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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十七 章

 

               찬란한 太陽

 

 

 

어느 분이 오셨소?”

뇌옥 안쪽으로부터 누군가의 음성이 들렸다.

염무위는 정신을 퍼뜩 차리고 대꾸했다.

노부일세!”

이어 그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또 하나의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형님!”

태상장로님!”

철문 안쪽에 갇혀 있던 백여 명의 인물들이 분분히 일어섰다.

이검엽도 염무위를 따라 들어와 그 인물들을 살펴보았다.

염무위의 추종자들은 대부분 육십 세 이상의 고령자들이었다.

한 눈에 봐도 그들이 절정의 경지에 이른 고수들임을 알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홍의와 청의를 입은 백령공 또래의 노인은 특출해보였다.

홍령공(紅靈公)과 청령공(靑靈公),

바로 그들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백 세가 넘은 노인들이었다.

(천외천궁의 진정한 힘은 천존군영대 따위의 젊은 놈팽이들이 아니라 바로 이들 노장들이다. 이들의 힘은 천존군영대보다 십() 배는 강한 것이다!)

이검엽은 그들을 보며 내심 중얼거렸다.

그때 염무위가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우님들에게 이분 천황성수 이공자를 소개하겠소.”

! 천황성수(天荒聖手)!”

중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검엽에게 모아졌다.

그리고 이검엽을 본 순간 그들은 느낄 수 있었다.

고금제일(古今第一)의 영웅(英雄),

젊은 기협(奇俠)으로 자신들의 난국을 타개해줄 인물,

그의 참() 면목을...

이검엽은 정중히 포권했다.

이검엽이라 하외다. 지도와 편달 있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 늙은이들이야 말로 가르침 있으시길 바라오.”

청령공과 홍령공이 중인들을 대표하여 인사를 했다.

! 모두 앉게나.”

염무위의 말에 중인들은 이검엽 주위로 몰려와 앉았다.

그리고 나직하고 비밀스런 대화가 오갔다.

그 누구도 그들의 대화를 엿듣는 자는 없으리라.

그 사이 중인들의 눈길은 마치 빨려들 듯 이검엽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절대적인 신망(信望)을 담은 채,

 

***

 

그르르... !

석문(石門)이 열리며 들어서는 인물,

이검엽이었다.

작은 뇌옥(牢獄) 안에는 여러 가지 형구(刑具)가 놓여 있고,

송진 횃불 하나가 그을음을 내며 타오르고 있었다.

뇌옥이라기보다는 형장(刑場)을 연상시키는 곳,

그곳에 한 명의 인물이 있었다.

이검엽이 들어선 문의 맞은편 석벽에 전라여인(全裸女人) 한명이 쇠사슬에 묶여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죽은 듯 축 늘어진 여인의 나신,

섬세한 곡선이 두드러진 훌륭한 몸매였다.

나긋나긋하면서도 몽클한 것 같은 감촉이 시각(視覺)만으로도 전해지는 것 같았다.

백옥지신(白玉之身),

특히 그녀는 피부가 백옥처럼 고왔다.

하지만 그 백옥지신은 지금 끔찍한 상흔만이 남아 있었다.

멋대로 휘갈긴 듯한 수많은 채찍 자국,

살갗이 타들어간 인두자국 등,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을만큼 그녀의 나신은 상처를 입고 있었다.

불쌍한...”

이검엽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죽은 듯 늘어져 있던 여인이 꿈틀했다.

이어 그녀는 악에 받친 듯 소리쳤다.

더러운 놈들! 차라리 죽여다오!”

휴우...”

이검엽은 한숨을 내쉬며 손을 쳐들었다.

스스스...!

그러자 쇠사슬은 모래와 같이 부서져 내리고

여인의 몸은 둥실 떠오라 이검엽의 팔에 안겼다.

... 누구?”

그제야 여인은 흠칫하여 힘겹게 눈을 떴다.

나요 검지(劍芝)!”

이검엽의 나직한 부름,

... 공자님!

여인은 바로 검황종(劍皇宗)의 손녀인 매검지(梅劍芝)였다.

공자님! 공자님! 흑흑...”

그녀는 이검엽의 품에 안긴 채 오열을 거듭했다.

가엾은 것... 섣불리 천외천궁주에게 달려들 것을 걱정했더니...”

