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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아침. 해가 제법 높이 떴다.

패왕이 있는 동굴, 수많은 종유석

종유석 사이에 자리한 수중기가 흘러넘치는 온천에 상체를 드러낸 채 벌거숭이로 앉아서 운기조식 중인 패왕. 합장한 자세인데 몸에서 강렬한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이다.

온천 주위에는 네 마리의 성성이가 긴장한 채 경비를 서고 있고

비지땀을 흘리는 패왕.

패왕; (역시 만년옥액의 효험은 듣던 대로구나!)

패왕; (상처가 간단히 치유외었을 뿐만 아니라 금강불괴지체가 완전해졌다!)

패왕; (이제는 설령 춘추오대신검이라도 본왕의 몸에 흠집 하나 내지 못할 것이다!)

패왕; (흐흐흐! 여기사 나가기만 하면 그동안 본왕을 졸개 취급하던 난릉왕에게 한방 먹여봐야겠다!) 생각하는데

슈욱! 안개 속에서 뱀같은 기운들이 흘러들고

그 기운들이 원숭이들의 코로 흘러들어간다.

움찔하는 원숭이들. 하지만

직후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는 원숭이들

털썩! 쿵! 나무토막처럼 쓰러지는 원숭이들

[!] 운기조식하다가 움찔하는 패왕

패왕; [웬놈이냐?] 눈 부릅뜨며 외치고. 직후

<흐흐흐! 또 만나게 되어서 반갑소 패왕!> 스스스! 누군가 온천 가에 나타난다

쿵! 나타난 자는 바로 황보천유다

패왕; [황보천유! 네놈이...!] 촤아! 분노하여 온천에서 벌떡 일어나는데. 직후

촤아! 갑자기 온천 물에서 뱀같은 기운들이 마구 치솟아 패왕의 몸을 휘감고 올라온다

패왕; [헉!] 내려다 보며 비명 지르지만

슈욱! 패왕의 입과 코로 마구 흘러들어가는 뱀같은 기운

패왕; [네... 네놈... 본왕을 격동시키려고 직접 나타났구나!] 뱀같은 기운에 휘감기고 그 기운들이 입과 코로 마구 흘러들어가는 상태로 신음하고

황보천유; [흐흐흐! 말했던 것 같은데? 강호에서는 꼭 힘 쎈 놈이 왕은 아니라고!] 음험하게 웃으며 작은 종을 쳐들고

황보천유; [당신의 무공이 제 아무리 강해도 본 공자의 식혼낙백(蝕魂落魄)의 술(術)에 걸려든 이상 끝장인 거야!] 딸랑! 딸랑! 종을 흔들고

크아아! 뱀 같은 기운이 입과 코로 흘러들어오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고

황보천유;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죽여주겠다 구석천!] 딸랑! 딸랑! 더 세게 방울을 흔들고. 순간

패왕; [이놈!] 크와! 고함을 지르며 기합을 넣는다. 투쾅! 그런 패왕의 몸에서 엄청난 힘의 폭발이 일어나 주변을 휩쓴다.

[!] 눈 부릅 황보천유

투쾅! 콰드드! 온천 주변의 모든 종유석 박살이 나서 날아가고. 쓰러져 있던 원숭이들의 몸뚱이도 가랑잎처럼 날아간다

펑! 콰쾅! 박살나는 종유석 잔해들이 다른 종유석들과 벽에 부딪혔다가 떨어지고. 원숭이들의 몸뚱이도 나뒹굴고

쿠오오! 돌풍이 갈아앉고

쿵! 드러나는 모습. 패왕이 움푹 파인 구덩이에 알몸으로 우뚝 서있다. 이 구덩이는 원래 온천물이 고여있던 연못이다. 그 연못 주변은 폭탄이 터지기라도 한 듯 모든 종유석이 날아가 버려 빈 공간이 되었다.

