편히 눈을 감기 힘들구나.]

청풍; [자녀가 있으셨습니까?] 흠칫!

백변음마; [왜?] [천인공노할 색마인 내게 자녀가 있는 게 의외냐?] 웃고

청풍; [그렇기도 하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은 행실과 상관없이 똑같다는 것이 좀 의외였습니다.] 차갑게 웃고

백변음마; [그놈 참... 말 속에 뼈가 들어있군.] 웃고

청풍;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 않으실 테니 서두르시지요.] 냉정하게

백변음마; [그러자꾸나.]

백변음마; [내가 어떻게 도둑이 되었고 또 악명 높은 색마가 되었는지는 북경(北京)에 있는 내 집에 가면 알 수 있을 테니 생략하고...]

청풍; [자택이 북경에 있으셨습니까?]

백변음마; [북경 자금성(紫禁城)의 서쪽 출입문인 광안문(廣安門) 밖에 교가장(喬家莊)이란 장원이 있다.] [그 교가장 후원의 우물 속에... 내 비밀창고가 있으니 시간 나면 찾아가 봐라.]

청풍; [그리 하지요.]

백변음마; [이게 있어야 내 비밀창고를 드나들 수 있다. 가져가라] 떨리는 손을 쳐들고. 그자의 가운데 손가락에 굵은 반지가 끼워져 있다. 금반지인데 반지의 중앙에는 붉은 보석이 박혀있다.

청풍; (일종의 열쇠겠군.) 생각하며 두 손으로 백변음마의 손을 잡고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려 한다.

백변음마; [내게는 소소(素素)라는 이름의 딸이 하나 있다.] 청풍이 자기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는 걸 보며 말하고

백변음마; [헌데 지금으로부터 사년전, 그 딸이 어떤 악랄한 인간에게 사로잡혀 인질이 되어 버렸고...] 분노하고. 청풍은 흠칫! 하며 백변음마의 손을 다시 내려놓고. 반지를 뽑았다.

백변음마;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자의 요구대로 서너 달에 한 번씩 처녀의 몸이면서 순음지기를 지닌 계집을 납치할 수밖에 없었다.] 한숨 쉰다

청풍; [여자를 납치해왔다?] 뽑은 반지를 자기 손가락에 끼다가 눈 부릅

청풍; [그럼 혹시 지난 사년간 금릉 일대에서 암약하고 있는 색마살귀란 자가 바로...] 분노하여 노려보고

백변음마; [색마살귀는 내가 아니다.] 고개 젓고

백변음마; [다만... 내가 납치한 계집들이 색마살귀에게 유린당하고 비참하게 죽은 건 사실이다.] 한숨

청풍; [누가... 대체 어떤 자가 당신을 사주해서 여자들을 납치하게 한 것이오?] 노려보고

백변음마; [나도 색마살귀의 정체에 대해서는 모른다.] 고개 조금 젓고

백변음마; [다만 귀면지존(鬼面至尊)이라는 자가 색마살귀를 위해서 순음지기를 지닌 여자를 모아오고 있다는 사실 정도만 안다.]

청풍; (귀면지존...) (당금 무림에 그런 별호를 쓰는 자가 있었나?) 갸웃

백변음마; [나도 딸이 귀면지존에게 납치당하기 전까지는 그런 인간이 존재하는 줄도 몰랐었는데...]

백변음마; [그자는 나뿐만 아니라 강호에서 악명높은 음적과 색마들을 동원하여 처녀이면서 순음지기를 지닌 여자들을 찾아오도록 사주해왔다.]

청풍; (귀면지존이란 자가 음적과 색마들을 하수인으로 부리는 것은 그런 자들일수록 여자를 잘 알기 때문이었겠지.) 찡그리면서도 끄덕

백변음마; [최소한 세 달에 한명은 찾아다 바쳐야만 내 딸 소소가 무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결점의 순음지기를 지닌 젊은 여자를 찾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백변음마; [그래서 귀면지존과의 접선장소인 금릉에서 천리도 넘게 떨어진 소주(蘇州)까지 진출하게 되었는데...]

백변음마; [닷새 전, 소주에서 마침내 원하던 계집을 발견하게 되었다.] [문제는...]

백변음마; [그 계집이 사천당문의 문주 당천성의 막내딸이었다는 점이었다.]

청풍; [사천당문을 건드렸단 말이오?] [한번 원한을 품으면 몇 십 년이 걸려서라도 반드시 갚고야마는 것으로 악명 높은 사천당문을?] 경악

백변음마; [무결점의 순음지기를 지닌 여자는 원체 드물다.] [반면 귀면지존이 통보한 기일은 목전에 임박해있었다.]

백변음마; [결국 나는 후환이 있을 걸 뻔히 알면서도 당천성의 막내 딸 당아연을 납치할 수밖에 없었다.] 자조의 표정

백변음마; [그리고 그 응보로 네가 보는 것처럼 나는 곧 삼도천(三途川)을 건너가야만 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청풍; [귀하에게 치명상을 입힌 게 팔비나타 당천성이오?]

백변음마; [날 죽게 만든 장본인은... 당천성과는 비교가 안되는 무시무시한 인물이다.]

백변음마; [바로... 무림맹의 현 맹주인 검후 진상파다.]

청풍; [검후 진상파!] 경악

백변음마; [그 계집은 남장을 하고 있었는데...] [아직 서른 살도 안된 나이건만 어검술을 능란하게 구사하더구나.]

청풍; (남장을 한 여자라면...) 눈 부릅 침 꿀꺽

 

<그 여자가 혹시 검후 진상파 아니었을까?>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81>의 장면. 사람들 사이로 멀어지는 진상파의 몸에서 옷이 투명해지며 알몸이 들어오던 장면

 

백변음마; [만일 귀면지존과 접촉해볼 생각이라면 머무는 곳에 편복, 즉 박쥐 그림을 그려놓으면 된다.] [그게 내가 그자와 만나고 싶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청풍; [귀면지존의 무공은 어떤 수준입니까?]

백변음마; [당금의 천하제일인인 천강마존에 필적하거나... 오히려 능가할 것이다.]

청풍; [천강무존을 상회하는 실력의 소유자가 당금 무림에 존재한단 말입니까?] 불신하고

백변음마; [그자를 직접 보게 되면 내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청풍; (오대신투에 드는 대도(大盜)답게 사물의 실체를 정확히 궤뚫어 볼 줄 아는 능력을 지닌 이 사람의 평가이니 틀림이 없겠지.) 끄덕이고

백변음마; [오래 살고 싶다면...] [천강마존과 싸워볼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전까지는 귀면지존과 만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청풍; [충고의 말씀, 새겨두도록 하지요.]

청풍; [그보다 제게 부탁하고 싶다는 게 혹시...]

백변음마; [만일 가능하고 기회가 닿는다면...] [내 딸... 소소를 귀면지존의 마수에서 구해주었으면 한다.] 애절하게 보면서

청풍; [일개 도둑에 불과한 제게는 참으로 부담이 되는 부탁이십니다.] 쓴웃음

백변음마; [사람은 죽기 전에 조금쯤은 앞날을 엿볼 수 있는 통찰력이 생기는 법인데...] 청풍을 지긋이 보면서

백변음마; [내가 보기에 너는 머잖아 만인적(萬人敵;누구도 상대할 수 없는 인물)이 될 것이다.] 진지하게 말하고

청풍; [무명소졸인 저를 과대평가하시는군요.] 쓴웃음

백변음마; [과대평가인지 아닌지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알게 될 테고...]

백변음마; [우릴 숨겨주었던 그 천... 유령익(幽靈翼)과 서부인은 선물로 주마.] 고개 조금 돌려서 바닥에 떨어져 있는 천을 보고

청풍; [유령익...] [이름만 들어도 평범한 물건은 아님을 알겠습니다.] 천을 집어들고

백변음마; [나를 편복귀로... 그리고 백변음마로 만들어준 보물인데...]

백변음마; [어쩌면 그것은 오제(五帝)중 유령대제(幽靈大帝)의 유물일지도 모른다.]

청풍; [유령대제!] 경악하며 새삼 천을 보고

청풍; [이... 이 천이 정말 유령대제의 유물이란 말입니까?]

백변음마; [확실하진 않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다.]

 

<-유령대제! 무림 역사상 최강자들인 삼황(三皇)과 오제중 오제에 드는 인물이다.> 높은 단상 위에 드라큘라같은 인상의 노인이 망토를 두르고 후두를 쓴 채 음산하게 웃는 모습. 얼굴은 음영으로 처리. 강렬한 눈빛과 웃는 입만 묘사. 유령대제의 모습. 유령대제 뒤에는 고대신전같은 건물이 있고. 유령대제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무릎 꿇고 절을 한다.

<사파(邪派) 무림의 모든 사술(邪術)과 마공이 유령대제로부터 나왔다는 말이 공공연할 정도로 유령대제의 절기는 가공하면서도 기괴한 것이었다.> 위 장면의 연속. 양손을 들어 주문을 외우는 유령대제 앞쪽에 수많은 바위들이 움직여 거대한 사람 형상을 이루고 있다. 단상 주변에 무릎 꿇고 있던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보고 있고

 

백변음마; [이치는 모르겠지만... 유령익에 내공을 주입하면 주변 사물과 저절로 동화되어 몸을 감춰주는 작용을 한다.]

청풍; (역시 그랬군.) 비단같이 얇은 천을 만지며 흥분

백변음마; [유령익의 안쪽을 살펴보면...] [나를 편복귀와 백변음마로 만들어준 비결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며 눈을 감고

청풍; (이 천에 유령대제의 것으로 여겨지는 절기가 숨겨져 있단 말이지?) 흥분하며 유령익의 안쪽을 자세히 살필 때

백변음마; [소소에게... 죄 많은 아비의 딸로 태어나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 전해주기 바란다.] 눈 감은 채 힘겹게 말하고

청풍; (생기가 급속히 소멸된다.) 흠칫! 하며 유령익에서 시선을 떼어 백변음마를 보고

청풍; [색마살귀의 정체를 알 수 있는 단서가 더 없으십니까?] 다가앉으며 얼굴 숙이면서 묻고

백변음마; [색마살귀는... 늘 귀면지존이나 그자의 수하를 앞 세워 나와 접촉했다.]

백변음마; [그 때문에 지난 사년 동안... 단 한 번도 색마살귀를... 직접 만난 적은... 없다.] 잦아드는 목소리로. 눈을 감은 채

백변음마; [색마살귀를... 찾아낼 수 있는 유일한 단서가 귀면지존인데...]

백변음마; [귀면지존은 아마도... 황실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목소리가 갈아 앉는다

청풍; (색마살귀가 황실과 관련이 있는 인간이란 말인가?) 생각할 때

백변음마; [염치없지만... 딸을... 소소를... 부탁한다.] 힘겹게 말하고. 이어

툭! 고개를 옆으로 떨구는 백변음마

청풍; [선배...] 말하며 떨리는 손을 뻗어서

슥! 백변음마의 목 옆을 만져본다. 하지만

청풍; (맥이 완전히 사라졌다.) 찡그리고.

청풍; (비록 천인공노할 색마이긴 해도 부정(父情)은 남달랐던 인물이다.) 슥! 백변음마의 목에서 손을 떼고. 이어

청풍; (귀면지존에게 잡혀있는 영애는 소생의 손으로 구해드릴 테니 아무쪼록 영면하시기 바랍니다,) 무릎 꿇은 채 합장하며 백변음마의 명복을 빌어주고

<죽을 고비도 넘겼지만 생각지도 않게 색마살귀의 정체에 한 발자국 다가갈 수 있는 단서를 만나게 되었다.> 합장하며 백변음마의 명복을 빌어주는 청풍이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101>

<-첩혈당> 해가 서산에 걸려 지기 직전인 늦은 오후.

첩혈당이 있는 환락가로 오는 정칠

<용두의 이번 소환에는 응하지 않는 게 좋을 것같습니다.> 해하촌에 갔을 때 대동한 덩치중 날렵한 놈이 말하던 장면 떠올리는 정칠. 이놈의 이름은 육철.

이하 회상

 

육철; [낮에 육항(陸抗)이 두견충을 몰래 만나고 온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직후 두견충의 졸개 두 놈이 해하촌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주류회사 창고 같은 분위기의 넓은 사무실. 구석에 놓인 탁자를 앞에 두고 앉아있는 정칠 앞에 서서 보고 하는 육철. 주변에서는 인부들이 술 항아리와 술병들을 옮기고 있다.

육철; [정황상 두견충이 해하촌에서 무언가 알아낸 것같고...] [평소 사두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그 인간이 그걸 이용해서 사두를 해코지 하려 들 게 분명합니다.]

육철; [이럴 때에 용두가 느닷없이 사두를 소환한 것은 심상치가 않습니다.]

육철; [잠시 자리를 피해 계시면 제 선에서 사두께 연락을 취하지 못했다고 둘러대 보겠습니다.] 말하던 육철의 얼굴 크로즈 업

회상 끝

 

정칠; (너무 안일(安逸)했다.) 찡그리고

정칠; (육항이 놈이 두견충의 소굴에 출입하는 것같다는 육철이의 보고를 무시한 것도 그렇고...) 입술 깨물고

정칠; (두견충이 청풍이의 용모파기를 확보한 것을 확인한 순간 바로 움직이지 않은 것도 실수였다.) 한숨 쉬고.

앞쪽에 첩혈당의 입구가 보인다. 어깨들이 경비 서고 있고 사람들이 드나든다.

첩혈당에서 나오는 사람들 중 늙은 보부상이 끼어있다. 짐을 지고 지팡이를 짚었다. 천불투지만 수염을 더 기르고 모자를 써서 얼굴이 좀 달라 보인다.

정칠; (설마 두견충이 이렇게 빨리 청풍이의 존재를 확인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때문인데...) 찡그리며 다가가고. 첩혈당쪽으로 걸어가고. 아직 20미터쯤 거리가 있다.

정칠; (지체없이 청풍이에게 경고를 해서 대비하게 해야만 했다.) 생각하는 정칠의 옆을 지나가는 천불투

정칠; (자칫하다가는 청풍이뿐만 아니라 분이까지 다칠 수 있는데...) + [!] 생각하다가 흠칫! 하며 뒤를 돌아보고

봇짐을 짚고 걸어가는 천불투의 구부정한 뒷모습

정칠; (저 노인...) 찡그리며 보고

정칠; (어쩐지 낯이 익다. 어디서 봤더라?) 반쯤 돌아서서 천불투의 뒷모습 볼 때

콱! 갑자기 누군가의 손이 골목에서 뻗어 나와 정칠의 팔을 움켜잡는다.

[!] 정칠이 움찔! 할 때

확! 그 손의 주인이 빠르고 강하게 정칠을 골목으로 끌어들이고. 끌려들어가며 놀라는 정칠

 

[...] 걸어가다가 뒤를 조금 돌아보는 천불투. 정칠은 이미 골목 안으로 끌려들어갔고

천불투; (그놈...) 웃고

천불투; (생각했던 것 이상의 성장을 보이고 있구먼.) 다시 앞을 보고

천불투; (청풍이라는 큰 나무를 보며 함께 자란 덕분이겠지.)

천불투; (이번 고비만 넘기면 보기 좋은 거목(巨木)이 되겠어.) 웃으며 걸어가고

 

오가는 사람 없고 한명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골목으로 끌려들어가며 휘청거리는 정칠

모야차; [들키지 않게 안쪽으로 더 들어와!] 골목 안쪽으로 끌고 들어온 인물은 바로 모야차다.

정칠; (모야차!) + [누님!] 좁은 골목 깊이 끌려 들어오며 모야차를 보고

모야차; [이 멍청아! 여길 오면 어떻게 해?] 정칠의 어깨 너머로 큰길 쪽을 살펴보며 속삭이고. 초조한 표정으로

모야차; [용두가 두견충의 고자질에 넘어가서 널 처단하려고 불렀다는 거 몰라?] [뒷수습은 나중에 어떻게 하더라도 일단 몸을 숨겨야해!] 다시 정칠의 팔을 잡아끌고 가려 하고

정칠; [제 걱정은 마시오 누님.] 웃으며 모야차의 손을 자기 팔에서 떼어내고

정칠; [죽을 운명이었다면 난 이미 삼 년 전에 죽었소.] [이번에도 별일 없을 테니 안심하시오.] 해하촌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폐가에서 검은 용들이 벽과 천장을 뚫고 나와 꿈틀거리던 장면 떠올리고

모야차; [이 벽창호가...] 눈을 치뜨고

모야차; [그렇게 안이하게 생각할 상황이 아니야.] [용두가 기회가 생기는 족족 잠재적인 경쟁자들을 제거해온 거 몰라?] 엄한 표정

모야차; [용두는 근래 흑사회 내에서 인기가 급등하고 있는 널 이번 기회에 제거하려 들 게 분명하단 말이야.] 콱! 오른손으로 다시 정칠의 왼팔을 강하게 움켜잡고

모야차; [뒷처리는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넌 우선 몸을 숨겨.] 정칠을 끌고 가려 하며 말하고. 그때

정칠; [누님!] 안 끌려가며 버티고

모야차; [너 정말 똥고집을...] + [!] 돌아보다가 눈 부릅

콱! 모야차에게 잡히지 않은 오른손으로 모야차의 어깨를 움켜잡는 정칠. 이어

그대로 모야차를 끌어안으며 입술로 모야차의 입술을 덮어버린다. 눈 치뜨며 놀라는 모야차. 하지만

왼손으로도 모야차의 허리를 끌어안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정칠

눈 지긋이 감고 열렬하게 모야차의 입술을 탐하는 정칠

모야차; (정칠...) 눈빛이 몽롱해지고

모야차; (내가 이래서 조카뻘인 네놈에게 빠져버린 거야.) 마주 끌어안으며 적극적으로 키스하고. 그러다가 잠시후

입술을 떼는 둘

정칠; [날 걱정하는 누님의 마음은 잊지 않겠소.] 모야차의 머리를 쓰다듬고

정칠; [하지만 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 용두를 만나 정면돌파를 시도해봐야만 하오.]

모야차; [네 용기는 가상하다만...] + 정칠; [한 가지 부탁드릴 게 있소.]

모야차; [그래, 말해봐라.] 한숨 쉬며 포기

정칠; [해하촌으로 장청풍이란 놈을 찾아가서 경고를 해주시오.] 모야차와 떨어지고

정칠; [내 실수로 불똥이 튀게 되었으니 미리 대비하라고...] 말하며 돌아서고

모야차; [알았다.] 한숨 쉬며 벽에 기대고

모야차; [네 말은 장청풍이란 놈에게 확실하게 전해줄 테니 너도 부디 조심해라.] 다시 골목에서 큰길로 나가는 정칠을 보며 말하고

정칠; [오늘 못 다한 건 풍파가 갈아앉은 다음에 계속하도록 합시다.] 큰 길로 나가며 히죽 웃으면서 손 들어 보이고

모야차; (저 발랑까진 녀석이...) 얼굴 발개지면서도 좋아하고

골목에서 나가 큰길 쪽으로 사라지는 정칠

모야차; (나도 참 주책이다. 열 살도 더 연하인 애송이에게 빠져서 별 추태를 다 부리고...) 한숨. 얼굴 발개진 채

모야차; (뭐 한 번뿐인 인생인데 한 번 쯤은 뜨겁게 불살라보는 것도 괜잖겠지.) 벽에 기댔던 몸을 다시 떼고

모야차; (오늘밤 일이 어떤 결말을 보일지 모르지만 지금은 정칠의 저 대범함을 믿을 수밖에 없다.) 돌아서고. 큰길과 반대쪽으로

모야차; (일단은 정칠이 부탁한 대로 해하촌에 가서 장청풍이란 놈을 만나보자.) 골목을 서둘러 달려가고

모야차; (소당주를 간단히 고자로 만든 걸 보면 장청풍이란 놈, 의외로 능력이 있는 놈인지도 모른다.)

모야차; (그럼 정칠을 이 난관에서 구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고...) 달려가는 모야차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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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 [살인상단 소속 자객들은 천(天)급, 지(地)급, 인(人)급으로 분류되었는데...] 물 밖에서 나오고

청풍; [당신들은 겨우 인급에 든, 말 그대로 졸개들이었잖아.] 비웃고

[조... 졸개?] [그 주둥이를 찢어주마!] [죽인다!] 극도로 분노하며 다시 청풍을 향해 공격하려 하고. 바로 그때

청풍; [늦었어!] 쩌엉! 투쾅! 오무렸던 손가락을 퉁기고. 요란한 소리와 함께 쭉 뻗은 검지 손가락에서 레이져같은 빛이 터져나가고

퍼억! 동심삼살중 맨 오른쪽 인물의 이마에 구멍이 난다. 눈 부릅뜨며 죽는 그놈

[헉!] [막내야!] 살아남은 두 놈이 기겁하며 돌아보는데. 이마에 구멍이 난 놈은 이마에서 피와 뇌수를 뿜어내며 뒤로 넘어가고 있고

청풍; (두번째!) 팟! 그 두 놈을 덮쳐가며 다시 손가락을 오므리고, 맨 왼쪽의 놈에게 덮쳐가면서 오른손은 가운데 놈을 겨눈다. 얼굴이 벌개져 있다. 힘이 들어서

[조... 조심해라!] [이놈이...] 두 놈이 기겁하며 마주 칼을 휘두르려는데

투쾅! 청풍의 오른손의 검지가 펴지며 다시 레이져같은 빛이 튀어나가고.

퍼억! 그 레이져같은 빛에 맞은 가운데 놈 가슴에 구멍이 나고. 눈 부릅뜨며 뒤로 넘어지는 그놈

[크아!] 쩍! 부악! 세 번째 놈이 악을 쓰며 자신에게 돌진해오는 청풍을 향해 양손의 칼을 휘두르고

쩍! 서걱! 청풍의 잔상을 베어버리는 그놈의 칼. 몸을 숙인 채 그놈에게 쇄도하는 청풍의 머리카락이 베어져 흩어지고.

쾅! 몸을 숙인 채 쇄도하며 왼쪽 손바닥으로 세 번째 놈의 가슴을 치는 청풍

펑! 우둑! 그놈의 갈비뼈가 부러지고 심장이 터지는 모습이 엑스레이 사진처럼 보여지고

[컥!] 펑!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가는 세 번째 놈

청풍; [허억!] 퍼억! 앞으로 나뒹구는 청풍.

퍼억! 세 번째 놈은 청풍의 앞쪽으로 3-4미터 날아가 등부터 바닥에 떨어져 죽고

청풍; (해... 해치웠다.) 바닥에 엎어진 채 헉헉. 탈진한 모습

청풍; (비파천강지는 위력이 절대적인 만큼 내공의 소모가 극심하다.) (게다가 내가 할아버지로부터 배운 풍전심법(風電心法)은 그다지 뛰어난 심법이 아니라 내공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한다.) 부들부들 떨면서 상체를 두팔로 버팅기며 겨우 일어나고

청풍; (이런 이유로 지금의 나는 연달아 두 번 이상 비파천강지를 쑬 수가 없다.) (완전히 탈진해버리기 때문에...)

청풍; (다행히 탈진하기 전에 동심삼살의 마지막 한 놈도 쓰러트릴 수는 있었지만...) + [!] 생각하다가 눈 부릅. 그런 청풍의 뒤로 칼을 높이 쳐든 사람의 실루엣이 떠오른다.

청풍; (아차!) 굳어지며 돌아보고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을 놈!] 동심삼살 중 비파천강지가 가슴을 뚫어서 구멍이 났던 놈이 한손으로 칼을 쳐들어 내리치려 한다. 눈 부릅. 입과 코로도 피를 흘리며

그자의 가슴에 난 구멍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고

청풍; (저자는 심장이 오른쪽에 치우쳐 있어서 비파천강지가 정확히 관통하지 못했을 것이다.) 일어나 앉은 자세로 돌아보며 얼굴이 굳어지고.

[감히 우리 형제들을 해쳤으렸다?] 핏발이 선 눈으로 이를 가는 가슴에 구멍이 난놈

청풍; (피해야만 하는데 내공이 모이질 않는다.) 벌벌 떨며 일어나려 애쓸 때

[토막을 쳐서 들개 먹이로 주겠다!] 쩍! 강력하게 칼을 내리치는 가슴에 구멍이 난 놈.

청풍; (당했다!) 팟! 날아드는 그자의 칼을 보며 사력을 다해 옆으로 몸을 굴리지만 반응이 빠르지 못하고. 직후.

퍽! 갑자기 어디선가 날아든 비수가 가슴에 구멍이 난 그놈의 이마에 박힌다. 눈을 까뒤집는 그놈 이마에 박힌 비수는 손잡이에 여자의 형상이 새겨져 있다. 백변귀왕이 진상파에게 던졌다가 오히려 등에 박혔던 그 비수다.

[!] 퍽! 놀라며 몸을 굴리는 청풍의 옆의 바닥을 찍는 가슴에 구멍이 난 놈의 칼

[끄윽...] 이마에 비수가 박힌 채 비틀거리는 가슴에 구멍이 난 놈. 눈을 까뒤집었고 휘두른 칼에서 손이 떨어진다. 이어

퍼억! 나뒹구는 그자의 시체

청풍; (살았다!) + [어느 분께서 소생을 도와주셨습니까?] 나뒹굴었던 몸을 겨우 일으키며 말하고. 그때

<조용히... 해라 이놈아!> 어디선가 음성이 들리고

청풍; (저쪽이다!) 강변의 무성한 갈대숲을 돌아보고

<개방의 거지들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달아날 게 아니라면 이쪽으로 와서 숨어라.> 갈대숲에서 들리는 음성

청풍; (개방의 거지!) 생각하며 눈 치뜨고

청풍; (누군지 모르지만 개방에 추적당하고 있는 모양이다.) 생각하며 옆을 보고. 옆에 쓰러져 있는 가슴에 구멍이 난 놈의 시체. 하늘 보고 죽어있는 그놈 이마에 비수가 박혀있다.

비수 크로즈 업. 백변색마가 사용했다가 오히려 진상파에 의해 등에 박혔던 그 비수. 손잡이에 조신해 보이는 여자의 모습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청풍; (평범한 비수가 아니다.) 슥! 몸을 숙여서 비수의 손잡이를 잡고

청풍; (날 도와준 인물에게 돌려주어야겠다.) 팟! 시체의 이마에서 비수를 뽑고.

청풍; (칼날에 피와 기름기가 전혀 묻어있지 않다. 역시 보통 물건이 아니다.) 비수의 깨끗한 날을 살피며 갈대숲으로 가고. 그때

삐익! 삑! 멀리서 새 울음소리같은 게 들려서 돌아보는 청풍

청풍; (새가 우는 듯한 소리...) 돌아보며 갈대 숲으로 들어가고

청풍; (하지만 진짜 새 울음소리는 아니다. 개방의 걸개들이 서로 연락을 주고 받는 소리일 것이다.) 갈대 숲으로 들어가고. 하지만

<없다!> 당황하는 청풍.

갈대 숲에는 아무도 없다. 무성한 갈대와 커다란 바위만 하나 있고

청풍; (분명 이 갈대숲에서 목소리가 들렸는데...) 돌아보며 당황. 그때

<역시 평범한 놈은 아니로구나. 서부인(徐夫人)의 가치를 한 눈에 알아보고 회수해온 걸 보면...> 다시 어디선가 들리는 음성

청풍; (근처에 있다.) + [이 비수가 바로 서부인입니까?] 급히 돌아보고

<그렇다. 자객 형가(荊軻)가 진시황(秦始皇)에 대한 암살을 시도했을 때 사용했던 전설적인 명검 서부인이 그것이다.> 스륵! 말소리가 들리면서 바위의 앞면이 움직인다. 깜짝 놀라 돌아보는 청풍

청풍; (바위의 형상이 변한다.) 긴장할 때

백변음마; [그보다 빨리 이 안으로 들어와라. 개방의 거지들이 곧 들이닥칠 것이다.] 슥! 바위를 덮고 있던 얇은 천이 들춰지며 그 안쪽에서 얼굴을 내미는 백변음마. 바위에 기대앉아서 바위와 똑같은 색과 질감을 지닌 천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입과 코로 피를 흘린 흔적이 있고 얼굴이 시체처럼 창백하다. 실제로 백변음마는 죽기 직전이다.

청풍; [이제 보니 일종의 은형포(隱形布)로 몸을 숨기고 계셨군요.]

백변음마; [이놈아! 잘난 척은 나중에 하고 몸을 숨겨라.] [네놈은 어떨지 몰라도 난 개방의 거지들에게 들키면 한을 남긴 채 죽을 수밖에 없다.] 다급한 표정으로 눈을 부라리며 속삭이고. 삐익! 삑! 새 울음 소리가 가까워지고

청풍; [죄송합니다.] 바구니를 벗으며 속삭이고. 이어

바구니를 안은 채 백변음마가 들쳐주는 천 안쪽으로 들어가는 청풍.

백변음마; <왔다!> 슥! 속삭이며 천으로 자신과 청풍의 몸을 덮고. 그러자

스윽! 천이 다시 바위로 변하여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진다. 직후

휘익! 휙! 현장에 날아 내리는 거지들. 나이가 좀 든 거지들로 모두 세명이다. 진상파가 백변음마를 공격할 때 나타났던 거지들중 일부다.

[...] [...]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는 거지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동심삼살의 시체

한명이 주변을 감시하고 두명이 동심삼살의 시체를 확인한다.

거지1; [이놈들, 살인상단의 인자급 자객이었던 동심삼살이로군.] + 거지2; [우리가 도착하기 직전에 누군가 이 살인귀들을 죽였다.] 시체를 살피는 두 거지가 말하고

거지3; [그 색마의 짓일까?] 경비 서던 세 번째 거지가 두 사람에게 묻고

거지1; [죽어 마땅한 그 인간의 짓은 아닐세.] 시체를 살피던 거지중 한명이 고개를 저으며 허리를 펴고

거지3;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가?]

거지1; [삼살중 둘은 치명적인 위력을 지닌 지공(指功)에 절명했는데...] [그 작자에게는 이런 지법이 없네.] 이마에 구멍이 난 시체를 내려다보며 말하는 그 거지

거지3; [그럼 우리가 따라온 흔적은 그 색마의 것이 아니라 동심삼살을 죽인 자의 것이었나?] 경계하던 거지가 찡그리며 묻고

거지2;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네.] 세 번째 거지도 허리를 펴고. 돌아보는 거지1과 거지3

거지1; [백변음마의 흔적이 이쪽으로 이어진 것은 확실하네.] [다시 말해서 놈이 숨겨두었던 무공으로 동심삼살을 죽였을 수도 있어.] 발로 동심삼살의 시체를 툭툭 차며

 

#99>

청풍; (맙소사!) 경악하고. 천으로 덮인 채 곁눈질로 옆을 보고

청풍; (이자가 바로 악명 높은 색마 백변음마였단 말인가?) 바위에 기대앉아있는 백변음마를 곁눈질로 보면서 경악하고. 백변음마는 바위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다. 두 사람의 몸은 천으로 덮여있어 그늘이 진 상태임 주의. 백변음마와 청풍은 몸을 바짝 붙이고 있다.

 

<-백변음마(百變淫魔)! 십몇 년 전부터 세상의 뭇 여인들을 공포로 몰아넣어온 천인공노할 색마다.> 불이 환하게 켜진 화려한 침실의 넓은 침대에서 남녀가 교접을 하고 있다.

<여자라면 노소미추(老少美醜)를 가리지 않고 범해서 욕정을 채우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데 신묘한 역용술을 지녀 단 한 번도 본 얼굴을 들킨 적이 없다.> 위 화면의 남자와 똑같은 얼굴을 한 사내가 건물로 다가오고 있고

<백변음마라는 이름은 수시로 얼굴과 체형을 바꾸는 재주 때문에 붙은 것이다.> 문을 열고 경악하는 사내. 침실에서 교접하다가 돌아보는 남녀. 여자는 비명 지르고. 여자를 올라탄 채 돌아보는 사내는 문을 열고 놀라는 사내와 얼굴이 똑같다.

<백변음마로 인해 신세를 망친 여자는 부지기수고 깨어진 가정은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다.> 창문을 박살내며 날아가면서 웃는 알몸의 사내. 옷가지로 앞을 가린 채 날아가고. 방안에서는 여자가 비명 지르고. 달아나는 사내와 똑같은 얼굴의 사내가 악을 쓰며 정원으로 뛰쳐나와 삿대질을 한다. 주변에서 무사들이 몰려들고 있고

 

청풍; (최소한 만 명 이상의 여자들을 겁탈한 것으로 추정되는 색마에게 목숨 빚을 지게 될 줄이야.) 쓴웃음과 혐오로 얼굴을 이지러트리며 곁눈질로 백변음마를 본다. 백변음마는 청풍에게 몸을 좀 기댄 자세로 눈을 감고 있다.

청풍; (우릴 감춰주고 있는 이 요상한 천도 백변음마의 악행에 악용되었겠구나.) 한숨 쉬며 자기들을 덮고 있는 천을 올려다보고

 

#100>

거지1; [방금 전까지 이곳에 있었던 자가 백변음마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네.] 동심삼살의 시체들을 둘러보며 말하고

거지1; [다만 동심삼살의 피가 아직 따듯한 걸 보면 그자가 아직 멀리 가진 않았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네.]

거지3; [그럼 더 늦기 전에 추적해야겠군.] 말하며 작은 피리를 입에 물고

삐이! 삐이! 피리를 불어 새소리를 내는 거지3. 거지1과 거지2는 주변을 살피며 전진한다.

삐이! 비이! 다른 곳에서도 피리소리가 응답하고

사각! 서걱! 갈대 숲으로 들어오는 거지1. 하지만

바위를 힐끔 보며 지나가는 거지1

사각! 사각! 갈대를 헤치고 지나가는 거지1.

<거지중 한명이 근처를 지나간다.> 어둑한 천 안쪽에서 긴장하는 청풍. 사각! 사각! 갈대가 거지1의 몸에 부딪히는 소리가 천 밖에서 들리고.

청풍; (혹시라도 후각이 뛰어난 자라면 우리 두 사람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 냄새를 감지할 수도 있는데...) 숨을 멈추며 긴장하고. 하지만

사각! 사각! 갈대숲에 몸이 닿는 소리가 멀어지고

삐이! 삐이! 피리소리도 멀어진다.

청풍; (다행히 피리소리와 기척이 멀어진다.) 휴우! 안도하며 참았던 숨을 내쉬고

청풍; (만일 들켰으면 이 색마의 동료로 오해를 받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자기에게 몸을 기대고 있는 백변음마를 곁눈질로 보며 백변음마와 몸을 떼려고 한다. 혐오감을 느껴서. 헌데

스륵! 청풍이 몸을 떼자 청풍에게 기대고 있던 백변음마의 몸이 청풍 쪽으로 더 기운다

청풍; (이 색마가...) 흠칫! 하며 확실하게 거리를 두며 피할 때

퍼억! 그대로 바위아래에 옆으로 쓰러지는 백변음마.

스륵! 그와 함께 두 사람을 덮고 있던 천이 걷혀지면서 두 사람의 모습과 두 사람이 기대고 있던 바위의 형상이 드러난다.

스르르! 이어 바위처럼 굳게 보였던 천이 아주 부드럽게 변하며 비단 천처럼 바닥에 무너진다. 색도 반 투명하게 변하고

청풍; (천이 부드러워지면서 비단처럼 변했다.) 놀라며 천을 걷어내고. 백변음마와 완전히 몸을 떼고 떨어진 모습이고

청풍; (아마 내공을 주입하면 주변의 사물과 비슷한 재질로 변하는 모양이다.) 천을 옆으로 완전히 걷어내면서 백변음마를 돌아보고

옆으로 쓰러진 백변음마의 모습. 바위에 반 타원형으로 핏물이 묻어있다. 등에 난 상처에서 피가 바위에 묻은 것. 눈을 감고 있고 입과 코로 피를 흘린다

청풍; (등에 심한 상처를 입었다. 그래서 기대앉았던 바위에 피가 묻은 것이다.) 좀 망설이고

백변음마의 얼굴 크로즈업

청풍;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청풍; (어쨌든 구명지은(救命之恩)을 입었으니 모른 척 할 수는 없지.) 한숨 쉬며 다가가 앉고

청풍; (최소한 어떤 상태인지나 살펴보자.) 백변음마를 바닥에 옆으로 눕히고

등의 상처를 본다. 등 부분이 완전히 피로 물들어 있고

청풍; (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등쪽에 난 상처가 심장을 찌른 때문인데...)

청풍; (용케 이런 상태로 숨이 붙어있었구나.) 백변음마를 바닥에 바로 누이고

청풍; (출혈도 장시간 이어져서 이제는 대라신선이 와도 살릴 수 없는 상태다.) (일단 깨워서 유언이라도 들어주자.) 팟팟! 백변음마의 가슴 부분의 혈도를 몇 군데 찍어준다. 그러자

움찔! 하는 백변음마의 몸. 이어

천천히 눈을 뜨는 백변음마

청풍; [정신이 드십니까?] 좀 퉁명한 표정으로 묻고

백변음마; [다행히... 아직 저승사자가 도착하진 않았군.] 초점이 없는 눈으로 올려다보고

청풍; [본의 아니게 구명지은을 입었습니다.] [은혜에 보답하고 싶으니 남기실 말씀이 있으시면 하시지요.] 냉랭한 표정으로 말하고

백변음마; [그놈... 내가 누군지 알았구나.] 쓴웃음

청풍; [개방의 화자들이 귀하에 대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뚱하게

백변음마; [내가... 혐오스러우냐?] 자조의 표정

청풍; [이 자리가 불편한 건 사실입니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끄덕

백변음마; [그렇다면 그만 가봐라. 나 역시 네놈이 오만상을 쓰면서 마지 못해 남아있는 건 원치 않으니...]

청풍; [그러고 싶지만...] 한숨

청풍; [은혜를 입고도 갚지 않는 것은 제 마음을 더 불편하게 만드니 그냥 갈 수가 없습니다.]

백변음마; [부담 갖을 거 없다.] 한숨

백변음마; [내가 서부인을 던져서 널 구한 것은... 네가 지인(知人)의 후손인 걸 안 때문이니...]

청풍; [저의 웃어른이 누군지 아신다는 말씀이십니까?] 흠칫! 하며

백변음마; [물론 안다.] 웃고

백변음마; [네가 동심삼살을 우롱할 때 사용했던 보법은 천불투 조(趙)선배의 비기인 능파미보(凌波迷步) 아니었느냐?]

청풍; [귀하께서 저의 외조부와 아는 사이이실 줄은 몰랐습니다.] 당혹하며 포권하고

백변음마; [외조부라...] [조선배에게 딸이 있었던가?] 생각하는 표정으로 혼잣말

청풍; [무슨 뜻입니까?] 불쾌

청풍; [제가 천불투님의 외손(外孫)이 아니라는 말씀이십니까?]

백변음마; [내 독백은 그냥 흘려들어라. 조선배에게 세상이 모르는 비밀이 있다고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니...]

백변음마; [그보다 내게는 백변음마 외에도 또 하나의 신분이 있는데...] [천불투 선배의 후손인 너도 아마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일 것이다.]

청풍; [저의 외조부를 선배라 칭하신다는 건 혹시 귀하도 도척총림(盜跖叢林)의 일원이라는...] 깨닫고 놀랄 때

백변음마; [당금의 오대신투(五大神偸)중 한명인 편복귀(蝙蝠鬼)가 바로 나다.] 고개 조금 끄덕

청풍; (맙소사!) 경악하고

이하는 #20>에 나온 장면을 회상처리

 

천불투; [할애비도 이제는 늙었다.] [젊은 것들과 경쟁한 건 힘에 부치는구나.] 한숨

천불투; [게다가 편복귀(蝙蝠鬼)가 최근 대륙전장에서 왕희지(王羲之)의 서첩(書帖)을 훔치는데 성공했다는 소문도 들리는구나.]

회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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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 무언가 느끼는 위태무.

여전히 당아연이 황태자의 몸 위에서 방아를 찧고 있고. 황태자도 그런 당아연의 허리를 양손으로 끌어안고 반응을 보이는데. 황태자비는 그 장면을 보고 있지만 위태무는 고개 돌려 입구쪽을 보고 있다

위태무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한왕이 건물로 다가오고 있고. 왕진을 비롯한 환관들이 공포에 질려 굳어져 있는 모습이다.

위태무; (이런...) + [비마마!] 찡그리며 황태자비를 부르고

황태자비; [왜 그러는가?]

위태무; [한왕전하께서 쳐들어오셨습니다.]

황태자비; [주고후! 그 인간이?] 눈 부릅 이를 갈고.

<한왕!> 주변의 의사들과 환관들 깜짝 놀라 돌아보고

위태무; [한왕전하는 전부터 황태자전하의 환후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었사옵니다.] [그러다가 오늘 드디어 이곳으로 쳐들어왔으니 끝장을 보려할 것입니다.]

황태자비; [그 인간이 힘으로라도 이곳까지 밀고 들어올 거라 보는가?] 초조

위태무; [한왕전하 일신의 무력(武力)도 무력이지만 자금성 내에서 권위로 그분을 저지할 수 있는 분은 오직 황태자전하뿐입니다.] 당아연의 몸 아래 깔려있는 황태자를 보고

위태무; [한왕전하는 황태자전하께서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셔야만 물러갈 것입니다.]

황태자비; [하지만 전하께서는 지금 섭음보정대법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에 이르셨는데...] 역시 황태자를 보면서

위태무; [그렇다고 지체했다가는 한왕전하가 이곳에까지 난입할 게 분명합니다.] [그럼 황태자전하께서 위중하시다는 사실이 들통나겠지요.]

황태자비; [불가피하게 섭음보정대법을 중단해야한다는 겐가?] 이를 바득 갈고

황태자비; [만일 지금 중단하면 저 계집의 몸뚱이는 더 이상 쓸 수 없을뿐더러 전하의 상세는 다른 달보다 빨리 악화될 텐데...] 황태자의 몸 위에서 방아를 찧는 당아연을 보고

위태무; [순음지체를 지닌 또 다른 계집을 가능한 빨리 확보해서 섭음보정대법을 보완하도록 하겠습니다.] 말하며 손영롱을 떠올리고

황태자비; [어쩔 수 없지!] 이를 악물고

황태자비; [전하를 깨워서 접견 준비를 시킬 동안 자네가 주고후를 저지해주게.]

위태무; [그리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서둘러 입구쪽으로 나가는 위태무

황태자비; [무엇들 하느냐?] [그 계집을 전하에게서 떼어내지 않고?] 의사들에게 외치고

[예 마마!] [섭음보정대법을 중단하겠습니다.] 굽신거리는 의사들. 이어

[그만 해라!] [네 역할은 끝났다.] 서둘러 당아연에게 달려들어 당아연을 황태자에게서 떼어낸다.

당아연; [싫... 싫어! 나... 난 안 끝났어!] 몸부림치며 황태자에게서 안 떨어지려는 당아연. 알몸으로 바둥대지만

쿡쿡! 환관들이 당아연의 앞 뒤 혈도를 찍고. 그러자

[끄윽!] 눈을 감으며 축 늘어지는 당아연

그런 당아연을 끌고 한쪽으로 가는 환관들. 의사와 다른 환관들은 황태자이 상태를 살치며 몸을 수건으로 닦아준다. 황태자는 몽롱한 표정으로 눈을 뜨고 있고

황태자비; (주고후! 주고후!) 그걸 보며 이를 바득

황태자비; (만에 하나 전하께 무슨 일이 생기면 내 손으로 반드시 목을 따버리고 말 것이다.) 환관과 의사들이 당아연을 끌고 가고 또 황태자를 보살피는 것을 보며 결심. 표독한 표정.

