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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다시 용화사. 쿠쿠쿠! 폭발의 여진으로 맹렬한 바람과 연기가 휘몰아치는데 그 모습이 마치 토네이도가 넓게 퍼지는 것 같다.

토네이도 안쪽의 태풍의 눈. 용화대탑이 완전히 날아간 폐허 중앙에는 빛의 막에 덮인 일곱 개의 상자와 그 일곱 상자 위에 얹혀진 보물들이 온전히 남아있다. 상자들 주변은 빛의 보호막 덕분에 파괴되지 않았다.

공손대낭; [진보!] [진보!] 울부짖으면서 토네이도에 휩쌓인 그 폐허로 다가온다. 거세게 휘몰아치는 바람이 공손대낭의 몸을 흔들며 가로 막고

파라락! 찢어질 듯 흩날리는 공손대낭의 옷자락

공손대낭; [진보!] 울부짖으며 두 자루의 검을 동시에 뽑아서 자신을 흔드는 바람의 장막을 찢어버린다

쩌억! 공손대낭의 칼질에 바람의 장막이 찢기고

공손대낭; [그대는 이렇게 가버리면 아니 되었습니다 진보!] [어찌하여 저를 다시 홀로 두십니까?] 양손의 검을 연신 휘둘러 바람의 장막을 찢으면서 앞으로 걸어간다. 마치 검무를 추는 것 같다. 이하 끝없이 검무를 춘다

쿠쿠쿠! 먹장구름이 휘도는 하늘

공손대낭; [너무하십니다 하늘이여! 너무하십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울부짖고

공손대낭; [저를 부정타 내친 것으로도 부족했던 것입니까?] [제가 주제넘게 인간의 삶을 동경한 것이 그리도 괘씸했는지요?] 하늘을 향해 고개를 바짝 들고 악을 쓴다. 검을 휘두르는 것이 점점 빨라지고

공손대낭; [옳습니다! 당신은 항상 옳습니다 무정하고 잔혹한 하늘이시여!] [하지만 저를 이렇게 낸 것도 바로 당신이 아니었습니까?] 피를 토하듯이 울부짖고. 그때

주변에서 하나둘 나타나는 사람들. 말을 탄 난릉왕을 비롯한 도무의 참가자들. 용화대탑의 폐허를 에워싸듯이 나타난다. 난릉왕 뒤에는 두 명의 시동이 따르고

형파; [쯧쯧! 서문영감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군!] 혀를 찬다. 형파 바로 뒤에는 꺽다리와 뚱뚱보 노인이 서있다. 모두 막강해보인다. 이들은 형파와 함께 삼불대에 속한 인물들. 각기 지존사장과 인존오검을 익혔다. 꺽다리가 아주 긴 검을 짊어지고 있다.

형파 주변에 역천마도와 이수낭자가 있다.

형파; [난릉왕을 잡기 위해 이산동이 천균뢰(千鈞雷)의 술()을 설치하는 걸 돕기까지 하더니 스스로 그 함정에 뛰어들어?] 맞은편에는 말을 탄 채 서있는 난릉왕을 노려보고. 난릉왕 뒤에는 두 명의 시동이 서있다.

역천마도; [서문원수는 목신이 된 상태였소!]

형파; [그거 하고 자살하고 무슨 상관이...!] + 이수낭자; [인간인 우리가 읽지 못하는 천기(天機)를 보았단 말씀인가요?] 역천마도에게

역천마도; [난릉왕을 없애는 게 우리의 몫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거요.] 끄덕

형파; [옳거니!] [자신의 행위가 천기를 거스르는 걸 뒤늦게 알아차리고 스스로 함정에 뛰어들어 난릉왕 대신 죽었군!] 역시 끄덕이며 눈 번뜩이고

이수낭자; [그럼 난릉왕을 죽이는 건 누굴까요?] [이산동이나 당신이 아닌 것은 확인된 셈인데...!] 비웃듯이 역천마도를 보고

역천마도; [침묵하시오!] 노려보고

움찔 이수낭자

역천마도; [하늘도 아까워하던 큰 인물이 영영 소멸되었소!] [지금은 모두 근신하며 명복을 빌 때요!] 공손대낭쪽을 향해 포권하고.

형파; [옳은 말일세!] 뒤에 선 사제들과 함께 포권하고

이수낭자; (! 잘난 척은...!) 샐쭉하고

그 사이에 바람의 장막을 뚫고 들어가 초혼곽 앞에 이른 공손대낭

스스스! 초혼곽과 그 위에 언혀진 보물들을 덮고 있던 보호막이 사라지고

공손대낭; [여기까지군요!]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입니다 진보!] 울면서 초혼곽 위로 올라가고

공손대낭; [하지만 남아있는 저는 남은 것이 아니고 떠난 그대는 떠난 것이 아닙니다.]

공손대낭; [그대는 제게 남아있고 저는 그대를 따라 이미 가버렸으니까요!] 애절하게 웃으면서 울고

공손대낭;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저도 곧 당신의 자취를 따라가겠습니다!] 울면서 웃으면서 사뿐 사뿐 초혼곽 위를 걷는다.

이어서 무당이 씻김굿을 추듯 검무를 추기 시작하는 권완

눈물로 물든 공손대낭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고. 그때

이수낭자; (저 요정도 서문원수를 따라갈 생각이구나!)

초혼곽 위에서 꽃잎처럼 춤을 추는 공손대낭

이수낭자; (아름답고도 애절해!) (인간 세상에 저들보다 더 애틋한 사랑을 나눈 사람이 있을까?) 눈가에 맺힌 물기를 소매자락으로 찍어 닦고

춤추는 공손대낭의 주위로 꽃이 마구 피어나 흩날리고.

