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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마복산 남쪽 도시 풍도(豊都)> 강을 끼고 자리한 어느 도시. 깊은 밤이라 도시에는 거의 불빛이 없다.

어느 장원에는 불빛이 보인다. 열려있는 정문에 등이 몇 개 걸려 있는데 등에는 <謹弔> <喪中>등의 글이 적혀 있고. 무장한 무사들이 몇 명 긴장한 표정으로 지키고 있다. 정문 처마에는 <唐門 豊都支部>라는 글이 적힌 현판이 걸려있고

<-사천당문 풍도지부> 위 장원 정문 배경으로 나레이션

두두두! 말발굽 소리가 들려 흠칫! 하는 무사들

두두두! 길 저편에서 정문을 향해 맹렬히 달려오는 말 한 마리.

말에 타고 있는 것은 바지를 걸친 날렵한 차림의 여자다. 나이는 20살 정도. 눈꼬리가 올라가 표독한 인상이다. 허리춤에 몇 개의 주머니와 함께 둘둘 만 채찍을 걸고 있다. 이 여자는 독편상아 당비연. 당군성의 딸이다.

<비연(飛燕) 아가씨다!> <부문주님의 장녀 독편상아(毒鞭孀娥) 당비연 아가씨가 부고를 듣고 총단으로부터 달려왔구나.> 급히 길을 비키는 무사들

두두두! 무사들이 비켜서는 사이로 돌진하는 당비연을 태운 말

정문 안쪽은 넓은 마당. 오가던 무사들이 당황하며 보고. 마당 건너편에는 대청이 있고 대청에는 불이 밝혀져 있다.

당비연; [서라!] 대청 앞까지 단번에 달려오며 외치고

콰드드! 말이 급정거하고.

! 급정거하는 말에서 날아올라 대청으로 날아가는 당비연. 대청에서 나오다가 당황하며 피하는 무사들

당비연; [아버지!] 휘익! 대청 안에 내려서며 악을 쓰고

당비연; [돌아가시다니요? 절 놀리시려고 거짓말 하신 거죠?] 악을 쓰며 대청 안으로 달려 들어간다

대청 안에는 상청이 차려져 있다. 제단이 있고 제단 위에 관이 놓여있다. 제단 앞에는 향과 초가 타고 있다. 그 옆에 네 명의 청년들이 무릎 꿇고 있다가 돌아본다. 객점에서 당군성과 함께 있던 청년들이다.

[... 사매!] 일제히 당비연을 보는 청년들. 살벌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당비연

[미안하다! 우리들이 그 자리에 있었으면서도 부문주님을 지켜드리지 못했다.] [용서해라!] 울면서 고개 숙이는 청년들

당비연; [열어요!] 관 앞에 서서 단호하게

[사매!] 당황하는 청년들

[부문주님의 유해는 너무도 무참한데...] [사매는 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말리는 청년들. 하지만

당비연; [빨리 열어요!]

당비연; [장녀인 내가 아버지의 마지막을 보지 않는다면 누가 봐주겠어요?] 이를 갈고

[... 알겠다.] [잠시만 기다려라.] 어쩔 수 없이 관으로 다가가는 청년들. 이어

덜컹! 칼과 비수를 이용해서 관의 뚜껑을 열고. 이어

[개관했다.] [와서 보거라.] 관의 뚜껑을 들고 관 뒤로 물러서는 청년들

굳은 표정으로 관으로 다가가는 당비연

관속에 누워있는 당군성의 무참한 시체. 수의를 걸쳤지만 한쪽 어깨가 가슴 부위까지 뭉개진 게 보인다. 수의로 피가 번져나오기도 하고

당비연; [아버지...] 이를 갈며 관으로 손을 넣고

당비연; [어쩌다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신 건가요?] 당군성의 뺨을 쓰다듬고

당비연; [맹세... 맹세 하겠어요.] 눈물 뚝뚝 흘리고

당비연; [아버지를 이토록 무참하게 만든 자는 소녀의 목숨을 버리고서라도 반드시 잡아죽이겠어요.]

