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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십구년후(十九年後)> 괭! 괭! 어둑한 관도. 징소리가 들리는데

횃불과 등을 들고 걸어오는 일단의 무리가 있다. 몇 명의 무사들이 등불과 횃불을 들고 앞장서고. 무사들 중 한명은 징을 치고 있다. 그 뒤를 상인들로 보이는 남녀들 십여명이 겁에 질려 따라온다. 여자들 중에는 배가 남산만한 임산부도 한명 있다. 남편인 듯한 여자와 나이 든 여자가 임산부를 양쪽에서 부축하고 있고. 맨 뒤에도 두 명의 무사가 따라온다.

무사1; [진보표국(珍寶鏢局)! 진보표국!] 괭! 괭! 징을 치며 걸어가고. 겁을 먹은 표정이고

무사1; [진보표국의 표행(鏢行)이오!] [녹림의 형제들에게 화친을 청하겠소!] 괭! 괭! 징을 치며 외치고

여자1; [정말... 정말 아무 일 없을까요?] 무사들 바로 뒤를 따라가는 여자가 겁에 질려 옆에 가는 남자에게 말하고. 방물장수 분위기의 여자. 이하의 대화를 배경으로고 괭! 괭! 하며 징소리가 들린다.

남자1; [걱정 마시오.] [아직 초저녁이고 강북에서도 이름난 표국인 진보표국의 표사들이 지켜주고 있지 않소?] 봇짐장사 분위기의 사내가 말하고. 억지로 웃지만 역시 겁에 질린 표정

남자1; [녹림의 산대왕(山大王;산적)들도 이름난 표국의 표행은 건드리지 않는 게 불문율이오.] [표국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혹독한 대가를 치루기 때문이오.]

남자1; [별탈없이 아주 어두워지기 전에 다음 마을에 도착할 수 있을 거요.]

여자1; [저... 저도 녹림의 산적들이 어지간해서는 표국의 행렬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어요.] 여전히 겁에 질린 표정

여자1; [하지만... 인간이 아닌 것들은 표국이건 뭐건 안중에도 없을 거 아니에요?] 겁에 질려 속삭이고

<인간이 아닌 것!> 주변 사람들의 얼굴도 겁에 질리고.

무사2; [어허!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앞서 가던 무사들 중 나이 든 중년무사가 돌아보며 눈을 흘긴다. 이 무사2가 무사들의 우두머리. 손에 횃불을 하나 들고 있다

무사2; [요즘 세상에 귀신이나 요괴같은 게 있을 리 없잖소.?] [괜히 말 지어내기 좋아하는 것들이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오.]

남자1; [하... 하지만 나도 얼마 전 가까운 지인에게 들은 게 있소.]

남자1; [몇몇이 함께 밤길을 가다가 이매망량인지 귀신인지를 만나 죽고 다친 인간이 나왔다고 하오.]

남자2; [언제부터인가 세상에 요괴들이 출몰하는 빈도가 높아졌다고 하던데...] 다른 자도 끼어들고. 사람들 겁에 질려 끄덕이고

무사2; [그만! 그만하시오!] 소리쳐서 사람들의 말을 막고

무사2; [난 지금까지 숱하게 밤길을 다녔지만 산적과 들짐승들 외에는 만나본 적이 없소!] 사람들을 윽박지르고

무사2; [정 겁이 나면 좀 더 빨리 걸으시오.] [앞으로 십리쯤만 더 가면 객잔이 있는 마을이 있소.] 다시 앞을 보고 걸어가며 퉁명하게 말하고

여자1; [이게 다 저 여자 때문이라구요.] 대열 중간쯤에 걸어오는 임산부를 흘겨보며 남자1에게 말하고

여자1; [갑자기 산통(産痛)이 느껴졌다고 반 시진 가까이 쉬는 바람에 날이 어두워졌잖아요.] 유원망하고

남자1; [산달 앞둔 임산부가 몸에 이상이 있다는 데 어쩌겠소?] [그렇다고 길가에 남겨두고 올 수도 없었고...]

