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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문 안쪽. 사마이극의 뒤에 서서 긴장하는 사마이극의 제자.

눈만 돌려서 좌우를 살핀다. 좌우의 벽에는 모두 아홉명의 청년이 다섯과 넷으로 나뉘어 벽에 붙어선 채 뒷짐을 짚고 있다. 그 중에는 권일해의 셋째 제자인 한검호도 있는데 그는 다섯 명이 늘어선 쪽에 서있고

사부의 어깨 너머로 원탁에 둘러앉은 아홉명의 인물들이 보인다. 정면의 상좌에는 관운장 같은 분위기에 수염이 길고 하얀 노인이 위엄있게 앉아있다. 이 노인이 십대세가의 수장인 서문세가의 가주이며 제왕공가의 첫째가신, 즉 원수인 서문숙이다.

서문숙의 좌우로 다섯 명과 세명의 중년인과 노인들이 죽 앉아서 입구 쪽을 보고 있다. 하나같이 절세고수들같은 분위기. 다섯 명이 앉아있는 열의 중앙에는 권씨세가의 가주인 도룡신도 권일해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앉아서 입구쪽을 보고 있다.

사마이극; [위대하신 <제왕>의 미천한 종 사마이극이 서문숙(西門肅) 원수(元帥)님과 여러 가주들께 인사 올리외다!] 정중하게 포권하고

급히 고개 숙이는 사마이극의 제가.

서문숙과 다른 가주들도 고개 숙여 마주 인사하고

서문숙; [착석하시오 사마가주!] 비어있는 자리를 권하고

사마이극; [!] 고개 숙이고

이어 세명이 앉아있는 열의 빈자리에 가서 앉는다.

사마이극의 제자는 아홉청년들 중 네 명이 서있는 곳으로 가서 맨 끝에 선다

서문숙; [십 년만에 열리는 제가회의(諸家會議).]

서문숙; [관례에 따라 서문세가(西門世家)의 가주인 본인 서문숙이 원수(元帥)의 자격으로 아홉 가주 분들을 모시고 회의를 주재하게 되었소.]

아홉명의 가주들은 모두 서문숙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복종과 동의의 뜻을 표하고

서문숙; [사마가주를 제외한 여덟 분께는 개별적으로 인사를 드렸소만...!]

서문숙; [무림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처지에 사람들의 이목을 속이고 제가회의에 참석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오.]

서문숙; [모두들 그럴 듯한 이유와 명분을 내세워 사람들의 의심을 피한 것으로 알고 있소!] 둘러본다

고개 끄덕이는 권일해를 비롯한 가주들

서문숙; [허나 이 늙은이는 노파심에서 여러분께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구려.] 눈 빛내고

서문숙; [우리들 십대세가(十大世家)가 십 년을 주기로 모여서 밀의(密議)를 갖는다는 사실이 무림에 알려지면 큰 혼란이 일어날 거요.]

서문숙; [욕심 많고 겁 많은 것들이 먼저 일어나 십대세가가 음모를 꾸민다 핱 테고...!]

서문숙; [무모하고 어리석은 것들이 그 뒤를 이어 검을 우리에게 겨눌 것이외다.]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와는 상관없이!]

모두들 끄덕이고

서문숙; [어떤 경우라도 우리 십대세가가 모든 왕들의 왕이신 <제왕>의 가신(家臣)임이 탄로 나서는 아니 되오!]

서문숙; [세상은 우리를 그저 무림의 한 지방을 호령하는 세가(勢家;권세있는 가문)정도로만 알게 해야한 말이외다.]

[존명(尊命!)] 아홉 가주가 일제히 포권하며 고개를 숙이고

서문숙; [제가회의는 짧으면 사흘이고 길면 보름도 걸리오.] 좀 풀어진 표정

서문숙; [게다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의식도 적지 않은 탓에 일단 시작하면 서로가 다른 말을 나눌 시간은 없소이다.]

