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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비구니의 신세한탄

 

 

 

두 개의 절벽 사이에 위치한 천불곡은 마치 딴 세상같이 조용했다. 기승스런 모랫바람도 천불곡 안으로는 불어들어 오지 않았다.

한데 모랫바람 대신 역겨운 피비린내가 물씬 등룡풍의 코를 찔러왔다.

좁은 천불곡 안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지 않은가?

여기저기에 수많은 여승들이 죽어 넘어져 있었다.

파르라니 깍은 머리에 회색승포를 걸친 여승들, 그녀들은 모두 지극히 고통의 표정으로 죽어 있었는데 불문의 제자들답지 않게 손에 손에 병장기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

등룡풍은 눈 앞에 벌어져 있는 끔찍한 참경을 둘러보며 무거운 신음성을 발했다.

“나 말고 또 이 반야암을 찾아온 자들이 있었군!”

그는 급히 나귀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이어, 그는 세심한 눈으로 여승들의 시체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여승들의 사인(死因)은 가슴에 맞은 내가장력이었다. 그녀들의 가슴에는 하나같이 섬뜩한 핏빛 장인(掌印)이 찍혀 있었다. 그 혈장인이 여승들의 젖무덤을 무참하게 으스러뜨리고 심장까지 바스러뜨린 것이다.

등룡풍의 초롱한 눈빛이 지혜롭게 빛났다.

(손바닥 자국으로 보아 침입자는 모두 여덟 명이다!)

그는 십여 구의 시체를 모두 살펴본 후 몸을 일으켰다.

“너는 여기서 기다려라!”

그는 나귀의 등에서 녹슨 칼 도왕 치우를 내려 품에 안고 천불곡 안으로 들어섰다.

골짜기 한 굽이를 돌자 반야암이 저 만큼 보였다.

반야암은 절벽의 중간쯤에 세워져 있었다. 절벽을 반쯤 파서 세운 동굴 암자인 반야암까지는 백여 개의 계단으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한데 그 계단 주위에도 수십 명의 여승들이 죽어 있었다.

 

등룡풍은 총총히 걸음을 옮겨 반야암으로 올라갔다.

“......!”

헌데 반야암의 본전(本殿)으로 들어서던 등룡풍은 멈칫하여 걸음을 멈추었다. 어두운 반야암 안에서도 역겨운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등룡풍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암자의 내부를 살펴보았다.

전면에는 바로 깎아 만든 거대한 불상이 우뚝 자리하고 있었다. 높이 사 장이 넘는 거대한 좌불상(座佛像)은 손바닥 하나가 어른보다 더 컸다.

불상 앞에는 불단이 놓여 있었다.

불단 위에는 높이가 두 자 가량 되는 향로가 있었고 지금 그 향로 안에서는 미약한 향연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본전으로 들어선 등룡풍이 주위를 두리번거릴 때였다.

“아미타불...... 소시주는 누구를 찾아 오셨지요?”

문득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미약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

등룡풍은 깜짝 놀라며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둠 속, 불단 앞에 한 명의 여승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자애로운 인상의 중년여승이었다. 젊었을 때에는 굉장한 미인이었는지 아직도 그 여승의 용모에는 옛날의 화려하고 아름다왔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단아하고 차분한 몸가짐, 그 속에 배어 흐르는 은은한 기품......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아름다왔다.

중년여승은 일신에 회색승포를 걸치고 있었는데 지금 그 회색가사는 온통 검붉은 선혈로 물들어 있었다.

그녀가 합장하고 앉은 주위에는 팔 인(八人)의 괴인이 반원형으로 중년여승을 포위한 채 쓰러져 있었다.

흡사 흉신악살을 연상케 하는 혈의인들이었는데 괴이하게도 그 자들의 전신에는 붉은 털이 숭숭 돋아 있었다. 그것은 등룡풍의 집을 찾아왔던 야수혈마과 흡사한 형상이었다.

그자들은 고통으로 이지러진 표정으로 고꾸라져 있었다.

