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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 [조심해!] 휙! 급히 권완의 앞을 가로 막고.

형파; [독검(毒劒)이구나!] 놀라 외치고

백영; [미혼술은 심력(心力)을 쓰는 것이니 술법에 가깝지.] [헌데 소저는 술법으로 미혼술을 발휘했으니 한층 더 고명하군.] 검을 거두며 차갑게 말하고

권완; [제가 배울 때는 세상에 술법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모르는 사람이 많지 않은 듯이 느껴지는군요.] 한숨 쉬며 다시 청풍의 옆으로 나서고

백영; [내가 만난 여자들 중에서 술법을 부릴 줄 아는 여자는 소저가 처음이네.]

권완; [소녀는 권씨세가가의 딸입니다.] 고개를 오연히 들고

백영; [천하제일재녀 권완?] 눈 번쩍하고

권완; [저는 귀하가 대협 소리를 듣는 이산굉의 수하라 나름대로 인물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보니 독공(毒功) 따위나 익힌 마두에 지나지 않았군요.] 냉소

백영; [세상의 옳고 그름은 그 뿌리를 따져보지 않고는 말하기가 어렵지.]

백영; [동쪽을 가리키며 저곳에 해가 있다고 해도 만약 그때가 아침이면 옳을 것이지만 저녁이라면 거짓말인 것처럼 말일세.]

형파; [권씨세가에 재녀(才女)가 있다는 소리를 일찍이 들었지만 보는 건 처음이군.]

형파; [이산굉의 강아지가 천하제일재녀를 어떻게 상대할지 궁금하구만.] 으허허! 웃고

청풍; [으하하하하!] 앙천광소

형파; [왜 웃느냐?] 불쾌

청풍; [으하하하!] 하지만 더욱 큰소리로 웃을 뿐 대꾸하지 않는다.

형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노기를 띠고 청풍을 쏘아보고.

권완만이 웃으면서 보고 있다.

뚝 그치는 청풍

청풍; [나는 당신들이 축록(逐鹿:천하를 다툼)을 위한 도무를 한다기에 안계(眼界)를 넓힐까 해서 달려왔는데...] [쳇! 직접 보니 가소롭기 짝이 없구만.] 사람들을 둘러보며

청풍; [천하는커녕 자기 집 안방도 차지하지 못할 위인들이 말은 거창하게 해서 사람들을 속였던 거야!]

뚱보노인; [네, 네 놈이 감히…!] 분노로 부들 부들

청풍; [무공으로는 난릉왕의 발치에도 못 미치는 주제에 자존심은 벌써 신의 경지에 올랐으니 축하드리지 않을 수 없소이다.] 과장 되게 여기 저기 포권하고

[죽... 죽일 놈이!] 벌벌 떠는 뚱보 노인. 형파가 역시 분노하며 뚱보의 등을 다독이고.

청풍; [당신들은 저마다 한 수를 숨기고 있으며 기회가 생길 때마다 잘난 척을 하려 하지만…] [실상 아주 보잘 것 없는 소인배들이야.] 안되었다는 듯 혀를 차며 얼굴 앞에 세운 손가락을 좌우로 까딱

형파; [소... 소인배?] 이를 부득

청풍; [내가 당신들을 욕할 수 있는 이유는 당신들이 스스로를 대단한 존재인 줄 알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지.]

역천마도; [소형제! 본 교주가 어째서 보잘것없는 소인배인지 말해주지 않겠나?]

청풍; [당신들은 지금까지 약점도 가리고 욕심도 가린 채 오직 보물과 명성만을 구해오질 않았소?] 냉소

청풍; [한데 몇 마디 말과 거짓된 표정이 당신들의 약점과 욕심을 모두 가려줄 것 같소?] [내가 보기엔 꼴불견에 불과할 뿐이오.]

충격 받는 사람들

청풍; [당신들의 자존심이 그처럼 높고 실력 또한 모자라지 않다면 마땅히 처음부터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를 나눴어야 했소.]

청풍; [하지만 미적거리는 동안 시간은 가고 당신들이 염려하는 이산굉이 돌아온다면 그럴 기회조차 완전히 없어지지 않겠소?]

형파와 두 노인의 얼굴이 굳어지고

청풍;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 속의 개구리같은 신세인 줄도 모르는 당신들을 소인배가 아니면 뭐라 불러야겠소?]

역천마도; [구구절절이 맞는 말이네.] 한숨

역천마도; [하지만 우리에게도 각자 말 못할 사정과 형편이...!] + 청풍; [그만 합시다!] 손 들어 막고

청풍; [길이 있어도 가지 못하고 기회가 와도 잡지 못하면서 무슨 천하를 다툰다고!] 코웃음

아무도 반론을 하지 못하고

권완; (저이가 좀 덜렁대는 면은 있지만 속은 아주 큰 사람이야.) 흥분

권완; (작은 것에는 소홀하지만 천지의 큰 도리에는 확고한 틀을 가지고 있어.) (잘만 이끌어주면 천하에서 으뜸가는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거야.) 주먹 꼬옥 쥐고.

