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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태호(太湖) 드넓은 호수. 섬도 여기 저기 떠있고.

태호를 떠가는 배 한 척. 배에는 천에 덮이고 밧줄로 꽁꽁 묶인 상자들이 실려있고. 뱃머리에는 청풍과 권완이 서서 다가오는 강변을 보고 있다. 움푹 들어간 포구인데 포구 뒤로는 수많은 건물들이 산을 등지고 서있다. 탑도 있고. 부두가에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권완; [저기가 철궁(鐵宮)이군요.] 머리에는 곤오용봉채를 찌르고 있고 양쪽 허리에는 공손대낭이 쓰던 짧은 쌍검을 차고 있다.

청풍; [협잡꾼들을 길러내는 양성소지!] [당금 천하에서 활동하는 해결사들 중 열에 아홉은 철궁 출신이야!] 허리에 진달개가 쓰던 보검을 차고 있다.

권완; [철궁의 궁주면서도 철궁을 별로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것 같군요.] 웃고

청풍; [자랑스러울 리가 없잖아!] 뚱한 표정

청풍; [나 자신부터 시작해서 철궁의 제자치고 여기가 제대로 된 놈은 단 한 놈도 없어!]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고

청풍; [하나같이 남 등쳐먹을 생각, 사기 칠 생각 밖에 없는 파락호들이라구!]

권완; [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웃고

청풍; [그건 또 무슨 깨는 소리야?]

권완; [철궁의 제자들은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이 철궁 출신임을 밝혀야한다면서요?]

청풍; [아닌 척 하다 걸리면 골로 가긴 하지!]

권완; [바로 그거에요.]

권완; [철궁의 제자들은 최소한 솔직하긴 하잖아요.] [진짜 나쁜 인간은 그러면서 안 그런 척하는 위선자들이에요.]

청풍; [뭐 틀린 말은 아니군!] 웃고

청풍; [하지만 저 악머구리들을 겪어보면 자기도 생각이 좀 바뀌게 될 거야!] 다가오는 부둣가에 도열해있는 철궁의 제자들 보면서

청풍; [하나같이 닳고 닳았으면서 야비하기 이를 데 없는 진상들이거든!]

권완; [아무렴 대장 원숭이인 당신만 하겠어요?]

청풍; [칭찬인지 욕인지 원...!]

그 사이에 배는 부두에 닿고

[궁주님의 개선을 환영합니다!] 일제히 포권하며 외치는 철궁의 제자들. 마치 천둥치는 것 같고

권완; [!] 깜짝 놀라 청풍의 품에 안기고

청풍; [하하하! 놀랐지!] [해결사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자질이 목청 큰 거니까 이해해!] 권완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다독이고

청풍; [어디서든 목청 큰 놈이 유리한 법이거든!] 권완을 안고 배에서 내리고

권완; (말 되네!)

청풍; [그래서 철궁의 입문 과정에는 목청을 키우는 수련도 있어!] 사람들에게 걸어가고. 그때

가진우; [어서 오십시오 궁주님! 오신다는 연락을 받고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한 명의 서른살 가량 된 서생이 앞으로 나서며 포권한다. 철궁의 최고 서열인 일열에 속한 인물이다. 침착한 모사 타입이다.

청풍; [! 나 없는 동안 수고했어 가() 일열!] 끄덕이고

청풍; [이쪽은 제일열(第一列)에 속한 가진우(賈軫憂)!] [제일열 중에서도 서열 일위라 내가 자릴 비우는 동안에는 궁주 대리 역할을 해!] 가진우를 권완에게 소개하고

권완; [잘 부탁드려요.] + (총 십이열(十二列)로 이루어진 철궁의 계급중 으뜸인 제일열, 그 중에서도 서열일위면 평범한 인물이 아니겠어!) 다소곳이 인사하고

가진우; [속하야말로 천하제일재녀를 뵙게 되어 무상의 영광입니다!]

권완; (과연 철궁답네. 벌써 나에 대한 정보를 다 입수한 모양이야!)

