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75>

원수함의 뒷부분. 이곳의 갑판은 중간보다 한단 정도 높다.

원수함 꽁무니 뒷쪽에 새집처럼 달려있는 술통.

턱! 술통의 모서리를 잡는 가녀린 손

권완; [으으으!] 신음하며 겨우 고개를 내밀고

권완; [여... 여기는 어디지?] [내... 내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걸까?] 아직 눈이 풀린 상태로 두리번거리고

안개 속을 흘러가는 원수함의 뒷부분

까마득한 아래쪽에서 일어나는 포말

권완; [머... 머리 속이 뒤죽박죽이야!] 머리가 아파서 손으로 머리를 쥐고

권완의 머리속에 떠오르는 여러 장면들. 청풍이 벽력탄을 터트리던 장명, 돌아보며 시가지로 달아나는 청풍과 독고사룡을 추적하던 자신의 모습. 모퉁이를 돌자 갑자기 나타나는 벽. 그 벽을 뚫고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 확 다가오는 거대한 술통. 술통 속으로 쳐박히는 자신의 모습. 술에 빠져 술을 들이키던 모습. 술통 밖으로 기어나오던 모습. 양조장 주인에게 멱살잡이를 하던 장면. 술통 속에 웅크리고 자던 모습. 청풍이 쪼그리고 앉아서 자신의 입 가에 묻은 토사물을 닦아주던 장면 등등

권완; [공청풍... 공청풍...!] 이를 악물고. 눈은 여전히 풀린 상태

권완; [그 원수가... 그 짐승이 근처에 있어!] 억지로 술통 밖으로 기어 나오고

권완; [다시 놓치기 전에.... 잡아죽여야해!] 이를 바득 갈며 술통 밖으로 몸을 빼고.

그러다가 술통을 벽에 박아놓은 곤오용봉채를 발견하고

권완; [무기가 필요했는데 잘 됐어!] 두 손으로 곤오용봉채를 확 잡아뽑고

덜컥! 곤오용봉채가 뽑히자 술통은 그대로 아래쪽으로 추락하는데. 권완의 몸은 허공에 떠있다.

첨벙! 까마득한 아래쪽의 물로 떨어지는 술통

번쩍! 번쩍! 갑판 위에서 경비 서던 무사들의 눈이 빛나고

물에 떠내려가는 술통.

권완; [내 인생을 무참히 짓밟은 인간! 복수 외에 내가 살아갈 목적은 없어!] 슈욱! 청풍을 떠올리며 위로 높이 날아올라간다.

경비 서던 무사들이 눈을 번쩍이며 돌아본다

배의 꼬리 부분. 한단 높은 곳으로 선녀처럼 하늘거리며 갑판으로 날아내리는 권완

<적이다!> <침입자다!> 일제히 권완 쪽으로 돌아서는 무사들

사락! 깃털처럼 갑판 위로 내려서는 권완

<쳐라!> <경보를 울려라!> 가까이 있던 무사들이 일사분란하게 무기를 휘둘러 권완을 공격해온다. 도끼와 창이 바람을 가르는 아주 강력하고 살벌한 공격이다. 하지만

권완은 계단을 내려오며 양손에 든 용봉채를 바깥에서 안으로 그으며 교차시키면서 앞으로 걸어가고. 순간

슈캉! 부악! 양쪽에서 달려들며 휘두르던 무기들이 급 가속하면서 권완이 아니라 서로를 공격해간다.

[헉!] [몸이 제멋대로 움직인다!] [위험해!] 자신들의 무기가 동료를 공격하자 기겁하는 무사들

카카캉! 좌우에서 열을 지어 돌진하던 무사들이 서로를 공격하고. 무기들이 일제히 충돌하며 불꽃을 피운다. 마치 자크가 채워지듯이 연쇄반응처럼 맞은 편의 서로를 공격하는 무사들의 무기

[큭!] [헉!] 충격 받아 반대 방향으로 퉁겨지거나 부상을 입고 나뒹구는 무사들

[조심하라! 요사한 술법을 쓴다!] [무형의 기운으로 사물을 조종하는 힘을 지녔다!] 무사들 경악하며 물러서려 하지만

퍼퍽! 퍽! 권완이 사쁜거리며 지나가는 좌우의 무사들은 날아든 섬광에 맞아 나뒹굴고. 권완이 용봉채로 공격을 했다.