헌데 겉보기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어 보였다. 다만, 오공에서 피와 뇌수를 흘린 채 죽어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그들이 어떤 무서운 내가강기에 대뇌와 내장이 박살나 죽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등룡풍은 중년여승을 향해 급히 합장하며 말했다.

“소생은 등룡풍이라 합니다. 추망(醜亡)이란 분의 부탁을 받고...... 반야신니란 분을 찾으러 왔습니다!”

츠읏!

순간 중년여승의 눈가로 언뜻 한 줄기 이채가 흘렀다.

“빈니가...... 반야라고 해요. 추망이 무슨 일로 소시주를 보내셨지요?”

그녀는 나직이 탄식하며 물었다. 그 말에 등룡풍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 대사께서 반야신니이십니까?”

그는 해연히 놀란 눈빛으로 중년여인을 살펴보았다.

그는 신니(神尼)라 불리어 반야신니가 아주 늙은 노비구니일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여승은 이제 많이 되었어야 삼십대 후반 정도로 보였을 뿐이었다.

반야신니-!

실상 그녀는 환갑이 넘은 나이였다. 다만 한 가지 지고한 불문신공을 연마하여 나이를 먹는 것을 멈추었을 뿐이었다.

등룡풍의 놀라운 표정에 반야신니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노니가...... 너무 젊어 의심이 가시나요?”

등룡풍은 얼굴을 붉히며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이어 그는 조심스럽게 제단 앞으로 다가가 치우신도를 반야신니에게 바치며 말했다.

“추망이란 분은 이 칼을 신니께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

부르르......

도왕 치우를 보자 반야신니의 전신에 격렬한 파문이 스치고 지나갔다.

“치우(蚩尤)...... 도왕(刀王) 치우......”

그녀는 마치 실성한 듯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어 그녀는 떨리는 손을 내밀어 치우신도를 받아들었다.

그런 그녀의 손이 옥으로 빚은 듯 해맑고 아름답다. 관세음보살의 관음옥수를 연상케 하는 섬섬옥수.

등룡풍은 격동을 금치 못하는 반야신니의 모습을 바라보며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겨우 녹슨 칼 한 자루를 가지고 왜 이렇게 호들갑을 피울까?)

그는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때,

“추망...... 은 달리 말이 없었나요?”

반야신니가 녹슨 치우신도를 쓰다듬으며 실성한 듯 중얼거렸다.

“있었습니다!”

등룡풍은 그제서야 퍼뜩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환우에 천황(天皇)의 종적을 찾을 수 없으니...... 이제 지후(地后)께서 일어나셔야만 구중천(九重天)을 막을 수 있다고요!”

“......!”

반야신니는 멍하니 등룡풍의 말을 듣고 있었다. 등룡풍이 전하는 말은 지극히 중요한 것일 텐데도 그녀는 듣지 못한 듯 멍하니 반야암 밖의 거친 하늘만 응시하고 있었다.

“그 분은...... 다른 말은 하시지 않았나요?”

문득 반야신니는 망연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또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당신은...... 한시도 신니를...... 사랑하시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등룡풍은 얼굴을 붉히며 더듬거리며 말했다.

부르르......

순간 반야신니의 전신이 뇌전을 맞은 듯 격렬하게 떨렸다.

주르르......

그녀의 커다란 두 눈에 문득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그 분이 분명 그렇게 말씀하셨나요?”

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않고 떨리는 음성으로 확인하듯 재차 물었다. 등룡풍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분명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

반야신니의 옥용이 문득 장미빛으로 물들었다. 그녀는 도왕 치우를 소중하게 감싸 안으며 합장했다.

그런 그녀의 옥용으로 햇살같은 기쁨의 미소가 번졌다. 그 모습은 너무도 자애롭고 아름다워 흡사 관음보살이 현신한 듯했다.

“추망!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반야신니는 기쁨의 음성으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러다 문득, 그녀는 눈을 들어 등룡풍에게 고소를 지어 보였다.

“추태를 보였어요. 용서하세요.”

“아...... 아닙니다 신니!”

등룡풍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멋적은 표정을 지었다.

반야신니는 그윽한 시선으로 등룡풍을 바라보았다.

