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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공자무 집무실 내부. 흐릿한 불이 켜진 아래 공대벽이 아버지의 탁자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다. 의자는 회전의자같이 보인다.

<어이없는 것들이 숨어들었습니다!> 벽속에서 누군가 말하고

<무영동부의 장보도를 이용해서 잠입했는데... 귀부로 가지 않고 엉뚱한 곳을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공대벽; [<어이없는 것들>이라면 한 명은 아닐 테고... 모두 몇 명이오?]

<지금까지 확인된 자만 네명입니다.>

공대벽; [도둑이 아니라 살수들이로군!] 눈 번쩍하고

<속하들도 그리 생각합니다. 하여 신이 잡으러 갔으니 곧 그자들의 면면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공대벽; [그들 외에도 요망한 것이 더 숨어들어왔을 수도 있습니다.] [귀께서는 즉시 셋째에게 가십시오.]

공대벽; [셋째는 짐을 싸느라 아직 자지 않고 있을 것입니다.]

<속하의 임무는 대공자님을 지키는 것입니다. 대공자님을 홀로 남겨두고 셋째공자에게 갈 수는 없습니다.>

공대벽; [지금은 화급을 다투는 비상시입니다. 제 명령에 따르십시오.]

<하오나...!>

공대벽; [셋째는 아직 집 안에 있습니다.] [집 밖에서야 힘이 미치지 않아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집안에서는 보호해주어야만 합니다.] [즉시 가십시오!]

<존명!> 대답이 들리고

혼자 남아서 생각에 잠기는 공대벽

공대벽; (이십년전과 비슷한 상황이다!) 생각하고

공대벽; (난릉왕(蘭陵王)....!) (이번에도 그가 직접 왔을까?) 회상에 잠긴다

공대벽; (난릉(蘭陵)의 술(術)을 온전히 이은 자!) (아버지가 집을 비운 지금 그자가 찾아온다면 과연 내가 상대할 수 있을까?)

 

<난릉의 술이란 북제(北齊)의 명장이었던 난릉왕 고장공(高張恭)의 비술(秘術)을 말한다. 이것에 능통한 자는 천지간의 모든 귀신과 이매망량(魑魅魍魎)을 굴복시킬 수 있고 용(龍)과 신장(神將)을 간단히 불러내어 일을 시킬 수 있으며 호풍환우(呼風喚雨) 마저 뜻대로 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산 위에 선 난릉왕이 망토를 펄럭이고 있고. 그 주변에 용과 귀신과 신장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산 아래에서는 폭풍에 시달리고 귀신과 괴물들의 공격을 받아 달아나는 군사들의 모습이 보인다

<난릉왕 고장공은 무용(武勇)과 술법(術法)으로 천하에 적수가 없었으나 너무나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탓에 오히려 적이 두려워하지 않고 수하들에게는 위엄이 서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난릉왕은 전장에 나설 때면 항상 가면을 썼으니 이후로 난릉왕이 썼던 가면, <난릉의 탈>은 귀신조차도 두려워하게 되었다고 한다.> 절세의 미남이 난릉왕의 가면을 쓰려는 모습

 

공대벽; (이십년전, 본장을 찾아왔던 난릉왕은 물론 진짜 난릉왕 고장공이 아니다.)

공대벽; (다만 고장공이 남긴 난릉의 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자신감으로 난릉왕을 칭하고 있을 뿐이다.)

공대벽; (그자는 아버지의 무림행적을 추적한 끝에 황금전장에 이르렀었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 앞에서도 끝내 난릉의 탈을 벗지 않고 버티었었다.)

공대벽; (그것은 난릉왕의 도력(道力)이 아버지의 심령공제(心靈功制)에 저항할 수 있을 정도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날 밤,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난 나는 바로 이곳, 아버지의 집무실에 누군가 찾아왔음을 알아차렸다.> 잠옷 차림인 다섯 살 무렵의 공대벽이 건물 난간에 눈을 비비며 선 채 공자무의 집무실을 본다. 불이 켜진 집무실에 앉고 선 두 사람의 그림자가 보인다

<호기심에 나는 그만 와서는 안되는 곳에 왔고 보아서는 안되는 인간을 보고 말았다.> 열린 문간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며 눈이 동그래지는 어린 시절의 공대벽.

