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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해가 지려는 저녁 무렵. 산중의 어느 마을. 산중의 마을이지만 제법 크고. 객잔, 대장간 등등 있을만한 가게는 다 있다. 단, 젊은 사내는 없다. 여자들과 나이 든 사내들만 돌아다니고

[!] [!] 일하거나 오가다가 놀라서 누군가를 보는 마을 사람들

마을로 걸어 들어오는 청풍.

<사내다!> <젊은 사내야!> 청풍을 보는 마을 사람들의 눈이 심상치 않고

마을 입구에 세워져 있는 큰 바위. 그 바위에 <史家村>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청풍; [사가촌(史家村)이라...] 바위를 보며 마을로 걸어 들어가고

마을 중간쯤에 객잔이 있는 게 보인다. 오가던 마을 사람들과 길 거리 좌우의 가게에서 사람들이 청풍을 보고 있다.

청풍; [다행히 이 마을에는 객잔이 있군.] 죽립을 들어 객잔쪽을 보며 웃고.

청풍; [덕분에 오늘밤은 노숙을 하지 않아도 되겠어.] 객잔쪽으로 가고

길 가던 사람들이나 가게에서 내다보고 있던 사람들은 청풍과 시선이 부딪히면 기겁하며 시선을 피하고. 전부 나이 든 남자들이거나 여자들이다.

피식 웃으며 객잔으로 가는 청풍. 객잔에서 내다보던 나이 든 점원들도 움찔 놀라는 기색이고

[어... 어서 옵쇼!] 억지로 웃으며 인사하는 점원들 중 한명. 점원들도 다 나이가 들었다. 젊은 점원이 아닌 점 주의

청풍; [식사와 숙박이 가능하겠지?] 물으며 들어가고

점원; [물... 물론입죠!]

점원; [저희 객잔은 근방에 음식 맛 좋기로 이름이 나있을 뿐 아니라 객실도 조용하고 깨끗하니 마음에 드실 것입니다요.] 과장되게 웃으며 청풍을 안으로 안내하고. 헌데

 

골목에 숨듯이 서서 객잔으로 들어가는 청풍을 보는 두 명의 사내. 좋은 옷을 입은 뚱뚱한 노인과 교활한 인상의 집사 분위기의 노인이다.

촌장; [다행이로구만. 정말 다행이야.] 소매로 땀을 닦고

촌장; [오늘이 보름인데도 제물을 마련하지 못해서 큰일이었거늘...] 청풍이 객잔으로 들어가는 걸 보며 안도하고. 객잔 입구에서는 다른 점원이 촌장과 집사쪽을 향해 굽신한다.

집사; [그... 그러게 말입니다요 촌장님!] 역시 한 시름 놓은 표정. 손을 들어 점원의 인사에 답하면서

집사; [소문이 하도 흉흉하게 나서 제물을 구하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요.]

집사; [심지어 대도시인 항주(杭州)에서도 밤만 되면 젊은 사내놈들은 그림자조차 볼 수 없을 지경이 되었습지요.]

촌장; [젊은 것들이 백명 넘게 실종되었으니 그럴만도 하지.]

집사; [다른 곳은 몰라도 항주 일대에서는 젊은 계집들은 밤에 활개 치며 돌아다니지만 젊은 사내는 눈 씻고도 볼 수가 없는 실정입지요.]

집사; [그래서 스무살 안팍의 사내놈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려워졌습니다요.] 땀을 닦으며

촌장; [황(黃)집사!] [우리 마을과 인신매매의 계약을 한 흑수방(黑手幇)의 불한당들로부터는 연락이 없지?] 땀을 닦으며

집사; [예!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 걸 보면 마땅한 젊은 놈을 구하지 못한 게 분명합니다요.] 눈치 보며

촌장; [흑수방에서 자정까지 제물을 데려오지 않으면 가엾은 어린 것들이 열명이나 죽어나갈 판이었는데...]

촌장; [제물이 될 놈이 제 발로 찾아와주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집사; [그러게나 말입니다.]