이어, 그녀는 품에 안고 있던 치우신도를 다시 등룡풍에게 내밀었다.

“이것을 다시 시주가 맡아 주셔야겠어요. 왜냐하면...... 빈니는 곧 입적(入寂)해야만 하기 때문이예요.”

그 말에 등룡풍은 대경하여 물었다.

“다...... 다치셨습니까?”

반야신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탄식했다.

“혈왕천(血王天)의 야수팔흉(野獸八兇)은 상상 이상으로 강했어요. 빈니는 그들을 반야신강(般若神罡)으로 격살했지만...... 빈니 역시 그들의 혈영강살에 내부가 흔들려 오래 버티지 못해요!”

그녀는 주위에 쓰러져 있는 팔 인의 흉한을 돌아보며 말했다.

 

-야수팔흉(野獸八兇).

 

이것이 그들의 이름이었다. 등룡풍은 그들이 반야암의 여승들을 죽인 장본인임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그들 역시도 눈앞의 이 연약해 보이는 여승 반야신니에게 내부가 박살당해 절명한 것이었다.

하나같이 흉악무비해 보이는 거한들!

그들 팔 인이 일개 여승의 손에 죽었다는 사실이 등룡풍을 놀라게 만들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빈니의 신상 얘기를 들어 보시겠어요?”

문득 반야신니는 그윽한 시선으로 등룡풍을 바라보며 말했다.

“세이경청하겠습니다!”

등룡풍은 단정히 무릎을 꿇으며 대답했다.

반야신니는 나직이 탄식하며 눈을 감았다.

“벌써 사십 년 전이군요. 곤륜(崑崙)에는 한 분의 고승(高僧) 밑에 곤륜삼정(崑崙三鼎)이라는 세 명의 제자가 있었어요.”

그녀의 입에서는 낮고 조용한 음성이 한숨처럼 흘러나왔다.

 

<곤륜파(崑崙派)!>

 

그들은 백 년 전까지 무림구대문파에 드는 당당한 명문정파였다.

하지만 백 년 전, 서역 성숙해(星宿海)에서 일어난 하나의 마파(魔派)와의 충돌로 인해 전정영이 괴멸되면서 그들의 존재는 유명무실해지고 말았다.

 

<적룡마교(赤龍魔敎).>

 

그것이 그 문파의 이름이었다.

혹자는 그들이 그 옛날 천하를 피로 물들였던 마교(魔敎)의 후예였다고도 한다.

천 년 전, 마교는 구중천과 충돌하여 양패구상하고 지상에서 쓰러졌다. 한데, 그 위대한 천년마교의 후예를 자처한 인물이 성숙해에 다시 나타난 것이었다.

 

-적룡마존(赤龍魔尊)!

 

이것이 그 대마왕(大魔王)의 이름이었다.

적룡마존은 서역마도를 통합하여 적룡마교라는 조직을 세웠다. 그리고 그는 구중천(九重天)을 무너뜨리고 중원무림을 장악하여 마교의 천하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품고 중원으로 물밀듯 들이닥쳤다.

그들 적룡마교와 최초로 무딪친 것이 바로 곤륜파였다. 곤륜은 밀종(密宗)의 불문신공과 도가(道家)의 현문신공(玄門神功)을 함께 지닌 명문대파였다.

그러나 곤륜파의 천년저력으로도 노도 같은 적룡마교를 막지 못했다.

결국, 곤륜파는 거의 전멸해 버렸다.

그 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사십 년 전, 무너진 곤륜의 문호를 일으켜 세울만한 뛰어난 삼 인(三人)의 제자가 곤륜파에 나타났다.

 

-호연굉(胡燕宏).

-추망(追亡).

-반화련(潘火蓮).

 

이름하여 곤륜삼정(崑崙三鼎)!

바로 이들 삼 인이었다.

세 사형매는 곤륜재건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무공수련에 열중했다.

그러던 어느날, 세 사람은 곤륜산의 어느 빙곡(氷谷)에서 세 권의 비급을 발견하게 되었다.

 

-수미항마결(須彌降魔訣).

-축골천형경(縮骨千形經).

-반야진결(般若眞訣).