방안에는 공자무가 앉아있고 공대벽에게 반쯤 등을 보인 자세로 난릉왕이 서서 공자무에게 뭔가 말을 하고 있다. 난릉왕은 화려한 비단 옷을 입었고 얼굴에는 베니스 가면축제의 태양신같은 가면을 쓴 모습이다

난릉왕; [핏줄과 상황이 증명하고 있거늘... 끝내 부인하려 하시오 장주?]

공자무; [돌아가시오! 귀하는 사람을 잘못 찾아왔소!] 웃고

난릉왕; [장주를 두고 누구를 제왕공가(帝王孔家)의 후예로 생각할 수 있겠소이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격이외다!]

<아버지와 난릉왕은 내가 나타난 것은 아랑곳 않고 한동안 전음입밀을 사용하여 논쟁을 벌였다.> 소리는 내지 않지만 뭔가 격렬하게 논쟁하는 난릉왕과 공자무. 난릉왕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일어나지만 공자무는 태연하게 앉아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난릉왕이 갑자기 내 목을 움켜쥐는 일이 벌어졌었지!> 손을 뻗어 문간에 선 어린 공대벽의 목을 움켜잡는 난릉왕. 팔이 고무처럼 쭉 늘어나서 움켜잡았다.

난릉왕; [이래도 제왕(帝王)이 되지 않으시겠소?] 어린 공대벽의 목을 움켜잡아 쳐든 채 외치고. 다른 손에는 날이 휜 칼, 언월도를 뽑아든 상태다.

난릉왕; [미천한 신하의 오직 한 가지 소원은 제왕께서 다시금 그 위엄을 만천하에 드러내시는 것 뿐이외다!] 공대벽을 인질로 삼아서 공자무를 협박하는 난릉왕. 공자무는 이마를 찡그리며 보고 있고

 

욱신! 난릉왕의 손에 잡혔던 목에서 통증이 느껴져 손으로 만지는 공대벽

공대벽; (얼음같이 차가우면서도 숯불같이 뜨거운 손....)

공대벽; (비록 흉터는 남지 않았으나 그날 목 줄기에 느꼈던 난릉왕의 그 손길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우울하게 한숨

 

<이래도 제왕이 되지 않겠느냐며 아버지를 공박하던 난릉왕의 음성을 환청처럼 들으며 나는 기절해버렸지.> 난릉왕의 손아귀에 목이 쥐켜진 채 기절하는 어린 공대벽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아버지가 날 치료해주고 계셨다. 바닥에는 다량의 피가 뿌려져 있었고....!> 피가 뿌려진 바닥에 누운 공대벽을 치료하고 있는 공자무. 공대벽의 목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다. 바닥의 피는 난릉왕의 몸에서 나온 것이다.

<나는 난릉왕의 손에 죽을 뻔 했고 난릉왕은 아버지 손에 죽을 뻔 했다. 그리고 그날 비로소 나는 아버지가 그저 사람 좋은 풍류한량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깨어난 어린 시절의 공대벽을 꼬옥 끌어안고 안도의 눈물짓는 공자무

 

공대벽; (난릉왕으로 인해 내 인생이 바뀌었다.)

공대벽; (그가 아버지에게 한 말.... <이래도 제왕이 되지 않으시겠소?>라는 말이 항상 내 머릿속을 떠돌며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쩍! 소쩍! 어디선가 소쩍새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공대벽; (저 소쩍새의 소쩍거리는 소리처럼...!)

공대벽; (헌데 제왕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일까? 이 나라에는 주실(朱室;명나라)의 황제가 어엿하게 군림하고 있거늘....)

공대벽;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제왕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깊은 생각에 잠긴다. 헌데

번쩍! 공대벽 뒤쪽의 어둠 속에서 사람 눈이 번쩍하더니

스윽! 아메바처럼 어둠 속에서 빠져나오는 인간의 형상. 물론 상춘우다.

소리도 흔적도 없이 어둠 속에서 배어나오는 상춘우

등을 돌리고 앉은 공대벽. 공자무가 다른 곳으로 간 것을 알 리 없는 상춘우는 공대벽을 공자무로 착각한다

상춘우; (이번 청부도 성공이다!) 소리없이 오른 손에서 빠져나온 검은색의 칙칙한 검이 쳐들인다.