 

#96>

왕진; [전하! 부디 고정을...] 용기를 내서 한왕 앞을 가로 막고. 한왕은 이미 건물 바로 앞에까지 왔고

왕진; [통보도 없이 황태자전하의 거처에 난입하시는 것은 대역(大逆)의 죄(罪)를 범하시는 게...] + [!] 말하다가 눈 부릅. 목을 커다란 손이 움켜쥔다

한왕; [대역의 죄?] 쿠오오! 우두둑!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내며 왕진의 목을 움켜잡아 쳐든다. 한왕은 왕진보다 키가 한 뼘 쯤 크고

왕진; [끄윽...] 목이 잡혀 눈이 돌아가고. 두 손으로 한왕의 손목을 잡은 채

<가... 가공!> <왕내관은 상시태감의 사실상 제자라 일류고수에 못지 않은 무공을 지녔는데도 저항할 엄두조차 못냈다.> <한왕전하가 황실 제일고수라는 평판이 헛 게 아니었다.> 주변의 환관들 그걸 보며 공포에 질리고

한왕; [달릴 거 안 달린 놈이 주제넘게 우리 집안일을 판단해?] [모가지를 뽑아서 죽여주마!] 우둑! 왕진의 목을 쥔 손에 힘을 주고. 다른 손으로 왕진의 한쪽 어깨를 잡고

왕진; [제... 제발 고정하시고... 끄윽!] 목이 잡힌 채 벌벌 떨며 애원하고

한왕; [어쭈! 제법 뼈대가 단단한 놈이군.] 눈 번뜩

한왕; [오랜만에 힘을 쓰게 하는 놈이로군.] 우둑! 사납게 웃으며 왕진의 목을 뽑아버리려 한다. 한손으로는 왕진의 어깨를 움켜잡은 채

하원길; (왕진! 네놈이 위태무의 총애만 믿고 기고만장 설쳐대더니 드디어 오늘 저 세상으로 가는구나.) 한왕 뒤에서 보며 히죽

우둑! 왕진의 머리를 몸통에서 뽑아내려는 한왕

왕진; (죽... 죽는다!) 절망. 바로 그때

쩡! 갑자기 박수치는 소리가 들리고. 그러자

한왕; [!] 쿵! 보이지 않는 힘에 몸이 강타당해 흔들리며 눈 부릅뜨고. + 하원길; [헉!] 한왕 뒤에 서서 보고 있던 하원길도 충격 받아 깜짝 놀라고.

슥! 그 바람에 왕진의 목과 어깨를 잡고 있던 한왕의 손아귀에서도 힘이 풀려 벌어지고

퍼억! 한왕의 발치에 나뒹구는 왕진.

왕진; [끄윽! 끅!] 목을 잡고 벌벌 떨고

하원길; (이게 무슨...!) (박수 한번으로 황실제일고수이신 한왕전하를 뒤흔들어놓는 자가 존재하다니...) 놀라고, 그때

위태무; [결례를 용서하시옵소서 전하!] 슥! 건물 안에서 나오는 위태무. 두손을 마주 보게 들어서 박수를 친 모습이고. 허리를 좀 구부리고 있다. 돌아보는 한왕과 하원길

<상시태감님!> <살았다!> 돌아보며 안도하는 환관들.

위태무; [비록 전하께 불경한 언사를 한 죄는 크지만 왕진은 황태자전하께서 신임하는 내관입니다.] 나오면서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하원길; (위태무...) 살기 어린 표정으로 노려보고. 한왕도 눈을 부릅 뜬 채 위태무를 노려본다

위태무; [왕진을 죽이시는 것은 형님이신 황태자전하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올지요?] 사람 좋게 웃으며 말하고

하원길; (능구렁이 같은 놈! 황태자를 내세워서 한왕전하를 견제하는구나.) 이를 바득 갈 때

한왕; [흐흐흐! 네 말이 맞다 위태무! 형님은 황태자이기 이전에 본왕과 같은 어머니의 몸에서 난 피붙이 동기이시다.]

한왕; [그리고 아우가 되어 형님께 안부를 여쭙지 않는 것은 불의(不義)!] 스윽! 멈췄던 발걸음을 다시 옮기고

한왕; [지금 당장 형님을 뵐 것이다.] [본왕을 막는다면 형제간의 우의를 훼방하는 것으로 알고 사죄(死罪)를 내릴 것이다.] 건물로 통하는 계단을 올라가고

<안... 안돼!> <한왕이 지금 들어가면 황태자전하께서 와병중이라는 사실이 들통나게 된다.> 사색이 되는 환관들과 왕진.

위태무; [전하! 안에 연락을 할 테니 잠시 기다려 주시옵소서.] 포권하며 막아서고

한왕; [막을 테면 막아봐라.] 저벅! 살벌한 표정으로 계단을 올라가고. 하원길은 계단 아래 멈춰서있다.

한왕; [본왕에게 손끝이라도 대는 순간 네놈을 대역죄인으로 몰아 구족을 멸해버릴 테니...] 쿠오오! 살벌한 기세를 뿜어내며 계단을 올라오고

위태무; (이 승냥이같은 놈이...) 움찔! 자기도 모르게 압도당해 뒤로 물러서고.

한왕; [좋은 말로 할 때 비켜라 위태무!] 턱! 계단을 다 올라와 살벌한 표정으로 말하며 위태무에게 다가서고

위태무; (본색을 드러내야할 때인가?) 굳어진 표정으로 주먹 꾹 쥐는데. 바로 그때

[무슨 소란이냐?] 건물 안쪽에서 들리는 음성. 움찔하는 위태무와 한왕

황태자비; [전하께서 주변이 어지러우면 질색하신다는 걸 모르느냐?] 도도하고 살벌한 표정으로 나오는 황태자비. 그 뒤를 궁녀들과 환관들 십여명이 따른다.

위태무; (됐다!) + [황송하옵니다 마마.] 안도하며 옆으로 물러서고. 한왕도 움찔하며 멈춰서고

위태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황태자를 준비시켰군.) + [한왕전하께서 기별도 없이 왕림하셔서 황태자전하를 알현하시겠다는 바람에...] 옆으로 물러서며 고개 조아리고

황태자비; [한왕께서 오셨군요.] 도도하며 깔보는 표정으로 한왕을 보고

한왕; (젠장!) + [고후가 형수님을 뵙습니다.] 포권하며 고개 숙이고

황태자비; [오신다고 미리 연락을 주시지 그랬어요?] [그럼 저라도 마중을 나왔을 텐데...] 차가운 표정으로 웃으면서

한왕; [그냥 지나가던 길인지라 번거롭게 해드릴까봐 전언을 넣지 못했습니다.] [결례 한 점, 너그러이 가납(嘉納)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포권하며 말하고

황태자비; [오랜만에 걸음을 하셨으니 전하께 인사는 올리셔야겠지요?] 슥! 돌아서고

황태자비; [전하께서는 정무(政務)를 보시다가 지치셔서 잠시 쉬고 계시니 안으로 드세요.] 앞장 서서 걸어가며 말하고

한왕; [예...] 어쩔 수 없이 공손하게 대답하며 따라가고

위태무의 앞을 지나가는 한왕. 위태무는 옆으로 물러서서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있고

위태무; (승냥이같이 교활하고 호랑이같이 포악한 주고후도 황태자비에게는 쩔쩔 매는군.) 자기 앞을 굳은 표정으로 지나가는 위태무를 보며 조금 웃고

위태무; (하긴 당금의 하늘 아래 존재하는 계집들 중 황태자비만큼 격렬한 성품을 지닌 계집이 없긴 하지.) 자신도 몸을 돌려 한왕이 뒤를 따라가며

<그래서 노부가 준비해온 대업을 위해서는 일순위로 제거해야할 대상이 바로 황태자비 장씨, 너인 것이다> 도도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황태자비의 모습 배경으로 위태무의 생각

 

#97>

화려한 대전.

[!] 황태자비를 따라 들어서다가 움찔! 하는 한왕

내부는 넓고 화려한 대전. 환관들 십여명이 대전 좌우의 벽을 따라 죽 늘어서 있고 중앙의 단상에 놓인 의자에는 곤룡포를 입은 황태자가 눈을 감은 채 앉아있다. 피곤한 모습이고 땀을 흘린다. 단상 아래에는 궁녀 두 명이 침과 약탕기등이 얹혀진 쟁반을 들고 서있고 황태자 옆에는 늙은 의사가 황태자의 손목을 잡고 진맥 중이다.

한왕; (예상했던 것과 달리 멀쩡하잖은가?) 당혹하며 다가가고. 황태자비가 앞장 서 간다. 황태자비를 따르던 환관과 궁녀들은 대전의 입구쪽에 멈춰서있다.

황태자비; [전하의 존체는 어떠신가?] 다가가며 묻고

의사; [심려하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마마.] [전하께서는 과로 탓에 맥이 좀 불안정해지셨던 것뿐이옵니다.] 황태자의 손목에서 손을 떼며 굽신

황태자비; [다행이로군요.] 곁눈질로 뒤를 보며 말하고. 이어

황태자비; [전하! 한왕께서 인사차 들르셨사옵니다.] 단상으로 올라가며 말하고. 그러자

황태자; [고후가?] 감았던 눈을 힘겹게 뜨고.

한왕; [형님! 소제가 그동안 너무 격조했습니다.] 단상 아래에서 포권하고

황태자; [어서 오너라 고후야. 이게 얼마만이냐?] 반색하고. 좀 힘겨운 표정이고. 황태자비는 그 옆에 서서 한왕을 내려다보고. 의사는 서둘러 단상에서 내려가고 있다.

황태자; [일 년 전 새로운 임지(臨地)인 운남(雲南)으로 왕부(王府)를 옮긴 후로는 처음이지?]

한왕; [한가한 곳에서 번잡해졌던 마음에서 독을 빼내고 있는 중입니다.] 포권했던 손을 풀고

황태자; [맡겨진 소임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남경으로 올라와서 얼굴도 좀 비치고 하거라.]

한왕; [형님의 말씀 각골명심하겠습니다.] 공손히 고개 숙이며 대답하고

황태자비; (주고후!) 그런 한왕을 내려다보고

<너는 무슨 짓을 해도 내 아들 첨기가 제위에 오르는 것을 방해하지 못한다. 나 장옥정(張玉貞)이 마귀에게 몸을 팔아서라도 막고 말 테니...> 황태자와 무언가 대화를 하며 억지로 웃는 한왕을 내려다보는 황태자비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그리고

위태무; (애를 쓰고 정성을 다해서 밥을 지어놓으시오 마마!) 음산한 표정으로 그런 황태자비를 보는 위태무. 한왕과 좀 떨어진 곳에 서있다.

<그 밥상을 내 아들 진천(振天)이가 차지하여 잘 먹어줄 테니...> 대전 내부의 모습을 배경으로 위태무의 생각 나레이션.

***위태무는 천강마존의 막내 제자인 위진천의 아버지다. 또한 위진천을 황태손 주첨기로 위장 시켜서 명나라를 삼킬 계획을 짜고 있다.***

 

#98>

거의 해질 무렵. 한적한 강변. 갈대가 우거지고 근처에 숲도 있어 경치는 좋지만 인적이 없다.

그곳으로 바구니를 등에 진 채 걸어오는 청풍

청풍; [경치 좋군. 한적해서 보는 사람도 없고...] 주변 두리번

청풍; [여기쯤이면 방해받지 않고 놀아보기에 적당하지 않겠소?] 돌아보며 말하고. 직후

<대담한 놈이로군.> <우릴 일부러 이곳으로 유인했다는 건가?> <역시 저놈, 무공을 숨기고 있었군!>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리고

휘익! 화악! 돌풍이 일더니

쿵! 청풍의 앞쪽에 세 명의 죽립인이 나타난다. 똑같은 복장이고 두 자루씩의 칼을 차고 있는 것도 똑같다. 동심삼살이다.

청풍; [따라오느라 수고가 많으셨소이다.] [타노가 소생의 입을 영원히 막아버리라고 했겠지요?] 포권하며 웃고

[용케 지금까지 무공을 숨기고 있었고... 네놈의 정체가 뭔지 점점 더 궁금해지는 걸.] [설마 우리 형제의 손에서 살아날 자신이 있다는 것이냐?] [강을 등진 건 완전히 포위당하지 않기 위해서겠지?] 세놈이 동시에 말한다

청풍; [잠깐 잠깐!] 양손 들고

청풍; [세분이 동시에 말을 하니 정신이 하나도 없소.] [궁금한 게 있으면 순서를 정해서 말씀하시오.] 한숨 쉬며

[그러지!] [오냐!] [원하는 대로 해주마.] 또 동시에 말하는 세놈

청풍; [이거 참...] 답답하다는 듯이 한숨 푹 쉬고

[우린 세쌍둥이다. 그래서 뭐든지 함께 한다.] [심지어 계집도 셋이 함께 즐긴다.] [네놈 역시 우리 형제들이 동시에 죽여준다.] 창! 차창! 말하며 동시에 칼을 뽑는 세 놈. 칼이 여섯 자루

청풍; [그럼 죽을 때도 셋이 함께 죽겠구려.] 웃고

[뭐라고?] [죽일...] [건방진 놈이...] 세 놈이 분노하며 칼을 겨누는데

청풍; [칼부림하기 전에 이름이나 들어봅시다.] 양손 들어 보이며

[우린 동심삼살이다.] [이름 그대로 셋이지만 한 마음이다.] [그렇게 알고 죽어라!] 쩍! 서걱! 쐐액! 세놈이 동시에 세 방향에서 칼질을 해온다. 아주 빠르고 강하다. 여섯 개의 칼이 사방에서 날아들고

청풍; [이크...] 몸을 움직여 피하고

쩍! 서걱! [차핫!] [헛!] [안돼!] 여러 명으로 변해서 동심삼살의 공격을 피하는 청풍.

<이놈!> <보법이 절묘하다.> <우리 형제들의 공격을 저렇게 수월하게 피하다니...> 칼질하면서 놀라는 세놈.

청풍; (역시 할아버지의 보법과 경신술은 절세적이다.) 사방에서 빗발치듯 날아드는 칼날들을 피하면서 생각하고

청풍; (다른 무공은 평범해도 숨고 피하는 데는 할아버지를 능가할 고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청풍; (다만 내공심법이 빈약해서 공력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신 게 약점이셨지만...) 여유 있게 동심삼살의 공격을 피하고.

[...!] 근처의 갈대숲에서 누군가 놀라는 기척

[미꾸라지 같은 놈!] [마치 허깨비하고 싸우는 것 같다.] [저놈 보법이 예사롭지가 않다!] 칼질하며 당황하는 동심삼살. 그러자

[그래봤자 우리 형제에게 걸린 이상 죽음뿐이다.] [동심합벽(同心合壁)!] [삼재필살(三才必殺)!] 외치면서 각기 다른 방법으로 공격하는 세 놈. 한 놈은 몸을 숙여서 청풍의 다리를 베어오고 한 놈은 몸통을 공격하고. 마지막 한 놈은 새처럼 날아올랐다가 덮친다.

청풍; (이건...) 눈 부릅뜨고. 서로 다른 방향에서 날아드는 칼날들. 피할 곳이 안 보인다.

청풍; (위험!) (여섯 곳을 동시에 공격해온다!) 스팟! 눈 부릅뜨며 전력으로 몸을 이리저리 흔든다. 그러자 청풍의 모습이 여럿으로 변하고. 하지만

쩍! 서걱! 팟! 청풍의 몸 여기저기에 칼날이 스치며 옷과 살이 갈라진다. 깊은 상처는 아니고

청풍; [큭!] 첨벙! 강변에서 밀려 얕은 강물에 내려서는 청풍. 무릎 까지 차는 곳이다.

[흐흐흐! 어떠냐?] [정신이 번쩍 들지?] [우리 동심삼살의 표적이 되고도 살아난 놈은 이제껏 없었다.] 슥! 스슥! 물가에 내려서며 웃는 세놈

청풍; [동심삼살... 동심삼살...] 상처를 만지며 갸웃갸웃하다가

청풍; [그래, 이제야 생각나는구만.] 상처를 만지며 끄덕이고

청풍; [당신들, 청부살인으로 악명을 날리다가 사자천존에게 궤멸당한 살인상단(殺人商團) 소속 자객들이었지?] 철벅! 철벅! 물가로 향하며 말하고

[어린놈이 제법이군.] [우리 형제의 출신내력을 알고 있다니...] [살인상단이 세상에서 사라진 후 벌써 이십년 가까이 지났는데 말이야.] 동시에 말하는 세놈

청풍; [살인상단이야 대단한 조직이었지.]

청풍; [하지만 당신들은 살인상단 내에서도 찌끄레기에 불과한 자객들 아니었나?] 비웃고

[뭐... 뭐라고?] [찌끄레기?] [감히 우릴 뭘로 보고...] 분노하는 동심삼살

청풍; [내가 틀린 말을 한 게 아니라는 건 세분이 잘 아실 텐데...] 첨벙 첨벙 물에서 나오며. 오른손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말아서 비파천강지를 쓸 준비

<이놈...> <무슨 꿍꿍인가?> <도망쳐도 시원찮을 판에 자진해서 접근한다?> 굳어지는 동심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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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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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파; [당신이 자초한 고통이니 날 원망하지 마세요.] 검을 내민 자세로

백변음마; [크악!] 핑! 오른손으로 뽑아들었던 비수를 진상파에게 던지며 뒤로 몸을 홱 날린다. 손잡이에 여자가 새겨진 특이한 비수다. 비수를 던지며 뒤로 몸을 날림에 따라 진상파의 검이 백변음마의 가슴에서 확 뽑히며 피가 뿜어지고

슥! 고개 조금 젖혀서 백변음마가 날린 비수를 피하는 진상파

백변음마; [끄윽!] 쿵쿵! 뒤로 물러서며 가슴 움켜쥐고. 가슴에서는 피가 뿜어지고 있고.

진상파; [안심하세요. 당신을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요.] 검을 늘어트리며 다가오고.

슈우! 빗나갔던 백변음마의 비수는 자석에 이끌리듯 진상파에게 다시 돌아오고 있고. 백변음마가 짊어지고 있던 상자도 여전히 허공에 떠있고

백변음마; (괴... 괴물같은 계집...) 그걸 보며 공포에 질리고

백변음마; (저 나이에 어검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다니...) 공포에 질려 비틀

진상파; [당신에게 당아연을 납치하라고 사주를 한 자가 누군지 털어놓으세요.] [그럼 목숨만은 보전할 수 있게 해드리겠어요.] 차가운 표정으로 다가오는데

백변음마; [흐흐흐 득의하지 마라 검후!] [넌 결코 날 잡지 못한다!] 비틀거리며 웃고. 가슴 누른 채. 가슴의 성처에서는 피가 철철

진상파;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되시는가요?] 한숨

진상파; [본녀는 마음만 먹으면 당신의 목숨쯤은...] 말하다가 찡그리고. + 백변음마; [크아!] 악을 쓰며 돌진해온다

진상파; [달아나는 대신 승부를 걸어보시겠다?] 눈이 좀 더 가늘어지며 차가운 표정이 되고

진상파; [그렇게 나오신다면 그 동안 저질러온 죄값의 일부로 다리라도 잘라드려야겠군요.] 슥! 한숨 쉬며 검을 쳐드는데. 하지만 그 직후

백변음마; [죽일 수 있으면 죽여 봐라.] 슥! 외치며 얼굴을 손으로 덮는다. 진상파에게 쇄도해오면서. 직후

스악! 백변음마의 손이 얼굴을 아래로 쓸어내리고

쿵! 그에 따라 드러나는 얼굴은 바로 당아연의 얼굴이다. 역용술을 써서 순간적으로 얼굴을 바꾼 것. 얼굴만 바뀌었을 뿐 몸과 옷 차림새는 여전히 백변음마

진상파; (당아연?) 경악하며 찌르려던 검을 멈칫할 때

[푸훅!] 당아연의 얼굴이 된 백변음마가 진상파의 바로 앞에 육박해서 입으로 연기를 확 뿜어낸다.

[!] 연기를 뒤집어쓰며 휘청! 하는 진상파

[카캇! 즉어라!] 쩍! 날카로운 손톱이 돋은 손으로 진상파의 가슴을 그어가는 당아연 얼굴의 백변음마. 얼굴은 당아연이지만 몸은 사내의 몸인 상태

[!] 팽! 진상파의 몸이 팽이처럼 돌고.

찌직! 백변음마의 손은 그런 진상파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가며 옷을 길게 찢는다.

휘릭! 비틀거리며 3미터 정도 옆에 내려서는 진상파. 가슴 부분의 옷이 찢겨 젖가슴의 일부가 드러나고, 피부에 상처도 조금 났다. 진상파는 미약에 중독당해서 휘청거린다.

백변음마; [꼴 좋구나 계집년아! 잘난 척 하더니...] 팟! 얼굴이 다시 백변음마로 변해서 앞으로 날아가고. 고개를 돌려서 자신의 뒤쪽에서 비틀거리는 진상파를 돌아보며

진상파; (정신이 혼미해지고 뱃속에서 불길이 치솟는다.) 얼굴이 달아오르고 눈이 풀린 채 휘청거리고

진상파; (더러운 자! 백변음마라는 별호답게 미약(媚藥)을 썼구나.) 이를 악 악물고

쐐액! 그 사이에 백변음마는 절벽을 따라 날아가고 있다. 가슴을 손으로 누른 채. 거리는 이미 50미터 이상 났고

진상파; [용서가 안된다!] 화악! 이를 갈며 검을 허공에 대고 휘두른다. 그러자

빠지직! 허공에 떠있던 백변음마의 비수가 벼락에 휘감기고

진상파; [가라!] 슈학! 검으로 백변음마를 가리키며 외친다. 그러자

투쾅! 미사일처럼 백변음마에게 날아가는 비수

백변음마; [헉!] 뒤돌아보며 기겁하고. 미사일처럼 날아오는 비수

백변음마; (위험...) 팟! 옆으로 몸을 홱 날려 피하려 한다. 절벽 쪽이고. 하지만

백변음마에게 검을 겨눈 진상파의 눈이 부릅떠지고. 그러자

팟! 백변음마가 몸을 날리는 방향으로 홱 방향을 트는 비수. 유도 미사일같다. 이어

퍼억! 백변음마의 등에 손잡이만 남기고 깊이 박히는 비수. 심장이 있는 쪽이다

백변음마; [컥!] 허공에서 휘청하고. 이어

쐐액! 그대로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백변음마

진상파; (아차!) 팟! 눈 부릅뜨며 몸을 날리고. 허공에 뜬 상자도 딸려가고

첨벙! 절벽 아래의 강물로 빠지는 백변음마. 절벽의 높이는 수십미터

[...] 휘익! 그 절벽 위로 비틀거리며 내려서는 진상파. 허공에 뜬 상자도 따라오고

절벽 끝으로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보는 진상파

수십미터 아래로 강물은 도도하게 흘러가고 백변음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진상파; (비수가 등쪽에서 심장에 박혔으니 살 수는 없겠지.) 생각하다가

띵! 현기증을 느끼는 진상파

진상파; [큭!] 콱! 비틀거리며 검으로 바닥을 찍어 쓰러지는 것을 면하고

텅! 그 바람에 상자도 바닥에 떨어지고

진상파; (정신이 혼미해지고 몸속의 피가 들끓는다.) 콱! 검을 바닥에 꽂고

진상파; (자칫 방심한 대가로 미약에 중독되고 말았다.) 두 손으로 바닥에 꽂는 보검의 손잡이 윗 부분을 덮어 누르며 눈을 감고

진상파; (물론 이런 미약 따위가 날 어떻게 하지는 못한다.) 꾸욱! 검의 손잡이를 위에서 덮어누른 두 손에 힘이 들어가고. 직후

화악! 펑! 등을 약간 구부린 진상파의 몸에서 강한 기운과 열기가 터져나가고. 옷과 머리카락이 흩날린다.

화르르! 푸스스! 몸속에서 무언가 타서 연기로 배출되는 모습이 되는 진상파. 눈을 감고 있는데 얼굴이 약간 상기 되었다. 그때

삐익! 삑! 멀리서 호각소리가 난무하고

진상파; (개방의 화자들이 곧 도착하겠구나.) 심호흡하고

화르르! 푸스스! 연기가 흩어지고

진상파; (미약의 성분 중 쉽게 해독되지 않는 최음성분은 단전에 가둬두자.) 천천히 눈을 뜨고. 그때

[맹주님!] [백변음마는 어찌 되었습니까?] 휘익! 휙! 절벽을 따라 개방의 거지들이 날아온다. 십여명

진상파; [어서들 오세요.] 왼손으로 찢어진 저고리를 수습하며 돌아보고.

[죄송합니다.] [속하들이 늦었습니다.] [백변음마의 경신술이 워낙 신쾌해서 그만...] 휘익! 휙! 도착하며 멈춰서는 거지들

진상파; [백변음마는 놓쳤어요.] 팟! 바닥에서 검을 뽑고

[저런!] [배후를 알아내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 기회에 그 색마놈을 잡아죽였어야하는데...] 분하고 아쉬워하며 절벽 아래를 기웃거리는 거지들

진상파; [생포하진 못했지만 제대로 심장이 관통 당했으니 살기도 어려울 거예요.] 검을 칼집에 꽂고

[그럼 저 상자는...] [혹시...]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상자를 보는 거지들

진상파; [백면음마가 짊어지고 있던 그 상자예요.] 말하며 상자로 가고.

툭툭! 상자 안에 든 무언가가 움직이고

[상자 안에서 무언가 움직입니다.] [당소저깨서 무사하신 모양입니다.] [빨리 열어드려라.] 상자로 달려들어서 뚜껑을 여는 거지들

텅! 뚜껑이 열리는 상자. 하지만

쿵! 매애! 뚜껑이 열리며 드러나는 상자 안에는 염소가 한 마리 들어있다. 쪼그린 채 누워 있다가 일어나려 바둥거린다.

<염소!> 진상파와 거지들 경악

[맹... 맹주님! 상자 안에 들어있던 것이 당... 당소저가 아니었습니다.] 거지들 줄 한명이 낭패한 표정으로 진상파를 돌아보고

진상파 (성동격서(聲東擊西)에 당했다!) 굳어지는 진상파의 얼굴

<백면음마가 우리들을 유인하는 사이에 당아연은 이미 누군가에게 전해졌다.> 현장의 모습 배경으로 진상파의 생각.

 

#90>

<-자금성> 오후의 자금성 모습.

자금성의 으슥한 곳에 자리한 창고 같은 건물로 들어가는 마차 한 대. 죽립을 눌러쓴 마부가 마차를 몬다. 건물 주변에는 삼엄한 경비가 세워져 있다.

마차가 들어가자 건물의 문이 밖에서 닫히고. 헌데

 

조금 떨어진 곳의 다른 건물 그늘에서 그걸 지켜보는 늙은 환관. 하원길

하원길; (저 마차...) 문이 닫힌 건물을 노려보고

하원길; (분명 황태자와 관련된 무언가를 싣고 왔다.) 눈 번뜩이고

하원길; (서둘러 한왕전하께 보고를 해야겠구나.) 돌아선다

 

어둑한 건물 내부. 왕진이 기다리고 있다. 건물 안에는 이제 마부와 왕진 뿐이다.

워워! 마차를 세우는 마부. 죽립을 눌러써서 코 아랫부분만 보이는데 입술이 얇고 냉혹한 인상이다. <마면기정 자료집 제25페이지>에 나오는 생사교주 냉잠 캐릭터. 이 작품에서도 <냉잠>으로 표기. 위태무의 심복이다.

왕진; [수고하셨습니다 냉(冷)노사.] 마부 냉잠에게 말하며 다가가고

고개 조금 끄덕이는 냉잠

마차의 뒷문을 여는 왕진

마차 안에는 관이 하나 들어있고

관을 마차에서 끌어내는 왕진. 냉잠도 다가오고

냉잠과 함께 관을 마차에서 꺼내

바닥에 내려놓는 왕진

뚜껑을 여는 두 사람. 그러자

쿵! 드러나는 당아연의 모습. 알몸에 얇은 잠옷 차림인 채 인형같이 누워 잠들어 있다.

왕진; (사천일교 당아연!) 흥분하며 들여다 보고

왕진; (네 희생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 손으로 당아연의 뺨을 쓰다듬는다

<네가 바치는 목숨과 순음지기 덕분에 황태자전하께서 또 한 달을 버틸 수 있게 되실 테니...> 애처로운 당아연의 모습 배경으로 왕진의 생각

 

#91>

시간이 좀 더 지나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있다. 위가대원.

연신 굽신거리며 위가대원을 떠나는 청풍. 등에는 바구니를 짊어지고 있다. 문 밖에는 타노와 무사들이 서서 그런 청풍을 보고 있다

[죄송합니다 집사님.] [속하들이 무능해서 장(張) 화공의 거처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눈치 보며 말하는 무사들. 어제 청풍의 뒤를 밟다가 실패한 놈들

[분부만 내리시면 오늘은 반드시 정화공의 거처와 정체를 알아내겠습니다.] 무사중 한 놈이 말하지만

타노; [되었다.] 손 들어 그놈의 말을 막고

타노; [동심삼살(同心三煞)!] [확실하게 처리해라!] 누군가에게 말하고.

<동심삼살!> 무사들 경악과 공포. 직후

<흐흐흐! 맡겨주십시오 집사님!> <깔끔하게 처리하고 보고해 올리겠습니다.> <어두워지기 전에 저 그림쟁이 놈의 목을 바치겠습니다.> 어디선가 음성이 들린다. 그러자

<동심삼살은 우리 위가대원의 식객(食客)들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고수들인데...> <그 동심삼살에게 임무를 주었다는 건...> 무사들 공포에 질리며 타노의 눈치른 본다. 타노는 음산한 표정으로 청풍의 멀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고

<집사께서는 혹시 있을지 모를 뒷말과 후환을 없애기 위해 정화공을 제거하기로 작정하셨구나.> 다른 저택들을 기웃거리며 걸어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무사들의 생각

 

#92>

금릉을 에워싼 성벽에 난 여러 개의 성문 중 하나. 사람들이 많이 오가고 있고

사람들 틈에 섞여서 성문을 나서는 청풍.

찌릿! 찌릿! 감전되는 청풍.

청풍; (예상했던 대로군.) 곁눈질로 뒤를 보고

<오늘도 타노가 졸개들을 딸려 보냈는데...> 사람들 사이로 세 명의 인물이 따라오는 게 보인다. 모두 죽립을 쓰고 있어서 아직 얼굴은 안보이는데 키와 분위기가 모두 같다. 이자들은 세 쌍둥이. <마면기정 자료집 제11페이지>에 나온 <동심쌍검> 캐릭터인데 쌍둥이가 아니라 세쌍둥이로 묘사. 아직은 얼굴을 보여주지 말고

청풍; (어제 내 뒤를 밟았던 자들과 달리 살기가 아주 강한 인간들이라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찌릿! 찌릿! 하는 감각을 느끼는 표정

청풍; (내 정체에 의구심을 느낀 타노는 극단적인 수단을 써서 후환을 없이 할 생각을 했겠지.) 성문을 나가고

<하지만 당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타노를 떠올리며 웃는 청풍.

 

#93>

다시 자금성. 시간이 좀 더 지났다. 이제 해는 서산으로 완연히 기울고 있고

황태자가 치료를 받는 건물. 환관들의 삼엄한 경비. 왕진이 경비를 지휘한다

건물 지하에 자리한 밀실의 장면. 황태자는 여전히 밀실 중앙의 침대에 누워있고 황태자의 몸 위에 알몸인 당아연이 걸터앉아 몸부림치고 있다.

당아연; [하윽! 몸... 몸이 뜨거워! 끄윽!] 약물에 취해 눈에 초점이 없는 모습으로 백치같은 모습으로 방아를 찧고 있다. 두 손으로 황태자의 가슴 누른 채.

당아연; [나 좀... 나 좀 어떻게... 끄윽! 제발...] 혼망 가서 미친 년처럼 방아를 찧는 당아연

그 장면을 의사들과 환관들과 황태자비와 위태무가 지켜보고 있다. 침대 부분만 밝고 다른 부분은 어둡다. 그래서 마치 라이브 쇼를 보는 분위기가

[하악! 끄윽!] 혼망 간 채 고개 젖히며 몸부림치는 당아연의 얼굴 크로즈 업. 눈이 풀려있다.

출렁이는 젖가슴

들썩이는 엉덩이.

사타구니 일대는 피로 물들어 있고.

<섭음보정대법(攝陰補精大法)이 시작된 후로 반 시진(한 시간) 가까이 흘렀으나 황태자 전하께서는 깨어날 기미를 안 보이신다.> 반응이 없는 황태자를 보며 초조한 의사와 환관들

[아흑! 하악! 제발... 끄윽!] 혼자 필사적으로 방아를 찧는 당아연. 그 배경으로 환관과 의사들의 생각을 나레이션으로 표시. <저 계집은 섭혼술(攝魂術)에 의해 정신이 제압당하고 미약에 중독된 상태라 필사적으로 애를 쓰고 있다.> <그리고 황태자전하께서도 일단 약물 덕분에 저 계집과 결합은 된 상태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머잖아 저 계집의 몸에서도 순음지기가 고갈될 텐데...> <이러다가 잘못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초조해서 손을 부비며 당아연과 황태자를 보는 환관과 의사들. 그리고

황태자비; (제발...) 역시 두 손을 꼭 쥐어 가슴에 댄 채 당아연의 몸부림을 본다.

<제발 힘을 내세요 전하!> 당아연의 몸 아래 깔려 흔들거리는 황태자의 비만한 알몸을 배경으로 황태자비의 기원을 나레이션으로

위태무; (섭음보정대법을 쓰는 게 너무 늦은 것인가?) 심각하고

<혹독한 가뭄을 만난 땅처럼 양기가 말라버리는 황태자의 증세는 지난달보다도 훨씬 더 악화되어있다. 말라버린 그 양기를 되살리는 것이 순음지기의 역할인데...> 눈을 감은 채 힘없이 몸이 흔들거리는 황태자의 모습 배경으로 위태무의 생각 나레이션

위태무; (순음지기를 주입해주는 게 너무 늦어져서 황태자의 몸이 더 이상 양기를 생성(生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위태무; (영락제가 아직 건재한 상태에서 황태자가 죽어버리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초조한 표정으로 생각하고.

<지금으로서는 저 계집의 몸에 서려있는 순음지기가 지금까지 소모되었던 어떤 계집의 것보다 정순(貞純)하다는 걸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 위태무의 생각을 배경으로 당아연은 열심히 방아를 찧고 있고. 그때

움찔! 시체처럼 늘어져 있던 황태자의 알몸이 경련을 일으키고

황태자비; [아!] 눈 치뜨고

위태무; (됐다!) 역시 눈 번뜩이고

황태자비; [봤... 봤는가 상시태감?] 흥분하며 손가락으로 황태자를 가리키고. 말은 자기 뒤의 위태무에게

위태무; [예! 노신의 눈에도 황태자께서 반응을 하시는 게 확인이 되옵니다.] 안도하고. 그때

[끄으...] 신음을 흘리는 황태자.

[휴우!] [아아!] 의사들과 환관들도 비로소 안도하고. 그때

스윽! 떨리는 손으로 당아연의 엉덩이를 잡는 황태자

[하악! 끄윽!] 황태자의 손이 닿자 더 빠르고 격렬하게 움직이는 당아연

[허억! 끄윽!] 황태자도 벌벌 떨며 당아연의 행위에 동조하고

황태자비; [다행... 다행이야! 전하께서 다시 기력을 회복하시고 계시네.] 안도하며 눈물 닦고.

위태무; (백변음마가 큰 공을 세웠군.) 안도하고

<만일 오늘이 지나도 순음지체인 계집이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다른 용도로 아껴두었던 손영롱을 쓰는 최악의 선택을 했어야만 했는데...> 실내의 모습 배경으로 위태무의 생각.

 

#94>

 위 건물을 밖에서 본 모습. 왕진과 환관들이 긴장하며 경비를 서고 있는데

왕진; (당아연을 황태자전하께서 치료받으시는 밀실로 들여보낸 후로 어느덧 반시진이 지났다.)

왕진; (대략 반시진 정도만 더 지나면 치료가 끝날 테고...) (그럼 앞으로 한 달은 마음 조리지 않아도 된다.) 초조, 긴장

왕진; (부디 섭음보정대법이 끝날 때까지 돌발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생각하는데

[아... 아니 되옵니다 전하!] 다급한 비명이 높은 담장에 나있는 월동문 밖에서 난다. 깜짝 놀라는 왕진과 환관들. 월동문과 건물 사이는 30미터 이상 떨어져 있다.

[황태자비마마께옵서 외인(外人)의 출입을 금하셨...] [크악!] 월동문 밖에서 단말마의 비명이 들리고

<누군가가 외곽을 경비하는 우리의 동료를 살해했다.> 왕진과 환관들 공포에 질릴 때

[형수님이 외인의 출입을 금하라 해서 본왕을 막았다?] 피가 묻은 칼을 들고 들어서는 거구의 사내의 실루엣

한왕; [그말인즉슨 네놈이 본왕을 외인으로 여겼다는 것!] 살벌한 모습으로 월동문을 들어서는 한왕. 한왕의 뒤를 하원길이 따르고. 월동문 밖에는 몸이 갈라져서 죽은 나이 든 환관의 시체가 벌벌 떨고 있다. 다른 환관들은 겁에 질려 주변에서 떨고 있고

<한... 한왕!> 왕진과 환관들 공포에 질리고

한왕; [감히 본왕을 황실과 상관없는 외인으로 치부하는 불충을 저질렀으니 죽어 마땅하다!] 휙! 피 묻은 칼을 옆으로 던지며 월동문 안쪽으로 들어선다.

퍼억! 근처 바닥에 박히는 칼

왕진; <빨리... 빨리 상시태감님께 상황을 보고해라!> 전음으로 다른 환관에게 말하며 자신은 앞으로 나서고. + <예! 왕내관님!> 한명이 젊은 환관이 대답하고

이어 급히 돌아서서 건물 입구로 달려가려는 그 젊은 환관 한명. 헌데

한왕; [동작 그만!] 음산하게 웃으며 다가오고

건물로 달려 들어가려다가 멈칫! 하는 환관

한왕; [본왕의 허락 없이 한발자국이라도 움직이는 놈은 요참(腰斬;허리를 자름)의 형이 어떤 것인지 몸으로 깨닫게 될 것이다.] 큰 걸음으로 걸어오는 한왕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뿜어지고

[히익!] 공포에 질리는 환관들. 왕진도 굳어지고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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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역시 낮. 정오 무렵. 빈민가. 아이들이 뛰어놀고. 사람들 오가고

빈민가 입구로 오는 험상궂은 사내 두 놈. 인도부가 청풍의 용모파기를 주며 해하촌으로 가서 탐문하고 오라고 했던 놈들. 전형적인 조폭 인상

사내1; [야야! 너 이리 와봐!] 두 놈 중 한 놈이 새끼줄을 뭉친 공을 차며 놀고 있는 사내아이들 중 한명을 손짓해서 부르고

아이; [왜... 왜요?] 열 살 쯤 된 아이가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며 묻자.

사내1; [이 새끼가!] 손을 들어 때리려 하고

아이; [히익!] 겁에 질리는 아이. 다른 아이들은 겁에 질려 도망치고. 주변 사람들 흠칫! 하지만 역시 겁에 질려 끼어들지 못하고

사내1; [어른이 부르면 냉큼 달려올 것이지 왜요?] [어디서 배워먹은 싸가지냐?] 아이를 때리려 하고.

아이; [히익!] 겁에 질려서 웅크리는데

사내2; [야야 코흘리개한테 무슨 짓이냐?] [애가 겁먹었잖아.] 사내2가 사내1의 쳐든 팔을 잡아 내리면서 짐짓 눈 부라리고

사내1; [죄송합니다 형님.] 굽신거리며 팔 내리고

사내2; [아가야 겁먹을 거 없다. 아저씨들 무서운 사람 아니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아이는 여전히 겁에 질려 눈치만 보는데

사내2; [이걸로 과자라도 사먹어라.] 동전을 몇닢 내밀고

아이; [괜...괜잖아요.] 겁에 질려 고개 젓고

사내2; [사양하지 말고 받아라. 아저씨의 성의니까.] 억지로 아이의 손에 동전을 쥐어주고

사내2; [대신 아저씨의 물음에 솔직하게 대답해줬으면 한다.] 말하며 품속에 손을 넣고

아이; [뭐... 뭔데요?] 겁에 질려 묻고

사내2; [어려운 건 아니고...] 품속에서 종이를 한 장 꺼내고

사내2; 이 초상화 속의 인간이 누군지만 말해주면 된다.] 말하며 종이를 펴서 아이에게 내밀어 보이고

쿵! 사내2가 내밀어 보이는 종이에는 청풍의 얼굴이 그려져 있고

아이; [이... 이 형은...] 아이 놀라 종이를 보고

사내2; [네가 아는 얼굴이로구나?] 눈 번뜩

아이; [예! 이 초상화에 그려진 건 청풍 형의 얼굴이 틀림없어요.] 그림을 들여다보며

사내2; [청풍?] 눈 번뜩. 사내1도 눈 번뜩이고

사내2; [청풍이란 자에 대해서 아는 대로 말해봐라.]

아이; [청풍형은요. 우리 동네 시장통에서 골동품 가게를 하는 조씨 할아버지 손자인데요.] 신나서 말하는 아이.

<찾았다!> 눈 번뜩이는 사내들. 그리고

근처 골목에서 그걸 보고 있는 15-6살쯤 된 똘망한 소년. 흑건회의 멤버다.

소년의 시점. 거리에서 사내1과 사내2가 아이의 설명을 듣는 모습. 아이는 시장통 쪽을 향해 손가락질하고 있고.

사내2가 들고 있는 그림 크로즈 업. 청풍의 얼굴이 그려져 있고

소년; (서둘러야겠어.) 시장쪽으로 달려가는 소년

 

#86>

골동품 가게 온고당. 분이가 총채로 가게 밖에 내놓은 물건들의 먼지를 털고 있다. 밝은 표정.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과 인사도 하고. 그때

[누나!] 외치는 소리. 돌아보는 분이

소년; [누나! 할아버지 안에 계셔?] 외치며 사람들 헤치고 달려오는 소년

분이; [진백아, 무슨 일인데 그러니?] 묻고

소년; [청풍형은 아직 안돌아왔지?] 헐떡이며 멈추고.

분이; [그래! 요즘 청풍오빠는 밤이 늦어야 돌아온단다.]

소년; [그럼 할아버지에게라도 빨리 알려드려야해!] 가게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분이; [얘가 무슨 일인데 이런데?] 당황하며 소년을 따라 들어가는데

[왜 그러느냐?] 덜컹! 가게 안쪽의 문이 열리고 누가 나오고. 물론 천불투고

천불투; [흑건회가 처리해야할 급한 일이라도 생긴 것이냐?] 문을 열고 나오는 천불투.

소년; [예 할아버지.] 헐떡이며 멈춰서면서 고개 숙이고

소년; [청풍형의 초상화를 들고 다니며 청풍형에 대해서 캐묻는 자들이 있어요.]

[!] [!] 놀라는 분이와 천불투

 

#87>

빈민가 외곽. 금릉성의 성곽과 연결된 곳인데 사람들이 많이 오간다

빈민가에서 나오는 사내1과 사내2. 좀 흥분한 표정이고

사내1; [오늘 우리가 큰 공을 세운 거 맞지요 형님?] 흥분

사내2; [이르다 말이냐?] 역시 흥분

사내2; [소당주를 고자로 만든 범인의 정체를 알아냈으니 인도부 형님은 물론이고 용두께서도 큰 상을 내리실 게 분명하다.]

사내1; [이게 다 인도부 형님이 장청풍이란 놈의 용모파기를 확보한 덕분이기도 하지요.] 흥분해서 말하는데. 앞쪽에서 천불투가 뒷짐을 짓고 걸어온다.

사내2; [그래. 이번 일로 인도부 형님이 용두의 뒤를 이어 첩혈당의 당주가 되실 가능성도 높아졌다.] 천불투가 다가오는 것 신경 쓰지 않고 대화

사내1; [정칠이 놈, 내심 용두의 후계자 자리를 노리다가 코가 쭉 빠지겠습니다.] 히죽 거리고. 그런 그자들을 지나치는 천불투

사내2; [코가 빠지는 정도는 아닐 것이다.] 역시 웃고. 슈욱! 그자의 품 속으로 무언가 들어가는 느낌을 묘사. 천불투가 손을 썼지만 사내2는 눈치채지 못한다.

사내1; [그럼...] 눈 치뜨고. 역시 천불투가 손을 쓴 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두 놈 옆을 천불투가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사내2; [정칠은 장청풍이란 놈과 불알친구잖냐.] [그래서 장청풍이 소당주를 고자로 만든 범인인 걸 알면서도 시치미 뚝 떼고 있었던 거다.] 음산하게 웃고

사내1; [옳거니!] [용두가 정칠이 놈을 그냥 두지 않겠군요.] 주먹으로 손바닥 치고.

사내2; [외아들이 고자가 된 화풀이를 장청풍이란 놈 뿐만 아니라 정칠에게도 할 게 분명...] + [어...] 말하다가 품속을 뒤지고

사내1; [왜 그러슈?]

사내2; [허전하다 했더니...] 오만상.

사내2; [돈주머니와 장청풍이 놈의 용모파기가 사라졌다.] 두리번거리고. 그러나 이미 천불투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사내1; [길이 좁아 해하천의 인간들과 부대끼는 사이에 떨어트리신 모양이오.]

