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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자금성> 낮

환관과 궁녀들만 오가는 내원

천장이 있는 복도인 회랑을 통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는 황태자비. 분노한 표정. 백운선자가 뒤따르고. 여자무사 두 명과 궁녀 몇 명이 따라온다. 여자무사들은 지난 밤 황태자비를 수행했다가 위태무의 수하인 환관들에게 공격당했던 하란과 동매다.

회랑 끝에 좀 음침한 건물. 건물 입구를 한 명의 여자와 몇 명의 환관들이 지키고 있다. 여자는 검은 피부에 풍만한 몸매를 지녔다. 흑인의 피가 섞인 듯 곱슬머리이고 몸에는 벼락의 문양이 새겨진 옷을 입었다. 사대시위장중 마지막 한명인 청뢰선자다.

황태자비가 다가가가 인사하는 청뢰선자와 환관들

황태자비; [청뢰(靑雷)!] [그놈이 분명하냐?] 이를 갈며 다가가고

청뢰선자; [예 마마!] 덜컹! 육중한 문을 열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사대시위장의 일인 청뢰선자(靑雷仙子)>

청뢰선자; [허튼 수작 부리지 못하도록 금의위로부터 넘겨받은 후 일체 다른 자들과 접촉시키지 않았사옵니다.] 문을 완전히 열어주며 말하고.

황태자비; [잘 했다!] 청뢰선자가 열어주는 문으로 거친 걸음걸이로 걸어 들어가는 황태자비

 

어둑한 실내. 아무런 장식도 없고 창도 높은 곳에 작게 뚫려있어 음침한 분위기. 그 실내 중앙에 왕진이 이마를 바닥에 댄 채 납작 엎드려 있다. 옆에는 짊어지고 온 커다란 상자가 놓여있고. 주변에는 살벌한 인상의 환관들이 칼을 뽑아든 채 감시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며 눈 부릅 뜨는 황태자비

왕진; [마마! 죽어 마땅한 죄인 왕진이 죄를 받기 위해 돌아왔나이다.] 이마를 바닥에 붙인 채

황태자비; [잘도...!] 창! 뒤따라온 하란의 허리에 찬 칼을 확 잡아 뽑고. 하란과 다른 여자들 깜짝 놀라지만 말리지는 못하고

황태자비; [네놈이 무슨 낮짝으로 내원에 다시 기어들어온 것이냐?] 악을 쓰며 칼을 쳐들어 왕진을 내려치려 한다.

사람들 초긴장

부르르! 바닥에 엎드린 왕진의 온몸도 경련. 하지만

멈칫! 황태자비의 수중에서 쳐들렸던 칼이 멈칫 하다가

황태자비; [크아!] 캉! 악을 쓰며 왕진의 옆 바닥을 내려치는 칼

눈 질끈 감으며 식은땀 흘리는 왕진. 그런 왕진 옆 돌 바닥에 박힌 칼 끝

보던 사람들 안도하고.

황태자비; [말해라!] 캉! 바닥에 박혔던 칼을 잡아 뽑고

황태자비; [위태무의 측근 중 측근이던 네놈이 제 발로 기어들어왔을 때는 믿는 구석이 있을 터!] 칼로 왕진을 겨누고

황태자비; [내가 네놈을 살려 둬야하는 이유를 말해봐라.] [만일...]

황태자비; [헛소리를 하거나 살려둘만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되면 네놈에게 천도(千刀;산 채로 천번의 칼질을 해서 살을 발라냄)를 먹이고 말겠다!]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내고

왕진; [천... 천한 것은 오로지 황태자전하의 환후가 근심 되어 돌아왔을 뿐이옵니다.] 이마를 바닥에 댄 채 사력을 다해

황태자비; [전하가 걱정 되어서 돌아왔다?] [무슨 개소리를...]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는 표정

왕진; [믿어주시옵소서!] [천한 것은 위태무 밑에서 다년간 섭음보정대법의 시술을 돕지 않았사옵니까?] 고개 조금 들며 황태자비의 눈치를 살피고

황태자비; [섭음보정대법!] 눈 치뜨고

황태자비; [그럼 네놈도...!] 흥분

왕진; [시술법을 알고 있나이다.] 좀 안도하며 고개 완전히 들고

황태자비; [섭음보정대법의 시술법은 네놈이 아니더라도 알고 있는 것들이 여럿 있다.] [즉, 네놈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방편은 못 된다는 뜻이다.]

왕진; [소인도 당연히 알고 있사옵니다.] [하오나...]

왕진; [전하께 섭음보정대법을 시술해드리는데 필요한 순음지체의 계집은 단시일 내에 구하실 수 없지 않겠사옵니까?] 교활한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황태자비; [네놈 설마...!] 깨닫고 왕진 옆의 상자를 홱 돌아보고

왕진; [마마께옵서 생각하시는 대로이옵니다.] 이제 완전히 여유를 찾아서 웃고

왕진; [저 상자 안에는 위태무가 정말 위급한 상황을 대비하여 아껴두었던 순음지체의 계집이 들어있나이다.] 상자를 돌아보고

황태자비; [그... 그렇단 말이지?] 흥분하고

황태자비; [뭣들 하느냐? 빨리 저 안에 든 계집을 전하께 데려가지 않고?] 주변의 환관과 여자무사들에게 외치고

[예 마마!] [분부 거행하겠나이다.] 환관들이 급히 상자를 향해 달려드는데

왕진; [잠깐... 잠시만 기다려주시옵소서.] 급히 상자를 끌어안고

황태자비; [네놈이...] 분노. 환관들 멈칫! 하고

황태자비; [목숨을 살려준다는 확언을 듣고 싶은 것이냐?] 이를 부득

왕진; [죽어 마땅한 죄를 지은 죄인이 어찌 감히 마마께 살려주시기를 청하겠나이까?] 딸칵! 상자의 뚜껑 고리를 열고

왕진; [다만 이 안에 든 계집을 보시기 전에 확인을 해주실 것이 있나이다.]

황태자비; [확인?] [무슨 확인?]

왕진; [소인이 데려온 이 계집이 누구이든 섭음보정대법에 쓰실 각오가 되어 있으신지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묻고

황태자비; [네놈도 짐작하는 바겠지만...] 노려보고

황태자비; [전하께서는 한왕의 방해로 섭음보정대법을 중도에 포기하셨었다.] [그 때문에 지금 몹시 위독하신 상태다.]

황태자비; [찬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니 그 안에 든 계집이 누구든 섭음보정대법에 써야만 한다.] 단호하게

왕진; [마마의 결심이 그리 확고하시다니 안심하고 이 계집을 보여드리겠나이다.] 덜컹! 말하며 상자 뚜껑을 열고. 직후

[헉!] [학!] 주변 환관과 여자들 경악. 황태자비도 눈 부릅 뜨고

<손... 손영롱!> 쿵! 뚜껑이 열린 상자 안에 아기처럼 웅크린 자세로 누워있는 여자 크로즈 업. 물론 손영롱인데 기절한 상태다.

 

#237>

자금성이 다른 곳. 화려한 건물. 환관과 여자 무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녹우선자가 뭔가 생각하는 표정으로 건물로 들어간다. 인사하는 환관과 여자 무사들

녹우선자; [천녀 녹우, 들어가옵니다.] 문을 열고 어느 방으로 들어가는 녹우선자.

방안에서는 주첨기가 하녀들의 도움을 받아 옷을 입고 있다. 화려한 옷이 아니라 평범한 옷이다.

주첨기; [어서 와라 녹우.] 고개만 돌려 보고

녹우선자; [미복(微服;높은 사람이 남루한 차림을 함)으로 어딜 가시려는지요?] 다가가고

주첨기; [어머니의 분부도 있고 해서 내일 북경으로 출발할 생각인데...] [떠나기 전에 손영롱을 한 번 만나 봐야하지 않겠느냐?] 궁녀들이 입혀주는 옷을 보며 좀 흥분

주첨기; [일 년여 만에 금릉에 왔는데 안 보고 가면 서운해 할 테니...]

녹우선자; [그렇겠지요?] 억지로 웃고

주첨기; [손가장에는 동방통령이 함께 가기로 했으니까 녹우 네가 수고하지는 않아도 된다.]

녹우선자; [그리 하겠사옵니다.] 고개 숙이는데

스스스! 녹우선자의 몸에서 안개같은 것이 일어나고

그 안개같은 것이 주첨기의 코로 스며들고

띵! 현기증을 느끼는 주첨기

주첨기; [어...] 비틀하고. + [전하!] [흑!] 옷 입혀주던 궁녀들 깜짝 놀랄 때

녹우선자; [왜 그러시옵니까 전하?] 시 및 뚝 떼며 쓰러지는 주첨기를 자연스럽게 부축하고

주첨기; [갑자기 현기증이...] 기절하려 하면서 신음하고. 주변의 궁녀들은 당황

녹우선자; [실맥산의 후유증이 남아있는 모양이옵니다.] 말하면서 주첨기를 두팔로 가볍게 안아든다.

주첨기; [다... 다 해독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축 늘어지며 신음. 눈을 감으려 하고

녹우선자; [무리해서 미행(微行;지위가 높은 사람이 신분을 숨김)하지 마시고 오늘은 푹 쉬도록 하세요.] 주첨기를 안고 침대쪽으로 간다. 궁녀들이 서둘러 침대의 이불을 들춰서 녹우선자가 주첨기를 눕히는 걸 도와준다

주첨기; [그... 그래야할 것같구나.] 신음하며 눈을 감고

<첨기가 이번 일을 알면 절대 안된다.> 주첨기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히는 녹우선자의 뇌리에 떠오르는 황태자비의 말.

이하 회상 장면

 

황태자비; [섭음보정대법이 끝날 때까지 첨기를 재워버리도록 해라.] 침대에 거의 알몸으로 누워있는 손영롱을 내려다보며 말하는 황태자비. 황태자비의 뒤에는 백운선자, 흑풍선자와 함께 청뢰선자가 서있다.

황태자비; [첨기에게는 미안하지만 손영롱은 전하를 살리는 데 써야만 한다.] 좀 미친 년같은 표정으로 말하면서 손영롱을 내려다보고

회상 끝

 

녹우선자; (죄송해요 전하.) 한숨 쉬며 주첨기의 이마를 손으로 쓸어 넘기고

녹우선자; (하지만 이게 다 전하를 위해서이니 이해해주세요.) 주첨기의 이마에 입술을 대고. 궁녀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녹우선자; [황태손전하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다.] 일어나며 궁녀들에게 말하고.

녹우선자; [지금은 푹 주무셔야만 하니 깨어나실 때까지 방해하지 않도록 해라.] 궁녀들을 지긋이 보며 말하고.

[예 선자님!] [분부 명심하겠사옵니다.] 겁에 질려 녹우선자의 눈치를 보며 대답하고

녹우선자; (전하와 손영롱은 어렸을 때부터 함께 공부를 한 탓에 소꿉친구 같고 오누이같은 사이인데...) 한숨 쉬며 돌아서고

녹우선자; (마음이 불편하긴 하지만 어쨌든 내가 할 일은 끝냈다.) 문쪽으로 가는 녹우선자 뒤에서 궁녀들이 주첨기의 몸을 이불로 덮어주고 있다

녹우선자; (다시 깨어나실 때쯤이면 모든 게 끝나있을 테니...) 눈 번뜩이며 입구로 간다

 

#238>

황태자의 거처. 삼엄한 경비

밀실로 통하는 지하 통로. 통로 끝의 철문 앞에는 백운선자와 흑풍선자가 서서 지키고 있다.

 

#239>

철문 안쪽. 섭음보정대법이 진행중이다.

중앙의 침대에 알몸의 황태자가 누워있다. 아랫도리만 천으로 덮고 있는데 천 안쪽에서 무언가가 불끈 솟아있고. 하지만 정신은 잃은 상태고.

황태자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 놓인 큼직한 안락의자에는 알몸에 잠옷만 걸친 손영롱이 등을 뒤로 기댄 채 앉아있다. 눈에 초점이 없어 최면술에 걸린 표정이고. 손영롱 앞에는 왕진이 서있는데 손에 작은 종을 하나 들고 있다. 왕진의 뒤에는 환관 한명이 향수병만한 유리병이 얹혀진 쟁반을 들고 있다. 왕진과 환관 뒤에는 황태자비가 의자에 앉아서 보고 있다. 주변에서는 환관과 의사들이 준비를 하고 있다. 황태자의 몸 상태를 체크하는 의사도 있고.

왕진; [손영롱!] [마지막으로 네 사명을 다시 한 번 확인해봐라.] 딸랑! 작은 종을 손영롱의 얼굴 위에 대고 흔들며 말하고. 최면을 거는 중이다. 그러자

손영롱; [섭... 섭음보정대법을 시술하는 것이옵니다.] 초점이 없는 눈으로 말하고

왕진; [섭음보정대법은 무엇이냐?] 딸랑! 종을 흔들며 묻고

손영롱; [저의 순음지기를 교접하는 상대 몸에 주입하는 비방(秘方)이옵니다.]

왕진; [순음지기를 어떻게 체외로 내보내는지 숙지하고 있겠지?] 종을 들지 않은 손으로 뒤쪽의 환관에게 손짓하고

손영롱; [예...]

환관이 앞으로 나오며 쟁반에 얹혀진 유리병을 손영롱에게 내민다

왕진; [그럼 마지막으로 그것을 마시도록 해라.] 조금 옆으로 피해주며 말하고

왕진; [네 몸을 뜨겁게 달궈줘서 순음지기의 유출을 도와줄 것이다.]

손영롱; [예...] 말하며 두손으로 유리병을 집어들고. 등을 기댔던 의자에서 떼어 몸을 좀 일으키며. 이어

몸을 바로 세운 채 유리병 안의 액체를 마시는 손영롱.

그걸 긴장한 채 보는 왕진과 주변의 환관들

꼴깍! 꼴깍! 유리병의 액체를 모두 마시는 손영롱. 직후

툭! 유리병을 떨구는 손영롱의 손

파삭! 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유리병. 이어

손영롱; [하악!] 고개 젖히며 할딱이고. 몸에서 열기가 확 뿜어지는 모습이고

손영롱; [이상... 이상해요! 몸 속이 펄펄 끓는 것같아요.] 찌직! 찍! 자신의 잠옷 앞자락을 찢어발기며 할딱이고. 잠옷이 찢기며 탐스러운 젖가슴이 튀어 나온다

왕진; [약 기운이 완전히 돌기를 기다렸다가 손소저를 전하의 몸 위로 옮겨주시오.] 주변의 환관과 의사들에게 말하며 손영롱의 몸부림을 보고. + [예!] [알겠소이다.] 대답하는 환관들과 의사들

손영롱; [아흑! 끄윽!] 의자에 기대 앉아 몸부림치는 손영롱. 잠옷 저고리를 찢어 발겨 젖가슴이 드러난 상태고. 한손으로는 그 젖가슴을 주무르고 다른 손으로는 벌린 사타구니 속을 안타깝게 어루만진다

황태자비; (미안하다 영롱아!) 입술 깨물고

황태자비;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너를 첨기와 짝 지어주었을 텐데...) 무릎 위에 얹어놓은 두손으로 치마를 꽉 움켜잡고

<널 딸인 듯 아껴왔다만... 내게는 첨기보다 소중한 존재가 없다. 첨기를 무사히 제위(帝位)에 앉힐 수만 있다면 난 어떤 죄라도 지을 수 있다.> 욕정에 몸부림치며 자위를 하는 손영롱을 배경으로 황태자비의 생각 나레이션

황태자비; (첨기가 무사히 제위에 오르려면 먼저 전하가 무사히 영락폐하의 자리를 물려받아야만 한다.) (절대 영락폐하보다 먼저 전하가 돌아가시면 안되는 이유다.)

황태자비; (그리고 순음지체를 지닌 네가 희생을 해주어야만 전하께서 이 고비를 넘길 수가 있다.) 몸이 달아올라 자위하며 몸부림치는 손영롱의 목 옆을 만져 진맥하는 의사를 보며

황태자비; (첨기를 위해 목숨을 버린 너의 희생을 절대 잊지 않으마.) 생각할 때

의사; [약기운이 완전히 돌았소이다.] 손영롱의 목에서 손을 떼며 왕진을 돌아보고

왕진; [그럼 시작합시다.] 주변의 환관과 의사들에게 고개짓과 손짓을 하고. 그러자

[하악! 싫... 싫어! 아흑!] 몸부림치는 손영롱의 팔을 양쪽에서 잡아 일으키는 환관들

의사들 중 한명은 황태자의 아랫도리를 가리고 있던 천을 걷어내고.

천이 걷혀지자 황태자의 아랫도리에서 무언가 불끈거리고 있는 게 보이고

약기운이 돌아 몸부림치는 손영롱을 부축해서 침대 위로 올라가게 만드는 환관들

황태자비; (나란 계집, 죽으면 반드시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그걸 보며 입술 깨물고

<하지만 내 아들 첨기를 제위에 앉게 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웃으며 지옥에 들어갈 수 있다.> 손영롱이 황태자 알몸 위에 가랑이를 벌린 자세로 걸터앉으려 하는 걸 배경으로 황태자비의 생각

 

#240>

철문 밖. 백운선자와 흑풍선자가 복잡한 표정으로 서있다.

<하악! 싫... 싫어! 아흑!> 두 여자의 귀에 손영롱의 신음소리가 들리고

백운선자; [어느 때보다 착잡하네.] 입술 깨물고.

흑풍선자; [그러게 말이야.] 역시 한숨

백운선자; [영롱이라면 아장거릴 때부터 보아온 아이인데 이런 일을 당하게 될 줄 누가 알았어?]

흑풍선자; [예쁘고 영특하게 자라서 황태손전하의 좋은 짝이 될 것으로 생각했거늘...] [하필이면 순음지체를 타고 났을 게 뭐람.]

백운선자; [제 운명이니 어쩌겠어.]

백운선자; [섭음보정대법을 끝내고 숨이 끊어지면 명복이나 빌어줄 수밖에...] 말할 때

<섭음보정대법... 그렇게 된 거였군!> 누군가의 말이 들려 깜짝 놀라는 백운선자와 흑풍선자

(이 목소리와 강대한 영력(靈力)!) (그놈이다!) 빠지직! 지직! 아연긴장하며 온몸에서 벼락을 일으키는 백운선자와 흑풍선자. 직후

<바득! 이제 보니 자금성에 마귀와 짐승들이 우글거리고 있었구나!> 쩡! 두 여자의 앞쪽 허공에서 강렬한 사람의 눈이 생겨난다. 이어

화악! 돌풍과 함께 사람의 형상이 나타난다. 투명한 사람 형상인데 눈 부분만 강렬하게 번뜩이며 드러난다. 물론 유령익으로 몸을 가리고 있는 청풍이다.

백운선자; [초무궁!] + 흑풍선자; [네놈이 여기에 어떻게...] 화악! 쿠오오! 백운선자는 마귀 형상의 뭉개구름을 양손에서 일으켜 통로를 가득 메우고. 흑풍선자는 양손에서 토네이도를 일으킨다

청풍; [도저히... 도저히 용서가 안된다!] 저벅! 지지지! 벼락에 휩싸인 채 모습을 드러내는 청풍. 유령익이 갈라지며 청풍의 얼굴과 하체, 몸통 일부가 드러난다. 걸음을 옮기면서 유령익이 좌우로 갈라져서 드러나는 모습이고. 이를 박박 갈며 극도로 분노한 표정

백운선자; [초무궁! 네놈이 종친(宗親)이라 해도 용서가 안된다!] + 흑풍선자; [넌 오지 말아야할 곳에 왔다!] 화악! 앞으로 나오면서 마귀 형상이 구름을 청풍에게 날려 보내는 백운선자. 가가강! 송곳같이 휘도는 돌풍을 청풍에게 쏘아보내는 흑풍선자. 좁은 통로가 완전히 구름과 돌풍에 뒤덮이지만

청풍; [비켜라 가증스러운 년들!] 쩡! 이를 갈며 앞으로 걸어오는 청풍의 두눈에서 강렬한 빛이 터지고

[헉!] [흑!] 빠지지직! 꽈광! 벼락에 맞는 듯한 충격을 받는 백운선자와 흑풍선자

<박... 박룡안!> 유령익을 펄럭이며 다가오는 청풍의 등 뒤로 거대한 눈이 떠오르고

[끄윽! 어... 어떻게 네놈이 <천자의 눈>을...!] [천자와 천자가 될 인간만이 쓸 수 있는 게 박룡안인데...] 빠지직! 지직! 충격 받아 눈을 까뒤집으며 쓰러지려는 두 여자의 몸이 벼락에 휘감기고

털썩! 퍼억! 몸이 마비되어 나뒹구는 두년.

저벅! 우둑! 그년들 사이를 지나는 청풍의 발. 발 아래 석판이 박살나고 깊이 자국이 생긴다

유령익을 펄럭이며 철문을 향해 다가가면서 두 손을 내밀어 철문을 열려는 청풍.

[안... 안돼!] [들... 들어가지 마라!] 몸이 마비된 채 벌벌 떨면서도 신음하는 두 여자. 직후

쾅! 양손으로 강력한 장풍을 갈겨서 철문을 안쪽으로 부셔버릴 듯 여는 청풍.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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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첩혈당> 역시 낮

당숙경의 거처

물그릇이 얹혀진 쟁반을 들고 문을 열고 침실로 들어서는 포칠낭. 그러다가

흠칫! 하는 포칠낭

화려한 침대. 잠옷 차림인 당숙경이 누워있는데 눈을 뜨고 천장을 보고 있다. 잠옷 속의 가슴은 붕대로 감고 있다. 두 손도 여전히 붕대로 감고 있고

포칠낭; [주모님!] 급히 다가가고

포칠낭; [정신이 드셨어요?] 침대 옆의 탁자에 쟁반을 내려놓으며 묻고

당숙경; [그놈 어딨어요?] 천장 보며 이를 갈고

포칠낭; [그놈이라니...] 물그릇을 들며 흠칫! 할 때

당숙경; [보옥이를 죽게 만든 원수놈!] [그 죽일 놈 지금 어디 있냐구요.] 울며 악을 쓰고

포칠낭; [진정하세요 주모님.] 옆에 걸터앉으며 한숨. 물그릇은 다시 쟁반에 내려놓으면서

포칠낭; [장공자 덕분에 우리 모두 위가대원을 무사히 빠져나올 수가 있었어요.]

포칠낭; [주모님의 사무치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 당숙경; [듣기 싫어요.] 이를 갈며 포칠낭을 돌아보며 말 막고

당숙경; [그 원수놈... 그 마귀 새끼 있는 곳이나 말하란 말이에요.] 핏발이 선 눈으로 노려보고

 

#235>

첩혈당의 다른 곳. 거실에 청풍과 철두, 정칠, 그리고 포칠낭을 제외한 여러 사두들이 모여 있다. 모야차가 사두들에게 얇은 책을 한권씩 돌리고 있다. 책의 표지에는 <屠龍刀法>이라는 제목이 적혀있다.

청풍; [아침 먹고 잠시 쉬는 짬에 적어본 무공비결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모야차에게서 받은 비급을 보는 걸 보며 좀 멋쩍어 하고.

신귀파; [도룡도법(屠龍刀法)이라...]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도법이구려.] 비급 표지에 적힌 제목을 보면서

청풍; [저도 우연히 습득한 도법이라 내력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노인1; [초식을 알기 쉽게 풀어서 써놓으셨는데...] [이 설명대로 펼치면 당하는 놈은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고 죽겠소.] 흥분해서 읽는 노인

노인2; [내공이 빈약해도 이 도법을 쓰면 충분히 치명적이겠어.] 역시 읽으며 흥분

청풍; [도룡도법을 펼칠 때 내공이 뒷받침 되면 당연히 좋겠습니다만...]

청풍; [적이 예측하지 못하는 변화와 임기응변으로 이루어진 초식들이라 내공을 익히지 않은 사람이 펼쳐도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노인1; [이런... 이런 상승무공을 전수해주시다니...] + 노인2; [장공자의 설명만 들어도 우리 흑사회의 인생들은 평생 가도 접할 수 없는 절기란 걸 알겠소이다.] 노인들은 감격하며 비급을 펼쳐보고

정칠; [첩혈당의 형제들이 도룡도법을 능숙하게 쓸 수 있게 되면 어지간한 무림문파와도 맞서 싸울 수 있겠다.] 책을 읽으며 역시 좀 흥분하고

청풍; [최소한 남에게 능멸을 당하진 않을 수 있을 게다.] 끄덕

청풍; [다른 분들과 함께 일단 초식부터 익히도록 해라.] [머리 속을 뒤져서 도룡도법에 적합한 내공심법을 찾고 있는 중이니...]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 톡톡 치고

모야차; [저희들에게 내공심법도 가르쳐주실 생각이신가요?] 흥분

청풍; [선정이 끝나는 대로 내공심법 역시 책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좀 멋쩍게 웃고

정칠; [그래만 준다면 우리로서는 불감청(不敢請;감히 청하지는 못하나)이언정 고소언(固所願;본래 바라던 바)이지.] 포권하는 시늉하며 웃고

모야차; [장공자님 덕분에 우리 첩혈당이 흑사회를 뛰어넘어 무림의 유수한 문파가 되겠어요.] 흥분하고. 바로 그때

[보고 드립니다!] 입구쪽에서 들리는 음성

사람들 돌아보고

문이 열려있는 입구에는 급히 달려온 듯 숨을 고르면서 멈추며 포권하는 건장한 청년이 한 명 있다. 정칠을 따라 해하촌에 왔던 두 명의 졸개중 한명인 육철. 손에는 길쭉한 천을 몇 개 들고 있다.

정칠; [뭐냐 육철?]

육철; [장공자께서 수배령을 내리신 자들 중 한 놈의 종적을 발견했다는 급보가 도착했습니다.] 문간에 서서 들고 있는 천을 두 손으로 바쳐 보이며 말하고

정칠; [그래?] 눈 번뜩. 청풍과 다른 사람들도 눈 번뜩이고

모야차; [년놈들 중 어떤 인간을 찾아낸 거냐?]

육철; [남경분조의 환관이면서 위태무의 최측근이었던 왕진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청풍; [왕진...] [그자가 제 사부인 위태무를 따라 금릉을 빠져나가지 않았다는 건데...] 찡그리고

육철; [빠져나가기는커녕 놈은 제 발로 자금성에 들어갔다는 보고입니다. 상당히 큰 상자를 짊어진 채...] 청풍의 눈치를 보며 말하고

모야차; [금의위의 수배를 받고 있는 놈이 제 발로 호랑이 아가리로 들어갔다?] 찡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의아해 하고

모야차;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고 선택인데...] 갸웃

모야차; [장공자께서는 짐작이 가시는 바가 있으신가요?] 청풍을 보며 묻고.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청풍을 보고

청풍; [왕진이 상당히 큰 상자를 짊어지고 금의위에 자수했다?] 육철을 보며 묻고

육철; [전서구가 가져온 보고서에는 그렇게 적혀있었습니다.] 고개 숙이고

정칠; [놈이 자금성으로 들어갈 때 짊어지고 간 그 상자에 비밀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눈 번뜩이며 청풍에게 묻고

청풍; [왕진은 제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무언가를 확보한 게 틀림없다.] [스스로 죽을 곳을 찾아들어간 건 그렇게 밖에 이해가 안된다.] 끄덕이고.

정칠; [하긴...] 동의. 다른 사람들도 끄덕

청풍; [왕진의 행적에 관하여 다른 정보는 없는가?] 다시 육철에게 묻고

육철; [왕진이 제 발로 자금성에 들어간 게 워낙 중요한 정보라 미리 보고 드리지 않았습니다만...] 다른 천 조각을 살피면서

육철; [왕진은 자금성 입구에 나타나기 이각(二刻;30분) 전쯤 다른 곳에서 먼저 목격되었다고 합니다.] 천 조각의 글을 읽는다

모야차; [거기가 어디냐?] 눈 번뜩

육철; [황태손 주첨기의 스승인 태부(太傅) 손추충(孫鄒忠)의 사저(私邸) 근처였습니다.]

청풍; [!] 무언가 느끼고 흠칫! 하는 표정이 되고

모야차; [촌각을 다퉈 달아나도 이상하지 않은 놈이 손태부의 집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의아해 하며 찡그리고

육철; [보고 드리러 오기 직전 손가장 근처를 탐문하던 형제로부터 또 한 번 전서구가 도착했는데...] 다른 천을 살피면서

육철; [손가장이 어떤 일로 아침나절부터 발칵 뒤집혀졌다고 합니다.]

청풍; (설마...) 눈 부릅뜨고

모야차; [한가한 놈이잖아. 남의 집 사정까지 시시콜콜하게 보고하기나 하고...]

청풍; [손가장에서 벌어진 소동이 혹시 손태부의 막내딸과 관련된 것 아닌가?] 육철에게 묻고. 사람들 흠칫! 하며 청풍을 보고

육철; (귀신이구만.) + [맞습니다 공자.]

육철; [전서구가 가져온 보고서에 의하면 아무래도 손태부의 막내딸 손영롱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 듯 합니다.] 천을 일어나고

청풍; (그렇게 된 것이었다!) 벌떡! 굳어진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는 청풍. 손영롱을 떠올리고. 주변 사람들 흠칫! 하며 청풍을 보고

청풍; (왕진이 자금성에 지고 들어간 상자에는 손태부의 막내 딸 손영롱소저가 들어있을 것이다.) 분노하여 이를 바득 갈고. 주변 사람들 긴장해서 그런 청풍을 보고

청풍; (어떤 내막인지는 모르지만 왕진은 손소저를 이용하면 자기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확신...) + [!] 생각하다가 눈 부릅뜨는 청풍.

백변음마가 당아연을 놓은 상자를 짊어지고 배에서 내리다가 진상파와 마주치던 장면이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고.

이어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백변음마가 강변의 갈대밭에서 죽어가며 말하던 장면이다.

 

백변음마; [나도 색마살귀의 정체에 대해서는 모른다.] 고개 조금 젓고

백변음마; [다만 귀면지존(鬼面至尊)이라는 자가 색마살귀를 위해서 순음지기를 지닌 여자를 모아오고 있다는 사실 정도만 안다.]

회상 끝

 

청풍; (맙소사!) 팟! 입구로 돌진. 육철이 깜짝 놀랄 때

정칠; [왜 그러냐?] 역시 놀라 벌떡! 일어나고. + [장공자!] 신귀파와 세 노인도 급히 일어나고

청풍; (손소저 역시 순음지체(純陰之體)였던 것이다.) (위태무가 백변음마등을 통해서 매달 한명 이상씩 끌어 모았던...) 휘익! 이를 갈며 입구로 뛰쳐나가려 하고. 육철이 놀라 급히 물러서고

청풍; (손소저의 체질에 대해 알고 있던 왕진은 그녀를 황태자비에게 바쳐서 목숨을 구걸할 생각...) + [!] 건물 밖으로 뛰쳐나가려던 청풍의 눈이 갑자기 부릅 떠지고

쿵! 건물 입구 맞은편, 정원을 가로 질러 오고 있는 두 여자. 바로 당숙경과 포칠낭이다. 포칠낭이 당숙경을 부축해서 걸어온다. 건물 주변을 오가던 어깨들과 하녀들이 당황하며 길을 터주고 있고. 당숙경은 잠옷 위에 화려한 꽃무늬 겉옷을 대충 걸친 모습이고 그런 당숙경의 한팔을 잡아서 부축하며 오는 포칠낭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청풍; (당숙경!) 팟! 급정거하고

<주모!> <저년이 무슨 일로...> 자리에서 일어났던 노인들과 신귀파, 모야차등도 당황. 정칠은 찡그리고. 자리에 앉아있는 철두는 멀뚱한 표정

청풍; (하필 이럴 때...) 팟! 재빨리 유령익을 품에서 꺼내 펼치고

휘릭! 펼친 유령익을 두손으로 잡아 몸에 확 두르는 청풍. 그러자

스슥! 청풍의 모습이 사라지고

육철; (모습이 사라진다!) 경악! 그때

당숙경; [멈춰라!] 건물 안을 노려보며 고함을 지르고

청풍; [!] 움찔! 모자까지 뒤집어쓰며 문 옆으로 숨으려던 청풍이 움찔! 하며 멈춰서고

당숙경; [장청풍!] [네놈이 날 피해 도망치면...] 이를 갈며 계단을 올라오고

당숙경; [그 대가를 정칠이가 고스란히 덮어쓰게 될 것이다.] 살벌한 표정

청풍; (그 여자, 내 약점을 정확히 찌르는군.) 슥!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몸에 둘렀던 유령익을 걷어내고. 그러자

스슥! 청풍의 모습이 다시 온전히 드러나고

당숙경; [죽일 놈!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을 놈!] 이를 바득 바득 갈며 건물 안으로 들어온다. 포칠낭의 부축을 받으면서 들어오며 문간에 섰다가 뒤로 물러서는 청풍을 노려보면서

포칠낭; [어... 어쩔 수 없었어요. 주모님께서 불같이 화를 내시는 바람에...] 당숙경의 팔을 잡고 들어서며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그때

당숙경; [부축 따위 필요 없다고 했잖아요.] 팟! 포칠낭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 포칠낭; [주모님...] 팔을 놓치며 당황

당숙경; [박정하고 무의한 인간들!] 실내의 사람들 노려보며 청풍과 탁자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 쪽으로 지나간다. 청풍이 앉아있던 상좌를 향해

정칠은 쓴웃음. 다른 사람들은 민망해서 고개 떨구고. 실내에서 유일하게 자리에 앉아있는 철두는 찡그리며 보고 있고

당숙경; [상전으로 모시던 그이의 초상을 치루기도 전에 새파란 놈을 새로운 용두로 옹립해?] 사람들 노려보며 상좌로 가고

당숙경; [너희들이 그러고도 의리에 죽고 사는 임협(任俠)을 자처할 수 있는 것이냐?] 털썩! 청풍이 앉았던 상좌에 주저앉으며 고함을 지르고.

모야차; [주모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삭 죽은 다른 사람들 대신 나서고

모야차; [흑사회의 속성상 단 한시라도 용두 자리를 비워둘 수는 없...] + 당숙경; [주둥이 닥쳐!] 버럭 고함질러 모야차의 말을 막고

모야차; (이년이...) 불끈! 하지만

당숙경; [팔대사두의 말석인 네년 따위가 어디서 주제넘게 훈계질이냐?] 탕! 탕! 붕대를 두른 손바닥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노려보고. 무시무시한 기세. 독오른 고양이같다

모야차; [죄송해요.] 굴욕.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 숙이고

모야차; [하지만 주모의 말씀이 너무 지나치셔서...] + 당숙경; [죄송한 거 알면 주둥이 닥치고 있어!] 찬바람 나게 다른 사람들을 향해 고개 돌리며

모야차; [예...] 입술 깨물며 어쩔 수 없이 말문을 닫고

당숙경; [당신들 전부 잘 들어!] [내가 순순히 정칠이가 용두가 되는 걸 허락할 것같애?] 정칠과 다른 노인들 돌아보며 표독한 표정

당숙경; [전대 용두의 미망인인 내 허락 없이 첩혈당의 당주가 잡음 없이 교체될 수 있을 거라고는 꿈도 꾸지마!] 이를 갈고

당숙경; [난 여전히 첩혈당의 안주인이고 추종하는 식구들도 많아!] 몸을 뒤로 젖히며 거만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말하고

모야차; (짜증나지만 사실이다.) 입술 깨물고

모야차; (원체 오랫동안 용두 자리에 앉아있었던 탓에 이세창을 따르는 심복과 추종자들의 숫자는 어마어마하다.)

모야차; (저년이 그자들을 들쑤시면 첩혈당은 풍비박산이 될 수도 있다.)

당숙경; [잿가루 확 뿌려줄까?] [비록 아무런 힘도 없는 과부긴 해도 난 정칠이가 용두 노릇 못하게 해줄 수는 있어.] 살벌. 그때

정칠; [원하시는 바를 말씀하시지요.] 쓴웃음 지으며 포권하고. 사람들 모두 정칠을 보고

당숙경; [원하는 걸 말하라?] 노려보고

정칠; [주모님께서 저희를 겁박(劫迫;으르고 협박함)하시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웃으며 말하고

당숙경; [역시 눈치가 빨라!] [그이가 어린 널 키워주려고 했던 이유가 있었어.] 냉소하고

정칠; [과찬이십니다.]

당숙경; [정칠이가 눈치 때렸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내가 원하는 건...] 뜸을 들이고

사람들 긴장하면서 자리에 앉고. 청풍과 모야차만 서있고. 청풍은 문간에 서있다.

당숙경; [용두 자리야!] 거만하고 차갑게 웃고. 순간

<우리 첩혈당 용두 자리를 자기가 차지하겠다고?> 사람들 얼굴 와락 굳어진다. 정칠만 쓴웃음. 아무 상관없는 철두도 멀뚱한 표정

신귀파; [주모!] 버럭 고함지르며 당숙경을 노려보고

당숙경; [왜 고함지르고 그래요? 애 떨어질 뻔 했잖아.] 아랫배를 만지며 신귀파를 흘겨보고

청풍; (애 떨어질 뻔?) 무언가 느끼고 눈 치뜨고

아랫배를 만지고 있는 당숙경의 손 크로즈 업

청풍; (저 여자 혹시...) 깨닫고

신귀파; [노신이 흥분하지 않게 생겼소?] [한 재산 떼어달라는 요구라면 모를까 용두 자리를 내 놓으라니!] 눈 부라리고

신귀파; [주모가 무슨 재주로 첩혈당의 용두 노릇을 한단 말이오?] [되도 않는 말일랑 두 번 다시 입에 올리지 마시오.] 탕! 탕! 탁자를 손바닥으로 치고

당숙경; [내가 용두 노릇을 못할 건 또 뭐예요?]

신귀파; [뭐요?] 분노할 때

정칠; [진정하시오 귀파.] 말리고

정칠; [주모님의 말씀을 마저 들어보도록 합시다. 하실 말씀이 더 있는 듯하니...] 웃으며 당숙경을 보고. 그러자

당숙경; [역시 정칠이 넌 속일 수가 없구나.] 냉소하고

당숙경; [사실 지금 당장 용두 자리를 내놓으라는 건 아니야.] [빠르면 십팔 년 후, 늦으면 이십 년쯤 후에 첩혈당을 다시 내게 돌려주면 돼!] 배를 만지며 말하고. 그러자

<이십년 후에 용두 자리를 내놓아라?> <아까부터 아랫배를 만지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설마...!> <임신?> 정칠과 철두와 청풍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 놀라고. 모야차와 포칠낭은 놀라서 손으로 입을 가리고. 그러자

당숙경; [당신들이 생각하는 대로야.] 아랫배를 만지며 좀 부끄러운 기색

당숙경; [얼마 전부터 혹시나 했는데... 오늘 아침 확신하게 되었어.] [내 뱃속에는 그이의 아이가 자라고 있었어.] 아랫배를 만지며 도도하게 말하고

<역시!> 미미하게 끄덕이는 청풍.

<전대 용두가 자식을 또 하나 남겼군.> <이렇게 되면 얘기가 좀 복잡하게 되는데...> 깨닫고 난감한 표정이 되는 신귀파와 노인들

당숙경; [태몽이나 예감도 그렇고...] 자기 배를 만지며

당숙경; [이 안에서 자라고 있는 건 사내아이일 게 거의 확실해!]

신귀파; [그... 그러니까 그 아이가 자라면 첩혈당을 물려주라는...] 깨닫고.

당숙경; [그저 그렇고 그런 수많은 조직들 중 하나에 불과했던 첩혈당을 지금의 규모로 키워낸 건 전적으로 돌아가신 용두의 공이었어요.] 도도한 표정으로 신귀파를 보며

당숙경; [그런 그분의 핏줄이 첩혈당을 물려받아야하는 건 당연한 이치 아닌가요?]

당숙경; [물론 그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부족함 없이 자랄 수 있도록 지원도 해줘야만 하고...!] 도도한 표정으로

신귀파; [주모님의 말씀은 알겠지만...] 난감할 때

정칠; [전대 용두님의 핏줄이 태어난다면 당연히 첩혈당을 물려주어야지요.] 사람 좋게 웃으며 포권하고. 다른 사람들 모두 돌아보고

정칠; [다른 분들의 의견과 상관없이 늦어도 이십년 후에는 첩혈당 당주 자리를 주모님께서 출산하실 아이에게 물려줄 것을 약속드립니다.]

청풍; (그때쯤이면 정칠은 금릉을 벗어나 대륙 전체를 상대로 사업을 벌이고 있을 게 분명하다.) (첩혈당을 이세창의 자식에게 돌려주는 건 별 일 아닐 것이다.) 끄덕

당숙경; [정칠이 너와는 말이 통할 줄 알았다.] 고개 조금 숙이고

당숙경; [앞으로는 깍듯이 용두로 대접해드릴 테니 저의 아이를 잘 부탁드리겠어요.] 존댓말하며 고개 숙이고

<여우같은 년!> <원하는 바를 얻어내자 즉시 정칠에게 존댓말을 하네.> 그런 당숙경에게 눈을 흘기는 모야차와 신귀파

정칠;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마주 포권하며 웃고

당숙경; [첩혈당의 승계문제는 이걸로 깔끔하게 해결되었고...] 고개 돌려 청풍을 보고

청풍; (드디어 불똥이 나에게 튀는군.) 난감

당숙경; [죽일 놈!]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놈!] 이를 갈며 청풍을 노려보고

청풍; [제게도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기탄없이 하시지요.] 쓴웃음 지으며 포권하고

당숙경; [네놈은 보옥이의 죽음과 관련하여 내게 무엇으로든 보상해주겠다고 말했었다. 기억하느냐?] 표독하게

청풍; (서둘러 자금성에 가봐야 하는데 이 여자와 길게 실랑이 할 수는 없지.) + [물론입니다.] 고개 숙이고

당숙경;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마.] [내 두 가지 요구조건을 수락하면 이후로 두 번 다시 보옥이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

청풍; [원하시는 바를 말씀하시지요.]

당숙경; [첫째! 내가 낳을 아이의 양부(養父)가 되어줄 것!] 배를 만지면서

<자기가 낳은 아이를 길러 달라?> <영악한 년!> 모야차와 신귀파의 표정이 안 좋아지고

포칠낭; (장차 천하제일인이 될지도 모르는 저 기린아를 자기 자식의 양부로 만드는 것만큼 확실한 보상도 없겠지.) 끄덕이며

청풍; (그 정도야 뭐...) + [기꺼이 부인의 자녀를 위해 양부 역할을 하겠습니다.] 좀 안도하고

당숙경; [장부일언 중천금이라는 말을 믿겠다.] 좀 흥분된 표정으로 말하고

청풍; [제가 부인을 위해 해드려야 하는 두 번째 일도 말씀해주시지요.] 서두르고

당숙경; [그건...] 주변을 둘러보며 말끝을 흐리고, 주변 사람들이 모두 보고 있다

당숙경; [급한 일이 있는 듯 하니 다녀와라. 단 둘이 조용히 얘기해야하는 사안이니...] 좀 새침한 표정으로 말하고

청풍; (잘 됐군!) + [그리 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이어

청풍; [촌각을 다퉈야하는 상황인지라 소생은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신귀파등에게 포권하고

[어서 다녀오세요.] [우린 상관하지 마시게나.] 모야차와 신귀파가 대신 말하고.

청풍; [그럼...] 휘릭! 유령익을 다시 몸에 두르고. 순간

스슥! 청풍의 모습이 사람들 시야에서 사라진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군.] [볼수록 신기하구먼.] 사람들 감탄하고

당숙경; (그이와 보옥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내 나머지 삶을 보상받는 방법은 이것 밖에 없다.) 청풍이 사라진 문간을 보고

당숙경; (사내 중의 사내... 거기에다 젊기까지 한 저놈을 옭아맬 수 있게 되었으니 남아도 아주 많이 남는 장사가 될 테지.) 얼굴 좀 발개지며 억지로 웃음을 참고

모야차; (남편과 자식을 거푸 보낸 처지에 웃음이 나와?) 그런 당숙경을 흘겨보고

모야차; (혹시 저년이 장공자에게 바라는 두 번째 보상이라는 게...) 그런 당숙경을 노려보며 무언가 깨닫는 모야차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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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한왕부(漢王府)> 역시 아침

화려한 건물. 삼엄한 경비.

경비 서던 무사들 흠칫!

