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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 [!] 어둠 속에서 등을 들고 순찰을 돌던 탐화루의 어깨들이 눈 부릅뜨고. <끄아아악!> 어디선가 처절한 비명이 들리고.

[이건...] [도련님이 친구분들과 놀고 있는 희봉각(戱鳳閣) 쪽이다.] [일 났다!] 다급하게 달려가는 어깨들

 

#48>

다시 손영롱이 겁탈 당하던 건물

이보옥; [으아아악! 내... 내 그게... 끄아아악!] 피투성이가 된 아랫도리를 부여잡고 침대 위에서 뒹굴며 비명을 지르고

그자의 사타구니가 피로 물들어 있고

손영롱; (남근이 잘렸어.) 몸서리치며 침대 외곽으로 기어오면서 이보옥을 돌아보고. 한손으로 가슴만 가린 채로. 그때

스윽! 그녀의 앞쪽에 드리워지는 화려한 옷. 놀라 돌아보는 손영롱

청풍; [이가놈의 옷이긴 한데...] [급한 대로 걸치도록 하시오.] 고개를 조금 옆으로 돌린 채 두 손으로 화려한 웃옷을 펴서 손영롱에게 내민다. 이보옥이 걸치고 있던 옷이다. 안쪽면이 손영롱에게 향하게

손영롱; [고... 고마워요.] 얼굴 붉히며 두 손으로 그 옷을 받고. 배경으로 [끄아아악! 안돼! 안돼!] 이보옥의 비명이 이어지고. 그때

[무슨 일이냐?] [도련님의 거처에서 비명이 들린다.] [도련님! 무사하십니까?] 건물 밖에서 외침이 들리고. 돌아보는 청풍.

 

#49>

높은 곳에서 기루를 본 모습. 건물 지붕에 서있는 신소심의 시점이다. 탐화루의 건물들 여기저기에 불이 밝혀지며 어깨들과 야한 차림의 기녀들이 여기저기 건물에서 뛰쳐나온다. 무사들은 등불을 들고 한쪽으로 몰려가고. [도련님 거처에서 사단이 벌어졌다.] [서둘러라!] [전부 나와라!] 외침. 고함 소리.

등을 든 어깨들이 몰려오는 것을 지붕 위에서 내려다보는 신소심

신소심; (일 처리가 깔끔한 자는 아니네.) 다시 고개 돌려 손영롱이 겁탈 당하던 건물을 돌아보고

<나였다면 찍소리도 못 내게 해치웠을 텐데...> 신소심의 생각을 배경으로 건물의 부서진 문 크로즈 업. 청풍이 문간으로 다가와 밖을 살펴보는 모습이 보인다.

 

#50>

청풍; (흡사 벌집을 쑤셔놓은 것같군.) 문간에 비켜서서 건물 밖을 살펴보며 웃고.

건물을 에워싸고 있는 높은 담장 너머에서 불빛이 어른거리고. 사람들이 달려오며 내는 소리가 들린다. [도련님!] [승한 도련님 신변에 변고가 생겼다.] [어떤 놈인지 놓치지 마라!] 외치는 소리들과 요란한 발자국 소리들이 들린다, 그때

[다... 다 입었어요] 뒤쪽에서 말소리가 들려 돌아보는 청풍.

손영롱; [경황이 없어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게 늦었어요.] 청풍의 뒤에 서서 수줍어하는 손영롱. 이보옥의 화려한 겉옷을 걸치고 있는데 남자 옷이라 품이 크고 길다. 그래서 가운을 걸친 것 같다. 허리띠는 쓰지 않고 손으로 허리 부분의 옷을 여미고 있다. 그 뒤쪽의 침대에서는 이보옥이 사타구니를 부여잡고 비명 지르고 있고

손영롱; [구원의 손길을 뻗어주신 은혜, 백골난망이옵니다.] 수줍게 웃으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청풍; (소문대로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 할만한 미모로군.) + [별 말씀을...] 포권하고.

청풍; (황태손 주첨기(朱瞻基)가 스승의 딸인 이 여자의 미모에 반해서 금릉에 올 때마다 손가장에 들른다는 소문이 있지.) + [불편하신 곳은 없소?] 다가가고

손영롱; [예! 덕분에...] 수줍어하며 대답하는데

청풍; [그렇다니 다행이오.] 번쩍! 말하며 두 손으로 손영롱을 번쩍 안아든다. + 손영롱; [흑!] 깜짝 놀라며 청풍의 품에 안기고

청풍;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여길 빠져나가야하니 잠시만 참아주시오.] 손영롱을 두 팔로 안고 건물에서 나가고

손영롱; [예...] 수줍어하며 청풍의 품에 얼굴을 묻고

손영롱을 안고 밖으로 나오는 청풍

[도련님!] [무사하십니까 도련님?] [무슨 일입니까?] 탁탁! 우르르! 바로 근처에서 무사들이 외치며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고. 그자들이 든 등불들이 여기저기서 어른거린다.

