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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3.08 [투천환일] 제 18장 잠입의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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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여전히 낮이지만 이제 해가 좀 기우는 오후다. 경치 좋은 강가에 자리한 암자. 비구니 암자다. 오가고 일하는 비구니들의 모습

신소심; [죄송해요 사부님.] 무릎 꿇고 두 손 앞으로 모아 바닥에 댄 자세로 고개를 숙인다. 불당 안이고. 문은 닫혀있다.

신소심; [제자가 불민(不敏)하여 맹주님께서 보내신 지령서를 분실하였사옵니다.] 분한 표정으로 고개 조아리는 신소심 앞쪽. 불상이 모셔진 불단을 등지고 앉아있는 곱게 나이 든 비구니. 바로 무림맹 장로중 한명이었던 금정사태. #5>에 한번 나왔었음. 무림맹에서 사자천존이 회의를 주재할 때. 십팔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거의 늙지 않았다. 곱게 늙었지만 좀 성깔 있는 인상이고

금정사태; [소심아...] 한숨 쉬고

신소심; [예 사부님...] 고개 조금 들고

금정사태; [너도 나름대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겠지만 맹주님의 지령서를 잃어버린 것은 장차 큰 화근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엄한 표정. 배경으로 나레이션. <-무림맹 장로 금정사태(金頂師太)>

금정사태; [천마련의 죄 많은 중생들은 맹주님의 정체를 알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네가 맹주님과 접점(接點)이 있다는 것이 들통 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으냐?]

신소심; [맹주님 대신... 저를 천마련에서 노리겠군요.] 깨닫고 입술 깨물고

금정사태; [천마련의 무리들은 널 통해서 맹주님의 정체를 알아내려들 게 명약관화!] [맹주님은 물론이고 너 자신도 위험해질 수 있다.]

신소심; [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난당한 지령서를 회수하도록 하겠사옵니다.]

금정사태; [지금 네가 나서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 고개 젓고

금정사태; [마침 사부는 아연이의 수색 상황을 듣기 위해 개방의 금릉분타(金陵分舵)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가는 김에 개방의 화자(化者;거지)들에게 널 농락한 자가 누군지 찾아봐 달라고 부탁해보마.] 자리에서 일어나고

금정사태; [너는 신분이 들통 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될 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거라.] 신소심 옆을 지나간다.

신소심; [예...]

금정사태; [사부가 돌아올 때까지 편지를 훔쳐간 중생의 용모파기를 가능한 상세하게 그려놓도록 해라.] 문을 열고 나가고

신소심; [다녀오시옵소서.] 반쯤 돌아앉아 문쪽에 대고 고개 숙이지만

탁! 대답하지 않고 나가 문을 닫는 금정사태

신소심; (사부님께서 마음이 많이 상하셨구나.) 입술 깨물고

신소심; (하긴 하나뿐인 제자인 내가 실망을 시켜드렸으니 상심이 크시겠지.)

신소심; (이게 다 그 간악한 짐승 때문이다.) 청풍을 떠올리며 이를 바득 갈고. 편지와 함께 청풍이 젖가리개를 들고 냄새를 맡으며 변태같이 웃던 모습이다.

신소심; (반드시... 반드시 찾아내서 피눈물을 쏟게 해줄 테니 기다리고 있어라!) 이를 바득 가는 신소심의 얼굴 크로즈 업

 

#63>

금릉. 저녁 무렵. 높은 산을 등진 웅장한 성채. 자금성이다.

<-자금성(紫金城)> 위의 성채 배경으로 나레이션

그 자금성 아래 화려한 저택들이 즐비한 주택가. 납작한 돌로 잘 포장된 길은 아주 넓고. 그 넓은 길 좌우로 3미터 이상인 높은 담장이 끝이 안보이게 이어져 있다. 길에는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다. 가끔 화려한 마차들만이 오가고. 각 저택의 웅장한 정문에는 무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전형적인 부자동네 분위기. 멀리 자금

흠칫! 하며 한쪽을 보는 무사들.