[여! 수고들 많다!] 어떤 건장하고 화려한 옷을 입은 사내가 활기차게 걸어오며 손을 들어 아는 척한다. 이자는 한왕의 차남인 주첨탄이다. <건곤일척 자료집 제19페이지>에 나오는 주첨탄과 같은 캐릭터. 하지만 잠시 뒷모습만 보여주고

<저 분이 웬일로 금릉에...> + [이(二)왕자 전하!] [전하를 뵙습니다.] 무사들 급히 포권하고

주첨탄; [왕야께서는?] 뒷모습 보인 채 무사들에게 물으며 건물로 다가가고

[두 분 봉공들과 함께 조찬(朝餐) 중이십니다.] [전하께서 도착하셨다고 왕야께 통고하겠습니다.] 대답하는 무사들. 한 놈은 돌아서서 건물로 가려 하고

주첨탄; [미리 알려드릴 것 없다!] 손 들어서 말리고. 건물로 달려가려던 무사는 멈칫! 하며 돌아보고

주첨탄; [반가운 손님은 예고 없이 들이닥쳐야 더 기쁜 법 아니겠느냐?] 호쾌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건물로 가는 주첨탄의 뒷모습. 무사들이 그 모습을 보고

<둘째 왕자님은 뵐 때마다 왕야의 판박이로 느껴지는구만.> <심지어 영락폐하의 젊은 시절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야.> 주첨탄의 뒷모습 보며 전음으로 대화 나누는 무사들

<둘째 왕자님 덕분에 우리 한왕부가 크게 번성할게야!> <그렇고 말고!> 뿌듯한 표정을 짓는 무사들. 하지만

무사1; <둘째 왕자님이 패왕의 풍모를 타고 난 게 꼭 좋은 일만도 아닐세.> 무사 한명이 반론. 돌아보는 다른 무사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잘난 자식이 많을수록 집안이 융성하는 건 상식 아닌가?> 무사들 어리둥절

무사1; <문제는 왕야의 장남이신 주첨학(朱瞻壑) 세자(世子)님이 지나치게 유약하고 소심한 성역이라는 점일세.>

무사1; <장남이 잘 나면 동생들이 좀 못나도 집안이 잘 못 될 경우는 거의 없네만...>

<장남이 못나고 동생이 잘날 경우 반드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게 세상 이치야.> 건물로 들어가는 주첨탄의 뒷모습 배경으로 무사1의 전음 나레이션

 

#231>

건물 내부. 화려한 거실. 시녀들이 시중을 받으며 한왕이 귀희, 인조와 함께 식사 중이다. 한왕은 엄청난 대식가. 상좌에 앉은 한왕 앞에 놓인 그릇들은 모두 크고 음식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반면 한왕 앞쪽에 마주 앉은 귀희와 인조는 소식가다. 인조는 회를 먹고 있고 귀희는 양식을 먹는다. 둘 다 깨작거리고. 한왕 건너편에는 환관 하원길이 서서 보고 중이다

하원길; [전하께서 위가대원을 치시기 얼마 전, 자금성 내원에서도 경천동지할 변고가 벌어졌다고 하옵니다.] 게걸스럽게 음식 먹는 한왕에게 보고

한왕; [경천동지할 변고?] 맨손으로 고기를 들고 뜯으며

하원길; [위태무의 졸개들이 황태손 주첨기와 황태자비 장씨를 시해하려다가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한왕; [그래?] 좀 놀라지만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게걸스럽게 고기를 뜯고

인조; [제 놈의 정체가 들통 날 것을 예견한 위태무가 승부를 걸었겠구만.] 피식 웃고

귀희; [황태자비 장씨를 제거하려고 한 거야 그래도 이해가 가지만...] [황태손 주첨기를 시해해서 어쩌자는 것이었을까요?]

귀희; [지금의 정세대로라면 다 다음 대 천자가 될 주첨기를 건드리는 건 말 그대로 세상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무모한 짓인데...] 한왕의 눈치를 좀 보면서

한왕; [위태무는 주첨기를 가짜로 바꿔치기 할 계획이었을 거요.] 고기를 뜯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귀희; [그렇게 대담한 짓을...] 놀라고. 반면 인조는 짐작했다는 듯 고개 끄덕이고

한왕; [십년 넘게 남경분조를 장악해온 위태무요.] [주첨기만 제 놈 측근으로 바꿔치기 하면 천하를 통째로 집어삼킬 수 있다는 망상을 품었어도 하등 이상할 게 없소.] 커다란 잔에 든 술을 마시면서

한왕; [처음부터 황실을 말아먹을 계획으로 환관이 되었을 수도 있고...] 탁! 술잔을 내려놓고

귀희; [말씀을 듣고 보니 납득이 가는군요.] [역시 전하께서는 대국을 보시는 안목이 있으세요.] 고개 좀 숙이며 아부하고

한왕; [본왕도 위태무처럼 속이 검고 욕심이 많기 때문에 놈의 속내를 어렵지 않게 짐작하고 있을 뿐이오.] 흐흐흐 웃고. 그자가 쥔 술잔에 재빨리 술을 더 따라주는 시녀

귀희; (포악하고 욕심이 많긴 해도 솔직한 성격은 제법 장점이지.) 소매로 입 가리며 웃고

한왕; [천지가 개벽할 뻔한 일이 벌어졌었음에도 그리 큰 소동으로 번지지 않은 걸 보면 위태무의 건곤일척(乾坤一擲)은 실패로 돌아갔겠지?] 하원길에게

하원길; [그렇사옵니다!]

하원길; [위태무가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내원에 끌어들였던 수하들이 오히려 발본색원(拔本塞源) 되었다고 합니다.]

한왕; [발본색원이라...] 술잔을 입에 가져가고

하원길; [많은 숫자가 살상 당했고... 살아남은 자들은 거의 전부 자금성을 빠져나갔다는 보고입니다.]

인조; [큰일을 겪긴 했어도 황태자 입장에서는 내원이 깨끗하게 정비된 셈이로군.] 한왕이 술을 마시는 배경으로

귀희; [그렇긴 하지만 의외로군요. 위태무쯤 되는 자가 오랜 세월 준비해온 시도가 그렇게 허무하게 무산되다니...]

한왕; [확실히 형수의 최측근인 사대시위장 정도로 저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같고...] 술잔을 입에서 떼고

한왕; [외부의 조력(助力)이 있었느냐?] 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하원길에게 묻고. 빈 술잔을 다시 내려놓으면서

하원길; [보안이 철저해서 아직 상세한 보고를 받지는 못했사오나...]

하원길; [정체불명의 젊은 사내놈이 내원에 난입해서 황태자비와 주첨기를 구했다고 하옵니다.]

한왕; [정체불명의 사내놈이라...] 눈 번뜩

귀희; (그놈이다!) 청풍을 떠올리고

한왕; [황실의 종친도 아니면서 불알달린 놈이 내원에 들어갔다가 살아나오는 건 말이 안되는데...] 중얼거리며 귀희를 힐끔

한왕; [귀희는 짐작이 가는 바가 있는 것 같소.]

귀희; [그자는 왕야께서도 만나보신 적이 있는 자일 거예요.] 의미심장하게

한왕; [그저께 밤에 귀면지존에게 죽을 뻔 했던 그놈?] 청풍이 귀면지존이 날린 절맥혈장에 가슴을 맞던 장면을 떠올리고 눈 부릅

귀희; [상시태감 위태무의 정체가 귀면지존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흘린 천불투의 손자이기도 할 거예요.]

한왕; [이거야 원...] 피식! 웃고

한왕; [결국 본왕이 도둑놈의 손아귀에서 놀아났다는 건가?] 콰직! 들고 있던 술잔을 박살내며 웃고. 얼굴은 웃고 있지만 눈은 살기를 뿜어내고. 주변의 궁녀들이 깜짝 놀라며 공포에 질리고. 그때

[어떤 놈이 감히 아바마마의 심기를 어지럽힌 것입니까?] 누군가 말하며 들어서고. 실내의 모두가 입구를 돌아보고

주첨탄; [말씀만 하시면 소자가 달려가 박살을 내버리겠습니다.] 포권하며 들어서는 주첨탄. 배경으로 나레이션. <-한왕의 차남 주첨탄(朱瞻坦)>

한왕; [둘째야! 네가 어쩐 일로 금릉에까지 달려왔느냐?] 반색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를 갖추는 인조와 귀희

주첨탄; [아버지께서 대업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계시는데 자식 된 도리로 편히 놀고 먹을 수가 있겠습니까?] 식탁 앞에 포권하고. 하원길은 옆으로 물러서서 고개 숙이고

주첨탄; [말씀만 하시면 힘쓸 일은 소자가 전부 감당하겠습니다.]

한왕; [역시 나 주고후의 아들답구나! 내가 자식은 잘 두었어!] 만족해서 웃고

한왕; [뭣들 하느냐? 첨탄이를 위해 자리를 마련하지 않고?] 궁녀들에게 눈 부라리고

[예 전하!] [자리를 준비하겠사옵니다.] 궁녀들 다급히 대답하며 움직인다. 의자 가져오는 년, 그릇과 식기 준비하는 년

주첨탄; [두분 봉공께서는 자리에 앉으시지요. 식사하시는데 제가 괜한 방해를 했습니다.] 인조와 귀희에게 자리를 권하고

인조; [그럼세.] 자리에 앉고. 귀희는 대답하지 않고 자리에 앉고

한왕; [술! 가장 좋은 술을 가져와라. 오랜만에 아들과 함께 대작을 해야겠다.] 맞은편에 앉는 주첨탄을 보며 궁녀들에게 말하면서 호탕하게 웃는 한왕.

귀희; (왕야의 기분이 급격히 고양되고 있네.) 맞은편에 앉은 주첨탄에게 뭐라 말하며 껄껄 웃는 한왕을 보며 생각하고

귀희; (부전자전...) (자기를 빼닮은 아들이 사랑스러운 것은 이해가 간다만...) 소리없이 한숨

<포악함과 욕심이 많은 것으로는 아비를 능가하는 이 망나니가 과연 왕야의 대업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포권하며 한왕에게 무어라 말하는 주첨탄의 모습 배경으로 귀희의 생각 나레이션

 

#232>

<-손가장(孫家莊)> 시간이 좀 지나서 이제 대낮. 하늘의 해가 중천으로 가고 있고.

손영롱의 거처

손영롱; [위가대원이?] 자수를 놓다가 흠칫! 하며 고개를 들고. 아기자기한 손영롱의 방. 손영롱은 편한 의자에 앉아서 자수를 놓던 중이다.

유모; [지난밤 아가씨도 요란한 폭음에 놀라 깨셨었잖아요.] 나이 든 푸짐한 인상의 유모가 바닥에 무릎 꿇고 걸레로 바닥을 닦으며 말하고

유모; [그게 글쎄 상시태감의 저택인 위가대원에서 일어난 거래요.]

유모; [엄청난 폭발로 위가대원의 건물 여러 채가 날아가고 수많은 하인과 하녀들이 죽음을 당했다네요.] 마루를 닦고

손영롱; [어쩌다가 그런 일이 벌어졌대?]

유모;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주변 살피며 목소리를 낮추고

유모; [오늘 아침 자금성에서 포고령이 나왔는데... 상시태감 위태무가 대역의 죄를 지었다는 거예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손영롱; [대역의 죄!] 놀라고

손영롱; [그... 그럼 위태무의 친인척은 모두 극형에 처해지겠네.] 침 꼴깍

유모; [아마 곧 피바람이 불 텐데...] [지난밤 위가대원에서 일어났던 폭발은 위태무가 대역 죄인으로 몰린 일과 관계가 있는 게 분명해요.]

손영롱; [그래서 아버지가 새벽바람에 입조(入朝)하셨구나.] 깨닫고

유모; [황태손께서 오랜만에 금릉에 오셨으면서도 아가씨를 뵈러 오지 않으시는 것도 그 일 때문일 거예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영롱을 돌아보고

손영롱; [다른 일도 아니고 역모가 일어났다면 황태손께서도 나까지 생각할 여유는 없으시겠지.] 한숨을 쉬고

유모; [하여간 금릉 일대가 발칵 뒤집히게 될 거예요.]

유모; [그러니까 답답하시더라도 당분간 집 밖으로 나가실 생각은 마세요.] 일어나고

손영롱; [그래야겠네.] 한숨 끄덕이고

유모; [점심 드실 때까지 시간이 남았으니 차와 다과 좀 가져다 드릴게요.] 일어나고

유모; [더 필요한 거 있으세요?] 문쪽으로 가면서

손영롱; [없어.] [고마워 유모.]

유모;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 문을 열고 나간다.

탁! 닫히는 문. 혼자 남는 손영롱

손영롱; [며칠 사이에 별일이 다 생기네.] 창 밖을 보며 생각하고. 그러다가

청풍의 품에 안겨 밤하늘을 날던 장면 떠올리는 손영롱. #50>의 장면

손영롱; (그날 밤의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었을까?) 얼굴 발개지고

손영롱; (그것보다 그분 공자님이 정말 인간이긴 하셨던 걸까?) 자기를 두 팔로 안고 건물 들 위를 날아가던 청풍의 얼굴을 떠올리고.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시점

손영롱; (다시 한 번 뵐 수만 있으면 여한이 없을 텐데...)

손영롱; (하지만 이름도 사는 곳도 모르니 내가 그분을 다시 만나는 일은 천지가 개벽해도 일어나지 않겠지?) 생각할 때. 딸칵!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손영롱; [금방 돌아왔네 유모.] 돌아보고

손영롱; [뭐 놓고 간 거라도 있는 거야?] + [!] 말하다가 눈 치뜨는 손영롱

문을 열고 들어오는 건 유모가 아니라 왕진이다. 죽립을 눌러쓰고 있다. 그래도 왕진 임을 알아볼 수 있게 묘사하고

손영롱; [당신 누군데...] 기겁하며 벌떡 일어나려 하지만

퍽! 퍽! 이미 다가와 손영롱의 가슴 부분의 혈도를 찍는 왕진.

손영롱; [끄윽...] 혈도가 짚혀서 쓰러지는 손영롱.

스륵! 들고 있던 자수 도구도 놓치고

왕진; [미안하오 손소저.] 스륵! 쓰러지는 손영롱을 두 팔로 끌어안고

털썩! 자수 도구들이 바닥에 떨어지고

왕진; [이러고 싶진 않지만 나와 피붙이들의 목숨을 부지하려면 소저에게 신세를 질 수 밖에 없게 되었소.] 손영롱을 두팔로 안아들고

왕진;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 테니 나 좀 살려주시구려.] 안아든 손영롱을 내려다보며 음산하게 웃고. 문쪽으로 가면서

손영롱; (공자님...) 눈이 감기면서 청풍을 떠올리고. 왕진은 손영롱을 안고 문을 나서고

<한 번만 더 저 좀 구해주세요!> 휘익! 정원을 배경으로 날아오르는 손영롱의 모습을 배경으로 손영롱의 간절한 애원을 나레이션으로

 

잠시 후. 다른 건물에서 손영롱의 거처로 연결되는 복도를 통해 쟁반 들고 오는 유모. 쟁반에는 차와 과일, 과자등이 얹혀져 있고

다가오다가 흠칫! 하는 유모. 손영롱의 거처 방문이 반쯤 열려있다.

유모; (문이 열려 있잖아.) 방문으로 다가가고

유모; (분명 닫고 나왔었는데...) + [쇤네 돌아왔어요 아가씨.] 어깨로 열린 문을 더 열면서 안으로 들어가고. 하지만 그 직후

[!] 눈 치뜨는 유모

쿵! 방안의 광경. 물론 손영롱은 이미 없고 바닥에는 손영롱이 들고 있던 자수 도구가 떨어져 있다.

유모; [아... 아가씨!] 놀라며 들고 있던 쟁반을 떨구고

와장창! 바닥에 떨어져 깨지고 흩어지고 쏟아지는 쟁반 위의 찻잔, 접시, 과일과 과자들

 

#233>

<-자금성> 정문. 삼엄한 경비. 관병들과 함께 화려한 옷을 입은 금의위 위사들이 출입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검문하고 있다. 그 때문에 긴 줄이 자금성 밖에 늘어서 있고. 길가에는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서서 기웃거리고 있다. 입구 벽에는 위태무의 커다란 초상이 걸려있고. 초상화 위에는 <大逆罪人>, 아래쪽에는 <威太武>라는 글이 적혀있다

흠칫! 하는 금의위 위사들

줄을 선 사람들 무시하고 자금성 입구로 다가오는 사내가 있다. 머리에는 죽립을 눌러썼는데 등에는 상당히 큰 옆으로 길쭉한 상자를 짊어지고 있다. 백변음마가 당아연을 납치할 때와 같은 분위기의 상자. 죽립 쓴 사내는 왕진이다. 그리고 그자가 짊어지고 있는 상자 안에는 웅크린 채 기절한 손영롱이 들어있다.

[멈춰라!] [신분을 밝혀라!] [줄 서있는 게 안보이나?] 왕진을 막아서는 금의위 위사들. 줄 서있던 사람들과 주변에 몰려와 있던 사람들도 돌아보고

왕진; [동방통령(東方統領)에게 보고해주시오.] 슥! 죽립을 한손으로 벗으며 말하고

왕진; [죽어 마땅한 죄인이 죄를 받기 위해 출두했다고!] 쿵! 죽립을 벗자 드러나는 왕진의 얼굴. 순간

(이... 이자는 설마!) (오늘 배포된 수배자의 용모파기에 포함되어있는 얼굴이다.) 놀라면서 급히 작은 수첩같은 것을 꺼내 보는 위사들.

수첩의 한장을 젖히다가 놀라는 위사.

<王振>이란 글 아래쪽에 왕진의 얼굴이 대충 그려져 있다.

<왕진(王振)이다!> <위태무의 최측근 환관인...> 그림과 왕진의 얼굴 번갈아 보며 경악하고 흥분하는 금의위들의 모습.

금의위 위사들이 양 옆에서 왕진의 팔을 잡고 자금성 안으로 들어간다. 다른 위사들이 눈을 부라리며 주변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고.

[뭐야?] [왜 그래?] [저 사내, 왜 금의위 위사들에게 끌려들어가는 건가?] 자금성 밖에 모여선 사람들 웅성거리고. 헌데

사람들 틈에 끼어서 보고 있는 건달 분위기의 사내 한명

금의위 위사들에게 끌려가는 왕진의 얼굴 크로즈 업

이어 고개 숙여서 종이 한 장을 보는 건달. 그 종이에도 <王振> 이라는 글과 함께 왕진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청풍이 모야차에게 준 그림을 대충 따라 그린 그림이다.

<찾았다!> 건달의 눈 번득이고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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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위가대원. 이제 해가 떠서 아침이 되었다. 불은 전부 꺼졌고. 여기저기 불탔던 건물들에서 연기만 피어오르고 있다. 관병들이 폐허가 된 위가대원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밤에 죽은 위가대원의 남녀들의 시체 수십구가 마당에 열을 지어 누워있다. 거적을 덮어쓴 채

매화부인의 거처인 안채도 조사하는 관병들

 

#226>

어두운 비밀통로를 걸어오는 관병들. 등을 들고 비추며 걸어온다.

[확실히 이곳으로 어떤 년놈들이 빠져나가긴 했어.] 등불로 바닥을 비추며 걸어오는 관병들. 바닥에는 세 여자가 서둘러 달려간 발자국과 함께 가끔씩 남자 발자국이 찍혀있다

관병1; [계집들 서넛과 사내 한둘이 지나간 것같은데...] 등으로 바닥을 비추면서

관병2; [대역죄인으로 지명된 위태무와 그 인간의 마누라 매화부인 일행이겠지.]

관병3; [년놈을 잡기라도 하면 우리들 인생도 한 번에 필 텐데 말이야.]

관병1; [그렇긴 하네만...] [위태무가 만만치 않은 무공을 지녔다는 말도 있으니 조심해야만해.] 말할 때

드드드! 갑자기 벽과 천장이 진동하고.

[헉!] [뭐... 뭐지?] 기겁하며 긴장하는 관병들

관병1; [앞쪽에서 뭔가 무너진 것같네.] 등을 앞으로 내밀며 걸어가고. 다른 관병들도 긴장하며 걸어가고

곧 벽과 천장이 무너진 곳에 이르는 관병들. 바로 타노가 청풍의 공격에 날아가 등으로 벽을 무너뜨리고 그 무너진 잔해에 깔렸던 그곳

툭! 투둑! 쌓여있는 바위더미들이 들썩이고 있고

[여... 여기서 벽과 천장이 무너졌군.] [만든 지 오래 된 통로라 저절로 무너진 모양이야.] [괜히 긴장했구만.] 안도하는 관병들. 하지만

들썩! 투툭! 쌓여있던 바위더미들이 다시 들썩이고

[헉!] [뭐... 뭐야?] [바위더미 아래에서 무언가 움직인다.] 캉! 차창! 관병들 기겁하며 칼을 뽑고. 직후

[크아!] 콰드득! 커다란 바위를 한 팔로 밀어젖히며 몸을 일으키는 타노. 가슴이 뭉개져서 부러진 갈비뼈가 살 밖으로 튀어나와 있고 온몸이 상처투성이. 팔 하나는 부러져 있고. 입과 코로는 피를 대량으로 흘렸던 흔적이 말라붙어 있다.

[헉!] [사... 사람...] [누... 누구냐 네놈?] 관병들 아연긴장하고 겁 먹으면서 칼로 타노를 겨누는데

타노; [끄윽!] 고통으로 이지러지는 얼굴로 바위 아래에서 나오며 관병들을 돌아보고

등을 든 채 겁에 질려 주춤 거리는 관병들의 모습. 무어라 외치지만 타노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고. 다음 순간

타노; [목이 타들어가던 참인데 잘 왔다!] 화악! 마귀같이 관병들을 덮치는 타노. 한쪽 팔은 부러져 축 늘어트린 채

[헉!] [안돼!] [무... 물러나라!] 슈칵! 쩍! 관병들 기겁하며 칼을 휘두르지만

쩍! 우직! 번개같이 스치는 타노의 손아귀에 관병들이 목과 머리가 그대로 으스러진다

털썩! 퍼억! 펑! 목이 부러지고 머리가 으깨져 나뒹구는 관병들. 들고 있던 등불도 떨어져 기름이 쏟아지면서 불길이 확 일어나고

콱! 발로 시체를 한구 밟는 타노. 이어

우직! 성한 손으로 그 시체의 팔을 통째로 잡아 뜯는 타노. 뜯겨지는 팔에서 피가 뿜어지고. 이어

꿀걱! 꿀꺽! 팔을 쳐들어서 쏟아지는 피를 마시는 타노

타노; (죽일 놈...) 시체의 팔에서 쏟아지는 피를 받아 마시며 눈을 광기로 번뜩이고. 그런 타노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청풍이 날린 철지촌강의 힘이 자신의 가슴을 뭉개버리던 장면이다.

타노; (주군... 아버지께서 십년 넘는 세월동안 환관 노릇까지 하며 추진해 오신 대업을 무산시켜버리다니...) 피를 마시며 살기를 뿜어내고

<오늘 나 위문천(威問天)을 확실하게 죽이지 않는 것을 후회하게 해주겠다.> 끄아아아! 피를 마시던 팔을 쳐든 채 울부짖는 타노의 섬뜩한 모습

 

#227>

<-자금성> 역시 아침 무렵

황태자의 거처.

황태자가 치료 받는 밀실로 통하는 통로. 통로 끝 쪽의 철문 앞에는 늙은 쌍둥이 환관 대신 백운선자와 흑풍선자가 지키고 있다.

흠칫! 하는 두 여자

통로 끝 쪽, 바깥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며 일남일녀가 들어온다. 문 밖에서는 여자 무사들이 문을 열어주고 있는데.

들어서는 일남일녀는 황태손 주첨기와 푸른 옷을 입은 여자다. <은하철도999>의 <메텔>같은 긴 생머리에 어쩐지 촉촉한 물기가 느껴지는 여자로 걸친 푸른 옷에는 세차게 치는 파도 문양이 새겨져 있다. 파도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문양. 이 여자는 내원의 사대시위장중 녹우선자다. 주첨기는 녹우선자에게 부축되어 밀실 쪽으로 다가오는데 피곤한 표정이 역력하다. 발걸음도 좀 흐느적거린다. 약기운이 완전히 해독되지 않음 모습이고.

[황태손전하!] [어서 오시옵소서.] 녹우선자에게 부축되어 다가오는 주첨기에게 인사하는 백운선자와 흑풍선자.

주첨기; [어머니는?] 녹우선자에게 부축되어 밀실 문으로 다가가며 묻고

흑풍선자; [안에 계시옵니다.] 끼익! 서둘러 밀실의 철문을 열어주고

주첨기; [수고했다 녹우(綠雨)!] 그때까지 부축하던 녹우선자의 손에서 팔을 빼고

주첨기; [어머니가 이런 모습 보시면 근심하실 테니 여기서부터는 나 혼자 들어가마.] 비틀거리며 앞쪽의 열려진 철문으로 다가가고

녹우선자; [예...] 대답하는 배경으로 나레이션. <-내원 사대시위장의 일인 녹우선자(綠雨仙子)>

백운선자; [부탁드리겠어요 전하.] 다가오는 주첨기에게 말하고

백운선자; [마마께옵선 벌써 사흘째 한 숨도 안 주무시고 계시옵니다.] [전하께서 좀 강하게 주무시라고 권해주세요.]

주첨기; [그러지.]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가고

 

#228>

문 안쪽은 여전히 황태자의 치료실. 환관과 의원들과 궁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고. 중앙의 침대에 황태자가 누워있다. 그 옆에 놓인 의자에 황태자비가 피로에 쩐 표정으로 앉아있다. 물론 옷은 원래대로 입었고

들어서는 주첨기. 환관과 의원들과 궁녀들이 눈치 보며 인사하고

주첨기; [어머니...] 다가가고

황태자비; [첨기야.] 돌아보고 억지로 웃고

황태자비; [몸은 좀 어떠냐? 실맥산(失脈散)의 후유증은 없어?] 다가오는 주첨기에게 걱정스럽게

주첨기; [심려 끼쳐드려서 송구합니다.] [어의(御醫)들이 애써준 덕분에 해독은 완전히 이루어졌습니다.] 고개 숙이고

황태자비; [다행이로구나.] 다가온 주첨기의 손을 한손으로 잡으며 애잔한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황태자비; [그래도 혹시 후유증이 있을지 모르니 며칠 무리하지 말고 정양(靜養)하도록 해라.] 다른 손으로 주첨기의 손등을 쓰다듬으며

주첨기; [어머니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황태자비; [첨기야!]

주첨기; [예...]

황태자비; [어미는... 어미는 차마 널 볼 면목이 없구나.] 눈물이 눈에 비치고. 그런 황태자비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주첨기의 침실에서 주첨기의 모습을 한 위진천에게 강간당하던 장면. 진짜 주첨기는 침대 옆에 쓰러져 있고 정정이 진짜 주첨기의 가슴을 발로 밟고 있다.

주첨기; [그런 말씀 마십시오.]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황태자비의 손등을 다른 손으로 다독이고

주첨기; [위태무는 원체 교활하고 음흉한 자라 어머니가 아닌 누구라도 감쪽같이 속아넘어갔을 것입니다.] 미소 지으며 위로

황태자비; (그게 아니란다.) 손 끝으로 눈물 닦고

황태자비; (어미는 네 얼굴을 볼 면목이 없는 참담한 일을 당했단다.) 자기를 강간하며 야비하게 웃던 주첨기 얼굴의 위진천을 떠올리고.

황태자비; (널 볼 때마다 그 일이 떠올라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눈 가를 닦고. 그때

주첨기; [아버지의 환후가 안 좋아 보이는데...] [지금 어떤 상태이신지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침대에 누운 황태자를 보며 묻고

황태자비; [지난밤에 잠깐 정신을 차리셨었다만...] 한손은 여전히 주첨기의 손을 잡은 채 역시 황태자를 보고. 다른 손으로 눈가의 눈물 닦으면서

황태자비; [다시 병세가 악화되어 혼절하셨다.] [의원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깨어나시지 못하시는구나.] 한숨 쉬고

주첨기; [섭음보정대법을 시술받으시던 도중에 한왕숙부가 훼방을 한 때문이겠습니다.] 찡그리고

황태자비; [아마 그럴 게다.] 입술 깨물고. 분노

황태자비; [겨우 보충했던 기력도 지난밤에 역적 놈을 상대하기 위해 박룡안을 구사하시는 데 전부 소모해버리신 것같고...]

주첨기; [한왕숙부가 당신도 모르게 아버지를 시해하는 데 성공한 셈이 되었군요.] 입술 깨물고

황태자비; [주고후 그 인간, 반드시 대가를 치루게 해주고 말 것이다.] 이를 바득 갈고

주첨기; [아버지의 환후를 호전시키려면 서둘러서 섭음보정대법을 다시 시술해드려야겠습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황태자비; [그래야하는데... 사실 좀 막막하구나.]

황태자비; [지금까지 섭음보정대법의 시술에 필요한 계집들은 전적으로 위태무가 수배해왔다.] [그래서 어미는 어떻게 순음지체를 지닌 계집을 찾아올지 막막할 따름이다.]

주첨기; [대놓고 순음지체를 지닌 계집을 찾다가는 심각한 후과(後果;뒤에 나타나는 좋지 못한 결과)가 있을 테지요.] 찡그리고

황태자비; [일단 내관(內官;환관)들을 동원해서 방법을 강구하고 있긴 하지만... 쉽지가 않을 게다.]

황태자비; [지난 사 년여 간 오십여명의 계집들을 소모한 탓에 금릉 일대에서는 찾아낼 가능성이 거의 없고...]

황태자비; [정 안되면 흑사회의 추잡한 인간들이라도 동원해볼 생각이다.]

주첨기; [소자가 직접 나서서 필요한 계집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황태자비; [아니다. 첨기 넌 이 일에 개입해서는 안된다.] 고개 젓고

황태자비; [만에 하나 추문에 휩싸이더라도 어미 선에서 끝나야한다.] [너까지 섭음보정대법을 시술하는 데 관여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주고후에게 절호의 기회를 주게 된다.]

황태자비; [그러니 넌 절대 책잡힐 가능성이 있는 일에 끼어들지 말거라.] 엄중한 표정으로

주첨기; [하오나...] 난감

황태자비; [어미의 말 들어라.] 노려보고

주첨기; [예...] 압도당해서 고개 숙이고

황태자비; [그리고 네 아버지가 다시 정신을 차리실 때까지 이곳 출입도 삼가거라.]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내원에 여전히 주고후와 내통하는 년놈이 있을 수도 있고...]

황태자비; [그 년놈들을 통해서 주고후는 섭음보정대법에 너도 관여했다는 누명을 씌울 수 있다.] [그럼 네가 아버지를 이어 제위에 오르는 데 심각한 차질이 생길 것이다.]

주첨기;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황태자비; [첨기야!]

주첨기; [예 어머니!]

황태자비; [네 아버지는 어미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영락폐하께서 붕어(崩御)하실 때까지 살아계시게 할 것이다.] 강렬한 눈빛

황태자비; [그러니 너는 아무 걱정 말고 북경으로 돌아가 영락폐하의 원정에 봉사하도록 해라.] 강렬한 표정으로 말하고

압도당해서 침 꿀꺽 삼키는 주첨기.

 

#229>

<-첩혈당> 역시 아침. 좀 활기가 넘친다. 오가는 남녀들과 어깨들도 표정이 밝아졌고

어느 건물. 아늑하다. 시녀들이 음식을 줄줄이 들고 들어간다. 빈 그릇을 내오는 시녀들도 있고

방안에서는 청풍이 첩혈당의 요인들과 진수성찬이 차려진 탁자에 둘러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상좌에 청풍이 앉아있고 그 좌우에 정칠과 철두가 앉아있다. 노인들과 신귀파도 함께 식사를 하는 중인데 포칠낭은 보이지 않고. 모야차는 시녀들을 지휘하여 식사 시중을 드는 중이다. 안주인 역할을 한다. 음식을 나르고 빈 그릇을 치우고. 술잔에 술을 채워주는 등등

모야차; [이른 아침이긴 하지만 소꿉친구분들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였는데 술이 빠질 수는 없겠지요?] 산뜻한 옷을 입은 모야차가 청풍의 술잔에 술을 따라주면서 웃고

청풍; [고맙습니다 부인.] 웃으며 술을 받고

모야차; [어머나! 공자 눈에는 제가 설마 유부녀로 보이시나요?] 살짝 삐진 표정

청풍; [이런!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포권하는 시늉하고

모야차; [나이가 나이니만큼 그렇게 오해해도 어쩔 수가 없죠. 미안해하실 것 없어요.] 철두의 술잔에도 술을 따라주고

신귀파; (모야차, 조것이 안주인 노릇을 넉살 좋게 해내는구먼.) 철두에게도 뭐라 하며 웃는 모야차를 보며 웃고. 철두는 좀 머쓱한 표정으로 술을 받고

신귀파; (아직 어린 정칠이를 경험 많고 눈치 빠른 모야차가 보필해주면 우리 첩혈당은 앞으로도 번성하겠지.) 생각할 때

정칠; [자 모두 한잔 합시다.] 두 손으로 술잔을 들고.

모든 사람들이 자기 앞의 술잔을 들고

정칠; [지난 며칠간 어려운 일이 속출하긴 했지만...] [죽지 않는 한 모든 고난은 힘이 된다는 말을 믿도록 합시다.]

[불알... 아니 고향친구들과 재회한 걸 축하하네.] 노인 중 한명이 답사를 하고

함께 술을 마시는 사람들. 모야차만 술병을 든 채 정칠 뒤에서 보고 있고

모야차; (전화위복이라는 말 그대로야.) 술잔을 비우고 서로에게 덕담하는 청풍과 정칠과 철두와 세 노인, 신귀파 등을 보며 미소.

모야차;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날 압도했던 저 젊은 기린아가 정칠의 배후에 있으니 정칠은 첩혈당, 아니 금릉 흑사회 전체를 확실하게 지배할 수 있게 될 거야.) 얼굴 좀 발개지고. 그때

청풍; [분위기 깨서 미안하지만 소저에게 긴히 드릴 부탁이 있습니다.] 술잔을 내려놓고 모야차에게

모야차; [말씀하세요.] 술병을 탁자에 내려놓고

청풍; [잠깐 쉬는 동안 그린 용모파기들인데...] 소매 속에서 종이를 몇 장 꺼내고.

청풍;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통해서 이자들의 종적을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두 손으로 그 종이들을 내밀고. + 모야차; [그러죠.] 두 손으로 받는 모야차

모야차; [보자...] 받은 종이를 살피고.

종이는 모두 다섯 장이다. 1; 위태무의 얼굴. 2; 혈태자 모습의 위진천. 3; 백일몽. 4; 정정. 5; 왕진. 각각의 종이에는 <威太武> <血太子> <白日夢> <淨淨> <王振> 이란 이름이 적혀있다.

모야차; [상시태감 위태무와 백일몽이란 계집은 그저께 봐서 알겠는데...] 맨 위에 있던 위태무의 종이를 들면서

모야차; [다른 셋은 누군가요?]

청풍; [혈태자라는 자는 위태무의 아들로 지난밤에 황태손 주첨기로 위장하려다 실패했습니다.]

[황태손으로 위장하려 했다고?] [허어! 간덩이가 배 밖으로 나온 놈이로군.] [어젯밤 자금성에서 경천동지할 일이 벌어질 뻔했군.] 신귀파와 세 노인 놀라고

모야차; [정정이라는 년은 위태무와 혈태자의 졸개인 것같고...] 마지막 그림을 보면서

모야차; [왕진?] 왕진의 초상화를 배경으로 모야차의 말

모야차;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인데...] 갸웃! 하고

신귀파; [왕진이라면 위태무의 측근 중의 측근으로 알려진 환관이야.] 대신 말하고

모야차; [그래요?] 돌아보고

신귀파; [제법 배운 게 많은 놈인데...] [야심이 남달라서 자궁환관(自宮宦官;스스로 거세하고 환관이 된 자)이 되었다고 하네.]

모야차; [스스로 거시기를 잘라버리다니... 만만히 볼 놈이 아니로군요.]

신귀파; [위태무가 실각하지 않았다면 다음 대 상시태감이 될 걸로 기대되던 놈이지.]

청풍; [왕진은 위태무의 제자이기도 합니다.]

모야차; [그래요?] 놀라고

청풍; [위태무와 혈태자 부자와 백일몽은 말할 것도 없고 정정과 왕진도 무시못할 무공을 지니고 있습니다.]

청풍; [그자들의 종적을 서둘러 찾아야하는 이유가 있긴 하지만...] [수고하시는 분들께는 그자들을 찾기만 할 뿐 절대 직접 충돌하진 말라고 전해주십시오.]

모야차; [명심하겠어요.]

모야차; [흑사회의 이목은 뻗히지 않은 곳이 없으니 년놈들중 하나라도 곧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말하며 입구로 가고.

청풍; (귀면지존이 속한 세력은 무림과 황실을 함께 노릴 정도로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나가는 모야차를 보며 생각하고

청풍; (비록 이번에는 내가 그자들의 야심을 좌절시켰지만... 다음번에도 내가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청풍; (가급적 빨리 그 세력의 정체를 알아내야만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리 작은 단서라도 놓쳐서는 안되는 것이다.) 생각하는 청풍.

그런 청풍을 보는 철두

철두; (청풍...)

철두; (청풍이 놈의 눈은 이미 금릉 밖을 향하고 있다.) 한숨

철두; (저놈도 그렇고... 분이 역시 금릉이라는 작은 울타리에 가둬둘 수 없는 것들이었다.) 분이를 떠올리며 쓴웃음

<내 욕심만 앞세운 분이에 대한 집착도 이제는 끊어버릴 때가 된 것같구나.> 실내의 모습 배경으로 철두의 생각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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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부인; [왜...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비명 지를 때

<어때? 심장이 놀라서 멎었지?> 슈우! 다시 앞쪽의 벽에서 머리부터 빠져나오는 여우. 옆으로 걸어 나오며 고개 돌려서 청풍을 보는 모습

[벽... 벽 속에서 빠져 나오고 있어.] [흐윽!] 놀라는 매화부인과 포칠낭

<호정도 다른 세상의 존재인지라 네 몸에 직접 타격을 입히진 못해. 하지만 그 영기(靈氣)로 심장이나 머리에 충격을 가할 수는 있어.> 벽에서 완전히 빠져나오며 요염한 표정을 짓는 여우

쾅! 쾅!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벽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여우를 노려보는 청풍.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포칠낭; (여우가 뚫고 지나간 충격으로 멈춰선 심장을 다시 뛰게 하려고 가슴을 치고 있어.) 식은땀 흘리며 볼 때

<물론 너 정도 되는 무공을 지닌 인간이 즉사하거나 하진 않겠지.> 스윽! 다시 청풍 앞으로 걸어오는 여우. 그 앞에서 청풍은 연신 오른손 주먹으로 왼쪽 가슴의 심장 부분을 치고 있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시도 때도 없이 공격을 당하면 과연 네 몸이 견딜 수 있을까?> 요염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여우

포칠낭; (저 호선을 부리는 년의 장담이 허장성세가 아니야!) 겁에 질리고

포칠낭; (무공으로 어쩌지 못하는 호선이 다시 심장을 뚫고 지나가며 부담을 주면 장청풍 저놈도 견디지 못할 거야.) 침 꼴깍 삼킬 때

청풍; [크아!] 쾅! 가슴을 아주 세게 주먹으로 치는 청풍. 직후

두근! 심장의 모습. 다시 박동하고

청풍; [허억!] 막혔던 숨을 확 토하고. 심장마비에서 벗어났다.

<다시 살아난 거 축하해!> 요염하게 웃는 여우의 얼굴

<하지만 또 한 번 심장이 멎는 짜릿한 느낌을 맛보게 될 거야!>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여우를 배경으로 들리는 음성. 그 직후

청풍; (멎었던 심장이 다시 뛰긴 하지만... 이 상태에서 재차 공격을 당하면 위험하다.) 헐떡이며 자기 앞으로 다가오는 여우를 노려보는 청풍.

청풍; (무공이 통하지 않으니 다른 수단으로 저 요물을 상대해야만 하는데...) 찡그리고. 그 직후

[!] 눈 번뜩이는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가마에 힘들게 앉아 지긋이 보는 황태자 주고치와 주고치를 덮쳐가다가 무언가에 충격을 받고 몸을 뒤집으며 비명을 지르던 왕진(위진천)의 모습. 왕진(위진천)은 두손으로 눈을 가리면서, 이어

유령익으로 가려진 자신의 몸이 보이지 않는 투명한 밧줄에 꽁꽁 묶여서 꼼짝 못하던 장면이 이어진다. 이번에도 가마 위의 황태자가 지긋이 내려다보는데. 그런 황태자의 뒤로 거대한 사람의 눈이 떠오른다.

청풍; (<천자의 눈(天子之眼)>!) 눈 부릅뜨는 청풍.

청풍; (그걸 흉내 내는 게 가능할지 모르지만 시도는 해보자!) 심호흡 하고

청풍; (혼백과 의지를 온전히 두 눈에 모으는 것이 <천자의 눈>을 펼치는 요체!) 눈을 확 부릅뜨는 청풍의 얼굴 배경으로. 다음 순간

<!> 여우가 경악하고.

쩡! 눈 부릅뜬 청풍의 뒤로 거대한 사람의 눈이 떠오르고

<캥!> 비명 지르며 허공에 펄쩍 뛰어오른다. 겁에 질려서. 하지만 그 직후

<된다!> 화악! 허공으로 튀어 오른 반투명한 여우를 촉수처럼 휘감는 투명한 밧줄들. 머리를 제외한 몸통 전부를 이리저리 휘감는다. 그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221>

[!] 눈 부릅뜨는 귀희.

귀희가 서있는 곳은 어느 건물 위. 멀지 않은 곳에 위가대원이 보인다. 폭발의 여파로 불이 나서 건물들이 활활 타올라 대낮같이 밝다. 위가대원 안에는 시체들이 즐비하고. 관병들이 몰려와 불을 끄고 시체들을 살피고. 주변 저택에서도 사람들이 나와 구경하며 웅성거리고 있다.

<캐앵!> 감전된 듯이 펄쩍 뛰어오르며 고통스러워하는 여우의 모습이 귀희의 뇌리에 떠오르고

귀희; [큭!]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며 비틀하고. 이어

콰드득! 우둑! 투명한 밧줄이 허공에 뜬 여우를 칭칭 감아서 조이고. 여우의 반투명한 몸뚱이가 그 밧줄에 조여져 으스러지려 하는 것이 귀희의 뇌리에 떠오른다

귀희; (저놈의 눈빛이 호정을 으스러트려 소멸시키려고 한다.) (그렇다는 건 저놈의 눈빛이 바로...) 어둠 속에서 강렬한 눈빛을 발하며 일어서는 청풍의 모습이 귀희의 뇌리에 떠오르고. 청풍의 뒤에는 당숙경을 끌어안고 있는 포칠낭과 두 여자 옆에 앉아있는 매화부인이 놀란 표정으로 보고 있다

귀희; (<천자의 눈>이라고도 불리는 박룡안(縛龍眼)이란 말인가?) 머리를 양손으로 감싼 채 괴로워하고. 이를 악물어서 피가 나고

<술법이 아니면서 영적인 존재인 호정을 묶어버릴 수 있는 것은 박룡안뿐이니 분명한 것같긴 한데...> 눈빛을 뿜어내는 청풍. 그 앞에서 투명한 밧줄에 조여져 고통에 몸부림치는 여우의 모습 배경으로 귀희의 생각

귀희; (오직 천자나 천자가 될 인물만이 발휘할 수 있다는 그 박룡안을 저 도둑놈이 어떻게 발휘한단 말인가?) 당혹하며 비틀. 그러다가

<캐앵!> 콰드득! 우둑! 투명한 밧줄에 조여져 몸뚱이가 으스러지며 데굴데굴 구르는 여우의 모습이 귀희의 뇌리에 떠오르고

귀희; (호정이 위험하다!) 슥! 급히 품속에 손을 넣었다가 꺼내고. 그런 귀희의 손가락 사이에는 다시 부적이 하나 들려있는데 그 부적에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가 그려져 있다

귀희; (돌아와라 호정!) 푸훅! 오무린 입으로 부적에 피를 확 뿜어내는 귀희.

