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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九 章

 

                 쓰러진 劍聖

 

 

 

-개봉(開封),

 

천년고도 개봉부의 북쪽에는 대안산(大安山)이라는 산이 있다.

그다지 큰 산은 아니다.

하지만 개봉부에서 멀지 않고 경관이 수려하여 시인묵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대안산(大安山)의 남쪽 산록

두개의 야트막한 산봉을 에워싸고 거대한 석성(石城)이 있다.

청석(靑石)을 깎아 만든 삼 장 높이의 성벽이 십여 리에 걸쳐 뻗어 있다.

웅장하기 이를 데 없는 석성(石城).

석성(石城)의 안쪽.

두 산봉 사이의 넓은 분지에는 수백 채의 전각들이 처마를 맞대고 늘어 서 있다.

대해의 파도같이 줄지어 선 전각인 처마들...

곳곳에 벌려진 가산(假山) 정원...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는 널찍한 연무장들이 자리하고 있다.

실로...

자금성의 규모로 방불케하는 웅장한 규모인 석성이다.

 

<천검성(天劍城).>

 

이곳을 천검성이라 부른다...

천검성은 당금의 천하 무림을 쥐고 흔드는 사대거파(四大巨派)의 일문이다.

또한,

동정호(洞庭湖)에 자리한 광양회(廣陽會)와 더불어 천하백도를 이끌어 가는 지주이기도 하다.

당대의 천하제일검파(天下第一劍派)가 천검성인 것이다.

 

---천후검성(天侯劍聖) 나뢰(羅雷).

 

당대 천검성주(天劍聖主).

일검성(一劍聖)으로 불리는 제일검사(第一劍士)가 바로 그다.

패천황룡(覇天皇龍)이 아닌 그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는 강자(强者)...

 

천검성(天劍城)의 후원.

[...!]

뒷짐을 쥐고 하늘을 바라보는 노인이 있다.

잘 가꾸어진 정원에는 백화(百花)가 그 자태를 겨루며 황홀한 화향을 풍겼다.

그러나...

노인은 그 짙은 화향 속에서도 어두운 안색을 짓고 서 있다.

백설같이 흰 장포...

그 백포만큼이나 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 아니 노검사(老劍士).

온화해 보이는 안색 뒤로 살을 베는 예기(銳氣)가 서려 있다.

그의 자세는 극히 한가로워 보인다.

하지만 헛점투성이같은 그의 자세에는 사실 바늘만큼의 헛점도 존재하지 않는다.

놀라운 기도(氣道)가 아닐 수 없다.

[...]

문득 노인의 입에서 묵직한 한숨이 흘렀다.

노인의 노안은 어둡게 남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패천지혼(覇天之魂)... 그 거룡(巨龍)이 초토로 쓰러지다니...]

노안이 근심으로 물든다.

[혈풍(血風)이 불고 있음이다. 암운이 가장 먼저 황산을 덮었을 뿐이다. 이제 천하가 걷잡을 수 없는 대혈겁에 빠져들리라.]

노인의 검미가 부르르 떨렸다.

[천검만리어기뢰(天劍萬里馭氣雷)... 그 무상지검(無常之劍)을 완성했으면 천하를 평정할 자신이 있으련만...]

노인의 한숨이 정원의 백화(百花)를 떨게 만든다.

 

---천검만리어기뢰(天劍萬里馭氣雷).

 

천검성(天劍城)에 내려오는 사상최강의 검학(劍學)이다.

()을 날려 천 리 밖의 적을 벤다는...

노인...

그가 누구이기에 천검만리어기뢰의 절기를 입에 올리는가?

그때,

[아버님!]

한 명의 삼십대 장한이 노인의 뒤로 다가와 공손히 시립했다.

[응천(應天)이냐?]

노인은 천천히 돌아섰다.

그의 앞에는 호형의 장한이 시립하고 있었다.

 

---천검맹룡(天劍猛龍) 나응천(羅應天).

 

천검성의 소성주 되는 인물이다.

그가 아버지라고 부르는 노인,

천후검성(天侯劍聖) 나뢰(羅雷)가 바로 그였다.

천하제일검사(天下第一劍士)라고 불리는 검()의 달인(達人)...

[그래... 황산에는 잘 다녀왔느냐?]

나뢰가 침중하게 물었다.

[! 하오나... 패천신문의... 겁멸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을 뿐...]

나응천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는 나뢰와 시선이 마주 치는 것을 피하려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나뢰는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겼다.

[능대협과... 잠룡(潛龍), 능천한이라는 아이의 생사를 확인해 보았느냐?]

나뢰는 나응천에게 물으며 꽃밭사이를 거닐었다.

나응천은 그뒤를 따랐다.

나뢰에게는 나응천과... 느지막이 얻은 나설련이라는 두 남매가 있다.

남매 모두 뛰어나나 특히 딸인 나설련(羅雪蓮)은 뛰어난 재질을 지녔다.

천검미후(天劍美后)라고 불리는 그녀는 천하오대미인(天下五大美人)에 드는 경국지색이다.

