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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후. 해가 조금 더 돋아 올랐고

공손대낭; [그가... 아니 그분이 용화대탑을 나간 후 이산굉과 형파가 난릉왕을 공격했어요. 사술을 부려 자신들을 속였다면서...!]

공손대낭; [그걸 기점으로 모두 제멋대로 날뛰어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벌어졌어요.]

공손대낭; [결국 네 사람이 죽고 한 사람이 다쳤으며 세 사람은 도망갔어요.] [지금은 여섯이 남아서 보물을 지키고 있어요.]

청풍; [둘은 먼저 떠났고 넷에 하나에 셋, 그리고 여섯?] 손가락 꼽으며 갸웃

공손대낭; [얼마나 무서웠는지 용화사 근처 수십 리 안에 있던 요정과 귀신들조차 모두 다 도망치고 말았어요.] 부르르 떨며

진달개; (제왕! 제왕이 현신했다고?) 안색이 창백해진다.

진달개; (정... 정말로 제왕이 현신했다면 십대수호가문의 사명을 어기고 배신한 고, 진, 황보 세 가문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

이어 진달개의 뇌리로 웅장한 자신의 집이 불타고 있고 그 앞에 늘어선 장대에 수많은 머리들이 꽂혀있는 것이 떠오른다

진달개; (그 대단한 난릉왕조차 순순히 목을 뺀 채 처벌을 기다렸다면 제왕의 징계를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

권완; [공씨성의 그분이 정말로 팔백 년 전 칠년천하를 이룩하셨던 그분이셨나요?] 겁에 질린 진달개를 흘깃 보고

공손대낭; [그야 저도 모르죠.] 고개 젓고

공손대낭; [전 한 번도 그분을 본 적이 없어요. 말씀만 들었답니다.]

진달개; [어.... 어젯밤에 봤다고 했잖아요.] 억지로 용기 내서 묻고

공손대낭; [이 여자는 누구죠?] 뒤늦게 진달개를 의식하고

청풍; [선물로 받은 여자야.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뚱하고

진달개; (선.... 선물!) 얼굴이 무참하게 일그러지고.

공손대낭; [나도 한 때는 날마다 왕후장상들이 바치는 선물들을 헤아려 보곤 했는데...] 진달개의 아래 위를 보며 한숨 쉬고

권완; [제가 집으로 돌아가면 선물 많이 할게요.] [우선 어젯밤 용화사에 나타났던 제왕이란 분에 대해 얘기해줘요.]

공손대낭; [전 어젯밤의 <그분>을 봤을 뿐 팔백년전의 <그분>은 뵙지 못했어요.] [배장군께서 뵙지 않는 게 좋다고 하셨거든요.]

청풍; [하긴 신선이나 요정도 아닌 인간이 팔백년을 넘게 살 수는 없지!]

공손대낭; [같은 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모두들 그분이 제왕이라면서 엎드려 머리를 땅에 붙였어요.] 추운 듯 두 팔로 어깨를 안으며 바르르 떨고

<난릉왕, 이산굉, 마교주, 집마천의 이수낭자, 경신방의 상방주 형파등 전부 다요. 진보까지 엎드리기에 저도 함께 엎드렸답니다.> 용화대탑에서 우뚝 선 공대벽 앞에 모든 사람들이 납작 엎드려 있는 모슴을 떠올린다. 귀도 공대벽의 뒤에 무릎을 꿇고 있고

공손대낭; [사실 진보가 엎드리지 않았어도 제가 먼저 엎드렸을 거예요. 그 분 앞에서는 숨을 쉬기도 어려웠거든요.]

청풍; [그런 힘은 우리 집 꼰대나 큰형도 지녔는데...!] 갸웃

공손대낭; [하여간 그분은 정말 대단했어요.]

공손대낭; [그냥 성큼성큼 걸어가서 난릉왕의 목에 검을 척 갖다 대더니 이내 가소롭다는 듯 웃고는 가버렸어요.]

권완; [아무것도 하지 않고요?] 놀라고

공손대낭; [검을 뽑아서 난릉왕의 목에 갖다 댔다니까요.] 짜증내고

권완; [미안해요 대낭. 전 그 외에 다른 행동이 있었는지를 확인해본 거예요.]

