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본 무협지의 추억'에 해당되는 글 36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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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21.05.03 [천병신기보] 제 23장 만독묵린편의 저주
  3. 2021.05.02 [천병신기보] 제 22장 자부지존이 되어라!
  4. 2021.05.01 [천병신기보] 제 21장 흑룡천신
  5. 2021.04.30 [천병신기보] 제 20장 오백년전의 미녀
  6. 2021.04.29 [천병신기보] 제 19장 밀실의 열풍
  7. 2021.04.28 [천병신기보] 제 18장 혈황탈 대 패천신륜
  8. 2021.04.27 [천병신기보] 제 17장 위경 중의 연정
  9. 2021.04.26 [천병신기보] 제 16장 여자 중의 여자
  10. 2021.04.24 [천병신기보] 제 15장 변황제일병
  11. 2021.04.23 [천병신기보] 제 14장 자부의 다섯 가지 보물
  12. 2021.04.22 [천병신기보] 제 13장 억지 청혼
  13. 2021.04.21 [천병신기보] 제 12장 천둔곡의 기문진
  14. 2021.04.20 [천병신기보] 제 11장 아름다운 자객
  15. 2021.04.19 [천병신기보] 제 10장 풍운을 잉태하는 여인
  16. 2021.03.27 [천황존신보] 제 57장 찬란한 태양 (완결)
  17. 2021.03.27 [천병신기보] 제 9장 쓰러진 검성
  18. 2021.03.26 [천병신기보] 제 8장 천지십병의 비사
  19. 2021.03.25 [천병신기보] 제 7장 패천신륜을 얻다.
  20. 2021.03.22 [천병신기보] 제 6장 수라천극존
  21. 2021.03.19 [천병신기보] 제 5장 거마가 준 기연
  22. 2021.03.18 [천병신기보] 제 4장 혈황탈, 나타나다!
  23. 2021.03.17 [천병신기보] 제 3장 무너지는 패천동부
  24. 2021.03.16 [천병신기보] 제 2장 부-황룡, 자-잠룡
  25. 2021.03.15 [천환존신보] 제 51장 무참한 여인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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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四 章

 

                       軒轅天荒璧口訣

 

 

 

 

자허천부(紫虛天府)는 구십 구 개의 석실(石室)이 있다.

한데 그 방대하고 많은 자허천부의 석실들이 가득가득 차 있었다.

서책, 비급(秘笈)...

명인(名人)들이 남긴 명품(名品),

신병이기(神兵異器),

가히 천하의 제화가 모두 이곳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재화와 기진들은 일이백 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일천 수백 년의 장구한 세월동안에 쌓여온 것들이다.

자허천부에는 자부오절(紫府五絶)의 삼절(三絶)이 담겨 있는 것이다.

천하를 사고도 남을 재절(財絶),

천하를 뒤집기에 충분한 수많은 신공절기들의 기공절(奇功絶),

그리고 하늘이라도 가려버릴 수도 있다는 기절(機絶)이 그것이다.

 

[...!]

능천한은 팔충의 마지막 석실에 와 있었다.

그곳은 병기고(兵器庫)였다.

자허천부에는 만종(萬種)의 병기들이 있다.

특히 이곳 팔층의 중병고(重兵庫)에는 그중의 발군의 것들이 모여 있었다.

[이곳 중병고에 있는 것은 모두 천병보 천병일천좌에 드는 것들입니다.]

천수약왕이 능천한에게 설명했다.

[그렇겠소이다. 어느것 하나 범상한 것이 없으니...!]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보았다.

중병고에 보관되어 있는 신병의 숫자는 삼백종(三百種)을 넘고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천병일천좌 안에 드는 절대신병들인 것이다.

능천한은 형형하게 눈을 빛냈다.

(이 신병(神兵)들로 고수들을 무장시킨다면... 사상최강의 군단이 되리라.)

능천한은 내심 모종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자부(紫府)!

천세를 신비 속에 가려져 온 그 엄청난 잠력!

그것은 능히 일만명 초절정고수로 변신시키고도 남을 정도인 것이었다.

[...!]

능천한은 작은 옥함을 집어들었다.

그 안에는 열두 자루의 호접차(蝴蝶叉)가 들어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여인들의 장신구라고 생각될 정도로 화려한 세공의 호접차들이었다.

그러나,

누가 있어 그것들의 진정코 무서운 내력을 알겠는가?

열두 개의 호접차!

그것은 천하삼대암기(天下三大暗器)에 드는 가공할 암기인 것을,

이름하여,

 

직녀호접차(織女蝴蝶),

 

호접천후(蝴蝶天后)라는 상고(上古)의 여고수가 남긴 것이다.

이는 호신강기 파해 전문의 암기로서,

직녀호접차 앞에서 무력해지지 않는 호신강기가 거의 없을 정도로 날카로운 것이다.

(열두 개... 벽라누님과 영라 등에게 나누어주면 좋아하겠군!)

능천한은 직녀호접차를 집어넣고 구층으로 통하는 석문 앞으로 갔다.

(만종의 재화를 보시고도 단 하나만 취하시다니...)

천수약왕은 감탄의 눈길로 능천한의 뒷모습을 쫓았다.

그르르르르---!

능천한은 구층으로 올라갔다.

 

구층!

자허천부의 가장 위층인 이곳은 널찍한 하나의 대전이었다.

그곳은 흡사 환몽천유부(幻夢天遊府)를 연상케 했다.

이곳에 비장된 것들의 수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 하나하나가 천만금의 가치가 있는 것들이었다.

제일먼저 눈에 띈 것은 세 폭의 초상화였다.

[...!]

능천한은 눈을 빛내며 초상화 앞으로 다가갔다.

초상화의 세 인물들은 모두 중년인들이었다.

중앙의 인물은 절대종사(絶代宗師)의 기품이 흐르는 자삼의 중년인이었다.

사자같은 위엄과 만인을 절로 감복케 하는 기도가 흐르는...

(자부존(紫府尊)!)

능천한은 전율을 느꼈다.

그 초상화의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은 이어 자부존의 좌측에 있는 초상화로 옮겨졌다.

(이분은 만절기사(萬絶奇士)...!)

능천한의 눈길은 이어 마지막 초상화폭으로 옮겨졌다.

마지막 화폭에는 호미를 들고 있는 야인(野人)의 모습이 있었다.

약초를 담는 주머니를 옆에 찬...

(천외약종(天外藥宗)!

능천한의 두 눈이 엄숙하게 빛났다.

능천한은 세 초상화의 인물, 절대삼기(絶代三奇)의 초상화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지존... 누구에게도 무릎을 꿇지 않으시겠다는 의지가 계시다...)

뒤에 시립한 천수약왕의 입에서 나직한 한숨이 흘렀다.

(극강(極强)은 부러지기 쉬운 법임을 깨달으시기를 빌 뿐...)

천수약왕은 탄식했다.

그러나 그는 능천하에게 천하제일재녀가 있음을 잠시 망각하고 있었다.

[세 분의... 구세(救世)의 뜨거운 의혈을 느끼외다. 구천독종이든 혈종이든 후생의 손으로 단절시켜 보일 것이니... 지켜보아주소서!]

능천한은 축원을 옮겼다.

절대삼기를 올려다보는 그의 시선이 뜨겁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는 능천한을 천수약왕은 감격의 눈빛으로 지켜보았다.

(삼기께서 남기신 유품들...!)

능천한은 초상화의 밑을 주시했다.

세 폭의 초상화 아래에는 각기 하나씩의 옥함이 뚜껑이 열린 채로 놓여 있었다.

능천한은 자부존 앞의 옥함을 들여다보았다.

그곳에는 두 가지 물건이 있었다.

한 권의 두툼한 양피지 비급,

그리고 자광(紫光)이 안개처럼 서린 주먹만한 구슬이 그것이었다.

능천한은 먼저 비급을 집어들었다.

 

<자령천존경(紫靈天尊經).>

 

[자령천존경!]

능천한은 비급을 대충 훑어보았다.

그러다가 자령천존경 맨 뒤쪽에서 시선을 멈추었다.

그곳에는 가공할 위력을 지닌 자부이대절기가 적혀 있었다.

 

자극천단강(紫極天丹罡),

 

자부존이 구천묵독제의 가슴을 박살내버린 절학이다.

이에는 한철벽도 꿰뚫는 패도적인 위력이 있었다.

 

자령천존수결(紫靈天尊手訣),

 

두 번째 절기인 자령천존수를 읽어 나가던 능천한의 안면이 부르르 떨렸다.

자령천존수의 구결에는 능천한이 일전에 대했던 초식에 들어있던 어떤 영감이 있었다.

,

패천륜식(覇天輪式)의 최후절초인 만겁패천초극류(覇天超極流)!

그 절대초식에 있던 막연하고도 거대한 영감이 있는 것이다.

천수약왕이 말했다.

[자령천존수는 상상 속의 절기입니다. 초절기(超絶技)라 불리는 부류에 속하는 것으로 자부존사께서도 창안만 하시고 연성은 하지 못하셨던 절기입니다.]

[...!]

능천한은 나직히 신음하며 자령천존경을 덮었다.

이어, 그는 주먹만한 자광(紫光)의 구슬을 집어 들었다.

(온기가 있다니... 예사의 물건이 아니다.)

능천한이 흠칫하는데 천수약왕이 설명했다.

[자부존 조사께서는 타계하시기 직전에 당신의 내공을 단주(丹珠)로 만들어 후세에 남겼습니다.]

[이것이 자부존께서 남긴 원영단주(元瓔丹珠)!]

능천한이 흠칫하였다.

[그렇습니다. 누구든 그것을 복용하여 녹일 수 있다면 일시에 자부존께서 지니셨던 막강한 내공을 얻게 됩니다.]

[...]

능천한은 원영단주를 내려다보며 무겁게 신음하였다.

[그러나...천세로 내려오며 어느 누구도 자부존조사님의 원영내단을 용해해 보겠다는 엄두는 내지 못하였습니다!]

천수약왕이 말의 여운을 끌며 능천한을 바라보았다.

(나로 하여금 이 원영단주를 복용하여 용해시키도록 할 생각이군!)

능천한은 말없이 원영단주를 다시 옥함에 집어넣었다.

이어 그는 만절기가 앞에 놓인 옥함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아주 두터운 분량의 비급이 들어 있었다.

 

만절기환록(萬絶奇幻錄),

 

[영라가 좋아하겠군!]

능천한은 중얼거리며 천외약종 앞을 바라보았다.

천외약종 앞에도 한 권의 비급이 있었다.

 

약종천의보(藥宗天醫譜),

 

고금이래 그것을 능가할 수 없다는 의약비서였다.

그것들을 대충 둘러본 뒤에 능천한은 천수약종을 돌아보았다.

[자부노조께서 말씀하시기를 헌원천황벽(軒轅天荒璧)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셨습니다만...]

[이리오십시요!]

천수약왕은 즉시 한쪽으로 능천한을 데리고 갔다.

, 능천한은 세 장의 옥벽(玉璧)을 볼 수 있었다.

자질이 좋은 옥()을 얇게 깎아 판을 만들고,

그 위에 갑골문자로 글을 적어 놓은 것이었다.

[...!]

헌원천황벽을 받아든 능천한의 두눈이 형형한 신광을 쏟아내었다.

헌원천황벽의 구결들이 갑골문자로 되어 있으나 능천한에게 그것들이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능천한은 자신도 망각하고 헌원천황벽의 구결로 몰두해 들어갔다.

(자리를 피해 드리는 것이 좋으리라.)

천수약왕은 소리없이 구층의 석전을 벗어났다.

석전을 나서며 천수약왕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허허... 이백 수십 년의 세월... 너무도 오랜 시간이었지만... 이제는 편히 쉴 날이 왔도다...]

천수약왕의 노안이 형형한 빛으로 가득 찼다.

 

---헌원천황벽(軒轅天荒璧)!

 

그것을 과연 누가 만들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전설속의 성인인 황제(黃帝) 헌원씨(軒轅氏)가 남긴 것이 아닌가 추측 될 뿐이다.

헌원천황벽!

그곳에 적혀 있는 것이 어떤 기발한 초식이나 내공 따위가 아니었다.

헌원천황벽은 형() 이전에 있엇던 의()와 만상(萬象) 이전의 대혼돈(大混沌)의 지극히 큰 이치를 가리키고 있었다.

말하자면 대천황(大天荒)의 이치와 그것을 수렴하는 방법상의 진리랄까?

그것은 내공이 아닌 심법(心法)에 가까운 것이었다.

능천한은 헌원천황벽의 구결들을 경이에 차서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그 구결(口訣)들에 명칭을 붙였다.

이름하여,

 

<천황대정존극심(天荒大正尊極心).>

 

만상(萬象)의 이치가 그안에 있으며.

천외천(天外天) 대자연(大自然)의 근원이 되는 아주 큰 힘이 그곳에 있었다.

대정지경(大正之境)!

그것은 곧 천인지경(天人之境)이리라.

삼라만상(三羅萬象)을 그 의지로 다스릴 수 있는 천신(天神)의 경지...!

그러나,

(무엇인가 빠져 있다.)

헌원천황벽의 구결을 모두 읽고 난 능천한의 검미가 모아졌다.

헌원천황벽의 일부분이 쾡하니 뚫린 듯한 느낌이 든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어떤... 큰 힘의 도움이 없이는 대성하기 힘들다.)

천황대정존극심!

그 이루고자 하는 경지가 너무도 크고 광활하다.

그 때문에 다만 인간의 잠재력만을 갖고는 오성 이상 대성할 수가 없는 것이다.

(천황(天荒)... 대천황연(大天荒衍)과 관련 있는 것일까?)

능천한의 얼굴이 아주 심각하게 변해갔다.

 

---대천황연(大天荒衍).

 

신기보(神奇譜)에 전하는 저 제일신기(第一神奇)가 느닷없이 떠오른 것은 무슨 이유일까?

(천황지기(天荒之氣)... 대천황연의 천황지기를 한 모금만 얻을 수 있어도... 천황대정존극신강(天荒大正尊極神罡)을 이루어 보겠으니...)

능천한은 고소를 지었다.

대천황연이 다만 전설임을 상기한 때문이다.

[결국... 지금 상태로는 삼성(三成)이상을 이룰 수 없겠군!]

능천한은 나직이 중얼거리며 헌원천황벽인 마지막 세번째 장의 끝부분을 주시하였다.

그곳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의 하늘이 무너지리라. 천지(天地)가 마기(魔氣)로 가득하고 만상(萬象)이 혈기(血氣)로 스러지리니... 때가 이르러야 비로소 천황(天荒)의 큰 벽()이 열리리라.

 

X X X

 

[...!]

능천한,

상체를 벗어 우람한 어깨와 가슴이 철벽같이 보인다.

그는 한좌의 석상(石床)에 앉아 가부좌를 틀고 있다.

그리고,

스스스스스...!

매캐한, 그러나 폐부까지 시원해지는 약향(藥香)이 무럭무럭 일어나 석실을 가득 메우고 있다.

널찍한 석실!

그 안에는 백팔 개의 향로(香爐)가 진형을 이루며 배열되어 있다.

약향은 바로 그 향로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약향!

그곳에는 만종(萬種)의 영약의 정화가 실려 있다.

 

---천약심향대법(天藥心香大法).

 

지금 석실에서는 천외약종의 최고대법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신체를 금강불괴로 만들며,

만독(萬毒)을 극할 수 있는 절대신체가 이루어지는...

스스스스...!

향로에서 피어오른 만종약향(萬種藥香)은 끊임없이 능천한의 오공과 팔만사천의 모공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악향에서 몸을 가린 채 일인이 서 있었다.

천수약왕(天手藥王)이었다.

그는 노안을 형형하게 빛내며 능천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때가 되었습니다. 복용하십시오!]

천수약왕이 신중하게 말했다.

그러자 능천한은 손을 내밀어 석상에서 하나의 구슬을 집어들었다.

그것은 자부존이 남긴 원영내단이었다.

능천한은 그것을 들어 입에 집어넣었다.

우우우--- --- !

그와 함께 능천한의 몸 주위로 새파란 강기가 번져나왔다.

패천존후신강을 끌어올린 것이다.

능천한은 이내 무아지경에 들어갔다.

[...!]

그러자 천수약왕이 천천히 능천한에게 다가왔다.

그의 노안은 모종의 결의로 가득 차 있었다.

[천약심향대법으로 얻은 오백 년 공력을 지존께 옮겨 드리리라!]

천수약왕은 능천한의 등뒤로 다가가 단좌하였다.

천수약왕은 자신도 천약심향대법을 한 차례 걸쳤고,

그 때문에 무적이라 할 수 있는 공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노노의 오백 년 공력을 이어받으시면 원영내단을 융해하실 수 있고... 새로이 천년 공력을 지니시게 될 것이니...]

--- 이이이잉!

천수약왕의 몸에서 지극히 강한 기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쿠르르르--- 르르릉!

그 강대한 기운은 노노로 변하여 능천한의 명문(名門)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

능천한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약왕(藥王)...!)

그는 천수약왕이 자신에게 내공을 쏘아붓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어찌하랴?

능천한은 다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존! 자부(紫府)가 천 년을 그늘에서 살아온 것이... 지존 한 분을 기다리기 위했던 것임을 잊지 마소서!]

천수약왕의 창노한 음성이 능천한의 귓전을 울렸다.

스스스스스---!

쿠르르르르--- 르르릉!

만종약향이 솜에 물이 스며들 듯이 빨려들고,

천수약왕의 몸에서 쏟아지는 극강한 공력의 폭류는 끊이지를 않았다.

--- 이이이이잉!

점차 능천한의 일신에서 장엄한 서기가 무지개같이 일었다.

(), (), (), (), ()...!

그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투지를 상식케하는 극고한 기도를 실은 서기였다.

우르르르르...!

능천한의 몸에서 뻗치는 서기는 갈수록 더욱 짙어졌고,

그에 따라 천수약왕의 신색은 점점 고목(枯木)같이 굳어져 갔다.

쿠르르르--- 르릉!

츠츠츠...!

능천한의 일신에서 막강한 흡력(吸力)이 일어났다.

그 흡력은 한꺼번에 만종약황을 깡그리 끌어들였고,

아울러 천수약왕의 한모금 진기마저 모조리 긁어내었다.

[... 지존]

--- !

마침내 천수약왕이 힘없이 뒤로 넘어갔다.

완전히 진기를 능천한에게 주입시킨 그의 몸은 물기마른 고목같았다.

우르르르---!

주르르르...!

그 와중에 능천한의 볼 위로는 뜨거운 것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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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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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三 章

 

               萬毒墨鱗鞭詛呪

 

 

 

천삼백년전(千三百年前).

천하가 엄청난 겁란에 휘말려 든 때가 있었다.

고금제일독종(古今第一毒宗)이라는 독종(毒宗)에 의해 벌어진 참극이었다.

 

<구천묵독제(九川墨毒帝)>

 

묵독종(墨毒宗)이라고도 불려지는 이 인물이 겁란의 원흉이었다.

구천묵독제는 독공(毒功)으로 고금오대마종(古今五大魔宗)에 든 독문최강의 고수다.

그는 곤륜노(崑崙奴)라고도 불리는 흑인(黑人)이었다.

다만 태생이 흑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젊은 시절 한 가지 독공을 연성하다가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들었다.

그 때문에 전신이 먹물을 바른 듯이 시커먼 흑인이 되었다.

곤륜노는 인간이 아닌 짐승으로 취급받던 시절이다.

세상 사람들은 그를 비하하고 조롱하였다.

그렇잖아도 독공을 익히면서 성격이 모질어졌던 구천목독제였다.

세상의 따돌림과 핍박이 심해지자 구천묵독제의 성격은 지극히 편협해졌다.

힘을 갖은 자가 세상 사람들에게 한을 품었다.

그 결과는 너무도 끔찍한 것이었다.

 

---크크크... 너희들 하루살이만도 못한 것들이 본체를 비웃었느냐? 어디 뒈지면서 비웃어 봐라!---

 

구천묵독제는 광기에 사로잡혀 천하를 휩쓸었다.

가공할 겁란(劫亂)!

천마(天魔)와 혈종(血宗)이래 최악의 혈란이 몰아닥친 것이다.

천하가 구천묵독제의 독수(毒手) 아래 핏물로 녹아드는 듯이 보일 지경이었다.

하루에도 수천 명이 구천묵독제의 독수 아래 녹아들었고,

무림의 역사를 창출해온 고대(古代)의 상고문파들이 수도 없이 허물어졌다.

처참!

가공할 혈륜은 시간의 흐름을 따라 더해져 갔다.

구천묵독제의 밑으로 많은 독문(毒門)의 인물들이 모였다.

그들은 구천묵독제를 종주로 떠받들며 사상최강의 독문(毒門)을 결성하였다.

 

<구천독종(九天毒宗)>

 

천세가 지난 후에도 무림인들을 공포에 떨게 한 최강의 독문 구천독종이었다.

이제 천하는 구천묵독제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구천묵독제의 위세를 등에 업은 구천독종 문하들의 횡포가 오히려 구천묵독제의 그것을 능가할 듯이 보였다.

천하가 영원히 구천(九天)의 저주 아래 녹아드는 듯이 보였고...

사실이 그러했다.

그러나...

천하는 넓고도 넓다.

세상사에 뜻을 두지 않고 세외(世外)에 몸을 숨기고 있던 삼인의 기인(奇人)이 있었다.

그들이 구천독종의 만행을 보다 못해 나섰다.

 

<절대삼기(絶代三奇)>

 

---자부존(紫府尊).

---만절기사(萬絶奇士).

---천외약종(天外藥宗).

 

이들은 각기 한 방면에 있어 최강의 인물들이었다.

자부존(紫府尊)은 기공(奇功)방면으로,

만절기사(萬絶奇士)는 의술과 약술로 천하제일이었다.

그들은 연장자인 자부존(紫府尊)의 영도 아래 손을 잡는다.

그리고 천하의사(天下義士)들을 모아 자부맹(紫府盟)을 이루고 구천독종을 친다.

천외약종의 의술은 구천독종의 독술과는 상극이다.

만절기사의 지혜는 귀신이라도 잡아 죽일 지경이고...

자부존의 무공은 당대의 천하제일(天下第一)이었다.

구천독종의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독종천하(毒宗天下)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본시 마의 무리란 일견 강해보이나 실상은 너무도 무너지기 쉽다.

자부맹이 떨치고 일어나자 구천독종은 사상누각같이 허물어진다.

마침내 구천독종은 무너지고,

구천묵독제는 절대삼기에게 퇴로를 차단당한다.

 

---크크... 네놈들이 본제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은가?

 

구천묵독제가 광소를 하며 하나의 채찍()을 쥐어든다.

칠십 이 개의 묵룡린(墨龍鱗)을 만독(萬毒)에 담가 만든 채찍!

 

---크하하하! 만독묵린편(萬毒墨鱗鞭)이 본제에게 있는 한 하늘이라도 본제를 어쩌지 못하리라---

 

구천묵독제가 광소를 터뜨렸다.

 

<만독묵린편(萬毒墨鱗鞭)>

 

구천묵독제가 꺼낸 묵린편은 바로 만독묵린편이었다.

천병보(天兵譜)에 수록된 천지십병(天地十兵)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독문제일병(毒門第一兵)!

한번 떨쳐지매,

묵독기강(墨毒氣罡)이 일어 백 장 내의 모든 생명체를 밀살 시켜버린다는...

그 저주의 만독묵린편인 것이다.

 

---하늘의 뜻(天意)이 우리와 함께 하리라!---

 

절대삼기는 분연히 만독묵린편을 든 구천묵독제를 짓쳐간다.

경천동지(驚天動地)!

천붕지열(天崩地裂)!

건곤일척(乾坤一擲)의 대격전이 삼주야를 끌었다.

결과는 절대삼기인의 승리.

천외약종의 약종지기(藥宗之氣)가 묵린독기강을 흐트리고,

그틈으로 만절기사의 만절신표(萬絶神剽)가 쏟아지며,

자부존의 최강절기인 자극천단강(紫極天丹罡)이 구천묵독제의 가슴을 박살내었다.

 

---크하하! 본제는 이제 쓰러지나... 구천(九天)의 저주가 천세 후에 부활하여 천하를 파멸시키리라!---

 

심장이 부서진, 구천묵독제는 무저갱(無低坑)으로 만독묵린편을 안고 몸을 던졌다.

 

---구천묵독제는 제거했으나... 구천의 암운은 걷어내지를 못하였으니...--

 

만절기사가 탄식하며 한줌의 독수로 녹라들고 만다.

만독묵린편!

그것은 실로 너무도 가공스러워 천외약종의 약술로 완벽히 막지를 못한 것이다.

그리고...

천외약종마저 쓰러진다.

그조차 만독묵린편의 독기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남은 사람은 자부존뿐이었다.

 

---핫허... 이것이 승리인가?

 

그는 허탈하게 웃으며 자기의 두 다리를 잘라낸다.

자부존은 고금을 통해 다섯 손가락에 드는 공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 막강한 공력으로 독기를 다리로 몰아넣고 잘라내어 목숨을 구한 것이다.

그리고,

 

---구천(九天)의 저주가 천세에 이르면 자부(紫府) 또한 천세에 이르리라.---

 

그는 의제들의 진전을 수습하여 세외로 몸을 감추고 힘을 기른다.

그것이 천삼백여 년을 이어 내려오는 신비 속의 자부(紫府).

 

긴긴 이야기가 끝났다.

[자부의 역사에 그런 비사가 숨겨져 있다니...!]

능천한은 탄식을 금치 못했다.

천수약왕은 능천한을 우러러보며 말을 이었다.

[자부는 구천의 부활을 막기 위해 천 년을 세외에서 기다려왔습니다. 그리고 구천의 그 저주는 당세에 이루어지고 구천을 막을 자부지존(紫府至尊)도 당세에 난다고 천기가 말하고 있었습니다.]

[으음...!]

능천한은 나직이 신음했고,

조용히 듣던 제갈영라가 입을 열었다.

[자부는 여러 개의 세력을 무림에 내놓고 있는 듯이 보이는군요.]

그녀의 말에 천수약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가장 먼저 무림에 내보낸 세력이 만절문(萬絶門)이었습니다만 팔백 년 전 천향일맥(天香一脈)에 파멸당했습니다.]

능천한이 물었다.

[자부궁(紫府宮)?]

[형식상 자부의 정통이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곳 약왕전(藥王殿)과 자허전(紫虛殿)입니다.]

[약왕전은 천외약종의 대통으로 이해되옵니다만 자허전이란...?]

제갈영라가 물었다.

[직접 들러보시옵소서! 노노가 모시겠습니다!]

천수약왕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다.

[신세를 지겠소이다.]

능천한은 묵중한 걸음걸이로 천수약왕과 함께 움직였다.

 

***

 

약왕곡(藥王谷)은 광활하다.

사면이 깎아지른 석벽으로 둘러싸인 분지의 넓이가 백만 평에 이른다.

한데 놀랍게도 그 백만 평의 분지가 모두가 약초밭이라는 점이다.

그것도 보통의 약초들이 아니고,

하나같이 기사회생의 영효가 있는 천년영약들인 것이다.

능천한과 제갈영라는 약초밭을 지나며 그저 아연할 따름이었다.

코를 찌르는 약향에 정신마저 아찔할 지경이니...

(석굴(石窟)이 있군!)

능천한은 전면의 석벽을 바라보았다.

깎아지른 석벽에 수십 개의 석굴이 뚫려 있었다.

일견하여 그 석굴들은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고,

그 석굴들에서는 하나같이 무럭무럭 열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의외로 약왕곡에서 여러 명이 있군!]

능천한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천수약왕이 그 말을 듣고 빙그레 웃었다.

[천외약종은 그대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곳 약왕전에는 노노같이 의술과 연단술에 미친 삼백의 의원들이 있습니다!]

[과연!]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노는 그들과 함께 지존을 위하여 한 가지 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천수약왕의 말에 제갈영라가 미소를 지었다.

[상공께 무적공력(無敵功力)을 주는 일이 아니신가요?]

천수약왕은 감탄의 눈빛으로 제갈영라를 바라보았다.

[그렇습니다. 존후!]

 

이야기하는 사이에 세 사람은 큼직한 석굴 앞에 이르러 있었다.

석벽에 난 석굴전체가 바로 약왕전인 것이다.

이곳에는 천하의 영약이란 영약은 모두 모여 있었다.

[사부님!]

예의 석굴 안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며 가냘픈 인영이 걸어 나왔다.

[...!]

능천한의 눈에 이채가 흘렀다.

석굴에서 피의(皮衣)를 걸친 여인이 나타난 것이다.

나이는 이십 오륙 세 정도였다.

금벽라의 온후함과 제갈영라의 정초함을 함께 지닌 여인이었다.

[...!]

능천한을 발견한 여인의 봉목에 깜짝 놀라는 빛이 흘렀다.

그리고,

[제자! 지존(至尊)을 뵈옵니다!]

여인은 그자리에 주저앉으며 능천한에게 큰절을 올렸다.

제갈영라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약왕곡의 인물들은 누구하나 범상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분 소저는...?]

능천한이 침작한 어조로 물었다.

[노노의 제자 되는 아이입니다. 천약관음(天藥觀音) 교옥전이라 불리지요.]

[천약관음이라...]

능천한은 중얼거리며 피의여인을 내려다보았다.

꿇어 엎드린 미녀의 삼단같은 머리결이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뛰어난 여인이다. 영라의 신체에는 못 미치나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백인(百人)의 여인보다 오히려 뛰어나리라!)

능천한의 눈가에 흐릿한 웃음이 흘렀다.

[약왕께서는 훌륭한 제자분을 두셨소이다!]

능천한은 천수약왕을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지존!]

천수약왕은 흐뭇하게 제자를 내려다보았다.

(지존의 헌신을 기다리며 지존을 섬기도록 가르친 효과가 있으리라!)

천수약왕이 싱글벙글 하는데 능천한이 말을 이었다.

[약왕전은 다음에 다시 보기로 하고 자허전(紫虛殿)을 먼저 보여 주시지 않으시겠소이까?]

천수약왕이 즉시 대답했다.

[분부 받들겠습니다. , 이리로...]

천수약왕이 말을 하며 예의 석굴로 능천한을 인도했다.

[신첩은 옥진언니와 약왕전을 돌아보겠사옵니다!]

제갈영라가 뒤쪽에서 말하자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수약왕과 함께 석굴로 들어갔다.

[언니 일어나세요!]

제갈영라가 교옥진을 부축하여 일으켰다.

[존후! 감사하옵니다!]

교옥진이 말하며 조심스럽게 일어섰다.

[존후라는 이름은 큰 언니외에는 적당하지 않아요. 그냥 영라라고 부르세요!]

제갈영라의 말에 교옥진의 옥용이 어두워졌다.

[또 한 분이... 계시옵니까?]

[호호... 그래요.]

제갈영라가 맑게 웃었다.

(어분 언니도 한눈에 상공께 사로잡히고 말았구나!)

제갈영라는 영활하게 교육진의 마음을 읽었다.

그녀는 교옥진의 교수를 꼭 쥐며 부드럽게 말했다.

[큰 언니는 옥진언니도 아실거예요. 광양존후가 바로 그분이에요!]

교옥진은 다소 놀란 빛을 띄웠다.

[광양존후! 당대 제일여고수(第一女高手)께서 지존의 부인...]

[호호... 걱정마세요. 벽라언니는 마음이 좋으셔서 옥진언니께도 기회를 주실 것이에요!]

[...!]

제갈영라의 말에 천약관음을 교옥진은 고개를 푹 떨구었다.

그녀의 옥용이 도화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

 

쿠르르르릉!

높이 십 장.

무게 만근의 거창한 석문이 쩍 갈라졌다.

갈라진 석문사이로 능천한이 장중한 걸음걸이로 걸어 나왔다.

[곡중지곡(谷中之谷)! 약왕곡 후면에 이런 전곡이 있을 줄 누가 알겠소?]

능천한이 탄성을 발하며 전면을 바라보았다.

능천한의 앞.

수백 장 높이의 깎아지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절곡(絶谷)이 있었다.

나는 새도 들어오지 못할 절대절곡!

그것은 약왕곡의 후면에 자리한 곡중지곡(谷中之谷)이었다.

한데 절곡의 중앙에 거대한 구층석전(九層石殿)이 있었다.

그 석전은 높이 백여 장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석전이었다.

가장 하단부분의 높이가 이십 장이고,

각 층의 높이가 십 장 정도씩이었다.

그리고 일층 처마에 십여 장 길이의 거대한 편액이 있었다.

능천한은 그 편액의 글씨를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

 

<자허천부(紫虛天府)>

 

[자허천부...]

능천한은 나직이 현판을 읽으며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이런 심산에 저같은 전각을 돌로 짓다니... 자부의 잠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히 짐작이 간다!)

능천한은 구층의 자허천부를 바라보며 두눈을 형형하게 빛내었다.

뒤에 시립하고 있던 천수약왕이 공손하게 말했다.

[자허천부가 곧 자허전입니다. 자허천부에는 자부의 일천 년 영화가 담겨 있습니다!]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떼어 놓았다.

--- 스스스슥!

한 걸음을 옮겼는데 능천한의 몸은 이미 백 장 밖에 나가 있었다.

 

---천폭환상영(天瀑幻像影).

 

(과연 지존!)

천수약왕도 이내 능천한의 뒤를 따라갔다.

능천한은 이미 자허천부 앞에 이르러 있었다.

그는 까마득히 치솟은 자허천부를 바라보며 묵묵히 서 있었다.

태산(泰山)!

그런 능천한의 몸에서는 태산과도 같은 기도가 흘렀다.

(오히려 자허신부가 지존보다 작아 보인다. 자부가 일천 년을 세외에서 기다린 보람이 있는 분이다!)

능천한을 바라보는 천수약왕의 노안에 절로 미소가 감돌았다.

[들어가시지요!]

천수약왕이 앞으로 나서서 굳게 닫힌 자허천부의 석문으로 다가갔다.

그그그그--- !

천수약왕이 석문의 사자상(獅子像)을 누르자 굉음과 함께 석문이 크게 열렸다.

석문의 안쪽은 넓은 대전(大殿)이었다.

모두가 청옥(靑玉)으로 만들어진 석탁과 의자가 쭉 늘어서 있다.

태사의 뒤쪽으로 승천하는 청룡(靑龍)의 조각이 놓여 있었다.

[...!]

뚝벅... 뚜벅!

능천한은 천극(天戟)을 비껴들고 장중한 걸음걸이로 대전으로 들어섰다.

그의 시선은 곧 장 용()의 조상으로 향해졌다.

금방이라도 용음(龍音)을 터뜨리며 날아오를 듯한 청룡(靑龍)!

(기도(氣道)가 느껴진다. 천지(天地)를 뒤덮은 장중(壯重)함이 있다!)

청룡(靑龍)과 잠룡(潛龍)!

동질성(同質性)이 있지를 않은가?

그때 천수약왕이 다가왔다.

[자령신부(紫靈神符)를 용()에게 물려주십시오!]

[...!]

천수약왕의 말에 능천한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품에서 자령신부를 꺼냈다.

츠으으으!

일시에 석전이 상서로운 자광(紫光)으로 물들었다.

능천한은 자령신부를 청룡의 입에 끼워 넣었다.

다음 순간,

--- 르르르르!

--- 이이이잉!

[...!]

웅후한 진동이 자허신부 전체를 흔들었다.

천수약왕이 능천한에게 설명했다.

[자허천부는 그대로 하나의 요새입니다. 아무리 절대고수도 무공만으로 자허신부를 오르지는 못합니다!]

(그런 이유로...)

능천한이 묵묵히 들고,

천수약왕이 말을 이었다.

[자령신부로만 자허천부 전체의 기관을 해제시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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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二 章

 

                 紫府至尊이 되어라!

 

 

 

츠츠츠츠츳!

시커먼 묵기가 흑룡천신의 몸을 뒤덮었다.

그 모습은 흡사 하계로 내려온 신장(神將)같았다.

[...!]

[...!]

흑룡십팔웅들의 안면에는 긴장이 흘렀다.

그들은 능천한의 강함을 일차 경험해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순간,

[흑룡파천황(黑龍破天荒)!]

사나운 폭갈과 함께 흑룡천신이 먼저 공세를 발동하였다.

짜자자자자--- !

파츠츠츠츠--- !

천지가 시커먼 흑룡의 그림자로 뒤덮이고,

뇌전(雷電)같은 도기(刀氣)가 빗발치듯이 그어져 나갔다.

범인(凡人)이라면 오금이 얼어붙을 가공할 도세였다.

능천한도 흠칫하였다.

(과연 흑도종사답다!)

흑룡천신!

그는 능천한이 상대한 그 어느 누구보다도 강했다.

아버지 패천황룡의 혈종을 제외하고는...

그러나,

[거령폭류참(巨靈瀑流斬)!]

능천한은 벼락치듯이 천극(天戟)을 무찔러 내었다.

--- --- 쿠쿵!

우르르르---

천극의 극인(戟刃)의 주위로 강륜(罡輪)이 무지개같이 일어나고,

--- --- !

--- --- 자작!

폭포가 쏟아지듯,

검붉은 강류()가 기세로 쏟아져 나갔다.

천극이절해(天戟二絶解) 중 거령폭류참이 펼쳐진 것이다.

--- --- --- !

[--- 으윽!]

흑룡천신의 입에서 피가 토해졌다.

호신해주던 흑룡무적강벽(黑龍無敵罡璧)이 종이처럼 찢어지며 가슴에 강력한 충격이 가해진 것이다.

그의 가슴은 삽시에 피범벅이 되었다.

[... 또다시... 좌절당하다니...!]

흑룡천신은 휘청거리며 분루를 흘렸다.

[...!]

그런 흑룡천신을 능천한은 무거운 안색으로 바라보았다.

[궁주!]

[대종사...!]

흑룡천신의 주위로 흑룡십팔웅이 무릎을 꿇으며 오열하였다.

장부들의 눈물,

거기에는 아녀자들의 그것같은 애절함은 없다.

그러나,

철벽이라도 녹일 듯한 비장함이 그 천배 만배로 깃들어 있었다.

그걸 보는 능천한의 마음이 좋을 까닭이 없다.

[... 천지십병(天地十兵)! 천지십병이 무엇이기에... 일초지적도 아니 되는 것인가?]

흑룡천신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

너무 세게 악문 탓이다.

그때였다.

[궁주! 소녀 제갈영라가 외람되나 한 말씀 드리겠어요!]

제갈영라가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소저가 천혜선자(天慧仙子)!]

흑룡천신의 거구가 움찔하였다.

그런 그를 향하여 제갈영라가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개인의 신의나 자존심도 중요한 것이겠지요. 하오나 편협(偏狹)한 자존심이나 오도(誤導)된 신의로 천하를 해하는 일이 있다면 그보다 더한 우()는 없을 것이에요!]

[...!]

제갈영라의 말을 듣고 흑룡천신의 대추 빛 안색이 여러 차례 변했다.

(깨달음이 있으리라!)

능천한은 흐릿한 미소를 짓다가 천극을 세우며 정중히 에를 하였다.

[다시 뵐 때는 웃는 얼굴로 만날 수 있기를 바라외다!]

그리고,

스스스스스슥!

능천한은 제갈영라와 함께 백여 장 밖으로 날아나갔다.

[...!]

[...!]

흑룡천신과 흑룡십팔웅은 한동안 넋이 나간 채 능천한이 사라진 쪽을 바라보았다.

흑룡천신의 표정에는 아주 복잡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러다가 그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 패천황룡은 고사하고 그 아들의 적수도 못되다니...]

[...!]

흑룡십팔웅은 고개를 푹 떨구었다.

그런 흑룡십팔웅을 돌아보며 흑룡천신은 굳은 표정을 지었다.

[패배란... 때로는 치욕이 되나... 때로는 좋은 약이 될 수가 있다.]

[궁주...!]

[천 년의 세월 동안 정사양도에게서 천시 받은 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결단이 없어 연성치 못하던 초절기(超絶技)를 수습하겠다!]

[대종사...!]

[대종사...!]

흑룡십팔웅!

흑룡십팔웅은 감격의 눈길로 흑룡천신을 우러러보았다.

좌절이란 때로 인간을 성장시키는 좋은 영양분이 된다.

그 본보기가 흑룡천신에서 나타나려는 것이다.

스스스스스슥---!

산풍이 언뜻 불어 흑룡천신의 흑포를 뒤흔들었다.

[...!]

하늘을 응시하며 철탑인 양 우뚝 선 흑룡천신,

그의 강렬한 신광,

굳게 움켜쥔 흑룡파황신도(黑龍破荒神刀)가 새로운 풍운을 잉태함을 천하는 알게 되리라.

물론 긴 혈운(血雲)의 시대가 지난 후의 일이지만...

 

***

 

[저곳에 강력한 진세가 흐릅니다!]

제갈영라의 말에 능천한은 멀리를 바라보았다.

마치 석비(石碑)같이 치솟아 마주 서있는 두 개의 산봉이 있다.

[... 그렇군!]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석비같은 산봉사이로 극히 강한 기운이 안개같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 강하여 능천한으로서도 이제껏 본적이 없는 기운이었다.

물론 그 강한 진세는 범인의 안목으로는 발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만상천류대진(萬像天流大陣)의 그것보다 열 배는 강하다.)

능천한의 눈에는 경탄의 빛까지 흘렀다.

[영라! 갑시다. 저곳이 약왕곡(藥王谷)일 것이오!]

[!]

스스스--- !

--- 이이이잉!

두 남녀의 신영은 가공할 속도로 날아갔다.

너무 빨라 두 남녀의 신영마저도 흐릿해지는 정도였다.

 

---천폭환상영(天瀑幻像影).

 

환유천신(幻遊天神), 아니 환몽천후(幻夢天后)의 고금제일(古今第一)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경공절기가 그것이다.

 

스스스스스--- !

화르르르---!

채 일다경도 안되어 능천한과 제갈영라는 삼십 리 밖에 이르러 있었다.

[대단하군요.]

지면으로 날아내린 제갈영라가 봉목을 빛냈다.

두 사람 앞에는 괴봉(怪峯)이 있었다.

마치 신()의 묘지(墓地)에 서 있는 비석과도 같이 생긴 봉우리...

두 석봉은 무려 삼백여 장이나 되는 높이로 치솟아 있었다.

그리고,

스스스스스---!

석비 모양의 두 괴봉사이의 분지에는 자하(紫霞)가 가득 흐르고 있었다.

그 자하(紫霞)는 겉보기에는 자연적인 듯이 보인다.

그러나 기문진세에 정통한 인물이라면 그것이 가공스런 진세에 의해 일어나는 것임을 알리라.

[...!]

[...!]

능천한과 제갈영라는 석상같이 굳어졌다.

웅장하고 괴이한 두 석봉 때문이 아니다.

두 사람은 태양같은 안광을 쏟아내며 자하로 가득한 분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알아보시겠사옵니까?]

제갈영라가 능천한은 돌아보며 나직하게 물었다.

[...!]

능천한은 묵직하게 대답했다.

[팔극(八極)과 천문(天門)조차도 완벽하게 가려 선천강기(先天罡氣)에 싸여 있으니... 이는 자부일문(紫府一門)의 전설적인 절진(絶陣)...]

제갈영라가 말을 받았다.

[자령팔극천문대진세(紫靈八極天門大陣勢)!]

[그렇소... 자령팔극천문대진세... 만상귀허대천강진(萬像歸虛大天罡陣)과 더불어 고금양대절진으로 불리는...]

[...!]

두 사람은 다시 말을 멈추었다.

천하를 오시하는 지혜를 가진 두 기재...

그런 그들이건만 그들은 감히 경솔하게 진세를 파해하려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그만큼 그들 앞에 있는 진세는 가공스럽기 이를 데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해봅시다. 저것도 인간의 지혜로 이루어진 것이니...!]

능천한이 빙그레 미소를 짓으며 제갈영라의 손을 꼭 쥐었다.

 

--천극대정신맥(天極大正神脈).

--천혜만음성령지체(天慧萬陰聖靈之體).

 

인간으로서는 최고지상의 신맥과 지혜를 타고난 그들이다.

두 사람의 지혜가 합쳐진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으리라.

[상공께서 도와주시기만 한다면...]

제갈영라도 자신에 찬 표정이 되었다.

(상공께서 곁에 계셔만 주시면 신첩 혼자라도 진세를 뚫어 보일 수 있사옵니다.)

제갈영라가 촉촉한 시선으로 능천한을 올려다보았다.

[좋소! 시작합시다!]

능천한이 제갈영라의 허리를 힘주어 끌어안았다.

끊어질 듯한 세류요가 그의 손안에 꼭 들어찼다.

[내가 팔극지세(八極之勢)로 열겠소. 영라는 천문(天門)을 맡으시오!]

말을 마친 능천한은 애정을 담아 제갈영라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

제갈영라는 이마가 불에 대인 듯이 화끈해짐을 느끼며 행복에 잠겼다.

(하늘이라도 열어 보이겠어요!)

능천한의 입맞춤은 제갈영라에게 천력(天力)을 주었다.

[조심하시오!]

스스스슥!

능천한이 우측으로 이동하였다.

[상공께서도...]

제갈영라도 미소를 지으며 좌측으로 이동하였다.

스스스스스---

이내 두 남녀의 모습은 짙은 자하(紫霞)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높직한 암봉 위,

초로(草老)의 노인 한명이 앉아 있었다.

삼베옷 걸쳤으나 노인의 모습에는 신선같은 풍도가 서려 있었다.

[...!]

노인은 노안을 형형하게 빛내며 자하(紫霞)의 바다()를 쏘아보고 있었다.

그의 노안에는 자하 속으로 들어서는 남녀의 모습이 비추어 지고 있었다.

노인의 노안은 우측으로 접근하는 황포청년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청년은 매우 영준했다.

등에는 긴 극()을 짊어지고 있고,

전신에는 자하 속에서도 선연하게 광휘를 발하는 자광(紫光)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드디어... 드디어 나타나셨다.]

노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자령신부(紫靈神府)를 지닌 것으로 미루어... 궁주는 타계한 듯 하나 그 대신 자부지존(紫府至尊)을 이곳 약왕곡으로 보냈다.]

노인의 노안은 격동과 희열로 흔들리고 있었다.

[헛허... 구천(九泉)으로 갈 날이 다가와...자부지존께서 탄생하심을 보지도 못하고 갈까보아 저어했거늘...]

주르르르르...

노안에서 한 줄기 눈물이 메마른 뺨위로 굴러 떨어졌다.

화르르르르...

스스스스스...

자욱한 자하로 가려진 이곳,

이른바 약왕곡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

 

하루 밤낮이 흘렀다.

[핫하! 팔극(八極)은 천수(天手) 안을 벗어나지 못하는도다!]

한소리 호쾌한 장소가 터졌다.

거의 동시에,

[호호... 하늘의 문(天門)은 광활하나 역시 하늘()의 일각(一角)일 뿐이옵니다!]

옥구슬이 구르는 듯한 옥음(玉音)이 자하 속에서 아주 맑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 이이잉!

스스스스슥!

자하(紫霞)의 바다() 속에서 두 줄기 인영이 솟구쳐 올랐다.

그들은 바로 능천한과 제갈영라였다.

[핫하! 영라!]

[호호호! 상공! 상공!]

두 남녀는 서로를 얼싸안았다.

뜨거운 가슴이 한 치의 틈도 없이 꼭 맞붙었다.

두 남녀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한시도 떨어져 살 수 없는 정랑의 얼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사랑하는 희첩의 아름다운 옥용이 거기에 있었다.

두 남녀는 다소 초췌한 신색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일주일야의 시간으로 일천일(一千日)을 책속에 파묻혀야 얻을 수 있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빛나는 눈!

끝없는 지혜를 담고 있는 눈빛들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영라... 초췌해졌소!]

[상공... 뵙고 싶었사옵니다.]

제갈영라는 능천한의 가슴에 옥용을 묻었다.

그녀는 자령팔극천문대진세에서의 일주일야가 마치 백 년의 세월같이 느껴진 것이다.

[하하! 영라가 천문지세(天門之勢)를 약화시켜주지 않았다면 진중에서 백일(百日)을 보내야 했을 것이오!

능천한은 제갈영라의 등을 다독거렸다.

그렇다.

(!)

능천한의 몸이 경직되었다.