촌장; [다만 행색이 무림인 같은 게 마음에 걸리는군.] 객잔쪽을 보며

촌장; [낌새를 채고 난동을 부리거나 도망치면 믄일인데...]

집사; [동삼낭(桐三娘)의 솜씨를 믿어보십쇼.]

집사; [제 아무리 무공이 뛰어나다 해도 동삼낭의 손에 걸려들면 꼼짝없이 고주망태가 되어버릴 것입니다요.] 땀을 닦으며 웃고

 

#10>

객잔 내부. 점원의 안내를 받아 들어서는 청풍. 몇 명의 손님이 음식을 먹다가 돌아보는데 전부 나이 든 사내들뿐이다.

점원; [이쪽...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가게 중앙의 넓은 자리를 권하고. 탁자에 주전자와 찻잔이 마련되어 있다

청풍; [고맙네.] 앉으며 죽립을 벗고

점원; [식사만 하시겠습니까? 반주도 드시겠습니까?] 수건으로 탁자를 닦으며 눈치 보고

청풍; [노독도 풀 겸 한 잔 해야지.] [몇 가지 요리에다가 이집에서 자랑할만한 술을 같이 준비해줘.]

점원; [예예! 잠시만 기다리십쇼.] 굽신

서둘러 주방쪽으로 가는 점원. 주방에서도 나이 든 주방장이 내다보고 있다. 객잔 안의 다른 손님들도 청풍을 할끔거리고

청풍; [참 이상한 마을이야.] [젊은 사내들은 한명도 안 보이고...] 찻잔과 주전자를 집어들고

움찔! 하며 급히 시선을 피하는 다른 자리의 손님들

청풍; [하긴 항주가 멀지 않으니 젊은 것들이 이런 산골짝에 처박혀 있고 싶겠어?] 쪼르르 엽차를 따르며 웃고

안도하는 손님들

청풍; [나 같아도 항주로 도망가고 말지.] 웃으며 찻잔을 집어 들어 입으로 가져가고

<눈치 챈 것같진 않지?> <아직까진 그런 것 같네.> <오늘이 보름이야!> <더 이상은 기회가 없을 것같으니 실패하면 안돼.> 손님들 자기들 끼리 속삭이고

웃으며 차를 마시는 청풍. 그때

[실례하겠어요 손님!] 여자가 쟁반을 들고 다가오고. 쟁반에는 술병과 술잔 두개, 안주등이 얹혀져 있다.

동삼낭; [음식이 준비되는 데 시간이 걸려서 술부터 내왔사옵니다.] 요염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여자. 나이는 서른 살 가량. 엄청난 글래머에 달라붙는 옷을 입었다. 치마의 옆이 터져서 허벅지와 종아리가 드러나 보인다. 저고리도 깊이 파여 탱탱한 젖가슴의 일부가 드러나 보인다. 얼굴은 마릴린 몬로같은 분위기. 퇴폐적이면서도 도발적인 인상. 전형적인 작부나 기녀로 묘사. 한번 나오고 말 캐릭터지만 나름대로 매력있게 묘사. 이름은 동삼낭으로 객잔의 주인이다

동삼낭; [천녀는 이 가계를 운영하고 있는 계집으로 동삼낭이라 하옵니다.] 술병을 탁자에 내려놓으면서 추파를 보내고

청풍; [여자 몸으로 객잔을 꾸려가다니... 보기 드문 여장부시구만.] 동삼낭이 안주도 내려놓는 걸 보며 웃고

동삼낭; [이 가게는 남편으로부터 물려받았답니다.] 술잔도 내려놓고

동삼낭; [남겨진 토끼같은 새끼들 키우려고 악착같이 꾸려가고 있지요.] 쟁반은 옆의 탁자에 내려놓고

청풍; [저런...] 놀라는 시늉

청풍; [이제 보니 자식 딸린 청상(靑孀;젊은 과부)이셨군. 고생이 많으시겠소이다.] 포권하는 시늉하고

동삼낭; [자상하신 위로의 말씀, 고마워요.] 청풍과 마주 앉으며 술병을 잡고

동삼안; [보답하는 의미로 한잔 올리겠어요.] 술병을 두 손으로 내밀며 배시시 웃고

 

#11>

밤이 깊어졌다. 하늘에는 보름달이 떠있다.

