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9'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21.11.29 [구중천] 제 2장 도왕 치우
  2. 2021.11.29 [폭풍신마] 제 24장 하늘에서 떨어진 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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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도왕 치우

 

 

 

자면제왕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등룡풍은 서둘러 나무문을 굳게 걸어 잠궜다.

“웃기는 늙은이군! 살고 싶으면 자신을 찾아오라고?”

그는 냉소를 터뜨리며 돌아섰다. 한데 놀라운 일이었다.

츠츠츠!

몸을 돌려 세우는 등룡풍의 이마에 새겨져 있던 용의 흔적이 급격히 엷어지더니 이내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자룡쇄심인은 본래 자면제왕이 자랑하는 독문살수였다. 그것에 격중되면 대뇌에 직접 타격이 가해져 죽고 만다. 그 무서움은 세상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한데, 놀랍게도 그 무서운 자룡쇄심인이 소년 등룡풍의 살갗도 관통하지 못한 것이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약종(藥宗)의 후예를 건드린 빚은 꼭 기억해 두겠다 자면제왕 독고황!”

등룡풍은 싸늘하게 중얼거리며 급히 부엌 옆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늑하고 검박하게 정돈된 방 한쪽에는 튼튼해보이는 나무 침대가 놓여있었다.

방 안으로 들어선 등룡풍은 급히 나무침상의 모서리를 손으로 눌렀다.

그긍......!

그러자 둔중한 소리와 함께 침대가 옆으로 밀려나며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나타났다.

등룡풍은 뛰듯이 지하계단으로 달려 내려갔다.

이십여 개의 계단을 내려가자 한 칸의 석실이 나타났다.

석실의 중앙에는 약을 달이는 커다란 청동단로(靑銅丹爐)가 놓여있고 사방 벽에는 수많은 약병과 고서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석실 한편에는 쇠로 만든 침대가 놓여져 있었다.

그 철제 침대 위에는 한 명의 인물이 죽은 듯 누워 있었다. 물론 자면제왕에게 천면신마라 불린 회포노인이었다.

“너무 지체했다!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위험하다!”

등룡풍은 급히 침상의 회포노인에게로 다가갔다.

한데 그가 막 회포노인의 몸에 손을 대려는 순간이었다.

팍!

돌연 회포노인의 손이 강철수갑같이 등룡풍의 손을 꽉 움켜쥐는 것이 아닌가?

“악!”

등룡풍은 손목이 끊어지는 듯한 충격에 절로 비명을 내질렀다.

그때였다.

번쩍!

“......!”

회포노인의 눈이 벼락치듯 떠지며 형형한 시선으로 등룡풍을 노려보았다.

“깨...... 깨어나셨군요!”

등룡풍은 고통 속에서도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너는 천외약종(天外藥宗) 등사추(登獅追)와 어떤 관계냐?”

회포노인은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등룡풍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어 그는 한 손으로 등 아래에서 한 권의 고경(古經)을 꺼냈다.

그것은 다 낡은 양피지의 책자였다.

 

<약종천황경(藥宗天皇經)!>

 

고서(古書)의 표지에는 그와 같은 제목이 적혀 있었다.

그것은 고대의 의성(醫聖) 편작(騙鵲)이 지은 세 권의 의경(醫經)중 한 권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편작은 약종경(藥宗經), 기의경(奇醫經), 천독경(千毒經) 등 삼 편의 저술을 남겼다고 한다.

약종천황경은 바로 그 중 약종경(藥宗經)이었다.

약종경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영약의 구분, 이용법이 수록되어 있었다.

또한, 약을 채취하러 천하의 험산을 돌아다녀야 하므로 그에 쓰이는 한 가지 절정 경공이 기록되어 있었다.

탄신폭등비(彈身暴騰飛)라는 그 경신절기는 가히 무림일절(武林一絶)이라 불릴만한 것이었다.

고래로 약종경(藥宗經)을 연마한 편작의 후예를 약종일맥(藥宗一脈)이라고 일컫는다.

약종일맥의 의생들은 약을 쓰고 해독하는데 있어 단연 환우제일이었다.

 

흠칫 놀라던 등룡풍은 이내 침착한 표정을 되찾으며 입을 열었다.

“천외약종이란 분이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저의 아버님 함자가 사(獅)자 추(追)자 되십니다.”