<과연 공손대낭!> <그녀의 아름다운 이름을 널리 알린 배장군만당세(裵將軍晩唐勢)인가?> <천하제일, 아니 고금제일의 검무가(劍舞家)다운 황홀한 솜씨다!> 모두들 감탄하는데

 

<雲想衣裳花想容 - 발길에 끌리는 치마자락은 구름같고 얼굴은 꽃을 닮아 어여쁘구나!> <春風拂檻露華濃 - 봄바람 살며시 난간을 스치는데 이슬도 꽃처럼 짙어 곱도다!> 갑자기 들리는 노래 소리.

 

사람들 모두 흠칫하며 돌아보는데

 

<若非群玉山頭見 - 군옥산 산머리에서도 못 만날 양이면> <會向瑤臺月下逢 - 요대의 휘영청 밝은 달 아래 거닐 때라도 만나보리.> 청풍이 한 곁에 서서 뒷짐을 짚고 노래를 부른다. 엄숙한 표정. 옆에는 권완이 서서 합장하며 눈 감고 울고 있고

<一枝濃艶露凝香 - 그대 농염한 것이 흡사 향기로운 이슬 같아라.> <雲雨巫山枉斷腸 - 무산에 비 머금은 구름만 떠돌아 홀로 애를 끊나니....!> 청풍의 노래를 배경으로 공손대낭의 춤이 절정에 달한다.

<借問漢宮誰得似 - ()나라 궁궐에 누가 널 닮았으랴마는...> <可憐飛燕倚新粧 - 비연(한나라 때의 절세미녀 조비연), 그댄 물찬 제비처럼 오히려 가련하도다.> 공손대낭의 애절한 춤사위

<名花傾國兩相歡 - 꽃도 너도 나는 좋다며> <常得君王帶笑看 - 임은 항상 그댈 보고 웃거니> 감정을 싫어 노래를 부르는 청풍

<解釋春風無限恨 -봄바람에 그지없는 원한도 풀리는> <沈香亭北倚欄干 - 침향정 난간을 오고 가고 하리라.> 공손대낭의 마지막 춤 사위

 

노래를 그치는 청풍.

춤을 멈추며 서서히 멈춰서는 공손대낭

청풍; (서문영감이 완전히 갔구나!) 우울한 표정. 권완은 소매로 눈물을 닦고 있고

청풍; (한심한 늙은이! 잘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맥없이 죽어버렸어.) 한숨 쉬고. 그때

권완; [대낭!] 비명 지르고

흠칫하며 앞을 보는 청풍

공손대낭이 두 자루의 검을 거꾸로 들어 자신의 가슴을 겨눈 채 하늘을 노려보고 있다.

권완; [안돼요!] 비명 지르며 뛰쳐나가려 하지만

! 청풍이 권완의 팔을 잡는다

권완; [놔요! 대낭이... 대낭이....!] 울부짖다가 입 다물고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 젓는 청풍

권완; [대낭!] 눈물 흘리며 앞을 보고. 그때

서글픈 표정으로 권완을 돌아보는 공손대낭. 다음 순간

! 두 자루의 검으로 자신의 몸을 궤뚫어버리는 공손대낭

권완; [!] 고개 돌리며 눈 감는 권완

이수낭자는 입을 가리고

다른 사람들 모두 엄숙하게 보는데

공손대낭; [天長地久有時盡 - 긴 하늘 오랜 땅도 다할 날이 있으련만] [此恨綿綿無絶期 - 면면한 이 내 한은 끊일 때가 없으리] 울면서 웃으면서 노래를 부르다가

공손대낭; [在天願作比翼鳥 - 부디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 -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스스스! 안개로 변하여 흩어지는 공손대낭의 모습

권완; [흐윽!] 울면서 청풍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따다당! ! 두 자루의 검이 상자 위로 떨어진다.

 

공손대낭의 본체인 은행나무. 쿠쿠쿠! 그 위에도 먹장구름이 휘도는데

! 갑자기 완전히 수직으로 쪼개지는 은행나무. 벼락을 맞은 게 아니라 스스로 갈라졌다.

콰쾅! 드드드! 그대로 부러져서 바닥에 쓰러지는 은행나무의 잔해

드드드! 뿌리까지 완전히 갈라져서 죽어버리는 은행나무의 모습.

 

다시 용화사.

뜨르르! 초혼곽과 황금 접시 위에서 진동하며 떨리는 공손대낭의 검들

청풍; (잘 가라 요정!) 자신의 품에 안겨 우는 권완의 등을 한 손으로 다독이고

청풍; (살아있을 때 못 되게 굴어서 미안!) 침통한 표정으로 한손을 얼굴 앞에 세우며 눈을 감고. 그때

따각! 따각! 말발굽 소리가 들린다.

청풍; (아차!) 정신이 번쩍 들고.

청풍; (감상에 젖어서 저 괴물이 근처에 있다는 걸 깜빡했다!) 긴장하며 돌아보고

그때 난릉왕은 말을 몰아서 천천히 폐허를 돌아다니고 있다. 모두들 긴장하며 보고 있고

청풍과 권완의 앞쪽으로도 말을 몰아 지나가는 난릉왕.

청풍; (젠장할!) 주눅이 들어서 시선을 피하고

권완도 겁에 질려 청풍의 품에 안겨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청풍; (똥꼬가 저절로 옴찔거리네! 누구한테 이렇게 쫄아본 적이 없는데...!) 곁눈질로 난릉왕을 볼 때

다행히 청풍의 앞을 지나가는 난릉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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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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