아직 권완의 공격이 미치지 않는 곳의 무사들은 급히 물러서고

[철궁(鐵弓)으로 원거리에서 저격하라!] 무사 한 명이 외치고

슈욱! 무사들 대열 뒤편에서 일제히 날아오르는 십여명의 무사들. 그들은 무기가 활인데 사람 키만한 강궁에 세 대 씩의 긴 화살을 재워 권완을 겨누고 있다

[쏴라!] [낙혼철시(落魂鐵矢)는 철벽도 뚫는다!] 허공에 뜬 채 일제히 활을 쏘는 무사들

삼십여대의 화살이 미사일처럼 권완에게 날아간다. 하지만

권완이 용봉채를 좌우로 휘두르자

파파팟! 파팟! 용봉채가 가리키는 대로 옆으로 흘러가 바닥에 박히는 화살들

[낙....낙혼철시도 통하지 않다니...!]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계집이 아니다!] [총관님과 가주님들이 오셔야만 한다!] 뒤로 물러서는 무사들

권완; [공청풍! 공청풍은 어디 있나요?] 외치고

[공청풍?] 어리둥절하는 무사들

권완; [그를 데려와요! 나는 그에게 물어볼 말이 있어요!] 아름답고도 오싹한 표정으로 말하며 걸음을 옮긴다. 당혹하고 두려워하며 물러서는 무사들. 헌데

그 장면을 까마득한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인물이 있다

쿵! 허공에 뜬 거대한 군마. 갑옷을 입은 말인데 말 위에는 망토를 두른 가면을 쓴 인물이 서있다. <베르세르크>에서 <해골의 기사>같다. 틀린 점은 얼굴에 쓴 가면이 해골이 아니라 난릉왕이라는 점. 바로 난릉왕이 등장했다

허공에 뜬 말의 발아래 거대한 원수함

그 원수함의 갑판 후미에서 벌어지는 일이 작게 보이고

[....!] 무언가 생각하는 난릉왕

 

#76>

청풍;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다구요.] 서문숙과 마주 앉아서 신세 타령을 하고 있다. 서문숙은 침대에 앉아있고 청풍은 맨 바닥에 팔짱을 끼고 앉아있다.

청풍; [내가 뭐 해결사란 직업을 갖고 싶어서 가졌나요?] [아버지가 억지로 시킨 일인데 그나마 잘해도 욕먹고 성에 차지 않으면 혼나고....!] 분노에 치를 떨고.

서문숙; (황금전장이 용담호혈(龍潭虎穴)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고금제일인으로까지 불리는 절대마존 소의장의 마공까지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서문숙; (황금전장에 대해 다시 원점부터 탐색해봐야겠도다.)

청풍; [그래도 난 항상 공평했어요. 받은 게 있으면 반드시 그만큼 돌려줬으니까요.]

청풍; [내 양심을 저울에 올려놓고 재보거나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할 수 있어요.]

서문숙; (좀 경박하긴 해도 복이 많고 자질은 발군이다.)

서문숙; (이 나이에 벌써 절대마존의 무공을 익혀냈으니 잘만 가르치면 십년후에는 천하를 짊어질 동량이 되겠지!) 웃으면서 청풍의 넋두리를 듣고 있는 서문숙

청풍; [이번 일만 해도 정말 억울한 게....!] 말하는데. 삐이이! 갑자기 날카로운 경보음이 들린다. 흠칫하며 입을 다무는 청풍. 직후

[침입자다.] [적이 탑승했다!] 어디선가 다급한 외침이 들리고

쿵쿵쿵! 철컹! 철컹! 중무장을 한 무사들이 달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청풍; [노야! 밖에 뭔 사단이 난 모양인데요.]

서문숙; [그런 것 같구나.] 끄덕이며 일어나고. 청풍도 일어나고

서문숙; [아마도 이번엔 진짜 왕이 보낸 자거나 왕 본인이겠지.] 문간으로 간다. 엄숙한 표정

청풍; (왕...!) 놀라며 따라가고

청풍; (난릉왕이란 자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속을 알 수 없는 저 노친네까지 아연긴장하는 것일까?) 문을 열고 나가는 서문숙의 뒤를 따라 나간다

복도로 나서는 서문숙과 청풍.