사내2; [소매치기 당한 걸 수도 있고...]

사내1; [돌아가서 어떤 놈 짓인지 알아내 조져버릴까요?] 우둑! 두 주먹 쥐어 소리를 내며

사내2; [관두자.] [별로 중요한 물건들도 아니고...] [게다가 저 동네를 장악하고 있는 흑건회라는 조직도 만만하게 볼 놈들이 아니다.]

사내2; [괜한 분란 일으키지 말고 빨리 돌아가서 인도부형님께 보고나 하자.] 서둘러 걸어가고

사내1; [그럽시다.] 서둘러 따라가고

멀어지는 두 놈, 헌데

 

해하촌 입구 부분에 놓인, 노인들이 햇볕 쬐도록 놓여진 낡은 탁자 앞의 의자에 앉아서 그런 두 놈을 보고 있는 천불투. 손에는 청풍의 용모파기가 들려있고. 탁자 위에는 주머니가 하나 놓여있다.

용모파기를 보는 천불투. 이마 약간 찡그리고.

용모파기에 그려진 청풍의 초상화. 이어

용모파기는 내려놓고

주머니를 열어서

내용물을 탁자에 쏟아내는 천불투.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은자와 동전, 약병, 약봉지등등. 그리도 호패같은 길쭉한 뼈 조각이 하나 있다.

그 뼈 조각을 집어 들어 살피는 천불투

<喋血堂>이라는 글이 전면에 적혀있고

천불투; (첩혈당...) 그걸 보며 생각하는 천불투

천불투; (청풍이의 독하지 못한 성격이 화근을 남겼구나.) 한숨 쉬고

천불투; (무공과 도둑질 솜씨는 이미 노부를 한참 능가했지만 강호에서의 처신과 경험은 여전히 문제점을 노출하는구나.)

천불투; (이번 일을 계기로 청풍이의 일 처리하는 자세를 좀 조여야겠구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안되니...) 생각하는 천불투의 모습

 

#88>

낮. 오후. 넓은 강가에 자리한 포구. 그리 크지 않은 포구다. 배가 드나들지만 많지 않고. 포구에는 몇 채의 주막과 상점만 있다.

포구로 접안하는 배 한척. 여객선이다. 화물과 사람들이 타고 있다.

배에서 내리는 사람들. 장사꾼들이 대부분이다. 짐을 이고 지고, 수레에 싣고 밀고가기도 하고.

장사꾼들 중에 섞여있는 백변음마. 평범한 상인 복장을 하고 있는데 작은 서랍장만한 상자를 등에 짊어지고 있다. 광목천으로 묶어서. 아래 위보다 옆으로 길쭉한 상자다. 키 작은 사람이 웅크리면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 크기의 상자

다른 장사꾼들 사이에 끼어서 포구의 상점가로 향해 가는 백변음마. 약간 경사진 언덕에 상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다가

[!] 움찔! 하는 백변음마.

포구에서 상가로 통하는 오르막길 중앙에 표연히 서있는 청년. 키가 훤칠하고 체형은 날씬한 절세미남인데 코 아래 굵은 수염을 붙였으며 허리에는 보검을 한 자루 차고 있다. 뒷짐을 진 채 포구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을 보고 있다. 물론 이 청년은 남장을 한 진상파다.

백변음마; (저놈... 심상치가 않다.) 긴장

백변음마; (기세가 무시무시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평범하고 고요해서...) 사람들에 섞여서 걸어 올라가고

<존재감이 전혀 없어서 마치 저곳에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때문에 아무도 저자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약간 투명한 것처럼 보이는 진상파. 그 주변을 지나는 상인들은 아무도 진상파를 보지 않는다.

백변음마; (전설 속의 비비상처(非非想處;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른 자만이 저런 기도를 보일 수 있을 텐데...) 긴장하며 곁눈질로 진상파를 보면서 진상파의 옆을 지나가려 하고. 그때

진상파; [귀하도 금릉으로 가시는 중이시겠지요?] 자기 옆을 지나가려는 백변음마를 보지 않고 앞을 보며 말하고. + 백변음마; [!] 자기도 모르게 눈 부릅뜨고

진상파; [이번에 배에서 내린 사람들 중 오직 귀하만이 저를 의식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천천히 백변음마를 돌아보고. + 백변음마; (가볍고 투명한 음색!)

백변음마; (이제 보니 남장한 계집이었구나!) + [무... 무슨 말씀이신지 소인은 도무지...] 억지로 웃으며 굽신거리고

진상파; [억지로 숨기려 하지만 내공이 근 이갑자(二甲子) 수준에 이르는 내가고수시군요.] 백변음마를 지긋이 보고

진상파; [무엇보다도 귀하는 저의 존재를 극도로 경계하고 계시는데...] [제게 지은 죄가 있거나 저를 피해야하는 사정이 있으시겠지요?] 약간 웃으며 말하고

백변음마; [대... 대협께서 잘못 보셨소이다.] [소인은 상해(上海)에서 물건을 떼어다 금릉에 파는 장돌뱅이일 뿐이외다.] 비지땀 뒷걸음질

진상파; [그 말을 믿어드리려면 지고 계신 상자 안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을 해야겠어요.] 눈으로 백변음마가 짊어지고 있는 상자를 보며 말하고

백변음마; [내... 내가 왜 아무 상관도 없는 귀하에게 확인을 받아야하는 거요?]

진상파; [그 이유를 제 입으로 굳이 말씀드려야할까요?] 표정이 차가워지고

진상파; [백변음마님?] 싸늘하게 웃는다. 순간

백변음마; (들켰다!) + [젠장!] 팟! 이를 갈며 뒤로 휙 날아오른다. 엄청 빠르다. 하지만

진상파; [개방의 보고를 듣고 한번 떠본 것인데...] [귀하는 정말 백변음마였군요.] 슥! 차갑게 웃으며 백변음마가 날아가는 쪽으로 걸음을 내딛고. 직후

[잡아라!] [저 놈이 바로 당소저를 납치한 백변음마다!] [천라지망을 펼쳐라!] [놈이 짊어진 상자 안에 당소저가 들어있을 것이다.] 팟! 쐐액! 포구 마을의 여기저기에서 거지차림의 사내들이 날아오른다. 개방의 고수들이고. + [헉!] [히익!] 비로소 주변을 오가던 사람들과 마을 사람들 기겁하고

쐐액! 쏴아! 미사일처럼 날아가는 백변음마. 그 뒤를 새떼처럼 날아서 추격하는 십여명의 개방 고수들. 삐익! 삑! 여기저기서 날카로운 호각소리들이 들리고.

[이게 무슨 난리래?] [추격하는 것들의 행색을 보아하니 개방의 걸개(乞丐)들 같은데...] 사람들 놀라는 배경으로 진상파는 걸어서 백변음마가 사라진 곳으로 가는데. 직후

스윽! 진상파의 모습이 사라져서 주변 사람들 깜짝 놀란다. [헉!] [히익!]

[사... 사라졌다.] [여기 있던 청년도 가공할 고수였어.] 사람들 놀라고

 

#89>

험준한 바위 절벽으로 이어진 강변. 인적은 없다

쐐액! 그곳으로 날아오는 백변음마. 여전히 등에는 상자를 지고 있는데. 삐익! 삑! 펑! 퍼펑! 멀리서 호각소리와 불꽃이 치솟지만 개방의 고수들은 안 보인다.

백변음마; (따돌린 것같군.) 곁눈질로 뒤를 보며 날아가고

백변음마; (아무렴 천하의 백변음마가 너희들 거지 따위에게 따라잡힐 것같으냐?) 웃으며 앞을 보고

백변음마; (게다가 지금쯤 그 물건은 귀면지존에게 전해졌을...) + [!] 생각하며 날아가다가 눈 부릅뜨며 놀라고

쿵! 앞쪽에서 마주 걸어오는 진상파

백변음마; [어... 어느 틈에...] 파팟! 급정거하며 기겁하고

진상파; [내 눈에 띈 이상 숨을 곳도 달아날 곳도 없어요.] [그만 포기하고 당소저를 넘기세요.] 말하며 걸어서 다가오고

백변음마; [이제 보니 네년... 소문으로만 떠돌던 무림맹의 신임 맹주 검후로구나.] 뒷걸음질 치며. 공포에 질리고

진상파; [백변음마라는 별호답게 본녀가 남장을 한 걸 간단히 알아차렸군요.] 말하며 다가오고

진상파; [하늘의 호생지덕을 생각하여 죄 많은 귀하의 목숨을 거두지 않은 것이니 그만 포기하고...] + [!] 말하다가 찡그리고

백변음마; [네년이 검후든 뭐든 날 잡지 못한다.] 팟! 툭! 양손을 쳐올려서 등에 지고 있던 상자를 묶은 끈을 그대로 끊어버리고.

툭! 자연히 상자는 아래로 떨어지는데

백변음마; [결정해라! 날 잡을 것인지 이 계집을 살릴 것인지를!] 펑! 빙글 돌아서면서 발로 그 상자를 강하게 걷어찬다. 절벽 쪽으로

핑! 백변음마에게 걷어차인 상자는 절벽 밖으로 날아가고

진상파; [교활한...] 팟! 찡그리며 상자를 따라 절벽 쪽으로 몸을 날리고

백변음마; (됐다!) 팟! 왔던 길로 홱 돌아서서 날아가고

백변음마; (저 계집이 상자를 확보하려는 사이라면 충분히 추격을 따돌릴 수가...) + [!] 생각하며 날아가다가 눈 부릅뜨고

화악! 백변음마의 앞쪽 허공에서 선녀처럼 날아 내리는 진상파. 그런 진상파의 머리 위쪽에서 상자도 함께 날아 내리고 있다. 상자와 진상파의 몸은 반투명한 띠같은 것으로 연결되어 있다.

백변음마; (접... 접인신공(接引神功)으로 상자를 확보했구나!) 팟! 급정거하는데

진상파; [백변음마!] [당신은 피를 보지 않을 기회를 지금 막 잃었어요.] 스릉! 차갑게 말하며 허리에 찬 보검을 뽑는다. 바닥에 내려서면서

백변음마; (위험...) 팟! 왼쪽 소매 속에서 비수를 한 자루 뽑으며 뒤로 날아가려 하지만

푹! 이미 백변음마의 오른쪽 가슴을 깊이 찌르고 있는 진상파의 검. 가슴이 찔려 눈 부릅뜨는 백변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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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양주(揚州)> 역시 오전. 정오 전후. 바다같이 넓은 강과 일직선인 운하가 만나는 강변 도시. 수많은 배들이 운하와 강을 오가고 있다.

강변에서 멀지 않은 어느 장원. 살벌한 인상의 사내들이 경비를 서고 있고

<-천마련(千魔聯) 양주지부(揚州支部)> 장원 내의 웅장한 건물 배경으로 나레이션. 수많은 사람들이 건물 앞에 서성이며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다. 건물 입구에는 검은 복면을 쓴 검은 옷의 무사들이 삼업한 눈빛으로 경비를 서고 있다

[억울하오 삼공자(三公子)!] 높은 천장을 울리는 누군가의 외침

유덕정; [속하 유덕정(劉德丁)이 비록 성인군자는 아니지만 오십년 넘는 세월동안 부끄러운 짓을 한 기억은 맹세코 없소!] 쇠사슬에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악을 쓰는 거구의 사내. 몸이 금속처럼 번들거리는 인물인데 아주 호탕한 인상이다. 하지만 지금은 죄인같은 모습이다. 이자는 천마련의 양주지부장이다.

[부디 재심(再審)을 해주시오 삼공자!] 유덕정의 악 쓰는 소리를 배경으로 실내의 모습 묘사. 넓은 대청 내부인 실내에서는 지금 재판이 벌어지는 중이다. 백여명의 사람들이 대청을 가득 메우고 있다. 모두 긴장한 표정. 정문을 바라보는 곳에는 단상이 있고 단상에는 잘 생겼지만 거만한 인상의 청년이 태사의에 앉아서 서류를 보고 있다. 이 청년은 천강마존의 제자들 중 셋째인 옥기린 벽세황이다. 벽세황 캐릭터는 <건곤일척 자료집 제13페이지>에 나옴. 화려한 복장에 거만한 인상. 단상 아래에는 유정덕이 쇠사슬에 묶인 채 무릎 꿇고 있고 유정덕의 좌우에는 각기 열명씩의 검은 복면을 쓴 흑의인들이 손잡이가 좀 짧은 대신 칼날은 긴 청룡도를 들고 서있다. 이자들은 천마련 순찰당 소속인 흑혈살객들이다. 개개인이 대단한 고수들이고.

유덕정; [죽을 때 죽더라도 오명을 쓰고 죽을 수는 없소이다.] 이를 갈며 악을 쓰는 유덕정의 모습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천마련 양주 지부장 철신염라(鐵身閻羅) 유덕정>

벽세황; [유덕정! 네가 오늘 기필코 죽을 신세라는 건 잘 알고 있구나!] 보고 있던 서류를 접으며 음산하게 웃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천강마존의 셋째 제자 옥기린(玉麒麟) 벽세황(碧世皇)>

벽세황; [본련의 순찰당(巡察堂)에서 네 뒤를 샅샅이 캔 후 작성한 이 감찰보고서에 의하면 너는 스물 두 건의 횡령과 서른 네 건의 규정 위반을 저질렀다.]

벽세황; [죄가 이리도 명백한데 무죄를 주장할 염치가 있는 것이냐?] 준엄하게

유덕정; [횡령으로 분류된 자금은 사정이 어려운 형제들을 돕기 위해 절차를 어기고 사용한 것이고 규정 위반은 순찰당에서 유모에게 죄를 입히기 위해 지어난 것일 뿐이오.] 분노

유덕정; [나 유덕정이 죽을 죄를 짓지 않았다는 것은 양주지부의 모든 제자들이 알고 있소.] 주변을 둘러보며 외치지만

사람들 겁을 먹고 시선 피한다

유덕정; (저 비겁한 것들이...) 그걸 보며 이를 갈고

벽세황; [횡령이나 규정 위반은 그렇다 치고...] 품에서 편지를 한 장 꺼내고

유덕정; (또 무슨 수작을...) 눈 부릅

벽세황; [네 측근의 밀고에 의하면 넌 무림맹의 잔당들과 지속적으로 내통을 해왔다.] [이것이 그 증거고.] 편지를 들어 보이고

<무림맹의 잔당들과 내통을 해왔다?> <어떻게 그런 일이...> 주변 사람들 놀란 표정을 짓고

벽세황; [이 밀서에는 유덕정 네놈이 그동안 무림맹의 인간들과 어떻게 교류해왔는지가 자세히...] + 유덕정; [흐흐흐! 그만... 그만 합시다 삼공자.] 벽세황의 말을 막고

벽세황; [그만 하자?]

벽세황; [그럼 네가 무림맹의 잔당들과 한통속이었다는 걸 인정하겠다는 뜻이냐?]

유덕정; [나도 솔직해질 테니 삼공자도 솔직해지시오.] 가슴 펴며 흉포한 기세를 뿜어내고

유덕정; [삼공자가 오늘 나 유덕정에게 죄를 입혀 죽이려고 하는 것이 내가 사공자(四公子) 측의 사람이라 그런 것 아니오?]

<그럴 수도 있겠군.> <유덕정을 양주 지부장으로 임명한 것이 사공자였지.> <그럼 오늘 이 소동이 사신마재 사이의 알력 때문에 벌어지는 것인가?> 사람들 웅성 거리고

벽세황; [그런 거 없다.] 그런 사람들 반응 보며 냉소하고.

벽세황; [네가 넷째와 죽이 잘 맞는 건 알고 있지만 오늘 너를 죽이려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니라 네가 지은 죄에 대한 대가일 뿐이다.]

유덕정; [개소리!] 벌떡! 차랑! 버럭 고함지르며 벌떡 일어난다. 몸에 감긴 쇠사슬이 금속성을 내고

[감히!] [무릎 꿇지 못할까?] 복면을 쓴 흑혈살객들이 청룡도를 겨누며 위협하고. 그 배경으로 나레이션. <-천마련 순찰당 소속 흑혈살객(黑血殺客)들>

유덕정; [벽세황! 네놈이 사공자의 추종세력들에 대한 본보기로 날 죽이려한다는 것을 모를 줄 아느냐?] 흑혈살객들이 칼을 몸에 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외치고

벽세황;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냐 유덕정?] 피식 웃고

유덕정; [오냐 좋다! 이판 사판이니 앉아서 죽어주지는 못하겠다.] 펑! 기합을 지르자 유덕정의 몸이 확 불어나며 몸을 묶고 있던 쇠사슬들이 박살이 나며 끊어지고

[헉 이놈이...] [죽여라!] [혈도를 찍었는데 벌써 풀어버렸구나!] 쩍! 부악! 흑혈살객들이 일제히 청룡도로 유덕정을 벤다. 하지만

캉! 쩡! 유덕정의 몸을 벤 청룡도들이 철벽을 때린 듯 요란한 소리와 함께 튕겨져 나간다

[헉!] [이런...] [칼날이 통하지 않는다!] [조심해라! 놈은 철신공(鐵身功)을 익혀 몸뚱이가 쇳덩이보다 단단하다.] 청룡도가 튕겨지자 경악하며 비틀 물러서는 흑혈살객들

유덕정; [같이 죽자 벽세황!] 팟! 화악! 악을 쓰며 맹렬히 도약해서 단상의 벽세황을 덮쳐간다. 거대한 주먹으로 벽세황을 내리쳐 으깰 기세로.

[헉!] [조... 조심하십시오 삼공자님!] [안돼!] 사람들 비명 지를 때

벽세황; [내 손에 죽고 싶다면 그렇게 해주지!] 지지지징! 음산하게 웃으며 앉은 채 오른손을 내뻗는데. 그자가 내뻗는 오른손 손바닥에서 원형의 파문이 일어난다. 그리고

쩡! 바로 앞에까지 육박해서 주먹으로 후려치려는 유덕정의 몸이 벽세황의 손에서 일어난 원형의 파문에 휩슬린다. 그러자

펑! 몸뚱이가 물풍선처럼 터져서 뒤로 흩 뿌려지는 유덕정의 몸뚱이. 얼굴은 아직 남아있고

유덕정; [네... 네놈...] 물풍선처럼 터져서 뒤로 흩어지는 몸뚱이 위에서 머리통만 남아 눈 부릅뜨다가

퍼억! 후두둑! 텅! 텅! 대청 바닥에 흩 뿌려지는 유덕정의 시체. 사람들 기겁하며 사방으로 피하고

(가... 가공!) (금강불괴에 필적하는 단단하기를 지닌 유덕정의 몸뚱이가 물방울처럼 터져버렸다.) (천강마존 님의 제자는 역시 다르구나.) 퍼퍽! 후두둑! 바닥에 뿌러지고 흩어지는 유덕정의 몸뚱이 잔해를 보며 경악과 전율을 느끼는 장내의 사람들

벽세황; [사부님의 절기인 진멸천강인(振滅天罡印)에 죽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해라.] 흐흐흐! 지지징! 오른손을 앞을 겨눈 채 웃고. 그런 그자의 오른손 손바닥은 진동을 일으킨다.

<역시 천강마존님의 오대절기중 하나인 진멸천강인이었구나.> <진동을 일으켜 무엇이든 터트려버리는 최강의 마공이라던가?> 사람들 긴장과 공포의 표정으로 벽세황을 보고

벽세황; [유덕정은 죽을 짓을 한 응보로 죽었다.] [유덕정이 어떻게 자신의 죄값을 치뤘는지는 모두 잘 보았을 것이다.] 손을 내리며 말하고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삼공자님께 항명했으니 유덕정은 죽어 마땅합니다.] 급히 포권하며 대답하는 대청 안의 사람들

벽세황; [사부님께서 새로운 지부장을 지명할 때까지 부(副)지부장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라.] 말하다가 찡그리며 입구 쪽을 보고

입구쪽에 검은색 복면을 쓴 사내가 반으로 접은 편지 한 장을 두 손에 든 채 서있다. 감히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하고

벽세황; [뭐냐?]

사내; [방금 전 금릉지부에서 전서구로 날려 보낸 급전(急傳)이 도착했습니다.] 두 손으로 편지를 떠받혀 보이면서 말하고

벽세황; [금릉지부로부터의 급전이라...] 슥! 손을 앞으로 내밀고. 그러자

팟! 사내의 손에서 튕겨지듯 빠져나오는 편지

팟! 단번에 대청을 가로질러 벽세황의 손에 잡히는 편지. 거리는 30미터쯤

<가공...> <십여장의 거리를 격하고 접인신공(接引神功)을 발휘하다니...> 사람들 놀라고.

그 사이에 편지를 펼쳐서 읽는 벽세황. 사람들 그런 벽세황을 보고

 

<무림맹의 현 맹주 검후 진상파로 추정되는 표적이 금릉 일원에서 목격됨.> 편지의 내용

 

벽세황; [이거 이거...] 흥분해서 눈 치뜨고

벽세황; [금릉과 장강 하나를 사이에 둔 양주에 도착하자마자 본련의 첫째가는 골치덩이가 목격되었다?] 눈 번뜩이며 웃고

벽세황; (지나치게 공교롭긴 하다만 실로 천재일우의 기회이기도 하다.) 편지 읽으며 흥분. 손이 떨린다

벽세황; (검후 진상파를 제거하거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정체를 알아내기만 해도 다른 인간들과는 비교가 안되는 전공을 세우는 셈이니...)

벽세황; (검후 진상파...) 화르르르! 손바닥에서 열기를 일으켜 편지를 태우면서

<나 벽세황이 천마련의 차기 련주가 되는 발판이 되주어야겠다!> 불타는 편지를 들여다보는 벽세황의 음산한 얼굴 크로즈 업

 

#83>

위가대원. 역시 정오가 조금 안된 낮.

매화부인의 거처로 통하는 월동문 앞에서 수색을 당하는 청풍. 여자무사들중 세 명이 나와서 바구니를 뒤지고 있다. 두명은 바구니를 뒤지고 한명은 돈 주머니를 들고 서있다. 청풍 앞에선 타노가 두루마리를 펴서 보고 있다.

두루마리에 그려진 것은 잠옷을 입고 안락의자에 누워있는 도발적인 자태의 매화부인인데 채색이 되어 있고 좀 더 자세해졌다. 두루마리에 표구가 된 모습이고.

청풍; [오... 오늘 완성이 될 것같아서 미리 표구까지 해왔습지요.] 타노의 눈치를 보며 말하고

[...] 날카로운 눈으로 그림을 살피는 타노

표구의 상태도 살피고

청풍; [오래 전에 그려진 분위기를 내려고 신경을 썼습니다만...] 눈치 보는 청풍.

청풍;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표구는 새로 하겠습니다.]

타노; [그럴 거 없다.] 다시 두루마리를 말고

타노; [그림 값은 미리 줄 테니 가능한 빨리 끝내고 본원을 떠나라.] 두루마리를 청풍에게 건네주며 뒤에 돈 주머니를 들고 서있는 여자 무사에게 고개 짓을 하고. 두손으로 두루마리를 받는 청풍

기다리고 있던 여자 무사가 묵직해 보이는 돈 주머니를 들고 청풍에게 다가온다

타노; [은자 천 냥 어치의 금원보(金元寶)를 넣었다.] 여자무사가 청풍에게 돈 주머니를 건네주는 것을 보며 말하고

청풍; [천... 천 냥!] 입 딱 벌리고

타노; [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느냐?] 노려보고

청풍; [아니, 아닙니다요.] [그림 한 점에 천 냥이라니... 상상도 못해본 거금이라서...] 돈 주머니를 두손에 들고 부들부들 떨고

타노; (좀스러운 놈!) + [만족했다면 되었다.] 옆으로 물러서고

타노; [주인님께서 퇴청하시기 전에 그림을 완성하도록 해라.] 들어가라고 하고

청풍; [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요.] 허둥대며 바구니를 한손으로 들고. 한손으로는 돈주머니를 가슴에 품은 자세로 끌어안은 채. 이어

허둥지둥 월동문 안으로 달려 들어가는 청풍. 타노는 월동문 밖에 서서 보고 있고 여자 무사들은 따라들어간다.

<저 인간, 다리가 풀렸어.> <하긴 그림쟁이 주제에 천 냥이라는 거금은 구경해본 적도 없겠지.> 웃으며 청풍을 따라 들어가며 전음으로 대화하는 여자 무사들

<은자 천 냥이면 거금이긴 하지. 아껴 쓰면 은자 두 세 냥으로도 한달을 살 수 있.는 세상이니까.> <운 좋게 마님 눈에 들어 복이 터진 거지.> 여자무사들이 전음으로 대화 나누며 따라가는 앞쪽에서 청풍이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 월동문 밖에서 그걸 보며 찡그리는 타노

타노; (지울 수 없는 찜찜함...)

<나의 걱정과 우려가 그저 노파심이고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으며 밖을 살피는 청풍의 모습을 배경으로 타노의 생각

 

#84>

건물 안으로 들어서며 문을 닫는 청풍. 몸을 옆으로 조금 돌린 채. 그 직후

청풍의 뒤에서 사람 눈이 반짝이고

화악! 뒤에서 청풍을 두 팔로 와락 끌어안으려는 여자의 실루엣. 물론 매화부인이다.

청풍; [으헥!] 알고 있었으면서도 놀라는 척하며 몸을 옆으로 돌려 들고 있던 바구니를 매화부인에게 안겨주듯 내미는 청풍.

매화부인; [어멋!] 엉겁결에 청풍 대신 바구리는 끌어안으며 놀라고. 여전히 야한 잠옷을 입고 있다.

청풍; [마... 마님...] 놀라는 척 뒷걸음질

매화부인; [뭐야 정말?] 바구니를 안은 자세로 눈 흘기고

매화부인; [보는 눈도 없는데 못 이기는 척 당해주면 어디가 덧나?] 곁눈질로 밖을 보며 속삭이고. 그러면서 청풍에게 다가오려 하고. 바구니를 앞으로 밀면서

청풍; [제... 제발 봐주십시오 마님. 소인은 더 살고 싶습니다.] 바구니로 앞을 가리며 울상 짓고. 곁눈질로 문쪽을 보면서 속삭이며. 그러자

매화부인; [겁쟁이...] 눈을 흘기고

매화부인; [사내대장부가 그렇게 용기가 없어서 어떻게 해?] [몰래 훔쳐 먹는 게 더 맛있는 거 몰라?] 바구니를 놓으며 뒤로 물러서고

청풍; [지... 지금의 저는 사내가 아니고 화공일 뿐입니다요.] 바구니 내리며 비굴하게 웃고

청풍; (그래도 여운은 남겨야 귀찮게 굴지 않겠지?) + [인연이 있다면 훗날 다시 만날 수도 있을 테니... 위가대원 안에서는 사정을 좀 봐주십시오.]

매화부인; [인연이 있다면 다시 만날 수도 있다라...] 배시시. 얼굴에 홍조

매화부인; [지금 그 말 잊지 마.] 입으로 키스 하는 시늉하며 돌아서고

청풍; (살았다.) 안도하며 매화부인을 따라 가고

매화부인; [그럼 작업 시작해봐.] 안락의자로 가고

매화부인; [내 나이 서른 살 넘긴지 어느덧 몇 년 됐어.] [언제 팍 시들어 버릴지 모르는 신세이니 예쁘게 그려줘야 해.] 안락의자에 앉으려 하며

청풍;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바구니를 탁자에 올려놓고

청풍; [그보다... 작업 들어가기 전에 술 한 잔 마실 수 있을지요?]

매화부인; [술?] 안락의자에 앉으려다가 흠칫! 돌아보고

청풍; [방금 전에 너무 놀라서 가슴이 두근 거지는 게 갈아앉지를 않습니다요.] [술이라도 한 잔 마셔야 진정이 될 것 같습니다.] 좀 헐떡이며

매화부인; [이런, 내가 손님 대접이 너무 소홀했네.] 앉으려던 안락의자에서 다시 일어나고

매화부인; [잠깐만 기다려. 기막힌 명주(名酒)를 맛보게 해줄 테니까.] 살랑거리며 거실에서 다른 곳으로 통하는 문을 향해 간다

엉덩이가 얇은 잠옷 속에서 샐룩거리고

매화부인; (독한 술을 먹이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지도 몰라.) 발개져서 여우같은 표정으로 뒤를 보며 문을 열고 들어간다. 뒤에서는 청풍이 바구니에서 그림 그릴 도구들을 꺼내고 있고

<됐다!> 문을 열고 그 방으로 들어가는 매화부인. 그림 그릴 도구들을 꺼내면서 곁눈질로 그걸 보는 청풍의 생각

청풍; (지금까지는 예상했던 대로다.) 슥! 바구니에서 두루마리를 꺼내들고. 이어

촤악! 탁자 위에 두루마리를 활짝 편다. 두루마리가 펴지면서 드러나는 그림은 물론 매화부인의 요염한 자태인데. 표구가 되어 있고

슥! 표구가 된 그 그림의 한쪽 모서리를 손톱으로 일으켜서

스윽! 재빠르게 그림을 한 겹 벗겨내는 청풍.

쿵! 매화부인의 전신 초상 아래에서 드러나는 그림. 바로 낙신부도다. 벽에 걸려 있는 낙신부도와 똑같고

낙신부도 모사품을 들고 벽으로 가는 청풍

벽에 걸린 낙신부도의 그림 크로즈 업

슥! 한손으로 벽에 걸린 낙신부도를 떼어내는 청풍.

턱! 다른 손으로 가짜 낙신부도를 벽에 거는 청풍.

진짜 낙신부도를 들고 다시 탁자로 오는 청풍.

촤악! 낙신부도를 탁자 위에 펴고.

바구니에서 둘둘 만 종이를 하나 꺼내들고.

촤락! 그 종이를 펴자 대충 그린 매화부인의 모습이 나타나고

스윽! 그 종이를 낙신부도 위에 대고 스윽 문지르는 청풍. 그러자

매화부인을 그린 두루마리가 된다.

스슥! 그걸 둘둘 말아서

바구니에 넣고.

또 다른 두루마리를 꺼내서.

촤락! 펼친 후

스윽! 처음 두루마리에서 떼어낸 매화부인 그림을 위에 대고 편다. 그러자

처음 두루마리처럼 변하는 두루마리. 그 직후

매화부인; [오래 기다렸지?] 양손으로 술잔을 하나씩 들고 나오는 매화부인. 와인잔 같은 술잔이다.

청풍; (아슬아슬했군.) + [아닙니다요.] 붓과 벼루 등을 늘어놓고

매화부인; [자 받아.] 양손으로 들고 온 술잔중 하나를 내밀고

청풍; [감사합니다.] 두손으로 받고

매화부인; [백주(白酒;증류주) 중에서 최고로 치는 양하대곡(洋河大曲)이라는 명주야.] [이거 한 잔에 은자로 서른 냥이 넘어.] 자기 손의 술잔을 들어 보이고

청풍; [한 잔에 서른 냥이 넘는 술이라니... 은자를 그냥 마시는 셈이로군요.] 눈 휘둥그레지고

매화부인; [앞으로도 좋은 인연 맺도록 해!] 추파를 보내며 술잔을 내밀고

청풍; [영광입니다요.] 챙! 두손으로 술잔 내밀어 매화부인의 술잔과 부딪히고

이어 마시는 두 사람. 매화부인은 음미하며 마시고

청풍; (미안하지만 당신과는 오늘 이후로 두 번 다시 만날 일 없을 거요.) 청풍은 술을 마시면서 그런 매화부인을 곁눈질로 본다

<장소든 사람이든 도둑질과 관련된 것에 미련을 남기는 것이 우리 업계에서 첫 번째로 치는 금기이므로...> 술을 마시는 두 사람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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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금릉> 낮. 금릉 외곽의 포구. 멀리 자금성도 보이는 곳인데 수많은 배들이 드나들고

포구에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어시장도 있고 온갖 화물을 취급하는 화물상들도 즐비하고. 시장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것 보여주고.

포구의 뒷골목. 거칠어 보이는 인상의 사내들이 오간다. 조폭들이고.

어느 건물. 흉악한 인상의 조폭들이 입구에 경비를 서고 있다.

인도부; [해하촌?] 탕! 탕! 커다란 칼로 고기 덩어리를 내리쳐서 자르며 말하고. 아주 넓은 푸줏간 같은 내부에서 고기를 토막 내며 누군가에게 묻고

육항; [예... 금릉 남쪽에 자리한 빈민가인데... 정사두의 고향인 곳입니다.] 인도부가 고기 토막 치고 있는 탁자 앞에 겁 먹고 서서 대답하는 덩치 큰 젊은 사내놈. 바로 정칠을 수행하여 해하촌에 왔던 두 명의 부하 중 보디빌더같이 생긴 육항. 이놈은 인도부가 정칠 주변에 박아놨던 간세다. 실내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소, 돼지의 고기들이 걸려있고. 주변에서는 다른 백정들이 역시 칼질하며 고기를 자르고 썬다. 살벌하고 섬뜩한 분위기

인도부; [알어. 이 새끼야.] 텅텅! 칼로 고기를 토막 치면서 육항에게 눈 흘기고

인도부; [내가 궁금한 건 정칠이 놈이 뜬금없이 고향이 간 이유란 말이다.] 쾅! 칼로 도마의 위의 고기를 세게 내리치고

육항; [친... 친구와 지인들을 만날 때 거리가 있어서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만...] 깜짝 놀라고 겁을 먹고

육항; [어제 정사두가 유일하게 탐문했던 곳이 해하촌입니다.]

인도부; [확실히 해하촌에 뭔가 있군.] 히죽 웃고

인도부; [수고했다 육항(陸抗)아.] [돌아가서 정칠이 놈의 행적을 주시하다가 특이한 점이 있으면 보고해라.] 탕탕! 고기 자르면서 말하고

육항; [예 사두!] 고개 숙이고

식은땀 닦으며 서둘러 도축장에서 나가는 육항

인도부; [거기 두 놈!] 칼질 멈추면서 주변의 졸개들에게 고개짓하고

[예 형님!] [하명하십시오 사두!] 졸개들 중 두 놈이 칼질 멈추며 돌아본다.

인도부; [이 용모파기 갖고 해하촌에 가서 탐문하고 와라.] 접은 종이를 내밀고.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다가오는 졸개들 두놈.

[존명!] [다녀오겠습니다 사두!] 한놈이 두손으로 종이를 받고

서둘러 나가는 두 놈. 그 배경으로 다시 칼을 집어드는 인도부

인도부; [조금만 기다려라 정칠아.] 칼날을 살피고. 칼날에는 피와 기름이 묻어 번질거리고

인도부; [이 형님이 네놈의 껍질을 홀라당 벗겨줄 테니까.] 혀로 칼날에 묻은 피를 핥으며 변태적으로 웃는 인도부의 얼굴 크로즈 업

 

#81>

낮. 오전. 11시쯤. 자금성이 멀리 보이는 금릉 중심부의 넓은 대로. 폭이 30미터쯤 되는 그 넓은 길을 사람들과 우마차가 뒤섞여서 오간다. 북새통

사람들 사이로 등에 바구니를 지고 걸어오는 청풍이 보인다. 다시 코 아래 굵은 수염을 붙인 모습이고

청풍; (꼬박 밤을 새긴 했지만 낙신부도의 모작을 거의 완벽하게 완성했다.) 좀 피곤한 표정으로 하품을 하고. 손으로 입을 두드리며

<정말 뛰어난 안목을 지닌 자가 아니라면 이것이 모작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등에 짊어진 바구니에 꽂혀있는 두루마리를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청풍; (정오가 채 안된 오전이면 상시태감 위태무는 거의 확실하게 자금성에 있을 테고...) 하품하는 바람에 찔끔 나온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으면서

청풍; (그래도 혹시 모르니 상시태감이 위가대원에 없을 시간에 가서 진짜와 바꿔치기를 해야 한다.) 걸어가고. 바로 그때

뿌우! 뿌우! 어디선가 불피리 소리가 들리고. 청풍이 흠칫! 할 때

주변의 사람들 당황하며 급히 좌우로 피한다. 우마차들도 옆으로 피하는 바람에 여기저기서 소동이 일어난다.

청풍; (뿔피리 소리...) 사람들에 섞여서 옆으로 피하고

청풍; (높은 사람의 행렬이 지나간다는 신호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 서서 뿔피리 소리가 들려온 쪽을 기웃거린다. 대로 중앙에 삽시에 넓은 길이 만들어졌다.

뿌우! 뿌우! 뿔피리소리가 들리고.

청풍; (어떤 높은 분께서 대낮에 이토록 요란하게 행차를 하는 것일까?) (방향으로 봐서는 자금성으로 가고 있는 행렬 같은데...)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고개 내밀어 나팔 소리가 들리는 쪽을 본다. 자금성과 반대쪽이다.

뿌우! 뿌우! 길 저편에서 오는 기마대 행렬. 수십기의 기마가 오는데 맨 앞쪽의 말에 탄 두 명의 병사가 뿔피리를 입에 물로 불고 있다. 그 뒤로 두 개의 깃발을 든 기수가 따라온다. 그자들이 높이 쳐든 깃발에는 <漢> <明>등의 글이 크게 적혀있다.

<漢>이라 적힌 깃발 크로즈 업

청풍; (한(漢)!) 눈 번뜩

청풍; (그렇다는 건 저 기마 행렬의 주인이 영락제의 차남인 한왕(漢王) 주고후(朱高煦)라는 뜻...) 눈 번뜩이며 기마 행렬을 본다

청풍; (비록 금릉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왕의 행렬은 오늘 처음 보게 되었다.)

청풍; (한왕은 대체 어떤 인물일까?) (소문에 듣기로는 제 아비에 못지 않게 야심이 크고 거친 성격이라고 하던데...) 고개 좀 내밀어 살필 때

[고두(叩頭)하라!] [한왕전하의 행차시다! 예의를 각춰라!] 깃발 뒤에서 따라오며 좌우로 외치는 기사들.

사람들 급히 무릎을 꿇거나 뒤로 물러나며 고개 숙이고

청풍; (거만하기 이를 데 없다는 평판인 한왕의 수하들답게 안하무인이군.) 주위 사람들과 함께 뒤로 물러서며 고개를 숙이고

따닥! 따각! 그 앞을 지나가는 수십 기의 기마 행렬.

나팔수와 깃발 든 자들, 그 뒤로 십여기의 기마가 이어진 후

쿵!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한왕. 다른 말들 보다 덩치가 1.5배쯤 큰 거대한 백마 위에 거만하게 앉아있다. 복장이 아주 화려한데 백마도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고. 허리에는 보검을 한 자루 차고 있다. 한왕 캐릭터는 <건곤일척 자료집 제22페이지>에 나옴. 한왕의 바로 뒤에는 음침한 인상의 늙은 환관이 한명 따르고 있다. 물론 그 늙은 환관은 하원길이다.

청풍; (저 인물이 영락제의 차남인 한왕 주고후...) 곁눈질로 한왕을 보고. 직후

쿠오오오! 지이이잉! 청풍의 앞을 지나가는 한왕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일어난다. 청풍의 눈에만 보이는 기운이고

청풍; (가공...) 눈 부릅뜨며 숨을 멈추고

청풍; (한왕의 몸에서 뿜어지는 패도적인 기운에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다.) 숨이 막혀 비틀거리고

청풍; (패기뿐 아니라 위가대원의 집사 타노를 한참 웃도는 막강한 공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청풍; (한... 한왕이 엄청난 무공을 지닌 고수이기도 했을 줄이야.)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지려 하고. 그때

콱! 누군가의 손이 청풍의 팔을 잡는다. 거친 사내의 손이 아니라 갸름하며 긴 여자의 손이다. 움찔! 하며 돌아보려는 청풍. 그때

진상파; <기척을 드러내지 마시오.> 청풍의 옆에 서서 청풍의 팔을 한손으로 잡은 채 한왕쪽을 보며 전음으로 말하는 진상파. 현재 진상파는 신분을 숨기기 위해 남장을 하고 있다. 청풍처럼 코밑에 수염을 붙였고 남자 복장을 하고 있으며 머리에는 사각형의 모자를 썼다. 진상파는 키가 거의 청풍 만하다. 그래서 아주 잘 생기고 훤칠한 미남으로 보인다. 진상파는 당분간 남장을 한 모습으로 나온다.

청풍; (이 인물 언제 내 곁에...) 놀라서 남장한 진상파를 돌아보고

진상파; <주고후는 성품이 호랑이같고 삵쾡이같아서 시의심(猜疑心)이 많은 인물이오.> 앞을 보는 자세로 청풍의 팔을 잡아 부축하며 말하다가

진상파; <자기보다 뛰어난 자를 용납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진정한 면모를 알아보는 자도 좋아하지 않소.> 슥! 고개를 숙여 무언가를 피하는 모습이고

청풍; (위험...) 역시 무언가 느끼고 급히 진상파를 따라 고개를 숙이고

쿠오오! 무시무시한 기운을 흘리며 지나간 한왕이 몸을 반쯤 돌려서 청풍과 진상파 쪽을 돌아본다. 두 눈에서 마귀같은 안광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청풍; (무... 무서운 인간! 나와 이 사람의 존재를 느낀 것같다.) 숨을 죽이며 고개를 숙이고

한왕; [...] 움직이는 백마 위에서 돌아보며 청풍과 진상파 근처를 보고. 한왕 주변의 기사들도 긴장한 표정으로 주변을 감시한다.

청풍; (지인지감(知人之鑑;사람의 재능을 알아보는 능력)...) 긴장한 채 고개를 숙이고

청풍; (한왕은 제왕이 될 자의 필수적인 능력이라는 지인지감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우리 두 사람이 흘려내는 평범하지 않은 기운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청풍; (문제는 한왕이 그 지인지감을 시기하고 질투할 대상을 찾아내는 데 쓴다는 점...)

청풍; (저 패왕(覇王)의 눈에 띄면 좋을 일이 하등 없으니 절대 들켜서는 안된다.) 생각할 때

따각! 따각! 돌아보는 한왕을 태우고 멀어지는 백마. 이제 한왕의 행렬은 거의 다 지나갔고

하원길; [성심(聖心;임금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작자가 있는지요?] 한왕을 따라가는 말 위에서 조심스럽게 묻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전(前) 상시태감 하원길(河元吉)>

하원길; [분부를 내리시면 저 일대의 인간들을 도륙해버리도록 하겠습니다.] 청풍과 진상파가 있는 근처를 돌아보며 말하지만

한왕; [됐다.] 고개 저으며 다시 앞을 보고

한왕; [가뜩이나 아바마마께서 내 행적을 못마땅하게 여기시고 계시는데 소동을 일으켜서 좋을 거 하나 없다.] 냉소하고

하원길; [명심하겠습니다 전하.] 고개 숙이고

한왕; [모든 정황이 형님께서 곧 천수(天壽)를 다하실 것을 가리키고 있다.] 흐흐흐 음산하게 웃고

한왕; [가만히 앉아있어도 제위가 내 앞으로 굴러 떨어질 형국인데 무리를 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

하원길;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한왕; [다른 데 신경 쓰지 말고 위태무를 비롯하여 형님 주변에 기생하는 버러지들의 동향이나 철저하게 파악하도록!]

하원길; [존명!]

한왕; [오랜만에 금릉에 들렀으니 아우 된 처지로 형님의 안부를 묻지 않을 수 없는 일!]

한왕; [형님께서 얼마나 더 이 좋은 세상에서 영화를 누리실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다.] 흐흐흐! 웃는 한왕의 얼굴 크로즈 업

 

청풍; (십년감수했다.) 가슴 쓸어내리며 한왕 일행의 뒷모습을 보고. 청풍의 팔은 아직 진상파가 잡고 있다. 사람들은 다시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해서 거리가 번잡해지고 있고. 멀리로 한왕 일행이 자금성을 향해 가는 뒷모습이 보인다.

청풍; (만일 한왕의 눈에 포착되었다면 어떤 식으로든 후환이 있었을 것이다.) 생각하다가 흠칫! 슥! 청풍의 팔을 잡고 있던 진상파의 갸름한 손이 풀린다

청풍; [형장!] 포권하며 옆을 돌아보고

청풍; [오늘 큰 신세를...] 포권 하다가 흠칫! 하고. 진상파가 이미 등을 돌려서 사람들 사이로 걸어가고 있다. 늘씬하다

청풍; (쌀쌀맞은 친구로군.) 쓴웃음 지으며 포권을 풀고

청풍; (인사라도 받아주지 않고...) + [!] 생각하다가 눈 부릅

사람들 사이로 섞이고 있는 진상파의 뒷모습. 헌데

스윽! 옷이 사라지며 진상파가 알몸이 된다. 실제로 알몸이 되는 게 아니고 청풍의 눈에 정확하게 진상파의 실체가 보이는 것. 마치 투명한 비밀 옷을 걸친 듯이 보인다.