[능대협부자는 실종된 상태입니다.]

[실종이라...]

나뢰가 무거운 시선을 하늘에 던졌다.

[그보다... 천하무림이 엄청난 혈겁에 휘말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나응천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패천신문의 겁멸 말고... 또 다른 혈겁이 일었단 말이냐?]

나뢰가 몸을 세우며 노안을 굴렸다.

[그렇습니다. 천해존불(天海尊佛)이 쓰러지고 녹림대제(綠林大帝)와 광양대제(廣陽大帝)가 실종되었습니다!]

[무엇이...]

나뢰의 몸이 부르르 떨리며 경직되었다.

그가 경악하는 것은 당연하다.

 

---천해존불(天海尊佛).

---광양대제(廣陽大帝).

---녹림대제(綠林大帝).

 

그들이 누구인가?

한 명은 일갑자 이전에 절대무적으로 통하던 불존(佛尊)이 아닌가?

거기다가 광양대제는 당금 백도의 일대지주이며,

녹림대제는 일백만 녹림도를 호령하던 녹림대종사(綠林大宗師)가 아닌가?

한데 그런 그들이 쓰러지고 실종되다니...

천하가 경동하고도 남을 일었다.

[으음...]

나뢰의 안면이 부들부들 떨렸다.

천하제일검사의 그의 심기를 뒤흔들어 놓을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나뢰는 신음하며 물었다.

[광양대제와 녹림대제의 실종은 그렇다 치고... 누가 있어 천해존불(天海尊佛) 노선사를 쓰러뜨렸단 말이냐?]

천해존불(天海尊佛).

그는 소림사상 세번째로 강한 인물이다.

소림 일천년사상 천해존불이 능가하지 못한 인물은 단 두 사람뿐이다.

첫째는 소림의 조사인 달마(達磨)이고...

둘째는 소림 십이대 장교이며 달마선사이래 최강이라는 광법대존자(廣法大尊子).

물론,

후일 광법대존자는 천지십병(天地十兵)에 드는 마병(魔兵)에 쓰러졌지만...

달마선사와 광법대존자에 비견되는 천해존불이다.

그가 금강불괴지체를 이룬 것은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천지십병이 아니라면 보통의 신병으로는 상처도 입힐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런 천하존불을 누가 있어 쓰러뜨렸겠는가?

[천해존불(天海尊佛)... 측근의 인물에게 시해당했다고 합니다.]

나응천이 말했다.

말을 하는 그의 눈이 아주 차갑게 빛났다.

그의 눈에 살기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살기를 발하다니...

[측근... 어는 누가 그런 대역무도한 짓을 저질렀느냐?]

나뢰가 노기를 실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응천이 지체없이 대답했다.

[그는... 천해존불의 기명제자인 복마신장(伏魔神壯) 상관여륭(上官與隆) 입니다.]

[복마신장(伏魔神壯)!]

나뢰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때였다.

격동한 나뢰가 흥분으로 한 가닥의 헛점을 드러내었고,

--- --- !

--- 파팟!

천만뜻밖에도,

나응천이 벼락같이 손을 내쳐 그 헛점을 파고 들었다.

[응천... 네가!]

나뢰가 아연하여 경악성을 토했다.

그가 알아차렸을 때는 나응천의 살수가 가슴으로 파고 드는 때였다.

절대절명(絶代絶命)!

그러나 나뢰는 역시 천하제일검사(天下第一劍士).

[--- !]

그의 입에서 노갈이 터지고,

스슥! --- 이잉!

나뢰의 몸이 우측으로 서 너치 흔들렸다.

범인이 상상할 수 없는 민첩한 임기웅변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나뢰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너무도 뜻밖의 암습이었기에,

--- !

나응천의 손이 스치며 나뢰의 가슴에서 선혈이 확 일었다.

--- --- !

그사이 나뢰는 오 장 밖으로 물러섰다.

[--- --- !]

콰르르르--- 르릉---!

--- 아악!

일격이 실패한 나응천이 득달같이 나뢰를 휘몰아쳐 왔다.

그런 나응천의 모습에 나뢰의 노안이 무섭게 치떠졌다.

[네놈! 응천이 아니었구나!]

나뢰의 입에서 폭갈이 터졌으며,

--- --- !

그의 우수에서 천지를 양단하는 막강한 검세가 피어올랐다.

 

---천후신검(天侯神劍),

 

천검성(天劍城)의 제일기보이며,

천병보(天兵譜) 서열 이십일위인 신검이 나뢰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이다.

()을 들면 나뢰는 무적이다.

--- --- !

[------ !]

나응천이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 --- !

나응천이 이마에서 가랑이로 일검양단되어 나뒹굴었다.

쪼개진 그의 얼굴에서 정교한 인피면구가 떨어졌다.

[이놈이 응천이로 변장했다함은 황산에 갔던 응천이 변을 당했다는 얘긴데...!]

나뢰의 안색이 급하게 변했다.

