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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 [... 말이 허공을 맨땅처럼 걸어내려와?] 놀라 눈 부릅뜰 때

[!] 그러다가 놀라 부릅 눈 뜬다

선미로 거의 다 내려온 군마의 등에 타고 있는 난릉왕의 가면 눈 부위가 강렬하게 빛을 내고

청풍; [... 노야! 저 변태스러운 탈바가지를 뒤집어쓴 작자가 혹시...!] 침 꼴깍 삼키며 서문숙을 돌아보고

서문숙; [그렇다!] 굳어진 얼굴로 눈을 무시무시하게 빛내고

따각! 그 사이에 선미의 일단 높은 갑판에 멈춰서는 난릉왕을 태운 군마

서문숙; [난릉왕이... 마침내 왔다!]

 

#77>

황금전장.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데

[난릉왕이 바로 심제회(尋帝會)의 회주예요!] 누군가 말하는 음성이 공자무의 집무실에서 들린다. 집무실 밖에는 신이 살벌한 표정으로 경비를 선다. 다른 사람은 없다

[심제회의 목적은 이름 그대로 임금()을 찾는() 것이랍니다!] 열린 창문을 통해 뒷짐을 집고 하늘의 달을 보고 있는 공대벽의 뒤에서 누군가 말한다.

용설약; [저희 심제회에는 회주와 두 명의 부회주(副會主), 십이신장(十二神將)이 있으며...] 손잡이가 달린 손님용의 의자에 교태스러운 자태로 앉아서 설명하고 있는 용설약. 입구쪽을 등지고 있다. 입구에는 귀가 칼에 손을 댄 자세로 서서 용설약을 감시하고 있고

용설약; [따로 삼태상(三太上)이란 늙은이들이 원로 대접을 받고 있어요.] 공대벽의 눈치를 본다.

용설약; [저는 두 명의 부회주 중 한명인데...] [사실 직함은 부회주지만 회주의 부하는 아니에요.]

용설약; [정확히 말하자면 동업자라고나 할까요?] 교만하게 고개를 들고

용설약; [제가 회주의 뜻을 대놓고 거스르진 못하지만 회주도 제게 뭔가를 강요하진 못하거든요.] 배시시 웃고. 하지만 여전히 등을 돌린 채 밖을 보고 있는 뒷짐 진 공대벽

공대벽의 등을 보며 침 꼴깍 삼키는 용설약

슈욱! 보고 있자니 공대벽의 등이 점점 커지고

마침내 용설약의 시야 전체가 공대벽의 등으로 막혀버린다. 올려다보며 숨이 턱 막히는 용설약

용설약; (... 보면 안돼!) 숨이 턱 막혀서 고개를 떨구고

용설약; (저 사람을 똑 바로 보고 있으면 숨이 막혀 와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어!) 무릎 위에 얹혀진 손이 피가 나도록 세게 쥐어지고

용설약; (전장에서 날고 뛰던 장수도, 천문지리에 통달한 대학자도 황제의 용안(龍顔)은 감히 바로 보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거야!) 침 꼴깍 삼키고

공대벽; [난릉왕에 대해 말해보시오!] 여전히 밖을 보며

깜짝 놀라는 용설약

묵묵히 기다리는 공대벽

용설약; [... 난릉왕은 난릉왕이에요!] 그런 공대벽의 눈치를 보며

; [난릉왕이 난릉왕이라고?] [지금 말장난 하자는 건가?] 분노하지만

용설약; [그럼 사실인 걸 어떻게 해요?] 샐쭉하며 귀를 흘겨보고. 용설약은 오직 공대벽만 두려워한다.

용설약; [아무도 난릉왕의 유래를 몰라요.] [아주 오래전부터 난릉왕의 존재가 은밀히 이야기 되어 왔는데 그러다가 당대에 몇몇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어요.]

용설약;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가 무공과 술법 양쪽에서 천하에 적수가 없다는 사실이에요.]

; [천하무적?] 코웃음 치는 귀

용설약; [혹시 모르죠! 난릉왕이 바로 북제(北齊)의 난릉왕 고장공 본인일지도!] 배시시

; [고장공은 구백여년전 사람이오.] [그런 그가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걸 믿으라는 거요?] 열려진 문간에 나타나며 묻고

용설약; [동방삭(東方朔)은 천육백여년전인 한()나라 무제(武帝) 시절에 살았었지만 요즘도 간간히 그를 본 사람들이 있다던 걸요?] 코웃음

; [약장수들이 약 팔기 위해 뭔 말인들 지어내지 못하겠느냐?] 화를 내며 앞으로 나서려는데

그런 귀의 소매를 잡아 진정시키며 공대벽 쪽을 가리키는 신

공대벽이 여전히 뒷짐을 진 채 기다리고 있다

; [죄송합니다 소주!] 고개를 숙이며 한 걸음 물러서는 귀

용설약; [그동안 전 난릉왕이 하도 조심하고 치밀하게 움직이는 것이 우스웠어요.] 역시 공대벽의 눈치를 살피며

용설약; [우리 심제회의 힘은 천하를 간단히 갈아엎어버릴 수도 있는데도 마치 주인 눈치를 살피는 종처럼 굴더라구요.]