서문숙; [이런 형편이므로 의식을 시작하기 전에 할 말이 있다면 주저하지들 말고 하도록 하시오.] 권하고

그러자 네명의 가주가 앉은 열에서 서문숙과 가장 가까이에 앉아 있던 중년인이 조용히 일어선다. 40대 중반의 아주 수려한 인상의 소유자. 너무 잘 생겨서 좀 음산하고 교활한 인상, 이름은 황보중평

서문숙; [황보세가(皇甫世家)의 이십구 대 가주!] 돌아보고

서문숙; [오대(五大) 복성세가(複姓世家)에 천지신명과 열선조의 보살핌이 있길 비네.] 끄덕이며 발언을 허락하고

황보중평; [황보중평(皇甫中平)이 원수님의 가문에 천지신명과 열선조의 보살핌이 있길 빌며 삼가 아룁니다.] 맞은편의 다섯 가주와 서문숙에게 포권하고

권일해를 포함한 다섯 가주가 고개를 숙여 답례하고

황보중평; [십 년 전 일흔일곱 번째 제가회의가 있은 후, 무림의 정세는 조금씩 바뀌어 지금에 이르러서는 파악되지 않는 여러 흐름들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황보중평; [그리고 그 흐름들이 어떠한 형태로든 우리 세가들과 무관할 수 없다고 보여지는 바 원수께서는 그 점을 감안하여 하명하여 주시길 청합니다.]

황보중평의 공손한 말에 혼원실 안의 모든 사람이 긴장하고.

서문숙; [황보세가가 나름대로 그쪽으로 조사를 많이 한 듯하니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고서로 제출해주길 바라네!] 끄덕

황보중평; [분부를 받들겠습니다!] 포권하고 앉고

권일해등이 앉은 다섯 가주들 중 역시 서문숙과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있던 위맹한 인상의 초로의 노인이 일어나고. 이름은 고산해

서문숙; [고씨세가 이십팔대 가주!] [그대들 고(), (), (), (), ()의 오대(五大) 단성세가(單姓世家)에 평강과 번영이 함께 하기를!]

고산해; [서문(西門), 남궁(南宮), 황보(皇甫), 사마(司馬), 울지(蔚之)의 오대 복성세가에도 그 두 배의 축복이 있기를 바라외다!] 포권하고

고산해; [최근 구파일방이 우리들 십대세가를 경원하여 자주 충돌이 빚어지므로...!] 둘러보고 말하고

심각하게 듣는 사람들

차례로 일어나 발언하는 사람들의 모습.

묵묵히 듣고 있는 권일해. 그의 뇌리에 떠오르는 권완의 모습

<문중의 존망이 걸린 변고가 발생했으니 아버님께서 발길을 돌리시길 소녀 완이 간청하옵니다.> 권완의 모습 배경으로

권일해; (미안하다 완아!)

권일해; (가문의 존망보다는 <제왕>께 충성하는 일이 더 중요하니 제가회의로부터 중도에 빠져나갈 수는 없다.)

권일해; (부디 아비가 돌아갈 때까지 영특한 네가 잘 수습하기를 바랄 뿐이다!) 건성으로 다른 가주들의 발언을 들으며 생각한다.

 

#30>

새벽 무렵의 황금전장. 여전히 권씨세가의 무사들이 황금전장을 포위하고 있고

귀부

무고

화악! 열려진 문을 통해서 뜨거운 기운이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돌 탁자 위에 눈을 감은 채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청풍. 온몸에서 아주 강한 열기가 뿜어져 나와서 입고 있던 옷이 바짝 마른 나뭇잎처럼 변해있다. 푸스스! 옷의 끝자락들은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먼지처럼 부서져 날아간다. 온몸이 달아오른 청풍. 엄청난 고열에 시달리는 모습이고

청풍; (뜨겁다! 마치 불구덩이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 눈 감은 채 생각

청풍; (아니, 좀 다른가?) 눈 감은 채 갸웃하고

청풍; (뜨거워진 건 다름 아닌 내 몸이다.) (마치 불에 녹인 납을 한 숟가락 삼켜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속에서 열불이 난다!)

청풍; (난 그저 생사일보의 구결에만 온 정신을 쏟았을 뿐인데 어느 순간부터 몸에서 엄청난 열이 나기 시작했었지.)

청풍; (그 과정에서 뭔가를 깨달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찡그리다가 흠칫

츠츠츠! 팔찌를 낀 손목에서 수증기같은 것이 일어나고.

청풍; (손목 근처에서 서늘한 한기가 스며들고 있다.)

청풍; (신령석으로 만든 팔찌가 열기에서 내 몸을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청풍; (정확히는 신령석에 끼워져 있는 다섯 개의 반지 중 적화(赤火)와 청목(靑木)의 효능이다.)

