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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비구니의 신세한탄

 

 

 

두 개의 절벽 사이에 위치한 천불곡은 마치 딴 세상같이 조용했다. 기승스런 모랫바람도 천불곡 안으로는 불어들어 오지 않았다.

한데 모랫바람 대신 역겨운 피비린내가 물씬 등룡풍의 코를 찔러왔다.

좁은 천불곡 안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지 않은가?

여기저기에 수많은 여승들이 죽어 넘어져 있었다.

파르라니 깍은 머리에 회색승포를 걸친 여승들, 그녀들은 모두 지극히 고통의 표정으로 죽어 있었는데 불문의 제자들답지 않게 손에 손에 병장기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

등룡풍은 눈 앞에 벌어져 있는 끔찍한 참경을 둘러보며 무거운 신음성을 발했다.

“나 말고 또 이 반야암을 찾아온 자들이 있었군!”

그는 급히 나귀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이어, 그는 세심한 눈으로 여승들의 시체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여승들의 사인(死因)은 가슴에 맞은 내가장력이었다. 그녀들의 가슴에는 하나같이 섬뜩한 핏빛 장인(掌印)이 찍혀 있었다. 그 혈장인이 여승들의 젖무덤을 무참하게 으스러뜨리고 심장까지 바스러뜨린 것이다.

등룡풍의 초롱한 눈빛이 지혜롭게 빛났다.

(손바닥 자국으로 보아 침입자는 모두 여덟 명이다!)

그는 십여 구의 시체를 모두 살펴본 후 몸을 일으켰다.

“너는 여기서 기다려라!”

그는 나귀의 등에서 녹슨 칼 도왕 치우를 내려 품에 안고 천불곡 안으로 들어섰다.

골짜기 한 굽이를 돌자 반야암이 저 만큼 보였다.

반야암은 절벽의 중간쯤에 세워져 있었다. 절벽을 반쯤 파서 세운 동굴 암자인 반야암까지는 백여 개의 계단으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한데 그 계단 주위에도 수십 명의 여승들이 죽어 있었다.

 

등룡풍은 총총히 걸음을 옮겨 반야암으로 올라갔다.

“......!”

헌데 반야암의 본전(本殿)으로 들어서던 등룡풍은 멈칫하여 걸음을 멈추었다. 어두운 반야암 안에서도 역겨운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등룡풍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암자의 내부를 살펴보았다.

전면에는 바로 깎아 만든 거대한 불상이 우뚝 자리하고 있었다. 높이 사 장이 넘는 거대한 좌불상(座佛像)은 손바닥 하나가 어른보다 더 컸다.

불상 앞에는 불단이 놓여 있었다.

불단 위에는 높이가 두 자 가량 되는 향로가 있었고 지금 그 향로 안에서는 미약한 향연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본전으로 들어선 등룡풍이 주위를 두리번거릴 때였다.

“아미타불...... 소시주는 누구를 찾아 오셨지요?”

문득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미약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

등룡풍은 깜짝 놀라며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둠 속, 불단 앞에 한 명의 여승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자애로운 인상의 중년여승이었다. 젊었을 때에는 굉장한 미인이었는지 아직도 그 여승의 용모에는 옛날의 화려하고 아름다왔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단아하고 차분한 몸가짐, 그 속에 배어 흐르는 은은한 기품......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아름다왔다.

중년여승은 일신에 회색승포를 걸치고 있었는데 지금 그 회색가사는 온통 검붉은 선혈로 물들어 있었다.

그녀가 합장하고 앉은 주위에는 팔 인(八人)의 괴인이 반원형으로 중년여승을 포위한 채 쓰러져 있었다.

흡사 흉신악살을 연상케 하는 혈의인들이었는데 괴이하게도 그 자들의 전신에는 붉은 털이 숭숭 돋아 있었다. 그것은 등룡풍의 집을 찾아왔던 야수혈마과 흡사한 형상이었다.

그자들은 고통으로 이지러진 표정으로 고꾸라져 있었다.

헌데 겉보기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어 보였다. 다만, 오공에서 피와 뇌수를 흘린 채 죽어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그들이 어떤 무서운 내가강기에 대뇌와 내장이 박살나 죽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등룡풍은 중년여승을 향해 급히 합장하며 말했다.

“소생은 등룡풍이라 합니다. 추망(醜亡)이란 분의 부탁을 받고...... 반야신니란 분을 찾으러 왔습니다!”

츠읏!

순간 중년여승의 눈가로 언뜻 한 줄기 이채가 흘렀다.

