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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황금전장> 아침

벽초천의 집무실. 황금수라들의 삼엄한 경비

이세창; [본장의 정보망을 총동원한 결과 놈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었습니다.] 서류를 들고 보고. 상좌에 벽초천이 앉아있고 그 앞에 벽소소가 무릎을 꿇고 있다. 벽소소 주변에는 이세창, 벽세황, 귀견수가 서있다.

이세창; [분면랑군(粉面郞君) 사우(査宇)!] [오년 전쯤 강남 일대에 나타나 엽색행각을 시작한 악명 높은 색마(色魔)입니다.] 서류를 읽으며 보고

벽세황; (소소 저것이 화류병에 걸린 이유가 있었다.) 벽소소를 흘겨보고

참담한 표정을 짓는 벽소소

이세창; [사우는 뛰어난 언변과 외모, 특히 마음을 홀리는 섭심술(攝心術)이 탁월하여 농락당한 여자의 숫자가 천여 명에 이를 정도입니다.]

부들부들 치를 떠는 벽소소

벽세황; [섭심술...] 그걸 보며 한숨 쉬는 벽세황

벽세황; [어쩐지 소소가 그 정도의 상판을 한 놈에게 농락당했다 했더니 섭심술에 당했던 것입니다..] 벽초천의 눈치를 보며 말하고

귀견수; (그래도 남매라고 역성을 들어주는군.)

찡그리며 말이 없는 벽초천

이세창; [오년여에 걸쳐 벌인 사우의 엽색행각이 저지되지 않은 것은 놈의 기괴한 무공 때문이었는데...]

이세창; [오늘 새벽 마침내 놈의 무공내력이 밝혀졌습니다.]

이세창; [사우는 마교 사대마가중 암흑마가 출신이며...] [철기산혼무를 구사한 것으로 보아 암흑마가 내에서도 상당한 고위급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서류를 내리고

벽세황; [아버지!]

벽세황; [소소가 물론 큰 잘못을 저질렀지만 상대가 상대였던 만큼...] 말하다가 입을 다물고

벽초천이 손을 들어 말을 막는다. 시선은 벽소소에게 향한 채

벽세황; (이건 좋지 않은 흐름인데...) 심각

<아버지는 지금 소소를 손절(損絶)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계산하는 중이다.> 벽초천의 표정이 없지만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는 모습 배경으로

벽세황; (소소 때문에 자칫 우리 황금전장이 마교의 잔당들과 내통했다는 누명을 쓸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입을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벽세황; (당장 무림맹과의 관계가 단절될 테고...) (그럼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다른 전장들이 무림맹을 등에 업고 우리 황금전장의 영역을 공략해올 것이다.) 식은땀을 흘리고

벽세황; (그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경과를 무림맹에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인데...)

벽세황; (그럴 경우 소소의 신세는 비참해질 수밖에 없다.) 손에 땀을 쥐고

벽세황; (최악의 경우 소소는 아버지 손에 죽을 수도 있다. 무림맹에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 눈치 보고

벽소소도 깨닫고 바들바들 떨고.

그런 벽소소를 지긋이 보는 벽초천

이세창; (큰 아가씨의 목숨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촛불...)

이세창; (보고 있는 내가 다 피가 마르는군.) 침 꿀꺽.

잠시 침묵. 그러다가

! 벽초천이 경직되었던 몸을 의자에 좀 묻는다

벽세황; (결정을 내리셨군.) 긴장할 때

벽초천; [사우라는 놈 외에 이번 일을 아는 자는 모두 몇 명이냐?]

벽세황; [저희들과...] 이세창을 흘깃 보고

벽세황; [어제 총주방장이 특별 채용한 이청풍이란 놈이 전부입니다.]

벽초천; [이청풍이라...]

이세창; [운 나쁘게도 그놈은 새벽같이 도축장으로 가던 중에 큰 아가씨가 사우와 만나는 장면을 목격했었습니다.]

