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10'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22.03.10 [투천환일] 제 20장 가짜 환관
728x90

#70>

어두워지는 저녁 무렵. 위가대원이 있는 고급 주택가. 저택의 웅장한 정문들마다 등불이 내걸리고 있다. 여전히 인적은 없고 무사들이 저택 입구 근처를 경비한다.

위가대원의 입구. 쪽문이 열려있고 무사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청풍이 타노와 마주 서있다. 청풍은 짊어진 바구니를 바닥에 내려놓고 있고 무사들이 바구니를 뒤진다. 타노는 바구니에서 꺼낸 두루마리를 펴보고 있다.

청풍; [그게 오늘 작업한 마님의 모습입니다.] 타노의 눈치를 보며 말하고

타노가 보고 있는 두루마리에 그려진 여자의 모습. 잠옷을 걸치고 안락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앉은 매화부인의 도발적이고 야한 자태

찡그리는 타노

청풍; [아직 미완성이라 좀 더 다듬어야하는데...] 눈치 보며

청풍; [너무 선정적이라 생각하시면 수정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타노; [됐다.] 한숨 쉬며 두루마리를 말고

타노; [마님이 원하는 대로 그려드려라. 그래야 두고두고 추억이 될 테니...] 말은 두루마리를 청풍에게 내밀고

청풍;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두손으로 두루마리를 받으며 굽신 거리고. 그때

[이상 없습니다 집사님!] [그림 그리는 도구와 재료들뿐입니다.] 바구니 뒤지던 무사들이 말하며 한 놈은 바구니를 집어든다

타노; [돌려줘라.] 턱짓으로 청풍을 가리키고

[예!] 대답하며 바구니를 청풍에게 내미는 무사

청풍; [감사합니다.] 두루마리를 그 바구니에 넣고

청풍; [영차!] 바구니에 연결된 띠에 한쪽 팔을 집어넣어 등에 매고

청풍;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바구니를 등에 진 채 굽신굽신 거리며 돌아보는 자세로 위가대원 정문에서 멀어진다.

[조심해서 가게.] 무사들이 배웅하고

곧 멀어지는 청풍.

타노; [눈치 채이지 않게 뒤를 밟아라.] 멀어지는 청풍의 뒷모습 보며 무사들에게 말하고. 흠칫! 하며 타노를 돌아보는 무사들

타노; [집이 어딘지, 만나는 인간들은 누군지 확인해서 보고해라.]

[존명!] 포권하는 무사들. 이어

무사들 중 두 놈이 서둘러 청풍의 뒤를 따라간다.

타노; (겉으로 딱히 드러난 건 없다. 의심할 구석은 발견되지 않았고 또 무공도 지니지 않고 있는 게 분명하다.)

타노;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울 수 없는 이 찜찜함의 정체는 무엇 때문인가?) 찡그리는 타노

 

#71>

불이 밝혀진 거리. 아직 깊은 밤이 아니라 사람들이 북적댄다. 길 좌우의 가게들에서는 각가지 군것질을 만들어 파고. 옷 가게나 장신구 가게등도 사람들로 북적. 야시장 분위기

그 거리를 바구니를 짊어지고 오는 청풍. 여전히 수염을 코 아래 붙인 모습이고

걸어오면서 곁눈질로 뒤를 살피는 청풍

바로 뒤에 스모선수같이 덩치 큰 사내가 꼬치구이를 한손에 들고 먹으며 따라온다. 야한 차림의 여자가 그자의 팔에 매달려 아양을 떨고 있는데

그 덩치 큰 놈 뒤쪽 10여미터 쯤에 위가대원의 무사 두 놈이 딴전 부리며 따라오고 있다

청풍; (어설프긴...) 피식!

청풍; (아주 뒤를 밟는다는 티를 내는구만.)

