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권완을 따라 독채의 다른 방으로 들어가는 청풍. 헌데

청풍; [엥?] 들어서다가 눈이 띠용

쿵! 응접실인 그 방에 한상 떡 차려져 있다. 완전히 산해진미. 잔치상이다. 그리고 진달개가 앞치마를 두르고 불안한 표정으로 서있다. 여전히 야한 차림에 서양식 앞치마를 둘러서 더욱 야리꾸리한 모습이다. 서양의 메이드같은 분위기. 머리에 메이드처럼 수건도 썼다.

진달개; [어... 어서 오세요 주인님!] 어색하게 인사하는 진달개

청풍; [이... 이게 다 뭐야?] [대낮부터 이렇게 진수성찬을 먹을 일이라도 생긴 거야?] 어리둥절하면서도 자리에 앉고

진달개; [제... 제가 그냥 있는 솜씨를 부려본 것뿐이예요.] 눈치를 보며

청풍; [쟤 왜 저래? 아침나절에 뭐 잘못 먹었어?] 어리둥절하여 권완을 보면서도 젓가락을 집어들고

권완; [잘못 된 건 없어요.] 웃고

권완; [원래 진씨세가 여자들은 음식 솜씨가 좋아요.] [그 얘기를 했더니 솜씨를 부리더군요!]

청풍; [내 팔자에 이렇게 뻑쩍지근한 상을 받아볼 줄은 몰랐군!] 몇 가지 음식을 집어먹어 보더니

진달개; [어... 어떤지요? 입에는 맞으시나요?] 청풍의 눈치를 살핀다.

청풍; [이 부근 십리 안에서 제일 나이 많은 사람이 누군지 알아?] 술잔을 들고

진달개; [나가서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거예요.] 급히 술병을 들어 술잔에 따르고

청풍; [그렇겠군!] [음! 술 따르는 자세도 됐어!]

술 따르다가 움찔하는 진달개

청풍; [하하하! 모름지기 종년은 이래야지! 암! 뻣뻣하면 종년의 본분을 잊어버린 거야!] 웃고

진달개; (나 진달개, 종이 된 지 겨우 반나절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종의 근성이 몸에 배어버렸구나.) 입술 깨물며 술벙을 거두고

술을 마시는 청풍

진달개; (만약에 이렇게 열흘 정도만 지나면 내 몸엔 완연히 종의 행실이 완전히 배어 버리고 말겠다.)

진달개; (정신을 바짝 차려서 이 흉악한 놈의 손아귀에서 한 시가 급하게 빠져나가야만 해!) 다짐하지만

청풍; [안주!] 입을 벌리고

진달개; [예!] 깜짝 놀라며 급히 젓가락으로 안주를 집어들어서

진달개; [여... 여기 있사옵니다!] 청풍의 입에 넣어준다.

청풍; [음! 좋아 좋아!] 우물 우물

진달개; (또....) 입술 깨물며 울상

진달개; (나도 모르게 저 인간의 눈치를 살살 살피게 되었어!)

진달개; (혹시 이러면 싫어하지 않을까? 저러면 흉악한 짓을 하지나 않을까? 하고 전전긍긍하는 게 영락없이 우리 집 종년들이 평소 짓던 태도잖아!)

손으로 입 가리고 웃는 권완

청풍; [이걸로 난 됐어!] 술잔을 탁 놓고

깜짝 놀라는 진달개

진달개; [무...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으신 것이라도....!] 겁에 질려 청풍의 눈치를 살피고

청풍; [그런 게 아니야!] [아까 말한 대로 십리 내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사람한테 이 음식들을 갖다 줘.]

청풍; [난 아직 이렇게 기름진 음식을 즐길 나이도 처지도 못돼!]

진달개; [하... 하지만 주인님 드시라고 만든 음식을 생판 모르는 남에게 준다는 건...!] 말하다가 찔끔

청풍이 노려보고 있다

진달개; [죄... 죄송해요!] 급히 고개를 떨구고

이어 서둘러 밖으로 나간다. 얼굴이 완전히 울상.

잠시후 하인들을 데리고 들어와서 상채로 음식을 내가게 하는 진달개. 하인들 뒤를 따라가면서도 연신 청풍에게 굽신거린다

탁! 진달개가 나가서 문을 닫아준다. 실내에는 어리둥절한 청풍과 웃는 권완만이 남고

 

#150>

청풍과 권완이 있는 마을에서 멀지 않는 곳에 자리한 용화사

휘익! 그 용화사의 칠층탑으로 날아드는 서문숙

공손대낭; [진보!] 머리 뒤에서 공손대낭이 울부짖으며 날아오고

공손대낭의 눈에 서문숙이 용화대탑으로 날아가는 것이 보이고

공손대낭; [안돼요 진보! 그러면 안돼요!] 울부짖으며 따라가지만

서문숙; [난릉왕!] 슈욱! 용화탑으로 뛰어들며 외친다

용화탑의 일층. 보물들이 반투명한 막에 덮여 있고. 그 앞에 난릉왕이 서서 보물에 손을 뻗다가 돌아본다

서문숙; [멈춰라 난릉!] [함정이다!] 슈욱! 용화탑의 벽에서 스며나오며 외치는 서문숙

[!] 눈 부릅 난릉왕. 직후

슈욱! 난릉왕의 모습이 사라지고

번쩍! 엄청난 빛이 서문숙의 앞에서 폭발한다

공손대낭; [진보!] 용화탑으로 날아드는 공손대낭. 직후

번쩍! 용화탑의 모든 창문에서 강렬한 빛이 터져나오더니

콰지지직! 마치 거대한 바위산이 쪼개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칠층탑이 뱀처럼 꿈틀거리며 피어오른 검은 바람에 휩싸이고 천지가 암흑처럼 깜깜해진다.