“빈니가...... 반야라고 해요. 추망이 무슨 일로 소시주를 보내셨지요?”

그녀는 나직이 탄식하며 물었다. 그 말에 등룡풍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 대사께서 반야신니이십니까?”

그는 해연히 놀란 눈빛으로 중년여인을 살펴보았다.

그는 신니(神尼)라 불리어 반야신니가 아주 늙은 노비구니일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여승은 이제 많이 되었어야 삼십대 후반 정도로 보였을 뿐이었다.

반야신니-!

실상 그녀는 환갑이 넘은 나이였다. 다만 한 가지 지고한 불문신공을 연마하여 나이를 먹는 것을 멈추었을 뿐이었다.

등룡풍의 놀라운 표정에 반야신니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노니가...... 너무 젊어 의심이 가시나요?”

등룡풍은 얼굴을 붉히며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이어 그는 조심스럽게 제단 앞으로 다가가 치우신도를 반야신니에게 바치며 말했다.

“추망이란 분은 이 칼을 신니께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

부르르......

도왕 치우를 보자 반야신니의 전신에 격렬한 파문이 스치고 지나갔다.

“치우(蚩尤)...... 도왕(刀王) 치우......”

그녀는 마치 실성한 듯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어 그녀는 떨리는 손을 내밀어 치우신도를 받아들었다.

그런 그녀의 손이 옥으로 빚은 듯 해맑고 아름답다. 관세음보살의 관음옥수를 연상케 하는 섬섬옥수.

등룡풍은 격동을 금치 못하는 반야신니의 모습을 바라보며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겨우 녹슨 칼 한 자루를 가지고 왜 이렇게 호들갑을 피울까?)

그는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때,

“추망...... 은 달리 말이 없었나요?”

반야신니가 녹슨 치우신도를 쓰다듬으며 실성한 듯 중얼거렸다.

“있었습니다!”

등룡풍은 그제서야 퍼뜩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환우에 천황(天皇)의 종적을 찾을 수 없으니...... 이제 지후(地后)께서 일어나셔야만 구중천(九重天)을 막을 수 있다고요!”

“......!”

반야신니는 멍하니 등룡풍의 말을 듣고 있었다. 등룡풍이 전하는 말은 지극히 중요한 것일 텐데도 그녀는 듣지 못한 듯 멍하니 반야암 밖의 거친 하늘만 응시하고 있었다.

“그 분은...... 다른 말은 하시지 않았나요?”

문득 반야신니는 망연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또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당신은...... 한시도 신니를...... 사랑하시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등룡풍은 얼굴을 붉히며 더듬거리며 말했다.

부르르......

순간 반야신니의 전신이 뇌전을 맞은 듯 격렬하게 떨렸다.

주르르......

그녀의 커다란 두 눈에 문득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그 분이 분명 그렇게 말씀하셨나요?”

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않고 떨리는 음성으로 확인하듯 재차 물었다. 등룡풍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분명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

반야신니의 옥용이 문득 장미빛으로 물들었다. 그녀는 도왕 치우를 소중하게 감싸 안으며 합장했다.

그런 그녀의 옥용으로 햇살같은 기쁨의 미소가 번졌다. 그 모습은 너무도 자애롭고 아름다워 흡사 관음보살이 현신한 듯했다.

“추망!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반야신니는 기쁨의 음성으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러다 문득, 그녀는 눈을 들어 등룡풍에게 고소를 지어 보였다.

“추태를 보였어요. 용서하세요.”

“아...... 아닙니다 신니!”

등룡풍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멋적은 표정을 지었다.

반야신니는 그윽한 시선으로 등룡풍을 바라보았다.

이어, 그녀는 품에 안고 있던 치우신도를 다시 등룡풍에게 내밀었다.

“이것을 다시 시주가 맡아 주셔야겠어요. 왜냐하면...... 빈니는 곧 입적(入寂)해야만 하기 때문이예요.”

그 말에 등룡풍은 대경하여 물었다.

“다...... 다치셨습니까?”

반야신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탄식했다.

“혈왕천(血王天)의 야수팔흉(野獸八兇)은 상상 이상으로 강했어요. 빈니는 그들을 반야신강(般若神罡)으로 격살했지만...... 빈니 역시 그들의 혈영강살에 내부가 흔들려 오래 버티지 못해요!”

그녀는 주위에 쓰러져 있는 팔 인의 흉한을 돌아보며 말했다.

 

-야수팔흉(野獸八兇).

 

이것이 그들의 이름이었다. 등룡풍은 그들이 반야암의 여승들을 죽인 장본인임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그들 역시도 눈앞의 이 연약해 보이는 여승 반야신니에게 내부가 박살당해 절명한 것이었다.