한쌍의 강렬한 신광이 서린 눈길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음을 느낀 때문이다.

[...!]

능천한은 제갈영라를 안은 채 천천히 돌아섰다.

(...)

몸을 돌린 능천한은 내심 흠칫하였다.

높직한 암석 위,

한 명의 삼베노인이 횃불같은 안광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

[...!]

양인은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았다.

창해같은 능천한의 붕목에 은은히 놀람의 빛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놀랍다. 아버님에 못지않은 공력을 지닌 기인이 있었다니!)

능천한도 내심을 혀를 내둘렀다.

 

---패천황룡 능붕비.

 

천지금룡(天地金龍)의 내단을 복용하여 오백년공력을 지닌 천하제일내공고수!

놀랍게도 초라한 삼베노인이 그 능붕비의 내공에 버금가는 막강한 내공을 지닌 것이다.

[...!]

제갈영라도 삼베노인을 발견하고 흠칫하는 표정을 지었다.

문득,

스스스슥!

삼베노인이 앉은 채로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

능천한이 흠칫하는데 돌연 노인은 능천한 앞에 무릎을 꿇으며 큰절을 올렸다.

[노노(老奴) 약왕전주(藥王殿主) 지존(至尊)을 베알하외다!]

능천한은 돌연한 노인의 태도에 당황을 금치못했다.

[노인장! 어찌 이러십니까?]

능천한은 급히 무형경력을 일으켜 노인을 부축하려 하였다.

하지만 노인은 미동도 아니하였다.

삼백 년의 공력을 지닌 능천한이지만 노인의 내공에 비하면 조속지혈인 것이다.

그때,

[노공께서 어찌 상공께 지존(至尊)이라하시옵니까?]

제갈영라가 나서며 물었다.

노인은 오체복지한 상태로 대답했다.

[천극대정기(天極大正氣)를 지니신 분이 곧 자부지존(紫府至尊)이심을 알기 때문이외다!]

[자부지존!]

능천한이 검미를 모으며 중어거렸다.

[자부지존이라면... 상공께서 제이의 자부존(紫府尊)이란 말씀이시옵니까?]

[그렇소이다. 이미 일천수백년전부터 예견된 일이오니다!]

[...]

능천한은 나직하게 신음하였다.

(자령신부(紫靈神符)의 진정한 주인이 됨은... 자부의 부주(府主) 그이상의 의미가 있는 듯하니...)

능천한은 꿇어 엎드린 노인은 내려다보며 염두를 굴렸다.

그때,

[... 노인장께서 천수약왕(天手藥王)?]

제갈영라가 조용히 물었다.

[존후(尊后)! 바로 이 늙은이가 천수약왕이라 불립니다!]

노인이 머리를 조아린 채 대답했다.

[천수약왕!]

능천한과 제갈영라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천수약왕(天手藥王)>

 

그는 이미 이백여 년 전부터 천하인의 입에 오르내린 전설 속의 인물이다.

그는 자부(紫府)의 인물이면서도 공공연히 천하에 나돌아 다녔었다.

그가 무슨 목적으로 천하를 횡행하였는지는 알길 없다.

그 덕에 수많은 양민들이 병고에서 해방되었다.

그의 의술과 약술은 편작이나 화타를 능가한다고 했다.

 

---죽은 자(死者)라도 하루가 지나지 않았으면 살려낸다.

 

그의 이름과 더물어 이런 소문이 나돌 정도였다.

물론 그것은 다분히 침소봉대(針小棒大)하는 사람들의 과장이었다.

그만큼 천수약왕의 의술은 독보적이었다.

혈종(血宗)과 패천자(覇天子).

그 전설적인 인물들과 시대를 함께 하던 전설적인 의선(醫仙)

천수약왕은 이런 사람이다.

한데 타계했어도 오래 전에 타계한 것으로 믿어지는 그가 살아있는 것이다.

(많은 영약들의 정화가 몸에 베어 있다. 그때문에 이분은 아직도 살아계신 것이다.)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장, 소생이 불편하니... 일어서십시오!]

능천한이 말하자 그제야 천수약왕은 몸을 일으켰다.

[지존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노인, 천수약왕은 대답하고는 공손히 시립하였다.

능천한은 허허로운 시선으로 약왕곡을 돌아보며 말했다.

[자부지존(紫府至尊)은 많은 신비에 싸인 지위인 듯 하구려. 영문을 알고 싶소!]

능천한의 말에 천수약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실 것입니다. 노노가 말씀드리지요!]

천수약왕은 이어서 천수백여 년 전에 있었던 고사(古事)를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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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一 章

 

            黑龍天神

 

 

 

--- 쿠쿠쿠쿠쿵!

콰르르르르르릉!

갑자기 수백만 근은 나감직한 석벽이 쩍 갈라졌다.

우르르르...!

사석이 난무하는 가운데 사인(四人)이 걸어 나왔다.

선두에 선 황포청년은 교룡피에 싸인 길쭉한 물체를 옆에 끼고 있다.

봉황(鳳凰)의 기품과 영준함,

그리고 태산의 장중함이 청년에게 있었다.

능천한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정기가 넘쳐흐르고 있다.

그의 뒤로 삼인의 절세미인의 걸어 나왔다.

세 여인 모두 절세미인들인데 제각기 독특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우아함과 기품으로 가득한 황후같은 인상의 백의미부(白衣美婦).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이 가냘픈 청초하며 가녀린 인상의 청의미인,

그리고 교교(嬌嬌)로운 분위기의, 그래서 요사함까지 느껴지는 홍의미인이 그녀들이었다.

광양존후 금벽라.

천혜선자 제갈영라.

환몽천후(幻夢天后)라 이름 지어진 환유전신(幻遊天神)...

바로 그녀들이었다.

[다시 태양을 볼 수 있어 기뻐요!]

막내인 제갈영라가 화사하게 웃었다.

[정말 그렇구나!]

금벽라가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또 다른 태양마저도 안을 수 있었으니...)

능천한은 바라보는 금벽라의 시선이 눈부셨다.

[...!]

능천한은 우뚝 서서 패공산의 산역을 굽어보았다.

천극(天戟)을 비스듬히 비껴든 능천한의 모습,

광해(光海)에 떠오르는 그의 모습은 흡사 천신(天神)같지를 않은가?

그때 능천한 뒤에서 금벽라와 제갈영라는 앞일을 숙의하고 있었다.

 

---신첩을 첩()으로 거두어 주셨으니 상공께서 신경을 쓰시는 일이 없도록 해드리겠아와요.

 

제갈영라는 능천한에게 자신있는 약속을 하였다.

아울러 그녀는 자연스럽게 사해정검맹(四海正劍盟)의 군사가 되어 있었다.

[영라야. 네가 무이산까지 상공을 수행해 드려라.]

광양존후 금벽라가 잔잔히 어조로 말했다.

[언니가 상공의 시중을 드는 것이...]

제갈영라가 말하며 한눈을 찡긋했다.

남편에 대한 가장 은밀하고 깊은 시중을 의미함이리라.

금벽라는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 길은 다만 상공의 시중만이 전부가 아니지를 않느냐? 자부(紫府)의 천년영화를 수습하러 가는 길이기도 하니... 그일은 네가 적임이다.]

[알겠어요. 고마워요 언니!]

제갈영라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네가 나보다 더 상공 곁에 머물고 싶을 것이니...)

금벽라가 공허해지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제갈영라를 바라보았다.

[내게 일러줄 말이 있겠지?]

[!]

제갈영라가 눈을 빛냈다.

[계책은 은()과 집()이에요.]

[()과 집()?]

금벽라가 나직하게 되뇌었다.

제갈영라는 능천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설명하였다.

[혈종(血宗)의 힘은 추측을 불허할 정도예요. 겉으로 드러난 혈종오패(血宗五覇)도 나만 혈종의 빙산일각(氷山一角)에 불과해요.]

[으음...]

금벽라는 나직하게 말했다.

혈종오패(血宗五覇)!

당금의 천하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그들이 다만 빙산의 일각이라니...

이 얼마나 놀랄 일인가?

[혈종일문의 진정한 변황파의 일전을 대비하여 감추어진 상태예요. 그것은 사해정검맹의 힘 정도로는 어찌할 수 없는 극강한 것이에요.]

제갈영라의 말을 들으며 금벽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세외(世外)로 숨어 힘을 기르란 얘기구나!]

제갈영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것이 은()이에요. 그러나 지금의 사행정검맹 정도의 재원과 인력으로는 아니 되어요.]

제갈영라의 두눈이 아주 밝게 빛났다.

사해정검맹(四海正劍盟)은 광양회를 주측으로,

혈종(血宗)에 피해를 입은 제문파가 연합하여 구성한 맹()이다.

현상태로는 사해정검맹은 다만 혈종오패 중 일패를 간신히 막을 수 있을 정도였다.

[많은 인재들과 기인들을 모아야 해요. 그것이 집()의 계책이에요!]

[그 대상은...?]

[인재가 많기로는 녹림(綠林)만한 곳이 없으며 녹림 또한 정도와 같은 처지이니 수월히 협조를 얻을 수 있을 것이에요!]

[녹림이라...!]

금벽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녹림대제가 실종된 이후,

의구심은 당연히 혈종오패에게로 쏠렸고,

녹림은 독자적으로 혈종과 대결하고 있는 중이다.

구주팔황(九州八荒)에 걸린 백만의 녹림도!

그들의 잠력은 실로 무서운 것이다.

그것이 하나로 귀일(歸一)되기만 한다면 말이다.

[그 외에 취존개(醉尊丐) 선배를 찾으시고 신주오기(神州五奇)를 사해정검맹의 호전(護殿)들로 불러들이셔야 해요!]

[기억할게!]

금벽라가 굳게 입술을 다물었다.

그런 금벽라를 보며 제갈영라를 환몽천후를 가리켰다.

[환몽(幻夢)을 대동하세요. 큰 방파제 구실을 해줄 거예요.]

[그래, 환몽을 내가 데리고 가마!]

금벽라는 대답을 하며 능천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태산,

능천한은 태산의 기도를 창공에 찔러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고독을 느끼시는가?)

여인들을 능천한의 뒷모습에서 서서히 깔려드는 고독의 그림자를 보았다.

강해지면 강해질 수록 심화되는 영웅의 고독이 능천한에게도 점점 베기 시작하는 것이다.

[...!]

능천한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여인은 하늘대신 능천한을 우러러보았다.

능천하는 곧 그녀들의 하늘()이므로...

 

X X X

 

무이산(武夷山).

호남(湖南)의 명산인 무이산이 초하의 뜨거운 별아래 푸를대로 푸르러 있었다.

오시(午時)가 막 지났을 무렵.

스스스스스--- !

자하(紫霞)가 피어오르듯이 무이산을 날아 넘는 한 쌍의 인영이 있었다.

황포의 청년과 가냘픈 미녀.

그들은 패하를 떠나 남하한 능천한과 제갈영라였다.

[호호... 제몸으로 무공을 펼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제갈영라가 맑은 옥음을 내었다.

 

---천혜만음성령지체(天慧萬陰聖靈之體).

 

그 천고의 성체로 인하여 제갈영라는 무공을 익힐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 며칠 간 능천한에게 사랑을 받으며 그 지나친 음기를 억제할 수 있었다.

덕분에 그녀는 스스로도 무공을 연마할 수 있게 되었다.

능천한은 유령제종령(幽靈諸宗令)을 제갈영라에게 보여 주었고,

한번 봄으로써 그녀는 유령대제의 최강의 절기를 찾아내었다.

이름하여,

 

<유령현음명부강살(幽靈玄陰冥府罡煞).>

 

천하에서 가장 극음(極陰)하고,

천하에서 가장 음유(陰幽)한 신공절기가 바로 이것이다.

유령대제가 만년에 완성하고 채 연마도 못했다는...

만명(萬名)분의 음기를 지녔다는 제갈영라다.

그녀는 가공할 속도로 유령현음명부강살을 이루고 있었다.

[...!]

문득 능천한의 검미가 꿈틀하였다.

그는 막 삼십여 장 높이의 석벽을 날아 넘는 중이었다.

그런데 섬뜩한 느낌이 스쳐 지난 것이다.

휘르르르---

스스슥---

능천한은 수직으로 석벽 위로 치솟았다.

한순간,

--- 이이잉---

츠파파--- 파팟---

석벽 위로부터 벼락치듯이 시커먼 강기의 덩어리가 밀려왔다.

[기다렸다.]

쿠쿠쿠쿵---

능천한은 지체않고 마주 강기를 내쳤다.

콰르르르릉---

--- 쾅쾅---

굉렬한 굉음이 터지며 무이산 전체가 뒤흔들렸다.

스스슥---

그 사이로 능천한은 제갈영라와 함께 표표히 석벽 위로 날아 내렸다.

[그대들은 누구인가?]

능천한이 냉갈하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

[...!]

능천한과 제갈영라의 앞으로 십팔인의 흑포장한들이 묵묵히 서 있었던 것이었다.

그들은 일신에 시커먼 흑포를 걸쳤는데 하나같이 태양혈이 불끈 솟아 있었다.

일견하여, 모두가 절정의 대열에 든 인물들임을 알 수 있었다.

특이한 것은 그들이 팔목에 흑룡(黑龍)의 문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흑룡십팔웅(黑龍十八雄)들이에요.]

제갈영라가 나직하게 말했다.

[흑룡십팔웅! 흑룡궁(黑龍宮) 최강의 호한들?]

능천한이 형형한 장한들을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 흑룡궁(黑龍宮)!

 

흑도대종사(黑道大宗師) 흑룡천신(黑龍天神)이 세운 흑도의 거파다.

흑룡천신에 의하여 흑도는 비로소 녹림이나 사마외도와 확연히 구분되었고,

스스로의 신념들대로 저사중도를 걷고 있었다.

흑룡십팔웅은 천하흑도를 대표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인물들이다.

제각기들 절정고수들이나,

그들의 연수합격은 흑룡천신이라도 당하지 못한다고 하는 정도다.

[흑룡천신은 최근 혈종(血宗)에게 굴복한 상태예요. 무엇인가 이유가 있겠지만 말이에요.]

제갈영라가 전음으로 말했다.

스스스스슥---

--- 우우우우웅---

그때 흑룡십팔웅이 용행호보의 보법으로 능천한과 제갈영라를 에워 싼 진세를 좁혀 왔다.

[이들은 기세가 대단한 자들이에요. 정면으로 부딪혀 기를 꺾어 놓으세요.]

[...]

능천한의 천천히 교룡피의 가죽집을 벗겨 천극(天戟)을 꺼내 들었다.

[...!]

[...!]

천극을 발견한 흑룡십팔웅은 흠칫하는 표정들이었다.

그들 모두가 천극(天戟)을 한눈에 알아 본 것이다.

그리고,

우르르르---

흑룡십팔웅의 전신에서 시커먼 낙뢰가 쏟아졌다.

[흑룡개세(黑龍蓋世)!]

쿠쿠쿠쿠쿵---

콰르르르르---

한순간 십팔인에게서 태산이 무너져 내리듯 엄청난 묵류(墨流)가 쏟아졌다.

[--- !]

능천한의 입에서 창료후가 터졌고,

콰우웅---

그의 손에 들린 천극이 허공을 찔렀다.

--- 이이이잉---

쿠르르르---

그러자 일시에 천지사방이 거창한 강망(罡網)으로 뒤덮었다.

(천극망(天戟網)! 한번 구결을 읽으셨을 뿐인데...)

제갈영라의 눈에 이채가 흘렀다.

비록 그녀라고 해도 무공을 수습하는데에는 능천한을 따를 수가 없었다.

콰쾅---

파츠츠츠---

[...!]

[...!]

벽력설 속에서 흑룡십팔웅의 몸이 휘청하였다.

그들의 몸 여기저기에는 크고 작은 상처들이 나 있었다.

(우리의 합공을 물리치다니...)

흑룡십팔웅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리고,

(천지십병은 무적이거늘... 견디어 내다니 대답한 인물들이다.)

능천한도 내심 놀라며 재차 천극을 비껴 들었다.

--- 이이이잉!

흑룡십팔웅도 지체없이 다시 진세를 압축하였다.

[...!]

[...!]

(거령폭류참(巨靈瀑流斬)을 이들이 견디어 낼까?)

능천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다지 그는 흑룡십팔웅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스스스스스---!

천극에서 시커먼 기류가 줄기줄기 쏟아지고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장내를 뒤덮었다.

한데 그때였다.

[못난 놈들! 누가 너희들에게 이런 짓을 하라고 하였는냐?]

아주 괴로운 목소리가 장내를 흔들고,

스스스스슥---

허고에서 우람한 흑영이 떨어져 내렸다.

[궁주!]

[대종사!]

그 흑의인물은 흑룡십팔웅은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능천한은 그 인물을 주시했다.

그는 아주 우람한 체구의 흑포노인이었다.

관운장을 연상케 하는 멋진 흑염을 가슴까지 내려뜨린...

(흑룡천신(黑龍天神)!)

능천한은 한눈에 그 인물을 알아보았다.

그 인물은 다름아닌 당대 흑도대종사 흑룡천신이었다.

[으음...]

흑룡천신은 괴롭게 신음하며 능천한을 둘러보았다.

[그대가... 페천잠룡(覇天潛龍)이었다.

[으음...]

흑룡천신은 괴롭게 신음하며 능천한을 둘러보았다.

[그렇습니다. 후배가 황산의 능모입이다.]

능천한의 후배에 흑룡신의 호목이 깊게 빛을 발했다.

그리고는 그는 허탈하게 웃었다.

[허허... 역시 황룡(皇龍)의 후손을 잘 두었소.]

흑룡천신은 괴로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본의는 아니나... 노부는 그대의 앞길을 막아야 하나.]

(무엇인가 사정이 있군.)

능천한은 흑룡천신의 모종의 위협에 눌러 있을 지시했다.

제갈영라가 전음을 보냈다.

[그는 자존심이 강한 인물이에요. 그런 그가 혈종수하로 들어간 것을 보면 그는 크게 좌절을 당했었을 거예요.]

우우우우웅---

흑룡천신이 시커먼 묵도를 쳐들었다.

흑룡파황도(黑龍破荒刀)라는 흑룡천신 독문의 애병(愛兵)이다.

이는 사백 년 이전에 절전된 흑황문(黑荒門)의 진산지보,

천병보(天兵譜) 천병일천좌(天兵一天坐)의 이십칠위에 올라있는 병기다.

[천극(天戟)의 신위를 보고 싶네.]

흑룡천신이 무겁게 말했다.

[무너뜨리세요. 한번 좌절을 당한 인물에게는 그것이 약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제갈영라의 전음에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팔성(八成)의 거령폭류참이라면... 그의 목숨을 빼앗지는 않으리라.)

능천한은 염두를 굴리며 천극을 쳐들어 흑룡천신의 가슴을 겨누었다.

우르르르르---

--- 이이이잉---

천극에서 낙뢰가 치듯,

묵직한 기류가 안개같이 피어올랐다.

츠츠츠---

흑룡천신의 흑룡파황도(黑龍破荒刀)에서도 은은한 우뢰성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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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 章

 

                 五百年前美女

 

 

 

[...!]

능천한은 망연히 천정을 올려다보았다.

몸에는 한 올의 힘도 남아있지를 않았다.

일신의 모든 힘을 두 여인의 몸에 쏟아부은 후였기 때문이다.

정녕 기이했다.

사지에는 그저 무기력함만이 가득함에 비하여,

그의 일신에는 맑고 신선한 기운이 가득 차 있는 것이다.

그것은 천극대정신맥에서 우러나오는 굳강하고 정대(正大)한 잠력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봉황극락신향(鳳凰極樂神香)의 효용이리라...)

능천한은 쓴웃음 지었다.

... ...!

넓고 우람한 그의 가슴으로 따뜻하고 규칙적인 숨결이 와닿았다.

능천한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벌거벗은 가슴,

그곳에는 어미 새의 품에 안긴 아기 새같이 꼭 안겨 있는 여체(女體)가 있었다.

너무도 맑아 백옥같은 피부를 지닌...

바로 천혜선자(天慧仙子) 제갈영라(諸葛瓔羅)였다.

그녀의 고운 피부는 곳곳에 거칠게 유린당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귀엽고... 당돌한 여인...)

능천한은 제갈영라를 바라보며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가냘픈 모습에 비하여 몸은 아주 뜨거운 여인이었다.

[영라...!]

능천한은 손을 들어 그녀의 젖가슴을 쓰다듬었다.

작으나 탄력있는 그녀의 육봉이 땀에 젖어 있었다.

그리고,

[... ...!]

능천한은 등으로 전해지는 또 다른 흐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발가벗겨진 풍만한 여체가 그의 등에 꼭 붙어 흐느끼고 있었다.

그 여쳬는 능천한을 놓치기라도 할까보아 그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누님...!]

능천한은 여인의 교수를 꼭 쥐었다.

[아우님...!]

여인... 광양존후 금벽라도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미안합니다. 누님...!]

능천한의 말에 금벽라는 옥용을 그의 등에 파묻었다.

[아우님의 잘못이 아니고... 신첩은 다만 아우님의 곁에 머물 수만 있다면 원이 없으니...!]

금벽라가 촉촉한 어조로 속삭였다.

[고맙습니다! 누님...!]

능천한은 돌아누우며 금벽라를 끌어안았다.

뭉클 안겨드는 풍만한 동체...

그리고 물기를 실은 기품있고 따스한 옥용이 거기 있었다.

그러나 금벽라는 얼굴을 물들이며 능천한을 살짝 떠밀었다.

[이제... 그만 일어나세요!]

말을 하며 금벽라는 몸을 일으켰다.

젖무덤이 물결치듯이 출렁이고...

[...!]

돌아앉던 금벽라는 하복부를 움켜쥐며 움찔하였다.

하지만 이내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이며 의복을 걸쳤다.

능천한도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상공... 용서하세요!]

제갈영라가 눈을 꼭 감은 채 옥용을 붉게 물들였다.

그녀도 잠에서 깨어나 있었던 것이다.

[흐음...!]

능천한은 나직하게 한숨을 쉬며 제갈영라를 안아 일으켰다.

[지난 일이고...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니... 미안해 할 필요없소...]

그는 대답하며 그녀의 저고리를 어깨에 걸쳐 주었다.

[감사하옵니다. 상공...]

제갈영라가 고개를 푹 떨구었다.

떨구어진 그녀의 시야로 석실바닥의 여기 저기에 피어 있는 선연한 혈화(血花)가 들어왔다.

두 여인이 능천한에게 순결함을 바쳤다는 아프고 아름다운 흔적이었다.

세 사람은 의복을 정돈했다.

[몸은 어떻소?]

능천한이 걱정을 담아 물으며 제갈영라 앞에 앉았다.

제갈영라는 목까지 붉게 물들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아파서... 일어설 수가... ... 사옵니다...!]

[그것 보오...!]

능천한은 고소를 지으며 제갈영라의 가냘픈 교구를 두 팔로 안아들었다.

[이후로... 나의 허락없이 이런 당돌한 일을 하면 용서치 않겠소!]

능천한이 짐짓 엄한 목소리로 말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때였다.

[아우님... 이리와 보시어요!]

금벽라가 한쪽에서 능천한을 불렀다.

[무슨 일이십니까?]

능천한은 제갈영라를 안은 채 금벽라에게로 다가갔다.

금벽라는 한쪽의 석벽 앞에 서 있었고,

그녀의 앞에는 또다른 은밀한 석벽이 하나 있었다.

[석문(石門)이 있어요!]

금벽라가 다정한 눈빛으로 능천한을 올려다보았다.

어찌되었든 그는 금벽라가 평생을 섬겨야 할 지아비이니...

[기관이 있어요. 환유천신이 훔쳤다는 삼십육종의 재화중 마지막 신품(神品)이 숨겨져 있을 거예요!]

제갈영라가 눈을 비비며 말했다.

[그렇겠구려!]

능천한은 석실의 유리관이 모두 삼십 오 개임을 되새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석문의 우측상단 세 치 쯤에 지력으로 구멍을 내세요!]

제갈영라가 금벽라에게 말했다.

--- --- !

--- 가각!

금벽라가 지체없이 광양지력(廣陽指力)으로 석문에 구멍을 내었다.

그러자,

--- 그그긍!

으르르르...!

석문이 육중하게 끌리며 뒤로 물러났다.

[다른 위험은 없어요. 들어가시어요!]

--- --- 뚜벅!

제갈영라의 말에 능천한은 석문 안으로 들어갔다.

석문 안쪽은 또 다른 석실이었다.

아무런 장식도 없는 석실인데 중앙에는 석상(石床)이 하나 놓여 있고

건너편에 또 다른 석문이 보였다.

한데 그 석문에도 전자(篆字)의 글씨가 큼직하게 새겨져 있었다.

 

<환혼비전(環魂秘殿).>

 

[환혼비전(環魂秘殿)이라...!]

능천한은 중얼거리며 석실중앙으로 다가섰다.

문득 그의 시선이 석상(石床) 위에 머물렀다.

석상위에는 길이 다섯 자 정도의 교룡피(蛟龍皮)에 싸인 물건이 놓여 있었다.

(무엇인가?)

능천한은 강렬한 호기심이 꿈틀거림을 느꼈다.

기이하게도 어떤 영감이 강하게 일어나 그의 시선을 교룡피에 든 물건에 묶어 두었다.

 

---기다렸다. 수천 년의 세월을 그대를 기다려 왔노라.

 

능천한의 뇌리에 교룡피 안의 물건이 영감이 전해 오는 듯 하였다.

[영라는 신첩이 안을테니... 살펴 보세요.]

금벽라가 능천한에게 말하며 제갈영라를 안아등었다.

[...!]

능천한은 숨을 들이쉬며 석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흥분된 손길로 교룡피를 벗겼다.

[...!]

교룡피를 벗기던 능천한은 멈칫하였다.

의외로, 교룡피에서 나온 물건은 아주 볼품이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거무튀튀한 하나의 극()이었다.

길이는 다섯자,

극인(戟刃)의 길이가 두 자이고 손잡이가 세 자의 길이였다.

한데 그 극은 어디를 보아도 뛰어난 점이 없었다.

전체가 시커멀 뿐 아니라 극인(戟刃)조차도 뭉툭하여 무엇을 잘라낼 수 있을 것 같지를 않았다.

그러나,

(무엇이... 이리도 내마음을 끄는가?)

능천한은 그 볼품없는 극()이 너무도 강렬하게 자신의 마음을 끌어당김을 느꼈다.

그때였다.

[천극(天戟)이군요!]

금벽라에게 안긴 제갈영라가 나직하게 말했다.

[천극(天戟)! 이것이 천지십병(天地十兵)의 서열십위에 올라 있는 천극(天戟)?]

능천한은 새삼스럽게 극을 바라보았다.

!

문득 교룡피 안에서 하나의 두루마리가 능천한의 발밑으로 떨어졌다.

[...!]

능천한은 허리를 숙여 두루마리를 집어 들었다.

그것은 무척이나 오래된 듯이 뽀얗게 빛이 바래 있었다.

능천한은 두루마리를 펼쳤다.

 

<인연(因緣)있는 자를 위하여 대라천기선(大羅天機仙)이 남긴다.>

 

[대라천기선(大羅天機仙)!]

능천한은 나직이 되뇌었다.

 

---대라천기선(大羅天機仙)!

 

그는 무림사상 제일의 현자(賢者).

학문은 고금(古今)을 통하고 그 지혜는 천세를 뛰어 넘을 정도였다.

천극(天戟)!

그 볼품없는 거무튀튀한 극()이 천지십병(天地十兵)에 남아있는 것도 실상은 대라천기선의 명성덕분이었다.

 

<천극(天戟)이 주인을 찾으리라.

극히 크고 혼돈된 때를 접하여 천극(天戟)의 진면모가 나타나리니...

그때를 만나면 대혈운(大血雲)도 산산이 부서지리라.

여기 연자(緣者)를 위하여 보잘 것 없는 재주나마 남기나니...

스스로 연자(緣者)가 아님을 느낀다면 다시 볼 필요도 없으리라!>

 

그리고, 그 아래로 두 가지 구결(口訣)이 적혀 있었다.

그것은 한 가지 심법과 이초(二招)로 이루어진 초식이었다.

 

<천혜극령쇄심기(天慧極靈碎心氣).>

 

이는 일종의 초상승의 정신력의 운용법이었다.

이에는 두 가지 묘용이 있다.

하나는 정령(精靈)을 극도로 강하게 다져 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신력으로 타인의 영혼을 부수어 버릴 수 있는... 극히 강한 파령지력(破靈之力)이다.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도록 강한 것이고,

그 때문에 이는 범인보다 몇 백배 강한 정력(定力)을 지닌 자만이 수습할 수 있다.

 

<천극이절해(天戟二絶解).>

 

천혜극령쇄심기 다음에 적힌 것은 천극의 운용을 위한 이초의 초식이었다.

 

---천극망(天極網).

---거령폭류참(巨靈暴流斬).

 

이것이 그 두 가지 초식이었다.

[지니고 있으시오!]

두루마리를 한번 훑어본 능천한은 제갈영라에게 건네주었다.

[...!]

그리고는 잠시 천극(天戟)을 들여다보았다.

검은 천극 속이 어떤 커다란 비밀이 감추어져 있음을 능천한은 본능적으로 알아볼 수 있었다.

능천한은 천극을 교룡피의 집속에 집어넣고 걸음을 옮겼다.

(환혼비전(環魂秘殿)이다.)

능천한은 눈을 빛내며 건너편 석문으로 다가갔다.

그르르르르--- !

능천한이 밀자 석문은 의외로 순순히 열렸다.

스스스스슥!

휘르르르르---!

석문이 열리자 기이한 단향 내음이 확 풍겨 나왔다.

능천한은 강렬한 안광을 쏟아내며 석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화려하게 치장된 여인의 거처였다.

사방의 벽에는 고서화들이 가득 걸려 있는데 하나하나가 진품이었다.

능천한은 묵묵히 석실의 중앙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붉은 휘장이 드리워져 있는 침상이 놓여 있었다.

(누군가 누워있다.)

능천한은 침상 위에 누군가 누워있음을 알아차리고 다가갔다.

--- !

능천한은 거침없이 휘장을 걷었다.

(!)

휘장을 걷던 능천한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런 그의 두 눈은 당혹으로 물들었다.

화려한 금침,

그 위에는 천만뜻밖에도 발가벗은 나녀가 다소곳이 누워있었던 것이다.

삼단같이 흘러내린 머릿결,

백옥의 피부, 완벽한 균형의 동체(胴體),

우람한 유방, 끊어질 듯한 세류요 밑으로 벌려진 펑퍼짐하게 벌어진 둔부,

그리고...

[...!]

능천한은 넋이 나가 나녀의 비궁(秘宮)을 들여다보았다.

그곳에는 방초(芳草)가 한 올도 없었다.

아주 뽀얗게 두드러진 옥둔(玉屯)이 있을 뿐이었다.

[색골같으신 분...!]

제갈영라가 눈을 흘기며 능천한의 허리를 꼬집었다.

[어쿠!]

능천한은 실태를 깨닫고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신첩들을... 그렇게 즐기시고도 한눈을 파시다니요...]

광양존후도 나직이 한숨을 쉬며 투정을 하였다.

그녀가 아무리 일대여종사라해도 여인은 여인이니까...

그때였다.

[환유천신(幻遊天神)이 여인이라니... 놀랍군요!]

제갈영라가 나직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여인이 환유천신?]

능천한은 흠칫하며 나녀를 다시 바라보았다.

나녀의 머리맡에는 여러 권의 비급이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능천한은 제일위의 비급을 집어 들었다.

 

<환몽경(幻夢經).>

 

[환몽경... 이 여자가 정말 환윤천신이겠소.]

비급을 훑어본 능천한은 고개를 끄떡였다.

나녀는 바로 환유천신의 진정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환혼잠령대법(還魂潛靈大法)을 펼쳤을 거예요.]

제갈영라가 말했다.

[환혼잠령대법?]

능천한은 의아해하며 제갈영라를 돌아보았다.

제갈영라는 금벽라의 품에 안긴 채 말을 이었다.

[배교(拜敎)에서 흘러나온 것인데 사실은 불완전한 술법이었어요. 어찌 인간이 영생불사할 수 있겠어요?]

능천한은 제갈영라의 말을 들으며 또 한권의 비급을 집어 들었다.

 

<배교비전(拜敎秘典).>

 

[다만 환혼잠령대법은 환혼강시(還魂畺屍)를 만들 수 있을 뿐이에요!]

제갈영라가 말했다.

[환혼강시! 강시대법 중 인간에 가장 가깝다는...?]

능천한이 흠칫하며 침상 위의 환유천신을 바라보았다.

제갈영라는 금벽라를 바라보았다.

[강시라 해도 너무 예뻐서 저는 불안해요.]

제갈영라의 말에 광양존후 금벽라가 조용히 웃었다.

[차라리 잘 되었지 않아? 저 색골양반께서 그녀를 끼고 다니시면 우리를 못살게 구는 일은 적어질 테니...]

금벽라의 말에 능천한은 얼굴을 붉혔다.

[누님도... , 아무리 아름다워도 영혼이 없는 강시입니다. 강시에게 어떻게 딴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제갈영라가 입술을 삐죽였다.

[그걸 어떻게 믿어요? 아까 그녀를 보던 눈길은 탐욕스럽기 이를 데 없었는데... 특히 그녀의 아랫도리를 볼 때에는...]

[허참...!]

능천한은 멋쩍게 웃었다.

[호호... 농담이고요, 그녀는 생전에 묵적의 공력을 지녔었던 초절정의 고수였어요. 환생시키면 혈종과 싸울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니 환생시키세요.]

[누님의 생각은...?]

능천한은 금벽라를 돌아보았다.

[신첩도 영라와 같은 의견이에요!]

금벽라가 조용히 대답하자 제갈영라가 말을 이었다.

[강시를 깨우는 방법은 배교비전에 실려 있으니 참고하세요!]

[알겠소!]

능천한은 배교비전을 뒤적이다가 한곳에 시선이 머물렀다.

 

<반혼환령호혼술(返魂還靈呼魂術).>

 

[...!]

능천한은 말없이 구결을 읽어 내려갔다.

스스스스스...!

그러자 능천한의 몸주위로 괴괴로운 기운이 일어났다.

그 모습에 금벽라와 제갈영라는 서로를 돌아보았다.

(구결을 한번 읽으므로 운용을 하시다니... 저분의 능력은 끝이 없구나...)

두 여인은 사랑이 담긴 시선으로 능천한을 바라보았다.

고금제일의 능력을 가진 기재,

그가 바로 자신들의 남편인 것이다.

스스스---!

크크크...!

한순간 실내가 음산한 기운으로 가득찼다.

그리고,

[일어나라! 구천(九天)에 떠돌던 잔혼이여 이제 환혼의 때가 되었노라... 일어나 눈을 뜨라. 새 생명이 그곳에 있나니...]

능천한의 입에서 괴괴로운 주문이 흘러 나왔다.

그러자,

--- !

--- 카캉!

가공스런 안광이 번뜩이며 그 안광에 가격된 천장이 움푹 패여 버렸다.

환유천신이 눈을 뜬 것이다.

(단천파라신안강(斷天破羅神眼罡)...!)

스스슥!

이어 환유천신이 꿈꾸는 듯한 눈동자로 일어나 앉았다.

[보라! 나와... 이 두 여인이 그대의 혼()이니라. 부토로 돌아가기까지 우리에게 머물러야 하니라!]

능천한은 두눈이 새파란 광휘를 쏟아내었다.

사르르르...!

한동안 세 사람을 바라보던 환유천신은 다소곳이 삼 인을 향하여 절을 올렸다.

[성공이에요!]

제갈영라가 환희 웃으며 미소를 지었다.

[다시는 해보고 싶지 않은 일이외다!]

능천한이 고소를 짓자 금벽라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힘은 드셨겠으나... 대신 천군만마의 힘을 얻지 않으셨사옵니까?]

[그건 그렇습니다. 누님!]

능천한은 미소를 지으며 환유천신을 바라보았다.

[...!]

환유천신은 영문도 모르면서 능천한을 마주보며 고혹한 미소를 지었다.

 

<第二券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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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九 章

 

                幻夢天遊府의 情事

 

 

 

[흑흑흑!]

미녀가 애절히 흐느낀다.

[으음...]

능천한은 괴롭게 신음하며 무너진 석실 쪽으로 무릎을 꿇었다.

우두두둑!

바닥의 석괴가 그의 손아래서 가루로 부서졌다.

(노선배께서는... 내가 혈종의 적수가 안된다는 것을 아셨다. 그래서 혈종과의 싸움을 뒤로 미루게 하기 위해 자폭하셨다.)

능천한은 입술을 깨물었다.

청허현도존의 자폭이 자기의 무공이 약한 때문임을 아는 까닭이다.

[아우님... 제갈동생... 고정하세요.]

금벽라가 두사람을 다독이며 달랬다.

[흑! 벽라언니...]

미녀가 흐느끼며 금벽라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영라(瓔羅) 동생...]

금벽라는 미녀를 꼭 껴안아 다독여 주었다.

[흑흑...]

[...]

흐느낌과 깊은 비통함이 흘렸다.

그리고,

[아우님, 영라동생을 소개시켜 드릴게요.]

금벽라가 영라라는 미녀를 다독이며 능천한을 바라보았다.

능천한은 고개를 들어 그 미녀를 바라보았다.

(으음...)

미녀를 바라보던 능천한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경이에 찬 시선으로 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안색을 살피던 금벽라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알아보시는군요!]

그녀의 말에 능천한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능천한은 묘한 시선으로 금벽라를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웃는 듯 우는 듯 괴이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천혜... 만음성령지체(天慧萬陰聖靈之體)는 전설일 뿐인 줄 알았거늘...]

능천한이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천혜만음성령지체(天慧萬陰聖靈之體)>

 

천극대정신맥(天極大正神脈)과 비전되는 전설상의 신체(神體)다.

이는 천극대정신맥과는 달리 여인에게서만 나타난다.

천혜만음성령지체를 타고난 여인은 일만 명 분의 순음지기를 지니고 태어난다.

덕분에 천하제일이라 할 만한 재지(才智)를 지니게 된다.

반면 순음지기가 너무 강하여 단명하고 마는 단점이 있다.

즉, 순음지기가 지나치게 강해서 전신의 심맥을 얼려버리는 것이다.

그 상태가 완전하게 진행되는 것이 이십 세 전후다.

천혜만음성령지체의 지나친 순음지기를 소멸시키는 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다.

강력한 그 순음지기를 사내가 흡수해 주는 방법뿐이다.

단, 보통 체질의 사내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순음지기를 다 받아들이지 못하고 전신이 얼어붙어 절명하고 말기 때문이다.

단 한명,

천극대정신맥을 타고 난 자만이 천혜만음성령지체의 순음지기를 다스릴 수 있다.

능천한은 괴로운 표정이 되었다.

 

---영라를 부탁하네!

 

자폭한 청허현도존이 던진 말의 진의를 확인한 때문이다.

(내가 거두지 않으면 반년을 못 넘기고 절명한다. 싫건 좋건 그녀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능천한의 안색이 여러 차례 변했다.

천혜만음성령지체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음양교환의 방법을 써야한다.

즉,

능천한이 영라라는 미녀를 살리려면 부인으로 삼아야만 하는 것이다.

[천혜선자(天慧仙子)가 소저이외까?]

능천한이 나직이 한숨을 쉬며 물었다.

[신첩, 제갈영라(諸葛瓔羅), 상공을 뵙습니다!]

미녀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능천한에게 다소곳이 절을 올렸다.

[휴, 소저 일어나오!]

능천한은 제갈영라를 부축했다.

 

---천혜선자(天慧仙子).

 

능붕비가 광양존후와 함께 극구 칭찬하던 천하제일재녀가 바로 그녀였다.

그녀는 또한 쌍극천효(雙極天梟)의 천금(千金)이기도 하다.

그러나,

제갈영라는 아버지의 무도함에 반발하여 뛰쳐나왔다.

그리고,

도가제일인(道家第一人) 청허현도존의 눈에 들어 제자가 되었다.

그녀는 이미 청허형도존의 모든 학문을 이어받았다.

단순히 청허현도존의 진전을 이은 정도가 아니었다.

제갈영라는 청허현도존의 경지를 이미 오래 전에 뛰어넘고 있었다.

천혜만음성령지체!

그 천고의 신체를 타고났기에...

 

[우선 이곳을 벗어나야 해요!]

광양존후가 두 사람을 재촉하며 일어났다.

제갈영라도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이리 오시오.]

능천한은 제갈영라의 교구를 반짝 안아들었다.

[고, 고맙사옵니다!]

제갈영라는 능천한의 가슴에 안기며 옥용을 살짝 붉혔다.

(가엾게도... 어린아이만큼 가볍게 여위다니...)

능천한은 연민의 표정으로 제갈영라를 내려다보았다.

뚜--- 벅! 뚜--- 벅!

이어 그는 석로를 무거운 발걸음으로 울리며 광양존후의 뒤를 따랐다.

 

***

 

석로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곳은 전대고인(箭代古人)의 은거지였던 모양이군요!]

광양존후가 주위를 돌아보며 걸어갔다.

잠시 후 세 사람은 육중한 석문(石門) 앞에 이르렀다.

석문은 오강석(烏剛石)으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중앙쯤에 큼직한 다섯 자의 전자(篆字)가 적혀 있었다.

 

<환몽천유부(幻夢天遊府)>

 

[환몽천유부!]

광양존후 금벽라가 나직하게 탄성을 질렀다.

[신기보(神奇譜) 서열 구위의 신기(神奇)를 여기서 보게 되다니... 놀랍군요!]

능천한의 가슴에 안긴 제갈영라가 나직이 탄성을 질렀다.

[음...]

능천한도 나직이 신음하며 석문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환몽천유부(幻夢天遊府)>

 

신기보의 아홉번째 장에 적힌 신기를 말한다.

일백 년 전,

신분이 완벽한 비밀에 가려진 대도(大盜)가 있었다.

그 대도는 출신과 용모는 물론이고, 심지어 남녀(男女)의 구별마저 알려지지 않앗었다.

 

---환유천신(幻遊天神).

 

고금제일대도(古今第一大盜).

고금제일탐미가(古今第一探美家).

가장 고상하고 가장 손이 컸던 대도(大盜)가 바로 그다.

환유천신은 금은(金銀)등의 재화를 탐한 좀도둑이 아니었다.

그는 그다지 많은 도둑질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환유천신의 도둑질들은 천하를 뒤흔드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가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이 저 유명한 전국옥새(傳國玉璽)였다.

화씨지벽(華氏之璧)을 진시황(秦始皇)이 깎아 만들었다는 제왕지인(帝王之印)!

그것을 환유천신이 손을 댄 것이다.

당시의 황실을 비롯한 천하가 발칵 뒤집힌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고,

그러나 누구도 전국옥새를 찾을 수 없었다.

그후,

환유천신의 도둑질은 여러 번 계속되었고,

그럴 때마다 천하가 경동되어 환유천신의 행방을 수만 명이 찾아다녔다.

하지만 환유천신은 여전히 운중(雲中)에 있었으며,

전국옥새가 사라진 뒤 육십 년 후 환유천신도 신비롭게 사라졌었다.

그것이 오백여 년 전의 일이었다.

그후,

 

---환유천신은 자신이 도둑질한 삼십육종의 천하재화를 갖고 환몽천유부로 은거했다.---

 

근원을 알 수 없는 이같은 소문이 천하에 나돌았다.

그것이 신기보에 올라 서열 구위에 기록되어 신기(神奇)로 남게 되었다.

 

삼인은 한동안 넋이 나가 석문(石門)을 바라보았다.

문득,

[환자(幻字)의 마지막 획을 똑같이 그려보세요!]

제갈영라가 금벽라에게 말했다.

[그러마...]

금벽라는 석문으로 다가가 제갈영라가 말한 대로 해보았다.

그러자,

그그그그그!

육중한 굉음이 일며 석문이 활짝 열렸다.

번--- 쩍!

스스스스스!

석문이 열리며 강렬한 광휘가 삼인의 전면으로 쏟아졌다.

[들어가요!]

금벽라가 안으로 걸어 들어갔고 능천한도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그그그그--- 그긍!

그들이 들어서자 석문이 뒤쪽에서 다시 닫혔다.

 

삼인은 석실 안을 둘러보았다.

그곳은 널찍한 석실이었다.

한데 석실 전체가 교교로운 서기(瑞氣)로 뒤덮여 있었다.

또 석실 벽에 기대어 수십 개의 유리관이 놓여 있었다.

그 유리관들은 모두 삼십 오 개였다.

세 사람은 가장 가까이 있는 유리관으로 다가갔다.

스스스스스!

그 유리관에서는 기품있는 서기가 무지개같이 번져 나오고 있었다.

[이것은...!]

[아...!]

유리관의 안을 들여다보던 삼인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흘렀다.

유리관에는 청년단향복(靑年丹香木)으로 만든 목함이 뚜껑이 열린 채 놓여 있었다.

서기는 목함에 들어있는 큼직한 옥인(玉印)에서 번져 나오고 있었다.

[전국옥새!]

능천한이 신음하듯이 중얼거렸다.

 

---전국옥새(傳國玉璽)!

 

오백여 년 전에 잊혀진 무상지인(無上之印)이 거기 있었다.

이미 여러 차례 왕조가 바뀌었고, 대명의 새로운 옥새가 천하를 다스리고 있기에,

직국옥새의 무상신위은 이미 잊혀진지 오래다.

그러나...

전국옥새는 천수백 년을 내려오며 그 자상의 위엄을 떨치던 무상지인(無上之印)임에는 틀림이 없다.

[전국옥새를 볼 수 있다니...!]

광양존후의 시선도 흔들렸다.

그리고,

[화씨지벽의 아름다움을 전언으로만 들었는데... 이제 대하니 전언이 오히려 사실만 못하군요!]

제갈영라도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세 사람은 잠시 전국옥새를 들여다보았다.

그런 후 옆의 유리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옆의 유리관 안에는 두 가지 물건이 들어 있었다.

하나는 고색창연한 지환(指環)이였다.

재질은 천하에서 가장 단단하다는 금강벽(金剛璧),

금강석만큼 단단하다는 금강벽 위에 두 마리의 봉황(鳳凰)이 새겨져 있었다.

(봉황신지환(鳳凰神指環)! 봉황지존(鳳凰至尊)의 봉황지소(鳳凰之所)를 열 수 있다는 신물(神物)...!)

제갈영라의 봉목이 아주 신비롭게 빛났다.

(그렇다면 이것은...!)

제갈영라의 시선은 봉황신지환의 옆에 놓인 작은 옥향로(玉香爐)에 머물렀다.

온갖 보물로 치장이 된 귀품(貴品),

그 옥향로만으로도 백만금의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더 귀한 것이 옥향로 안에 들어있다.

(봉황오보(鳳凰五寶)중 봉황극락신향(鳳凰極樂神香)이다!)

제갈영라의 봉목이 아주 밝게 빛났다.

 

<봉황지존(鳳凰至尊)>

 

천년 그 이전에 있었던 전설적인 천외무종(天外武宗)이다.

그의 무공은 주로 선도(仙道)를 추구하는 온건한 것이었다.

그런 봉황지존이건만 한 가지 파천(破天)의 신기(神器)를 남겼다.

 

---봉황극락소(鳳凰極樂簫),

 

바로 이것이다.

천지십병(天地十兵)에 드는 무상신병(無常神兵)이...

봉황지존은 봉황극락소외에 많은 것을 남겼다.

봉황극락신향(鳳凰極樂神香)도 그중의 하나이다.

이는 음양(陰陽)의 화합을 이루게 해주는 묘향이다.

이는 비단 단순히 남녀를 육체적으로 하나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봉황극락신향은 육체뿐만이 아니고 영혼(靈魂)까지도 합일(合一)시켜 남녀 모두에게 무상의 공효를 주는 것이다.

(좋은 기회... 어차피 나의 몸을 상공께 드려야 한다면...)

제갈영라의 눈빛이 결의로 빛났다.

능천한과 금벽라가 그것을 보지는 못했으나...

제갈영라는 슬쩍 금벽라를 돌아보았다.

(언니도... 상공께 마음이 끌리시는 듯하니... 오히려 좋은 일이 되겠지.)