이검엽이 다독이자 그녀는 오열과 함께 부르짖었다.

흑흑... 참을 수가... 참을 수가 없었어요!”

이검엽은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오빠가 누이에게 하듯 위로했다.

걱정하지 마라. 검황종 노선배님의 원한은 내가 갚아줄 것이니...”

공자님...!”

매검지는 그의 품에 안긴 채 하염없이 흐느꼈다.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풀릴 때까지...

 

***

 

심야(深夜),

화려한 전각(殿閣) 한 채가 달빛 아래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

커억!”

전각 주위에 매복하고 있던 십여 명의 금의인들이 돌연 쓰러졌다.

------!

!

아무런 까닭도 없이,

그 직후,

스스스...!

마치 유령처럼 한 명의 백의인이 장내에 나타났다.

이검엽이었다.

금의인들이 쓰러져간 이유는 뻔했다.

이심제기(以心制氣).

그 가공할 무공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이검엽은 자기 집인 듯 유유히 걸어 전각으로 다가갔다.

(이곳에 금령시위대장인 금령무존(金靈武尊)이라는 자가 머문다고 했겠다!)

스르륵,...

그가 다가서자 전각의 문은 그대로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누구냣!”

전각 안쪽에서 일성 냉갈이 터져 나왔다.

(역시 범상치 않은 자로군.)

이검엽은 내심 감탄해 마지않았다.

누군가 전각의 깊숙한 내실에 있으면서 입구의 기척을 알아차렸다.

그것만으로도 그 인물이 지닌 무공의 깊이를 짐작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검엽은 태연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런 그를 막는 자는 없었다.

(자신의 무공에 대단한 자부심을 품고 있겠구나. 경호조차 거부하는 것을 보면...)

하나 둘 쯤이라도 있음직한 호신무사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 전각 안,

이검엽은 그곳을 가로질러 어느 방 앞에 이르렀다.

화려한 침실,

한 명의 노인(老人)이 침대에서 내려와 이검엽을 맞이했다.

건장한 체구에 대추빛 안색, 수염을 길게 길러 의젓한 풍모를 풍기는 노인이다.

전설 속의 관운장(關雲將)을 연상케 하는 인물이다.

누군데 감히 본존의 처소에 난입하는가?”

노인은 쩌렁쩌렁한 음성으로 일갈했다.

!”

하지만 노인은 이내 대경실색했다.

이검엽과 마주한 순간 가이 없는 창공(蒼空)을 대하는 듯한 느낌을 받은 때문이다.

이검엽에게서는 거칠면서도 유연하며 그 끝을 알 수 없는 대해와도 같은 기도가 느껴진다.

노인은 숨이 막히는 듯한 압박감을 받았다.

... 귀하는 누구신가?”

그는 형용키 어려운 감정을 담은 시선으로 이검엽을 응시했다.

이검엽이 되물었다.

그대가... 금령무존이신가?”

노인, 금령무존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소. 한데 귀하는 누구신가?”

이어진 그의 질문에 이검엽은 나직이 대답했다.

천황(天荒)에서 온 사람이오.”

... 그렇다면 천... 천황존신(天荒尊神)이란 말인가?”

금령무존은 부르짖듯 되물었다.

천황에서 온 것은 확실하나 존신(尊神)이란 칭호는 과분하오.”

그러나 그 순간 금령무존은 확신할 수 있었다.

눈앞의 인물이 전설 속의 천황존신(天荒尊神)임을...!

그는 신음하듯 뇌까렸다.

으음... ... 전설이 사실이었는가?”

그런 그의 뇌리를 스치는 전설...

 

중원(中原)이 한 가닥 신음조차 끊이고,

혼돈(混沌)의 혈야(血夜)가 억겁()을 지나려 할때,

돌연 한 줄기 외로운 그림자(孤影)!

천황(天荒)으로부터 오다.

절대금검(絶代金劍)의 광휘!

천세(天世)를 초월(超越)하고...

()을 꺾고 기()를 빼앗겼던 천만군협(千萬群俠)!

하나로 환호하며 우러러 받들다.

절대존명(絶代尊名)!

 

-----천황존신(天荒尊神)------

-----천황존신(天荒尊神)이시여-------

 

어느덧 금령무존은 사색이 되었다.