 

#222>

다시 지하의 어두운 통로. 포칠낭이 바닥에 내려놓은 등이 흐릿한 빛을 발하고 있는 가운데 청풍이 우뚝 서서 앞쪽을 노려보고 있고. 그의 앞쪽 5미터쯤에 반투명한 몸을 지닌 여우가 투명한 밧줄에 이리저리 묶여서 조여지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캥! 캐앵!> 비명 지르는 여우의 몸뚱이는 이리저리 꺾이고 으스러지고 있는 중이다.

매화부인; (꿈... 꿈을 꾸고 있는 것같애.) 눈빛이 몽롱해지고. 그 옆에서 포칠낭도 넋이 나간 표정이 되어 보고 있고.

매화부인; (전설에나 나오던 호선을 직접 보게 되었는데...) 황홀한 표정으로 여우를 보고

<그 호선을 눈빛만으로 죽어가게 만드는 인간까지 보게 되었어.> 청풍이 여우를 노려보는 모습을 배경으로 매화부인의 생각. 그때

청풍; [날 원망하지 마라!] [네놈이 먼저 나를 해코지 하려 들었으니...] 쩡! 준엄하게 말하는 청풍의 눈빛이 더 강렬해진다.

<끼잉! 낑!> 바닥을 뒹굴며 청풍쪽으로 고개를 돌려 애원하는 표정이 되는 여우. 머리는 으스러지지 않고 있지만 몸뚱이는 휴지조각처럼 구겨지고 있다.

청풍; [이제 와서 애원해도 소용없다. 네놈을 부린 계집이나 원망해라!] 화악! 청풍의 눈이 백열되고 온몸에서 강한 기운이 터지는데, 직후

퍼억! 갑자기 연기처럼 꺼져 사라지는 여우

청풍; [!] 찡그리는 청풍

매화부인; (사라졌어!) 놀라고. 포칠낭도 흠칫 놀라고

매화부인; [없... 없앤 거예요 호선을?] 침 꼴깍 삼키며 묻고. 여기서부터는 청풍에게 압도당해서 존댓말을 한다

청풍; [아닙니다.] 고개 젓고

청풍; [그 여우를 부리던 계집이 소환해서 데려갔군요.]

매화부인; [아...] 놀라고 안도하고

포칠낭; [누... 누군가요? 여우귀신을 술법으로 부릴 줄 아는 계집은?]

청풍; [이 정도 술법은 오직 배교(拜敎)와 신녀문(神女門)의 제자들만이 구사할 수 있을 텐데...] 귀희를 떠올리고

청풍; [아마 신녀문의 출신의 계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돌아서고

포칠낭; [무산에 칩거한 채 세상일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 신녀문이 무슨 일로 공자를 노린 걸까요?] 조심스럽게 묻고

청풍; [그렇게 말입니다.] [그보다 당부인은 상태가 어떻습니까?] 포칠낭이 안고 있는 당숙경을 내려다보며 묻고

포칠낭; [기진해서 정신을 놓은 상태인데...] 당숙경을 내려다보고

포칠낭; [다시 정신이 돌아온다 해도 과연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청풍의 눈치를 보며 말하고

청풍; (내 치기(稚氣)가 초래한 업보다.) 포칠낭 옆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당숙경을 보고. 한숨 쉬며

<여러 목숨을 다치게 했으니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루게 되겠구나.> 당숙경의 눈가의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아주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223>

다시 귀희가 서있는 건물 지붕 위. 귀희는 피에 젖은 부적을 들고 눈을 반쯤 감은 채 주문을 외우고 있고. 직후

화악! 부적이 일거에 확 타면서 연기가 확 일어나고.

슈우! 그 연기는 고통스러운 표정과 몸짓의 여우가 되고

푸식! 부적이 완전히 타 사라진다. 그에 따라 허공에 떠서 꿈틀대던 여우가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이어

<끼잉!> 겁에 질려 울면서 귀희에게 달려드는 여우

귀희; [미안하다 호정.] 두 팔로 안겨드는 여우를 끌어안고. 여우는 솜사탕이나 구름같은 형태로 귀희의 팔에 안기고

귀희; [그놈이 설마 <천자의 눈>을 지녔을 줄은 몰랐어.] [미리 알았다면 널 놈에게 가까이 접근시키지 않았을 거야.] 여우를 쓰다듬고. 여우는 달달 떨면서 귀희의 품에 파고 들고

귀희; (나는 무공이 높은 자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술법으로 얼마든지 피하거나 해치울 수 있으므로...) 여우를 쓰다듬으며 생각

귀희; (오직 술법과 영력(靈力)이 강한 자를 꺼려할 뿐인데...) 청풍이 눈을 빛내던 장면 떠올리고

<불로왜선 풍완령, 그 난쟁이 년 외에도 내게 천적이 될만한 인간이 한명 더 당금의 하늘 아래 있었구나.> 건물 위에 서서 생각하는 귀희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헌데

 

불타는 위가대원에서 좀 떨어진 골목. 어둠 속에 숨어서 그런 귀희를 훔쳐보는 사내. 왕진이다. 청풍에게 당한 부상이 완전히 낳지 않아서 옷속의 가슴을 붕대로 감고 있다.

왕진; (저 계집은 한왕이 초빙한 고수들 중 최강자라는 이대봉공(二大奉公) 중 귀희...) 건물 지붕 위에 여우를 안고 서있는 귀희를 훔쳐보며 겁에 질리고

왕진; (오늘 밤 위가대원을 공격한 건 역시 한왕이었던 것이다.) 침 꿀꺽

왕진; (사부가 측근들을 은밀히 빼돌리기에 미리 낌새를 채고 위가대원을 빠져나온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만...) 불타는 위가대원쪽을 보며 겁에 질리고

왕진; (사부의 정체가 들통 난 게 확실한 이상 내가 발붙일 곳은 천지간에 어디에도 없게 되었다.) 초조한 표정으로 입술 깨물고

왕진; (내가 사부의 최측근이라는 건 남경분조에서 모르는 자가 없고...) (당연히 나도 사부와 함께 대역죄인으로 낙인 찍혀 구족이 멸해질 게 분명하다.) 초조. 두려움

왕진; (내 한 몸이야 어디엔들 숨지 못하겠냐만...) (내 출세에 목을 매고 있는 일가친척들을 씨몰살 당하게 방치할 수는 없다.)

왕진; (개, 돼지처럼 죽임을 당할 신세가 된 피붙이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왕진: (사처구생(死處求生;죽을 곳에서 살길을 찾음)뿐이다!) 무언가를 결심하는 왕진

 

#224>

<-첩혈당> 새벽이 가까워지는 밤이지만 큰 건물 앞에 불이 켜져 있다.

불이 켜진 대청 앞. 두 명의 여자가 초조한 기색으로 서성이고 있다. 모야차와 신귀파. 두 여자 뒤에는 두 필의 말고삐를 잡은 어깨들이 대기하고 있다.

대청에서 나오는 두 사람. 정칠과 철두. 정칠은 가슴을 붕대로 감고 있는 게 상의의 벌어진 사이로 보인도. 팔대사두에 속하는 세 노인이 둘의 뒤에서 따라 나온다

모야차; [용두!] 대청을 나서는 정칠에게 다가가고

모야차; [몸도 성치 않은데 정말 강녕(江寧)까지 가려는 거야?] 걱정

정칠; [죽을 상처를 입은 것도 아니고...] [운신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으니 서둘러 가봐야만 하오.] 말 고삐를 잡고 있는 어깨들 쪽으로 가고. 어깨들은 고개 숙이며 인사하고

모야차; [하지만 너도 겪어봤듯이 저녁에 쳐들어왔던 놈들은 우리가 어쩔 수 있는 것들이 아니야.] 따라가며 울상

모야차; [설령 강녕에 늦지 않게 도착한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을 거야.] [자칫 그것들 손에 개죽음을 당할 뿐이라고!] 어깨에게서 말고삐를 넘겨받는 정칠의 팔을 잡으며 울상. 애원. 옆에서 철두도 말 고삐를 받고 있고

정칠; [개죽음이란 건 없소.] 말의 등을 다독이며

정칠; [불알친구의 가족이 위험에 처했는데 모른 척하고 평생 후회 속에 사느니...]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보다가 깨끗하게 죽는 편이 낫기 때문이오.] 모야차를 돌아보며 태연하게 웃고

모야차; [용두...] 울먹이고. 더는 말리지 못하는데. 그 직후

<네 그 말을 들으니 내가 그동안 헛 산 건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되는구나.> 누군가의 말이 들려 모든 사람들 깜짝 놀라고. 직후

화악! 돌풍이 일어나며 마당에 누군가 나타난다.

정칠과 철두는 흠칫!

[헉!] [누... 누구냐?] 어깨들과 노인들이 기겁하며 경계할 때

쿵! 마당에 나타나는 청풍. 헌데 얼굴만 보이고 목 아랫부분은 안보인다. 무언가 커다란 풍선 같은 윤곽이 목 아래에 있고. 유령익으로 무언가를 가리고 있는 모습이고

정칠; [너...] 눈 치뜨고 + 철두; [네놈...] 역시 눈 치뜨고

모야차; [장... 장공자!] 놀라고

신귀파와 노인들; (저 놈이 바로...) (모든 사단의 원인인 용두의 불알친구 장청풍!) (헌데 무슨 조화로 얼굴만 보이는 것인가?) 놀라고 복잡한 표정

정칠; [너 이 자식! 무사했구나!] 팟! 감격해서 와락 청풍을 끌어안으러 달려드는데

청풍; [아무리 반갑더라도 진정해라! 위중한 환자가 있으니...] 펄럭! 말하는 청풍의 몸에 둘러쳐진 유령익의 앞자락이 저절로 좌우로 벌어지고

[!] 청풍을 끌어안으려다 놀라 급정거하며 눈 치뜨는 정칠. 그 뒤에서 철두도 눈 부릅

쿵! 유령익이 허공으로 확 치솟으며 드러나는 청풍의 전모. 두 팔로는 기절한 당숙경을 안고 있고. 청풍의 등쪽에는 좌우에서 두 팔로 청풍의 목에 매달려있는 매화부인과 포칠낭. 두 여자는 봇짐을 등과 허리에 짊어지고 있다. 매화부인은 눈을 감고 있고 포칠낭은 눈을 살며시 뜨는 중이다.

[주모!] 기절한 당숙경의 모습 배경으로 사람들이 경악성. 당숙경의 두 손은 천을 찢어 만든 붕대로 감겨있다. 칼날을 맨손으로 움켜잡아 난 상처. 가슴 부분도 옷 속에 붕대로 감고 있는 게 보인다. 자살하려고 칼로 가슴을 찌른 상처 때문

[포칠낭!] 청풍의 목에서 팔 풀며 눈치 보는 포칠낭 배경으로 역시 놀라는 음성. 매화부인은 아직 눈을 감고 있고

신귀파; [어떻게... 어떻게 된 겐가?] 급히 다가오고. 모야차도 마지 못해 따라오고

신귀파; [주모를 자네가 어떻게 모시고 온 건가?] 두 팔을 뻗어서 청풍이 안고 있는 당숙경을 받아 안으면서 청풍을 노려보고

청풍; [자세한 사정은 포부인께서 해주실 테고...] 신귀파에게 당숙경을 건네주면서 포칠낭을 보고. 포칠낭은 청풍의 목에서 팔을 풀고 옆으로 물러서며 쭈뼛거린다. 매화부인은 여전히 청풍의 목에 팔을 걸고 있는데 얼굴이 좀 발개졌다.

청풍; [우선 거처로 모시고 가서 보살펴주십시오. 탈진해서 상태가 좋질 않습니다.] 당숙경을 완전히 신귀파에게 건네주고

신귀파; [그렇게 함세.] 돌아서고

신귀파; [칠낭! 네년은 날 따라와라.] 당숙경을 안고 가며 포칠낭을 흘겨보고

포칠낭; [그... 그러죠.] 억지 웃으며 신귀파를 따라가고.

청풍; [이제 눈을 뜨셔도 됩니다 매부인.] 자기 목에 매달려 있는 매화부인을 돌아보며 쓴웃음 짓고

매화부인; [그... 그래요?] 마지 못해 눈을 조금 뜨고. 그러다가

앞쪽에서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보고 있는 정칠과 철두와 모야차와 세 노인

매화부인; [고... 고마워요 공자.] 수줍어하며 청풍의 목에서 팔을 떼고

청풍; [이분은 상시태감댁의 마님이신 매화부인이시네.] 정칠과 철두, 모야차에게 매화부인을 소개하고. 매화부인은 새침한 표정으로 머리를 만지는 중이고

(저 계집이 바로...) (남경분조의 최고 권세가인 위태무의 채호 매화부인...) 정칠과 철두, 모야차, 세노인들 좀 당황하고

정칠; [정칠이 부인께 인사 올립니다.] 포권하고. 다른 사람들도 마지 못해 포권하고

정칠; [누추한 곳이지만 부인의 집인 듯 편히 계십시오.]

매화부인; [말씀만으로도 고마워요 용두.] 새침하게 인사하고

정칠; [매부인 접대는 누님이 해주시오.] 모야차에게

모야차; (누님...) 좋아라 하고. + [그렇게 할게.]

모야차; [이리로 가시지요.] [잠을 못 주무신 듯하니 우선 제 거처에 가셔서 쉬시도록 해요.] 매화부인을 안내하고

매화부인; [신세질게요.] 도도하게 끄덕이며 모야차를 따라간다.

 

그 사이에 대청 옆으로 돌아가고 있는 신귀파와 포칠낭.

포칠낭; (저 어린 놈...) 청풍을 곁눈질로 보며 복잡한 표정. 청풍은 정칠, 철두와 함께 서서 모야차가 매화부인을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는 걸 보고 있다...

<어딘지 세상의 존재가 아닌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청풍의 옆모습 배경으로 포칠낭의 생각

포칠낭;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저놈과 함께 한 경험 때문일까?) (지금까지는 심각하게 여겨졌던 일들이 다 하찮게 느껴진다.) 한숨 쉬며 앞서가는 신귀파를 따라간다.

<그리 길게 남지도 않은 여생, 어떻게 살아야만 죽을 때 그나마 후회가 덜 남을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겠다.> 신귀파를 따라가는 포칠낭의 생각 나레이션

 

정칠; [이 자식!] 콱! 청풍을 끌어안고.

정칠; [무사했구나! 무사했어.] 청풍을 끌어안고 울며 감격하고

청풍; [다 큰 놈이 질질 짜기나 하고... 어릴 때와 변한 게 전혀 없구나 정칠!] 웃으며 정칠의 등을 다독이고. 그래도 눈시울이 붉어졌고. 그때

털썩! 무릎을 꿇는 철두. 정칠을 다독이다가 돌아보는 청풍

철두; [미안하다 청풍!] 무릎 꿇은 채 청풍을 향해 고개 조아리고. 끌어안고 있던 청풍과 정칠은 떨어지고

철두; [내가 주제넘게 설쳐 대는 바람에 분이와 분이 엄마를 위험에 빠뜨렸다.] 바닥에 이마 대며 이를 악물고.

청풍; [그만 자책해라.] 철두의 조금 앞, 옆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으며 철두의 팔을 잡아 일으키고.

청풍; [네 잘못은 없다. 그저 운 나쁘게 악독한 인간에게 걸려들었을 뿐이니...] 팔을 잡아 고개 들게 한 철두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철두; [하지만...] + 청풍; [말 들어 임마!] 철썩! 철두의 뺨을 살짝 친다.

청풍; [내가 괜잖다는 데 뭐가 문제인 거냐?] 눈 부라리고

철두; [청풍아...] 감격

청풍; [그리고 분이와 분이 어머니는 무사하다. 내가 확인했으니 안심해도 좋다.]

철두; [정... 정말이냐?] 반색 안도하고

청풍; [금릉에서의 일이 마무리 되는 대로 함께 강녕에 가보자. 분이도 반가워할 거다.]

철두; [잘 됐다!] 청풍의 손을 두 손으로 잡고 울고. 청풍이 흠칫! 할 때

철두; [분이가 무사하다니 정말 잘 됐어!] 청풍의 손을 두 손으로 잡고 고개 떨군 채 닭 똥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고

청풍; [그 자식 참, 덩치 값도 못하고...] 청풍도 눈이 붉어지며 한숨.

정칠; (뭐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이게 불알친구들끼리의 장점이지.) 정칠의 눈시울도 붉어지고

<샘내고 투닥 거려도 어쩔 수 없이 함께 보낸 어린 시절의 추억 때문에 극단으로 치달을 수는 없으니...> 장내의 모습을 배경으로 정칠의 생각 나레이션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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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 [다행히 늦지 않았군.] 쩡쩡! 강철처럼 변한 채 진동하는 팔을 내리며 말하는 청풍. 그러다가

[!] 움찔! 하며 타노의 뒤에 있는 당숙경을 보는 청풍.

당숙경은 필사적으로 일어나려 하며 눈을 치뜬 채 청풍을 노려보고 있다. 이를 바득 바득 갈면서. 온몸에서 살기가 뿜어지는 모습이고.

청풍; (저 여자...) 곁눈질로 당숙경을 보고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낸다. 누군데 내게 저토록 섬뜩한 살의를 품고 있는 것일까?> 이를 바득 바득 갈며 청풍을 노려보는 당숙경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청풍은 포칠낭은 봤지만 당숙경을 본 적이 없다. 반면 당숙경은 초상화를 통해서 청풍의 얼굴을 알고 있다.

청풍; (분명 본 적이 없는 여자인데...) 생각할 때

포칠낭; [조심...] 자기도 모르게 비명 지르고

슈악! 쩍! 이미 청풍을 난도질하고 있는 타노. 아주 빠르다. 청풍은 그자의 칼질에 몸이 여러 토막 나는 것처럼 보이고

매화부인; [악!] 비명 지를 때

스악! 청풍의 모습이 미끄러지듯 흘러 옆으로 피하고. 타노는 헛손질한 표정으로 눈 부릅뜬다

포칠낭; (피했어!) + 매화부인; [아...] 안도할 때

슈칵! 쩍! 청풍을 따라붙으며 빗발치듯 칼질을 하는 타노

청풍; [도룡도법(屠龍刀法)이로군.] 휘익! 스슥! 유령같이 움직여서 간발의 차이로 섬광들을 흘려보내며 눈 번뜩이고

쩍! 서걱! 빗발치듯 칼질을 하는 타노. 이리저리 휘어지는 칼 바람들이 청풍을 난도질한다. 하지만

청풍; [도룡도법이 변화막측하고 치명적인 위력을 지닌 건 사실이지만...]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그 칼 바람들을 피하고

청풍; [안타깝게도 난 이미 도룡도법을 알고 있다.] 슈악! 휘어지며 날아드는 섬광들 사이로 파고들면서 강철같이 변한 오른손을 후려치는 청풍. 손아귀를 웅크린 채 찍어온다

[!] 가슴으로 날아드는 청풍의 강철같이 변한 손을 보며 눈 부릅뜨는 타노

쩡! 몸을 팽이처럼 돌리며 칼 날을 세워 청풍의 손아귀를 막으려는 타노. 하지만

콰창! 청풍의 웅크린 손에 닿자 유리처럼 깨지는 타노의 칼.

타노; [큿!] 팟! 그 충격을 빌어 뒤로 휙 날아가는 타노

따당! 타노의 깨진 칼의 앞쪽 칼날 부분이 일어나 앉은 당숙경의 앞에 떨어지고. 눈 치뜨고 이를 갈다가 그걸 보는 당숙경

청풍; [여기까지다!] 쩡! 뒤로 날아가는 타노를 그림자처럼 따라붙으며 오른손을 강하게 무찔러 내는 청풍.

타노; (피할 수는 없다!) 눈 부릅뜨며 심호흡하고. 뒤로 날아가는 자세로

타노; (그렇다면 그 무공을 쓸 수밖에 없다. 정체가 드러나는 한이 있더라도...) 콰득! 발을 앞뒤로 해서 바닥에 버티는 타노. 이어

타노; [크아!] 두 주먹 불끈 쥐며 기합. 가슴을 부풀려서 앞으로 내밀고.

바웅! 지지지! 그런 타노의 몸이 벼락에 덮이고. 붉은 막이 생긴다

청풍; (탄천혈벽(彈天血壁)?) 부악! 눈 부릅뜨면서 더 강하게 손을 후려치고. 혈태자의 모습을 한 위진천이 탄천혈벽을 펼치던 장면을 떠올리고

<탄천혈벽이라면 직접 가격할 경우 타격이 고스란히 내게 돌아온다.> 혈태자가 몸에 두른 탄천혈벽에 반사되어 나온 비파천강지에 하마터면 관통 당할 뻔 하던 장면이 청풍의 머리 속에 이어지고

청풍; (철지촌강의 힘을 격산타우(隔山打牛;산을 사이에 두고 소를 때림)의 이치로 써보자!) 지징! 강철처럼 변한 채 웅크린 청풍의 오른손이 진동하며 내질러진다

꽝! 마침내 청풍의 오른손이 타노가 앞으로 내민 가슴을 둘러싼 붉은 막을 후려친다. 직후

투쾅! 타노의 몸에서 강한 진동이 일어나 청풍에게 밀려오고

청풍; (역시...) 쾅! 콰드드! 팔을 구부리고 양손을 펼쳐서 자신의 몸을 때린 충격파를 막으며 뒤로 쭈욱 밀려나는 청풍. 두발로 버티면서.

매화부인; [악!] 놀라 비명. 포칠낭도 눈 부릅. 직후

꽝! 붉은 막 안쪽의 타노의 가슴을 후려치는 강력한 힘

콰직! 타노의 가슴이 뭉개지며 부러진 갈비뼈가 튀어나오고

타노; [컥!] 펑! 입과 코로 피를 토하는 타노의 몸이 뒤로 포탄에 맞기라도 한 듯이 날아가고

꽝! 뒤쪽의 벽을 등으로 강하게 때리는 타노

콰드득! 그대로 벽이 무너지며 그 벽 뒤의 빈 공간으로 쓰러지는 타노. 등부터. 이어

콰드드! 콰쾅! 나뒹군 타노 주변의 벽과 천장이 그대로 무너지고.

그 잔해에 깔려 모습이 사라지는 타노

매화부인; [아!] 안도하고.

청풍; (남아있는 혈왕의 절기들 최강의 수법인 탄천혈벽을 쓸 줄 알다니...) 주르르! 입과 코로 피를 흘리며 비틀거리고. 타노가 깔린 무너진 벽을 보며

청풍; (비록 불구의 몸이고 종의 신분이긴 했지만 타노는 위씨일족 내에서의 지위가 평범하진 않았던 것같다.)

청풍; (대독금봉에 쏘인 후유증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간단히 쓰러트리진 못했을 테고...) 부르르! 탄천혈벽을 상대했던 오른손이 경련을 일으킨다. 바로 그때

[으아아아!] 악을 쓰는 소리가 들리고. 흠칫 돌아보는 청풍.

당숙경; [죽어! 이 원수!] 부러진 칼을 맨손으로 움켜쥔 당숙경이 미친년처럼 청풍에게 달려든다. 흠칫! 하며 돌아보는 청풍

매화부인; [왜 그래 언니!] + 포칠낭; [주모!] 두 여자가 깜짝 놀라 비명 지를 때

당숙경; [내 아들 살려놔! 내 아들 살려놓으란 말이야!] 휙! 부악! 악을 쓰며 미친 듯이 부러진 칼을 휘두른다. 물론 청풍을 베지는 못한다. 청풍은 당황하면서도 조금씩 몸을 움직여 피하고. 칼을 움켜쥔 당숙경의 손아귀가 피로 물들어 있고

청풍; (아들을 살려내라?) 흠칫! 하며 칼질을 피하고. 당숙경은 무공을 익힌 여자가 아니라 그다지 위협적이진 않다

당숙경; [으아아아!] 휘익! 부악! 발작하며 부러진 칼날을 미친 듯이 휘두르고. 그러다가

콰당탕! 청풍이 피하자 균형을 잃고 야하게 발라당 나뒹구는 당숙경

청풍; [포사두! 혹시 이 여자가...] 스윽! 나뒹군 당숙경의 옆에 멈춰서며 포칠낭을 보며 묻고

포칠낭; (저 놈, 날 알고 있었어!) + [맞... 맞아요.] 좀 겁에 질려서 끄덕이고. 여전히 손에 등을 든 채

포칠낭; [그분이 첩혈당의 안주인이었던 당숙경이란 분이에요.]

청풍; (역시...) + [그랬군.] 좀 침통한 표정으로 당숙경을 돌아보고

당숙경; [끄윽!] 벌벌 떨면서 일어나 앉고 있고.

맨손으로 칼을 움켜쥐었던 당숙경의 오른손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고

청풍; [헌데 아들을 살려내라니 무슨 소리요?] 곁눈질로 당숙경을 보며 다시 포칠낭에게 묻고

포칠낭; [주모의 아들... 이보옥이 어젯밤에 목을 맸어요.] 흘겨보며 말하고

청풍; [그런 일이...] 충격 받고 눈 부릅. 얼굴 굳어지고

당숙경; [죽여...] 다시 일어나며 비틀비틀. 피투성이가 된 손에는 부러진 칼을 들고. 눈에 핏발이 선 채 이를 갈고. 돌아보는 청풍.

당숙경; [나도 죽여 봐라 이 마귀새끼야!] 팟! 악을 쓰며 마구잡이로 칼을 휘둘러대며 청풍에게 돌진하고.

청풍; [고정하시오 부인.] 스윽! 피하면서 한숨 쉬고

청풍; [아드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줄은 몰랐소. 정말 미안하오.] 포권하며 고개 숙이지만

당숙경; [미안하면 내 손에 죽어! 네놈도 내 손에 죽으란 말이야!] 휘익! 휙! 악을 쓰며 칼을 휘두르지만. 물론 당숙경의 칼질은 청풍의 몸에 닿지 않는다. 그러다가

청풍; (난감하게 되었군.) 슥! 한숨 쉬며 피하는 청풍. 비틀! 그 바람에 다시 균형을 잃는 당숙경

[악!] 콰당탕! 또 다시 나뒹구는 당숙경. 매화부인에게서 멀지 않은 곳이다.

매화부인; [언니...] 당숙경에게 기어가고. 당숙경은 벌벌 떨며 다시 일어나려 하고

매화부인; [이러지마 언니! 이런다고 죽은 아들이 살아 돌아오는 게 아니잖아.] 가까이 다가가서 당숙경을 부축하려 하지만

당숙경; [저리가!] 팟! 칼 쥐지 않은 왼손으로 매화부인을 확 밀치고. 눈에 핏발이 선 채. + 매화부인; [학!] 콰당탕! 뒤로 발라당 나자빠지고

당숙경; [내 손에 못 죽어주겠다 이거지?] 이를 갈며 청풍을 노려보고. 그 옆에서 매화부인은 야한 모습으로 발라당 나뒹굴고 있고

당숙경; [오냐! 그럼 귀신이 되어서 복수를 해주마!] 콱! 칼날을 거꾸로 쥐어 자신의 가슴 겨누고

[!] 그걸 보고 흠칫! 하는 청풍.

포칠낭; [흑!]

매화부인; [안돼!] 나뒹굴었다가 고개 들며 비명

당숙경; [네놈과는 단 한시도 한 하늘을 이고 살지 않겠다.] 푹! 두 손으로 쥔 칼날을 그대로 자기 가슴에 쑤셔 넣는다. 풍만한 왼쪽 젖가슴이고.

매화부인; [악!] 비명. 직후

콱! 당숙경의 왼쪽 가슴에 끝 부분이 박힌 칼날을 옆에서 뻗은 손이 움켜쥔다. 그 때문에 칼날은 더 이상 깊이 박히지 않고

청풍; [이러면 아니되오 부인.] 몸을 숙여서 칼날을 잡은 채 한숨

당숙경; [네... 네놈이...] 가슴에 칼을 박아 넣으려 애쓰며 청풍을 돌아보고. 핏발이 선 눈으로 노려보며

청풍; [아드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불상사에 대해서는 다른 방법으로 보상을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진정하십시오.] 칼날을 쥔 채 한 쪽 무릎 꿇으며 말하지만

당숙경; [다른 보상 따윈 필요 없어! 보상하고 싶으면 네놈 목숨을 내놔!]

당숙경; [내 아들을 죽게 만들었으니 네놈도 죽으란 말이야.] 악을 쓰며 몸부림을 치고

매화부인; (아주 어거지를 쓰네.) 당숙경이 울부짖으며 악을 쓰는 걸 보며 눈 흘기고. 넘어졌다가 바닥에 다시 일어나 앉으며

매화부인; (이보옥이란 놈이 얼마나 개차반이었는지는 내 귀에까지 들어왔는데 말이야.) (제 새끼가 잘못 한 건 생각 안하고 잘 생기고 착한 장공자만 탓하고 있어.) 눈 흘기고. 그 사이에도 당숙경은 악을 쓰며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러다가

당숙경; [보옥이... 우리 보옥이를 살려내.] 스륵! 목소리가 잦아들며 눈을 까뒤집는 당숙경. 기절한다. 바닥에 쓰러지고

포칠낭; [주모님!] 급히 다가오고

슥! 툭! 그때까지 쥐고 있던 칼날을 놓치는 당숙경의 손아귀 피투성이가 되었다.

털썩! 기절해서 바닥에 야하게 쓰러지는 당숙경

포칠낭; [주모님!] 탁! 바닥에 등을 내려놓으며 당숙경을 안으려 하고.

포칠낭; [정신 차리세요 주모님. 정신 차리세요.] 당숙경을 끌어안고 흔들고. 그 옆에서는 청풍이 한쪽 무릎을 꿇은 자세로 한손에는 부러진 칼날을 쥐고 있다.

청풍; (이보옥, 그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줄은 몰랐다.) 그걸 보며 좀 후회하는 표정.

청풍; (결국 감정이 격해져서 이보옥의 남근을 잘라버린 것이 일파만파의 파문을 일으킨 셈인데...) + [!] 생각하다가 눈 부릅 뜨는 청풍.

청풍; (지하로 들어온 직후부터 느꼈던 것인데...) 자신이 온 어둑한 지하통로를 보고

<저곳에 뭔가가 있다.> 츠으! 어둠 속에서 무언가 희끄므레한 형상이 작게 보이는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그때

매화부인; [어... 어때?] 무릎걸음으로 다가오며 포칠낭에게 묻고. 포칠낭은 당숙경을 품에 안고 이마의 땀을 닦아주고 있다.

매화부인; [혹시 잘못 되는 건 아니지?] 당숙경을 들여다 보며

포칠낭; [다행히 탈진해서 정신을 놓은 것뿐이에요.] 당숙경을 품에 안고 한숨 쉬며 대답하고

매화부인; [하긴 오랫동안 식음을 전폐해왔으니 몸이 상할 대로 상했겠지.] 당숙경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한숨 쉬고. 이어

매화부인; [장공자!] 청풍을 돌아보고

매화부인; [제삼자(第三者)인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마디 해야겠네.] 준엄한 표정으로 청풍을 돌아보는데. 청풍은 한쪽 무릎을 꿇은 자세로 여자들이 달려온 지하통로쪽을 보고 있다. 그쪽은 칠흑같이 어둡고

매화부인; [숙경언니 아들이 개망나니라는 소문은 나도 들었지만 그래도 고자로 만든 건 좀 심한...] 말하다가 흠칫! 하고

청풍이 이마 찡그린 채 어둠 속을 보고 있다.

매화부인; (요 귀염둥이가 내 말을 씹으면서 뭘 보고 있는 거야?) 고개 돌려서 청풍이 보는 쪽을 보고. 그 직후

눈 부릅뜨는 매화부인

스으! 어둠 속에 하얀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는 게 보이고. 개나 고양이같다

매화부인; [엄마야!] 와락! 포칠낭의 등 뒤로 숨으며 비명을 지르고. 당숙경을 보살피다가 흠칫! 하며 돌아보는 포칠낭

포칠낭; [왜 또 호들갑이에요?] 눈을 흘기며 매화부인을 돌아보고

매화부인; [저기... 저기 뭐가 있어!] 포칠낭의 뒤에 숨어 손가락질하고

포칠낭; [뭐가 있다고 그래요?] 고개 돌려 보고. 직후

[!] 눈 치뜨는 포칠낭.

반짝! 어둠 속에서 빛이 반짝인다. 하얀 짐승 형태의 눈 부위가 반짝이고 있고

포칠낭; [흑!] 역시 겁에 질려 전율하며 청풍의 뒤로 피하려 하고. 시선은 어둠속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보며

청풍; [이곳에서 움직이지 마시오.] 슥!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손에는 부러진 칼날을 들고 있고. 이어

청풍; [모습을 드러내라!] 손에 쥐고 있는 부러진 칼을 앞으로 겨누며 말하고. 한 걸음 나서서 몸으로 여자들을 가리면서

청풍; [네가 입구에서부터 내 뒤를 밟아왔다는 걸 알고 있다.] 지징! 앞을 겨눈 칼날이 빛을 발하며 진동하더니

화악! 칼날이 등불처럼 밝아진다. 그러자

쿵! 어둠 속에 서있는 여우 한 마리의 모습이 드러난다. 꼬리가 아홉 개 달려서 공작 꽁지처럼 펼쳐져 있고 눈을 보석처럼 반짝인다. 물론 진짜 여우가 아니고 귀희가 부적을 태워서 만든 호정이라는 존재다.

포칠낭; [여... 여우!] 놀라고 겁에 질리는 포칠낭.

매화부인; [이런... 이런 곳에 어떻게 여우가...] 조금 안도하지만

청풍; [진짜 여우가 아니오.] 등불처럼 밝게 빛나는 칼날로 여우를 겨누며 말하고

매화부인; [진짜 여우가 아니라니...] 의아하고. + 포칠낭; [!] 눈 치뜨고

포칠낭; [자... 자세히 보세요 마님!] 손가락질하며 공포에 질리고. 흠칫! 하는 매화부인

<발이 바닥에 닿지 않고 있고 몸을 통해 뒤쪽이 그대로 비춰 보여요.> 여우의 모습 크로즈 업. 네발이 바닥에서 약간 떠있고. 반투명해서 여우의 몸에 비밀통로의 뒷부분 형상이 흐릿하게 떠오른다

매화부인; [정... 정말이야!] 공포에 질리고

매화부인; [꼬리가 아홉 개 달린 것도 그렇고... 호선(狐仙;여우 귀신)인가봐.] 겁에 질려 달달 떨고

<찾았다!> 쌔액 웃으며 다가오는 여우의 모습 배경으로 누군가의 말이 들리고

청풍; (저 요물을 부리는 자가 날 발견했다.) 찡그릴 때

(여... 여자의 음성이야!) (누군가 저 요물을 통해 우릴 보고 있어!) 매화부인과 포칠낭 공포에 질리고

<네놈이 날 거푸 물 먹인 애송이였구나. 예상했던 것과 얼추 비슷한 인상이네.> 웃으며 다가오는 여우 뒤로 여자의 눈 같은 것이 떠오르고. 물론 귀희의 눈이다

청풍; (그 여자겠구나.) 귀희를 떠올리며. + [경고하겠다.] 지지징! 빛나는 칼로 겨누면서

청풍; [그 이상 다가오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용서하지 않으면 어쩔 건데?> 슥! 다가오는 여우를 배경으로 들리는 음성

청풍; [날 원망하게 될 것이다!] 투쾅! 손을 쳐는 청풍의 손아귀에서 부러진 칼날이 미사일처럼 여우에게 날아간다. 하지만

팟! 여우를 그대로 관통하며 날아가는 빛나는 칼 조각. 마치 그림자를 지나가듯이

포칠낭; (칼... 칼날이 그냥 통과했어! 무공이 통하지 않는 상대야!) 겁에 질리고

캉! 여우를 관통하고 지나간 칼날이 멀리 어둠 속으로 날아가다가 벽에 부딪히면서 불꽃을 튀기고

청풍; [...] 찡그리고

<호정은 이쪽 세상의 물질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연히 이쪽 세상에 존재하는 것에는 손상을 입지 못한다.> 아홉 개의 꼬리를 공작꼬리처럼 펼친 채 사뿐 사뿐 걸어오는 여우를 배경으로 들리는 음성

<반면 호정에게는 인간에게 타격을 입히는 능력이 있다.> 화악! 카앙!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청풍을 덮쳐오는 여우

청풍; [돌아가라!] 투쾅! 청풍의 앞으로 내민 손이 쥐어졌다가 확 퍼지면서 초음파같은 진동이 여우를 때린다. 하지만

화악! 그 진동을 간단히 뚫고 청풍을 덮쳐 가슴으로 뛰어드는 여우

매화부인; [조심해!] 비명 지를 때. 포칠낭도 눈 부릅

스륵! 급히 유령익으로 몸을 가려 몸통을 숨기는 청풍. 하지만

펑! 투명해져 윤곽만 보이는 청풍의 몸을 앞에서 뒤로 관통하며 허공으로 치솟는 여우. 청풍은 총에 맞기라도 한 듯 휘청하고

청풍; [컥!] 심장이 멎은 듯한 표정으로 앞으로 쓰러지고. 상처는 없다. 그림자가 몸에 스며들었다가 빠져나가는 것같은 모습.

매화부인; [악!] 비명

털썩! 바닥에 무릎을 꿇는 청풍. 오른손으로 왼쪽 가슴을 움켜쥔 채

슈욱! 고개 돌려 아래를 돌아보며 천장으로 스며들어가는 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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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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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밤의 금릉 성내의 모습. 대부분의 건물들은 불이 꺼져있고

휘익! 멀리 자금성을 등지고 건물들 지붕 위를 날아가는 청풍. 모자를 벗었고 유령익을 날개처럼 펄럭이며 날아간다

청풍; (황태자 주고치...) 날아가며 황태자를 떠올리고. 몸은 힘들게 가마에 앉아있지만 눈빛이 아주 깊고 강렬하던 모습

청풍; (명나라의 땅을 딛고 사는 인간인 이상 그 눈빛에 저항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청풍; (하늘의 대리인인 천자(天子)이거나 천자가 될 인물에게서만 발현되는 능력일 텐데...)

청풍; (비록 병약하여 수명이 짧긴 해도 황태자는 천자의 자리에 잠시라도 앉겠구나.) 쐐액! 생각하며 날아가고

청풍; (어쩌면 지난 사년간 금릉 일대에서 벌어진 젊은 여자들의 실종은 황태자의 병세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청풍; (일단 위가대원으로 가서 한왕이 위태무를 어떻게 다루는지 확인한 후 자세한 내막을 알아보자.) 쐐액! 생각하며 날아가고. 바로 그 직후

번쩍! 멀리 앞쪽에서 밝은 빛이 터져 오른다.

[!] 날아가다가 눈 치뜨는 청풍

펑! 뒤늦게 폭음이 들리면서 청풍이 날아가는 앞쪽에서 원자폭탄이 터진 것같은 버섯구름이 일어난다. 밝은 불빛과 함께

청풍; (저긴 위가대원쪽인데...)

청풍; (위가대원에서 대량의 폭약이 터졌다.) 쐐액! 날아가고

<한왕의 공격을 받은 위태무가 뭔가 꼼수를 부렸겠구나.> 쐐액! 폭발을 향해 날아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218>

위가대원. 화드득! 화득! 대낮같이 환하다. 폭발의 여파로 일어난 불길이 위가대원의 건물들을 불태우고 있고.

화드득! 화르르! 불타는 위태무가 있던 건물. 건물은 안쪽에서 밖으로 타져나가 붕괴되었고. 건물 잔해들이 맹렬하게 불타고 있다.

그것을 보는 세 사람. 물론 한왕과 귀희와 인조다. 세 사람 뒤쪽에는 자객들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인조; [벽력탄이 들어있던 형태로 보아 폭발의 힘은 주로 위쪽으로 터져나갔을 것이외다.] [건물 자체가 폭죽처럼 터진 게 그 증거고...] 한왕과 함께 서서 불타는 건물 잔해를 보고

한왕; [즉, 위가놈은 벽력탄이 터지기 직전 지하로 피신해서 무사했을 것이다?] 이를 바득 갈고

인조; [금릉같이 오래 된 도시들은 유사시의 피난을 위한 비밀통로들이 거미줄같이 구축되어있소이다.] 끄덕이고

인조; [위가는 벽력탄의 폭발을 틈타 그 비밀통로로 들어가 도망치고 있을 게 분명하외다.]

귀희; [곧 관병들이 몰려들 거예요.] [시끄러워지기 전에 여길 떠야만 해요.] 조금 초조하고

한왕; [철수합시다.] 끄덕이며 돌아서고. 분이 풀리지 않는 표정

한왕; [난 먼저 왕부로 돌아갈 테니 두 분은 수하들을 풀어서 위가놈의 종적을 추적하도록 하시오.] 걸어가며 말하고

[그리하리다.] [맡겨주세요.] 고개 숙이는 인조와 귀희

멀어지는 한왕

인조; [표적을 추적한다!] 휘익! 날아가고. 귀희는 현장에 남는다.

인조의 지시에 따라 사방으로 날아가는 자객들. 헌데

[...!] 귀희는 혼자 남아서 한쪽 담벼락쪽을 보고 있다.

귀희; (저쯤에서 강렬한 영기(靈氣)가 느껴졌었다.) 담 벼락쪽을 노려보며 품 속에 손을 넣고

귀희; (아마도 한왕부에서 놓쳤던 그놈이겠지.) 다시 꺼낸 귀희의 미끈한 손가락에는 부적이 한 장 끼워져 있다

부적 크로즈 업. 부적 중앙에는 요염하게 생긴 구미호가 고개를 돌린 자세로 앉아있고. 그 주변을 복잡한 문양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다.

귀희; (건방진 애송이놈!) (두 번씩이나 나 풍완설을 농락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부적을 얼굴 앞에 들어 올리면서 혀끝을 조금 깨물고

푸훅! 입을 오무려 부적에 피를 뿜어내는 귀희.

후두둑! 부적에 흩뿌려지는 핏방울. 헌데

푸스스! 피가 닿은 부분의 부적이 연기를 내며 타들어가고

연기가 모여서 허공에 여우 형상을 이룬다. 귀엽고 요염한 여우. 귀희의 분신이다. 꼬리가 아홉 개 공작 꼬리처럼 펴진 채 달린 구미호다.

귀희; <호정(狐精)! 아직 저곳에 남아있을 놈의 체온과 냄새를 쫓아가라.> 푸스스! 타들어가는 부적을 쳐든 채 눈을 반개하며 주문을 외우고

카앙! 슈우! 울면서 담장 쪽으로 날아가는 여우 형상

습습! 담장 근처를 떠돌며 코를 벌름거리는 여우. 이어

휙! 눈 반짝이며 한쪽을 돌아보더니

카앙! 휘익! 바람을 타고 한쪽으로 날아가는 여우

귀희; (자기도 모르게 남겨놓은 체온과 냄새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호정의 추격을 뿌리치지는 못한다.) 푸스스! 생각하는 귀희의 손가락 사이에서 부적이 완전히 타 재가 되어 흩어지고

귀희; (곧 이 누나를 보게 될 것이다 애송이 놈아!) 혀로 입술 핥으며 요염하게 웃는 귀희의 얼굴 크로즈 업 하고

 

#219>

매화부인의 거처. 여전히 불이 켜져 있고

어질러진 침실. 옷장이 넘어간 뒤에 드러난 비밀통로 입구

계단이 끝난 바닥. 모자를 벗고 팔 다리를 드러낸 청풍이 서서 바닥을 보고 있다.

청풍; (매화부인에게 진 마음의 빚 때문에 안전을 확인하러 와본 것인데...) 몸을 좀 숙여 바닥을 본다

바닥에 쌓인 먼지 위에 찍힌 여자들의 발자국들. 볼이 좁다.

청풍; (작은 크기에 움직임이 둔탁한 발자국들...) 손가락으로 발자국을 만지고

청풍; (여자들의 것으로 모두 세 명... 그중 한명은 약간의 무공을 지니고 있지만 다른 두 명은 일초무학이다.) 발자국들을 보며 생각

청풍; (아마도 매화부인 일행일 것이다.) 슥! 몸을 좀 일으키고

청풍; (위험을 느끼고 이 비밀통로를 통해 위가대원 밖으로 나가려고 한 모양인데...) 눈 번뜩이며 몸을 조금 숙여서 바닥을 살피며 걸음을 옮긴다. 그러다가

<추적자가 있다!> 청풍의 생각 배경으로 바닥에 찍힌 또 다른 발자국을 보여준다. 작은 여자들의 발자국 위에 찍힌 큼직한 발자국. 선명하지 않고 흐릿하다

청풍; (발자국 크기로 봐서는 사내이며 흐릿하고 보폭이 큰 걸 보면 만만치 않은 무공을 지닌 고수다.) 일어나며 앞을 본다. 다시 몇 미터 앞쪽에 흐릿하지만 큼직한 발자국이 또 찍혀있다.

