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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철궁의 후미진 곳에 자리한 사각형의 석조건물. 아주 견고하고 음침해보인다. 철궁 제자들이 열린 문에서 우르르 몰려나오고 있는데 입구에는 <牢獄>이르는 글이 적혀있다.

입구에는 한 놈이 열쇠 꾸러미를 들고 안에서 나오는 놈들의 수를 손가락으로 센다.

마지막 한 놈이 나온다.

제자1; [홍상(洪相)! 네가 마지막이냐?] 입구에서 열쇠 꾸러미를 들고 서있다가 마지막으로 나오는 놈에게 말한다. 뇌옥은 육중한 철문이다.

제자1; [다 나왔으면 뇌옥(牢獄) 봉쇄한다!] 입구 옆에 붙어있는 레버를 아래로 잡아당기려 하며

제자2; [아직 아니야. 사열(四列)의 사형들 다섯이 안에 남아있어!]

제자1; [뭣들 하느라고 뭉기적거리고 있는 건데?] 인상 쓰고

제자2; [몰라. 우리 먼저 나가 있으라고 하더라구.]

제자1; [안에 남아있는 게 누구누구야?]

제자2; [마운걸(馬雲傑), 담오(潭傲), 왕산빈(王山彬), 모항(毛恒), 육보단(陸保團)등이야!]

제자1; [옳거니! 사열에서도 말썽을 가장 많이 피우는 그 오인방이구만!]

제자1; [이번엔 또 무슨 역적모의를 하느라 안 기어 나오고 있는 거지?] 안을 들여다보며 궁시렁

제자2;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겄냐?] [하여간 수고해라!] [열쇠담당인 네가 고생이 많다!] 약 올리며 가버리고

제자1; [니기미!] 입이 댓발이 나와서 입구에 주저앉고

이제 주위에는 그놈 밖에 없다.

제자1; [나도 빨리 항열이 높아져야지 원. 그 인간들 뒤처리 하다가 날 새겠어!] 궁시렁 대고. 그러다가 흠칫

앞에 어떤 여자가 서있다.

제자1; (여자?) 흠칫

제자1; [야! 시녀 주제에 어딜 얼쩡거리는 거냐?] 인상 쓰며 고개를 들고. 하지만

콱! 순간 그자의 목을 관통하는 검 한 자루

지고운; [멍청한 놈! 누구보고 시녀라는 거야?] 검으로 제자1을 찌른 채 배시시 웃는 시녀 복장의 여자. 맨 앞 장면에 나왔던 적포동의 살수들 중 지고운이다. 용설약에게 당했던.

지고운; [어쨌거나 밥맛없는 놈들의 시중까지 들어가며 기다린 보람이 있네!] 팟! 제자1의 목에서 검을 뽑고

지고운; [내 능력으로는 적포판관을 어쩔 수 없어서 초조했는데 다른 놈이 대신 수고를 해줬으니....!] 엉덩이 살랑 거리며 뇌옥 안으로 들어간다.

지고운; [상대형을 비롯한 우리 오인조를 노리는 인간은 진짜 저승판관이라고 해도 용서가 안돼!]

 

#157>

뇌옥의 내부. 아주 살벌하고 엄중하다. 겹겹이 쳐진 굵은 철창들. 뇌옥은 텅 비어있지만 천장과 사방 벽에는 수많은 구멍이 뚫려있고 그 구멍 안에 마치 미사일이 장전된 것처럼 끝이 날타로운 철창들이 재워져 있다. 유사시에는 그것들이 드릴처럼 돌면서 빠져나와 안에 있는 사람들을 갈갈이 찢어죽인다. 또 삼면의 벽과 청장에는 긴 금이 파여있는데 그곳에서는 거대한 톱니바퀴가 돌면서 내려와 안에 있는 인간들을 토막 내버린다. 뇌옥의 대부분은 팔뚝만한 굵기의 쇳창살이 쳐졌지만 출입하는 문은 두터운 철문이다.

털썩! 쿵!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세 명의 살수. 오랏줄에 꽁꽁 묶인 모습이고.

적포판관도 오랏줄에 묶인 채 이미 바닥에 뒹굴고 있다. 적포판관의 몸에는 아직 종이칼이 두 개 꽂혀있다.

담오; [흐흐흐! 꼴좋구나 습새들아!] [그동안 귀빈 대접만 받으며 지내느라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지?] 살수들 내려다보며 웃고. 이놈이 리더다. 넓직한 뇌옥 안에는 그놈 말고도 네명이 더 있는데 그중 한 놈은 적포판관의 청룡도를 어깨에 짊어지고 낑낑 대며 맨 마지막으로 들어오고 있다.