거리를 걸어서 오는 두 사람. 타노와 청풍. 청풍은 여전히 코 아래 두툼한 수염을 붙이고 있고. 또 두루마리와 둘둘 만 종이들을 넣은 바구니를 등에 짊어진 상태다

<상시태감 댁의 집사 타노로군.> <웬 일로 젊은 놈을 데리고 오는 건가?> <그러게 말일세.> 다른 저택의 무사들 곁눈질로 두 사람을 보고

청풍; [집들이 어마어마합니다.] 촌놈처럼 입을 헤 벌리며 주변을 두리번

청풍; [이런 곳에 사시는 분들은 전부 높은 자리에 계시는 귀한 분들이시겠지요?] 흥분한 표정으로 떠들고. 하지만

타노는 대꾸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간다.

청풍; [집 욕심은 없었지만 이렇게 화려한 집들이라면 한번 살아보고 싶네요.]

타노; [그 꿈, 꼭 이루어지길 바라겠네.] 비웃으며 어느 웅장한 저택 입구로 다가가고. 저택의 입구를 지키는 것은 환관 복장의 무사들이고

타노가 다가가자 급히 인사하는 무사들. 한놈은 웅장한 대문 옆에 달려있는 쪽문을 열어준다.

청풍; [여긴가요?] 위를 올려다 본다

웅장한 정문 처마에는 <威家大院>이라는 글이 금빛으로 새겨진 크고 화려한 현판이 걸려있다.

청풍; [위가대원(威家大院)...] [위씨 집안의 큰 집이라...] 글을 읽는데

타노; [마님께서 기다리신다. 서둘러라.] 쪽문 안쪽에 들어간 타노가 돌아보며 재촉하고

청풍; [죄... 죄송합니다.] 후다닥! 서둘러 쪽문으로 뛰어가고. 무사들은 비켜주고

청풍; [현판에 적힌 글이 워낙에 명필이라 그만 정신이 팔렸지 뭡니...] 말하며 쪽문 안쪽으로 들어서다가 눈이 띠용하는 청풍

쿵! 타노가 돌아보는 뒤로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정원과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정원에는 사슴과 공작들이 놀고 있고. 여기저기 환관 복장의 무사들이 오가다가 돌아본다

청풍; [와아...] 입이 딱 벌어져서 두리번거리며 정원 가운데에 난 길로 들어서고 타노가 앞장 서서 걸어가며 돌아본다. 청풍의 뒤로는 무사들이 쪽문을 닫아주고 있고

청풍; [세... 세외선경이 따로 없습니다.] 길 좌우의 정원에서 놀다가 돌아보는 사슴과 공작들을 보며

청풍; [땅값이 금값인 금릉 성내에 이렇게 넓고 화려한 저택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흥분해서 두리번거리며 걸어가고

타노; [미리 말해두건데...] 앞서 가며 말하고. 수다 떨다가 흠칫! 하는 청풍

타노; [마님의 몸에 손가락 하나라도 대면 너는 저 정원수들의 거름이 될 것이다.] 손으로 옆의 나무 한 그루를 가리키고

청풍; [히익!] 기겁하고

청풍; [오... 오해하지 마십쇼. 소생은 그림만 그릴 뿐 여자에게는 추호의 관심도 없습니다요.] 겁에 질려 부들 부들 떨며 고개 굽신 거리고

타노; [그거야 두고 볼일이다만...] 냉소하고

타노; [설령 마님이 먼저 네게 손을 뻗어 닿더라도 넌 대가를 치러야한다.]

청풍; [그... 그런 억지가...] 울상

청풍; [제 잘못이 아니어도 죽이신다니 너무하십니다.] + [히익!] 징징 대다가 기겁

쿠오오! 걸어가며 고개만 조금 돌려 돌아보는 타노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치솟는다. 두 눈이 횃불처럼 이글거리고

청풍; [명... 명심하겠습니다요.] 급히 고개 숙이며 덜덜 떨고

청풍; [절대... 절대 마님과는 신체 접촉이 없을 것이라 맹세 드립니다.]

