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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금릉> 낮. 금릉 외곽의 포구. 멀리 자금성도 보이는 곳인데 수많은 배들이 드나들고

포구에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어시장도 있고 온갖 화물을 취급하는 화물상들도 즐비하고. 시장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것 보여주고.

포구의 뒷골목. 거칠어 보이는 인상의 사내들이 오간다. 조폭들이고.

어느 건물. 흉악한 인상의 조폭들이 입구에 경비를 서고 있다.

인도부; [해하촌?] 탕! 탕! 커다란 칼로 고기 덩어리를 내리쳐서 자르며 말하고. 아주 넓은 푸줏간 같은 내부에서 고기를 토막 내며 누군가에게 묻고

육항; [예... 금릉 남쪽에 자리한 빈민가인데... 정사두의 고향인 곳입니다.] 인도부가 고기 토막 치고 있는 탁자 앞에 겁 먹고 서서 대답하는 덩치 큰 젊은 사내놈. 바로 정칠을 수행하여 해하촌에 왔던 두 명의 부하 중 보디빌더같이 생긴 육항. 이놈은 인도부가 정칠 주변에 박아놨던 간세다. 실내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소, 돼지의 고기들이 걸려있고. 주변에서는 다른 백정들이 역시 칼질하며 고기를 자르고 썬다. 살벌하고 섬뜩한 분위기

인도부; [알어. 이 새끼야.] 텅텅! 칼로 고기를 토막 치면서 육항에게 눈 흘기고

인도부; [내가 궁금한 건 정칠이 놈이 뜬금없이 고향이 간 이유란 말이다.] 쾅! 칼로 도마의 위의 고기를 세게 내리치고

육항; [친... 친구와 지인들을 만날 때 거리가 있어서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만...] 깜짝 놀라고 겁을 먹고

육항; [어제 정사두가 유일하게 탐문했던 곳이 해하촌입니다.]

인도부; [확실히 해하촌에 뭔가 있군.] 히죽 웃고

인도부; [수고했다 육항(陸抗)아.] [돌아가서 정칠이 놈의 행적을 주시하다가 특이한 점이 있으면 보고해라.] 탕탕! 고기 자르면서 말하고

육항; [예 사두!] 고개 숙이고

식은땀 닦으며 서둘러 도축장에서 나가는 육항

인도부; [거기 두 놈!] 칼질 멈추면서 주변의 졸개들에게 고개짓하고

[예 형님!] [하명하십시오 사두!] 졸개들 중 두 놈이 칼질 멈추며 돌아본다.

인도부; [이 용모파기 갖고 해하촌에 가서 탐문하고 와라.] 접은 종이를 내밀고.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다가오는 졸개들 두놈.

[존명!] [다녀오겠습니다 사두!] 한놈이 두손으로 종이를 받고

서둘러 나가는 두 놈. 그 배경으로 다시 칼을 집어드는 인도부

인도부; [조금만 기다려라 정칠아.] 칼날을 살피고. 칼날에는 피와 기름이 묻어 번질거리고

인도부; [이 형님이 네놈의 껍질을 홀라당 벗겨줄 테니까.] 혀로 칼날에 묻은 피를 핥으며 변태적으로 웃는 인도부의 얼굴 크로즈 업

 

#81>

낮. 오전. 11시쯤. 자금성이 멀리 보이는 금릉 중심부의 넓은 대로. 폭이 30미터쯤 되는 그 넓은 길을 사람들과 우마차가 뒤섞여서 오간다. 북새통

사람들 사이로 등에 바구니를 지고 걸어오는 청풍이 보인다. 다시 코 아래 굵은 수염을 붙인 모습이고

청풍; (꼬박 밤을 새긴 했지만 낙신부도의 모작을 거의 완벽하게 완성했다.) 좀 피곤한 표정으로 하품을 하고. 손으로 입을 두드리며

<정말 뛰어난 안목을 지닌 자가 아니라면 이것이 모작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등에 짊어진 바구니에 꽂혀있는 두루마리를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청풍; (정오가 채 안된 오전이면 상시태감 위태무는 거의 확실하게 자금성에 있을 테고...) 하품하는 바람에 찔끔 나온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으면서

청풍; (그래도 혹시 모르니 상시태감이 위가대원에 없을 시간에 가서 진짜와 바꿔치기를 해야 한다.) 걸어가고. 바로 그때

뿌우! 뿌우! 어디선가 불피리 소리가 들리고. 청풍이 흠칫! 할 때

주변의 사람들 당황하며 급히 좌우로 피한다. 우마차들도 옆으로 피하는 바람에 여기저기서 소동이 일어난다.