그자신도 암습당하여 가볍지 않은 상처를 입었으나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나뢰가 다급해하는 순간,

[--- 아아!]

[크하하하하!]

--- 퍼펑!

--- --- 콰쾅!

[--- 아악!]

[아악... ... 적의 내습이다!]

천검성의 사위에서 수천의 혈의인들이 날아들었다.

그자들은 다짜고짜 천검성도들을 쓰러뜨렸고...

당황한 천검성도들은 변변히 싸워보지도 못하고 쓰러졌다.

일시에,

천검성 전체가 혈풍에 휘말려 들어갔다.

[으음...!]

나뢰의 안색이 천만 근의 무게로 가라 앉았다.

휘르르르--- 르르!

나뢰는 즉시 싸움이 벌어지는 천검성의 외곽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의 신형이 허공에 떠오른 직후,

[크크크! 내려가랏!]

--- 이이잉!

허공일각으로부터 막강한 사기(邪氣)가 쏟아져 내렸다.

[!]

나뢰의 신형이 휘청하며 지면으로 떨어져 내리고,

--- --- 쿠쿵!

그의 배후에서 시뻘건 혈강(血罡)이 노도같이 쏟아졌다.

[천검제뢰(天劍諸雷)!]

--- --- --- !

나뢰의 폭갈이 산악같은 검기와 함께 일어났다.

천지(天地)가 일시에 천후신검(天侯神劍)의 검영(劍影)으로 가득 찼다.

일검성(一劍聖)이란 별호가 결코 와전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위세였다.

--- 르르르--- !

쿠쿠--- !

천후검성이 나뢰의 등뒤로 몰려들던 혈강(血罡)이 산산이 부서졌다.

[누구냣?]

일검을 짓쳐낸 나뢰가 노갈을 쳤다.

스스스스...!

그의 전면으로 한 명의 혈영인(血影人)이 피그림자(血影)에 싸여 나타났다.

그리고,

[크크크...!]

허공에서 골수를 후벼 파내는 듯한 끔찍한 음소가 터졌다.

나뢰는 흠칫하여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콰르르르---!

츠츠--- 츠츠--- !

한 명의 음사하기 이를 데 없는 회포의 노인이 칙칙한 사기(邪氣)를 휘몰며 덮쳐오고 있는 게 보였다.

[... 역천사황(逆天邪皇)!]

나뢰의 입에서 숨넘어가는 신음성이 터졌다.

그러나,

그의 천후신검은 장쾌한 기세로 역천사황을 마주 무찔러 가고 있었다.

--- 르르르르릉!

--- --- !

--- --- !

천후신검의 검강이 불꽃을 튀겼다.

그 순간,

--- --- !

한 줄기 혈영강지(血影)가 낙뢰같이 천후검성이 나뢰의 배심으로 파고 들었다.

--- --- !

[--- !]

피가 확 튀면서 나뢰의 등으로 다섯 개의 구멍이 뚫렸다.

--- !

나뢰의 손에서 천후신검이 떨어져 나뒹굴었다.

[천검... 만리어기뢰(天劍萬里馭氣雷)를 익혔으면...]

나뢰는 비틀거리며 입으로 피를 토했다.

[크크크... 나가야... 그만 뒈져랏!]

--- 르르릉!

--- --- 콰쾅!

역천사황의 무지막지한 장력이 나뢰의 사지를 짓이겨 버렸다.

--- 우웅!

나뢰는 비명도 못 지르고 피곤죽이 되어 나뒹굴었다.

천하제일검사(天下第一劍士)가 쓰러지는 순간이었다.

스스스스슥!

[크크...]

역천사황이 음악한 미소를 흘리며 천후신검(天侯神劍)을 집어 들었다.

[크크... 천후신검은 노부가 전리품으로 거두겠다!]

이에 혈영군(血影君)이라는 예의 혈영인이 혈영 속에서 음침하게 웃었다.

[흐흐... 사황! 좋소. 그대신... 나 설련이란 계집은 본군(本君)이 맛을 보겠소!]

[크크... 아쉽지만...!]

스스스슥!

역천사황은 섬칫한 마기를 흘리며 멀리로 날아갔다.

날아가는 역천사황을 바라보던 혈영군은 사악하게 내뱉았다.

[크크... 늙어 뒈질 것이 욕심은 많아서... 혈종(血宗)의 지엄한 분부가 아니었다면 내손에 맞아 죽었어야할 노물들...]

혈영군은 이어 천후검성 나뢰를 발로 툭툭 걷어찼다.

[삼존(三尊) 중 불존(佛尊)과 도존(道尊)을 쓰러뜨렸고... 이제 흑룡천신(黑龍天神)과 운무중에 있는 취존개(醉尊)만 제거하면 혈종천하(血宗天下)를 이룰 수 있다.]

스스스스--- !

혈영군은 중얼거리며 허공으로 치솟았다.

[--- --- 아악!]

[으아아--- !]

! ! 콰르르르르--- !

날아가는 그자의 발밑에서는 대혈겁(大血劫)이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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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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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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