제갈영라는 생각을 굴리며 금벽라에게 말했다.

[언니... 저 옥향로를 열어 보세요!]

[옥향로를?]

금벽라를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가 있겠지!)

금벽라가 제갈영라의 혜지가 대해 같음을 알기에 큰 의문을 갖지 않았다.

끼--- 이--- 익!

금벽라는 유리관의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는 봉황극락신향이 담긴 옥향로를 아무런 의심도 않고 열었다.

그러자,

스스스스--- 슥!

휘르르르르---!

향로 안에서 분홍의 안개가 뭉클뭉클 피어올랐다.

[...!]

[...!]

능천한과 금벽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봉황극락신향에서 폐부를 맑게 하는 향기가 솟았고,

두 사람은 그 향기를 크게 들이마셨다.

[웃!]

[아...!]

직후 능천한과 금벽라는 아연하였다.

갑자기 단전으로부터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공이든 무엇이든 간에 막을 방도가 없는 강렬한 것이었다.

[봉... 봉황극락신향(鳳凰極樂神香)! 그... 그대가...!]

능천한이 시뻘개진 얼굴로 제갈영라를 내려다보았다.

제갈영라는 능천한의 가슴에 안긴 채 눈을 내리깔았다.

[상공... 용서...!]

그리고---!

[으...!]

능천한은 으스러져라 제갈영라를 끌어안았다.

[아으으음...]

너무 세게 끌어 안겨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제갈영라도 능천한에게 매달렸다.

능천한은 그대로 제갈영하를 바닥에 쓰러뜨리고 올라탔다.

[헉헉... 으...!]

능천한은 터져 솟구치는 욕정을 주체 못하고 거칠게 제갈영라의 육체를 탐해갔다.

스--- 스스슥!

찌지지지직---!

제갈영라의 의복이 능천한의 손에서 거칠게 벗겨져 내렸다.

동그란 어깨,

주먹만하게 작지만 볼록 솟은 팽팽한 젖무덤,

그위에 오또마니 앉은 작은 열매...

[헉헉... 영라... 으음...!]

[아흐흑! 상공... 상공... 어서...아!]

능천한은 재갈영라의 나신을 주무르고 핥으며 탐했다.

그에게 탐닉당하며 제갈영라도 미친듯이 교구를 비틀어 대었다.

벗겨지는 치마...

한줌밖에 안되는 허리,

그리고...

미끈한 옥주와... 그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어린 나이답지 않게 너무도 무성한 방초의 숲...!

[헉헉... 으음...!]

능천한의 두 눈은 시뻘개졌다.

제갈영라의 허벅지를 거칠게 벌린 그의 눈앞에,

생전 처음 보는 여인의 비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었다.

[아흐흑... 아우님... 제발... 저좀... 어떻게... 아... 흐윽...!]

그와 함께,

금벽라가 전신을 쥐어뜯으며 능천한을 휘감아왔다.

찌--- 지직!

그녀는 스스로 면사를 찢어내었다.

그러자,

온화하면서도 당당한 기품이 있는...

황후를 연상케하는 미소부의 모습이 드러났다.

한순간...

[허--- 어억!]

콰르르르르...!

무너졌다!

[아--- 악!]

제갈영라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그녀의 허리가 활이 부풀 듯이 휘어지고,

두눈은 하얗게 치떠지고

그녀의 교수는 자신의 처녀의 성을 무너뜨린 사내의 등을 후벼팠다.

우르르르르---!

콰--- 콰--- 콰쾅!

[헉헉헉헉...!]

[아흐윽,... 이이익... 아아아...!]

사내는 폭풍이었고,

그 아래의 여체(女體)는 폭풍에 두들겨 맞는 대지(大地)였다.

퍽! 퍽--- 퍼퍽!

콰르르르릉---! 콰--- 콰쾅!

[아--- 악! 흐으윽... 아... 아...!]

대지는 몸부림쳤다.

폭풍이 아래로 쇄도해 들어올 때마다 처절한 혈화가 화우(花雨)로 뿌려졌다.

처연한 낙화(落花)였다.

한순간...

[흐... 응... 으... 음...!]

콰--- 릉!

만근의 바위같은 힘이 하복부로 들이침을 느끼며 제갈영라는 축 늘어지고 말았다.

[으음...!]

밑에 깔린 여체가 축 늘어지자 능천한은 부르르 떨었다.

그러자,

[흐으으응... 아우님... 어서... 아...!]

너무도 풍염하게 무르익은 여체가 뜨겁게 능천한을 휘감았다.

[으...!]

욕정을 풀지 못한 능천한은 두눈이 시뻘개져 미소부의 동체를 끌어안았다.

광양존후 금벽라였다.

그녀의 몸은 제갈영라와 달랐다.

너무도 풍염하고 넓어서 능천한이 파묻힐 정도였다.

[아--- 악...! 아아...!]

그러나...

그녀도 파과의 고통 앞에서는 제갈영라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녀는 두눈을 하얗게 치떴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풍염한 육체로 능천한을 아기같이 감싸 안았다.

[헉헉... 으음... 누님...!]

그런 금벽라의 육체 위에서 능천한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노를 저었다.

[아아...! 흥... 흥... 아이으으음...!]

금벽라의 입에서 교성이 흘렀다.

그녀 나이 이미 서른이 넘었다.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육체는 이내 강렬하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흑흑... 아아... 아우님... 아...!]

금벽라는 극한의 희열을 흐느끼며 능천한을 휘감았다.

 

---봉황극락신향(鳳凰極樂神香),

 

그 천고의 기향(奇香)은 세 남녀의 욕정을 끝없이 불러 일으켰다.

능천한은 환몽중을 헤매며 금벽라와 제갈영라의 육체 속으로 끝없이 빠져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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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八 章

 

               血荒奪 對 覇天神輪

 

 

 

 

--- -- !

쿠르르르르---!

경기가 해일같이 일고,

굉음이 우뢰같이 터지고 있었다.

널찍한 석실(石室).

자연적인 동굴에 인력(人力)을 가한 듯이 보이는 널찍한 석실이었다.

[! 지독한 늙은이...!]

[과연... 무당제일인(武當第一人)이다.]

두 명의 인물이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일인(一人)을 합공하고 있었다.

콰자자자작!

--- 쿠쿠쿠쿵!

시뻘건 혈영강기(血影罡氣)와 찬연한 금빛의 강기가 무지개같이 일어났다.

콰르르르르---!

--- 이이잉!

그 사이로 한 명의 인물이 둥실 떠 있었다.

청수한 노도인(老道人).

한데 두 다리가 무릎 아래서 싹둑 잘라 있었다.

우르르르르---!

노도인의 몸에서는 창창한 청강(靑罡)의 노을()이 피어오르고 있다.

[혈영군(血影君)! 통천금룡제(通天金龍帝)! 너희들 정도를 못 쓰러뜨릴 무당의 무공이 아니다!]

처참한 형색의 노도인의 입에서 우뢰성이 일었다.

노도인,

그는 무당제일인으로 불리던 절정고수다.

그 때문에 다리가 잘린 중상이건만 신위(神位)를 잃지 않는 것이다.

노도인은 석실에서 또 다른 곳으로 이어지는 석로(石路)의 앞을 막고 있었다.

석로(石路)의 안쪽,

한 명의 소녀가 힘없이 석벽에 기대어 있었다.

백지장보다도 하얀 피부...

그러나,

그녀의 용모는 가히 경국지색이었다.

비 맞은 난초의 모습이 그러할 것이다.

[에잇! 혈영마라살(血影魔羅殺)!]

혈영인, 혈영군(血影君)이 벼락치듯이 쌍장을 쪼개어 내었다.

그와 함께,

[금룡진천하(金龍震天下)!]

--- 우우웅!

우르르르!

석 자 길이의 금장(金杖)으로 폭풍을 끌어 모으는 자,

그자는 통천금룡제(通天金龍帝)라고 불리는 자다.

--- 이이잉!

쿠쿠--- 쿠쿵!

시뻘건 혈영강기와 찬연한 금룡강기가 뒤엉키며 노도인을 쳐갔다.

[태청자허뢰(太淸紫虛雷)!]

스스스스!

노도인의 신형에서도 기이한 자청(紫靑)의 강기가 피어올랐다.

--- 콰쾅!

--- 꾸꿍!

폭죽이 터지듯이 굉음이 일었다.

거창한 파동이 석실을 뒤흔들어 무너뜨릴 듯이 번져 나갔다.

[! 지독한 늙은이...!]

[역시... 도존(道尊)이다!]

혈영군과 통천금룡제가 휘청이며 물러났다.

[...!]

그와 함께 허공에 뜬 노도인의 신형도 크게 흔들렸다.

그때였다.

--- --- !

한 줄기 백영인 유령같이 노도인을 스쳐 석로 안쪽의 미녀를 무찔러갔다.

[감히---!]

휘청하던 노도인의 입에서 벼락같은 노갈이 터졌다.

--- 르르르릉!

노도인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백영(白影)을 휩쓸어 갔다.

그때였다.

[청허현도존(靑虛玄道尊)! 그러길 기다렸다!]

스스스스슥!

백영(白影)이 일시에 수십 개의 환영(幻影)으로 흩어졌다.

[!]

노도인은 당황했다.

앞뒤를 가리지 않고 전력을 쏟아냈으므로 일시에 공세를 조절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음 순간,

--- !

[--- !]

노도인은 가슴이 화끈함을 느끼며 나뒹굴었다.

어느틈엔가 그의 가슴에는 월아형(月牙形)의 비수가 꽂혀 있었던 것이다.

[! 청허현도존)도 별것 아니군!]

백영이 남녀를 구별할 수 없는 탁한 목소리로 냉갈하며 청의노도인 앞으로 날아내렸다.

한데 청허현도존(靑虛玄道尊)이라니...

다리가 잘린 노도인!

그가 정녕코 청허현도존이란 말인가?

정도삼존(正道三尊)의 일존(一尊)이며 무당제일존이기도 하던 청허현도존,

그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천하제일지사(天下第一智士)라던 그도 자신의 운명은 알지 못했단 말인가?

[... 태옥(太玉)... 그 못난 놈이... 엉뚱한 짓만 하지 않았어도!]

청허현도존이 피를 토하며 몸을 일으켰다.

스스스스슥!

[크크크...!]

그의 주위로 혈영군, 통천금룡제, 그리고 백의에 몽면을 한 살수가 다가섰다.

살수는 일신에 백포를 뒤집어 쓰고 있어 남녀노소를 구별할 수가 없었다.

[영라(瓔羅)... 미안하다.]

청허현도존은 벽에 기댄 채 석로속의 미녀를 돌아보았다.

[...!]

석로의 미녀는 커다란 눈으로 청허현도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맑은 두눈이 처연함을 담아 촉촉히 젖어있었다.

[청허현도존! 오랫동안 살아왔으니... 여한은 없겠지?]

백의살수가 냉소하며 손을 쳐들었다.

의외로 여인의 그것같은 작은 손이었다.

그 손에는 싸늘한 빛이 흐르는 월아밀살비(月牙密煞匕)가 들려있었다.

[월영극살(月影極煞)... 영라에게는 손대지 마라!]

청허현도존은 백의살수에게 말을 하고 눈을 감았다.

월아밀실비가 꽂힌 청허현도존의 가슴에서는 선혈이 꾸역꾸역 흘렀다.

[! 물론이다! 영라는 본종(本宗) 군사(軍師)의 천금이니...!]

월영극살이라 불린 백의인이 냉소할 때였다.

빠캉!

[!]

요란한 금속성과 함께 월영극살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어디선가 날아든 강기가 월아밀살비를 박살낸 것이다.

[누구냣!]

[어떤 놈이냐?]

삼인이 대경하여 홱 돌아섰다.

그때였다.

[혈종(血宗)의 주구들! 용서할 수 없다!]

한소리 우렁찬 폭갈이 터져 석실을 뒤흔들고,

--- --- !

--- --- 이잉!

갑자기 석실전체가 새파란 륜영(輪影)으로 가득 찼다.

[!]

[... 패천신륜(覇天神輪)!]

[으아아... 패천신륜이다!]

삼인의 안색이 사색이 되었다.

--- --- !

쿠르르르---!

--- --- !

삼인은 사색이 되어서도 지체없이 전력을 다해 공세를 발동하면서 몸을 흔들었다.

그러나,

--- --- 카캉!

--- --- !

모든 공세가 륜영(輪影)에 부닫히자 산산이 박살이 나서 흩어졌다.

그리고 혈영군(血影君)은 가슴이 화끈해짐을 느꼈다.

패천신륜의 예기(銳氣)가 혈영장기를 쪼개어 피를 본 것이다.

[...!]

[...!]

통천금룡제는 공포로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고,

월영극살은 얼마나 놀랐는지 다리가 후들후들 거리고 있었다.

스스--- 스슥!

다음 순간,

스스스슥!

모든 륜영(輪影)이 가시며 청허현도존의 옆으로 이인(二人)이 유령같이 내려갔다.

그들은 물론 능천한과 광양존후(廣陽尊后)였다.

[능가... 또 네놈이냐?]

통천금룡제가 부들부들 떨며 능천한을 바라보았다.

[통천금룡제! 혈영군! 다시 만났구려!]

능천한이 묵직한 어조로 말하며 혈영군과 통천금룡제를 바라보았다.

(무섭다! 무서운 속도로 거대(巨大)해지고 있다.)

능천한의 시선을 접한 혈영군과 통천금룡제의 안면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어 그의 시선은 월영극살에게 머물렀다.

(낯익은 눈빛...)

능천한은 몽면사이로 드러난 월영극살에게 머물렀다.

월영극살은 그의 시선을 받자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때였다.

[... 그대가... 패천잠룡(覇天潛龍)... ?]

금벽라의 부축을 받으며 청허현도존은 힘겹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소생이 황산 능가의 후손입니다.]

능천한이 시선을 돌리지 않으며 대답했다.

스스스슥!

혈영군, 통천금룡제, 월영극살이 품자형으로 포위해 오고 있었기 때문에 시선을 돌릴 수 없었던 것이다.

[허허... 황산으로 그대를 찾으러 가다가 저 망나니들에게 막혔었는데... 이런 곳에서 그대를 만나다니,...]

청허현도존이 안심한 듯이 웃었다.

그때,

[죽어랏! 혈영척살류(血影剔煞流)!]

[금룡통천인(金龍通天印)!]

[...!]

파츠츠츠츠츳!

--- 쿠쿵!

--- !

혈영군, 통천금룡제, 월영극살의 공세가 일제히 노도같이 일었다.

그자들은 개개인이 초절정의 고수들이다.

능천한이 맨손으로 겨룬다면 크게 우세할 수 없을 정도로,

그러나 능천한에게는 천지십병에 드는 패천신륜(覇天神輪)이 있다.

무엇이든지 잘라낸다는 천하의 패도신병(覇道神兵)...

(끝을 내자!)

능천한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차핫! 겁멸파황류(劫滅破荒流)!]

능천한이 대갈하며 패천신륜을 쪼개어 내었다.

패천제사절(覇天第四絶)!

--- 이이잉!

콰르르르---

천지가 갈라지는 듯!

거창한 륜세(輪勢)가 폭풍처럼 일어났다.

수천 조각의 륜영(輪影)!

그것은 하나하나가 한자 두께의 동장철벽이라도 잘라버리는 날카로움을 싣고 있었다.

--- --- 카각!

츠츠츠---

[!]

[... 상대할 수 없다!]

[...!]

혈영군, 통천금룡제, 월영극살이 피를 흘리며 밀려났다.

그들의 가슴은 쩍쩍 갈라져서 선혈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능천한도 패천신륜을 받아들며 휘청하였다.

월영극살이 내친 무형살인강(無形殺人罡)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물러가랏! 그대들과 더 이상 다투고 싶지 않다!]

능천한이 냉갈하며 싸늘히 삼인을 노려보았다.

[...]

[...]

통천금룡제와 혈영군이 치를 떨며 능천한을 노려보았다.

능천한의 일갈에 치욕을 느낀 것이다.

그러나 감히 발작하지는 못했다.

패천신륜의 무서음을 뼈아프게 느낀 탓이다.

그때였다.

[크흐흐흐! 그대가 패천황룡(覇天皇龍)의 아들인가?]

갑자기 한소리 소름끼치는 음성이 석실을 뒤흔들었다.

그와 함께,

츠츠츠츠츳!

석실의 일각에서 칙칙한 혈광(血光)이 스물스물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

능천한은 이 돌변한 상황에 흠칫하였다.

그리고,

[... 혈종(血宗)!]

[종주(宗主)!]

혈영군, 통천금룡제, 월영극살이 급히 오체복지 하였다.

(혈종(血宗)?)

능천한은 흠칫하며 혈광(血光)이 번져 나온 곳을 바라보았다.

있었다!

[...!]

그곳에 어느 틈엔가 일인(一人)이 서 있었다.

전신을 칙칙한 혈광(血光)으로 뒤덮은 괴인(怪人).

그자의 눈에서는 번갯불같은 혈광(血光)이 뚝뚝 흐르고 있었다.

[...]

능천한은 자신도 모르게 둔중하게 신음하였다.

[귀하가 혈종(血宗)인가?]

능천한은 이내 능연히 몸을 세우며 물었다.

그러자 혈광 속의 괴인이 괴팍한 어조로 대꾸했다.

[크크... 패천잠룡! 그렇다. 본종이 혈종(血宗)이다!]

능천한은 두눈을 형형하게 빛냈다.

[우주혈종(宇宙血宗)과는 어떤 사이인지...]

[크크... 그것은 네가 알필요 없다.]

그리고,

--- 츠츠츳!

--- ! --- 이이잉!

그자의 몸에서 칙칙한 핏빛의 기류가 일어났다.

그것은 그자가 든 기형(奇形)의 탈()에서 솟구치고 있었다.

[혈황탈(血皇奪)...]

능천한은 둔중하게 신음하였다.

[자부궁(紫府宮)을 친 것도... 그대였군!]

--- --- 이잉!

츠츠츠츠---

패천신륜에서도 강렬한 기류가 일었다.

[조심하세요, 아우님!]

광양존후가 걱정스레 전음을 보냈다.

[...!]

능천한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르르르---

--- 이이잉!

석실이 거창한 예기(銳氣)로 가득찼다.

천지십병(天地十兵)!

당세에 동시에 나타난 천지십병 간의 충돌이 이제 벌어지는 것이다.

 

---혈황탈(血荒奪).

---패천신륜(覇天神輪).

 

이백 년 전 한 차례 격돌이 있었던 두 신병이 이제 다시 부딪히는 것이다.

[...]

[... 지독한 예기...]

두 신병사이에 있던 혈영군 등이 오공으로 피를 토하며 한옆으로 물러났다.

그러던 어느 순간,

[크크크...]

--- 이이잉!

혈종의 음소 속에서 가공할 혈기류(血氣流)가 쏟아졌다.

숨을 탁 막히게 하는 끔찍한 핏빛마기!

[겁멸파황류(劫滅破荒流)!]

--- --- !

--- 유우우--- !

패천신륜에서도 벼락이 치듯이 륜강(輪罡)이 쏟아졌다.

------ !

--- --- !

만균의 뇌정(雷霆)이 터지듯.

동장철벽이 깨어지는 듯한 폭음이 석실을 뒤흔들었다.

[--- !]

! --- 쿠쿵!

그중에서 능천한의 앞가슴을 피로 물들이며 쿵쿵 물러섰다.

(공력(功力)의 차이가 너무 난다!)

능천한의 안색이 하얘졌다.

혈종의 공력이 너무 강한 것이다.

병장기끼리의 우열은 거의 없음에도 능천한은 손해를 본 것이다.

[아우님...]

광양존후가 안타깝게 부르짖었다.

그리고...

(안된다. 공력차이가 커서 혈황탈을 막지 못한다.)

청허현도존이 입술을 깨물었다.

(어차피 살기는 틀린 몸... 영라를 위해서라도 이 싸움을 뒤로 미루도록 해야 한다.)

청허현도존의 노안이 결의로 번뜩였다.

--- 이잉!

츠츠츠---

다시 혈종과 능천한은 막강한 예기를 일으키며 대치했다.

(폭천혈강류(瀑天血罡流)...)

능천한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였다.

[능소형제... 내말을 잘 듣게, 노도가 뛰쳐나가는 순간에 급히 뒤로 물러나게!]

능천한의 귓가로 청허현도존의 전음이 들렸다.

[...!]

능천한은 흠칫했다.

(저분이 무슨 생각을,...)

다음 순간,

[--- --- !]

--- 아앙!

청허현도존이 폭갈을 지르며 혈종에게로 쇄도하여 갔다.

[! 노선배!]

[사부!]

능천한은 등이 아연하여 외쳤다.

[미쳤군!]

--- --- !

혈종이 흠칫하다가 혈황탈을 쪼개내었다.

[안돼!]

능천한이 아연하여 패천신륜을 쳐들었다.

그러나...

[능소형제! 영라를 부탁하네!]

청허현도존의 외침이 능천한의 귓전을 때리고.

[청허도천폭(靑虛道天暴)!]

--- 꾸꿍!

--- --- !

청허현도존의 일신에 새파란 안개()가 뒤덮이는 듯 하더니...

일시에 그의 노구가 굉렬하게 폭발하였다.

[노선배!]

[사부!]

능천한은 처절하게 부르짖으며 다급히 뒤로 물러섰다.

 

---청허도천폭(靑虛道天暴)!

 

그것은 일신의 잠력을 한순간에 끌어올려 육신과 함께 폭출시키는 것이다.

절대절명의 최후신공...

--- 르르릉!

--- --- 쿠쿵!

[... 이런...]

혈종의 낭패한 목소리가 들리고,

청허현도존이 뻗친 청허도천폭의 공력에 석실전체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였다.

[노선배!]

능천한이 입술을 깨물며 석로 속으로 뛰어들었다.

 

---헛허... 영라를 부탁하네...---

 

청허현도존의 말이 여운을 끌며,

--- --- 쿠쿵!

콰르르르릉!

무너지는 석실과 함께 굉음으로 사라져 갔다.

도존(道尊)!

청허현도존(靑虛玄道尊)의 비장한 최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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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 七 章

 

                 危境 중의 戀情

 

 

 

백의면사여인은 살짝 눈을 내리 깔았다.

그리고는 다소곳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사옵니다. 천첩이 광양존후(廣陽尊后)라는 과분한 칭호를 받고 있는 금가(琴家)의 계집이옵니다.]

여인... 금벽라의 대답에 능천한의 얼굴은 감탄으로 물들었다.

(역시 광양존후의 명성이 헛것이 아니었다.)

 

---광양존후(廣陽尊后) 금벽라(琴碧羅).

 

여자들 중에서는 천하제일고수라 불리는 여걸!

그녀는 정파의 지주인 광양회(廣陽會), 광양대제(廣陽大帝)의 외동딸이다.

금벽라의 나이는 이미 삼십을 넘었고,

그녀가 천하제일의 여고수임은 십오 년 전부터 변함이 없었다.

금벽라는 가전의 광양경(廣陽經)을 십이성 연마했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일신에는 곤륜에서 흘러나온 세외신후(世外神后)의 진전이 담겨있다.

세외신후는 서왕모(西王母)의 수제자였던 전대 여종사다.

광양경(廣陽經)과 신후경(神后經).

양대 무맥의 비전을 한 몸에 지닌 광양존후의 무공은 그 끝을 알 수 없다.

흑자는 그녀의 무공이 이미 아버지 광양대제(廣陽大帝) 조차 능가한다고 말한다.

 

[천첩의 생각이 맞는다면 공자께서는 패천잠룡(覇天潛龍) 능대공자이시겠지요?]

금벽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패천잠룡!]

[저분이 일잠룡(一潛龍) 능대공자!]

천산홍연 등은 해연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능천한은 이전에 황산을 떠난 적이 없다.

그래서 무림인들 중 능천한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또한 능천한의 이름을 모르는 무림인 전무하다.

황룡(皇龍)인 아비 밑에서 날개를 키우고 있는 잠룡...

그를 어찌 모르겠는가?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이다. 소생이 능모이외다!]

능천한이 대답하자 천산홍연등의 얼굴이 흥분으로 물들었다.

[아이... 맹주언니. 우린 소개 시켜주지 않으실 거예요?]

천산홍연이 금벽라의 팔에 매달리며 투정을 부렸다.

금벽라가 미소를 지으며 능천한에게 일행을 소개했다.

[이 아이는 천산노인(天山老人)의 손녀인 천산홍연(天山紅燕)이예요!]

천산홍연이 냉큼 능천한 앞으로 뛰어 나왔다.

[호호! 잘 부탁드려요. 제 이름은 위지련(慰枝蓮)이예요!]

능천한도 미소를 지었다.

천산노인(天山老人)은 세외(世外)의 기인이다.

쌍황(雙皇) 그 이전의 인물이지만 좀체 세상에 나타나지 않는다.

[천산(天山) 비홍단천검식(飛紅斷天劍式)은 정말 빨랐소이다!]

[호호... 고마워요!]

위지련은 능천한이 관심을 나타내어 주자 뛸 듯이 기뻐했다.

금벽라는 이어 흑의미녀와 백삼청년을 소개했다.

그들 두 남녀는 약혼한 사이였다.

 

---사천묵봉(四天墨鳳).

---신수비검(神手飛劍) 남궁유운(南宮儒運).

 

당교하는 사천당가의 맏딸로서 일신에 백팔십 가지의 암기를 지녔다.

당대 후기지수들 중에서 암기로 일절(一絶)이라 불리는 여걸,

남궁유운은 하락(河洛) 남궁세가(南宮勢家)의 장자(長子).

그는 가전의 기문진학와 검법에 숙달되었다.

거기다가 그의 재주에는 사천당문의 암기술과 독술이 가미되어 있다.

그것은 그가 장차 당문의 맏사위가 될 신분이기에 당문의 비전을 이어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능대형의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많은 가르침을 바랍니다.]

남궁유운이 능천한에게 포권을 하였다.

능천한도 마주 답례를 하였다.

[소제도 부족함이 많은지라... 가르침이란 감당할 수 없습니다.]

말을 하며 능천한은 남궁유운을 살폈다.

(자질도 나쁜 편은 아니고... 무엇보다 성품이 침착하여 대기만성할 인물이다.)

그는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 어엉!

화르르르--- !

[...!]

[...!]

갑자기 남쪽 십여 리 밖의 하늘에서 찬연한 화전(火箭)이 터졌다.

중인들은 흠칫하며 시선을 돌렸다.

(표향색절이 쓰려던 화전과 같은 종류...)

능천한은 금벽라의 손에 들린 화전을 바라보았다.

금벽라의 봉목이 언뜻 어둡게 변했다.

[남궁소협!]

금벽라는 남궁유운을 불렀다.

[, 맹수! 속하 여기 있습니다!]

남궁유운이 금벽라의 앞으로 시립하였다.

(그는 금소저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다.)

능천한의 입가에 훈훈한 미소가 감돌았다.

[혈종의 마도들이 우리보다 먼저 그 두 분을 찾은 것 같아요.]

금벽라가 무겁게 말했다.

(그 두 분...?)

능천한은 의아해졌다.

그리고,

(혈종도들과 사해정검맹은 누군가를 찾고 있었군.)

능천한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어찌하여야 할지요?]

남궁윤운이 고개를 숙인 채로 물었다.

[표향색절은 쌍극천효의 주구예요. 쌍극천효가 우리가 이곳에 있음도 파악하게 되면... 수수방관하지만은 않을 거예요!]

[...!]

[분하지만... 이란타석(以卵打石)의 누를 범할 수 없으니...!]

천산홍연이 급히 물었다.

[그럼 그분과 천혜언니는...?]

금벽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 혼자 가보겠다. 기회를 보아... 최선을 다할 수밖에...!]

[...!]

[...!]

남궁유운 등은 입술을 깨물었다.

(너무 급작스럽게 당하여 정도(正道)가 힘을 모을 기회도 없었던 것이 한이다.)

세 젊은이의 표정에 괴로운 빛이 흘렀다.

보고 있던 능천한이 끼어들었다.

[소생이 맹주의 힘이 되어드려도 되겠소이까?]

[능대공자...!]

그러자 금벽라는 반색을 하며 능천한을 돌아보았다.

다른 세 젊은이의 안색도 밝아졌다.

[능대공자께서 힘을 써주신다면 천군만마의 도움을 받는 것과 진배없어요. 정말 고마워요.]

금벽라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능천한은 빙그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어 금벽라는 빠르게 남궁유운에게 지시하였다.

[남궁소협은 정검대(正劍隊)를 인솔하여 패하 방면으로 나가세요. 적을 치되 뒤를 칠 것이지 절대 정면충돌은 하지 마세요. 연후에 사로(四路)로 우회하여 동정호로 집결하세요!]

[존명(尊命)!]

남궁유운은 금벽라에게 깊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리고,

[갑시다!]

--- 르르르르!

--- 이익!

그는 천산홍연과 당교하를 데리고 빠르게 계곡 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함께... 가시옵소서!]

금벽라가 능천한에게 말을 하며 허공으로 교구를 띄웠다.

스스스슥!

그 뒤로 능천한도 소리없이 몸을 띄웠다.

 

***

 

절곡(絶谷),

양쪽 석벽이 병풍같이 우뚝 마주 서 있다.

그 사이로 마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날 협도가 있고,

협도 그 안쪽은 제법 널찍한 분지였다.

스스스스슥!

어두워지는 야공에서는 두 줄기 인영이 절곡으로 날아들었다.

백의면사여인과 황포청년이었다.

[크크큿!]

[감히 어딜 들어오느냣!]

[죽어랏!]

그 직후 까마귀 울음소리같은 폭갈이 절곡의 안쪽에서 터져 나왔다.

--- 르르르릉!

--- 애애액!

그와함께 빗발치는 듯한 공세가 백의여인과 황의청년을 쓸어왔다.

그러나,

--- 스슥!

백의면사녀가 박꽃같이 뽀얀 교수를 들었고,

--- --- !

귀엽고 작으마한 교수에서 폭풍이 일었다.

콰콰--- --- !

[--- --- !]

[--- --- 아악!]

절곡 안쪽에서 일거에 십여 차례 비명이 터졌다.

[핫하... 훌륭한 광양푹풍참(廣陽暴風斬)이외다!]

황의청년이 껄껄 웃었다.

그들은 바로 능천한과 광양존후 금벽라였다.

--- 스스슥!

--- --- 이잉!

두 사람의 신형은 구름이 흐르듯이 절곡의 안쪽으로 날아 들어갔다.

[소생이 길을 트겠소!]

능천한이 크게 외치며 앞으로 폭사되어 갔다.

[수라혈강뢰(修羅血罡雷)!]

--- --- 쿠쿵!

능천한의 쌍장에서 핏빛 폭풍이 일어났다.

그 핏빛의 폭풍은 일거에 삼십 장 방원을 휩쓸고,

[--- --- 아악!]

[--- 에에엑!]

[--- 아악!]

후드드드득!

--- --- !

불나방같이 쇄도하던 혈포인들과 금의인들이 콩 튀기듯 튕겨나갔다.

(수라천극존(修羅天極尊)의 절기까지 지니고 계시다니...)

바라보던 광양존후가 혀를 내둘렀다.

일시에 절곡이 혈향으로 가득했다.

능천한은 광양존후와 절곡중앙에 몸을 세웠다.

그곳은 방원 이삼백 장 가량의 절곡이었다.

그 절곡 안에 수백 명의 마도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그자들은 대부분이 혈영궁도들과 통천방도들이었다.

[크크... 광양존후(廣陽尊后)... 네발로 예까지 기어들어오다니...]

스스스스슥!

능천한과 금벽라의 주위로 아홉 명의 혈포노인과 네 명의 금포인이 날아내렸다.

그자들은 하나같이 신광이 안으로 갈무리된 강자들이었다.

(만만치 않는 자들이겠는걸!)

능천한이 내심 중얼거릴 때 금벽라의 전음이 들려왔다.

[혈영구천살(血影九天煞)과 금룡사신(金龍四神)이란 자들이예요. 이자들의 합공은 오히려 혈영군이나 통천금룡제이상이니 조심하세요!]

그녀의 전음을 들으며 능천한의 시선은 절곡 밑의 석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동굴이 하나있고,

동굴입구 주위에 시체같은 혈의인들이 둘러 서 있었다.

(금맹주가 찾는 인물이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저 안에...!)

능천한의 두눈이 강렬하게 빛났다.

그때,

[크크--- 크크크...!]

[혈영마뢰(血影魔雷)!]

[흐흐흐! 금룡군림천(金龍君臨天)!]

--- 이이잉!

츠츠츠츠---!

혈영구천살과 금룡사신이 신형을 벌리며 강렬한 암경을 발산하였다.

[!]

능천한은 한 걸음 휘청하며 밀려났다.

(시간을 끌 필요없다.)

능천한은 금벽라에게 전음을 보냈다.

[소생 뒤에 서십시오. 그리고 소생이 진세를 깨뜨리는 순간 지체없이 소생을 부축하여 저쪽 석벽으로 데려가 주십시오!]

[알겠사옵니다!]

금벽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 우우웅!

갑자기 능천한의 몸이 태산처럼 굳어지고 그의 쌍수가 시커멓게 변색되어 갔다.

(이것은 또 무슨 공력?)

금벽라는 아연하면서도 급히 능천한 뒤로 물러섰다.

[묵황굉벽뢰(墨荒宏霹雷)!]

직후 능천한의 입에서 벼락이 떨어지듯이 폭갈이 터졌다.

그리고,

--- --- !

--- --- !

엄청난 굉음!

그와 함께 시커먼 강기의 무더기가 폭죽이 터지듯이 쏟아져 나갔다.

삼십 자 두께의 묵옥강석(墨玉)을 깨뜨리기 위해 창안된 격파전용절기!

혈영구천살과 금룡사신의 공세는 묵옥강석의 굳음에 비하면 종이짝이다.

--- 아앙!

[--- --- !]

[! ... 이럴 수가!]

--- 드드둑!

혈영구천살과 금룡사신!

그자들의 신형이 조약돌 튕겨지듯이 사방으로 나뒹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 르르르---!

노도겉은 묵강류(墨罡流)는 백 장을 내뻗었다.

묵황굉벽뢰!

무엇이 있어 그것을 막겠는가?

[--- --- 에엑!]

[--- --- 아악!]

능천한의 전면에 서 있던 육십여 명의 마도들이 그대로 폭사하고 말았다.

그리고,

[으음...!]

능천한의 안색이 창백해져서 휘청하였다.

[대공자!]

금벽라가 급히 능천한을 안아들었다.

묵황굉벽뢰는 위력이 강한만큼 내공의 소모가 크다.

--- --- 이잉!

금벽라는 능천한을 가슴에 보듬고 그대로 육십 장을 날아갔다.

 

---광양폭풍영(廣洋暴風影).

 

광양일문의 최고 경공절기다.

[...!]

[...!]

마도들은 그저 입만 딱 벌릴 뿐 그녀의 앞을 막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화르르르---!

금벽라는 그대로 석벽에 난 동굴로 쇄도하여 갔다.

그러자,

[크크크---!]

동굴입구를 지키고 있던 시체같은 자들이 껑충껑충 뛰면서 금벽라를 짓쳐왔다.

[혈마강시(血魔)!]

금벽라의 눈빛이 흔들렸다.

[... 내가 맡겠소!]

금벽라가 혈마강시와 충돌하려는데 그녀의 가슴에 안긴 능천한이 우수(右手)를 번쩍 쳐들었다.

[천중압(天重壓)!]

--- --- --- !

--- --- --- 카카캉!

벼락이 치듯!

새파란 륜영(輪影)이 혈마강시들을 짓쳐갔다.

[...천신륜(覇天神輪)!]

금벽라가 신음하듯이 중얼거렸다.

다음 순간,

--- 가가--- !

[--- --- !]

[--- 크크...!]

혈마강시들의 몸뚱이가 토막 나 뒹굴었다.

보검으로도 상처를 내지 못한다는 강시들이다.

그런 혈마강시들이건만 패천신륜의 예기에 닿자 무 베듯이 베어져 나가는 것이다.

(무섭다. 천지십병(天地十兵)의 위명이 헛것이 아니었다.)

금벽라는 아연하면서도 날렵하게 패천신륜을 받아들고 동굴의 안쪽으로 쇄도하여 들어갔다.

혈마강시 외에는 다른 제지가 없었다.

그만큼 혈종의 마도들은 혈마강시를 믿었던 것이다.

스스스스슥!

금벽라는 백여장을 진행하였다.

그녀는 이 동굴의 안쪽으로 여러 사람이 지나갔음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발길을 멈추며 조심스럽게 능천한을 내려놓았다.

능천한의 안색은 백지장보다 하얬다.

묵황굉벽뢰를 쳐내고 연이어 패천신륜을 발출한 탓에 거의 탈진한 상태였다.

[이것을 드세요.]

광양존후 금벽라는 한 알의 영단을 꺼내어 능천한의 입에 가져갔다.

그것은 광양신단(廣陽神丹)이라는 영약이었다.

[... 고맙소...!]

능천한은 금벽라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영단을 받아먹었다.

사실 그는 광양신단을 복용할 필요도 없었다.

그는 천지이교가 타통된 상태다.

그 때문에 아무리 내공이 심하게 탈진되어도 이내 회복된다.

외부의 자연지기(自然之氣)와 내부에 도사린 막강한 잠력을 융합시켜 범인보다 백배 빠르게 진기를 채울 수 있는 것이다.

곧 능천한의 얼굴 혈색이 감돌았다.

금벽라는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보면 볼 수록 놀랍기만 한 분...)

그와 함께 삼십 년 넘도록 굳게 닫혀있던 방심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

--- !

능천한은 뇌전같은 신광을 흘리며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능천한은 따스한 눈빛의 봉목이 내려다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금벽라... 누나같은 분... 그녀의 가슴은 정말 따뜻하고... 좋은 내음이 났는데...)

능천한은 흐릿하게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불편하신 곳은 없으신지요?]

금벽라가 진심으로 능처한에게 물었다.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누님의... 가슴은 정말 포근했습니다!]

느닷없는 능천한의 한 마디...

(... 누님!)

금벽라의 교구가 휘청하였다.

그녀의 시선이 격동으로 흔들리고,

폭포같은 감흥이 그녀의 교구를 휘감았다.

[하하... 못나기는 했으나 동생을 하나 두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능천한이 밝게 웃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금벽라의 봉목이 촉촉히 젖었다.

[... 아우님...!]

광양존후는 와락 능천한을 끌어안았다.

[...!]

능천한의 얼굴이 광양존후의 젖무덤에 파묻혔다.

뭉클한 느낌이 얼굴을 때리고,

향긋한 살내음과 젖의 향기가 능천한을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고마워요... 천첩은 형제가 없어 외로왔는데...]

광양존후는 능천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능천한은 그녀의 가슴이 크게 뛰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다가 능천한은 광양존후의 풍만하기 이를 데 없는 젖무덤을 더듬었다.

모성애에 굶주린 능천한의 본능적인 행위였으나,

[...!]

광양존후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경련을 일으켰다.

그녀는 당혹하여 능천한을 내려다보았다.

[누님의 젖은 무척 부드럽고... 따뜻하군요!]

헌데 능천한은 웃고 있었다.

일점의 사심도 없는 싱그러운 웃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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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六 章

 

              여자 중의 여자

 

 

 

관도,

두두두---!

한 대의 마차가 황혼을 등지고 질풍같이 달려왔다.

[이랴! 이랴!]

마부석에는 건장한 체격의 장한이 고삐를 잡고 일어서서 말들을 재촉하고 있었다.

네 필의 건마,

그놈들은 거품을 물면서 장막이 두텁게 드리워진 마차를 끌고 달렸다.

장한은 비장한 모습으로 전면을 응시하며 마차를 몰았다.

헌데 마차가 한 굽이진 관도의 모퉁이를 돌 때였다.

[크크크크---!]

--- --- !

--- --- 파팟!

음침한 음소가 터지고,

관도 우측 숲속에서 시뻘건 강기가 벼락 치듯이 날아나왔다.

[!]

마차를 몰던 장한은 아연실색하며 피하려 하였다.

그러나,

콰작! 콰앙!

[--- 으윽!]

--- --- 히힝!

피가 확 일었다.

네 필 건마가 머리가 박살나고 장한도 피를 토하며 마부석에서 튕겨져 나갔다.

콰당탕!

장한은 관도 옆으로 나뒹굴었다.

스스스스슥!

휘르르르르---!

숲속에서 십여 명의 혈영인(血影人)들이 날아 나왔다.

하나같이 음악한 인상의 인물들이다.

[크크... ()가 계집년이 머리를 쓴다만... 그 따위 잔꾀엔 넘어갈 혈영궁(血影宮)이 아니다!]

혈영궁도들은 음침하게 마차로 다가갔다.

[크크... 이제 그만 나오시지!]

그중의 한 자가 장막을 들추었다.

순간,

[--- !]

--- --- !

--- 츠츠츠!

날카로운 교갈이 터지고 장막 안쪽에서 벼락치듯이 검기(劍氣)가 쏟아졌다.

그러나,

[크크...!]

[그럴 줄 알았지!]

--- 이잉!

쿠르르르르--- !

혈영인들이 기쾌하게 움직이며 일제히 장력을 내쳤다.

--- --- !

[--- 아악!]

마차가 통째로 박살이 나고,

그 안에서 한 명의 아리따운 소녀가 가슴이 박살나서 튕겨져 나갔다.

[크크크...!]

[헤헤... 고년... 죽이기는 아까운 계집이었는데...]

혈영궁도들은 죽은 소녀의 허벅지를 툭툭 걷어차며 음소를 지었다.

[흐흐... 천효(天梟)군사께서 펼친 천라지망에 십팔로(十八路)로 나간 금()가 계집년의 위장마차가 모두 걸려들었다.]

[크크... 결국, 청허현도존(靑虛玄道尊) 늙은이와... 군사의 따님은 아직 이곳 패하(沛河)가 근역 어딘가에 숨어 있다는 얘기지!]

[크크... 가자!]

스스스슥!

휘르르르--- !

혈영궁도들은 분분히 몸을 날려 숲속으로 사라졌다.

일장의 혈겁이 몰아친 후,

장내에는 다시 적막이 감돌았다.

다시 반각 쯤 지났을까?

스스스슥!

한줄기 황영(黃影)이 허공으로부터 날아 내렸다.

봉황(鳳凰)의 용모에,

태산의 무게를 지닌 청년이었다.

[이런...!]

황포청년은 검미를 찡그리며 부서진 마차를 돌아보았다.

그는 급히 소녀의 시신으로 다가갔다.

아직 어린 소녀가 가슴이 박살이 나 죽은 모습은 너무도 애처로웠다.

[혈영마장(血影魔掌)... 혈영궁도들에게 당했군!]

청년의 얼굴에 싸늘한 빛이 감돌았다.

[혈영궁(血影宮)... 통천방(通天) 그리고 자객집단인 밀살교(密煞橋) 등의 발호가 극에 이르고 있다.]

청년은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때였다.

[...!]

한쪽에서 미약한 신음이 들렸다.

[...!]

스스스슥!

청년은 유령같이 움직여 신음이 들린 곳으로 날아갔다.

관도 옆의 우거진 수풀 사이에 마차를 몰던 장한이 신음을 흘리며 누워 있었다.

청년은 급히 장한의 상세를 살폈다.

장한은 왼쪽가슴이 뭉개진 상태였다.

(회생은 불가능하다.)

파팟!

청년은 고개를 저으며 장한의 몇 곳 혈도를 눌렀다.

[...!]

그러자 장한이 간신히 눈을 떴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오?]

청년이 급히 물었다.

장한은 한동안 망연히 청년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다가 이내 힘겹게 입을 열었다.

[혈종(血宗)... 마도들을... 패하근역에서 끊어 내려는... ()맹주의 계획... 실패...!]

청년이 고개를 갸웃하였다.

[패공산(沛空山),... 으로... 가서... 전해주십... 쌍극천효(雙極天梟)... 나타났... 맹주께서도... 위험,...!]

[쌍극천효(雙極天梟)...!]

[부탁... 사해정검맹(四海正劍盟)... ... 무너지면,...]

장한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으음...!]

청년은 한숨을 쉬며 일어났다.

그의 두 눈이 아주 밝게 빛났다.

[사해정검맹(四海正劍盟)이란... 신흥조직이... 쌍극천효(雙極天梟)와 모종의 일로 다투는 모양이군!]

청년은 중얼거리며 몸을 움직였다.

스스스슥!

그의 신형은 서북쪽으로 폭사되어갔다.

[무이산(武夷山)행이 더뎌지겠군!]

청년의 목소리가 그림자를 따르지 못했다.

황포청년,

그는 다름아닌 능천한이었다.

능천한은 무이산으로 가던 길이었다.

[패공산(沛空山)에서 무슨 일인가 벌어지고 있는 듯하군!]

능천한은 중얼거리며 몸을 날렸다.

그의 모습은 이내 까마득히 사라져 갔다.

 

X X X

 

<쌍극천효(雙極天梟).>

 

사도제일뇌(邪道第一雷)라 불리는 모사(謀士).

만 가지(萬種)의 사이한 술수와 계략을 지녔다는...

사십여 년 전,

그는 패천황룡(覇天皇龍)의 눈 밖에 나서 초주검이 된 적이 있었다.

자신의 사이한 술수를 믿고 그는 만사교(萬邪敎)라는 문파를 세웠었다.

만사교는 쌍극천효를 등에 업고 천하무림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그들의 이간질과 농간으로 수많은 무림인들이 막심한 피해를 입었고,

급기야 좀체 화를 안내는 패천황룡 능붕비의 노함을 샀다.

그 뒤의 결과는 명약관화,

만사교의 수뇌 일천(一千)이 폐인이 되고,

쌍극천효(雙極天梟) 자신도 반죽음을 당했었다.

그것이 사십여 년전의 일이었다.

 

X X X

 

패공산(沛空山).

절강(浙江) 서북단을 흐르는 패하(沛河) 근처의 산이다.

웅장한 산세는 아니나 예측불허의 험함과 어지러움으로 가득한 산이다.

 

저녁 무렵이다.

스스스스--- !

어둠이 스물스물거리는 패공산역을 한 줄기 인영(人影)이 흐르고 있었다.

그 인물은 홍의(紅衣)를 날렵하게 걸친 소녀였다.

스스스스--- !

홍의소녀는 물이 흐르듯이 산봉을 타고 넘어갔다.

한데,

[...!]

홍의소녀의 뒤로 유령같이 따라붙는 인물이 있었다.

신형이 흐릿하여 흡사 그림자를 연상케 하는 자...

홍의소녀는 그자가 따르고 있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흐흐... 천산홍연(天山紅燕)! 어서 금()가 계집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라...]

그자는 입가에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앞선 홍의소녀를 노려보았다.

흐릿하게나마 드러나는 그 인물의 모습...

영준하게 생긴 문사차림의 인물이었다.

계집을 홀리기에 적당할 듯한 얄팍한 얼굴에 간교함이 가득한 자였다.

천산홍연(天山紅燕)이라는 홍의소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산봉을 넘어 치달렸다.

그러나...

간교한 그자도 모르는 것이 있었다.

[...!]

그자의 머리 위쪽 허공에 또 한 명의 황의인이 둥실 떠서 따라가고 있음을...

능천한이었다.

(유령잠천행(幽靈潛天行)... 은밀함에 있어서는 으뜸이지.)

능천한은 두 눈을 형형하게 빛내었다.

 

---유령잠천행(幽靈潛天行).

 

유령대제(幽靈大帝)가 유령제종령에 남긴 절기 중 하나다.

능천한은 천곡둔에서 하루를 머물며 상세를 치료했다.

묘상을 하면서 그는 심심하여 유령제종령을 살펴보았고,

그 과정에서 교묘히 감추어진 두 가지 신법(神法)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유령잠천행(幽靈潛天行)이다.

천하제일인 추종(追踪) 전문경공이 그것이다.

 

휘르르르르!

천산홍연이라는 소녀는 두 사람이 자신을 쫓고 있음도 알지 못하고 비연(飛燕)같이 허공을 갈랐다.

이윽고 그녀는 은밀한 곡구(谷口)에 이르렀다.

(저 안에 여러 명이 있군!)

능천한은 곡구를 바라보며 신형을 더욱 은밀하게 감추었다.

