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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3.05 [투천환일] 제 15장 죽마고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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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시장통 한쪽에 자리한 푸줏간.

탕! 탕! 철두가 큰 도마에 얹어놓은 고깃덩어리를 칼로 내리쳐서 토막 내고 있다. 철두의 나이도 20살. 덩치도 엄청 커졌다. 키는 2미터에 가깝고 떡 벌어진 가슴은 털로 덮여있다. 이마는 머리끈으로 질끈 묶고 있고 구렛나루와 수염도 덥수룩. 허리에는 피가 튀지 않게 앞치마를 두르고 있다. 전형적인 백정의 모습이고

탕! 탕! 철두가 커다란 칼을 내리칠 때마다 고기 덩어리가 잘게 잘린다. 가게 안은 전형적인 푸줏간. 소, 돼지, 오리 닭 등의 고기들이 가게 안쪽 천장에 갈쿠리로 걸려있다.

뭔가 불만에 찬 표정으로 칼질을 하는 철두. 그때

[설마 그거 인육(人肉) 아니지?] 누군가의 말이 들려 움찔! 하는 철두

정칠; [내가 고기에 환장하긴 하지만 사람 고기는 사양이다.] 입구에 서서 실실 웃는 정칠. 육항과 육철은 좀 떨어진 곳에 서있고

철두; [너...] 찡그리며 노려보고

정칠; [얌마! 인상 펴라. 오랜만에 만나서 농담 좀 한 거니까.] 웃으며 들어서고

철두; [무슨 바람이 분 거냐?] 쾅! 칼을 내리쳐서 도마에 꽂으며 퉁명하게

철두; [삼 년 전에 떠나면서 해하촌 쪽으로는 오줌도 안 눈다고 한 놈이...] 앞치마에 손을 닦고

정칠; [말이 그렇다는 거지.] 부채를 접고

정찰; [진저리쳐지긴 해도 나고 자란 고향인데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냐?] [그보다 오랜 만에 만났으니 우리 철두 한번 안아보자!] 우쭈쭈 하는 표정으로 팔 벌리며 철두를 끌어안으려 하고

철두; [개수작 말고...] 정칠을 피해서 뒤로 좀 물러서고

철두; [날 찾아온 꿍꿍이나 털어놔라.] 뚱한 표정으로 흘겨보며 앞치마에 손을 닦고

정칠; [그 새끼 참 사람 무안하게 만드네.] 피식! 웃고. 그러자

철두; [새끼?] 표정이 험해지고

철두; [정칠이 너 많이 컸다! 어렸을 때는 내 눈도 똑바로 보지 못하던 피라미 새끼가...] 손 닦는 거 멈추며 정칠을 노려보고. 그러자

[거 말 좀 가려 합시다 형씨!] [아무리 소꿉친구라지만 첩혈당의 팔대사두(八大蛇頭)중 한분께 무슨 말 버릇이오?] 가게 밖에 서있던 육항과 육철이 눈을 부라리며 말하고