그 말에 회포노인의 눈에 한 가닥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

(아들이라고? 천외약종 등사추는 올해 이미 백 살이 넘었는데...... 게다가 그가 결혼했다는 소문은 듣지 못했거늘......!)

그는 내심 의혹이 구름처럼 일어났다.

 

-천외약종(天外藥宗) 등사추(登獅追)!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천하제일의(天下第一醫)였다.

당대 약종일맥의 종사인 그는, 그러나 이십 년 전 한 가지 일로 중원무림을 배신했다. 그 때문에 중원무림인들의 질책에 밀려 중원에서 살지 못하고 변황으로 떠났다고 한다.

그가 살았다면 이미 백 세가 훨씬 넘었을 것이다.

한데, 눈앞의 십 오륙세 정도된 어린 소년 등룡풍이 천외약종의 아들을 자처하는 것이었다.

회포노인이 의아함을 느낀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노부가 결례했다면 용서하게, 소형제!”

회포노인은 등룡풍의 손목을 놓아 주었다. 이어 그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시면......”

등룡풍은 급히 말리려다 입을 다물고 말았다. 회포노인이 완고하게 고개를 저은 탓이었다.

“시간이...... 많지 않다네, 소형제! 노부는...... 곧 한줌 독수(毒水)로 녹아들 것이네!”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노인장께서 천년시독(千年屍毒)에 중독된 것은 알지만 제가 능히......”

등룡풍은 회포노인을 부축하며 급히 말했다.

하지만 회포노인은 독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네! 천년시독의 해독정도야 약종일맥의 후예인 소형제에게는 어린애 장난 같겠지. 하지만 사실 노부는 그외에도 한 가지 지독한 불문신공에 맞아 오장육부가 으스러진 상태라네!”

“아!”

등룡풍은 나직한 탄성을 발하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제서야 그는 회포노인이 중독된 것 외에 심각한 내상을 입은 것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회포노인은 침중한 안색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노부를 다치게 한 자는...... 방금 나타났던 야수혈마(野獸血魔)라는 자이네. 그 자는...... 수미천강인(須彌天罡刃)이라는 불문항마절기를 지녔는데...... 그것이 노부의 내부를 산산이 바스러 뜨려놓았네!”

그는 이미 오래 전에 깨어나 밖에서 일어났던 일을 모두 듣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이 회포노인의 안색이 급격히 검푸르게 변해갔다. 그것은 천년시독이 대뇌까지 침입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회포노인은 개의치 않고 힘겨운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노부는...... 본래 중(僧)이었네. 법호는...... 추망(醜亡)...... 하지만 무림인들에게는...... 천면신마(千面神魔)라고 불리웠지!”

“천면신마!”

등룡풍은 긴장된 음성으로 나직이 그 이름을 되뇌었다.

천면신마라 자처한 회포노인, 그가 곧 죽게 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천면신마의 고통은 극에 이른 듯했다. 그는 안면근육을 부들부들 떨며 말을 이었다.

“부탁이...... 있네. 이...... 물건을...... 천불동(千佛洞) 반야암(般若庵)의...... 반야신니(般若神尼)에게...... 전해 주게!”

그는 침상 옆에 놓인 길쭉한 물건을 등룡풍에게 내밀었다.

그것은 그가 말에서 떨어지면서도 끝까지 소중하게 안고 있던 물건이었다. 둘둘 만 무명천의 끝으로 삐죽하게 녹슨 칼자루가 삐져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등룡풍은 엄숙한 안색으로 이어지는 천면신마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천면신마의 음성은 끊어질 듯 미약하게 흘러나왔다.

“반야...... 신니에게 그것을 전해 주며...... 이렇게 말해 주게. 천황(天皇)의 종적은...... 중원의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고...... 이제...... 지후(地后)께서...... 일어나셔야만...... 그놈들 구중천(九重天)을 막을 수 있다고......!”

“......!”

등룡풍은 긴장된 표정으로 천면신마를 주시했다.

아! 이미 천면신마의 손 끝은 검푸른 독수로 녹아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천면신마는 사력을 다해 쥐어짜듯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 말도...... 전해주게나. 노부...... 추망(醜亡)은...... 한시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그것이 천면신마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말이었다.

쿵!

마침내 그는 모로 쓰러졌다.

그러자,

츠으......