당비영; [으아아아아!] 관 앞에 주저앉아 울부짖는 당비연

[아버지!] 밖에도 들리는 당비연의 울부짖음. 오가던 무사들 침통하게 듣고 있고.

 

#34>

<-금릉> 금릉의 모습.

<-황금전장> 황금전장의 모습

황금전장의 후원. 높은 담장으로 구분된 곳이 있다. 담장엔 월동문이 하나 있고.

월동문 안쪽은 삭막한 공간. 한면의 길이가 100미터쯤인 정사각형의 공간인데 바닥에 돌이 가득 깔려 있을 뿐 나무 한 그루 없고. 그 삭막한 공간 중앙에 강철로 만든 정육면체의 건물이 있다. 한변의 길이는 50미터. 높이는 10미터쯤인 철제 구조물인데 창문도 없고 오직 철문이 하나 달려있을 뿐인 삭막한 구조다. 그 구조물의 유일한 출입구인 철문의 좌우에는 두 명의 중년 무사가 서있다. 번쩍이는 갑옷과 투구를 걸치고 긴 칼을 허리에 찬 그 무사들은 <신선부> 등에 나온 황금전장의 경호무사들인 황금수라들이다. 이 작품에서도 황금수라.

[!] [!] 흠칫! 하는 황금수라들

담장에 난 월동문을 통해 쟁반을 들고 걸어오는 절세미녀. 쟁반에는 천이 덮여있고. 여자는 진상파. 다른 작품의 진상파 캐릭터인데 좀 더 청초하고 가녀려 보인다. 이때 나이 18. 조신한 옷을 입었고 머리에는 비녀를 몇 개 꽂고 있다.

[상파(祥芭)아가씨!] [어서 오십시오.] 인사하는 무사들. 배경으로 나레이션. <-황금전장 경호무사 황금수라(黃金修羅)>

진상파; [수고가 많으세요.] 다가오며 고개 숙이고

[별말씀을...] 황송해하며 급히 철문 쪽으로 돌아서는 황금수라들.

강철 구조물의 출입구인 철문은 두 쪽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좌우의 철문 손잡이 부분에 열쇠구멍이 하나씩 있다.

소매 속에서 각자 하나씩의 열쇠를 꺼내는 황금수라들. 뒤에 서서 기다리는 진상파

철컥! 철컥! 열쇠를 동시에 끼우고 돌리는 황금수라들. 그러자

철컹! 철컹! 철문 안쪽에서도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고

[되었습니다.] [절연철각(絶緣鐵脚)의 기관장치가 해제되었습니다.] 기긱! 철문의 열쇠 구멍에서 열쇠를 뽑아내는 황금수라들.

진상파; [소소는 잘 지내고 있지요?] 황금수라들이 철문을 여는 걸 보며

[!] [며칠 전부터 얌전히 지내고 계십니다.] 대답하며 철문을 열고 좌우로 물러서는 황금수라들. 철문은 반쯤 열려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벌어진다.

진상파; [이각(二刻;30)쯤 후에 나올 거예요.] 철문 안쪽으로 들어간다.

[!] [아가씨 목소리를 확인하고 문을 열어드리겠습니다.] 문을 닫으며 말한다.

철컹! 진상파가 들어간 문을 완전히 닫는 황금수라들

황금수라1; [상파아가씨는 볼 때마다 선녀같구만.] 닫힌 문을 보며 뿅 가고

황금수라2; [흰소리를 한다고 핀잔을 주고 싶지만...] 눈을 흘기고

황금수라2; [나도 그렇게 느끼니 딱히 반박할 수가 없구만.] 웃고

황금수라1; [알고 있는 사람들은 예외없이 몸서리치는 공포의 마녀 소소(素素) 아가씨를 진심으로 위하는 사람은 상파아가씨뿐일 게야.]

황금수라2; [소소아가씨를 두려워하지 않는 유일한 분이기도 하지.]

황금수라1; [헌데 떠도는 풍문처럼 상파아가씨가 정말 장주님의 핏줄일까?]

황금수라2; [거의 확실할 걸세.]