한줄기 불기둥이 칠층탑을 깨뜨리고 일백여 장을 솟구쳐 오르며 암흑을 깨뜨렸을 때,

공손대낭; [안돼!] 탑과 함께 흩어져 수천 마리의 뱀들인 양 꿈틀거리는 검은 바람 속에서 서문숙의 기운이 사라짐을 느끼고 통곡하며 그 속으로 뛰어들고. 하지만

번쩍! 직후 강렬한 섬광과 함께 팝콘처럼 터져버리는 용화대탑

공손대낭; [진보!] 폭발에 휩쓸리며 날아가는 공손대낭.

콰앙! 위에서 본 모습. 핵폭탄이라도 떨어진 듯이 용화대탑을 중심으로 반경 백여미터의 모든 건물과 나무들이 날아간다.

나뒹구는 공손대낭; 하지만

공손대낭; [진보!] [진보!] 울부짖으며 폭심을 바라본다

 

#151>

다시 용화사 근처 마을의 객잔.

진달개가 하인들을 지휘하여 음식상을 객잔 밖으로 내가고 있고

방안에서 어리둥절하여 앉아있는 청풍과 소매로 입 가리고 웃는 권완. 청풍은 허리에 진달개가 준 보검을 차고 있는 것 주의.

청풍; [완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손으로 닫힌 문을 가리키고

청풍; [앙칼지던 젖소가 갑자기 왜 저렇게 온순해진 거지?]

권완; [당신이 아침 식사 마치고 나간 후 저한테 풀어달라고 간청하더군요.] 웃으며 자리에 앉고

권완; [그래서 제가 당신에게 정말 잘하면 풀어줄지도 모른다고 했더니 자기는 종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게 잘하는 건지 모른다고 하지 않겠어요?]

청풍; [그래서?]

권완; [이렇게 말했죠.] [<당신 시녀가 당신한테 하던 게 기억나면 그걸 흉내 내봐요. 오랫동안 당신을 모신 시녀라면 반드시 그 행동거지에는 잘하는 도리가 다 들어있을 거예요.> 라고요.]

청풍; [완! 설마 젖소에게 술법을 건거야?] 눈이 휘둥그래지고

권완; [맞아요!] [말 중에 섭혼술의 진언(眞言)이 섞여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더군요!] 소매로 입 가리며 웃고

청풍; (이... 이 무서븐 여자!) 침 꼴깍하며 겁에 질린 표정

권완; [걱정 말아요! 당신에게는 어떤 술법도 통하지 않으니까요!] 눈 흘기고

청풍; (그래도 찜찜한데...!)

권완; [이제 진달개는 자신도 모르게 당신의 진짜 종이 되었어요. 그러니까 달아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요!]

청풍; [이거야 원.... 난 누구에게 시중을 받은 경험이 없어서 불편한데...!] 머리 벅벅

권완; [사실 저 여자를 당신 종으로 만든 데는 저 자신을 위해서기도 해요!]

청풍; [완매를 위해서라고?]

권완; [전 음식 만드는 데는 젬병이거든요.] [만일 저하고만 사시면 평생 맛난 음식 먹을 기대는 하지 않으시는 게 좋아요!]

청풍; [그래서 저 젖소를?] 뜨악

권완; [행실이 못 되긴 했어도 요리는 정말 잘하더군요.] [진씨세가의 여자들은 다 요리를 잘한다는 건 정평이 나있거든요.]

권완; [다른 건 몰라도 당신은 평생 진수성찬만 드시게 될 거예요!]

청풍; [진달개를 놔줄 생각이 전혀 없구만!]

권완; [당연히 없죠!]

권완; [제 아비가 서문노야와 아버지에게 지은 죄를 갚으려면 평생 종 노릇을 해도 모자라요!]

청풍; (겪어볼수록 무서운 여자야!) 곁눈질

청풍; (속에 수십 마리의 호랑이와 독사가 함께 들어있는 이 여자를 마누라로 삼는 게 과연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한숨 쉬는데

꽈과광! 갑자기 엄청난 폭음이 들리고 건물 전체가 무너질 듯이 뒤흔들린다.

권완; [꺄악!] 비명 지르며 청풍에게 달려들고

청풍; [헉!] 역시 놀라면서도 달려든 권완을 품에 안는다.

권완; [이.... 이게 무슨 소리죠? 지진이나 천둥은 아닌데...!] 달달 떨고. 드드드! 진동이 이어지고 있다. 순간

[!] 무언가를 깨닫는 청풍

청풍; [일 났다!] 펑! 권완을 안은 채 창문을 박살내며 뛰쳐나가고

건물 밖에도 사람들이 놀라 비명을 지르며 우왕좌왕하고

상을 들고 가던 하인들도 상을 둘러엎고 나자빠졌고. 진달개도 엉덩방아를 찧고 있다.

휘익! 권완을 안은 채 건물 지붕 위로 날아오르는 청풍

쿵! 멀리로 용화사에서 대폭발이 일어나는 모습이 보인다. 용화사 위의 하늘에는 먹장구름이 맹렬히 휘돌고 있는데 그 먹장구름에서 줄기 줄기 벼락이 떨어지고 있다.

권완; [용... 용화사에서 사단이 벌어졌어요!]

청풍의 뇌리로 바닥에 쓰러졌던 공손대낭이 일어나려 하며 울부짖는 모습이 떠오르고

청풍; [젠장할! 영감탱이에게 뭔 일이 생겼어!] 쌔액! 미사일처럼 용화사로 날아간다

놀라 주저앉은 사람들 위로 날아서 지나가는 청풍과 권완

 

#152>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블로그 이미지
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입니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