기다렸다는 듯 이내 그의 신체는 급격히 검푸른 독수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천면신마,

그것이 그의 최후였다.

“......!”

등룡풍은 멍하니 독수로 변한 천면신마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천년시독! 정말 지독하구나!”

그는 침통한 표정으로 탄식했다.

“편히 잠드시기를.....! 노인장의 유언은 잊지 않겠어요.”

그는 경건하게 합장하며 천면신마의 명복을 빌었다.

그리고 그는 입 안으로 나직이 뇌까려 보았다.

“반야암(般若庵)...... 반야신니(般若神尼)......!”

잠시 묵묵히 서 있던 등룡풍은 침중한 안색으로 천면신마의 시체를 거두었다. 시체라고 하나 시퍼런 독수와 몇 줌의 녹지 않은 모발이 전부였지만......

툭......!

헌데 등룡풍이 천면신마의 회색장포를 집어들자 무엇인가 발 끝으로 떨어졌다.

“......!”

그것은 검은색의 가죽주머니였다.

등룡풍은 허리를 굽혀 가죽주머니를 집어들었다.

주머니 안에는 한 권의 비급과 여러가지 변장도구가 들어 있었다.

등룡풍은 먼저 비급을 꺼내 펼쳐보았다.

 

<천면경(千面經).>

 

만들어진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듯한 비급의 표지에는 그와 같은 글이 쓰여져 있었다.

“천면......경?”

등룡풍은 고개를 갸웃하며 비급을 한 장 넘겨보았다. 그러자 깨알같이 빽빽한 글이 한눈에 들어왔다.

“......”

등룡풍은 호기심을 느끼며 비급의 글을 읽어 내려갔다.

 

<노납 추망(醜亡)은 우연히 천축(天竺) 유가문(兪家門)의 비급 반부를 얻게 되었다. 그것에는 골격과 얼굴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축골역형신공(縮骨易形神功)의 구결이 기록되어 있었다. 본래 추괴한 용모를 지녔던 노납은 뛸 듯이 기뻐했으며 축골역형신공을 연구하여 천 개의 얼굴(千面)을 지니게 되니...... 뭇 중생들이 노납을 일컬어 천면신마(千面魔宗)이라고 했다...... 중략...... 노납의 공부가 모자라 축골역형신공의 마지막 단계인 전능환영결(全能幻影訣)을 연마하지 못했으며 그로 인해 노부 필생의 한 가지 원한을 갚을 수 없게 되었다......>

 

글의 내용은 대충 그러했다.

천면경은 천면신마가 창안한 것이 아니었다.

젊은 시절 천면신마는 오래 전에 멸망한 천축 유가문의 비급 반부를 얻었었다. 그의 천면절기는 바로 그 중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는 그 비급의 절기로 천 개의 얼굴을 지녀 천하를 우롱할 수 있었다.

등룡풍은 모르고 있었으나 천면신마란 이름은 무림최고의 신비로 통했다.

등룡풍은 천면경을 덮어 품 속에 집어넣었다.

“후인을 만나면 전해 주어야지!”

문득,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천면신마가 건네준 길쭉한 물체를 집어들었다.

“이것은 무엇인데 이 노인이 죽으면서까지 지키려 했을까?”

그것은 아주 묵직하게 느껴졌다. 손으로 만지는 순간 무명천을 통해 싸늘한 한기가 전해졌다.

등룡풍은 조심스럽게 무명천을 풀어보았다.

순간,

“칼(刀)?”

그는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 무명천 속에서 나온 것은 한 자루의 칼(刀)이었다.

하지만 등룡풍이 놀란 이유는 그 칼이 너무도 볼품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길이는 석 자가 조금 넘는 정도였는데 칼 전체에는 녹이 덕지덕지 앉아 있어 도저히 본 모습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녹슨 칼의 손잡이에는 흐릿한 전자체(篆字體)로 도명(刀名)이 새겨져있었다.

 

-도왕(刀王) 치우(蚩尤).

 

그것을 본 등룡풍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도왕? 이 녹슨 쇠붙이가 칼(刀)의 제왕(帝王)이라고?”

그는 고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어 그는 무명천으로 다시 도왕 치우를 둘둘 말아 쌌다.

“어쨌든 부탁을 받았으니 반야암이란 곳에 전해 주기는 전해 주어야지!”