청풍; (더 놀아주고 싶지만 어머니를 기다리게 할 수 없으니 이쯤에서 떼어내야겠다.) 슥! 뒤 따라 오는 덩치 큰 놈의 앞쪽으로 움직이고

[!] [!] 따라오다가 눈 부릅뜨는 위가대원의 무사들.

슥! 청풍의 모습이 덩치 큰 놈의 몸에 가려지더니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차...> 팟! 급히 사람들 밀치며 앞으로 뛰어가는 무사들. [어이쿠!] [왜 이래요?] 그자들에게 밀리며 비명 지르는 사람들. 상관 않고 앞으로 돌진하는 두 놈

덩치 큰 놈 앞으로 뛰쳐나오는 두 놈. [어멋!] 놀라는 야한 여자. 덩치 큰 놈의 팔에 매달리고. 어리둥절하며 돌아보는 덩치 큰 놈

당치 큰 놈 앞에 멈추며 급히 주변 두리번거리는 무사들. 하지만

이미 어디에서 청풍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교활한 놈...] 이를 부득 가는 두 놈

[감쪽같이 사라졌다.] [돌아가면 집사 어르신에게 죽었다고 복창해야겠군.] 낭패한 두놈. 헌데

 

그런 두 놈을 내려다보며 건물 지붕 위를 걸어가고 있는 청풍.

청풍; (시간을 오래 끌면 내 신분이 노출될 위험도 높아진다.) 곁눈질로 위가대원의 무사들 보며 지붕 위를 걸어가고

청풍; (오늘 밤을 새워서라도 준비를 해서 내일 중으로 낙신부도를 위가대원에서 빼내자.)

<고개지의 걸작 낙신부도의 행방을 확인한 걸 알면 할아버지가 좋아하시겠군.> 산책하듯 건물들의 지붕 위를 걸어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72>

<-자금성(紫金城)> 여전히 금릉. 때는 제법 늦은 밤. 높은 산을 등진 웅장한 성채. 밤이라 도처에 불이 밝혀져 있고

<-내원(內院)> 환관들과 궁녀들이 오가는 곳. 화려한 전각들이 늘어서 있다. 불이 밝혀져 있고

어느 웅장한 건물. 무기를 지닌 환관들이 경비를 서고 있고. 그러다가

흠칫! 하는 환관들

[태감(太監)각하를 뵙습니다.] 포권하는 환관들에게 다가가는 어떤 사내의 뒷모습. 환관의 복장을 하고 있고. 뒷짐을 진 머리가 희끗한 노인이다. 상시태감 위태무다.

위태무; [황태자비(皇太子妃)께서는?] 앞 모습을 보여준다. <아랑힐월>에 나온 위극겸의 아버지 위태무의 모습이지만 이 작품에서 위태무와 위극겸은 배다른 형제지간이다. 이때 위태무의 나이는 60살 정도. 배경으로 나레이션. <-남경분조 상시태감(常侍太監) 위태무(威太武)>

환관1; [오후 내내 황태자전하와 함께 계십니다.] 눈치 보며 대답

위태무; [마마께서 이래저래 고생을 하시는군.] 끄덕이며 환관들 지나 건물로 가고

건물쪽으로 가는 위태무의 뒷모습. 그 앞에서 환관들이 급히 문을 열어주고

위태무가 들어가자

다시 문을 닫는 환관들.

환관1; [휴우! 심장 떨리는구만!] 손으로 가슴 쓸어내리고

환관2; [상시태감님은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심장을 오그라들게 만드는 힘을 지니신 분이야.]

환관3; [드러내신 적은 거의 없지만 무공으로도 황실 내의 제일인자이실 게 확실해.]

환관1; [강호에서 초빙 되어 온 금의위와 동창의 위사들도 상시태감님에 필적하는 고수를 본 적이 없다고 하더군.]

환관2; [그 정도인가?]

환관1; [사자천존과 천강마존을 직접 본 적이 있다는 위인들의 증언에 의하면 상시태감님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이 오히려 그 두 사람을 압도할 정도라는 거야.]