이세창; [그리고 현장에서 사라졌었는데...] [보고에 의하면 현재 도축장에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벽초천; [...] 의자 손잡이를 손가락으로 두드리고

이세창; [분부만 내리시면 후환이 없도록 처리하겠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듣고 있던 귀견수가 깜짝 놀라고

귀견수; (이청풍을 제거하겠다는...) + [기다려주십시오.] 급히 나서고

모두 귀견수를 보고

귀견수; [속하가 그리 오래 겪어보진 않았으나 이청풍은 입이 가벼운 놈이 아닙니다.] 포권하고

귀견수; [우연히 이번 일을 목격하긴 했지만 결코 입 밖으로 내진 않을 것입니다.] 간절하게 변호

귀견수; [그러니 일단 지켜보면서...] + 이세창; [만에 하나라는 경우도 있는 법이네.] 말을 막고

이세창;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데 위험요소를 품고 갈 이유가 있는가?]

귀견수; [그렇게 처리하기에 이청풍은 너무도 아까운 인재입니다.] [총주방장이 파격적인 대우로 영입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필사적으로 청풍을 변호하고

이세창; [부단장이 그놈에게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말하는데

! 벽초천이 손바닥으로 의자 팔걸이를 치고

입을 다물며 돌아보는 이세창과 귀견수

벽초천; [옥령이가 그놈에게 제 머리 장식을 주었다고?]

이세창; [! 그걸 흘린 덕분에 그놈이 현장에 있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 못해 대답

벽초천; [옥령이가 마음에 들어 한 놈이라면 간단히 치워버릴 수는 없지.] 고개 끄덕이고

귀견수; [하오면...] 안도

벽초천; [그놈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라.] ! 일어나고

벽초천; [저년과 위진천의 혼담이 성사될 때까지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살려준다!] 말하며 옆으로 걸어가고. 벽소소를 흘겨보면서

이세창; [분부 받들겠습니다.]

귀견수; [존명!] 포권하고

안도하고 비참한 표정이 되는 벽소소

옆쪽의 문으로 나가는 벽초천. 황금수라 한 명이 문을 밖에서 열어주고

귀견수; (병주고 약 준다더니...) 안도하며 손을 내리고

귀견수; (옥령아가씨가 준 머리 장식 때문에 죽을 위기에 처했던 청풍이놈이 옥령아가씨 덕분에 목숨을 부지했구나.)

귀견수; (이청풍, 그놈은 제 목숨이 왔다 갔다 했다는 걸 꿈에도 모르겠지.) 안도하고. 그 반면

벽소소; (이청풍! 이청풍!) 고개 숙인 채 이를 갈고

벽소소; (그 작자를 만난 후 모든 게 잘못되기 시작했다.)

벽소소; (오늘 새벽에도 그 작자를 상대하느라 신경이 분산되지만 않았어도 오라버니 일행의 접근을 미리 알아차릴 수 있었다.)

벽소소; (그랬다면 내가 지금같은 수모를 당하고 있지도 않았을 테고...)

벽소소; (반드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 이청풍!) (날 시궁창으로 굴러 떨어지게 만든 대가를...) 이를 갈고

 

#45>

. 도축장. 평소와 같고

가건물. 청풍이 다른 백정들과 함께 소고기를 정형하고 있다. 천장에 매단 소의 시체에서 살을 발라내고 있고. 옷을 껴입었다. 상처를 숨기기 위해

(독한 놈!)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도축을 하고 있어.) 다른 백정들 곁눈질로 청풍이 일하는 걸 보고

(왜 저렇게 죽기 살기로 일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출혈이 상당해서 나 같았으면 며칠을 싸고 누웠을 텐데...) 혀를 차며 일하는 다른 백정들

일하면서 곁눈질로 입구를 보는 청풍

상인차림의 사내가 건물 밖에서 힐끔거리고 있다.

청풍; (아무래도 감시를 당하고 있는 것 같다.)

청풍; (내가 벽소소의 야합 장면을 목격한 걸 황금전장에서 알아차린 것일까?)

청풍; (벽옥령이 준 머리 장식을 잃어버린 것도 마음에 걸리고...) 벽옥령이 머리핀을 주던 장면 떠올리고

청풍; (일단은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멀쩡한 척해야한다.)

청풍; (정 안되면 뭘 봤는지 이실직고 해야겠지.)