청풍; [눈을 감으시는 게 좋을 거요.] 슥! 건물에서 완전히 나오며 말하고

손영롱; [예?] 어리둥절. 직후

[!] 슈욱! 갑자기 몸이 위로 휙 빨려 올라가는 느낌에 눈 부릅 뜨는 손영롱

쿵! 이미 까마득히 밤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는 청풍. 두팔로 손영롱을 안고 날아오른 청풍의 아래로 진회하 일대가 항공사진처럼 작게 보인다. 넓은 강가에 수없이 늘어선 기루 건물들. 하지만 건물들은 대부분 불이 꺼져 있는데 오직 청풍이 날아오른 탐화루 일대만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손영롱; [악!] 비명 지르며 자기도 모르게 두 팔로 청풍의 목에 매달리는 손영롱

뭉클! 이보옥의 옷에 감싸인 손영롱의 젖가슴이 청풍의 가슴에 짓눌리고

손영롱; (하... 하늘을 날고 있어!) 필사적으로 청풍의 목에 매달린 채 곁눈질로 아래를 보며 달달 떨고

청풍; [그래서 눈을 감는 게 좋을 거라고 한 거요.] 웃으며 날아가고

손영롱; [예...!] 달달 떨면서도 아래를 곁눈질하고

청풍; (기분이 묘해지는군.) 쓴웃음. 곁눈질로 자기 품에 안긴 손영롱을 보고

필사적으로 자기 목에 매달리고 있는 손영롱의 얼굴. 손영롱은 놀라면서도 고개 조금 돌려 아래를 보고 있다

자기 가슴에 눌린 손영롱의 젖가슴

펄럭이며 갈라진 옷자락 사이로 드러난 손영롱의 미끈한 아랫도리

청풍; (한동안 이 여자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겠구나.) 휘익! 날아가는 청풍.

손영롱; (거대한 새를 탄 것처럼 하늘을 날고 있어!) 아래를 보며 얼굴이 발개지고

손영롱; (달님도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보름달이 쟁반만하게 커져 있고

손영롱; (이 사람이라면 나를 어디든지 데려다줄 것만 같아.) 청풍의 얼굴 올려다보는 손영롱의 얼굴 발그레. 가슴이 두근두근

 

#51>

<-손가장(孫家莊)> 어수선하고. 깊은 밤이지만 다른 저택들과 달리 여기저기 불이 켜져 있다.

무사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하녀들은 발을 동동.

손영롱의 거처 앞에도 하녀들이 모여 서서 울먹이고 있고.

[어쩜... 어쩜 좋아?] [아가씨가 정말 색마살귀에게 납치된 거라면 어떻게 해?] [재수 없는 소리 하지마! 선녀처럼 착한 아가씨에게 그런 일이 생길 리가 없잖아.] 하녀들 울고 서로를 타박하고. 처음 손영롱이 사라진 걸 발견한 나이 든 하녀도 끼어있다. 그러다가

깜짝 놀라며 월동문 쪽을 보는 하녀들

무사들과 함께 월동문으로 들어오는 꼬장꼬장한 인상의 노인. 태부인 손추충이다. <아랑힐월>에 나온 태부 장회은 캐릭터. ***손추충은 실존인물. 주첨기, 훗날의 선덕제의 두 번째 황후였던 손황후의 생부다 ***

[장... 장주님!] [주인님!] 여자들 급히 인사하고. 겁에 질려서

손추충; [설명해봐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엄한 표정으로 말하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황태손 주첨기의 태부 손추충(孫鄒忠)>

하녀; [이... 이각(二刻;30분)전 쯤에 아가씨가 주무시기 전에 드시는 탕제를 갖고 왔는데...] 겁에 질려 손추충의 눈치를 보며

하녀; [침실이 난장판이 되어있고 아가씨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셨사옵니다.]

손추충; [외적이 침입했던 흔적이 있었느냐?] 수행한 무사들에게 묻고

무사1; [죄송합니다 태부님.] 겁에 질려

무사1; [흉수가 워낙 감쪽같은 자라서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았습니다.]