환관3; [사자천존과 천강마존조차 능가한다니...] [그런 실력을 지니신 분이 어째서 환관이 되신 건가?] [그것도 마흔살을 넘긴 늦은 나이에...]

환관1; [연작(燕雀;작은 새)같은 인생인 우리가 어찌 홍곡(鴻鵠;큰 새)인 상시태감님의 의중을 가늠할 수 있겠는가?]

환관1; [강호 독행의 뜻을 접고 환해(宦海;관리들의 사회)에 들어오신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환관2; [하긴 실력이 뒷받침이 되니 늦으막히 자궁환관(自宮宦官;스스로 거세하고 환관이 됨)의 기를 택하셨겠지.]

환관3; [불과 십 몇년만에 환관들 중 으뜸인 상시태감이 되셨으니 스스로 남근을 들어낸 보람은 있으실 게야.] 끄덕이며 동조하고

 

#73>

어둑한 복도를 지나는 위태무. 등불이 띄엄띄엄 걸려 있어 어둑하다.

<불과 십 몇년만에 환관들 중 으뜸인 상시태감이 되셨으니 스스로 남근을 들어낸 보람은 있으실 게야.> 위장면에서 환관3이 한 말이 위태무의 귀에 들어오고

위태무; (남근을 들어낸 보람이라...) 음산하게 웃고

위태무; (물론 충분히 있지. 머잖아 나 위태무의 핏줄이 명나라를 통째로 집어삼키게 될 테니...)

위태무; (하물며 노부는 잃은 것이 아무것도 없기도 하다.) 자기 사타구니를 만지고

위태무; (축골공(縮骨功)을 써서 고환과 양물을 몸 안으로 빨아들여 없어진 것처럼 보이는 건 일도 아니었으므로...) 히죽 웃고

위태무; (다만 고자가 아니면서 고자인 척 하는 것이 고역이라면 고역이었다.)

위태무; (구중궁궐에 갇혀 외로움에 떠는 미녀들이 지천으로 널려있는데도 손을 댈 수 없었으니...) 생각하며 앞쪽을 보고. 앞쪽에 철문이 있고 철문 앞에 두 명의 늙은 환관들이 서있다가 인사한다. 쌍둥이다

위태무가 다가가자 급히 문을 열어주는 늙은 환관들

위태무; (하지만 십 몇 년간에 걸친 본의아닌 금욕은 곧 충분하고도 넘치게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늙은 환관들이 열어주는 문을 통해서 안으로 들어간다.

<황태자비를 비롯한 황실의 모든 계집이 나 위태무의 소유가 될 테니...> 문으로 들어가는 위태무의 뒷모습을 배경으로 그자의 생각

 

#74>

위태무가 들어선 철문 안쪽은 넓은 밀실. 병원 응급실 같은 분위기인데 밀실 중앙에 그리 크진 않지만 화려한 침대가 하나 있고. 침대에는 뚱뚱한 중년 사내가 알몸으로 누워있다. 아랫도리만 천으로 가린 채 누워있는 그 인물은 바로 황태자 주고치다. <용맥백정> <건곤일척>등에 나온 황태자 주고치의 캐릭터. 이때의 나이는 사십대 초반. 침대 주변에는 흰옷을 입은 의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황태자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침을 놓기도 하고. 진맥을 하기도 하고. 침대 주변에는 각가지 치료 도구들이 즐비해서 말 그대로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분위기.

침대에서 좀 떨어진 곳에는 한명의 여인이 앉아있다. 도도하고 콧대가 높아 보이지만 절세미녀. 역시 <용맥백정> <건곤일척> 등에 나온 주고치의 아내 황태자비 장씨다.

이마 살짝 모은 채 도도한 자태로 황태자 주고치를 보고 있는 황태자비 장씨.