청풍; (적화가 열기로부터 날 지켜주었고 청목은 열기에 손상된 신경을 복구시켜주었다!) 만지작

청풍; (생사일보를 깊이 연구하면 몸속이 뜨거워지는 모양이다.) (독고노인이 미친 원인이 생사일보의 이같은 부작용 때문이기 쉽다!)

청풍; (결국 나도 신령석과 오신환이 지켜주지 않았다면 미쳐버렸을 거라는 얘긴가?) 생각하며 천천히 눈을 뜨고

[!] 직후 눈 부릅 청풍

! 바로 앞에서 눈을 부릅뜨고 들여다보는 사람의 얼굴. 바로 독고사룡이다.

청풍; [으악!] 깜짝 놀라며 뒤로 발라당 넘어지고. 그 바람에 열기에 바래 바삭해진 옷이 마구 부서져 날리고. 순간

[!] 손가락을 입에 대고 급히 속삭이는 독고사룡

독고사룡; [조용히 해라! 다른 사람들이 깨면 곤란하다.] 무고 밖을 살피며 말하고

청풍; [독고노인! 설마....!] 놀라고. 옷이 거의 다 부서져 고추도 털렁 드러나 있다.

독고사룡; [이걸로 갈아입어라!] 옷을 한 벌 내밀고

청풍; [으힉!] 비로소 자신이 거의 발가벗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타구니를 가린다.

독고사룡; [네 몸에서 뿜어진 열기가 워낙 강렬해서 옷이 부서져 버렸다.] 옷을 탁자에 내려놓고

청풍; (에구! 에구! 이게 무슨 망신이냐?) 죽상하며 급히 옷으로 앞을 가리고

독고사룡; [생사일보의 비급도 빙잠사(氷蠶絲)를 섞어 짠 비단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었으면 훼손되었을 것이다.] 생사일보가 적힌 두루마리를 둘둘 말아서 말고

청풍; [독고노인은 미친 게 아니었군요!] 바지부터 입으며

독고사룡; [미쳤었지. 한 때는...!] 쓴 웃음을 지으며 생사일보 비급을 들고 돌아서고

청풍; [생사일보를 연마하는데 성공한 건가요?] 허리띠를

독고사룡; [자리를 옮기자.] [여기선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 수도 있다!] 원래 자리에 비급을 꽂는 독고사룡

청풍; (남이 알면 안되는 사연이 있군!) + [그러죠!] 상의를 걸치고

앞장서서 무고 입구로 가는 독고사룡.

청풍도 곤오용봉채를 들고 탁자에서 내려서고

[!] 그러다가 흠칫 청풍.

스윽! 독고사룡이 바닥에서 한 자 가량 뜬 채 스윽 미끄러져서 밖으로 나가고 있다

청풍; (몸에 전혀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경신술이 저 정도면 허깨비나 유령으로 오해받겠군!) 급히 허둥대며 따라 나가고

 

#31>

무고를 벗어나 투도지묘를 향해 가는 독고사룡, 역시 허공에 뜬 채 스윽 미끄러져 간다. 청풍도 허둥대며 따라가고

청풍; (생사일보다!) 따라가며 눈 반짝

청풍; (나도 하려면 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당췌 시작하는 방법을 모르겠구만.) 갸웃

 偸盜之墓라 적힌 문 앞에 이르는 두 사람. 투도지묘 문은 닫혀있는데 틈이 아주 조금 벌어져 있다. 헌데

슈욱! 문을 열 생각도 않고 문으로 그대로 다가가는 독고사룡. 문이 안보이는 듯이

청풍; [문을 조심...!] 뒤에서 외치는데. 직후

슈욱! 연기처럼 변해서 좁은 문틈으로 들어가 버리는 독고사룡의 모습

청풍; (... 스며들어갔다! 연기처럼!) 입을 쩍 벌리고. 그때

<안 들어오고 뭐하느냐?> 문 안쪽에서 독고사룡의 목소리가 들리고

퍼뜩 정신 차리는 청풍

청풍; (나도 할 수 있을까?) 침 꼴깍

청풍; (문을 열고 들어가는 건 자존심의 문제니 한번 해보자!)