철두; [충성스러운 졸개들까지 뒀군.] 콱! 다시 칼을 잡고

철두; [눈꼴시면 들어와라. 도리를 쳐줄 테니까.] 콱! 도마에 박혔던 칼을 뽑으며 육항과 육철을 돌아보면서 음산하게 웃고

[이 거 참...] [우리가 다른 놈팽이들처럼 백정이라면 쫄 줄 아는가 보네.] 육항과 육철이 눈을 희번덕이며 가게로 들어오려 하는데

정칠; [이 새끼들이...] 육항과 육철에게 눈을 부라리고. 움찔하는 육항과 육철

정칠; [당장 사과 안해?] [내 친구면 나와 동급이란 거 몰라?] 살벌하게

[사... 사두님!] [죄... 죄송합니다.] 겁먹는 육항과 육철

[용서해주시오 형장. 우리가 주제넘게 나댔소.] [죄송하게 되었수다.] 철두에게는 형식적으로 굽신거리는 육항과 육철

철두; [흥!] 콱! 다시 도마에 칼을 찍어 꽂고

정칠; [철두 너도 성질 좀 죽여라. 오랜만에 만났는데 얼굴 붉힐 거 없잖냐?] 짐짓 한숨

철두; [개소리 말고... 찾아온 용건이나 털어라.] 허리에 두르고 있던 앞치마를 거칠게 풀며 뚱하게

정칠; [얘기가 좀 길어질 테니 술집 가서 한잔 하며 하자. 안주로 쓸 고기나 좀 넉넉히 챙겨라.] 철두의 어깨를 툭툭 치고

철두; (건방진 새끼...) 인상 우그러지지만 고기 싸기 위해 기름종이를 한 장 집어들고

정칠; [분이 엄마는 여전히 선술집 하고 있지?] 입구로 가며 묻고

철두; [분이네 가게로 가려고?] 기름종이에 고기를 싸다가 흠칫! 하며 묻고

정칠; [왜? 분이네 가게 가서 술 마시는 건 좀 껄끄럽냐?] 돌아보며 히죽 웃고

철두; [껄끄럽긴 뭘...] [다른 가게들 보다 조용하니 분이네 집으로 가자.] 기름종이로 고기 싸고

정칠; [너처럼 나도 어렸을 때는 분이 엄마한테 공짜 밥 많이 얻어먹었었잖아.] [오랜만에 고향에 들렀는데 인사는 해야 하지 않겠냐?] 웃으며 가게에서 나가고

좀 못 마땅한 표정으로 고기를 종이에 싸는 철두

 

#56>

시장통의 선술집. 주변의 다른 가게들보다 크고 제법 깔끔하다. 가게 안팍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먹고 마신다. 가게 앞 길 거리에도 탁자가 있어서 동네 사람들이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 있다.

사내1; [분이 엄마! 여기 술 떨어졌어.] 가게 앞 탁자에서 술 마시던 중년의 사내들 중 한명이 가게 안쪽에 대고 외치고. 빈 술병 쳐들면서.

[기다려요. 곧 내갈게요.] 안에서 들리는 누군가의 음성. 이어

[아직 벌건 대낮인데 무슨 술들을 이렇게 푼데?] 술병을 얹은 쟁반을 들고 나오는 여자의 뒷모습

전삼낭; [이러고 있을 시간에 성내에 가서 일거리라도 알아봐요.] [애들 엄마한테만 돈 벌어오게 하는 거 미안하지도 않아요?] 작은 쟁반에 술병을 하나 얹은 채 가게에서 나오며 눈 흘기는 여자. 삼십대 중반쯤의 나이에 후덕하고 풍만한 몸매. <아랑힐월>에 나온 전삼낭 캐릭터. 젊은 시절이 아니라 나이 든 시절의 캐릭터. 분이의 엄마인데 친 엄마는 아니고 분이 친가의 여종이었다. 분이에게도 출생의 비밀이 있고. 전삼낭이 나온 가게 안쪽에도 사람들이 좀 있다. 매장 안쪽은 부엌이고 옆에 내실로 통하는 문이 있다. 배경으로 나레이션. <-분이 엄마 전삼낭(全三娘)>

사내1; [누군 일 안하고 싶겠어?] 한숨

사내1; [요즘은 금릉 성내에 들어가 봐도 막일거리 하나 구하기 어려워.] [흉년 때문에 농사 때려 친 농투성이들이 꿀단지에 개미 꼬이듯 금릉으로 몰려들고 있거든.] 분이 엄마가 내미는 술병을 두손으로 받으며 한숨 쉬고

사내2; [품삯이 반 토막 난데다가 일을 주는 인간들도 젊은 놈들만 쓰려 하고 우리같이 나이 좀 먹은 것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아.] 사내1에게 술잔 내밀고

사내3; [이러다가 입에 풀칠도 못하는 깝깝한 시절이 또 오는 거 아닌가 몰라.] 한숨 쉬는 척 하며 전삼낭의 엉덩이를 본다.

전삼낭; [세상 탓, 시절 탓만 하고 있으면 뭘 해요?] 눈 흘기며 돌아서고. 사내2의 눈이 띠용

전삼낭; [어려운 때일수록 더 정신 바짝 차리고 먹고 살길 찾아봐야지.] [맨날 외상으로 술이나 푸고...] 실룩! 말하며 돌아서는 전삼낭의 엉덩이가 치마 속에서 탱글하게 움직이고

사내3; (저 엉덩이...) 헤벌쭉. 눈이 변태처럼 변하고

전삼낭; [오늘은 술 더 못 내주니까 일찍 술자리 끝내고 집에 돌아들 가 봐요.] 다시 가게로 가려하고. 슥! 그런 전삼낭의 엉덩이로 손을 뻗는 사내3.

사내3; (따귀 한 대 맞더라도 안 만져볼 수가 없지!) 전삼낭의 엉덩이를 움켜쥐려는 사내3의 손. 하지만 그 직후

콰득! 사내3의 손아귀를 강하게 움켜쥐는 크고 우악스러운 누군가의 손

사내3; [아이쿠!] 비명 지르며 손목 잡힌 손을 쳐들고.