 

이 비급들은 오백 년 전 천축제일인으로 명성을 떨쳤던 일세 고승 수미천존(須彌天尊)의 유물이었다.

하나하나가 인세에 다시없는 초절기들을 얻은 세 사형매는 뛸듯이 기뻐했다.

그들은 세권의 비급을 각기 한권씩 수습하며 나누어가졌다.

대사형 호연굉이 수미항마결을, 둘째인 추망(追亡)이 축골천형경을, 그리고 막내인 반화련(潘火蓮)이 반야진결을 연마하기로 했다.

세 가지 불문신공을 얻은 세 사형매 곤륜삼정은 곧 폐관과 함께 무공연마에 들어갔다. 뛰어난 자질을 가진 그들은 이내 무서운 고수로 화해갔다.

한데, 세 사형매가 함께 생활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즉, 대사형 호연굉이 막내사매 반화련을 짝사랑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반화련에게는 이미 은근히 사모하는 정인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추망(追亡)이었다.

추망은 태어날 때부터 추괴한 용모를 지니고 태어났다. 그러나 그 대신 그는 마음이 충후하고 인자한 인물이었다. 함께 생활하면서 추망의 군자다움을 발견한 반화련은 은근히 추망을 사모하게 된 것이다.

추망 또한 사매 반화련에게 연정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추괴한 용모 때문에 섣불리 마음을 밝히지 못한 상태였다.

엇갈린 연정(戀情), 그것이 모든 화근의 발단이었다.

어느날 호연굉은 마침내 반화련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당연히 반화련은 그런 호연굉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밝히고 더불어 자신이 추망을 연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고백했다.

그녀의 말에 호연굉은 청천벽력과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 충격은 이내 무서운 질투로 변했다. 호연굉은 그 자리에서 득달같이 반화련을 덮쳐 겁탈하려 했다.

너무도 창졸지간의 벌어진 일인지라 반화련은 호연굉에게 능욕당할 위기에 처했다. 호연굉은 반화련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거칠게 그녀의 처녀를 깨뜨리려 했다.

위기의 순간, 마침 외출했던 추망이 돌아왔다.

자기가 사랑하는 여인이 호연굉에게 능욕당하는 것을 본 추망은 순간적으로 눈이 뒤집혀 호연굉에게 달려들었다.

결국, 두 사형제 간에 일장혈투가 벌어지게 되었으며 결과는 기습당한 호연굉의 패배였다.

 

“두고 봐라! 곤륜파는 내 손으로 뿌리까지 멸망시킬 것이다!”

 

패배한 호연굉은 저주의 말을 퍼부으며 달아났다.

그리고, 추망 역시 반화련이 이미 호연굉에게 능욕당했다고 생각하고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곤륜을 떠나갔다.

그 후 호연굉의 종적은 무림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추망은 천면신마(千面神魔)란 이름으로 천하를 떠돌며 호연굉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도 아닌 사형 호연굉에게 강간당할 뻔했다는 사실에 극심한 충격을 받은 반화련은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여승이 되었다.

그녀가 바로 반야신니였으며 사십 년 그 이전에 일어난 비극의 전말이었다.

 

* * *

 

등룡풍은 반야신니의 탄식어린 이야기를 들으며 영민한 머리를 굴렸다.

(천면신마는 자신이 야수혈마의 수미천강에 격중되어 내부가 모두 으스러졌다고 했다. 그렇다면...... 혈왕천의 제이인자 야수혈마가 바로 호연굉일까?)

그때 반야신니가 그의 상념을 깨며 우울한 음성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삼 년 전에 이사형은 빈니에게 마지막 서찰을 보냈어요.”

“......!”

“그 서찰에 의하면...... 사형은 한 가지 상고신병(上古神兵)의 종적을 쫓다가 우연히 호연굉의 행방을 알게 되었다고 했어요!”

등룡풍은 그 말에 흠칫하며 도왕 치우를 기리켰다.

“그 상고신병이란 것이 이 녹슨 칼(刀) 입니까?”

반야신니는 그 물음에 문득 고소를 지었다.