청풍; (뿔피리 소리...) 사람들에 섞여서 옆으로 피하고

청풍; (높은 사람의 행렬이 지나간다는 신호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 서서 뿔피리 소리가 들려온 쪽을 기웃거린다. 대로 중앙에 삽시에 넓은 길이 만들어졌다.

뿌우! 뿌우! 뿔피리소리가 들리고.

청풍; (어떤 높은 분께서 대낮에 이토록 요란하게 행차를 하는 것일까?) (방향으로 봐서는 자금성으로 가고 있는 행렬 같은데...)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고개 내밀어 나팔 소리가 들리는 쪽을 본다. 자금성과 반대쪽이다.

뿌우! 뿌우! 길 저편에서 오는 기마대 행렬. 수십기의 기마가 오는데 맨 앞쪽의 말에 탄 두 명의 병사가 뿔피리를 입에 물로 불고 있다. 그 뒤로 두 개의 깃발을 든 기수가 따라온다. 그자들이 높이 쳐든 깃발에는 <漢> <明>등의 글이 크게 적혀있다.

<漢>이라 적힌 깃발 크로즈 업

청풍; (한(漢)!) 눈 번뜩

청풍; (그렇다는 건 저 기마 행렬의 주인이 영락제의 차남인 한왕(漢王) 주고후(朱高煦)라는 뜻...) 눈 번뜩이며 기마 행렬을 본다

청풍; (비록 금릉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왕의 행렬은 오늘 처음 보게 되었다.)

청풍; (한왕은 대체 어떤 인물일까?) (소문에 듣기로는 제 아비에 못지 않게 야심이 크고 거친 성격이라고 하던데...) 고개 좀 내밀어 살필 때

[고두(叩頭)하라!] [한왕전하의 행차시다! 예의를 각춰라!] 깃발 뒤에서 따라오며 좌우로 외치는 기사들.

사람들 급히 무릎을 꿇거나 뒤로 물러나며 고개 숙이고

청풍; (거만하기 이를 데 없다는 평판인 한왕의 수하들답게 안하무인이군.) 주위 사람들과 함께 뒤로 물러서며 고개를 숙이고

따닥! 따각! 그 앞을 지나가는 수십 기의 기마 행렬.

나팔수와 깃발 든 자들, 그 뒤로 십여기의 기마가 이어진 후

쿵!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한왕. 다른 말들 보다 덩치가 1.5배쯤 큰 거대한 백마 위에 거만하게 앉아있다. 복장이 아주 화려한데 백마도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고. 허리에는 보검을 한 자루 차고 있다. 한왕 캐릭터는 <건곤일척 자료집 제22페이지>에 나옴. 한왕의 바로 뒤에는 음침한 인상의 늙은 환관이 한명 따르고 있다. 물론 그 늙은 환관은 하원길이다.

청풍; (저 인물이 영락제의 차남인 한왕 주고후...) 곁눈질로 한왕을 보고. 직후

쿠오오오! 지이이잉! 청풍의 앞을 지나가는 한왕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일어난다. 청풍의 눈에만 보이는 기운이고

청풍; (가공...) 눈 부릅뜨며 숨을 멈추고

청풍; (한왕의 몸에서 뿜어지는 패도적인 기운에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다.) 숨이 막혀 비틀거리고

청풍; (패기뿐 아니라 위가대원의 집사 타노를 한참 웃도는 막강한 공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청풍; (한... 한왕이 엄청난 무공을 지닌 고수이기도 했을 줄이야.)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지려 하고. 그때

콱! 누군가의 손이 청풍의 팔을 잡는다. 거친 사내의 손이 아니라 갸름하며 긴 여자의 손이다. 움찔! 하며 돌아보려는 청풍. 그때

진상파; <기척을 드러내지 마시오.> 청풍의 옆에 서서 청풍의 팔을 한손으로 잡은 채 한왕쪽을 보며 전음으로 말하는 진상파. 현재 진상파는 신분을 숨기기 위해 남장을 하고 있다. 청풍처럼 코밑에 수염을 붙였고 남자 복장을 하고 있으며 머리에는 사각형의 모자를 썼다. 진상파는 키가 거의 청풍 만하다. 그래서 아주 잘 생기고 훤칠한 미남으로 보인다. 진상파는 당분간 남장을 한 모습으로 나온다.

