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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저녁 무렵.

철궁의 뒤쪽의 산. 폭포가 하나 있고

폭포 아래의 연못에 청풍이 옷을 입은 채로 들어가 앉아있다. 몸에서 열이 나서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청풍; [젠장할! 벌써 한 시진 넘게 찬물 속에 쳐박혀 있는데도 몸의 열기가 다 사라지지 않는군!]

청풍; [이렇게 약성이 지독한 춘약을 뭐가 좋다고들 먹는지 몰라!]

그때 가진우와 하시룡이 폭포 쪽으로 오고.

청풍; [적포동의 잡것들은?]

가진우; [갔습니다.] [누누이 궁주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갔습니다.]

청풍; [변태영감이 내놓은 물건은?]

하시룡; [찾았습니다.]

하시룡; [그자가 말한 장소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청풍; [볼 만한가?]

하시룡; [진본 여부만 확인했을 뿐입니다만...] [십기무제의 무공이 전해지던 말보다 더 대단하겠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흥분

청풍; [앞으로 일열들은 십기무제의 무공까지 배우도록 해!]

[... 궁주님!] 하시룡과 가진우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해진다.

청풍; [다른 놈들은 몰라도 일열들은 무공이 좀 쎄야해!] [명색이 무림의 문파면서 제대로 된 무공 하나 없으니까 오늘같은 일이 벌어지는 거라고!]

가진우; [속하들이 무능하여 궁주님을 번거롭게 해드렸습니다.]

청풍; [일단 비급을 세 부 더 만들어. 진본과 똑같게.] 그만 두라고 손짓하고

청풍; [늦어도 내일 아침까지는 완성시켜. 그 일은 가일열이 책임지고 해.]

가진우; [분부받들겠습니다.] 포권하고

이어 흥분하여 내려간다.

청풍; (좋아하는군!)

청풍; (하긴 누군들 강해지는 게 싫겠어?)

하시룡; [궁주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조심스럽게

청풍; [말해봐!]

하시룡; [독군 영호모청에게 단 하루일지라도 궁주 대리를 하게 하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나 싶습니다.]

청풍; [조심경 때문에?]

하시룡; [조심경은 오직 궁주만이 볼 수 있는 본궁의 보물인 듯한데 어찌 독군 같은 자에게 보이려 하시는지요?]

하시룡; [게다가 제자가 보기에 십기무제의 비급이 비록 대단한 보물이긴 하지만 궁주님께서는 딱히 탐내시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하시룡; [또 천하제일미인 임희 역시 제 생각에는 궁주님과 함께 오신 그 분 소저보다 나을 바가 없을 것으로 사료됩니다만....]

청풍; [완매가 지금 그 소리 들으면 좋아하겠군!]

하시룡; [혹시 제가 짐작하지 못한 뜻이 있으면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청풍; [별 뜻 없어.] 손으로 목 뒤를 씻으며.

청풍; [다만 그 변태영감이 내게서 뭘 얻으려 하고 또 어떤 걸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알아보려고 한 것뿐이야.]

하시룡; [그럼 정말 독군에게 조심경을 보게 하실 것인지요?]

청풍; [젠장! 그럼 하일열은 내가 그런 일에까지 수작을 부리는 호로자식인 줄 알았어?] 화를 내고.

하시룡; [용서하십시오! 제가 죄를 지었습니다!] 포권하고

청풍; [됐어! 사실 독군에게 조심경을 보여주는 건 다른 의도도 좀 있어!]

의아해하면서 기다리는 하시룡

청풍; [사부들은 지금 어디 있지?]

하시룡; [권씨세가의 식솔들이 중독된 배후를 캐기 위해 모두 동분서주하고 계십니다.]

청풍; [거기다가 독군이 조심경을 읽어보고 튄 걸 알면 당분간 본궁에는 돌아올 생각도 못하겠지!] [반드시 잡아서 조심경의 내용이 세상으로 흘러나가지 못하게 하려 할 테니까!] 히죽

하시룡; [그럼 십이사님들을 바쁘게 하시려고 일부러....!] 놀라고

청풍; [영감탱이들은 당분간 궁에 돌아오면 안돼!] [영감들이 자리를 비운 동안 좀 조사할게 있거든!]

하시룡; [조사하실 것이라면....!]

청풍; [하일열이 영감들의 뒷조사를 해봐! 들키지 않게!]

하시룡; [... 십이사님들의 뒷조사를 말입니까?] 기겁하는데

청풍; [내가 이번에 강호에 나갔을 때 황보천유라는 놈을 만났었는데 말이야!]

이어 폭포의 광경을 보여주고. 잠시후

[!] 놀라는 하시룡

청풍; [하일열의 생각을 말해봐!]

퍼뜩 정신을 차리는 하시룡

청풍; [영감들과 사이가 좋은 가일열보다는 하일열이 더 믿을만해서 털어놓은 거야!]

하시룡; (그래서 십기무제의 비급을 필사하는 일을 가일열에게 맡겼군!)

청풍; [난 숨김없이 털어놨으니까 하일열도 솔직하게 말해봐!]