슈우! 패왕의 몸에서 맹렬히 치솟는 수증기. 하지만 패왕의 눈에는 초점이 사라져 있고. 직후

패왕; [지.... 지랄...!] 쥐어짜듯 이를 갈며 말하다가

휘청! 흔들리는 패왕의 몸

쿵! 뒤로 자빠지는 패왕의 몸뚱이. 직후

스스스! 다시 나타나는 황보천유

황보천유; [무... 무서운 괴물같으니...!] 겁에 질려 땀을 흘리고

황보천유; [반응이 조금만 늦었어도 콩가루가 될 뻔했다!] [내 술법에 걸려들어 혼백이 제압당한 상태에서도 이런 힘을 발휘할 줄이야!]

황보천유; [위험하긴 했으나 대가는 달콤하구만!] 구덩이로 내려가고

패왕의 거대한 몸뚱이가 누워있고

황보천유; [구석천!] 콱! 발로 패왕의 살찐 배를 밟고

황보천유; [패왕이니 뭐니 하며 뻐기던 네놈을 내 종으로 삼아 부려주마!] [천하를 나 황보천유의 손에 쥐어줄 충성스러운 개로!] 으하하하! 웃고

징! 초점이 없는 패왕의 눈에 미약한 빛이 돌고

패왕; (안돼!)

패왕. (난릉왕도 아니고.... 네놈같은 피라미에게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

<나는 패왕 구석천이다!> 패왕의 배를 밟고 통쾌하게 웃는 황보천유의 모습이 멀어지고

 

#148>

한낮. 공손대낭의 본체인 은행나무. 여전히 둘로 갈라진 모습이고

은행나무 아래의 석실. 서문숙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명상에 잠겨있다.

스륵! 벽의 한 부분이 움직여서 문이 형성되더니

공손대낭이 들어선다

공손대낭; [진보! 오시까지 얼마 안 남았어요.]

서문숙; [그런 것 같구려!] 눈을 뜨고

공손대낭; [용화대탑에 보관된 보물들은 별일 없겠지요?]

서문숙; [노부와 난릉왕, 이산굉, 마교주, 집마천의 마녀, 형파등 여섯 사람의 술법이 총동원되어 보물들을 보호하고 있소.]

서문숙; [제왕께서 다시 현신하시기 전에는 금제를 깨고 보물을 가져갈 수 있는 존재는 없소!]

공손대낭; [난릉왕이라면 어떨까요?]

서문숙; [난릉왕이 물론 천하제일의 술법자이기는 하지만....!] 말하다가 흠칫

공손대낭도 흠칫하며 옆을 본다

언제였는지 석실 안에 높은 벼슬아치 복장을 한 노인이 서서 두 사람을 보고 있다. 실제 인간이 아니고 일종의 저승사자다. 저승을 관장하는 동악대제를 모시는 사자. 가슴의 광배에 <東> 자가 새겨져 있다.

공손대낭; [동... 동악사자(東岳使者)님을 뵙습니다!] 겁에 질려 급히 무릎을 꿇는 공손대낭

서문숙도 일어나 깊이 포권하고

동악사자; [서문숙! 그대가 더 이상 인간들의 일에는 관여하지 말라는 대제(大帝)의 칙령을 거스르고도 무사할 성 싶은가?]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서문숙을 노려보고

서문숙; [이미 몸이 인간을 벗었으니 어찌 대제의 영을 거역하겠소?] 포권하며 한숨 쉬고

서문숙; [그러나 서문숙에게는 세상에서 풀어야 할 일이 아직 남았으니 잠시만 더 말미를 주시오.]

서문숙; [이번 일을 마무리 짓는 대로 동악으로 달려가서 대제께 복명하겠소이다.]

동악사자; [대제께서 이 몸을 보내면서 하신 말씀이 계셨소.] 얼굴이 좀 풀리고

서문숙; [세이경청하겠소이다!]

동악사자; [<서문숙은 그 위인됨이 올곧고 지혜롭지만 지나치게 인연에 집착하는 사람인지라 반드시 그로 인해 크게 놀랄 일을 겪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소.]