[...] 일하는 청풍을 보며 뭔가 생각하는 사인 차림의 사내

 

#46>

해가 지려는 저녁 무렵. 금릉 성 밖의 빈민가

휘익! 빈민가 근처의 큰 나무. 그 위로 구름 같은 것이 서리더니

구름이 흩어지며 모습 드러내는 운신장

운신장; (오늘도 성과가 없었다.)

운신장; (하긴 백만 명 가까이 사는 이 거대한 도시에서 사람 한명 찾아내는 일이 쉬울 수가 없지.)

운신장; (내일 총관이 도착하기 전까지 어떻게든 아연아가씨의 아들로 보이는 놈을 찾아내고 싶었는데...) + [!] 생각하다가 흠칫! 하고

빈민가 입구.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는데. 길가의 나무 그루터기에 걸터앉아있는 소녀가 보인다.

크로즈 업. 이진진이다. 멀리 보이는 금릉성문쪽을 보고 있다

운신장; (저 아이...) 눈 번뜩

운신장; (도무지 빈민가에 살 것같지 않은 자태와 분위기를 지녔다.) 눈을 좀 가늘게 하고 보고

슈우! 이진진의 몸에서 아지랑이같은 기운이 흐르고

운신장; (신약정강(身弱精强)...) 눈 다시 크게 뜨며 놀라고

운신장; (몸이 약한 것에 비례하여 정기가 강해지는 보기 드문 체질을 지닌 아이다.) 흥분하고

운신장; (아연아가씨의 아들을 찾는 일이 급하긴 하지만 만나보지 않을 수가 없구나.) 휘익! 몸을 날리고

 

#47>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하염없이 멀리 금릉성문 쪽을 보고 있는 이진진

이진진; (해가 곧 질 텐데... 오늘도 오빠는 늦을 모양이네.) 한숨

이진진; (황금전장은 대우는 좋을지 모르지만 일은 혹독하게 시킨다고 소문나있어.)

이진진; (오빠가 과연 황금전장에서 잘 적응할지 모르겠다.) 한숨

운신장;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 옆으로 다가서며 묻고. 놀라 돌아보는 이진진

운신장; [부모님?] [아니면 남자친구?] 웃으며 내려다보고

이진진; (엄청난 미인!) + 이진진; [... 아니에요.] 얼굴 붉히며

이진진; (몸에서 전에는 맡아본 적이 없는 향기로운 냄새도 느껴져.) + [금릉 성내로 일을 하러 간 오빠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어요.] 훔쳐보며.

오가던 빈민가 사람들도 뿅 가서 운신장을 보고 있고

운신장; [동구 밖까지 나와서 오빠를 기다리는 누이동생이라니...] [사이가 좋은 남매로구나.] 이진진의 앞쪽으로 가고

이진진; [... 동기라고는 단 둘뿐이거든요.] 수줍

운신장; [착한 누이동생 이름을 알 수 있을까?] 미소

이진진; [이진진이라고 해요.]

운신장; [진진... 예쁘면서도 심오한 이름이로구나.] ! 말하며 바닥에 손바닥을 향하고. 그러자

슈욱! 바닥이 올라와 원형의 의자처럼 변한다.

이진진; (... 바닥이 솟구쳐서 의자가 되고 있어!) 놀라고

지나던 사람들도 기겁하며 놀라고

운신장; [진진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오라버니의 이름은 뭐지?] 바닥에서 돋아난 의자에 앉으며

이진진; (... 기인, 아니 선녀로구나.) + [이청풍이라고 해요.] 억지로 흥분을 누르며 대답하고

운신장; [아버지의 함자는?]

이진진; [산자 하자를 쓰셔요.]

운신장; (이산하...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다.) + [손을 잠시 줘보겠니?] 손을 앞으로 내밀고

이진진; [...] 손을 내밀고

운신장; [이 언니는 진맥을 하는 재주가 있단다.] [이렇게 만난 김에 네 몸 상태가 어떤지 살펴봐주마.] 자기 손에 이진진의 작은 손을 얹으며 웃고

이진진; [부탁드려요.] 수줍어하고. 그러다가

! 운신장의 손바닥에 약간 빛나고

이진진; (이분의 손바닥에서 따뜻한 기운이 일어나 온몸으로 번지고 있어.) 놀라고

이진진; (따스한 봄볕을 쬐는 것처럼 나른해져.) 졸린 표정이 되고. 그때

운신장; (역시...) 눈 번뜩

운신장; (아까 본 대로 신약정강의 체질이 확실하다.) (마음이 순수해서인지 탁기도 전혀 느껴지지 않고...)