청풍; (이제 보니...) 눈 치뜬 채 좀 얼굴 벌개지고

청풍; (남장여인(男裝女人)이었구나.) 침 꿀꺽

<만천신안을 지닌 덕분에 나는 사물의 실체를 그대로 보는 게 가능하다. 여자면서도 키가 훤칠해서 나 아닌 다른 사람은 저 여자가 남장여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알몸으로 걸어오는 진상파의 앞쪽의 모습. 알몸의 윤곽 위에 옷이 투명하게 걸쳐져 있는 모습이고. 발에도 투명한 신발을 신었고. 코 아래에는 투명한 수염의 흔적이 있다.

청풍; (나이는 나보다 서너 살 정도 위...) (내공은...) 눈을 가늘게 뜨며 진상파 쪽을 보고. 그러다가

청풍; (정말 놀랍군. 저 나이에 나와 비슷한 이갑자(二甲子) 정도의 공력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눈을 치뜨며 놀라고

<게다가 제대로 된 내공심법을 익히지 못해서 내공의 태반을 쓰지 못하는 나와 달리 저 여자의 몸에서는 무시무시한 잠경(潛勁)이 느껴진다.> 쿠오오! 알몸처럼 보이는 진상파의 몸 주위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기운.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고

청풍; (즉, 이갑자 수준의 내공을 온전히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뜻이다.)

청풍; (내가 본 게 정확하다면 저 여자는 무림칠절 보다도 그리 아래가 아닌 고수다.) (대체 당금 무림의 누가 저런 여장부를 길러낸 것일까?)

청풍; (그저께 밤에 만났던 그 여자처럼 도척총림(盜跖叢林)에서 작성한 구품인명록(九品人名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여자인데...) 신소심을 떠올리고

청풍; (생각 같아서는 뒤를 밟아 정체를 알아내고 싶다만...) 이제 사람들 사이로 사라져 거의 안 보이게 된 진상파를 보며 돌아서는 청풍

청풍; (낙신부도를 손에 넣는 게 당면의 과제이니 아쉽지만 포기하자.) 사람들 사이를 걸어가고. 헌데

 

진상파; (이제야 그 집요한 시선을 거두네.) 역시 뒤쪽을 곁눈질하고. 멀리 사람들 사이로 바구니를 짊어진 청풍의 뒷모습이 조금 보인다

진상파; (저 사내...)

진상파; (처음 봤을 때부터 눈에 띄었는데...) 사람들 사이에서 청풍이 바구니를 짊어지고 자기 앞을 걸어가던 장면을 떠올리고

진상파; (언젠가 본 누군가를 연상시키는 인물이다.) 4-5살 무렵의 진상파가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주저앉아 위를 올려다보고 있다. 진상파 옆에는 역시 피투성이가 된 여자가 쓰러져 있다. 진상파가 올려다보는 것은 해를 등진 채 내려다보는 거인의 실루엣이다. 뒷짐을 진 그 거인은 바로 사자천존이지만 실루엣으로 묘사

진상파; (촌각을 다퉈서 당아연을 구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정체가 뭔지, 어떤 사연을 지녔는지 알아보고 싶은 사내다.)

진상파; (저런 인물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띄인 걸 보면 금릉이 복호잠룡(伏虎潛龍)의 땅이라는 소문이 사실이었다.)

<어쨌거나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나게 되겠지.>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는 진상파를 배경으로 진상파의 생각 나레이션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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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다시 자금성. 밤이 아주 깊었다.

황태자의 거처. 인적이 끊겼고. 환관들만 경비를 서고 있다

안에서 나오는 위태무. 인사하는 환관들

위태무; [경비에 만전을 기해라.] [장차 지존(至尊)이 되실 황태자전하의 신변에 변고라도 생긴다면 모두 함께 죽을 각오를 해야만 한다.] 환관들 지나가며 말하고

[존... 존명!] [신명을 바쳐 전하를 보위하겠습니다.] 겁에 질리고 긴장하여 대답하는 환관들

환관들을 등지고 걸어가는 위태무

위태무; (황태자가 오래 버티지 못할 것같다. 섭음보정대법으로 연명시키는 것도 한계에 이른 때문인데...) 찡그리고

위태무; (반면 영락제는 육순을 넘긴 나이에도 펄펄 날고 있고...)

위태무; (아무래도 역천지계(逆天之計)를 좀 더 앞당겨야할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며 건물들 사이로 가고. 그러자

건물 어둠 속에 서있던 젊은 환관 한 놈이 소리 내지 않고 인사한다. <용맥백정> <건곤일척> 등에 나온 젊은 환관 <왕진> 캐릭터. 이 작품에서도 이름은 왕진. **왕진은 실존인물임**

위태무; [노부에게 직접 보고해야할 사안이 생겼느냐?] 왕진에게 말하며 지나가고.

왕진; [세 가지 보고드릴 사안이 생겼습니다.] <-남경분조 소속 환관 왕진(王振)>

위태무; [말해봐라.] 걸어가며 말하고.

이하 두 사람은 건물 사이를 걸어가며 대화를 나눈다. 왕진이 위태무보다 한 두걸음 뒤에서 따라오는 모습으로

왕진; [먼저 소주쪽으로 채화(採花)를 나갔던 백변음마(百變淫魔)로부터 전서구가 도착했습니다.]

위태무; [성과가 있었다더냐?] 눈 번뜩

왕진; [예!] [백변음마는 최상급의 계집을 확보했으며...] [내일 중으로 금릉에 도착할 수 있을 것같다고 합니다.] 좀 흥분한 표정으로 대답하고

위태무; [있을 것같다?] 찡그리며 뒤를 곁눈질하고

왕진; [손에 넣은 계집이 사천당문 문주 당천성의 막내딸이라고 합니다.] [그 때문에 운신(運身)을 극도로 조심하다보니 전서구도 이제야 겨우 보낸 듯합니다.] 눈치보고

위태무; [사천당문과 관련된 모든 인간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있겠군.] [무림맹에서도 좌시하지 않을 테고...] 불쾌하고

왕진; [뒷탈이 마음에 걸리신다면 백변음마에게 금릉으로 오지 말라고 전하겠습니다.] 눈치 보며

위태무; [그럴 것 없다.] 고개 젓고

위태무; [만일 사흘 내로 다른 채화사들이 순음지체인 계집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심각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위태무; [번거로운 일이 생길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일단 백면음마에게 당천성의 막내딸을 금릉으로 데리고 오게 해라.]

왕진; [그리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위태무; [지급으로 보고할 다른 두 가지는 뭐냐?]

왕진; [어젯밤에 손태부의 여식 신변에 변고가 있었습니다.] 눈치 보며

위태무; [손영롱의 신변에 변고?] 찡그리고. 움찔!

위태무; [혹시 그 계집이...] 걸어가며 고개만 돌려서 왕진을 돌아보고

왕진; [누군가에게 납치되었다가 돌아왔는데...] 눈치 보며

왕진; [정황상 처녀(處女)를 잃지는 않은 듯합니다.]

위태무; [몸을 더럽히지 않았다니 다행이로군.] 조금 안도

위태무; [손영롱 역시 무결점의 순음지체라 유사시에는 황태자전하를 치료하는 데 쓸 수 있다.] 다시 앞을 보며 걸어가고

왕진; [황태자전하께서 천명(天命;하늘이 준 목숨)을 이어가실 수만 있다면 손태부의 딸이라 해도 희생 시켜야겠지요.] 끄덕

위태무; [순음지체인 것 외에도 손영롱은 황태손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즉, 장차 우리가 황태손을 원하는 대로 조종하는 데 긴요하게 쓰일 재원이라는 뜻이다.]

위태무; [그런 귀중한 존재인 손영롱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면 손해가 막심했을 것이다.]

왕진; [손영롱이 실종되었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채 반시진(;한시간)이 안 걸렸다고 합니다.] [그 정도면 무슨 일을 당했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 아닐지요?]

위태무; [경과를 자세히 말해봐라.] [어떤 간 큰 자들이 손태부의 딸년을 건드렸고 또 무사히 돌아온 것인지...] 앞을 보며 표정이 좀 살벌해지고

왕진; [손영롱을 납치한 자는 첩혈당의 소당주인 이보옥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작자의 수중에서 손영롱을 구해 손가장으로 돌려보낸 자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위태무; [이세창... 그 버러지를 귀찮아서 방치했더니 자식새끼가 사단을 벌였군.] 살기를 뿜어내고

왕진; [인과응보라고... 이보옥은 이미 죄의 값을 치룬 상태입니다.] 눈치보며

위태무; [왜?] [손영롱을 구한 자가 그놈을 병신으로 만들기라도 했단 말이냐?] 고개 조금 돌리며 묻고

왕진; [조만간 이세창이 제 아들놈을 환관으로 삼아달라고 청을 넣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히죽 웃고

위태무; [범인이 이보옥의 양물을 잘랐다?] 좀 놀라며 돌아보고

왕진; [예! 그나마 쇠붙이를 쓰지 않고 무공으로 깔끔하게 잘라준 덕분에 이보옥이 죽는 일은 없을 듯합니다.]

위태무; [*뿌리를 함부로 놀리는 놈에게 제대로 된 응징을 했군.] 웃고

왕진; [이세창으로서는 대가 끊길 처지가 되었으나...] [제 자식이 지은 죄의 심각함을 절감한 듯 내색도 못하고 있는 중입니다.]

위태무; [이세창을 한번 손 봐 주긴 해야겠군.] [비록 자식새끼의 짓이긴 해도 황실과 관련된 인사의 딸이 변을 당할 뻔 했으니...] 표정이 음산해지고

왕진; [황실과 관부의 힘이 별거 아닐 걸로 아는 흑사회의 인간들에게 경종을 울릴 필요는 있을 것입니다.] 끄덕이고

위태무; [마지막 급박한 사안은 무엇이냐?]

왕진; [아무래도 무림맹에서 뭔가 냄새를 맡은 듯합니다.] 조심스럽게

위태무; [무림맹이 냄새를 맡았다?] 찡그리고

왕진; [무림맹 사대장로중 한명인 금정신니의 종적이 얼마 전부터 금릉 근처에서 목격되고 있으며...] 금정신니를 떠올리며 말하고

왕진; [최근 폐관수련을 마친 무림맹의 현 맹주 검후(劍后)도 이곳 금릉으로 향했다는 정보가 무림맹 내에 심어둔 간세로부터 도착했습니다.]

위태무; [금정신니야 불문에 적을 두고 있으니 유서 깊은 불교 유적이 많은 금릉 근처에 나타난 게 특별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생각하며 대꾸

위태무; [하지만 검후, 그 계집까지 금릉으로 오고 있다면 본좌가 황태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냄새를 맡았을 개연성이 높군.] 눈 번뜩이고

왕진; [당천성의 막내딸을 납치한 백변음마가 금릉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림맹의 이목에 포착되었을 수도 있습니다만...]

위태무; [물론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지.]

왕진; [전화위복이라고... 이번 기회에 검후를 제압하면 천마련에 이어 무림맹도 장악할 수 있지 않을런지요?] 눈치 보면서 제안하고

위태무; [하려면 할 수야 있겠지만...] 찡그리고

위태무; [만에 하나 일이 잘못 되어 검후는 제압하지 못하고 본좌의 정체만 들통 난다면 지금까지 황태자에게 들인 공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고개 젓고

위태무; [철저히 단속을 해서 검후가 본좌의 사업에 대해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왕진;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굽신

위태무; [그래도 먼 길 어렵게 찾아 온 손님을 대접도 않고 돌려보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음산하게 웃으며

위태무; [천마련의 유력한 인간들 중 금릉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자가 누구냐?]

왕진; [금의위(錦衣衛)의 보고에 의하면 천강마존의 제자들 중 셋째인 옥기린(玉麒麟) 벽세황(碧世皇)이 이곳 금릉과 강 하나를 사이에 둔 양주(揚州)에 머물고 있다 합니다.]

위태무; [옥기린 벽세황이라...] 눈 번뜩

왕진; [천강마존의 제자들인 사신마재는 반년씩 돌아가며 총순찰(總巡察)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는데...]

왕진; [지금은 벽세황 차례라 강, 남북의 천마련 지부들을 순회하며 감찰(監察)하고 있는 중입니다.]

위태무; [천강마존의 제자들이라면 제법 쓸모가 있지.] 음산하게 웃고

위태무; [옥기린 벽세황에게 무림맹과 검후의 동향에 대한 정보를 넘겨라.] [그럼 놈이 알아서 검후를 대접해줄 것이다.]

왕진; [존명!] 포권하고

서둘러 다른 곳으로 가는 왕진

위태무; [일석이조...]

위태무; [일이 잘 풀리면 검후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과 천마련의 기둥 하나를 뿌리 뽑아 버리는 성과를 동시에 볼 수도 있겠군.] 음산하게 웃는 위태무의 얼굴 크로즈 업. 헌데

 

왕진과 헤어져 멀어지는 위태무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인물이 있다.

어느 건물 그늘에 숨듯이 서서 위태무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늙은 환관. 아주 음침한 인상이다. <건곤일척 자료집 제25페이지>에 나오는 늙은 환관 하원길. 이 작품에서도 하원길로 표기

하원길; (위태무...!) 음산하게 눈을 번뜩이고

하원길; (저 능구렁이가 황태자에 관련되어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눈 번뜩이며 위태무의 뒤를 노려본다.

하원길; (문제는 황태자의 거처가 위태무의 심복들에 의해 철저하게 차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하원길; (그 때문에 한왕전하 측의 내관(內官;환관)인 우리들은 접근 자체가 불가능해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하원길; (하지만 언제까지 비밀을 지킬 수 있을지 보자 위태무.) 음산하게 웃고

하원길; (나 하원길(河元吉)을 상시태감 자리에서 밀어낸 대가를 반드시 치루게 해줄 테니...) 사악하게 웃는 하원길의 얼굴 크로즈 업

 

#78>

<-금릉 동쪽 백여리의 관도(官途)> 때는 이른 아침. 아직 해도 완전히 뜨지 않았는데.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있다. 넓은 관도지만 아직 이른 시간이라 인적은 없다.

두두두! 안개 속을 달려오는 쌍두마차 한 대. 마부석에는 죽립을 눌러쓴 사내가 타고 있고

[!] 죽립 속에서 놀라는 마부

안개에 덮인 관도 중앙에 유령처럼 서있는 비구니. 금정신니다

마부; [비키시오 스님!] 외치면서도 말을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하지만

두두두! 두필의 말이 맹렬히 달려오지만 미동도 않는 금정신니

마부; [젠장! 날 원망하지 마시오.] 철썩! 철썩! 두 손으로 든 고삐를 아래 위로 흔들어 말들의 엉덩이를 때리며 외치고. 그러자

히히힝! 두두두! 말들이 콧김을 뿜어내며 맹렬하게 금정신니에게 돌진한다. 하지만

콱! 콱! 양손으로 말들의 재갈을 움켜쥐는 금정신니. 그러자

콰드득! 푸르르! 히히힝! 거대한 바위에 막힌 듯 급정거하는 두필의 말

마부; [헉!] 콰드드! 멈춰서는 마차의 마부석에서 앞으로 고꾸라질 뻔하며 기겁하고

드드드! 콰드득! 말들의 앞발굽은 바닥에 깊은 고랑을 내며 멈추고. 마차고 뒤흔들리며 멈춰선다

마부; [지랄!] 팟! 마부석을 박차고 날아올라 옆의 숲으로 뛰어들려 하고. 하지만

금정신니; [어리석은 중생!] 말고삐를 잡고 있던 두 손 중 오른손을 떼어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말고

금정신니; [빈니 앞에서 달아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느냐?] 쩡! 오무렸던 검지를 바로 펴며 퉁기자 검지 손가락 끝에서 레이져같은 섬광이 내뻗힌다.

퍽! [컥!] 날아올라 달아나던 마부가 등에 그 빛에 찔려 허공에서 휘청하고

퍼억! 바닥에 나뒹구는 마부

금정신니; [그자의 정체를 확인해보시게.] 누군가에게 말하며 자신은 마차로 가는 금정신니

<예 장로님!> <맡겨주십시오.> 스슥! 슥! 대답과 함께 길가의 숲에서 다섯 명의 거지들이 나온다. 개방의 거지들이다. 둘은 중년이고 셋은 청년이다.

[끄윽!] 바닥에 쳐박혀서 벌벌 떨고 있는 마부에게로 가는 거지들.

덜컹! 그 사이에 금정신니는 마차의 문을 열고. 직후

[!] 눈 부릅뜨는 금정신니

쿵! 마차 안에는 천으로 감싼 커다란 나무토막이 들어있다.

금정신니; (속았다!) + [이 마차에는 당아연이 없네.] 말하며 돌아보고. 개방의 거지들 중 젊은 두명이 마부를 일으켜 앉히고 있다. 나머지 세 명은 보고 있고. 마부는 쓰고 있던 죽립이 벗겨져 있는데. 드러난 얼굴은 우락부락한 인상의 중년인이다.

[죽일 놈! 당소저를 어디로 빼돌렸느냐?] [이 마차에 당소저가 타고 있었다는 건 우리 개방이 확인했던 바이니 모른다는 말은 말아라.] 마부를 일으켜 앉힌 개방의 젊은 거지들이 마부의 어깨를 잡아 일으키며 눈을 부라리고

마부; [그... 그게...] 공포

거지1; [셋을 세겠다.] 스윽! 중년의 거지 한명이 마부의 뒤에서 마부의 목에 휘어진 칼을 대며 겁을 준다. 다른 중년의 거지와 젊은 거지가 그런 거지1의 뒤에 대기하고 있다.

거지1; [그 사이에 우리가 원하는 답을 내놓지 못하면 모가지를 썰어주마.] 스윽! 거지1이 댄 칼날이 마부의 목에 파고들며 피가 비치고

마부; [살... 살려주시오.] 공포

마부; [난... 난 다만 마차를 끌고 오전 중으로 금릉에 도착하면 천 냥을 준다고 해서 서두르던 중이었을 뿐이오.] 비지땀

거지1; [돈 받고 마차를 몰고 있었다?] [씨알도 안 먹힐 개소리를 했으니 약속대로 목을 따주마.] 슥! 주르르! 거지가 뒤에서 칼날로 마부의 목에 상처를 내고. 피가 주르르 흐른다

마부; [히익!] 절망. 공포

금정신니; [잠깐 기다리시게.] 다가오고

거지1; [예 장로님!] 돌아보며 마부의 목을 설려던 칼을 멈추고

금정신니; [시주에게 마차를 맡긴 자와는 어디에서 헤어졌는가?] 마부 앞에 멈춰서며 묻고

마부; [나... 난 그자를 이곳에서 오십여리 동쪽... 단양(丹陽) 근처에서 만났소.]

금정신니; [생김새는 어떠했고?]

마부; [평범한 외모의 중년 사내였는데...]

마부; [백 냥을 주면서 오늘 오전중으로 마차를 금릉까지 운반해가면 자신의 동료가 나머지 구백 냥을 줄 거라고 했소.]

금정신니; [시주에게 마차를 맡긴 그자는 어디로 갔는가?]

마부; [그... 그자는 큰 자루에 든 무언가를 들고 북쪽으로 갔소.]

거지1; [장로님! 북쪽이라면...] 흠칫! 하며 금정신니를 보고

금정신니; [당소저를 납치한 흉수는 뱃길로 금릉을 향해 가고 있을 걸세.] 끄덕

거지1; [즉시 검후님께 전서구를 날려 상황을 보고하겠습니다.] 대기하고 있던 중년의 거지와 젊은 거지를 돌아보며 말하고. 그러자

중년의 거지는 재빨리 좁고 긴 천에 연필 같은 것으로 글을 쓰고. 젊은 거지는 품속에서 비둘기 한 마리를 꺼낸다.

젊은 거지가 두 손으로 든 비둘기의 다리에 묶여지는 천

[금릉분타로 날아가라. 매나 독수리를 조심하고!] 휙! 다리에 천이 묶인 비둘기를 날려 보내는 젊은 거지. 후두둑! 날개짓하며 날아오는 비둘기

곧 안개 속으로 멀어지는 비둘기. 금정신니와 거지들이 그걸 올려다보고

금정신니; (아미타불! 빈니는 실패했으니 이제 맹주께서 아연이를 구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날아가는 비둘기를 보며

금정신니; (헌데 흉수는 누구에게 전하려고 아연이를 금릉으로 데리고 가는 것일까?) 찡르리고

<부디 관음보살님의 가호가 아연이에게 미쳐서 무사히길 바랄 뿐이다.> 장내의 모습 배경으로 금정신니의 생각 나레이션. 금정신니는 합장을 하고 있다.

 

#79>

역시 이른 아침. 이제 해가 뜨기 시작. 경치 좋은 강가에 자리한 암자. 바로 신소심이 머물고 있는 암자. 비구니들이 청소하고 음식 장만하고 분주하다.

신소심이 머물고 있는 객사로 가는 중년의 비구니 한명

비구니; [시주, 기침하셨는지요?] 입구에 서서 안에 대고 묻지만

방안에서 아무런 대답이 없다.

비구니; [실례하겠어요 시주.] 덜컥 문을 열고

비구니; [그만 일어나셔서 아침 공양을...] 말하다가 눈 치뜨는 비구니

방안 모습. 이불이 개어져 있는데 정작 신소심은 없다.

비구니; [신소저가 어딜 가셨지? 날이 밝은 후로는 방문이 열린 적이 없는데...] 갸웃하며 방안으로 들어가고. 그러다가

눈 치뜨며 놀라고

탁자에 놓여있는 종이 두장

한 장은 눈 부위를 띠로 두른 청풍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고 다른 한 장을 편지다

비구니; (편지... 설마...) 급히 두 장의 종이를 집어들고

한 장에는 청풍의 얼굴이 그려져 있고

<용모파기는 사부님께 전해주세요. 저는 그자를 찾아서 금릉으로 가요.> 편지의 내용

비구니; [우리 암자에서 기다리라는 금정사태님의 분부를 어기고 금릉으로 간다고?] 당혹

비구니; [이 철부지 말썽쟁이가 또 어떤 사고를 치려고...] 한숨 쉬는 비구니의 모습. 그리고

 

멀리 암자가 보이는 언덕 위를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신소심.

신소심; (울화가 치밀어서 사부님을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어!) 이를 바득

신소심; (죽일 놈...) 이를 바득 갈면서 청풍이 자신의 젖가리개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던 장면 떠올리며 얼굴 발개지는 신소심. 물론 흥분해서가 아니고 화가 나서

신소심; (내 젖가리개를 훔쳐서 그런 짓을 해? 도저히 용서가 안돼.)

신소심; (반드시 내 손으로 잡아서 죄가를 치루게 하고 말 테다.)

신소심; (일단 첩혈당이라는 흑사회 조직 근처에 잠복하며 동태를 살피자.) (첩혈당의 파락호들도 지금쯤 혈안이 되어 그 색마를 찾고 있을 테니...)

신소심; (무작정 놈을 찾아다니는 것보다 첩혈당의 힘을 비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신소심; (기다리고 있어라 죽일 놈의 색마야!)

<곧 나 신소심을 만나게 될 테니...> 멀어지는 신소심 배경으로 신소심의 생각 나레이션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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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어두워지는 저녁 무렵. 위가대원이 있는 고급 주택가. 저택의 웅장한 정문들마다 등불이 내걸리고 있다. 여전히 인적은 없고 무사들이 저택 입구 근처를 경비한다.

위가대원의 입구. 쪽문이 열려있고 무사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청풍이 타노와 마주 서있다. 청풍은 짊어진 바구니를 바닥에 내려놓고 있고 무사들이 바구니를 뒤진다. 타노는 바구니에서 꺼낸 두루마리를 펴보고 있다.

청풍; [그게 오늘 작업한 마님의 모습입니다.] 타노의 눈치를 보며 말하고

타노가 보고 있는 두루마리에 그려진 여자의 모습. 잠옷을 걸치고 안락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앉은 매화부인의 도발적이고 야한 자태

찡그리는 타노

청풍; [아직 미완성이라 좀 더 다듬어야하는데...] 눈치 보며

청풍; [너무 선정적이라 생각하시면 수정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타노; [됐다.] 한숨 쉬며 두루마리를 말고

타노; [마님이 원하는 대로 그려드려라. 그래야 두고두고 추억이 될 테니...] 말은 두루마리를 청풍에게 내밀고

청풍;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두손으로 두루마리를 받으며 굽신 거리고. 그때

[이상 없습니다 집사님!] [그림 그리는 도구와 재료들뿐입니다.] 바구니 뒤지던 무사들이 말하며 한 놈은 바구니를 집어든다

타노; [돌려줘라.] 턱짓으로 청풍을 가리키고

[예!] 대답하며 바구니를 청풍에게 내미는 무사

청풍; [감사합니다.] 두루마리를 그 바구니에 넣고

청풍; [영차!] 바구니에 연결된 띠에 한쪽 팔을 집어넣어 등에 매고

청풍;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바구니를 등에 진 채 굽신굽신 거리며 돌아보는 자세로 위가대원 정문에서 멀어진다.

[조심해서 가게.] 무사들이 배웅하고

곧 멀어지는 청풍.

타노; [눈치 채이지 않게 뒤를 밟아라.] 멀어지는 청풍의 뒷모습 보며 무사들에게 말하고. 흠칫! 하며 타노를 돌아보는 무사들

타노; [집이 어딘지, 만나는 인간들은 누군지 확인해서 보고해라.]

[존명!] 포권하는 무사들. 이어

무사들 중 두 놈이 서둘러 청풍의 뒤를 따라간다.

타노; (겉으로 딱히 드러난 건 없다. 의심할 구석은 발견되지 않았고 또 무공도 지니지 않고 있는 게 분명하다.)

타노;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울 수 없는 이 찜찜함의 정체는 무엇 때문인가?) 찡그리는 타노

 

#71>

불이 밝혀진 거리. 아직 깊은 밤이 아니라 사람들이 북적댄다. 길 좌우의 가게들에서는 각가지 군것질을 만들어 파고. 옷 가게나 장신구 가게등도 사람들로 북적. 야시장 분위기

그 거리를 바구니를 짊어지고 오는 청풍. 여전히 수염을 코 아래 붙인 모습이고

걸어오면서 곁눈질로 뒤를 살피는 청풍

바로 뒤에 스모선수같이 덩치 큰 사내가 꼬치구이를 한손에 들고 먹으며 따라온다. 야한 차림의 여자가 그자의 팔에 매달려 아양을 떨고 있는데

그 덩치 큰 놈 뒤쪽 10여미터 쯤에 위가대원의 무사 두 놈이 딴전 부리며 따라오고 있다

청풍; (어설프긴...) 피식!

청풍; (아주 뒤를 밟는다는 티를 내는구만.)

청풍; (더 놀아주고 싶지만 어머니를 기다리게 할 수 없으니 이쯤에서 떼어내야겠다.) 슥! 뒤 따라 오는 덩치 큰 놈의 앞쪽으로 움직이고

[!] [!] 따라오다가 눈 부릅뜨는 위가대원의 무사들.

슥! 청풍의 모습이 덩치 큰 놈의 몸에 가려지더니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차...> 팟! 급히 사람들 밀치며 앞으로 뛰어가는 무사들. [어이쿠!] [왜 이래요?] 그자들에게 밀리며 비명 지르는 사람들. 상관 않고 앞으로 돌진하는 두 놈

덩치 큰 놈 앞으로 뛰쳐나오는 두 놈. [어멋!] 놀라는 야한 여자. 덩치 큰 놈의 팔에 매달리고. 어리둥절하며 돌아보는 덩치 큰 놈

당치 큰 놈 앞에 멈추며 급히 주변 두리번거리는 무사들. 하지만

이미 어디에서 청풍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교활한 놈...] 이를 부득 가는 두 놈

[감쪽같이 사라졌다.] [돌아가면 집사 어르신에게 죽었다고 복창해야겠군.] 낭패한 두놈. 헌데

 

그런 두 놈을 내려다보며 건물 지붕 위를 걸어가고 있는 청풍.

청풍; (시간을 오래 끌면 내 신분이 노출될 위험도 높아진다.) 곁눈질로 위가대원의 무사들 보며 지붕 위를 걸어가고

청풍; (오늘 밤을 새워서라도 준비를 해서 내일 중으로 낙신부도를 위가대원에서 빼내자.)

<고개지의 걸작 낙신부도의 행방을 확인한 걸 알면 할아버지가 좋아하시겠군.> 산책하듯 건물들의 지붕 위를 걸어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72>

<-자금성(紫金城)> 여전히 금릉. 때는 제법 늦은 밤. 높은 산을 등진 웅장한 성채. 밤이라 도처에 불이 밝혀져 있고

<-내원(內院)> 환관들과 궁녀들이 오가는 곳. 화려한 전각들이 늘어서 있다. 불이 밝혀져 있고

어느 웅장한 건물. 무기를 지닌 환관들이 경비를 서고 있고. 그러다가

흠칫! 하는 환관들

[태감(太監)각하를 뵙습니다.] 포권하는 환관들에게 다가가는 어떤 사내의 뒷모습. 환관의 복장을 하고 있고. 뒷짐을 진 머리가 희끗한 노인이다. 상시태감 위태무다.

위태무; [황태자비(皇太子妃)께서는?] 앞 모습을 보여준다. <아랑힐월>에 나온 위극겸의 아버지 위태무의 모습이지만 이 작품에서 위태무와 위극겸은 배다른 형제지간이다. 이때 위태무의 나이는 60살 정도. 배경으로 나레이션. <-남경분조 상시태감(常侍太監) 위태무(威太武)>

환관1; [오후 내내 황태자전하와 함께 계십니다.] 눈치 보며 대답

위태무; [마마께서 이래저래 고생을 하시는군.] 끄덕이며 환관들 지나 건물로 가고

건물쪽으로 가는 위태무의 뒷모습. 그 앞에서 환관들이 급히 문을 열어주고

위태무가 들어가자

다시 문을 닫는 환관들.

환관1; [휴우! 심장 떨리는구만!] 손으로 가슴 쓸어내리고

환관2; [상시태감님은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심장을 오그라들게 만드는 힘을 지니신 분이야.]

환관3; [드러내신 적은 거의 없지만 무공으로도 황실 내의 제일인자이실 게 확실해.]

환관1; [강호에서 초빙 되어 온 금의위와 동창의 위사들도 상시태감님에 필적하는 고수를 본 적이 없다고 하더군.]

환관2; [그 정도인가?]

환관1; [사자천존과 천강마존을 직접 본 적이 있다는 위인들의 증언에 의하면 상시태감님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이 오히려 그 두 사람을 압도할 정도라는 거야.]

환관3; [사자천존과 천강마존조차 능가한다니...] [그런 실력을 지니신 분이 어째서 환관이 되신 건가?] [그것도 마흔살을 넘긴 늦은 나이에...]

환관1; [연작(燕雀;작은 새)같은 인생인 우리가 어찌 홍곡(鴻鵠;큰 새)인 상시태감님의 의중을 가늠할 수 있겠는가?]

환관1; [강호 독행의 뜻을 접고 환해(宦海;관리들의 사회)에 들어오신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환관2; [하긴 실력이 뒷받침이 되니 늦으막히 자궁환관(自宮宦官;스스로 거세하고 환관이 됨)의 기를 택하셨겠지.]

환관3; [불과 십 몇년만에 환관들 중 으뜸인 상시태감이 되셨으니 스스로 남근을 들어낸 보람은 있으실 게야.] 끄덕이며 동조하고

 

#73>

어둑한 복도를 지나는 위태무. 등불이 띄엄띄엄 걸려 있어 어둑하다.

<불과 십 몇년만에 환관들 중 으뜸인 상시태감이 되셨으니 스스로 남근을 들어낸 보람은 있으실 게야.> 위장면에서 환관3이 한 말이 위태무의 귀에 들어오고

위태무; (남근을 들어낸 보람이라...) 음산하게 웃고

위태무; (물론 충분히 있지. 머잖아 나 위태무의 핏줄이 명나라를 통째로 집어삼키게 될 테니...)

위태무; (하물며 노부는 잃은 것이 아무것도 없기도 하다.) 자기 사타구니를 만지고

위태무; (축골공(縮骨功)을 써서 고환과 양물을 몸 안으로 빨아들여 없어진 것처럼 보이는 건 일도 아니었으므로...) 히죽 웃고

위태무; (다만 고자가 아니면서 고자인 척 하는 것이 고역이라면 고역이었다.)

위태무; (구중궁궐에 갇혀 외로움에 떠는 미녀들이 지천으로 널려있는데도 손을 댈 수 없었으니...) 생각하며 앞쪽을 보고. 앞쪽에 철문이 있고 철문 앞에 두 명의 늙은 환관들이 서있다가 인사한다. 쌍둥이다

위태무가 다가가자 급히 문을 열어주는 늙은 환관들

위태무; (하지만 십 몇 년간에 걸친 본의아닌 금욕은 곧 충분하고도 넘치게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늙은 환관들이 열어주는 문을 통해서 안으로 들어간다.

<황태자비를 비롯한 황실의 모든 계집이 나 위태무의 소유가 될 테니...> 문으로 들어가는 위태무의 뒷모습을 배경으로 그자의 생각

 

#74>

위태무가 들어선 철문 안쪽은 넓은 밀실. 병원 응급실 같은 분위기인데 밀실 중앙에 그리 크진 않지만 화려한 침대가 하나 있고. 침대에는 뚱뚱한 중년 사내가 알몸으로 누워있다. 아랫도리만 천으로 가린 채 누워있는 그 인물은 바로 황태자 주고치다. <용맥백정> <건곤일척>등에 나온 황태자 주고치의 캐릭터. 이때의 나이는 사십대 초반. 침대 주변에는 흰옷을 입은 의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황태자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침을 놓기도 하고. 진맥을 하기도 하고. 침대 주변에는 각가지 치료 도구들이 즐비해서 말 그대로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분위기.

침대에서 좀 떨어진 곳에는 한명의 여인이 앉아있다. 도도하고 콧대가 높아 보이지만 절세미녀. 역시 <용맥백정> <건곤일척> 등에 나온 주고치의 아내 황태자비 장씨다.

이마 살짝 모은 채 도도한 자태로 황태자 주고치를 보고 있는 황태자비 장씨.

[으으으!] 신음하며 벌벌 떠는 황태자. 온몸에서 열이 펄펄 나는 모습이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영락제의 장남 황태자 주고치(主高熾)>

황태자비; (전하...) 입술 깨물며 그런 황태자를 보고

황태자비; (힘들더라도 견디셔야만 해요. 신첩과 우리 아들 첨기(瞻基)를 위해서라도...) 생각하는 황태자비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황태자비 장씨(張氏)>

황태자비; (호랑이같고 늑대같은 한왕(漢王)이 호시탐탐 영락폐하의 후계자 자리를 노리고 있어요.)

황태자비; (이런 마당에 만일 전하가 영락폐하보다 먼저 세상을 등지실 경우 제이(第二)의 <정난의 변>이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해요.)

황태자비; (돌아가시더라도 일단 제위(帝位)에 오르신 다음에 돌아가셔야만 해요. 그래야 우리 아들 첨기에게 제위 계승권이 확실하게 생기니...)

황태자비; (만일 당신이 제위에 올라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실 경우 영락폐하께서는 차남인 한왕을 새로운 황태자로 세울 가능성이 농후해요.)

황태자비; (그럼 우리 아들은 제위를 잇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목숨마저 걱정해야하는 처지가 될 테고...)

황태자비; (신첩은 무슨 짓을 해서든지 당신을 영락폐하보다 단 하루라도 더 살게 해드릴 작정이에요.) 주먹 꽉 쥐고

황태자비; (그러니 당신도 제발 힘을 내주세요.) 입술 깨물고. 그때

[너무 무리하지 마십시오 마마.] 뒤에서 누가 말하며 다가오고. 조금 고개 돌려 돌아보는 황태자비

위태무; [마마의 옥체가 강녕하셔야 황태자전하를 오래 보필하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다가오고. 주변의 의사와 환관들 소리 안 내고 목례하여 위태무에게 인사하고

황태자비; [어서 오시게 위태감!] 고개 끄덕

황태자비; [내 몸은 내가 알아서 관리할 테니 걱정 말게나.]

황태자비; [그보다 이번 달에는 섭음보정대법(攝陰補精大法)의 준비가 왜 이리 늦어지는 겐가?] 위태무를 힐난의 표정으로 노려보고

위태무; [마마께서도 아시다시피 섭음보정대법을 펼치기 위해서는 흠결이 없는 순음지체(純陰之體)가 필요한데...] 공손히

위태무; [문제는 온전히 흠결이 없으면서 사내를 모르는 17세 전후의 계집은 생각보다 구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황태자비; [위태감이 애를 쓰는 건 알지만 오늘이 벌써 보름이네.] 초조한 표정

황태자비; [앞으로 사흘 내에 섭음보정대법을 시술하지 않으면 전하의 환후(患候)는 돌이킬 수 없게 돼!] 심각한 표정

위태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마마.]

위태무; [순음지체인 계집을 수배하기 위해 사방 이천여 리로 탐색 범위를 넓혔습니다.]

위태무; [채화사(採花使)들이 미녀의 고장으로 이름난 소주(蘇州)와 항주(杭州) 일대까지 뒤지고 있으니 오늘 내일 내로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옵니다.]

황태자비; [그래야겠지! 전하는 물론이고 위태감 자신을 위해서라도...] 차갑게 말하며 다시 황태자쪽을 돌아보고

위태무; [물론이옵니다.] 고개 숙이며 웃고

대답하지 않고 황태자쪽으로 시선을 고정시킨 황태자비

위태무; (오만한 계집...) 눈을 좀 가늘게 뜨며 그런 황태자비의 뒷모습을 노려보고

위태무; (하지만 머잖아 그 입으로 애원하는 비명을 토해내게 될 것이다.) (노부의 몸 아래 깔려서...) 음산하게 웃는 위태무의 얼굴 크로즈 업

 

#75>

아주 깊은 밤. 빈민가. 대부분의 건물들 불이 꺼졌고. 길에는 오가는 사람이 없다.

온고당도 문이 닫혀있는데

온고당 내부. 내실에는 불이 밝혀져 있다. 안 마당에 놓인 탁자 앞에 앉아있는 분이. 마당 좌우의 방들은 모두 불이 켜져 있지만 문은 닫혀있다. 좌측에는 방 하나와 부엌 하나. 우측에는 방이 두 개.

탁자에는 꿀이 담긴 종지가 놓여있고. 커다란 말벌 십여마리가 종지에 달라붙어 꿀을 먹고 있다. 분이는 끈이 달린 손바닥 반만한 목걸이를 손에 들고 있다. 금붕어 형상의 자개로 장식된 목걸이인데 두툼하다. 입 부분에 구멍이 나있고. 두 손으로 그 금붕어 목걸이를 쥔 채 청풍의 방쪽을 보는 분이

분이; (청풍오빠와 할아버지는 뭘 하시느라 아직까지 안 주무시는 걸까?) 문틈으로 불빛이 흘러나오는 청풍의 방쪽을 보며 생각하고

분이; (요즘 청풍오빠의 정신은 온통 딴 데 가 있는 것같애.) 한숨

분이; (하루 종일 집을 비우는 건 물론이고 느지막이 돌아와서도 나하고는 거의 시간을 보내지 않아.) 샐쭉거리고

분이; (뭔가 중요한 일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니 방해를 하면 안되긴 한데...) 찡그리고

분이; (나도 사람인지라 홀대받는 것같아서 기분이 좋지만은 않네.) 생각할 때

<분이야.> 덜컥! 부엌 옆의 방문이 열리며 온유향이 내다본다. 하늘거리는 잠옷 차림이다. 물론 말은 전음입밀로 하고

온유향; <밤이 깊었는데 그만 자야하지 않겠니?> 방안에 앉아서 문을 열고 안 보이는 눈으로 마당을 내다보며

분이; [예 어머니.] 돌아보고

분이; [아이들도 밥을 거의 다 먹은 것같으니 곧 들어갈게요.] 두 손으로 금붕어 목걸이를 들고. 이어

휘이! 거의 소리 안 나게 입술 오무려 휘파람을 불기 시작하는 분이. 그러자

꿀을 먹던 말벌들이 흠칫! 흠칫! 하며 고개 들고.

분이; [착하지! 이제 그만 집에 들어가거라.] 금붕어의 입 부분을 내밀며 말하고. 그러자

붕붕! 날개 짓하며 날아오르는 말벌들

휘익! 휙! 미끄러지듯 금붕어의 입으로 들어가는 말벌들.

삽시에 모두 금붕어 목걸이에 들어가는 말벌들

분이; (아무쪼록 오빠가 지금 진행중인 일이 빨리 끝나길 바랄 뿐이다. 그래야 나랑 놀아줄 여유가 생길 테니...) 금붕어 목걸이를 목에 걸며 온유향이 문을 열고 기다리는 방으로 가고

분이; [오빠와 할아버지에게 차라도 내다 드려야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방으로 들어가며 말하고

온유향; <그럴 거 없다.> 분이가 들어가자 다시 문을 닫으려 하며

온유향; <아버님이나 청풍이나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방해받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이다. 그냥 모른 척 해주는 게 돕는 것이니 방해하지 말자꾸나.> 말하며 문을 닫는다.

탁! 닫히는 문

 

#76>

청풍의 방. 불이 밝혀져 있는데 방 중앙에 커다란 탁자가 있고. 청풍이 서서 탁자 위에 놓인 낡은 비단 천에 정성 들여 그림을 그리고 있다. 물론 콧수염은 떼었다. 낡은 비단에 그려지고 있는 것은 청풍이 위가대원 매화부인의 침실에서 본 낙신부도다. 그 천 주변에는 여러 가지 물감과 붓들이 놓여있고. 천불투는 건너편에 앉아서 보고 있다.

온 정신을 집중해서 낙신부도를 그리는 청풍. 매화부인의 침실에 걸려있던 그림과 똑같다.

천불투; (볼수록 대단한 안목이고 집중력이다.) 감탄하고

천불투; (잠깐 보았을 뿐일 텐데도 그림을 똑같이 그리는 건 물론이고 낙신부도가 그려진 비단의 질감까지 그대로 흉내를 내고 있다.)

천불투; (정말 빼어난 안목을 지닌 자가 아니라면 지금 청풍이 그리고 있는 낙신부도가 모작(模作)이라는 걸 절대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천불투; (청풍이가 장담했던 대로 내일 중에 낙신부도가 노부 손에 들어오겠구나.) 흥분

천불투; (화성 고개지의 걸작 낙신부도를 훔쳐낸 것으로 올해의 도척제전의 우승은 결정되었다고 봐도 된다.) 끄덕.

천불투; (청풍이 덕분에 도수의 칭호를 받아 보려던 노부 평생의 소원은 이뤄지게 되는 것인데...) 좀 불길한 표정을 짓고. 그때

청풍; [되었습니다.] 붓을 떼고

청풍; [몇 군데만 더 손을 보고 표구를 하면 감쪽같아질 것입니다.] 물러서고

천불투; [수고했다.] 끄덕

청풍; [한번 보시고 의견을 말씀해주십시오.]

천불투; [그럴 거 없다.] 고개 젓고

천불투; [만천신안(瞞天神眼)이 완벽해진 네 안목이니 원본과 차이점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청풍; [제가 본 대로 재현하기는 했는데...] 좀 자신이 없는 표정이고.

천불투; [청풍아.] 좀 갈아앉은 표정으로 말하고

청풍; [말씀하시지요.]

천불투; [어떤 경우라도 무리는 하지 말아라.]

청풍; (뭔가 마음에 걸리시는 게 있으시구나.) + [명심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천불투; [물론 올해의 도척제전이 할애비에게는 도수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또 도척제전에서 우승하려면 낙신부도 정도의 장물(臟物)은 가져가야하고...]

천불투;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분위기가 이상하면 낙신부도는 포기하고 즉시 위가대원에서 빠져나오도록 해라.]

청풍; [무리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고개 숙이고

천불투; [괜히 방해를 했구나.] 일어나고

천불투; [할애비는 이만 자러 갈 테니 마무리를 짓도록 해라.] 문쪽으로 가고

청풍; [안녕히 주무십시오.] 고개 숙이고

천불투; [오냐!] 문을 열고 나간다

탁! 다시 닫히는 문

청풍; (할아버지도 위가대원에 비정상적으로 고수들이 많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에 무언가 불길한 예감을 받으신 것같은데...) 닫힌 문을 보고

청풍; (하지만 이제 와서 그만 둘 수는 없다.) 다시 붓을 들고

청풍; (할아버지의 평생소원을 들어드리는 것에 더해서 어머니의 눈을 치료해드릴 수 있는 가능성을 포기할 수는 없다.)