공손대낭; [그... 그런...!] 겁에 질려 동악사자와 서문숙을 번갈아 보고. 서문숙은 어두운 얼굴로 묵묵히 듣고

동악사자; [소문만으로 듣다가 직접 만나보니 그대의 도행(道行)이 결코 본 사자보다도 못하지 않음을 알겠소.] [하여 존경하는 마음에서 한 마디 충고하려니와 들어보시겠소?]

서문숙; [말씀해보시오. 경청하리다.]

동악사자; [그대는 한갓 나무에 미련을 두어 목신이 되었고 또 아직도 세상에 미련을 두어 한 덩어리의 망령으로 떠돌려 하고 있소.] 힐끗 공손대낭을 보고. 공손대낭은 겁에 질려 납작 엎드려 있다.

동악사자; [이 두 가지 중 대체 어느 것에 옳은 점이 있는지 말해 보시오.]

서문숙; [인간의 정(精)은 태초에 천지와 함께 창조되었던 것이라 순리로는 어찌할 바 없는 것이오.]

서문숙; [내 비록 나무에 정을 두었다가 목신이 되었지만 크나큰 하늘의 운행으로 볼 때는 그리 잘못된 것이 아니오.]

서문숙; [결국 내가 목신이 된 것 역시 하늘에 다른 뜻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소?] 공손대낭을 보고

감격하는 공손대낭.

찡그리는 동악사자

서문숙; [또, 사람이 죽으면 세상과의 모든 인연이 끊어져야 마땅하지만 죽었음에도 인연이 끊어지지 않았다면 그 또한 하늘의 도리가 아니겠소?]

서문숙; [하늘이 행하는 일에 억지로 되는 것이 어디 하나라도 있겠소이까?]

동악사자; [안타깝구나 서문숙!] [그대는 결국 하늘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구려.] 탄식

동악사자; [그대같이 뛰어난 인물을 하늘이 움켜잡았으니 세상에 큰 일이 한 바탕 벌어지지 않을 도리가 없겠소.]

동악사자; [오악(五嶽)의 대제(大帝)들께서 그대를 중히 여겨 구하고자 하나 결코 구하지 못할 테니 세상일은 역시 하늘이 정한대로 될 수밖에 없는 듯하오.] 돌아서고

공손대낭; [사자님! 세상에 어떤 큰일이 벌어진다는 것인지요?] [진보로 인해 전쟁이라도 일어나는 건가요?]

사자; [더 이상 천기를 누설할 용기가 본 사자에게는 없으니 묻지 마시오.] 슈우! 한줄기 빛으로 변하고

공손대낭; [사자님!] 외치지만

이이 사라지고 없는 동악사자

.공손대낭; [진보!] 울상을 지으며 돌아보고

공손대낭; [동악사자가 저리 경고하는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어요?] 말하는데

서문숙; [하늘의 덫! 하늘의 덫이라...!] 찡그리며 혼자 중얼거리고

그러다가 이산굉의 웃는 얼굴이 떠오르는 서문숙

이어 난릉왕의 공포스러운 모습도 떠오르고

<용화대탑에 보관된 보물들은 별일 없겠지요?> <난릉왕이라면 어떨까요?> 공손대낭이 방금 전에 물었던 것이 떠오르기도 하고

서문숙; [아뿔사!] 순간 눈 부릅뜨며 외치고

공손대낭; [진보!] 깜짝 놀라는데

서문숙; [내가 천하 대란의 싹을 틔웠구나!] 슈욱! 석실의 천장으로 스며들어가며 외치고

공손대낭; [진보!] 외치며 역시 석실의 천장으로 스며들어가고

 