상춘우; (일단 노려진 이상 아무도 내 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공자무!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 검으로 공대벽의 뒷모습을 노리고 검을 천천히 내뻗는다.

상춘우; (오래 두고 기억하는 것으로 당신에 대한 경의를 표하겠다!) 소리없이 공대벽의 뒷덜미를 궤뚫어간다. 헌데

멈칫! 갑자기 투명한 벽에 막에 막힌 듯 내밀어지던 상춘우의 검이 더 이상 진전을 하지 못한다

상춘우; [!] 올려다보는 눈 부릅 놀라고

쿵! 상춘우의 앞에 거대한 사람의 등이 생겨났다. 물론 공대벽의 등이다. 얼마나 높고 까마득한지 끝이 보이질 않는다. 고개를 완전히 젖히며 올려다보는 상춘우. 거대한 벽 그 자체다. 공대벽의 거대한 몸에 불빛이 가려져서 방안이 어두워진다.

상춘우; (태.... 태산!)

상춘우; (인... 인간이 어떻게 이토록 거대해질 수가....!) 털썩! 공대벽의 뒤에 무릎을 꿇는 상춘우. 검던 얼굴이 하얗게 변해있다.

거인의 등이 약간 흔들하더니

까마득한 위쪽에 자리한 거인의 고개가 약간 돌아가고

쩡! 강렬한 눈빛이 헤드라이트처럼 아래를 돌아본다. 그 아래쪽에 주저앉은 상춘우의 모습은 마치 개미같이 작다

천천히 돌아앉는 거인. 의자 자체가 회전의자처럼 돌아가고. 물론 이 거인은 공대벽이지만 검은 음영으로 처리. 얼굴에서도 아주 강한 눈빛만이 보이고

완전히 돌아앉아서 까마득한 아래쪽에 주저앉아있는 개미같은 상춘우를 내려다보는 거인의 강렬한 눈빛

상충우; [히익!] 기겁하며 무릎 꿇고 납작 엎드리는 상춘우. 완전히 압도당했다

[....!] 말없이 상춘우를 내려다보는 거인.

그 아래 개미만한 상춘우가 엎드려 이마를 바닥에 쳐박은 채 달달 떨고 있다. 손에서 삐져나왔던 칼은 이미 사라진 상태

상춘우; (죽... 죽일 수 없다!) (이 사람은... 아니 이분은 남의 손에 죽을 분이 아니다!) 땀을 비오듯 쏟아내며 달달 떨고.

상춘우; (말 한마디, 눈빛 한 번으로 날 죽일 수 있는 분이다!) (죽으라 명하시면 난 거역하지 못하고 혀를 물 수 밖에 없다!) 이윽고

공대벽; [그대는... 누군가?] 공대벽이 강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묻고

상춘우; [소인은... 소인은....!] 달달 떨고

상춘우; [적... 적포동의 살수 상춘우입니다!] 고개도 들지 못하며 달달 떨고

공대벽; [나를... 죽이러 왔는가?]

상춘우; [소인은.... 공대인(孔大人)의 부친과 넷째 아우님을 죽이고자 왔습니다.] 흘린 땀이 이마를 붙이고 있는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다.

공대벽의 이마가 꿈틀하고

슈욱! 산같이 거대했던 공대벽의 모습이 급격히 줄어들어 원래대로 돌아온다. 공대벽의 거대한 몸에 가려져서 어둡던 방도 원래의 밝기로 돌아오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공대벽이 묵묵히 상춘우를 내려다본다. 그의 발치에 상춘우는 훈도시만 찬 모습으로 이마를 바닥에 붙인 채 엎드려 달달 떨고 있는데 그의 몸도 어느덧 원래의 색으로 돌아와있다.

방안에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상춘우를 내려다보는 공대벽의 표정이 살벌해지고. 그의 몸에서 일어난 강한 아지랑이같은 기운이 상춘우의 온몸을 휘감는다

상춘우; (숨... 숨을 쉴 수가....!) 질식하는 표정. 얼굴이 시커멓게 죽는다. 위압당해서 숨을 쉴 수가 없다

공대벽의 손이 꾸욱 쥐어지는데.