“그것은 저 고금제일인 육합성황(六合聖皇)이 남긴 여섯 자루 신병 중의 하나예요. 치우신도(蚩尤神刀)를 보고 녹슨 칼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시주밖에 없을 거예요.”

“......!”

등룡풍은 가볍게 얼굴을 붉혔다.

반야신니는 낮게 탄식하며 말을 이었다.

“사형의 서찰에 의하면 호연굉은 구중천에 가입하였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렇게만 적었을 뿐 구중천의 어느 문파인지는 적어놓지 않았더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는 바로 야수혈마......!)

등룡풍은 자칫 큰소리로 그렇게 외칠 뻔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우우우우!”

돌연 천불곡 밖에서 무서운 내공이 실린 장소성이 들려왔다. 마치 야수가 울부짖는 듯한 섬뜩한 장소성이었다.

그 소리는 곧장 모래바람을 뚫고 날아와 반야암을 온통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

“......!”

순간 등룡풍과 반야신니의 안색이 동시에 홱 변했다.

“야수팔흉의 괴수가 오고 있어요!”

반야신니는 다급히 품 속에서 두 가지의 물건을 꺼냈다. 한 권의 얇은 양피비급과 하나의 영웅건(英雄巾)이 그것이었다.

 

<반야진결(般若眞訣).>

 

빛바랜 양피비급에는 그와 같은 제목이 적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천축의 고승 수미천존이 남긴 세 가지 불문절기 중 하나였다.

호연굉이 가져간 수미항마결이 공격전용임에 비해 반야진결은 수비전용의 신공이었다.

하지만 반야진결로 일어나는 반야강기는 최강의 호신기공이었다. 잘못 반야신강을 가격하면 적은 그 몇배의 반탄강기에 휘말려 내부가 모조리 으스러지고 만다.

야수팔흉이 죽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들은 멋모르고 반야신니를 혈영강살로 내쳤다가 반진당해 내부가 으스러져 절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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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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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넓은 강. 강변에는 갈대가 무성.

강변으로 난 길을 걸어오는 위진천. 인적은 별로 없다

위진천; (인형삼왕의 약효를 극대화시키다니 시간이 제법 걸렸다.)

위진천; (그 바람에 타노와의 약속에 얼추 하루 정도 늦어버렸는데...) 오만상을 쓰며 타노를 떠올리고. 화난 표정인 타노는 18년 전보다 더 늙었다. 주름살도 늘고

위진천; (귀에 딱지가 앉도록 잔소리를 들을 각오를 해야겠다.) 귀를 후비는 시늉하고. 헌데 바로 그때

<이런 횡재가 있나?> 누군가의 말이 들려 귀가 쫑긋하는 위진천

위진천; (횡재?) 반사적으로 목소리가 들린 곳을 돌아보는 위진천

100미터쯤 떨어진 강가. 갈대밭에 세 명의 사내가 무언가를 내려다보고 있다.

<기가 막힌 계집이로구만.> <이런 우물(尤物)은 철이 든 후로 처음 봐.> <오늘 우리가 운수 대통했어.> 세 놈이 무언가를 내려다보며 좋아하는 소리가 위진천의 귀에 들리고

위진천; (계집? 우물?) 눈 번뜩이며 강가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위진천; (그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지.) 히죽 웃고

 

#113>

강가의 갈대 사이에 여자가 쓰러져 있다. 바로 벽소소. 야한 차림에 야한 자세로 쓰러져 있다. 입과 코로 피를 흘린 흔적이 있지만 절세미녀고. 얇은 잠옷만 걸쳤으며 그나마 상의는 저고리 부분이 벌어져 젖가슴의 일부가 드러나 있고 치마는 걷혀져 허벅지 부분까지 보인다. 발에는 꽃신을 신고 있고

[이년, 정말 인간 맞나? 혹시 호선(狐仙;여우귀신) 아니야?] [그러게. 인간이 이렇게 예뻐도 되는 건가?] [가슴이 움직이는 걸 보면 살아있는 게 분명해.] 벽소소를 둘러싸고 침을 질질 흘리는 세놈. 전형적인 하오문의 파락호들이고. 칼을 한 자루씩 차고 있다

사내1; [이년을 어떻게 할까?] 벽소소를 보며 침 꿀꺽

사내2; [뭘 어떻게 해? 굴러들어온 떡은 먹어주는 게 예의야.] 눈을 흘기고

사내3; [맞아 맞아.] 헤벌죽

사내1; [하지만 이년은 혼자고 우리는 셋인데....]