등룡풍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는 치우신도를 조심스럽게 싸들고 석실을 나섰다.

 

* * *

 

쉬-이잉!

거친 모래바람이 뿌옇게 옥문관 일대의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그 황량한 바람 속으로 흐릿한 태양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아침(朝),

마침내 하루가 열리는 아침인 것이다.

태양이 떠올라 추위는 다소 덜해진 듯했다. 하나, 거칠고 사나운 모랫바람은 점점 더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천불동(千佛洞).

 

옥문관 너머 서역쪽 삼십여 리 부근에는 가파른 절벽이 하나 서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의 석벽을 파고 그곳에 수많은 불상을 조각해 놓았다 하여 천불동, 또는 막고굴(莫古窟)이라 불리웠다.

당대(唐代)에 천축(天竺)을 다녀온 신라국의 고승 혜초가 왕오천축국전(往吾天竺國傳)을 남긴 동굴의 암자도 바로 이곳 천불동에 자리하고 있었다.

따각...... 따각......

문득 모랫바람 속으로 규칙적인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세찬 바람을 뚫고 옥문관 쪽에선 일인(一人) 일기(一騎)가 나타났다. 아니, 그중 일기는 말(馬)이 아니라 한 필의 늙은 당나귀(驢)였다.

당나귀의 등 위에는 전신을 온통 두터운 천으로 감싼 한 명의 소년이 타고 있었다. 소년은 바람에 날리는 모래가 눈에 들어갈까 봐 당나귀의 갈기에 얼굴을 푹 파묻고 있었다.

따각...... 따각......

늙은 당나귀는 소년을 태우고 천천히 천불동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비록 힘은 없으나 그 대신 노련한 그 당나귀는 기승스런 사풍 속에서도 제대로 천불동을 찾아온 것이었다.

“반야암(般若庵)은 저쪽이었지!”

소년은 살짝 고개를 들어 전면을 주시했다.

등룡풍! 소년은 바로 등룡풍이었다.

뿌연 모랫바람 속으로 두 개의 절벽이 맞닿은 아늑한 골짜기가 바라다 보였다. 그 골짜기는 천불곡(千佛谷)이라 불렸으며 그 끝에 한 채의 암자가 절벽을 등지고 서 있었다.

 

<반야암(般若庵).>

 

그 암자가 바로 반야암이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반야암에는 여승들, 즉 비구니들만 있다고 한다.

그래서 천불곡에 남자가 들어가는 것은 허용되어 있지 않았다.

등룡풍도 몇 번 천불동에는 왔었으나 반야암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다.

“다 왔다! 조금만 참아라!”

등룡풍은 힘들어 하는 늙은 당나귀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해 주었다.

푸르르.....!

당나귀는 한 차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 후 다시 느린 걸음을 옮겨 천불곡을 향해 다가갔다.

(헉!)

헌데 천불곡의 입구로 들어서던 등룡풍은 깜짝 놀라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과연 무엇을 발견한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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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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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익! 다시 바닥으로 추락하는 벽소소. 등부터. 피를 허공에 뿌리면서

진상파; (한 번 더...) 지잉! 다시 비파를 켜려는 진상파. 그 직후

벽소소; [크아!] 쾅! 등부터 떨어지다가 한손으로 바닥을 강하게 치는 벽소소

퍼엉! 벽소소의 손에서 일어난 강력한 힘에 의해 대청 바닥이 직경 3미터쯤의 사발처럼 푹 파이고

투학! 그 반동으로 천장을 향해 미사일처럼 튀어 오르는 벽소소의 몸

진상파; (이런...) 좌앙! 다시 강하게 비파를 긋는 진상파. 물론 누운 자세로

펑! 투쾅! 다시 음파의 창날들이 허공으로 튀어 오르는 벽소소의 몸을 강타하지만

벽소소; [컥!] 펑! 피를 토하면서도 천장을 몸으로 뚫고 치솟는 벽소소

 

#109>

대청을 밖에서 본 모습.