은행나무를 밖에 본 모습. 슈욱! 은행나무에서 빛이 빠져나와 하늘을 가르고

휘익! 이어 은행나무에서 튀어나오는 공손대낭

멀리로 빛으로 변해 날아가는 서문숙의 모습이 보이고

순간 공손대낭의 뇌리에도 이산굉의 웃는 모습과 난릉왕이 보물더미에 손을 대다가 폭발하는 섬광에 휩쌓이는 모습이 떠오르고

<안타깝구나 서문숙! 그대는 결국 하늘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구려.> 동악사자가 하던 말도 떠오르고. 순간

공손대낭; [안... 안돼!] 무언가를 깨닫고 사색이 된다

공손대낭; [안돼요 진보!] 쐐액! 울면서 서문숙의 뒤를 따라 날아간다

 

#149>

해가 중천에 떴다. 정오가 다 되어가고

넓은 강변에 자리한 작은 마을. 멀리 강변 절벽 위에 자리한 용화사의 용화대탑이 보인다. 용화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그 마을의 객잔. 입구에 권완의 말이 묶여서 여물을 먹고 있다,

객잔 후원의 독채.

청풍이 독채의 방 중 하나의 침대에 벌렁 누워서 뭔가 생각하고 있다.

권완; [무슨 생각하세요?] 안으로 들어오는 권완. 새단장을 한 깔끔한 모습

청풍; [경신방의 상방주 형파!]

권완; [형파가 어때서요?] 침대 옆의 의자에 앉고

청풍; [철궁이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형파는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 아니야.] [경신방도 그저 그런 수준의 군소문파중 하나일 뿐이고!]

권완; [헌데 형파가 천하제일대협으로 불리는 이산굉에게도 전혀 밀리지 않은 게 이상하겠죠?] 웃고

청풍; [완매는 내막을 알았구만!] 눈 반짝

권완; [형파가 사용한 권법에 대해 대낭이 설명해준 내용에서 단서를 잡았을 뿐이에요.]

청풍; [역시 완매는 천하제일재녀야!] 엄지손가락 꼽아보이고

청풍; [그래 형파, 그 영감의 진짜 정체가 뭐야?]

권완; [형파가 사용한 권법은 천존삼권(天尊三拳)이 분명해요!]

청풍; [천존삼권!] [전설의 문파 삼불대(三不臺)에 전해진다는 그 천하제일권법?] 놀라 벌떡 일어나고

권완; [형파가 천존삼권을 완전히 다 연마했는지는 의문이에요.] [하지만 그가 천존삼권을 연마한 건 분명해요.]

청풍; [삼불대의 당대 주인은 사왕(四王)도 한 수 양보한다는 삼선(三仙)중 삼불인(三不人)이잖아!]

청풍; [형파가 삼불인의 제자였었나?] [그런 내용은 철궁의 정보망에도 걸려들지 않았는데...!] 갸웃하고

권완; [칠순을 넘긴 나이로 봐서 형파는 삼불인의 제자라기보다는 종일 확률이 높지만...]

권완; [어쨌거나 형파가 삼불대 소속인 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청풍; [천존삼권이 나타났다면 삼불대의 다른 절기들인 지존사장(地尊四掌)과 인존오검(人尊五劒)도 곧 나타나겠군!]

권완; [대낭 말을 분석해보면 이미 어젯밤 용화사에 다 나타났었어요.]

청풍; [형파를 돕기 위해 참전했다는 그의 두 사제?]

권완; [그들이 사용한 장법과 권법이 지존사장과 인존오검인 게 확실해요.] [물론 그들도 형파처럼 두 절기를 모두 연마한 것같진 않더군요.,]

청풍; [삼불대의 삼재신공(三才神功)을 완전히 연마했다면 이산굉도 견디지 못했겠지!] 끄덕이고

청풍; [헌데 무슨 일로 찾아왔어?] [젖가슴만 빵빵한 싸가지를 혼자 놔두면 달아날 수도 있잖아!]

권완; [사실은 그 여자 때문에 찾아왔어요!]

청풍; [젖소가 왜?]

권완; [직접 만나보고 결정하세요!] 한숨 쉬며 나간다

갸웃하며 따라 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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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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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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