여자1; [그렇긴 하지만...]

남자1; [표두 말대로라면 십리쯤 앞쪽에 마을이 있을 테니 힘을 냅시다.] 은근 슬쩍 여자의 어깨를 다독이고.

괭! 괭! [진보표국! 진보표국!] 괭! 괭! 그 사이에도 앞장 선 무사1이 징을 치며 걸어가고

무사2; (쓸데없는 소리라고 윽박지르긴 했지만...) 앞서 가는 무사1의 뒷모습 보며 긴장한 표정이 되고

무사2; (몇 년 전부터 이매망량이나 귀신을 보았다는 목격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내가 막 표국에 들어왔을 때는 가뭄에 콩 나듯 하는 게 귀신 소동이었는데...)

무사2; (마치 귀문(鬼門)이 갑자기 열려서 저승의 귀신과 요괴들이 세상으로 뛰쳐나온 것같은 분위기다.)

무사2; (실제로 우리 표국의 표사들 중에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에게 당한 희생자도 여럿 있고...)

무사2; (그나마 귀신이나 요괴들은 밤중에만 활동을 해서 낮에만 다니면 안전했었다.)

무사2; (그랬는데 일행에 끼어있는 임산부 때문에 밤길을 가게 되었다.)

무사2; (아무쪼록 다음 마을까지 아무 일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생각하는데

무사1; [진보...] 쾡! 징을 치다가 흠칫! 하며 앞을 보고

무사2; [왜 경고를 멈추는 거냐?] 눈 부라리며 무사1에게 다가가고

무사1; [누가... 앞에 누가 있습니다요.] 겁에 질려 징을 치던 북채로 앞을 가리키고

사람들 모두 놀라고 긴장해서 앞을 보는데

과연 길 중앙에 어떤 여자가 등을 보인 채 쭈그려 앉아있다. 무언가를 먹는 자세

무사2; (여자?) 긴장하며 앞으로 조심스럽게 나간다. 무사1이 따라가고. 다른 사람들은 걷는 속도를 줄이며 보고 있고

무사2; [부인! 여기서 뭐하는 거요?] 횃불을 높이 들어서 여자를 비추며 다가가고

우걱! 우걱! 여자는 등을 보인 채 앉아서 여전히 뭔가를 먹고 있고

무사2; [이 늦은 밤중에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요?] [지나가야 하니 길을 비켜주시오.] 허리에 찬 칼 손잡이에 손을 대면서 횃불을 높이 들고

<길을 비켜달라고?> 여자가 먹는 걸 중단하며 말하고

<그럼 대신 뭘 줄 건데?> 웃으며 돌아보는 여자. 피로 물든 입이 귀까지 쭉 찢어진 여자 귀신이다. 눈이 전체가 새카맣고. 그리고

쿵! 여자가 먹고 있었던 건 사람 시체다. 목이 깔끔하게 잘린 남자 시체가 누워있고. 여자는 그 남자의 배를 갈라서 간을 먹고 있던 중이다.

무사2; [헉!] 창! 기겁하며 칼을 뽑고

무사1; [나... 나왔다!] 비명 지르며 물러서고

[헉!] [꺄악!] [귀... 귀신...] 뒤쪽의 사람들과 무사들 비명 지르고

여자귀신; <네 간을 내놓겠느냐?> 화악! 날카로운 손톱이 돋아난 피 묻은 양손을 쳐들고 무사2를 덮쳐온다

무사2; [무... 물러가라!] 쩍! 비명 지르며 칼을 휘둘러 여자귀신을 베며 물러서고. 하지만

슈욱! 무사2의 칼을 여자귀신의 몸을 안개인 듯이 통과해버리고. 반면

서걱! 여자귀신의 긴 손톱은 무사2의 목을 깊이 베고 지나간다.

무사2; [크악!] 목이 옆으로 갈라져 피를 뿜어내며 비명 지르고. 죽진 않았다.