잠시 침묵이 흐르고. 그때

형파; <내상을 단번에 치료할 수 있는 영약을 지닌 사람 있는가?> 전음으로 역천마도와 이수낭자에게 묻고

역천마도는 고개를 젓고

이수낭자; <제게 있어요!> 고개 끄덕이고

형파; <잘 됐군! 그럼 우리끼리 동맹을 맺도록 하세!>

이수낭자; <동맹?>

형파; <애송이 말 대로 이산굉이 돌아오면 끝장일세. 그렇지 않더라도 이산굉의 졸개 놈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우릴 죽일 수도 있네!>

묵묵히 고개 끄덕이는 이수낭자와 역천마도

형파; <소저는 약을 먹고 내상을 치료하게! 그동안 우리 네 사람이 사력을 다해 지켜주겠네!> <대신 내상을 치료한 후에는 소저가 우릴 지켜주게!>

이수낭자; <소혼곽은요?>

형파; <이산굉의 졸개를 물리친 후에 나눠갖도록 하세!>

이수낭자; <선택의 여지가 없군요. 좋아요!> 소매 속에 손을 넣고

이수낭자; <교주는 어쩌시겠어요?>

고개 끄덕이는 역천마도

이수낭자; <동맹은 이루어졌어요! 신의를 저버려 소인배 소리를 듣는 분이 없기를 바라겠어요!> 소매 속에서 호두알만한 알약을 하나 꺼내고

백영이 흠칫할 때

그대로 약을 꿀꺽 삼키는 이수낭자.

백영; [감히!] 번쩍! 이수낭자를 향해 검을 날리고. 하지만

[멈춰라!] [어딜!] 차창! 역천마도가 앉은 채 칼을 휘둘러 막고. 형파의 동료중 깡마른 노인도 긴 검을 뽑아 휘둘러 백영을 공격한다

파칭! 백영의 검이 두 사람의 공격을 받고 튕겨 올라간다.

비틀하며 물러서는 백영

쿨럭! 컥! 피를 토하는 역천마도와 깡마른 노인. 충격을 받았다.

펑! 그 사이에 이수낭자는 가부좌를 튼 채로 손바닥으로 바닥을 쳐서 뒤로 멀찌감치 물러선다.

휘휙! 스슥! 나머지 네 사람이 비틀거리면서도 일어나 그런 이수낭자의 앞에 일자로 늘어서서 보호한다.

슈욱! 이수낭자는 합장하며 눈을 감고 내상의 치료에 들어가고

백영은 네 사람을 노려보지만 달려들지는 못하고

청풍; [하하하! 이제야 정신들을 차렸구만!] 짝짝! 손뼉을 치며 웃고

청풍; [그럼 이제 우리가 저것들을 가져가도 이의를 제기할 분은 없을 것 같군!] 소혼곽으로 걸어가고. 권완도 경계하며 청풍을 따라가고

<저놈!> <이제 보니 우릴 충동질해서 대치하게 만든 후 보물을 빼돌릴 속셈으로...!> 사람들 모두 분노하고

청풍; [흠! 양이 제법 되는군!] [완매는 작은 것들을 챙겨. 큰 건 내가 들 테니까.] 소혼곽들을 살피며 말하고

형파; [애송이놈! 물건에 손을 대면 우리 모두의 합격을 받게 될 테니 각오해라!] 이를 갈며 외치고

권완도 긴장하며 곤오용봉채를 잡지만.

청풍; [남 걱정말고 영감 몸이나 걱정해!] 소혼곽에 올려진 다른 사람들의 보물을 한쪽으로 모은다. 역천마도의 황금 쟁반 위에 이수낭자의 향로와 서문숙의 두루마리, 형파의 목걸이등, 공손대낭의 쌍검, 공대벽이 남기고 간 삼촌육유등을 올려놓는다.