청풍; (내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적의 길을 밟는다! 내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적의 길을 밟는다!) 합장한 채 정신 집중하고

화악! 몸에서 열이 나고

청풍; (지금이다!) 스팟! 눈 부릅뜨며 앞으로 돌진하고

슈욱! 청풍의 모습이 얇고 길게 쭈욱 늘어난다. 눌러서 얇게 편 듯이

슈칵! 투도지묘의 좁은 문틈으로 스며들어가는 청풍의 종이처럼 얇아진 몸

 

투도지묘 안쪽. 어둡다. 문의 좁은 틈으로 빛이 스며드는데

슈악! 그 틈으로 벼락같이 스며들어오는 섬광

휘익! 끼기긱! 급정거하는 청풍. 얇고 길게 늘어났던 청풍의 몸이 확 합쳐져서 원래대로 돌아간다

청풍; (... 성공이다!) 홱 돌아보며 흥분하고

청풍; (저 좁은 틈으로 들어오는데 성공했다!) (이제 내가 잠입하지 못할 곳은 없게 된 거야!) 흥분할 때

[너희 공씨는 하나같이 괴물이구나!] 독고사룡의 탄식이 들린다.

흠칫 돌아보는 청풍.

독고사룡; [그래도 설마 했거늘... 정말로 하룻밤 새에 생사일보를 익혀 내다니...!] 문 안쪽은 일종의 무덤인데 봉분은 없고 대신 수십개의 비석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역대 대도와 신투들의 비석이다. 비석 앞에는 돌로 깍은 제탁도 놓여있고. 그 중 하나에 독고사룡이 앉아있다

청풍; [꼰대하고 형들이 괴물인 건 맞지만 난 아녜요.] 다가가고

청풍; [난 그냥 집안의 천덕꾸러기일 뿐이라구요.] 둘러보고

독고사룡; [제법 똑똑하다는 소릴 들은 내가 삼십년을 허비해서 이룬 성취를 하룻밤 새 깨달은 게 괴물이 아니면 누가 괴물이겠느냐?] 쓴웃음

청풍; [뭐 그렇다 치고....] [여기가 역대 신투들의 무덤인 모양이죠?] 둘러보고

독고사룡; [꿀에 빠진 파리처럼 가엾은 존재들이지!] [황금전장이 모아놓은 어마어마한 보물의 바다에 빠져서 허우적대다가 죽어갔으니....!] 자조

독고사룡; (이 늙은이, 자신은 좀 다르다는 듯이 말하는 걸!) 눈 반짝

독고사룡; [어쨌거나 너는 참으로 운이 좋구나.] 눈 빛내며 청풍을 훑어보고

청풍; [황금전장에 태어났다는 사실 말고는 대체로 괜찮은 편이죠.] 시큰둥하며 독고사룡 맞은 편의 비석에 기대서고

독고사룡; [그게 제일 큰 복이다.]

독고사룡; [핏줄을 통해 남다른 능력을 타고 났고 엄격한 훈육을 받아서 그 재능을 남김없이 발휘할 수 있게 된 것보다 큰 복이 어디 있겠느냐?]

청풍은 (훈육은 무슨 훈육!) (걸음마 떼자마자 해결사 양성기관에 보내졌는데...) 콧방귀

독고사룡; [노부가 일찍이 등천신환(登天神環)에 그런 묘용이 있음을 알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청풍의 왼쪽 손목에 찬 팔찌를 보고

청풍; [팔찌가 등천신환인가요? 다섯 개의 반지가 등천신환인가요?] 손목을 들어보고

독고사룡; [그 전부를 일컬어 등천신환이라고 한다.]

독고사룡; [생사일보도 등천신환도 다 <>의 것이었는데... 그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다.] 탄식

독고사룡; [<>의 것이 지난 삼십여년간 내 눈 앞에 놓여 있었거늘...] [얻기는 네가 얻었으니 보물에 주인이 따로 있다는 말이 틀리질 않는구나.]

청풍; [<>라뇨? <>가 누군데요?] 의아한 표정으로 독고사룡을 보고.

독고사룡; [절대마존(絶代魔尊) 소의장(蘇義藏)!] 굳은 표정

청풍; [절대마존?] [그런 사람이 있었나?] 갸웃

독고사룡; [있었지. 있었고말고....!] 끄덕

독고사룡; [절대마존이란 별호 그대로 마도제일인(魔道第一人), 아니 고금제일인(古今第一人)으로까지 불렸던 초인이 소의장이다.]