두두두! 뒤에서 무장한 무사들이 십여명 달려오고.

청풍은 서문숙 뒤로 붙어서 따라가며 흘깃 뒤를 보고.

[원수님! 적이 침입했습니다.] [현재 갑판에서 아군과 교전 중이라고 합니다.] [적은 한 명입니다.] [대단한 고수로 총관께서 상대하기 위해 올라가셨다고 합니다.] 달려지나가며 보고하는 무사들. 멈추지 않고 지나친다.

고개 끄덕이며 걸음 옮기는 서문숙, 당당하여 방금 전까지의 늙은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청풍; (일사분란하네.) (진짜 군대와 다를 바가 없어!) 지나치는 무사들 보며 생각할 때

서문숙; [본 원수(元帥)가 올라갈 때까지 제장(諸將)들은 적을 그 자리에 억류만 시키고 교전을 삼가라!] 위엄있게 외치고

<교전을 삼가라!> <현 상황을 유지하라!> 연달아 명령을 전하는 소리가 들리고

그 사이에 계단에 이르는 서문숙과 청풍

<제가의 가주님들께서도 직접 참전하시길 청하십니다.> 어디선가 보고가 들어오고

서문숙; [적은 단 한 명이다. 또한 가주들 중 누군가를 노리는 자객일지도 모른다.]

서문숙; [제가의 가주들은 위치를 고수하고 움직이지 마라!] 위엄있게 명령하며 계단을 올라간다

<봉명!> <제가의 가주들께서는 현 위치에서 대기하시오!> 복창하는 소리

서문숙; [근처에 접근한 배가 있는지 보고하라!]

<진행방향 오리(五里)! 경신방(鯨神幇) 소속으로 보이는 상선(商船)이 느린 속도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문숙; [적의 후속이 타고 있을지도 모른다. 총관은 표적과의 교전준비를 갖추고 원수함의 지휘를 넘겨 받으라!]

<속하 양홍경! 원수님을 대신하여 본함을 지휘하겠습니다.> 복창하는 소리가 들리고

청풍; (군대 같은 게 아니라 진짜 군대다!) 놀라고

앞쪽에 갑판으로 나가는 문이 보이고 계단이 넓어졌다. 계단 좌우에 중무장한 무사들이 도영하고 있다.

청풍; (왕, 원수, 장군등의 직책도 그렇고.... 대체 이들의 정체는 뭘까?) 밝은 입구쪽으로 나가는 서문숙을 따라가며 좌우에 도열한 무사들을 보고

청풍; (황실의 군대는 아닌 게 분명한데... 누가 이들의 충성을 받는 걸까?) 생각하며 서문숙과 함께 갑판으로 올라선다.

청풍과 서문숙이 올라선 입구는 배의 중간쯤에 자리하고 있는 선실의 문이다. 갑판 아래에서 그 선실 문을 통해 갑판으로 나오게 되어 있다. 그들 앞쪽 드넓은 갑판 위에서는 백여명의 무사들이 진을 친 채 누군가를 막아선 모습.

서문숙이 나타나자 물살처럼 갈라지며 고개 숙이는 무사들.

서문숙; [적은?]

무사1; [저 계집입니다!] 나이 든 무사가 앞을 가리키고

청풍; (계집?) 놀라고

급히 서문숙 옆으로 고개를 내밀어 앞을 보고

쿵! 갑판 중앙에 표연히 서있는 권완. 두 손에 든 용봉채를 아래로 향하게 든 채 뭔가 생각하는 듯 고개를 약간 옆으로 숙이고 있다. 주변에는 혈도가 짚인 무사들 여럿이 쓰러져 있다. 좀 떨어진 곳에서는 무사들이 혈도가 짚인 동료들을 외곽으로 끌어내고 있고

청풍; (이... 이쁜이잖아!) 눈이 띠용.

그때 고개를 천천히 드는 권완

청풍; (이크!) 급히 서문숙 뒤에 숨고

청풍; (실수했다! 혈도라도 찍어둘 걸!) 서문숙 뒤에 숨어서 죽상을 하고. 그때

서문숙; <네가 말한 권씨세가의 여아냐?> 전음으로 묻고

청풍; <그 새 깨어날 줄은 몰랐어요. 소란 피워 죄송해요!>

서문숙; <괜잖다! 노부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 + [어린 처자를 상대로 이 무슨 소동이냐?]