천황존신의 출현-------

전설은 사실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천외천궁의 종말을 고()함이 아닌가?

그때 이검엽은 나직이 말했다.

대의(大義)를 위하여... 그대를 제거해야겠소!”

------ !

쏴아아...!

순간 무형의 극강한 힘이 금령무존을 휩쓸었다.

...!”

금령무존은 부르르 경련했다.

그러면서도 일신의 공력을 모두 쏟아내어 맞섰다.

금령천강공(金靈天罡功)------!”

콰르릉...!

콰쾅------!

실로 엄청난 힘()이 실린 금광(金光)이 금령무존의 쌍장에서 폭출 되었다.

스스스...!

하지만 금령천강공은 마치 바다에 빠진 모래가루처럼 일시에 스러지고 말았다.

----- !”

동시에 그의 몸이 휘청했다.

분명 그는 멀쩡했다.

하지만 그는 알 수 있었다.

이미 자신의 내부가 완전히 박살이 나있음을,

그는 자신이 흔들리는 그림자를 보며 처절하게 부르짖었다.

... 천황존신...! ,... 궁주는... 때를 잘못 타고 났다.”

------ !

말을 맺기도 전에 그의 몸은 고목이 쓰러지듯 바닥에 나뒹굴었다.

“...!”

이검엽은 묵묵히 돌아섰다.

무심한 그의 시선은 여전히 담담하고 고요했다.

어느 사이엔가 그의 곁에는 홍, , 백의 태상장로들이 와 있었다.

아연실색!

그들은 저마다 경악으로 인해 부르르 경련했다.

(금령무존... 궁주 다음가는 고수가 단 일초의 저항도 못해보고...!)

(놀랍다! 딱히 손을 쓰지도 않았거늘 기()로써 금령무존 정도의 고수를 일거에 제거하다니...)

이검엽은 경악에 찬 그들의 시선을 뒤로하며 전각을 나섰다.

그러면서 눈을 들어 하늘을 응시했다.

이제... 궁주만 남았군!”

야공(夜空),

한 줄기 유성(流星)이 길게 꼬리를 그으며 서천(西天)으로 사라졌다.

마치 천예지(天刈芝)가 죽었던 밤처럼,...

 

X X X

 

아침이 되었다.

... !”

눈을 뜨자마자 단목운뢰(丹木雲雷)는 검미를 찌푸렸다.

기이하게도 궁 전체가 쥐죽은 듯 조용했다.

(모두 어디로 갔는가?)

그는 침상에서 일어서며 창문을 열어 젖혔다.

창문 밖에도 역시 아무도 없었다.

늘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던 금령시위대는 모두 어디로 갔는가?

또 그 많던 시비들은 또 어디로 간 것인가?

문득 서늘한 봄바람이 그의 옷깃을 스쳤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나 혼자란 말인가? 천존군영대... 금령시위대... 전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때였다.

그의 눈에 한 명의 청년이 휘적휘적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깨끗한 백의(白衣)를 걸친 초탈한 용모,

허리에는 비스듬히 초라한 고검(古劍)을 걸고...

단목운뢰는 흠칫했다.

(묵령신검(墨靈神劍)! 저것이 어떻게...!)

그 사이 청년은 창문에 가까이 다가왔다.

단목운뢰는 새삼 감탄을 금치 못했다.

(초탈하구나. 세속을 초월한 인물...!)

그때 청년이 정중히 포권했다.

궁주! 잠시 모시고 싶소이다.”

담담하고 낭랑한 음성,

단목운뢰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했다.

기꺼이 응하리다.”

이어 그는 이내 의복을 단정히 갖춘 후 밖으로 날아 나갔다.

귀공의 성함은?”

그가 묻자 청년은 간단히 대답했다.

이검엽이라 하외다.”

단목운뢰는 순간 흠칫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천황존신(天荒尊神)...!”

이검엽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과분한 칭호외다.”

그렇지 않소.”

단목운뢰는 고개를 저었다.

전설을 믿으려 하지 않았으나 귀공을 대하니 믿지 않을 수 없구료.”

이검엽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받았다.

명호(名號)... 한때 스치는 춘풍같이 허망한 것... 무엇이던 상관이 있겠소이까?”

이윽고 두 사람(兩人)은 나란히 걸었다.