펑! 대청 지붕을 뚫고 치솟는 벽소소. 기와들도 사방으로 튀어 오르고

[저... 저런...] [지붕을 뚫고 올라왔다!] 대청 밖에서 여자들과 산적들이 올려다보며 손가락질하고. 그 직후

벽소소; [컥!] 콰당탕! 콰작! 지붕 위로 치솟았다가 나뒹구는 벽소소. 주변의 기와들도 마구 튀고. 하지만

콱! 입술을 악무는 벽소소. 이어

벽소소; [크왓!] 펑! 사력을 다해 허공으로 치솟는 벽소소. 이어

벽소소; [두고 보자 거머리 같은 년아!] 쐐액! 악을 쓰며 멀리 날아가고

벽소소; [기필코 네년을 사로잡아서 사창가에 팔아버리겠다!] 악을 쓰며 날아가고

[으아아아!] 멀리 사라지면서 악을 쓰는 벽소소

 

#110>

난장판이 된 대청 내부. 비파를 안고 누워있는 진상파. 초점 없는 눈으로 천장에 난 구멍을 올려다보고 있다..

진상파; [죄를 지었구나. 죄를 지었어.] 주르르! 눈물을 흘리고

진상파; [혈육의 정에 마음이 약해져서 처음부터 독한 수단을 쓰지 못했고...] [그 때문에 세상에 너무도 큰 죄를 지었다.]

진상파; [소소를 죽이지 못했으니...] [오늘 이후로 소소에게 희생되는 사람들은 다 내가 죽이는 셈이다.]

진상파; [이 크나큰 죄를... 어찌 다 씻는단 말인가?] 눈을 감고. 그러다가

툭! 비파에 얹고 있던 오른손이 힘없이 바닥에 떨어진다. 왼손은 비파를 안고 있고. 그러자

겁에 질려 대청 안을 기웃거리는 여자들

대청 안에 누워있는 진상파

여자들; [이... 이게 어떻게 하지?] [저 여자가 흡정마녀님을 쫓아버렸어.] 대청 안을 기웃거리며 겁에 질리고 갈등하는 여자들

여자들; [이제 우릴 누가 지켜줄 수 있을까?] [흡정마녀님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산채의 산적들이 쳐들어오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데...] 여자들이 망설일 때

여자1; [저 망할 년을 죽여 버리자!] 충격파에 대청 밖으로 튕겨져 나왔던 그년이 표독한 인상을 쓰며 선동하고. 다른 여자들이 그년을 돌아보고

여자1; [죽은 것만도 못한 신세인 우릴 구해준 게 흡정마녀님이다.] [헌데 저 년이 흡정마녀님을 다치게 하고 쫓아버렸다.] 악을 쓰고

여자1; [저 년을 죽여서 흡정마녀님의 복수를 하자!]

[나도 찬성이야!] [정신 차리기 전에 죽여 버리자.] 창! 창! 다른 여자들도 무기를 뽑으며 대청으로 들어오고. 전부 들어오는 건 아니고 십여명만 들어온다. 나머지 여자들은 마당에서 지켜보고 있고

반원형으로 포위하며 진상파에게 접근하는 십여명의 여자들. 손에 손에 칼이나 창을 들고. 초긴장해서 먼저 달려들려는 년은 없다.

여자1; [언... 언제 다시 깨어날지 모른다.] 긴장한 다른 여자들을 선동하고

여자1; [일제히 공격해서 도륙해버리자!] 칼을 휘두르려 하고. 다른 여자들도 용기를 내서 진상파를 공격하려는데

진상파; [휴우...] 눈 감은 채 탄식하고

[흑!] [히익!] [깨어났다!] 여자들 기겁하고

진상파; [당신들의 신세가 무참한 이유가 있었군요.] [산적들에게 잡혀오기 전에도 이렇게 죄를 지으며 살아왔을 테니...] 천천히 눈을 뜨며 말하고

여자1; [개소리!] 악을 쓰며 칼을 쳐들고

여자1; [죽이자!] 쩍! 칼을 내리치고. 다른 년들고 무기를 휘두르려는데

좌앙! 다시 비파를 켜는 진상파. 그러자

펑! 강렬한 충격파가 여자들을 날려버린다.

[악!] [컥!] 피를 토하며 날아가는 여자들.

퍼억! 퍽! 일부는 대청의 벽에 부딪혔다가 나뒹굴고

[악!] [흐윽!] 털썩! 콰당탕! 문쪽을 등지고 있던 여자들은 마당으로 튕겨져 나와 나뒹군다.