움찔하는 무사들

서문숙; [모두 원 위치로 돌아가라!] 호통을 치며 앞으로 나가고.

군례를 취하고 사방으로 흩어져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무사들.

청풍은 급히 옆의 선실 그늘로 들어가 숨고

그 사이에 권완 앞으로 가는 서문숙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서문숙을 보는 권완

서문숙; [경계할 거 없다. 노부는 널 도와주고 싶다!]

권완; [절 도와주시려면 공청풍을 내놓으세요!] [그 짐승이 이 배에 타고 있다는 걸 알아요!]

서문숙; [듣는 이목이 많으니 자리를 옮기도록 하자.] 말하며 손을 내밀어 권완의 손목을 잡아가지만

권완; [물러서세요!] 용봉채를 교차하며 기합을 지르고

부악! 권완의 몸에서 강력한 소용돌이가 일어나서 서문숙에게 몰려가고

서문숙; [진정 하거라!] 손을 저어 그 소용돌이를 해소하려 하지만

텅! 가슴에 강력한 충격을 받는 서문숙

허공으로 둥실 떠밀려가는 서문숙.

<원수님을 밀어버리다니...! 내공으로는 천하최강인 분인데...!> 모든 무사들이 경악하고

화락! 하지만 깃털처럼 가볍게 내려서는 서문숙.

서문숙; (이건 무슨 무공인가?) (순식간에 노부의 몸속으로 저 아이의 기운이 흘러들어와 조종하려고 했다!) 놀랄 때

권완; [공청풍! 그자를 비호하는 자도 용서치 않겠어요!] 살벌하게 외치며 앞으로 발을 내딛고. 용봉체 하나로 서문숙을 겨누며. 하지만

쩡! 갑판에서 갑자기 빛으로 이루어진 덩굴들이 자라나서 권완의 몸을 휘감고 올라간다

권완; [흑!] 기겁하며 벗어나려 하지만

지지지! 단번에 권완의 몸을 위감는 빛으로 이루어진 덩굴.

청풍; (저건...!) 놀랄 때

권완; [술... 술법(術法)....!] 신음하며 휘청하고. 눈에서 빛이 사라진다

따당! 용봉채를 떨구며

바닥에 깃털처럼 힘없이 쓰러지는 권완

<그러면 그렇지!> <아무렴, 저런 풋내 나는 계집이 원수님의 상대가 될려고...!> 안도하는 무사들

청풍; (어떻게 한 거지? 무공을 쓰는 기척은 전혀 없었는데....!) 안도와 함께 당혹하며 숨어있던 곳에서 나오고. 서문숙에게 다가간다

서문숙; [너에 못지 않은 재원이로구나. 과연 권일해가 여식을 잘 뒀어!]

청풍; [이쁘기도 환장하게 이쁘죠!] 헤벌레

서문숙; [퍽이나 좋겠다! 그렇게 예쁜 처자가 죽이겠다고 쫓아다니는데....1] 쓴웃음 지으며 돌아서고

청풍; [헤헤! 쫓고 도망 다니다 보면 뭐 정이 들 날도 있겠죠!] 머리 긁적

서문숙; [방으로 데려오너라. 노부가 알아듣게 설득을 해보마!] 선실의 문으로 들어가려 하고

청풍; [그래주시면 은혜가 백골난망입죠!] 희희낙락하며 손을 부비면서 굽신거리는데

따각! 따각! 따각! 갑자기 어디선가 말발굽 소리가 들리고

[!] 선실로 들어가려던 서문숙의 눈이 부릅떠지고

청풍; [어! 여긴 강물 위인데 웬 말발굽소리?] 놀라 돌아보고. 그때

[노야!] 주변에서 긴장한 무사들이 외치며 선미 쪽을 본다

서문숙도 홱 고개 돌려 돌아본다.

쿵! 따각! 따각! 허공에서 말발굽소리를 내며 천천히 선미로 걸어내려오는 난릉왕과 거대한 군마. 난릉왕이 탄 말은 마치 허공에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내려오는 것 같고. 말발굽 소리도 군마의 발걸음을 따라서 들려온다.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블로그 이미지
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입니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