하나같이 흉악무비해 보이는 거한들!

그들 팔 인이 일개 여승의 손에 죽었다는 사실이 등룡풍을 놀라게 만들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빈니의 신상 얘기를 들어 보시겠어요?”

문득 반야신니는 그윽한 시선으로 등룡풍을 바라보며 말했다.

“세이경청하겠습니다!”

등룡풍은 단정히 무릎을 꿇으며 대답했다.

반야신니는 나직이 탄식하며 눈을 감았다.

“벌써 사십 년 전이군요. 곤륜(崑崙)에는 한 분의 고승(高僧) 밑에 곤륜삼정(崑崙三鼎)이라는 세 명의 제자가 있었어요.”

그녀의 입에서는 낮고 조용한 음성이 한숨처럼 흘러나왔다.

 

<곤륜파(崑崙派)!>

 

그들은 백 년 전까지 무림구대문파에 드는 당당한 명문정파였다.

하지만 백 년 전, 서역 성숙해(星宿海)에서 일어난 하나의 마파(魔派)와의 충돌로 인해 전정영이 괴멸되면서 그들의 존재는 유명무실해지고 말았다.

 

<적룡마교(赤龍魔敎).>

 

그것이 그 문파의 이름이었다.

혹자는 그들이 그 옛날 천하를 피로 물들였던 마교(魔敎)의 후예였다고도 한다.

천 년 전, 마교는 구중천과 충돌하여 양패구상하고 지상에서 쓰러졌다. 한데, 그 위대한 천년마교의 후예를 자처한 인물이 성숙해에 다시 나타난 것이었다.

 

-적룡마존(赤龍魔尊)!

 

이것이 그 대마왕(大魔王)의 이름이었다.

적룡마존은 서역마도를 통합하여 적룡마교라는 조직을 세웠다. 그리고 그는 구중천(九重天)을 무너뜨리고 중원무림을 장악하여 마교의 천하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품고 중원으로 물밀듯 들이닥쳤다.

그들 적룡마교와 최초로 무딪친 것이 바로 곤륜파였다. 곤륜은 밀종(密宗)의 불문신공과 도가(道家)의 현문신공(玄門神功)을 함께 지닌 명문대파였다.

그러나 곤륜파의 천년저력으로도 노도 같은 적룡마교를 막지 못했다.

결국, 곤륜파는 거의 전멸해 버렸다.

그 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사십 년 전, 무너진 곤륜의 문호를 일으켜 세울만한 뛰어난 삼 인(三人)의 제자가 곤륜파에 나타났다.

 

-호연굉(胡燕宏).

-추망(追亡).

-반화련(潘火蓮).

 

이름하여 곤륜삼정(崑崙三鼎)!

바로 이들 삼 인이었다.

세 사형매는 곤륜재건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무공수련에 열중했다.

그러던 어느날, 세 사람은 곤륜산의 어느 빙곡(氷谷)에서 세 권의 비급을 발견하게 되었다.

 

-수미항마결(須彌降魔訣).

-축골천형경(縮骨千形經).

-반야진결(般若眞訣).

 

이 비급들은 오백 년 전 천축제일인으로 명성을 떨쳤던 일세 고승 수미천존(須彌天尊)의 유물이었다.

하나하나가 인세에 다시없는 초절기들을 얻은 세 사형매는 뛸듯이 기뻐했다.

그들은 세권의 비급을 각기 한권씩 수습하며 나누어가졌다.

대사형 호연굉이 수미항마결을, 둘째인 추망(追亡)이 축골천형경을, 그리고 막내인 반화련(潘火蓮)이 반야진결을 연마하기로 했다.

세 가지 불문신공을 얻은 세 사형매 곤륜삼정은 곧 폐관과 함께 무공연마에 들어갔다. 뛰어난 자질을 가진 그들은 이내 무서운 고수로 화해갔다.

한데, 세 사형매가 함께 생활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즉, 대사형 호연굉이 막내사매 반화련을 짝사랑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반화련에게는 이미 은근히 사모하는 정인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추망(追亡)이었다.

추망은 태어날 때부터 추괴한 용모를 지니고 태어났다. 그러나 그 대신 그는 마음이 충후하고 인자한 인물이었다. 함께 생활하면서 추망의 군자다움을 발견한 반화련은 은근히 추망을 사모하게 된 것이다.

추망 또한 사매 반화련에게 연정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추괴한 용모 때문에 섣불리 마음을 밝히지 못한 상태였다.