[으으으!] 신음하며 벌벌 떠는 황태자. 온몸에서 열이 펄펄 나는 모습이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영락제의 장남 황태자 주고치(主高熾)>

황태자비; (전하...) 입술 깨물며 그런 황태자를 보고

황태자비; (힘들더라도 견디셔야만 해요. 신첩과 우리 아들 첨기(瞻基)를 위해서라도...) 생각하는 황태자비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황태자비 장씨(張氏)>

황태자비; (호랑이같고 늑대같은 한왕(漢王)이 호시탐탐 영락폐하의 후계자 자리를 노리고 있어요.)

황태자비; (이런 마당에 만일 전하가 영락폐하보다 먼저 세상을 등지실 경우 제이(第二)의 <정난의 변>이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해요.)

황태자비; (돌아가시더라도 일단 제위(帝位)에 오르신 다음에 돌아가셔야만 해요. 그래야 우리 아들 첨기에게 제위 계승권이 확실하게 생기니...)

황태자비; (만일 당신이 제위에 올라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실 경우 영락폐하께서는 차남인 한왕을 새로운 황태자로 세울 가능성이 농후해요.)

황태자비; (그럼 우리 아들은 제위를 잇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목숨마저 걱정해야하는 처지가 될 테고...)

황태자비; (신첩은 무슨 짓을 해서든지 당신을 영락폐하보다 단 하루라도 더 살게 해드릴 작정이에요.) 주먹 꽉 쥐고

황태자비; (그러니 당신도 제발 힘을 내주세요.) 입술 깨물고. 그때

[너무 무리하지 마십시오 마마.] 뒤에서 누가 말하며 다가오고. 조금 고개 돌려 돌아보는 황태자비

위태무; [마마의 옥체가 강녕하셔야 황태자전하를 오래 보필하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다가오고. 주변의 의사와 환관들 소리 안 내고 목례하여 위태무에게 인사하고

황태자비; [어서 오시게 위태감!] 고개 끄덕

황태자비; [내 몸은 내가 알아서 관리할 테니 걱정 말게나.]

황태자비; [그보다 이번 달에는 섭음보정대법(攝陰補精大法)의 준비가 왜 이리 늦어지는 겐가?] 위태무를 힐난의 표정으로 노려보고

위태무; [마마께서도 아시다시피 섭음보정대법을 펼치기 위해서는 흠결이 없는 순음지체(純陰之體)가 필요한데...] 공손히

위태무; [문제는 온전히 흠결이 없으면서 사내를 모르는 17세 전후의 계집은 생각보다 구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황태자비; [위태감이 애를 쓰는 건 알지만 오늘이 벌써 보름이네.] 초조한 표정

황태자비; [앞으로 사흘 내에 섭음보정대법을 시술하지 않으면 전하의 환후(患候)는 돌이킬 수 없게 돼!] 심각한 표정

위태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마마.]

위태무; [순음지체인 계집을 수배하기 위해 사방 이천여 리로 탐색 범위를 넓혔습니다.]

위태무; [채화사(採花使)들이 미녀의 고장으로 이름난 소주(蘇州)와 항주(杭州) 일대까지 뒤지고 있으니 오늘 내일 내로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옵니다.]

황태자비; [그래야겠지! 전하는 물론이고 위태감 자신을 위해서라도...] 차갑게 말하며 다시 황태자쪽을 돌아보고

위태무; [물론이옵니다.] 고개 숙이며 웃고

대답하지 않고 황태자쪽으로 시선을 고정시킨 황태자비

위태무; (오만한 계집...) 눈을 좀 가늘게 뜨며 그런 황태자비의 뒷모습을 노려보고

위태무; (하지만 머잖아 그 입으로 애원하는 비명을 토해내게 될 것이다.) (노부의 몸 아래 깔려서...) 음산하게 웃는 위태무의 얼굴 크로즈 업

 

#75>

아주 깊은 밤. 빈민가. 대부분의 건물들 불이 꺼졌고. 길에는 오가는 사람이 없다.