청풍;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뒷탈을 방지하는 길은 낙신부도를 완벽하게 모사(模寫)해서 들키지 않게 하는 것뿐이다.)

<아무래도 오늘은 밤을 꼬박 새야할 것같구나.> 다시 그림을 손 보는 청풍의 모습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마당에 나와 하늘을 보는 천불투. 하늘에는 보름달

두근 두근! 가슴이 뛰는 천불투

천불투; (아까부터 심장이 제멋대로 날뛰고 있다.)

천불투; (이 나이에 평상심이 흩어지다니... 해괴한 일이로다.)

천불투; (아니면 늙을 대로 늙어 신통력이라도 생긴 것일까?)

<조만간 거센 폭풍이 몰아칠 것만 같은 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으니...> 하늘 보는 천불투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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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역시 저녁 무렵. 금릉의 환락가. 기루, 도박장, 술집, 여자들이 몸 파는 창루등이 늘어선 곳. 고급스러운 환락가인 진회하와 달리 질펀하고 지저분한 분위기다.

<-첩혈당(喋血堂)> 환락가의 어느 장원. <喋血堂>이란 현판이 걸려있고 조폭 같은 인상의 사내들이 무기를 들고 정문 주변에 어슬렁거리고 있다. 지나가던 사람들 겁 먹고 피해가고

[수고한다.] 그곳으로 다가오는 정칠과 어깨 두 놈. 정칠을 따라오는 어깨 두 놈은 해하촌에 왔던 육형과 육철이다. 둘 다 키가 정칠보다 한 뼘쯤 큰 것 주의해서 묘사.

[정사두님!] [어서 오십쇼!] 깍두기들처럼 인사하는 사내들

정칠; [다른 사두들은?]

[인도부(人屠夫) 두견충(杜見忠) 사두님을 제외한 여섯 분은 이미 도착하셨습니다.] 사내들 중 한명이 대답하고

정칠; [두형님은 무슨 일로 늘 바쁜지 모르겠군.] [수고해라.] 안으로 들어가고

[수고하십시오 사두!] [감사합니다.] 조폭들처럼 인사하는 사내들.

수행한 육항과 육철을 거느리고 안으로 들어가는 정칠. 첩혈당 안쪽의 건물 사이를 지나던 사람들 급히 인사하고. 겁 먹은 표정들. 손 들어 인사에 답하는 정칠

사내1; [볼수록 대단하구만. 겨우 스무살 나이에 사두라니...] 입구를 지키던 놈들 중 한명이 안쪽으로 들어가는 정칠의 뒷모습 보며

사내2; [그러게 말이야. 정식으로 무공을 익힌 적도 없어서 싸움을 아주 잘 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 첩혈당의 간부중 한명이 되다니...]

사내3; [흑사회 일이 무공이 높거나 싸움 실력 좋다고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잖냐?]

사내1; [그렇긴 하지?]

사내3; [문제의 대부분은 막가는 인생들이 저지르는 거라 힘으로 짓누른다고 해결되지 않아.] [눈에 뵈는 게 없는 인생들이라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달려들거든.]

사내3; [칼이 목에 들어와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배짱과 빠른 머리 회전, 거기에 더해 문제 일으킨 놈들의 절박한 심정에 대한 공감등을 지녀야 일을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어.]

<그런 면에서 정사두는 타고 났다고 봐야해. 배짱은 말할 것도 없고 상황 대처 능력이 기름 바른 미꾸라지 같으니까.> 인사하는 사람들에게 넉살 좋게 답례하며 첩혈당 안쪽으로 들어가는 정칠의 모습 배경으로 사내3의 말 나레이션

 

#68>

[끄아아악!] 첩혈당의 다른 곳. 화려한 건물을 배경으로 터져 나오는 비명. 하녀들이 허둥대며 약탕기를 들고 건물을 드나든다. 흉악한 인상의 어깨들이 지키고 있고. 어깨들도 당황하며 건물을 보고

이보옥; [끄아아악!] 침대에 누워 몸부림치는 이보옥. 가운을 입었고 양팔과 두 다리가 침대 모서리에 묶여있다. 자해 방지용. 아랫도리는 붕대로 갑고 있다. 침대 옆에는 당숙경이 무릎 꿇고 앉아 울고 있다. 물 수건으로 이보옥의 이마의 땀을 닦아주며. 당숙경의 이때 나이는 삼십대 후반. 여전히 아름답고 탱탱하다. 상시태감 위태무의 마누라인 매화부인과 아는 사이다. 둘 다 창녀 출신이라

이보옥; [어... 어머니! 차라리 절 죽여주세요. 이런 꼴로는 못 살아요.] 몸부림치며 당숙경에게 악을 쓰고

당숙경; [안된다! 그렇게 약한 마음을 먹으면 안된다 아가야.] 울면서 이보옥의 이마를 닦아주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이보옥의 생모 당숙경(唐淑京)>

이보옥; [싫어요! 사내도 아니게 된 내가 무슨 낙으로 살아요?] [세상의 인간들이 날 비웃고 손가락질 하는 꼴은 못 봐요.]

이보옥; [내 손으로 내 목숨 끝낼 테니 묶은 거 풀어줘요.]

당숙경; [제발... 제발 어리석은 생각 말거라 보옥아.] 울고

당숙경; [네가 어찌 되었던 넌 어미 아들이다. 그러니 어미를 봐서라도 마음을 굳게 먹어라.]

이보옥; [싫어요! 더는 못 살아요! 빨리 죽여 달란 말이에요.] 끄아아아! 울부짖으며 몸부림치고

당숙경; [네 복수는 어미가 해주마. 무슨 짓을 해서든지 널 이꼴로 만든 놈을 찾아내서 능지처참을 해버릴 것이다.]

당숙경; [그러니 제발 마음 굳게 먹고 어미가 네 복수를 해주는 걸 지켜봐다오.]

이보옥; [끄윽! 못 살아요. 이런 꼴로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다구요.] 끄아아! 울부짖고. 그때

쿡쿡! 이보옥의 가슴 부분을 찍는 누군가의 손가락. 깜짝 놀라며 그 사람을 보는 당숙경

이보옥; [끄윽!] 가슴이 찍힌 이보옥의 눈이 감기더니

툭! 고개 떨구며 잠이 드는 이보옥

이세창; [못난 놈 같으니...] 침대 옆에 서서 몸을 바로 하는 인물. 바로 이세창이다. 이보옥의 가슴 부분의 잠들게 만드는 혈도를 찍어줬고.

당숙경; [상... 상공!]

이세창; [애비가 네놈을 그렇게 가르쳤더냐?] [이세창의 아들이면 남을 해코지 할 지언정 자신은 해코지를 당하면 안되는 법이거늘...] 이를 부득 갈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첩혈당 당주 이세창(李世昌)>

당숙경; [보옥이... 보옥이를 꾸짖지 마세요.] [다른 놈들 말에 의하면 보옥이를 해코지한 놈이 워낙 강했다잖아요.] 이보옥의 이마를 닦아주며 표독한 표정 짓고

이세창; [듣기 싫소. 이게 다 당신이 보옥이를 치마폭에 감싸 키운 결과 아니오?] 버럭

당숙경; [당신... 무슨 그런 소리를...] 눈 치뜨며 노려보고

이세창; [이놈이 스무 살이 넘어서도 철부지에 응석받이였던 건 뭐든 대신 해준 당신의 영향이 컸소.] [당신의 과보호 때문에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걸 미리 깨닫지 못해서 이리 된 거요.]

당숙경; [그만 하세요.] 벌떡 일어나고

당숙경; [당신이야말로 보옥이가 질 나쁜 놈들과 어울리는 걸 말리지 않았잖아요.] 독기 서린 표정으로 노려보며 이세창 쪽으로 가고. 이세창은 표정이 안 좋아지고

당숙경; [아들이 잘못 되면 일차적인 책임은 아비에게 있어요.] [그런데 어째서 어미인 저만 탓하는 건가요?] 살벌하게 대들고

이세창; [아가리 닥쳐!] 쩍! 당숙경의 뺨을 후려치고. + 당숙경; [악!] 고개가 홱 돌아가고

콰당탕! 침대 아래에 나뒹구는 당숙경. 젖가슴과 엉덩이가 출렁

이세창; [술집에서 아랫도리나 팔던 갈보년을 아들 하나 낳아주었다고 귀부인 대접을 해줬더니 어딜 기어올라?] 퍽! 당숙경의 명치를 걷어차고. + 당숙경; [꺽!] 명치가 채여서 뒤로 나뒹굴며 눈이 치떠지고

이세창; [지금까지 네년을 존중해준 게 보옥이 놈이 대를 이어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는 걸 모르냐?] 퍽퍽! 밟고. + 당숙경; [악! 끄윽!] 웅크린 채 밟히면서 비명

이세창; [이제 보옥이 놈이 고자가 되었는데 뭘 믿고 유세냐? 유세가?] [늙어서 자식 낳아줄 능력도 사라진 네 년을 내가 잘 대해줄 이유를 대봐라!] 퍽퍽! 밟고 걷어차는 소리 + 당숙경; [그래 죽여라 이 인간아!] 아악! 밟히고 채이면서도 비명과 함께 악을 쓰고

당숙경; [차라리 쓸모없어진 보옥이와 함께 나도 죽여!] 자기 걷어차고 짓밟는 이세창의 다리를 끌어안고 매달리며 악을 쓰고

이세창; [닥쳐!] 퍽! 축구공을 차듯 당숙경에게 잡히지 않은 발을 뒤로 홱 물렸다가 강하게 당숙경의 명치를 걷어찬다.

당숙경; [꺽!] 명치가 채여서 날아가고

콰당탕! 멀리 날아가 집기들을 등으로 부수는 당숙경의 몸

퍼억! 털썩! 부서진 집기들 사이에 나뒹구는 당숙경

당숙경; [이... 이 악귀같은 인간이...] 꺽꺽! 명치를 감싸며 일어나려 애를 쓰면서 이세창을 노려보지만

이세창; [전부터 네년에게 묻고 싶은 게 한 가지 있었다.] 냉소하며 옷을 추스르고. 사악한 표정을 지으며

이세창; [보옥이 저놈이 정말 내 씨가 맞기는 하는 것이냐?] 침대의 이보옥을 보고

당숙경; [무... 무슨...] 기가 막혀 눈을 치뜨고. 겨우 일어나 앉은 자세로

이세창; [물론 네년은 나와 살림을 차리고 일 년 반만에 보옥이 놈을 낳긴 했다.] [하지만 제 버릇 개 못준다고...]

이세창; [몸 팔아 먹고 살던 년이 내 눈을 피해 다른 놈과 붙어먹지 않았다고 어떻게 확신하겠느냐?] 야비한 표정으로

당숙경; [이... 이세창! 너... 너 어떻게 그런 소리를...] 기가 막혀 말을 잇지 못하고

이세창; [뭐 지금에 와서야 상관없는 일이 되었다. 저놈이 내 씨든 아니든...] 냉소하며 돌아서고

이세창; [대를 이을 수 없게 된 고자 놈이 내 아들이든 아니든 무슨 대수겠느냐?] 흐흐흐! 웃으며 문쪽으로 걸어가고

이세창; [그래도 보옥이 놈의 양근을 잘라버린 놈은 반드시 찾아내 개 먹이로 만들어줄 테니 안심해라.] 음산한 표정으로 돌아보고

이세창; [보옥이를 고자로 만든 사실보다 감히 나 이세창을 건드린 대가를 치루게 해야 하니...] 흐흐흐! 웃으며 나간다. 문 밖에는 어깨들이 겁에 질려 눈치를 보고 있고

탁! 다시 닫히는 문, 망연자실하여 주저앉아있는 당숙경

당숙경; [이세창... 이세창!] [네놈이 어떻게 내게 이럴 수가...] 치를 떨며 눈물 흘리고

당숙경; [아무렴 내가 다른 인간과 붙어먹어 밴 새끼를 네놈 자식이라고 속였을 것 같으냐?] [몸 팔아 먹고 산 전력이 있다고 해서 내게 정조관념도 아주 없는 줄 알아?]

당숙경; [차라리... 차라리 잘 되었다! 네놈이 우리 모자를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일찌감치 알게 되었으니까.] 호호호! 미친년처럼 웃고

당숙경; (보옥이를 해코지 한 놈은 물론이고 날 모욕하고 버린 네놈 이세창도 절대 용서 못한다.) 살벌한 표정이 되어 이를 바득 바득 가는 당숙경의 얼굴 크로즈 업

 

#69>

첩혈당의 웅장한 건물. 어깨들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고

건물 내부. 긴 탁자에 일곱 명의 남녀가 마주 보고 앉아있다. 전부 흉악하거나 음산한 인상. 첩혈당의 팔대사두들 중 일곱명이다. 상좌에는 화려한 자리가 따로 있다. 이세창의 자리. 긴 탁자를 중심으로 놓인 여덟 개의 의자들 중 좌측 앞쪽의 자리 하나는 비어있다. 그리고 왼쪽의 네 개 의자중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 즉 말석에는 정칠이 앉아있다.

정칠 맞은편에는 눈 꼬리가 쳐지고 입술 옆에 점이 박힌 나른한 표정의 미녀가 앉아서 정칠을 노골적으로 보고 있다. 상당한 미녀에 글래머러스한 몸매의 소유자. 이 여자는 첩혈당의 사두들 중 한명인 모야차. <건곤일척> <마면기정>에 나온 <손대낭> 캐릭터를 대충 차용. 정칠과 엮이지만 아주 중요한 캐릭터는 아님. 나이는 정칠보다 열살 이상 많지만 정칠을 좋아한다. 모야차 옆에는 음침한 인상의 노파가 앉아있다. 노파의 이름은 신귀파. 역시 사두중 한명. 그 외에 뚱뚱할 정도로 비만한 중년여인도 있다. 상당한 미녀지만 좀 찬한 분위기. 포주를 연상시키고 실제로 포주다. 화려한 옷을 입은 이 여자의 이름은 포칠낭으로 첩혈당의 매춘 부문을 담당한다. 첩혈당의 팔대사두들중 세 명이 여자. 신귀파와 모야차는 정칠에게 호의적이지만 포칠낭은 싫어한다. 정칠이 아버지도 포주라서 갈등이 있다. 여자들은 오른쪽 자리에 나란히 앉아있다.

신귀파; [용두(龍頭)께서 지정하신 소집 시간이 지났는데도 코빼기를 내비치지 않는 놈이 있군.] 비어있는 건너편 자리를 보며 눈을 희번덕이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첩혈당 팔대사두의 일인 신귀파(申鬼婆)>

정칠; [인도부 두(杜)형님에게 바쁘신 일이 생긴 모양이지요.] 사람 좋게 웃고

신귀파; [바쁜 일은 무슨...] [얼마 전에 새로 들인 첩년의 엉덩이 두드리느라 소집 시간을 까먹은 거겠지.] 코웃음

정칠; [두형님이 풍류를 좀 지나치게 즐기시긴 해도 해야 할 일을 까먹을 분은 아니지요.] [늦는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을 겁니다.]

모야차; [우리 정아우는 사람이 참 착해.] [평소 자길 못 잡아먹어 안달인 두견충을 비호해줄 줄도 알고...] 야릇한 표정으로 정칠을 보며 웃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팔대사두의 일인 모야차(母夜叉)>

정칠; [한솥밥 먹는 처지인데 잘 지내야하지 않겠습니까?] 웃고

모야차; [하여간 보살이 따로 없다니까.] 추파. 옆에 앉은 포칠낭은 그런 모야차에게 눈을 흘기고

모야차; [모두가 정아우만 같으면 첩혈당 식구들 간에 시기 질투와 알력이 생길 일이 없을 텐데 말이야.] 웃고. 그때

[어째 귀가 간지럽다 했더니 내 흉을 보고 있었군.] 누군가 말하며 대청으로 들어온다. 모든 사람들이 돌아보고

인도부;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면전에 대놓고 해라.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안 보이는 데서 뒷담화 까는 거니까.]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들어서는 사내. 백정같은 분위기. <건곤일척 자료집 제8페이지>에 나온 <도룡도 두견충> 캐릭터. 별호는 인도부로 바꾸지만 이름은 두견충을 그대로 씀. 배경으로 나레이션. <-팔대사두의 일인 인도부(人屠夫) 두견충(杜見忠)>

정칠; [어서 오십시오 두형님.] 일어나며 깍듯이 인사하고. 하지만 다른 사두들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냥 앉아있다.

인도부; [우리 정칠이는 인사성도 참 발라.] 툭툭! 음험하게 웃으며 정칠의 어깨를 손으로 두드리며 지나간다

인도부; [하긴 능력은 좀 모자라도 윗 전에 잘 비비기만 하면 높은 자리에 올라 떵떵거릴 수 있긴 하지.] 정칠을 비웃으며 지나가고.

다른 사람들은 인도부의 말에 인상 쓰지만 정칠은 그냥 웃고

모야차; [두오라버니, 말 좀 가려서 하세요.] 눈 흘기고

인도부; [왜? 내가 틀린 말 했냐?] 비웃으며 자기 자리에 앉고

모야차; [정아우 말 대로 한 솥밥 먹는 처지에 서로 잘 지내면 좋잖아요.]

인도부; [난 잘 지낼 생각 없으니까 일곱째 너나 좋게 좋게 지내라.] 거만하게 앉으며 비웃고

모야차; (저 인간이...) 노려보고

인도부; [하여간 사내나 계집이나 젊은 것 좋아하는 건 다를 게 없어.] 다른 곳 보면서 모야차를 비웃고

모야차; [뭐예요?] 분노하여 벌떡 일어나려는데

정칠; [용두께서 오십니다.] 말하며 일어나고. 일어나던 모야차와 다른 사람들 흠칫! 하며 상좌쪽의 좌측 벽쪽을 보고

어깨 한 놈이 열어주는 그곳에 난 문으로 들어오는 이세창. 오만상을 쓰고 있다.

[당주님!] [용두를 뵙소이다.] 일제히 일어나 이세창에게 포권하는 팔대사두

이세창; [자리에 앉아.] 퉁명스럽게 말하며 상좌의 자기 자리로 가고

[예! 당주님!] [예 용두!] 대답하며 다시 자리에 앉는 팔대사두

이세창; [말해봐!] 거만하게 다리 꼬고 앉으며 팔대사두를 둘러보고

이세창; [보옥이를 고자로 만든 놈에 관한 거라면 무엇이든 말해봐.] 팔대사두를 둘러보고

[그게...] [단서가 너무 없어서...] [무공이 보통이 아닌 놈이라는 것만 짐작이 갈 뿐이라...] 정칠과 인도부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 눈치 보며 얼버무리고

이세창; [정칠!] 정칠을 보며

정칠; [예 당주님!]

이세창; [넌 뭔가 알아낸 거 없냐?]

정칠; [직접 여기저기 다니며 탐문을 해보았습니다만 아직은 딱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세창; [수고했다.] 끄덕. 이어

이세창; [쉽지 않겠지만 모두 자기 자식이 당한 일로 여기고 나서주기 바란다.]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고

이세창; [아들을 고자로 만든 놈을 끝내 못 잡는다면 나 이세창의 체면은 시궁창에 떨어지게 되고...] [그건 우리 첩혈당의 위신이 폭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세창; [그럼 우리 첩혈당에 눌려 지내던 좀팽이들이 들고 일어나 금릉 흑사회는 아수라장이 될 테지.] 음산한 표정으로 말하고

침 꿀꺽! 삼키는 사람들

이세창; [너희들 자신을 위해서라도 보옥이 놈의 고추를 잘라버린 범인을 찾아내야만 하는 이유다.]

[예 당주!] [전력을 기울여 놈을 찾아내겠습니다.] 고개 숙이는 사람들

이세창; [너희들도 알다시피 내 뒤를 이을 핏줄이라고는 보옥이 놈 뿐이었는데 저 꼴이 되었다.] [그래서 하는 선언이지만...] 야릇한 표정으로 말을 끊고

<설마!> <혹시!> 정칠을 제외한 일곱 년놈의 표정이 긴장 되고

이세창; [이번 일에서 제대로 공을 세우는 사람이 내 뒤를 잇게 될 것이다.] 음산하게 웃고

<역시!> 정칠을 제외하고 모두 흥분하는데. 그때

인도부; [오해는 하지 말고 들어주십시오 용두!] 고개 숙이며 말하고

이세창; [오해안 할 테니까 말해봐.]

인도부; [보고드릴 기회를 놓쳐서 아직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일어나면서 품속에서 두루마리를 하나 꺼낸다

정칠; (저 두루마리는 혹시...) 불길한 표정

인도부; [소당주를 해코지한 놈의 용모파기를 입수했으니 봐주십시오.] 두손으로 두루마리를 이세창에게 바치고

정칠; (이런...) 찡그리고

이세창; [용모파기?] 두루마리를 받으며 인도부에게 묻고

인도부; [용두께서도 아시겠지만 소당주가 변을 당한 현장에는 마삼과 함께 만복도장의 천계주, 탐화루의 엄승한이 있었습니다.] 두루마리를 펴는 이세창을 보며 말하고

인도부; [그 세 놈중 만복도장의 소장주 천계주가 도박장의 후계자답게 눈썰미가 좋고 또 범인의 얼굴을 가장 오래 보았습니다.] 두루마리를 펼쳐서 보는 이세창에게 아부하듯이 말하고

인도부; [그래서 속하는 낮 동안 솜씨 좋은 화공을 대동하고 천계주를 찾아가 범인의 용모파기를 그리게 하였습니다.]

이세창; [그 결과로 나온 용모파기란 게 이런 거냐?] 좀 어이없는 표정으로 두루마리를 사람들에게 펴보이고

쿵! 두루마리에 그려진 그림은 바로 눈 부분을 두건으로 가린 청풍의 모습이다. 상당히 유사하다.

[뭐야 저거?] [두건을 쓰고 있어서 얼굴을 제대로 알아볼 수가 없잖아.] 사람들도 실망하고

정칠; (비슷하긴 해도 저 정도 용모파기로는 청풍이를 찾아내지 못하겠지.) 안도하는데

인도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궁시렁 대는 다른 놈들 돌아보며 다시 품속에 손을 넣고

정칠; (설마 저 인간백정 놈이...) 불길한 표정을 지을 때

인도부; [다행히 내가 천계주를 만나러 갈 때 대동한 화공은 솜씨가 좋아서 두건을 쓰지 않은 놈의 얼굴을 재현해내었다.] 두루마리를 펴고

인도부; [이게 바로 두건을 제거한 범인의 얼굴이다.] 촤아! 말하며 두루마리를 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쿵! 두루마리에 그려진 청풍의 얼굴.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하다.

<청풍!> 굳어지는 정칠의 얼굴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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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여전히 낮이지만 이제 해가 좀 기우는 오후다. 경치 좋은 강가에 자리한 암자. 비구니 암자다. 오가고 일하는 비구니들의 모습

신소심; [죄송해요 사부님.] 무릎 꿇고 두 손 앞으로 모아 바닥에 댄 자세로 고개를 숙인다. 불당 안이고. 문은 닫혀있다.

신소심; [제자가 불민(不敏)하여 맹주님께서 보내신 지령서를 분실하였사옵니다.] 분한 표정으로 고개 조아리는 신소심 앞쪽. 불상이 모셔진 불단을 등지고 앉아있는 곱게 나이 든 비구니. 바로 무림맹 장로중 한명이었던 금정사태. #5>에 한번 나왔었음. 무림맹에서 사자천존이 회의를 주재할 때. 십팔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거의 늙지 않았다. 곱게 늙었지만 좀 성깔 있는 인상이고

금정사태; [소심아...] 한숨 쉬고

신소심; [예 사부님...] 고개 조금 들고

금정사태; [너도 나름대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겠지만 맹주님의 지령서를 잃어버린 것은 장차 큰 화근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엄한 표정. 배경으로 나레이션. <-무림맹 장로 금정사태(金頂師太)>

금정사태; [천마련의 죄 많은 중생들은 맹주님의 정체를 알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네가 맹주님과 접점(接點)이 있다는 것이 들통 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으냐?]

신소심; [맹주님 대신... 저를 천마련에서 노리겠군요.] 깨닫고 입술 깨물고

금정사태; [천마련의 무리들은 널 통해서 맹주님의 정체를 알아내려들 게 명약관화!] [맹주님은 물론이고 너 자신도 위험해질 수 있다.]

신소심; [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난당한 지령서를 회수하도록 하겠사옵니다.]

금정사태; [지금 네가 나서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 고개 젓고

금정사태; [마침 사부는 아연이의 수색 상황을 듣기 위해 개방의 금릉분타(金陵分舵)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가는 김에 개방의 화자(化者;거지)들에게 널 농락한 자가 누군지 찾아봐 달라고 부탁해보마.] 자리에서 일어나고

금정사태; [너는 신분이 들통 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될 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거라.] 신소심 옆을 지나간다.

신소심; [예...]

금정사태; [사부가 돌아올 때까지 편지를 훔쳐간 중생의 용모파기를 가능한 상세하게 그려놓도록 해라.] 문을 열고 나가고

신소심; [다녀오시옵소서.] 반쯤 돌아앉아 문쪽에 대고 고개 숙이지만

탁! 대답하지 않고 나가 문을 닫는 금정사태

신소심; (사부님께서 마음이 많이 상하셨구나.) 입술 깨물고

신소심; (하긴 하나뿐인 제자인 내가 실망을 시켜드렸으니 상심이 크시겠지.)

신소심; (이게 다 그 간악한 짐승 때문이다.) 청풍을 떠올리며 이를 바득 갈고. 편지와 함께 청풍이 젖가리개를 들고 냄새를 맡으며 변태같이 웃던 모습이다.

신소심; (반드시... 반드시 찾아내서 피눈물을 쏟게 해줄 테니 기다리고 있어라!) 이를 바득 가는 신소심의 얼굴 크로즈 업

 

#63>

금릉. 저녁 무렵. 높은 산을 등진 웅장한 성채. 자금성이다.

<-자금성(紫金城)> 위의 성채 배경으로 나레이션

그 자금성 아래 화려한 저택들이 즐비한 주택가. 납작한 돌로 잘 포장된 길은 아주 넓고. 그 넓은 길 좌우로 3미터 이상인 높은 담장이 끝이 안보이게 이어져 있다. 길에는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다. 가끔 화려한 마차들만이 오가고. 각 저택의 웅장한 정문에는 무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전형적인 부자동네 분위기. 멀리 자금

흠칫! 하며 한쪽을 보는 무사들.

거리를 걸어서 오는 두 사람. 타노와 청풍. 청풍은 여전히 코 아래 두툼한 수염을 붙이고 있고. 또 두루마리와 둘둘 만 종이들을 넣은 바구니를 등에 짊어진 상태다

<상시태감 댁의 집사 타노로군.> <웬 일로 젊은 놈을 데리고 오는 건가?> <그러게 말일세.> 다른 저택의 무사들 곁눈질로 두 사람을 보고

청풍; [집들이 어마어마합니다.] 촌놈처럼 입을 헤 벌리며 주변을 두리번

청풍; [이런 곳에 사시는 분들은 전부 높은 자리에 계시는 귀한 분들이시겠지요?] 흥분한 표정으로 떠들고. 하지만

타노는 대꾸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간다.

청풍; [집 욕심은 없었지만 이렇게 화려한 집들이라면 한번 살아보고 싶네요.]

타노; [그 꿈, 꼭 이루어지길 바라겠네.] 비웃으며 어느 웅장한 저택 입구로 다가가고. 저택의 입구를 지키는 것은 환관 복장의 무사들이고

타노가 다가가자 급히 인사하는 무사들. 한놈은 웅장한 대문 옆에 달려있는 쪽문을 열어준다.

청풍; [여긴가요?] 위를 올려다 본다

웅장한 정문 처마에는 <威家大院>이라는 글이 금빛으로 새겨진 크고 화려한 현판이 걸려있다.

청풍; [위가대원(威家大院)...] [위씨 집안의 큰 집이라...] 글을 읽는데

타노; [마님께서 기다리신다. 서둘러라.] 쪽문 안쪽에 들어간 타노가 돌아보며 재촉하고

청풍; [죄... 죄송합니다.] 후다닥! 서둘러 쪽문으로 뛰어가고. 무사들은 비켜주고

청풍; [현판에 적힌 글이 워낙에 명필이라 그만 정신이 팔렸지 뭡니...] 말하며 쪽문 안쪽으로 들어서다가 눈이 띠용하는 청풍

쿵! 타노가 돌아보는 뒤로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정원과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정원에는 사슴과 공작들이 놀고 있고. 여기저기 환관 복장의 무사들이 오가다가 돌아본다

청풍; [와아...] 입이 딱 벌어져서 두리번거리며 정원 가운데에 난 길로 들어서고 타노가 앞장 서서 걸어가며 돌아본다. 청풍의 뒤로는 무사들이 쪽문을 닫아주고 있고

청풍; [세... 세외선경이 따로 없습니다.] 길 좌우의 정원에서 놀다가 돌아보는 사슴과 공작들을 보며

청풍; [땅값이 금값인 금릉 성내에 이렇게 넓고 화려한 저택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흥분해서 두리번거리며 걸어가고

타노; [미리 말해두건데...] 앞서 가며 말하고. 수다 떨다가 흠칫! 하는 청풍

타노; [마님의 몸에 손가락 하나라도 대면 너는 저 정원수들의 거름이 될 것이다.] 손으로 옆의 나무 한 그루를 가리키고

청풍; [히익!] 기겁하고

청풍; [오... 오해하지 마십쇼. 소생은 그림만 그릴 뿐 여자에게는 추호의 관심도 없습니다요.] 겁에 질려 부들 부들 떨며 고개 굽신 거리고

타노; [그거야 두고 볼일이다만...] 냉소하고

타노; [설령 마님이 먼저 네게 손을 뻗어 닿더라도 넌 대가를 치러야한다.]

청풍; [그... 그런 억지가...] 울상

청풍; [제 잘못이 아니어도 죽이신다니 너무하십니다.] + [히익!] 징징 대다가 기겁

쿠오오! 걸어가며 고개만 조금 돌려 돌아보는 타노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치솟는다. 두 눈이 횃불처럼 이글거리고

청풍; [명... 명심하겠습니다요.] 급히 고개 숙이며 덜덜 떨고

청풍; [절대... 절대 마님과는 신체 접촉이 없을 것이라 맹세 드립니다.]

타노; [지금의 그 맹세, 잊지 마라.] 다시 고개 돌리며 앞으로 걸어간다

청풍; [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지만 눈빛은 차갑게 갈아 앉아있다. 이어

청풍; (저 곱추...) 고개 숙인 채 곁눈질로 타노의 뒷모습을 보고

<비록 불구의 몸이지만 독천존을 제외하면 내가 지금까지 본 인간들 중 가장 강하다.> 타노의 음산한 모습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청풍; (나는 물론이고 할아버지도 저 곱추와 싸우게 될 경우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게다가...)

<눈에 띄지는 않지만 위가대원에는 저 곱추 수준의 고수가 여럿 잠복해있다. 그 때문에 지난 몇 달간 위가대원의 후원에 잠입해보려던 내 시도는 번번이 좌절되었었는데...> 주변 풍경 모습. 오가는 환관 차림의 무사들 외에도 여기저기서 인기척이 느껴지는 것을 묘사

청풍; (원래 세상에는 이렇게 고수가 흔한 것일까?) (아니면 위가대원만 특별한 것일까?) 긴장하며 타노를 따라가는 청풍.

 

#64>

화려한 건물을 에워싼 높은 담장. 담장 중앙에는 월동문이 있고. 그 월동문 쪽으로 오는 청풍과 타노. 물론 타노가 앞장 서고

타노; [다 왔다.] 월동문 앞에서 멈춰서고.

타노; [이곳부터는 여자들이 생활하는 내원(內院)이라 나도 들어갈 수 없다.] 옆으로 물러서고

청풍; [소생도 남자인데...] 당황

타노; [넌 남자가 아니라 그림 그리는 화공으로 불려온 것임을 잊지 마라.] 말하며 들어가라는 시늉하고

청풍; [명... 명심하겠습니다.] 굽신거리며 월동문으로 들어간다.

타노; (이게 과연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월동문 안으로 들어가는 청풍의 뒷모습 보며 찡그리고

타노; (아무리 마님이 떼를 썼다 해도 주군의 허락을 받은 후에 들여보내는 것이 순리였는데...)

타노;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지.) (사실 주군께서 마님에게 흥미를 잃은지 제법 오래 되었기도 하고...)

타노; (그저 별 탈 없이 초상화 작업이 끝나길 바랄 뿐이다.) 월동문에 등을 돌리고 서서 경비를 선다.

 

#65>

월동문 안쪽은 정말 화려한 정원과 건물. 잘 가꿔진 정원과 연못. 연못을 가로지르는 무지개다리. 그 다리 건너의 정원에 자리한 화려한 건물. 건물 주변에는 차가운 인상의 여자 무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고

월동문으로 들어오며 눈이 휘둥그레지는 청풍.

그런 청풍을 차갑게 보는 여자 무사들

청풍; [정원이 기가 막히구만.] [황제폐하께서 사신다는 자금성도 이렇게 화려하진 않겠어.] 흥분해서 중얼거리며 다리를 건너가고.

[멈춰요.] 여자 무사들이 다리를 건넌 청풍을 가로 막고. 움찔 놀라는 청풍.

청풍; [소... 소생은 마님의 부름을 받고 왔는데...] 버벅

[알아요.] [하지만 마님을 만나기 전에 위험한 물건이 있는지는 확인해 봐야만 해요.] 여자들 청풍의 몸을 더듬고 청풍이 등에 짊어진 바구니를 뒤진다. 종이와 두루마리도 펼쳐보고.

여자들 중 한명의 손이 사타구니 안쪽도 더듬고

청풍; [으헉!] 눈이 띠용하고

얼굴 좀 붉히지만 새침한 채 청풍의 아랫도리를 구석 구석 더듬는 여자 무사 한명. 이윽고

여자1; [위... 위험한 물건은 없군요.] 얼굴 붉히며 청풍의 사타구니에서 손을 떼고 일어나는 여자 무사. 다른 년들도 물러서고

여자1; [들어가도 좋아요.] 옆으로 물러서며 길 터주는 여자1과 다른 여자 무사들

청풍; [고... 고맙소.] 얼굴 벌개진 채 여자들 눈치 보며 건물 입구로 가고

청풍; (무슨 여자들이...) 덜컹! 곁눈질로 여자들을 보며 문을 열고

<초면인 남자의 거시기까지 거침없이 만지고 말이야. 심장 멎는 줄 알았네.> 건물로 들어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그리고

여자1; [위험한 무기를 한 가지 지니고 있기는 하네.] 청풍이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걸 보며 좀 얼굴 발개진 혼잣말 하고. 그러자

[무기를 숨기고 있었다고?] [그것도 위험한 무기를?] 주변의 다른 여자 무사들 기겁

[그걸 찾아냈으면서도 그냥 들여보내면 어떻게 해?] [당장 막아야만 해!] 다른 여자 무사들 돌아서서 건물 쪽으로 달려가려 하고. 청풍은 건물로 들어가 문을 닫으려 한다

여자1; [그만 둬! 그 위험한 무기란 게 몸에서 떼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자기에게서 가까운 여자 무사의 팔을 잡아 저지하고

[몸... 몸에서 떼어낼 수 없는 무기?] [설마 그 위험한 무기란 게...] 다른 여자 무사들 깨닫고

여자1; [그래! 정말 위험한 무기더라.] [늘어졌는데도 이만했으니까.] 주먹 쥐고 쳐든 오른팔의 중간을 왼손으로 잡아 보이며 얼굴 붉히고

[맙... 맙소사!] [그게 정말이라면 완전히 말이잖아.] [정... 정말 치명적인 무기네. 여자들에게는...] 여자 무사들 할딱이고

여자1; [하여간 모두 촉각을 곤두세워서 감시해야한다.] [저 젊은 화공 놈이 위험한 무기를 함부로 휘두르게 했다가는 우리 모두 죽은 목숨이니...] 여자1의 말에 다른 여자들도 고개 끄덕이고

 

#66>

탁! 문을 닫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청풍. 눈빛이 날카로워졌고.

청풍; (여기가 상시태감 위태무의 마누라인 매화부인의 거처...) 빠르게 안을 살핀다.

청풍이 들어선 곳은 넓고 화려한 거실. 정말 화려하다. 가구들도 화려하고 여기저기 각가지 조각과 보물들이 마치 갤러리처럼 진열되어 있다. 벽에도 여러 장의 그림들이 걸려있다. 지나칠 정도로 진귀한 보물과 미술품들이 많다. 정면의 벽 좌우로 다른 방으로 통하는 문이 두 개 있다. 두 개의 문 중 하나는 문 대신 주렴이 쳐져 있고. 정면의 벽쪽에는 옆으로 누울 수 있는 크고 화려한 안락의자가 놓여있다. 거실 중앙에는 넓고 좀 높은 탁자가 있다. 탁자 위에도 값나가는 조각과 골동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청풍; (마치 보물창고 같다.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과 골동품들이 지천으로 널려있으니...) 거실 안의 보물과 골동품들을 살피며 중앙의 탁자 쪽으로 가고

청풍; (매화부인은 남편에게서 채우지 못하는 욕구를 값나가는 물건들을 사 모으는 것으로 채워왔을 것이다.) 살피다가 흠칫!

촤아! 촤아! 주렴이 쳐진 문 안쪽에서는 물 소리가 난다

청풍; (물 소리...) 거실 중앙의 탁자 앞에 서서 짊어지고 있던 바구니를 벗으며 주렴이 쳐진 문을 보고.

청풍; (욕실에서 누가 목욕을 하고 있군.) 바구니를 벗어서 탁자 위에 내려놓고. 그때

<잠시만 기다려라. 곧 나갈 테니...> 주렴이 쳐진 문쪽에서 들리는 말 소리. 촤아! 쏴아! 물소리도 함께 들리고

청풍; [저... 저는 상관 마시고 천천히 나오십시오.] 어색한 척 말하면서도 눈을 번뜩이며 거실 안을 살핀다

청풍; (위태무는 상시태감이라는 직책 때문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다.) 벽쪽으로 가고

청풍; (그 때문에 귀중한 물건들을 직접 관리할 수 없었을 테고...) (내가 찾는 그 물건도 매화부인의 거처에 숨겨두었을 가능성이 크다.) 벽에 걸린 그림들을 살피고

청풍; (물론 워낙 귀한 물건이니 이렇게 대충 걸어놓았을 리는...) + [!] 생각하다가 눈 부릅 뜨고

아래 위로 긴 한 폭의 그림 크로즈 업. 파도치는 거친 강물을 배경으로 화려한 옷을 입은 선녀가 맨 발인 채 하늘에서 내려오며 강가를 내려다보고 있고. 가암괴석으로 이루어진 강가에는 잘 생긴 서생이 서서 두 팔을 벌려 선녀를 맞이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파도치는 강물 속에서는 심술 맞은 인상의 <강의 신> <하백>이 화가 난 표정을 지으며 잉어. 이무기들과 함께 선녀를 올려다보고 있다. 선녀는 하백의 아내로 이름이 복비다. 서생이 서있는 바위의 형상이 말 머리같이 생겼고 하백과 그 주변의 이무기들도 강물에서 솟아난 바위처럼 보인다. 이 그림의 배경이 되는 강변의 모습은 나중에 청풍이 기연을 얻는 단서가 됨

***실제로 낙신부도라는 그림이 있음. 인터넷 검색하시면 나오는데 워낙 복잡해서 그래도 쓰는 건 무리이므로 위 설정으로 간략하게 묘사하실 것.***

청풍; (... 있다!) 엄청난 흥분과 경악

청풍; (틀림없다!) (이 그림은 도화서의 도록(圖錄)에서 확인한 고개지(顧愷之)의 걸작 낙신부도(洛神賦圖)의 설명과 일치한다.) 흥분해서 손으로 그림이 붙어있는 두루마리를 만져본다.

 

<-고개지(顧愷之)! 동진(東晋) 시대의 인물로 중화 역사상 최고의 화가로 손꼽혀서 흔히 화성(畵聖)으로 불린다. 고개지는 화가이면서 동시에 군인이고 관료였던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검을 찬 화려한 복장의 노인이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고 주변에서 사람들이 보며 감탄하고 있다. 그림은 여러 명의 신선들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모습이다

 

청풍; (여사잠도(女史箴圖)등의 인물화가 특기였던 고개지가 역사상 최고의 화가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본다.

청풍; (하지만 천여 년 전의 인물인 탓에 현재까지 남아있는 고개지의 작품은 몇 점 없다.) (그중 하나가 이 낙신부도인데...) 손으로 만져도 보고

 

<조조(曹操)의 다섯 번째 아들 조식(曹植)이 낙수(洛水)의 선녀 복비(宓妃)와 사랑에 빠졌다가 결국 헤어진다는 내용의 시 낙신부(洛神賦)의 한 장면을 그린 것이 낙신부도다.> 낙신부도의 그림을 자세히 보여주고

<본래 낙신부도는 명나라 황실의 소유였지만 영락제가 조카 건문제에게서 제위를 빼앗은 <정난의 역> 때 종적을 감춰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었다.> 불타는 건물들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불타는 건물들 배경으로 병사들이 궁녀와 환관들을 죽이거나 잡아가고 있다.

 

청풍; (그러다가 사 년 전 다시 발견되어 세상에 나타났던 낙신부도는 이내 사라져버렸었다.) (내가 도화서에 들어간 것은 바로 낙신부도가 누구의 수중에 들어갔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였고...)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청풍; (마침내 상시태감 위태무가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었다.)

청풍; (그래서 지난 몇 달 동안 꾸준히 위가대원에 잠입하여 낙신부도를 훔치려 시도해왔었다.)

청풍; (그러나 위가대원에 타노같은 무시무시한 고수들이 포진하고 있어서 성과가 없었다.) 조금 떨어져서 보고

청풍; (결국 위태무의 채호인 매화부인을 유혹하는 편법을 써서 위가대원의 내원에 들어오는 데 성공한 것인데...)

청풍; (깊이 숨겨두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위태무는 이 귀한 낙신부도를 매화부인에게 주어 방을 장식하는 데 쓰게 했다.)

청풍; (허허실실(虛虛實實)의 이치로 아무렇게나 방치하여 오히려 도난의 가능성을 제거한 것이다. 그림을 모르는 사람은 이걸 그냥 오래 된 그림으로만 알 테니...)

청풍; (만일 이게 진품의 낙신부도라면 두 달 후에 열리는 도척제전(盜蹠祭典)에서의 우승은 따논 당상이다.) 조금 떨어져서 그림 전체를 보며 흥분하고

청풍; (도척제전에서 우승하면 도수의 상징인 흑령장(黑靈掌)을 손에 넣게 될 테고...)