운신장; (이 아이라면 우리 신녀문(神女門)의 오랜 숙원을 이루어줄지 모르겠구나.) + [수고했다.] 이진진의 손을 놔주고

퍼뜩 정신 차리고

이진진; [제 몸이 남보다 약한 건 알고 있어요.] 눈치 살피며

운신장; [몸은 약하지만 그 대신 정기는 누구보다 맑고 풍부하구나.] [좋은 인연을 만나면 믿기지 않는 성취를 이루게 될 것이다.]

이진진; [제가... 선도(仙道)나 현문(玄門)과 인연이 있다는 말씀이신지요?] 놀라고

운신장; [나의 수련은 아직 다른 사람의 인연에 대해 단정할 정도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단다.] 말하며 왼쪽 소매 속에 오른손을 넣고

운신장; [하지만 나 자신과 관련된 인연에 대해서는 조금 짐작할 수 있는데...] 다시 꺼내는 운신장의 오른손에는 채 한 뼘이 안되는 작은 병이 하나 들어있다. 호로병처럼 생겼고 잘룩한 곳에 끈도 달려있다.

운신장; [진진이 너는 나와 가볍지 않은 인연이 있구나.] 호리병을 이진진의 손에 쥐어주고

이진진; [이게 무엇인지요?] 두 손으로 호리병을 받으며

운신장; [몽운연형호(夢雲鍊形壺)라는 것이다.] [이름 그대로 구름같은 꿈을 이루어주는 힘을 지닌 호리병이지.]

이진진; [무척 귀한 것같은데... 왜 제게 주시는 것인지요?]

운신장; [나보다는 네게 더 유용할 것같아서 주는 것이란다.] [또 나와의 인연을 잇게 하기 위해서고...] 일어나고

이진진; [이 호리병에 어떤 쓰임이 있는지요?] 따라서 일어나고

운신장; [필요한 것이 있으면 뚜껑을 열고 간절히 원해 보거라. 그럼 몽운연형호가 소원을 들어줄 것이다.] 슈우! 말하는 운신장의 몸이 구름에 덮이고

이진진; [!] 놀랄 때. 주변을 오가던 사람들도 놀라고

<우리는 조만간 다시 만나게 될 것같구나. 그동안 씩씩하게 잘 지내렴.> 슈우! 구름이 짙어지는 안쪽에서 운신장의 음성이 들리고.

이진진; (음성이 멀어지고 있어.) 놀랄 때

휘이! 구름이 사라지고. 운신장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운신장이 만들었던 의자도 사라지고 없다.

이진진; (사라지셨어. 땅에서 솟아올랐던 의자도 없어졌고...)

이진진; (이 호리병만 없었다면 꿈을 꾸었다고 착각했을 거야.) 작은 호리병을 두 손으로 들고 보고

이진진; (과연 그분은 누구였을까? 정말 내가 선녀님을 만났던 것일까?)

 

#48>

높은 나무 위에 서서 이진진을 내려다보는 운신장

운신장; (생각같아서는 저 아이를 당장 무산의 신녀문으로 데려가고 싶다.)

운신장; (하지만 지금은 진력해야할 일이 있어서 그럴 수가 없다.)

운신장; (문제는 머잖아 저 아이 신변에 풍파가 몰아닥칠 것 같다는 점인데...) 이마를 모으고

운신장; (아무쪼록 몽운연형로가 그 풍파에서 저 아이를 지켜주길 바랄 뿐이다.) 휘이! 운신장의 몸이 구름에 휘감기기 시작하고

<우리 신녀문을 천마가 채워놓은 족쇄에서 풀려나게 해줄 가능성이 있는 아이이니...> 화악! 구름에 덮여 사라지는 운신장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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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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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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