용설약; [몇 번이나 채근을 해보고 격장지계를 써 봐도 그는 한결같이 <제왕께서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움직일 수 없다!>고 하더군요.]

; [심제회의 목적이 임금을 찾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소?] 공대벽의 눈치를 살피며

용설약; [임금을 찾는다는 게 반드시 찾아내서 공경하고 모시겠다는 의미는 아니죠!] 역시 공대벽의 눈치를 살피고. 마치 황제 앞에서 신하들이 의견을 주고받는 분위기

용설약;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에 세도를 부리던 종들이 다시 주인이 돌아올까봐 전전긍긍하는 것과 같은 이치에요.]

; [알 것도 같군!] 냉소하고

; [주인이 어디 있는지, 언제 돌아올지 알아야 그동안 싸질러놓은 죄를 수습할 수가 있겠지!]

용설약; [부인하진 않겠어요!]

용설약; [하여간 난릉왕의 이해 못할 소극적인 행태에 의구심이 생긴 전 그의 지난 행적을 더듬어 봤어요.]

용설약; [그 결과 이십여년전 난릉왕이 누군가에게 패해 하마터면 죽을 뻔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답니다!]

; [그날 주군께서 작정하고 추격하셨으면 난릉왕은 이미 다른 세상에 가있을 것이다!] 냉소하고

용설약; [난릉왕도 같은 말을 했어요.] 끄덕

용설약; [이상하게 공씨집안 사람들에게는 술법이 통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제게도 술법을 쓸 생각은 절대 말라고 충고했어요.]

용설약; [하지만 전 난릉왕의 말을 믿지 않았어요.] [정신의 힘인 술법이 통하지 않는 상대가 있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헌데...!]

용설약; [대공자 앞에서는 어떤 주문이나 보패(寶貝;술법의 도구)도 힘을 잃더군요.] [아까 뜰에서만 해도 거푸 세 번이나 술법을 펼치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어요.]

용설약; [마치 사냥꾼의 손아귀에 잡힌 연약한 새가 벗어나기 위해 아무리 날개 짓을 해도 소용없는 것처럼....] 애처로운 표정을 짓고

; [! 감히 소주를 대상으로 술법을 사용할 생각을 하다니!] 냉소하고

; [당금에 통용되는 술법이라는게 본래....!] 말하다가 옆을 보며 입을 다문다. 신이 눈치를 주고 있고.

; [!] 당황하여 헛기침하며 주먹으로 입을 가리고

용설약; [전 난릉왕의 행적을 살피는 과정에서 황금전장의 존재를 알게 되었어요.] 귀를 흘겨보며 공대벽에게 말

용설약; [난릉왕에게 대공자의 영친이 혹시 우리가 찾는 임금인지 물었더니 가능성은 있으나 확신하지는 못한다고 대답하더군요.]

용설약; [능력에 비해 너무 유해서 왕들의 왕으로는 여길 수가 없다는 게 난릉왕의 판단이었어요.]

용설약; [그러다가 난릉왕은 다시 한 번 황금전장에 손을 써볼 계획을 세웠어요.]

용설야게; [그래서 제 눈으로 직접 그의 말을 확인해보려고 나섰던 거예요.] 공대벽을 곁눈질로 살피며 말을 마치고

묵묵히 달을 보는 공대벽

공대벽; (외롭다!) 우울

공대벽; (내 속에 큰 힘과 운명이 도사리고 있었음을 깨달았으나... 나같은 존재가 세상에 둘도 없음도 함께 깨달았다!)

눈이 덮인 아주 높은 산에 홀로 서있는 공대벽의 모습. 뒷짐을 짚고 서서 발 아래 수도 없이 펼쳐진 산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세찬 바람이 불고. 물론 실제 장면이 아니고 공대벽의 마음을 상징하는 상상이다.

공대벽; <누가 나를 알아주겠는가? 누가 있어 나의 이 외로움을 짐작이나 하겠는가?> <천지를 더불어 봐도 나를 껴안고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이는 보이지 않는구나. 그 무엇이 나를 담고 나는 또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 산꼭 대기 위에서 세찬 바람을 맞으며 홀로 서서 한숨 짓는 공대벽

스산한 분위기에 휩쌓인 현실의 공대벽.

귀와 신, 용설약도 뭔가를 느끼고 숨을 죽인 채 공대벽의 뒷모습을 훔쳐본다.

공대벽; <세상은 모두 어둡고 오직 나 혼자만이 반딧불이가 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둠 속에 홀로 나는 반딧불이가....!> 아주 어두운 분위기. 공대벽의 몸에서만 흐릿한 빛이 나고

용설약; (얼음 송곳이 뼛속 깊은 곳에 찔러진 것같은 느낌...!) 추워서 몸을 움츠리는 용설약. 두 손으로 반대쪽 팔을 끌어안고 떤다.