황금수라2; [당신의 핏줄이 아니면 장주님이 상파아가씨에게 황금전장의 전권을 믿고 맡기실 리가 없지 않은가?]

황금수라1; [그렇긴 한데...] [왜 상파아가씨는 벽상파(碧祥芭)가 아니라 진상파(陳祥芭)로 불리시는 걸까?]

황금수라2; [우리같은 아랫것들이야 깊은 내막을 알 수 없고...]

황금수라2; [짐작해보자면 지금의 마님이 장주님의 후처가 되셨을 때 상파 아가씨는 이미 진상파로 불리고 계셨네.]

황금수라2; [생부가 누군지 알려지지 않아서 지금 마님의 원래 성인 진()씨를 쓰게 된 것인데...]

황금수라2; [마님이 장주님의 후처가 되셨지만 이미 진상파로 불리던 따님의 성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을 게야.]

황금수라1; [그래도 장주님이 상파아가씨를 살갑게 대하시는 걸 보면 장주님의 딸인 건 거의 확실하겠지.] 끄덕

황금수라2; [상파아가씨가 따님이라면 장주님으로서도 다행인 일이지.]

황금수라2; [장주님은 어쩐지 자식 복이 없어서 첩을 많이 들이셨으면서도 후사를 보지 못하고 있는데...]

황금수라2; [끝내 아들을 얻지 못하시면 최후의 수단으로 상파아가씨의 배필을 후계자로 세우실 수 있으니 말일세.]

황금수라1; [상파아가씨의 배필이 누가 될지 모르지만 부럽구만.] [잘 하면 천하제일의 부자가 될 수도 있으니까.]

황금수라2; [하지만 우리와는 인연이 없는 이야기야.]

황금소라1; [그렇긴 하지.] 웃고

 

#35>

철문 안쪽. 강철로 만들어진 복도다. 일정 간격으로 천장에 구슬이 박혀 있어서 밝다. 그곳을 걸어가는 진상파. 쟁반을 두 손으로 들고

복도가 끝나는 곳에 아래위로 피아노줄 같은 것 줄들이 촘촘히 늘어져 있다. 일종의 주렴인 그 줄들은 평소에는 팽팽하다가 기관장치가 열리면 느슨해져서 사람이 드나들 수 있다.

진상파; (세상에서 가장 질긴 천잠사(天蠶絲)를 꼬아 만든 주렴...) 다가가며 그 줄들을 보면서 생각하고

진상파; (평소에는 팽팽히 긴장되어 있어서 아무도 저 주렴을 통과하지 못한다.)

진상파; (그러다가 정문의 기관장치가 해제되면 느슨해져서 사람이 드나들 수 있게 된다.) + [나 왔어.] ! 한손으로 줄들을 젖히고

진상파; [들어갈게.] 촤락! 줄들을 헤치며 안으로 들어가고

 

#36>

[어서 와 언니!] 줄 사이로 들어서는 진상파의 귀에 들리는 소리

벽소소; [매번 느끼는 거지만 언니라고 부르는 건 정말 낮 간지러워.] 침대에 야한 잠옷차림으로 누워 있다가 일어나며 요염하게 웃는 벽소소. 나이는 역시 18. 그야말로 절세미녀. 웨이브진 금발의 긴 머리카락이 허리 아래까지 끌리고 순진하면서도 요염한 분위기를 풍기는 미녀다. 폭풍신마가 벽초천의 아내 온유향을 강간해서 태어난 마녀다.

벽소소의 양쪽 발목과 양쪽 손목. 목에 족쇄가 채워져 있고. 족쇄들은 가늘지만 긴 사슬로 침대 모서리에 연결되어 있다.

벽소소; [채 일각도 안되는 간격으로 태어났는데 굳이 언니 동생으로 서열을 정해야만 할까?] ! 벽소소가 누워있는 장소를 보여준다.

아무런 장식도 없는 삭막한 공간. 정사각형의 상당히 넓은 공간인데 전체에 검은색 물이 채워져 있다. 그 물 중앙에 섬 같은 공간이 있다. 역시 강철로 만든 사각형의 섬인데 그 곳에 침대와 옷장, 탁자, 책이 가득 꽂힌 책꽂이등이 놓여있다. 섬을 에워싸고 있는 검은 물은 폭이 10미터쯤이다.