비틀거리는 무사2를 지나쳐 사람들을 덮쳐오는 여자귀신

[장표두님!] [으아아!] [히익!] 무사들은 달아나거나 횃불을 휘두르거나 칼을 휘둘러 여자귀신을 공격하거나 한다. 하지만

화악! 스악! 횃불도 칼도 여자귀신의 몸을 스쳐지나가고. 반면

[컥!] [크악!] 서걱! 쩍! 여자귀신이 휘두르는 손톱에 몸이 갈라져 피를 뿌리는 무사들. 중상은 입지만 역시 죽은 자는 없다

[히익!] [안... 안돼!] [엄마야!]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무사들의 모습 배경으로 비명 지르며 달아나는 사람들.

[!] 사람들을 추격하다가 눈 번뜩이는 여자귀신

남편에게 부축된 채 겁에 질려 어쩔 줄 몰라하는 임산부

임산부의 불룩한 아랫배

여자귀신; [싱싱하고 맛있는 걸 갖고 있구나!] 화악! 입맛 다시며 임산부를 덮쳐가고

[악!] [히익!] 임산부와 남편 기겁

여자귀신; [잘 먹겠어요!] 쩍! 임산부의 배를 손톱으로 베어가는 여자귀신의 날카로운 손톱.

절체절명. 사색이 되는 부부. 바로 그때

퍽! 갑자기 옆에 나타나 발길질로 여자귀신의 옆구리는 강하게 걷어차는 청풍. 죽립을 썼고 망토를 둘렀다. 망토 안에는 검을 차고 있고

[캥!] 콰당탕! 옆으로 나뒹굴며 여우 울음소리를 내는 여자귀신.

달아나던 사람들 깜짝 놀라 돌아보고. 임산부와 남편도 놀라 보는데

청풍; [캥?] 웃고

여자귀신; <어... 어떻게 인간이 내 몸에 손을 댈 수가...> 나뒹굴었다가 일어나려는 여자귀신

청풍; [울음소리만으로도 정체가 뭔지 대충 짐작이 가는군.] 슥! 여자귀신을 걷어찼던 발을 내리며 웃고

[저... 저 사람...] [표사들의 칼이 스치고 지나갔던 저 요괴를 걷어찼어!] 달아나려던 사람들 멈춰서며 돌아보고

여자귀신; <못 믿겠다!> 캥!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청풍을 공격해오는 여자귀신. 양손의 손톱이 아주 날카롭고. 하지만

청풍; [못 믿으면 어쩔 건 데?] 두 손을 태극권 하듯 모아 돌렸다가

펑! 다시 내치는 청풍의 손바닥에서 태극 형상이 일어나 여자귀신의 가슴을 때린다.

치치치! 여자귀신 가슴이 태극 모양으로 타들어가고

여자귀신; <캥!> 펑! 다시 짐승처럼 비명 지르며 날아갔다가

콰당탕! 나뒹구는 여자귀신

청픙; [도가(道家)의 태극번천인(太極翻天印)은 인간보다는 요사스러운 것들에게 더 효과적이지.] 웃으며 다가오고.

여자귀신; <흐윽...> 겁에 질려 벌벌 떨며 일어나려 하고

청풍; [이 근처에서 밤길 가던 여행객들이 여럿 간을 파 먹히고 죽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나뒹굴어 벌벌 떠는 여자에게 다가가고. 망토 속에 손을 넣은 채

청풍; [울음소리도 그렇고...] [간을 파먹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청풍; [역시 네년은 호선(狐仙)이었구나!] 웃으며 멈춰서고

쿵! 가슴이 타들어가면서 일어나 앉는 여자귀신의 얼굴이 여우얼굴로 변해있다.