사내2; [돌아가며 즐기는 건 기다리는 놈에게 고역이겠지?]

사내3; [그럼 셋이 함께 즐겨볼까?] 히죽

사내1; [그거 좋은 생각이구만.]

사내2; [이번 기회에 우리의 우정을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보세.] 몸을 숙여서 벽소소의 몸을 만지려 하고.

[...] 사내2의 손이 몸에 닿으려 하자 벽소소의 입가에 약간 미소. 이년은 기절한 척 하고 있다. 헌데 바로 그때

위진천; [어디 보자.] 슥! 갑자기 나타나 벽소소를 기웃거리는 위진천

[헉!] [뭐냐 네놈?] [누구냐?] 기겁하며 물러서는 세 놈

위진천; [이야 정말 죽이는 계집이로구만. 우물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어.] 눈 희번덕이며 벽소소를 보고.

[이 개잡종이!] [누구 허락 받고 끼어드는 거냐?] [뒈지기 싫으면 꺼져라!] 창! 창! 차고 있던 칼을 일제히 뽑으며 눈 부라리고. 하지만 그 직후

석! 석! 스악! 칼을 뽑은 그자들의 손목을 긋는 섬광

[크악!] [내 손...] [케엑!] 손목에서 피가 뿜어져 비명 지르며 비틀거리는 세 놈. 칼을 놓치고

텅! 퍽! 물러서는 세 놈의 발치에 떨어지거나 박히는 칼들

위진천; [이 계집을 발견한 공이 있어서 죽이진 않겠다.] 스릉! 이미 다시 철인검을 칼집에 꽂고 있는 위진천. 눈은 벽소소를 향하면서

<고... 고수!> <검을 뽑았다가 다시 꽂은 게 보이지도 않았다!> 사색이 되는 세 놈. 피로 물든 손목을 움켜잡고 뒷걸음질

위진천; [하지만 자꾸 짜증나게 하면 손목이 아니라 목을 그어버린다.] 세 놈에게 눈을 조금 흘기며 살벌하게 말하고

오싹! 소름이 돋는 세 놈

[가... 가자!] [히익!] 달아나는 세 놈

위진천; [훼방꾼들은 사라졌고...] 허둥대며 멀어지는 세 놈은 본 척도 않고 벽소소에게 몸을 숙인다

위진천; [지금껏 적지 않은 미녀를 보았지만 말 그대로 절세미녀는 오늘 처음 보는군.] 벽소소의 옆에 무릎을 꿇고

위진천; [헌데 경국지색이라 할만한 아가씨께서 어쩌다가 이런 몰골이 되셨을까?] 슥! 벽소소의 뺨을 손으로 쓰다듬고. 눈이 벌개진 채

위진천; [내상을 입은 걸 보면 어떤 못된 인간에게 무자비한 공격을 당하셨구만.] 혼망간 표정으로 벽소소의 뺨을 쓰다듬고

위진천; [다친 사람을 보았으면 치료해주는 게 인지상정!] [대신 치료해주는 대가도 확실히 받아야겠지?] 슥! 히죽 웃으며 벽소소의 치마를 위로 걷어올린다. 드러나는 미끈한 허벅지

위진천; [이해하시오 소저!] [내 몸이 달아올라서 치료비 먼저 받아야겠소.] 헐떡이며 벽소소를 올라탄다. 이어

벽소소를 강간하는 위진천. 갈대 사이에서 벽소소를 올라타고 움직이는 모습이 실루엣처럼 보이고. 헌데

[!] 갑자기 눈 부릅뜨는 위진천. 벽소소의 몸 위에 누워 내려다보는 자세

위진천; [헉!] 빠지직! 벼락에 맞는 듯한 느낌을 받고

위진천; (이... 이게 무슨...) (몸속에서 무언가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이를 악물고 오만상을 쓰며 벌벌 떨고. 그때