용설약; (어째서 저 사람의 감정이 내것인 듯 느껴지는 걸까?)

그런 용설약을 유심히 보는 신.

공대벽; [소저!] 천천히 돌아서고

[!] 눈 부릅 용설약

공대벽; [나는 아직도 소저의 이름을 듣지 못했소!] 슈우! 돌아서는 공대벽을 따라 집 모든 사물이 한 바퀴 도는 것 같고

[!] 자신의 몸이 허공에서 도는 것같은 현기증을 느끼는 용설약

용설약; (... 안돼!) 콰득! 급히 양손으로 의자 손잡이를 움켜잡고

용설약; (주체할 수 없는 현기증...) (저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세상이 함께 도는 것만 같애!) 창백해져서 바들바들 떤다. 두 손으로 의자 손잡이를 움켜잡고

[!] 귀도 그제서야 흠칫하며 그런 용설약을 보고

; <! 저 계집... 아니 저 처자가 혹시...!> 흥분을 억누르며 텔레파시로 묻고

; <대공자와의 감응(感應) 정도가 특출하긴 하지만.... 아직은 확신하지 못하겠네!> 끄덕이고

그 사이에 돌아선 공대벽이 묵묵히 용설약을 바라보고 있다.

용설약; [저는... 저는....!] 가슴이 벌렁 거려 손으로 가슴을 누르며 헐떡이고

용설약; [설약(雪約).... 용설약(龍雪約)이에요!] 공대벽의 시선을 피하며 말하고

공대벽; [용소저!] [밤이 이미 깊었소.] 끄덕

공대벽; [이제 그만 돌아가도록 하시오.] 다시 돌아서고

용설약; [... 돌아가라구요?] 놀라 눈이 크게 떠지고

귀와 신도 깜짝 놀라고

공대벽; [아니, 너무 늦었으니 오늘 밤은 본장에서 지내고 아침에 떠나도록 하시오.] [! 그녀에게 머물 곳을 안내해주시오.] 아버지 공자무의 책상으로 가고

; [대공자!] 정색하고 + ; [소주!] 동시에 외치고

; [호랑이를 산으로 돌려보내는 격이외다!] [이 여자는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적입니다!] 회전의자에 앉는 공대벽에게 포권하며 외치고

; [노복의 생각도 귀와 같습니다. 아무쪼록 한 번 더 재고(再考)해 주십시오.] 역시 포권하고

; [이분 소저의 신분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곁눈질로 용설약을 보고

공대벽; [제 뜻대로 따르십시오.] 위엄있게 의자에 앉으며 말하고

[!] [!] 움찔하는 귀와 신. 이어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 함께 고개 숙이는 귀와 신

소리없이 안도하는 용설약. 그때

공대벽; [용소저!] 다시 부르고

용설약; [? !] 화들짝 놀라며 대답하고

공대벽; [돌아가면... 난릉왕에게 전하시오.] 강렬한 눈빛

공대벽; [언제고.... 그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황금전장의 첫째인 나 공대벽이 찾아가겠노라고!] 쿠오오! 공대벽의 모습이 시커멓게 변하며 두 눈에서 무시무시한 빛이 흘러나온다

용설약; (하악!) 사색이 되어 숨이 콱 막히는 용설약

귀와 신도 아연긴장하고

공대벽; [내 목숨보다 소중한 가족을 건드리고 흩어지게 한 데 대한 책임은 반드시 물을 것이오.] 쿠오오! 거대해지며 사방을 깜깜하게 만드는 공대벽의 모습

용설약; (... 안돼!) 까마득히 높아지는 공대벽의 거대한 모습을 올려다보며 숨이 조여지는 용설약. 마치 머리 위에서 높은 절벽이 허물어져내릴 것만 같은데 용설약 자신의 몸은 한없이 작아진다.

공대벽; [그에게... 난릉왕에게 아버지와 난 다르다는 말을 반드시 전하시오.] 사납게 외치고

[!] 얼굴이 하얗게 변하며 감전당하는 용설약

<도망치게 했지만 따라가서 죽이지는 않은 주군과 달리 반드시 목숨을 빼앗고 말겠다는...!> <소주께서 마침내 완전히 각성하셨다!> 흥분으로 숨이 멎는 귀와 신. 직후

다시 기절하여 의자에 기대며 야한 자세로 널부러지는 용설약

공대벽; [처소로 데리고 가시오!] 책상 위의 서류를 검토하기 시작하며

[!] [그리하겠습니다!] 대답하는 귀와 신

이어 양쪽에서 의자를 들어 의자 채로 조심스럽게 용설약을 밖으로 운반한다

<지나칠 정도로 민감한 반응....!> <거의 틀림없네!> 양쪽에서 의자를 마주 들고 나가며 서로 눈빛을 주고 받는 귀와 신

<이 소저가 유력한 미래의 주모(主母) 후보다!> 기절한 용설약의 예쁜 얼굴을 배경으로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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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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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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