청풍; (이 인물 언제 내 곁에...) 놀라서 남장한 진상파를 돌아보고

진상파; <주고후는 성품이 호랑이같고 삵쾡이같아서 시의심(猜疑心)이 많은 인물이오.> 앞을 보는 자세로 청풍의 팔을 잡아 부축하며 말하다가

진상파; <자기보다 뛰어난 자를 용납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진정한 면모를 알아보는 자도 좋아하지 않소.> 슥! 고개를 숙여 무언가를 피하는 모습이고

청풍; (위험...) 역시 무언가 느끼고 급히 진상파를 따라 고개를 숙이고

쿠오오! 무시무시한 기운을 흘리며 지나간 한왕이 몸을 반쯤 돌려서 청풍과 진상파 쪽을 돌아본다. 두 눈에서 마귀같은 안광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청풍; (무... 무서운 인간! 나와 이 사람의 존재를 느낀 것같다.) 숨을 죽이며 고개를 숙이고

한왕; [...] 움직이는 백마 위에서 돌아보며 청풍과 진상파 근처를 보고. 한왕 주변의 기사들도 긴장한 표정으로 주변을 감시한다.

청풍; (지인지감(知人之鑑;사람의 재능을 알아보는 능력)...) 긴장한 채 고개를 숙이고

청풍; (한왕은 제왕이 될 자의 필수적인 능력이라는 지인지감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우리 두 사람이 흘려내는 평범하지 않은 기운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청풍; (문제는 한왕이 그 지인지감을 시기하고 질투할 대상을 찾아내는 데 쓴다는 점...)

청풍; (저 패왕(覇王)의 눈에 띄면 좋을 일이 하등 없으니 절대 들켜서는 안된다.) 생각할 때

따각! 따각! 돌아보는 한왕을 태우고 멀어지는 백마. 이제 한왕의 행렬은 거의 다 지나갔고

하원길; [성심(聖心;임금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작자가 있는지요?] 한왕을 따라가는 말 위에서 조심스럽게 묻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전(前) 상시태감 하원길(河元吉)>

하원길; [분부를 내리시면 저 일대의 인간들을 도륙해버리도록 하겠습니다.] 청풍과 진상파가 있는 근처를 돌아보며 말하지만

한왕; [됐다.] 고개 저으며 다시 앞을 보고

한왕; [가뜩이나 아바마마께서 내 행적을 못마땅하게 여기시고 계시는데 소동을 일으켜서 좋을 거 하나 없다.] 냉소하고

하원길; [명심하겠습니다 전하.] 고개 숙이고

한왕; [모든 정황이 형님께서 곧 천수(天壽)를 다하실 것을 가리키고 있다.] 흐흐흐 음산하게 웃고

한왕; [가만히 앉아있어도 제위가 내 앞으로 굴러 떨어질 형국인데 무리를 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

하원길;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한왕; [다른 데 신경 쓰지 말고 위태무를 비롯하여 형님 주변에 기생하는 버러지들의 동향이나 철저하게 파악하도록!]

하원길; [존명!]

한왕; [오랜만에 금릉에 들렀으니 아우 된 처지로 형님의 안부를 묻지 않을 수 없는 일!]

한왕; [형님께서 얼마나 더 이 좋은 세상에서 영화를 누리실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다.] 흐흐흐! 웃는 한왕의 얼굴 크로즈 업

 

청풍; (십년감수했다.) 가슴 쓸어내리며 한왕 일행의 뒷모습을 보고. 청풍의 팔은 아직 진상파가 잡고 있다. 사람들은 다시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해서 거리가 번잡해지고 있고. 멀리로 한왕 일행이 자금성을 향해 가는 뒷모습이 보인다.