<매화부인 일행이 위험하다!> 스스스! 모습이 흐려지는 청풍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220>

탁! 탁! 어둠 속을 달려가는 여자들의 발. 등을 들고 있어서 주변이 아주 어둡지는 않다.

[학학!] 어두운 통로를 달려가는 세 여자. 앞쪽에 등을 든 매화부인이 가고 있고. 그 뒤를 한 팔로는 당숙경을 부축한 채 한손에는 등불을 든 포칠낭이 따라간다. 매화부인과 포칠낭은 짐을 지니고 있다. 포칠낭은 커다란 봇짐을 등에 비스듬히 짊어지고 있고. 매화부인은 보자기로 싼 짐을 품에 안고 있다. 세 여자가 달려가고 있는 곳은 지하통로다. 어둡고 음습하다.

포칠낭; (방금 전의 그 진동...) 뒤를 흘깃! 보며 생각하고

푸스스! 진동의 여파로 동굴 천장에서 먼지가 떨어지고 있다

포칠낭; (거리로 가늠해 볼 때 위가대원에서 강력한 폭발이 있었다.) (무슨 일인가 위가대원에서 벌어진 게 분명하다.) 생각할 때

당숙경; [으으...] 숨이 차서 헐떡이는 당숙경. 거의 포칠낭의 손에 이끌려 질질 끌려간다. 그런 당숙경을 돌아보는 포칠낭

숨이 턱에 걸린 당숙경의 모습

포칠낭; (당숙경!) (이년이 한계에 이르렀네.) 그걸 보고

포칠낭; (하긴 연이은 충격 때문에 살아도 살아있는 몸 상태가 아니겠지.) + [마님!] 앞쪽을 허둥대며 달려가는 매화부인에게 외치는 포칠낭

매화부인; [왜?] 헐떡이며 돌아보고 계속 달려가며

포칠낭; [얼마나 더 가야 출구가 나오는 건가요?] [주모님이 힘들어 하세요.] 당숙경을 질질 끌며 매화부인을 따라가고

매화부인; [곧... 곧 밖으로 나가는 출구가 나타날 거야.]

포칠낭; [곧?] 눈 치뜨고

포칠낭; [설마 이 밀로가 어디로 통하는지도 모르시는 건가요?] 인상 이지러지고

매화부인; [비... 비밀통로 입구를 우연히 발견하긴 했지만 무서워서 들어와 보지는 않았어.] 곁눈질로 포칠낭의 눈치를 보고

포칠낭; [하아...] 기가 막히고

매화부인; [하지만 출구는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거야. 전란을 대비해서 파놓은 비밀통로들이니까.] 등으로 앞을 밝히며 기웃대면서 달려가고

포칠낭; (대책 없는 년...) 달려가는 매화부인의 뒷모습을 노려보고

포칠낭; (저렇게 생각이란 걸 안하고 사니 부귀영화를 제 발로 걷어찼지.) (발정 나서 젊은 놈을 끌어들이지만 않았어도 잘 먹고 잘 살았을 텐데...)

포칠낭; (여길 빠져나가는 대로 이년이고 저년이고 팽개치고 달아나자.)

포칠낭; (마침 저년의 패물중 절반쯤은 내가 지고 있으니 어디 가도 굶어죽진 않을 테지.) 등에 진 봇짐을 곁눈질하며 배시시 웃고. 바로 그때

툭! 달려가던 매화부인의 발이 사람의 정강이 뼈같은 것에 걸리고

[악!] 콰당탕! 그 바람에 비명 지르며 앞으로 나뒹구는 매화부인. 뒤 따라오다가 깜짝 놀라는 포칠낭

퍽! 매화부인이 바닥에 나뒹굴며 떨어진 등이 꺼져버리고. 그 바람에 포칠낭이 등을 들고 있긴 하지만 좀 어두워지고

포칠낭; [왜 그래요 마님?] 등을 들어 비추며 다가가고

매화부인; [뭐... 뭔가가 발에 걸렸어!] 허둥대며 일어나다가

콱! 무언가 둥근 것을 움켜잡는 매화부인의 손

매화부인; [발에 걸린 게 이거 같은데...] 일어나 앉으면서 손으로 짚은 그걸 보고. 앞쪽에서 포칠낭이 다가오며 등으로 바닥을 비추고. 직후

쿵! 매화부인이 짚은 것은 사람이 해골이다.

매화부인; [꺄악!] 비명 지르며 해골에서 손을 떼며 뒤로 물러나 앉고

포칠낭; (해골!) 놀라며 멈춰서고. 매화부인처럼 호들갑을 떨지는 않는다. 당숙경은 넋이 나간 상태라 별로 반응이 없고

매화부인; [엄마야!] 히익! 공포에 질려 벌벌 떨며 뒤로 물러나 앉고. 그 앞에 낡은 옷을 걸친 해골이 엎어져 있다.

포칠낭; (이 지하 미로에 들어왔다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죽은 자겠구나.) + [고정하세요 마님.] 등불 밝히며 다가가고

포칠낭; [해골에 발이 걸리셨던 거뿐이에요.] 멈춰 서서 해골을 등으로 비추고. 매화부인은 그 해골 건너편에서 달달 떨고

포칠낭; [이런 미로에서는 당황하는 게 가장 위험해요.] [정신을 차리시고 떨어트린 등부터 수습하세요.] 등불을 비춰서 매화부인이 놓친 등을 찾고

매화부인; [알... 알았어!] 덜덜 떨며 바닥에 떨군 등을 찾으려 손을 뻗고. 그 직후

매화부인; [!] 또 무언가를 보고 눈 치뜨는 매화부인. 포칠낭의 뒤를 보면서

포칠낭; (저년이 왜 또...) + [왜 그래요 마님?] 묻고

매화부인; [나... 나타났어!] 겁에 질려 사시나무 떨 듯 떨며 포칠낭의 뒤를 보고

포칠낭; [나타났다니 뭐가...] + [악!] 뒤돌아보다가 비명

쿵! 어둠 속에 한 쌍의 눈만 번뜩이는 사람 형상이 서있다. 바로 타노. 등이 굽은 곱추라서 마치 머리는 없고 가슴에 눈이 달린 괴물처럼 보인다.

포칠낭; [형... 형천(刑天;목 없는 귀신)!] 공포에 질려 당숙경을 놓치면서 물러서고.

[흐윽!] 털썩! 바닥에 힘없이 나뒹구는 당숙경. 직후

[날 보고 목 없는 귀신이라 했으렸다?] 스윽! 어둠 속에서 좀 밝은 앞쪽으로 나서는 타노. 쓰러진 당숙경에게 다가오고

타노; [그럼 이름값을 제대로 해야겠군.] 쿵!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는 타노

매화부인; [타... 타노!] 공포에 질리고.

포칠낭; (위가대원의 집사인 곱추 타노!) 역시 겁에 질려 주춤. 그년과 타노 사이에는 당숙경이 힘없이 쓰러져 신음하고 있고.

타노; [나를 원망하지 마시오 마님!] 스릉! 허리에 찬 칼을 뽑으며 다가오고. 포칠낭은 겁에 질려 뒷걸음질 쳐서 어느덧 매화부인 옆으로 물러섰고

매화부인; [당신... 당신 이게 무슨 짓이야?] 억지로 위엄을 차리며 외치고. 머리에 화려한 비녀를 꽂고 있음을 주의

매화부인; [내가 누군지 잊었어?] [종... 종 주제에 감히 위가대원의 안주인인 날 해코지 할 작정인 거야?] 억지로 용기를 내서 호통을 치지만

매화부인이 머리에 꽂고 있는 비녀 크로즈업

타노; [이해하시오 마님.] + (<그것>은 다행히 지니고 있군.)

타노; [마님은 살아있을 경우 금의위에 끌려갈 신세가 되었소이다.] 어느덧 당숙경 옆을 지나며 말하고. 당숙경은 무기력한 표정으로 누워서 보고 있고

매화부인; [금... 금의위!] 겁에 질리고. + 포칠낭; [흐윽!] 역시 공포에 질리고. 당숙경은 힘없이 누워있는데 주변 상황에 별로 반응하지 않는다.

타노; [홍무제가 독재를 하기 위해 만든 친위군(親衛軍)인 금의위의 악명에 대해서는 마님도 들어 알고 계실 거요.] 멈춰 선다. 쓰러져 있는 당숙경의 앞쪽이다.

타노; [일단 금의위의 조옥(詔獄;감옥)에 끌려가면 살아서 나오지 못하는데...] [산 채로 껍질을 벗기고 숨이 붙어있는 채로 뼈에 붙어있는 살점을 남김없이 도려내는 일 정도는 예사로 벌어지는 곳이 금의위요.] 음산한 표정으로 겁을 주고

매화부인; [그이... 그이는 남경분조의 실권자인데 내가 왜 금의위에 끌려간단 말이냐?] 헐떡이며 타노를 노려보지만

타노; [왜냐하면... 주군께서 대역죄를 저지르셨기 때문이외다.] 음산하게 웃으며

<대역죄!> 절망과 공포에 질리는 매화부인. 포칠낭도 창백해지고

타노; [가혹하기로 악명 높은 대명률(大明律)에 의하면 대역의 죄는 구족을 멸하게 되어있고...] [마님도 당연히 주군의 구족에 속하므로 죽을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되었소.]

타노; [금의위에 끌려가 산 채로 껍질이 벗겨지거나 기름에 튀겨져 죽는 것보다는 소인의 칼에 깨끗이 죽는 편이 행복할 거요.]

매화부인; [으으으!] 공포와 절망

타노; [그럼 납득하신 걸로 알고 숨을 끊어드리리다.] [무서우면 눈을 감으셔도 되오.] 칼을 겨누고

매화부인; (저 곱추의 말대로 위태무가 대역의 죄를 지었다면 그냥 단칼에 죽는 게 최선이야.) 체념하며 눈을 감고

타노; [잘 생각하셨소.] 슥! 칼을 쳐들고

타노; [그럼 극락왕생하시오.] 쩍! 칼로 매화부인을 내리치고

포칠낭; [흑!] 전율. 헌데 그 직후

캉! 누군가의 팔이 옆에서 뻗어 나와 타노의 칼을 막는다. 강철같이 변한 팔뚝이다

타노; [억!] 텅! 칼이 튕겨지는 충격에 놀라며 비틀 물러서고

화악! 돌풍을 일으키며 매화부인의 옆에 모습을 드러내는 청풍. 유령익이 펄럭이고. 유령익에서 내뻗은 팔뚝이 타노의 칼을 막았다.

타노; [네놈은...] 눈 부릅

매화부인; [아!] 감았던 눈 치뜨며 자기 앞, 옆쪽에 멈춰서는 청풍의 뒷모습을 보고. 포칠낭도 그년 뒤에서 눈 치뜨고

[!] 타노의 뒤쪽에 힘없이 쓰러져 있던 당숙경의 눈도 부릅떠지고. 당숙경은 용모파기를 통해서 청풍의 얼굴을 알고 있다.

[장청풍!] 타노와 매화부인과 포칠낭의 경악성을 배경으로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는 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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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위가대원> 여전히 밤.

불이 켜진 건물이 거의 없는 위가대원 내부. 무사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순찰을 돌고

월동문이 나있는 높은 담장이 둘러쳐진 매화부인의 거처. 지키던 여자 무사들이 안보인다. 건물에는 불이 켜져 있고.

포칠낭이 주변 둘러보며 건물의 문쪽으로 다가온다. 무언가 생각하며 이마를 찡그리고 있고

포칠낭; (주변이 지나치게 조용하다. 경비 서던 계집들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문으로 다가가며 주변 두리번거리고

포칠낭; (어쩐지 섬뜩한 기분이 든다. 마치 폭풍이 몰아치기 직전인 것처럼...) 끼익! 생각하며 문을 연다.

 

#209>

건물 안의 넓고 화려한 침실. 초췌한 표정인 당숙경이 눈을 감은 채 침대에 힘없이 누워있고. 그 침대 옆에서는 매화부인이 짜증나는 표정으로 서성이고 있다. 손을 마주 잡고 부비면서. 위태무에게 맞은 뺨은 부기가 갈아 앉았다. 머리에 비녀를 하나 꽂고 있는 것 주의. 칠보로 꾸며졌고 화려한 꽃장식이 달린 비녀다. 이 비녀는 나중에 중요한 소품이 됨

매화부인; (짜증나!) 힘없이 누워있는 당숙경을 곁눈질하고.

매화부인; (내 코가 석자인데 저 년의 죽을상까지 봐줘야 하다니...) 눈 감고 누워있는 당숙경의 초췌한 얼굴을 배경으로

매화부인; (그렇다고 남편과 아들을 연달아 잃은 박복한 년을 야박하게 내칠 수도 없어.) 입술 깨물고

매화부인; (여기서 쫓겨나면 첩혈당의 인간들에게 무슨 해코지를 당할지 모르는 상황이기도 하고...) 초조하고 겁에 질리고

매화부인; (짜증나긴 하지만 거처가 정해질 때까지 데리고 있을 수밖에...) 생각할 때

포칠낭; [다녀왔어요 마님!] 열린 문을 통해 들어오는 포칠낭. 문 밖은 화려하고 넓은 거실이다.

매화부인; [확인해봤어요?] 돌아보고

포칠낭; [예 마님...] 침실 문 밖의 거실 문쪽을 힐끔거리며 다가오고

포칠낭; [안채에는 현재 우리들 세 사람 뿐이에요.]

매화부인; [확실히 이상하네.] 찡그리고

매화부인; [하녀들이야 밤 되면 제 년들 자는 곳으로 돌아가지만 경비 서는 년들은 항상 세 명 이상이 안채에 상주하는데...]

포칠낭; [이런 일이 전에는 없었는가요?]

매화부인; [십년 넘게 여기서 살았지만 밤에 나 혼자 안채에 남겨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 입술 깨물며 고개 젓고

포칠낭; [혹시 상시태감님께서 마님에 때해 딴 마음을 품은 게 아닐까요?] 눈치 보며 말하고.

매화부인; [그 이가 딴 마음을 품어?] [무슨 뜻이야?] 눈 치뜨며 노려보고

포칠낭; [마님도 잘 아시잖아요. 남자란 족속은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더 질투심이 강해진다는 걸...]

매화부인; [그러니까 당신 말인 즉슨...] 겁에 질리고

포칠낭; [마님은 외간 남자, 그것도 젊은 사내와 단 둘이 시간을 보냈어요.] [충분히 의심을 살만한 상황인 데다가 귀중한 그림까지 도난 당하셨잖아요.]

매화부인; [언... 언제 그 늙은이가 들이닥쳐서 날 잡아 죽여도 이상하지 않겠네.] 겁에 질리고

포칠낭; [최악의 상황도 가정해 두셔야할 거예요.]

매화부인; [안... 안되겠어.] 침실 한쪽의 화장대로 달려가고

매화부인; [날... 날이 밝기 전에 여길 떠야만 해.] [갈 때 가더라도 값나가는 거 몽땅 챙겨야하니까 자기도 도와줘.] 화장대의 서랍을 급히 열면서 말하고. 서랍에는 패물이 가득 들어있다.

포칠낭; [하지만 안채 밖에는 경비가 삼엄할 텐데...] 다가가며

매화부인; [그건 걱정마.] 패물들을 화장대 위로 꺼내 쌓으면서

매화부인; [감쪽같이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 패물을 꺼내 쌓으면서 억지로 웃는 매화부인의 얼굴 크로즈 업.

 

#210>

역시 위가대원.

위기대원의 담장 근처. 주변의 건물들은 모두 불이 꺼져 어둑한데. 짝을 지어 순찰 도는 경비무사들. 헌데

무사들이 지나간 건물의 그늘

스악! 그늘에서 유령같이 나타나 그들을 급습하는 자객들. 어둠과 동화되게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복면을 쓴 일본식 인자들이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죽는 무사들

도처에서 소리 없이 위가대원의 무사들을 죽이는 자객들. 비명도 못 지르고 죽는 무사들

<위가대원의 인간들은 단 한 놈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라는 한왕전하의 지시를 명심해라.> <저항하거나 저항할 가능성이 있는 자는 가차없이 죽여라.> 무사들을 죽이는 자객들 사이로 전음이 흐르고

 

#211>

위가대원의 건물들 중 매화부인의 안채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웅장한 건물. 위태무의 거처인데 입구는 무사들이 지키고 있고. 건물 한쪽의 창문이 활짝 열려있고 창문을 통해 연기가 흘러나온다.

건물 내부. 천장이 높은 거실인데 거실 중앙에서 위태무가 커다란 탁자 앞에 서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다. 탁자 옆에는 위태무의 허리보다 키가 좀 더 높은 커다란 향로가 있는데 향로에는 불이 활활 타오른다. 서류들이 타고 있다. 위태무는 탁자 가득 쌓인 서류들을 분류하여 그 향로에 넣고 있다. 그때

[주군!] 급히 문을 열고 들어오는 타노. 허리에는 칼을 차고 있는데 손에는 길쭉한 천을 한 장 들고 있다

위태무; [일이 생겼겠구나.] 돌아보지 않고 서류들을 향로에 넣으며 말하고

타노; [예! 방금 전 소주께서 날려 보내신 전서구가 도착했습니다.] 두 손으로 천을 바치고. 들어온 문은 열려있다.

위태무; [자금성에서 진행하던 일에 차질이 생긴 것이냐?] 눈으로 흘낏 보기만 할뿐 천을 받지는 않으며 말하고. 손으로는 연신 서류들을 향로에 넣고

타노; [소주께서... 황태손 주첨기로 위장하는 데 실패하셨다고 합니다.] 눈치 보며 말하고

멈칫! 하는 위태무의 손, 그러다가

위태무; [못난 놈 같으니...] [본가에서 데려온 고수들은 전부 붙여주었거늘...] 혀를 차며 다시 서류들을 향로에 넣고

위태무; [헌데 누가 방해를 한 것이냐?] [황태자비의 심복들인 사대시위장들이 눈치 챘다 해도 동복쌍로와 팔걸(八傑) 정도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었을 텐데...]

타노; [장청풍이 개입했다고 합니다.] 눈치 보며

위태무; [장청풍!] 눈 치뜨고

타노; [소주께서 전서구로 보내온 내용이 길지 않아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장청풍이 느닷없이 나타나 주첨기와 황태자비를 구했다고 합니다.] 천에 적힌 글을 읽으며

위태무; [말이 씨가 되는군.] 쯧! 혀를 차며 서류들을 대충 집어 향로에 넣고

타노; [예?] 의아하지만

위태무; [아니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고...] 한숨 쉬고

위태무; [철수준비는 잘 진행되고 있느냐?]

타노; [본가에서 파견 나온 식솔들은 비밀 통로를 통해 자금성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중입니다만...] 눈치 보고

위태무; [할 말 있으면 해봐라. 나중에 다른 소리 말고...] 서류를 뭉텅이로 향로에 넣으면서

타노; [안채의 마님은 어떻게 할지요?] 눈치 보며

위태무; [...] 좀 찡그리며 금방 대답하지 않으며 서류만 향로에 넣고

타노; [마님에게는 십년 넘게 주군을 모신 공이 있습니다.] 눈치 살피며 말하고

타노; [남겨두고 갈 경우 금의위에 끌려가서 가혹한 꼴을 당하실 게 분명한데...] [그건 좀 가엾지 않을 런지요?]

위태무; [그년과는 십년 넘게 살을 맞대고 살아서 쌓인 정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지.] 끄덕

위태무; [게다가 이래저래 나에 대해 아는 것도 적지 않고...] 고민하며 서류를 태우고

타노; [하오면 마님도 모시고 가는 것이...] 좀 안도하지만

위태무; [나이도 적지 않고 무공도 모르는 년 데리고 가봐야 짐만 된다.] [남겨두는 것 역시 그년에게 할 짓이 못되고...] 고개 젓고

타노; [그럼...] 난감한 표정을 짓고

위태무; [화류계에서 팔리지 않게 된 퇴물이었지만 내 첩 노릇하면서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렸으니 여한은 없을 터...]

위태무; [타노 네 손으로 고통없이 보내주도록 해라.] [내가 그년에게 맡겨두었던 <그것>도 확실하게 챙기고!]

타노; [분부 받들겠습니다.] 한숨 쉬면서도 고개 숙이고. 바로 그때

삐익! 어디선가 날카로운 피리소리가 들려 눈 부릅뜨는 타노. 위태무도 눈 치뜨고

 

#212>

털썩! 피리를 든 손이 바닥에 떨어지고

피를 흘리며 죽은 무사 한명이 피리를 불다가 죽었다. 그자의 등에 일본도가 깊이 박혀있고.

주변에서는 인자들이 유령처럼 움직이면서 건물 안팍의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다. 비명도 제대로 못 지르고 죽는 위가 대원의 사람들

 

#213>

다시 위태무의 거처

타노; [주군!] 굳어진 얼굴로 위태무를 돌아보고

위태무; [예상했던 것보다 일이 빨리 진행되는군!] 끄덕이며 남아있는 서류들을 대충 살피고

[크악!] [컥!] [침... 침입자다!] [웬... 웬놈들이냐? 크악!] 삐익! 삑!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지고

위태무; [한왕이 곧 들이닥칠 것이다. 넌 안채에 가서 마무리를 짓고 먼저 위가대원을 빠져나가라.] [<그것> 챙기는 일 잊지 말고!] 창 밖을 힐끔 보면서 서류들을 모으고

타노; [분부 거행하겠습니다.] 포권하고

문쪽으로 돌아서는 타노. 헌데

위태무; [문천(問天)아!] 서류들을 향로에 넣으며 말하고.

[!] 움찔! 입구로 가려다가 눈 치뜨며 멈춰서는 타노.

위태무; [부디 조심해라. 어쩐지 예감이 좋지 않다.] 툭! 서류들을 향로에 넣으며 말하고. 타노는 보지 않고. 그러자

타노; [예...] 억지로 웃으며 대답하고. 눈시울이 불거지고

타노; [집결지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서둘러 문으로 가고

타노; (아버지!) 탁! 문 밖으로 나서며 문을 닫고

타노; (이름을 직접 불러주시는 것을 들었으니 죽어도 여한은 없다.) 휘익! 달려가는 타노의 눈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흩날리고. 얼굴은 웃는 얼굴이고

곧 위태무의 거처에서 사라지는 타노

다시 실내.

위태무; [불쌍한 놈같으니...] 한숨 쉬며 서류들을 태우고

위태무; [불구만 아니었어도 인지(認知)를 해주었을 텐데...] [제 놈 복이 그 정도이니 어쩌겠는가?] 한숨 쉬며 웃고. 사실 타노는 위태무가 숨겨둔 아들이다. 그때

[아악!] [경... 경보를 울려라!] [막아라!] 크악! 컥! 삐익! 삑! 비명과 호각소리가 점점 더 급박해지고

위태무; [한왕 주고후! 제왕의 자리를 노리는 인간답게 제법 결단력이 있구나.] [빨라도 새벽녘에나 들이닥칠 줄 알았거늘...] 웃으며 서류들을 한꺼번에 쓸어 담아서 향로에 집어넣는다.

위태무; [하지만 그래봤자 전하께서 얻을 건 아무것도 없을 것이외다.] 화르르르! 불타는 서류들을 보며 음산하게 웃는다

 

#214>

[크악!] [컥!] [네놈들이 감히...] [아악!] 본격적으로 살육이 벌어지는 위가대원. 자객들이 무사들을 죽이고. 눈치를 챈 무사들도 저항하지만 일방적으로 학살당하고 있다. 피리를 불다가 죽는 놈도 있고.

[아악!] [살... 살려줘요!] [안돼!] 잠옷 차림인 여자들이 건물에서 뛰쳐나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고. 그런 여자들을 잡거나 죽이는 자객들

 

#215>

월동문이 달린 높은 담장으로 구분 된 위가대원의 안채. 여전히 인적은 없다. [아악!] [크악!] 삐익! 삑! 근처에서는 비명과 호각소리가 요란하고

휘익! 불이 켜져 있는 건물 앞으로 날아 내리는 타노.

타노; (아직 여기까지는 한왕의 졸개들이 들이닥치지 않았군.) 주변을 둘러보며 급히 건물 입구로 가고

타노; [마님! 타노외다!] 펑! 발로 문을 박살내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하지만 그 직후

[!] 눈 부릅뜨는 타노

텅 비어있는 건물 내부. 문 안쪽은 청풍이 매화부인의 초상화를 그려주었던 그 화려한 거실인데 물건이 마구 흩어져 있다. 무언가를 급히 챙겨 떠난 모습이고. 거실 입구 건너편의 침실 문도 반쯤 열려있다.

타노; (물건들이 어질러져 있고 급히 떠난 모습이다.) (설마...) 굳어진 모습으로 거실을 가로질러 침실 쪽으로 달려가고

타노; [실례하겠소이다.] 벌컥! 침실 문도 열어젖히고.

침실 내부의 모습. 역시 마구 어질러져 있는데

한쪽 벽에 붙어있던 옷장이 넘어져 있고 그 옷장 뒤쪽에 숨겨져 있던 쪽문이 열려있다. 쪽문 안쪽은 아래로 통하는 계단이다.

타노; (이런...) 굳어진 얼굴로 쪽문으로 가고

열려진 쪽문 안쪽을 들여다보는 타노. 아래로 향하는 계단이 있고 어둡다

타노; (용케 여기 숨겨져 있던 비밀 통로의 입구를 찾아냈구나.) 슥! 굳어진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하고

타노; (화류계에서 닳고 닳은 계집답게 낌새를 채고 달아났겠지.) 계단을 내려가고

타노; (서둘러 뒷마무리를 하고 다시 돌아가 주군을 보필하려 했거늘... 귀찮게 되었구나.) 계단 아래로 사라지는 타노.

 

#216>

다시 위태무가 있는 건물. 여전히 열린 창문으로 연기가 꾸역꾸역 흘러나오고 있고. 창문은 열려있지만 문은 닫혀있다.

건물 내부. 몇 권의 책을 향로에 넣는 위태무

위태무; [오래 기다리셨소이다.] 툭! 마지막 한권의 책을 향로에 넣으며 누군가에게 말하고

위태무; [전하처럼 존귀한 분께서 누추한 곳에 친히 왕림해주시니 황송할 따름이외다.] 문쪽을 보며 말하고. 직후

<교활한 늙은이!> 펑! 누군가의 말과 함께 닫혀있던 문이 안쪽으로 박살나고

한왕; [느긋하게 증거를 인멸하면서 본왕이 당도하기를 기다렸다는 건 언제든 달아날 자신이 있다는 뜻이겠지?] 박살난 문을 통해 눈을 부라리며 들어서고. 쿠오오!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내고 두 눈은 강렬하게 이글거린다

위태무; [이 늙은이는 본래 강호의 인간이올시다.] 웃으며 손을 털고

위태무; [아무렴 호기심과 취미로 무공을 익히신 전하를 두려워하겠소이까?] 한왕 쪽으로 돌아서고

한왕; [하아...] 문 안쪽에 멈춰 서며 기가 막히고 자존심 상한 표정으로 웃고

한왕; [오냐! 네가 이들을 보고도 그렇게 태연한 척 할 수 있을지 보자.] 딱! 손가락을 퉁기고. 그러자

펑! 퍼석! 좌우의 벽이 그대로 무너지고 부서지며 두 명의 남녀가 들어선다. 물론 그 두 사람은 인조와 귀희다.

위태무; [이런 이런...] 인조와 귀희를 번갈아 보며 웃고

위태무; [왜국(倭國)의 인자(忍者)들이 조상으로 섬긴다는 인조(忍祖) 시바타류스케(紫田龍介) 노사와 무산 신녀문이 배신자로 낙인찍은 귀희(鬼姬) 풍완설(馮玩雪) 소저 아니신가?]

위태무; [해외(海外)와 세외(世外)에서 노니시던 분들께서 어인 연고로 시궁창보다 더러운 황실의 암투에 발을 담그셨을꼬?] 비웃고

인조; [그 늙은이 주둥이 놀리는 본새(버릇)하고는...] 피식

귀희; [시궁창보다 더러운 암투?] [달릴 거 안 달린 인간 시늉을 하면서까지 황실을 농락해온 처지에 할 말은 아닌 것같은데?] 차가운 표정

한왕; [위태무! 아니 그게 본명이 아닐지도 모르니 귀면지존이라 불러줘야겠지!] [네 재주가 비록 대단하다 하나 본왕과 두 분 봉공(奉公)의 포위를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

한왕; [살고 싶으면 순순히 천마총의 장보도를 내놓아야할 것이다.]

위태무; [천마총의 장보도라...] 눈 번뜩이고

위태무; [전하께서 졸개들을 몰고 들이닥친 게 예상보다 빨랐다 했더니 그 새끼 도둑놈의 수작이었구려.] 청풍을 떠올리고

한왕; [알면 되었고...]

한왕; [강호의 흑막(黑幕)을 자처해온 처지에 어줍잖은 발뺌 따위는 하지 않겠지?] 눈 번뜩

위태무; [맞소이다.] 슥! 오른손을 왼쪽 소매에 넣고

위태무; [천마총의 장보도가 노부의 수중에 있는 것은 사실이외다.] 슥! 말하며 다시 꺼내는 위태무의 손에 두루마리가 한 개 들려있다. 물론 천마총의 장보도가 숨겨져 있는 낙신부도다

두루마리 크로즈 업. 순간

한왕; <천마총의 장보도!> 눈 부릅

귀희; <저것이 바로!> 흥분

인조; [...!] 역시 눈이 번뜩이고

위태무; [눈빛들이 흡사 따끈한 똥을 본 개새끼들의 그것 같군.] 피식! 웃고

한왕; [뭐라?] 분노

귀희; [죽일!] 화악! 눈 치뜨는 귀희의 몸 주변으로도 흐릿한 괴물의 형상들이 치솟고.

혀를 차며 웃는 인조

위태무; [이 장보도의 비밀을 풀면 고금제일마인 천마의 무덤을 찾아내 절대무적이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슥! 말하며 발을 하나 들고

위태무; [그대들이 천마총의 장보도를 만져보는 일은 천지개벽해도 생기지 않는다.] 쾅! 바닥의 석판을 강하게 밟고. 그러자

펑! 펑! 향로 주변의 탁자와 석판들이 허공으로 튕겨진다. 그리고

위태무 일행이 흠칫! 할 때

콰당탕! 퍼억! 한왕등의 앞으로 나뒹구는 탁자와 석판들. 그리고

쿵! 석판이 튕겨져 나가 드러난 아래쪽에는 상자들이 빼곡하게 깔려있다. 상자 안에는 검은색의 둥근 구슬들이 가득 들어있고. 구슬들에는 작은 심지가 박혀있고

한왕; (저 구슬들은 혹시...) 눈 치뜰 때

인조; (화약 냄새!) 눈 번뜩이고

위태무; [얼마 전 어떤 도둑놈에게서 배운 수법이라오!] 징! 빛이 나는 왼손을 향로에 붙이고. 직후

퍼억! 쩍! 향로가 그대로 깨지며

화다닥! 화르르! 향로 안에서 타고 있던 서류와 책들이 와락 구슬들 위로 쏟아진다. 순간

인조; [피하시오 전하! 저것들은 벽력탄이오!] 팟! 외치면서 뒤로 휙 날아가고

한왕; [이런...] 팟! 역시 뒤로 날아가고

귀희; [교활한...] 스스스! 모습이 사라지며 이를 간다.

위태무; [인연이 있으면 또 봅시다 전하!] 두루마리를 쳐들어 흔들어 보이면서 웃고. 직후

화악! 확! 구슬들에 박혀있는 심지들에 불이 붙는다. 이어

번쩍! 강렬한 빛이 실내를 휩쓴다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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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다시 청풍이 있는 곳. 부웅! 부웅! 웅장한 나팔소리가 들리고. 주첨기(위진천)의 일행과 청풍 모두 동작을 멈춘 채 그 나팔 소리가 들리는 곳을 본다. 정원을 둘러싼 높은 담장에 나있는 월동문 쪽이다. 월동문 근처에 있던 환관들이 급히 옆으로 비켜 길을 터주고 있고. 그때

[소주! 황태자가 오고 있네.] [황태자가 갑자기 정신을 차렸던 건 확인했는데... 직접 거동할 줄을 몰랐어.] 쌍둥이 환관이 긴장하며 주첨기(위진천)에게 말하고

주첨기(위진천); [그럼 더 이상 이 얼굴을 하고 있으면 안되겠소이다.] 양손으로 얼굴을 만지고

지지지! 얼굴을 누른 주첨기(위진천)의 양손이 빛을 발하고

청풍; (역용술?) 흠칫! 하며 볼 때

주첨기(위진천); [두 분 장로께서 확인해주십시오.] 손을 떼며 쌍둥이 환관에게 얼굴을 보여주고. 돌아보는 쌍둥이 환관

왕진(위진천); [얼추 비슷합니까?] 쿵! 손을 뗀 얼굴이 왕진으로 바뀌었다. 이하 왕진(위진천)으로 표기

청풍; (저 얼굴!) 흠칫!

<어젯밤 당아연을 살해하려던 위태무의 졸개 얼굴이다.> 지난 밤 강가 절벽 위에서 자신의 지풍에 어깨에 구멍이 뚫리던 왕진의 얼굴 떠올리고

[왕진(王振)의 모습이로군!]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역용이 잘 되었어.] 왕진(위진천)의 얼굴 보며 끄덕이는 쌍둥이 환관. 그때

[고두(叩頭;엎드려 고개를 조아림)하라!] [황태자전하께서 친림하시었다.] [예를 갖추어라!] 고함소리가 정원을 에워싼 환관들 뒤에서 들리고

환관들이 압도당해 길을 트면서 고개를 조아리고. 한쪽 무릎을 꿇는 자들도 있고

청풍; (안 좋게 되었군.) 슥! 두 손으로 유령익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쓰고. 이하의 장면에서 청풍의 모습은 눈 부위만 보이게 되고

청풍; (이유를 불문하고 내원에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대역의 죄를 지은 셈이니...) 눈만 드러내며 환관들이 길을 터준 쪽을 보고

쿵! 환관들이 무릎 꿇고 고개 숙이며 길을 터주는 사이로 나타나는 황태자 행렬. 맨 앞에 두 명의 여자가 거대한 소라고둥을 입에 물고 불고 있다. 여자들의 나이는 삼십대. 한명은 흰옷을 입었는데 뚱뚱하고 한명은 검은 옷을 입었는데 키가 사내들보다 크다. 이 여자들의 이름은 백운선자와 흑풍선자. 뚱녀가 백운선자고 검은 옷의 키 큰 여자가 흑풍선자, 백운선자는 사나운 표정, 흑풍선자는 웃는 표정. 두 여자 뒤로 네 명의 건장한 환관들이 메는 가마가 따라오는데 가마 위에는 황태자가 힘겨운 모습으로 앉아있다. 가마 주위로 건장한 환관들과 무장한 궁녀들, 의사들이 따르고 있다. 그 뒤로도 환관들이 끝이 안 보이게 많이 따라오고 있고. 거의 모든 환관들이 동원된 모습

가마에 앉은 황태자의 모습. 아주 힘이 든 표정. 가쁜 숨을 몰아쉬고.

청풍; (저 비만한 사내가 황태자 주고치!) 유령익으로 몸의 대부분을 가린 채 눈을 번뜩이며 보고.

청풍; (살이 지나치게 찐 데다가 늘 병치레를 하고 있어 오래 살지 못할 거라는 세상의 소문 대로구나.) 생각하고.

청풍;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락제가 황태자 자리에서 쫓아내지 않은 것은 영특한 손자 주첨기 때문이라던가?) 자기 뒤에 쓰러져 있는 주첨기를 흘낏 보고. 그때

백운선자; [무엄한 놈!] 소라고둥을 입에서 떼면서 청풍쪽을 노려보며 눈 부라리고. 흑풍선자도 소라고둥을 입에서 떼며 청풍 쪽을 보고

청풍; (유령익으로 은신한 날 한눈에 알아봤다?) 눈 번뜩이며 놀라고

<헉!> <저... 저기 어떤 사내가 있다!> <무언가를 걸쳐서 눈 부위만 보인다!> 비로소 청풍을 발견하고 놀라는 황태자를 따라온 환관과 궁녀들. 황태자도 청풍 쪽을 본다

백운선자; [남경분조의 지존이시며 장차 천자가 되실 전하께서 납시었는데 무릎을 뻣뻣이 세우고 있다니...] [네놈이 죽기를 자청하는구나!] 지지지! 청풍을 노려보며 호통을 치는 그년 몸에서 벼락이 일어나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내원의 사대시위장(四大侍衛長)의 일인 백운선자(白雲仙子)>

청풍; (저 살집 좋은 궁녀...) + [강호의 무부(武夫)가 결례를 했습니다.] 슥! 한쪽 무릎을 꿇으며 포권하고. 그 바람에 무릎 꿇지 않고 세운 한쪽 다리와 포권하는 두 팔이 유령익 밖으로 드러난다.

청풍; (무시 못 할 고수다. 날 공격한 늙은 환관들에 못지 않은...) + [배우지 못해 예법을 모른 때문이니 책망하여 주십시오.] 한쪽 무릎만 꿇고 포권하고.

흑풍선자; [당신은 구족을 멸할 중죄를 지었어요.] 웃는 표정으로 말하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사대시위장의 일인 흑풍선자(黑風仙子)>

흑풍선자; [보아하니 환관이 아닌 듯한데...] [감히 내원에 발을 들여놓고도 살 생각을 하진 못하겠지요?] 입은 웃지만 눈은 번뜩이고. 그때

툭! 왕진(위진천)이 쌍둥이 늙은 환관 중 한명의 옆구리를 슬쩍 찌르고, 그러자 움찔! 하는 그 노환관. 이어

노환관1; [노신이 전하께 아뢰나이다.] 앞으로 나서며 황태자에게 허리를 숙이고

모든 사람들 노환관1을 보고

노환관1; [저 대역무도한 죄인이 망극하게도 황태자비마마와 황태손전하를 시해하려 하였나이다.] 한손으로 청풍을 가리키며 짐짓 분노한 표정으로 말하고

[그... 그러고 보니...] [황태자비마마와 황태손 전하께서...] [대역무도한 놈이 감히...] 비로소 청풍의 뒤에 황태자비와 주첨기가 널부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분노하는 황태자를 따라온 환관과 궁녀들

[...] 황태자는 무언가 생각하며 청풍쪽을 보고

청풍; (황태자비는 혈전창에 당한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상태...) (꼼짝없이 황태자비와 황태손을 해코지 한 죄를 뒤집어쓰게 되었군.)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찡그리고

노환관1; [소신들이 무능하여 저 역도를 아직 추포(追捕)하지 못하였으니 꾸짖어주시옵소서.] 허리를 꺾고. 그러자

[꾸짖어주시옵소서.] [속하들이 무능하여 불충을 저질렀나이다.] 왕진(위진천)을 비롯하여 청풍을 공격했던 환관들이 일제히 허리 꺾으며 외치고. 그러자

백운선자; [무엇들 하느냐? 당장 저 죽어 마땅한 악적을 사로잡아 무릎 꿇리지 않고?] 주변의 환관들을 둘러보며 고함지르고. 그러자

[존명!] [역적을 잡아 꿇리겠나이다.] 포권하며 대답하는 환관들. 이어

[놈! 순순히 오라를 받아라!] [내원을 범했으니 네놈의 구족이 씨 몰살을 당하게 될 것이다.] 사방에서 청풍에게 무기를 겨누며 접근하는 환관들

왕진(위진천); (혈전창을 써서 황태자비의 입을 막아놓은 보람이 있군.) 그런 환관들 사이에 숨어 음산하게 웃고

왕진(위진천); (내원을 범한 죄에 황태자비와 황태손 모자를 해친 죄까지 더해지면 살아날 길이 없겠지.) 생각할 때

[기... 기다려 주세요!] 누군가의 외침이 들리고. 흠칫! 하는 왕진(위진천)와 환관들

하란; [그분... 그분 협객께서는 황태자비마마와 황태손전하를 시해하려던 게 아니었사옵니다.] 환관들을 헤집고 나타나는 여자무사. 바로 황태자비를 수행했다가 혈도가 집혔던 두 명의 여자무사들 중 한명인 하란이다.

<저 계집은 황태자비의 측근 시위인 하란...> <아차!> 왕진(위진천)와 쌍둥이 노환관들 눈 부릅

하란; [오히려 협객께서는 마마와 황태손전하를 지켜드리기 위해 죽음을 무릅쓴 의인이시옵니다!] 털썩! 황태자가 앉아있는 가마 앞에 무릎 꿇고 엎드리는 하란

왕진(위진천); (멍청한 것들... 계집의 입 하나 제대로 막아버리지 못하다니...) 이를 부득 갈고. 그때

백운선자; [네년... 황태자비마마의 경호 담당이면서 지금까지 어디 쳐박혀 있다가 이제야 기어 나온 것이냐?] 살벌한 표정으로 노려보고

하란; [불충의 죄는 달게 받겠사옵니다!] [그전에 천인공노할 역적모의를 먼저 보고 할 수 있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역적모의!> 모든 사람들 아연 경악하고.

황태자는 좀 찡그리고. 여전히 힘이 들어 헐떡이며

하란; [그렇사옵니다.] [망극하게도 황태손 전하를 바꿔치기 하여 종묘사직을 통째로 집어삼키려는 음모가 진행되었으며...]

하란; [만일 저분 협객께서 제때 구원의 손길을 뻗어주시지 않았다면 황태자비마마와 황태손께 망극한 변고가 발생했을 것이옵니다.] 청풍을 손으로 가리키며

백운선자; [하란 네년, 지금 무슨 소리를...] 눈 부라릴 때

노환관1; [망령된 주둥이 다물어라!] 쩍! 부러진 칼로 벼락같이 하란을 베어오고.

[악!] [헉!] [안돼!] 황태자쪽의 사람들 기겁하고. 하란도 사색이 될 때

꽝! 노환관1을 때리는 벼락

노환관1; [큭!] 감전되지만 쓰러지진 않고 비틀하고

지지지! 청풍이 유령익에서 손을 내밀어 벼락을 날렸고.

[손에서 벼락을...] [저게 무슨 무공인가?] 황태자쪽 사람들 기겁할 때

하란; [동복쌍로도 역적들과 한 패이옵니다.] 백운선자와 흑풍선자쪽으로 기어가며 외치고

<어쩔 수 없다! 전부 죽여라!> 눈 부릅뜨며 전음 보내는 왕진(위진천). 순간

슈학! 쩍! 먼저 현장에 와있던 환관들, 즉 위태무와 위진천 부자 편의 환관들이 황태자를 수행한 환관들과 황태자를 향해 공격해간다. 청풍 쪽으로도 몰려들고.

[네놈들이...] [헉!] [꺄악!] [엄마야!] 기겁하는 황태자쪽 사람들. 환관들은 맞서 싸우려 하고 궁녀들은 비명을 지르며 정원 밖으로 달아나려 한다. 하란은 기어서 백운선자와 흑풍선자쪽으로 피하면서 돌아본다

[전하를 보위하라!] [역적들을 전하 신변에 접근시키지 마라!] 화악! 쿠오오! 백운선자와 흑풍선자는 황태자를 향해 몰려드는 환관들을 막는다. 두 여자는 무공이 아니라 술법을 쓴다. 백운선자는 손에서 탄력이 있는 구름같은 기운을 뿜어내 환관들을 날려버리고. 양손으로 결을 지은 흑풍선자는 몸에서 돌풍을 일으켜서 역시 환관들을 날려버린다. 마치 토네이도에 둘러싸인 모습인데 토네이도처럼 휘도는 바람 기둥에서 내뻗힌 칼날같은 기운이 위태무측의 환관들을 날려버리거나 몸을 갈라 피를 뿜어지게 만든다. 그런 두 여자 뒤에서 황태자가 탄 가마 주변의 환관들은 맞서 싸울 준비를 하고. 반면

창! 차창! [크악!] [컥!] [네... 네놈들이...] 황태자를 수행한 환관들이 필사적으로 막지만 쇄도하는 위씨부자의 수하들이 무공이 더 높아 일방적으로 학살당한다.

[이놈!] [네놈도 오늘이 제삿날이다.] 쩍! 부악! 쌍둥이 환관들이 청풍을 공격하고. 청풍은 양손으로 벼락과 철지촌강을 일으켜서 그자들이 부러진 칼로 내뻗는 섬광을 막고 튕겨낸다.