타노; [지금의 그 맹세, 잊지 마라.] 다시 고개 돌리며 앞으로 걸어간다

청풍; [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지만 눈빛은 차갑게 갈아 앉아있다. 이어

청풍; (저 곱추...) 고개 숙인 채 곁눈질로 타노의 뒷모습을 보고

<비록 불구의 몸이지만 독천존을 제외하면 내가 지금까지 본 인간들 중 가장 강하다.> 타노의 음산한 모습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청풍; (나는 물론이고 할아버지도 저 곱추와 싸우게 될 경우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게다가...)

<눈에 띄지는 않지만 위가대원에는 저 곱추 수준의 고수가 여럿 잠복해있다. 그 때문에 지난 몇 달간 위가대원의 후원에 잠입해보려던 내 시도는 번번이 좌절되었었는데...> 주변 풍경 모습. 오가는 환관 차림의 무사들 외에도 여기저기서 인기척이 느껴지는 것을 묘사

청풍; (원래 세상에는 이렇게 고수가 흔한 것일까?) (아니면 위가대원만 특별한 것일까?) 긴장하며 타노를 따라가는 청풍.

 

#64>

화려한 건물을 에워싼 높은 담장. 담장 중앙에는 월동문이 있고. 그 월동문 쪽으로 오는 청풍과 타노. 물론 타노가 앞장 서고

타노; [다 왔다.] 월동문 앞에서 멈춰서고.

타노; [이곳부터는 여자들이 생활하는 내원(內院)이라 나도 들어갈 수 없다.] 옆으로 물러서고

청풍; [소생도 남자인데...] 당황

타노; [넌 남자가 아니라 그림 그리는 화공으로 불려온 것임을 잊지 마라.] 말하며 들어가라는 시늉하고

청풍; [명... 명심하겠습니다.] 굽신거리며 월동문으로 들어간다.

타노; (이게 과연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월동문 안으로 들어가는 청풍의 뒷모습 보며 찡그리고

타노; (아무리 마님이 떼를 썼다 해도 주군의 허락을 받은 후에 들여보내는 것이 순리였는데...)

타노;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지.) (사실 주군께서 마님에게 흥미를 잃은지 제법 오래 되었기도 하고...)

타노; (그저 별 탈 없이 초상화 작업이 끝나길 바랄 뿐이다.) 월동문에 등을 돌리고 서서 경비를 선다.

 

#65>

월동문 안쪽은 정말 화려한 정원과 건물. 잘 가꿔진 정원과 연못. 연못을 가로지르는 무지개다리. 그 다리 건너의 정원에 자리한 화려한 건물. 건물 주변에는 차가운 인상의 여자 무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고

월동문으로 들어오며 눈이 휘둥그레지는 청풍.

그런 청풍을 차갑게 보는 여자 무사들

청풍; [정원이 기가 막히구만.] [황제폐하께서 사신다는 자금성도 이렇게 화려하진 않겠어.] 흥분해서 중얼거리며 다리를 건너가고.

[멈춰요.] 여자 무사들이 다리를 건넌 청풍을 가로 막고. 움찔 놀라는 청풍.

청풍; [소... 소생은 마님의 부름을 받고 왔는데...] 버벅

[알아요.] [하지만 마님을 만나기 전에 위험한 물건이 있는지는 확인해 봐야만 해요.] 여자들 청풍의 몸을 더듬고 청풍이 등에 짊어진 바구니를 뒤진다. 종이와 두루마리도 펼쳐보고.

여자들 중 한명의 손이 사타구니 안쪽도 더듬고

청풍; [으헉!] 눈이 띠용하고

얼굴 좀 붉히지만 새침한 채 청풍의 아랫도리를 구석 구석 더듬는 여자 무사 한명. 이윽고

여자1; [위... 위험한 물건은 없군요.] 얼굴 붉히며 청풍의 사타구니에서 손을 떼고 일어나는 여자 무사. 다른 년들도 물러서고

여자1; [들어가도 좋아요.] 옆으로 물러서며 길 터주는 여자1과 다른 여자 무사들

청풍; [고... 고맙소.] 얼굴 벌개진 채 여자들 눈치 보며 건물 입구로 가고

청풍; (무슨 여자들이...) 덜컹! 곁눈질로 여자들을 보며 문을 열고

<초면인 남자의 거시기까지 거침없이 만지고 말이야. 심장 멎는 줄 알았네.> 건물로 들어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그리고