곡구의 안쪽에서 희미한 인기척이 있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돌아왔어요!]

천산홍연이 밝게 외치며 곡구로 날아들었다.

그러자,

쉬르르르---!

--- --- !

곡의 안쪽에서 두 줄기 날렵한 인영이 마주 날아왔다.

흑의미녀와 백삼청년이었다.

흑의미녀는 매우 활달한 성격으로 보였다.

백삼청년은 곱상한 것이 일견하여 문사(文士)의 인상이 들었다.

[조심해라 홍매(紅妹)!]

[누구냐!]

마주 날아오던 흑의미녀와 백삼청년이 대갈을 질렀다.

그들은 천산홍연을 뒤따라오던 간교한 자를 발견한 것이다.

[어멋!]

그제야 천산홍연은 깜짝 놀라 뒤돌아섰다.

그와 함께,

[흐흣! 사천묵봉(四川墨鳳), 신수제검(神手帝劍), 너희들도 있었군!]

간교한 자가 영악하게 웃으며 몸을 드러내었다.

[...!]

그자를 발견한 세 젊은이의 안색이 일변하였다.

특히 그자를 인도한 꼴이 된 천산홍연의 옥용이 새빨개져서 시근덕거렸다.

[표향색절(飄香色絶)! 네놈이...]

--- --- !

--- --- ---!

천산홍연이 벼락같이 표향색절이란 자를 덮쳐갔다.

(대단한 쾌검!)

숨어서 지켜보는 능천한의 눈가에 탄성이 흘렀다.

천산홍연이 허리를 더듬는 순간,

요대에서 한 자루 연검이 섬전보다도 빠르게 빠져나와 표향색절이란 자를 베어간 것이다.

그러나,

[흣흐...!]

--- 스슥!

표향색절이 어깨를 좌우로 흔들자 그자의 신형이 형기가 허공중에 스며들 듯이 흐릿하게 나뉘었다.

(표향환종보(飄香幻踪步)! 표향음마(飄香淫魔)의 진전을 이은 자군!)

능천한은 관목의 그늘에 선체 두눈을 싸늘하게 빛냈다.

 

---표향음마(飄香淫魔),

 

사백 수십 년 전의 인물인 그자는 지독한 색마(色魔)였고, 대도(大盜)였다.

그자는 미혼술과 최음제도 수많은 규중처자들의 순결을 짓밟았으며,

뛰어난 경공절기로 갖은 악행을 다했었다.

어느 해인가...

그는 화산파의 당대문주였던 화후(花后)까지 능욕하였으며,

그 일이 발단이 되어 구파일방의 합공을 받아 갈가리 찢겨 죽었었다.

한데 그 표향음마인 무공이 표향화음신이란 자의 몸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흐흣! 기껏 이런 곳에 숨어 있었군...]

표향색절이 음침하게 웃으며 품속에서 오색화전(五色火箭)을 꺼내들었다.

[흐흐... 곧 혈종(血宗)의 정예들이 이곳에 들이닥칠 것이다!]

표향색절의 오색화전을 쳐들며 음악하게 웃었다.

[막아욧!]

[--- !]

천산홍연, 사천묵봉, 신수제검이 동시에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 !

--- 파파파팟---!

--- 이잉!

천상홍연의 몸에서 섬전같은 검기가 쏟아지고,

사천묵봉의 교수에서 수십 개의 암기가 우박같이 날아갔다.

신수제검도 웅장한 검세로 휘몰아 표향색절을 짓쳐갔다.

그러나,

[흐흣! 어림없지!]

스스스--- !

--- 아앗!

표향환음심의 몸이 유령같이 흔들리며 오색화전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

[...!]

천산홍연 등의 안색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오색화전에는 다량의 화약이 내장되어 있어 허공에서 찬연한 오색불꽃을 터뜨린다.

그것도 백 리 박에서도 볼 수 있는 것으로,

그렇게 되면 그들의 현위치가 강적들에게 알려지게 되는 것이다.

[...!]

[...!]

천산홍연 등은 오색화전이 터질 허공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그러나,

오색화전은 터지지 않았다.

스스스스--- !

한 줄기 흐릿한 인영이 어두워지는 허공을 가로질렀다.

오색화전은 어느 사이엔가 그 인영의 손안으로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그 인영은 백색궁장차림의 면사여인이었다.

[!]

백의궁장녀를 발견한 표향색절의 안색이 홱 변했다.

반면,

[()언니!]

[맹주!]

세 젊은이는 희색이 만연하여 백의궁장녀를 바라보았다.

(저 골치 아픈 계집이 나타나다니...!)

표향색절의 안면이 이지러졌다.

다음 순간,

스스스스--- ---!

그자의 신형이 연기가 흐르듯이 이십 장 밖으로 쏘아나갔다.

[달아나겠다?]

[서랏!]

천산홍연 등이 분분이 몸을 날렸다.

그때였다.

[!]

허공을 가르던 표향색절의 몸이 허공에서 뚝 떨어져 내렸다.

그와 함께,

스스스스--- ---!

능천한이 관목의 그늘에서 육중한 기도를 휘몰아 표향색절 앞으로 날아내렸다.

[!]

[...!]

능천한은 발견한 중인들의 안색이 거의 동시에 변했다.

모두가 능천한의 엄청난 기도를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 --- ---!]

--- --- ---!

표형환음신이 발악하듯이 몸을 허공으로 띄워 올렸다.

단 한 번의 도약으로 그자의 신형이 무려 사십여 장을 치솟았다.

--- --- !

그러나,

능천한은 두눈을 싸늘히 빛내며 우수를 쳐들었다.

그의 우수(右手)가 일순 새파란 강기로 뒤덮였다.

[수라단천강류(修羅斷天罡流)...!]

백의면사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다음 순간,

--- --- !

--- --- 자작---!

능천한의 우수에서 새파란 강류(罡流)가 작렬하여 허공을 갈랐다.

--- !

[--- !]

처참한 비명과 함께 피보라가 확 일었다.

다급히 몸을 비튼 표향색절의 오른 팔이 박살나 버린 것이다.

--- --- 이잉---!

스스스!

그자는 팔 하나를 잃고도 물이 흐르듯이 멀리로 날아갔다.

--- --- ---!

능천한은 재차 수라강기(修羅罡氣)를 끌어 모았다.

(표향일맥... 천하여인들을 위해서하도 단절시키는 것이 좋다!)

능천한이 다시 한번 살수를 펼치려 할 때였다.

[공자(公子), 그냥 살려 보내세요.]

온화하고 기품있는 여인의 목소리가 능천한의 귓전을 울렸다.

(백의여인...)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렸다.

여인의 목소리에는 기이한 힘이 있었다.

그것은 부드러움 중에도 만인이 절로 고개를 조아리게 하는 힘이었다.

능천한은 천천히 돌아섰다.

그의 눈에 기품있는 자태의 백의면사여인이 다가오는 것이 들어왔다.

(대단한 기도를 지닌 여인이다. 여인 중 제일인(第一人)이 되리라.)

능천한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백의여인에게는 능천한과 흡사한 점이 많았다.

먼저 기품이 그렇고,

만인이 절로 감복하는 장중한 기도가 그렇다.

(여인으로 태어난 것이 아깝다. 그렇지 않았으면 일대종사(一大宗師)가 되었을 터인데...)

능천한이 감탄할 때였다,

(거인(巨人)... 드디어 찾아내었다. 천하를 받칠 기둥을...)

백의면사여인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났다.

그녀의 눈빛은 아주 신비했다.

맑으면서도 포근하여 어머니와 누이를 대하는 것 같으면서,

여인답지 않은 육중함을 담아 철혈의 장부라도 무릎을 꿇게 만들 위엄이 있었다.

[도와주셔서 감사하옵니다. 천첩은 사해정검맹(四海正劍盟)을 맡고 있는 금벽라(琴碧羅)라 하옵니다.]

백의여인이 능천한을 향해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

(맹주언니가 첩()을 자청하시다니...!)

(저 인물이 도대체 누구이기에...!)

백의면사녀의 태도에 세 젊은이들의 안색이 일변하였다.

그들의 눈에 능천한이 갑자기 거대한 거악(巨嶽)의 모습으로 비추어졌다.

(금벽라(琴碧羅)!)

능천한의 유연한 눈에도 이채가 흘렀다.

그는 한 여인의 소문을 떠올렸다.

[혹시 무림일신후(武林一神后)가 아니십니까?]

능천한은 정중하게 물었다.

면사여인을 보는 순간 아버지 패천황룡 능붕비에게 들은 이야기가 떠오른 것이다.

 

---천하(天下)에 너와 짝이 될 수 있는 뛰어난 두 명의 여아(女兒)가 있다.

존후(尊后)와 천혜(天慧)라고 불리는 두 아이가 그들이니라.

존후(尊后)라는 아이는 일대여종사(一代女宗師)로서 광양존후(廣陽尊后)라고 한다.

천혜(天慧)라는 아이는 천하제일재녀(天下第一才女)라고 불리니라.

장차 네가 천하를 도모하려 한다면 이 두 여아를 가까이 해야 하느니라.

허허, 물론 그 아이들을 패천신문의 안주인으로 삼으면 더욱 좋고---

 

광양존후(廣陽尊后),

천혜선자(天慧仙子),

 

그녀들은 패천황룡을 감탄시킨 몇 안되는 인물에 든다.

그것도 이제 막 피어오른 젊은 여인의 몸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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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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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 五 章

 

                   邊荒第一兵 太陽天火神槍

 

 

 

 

이곳은 한칸의 석실(石室)이다.

스스스스---

석실 전체에 기이한 분홍빛 향기가 가득했다.

그 향기의 내용은 아주 기이했다.

여인의 지부내음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물오른 여인의 몸에서 흐르는 체향(體香)같기도 하였다.

하여튼,

그 향기에는 마력(魔力)이 있었다.

여인이라면 모르나,

사내구실을 할줄 하는 남자에게는 치명적인 효능이 그 안에 있었다.

,

사내의 본능을 자극하여 여인을 안고 욕정을 풀어내지 않으면 아니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천하(天下)를 위태롭게 만들기에 충분한 향기였다.

[...!]

[...!]

죽음같은 침묵이 흐르는 석실 안,

향기에 휩싸인 채 일백여 명의 여인들이 있다.

낯뜨겁게도,

여인들은 모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들이었다.

하나같이 절세미인들인데 그녀들에게는 두 가지 특징이 있었다.

하나는 그 여인들이 모두 초절한 공력을 지닌 여인들이라는 점이다.

여인들의 눈빛은 마치 횃불같이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여인들의 내공이 적어도 이갑자 이상임을 나타내준다.

[...!]

[...!]

여인들은 나신으로 가부좌를 튼채,

하나의 옥상(玉床)을 에워싸고 있었다.

스스스...

자세히 보면 예의 분홍빛의 향기가 여인들의 몸에서 안개같이 스물스물 피어오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득,

스스스--- 그그그긍---

석실 한쪽의 석문이 열리며 두 명의 여인이 들어왔다.

한 명은 고풍스런 자의궁장을 걸친 중년미부였다.

아주 아름답고 왕후같은 기품을 지닌 여인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옥용은 싸늘한 한기로 덮여 있어 한편으로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자의미부 옆,

눈에 확 뜨는 미인이 서 있다.

폐월수화!

침어낙안,

빙기옥골,

이런 미사여구가 오히려 부족한 미인이었다.

본래는 훈훈한 분위기의 여인인데,

어떤 험한 일을 당했는지 옥용이 얼음같이 굳어 있었다.

그 여인은 속이 훤히 비추어 보이는 나의하나를 걸치고 있었다.

터질 듯이 풍만한 육봉,

한줌에 들어올 듯한 세류요(細柳腰),

무엇이든 받아들일 듯이 펑퍼짐하게 퍼진 둔부,

미끈하게 내리뻗은 두 개의 옥주,

그리고 방초(芳草) 무성한 둔덕이 나삼을 사이에 하고 숨을 쉬고 있었다.

폭발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동체였다.

[설련(雪蓮)!]

자의미부가 미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설련(羅雪蓮)!

바로 천검미후(天劍美后) 나설련이 아닌가?

그럼 자의미부(紫衣美婦),

그녀는 혈영군(血影君)의 마수에서 나설련을 구해낸 여황교주(女皇敎主) 천환여제(天幻女帝)였다.

천환여제(天幻女帝)!

그녀는 실상 칠십여 넘은 여인이다.

다만,

초극의 내공과 주안술로 하여 젊음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천향소녀대미욕공(天香素女大美欲功)을 거치면... 너는 제이의 천향염후(天香艶后)가 될 수 있다.]

천환여제가 나설련에게 말했다.

 

<천향염후(天香艶后).>

 

천환여제가 언급하는 이 여인,...

그녀는 팔백 년 전의 여인이다.

여인의 몸으로 유일하게 고금오대마종(古今五大魔宗)에 들었던 고금제일여고수(古今第一女高手)가 그녀이다.

또한,

그녀는 지분(脂粉)으로 천하를 도탄에 빠뜨렸던 절대음녀(絶代淫女)였다.

전설에 의하면,

그녀가 나타나는 주위 십 리가 형언할 수 없는 기향(奇香)에 뒤덮인다고 했다.

그 향기에 접하면 누구라도 욕정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기꺼이 그녀의 개()가 되기를 원했다고 한다.

미모와 지분으로 장장 일백 년을 천하 위에 군림했던 여인,

그녀와 천향염후(天香艶后),

천마(天魔) 혈종(血宗)에 비견되는 사상최강의 탕녀이며 여고수가 그녀이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천지십병(天地十兵)에 드는 절대마병(絶代魔兵)이 있었다.

그것은 하나의 비녀였다.

 

---천향옥잠(天香玉簪),

 

온통 신비로 가득 싸인 천향옥잠이 바로 그것이다.

[...!]

천환여제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미인들을 돌아 보았다.

분홍빛의 안개,

그 사이로 드러나는 여체들에서는 폭발적인 매력이 뭉클뭉클 솟아나고 있었다.

[천향일맥(天香一脈)의 팔백 년 영화가 네 일신에 달렸다. 가랏!]

천환여제가 나설련에게 말했다.

그러자,

스스스스슥---

나설련은 혼백이 나간 표정으로 옥상으로 다가갔다.

사르르르르---

옥상에 이른 나설련은 나삼을 벗어 버렸다.

그러자 나타나는 여체(女體),

숨이 탁 막힌다.

너무도 완벽하고 뇌살적인 몸매였다.

[...!]

나설련은 천천히 옥상 위에 나신을 누이고 살짝 다리를 벌렸다.

방초무성한 계곡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그리고,

[시작해랏!]

천환여제가 차갑게 말했다.

그 즉시,

스스스---!

백 명의 나녀에게 분홍의 운무가 더욱 짙게 스며 나왔다.

석실은 여인들의 야릇한 체향으로 가득해졌다.

그와 함께,

스츠츠츠츠--- 츠츳---

--- --- 이잉!

나설련의 나신에서도 요요(妖妖)로운 광휘가 흐르기 시작했다.

츠츠츠츠...

나녀들의 분홍기류는 솜에 물이 빠려들 듯이 나설련의 몸으로 스며 들었다.

지금,

백인의 절정여고수들이 자신들의 일신공력을 기향으로 바꾸어 나설련에게 주입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천환여제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붕비(鵬飛), 그대가 죽지 않았음을 믿어요. 설련이 천향염후가 되는 날... 당신에게 진 빚을 받아내고야 말 것이예요.]

천환여제의 봉목이 형형하게 빛났다.

붕비(鵬飛)?

패천황룡(覇天皇龍) 능붕비를 말함인가?

알 수 없는 일이다.

 

X X X

 

황혼!

혈광으로 대지를 물들이며 환혼이 진다.

화살맞은 백조의 가슴으로 흐르는 선혈같이...

환혼이 진다.

 

한 명의 인물이 서 있다.

[...!]

천지가 무너져도 꿈쩍 않은 웅자로 한 인물이 서 있다.

꽉 다물린 입술,

불타오르는 눈빛,

태산의 웅자로 대지를 딛고 선 한 사나이가 있다.

타는 듯이 붉은 홍색의 경장을 꽉끼게 걸쳤으며,

그의 우수(右手),

(),

한 자루 신창(神槍)이 들려 있었다.

창신(槍神) 전체가 태양의 불꽃같이 시뻘건 신창(神槍)이 들려 있었다.

길이는 일 장,

홍포인의 우수에서 비스듬히 비껴 들린 신창에서는 태양화기(太陽火氣)가 뇌전같이 흐르고 있었다.

범상치 않은 인물(人物),

그리고 범상치 않은 신병(神兵),

 

홍포인의 전면,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대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대초원(大草原),

한 가닥 막힘도 없이 그 끝나는 곳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대초원!

그 초원을 딛고 홍포의 거웅이 우뚝 서 있다.

 

문득,

스스슥---

--- 르르르!

홍포인의 뒤로 삼인이 소리없이 내려섰다.

홍포인의 뒤로 내려선 삼인은 그대로 홍포인의 등을 향해 오체복지하였다.

[...!]

[...!]

잠시,

숨막힐 듯한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

홍포인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신존(神尊)!]

[신존(神尊)이시여!]

삼인은 이마를 땅에 박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홍포인,

그는 삼인에게 있어서 신적인 존재였다.

홍포인은 타는 듯이 붉은 시선으로 삼인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맨 좌측에 오체복지한 인물에게 닿았다.

그 인물은 피의(皮衣)로 중요한 곳만 가린 야수같이 생긴 인물이었다.

그자의 전신에는 시뻘건 털이 부숭부숭하게 나있어 섬뜩한 인상이 풍겼다.

[남황야수신(南荒野獸神)!]

홍포인이 묵직하게 입을 열었다.

[... 신존(神尊)!]

남황야수신이라 불린 그자는 벌벌 떨며 대답했다.

[준비는...?]

[... 일만 마리의 맹수와 일천의 독응(毒應)이 준비를 갖추고 신존의 명을 대기하고 있습니다.]

[!]

홍포인은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의 시선은 가운데 있는 인물에게로 닿았다.

그 인물은 삼인 중 유일하게 여인이었다.

금발의 여인인데 몸매와 아주 풍염하고 전신에서 폭발적인 매력이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투실투실하게 부푼 유방이 지면에 눌려 있었다.

유방에 흙이 묻었으나 여인은 감히 털어버릴 엄두도 못내고 있었다.

[환밀후(歡密后)!]

홍포인은 여전히 무감정한 어조로 여인을 불렀다.

[신존(神尊)이시여...]

여인은 고개를 들어 홍포인을 우러러보았다.

서른정도 되었을까?

두눈이 새파란 벽안(碧眼)인 절세미녀였다.

우유빛의 피부가 미미하게 경련하고 있으며,

그녀의 벽안이 짙은 갈망을 담아 홍포인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길을 받자 홍포인의 두눈에 담담한 광채가 흘렀다.

(석역쌍미(西域雙美)에 드는 천만금의 가치가 있는 사랑스런 여인... 하나...)

이내 홍포인의 눈빛은 다시 엄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벽안이 슬픈 빛으로 물들었다.

(나는... 변황의 신! 변황 백만무림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계집에게 정을 주어서는 아니된다. 나는 변황의 신이므로...)

[요지(瑤地)의 준비상황은...]

홍포인은 무뚝뚝하게 물었다.

벽안미인 환밀후의 고개가 떨구어졌다.

 

---요지(瑤地).

 

당대 서역제일문파(西域第一門派).

본시는 서천(西天) 서왕모(西王母)의 후인들로 선도(仙道)를 추구하는 여인천하(女人天下)의 문파였다.

그러던 요지에 밀종(密宗)의 음사(淫邪)함이 만연되었다.

결국,

선도를 추구하던 여인들은 그 옥체에 사내들을 태우고 쾌락을 찾았다.

그것이 일천 년 전부터이며,

요지에서는 일천 년 전인 세월을 거치면서 입에 담을 수 없는 음탕한 무공과 술법들이 창안되었다.

그러면서 요지의 여인들은 욕심을 키워갔다.

자신들의 육체로 천하를 정복해보겠다는 것이었다.

요지의 여인들은 이를 위해 그 아름다운 육체와 음탕한 술수로 서역무림의 신공절기들을 긁어 모았다.

결국, 일천 년이 흐른 당대에 와서 요지는 서역제일이 될 수 있었다.

홍교본산인 천룡사(天龍寺)가 요지인 분당이 된 것이 이미 오래 전이고,

황교본산인 살가사(薩加寺) 역시 천룡사와 같은 꼴이 되었으며,

백년 전에는 서장제일이라던 포달랍사마저 요지의 요녀들에게 점령당했다.

그런 요지이건만...

대초원에서 난 일인 절대영웅(絶代英雄)에게는 너무도 무력했다.

 

---태양신존(太陽神尊)!

 

천세를 걸쳐 내려오던 서역제일비(西域第一秘)!

태양성부(太陽聖府)의 비밀을 푼 이 절대영웅이 신창(神槍)을 한번 그음으로써 요지의 천년공격을 무너뜨린 것이다.

그것이 이십 년 전의 일이었다.

 

!

환밀후(歡密后)!

요지제일미의 벽안에서 옥구슬이 흘렀다.

(당신... 한 분을 위해 삼십 년 동안 가꾸어온 심신이거늘...)

환밀후는 눈물을 삼켰다.

[천년휘하 일만의 미인과 삼만의 서역제일용병들이 신존의 일언 천명(天命)을 받자고저 부복하고 있습니다.]

환밀후의 말에 홍포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그의 시선이 마지막 일인에게로 닿았다.

그 인물은 완전히 백발로 뒤덮인 노검사(老劍士)였다.

나이를 추측하기 힘들 정도의 백발노검사!

그러나,

그 노구에게서 뼈골까지 스미는 예기(銳氣)가 내뻗치고 잇었다.

범인이라면 그 예기만으로 피를 토하고 죽을 정도로 날카로운 예기였다.

[해천신검제(海天神劍帝)!]

홍포인이 묵직하게 불렀다.

[신존! 동해(東海) 해천검파(海天劍派) 일만검사(一萬劍士)가 신존의 존명을 고대한지 오래이오이다.]

백발노검사, 해천신검제가 노인답지 않은 칼칼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좋소!

홍포인은 돌아서서 다시 황혼을 바라보았다.

태양(太陽)...

서쪽끝이 지평선으로 침몰하고 있었다.

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홍포안은 입을 열었다.

[때가 왔소! 나 태양신존(太陽神尊)은 중원(中原)을 본존의 발아래에 두어보일 것이오!]

[... 신존...!]

[신존이시여!]

삼인이 격동으로 몸을 떨며 홍포인을 올려다보았다.

!

태양신존(太陽神尊)!

이 인물이 바로 천하삼정(天下三鼎) 중 태양지혼(太陽之魂) 태양신존(太陽神尊)이란 말인가?

 

[중원(中原)은 넓고... 잠룡과 대붕(大鵬)이 도사린 곳이나!]

--- 차창!

--- ! 화르르르---

!

엄청난 창영(槍影)!

신창(神槍)에서 폭죽이 터지듯이 백 장에 이르는 극양강기(極陽)!

태양신존이 신창으로 환혼을 찌를 것이다.

가공할!

실로 가공할 기세가 신창에서 쏟아졌다.

산산이 부서지는 황혼!

그 사이로 하늘이 양단되지 않는가?

 

[본존에게 태양천화신창(太陽天火神槍)이 있으니... 뉘라서 본존의 앞을 막겠는가?]

태양신존이 웅혼한 일성을 토했다.

!

그것이었는가?

신창(神槍)이 바로 그것이었는가?

 

<태양천화신창(太陽天火神槍)>

 

!

태양천화신창(太陽天火神槍)!

천지십병(天地十兵)의 사대신병(四大神兵)에 드는 절대신창(絶代神槍)이 아닌가?

한번 내침으로,

배그 장에 이르는 태양강기(太陽)를 내뻗어 만상을 재로 만든다는...

그 천고(千古)의 신창(神槍)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태양성부(太陽聖府)!

그 천 년의 신비 속에 깊이 잠들어 있던 태양천화신창(太陽天火神槍)...

[신존(神尊)!]

[신존(神尊)이시여...]

남황야수신, 환밀후, 해천신검제가 감격하여 눈물을 지었다.

이역의 오랑캐라 하여 중화인들로부터 갖은 수모와 멸시를 당해오던 그들...

드디어,

그들은 떳떳이 천하 위에 설 기회를 목전에 둔 것이었다.

한데,

그때였다.

[호호호호!]

한소리 맑디 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와 함께

화르르르...

허공으로부터 한무더기 홍운(紅雲)이 사인 앞으로 날아내렸다.

그 홍운은 한 명의 지극히 아름답고 발라하게 생긴 홍의소녀였다.

팽팽한 홍의겉으로 여인의 신비한 육체의 곡선이 드러나보이고,

한가닥으로 묶은 검은 머리가 허벅지까지 이르렀다.

아주 당돌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소녀였다.

[사란()!]

소녀를 바라보는 태양신존의 안면에 훈훈한 미소가 감돌았다.

[호호! 오빠! 드디어 중원(中原)에 들어가실 생각이신가요?]

사란이라는 소녀가 커다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 소녀는 태양신존의 누이동생인 것 같았다.

태양신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단다. 일년내로... 중원을 사란에게 주었다.]

태양신존의 말에 소녀는 환히 웃으며 말했다.

[그보다 오빠에게 부탁이 있어요.]

[무엇이냐? 말해 보거라!]

사란이라는 소녀는 냉큼 대답했다.

[오빠보다 사란이 한발 먼저 중원에 들어가 정세를 살펴볼 수 있도록 해주세요.]

[네가 척후가 되겠다고?]

태양신존은 검미를 찌푸렸다.

[아이... 오빠...!]

사란은 태양신존의 품으로 뛰어들어 애교를 부렸다.

이에 태양신존은 별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천하를 상대로 싸워도 지지 않을 나지만 사란 네 녀석에게 번번이 지는구나!]

[! 오빠 최고!]

사란은 팔짝팔짝 뛰며 좋아하였다.

그런 사란의 모습을 보며 태양신존은 엄한 표정을 지었다.

[다만, 환밀후와 해천신검제를 데리고 가야한다!]

[! 사란 혼자가도 되는데...]

그러나,

오빠의 태양신존이 내세온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음을 알기에 군소리는 하지 않았다.

[! 내일 당장 떠날래요! 중원에는 강자가 많다는 소문이 사실인지 알아볼거예요!]

사란은 중원쪽을 바라보며 작은 손을 앙증맞게 휘둘렀다.

[오빠! 먼저 가겠어요.]

[오냐!]

화르르...

사란은 제비같이 가볍게 몸을 날려 초원저편으로 날아갔다.

[환밀후! 해천신검제!]

사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태양신존이 묵직하게 불렀다.

[!]

[신존...]

양인이 무릎을 꿇으며 복명했다.

[사란을 잘 돌아보오! 그 일은 환밀후가 주력하고... 해천신검제는 중원의 내실을 정확히 파악하여... 보고 하오!]

[존명(尊命)!]

[심려 놓으시옵소서!]

환밀후와 해천신검제의 대답을 들으며 태양신존은 남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중원(中原)이 있었다.

[사란으로 인하여... 너 중원이 몇달 늦게 변황의 광풍에 휘말리게 되었구나!]

태양신존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변황(邊荒)으로 부터의 대풍운(大風雲)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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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 四 章

 

                  紫府의 다섯 가지 보물

 

 

 

(!)

능천한은 흠칫했다.

들려온 목소리는 죽어가는 병자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나를 찾는 인물을 만나다니...!)

능천한은 놀라긴 했으나 침착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침중한 어조로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소생이 능천한입니다만... 어느 분이십니까?]

능천한의 물음에 즉시 대답이 있었다.

[... 패천잠룡(覇天潛龍)... 사경에서... 만나다니... 하늘이... 노부를 버리지는 않았군...]

고통스럽고 힘에 겨운 목소리였다.

[파진...의 비결을... 알려... 주겠네... 들어... 오게!]

능천한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귀를 기울였다.

[만상천류대진(萬像天流大陣)의 최대 묘용은 류()와 환(), ()의 묘리이네... ()...!]

끊일 듯 끊일 듯, 위태로운 어조로 노인은 만상천류대진의 진세를 설명하였다.

!”

능천한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발했다.

노인의 설명을 듣자 안개에 가려져 있는 것 같이 가물가물하던 이치들이 확연히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문일지십(聞一知十)!

노인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능천한은 벌떡 일어섰다.

[기다리십시오! 소생이 노인장께 가겠습니다.]

[... 조심하게...!]

스스슥!

능천한은 미끄러지듯이 진중으로 들어갔다.

콰르르르르!

우우우!

츠츠츠---!

()... ()... ()...!

해일이 일어나듯!

광풍폭우와 천지멸렬의 환상이 능천한을 뒤덮어 왔다.

[...!]

능천한은 조금의 미동도 않고 냉철하게 전면을 바라보며 진행하였다.

이윽고...

스스슥!

모든 진세가 연기같이 사라져 갔다.

능천한의 눈에 그다지 넓지 않은 절곡의 모습이 드러났다.

[...!]

능천한은 멈칫 몸을 세웠다.

오십여 장 밖,

깎아지른 석벽이 서 있었다.

그 석벽에 한 명의 혈인(血人)이 기대앉아 있었다.

능천한은 급히 그 인물에게 다가갔다.

혈인(血人)은 청수한 인상의 노인이었다.

원래 노인은 자색 장포를 걸치고 있었다.

하지만 피에 흠씬 젖어 혈포가 된 것이다.

[노인장!]

능천한은 급히 자의노인을 부축하였다.

[...!]

자의노인은 힘겹게 고개를 들어 능천한을 올려다보았다.

사색(死色)이 완연한 노인의 두 눈이 안도감으로 물드는 것을 능천한은 보았다.

[... 역시... 잠룡(潛龍)...!]

능천한을 바라보며 노인은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상세가 중하십니다. 말씀하시지 마시고 우선 상세를...!]

능천한이 침중하게 말했다.

그러나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노부는... 틀렸네... 외상(外傷)도 중하니 내상은 그보다 열배 중하지!]

[...!]

능천한의 입에서 경악성이 흘렀다.

그제야 노인의 상세를 알아본 것이다.

노인의 몸은 어느 곳 하나 성하지 못하고 쩍쩍 갈라져 있었다.

특히 자의노인의 가슴은 처참하게 으스러져 있었다.

그러나 노인의 외상은 내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노인의 전신 심맥은 완전히 박살이 난 상태였다.

게다가 노인의 심장조차 절반 이상 으스러져버렸다.

(이분... 누구기에 이런 중상을 입고도 살아 계시는가?)

능천한은 그저 아연할 뿐이었다.

노인의 상세는 범인이라면 이미 몇 번 죽었을 중상이었던 것이다.

[허허... 패천... 잠룡(覇天潛龍)... 만날 한 가닥 기대러 일천 리를 달려온... 것이 헛고생은... 아니었군!]

능천한은 바라다보며 자의노인은 웃음을 지었다.

[소생을 찾아오셨습니까?]

능천한은 무거운 안색으로 물었다.

[그렇네... 천하를... 구할 거룡(巨龍)을 찾아온 것이지...!]

자의노인은 말을 하며 능천한을 올려다보았다.

[소형제... 한 가지 부탁... ... 있네!]

[말씀해 보시오!]

[노부... 일신에는... 일문(一門)의 흥망이... 달려있네... 노부 일신의 은원을... 대신... 받아주지 않겠나?]

능천한은 그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해드리겠습니다.]

노인의 죽음이 드리운 얼굴에 흐릿한 미소가 감돌았다.

[... 고마우이... ... 부르르 앉혀주......!]

[!]

능천한은 노인을 편하도록 석벽에 기대어 주었다.

노인은 숨을 헐떡이며 입을 열었다.

[노부는... 자부(紫府)...의 자부노조(紫府老祖)일세...!]

노인의 말에 능천한은 아연하였다.

[노공(老公)께서... 자부노조(紫府老祖)십니까?]

[그렇네... 이 늙은이가... 자부노조(紫府老祖)...!]

[으음...!]

능천한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자부(紫府)>

 

이 얼마나 신비한 이름인가?

자부(紫府)는 무림제일비(武林第一秘)라고도 불리는 신비문파(神秘門派)이다.

그들은 무림의 유수한 문파로 천 년을 이어내려왔다.

그러나 누구도 자부(紫府)의 진면목을 모른다.

과연 자부(紫府)의 힘이 어느정도인지...

그들 휘하에 얼마만큼의 사람과 재력과 능력이 있는지를...

흑자는 말한다.

 

---자부(紫府)는 마음만 먹으면 천하를 살 수도 있는 재력(財力)이 있으며... 천하를 손아귀에 넣을 힘과 능력이 있다.

 

...라고

자부(紫府)를 세운 인물은 아주 유명한 인물이다.

동시에 천하에 천세후인 지금도 그 이름을 기억하나...

천 년 후인 지금도 진정한 면모를 알지 못하는 신비의 인물이다.

 

---자부존(紫府尊).

 

자부존(紫府尊)이라 불리는 천수 백년전의 신비고인이 바로 그다.

신비 속에서 운룡(雲龍)같이 노닐었던 제일신비인...

당대의 자부지존(紫府至尊)은 자부노조(紫府老祖)라는 고인이다.

남북쌍괴(南北雙怪)와 시대를 같이하던 전대고인(前代高人)이 그다.

 

(자부노조께서 이 지경이 되다니...!)

능천한의 검미가 부르르 떨렸다.

자부노조는 세외제일지사(世外第一智士)로 불린다.

그 때문에 능천한은 평소 자부노조를 지극히 흠모해 왔었다.

한데 그 자부노조가 죽어가는 신색으로 그의 앞에 있는 것이다.

[만상... 천류대... 진을... 치고... 그 진운이... 자네를... 불러... 오길 바랬지...!]

자부노조는 죽어가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마음이 놓인 때문일까?

[... 천하가... ()의 저주(咀呪)... 잠기고 있네...!]

[...!]

[... 첫번째... 재물이 패천신... 문파... 우리 자부(紫府)였던... 게야...!]

자부노조는 치를 떨었다.

[자부궁(紫府宮)... 삼천의 궁도와... 함께... 궤멸... 노부만이... 간신히... 빠져 나왔네...!]

능천한의 안색이 일변하였다.

[자부궁이 궤멸당하다니요...? 어느 누가 자부궁을...?]

능천한이 다급히 물었다.

그런 그를 보며 자부노조가 어둡게 말했다.

[... 우주혈종(宇宙血宗)... 아는가?]

[우주혈종(宇宙血宗)!]

능천한은 너무도 크게 놀라 벌떡 몸을 일으켰다.

 

---우주혈종(宇宙血宗).

 

능천한이 어찌 그 이름을 모르겠는가?

이백여 년 전,

저주의 혈황탈(血荒奪)로 천하를 혈세한 대사종(大邪宗)!

결국 패천자(覇天子)와 제왕천신(帝王天神)의 손에 의해 지옥애로 떨어지고 말았지 않았는가?

능천한이 아연하는데 자부노조는 말을 이었다.

[사흘... 전이었는데... 한 명의 혈인(血人)... 자부(紫府)로 찾아왔네... 그자는 혈광에... 싸인 채... 한 자루의 핏빛 탈()... 사용...!]

[혈황탈(血荒奪)!]

능천한이 자기도 모르게 신음했다.

[반각... 반각만이었지... 자부궁은... 삼천궁도... 들과 함께... 무너졌고... 노부도 그 탈()에서 쏟아진... 저주스런... 강기에... 저항도 못하고... 이 모양이 되었지...

[으음...!]

능천한은 땀이 절로 흘렀다.

자부노조는 말을 이었다.

[혈강(血罡)... 번뜩이는... 순간... 천지가 혈기로 가득차고... 그것으로 끝이었네... 노부도 자부탄천신강(紫府彈天神罡)... 아니었으면 즉사... 를 면치... 못했을... 것이네,...]

[흉수가... 우주혈종이라고 생가하십니까?]

능천한이 침중하게 물었다.

[... 수 없지. 우주혈종이... 이백 년을 ... 살아왔다고... 생각할 수... 없지만... 어쨌든... 그자가 쓴 것은... 혈황탈(血荒奪)...]

[... 황탈(血荒奪)...!]

 

---혈황탈(血荒奪).

 

천하사대마병(天下四大魔兵)의 하나.

일단 펼쳐지면 소름끼치는 마성과 핏빛의 강기로 삼라만상을 뒤덮어 버린다는 전설의 마병(魔兵)이 아닌가?

그것이 당세에 나타나 혈풍을 부르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제왕천신(帝王天神)이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려는가?)

능천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천기(天機)... 보았지. 천하는... 소형제 부자가... 죽었다고 하지만... 천기는 그것을 부정하고 있었네...]

자부노조는 능천한을 올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노부는... 그대에게... 우주혈종(宇宙血宗)이든... 그 후인이든간에... 그들이 일으키는... 혈풍을 가라앉힐... 힘을 주기... 전에는,... 죽을... 수 없었지...]

[...!]

[노부는... 그대에게... 자부오절(紫府五絶)을 줄... 작정이네!]

자부노조가 힘겹게 말했다.

[자부오절(紫府五絶)...?]

[그렇네... 그대는 자부오절(紫府五絶)... 아는가?]

능천한은 고개를 저었다.

[알지 못합니다!]

자부노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듣게... 자부에는 천하를 위진... 시키는... 다섯 가지... 가 있네... 그 일절(一絶)이 인절(人絶)... 이네...]

자부노조는 자부심을 떠올리며 자부오절을 떠올렸다.

 

<자부오절(紫府五絶)>

 

이것이다.

이것이 자부(紫府) 일천 년의 신비이며,

자부의 그 밝혀지지 않은 거대한 잠력인 것이다.

 

---인절(人絶).

자부(紫府)의 진정한 힘이 이것이다.

자부에는 인재가 많다.

각방면에서 최고의 경지에 달리는 인재들이 자부에 있는 것이다.

십만(十萬)!

이 엄청난 잠룡들이 자부지존(紫府至尊)의 현실을 기다리며 칼을 갈고 있는 것이다.

 

재절(財絶).

자부제일절(紫府第二絶).

일천 수백 년의 세월동안 축격된 엄청난 재력이 자부에 있다.

그것은 실로 중원전체를 사고도 남을 지경의 양이었다.

 

기절(機絶).

자부제삼절(紫府第三絶).

자부의 기관지학, 토목지학, 기문진법은 정평이 나있다.

만상문(萬像門)이 궤멸된 이후,

자부의 그 방면에서의 진전은 독보적인 경지였다.

 

[자부가 방심을 하지만... 않았다면... 혈종(血宗)... 환생했어도 자부궁을 건드리지... 못했을 텐데...!]

자부노조는 한스러운 표정이었다.

그의 상처에서는 꾸역꾸역 선혈이 흘렀고 사색(死色)이 노안에 가득했다.

[사절(四絶)... 약절(藥絶)... 자부(紫府)는 만종(萬種)의 영약을... 지녔지... 오절(五絶)... 기공절(氣功絶) 천지십병이 나타나지만...않으면 무너지지 않는 기공이... 자부에... 있네...]

말을 마친 자부노조는 이미 살아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다만 강렬한 내공과 정신력이 이미 죽은 그의 육신에서 영혼을 묶어 두고 있을 뿐이다.

[이것이... 자부오절(紫府五絶)이고... 조사 자부존(紫府尊)... 뒤를 이를 자부지존(紫府至尊)의 현신을 기다리며... 천 년을... 잠속에 있었네...!]

능천한의 눈빛이 안타깝게 변했다.

--- !

자부노조의 얼굴에 떠오르는 희광반조의 현상을 보았기 때문이다.

[혈종후예(血宗後裔)... 사실... 자부오절과... 또 한 가지... 보물을... 노렸지만... 헛허... 그자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네...!]

[...!]

능천한은 경건한 자세로 자부노조의 이야기로 경청하였다.

자부노조는 죽어가는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 한 가지 보물이란... ... 개의 상고신품(上古神品)이네...!]

[상고신품(上古神品)...?]

능천한은 눈을 빛내며 자부노조의 말을 기다렸다.

[헌원천황벽(軒轅天荒璧)이라는... 것이지...]

[헌원천황벽(軒轅天荒璧)!]

능천한이 탄성을 발하자 자부노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노부가... 우연히... 돈황(敦煌)의 석굴(石窟)에서 얻은... 옥벽(玉璧)이네,...]

[...!]

[그 옥벽에는... 대천황지기(大天荒之氣)에 연관되는 극히... 심오한 이치가... 적혀... 있었네!]

[대천황지기(大天荒之氣)! 혹시 대천황연(大天荒衍)과 관련되는...?]

능천한이 두눈을 형형하게 빛내며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노부가... 추측키로는... 그것은... 황제(皇帝)의 저술로 보이네!]

[황제(皇帝)! 전설의 성군 황제(黃帝)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렇네...!]

[으음...!]

능천한의 뇌리에 순간적으로 강렬한 영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그에게 또 다른 운명을 전개해 보이는 예시와도 같은 것이었다.

[품속에...자령신부(紫靈神府)가 있네. 무이산(武夷山)... 약왕곡(藥王谷)... 천수약왕(天手藥王)에게... 보여주면... 자부오절(紫府五絶)... 헌원천황벽(軒轅天荒璧)을 그대에게 줄 것이네...!]

말을 하면서 자부노조의 얼굴이 점차 옆으로 떨어져 갔다.

[노인장...!]

능천한이 안타깝게 불렀다.

[부탁... 천하가... 혈종(血宗)... 저주로... 침몰하려... 구해야... 하네!]

...!

말을 마치자마자 자부노조의 목이 힘없이 꺾어졌다.

[노인장! 노인장!]

능천한은 다급히 자부노조의 몸을 흔들었다.

그러나 자부노조는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으음...!]

능천한은 손을 떨구며 깊이 탄식했다.

(천하가 무너져... 가고 있다. 자부노조께서는 그것이 걱정되어 눈도 감지 못하신 것이다!)

스르르---!

능천한은 자부노조의 치뜬 노안을 내리쓸어 감겨 주었다.

그는 이어 자부노조의 시신에 대고 깊게 머리를 숙였다.

[편히 잠드소서. 자부(紫府)가 저로 안하여 소생하고... 천하가 저를 의지하여 지탱하도록 하겠습니다!]

묵도를 한 후,

능천한은 자부노군의 시신을 안고 일어섰다.

 

잠시 후,

절곡의 양지바른 곳에 작은 봉분이 생겼다.

[...!]

봉분 앞에 꿇어 앉은 능천한.

그의 두 손에는 하나의 옥패가 들려 있었다.

자색(紫色)의 서기가 도는 옥패.

 

<자령신부(紫靈神府)>

 

그것은 자부존(紫府尊)이 만든 것이고,

자부(紫府)의 천년정화를 수족으로 부릴 수 있는 무상권위가 담겨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무이산 약왕곡에 가야겠군! 천하를 평정키 위해서는 막강한 세력이 필요하니...!]

능천한은 자령신부를 깊숙이 집어넣었다.

우르르르--- 르르!

--- --- !

절곡 주위의 만상천류대진(萬像天流大陣)에서는 끊임없이 운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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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 三 章

 

                    억지 청혼(請婚)

 

 

 

[으음...]

되날아온 패천산륜을 받아든 능천한의 얼굴이 이지러졌다.

상처가 터지며 칼로 베는 듯한 고통이 느껴진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고소를 금치 못했다.

[후훗! 패천신륜(覇天神輪)이 무섭기는 무서운 모양이군!]

통천금룡제(通天金龍帝).

그는 그렇게 쉽사리 남에게 패할 인물이 아니다.

능천한이라도 통천금룡제와의 격돌 결과를 장담하지 못한다.

그만큼 그자의 무공이 높고 또 금룡신장의 위력은 무시할 수 없다.

더군다나 능천한은 가볍지 않은 중상을 입은 상태가 아닌가?

그럼에도 통천금룡제는 패천신륜의 현신에 놀라 달아난 것이다.

천지십병(天地十兵)!

오랜 세월 이어온 이 열 가지 신병의 위명은 무림인들에게 본능적인 두려움을 심어준 것이다.

그때였다.

[흐흐흐흐...!]

돌연 한소리 음침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능천한은 내심 가슴이 서늘해졌다.

(어떤 자이기에... 이토록 가까이 접근하도록 눈치를 채지 못하였는가?)

능천한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고개를 들던 능천한의 두눈이 놀람의 빛을 띄웠다.

허공(虛空)!

능천한의 머리 위쪽 허공에 한 명의 인물이 둥실 떠있었던 것이다.

(바로 머리 위에까지 접근하도록 몰랐다니...!)

능천한은 자책하며 허공에 뜬 그 인물을 주시하였다.

그 인물은 백포의 노인이었다.

안색이 백지장같이 하얗고 두 눈에서 시퍼런 안광이 번뜩이는...

일견하기에도 음침하기 이를 데 없는 인상의 노인이었다.

(극음(極陰)의 기공을 익힌 노인이다!)

능천한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백의노인의 일신에서 골수까지 스미는 한기가 일었기 때문이다.

[흐흐... 네놈 애송이가 패천잠룡(覇天潛龍)이렸다!]

노인이 강팍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만... 노인장께서는?]

능천한은 내심 긴장하며 대답했다.

백의노인은 시퍼런 두눈을 희번뜩리며 그런 능천한을 아래 위로 훑어보았다.

(적은 아니군. 음침하지만 살기는 없으니...)

능천한은 내심 긴장을 풀었다.

[클클... 과연 고금제일의 체질이다. 네 녀석의 씨를 받고 태어나는 아이는 능힌 일세패웅(一世覇雄)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으리라!]

백의노인이 까마귀 울음소리같은 목소리로 말하자,

능천한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뻘개졌다.

[노공(老公)! 무슨 말씀이신지...]

괴노인은 거북살스런 웃음을 터뜨렸다.

[흐흐흐... 노부에게는 예쁜 계집아이가 하나 있다.]

[...!]

[계집들 중에서는 능히 천하제일을 다툴만한 미모와 재질을 지닌 계집이지만...]

백의노인은 괴팍스런 시선을 능천한에게 던졌다.

영문을 모르는 능천한은 멍한 표정으로 괴노인을 올려다 볼 뿐이었다.

[클클... 계집이기에 의발을 전할 수는 없는 일... 그래서 그 계집아이로 하여금 네 녀석의 씨를 받게 할 생각이다!]

[예엣?]

백의노인의 말에 능천한은 아연실색하였다.

백의노인은 능천한을 씨받이로 쓰겠다는 얘기다.

[... 노인장!]

[흐흐... 인상 쓰지 마라. 그 게집은 천하제일의 첩()이 될 것이니 네 녀석은 그 계집에게 아들이나 하나 낳게 해주면 된다!]

[...!]

능천한은 어이가 없어서 입만 딱 벌릴 뿐이었다.

노인은 품속에서 옥함을 하나 꺼내어 들었다.

[옛다. 이것은 예물이니 받아두어라.]

--- !

괴노인은 능천한에게 그 옥함을 던졌다.

[...!]

능천한은 본능적으로 손을 내밀어 옥함을 받아들었다.

[크흐흐흐흐... 네 녀석이 예물을 받았으니 이 혼인은 성사된 것이니라!]

--- --- !

[노인장!]

당황한 능천한은 다급히 불렀다.

그러나 괴노인은 허공에서 몸을 틀어 단번에 멀리 날아갔다.

[크크크... 자부(紫府)의 영화(英華)를 취하러 왔다가 대붕(大鵬)의 씨를 얻게 되었구나!]

--- --- !

괴이한 말을 남기며 괴노인은 신기루같이 사라져갔다.

(대단한 경공... 천극수라영(天極修羅影)의 아래가 아니다!)

능천한은 노인의 가공할 경공에 혀를 내저었다.

그리고,

[이것이 무엇인가?]

능천한은 손에 들린 옥함을 내려다보았다.

[이것은...]

옥함을 내려다보던 능천한의 안색이 일변했다.

놀랍게도 옥함은 만년한옥(萬年寒玉)으로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다.

만년한옥(萬年寒玉)!

백독을 몰아내고 항시 젊음을 지켜준다는 무상지보가 아닌가?

한데 그 만년한옥을 깎아 옥함을 만든 것이다.

[그 노인이 도대체 누구이기에...!]