마운걸; [야! 구경만 하지 말고 빨리 이것 좀 받어!] 비틀거리며

담오; [마운걸! 겨우 칼 한 자루 들고 오면서 무슨 엄살이냐?]

마운걸; [담... 담오! 헛소리 말고 도와주기나 해! 이거 정말 무거워!] 균형을 못 잡는다

담오; [짜식! 엄살은!] [야! 왕산빈! 모형! 마운걸 좀 도와줘라!] 다른 두 놈에게

왕산빈; [알았어!] 모항과 함께 나서서 청룡도를 마운걸의 앞 뒤에서 같이 든다.

왕산빈; [헉!] 청룡도를 같이 들다가 비틀하고

모항; [이.... 이거 장난이 아닌데!]

마운걸; [내가 엄살 부린 게 아니라는 걸 이제 알겠냐?] 왕산빈과 모항의 도움을 받아서 청룡도를 어깨에서 내린다.

텅! 굉음과 함께 바닥에 떨어지는 청룡도

담오; [텅?] [그거 정말 무거웠냐?]

마운걸; [말도 마라! 못 나가도 오백근(300키로)은 될 거다!] 어깨를 주먹으로 두들기고

담오; [말도 안돼! 어떻게 칼 한 자루가 오백 근이나 나가냐?]

왕산빈; [보통 쇠로는 이 정도 크기에 오백 근짜리 칼을 만들 수는 없어. 기껏해야 팔십근 남짓이지.] 쭈그려 앉아서 칼을 살피고

왕산빈; [아마 중석(重石:텅스텐)을 청동에 절묘하게 배합해서 만들었을 거야. 대단한 보물일 것 같애.]

모항; [세공도 정밀해. 명장의 솜씨야!] [내다팔면 못 받아도 삼천냥은 받겠다!]

마운걸; [젠장! 궁주는 돌아오자마자 돈 벌었군.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먼저 이놈을 찜해두는 건데...!]

왕산빈; [전에 아버지하고 해남도(海南島) 남해검파(南海劒派)에 갔을 때 남해검파 장문인이 중검(重劒)을 사용하는 걸 봤었어.]

담오; [남해검파의 장문인 해단홍(解丹弘)이면 고작 오십 네근짜리 철검을 쓰니까 대단하다고 할 수 없어.]

왕산빈; [나도 알아.] [하지만 그 오십 네근짜리 중검도 해단홍이 휘두르니까 주변 공기가 요동치면서 사람이 끌려들어갈 정도의 위력이 나오더라.]

왕산빈; [하물며 이게 정말 오백 근짜리라면 그 위력은 상상할 수도 없을 거야.]

마운걸; [정말 그럴지 보고 싶은데....] 적포판관을 보고

담오, 왕산빈, 모항도 적포판관을 보는데

육보단; [안... 안돼!] 겁에 질려 외치고. 이놈은 좀 뚱보에 겁이 많게 생겼다.

육보단; [너... 너희들! 엉뚱한 생각은 하지도 마!] [이 자는 강호에서도 전설적인 고수인 적포판관이라구!] 두 팔을 벌려서 적포판관을 가로 막고

담오; [야! 육보단! 너 시방 뭐하는 거냐?]

왕산빈; [육보단! 그러지 말고 우리 그냥 저 자식 실력을 한 번만 보자. 다시 보기 어려울 거야.]

육보단; [안돼!] [절대 안돼!] 도리 도리

마운걸; [겁장이! 우리보다 어린 궁주도 그 작자를 간단하게 제압하는 거 못 봤냐?]

마운걸; [하물며 우린 다섯이나 되고 무공으로는 궁주한테도 그리 안 뒤져!]

육보단; [다... 다섯이라고 하지마! 난 안 할래!]

담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육보단 넌 밖에 나가서 문 닫고 구경해라.]

담오; [만에 하나 우리가 저 자식 손에 죽으면 기관을 움직여서 이놈들도 몽땅 죽여 버려!] 발로 살수들을 툭툭 차고

조삼야; [판관님께 덤빌 것까지 없다. 자신 있다면 노부와 먼저 싸워보자.]

담오; [뭐?]

조삼야; [네놈들 정도는 나 혼자서도 얼마든지 죽일 수 있다.] 이를 부득 갈고

담오; [웃기는 늙은이!] 퍽! 조삼야를 걷어차고

구석으로 나뒹구는 조삼야

왕산빈; [감히 철궁에 와서 잔대가리를 굴리려는 놈이 다 있군.]