진상파; [그렇긴 하지?] 웃으며 천잠사의 주렴이 쳐진 문 안으로 들어서는 진상파.

주렴이 쳐진 문 앞쪽에는 약간의 돌출부가 있고 폭이 10미터쯤인 검은 물을 사이에 두고 벽소소가 갇혀있는 섬이 있다. 그리고 진상파 앞쪽 물가에는 황금으로 만든 작은 배가 떠있다.

진상파; [날 언니라고 부르는 게 마땅찮으면 그냥 이름으로 불러도 된다.] 그 황금의 배 위에 쟁반을 조심스럽게 얹으면서 말하고

벽소소; [아니야. 앞으로도 언니라고 부를게.] 침대 위에 개구쟁이처럼 턱을 괴고 누워서 진상파를 보고

벽소소; [아버지마저 버린 자식 취급하는 나를 그래도 동기로 대해주는 건 언니뿐이잖아.] 애처로운 표정으로 한숨 쉬고

진상파; [오늘 식사는 네가 좋아하는 음식만으로 준비해왔단다.] ! 그 사이에 진상파는 쟁반이 얹혀진 황금 배를 섬쪽으로 밀어 보내고

벽소소; [언니마저 나를 남남으로 취급하면 외로워서 죽고 말 거야.] 금방이라도 울 듯한 애처로운 표정을 짓고

진상파; [소소 네가 얼마나 외로운지는 잘 알고 있단다.] ! 숙였던 몸을 바로 세우며 한숨을 쉬고.

진상파; [사람 힘으로는 결코 깨트릴 수 없는 만년한철로 지어진 감옥...] 천장을 올려다보며 말하고

진상파; [게다가 닿기만 하면 어떤 생명체든 죽게 만드는 천살독액(天殺毒液)으로 둘러싸인 섬에 갇혀 있잖아.] 말하며 섬을 둘러싼 검은 물을 보고. 그 사이에 황금 배는 검은 물을 가르며 건너편 섬으로 간다. 10미쯤인 검은 물의 1/3쯤 건너간 상태

진상파; [소소 너 외에는 어떤 사람도 이 끔찍한 감옥에서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할 거야.] 한숨을 쉬고

벽소소; [그렇지?] [소소 정말 불쌍하지?] 울먹이지만

진상파; [물론 불쌍하게 여기고 있단다.] [하지만...]

진상파; [내 동정심을 유발하여 여길 탈출할 기회를 잡으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 게 좋단다.] 웃고. 그러자

벽소소; [!] 표정이 일변하여 발딱 일어나 앉는다. 순진한 소녀에서 표독하고 음란한 마녀처럼 변하고

벽소소; [언니 정말 미워!] [순하고 착해 보이는 그 얼굴 속에 구렁이를 열 마리쯤 기르고 있는 것 같아.] 눈을 흘기고

진상파; [미워해도 어쩔 수 없단다.] 한숨

진상파; [너를 세상으로 내보내면 안된다는 장주님의 결단에는 나 역시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으니까.]

벽소소; [내가 뭘 잘못 했는데?] 이를 바득 갈고

벽소소; [사람들의 생기를 쉽게 빨아먹는 재주는 내가 원해서 생긴 게 아니야!] [태어나보니 다른 사람, 아니 생명이 있는 것들의 생기를 숨 쉬는 것처럼 쉽게 흡수할 수 있었을 뿐이라구!] 억울한 표정으로 울먹이며 항변하고

벽소소; [그런데... 내 잘못 아닌 데도 지옥같은 여기에 가둬두는 건 너무 가혹해!] [불공평하다구!] 눈물 뚝뚝 흘리며 악을 쓰고

벽소소; [아버지는 내 단전을 깨트려서 내공을 쌓을 수 없게 만들었어.] 아랫배를 만지며 이를 갈고

벽소소; [그것도 모자라 전신의 심맥을 끊을 수 있을 만큼 끊어놓고 손발과 목에 족쇄까지 채웠어.] 목에 채워진 족쇄를 움켜쥐고. 철커덩! 그러자 족쇄에 연결된 가는 쇠사슬이 흔들리며 금속성을 내고