청풍; (저 여자들...) 양손으로 쌍둥이 환관들을 상대하면서 곁눈질로 백운선자와 흑풍선자를 보고

<술법으로 구름과 바람을 일으켜 황태자를 보호하고 있다.> 백운선자와 탄력있는 구름을 일으켜 위태무의 졸개들을 튕겨내고. 흑풍선자가 토네이도같은 돌풍에 덮인 채 위태무의 졸개들을 날리거나 갈라버리는 장면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청풍; (당장 황태자의 신변이 위험해지는 일은 없겠구나.) 생각하며 쌍둥이 환관을 상대하고. 그때

왕진(위진천); (황태자가 알아버린 이상 원래의 계획을 추진하는 건 불가능해졌다.) 이를 바득 갈며 황태자쪽을 보고

왕진(위진천); (어쩔 수 없다.) 팟! 황태자가 앉아있는 가마를 향해 높이 도약한다.

왕진(위진천); (이렇게 된 이상 주첨기로 위장하려면 황태자까지 죽이는 수밖에...) 화악! 높이 도약했다가 단번에 전장을 가로질러 황태자의 가마를 덮쳐 내려간다.

[왕진! 네놈이 감히...] [어림없다.] 화악! 가가강! 백운선자와 흑풍선자가 구름과 돌풍을 일으켜 왕진(위진천)을 튕겨내려 하지만.

왕진(위진천); [크왓!] 구름과 돌풍과 충돌하며 기합 지르고. 핏빛으로 빛나는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어서 강한 힘을 뿜어내며. 직후

펑! 구름과 돌풍의 저지를 뚫고 황태자의 가마 위로 쇄도하는 왕진(위진천)

[안돼!] [전하!] 백운선자와 흑풍선자 기겁하며 돌아보고

청풍; (아차!) 쌍둥이 늙은 환관들을 상대하며 돌아보고. 눈 부릅뜨지만 황태자를 구할 수는 없다

왕진(위진천); [전하의 목숨을 받겠소!] 화악! 허공에서 아래로 내려 꽂히며 시뻘겋게 변한 손으로 황태자의 가슴을 후려쳐간다. 황태자는 눈을 치뜬 채 입 굳게 다물며 올려다보고 있다. 헌데 그 직후

쩡! 황태자의 부릅 뜬 두 눈이 태양처럼 백열되고

[!] 덜컥! 허공에서 아래로 덮쳐 내려오다가 엄청난 충격을 받는 왕진(위진천)의 표정. 머리 속이 하얘지는 모습이고

쿵! 허공에 뜬 왕진(위진천)의 모습. 그 앞에 거대한 눈이 한 쌍 떠서 내려본다

쩡! 태양보다 강한 빛을 뿜어내는 그 한 쌍의 눈. 그러자

왕진(위진천); [크아악!] 현실의 왕진(위진천)의 두 눈을 감싸며 허공에서 몸을 뒤집으며 퍼덕이고

[아!] [저놈이 왜 갑자기...] [보이지 않는 뭔가에 얻어맞기라도 한 건가?] 사람들 경악하며 올려다보고. 머리가 위로 가게 몸을 뒤집은 왕진(위진천)이 두 손으로 눈을 가린 채 날아들었던 방향으로 다시 튕겨져 나가고 있다.

청풍; (순간적으로 추측 불가의 강대한 영기(靈氣)가 느껴졌다.) 오싹! 소름이 돋는 표정으로 돌아보고. + [소주!] [왜 그러는가?] 청풍을 공격하던 쌍둥이 노환관들도 놀라 돌아보고

화악! 황태자를 덮쳐가던 자세에서 허공으로 튕겨져 나가는 왕진(위진천).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강하게 얻어맞은 모습으로. 이어

퍼억! 바닥에 나뒹구는 왕진(위진천). 격전을 벌이다가 물러서는 양 진영 사이다.

[그렇지!] + (홍무폐하의 핏줄에 흐르는 이능(異能)이 전하의 몸에서도 발휘되었다.) 안도하는 백운선자와 흑풍선자. 그때

왕진(위진천); [끄윽! 내... 내 눈이...] 바닥에 나뒹군 채 두손으로 눈 감싸고 벌벌 떨고. 그러자

[역적!] [죽어라!] 쩍! 부악! 그런 왕진(위진천)을 내리쳐가는 황태자측의 환관들

[어림없다!] 쩍! 왕진(위진천)에게 옷을 벗어준 중년 환관이 몸을 숙이며 칼을 길게 휘둘러 왕진(위진천)을 베려던 황태자측의 환관들을 베어버리고.

[크악!] [컥!] 몸이 잘려 죽는 황태자측의 환관들.

[헉!] [이런...] 자기들 앞으로 나뒹구는 동료들의 시체 보며 황태자측 환관들 주춤하고

[물러가자!] [소주의 안위가 우선이다!] 팟! 휘익! 그 사이에 다른 중년 환관들이 왕진(위진천)의 팔을 양쪽에서 잡고 날아오른다. 왕진(위진천)에게 옷을 벗어준 중년 환관은 칼로 앞을 겨누며 뒷걸음질 쳐서 방어하고. 이어

[퇴각한다!] [본가의 식솔들은 전부 철수하라!] 휘익! 휙! 쌍둥이 늙은 환관들도 날아오르며 외치고.

휘익! 휙! 새처럼 날아가는 수십명의 환관들.

[서라!] [역적들을 잡아라!] 황태자측의 환관들이 외치며 추격하려 할 때

[멈춰라!] [돌아와라! 역적들의 추격보다는 전하의 경호가 우선이다.] 백운선자와 흑풍선자가 외치고.

휘익! 휙! 그년들의 말에 급히 돌아와 황태자 주변으로 다시 모이는 환관과 여자 무사들. 청풍은 그때까지 황태자비와 주첨기 앞에 서서 보고 있었고

청풍; (일단락되었군.) 슥! 모자를 두 손으로 더욱 깊이 눌러쓰고

청풍; (자금성에 찾아온 목적은 완수했으니 시끄러워지기 전에 사라지자.) 스윽! 유령익으로 몸을 감싸서 모습이 사라지는 청풍. 투명한 데 윤곽만 보이는 형태가 된다. 헌데 바로 그때

오싹! 소름이 돋아 눈 부릅뜨는 청풍. 커다란 한 쌍의 눈이 뇌리에 떠오른다.

청풍; (저... 저 눈...) 숨이 멈추고. 허공에 눈 부분만 뜬 모습이다. 몸의 다른 부분은 투명하게 변해서 윤곽만 흐릿하게 남은 채 주변과 동화되어 있고

<누군가의 눈에서 뿜어지는 강렬한 시선이 내 몸을 거미줄처럼 휘감고 있어서 움직일 수가 없다.> 투명하게 변한 청풍의 몸이 움찔거리지만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그런 청풍의 몸 주위로 안개로 이루어진 밧줄 같은 것이 칭칭 휘감고 흐르는 형상.

하란; (왜 저러지?) 백운선자 뒤에 한 무릎 꿇은 자세로 앉아있던 하란이 놀라 그런 청풍을 보고

청풍; (혈태자를 일거에 공황 상태로 몰아넣은 것도 바로 이 시선이었다.) 식은 땀 흘리며 곁눈질로 황태자쪽을 보고

<시선의 주인은 물론 다음 대 천자가 될 황태자 주고치고...> 가마 위에 앉아 지긋이 청풍을 보고 있는 황태자. 몸은 힘들어 하지만 시선이 아주 깊고 강렬하다.

청풍; (홍무제 주원장의 핏줄에는 인간의 혼백을 제압하는 불가사의한 힘이 실려 있었던 것이다.) 스륵! 청풍의 투명한 몸이 흔들린다. 움직이려 애쓰고

<저놈도 황태자전하의 박룡안(縛龍眼)에 제압당했구나.> <아무리 무공이 높고 술법에 능하다 해도 하늘을 대신해서 억조창생을 다스리는 <천자의 눈>을 거역하진 못하지.> 가마 앞에 선 백운선자와 흑풍선자가 그런 청풍을 보며 끄덕이고.

흑풍선자; (산중의 짐승들이 호랑이와 마주치면 얼어붙어 저항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벌벌 떠는 투명한 윤곽 형상인 청풍을 보며 끄덕

흑풍선자; (하늘이 천자가 되는 걸 허락한 분의 시선에는 인간의 혼백을 얼어붙게 만드는 권능이 실리게 된다.)

백운선자; (박룡안, 또는 천자안(天子眼)이라 불리는 이 힘에 저항할 수 있는 인간은 단 두 부류다.)

백운선자; (천자와 같은 핏줄을 타고난 황족이거나...) (하늘까지 속일 수 있는 능력이라는 만천신안을 지닌 인간이 바로 그들이다.)

백운선자; (몸에 홍무폐하의 피가 흐르거나 만천신안을 지니지 않은 이상 저놈은 자신의 의지로 손가락 하나 까닥일 수 없을 것이다.) 웃고. 하지만 그 직후

스윽! 바닥에 붙어있던 청풍의 발이 떨어지고. 그에 따라

스륵! 윤곽만 보이는 투명한 청풍의 몸이 흔들린다.

<말... 말도 안되는...> <박룡안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한다!> 경악하는 백운선자와 흑풍선자.

[...] 황태자도 약간 이마 찡그릴 때

파앗! 마침내 바닥에서 두 발이 확 떨어지며 뒤로 휘청거리는 윤곽만 보이는 투명한 청풍의 몸 형상. 눈 부분은 뚜렷하게 보이고.

<맙소사!> <설마 저놈, 황족이거나 만천신안을 지녔다는 말인가?> 경악하는 백운선자와 흑풍선자. 동시에

청풍; [허억!] 쿵쿵! 비틀거리며 물러서며 막혔던 숨을 확 토하는 청풍. 직후

청풍; (더... 더 이상 머물러 있는 것은 위험하다! 이탈해야만 한다.) 스스! 몸이 다시 흐려지는데

<기다려라!> 누군가의 강렬한 생각이 뇌리를 때려 눈 부릅뜨는 청풍

황태자; <고(孤)는 그대가 떠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강렬한 눈빛으로 청풍을 보고. 그러자

부르르! 부릅 뜬 눈을 제외한 몸이 투명한 윤곽 뿐인 청풍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고

청풍; (다시... 황태자의 이능에 몸이 다시 굴복하려 한다.) 부들 부들 떠는 청풍. 그때

황태자; [모습을... 보여라!] 청풍을 지긋이 보며 말하고. 그러자

스윽! 부들 부들 떨리는 양손이 유령익 밖으로 나오고. 유령익이 갈라지며 청풍의 하체가 상당 부분 드러나고

청풍; (손이 제멋대로...) 찡그리는 청풍의 얼굴을 향해 올라오는 두손. 벌벌 떨리며

청풍; (얼굴을 보여서 하등 좋을 게 없는데...) 스륵! 생각하지만 두 손은 이미 유령익의 모자를 벗기고 있다. 그러자

스륵! 유령익의 모자가 완전히 벗겨지며 청풍의 얼굴이 드러난다

[역... 역시 사내였다!] [게다가 아직 새파랗게 어린...] 청풍의 얼굴을 본 환관들과 궁녀들 놀라고. 궁녀들은 얼굴 발개지고

하란; (무공도 신비한데다가 잘 생기기까지 했어.) 얼굴 발그레

[...] 무언가 생각하며 청풍의 얼굴을 보는 황태자

청풍; (얼굴을 들켰으니 이제 명나라가 다스리는 땅에는 발을 못 붙이겠군.) 슥! 체념하며 손을 내리고. 그러자

황태자; [닮았군!] 중얼거리고

[예?] 흠칫! 하며 돌아보는 백운선자와 흑풍손자. 하란도 돌아보고

백운선자; [저 죄인이 누구를 닮았다는 말씀이신지요?]

황태자; [네 어머니의 존함이 혹시 혜(惠)자 금(錦)자 아니냐?] 백운선자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청풍에게 묻고. 그러자

[!] 깨닫고 눈 부릅뜨는 청풍.

그런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환설; [도련님의 부친은 사자천존이시며 어머니는 영락제의 이복누이인 영청공주(永淸公主)님으로 존함이 주혜금(朱慧錦)이시옵니다.] 암자에서 침대에 상체를 세우고 앉아있는 자신을 올려다보며 울던 환설의 모습이다.

환설; [영청공주님의 몸종이었던 천녀는 공주님께서 사자천존님께 하가(下嫁)하실 때 함께 황실을 나왔었사옵니다.]

회상 끝

 

청풍; (단번에 내가 누구 소생인지 알아차렸다.) 놀라고. + [전하께서 추측하시는 대로입니다.] 고개를 숙이고

청풍; [소제(小弟)는 전하께서 생각하시는 바로 그분의 소생입니다.] 슥! 한쪽 무릎을 꿇으며 정중하게 포권하고

<소제?> <전하의 동생을 자처하다니...! 그렇다면 저 사내도 황족이라는 건데...> 놀라는 백운선자와 흑풍선자. 주변의 다른 년놈들은 어리둥절하는데

황태자; [역시 그랬군.] 끄덕이고

황태자; [네 몸에도 홍무폐하의 피가 흐르고 있었던 게야.] 온화한 표정이 되며 고개 끄덕이고

<잠깐! 영락폐하의 이복누이인 영청공주 주혜금의 소생이라면...> <저... 저 놈이 바로 십팔년전에 누군가에게 납치당했다고 알려진 사자천존의 아들이었구나!> 경악하는 백운선자와 흑풍선자. 그때

황태자; [백운!] 백운선자를 부르고. 오른손을 소매 속에 넣으며

백운선자; [예 전하...] 정신 차리며 돌아서면서 고개 숙이고

황태자; [이걸... 가져다주도록 해라.] 떨리는 손으로 옥패를 하나 내밀고.

옥패 크로즈 업. 직사각형의 옥패인데 용이 조각되어 있고 앞쪽에 <免>자가 새겨져 있다.

<저건!> <대역(大逆)의 죄가 아니면 어떤 죄를 짓더라도 벌하지 않는다는 면천패(免天牌)!> 흑풍선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 놀라고. 백운선자는 두 손으로 옥패를 받고 있고

황태자; [초무궁(楚無窮)!] [비록 네가 금기를 범하기는 했으나 두 가지를 감안하여 죄를 묻지 않겠다.] 백운선자가 두 손으로 든 옥패를 들고 청풍에게 다가가는 걸 보며 말하고

흑풍선자; (초무궁!) (역시...) 끄덕이며 청풍을 보고. 그 사이에 백운선자는 청풍의 앞에 이르러 옥패를 청풍에게 내밀고 있다. 청풍은 무릎 꿇은 채 두 손으로 옥패를 받고

황태자; [첫째, 네가 고의 직계는 아니지만 홍무폐하의 따님이신 영청(永淸) 고모님의 핏줄이니 내원에 발을 들였다 해도 사죄(死罪)로 다스릴 수는 없다.] 청풍이 옥패를 받는 걸 보며 말하고

하란; (저... 저 사내... 아니 저분도 황족이셨구나.) 흥분. 얼굴 발개져서 청풍을 보고

황태자; [둘째, 시세가 부득이하여 내원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으며...] 시선을 돌려 아직 기절한 황태자비와 주첨기를 본다. 두 모자는 궁녀와 의사들의 진단을 받고 있는 중이다.

황태자; [세운 공이 실로 지대하니 죄를 물을 수가 없구나.]

청풍; [너그러우신 처분에 감읍할 따름입니다.] 옥패를 손에 든 채 포권하고

황태자;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입궐하여 오늘 일의 뒷수습을 시위장들과 논의하도록 하라.] 가라고 손짓하고. 힘든 표정이고

청풍; [전하의 하명, 명심하겠나이다.] 포권하며 고개 숙이고. 직후

스윽! 청풍의 모습이 다시 투명해진다. 고개 숙이면서 모자가 저절로 올라와 얼굴을 덮어버렸고

<사... 사라졌다!> 모든 사람들 놀라고.

황태자; [역시 핏줄은 속일 수가 없군. 같은 나이 때의 제 아비를 이미 능가한 듯이 보이니...] 웃고

황태자; [피곤하구나. 돌아가자.] 다시 몸을 누이고

[존명!] [전하를 침전으로 모셔라.] [서둘러라.] 백운선자의 지시로 서둘러 가마의 방향을 트는 환관들

백운선자; [여기 뒷정리를 맡아줘.] 가마를 따라가며 흑풍선자에게 말하고

흑풍선자; [그렇게 할게.] 끄덕이고.

월동문으로 나가는 황태자의 가마와 그 뒤를 서둘러 따라가는 백운선자와 환관들.

의사들과 궁녀들이 일부 남아 황태자비와 주첨기를 치료하고 있다. 바닥에 천이 깔렸고 두 모자는 그 천 위에 눕혀져 있다. 거의 알몸이던 황태자비의 몸은 두터운 겉옷으로 가려져 있다. 환관들도 여럿 남아서 양측 사상자들의 시체를 운반하고 있다.

흑풍선자; (한바탕의 폭풍이 지나갔네.) 현장을 둘러보며 생각할 때

[마마! 정신이 드시옵니까?] 외치는 소리에 돌아보는 흑풍선자

[으으으!] 황태자비가 신음하며 눈을 뜨고 있다. 그런 황태자비를 들여다 보며 궁녀들이 외치고 있다

흑풍선자; [마마의 환후는 어떠시냐?] 다가가며 궁녀에게 묻고

[마치 벼락에 맞으신 듯한 증상을 보이시지만 존체에 이상이 있지는 않소이다.] 진맥하던 의사가 궁녀 대신 대답하고.

흑풍선자; [다행이로군요.] 안도. 그때

황태자비; [첨기... 첨기는...?]

의사; [옆에 계시옵니다.] 옆쪽에 누워 역시 진맥 받고 있는 주첨기를 가리키고

황태자비; [무사... 무사하겠지? 잘못 되진 않겠지?] 억지로 일어나려 하고

의사; [황태손께서도 무고하시니 고정하시옵소서.] [잠시 정신을 잃으신 것뿐이옵니다.] 황태자비를 다독여서 다시 누이는 의사와 궁녀들

황태자비; [다행... 다행이다.] [천지신명이 보우하셨어.] 고개 돌려 주첨기 쪽을 보며 안도하며 웃고. 그러라가

황태자비; [우리 모자를 역적의 손에서 구해준 자가 있었을 텐데...] 두리번

흑풍선자; [초무궁공자께서는 전하께서 하사하신 면천패를 받고 떠났사옵니다.]

황태자비; [초무궁?] 흠칫

황태자비; [그 사람... 그 사내의 이름이 초무궁이었느냐?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인데...] 찡그리고

흑풍선자; [초공자는 바로 사자천존에게 하가(下嫁)하셨던 영청공주님의 소생이옵니다.]

황태자비; [아!] 놀라고

황태자비; [맞아! 영청고모님의 실종된 아들 이름이 초무궁이었지! 이제 기억났다.] 흥분

흑풍선자; [세운 공도 있고...] [또 홍무폐하의 핏줄이라 내원에 드나든 것을 불문에 부치시겠다는 전하의 하명이 있었사옵니다.]

황태자비; [그... 그럼...] 기대

흑풍선자; [전하께서는 초공자에게 빠른 시일 내에 입궐하여 저희들과 오늘 일의 뒷수습을 하라 명하셨나이다.] 의미심장한 미소

황태자비; [잘... 잘 되었구나.] 억지로 웃고. 얼굴 발그래지고

흑풍선자; [곧 가마가 도착할 테니 그때까지만 불편하시더라도 참아주시옵소서.] [처소로 모시겠나이다.]

황태자비; [오냐!] 고개 끄덕, 이어

황태자비; (초무궁...) 청풍을 떠올리고

황태자비; (항렬로 따지자면 내게는 시동생뻘인가?) 얼굴 발개지고. 가슴 두근

황태자비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청풍이 자신의 배를 깔고 앉아 손으로 젖가슴 움켜쥐던 장면,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타는 자세로 엎어져 피를 토하던 장면, 자신과 주첨기를 양팔로 나눠안고 날아가던 장면. 자신도 모르게 청풍의 목을 두팔로 휘감던 장면등등

황태자비; (첨... 첨기보다도 어린 그놈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몸속 깊은 곳이 불에 덴 듯이 화끈거린다.) 헉헉

<아무래도 한동안은 열병을 앓겠구나. 쉽사리 치유되지 않을 고통스러운 열병을...> 장내의 광경 배경으로 황태자비의 생각 나레이션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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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다시 황태손 주첨기의 거처가 있던 폐허. [!] 무언가를 느끼고 눈 치뜨는 하란. 건물 잔해에 몸을 숨긴 채. 직후

휘익! 휙! 사방에서 수십명의 환관들이 그곳으로 날아들고

하란; (주변에서 경비를 서던 내관들이 몰려왔어.) 안도하고. 그때

[!] [!] 날아들다가 놀라는 환관들

폐허의 중앙에서 청풍과 쌍둥이 늙은 환관들이 싸우고 있고. 좀 떨어진 곳에서 상처 난 얼굴을 손으로 누른 주첨기(위진천)이 보고 있다. 황태자비도 주첨기 옆에 앉아서 청풍이 쌍둥이 늙은 환관들과 싸우는 걸 보고 있다.

쌍둥이 늙은 환관이 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칼질을 해서 청풍을 공격하지만

청풍은 산보하듯이 걷고 체조하듯이 몸을 유연하게 젖히고 돌려서 그자들의 칼질을 피하고 있다. 모자가 걷혀져 드러난 얼굴과 싸우느라 드러난 팔 다리 외의 몸통은 여전히 유령익에 둘러싸여 있어 주변의 사물과 동화된다.

<저 놈, 누군데 장로님들이 협공을 하시면서도 해치우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얼굴과 팔 다리 외의 몸통이 마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가려진 부분을 보이지 않게 해주는 요상한 천을 몸에 두르고 있다.> 휘익! 휙! 폐허 주변으로 내려서며 놀라는 환관들. 주로 담장 위로 내려서고

[소주!] [무사하십니까?] [다치셨는지요?] 휙! 휘익! 주첨기(위진천)의 주변으로도 내려서는 몇 명의 환관들. 좀 나이가 든 중년의 이자들은 환관들의 우두머리들이다.

하란; (뭐... 뭐야?) 건물 잔해 뒤에서 나오려다가 급히 숨고

하란; (이제 보니 지금 몰려든 것들은 전부 가짜와 내통하는 자들이로구나.) 분노하며 이를 바득. 몸을 숨기고. 그때

주첨기(위진천); [난 신경 쓰지 말고 주변이나 통제하라.] 중년 환관들에게 말하면서 시선은 청풍이 쌍둥이 환관과 싸우는 쪽을 보고

주첨기(위진천); [아버지의 명을 따르지 않는 환관과 궁녀들은 이곳의 상황을 보면 안된다.]

[존명!] [분부 받들겠습니다!] 포권하는 중년 환관들. 한 놈은 급히 겉옷을 벗고. 그자는 겉옷을 상체를 벌거벗은 주첨기(위진천)에게 입혀주려고 벗는 중이다.

[이목을 차단한다!] [본가를 따르지 않는 자들은 현장에 접근시키지 마라.] [이미 목격한 것들이 있으면 살인멸구한다!] 휘익! 휙! 사방으로 흩어지며 외치는 중년 환관들. 그러자

[존명!] [현장을 철저히 차단하겠습니다.] [가자!] 휙! 휘익! 주변으로 몰려들었던 환관들은 다시 사방으로 흩어진다.

하란; (위... 위험해!) 건물 잔해에 더 깊이 숨고.

하란; (정신을 차린 게 들통나면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야.) 겁에 질리는 얼굴. 그때

황태자비; (죽일...) 주첨기 옆에 앉아서 주변으로 흩어지는 환관들 보며 이를 간다. 바로 옆에서는 청풍이 쌍둥이 환관들의 공격을 이리저리 움직여 피하고 있고

<몰려온 환관 놈들이 우리 모자가 위험에 처한 것을 보고도 다시 흩어지고 있다. 그렇다는 건...> 사방으로 흩어지는 환관들을 배경으로 황태자비의 생각

황태자비; (놈들이 전부 저놈의 졸개라는 뜻이다.) 고개 돌려 주첨기(위진천)을 보고. 주첨기(위진천)은 현장에 남은 단 한명의 중년 환관이 벗어준 겉옷을 상체에 걸치고 있는 중이다.

황태자비; (상시태감 위태무!) (그 죽일 놈을 너무 믿고 의지한 결과다.) 이를 갈며 위태무를 떠올리고

황태자비; (십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황실의 살림을 통째로 맡겼으니 제 놈의 수하들로 내원을 가득 채운 게 이상할 것도 없다.) 이를 갈고

황태자비; (만일 저 신장(神將)같은 젊은이가 느닷없이 나타나 도움의 손길을 뻗지 않았다면...) 청풍이 쌍둥이 환관과 싸우는 걸 보며 얼굴 좀 발개지고

<첨기가 위태무의 아들놈으로 바꿔치기 당해서 우리 명나라 황실의 명맥이 끊길 뻔 했다.> 청풍이 쌍둥이 환관들이 그어내는 빗발치는 섬광을 피하는 것을 배경으로 황태자비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 (생각했던 대로다.) 쌍둥이 환관들의 칼질을 피하며 곁눈질. 몰려왔던 환관들이 다시 몰려가는 것을 보면서

청풍; (내원은 위씨부자에게 완벽하게 장악 당해있는 상태다.) 상체에 환관이 벗어준 겉옷을 걸치며 자신을 보는 주첨기(위진천)을 곁눈질

청풍; (즉, 시간을 끌어봐야 지금의 상황이 호전되진 않는다는 뜻이다.) 빠캉! 움켜쥔 양손이 벼락에 휩싸이고

청풍; (이렇게 된 이상 황태자비와 황태손을 데리고 내원을 빠져나가는 것이 최선이다.) (제 아무리 위태무라 해도 금의위와 군부(軍部)에까지 마수를 뻗히진 못했을 테니...) 빠캉! 내저은 오른손에서 벼락이 일어나 노환관1을 때린다. 노환관1은 급히 칼로 벼락을 쳐서 막지만

노환관1; [큭!] 빠캉! 벼락을 막은 충격에 비틀하며 물러서고

슈악! 그 사이에 아주 빠르게 청풍의 목을 베어오는 노환관2

스악! 몸을 젖혀서 그자의 칼질을 피하는 청풍. 헌데

슈칵! 노환관2의 칼이 피하는 청풍을 따라 궤적을 바꾸며 베어오고. 흠칫! 하는 청풍

황태자비; [조심...] 자기도 모르게 비명

주첨기(위진천); (이번에는...) 주먹 불끈. 눈 부릅 기대하고

꽝! 청풍의 목에서 일어나는 폭발

황태자비; [안돼!] 비명 지리고

[!] 하란도 입을 가리며 눈 치뜨고

노환관1; (해치웠나?) 비틀거리던 몸을 세우며 눈 치뜨고. 하지만

청풍; [위험했군!] 쿵! 웅크린 손으로 자기 목을 벨 뻔한 칼을 막은 청풍. 노환관2의 칼이 청풍의 손바닥을 쳤지만 베지 못했다. 청풍의 손은 강철처럼 변해 번쩍거리고

황태자비; [아!] 놀라고 안도

주첨기(위진천); (도강(刀罡)으로 덮여있어서 강철도 간단히 베어버릴 수 있는 동복쌍로의 칼을 맨손으로 막았다?) (그렇다는 건 저놈이 쓴 무공이...) 눈 부릅 뜰 때

노환관1; [칼을 물리게! 철지촌강(鐵指寸罡)이야!] 쩍! 청풍이 날린 벼락을 막은 충격으로 비틀거리던 노환관1이 다급히 외치며 다시 청풍을 베어온다

노환관2; [철지촌강!] 팟! 놀라며 급히 칼을 청풍의 손아귀에서 빼려하고. 하지만

청풍; [늦었다!] 빠캉! 강하게 움켜쥐는 청풍의 손아귀에서 그대로 유리처럼 깨지는 칼.

하란; (아!) 경악하고 안도하고

노환관2; [큭!] 부러진 칼을 잡고 휘청한다. 칼을 잡아 빼려던 힘 때문에

주첨기(위진천); (역시 십절무제의 철지촌강이었구나!) 이를 부득 갈면서도 놀라고

노환관1; [이 괴물!] 쩍! 그 사이에 노환관1의 칼이 다시 청풍의 목을 베어온다. 하지만

청풍; [늙은이들의 도법은 볼만큼 봐서 흥미를 잃었다!] 슈욱! 상체를 뒤로 눕혀서 그자의 칼질을 피하며 비웃고

노환관1; [그렇게 생각하느냐?] [크왓!] 부악! 피하는 청풍을 따라 칼질의 궤적을 바꿔서 내리치는 노환관1. 하지만

캉! 손아귀에 쥐고 있던 노환관2의 부러진 칼날로 노환관1의 칼을 막는 청풍. 오히려

카카캉! 불꽃을 일으키며 노환관1의 칼을 거슬러 올라가는 부러진 칼

노환관1; [!] 카카캉! 자기 칼날을 거슬러 올라오며 불꽃을 튀기는 청풍의 손에 들린 부러진 칼날을 보며 눈 부릅

주첨기(위진천); [조심...] 다급히 외치고. 그자 뒤에 서있던 중년 환관도 눈 부릅 뜰 때

노환관1; [날뛰지 마라 애송이놈아!] 가강! 몸을 틀며 칼날도 홱 틀고. 그러자 그자의 칼날이 채찍처럼 휘어지며 비틀리고

텅! 청풍이 손에 들린 부러진 칼날이 노환관1의 칼날이 홱 돌아가는 힘에 휘감겨 위로 튕겨지고

주첨기(위진천); [그렇지!] 주먹 불끈. 그놈 뒤에 서있던 환관놈도 환호.

노환관1; [크왓!] 휘돌린 칼로 청풍의 가슴을 찔러오는 노환관1.

투쾅! 뒤로 훌쩍 물러서며 부러진 칼날을 던지는 청풍.

노환관1; [쯧!] 캉! 어쩔 수 없이 찔러오던 칼을 돌려서 부러진 칼날을 쳐내는 노환관1. 직후

화악! 물러섰던 청풍이 다시 벼락같이 앞으로 쇄도하며 강철같이 변한 손아귀로 노환관1의 목을 움켜쥐어간다.

노환관1; [큭!] 다급히 몸을 돌리며 칼로 목 부분을 막지만

꽝! 청풍의 강철같이 변한 손에 닿자 역시 박살나는 노환관1의 칼.

파팟! 피핏! 부서진 칼날의 파편이 뒤로 날아 피하는 노환관1의 얼굴과 어깨를 스치며 상처를 낸다.

노환관2; [괜잖은가?] 쩍! 청풍을 뒤에서 공격하며 외치고. 부러진 칼로 섬광을 뿜어내 베어간다

청풍; [그만 하자!] 빠캉! 피하면서 손에서 벼락을 뽑아 노환관2에게 날리고

노환관2; [큭!] 빠캉! 공격하던 칼을 돌려서 벼락을 막아 튕겨나가게 하며 비틀. 직후

화악! 유령익을 넓게 펼쳐 펄럭이며 황태자비와 주첨기에게 낮게 날아드는 청풍. 이어

화악! 콱! 양팔로 두 모자를 끌어안는 청풍. + 황태자비; [흑!] 반사적으로 청풍의 목에 두 팔을 감고 매달리는 황태자비

[!] 눈 부릅뜨는 주첨기(위진천)와 그자 뒤의 중년 환관

화악! 황태자비와 주첨기 모자를 품에 안고 새처럼 날아오르는 청풍. 넓게 펼쳐졌던 유령익이 다시 오그라들면서 황태자비와 주첨기의 몸을 감싼다

주첨기(위진천); [막아라!] 팟! 외치며 날아오르고. 그자 뒤에 서있던 중년 환관도 깜짝 놀라며 날아오르고

[쳐라!] [막아라!] [돌파당하면 안된다!] 휘익! 쐐액! 청풍이 날아가는 쪽 건물들 사이에서도 수많은 환관들이 날아오르며 청풍을 공격해오고. 직후

화악! 유령익이 더 늘어나며 청풍과 황태자비 모자의 몸을 완전히 가려버리고.

스륵! 유령익의 모자도 저절로 움직여서 청풍의 얼굴도 덮어버리고. 그러자

퍼억! 청풍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진다.

[헉!] [사라졌다!] [이게 무슨...] 휘익! 화악! 청풍을 향해 날아오르던 환관들 기겁하고

슈우! 그런 그자들의 머리 위를 날아 넘는 흐릿한 그림자. 물론 청풍이다. 모자도 다시 머리를 덮은 바람에 눈 부위만 보이고.

[찾... 찾아라!] [근처에 있을 것이다.] [요상한 술법을 쓰는 놈이다!] 휘익! 휙! 날아올랐던 환관들 다시 주변의 담장과 건물 위로 내려서며 두리번거릴 때

슈욱! 현장에서 상당히 떨어진 건물의 지붕 위로 나타나는 아지랑이같은 그림자. 물론 유령익에 휘감긴 청풍과 황태자비 모자다

청풍; (저쪽이 내원과 외원을 구분 짓는 운대문쪽일 테지?) 눈만 나타난 청풍이 한쪽을 둘러보고

청풍; (지금쯤 소란을 알아차리고 금의위의 위사들이 운대문 주변으로 운집해있을 것이다.) 팟! 다시 몸을 날리고

청풍; (황태자비 모자를 금의위에 인계하기만 하면 내 역할은 끝...) 빠캉! 생각하며 날아가던 청풍의 몸을 때리는 강력한 벼락.

청풍; (아차...) 감전당해 눈 치뜨는 청풍. 몸을 뻣뻣하게 퍼덕이며

근처 건물 위에 내려서면서 벼락을 날린 자세인 주첨기(위진천). 그자 뒤로 중년 환관이 건물 위로 날아오르고 있고

[끄윽!] 유령익 안에 들어있던 황태자비도 감전되어 눈을 까뒤집으며 기절하고.

청풍; (방... 방심했다!) 화락! 황태자비 모자를 양팔에 안은 채 건물 아래로 추락하고. 몸이 마비되었고

확 다가오는 정원의 돌바닥.

청풍; (이대로 바닥과 추돌하면 두 모자가 위험해진다!) 휘릭! 이를 악물며 사력을 다해 몸을 틀어 등부터 떨어지면서 황태자비와 주첨기를 자기 몸 위로 향하게 만드는 청풍

쾅! 등으로 강하게 바닥을 때리며 추락한 청풍. 황태자비와 주첨기의 몸은 청풍의 몸 위쪽으로 조금 던져진 상태가 되고

퍼억! 뒤이어 옆의 바닥으로 나뒹구는 주첨기와 청풍의 몸 위로 엎드리는 자세로 겹쳐서 널부러지는 황태자비. 기절한 상태고

[잡았다!] [소주께서 놈을 혈전창으로 요격하시는 데 성공하셨다.] 휘익! 휙! 청풍이 추락한 정원으로 새떼처럼 날아드는 환관들

청풍; [끄윽!] 거의 알몸인 황태자비의 몸에 깔려 하늘 보는 자세로 벌벌 떨고. 유령익은 젖혀져서 이제 얼굴과 몸통이 거의 다 드러나 보인다. 청풍과 황태자비의 몸이 벼락에 휘감겨 있다

[잡았다!] [목을 따라!] 쩍! 부악! 날아들면서 황태자비와 청풍에게 칼질을 하는 환관들. 그때

스윽! 지지직! 덜덜 떨리는 손을 쳐드는 청풍. 손이 벼락에 휘감겨 있고

[!] 그걸 발견하고 눈 부릅뜨는 주첨기(위진천)

주첨기(위진천); [조심...] 다급히 외치지만

빠캉! 쩡! 청풍의 쳐든 손에서 몇 가닥의 벼락이 일어나 청풍과 황태자비를 난도질해오던 환관들의 칼로 흘러들어가고

[크악!] [꺽!] 감전되어 퍼덕이며 비명 지르는 환관들

[헉!] [본문의 혈전창이다.] [저놈이 어떻게 혈전창을...] 뒤따라 날아들어 청풍을 난도질하려던 환관들 기겁하며 급정거하고

주첨기(위진천); (내가 날린 혈전창의 힘을 저런 식으로 배출하다니...) 놀라며 이를 갈고. 직후

털썩! 퍼억! 감전되어 청풍과 황태자비 주변으로 나뒹구는 환관들

청풍; (좋지 않은데...) 헉헉 대고 부들부들 떨며 억지로 몸을 일으키는 청풍. 자기 몸에 엎어진 황태자비를 끌어안고

[포위해라!] [놓치면 안된다!] 휘익! 휙! 수많은 환관들이 청풍의 주변으로 날아내려 포위한다.

청풍; (나 혼자라면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겠지만...) 비틀거리며 한쪽 무릎을 꿇는 자세로 일어나 앉고. 거의 알몸인 황태자비를 두 팔로 안은 자세로. 황태자비는 청풍이 일어나는 바람에 뒤집어져서 하늘 보는 자세로 널부러져 있다. 잠옷 저고리가 벌어져 젖가슴이 드러나고 미끈한 아랫도리도 알몸이 드러난다.

청풍; (이 여자와 황태손까지 데리고 빠져나가는 건 만만치 않게 되었다.) 두 팔로 안은 황태자비를 내려다보며 헐떡이고. 지지지! 청풍과 황태자비의 몸이 자잘한 벼락에 덮여있다. 그때

주첨기(위진천); [여기까지다 장가야!] 휘익! 늙은 쌍둥이 환관과 옷을 벗어준 중년의 환관을 대동하고 청풍의 앞쪽으로 내려서는 주첨기(위진천). 주변의 환관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주첨기(위진천); [중과부적!] [네놈이 날고 뛰어봐야 살아서 자금성을 빠져나가지는 못한다.] 청풍의 앞쪽 5미터쯤에 멈춰서며

주첨기(위진천); [그래도 마지막으로 자비를 베풀어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마.]

주첨기(위진천); [그 계집과 애새끼를 남겨두고 떠난다면 막지 않겠다.] 황태자비를 보며

청풍; [개소리는 작작하고...] 슥! 황태자비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고

청풍; [이 자리에서 결판을 지어보자! 누가 죽고 죽을지...] 슥!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몸은 비틀거리지만 눈빛은 강렬하고. 그러자

찡그리는 주첨기(위진천)을 제외한 다른 놈들은 모두 움찔! 한다. 압도당한 모습이고

<먼저 나서면 죽는다.> <저놈 몸에서 내뿜어지는 살기에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구나.> 환관들 압도당해서 비틀거리고

주첨기(위진천); [죽기로 결심했다?] 강렬한 눈빛. 살벌해지고

주첨기(위진천); [그럼 원하는 대로 해줘야겠지.] 우둑! 양손을 쥐어 소리를 내고. 그러자

[노부들이 먼저 상대함세!] [속하들에게 맡겨주십시오 소주!] 쌍둥이 늙은 환관과 중년의 환관들이 그런 주첨기(위진천)의 주변에서 앞으로 나선다. 말리지 않는 주첨기(위진천)

[빚을 갚아야할 게다.] [본가의 형제들을 살상한 대가는 네놈 목숨으로 받겠다.] 쌍둥이 늙은 환관들과 중년의 환관들이 사방에서 청풍에게 무기를 겨누며 접근하고. 무시무시한 기세

청풍; (방금 전 혈전창에 맞은 충격으로 진기의 운용이 순조롭지 못하다.) 지지지! 그러거나 말거나 찡그리는 청풍의 몸을 흐르는 벼락. 아직 몸이 완전히 마비에서 풀리지 않는 모습이고

청풍; (속전속결로 몇 놈을 죽여 기선을 제압해서 내공을 회복할 시간을 벌어야만 한다.) 쩡! 쩡! 양손이 강철처럼 변한다

[철지촌강!] [저놈 손에 무기든 몸이든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해라.] 쌍둥이 늙은 환관들이 긴장하며 중년의 환관들에게 말하고.

[예 장로님!] [제자들이 선공 할 테니 장로님들께서 마무리를 지어주십시오!] 중년의 환관들이 무기를 겨누며 청풍에게 접근하고.

주첨기(위진천); (저 놈...) 찡그리고

<절체절명의 상황이건만 위축되기는커녕 무시무시한 패기(覇氣)를 흘려내고 있다.> 수많은 환관들에게 포위당한 채 유령익을 흩날리며 우뚝 선 청풍의 패기 넘치는 모습을 배경으로 주첨기(위진천)의 생각. 청풍의 뒤에는 거의 벌거벗은 상태인 황태자가 야한 자세로 기절해있다. 주첨기도 근처에 인사불성이 되어 쓰러져 있고

주첨기(위진천); (의심의 여지도 없이 나 위진천의 대업을 가로 막을 걸림돌이 될 놈이다.) 이를 바득

주첨기(위진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오늘 반드시 죽여야만 한다!) 생각할 때.

뿌우우! 갑자기 들리는 웅장한 나팔 소리. 순간

[이... 이 나팔 소리는...] 주첨기(위진천)을 포함한 모든 환관들 기겁하고

[천자(天子)의 행차를 알리는 호붕라(呼鵬螺)다!] 환관들 기겁. 긴장하고. 주첨기(위진천)도 눈 부릅뜨고

청풍; (천자의 행차를 알리는 나각(螺角; 소라 껍질로 만든 악기) 소리라면...) 역시 놀라고

청풍; (북원 정벌을 준비중인 영락제가 남경에 왔을 리는 없고...) (그 사람이 오고 있구나!) 깨닫고.

 

#206>

운대문 밖. 그곳에 모여 있던 동방여명과 금의위 위사들도 깜짝 놀란다. 뿌우우! 나팔 소리가 들리고

위사1; [통령각하! 이 나팔 소리는...] 흥분하며 동방여명을 돌아보고

동방여명; [황태자전하의 친림(親臨;친히 행차함)을 알려 미리 예의를 갖추게 하기 위해 부는 호붕라다.] 끄덕이고. 역시 좀 안도하고

위사1; [환후(患候)중이신 황태자전하께서 직접 나서셔야할 정도면 저희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상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동방여명; [반대로 생각하면 황태자전하께서는 무고하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위사1; [호붕라가 울렸으니 그렇겠습니다.]

동방여명; [게다가 황태자전하께서 나서신 이상 내원에서 벌어진 변란은 곧 종료될 것이다.]

위사1; [송구하지만 그리 판단하시는 근거가...?] 눈치 보고

동방여명; [홍무폐하의 핏줄에는 우리같은 범인들은 상상도 못하는 이능(異能;특이한 능력)이 흐르고 있다.]

동방여명; [일단 그 이능이 발현되면 누구도 저항하지 못한다.] [오직 같은 홍무폐하의 핏줄만이 맞설 수 있지.]

위사1; [그... 그런 비밀이...] 놀라고

동방여명; [황태자전하께서 무고하시고 친히 현장에 왕림하셨다면 곧 상황은 종료될 것이다.] 강렬한 표정으로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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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다시 주첨기의 거처.

퍼퍽! 콰쾅! 허공으로 튀어 올랐던 건물 파편들이 주변에 마구 떨어진다. 담장을 쳐서 무너트리기도 하고. 주변의 정원들이 쑥대밭이 되고

퍼퍽! 퍽! 박살난 건물 파편과 환관들의 시체가 건물 앞쪽에 쓰러져 있는 하란과 동매와 늙은 궁녀들 주변으로 마구 떨어진다. 작게 부서진 목재들과 깨진 기와장들이다. 그러다가

퍼억! 그리 크지 않은 나무 파편 하나가 두 명의 여자무사중 하란의 등을 때리고. 하란은 차가운 인상의 미녀로 묘사

하란; [학!] 충격 받고 퍼덕인다. 이어

하란; [끄윽...] 벌벌 떨며 정신 차릴 때

쿠오오! 화드드드! 엄청난 양의 먼지가 뒤이어 장내를 휩쓸고

하란; [이... 이게 무슨...] 몰려드는 먼지 폭풍과 떨어지는 기와장 파편들 속에서 필사적으로 일어나고

하란; [환관 놈들이 갑자기 암습을 해서 혈도가 찍혔었는데...] 파편에 맞은 등쪽을 손으로 만지며 한쪽 무릎 꿇은 자세로 일어나 앉아 주변을 돌아보고

후둑! 투둑! 퍼억! 짙은 먼지가 휩쓸고 있는 주변에 마구 떨어지는 기와장 파편과 건물 조각들. 그 파편들에 맞는 다른 여자무사와 나이 든 궁녀. 하지만 하란과 달리 그년들은 깨어나지 못한다.