온고당도 문이 닫혀있는데

온고당 내부. 내실에는 불이 밝혀져 있다. 안 마당에 놓인 탁자 앞에 앉아있는 분이. 마당 좌우의 방들은 모두 불이 켜져 있지만 문은 닫혀있다. 좌측에는 방 하나와 부엌 하나. 우측에는 방이 두 개.

탁자에는 꿀이 담긴 종지가 놓여있고. 커다란 말벌 십여마리가 종지에 달라붙어 꿀을 먹고 있다. 분이는 끈이 달린 손바닥 반만한 목걸이를 손에 들고 있다. 금붕어 형상의 자개로 장식된 목걸이인데 두툼하다. 입 부분에 구멍이 나있고. 두 손으로 그 금붕어 목걸이를 쥔 채 청풍의 방쪽을 보는 분이

분이; (청풍오빠와 할아버지는 뭘 하시느라 아직까지 안 주무시는 걸까?) 문틈으로 불빛이 흘러나오는 청풍의 방쪽을 보며 생각하고

분이; (요즘 청풍오빠의 정신은 온통 딴 데 가 있는 것같애.) 한숨

분이; (하루 종일 집을 비우는 건 물론이고 느지막이 돌아와서도 나하고는 거의 시간을 보내지 않아.) 샐쭉거리고

분이; (뭔가 중요한 일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니 방해를 하면 안되긴 한데...) 찡그리고

분이; (나도 사람인지라 홀대받는 것같아서 기분이 좋지만은 않네.) 생각할 때

<분이야.> 덜컥! 부엌 옆의 방문이 열리며 온유향이 내다본다. 하늘거리는 잠옷 차림이다. 물론 말은 전음입밀로 하고

온유향; <밤이 깊었는데 그만 자야하지 않겠니?> 방안에 앉아서 문을 열고 안 보이는 눈으로 마당을 내다보며

분이; [예 어머니.] 돌아보고

분이; [아이들도 밥을 거의 다 먹은 것같으니 곧 들어갈게요.] 두 손으로 금붕어 목걸이를 들고. 이어

휘이! 거의 소리 안 나게 입술 오무려 휘파람을 불기 시작하는 분이. 그러자

꿀을 먹던 말벌들이 흠칫! 흠칫! 하며 고개 들고.

분이; [착하지! 이제 그만 집에 들어가거라.] 금붕어의 입 부분을 내밀며 말하고. 그러자

붕붕! 날개 짓하며 날아오르는 말벌들

휘익! 휙! 미끄러지듯 금붕어의 입으로 들어가는 말벌들.

삽시에 모두 금붕어 목걸이에 들어가는 말벌들

분이; (아무쪼록 오빠가 지금 진행중인 일이 빨리 끝나길 바랄 뿐이다. 그래야 나랑 놀아줄 여유가 생길 테니...) 금붕어 목걸이를 목에 걸며 온유향이 문을 열고 기다리는 방으로 가고

분이; [오빠와 할아버지에게 차라도 내다 드려야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방으로 들어가며 말하고

온유향; <그럴 거 없다.> 분이가 들어가자 다시 문을 닫으려 하며

온유향; <아버님이나 청풍이나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방해받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이다. 그냥 모른 척 해주는 게 돕는 것이니 방해하지 말자꾸나.> 말하며 문을 닫는다.

탁! 닫히는 문

 

#76>

청풍의 방. 불이 밝혀져 있는데 방 중앙에 커다란 탁자가 있고. 청풍이 서서 탁자 위에 놓인 낡은 비단 천에 정성 들여 그림을 그리고 있다. 물론 콧수염은 떼었다. 낡은 비단에 그려지고 있는 것은 청풍이 위가대원 매화부인의 침실에서 본 낙신부도다. 그 천 주변에는 여러 가지 물감과 붓들이 놓여있고. 천불투는 건너편에 앉아서 보고 있다.