여자1; [위험한 무기를 한 가지 지니고 있기는 하네.] 청풍이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걸 보며 좀 얼굴 발개진 혼잣말 하고. 그러자

[무기를 숨기고 있었다고?] [그것도 위험한 무기를?] 주변의 다른 여자 무사들 기겁

[그걸 찾아냈으면서도 그냥 들여보내면 어떻게 해?] [당장 막아야만 해!] 다른 여자 무사들 돌아서서 건물 쪽으로 달려가려 하고. 청풍은 건물로 들어가 문을 닫으려 한다

여자1; [그만 둬! 그 위험한 무기란 게 몸에서 떼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자기에게서 가까운 여자 무사의 팔을 잡아 저지하고

[몸... 몸에서 떼어낼 수 없는 무기?] [설마 그 위험한 무기란 게...] 다른 여자 무사들 깨닫고

여자1; [그래! 정말 위험한 무기더라.] [늘어졌는데도 이만했으니까.] 주먹 쥐고 쳐든 오른팔의 중간을 왼손으로 잡아 보이며 얼굴 붉히고

[맙... 맙소사!] [그게 정말이라면 완전히 말이잖아.] [정... 정말 치명적인 무기네. 여자들에게는...] 여자 무사들 할딱이고

여자1; [하여간 모두 촉각을 곤두세워서 감시해야한다.] [저 젊은 화공 놈이 위험한 무기를 함부로 휘두르게 했다가는 우리 모두 죽은 목숨이니...] 여자1의 말에 다른 여자들도 고개 끄덕이고

 

#66>

탁! 문을 닫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청풍. 눈빛이 날카로워졌고.

청풍; (여기가 상시태감 위태무의 마누라인 매화부인의 거처...) 빠르게 안을 살핀다.

청풍이 들어선 곳은 넓고 화려한 거실. 정말 화려하다. 가구들도 화려하고 여기저기 각가지 조각과 보물들이 마치 갤러리처럼 진열되어 있다. 벽에도 여러 장의 그림들이 걸려있다. 지나칠 정도로 진귀한 보물과 미술품들이 많다. 정면의 벽 좌우로 다른 방으로 통하는 문이 두 개 있다. 두 개의 문 중 하나는 문 대신 주렴이 쳐져 있고. 정면의 벽쪽에는 옆으로 누울 수 있는 크고 화려한 안락의자가 놓여있다. 거실 중앙에는 넓고 좀 높은 탁자가 있다. 탁자 위에도 값나가는 조각과 골동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청풍; (마치 보물창고 같다.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과 골동품들이 지천으로 널려있으니...) 거실 안의 보물과 골동품들을 살피며 중앙의 탁자 쪽으로 가고

청풍; (매화부인은 남편에게서 채우지 못하는 욕구를 값나가는 물건들을 사 모으는 것으로 채워왔을 것이다.) 살피다가 흠칫!

촤아! 촤아! 주렴이 쳐진 문 안쪽에서는 물 소리가 난다

청풍; (물 소리...) 거실 중앙의 탁자 앞에 서서 짊어지고 있던 바구니를 벗으며 주렴이 쳐진 문을 보고.

청풍; (욕실에서 누가 목욕을 하고 있군.) 바구니를 벗어서 탁자 위에 내려놓고. 그때

<잠시만 기다려라. 곧 나갈 테니...> 주렴이 쳐진 문쪽에서 들리는 말 소리. 촤아! 쏴아! 물소리도 함께 들리고

청풍; [저... 저는 상관 마시고 천천히 나오십시오.] 어색한 척 말하면서도 눈을 번뜩이며 거실 안을 살핀다

청풍; (위태무는 상시태감이라는 직책 때문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다.) 벽쪽으로 가고

청풍; (그 때문에 귀중한 물건들을 직접 관리할 수 없었을 테고...) (내가 찾는 그 물건도 매화부인의 거처에 숨겨두었을 가능성이 크다.) 벽에 걸린 그림들을 살피고