마운산; [격장지계 정도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우릴 못 속여.] 다른 살수를 걷어차고

담오; [육보단! 넌 나가서 문 닫아라!] [우리가 열라고 할 때까지 절대 문을 열면 안돼!]

모항; [아무래도 그만 두는 게 좋을 것 같다.]

담오; [모항! 너까지?] 눈 부라리고

모항; [적포판관은 자기가 살수가 아니라고 했어.] [명예를 중하게 여기는 자라면 자기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너희 모두를 죽여 버릴 수도 있어.]

마운걸; [쓸데없는 소리 말고 너도 육보단하고 나가!]

모항; [그래! 마음대로들 해라!] 두 손 들어 보이고

모항; [나가자 육보단! 말린다고 들을 놈들 아니다!] 나가고

육보단도 눈치 보며 모항을 따라 나가고

왕산빈; [모항! 만약 판관놈이 조금만 이상한 눈치를 보여도 말살장치를 작동시켜라. 살수라는 것들도 만만하게만 볼 수는 없으니까.]

알았다고 손짓하며 밖으로 나가는 모항. 육보단도 얼른 따라 나가고

이어 한쪽의 벽으로 간다. 그 벽에 여러 개의 레버와 원형으로 돌리는 장치들이 달려있다. 기관장치다.

그 중 한 개의 레버를 내리누르는 모항

철컹! 그러자 닫히는 뇌옥의 철문

담오; [자 그럼 시작하자!] 다른 두 놈과 함께 적포판관과 마주 서고

창살 밖에서는 모항과 육보단이 초조한 표정으로 보고 있고

창! 차창! 각자 검을 뽑고 손에는 얇은 종이칼을 한 자루씩 들고 준비하는 담오와 왕산빈과 마운걸

담오; [마운걸! 네가 풀어줘라!]

마운걸; [알았어!] 긴장하며 다가가서

촥! 검을 휘둘러 적포판관을 묶은 줄을 베어버리는 마운걸

휙! 이어 겁에 질려 뒤로 훌쩍 물러서는 마운걸

담오; [덤벼라 적포판관!] 검으로 겨누고

왕산빈과 마운걸도 긴장하며 싸울 준비를 하고.

하지만 적포판관은 그대로 꼼짝도 않고 가만히 있다.

[뭐야? 왜 안 움직이지?] [우리의 당당한 기세에 겁 먹었나?] 담오와 왕산빈 속삭이는데

마운걸! [아참! 내 정신!] 자기 머리를 툭 치면서 히죽.

담오와 왕산빈이 돌아보고

마운걸; [혈도에 박힌 지도를 뽑아줘야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깜빡 했어!] 다시 적포판관에게 다가가고

담오; [빨리 지도를 뽑아라!] 뒤에서 재촉하고

마운걸; [알았어!] 조심스럽게 적포판관의 몸에 박힌 지도를 뽑으려 하고

[!] 적포판관의 눈이 번뜩이고. 헌데 바로 그때

[크악!] 갑자기 비명이 들린다

적포판관의 몸에서 지도를 뽑으려던 마운걸과 담오, 왕산빈이 깜짝 놀라 돌아보고

쿵! 철창을 통해 보이는 뇌옥 밖의 모습. 육보단이 두 손으로 철창을 움켜잡고 있는데 가슴으로 검 끝이 튀어나와 있다.

모항은 겁에 질려 급히 구석으로 뒷걸음질치고 있고.

[육보단!] [누구냐?] 담오등이 놀라 외치고. 묶여있는 살수들도 흠칫하며 돌아보는데

팟! 육보단의 몸에서 뽑히는 검

주르르! 철창을 잡고 주저앉아 죽는 육보단

[육보단!] 담오등이 사색이 되는데

쿵! 주저앉는 육보단 뒤에 검을 들고 서서 배시시 웃는 여자. 바로 지고운이다.

<지고운(枝孤雲)!> 조삼야를 비롯한 세 살수들의 눈이 번쩍하고

지고운; [한심한 것들! 적포판관을 풀어주려 하다니....!]

모항; [으으으!]

지고운; [풀어줬으면 어차피 적포판관 손에 죽었을 터! 이왕이면 나같은 미녀의 검에 죽는 편이 더 낫지 않겠어?] 사악하게 웃고

공포에 질리는 담오와 일당들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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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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