쿵! 언제였는지 바로 옆에 나타나 그놈의 손목을 움켜잡은 채 눈을 부릅 뜬 철두. 왼손에는 고기를 싼 기름종이를 들고 있고. 그런 철두 뒤에는 정칠이 히죽 거리며 서있고. 육항과 육철은 조금 떨어진 곳에 서있다. 주변의 사내들과 사람들도 깜짝 놀라 돌아보고

전삼낭; [에그머니!] 뒤늦게 알아차리고 두 손으로 엉덩이 감싸며 돌아보고.

사내3; [철... 철두, 너 이 새끼 무슨 행패냐?] 손목이 잡혀 엉거주춤 일어난 채 오만상 쓰고

정칠; [발뺌해도 소용없어. 아저씨가 엉큼한 짓 하려던 걸 우리가 제대로 봤으니까.] 웃으며 다가서고. 부채는 접어서 허리춤에 끼우며

사내3; [엉... 엉큼한 짓이라니... 무슨 헛소리를...] 당황하며 정칠을 돌아보고

전삼낭; (정칠?) 흠칫! 눈 치뜨며 정칠을 알아보고. 두 손으로는 엉덩이 가린 채로

정칠; [죄를 지었으면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겠지?] 스릉! 차고 있던 칼을 뽑고

[으헉!] [무... 무슨 짓을 하려고...] [그... 그 칼 집어넣지 못해?] 사내1, 2등 주변 사람들 기겁하며 일어나 피하고. 전삼낭도 놀라고. 가게 안의 사람들도 내다보고

정칠; [철두야. 그 인간 팔 잘 잡고 있어라.] 칼을 완전히 뽑으며 웃고

정칠; [두 번 다시 죄를 짓지 못하게 못 된 손을 몸에서 분리시켜줘야겠다.] 뽑은 칼로 사내3의 팔을 겨누며 음산하게 웃고. 주변 사람들 기겁하고

사내3; [안... 안돼!] 비명 지르지만 철두의 손아귀 힘이 워낙 쎄서 손목을 빼내지 못하고

사내3; [다시는... 다시는 죄 짓지 않을 테니 이러지 마라.] 몸부림치면서 애원하고. 다른 손으로는 철두를 밀면서 정칠을 보며.

정칠; [이미 늦었어.] 칼을 높이 쳐들고

정칠; [몸부림치면 팔 말고도 다른 곳까지 잘릴 수 있으니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게다.] 말하며 칼을 내리치려 하고.

사내3; [히익!] 절망. 주변 사람들도 공포에 질리고. 좀 떨어진 곳에 서서 보고 있는 육항과 육철만 히죽 거리고. 그때

철썩! 갑자기 사내3의 뺨을 모질게 후려치는 전삼낭, + 사내3; [억!] 뺨을 세게 맞아 얼굴이 돌아가고. 사내3의 손목 잡고 있던 철두는 흠칫. 칼을 쳐들고 있던 정칠도 약간 놀라는 표정을 짓고

전삼낭; [못된 인간 같으니...] [밖에서 이럴 정신 있으면 집에 가서 고생하는 마누라 엉덩이나 한 번 더 두드려줘.] 사내3에게 눈 부라리고. 사내3은 주눅 들어 고개 숙이며 눈치 보고

전삼낭; [이 정도면 되었다. 왕씨(王氏)도 정신 들었을 테니 그만 놔줘라.] 물러서며 철두에게 말하고

철두; [예...] 순순히 놔주고.

정칠; (역시 분이처럼 분이 엄마도 눈치가 빠르고 융통성이 있어.) 웃으며 칼을 내리고

정칠; (내가 겁만 주려고 했다는 걸 알아차리고 적절하게 마무리를 짓고 말이야.) 철컥! 칼을 칼집에 넣고. 사내3은 허둥지둥 달아난다. 술 자리를 함께 했던 다른 사내들도 겁에 질려 돌아보며 사내3을 따라가고

전삼낭; [너 정칠이로구나.] 정칠을 살피며 반색하고

정칠; [안녕하셨습니까 아주머니?] 의젓하게 포권하고

전삼낭; [멀끔해졌네. 못 본 사이에 어른이 다 되었어.] 정칠의 팔을 토닥이며 반가운 기색.