능천한은 내심 놀라며 옥함을 열어보았다.

옥함 안에는 세 가지 물건이 있었다.

매미날개보다도 얇은 천으로 만든 얇은 내의(內衣).

만년한옥으로 깎아 만든 옥병.

눈같이 흰중에 거무스름한 무늬가 종횡으로 뒤엉킨 손바닥만한 옥부(玉府)가 그것이었다.

[이것은...!]

능천한은 흠칫하며 옥부(玉府)를 집어들었다.

(현기(玄機)가 있다!)

능천한은 두눈을 형형하게 빛내며 옥부 위에 얼룩진 검은 무늬를 들여다보았다.

옥부(玉府).

그것은 살덩이만한 만년한옥을 깎아야 손바닥만큼 얻을 수 있다는 구유현음벽(九幽玄陰壁)이라는 것이었다.

한데 구유현음벽 위에 얼룩진 무늬에 어떤 현기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이만큼 큰 구유현음벽은 천하에 단 하나... 북해 유령궁(幽靈宮) 외에는...)

능천한은 급히 옥부를 뒤집어 보았다.

[역시...!]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옥부의 뒤에는 네 개의 글자가 전자체(篆子體)로 적혀 있었던 것이다.

 

<유령제종(幽靈諸宗)>

 

유령제종령(幽靈諸宗令)!

이것은 천 년을 내려온 일파의 종주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 문파는 바로,...

 

북해(北海) 유령궁(幽靈宮).

 

[... 그 노인이 바로 현음유령종(玄陰幽靈宗)...!]

능천한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하였다.

 

<현음유령종(玄陰幽靈宗)>

 

그는 바로 남북쌍괴(南北雙怪) 중 북괴(北怪)가 아닌가.

벽력태세(霹靂太歲)와 함께 백년 이전에 이미 무림을 떠났던 전대절정고수인...

그가 나타난 것이다.

능천한은 경이에 찬 시선으로 옥함에 든 세 가지 물건을 들여다보았다.

[이것들은 유령사대중보(幽靈四大重寶)의 세 가지가 아닌가?]

그는 신음하듯이 중얼거렸다.

본래 북해 유령중에는 네 가지 지보(至寶)가 있다.

이를 일컬어 유령사대중보(幽靈四大重寶)라 한다.

 

---유령제종령(幽靈諸宗令).

---유령명공비(幽靈冥空匕).

---만년빙옥정(萬年氷玉精).

---빙잠천의(氷蠶天衣).

 

이것이 유령사대중보다.

하나같이 무가의 지보들이다.

특히 유령제종령과 유령공비의 가치는 무한하다.

 

---유령제종령(幽靈諸宗令)!

 

이는 유령궁의 조사인 유령대제(幽靈大帝)의 신물이다.

이에는 유령대제의 일신무학이 모두 감추어져 있다.

그 때문에 유령제종령은 그 권위와 더하여 사대중보 중 으뜸이 되었다.

 

---유령명공비(幽靈冥空匕),

 

이는 유령대제의 부인이던 명후(冥后)의 호신지병(護身之兵)이고...

동시에 천병보(天兵譜) 천병제일천좌(天兵第一天坐)에 오른 무상신병이다.

그 서열은 무려 십이위(十二位).

고금을 통틀어 이를 능가하는 병기는 열한 가지 이상이 없다.

벽력일맥이 벽력굉천권(霹靂轟天拳)과 함께 공히 십이위인 초절신병...

 

---만년빙옥정(萬年氷玉精),

 

만년한옥을 태산만큼 한홉을 얻는다는 극음제일영약(極陰第一靈藥)이 이것이다.

그 공효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한 방울만 마셔도 백 년 공력을 얻고 아무리 어려운 극음기공이라도 속성할 수 있다.

그 뿐이 아니고, 아무리 강한 극독이라도 얼려버리고,

영원히 청춘을 지켜준다.

 

---빙잠천의(氷蠶天衣),

 

이는 두 벌로 되어 있다.

한 벌은 여인용이고 한 벌은 남자를 위한 것이다.

그것은 만년빙잠(萬年氷蠶)의 빙잠사를 뽑아 만들며,

입고 있으면 화산이 터지는 정도의 충격과 압력으로부터 몸을 보호해준다.

빙잠천의는 유령대제(幽靈大帝)와 명후(冥后)가 쓰던 것이다.

[이 귀한 것들을... 서슴없이 주고 가다니...!]

능천한은 곤혹스런 표정이 되었다.

 

---천하패웅이 될 아이 하나만 유령궁에 주면 된다.

 

능천한은 현음유령종이 말한 의미를 되새기며 쓴웃음을 지었다.

[인륜대사를 어찌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가? 다시 만나면 돌려주리라!]

능천한은 옥함을 닫아 품속에 집어넣었다.

이어 그는 운무로 뒤덮인 절곡의 후면으로 다가갔다.

우르르르르--- ...!

은은한 우뢰성을 동반한 운무,

그것은 너무 짙어 도저히 그 안쪽을 살펴볼 수가 없었다.

능천한은 통천금룡제가 서 있던 곳에 멈추어 서서 진세를 바라보았다.

그는 만박통지의 기재(奇才)!

기문진학에 대한 그의 지식도 천하를 통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대단한 진세다!]

이내 능천한의 눈에서 신광이 흘렀다.

[오행(五行)의 상극(相剋)에 의해 운무와 우뢰(雨雷)의 변화가 일어나고 상생(相生)의 묘결로 예측할 수 없는 대변수로 찾았다!]

그의 신색은 더욱더 침중해져 갔다.

[오행뿐이 아니고 사상(四象)의 근원이 진중에 있고 육합(六合)의 광활함과 팔괘(八卦) 구궁(九宮)의 복잡한 변화가 그중에 가미되었다.]

능천한의 두 눈은 휘황하게 빛을 토하며 진세를 훑어나갔다.

그 진세는 능천한이 이제껏 접해보지 못한 난해한 진형이었다.

만상(萬象)의 이치가 그곳에 있고 만류(萬流)의 흐름이 그에 더하여 있었다.

능천한도 일시지간에 진세의 실체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이 진세는 최근에 이루어졌다. 어느 누가 이런 진세를 설치했는가?)

그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이 정도의 진세를 펼칠 수 있는 인물이라면... 천하를 털어 손을 꼽을 정도다.)

능천한은 뇌리에 비장된 수 많은 기문 진세들을 떠올렸다.

상고(上古)이래 천하에 나타났던 수많은 진세들이 그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렇군!]

능천한은 문득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안색이 이내 밝아졌다.

그는 자기 앞에 있는 진세의 내력을 기억해 낸 것이다.

[이것이 절전된 만상문(萬像門)의 만상천류대진(萬像天流大陣)이다!]

능천한은 흐릿하게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만상천류대진(萬像天流大陣).

 

팔백 년 전,

천향염후(天香艶后)라는 고금제일여고수(古今第一女高手)에 의해 절문당한 문파가 있다.

만절문(萬絶門)이라는 문파로...

그들의 기문진학은 자부(紫府)일맥과 쌍벽을 이루었다.

만상천류대진은 바로 만천문에서 흘러나온 절진이다.

[사문(死門)이 철저한 변()과 환()에 숨겨진 극변(極變)의 절진...!]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진세의 이치를 알면 어렵기는 하나 통과할 수는 없다.]

스스스스슥!

능천한은 신중한 발걸음으로 잔중에 들어섰다.

우르르르--- !

--- 이이잉!

그가 진중으로 들어서자,

거센 폭풍과 우뢰성이 그를 강타했다.

그와 함께

[크크크크... !]

[우희희희희...!]

섬뜩한 악귀들의 환상이 운무중에서 피어올랐다.

그것들은 금방이라도 능천한을 뒤덮쳐 올 듯이 섬뜩한 기세로 일어났고,

--- 르르릉!

--- --- --- !

해일이 일고 광풍폭우의 환상이 능천한을 뒤덮었다.

그러나,

[좌삼(左三) 우이(右二) 전일(前一) 퇴오보...!]

능천한은 육중한 바위가 움직이듯이 침착하게 만상천류대진을 뚫고 나갔다.

천지이교(天地二交)가 타통된 그다.

그저 단순한 환상에 흔들릴 까닭이 없다.

능천한의 걸음걸이는 점차 빨라졌다.

()은 변()으로,

급변(急變)은 쾌변(快變)으로 파해한걸까?

스스스스슥!

능천한은 행운유수로 진중을 지났다.

[...!]

문득 능천한의 발길이 멈추어졌다.

이미 진세의 팔할을 지나온 상태였다.

그러나 능천한의 얼굴은 극히 심각해졌다.

그는 뚫어져라 전면을 쏘아 보았다.

(이할 정도 되는 이 마지막 관문에 만상천류대진의 진정한 위력이 숨겨져 있다.)

그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진정한 어려움이 그 앞에 닥친 것이다.

[이 진세로 뚫거나 설치할 수 있는 인물은 흔치 않다. 자부(紫府)의 자부노조(紫府老祖) 쌍극천효(雙極天梟), 청허현도존(靑虛玄道尊), 취존개(醉尊)... 그외에는 달리 생각할 인물이 없다.]

능천한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 웬 피()...!]

그러던 중 능천한의 눈길이 번쩍 빛났다.

그가 서 있는 곳에서 일 자 정도 우측에 한 사발은 됨직한 혈흔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능천한의 두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하루이전에 흘린 선혈이다... 어쩌면 이 진세를 구축한 인물이 토한 것인지도...!]

능천한은 혈흔을 손으로 찍어 보며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 패천잠룡(覇天潛龍)이신... ?]

한소리 미약한 음성이 능천한의 귀에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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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 二 章

 

            千谷屯奇門陣

 

 

 

[...]

[...]

--- !

시선이 마주쳤다.

지극히 묵직한 시선이 거기 있었다.

태산의 무게가 그 시선중에 담겨 있는...

능천한은 홀린 듯이 전면을 바라보았다.

장권 밖.

언제부터인가 한 명의 인물이 우뚝 서 있었다.

시커먼 묵의(墨衣)를 걸친 대한(大漢)이었다.

마치 사자(獅子)를 연상케 하는...

(육중하다! 태산으로 보인다!)

영웅(英雄)이어야만 영웅(英雄)을 알아본달까?

나이는 삼십대 중반 정도,

구리빛의 피부, 먹을 찍어 누른 듯한 눈썹,

그리고 고독한 사자(獅子)의 눈...

능천한은 대한의 모습에서 고독한 백수지왕 사자(獅子)의 모습을 보았다.

(사귀고 싶은 인물...!)

대한의 인상은 지극히 강렬하게 능천한의 뇌리에 새겨졌다.

그리고...

(역시... 잠룡(潛龍)... 장차 천하가 황산에 웅크리고 있던 이 잠룡의 그늘로 가려지겠군.)

사자인 대한의 두눈에서 깊숙한 광채가 흘렀다.

그와 함께 그의 꾹 다무린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하하... 역시 패천신륜(覇天神輪)이네!]

대한이 나직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극히 정중함이 실린 목소리였다.

능천한은 패천신륜을 소매에 집어 넣으며 포권을 해보였다.

[소제는...]

[알고 있네. 패천잠룡(覇天潛龍)이 아니면 뉘라서 현제같은 기도를 발하겠는가?]

대한의 말에 능천한의 입가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비로소 한 인물의 이름을 떠올렸던 것이다.

[일전에 한 가지 요언을 들은 것이 기억에 나는군요!]

[요언이라...!]

대한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능천한을 바라보았다.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구천(九天)에 독존(毒尊)이 있고 (九天在毒尊). 천중(天中)의 철사(鐵獅)는 홀로 외롭네 (天中孤鐵獅).]

능천한이 미소를 지으며 요언을 읊었다.

이는,

십년 이내에 천하를 풍미한 일비(一秘), 일웅(一雄)을 가리킨다.

 

---구천묵영독존(九天墨影毒尊).

---철혈묵사(鐵血墨獅).

 

이들이 바로 일비일웅(一秘一雄)이다.

구천묵영독존(九天墨影毒尊)---

그는 아주 신비로운 인물이다.

묵영독존(墨影毒尊)으로도 불리는데, 그 검은 그림자(墨影) 외에는 전혀 알려진바 없다.

그러면서도,

그는 수라천극존(修羅天極尊)이래 최대마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철혈묵사(鐵血墨獅).

천하에 자신의 짝될 영웅이 없어 고독(孤獨)하다는 일대호웅(一大豪雄)이다.

[핫하! 또 한 가지가 있지. 우내(宇內)에 잠룡(潛龍)이 엎드려 있지 않는가?]

대한이 호탕하게 웃었다.

영락없는 사자(獅子).

대한은 바로 철혈묵사(鐵血墨獅) 정천학(鄭天壑)이었다.

철혈회(鐵血會)의 대종주(大宗主).

당대제일의 강골(剛骨)을 지닌 인물이 바로 그인 것이다.

그때,

[--- !]

--- 쿠쿠--- !

철혈묵사의 거구가 불끈 치솟아 한곳으로 내리꽂혔다.

그곳은 높직한 가산 자리였다.

(철혈강기(鐵血罡氣)!)

능천한의 두눈이 번쩍 빛을 발했다.

철혈묵사의 몸에서 검붉은 강기가 노을같이 번져 나옴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 --- !

--- !

가산 전체가 박살이 나서 날아갔다.

[--- !]

[--- 에엑!]

박살이 나서 날아가는 돌더미에 십여 명의 혈의인들이 튕겨져 나갔다.

무적지위(無敵之位)!

철혈묵사의 공세는 가히 무적의 기세였다.

--- 쿠쿵---

화르르르르---

사석이 흩날리는 중에 철혈묵사가 표표히 날아 내렸다.

지면으로 날아내린 철혈묵사는 능천한을 바라보았다.

[한명... 간교한 자가 자네를 이 황산에 파묻어 버릴 생각을 하고 있네.]

[그렇습니까?]

능천한은 고소를 지었다.

[소제를 황산에 파묻어 무엇을 하겠다는 게지요?]

철혈묵사가 얼굴을 굳혔다.

[능현제는 자신이 천강지성(天罡之星)임을 모르는가?]

[후훗! 소제가 천강지성?]

철혈묵사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아주 복잡했다.

어떤 심각한 갈등이 있는 듯이...

이내,

철혀룩사의 시선은 형형하게 빛을 뿌렸다.

[능현제가 거룡(巨龍)이 됨을 원치 않는 자들이 있네. 그자들은 무슨 짓을 해서든지 자네를 해치려 할 것이네!]

[흐음...!]

능천한도 안색을 가라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었군. 벽향이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도 누군가의 안배에 의한 것일게고...)

철혈묵사는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능천한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당세는 혈란의 시대이네. 거룡(巨龍)... 그것도 고금(古今)에 이른 대창룡(大蒼龍)이 아니면 혈운(血雲)을 삭이지 못한다네...!]

[...!]

능천한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 !]

[--- 크크---!]

멀리서 두 마디 굉렬한 장소성이 터졌다.

[...!]

[...!]

양인은 힐끗 장소가 터진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벽향이 사라진 곳이었다.

(십 리 밖... 막강한 내공을 지닌 자들이군.)

능천한의 안색이 침중해졌다.

철혈묵사가 능천한을 바라보았다.

[가게! 자네를 찾아오는 거마(巨魔)들일세!]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중상을 입은 상태이니... 강적과 부딪힐 필요는 없지.)

능천한은 붕분으로 다가갔다.

옷깃을 여민 그는 패천신문의 문도들이 잠든 봉분을 향하여 일배를 올렸다.

(마도들의 목을 베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봉분에 일배를 하며 능천한은 마음에 한철을 담았다.

[다시... 뵙겠습니다!]

능천한은 철혈묵사에게 포권을 해보였다.

[강호(江湖)에서 보세!]

[그럼...!]

스스스--- !

능천한은 허공으로 날아올렸다.

일시에 그의 몸이 백 장 밖으로 날아갔다.

천극수라영(天極修羅影)을 펼친 것이다.

[혈종(血宗)과 최후를 가리기 보다는... 잠룡(潛龍)과 겨룸이 더 낫겠지...!]

날아가는 능천한을 바라보며 철혈묵사는 중얼거렸다.

그의 말뜻은...?

[--- --- !]

[--- --- !]

제차 장소성이 터졌다.

그것은 오 리도 아니되는 곳까지 접근해 있었다.

[...!]

그쪽을 바라보는 철혈묵사의 시선에서 한기가 일었다.

[잠룡(潛龍)이 거룡(巨龍)으로 성장함을 지켜봄도 큰 즐거움이 되리라!]

철혈묵사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스스--- 스슥!

이내 철혈묵사도 묵영(墨影)이 되어 멀리로 날아갔다.

 

***

 

스스스스--- !

능천한은 천곡둔(千谷屯)이라는 곳을 지나고 있었다.

 

---천곡둔(千谷屯).

 

이름 그대로 천 개의 곡()이 있는 구릉이었다.

그다지 깊거나 큰 절곡들은 아니고,

고만고만한 절곡들이 천여 개나 벌려 있는 곳이 천곡둔이다.

멀리서 천곡둔을 바라보면 수많은 밭이랑이 펼쳐진 모습이었다.

(천곡둔의 지형은 나보다 잘아는 사람이 없다. 천곡둔의 중지로만 들어가면 상세를 치료할 수 있다!)

능천한은 지그시 가슴을 누르며 작은 계곡을 날아넘었다.

문득,

[!]

능천한의 눈에서 이체가 흘렀다.

그는 칠팔마장 밖의 천곡둔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르--- 르르르---

--- --- ---

한의 게곡에서 운무가 뭉실뭉실 치솟고 있었던 것이다.

우르르릉---

나직한 우뢰성까지 백 수십 장을 뒤덮고 있었다.

(전에는 저런 현상이 없었는데...)

능천한의 붕목이 형형하게 빛났다.

갑자기,

[그렇다!]

능천한이 탄성을 질렀다.

--- 스스슥!

능천한은 구릉을 박차고 유성이 흐르듯이 운무쪽으로 날아갔다.

[진운(陣雲)! 진운(陣雲)이다!]

능천한의 두눈이 강렬한 신광을 쏟아내었다.

진운(陣雲)!

능천한은 그 운무가 강력한 기문진세(奇門陣勢)에 의해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최근에 누군가가 저곳에 절대기진(絶代奇陣)을 포진하였다. 그때문에 뇌성까지 동반한 진세가 일어나는 것이다.]

호기심!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강렬한 호기심이 능천한의 가슴에서 피어 올랐다.

--- --- ---

일시에 능천한은 그 절곡의 외곽으로 이르렀다.

한데,

[...!]

막 지면으로 내려서던 능천한의 검미가 꿈틀하였다.

(살기(殺氣)!

강렬한 살기를 느낀 것이다.

그 순간,

--- --- !

전면의 바위 뒤에서 십여 줄기 혈영(血影)이 닥쳐 들었다.

그자들의 병장기가 섬뜻한 혈광을 토했다.

[혈영궁(血影宮)?]

능천한의 입에서 폭갈이 터지고,

--- --- !

벼락치듯이 한 무더기 강기가 쏟아졌다.

[! 수라탄천강(修羅彈天罡)!]

[...!]

혈영인들이 질겁을 하며 경악성을 토했다.

--- --- !

--- --- 르릉!

창창한 강기가 해일같이 쏟아져 혈인들을 쓸어내었다.

[--- --- !]

[--- --- !]

혈영인들이 피를 토하며 튕겨졌다.

[!]

능천한도 휘청하며 이삼 보 물러섰다.

힘을 쓰자 가슴과 어깨의 상처가 터진 것이었다.

(혈영궁(血影宮)의 마도들이 이미 와 있다니...)

능천한이 가슴을 누르며 눈을 빛냈다.

 

---혈영궁(血影宮).

 

마도의 일파로 수십 년 전부터 암암리에 세력을 넓혀왔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암중이었고,

최근에 이르러서 그 흉악한 발호가 맹렬해지고 있었다.

혈영궁도들에게는 인도(人道)가 없었다.

오로지 본능적이 탐욕과 마심(魔心)이 있을 뿐인 자들이었다.

[어느 놈이냐?]

[누워랏!]

--- !

파츠츠츠츳!

뒤미처 금영(金影)이 번뜩이며 노도같은 기세로 능천한을 뒤덮어왔다.

오인(五人)의 금포인이 벼락같이 능천한을 덮쳐왔다.

언뜻, 능천한은 그자들의 소매에 용()이 수놓아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능천한의 검미가 꿈틀하였다.

[통천방(通天幇)까지?]

--- 르르릉!

--- 츠츠츠!

그와 함께 능천한의 손에서 수백 수천 개의 강륜(罡輪)이 빗발치듯이 쏟아졌다.

패천대륜오절식의 만절환(萬絶幻)!

--- 가각!

[--- !]

[--- ...!]

비명과 함께 오인이 금포를 피에 물들이며 나뒹굴었다.

(통천방도들도... 저 진운(陣雲)을 발견했다는 말인데... 어떤 자가 저것이 진운인지 알아내었는가?)

스스스--- !

능천한은 눈을 빛내며 계곡으로 날아들어갔다.

 

<통천방(通天幇)>

 

정사 중도를 걷는 문파이다.

그다지 두드러진 활동을 하는 문파는 아니나 평소 패천황룡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 이유는,

통천방이 암중에 정사의 야심가들을 끝없이 포섭하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에 이르러 통천방이 과연 얼마만한 세력을 지녔는지는 추측할 수 없다.

다만,

그 세력이 강대함이 소림이나 무당을 합친 것 만큼 강할 것이라고 짐작될 뿐!

그들의 방주는 통천금룡제(通天金龍帝)!

야심이 큰 인물이다.

상고(上古)의 절전문파인 금룡궁(金龍宮)의 절기가 그의 일신에 있다.

 

--- 스슥!

[...!]

능천한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그곳은 제법 널찍한 계곡이었다.

한데,

계곡의 반대편은 짙은 운무로 뒤덮여 안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우르르르르--- !

--- 이잉!

뭉클뭉클 치솟은 운무!

그리고,

그 운무 중에서 은은히 울려 나오는 우뢰성!

[...!]

능천한은 형형하게 눈을 빛내며 운무가 일어나고 있는 앞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한 명의 금포인(錦袍人)이 있었다.

화려한 비단 곤룡포를 걸친 인물인데 허리춤에 석 자 가량의 금장(金杖)을 차고 있었다.

금포인은 운무를 마주하고 앉아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혹시... 저자는...!)

능천한은 안색을 굳히며 금포인에게 다가갔다.

[...!]

갑자기 금포인의 몸이 움찔하였다.

능천한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으리라.

금포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렸다.

순간,

--- ---

두 쌍의 시선이 부딪히며 불꽃이 튀었다.

[...!]

[...!]

그자는 몹시 놀란 표정이 되었고,

능천한의 눈에서도 이채가 흘렀다.

그 인물은 중후한 인상인 초로의 중년인이었다.

머리에는 금관(金冠)을 썼고 있고 입고 있는 비단 장포에는 날아오르는 금룡(金龍)이 수놓아져 있었다.

(강적(强敵)...!)

능천한은 본능적으로 그자가 철혈묵사에 못지않은 강자임을 느꼈다.

금포인은...

입술을 실룩이다가 입을 열었다.

[패천잠룡(覇天潛龍) 능천한(陵天漢)?]

그자의 목소리는 몹시 중후하였다.

[그렇소. 귀하는 통천금룡제(通天金龍帝)?]

[맞다!]

--- --- !

금포인 통천금룡제가 대답과 함께 허리춤에 차고 있던 금장(金杖)을 뽑아 들었다.

우르르--- 르르!

츠츠츠--- !

일시에 사위가 찬연한 금광(金光)으로 뒤덮였다.

그 금광 중에서 은은한 금룡(金龍)의 형상이 일었다.

[... 금룡신장(金龍神杖)이군!]

능천한이 나직이 경탄성을 발하며 통천금룡제의 손에 들린 금장을 바라보았다.

 

---금룡신장(金龍神杖).

 

금룡궁(金龍宮)의 무상지보(無上至寶).

천병보 천병일천좌(天兵一天坐)의 서열십오위인 신병(神兵)이다.

금룡신공(金龍神功)을 익힌 자에게서만 위력이 나타난다.

,

금룡신공을 금룡신장에 주입하던 무상의 금룡통천강기(金龍通天罡氣)가 일어나는 것이다.

 

[본인과 귀하가 다투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오?]

능천한이 오른손을 왼쪽 소매에 집어넣으며 침중히 물었다.

그러자,

통천금룡제가 차갑게 대꾸했다.

[이유를 알려 하지마라. 네가 패천잠룡이기 때문에 본제의 손에 죽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능천한의 입가에 냉소가 떠올랐다.

[, 이제보니 벽향, 혈영군(血影君)이란 작자들과 한통속이었군!]

[크흐흐흐... 과연 영특하군!]

--- --- !

--- --- 우웅!

금룡신장에서 벼락치듯이 강기가 쏟아졌다.

금빛을 띄운 검인(劍刃)같이 예리한 강기였다.

--- 르르르---!

그 순간,

능천한의 신형이 십여 개로 흩어졌다.

--- --- !

금룡신장의 금룡통천강기가 여지없이 빗나가고.

[수라잔영보(修羅殘影步)... 네가 어떻게 수라천극존(修羅天極尊)의 무공을...]

통천금룡제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졌다.

[호기심이 많으신 분이군!]

--- --- !

--- 츠츠츠츳!

능천한의 냉갈 속에서 새파란 륜영(輪影)이 뇌전(雷電)같이 쏟아졌다.

륜영을 대한 통천금룡제는 사색이 되었다.

[... 패천신륜(覇天神輪)!]

그리고,

--- --- 우웅!

--- 르르르르릉!

통천금룡제는 사력을 다해 금룡통천강기를 내쳤다.

--- 쿠쿠쿵!

--- 르르르릉!

천지멸렬의 굉렬한 폭음!

새파란 페천신륜의 륜영에 부딪힌 금장(金杖)이 박살이 나서 부서져 나갔다.

[--- !]

--- --- !

그중에서 한 마디 답답한 신음이 터지고 통천금룡제의 신형이 까마득히 허공으로 치솟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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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一 章

 

                 아름다운 刺客

 

 

 

--- --- !

--- --- --- !

굉렬한 폭음이 터졌다.

--- --- !

와르르르르---!

산더미같은 거석들이 공기돌같이 튕겨져 올라갔다.

높직한 석벽,

석벽 아래부분의 무너져 내린 동굴에서 만근화약을 터뜨린 듯한 굉음이 일었다.

[--- 우우!]

뻥 뚫린 동굴에서 웅휘한 청룡음이 터졌다.

그와함께,

스스스슥!

동굴로부터 한 명의 황포청년이 날아 나왔다.

찢기고 피에 젖은 황포.

산발을 한 머리와 더부룩한 수염.

그러나,

--- !

뇌전같이 흐르는 안광이 그 청년에게 있었다.

[열흘하고도 사흘이 걸렸다.]

황포청년은 힐끗 무너진 동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바로 능천한이었다.

그의 눈에는 깊은 감회가 서려 있었다.

[난경중에서 기연을 얻었으니... 서운함은 없으나...!]

능천한의 눈빛이 아주 무거워졌다.

[본문을 이리 한 자들에게... 그 빚을 받아 내고 말리라!]

스스--- 스슥!

능천한은 걸음을 옮겼다.

 

---천극수라영(天極修羅影).

 

수라문(修羅門) 제이대장문인인 수라마영대제(修羅魔影大帝)가 창안한 경공 절기다.

능히 천하오대경공에 낄 수 있는 절경경공!

[아버님께 별일이 없으신지...!]

화르르르---!

능천한의 몸이 선풍을 몰아 분지를 날아 나갔다.

그의 몸은 그대로 섬전(閃電)이었다.

 

능천한(陵天漢)!

그는 패천동부(覇天洞府)에서 수라천존경(修羅天尊經)을 연마했다.

수라천존경에는 무려 이십여 가지 신공 절기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수라존(修羅尊)에서 수라천극존(修羅天極尊)에 이르는 동안 첨가된 신공절기들이 모두 수라천존경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수라천존경의 무공들은 하나같이 신랄하고 패도적이었다.

특히,

그중 가장 마지막에 적힌 묵황굉벽뢰(墨荒宏霹雷)는 압권이었다.

천하제일(天下第一)!

다만 두들겨 부수는데 있어서는 무황굉벽뢰이상의 기공이 없을 것이다.

그는 수라천극존 덕택에 천지이교가 관통되었고,

그 덕분에 그는 패천동부에 들어갈 때보다 몇 갑절 강해져 있었다.

[!]

갑자기 능천한의 신형이 급히 멈추어 졌다.

그의 두눈은 분노와 경악으로 형형하게 빛을 뿌렸다.

폐허(廢墟)!

처창한 폐허가 그의 눈앞에 있는 것이다.

웅장하던 전각들이 석가래만 남고 무너지고 불타있으며 깨어진 기왓장만이 어지러이 널려 있는 대폐허가 있었다.

그곳은 바로... 열흘 그 이전만 해도 절대 불가침의 성역이던 패천신문(覇天神門)!

바로 패천신문(覇天神門)의 잔해였다.

[... !]

능천한의 입에서 무거운 신음이 흘렀다.

(어느 놈이기에... 본문을 이같이 만들었는가?)

능천한은 꿇어 오르는 분노와 격정을 안으로 삭여갔다.

--- ! --- !

그는 대폐허가 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

--- 드드득! --- 수수!

능천한의 발밑에서 돌조각들이 모래로 부수어졌다.

그의 분노, 그의 터져 나오는 격정이 그렇게 삭아들고 있는 것이다.

패천동부...

그 안에서의 열 며칠간의 시각.

그것이 능천한에게 격정을 삭일 여유를 갖을만한 성숙을 주었다.

[...!]

그의 봉목은 냉철하게 빛나고 있었다.

(본문의 문도들은... 벽향, 그 계집의 극독에 중독되어 변변히 대항도 못하고 당했으리라!)

그는 사위를 둘러보았다.

어디에도 시신이 보이지를 않고 여러 사람이 오고 간 흔적이 보였다.

(무림동도들이 다녀가면서 문도들의 시신을 거두었을 것이다!)

능천한은 묵묵히 패천신문의 후원이었던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 정답던 생가(生家)!

그것이 폐허가 되어 있는 것이다.

무너진... 처참한 패천신문의 잔해를 보며 능천한의 내부에서는 화산(火山)이 생기고 있었다.

한번 터져 나오면 천지를 뒤흔들어 놓을 분노의 화산이...

(아버님이 다녀가신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능천한은 아버지 패천황룡 능붕비를 생각했다.

(혹시...!)

그의 내부에서는 불안의 그림자가 뭉클뭉클 솟아 오르고 있었다.

 

능천한은 어느덧 후원에 이르러 있었다.

[...!]

문득,

능천한은 발길을 멈추었다.

그의 시선은 정원이 있던 후원의 한쪽에 머물렀다.

--- !

무덤이 있었다.

그것도 수백 명이 묻혔음직한 거대한 봉분이 있었다.

만든지 얼마 되지 않는 듯,

붉은 진흙이 채 마르지도 않은 봉분이었다.

한데,

(여인(女人)...!)

능천한의 시선은 의아함을 싣고 봉분 앞에 머물렀다.

여인(女人).

삼단같은 머리를 늘어뜨리고.

하얀 소복(素服)을 걸친 여인이 봉분 앞에 꿇어 앉아 있었다.

울고 있는가?

소복여인의 동그스름한 어깨가 소리없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녀의 무릎 앞에는 까맣게 탄 지전의 재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

--- ! --- !

능천한은 헛기침을 하며 소복여인의 뒤로 다가갔다.

[... ...!]

가까이 다가가자 여인의 나지막한 흐느낌이 들려왔다.

[소저... 소저는 뉘신데... 이곳에서 이러고 계십니까?]

능천한이 소복여인의 등뒤로 서며 물었다.

[...!]

그러자 여인은 흐느낌을 멈추었다.

[소녀는 죄인입니다!]

[죄인(罪人)?]

능천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 소녀는... 은혜를 원수로 갚은 죄많은 계집입니다. 흐흑...!]

[소저...!]

능천한은 당황했다.

생전 처음 여인의 눈물에 접했기 때문이다.

[소저 고정하십시오!]

능천한은 여인의 가녀린 어깨를 다독여 주려 여인에게로 바짝 다가섰다.

그때였다.

--- 스스---!

순간적으로,

(살기(殺氣)!)

능천한은 가공할 살기를 느꼈다.

그것은 바로 소복여인에게서 빨리 나오는 것이었고,

--- --- !

--- --- 파팟!

거의 동시에 여인의 교수가 살기의 폭풍을 일느켰다.

[그대가!]

--- !

능천한이 대갈하며 벽력같이 몸을 뒤로 펼쳤다.

폭죽이 터져 나가는 듯한 신법(身法)!

---천극수라영(天極修羅影).

그러나,

[--- !]

--- 다탕!

십 장 밖으로 튕겨져 나가던 능천한의 몸이 허공애서 뚝 떨어졌다.

지면에 나뒹군 능천한의 가슴이 시뻘건 선혈로 물들었다.

그의 가슴...

그곳에는 초생달 모양의 비수가 깊숙이 박혀 있었다.

[... 월아밀살비(月牙密煞匕)!]

능천한이 치를 떨며 몸을 일으켰다.

신월(新月)형의 비수!

그것은 바로 월영천존(月影天尊)의 독문암기였던 월아밀살비(月牙密煞匕)였다.

[가랏!]

--- 르르르!

--- 파팟!

휘청이는 능천한을 향하여 소복여인이 벼락같이 덮쳐들었다.

그녀의 전신에는 칼날같은 강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벽향(碧香)! 네년이...]

--- --- !

능천한의 입에서 경악성이 서린 노갈이 터졌다.

소복여인...

그녀는 벽향(碧香)이라고 불리는 여인이었다.

극히 아름답고 기품있고 미인이나 사갈의 마음을 지닌 여인...

능붕비를 암습했던 바로 그 벽향이라는 시녀였다.

[--- !]

그리고,

스스스스스--- !

능천한의 신형이 일시에 십여 개로 갈라졌다.

 

---수라잔영보(修羅殘影步)!

 

수라천존경(修羅天尊經)상의 보법.

그러나,

--- 팟팟!

[! 무형살인강(無形殺人罡)!]

선혈이 확 튀며,

능천한의 잔영(殘影)이 일시에 사라졌다.

그의 왼쪽 어깨부위가 무형무성의 강기에 가격당하여 으스러진 것이다.

[나를 용서해다오!]

소복의 벽향이 괴로운 어조로 말하며 교수를 쭉 내뻗었다.

--- 이잉!

무형의 막강한 강기가 휘청이는 능천한의 가슴으로 밀려갔다.

[...]

피할 여유도 없었다.

능천한은 이를 악물며 가슴으로 무형살인강을 맞받아갔다.

--- !

강기가 능천한을 가격하는 순간 맑은 금속성이 터졌다.

무형살인강이 능천한의 가슴에 들어있던 패천신륜(覇天神輪)에 부딪친 것이다.

[!]

의외의 결과에 벽향의 신형이 움찔했다.

물실호기!

[으음! 벽뢰섬(霹雷閃)! 만절환(萬絶幻)!]

능천한의 벼락같은 대갈이 터졌다.

--- --- !

--- --- !

낙뢰(落雷)같이 흐르는 강륜(),

천가닥! 만가닥으로 쪼개져 날아가는 강륜()...

패천대륜오절식(覇天大輪五絶式)이 펼쳐진 것이다.

[!]

--- 르르르르!

벽향은 실색하며 교구를 떨궜다.

그러자,

벽향의 교구는 유성이 흐르듯이 삼십 장 밖으로 빠져 나갔다.

실로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경공이었다.

그러나...

[가지 못한다!]

능천한이 대갈을 질렀다.

부상당한 몸이나 능천한에게서는 분노의 폭류가 터져 솟구치고 있었다.

[--- !]

--- --- !

--- --- 우웅!

!

일시지간에 천지가 새파란 륜영(輪影)으로 뒤덮였다.

일시에 백 장 방원이 륜()으로 뒤덮이다니...

[! ... 패천신륜(覇天神輪)!]

삼십 장 밖으로 물러났던 벽향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졌다.

 

---패천신륜(覇天神輪).

 

천하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라도 잘라낸다는 절대신병!

그것이 이백 년만에 세상에 나타난 것이다.

[--- !]

벽향이 사력을 다해 몸을 떨쳤다.

그러자,

일거에 그녀의 몸이 오십 장 밖으로 쏟아져 나갔다.

가공할 경공,

그러나,

--- --- 파팟!

--- !

[...]

선혈이 확 튀었다.

벽향의 왼쪽 젖가슴이 둘로 쪼개지며 선혈이 확 퍼져 나간 것이다.

패천신륜의 예기(銳氣).

그 앞에서는 어떤 호신기공도 견뎌내지 못한다.

--- 르르르!

젖가슴이 쪼개진 벽향은 이를 악물며 교구를 비틀었다.

그러자,

그녀의 교구는 다시 일거에 오십여 장을 날아 멀리로 날아갔다.

[아버님의 신상에 일어난 일을 알고 있는 계집... 놓칠 수 없다!]

--- --- !

능천한도 지체없이 몸을 날렸다.

그러나,

[!]

허공을 날던 능천한은 몸을 휘청하며 떨어졌다.

[으음...]

그는 가슴을 움켜쥐며 지면으로 내려섰다.

월아밀살비에 찔린 상처가 의외로 깊었던 것이다.

[분하지만...]

능천한은 벽향이 날아간 곳을 노려보며 월아밀살비를 가슴에서 뽑아내었다.

월아밀살비가 조금만 더 옆에 찔렀으면 심장에 찔려 죽사할 뻔한 중상이었다.

[...]

능천한은 검미를 부르르 떨며 가슴을 눌렀다.

벽향에게 당한 두 곳의 상처는 그리 간단히 치료될 상세가 아니었다.

그때,

츠츠츠츠츳!

--- --- 이잉!

가공할 살기가 무지개같이 피어 오르고 사위에서 수십 줄기의 인영들이 유령같이 일어나 능천한을 짓쳐왔다.

(전문살수들이다.)

능천한의 검미가 꿈틀했다.

그자들은 절묘한 은신술로 잠복해 있어서 능천한이 미처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스스스슥!

능천한은 고통을 누르며 기쾌하게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그러나,

--- 애액!

--- !

한 줄기 은사(銀絲)가 스치며 능천한의 옆구리에 선혈이 튀었다.

그것은 사망은사(死亡銀絲)라는 은밀한 암기의 일종이다.

(빨리 결판을 내자!)

허공에서 몸을 비튼 능천한의 두눈이 차갑게 빛났다.

--- --- !

츠츠츠--- 츠츳!

그의 눈에

득달같이 덮쳐드는 장한들이 들어왔다.

하나같이 감정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냉혈살수들이었다.

마치 늑대같은...

[천중압(天重壓)!]

능천한은 일성폭갈과 함께 손에 들린 패천신륜(覇天神輪)을 그어내었다.

--- 이잉!

--- --- !

일시에 천지사위가 천만근의 무게를 지닌 륜영(輪影)으로 뒤덮었다.

패천대륜오절식(覇天大輪五絶式)의 삼식이 패천신륜으로 펼쳐진 것이다.

--- --- 자작!

--- --- 가각!

[...]

[...]

! --- !

달려들던 살수들이 폭풍에 휘말려 나뭇잎같이 나뒹굴었다.

그들의 사지가 무기(武器)와 함께 도막으로 갈라졌다.

일시에 수십 명이 전멸한 것이다.

실로,

패천신륜의 위력은 가공스러웠다.

그 예기 앞에서는 견디어나는 것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살수들은 한 마디 신음도 내지 않고 죽었다.

극도의 훈련을 받은 자들이기에 그러하리라.

[지독한 자들이군. 두려움이나 고통이라는 것을 아예 모르는 듯하니...]

능천한은 혀를 차며 지면으로 내려섰다.

그때였다.

[...]

갑자기 능천한의 몸이 굳어졌다.

어떤, 지극히 강한 힘이 그의 주위에 나타난 것을 느낀 때문이다.

(가공할 기도(氣道)... 누구인가?)

능천한은 가슴이 떨림을 느끼며 천천히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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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 章

 

                    風雲을 孕胎하는 女人

 

 

 

 

화르르---!

타--- 다--- 다닥!

시뻘건 화마(火魔)가 넘실거린다.

천검성(天劍城),

그 웅자가 거화(巨火)에 휘말려 들어가고 있다.

[크하하하하...! 혈종(血宗)의 영화를 위하는 길이다. 죽여랏!]

[크하하하하!]

차--- 차--- 차창---!

[크--- 아--- 악---!]

[아--- 아악---!]

터져 솟구치는 피(血)!

넘실거리는 화마 속에서 천검성도들이 허무하게 쓰러져 갔다.

끊어져 나뒹구는 팔다리,

터져 흐르는 내장,

선혈!

혈광(血光) 속에 스러지는 영혼들,

[크하하하...!]

[크크크크...]

아수라혈귀들같이 날뛰는 혈의인(血衣人)들이 있다.

피(血)에 굶주린 자들,

흡사 이리같지 않은가?

천검성(天劍城)의 후원,

[비켜랏! 네놈들에게 쓰러질 천검성이 아니다.]

위--- 이잉!

피눈물을 흘리는 여인이 있다.

그녀의 손에서는 미친듯이 검광(劍光)이 흩뿌려지고 있었다.

흐트러진 머리,

찢어진 치마사이로 드러난 뽀얀 허벅지...

흐트러질대로 흐트러진 몸매의 여인,

그러나,

너무도 아름다운 미모의 여인이었다.

 

-천검미후(天劍美后) 나설련(羅雪蓮),

 

천하오대미인(天下五大美人)에 드는 천검일미(天劍一美)가 그녀였다.

[헤헤! 아랫도리가 녹아드는 것 같다!]

[크캘캘! 천하명물이다!]

[크... 이제껏 많은 계집을 맛보았으나 저만한 계집은 처음이다.]

[헤헤! 고년! 사람 미치게 만드는구나!]

휘르르르---! 츠츠츠츠!

휘--- 이이잉---!

나설련을 둘러싸고 희롱하는 자들...

하나같이 시뻘건 혈포를 입은 자들인데 음탕한 시선으로 나설련의 허벅지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이... 죽엇!]

츠츠츠츠---!

파파파--- 팟!

나설련은 치욕에 몸을 떨며 보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이성을 잃은 그녀의 검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헤... 헤...]

찌... 지직!

[악!]

한 혈의인이 나설련에게 접근하여 그녀의 가슴섶을 잡아챘다.

그러자,

출--- 렁!

너무나 풍만한 젖무덤이 물결치며 나타났다.

[으...!]

나설련이 이를 악물며 황급히 섬섬옥수로 젖가슴을 가렸다.

그러나 그녀의 젖무덤은 섬섬옥수로 가리기에는 너무도 풍만하였으니...

[헤헤! 젖통도 천하일품이다!]

[고것... 으그그... 사람 죽이는구나!]

혈의인들의 눈이 음욕으로 시뻘개졌다.

[으으... 죽... 죽인다!]

나설련의 옥용이 치욕으로 새빨개졌다.

그때,

스--- 스슥!

파--- 아악---!

한 줄기 혈영(血影)이 허공에서 나설련에게 내려 꽂혔다.

[악---!]

크--- 우--- 웅!

실색한 나설련은 어찌 해보지도 못하고 마혈이 짚여 나뒹굴렀다.

모로 나뒹군 나설련의 치마가 걷혀지고,

뽀얗고 풍만한 허벅지와 빨간 속곳이 드러났다.

스스스슥!

그와 함께 장내에 혈영(血影)으로 둘러싸인 중년인이 내려섰다.

[궁주!]

[궁주님을 알현합니다.]

혈의인... 혈영궁도들이 일제히 혈영군에게 무릎을 꿇었다.

혈영궁(血影宮),

혈영염제(血影閻帝)의 저주가 다시 피어 오르는가.

[흐흐흐...]

혈영군은 음악하게 웃으며 쓰러진 나설련에게 다가섰다.

찢어진 저고리사이로 드러난 투실투실한 젖무덤,

미끈한 허벅지...

그 사이로 붉은 천에 가려진 두툼한 둔덕...

혈영군의 두눈이 음욕으로 달아올랐다.

그자의 아랫도리가 불끈 치솟고 있었다.

[크크... 천검미후(天劍美后)... 과연 천하오대미인(天下五大美人)에 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미태로구나...]

혈영군은 색욕에 뻘개진 눈을 하고 나설련에게 다가갔다.

[다... 다가오지 마랏!]

나설련이 눈물을 흘리며 교갈을 질렀다.

그러나,

찌--- 직!

[악!]

혈영군은 거칠게 나설련의 하의를 찢어 내었다.

그러나, 퍼질대로 퍼진 풍만한 둔부와 작은 속곳으로 가려진 두둑한 두덩이가 혈영군의 눈에 확 들어왔다.

[으흐흑! 안... 안돼... 아... 악!]

[흐흐...]

혈영군은 묘한 웃음을 흘리며 나설련의 중지를 가린 고의를 잡아챘다.

찌--- 지직!

붉은 고의가 맥없이 찢겨 나갔다.

그리고,

[흑!]

혈영군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미끈한 허벅지가 보이는 곳,

그곳에는 숲(林)이 있었다.

계곡을 가득 뒤덮은 방초림(芳草林)이 있었다.

파르르르...!

방초가 흔들린다.

칙칙한 색마의 입김에 처녀림이 떨린다.

처녀림의 안쪽,

붉은 이슬을 머금은 환락의 샘이 거기 있었다.

[아흑! 놓... 놓아랏!]

나설련은 혈영군의 음탕한 손길 아래에서 몸부림을 쳤다.

[흐흐흐...!]

혈영군의 손길은 나설련의 허벅지를 벌리고 들어갔고,

[으...!]

그때마다 나설련은 송충이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에 몸서리를 쳤다.

그리고,

[아--- 흐윽!]

나설련은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렀다.

혈영군은 그녀의 왼쪽 젖무덤을 덥썩 베어 물었던 것이다.

나설련은 젖가슴이 떨어지는 고통에 몸을 떨었다.

혈영군은 무자비하게 나설련의 젖가슴을 유린했다.

그녀의 풍만한 젖무덤이 이빨자국으로 난자당하고 혈영군의 손아귀에 터질 듯이 주물러졌다.

[으... 흑... 아아...!]

점차,

나설련의 입에서 간헐적인 교성이 흘렀다.

또한 그녀의 나신은 간간이 묘한 파문을 일으키며 흔들렸다.

실로 기이했다.

분명코 타의로 욕을 당하는 것이다.

혈영군의 손길아래 유린당하면서 알 수 없는 쾌감이 파문같이 번져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흐흐흐...!]

혈영군은 나설련의 젖가슴에서 얼굴을 떼며 득의의 음소가 떠올랐다.

이어, 그의 손길은 나설련의 세류요를 더듬고 그의 얼굴은 점차 나설련의 하복부로 내려갔다.

[아아... 흑!]

나설련의 악다문 이빨사이로 앓는 듯한 신음이 흘렀다.

본능(本能)과 이성(理性)이 그녀 안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으흐! 조것!]

[헤헤... 고년! 사람미치게 만드는구나!]

둘러선 혈영군의 마도들이 개침을 흘렸다.

혈영군에게 유린당하는 나설련의 나신을 노려보며 혈영궁의 마도들의 두눈이 발정한 짐승같이 시뻘개졌다.

[아흐흑!]

나설련의 입에서 숨넘어 가는 비명이 터졌다.

그녀의 벌려진 옥주가 사시나무 떨듯이 떨렸다.

혈영군의 머리가 나설련의 방초 우거진 비곡에 이른 것이다.

[흐흐흐...!]

[아아... 학... 아흑...!]

부끄러운 곳을 혈영군에게 유린당하며 나설련은 연이어 숨넘어 가는 신음을 흘렸다.

처녀지신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자극이 가해지는 것이다.

[흐흐... 극락으로 보내주마!]

나설련의 허벅지 사이에서 고개를 든 혈영군은 나설련의 나신 위로 몸을 끌어올렸다.

[아...!]

나설련은 파괴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도 알지 못하고 혼미 속에 헤매였다.