청풍; [다른 애들은 차차 소개시켜주기로 하고...!] [저 물건들 내 거처로 가져다놔!] 배에 실린 상자들을 가진우에게 손짓하고

가진우; [예 궁주님!] 포권하고

이어 부하들에게 손짓하고

우르르 배로 달려 들어가 천에 덮이고 밧줄에 꽁꽁 묶인 상자들을 여럿이 들고 내리는 철궁의 제자들. 그 사이에 청풍은 가진우와 함께 걸어가며 대화를 나눈다. 그를 에워싸고 우르르 몰려서 철궁으로 가는 사람들. 하나같이 필사적으로 청풍의 눈에 띠려 노력하고

청풍은 가진우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면서도 눈이 마주친 다른 자들에게는 손을 흔들며 대화를 나눈다. 청풍과 대화를 나눈 자들은 황송해하고. 권완은 청풍과 가진우의 뒤를 따라간다.

권완; (볼수록 대단한 사람이야!)

권완; (이 많은 사람들의 이름은 물론이고 현재 하는 일과 배우는 과정등을 다 기억하고 있어!) (그러면서 칭찬할 건 칭찬하고 혼 낼 건 확실히 혼내서 기율을 잡고 있어!) 누군가에게 눈을 부라리며 뭐라고 하는 청풍. 삭 죽어 굽신거리는 그놈.

권완; (저이가 어린 나이에 철궁의 궁주가 되었던 건 그저 잘 사는 집안 배경 때문이 아니었던 거야!) 누군가에게는 엄지 손가락을 꼽아 보이는 청풍

권완; (하나같이 기승스러워 보이는 자들인데 저이를 보는 눈길에는 진심어린 경의가 서려있어!) 청풍을 우러러 보는 철궁 제자들의 표정

그 사이에 웅장한 건물들이 서있는 철궁에 도착하는 일행

가진우가 청풍에게 포권하며 뭐라 하고

청풍이 고개 끄덕이고

가진우는 물건을 든 수하들을 이끌고 다른 쪽으로 달려간다.

청풍은 철궁 제자들을 이끌고 건물들 사이를 지나 중앙의 큰 건물을 향해서 가고

권완; [철궁에는 일열이 몇 명이나 되죠?] 청풍 옆으로 가서 나란히 걸으며

청풍; [스물 여덟명이지만 거의 다 독립해 나가 버리는 바람에 철궁에 머무르고 있는 건 가진우, 하시룡(何詩龍), 군옥부(軍玉斧)등 세명뿐이야.]

청풍; [사부들은 제자 가르치느라 바쁘고 난 수시로 큰 건 해결하러 출타하기 때문에 사실상 철궁을 유지 관리하는 건 그들 세 사람이지!]

권완; [제일열의 숫자가 생각보다 적군요.]

청풍; [아무나 제일열이 될 수 없기 때문이야.] [다른 열은 몰라도 제일열의 재주는 돈을 아무리 갖다 바쳐도 재능이 모자라면 배울 수 없거든.]

권완; [제일열들은 개개인의 능력이 대단하겠어요!]

청풍; [무공이 시원잖다 뿐이지 제일열에 속한 것들은 일파의 지존이 되고도 남을 인재들이야!]

권완; [그렇겠어요!]

청풍; [철궁에서는 해결사 노릇을 하는데 필요한 재주들만 가르쳐.] [그래서 무공은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해!]

권완; [철궁의 제자들이 명성에 비해 무공은 형편없다는 얘긴 들었어요.]

청풍; [뭐 궁주에게는 전용의 무공이 있긴 해.]

청풍; [무궁팔식(無窮八式), 조화삼초(造化三招), 그리고 절대일검(絶代一劒)이라는 세 가지 무공이 그거야.]

권완; [이름만 보면 대단한 무공 같군요.] 웃고

청풍; [이름만은 그럴듯하지.] [또 실제로 펼치면 아주 화려하고 기가 막히기도 해!]

권완; [문제가 있나요?]

청풍; [허장성세(虛張聲勢)일 뿐이야!] [어수룩한 놈 겁주고 윽박지르는 게 그 무공들의 목적이거든!]

권완; [실전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겠군요!]