하란; (그... 그렇게 된 거였구나.) 등을 만지며 헐떡. 시선은 동매와 궁녀를 향한 채

<동매와 조(趙)상궁과 달리 낙하물들이 우연하게도 막혀있는 내 혈도를 때려서 해혈(解穴)을 시켜주었을 것이다.> 퍼퍽! 퍽! 동매와 궁녀의 몸에도 떨어지는 기와장 파편들

하란; (물론 정식으로 해혈이 된 게 아니라 내공을 쓰긴 어렵지만 움직일 수는 있게 되었다.) 생각하며 앞을 보고. 그러다가

[!] 눈 치뜨며 앞을 보는 하란

화아악! 휘몰아치는 먼지폭풍 속에 누가 서있는 것이 보인다. 거리는 20미터 이상

하란; (황태자비마마이신가?) 헐떡이며 고개를 빼어 보고. 비록 일어나 앉긴 했어도 아직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는 못한다. 그 직후

[!] 다시 눈 부릅뜨는 하란

화악! 먼지 폭풍이 쓸고 지나가면서 드러나는 모습. 건물이 있던 자리인 축대 위 끝 부분에 상체를 벌거벗은 주첨기(위진천)이 하란에게 등을 보이며 서있다.

하란; (황태손전하!) 눈 치뜨고.

하란;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모르지만 황태손전하께서는 무사하셨구나.) 안도하고. 그러다가

오싹! 소름이 돋아 눈 치뜨는 하란.

쿠오오! 츠츠츠! 주첨기(위진천)의 몸에서 치솟는 벼락과 살기

하란; (아... 아니야!) 숨을 멈추고

하란; (황태손전하에게서 저렇게 지독한 살기가 느껴질 리가 없어!) 슥! 전율하며 옆에 떨어진 커다란 건물 잔해 옆으로 억지로 몸을 움직여 이동할 때

쿵! 먼지가 완전히 갈아 앉으면서 드러나는 장내의 모습. 황태손 주첨기의 거처였던 건물은 완전히 날아갔다. 안에서 폭발이 일어나 밖으로 날아간 모습이고. 다만 축대는 무사하게 남아있다. 그 축대 위에 두명이 마주 서있다. 주첨기(위진천)이 뒷걸음질 친 모습으로 축대 끝까지 밀려와있고 그 앞쪽에 청풍이 왼손을 내민 모습으로 버티고 서있다. 청풍은 눈 부릅뜨고 입과 코로 피를 흘리는 상태다. 뒤집어쓰고 있던 유령익의 모자가 뒤로 벗겨지며 얼굴이 완전히 드러나 있다. 얼굴과 함께 앞으로 내민 왼손. 그 왼손에 쳐들린 유령익 사이로 드러난 다리부분등이 보이지만 나머지 몸통은 주변과 동화되어 투명하게 보인다.

하란; (저자는 누구지?) 억지로 몸을 움직여 주변에 떨어진 건물 잔해 뒤로 숨으려 하면서

하란; (요상한 천을 두르고 있어서 몸통은 주변의 사물과 구분이 되지 않는데...) + [!] 생각하다가 눈 부릅뜨고

청풍의 뒤에 주첨기를 자기 몸으로 덮은 채 엎드린 거의 알몸 상태의 황태자비의 모습이 비로소 보인다. 황태자비는 충격으로 잠깐 정신을 잃었다. 두 모자가 쓰러져 있는 곳은 모든 게 박살나고 날아가 버려서 원래 침실이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황태자비와 주첨기에게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정정도 기절한 채 건물 파편에 덮여 쓰러져 있다.

<마마! 황태손 전하!> 황태자비와 주첨기의 모습 크로즈 업 배경으로 하란의 경악

하란; (그... 그러니까 뭐야?) 초긴장과 경악으로 달달 떨며 건물 잔해로 완전히 숨으며 앞쪽을 보고

<어떤 자가 황태손전하로 위장하려다가 몸을 요상한 천으로 가리고 있는 저 사내에게 저지당했다는 거잖아.> 황태자비와 주첨기 앞에 왼손을 내밀며 우뚝 서서 눈 치뜨고 있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하란의 경악 나레이션.

 

주첨기(위진천); (저 괴물...) 입 주변이 실룩. 이마가 모아지고. 입과 코로는 피가 좀 흐르고 있다

<혈왕의 절기 중 우리 가문에 남아있는 최강의 무공 형극혈강(荊棘血罡)으로 기습했건만 쓰러트리지 못했다.> 눈 부릅뜨고 노려보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주첨기(위진천)의 생각. 왼팔을 유령익 밖으로 내놓고 왼손을 펼친 자세로 서있는 청풍은 입과 코로 피를 흘리고 있는데

주첨기(위진천); (형극혈강에 맞으면 핏속의 철분이 가시처럼 응결되어 몸속을 난도질해버린다.)

주첨기(위진천); (일격필살의 위력을 지닌 형극혈강이라면 저 괴물이라도 죽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거늘...) 생각할 때

황태자비; [으으으...] 충격파에 타격을 받고 잠깐 정신을 잃었던 황태자비가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든다. 그러다가

황태자비; [첨기야!] 정신 차리자마자 급히 상체를 들면서 자신이 몸으로 덮고 있었던 주첨기의 상태를 살피고

황태자비; (정신을 잃긴 했지만 맥은 뛰고 있다.) 떨리는 손으로 주첨기의 가슴을 만지며 안도하고.

황태자비; (이자가 우리 모자를 지켜준 덕분인데...) + [!] 등을 보이고 선 청풍을 돌아보다가 흠칫! 하고

부르르! 스스스! 청풍의 몸을 가리고 있는 유령익과 유령익 아래로 드러난 청풍의 발목 이하의 부분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

황태자비; (몸을 떨고 있어!) 놀랄 때

청풍; [컥!] 피를 왈칵! 토하며 휘청하는 청풍

[!] 눈 부릅 뜨는 주첨기(위진천)

[!] 숨어서 보고 있던 하란도 깜짝 놀라고

퍽! 쩡! 앞으로 내민 청풍의 왼팔과 손바닥에서 가시들이 마구 뚫고 나온다. 길이는 10센티 정도

황태자비; [흑!] 그걸 보고 기겁하고

하란; (맙소사!) 경악

주첨기(위진천); [그럼 그렇지!] 주먹 불끈! 쥐고

황태자비; (가시... 가시가 손과 팔에서 돋아나고 있어!) 경악하고. 그때

청풍; [끄윽!] 툭! 오른손에 들고 있던 비수를 떨구며 뒤로 비틀. 힘을 잃고 늘어트리는 왼팔에서는 붉은 색의 가시들이 마구 튀어나오고 있고

따당! 바닥에 떨어지는 비수

황태자비; [왜... 왜 그러느냐?] 청풍 쪽으로 돌아앉으며 상체를 일으켜

황태자비; [어떻게 된 거야?] 손을 뻗어 청풍을 부축하려 하고. 순간

털썩!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황태자비의 몸을 깔아뭉개며 주저앉는 청풍. + 황태자비; [악!] 청풍의 엉덩이에 배가 깔리며 바닥에 쓰러지고. 이어

콱! 뒤로 넘어지는 몸을 버티기 위해 짚는 청풍의 오른손에 황태자비의 젖가슴이 강하게 움켜쥐어지고. 청풍에게 깔려 누운 채 눈 치뜨는 황태자비

뭉쿨! 청풍의 손아귀에 잡혀 터질 듯이 이지러지는 황태자비의 젖가슴

황태자비; (이놈이 감히...) 젖가슴이 청풍의 손에 움켜쥐어진 채 얼굴이 수치심과 고통으로 새빨개지는데

청풍; [끄윽!] 황태자비를 깔고 앉은 채 몸을 앞으로 조금 숙이며 입과 코로 피를 줄줄. 얼굴은 고통으로 이지러졌고. 힘을 잃은 왼팔은 축 늘어진 채 부들부들 떨리고 있고

퍼퍽! 푸직! 그런 청풍의 왼팔과 손바닥에서는 날카로운 가시들이 마구 삐져나오고 있고

황태자비; (사... 사람 몸에서 가시가 돋아나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청풍의 엉덩이에 배가 깔리고 젖가슴이 청풍이 오른손에 쥐켜진 채로 놀라고. 얼굴은 수치심과 고통으로 발개진 채. 그때

주첨기(위진천); [기분이 어떠냐 도둑놈아.] 안도하고 득의하며 걸어오고

청풍의 엉덩이에 복부가 깔린 채 돌아보는 황태자비

주첨기(위진천); [형극혈강은 접촉만 해도 몸 속에서 가시가 자라게 만드는 무공이다.] [헌데 네놈은 직접 내 주먹과 접촉을 했다.] 지지지! 온몸에서 다시 번개가 흐르고

주첨기(위진천); [지금은 어찌 어찌 형극혈강의 힘을 왼팔에 묶어두고 있는 모양이다만...] [곧 네놈의 심장에까지 파고들어 벌집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청풍의 앞쪽 3미터쯤에 멈춰서고

황태자비; [그... 그런...!] 진저리치고

하란; (흐윽!)

주첨기(위진천); [자비를 베풀어서 고통을 일찍 끝내게 해주마!] 징! 진동하는 손으로 청풍을 겨누고.

황태자비; [피... 피해라! 난 상관하지 말고!] 다급하게 비명 지르고. 그러자

주첨기(위진천);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로군. 표독하고 이기적인 마마께서 다른 인간 걱정을 해주다니...] 그런 황태자비를 보며 비웃고

주첨기(위진천); [조금만 기다리시오. 훼방꾼을 저 세상으로 보내 버린 후 도중에 중단한 운우지락을 끝까지 맛보게 해드릴 테니...] 음험하게 황태자비의 허옇게 드러난 아랫도리를 보고. 황태자비는 발에는 꽃신을 신고 있지만 잠옷 치마는 걷혀져서 아랫도리가 알몸이 된 상태

황태자비; [죽일 놈...] 수치심과 분노로 치를 떨고. 자유로운 쪽 손으로 치마를 끌어내려 드러난 아랫도리를 가리려 하고

주첨기(위진천); [그럼 잘 가라!] 징! 진동하는 손바닥으로 강력한 힘을 청풍에게 쏟아내려 하고.

하란; (안돼!) 절망하고. 그때

청풍; [네놈이야말로... 잘 가라!] 이를 갈며 눈 부릅 뜨고. 순간

텅! 바닥에 떨어져 있던 청풍의 비수가 물고기처럼 허공으로 튀어 오르고

주첨기(위진천); [억!] 뒤로 몸을 젖히며 기겁할 때

투쾅! 물고기처럼 튀어 오른 비수가 미사일처럼 주첨기(위진천)에게 날아들어 스치고 지나간다. 고개 홱 젖힌 주첨기(위진천)의 뺨을 긋고 지나가는 비수

하란; (아!) 손으로 입 가리고

주첨기(위진천); [어검술까지...] 투쾅! 갈라진 뺨에서 피를 뿜어내며 뒤로 날아가면서 내밀었던 오른손으로 강한 진동을 쏟아내는 주첨기(위진천)

청풍; [크아!] 악을 쓰면서 몸을 벌떡 세우면서 그때까지 황태자비의 젖가슴을 움켜잡고 있던 오른손을 쳐들고. 가시가 마구 돋아난 왼팔은 힘을 잃고 늘어트린 상태임 주의

투쾅! 옆으로 홱 젓는 청풍의 오른손을 따라 날아들던 진동이 옆으로 비껴간다

꽝! 옆으로 방향을 튼 진동이 건물이 있던 축대를 날려버린다. 축대와 그 아래 바닥이 직경 5미터 깊이 3미터 정도로 날려버리고

주첨기(위진천); [이화접목이로구나.] 휘릭! 다시 축대 끝으로 내려서며 이를 갈고. 손으로는 뺨의 상처를 누르면서

청풍; [컥!] 손을 옆으로 휘저은 자세로 빙글 돌며 다시 쓰러지는 청풍. 손을 저은 반동으로 황태자비쪽으로 빙글 돌면서 쓰러지려는 모습이고

턱! 몸이 빙글 돌면서 비틀거리던 청풍의 발이 반쯤 일어난 자세인 황태자비의 다리에 걸리고

황태자비; [조심...] 외치며 한손을 내밀어서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는 청풍을 부축하려 할 때

청풍; [끄윽!] 스륵! 그런 황태자비의 몸을 끌어안으려는 자세로 쓰러지는 청풍

황태자비; [악!] 퍼억! 일어나 앉으려다가 다시 넘어지는 황태자비. 반사적으로 두 팔로 청풍을 끌어안으려는 자세가 되었고. 청풍도 그런 황태자비를 오른팔로 끌어안고 올라타는 자세로 쓰러지고

청풍; [끄윽!] 황태자비의 몸에 올라탄 채 축 늘어져 벌벌 떨고. 오른손으로는 황태자비의 어깨 옆의 바닥을 짚은 자세. 왼손은 여전히 축 늘어져 있고

황태자비의 젖가슴을 누르는 청풍의 가슴.

황태자비의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들어간 청풍의 아랫도리와 다리. 그것에 짓눌리는 황태자비의 사타구니

황태자비; (무... 무거워! 바위에 짓눌린 것처럼...) 얼굴 빨개져서 자길 올라탄 청풍을 두 팔로 마주 끌어안은 자세로 할딱이고

황태자비; (하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야.) 할딱일 때.

쿨럭! 고개를 조금 들다가 피를 왈칵 토하는 청풍.

후둑! 청풍의 토한 피가 황태자비의 뺨과 어깨에 흩뿌려지고.

황태자비; [흑!] 뺨과 어깨에 피가 뿌려지는 걸 느끼고 눈 치뜰 때

청풍; [죄... 죄송합니다.] 턱! 헐떡이면서 오른손으로 황태자비의 어깨 옆의 바닥을 힘주어 짚으면서 상체를 일으키고

황태자비; [아니... 아니다!] 두근! 가슴 두근거리고. 억지로 웃고

황태자비; [난... 난 괜잖으니... 신경 쓰지 마라.] 슥! 자기도 모르게 손을 들어서 청풍의 입과 코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주고

주첨기(위진천); (깔끔 떨기로 악명 높은 저 계집이 초면인 사내가 토하는 피를 닦아주다니...) 놀랄 때

청풍; [결... 결례한 죄는 저... 저 말종을 처단한 후에 빌도록 하겠습니다.] 억지로 웃으며 일어나 앉아서 황태자비를 내려다보고

황태자비; [오... 오냐!] [하지만 조심해라!] 얼굴 발개져서 할딱이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고

주첨기(위진천); [뭐? 날 처단해?] 어이없고

주첨기(위진천); [형극혈강에 당해서 저승에 한 발을 들여놓은 놈이 무슨 헛소리를...] + [!] 말하다가 눈 부릅뜨는 주첨기(위진천)

툭! 투툭! 가늘지만 쇠로 이루어진 가시들이 바닥에 떨어진다

쿵! 후두둑! 투툭! 비틀거리며 일어나면서 위로 쳐드는 청풍의 왼팔과 왼손에서 반 뼘 가량의 길이인 가시들이 빠져나와 바닥에 떨어지고 있다. 그 뒤에서 황태자비도 놀란 표정으로 일어나 앉고 있다. 걷혀진 잠옷 치마로 아랫도리를 가리면서

하란; (맙소사!) 손으로 입 가리며 놀라고

주첨기(위진천); (형극혈강에 당해 생겨난 가시들을 몸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설마...) 경악과 공포로 눈 치뜨고

주첨기(위진천); [네... 네놈... 형극혈강마저 운용방법을 알아낸 것이냐?] 불신과 경악

청풍; [무공이든 뭐든... 몸으로 익히는 게 빠르고 효과적인 법이다.] 투툭! 이제 가시들이 거의 다 빠져나온 왼팔을 살피면서 웃고. 가시가 빠져나간 자리에서는 피가 뿜어지고 있고.

청풍; [형극혈강의 기운이 팔 속을 들쑤시고 다니는 바람에 그 원리를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었다는 말이다.] 투툭! 마지막 가시가 빠져나와 떨어지는 왼팔을 보며 말하고. 팔과 손바닥이 피투성이가 되긴 했지만 이제 가시는 없다

주첨기(위진천); (괴물...) 오싹! 소름이 돋아 숨을 멈추고

주첨기(위진천); (몇 시진 전까지만 해도 내 적수가 못 되었던 놈이었는데...) (지금은 내가 지닌 어떤 무공으로도 죽일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굳어질 때

<노부들이 왔네!> <다른 놈들도 몰려오고 있으니 정체를 들키지 않도록 주의하게!> 누군가의 전음이 들려서 눈 부릅뜨는 주첨기(위진천).

주첨기(위진천); (자금성에 잠입해있는 본가의 고수들 중 최강자인 동복쌍로(同腹雙老)가 도착했다.) 안도하고. 그 직후

화악! 쩍! 청풍의 좌우에 돌풍을 일으키면서 나타나며 칼질을 하는 두 명의 늙은 환관. 바로 황태자가 치료 받고 있는 밀실을 지키던 쌍둥이 늙은 환관들이다.

황태자비; [악!] 자기도 모르게 비명

하란; (저것들은 상시태감의 심복들인 동복쌍로!) 놀라고

[!] 투학! 눈 번뜩이며 몸을 팽이처럼 돌리는 청풍

쩍! 한 놈의 칼은 청풍의 머리 위를 지나며 머리카락을 잘라버리고.

서걱! 다른 놈의 칼은 청풍의 옆구리를 베지만 유령익을 베지는 못하고

청풍; (유령익 덕분에 살이 베이지는 않았지만...) 빠캉! 쩡! 얼굴이 고통스럽게 이지러진 채 좌우로 젓는 손에서 벼락이 일어나고

청풍; (칼질에 실린 강력한 경기(勁氣)가 파고들어 허리가 마비된다.) 손을 젓는 청풍의 손에서 벼락이 쌍둥이 환관에게 날아가고

[혈전창!] [억!] 꽝! 빠캉! 다시 몸을 돌려 청풍을 공격하려다가 경악하며 칼을 휘둘러 벼락을 튕겨버리는 쌍둥이 늙은 환관. 둘의 동작이 똑같다.

청풍; (이 늙은이들!) 눈 치뜨며 비틀거리던 몸을 세우고. 휘릭! 스슥! 똑같은 자세로 청풍의 좌우로 내려서는 쌍둥이 환관들

<혈전창을 간단히 막아내는 실력자들이다!> 쩍! 서걱! 청풍의 생각을 배경으로 다시 좌우에서 칼질을 해오는 쌍둥이 환관들. 칼질이 빨라서 칼은 안 보이고 하얀 궤적만 보인다.

청풍; (아차 실수하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쩡! 투쾅! 몸을 휘돌려 두 노인의 칼질을 피하면서 장풍과 벼락을 날리는 청풍

투쾅! 역시 긴장하면서 칼질로 벼락을 튕겨버리거나 피하는 쌍둥이 환관

 

#204>

자금성의 다른 곳. 5미터가 넘는 높은 담장 앞에 화려한 복장을 한 무사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다. 모자를 쓰고 비단옷을 입은 이자들은 금의위 위사들이다. 칼과 창, 검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들이 모여선 앞쪽에는 높은 문이 있는데 굳게 닫혀있다. 문에는 <雲臺門>이라는 글이 적힌 현판이 걸려있다. 지면에서 문까지는 길고 넓은 계단이 몇 개 놓여있다.

[대답해라! 거기 아무도 없느냐?] 탕! 탕! 금의위 위사들 중 나이가 들어 보이는 인물이 계단 위로 올라가 주먹으로 운대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운대문 안쪽에서는 아무 반응도 없고

위사1; [젠장! 환관 놈들이 씨몰살을 당했나? 왜 대답이 없는 거야?] 탕탕! 주먹으로 운대문을 치는 나이 든 위사.

[언제까지 안쪽의 반응만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건가?] [이러다가 정말 심각한 사단이 나는 거 아닌가 몰라?] 위사들 웅성

[하지만 별 수 있는가? 환관이 아니면서 저 운대문 너머로 발을 들여놓는 자는 구족을 멸하는 극형에 처해지는데...] 위사 한명이 겁을 집어먹은 표정으로

[그... 그렇지?] [운대문 안쪽의 내원에서 벌어지는 일은 오직 무술환관들과 여자위사들만이 처리할 수 있어!] 끄덕이는 위사들. 그때

[상황을 보고하라!] 누군가의 호령이 들려 깜짝 놀라 돌아보는 그 위사

모든 위사들이 돌아보는 쪽에서 몇 명의 나이 든 위사들을 거느린 노인이 빠르고 거친 걸음으로 걸어온다. 바로 동방여명이다. 허리띠를 매는 모습으로 걸어온다. 잠자리에서 급히 나온 모습

[통령(統領)님!] [통령각하를 뵙습니다.] 금의위 위사들 일제히 포권하고. 운대문을 두드리던 위사도 급히 포권하고.

동방여명; [내원(內院)에서 무슨 변고가 생긴 것이냐?] 눈 부라리며 다가오는 동방여명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금의위(錦衣衛) 통령 동방여명(東方黎明)>

위사1; [보고 드립니다 각하!] 운대문을 두드리던 위사가 급이 계단에서 뛰어내리고. 다른 위사들은 급히 옆으로 물러서고

위사1; [반각(半刻;7-8분) 전, 내원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난 것이 감지되어 당직을 서던 속하 이하 위사들이 이곳 운대문(雲臺門)으로 집결했습니다.] 턱! 한 무릎 꿇고 포권하며 보고하고

위사1; [하지만 운대문은 굳게 닫혀있고 안쪽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어 상황 파악에 애로를 겪고 있는 중입니다.]

동방여명; [폭발 기점은 어디로 추측되느냐?] 담장 쪽을 보며

위사1; [속하들이 근처에서 가장 높은 건물의 지붕 위에서 목측한 바에 의하면...] 주변을 돌아보고. 동방여명도 돌아본다.

담장 근처에서 가장 높은 3층 건물의 지붕 위에 위사 한명이 서서 목을 빼고 운대문 안쪽을 살피고 있다

위사1; [아마도... 황태손전하의 거처에서 변고가 발생한 듯합니다.] 식은땀 흘리며 동방여명의 눈치를 보며 말하고

동방여명; [황태손전하의 거처!] [확실하냐?] 눈 번뜩이고

위사1; [여러 방향에서 목측(目測)한 것을 종합해 본 바에 의하면 거의 틀림이 없습니다.]

동방여명; [이런 변고가...] 이를 부득 갈고. 주먹 불끈

동방여명; [운대문 안쪽의 환관과 궁녀들은 어째서 반응이 없는 것이냐?] 운대문쪽을 향해 버럭 고함을 지르고.

위사1; [속... 속하들도 그것이 의아하던 참입니다.] 눈치 보며

동방여명; (천시지청술로 살펴 보건데 운대문 근처에는 대기하고 있는 환관 놈들이 여럿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는 다는 건...) 눈 부릅뜨며 운대문을 노려보고

동방여명; (저 환관 놈들이 변고를 일으킨 자와 한 통속이라는 증거!) 이를 부득 갈고

동방여명; (그걸 안다고 해도 금남의 금역인 운대문 안쪽으로는 돌입할 수 없고...) 주먹 부르르 떨고

동방여명; (제발 천지신명께서 황태자전하와 황태손전하를 보우하시길 바랄 뿐이다.) 심각한 표정. 주변의 위사들도 심각한 표정으로 동방여명의 눈치를 살피고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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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 침대 위에 발라당 넘어지는 황태자비. 젖가슴이 출렁. 가랑이가 벌어지고

주첨기(위진천); [좋은 말로 하니까 뭐가 이리도 원하는 게 많아?] 그런 황태자비를 노려보며 눈 부라리고. 이어

주첨기(위진천); [정정!] 돌아보지 않고 외치고

정정; [예 소주!] 마지 못해 대답하고

주첨기(위진천); [이 년이 한번만 더 딴 소리하며 질질 끌면 그 새끼를 밟아 죽여라.] 살벌한 표정으로 황태자비를 노려보며

정정; [분부대로 하겠어요.] 우둑! 다시 주첨기의 가슴을 밟은 발에 힘을 주고. 그러자

황태자비; [... 알겠다!] 비명 지르며 급히 양손으로 치마를 걷어 올리며 가랑이를 벌리고. 짧은 치마가 걷혀지면서 아랫도리가 드러나고

황태자비; [어서... 어서 올라와라! 내가 좋게 해줄 테니...] [대신... 첨기는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해다오.] 울면서 가랑이를 활짝 벌리며. 치마는 허리 위로 걷혀져서 아랫도리가 완전히 드러났다. 발에는 굽이 있는 꽃신을 신은 상태고

주첨기(위진천); [처음부터 그럴 것이지.] ! 히죽 웃으며 황태자비의 몸에 올라탄다. 두 손으로 황태자비의 얼굴 옆을 짚으며 상체를 버티는 자세로

황태자비; [흐윽!] 주첨기(위진천)이 자신의 배 위에 올라타자 수치심에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주첨기(위진천); [내가 준비되었다는 건 몸으로 느낄 수 있을 테고...] 아랫도리를 주첨기(위진천)의 벌린 가랑이 사이에 문지르고

파르르! 떨리는 벌어진 황태자비의 가랑이

주첨기(위진천); [어서 마마의 손으로 마무리를 지으시구려.] 내려다보며

황태자비; [... 오냐! ... 조금만 기다려라.] 두 손을 자신의 사타구니에 넣고. 고개는 돌린 채

무언가를 잡는 황태자비의 손아귀.

주첨기(위진천); [허억!] 고개 젖히며 혼망 가고

황태자비; (... 죽고 싶다!) 입술 악물며 고개 돌린 채 눈 감는 황태자비. 눈 꼬리로 눈물이 흐르고

<하지만 첨기를 살리려면 어쩔 수가 없다!> 다른 손으로 벌린 어딘가로 손으로 쥔 그걸 이끄는 황태자비의 손. 검은 배경으로 벌리고 쥐는 황태자비의 손을 희고 선명하게 보여주고.

주첨기(위진천); [허억!] 혼망 가는 표정이 되고.

주르르! 이를 악무는 황태자비의 얼굴. 감은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완전히 밀착한 황태자비와 주첨기(위진천)의 아랫도리. 주첨기(위진천)의 아랫도리는 경직되어 떨리고. 황태자비의 벌어진 가랑이는 파를 떨리고. 둘의 몸이 결합되었고

정정; (결국...) 한숨 쉬고.

황태자비; (죄송... 죄송해요 여보!) 황태자를 떠올리며 울고. 그때

주첨기(위진천); [얼굴... 얼굴을 돌려라.] 자기 몸 아래 깔린 황태자비를 내려다보며 헐떡이고

황태자비; [제발... 그것만은...]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눈을 감고 애원하고

주첨기(위진천); [?] [지금 네년을 범하고 있는 게 누군지 차마 볼 엄두가 안 나는 것이냐?]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며 잔인하게 웃고

입술 악물며 대답하지 않는 황태자비. 주첨기(위진천)의 아랫도리가 사타구니를 치받을 때마다 몸이 조금씩 흔들리고

주첨기(위진천); [네년이 언제 이런 기막힌 경험을 하겠느냐?] ! ! 몸을 점점 더 거칠게 움직이며 헐떡이고

이를 악문 채 고개를 돌린 황태자비의 몸도 점점 더 크게 아래 위로 흔들리고. 젖가슴이 출렁 출렁

주첨기(위진천); [더 짜릿하게 즐기고 싶으면... 어서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봐라.] [지금 누구하고 교접하는지 네년 눈으로 직접 보란 말이다!] 몸을 점점 더 빨리 움직이면서 음험하게 웃고. 그러자

황태자비; [이 마귀새끼!] 악을 쓰며 고개 홱 돌리면서 눈을 치뜨고

황태자비;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이런 짓을...] + [!] 악을 쓰다가 눈 부릅뜨고

슈욱! 천장에서 유령같은 것이 덮쳐 내려온다. 얼굴의 눈 부위만 보이고 몸은 반투명한 채 흐늘거리는 그 인물은 물론 청풍이고. 유령익 밖으로 나온 오른손으로 비수를 거꾸로 들고 주첨기(위진천)의 등을 찍으려 하고

[!] 주첨기(위진천)의 눈도 부릅떠지고. 자기 몸 아래 깔린 황태자비를 보며

눈 치뜬 황태자비의 눈동자 크로즈 업. 그 눈동자에 얼굴의 눈 부위만 확실하게 드러난 청풍이 덮쳐 내려오는 것이 반사된다

주첨기(위진천); (위험!) ! 옆으로 벼락같이 몸을 굴리며 피하고. + 황태자비; [!] 주첨기(위진천)의 거시기가 아랫도리에서 확 뽑히자 비명 지르며 퍼덕이고. 가랑이는 벌린 채

[!] 정정이 깜짝 놀랄 때

! 비명 지르는 황태자비의 얼굴 옆의 침대를 내리찍는 청풍의 손에 거꾸로 들린 비수

청풍; (이런...) ! 비수를 뽑으며 홱 돌아보고. 황태자비의 옆에 한 쪽 무릎을 꿇은 자세인데 세우고 꿇은 청풍의 두 다리가 유령익 밖으로 드러나 보인다. 그 외의 몸 부위는 아지랑이처럼 흐늘거리며 주변과 동화되어 있고. 이하의 장면에서 청풍은 코 윗부분부터 이마까지의 얼굴만 드러난다.

주첨기(위진천); [웬놈이냐?] ! 옆으로 팽이처럼 날아갔다가 침실 문간에 내려서면서 바지를 추스르고. 건물 밖에서 환관들이 깜짝 놀라며 들여다보고

정정; [소주!] 비명 지를 때, 여전히 한쪽 발로 주첨기의 가슴을 밟은 자세로

주첨기(위진천); [정정! 증거가 남지 않게 주첨기의 얼굴을 뭉개버려라!] 비틀거리는 몸을 세우며 외치고

청풍; (주첨기!) 놀라 눈을 치뜨고 있는 황태자비의 옆에 한쪽 무릎을 꿇은 자세로 정정 쪽으로 홱 고개 돌리고

<그러니까 저 친구가 진짜 황태손 주첨기라는...!> 정정의 발에 가슴이 밟혀있는 주첨기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정정은 주첨기의 가슴에 한 발을 얹어놓은 자세로 청풍을 보고 있는 중이다. 놀라 눈 부릅뜨며.

정정; [예 소주!] 번쩍! 주첨기(위진천)의 지시에 뒤늦게 대답하며 주첨기의 가슴을 밟고 있던 발을 번쩍 쳐든다.

황태자비; [... 안돼!] 고개 돌려 돌아보며 비명

정정; [날 원망하지 마세요 전하!] ! 강하게 주첨기의 얼굴을 밟아가고. 하지만

청풍; [꺼져라!] 빠캉! 외치며 휘두르는 청풍의 비수에서 벼락이 날아가고

정정; [꺄악!] 빠지직! 청풍이 비수 끝에서 내뿜은 벼락에 맞아 비명 지르는 정정.

황태자비; [!] 일어나려는 자세로 안도하며 눈 치뜨고

주첨기(위진천); [혈전창!] 경악하고

정정; [끄윽!] 푸시시! 지지지! 온몸에서 연기와 벼락을 뿜어내며 눈을 까뒤집고 뒤로 쓰러지려는 정정. 벼락에 맞아 몸이 타들어간 모습이고

주첨기(위진천); [네놈, 이제 보니 장청풍이란 도둑놈이었구나!] 분노하고.

퍼억! 온몸이 타들어가며 뻣뻣하게 굳어진 정정의 몸뚱이가 바닥에 나뒹굴고.

황태자비; [첨기야!] 여전히 아랫도리를 드러낸 야한 모습으로 침대 위를 기어서 주첨기가 쓰러져 있는 쪽으로 가려하고. 아직 침대 위. 그 직후

청풍; [위험합니다!] ! 왼팔로 황태자비의 허리를 휘감아 끌어안으며 외치고

황태자비; [... 놔라! 내가 누군지 알고 감히...] 청풍의 팔에서 벗어나려 바둥거릴 때

! 퍼펑! 사방의 벽을 부수며 날아드는 십여명의 환관들. 손에 손에 무기를 들었다. + 황태자비; [!] 그걸 보며 깜짝 놀라는 황태자비

! 서걱! 사방에서 청풍에게 날아드는 환관들의 칼들. 아주 빠르고 살벌하다

황태자비; [!] 그걸 보며 비명

주첨기(위진천); [계집은 죽이면 안된다.] 허리띠를 묶으며 외치고. 하지만 그 직후

! ! 청풍이 바로 잡은 비수를 허공에 대고 이리저리 긋고. 왼팔로는 황태자비의 허리를 감아 안은 채 한쪽 무릎을 꿇은 자세로 침대 위에 앉아서. 직후

! 투학! 청풍과 황태자비를 난도질해오던 칼들이 갑자기 방향을 홱 바꾼다

[!] [칼이 제멋대로 움직인다!] [이게 무슨...] [조심해라!] 환관들 놀라 비명 지르고. 칼뿐 아니라 그자들의 몸뚱이도 공에서 홱 뒤집히거나 방향이 바뀌는데

! ! 서로의 칼로 서로를 찌르고 베어 죽이는 환관들

[크악!] [!] 일제히 비명 지르며 몰살당하는 환관들

주첨기(위진천); [!] 경악

황태자비; [...] 놀라고

털썩! 퍼억! 침대 주변으로 쳐 박히는 환관들의 시체

주첨기(위진천); (일종의 접인공력(接引功力)을 써서 아버지의 수하들을 상잔(相殘)하게 만들었다.) 경악하고. 그때

[소주!] [무사하십니까?] ! 퍼펑! 다시 사방의 벽을 박살내며 나머지 환관들이 침실과 거실로 뛰어든다. 역시 십여명

황태자비; [... 난 상관 말고 내 아들 첨기를 보호해다오.] 청풍의 팔에 안긴 채 바둥대며 애원하고. 청풍은 아직 침대 위에 한쪽 무릎 꿇은 자세로 앉아서 주첨기(위진천)을 보고 있다

청풍; (내 아들 첨기...) 곁눈질로 바둥대는 황태자비를 보며 일어나고

청풍; (역시 이 여자가 황태자비 장씨였구나.) + [걱정하지 마십시오 마마.] ! 침대 옆으로 내려선다. 주첨기의 옆으로. 이어

청풍; [역적들이 마마와 황태손전하를 위해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몸을 숙여서 주첨기 옆에 황태자비를 내려주고.

황태자비; [첨기야!] 주첨기를 끌어안고

황태자비; [미안하다! 어미가 널 볼 면목이 없어.] 주첨기를 끌어안고 몸부림치며 오열하고. 그때

주첨기(위진천); [아버지의 말씀이 사실이었군.]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고. 환관들은 사방에서 청풍을 포위하며 다가오고. 청풍은 얼굴의 눈 부위와 비수를 든 손, 두 다리의 일부만 드러난 모습으로 돌아보고.

주첨기(위진천); [세상에는 가끔 별격의 존재가 나타나곤 한다는데...] 지지지! 늘어트린 양손이 벼락에 휘감기고

주첨기(위진천); [아버지는 당신의 대에 사자천존이란 괴물이 튀어나왔던 것처럼 나의 대에는 네놈이 걸림돌이 될 거라 하셨었다.] 지지지! 주먹 꽉 쥐는 양손으로 벼락을 일으키며 살벌한 표정

청풍; [네 아비가 그런 소릴 했다 이거지?] 피식

주첨기(위진천); [아버지의 말씀을 처음 들었을 때는 반발하는 마음이 들었었지만...] [네놈을 다시 만나고 보니 그 말씀이 추호의 틀림도 없는 것같구나.] 지지지! 온몸이 벼락에 휘감기고 두눈은 강렬하게 번뜩인다. 온몸의 힘을 모으는 모습이고

청풍; [다른 건 몰라도 귀면지존... 아니 상시태감 위태무가 사람 보는 눈은 제법 있지.] 웃고. 그런 청풍의 뒤에서 주첨기를 끌어안고 있던 황태자비가 깜짝 놀라 돌아본다.

황태자비; [... 위태무!] 눈 부릅

황태자비; [... 저 죽일 놈이 위태무와 관련이 있단 말이냐?] 주첨기를 안은 채 이를 갈며 주첨기(위진천)를 노려보고

청풍; [진짜 이름은 모릅니다만...] [혈태자라 불리는 저 역적이 위태무의 아들인 것은 사실입니다.] 고개 조금 돌려 보며 대답하고

황태자비; [죽일...] 극도로 분노하여 이를 갈며 주첨기(위진천)을 노려보고.

황태자비; [하늘에 맹세컨대...] 츠츠츠! 이를 바득 가는 황태자비의 몸에서 칙칙한 살기가 일어나고

황태자비; [네놈과 실오라기 한 올만큼의 인연을 맺은 인간들까지 찾아내 몰살을 시켜버리겠다.] 쿠오오! 주첨기(위진천)을 노려보며 이를 가는 황태자비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치솟고. 눈도 마녀처럼 핏발이 섰고

오싹! 소름이 돋아 눈 치뜨는 주첨기(위진천)

청풍; (숨이 막히게 만드는 살기!) 곁눈질로 그런 황태자비를 보며 숨을 멈추는 표정이 되고

청풍; (원래 천하에서 가장 기가 센 여인인데 무참한 만행을 당한 탓에 살기가 하늘을 찌를 정도로 강해졌다.) + [혈태자! 삼가 조의를 표한다.] 웃으며 주첨기(위진천)에게 포권하고

움찔! 하며 시선을 황태자비에게서 청풍에게 돌리는 주첨기(위진천)

청풍; [넌 말 그대로 역린(逆鱗)을 건드렸다.] 황태자비를 돌아보고

청풍; [덕분에 너 뿐만 아니라 너와 관련된 모든 인간은 주실(朱室;명나라 황실)이 다스리는 땅에서는 살 수 없게 되었다.] 다시 주첨기(위진천)을 보고

주첨기(위진천); [그 새끼 오지랖 하고는...] 피식 웃고

주첨기(위진천); [오늘 일을 영원히 묻어버리면 되는데 뭔 걱정이냐?] [전부 죽여라!] 환관들에게 손짓하고

! 부악! 그 즉시 폭발적인 기세로 사방에서 청풍을 공격하는 환관들. 아주 빠르고 강하게 칼을 휘둘러 온다. 개개인이 막강한 고수들임을 보여주고. 하지만

청풍; [배우는 게 없구나 위가야!] ! 쳐드는 비수에서 벼락이 치솟고

청풍; [이런 버러지들로는 날 어쩌지 못한다는 걸 이미 보았지 않느냐?] 투쾅! 빠캉! 비수에서 사방으로 흩어진 벼락이 덮쳐오던 자들이 무기로 흘러들어가고

[크악!] [!] 휘두르던 무기를 통해 흘러드는 벼락에 감전되어 일제히 비명을 지르는 환관들

황태자비; [...] 안도할 때

주첨기(위진천); [크아!] 부악! 청풍의 바로 앞 허공에 나타나며 강력하게 주먹을 내지르는 주첨기(위진천). 새빨갛게 변한 주먹에서 벼락이 일어난다. 미사일이 날아드는 것같고

청풍; [!] 눈 부릅뜨며 왼쪽 손바닥을 펼쳐서 막는다. 황태자비와 주첨기 모자 앞에 버티고 서서 막는 자세로 전력을 다해 막는 모습

번쩍! 주첨기(위진천)의 주먹과 청풍의 손바닥이 맞닿으며 강렬한 빛이 터지고

황태자비; [!] 터지는 빛 속에서 주첨기의 몸을 자신의 몸으로 덮어 가리는 황태자비

꽈앙! 건물을 밖에서 본 모습. 안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 건물 전체가 밖으로 터져 오른다. 지붕은 위로, 사방의 벽들은 사방으로 터져나간다.

 

#201>

[!] [!] 지진이 난 듯한 진동과 폭발에 휘청하며 경악하는 경비 서던 환관들. 주첨기의 거처가 아닌 다른 곳이다.

[!] [엄마야!] 건물에서 거의 벌거벗은 궁녀들이 겁에 질려 뛰쳐나오고

[이게 무슨 난리야?] [지진이라도 난 거야 뭐야?] 넘어지고 엎어지며 건물 밖으로 뛰쳐나온 궁녀들 벌벌 떨고. 그러다가

흠칫! 하며 주변의 환관들을 보는 궁녀들

환관들이 담장 너머를 보고 있는데. 상당히 떨어진 담장 너머에서 핵폭발이 일어난 것같은 버섯구름이 치솟고 있다.

[... 저긴...] [황태손 전하의 거처쪽인데...] 궁녀들 놀라고. 반면

<일 났다!> ! 굳어진 표정으로 달려가는 환관들

 

#202>

[!] [이게 무슨...] 황태자의 거처. 그곳을 지키던 환관들도 기겁. 멀리 몇 개의 담장과 건물 너머로 버섯 구름이 치솟고 있는 게 보인다.

[!] [!] 지하에 자리한 밀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쌍둥이 늙은 환관들의 눈이 부릅. 드드드! 밀실 통로가 진동하고

[이런...] [소주가 진행하던 일에 문제가 생겼군!] 스스스! 스팟! 사라지는 두 늙은 환관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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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황태손 주첨기의 거처. 환관들이 경비 서고 있고. 그러다가

흠칫! 하는 환관들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황태자비. 늙은 궁녀가 등을 들고 앞 길을 비춰주고 그 뒤를 잠 옷 위에 장옷을 대충 망토처럼 걸친 황태자비가 큰 걸음으로 걸어온다. 장옷에 팔은 넣지 않고 어깨에 걸친 모습. 장옷 속에는 얇은 란제리 형태의 잠옷을 걸치고 있고. 황태자비 뒤로는 검을 찬 두 명의 여자가 따라온다. 눈매가 날카로운 여자 무사들이다. 이 여자 무사들의 이름은 하란과 동매. 전형적인 여자 경호원의 인상. 날렵한 몸매에 상당한 미모들이다. 눈매와 입술이 가늘다.

<황태자비 장씨!> <저 암호랑이가 이 늦은 시간에 여길 왜...> <뭔가 눈치를 챈 것 같다!> 당황하는 환관들

<빨리 소주께 알려라!> 환관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환관이 앞으로 나서며 동료들에게 전음으로 말하고. 이어

환관; [마마!]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황태자비를 막아서고

환관; [야심한 중에 어인 행차이신지요?] 포권하며 묻지만

황태자비; [비켜라!] 살벌한 표정으로 말하며 속도를 줄이지 않고 걸어오고

황태자비; [지금 이 순간부터 내 몸에 손가락 하나라도 대는 놈은 구족을 멸해버릴 것이다!] 살벌한 표정 크로즈 업

오싹! 모든 환관들 소름이 돋아 전율하고

황태자비; [하란(夏蘭)! 동매(冬梅)!] [너희들은 남아서 대기하라!] 옆으로 물러서는 얼굴 굳어진 환관들 사이를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며 말하는 황태자비.

[예 마마!] [봉명하겠나이다,] 등을 든 늙은 궁녀와 두 명의 여자무사, 하란과 동매는 환관들 근처에 멈춰서며 고개 숙이고

<일 났다!> 건물 입구로 통하는 계단으로 다가가는 황태자비의 뒷모습 보며 사색이 되는 환관들. 건물 입구에는 두 명의 환관이 서서 당황

 

#196>

주첨기의 침실.

[!] 흠칫! 하는 주첨기(위진천). 침대에 누운 주첨기의 몸에 걸터앉아 두 손으로 주춤기의 관자노리를 누르고 있던 자세다. 주첨기는 감전된 모습으로 눈을 까뒤집고 있고. 침대 옆에 서서 보고 있던 정정도 깜짝 놀라며 문쪽을 보고. 정정은 짧고 얇아서 야한 잠옷 위에 겉옷을 망토처럼 두른 채 보고 있었다.

<비켜라! 지금 이 순간부터 내 몸에 손가락 하나라도 대는 놈은 구족을 멸해버릴 것이다!> 문 밖에서 들리는 황태자의 음성이 주첨기(위진천)와 정정의 귀에 들리고

정정; <소주! 황태자비 장씨가 쳐들어왔어요!> 문쪽을 보며 전음을 날리고

주첨기(위진천); (이런...) 팟! 급히 주첨기의 몸에서 일어나고

 

#197>

건물 밖.

