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38>

황금전장. 권씨세가의 무사들이 여전히 에워싸고 있지만 정문을 바라보는 곳에 설치 된 천막에는 원로들이 없다. 철궁십이사의 세 노인도 안 보이고. 모두 권씨세가로 갔다.

 

황금전장 내부. 공자무의 집무실. 삼엄한 경비. 공대벽이 다가오고

인사하는 무사들

안으로 들어가는 공대벽

난장판이 된 내부. 책상을 등진 채 공자무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의자를 놓고 앉아서 열려진 벽장의 금고를 보고 있다.

공대벽; [지시하신 대로 귀()도 내보내서 막내를 추적하게 했습니다.] 보고하지만 대꾸가 없는 공자무

공대벽; [그리고... 철궁의 세분 노야께서도 협상의 돌파구를 트신 모양입니다.] 공자무의 눈치를 살피고

공대벽; [방금 전 권씨세가의 원로들과 함께 권씨세가로 출발했다고 합니다.] 공자무에게 보고하지만

여전히 멍하니 앉아서 열려진 벽장만 보는 공자무

공대벽; [아버님!] 조심스럽게 부르고

공자무; [말해라! 듣고 있다.] 한숨

공대벽; [소자는 아버님께서 이토록 낙담하시는 것을 이제껏 본 적이 없습니다.]

공대벽; [대체 막내가 가져간 물건이 무엇인지요?]

공자무; [그 망할 놈이...!] 주먹 부르르 분노하고.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번져나오고. 그 살기가 방안을 가득 메운다.

공대벽; (사람 좋은 아버님이 이런 살기를....!) 침 꿀꺽 삼키는 공대벽

공자무; [휴우! 하긴 그놈만 탓할 일도 아니구나!] 한숨 쉬며 고개 설레 젓고. 스스스! 살기도 흩어지고

공자무; [만약 내게 불상사가 생긴다면 네가 내 뒤를 이어야 하니 이 일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야겠지.]

공대벽; [불상사라니요. 듣기에 민망합니다.]

공자무; [청풍이 놈이 가져간 건 암흑철수(暗黑鐵手).]

공대벽; [암흑철수... 소자로서는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만....!]

공자무; [칠년천하(七年天下)란 말은 들어보았느냐?]

공대벽; [지금으로부터 팔백여년 전, 무림사에 단 한 번 있었던 정사마(正邪魔)를 총망라한 무림일통(武林一統)을 일컫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대벽; [하지만 당시 무림일통을 이루었던 분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공자무; [아무도 모르는 게 아니다.] 고개 젓고

공자무; [진정한 강자들은 그분의 이름을 안다. 다만 감히 입에 올리지 못할 뿐이다!]

공대벽; (감히 입에 올리지 못하다니...!) (황제의 이름을 말하지도 쓰지도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가?)

공자무; [팔백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분의 이름을 입에 담는 사람은 없다.] [수십번의 세대가 지나갔음에도 그분의 존재는 여전히 위대하고 두렵기 때문이다.]

공자무; [대신... 그분은 본명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제왕(帝王)>이라고....!]

[!] 순간 엄청난 충격을 받는 공대벽

<이래도 제왕이 되지 않으시겠소?> <이래도 제왕이 되지 않으시겠소?> 공대벽의 귀에 환청같이 들리는 누군가의 음성

<미천한 신하의 오직 한 가지 소원은 제왕께서 다시금 그 위엄을 만천하에 드러내시는 것 뿐이외다!> 화려한 옷을 입고 얼굴에는 베니스 가면축제의 태양신같은 가면을 쓴 인물이 어린 시절의 공대벽 자신의 목을 움켜잡고 칼을 휘두르며 말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4-5세 가량의 공대벽은 목이 조여져서 사색이 되고 있고. 이 가면 쓴 인물이 공씨일족의 적인 난릉왕이다.

욱신! 난릉왕의 손에 잡혔던 목에서 통증이 느껴져 손으로 만지는 공대벽. 그때

공자무; [...그리하여 마침내 정..마는 그분을 신처럼 받들며 영원한 충성을 맹세했다.] 멍하니 벽장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전에도 뭐라 말했으나 공대벽은 자기 생각에 빠져서 앞 부분은 듣지 못했다.