마을의 건물들에는 여전히 불이 켜졌고. 객잔에는 등이 내걸렸다. 헌데. 건물과 골목마다 사람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객잔을 보고 있다.

촌장과 집사는 객잔 건너편 골목에 있다. 촌장은 의자에 앉아있고 집사는 그 뒤에 서있다. 골목 밖 거리에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고. 그러던 어느 순간

객잔에서 나오는 점원. 청풍을 안내한 점원. 객잔 안을 돌아보며. 그러자

촌장; [어찌... 어찌 되었는가?] 건너편 골목에서 서둘러 나오며 묻고

점원; [촌장님!] 인사하고

촌장; [그자는 해치웠는가?]

점원; [직접 들어가서 보시지요.] 옆으로 물러서고

촌장; [그럼세.]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고

객잔 내부. 중앙 탁자에 청풍이 엎어져 있다. 그 앞에 동삼낭이 역시 술이 좀 된 모습으로 앉아서 보고 있는데 심란한 표정이고. 탁자 주변에는 빈 술병이 여러 개 놓여있다. 좀 떨어진 곳에 점원들과 주방장들이 모여서서 보고 있다

서둘러 들어오는 촌장과 집사

촌장; [성공했구만!] 땀을 닦으며 안도하고

동삼낭; [촌장님...] 일어나려 하고. 비틀

촌장; [괜잖아. 앉아있어!] 일어나지 말라고 하며 다가오고. 다시 앉는 동삼낭

촌장; [이번에도 제대로 해치웠구만. 역시 동삼낭의 사람 후리는 솜씨는 믿을만해.] 쓰러진 청풍을 살펴보면서 말하고

동삼낭;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 술에 미혼약(迷魂藥)을 아주 약하게 탔어요.] 건너편의 청풍을 보며 좀 심란한 표정

동삼낭; [그 때문에 거의 한말 이상을 마시게 해서야 인사불성으로 만들 수 있었네요.]

집사; [동삼낭도 같이 마셨을 텐데 괜잖은가?] 괌심 보이고. 촌장은 청풍을 살펴보고 있고

동삼낭; [전 해약을 미리 먹어둬서 중독당하진 않았어요.]

집사; [역시 동삼낭은 주도면밀하구만.]

촌장; [자정이 멀지 않았다.] [늦기 전에 서시묘(西施墓)로 제물을 가져가야하니 서둘러라.] 점원들에게 말하고. 입구쪽에 점원과 마을 사람들이 모여있다

[예 촌장님!] [서두르세!] 우르르 몰려들어오는 점원과 마을 사람들

곤드레가 된 청풍을 양쪽에서 잡아 일으켜서

객점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점원과 사람들. 촌장과 집사도 따라 나가고. 이제 객잔 안에는 동삼남만 남고

동삼낭; (이청풍이라고 했지.) 밖으로 끌려나가는 청풍을 보며 한숨

동삼낭; (아무쪼록 이 죄많은 계집을 용서해주세요.) 두손 모아 비는 시늉

<하지만 아직 어린 내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럴 수밖에 없답니다.> 밖으로 끌려 나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동삼낭의 기원. 객잔 밖에는 마을 사람들이 많이 몰려와있고 사내들은 횃불도 들고 있는데. 뚜껑 없는 가마가 한 대 마련되어 있다.

 

#12>

아주 깊은 밤. 보름달이 중천에 떠있고

깊은 산중. 우우우! 어디선가 늑대 우는 소리가 들리고

깊은 계곡. 그곳으로 일단의 무리들이 움직이고 있다. 횃불과 등을 든 사람들이 이십여명 움직이고 있다.