정칠; [시간이 좀 많이 지나긴 했지요?]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 긁적이고

전삼낭; [오랜만에 보게 되어서 반갑구나. 어서 안으로 들어가자.] 정칠의 팔을 잡아끌고

정칠; [너희들도 들어와라.] 전삼낭에게 끌려들어가며 육항과 육철을 돌아보고

[예 사두!] [감사합니다.] 조폭들처럼 대답하며 따라오는 육항과 육철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일행. 가게 안에서 술 마시던 사람들 정칠과 철두의 눈치를 보고

정칠; [철두하고 조용히 얘기를 좀 하고 싶은데 내실로 들어가도 되죠?] 전삼낭의 손에 이끌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며 묻고

전삼낭; [그럼 되고 말고...] 정칠의 팔을 놓고 부엌으로 가고

전삼낭; [안에 들어가 있어라. 곧 술상 차려주마.] 소매 걷으며 음식 준비를 하려 하고

철두; [고기를 좀 가져왔습니다.] 기름종이에 싼 고기를 도마 위에 내려놓고

전삼낭; [잘 했다. 오랜만에 정칠이가 고향 찾아왔는데 잘 먹여서 보내야지.] 기름종이를 풀고

정칠; [제가 데려온 애들에게도 술 좀 내주십쇼.] 안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들어가며 전삼낭에게 말하고

전삼낭; [걱정 말거라.] [장정들은 편한 자리에 앉아.] 음식 준비하며 육항과 육철에게 말하고

[옙!] [신세 지겠슴다 고낭(姑娘;고모, 아줌마)!] 조폭들처럼 인사하고는 육항과 육철. 이어

육항과 육철이 자리에 앉자 주변 탁자 사람들은 두놈의 눈치를 보거나 일어나 가게를 나간다.

 

#57>

문을 열고 가게 안쪽으로 들어서는 정칠. 철두도 따라오고.

문 안쪽은 작은 마당. 마당 중앙에 탁자와 의자가 있고 주변에 마루가 달린 방이 마주 보고 있다.

정칠; [가게는 좀 커졌지만 내실은 변한 게 없구만.] 철두와 함께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으며 주변 두리번거리고

정칠; [어렸을 때는 수시로 여길 드나들었는데...] [저 방이 분이의 방이었지?] 한쪽 방을 보고

철두; [분이는 지금 여기 안 산다.] 퉁명스럽게

정칠; [여기 안 살면?] 흠칫! 하며 돌아보고

대답하지 않는 철두. 오만상

정칠; (그렇게 된 거로군.) + [분이가 청풍이와 살림이라도 차린 거냐?] 눈 좀 가늘게 뜨며 히죽 웃고

철두; [살림을 차린 건 아니고...] 신경질적인 표정

철두; [네가 마을을 떠난 후 분이는 본격적으로 온고당 일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철두; [그러다가 매일 오가는 것도 번거롭다면서 아예 온고당에서 숙식을 하고 있다.]

전삼낭; [그 못된 년 얘기는 하덜 마라.]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전삼낭. 쟁반에 술과 안주를 얹어 들고 들어온다. 돌아보는 정칠과 철두.

전삼낭; [어미가 혼자 가게 꾸려가느라 진 빠지는 걸 뻔히 알면서도 온고당으로 내빼버렸지 뭐냐?] 궁시렁 대면서 쟁반을 탁자 모서리에 내려놓고. 입으로는 궁시렁 거리지만 표정은 밝다

전삼낭; [무정한 년 같으니...] [이래서 딸년은 키워봤자 말짱 헛 거라는 옛말도 생긴 거야.] 술병과 술잔을 탁자에 내려놓으면서

정칠; [대신 예쁘게 자랐잖아요.]

정칠; [지난 삼년간 금릉에서 여자들 많이 봤지만 분이만한 미녀는 눈에 띄지 않더라구요.] 술잔도 내려놓는 전삼낭 보며 웃고

전삼낭; [내가 낳은 딸년이라 하는 말은 아니지만 분이가 어미 닮아서 인물은 좀 되지.] 호호호 웃고

정칠; [그렇구 말구요.] 웃으며 맞장구 치고. 철두는 어색한 표정이고

전삼낭; [철두가 가져온 고기 곧 구워다 줄 테니 술부터 마시고 있어라.] 쟁반 들고 돌아서고

정칠; [천천히 갖다 주세요.]

전삼낭; [안주 나오기 전에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마라.] 말하며 문을 열고 나간다

탁! 다시 닫히는 문

정칠; [분이 엄마 인심 좋은 건 여전하네.] 문쪽을 보며

정칠; [우리 어렸을 때도 배 곯는 아이들 챙겨 먹이느라 늘 빚에 허덕거렸었지.] + 철두; [딴전 부리지 말고...] 노려보고

돌아보는 정칠

철두; [이제 그만 느닷없이 찾아온 이유를 털어놔라.] 살벌하게 말하고

정칠; [그 자식 참 급하긴...] 술병과 술잔을 들고

정칠; [우선 한잔 하고 얘기하자.] 쪼르르! 술병의 술을 술잔에 따르고

정칠; [이 잔 받고 나도 따라줘라.] 술잔 철두에게 내밀고

하지만 술잔 받지 않고 정칠을 노려만 보는 철두

정칠; [그래 그래 알았다 임마.] 탁! 한숨 쉬며 술병과 술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정칠; [솔직하게 말하마. 난 청풍이의 근황이 궁금해서 찾아왔다.]