청풍; (물론 워낙 귀한 물건이니 이렇게 대충 걸어놓았을 리는...) + [!] 생각하다가 눈 부릅 뜨고

아래 위로 긴 한 폭의 그림 크로즈 업. 파도치는 거친 강물을 배경으로 화려한 옷을 입은 선녀가 맨 발인 채 하늘에서 내려오며 강가를 내려다보고 있고. 가암괴석으로 이루어진 강가에는 잘 생긴 서생이 서서 두 팔을 벌려 선녀를 맞이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파도치는 강물 속에서는 심술 맞은 인상의 <강의 신> <하백>이 화가 난 표정을 지으며 잉어. 이무기들과 함께 선녀를 올려다보고 있다. 선녀는 하백의 아내로 이름이 복비다. 서생이 서있는 바위의 형상이 말 머리같이 생겼고 하백과 그 주변의 이무기들도 강물에서 솟아난 바위처럼 보인다. 이 그림의 배경이 되는 강변의 모습은 나중에 청풍이 기연을 얻는 단서가 됨

***실제로 낙신부도라는 그림이 있음. 인터넷 검색하시면 나오는데 워낙 복잡해서 그래도 쓰는 건 무리이므로 위 설정으로 간략하게 묘사하실 것.***

청풍; (... 있다!) 엄청난 흥분과 경악

청풍; (틀림없다!) (이 그림은 도화서의 도록(圖錄)에서 확인한 고개지(顧愷之)의 걸작 낙신부도(洛神賦圖)의 설명과 일치한다.) 흥분해서 손으로 그림이 붙어있는 두루마리를 만져본다.

 

<-고개지(顧愷之)! 동진(東晋) 시대의 인물로 중화 역사상 최고의 화가로 손꼽혀서 흔히 화성(畵聖)으로 불린다. 고개지는 화가이면서 동시에 군인이고 관료였던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검을 찬 화려한 복장의 노인이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고 주변에서 사람들이 보며 감탄하고 있다. 그림은 여러 명의 신선들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모습이다

 

청풍; (여사잠도(女史箴圖)등의 인물화가 특기였던 고개지가 역사상 최고의 화가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본다.

청풍; (하지만 천여 년 전의 인물인 탓에 현재까지 남아있는 고개지의 작품은 몇 점 없다.) (그중 하나가 이 낙신부도인데...) 손으로 만져도 보고

 

<조조(曹操)의 다섯 번째 아들 조식(曹植)이 낙수(洛水)의 선녀 복비(宓妃)와 사랑에 빠졌다가 결국 헤어진다는 내용의 시 낙신부(洛神賦)의 한 장면을 그린 것이 낙신부도다.> 낙신부도의 그림을 자세히 보여주고

<본래 낙신부도는 명나라 황실의 소유였지만 영락제가 조카 건문제에게서 제위를 빼앗은 <정난의 역> 때 종적을 감춰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었다.> 불타는 건물들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불타는 건물들 배경으로 병사들이 궁녀와 환관들을 죽이거나 잡아가고 있다.

 

청풍; (그러다가 사 년 전 다시 발견되어 세상에 나타났던 낙신부도는 이내 사라져버렸었다.) (내가 도화서에 들어간 것은 바로 낙신부도가 누구의 수중에 들어갔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였고...)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청풍; (마침내 상시태감 위태무가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었다.)

청풍; (그래서 지난 몇 달 동안 꾸준히 위가대원에 잠입하여 낙신부도를 훔치려 시도해왔었다.)

청풍; (그러나 위가대원에 타노같은 무시무시한 고수들이 포진하고 있어서 성과가 없었다.) 조금 떨어져서 보고

청풍; (결국 위태무의 채호인 매화부인을 유혹하는 편법을 써서 위가대원의 내원에 들어오는 데 성공한 것인데...)

청풍; (깊이 숨겨두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위태무는 이 귀한 낙신부도를 매화부인에게 주어 방을 장식하는 데 쓰게 했다.)