하시룡; [제자를 그렇게 믿어주시니 감읍할 따름입니다!] 포권하고

하시룡; [궁주님이 생각하시는 대로 황보천유, 그자 정도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십이사님들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청풍; [나도 황보잡종이 영감들 중 한 명의 제자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어!]

청풍; [도대체 어떤 영감탱이가 무슨 생각으로 몰래 제자를 기르고 있는 건지 반드시 알아내야만 해!]

청풍; [영감들에 관한 건 전부 확인해!] [특히 출타했을 때 의심스러운 행적은 단 하나라도 빠트리지 말고 조사하도록!]

하시룡; [분부 받들겠습니다!] 포권하고

청풍; [명심해! 이건 본궁의 생사존망이 걸린 일이야!]

긴장하여 침 꿀꺽 삼키는 하시룡

 

#163>

해가 졌다. 철궁의 여기저기 불이 밝혀졌고

자기 거처인 천년관총으로 들어가는 청풍. 헌데

천년관총 내부의 침실에서 소근 소근 말 나누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도 정확하게는 몰라!] [아마 난릉왕도 확실하게 알고 한 이야기는 아닐 거야!]

[소혼곽의 쓰임새를 확인하는 방법은 방금 말한 게 전부야!] [어쨌든 난릉왕이 그렇게 말한 건 확실하지?]

청풍; (완매가 삼촌육유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군!) 문이 열린 침실로 가고

번개; [우린 거짓말 안 해.] [아니 못 한다고!] 상자에서 목만 내밀고 있는 삼촌육유들이 신경질 내고

권완; [물론 나도 알아!] 의자를 놓고 앉아서 미소 짓는다. 상자 위에는 음식 찌꺼기가 남은 접시와 젓가락이 놓여있다. 권완이 삼촌육유에게 밥을 먹인 흔적

권완; [대신 나한테 말한 건 다른 사람한테 절대 말하지 마.] [말했다간 모두 무사하지 못할 줄 알아.] [물론 더 이상의 고기도 없고!] 주먹 들어서 협박하고

[... 알았어!] [... 고기만은 제발!] 겁에 질려 눈치 보는 삼촌육유들

청풍; [뭔 얘기야?] 들어서고

삼촌육유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고

권완; [대장부가 남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세요?] 흘겨보고

청풍; [젠장!]

청풍; [툭하면 대장부 어쩌고...!] 투덜거리며 침대에 벌렁 눕는다.

권완; [삐지지 마세요! 그렇잖아도 당신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어요!] 침대에 앉고

청풍; [삐지긴 누가 삐졌다고....!] [으헉!] 비명 지르고

권완; [왜 그러세요?] 눈을 상큼 뜨고 내려다보는 권완. 헌데 옷이 투명해져서 속살이 그대로 보인다

청풍; [... 아무것도 아니야!] + (제기랄! 춘약의 효과가 아직도 남아있구나!) 고개 돌리며 질끈 눈을 감고

권완; [조심경에 대해서 말해주세요!]

권완; [대체 그게 뭔데 독군이 목숨 대신 그걸 구해달라고 한 거죠?]

청풍; [... 조심경은 철궁을 창건하신 무명(無名)의 기인이 남긴 책이야!] [철궁의 각가지 재주는 다 그 책에서 유래했어!] 눈 질끈 감고

권완; [그렇게 중요한 걸 마음대로 보여줘도 돼요?]

청풍; [상관없어. 보여줘도!]

권완; [어째서죠?]

청풍; [왜냐하면... 그 책에 적혀있는 건 해독이 불가능한 기호들이거든!]

권완; [해독 불가능한 기호라구요?]

청풍; [그래! 일정한 규칙도 없이 마구 휘갈겨놓은 듯한 낙서야.] [두께도 이만큼이나 되는데 뜻도 모르는 기호를 하루 정도 본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권완; [그런데 철궁이 어떻게 그 책으로 만들어졌다는 거죠?]

청풍; [철궁에 가끔 괴짜들이 나오는데 수십년동안 그 책만 들입다 파다보면 가끔 영감 같은 게 떠오른다나봐!]

청풍; [나도 궁주가 된 후로 꾸준히 들여다보고 있긴 하지만 얻은 건 두통뿐이야!]

권완; [하루동안에 베낄 수도 있잖아요.]

청풍; [그 복잡한 걸 하룻만에 똑같이 베낀다고?] 피식

청풍; [의미도 일관성도 없는 기호들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베끼려면 아마 한 달로도 부족할 걸?]

권완; [그렇긴 한데...!]

청풍; [하여간 조심경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아도 돼!] [원본을 들고 튀지 않는 한 유출될 일은 없을 테니까!]

권완; [듣고 보니 그렇군요.] 일어나고

권완; [유난히 힘든 하루였지요? 그만 쉬도록 하세요!] 접시 들고 일어나고

청풍; [어디 가게?] 조금 눈을 뜨며 묻고

권완; [바람 좀 쐬고 올게요.]

청풍; [본궁은 성비(性比) 불균형으로 굶주린 놈들이 많으니까 조심해!]