청풍; [뭐랄까... 좀 미묘한 데가 있는 무공들이야.]

청풍; [초식으로 보면 거의 완벽한데 내공을 주입할 수가 없더라고.]

권완; [내공을 쓸 수 없는 초식이라구요?]

청풍; [아무리 노력해 봐도 그 초식들을 펼치면서 동시에 내공을 구사할 수는 없어.]

청풍; [대신 내공의 제약이 없으니까 마음껏 화려하게 펼칠 수는 있지.] [경극(京劇)의 배우들처럼 말이야.]

권완; [수수깡같은 무공이군요!]

청풍; [만일 내공을 운용할 수 있으면 완매가 복구한 무공이나 서문영감에게서 배운 무공들보다도 오히려 위력적일 거야.]

권완; [흥미롭군요. 내공을 쓸 수 없는 초식이라니...!] 말하다가 흠칫하며 돌아보고

! 대청 앞에 아무도 없다. 청풍과 권완 자신뿐이다. 대청 앞은 넓은 연병장인데 대청은 높직한 축대 위에 세워져 있고 그 축대 정면에는 계단이 있으며 계단 좌우에는 커다란 돌사자가 한 쌍 서있다

권완; [... 모두 어디 간 거죠?] [방금 전까지 그렇게 요란하게 따라오더니...!] 당황

청풍; [놀랄 거 없어! 날 만나려고 손님이 와 있대!] 연병장을 가로질러 대청을 향해 가며 코웃음

권완; [손님?]

권완; [... 설마 난릉왕이나 이산굉이 벌써...!] 긴장하는데 + 청풍; [그것들은 아니야!] 고개 젓고

청풍; [하지만 제자 놈들 실력으로는 건드리지 못할 정도의 고수이긴 한 모양이야.] 품 속에서 뭔가를 꺼낸다. 돌돌 만 종이다.

청풍; [그래서 다들 모르는 척하고 내버려둔 거지. 내가 돌아와서 그자 손에 죽든지 말든지 상관않고...!] [박정한 놈들 같으니....!] 두 손으로 돌돌 만 동이를 펴는 청풍. 길이 한 뼘 정도 되는 종이로 만든 칼. 아주 얇다. 한 장이 아니고 다섯장이다.

권완; (지도(紙刀종이로 만든 칼)?) 흠칫하는데

청풍; [젠장! 돌아오자마자 쌈박질을 해야 하다니....! 재수 옴붙었어!] 궁시렁거리며 수중의 종이칼을 부채처럼 펼친다. 모두 다섯 장인 걸 보여주고.

권완; [몇 명이 왔대요?] + (저런 암기를 갖고 있었나?)

청풍; [세 명인데도 한 명이라는군.] 권완보다 몇 걸음 앞 서서 계단 쪽으로 가고

권완; [?] 어리둥절하는데

슈욱! 갑자기 세 방향에서 복면을 쓰고 검은 옷을 입은 자객들이 나타나 청풍을 칼로 찔러온다. 한 놈은 계단에서. 두 놈은 계단 좌우에 세워져 있는 사자상에서 그림자처럼 스며나온다. 소리없이 나타났고 아주 빠르다. 은신술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무기는 일본도

권완; [... 조심해요!] ! 외치며 허리에 찬 공손대낭의 짧은 보검중 하나를 잡아뽑는데

! 번쩍! 태연히 걸어가는 청풍을 세 방향에서 일본도로 찔러오는 자객들 아주 빠르다. 하지만

덜컥! 우뚝! 청풍을 찌르기 직전 무언가에 충격을 받는 자객들

털썩! ! 나무토막처럼 떨어지는 자객들.

권완; (어떻게 된 거지?) 놀라는데

청풍; [거지발싸개 같은 자객새끼!] ! 앞쪽에 떨어진 자객을 발로 걷어찬다

붕 날아갔다가 돌사자에 부딪혀 떨어지는 그놈

벌벌 떠는 세 놈 자객.

그자들의 가슴에 어느덧 얇은 종이칼이 하느적 거리며 꽂혀있다.