공자무; [당시 정..마는 맹세의 증거로 각각 하나씩의 신물을 만들어 제왕께 바쳤었다.]

공자무; [정파에서 바친 것은 제왕홀(帝王笏)이었고 사파에서는 사파 고수 팔만사천 명의 혈정(血精)으로 만들었다는 팔만사천사령옥대(八萬四千邪靈玉帶)였다.]

공자무; [마지막으로 마도에서는 죽음의 권능을 지녔다는 암흑철수(暗黑鐵手)를 바쳤다.]

공자무; [이 세 가지 신물을 제왕께서는 한시도 몸에서 떼어놓은 적이 없었다.]

공자무; [넷째가 가져 간 것이 바로 그중 하나인 암흑철수다. 모든 마도인에게 죽음의 권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공대벽; (헌데 암흑철수가 어떻게 우리 가문, 아니 아버님 수중에 있게 된 것일까?)

공자무; [따지고 보면 다 내 불찰이었다.]

공자무; [우리 일족 외에는 그걸 만질 수도 사용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믿고 너무 방심했다.] [아예 눈에 띠지 않도록 좀 더 깊은 곳에 숨겼어야만 했다.]

공대벽; (암흑철수를 우리 일족만이 만지고 쓸 수 있다고?) (그렇다는 건 설마....!) 뭔가 깨닫고 흥분하는데

공자무; [첫째야.]

공대벽; [예 아버님!] 흠칫 정신 차리고

공자무; [너는 이 일을 누구에게도 발설해선 안 된다.] [만약 내게 안 좋은 일이 생기더라도 너는 다만 둘째와 의논해야지 다른 누구와도 이에 대해 말해서는 안 된다.]

공대벽; [아버님! 어찌하여 거듭 불길한 말씀을 하십니까?] 당혹

공자무; [내 말을 명심하고 명심해라.] [만약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넌 누구도 믿어선 안 된다.] 깊은 한숨

공자무; [물론 네 아우들은 믿을 수 있겠지만 둘째 외에는 연관시키지 마라.]

공대벽; [...!]

공자무; [신과 귀가 너를 도울 것이다.] 힘겹게 일어나고

공대벽; (설마 아버님은...!) 불길한 예감에 흠칫할 때

공자무; [네 어머니와 너희 형제들에게 전할 말은 각자 한통씩의 편지로 남겼다.] 책상 쪽을 돌아보고.

공대벽도 흠칫 돌아보니 책상 위에는 다섯 통의 편지가 나란히 놓여있다

공자무; [나는 이 길로 마땅히 수습해야할 일을 하기 위해 세상으로 나가야겠다!] 문으로 걸어가고

공대벽; (역시...) + [부디 옥체보중하시옵소서!] 뒤에 대고 절하고

문을 열려다가 멈칫하는 공자무

뒤에서 말없이 엎드려 있는 공대벽

공자무; [네 어머니를 부탁하마!] 한숨 쉬고

이어 문을 열고 나간다

문 밖에는 긴장한 무사들이 서있다가 고개 숙이고

! 다시 닫히는 문. 방안에는 엎드린 공대벽만이 남아있고

공대벽; (생각없는 막내가 금기를 범했구나!) (위태로운 균형을 이루고 있던 세상을 단번에 흔들어놓을 수도 있는...!) 고개를 들고

공대벽; (과연 이 파문의 종착은 어떤 결말일 것인가?) 한숨 쉬며 눈을 감고

<우리 가족은 이대로 영영 이산(離散)하여 한 지붕 아래 모일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닐는지...!>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공대벽의 모습이 멀어지고

 

#39>

-권씨세가 날씨가 화창한 오전.

경비 서던 무사들 흠칫.

날 듯이 다가오는 권일해(청풍)과 한검호(독고사룡). 권일해(청풍)은 뒷짐을 짚고 있고 한검호(독고사룡)은 자루를 한쪽 어깨에 짊어졌다.

[... 저분들은...!] 멀리서도 두 사람을 알아보고 눈 부릅뜨는 무사들

[가주님이다!] [가주님께서 돌아오셨다! 가주님께서 돌아오셨다.] 무사들 중 한 놈이 흥분하여 외치며 대문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단번에 난리가 나는 권씨세가. 여기저기서 노인들과 여자들이 뛰어나오고 [가주님이다!] [출타하셨던 가주님이 연락을 받고 돌아오셨다!]