벽소소; [오늘은 화(禍)와 복(福)이 번갈아 찾아오는 날이었네.] 눈을 뜨며 배시시 웃고

벽소소; [언니 손에 죽을 뻔 했는데 보기 드물게 심후한 내공을 지닌 공자님께서 사랑해주시니...] 혀로 입술을 핥으며 웃고

위진천; [네... 네년, 기절한 게 아니었구나!] 기겁하며 일어나려 하고

벽소소; [어딜...!] 콱! 손과 다리로 위진천의 몸을 휘어감고

위진천; (무... 무슨 힘이...) 오만상을 쓰면서 벽소소를 떨쳐버리려 하지만 벽소소의 팔 다리가 문어발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고

벽소소; [아직... 아직 안 끝났어!] [황홀경을 맛본 대가로 당신의 내공과 양기는 전부 바쳐야만 해!] 화악! 지지지! 할딱이며 달라붙는 벽소소의 몸으로 무언가가 빨려 들어가는 모습

위진천; [끄아아악!] 머리카락이 곤두서며 비명

벽소소; [정말 대단해! 이런 나이에... 어떻게 이토록 심후한 내공을 지니게 되셨을까?] 지지지 역시 벼락에 휘감기며 오르가즘 느끼는 표정이 되고

벽소소; [빨아 먹어도 빨아 먹어도 끝이 나질 않잖아.] [백명 넘는 사내를 상대해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야!] 혼망 가고

위진천; (죽... 죽는다!) 지지지! 온몸이 벼락에 휘감기고 얼굴은 단번에 초췌해지고. 여전히 벽소소의 위에 엎드린 가제로 이를 악물며

위진천; (내공과 양기가 썰물처럼 이년의 몸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지지지! 아래쪽에 누워 혼망간 표정이 된 벽소소를 내려다보며 이를 악물고

위진천; (도와다오 철인검!) 곁눈질로 허리에 찬 철인검을 보고. 직후

징! 철인검이 진동하고

쩡! 철인검이 칼집에서 조금 빠져나오며 강한 빛을 낸다. 그러자

벽소소; [악!] 빠직! 벼락에 맞는 모습이 되며 퍼덕이는 벽소소. 몸이 활처럼 휘면서 위진천의 아랫도리를 감고 있던 다리도 쭉 펴진다.

위진천; (기회!) + [크왓!] 팟! 뒤로 휙 날아오른다. 바지는 허벅지까지 내려간 상태로

위진천; (살... 살았다!) 휘릭! 멀찍이 내려서며 바지를 끌어올리는 위진천. 얼굴이 삽시에 초췌해졌다.

위진천; (철인검이 내 부름에 응해서 검기를 토해내준 덕분에 저 계집에게서 떨어질 수 있었다!) 바지를 추스르며 헐떡이고

위진천; (역시 칠대기보중 하나다운 힘을...) + [!] 생각하다가 눈 부릅뜨는 위진천

벽소소; [당신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스윽! 누워 있다가 강시처럼 수직으로 일어난다

벽소소; [뭔가 신묘한 힘을 지닌 물건을 지니고 있는 거야?] 눈을 흘기며 바로 서고. 머리카락이 허공으로 수초처럼 흩날린다. 그러자.

위진천; [이제 알겠다!] 창! 철인검을 뽑으며 이를 갈고

위진천; [네년... 근래 사내들의 양기를 빨아먹고 다닌다는 흡정마녀였구나!] 철인검으로 벽소소를 겨누며

벽소소; [어머나! 그 날붙이로 날 죽일 거야?] 눈 흘기며 다가오고

벽소소; [그럼 어서 죽여줘! 당신같은 미남에게 미움을 받을 바에야 죽는 게 나으니...] 애처로운 표정으로 말하며 양손 벌리고 다가온다. 그러자