청풍; (만일 한왕의 눈에 포착되었다면 어떤 식으로든 후환이 있었을 것이다.) 생각하다가 흠칫! 슥! 청풍의 팔을 잡고 있던 진상파의 갸름한 손이 풀린다

청풍; [형장!] 포권하며 옆을 돌아보고

청풍; [오늘 큰 신세를...] 포권 하다가 흠칫! 하고. 진상파가 이미 등을 돌려서 사람들 사이로 걸어가고 있다. 늘씬하다

청풍; (쌀쌀맞은 친구로군.) 쓴웃음 지으며 포권을 풀고

청풍; (인사라도 받아주지 않고...) + [!] 생각하다가 눈 부릅

사람들 사이로 섞이고 있는 진상파의 뒷모습. 헌데

스윽! 옷이 사라지며 진상파가 알몸이 된다. 실제로 알몸이 되는 게 아니고 청풍의 눈에 정확하게 진상파의 실체가 보이는 것. 마치 투명한 비밀 옷을 걸친 듯이 보인다.

청풍; (이제 보니...) 눈 치뜬 채 좀 얼굴 벌개지고

청풍; (남장여인(男裝女人)이었구나.) 침 꿀꺽

<만천신안을 지닌 덕분에 나는 사물의 실체를 그대로 보는 게 가능하다. 여자면서도 키가 훤칠해서 나 아닌 다른 사람은 저 여자가 남장여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알몸으로 걸어오는 진상파의 앞쪽의 모습. 알몸의 윤곽 위에 옷이 투명하게 걸쳐져 있는 모습이고. 발에도 투명한 신발을 신었고. 코 아래에는 투명한 수염의 흔적이 있다.

청풍; (나이는 나보다 서너 살 정도 위...) (내공은...) 눈을 가늘게 뜨며 진상파 쪽을 보고. 그러다가

청풍; (정말 놀랍군. 저 나이에 나와 비슷한 이갑자(二甲子) 정도의 공력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눈을 치뜨며 놀라고

<게다가 제대로 된 내공심법을 익히지 못해서 내공의 태반을 쓰지 못하는 나와 달리 저 여자의 몸에서는 무시무시한 잠경(潛勁)이 느껴진다.> 쿠오오! 알몸처럼 보이는 진상파의 몸 주위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기운.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고

청풍; (즉, 이갑자 수준의 내공을 온전히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뜻이다.)

청풍; (내가 본 게 정확하다면 저 여자는 무림칠절 보다도 그리 아래가 아닌 고수다.) (대체 당금 무림의 누가 저런 여장부를 길러낸 것일까?)

청풍; (그저께 밤에 만났던 그 여자처럼 도척총림(盜跖叢林)에서 작성한 구품인명록(九品人名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여자인데...) 신소심을 떠올리고

청풍; (생각 같아서는 뒤를 밟아 정체를 알아내고 싶다만...) 이제 사람들 사이로 사라져 거의 안 보이게 된 진상파를 보며 돌아서는 청풍

청풍; (낙신부도를 손에 넣는 게 당면의 과제이니 아쉽지만 포기하자.) 사람들 사이를 걸어가고. 헌데

 

진상파; (이제야 그 집요한 시선을 거두네.) 역시 뒤쪽을 곁눈질하고. 멀리 사람들 사이로 바구니를 짊어진 청풍의 뒷모습이 조금 보인다

진상파; (저 사내...)

진상파; (처음 봤을 때부터 눈에 띄었는데...) 사람들 사이에서 청풍이 바구니를 짊어지고 자기 앞을 걸어가던 장면을 떠올리고

진상파; (언젠가 본 누군가를 연상시키는 인물이다.) 4-5살 무렵의 진상파가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주저앉아 위를 올려다보고 있다. 진상파 옆에는 역시 피투성이가 된 여자가 쓰러져 있다. 진상파가 올려다보는 것은 해를 등진 채 내려다보는 거인의 실루엣이다. 뒷짐을 진 그 거인은 바로 사자천존이지만 실루엣으로 묘사

진상파; (촌각을 다퉈서 당아연을 구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정체가 뭔지, 어떤 사연을 지녔는지 알아보고 싶은 사내다.)

진상파; (저런 인물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띄인 걸 보면 금릉이 복호잠룡(伏虎潛龍)의 땅이라는 소문이 사실이었다.)

<어쨌거나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나게 되겠지.>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는 진상파를 배경으로 진상파의 생각 나레이션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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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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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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