[흑!] [히익!] 마당에서 보고 있던 여자들은 겁에 질려 물러서고. 그때

비틀거리며 대청에서 나오는 진상파. 오른손으로 비파의 목을 잡고 왼손으로는 뒷춤에 끼웠던 양산을 뽑고 있다.

[나... 나온다!] [그새 정신을 차렸다.] 여자들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고

촤악! 대청을 나와 양산을 펴는 진상파. 비파의 목을 쥔 왼손으로 양산 손잡이를 잡고 오른손으로 양산을 밀어서 피는 모습

[양... 양산을 펴서 뭘 하려고...] [해도 나지 않는 날씨인데...] 여자들 당황할 때

슥! 펼친 양산을 높이 쳐드는 진상파. 오른손으로 들었다. 왼손으로는 비파의 목을 잡고 있고. 그러자

휘이! 바람이 불어와 양산을 아래에서 위로 밀어올리고. 그러자

술렁!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양산. 그 양산을 쥔 진상파의 몸도 깃털처럼 가볍게 날아오른다

[흑!] [바... 바람을 타고 날아오른다!] [저... 저럴 수가...] 여자들과 멀찍이에서 보고 있던 산적들 기겁하고.

휘이! 휘이! 그 사이에 양산을 쳐든 진상파의 몸은 흔들거리며 점점 높이 날아오르고 있고

[선... 선녀다!] [저분은 선녀셨다.] 여자들 사색이 되어 벌벌 떨고

[선녀님께 나쁜 마음을 먹다니...] [우린 천벌을 받아도 마땅하다!] 바닥에 엎드리는 여자들

산적들도 겁에 질려 엎드리고

그 사이에 진상파는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고 있고

[용서해주세요 선녀님!] [저희들이 죽을 죄를 지었사옵니다.] [제발 불쌍한 인생들을 너그러이 보아주세요.] 여자들 연시 머리 조아린다.

 

#111>

험준한 산. 진상파가 쳐들어간 산채가 있던 그 산이다. 하늘에는 여전히 먹장구름이 낮게 깔려 있고

그 산에 나있는 높은 고갯길. 주변은 바위투성이고 인적도 없는데. 그 고갯길 정상에 누군가 서서 멀리를 보고 있다. 청풍이다. 죽립을 쓰고 있고 허리춤에는 천근장을 차고 있다.

청풍; (비파소리...) 죽립을 조금 들어서 멀리를 보며 생각하고

청풍; (범상치 않은 신기가 서린 비파소리가 몇 번 들린 것 같은데...) 갸웃하며 귀를 기울이고, 하지만

잠시 기다리려도 더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청풍; (비파 소리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포기하고 걸음을 옮긴다.

청풍; (잘못 들은 것일까?) 생각하며 고개를 내려간다.

<무슨 일이 있어도 혈관음을 회수해야만 한다.> 무산신녀의 말을 떠올리는 청풍.

이하 신녀문에서 떠나기 전. 높은 절벽 위의 정자에서 청풍과 무산신녀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두 사람은 정자 안에 마주 앉아있고 정자 입구에는 색목쌍교가 서있다. 일교는 죽립을 하나 들고 있다.

이하 회상

 

무산신녀; [천외칠보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을 꼽자면 혈관음이기 때문이다.]

무산신녀; [혈관음은 그것을 쓰는 인간의 욕망에 반응하는 힘을 지녔다.] [그리고 그 힘에는 제한이 없다.]

무산신녀; [무공, 술법, 불로장생, 욕정, 인간의 마음을 훔치는 매력등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극한까지 발휘하게 해준다.]

무산신녀; [만에 하나 악한 자가 혈관음을 쓸 경우 세상은 그자의 악행을 막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청풍; [말씀하신 대로 혈관음은 정말 위험한 물건이로군요.]

무산신녀; [내가 특히 혈관음을 중시하는 것은 그것이 본래 우리 신녀문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숨

청풍; [그렇습니까?] 놀라고

무산신녀; [술법 방면에서는 천외천궁과 우리 신녀문이 쌍벽이라고 할 수 있다.]

무산산녀; [본문에서는 오랜 세월동안 인간의 욕망을 구현해주는 술법을 연구해왔으며... 그 결정체가 혈관음이었다.]

무산신녀; [다만 처음 만들어졌을 때 혈관음은 술법을 깊이 수련한 자에게만 반응했었다.] [그래서 그리 위험한 물건이 아니었다.]