청풍; (허허실실(虛虛實實)의 이치로 아무렇게나 방치하여 오히려 도난의 가능성을 제거한 것이다. 그림을 모르는 사람은 이걸 그냥 오래 된 그림으로만 알 테니...)

청풍; (만일 이게 진품의 낙신부도라면 두 달 후에 열리는 도척제전(盜蹠祭典)에서의 우승은 따논 당상이다.) 조금 떨어져서 그림 전체를 보며 흥분하고

청풍; (도척제전에서 우승하면 도수의 상징인 흑령장(黑靈掌)을 손에 넣게 될 테고...)

청풍; (흑령장의 신통력을 빌면 어머니의 눈이 다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해드릴 수도 있다.) 뒤로 더 물러서서 보며 온유향을 떠올린다. 바로 그때

[역시 화공이네.]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 움찔! 하며 정신을 차리는 청풍

매화부인; [이 안에 있는 수많은 보물들은 안중에도 없고 그림부터 살피니 말이야.] 촤락! 주렴을 젖히며 나오는 매화부인. 야하다. 막 목욕을 한 모습. 알몸에 얇고 길이가 짧은 가운만 걸친 모습이다. 가운이 얇은 데다가 몸에 물기가 완전히 닦이지 않아 비단으로 만든 가운은 매화부인의 살에 달라붙어 있다. 그 때문에 육중하고 탱탱한 젖가슴, 잘룩한 허리, 육감적인 아랫도리등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사타구니 부분도 거뭇하게 그 형태가 보이고

청풍; (몸매 하나는 기가 막히군.) + [소... 소인 장청(張淸)이 대부인을 뵙습니다.] 낙신부를 등지고 서서 포권하고. 순진한 척. 당황하는 척하며

매화부인; (얼굴 발개지는 것 좀 봐! 귀여워라!) + [이름도 생김새처럼 깔끔하네.) 젖가슴 출렁이며 얼굴 좀 발개진 채 청풍에게 다가오고

매화부인; [이 누나의 본명은 매초풍(梅草豊)이야. 매화부인이라는 이름은 내 성에서 나온 거야.] 말하며 청풍을 끌어안으려 하고. 그러자

청풍; [안... 안됩니다!] 기겁하며 뒤로 물러나 매화부인의 손을 피하고. + 매화부인; [어멋!] 헛손질 하고 휘청하는 매화부인

청풍; [부... 부인의 몸에 손가락 하나라도 대면 소생은 살아서 위가대원을 나가지 못합니다.] [제발 사정을 봐주십시오.] 두손 모아 비는 시늉하며 창문 쪽을 눈짓하고. 그러자

매화부인; [쳇! 징그러운 인간들 같으니...] 샐쭉하며 역시 창문 쪽을 보고

매화부인; [어쩔 수 없지.] [채호라 놀림을 받긴 해도 어엿한 남편이 있는 몸으로 외간 사내와 살을 맞댈 수는 없는 일이니...] 젖가슴 출렁이며 안락의자쪽으로 가고

매화부인; [그럼 시간 아까우니까 바로 작업에 들어가도록 해.] 안락의자에 야한 자세로 비스듬히 눕고

매화부인; [날 감동시킬만한 걸작을 그려주면 한 재산 챙겨주도록 할게.] 슥! 야한 자세로 누워 그나마 짧은 가운의 치마를 허리쪽으로 끌어올리며 추파를 보내고

청풍; [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억지로 웃으며 바구니에서 문방사우를 꺼내고

청풍; (생각 같아서는 낙신부도를 바로 낚아채서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붓과 먹을 탁자에 내려놓고

청풍; (절대 서두르면 안된다.) 종이를 탁자 위에 펴고

청풍; (낙신부도를 훔친 게 들통 날 경우 무시무시한 고수들이 포진하고 있는 위가대원을 살아서 빠져나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종이를 탁자 위에 넓게 펼치고

청풍; (방법은 단 하나...) 스윽! 붓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며

청풍; (저 낙신부도를 위작(僞作;모조품)과 바꿔치기 해서 위태무로 하여금 도둑질 당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하는 게 그것이다.) 야한 자세로 누운 매화부인의 그림을 그려주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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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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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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