손추충; [관부에는?]

무사1; [아직...] [태부님께서 퇴청(退廳)하시면 지시를 받으려고...] 눈치 보며

손추충; [잘 했다.] 끄덕

손추충; [집안 일로 나라에 폐를 끼치는 것은 불충(不忠)!] [너희들의 힘만으로 영롱이의 종적을 찾아보도록 해라.] 무사들에게

하녀; [하... 하지만 아가씨를 촌각이라도 빨리 구해드리려면 관부의 도움을 받아야하는데...] 울먹

무사1; [아가씨의 안위가 우선이니 관부의 도움을 받는 게 어떠할지요?] 눈치 보며

손추충; [이미 말하지 않았느냐? 집안 일로 나라에 폐를 끼칠 수는 없다고!] 엄한 표정

[예...] 무사와 하녀들 입 다물고

손추충; [몹쓸 일을 당했다면 그것도 영롱이의 운명이겠지.] 하늘 보며 침통하게 말하고, 하녀와 무사들 모두 고개 떨구고. 그때

[무슨 일인가요?] 덜컹! 갑자기 건물의 창문이 안에서 밖으로 열리며 누군가 말하고. 사람들 깜짝 놀라 돌아보고

손영롱; [집안에 변고라도 생겼는가요? 이 늦은 시간에 모두 깨어있다니...] 창문을 열며 말하는 손영롱. 잠옷 위에 겉옷을 어깨에 걸친 모습이다. 순간

[아... 아가씨!] [아가씨!] 하녀들 비명 환호성. 무사들도 놀라고 안도하고. 손추충은 찡그리고

[이게... 이게 어떻게 되신 건가요?] [납치당하셨던 게 아니셨는가요 아가씨?] 창문 쪽으로 달려가며 울며 환호하는 하녀들

손영롱; [납치당하다니 무슨 소리야?] 새침

손영롱; [목욕을 한 후 현기증이 나서 쓰러졌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옷장 안쪽에 누워있었어.] 물에 좀 젖은 머리를 만지며 새침하게 말하고

[그... 그런...] [옷장 속에 계신 것도 모르고...] [다행이에요! 정말 잘 되었어요 아가씨!] 하녀들 창문 앞에 모여들어 펑펑 운다. 다리가 풀려서 주저앉는 여자들도 있고

손영롱; [아버지...] 시선 들어 손추충을 보고. 손추충은 좀 엄한 표정으로 뒷짐 짚고 서있다.

손영롱; [소동을 일으켜서 죄송해요.] 공손히 고개 숙이고

손추충; [별일 없었으면 되었다.] 퉁명스럽게 끄덕

손추충; [밤이 늦었으니 그만 자도록 해라.] 뒷짐 진 채 돌아서고

손영롱; [아버지도 안녕히 주무세요.] 고개 숙이고

무사들과 함께 월동문을 나가는 손추충. 하지만

뒷짐 쥔 손추충의 손이 가늘게 떨린다

무사1; (아닌 척하셨지만 따님 때문에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셨었구나.) 뒤 따라가며 생각하고

손추충; [경비를 배로 늘려라.] 가면서 말하고

무사들 흠칫.

손추충; [두 번 다시 오늘 같은 소동이 벌어져서는 아니 될 것이다.]

<태부께서는 영롱아가씨께 무슨 일이 일어났었다고 생각하시는구나.> 깨닫는 무사들. 그리고

손영롱; [난 그만 자야겠다.] [놀라셨을 어머니에게는 너희들이 가서 말씀드려라.] 시녀들에게 말하면서 시선은 월동문을 나가는 손추충을 보고

[예 아가씨.] [안녕히 주무세요.] 인사하는 여자들

이어 우르르르 월동문쪽으로 몰려간다. 눈물 닦는 여자들도 있고

손영롱; (고마워요 은공.) 그걸 보며 청풍을 떠올리고. 얼굴 약간 발그레

손영롱; (은공께서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나를 다시 이곳으로 데려다 주신 덕분에 쓸데없는 뒷말이 생기지 않게 되었어.) 생각하는 손영롱의 뒤쪽. 바닥에는 손영롱이 입고 온 이보옥의 겉옷이 널려있고

<이보옥이 고자가 되는 변을 당하긴 했지만 그 애비 이세창도 감히 나와의 연관을 폭로하지 못할 것이다. 그랬다가는 황실의 노여움을 입어 첩혈당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 테니...> 조금 일어선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날아든 레이져같은 섬광이 이보옥의 아랫도리의 가랑이 사이를 뚫고 지나가던 장면을 떠올리는 손영롱