권완; (언제 종이칼들을 날렸을까? 전혀 발출하는 기척도 없었는데....!) 놀라면서 자객들을 보며 청풍을 따라가고

그 사이에 청풍은 살벌한 표정으로 계단을 올라가고

권완; [기다린다는 손님이 저자들인가요? 당신을 노릴 만한 고수들은 아닌데...!]

청풍; [저 작자의 졸개들이야!] 계단을 올라서 대청 입구 쪽을 향해 턱짓한다. 축대 위쪽은 제법 널찍하다

흠칫하며 앞을 보는 권완

그때 대청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온다. 검붉은 옷을 입은 자로 얼굴에는 저승의 염라대왕같은 가면을 쓰고 있다. 키가 거의 2미터에 달하는 거인인데 손에는 관운장이 사용한 청룡언월도가 들려있다. 그자의 청룡언월도는 길이가 거의 3미터. 손잡이 굵기도 보통 사람 팔뚝만하다. 이 인물은 살수집단 적포동의 판관인 적포판관이다.

권완; (대단한 고수!) 긴장하고. 그때

적포판관; [본관의 수하들을 간단히 제압하다니... 철궁을 다시 봐야겠군.]

청풍; [적포판관(赤袍判官)! 배신한 살수나 쫓을 일이지 여긴 웬일이오?] [우리 철궁에는 살수 나부랭이따윈 없소.] 뚱한 표정으로 말하며

권완; (적포판관!) 놀라고

권완; (소속 살수들을 암행감찰한다는 적포동(赤袍洞)의 최고 고수!) (한번 강호에 출도하면 반드시 피바람을 일으킨다는 적포판관이 어째서 철궁을 찾아온 걸까?)

적포판관; [궁주를 시험한 점 사과드리겠소. 내 수하들을 풀어주시기 바라오.] 포권

청풍; [나한테 무슨 볼일이 있는지나 말하셔.] 냉소

적포판관; [본인은 적포동을 배신한 자 몇 명을 뒤쫓고 있는 중이오.] [그자들의 행적이 궁주와 연관이 있기에 본인이 직접 찾아온 것이오.]

청풍; [젠장할! 기분 엿같네!] 불량하게 옆으로 침을 퉤 밷고

청풍; [이제 좀 쉬나 했더니 살수 나부랭이가 내 집 안방까지 와서 죽치고 있어?] 눈 부라리며 이를 부득 갈고

적포판관; [본관은 살수가 아니오.]

청풍; [개소리!] 버럭

가면 속에서 눈 부릅 적포판관

청풍; [저 세 놈들이 부하라고 당신 입으로 지껄였잖아!] [졸개들이 살수인데 두목이 살수가 아니면 누가 살수야?]

적포판관; [말로 해선 안 될 놈이군.]

청풍; [흐흐흐! 당연히 말로 해선 안되지!] [판관! 당신은 오늘 내 기분을 너무 망쳤어. 혼 좀 나야해!] ! 검을 뽑고

적포판관; [오냐! 싸우길 원한다면 진정한 무()가 무엇인지 보여주마.] ! ! 청룡도를 휘저으며 이를 가는데

청풍이 싸늘한 웃음을 짓고.

적포판관; [!] 눈 부릅 적포판관

적포판관; (뭔지 모르지만 위험하다!) ! 뒤로 물러서고. 순간

청풍; [무궁팔식!] 검을 화려하게 휘두르며 적포판관에게 돌진한다. 경극이나 검무를 추는 것 같은 모습이고

적포판관; [그 따위 허장성세에 속을 줄 아느냐?] 부악! 맹렬한 기세로 청룡도를 그어낸다. 청룡도에서 긴 섬광이 일어나 청풍의 초식과 몸뚱이를 동시에 잘라버린다. 마치 낫으로 풀을 베는 것 같은 일격인데

슈욱! 하지만 그 순간 청풍은 생사일보를 펼쳐서 적포판관의 뒤로 나타나고

적포판관; [쥐새끼가...!] 분노하며 다시 뒤쪽을 향해 청룡도를 휘두르지만

청풍은 냉소하며 우뚝 서서 보고 있다

부악! 그런 청풍을 일도양단해가는 적포판관의 청룡도. 청룡도를 휘두를 때마다 하얀 섬광이 쭉쭉 내뻗힌다. 하지만

냉소하며 보고 있는 청풍.