청풍; [기껏해야 한 두 번 쓸 힘 밖에 안 남았으면서 누굴 막겠다는 거야?] 작은 물건들을 황금 쟁반 위에 모으며 궁시렁 + [오! 이 인형들은 특히 마음에 드는군! 정말 실감나게 잘 만들었어!] 삼촌육유들이 들어있는 유리병을 들어서 보고. 삼촌육유들이 물 속에서 헤엄치면서 청풍을 힐끔거린다. 장난감처럼 보인다

형파; [흐흐흐! 옳도다! 노부등은 내상이 심해 오래 싸우지는 못한다!] 형파가 청풍을 노려보며 웃고

형파; [하지만 이산굉의 충복은 얼마든지 네놈을 공격할 수 있다는 걸 모르느냐?] 백영을 보고

청풍; [어이구! 그런 것까지 알고! 참 똑똑하셔!] 돌아보며 놀리고

형파; [우리가 방해하지 않겠네! 어서 저놈을 막게!] 백영에게 외치고

백영; [!] 징! 몸은 형파등과 마주 한 채 돌아보는 백영의 검이 빛을 발하며 광선검처럼 늘어난다. 하지만

청풍; [공자묘(孔子廟)!] 히죽 웃으며 백영에게 한 마디 던지고. 순간

[!] [!] 눈 부릅 놀라는 백영과 역천마도

청풍; [낄낄! 날 방해하지 않으면 나도 당신 비밀을 지켜줄 테니까 안심해!] 웃으며 역천마도를 보고

부르르! 검을 쥔 백영의 손이 떨리고

백영; (어제 공자묘에 숨어있던 놈이 바로...!) 역천마도를 보고

묵묵히 고개를 약간 끄덕여 보이는 역천마도

백영; (젠장!) 이를 악물고. 징! 손에 들린 검에서 나던 빛이 사라진다.

청풍; [이거 양이 많아서 한꺼번에 옮기기가 만만치 않겠어!] [완매가 좀 도와줘야겠어!]

권완; [알겠어요!] 백영을 경계하며 목에 걸고 있던 은행나무 잎사귀 모양의 법보를 목에서 벗겨 들고

펑! 목걸이가 황금 책으로 변하고

황금 책에 대고 무어라 주문을 외우는 권완. 이어

권완; [포천신망(抱天神網)!] 외치며 황금 책을 소혼관으로 던진다. 순간

화악! 그물로 변해서 소혼곽과 다른 보물들을 덮어씌우는 황금 책

청풍; [훌륭해!] 웃으며 손뼉치고

청풍; [이 정도면 얼마든지 들고 갈 수 있겠어! 역시 서문영감의 수제자다운 솜씨야!] 소혼곽과 보물들을 말아넣은 그물을 당겨보고. 그긍! 상자들이 조금 움직이고

형파; [뭐하는 건가 자네?] [정말 저것들이 보물들을 가져가게 방치할 작정인가?] 백영에게 악을 쓰고

하지만 부르르 떨기만 할 뿐 움직이지 못하는 백영

형파; [오냐! 이산굉이 돌아오면 네놈이 무슨 짓을 했는지 고자질을 해주마!]

움찔하며 청풍 쪽을 보는 백영. 하지만

역천마도; <보내게!> 전음으로 막고

움찔하며 곁눈질로 역천마도를 보는 백영

역천마도; <차라리 잘 되었다! 그렇잖아도 누군가 소혼곽을 다른 곳으로 옮겨주길 바라던 참이었다!>

찡그리는 백영

역천마도; <이산굉의 수중에 있으면 건드리기가 쉽지 않지만 다른 놈이 갖고 있으면 언제든지 빼앗을 수 있을 테니까!>

갈등하는 백영

역천마도; <이 정도 부탁도 못 들어주겠다는 건가?> 노려보고

한숨 쉬며 검을 내리는 백영. 그때

청풍; [그럼 우린 가볼 테니까 재미있게들 놀아봐!] 한손으로 그물을 잡고 한손을 권완에게 내밀고

권완도 안도의 한숨 쉬며 청풍의 손을 잡는다.

청풍; [보물들은 내가 잠시 보관하겠어.] [천동대협의 도무대회는 끝났지만 제천대성의 도무대회는 이제 시작인 거야.]

청풍; [철궁에서 기다릴 테니까 불만 있는 분들은 찾아오라구! 하하하!] 부악! 생사일보를 펼쳐서 날아오른다. 권완과 보물들이 들어있는 커다란 그물도 함께 딸려올라가고

[놈! 못 간다!] [서라!] 형파와 두 노인이 악을 쓰며 박차고 날아올라 청풍을 공격하려 하지만.

차창! 부악! 갑자기 백영과 역천마도가 동시에 칼을 휘둘러 세 노인을 공격한다

[헉!] [네놈들이!] [뭐하는 짓이냐 역천마도?] 기겁하며 몸을 틀어 역천마도와 백영의 공격을 막는 형파와 두 노인.

카캉! 펑! 일대삼의 충돌. 하지만

[컥!] [큭!] 피를 토하며 나뒹구는 것은 형파와 두 노인. 그 앞으로 칼과 검을 들고 다가오는 역천마도와 백영

청풍; [으하하하! 너무 무리들은 하지마!] 웃으면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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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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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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