지잉! 최면술에 걸리는 것처럼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는 위진천

벽소소; [어서 찔러!] [당신의 자랑거리로 날 깊이 찔러줘!] 고오오! 온몸에서 요기를 뿜어내며 다가오고

위진천; (위... 위험하다!) 눈이 혼망 간 채 철인검을 든 손을 덜덜 떨며 물러선다

<접근시키면 안되는데...> 뭐라 말하며 다가오는 벽소소. 애처로운 표정. 몽환적인 분위기

위진천; (내 몸이 저 요물에게 살수를 쓰는 걸 거부한다.) 스륵! 벽소소를 겨누고 있던 철인검이 아래로 늘어지고

벽소소; [잘 생각했어요 공자님!] 배시시 웃으며 다가오고. 손을 뻗으며

벽소소; [대신 당신을 신선으로 만들어드릴게요.] 스윽! 손을 뻗어 벽소소의 뺨을 만지고. 순간

화악! 만지는 벽소소의 손을 통해 무언가가 빠져나가고. 그러자

위진천; [헉!] 펑! 비명을 지르며 폭발적으로 옆으로 날아가고

위진천;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몸에서 뭔가가 빠져나간다.) 휘릭! 비틀거리며 내려서는데

벽소소; [서운해요 공자님!] 애절한 표정으로 다시 다가오고

벽소소; [소녀와 몸이 닿는 것조차 싫으시다는 건가요?]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으로 다가오고

위진천; (요... 요물...) + [으으으...] 신음하며 뒷걸음질치고

위진천; (저 계집은 사내를 잡아먹는 요물이다.) (너무 아름다워서 살수를 쓸 수 없게 만들기도 하고...)

벽소소; [해치지 않을게요. 소녀는 그저 공자님의 사랑을 바랄 뿐이랍니다.] 두 손 모아 꼭 쥐고 애원하는 모습으로 다가오고

위진천; (애처롭다. 무작정 끌어안고 위로해주고 싶을 만큼...) 다시 눈이 초점을 잃고 혼미해지고

벽소소; (걸려들었어!) 배시시 웃으며 다가오고

벽소소; (이번에 손이 닿으면 단번에 생기를 뽑아내주겠어!) 슥! 손을 다시 위진천에게 내밀고

위진천; [으으으....] 덜덜 떨면서도 그년의 손을 피할 생각을 못하고. 헌데

빠직! 철인검에서 벼락이 일어나 위진천의 몸으로 역류한다. 그러자

[!] 눈 부릅뜨며 정신 차리는 위진천.

벽소소의 손이 막 위진천의 뺨에 닿으려 하고

위진천; [안돼!] 푸학! 비명 지르며 폭발적으로 뒤로 날아간다. 그 앞에서 손을 내밀던 벽소소가 흠칫하고

위진천; (달... 달아나야한다.) 휘릭! 뒤로 날아가다가 몸을 홱 돌리고

위진천; (죽일 수도 없으니 저 마녀와 상종을 하지 말아야만 한다.) 쐐액 이를 악물며 날아가고

벽소소; (내 손에서 달아나겠다?) + [공자님!] 휘익! 역시 날아오르고

벽소소; (그렇게는 안돼!) + [너무하세요! 제발 소녀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휘익! 새처럼 날아서 위진천을 추격하고

위진천; [오... 오지 마라 마녀! 네년과는 볼일이 없다!] 쐐액! 비명 지르며 날아가고

벽소소; (저렇게 심후한 내공을 지닌 놈을 놓칠 수는 없지.) + [제 말 좀 들어보세요! 해치지 않을게요.] 애절하게 외치며 날아가고

위진천; (젠장할...) 사력을 다해 날아가며 식은땀을 흘리고

위진천; (장차 천하의 주인이 된 나 위진천이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한갓 계집이 무서워 달아나기나 하고...) 곁눈질로 뒤를 보며 날아가는 위진천. 뒤에서 선녀처럼 날아서 따라오는 벽소소의 모습이 보인다

<인형삼왕을 복용해서 얻은 내공뿐만 원래의 내공 일부까지 빼앗기다니... 잠깐 재미 본 대가로는 너무 막심하구나.> 쫓고 쫓기는 년놈의 모습 배경으로 위진천의 생각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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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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