앞 뒤로 등과 횃불을 든 사내들이 걸어가고 가운데에는 가마가 한 대 간다. 네명의 사내가 든 뚜껑없는 가마에 청풍이 인사불성이 되어 누워있다. 죽립은 쓰지 않고 망토만 두른 모습이고. 촌장과 집사는 가마를 따라간다. 모두 겁에 질리고 긴장된 모습

계곡 안에는 수많은 비석과 조각상들이 있다. 조각상들은 왕릉에 세워진 문관석과 무관석. 각가지 짐승들의 조각상도 있다.

그 비석과 조각상들 사이를 지나는 가마 일행

곧 계곡 끝에 이르는 일행

그곳에 동굴이 하나 있다. 천연의 동굴을 다듬어 만든 일종의 무덤. 입구에 건물 같은 조각이 되어 있고 동굴 입구 위쪽에는 <西施墓>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촌장; (서시묘...) 다가오는 동굴 입구를 보고

촌장; (춘추전국시대의 전설적인 미녀 서시(西施)가 묻혀있다는 무덤...)

촌장; (저 안에 묻혀있는 게 정말 서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무덤에 손을 댄 자는 족족 비명횡사해서 감히 확인해볼 용기를 내는 자가 없어서...)

촌장; (분명한 것은 이 무덤의 주인이 저주와 재앙을 내릴 수 있는 힘을 지녔다는 사실이다.) 겁에 질린 표정

<매달 한 번씩 열다섯 살에서 스물다섯 살 사이의 젊은 사내를 제물로 바치지 않으면 우리 사가촌의 어린 아이들을 열명 이상씩 죽어나가게 만들었을 정도로...> 동굴로 들어가는 가마 일행을 배경으로 촌장의 생각 나레이션. 사람들 극도로 긴장한 모습이고.

 

#13>

동굴 내부. 화려한 무덤. 사방에 그림과 조각. 중앙에는 단상이 있고 단상에는 육중한 석관이 하나 놓여있다. 석관 앞에는 제단과 향로도 있고

동굴로 들어서는 가마 일행

촌장; [조심... 조심해서 모셔라!] 겁에 질려 관쪽을 보며 말하고

[예...] 사람들이 가마를 제단 앞에 내려놓고.

그 사이에 촌장은 횃불에 굵은 향 뭉치를 대어 불을 붙이고

불이 붙은 향 뭉치를 들고 향로로 가는 촌장.

사람들은 그 뒤에서 무릎 꿇고

향을 향로에 꽂는 촌장. 이어

향로 앞에 무릎을 꿇는 촌장

촌장; [사가촌의 촌장 사사명(史史明)이 서시의 혼령께 고하나이다.] 절하면서 말하고

촌장; [이번 달에도 제물을 준비하여 비치오니 아무쪼록 흠향하시고 저희 마을에 수복(壽福)을 내려주시옵소서.] 절하고. 다른 사람들도 절하고. 그러자

<수고했다 촌장!> 어디선가 말 소리가 들리더니

<너희들의 갸륵한 정성을 받아들이도록 하마!> 슈우! 석관 위로 유령이 나타난다. 절세미녀. 반투명하고 하늘거리는 옷을 입었다. 배교 교주였던 십면혈신 용백의 후처인 야차희 우유라의 모습이다.

(히익!) (나... 나왔다!) (서시묘의 주인이다!) 촌장 일행 공포에 질려 납작 엎드리고

야차희; <너희들의 정성과 노력을 감안하여 앞으로 한달 동안 사가촌을 지켜주겠노라.> 석관 위에 둥둥 뜬 채 말하고

야차희; <어떤 요사한 것들도 너희 마을을 침범하지 못할 것이며 병드는 자, 다치는 자도 없게 될 것이다.,>

촌장; [감사... 감사합니다 서시님!] 절하고

야차희; <앞으로 열두번이다!> <일년만 더 매달 보름에 제물을 바치면 본녀가 사가촌에 큰 축복을 내리겠다.>

야차희; <부귀영화와 불로장생을 보상으로 받게 될 테니 본녀에게 제물을 바치는 일을 거르지 않도록 하라!>

촌장; [명심... 명심하겠습니다.] 연신 절하고. 다른 사람들도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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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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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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