손영롱; (과연 은공의 정체는 무엇일까?) 하늘에 떠있는 보름달을 올려다보며 얼굴 발그레

손영롱; (신선같은 무공을 지닌 것에 비해 나이는 젊어서 내 또래인 것같았는데...) 숨도 좀 가빠지고

<부디 은공을 다시 만나게 해주세요 달님!> 창가에 서서 두손 깍지 끼고 가슴에 댄 채 하늘 올려다보며 기원하는 손영롱의 모습이 멀어지고

 

#52>

그런 손영롱의 모습이 멀리 보이는 곳의 건물 지붕 위. 신소심이 서서 이마에 한손을 대고 보고 있다

열려진 창문을 통해 기도하는 손영롱의 모습이 작게 보이고

신소심; (저 계집이 자길 구해준 작자에게 제대로 반했네.) 냉소하고

신소심; (혹시나 해서 뒤를 밟아봤는데 그자는 허튼 짓 하지 않고 저 계집을 집에 데려다 주었다.) 이마에 대었던 손을 내리고

신소심; (천마련의 세상이 되어 도의가 바닥에 떨어진 작금의 세태에서는 보기 드문 사내인데...)

신소심; [과연 그자의 정체가 무언지 궁금하구나.] 혼잣말 할 때

[나도 소저의 정체가 궁금한 걸?] 갑자기 들리는 음성에 눈을 부릅 뜨는 신소심

청풍; [악의가 없는 건 알지만 밤손님이라는 직업상 뒤를 밟히는 건 영 기분이 찜찜하거든.] 스윽! 신소심의 어깨 너머로 나타나는 청풍의 얼굴. 물론 눈 부위를 띠로 가리고 있다

신소심; (어느 틈에...) 스팟! 앞쪽으로 벼락같이 날아가면서 몸을 팽 돌려 자기 뒤쪽의 청풍을 보려고 하지만

<없다!> 휘익! 앞으로 날아가다가 몸을 홱 돌리는 자세로 경악하는 신소심. 신소심의 앞쪽에 아무것도 없다. 직후

청풍; [경신술이 수준급이로군.] 스으! 등을 뒤로 하는 자세로 날아가는 신소심의 어깨 너머로 다시 청풍의 얼굴이 나타나며 속삭이고. 눈 부릅뜨는 신소심. 신소심은 근처 다른 저택의 지붕 위로 날아가는 중이다.

신소심; (당... 당한다!) 오싹! 팽! 소름이 돋아 숨을 멈추면서도 다시 몸을 홱 돌리지만

청풍; [경신술로만 따지자면 무림을 통틀어도 열 손가락 안에 들겠어.] 휘이! 돌아서는 신소심의 동작을 따라서 함께 돌아가며 웃고. 이하 두 사람은 저택들의 지붕 위를 날아가며 싸운다. 청풍이 신소심의 등 뒤에 바짝 따라붙는 모습으로

신소심; (이게 무슨...) 사악! 경악하면서도 양손으로 양쪽 허리에 차고 있는 칼을 뽑으며 몸을 날린다. 몸을 회전하면서 날아가는 모습이고. 청풍은 유령처럼 그런 신소심의 뒤에 달라붙어 있고

신소심; (날수비연이라는 별호를 지닌 내 경신술로도 떨쳐버릴 수가 없다니...) 쩍! 슈칵! 몸을 홱 젖히면서 춤을 추듯 칼질을 한다. 양손의 칼을 검무 추듯이 연달아 그어내고. 칼 그림자가 사방으로 난무한다.

청풍; [이크!] 엄살 부리면서도 몸을 이리저리 피하면서 여전히 신소심의 뒤에 달라붙어 움직이고. 그런 청풍의 주변으로 칼 그림자들이 난무한다.

신소심; [크아!] 쩍! 서걱! 더 살벌하고 빠르게 양손의 칼을 휘두른다. 칼바람이 몇 미터씩 내뻗치고. 등 뒤의 청풍을 공격하기 위해 연신 몸을 옆으로 뒤틀고 아래 위로 덤블링을 하며 칼질을 한다.