청풍; (흑령장의 신통력을 빌면 어머니의 눈이 다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해드릴 수도 있다.) 뒤로 더 물러서서 보며 온유향을 떠올린다. 바로 그때

[역시 화공이네.]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 움찔! 하며 정신을 차리는 청풍

매화부인; [이 안에 있는 수많은 보물들은 안중에도 없고 그림부터 살피니 말이야.] 촤락! 주렴을 젖히며 나오는 매화부인. 야하다. 막 목욕을 한 모습. 알몸에 얇고 길이가 짧은 가운만 걸친 모습이다. 가운이 얇은 데다가 몸에 물기가 완전히 닦이지 않아 비단으로 만든 가운은 매화부인의 살에 달라붙어 있다. 그 때문에 육중하고 탱탱한 젖가슴, 잘룩한 허리, 육감적인 아랫도리등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사타구니 부분도 거뭇하게 그 형태가 보이고

청풍; (몸매 하나는 기가 막히군.) + [소... 소인 장청(張淸)이 대부인을 뵙습니다.] 낙신부를 등지고 서서 포권하고. 순진한 척. 당황하는 척하며

매화부인; (얼굴 발개지는 것 좀 봐! 귀여워라!) + [이름도 생김새처럼 깔끔하네.) 젖가슴 출렁이며 얼굴 좀 발개진 채 청풍에게 다가오고

매화부인; [이 누나의 본명은 매초풍(梅草豊)이야. 매화부인이라는 이름은 내 성에서 나온 거야.] 말하며 청풍을 끌어안으려 하고. 그러자

청풍; [안... 안됩니다!] 기겁하며 뒤로 물러나 매화부인의 손을 피하고. + 매화부인; [어멋!] 헛손질 하고 휘청하는 매화부인

청풍; [부... 부인의 몸에 손가락 하나라도 대면 소생은 살아서 위가대원을 나가지 못합니다.] [제발 사정을 봐주십시오.] 두손 모아 비는 시늉하며 창문 쪽을 눈짓하고. 그러자

매화부인; [쳇! 징그러운 인간들 같으니...] 샐쭉하며 역시 창문 쪽을 보고

매화부인; [어쩔 수 없지.] [채호라 놀림을 받긴 해도 어엿한 남편이 있는 몸으로 외간 사내와 살을 맞댈 수는 없는 일이니...] 젖가슴 출렁이며 안락의자쪽으로 가고

매화부인; [그럼 시간 아까우니까 바로 작업에 들어가도록 해.] 안락의자에 야한 자세로 비스듬히 눕고

매화부인; [날 감동시킬만한 걸작을 그려주면 한 재산 챙겨주도록 할게.] 슥! 야한 자세로 누워 그나마 짧은 가운의 치마를 허리쪽으로 끌어올리며 추파를 보내고

청풍; [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억지로 웃으며 바구니에서 문방사우를 꺼내고

청풍; (생각 같아서는 낙신부도를 바로 낚아채서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붓과 먹을 탁자에 내려놓고

청풍; (절대 서두르면 안된다.) 종이를 탁자 위에 펴고

청풍; (낙신부도를 훔친 게 들통 날 경우 무시무시한 고수들이 포진하고 있는 위가대원을 살아서 빠져나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종이를 탁자 위에 넓게 펼치고

청풍; (방법은 단 하나...) 스윽! 붓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며

청풍; (저 낙신부도를 위작(僞作;모조품)과 바꿔치기 해서 위태무로 하여금 도둑질 당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하는 게 그것이다.) 야한 자세로 누운 매화부인의 그림을 그려주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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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 슥! 그림을 거의 마무리하는 청풍

타노; (확실히 보기 드문 그림 실력이다.) 역시 감탄하고

<붓놀림에 거침이 없고 그러면서도 그리려는 대상을 찍어낸 듯 정확하게 묘사한다.> 청풍이 그리는 그림과 그 앞에 앉은 소녀의 실제 모습을 한 화면에 보여주고

<단순히 똑같이 그리는 것을 넘어 장점을 강조하고 약점을 순화하는 덕분에 매혹적인 그림이 되어가고 있다.> 그림을 크로즈 업. 약간 촌스럽던 소녀가 세련되고 우와하게 그려지고 있다. 배경으로 담장과 장미 넝쿨 등도 그려지고 있고

타노; (저렇게 대단한 그림 실력을 지녔으면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기는 쉽지가 않은데...) 생각하고. 그때

청풍; [끝났소 소저.] 슥! 이젤에서 종이를 떼어내며 일어나고. 떼어내는 그 종이의 뒷면에 여러 장의 종이들이 붙어있다.

청풍;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소.] 일어나는 소녀에게 종이를 내밀고

소녀; [어머나!] 종이에 그려진 자기 모습 보며 눈 치뜨고

종이에 그려진 것은 장미 덩굴이 덮인 담장은 등지고 우아하게 앉아있는 미소녀의 모습. 모델이 된 소녀와 비슷하지만 저 세련되고 청초한 분위기다

소녀; [정말... 정말 잘 그리시네요. 작아진 제가 종이 속에 들어가 있는 것같아요.] 흥분하고

청풍;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오.] 다시 이젤 앞에 앉고

소녀; [그림 값으로 얼마나 드려야할까요?] 흥분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말하고

청풍; [그냥 가셔도 좋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다시 그림 그릴 준비하고

소녀; [하지만 이렇게 어여쁜 그림을 그려주셨는데...]

청풍; [정 부담이 되면 근처 고아원에 되는 대로 기부를 해주시오.] 붓을 천으로 닦으며

소녀; [그... 그리하겟사옵니다.] 감격하고

이어 연신 그림을 보며 떠나는 소녀

청풍; [다음 분 앉아주시오.] 한쪽을 보며 말하고. 소녀가 앉아있던 뒤쪽으로 사람들이 죽 서있는데 손에 손에 숫자가 적힌 쪽지를 들고 있다.

노파; [이번에는 늙은이 차례로구먼.] 쪽지를 내밀며 다가오고

청풍;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할머니.] 손 내밀고

청풍; [먼저 그려드리고 싶어도 순서를 바꾸면 혼란이 야기될 같아서 기다리시게 했으니 이해해주세요.] 노파가 주는 쪽지를 받고

노파; [이 늙은이가 죽은 후에도 자식들이 잊지 않게 잘 그려주시구려.] 숫자가 적힌 쪽지를 청풍에게 건네주고 돌아서고

청풍; [곱게 그려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 할머니.] 웃으며 쪽지를 담에 기대놓은 바구니에 넣고

노파; [영차...] 의자에 앉고

청풍; [시간이 없어서 하루에 서른명까지만 그려드리니 순번표를 받지 못하신 분들은 기다리지 마십쇼.] 붓을 들고 주변 보며 말하지만

[괜잖소 장(張)신필!] [신필이 그림 그리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소.] [내일은 나도 좀 더 일찍 와서 그림 한 장 받아가야겠어.] [우린 신경 쓰지 말고 어서 그리시구려.] 사람들 호응하고

청풍; [시작합니다 할머니. 그림 그릴 동안 움직이셔도 되니 편하게 계세요.] 슥! 슥! 노파를 보며 붓으로 그림 그리기 시작하는 청풍.

종이에 순식간에 노파의 모습이 그려진다

양산을 쓴 매화부인이 사람들 사이에 서서 그걸 보고 있다. 타노가 매화부인 뒤에서 벽처럼 서서 다른 사람들이 매화부인에게 접근하는 걸 막고 있고

매화부인; (타노 말 대로 정말 기막힌 그림 솜씨잖아.) 눈 반짝이며 보고

매화부인; (그림 솜씨도 그림 솜씨지만...) 숨이 가빠지고

<정말 잘 생겼지 뭐야? 어리기도 하고...> 진지하게 그림을 그리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매화부인의 생각

매화부인; (저 진지하면서도 속을 들여다보는 것같은 눈빛이 내 몸을 주시하면 그것만으로도 절정을 맛 보게 될 것같아.) 헉헉

매화부인; (결정했어!) + [타노!] 뒤의 타노를 부르고

타노; [예 마님!]

매화부인; [먼저 집에 돌아가 있을 테니까 저 화공(畵工)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데리고 와.] 돌아서고

타노; [젊은 사내를 집으로 들이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당황. 찡그리고

매화부인; [사내가 아니야! 그림 그리는 화공이지!] 사람들 헤집고 가고. 사람들 매화부인의 기막힌 몸매에 압도당해 길을 터준다. 매화부인의 몸매를 보며 헤벌레 하는 사내들

매화부인; [생각해보니 나쯤 되는 여자가 초상화 하나 없다는 게 말이 안되잖아.] [이번 기회에 초상화 하나 마련해야겠어.] 사람들이 터준 길로 지나가며 말하고. 타노는 당황하며 따라오고

매화부인; [날 따라올 거 없어.] [여기서 기다렸다가 멱살을 잡아서라도 저 화공을 집으로 데리고 와.] 좀 떨어진 곳에 서있는 가마를 향해 가며 말하고

타노; (어쩔 수 없군.) + [알겠습니다 마님.] 고개 숙이고

장한들이 주렴을 걷어주는 가마로 다가가며 양산을 접는 매화부인

매화부인; [집으로 돌아가. 목욕을 좀 해야겠으니...] 가마에 타며 말하고

[예 마님!] [위가대원으로 모시겠습니다.] 대답하는 장한들

서둘러 가마를 들고 현장을 떠나는 장한들. 타노는 사람들 뒤에 서서 가마를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타노; (저 엉덩이 가벼운 계집이 무슨 꿍꿍이 인건가?) 멀어지는 가마를 보며 찡그리고

타노; (화공이라 해도 젊은 사내를 집으로 끌어들였다가는 주군의 진노를 살 텐데...)

타노;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지금의 나는 저 계집에게 종인 척 해야 하는 입장이니...) 다시 돌아서며 한숨 쉬고

그 사이에 사람들 너머에서는 청풍이 노파의 초상화를 거의 다 그렸다. 그림 속의 노파는 화려한 비단 옷을 입고 있고

청풍; (며칠 고생한 보람이 있군.) 그림을 그리면서 웃고. 곁눈질로 사람들 사이의 타노를 보지만 아주 살작 보는 거라 타노는 눈치 채지 못한다

<상시태감 위태무의 마누라 매화부인...> 매화부인을 태우고 현장에서 멀어지는 가마를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청풍; (위가대원의 내원(內院)을 탐색하려면 저 여자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위가대원에는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무시무시한 고수들이 포진하고 있어서...)

청풍; (무리를 하면 위가대원의 내원에 침투하지 못할 것도 아니지만 <그 물건>의 소재가 확실하지도 않은 데 위험을 무릅쓸 이유는 없다.)

청풍; (그래서 매화부인이 가끔 바람을 쐬러 나올 때 반드시 지나간다는 이곳에 자리를 펴고 기다려왔는데...) 웃으면서 그림을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사내에게 굶주린 매화부인이 내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 가마 안에서 흥분으로 얼굴 발개진 채 좋아하는 매화부인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60>

여전히 낮. 해하촌

골동품 가게 온고당. 가게 주변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가게에서 남자 손님들 세 사람에게 물건을 설명하고 있는 분이. 완전히 숙녀가 되었다. 얼굴은 아직 앳되지만 몸은 글래머. 남자 손님들이 헤벌레 하며 설명을 듣고 있다. 탁자에 놓인 작은 불상을 설명하는 중이다. 달라붙는 옷을 입어 탱탱한 젖가슴과 엉덩이가 강조 되어 보인다. 저고리는 중국식이지만 치마는 베트남 여자들이 입는 아오자이 같다.

뛰어노는 아이들 사이에 서서 온고당 쪽을 보고 있는 철두와 정칠. 어깨들은 좀 떨어져 있다.

불상을 상자에 넣으며 손님들에게 뭐라 하는 분이. 환하게 웃는 표정. 상자 안에는 솜이 들어있고

분이의 얼굴.

몸을 숙이는 바람에 출렁이는 젖가슴

내밀어져 탱탱한 엉덩이

헤벌레하는 손님들

 

정칠; [세월 참 빠르군.] 좀 떨어진 곳에서 그걸 보며 웃고

<코흘리개일 때 분이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어느덧 저렇게 농염한 숙녀가 되었으니 말이야.> 상자를 손님들 중 한명에게 안겨주며 밝게 웃는 분이의 모습 배경으로 정칠의 말

정칠; [철두 너야 당연하게 생각하겠지만 내가 보기에도 분이는 절세미녀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팔꿈치로 철두의 옆구리를 쿡 찌르고.

철두는 찡그리며 분이쪽을 보고 있고

정칠; [말 그대로 지금의 분이는 만개한 꽃...] 눈을 좀 가늘게 뜨며 감탄

<아름다운 꽃에 벌 나비가 꼬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겠지?> 상자를 안은 채 분이에게 지폐를 지불하며 헤벌레 하는 손님들의 모습을 배경으로 정칠의 말. 간드러진 자태로 손님들이 건네주는 지폐를 두 손으로 받는 분이의 모습 배경으로 정칠의 말

정칠; [뭐 그 꽃에 이미 주인이 있는 형국이지만...] 힐끔 철두를 보며 웃고. 철두는 찡그리며 분이쪽을 보고 있다.

정칠; (복잡한 심사가 표정에 그대로 드러나는군.) 피식 웃고

철두; [만일...] 심각한 표정으로 입 열고

정칠; [만일 뭐?]

철두; [이보옥을 거세한 범인이 청풍이인 게 확인되면 넌 어쩔 생각이냐?] 여전히 온고당 쪽을 보며 정칠에게 묻고

정칠; [처신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되겠지.] 찡그리고

정칠; [지금 모시고 있는 상전에 대한 의리냐, 불알친구에 대한 우정이냐를 선택해야하니...] 한숨 쉬고

철두; [네놈이 어떤 선택을 하든 내 알 바가 아니다.] [하지만...] 살벌한 표정

철두; [그 결정으로 인해 분이에게 손톱만이라도 불똥이 튄다면 넌 내 손에 죽는다.] 앞으로 걸어가고

정칠; [젠장! 철두 네놈이 무서워서라도 허튼 짓은 하지 말아야겠구나.] 웃으며 따라간다.

 

기분 좋아 입에 걸린 채 온고당에서 나오는 손님들. 간드러지게 인사하며 배웅하는 분이

멀어지는 손님들

분이; [오늘도 밥값을 솔찮게 벌었네.] 손에 쥔 지폐 보며 웃고. 그러다가

옆을 보며 흠칫! 하는 분이

노는 아이들을 헤치며 온고당 쪽으로 다가오는 정칠과 철두

정칠 크로즈 업

분이; [정칠오빠?] 눈 치뜨며 정칠을 손가락질하고

정칠; [이야! 이게 누구야?] 과장되게 양손 벌려 보이며 다가오고. 철두보다 앞으로 나오고

정칠; [분이 너 화용월태(花容月態)가 따로 없는 미인이 되었구나.] [서시나 양귀비도 분이 널 보면 울고 가겠어.] 능글맞게 말하며 분이를 두 팔로 끌어안으려 하고. + 철두; (저 새끼가...) 뒤에서 그런 정칠을 노려보고

분이; [오랜만에 보자마자 무슨 허튼 수작이야?] 슥! 자연스럽게 옆으로 피하며 눈 흘기고. 분이도 천불투에게서 무공을 배우고 있다. + 정칠; [어이쿠!] 그 바람에 양팔로 헛손질하며 휘청하는 정칠

분이; [하여간 반가워! 우리 제법 오래 못 봤지?] 휘청이는 정칠의 팔을 두손으로 잡고. + 정칠; (우연히 피한 건 아니고... 보법을 쓴 건가?) 분이 손에 팔이 잡히며 좀 놀라고

정칠; [벌써 삼년이 지났지. 세월 정말 빠르잖냐?] 웃으며 분이를 돌아보고

분이; [들어가. 할아버지와 아주머니도 널 보면 반가워하실 거야.] 정칠을 끌고 온고당으로 들어가고

정칠; [할아버지는 몰라도 청풍이 엄마는 날 별로 안 반기실 텐데...] 끌려가며 멋 적게

분이; [쓸데없는 소리 말고 따라와.] [할아버지! 어머니! 누가 왔는지 보세요.] 외치며 온고당 내실쪽으로 정칠을 끌고 가고

철두; (어머니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입술 깨물며 따라가고

<이젠 정말 분이에 대한 마음을 접을 때가 된 건지도 모르겠다.> 온고당으로 들어가는 철두의 뒷모습. 그 앞쪽으로 내실 문이 열리며 천불투가 내다보는 모습이 보인다. 분이가 정칠을 끌고 그 문으로 다가가고 잇고

 

#61>

산중에 난 길. 길가의 주점. 말도 몇 마리 매어져 있지만 드나드는 사람은 없다.

주점 내부. 손님들이 몇 앉아있는데 모두 동작 그만 자세고. 점원과 주인도 멍하니 서있다. 창가 자리에 독천존이 앉아서 술과 음식을 먹고 있다.

<속하 비용(非庸), 문주님께 인사 올립니다!> 누군가 전음으로 말하고

독천존; [이 주점 안의 인간들은 당분간 살아있는 송장이니 안심하고 말해라.] 술 마시며 대답하고

(독을 써서 이지를 상실하게 하셨구나.) + <지난 삼년간 다방면으로 추적한 결과 만독조종(萬毒祖宗)님의 후손들 중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마지막 한명의 종적을 확인했습니다.> 누군가의 전음이 다시 들리고. 술을 마시며 듣는 독천존

<이름은 한경파(韓京芭), 모계(母系) 쪽으로 만독조종님과 연결이 되며 부계(父系)는 아무래도 백련교(白蓮敎) 쪽인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말

독천존; [백련교라면 지금의 명나라의 기반이 되었던 명교(明敎)의 다른 이름인데...] 멈칫! 술 마시던 손을 멈추며 중얼

독천존; [그 명교의 누가 한경파 아비였느냐?] 다시 술을 마시고

<그것이...> 조금 망설이는 목소리

술을 마시며 대답을 기다리는 독천존

<모든 정황이 명교의 마지막 교주였던 소명왕(少明王) 한림아(韓林兒)가 한경파의 아비였음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다시 이어지는 말

독천존; [허어... 한경파가 만독조종님의 후손이면서 동시에 명교의 적통이다?] 술잔을 탁자에 내려 놓으며 놀라고

<한림아가 홍무제 주원장에게 암살당할 무렵 한경파는 만독조종님의 핏줄이면서 한림아의 첩이었던 여자의 뱃속에 있었으며...> 불타는 산중의 장원을 등지고 도망치는 만삭의 여자. 망토로 몸을 가렸다. 몇 명의 무사들이 뒤를 돌아보며 여자를 따라간다.

<결코 밝혀져서는 안되는 출신 내력 때문에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한경파는 결국 화류계(花柳界)로 흘러들었습니다.> 젊은 시절의 한경파가 야한 옷을 입고 춤을 추고 있고. 사내들이 그걸 보며 침을 흘리며 박수를 친다. 기루의 기방이다.

독천존; [갖은 것 없고 보호해줄 사람도 없는 계집이 외모는 제법 반반하다면 화류계에 몸을 담게 되는 건 필연이라고 해야겠지.] 한숨 쉬며 끄덕이고

<화류계를 전전하며 제법 명기로 이름을 날렸던 한경파는 서른 살 무렵에 나이가 아비 뻘인 늙은 사내의 첩이 되었습니다.> 이어지는 말

독천존; [한경파를 첩으로 맞아들인 그 아비 뻘의 사내는 누구인가?]

<문주께서도 익히 아시는 인물입니다.>

<조카를 몰아내고 제위에 오른 영락제를 모욕한 죄로 십족(十族)이 멸족당한 거유(巨儒) 방효유(方孝孺)가 그 장본인입니다.>

독천존; [점입가경이로군.] [만독조종님의 마지막 핏줄이 방효유의 첩이 되었었다니...] 또 놀라고

<이미 퇴기(退妓)가 된 화류계의 여자를 첩으로 맞아들인 걸 보면 방효유는 한경파의 정체를 알고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독천존; [누구보다 아는 게 많은 방효유였으니 그랬을 가능성도 충분하군.] 끄덕

 

<하지만 방효유가 한경파를 첩으로 맞아들인 그해에 <정난의 변>이 일어났으며...> 신부 복장으로 의자에 앉아있는 한경파의 모습. 한경파 앞에는 어떤 노인이 뒷짐을 짚고 서서 무언가 말하고 있다

<영락제는 연적찬위(燕賊簒位;연나라의 도적이 제위를 빼앗다.)라는 글로 자신을 능멸한 방효유를 십족주멸(十族誅滅)... 말 그대로 방효유와 관련이 있는 모든 인간을 몰살시키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보좌에 앉아있다가 일어나 삿대질하며 분노하는 마흔살 가량의 영락제. 그 앞의 바닥에는 꼬장꼬장한 인상인 예순살 가량의 선비가 앉아 있다. 선비가 방효유인데 방효유 앞에는 문방사보가 널려 있고. 커다란 종이에는 <燕賊簒位>라는 글이 일필휘지로 적혀있다. 방효유 주변에는 갑옷을 입은 장군들이 둘러서 있다가 분노하며 칼에 손을 가져가고 있다.

 

<다만 한경파는 방효유 집안 족보에 정식으로 이름이 오르지 않은 덕분에 목숨을 건진 듯합니다.> 이어지는 누군가의 말

독천존; [한경파는 생사가 불명한 모양이로군.]

<예!> <대신 한경파와 방효유 사이에서 태어난 딸과 한경파를 모시던 계집종의 이름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독천존; [말해봐라.}

<한경파가 방효유의 씨를 받아 낳은 딸의 이름은 방숙분(方淑分), 그리고 당시 열여섯 살이던 한경파의 몸종 이름은 전삼낭(全三娘)입니다.> 이어지는 말. 직후

독천존; (분이!) 놀라는 독천존의 얼굴 위로 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자신이 일으킨 벼락에 감전되어 기절하려던 모습의 분이다.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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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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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칠; [해하촌을 주름 잡던 흑건회는 어찌 되었냐?] 탁! 술병을 내려놓으며 묻고.

이하의 장면에서 정칠과 철두는 서로의 잔에 술을 따라주고 받아 마시면서 대화한다

철두; [여전히 존재하긴 하지만 청풍이 놈은 사실상 흑건회에서 손을 뗀 상태다.] [해하촌 내의 잡다한 일은 아이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외부에서 찝쩍대는 것들만 처리하고 있다.] 술을 조금 마시면서 말하고. 그 앞에서 정칠도 술잔을 들고 있다

정칠; [그게 뭐든 간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청풍이다운 짓이긴 한데...]

정칠; [흑건회를 아가들에게 맡겨놓고 정작 그 자식은 뭘 하고 다니는 거냐?] 술잔을 입에 가져가며 철두의 모습을 곁눈질하며 묻고

철두; [금릉 성내를 드나들며 이것저것 배우고 있는 중이다.] 술잔에서 입을 떼고

정칠; [배워? 뭘?] 눈 번뜩

철두; [네가 떠난 직후 청풍이 놈은 제민서(濟民署)에 막일꾼으로 들어갔다.] [제민서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는 알지?] 슥! 술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정칠; [알고 말고!] [가난해서 의원을 부르지도 못하고 약도 쓰지 못하는 불쌍한 인생들을 치료해주는 관청이잖아.]

철두; [청풍이 놈은 그 제민서에서 일 년 남짓 일하며 의술을 익혔다고 한다.]

정칠; [뜬금없이 의술을 익혔다 이거지?] 눈 번득

철두; [풍문으로는 청풍이 놈의 의술이 화타(華陀), 편작(扁鵲)에 버금간다고 하더라. 침 하나만 있으면 못 고치는 병이 없고...]

정칠; [겨우 일 년 배운 의술이 의성(醫聖)으로 불리는 화타나 편작에 버금간다?] [별 시답잖은 풍문도 다 있군.] 피식

철두; [청풍이 놈이 어떤 괴물인지는 누구보다 네가 더 잘 알지 않느냐?] 노려보고

정칠; [한번 보기만 해도 뭐든 기억하고 알아버리는 재주를 지니긴 했지.] 웃음기 지우며 끄덕

철두; [이 년 전 심각한 돌림병이 창궐했을 때 이 동네에도 환자들이 속출했었다.] [하지만 발병 초기에 죽은 몇 사람을 제외하면 아무도 죽지 않았는데...]

철두; [그게 누구 덕일 거 같냐?]

정칠; [청풍이가 해하촌 사람들을 살렸군.] 침 꿀꺽

철두; [그놈의 손이 닿기만 해도 다 죽어가던 환자가 벌떡 벌떡 일어났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끄덕이고. 표정은 안좋다

정칠; [허어... 그 정도였냐?] 놀라고

철두; [청풍이 놈이 그렇게 대단한 의술을 지니게 된 건 제민서에서 일년 남짓 봉사하며 배운 의술 덕분인데...]

철두; [제민서에 있을 때 청풍이 놈은 틈만 나면 시신을 해부해 보기도 해서 사람들을 기겁하게 만들었다더라.] [소문에는 백구 이상의 시신을 갈라봤다고도 하고...]

정칠; [청풍이 그 새끼, 확실히 별종은 별종이다. 의술을 배우는 것으로도 모자라 사람 몸뚱이를 갈라보는 걸 즐겨하다니...] 침 꿀꺽

철두; [제민서에서 일 년쯤 봉사하던 청풍이 놈은 더 배울 게 없어졌는지 대륙전장(大陸錢莊)에 취직을 했다.]

정칠; [대륙전장이라면 천하를 통틀어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유명한 전장이잖냐?] [게다가 돈을 다루는 업종이다 보니 취직하기가 정말 까다로운 곳인데...]

철두; [청풍이는 제민서의 서장(署長)이 추천과 보증을 해준 덕분에 어렵지 않게 대륙전장에 취직했다고 한다.] 끄덕

정칠; [제민서에서 일한 게 대륙전장에 들어가기 위한 포석일 수도 있겠군.]

철두; [그럴 수도 있지만... 청풍이 놈 꿍꿍이를 우리가 어떻게 알겠냐?]

 

<대륙전장에 취직한 청풍은 허드렛일부터 시작했지만 이내 두각을 나타내어 대륙전장의 장주인 새석숭(賽石崇) 황보륜(皇甫倫)의 총애를 받게 되었으며...> 은행 창구 같은 분위기의 넓은 공간에서 고객과 상담하는 잘 차려 입은 청풍의 모습. 왜소한 체격의 노인과 신경질적인 인상이지만 절세미녀인 서른 살 가량의 여자가 그걸 보고 있다. 노인은 대륙전장의 장주인 새석숭 황보륜이고 여자는 황보륜의 후처인 냉상영이다. <건곤일척>과 <아랑힐월>에 나온 새석숭과 냉상영 캐릭터

<그 결과 취직한지 불과 일년여 만에 대륙전장의 여러 지점들 중 가장 규모가 큰 금릉지점(金陵支店)의 총관(總管)이 되었다. 그런 초고속 승진은 대륙전장 역사상 유래가 없는 것이라 한다.> 탁자를 앞에 두고 앉아서 돌아보는 청풍. 다가오며 웃는 새석숭. 새석숭을 따라오며 새침한 표정 짓는 냉상영. 하지만 냉상영은 얼굴이 좀 발개져 있다. 냉상영이 새석숭보다 키가 크다

 

정칠; [새파란 애송이가 대륙전장 금릉지점의 총관이 되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게 청풍이었구나.] 술잔 든 채 눈을 좀 치뜨고

철두; [영락제(永樂帝)가 북경(北京)으로 천도(遷都)하면서 대륙전장 역시 본점을 북경으로 옮겼다.] [하지만 사실상의 본점 역활은 여전히 금릉지점이 하고 있다.]

정칠; [비록 황도(皇都) 자리를 북경에 빼앗기긴 했지만 부유하기로는 여전히 금릉이 천하의 으뜸이긴 하지.] 끄덕

정칠; [그런 금릉에 자리한 지점이 대륙전장의 구심점일 수밖에 없고...]

철두; [그래서 새석숭도 일년중 대부분의 시간을 금릉지점에서 보낸다고 한다.]

정칠; [기억력 좋고 일 처리 시원시원한 청풍이가 새석숭의 눈에 자연스럽게 들어갔겠군.]

철두; [청풍이 놈에게 반한 새석숭 황보륜은 그놈을 자기 후계자로 삼을 생각까지 했었다더라.] [새석숭에게는 딸만 둘이 있고 대륙전장을 물려줄 아들이 없거든.]

정칠; [하여간 난 놈이야.] [빈민가 출신으로 대륙전장의 후계자가 될 기회까지 잡았었다니...] 감탄과 시샘. 그러다가

정칠; [헌데 새석숭이 청풍이를 후계자로 삼을 생각까지 했었다는 건...] 깨닫고

철두; [다 지나간 일이다.] [청풍이 놈이 반년 전쯤에 대륙전장을 나와 버리면서 없었던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냉소하고. 좀 고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정칠; [허어!] 놀라고

정칠; [이해할 수 없구만. 가만히 붙어있었으면 대륙전장을 집어삼킬 수 도 있었는데 제 발로 뛰쳐나왔다니...] 찡그리고

철두; [그놈의 음흉한 꿍꿍이와 속내를 내가 어떻게 알겠냐?] 뚱한 표정으로 술 마시며

정칠; [그래서 지금 청풍이는 뭘 하고 있냐?]

철두; [대륙전장을 나온 후 한동안 여기저기 놀러 다니다가 요즘은 도화서(圖畵署;글과 그림을 담당하는 관청)를 드나들며 그림을 배우고 있다더라.]

정칠; [청풍이는 원래 그림 잘 그렸잖아.] [그런 놈이 새삼스럽게 그림을 배운다?]

철두; [무슨 생각이 있겠지.] [청풍이 놈의 언행에서 의미 없는 건 단 하나도 없었으니...]

정칠; [그렇긴 한데...]

철두; [이제 네놈 차례다.] 노려보고. 움찔! 하는 정칠

철두; [왜 갑자기 청풍이 놈의 행적에 관심을 갖는 거냐?]

정칠; [첩혈당의 당주, 즉 내 상관이 누군지 알지?]

철두; [소면첩혈(笑面喋血) 이세창(李世昌)이란 인간 아니냐?]

정칠; [웃는 얼굴로 사람 피를 마신다는 별호답게 냉혹 비정한 인간인데...] [그런 이세창도 단 한명의 인간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자애스럽게 변한다.]

철두; [마누라나 첩은 아닐 테고...] [자식이겠군.]

정칠; [지은 죄가 많아서인지 이세창은 자식 복이 없었다.] 끄덕

 

<그러다가 어렵게 아들을 하나 얻었으니 얼마나 애지중지하며 키웠겠냐?> 젊은 시절의 이세창이 사내 아이를 안고 좋아 죽으려 하는 모습. 그걸 보며 배시시 웃는 의자에 앉은 여자. 풍만하고 육감적인 몸매에 좀 천한 인상. 하지만 상당한 미녀. 눈 꼬리가 내려가 색기가 흐른다. 마릴린 몬로같은 분위기. 이세창의 마누라이며 이보옥의 엄마인 당숙경이다. <마면기정 자료집 10페이지>에 나온 당숙경 캐릭터인데 나이를 20대 초반으로 묘사.

 

철두; [온갖 지저분한 일이 본업인 흑사회 거물의 외동아들...] [당연히 개망나니로 자랄 수밖에 없었겠군.] 냉소하고

정칠; [이보옥이란 이름의 그 개망나니가 어젯밤에 고자, 아니 내시가 되었다.] 손으로 목을 치는 시늉

철두; [누가 그놈의 아랫도리에 달린 물건을 잘라버린 거냐?] 눈 번뜩

정칠; [깔끔하게 잘려서 죽지는 않았지만 평생 계집처럼 앉아서 일을 보는 신세가 되었다.] [당연히 이세창의 대는 끊기게 되었고...]

철두; [이세창이 지금까지 쌓아온 업보의 대가를 치뤘군.] 냉소하며 다시 술을 마시려 하고. 그러다가

멈칫! 입으로 가져가던 술잔을 멈추는 철두

철두; [너 혹시 이보옥이란 놈의 양물을 잘라버린 범인이 청풍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정칠을 노려보고

정칠; [이보옥과 다른 목격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범인은 눈 부위를 검은 띠로 가리고 있었다고 한다.]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하고

철두; (흑건(黑巾)!) 눈 부릅뜨고

 

#58>

<-금릉> 여전히 낮. 오후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번화가.

사람들을 헤치고 오는 화려한 가마 한 대. 말이 끄는 가마가 아니라 네 명의 건장한 장한들이 어깨에 메고 있는 가마인데 장식이 화려하고 요란하다. 그 가마의 사방에는 문 대신 주렴이 쳐져 있다. 주렴이 아주 촘촘히 쳐져 있어 가마 내부가 자세히 들여다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어떤 여자가 쿠션에 기대 비스듬히 앉아있는 게 실루엣으로 대강 보이고. 그 가마 옆에는 양산을 품에 안은 덩치 큰 꼽추가 나란히 걷고 있다. 꼽추는 <마면기정> <아랑힐월>등에 나온 타노 캐릭터.

***타노는 #8>에 한번 나왔었음. 비 오는 날 밤 무림맹 근처의 사당에서 귀면지존을 수행하여 온유향을 감시하던 복면인들 중 한명. 덩치 큰 곱추가 바로 타노였음. 물론 상시태감 위태무와 귀면지존은 동일인물이었고.***

가마 맞은편에서 오던 사람들 겁에 질려 급히 피하고.

사내1; [젠장, 눈 버렸구만. 재수 옴 붙었어!] 퉤! 피한 사람들 중 한명이 가마의 뒤에 대고 침을 뱉으며 오만상을 쓴다.

사내2; [왜? 저 가마에 누가 탔는데?]

사내1; [채호(菜戶)야!] 가마를 흘겨보며

사내2; [채호라면 환관의 마누라나 첩들을 비하하는 말이잖아.]

사내1; [아랫도리의 그게 없어 사내구실을 못하는 환관들은 욕구불만을 재물과 미녀들을 모으는 것으로 대신하지.]

사내1; [그런 환관들에게 빌붙어서 호의호식하는 계집들을 채호, 즉 푸성귀(菜)만 먹는 구멍(戶)이라고 놀리는 거야.]

사내2; [그건 나도 아는데...] [저 가마에 탄 계집이 채호라는 걸 자네는 어떻게 알았나?] 멀어지는 가마를 보며 묻고

사내1; [가마를 수종(隨從;따라다니며 시중을 듬. 또는 드는 사람)하는 곱추를 보고 알았지.] 가마 옆을 따라가는 타노를 보며

 

<저 곱추가 상시태감(常侍太監) 위태무(威太武)의 저택인 위가대원(威家大院)의 집사(執事) 타노(駝奴)거든. 금릉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인사고...> 가마 옆을 따라가는 타노의 모습 배경으로 사내1의 말

 

사내2; [그럼 가마에 탄 계집은...?] 깨닫고

사내1; [집사인 타노가 직접 수종을 드는 걸 보면 위가대원의 안주인인 매화부인(梅花夫人)일 게 분명해.] 확신하고

사내2; [일리가 있군.]

사내2; [헌데 상시태감의 마누라라면 콧대가 하늘을 찌르겠구만.]

사내1; [당연하지!] [남경분조(南京分朝)의 으뜸가는 실력자가 상시태감 위태무니까.]

 

<영락제는 북경으로 천도한 후에도 명나라의 발상지인 금릉을 중시하여 남경(南京)으로 개명하고 분조(分朝;임시 조정)를 설치했다. 그리고 황태자인 주고치(朱高熾)로 하여금 남경분조를 다스리게 하고 자신은 황태손 주첨기(朱瞻基)와 함께 북경에서 천하를 다스리고 있다.> 영락제가 보좌에 앉아있고. 그 보좌 아래에서 뚱뚱한 체격의 황태자 주고치가 두손으로 옥쇄를 받고 있다. 황태자 주고치 옆에는 세 사람이 서서 보고 있다. 황태손 주첨기, 한왕 주고후, 그리고 쟁반을 두 손에 든 나이 든 환관. 황태자 주고치, 황태손 주첨기, 한왕 주고후등의 캐릭터는 <건곤일척>에 나온 캐릭터들을 그대로 차용

 

사내1; [규모가 좀 작긴 해도 남경분조도 어엿한 조정(朝廷)! 그리고 그 남경분조를 사실상 관리하는 직책이 상시태감이라네.]

사내2; [다음 대 천자가 될 황태자의 최측근이니 상시태감인 위태무의 권세는 실로 막강하겠구만.]

사내1; [저 가마에 탄 계집이 바로 그 위태무의 마누라야. 물론 고기는 못 먹고 풀만 먹는 처량한 신세지만...] 흐흐흐! 웃고

사내2; [그것 참 가엾구만.] [생각 같아서는 내 고기를 상시태감 대신 저 계집에게 먹여주고 싶은 걸...] 아랫도리 만지며 음험하게

사내1; [꿈 깨. 이 친구야.] [남경분조의 최고 권력자인 상시태감의 마누라에게 수작을 걸었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저승 가는 수가 있어.]

사내2; [농... 농담도 못하나? 말이 그렇다는 거지...] 겁 먹고

 

#59>

번화가를 지나는 매화부인이 탄 가마

사방에 주렴이 쳐진 가마 내부의 모습. 야한 분위기의 여자가 쿠션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권태로운 표정을 짓는다. <건곤일척 자료집 6페이지>의 <매영귀희> 캐릭터. 이 작품에서의 이름은 매화부인.

매화부인; (짜증나!) 한숨

매화부인; (요즘은 무얼 해도 흥이 나질 않아.) (화려한 옷과 장신구를 사 모으는 것도 시들해졌고 진수성찬도 매일 먹다보니 신물이 날 지경이야.)

매화부인; (이게 다 그 인간 때문이야.) 손톱을 물어뜯으며 음침한 인상의 노인을 떠올린다. 남편인 위태무다. 위태무는 <아랑힐월>에 나온 위극겸의 아버지 캐릭터였는데 이 작품에서는 위극겸의 형으로 나온다.

매화부인; (신혼 초에는 그래도 이런 저런 방법으로 뜨거워진 내 몸을 식혀주려 노력하더니만...) 침대 모서리에 두 팔을 벌려 묶어놓은 알몸의 매화부인의 몸을 깃털로 자극하는 위태무의 모습. 가슴을 자극당하며 자지러지는 매화부인

매화부인; (얼마 전부터는 뭐에 홀렸는지 아예 내 침실에 얼씬거리지도 않고 있어.) 손으로 자기 가슴 만지고

매화부인; (난 평범한 계집들과 비교도 안되게 뜨거운 몸을 타고 났다.) (그 때문에 한 사내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화류계에 투신했던 것인데...) 젖가슴 어루만지며 자위하고

매화부인; (그러다 나이가 들어 한 물 갔을 때 상시태감이 구혼을 하기에 냉큼 받아들이고 말았지.) (여자로서의 기쁨을 포기하고 대신 안정된 생활과 부귀영화를 택한 거야.)

매화부인; (하지만 그게 치명적인 실수였어.) (누구보다 뜨거운 몸을 지닌 내게 고기 대신 채소만 먹고 사는 채호 노릇은 가당치도 않았으니까...)

매화부인; (해소되지 않고 쌓여만 가는 욕구 때문에 내 몸은 걷잡을 수 없이 뜨거워져가고 있는데...) (이러다가 자칫 다른 사내와 불장난을 저지르게 되는 거 아닌지 몰라.) 한숨을 쉬며 이제 손을 사타구니로 내려 보내고. 한쪽 다리를 세워서 가랑이를 벌린 자세로

매화부인; (물론 바람 피는 건 꿈도 꿔선 안돼.) 손으로 사타구니를 어루만지며 할딱이고

매화부인; (위태무 그 인간, 날 만족시켜주지는 못하는 주제에 질투심은 누구보다 강하니까.) 입술을 깨물고. 이마를 모으며

매화부인; (욕구불만을 참지 못하고 바람을 피웠다가는 무슨 끔찍한 일을 당할지 몰라.) 자위하는 손짓이 더 과격해지고

매화부인; (하지만 이대로는 숨이 막혀 견딜 수가 없어.)

매화부인; (오늘처럼 이렇게라도 바깥바람을 쐬지 않으면 미쳐버리고 말 거야.) 한숨을 쉬고. 그러다가

흠칫! 하며 앞쪽을 보는 매화부인.

흔들리는 주렴을 통해서 앞쪽에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서서 무언가를 보고 있다

매화부인; (뭐지) + [타노!] 앞을 보며 타노를 부르고

타노; [예 마님!]

매화부인; [앞에 무슨 볼거리라도 생긴 모양이야. 가서 확인해봐.]

타노; [분부 받들겠습니다.] 고개 꾸뻑

타노; [너희들은 잠시 여기서 기다려라.] 가마꾼들에게 말하며 앞으로 가고. + [예 집사어르신.] 가마꾼들 대답하며 멈춰서고

타노; [지나갑시다.]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가는 타노, 사람들 불쾌해하면서 비켜주고

타노; (이렇게 인파가 모여든 걸 보면 보통 구경거리는 아닌데...) 사람들 헤치고 맨 앞으로 나오고. 직후

[!] 뭔가를 보며 놀라는 타노

쿵! 담벼락 앞에 앉아서 어떤 여자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는 청풍. 키 작은 이젤을 세워놓고 그 앞에 간이 의자를 놓고 앉아서 그린다. 청풍은 서생 차림인데 코 밑에 두툼한 팔자수염을 붙이고 있다. 그 때문에 다른 사람처럼 보이고. 담벼락에는 등에 짊어지는 바구니가 기대어 있다. <천녀유혼>에서 장국영이 짊어지고 다니던 것같은 바구니. 바구니에는 둘둘 만 종이와 두루라미, 붓등이 가득 들어있다.

청풍이 마주 보고 있는 이젤의 3미터쯤 앞쪽에는 예쁘장한 소녀가 원형의 의자에 앉아있다.

슥 슥! 그 소녀를 보며 붓을 대충 대충 움직이는 청풍. 하지만

이젤에 붙여놓은 종이에는 마치 프린터로 인쇄하듯 소녀의 모습이 똑같이 나타난다.

[오오!] [기가 막히는구만.] [실물을 판박이 한 것처럼 초상화가 그려지고 있어.] [신필(神筆)이야 신필!] 놀라는 타노 옆에서 사람들 감탄하고. 타노도 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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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시장통 한쪽에 자리한 푸줏간.

탕! 탕! 철두가 큰 도마에 얹어놓은 고깃덩어리를 칼로 내리쳐서 토막 내고 있다. 철두의 나이도 20살. 덩치도 엄청 커졌다. 키는 2미터에 가깝고 떡 벌어진 가슴은 털로 덮여있다. 이마는 머리끈으로 질끈 묶고 있고 구렛나루와 수염도 덥수룩. 허리에는 피가 튀지 않게 앞치마를 두르고 있다. 전형적인 백정의 모습이고

탕! 탕! 철두가 커다란 칼을 내리칠 때마다 고기 덩어리가 잘게 잘린다. 가게 안은 전형적인 푸줏간. 소, 돼지, 오리 닭 등의 고기들이 가게 안쪽 천장에 갈쿠리로 걸려있다.

뭔가 불만에 찬 표정으로 칼질을 하는 철두. 그때

[설마 그거 인육(人肉) 아니지?] 누군가의 말이 들려 움찔! 하는 철두

정칠; [내가 고기에 환장하긴 하지만 사람 고기는 사양이다.] 입구에 서서 실실 웃는 정칠. 육항과 육철은 좀 떨어진 곳에 서있고

철두; [너...] 찡그리며 노려보고

정칠; [얌마! 인상 펴라. 오랜만에 만나서 농담 좀 한 거니까.] 웃으며 들어서고

철두; [무슨 바람이 분 거냐?] 쾅! 칼을 내리쳐서 도마에 꽂으며 퉁명하게

철두; [삼 년 전에 떠나면서 해하촌 쪽으로는 오줌도 안 눈다고 한 놈이...] 앞치마에 손을 닦고

정칠; [말이 그렇다는 거지.] 부채를 접고

정찰; [진저리쳐지긴 해도 나고 자란 고향인데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냐?] [그보다 오랜 만에 만났으니 우리 철두 한번 안아보자!] 우쭈쭈 하는 표정으로 팔 벌리며 철두를 끌어안으려 하고

철두; [개수작 말고...] 정칠을 피해서 뒤로 좀 물러서고

철두; [날 찾아온 꿍꿍이나 털어놔라.] 뚱한 표정으로 흘겨보며 앞치마에 손을 닦고

정칠; [그 새끼 참 사람 무안하게 만드네.] 피식! 웃고. 그러자

철두; [새끼?] 표정이 험해지고

철두; [정칠이 너 많이 컸다! 어렸을 때는 내 눈도 똑바로 보지 못하던 피라미 새끼가...] 손 닦는 거 멈추며 정칠을 노려보고. 그러자

[거 말 좀 가려 합시다 형씨!] [아무리 소꿉친구라지만 첩혈당의 팔대사두(八大蛇頭)중 한분께 무슨 말 버릇이오?] 가게 밖에 서있던 육항과 육철이 눈을 부라리며 말하고

철두; [충성스러운 졸개들까지 뒀군.] 콱! 다시 칼을 잡고

철두; [눈꼴시면 들어와라. 도리를 쳐줄 테니까.] 콱! 도마에 박혔던 칼을 뽑으며 육항과 육철을 돌아보면서 음산하게 웃고

[이 거 참...] [우리가 다른 놈팽이들처럼 백정이라면 쫄 줄 아는가 보네.] 육항과 육철이 눈을 희번덕이며 가게로 들어오려 하는데

정칠; [이 새끼들이...] 육항과 육철에게 눈을 부라리고. 움찔하는 육항과 육철

정칠; [당장 사과 안해?] [내 친구면 나와 동급이란 거 몰라?] 살벌하게

[사... 사두님!] [죄... 죄송합니다.] 겁먹는 육항과 육철

[용서해주시오 형장. 우리가 주제넘게 나댔소.] [죄송하게 되었수다.] 철두에게는 형식적으로 굽신거리는 육항과 육철

철두; [흥!] 콱! 다시 도마에 칼을 찍어 꽂고

정칠; [철두 너도 성질 좀 죽여라. 오랜만에 만났는데 얼굴 붉힐 거 없잖냐?] 짐짓 한숨

철두; [개소리 말고... 찾아온 용건이나 털어라.] 허리에 두르고 있던 앞치마를 거칠게 풀며 뚱하게

정칠; [얘기가 좀 길어질 테니 술집 가서 한잔 하며 하자. 안주로 쓸 고기나 좀 넉넉히 챙겨라.] 철두의 어깨를 툭툭 치고

철두; (건방진 새끼...) 인상 우그러지지만 고기 싸기 위해 기름종이를 한 장 집어들고

정칠; [분이 엄마는 여전히 선술집 하고 있지?] 입구로 가며 묻고

철두; [분이네 가게로 가려고?] 기름종이에 고기를 싸다가 흠칫! 하며 묻고

정칠; [왜? 분이네 가게 가서 술 마시는 건 좀 껄끄럽냐?] 돌아보며 히죽 웃고

철두; [껄끄럽긴 뭘...] [다른 가게들 보다 조용하니 분이네 집으로 가자.] 기름종이로 고기 싸고

정칠; [너처럼 나도 어렸을 때는 분이 엄마한테 공짜 밥 많이 얻어먹었었잖아.] [오랜만에 고향에 들렀는데 인사는 해야 하지 않겠냐?] 웃으며 가게에서 나가고

좀 못 마땅한 표정으로 고기를 종이에 싸는 철두

 

#56>

시장통의 선술집. 주변의 다른 가게들보다 크고 제법 깔끔하다. 가게 안팍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먹고 마신다. 가게 앞 길 거리에도 탁자가 있어서 동네 사람들이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 있다.