주저앉은 아랫도리 치마 속에도 꼬리가 세 개 보이고

[여... 여우!] [꼬리 셋 달린 여우였다!] 사람들 비로소 알아차리고 놀랄 때

청풍; [꼬리가 셋인 걸 보니 호선중에서도 아직은 하급(下級)의 호선이었구나.] 슥! 다시 꺼낸 청풍의 손에는 부적이 한 장 들려있다. 주변에 복잡한 문자가 새겨진 부적인데 중앙에는 <封>자가 새겨져 있다

여우귀신; [천사봉신부(天師封神符)!] 팟! 비명 지르며 날아오르고

청풍; [여우귀신 주제에 안목은 제법이로군!] 웃으면서 부적을 한손으로 들고 다른 손으로 그 부적 쥔 손의 손목을 감싸며 주문을 외우고. 그러자

징! 부적에 새겨진 그림과 글자들이 빛을 발하고. 그러자

화악! 부적에서 일어난 강한 흡인력이 날아오른 여우귀신을 끌어들인다. 진공청소기가 빨아들이듯.

여우귀신; [안... 안돼!] 허공에서 두 손으로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잡으려는 듯 허우적거리며 비명 지르지만

슈우! 아랫도리부터 연기로 변해서 부적으로 끌려들어가는 여우귀신

<제... 제발... 내가 잘못했다! 살려다오!> 화악! 부적으로 상체까지 끌려들어가며 애원하는 여우귀신. 하지만

청풍; [잘못한 줄 알았으면 순순히 벌을 받아라.] 징! 부적을 더 강하게 빛나게 만들고

<끼아아악!> 이제 머리와 두 손만 남은 채 비명 지르는 여우귀신.

<복수... 구미호선(九尾狐仙)께서 이 복수를 해주실 것이다!> 완전히 끌려들어가며 악을 쓰지만

청풍; [예... 예!] 대수롭지 않게 웃고

펑! 완전히 부적으로 빨려 들어가는 여우귀신

청풍; [아무쪼록 호선들의 여왕이라는 구미호선께서 날 찾아오길 바란다.] 화악! 부적이 불길에 휩싸이고

청풍; [그래야 귀찮은 여우귀신들의 씨를 말릴 수 있을 테니...] 화르르! 푸시시! 불에 타며 사라지는 부적을 보면서 말하고.

[대... 대단하다.] [아직 젊은데 여우귀신을 저렇게 간단히 해치우다니...] [복장을 보면 도사(道士)는 아닌데...] 사람들 멀찍이에서 둘러보며 감탄하고

청풍; [다친 분들은 어떻소?] 무사한 무사들이 동료 무사들을 간병하는 걸 돌아보며 묻고

무사1; [상... 상처가 깊지만 목숨이 위험할 정도는 아닙니다요.] 무사2의 목을 눌러주며 말하고

청풍; [다행이로군.] 끄덕

청풍; [이 일대의 터주대감이던 삼미호선(三尾狐仙)이 소멸되는 걸 보았으니 잡스러운 요괴들은 더 이상 여러분들을 위협하지 못할 거요.] 돌아서고

청풍; [안심하고 갈길 가시오.] 휘익! 날아가고.

[감사합니다 공자님! 감사합니다!] [오늘 베푸신 은혜, 삼생에 걸쳐 갚도록 하겠습니다.] 임산부와 임산부 남편이 멀어지는 청풍을 향해 굽신. 그때

남자1; [알았다!]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며 외치고. 모든 사람들 놀라 돌아보고

남자1; [저... 저분 공자님이 누군지 알았어!] 흥분하고

여자1; [누군데요? 유명한 분인가요?]

남자1; [퇴마신협(退魔神俠)!] [일 년 전쯤 나타나 숱한 이매망량과 요괴들을 퇴치해온 퇴마신협이 틀림없소!]

여자1; [퇴마신협!] [별호만으로도 저 공자님의 퇴마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이 가네요.] 홀린 표정으로 청풍이 날아간 쪽 보고

남자1; [대단하다 마다!] [퇴마신협께서는 이름난 도사들이나 고승들도 어쩌지 못한 강력한 요괴들을 수도 없이 봉인하고 불태워버린 것으로 유명하오.]

<마교와 배교, 신선부등이 세상에서 사라진 지금 퇴마신협을 퇴마술(退魔術)로 능가하는 인물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오.> 어둠 속에 하늘을 새처럼 날아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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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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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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