손 흔들며 나가는 권완의 뒷모습

순간 권완의 뒷모습이 다시 발가벗은 알몸으로 보이고

청풍; (으헉! !) 눈 감고 도리도리하고

그러다가 다시 눈을 떠보니 옷을 입은 권완이 문을 닫아주고 있다.

청풍; [아흐! 이놈의 춘약!]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완전히 사라질려나!]

청풍; [이 상태라면 오늘밤 꿈에 알몸의 예쁜이가 나타날텐데 어쩌지?]

변태같은 표정으로 헤벌레 청풍. 머리 위에 떠오르는 알몸이나 또는 투명한 옷을 입은 권완의 자태가 떠오르고.

청풍; [어쩌긴 뭘 어째? 신나는 거지!] 베개를 부여안고 데굴 데굴 구르면서 좋아 죽으려 하고

청풍; [밤이여 어서 오라! 내 꿈 속으로 들어와줘 예쁜이!] 좋아 죽으려 하고

[저것 봐 저것!] [아주 좋아 죽으려 하네!] [짝짓기를 하는 것보다 엉큼한 상상을 더 좋아하는 걸 보면 변태가 분명해!] 삼촌육유들이 수군거리고

청풍; [이것들이 누구 보고 변태라는 거야?] 벌떡 일어나며 화를 내지만

이슬; [변태가 아니면?] 샐쭉

이슬; [야한 생각하는 동안 아랫도리에서 발딱거리는 건 뭔데?] 얼굴 살짝 붉히며 눈을 흘기고

아래를 내려다보다 띠용하는 청풍

바지가 불룩해졌다.

청풍; [... 이건 내가 건강한 남자라는 증거야!] 급히 베개로 아랫도리를 가리고

[둘러대긴 잘하지!] [용기가 없어서 자기 암컷도 자빠뜨리지 못하는 바보!] 놀리는 삼촌육유들

청풍; [여러분께서는 또 딱밤을 맞고 싶어지신 모양이군요!] 딱밤 때리는 시늉하고

[!] [... 아니야! 절대 싫어!] [딱밤은 노땡큐!] 기겁하는 삼촌육유들

청풍; [짜식들이 말이야!]

청풍; [! 아까 예쁜이하고 무슨 얘기한 거야?]

번개; [그건 말 못하지!]

청풍; [딱밤 맞을래?]

번개; [... 고난과 핍박 속에서 절개는 더욱 빛나는 법!] [딱밤의 위협에도 나 번개의 굳은 결의는 결코 무너지지 않으리!]

청풍; [놀고 있다!] ! 강력한 딱밤을 때리고. 댕댕댕! 워낙 쎄서 앞 뒤로 연달아 흔들리는 번개의 머리통

[으헥!] [번개의 머리통이 종처럼 울리고 있어!] [이번 건 대박이다!] 공포에 질리는 다른 놈들

해롱해롱 대는 번개

청풍; [누가 또 맞을래?]

모두 공포에 질리지만

이슬; [... 모두 마음을 굳게 갖어야만 해!]

이슬; [여기서 우리가 굴복하면 앞으로 쫄쫄 굶어야할 거야!]

[맞다! 우리에게 먹을 걸 주는 건 예쁜 언니다!] [딱밤의 고통 따윈 신선한 고기가 주는 행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폭군은 물러가라! 물러가라!] 데모하는 삼촌육유들

청풍; [얼씨구!]

[흔들리지 흔들리지 않게!] [산자여 따르라!] [닭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새날이 올 때까지...!] 신나게 데모하는 놈들

청풍; [좋아 좋아! 너희들의 결연한 의지를 높이 사서 더는 안 물어보마!]

청풍; [대신 주모자인 너 이슬이 대표로 한 대 맞아라!] 딱밤을 때리려 하고

이슬; [... 엄마야!] 겁에 질려 웅크리고

딱밤 때리려다가 멈칫하는 청풍

눈 질끈 감고 겁에 질려 달달 떠는 이슬의 얼굴이 아주 귀엽다

청풍; (... 요놈, 아니 요년 이렇게 보니 정말 귀엽고 앙증맞네!) 침 꼴깍

[어 뭐야 뭐야?] [분위기 요상한데!] [저 변태, 이제 이슬한테까지 흑심을 품는 거야?] 다른 놈들 수군거리고

퍼뜩 정신 차리는 청풍

이슬도 한쪽 눈 살그머니 떠서 보고

청풍; [에이 그만두자!] 벌떡 일어나고

청풍; [예쁜이가 뭐 나한테 해로운 일 하겠어?] 침대에 벌렁 눕고

청풍; [잠이나 자자. 잠이나 자!] 베개로 얼굴을 덮고

청풍; (에휴! 춘약이 무섭긴 무섭구나. 치마만 둘렀으면, 심지어 삼촌짜리 인공생명체한테까지 마음이 동하다니...!)

잠시후

드르렁! 푸아! 배를 들어내고 큰 댓자로 퍼질러 자는 청풍

얼굴 붉히며 그런 청풍을 훔쳐보는 이슬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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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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