권완; [!] 놀라 손으로 입을 가리지만. 그 직후

우뚝! 청풍을 공격해가던 적포판관의 몸이 굳어지고

적포판관; [... 언제...!] 굳어진 채 자기 가슴을 본다. 그자의 가슴에 두 자루의 종이칼이 박혀있다.

적포판관; [... 말도 안되는....!] ! 고목처럼 뒤로 벌렁 나자빠지고

꽈다다당! ! 거대한 청룡도도 바닥에 떨어지며 요란한 굉음을 낸다.

권완; (이번에도 종이칼을 발출하는 걸 보지 못했어!) 침 꼴깍

권완; (너무 얇기도 하지만 던지는 동작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야. 어떻게 저게 가능했을까?)

적포판관; [... 사술을 쓰다니....] 쓰러진 채 헉헉

청풍; [사술 같은 소리하네!] [그건 당신이 경멸한 철궁의 암기술 가운데 하나야.] 냉소하며 적포판관에게 다가가고

[!] [!] 하는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권완이 돌아보니 대청 앞 연병장 주변의 건물들마다 수많은 철궁 제자들이 숨어서 보고 있다.

권완과 시선이 부딪히자 급히 숨는 그놈들

권완; (겁장이들!) 피식 웃고

청풍; [배신한 살수들을 잡아 죽이는 판관이라더니 너무 형편없군!] [우리 철궁에서는 석 달만 배워도 당신 정도는 십초 안에 패배시킬 수 있어.] 내려다보며 비웃고

적포판관; [패했으니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진 않겠다. 죽여라!] 눈을 질끈 감고

청풍; [그렇게 말하면 누가 멋지다고 해줄 것 같냐? 꿈 깨!] 발로 적포판관의 옆구리를 툭툭 차고.

치욕에 떠는 적포판관.

청풍; [완매! 졸개들의 가슴에 박힌 지도를 뽑아줘!]

권완; [!] 대답하고

자객들에게 가서 가슴에 박힌 종이칼을 뽑아준다.

권완; (정말 얇아. 그러면서도 상당한 경도를 지니고 있네!) 낭창거리고 매미날개처럼 투명한 종이칼들을 살피며 물러선다.

[으으!] 신음하며 일어나는 자객들

조삼야; [용서하시오 궁주!] 청풍에게 걷어차였던 자객이 쓰고 있던 복면을 벗는다. 머리가 성성한 노인이다. 이름은 조삼야.

조삼야; [감히 하늘을 몰라보고 궁주를 시험한 죄를 저질렀소.] [하지만 우리를 죽일지언정 모욕할 생각은 마시오.] 포권하는데

청풍; [개소리!] 버럭

청풍; [대장부 노릇을 하려면 처음부터 해야지 온갖 더러운 짓은 다한 후에 못 이기니까 대장부 노릇을 하려고 해?] [구더기만도 못한 놈들!] 이를 갈고

분노한 자객들의 눈에서 흉광이 뿜어지는데.

청풍; [모두 튀어 나와!] 돌아보며 고함지르고. 순간

[와아!] [잡아라!] 천둥이 치는 듯한 고함소리가 들리고.

권완과 자객들이 깜짝 놀라는데

지붕 위와 서까래 아래, 그리고 대청 밑과 바위 뒤 나뭇가지 사이, 담장 너머 등등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몸을 솟구친다. 모두 손에 손에 칼과 창 등을 지녔고

파팟! 단번에 자객들의 몸에 사방에서 무기를 들이대어 제압하는 철궁의 제자들. 얼굴들이 하나같이 살벌하고 흉악하다.

권완; (... 대단해!) 감탄하고

권완; (무공들은 형편없을지 모르지만 목청이 엄청난데다가 하나같이 인상이 흉악해!) (수백명이 흉신악살처럼 달려드니 제 아무리 고수라도 오금이 저려서 저항할 엄두도 못 내겠어!)