공손대낭; [저야말로 미안해요 아가씨! 요즘 제 성미가 자꾸 거칠어진답니다.] 힐끔 청풍을 보고

청풍; (뭐야 저거? 지 성질 나빠진 게 꼭 나 때문이라는 표정이잖아!) 눈을 부라리는데

진달개; [그... 그 사람은 아마 진짜 제왕은 아닐 거예요!] 말 꺼내고. 모두 돌아보고

진달개; [그가 정말 제왕 본인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갔을 리가 없어요.]

공손대낭; [시간이 좀 지나자 용화대탑에 모였던 사람들도 대부분 그분이 제왕일 리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고개 끄덕

공손대낭; [이유는 방금 공공자의 종년이 말한 것과 같았어요.] 진달개를 보고

진달개; (종... 종년?)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공손대낭; [아가씨는 종년이 아닌가요?] 어리둥절하여 그런 진달개를 보고

공손대낭; [전 종년인 줄 알았는데.... 공공자의 종년 맞죠?] 청풍에게

청풍; [내 종년 맞아!] 끄덕이고.

공손대낭; [종년 맞데요! 아가씨는 공공자의 종년이래요.] 밝은 표정으로 진달개에게 말하고

진달개; [닥.... 닥치지 못해?] 얼굴 새빨개져서 성질 바락 내가고

꼬르르! 그만 울화를 견디지 못하고 나자빠져서 혼절하는 진달개.

공손대낭; [종년한테 종년이랬는데 왜 저러지? 어디가 잘못됐나?] 갸웃

권완; [대낭! 그만하세요.] 한숨

공손대낭; [네!] 입을 다물지만 억울한 표정.

청풍; [대충 하고 이제 그만 결론을 말해! 보물들은 누가 차지했어?]

공손대낭; [아무도 차지하지 못했어요.]

공손대낭; [사람들은 그곳에 나타난 그분이 실은 난릉왕이 보물을 독차지하기 위해 부린 술법일 거라고 생각했고....]

공손대낭; [결국 모든 비난의 화살이 난릉왕에게로 돌려졌어요.]

권완; [그래서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군요.]

공손대낭; [맞아요.]

공손대낭; [그 과정에서 네 사람이 죽고 이산굉이 다쳤으며 세 사람이 도망쳤어요.]

공손대낭; [나머지 여섯 사람은 보물을 지키기 위해 각자 술법을 부려 용화탑을 봉쇄했어요.] [그런 후에 오늘 오시(午時)에 다시 도무(賭武)를 열기로 합의했어요.]

공손대낭; [진보는 오늘 낮에 벌어질 제이차 도무야말로 천하를 다투는 진정한 사슴사냥(逐鹿)이 될 거라고 하더군요.]

청풍; [잠깐! 잠깐!] 말을 막고

청풍; [수행원들까지 합쳐도 어젯밤 그곳에 온 사람은 열두 명밖에 안 되잖아!]

청풍; [헌데 죽은 놈이 넷, 다친 놈이 하나, 도망친 놈이 셋, 지키는 놈이 여섯이고 먼저 자리를 뜬 제왕과 그 종까지 합치면 모두 열여섯 명이야. 숫자가 안 맞아!]

공손대낭; [싸움이 이전투구로 변하니까 다들 협조자를 불렀어요.]

공손대낭; [오직 진보와 저만이 백만 대군 속에 홀홀 단기로 싸우는 것같은 외로운 신세였죠.] 억울한 듯 소매로 눈시울을 누르고

청풍; [가지가지 한다!] 코웃음

권완; [공자!] 째려보고. 찍하는 청풍

공손대낭; [두 분은 밤새 몸이 아주 좋아지셨군요.] 냉소

흠칫 청풍과 권완

공손대낭; [술법과 무공을 가르친 스승이 죽느니 사느니, 아니 흩어져 소멸하느니 마느니 하고 있을 때 두 분은 기연을 만나 몸을 챙기셨던 모양이지요?] 비아냥

청풍; [이 버르장머리 없는 나무 요정이 보자보자하니까!] [요정 따위가 누구한테 가재 눈이야!] 버럭 화를 내며 눈 부라리지만

공손대낭; [윽박질러봐야 소용없어요!] 고개 빳빳하게 들고 코웃음

공손대낭; [진보에게 듣기로 공공자가 극기마환신단을 복용한 상태에서 뜯어먹은 풀이 저의 정(精)이라고 했어요!]