바야흐로,

혈영군의 음탕한 손길에 나설련의 청백이 깨어질 순간이었다.

위기의 순간,

[더러운 사내 놈들!]

거창한 여인의 교갈이 장내를 뒤집었다.

[크--- 윽!]

[웨--- 엑!]

혈영궁도들이 입에서 선혈을 토하며 휘청였다.

그만큼 여인의 일갈에 지독한 내공이 실려 있었던 것이다.

[누... 누구냣!]

혈영군은 나설련의 몸에서 벌떡 일어났다.

욕정은 이미 찬물을 뒤집어 씌운 듯이 사라진 후였다.

화르르---!

콰--- 콰--- 쾅!

번쩍 고개를 든 혈영군의 머리통 위로 가공스런 위세의 강기가 쏟아져 내렸다.

[우--- 웃!]

콰르르!

혈영군은 질겁을 하며 혈영강기(血影강氣)를 마주 짓쳐 내었다.

그러나,

촉망이라 그는 반푼의 힘밖에 쏟지 못했다.

콰--- 콰--- 쾅!

화산이 폭발하는 굉음이 터졌다.

[어--- 이쿳!]

[크--- 아!]

콰--- 다탕!

우--- 르르르!

폭발이 일면서 일어난 경기의 파동에 혈영궁도들이 피를 뿌리며 나뒹굴었다.

[크--- 윽!]

그중에서 혈영군의 고통스런 신음이 들렸고,

이어 날리는 사석 속에서 혈영군이 비칠비칠 걸어 나왔다.

화르르르---!

쐐--- 애--- 액!

낭패한 혈영군의 눈에 나설련의 나신을 허리에 끼고 까마득히 치솟는 자의궁장여인이 보였다.

사십정도 되었을까?

나이답지 않은 절륜한 미모와 황후(皇后)의 기품이 있는 중년미부였다.

휘--- 이잉!

중년미부는 나설련을 안은 채 삽시에 까마득히 사라져 갔다.

[기다리거라! 여황후예(女皇後裔)가 네놈의 목을 따러 가리라!]

멀리서 중년미부의 싸늘한 일성이 들렸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혈영군의 안색이 시커멓게 변했다.

[여... 여황교주(女皇敎主)... 천환여제(天幻女帝)...!]

혈영군의 입에서 낭패한 목소리가 들렸다.

소태를 씹은 표정으로...

 

---여황교주(女皇敎主) 천환여제(天幻女帝)!

 

그는 또 누구인가?

[으... 예상치 못한 변수... 저 늙은 노파가... 살아 있었다니...!]

혈영군의 안색이 아주 어두워졌다.

또 다른 변수가 있었는가?

 

X X X

 

높은 산봉!

휘르르르---!

거친 산풍이 산봉을 훑고 떠나갔다.

[...!]

한 명의 노인이 산봉 위에 서 있다.

심기가 깊어 보이는 백의노인...

그는 곤혹스런 표정으로 야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파르르르---!

무엇 때문인지 백의노인의 안면에 경련이 일었다.

그리고,

[휴...!]

백의노인이 한숨을 토해 내었다.

[틀렸다. 무황성(武皇星)과 천강성(天罡星)이 사라지지 않다니...!]

백의노인의 안색은 추하게 일그러졌다.

[십 년의 세월을 각고했건만 패천(覇天)의 쌍성(雙星)을 어쩌지 못하고 오히려... 더 강하게만 만들어 주었다.]

그의 안색은 아주 어두워졌다.

[계획이 초반부터 빗나가고 있다. 이 사실을 혈종께서 알면 단죄가 있으리라...]

한숨을 쉬는 백의노인...

그는 쌍극천효(雙極天梟)라고 불리는 사도제일뇌(邪道第一雷)였다.

그자의 교활한 얼굴에 짙은 고뇌의 빛이 흘렸다.

[영라... 그아이마저 애비를 버리다니...]

쌍극천효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천강성이 황산을 벗어나려 한다. 황산을 벗어나기 전에 천강성을 쓰러뜨려야 한다!]

쌍극천효는 차갑게 중얼거렸다.

그자의 눈빛은 더할 수 없이 음침했다.

 

X X X

 

휘--- 이--- 잉!

스스스스--- 스!

야풍(夜風)!

[으... 빨리 가야만 한다!]

화르르르---!

야풍을 타고 전광같이 흐르는 인영이 있다.

그 인물은 도인(道人)이었다.

백발을 허리까지 흐트러뜨린 노도인(老道人).

한데,

아! 그 노도인은 무릎 아래의 다리가 없었다.

어떤 예리한 병기가 노도인의 다리를 싹둑 잘라버린 것이다.

그러나,

스스--- 스스!

화르르르--- 르!

다리가 잘렸음에도 노도인은 뇌전같이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그는 이미 대라지경(大羅之境)에 든 초절정의 고수였던 것이다.

더군다나,

그는 양팔로 누군가를 안고 있었다.

그의 팔에 안긴 사람은 소녀였다.

극히 아름다운 소녀이나... 안색이 백지장같이 하앴다.

아마도 중병을 앓고 있는 듯이...

[사... 사부님... 황산(黃山)은 아직도... 멀었사옵니까?]

소녀가 미약한 목소리로 물었다.

[영라(瓔羅)야... 조금만... 조금만 더... 참아다오...]

노도인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크으... 태옥(太玉)... 그 못난 놈이... 암산을 하지만 않았어도...!]

화르르르---!

노도인은 다리가 잘린 채로 허공을 갈랐다.

그가 병든 소녀와 날아가는 곳,

그곳에는 황산(黃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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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十七 章

 

               찬란한 太陽

 

 

 

어느 분이 오셨소?”

뇌옥 안쪽으로부터 누군가의 음성이 들렸다.

염무위는 정신을 퍼뜩 차리고 대꾸했다.

노부일세!”

이어 그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또 하나의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형님!”

태상장로님!”

철문 안쪽에 갇혀 있던 백여 명의 인물들이 분분히 일어섰다.

이검엽도 염무위를 따라 들어와 그 인물들을 살펴보았다.

염무위의 추종자들은 대부분 육십 세 이상의 고령자들이었다.

한 눈에 봐도 그들이 절정의 경지에 이른 고수들임을 알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홍의와 청의를 입은 백령공 또래의 노인은 특출해보였다.

홍령공(紅靈公)과 청령공(靑靈公),

바로 그들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백 세가 넘은 노인들이었다.

(천외천궁의 진정한 힘은 천존군영대 따위의 젊은 놈팽이들이 아니라 바로 이들 노장들이다. 이들의 힘은 천존군영대보다 십() 배는 강한 것이다!)

이검엽은 그들을 보며 내심 중얼거렸다.

그때 염무위가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우님들에게 이분 천황성수 이공자를 소개하겠소.”

! 천황성수(天荒聖手)!”

중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검엽에게 모아졌다.

그리고 이검엽을 본 순간 그들은 느낄 수 있었다.

고금제일(古今第一)의 영웅(英雄),

젊은 기협(奇俠)으로 자신들의 난국을 타개해줄 인물,

그의 참() 면목을...

이검엽은 정중히 포권했다.

이검엽이라 하외다. 지도와 편달 있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 늙은이들이야 말로 가르침 있으시길 바라오.”

청령공과 홍령공이 중인들을 대표하여 인사를 했다.

! 모두 앉게나.”

염무위의 말에 중인들은 이검엽 주위로 몰려와 앉았다.

그리고 나직하고 비밀스런 대화가 오갔다.

그 누구도 그들의 대화를 엿듣는 자는 없으리라.

그 사이 중인들의 눈길은 마치 빨려들 듯 이검엽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절대적인 신망(信望)을 담은 채,

 

***

 

그르르... !

석문(石門)이 열리며 들어서는 인물,

이검엽이었다.

작은 뇌옥(牢獄) 안에는 여러 가지 형구(刑具)가 놓여 있고,

송진 횃불 하나가 그을음을 내며 타오르고 있었다.

뇌옥이라기보다는 형장(刑場)을 연상시키는 곳,

그곳에 한 명의 인물이 있었다.

이검엽이 들어선 문의 맞은편 석벽에 전라여인(全裸女人) 한명이 쇠사슬에 묶여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죽은 듯 축 늘어진 여인의 나신,

섬세한 곡선이 두드러진 훌륭한 몸매였다.

나긋나긋하면서도 몽클한 것 같은 감촉이 시각(視覺)만으로도 전해지는 것 같았다.

백옥지신(白玉之身),

특히 그녀는 피부가 백옥처럼 고왔다.

하지만 그 백옥지신은 지금 끔찍한 상흔만이 남아 있었다.

멋대로 휘갈긴 듯한 수많은 채찍 자국,

살갗이 타들어간 인두자국 등,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을만큼 그녀의 나신은 상처를 입고 있었다.

불쌍한...”

이검엽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죽은 듯 늘어져 있던 여인이 꿈틀했다.

이어 그녀는 악에 받친 듯 소리쳤다.

더러운 놈들! 차라리 죽여다오!”

휴우...”

이검엽은 한숨을 내쉬며 손을 쳐들었다.

스스스...!

그러자 쇠사슬은 모래와 같이 부서져 내리고

여인의 몸은 둥실 떠오라 이검엽의 팔에 안겼다.

... 누구?”

그제야 여인은 흠칫하여 힘겹게 눈을 떴다.

나요 검지(劍芝)!”

이검엽의 나직한 부름,

... 공자님!

여인은 바로 검황종(劍皇宗)의 손녀인 매검지(梅劍芝)였다.

공자님! 공자님! 흑흑...”

그녀는 이검엽의 품에 안긴 채 오열을 거듭했다.

가엾은 것... 섣불리 천외천궁주에게 달려들 것을 걱정했더니...”

이검엽이 다독이자 그녀는 오열과 함께 부르짖었다.

흑흑... 참을 수가... 참을 수가 없었어요!”

이검엽은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오빠가 누이에게 하듯 위로했다.

걱정하지 마라. 검황종 노선배님의 원한은 내가 갚아줄 것이니...”

공자님...!”

매검지는 그의 품에 안긴 채 하염없이 흐느꼈다.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풀릴 때까지...

 

***

 

심야(深夜),

화려한 전각(殿閣) 한 채가 달빛 아래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

커억!”

전각 주위에 매복하고 있던 십여 명의 금의인들이 돌연 쓰러졌다.

------!

!

아무런 까닭도 없이,

그 직후,

스스스...!

마치 유령처럼 한 명의 백의인이 장내에 나타났다.

이검엽이었다.

금의인들이 쓰러져간 이유는 뻔했다.

이심제기(以心制氣).

그 가공할 무공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이검엽은 자기 집인 듯 유유히 걸어 전각으로 다가갔다.

(이곳에 금령시위대장인 금령무존(金靈武尊)이라는 자가 머문다고 했겠다!)

스르륵,...

그가 다가서자 전각의 문은 그대로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누구냣!”

전각 안쪽에서 일성 냉갈이 터져 나왔다.

(역시 범상치 않은 자로군.)

이검엽은 내심 감탄해 마지않았다.

누군가 전각의 깊숙한 내실에 있으면서 입구의 기척을 알아차렸다.

그것만으로도 그 인물이 지닌 무공의 깊이를 짐작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검엽은 태연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런 그를 막는 자는 없었다.

(자신의 무공에 대단한 자부심을 품고 있겠구나. 경호조차 거부하는 것을 보면...)

하나 둘 쯤이라도 있음직한 호신무사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 전각 안,

이검엽은 그곳을 가로질러 어느 방 앞에 이르렀다.

화려한 침실,

한 명의 노인(老人)이 침대에서 내려와 이검엽을 맞이했다.

건장한 체구에 대추빛 안색, 수염을 길게 길러 의젓한 풍모를 풍기는 노인이다.

전설 속의 관운장(關雲將)을 연상케 하는 인물이다.

누군데 감히 본존의 처소에 난입하는가?”

노인은 쩌렁쩌렁한 음성으로 일갈했다.

!”

하지만 노인은 이내 대경실색했다.

이검엽과 마주한 순간 가이 없는 창공(蒼空)을 대하는 듯한 느낌을 받은 때문이다.

이검엽에게서는 거칠면서도 유연하며 그 끝을 알 수 없는 대해와도 같은 기도가 느껴진다.

노인은 숨이 막히는 듯한 압박감을 받았다.

... 귀하는 누구신가?”

그는 형용키 어려운 감정을 담은 시선으로 이검엽을 응시했다.

이검엽이 되물었다.

그대가... 금령무존이신가?”

노인, 금령무존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소. 한데 귀하는 누구신가?”

이어진 그의 질문에 이검엽은 나직이 대답했다.

천황(天荒)에서 온 사람이오.”

... 그렇다면 천... 천황존신(天荒尊神)이란 말인가?”

금령무존은 부르짖듯 되물었다.

천황에서 온 것은 확실하나 존신(尊神)이란 칭호는 과분하오.”

그러나 그 순간 금령무존은 확신할 수 있었다.

눈앞의 인물이 전설 속의 천황존신(天荒尊神)임을...!

그는 신음하듯 뇌까렸다.

으음... ... 전설이 사실이었는가?”

그런 그의 뇌리를 스치는 전설...

 

중원(中原)이 한 가닥 신음조차 끊이고,

혼돈(混沌)의 혈야(血夜)가 억겁()을 지나려 할때,

돌연 한 줄기 외로운 그림자(孤影)!

천황(天荒)으로부터 오다.

절대금검(絶代金劍)의 광휘!

천세(天世)를 초월(超越)하고...

()을 꺾고 기()를 빼앗겼던 천만군협(千萬群俠)!

하나로 환호하며 우러러 받들다.

절대존명(絶代尊名)!

 

-----천황존신(天荒尊神)------

-----천황존신(天荒尊神)이시여-------

 

어느덧 금령무존은 사색이 되었다.

천황존신의 출현-------

전설은 사실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천외천궁의 종말을 고()함이 아닌가?

그때 이검엽은 나직이 말했다.

대의(大義)를 위하여... 그대를 제거해야겠소!”

------ !

쏴아아...!

순간 무형의 극강한 힘이 금령무존을 휩쓸었다.

...!”

금령무존은 부르르 경련했다.

그러면서도 일신의 공력을 모두 쏟아내어 맞섰다.

금령천강공(金靈天罡功)------!”

콰르릉...!

콰쾅------!

실로 엄청난 힘()이 실린 금광(金光)이 금령무존의 쌍장에서 폭출 되었다.

스스스...!

하지만 금령천강공은 마치 바다에 빠진 모래가루처럼 일시에 스러지고 말았다.

----- !”

동시에 그의 몸이 휘청했다.

분명 그는 멀쩡했다.

하지만 그는 알 수 있었다.

이미 자신의 내부가 완전히 박살이 나있음을,

그는 자신이 흔들리는 그림자를 보며 처절하게 부르짖었다.

... 천황존신...! ,... 궁주는... 때를 잘못 타고 났다.”

------ !

말을 맺기도 전에 그의 몸은 고목이 쓰러지듯 바닥에 나뒹굴었다.

“...!”

이검엽은 묵묵히 돌아섰다.

무심한 그의 시선은 여전히 담담하고 고요했다.

어느 사이엔가 그의 곁에는 홍, , 백의 태상장로들이 와 있었다.

아연실색!

그들은 저마다 경악으로 인해 부르르 경련했다.

(금령무존... 궁주 다음가는 고수가 단 일초의 저항도 못해보고...!)

(놀랍다! 딱히 손을 쓰지도 않았거늘 기()로써 금령무존 정도의 고수를 일거에 제거하다니...)

이검엽은 경악에 찬 그들의 시선을 뒤로하며 전각을 나섰다.

그러면서 눈을 들어 하늘을 응시했다.

이제... 궁주만 남았군!”

야공(夜空),

한 줄기 유성(流星)이 길게 꼬리를 그으며 서천(西天)으로 사라졌다.

마치 천예지(天刈芝)가 죽었던 밤처럼,...

 

X X X

 

아침이 되었다.

... !”

눈을 뜨자마자 단목운뢰(丹木雲雷)는 검미를 찌푸렸다.

기이하게도 궁 전체가 쥐죽은 듯 조용했다.

(모두 어디로 갔는가?)

그는 침상에서 일어서며 창문을 열어 젖혔다.

창문 밖에도 역시 아무도 없었다.

늘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던 금령시위대는 모두 어디로 갔는가?

또 그 많던 시비들은 또 어디로 간 것인가?

문득 서늘한 봄바람이 그의 옷깃을 스쳤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나 혼자란 말인가? 천존군영대... 금령시위대... 전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때였다.

그의 눈에 한 명의 청년이 휘적휘적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깨끗한 백의(白衣)를 걸친 초탈한 용모,

허리에는 비스듬히 초라한 고검(古劍)을 걸고...

단목운뢰는 흠칫했다.

(묵령신검(墨靈神劍)! 저것이 어떻게...!)

그 사이 청년은 창문에 가까이 다가왔다.

단목운뢰는 새삼 감탄을 금치 못했다.

(초탈하구나. 세속을 초월한 인물...!)

그때 청년이 정중히 포권했다.

궁주! 잠시 모시고 싶소이다.”

담담하고 낭랑한 음성,

단목운뢰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했다.

기꺼이 응하리다.”

이어 그는 이내 의복을 단정히 갖춘 후 밖으로 날아 나갔다.

귀공의 성함은?”

그가 묻자 청년은 간단히 대답했다.

이검엽이라 하외다.”

단목운뢰는 순간 흠칫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천황존신(天荒尊神)...!”

이검엽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과분한 칭호외다.”

그렇지 않소.”

단목운뢰는 고개를 저었다.

전설을 믿으려 하지 않았으나 귀공을 대하니 믿지 않을 수 없구료.”

이검엽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받았다.

명호(名號)... 한때 스치는 춘풍같이 허망한 것... 무엇이던 상관이 있겠소이까?”

이윽고 두 사람(兩人)은 나란히 걸었다.

본인을 어디로 인도할 참인가?”

단목운뢰의 물음에 이검엽은 선선히 대답했다.

궁주를 뵙고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소이다.”

단목운뢰는 짐작이 가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때가 아닌 모양이군.”

체념에서인가?

단목운뢰는 분명 자신의 종말을 깨닫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너무도 초연했다.

()과 사()의 개념을 이미 초월한 듯,

이검엽과 단목운뢰,

그들 두 사람은 지금 한결같이 똑같은 심정이었다.

감정의 대립이라든가 살심(殺心) 따위,

그런 것들은 이순간 전혀 가질 수 없었다.

십년지기(十年知己)인 양 그들은 온화한 미소를 지고 받을 여유가 있었다.

 

두 사람은 잠시 묵묵히 걸었다.

이윽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드넓은 연무장(鍊武場)이었다.

수천을 헤아리는 천외천궁도들이 연무장을 빽빽이 매운 채 두 사람을 주시하고 있었다.

문득 단목운뢰의 얼굴에 미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인간의 심리란... 조변모개와 같이 부지없는 것인 것 같소.”

궁주께서는 조금 더 일찍 그것을 깨달으셨어야 했소이다.”

이검엽의 말에 단목운뢰는 공허한 시선을 허공에 던졌다.

그 말이 맞소. 동감하는 바요.”

두 사람은 천외천궁도들의 시선이 집중된 채 높은 대위로 올랐다.

이미 예정된 자신의 종말을 느낀 것일까?

단목운뢰는 허허롭게 웃었다.

허헛... 본인이... 형님을 천주산에서 시해하고 돌아와 보니... 천외신존이 남긴 백팔십(百八十) 개의 점토판 중 마지막 팔백십번째 점토판이 사라진 것을 깨달았소.”

이검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점토판에 숨겨진 이치를 궁주께서는 곧 보시게 될 것이외다.

알겠소. 그럼...!”

단목운뢰는 말했다.

천외존극신강(天外尊極神罡)이라는 것이외다. 천외천궁의 일천년(一千年) 정화가 실린 것이오!”

콰르르------- !

쿠르르...!

돌연 천지를 함몰시킬 듯 거창한 강기의 소용돌이가 이검엽을 덮쳤다.

그것은 집채만한 바위라도 돌개바람에 휘말린 지푸라기처럼 날려 버릴 것만 같았다.

스스스...!

하지만 천외존극신강의 힘은 이검엽의 주위에 이르자 봄눈 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이검엽은 마치 아무 일 없었던 듯 무심한 표정 그대로였다.

단목운뢰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 대단하구려! 손도 쓰지 않고 어떻게 천외존극신강의 역도를 흩어버린 것이오?”

이검엽은 무심히 대답했다.

대천황존신강(大天荒尊神罡)이라는 것이었소이다.”

그랬었군.”

단목운뢰는 두눈을 빛내며 다시 말했다.

천극굉연대천황(天剋轟然大天荒)마저 보고 싶구려!”

보여 드리리다!”

이검엽은 고개를 끄덕였다.

스릉!

그는 천천히 절대금검을 뽑았다.

순간 찬란한 금광(金光)이 비무대를 가득 메웠다.

... 절대금검(絶代金劍)!”

단목운뢰는 놀라며 부르짖었다.

위잉-------!

츠츠츠츠...!

그 사이 절대금검은 이검엽의 손을 떠나 허공으로 날아갔다.

------- ------!

------- !

일순 천외천궁 전체가 온통 휘황한 금광으로 뒤덮였다.

! 저럴 수가!”

단목운뢰는 꿈인 듯 정신없이 부르짖었다.

절대금검-------

그 자체가 허공에서 불어나고 있었다.

백 장(百丈)인가?

아니, 이백 장... 오백 장(五百丈)까지...!

아아!

천외천궁 전체가 거대한 절대금검에 짓눌리고 마는 것인가?

아니었다.

파츠츠... 츠츠... ...!

한 순간 그 거대한 검봉(劍峯)은 서서히 내려 꽂히고 있었다.

정확히 단목운뢰를 향해!

붕천극강(崩天剋罡)-------!”

단목운뢰는 사력을 다해 양손을 휘둘렀다.

콰르르릉-------!

꽈꽈------- -----!

태산이라도 허물어뜨릴 듯한 강기가 주위를 휩쓸었다.

그러나...!

그것은 작디작은 한 인간이 창공을 향해 허우적거리는 돌팔매질에 불과했다.

대자연(大自然)!

대우주(大宇宙)의 크나큰 이치!

그것에 어찌 인간이 대항하랴!

------ !

----- ------ !

거대한 검봉은 드디어 단목운뢰를 관통하고 말았다.

그러자 그 거대하던 절대금검의 자취가 삽시에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장내에 남은 것은 두 자 여섯 치의 절대금검에 관통당해 비틀거리는 단목운뢰였다.

단목운뢰,

()의 종말을 장식하려 함인가?

그는 의미 깊은 한 마디를 남겼다.

... 자연... 을 상대하려 했으니... 나는... 천하제일의... 바보였... !”

푸스스...!

다음 순간 기이한 음향과 함께 단목운뢰의 몸이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추악한 생전(生前)의 야심과 함께 영원히 증발해 버린 것인가?

“...!”

“...!”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했다.

감히 그 누구도 입을 함부로 열 자는 없었다.

휴우...!”

이윽고 이검엽은 나직한 한숨을 내쉬며 덩그렇게 남은 절대금검을 집어 들었다.

다시는... 너를 쓰는 일이 없기를...!”

이로써 모든 혈겁()은 종식되었다.

절대금검!

그 휘황한 광휘를 마지막으로...

와아-------!”

비로소 군웅들의 함성이 터졌다.

그들은 천지가 떠나갈 듯 소리 높여 외쳤다.

천황존신-------!”

천황존신이여------!”

천외천궁도들.

그리고 밤을 지새워 달려온 군협들은 환호에 거듭했다.

-------!

! ------!

그때 백, , 홍의 세 태상장로가 분분히 날아와 이검엽 앞에 꿇어 엎드렸다.

노신(老臣), 궁주님을 알현합니다!”

백령공의 손에는 찬연한 금빛 영부가 들려져 있었다.

 

<천궁지존령(天宮至尊令)>

 

하지만 이검엽은 고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염공(苒公)...! 본인은 그것을 받을 수 없소이다.”

그러나 백령공 염무위는 의미있게 미소했다.

궁주께선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저들을 보십시오!”

염무위가 가리키는 것.

그것은 수많은 천외천궁도들이었다.

궁주님을 알현하옵니다!”

그들은 일제히 이검엽을 향해 대례(大禮)를 올리고 있지 않은가?

이검엽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천외천궁주가 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대들은... 진실로 본인을 난처하게 만드는구료...!”

이검엽은 씁쓸히 웃으며 천궁지존령(天宮至尊令)을 받아 들었다.

그 순간 천외천궁은 환호했다.

와아-------! 궁주님 만세-------!”

와아-------!”

천외천궁! 영원하라------!”

천황존신(天荒尊神)!

고금제일(古今第一)의 젊은 영웅(英雄)!

그는 천외천궁주로서 군림(君臨)하게 된 것이었다.

그때였다.

오빠------!”

상공-------!”

아우님...!”

군웅들 사이에서 여러 줄기의 왜영이 솟구쳣다.

무두가 아리따운 여인들이었다.

태극신후.

그녀에게 안긴 자운(紫雲).

그리고 빙후(氷后)와 설미조(雪美藻).

또한,

매검지(梅劍芝).

그녀들은 일제히 비무대 위로 올라와 이검엽을 둘러쌌다.

------- !”

------!”

끝없이 계속 될듯한 환성, 환성------!

하지만 멀찍이 뒤에 숨어 홀로 눈물을 흘리는 미녀(美女)가 한 명 있었다.

이공자님...!”

그녀는 무너지듯 쓰러져 오열했다.

흐느끼는 고금제일미인(古今第一美人).

그녀는 바로 단목자혜(丹木紫慧)였다.

 

찬란한 태양(太陽)이 솟는다.

창공(蒼空)을 향해 우뚝 솟은 아미금산(天外神山) 위로 찬란한 양광(陽光)이 가득 쏟아지고 있었다.

 

<천황존신(天荒尊神)>

 

그의 이름도 그 태양처럼 영원히 무림사(武林史)에 기록되리라!

 

< 大 尾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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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九 章

 

                 쓰러진 劍聖

 

 

 

-개봉(開封),

 

천년고도 개봉부의 북쪽에는 대안산(大安山)이라는 산이 있다.

그다지 큰 산은 아니다.

하지만 개봉부에서 멀지 않고 경관이 수려하여 시인묵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대안산(大安山)의 남쪽 산록

두개의 야트막한 산봉을 에워싸고 거대한 석성(石城)이 있다.

청석(靑石)을 깎아 만든 삼 장 높이의 성벽이 십여 리에 걸쳐 뻗어 있다.

웅장하기 이를 데 없는 석성(石城).

석성(石城)의 안쪽.

두 산봉 사이의 넓은 분지에는 수백 채의 전각들이 처마를 맞대고 늘어 서 있다.

대해의 파도같이 줄지어 선 전각인 처마들...

곳곳에 벌려진 가산(假山) 정원...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는 널찍한 연무장들이 자리하고 있다.

실로...

자금성의 규모로 방불케하는 웅장한 규모인 석성이다.

 

<천검성(天劍城).>

 

이곳을 천검성이라 부른다...

천검성은 당금의 천하 무림을 쥐고 흔드는 사대거파(四大巨派)의 일문이다.

또한,

동정호(洞庭湖)에 자리한 광양회(廣陽會)와 더불어 천하백도를 이끌어 가는 지주이기도 하다.

당대의 천하제일검파(天下第一劍派)가 천검성인 것이다.

 

---천후검성(天侯劍聖) 나뢰(羅雷).

 

당대 천검성주(天劍聖主).

일검성(一劍聖)으로 불리는 제일검사(第一劍士)가 바로 그다.

패천황룡(覇天皇龍)이 아닌 그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는 강자(强者)...

 

천검성(天劍城)의 후원.

[...!]

뒷짐을 쥐고 하늘을 바라보는 노인이 있다.

잘 가꾸어진 정원에는 백화(百花)가 그 자태를 겨루며 황홀한 화향을 풍겼다.

그러나...

노인은 그 짙은 화향 속에서도 어두운 안색을 짓고 서 있다.

백설같이 흰 장포...

그 백포만큼이나 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 아니 노검사(老劍士).

온화해 보이는 안색 뒤로 살을 베는 예기(銳氣)가 서려 있다.

그의 자세는 극히 한가로워 보인다.

하지만 헛점투성이같은 그의 자세에는 사실 바늘만큼의 헛점도 존재하지 않는다.

놀라운 기도(氣道)가 아닐 수 없다.

[...]

문득 노인의 입에서 묵직한 한숨이 흘렀다.

노인의 노안은 어둡게 남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패천지혼(覇天之魂)... 그 거룡(巨龍)이 초토로 쓰러지다니...]

노안이 근심으로 물든다.

[혈풍(血風)이 불고 있음이다. 암운이 가장 먼저 황산을 덮었을 뿐이다. 이제 천하가 걷잡을 수 없는 대혈겁에 빠져들리라.]

노인의 검미가 부르르 떨렸다.

[천검만리어기뢰(天劍萬里馭氣雷)... 그 무상지검(無常之劍)을 완성했으면 천하를 평정할 자신이 있으련만...]

노인의 한숨이 정원의 백화(百花)를 떨게 만든다.

 

---천검만리어기뢰(天劍萬里馭氣雷).

 

천검성(天劍城)에 내려오는 사상최강의 검학(劍學)이다.

()을 날려 천 리 밖의 적을 벤다는...

노인...

그가 누구이기에 천검만리어기뢰의 절기를 입에 올리는가?

그때,

[아버님!]

한 명의 삼십대 장한이 노인의 뒤로 다가와 공손히 시립했다.

[응천(應天)이냐?]

노인은 천천히 돌아섰다.

그의 앞에는 호형의 장한이 시립하고 있었다.

 

---천검맹룡(天劍猛龍) 나응천(羅應天).

 

천검성의 소성주 되는 인물이다.

그가 아버지라고 부르는 노인,

천후검성(天侯劍聖) 나뢰(羅雷)가 바로 그였다.

천하제일검사(天下第一劍士)라고 불리는 검()의 달인(達人)...

[그래... 황산에는 잘 다녀왔느냐?]

나뢰가 침중하게 물었다.

[! 하오나... 패천신문의... 겁멸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을 뿐...]

나응천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는 나뢰와 시선이 마주 치는 것을 피하려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나뢰는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겼다.

[능대협과... 잠룡(潛龍), 능천한이라는 아이의 생사를 확인해 보았느냐?]

나뢰는 나응천에게 물으며 꽃밭사이를 거닐었다.

나응천은 그뒤를 따랐다.

나뢰에게는 나응천과... 느지막이 얻은 나설련이라는 두 남매가 있다.

남매 모두 뛰어나나 특히 딸인 나설련(羅雪蓮)은 뛰어난 재질을 지녔다.

천검미후(天劍美后)라고 불리는 그녀는 천하오대미인(天下五大美人)에 드는 경국지색이다.

[능대협부자는 실종된 상태입니다.]

[실종이라...]

나뢰가 무거운 시선을 하늘에 던졌다.

[그보다... 천하무림이 엄청난 혈겁에 휘말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나응천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패천신문의 겁멸 말고... 또 다른 혈겁이 일었단 말이냐?]

나뢰가 몸을 세우며 노안을 굴렸다.

[그렇습니다. 천해존불(天海尊佛)이 쓰러지고 녹림대제(綠林大帝)와 광양대제(廣陽大帝)가 실종되었습니다!]

[무엇이...]

나뢰의 몸이 부르르 떨리며 경직되었다.

그가 경악하는 것은 당연하다.

 

---천해존불(天海尊佛).

---광양대제(廣陽大帝).

---녹림대제(綠林大帝).

 

그들이 누구인가?

한 명은 일갑자 이전에 절대무적으로 통하던 불존(佛尊)이 아닌가?

거기다가 광양대제는 당금 백도의 일대지주이며,

녹림대제는 일백만 녹림도를 호령하던 녹림대종사(綠林大宗師)가 아닌가?

한데 그런 그들이 쓰러지고 실종되다니...

천하가 경동하고도 남을 일었다.

[으음...]

나뢰의 안면이 부들부들 떨렸다.

천하제일검사의 그의 심기를 뒤흔들어 놓을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나뢰는 신음하며 물었다.

[광양대제와 녹림대제의 실종은 그렇다 치고... 누가 있어 천해존불(天海尊佛) 노선사를 쓰러뜨렸단 말이냐?]

천해존불(天海尊佛).

그는 소림사상 세번째로 강한 인물이다.

소림 일천년사상 천해존불이 능가하지 못한 인물은 단 두 사람뿐이다.

첫째는 소림의 조사인 달마(達磨)이고...

둘째는 소림 십이대 장교이며 달마선사이래 최강이라는 광법대존자(廣法大尊子).

물론,

후일 광법대존자는 천지십병(天地十兵)에 드는 마병(魔兵)에 쓰러졌지만...

달마선사와 광법대존자에 비견되는 천해존불이다.

그가 금강불괴지체를 이룬 것은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천지십병이 아니라면 보통의 신병으로는 상처도 입힐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런 천하존불을 누가 있어 쓰러뜨렸겠는가?

[천해존불(天海尊佛)... 측근의 인물에게 시해당했다고 합니다.]

나응천이 말했다.

말을 하는 그의 눈이 아주 차갑게 빛났다.

그의 눈에 살기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살기를 발하다니...

[측근... 어는 누가 그런 대역무도한 짓을 저질렀느냐?]

나뢰가 노기를 실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응천이 지체없이 대답했다.

[그는... 천해존불의 기명제자인 복마신장(伏魔神壯) 상관여륭(上官與隆) 입니다.]

[복마신장(伏魔神壯)!]

나뢰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때였다.

격동한 나뢰가 흥분으로 한 가닥의 헛점을 드러내었고,

--- --- !

--- 파팟!

천만뜻밖에도,

나응천이 벼락같이 손을 내쳐 그 헛점을 파고 들었다.

[응천... 네가!]

나뢰가 아연하여 경악성을 토했다.

그가 알아차렸을 때는 나응천의 살수가 가슴으로 파고 드는 때였다.

절대절명(絶代絶命)!

그러나 나뢰는 역시 천하제일검사(天下第一劍士).

[--- !]

그의 입에서 노갈이 터지고,

스슥! --- 이잉!

나뢰의 몸이 우측으로 서 너치 흔들렸다.

범인이 상상할 수 없는 민첩한 임기웅변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나뢰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너무도 뜻밖의 암습이었기에,

--- !

나응천의 손이 스치며 나뢰의 가슴에서 선혈이 확 일었다.

--- --- !

그사이 나뢰는 오 장 밖으로 물러섰다.

[--- --- !]

콰르르르--- 르릉---!

--- 아악!

일격이 실패한 나응천이 득달같이 나뢰를 휘몰아쳐 왔다.

그런 나응천의 모습에 나뢰의 노안이 무섭게 치떠졌다.

[네놈! 응천이 아니었구나!]

나뢰의 입에서 폭갈이 터졌으며,

--- --- !

그의 우수에서 천지를 양단하는 막강한 검세가 피어올랐다.

 

---천후신검(天侯神劍),

 

천검성(天劍城)의 제일기보이며,

천병보(天兵譜) 서열 이십일위인 신검이 나뢰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이다.

()을 들면 나뢰는 무적이다.

--- --- !

[------ !]

나응천이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 --- !

나응천이 이마에서 가랑이로 일검양단되어 나뒹굴었다.

쪼개진 그의 얼굴에서 정교한 인피면구가 떨어졌다.

[이놈이 응천이로 변장했다함은 황산에 갔던 응천이 변을 당했다는 얘긴데...!]

나뢰의 안색이 급하게 변했다.

그자신도 암습당하여 가볍지 않은 상처를 입었으나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나뢰가 다급해하는 순간,

[--- 아아!]

[크하하하하!]

--- 퍼펑!

--- --- 콰쾅!

[--- 아악!]

[아악... ... 적의 내습이다!]

천검성의 사위에서 수천의 혈의인들이 날아들었다.

그자들은 다짜고짜 천검성도들을 쓰러뜨렸고...

당황한 천검성도들은 변변히 싸워보지도 못하고 쓰러졌다.

일시에,

천검성 전체가 혈풍에 휘말려 들어갔다.

[으음...!]

나뢰의 안색이 천만 근의 무게로 가라 앉았다.

휘르르르--- 르르!

나뢰는 즉시 싸움이 벌어지는 천검성의 외곽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의 신형이 허공에 떠오른 직후,

[크크크! 내려가랏!]

--- 이이잉!

허공일각으로부터 막강한 사기(邪氣)가 쏟아져 내렸다.

[!]

나뢰의 신형이 휘청하며 지면으로 떨어져 내리고,

--- --- 쿠쿵!

그의 배후에서 시뻘건 혈강(血罡)이 노도같이 쏟아졌다.

[천검제뢰(天劍諸雷)!]

--- --- --- !

나뢰의 폭갈이 산악같은 검기와 함께 일어났다.

천지(天地)가 일시에 천후신검(天侯神劍)의 검영(劍影)으로 가득 찼다.

일검성(一劍聖)이란 별호가 결코 와전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위세였다.

--- 르르르--- !

쿠쿠--- !

천후검성이 나뢰의 등뒤로 몰려들던 혈강(血罡)이 산산이 부서졌다.

[누구냣?]

일검을 짓쳐낸 나뢰가 노갈을 쳤다.

스스스스...!

그의 전면으로 한 명의 혈영인(血影人)이 피그림자(血影)에 싸여 나타났다.

그리고,

[크크크...!]

허공에서 골수를 후벼 파내는 듯한 끔찍한 음소가 터졌다.

나뢰는 흠칫하여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콰르르르---!

츠츠--- 츠츠--- !

한 명의 음사하기 이를 데 없는 회포의 노인이 칙칙한 사기(邪氣)를 휘몰며 덮쳐오고 있는 게 보였다.

[... 역천사황(逆天邪皇)!]

나뢰의 입에서 숨넘어가는 신음성이 터졌다.

그러나,

그의 천후신검은 장쾌한 기세로 역천사황을 마주 무찔러 가고 있었다.

--- 르르르르릉!

--- --- !

--- --- !

천후신검의 검강이 불꽃을 튀겼다.

그 순간,

--- --- !

한 줄기 혈영강지(血影)가 낙뢰같이 천후검성이 나뢰의 배심으로 파고 들었다.

--- --- !

[--- !]

피가 확 튀면서 나뢰의 등으로 다섯 개의 구멍이 뚫렸다.

--- !

나뢰의 손에서 천후신검이 떨어져 나뒹굴었다.

[천검... 만리어기뢰(天劍萬里馭氣雷)를 익혔으면...]

나뢰는 비틀거리며 입으로 피를 토했다.

[크크크... 나가야... 그만 뒈져랏!]

--- 르르릉!

--- --- 콰쾅!

역천사황의 무지막지한 장력이 나뢰의 사지를 짓이겨 버렸다.

--- 우웅!

나뢰는 비명도 못 지르고 피곤죽이 되어 나뒹굴었다.

천하제일검사(天下第一劍士)가 쓰러지는 순간이었다.

스스스스슥!

[크크...]

역천사황이 음악한 미소를 흘리며 천후신검(天侯神劍)을 집어 들었다.

[크크... 천후신검은 노부가 전리품으로 거두겠다!]

이에 혈영군(血影君)이라는 예의 혈영인이 혈영 속에서 음침하게 웃었다.

[흐흐... 사황! 좋소. 그대신... 나 설련이란 계집은 본군(本君)이 맛을 보겠소!]

[크크... 아쉽지만...!]

스스스슥!

역천사황은 섬칫한 마기를 흘리며 멀리로 날아갔다.

날아가는 역천사황을 바라보던 혈영군은 사악하게 내뱉았다.

[크크... 늙어 뒈질 것이 욕심은 많아서... 혈종(血宗)의 지엄한 분부가 아니었다면 내손에 맞아 죽었어야할 노물들...]

혈영군은 이어 천후검성 나뢰를 발로 툭툭 걷어찼다.

[삼존(三尊) 중 불존(佛尊)과 도존(道尊)을 쓰러뜨렸고... 이제 흑룡천신(黑龍天神)과 운무중에 있는 취존개(醉尊)만 제거하면 혈종천하(血宗天下)를 이룰 수 있다.]

스스스스--- !

혈영군은 중얼거리며 허공으로 치솟았다.

[--- --- 아악!]

[으아아--- !]

! ! 콰르르르르--- !

날아가는 그자의 발밑에서는 대혈겁(大血劫)이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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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八 章

 

                     天地十兵秘事

 

 

 

<천하(天下)는 천지십병(天地十兵)이 동시대(同時代)에 나타난 적이 없었다고들 알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노부에 대해 천지십병(天地十兵)의 세 가지가 동시에 나타났었다...>

 

[천지십병(天地十兵) 중 세 가지가...]

능천한의 두눈이 형형한 빛을 발했다.

 

---천지십병(天地十兵).

 

하나만 나타나도 천지가 뒤흔들린다는 절세신병들이 아닌가?

하물며 그중 세 가지가 동시에 나타났었음에도 천하가 전혀 알지 못했다니...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능천한은 패천자의 글을 계속 읽어 나갔다.

 

<그대는 우주혈종(宇宙血宗)을 기억하리라. 전설 속의 사도대조종(邪道大祖宗)이던 혈종(血宗)의 후예인 우주혈종(宇宙血宗)을 기억하리라!>

 

[우주혈종(宇宙血宗)!]

능천한은 답답한 신음을 토했다.

이백 년 전에 있었던 피()의 역사를 기억해낸 때문이다.

이백 년 전,

천하(天下)가 피()에 잠겼다.

인혈(人血)이 장강(長江)을 메우고 시신이 황야를 뒤덮은 때가 있었다.

 

---크하하하...! 보라! 혈종(血宗)이 제림하였도다! 굴복하지 않으면 구족을 멸하리라!

 

가공스런 혈갈(血喝)이 천지를 뒤흔들고,

중원천하는 혈운(血雲)으로 뒤덮여 한 조각의 빛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혈세천하(血世天下)!

 

()의 역사가 영원히 쓰러지지 않을 듯이 창창하였다.

이 모든 것이 인 대사종(大邪宗)에 의해 이루어졌다.

 

<우주혈종(宇宙血宗)>

 

바로 이 인물이 그 장본인이었다.

그자는 근 이천여 년 전 전설 속의 사도대조종이던 혈종(血宗)의 저주로 부활시킨 인물이었다.

 

---고금오대마종(古今五大魔宗).

 

고금을 통틀어 최강이라는 다섯 마종을 일컫는 말이거니와,

우주혈종(宇宙血宗)은 그 선조 혈종(血宗)이 고금오대마종에 들었다는 이유로 고금오대마종에 끼지는 못했다.

그러나,

사실 그는 혈종(血宗)이상이었다.

혈종이상일 뿐 아니라 그는 마도와 사도에서는 천마(天魔) 다음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만큼 우주혈종은 강했다.

()하다는 것이 천하를 위해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우주혈종은 자신의 힘으로 천하무림을 멸절시키려 하였고,

하루에도 수백명의 생명이 그의 손에 죽어갔다.

그러니... 큰일이 난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천하무림의 뿌리가 완전히 끊겨 버릴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보다 못한 노부가 다시 무림에 나왔다. 노부가 은거한 꼭 삼십 년만의 일이었다...>

 

전대(前代)의 대비사(大秘事)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광란하듯 피를 부르며 날뛰던 우주혈종(宇宙血宗)!

그가 어느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 비사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하늘()을 거슬리려하는가?

 

패천자(覇天子)가 폭갈(瀑喝)로 일어나 우주혈종을 찾았다.

천하가 공포 속에 움츠린 위로...

 

---크크... 패천자(覇天子)! 잘 나타났다. 네놈을 쓰러뜨리지 않고는 혈종천하(血宗天下)를 이루었다고 말할 수 없으니...

 

마침내!

패천자를 피할 우주혈종(宇宙血宗)이 아니다.

양대절정인(兩大絶頂人)의 격돌은 기련산(祁蓮山) 지옥애(地獄崖)에서 이루어졌다.

경천동지!

경혼읍백!

천지(天地)가 무너질 듯이 뒤흔들리고,

만근의 거석이 조약돌처럼 십여 리 밖으로 날아갔다.

패천자(覇天子)!

그는 당대 무적이던 절정인!

우주혈종(宇宙血宗)!

그는 이천 년 전 이미 사종천하(邪宗天下)로 만들었던 혈종후예(血宗後裔)!

양인의 대결전은 세상의 종말인 듯이 엄청난 것이다.

그들 양인, 그들은 비단 무공으로만 겨룬 것이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천지십병(天地十兵)에 드는 신병(神兵)과 마병(魔兵)이 하나씩 있었다.

 

---패천신륜(覇天神輪).

---혈황탈(血荒奪).

 

패천신륜(覇天神輪)은 사대신병(四大神兵) 중의 하나이며,

혈황탈(血荒奪)!

혈황탈은 혈종(血宗)이 애용했던 절대병기!

그것은 저주의 사대마병(四大魔兵) 중에 드는 마병이 아닌가?

하늘()이 갈라지고 땅()이 찢어졌다.

가공!

그것은 너무도 가공스런 충돌이었다.

패천신륜의 얘기는 륜영(輪影)을 몰아 천지(天地)를 질타하고,

혈황탈의 가공스런 핏빛 마광은 구천에 이르렀다.

신병(神兵)대 마병(魔兵)의 대결,

그것은 이미 인세(人世)의 그것이 아닌 듯 하였다.

굉음과 경기의 해일이 칠주 칠야로 기련산 전역에 몰아쳤다.

처음에는 백중지세(佰仲之勢)였다.

그러나,

정녕,

우주혈종(宇宙血宗)의 마기는 무서운 것이었으니...

패천자는 우주혈종의 마기에 점차 압도당해가기 시작했다.

분하게도,

패천존후신강(覇天尊吼神罡)이 혈종사령공강(血宗邪靈空罡)을 완벽하게 막지 못하는 것이다.

칠일의 결전 후,

패천자(覇天子)는 점차 위경에 빠졌다.

패천신륜의 륜영(輪影)이 혈황탈의 마기에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대로라면 하루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패천자는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한번 허물어지기 시작한 균형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였다.

그때였다.

[우주혈종(宇宙血宗)!]

갑자기,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사자후가 터져나와 기련산을 뒤흔들었다.

[!]

[!]

패천자와 우주혈종은 아연하여 물러섰다.

폭갈을 터뜨린 인물의 공력은 가공스러운 것이었다.

그와 함께,

장내에 한 명의 제왕(帝王)의 기도를 지닌 인물이 나타났다.

자의중년인(紫衣中年人)!

빈손의 그 인물은 가히 천신(天神)의 풍도를 지니고 있었다.

[한 걸음 늦어 귀공 혼자 애쓰시게 하였오이다!]

그 인물은 패천자에게 정중하게 포권을 취했다.

[크크... 네놈은 또 누구냐?]

우주혈종이 자의중년인에게 폭갈을 지르며 혈황탈을 쪼개내었다.

[귀공! 조심하시오!]

패천자가 다급히 외쳤으나,

[!]

자의인은 냉소하며 날아드는 혈황탈을 노려보며 미동도 아니하였다.

 

[...!]

능천한은 눈을 크게 뜨며 패천자의 다음 글을 읽어나갔다.

그곳에는 실로 놀라운 사실이 적혀 있었다.

 

<그때... 오오! 노부는 보았다. 사대신병(四大神兵)의 으뜸이라는 천형제왕검(天形帝王劍)의 그 웅장한 위용을...!>

 

능천한은 검미를 찌푸렸다.

[분명 그 자의중년인은 빈손이었다고 쓰시지 않았는가? 한데 천형제왕검(天形帝王劍)이 나타났다니...]

 

<천형제왕검(天形帝王劍).>

 

사대신병(四大神兵)은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신병(神兵)이다.

천형제왕검(天形帝王劍)!

그 진정한 형태를 아는 사람은 전무하다.

그만큼 신비에 싸인 병기인 것이다.

팔황천병(八荒天兵)의 전설만 없었다면,

천마지존비(天魔至尊匕)와 천병일천좌(天兵一天坐)의 수좌(首坐)를 다투었을 절대신병(絶代神兵).

만검지존(萬劍至尊)의 군황신병(君皇神兵)이라 불리는 것이 천형제왕검(天形帝王劍)인 것이다.