철두; [청풍이의 근황은 왜?] 표정이 좀 풀어지고

정칠; [얘기가 좀 길어지는데...] [내가 금릉 흑사회의 삼대 조직 중 하나인 첩혈당에 들어간 건 알고 있지?] 술을 따른 술잔을 집어들고

철두; [그랬다고 들었다.] 끄덕

정칠; [삼 년 전의 그 일을 겪고 난 후... 뭐랄까? 난 세상 보는 눈이 좀 달라졌었다.] 술잔을 들면서

정칠; [천지를 통틀어 가장 강하다는 칠대고수중 한명을 직접 보고 또 향로에서 튀어나온 시커먼 용에게 죽을 뻔한 후로는 세상이 돈 궤짝만하게 보이는 거야.] 술잔을 입에 가져가고. 폐가에서 검은 용이 벽과 천장을 뚫고 나와 꿈틀거리던 장면 떠올리고

정칠; [독천존 서래음에 비하면 방귀 꽤나 뀐다는 인간들도 다 하찮게 여겨지더라구.] 술을 박력있게 원샷으로 마신다

철두도 말없이 술병과 술잔을 들어서 술을 따르고

정칠; [흑사회에서 굴러먹는 것들, 용두(龍頭)니 사두(蛇頭)니 하는 것들 역시 그냥 골목대장 정도로 밖에 안 보이고 말이야.] 빈 술잔을 입에서 떼고. 철두는 술병을 내려놓고

정칠; [그걸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겁날 게 없다 보니 무슨 일이든 대범하게 해치울 수 있게 되었다.] 빈 술잔을 철두에게 내밀고

철두; [제 얼굴에 금칠하는 버릇은 여전하군.] 꼴꼴... 냉소하면서도 정칠이내민 술잔에 술을 따라주고

정칠; [무공이면 모든 게 해결되는 무림과 달리 흑사회에서의 승부는 배짱의 두둑함으로 결정지어진다.] 철두가 따라주는 술을 받으면서 말하고

정칠; [그런 면에서 삼 년 전의 경험은 내게 결정적인 무기가 되어주었다.] [상대가 누구든 겁내지 않게 되었으니까.] 철두가 술병을 거두자 술잔을 자기 앞으로 가져오고

정칠; [물론 가끔 위험한 일을 겪기도 했다.] 술잔을 들지 않은 왼손으로 자기 왼쪽 뺨에 난 상처를 손으로 만지고

정칠; [원래 흑사회라는 곳이 온갖 또라이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보니 별일이 다 생기거든...] 술잔을 입에 가져가고

정칠; [그래도 몇 번 심하게 다치긴 했지만 죽지 않고 살아남았으며...] 술을 마시고 말하고. 철두도 술을 마시고

정칠; [마침내 삼년만인 올해에 금릉의 한 구역을 담당하는 사두(蛇頭)가 될 수 있었다.] 술잔을 입에서 떼며 말하고

철두; [큰 출세했구나. 빈민가의 찌질이에서 흑사회의 사두가 되었으니...] 비웃으며 술잔을 입에서 떼고. 그 앞에서 정칠은 술잔을 내려놓고

정칠;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쫌생이같으니...) + [뭐 그런 셈이지.] 웃으며 술잔 대신 술병을 들고

정칠; [청풍이와 너의 뒤치다꺼리나 하던 내가 백명 가까운 졸개들을 거느린 거물이 되었으니 제법 출세한 거 아니냐?] 술병을 내밀고

철두; [그렇게 잘 나가는 놈이 무슨 일로 이 지저분한 동네를 찾아온 거냐?] 뚱한 표정으로 빈 술잔을 정칠에게 내밀고

정칠;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청풍이의 근황부터 듣자.] 꼴꼴 술병의 술을 철두가 내민 술잔에 따라주면서 눈 번뜩이며 철두를 보고

철두; [청풍이 놈은...] 정칠이 따라주는 술을 받으며

철두; [지난 삼년 동안 나도 그놈 얼굴 몇 번 못 봤다.] 술잔에 술이 다 차서 술잔을 술병에서 떼면서. 정칠도 술병을 거두고

정칠; [그래?] 쪼르르! 자신의 술잔에 술을 따르며 눈 번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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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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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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