사내1; [분이 엄마! 여기 술 떨어졌어.] 가게 앞 탁자에서 술 마시던 중년의 사내들 중 한명이 가게 안쪽에 대고 외치고. 빈 술병 쳐들면서.

[기다려요. 곧 내갈게요.] 안에서 들리는 누군가의 음성. 이어

[아직 벌건 대낮인데 무슨 술들을 이렇게 푼데?] 술병을 얹은 쟁반을 들고 나오는 여자의 뒷모습

전삼낭; [이러고 있을 시간에 성내에 가서 일거리라도 알아봐요.] [애들 엄마한테만 돈 벌어오게 하는 거 미안하지도 않아요?] 작은 쟁반에 술병을 하나 얹은 채 가게에서 나오며 눈 흘기는 여자. 삼십대 중반쯤의 나이에 후덕하고 풍만한 몸매. <아랑힐월>에 나온 전삼낭 캐릭터. 젊은 시절이 아니라 나이 든 시절의 캐릭터. 분이의 엄마인데 친 엄마는 아니고 분이 친가의 여종이었다. 분이에게도 출생의 비밀이 있고. 전삼낭이 나온 가게 안쪽에도 사람들이 좀 있다. 매장 안쪽은 부엌이고 옆에 내실로 통하는 문이 있다. 배경으로 나레이션. <-분이 엄마 전삼낭(全三娘)>

사내1; [누군 일 안하고 싶겠어?] 한숨

사내1; [요즘은 금릉 성내에 들어가 봐도 막일거리 하나 구하기 어려워.] [흉년 때문에 농사 때려 친 농투성이들이 꿀단지에 개미 꼬이듯 금릉으로 몰려들고 있거든.] 분이 엄마가 내미는 술병을 두손으로 받으며 한숨 쉬고

사내2; [품삯이 반 토막 난데다가 일을 주는 인간들도 젊은 놈들만 쓰려 하고 우리같이 나이 좀 먹은 것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아.] 사내1에게 술잔 내밀고

사내3; [이러다가 입에 풀칠도 못하는 깝깝한 시절이 또 오는 거 아닌가 몰라.] 한숨 쉬는 척 하며 전삼낭의 엉덩이를 본다.

전삼낭; [세상 탓, 시절 탓만 하고 있으면 뭘 해요?] 눈 흘기며 돌아서고. 사내2의 눈이 띠용

전삼낭; [어려운 때일수록 더 정신 바짝 차리고 먹고 살길 찾아봐야지.] [맨날 외상으로 술이나 푸고...] 실룩! 말하며 돌아서는 전삼낭의 엉덩이가 치마 속에서 탱글하게 움직이고

사내3; (저 엉덩이...) 헤벌쭉. 눈이 변태처럼 변하고

전삼낭; [오늘은 술 더 못 내주니까 일찍 술자리 끝내고 집에 돌아들 가 봐요.] 다시 가게로 가려하고. 슥! 그런 전삼낭의 엉덩이로 손을 뻗는 사내3.

사내3; (따귀 한 대 맞더라도 안 만져볼 수가 없지!) 전삼낭의 엉덩이를 움켜쥐려는 사내3의 손. 하지만 그 직후

콰득! 사내3의 손아귀를 강하게 움켜쥐는 크고 우악스러운 누군가의 손

사내3; [아이쿠!] 비명 지르며 손목 잡힌 손을 쳐들고.

쿵! 언제였는지 바로 옆에 나타나 그놈의 손목을 움켜잡은 채 눈을 부릅 뜬 철두. 왼손에는 고기를 싼 기름종이를 들고 있고. 그런 철두 뒤에는 정칠이 히죽 거리며 서있고. 육항과 육철은 조금 떨어진 곳에 서있다. 주변의 사내들과 사람들도 깜짝 놀라 돌아보고

전삼낭; [에그머니!] 뒤늦게 알아차리고 두 손으로 엉덩이 감싸며 돌아보고.

사내3; [철... 철두, 너 이 새끼 무슨 행패냐?] 손목이 잡혀 엉거주춤 일어난 채 오만상 쓰고

정칠; [발뺌해도 소용없어. 아저씨가 엉큼한 짓 하려던 걸 우리가 제대로 봤으니까.] 웃으며 다가서고. 부채는 접어서 허리춤에 끼우며

사내3; [엉... 엉큼한 짓이라니... 무슨 헛소리를...] 당황하며 정칠을 돌아보고

전삼낭; (정칠?) 흠칫! 눈 치뜨며 정칠을 알아보고. 두 손으로는 엉덩이 가린 채로

정칠; [죄를 지었으면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겠지?] 스릉! 차고 있던 칼을 뽑고

[으헉!] [무... 무슨 짓을 하려고...] [그... 그 칼 집어넣지 못해?] 사내1, 2등 주변 사람들 기겁하며 일어나 피하고. 전삼낭도 놀라고. 가게 안의 사람들도 내다보고

정칠; [철두야. 그 인간 팔 잘 잡고 있어라.] 칼을 완전히 뽑으며 웃고

정칠; [두 번 다시 죄를 짓지 못하게 못 된 손을 몸에서 분리시켜줘야겠다.] 뽑은 칼로 사내3의 팔을 겨누며 음산하게 웃고. 주변 사람들 기겁하고

사내3; [안... 안돼!] 비명 지르지만 철두의 손아귀 힘이 워낙 쎄서 손목을 빼내지 못하고

사내3; [다시는... 다시는 죄 짓지 않을 테니 이러지 마라.] 몸부림치면서 애원하고. 다른 손으로는 철두를 밀면서 정칠을 보며.

정칠; [이미 늦었어.] 칼을 높이 쳐들고

정칠; [몸부림치면 팔 말고도 다른 곳까지 잘릴 수 있으니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게다.] 말하며 칼을 내리치려 하고.

사내3; [히익!] 절망. 주변 사람들도 공포에 질리고. 좀 떨어진 곳에 서서 보고 있는 육항과 육철만 히죽 거리고. 그때

철썩! 갑자기 사내3의 뺨을 모질게 후려치는 전삼낭, + 사내3; [억!] 뺨을 세게 맞아 얼굴이 돌아가고. 사내3의 손목 잡고 있던 철두는 흠칫. 칼을 쳐들고 있던 정칠도 약간 놀라는 표정을 짓고

전삼낭; [못된 인간 같으니...] [밖에서 이럴 정신 있으면 집에 가서 고생하는 마누라 엉덩이나 한 번 더 두드려줘.] 사내3에게 눈 부라리고. 사내3은 주눅 들어 고개 숙이며 눈치 보고

전삼낭; [이 정도면 되었다. 왕씨(王氏)도 정신 들었을 테니 그만 놔줘라.] 물러서며 철두에게 말하고

철두; [예...] 순순히 놔주고.

정칠; (역시 분이처럼 분이 엄마도 눈치가 빠르고 융통성이 있어.) 웃으며 칼을 내리고

정칠; (내가 겁만 주려고 했다는 걸 알아차리고 적절하게 마무리를 짓고 말이야.) 철컥! 칼을 칼집에 넣고. 사내3은 허둥지둥 달아난다. 술 자리를 함께 했던 다른 사내들도 겁에 질려 돌아보며 사내3을 따라가고

전삼낭; [너 정칠이로구나.] 정칠을 살피며 반색하고

정칠; [안녕하셨습니까 아주머니?] 의젓하게 포권하고

전삼낭; [멀끔해졌네. 못 본 사이에 어른이 다 되었어.] 정칠의 팔을 토닥이며 반가운 기색.

정칠; [시간이 좀 많이 지나긴 했지요?]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 긁적이고

전삼낭; [오랜만에 보게 되어서 반갑구나. 어서 안으로 들어가자.] 정칠의 팔을 잡아끌고

정칠; [너희들도 들어와라.] 전삼낭에게 끌려들어가며 육항과 육철을 돌아보고

[예 사두!] [감사합니다.] 조폭들처럼 대답하며 따라오는 육항과 육철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일행. 가게 안에서 술 마시던 사람들 정칠과 철두의 눈치를 보고

정칠; [철두하고 조용히 얘기를 좀 하고 싶은데 내실로 들어가도 되죠?] 전삼낭의 손에 이끌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며 묻고

전삼낭; [그럼 되고 말고...] 정칠의 팔을 놓고 부엌으로 가고

전삼낭; [안에 들어가 있어라. 곧 술상 차려주마.] 소매 걷으며 음식 준비를 하려 하고

철두; [고기를 좀 가져왔습니다.] 기름종이에 싼 고기를 도마 위에 내려놓고

전삼낭; [잘 했다. 오랜만에 정칠이가 고향 찾아왔는데 잘 먹여서 보내야지.] 기름종이를 풀고

정칠; [제가 데려온 애들에게도 술 좀 내주십쇼.] 안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들어가며 전삼낭에게 말하고

전삼낭; [걱정 말거라.] [장정들은 편한 자리에 앉아.] 음식 준비하며 육항과 육철에게 말하고

[옙!] [신세 지겠슴다 고낭(姑娘;고모, 아줌마)!] 조폭들처럼 인사하고는 육항과 육철. 이어

육항과 육철이 자리에 앉자 주변 탁자 사람들은 두놈의 눈치를 보거나 일어나 가게를 나간다.

 

#57>

문을 열고 가게 안쪽으로 들어서는 정칠. 철두도 따라오고.

문 안쪽은 작은 마당. 마당 중앙에 탁자와 의자가 있고 주변에 마루가 달린 방이 마주 보고 있다.

정칠; [가게는 좀 커졌지만 내실은 변한 게 없구만.] 철두와 함께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으며 주변 두리번거리고

정칠; [어렸을 때는 수시로 여길 드나들었는데...] [저 방이 분이의 방이었지?] 한쪽 방을 보고

철두; [분이는 지금 여기 안 산다.] 퉁명스럽게

정칠; [여기 안 살면?] 흠칫! 하며 돌아보고

대답하지 않는 철두. 오만상

정칠; (그렇게 된 거로군.) + [분이가 청풍이와 살림이라도 차린 거냐?] 눈 좀 가늘게 뜨며 히죽 웃고

철두; [살림을 차린 건 아니고...] 신경질적인 표정

철두; [네가 마을을 떠난 후 분이는 본격적으로 온고당 일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철두; [그러다가 매일 오가는 것도 번거롭다면서 아예 온고당에서 숙식을 하고 있다.]

전삼낭; [그 못된 년 얘기는 하덜 마라.]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전삼낭. 쟁반에 술과 안주를 얹어 들고 들어온다. 돌아보는 정칠과 철두.

전삼낭; [어미가 혼자 가게 꾸려가느라 진 빠지는 걸 뻔히 알면서도 온고당으로 내빼버렸지 뭐냐?] 궁시렁 대면서 쟁반을 탁자 모서리에 내려놓고. 입으로는 궁시렁 거리지만 표정은 밝다

전삼낭; [무정한 년 같으니...] [이래서 딸년은 키워봤자 말짱 헛 거라는 옛말도 생긴 거야.] 술병과 술잔을 탁자에 내려놓으면서

정칠; [대신 예쁘게 자랐잖아요.]

정칠; [지난 삼년간 금릉에서 여자들 많이 봤지만 분이만한 미녀는 눈에 띄지 않더라구요.] 술잔도 내려놓는 전삼낭 보며 웃고

전삼낭; [내가 낳은 딸년이라 하는 말은 아니지만 분이가 어미 닮아서 인물은 좀 되지.] 호호호 웃고

정칠; [그렇구 말구요.] 웃으며 맞장구 치고. 철두는 어색한 표정이고

전삼낭; [철두가 가져온 고기 곧 구워다 줄 테니 술부터 마시고 있어라.] 쟁반 들고 돌아서고

정칠; [천천히 갖다 주세요.]

전삼낭; [안주 나오기 전에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마라.] 말하며 문을 열고 나간다

탁! 다시 닫히는 문

정칠; [분이 엄마 인심 좋은 건 여전하네.] 문쪽을 보며

정칠; [우리 어렸을 때도 배 곯는 아이들 챙겨 먹이느라 늘 빚에 허덕거렸었지.] + 철두; [딴전 부리지 말고...] 노려보고

돌아보는 정칠

철두; [이제 그만 느닷없이 찾아온 이유를 털어놔라.] 살벌하게 말하고

정칠; [그 자식 참 급하긴...] 술병과 술잔을 들고

정칠; [우선 한잔 하고 얘기하자.] 쪼르르! 술병의 술을 술잔에 따르고

정칠; [이 잔 받고 나도 따라줘라.] 술잔 철두에게 내밀고

하지만 술잔 받지 않고 정칠을 노려만 보는 철두

정칠; [그래 그래 알았다 임마.] 탁! 한숨 쉬며 술병과 술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정칠; [솔직하게 말하마. 난 청풍이의 근황이 궁금해서 찾아왔다.]

철두; [청풍이의 근황은 왜?] 표정이 좀 풀어지고

정칠; [얘기가 좀 길어지는데...] [내가 금릉 흑사회의 삼대 조직 중 하나인 첩혈당에 들어간 건 알고 있지?] 술을 따른 술잔을 집어들고

철두; [그랬다고 들었다.] 끄덕

정칠; [삼 년 전의 그 일을 겪고 난 후... 뭐랄까? 난 세상 보는 눈이 좀 달라졌었다.] 술잔을 들면서

정칠; [천지를 통틀어 가장 강하다는 칠대고수중 한명을 직접 보고 또 향로에서 튀어나온 시커먼 용에게 죽을 뻔한 후로는 세상이 돈 궤짝만하게 보이는 거야.] 술잔을 입에 가져가고. 폐가에서 검은 용이 벽과 천장을 뚫고 나와 꿈틀거리던 장면 떠올리고

정칠; [독천존 서래음에 비하면 방귀 꽤나 뀐다는 인간들도 다 하찮게 여겨지더라구.] 술을 박력있게 원샷으로 마신다

철두도 말없이 술병과 술잔을 들어서 술을 따르고

정칠; [흑사회에서 굴러먹는 것들, 용두(龍頭)니 사두(蛇頭)니 하는 것들 역시 그냥 골목대장 정도로 밖에 안 보이고 말이야.] 빈 술잔을 입에서 떼고. 철두는 술병을 내려놓고

정칠; [그걸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겁날 게 없다 보니 무슨 일이든 대범하게 해치울 수 있게 되었다.] 빈 술잔을 철두에게 내밀고

철두; [제 얼굴에 금칠하는 버릇은 여전하군.] 꼴꼴... 냉소하면서도 정칠이내민 술잔에 술을 따라주고

정칠; [무공이면 모든 게 해결되는 무림과 달리 흑사회에서의 승부는 배짱의 두둑함으로 결정지어진다.] 철두가 따라주는 술을 받으면서 말하고

정칠; [그런 면에서 삼 년 전의 경험은 내게 결정적인 무기가 되어주었다.] [상대가 누구든 겁내지 않게 되었으니까.] 철두가 술병을 거두자 술잔을 자기 앞으로 가져오고

정칠; [물론 가끔 위험한 일을 겪기도 했다.] 술잔을 들지 않은 왼손으로 자기 왼쪽 뺨에 난 상처를 손으로 만지고

정칠; [원래 흑사회라는 곳이 온갖 또라이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보니 별일이 다 생기거든...] 술잔을 입에 가져가고

정칠; [그래도 몇 번 심하게 다치긴 했지만 죽지 않고 살아남았으며...] 술을 마시고 말하고. 철두도 술을 마시고

정칠; [마침내 삼년만인 올해에 금릉의 한 구역을 담당하는 사두(蛇頭)가 될 수 있었다.] 술잔을 입에서 떼며 말하고

철두; [큰 출세했구나. 빈민가의 찌질이에서 흑사회의 사두가 되었으니...] 비웃으며 술잔을 입에서 떼고. 그 앞에서 정칠은 술잔을 내려놓고

정칠;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쫌생이같으니...) + [뭐 그런 셈이지.] 웃으며 술잔 대신 술병을 들고

정칠; [청풍이와 너의 뒤치다꺼리나 하던 내가 백명 가까운 졸개들을 거느린 거물이 되었으니 제법 출세한 거 아니냐?] 술병을 내밀고

철두; [그렇게 잘 나가는 놈이 무슨 일로 이 지저분한 동네를 찾아온 거냐?] 뚱한 표정으로 빈 술잔을 정칠에게 내밀고

정칠;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청풍이의 근황부터 듣자.] 꼴꼴 술병의 술을 철두가 내민 술잔에 따라주면서 눈 번뜩이며 철두를 보고

철두; [청풍이 놈은...] 정칠이 따라주는 술을 받으며

철두; [지난 삼년 동안 나도 그놈 얼굴 몇 번 못 봤다.] 술잔에 술이 다 차서 술잔을 술병에서 떼면서. 정칠도 술병을 거두고

정칠; [그래?] 쪼르르! 자신의 술잔에 술을 따르며 눈 번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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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멀어지는 신소심을 보고 있는 청풍. 어느 저택의 정원에 세워져 있는 정자 안에 서서 보고 있다. 밤이 깊어 정원에는 인적이 없고

청풍; (성격이 드세고 매몰차며 무공도 범상치가 않다.) 멀어지는 신소심을 보며 생각하고. 오른손에는 신소심의 품에서 빼낸 편지를 들고 있다.

청풍;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여자는 도척총림(盜跖叢林)에서 매년 경신해서 발행하는 구품인명록(九品人名錄)에 등재되어있지 않다.)

청풍; (저 정도의 실력을 지녔다면 당금 무림의 백대고수(百大高手) 안에도 낄 수가 있을 텐데...) (아직 나이가 어려서 도척총림의 요주의 대상에 들지 않은 것일까?) 정자 난간에 걸터앉으며 편지 봉투를 연다.

청풍; (무려 젖 가리개 안쪽에 넣어 보관하고 있는 편지라면 중요한 내용이 적혀있을 게 분명하다.) 봉투 안에서 편지를 한 장 꺼내고

청풍; (이 편지에 저 여자의 출신 내력을 알 수 있는 단서가 적혀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 편지를 펼쳐서 읽고

 

<지령(指令) 일(一); 팔비나타 당천성의 여식 당아연의 행방을 찾는데 전력을 경주할 것.

지령(指令) 이(二); 천마련의 사신마재(四神魔才)중 넷째인 위진천(威振天)이 황태자의 측근과 지속적으로 접촉해온 정황이 포착 됨. 사실 여부를 탐문하되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 -검후(劍后)> 청풍이 읽는 편지의 내용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청풍; [...] 편지를 읽으며 무언가 생각한다.

청풍; (그 여자...) 사각! 편지를 접으며 신소심을 떠올리고

청풍; (어쩌면 생각했던 것 이상의 거물일지도 모르겠구나. 무림맹의 현 맹주인 검후로부터 직접 지령을 받은 걸 보면...) 편지를 접어서 조금 흔들어 보이며 하늘을 보고

이하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이십여 년 전, 정파백도(正派白道)가 결성한 무림맹과 사마외도(邪魔外道)의 연맹인 천마련이 강호 무림의 패권을 놓고 건곤일척의 대결을 벌인 적이 있었다.> 격전이 벌어지는 현장의 모습. 하얀 옷을 입은 무림맹의 무사들과 검은색 옷을 입은 천마련 무사들이 죽고 죽인다. 양쪽 진영 배후에 <武林盟>이라 적힌 깃발과 <千魔聯>이라 적힌 큰 깃발이 나부끼고 있고

<사실 이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강호 무림은 천마련의 지배하에 있었다. 원(元), 명(明) 교체기의 극심한 혼란은 사마외도의 무리들이 창궐하기에 최적의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격전장의 중앙에 마주 선 두 인물. 이십대 중반쯤인 사자천존과 백발을 휘날리는 천강마존이다. 직경 100미터쯤의 원형을 가운데 두고 양진영의 무사들이 둘러서서 손에 땀을 쥐며 보고 있다.

<그러던 중 사자천존(獅子天尊) 초패강(楚佩岡)이란 젊은 기린아가 혜성같이 나타나 사마외도의 무리들을 가차없이 척살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열광한 정파백도는 사자천존을 맹주로 옹립하고 무림맹을 결성했었다.> 사자천존의 모습

<출신내력이 알려지지 않았음에도 사자천존의 무공은 막강하기 이를 데 없어서 사마외도의 그 어떤 고수도 그의 손 아래에서 십초를 견뎌내지 못했었다.> 천강마존이 벼락이 일어나는 손으로 강력한 힘을 사자천존에게 쏟아내는 모습. 천강마존의 손바닥에서 검은 색의 벼락으로 이루어진 창이 날아간다

<결국 사자천존을 중심으로 무림맹이 결성된 후 불과 오 년 만에 천마련은 궤멸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사자천존도 앞으로 크게 한발 내딛으며 주먹을 내지르는데 그런 그의 뒤로 울부짖는 사자의 형상이 떠오르고

<천마련의 련주이며 그 이전 시대까지 천하제일인으로 불리던 천강마존(天罡魔尊) 엽장천(葉長天) 조차 사자천존과의 맞대결에서 패해 중상을 입고 대택향(大澤鄕)으로 도망쳐 들어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사자천존이 내지른 주먹에서 일어난 힘이 천강마존이 내지른 검은 벼락의 창을 깨트리며 들어가 사자천존의 가슴을 뭉개는 모습

<이제 천마련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축 늘어진 천강마존을 부축하며 달아나는 노인들. 그 뒤에서 무림맹 무사들이 천마련의 무사들을 무차별 학살하는 게 보인다. 사자천존은 격전장의 중간에 우뚝 서서 보고 있고

<헌데 지금으로부터 십팔 년 전, 사자천존 초패강이 의문의 실종을 당하는 변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사자천존이라는 강력한 구심점을 잃은 무림맹은 천마련의 반격에 무기력하게 와해되고 말았다.> 불 타는 무림맹 총단의 모습. 사람들은 없고 빈 집이 타는 모습이고. 그걸 검은 옷을 입은 천마련의 무사들이 보고 있다. 불을 지르는 것도 검은 옷을 입은 무사들이다

<무림맹을 무너트린 천마련은 다시 한 번 강호를 손아귀에 넣게 되었으며 천강마존 엽장천은 자타가 공인하는 무림의 주인으로 등극하게 되었다.> 웅장한 건물. 보좌에 앉은 천강마존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포권하며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 천강마존 뒤의 벽에는 <千魔同心>이라는 글이 커다랗게 적혀 있다.

 

청풍; (도척총림에서 파악한 바에 의하면 무림맹은 완전히 와해된 것이 아니다.) (사자천존을 보위하던 사대장로(四大長老)를 중심으로 은밀히 무림맹의 재건이 시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자의 난간에 앉아서 생각하고. 편지는 접어서 오른손에 들었다. 왼손에는 편지 봉투를 들었고

청풍; (재건되고 있는 무림맹의 신임 맹주가 검후인데...) 톡톡! 접은 편지로 자기 무릎을 두드리며

 

<이름이 진상파(陳祥芭)라는 것 외에 검후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전혀 없다.> 어떤 여자의 실루엣을 떠올리는 청풍. 물론 진상파인데 이 장면에서는 얼굴을 자세히 보여주지 말고. 허리에 보검을 한 자루 차고 있는 것만 보여준다.

 

청풍; (천마련에서도 장차 자신들의 강호 지배를 위협할 수 있는 검후 진상파의 정체를 알아내려 무진 애를 써오고 있지만 성과가 없다던가?) 접은 편지로 무릎을 다독이며 생각하고

청풍; (그 검후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아까 그 여자의 신분이 범상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찡그리고

청풍; (게다가 이 편지에는 범상치 않은 이름들이 언급되어 있다.) 다시 편지를 펼쳐 보며 생각하고

청풍; (사신마재, 황태자등의 이름이 그것인데...) 편지를 보며 생각하고

 

<-사신마재! 천강마존 엽장천이 거둔 네 명의 제자다. 마도와 사파를 통틀어 최고의 인재로 꼽히는 그들은 차기 천마련 련주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암투를 벌이고 있다.> 삼남일녀의 실루엣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이 실루엣의 삼남일녀는 <건곤일척>에 나온 <석헌중> <구숙정> <벽세황> <위진천>이다.

 

청풍; (천강마존의 제자들중 막내인 위진천이 황태자의 측근과 지속적인 접촉을 하고 있다라...) 편지를 보며 생각하고

청풍; (천마련이 마침내 황실의 후계자 다툼에까지 개입한 것일까?) 생각하며 옆을 보고. 월동문을 통해서 불빛이 나타난다.

청풍; (집으로 돌아가서 할아버지의 의견을 들어봐야겠다.) 일어나고. 그 직후

월동문을 통해서 두 명의 무사가 들어온다. 한 놈이 등을 들고 앞장 서고 그 뒤를 다른 무사가 따라오는데. 등을 들고 들어오던 놈이 흠칫!

스스스 사라지는 청풍의 형상이 정자에서 보이고

무사1; [으헉!] 겁에 질리고. 뒤 따라오던 무사2가 흠칫

무사2; [왜 그러는가?]

무사1; [저기... 저기 유령이...] 달달 떨며 정자를 가리키고

무사2; [유... 유령?] 역시 겁에 질리지만 앞으로 나서서 기웃. 한손은 허리에 찬 칼에 대고

물론 정자에는 아무도 없고

무사2; [아무 것도 없는데...] 안심하며 갸웃하고

무사1; [분... 분명 정자에 사람 그림자가 있었단 말일세.] 겁 먹은 채 기웃거리고

무사2; [계집 좀 그만 밝혀! 허구 헌날 기루나 드나드니 기가 허해져서 헛 게 보이는 게 아닌가?] 무사1을 쿠사리 주고.

무사1; [헛 걸 본 게 아닌데...] 억울한 표정으로 갸웃거리고

그 모습들은 지붕 위를 걸어가며 내려다보며 웃는 청풍.

청풍; (오늘밤에도 색마살귀의 종적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청풍; (하지만 비참해질 뻔 했던 한 여자의 인생을 구원해주었으니 헛고생을 한 건 아니다.) 휘익! 날아오르고

청풍; (새벽이 멀지 않았다.) 날아가면서 밤 하늘을 보고. 이제 보름달은 서쪽으로 많이 기울고 있고

<어머니가 내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루고 계실 테니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멀어지는 청풍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54>

<-해하촌(蟹蝦村)> 낮. 청풍이 자란 금릉성 외곽의 빈민가 해하촌. 꾀죄죄한 몰골의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고 사람들도 제법 북적. 가난하지만 화기애애하고 활기찬 모습. 헌데

길 가던 사람들 놀라서 주춤 거리며 물러선다. 앞쪽에서 누군가를 보면서

거리를 활개 치며 오는 정칠. 옷이 아주 화려하다. 손에는 접는 부채를 들었고 허리에는 칼을 찼다. 정칠의 나이는 이제 20살. 어렸을 때와 달라진 점은 왼쪽 뺨에 길게 상처가 나있다는 정도. 정칠의 뒤로는 인상이 아주 험상궂어 조폭같은 인상을 풍기는 사내 두 놈이 따라오며 주변의 사람들에게 눈을 부라린다. 둘 다 정칠보다 키가 한 뼘 이상 큰데 한 놈은 근육덩어리라 보디 빌더같고 한 놈은 날렵하다. 보디빌더같은 놈은 우직한 인상으로 이름이 육항. 날렵한 놈은 머리가 잘 돌아가게 생겼으며 이름은 육철. 둘은 사촌지간인데 나이는 정칠 또래로 젊다. 둘 다 분위기가 살벌해서 주위 사람들 겁에 질려 피하고

정칠; [이 동네는 참 하나도 변한 게 없구만.] 히죽거리며 둘러보고

정칠; [해하촌이라는 이름답게 게딱지같은 집들은 다 쓰러져가고 인간들은 하나같이 비루먹어 꾀죄죄하니 말이야.] 부채로 코를 가리는 자세로 얼굴 찌푸리면서 주변의 사람들을 흘겨보고. 사람들이 걸친 옷은 누더기고 아이들은 땟국물로 지저분하다.

정칠; [이런 뒷골목 시궁창에서 어떻게 십칠 년 넘게 뒹굴며 살았었는지 모르겠다.] 부채를 부치면서 거만한 표정으로 웃고. 그때

노인1; [이게 누구야. 너 도화정(桃花亭)의 둘째 정칠 아니냐?] 지나가던 노인들 중 한명이 아는 척 하고, 흘깃 돌아보는 정칠

노인1; [삼 년 전 금릉 성내로 이사 간 후로는 코빼기도 안 비치더니 무슨 바람이 불어서 고향에 찾아온 거냐?] 반가운 마음에 정칠의 소매를 잡는데

정칠; [어허!] 탁! 접은 부채로 노인1의 손목을 때리고.

노인1; [아이쿠!] 손목 맞고 비명 지르며 오만상 쓰고. 손은 거두면서

정칠; [이 옷 비단이야. 세탁 한번 하려면 은자로 두 냥이나 든다구.] 탁탁! 부채로 노인1이 잡았던 부분을 털면서

정칠; [씻지도 않은 더러운 손으로 어딜 만지고 지랄이야?] 노인1을 흘기고

[정칠이 너 이 새끼...] [어른들에게 무슨 싸가지 없는 짓거리냐?] [우리가 그렇게 더러워?] [여자 장사하는 포주 자식 티를 내는 거냐?] 노인들 분노하지만. 그러다가

[힉!] [으헉!] 기겁하는 노인들. 그들을 가로 막는 정칠의 졸개들 육항과 육철. 둘 다 키가 노인들보다 두 뼘 정도 커서 노인들의 앞에 마치 벽이 쳐진 것 같다.

[포주 자식 티를 내?] [늙은 것들이 찢어진 입이라고 막 내지르는군.] 우둑! 우둑! 주먹을 마주 쥐어 소리를 내며 노인들을 노려보는 육항과 육철

[히익!] [이... 이놈들아! 너희들은 아비 어미도 없어?] [어... 어디서 늙은이들에게 행패냐?] 노인들 겁에 질리면서도 용기를 내서 삿대질하는데

[그래 우린 아비도 어미도 없다. 어쩔래?] [아가리를 좀 더 찢어놔야 조용해지겠냐 늙탱이들아?] 육항과 육철. 흉악한 표정으로 다가서고

[히익!] [이... 이놈들이...] 노인들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아이들도 겁에 질려 물러서고. 그때

정칠; [육항(陸抗), 육철(陸鐵), 시끄럽게 만들지 말고 너희들이 참아라.] 부채로 융혈과 육철의 등을 툭툭 치고. 돌아보는 육항과 육철

[예 사두(蛇頭)!] [죄송합니다.] 정칠에게 굽신거리는 육항과 육철

(사두라면 흑사회의 부(副) 두목급 호칭이잖아.) (정칠이 저놈이 금릉의 흑사회에 투신하여 출세했다는 소문이 사실이었구나.) 노인들 겁에 질려서 보고

정칠; [잘 들어 영감탱이들아! 나 옛날의 정칠 아니야.] 노인들에게 거만하게 말하고. 깜짝 놀라며 긴장하는 노인들

정칠; [그리고 앞으로 두 번 다시 볼 일 없을 테니까 아는 척도 마.] 노인들을 거만한 표정으로 흘겨보며 돌아서고. 그러다가

흠칫! 하는 정칠

돌아서는 정칠 앞쪽에 꾀죄죄한 아이들이 호기심과 겁에 질린 표정으로 서서 보고 있다. 좀 떨어져서

정칠; [이거 어째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 나는걸.] 웃으며 부채를 허리띠에 끼우고

정칠; [돈!] 뒤를 향해 손을 내밀고

[여기...] 즉시 육항이 돈주머니를 두 손으로 정칠의 손에 얹어주고

정칠; [너희들 나 알지?] [삼 년만에 만났다고 생 까면 이 형아가 많이 섭섭하다.] 돈 주머니 들고 아이들 앞으로 다가가고. 아이들 겁에 질려 주춤거리며 물러서는데

정칠; [오랜만에 만났으니 용돈을 주마.] 돈 주머니의 입구를 묶은 끈을 풀고

정칠; [옜다! 이걸로 맛 나는 까까나 사먹어라.] 휙! 허공에 대고 돈주머니를 뿌리고. 돈주머니에서 수십개의 동전이 튀어나와 놀라는 아이들 머리 위로 뿌려지고

따당! 티팅! 길가에 흩 뿌려지는 동전들. 그러자

[돈이다! 돈!] [와아!] [열문짜리 동전이야!] [건드리지마. 이건 내 거야!] [네 거 내 거가 어디 있어?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지!] 아이들이 동전 줍느라 아수라장이 되고

정칠; [그 놈들, 좋아 죽으려 하는구만.] 아이들이 엉덩이 쳐들고 주저앉거나 무릎 꿇은 채 동전 줍느라 아귀다툼 벌이는 걸 보며 웃고. 어른들은 오만상 쓰지만 겁이 나서 끼어들지 못하고

정칠; [이래서 돈이 좋은 거다. 돈이면 뭐든 할 수 있고 살 수 있으니까.] 웃으면서 육항과 육철을 데리고 아이들 사이를 지나가고. 아이들은 돈을 줍거나 다른 아이가 주운 돈을 빼앗으려고 뒤엉켜 난리가 나고

[저 버르장머리 없는 놈...] [같이 자란 아이들을 거지 취급하다니...] [이래서 씨는 못 속이는 거야. 계집 장사하는 놈의 새끼가 어련하겠어?] 멀어지는 정칠 보며 노인들 궁시렁

노인1; [그렇긴 해도 정칠이 저 놈, 불과 삼 년만에 엄청나게 출세했구만.]

노인2; [금릉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조직에서 제법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다더니 사두가 되었군.]

노인3; [정칠이 놈이 어렸을 때부터 넉살 좋고 독하기도 했잖아.] 끄덕

<계집장사 크게 하는 제 아비의 도움을 받기도 했겠지만 저 나이에 흑사회의 사두가 된 걸 보면 난 놈은 난 놈이지.> 부하들을 거느리고 거들먹거리며 거리를 걸어가는 정칠의 모습 배경으로 노인들의 말. 사람들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정칠을 보며 피하고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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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 [!] 어둠 속에서 등을 들고 순찰을 돌던 탐화루의 어깨들이 눈 부릅뜨고. <끄아아악!> 어디선가 처절한 비명이 들리고.

[이건...] [도련님이 친구분들과 놀고 있는 희봉각(戱鳳閣) 쪽이다.] [일 났다!] 다급하게 달려가는 어깨들

 

#48>

다시 손영롱이 겁탈 당하던 건물

이보옥; [으아아악! 내... 내 그게... 끄아아악!] 피투성이가 된 아랫도리를 부여잡고 침대 위에서 뒹굴며 비명을 지르고

그자의 사타구니가 피로 물들어 있고

손영롱; (남근이 잘렸어.) 몸서리치며 침대 외곽으로 기어오면서 이보옥을 돌아보고. 한손으로 가슴만 가린 채로. 그때

스윽! 그녀의 앞쪽에 드리워지는 화려한 옷. 놀라 돌아보는 손영롱

청풍; [이가놈의 옷이긴 한데...] [급한 대로 걸치도록 하시오.] 고개를 조금 옆으로 돌린 채 두 손으로 화려한 웃옷을 펴서 손영롱에게 내민다. 이보옥이 걸치고 있던 옷이다. 안쪽면이 손영롱에게 향하게

손영롱; [고... 고마워요.] 얼굴 붉히며 두 손으로 그 옷을 받고. 배경으로 [끄아아악! 안돼! 안돼!] 이보옥의 비명이 이어지고. 그때

[무슨 일이냐?] [도련님의 거처에서 비명이 들린다.] [도련님! 무사하십니까?] 건물 밖에서 외침이 들리고. 돌아보는 청풍.

 

#49>

높은 곳에서 기루를 본 모습. 건물 지붕에 서있는 신소심의 시점이다. 탐화루의 건물들 여기저기에 불이 밝혀지며 어깨들과 야한 차림의 기녀들이 여기저기 건물에서 뛰쳐나온다. 무사들은 등불을 들고 한쪽으로 몰려가고. [도련님 거처에서 사단이 벌어졌다.] [서둘러라!] [전부 나와라!] 외침. 고함 소리.

등을 든 어깨들이 몰려오는 것을 지붕 위에서 내려다보는 신소심

신소심; (일 처리가 깔끔한 자는 아니네.) 다시 고개 돌려 손영롱이 겁탈 당하던 건물을 돌아보고

<나였다면 찍소리도 못 내게 해치웠을 텐데...> 신소심의 생각을 배경으로 건물의 부서진 문 크로즈 업. 청풍이 문간으로 다가와 밖을 살펴보는 모습이 보인다.

 

#50>

청풍; (흡사 벌집을 쑤셔놓은 것같군.) 문간에 비켜서서 건물 밖을 살펴보며 웃고.

건물을 에워싸고 있는 높은 담장 너머에서 불빛이 어른거리고. 사람들이 달려오며 내는 소리가 들린다. [도련님!] [승한 도련님 신변에 변고가 생겼다.] [어떤 놈인지 놓치지 마라!] 외치는 소리들과 요란한 발자국 소리들이 들린다, 그때

[다... 다 입었어요] 뒤쪽에서 말소리가 들려 돌아보는 청풍.

손영롱; [경황이 없어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게 늦었어요.] 청풍의 뒤에 서서 수줍어하는 손영롱. 이보옥의 화려한 겉옷을 걸치고 있는데 남자 옷이라 품이 크고 길다. 그래서 가운을 걸친 것 같다. 허리띠는 쓰지 않고 손으로 허리 부분의 옷을 여미고 있다. 그 뒤쪽의 침대에서는 이보옥이 사타구니를 부여잡고 비명 지르고 있고

손영롱; [구원의 손길을 뻗어주신 은혜, 백골난망이옵니다.] 수줍게 웃으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청풍; (소문대로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 할만한 미모로군.) + [별 말씀을...] 포권하고.

청풍; (황태손 주첨기(朱瞻基)가 스승의 딸인 이 여자의 미모에 반해서 금릉에 올 때마다 손가장에 들른다는 소문이 있지.) + [불편하신 곳은 없소?] 다가가고

손영롱; [예! 덕분에...] 수줍어하며 대답하는데

청풍; [그렇다니 다행이오.] 번쩍! 말하며 두 손으로 손영롱을 번쩍 안아든다. + 손영롱; [흑!] 깜짝 놀라며 청풍의 품에 안기고

청풍;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여길 빠져나가야하니 잠시만 참아주시오.] 손영롱을 두 팔로 안고 건물에서 나가고

손영롱; [예...] 수줍어하며 청풍의 품에 얼굴을 묻고

손영롱을 안고 밖으로 나오는 청풍

[도련님!] [무사하십니까 도련님?] [무슨 일입니까?] 탁탁! 우르르! 바로 근처에서 무사들이 외치며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고. 그자들이 든 등불들이 여기저기서 어른거린다.

청풍; [눈을 감으시는 게 좋을 거요.] 슥! 건물에서 완전히 나오며 말하고

손영롱; [예?] 어리둥절. 직후

[!] 슈욱! 갑자기 몸이 위로 휙 빨려 올라가는 느낌에 눈 부릅 뜨는 손영롱

쿵! 이미 까마득히 밤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는 청풍. 두팔로 손영롱을 안고 날아오른 청풍의 아래로 진회하 일대가 항공사진처럼 작게 보인다. 넓은 강가에 수없이 늘어선 기루 건물들. 하지만 건물들은 대부분 불이 꺼져 있는데 오직 청풍이 날아오른 탐화루 일대만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손영롱; [악!] 비명 지르며 자기도 모르게 두 팔로 청풍의 목에 매달리는 손영롱

뭉클! 이보옥의 옷에 감싸인 손영롱의 젖가슴이 청풍의 가슴에 짓눌리고

손영롱; (하... 하늘을 날고 있어!) 필사적으로 청풍의 목에 매달린 채 곁눈질로 아래를 보며 달달 떨고

청풍; [그래서 눈을 감는 게 좋을 거라고 한 거요.] 웃으며 날아가고

손영롱; [예...!] 달달 떨면서도 아래를 곁눈질하고

청풍; (기분이 묘해지는군.) 쓴웃음. 곁눈질로 자기 품에 안긴 손영롱을 보고

필사적으로 자기 목에 매달리고 있는 손영롱의 얼굴. 손영롱은 놀라면서도 고개 조금 돌려 아래를 보고 있다

자기 가슴에 눌린 손영롱의 젖가슴

펄럭이며 갈라진 옷자락 사이로 드러난 손영롱의 미끈한 아랫도리

청풍; (한동안 이 여자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겠구나.) 휘익! 날아가는 청풍.

손영롱; (거대한 새를 탄 것처럼 하늘을 날고 있어!) 아래를 보며 얼굴이 발개지고

손영롱; (달님도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보름달이 쟁반만하게 커져 있고

손영롱; (이 사람이라면 나를 어디든지 데려다줄 것만 같아.) 청풍의 얼굴 올려다보는 손영롱의 얼굴 발그레. 가슴이 두근두근

 

#51>

<-손가장(孫家莊)> 어수선하고. 깊은 밤이지만 다른 저택들과 달리 여기저기 불이 켜져 있다.

무사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하녀들은 발을 동동.

손영롱의 거처 앞에도 하녀들이 모여 서서 울먹이고 있고.

[어쩜... 어쩜 좋아?] [아가씨가 정말 색마살귀에게 납치된 거라면 어떻게 해?] [재수 없는 소리 하지마! 선녀처럼 착한 아가씨에게 그런 일이 생길 리가 없잖아.] 하녀들 울고 서로를 타박하고. 처음 손영롱이 사라진 걸 발견한 나이 든 하녀도 끼어있다. 그러다가

깜짝 놀라며 월동문 쪽을 보는 하녀들

무사들과 함께 월동문으로 들어오는 꼬장꼬장한 인상의 노인. 태부인 손추충이다. <아랑힐월>에 나온 태부 장회은 캐릭터. ***손추충은 실존인물. 주첨기, 훗날의 선덕제의 두 번째 황후였던 손황후의 생부다 ***

[장... 장주님!] [주인님!] 여자들 급히 인사하고. 겁에 질려서

손추충; [설명해봐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엄한 표정으로 말하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황태손 주첨기의 태부 손추충(孫鄒忠)>

하녀; [이... 이각(二刻;30분)전 쯤에 아가씨가 주무시기 전에 드시는 탕제를 갖고 왔는데...] 겁에 질려 손추충의 눈치를 보며

하녀; [침실이 난장판이 되어있고 아가씨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셨사옵니다.]

손추충; [외적이 침입했던 흔적이 있었느냐?] 수행한 무사들에게 묻고

무사1; [죄송합니다 태부님.] 겁에 질려

무사1; [흉수가 워낙 감쪽같은 자라서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았습니다.]

손추충; [관부에는?]