무산신녀; [헌데 오백여 년 전 혈관음이 천외천궁으로 흘러들어가는 일이 벌어졌다.]

무산신녀; [본문의 문주 자리를 놓고 다투다 탈락한 선조 한분이 홧김에 혈관음을 들고 사라졌었으며...]

무산신녀;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야 그 선조가 천외천궁을 찾아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무산신녀; [문제는 그 선조가 천외천궁에서 배운 술법을 써서 혈관음에 저주를 걸고 죽었다는 사실이다.]

청풍; [저주라면 혹시...] 눈 번뜩

무산신녀; [관련된 술법을 익히지 않은 자의 욕망도 구현해주도록 개조를 한 것이다.] 고개 끄덕이고.

청풍; [실로 무책임한 짓을 했군요.]

무산신녀; [무책임한 짓이었지.] [그후로 혈관음을 얻은 자는 그게 누구든 무적의 힘을 지니게 되었으니...] 한숨

무산신녀; [천외천궁도 그 위험성을 알고 혈관음을 철저히 지켜왔는데...]

무산신녀; [사십여 년 전 천외천궁에 변고가 생기면서 혈관음이 세상으로 흘러나온 것이다.]

회상 끝

 

<혈관음이 세상을 망친다면 우리 신녀문에도 그 책임이 있다. 부디 혈관음을 찾아내어 본문으로 가져오거나 여의치 않으면 천근장을 써서 파괴해 버리거라.> 무산신녀의 말을 떠올리며 걸어가는 청풍.

청풍; (무산신녀님이 문도도 아닌 내게 중요한 술법들을 아낌없이 가르쳐주신 것은 바로 혈관음 때문이었다.) 걸어가며 생각하고

청풍; (무산신녀님에게 진 신세와 입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우선적으로 혈관음을 회수하는 데 주력해야한다.)

청풍; (문제는 혈관음의 행방을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사십여 년 전, 풍극에게 점령당한 천외천궁에서 혈관음을 갖고 탈출한 분은 사대장로중 유일한 여자였던 야차모모(夜叉母母)라는 분이셨다.> 사대장로중 혈관음을 갖고 탈출한 노파를 배경으로 나레이션. 노파의 모습은 #73>에 나옴. 천외천궁 궁주 벽씨를 호위하고 달아나던 사대장로들의 모습에서

<사부님 말씀에 의하면 야차모모님은 궁주부인 벽씨를 호위하다가 호남성 근처에서 실종되었다고 한다.> 위 장면의 연속. #73>의 장면 그대로 차용

 

청풍; (그 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신 걸 보면 야차모모님은 호남성 어디에서인가 변을 당하셨던 게 분명하다.)

청풍; (그래서 신녀문에서도 호남성 일대를 오랫동안 수색해왔으나 별무성과였다고 하는데...) 찡그리고

청풍; (최근 지존회와 무림맹의 고수들이 호남성 일대에서 다수 목격되어 있다고 한다.)

청풍; (어쩌면 지존회와 무림맹이 혈관음의 소재에 대한 단서를 입수했을 수도...) + [!] 생각하다가 움찔하고

휘이!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청풍;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지고 있다.) 죽립의 끝을 조금 들어 허공을 올려다보고

휘이! 휘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떨어지는 양산. 물론 진상파가 쓰던 양산이다.

청풍; (양산...) 눈 번뜩이고. 양산은 청풍 쪽으로 떨어지고 있다.

청풍; (이 깊은 산중에 양산이 바람을 타고 날아오다니...) 떨어지는 양산을 받으려 하고

청풍; (얼마나 강한 바람을 탓기에 여기까지...) + [!] 눈 치뜨고

양산이 떨어지는 그 위쪽 하늘. 여자가 한명 천천히 떨어지고 있다. 하늘을 보는 자세로 누워서 민들레 홀씨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며 내려오는 여자. 물론 진상파다. 기절해서 눈을 감고 있는데 품에는 비파를 안고 있다.