상춘우; (죽... 죽는다!) 눈에서 빛이 사라지고. 바로 그때

<속하 신(神)입니다 대공자!> 문 밖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들리고. 순간

움켜쥐었던 손에서 힘을 푸는 공대벽

허억! 압력이 풀려서 숨구멍이 터지는 상춘우.

공대벽; [들어오시오!] 침통하게 말하고

<예!> 덜컹! 대답과 함께 문이 열리고

신; [침입자들을 잡아왔습니다.] 양손에 두 놈씩의 멱살을 잡고 질질 끌고 들어온다. 위지삼수, 전정무, 종리전, 음리붕. 모두 혈도가 짚여 축 늘어졌다. 정신은 잃지 않았다

들어서다가 흠칫하는 신과 네 사람

의자에 위엄있게 앉은 공대복과 그 앞에 개처럼 엎드려 떨고 있는 상춘우의 모습

신; [저자가 이곳에까지 들어왔습니까?] [귀는 대체 무얼 하고 있길래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것입니까?] 분노하며 상춘우를 노려보고

공대벽; [별일 아닙니다. 마음 쓰실 것 없습니다.]

신; [천한 것들이 감히....!] 분노하며 네 사람을 바닥에 패대기치고

펑! 퍼퍽! 상춘우 근처로 나뒹구는 네 사람.

하지만 상춘우는 이마를 바닥에 붙인 채 그들을 돌아보지도 않는다

전정무; (죽으면 죽었지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 상형이 왜....!)

위지삼수; (주인 발치에 엎드린 얌전한 개같은 꼬락서니라니....) (저 사람이 정말 당금의 칠대살수 중 한명인 상춘우 본인이란 말인가?)

음리붕; [상형! 당신이 우리를 판 것이오? 이번 일을 모두 꾸민 주제에....] 분노하여 이를 갈며 외치는데

신; [주둥이 닥쳐라!] 콱! 위지삼수의 얼굴을 발로 밟아버린다. 옆에 있던 종리전은 겁에 질리고

신; [속하는 이것들을 낮에 한번 보았었습니다.] [시설을 꾸며놓고 뭔가 작당을 하고 있었는데 본장을 침탈할 준비를 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신; [눈에 띤 즉시 때려죽이려다가 대공자께서 달리 분부가 계실지 몰라 산 채로 잡아왔습니다!]

공대벽; [잘 하셨습니다. 지금은 여러 모로 번다하니 일단 창고에 가두어두십시오.] [어찌 처분할지는 날이 샌 후에 결정하겠습니다.]

신; [예!] 고개 숙이고

신; [가자! 망할 것들!] 다시 네 사람의 멱살을 한손에 두 개씩 잡아서 일으키려는데

상춘우; [대인이시여! 부디 굽어 살피시옵소서!] [소인들에게는 일행이 한 명 더 있습니다.] 급히 공대벽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말하고

위지삼수등의 멱살을 쥔 채로 흠칫 돌아보는 신

위지삼수들은 깜짝 놀라고

찡그리는 공대벽

신; [한 명이 더 있었다?] [그럼 낮에 객잔에 모여 있던 게 전부가 아니란 말이냐?] 눈 부릅뜨며 상춘우를 노려보고

상춘우; [그러합니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위지삼수; [상춘우! 이 개 같은 놈아!] 분노하여 외치고

위지삼수; [네 놈 따위를 대장부로 믿었다니....]

음리붕; [동료를 팔아먹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적포동이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위지삼수; [적포판관(赤袍判官)이 지옥 끝까지라도 따라가 네 놈을 죽일 거다.]

겁쟁이 종리전도 이를 바득 갈며 노려보고

신; [주둥이들 닥치지 못할까?] 양손에 쥐고 있는 네놈에게 스파크를 흘려넣고. 감전당해 발발 떨며 입 다무는 네 사람. 그때

상춘우; [지고운이라는 처녀입니다.] [변장술에 뛰어나니 주의해서 찾으셔야 할 것입니다.] 상체를 약간 든 채 신에게

신; [계집이라고?] 얼굴이 무섭게 굳어진다.

상춘우; [예! 무공이 약한 여자이니 아무쪼록 손에 사정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위지삼수; [으하하하하!] 분노하여 웃고

위지삼수; [너같은 비겁자와 알고 지냈다는 것이 수치스러울 뿐이다 상춘우!] 비분강개하여 외치고

지직! 신이 다시 스파크를 가해서 위지삼수의 입을 다물게 하고

이어 공대벽을 바라보며 허락을 기다리는 신.