[아가씨에게 알려라!] [가주님이 돌아오셨으니까 황금전장의 수전노들 다 죽었어!] 흥분하여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우왕좌왕하는 권씨세가 사람들

그 사이에 권씨세가 정문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가는 권일해(청풍)

[가주님!] [어서 오십시오 가주님!] 일제히 외치는 함성이 집안을 울린다. 정문 안쪽 마당 좌우에 쫙 도열한 권씨세가의 가솔들이 일제히 허리 숙이며 인사하고

[!] 고개 끄덕이며 굳은 표정으로 그들 사이를 성큼성큼 지나가는 권일해(청풍)

한검호(독고사룡); (진짜 자기 집에 돌아온 것처럼 태연하군!) 약간 겁에 질려 권일해(청풍)을 따라가고

한검호(독고사룡); (아무리 완벽하게 변장했다고 하지만 저런 의연함을 난 절대 흉내내지 못할 것이다!)

한검호(독고사룡); (울며 겨자 먹기로 주종지간이 되긴 했지만 주인은 어쩌면 정말 대단한 인물인지도 모르겠구나!) 생각하며 따라가는데

[가주님!] [분하옵니다 가주님!] 앞쪽에서 권씨세가의 여자들이 울며 주저앉는다

여자들; [돈놀이나 하는 천한 것들이 감히 본 세가를 능멸했어요.] [짐승같은 놈이 아가씨마저 희롱하고...!] [사생결단을 내고 싶어도 가주님의 분부가 없어서 그러지도 못했사옵니다!] 주저앉아 울고 애원하고. 멈춰서서 이마 찡그리는 권일해(청풍)

남자들; [분부만 내려주십시오 가주님!] [당장 쳐들어가서 홀라당 뒤집어놓겠습니다!]

권일해(청풍); [이 무슨 경망한 짓들이냐?] 버럭 고함

모두들 찔끔

권일해(청풍); [내가 잠시 자리를 비웠기로서니 집안의 기강이 이렇게 무너졌단 말이냐?]

모두들 겁에 질려 고개 떨군 채 눈치를 보고

권일해(청풍); [밖은 경계가 허술하여 원수가 넘보기 쉽고 안은 질서가 없어 어지럽기 이를 데 없구나!] [이러고도 감히 무림의 세가라고 말할 수 있느냐?] [너희들은 정녕 부끄럽지도 않느냐?] 둘러보며 호통을 치고

모두 삭이 죽고

권일해(청풍); [총관! 총관은 어디 있느냐?] 눈을 부라리며 주위를 둘러보고

사내1; [... 총관님은 황금전장을 포위하기 위해 원로들과함께 고수들을 이끌고 가셨습니다!] 겁에 질려 눈치보며

권일해(청풍); [전부 황금전장으로 몰려갔다?]

권일해(청풍); [세가가 언제부터 협잡질이나 하고 있었단 말이냐?] [쳐들어갈 거면 쳐들어가고 말 면 말 것이지!] 다시 걸음을 옮기고

권일해(청풍); [즉시 가서 전부 세가로 돌아오라 하라!]

[... 분부 받들겠습니다!] 한 놈이 급히 대답하고

밖으로 튀어나간다

권일해(청풍); [무기를 들 수 있는 자들은 모두 나서서 집 안팎을 물샐틈없이 경계하라.] [잡인(雜人)은 일체 세가에 들고 나지 못하게 하라!]

[존명!]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들여보내지 않겠습니다!] 큰소리로 대답하는 무사들.

사방으로 우르르 흩어지는 무사들. 좀 나이가 있는 무사들 몇 명만 권일해(청풍)의 눈치를 보며 따라간다.

권일해(청풍); [그동안의 경과를 보고 받겠다.] [완이에게도 대청으로 오라고 전하라!]

[예 가주님!] 한 놈이 대답하고 튀어간다.

권일해(청풍); [못난 것들...!] 짐짓 화를 내며 대청으로 가고

한검호(독고사룡); (대단하다. 단번에 권씨세가의 식솔들을 휘어잡는구나!)