본인을 어디로 인도할 참인가?”

단목운뢰의 물음에 이검엽은 선선히 대답했다.

궁주를 뵙고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소이다.”

단목운뢰는 짐작이 가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때가 아닌 모양이군.”

체념에서인가?

단목운뢰는 분명 자신의 종말을 깨닫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너무도 초연했다.

()과 사()의 개념을 이미 초월한 듯,

이검엽과 단목운뢰,

그들 두 사람은 지금 한결같이 똑같은 심정이었다.

감정의 대립이라든가 살심(殺心) 따위,

그런 것들은 이순간 전혀 가질 수 없었다.

십년지기(十年知己)인 양 그들은 온화한 미소를 지고 받을 여유가 있었다.

 

두 사람은 잠시 묵묵히 걸었다.

이윽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드넓은 연무장(鍊武場)이었다.

수천을 헤아리는 천외천궁도들이 연무장을 빽빽이 매운 채 두 사람을 주시하고 있었다.

문득 단목운뢰의 얼굴에 미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인간의 심리란... 조변모개와 같이 부지없는 것인 것 같소.”

궁주께서는 조금 더 일찍 그것을 깨달으셨어야 했소이다.”

이검엽의 말에 단목운뢰는 공허한 시선을 허공에 던졌다.

그 말이 맞소. 동감하는 바요.”

두 사람은 천외천궁도들의 시선이 집중된 채 높은 대위로 올랐다.

이미 예정된 자신의 종말을 느낀 것일까?

단목운뢰는 허허롭게 웃었다.

허헛... 본인이... 형님을 천주산에서 시해하고 돌아와 보니... 천외신존이 남긴 백팔십(百八十) 개의 점토판 중 마지막 팔백십번째 점토판이 사라진 것을 깨달았소.”

이검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점토판에 숨겨진 이치를 궁주께서는 곧 보시게 될 것이외다.

알겠소. 그럼...!”

단목운뢰는 말했다.

천외존극신강(天外尊極神罡)이라는 것이외다. 천외천궁의 일천년(一千年) 정화가 실린 것이오!”

콰르르------- !

쿠르르...!

돌연 천지를 함몰시킬 듯 거창한 강기의 소용돌이가 이검엽을 덮쳤다.

그것은 집채만한 바위라도 돌개바람에 휘말린 지푸라기처럼 날려 버릴 것만 같았다.

스스스...!

하지만 천외존극신강의 힘은 이검엽의 주위에 이르자 봄눈 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이검엽은 마치 아무 일 없었던 듯 무심한 표정 그대로였다.

단목운뢰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 대단하구려! 손도 쓰지 않고 어떻게 천외존극신강의 역도를 흩어버린 것이오?”

이검엽은 무심히 대답했다.

대천황존신강(大天荒尊神罡)이라는 것이었소이다.”

그랬었군.”

단목운뢰는 두눈을 빛내며 다시 말했다.

천극굉연대천황(天剋轟然大天荒)마저 보고 싶구려!”

보여 드리리다!”

이검엽은 고개를 끄덕였다.

스릉!

그는 천천히 절대금검을 뽑았다.

순간 찬란한 금광(金光)이 비무대를 가득 메웠다.

... 절대금검(絶代金劍)!”

단목운뢰는 놀라며 부르짖었다.

위잉-------!

츠츠츠츠...!

그 사이 절대금검은 이검엽의 손을 떠나 허공으로 날아갔다.

------- ------!

------- !

일순 천외천궁 전체가 온통 휘황한 금광으로 뒤덮였다.

! 저럴 수가!”

단목운뢰는 꿈인 듯 정신없이 부르짖었다.

절대금검-------

그 자체가 허공에서 불어나고 있었다.

백 장(百丈)인가?

아니, 이백 장... 오백 장(五百丈)까지...!

아아!

천외천궁 전체가 거대한 절대금검에 짓눌리고 마는 것인가?

아니었다.

파츠츠... 츠츠... ...!

한 순간 그 거대한 검봉(劍峯)은 서서히 내려 꽂히고 있었다.

정확히 단목운뢰를 향해!

붕천극강(崩天剋罡)-------!”

단목운뢰는 사력을 다해 양손을 휘둘렀다.

콰르르릉-------!

꽈꽈------- -----!