온 정신을 집중해서 낙신부도를 그리는 청풍. 매화부인의 침실에 걸려있던 그림과 똑같다.

천불투; (볼수록 대단한 안목이고 집중력이다.) 감탄하고

천불투; (잠깐 보았을 뿐일 텐데도 그림을 똑같이 그리는 건 물론이고 낙신부도가 그려진 비단의 질감까지 그대로 흉내를 내고 있다.)

천불투; (정말 빼어난 안목을 지닌 자가 아니라면 지금 청풍이 그리고 있는 낙신부도가 모작(模作)이라는 걸 절대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천불투; (청풍이가 장담했던 대로 내일 중에 낙신부도가 노부 손에 들어오겠구나.) 흥분

천불투; (화성 고개지의 걸작 낙신부도를 훔쳐낸 것으로 올해의 도척제전의 우승은 결정되었다고 봐도 된다.) 끄덕.

천불투; (청풍이 덕분에 도수의 칭호를 받아 보려던 노부 평생의 소원은 이뤄지게 되는 것인데...) 좀 불길한 표정을 짓고. 그때

청풍; [되었습니다.] 붓을 떼고

청풍; [몇 군데만 더 손을 보고 표구를 하면 감쪽같아질 것입니다.] 물러서고

천불투; [수고했다.] 끄덕

청풍; [한번 보시고 의견을 말씀해주십시오.]

천불투; [그럴 거 없다.] 고개 젓고

천불투; [만천신안(瞞天神眼)이 완벽해진 네 안목이니 원본과 차이점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청풍; [제가 본 대로 재현하기는 했는데...] 좀 자신이 없는 표정이고.

천불투; [청풍아.] 좀 갈아앉은 표정으로 말하고

청풍; [말씀하시지요.]

천불투; [어떤 경우라도 무리는 하지 말아라.]

청풍; (뭔가 마음에 걸리시는 게 있으시구나.) + [명심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천불투; [물론 올해의 도척제전이 할애비에게는 도수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또 도척제전에서 우승하려면 낙신부도 정도의 장물(臟物)은 가져가야하고...]

천불투;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분위기가 이상하면 낙신부도는 포기하고 즉시 위가대원에서 빠져나오도록 해라.]

청풍; [무리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고개 숙이고

천불투; [괜히 방해를 했구나.] 일어나고

천불투; [할애비는 이만 자러 갈 테니 마무리를 짓도록 해라.] 문쪽으로 가고

청풍; [안녕히 주무십시오.] 고개 숙이고

천불투; [오냐!] 문을 열고 나간다

탁! 다시 닫히는 문

청풍; (할아버지도 위가대원에 비정상적으로 고수들이 많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에 무언가 불길한 예감을 받으신 것같은데...) 닫힌 문을 보고

청풍; (하지만 이제 와서 그만 둘 수는 없다.) 다시 붓을 들고

청풍; (할아버지의 평생소원을 들어드리는 것에 더해서 어머니의 눈을 치료해드릴 수 있는 가능성을 포기할 수는 없다.)

청풍;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뒷탈을 방지하는 길은 낙신부도를 완벽하게 모사(模寫)해서 들키지 않게 하는 것뿐이다.)

<아무래도 오늘은 밤을 꼬박 새야할 것같구나.> 다시 그림을 손 보는 청풍의 모습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마당에 나와 하늘을 보는 천불투. 하늘에는 보름달

두근 두근! 가슴이 뛰는 천불투

천불투; (아까부터 심장이 제멋대로 날뛰고 있다.)

천불투; (이 나이에 평상심이 흩어지다니... 해괴한 일이로다.)

천불투; (아니면 늙을 대로 늙어 신통력이라도 생긴 것일까?)

<조만간 거센 폭풍이 몰아칠 것만 같은 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으니...> 하늘 보는 천불투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77>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이전버튼 1 이전버튼

블로그 이미지
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입니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2.3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