무사1; [아직...] [태부님께서 퇴청(退廳)하시면 지시를 받으려고...] 눈치 보며

손추충; [잘 했다.] 끄덕

손추충; [집안 일로 나라에 폐를 끼치는 것은 불충(不忠)!] [너희들의 힘만으로 영롱이의 종적을 찾아보도록 해라.] 무사들에게

하녀; [하... 하지만 아가씨를 촌각이라도 빨리 구해드리려면 관부의 도움을 받아야하는데...] 울먹

무사1; [아가씨의 안위가 우선이니 관부의 도움을 받는 게 어떠할지요?] 눈치 보며

손추충; [이미 말하지 않았느냐? 집안 일로 나라에 폐를 끼칠 수는 없다고!] 엄한 표정

[예...] 무사와 하녀들 입 다물고

손추충; [몹쓸 일을 당했다면 그것도 영롱이의 운명이겠지.] 하늘 보며 침통하게 말하고, 하녀와 무사들 모두 고개 떨구고. 그때

[무슨 일인가요?] 덜컹! 갑자기 건물의 창문이 안에서 밖으로 열리며 누군가 말하고. 사람들 깜짝 놀라 돌아보고

손영롱; [집안에 변고라도 생겼는가요? 이 늦은 시간에 모두 깨어있다니...] 창문을 열며 말하는 손영롱. 잠옷 위에 겉옷을 어깨에 걸친 모습이다. 순간

[아... 아가씨!] [아가씨!] 하녀들 비명 환호성. 무사들도 놀라고 안도하고. 손추충은 찡그리고

[이게... 이게 어떻게 되신 건가요?] [납치당하셨던 게 아니셨는가요 아가씨?] 창문 쪽으로 달려가며 울며 환호하는 하녀들

손영롱; [납치당하다니 무슨 소리야?] 새침

손영롱; [목욕을 한 후 현기증이 나서 쓰러졌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옷장 안쪽에 누워있었어.] 물에 좀 젖은 머리를 만지며 새침하게 말하고

[그... 그런...] [옷장 속에 계신 것도 모르고...] [다행이에요! 정말 잘 되었어요 아가씨!] 하녀들 창문 앞에 모여들어 펑펑 운다. 다리가 풀려서 주저앉는 여자들도 있고

손영롱; [아버지...] 시선 들어 손추충을 보고. 손추충은 좀 엄한 표정으로 뒷짐 짚고 서있다.

손영롱; [소동을 일으켜서 죄송해요.] 공손히 고개 숙이고

손추충; [별일 없었으면 되었다.] 퉁명스럽게 끄덕

손추충; [밤이 늦었으니 그만 자도록 해라.] 뒷짐 진 채 돌아서고

손영롱; [아버지도 안녕히 주무세요.] 고개 숙이고

무사들과 함께 월동문을 나가는 손추충. 하지만

뒷짐 쥔 손추충의 손이 가늘게 떨린다

무사1; (아닌 척하셨지만 따님 때문에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셨었구나.) 뒤 따라가며 생각하고

손추충; [경비를 배로 늘려라.] 가면서 말하고

무사들 흠칫.

손추충; [두 번 다시 오늘 같은 소동이 벌어져서는 아니 될 것이다.]

<태부께서는 영롱아가씨께 무슨 일이 일어났었다고 생각하시는구나.> 깨닫는 무사들. 그리고

손영롱; [난 그만 자야겠다.] [놀라셨을 어머니에게는 너희들이 가서 말씀드려라.] 시녀들에게 말하면서 시선은 월동문을 나가는 손추충을 보고

[예 아가씨.] [안녕히 주무세요.] 인사하는 여자들

이어 우르르르 월동문쪽으로 몰려간다. 눈물 닦는 여자들도 있고

손영롱; (고마워요 은공.) 그걸 보며 청풍을 떠올리고. 얼굴 약간 발그레

손영롱; (은공께서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나를 다시 이곳으로 데려다 주신 덕분에 쓸데없는 뒷말이 생기지 않게 되었어.) 생각하는 손영롱의 뒤쪽. 바닥에는 손영롱이 입고 온 이보옥의 겉옷이 널려있고

<이보옥이 고자가 되는 변을 당하긴 했지만 그 애비 이세창도 감히 나와의 연관을 폭로하지 못할 것이다. 그랬다가는 황실의 노여움을 입어 첩혈당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 테니...> 조금 일어선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날아든 레이져같은 섬광이 이보옥의 아랫도리의 가랑이 사이를 뚫고 지나가던 장면을 떠올리는 손영롱

손영롱; (과연 은공의 정체는 무엇일까?) 하늘에 떠있는 보름달을 올려다보며 얼굴 발그레

손영롱; (신선같은 무공을 지닌 것에 비해 나이는 젊어서 내 또래인 것같았는데...) 숨도 좀 가빠지고

<부디 은공을 다시 만나게 해주세요 달님!> 창가에 서서 두손 깍지 끼고 가슴에 댄 채 하늘 올려다보며 기원하는 손영롱의 모습이 멀어지고

 

#52>

그런 손영롱의 모습이 멀리 보이는 곳의 건물 지붕 위. 신소심이 서서 이마에 한손을 대고 보고 있다

열려진 창문을 통해 기도하는 손영롱의 모습이 작게 보이고

신소심; (저 계집이 자길 구해준 작자에게 제대로 반했네.) 냉소하고

신소심; (혹시나 해서 뒤를 밟아봤는데 그자는 허튼 짓 하지 않고 저 계집을 집에 데려다 주었다.) 이마에 대었던 손을 내리고

신소심; (천마련의 세상이 되어 도의가 바닥에 떨어진 작금의 세태에서는 보기 드문 사내인데...)

신소심; [과연 그자의 정체가 무언지 궁금하구나.] 혼잣말 할 때

[나도 소저의 정체가 궁금한 걸?] 갑자기 들리는 음성에 눈을 부릅 뜨는 신소심

청풍; [악의가 없는 건 알지만 밤손님이라는 직업상 뒤를 밟히는 건 영 기분이 찜찜하거든.] 스윽! 신소심의 어깨 너머로 나타나는 청풍의 얼굴. 물론 눈 부위를 띠로 가리고 있다

신소심; (어느 틈에...) 스팟! 앞쪽으로 벼락같이 날아가면서 몸을 팽 돌려 자기 뒤쪽의 청풍을 보려고 하지만

<없다!> 휘익! 앞으로 날아가다가 몸을 홱 돌리는 자세로 경악하는 신소심. 신소심의 앞쪽에 아무것도 없다. 직후

청풍; [경신술이 수준급이로군.] 스으! 등을 뒤로 하는 자세로 날아가는 신소심의 어깨 너머로 다시 청풍의 얼굴이 나타나며 속삭이고. 눈 부릅뜨는 신소심. 신소심은 근처 다른 저택의 지붕 위로 날아가는 중이다.

신소심; (당... 당한다!) 오싹! 팽! 소름이 돋아 숨을 멈추면서도 다시 몸을 홱 돌리지만

청풍; [경신술로만 따지자면 무림을 통틀어도 열 손가락 안에 들겠어.] 휘이! 돌아서는 신소심의 동작을 따라서 함께 돌아가며 웃고. 이하 두 사람은 저택들의 지붕 위를 날아가며 싸운다. 청풍이 신소심의 등 뒤에 바짝 따라붙는 모습으로

신소심; (이게 무슨...) 사악! 경악하면서도 양손으로 양쪽 허리에 차고 있는 칼을 뽑으며 몸을 날린다. 몸을 회전하면서 날아가는 모습이고. 청풍은 유령처럼 그런 신소심의 뒤에 달라붙어 있고

신소심; (날수비연이라는 별호를 지닌 내 경신술로도 떨쳐버릴 수가 없다니...) 쩍! 슈칵! 몸을 홱 젖히면서 춤을 추듯 칼질을 한다. 양손의 칼을 검무 추듯이 연달아 그어내고. 칼 그림자가 사방으로 난무한다.

청풍; [이크!] 엄살 부리면서도 몸을 이리저리 피하면서 여전히 신소심의 뒤에 달라붙어 움직이고. 그런 청풍의 주변으로 칼 그림자들이 난무한다.

신소심; [크아!] 쩍! 서걱! 더 살벌하고 빠르게 양손의 칼을 휘두른다. 칼바람이 몇 미터씩 내뻗치고. 등 뒤의 청풍을 공격하기 위해 연신 몸을 옆으로 뒤틀고 아래 위로 덤블링을 하며 칼질을 한다.

청풍; [위험하구만.] 서걱! 신소심과 같은 동작을 하며 피하는 청풍의 옷자락이 칼바람에 스쳐서 갈라지고

청풍; [소저의 칼춤 추는 솜씨는 충분히 감상했으니 이만 작별을 고해야겠소.] 휘릭! 검무를 추듯 칼질을 하는 신소심의 앞쪽으로 이동하며 손을 신소심의 가슴 쪽으로 뻗는다.

슈우! 눈 부릅 뜨는 신소심의 앞으로 흐릿한 형태의 청풍의 손이 날아든다

신소심; (위험...!) 쩍! 사력을 다해 칼질을 해서 청풍의 손을 베어 버리고

신소심; (해치웠다!) 휘익! 칼질한 자세로 몸을 돌려 어떤 건물의 지붕 용마루 위로 날아내린다.

청풍; [아이쿠!] 휘익! 왼손으로 오른손을 쥐며 역시 같은 건물의 지붕 위 용마루로 내려서는 청풍. 오른손은 소매 속으로 들어가 안 보인다. 그 때문에 청풍의 오른손이 손목에서 잘린 것처럼 보이고. 신소심과의 거리는 5미터 정도

청풍; [아무리 기분이 상했더라도 초면에 살수를 쓰는 건 좀 지나치지 않소?] 울상 짓고

신소심; [당신이 자초한 화이니 날 원망하지 말아요.] 냉소하며 칼을 겨누고

신소심; [목 대신 손모가지 하나 달아난 걸 다행으로...] + [!] 말하다가 눈 부릅 뜨는 신소심

청풍이 히죽 웃으며 오른손을 쳐들고 있다. 소매 속으로 끌어들여 숨겼던 오른손을 쳐드는데. 청풍의 그 오른손에는 봉투에 든 편지 한 장과 붉은색의 상당히 큰 사각형 천이 들려있다. 네 귀퉁이에 끈이 달린 그 붉은 천은 바로 중국식의 젖가리개다.

붉은 천 크로즈 업

신소심; (저... 저건...) 경악과 분노. 신소심의 옷 속에서 젖가슴이 유달리 출렁거리고 젖꼭지도 도드라져 보인다. 젖가리개가 사라진 때문

청풍; [소저가 지닌 물건들 중 이 편지가 가장 소중해 보이는 것같아서 실례를...] + [어!] 말하다가 자신의 오른손을 보고.

청풍; [편지만 꺼내려고 했는데 이 붉은 천까지 딸려 나왔군.] 붉은 천을 들여다보며 능청맞게 웃고.

신소심; [흑!] 자기도 모르게 양팔로 가슴을 가린다.

신소심; (맹주님의 지령서(指令書) 뿐 아니라 내 젖가리개까지 순식간에 빼내갔어!) 분노와 수치심으로 치를 떨며 이를 갈고.

청풍; [좋은 냄새가 나는 걸. 대체 무엇에 쓰는 천일까?] 킁킁! 붉은 천을 코에 대고 냄새를 맡고. 그러자

신소심; [죽... 죽일...] 분노와 수치심으로 얼굴 새빨개지고

신소심; [내놔!] 투학! 엄청난 속도로 청풍에게 쇄도하며 칼질을 한다.

청풍; [으헉!] 쩍! 서걱! 신소심의 칼질에 몸이 이리저리 갈라지며 휘청하는 청풍. 하지만

신소심; (분명 베었는데 칼 끝에 걸리는 게 없다!) 휘릭! 콰득! 급정거하고. 직후

스으! 청풍의 토막 쳐진 모습이 안개처럼 흩어지고

펄럭! 허공에서 신소심의 젖가리개만 떨어진다

신소심; (역시!) 철컹! 이를 갈며 얼굴 발개진 채 칼들을 다시 칼집에 집어넣고. 이어

신소심; (내가 벤 것처럼 보였던 건 엄청난 속도로 몸을 흔들어 일으킨 놈의 잔상(殘像)이었다.) 팟! 허공에서 떨어지는 젖가리개를 오른손으로 거칠게 잡고.

신소심; [죽일 놈의 색귀야! 네놈이 주변에 숨어있는 거 안다.] 둘러보며 이를 갈고

신소심; [오늘 날 우롱한 대가는 반드시 치루게 될 것이다.] 팟! 날아오르며 악을 쓰고

신소심; [으아아아!] 휘익! 악에 바쳐 고함 지르며 멀리 날아간다.

[뭐야?] [무슨 소리야?] [어떤 미친년이 한 밤중에 악을 쓰고 지랄이야?] 근처의 건물들에서 불이 켜지며 주민들의 고함 소리가 들리고. 헌데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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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금릉(金陵)> 금릉. 시간은 밤. 하늘에는 보름달이 떠있고.

어느 저택. 깊은 밤이라 불이 드문드문 켜져 있고.

지붕이 달린 복도인 회랑을 쟁반을 들고 걸어오는 하녀. 좀 나이가 들었고. 들고 있는 쟁반에는 약사발이 얹혀져 있다

회랑을 통해 아담한 건물로 다가가는 하녀. 건물에는 불이 켜져 있다.

하녀; [아가씨...] 한손으로 방문을 열고

하녀; [밤이 깊었는데 아직도 안 주무시고 계세요?] 문을 열고 들어간다. 하지만

[!] 눈 부릅뜨는 하녀

방안의 모습. 침대가 흩어져 있고 화장대가 넘어져 있으며 화장품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다. 한쪽 창문은 활짝 열려 커튼이 펄럭인다. 강도가 든 모습이고

타당! 쨍그랑! 쟁반과 약사발이 함께 하녀의 발치에 떨어지고

하녀; [꺄악!] 두 손으로 입 가리며 비명 지른다.

[무슨 일이야?] [왜 그래요 언니?] 사방에서 하녀와 호위무사들이 그 건물로 달려가고.

[큰... 큰일 났어요.] [아가씨! 아가씨가 납치당했어요!] 우당탕! 다리가 풀려 넘어지며 그 건물에서 뛰어나오는 하녀.

[아... 아가씨가 납치당하다니...] [설마...] 하녀를 에워싼 다른 하녀들과 무사들 경악과 공포.

<색... 색마살귀(色魔殺鬼)?> 사람들 일제히 같은 생각 하며 공포에 질리고. 헌데

붕붕! 날개 짓하며 그걸 내려다보는 커다란 말벌 한 마리

무언가 생각하는 말벌의 머리 부분 크로즈 업

 

#43>

여전히 밤. 금릉 성내에서 가장 높은 탑. 십층이 넘는다.

탑의 꼭대기에 사람이 팔짱을 끼고 서있다.

그 사람 크로즈 업. 바로 청풍인데 눈 부분에 <조로>같은 검은 띠를 두르고 있다. 폭이 반 뼘 쯤 되는 띠인데 눈 부분에 구멍이 나있어서 눈동자가 보인다. 이때의 청풍 나이는 19세. 체격이 완전히 어른 체격이 되었다.

청풍; (오늘이 보름...) 밤하늘의 달을 흘낏 올려다보고

청풍; (사 년 전부터 보름달이 뜨는 날을 전후로 금릉 일대에서 간살(姦殺) 당한 여자의 시체가 발견되어 왔다.) (색마살귀란 작자의 짓인데...)

청풍; (포청(捕廳)에서 작성한 검안서(檢案書)를 훔쳐본 바에 의하면 희생자들은 마치 수십 년의 나이를 단번에 먹은 것처럼 변해있었다고 한다.)

청풍; (즉, 색마살귀는 단순히 즐기기 위해 여자들을 납치해온 게 아니라는 뜻이다.)

청풍; (난 독천존의 감시 때문에 금릉을 벗어날 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 (그래서 무료함도 달랠 겸 지난 삼년간 꾸준히 색마살귀의 종적을 추격해왔다.)

청풍; (하지만 색마살귀가 워낙 신출귀몰한 탓에 추적에는 번번이 실패했었다.)

청풍; (그나마 소득이 있다면 색마살귀가 보름달이 뜰 무렵에만 활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정도다.)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고

청풍; (매달 한 명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것은 시신들이 대부분 외진 곳에 유기 된 탓일 테고...)

청풍; (무슨 목적으로 여자들을 해쳐왔는지는 모르지만 희생자가 한명이라도 더 늘기 전에 색마살귀를 잡아야만 한다.) 눈 번뜩이며 금릉 성내를 둘러보고. 그때

부웅! 뭔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려서 흠칫! 돌아보고

부우웅! 붕! 커다란 말벌 한 마리가 날아온다.

청풍; [대독금봉(大毒金蜂)!] 눈 번뜩이며 손을 내민다. 손등이 하늘을 향하게

부웅! 청풍이 내민 손등에 앉는 말벌

청풍; [늦은 밤까지 일을 시켜서 미안하다. 뭔가 알아낸 게 있느냐?] 자기 손등에 앉은 말벌에게 묻고

붕붕! 날개 짓을 하며 다시 날아오르는 말벌. 이어

휘익! 날아왔던 곳으로 날아가는 말벌

청풍; (대독금봉이 뭔가를 발견했다.) 팟! 눈 번뜩이며 탑에서 앞으로 도약하여 뛰어내린다.

슈욱! 발을 아래로 해서 날아 내려가고

확 다가오는 탑 아래 절간 건물의 지붕

휘익! 탁! 휙! 그 지붕을 밟고 다기 도약해서 날아오르는 청풍

앞장 서 날아가는 말벌. 그 뒤를 따라 날아가는 청풍

<우리 만독동천(萬毒洞天)의 영물인 대독금봉을 몇 마리 남기고 가마.> 탁자에 놓인 사발에 내려앉아 꿀을 먹는 십여마리의 말벌들을 보며 말하던 독천존을 떠올리는 청풍. 말벌을 따라서 달려가며

이하 회상

 

독천존; [대독금봉은 무서운 독을 지녔을 뿐 아니라 영특해서 사람의 말까지 알아듣는다.] [다만 대독금봉을 원하는 대로 부리려면 봉령소(蜂靈嘯)라는 휘파람을 불 줄 알아야 한다.] 탁자 위의 벌들을 보며 말한다. 대부분의 말벌들은 마당 위 허공에 떠돌고 있고.

독천존; [지금부터 알려주는 봉령소를 분이라는 저 아이에게 가르쳐주도록 해라.] [네가 자리를 비울 경우 저 아이 스스로 대독금봉을 부려 몸을 지킬 수 있도록...] 건너편 방의 침대에 누운 분이를 보며 말하고. 그 방에는 온유향이 분이의 이마를 수건으로 닦아주며 간호하고 있다. 천불투는 가게에 나가 있어서 안 보이고

회상 끝

 

청풍; (분이에게 뭔가 비밀이 있는 건 분명하다. 독천존과 관련이 있는...) 날아가며 생각하고

청풍; (덕분에 나도 대독금봉을 자유롭게 부릴 수 있게 되긴 했으나...)

<대체 분이의 신분내력에 관해서 내가 알고 있지 못하는 비밀은 무엇일까?> 말벌을 따라 날아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44>

<-금릉 외곽의 환락가 진회하(秦淮河)> 강변에 자리한 수많은 기루들. 하지만 밤이 깊어 대부분 영업을 끝냈다. 파장 분위기. 기루에서 떠나는 마차들이 좀 보이고. 마차가 떠나는 기루에서는 기녀들이 나와 인사하지만 피곤한 기색들이고

어느 기루. 화려한 입구에는 <探花樓>라는 간판이 붙어있지만 영업이 끝나 문은 닫혀있다. 대문 안쪽의 건물 대부분에도 불이 꺼져 있고

기루의 깊은 곳.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건물이 한 채 있는데 그 건물만은 아직 불이 켜져 있다.

휘익! 건물을 에워싼 높은 담장을 훌쩍 뛰어 넘어오는 음침한 인상의 애꾸. 나이는 서른 살쯤인데 옆구리에는 축 늘어진 잠옷 차림의 미녀가 안겨있다.

애꾸의 옆구리에 끼워져 있는 여자는 가냘픈 몸매와 분위기를 지녔지만 절세미녀다. 이름은 손영롱. <아랑힐월>에 나왔던 황태자의 스승 장회은의 딸 장영롱 캐릭터. 성만 장씨에서 손씨로 바뀌었음. 나이는 17-8세 정도. 이 작품에서도 손영롱의 아버지는 황태손 주첨기의 스승이다. 장회은의 캐릭터를 쓰지만 이름은 손추충으로 바꾸고. 손영롱은 나중에 주첨기의 황후가 되는 여자임.

손영롱을 옆구리에 끼고 주변 두리번거리며 불이 켜져 있는 건물로 다가가는 애꾸. 이자의 이름은 독안효 마삼. 그 직후

이보옥; [성공했나 마(馬)향주?] 덜컥! 누가 건물의 문을 열며 흥분해서 말하고.

이보옥; [정말 손태부(孫太傅)의 딸년을 데려온 거냐?] 문 밖으로 나서며 흥분해서 묻는 자는 교활한 인상의 이십대 초반의 청년. 옷을 화려하게 입었다. 이놈의 이름은 이보옥. 금릉 흑사회의 삼대 조직중 하나인 첩혈당 당주 칠지독룡 이세창의 외아들이다. 나이는 20세 정도. 한 두번 나올 조연인데 부잣집 망나니 분위기로 묘사.

문을 열고 나서는 이보옥의 뒤로는 두 명의 청년이 의자에 앉아서 술을 마시다가 밖을 돌아본다. 두 놈 모두 부잣집 망나니 같은 분위기. 차림새들은 화려하고. 한 놈은 삐쩍 말랐고 한 놈은 좀 살이 쪘다. 삐쩍 마른 놈의 이름은 엄승한, 뚱보는 천계주. 둘 다 이보옥 보다 못한 조연들.

마삼; [흐흐흐 제가 누굽니까 소당주(少堂主)?] [노린 건 무슨 짓을 해서든 손에 넣고 마는 것으로 악명 높은 외눈박이 올빼미(獨眼梟) 마삼(馬三) 아닙니까?] 히죽거리며 이보옥에게 다가가는 애꾸 마삼. 옆구리에 끼고 있던 손영롱은 두 팔을 써서 앞쪽으로 안으려 하면서

마삼; [손태부의 딸년을 털 끝 하나 다치지 않고 모셔왔으니 직접 확인해보시지요.] 두 팔로 안은 손영롱을 내밀고. 손영롱은 이제 하늘 보는 자세로 축 늘어져 있다.

손영롱의 모습 처음으로 자세히 보여준다. 잠옷 차림이고 고개를 뒤로 젖혀 머리카락이 흘러내리고 있다. 정신을 잃어서 눈을 감고 있는 애처로운 모습

손영롱의 몸에는 얇은 잠옷을 걸치고 있어 몸매가 드러나 보이는데 몸매는 날씬하지만 젖가슴은 상당히 크다

이보옥; [손영롱(孫玲瓏)!] [정말 황태손(皇太孫)의 스승 손추충(孫鄒忠)의 막내 딸 손영롱이로구나.] 흥분해서 손영롱의 뺨을 만지고. 손영롱은 기절한 상태라 느끼지 못하고

마삼; [손태부의 딸년이 절세미인이라는 소문은 들었습니다만 직접 보니 명불허전이더군요.] 손영롱을 내려다보면서 눈을 희번덕이고. 이보옥은 혼망 가서 손영롱의 얼굴을 요리조리 살펴보고 머리카락과 뺨을 만진다.

마삼; [살아있는 인간이 아닌 것처럼 예쁜 계집은 속하도 난생 처음입니다.]

이보옥; [혹시 회가 동해서 나보다 먼저 침을 묻힌 건 아니겠지?] 마삼을 흘겨보고

마삼; [속하가 어찌 감히 딴 마음을 품겠습니까?] [금릉의 흑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첩혈당(喋血堂)의 소당주님께서 맛보실 귀한 계집인데...] 눈치 보며 말하고

이보옥; [침을 묻혔는지 안 묻혔는지는 벗겨보면 알겠지.] [데리고 들어가서 침대에 뉘어라.] 옆으로 물러서며 말하고

마삼; [예...] 굽신거리며 안으로 들어간다.

마삼의 뒤를 따라 이보옥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들어가 방문을 닫으려 한다.

덜컥! 방문이 닫히고. 헌데

 

#45>

[...!] 근처의 다른 건물 위에 서서 지금까지의 장면을 내려다보고 있는 어떤 여자. 두 자루의 휘어진 칼을 양쪽 허리에 차고 있는데 아주 날렵한 몸매. 이 여자는 무림맹에서 기르고 있는 복수사영의 한명인 신소심. <마면기정 자료집 20페이지>에 나온 상아검희 신소심과 <아랑힐월 자료집 28페이지>에 나왔던 천소심 캐릭터. 이 작품에서의 별호는 날수비연. 차갑고 오만한 성품. 경신술과 칼 쓰는 재주가 빼어나다.

신소심; (죽일 놈들...) 표정이 살벌해지고

신소심; (감히 양가집 규수를 납치해서 욕보이려 들어?)

신소심; (난 사부님을 도와서 사천일교 당아연의 행방을 찾고 있는 중인데 ...) (그러다가 오늘 밤 어떤 여자가 납치되는 걸 목격했었다.)

신소심; (비록 내가 찾던 당아연은 아니지만 한 여자의 삶이 걸린 문제이니 못 본 척 하고 지나갈 수는 없다.) 슥! 발을 움직여 몸을 날리려 하고. 하지만 그 직후

부웅! 신소심 옆으로 대독금봉이 날아서 지나가고. 곁눈질로 보며 눈 부릅뜨는 신소심

신소심; (저 말벌...) 슥! 급히 몸을 숙여서 지붕의 그늘이 만든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고

신소심; (크기도 크기지만 밤눈이 어두운 벌이 한 밤중에 날아다닌다는 게 심상치가 않다.) (절대 평범한 벌이 아니다.) 몸을 완전히 그늘 속에 숨기며 아연긴장하고.

신소심; (누군가 특별하게 길러서 부리는 놈이기 쉽다.) 생각하며 주변 살피고. 그러다가

[!] 눈 부릅 놀라는 신소심.

쿵! 어느 틈엔지 불이 켜진 건물 앞의 마당에 서있는 청풍. 물론 눈 부분은 <조로>의 그것같은 띠로 눈 부분을 가리고 있다. 시선은 건물을 향하고 있고

신소심; (나... 나타나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놀라고 긴장하여 청풍을 보고

<무림맹이 천마련에 대항하기 위해 길러낸 복수사영(復讐四英)중 한명인 나 날수비연(辣手飛燕) 신소심(申素心)의 능력으로도...>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신소심의 생각. 붕붕! 청풍의 머리 위로는 말벌이 원형을 그리며 날아다니고 있고

신소심; (당금 무림에 저런 행색의 고수가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는데...) 생각할 때

[...!] 신소심이 숨어있는 건물 쪽을 힐끔 보며 불 켜진 건물 입구로 가는 청풍.

신소심; (내가 여기 숨어있는 걸 알아차렸다?) 더욱 깊이 숨으며 눈 부릅뜨는 신소심

무언가 생각하며 다시 건물 쪽으로 걸어가는 청풍.

신소심; (상상을 초월하는 고수다!) 눈 부릅 침 꿀꺽 삼키는 신소림의 얼굴 크로즈 업

 

#46>

방안의 모습. 마삼이 두 팔로 손영롱을 안고 들어섰고 그 뒤에서 이보옥이 따라 들어와 문을 닫고 있다. 탁자를 앞에 두고 술을 마시던 두 놈, 천계주와 엄승한이 술잔을 놓으며 일어나고 있고

[수고했다 마삼.] [역시 독안효(獨眼梟)라는 별호답게 일 처리 하나는 확실하구나.] 술잔을 내려놓고 의자에서 일어나 마삼이 안고 들어오는 손영롱을 보며 말하는 두 놈

마삼; [과찬이십니다 두분 공자님!] 굽신거리며 손영롱을 안은 채 방 끝에 놓인 커다란 침대로 가고. 방안은 넓고 화려한 침실이다. 기녀들이 손님을 받는 전형적인 방의 모습. 아주 크고 휘장이 쳐져 있는 야한 침대가 입구 맞은편 벽 쪽에 놓여있다.

[운이 좋구만. 황태손의 스승인 손태부의 딸년을 직접 보게 되었으니...] [철이 든 이래 손가장(孫家莊) 밖으로의 출입을 거의 하지 않아서 이년의 얼굴을 제대로 본 사람이 드물다지?] 구석에 놓인 침대로 가는 마삼을 따라가며 마삼이 두 팔로 안고 있는 손영롱을 보며 눈을 희번덕이는 천계주와 엄승한. 두 놈 뒤쪽에서 이보옥도 문을 닫고 다가온다.

마삼; (저 두 인간은 금릉에서 가장 큰 도박장 만복도장(萬福賭莊)과 진회하에서 가장 큰 기루인 이곳 탐화루(探花樓)의 후계자들...) 천계주와 엄승한의 눈치를 보며 손영롱을 침대에 조심스럽게 누이고

마삼; (아편과 술, 계집질로 날을 지새우는 말종들의 표적이 되었으니 소저의 신세도 참 안타깝게 되었소이다.) 손영롱을 침대에 누이고 허리 펴고

[북경으로 영락제를 따라 간 황태손이 저년에게 반해서 수시로 남경에 들른다던가?] [장차 황후(皇后)가 될지도 모를 계집의 꿀단지를 맛보게 되다니... 생각만 해도 회가 도는구만.] 아랫도리를 만지며 눈을 희번덕이는 천계주와 엄승한. 이보옥도 그자들 옆에 서고

이보옥; [그년을 깨워라.] 침대 옆에 멈춰서며 말하고

마삼; [예...] 대답하며 품속에 손을 넣고

다시 꺼내는 마삼의 손에는 작은 병이 들려있다.

병의 마개를 열고

병 입구를 손영롱의 코에 대는 마삼. 그러자

움찔! 하는 손영롱

마삼; [되었습니다.] 병을 손영롱의 코에서 떼며 물러서는 마삼.

마삼; [해독제 냄새를 맡았으니 곧 몽혼향(夢魂香)의 마취에서 깨어날 것입니다.] 침대 옆에 서서 보고 있는 이보옥의 뒤로 물러서며 말하고. 그 직후

천천히 눈을 뜨는 손영롱

이보옥; [정신이 드시오 손소저?] 히죽 웃으며 고개를 숙여서 손영롱을 들여다 보며 말을 걸고. 마삼은 뒷걸음질로 침대에서 물러서고

아직 상황이 파악 안 되어 약간 눈을 치뜨는 손영롱. 그러다가

히죽 거리며 들여다보는 이보옥의 얼굴 크로즈 업

손영롱; [흐윽!] 기겁하며 팔로 가슴 끌어안으면서 웅크리고.

이보옥; [내가 누군지는 소개하지 않아도 아시겠지?] 한쪽 무릎 꿇으며 침대로 올라가 손영롱에게 접근하면서 음험하게 웃고

손영롱; [당신... 첩혈당의 소당주로군요.] 상체 일으켜 뒤로 피하며 겁에 질리고

이보옥; [그렇소. 영친의 회갑연에 참석했다가 소저를 보고 한 눈에 반한 첩혈당의 소당주 이보옥(李寶玉)이오.] 손을 뻗어 손영롱의 얼굴 만지려 하고

손영롱; [안... 안돼요!] 비명 지르며 물러나 앉지만

턱! 등이 벽에 닿는 이보옥. 더 피할 곳이 없다.

이보옥; [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소.] 무릎 꿇은 자세로 다가와 손가락으로 손영롱의 뺨을 만지고. + 손영롱; [흐윽...] 진저리를 치지만 피할 수도 없는 손영롱

이보옥; [한눈에 반해 소저에게 구혼(求婚)을 했지만... 소저와 소저의 아비는 날 천한 뒷골목 인생이라며 상대해주지도 않았소.] 표정이 포악하게 변하고. 이를 바득 갈고

이보옥; [십여 차례나 거듭 해서 매파(媒婆)를 보냈어도 거절당한 모욕을 내가 어떻게 갚아줄 것같소?] 사악하게 웃으며 손영롱을 내려다보고

손영롱; [이... 이러지 말아요 소당주.] [다시... 다시 한 번 매파를 보내면 아버지께 잘 말씀드려볼게요.]

손영롱; [그러니 제발 저를 돌려 보내주...] + [악!] 말하다가 비명 지르고. + 이보옥; [개수작!] 손영롱의 머리채를 쥐어 고개를 확 젖히게 만든다

이보옥; [네년의 지금 말이 그저 이 자리를 모면해보려는 수작이란 걸 모를 줄 아느냐?] 손영롱의 머리채를 틀어쥐어 고개 쳐들게 하며 이를 갈고

손영롱; [아니... 아니에요! 제발... 제 말을 믿어주세요.] 두손 모아 빌며 애원

이보옥; [이미 늦었다.] 팍! 손영롱의 머리채를 쥐로 있던 손을 뿌리쳐서 손영롱을 침대에 나뒹굴게 만들고. + 손영롱; [악!] 털썩! 침대에 나뒹굴고

이보옥; [네년을 마누라로 삼는 건 포기했다.] 침대에 나뒹구는 손영롱을 보며 자기 허리띠를 풀고

이보옥; [대신 절친한 친구들과 함께 네년을 함께 즐기며 우의를 돈독하게 하기로 결심했다.] 거칠게 상의를 벗으며 웃고. 그 뒤에서 천계주와 엄승한도 허리띠를 풀며 다가오고. 눈이 벌개진 채. 마삼은 그자들 뒤쪽에 서있고

손영롱; [흐윽!] 쓰러졌다가 상체를 일으키며 겁에 질리고.

이보옥; [네년이 오늘밤 수청을 들어줘야할 저 친구들을 소개하지.] 벗은 상의를 침대 박으로 던지며 천계주와 엄승한을 돌아보고. 두 놈도 침대 옆에 다가와 상의를 벗고 있고

이보옥; [만복도장의 소장주인 천계주(泉界周)와 이곳 탐화루의 후계자인 엄승한(嚴承漢) 형이다.] 눈이 벌개져서 침대로 올라오는 두 놈을 보며 말하는 이보옥. 두 놈도 이제 바지만 입은 모습이 되었고. 빼빼가 천계주, 뚱보가 엄승한.

이보옥; [금릉 흑사회의 유력한 후계자들에게 몸을 바치는 걸 영광으로 생각해라.] [천형! 엄형! 시작합시다.] 손영롱에게 다가앉으며 동료들에게 말하고. 손영롱은 다시 겁에 질려 뒤로 물러나 앉고

[그러자구!] [계집 하나를 함께 즐기는 것도 오랜만이로군!] 천계주와 엄승한도 손영롱에게 와락 덮쳐서 손영롱의 몸을 찍어 누르고. + 손영롱; [악!] 두 놈에게 눌려 침대에 눕혀지며 비명 지르고

찍! 찌직! 눈이 벌개진 채 손영롱을 눕히고 옷을 찢어발기는 천계주와 엄승한. + [아악! 싫어! 안돼요!] 두 놈이 내려다보며 옷을 찢는 배경으로 손영롱의 비명이 들리고.

이보옥; [마삼! 날이 밝을 때까지 아무도 접근시키지 마라.] 마삼을 돌아보며 말하고. 그 배경으로 천계주와 엄승한이 손영롱의 옷을 찢어 벗기는 모습이 일부 보이고

마삼; [예 소당주님!] 고개 숙이고.

이어 문쪽으로 돌아서는 마삼. 그 배경으로 들리는 손영롱의 비명 소리. [아악! 제발... 하지 말아요. 아흑!]

마삼; (좀 안됐긴 하군. 꿈 많던 명문가의 여식이 하룻밤 사이에 신세를 망치게 되었으니...) 덜컥! 문을 열고 나가고

마삼; (소당주같은 인간 말종의 눈에 띈 게 불운한 것이니 남 탓 할 수도 없겠지.) 건물에서 나와 문을 닫으려 하며 생각하고. 그러다가

[!] 눈 부릅 뜨는 마삼

쿵! 바로 앞에 서있는 청풍.

마삼; (이런...) 콱! 허리에 찬 칼 손잡이를 움켜쥐며 뒤로 물러서려 하지만

콰득! 이미 그자의 목을 움켜쥐고 있는 청풍의 손아귀

마삼; [끄윽...] 눈이 돌아가며 기절하려 하고

펑! 발로 걷어차 문을 박살내며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청풍

[헉!] [뭐냐?] 침대에서 손영롱을 겁탈하다가 돌아보며 기겁하는 세 망나니. 이보옥은 손영롱의 발치에 무릎 꿇은 채 바지를 허벅지 중간쯤까지 까내린 자세로 돌아보고 천계주와 엄승한은 침대 가운데에 눕혀진 손영롱의 팔과 어깨를 좌우에서 누르고 있다. 손영롱은 이미 발가벗겨진 채 필사적으로 다리를 모아 사타구니를 가리는 자세로 돌아보고

기절한 마삼의 목을 움켜쥐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청풍

[이런...] [웬 놈이냐?] 이보옥을 제외한 두 놈이 기겁하며 침대에서 뛰어내리고. 상체는 벗은 상태임 주의. 이보옥은 까내렸던 바지를 끌어올리느라 두 놈 보다 동작이 늦었고

휙! 마삼의 몸뚱이를 그놈들에게 던지는 청풍

[억!] [아이쿠!] 퍼억! 날아든 마삼의 몸뚱이에 부딛히며 비명 지르는 천계주와 엄승한. + 이보옥; [힉!] 바지를 끌어올리던 자세로 그걸 보며 기겁. 손영롱도 놀라면서 급히 가슴과 사타구니를 가리고

콰당탕! 마삼과 뒤엉켜서 침대 근처로 나뒹구는 천계주와 엄숭환

청풍; (헛걸음을 했군.) 눈 번뜩이며 그자들을 보면서 다가오고

<대독금봉이 색마살귀를 발견한 줄 알고 따라와 봤더니 흑사회의 망나니들이 못된 짓을 하는 현장이었다.> 마삼과 부딛혀서 나뒹굴었다가 허우적거리며 일어나는 천계주와 엄승한. 침대 위에서는 바지를 끌어올린 이보옥이 겁에 질려 일어나려 하고. 역시 일어나 앉은 손영롱은 필사적으로 웅크려 가슴과 사타구니를 가리려 한다. 그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이 개잡종이...]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기어 들어와서 지랄이냐?] 나뒹굴었던 천계주와 엄승한이 마삼을 밀쳐내고 일어나며 이를 간다. 천계주는 마삼이 차고 있던 칼을 뽑아들고 엄승한은 눈을 부라리며 주먹을 쓸 자세고

[젓갈을 담가주마!] [죽어!] 부악! 쩍! 청풍을 덮치는 천계주와 엄승한. 두 놈 다 무공이 제법이다. 천계주는 신나게 칼질하고 엄승한은 돌덩이같은 주먹을 날려온다. 칼질하는 천계주가 엄승한보다 조금 빠르다

쩍! 피하지 않고 다가서는 청풍을 비스듬히 내리치는 천계주의 칼. 청풍이 베어진 것처럼 보여서

손영롱; [악!] 자기도 모르게 비명. 하지만

슥! 그림자를 벤 것같이 천계주의 칼은 청풍을 스치고 지나가고

툭! 천계주의 옆으로 움직이며 자신을 내리친 자세인 천계주의 앞 뒤로 벌린 두 발 중 뒤쪽의 발목을 발끝으로 슬쩍 걸어서 딴지를 거는 청풍. 산책하듯 걷는다

천계주; [억!] 팽! 뒷발 발목이 청풍의 발 끝에 딴지가 걸려서 번쩍 쳐들려지는 바람에 균형을 잃고 옆으로 팽 도는 천계주. 그 바람에 칼도 함께 돌아가고. 그 칼은 바로 뒤쪽 옆에서 청풍에게 주먹질을 하려던 엄승한을 벤다

쩍! 천계주의 몸이 팽 돌면서 그자의 손에 들려진 칼이 함께 돌아가서 엄승한의 배와 가슴을 가르고. 배와 가슴이 베이며 눈 부릅뜨는 엄승한.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상처가 깊다. 상체는 벗은 상태라 칼날이 그대로 살을 벤다

천계주; [안돼!] 칼을 휘두른 자세로 비틀거리며 비명

엄승한; [크악!] 푸학! 갈라진 상처에서 피를 뿜으며 뒤로 넘어지면서 비명 지르고

이보옥; [으헥!] 기겁.

손영롱; [아!] 안도하고 놀라고

[커억!] 퍼억! 가슴과 배에서 피를 뿌리며 나뒹구는 엄승한

천계주; [내... 내가 안 그랬어! 고의가 아니야!] 쿵쿵! 뒤로 물러서며 비명 지르고. 그자의 앞에서는 가슴과 배가 갈라진 엄승한이 천장 보는 자세로 누워 벌벌 떨고 있고

청풍; [그만 꽥꽥 거려라.] 콱! 그런 천계주의 목덜미를 뒤에서 움켜쥐는 청풍의 손

천계주; [끄윽!] 우둑! 목덜미가 잡혀서 눈이 돌아가고

청풍; [시끄러워서 도저히 못 들어주겠다.] 우둑! 천계주의 목덜미를 쥔 손에 힘을 주고. 다른 손으로는 귀를 후비는 자세로

천계주; [그륵!] 거품 물며 기절하고

청풍; [이제야 좀 조용해졌군.] 슥! 천계주의 뒷덜미를 쥔 손에 힘을 풀고

퍼억! 청풍이 발치로 나뒹구는 기절한 천계주의 몸뚱이. 그때

[꺼... 꺼져라!] 겁에 질린 외침이 들려서 돌아보는 청풍

이보옥; [당... 당장 이 방에서 나가지 않으면 이 계집의 목을 부러트리고 말겠다.] 침대 위에서 무릎을 꿇은 자세로 상체를 들고 악을 쓰는 이보옥. 오른팔로 손영롱의 목을 감아서 방패로 삼았다. 손영롱은 수치심에 떨며 양손으로 가슴과 아랫도리를 가린 자세로 앉아있고

청풍; [이거 참...] 손가락으로 귀 위쪽의 머리를 긁적이고

청풍; [가급적 좋게 끝내려고 했는데 자청해서 피를 보길 원하는군.]

이보옥; [개새끼야! 지금 네놈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하냐?] 독이 올라 이를 갈고

이보옥; [네놈이 해코지한 친구들은 만복도장과 탐화루의 후계자들이다.] [게다가 본 공자는 금릉 흑사회 최대 조직인 첩혈당의 당주 소면첩혈(笑面喋血) 이세창(李世昌)님의 외아들이다.]

청풍; [소면첩혈 이세창의 아들?] [그렇잖아도 어디선가 본 것같은 얼굴이라 했더니 이세창의 망나니 아들놈이었군.] 피식 웃고

이보옥; [내가 누군지 알면 날 건드릴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도 잘 알 것이다.] 안도

이보옥; [오죽했으면 황실이나 관부조차 후환이 두려워 우리 첩혈당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겠느냐?]

이보옥;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가면을 벗고 용서를 빌면 너그럽게 용서를...] + [!] 말하다가 눈 부릅뜨고.

징! 청풍이 오른손의 검지손가락으로 이보옥의 아랫도리를 겨누고 있는데 손가락 마디가 밝게 백열되고 있다

이보옥;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슥! 기겁하며 손영롱의 몸으로 자기 몸을 완전히 가리는데

청풍; [실례지만 조금 일어나 주지 않으시겠소 소저?] 부욱! 백열 되며 진동하는 손가락으로 비스듬히 겨누며 손영롱에게 말하고

[!] 무언가 깨닫는 손영롱

청풍의 눈이 자신의 아랫도리로 향하고 있다

손영롱; [예...!] 슥! 얼굴 발개지면서 몸을 조금 일으킨다. 가랑이를 벌리면서.

그 바람에 손영롱의 가랑이가 벌어진 사이로 이보옥의 아랫도리가 드러나고

<비파천강지!> 땅! 청풍의 백열된 손가락 끝이 원형으로 부풀었다가 레이져같은 빛을 쏘아낸다. 요란한 소리가 나고.

퍽! 레이져같은 빛의 가닥은 손영롱이 일어나며 벌린 가랑이 사이를 지나가 그 뒤의 이보옥의 아랫도리를 뚫고 지나간다. 바지를 뚫고 들어가 고추를 잘라버리는 모습이고

[!] 눈 부릅뜨는 이보옥. 그런 그자의 뇌리에 오이가 작두에 잘리는 모습이 떠오르고

이보옥; [끄아아악!] 엄청난 고통에 뒤로 넘어가며 처절한 비명 지르고. 그 바람에 손영롱의 목을 감고 있던 팔도 풀어지고

손영롱; [흑...] 가슴만 가린 채 앞으로 기어서 이보옥에게서 떨어지는 손영롱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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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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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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