태산이라도 허물어뜨릴 듯한 강기가 주위를 휩쓸었다.

그러나...!

그것은 작디작은 한 인간이 창공을 향해 허우적거리는 돌팔매질에 불과했다.

대자연(大自然)!

대우주(大宇宙)의 크나큰 이치!

그것에 어찌 인간이 대항하랴!

------ !

----- ------ !

거대한 검봉은 드디어 단목운뢰를 관통하고 말았다.

그러자 그 거대하던 절대금검의 자취가 삽시에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장내에 남은 것은 두 자 여섯 치의 절대금검에 관통당해 비틀거리는 단목운뢰였다.

단목운뢰,

()의 종말을 장식하려 함인가?

그는 의미 깊은 한 마디를 남겼다.

... 자연... 을 상대하려 했으니... 나는... 천하제일의... 바보였... !”

푸스스...!

다음 순간 기이한 음향과 함께 단목운뢰의 몸이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추악한 생전(生前)의 야심과 함께 영원히 증발해 버린 것인가?

“...!”

“...!”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했다.

감히 그 누구도 입을 함부로 열 자는 없었다.

휴우...!”

이윽고 이검엽은 나직한 한숨을 내쉬며 덩그렇게 남은 절대금검을 집어 들었다.

다시는... 너를 쓰는 일이 없기를...!”

이로써 모든 혈겁()은 종식되었다.

절대금검!

그 휘황한 광휘를 마지막으로...

와아-------!”

비로소 군웅들의 함성이 터졌다.

그들은 천지가 떠나갈 듯 소리 높여 외쳤다.

천황존신-------!”

천황존신이여------!”

천외천궁도들.

그리고 밤을 지새워 달려온 군협들은 환호에 거듭했다.

-------!

! ------!

그때 백, , 홍의 세 태상장로가 분분히 날아와 이검엽 앞에 꿇어 엎드렸다.

노신(老臣), 궁주님을 알현합니다!”

백령공의 손에는 찬연한 금빛 영부가 들려져 있었다.

 

<천궁지존령(天宮至尊令)>

 

하지만 이검엽은 고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염공(苒公)...! 본인은 그것을 받을 수 없소이다.”

그러나 백령공 염무위는 의미있게 미소했다.

궁주께선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저들을 보십시오!”

염무위가 가리키는 것.

그것은 수많은 천외천궁도들이었다.

궁주님을 알현하옵니다!”

그들은 일제히 이검엽을 향해 대례(大禮)를 올리고 있지 않은가?

이검엽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천외천궁주가 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대들은... 진실로 본인을 난처하게 만드는구료...!”

이검엽은 씁쓸히 웃으며 천궁지존령(天宮至尊令)을 받아 들었다.

그 순간 천외천궁은 환호했다.

와아-------! 궁주님 만세-------!”

와아-------!”

천외천궁! 영원하라------!”

천황존신(天荒尊神)!

고금제일(古今第一)의 젊은 영웅(英雄)!

그는 천외천궁주로서 군림(君臨)하게 된 것이었다.

그때였다.

오빠------!”

상공-------!”

아우님...!”

군웅들 사이에서 여러 줄기의 왜영이 솟구쳣다.

무두가 아리따운 여인들이었다.

태극신후.

그녀에게 안긴 자운(紫雲).

그리고 빙후(氷后)와 설미조(雪美藻).

또한,

매검지(梅劍芝).

그녀들은 일제히 비무대 위로 올라와 이검엽을 둘러쌌다.

------- !”

------!”

끝없이 계속 될듯한 환성, 환성------!

하지만 멀찍이 뒤에 숨어 홀로 눈물을 흘리는 미녀(美女)가 한 명 있었다.

이공자님...!”

그녀는 무너지듯 쓰러져 오열했다.

흐느끼는 고금제일미인(古今第一美人).

그녀는 바로 단목자혜(丹木紫慧)였다.

 

찬란한 태양(太陽)이 솟는다.

창공(蒼空)을 향해 우뚝 솟은 아미금산(天外神山) 위로 찬란한 양광(陽光)이 가득 쏟아지고 있었다.

 

<천황존신(天荒尊神)>

 

그의 이름도 그 태양처럼 영원히 무림사(武林史)에 기록되리라!

 

< 大 尾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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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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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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