 

<천지(天地)가 일시에 천만(千萬) 검영(劍影)으로 가득하도다.

자의인의 일신에서 백장에 이르는 검영(劍影)이 폭풍같이 일어났다.

너무도 장쾌하고 웅장한 위세...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혈황탈의 마기가 얼음조각같이 깨지고 우주혈종은 가슴이 관통 당하여 지옥애(地獄崖)로 떨어지고 말았다.

우주혈종(宇宙血宗)은 노부와의 칠주칠야의 접전으로 극히 지친 상태였음을 사실이었다.

그렇다 해도 단 일격에 우주혈종을 격살한 자의인의 신위는 놀라운 것이었으며,

그것이 진정한 천형제왕검(天形帝王劍)의 위용이었느니라.>

 

[... 천형제왕검(天形帝王劍)... 어떤 병기이기에... 우주혈종을 그토록 간단히 쓰러뜨렸단 말인가?]

능천한은 붕목을 깊숙이 빛냈다.

 

우주혈종을 쓰러뜨린 후,

자의중년인은 패천자에게 자신의 명호를 밝혔다.

[소제는 제왕천(帝王天)의 당대천주인 제왕천신(帝王天神)이외다.]

그리고,

제왕천선이라는 그 자의인은 패천자에게 의미심장한 한 마디의 말을 남긴다.

[대혈겁(大血)의 씨앗은... 이미 뿌려졌소이다. 그것은 당대에는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에서 일어난 대붕(大鵬)에 의해서만 흩어질 것이니...]

재황천신은 그 한 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

글은 여기서 끝이 나있었다.

 

---혈황탈(血荒奪).

---패천신륜(覇天神輪).

---천형제왕검(天形帝王劍).

 

천지십병(天地十兵)의 삼병(三兵)이 뒤엉킨 대비사는 이렇게 끝이 난 것이다.

[우주혈종(宇宙血宗)... 그가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 기련산 지옥애에서 패사한 때문이었군!]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영원히 사장될 뻔한 이백 년 전의 대비사가 그에 의하여 되살아난 것이다.

[제왕천신(帝王天神)이란 분의 말은 피()의 시작은... 바로 지옥애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인데...]

능천한의 검미가 모아졌다.

[지옥애... 우주혈종... 그들이 무슨 관계가 있는가?]

그는 꿈에도 알지 못하리라.

저주...

그 끔찍한 신기보 서열 삼위의 전설...

혈정극마갱(血精極魔坑)이 기련산에 있음을...

그것도 지옥애라는 절지에...

[이곳을 나가게 된다면 반드시 지옥애의 비밀을 풀어보리라!]

능천한은 나직이 중얼거리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는 패천신륜을 깊이 간직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패천자의 시신에 정중히 일배를 올렸다.

[대공(大功)을 이루어 이곳을 나가게 되면... 사조님의 존체는 다시 모시겠습니다!]

일배를 한후 능천한은 석실을 물러나왔다.

물러나는 능천한을 바라보는 패천자.

그 청수한 얼굴이 밝아보이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역경(逆境)과 기우(奇遇)는 잠룡을 더욱 거대한 거룡(巨龍)으로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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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七 章

 

                 師祖遺物 覇天神輪을 얻다.

 

 

 

[수라천극존(修羅天極尊)!]

능천한은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괴인(怪人)!

그는 바로 수라천극존이었던 것이다.

육십여 년의 세월을 패천멸절십팔뢰(覇天滅絶十八牢)에서 보내야 했던 비운의 마종(魔宗).

[풍운(風雲)... 한꺼번에 일어난다.]

능천한은 나직하게 한숨을 쉰다.

천하가 가공할 풍운에 휘말려 들어감을 알기 때문이다.

[이곳을 빠져 나가려면 묵황굉벽뢰(墨荒宏霹雷)를 익히지 않을 수 없고...]

문득,

중얼거리던 능천한의 시선이 한쪽으로 고정되었다.

그곳은 방금 전 수라천극존이 묵황굉벽뢰를 내쳤던 곳이었다.

한데,

[빛이 흘러나오다니...]

능천한의 눈에 이채가 흘렀다.

묵황굉벽뢰에 맞아서 쩍 갈라진 석벽 틈으로 기이한 광휘가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 빛은 새파란 보광(寶光)이었다.

(저 보광에 지독한 날카로움이 흐른다. 무엇이 저런 예기(銳氣)를 흘리는가?)

능천한은 강렬한 호기심이 일어남을 느꼈다.

우르르르---

능천한은 돌 더미를 치우며 석벽이 갈라진 틈으로 다가갔다.

[크읏...!

능천한은 자신도 모르게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만큼 그 새파란 보광에 섞여 흐르는 예기는 지독한 것이었다.

그 빛만으로도 피부가 갈라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후욱...]

능천한은 크게 심호흡을 하였다.

[공력이 얼마만큼이나 늘었는지 시험해보자!]

능천한은 중얼거리며 석벽이 갈라진 틈으로 양손을 끼어 넣었다.

그리고,

[--- !]

힘차게 용을 쓰며 양 석벽을 쪼개내었다.

우드드득---

화강암이 그의 손에서 부서지고,

크크크--- ---

그르르르르---

석벽이 쩍 갈라져 나가기 시작했다.

쿠르르르--- ---

[휴우...]

능천한은 얼굴이 다소 상기된 채 손을 떼었다.

석벽이 사람 한 들어갈 정도로 벌어진 것이다.

[적어도 오갑자의 공력을 지니게 되었다. 수라천극존에 또 다른 은혜를 입었군.]

능천한은 나직이 한숨을 쉬며 갈라진 석벽틈으로 들어갔다.

[...]

안으로 들어서던 능천한은 멈칫했다.

그곳은 또 다른 석실(石室)이었다.

석실에는 아무런 장식도 없었다.

다만,

석실 중앙에 묵옥석(墨玉石)으로 깎아 만든 좌대(坐臺)가 하나 놓여 있을 뿐이었다.

한데,

그 좌대 위에는 한 명의 청수한 중년문사가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능천한은 한눈에 그 인물이 오래 전에 좌화(坐化)한 시신임을 알아보았다.

(오래 전에 죽었을 텐데 안색이 생시 그대로라니... 금강불괴지경(金剛不壞之境)에 이르렀던 초절정의 고인이었으리라!)

능천한은 염두를 굴리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좌대 위의 인물은 일견하여 청수해 보이지만 일신에서 태산의 기도가 흐르고 있었다.

오래 전의 시신에서 그런 기도가 느껴진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후배 능천한, 선인(先人)의 선거(仙居)에 난입함을 사죄드립니다.]

그는 중년인의 시신을 향해 정중히 예를 올렸다.

[...]

굽혔던 허리를 펴던 능천한의 시선이 중년인의 무릎 위에 머물렀다.

중년인의 무릎 위에는 반쯤 뚜껑이 열린 옥함이 하나 놓여 있었다.

한데,

그 새파란 광휘는 그 옥함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무엇이기에... 이런 예기를 발하는가?)

능천한은 의아해하며 조심스럽게 옥함을 집어들었다.

[!]

옥함을 열던 능천한의 두 눈이 크게 치떠졌다.

--- 이잉---

스스스스스---

옥함이 열리자 웅혼한 진동이 울려 나왔다.

새파란 광망이 별빛같이 쏟아져 나오는 옥함 안,

그곳에는 하나의 륜()이 들어 있었다.

()!

신륜(神輪)!

가히 신륜(神輪)이라 불리어도 손색이 없는 강륜(鋼輪)이 거기에 있었다.

크기는 직경 한자 반 정도,

둥근 몸체에 청광(靑光)이 한성(寒星)같이 흐르는 네 개의 날()이 톱니바퀴같이 달려 있었다.

()의 두께는 종이짝보다도 얇았다.

그 네 개의 얇디얇은 날()에서 가슴이 터질 듯한 한망이 쏟아지는 것이다.

[... 신병(神兵)... 신병(神兵)이다!]

능천한은 가슴이 크게 뛰었다.

한눈에 륜()의 범상치 않음을 알아본 것이다.

[어떤 호신강기라도 물 베듯이 하는 신병(神兵)이 틀림없다.]

능천한은 떨리는 손을 륜()으로 가져갔다.

()의 몸체 중앙에는 작은 단추가 하나 있었다.

능천한은 손가락으로 그 단추를 눌러보았다.

--- ---

--- ---

그가 단추를 살짝 누르자 네 개의 날이 소리없이 륜의 몸체 속으로 접혀 들어갔다.

그러자 청망(靑茫)이 가시며 륜은 평범한 원형의 철판으로 변했다.

[훌륭하다.]

능천한은 흥분을 금치 못했다.

그때,

그의 눈에 신륜에 깔린 몇 장의 양피지 조각이 들어갔다.

[...!]

능천한은 신륜을 들어내고 양피지 조각들을 집어 들었다.

그 양피지에는 깨알같은 글들이 가득 적혀져 있었다.

능천한은 마음을 가다듬으며 글을 읽어갔다.

 

<패천신륜(覇天神輪)을 인연있는 자에게 남긴다.>

 

[패천신륜(覇天神輪)!]

능천한은 경악과 흥분에 휩싸이며 손에 들린 륜()을 새삼 살펴 보았다.

 

---패천신륜(覇天神輪).

 

이 얼마나 놀라운 이름인가?

천지십병(天地十兵)!

한 번의 현세(現世) 천하(天下)로 뒤집어 놓는다는...

천병보(天兵譜), 천병일천좌(天兵一天坐)의 절대신병(絶代神兵)!

그중 사대신병(四大神兵)에드는 패도긴병(覇道神兵)이 아닌가?

한번 떨쳐지면,

가공할 륜영(輪影)이 천지를 뒤덮고 부딪는 모든 것을 잘라낸다.

그것이 만년한철이든, 금강불괴지체나 절대호신강기이든 결과는 동일하다.

무엇이든 자를 수 있다.

그 전설(傳說), 그 신화가 능천한의 눈앞에 있는 것이다.

[으음...!]

능천한의 쿵쾅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서신을 계속 읽어나갔다.

 

<... 본인은 본래 일개 낙척문사에 불과했다. 한데 팔십 년 전 본인은 황산을 지나다가 우연한 기회에 어는 산동(山洞)에서 기연을 얻게 되었다.>

 

X X X

 

이백 수십 년 전,

한 명의 낙척서생이 호아산을 지나다가 날이 어두워져 어느 산동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낙척문사는 그 산동 안에서 뜻하지 않는 기연을 만나게 되었다.

,

그는 산동(山洞)의 안쪽에 흙으로 발라 감춘 또 다른 석실을 발견하였고,

그 석실에는 한 부의 죽간(竹簡)과 신륜(神輪)을 얻게 된 것이다.

죽간(竹簡)은 춘추 이전 시대에 쓰려진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죽간의 앞부분이 썩어나가 죽간의 제목은 알 도리가 없었다.

낙척문사는 그 죽간에 큰 흥미를 느끼고 죽간의 내용을 연구하게 되었다.

결국,

십 년의 세월이 흐른 후,

낙척문사는 죽간에서 가공할 절기를 얻어 절대고수로 변신하게 된다.

대공(大功)을 이른 후 낙척문사는 강호(江湖)로 나오게 된다.

 

---나의 실력이란 것이 어느 정도인가?

 

낙척문사는 자신의 실력을 측정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당시 중원 무림을 쥐고 흔드는 일백고수들을 차례로 방문하고 비무를 했다.

헌데 어이없게도,

천하를 떨어 울린다는 일백고수들이 누구하나 낙척문사의 손에서 십초를 버티지를 못했다.

중원무림이 아연하고 발칵 뒤집힌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낙척문사는 크게 실망을 하고 만다.

중원무림의 실력이라는 것이 나무도 형편없다고 느낀 때문이다.

 

---천하(天下)가 이리도 좁은가?

 

낙척문사는 탄식을 하며 다시 황산으로 돌아와 은거하고 만다.

그것이 그가 무림에 나간 지 꼭 일 년만이었다.

후일(後日)에 남의 말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낙척문사에게 별호를 붙여 준다.

 

---패천자(覇天子).

 

패천자(覇天子)라고...

원한 것은 아니나 낙척문사는 패천자(覇天子)라는 거창한 별호를 얻게 된 것이다.

[... 이분이 패천자(覇天子) 조사님!]

능천한은 크게 놀랐다.

그의 아버지 패천황룡은 패천자가 자신의 일신절기를 적어 남긴 패천무경(覇天武經)으러 대공(大功)을 이루었다.

따라서,

패천자(覇天子)는 능천한에게 사조(師祖)가 되는 것이다.

[소손 능천한 사조님을 배견합니다!]

능천한은 패천자의 유체를 향해 공손히 절을 올렸다.

패천자는 패천황룡을 능붕비와 유사한 점이 많았다.

두 사람 모두 겉보기에는 부드러운 인상이나,

그 속에는 대해(大海)가 출렁이고 있는 것이다.

부드러울 때는 한없이 부드럽다.

그러나 한번 노하면 천지(天地)가 뒤집어지고 만다.

이것은 어쩌면 능천한에게까지 이어지는 패천일맥(覇天一脈)의 전텅인지도 모른다.

[...!]

능천한은 계속 글을 읽어 나갔다.

 

<... 천수가 다해감을 느끼던 노부에게 한 가지 근심이 생겼다. 그것은 패천신륜(覇天神輪)의 예기(銳氣)가 지나쳐서 천하를 해랄 우려가 있음 때문이었다...>

 

능천한은 미소를 지었다.

[사조께서는 생불(生佛) 같으신 분이셨다.]

그는 패천자를 우러러보았다.

눈을 감고 있는 패천자의 얼굴에 금방이라도 미소가 감돌 듯이 보였다.

 

<이에, 패천신륜(覇天神輪)과 죽간에 적혀 있던 마지막 절대신초(絶代神招)를 노부와 함께 사장시킬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죽음에 이르러서야 천기를 알게 되었다. 천기는 노부의 후손이 노부와 인연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에 패천신륜을 남기나니... 부디 하늘의 호생지덕을 거슬리는 일이 없도록 명심할지어다.>

 

[사조님의 말씀 각골명심하겠습니다.]

능천한은 패천자의 유체를 향하여 고개를 숙였다.

양피지는 아직도 여러 장이 남아있었다.

능천한은 그중 뒤쪽의 서너 장을 먼저 읽어 보았다.

[!]

뒤쪽의 양피지를 읽던 능천한은 절로 탄성을 질렀다.

그곳에는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초강(超强)의 절대 신초 한 가지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패천제육절식(覇天第六絶式).

<만겁패천초극류(覇天超極流).>

 

[패천제육절식(覇天第六絶式)은 오식(五式)이 아니고 육식(六式)이었다!]

능천한의 두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패천대륜오절식(覇天大輪五絶式).>

 

강기로도 륜()으로도 쳐낼 수 없는 천하제일의 패도절기가 이것이다.

그 무적의 오식(五式)에는 다음의 명칭들이 붙어있다.

 

---벽뢰섬(霹雷閃).

---만절환(萬絶幻).

---천중압(天重壓).

---겁멸파황류(滅破荒流).

---폭천혈강류(瀑天血).

 

한데,

놀랍게도 패천오절식 이후의 마지막 일초식이 있었던 것이다.

당금 천하에서는 폭천혈강류(瀑天血)를 받아내는 사람도 없는 실정이다.

하물며,

패천제육절 만겁패천초극류(覇天超極流)의 위력이야 오죽하겠는가?

사실,

패천자(覇天子)도 만겁패천초극류(覇天超極流)를 연마하지 못했다.

다만,

죽간(竹簡)에서 번역해 놓은 것에 불과한 것이다.

능천한은 몇 번이고 반복하여 만겁패천초극류의 구결을 읽어 보았다.

아무리 난해한 기공이라도 한번 보아 그 오묘한 이치를 알아낸다는 능천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능천한은 만겁패천초극류의 외형만을 간심히 알아볼 수 있었다.

그만큼 만겁패천초극류는 지극히 현묘한 것이었다.

그것은 무공이전의 지극히 광대한 이치를 그 안에 담고 있었다.

[일시지간에 깨우치기는 불가능한 절대신초이다. 두고 두고 음미해 보아야 할 것같다.]

능천한은 만겁패천초극류의 초식을 적은 양피지를 깊게 간수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패천자가 적어 놓은 글에 시선을 보냈다.

[... 런 일이 있었다니...]

갑자기 능천한의 안색이 심하게 흔들렸다.

양피지의 나머지 부분,

그곳에는 상상치 못할 한 가지 전대비사가 적혀져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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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六 章

 

                 修羅天極尊 --- 修羅天尊經

 

 

 

[크크크... 꼬마야! 정신이 드느냐?]

능천한의 귓전으로 괴팍스러운 음성이 뇌성같이 웅웅거렸다.

(죽지 않았는가? 패천동부(覇天洞府)를 지키지도 못하고... 죄스럽게 살아 있단 말인가?)

주르르...!

한 줄기 눈물이 꼭 닫힌 능천한의 속눈썹 사이에서 흘러 내렸다.

(패천지혼(覇天之魂)의 후예가 되어 자랑스런 전통도 지키지 못하다니... 아버님을 어찌 뵙겠는가?)

능천한의 가슴이 천만 근으로 무거워졌다.

[쯧쯧! 사내녀석이 계집처럼 눈물을 흘리다니...!]

어둠 속에서 괴인의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잃었으면 찾아내라. 도산검림(刀山劍林)에라도 뛰어들어 기필코 쟁취하라! 받았으면 십 배로 돌려주어라!]

능천한은 입술을 악물고 눈을 떴다.

순간,

--- !

능천한의 두눈에서 뇌전이 일었다.

(역시!)

그 모습을 보며 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 !

그리고 그 뇌전은 나타날 때보다 더욱 빠르게 사라졌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

능천한은 칠흑같은 어두운 석실에 낮같이 환해보이는 것을 느꼈다.

(내공이... 상상치 못할 정도로 늘었다.)

내공뿐만이 아니었다.

기이한 영감이 쾌활하게 전신을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천지쌍교가 열리며 심령이 자연과 교감하며 일어나는 현상이다.

다만 능천한으로서는 당장에 그같은 변화가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었다.

[...!]

능천한은 깊디깊은 눈빛으로 전면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예의 괴인이 있었다.

범인이라면 보자마자 까무러칠 괴이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의...

그러나...

[...!]

능천한의 시선은 아주 담담했다.

그것은 그의 속에 보이지 않는 태산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후, 그 어떤 괴사도 그의 정력(定力)을 흔들지 못하리라.

(역시다. 볼 수록 엄청난 놈이다. 겁이 날 정도로...!)

괴인은 부지불식간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천하제일마(天下第一魔)로 불리던 괴인...

능천한의 기도는 그런 괴인을 떨게 만들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크크... 이놈! 네놈은 존장을 모실 줄도 모르냐? 하물며 다 죽어가던 네 녀석을 살려 주었거늘...]

괴인이 괴팍스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마인(魔人)이다. 그럼에도 하찮은 마도(魔徒)들같이 마기가 흐르지 않은 것은 극마지경(極魔之境)에 가까워진 자이기 때문이다.)

능천한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그의 뇌리에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정중히 포권하여 예를 차렸다.

[선배의 구명지은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는 유현한 시선으로 괴인을 바라보았다.

(이놈 눈빛 봐라!)

능천한의 시선에 접한 괴인은 가슴이 흔들렸다.

능천한의 단순한 눈빛에도 천만 근의 무게가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죄송하지만 선배님의 존함을 들을 수 있을지요?]

능천한이 정중하게 물었다.

괴인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허허... 본존이 늙었단 말인가? 네놈같이 방자한 애송이 하나 패줄 마음이 일어나지 않다니...!]

괴인은 투덜거렸다.

그의 말대로 그의 눈빛에는 살기가 일지를 않았다.

육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 죽이기를 파리 죽이듯이 하던 대마두(大魔頭)...

[결례가 되었으면 용서하십시오!]

능천한이 다시 정중하게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괴인의 눈가에 미소가 중얼거렸다.

(죽었다 깨어나도 미워할 수 없는 놈이다.)

괴인은 능천한에게 급격히 기우는 자신을 느꼈다.

인간을 철저히 증오하던 그로서는 상상도 못하던 변화가 굳을 대로 굳은 마음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흐흣! 노부의 이름을 듣고 싶으면 네 녀석의 이름부터 말해주는 게 예의 아니겠느냐?]

괴인이 걸걸한 목소리로 말했다.

괴인의 어조에서 괴팍스러움이 사라진지 이미 오래였다.

[후배는 능천한이라 합니다!]

능천한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순간,

[능가(陵家)란 말이냐?]

괴인의 얼굴이 와락 이지러졌다.

우르르르---!

뒤이어 그의 몸에서 가공할 살기가 폭발하듯이 일어났다.

그의 모습은 삽시에 지옥에서 뛰쳐나온 아수라같이 변했다.

(나의 추측이 맞겠구나!)

격동하는 괴인을 보며 능천한 두 눈이 착잡한 빛을 발했다.

[으음... 능붕비(陵鵬飛)의 후손이란 말이냐?]

괴인이 칼에 맞은 듯이 신음하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분이 후배의 엄친이십니다!]

능천한이 무겁게 말했다.

[으음...!]

괴인이 괴롭게 신음했다.

(하필이면... 육십여 년을 지옥에서 썩게 만든 원수 놈의 자식이라니...)

괴인의 눈빛이 복잡하게 변했다.

갈등, 분노,

그리고 탄식으로.

능천한의 안색도 더할 수 없이 침중해졌다.

그도 괴인의 누군인지를 알아낸 것이다.

(아버님이 가둔 대마종(大魔宗)의 손에 구함을 받다니...)

그의 얼굴에 괴로운 빛이 흘렀다.

[...!]

[...!]

침묵.

어둠 속에서 일노일소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윽고,

[선배님께선 바로...!]

능천한이 입을 열자 괴인이 손을 저었다.

[알았으면 되었다.]

[으음...!]

신음하는 능천한을 바라보며 괴인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패천멸절십팔뢰(覇天滅絶十八牢)는 실로 지독한 곳이다.]

[...!]

[수백 가지 기관이 중첩되어 있어 일보를 움직이는 사이 열 번은 사선을 넘어야할 정도였다. 그러나, 본존도 마도제일뇌(魔道第一腦)라 불릴만큼 기관지학과 기문둔갑에 능통하다. 단순히 기관만이었다면 본존의 발길을 막지 못했을 것이다.]

능천한은 묵묵히 괴인의 말을 들었다.

(많이 변했다. 육십여 년을 갇혀 지내면서 마성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능천한의 얼굴에서 그늘이 많이 사라졌다.

[가장 지독한 것은 묵옥강석(墨玉剛石)의 관문이었다!]

괴인은 치를 떨었다.

 

--- 묵옥강석(墨玉剛石).

 

돌이면서 강철보다도 오히려 단단한 묵옥석(墨玉石)을 말한다.

패천멸절십팔뢰는 모두 열 여덟 개의 관문이 있고,

매관문은 두께 삼십 자, 무게 오십만 근의 묵옥강석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 묵옥강석의 관문은 밖에서는 열 수 있으되 안에서는 절대 열지 못한다.

그 관문은 오로지 안에서 힘으로 부수고만 통과할 수 있다.

[육십 년 전... 본존은 하나의 묵옥강석인 관문을 부수는데 꼬박 오 년을 보내야 했다.]

[...!]

괴인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대로라면 아마 세 관문을 부순 뒤 탈진해 죽고 말았을 것이다. 그래서 본존은 묵옥강석의 관문을 부술 파괴적인 기공(氣功)연 연구하게 되었다.]

괴인의 괴악스런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것은 득의의 미소,

능천한은 한곳 부서진 석벽의 안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시커먼 묵옥강석이 모래같이 부서져 나뒹굴고 있었다.

(가공하다. 보검으로 흠집도 못내는 삼십자 두께의 묵옥강석이 일격에 부서지다니...)

[크크... 꼬박 일갑자가 걸렸다. 본존은 마침내 사상최강의 파천절기(破天絶技)를 창안할 수 있었다.]

말을 하며 괴인은 우수를 번쩍 들었다.

그의 우수는 먹물에 담근 듯이 시커매져 있었다.

그리고,

--- !

--- 자자작!

괴인의 오른팔 전체에서 먹물을 뿌린 듯이 시커먼 묵강(墨罡)이 쏟아졌다.

--- --- --- !

굉벽(宏霹)!

벽력성이 터지며 오십 자 두께의 석벽이 박살이 났다.

실로 놀라운 위력이 아닐 수 없었다.

(가공스럽군. 저 기공 앞에서는 어떤 호신강기라도 남아나지를 못하리라. 사상최강이라고 한 말이 헛것이 아니다.)

능천한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크크... 이름하여... 묵황굉벽뢰(墨荒宏霹雷)라는 것이다.]

[묵황굉벽뢰(墨荒宏霹雷)!]

능천한은 입속으로 되뇌었다.

괴인은 말을 이었다.

[두들겨 부수는 데에는 묵황굉벽뢰 이상의 무공이 없다. 너희 능가일문의 패천대륜오절식(覇天大輪絶式)이라도 예외는 아니지!]

[...]

능천한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패천일문에는 두 가지 초절정의 무공이 전해 내려온다.

 

---패천존후신강(覇天尊吼神罡),

---패천대륜오절식(覇天大輪絶式).

 

당금 천하무적으로 통하는 패천이대절기가 이것인 것이다.

[그러나... 묵황굉벽뢰에도 약점이 있다. 그것은 너무 강하다는 점이다.]

[...!]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괴인의 말하려는 바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영리한 놈!)

괴인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묵황굉벽뢰는 강하다. 그만큼 내력의 소모가 크지. 사백 년 이하인 내공으로는 한 번밖에 쳐내지 못하지...]

 

---삼백 년 내공,

 

무려 오갑자에 이르는 공력으로는 한 번밖에 쳐내지 못한다니...

문득,

괴인은 허리춤의 누더기를 더듬었다.

이내 그의 손에 지저분한 양피지 책자가 쥐어졌다.

[옛다! 받아랏!]

괴인은 양피지 비급을 능천한의 앞으로 던졌다.

[...!]

[흐흐...!]

괴인은 종잡을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애당초 네 녀석의 애비에게 빛을 받으려 했으나 이제 생각을 바꾸었다.]

[...!]

능천한은 말없이 들었다.

[이제 본존은 이곳을 나갈 것이다. 나간 직후 다시 이곳을 무너뜨려 막아버릴 것이고...]

괴인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능천한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평생을 갇혀 살기 싫으면 그 비급 안의 묵황굉벽뢰를 익혀야 할 것이다!]

스스스스!

말을 하며 괴인은 둥실 떠올랐다.

[크크... 세상 구경을 하고 싶거나... 본존을 다시 붙잡고 싶으면 백만 근의 돌더미를 깨치고 나와야 할 것이다!]

--- --- !

--- --- ---!

시커먼 강기가 일며 패천동부를 가린 돌더미들이 박살이 났다.

[--- 하하하!]

--- 이잉!

그사이로 괴인은 뇌전이 흐르듯이 빠져 나갔다.

--- --- !

괴인이 빠져 나간 직후,

굉음이 일면서 다시 돌더미들이 부서져 내려 입구를 막아버렸다.

능천한은 팔짱을 끼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고약한 심보를 지니신 분이군.]

능천한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어,

그는 허리를 굽혀 발앞에 떨어진 낡은 비급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전자체(篆字體)의 칙칙한 비급명이 눈에 들어왔다.

 

<수라천존경(修羅天尊經)>

 

[역시...!]

능천한은 신음하며 비급의 겉장을 넘겼다.

 

<수라(修羅)는 독존(獨尊)이기를 원한다. 수라천존경(修羅天尊經)의 주인은 곧 수라일문의 당대문주가 된다.

수라존(修羅尊) 절필(絶筆).>

 

수라존(修羅尊)은 천여 년 전의 인물이다.

마종(魔宗)이었으나 정사중도에 섰던 인물...

수라존 이후 수라일문(修羅一門)은 암중에서 수라천존경에 힘을 더해왔다.

수라천존경은 수라존 일인의 진전이 담긴 것이 아니고 십이대를 걸치며 암중의 마웅들이 그 진수를 첨가해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능천한의 시선은 수라문 제십이대문주의 서명에 눈길이 머물렀다.

 

<수라천극존(修羅天極尊) 탁무영(卓武影)>

 

수라천극존(修羅天極尊)!

수라일마존(修羅一魔尊)의 서명이 거기 있는 것이다.

 

수라천극존!

그는 천 년에 걸친 수라일문의 힘을 믿었고,

그래서 천하에 나와 무림을 발아래 두려고 했다.

모든 것이 그의 뜻대로 되는 듯이 보였다.

마도에는 그의 적수가 없었고,

정파에서도 삼존이 손을 잡기 전에는 자신을 어쩌지 못함을 알았다.

그래서 기고만장한 것인데,

어느 날,

새파란 서생이 그를 찾아왔고,

비무를 청하여 싸움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요놈정도야 했다.

한데 그것이 아니었다.

그 애송이의 공력이 너무도 무서웠다.

무려 오백 년에 이르는 내공,

상상치 못할...

너무도 가공스러운 공력이었다.

그래도 수라천극존은 한 가닥 자부심을 갖고 그 애송이와 맞서 싸웠다.

그러나, 애송이의 내공은 갈수록 더 강해졌고,

반면 수라천극존 자신은 파김치가 되어 갔으며,

마침내,

삼주삼야만에 수라천극존(修羅天極尊)은 무릎을 꿇고 만다.

치욕의 패배!

그리고,

그리고 그 새파란 애송이에 의해 패천동부라는 지옥같은 곳에 갇히고 만다.

그것이 일갑자전의 일이었고...

수라천극존을 패배시키고 가둔 인물은 후일 패천황룡(覇天皇龍)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며, 절대 불가침의 천하주제인(天下主宰人)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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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 章

 

               巨魔가 준 奇遇

 

 

 

어둠().

지옥(地獄)인 듯한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이곳은 무너진 석실(石室)이다.

 

---패천동부(覇天洞府).

 

천하제일(天下第一)의 전통이 잔해로 부서져 내려앉아 있었다.

한쪽 석벽이 강한 힘에 부딪혀 무너져 있다.

한데,

무너진 그 석벽의 안쪽은 또 다른 석실(石室)이 아닌가?

반쯤 무너진 석실...

무너진 돌 더미 사이로 피()가 흐른다.

섬칫한 선혈이다.

돌 더미 사이로 황포청년의 상체가 보였다.

그 청년의 상체는 끔찍하도록 갈라져 선혈이 흐르고 있다.

죽었는지 미동도 하지 않는 청년,

능천한이었다.

패천잠룡(覇天潛龍)이라 불리던 일세기재인....

쓰러진 능천한의 위로 죽음보다 더 깊은 적막이 흐른다.

세상의 모든 소음이 사라진 것처럼...

암흑 속에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찰나()같기도 하고...

영겁()과도 같은 시간의 흐름이다.

한데,

--- --- !

문득 석실 후면으로 거창한 울림이 전해왔다.

무엇인가?

그리고,

다시 적막이 흘렀다.

방금 전의 진동과 굉음이 환상이었다고 비웃는 듯이...

숨을 죽이는 적막이 흘렀다.

그러나,

환상이 아니었다.

--- --- !

콰르르르---!

재차 강렬한 굉음과 함께 진동이 일어났다.

처음의 진동보다도 한층 더 강렬하게 느껴졌다.

폭발이 일어난 곳이 처음의 그곳보다 가깝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 콰쾅!

--- !

--- --- !

일정한 간격으로 굉음이 반복되었다.

굉음에는 두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우선,

굉음이 일어나는 간격이 점차 멀어진다는 것이다.

첫번째 굉음에서 두번째 굉음이 일어나는 데는 일다경이 채 안 걸렸었다.

그러던 것이,

회수가 거듭함에 따라 굉음 사이의 간격이 길어졌고,

열번째 굉음부터는 아주 현저해졌다.

마침내는 굉음의 간격 사이가 반각 정도로 멀어진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예의 굉음이 회수를 거듭함에 따라 급격히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굉음이 일어나는 반원지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음을 뜻하리라.

콰콰콰--- !

--- --- !

어느 순간,

바로 옆에서 일어난 것같은 굉음이 진동과 함께 터져 나왔다.

그르르르르...

반쯤 무너진 석실의 전체가 부르르 떨었다.

그 직후

[--- 하하하...!]

거창한 웃음소리가 석실의 후면에서 터져 나왔다.

격정과 분노가 뒤엉킨 장소였다.

[크크크... 능붕비(陵鵬飛)! 네놈에게 일갑자 동안이나 갇혀 지냈다니...!]

섬칫한 살기를 품은 장소가 뒤를 이었다.

범인이라면 목소리만으로도 심장이 얼어붙고 말리라.

그만큼 장소성에는 살기와 분노가 섞여있는 것이다.

[크크... 네놈에게 패하여 갇힌 치욕이 본존(本尊)을 새롭게 탄생하도록 만들었다.]

석실 후면의 괴인은 이를 갈았다.

어떤 처절한 한이 있는가?

쿠르르르르---!

석실이 무너질 듯이 뒤흔들렸다.

또 다시 굉음이 일어나려는 것이다.

[크크... 패천멸절십팔뢰(覇天滅絶十八牢)를 나서게 된다면...]

굉음 속에서 예의 괴성이 쩌렁쩌렁 울려나왔다.

[능붕비... 네놈에게 그 혹독한 고독과 치욕을 맛보게 해 주리라.]

괴음(怪音)이 끝나는 순간,

--- --- !

--- --- !

천붕지열(天鵬之裂)!

강력하기 이를 데 없는 폭음이 지척에서 터졌다.

[크하하하--- 하하!]

가공할 살기가 담긴 웃음소리...

우르르르--- !

우수수수--- 스스슥!

석실후면의 석벽이 모래같이 부서져 내렸다.

그리고,

--- !

--- --- 자작!

시커먼 어둠 속에서 전광(電光)같은 두 줄기 빛이 쏟아졌다.

이럴 수가...

그것은 사람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안광(眼光)이 아닌가?

어찌 인간(人間)의 눈에서 이같이 가공스런 안광이 쏟아진단 말인가?

[크크크---!]

스스스스슥---!

괴기스런 웃음소리와 함께 지옥의 입구같이 시커먼 공동에서 일인(一人)이 날아 나왔다.

그 인물(人物).

그는 한 마디로 괴인(怪人)이었다.

시커먼 모발이 상체를 뒤덮고 있으며,

그 사이로 예의 가공스런 안광이 번뜩이고 있었던 것이다.

괴인의 몸에는 너덜너덜해진 천조각이 걸려 간신히 아랫도리를 가리고 있었다.

[크크크... 드디어... 드디어... 나왔다. 패천멸절십팔뢰의 그 끔찍한 금제를... 이제야 깨트리고...!]

석실로 들어서며 괴인은 격동으로 몸을 떨었다.

그는 과거 천하제일마(天下第一魔)라고 불리던 인물이었다.

그러다가,

어이없이 좌절당하고 일갑자의 긴 세월을 지옥의 암흑 속으로 던져졌던 것이다.

문득,

[피비린내 아닌가?]

갑자기 괴인의 두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너무도 오랜만에 신선한 혈향(血香)을 접한 때문인가?

괴인의 눈빛은 섬칫할 정도로 괴이하게 빛났다.

그는 노려보듯이 무너진 돌더미 사이로 시선을 던졌다.

돌더미 사이로 선혈이 흐르고...

능천한이 반신을 돌더미에 파묻은 채 쓰러져 있었다.

[애송이 놈이 죽어 있군.]

그제야 괴인은 패천동부가 무너져 있음을 깨닫고 안색이 일변했다.

[패천동부(覇天洞府)가 무너지다니... 능붕비 그놈에게 무슨 일이 있는가?]

괴인의 눈에서 뇌전(雷電)이 흘렀다.

그의 입가로 괴소가 흘렀다.

[크크... 누가 있어 애송이를 어찌하겠는가? 본존을 패퇴시킨 오백 년 내공을 지닌 그 놈을...!]

괴인은 괴소를 지으며 능천한에게로 다가갔다.

[아주 죽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수법에 내부가 흔들며 살지는 못하겠군!]

괴인은 아무렇지 않게 능천한을 발로 툭 차보았다.

그때였다.

[!]

갑자기 괴인의 두눈이 찢어져라 치떠졌다.

--- !

그와 함께 그의 두눈에서 가공스런 안광이 흘렀다.

그는 급히 능천한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 르르르---!

스스스스스!

능천한의 하체를 암석들이 어떤 극강한 힘에 모래로 부서졌다.

스스슥!

그 사이에 능천한의 몸이 둥실 떠올라 괴인의 손에 들어왔다.

[...!]

능천한의 몸을 받아든 괴인의 전신이 격동으로 경련하였다.

[... 천극대정신맥(天極大正神脈)... 나타나다니...!]

괴인의 입에서 실성한 듯한 탄성이 흘러 나왔다.

그는 한눈에 능천한의 신맥을 알아본 것이다.

천하고인들의 눈이 불을 켜는 대기재(大奇才)임을...

[--- 하하하---!]

갑자기 괴인이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우르르르르---!

--- 이이잉!

그 통에 석실 전체가 무너질 듯이 뒤흔들렸다.

[크크크... 천극대정신맥이라니... 머잖아 천마(天魔)를 능가할 고금제일마종(古今第一魔宗)이 태어나겠구나!]

괴인은 격동에 몸을 떨며 능천한을 석실바닥에 내려놓았다.

능천한은 상체뿐 아니고 하체까지도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혈영군과의 일전에서 다친 건 아니고 무너진 석실에 깔렸던 것이다.

[크크... 죽을 지경의 중상이나... 존극수라기환강(尊極修羅奇環罡)으로 잠력(潛力)을 끌어내어주면 살아나지 않을 수 없으리라!]

괴인은 능천한을 내려다보며 단좌하고 앉았다.

그의 단좌 모습은 특이했다.

이내,

스스스스스---!

파츠츠츠츠--- !

괴인의 몸 주위로 강기가 고리같이 피어올랐다.

그것은 지극히 편협되고 괴퍅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강기였다.

--- 르르르르---!

츠츠츠츠---!

이내 석실 전체가 괴인의 몸에서 흘러나온 강기로 뒤덮였다.

--- 스스스스슥!

돌더미들이 견디지 못하고 모래로 쓰러졌다.

--- 이잉!

뒤이어,

괴인의 쌍수가 능천한의 기해(氣海)와 단전(丹田)을 향했다.

콰르르르르---!

--- 이잉!

거창한 강기의 노도가 능천한의 몸속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존극수라기환강(尊極修羅奇環罡)은 거침이 없었다.

--- 두둑!

--- --- 파팟!

능천한의 막히고 끊어졌던 심맥이 일사천리로 확 뚫려 나갔다.

삽시에,

갈가리 찢겼던 능천한의 전신심맥이 이어졌다.

그와함께,

--- 록르르르---!

--- --- 우웅!

능천한의 심맥 속에서 엄청난 폭풍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 힘은 실로 가공스러운 것이었다.

[!]

이미 예상을 하고 있던 괴인조차 안색이 홱 변할 정도로...

 

인간에게는 잠재력(潛在力)이라는 것이 있다.

범인이라면 일평생 이 잠력이 백분지 일도 쓰지 못한다.

내공심법(內功心法)이라는 것은 실상 이런 인간의 잠력을 이끌어 내는 수단이다.

다만 잠재력을 끌어내는 방법에서의 차이로 마공(魔功)과 신공(神功)이 구별될 뿐이다.

,

신공(神功)은 지속적으로 끊어지지 않게 그 잠재력을 끌어낸다.

반면 마공은 잠재력을 속성으로 이끌어 내는 방법을 말한다.

이를 위해 편협하고 사이한 방법이 동원되며

마침내는 인성(人性)에 까지 마기가 스며들게 되는 것이다.

일시적으로는 마공(魔功)이 신공(神功)을 능가하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마공(魔功)은 일정수준에 으르면 그 이상의 진전이 막힌다.

그 때문에 마()에 들어 마()를 뛰어넘는,

,

극마지경(極魔至境)에 드는 마도인(魔道人)이 거의 전무한 것이다.

이에 반하여 정종신공(正宗神功)은 두드러진 진척이 보이지 않는 대신,

장기간의 끊임없는 수련이 따르면 보다 수월히 반선지경(半仙之境)에 들 수 있다.

()가 항시 정()에 눌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수(下手)들은 마()가 강해졌으나,

진정 천하대세를 가름하는 결정의 경지에는 마()의 수가 정()의 그것에 비견되지 못하는 것이다.

 

[... 대단하다! 본존보다 족히 백배는 강한 잠력을 지녔다니...!]

괴인의 입에서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천극대정신맥(天極大正神脈)이라는 절대신맥을 지닌 능천한이다.

그의 일신에 숨겨진 잠재력은 일반인의 그것보다 만배 이상 강하다.

이것이 능천한을 범인(凡人)과 확연히 구별 짓는 것이 된다.

[크크... 잠재력이 강하면 강할 수록 강한 마종(魔宗)이 될 수 있지!]

괴인은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쿠르르르르--- 르릉!

괴인이 일으킨 존극수라기환강은 끊임없이 폭풍을 일으켜 나갔다.

--- --- --- !

콰르르--- 르릉!

존극수라기환강에 자극받으며 능천한의 심맥에서는 더욱 강한 잠력이 뭉클뭉클 솟아 나왔다.

그리고,

그 잠력들은 능천한의 심맥을 가득 채우며 폭발을 위해 응축되어갔다.

[... 지독하군... 본존의 사백 년 내공으로도 감당키 어렵다니...!]

능천한의 잠력을 일깨우는 괴인의 전신에서 비오 듯 땀이 쏟아졌다.

그의 마공은 극마지경(極魔之境)에 들어서려는 절정의 마공이다.

그럼에도 그는 능천한의 잠재력을 감당치 못하고 쩔쩔 매는 것이다.

[크크... 힘은 드나 마도천마세(魔道天萬歲)를 위하는 일이니...!]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괴인은 미소를 띄웠다.

그는 전대에 십만의 인혈로 손을 적셨던 혈마(血魔).

그런 그가 진심으로 흐믓해 하며 미소를 짓는다.

천하가 그 사실을 알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리라.

쿠쿠--- --- 쿠쿵!

콰르르르르--- 르릉!

능천한의 내부에 거대한 화산이 꾹꾹 눌리어져 갔다.

그리고,

--- 콰쾅!

--- --- !

능천한의 내부에서 거창한 폭발이 일었다.

[--- !]

괴인이 불에 덴 듯이 능천한의 몸에서 손을 떼었다.

--- --- 쿠쿠---!

--- !

십팔경락(十八經絡), 십이중루(十二中樓), 임맥삼십육로(任脈三十六路), 독맥칠십이경(督脈七十二經)...

폭발은 노도를 몰아 거침없이 돌파해나갔다.

그뿐이 아니었다.

샹사현관(生死玄關)이라는 임독이맥(任督二脈)이 종이짝 찢듯이 무너지며...

그리고...

--- 꾸꿍!

!

천지쌍교(天地雙交)가 대해같이 드넓게 확 터져 나갔다.

()는 누구이며,

자연(自然) 대우주(大宇宙)는 또 무엇인가?

천지(天地)가 심령(心靈) 교감(交感)하다.

...!

보인다!

()는 자연(自然)에 있고... 그 자연 또한 내 안에 있지 않은가?

내가 곧 자연(自然)이고... 자연(自然)이 내가 아닌가?

()!

너무도 큰 길이 대해(大海), 창공(蒼空)으로 광활히 열리다!

!

그것은 초극(超極)의 문()!

비상(非常)의 경지로 드는 관문이 아닌가?

그렇게,

어둠 속에서 잠룡(潛龍)의 등에 날개가 돋기 시작했다.

완전히 자라면 천지를 뒤덮을 거창한 날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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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 章

 

               血荒奪, 나타나다.

 

 

 

<제왕애(帝王崖)>

 

상고(上古),

전설의 신군(神君) 황제(皇帝)가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제왕애 후면은 끝을 알 수 없는 절애로서 항시 짙은 운무에 뒤덮여 있다.

 

우르르르르--- !

--- --- 콰쾅!

제왕애(帝王崖)가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으로 뒤흔들리고 있다.

츠츠츠츠!

한 명의 백의인이 허공에 둥실 떠있다.

일견하여 매우 청수한 인물이나,

지금,

--- --- !

그의 일신에서는 태산이 일어나고 있었다.

가공스런 강기()가 폭포처럼 쏟아지고,

부서지는 경기의 파장이 창공을 뒤흔들며 뇌성으로 일어난다.

 

---패천황룡(覇天皇龍) 능붕비,

 

당대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무적이라는 그의 잠자던 신위(神威)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르르르르--- 르릉!

--- --- --- !

[크으... 일갑자 전보다 몇갑절 강해졌다니...]

[... ... !]

[... 과연 황룡(皇龍)이다...]

고통과 경악으로 신음하는 인물들이 있다.

오인(五人)의 인물이 능붕비를 합공하고 있는 것이다.

두 명의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노인들이 능붕비의 좌우측에 벌려 서 있다.

각기 흑의와 회의를 걸힌 노인들,

흑포노인은 지극히 괴팍스럽게 생겼고,

회의노인의 일신에서는 사악함이 줄기줄기 뻗치고 있다.

[쌍황(雙皇)! 다시는 인세(人世)에 나오지 말라고 했거늘...]

--- --- --- !

능붕비의 노성이 폭발한 듯 터지는 강륜()이 무더기로 일어났다.

--- ! --- !

[--- !]

[...]

두 노인은 능붕비의 공세를 맞받고는 입으로 선혈을 토했다.

그들...

과거 쌍황(雙皇)이라고 불리던 인물들이다.

 

---절대마황(絶代魔皇).

---역천사황(逆天邪皇).

 

()로 젖은 이름들을 지닌 전대의 대혈마(大血魔)가 그들이다.

그들은 일갑자 전 패천황룡에게 패할 때보다 두배 더 강해져 있으나...

그들은 짐작도 못하고 있었다.

능붕비!

그의 진정한 강함이 어느 정도인지...

능붕비...

그는 모종의 암수를 당하여 일신 공력의 육할밖에 쓰고있지 못하다는 것을...

[패천황룡(覇天皇龍)!]

문득 일성 사자후가 터지고,

--- --- !

능붕비의 전면으로 검붉은 강기의 무더기기가 쏟아졌다.

[철혈무정강(鐵血無情罡)!]

능붕비가 중얼거리며 마주 우수를 쪼개내었다.

--- --- !

그의 손에서 새파란 강기가 안개같이 일었다.

능붕비의 전면,

철혈(鐵血)로 뭉쳐진 듯한 인상의 장한이 우뚝 서 있다.

사자(獅子)의 형상을 한 흑포장한,

그는 오인(五人) 중 최강자(最强者)였다.

 

철혈묵사(鐵血墨獅) 정천학(鄭天壑).

 

철혈회(鐵血會)라는 패도문파를 이끄는 철사자(鐵獅子)가 그다.

지금 그의 무공수준은 중원제일(中原第一)로 불릴 정도였다.

천하는 철혈묵사의 진정한 실력을 반푼밖에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 --- ! --- !

! !

[...]

철판이 부서지는 굉음이 터지고 철혈묵사가 휘청이며 물러났다.

그가 중원제일이면 능붕비는 천하제일(天下第一)이다.

(흐흠... 사갑자나 넘는 내가 어린아이같이 밀리다니...)

철혈묵사의 안색이 무겁게 가라 앉았다.

그때,

[--- !]

[--- !]

크고 작은 인영이 동시에 능붕비에 짓쳐갔다.

그들은,

벽향이라 불리던 신비여살수(神秘女煞手)와 화려한 금룡포를 걸친 노인이었다.

[통천금룡제(通天金龍帝)! 월영극살(月影極煞)!]

콰르르르--- 르릉!

--- 이이잉!

능붕비의 입에서 뇌전같은 폭갈이 터지며 해일이 일었다.

--- --- !

[--- !]

[...]

통천금룡제의 월영극살이 허공에서 퉁겨 나갔다.

[... 너무 강하다...]

통천금룡제가 금포에 선혈을 토하며 신음성을 발했다.