극기마환신단을 복용한 상태에서 겪은 환각을 떠올리는 청풍. 당시 싸우다가 지쳐서 배가 고파 풀을 뜯어먹었고

공손대낭; [즉, 공공자 속에 저의 정이 들어있으므로 이제 공공자는 무슨 수를 써도 저를 소멸시키지는 못한 대요!] 냉소

청풍; [뭐야?]

공손대낭; [공공자가 다른 요정이나 귀신을 없애는 건 식은 죽 먹기겠지만 스스로를 죽일 각오가 없다면 나는 죽일 수 없다는군요.] 냉소하고

청풍; (젠장할! 영감탱이 말이 사실이라면 이 싸가지 없는 요정이 앞으로는 내 앞에서도 제멋대로 굴겠구나.) 손톱을 물어뜯으며 분해하고

청풍; (하지만 두고 보라지! 어떻게든 혼을 내서 까불지 못하게 할 테니까!) 독기 서린 눈으로 공손대낭을 노려보지만.

이제는 공손대낭도 청풍을 두려워하지 않고 코웃음을 친다.

권완; [듣고 보니 정말 잘된 일이에요.] 박수 치며 끼어들고

권완; [사실 저도 공공자가 수천살이나 먹은 대낭에게 막 대하는 게 불편하던 참이었어요.] 웃고

청풍; [가재는 게편이라더니... 같은 여자라고 죽이 아주 척척 맞는구나!] 이를 부득 갈고

권완; [저 사람은 신경 쓰지 말고 우리 끼리 얘기해요.] [이제 제가 어떻게 하면 되나요?] 공손대낭 옆에 앉으며 공손대낭의 손을 다독이고

공손대낭; [진보는 일단 은행나무로 돌아갔어요.] 목에서 은행나무 잎 모양의 목걸이를 푼다

공손대낭; [오시에 다시 용화사로 간다고 하니까 그때 아가씨도 용화사로 오셔서 진보를 도와주세요!] 목걸이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펑! 공손대낭이 손바닥에 올려놓은 은행나무 잎 모양의 목걸이가 황금색의 책으로 변한다

공손대낭; [진보보다는 아가씨가 쓸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면서 법보를 돌려드리라고 하셨어요!] 책을 권완에게 주고

권완; [알겠어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저희도 좀 쉬다가 용화사로 갈게요.]

공손대낭; [이번에는 정말 늦지 않게 와주셔야 해요!] 일어나고

권완; [그렇게 할게요.] 미소 지으며 따라서 일어나고

공손대낭; [용화사에서 뵈어요!] 휘익! 날아서 사라지는 공손대낭

손 흔들어 배웅하는 권완

청풍; [하여간 저 나무 요정은 준 거 없이 밉다니까!] 멀리 하늘로 날아서 사라지는 공손대낭의 뒷모습 보며 궁시렁

권완; [심술 그만 부리고 진소저나 말에 태우세요!]

권완; [오시까지는 시간이 충분하니까 근처 객잔에 가서 좀 쉬도록 해요!]

청풍; [이건 뭐 종년이 아니라 상전이구만! 상전!] 궁시렁대면서도 진달개를 두 팔로 안아들고

청풍의 두 팔에 안긴 채 축 늘어지는 진달개. 하지만 엄청난 글래머다. 옷도 야하고

청풍; (싸가지는 없어도 몸뚱이 하나는 기가 막히군!) (이렇게 쭉쭉 빵빵한 계집은 본 적이 없어!) 진달개를 안고 말로 다가가며 침 꿀꺽

권완; [제법 쓸모가 많은 여자예요. 소중하게 다루세요.] 의미심장

청풍; [옳거니! 요 싸가지를 이용해서 뭔 일을 꾸미려는 생각이구만!] 진달개를 말에 척 걸쳐 놓는다. 엎드린 자세로 말 안장에 얹혀지는 진달개.

청풍; [그게 뭔지 말해줄 수 있을까?] 권완을 돌아보며 묻지만

권완; [지금은 모르는 게 좋아요.] 배시시 웃으며 말 고삐를 잡고 걸어간다

청풍; [자기야잉! 궁금해 죽겠어잉! 말해줘잉!] 앙탈부리며 따라가는 청풍

권완; [안돼요! 비밀이란 건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잘 지켜진다는 말도 몰라요?]

청풍; [치사해애애애!] 멀어지는 두 사람과 말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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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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