청풍; [위험하구만.] 서걱! 신소심과 같은 동작을 하며 피하는 청풍의 옷자락이 칼바람에 스쳐서 갈라지고

청풍; [소저의 칼춤 추는 솜씨는 충분히 감상했으니 이만 작별을 고해야겠소.] 휘릭! 검무를 추듯 칼질을 하는 신소심의 앞쪽으로 이동하며 손을 신소심의 가슴 쪽으로 뻗는다.

슈우! 눈 부릅 뜨는 신소심의 앞으로 흐릿한 형태의 청풍의 손이 날아든다

신소심; (위험...!) 쩍! 사력을 다해 칼질을 해서 청풍의 손을 베어 버리고

신소심; (해치웠다!) 휘익! 칼질한 자세로 몸을 돌려 어떤 건물의 지붕 용마루 위로 날아내린다.

청풍; [아이쿠!] 휘익! 왼손으로 오른손을 쥐며 역시 같은 건물의 지붕 위 용마루로 내려서는 청풍. 오른손은 소매 속으로 들어가 안 보인다. 그 때문에 청풍의 오른손이 손목에서 잘린 것처럼 보이고. 신소심과의 거리는 5미터 정도

청풍; [아무리 기분이 상했더라도 초면에 살수를 쓰는 건 좀 지나치지 않소?] 울상 짓고

신소심; [당신이 자초한 화이니 날 원망하지 말아요.] 냉소하며 칼을 겨누고

신소심; [목 대신 손모가지 하나 달아난 걸 다행으로...] + [!] 말하다가 눈 부릅 뜨는 신소심

청풍이 히죽 웃으며 오른손을 쳐들고 있다. 소매 속으로 끌어들여 숨겼던 오른손을 쳐드는데. 청풍의 그 오른손에는 봉투에 든 편지 한 장과 붉은색의 상당히 큰 사각형 천이 들려있다. 네 귀퉁이에 끈이 달린 그 붉은 천은 바로 중국식의 젖가리개다.

붉은 천 크로즈 업

신소심; (저... 저건...) 경악과 분노. 신소심의 옷 속에서 젖가슴이 유달리 출렁거리고 젖꼭지도 도드라져 보인다. 젖가리개가 사라진 때문

청풍; [소저가 지닌 물건들 중 이 편지가 가장 소중해 보이는 것같아서 실례를...] + [어!] 말하다가 자신의 오른손을 보고.

청풍; [편지만 꺼내려고 했는데 이 붉은 천까지 딸려 나왔군.] 붉은 천을 들여다보며 능청맞게 웃고.

신소심; [흑!] 자기도 모르게 양팔로 가슴을 가린다.

신소심; (맹주님의 지령서(指令書) 뿐 아니라 내 젖가리개까지 순식간에 빼내갔어!) 분노와 수치심으로 치를 떨며 이를 갈고.

청풍; [좋은 냄새가 나는 걸. 대체 무엇에 쓰는 천일까?] 킁킁! 붉은 천을 코에 대고 냄새를 맡고. 그러자

신소심; [죽... 죽일...] 분노와 수치심으로 얼굴 새빨개지고

신소심; [내놔!] 투학! 엄청난 속도로 청풍에게 쇄도하며 칼질을 한다.

청풍; [으헉!] 쩍! 서걱! 신소심의 칼질에 몸이 이리저리 갈라지며 휘청하는 청풍. 하지만

신소심; (분명 베었는데 칼 끝에 걸리는 게 없다!) 휘릭! 콰득! 급정거하고. 직후

스으! 청풍의 토막 쳐진 모습이 안개처럼 흩어지고

펄럭! 허공에서 신소심의 젖가리개만 떨어진다

신소심; (역시!) 철컹! 이를 갈며 얼굴 발개진 채 칼들을 다시 칼집에 집어넣고. 이어

신소심; (내가 벤 것처럼 보였던 건 엄청난 속도로 몸을 흔들어 일으킨 놈의 잔상(殘像)이었다.) 팟! 허공에서 떨어지는 젖가리개를 오른손으로 거칠게 잡고.

신소심; [죽일 놈의 색귀야! 네놈이 주변에 숨어있는 거 안다.] 둘러보며 이를 갈고

신소심; [오늘 날 우롱한 대가는 반드시 치루게 될 것이다.] 팟! 날아오르며 악을 쓰고

신소심; [으아아아!] 휘익! 악에 바쳐 고함 지르며 멀리 날아간다.

[뭐야?] [무슨 소리야?] [어떤 미친년이 한 밤중에 악을 쓰고 지랄이야?] 근처의 건물들에서 불이 켜지며 주민들의 고함 소리가 들리고. 헌데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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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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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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