엇갈린 연정(戀情), 그것이 모든 화근의 발단이었다.

어느날 호연굉은 마침내 반화련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당연히 반화련은 그런 호연굉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밝히고 더불어 자신이 추망을 연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고백했다.

그녀의 말에 호연굉은 청천벽력과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 충격은 이내 무서운 질투로 변했다. 호연굉은 그 자리에서 득달같이 반화련을 덮쳐 겁탈하려 했다.

너무도 창졸지간의 벌어진 일인지라 반화련은 호연굉에게 능욕당할 위기에 처했다. 호연굉은 반화련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거칠게 그녀의 처녀를 깨뜨리려 했다.

위기의 순간, 마침 외출했던 추망이 돌아왔다.

자기가 사랑하는 여인이 호연굉에게 능욕당하는 것을 본 추망은 순간적으로 눈이 뒤집혀 호연굉에게 달려들었다.

결국, 두 사형제 간에 일장혈투가 벌어지게 되었으며 결과는 기습당한 호연굉의 패배였다.

 

“두고 봐라! 곤륜파는 내 손으로 뿌리까지 멸망시킬 것이다!”

 

패배한 호연굉은 저주의 말을 퍼부으며 달아났다.

그리고, 추망 역시 반화련이 이미 호연굉에게 능욕당했다고 생각하고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곤륜을 떠나갔다.

그 후 호연굉의 종적은 무림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추망은 천면신마(千面神魔)란 이름으로 천하를 떠돌며 호연굉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도 아닌 사형 호연굉에게 강간당할 뻔했다는 사실에 극심한 충격을 받은 반화련은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여승이 되었다.

그녀가 바로 반야신니였으며 사십 년 그 이전에 일어난 비극의 전말이었다.

 

* * *

 

등룡풍은 반야신니의 탄식어린 이야기를 들으며 영민한 머리를 굴렸다.

(천면신마는 자신이 야수혈마의 수미천강에 격중되어 내부가 모두 으스러졌다고 했다. 그렇다면...... 혈왕천의 제이인자 야수혈마가 바로 호연굉일까?)

그때 반야신니가 그의 상념을 깨며 우울한 음성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삼 년 전에 이사형은 빈니에게 마지막 서찰을 보냈어요.”

“......!”

“그 서찰에 의하면...... 사형은 한 가지 상고신병(上古神兵)의 종적을 쫓다가 우연히 호연굉의 행방을 알게 되었다고 했어요!”

등룡풍은 그 말에 흠칫하며 도왕 치우를 기리켰다.

“그 상고신병이란 것이 이 녹슨 칼(刀) 입니까?”

반야신니는 그 물음에 문득 고소를 지었다.

“그것은 저 고금제일인 육합성황(六合聖皇)이 남긴 여섯 자루 신병 중의 하나예요. 치우신도(蚩尤神刀)를 보고 녹슨 칼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시주밖에 없을 거예요.”

“......!”

등룡풍은 가볍게 얼굴을 붉혔다.

반야신니는 낮게 탄식하며 말을 이었다.

“사형의 서찰에 의하면 호연굉은 구중천에 가입하였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렇게만 적었을 뿐 구중천의 어느 문파인지는 적어놓지 않았더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는 바로 야수혈마......!)

등룡풍은 자칫 큰소리로 그렇게 외칠 뻔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우우우우!”

돌연 천불곡 밖에서 무서운 내공이 실린 장소성이 들려왔다. 마치 야수가 울부짖는 듯한 섬뜩한 장소성이었다.

그 소리는 곧장 모래바람을 뚫고 날아와 반야암을 온통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

“......!”

순간 등룡풍과 반야신니의 안색이 동시에 홱 변했다.

“야수팔흉의 괴수가 오고 있어요!”

반야신니는 다급히 품 속에서 두 가지의 물건을 꺼냈다. 한 권의 얇은 양피비급과 하나의 영웅건(英雄巾)이 그것이었다.

 

<반야진결(般若眞訣).>

 

빛바랜 양피비급에는 그와 같은 제목이 적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천축의 고승 수미천존이 남긴 세 가지 불문절기 중 하나였다.

호연굉이 가져간 수미항마결이 공격전용임에 비해 반야진결은 수비전용의 신공이었다.

하지만 반야진결로 일어나는 반야강기는 최강의 호신기공이었다. 잘못 반야신강을 가격하면 적은 그 몇배의 반탄강기에 휘말려 내부가 모조리 으스러지고 만다.

야수팔흉이 죽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들은 멋모르고 반야신니를 혈영강살로 내쳤다가 반진당해 내부가 으스러져 절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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