권완; (철궁이 괜히 해결사들의 성지가 아니었던 거야!)

제자1; [궁주님! 침입자들을 제압했습니다.] [어떻게 처단할지 분부 내려주십시오!] 그 중 한 놈이 칼을 자객의 목에 들이댄 채 축대 위의 청풍에게 외치고

청풍; [밀린 집무를 본 후에 심문하겠다. 그때까지 뇌옥에 쳐박아 두고 잘 지켜라.]

[존명!] 일제히 고함을 지르며 대답하는 철궁의 제자들.

드드드! 대청 일대가 그 고함소리에 진동하고

권완은 자기도 모르게 귀를 막으며 비틀한다.

와아! 묶어라! 뇌옥에 쳐박아 두라는 분부시다! 수백 명이 동시에 고함을 치며 자객과 적포판관에게 달려들어서

오랏줄로 꽁꽁 묶는다. 겁에 질려 꼼작도 못하고 오랏줄에 묶이는 자객들. 이어

와아! 뇌옥에 쳐박아라! 좆도 없는 것들이 철궁을 얕본 대가를 치루게 해라! 자객들과 적포판관을 높이 쳐들고 우르르 달려가는 철궁의 제자들. 적포판관이 쓰던 거대한 청룡도는 한 놈이 어깨에 짊어지고 낑낑 댄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제자들. 청룡도를 짊어진 놈이 비틀거리며 뒤 따라가고

장내에는 귀를 막고 있는 권완과 인상 쓰고 있는 청풍만 남는다.

권완; [아휴!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귀를 막았던 손을 내리고

권완; [당신네 철궁은 항상 이렇게 요란스러워요?]

청풍; [해결사의 첫 번째 철칙은 기선제압이야!] 검을 검집에 꽂으며 내려오고

청풍; [그리고 기선제압에 가장 좋은 수단은 살벌한 분위기 조성이거든!]

권완; [그럴듯하네요.]

청풍; [불청객을 처리했으니 이제 그만 내 거처로 가보자구!] 다른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권완; [그런데 이 종이칼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얇은 종이칼을 들어 보이고

청풍; [본궁 제자들에게 지급되는 호신암기야.] 받아들며 설명

청풍; [정말 위급할 때만 쓰는 건데 아주 얇고 질긴 종이 사이에 원하는 대로 휘어지는 가는 침들이 들어있어.] 종이칼 안에 가는 선 같은 게 몇 개 들어있다.

청풍; [이 침들을 적당히 휘어서 모양을 만든 후 던지면 원하는 방향으로 날아가게 되는 거야.] 손으로 침을 휘어서 종이칼이 부메랑처럼 휘어지게 만들고

권완; [사천당문의 암기 회선표(回旋鏢)와 같은 원리군요.]

청풍; [회선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얇아서 상대방은 이게 날아오는지도 모른다는 장점이 있지!]

청풍; [본궁에는 이것 말고도 몇 가지 비상수단이 더 있는데 그걸 모두 배울 수 있는 건 일렬뿐이야.]

권완; [당신네 철궁은 세상에 알려진 것과는 비교도 안되게 무서운 곳이로군요.]

청풍; [내 생각도 그래!] [사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제일열이 몇 명만 나서도 어지간한 문파 하나쯤은 하룻밤 새에 없앨 수도 있어!]

권완; [무림에서 살아남으려면 무공이 전부가 아니지요.] 끄덕

청풍; [그래서 잔머리가 칠이고 무공은 삼에 불과하다는 말도 생긴 거야!]

권완; [운칠기삼(運七技三)이나 경험이 칠이고 재주는 삼이란 말은 들어봤어도 잔머리가 일곱에 무공은 셋이란 말은 금시초문이군요.]

청풍; [흐흐흐! 당연히 처음 들어봤겠지!] [방금 전에 내가 만들어낸 말이니까!]

권완; [! 엉터리!] 토닥대며 사라지는 두 사람.

건물 뒤에 숨어서 그런 청풍과 권완을 보며 음산하게 웃는 어떤 인물의 그림자. 옷을 잘 차려 입은 서생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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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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