황태자비; [문 열어라!] 계단을 올라가며 건물 입구를 지키고 있는 환관들에게 명령하고. 살벌한 표정과 삼엄한 기세를 흘리며

[예 마마...] [분... 분부 따르겠사옵니다.] 덜컹! 끼익! 압도당해서 좌우에서 문을 여는 환관들. 문 안쪽은 화려한 거실이고 그 거실 건너편에 또 하나의 문이 있다. 침실로 통하는 문이고

건물 안쪽의 거실로 들어가 침실로 통하는 문으로 다가가는 황태자비의 뒷모습

<소주께 경보는 보냈지만 시간이 촉박했을 수도 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라!> 나이가 가장 많은 환관 놈이 전음을 보내며 곁눈질하고. 여자 무사와 등을 든 나이 든 궁녀쪽이다. 그러자

고개 끄덕이며 여자 무사들과 궁녀 뒤로 접근하는 환관들. 하지만 여자 무사들과 궁녀는 그걸 눈치 채지 못하고 건물 쪽만 보고 있고. 환관들이 건물의 문을 닫고 있다

 

#198>

황태자비; [어미 왔다!] 덜컥! 외치며 침실 문을 열며 안쪽의 침실로 들어서는 황태자비. 직후

[!] 눈 치뜨며 멈춰서는 황태자비

쿵! 침실 안의 광경. 침대에는 얇고 짧은 잠옷의 앞자락이 벌어져 알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있는 정정이 반듯하게 누워있고 주첨기(위진천)가 그런 정정의 몸에서 일어나며 급히 바지를 추스르고 있다. 주첨기(위진천)도 상체를 벌거벗었은 채 바지를 무릎까지 까내린 모습으로 정정의 알몸에 올라타고 있다가 일어나는 모습이다. 둘 다 모두 문쪽을 돌아보고 있고

정정; [흑!] 기겁하며 급히 젖가슴을 두 팔로 가리고

주첨기(위진천); [어... 어머니!] 당황하며 바지를 허리까지 끌어올리며 침대에서 내려오려 하고

황태자비; [미... 미안하구나. 어미가 때를 잘못 맞췄다.] 민망해서 얼굴 조금 붉히며 고개 돌리고. 망토처럼 걸친 장옷을 두 손으로 잡아 앞을 여미면서

주첨기(위진천); [아... 아닙니다.] 바지 끈을 묶으며 침대에서 내려서고. 그 뒤에서 정정은 이불로 알몸을 가리는 시늉하며 일어나 앉고

주첨기(위진천); [헌데 이 밤중에 어인 일로 소자를 찾으셨는지요?] 민망해서 시선을 피하는 황태자비를 음산한 눈으로 노려보며 묻고

황태자비; [네게 급히 물어볼 일이 있어 찾아왔다만... 밤도 깊었으니 아침에 보도록 하자.] 휘릭! 말하며 서둘러 돌아서고.

정정; (위험했어!) 이불로 몸을 가린 채 소리없이 안도의 한숨 쉬고

정정; (조금만 대처가 늦었어도 꼼짝없이 저 암호랑이에게 들킬 뻔했지 뭐야.) 생각하며 곁눈질로 침실 한쪽의 벽에 붙어있는 옷장의 문을 본다.

주첨기(위진천); [심려 끼쳐드려 송구합니다. 아침 일찍 찾아뵙겠습니다.] 역시 안도하며 고개 숙이고

황태자비; [잘 자라.] 말하며 다시 침실 밖으로 나가려 하고. 헌데 그 직후

<어... 어머니!> 누군가의 신음 같은 것이 들려 눈 부릅뜨는 황태자비

황태자비; (첨기?) 홱! 눈 부릅뜨며 고개 돌리고.

쿵! 주첨기(위진천)은 움찔! 놀라며 황태자비를 보고 있는데

침대에 몸을 이불로 가리고 앉아있는 정정의 시선이 침실 한쪽의 벽에 붙은 옷장 쪽을 향하고 있다.

황태자비; (이 상황에서 정정 저 년은 내가 아닌 옷장을 보고 있다.) (그렇다는 건...) 팟! 이를 갈며 그 옷장 쪽으로 돌진하고

정정; (아차!) 기겁하며 옷장에서 황태자비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주첨기(위진천); (이런...) + [왜 이러십니까?] 콱! 손을 뻗어 자기 앞을 뛰쳐 지나가는 황태자비의 어깨를 잡으려 하지만

찌직! 간발의 차이로 주첨기(위진천)의 손은 황태자비의 어깨가 아니라 황태자비가 망토처럼 걸치고 있던 장옷을 움켜잡아 벗기고. 이하 황태자비는 란제리 형태의 얇은 잠옷만 걸친 야한 모습이 된다.

콱! 콱! 장옷이 벗겨져 잠옷만 걸친 야한 모습이 된 황태자비는 옷장 앞에 이르러 양손으로 옷장의 손잡이를 움켜잡고

황태자비; (이 옷장 안에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있다.) 덜컹! 확! 옷장의 문을 양손으로 확 열어젖힌다. 그 직후

[!] 눈 부릅뜨며 옷장 아래를 보는 황태자비

쿵! 드러나는 옷장 안의 모습. 옷들이 걸려있는 옷장 바닥에 시체처럼 쓰러져 있는 주첨기의 모습. 주첨기는 옷을 제대로 갖춰 입고 있다. 차림새 때문에 주첨기는 상체를 벌거벗고 아랫도리에 바지만 걸친 주첨기(위진천)와 구분된다.

황태자비; [첨... 첨기야!] 옷장 문을 열어젖힌 자세로 비명.

 

#199>

[] [!] 건물 밖에서 깜짝 놀라는 여자무사 하란과 동매와 나이 든 궁녀. <첨... 첨기야!> 건물에서 비명이 들리고

<황태자비마마의 비명!> <황태손 신상에 변고가 생겼다!> 콱! 허리에 찬 검을 뽑으려는 자세로 건물로 돌진하려는 하란과 동매. 등을 든 나이 든 궁녀는 당황하며 옆으로 피하고. 하지만 그 직후

펑! 펑! 하란과 동매의 등에 작렬하는 장풍. 그 여자들 뒤에 접근해있던 환관들이 장풍을 날렸다. 궁녀가 깜짝 놀라 돌아보고

털썩! 퍼억! 하란과 동매는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앞으로 나뒹굴고 + 궁녀; [악!] 그걸 보며 비명 지르는데 직후

파팟! 궁녀의 등을 빠르게 찍는 또 다른 환관

털썩! 궁녀도 들고 있던 등을 놓치며 하란과 동매 옆에 쓰러진다.

 

#200>

[흐윽!] 다시 침실 내부. 황태자비가 옷장에서 손을 떼며 비틀. 시선은 옷장 바닥을 향하고 있고.

황태자비; [첨... 첨기!] 옷장 바닥에 쓰러져 있는 주첨기를 내려다보며 눈을 치뜨고

황태자비; [여기 있는 게 진짜 첨기라면 네놈이 가짜라는...] 홱! 이를 갈며 뒤를 돌아볼 때

콱! 그런 황태자비의 목을 움켜잡는 주첨기(위진천)의 강철 같은 손아귀. 정면에서 마주 보는 자세로 목을 쥐었다.

황태자비; [끄윽...] 주첨기(위진천)의 손에 목이 조여져서 눈을 까뒤집으며 벌벌 떠는 황태자비. 너무 강한 충격에 저항할 생각도 못하고 몸이 축 늘어진다.

주첨기(위진천); [황태자비마마! 화를 자초하셨소.] 우둑! 황태자비의 목을 쥐어 쳐들면서. 그 뒤에서 정정이 앞을 가리고 있던 이불을 치우며 침대에서 내려서고 있다

주첨기(위진천); [모른 척 지나갔으면 별 탈 없이 천수를 누렸을 텐데 말이오.] 우둑! 음산하게 웃으며 황태자비의 목을 쥔 손에 힘을 주는데

정정; [고정하세요 소주! 이 계집을 죽이면 안돼요!] 급히 다가와 주첨기(위진천)의 손목을 잡고

황태자비; (계... 계집? 네년이 감히 내게...) 까무라치기 직전이지만 분노하여 이를 갈며 정정을 흘겨보고

정정; [이 계집이 여기 온 걸 알고 있는 인간은 한 둘이 아닐 거예요.] [죽일 경우 소주가 우선적으로 용의선상에 오를 수밖에 없어요.]

주첨기(위진천); [물론 그건 안다.] 찡그리고. 황태자비의 목을 쥔 손에서 좀 힘을 풀고

황태자비; [끄윽...] 숨통이 트이지만 여전히 축 늘어진 채 벌벌 떨고 있고

주첨기(위진천); [그렇다고 이 계집을 살려두었다가는 지금까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겠느냐?] 난감한 표정으로 황태자비를 노려보고

정정; [입이야 막으면 되지요.] 주첨기(위진천)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을 풀며 옷장 속을 들여다보고

주첨기(위진천); [아들놈의 목숨으로 협박을 하자?] 정정과 함께 옷 장 속에 쓰러져 있는 주첨기를 보면서 눈 번뜩

정정;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게 자식 둔 어미라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자식은 어미의 치명적인 약점 아니겠어요?] 배시시 웃으며 몸을 숙여서 주첨기의 상태를 살피고

주첨기(위진천); [일 리가 있는 말이긴 한데...] 여전히 좀 미흡한 표정.

정정; [황태자비마마! 보시다시피 아드님은 아직 살아 계세요.] 주첨기를 끌어안으며 황태자비를 돌아보고.

황태자비; [끄윽...] 목이 잡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곁눈질로 그런 정정을 보고

정정; [하지만 언제라도 세상 하직할 위기에 처한 것도 사실이랍니다.] 주첨기를 품에 안은 채 옷장 밖으로 끌어내어 황태자비에게 보여주며

황태자비; [안... 안된다!] 헐떡! 이고

황태자비; [첨기... 내 아들을 해치지만 마라. 무슨 요구라도 들어줄 테니...] 애원하고

정정; [다행히 마마께서도 상황 파악이 되신 것같네요.] 옷장 앞쪽에 끌어낸 주첨기를 품에 안은 채 앉아서 배시시 웃고. 손으로는 주첨기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주첨기는 눈을 감고 있다.

정정; [아드님은 제가 자금성 밖으로 모시고 나가 잘 보살펴드릴 거예요.] [그러니 마마께서는 저희가 하자는 대로만 따르시면 돼요.] 주첨기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웃고

황태자비; [으으으...] 분노하지만 어쩔 수 없어 눈물만 흘리고. 이를 갈며

정정; [혹시나 헛된 희망을 품을까봐 드리는 말씀인데...] 말하며 침실 입구 쪽을 보고

정정; [마마를 도와줄 수 있는 인간은 이 주위에 없답니다.] 배시시 웃으며 침실 입구쪽을 보고

[!] 황태자비도 목이 조여진 채 침실 입구쪽을 곁눈질하다가 눈 부릅뜨고

침실 문과 그 밖의 거실 문까지 열려 있는데 건물 밖에서는 환관들이 침실 쪽을 들여다 본다.

황태자비; (환... 환관 놈들이 이 상황을 보고도 조치를 취할 생각을 않고 있다.) (그렇다는 건...) 눈 치뜨며 깨닫고

쿵! 환관들 뒤로 바닥에 여자 셋이 쓰러져 있다. 물론 등을 들고 온 나이 든 궁녀와 황태자비의 경호원들인 하란과 동매다. 세 여자가 쓰러진 옆에는 환관들이 서서 돌아보고 있다.

황태자비; (전부... 이 주변의 환관 놈들은 전부 한통속이었구나.) 분노하고 절망하며 이를 바득 갈고

정정; [그럼 약속하신 걸로 알고 아드님은 제가 자금성 밖으로 모시고 나갈게요.] 주첨기를 안고 일어나고

정정; [아드님이 무사하시기를 바라신다면 헛된 마음은 품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침실 입구쪽으로 가려는데

주첨기(위진천); [아니. 안되겠다.] 고개 젓고

정정; [예?] 의아해서 돌아보는 정정

주첨기(위진천); [이 계집에게는 주첨기 외에도 두 명의 아들, 주첨용(朱瞻墉)과 주첨선(朱瞻墡)이 있다는 걸 잊지 마라.] 목을 잡고 쳐들고 있는 황태자비를 노려보며

정정; [소주의 말씀은...] 흠칫! 하고

주첨기(위진천); [매달 한명 씩 무고한 계집들을 희생시키며 제 남편의 수명을 연장해온 독한 계집이다.] 목을 잡은 황태자비를 노려보고

주첨기(위진천); [아들이 두 명이나 더 있는데 주첨기의 목숨에 연연할 리가 없다는 말이다.]

정정; (일리가 있네.) 굳어지고

황태자비; [아... 아니다! 그렇지 않다.] 필사적으로 애원

황태자비; [무슨 짓이든 할 테니 제발 첨기를 해코지 하지만 말아다오.] 애원

주첨기(위진천); [안됐지만 본 공자는 계집이 입으로 하는 맹세를 믿을 만큼 순진하지 않다.] [대신...] 히죽 웃으며

주첨기(위진천); [다른 방식으로 맹세하면 믿어줄 수도 있다.] 휙! 황태자비를 침대에 던지고.

황태자비; [악!] 털썩! 침대에 야하게 나뒹굴며 비명 지르고. 천장을 보는 자세로

정정; (소주께서는 설마...) 얼굴 굳어지고

주첨기(위진천); [바로 몸으로 하는 맹세지!] 바지 끈을 풀며 침대로 올라가고.

황태자비; [흐윽!] 전율하며 상체를 일으키고

정정; (역시...) 입술 깨물고

주첨기(위진천); [강제로 겁탈할 수도 있지만 기회를 한번 주겠다.] 상체를 일으킨 채 치를 떠는 황태자비에게 무릎걸음으로 다가가고. 허리띠를 풀면서

주첨기(위진천); [정말 장남을 위해 비밀을 지킬 생각이라면 자진해서 내게 몸을 열어 봐라.] 슥! 무릎걸음으로 황태자비에게 다가가면서 바지를 아래로 까내리기 시작하고

황태자비; [네... 네놈이...] 수치심과 충격을 받고 이를 갈며 뒤로 물러나 앉고

주첨기(위진천); [장차 국모(國母)가 될 몸으로 차마 그런 짓은 못하겠다면 거부해도 좋다.] [정정!] 황태자비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상체를 세운 자세로 바지를 반쯤 까내린 채 정정에게 말하고

정정; [하명하세요 소주!] 난감하지만 고개 숙이고

주첨기(위진천); [만일 이 계집이 저항해서 내가 강제로 범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면...] 다시 황태자비를 보며 음산하게 웃고

주첨기(위진천); [주첨기의 가슴을 뭉개버려라.] 잔인하게 웃는 주첨기(위진천).

황태자비; [흐윽!] 전율하고

정정; [분부 받들겠어요.] 한숨 쉬며 그때까지 안고 있던 주첨기를 바닥에 던지듯 내려놓고

털썩! 바닥에 떨어져 힘없이 흔들리는 주첨기

정정; [말씀만 하세요 소주.] 콱! 발로 주첨기의 가슴을 밟고

정정; [그 즉시 다다음대 황제가 되었을지도 모를 이 인간의 가슴을 게 껍질처럼 으스러트려버릴 테니까요.] 우둑! 주첨기의 가슴을 밟은 발에 힘을 주고

주첨기; [끄윽!] 가슴이 밞히자 퍼덕이며 신음하고

황태자비; [그... 그러지 마라!] 그걸 보며 비명 지르면서 벌떡 일어나고

황태자비; [너희들... 너희들이 하라는 대로 할 테니까 제발 그 아이를 해치진 말아다오!] 주첨기(위진천) 앞에 무릎 꿇으며 두 손 모아서 싹싹 빌고. 울면서

주첨기(위진천); [결심이 섰다면 시작해라.] 슥! 반쯤 까내렸던 바지를 아래로 완전히 까내리고. 그러자

불끈! 주첨기(위진천)의 아랫도리에서 무언가가 세차게 튀어나오고.

황태자비; [흐윽!] 그걸 보고 눈 치뜨고

주첨기(위진천); [뒤룩뒤룩 살만 찌고 평생 골골 대온 남편과는 사뭇 다를 거요.] 히죽! 거시기를 황태자비의 얼굴 앞으로 내밀며 웃고. 그러자

황태자비; (죽일...) 수치심과 분노에 이를 악물며 고개 돌리는 황태자비

주첨기(위진천); [기왕 이렇게 된 거 마마도 여자로서의 즐거움을 맛보시구려. 원하시기만 하면 밤이 새도록 즐기시게 해드리겠소.] 한손으로 자기 것을 잡아 주무르며 웃고

황태자비; [부... 부탁이 있다!] 고개 돌린 채 수치심에 이를 악물며 말하고

주첨기(위진천); [말해보시오.] 용두질하는 자세로 눈이 벌개진 채 황태자비의 목덜미를 내려다보고

황태자비; [너... 너와 단 둘이 있고 싶다.] [정정이 년보고 첨기를 데리고 나가서 문을 닫으라고 해다오.] 수치심에 떨며 애원하고

정정; (장남이 바로 옆에 있는 상황에서 외간 사내에게 몸을 허락하고 싶진 않겠지.) 공감하지만

주첨기(위진천); [그렇게는 못하겠소.] 히죽 웃으며

찡그리는 정정

황태자비; [어... 어째서냐?] 분노에 치를 떨며 고개 들어 노려보고

주첨기(위진천); [마마께서 장남을 지키기 위해 숭고한 희생을 하는 장면을 다른 사람들도 봐두는 게 좋지 않겠소?] [그래야만 마마가 혹시라도 딴 마음을 먹지 않을 테니까.] 건물 밖에서 들여다보는 환관들을 보면서 말하고

황태자비; [어... 어떻게 그런 소릴...] 분노에 치를 떨고

정정도 소리없이 한숨 쉬는데

주첨기(위진천); [나 지금 몹시 급하오! 허튼 소리 말고 빨리 처리해주시오.] 아랫도리의 거시기를 황태자비의 얼굴에 들이밀면서 재촉하고

황태자비; [그럼... 그 얼굴...] [첨기로 위장한 그 얼굴만이라도 바꿔다오.] 얼굴에 닿으려는 주첨기(위진천)의 거시기를 피해서 다시 고개를 돌리며 애원하지만

주첨기(위진천); [이년이 정말...] 팍! 짜증내며 황태자비의 어깨를 후려치듯 밀어서 뒤로 발라당 나자빠지게 만든다. + 황태자비; [악!] 뒤로 넘어지며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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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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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여전히 자금성. 깊은 밤

<-황태자의 거처> 웅장한 건물. 중년 이상의 나이 지긋한 환관들이 지키고 있고

위 건물의 밀실. 황태자 주고치가 치료 받는 그곳. 중앙의 침대에 황태자가 누워있고 그 옆에 두 사람이 서있는 뒷모습. 남녀인데 황태자비 장씨와 주첨기다. 물론 이곳의 주첨기는 진짜 주첨기가 아니고 주첨기로 위장한 위진천이다. 침대 주변에는 환관과 의사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서있다. 약을 다리는 의사도 있고

황태자비; [한왕이 훼방을 놓은 바람에 이번 달 섭음보정대법(攝陰補精大法)은 도중에 중단되고 말았다.] 침대에 누워있는 황태자를 보면서 말하는 황태자비의 앞모습을 보여주고. 아직 그 옆에 공손한 자세로 서있는 가짜 주첨기의 모습은 음영으로 처리하고 자세히 보여주지는 말고

황태자비; [그 때문에 네 아버지는 하루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 혼수상태에 빠지셨다.] 초조한 표정으로 말하고

황태자비; [촌각을 다퉈서 다시 섭음보정대법을 시술 해드려야 하는데...] [이 긴박한 때에 상시태감은 무얼 하느라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는 건지 원...] 분노하고

주첨기(위진천);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머니.] 스윽! 황태자비의 어깨를 한 팔로 감싸 안으며 말하는 사내. 주첨기의 모습을 한 위진천. 주첨기(위진천)으로 표기. 아직 얼굴은 보여주지 말고

주첨기(위진천); [아버지는 복이 많은 분이라 간단히 잘못 되시거나 하지 않을 것입니다.] 쿵! 처음으로 보여주는 주첨기(위진천)의 모습. 얼굴은 주첨기(위진천)이지만 약간 능글맞은 표정이고

[!] 주첨기(위진천)이 어깨를 끌어안자 움찔하는 황태자비.

황태자비의 어깨를 끌어안은 주첨기(위진천)의 손 크로즈 업. 힘이 꽉 들어간 모습이고. 그 바람에 황태자비의 몸은 주첨기(위진천)의 품에 비스듬히 안기는 자세가 되어버렸다.

주첨기(위진천); [소자가 남경에 머무르는 동안 어떻게 해서든 아버지의 상세를 호전시켜놓겠습니다.] 황태자비를 한 팔로 끌어안은 채 황태자를 보고

황태자비; [말... 말만 들어도 마음이 놓이는구나.] 스윽! 억지로 웃으면서 주첨기(위진천)의 품에서 벗어나고

황태자비; [밤이 늦었으니 그만 가서 자거라.] 옆으로 움직여서 주첨기(위진천)와 멀어지며 침대에 누워있는 황태자를 보고

주첨기(위진천); [소자 걱정은 하지 마시고 어머니야말로 눈을 붙이도록 하십시오.] 슥! 손을 뻗어 황태자비의 손목을 잡고

주첨기(위진천); [내관들에게 들으니 지난 몇 달동안 아버지의 간병을 하시느라 잠을 거의 못 주무셨다던데...] 황태자비의 손목을 한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 손등을 쓰다듬으며

황태자비; [쓸데없는 소리들을...] 한손을 주첨기(위진천)의 손에 잡힌 채 환관들 흘겨보고

환관들 주눅이 들어 황태자비의 시선을 피하고

황태자비; [먼 길 오느라 피곤할 테니 어서 가서 쉬도록 해라.] 슥! 주첨기(위진천)의 손에서 자기 손을 빼며 말하고. 좀 새침하게

주첨기(위진천); [어머니가 잠자리에 드시는 걸 봐야 저도 자러가겠습니다.]

황태자비; [고집하고는...] 한숨. 주첨기(위진천)에게 잡혔던 손을 다른 손으로 만지면서

황태자비; [네 아버지에게 탕제를 드시게 한 후 자러 가마. 약속할 테니 그만 돌아가거라.] 좀 쌀쌀 맞은 표정으로 말하고

주첨기(위진천); [그럼 약속하신 걸로 알고 소자 그만 물러가겠습니다.] 포권하며 고개 숙이고. 이어

돌아서 입구쪽으로 가는 주첨기(위진천). 입구를 지키고 있던 두명의 늙은 환관들이 급히 문을 열어준다. 쌍둥이인 이 늙은 환관들은 위태무의 측근들이고 고수들이다. #73>에서 황태자의 거처의 밀실에 위태무가 처음 모습 들어냈을 때 철문을 지키고 있던 그 늙은 환관들이다.

황태자비; [...!] 늙은 환관들이 열어주는 문으로 나가는 주첨기(위진천)의 뒷모습을 약간 찡그리는 표정으로 보는 황태자비. 주첨기(위진천)이 잡았던 손을 다른 손으로 만지면서

탁! 닫히는 문

황태자비; (뭐지 이 생경한 느낌은?) 당혹

황태자비; (마치 외간 사내의 손에 몸이 닿은 것처럼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몸을 조금 움츠리며 바르르 떨고.

황태자비; (내 속으로 낳은 아들에게 이런 느낌을 받을 까닭이 없는데...) 입술 깨물며 찡그리고

<분명 뭔가 있다!> 황태자비의 얼굴 크로즈 업

 

#189>

황태자의 거처인 그 건물을 밖에서 본 모습. 무기를 지닌 음침한 인상의 나이 지긋한 환관들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고

등을 든 젊은 환관 세 명이 건물 근처를 순찰을 돈다. 삼인 일조인 이 환관들은 황태자의 거처를 지키는 환관들에 비해 젊다. 한 놈이 등을 들고 앞장서고 그 뒤를 칼을 찬 두명의 환관이 따라오는 모습. 건물로 접근하지는 않고 좀 거리를 두고 순찰을 도는 모습. 그러다가

흠칫! 하는 젊은 환관들

주첨기(위진천)이 건물에서 나오고 있는데. 경비 서던 나이 지긋한 환관들이 주첨기(위진천)에게 정중하게 인사한다.

<황태손께서 혼정을 마치고 나오시는군.> <신경 쓰시지 않도록 잠시 여기 서있자구.> 멈춰서며 전음으로 말 주고 받는 젊은 환관들

나이 지긋한 환관들의 배웅을 받으며 황태자의 거처를 등지고 걸어오는 주첨기(위진천).

세명의 젊은 환관들도 옆으로 물러서 길을 터주며 고개를 숙인다.

주첨기(위진천); [밤도 깊었는데 수고가 많다.] 젊은 환관들에게 손 들어 보이며 지나가는 주첨기(위진천). 황송한 표정으로 고개 조아리는 젊은 환관들. 헌데

젊은 환관1; (이건 뭐지?) 세 명의 젊은 환관들 중 등을 들지 않은 두명의 환관중 한 명이 좀 찡그리며 주첨기(위진천)의 뒷모습을 본다.

<모습은 분명 황태손전하이신데...> 주첨기(위진천)의 앞 모습을 배경으로 젊은 환관1의 생각

젊은 환관1; (이유를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느껴지는 건 어째서인가?) (마치 오늘 처음 보는 것처럼...) 멀어지는 주첨기(위진천)의 뒷모습 보며 찡그리고. 그때

젊은 환관2; [뭘 그렇게 보고 있나?] 다른 환관이 환관1을 툭 치고. 흠칫 정신을 차리는 환관1

젊은 환관2; [교대하기 전까지는 쉬지 않고 황태자전하의 거처 주변을 돌아야하는 거 잊었나?] 핀잔 주고. 등을 든 젊은 환관3은 다시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

젊은 환관1; [그... 그래야겠지?] 억지로 웃으며 젊은 환관2와 함께 등을 들고 앞서가는 젊은 환관3을 따라간다.

젊은 환관1; (일 년여 만에 뵌 때문일까?) 곁눈질로 주첨기(위진천)이 걸어간 쪽 보며 갸웃

<황태손께서 마치 딴 사람이 된 것같은 느낌이 든다.> 건물들 사이를 지나가가는 주첨기(위진천)의 모습들 배경으로 젊은 환관1의 생각

 

#190>

황태손 주첨기의 거처. 음침한 인상의 중년 환관들이 지키고 있고. 밤이 깊었지만 그 건물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다. 그러다가

눈 번뜩이며 한쪽을 보는 환관들

그곳으로 오는 주첨기(위진천).

<소주(少主)!> <어서 오십시오.> 전음으로 인사하는 환관들

주첨기(위진천); [준비에는 차질이 없겠지?] 건물 보며 묻고

[정정이 맡은 바 임무를 확실하게 해냈습니다.] 환관 한명이 고개 조아리며 대답하고

주첨기(위진천); [다행이로군.] 환관들 사이를 지나고

주첨기(위진천); [혹시나 삼년여의 세월 동안 살을 섞으면서 쌓인 정 때문에 일을 그르치지나 않을까 우려가 되었었는데...] 끄덕이며 건물 입구로 간다. 건물 입구를 지키던 환관이 급히 문을 열어준다.

 

#191>

건물 내부의 침실.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침대에는 진짜 주첨기가 축 늘어져 있다. 옷을 제대로 갖춰 입은 모습인데 그런 주첨기 옆에는 얇고 짧아서 야해 보이는 잠옷 차림인 정정이 걸터앉아 주첨기를 내려다보고 있다. 정정이 망토처럼 걸치고 있던 겉옷은 침대 아래 널려있고. 주첨기는 눈을 감고 있는데 비참한 표정이고

정정; (마음이 편치는 않네.) 한숨 쉬며 주첨기를 내려다보고

정정; (비록 주군의 명령이긴 했어도 내 처녀를 바친 사내인데 이렇게 보내야한다니...) 주첨기의 뺨을 쓰다듬고.

파르르 떨리는 주첨기의 눈 꼬리.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정정; [몸을 움직이지는 못하셔도 제 말을 들을 수는 있다는 거 알아요.] 몸을 숙이면서 주첨기의 뺨을 쓰다듬고

정정; [할 수 있을 만큼 절 원망하고 저주하세요. 이렇게 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었으니...] 주첨기의 얼굴에 고개 숙이며 속삭이고.

정정; [그래도 전하에게 안길 때만큼은 진심이었다는 건 알아주셨으면 해요.] 주첨기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하지만

대답하지 않는 주첨기. 눈도 뜨지 않고.

정정; (대놓고 저주하거나 악을 쓴다면 내 마음이 조금은 편할 텐데...) 한숨 쉬며 주첨기의 뺨을 쓰다듬고. 바로 그때

[아무리 너라고 해도 제법 오랜 세월동안 몸으로 쌓아온 정은 쉽게 끊을 수가 없는 모양이로군.] 누군가 말하며 침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드는 정정

주첨기(위진천); [하긴 처녀까지 바친 사내를 제 손으로 처리했으니 마음이 편치 않겠지.] 문을 닫고 들어서는 주첨기(위진천)

정정; [소주!] 급히 침대에서 일어나고

주첨기(위진천); [정정 네 역할과 임무는 끝났다.] 다가오고. 정정은 옆으로 물러서고

주첨기(위진천); [내가 황태손을 다루는 과정에 다소 불편한 장면이 벌어질 수 있으니 나가 있어도 좋다.] 침대 앞에 서며 말하고

정정; [아니옵니다.] 공손히

정정; [천녀가 시작한 일이니 끝도 천녀의 눈으로 직접 보고 싶사옵니다.] 고개 숙이고

주첨기(위진천); [맺고 끊는 게 확실한 게 정정 너의 기특한 점이지.] 끄덕이고

주첨기(위진천); [그럼 네 눈으로 직접 보도록 해라.] 침대로 올라가고

주첨기(위진천); [네 모든 것을 바친 사내가 어떻게 삶을 마치는지를...] 주첨기의 몸에 걸터앉고

정정; [예...] 억지로 웃고

주첨기(위진천); [황태손 전하! 비록 기력은 잃었어도 내 말은 들린다는 거 알고 있소.] 지지지! 벼락이 흐르는 양손을 주첨기의 양쪽 관자노리에 가져가고

주첨기(위진천); [지금부터 본좌는 전하만이 알고 있는 은밀한 비밀을 캐낼 작정이오.] 지지지! 벼락이 이는 양손으로 주첨기의 양쪽 관자노리를 잡고

주첨기(위진천); [착뇌이혼술(窄腦離魂術)이란 걸 쓸 건데...] [이름 그대로 기름을 짜듯 뇌를 쥐어짜는 술법이라 좀 고통스러울 거요.] 지지지! 주첨기의 관자노리를 누르는 벼락이 감도는 주첨기(위진천)의 손

[끄윽!] 눈을 치뜨며 감전당한 모습으로 벌벌 떠는 주첨기

[...]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 돌리는 정정

주첨기(위진천); [고통을 줄이는 방법은 마음을 여는 것이오.] [쓸데없이 저항해서 고통을 자초하지 마시오.] 지지지! 양쪽 팔을 타고 올라온 벼락에 감전되는 모습이 되면서 웃고

[끄아아악!] 처절한 비명을 토하는 주첨기. 고개 돌리며 이를 악무는 정정

 

#192>

황태자의 거처

밀실. 침대에 누워있는 황태자. 주변에서 환관과 의사들이 황태자의 상태를 살피거나 약을 짓고 있는데

퍼덕! 갑자기 세찬 경련을 일으키는 황태자의 몸뚱이.

[헉!] [전하!] 깜짝 놀라 돌아보는 환관과 의사들

황태자; [끄으...] 벌벌 떨며 이를 간다. 일어나려 애쓰는 모습. 눈을 까뒤집은 채

[전하! 고정하시옵소서!] [어디... 어디가 불편하신지요?] 환관과 의사들이 황태자를 누르며 진정시키려 하는데

황태자; [첨기... 첨기가...] 끄윽! 벌벌 떨며 신음하고

[전하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빨리 침구와 비상약을 준비하게.] [알... 알겠습니다.] 의사들 서둘러 침과 약을 준비하고

소란을 눈치 채고 문이 열리며 쌍둥이 늙은 환관들이 들여다본다.

[비마마에게 알려야하지 않겠소?] 침대 주위에 있던 환관들 중 한명이 의사들에게 말하고

[좀 더 두고 봅시다.] [오랜만에 침수에 드시러 가셨는데 방해하면 그렇질 않소이까?] [비마마께는 전하의 용태를 지켜본 후에 보고를 올리지요.] 의사들, 황태자에게 침을 놓고 약을 먹이며 말하고

[그렇긴 하지만...] [전하의 용태가 악화되면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난감한 환관들

노환관1; (별일이로군.) 철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는 두 명의 쌍둥이 늙은 환관들 중 한 놈의 눈이 번뜩이고. 이 환관들은 위태무의 측근들이고 고수들이다

<일단 혼수상태에 빠지면 스스로 깨어나 본 적이 없는 황태자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다니...> 무어라 말하려 애쓰며 일어나려 버둥대는 황태자의 모습 배경으로 늙은 환관의 생각. 의사들이 당황하면서 황태자를 진정시키려 한다.

<설마!> 문득 깨닫는 쌍둥이 늙은 환관

<소주께서 주첨기를 해치우려는 걸 알아차렸단 말인가?> <그렇다면 주원장의 핏줄들이 특별한 영적 능력을 지녔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인데...> 서로를 보며 놀라는 쌍둥이 늙은 환관

 

#193>

황태자 거처 근처의 화려한 건물. 여자 무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그 건물의 어느 방. 아주 화려한 침실인데 침대 옆에 서있는 황태자비. 황태자비는 거의 알몸 상태인데 궁녀들이 란제리 형의 얇고 짧은 잠옷을 입혀주고 있다.

궁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잠옷으로 갈아입으면서 찡그리는 황태자비

주첨기(위진천)이 자신의 어깨를 꽉 잡아 품에 끌어안던 장면 떠올리는 황태자비

황태자비; (그놈이 제 조부(祖父)를 닮아 호색하다는 소문이 있더니... 심지어 어미에게까지 못된 마음을 품기라도 한 건가?) 입술 깨물고 얼굴 좀 발개지고

황태자비;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고개 젓고

황태자비; (첨기는 영웅호색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계집을 좋아하긴 하지만 천륜까지 저버리는 짓을 할 아이는 아니다.)

황태자비; (그렇긴 해도... 내 몸을 만지던 손길에는 분명 전과 다른 무언가가 실려 있었다.) 입술 깨물고. 자신의 손을 잡고 쓰다듬던 주첨기(위진천)를 떠올리며

황태자비; (아무래도 직접 만나 확인해봐야겠다.) + [장의(長衣;장옷. 여자들의 외출용 의복)를 준비해라.] 궁녀들에게

[예?] [잠자리에 드셔야하는데 겉옷을 왜...] 궁녀들 당황

황태자비; [가볼 곳이 있다. 서둘러라.]

[예 마마!] [잠시만 기다려 주시옵소서.] 서둘러 옷장으로 달려가는 궁녀들.

황태자비; (이 불쾌한 기분을 해소하지 못하면 한숨도 못 잘 것이다.) 커다란 옷장을 열고. 그 안에 든 수많은 옷들을 뒤지며 고르는 궁녀들 보면서 생각하고

 

#194>

내원의 다른 곳. 잘 가꿔진 정원인데

스윽! 정원의 담벼락을 배경으로 무언가 움직인다. 담벼락이 흐늘거리는 느낌이고. 직후

스윽! 망토에 달린 투명한 모자를 벗는 청풍. 얼굴만 드러나고 몸은 여전히 담벼락과 동화된 형태

청풍; (이곳이 자금성의 내원(內院)...) 얼굴을 제외한 온몸이 담벼락과 동화된 채 주변을 살피고. 이하 장면에서 청풍의 모습은 허공에 얼굴이 떠있는 느낌으로 묘사

청풍; (예상했던 대로 여기까지 들어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곁눈질로 근처의 건물을 보고.

<무시 못 할 수준의 무공을 지닌 고수들이 도처에 잠복해있기 때문이다.> 건물 지붕의 그늘에 검은 옷을 입은 환관이 웅크린 채 앉아서 주변을 살피고 있다.

청풍; (아차 실수하면 저들에게 발각될 테고...) (잠입이 특기인 나라고 해도 유령익의 도움이 없었다면 얼마 못 버티고 발각되었을 것이다.) 슥! 유령익의 앞자락 사이로 두 손을 내밀어 서로 반대쪽 자락을 잡은 채 담벼락에서 몸을 떼고. 곁눈질로 지붕 위에 은신한 환관을 보며

청풍; (역사에 왕조가 등장한 이래 황실의 내원은 철저한 금남(禁男)의 구역으로 존재해왔다.) (황제의 핏줄에 다른 사내의 피가 섞이는 걸 막기 위해서인데...) 스윽! 담벼락에서 떨어져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 정원을 가로질러 간다. 얼굴만 드러나고 몸은 정원의 주변 사물과 동화된다. <프레데터>의 외계인이 스텔스 능력을 펼치는 것같다. 주변 사물이 좀 이지러져 보이는 정도다.

청풍; (황제의 직계 가족 외에 내원에 드나드는 게 허락되는 건 사내구실을 할 수 없는 환관들뿐이다.) 주변 살피며 걸음을 옮기고

청풍; (만일 환관 이외의 사내가 내원에 들어왔다가 들키면 구족(九族)을 멸하는 극형에 처해지게 된다.) 긴장해서 움직이고. 얼굴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청풍; (그 때문에 황궁의 내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는다.)

청풍; (상시태감으로 위장한 귀면지존은 이같은 내원의 은밀한 속성을 이용하여 무언가 음모를 진행시키고 있는 게 분명하다.)

청풍; (비록 반 년 간 휴전을 하긴 했지만 귀면지존의 꿍꿍이는 반드시 좌절시키고 말 것이다.) 슥! 생각하며 다시 모자를 뒤집어쓴다. 직후

<할아버지를 시해한 대가를 뼈아프게 치루도록...> 사라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앞쪽에서 불빛이 어른거리더니

다가오는 젊은 환관들. 바로 황태자의 거처 근처를 순찰 돌던 젊은 환관들 세놈이다. 한 놈이 등을 들고 앞장서고 두 놈이 뒤를 따라오는데

뒤 따라오는 젊은 환관들중 한 놈이 오만상을 쓴 채 무언가 생각한다. 주첨기(위진천)의 모습에서 위화감을 느꼈던 젊은 환관1이다.

젊은 환관2; [왜?] 그런 젊은 환관1을 돌아보며 묻고.

등을 들고 앞장 서 가던 젊은 환관3도 흘깃 돌아보고

젊은 환관2; [무슨 생각이 그리도 많냐? 황태자 전하의 거처를 지나온 후로 내내 오만상을 쓰고 있는 거 알아?]

젊은 환관1; [아무래도 이상해.] 고개 갸웃하며

젊은 환관2; [이상하다니? 뭐가?]

젊은 환관1; [자네들은 황태손 전하의 모습에서 뭐 느껴진 거 없나?]

[뭘 느껴?] [글쎄? 난 감히 바로 쳐다보지도 못해서 딱히...] 갸웃거리는 젊은 환관2와 3

젊은 환관1; [내가 유달리 촉이 좋고 민감한 건 알지?]

젊은 환관2; [육감이 예민하기로는 자네가 어지간한 계집들을 간단히 뛰어넘긴 하지.] 끄덕

젊은 환관1; [그런 내 육감이 황태손에게서 뭔가 위화감을 야기하는 걸 감지해냈다 이걸세.]

젊은 환관2, 3; [황태손에게서 위화감을 느꼈다?] [무슨 귀신 씨 나락 까먹은 소리야?] 어리둥절, 불신의 표정

젊은 환관1; [겉모습은 똑같은데 풍기는 분위기가 전과 달리 느끼하고 음침했었네.] 심각

젊은 환관1; [처음에는 오랜만에 들르셔서 낯설게 느껴진 게 아닌가 했지만...] [불과 일년여만에 사람의 기질이 그렇게 근본적으로 바뀌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네.]

젊은 환관2; [잠깐... 잠깐...] 급히 주변 둘러보며 손을 내밀어서 젊은 환관1의 말을 막고. 등을 든 젊은 환관3도 눈 치뜨며 긴장

젊은 환관2; [그러니까 뭐야?]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 확인하고 젊은 환관1에게 속삭이고. 긴장하고 겁을 먹을 표정

젊은 환관2; [자네 지금 황태손께서 가짜일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젊은 환관1에게 묻고. 젊은 환관3은 겁에 질려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젊은 환관1; [확신은 할 수 없네만...] 목소리 좀 낮추며 주변을 살피면서

젊은 환관1; [황태손이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네.] 진지하게 말하고. 순간

젊은 환관2; [이 사람이...] 콱! 다급히 젊은 환관1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등을 든 젊은 환관3도 사색이 되어 두리번

젊은 환관2; [입 다물어!] [설령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절대 아는 척 해선 안돼!] 젊은 환관1의 입을 틀어막고 주변 둘러보며 겁에 질려서

젊은 환관3; [왕삼 말이 맞다.] [황실의 존폐와 관련된 일은 모른 척 해야만 해.] 다가오고. 역시 주변 둘러보며

젊은 환관3; [나중에 사단이 났을 때 왜 미리 고변을 하지 않았냐고 추궁을 당하기 때문이야.] [자네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 모두 씨 몰살을 당할 수도 있어.] 말 할 때 젊은 환관2는 젊은 환관1의 입을 막았던 손을 떼고

젊은 환관2; [잘 들어 이 친구야.] [방금 그 말이 윗분들 귀에 들어가면 우리 모두 죽은 목숨이야.] 살벌한 표정으로

젊은 환관2; [후환을 대비해서 우릴 살려두지 않을 거란 말일세.] 협박하고

젊은 환관1; [조... 조심하겠네.] 겁에 질려 침 꿀꺽

젊은 환관3; [이십여 년 전 정난의 변 때, 줄 잘못 섰던 내관들이 산 채로 불구덩이에 던져졌다는 거 잊지 말게.] [바로 이곳 금릉의 자금성에서...] 겁에 질려 주변을 둘러보며

젊은 환관2; [우리도 건문폐하를 따르다가 핏줄들까지 싸그리 몰살당한 선배 내관들이 꼴이 될 수 있다는 거 명심해.] 눈 부라리며 젊은 환관1을 윽박지르고

젊은 환관1; [알... 알겠네. 두 번 다시 허튼 소리 입 밖에 내지 않겠다고 약속함세.] 억지로 웃고

젊은 환관3; [알았으면 되었어.] 돌아서고

젊은 환관3; [여기서 너무 지체했네. 빨리 움직이자구.] 앞장 서서 서둘러 가고. 두 놈도 그 뒤를 따라가고. 헌데.

<황태손 주첨기가 가짜일 수도 있다?>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들리고

청풍; (일이 그렇게 된 것인가?) 스윽! 정원의 조경석을 배경으로 얼굴만 나타나는 청풍. 두 손으로 투명한 모자를 벗으면서 눈 번뜩이고. 그런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172>에서 귀면지존이 말하던 장면이다.

 

귀면지존; [피차 초면일 테니 본좌가 소개를 하지!] [네 앞에 있는 그 아이는 본좌의 외아들로 혈태자(血太子)라 불린다.] 청풍의 뒤에서 말하고. 청풍은 혈태자와 마주 선 채 고개만 돌려 돌아보고

회상 끝

 

청풍; (틀림없다!) (이게 바로 귀면지존이 환관으로 위장한 채 황실에서 진행해온 음모의 실체일 것이다!) 흥분하고

<혈태자라는 제 놈의 아들을 황태손 주첨기로 바꿔치기 해서 황실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것!> 스스스! 사라지는 청풍의 모습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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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금릉> 역시 깊은 밤

<-한왕부(漢王府)> 밤은 깊어졌지만 여기저기 불이 켜져 있고 무사들이 경비를 선다.

[!] 두 손에 든 편지를 읽으며 놀라는 한왕. 잠옷 차림이고. 장소는 거실이다.