공대벽; [그들은 여기 두고 가서 찾아보십시오.] 끄덕

신; [존명!] 고개 숙이고

퍼퍽! 다시 나뒹구는 네 사람. 스스스! 사라지는 신

[으으으!] [상... 상춘우!] [부끄러움조차 잊은 것이냐?] 헉헉 대는 네 사람. 그때

상춘우; [대인! 소인은 감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대인의 부친과 형제를 노렸으니 죄가 죽고도 남습니다.] 공대벽에게 절하고

상춘우; [하지만 소인의 동료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오직 소인이 시키는 대로만 했을 뿐입니다.]

음리붕; [위... 위선 떨지 마라!]

음리붕; [그런다고 이제 와서 우리가 감격할 줄 알면....!] 악 쓰는 걸 전정무가 몸을 조금 움직여서 말리고

상춘우; [대인께서 저들을 살려주지 않으신다 해도 소인, 눈곱만큼도 원망하지 않을 것이나...] 그러거나 말거나 간절하게 공대벽에게 애원하고

상춘우;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저들을 풀어주시길 간청합니다.]

음리붕도 입을 다물고 공대벽의 눈치를 살피고

다른 자들도 혹시나 하는 긴장한 얼굴로 공대벽을 본다.

공대벽은 말없이 상춘우를 내려다보고.

상춘우; [소인에게 두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상춘우; [가장 큰 첫 번째 소원은 죽는 순간까지 대인을 곁에서 모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의 작은 소원은 제 벗들에게 벗으로서의 의리를 저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대체 이건...!) (상춘우가 어쩌다 저렇게 변했지?) 당혹하는 위지삼수 일행

상춘우; [소인 첫 번째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두 번째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일찍이 대인을 뵙지 못했음을 한탄하며 자진하겠사옵고,]

상춘우; [그 반대가 된다한들 가슴속에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영광으로 여길 것이옵니다.]

위지삼수; [당대의 칠대살수중 한명인 상춘우가 언제 저런 필부가 됐는지 모르겠군.] [실패했으면 깨끗이 죽으면 그 뿐이지 구차하게 삶을 탐하다니......] 냉소할 때

공대벽; [머리를 들어보시오.] 이윽고 입을 열고

상춘우; [예...!] 조심스럽게 얼굴을 들어 공대벽을 보고. 그 모습이 마치 제왕을 대하는 충신과도 같다.

공대벽; [그대는... 내게서 무엇을 보았소?] 강렬한 눈으로 내려다보고

[!] 순간 상춘우의 몸이 부르르 떨리고.

상춘우; [으으으!] 입이 달싹거리지만 금방 말을 뱉어낼 수 없다.

묵묵히 기다리는 공대벽.

다른 사람들도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끼고 아연긴장하여 보고. 이윽고

상춘우; [소... 소인 상춘우...!] 비지땀을 흘리며 겨우 입을 떨고

상춘우; [감히 대인에게서 왕들의 왕, 제왕(帝王)의 모습을 보았나이다.] 납작 엎드리며 피를 토하듯이 외치고

꽈과광! 순간 엄청난 충격을 받는 위지삼수 일행. 그와함께

쿠오오! 그들의 눈에도 갑자기 공대벽이 산처럼 거대하게 보인다. 까마득히 높아진 공대벽이 개미만한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제... 제왕!] [왕... 왕들의 왕!] 꼬르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거품을 물고 기절하는 위지삼수 일행. 오직 상춘우만이 납작 엎드린 채 감격에 떨고 있다

<제왕... 제왕!> 역시 충격을 받은 공대벽. 귀에서 웅웅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이 부르짖는 소리를 들었다. 소쩍새가 우짖는 소리가 아니라... 사람이 그 입으로 제왕이라 부르짖는 소리를 들었다.> 가슴 벅차서 두 주먹 불끈 쥔 채 떠는 공대벽.

공대벽; (이제야 알겠다! 내 핏줄의 비밀을... 내게 지워진 운명의 굴레를....!)

공대벽; (난릉왕이 찾던 <제왕>은 바로 나였다!)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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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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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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