 

#40>

권완의 거처. 시녀들이 경계를 서고 있고

커튼을 내려 어둑한 방안에는 바닥에 방석을 놓고 책상다리로 앉은 권완이 눈을 감은 채 참선 중이다. 방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휘이이! 권완의 몸에서 일어난 산들바람 같은 것이 권완의 몸 주위를 돌고 있고. 그때

[... 아가씨!] 밖에서 들리는 헐떡이는 소리. 권완의 귀가 쫑긋하고

무사; [... 출타하셨던 가주님께서 귀가하셨습니다.] 건물 밖에 서서 포권하며 헐떡이고

권완; <아버지가?> 움찔

무사1; [경과보고를 받으시겠다면서 아가씨도 급히 오시라는 분부이옵니다!]

권완; (아버지는 집안일보다 바깥일을 더 중시하시는 분이신데...) (중요한 약속을 파기하고 돌아오시게 하다니.... 나는 참으로 불효막심한 자식이로구나!) 입술 깨물고

무사; [왜 대답이 없으신 거냐?] 시녀들에게 묻고

시녀들; [수련이 중요한 단계에 이르신 모양이옵니다.] [방해하지 말라는 엄명이 계셔서 저희도 들어가서 확인해볼 수가 없사옵니다.] 울상 짓고

무사; [... 하지만 가주님께서 꼭 모셔오라는 분부를 내리셨는데...!] 초조해하고

 

#41>

황금전장.

거실에서 편지를 읽고 있는 진군소. 편지를 쥔 손이 파르르 떨린다. 공대벽이 그 앞에 공손히 서서 기다리고 있다.

진군소; [첫째야!] 비감어린 표정으로 편지를 내려놓고

공대벽; [예 어머니!]

진군소; [오늘부터 네가 황금전장의 장주다.] [거처를 네 아버지가 쓰던 집무실로 옮기도록 해라!] 억지로 울음 참는 표정으로 말하고

공대벽; [그리하겠습니다.]

진군소; [집안일에 대해... 네게 해줄 말이 많다만....] [지금은 에미의 심기가 평온하지 못하니 다음으로 미루도록 하자!]

진군소; [다만... 매사에 담대하고.... 네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복을 타고난 행운아임을 믿고 의심치 말라는 말은 미리 해두마!] 말하면서도 시선은 창밖으로 향하고

공대벽; [각골명심하겠습니다.] 포권하고

공대벽; [하온데....!] 눈치 살피고.

공대벽; [아버님은 어디로 가신 것인지요?]

진군소; [아마도... 그 사갈(蛇蝎)같은 년에게 달려갔겠지.]

흠칫하지만 묻지는 않는 공대벽

진군소; [만마천(萬魔天)의 천주 마서시(魔西施) 구령(瞿玲)!] [네 아버지에게 암흑철수를 맡겨서 오늘날의 풍파를 야기한 그 불여우를 찾아갔을 것이다!] 바득 이를 갈고

 

#42>

권씨세가. 삼엄한 경계.

대청. 대청 주위로도 삼엄한 경계가 펼쳐져 있고.

대청 안에서는 상좌에 위엄있게 앉은 권일해(청풍)이 중늙은이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권일해(청풍)의 뒤에는 한검호(독고사룡)이 서있고. 대청에는 십여명의 중년인들이 바짝 쫄아서 도열해있다.

중년인; [.... 황금전장의 장남이 그 정도의 고수인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중년인; [게다가 그놈들은 빈 옷을 날려 추격을 분산시킨 뒤 거짓된 정보를 남발하여 혼란을 부추킨 후 달아났습니다.]

권일해(청풍); [좋구나!] 자기도 모르게 손바닥으로 의자 손잡이를 때리고

[?] 사람들 어리둥절하며 보고

권일해(청풍); (아차!) (나도 모르게 형들의 절묘한 탈출에 감탄하고 말았다!) 움찔하고

뒤에서 작게 헛기침을 하며 경고를 보내는 한검호(독고사룡). 하지만

권일해(청풍); [! 겨우 두 명의 애송이에게 세가 전체가 농락당하다니...!] [집안 꼴 참 좋~구나!] 코웃음을 치며 사람들을 노려보고

[.....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가주님!] 삭 죽어서 고개 떨구는 사람들

한검호(독고사룡); (하여간 순발력하고는...!) 피식 웃고

권일해(청풍); [지금은 잔머리를 굴릴 때도 적의 눈치를 살필 때도 아니다!] [전력을 기울여 세가의 손상된 위신과 위엄을 회복해야만 하는 때이다!]