청풍; (오백년 내의 무림인들은 거의 다 알고 있는데....) (내 기억에 없는 걸 보니 오백년 이전의 사람이겠구나!) 침 꼴깍

독고사룡; [네가 불과 하룻밤 새에 생사일보를 터득할 수 있었던 건 타고난 자질도 자질이지만 등천신환의 도움을 받았기에 가능했다.]

청풍; [얘기가 좀 길어질 것 같군요.] 기대고 있던 비석에 훌쩍 올라가 걸터앉고

청풍; [생사일보와 등천신환은 무슨 관련이 있는 건가요?] 팔찌를 만지고

독고사룡; [모든 물질은 강한 열에 노출되면 구성 상태가 달라지게 된다.] [생사일보는 그 원리를 이용하여 몸의 형태를 일시적으로 바꾸었다가 원래대로 돌아오게 해준다.]

독고사룡; [덕분에 아무리 좁은 곳이라도 통과할 수 있고 또 스치는 건 무엇이든지 그 구성에 간섭해서 잘라버리거나 파괴할 수도 있다.]

청풍; [! 거의 마술 수준의 무공이군요.] 눈이 휘둥그레

독고사룡; [절대마존 소의장은 다른 무공도 많이 창안했지만 이 생사일보 하나만으로도 절대무적을 구가했었다.]

독고사룡; [무림일절 생사일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청풍; [위력이 막강한 대신에 후유증도 있겠네요.]

독고사룡; [수련과정에서 열기를 통제하지 못하면 몸이 타들어가 한줌의 재가 되어버린다.] 끄덕

독고사룡; [절대마존 이후로 생사일보를 연마해낸 인물이 없었던 건 그 때문이다.]

청풍; [혹시 생사일보의 비밀을 알아냈어도 자신이 뿜어낸 열기에 타죽어버렸겠군요.]

독고사룡; [노부는 젋었을 때 빙백진기(氷魄眞氣)라는 극음의 무공을 연마했었다.] 끄덕

독고사룡; [그 빙백진기 덕분에 타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열기에 뇌가 손상되어 십년 넘게 바보로 살아야만 했다.]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톡톡

청풍; [다시 정신이 돌아온 것도 빙백진기 덕분이겠습니다.]

독고사룡; [제 정신이 돌아온 건 육년전이다.] 끄덕

청풍; [그런데 왜 계속 바보인 척 했죠?]

독고사룡; [갑자기 나 이제 안 미쳤습니다! 라고 하는 것도 좀 그렇지 않느냐?]

청풍; [하긴!] 끄덕

독고사룡; [네가 지닌 등천신환은 생사일보를 수련할 때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위험을 막아준다.] [너도 겪어봤으니 알 것이다.]

청풍; [적화신환이 열기를 통제하고 청목신환은 몸을 지켜주더군요.] 팔찌를 만지작

독고사룡; [만일 등천신환의 효용을 미리 알았다면 나도 아까운 세월을 바보로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탄식

독고사룡; [그래도 한 가지 얻은 게 있다면 십년 넘게 바보로 산 덕에 내 몸에 배어있던 탐욕과 집착이란 독기가 빠져나갔다는 점이다.]

독고사룡; [귀부의 황금과 보석도 더 이상 날 속박하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강렬한 눈빛

청풍; [그럼 왜 바보인 척하면서 계속 여기 남아있는 거죠? 밖으로 나가지 않고....?] 이마 찡그리고

독고사룡; [난들 이 지옥에서 빠져나가고 싶지 않았겠느냐?] 탄식

청풍; [출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인가요?]

독고사룡; [출구를 찾기는 쉬웠다. 수색을 시작한 후 불과 일곱 째 날에 찾았으니까.] 고개를 젓고

청풍; [그런데도 나가지 못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겠군요.]

독고사룡; [네 아버지에게 한 맹세 때문이다.]

청풍; [꼰대한테 한 맹세 때문이라구요?] 화들짝 놀라 일어나고

청풍; [꼰대가 여길 들어왔었나요?] 겁에 질려 둘러보고

독고사룡;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네 아버지는 가끔 귀부에 들어와 살펴보고 나간다.]

독고사룡; [내가 찾아낸 출구는 바로 네 아버지가 드나드는 그곳이었다.] 이하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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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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