능붕비는 그의 상상을 초월하는 절대 강자였음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능붕비의 안면이 퍼렇게 물들어 가고 있음을 그는 보았다.

(... 무형잔심독(無形殘心毒)에 당하다니...)

능붕비는 마음이 무거웠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벽향에게 시선을 보냈다.

(어떤 자들이기에 저 아이를 십여 년 씩이나 내 옆에 접근시켜 두었는가?)

그때,

[오행파황(五行破荒)!]

철혈묵사의 웅혼한 외침이 능붕비의 상념을 깨었다.

스스스슥!

휘르르르!

그와함께,

철혈묵사 등의 오인이 쾌첩하게 오행의 진세로 벌려섰다.

[오행파황진(五行破荒陣)이라... 잘 되었다. 본인도 그대들과 이 싸움을 오래 끌고 싶지는 않았으니...]

--- --- 이잉!

파츠츠츠츠...

능붕비의 몸 주위로 새파란 강기가 무지개같이 되어 올랐다.

그리고,

오행의 방위를 벌려선 오인(五人)에게서도 막강한 잠력이 해일같이 일어났다.

우르르르르...

육인의 몸에서 일어난 경기로 제왕애가 무너질 듯이 뒤흔들렸다.

그리고,

[수지류(水之流)!]

벽향의 입에서 날카로운 교갈이 터졌다.

--- 슈슉!

--- !

벽향의 교구에서 극랭한 기류가 폭포같이 쏟아졌다.

그리고,

[금지파(金之破)!]

[목지령(木之靈)!]

[화지승(火之昇)!]

통천금룡제 역천사황 절대마황의 폭갈이 그 뒤를 이었으며,

--- 이잉!

[토지파황극(土之破荒極)!]

철혈묵사가 대갈하며 몸을 떨쳤다.

--- --- --- !

콰르르르르---

() () () () ()의 다섯가지 강기가 천룡같이 뒤엉켜 백 장을 치솟았다.

[패천존후신강(覇天尊吼神罡)!]

--- --- !

거의 동시에 능붕비의 몸에서 건곤(乾坤)을 일시에 뒤흔드는 가공할 청강(靑罡)이 작열하였다.

--- --- !

--- --- --- --- !

[--- !]

[... !]

제왕애의 일각이 폭발에 견디지 못하고 허물어졌다.

그 사이에서 오인이 피를 토하며 나뒹굴었다.

[...]

콰르르르!

능붕비도 성하지는 못하여 선혈을 토하며 허공으로 퉁겨졌다.

[... 오백 년... 내공을 지녔다니...]

그 모습을 보며 철혈묵사가 헬쓱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크크크...]

가슴 속을 긁어놓을 듯한 거북살스런 음소가 제왕애를 뒤흔들고,

--- --- !

--- --- 자작!

이럴 수가...

천지(天地)가 일시에 혈광(血光)으로 뒤덮였다.

거대한 혈륜(血輪)이 창천을 북 찢으며 허공으로 튕겨진 능붕비를 비켜갔다.

[... 혈황탈(血荒奪)![

혈광 속에서 능붕비의 경악에 찬 폭갈이 터졌다.

!

혈황탈(血荒奪)!

혈황탈(血荒奪)이라니?

천지십병(天地十兵)!

그중 사대마병(四大魔兵)에 드는 혈황탈이 나타났단 말인가?

[--- 카카!]

[우우--- 우읏! 폭천혈강륜(瀑天血罡輪)!]

--- --- --- !

--- --- 콰쾅!

--- 르르르!

천지함몰!

경천동지!

새파란 청강륜(靑罡輪)이 만상을 뒤덮다.

천지를 무너뜨리며 혈황(血荒)의 마병(魔兵)이 팔극(八極)을 무너뜨리다니...

[--- ---]

[--- !]

철혈묵사들이 피를 토하며 나뭇잎같이 사방으로 튕겨졌다.

그리고,

스스스...

이내 사석이 가라앉으며 모든 것이 사라졌다.

[...!]

철혈묵사 등은 눈을 부릅뜨고 전면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없었다.

패천황룡(覇天皇龍) 능붕비!

그의 웅자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다만,

[크크크...]

츠츠츠--- !

시뻘건 피그림자에 뒤덮인 한 명의 혈과인(血怪人)만이 그곳에 있었다.

소름이 오싹 끼치는 마기를 풍기는...

[혈종(血宗)!]

[대종주(大宗主)!]

철혈묵사 등의 오인(五人)이 분분히 무릎을 꿇었다.

!

혈종(血宗)!

그자가 혈종(血宗)이란 말인가?

 

[크크... 능붕비... 잘 가라.]

혈인은 제왕애를 내려다보며 음산하게 웃었다.

그러나,

그는 알지 못했다.

아주 웅후하고 형형한 한 쌍의 호목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혈종(血宗)... 마음껏 득의해라. 그대의 모든 공은 구천(九天)이 거두어 갈 것이니...)

호목은 깊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구천(九天)?

구천(九天)이라니...

이것은 또 어떤 변수인가?

호목의 주인공...

그의 모습은 사자(獅子)의 모습이 아닌가?

[...!]

[...!]

스스스...

대풍운(大風雲)!

그것의 시작은 제왕애(帝王崖)에서의 대격전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다만 대풍운의 식보(式步)였으니...

 

X X X

 

패천동부(覇天洞府),

무너진 패천동부의 앞은 인혈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수십 명의 혈의인들이 갈가리 찢긴 모습으로 죽어 넘어져 있다.

그리고,

그 혈의인들의 시신중앙에 한 명의 거한(巨漢)이 누워 있었다.

구 척의 거구는 마치 거상(巨像)이 쓰러진 형상으로 누워있었다.

그의 등판에는 큼직한 핏빛의 장인이 찍혀 있었다.

그 거한은 거령패왕(巨靈覇王),...

그의 거부(巨斧)는 박살이 나서 나뒹굴고 있었다.

문득,

[...]

죽은 듯이 누워있던 거령패왕의 거구가 꿈틀하였다.

이어,

거령패왕은 힘겹게 눈을 떴다.

그의 호목에서는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 패천신문... 그 위대한... 영화가... 무너지다니...]

거령패왕은 사력을 다해 몸을 일으켰다.

그는 심맥을 갈가리 찢어버리는 극악한 중수법에 당한 상태였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거령패왕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피눈물을 흘리며 무너진 패천동부를 바라보았다.

[... 소문주님의 생사를 확인도 못하고... 죽는 불충(不忠)함을... 저지를... 수는 없는데...]

--- !

거령패왕은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범인이라면 이미 절명했을 중상이었다.

그러나,

거령패왕은 철골(鐵骨)을 지니고 있어 즉시 절명하지 않은 상태였다.

[... 가야 한다...]

거령패왕은 비틀거리며 패천동부로 다가갔다.

하나!

!

그의 발이 작은 돌 뿌리에 걸렸고,

--- !

지축을 울리며 거령패왕의 거구가 거목이 쓰러지듯 넘어졌다.

[크으... 가야... 하는데...]

거령패왕은 엉금엉금 기어 패천동부로 다가갔다.

그가 기어 지나간 곳은 시뻘건 선혈로 물들었다.

실로 처절한 충정이었다.

점차,

기어가던 거령패왕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그는 처절한 시선으로 무너진 패천동부를 바라보았다.

[... 소문주... 속하... 를 용서...]

--- !

거령패왕의 거구가 다시금 길게 눕고 말았다.

다시 적막이 분지를 뒤덮었다.

스스스...

간간이 부는 산풍만이 혈향(血香)을 몰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반각 후,

[--- !]

스스--- 스슥! 화르르...

창노한 침음성이 들리며 허공에서 시뻘건 홍포의 노인이 날아내렸다.

태양같이 이글거리는 안광,

시뻘건 적발(赤髮).

전신에서 뻗치는 가공스런 화기(火氣).

일견하여 뇌신(雷神)을 연상케 하는 노인이었다.

노인은 불덩이같은 호목으로 패천동부의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노안에 안타까운 빛이 흐르고 지나갔다.

[으음... 황산잠룡(黃山潛龍)이 천고기재라 하여... 노부의 재간을... 전수해주고 흙에 묻히려 하였는데...]

노인은 깊이 탄식을 했다.

[! 노부 벽력태세(霹靂太歲)의 대에서 벽력일맥이 끝나고 마는가?]

노인은 땅이 꺼져라 탄식했다.

!

벽력태세(霹靂太歲)라니...

얼마나 놀라운 이름인가?

그는 이미 일백 년 이전에 죽었다고 알려진 인물이 아니던가?

일백 년 전,

천하를 남북(南北)으로 나누어 군림하던 두 명의 괴인이 있었다.

그들은 극히 독선적인 성격으로 천하를 전전긍긍케 만들었던 괴인들이다.

 

<남북쌍괴(南北雙怪)>

 

남괴(南怪) 벽력태세(霹靂太歲).

북괴(北怪) 혈음유령종(血陰幽靈宗).

 

바로 이들이다.

벽력태세는 극양기공(極陽奇功)으로 무적이었으며,

혈음유령종은 극음기공과 음유절기로 제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활동한 것은 백년 그 이전의 시대였다.

천하인들은 남북쌍괴의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이 이미 유계(幽界)에 들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한데,

그 남북쌍괴 중의 벽력태세가 버젓이 살아있지 않은가?

 

[!]

문득 벽력태세의 두눈이 전광(電光)을 쏘아 내었다.

그의 두 눈은 패천동부의 앞을 쏘아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거령패왕을 바라보는 것이다.

--- 스슥!

벽력태세는 일보를 움직여 거령패왕의 옆에 이르렀다.

[!]

벽력태세의 두눈이 휘황하게 빛났다.

[기재(奇才). 천극대정신맥(天極大正神脈)에는 비견될 수 없지만... 극양기공(極陽奇功)을 익히는 데는 그 이상이 없는 극강(極强)한 채질이다.]

벽력태세는 격동하여 부르짖으며 거령패왕의 거구를 옆구리에 끼었다.

[으하하하핫! 하늘이 벽력일맥을 버리지는 않으시는도다!]

화르르--- --- !

그의 거구가 선풍같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으핫핫! 반년! 반년이다. 벽력일맥사상 최강의 고수가 태어나리라!]

벽력태세의 득의한 광소가 황산권역을 뒤흔들며 멀리멀리 사라져 갔다.

다시...

분지에는 깊은 적막이 깔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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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 章

 

                崩壞되는 覇天洞府

 

 

 

[...!]

능붕비는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안색은 엄숙하게 굳어져 갔다.

[천하(天下)가 광풍(狂風)에 휘말려 들어가고 있다. 천하인은 그것을 모르나 이 애비는 느낄 수 있다!]

[...!]

능천한은 안색을 굳혔다.

그는 경건한 자세로 아버지의 말을 경청하였다.

[수라천극존(修羅天極尊)이나... 쌍황이 일으켰던 풍운(風雲)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대광풍(大狂風)이 불어오고 있다!]

[으음...!]

[풍운(風雲)... 중원(中原)과 변황(邊荒), 양쪽에서 일어난다. 중원의 광풍은 운중(雲中)에 있어 알 수 없고...]

능붕비는 문득 아들을 바라보았다.

[대초원(大草原)에 태양지혼(太陽之魂)이 있음을 아느냐?]

[태양지혼(太陽之魂)! 태양성부(太陽聖府)!]

능천한의 얼굴에 놀람의 기색이 떠올랐다.

[태양성제(太陽聖帝)라는 변황사상 최강자(邊荒史上 最强者)의 전설을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능붕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변황에 거인(巨人)이 난다면 그것은 태양의 후예일 것이고...]

[변황에 거인(巨人)이 나타났다는 말씀이신지요?]

[그렇다. 한 명의 거인(巨人)이 변황제파를 수렴하고 있다. 그의 변황무림의 일통이 이미 완성되어 가고 있다.]

[으음...!]

능천한은 침음했다.

(변황의 거인이 변황을 일통한다면 그 칼끝이 중원(中原)을 겨누리라!)

능천한이 생각을 굴리는데 능붕비가 말을 이었다.

[천마혈겁(天魔血劫)... 초유의 대광풍이 일어날 것이다. 변황이나 중원 혈풍을 막아내려면 필히 고금제일존(古今第一尊)이 탄생하여야 한다!]

말을 하며 능붕비는 아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능붕비의 시선이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버님은 내가 고금제일존(古今第一尊)으로 성장할 것을 기대하신다!)

능천한의 시선도 강렬하게 빛을 발했다.

그런 아들을 보며 능붕비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천한아... 네가 있기에 아버지는 걱정을 않는다.)

[...!]

[...!]

다시 적막이 흘렀다.

문득,

사르르르르...!

비단자락 끌리는 소성이 들리고 향긋한 방향(芳香)이 풍겼다.

능천한은 시선을 돌렸다.

한쪽의 월동문(月洞門)으로 한 명의 시녀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시녀...

도저히 시녀로 어울리지 않는 여인이었다.

나이는 능천한 정도였다.

시녀의 복장을 하였으나 은은한 품위가 배어 흐르는 미인이었다.

그녀의 교수에는 찻잔이 실린 쟁반이 들려 있었다.

[()를 가져왔습니다!]

시녀는 다소곳이 앉으며 두 부자사이로 찻잔을 내려놓았다.

[벽향(碧香), 고맙다!]

능붕비가 자애롭게 시녀를 바라보며 찻잔을 들었다.

[하하... 벽향의 차를 다리는 솜씨는 정말 일품입니다!]

능천한은 밝게 웃으며 찻잔을 집어들었다.

벽향이라 불리는 미시녀가 나타남으로서 정원전체가 한층 따뜻해졌다.

[허허... 오늘도 졌으나 내일은 순순히 지지 않을 것이다!]

능붕비는 껄껄 웃으며 석벽에 걸린 만년한철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스스스스슥!

우수수...

무형의 강기가 일어 만년한철의 표면을 말끔하게 깎아 내렸다.

바로 능붕비의 이심제기의 공력에 의한 것이었다.

문득,

[...!]

시녀 벽향의 봉목에 이채가 흘렀다.

놀라움과 두려움이 실린,

그때, 능붕비는 천천히 찻잔을 입에 가져갔다.

그 모습에 벽향의 봉목이 서늘한 빛을 발했다.

그리고,

[...!]

막 한 모금의 차를 마시던 능붕비의 안색이 굳어졌다.

[마시지 마랏!]

--- 가각!

능붕비가 일갈하며 자신의 찻잔을 박살내었다.

츠츠츠츠--- 츠츳!

--- --- !

그와 동시에, 벽향의 교수가 뇌전(雷電)보다 빠르게 능붕비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너무나 거리가 가까웠으며,

너무나 뜻밖이고 촉막중인 기습이었다.

[벽향(碧香)! 무슨 짓이오!]

막 차를 마시려던 능천한이 아연하여 부르짖었다.

그러나,

--- --- !

--- --- 파팟!

[호호호호---!]

--- --- !

화르르!

굉음이 터지고 벽향이 교소를 터뜨리며 허공으로 치솟았다.

이 모든 것이 한 순간,

찰나지간에 일어났다.

[아버님!]

능천한이 다급하게 능붕비를 불렀다.

그러나,

[괜찮다!]

쓰러졌어야 마땅할 능붕비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 죽지 않다니...]

이십 장 밖으로 날아갔던 시녀 벽향이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능붕비...

그의 가슴에는 월아(月牙)형의 비수가 품자형으로 꽂혀 있었다.

꽂힌 부위는 치명적인 사혈들...

능붕비가 살아있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었다.

[...!]

능천한이 분노하여 벽향을 노려보았다.

[벽향(碧香)! 네가 감히 아버님을 시해하려 하다니...]

그때, 능붕비가 가슴에서 비수를 뽑아들었다.

비수가 분명히 능붕비의 가슴에 꽂혔었건만,

능붕비의 가슴에서는 한 방울의 피도 흐르지 않았다.

[으음... 이미 금강불괴지체를 이루었다니... 실수를 했구나!]

벽향이 싸늘하게 침음했다.

그녀는 더 이상 시녀 벽향이 아니었다.

잔월(殘月)같이 싸늘함을 발하는 한 명의 살수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월아밀살비(月牙密煞匕)! 월영천존(月影天尊)의 후예였느냐?]

능붕비가 묵직하게 벽향에게 물었다.

[월영천존(月影天尊)!]

능천한의 안색이 일변하였다.

 

---월영천존(月影天尊).

 

사백 년 전의 고금제일살수(古今第一煞手)를 말함이다.

완벽한 비밀 속의 전설적인 살수로써,

그가 한번 노리면 누구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월아밀살비(月牙密煞匕)는 호신강기파해전문인 월영천존의 독문암기인 것이다.

 

[그것은 알 필요없다!]

--- !

벽향은 냉갈하며 석벽 위로 치솟았다.

[월아밀실비는 돌려주마!]

--- --- !

능붕비의 손에서 월아밀실비가 떠나갔다.

[!]

화르르--- --- !

벽향은 허공에서 비틀하다가 석벽 너머로 사라졌다.

자신의 월아밀실비에 격중당한 것이다.

[천한아!]

능붕비는 침중한 어조로 능천한을 불렀다.

[, 아버님!]

능천한의 대답하며 시립했다.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든다. 너는 즉시 팔걸(八傑)을 대동하고 패천동부(覇天洞府)를 지켜랏!]

[! 아버님은...?]

[벽향을 잡아오겠다!]

화르르르르---!

--- 애액!

능붕비는 창룡(蒼龍)같이 날아올라 벽향이 사라진 곳으로 날아갔다.

능천한은 사라지는 아버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웬지 모를 불안감이 그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아버님은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이다. 별일은 없으리라.]

스스스슥!

능천한은 급히 정원을 벗어났다.

 

***

 

스스스--- --- 이잉!

화르르르---! --- 애액!

능천한은 여덟 명의 호형장한들을 이끌고 시신봉의 서쪽 신록으로 달리고 있었다.

팔인은 패천신문의 패천위대(覇天衛隊) 소속의 호웅들이었다.

그들은 패천팔걸(覇天八傑)로 불린다.

[문주님을 벽향이 암습했단 말입니까?]

한 명의 거한이 천둥같은 목소리로 외치며 능천한의 뒤를 따랐다.

구 척(九尺)의 거구,

철탑(鐵塔)을 연상케 하는 장한인데 한 손에는 거부(巨斧)를 들고 있었다.

그 거부(巨斧)는 날()의 길이만도 한자반이나 되는 엄청난 크기의 도끼였다.

 

거령패왕(巨靈覇王),

 

이것이 그의 별호다.

팔걸 중의 첫째이며 장차 능천한의 우비위(右臂衛)가 될 인물이다.

[그렇다네. 암중세력이 우리 패천신문을 노리고 있음이 분명하네!]

능천한이 앞을 보고 달리며 무겁게 말했다.

그때였다.

[--- !]

[... !]

갑자기 팔걸 중 세 명이 배를 움켜쥐고 나뒹굴었다.

[왜 그러는가?]

능천한은 다급히 멈추어섰다.

쓰러진 인물들은 팔걸 중에서도 가장 공력아 낮은 자들이었다.

[... 갑자기 배가...!]

삼인은 고통을 억누르며 억지로 일어섰다.

그러나, 그들의 안색은 급격히 시퍼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중독(中毒)당했다!)

능천한의 검미가 부르르 떨렸다.

수하들이 모종의 극독에 당했음을 알아차린 것이었고,

그와 함께,

그는 능붕비가 정원에서 자신이 벽향의 차()를 마시는 것을 제지했음을 상기했다.

(아버님은 차속에서 독이 있음을 아신 것이다. 이 모두 벽향, 그 계집의 것이다.)

능천한은 거령패왕 등을 돌아보았다.

[모두들 벽향이 주는 음식을 먹었는가?]

그러자,

팔걸 중 일곱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거령패왕만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낙양에 갔다가 막 돌아오던 길인지라...]

[으음...]

능천한의 안색이 더할 수 없이 무거워졌다.

(철저히 당했다. 지금쯤 또 다른 무리들이 본문을 치고 있을 것이다. 본문의 정예들은 중독당하여 힘을 쓰지 못할 것이고...!)

그는 다급해졌다.

(본문으로 돌아가야 하는가, 아니면 패천동부를 지켜야 하는가?)

재빨리 결정을 내려야했다.

이내, 능천한의 눈이 번쩍 빛을 발했다.

그는 공력이 높아 아직 독기가 발작하지 않는 사인(四人)을 가리켰다.

[그대들은 이들을 데리고 조용한 곳으로 가서 해독을 하도록! 단 그대들도 중독된 상태라는 것을 명심해서 적을 발견하더라도 충돌하지 말것!]

[알겠습니다!]

칠걸의 대답을 들으며 능천한은 거령패왕을 돌아보았다.

[거패(巨覇)! 가자!]

[!]

화르르르---!

--- --- 애액!

능천한은 패천동부쪽으로 달려갔다.

패천동부를 지키기로 결심한 것이다.

 

<패천동부(覇天洞府)>

 

이는 패천신문(覇天神門)이 일어난 근원이다.

능붕비는 패천동부에서 패천무경(覇天武經)을 얻어 패천신문을 열었다.

그 때문에,

패천동부(覇天洞府)는 패천신문의 상징적인 근원이 되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능붕비가 패천동부의 중첩된 기관을 이용하여 한 명의 절대마종(絶代魔宗)을 그 안에 가두었다는 사실이다.

만일, 누군가 패천동부의 기관을 해제하면 그 절대마종이 탈출하여 천하를 혈세할 것이기 때문이다.

 

***

 

화르르르---!

--- --- !

능천한과 거령패왕은 널찍한 분지로 날아들었다.

그 분지 안에 패천동부가 있는 것이다.

한데,

[웬 놈들이냣!]

거령패왕이 벼락치듯 사자후를 터뜨렸다.

분지 끝에 수십 명의 혈의인(血衣人)들이 빙 둘러서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벌써...!)

능천한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혈의인들이 빙 둘러선 안쪽,

동부(洞府)가 하나 있는데 입구를 가린 청강석의 석문이 박살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발칙한...!]

--- ! --- 가강!

대노한 능천한의 쌍수에서 벼락치듯이 새파란 강륜()이 쏟아졌다.

[... 막아랏!]

[--- --- !]

대경한 혈의인들이 막고 어쩌고 할 시간도 없었다.

강륜()이 쏟아지며 그자들 중 서너 명이 두 동강나서 나뒹굴었다.

[소문주님! 졸개들은 제게 맡기십시오!]

--- 이잉! 우르르릉!

거령패왕이 벼럭같이 외치며 거부를 휩쓸어 갔다.

--- --- 파팍!

[--- 에엑!]

[--- --- 아악!]

혈의인들이 거령패왕의 거부에 피곤죽이 되어 나뒹굴었다.

[부탁하네!]

--- --- !

능천한은 혈의인들의 머리 위로 날아넘어 동부(洞府)로 날아들었다.

언뜻, 그의 눈에 동부입구에 파인 글씨가 보였다.

 

<패천동부(覇天洞府).>

 

[!]

--- 스슥! 화르르르---

안으로 날아들던 능천한의 신형이 급격히 허공으로 튕겨졌다.

--- --- !

그와 함께,

능천한이 섰던 자리로 벼락같은 혈강()이 떨어져 굉음을 일으켰다.

패천동부의 안쪽에서 누군가가 날아드는 능천한을 기습한 것이다.

[--- !]

능천한은 대갈하며 쌍장을 내리쳤다.

--- ! --- 자작!

그의 장심에서 강륜()이 일어 동부(洞府)의 한쪽을 무찔러 갔다.

[크크... 패천잠룡(覇天潛龍)이 네놈이냐?]

--- 츠츠츠츠---!

시뻘건 혈강(血罡)이 능천한을 뒤덮었다.

--- ---!

[--- !]

능천한은 쇠망치로 얻어맞은 충격에 그대로 동부의 바닥으로 떨어졌다.

적의 공력이 너무 강한 때문이다.

[흐흐흐...! 후환을 걱정했는데 제 발로 죽으러 왔구나!]

스스스스...!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능천한에게 한 명의 괴인이 다가왔다.

음침한 인상의 중년인인데 전신이 붉으레한 혈영(血影)으로 덮여 있었다.

[누구냐?]

능천한이 몸을 세우며 일갈했다.

[혈영군(血影君)이라면 알겠느냐?]

그자가 혈영 속에서 음침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능천한의 안면이 부르르 떨었다.

[... 영염제(血影閻帝)의 후인인가?]

능천한이 무겁게 물었다.

 

혈영염제(血影閻帝),

 

오백여 년 전에 있었던 혈마(血魔).

잔혹한 마성을 지닌 그는 수만의 인혈(人血)로 손을 물들였었다.

결국, 전 무림의 분노를 산 그는 무림전체의 추격을 받아 추살되고 말았었다.

[흐흐... 어린 놈이 어는 것도 많다만 이만 죽어 주어야겠다!]

우르르르... 츠츠츠츠...!

혈영군(血影君)이라는 괴인의 몸주위로 칙칙한 혈강()이 일어났다.

(선공(先功)!)

능천한의 두눈이 그와 함께 번뜩였다.

[! 벽뢰섬(霹雷閃)!]

--- ! --- !

능천한의 손에서 뇌전보다는 빠른 강륜()이 쏟아졌다.

[!]

혈영군의 입에서 당황성이 터졌다.

능천한의 공세가 너무 빨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능천한의 공세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만절환(萬絶幻)! 천중압(天重壓)!]

--- --- 쿠쿵!

콰르르--- 크르르---!

만 개의 강륜()이 빗발치듯 쏟아지고,

만 근의 무게를 지닌 강륜()이 혈영군의 호산강기를 종이짝 부수듯이 찢어 들어갔다.

[...! 혈영쇄강폭(血影碎)!]

--- --- !

--- 츠츠---! --- !

혈영군이 몸을 흔들자,

가공할 혈강()이 폭죽 터지듯이 쏟아졌다.

--- --- 콰쾅!

만 근의 화약이 일시에 폭발한 듯한 굉음이 터졌다.

--- 르르릉!

[--- !]

그중에서 능천한은 한쪽의 석벽과 함께 무너져 튕겨 나갔다.

혈영군이란 자와 너무도 공력 차이가 심한 때문이다.

--- 르르르---!

--- --- 쿠쿵!

그와 함께 동부의 천정이 쩍쩍 거북 등처럼 갈라졌다.

양인의 격돌을 견디어내지 못한 것이다.

--- 르릉! --- !

천 근의 암반들이 환상같이 무너져 내렸다.

 

패천동부(覇天洞府),

 

패천지혼(覇天之魂)이 일어낫던 패천동부(覇天洞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한 명 천고기재와 함께,

--- 르르르르--- !

--- 콰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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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 章

 

               父- 皇龍, - 潛龍!

 

 

 

黃人居覇龍,

騰天震九州,

巨影蓋天下,

覇魂至千歲.

 

---황산(黃山)에 패룡(覇龍)이 있네.

패룡(覇龍) 한번 날아오르매 구주(九州)가 위진(威震)되고,

그 거영(巨影), 한번 일어 천하(天下)를 덮으리니,

패천(覇天)의 혼()은 천년(千年)을 이르리라---

 

황산(黃山), 안휘(安徽) 남방을 뒤덮고 있는 거악(巨嶽)이다.

중화인(中華人)들이 숭배하는 색()은 황().

그 때문에 황산은 일찍이 황제(皇帝)의 신산(神山)이라 하여 숭앙받아왔다.

일천여 리에 뻗쳐 신역(神域)이 온통 황색일색인 신산,

한데,

 

---황산(黃山)에 패룡(覇龍)이 있네.

 

그 황산에 거룡(巨龍)이 웅크리고 있는 것이다.

가벼이 움직이지는 않으나,

한번 용트림을 하면 천지(天地)가 변색하는 거룡(巨龍)이 있는 것이다.

 

<패천황룡(覇天皇龍) 능붕비(陵鵬飛)>

 

황룡(皇龍)이라 불리는 이 거인(巨人)이 바로 그다.

한소리 일갈로 만마(萬魔)의 혼을 빼놓을 수 있는 천지지간의 단 일인,

그가 처음 무림에 나온 것이 일갑자 전쯤이다.

약관의 나이로 무림에 나온 패천황룡 능붕비.

그는 출도하자마자 가공스런 일을 단신으로 해치웠다.

그것은 독존(獨尊), 쌍황(雙皇)을 패퇴시킨 것이다.

 

독존(獨尊).

---수라천극존(修羅天極尊).

 

그는 고금오대마종(古今五大魔宗)에 드는 천하제일마종(天下第一魔宗)이었다.

독존교(獨尊敎)에 교주이기도 한 그의 발호는 실로 가공스러운 것이었다.

그의 쌍수에 의해 중원이 시신으로 덮이고 황하가 인혈(人血)로 가득 찰 정도였다.

보다 못해 천해존불(天海尊佛)이 그에게 도전장을 내었었다.

그러나, 천하제일고승이라는 천해존불이건만,

칠주칠야의 격전 후에 아무런 소득도 없이 물러나야 했다.

그것이 육십여 년 전의 일로,

천해존불을 제지로 물리친 수라천극존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었었다.

한데, 그런 수라천극전이 약관의 청년고수에게 삼주삼야의 격전 끝에 패했다.

비록 반초차이로 지긴 했으나...

천하는 경악하고 불신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사실...

천하가 좁다고 날뛰고 독존교가 하루 아침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패천황룡 능붕비는 연이어 두 명의 절세 효웅들을 격파해 버렸다.

 

쌍황(雙皇).

---절대마황(絶代魔皇).

---역천사황(逆天邪皇).

 

수라천극존의 위명에 눌려 지내기는 하였으나,

그들은 천하를 양분하고 있던 마()와 사()의 종주(宗主)들이다.

그들은 각기 마황궁(魔皇宮)과 사령문(邪靈門)이라는 거파를 수하에 두고 정()과 법()을 유린하였다.

그런 쌍황(雙皇)이 차례로 패천황룡 일인에게 연파 당했다.

물론, 절대마황과 역천사황은 이를 갈며 무림에서 사라져야만 했다.

천하는 아연하는 중에 환호하였다.

패천황룡(覇天皇龍).

그 단 일인에 의해 천하의 풍운이 가셔진 것이다.

천하가 환호하며 받들어 올림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패천황룡 능붕비는 모든 환대를 떨쳐 버리고 황산(黃山)에 거구를 감추었다.

그후, 천하에 대분란이 일지 않으면 능붕비의 모습은 천하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가 있음으로 비로소 천하인은 발을 길게 뻗고 잘 수가 있었으며,

찬란한 무림번영의 공이 그에게 있었다.

천하주재인(天下主宰人),

패천황룡(覇天皇龍).

그 거룡(巨龍)이 황산(黃山)에 웅크리고 있는 것이다.

 

X X X

 

시신봉(視神峯).

거대한 석탑(石塔)을 보는 듯한 웅자가 황사(黃砂)에 묻혀 있다.

시신봉의 남쪽 산록,

시신봉을 병풍삼아 한 채의 웅장한 장원(莊園)이 있다.

건물이 많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건물 하나 하나가 웅장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장원의 형체는 흡사 웅크리고 있는 잠룡(潛龍)의 형상이었다.

때는 초춘(初春)이다.

아직 싸늘함이 대기에 서려 있었다.

그러나 맑게 내려쬐는 춘광(春光)에는 여름의 그림자가 서려 있었다.

웅장한 장원은 초춘의 양광 속에 길게 몸을 드리우고 있었다.

 

장원의 정문,

삼 장 높이인 정문의 처마 밑에는 일곱 자 길이의 편액이 걸려 있었다.

용사비등(龍蛇飛騰)!

웅혼한 필력이 엿보이는 서체로 편액에 글이 적혀 있었다.

 

<패천신문(覇天神門).>

 

패천신문(覇天神門)...!

패천신문이라면...

[하하... 아버님! 어떻습니까?]

낭랑한 청년의 웃음소리가 장원의 후원에서 들렸다.

그 웃음소리에는 듣는 이로 하여금 심신을 상쾌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헛허! 많이 늘었구나!]

중년인의 온화하고 대견스러워하는 웃음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장원의 후원(後園),

잘 가꾸어진 정원이 있었다.

정원의 중앙에는 단련한 한 채의 정자가 세워져 있고 정원의 끝에는 높직한 석벽이 있었다.

지금, 한 명의 청수한 중년문사와 영준한 황포청년이 정자에 앉아 있었다.

중년문사의 외모는 극히 초탈했다.

언뜻 보아서는 초야에 묻혀 사는 세외의 은사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중년인에게는 무형의 기도가 있었다.

무공, 그것도 절정무공을 익힌 자만이 알아볼 수 있는 무형의 거창한 기도가 있었다.

그 기도는 그것만으로 살인을 할 수 있는 가공스런 것이었다.

그리고,

중년문사와 마주보고 앉아 있는 청년,

그에게는 종잡을 수가 없는 분위기가 흘렀다.

황포청년의 외모는 극히 영준하며 기품이 있었다.

그런 그의 일신에는 어찌보면 허허롭고 어찌 보면 굳강한 기이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것은 청년이 천생(天生)으로 타고난 체질로 생긴 기도(氣道)였다.

청년은 천 세(千歲)에 단 한 번도 난적이 없는 신맥을 지니고 태어났었다.

그로 인해,

청년의 자질은 절로 고금제일(古今第一)이 되고 말았다.

 

[헛허! ()아야! 이번에는 천붕비래(天鵬飛來)니라!]

중년문사가 껄껄 웃으며 정원 끝의 석벽을 바라보았다.

정자에서 이십여 장 떨어진 석벽,

그곳에는 넓이 이 장 가량의 철판(鐵板)이 박혀 있었다.

한데, 그 철판에는 종횡의 어지러운 선과 점이 그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보검으로도 흠을 내지 못한다는 만년한철이다.

어떤 예리한 힘이 있어 만년한철판에 자흔을 낸단 말인가?

문득,

--- ! --- 자장!

중년문사의 몸에서 새파란 강륜(罡輪)이 일어났다.

그리고, --- --- !

그 강륜은 그대로 폭사되어 만년한철판에 아주 예리한 선을 그었다.

! 눈으로 보지 않았으면 믿지 못했을 것이다.

중년문사는 전혀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한데, 그럼에도 강륜이 일어나 만년한철판에 자흔을 긋다니...!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심제기(以心制氣),

---어의극살(馭意剋殺),

 

중년인의 무공경지가 마음으로 천 리 밖의 적을 살상할 지경에 이르렀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헛허! 이번의 초식은 어찌 피하겠느냐?]

중년문사가 황포청년을 바라보았다.

청년에게 있어 중년문사는 하늘()같은 아버지다.

그리고, 중년문사에게 있어 청년은 천하와도 바꾸지 않을 아들()인 것이다.

청년은 미소를 지우지 않으면서 입을 열었다.

[소자 천한(天漢)이 아버님께 가장 불충한 것은 어떤 경우이온지요!]

청년의 물음에 중년문사는 흐뭇하게 웃었다.

[네가 이 애비만 못하다면 그것이 가장 큰 불효니라!]

아버지의 말에 아들은 웃으며 대답했다.

[아버님은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이십니다. 천하제일인이신 아버님께 효도해 드리려니 소자는 힘이 듭니다!]

[핫하! 녀석! 엄살을 부리지 마라! 이 애비가 천하제일인이라면 너는 영세제일(永世第一), 고금제일(古今第一)이 되면 될 것이 아니냐?]

중년인이 무릎을 두드리며 크게 웃었다.

[천붕비래의 초식은 지자횡등(地字橫騰)의 수비로 뚫지 못합니다!]

청년은 말을 하며 우수를 들었다.

그의 우수가 일시에 새파란 강기로 뒤덮였다.

그리고,

--- 자장!

새파란 강륜()이 벼럭겉아 쏟아져 만년한철로 쏘아갔다.

--- --- !

불꽃이 튀며 흐릿하나마 한 줄기 자흔이 횡()으로 그어졌다.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비록 중년인의 공력에는 미치지 못하나 청년의 내가공력은 이갑자가 넘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아버님의 옆구리에 들어난 헛점까지 파고 들어 오히려 아버님의 형세가 급해지셨습니다!]

청년이 겸손하게 말했다.

두 부자는 만년한철에 대고 초식을 겨루고 있었던 것이다.

[하하! 작년이후로 애비는 네녀석을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중년인이 크게 웃었다.

그는 당대 천하제일고수(天下第一高手).

그의 이름은 능붕비(陵鵬飛)!

패천황룡(覇天皇龍)이라는 별호를 지닌 절대자(絶代者)가 바로 그다.

한데, 절대무적이라는 능붕비이건만 내리 일백 번을 패하게 만든 기재가 있다.

그는 바로...

능붕비 앞에 단좌하고 있는 그의 아들이다.

그의 이름은 능천한(陵天漢)!

바로 패천잠룡(覇天潛龍)이라 불리는 제일기재(第一奇才)가 그다.

[아버님께 불충함을 끼치지 않기 위하여 소자는 아버님보다 강해져 보이겠습니다!]

능천한은 겸손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과 패기가 가득했다.

[하하! 네가 이제 이 아비를 능가해야할 것은 단 두 가지이니라!]

능붕비는 아들을 자애롭고 대견스럽게 바라보았다.

능붕비는 환갑을 지난 후에야 능천한을 얻었다.

그의 모습은 삼십대로 보이나,

실상 그의 나이 팔십이 넘은 것이 이미 몇 년 전의 일이다.

능천한은 늦게 본 아들일뿐더러 사랑하는 아내의 목숨과 바꾼 귀한 아들이다.

 

<천극대정신맥(天極大正神脈).>

 

운명적으로...

능천한은 이천 년내에 나타난 적이 없는 절세존체(絶世尊體)를 타고 났다.

그러나...

천극대정신맥은 천혜의 존체이기에 그 모체(母體)의 희생을 강요한다.

, 천극대정신맥을 지니고 태어나는 아기는 모체의 모든 정기(精氣)마저도 흡수한 후에야 모체를 벗어나는 것이다.

그 때문에 능붕비는 아내에게 쏟을 사랑까지도 아들에게 쏟았다.

능붕비는 아들이 자신을 능가하는 것을 지상의 기쁨으로 아는 인물이다.

그리고, 능천한은 그런 아버지의 고심을 저버리지 않았다.

학문, 천문지리, 기문둔갑, 무공 등 모든면에서 능천한은 아버지의 능붕비의 뛰어 넘었다.

 

---천극대정신맥(天極大正神脈)!

 

한번 본 것은 무엇이든 자기것으로 하는 이 절세신맥의 덕으로,...

[그 첫째는 경험이며 그 둘째는 내공(內功)이다!]

능붕비는 자애롭게 말했다.

[경험이든 내공이든 모든 아버님을 능가해 보이겠습니다!]

능천한이 자신있게 말했다.

그의 눈은 형형하게 빛을 발하는 붕목(鵬目)이었다.

(아버님은 젊으셨을 때 천지금룡(天地金龍)의 내단(內丹)을 복용하시어 오백 년 내공을 얻으셨다.)

능천한은 내심 중얼거렸다.

능붕비의 내공은 가히 무적이다.

그가 약관의 나이로 수라천극존과 쌍황을 패퇴시킬 수 있었던 것도 기연으로 얻은 오백년 공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달리 기연이 없다면...

백 년을 가도 능천한은 능붕비의 내공을 능가하지 못할 것이다.

그점은 두 부자가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애비는... 네 공력이 나만큼 강해지도록 만들어 줄 생각이다!]

능붕비의 말에 능천한의 눈이 번쩍 빛을 발했다.

[자부(紫府)에 사람을 보내시오 자부노군(紫府老君)을 청()하신 것이 바로...!]

능천한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능붕비는 웃으면서 말을 막았다.

[너는 너무 영리하다. 한 마디로 열 가지 사실을 알아버리니 말이다.]

능붕비는 미소하며 아들을 바라 보았다.

[당금 무림이 많이 어지러워지고 있는데도 애비가 무림에 나가지 않는 이유를 아느냐?]

능붕비의 물음에 능천하은 공손히 대답했다.

[그것은... 천하대사를 소자의 손으로 정리도록 하게 하시려 하는 것으로 아옵니다!]

능붕비은 대견스럽게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가 무림에 나와 천하를 질타한 것이 능천한 정도 나이 때였다.

이제...

능붕비는 능천한에게 천하주재인의 자리를 물려주려 하는 것이다.

[...!]

[...!]

잠시 두 부자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아버지()는 황룡(皇龍),

아들()은 잠룡(潛龍).

얼마나 웅장하게 자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대잠룡(大潛龍)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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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1장

 

               무참한 여인들 (2)

 

 

 

“당신... 당신이 어떻게 이런 짓을...”

누군가 만화선자를 굶주린 짐승들에게 던져준 천외천궁주에게 악을 썼다.

지후(地后).

바로 천외천궁주의 부인인 그녀였다.

“이게 다 부인의 헛된 망상이 초래한 결과라는 걸 아직도 모르겠소?”

천외천궁주는 음산하게 웃으며 지후에게 다가갔다.

“그런... 그런 말도 안되는...!”

지후는 딸 단목자혜와 함께 서서 치를 떨었다.

“부인! 고집부리지 말고 날 따라 궁으로 돌아가는 게 어떻겠소?”

천외천궁주가 짐짓 온화한 표정으로 말했다.

“닥쳐요! 다른 사람은 속일지언정 난 못 속여요!”

지후는 부르르 몸을 떨며 소리쳤다.

“자진해서 못가겠다면 억지로라도 데려가는 수밖에 없겠구료.”

천외천궁주는 미끄러지듯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때였다.

“멈춰라-------”

휘르르르...

두 부부 앞으로 한 청년이 내려섰다.

봉두난발에서 풍기는 술냄새.

바로 대천제군이었다.

“지후! 걱정마십시오! 제가 왔습니다!”

그는 사뭇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지후와 단목자혜의 눈에는 실망의 기색이 어렸다.

어떻게 보아도 대천제군은 술주정뱅이였기 때문이다.

대천제군을 본 천외천궁주는 냉소를 금치 못했다.

“네놈이 대천제군이라는 얼간이이더냐?”

“무엇이!”

대천제군은 발끈하여 소리쳤다.

“에잇! 죽어라-----”

위----- 잉!

일순 대천제군의 몸은 성스러운 불광(佛光) 속에 휩싸였다.

“허어! 무아(無我)일맥의 패엽불강(貝葉佛罡)인가?”

천외천궁주는 코웃음치며 즉시 우수를 내밀었다.

콰------ 앙!

강맹한 일장이 그대로 불광을 깨뜨리며 들어가 대천제군을 후려쳤다.

“크------- 윽!”

대천제군은 피를 토하며 뒤로 튕겨져 나갔다.

겨우 멈춰서는 대천제군을 향해 천외천궁주는 조소를 흘렸다.

“흐흐흐 네놈이 천황성수를 무림에서 몰아내 주어 본궁주의 수고를 덜어준 댓가로 단번에 죽여주마!”

대천제군은 천황성수라는 이름이 나오자 더욱 길길이 뛰었다.

“어림없다! 풍운개벽대정신강(風雲開闢大霆神罡)-------”

콰르릉-----

풍운이 변색하는 듯한 극강한 강기가 천외천궁주를 쓸어갔다.

하지만

“삼정(三鼎)의 무공으로는 어림없다!”

냉소하는 천외천궁주의 몸이 서기로운 광휘를 일으켰다.

콰------ 앙!

대천제군이 천외천궁주를 내쳤다싶은 순간,

“크------ 악!”

사방에서 피보라가 날렸다.

대천제군은 박살이 나 너덜너덜해진 가슴을 부여안고 부르짖었다.

“크..... 내가 이렇게 약하진 않았는... 데!”

쿵-----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뒹군 대천제군의 몸은 두 번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절명한 것이다.

과실을 범했다 치더라도 어쨌든 그는 이검엽 이전에는 무림 제일의 후기지수였다.

그런 그가 너무나도 허무하게 죽고 만 것이었다.

“으... 으...”

지후는 실망과 낙담이 어우러져 비칠거렸다.

천외천궁주는 의도적으로 다정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부축했다.

“부인, 이제 그만 궁으로 들어 갑시다!”

“에익!”

지후는 그의 손길을 뿌리치며 천허존신강기를 일으켰다.

콰르릉------!

그야말로 사력을 다한 공격이었다.

스스스...!

하지만 그녀가 발휘한 천허존신강기는 천외천궁주의 몸에 닿자 눈 녹듯 스러졌다.

사력을 다했다한들 그녀의 성취는 천외천궁주의 그것에 일할에도 채 못 미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흐윽.....!”

직후 지후는 교구를 휘청하며 쓰러졌다.

소리없는 지력이 혼혈을 찍은 것이다.

“으우하하하핫-----!”

천외천궁주는 앙천광소하며 무너지는 지후의 몸을 받아 안았다.

“어머니!”

단목자혜의 비명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X X X

 

“흐흐... 부인! 왜 이러시오!”

야밤의 침실,

탄탄한 사내의 동체가 강압적으로 여인을 찍어 눌렀다.

“비켜랏! 네놈이 감히... 아악!”

여인의 발버둥은 너무도 무기력했다.

그녀는 사내의 완력에 간단히 제압당하고 말았다.

후------- 욱!

사내는 입으로 등잔을 불어 껐다.

불빛이 스러진 방안,

창으로 스미는 월광(月光)은 오히려 포근한 빛으로 그들을 비춰 주었다.

“흐흐... 부인!”

사내의 입술이 거칠게 여인을 훑어갔다.

“안... 안돼...!”

여인은 필사적으로 반항했다.

하지만 꿈틀거리는 본능(本能),

의지와는 무관하게도 그녀는 달아오르고 있었다.

“허억!”

사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여인의 나신 위에 올랐다.

“아...!”

여인의 팔은 어느새 사내의 목을 휘감아 갔다.

뒤엉켜진 남녀,

“아학!”

마침내 악문 여인의 이빨 사이로 자지러드는 듯한 신음이 새어나왔다.

합일(合一),

드디어 그들은 본격적인 행위를 시작한 것이다.

사내는 지칠 줄 모르는 듯 거듭거듭 숨가쁘게 율동했다.

“아... 아... 학...!”

여인은 허우적거렸다.

그녀의 교수는 사내의 등을 마구 쥐어뜯었다.

사내는 마치 굶주린 야수와 같이 끝없이 여체를 탐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제발... 그만...!”

여인은 어느덧 지쳐 가고 있었다.

그러나 사내는 막무가내였다.

행위 그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듯, 그자는 지칠 줄 모르고 여체를 농락했다.

 

다시 또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달이 기울고 있었다.

“으헉... 헉...!”

사내의 거친 숨소리는 여전했다.

“으... 음...!”

여인은 거의 실신지경이 되어 버린 지 오래였다.

그 사이에 새벽의 여명(黎明)이 방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러자 방안의 광경이 훤히 드러났다.

알몸으로 뒤엉킨 채 몸부림치는 남녀...

한데 일순,

“아------ 악!”

사내에게 깔려있던 여인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지나친 쾌락으로 혼미해져있던 그녀의 눈에 너무도 끔찍한 얼굴이 들어온 것이다.

자신의 몸 위에서 헐떡이고 있는 사내는 너무도 뜻밖의 인물이었다.

“안돼!”

여인은 단말마같은 비명과 함께 사내를 확 밀어내었다.

“억!”

방심하고 있던 사내는 여인에게서 밀려나 나뒹굴었다.

와장창-------!

사내를 밀쳐낸 여인은 창문을 부수며 밖으로 뛰쳐나왔다.

발가벗은 채 미친 듯 뛰어나온 여인,

놀랍게도 그녀는 지후(地后)가 아닌가?

사내에게 시달린 흔적이 역력한 그녀의 나신,

그녀는 처절히 부르짖었다.

“설... 설마... 당신일 줄이야!”

한편 방안에서는 밤새 지후를 유린했던 사내가 황급히 의복을 걸치고 있었다.

“실수했군. 역용이 풀린 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당황한 사내,

그자는 패도적인 분위기의 중년 사내였다.

바로 천주산에서 형인 백의인을 모살한 청의인이었다.

지후는 남편을 해친 원수에게 짓밟혔던 것이다.

실로 가혹한 운명이었다.

“호호호홋-------”

지후는 발가벗은 채 미친 듯이 웅장한 전각들 사이로 달려가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과 몸을 섞은 지후는 미쳐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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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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