청풍; (여... 여자!) 경악하며 올려다보고

청풍; (하늘에서 여자가 떨어지고 있다.) 팟! 두 팔을 벌리며 진상파가 떨어지는 쪽으로 달려간다. 그러다가

청풍; [!] 눈 치뜨며 급정거

길이 끊기며 까마득한 절벽이 나타난다. 진상파는 그 절벽 밖으로 떨어지고 있다. 양산도 근처로 떨어지고 있고

청풍; (이런...) 당황하며 겨우 몸을 세우고

그러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청풍

까마득한 절벽 아래 거친 계곡 물이 흘러가고 있고

슈우! 그 사이에 진상파의 몸은 이리저리 흔들리며 절벽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비파를 품에 안은 채로. 양산도 조금 떨어진 쪽에서 아래로 떨어지고 있고

청풍; (위험하다!) 그걸 보며 다급해지고

청풍; (저 여자가 어떻게 깃털처럼 천천히 떨어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절벽 아래를 흐르는 거친 계곡물에 빠지면 죽을 수 밖에 없다.> 거칠게 흐르는 계곡물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 (그렇다고 내공도 없으니 접인공력을 써서 저 여자를 끌어당길 수도 없고...) 초조. 그 사이에 진상파는 점점 아래로 떨어지고 있고. 양산도 거의 비슷한 높이로 떨어지고 있고

청풍; (망설일 여유는 없다.) 심호흡

청풍; (위험하지만 시도해볼 수밖에 없다.) 급히 주변을 둘러본다.

청풍; (이곳의 지형을 마음에 새긴 후...) 뒷걸음질로 물러서다가

파파팟! 다시 앞으로 돌진하고

청풍; [차핫!] 파앗! 절벽에서 절벽 밖으로 도약한다.

흔들거리며 떨어지는 진상파. 그 진상파를 향해 머리를 아래로 한 채 날아 내려가는 청풍. 근처로 양산도 떨어지고 있고

확 다가오는 진상파

청풍; (잡았다!) 콱! 양팔로 진상파를 와락 끌어안고

[...] 청풍의 품에 안기는 순간 감았던 눈을 조금 뜨는 진상파. 직후

청풍; (치환천위!) 눈 부릅뜨고. 그러자

스팟! 갑자기 사라지는 청풍.

양산만 아래로 떨어지고. 이어

스팟! 청풍이 도약했던 절벽 위 허공에 나타나는 청풍과 진상파

청풍이 위에서 진상파를 끌어안은 자세.

확 다가오는 바닥

청풍; [큭!] 팽! 허공에서 사력을 다해 몸을 돌리고

콰당탕! 자신의 등부터 바닥에 떨어지는데 성공하는 청풍. 진상파는 청풍의 몸 위에 엎드린 자세가 되고

따당! 진상파가 안고 있던 비파는 옆에 떨어지고

청풍; [끄윽!] 고통에 오만상을 쓰고. 이어

청풍; (금강불괴라 다치진 않아도 통증은 느껴진다.) 헐떡이고

청풍; (그 때문에 돌조각이 등에 박히면서 엄청난 통증이 느껴지지만... 어쨌든 사람 목숨을 구했다.) 헐떡이고. 그때

슥! 진상파의 손이 청풍의 가슴을 누르고. 청풍이 흠칫 할 때

진상파; [드디어... 저희가 만났군요.] 고개를 조금 들며 미소 짓고.

청풍; (드디어 만났다?) + [소생을 아시오?] 놀라며 묻지만

진상파; [몇 번... 꿈에서 뵌 적이 있답니다.] 슥! 말하며 다시 고개를 숙이고

청풍; (날 꿈에서 봤다?) 황당할 때

진상파; [죄송해요.] 눈이 감기고

진상파; [지금은 너무 피곤해서 잠시 눈을 붙여야겠어요.] 눈을 완전히 감으며 얼굴을 청풍의 어깨에 기대고

청풍; (이런 황당한 경우가...) 진상파를 몸 위에 태운 채 누워 당황하고

청풍; (강호에 나오자마자 하늘에서 떨어지는 여자를 받는 일이 벌어지다니...) 고개 조금 들고 눈을 아래로 해서 진상파를 보고

청풍의 몸에 엎드려 곤히 잠이 든 진상파의 얼굴. 애처로우면서도 아름답다.

청풍; (아... 아름답다!) 침 꿀꺽 삼키고

청풍; (옥령누님에게는 죄송하지만 인간 세상의 여자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다.)

<아무래도 나는 이 여자에게 마음을 도둑질 당한 것 같구나.> 누운 청풍과 그 위에 엎드려 잠이 든 진상파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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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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