권일해(청풍); [원로들이 돌아오는 대로 황금전장을 요절낼...!] 말하다가 눈 부릅 입구 쪽을 본다

모든 사람들이 입구 쪽을 보는데

대청으로 들어서는 일단의 노인들. 권필중을 비롯한 세가의 원로들과 총관. 그들에게 둘러쌓여 들어오는 철궁 십이사의 세노인. 세노인들 중 오사가 보자기에 싼 족보와 차용증, 전표다발을 들고 있다.

세노인 크로즈 업

권일해(청풍); (일사(一師), 삼사(三師), 오사(五師)!) 눈 부릅

권일해(청풍); (젠장할! 저 영감탱이들이 쓸데없이 일찍 도착해서 산통을 깨는군!)

권일해(청풍); (내 선에서 본장으로부터 배상금을 올려 받고 사죄를 받아내는 정도로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거늘....!) 실룩거리고. 그때

청풍; (병신들! 개미새끼 한 마리 들여보내지 않는다더니만....!) 험악한 표정으로 무사들을 노려보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그 사이에 권씨세가 원로들과 함께 다가서는 세 노인

권필중; [가주! 때 맞춰 잘 돌아왔네!]

권필중; [이분들이...!] 말하는 걸 손을 들어 막는 권일해(청풍)

고개 끄덕이고 옆으로 물러서는 권필중

권일해(청풍); [철궁의 노사들께서 어쩐 일로 본 세가를 다 방문해주셨소?] 냉소하며 성의없이 포권을 하고

일사; [가주께 좋은 소식을 전하려 왔소이다.] 마주 포권하고

권일해(청풍); [좋은 소식?] [으하하하하하!] 분노한 표정으로 웃음을 터트리고

권씨세가 사람들도 분노한 표정으로 세노인을 노려보며 주먹 불끈 쥐고

일사; [가주! 분기(憤氣)가 일더라도 일단 늙은이들의 말은 들어 봐야하지 않겠소이까?] 권일해(청풍)을 달래려고 하지만

권일해(청풍); [저들을 왜 들여보냈느냐?] [잡인은 일체 들여보내지 말라고 한 명령을 잊었느냐?] 문간에 불안한 표정으로 서있는 중년무사를 노려보고

중년무사; [... 죄송합니다! 원로님들께서 동행하신지라....!] 사색이 되어 무릎을 꿇고

권일해(청풍); [가주인 나의 명령마저 허술히 여길 정도로 기강이 흐트러지다니...!] [결단코 용서할 수 없다!] 무시무시하게 화를 내고

사색이 되어 엎드리는 무사들. 그때

권필중; [가주! 철궁의 노사들을 데리고 온 건 내 독단이었으니 아랫것들을 책하지 마시게!] 나서서 중재하고

권일해(청풍)은 귀찮다는 듯 권필중에게 손을 젓고

권필중도 주눅이 들어 혀를 차며 물러서고

권일해(청풍); [방금 좋은 소식이라고 했소?] 철궁의 세 노인을 차갑게 돌아보고

권일해(청풍); [혹시 노사들께선 간특한 제자놈의 목이라도 들고 오신 것이오?] 일사를 노려보고

일사; [제자 놈의 목은 가져오지 못했지만 그놈의 목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고자 왔소이다.] 넉살좋게 말하며 포권하고

권일해(청풍); (그러면 그렇지!) + [목을 딸 수 있는 방법?] 냉소

권일해(청풍); [그래 어디 사부가 제자의 목을 파는 장면을 한 번 구경해 봅시다!] 빠드득 이를 갈며 다시 자리에 앉고

<권일해가 정말 화가 났군!> <하긴 금지옥엽의 정조가 훼손당했으니 그럴만도 하지!> 삼사와 오사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일사; [우리는 청풍이놈을 두 살 때부터 맡아 가르쳤소이다.] 그런 삼사와 오사를 힐끗 흘겨보며 말하고. 찔끔하는 삼사와 오사

일사; [덕분에 우리보다 그놈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오.]