벽소소; [이런 취급을 할 거면 왜 날 살려두는 거야?] 눈물 흘리며 이를 갈고

벽소소; [차라리 날 죽여 버리면 아무 근심걱정도 없을 거 아니야?] 악을 쓰고

진상파; [그게 부모의 마음인 걸 어쩌겠니?] 한숨

벽소소; [부모의 마음?] 노려보고

진상파; [아무리 저주스러워도 장주님께 너는 딸인 거야.] [그래서 차마 네게 살수를 쓰실 수는 없고...]

진상파; [이곳 절연철각에 가둬두는 게 장주님으로서는 최선의 해결책인 거란다.]

벽소소; [그게 부모의 마음이라면 난 받길 원치 않아!] 악을 쓰고

벽소소; [여기는 지옥이나 다름없어!] [나란 년은 살아서 미리 지옥을 경험하고 있는 거라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악을 쓰고

진상파; [소소야! 제발 진정하거라.] 달래지만

벽소소; [이젠 됐어!] 머리를 쥐어뜯던 손을 내리고. 산발한 머리카락 사이로 독기 서린 눈빛이 토해지고

벽소소; [이런 생지옥에서는 더 이상은 살 수 없어!] 혀를 내밀어 이빨 사이에 끼우고

진상파; [무슨 짓이냐?] 기겁할 때

벽소소; [잘 있어 언니! 이번 생에서 진 신세는 다음 생에서 꼭 갚을게.] 처연하게 웃더니

! 그대로 혀를 물어버린다.

진상파; [안돼!] 비명

! 끊어진 혀가 침대에 떨어지고

벽소소; [끄윽!] 눈을 까뒤집으려 쓰러진다. 입은 피로 물들었고

진상파; [소소야!] ! 날아오르고. 하지만 검은 물은 폭이 15미터쯤 되어 한번에 날아건너지 못한다. 다만

그 사이 검은 물의 중간쯤에 이른 황금 배 크로즈 업.

! 그 배에 얹혀진 쟁반을 밟고 다시 치솟는 진상파

첨벙! 그 바람에 쟁반에 얹혀져 있던 음식 그릇들이 기울어져 검은 물에 빠지고

푸시시! 그 즉시 음식들은 연기를 내며 녹아버린다.

진상파; [소소야!] 휘익! 드디어 섬에 내려서는 벽소소

벽소소는 침대 위에 쓰러져 있다. 입으로 대량의 피를 토하면서

진상파; [안돼 소소야! 죽으면 안돼!] 울부짖으며 침대로 올라가 벽소소를 끌어안고.

진상파; [장주님도 네가 죽길 바라진 않으신다는 걸 왜 모르니?] 벽소소를 품에 안고 주저앉아서 오열하는데

! 갑자기 진상파의 손목을 잡는 벽소소의 손. 이어

벽소소; [잡았네.] 눈 뜨며 배시시 웃고

진상파; [...!] 기겁하며 벽소소를 떨쳐버리려 하지만

벽소소; [늦었어!] ! 그대로 진상파의 엄지 손가락을 입으로 빨고. 순간

빠지직! 벼락에 맞은 모습이 되는 진상파.

진상파; [아아악!] 벼락에 맞은 모습으로 비명 지르고.

화악! 무언가 진상파의 몸에서 빠져나와 벽소소의 입으로 흡수되는 모습.