권일해(청풍); [제천대성이라 불리는 그놈이 철궁의 당대 궁주라고 들었소.]

권일해(청풍); [제자이자 궁주인 그놈을 당신들 손으로 팔아넘기겠다는 말을 믿으라는 것이오?]

삼사; [사실 본궁의 궁주는 대수롭지 않은 존재외다.] 껄껄

삼사; [궁주라고 해봤자 죽으면 다시 세우면 그뿐!] [더구나 우린 궁주의 아랫사람이 아닌 사부들인데 무엇인들 못하겠소?]

권일해(청풍); (오호라! 그랬다 이거지?) (날 궁주로 세운 건 순전히 핫바지로 써먹기 위해서라고?) 분노하고

삼사; [자랑은 아니오만 우리를 제외하고는 천하에서 청풍이놈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요.]

권일해(청풍); [살아서 돌아가고 싶다면 속히 방법을 말하시오.] 냉소

권일해(청풍); [본 가주는 당신들처럼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늙은이들과는 구역질이 나서 길게 얘기를 하지 못하겠소.]

<저놈이 감히...!> <아무리 화가 났기로서니 할 말과 하지 말아야하는 말이 있거늘...!> 삼사와 오사 분노

일사; [이 일은 가주 혼자서 결정할 수는 없고 가주의 영애와 함께 의논해야 할 것이오.] 삼사와 오사를 곁눈질로 진정시키고

권일해(청풍); [가엾은 내 딸을 다시 한 번 진창에 끌어내라고?] 냉소

권필중; [가주! 세분노사의 말을 경청하시기 바라네.] 보다 못해서 다시 나서고

권필중; [철궁은 이런 방면으로는 탁월한 곳이니 신뢰할 만하지 않은가?] [더구나 세분은 황금전장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고 계시다고 하네!] 말하며 흘깃 오사가 두 손에 들고 있는 보자기에 눈길을 주고

권일해(청풍); (옳거니! 세가의 늙은이들은 아버지가 제시한 막대한 배상금에 마음이 동했구나!)

권일해(청풍); (체면상 내색은 못하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한몫 크게 챙겨서 세가의 위세를 회복하는데 사용하고 싶겠지!)

권일해(청풍); (원로들의 마음이 그쪽으로 기울었다면 의외로 일이 쉽게 마무리 될 수도 있다.) (권완만 잘 구슬려서 제안을 받아들이게 하면 되니까!)

일사; [하늘 아래 대화로 풀지 못할 일이 무에 있겠소?] 권일해(청풍)의 눈치를 살피며 은근히 말하고

권일해(청풍); [세상에는 재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는 법이오!] 냉냉

일사; [말인즉 맞는 말씀이외다!]

일사; [다만 가주께선 영애의 심사를 걱정하시는가 본데...] [괜잖다면 노부가 영애를 직접 뵙고 위무(慰撫)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 바라외다!]

권일해(청풍); [완이가 사실상 본가의 주재(主宰)이니 만나게는 해주겠소!]

권일해(청풍); [하지만 완이가 원한다면 본 세가는 전력을 기울여 오늘 해가 기울기 전에 황금전장을 지상에서 없이 해버릴 것이오!] 준엄하게 말하고

모든 사람들이 꿀꺽 긴장한다.

권일해(청풍); [완이를 불러오라고 했는데 어찌 기별이 없느냐?] 입구를 향해 호통 치고

무사; [... 가주님!] 권완의 거처에 갔던 그 무사가 겁에 질려 나서고

무사; [아가씨께서는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으셔서 그만...!]

권일해(청풍); [별 수 없군!] 자리에서 일어나고

권일해(청풍); [오지 못하는 사정이 있는 듯하니 함께 완이의 거처로 가봅시다!] 성큼 성큼 걸어나나고. 사람들 우루루 따라나간다.

철궁의 세노인도 어느 정도 안심한 듯한 표정으로 서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나가고

권일해(청풍); (못된 너구리들 같으니...!) 앞장 서서 가며 그런 세 노인을 곁눈질하고

권일해(청풍); (감히 날 핫바지로 여겼다 이거지?) (조만간에 피눈물을 흘리며 후회하도록 만들어 주겠어!)

 

#43>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블로그 이미지
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입니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