진상파; [... 교활한 아이...] 눈을 뒤집으며 기절하려 하고

털썩! 침대에 쓰러지는 진상파. 그러자

벽소소; [아이 잘 먹었다.] 물고 있던 진상파의 엄지를 뱉고

벽소소; [이제 좀 살 것같아.] 입을 닦으며 사악하게 웃는데. 지지지! 그런 그년의 몸이 벼락에 휘감겨 있다

벽소소; [아버지가 얼마나 영약을 많이 처먹였는지 내공이 거의 이갑자 수준이었어.] 힘없이 쓰러져 있는 진상파를 보고

벽소소; [물론 이갑자 공력을 흡수했어도 내 걸로 만들 수 있는 건 채 일할도 안되지만 말이야.] 자기 목에 채워진 족쇄를 잡고

벽소소; [흡정마녀(吸精魔女)니 뭐니 해도 효율이 너무 나빠.] 콰직! 족쇄를 거칠게 잡아 뜯는다.

벽소소; [다른 인간들 눈치 보지 않고 세상을 활보하려면 도대체 몇 명의 인간을 잡아먹어야할지 모르겠어.] 그걸 집어던지고

벽소소; [뭐 아쉬운 대로 족쇄를 끊어버릴 수 있는 정도의 내공은 생겼네.] ! ! 손발을 묶고 있는 족쇄들을 잡아 뜯고

벽소소; [하긴 절연철각을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의 내공이면 충분해.] [세상에 나가면 잡아먹을 인간들은 널리고도 널렸으니까.] 사악하게 웃으며 혀로 입술을 핥고. 그러다가

벽소소; [헌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야.] 갸웃하며 진상파를 보고

벽소소; [다른 인간들은 내게 몸의 일부를 물리면 생기가 몽땅 빨려서 목내이가 되어버리는데...] 진상파의 뺨을 쓰다듬고.

움찔! 정신을 차리는 진상파

벽소소; [언니는 내공만 흡수할 수 있을 뿐 생기까진 빨아먹을 수가 없었어.] [왜 그럴까? 자매지간이라 그런 걸까?] 갸웃

벽소소; [아니야. 자매지간인 게 원인은 아니야.] 고개 젓고

벽소소; [다섯 살 때인가 언니의 엄마... 진삼낭이 날 목욕시키다가 방심할 때 손가락을 빤 적이 있었는데...]

벽소소; [진삼낭도 내공이 빨리긴 했어도 죽지는 않았어.]

벽소소; [그걸 보면 언니 모녀는 특수한 체질이거나 내 흡정술에 견디는 어떤 비결을 지니고 있는 게 분명해.]

진상파; [... 소소야!] 헐떡이고

진상파; [... 넌 분명 혀를 물어 잘랐는데 어떻게...] 불신

벽소소; [이건 언니는 물론이고 아버지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인데...] 사악하게 웃고

벽소소; [난 다른 생명체의 생기를 빨아먹을 수 있는 재주 외에도 경이적인 회복력을 지니고 있어.] 혀를 내밀어 보이고. 혀가 완전히 원래 모습이 되어 있다.

진상파; (... 잘렸던 혀가 원상복구되었다!) 경악

벽소소; [아마 난 심장이 뽑히거나 목이 잘리지 않는 한 금방 되살아날 거야.]

진상파; [... 어떻게 그런 능력을...]

벽소소; [흡정술과 경이적인 신체 회복력!] [이 두 가지만 있어도 천하무적이 될 수 있지 않겠어?] 웃고

진상파; [그러면 안된다 소소야!] 울며 애원하고

진상파; [넌 여길 나가면 안된다. 장주님은 탈출한 너를 정말로 죽이실지도 몰라.]

벽소소; [그 양반의 냉정한 성품으로 미루어보자면 일리가 있어.] ! 말하며 진상파의 옷을 벗기기 시작하고

진상파; [!] 기겁. 하지만 몸에 힘이 안 들어가고

벽소소; [하지만 상관없어. 절대 아버지 손에 걸리지 않을 테니까.] 진상파의 옷을 벗기고

진상파; [... 무슨 짓을 하려고...] 수치심

벽소소; [옷 좀 빌릴게.] [소동 일으키지 않고 여길 빠져나가려면 언니로 위장하는 게 최선이니까.] 치마도 벗기고

진상파; [... 그런...]

벽소소; [우리는 자매지간이니까 조금만 역용을 해도 알아보는 인간이 없을 거야.] 진상파의 치마를 완전히 벗기고

진상파; [제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포기해라. 넌 결코 아버지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한단다.]

벽소소; [내 걱정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당장 언니가 큰일 났으니...] ! 진상파의 머리를 장식하고 있던 비녀를 뽑고. 비녀 끝은 날카롭다

진상파; [... 너 설마...] 불길한 예감에 전율하고

벽소소; [사실 내가 정말 두려워하는 건 아버지가 아니라 언니야.] 날카로운 비녀를 쳐들어 그 끝으로 진상파의 아랫배를 겨누고

벽소소; [아버지는 매정한 척 해도 절대 날 못 죽인다는 확신이 있는데 언니는 아니야.] 스윽! 비녀 끝을 진상파의 아랫배에 겨누고

벽소소; [아마 언니는 무고한 희생자가 생기는 걸 막기 위해서라면 망설이지 않고 내게 살수를 쓸 거야.] [그래서 난 아버지보다 언니를 더 무서워해왔어.] ! 그 비녀로 진상파의 아랫배를 더듬고

진상파; [제발... 제발 이러지 말거라 소소야.] 애원하지만

벽소소; [걱정마. 하나뿐인 동기인 언니를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사악하게 웃으며 비녀를 진상파의 아랫배에서 떼고

벽소소; [대신 날 추격하지 못하게 단전은 파괴해야겠어.] [이해해줘!] ! 떼었던 비녀를 강하게 진상파의 아랫배에 찌른다

[!] 입 딱 벌리며 비명도 못 지르는 진상파

 

#37>

절연철각을 외부에서 본 모습. 여전히 황금수라 둘이 입구를 지키고 있고

황금수라1; [평소보다 지체되는군.] 흘깃 철문을 보고

황금소라2; [상파아가씨가 들어가신후 이각 이상이 지난 것 같긴 한데...] 역시 철문을 보고. 바로 그때

<끝났어요!> 철문 안쪽에서 들리는 음성

<호랑이도 제말 하면 온다더니...> <때맞춰 나오시는군.> 급히 열쇠를 철문의 열쇠구멍에 끼우는 황금수라들

철컹! 그긍! 문을 여는 황금수라들. 문 안쪽에 여자가 서있는데 고개를 좀 숙이고 있다. 물론 진상파가 아니라 벽소소인데 자매지간이라 얼굴이 비슷하다. 옷도 진상파의 옷을 뺏어 입었고. 그래서 얼핏 봐선 얼굴이 잘 구분이 안된다.

벽소소; [얘기가 좀 길어졌어요. 기가리게 해서 미안해요.] ! 말하며 황금수라들 사이를 지나가고

[별 말씀을...] [수고하셨습니다.] 다시 철문을 닫으며 대꾸하고

황금수라들을 등지고 종종 걸음으로 월동문을 향해 가는 벽소소

황금수라1; [...] 철컹! 철문을 완전히 닫으면서 그런 벽소소의 뒷모습을 보는 황금수라1

황금수라2; [?] 역시 철문을 닫으며 묻고

황금수라1; [아니 아무것도 아닐세.] 고개 젓고. 그러면서도

황금수라1; (이 위화감...) 월동문을 막 나가는 벽소소의 뒷모습을 보고

<항상 조신하던 상파 아가씨였는데... 지금은 마치 구름을 밟는 것처럼 발걸음이 경쾌하다.> 월동문을 나가는 벽소소의 뒷모습을 배경으로 황금수라1의 생각

황금수라1; (경쾌하다 못해 경망하게 느껴지는 발걸음... 기분 탓일까?) 찡그리고. 그때

! 월동문을 나와 급히 담벽에 등을 붙이는 벽소소

벽소소; (드디어...) 극도로 흥분하고

벽소소; (드디어 생지옥 절연철각을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좋아 죽으려 하며 두 주먹 불끈 진상파쥐고

벽소소; (두고 보셔요 아버지!) ! 담벽에서 등을 떼며 사악하게 웃고

벽소소; (철이 든 이래 날 생지옥에 가둬두셨던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되실 테니...) 사악하게 웃으며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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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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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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