한왕; [상시태감 위태무의 정체가 귀면지존이다?] 편지에서 눈을 떼며 앞을 보고. 한왕의 앞에는 하원길과 함께 두 명의 남녀가 서있다. 한왕이 귀면지존과 싸울 때 현장에 나타났던 글래머 여자와 깡마른 노인인데 지금은 복면을 쓰고 있지 않다. 둘은 다른 사람들이 볼 때만 복면을 쓴다. 여자는 <건곤일척 자료집 제6페이지의 매영귀희> 캐릭터. 이 작품에서의 이름은 귀희. 노인은 <마면기정 자료집 41페이지 인자태상> 캐릭터. 이 작품에서의 이름은 인조

하원길; [일각 전 소신의 거처에 날아든 편지이온데...] 고개 조아리고. 앞으로 모진 두 손에는 편지 봉투를 한 장 들고 있다.

하원길; [그저 누군가의 장난질로만 볼 수는 없는 내용인지라 전하의 침수(寢睡;잠의 높임말)를 방해하는 죄를 짓게 되었습니다.] 두 손에 들고 있던 편지 봉투를 조금 들어 보인다.

한왕; [어젯밤의 일전을 통해 위태무가 귀면지존일 거라는 심증은 확고해졌었다.] [헌데...] 편지를 읽으며 흥분하고

한왕; [삼황 중 으뜸이라는 천마의 무덤, 천마총의 장보도까지 위태무가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흥분하고

<천마총의 장보도!> 귀희와 인조도 놀라 흠칫! 하며 눈을 치뜨고

하원길; [낮에 해하촌이란 빈민가에서 일어난 대폭발로 미루어볼 때 그 편지의 주장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원길; [천하를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도둑인 천불투가 위가대원에 잠입하여 천마총의 장보도를 훔쳐내었으며...]

하원길; [이를 알아차린 위태무, 즉 귀면지존이 해하촌에 숨겨져 있던 천불투의 거처를 습격했던 것입니다.] [천불투는 그 과정에서 폭사했고...]

한왕; [무림을 배후에서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거물 귀면지존이 해하촌같은 빈민가에 직접 나타났던 이유는 그렇게 밖에 설명이 안되겠군.] 끄덕

하원길; [편지를 보낸 자는 자신이 천불투의 친인이며...] [딱히 복수 할 방법이 없어 전하께 제보를 했다는 추신(追信)이 봉투에 적혀있었습니다.] 들고 있던 봉투를 두 손으로 들어서 보며. 봉투에도 글이 적혀있다

한왕; [귀면지존 위태무!] [네놈이 환관으로 위장하여 남경분조를 농단해왔을 뿐 아니라 천마총의 장보도까지 갖고 있다 이거지?] 얼굴이 탐욕스럽고 흉포하게 변하고

한왕; [네놈을 잡아 족칠 이유가 한 가지 더 늘었구나.] 흐흐흐! 웃고. 그때

<예상했던 대로의 반응이로군.> 누군가의 생각이 읽혀서 눈 부릅뜨는 귀희.

한왕; [하원길! 즉시 수하들을 풀어 위가대원을 물 샐 틈 없이 감시...] + [!] 말하다가 눈 부릅. 스팟! 귀희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진다.

[!] 스슥! 뒤이어 인조의 모습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한왕과 하원길은 눈 부릅 뜨며 문쪽을 보고

하원길; [전하!] 긴장하며 문쪽을 보면서 뭐라 하려는데

한왕; [그만...] 손 들어 하원길의 말을 막으며 역시 문쪽을 보고.

한왕;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술법(術法)의 달인인 귀희(鬼姬)와 자객들의 조상인 인조(忍祖)가 나섰으니 해결 될 것이다.] 자신에 찬 표정으로 말하고

 

#183>

건물 밖의 정원. 넓고 잘 가꿔진 중국식의 정원

스팟! 정원 한쪽에 유령처럼 나타나는 인조.

정원 중앙에 서서 눈을 감은 채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돌리고 있는 귀희의 모습이 보인다. 헌데

슈우! 허깨비같은 형상들이 귀희를 중심으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무언가를 찾고 있다. 허깨비들은 갑옷과 투구를 쓴 마귀들의 형상이다.

인조; (귀희가 이계(異界)에서 불러낸 귀병(鬼兵)들을 부려서 무언가를 찾고 있군.) 귀희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침묵하며 기다리고. 직후

눈을 감은 귀희의 이마가 좀 찡그려지고

천천히 눈을 뜨며 고개를 좀 갸웃하는 귀희. 이어

귀희; [요상한 일도 다 있네. 내가 실수한 게 아닌 건 분명한데...] 슥! 중얼거리며 손을 허공에 대고 젓고. 그러자

스스스! 사라지는 허깨비들

인조; [감지되는 것이 없는가?] 다가가며 묻고

귀희; [분명 어떤 자의 사념(思念)이 제 혼백에 포착되었었어요.] [헌데...] 손가락으로 관자노리를 누르면서 찡그리고

귀희; [도망칠 틈을 주지 않고 추적했음에도 그자의 기척이 끊겨버렸군요.] 다시 주변을 살펴보고

인조; [당금 천하에서 귀희의 이목을 이렇게 간단히 벗어날 수 있는 인간은 손가락으로 겨우 꼽을 수 있을 정도가 아닌가?]

귀희; [무산(巫山)의 난쟁이 년이 저의 종적을 알아차린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좀 초조한 표정이 되어 입술을 깨물고

인조; [신녀문(神女門)의 당대 문주이며 귀희와는 동문인 불로왜선(不老倭仙)이라면 그럴 가능성도 있지.] 역시 긴장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귀희; [저는 한왕부 안팍을 한 번 더 둘러볼 테니 전하의 경호는 인조께서 맡아주세요.] 스스스! 온몸이 투명해지며 조각조각 나뉘면서 말하고

인조; [그럼세.] 끄덕이고

<기척이 느껴졌던 인간이 불로왜선 풍완령(馮玩鈴), 그 난쟁이 년만은 아니길 바랄 뿐이다.> 퍼억! 다음 순간 수많은 나비 모양으로 변해서 사방으로 흩어지는 귀희의 모습

인조; (신녀문의 술법은 과연 경이롭군.) 사방으로 흩어지는 반투명한 나비 모양을 보며 생각하고

인조; (저 정도의 술법을 지닌 귀희조차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불로왜선이라는 존재도 있고...) 스스스! 인조의 모습도 흐려지고

<세상은 역시 넓고 기인이사는 헤아릴 수도 없이 많구나.> 퍼억! 사라지는 인조의 모습 배경으로 인조의 생각 나레이션. 헌데

 

<인조... 귀희... 불로왜선...> <당금 무림에 그런 이름의 고수들이 존재했었나?> 정원 한쪽의 바위를 쌓아 만든 가짜 산 근처에서 누군가의 생각이 떠오르고

청풍; (도척총림의 정보망에도 포착되지 않는 고수들이 속출하는구나.) 스륵! 바위 중 하나의 표면이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청풍의 얼굴이 드러난다.

청풍; (인조와 귀희라는 저 둘의 실력도 한왕을 간단히 능가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스윽! 바위에서 등을 떼고 일어나는 청풍. 손에는 얇고 흐늘거리는 천을 들고 있다. 물론 그 천은 청풍이 백변음마로부터 물려받은 유령익이다.

청풍; (백변음마로부터 물려받은 이 유령익(幽靈翼)이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들킬 뻔했다.) 스슥! 유령익을 어깨에 두르고. 유령익의 전체 형상은 모자가 달린 망토의 형태인데 길이가 길어서 발치까지 끌린다. 목 부분에는 똑딱이 단추가 달려서 조일 수 있다.

청풍; (유령익은 내공을 주입하면 주변 사물과 동화할 뿐 아니라 기척과 혼백까지도 차단시켜준다.) 딸칵! 똑딱이 단추로 목 부분을 조이고

청풍; (덕분에 귀희라는 여자가 술법을 써서 부리는 존재들에게도 들키지 않을 수 있었고...) 스윽! 모자까지 뒤집어쓰는 청풍. 모자는 크서 앞으로 늘어져 눈 바로 위에까지 온다. 그러자

스스스! 주변의 사물과 동화되는 청풍의 몸. 모습이 주변과 완전히 동화되고 이제 눈 부위만 보인다

청풍; (불씨는 확실히 던진 셈이 되었다.) 스스스! 그 상태로 카멜레온처럼 주변과 동화되어 움직이는 청풍. <프레데터>의 스텔스기능과 같다

<위가대원과 위태무는 한왕이 처리해줄 테니 난 자금성에 잠입해보자. 분명 위태무가 황태자와 관련되어 무슨 일인가 꾸미고 있는 게 확실하니...> 스스스! 사라지는 청풍.

 

#184>

<-자금성> 역시 깊은 밤.

어느 건물. 아직 불이 켜져 있는데 눈빛이 음침한 환관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전부 중년의 나이인 환관들은 건물을 빙 둘러 서있는데 그 중 두 명은 건물 입구 좌우에 서있다.

그 건물로 다가오는 일남일녀. 등을 든 나이 든 환관이 앞장서고 그 뒤를 뚜껑이 닫혀있는 찻잔이 올려진 작은 쟁반을 든 늘씬한 궁녀가 따라온다. 궁녀는 <아랑힐월>에 나온 궁녀 <정정> 캐릭터인데 차림새가 좀 야하다. 알몸에 얇고 짧은 잠옷을 입고 그 위에 겉옷을 망토처럼 두른 차림이다. 이 작품에서도 이년의 이름은 정정

환관1; [어서 와라 정정(淨淨)!] 경비 서던 환관들중 나이가 가장 많아 보이는 자가 대표로 아는 척하고

정정; [황태손(皇太孫)께서는?] 건물을 흘낏 보며 환관1에게 묻는 정정. 배경으로 나레이션. <-황태자비 수종(隨從) 궁녀 정정>

환관1; [침수 드시기 전에 혼정(昏定;부모님께 드리는 밤 인사)을 준비중이시네.] 음침한 표정으로 히죽 웃으며 말하고. 정정과 암묵적으로 뭔가 내통하는 모습이고

정정; [그럴 리야 없겠지만...] 환관들을 지나 건물 입구로 통하는 계단으로 가고

정정; [일 끝날 때까지 방해가 없도록 해주세요.] 말하며 계단을 올라가고. + 환관1; [걱정 말거라. 쥐새끼 한 마리 얼씬하지 못하게 할 테니...] 히죽 웃으며 대답하고

끼익! 정정이 계단을 다 올라가자 문 옆에 서있던 환관이 문을 열어주고.

건물로 들어가는 정정. 문 안쪽은 바로 침실이 아니고 화려한 거실이다. 거실 건너편에 침실로 통하는 문이 있다.

환관1; [드디어 시작되었군.] + 환관2; [정확하게는 시작이 아니라 끝이지!] 탁! 정정이 들어가자 다시 닫히는 문을 보며 경비 서던 환관들 눈 희번득이고

환관2; [팔자에도 없는 환관 노릇, 오늘밤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야.] 음산하게 웃는 얼굴 크로즈 업. 이 장면의 환관들은 진짜 환관이 아니라 위태무의 졸개들이다.

 

#185>

건물 내부. 화려한 침실인데 넓이도 상당하다. 황태손 주첨기가 침대 옆에 세워져 있는 거울 앞에서 혼자 옷을 단정하게 여미고 있다. 그때

끼익! 오른손으로 침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정정. 왼손으로는 쟁반을 든 채. 침실 밖은 화려한 거실이고

정정; [전하!] 탁! 문을 닫고 주첨기에게 다가가고

주첨기; [어서 와라 정정.] 돌아보고

정정; [삼경(三更)도 이미 훌쩍 넘긴 늦은 시간이고...] 다가오며

정정; [북경으로부터 먼 길 오시느라 피곤하실 텐데 오늘 하루정도는 혼정을 거르셔도 되지 않을런지요?] 주첨기의 눈치 보면서 말하고

주첨기; [혼정을 거르라고?] [지금 날 불효자로 만들 셈이냐?] 그런 정정에게 눈을 흘기고

정정; [송구하옵니다.] 다가와 멈춰서며 고개 숙이고

주첨기; [내가 아무리 피곤하다 해도 아바마마의 간병으로 고생하시는 어마마마만 하겠느냐?] 한숨 쉬며 말하고

주첨기; [무엇보다 내가 직접 가서 권하지 않으면 어마마마께서는 잠자리에 들 생각조차 않으실 게다.] [혼정을 핑계로 찾아뵙고 그만 주무시게 해야만 한다.] 옷 마무리한 걸 살피고

정정; [천녀의 생각이 짧았사옵니다.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고개 숙이며 두 손으로 쟁반을 내밀고

주첨기; [무어냐?] 쟁반 위의 찻잔을 보며 묻고

정정; [고려인삼으로 다린 삼정차(蔘精茶)이옵니다.] [드시면 피로가 조금은 가실 것이옵니다.] 딸칵! 한손으로 찻잔의 뚜껑을 열면서

주첨기; [귀하디 귀한 고려인삼으로 차를 다려온 목적이 그저 피로 회복만은 아니겠지?] 히죽 웃으며 한손으로 찻잔을 잡고

정정; [예?] 짐짓 어리둥절한 표정

주첨기; [산삼(山蔘), 산정(山精)이라고도 불리는 고려인삼이 세상에서 으뜸가는 정력제(精力劑)이기도 하다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잖느냐?] 찻잔을 입으로 가져가며 음험하게 웃고

정정; [전... 전하...] 얼굴 발개져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주첨기; [이걸 마시고 혼정을 다녀올 때쯤이면 고려인삼의 뜨거운 기운이 온몸에 퍼지겠지.] 찻잔을 입에 가져가고

주첨기; [정정 너와는 근 일 년여 만에 만난 것이기도 하고...] 차를 마시면서 은근한 시선으로 정정의 몸을 살펴보고

정정; [제... 제법 오랜만에 뵙는 것이긴 하지요?] 수줍어하며 겉옷으로 몸을 여미고.

주첨기; [날이 밝을 때까지 한숨도 못 자게 괴롭혀줄 테니 각오 단단히 하고 기다리거라.] 말하며 원샷으로 차를 마시고.

정정; [그... 그런 말씀, 부끄럽사옵니다.] 눈 흘기면서도 좋아하는 척 하고.

주첨기; [속으로는 좋으면서 무슨 내숭을...] 웃으며 찻잔을 입에서 떼고. 하지만 그 직후

[!] 무언가 느끼며 눈 부릅뜨는 주첨기

주첨기; [헉!] 현기증 느끼며 비틀. 주변의 모든 사물이 아지랑이처럼 휘어지고

정정; (역시!) 눈 반짝이며 보고.

주첨기;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주체할 수 없는 현기증이 일어난다.) 툭! 들고 있던 찻잔을 떨구며 비틀 하고...

쨍그랑! 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찻잔. 이어

주첨기; [큭!] 털썩! 온몸에서 힘이 빠져 바닥에 널부러지는 주첨기.

 

#186>

건물 밖에서 돌아보는 환관들. 쨍그랑! 찻잔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하지만

[끝났군!] [예상했던 대로 주가놈은 의심도 하지 않고 실맥산(失脈散)을 탄 차를 마셨어.] [역시 정정이가 일 하나는 확실하게 해.] 음침한 표정으로 웃는 환관들.

[새삼 깨닫는 것이지만 계집들은 참 독해.] [그러게나 말일세. 삼년 넘게 사실상 부부로 살아온 사내에게 망설이지 않고 독을 먹이기도 하니...] 혀를 내두르며 건물 쪽을 보는 환관들

 

#187>

다시 방안.

[끄윽!] 주첨기가 바닥에 쓰러져 벌벌 떨고 있고 그 옆에서 정정이 내려다본다. 두 사람 사이에는 깨진 찻잔이 뒹굴고 있고

주첨기; [정... 정정... 너 차에 무슨 짓을...] 끄윽... 신음하며 정정을 올려다보고. 눈에 초점이 없다

정정;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전하.] 옆으로 다가와 한쪽 무릎 꿇으며 요염하게 웃고

정정; [실맥산이라고... 몸에서 힘이 빠지게 만들 뿐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약을 탔을 뿐이니까요.] 한손으로 주첨기의 뺨을 만지고

주첨기; [네... 네 스스로의 판단으로 이런 대담한 짓을 할 리는 없을 터...] [누가... 어떤 놈이 널 사주한 것이냐?] 헉헉 대며 분노하지만

정정; [죄송하지만 그건 알려드릴 수가 없군요.] [천기를 누설하는 셈이라서...] 슥! 손을 주첨기의 바지 속으로 집어넣고

주첨기; [한왕... 한왕 숙부의 짓이냐?] 이를 갈고

정정; [한왕 따위가 어떻게 절 부릴 수 있겠어요?] 꾸욱! 바지 속으로 집어넣은 손으로 무언가를 지긋이 쥐면서 야하게 웃고

주첨기; [끄윽...] 수치심과 분노로 치를 떨고

정정; [장차 천하의 주인이 되실 분의 지시로 이런다는 것만 알아두세요.] 주첨기 바지 속에 넣은 손을 주물럭거리면서

주첨기; [그자... 그자가 누군지 말해라!] [당장!] 악을 쓰지만

정정; [짐짓 큰 소리를 내봐야 아무 소용없답니다 전하!] 배시시 웃고

정정; [무슨 소란을 피우시더라도 전하를 도우러 올 사람은 근처에 없으니까요.] 주첨기의 바지 속에 넣은 손으로 무언가를 주물럭거리며

주첨기; (내 거처 주변의 인간들은 모두 이년과 한 통속이로구나!) 깨닫고 절망하고

정정; [이제야 상황 파악이 되신 것같네요.] 슥! 배시시 웃으며 두 손으로 주첨기의 바지를 벗기고

주첨기; [네... 네년 무슨 짓을 하려고...] 헉헉! 눈 부릅

정정; [오늘밤이 전하께서 이 세상에서 보내시는 마지막 밤일 수도 있답니다.] 주첨기의 바지를 허벅지까지 까내리고

정정; [그래서 가급적 세상에 대한 미련이 남지 않게 해드려는 거예요.] 두손으로 주첨기의 거시기를 부여잡아 세우고

주첨기; [죽... 죽일...] 치욕에 떨고

정정; [사내는 지푸라기 한 올 쥘 힘만 남았어도 여자와 교접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이로군요.] 두 손으로 주무르는 무언가를 내려다보며 할딱이고

정정; [실맥산에 중독되어 온몸의 힘줄이 풀어졌는데도 이것만은 자극을 받자 곧 바로 분기탱천하는 걸 보면...] 불끈 일어서는 무언가를 내려다보며 할딱이고. 얼굴 발개져서 두 손으로 그것을 만지며

주첨기; [네... 네년이...] 분노에 이를 갈고

정정;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환락일 가능성이 크니 사양하지 말고 저의 봉사를 받도록 하세요.] 스윽! 혀로 무언가를 핥으며 말하고

주첨기; [끄윽...] 수치심과 분노로 치를 떨면서도 흥분이 되고

정정; [혹시나 걱정하실까봐 알려드리는 건데...] 무언가 주위를 혀를 돌리면서

정정; [전하께서는 오늘밤에도 혼정을 빼먹지 않은 착한 아들로 기록될 거예요.] 두 손으로 주첨기의 거시기를 어루만지면서 말하고. 혀로는 끝 부분을 날름거리면서. 순간

주첨기; [무... 무슨 헛소리를...] + [!] 말하다가 깨닫고 눈 부릅

주첨기; [설마 네년이 이러는 게... 나로 위장한 어떤 자의 사주를 받고...] 충격으로 헉헉

정정; [역시 전하께서는 영락폐하의 총애를 한 몸에 받으실 만큼 영특하시군요.] 배시시 웃으며 혀로 핥고 있던 주첨기의 거시기에서 얼굴을 들고

정정; [지금쯤 모든 면에서 전하를 빼닮은 어떤 분이 황태자 전하와 황태자비마마를 뵙고 있을 거예요.] 쪽! 손으로는 주첨기의 그것을 용두질해주며 입으로는 주첨기의 이마에 키스 하면서 말하고

주첨기; (맙소사!) 눈 부릅 뜬 채 절망하고 전율하고

주첨기; (정정, 이년을 포함한 어떤 자들이 나로 위장한 가짜를 내세워서 명나라 황실을 통째로 집어삼키려 한다!) 절망할 때

정정; [정말 늠름하세요 전하!] 완전히 일어난 주첨기의 거시기를 어루만지며 황홀한 표정

정정; [지난 삼년간 남경에 오실 때마다 이 뜨거운 걸로 절 기쁘게 해주신 은혜는 잊지 않겠어요.] 입으로 그걸 빨면서 할딱이고

주첨기; (제발 누가...) 벌벌 떨며 이를 악물고

<누가 나를 이 위기에서 구해만 준다면 세상의 절반이라도 줄 텐데...> 정정에게 당하면서 벌벌 떠는 주첨기의 생각 나레이션으로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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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금릉> 밤

<-위가대원> 깊은 밤. 삼엄한 경비

어느 건물. 타노가 경비를 서고 있고

그 건물로 다가오는 위태무

말없이 고개 숙이는 타노

위태무; [대독금봉에 쏘인 후유증이 있을 텐데 경비는 아랫것들에게 맡기지 않고...] 다가오며 말하고

타노; [괜잖습니다 주군.] 고개 숙이며 포권하고

위태무; [가서 좀 쉬도록 해. 날이 밝을 때까지는 딱히 할 일도 없을 테니...] 건물의 문으로 가고

타노; [예...] 대답하면서도 움직이지 않고

위태무; (미련하긴...) 덜컥! 한숨 쉬며 문을 열고 들어가고

위태무가 들어선 방안. 어둑한데 침대에 위진천이 앉아서 운기조식을 하고 있다. 상체는 벗었는데 눈을 감은 자세로 명상하는 듯한 모습

슈우! 스스스! 그런 위진천의 몸을 여러 마리의 투명한 뱀같은 기운들이 빠져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문을 닫으며 그런 위진천을 보는 위태무.

위태무; (십절무제의 소수인은 확실히 무섭군. 나에 못지않은 진천이의 호신강기를 간단하게 깨트리고 중상을 입혔으니...) 위진천 앞에 서서 보고. 그때

슈우! 심호흡 크게 하는 위진천. 그러자

슈우! 위진천의 몸 주을 드나들던 뱀같은 기운들이 위진천의 코로 스며들어가고

위진천; [휴우!] 한숨 쉬며 눈을 뜨고

위태무; [고생했다.]

위진천; [아버지!] 포권하며 침대에서 내려서려 하고

위태무; [앉아있어라. 그보다 부상은 어떠냐?]

위진천; [외상(外傷)은 아직 남아있지만 내상(內傷)은 얼추 다스렸습니다.] 다시 침대 위에 앉으며

위태무; [그만하길 다행이다.] [깨지긴 했어도 탄천혈벽이 소수인의 위력을 대부분 상쇄해준 덕분에 치명상을 입지 않은 것이다.]

위진천; [고독신모의 제자라고 알려진 환가 계집이 어떻게 십절무제의 소수인을 익혔는지 모르겠습니다.] 찡그리고

위태무; [아마 사자천존에게서 배웠을 것이다.]

위진천; [사자천존이 오제 중 십절무제의 후계자라는 소문이 사실이었군요.]

위태무; [정확히 말하자면 사자천존은 십절무제의 후계자가 아니라 십절무제가 남긴 절기 두 세 가지를 얻었을 뿐이다.]

위진천; [십절무제의 열 가지 무공은 흩어져서 세상에 떠돌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만...]

위진천; [십절무제의 모든 진전을 이은 것도 아닌 사자천존이 약관의 나이에 천하무적이 되었던 게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위진천; [삼황의 절기를 얻었다면 또 모를까...]

위태무; [세상에는 가끔 말도 안되는 별격(別格)의 존재들이 나타나곤 한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삼황이 그랬고 아비 대에는 사자천존이란 말도 안되는 괴물이 나타났었다.]

위진천; [사자천존이 십절무제의 절기를 바탕으로 무공의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다는 말씀이십니까?] 놀라고

위태무; [깊은 내막이야 모르겠다만 사자천존이 오제의 경지를 뛰어넘어 삼황에 육박하는 무공을 지녔다는 건 틀림없다.]

위태무; [오제 중 한명의 후손인 천강마존을 허무할 정도로 간단히 이긴 게 그 증거다.]

위진천;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버지께서는 사자천존을 무공이 아닌 음모로 퇴장시키셨군요.]

위태무; [우리 위씨일족이 혈왕님의 후손이긴 해도 혈왕님의 진정한 절기는 이어받지 못했다.] [그 때문에 삼황의 후손이면서 오제의 절기를 얻은 자들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위진천; [유감스러운 일이지요.] 끄덕

위태무; [우려스러운 것은 아비의 대에 사자천존이 걸림돌이 되었던 것처럼 너의 대에도 별격의 존재가 나타난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위진천; [장청풍이란 자가 별격의 존재로 여겨지시는지요?]

위태무; [좀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만천신안을 지닌 것만으로도 놈이 별격의 존재일 가능성이 커졌다.] 끄덕이고

위진천; [가급적 빨리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놈을 제거해야겠습니다.] 눈 번뜩

위태무; [장가놈의 처리는 아비에게 맡기고...] [너는 이 길로 자금성에 들어가서 역천지계(逆天之計)를 결행하도록 해라.]

위진천; [이 밤에 말씀이십니까?] 흠칫

위태무; [아비가 귀면지존이며 상시태감이라는 사실이 한왕의 귀에 들어가는 건 시간문제다.]

위태무; [한왕이 언제든 날 잡겠다고 쳐들어올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위진천; [그럼 아버지는...] 흠칫! 하고

위태무; [오늘 자로 상시태감 노릇은 끝내고 몸을 숨길 생각이다.]

위태무; [아깝긴 하지만 지난 십 몇 년동안 노력해서 쌓아올린 자금성 내에서의 권세는 포기해야만 한다.]

위태무; [만에 하나 아비와 너의 관계가 들통 나기라도 한다면 황실을 장악하려던 우리 위씨일족의 오랜 염원도 수포로 돌아갈 수 있으니...]

위진천; [예...]

위태무; (주첨기로 변신하기 위한 진천이의 준비는 확실하고 빈틈이 없다.)

위태무; (내일 아침이면 천하 창생의 다음 대 주인이 바뀌어있을 것이다.) 음산하게 웃는 위태무의 얼굴 크로즈 업

 

#178>

<-곡가표국> 깊은 밤. 아직 하늘에 달이 떠있어서 어둡진 않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라 대부분의 건물에 불이 꺼져있고. 입구도 굳게 닫혀있는데. 닫힌 대문 밖에서 두 명의 표사가 경비를 서고 있다.

강쪽에서 안개가 곡가표국 쪽으로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고

표사1; [강... 강쪽에서 안개가 몰려오고 있네.] 긴장

표사2; [이 계절에는 흔한 안개지만... 때가 때이니 만큼 좀 섬뜩하구만.] 긴장

표사1; [설마... 그놈들이 다시 쳐들어오진 않겠지?] 좀 겁에 질려서 표사2를 보고

표사2; [무섭기로는 천하제일인 독천존께서 우리 표국에 머물고 계시는데 감히 허튼 짓을 할 인간이 있겠나?]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게야.]

표사1; [그렇긴 하지?] 억지로 웃고

표사2; [그래도 혹시 모르니 긴장을 늦추면 안...] + [누구냐?] 말하다가 갑자기 긴장하며 칼 손잡이에 손을 가져가고. 앞을 노려보며

표사2; [왜... 왜 그러는가?] 역시 칼을 잡으며 겁에 질려 같이 앞을 보고

스으! 안개 속에서 두 명의 여자가 다가온다. 둘 다 날씬하고 키가 훤칠하지만 앞장 선 여자가 뒤 따라 오는 여자보다 키가 약간 작다.

<여... 여자!> <이 깊은 밤에 웬 여자들이...> 표사들 긴장하며 보고.

그 사이에 안개를 뚫고 곡가표국 정문에서 10여미터 떨어진 곳까지 이르러 모습을 드러내는 두 여자. 바로 신소심과 진상파다. 뒤따라 오는 진상파가 앞서서 오는 신소심보다 키가 반 뼘 쯤 더 크다

표사2; [소... 소저들은 뉘신데 야심한 중에 저희 표국을 방문하셨습니까?] 긴장하며 묻고.

신소심; [이곳이 틀림 없어요 맹주님.] 표사2의 말은 쌩 까고 곡가표국을 살펴보며 말하는 신소심. 진상파는 고개 조금 돌려서 자신들이 온 쪽을 보고 있고. 안개가 밀려오고 있는 강쪽이다.

신소심; [환설언니가 남긴 표기는 이 표국을 가리키고 있어요.] 표사들 뒤의 표국 정문을 보며 말하고

표사2; [용... 용무를 밝히시지 않으면 실례를 할 수 밖에...] 표사2가 칼을 뽑으려는데 + 환설; [진정하세요.] 덜컹! 뒤에서 말소리가 들리며 표국의 정문에 달린 쪽문이 열리면서 환설이 나온다. 열린 쪽문 안쪽은 밝다. 곡강한이 등을 들고 서있다.

[소저!] [국주님!] 표사들 안도하며 돌아보고

환설; [그분들은 제가 기다리던 분들이에요.] 문 밖으로 나오며 표사들에게 말하고. 곡강한도 등을 들고 따라 나오고. 그때

신소심; [역시 여기 계셨군요 환설언니!] 안심하며 반색하고. 하지만 진상파는 여전히 뒤를 살피고 있고

환설; [수고했다.] 끄덕이며 진상파쪽으로 시선 돌리며 다가가고. 환설을 따라 나온 곡강한도 긴장한 표정으로 진상파를 보고. 들고 있던 등을 표사에게 건네주며

환설; [맹주님!] 포권하며 진상파에게 인사하는데. 진상파는 반쯤 돌아선 자세로 뒤를 보고 있고

슥! 손을 들어 환설의 인사에 건성으로 답하는 진상파. 시선은 뒤를 향하고 있고. 그러자

<맹주님께서 무언가 발견하셨다.> 눈 치뜨며 긴장하는 환설과 신소심. 직후

진상파; [정말 예의가 없는 분이로군요.] 안개 속을 보며 차갑게 말하고

진상파; [하여간 본녀를 원망하지는 마세요. 수차례에 걸친 경고를 무시하고 뒤를 밟은 대가이니...] 쩡! 말하는 진상파의 허리춤에서 보검이 허공으로 비스듬히 미사일처럼 치솟는다.

[헉!] [어... 어검술!] 표사들과 곡강한이 기겁하며 놀랄 때

슈칵! 쩡! 비스듬히 허공으로 치솟았던 검이 안개 속으로 내려꽂힌다. 처음에는 손잡이가 허공을 향하게 치솟았다가 검 끝이 아래로 향하게 안개 속으로 내려꽂힌다. 직후

카캉! 안개 속에서 불꽃이 튀고.

<어떤 자가 어검술로 날아간 맹주님의 보검을 막았다!> 눈 치뜨며 놀라는 신소심과 환설.

진상파의 이마가 약간 찡그려지고. 직후

쩡! 다시 안개 속에서 허공으로 미사일처럼 치솟는 진상파의 보검. 끝이 허공으로 향하게

슈우! 높이 치솟았다가 방향을 틀어서 검 끝이 아래로 향한 채 포물선을 그리며 진상파쪽으로 날아드는 보검. 진상파를 향해서

[히익!] [조심...] 빛과 같이 날아드는 검을 본 표사들 긴장할 때

슈슉! 가까이 오자 확 속도가 줄어들어서 슬로우모션처럼 천천히 진상파 앞으로 날아 내리는 보검. 깃털이 가라앉듯이

[아!] + [저런...] + 곡강한; (검이 살아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표사들 놀라고. 곡강한도 놀란 표정으로 고개 끄덕이고.

날아 내린 보검을 두 손으로 받으며 살피는 진상파. 오른손은 손잡이를 받고 왼손은 칼날을 받는다.

진상파; [...] 두 손으로 받아든 검날을 살피는 진상파. 주로 검날의 끝 부분을 살핀다

신소심; [해... 해치우신건가요?] 긴장하며 묻고

진상파; [기름은 묻어있지만 피는 거의 보이지 않는구나.] 검날의 끝을 보며 말하고. 검날의 끝에 기름이 묻은 흔적이 있다.

신소심; [그럼...] 흠칫! 할 때

환설; [표적을 베긴 했으나 치명상을 입히지는 못하셨다는 뜻이다.] 대신 대답하고

신소심; [아!] 깨닫고. 이어

환설; [제가 다녀오겠어요.] 몸을 날리려 하지만

진상파; [그만 두세요.] 고개 저으며 검의 손잡이를 잡고. 날아가려다가 돌아보는 환설

진상파; [이미 기척이 사라졌어요. 따라잡기는 어려울 거예요.] 스릉! 검을 칼집에 넣으며 말하고

환설; [예...]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신소심; [어떤 자가 감히 우리 뒤를 밟은 걸까요?] 안개쪽을 노려보며

진상파; [두고 보면 알겠지. 위험을 무릅쓰고 접근했던 걸 보면 조만간 다시 내 앞에 나타날 테니...] 철컥! 검을 완전히 꽂으며 곡강한 쪽으로 돌아서고. 그때

환설; [소개드리겠어요 맹주님!] [이분은 저와 도련님 일행이 신세를 진 곡가표국의 국주님이세요.] 진상파에게 곡강한을 소개하고

곡강한; [곡강한입니다.] 포권하고

진상파; [곡국주! 야심한 중에 결례를 하게 되었어요.] 포권하고

곡강한; [별 말씀을...]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안내하고

진상파; [폐를 끼치겠어요.] 고개 조금 숙이며 곡강한을 따라가고.

곧 대문 안으로 들어가는 곡강한과 세 여자. 대문 밖에는 표사 둘만 남고

탁! 안에서 닫히는 문

표사1; [그... 그러니까 키가 큰 여자분이 바로 강호에 소문이 무성한 검후 진상파 소저라는...] 흥분하고 놀라고

표사2; [딱히 내세울 것도 없는 우리 곡가표국에 독천존에 이어 무림맹의 맹주까지 왕림하다니...] [세상이 알면 발칵 뒤집히겠구만.] 흥분

표사1; [그러게나 말일세.] 역시 흥분

 

#179>

대문의 안쪽. 곡강한의 안내를 받아 건물들 쪽으로 가는 진상파 일행. 건물 쪽에는 곡부인이 긴장된 표정으로 서있고

<딱히 내세울 것도 없는 우리 곡가표국에 독천존에 이어 무림맹의 맹주까지 왕림하다니... 세상이 알면 발칵 뒤집히겠구만.> 표사들의 말이 진상파의 귀에 들리고

진상파; <서노사께서 이곳에 머물고 계시는가요?> 전음으로 환설에게 묻고

환설; <도련님 일행은 독천존님 덕분에 귀면지존의 독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고개 조금 숙이며 대답하고

진상파; <사제가 또 다친 건가요?> 걱정

환설; <위중한 정도로 다치신 건 아니었는데...> <몸을 추스르실 수 있게 되자 쉬지도 않고 다시 떠나셨어요.>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하고

진상파 일행이 다가오자 고개 숙여 인사하는 곡부인

진상파; <성치도 않은 몸으로 어딜 서둘러 간 건가요?> 고개 숙여 곡부인의 인사에 답하며 전음으로 환설에게 묻고

환설; <독천존님은 아시는 것같지만...>

환설; <제게는 그냥 금릉에 볼일이 있으시다는 말씀만 하시고 떠나셨어요.> 걱정 가득

진상파; <금릉?> 좀 불안한 표정

 

#180>

곡가표국에서 상당히 떨어진 강변. 이곳에도 안개가 자욱한데

[크윽!] 안개 속을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사내의 그림자.

모습을 드러내는 그자는 벽세황이다.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를 잡은 자세로 걸어온다. 왼팔은 축 늘어트렸는데. 왼쪽 손으로는 검은색의 길죽한 쇳조각을 하나 쥐고 있다. 끝이 휘어진, 옷감 재단하는 데 쓰는 자의 형태. 전체가 검은 색인 쇳조각의 길이는 40센티 정도, 폭은 5센티 정도에 두께는 제법 두꺼워서 1센티 정도 된다. 이 쇳조각의 이름은 자황척. 쇠를 조종하는 힘을 지녔다.

뚝뚝! 자황척 끝을 타고 흘러내리는 피. 어깨에 생긴 상처에서 난 피가 팔을 타고 흘러내려 자황척으로 떨어지는 것. 직후

[삼공자(三公子)님!] 휘익! 돌풍을 일으키며 나타나는 신행태보

신행태보; [다치셨습니까?] 비틀거리는 벽세황의 오른쪽 팔을 잡아 부축하며 놀라고

벽세황; [별... 별거 아니오.] 억지로 웃고

벽세황; [몸의 상처는 대수롭지 않지만 놀라고 낭패해서 정신이 좀 없을 뿐이오.] 신행태보의 부축을 받아서 작은 돌 위에 걸터앉고

신행태보; [검후와 직접 충돌하셨는지요?] 눈치 보며 벽세황의 팔을 놓고

벽세황; [그래서 다쳤으면 이렇게 낭패하지도, 비참하지도 않았을 거요.] 쓴웃음을 지으며 왼쪽 어깨를 잡고 있던 오른손을 떼어내고. 어깨 부분의 옷이 베어져있고 그 아래쪽의 살도 길게 갈라졌다. 그 상처에서 피가 배어나오고 있고

신행태보; (상처는 깊지 않군.) 상처를 살피고

벽세황; [내 딴에는 조심한다고 오십여장쯤 거리를 두고 검후의 뒤를 밟았었는데...] 피가 묻은 오른손을 보며

벽세황; [몇번인가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검기가 느껴졌었소.] 피가 묻은 채 떨리는 벽세황의 오른손

신행태보; [오십여장의 거리를 두고도 정확하게 검기로 삼공자님을 저격했다는 말씀이십니까?] 놀라고

벽세황; [놀랍기도 했으나 오기가 생겨서 계속 검후의 뒤를 밟았는데...] [그 계집이 돌연 어검술로 공격해왔던 거요.]

신행태보; [어검술이 물론 대단한 무공이긴 하지만 삼공자께는 자황척(磁皇尺)이 있지 않습니까?] 놀라며 벽세황이 왼손에 들고 있는 자황척을 보고

벽세황; [부(副)당주도 알고 있다시피 이 자황척은 내 출신 가문인 신장궁(神匠宮)의 으뜸가는 보물이오.] 떨리는 왼손으로 자황척을 들어 보이고

신행태보; [자황척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금속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이 깃들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끄덕

벽세황; [그렇소.] [자황척을 쓰면 금속으로 이루어진 모든 것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소.] 징! 말하며 자황척을 옆으로 겨눈 채 진동을 시키고. 그러자

푸스스! 화악! 주변이 흙속에서 쇳가루들이 확 일어나 자황척으로 날아와 달라붙는다.

삽시에 굵은 몽둥이처럼 변하는 자황척.

신행태보; (주변의 흙에 섞여있던 쇳가루들이 자황척에 흡착되었다.) 놀라고

벽세황; [순수한 금이나 은, 또는 나무처럼 자력(磁力)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재질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면 어떤 병장기도 자황척을 지닌 날 해칠 수 없는 거요.] 팟! 자황척을 휘두르고. 그러자.

파팡! 퍼퍽! 자황척에 붙었던 쇳가루들이 작은 탄환처럼 변해서 주변의 바닥과 바위에 박히고 부딪힌다. 바위에 부딪힌 쇳가루 덩어리는 불꽃을 튀기고

신행태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후가 어검술로 날린 검에 상처를 입으셨군요.] 벽세황의 어깨에 난 상처를 살피고

벽세황; [자황척으로 막았다고 생각했소.] 끄덕이며 이를 바득 갈고

 

<하지만 그 직후 검후의 검은 궤적을 갑자기 바꿔서 하마터면 내 목을 잘라버릴 뻔 했소.> 안개 속에서 자황척을 내밀어 진상파의 검을 막은 자세로 눈 부릅뜨는 벽세황의 모습. 자황척과 충돌했던 검이 뱀처럼 휘어지며 벽세황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간다. 몸통과 머리를 옆으로 사력을 다해 기울여서 피하는 벽세황의 모습

 

신행태보; [어검술로 날린 검을 그 정도로 정교하게 조종하는 게 가능할 줄을 몰랐습니다.] 놀라고

벽세황; [아마 그 계집은 내공이 바탕인 어검술을 뛰어넘어 마음으로 검을 조종하는 심검(心劍)의 경지에 접어든 게 아닌가 싶소.]

신행태보; [심검!] 놀라고

신행태보; [무림사를 통틀어 봐도 심검의 경지에 이른 인물은 다섯이 채 안되는 걸로 아는데...] 놀라 식은땀 흘리고

벽세황; [아직은 검후의 심검이 완전한 경지에 이르렀다고 보긴 어렵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졌소.] 역시 식은땀 흘리며

벽세황; [검후 진상파, 그년을 무공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이오!] 강렬한 표정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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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곡가표국. 이제 밤이 되어 곡가표국 내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떠났던 마차들이 다시 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피난 갔던 곡가표국 사람들이 돌아오는 중이다. 다친 표사들이 표국 입구에 무기를 들고 서서 경비를 서고 있다.

표사들; [피난 갔던 우리 표국 식솔들이 얼추 돌아왔군.] [멀리 간 몇 식구만 돌아오면 마무리가 되겠어.] 들어오는 마차들을 보며 대화 나누고.

[한 때는 어떻게 되는 게 아닌가 했는데...] [다친 것 외에 죽은 사람은 나오지 않아 다행이야.] [그러게나 말일세.] 대화 나누는 표사들을 지나 마당으로 들어가는 마차들

곡가표국 입구 안쪽의 넓은 마당에 들어온 마차들에서는 여자와 아이들이 내리고 있고. 여기저기 건물에서는 돌아온 사람들이 집안 정리를 하고 있다. 그걸 지휘하는 것은 곡강한이고.

곡강한;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독천존 서노사께서 이번 일에 개입하셨다.) 안도한 표정으로 마차에서 여자와 아이들이 내리는 걸 보고. 여자와 아이들은 곡강한에게 인사하고

곡강한; (아무리 간덩이가 큰 자들이라 해도 독천존과 만독동천에 죄를 지을 엄두는 못 내겠지.)

곡강한; (전화위복으로 우리 곡가표국에 시비 거는 자들이 없어지겠구나.) 미소

 

#174>

곡가표국 후원의 어느 건물로 약탕기를 얹은 쟁반을 들고 가는 곡부인. 지나가던 여자들이 인사하고

곡부인; (그 여자들...) 분이와 전삼낭, 온유향을 떠올리며 얼굴 좀 발개지고

곡부인; (겉보기엔 특별할 것도 없었는데 사실은 상상 이상의 거물들이었어.)

곡부인; (보통 사람들은 평생 가도 한 번 보기 어렵다는 우내칠절중 한명의 친인이었다니...) 독천존이 분이를 안고 표국 입구로 오던 장면 떠올리고. 그 뒤를 청풍이 축 늘어진 온유향을 안고 따라오고. 맨 뒤에 환설이 전삼낭을 부축해서 온다.

곡부인; (우리 집안을 위해서라도 잘 대접해야겠지.) 생각하며 앞쪽의 화려한 건물로 다가간다.

 

곡부인이 다가가는 그 건물의 방안에는 환설과 온유향이 있다. 온유향이 침대에 누워 눈 감은 채 울고 있고. 그 옆에 환설이 앉아서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환설; (배신자 장세명의 아내...) (하지만 사연을 알고 나니 미워할 수가 없구나.) 입술 깨물고

환설; (남편은 죄의 값을 치러 죽었고 귀면지존에게 잡혀간 아들은 생사불명...)

환설; (아내로서 어미로서 불행이란 불행은 다 겪은 이 여자에게 야박하게 구는 건 지나치겠지.) 배경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곡부인

 

#175>

후원의 또 다른 건물

분이; [방... 방숙분(方淑分)?] 놀라 눈을 치뜨고

분이; [제... 제 진짜 이름이 방숙분이고 방효유라는 유명한 분께서 세상에 남기신 유일한 핏줄이란 말씀이신가요?] 독천존과 마주 앉아 놀라고 흥분하고. 장소는 건물 내의 거실인데 청풍과 전삼낭은 두 사람 옆에 앉아 놀라고 있다. 특히 전삼낭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울려 하고

독천존; [네 신분은 그저 방효유의 딸 정도가 아니다.] 엄숙하게

독천존; [너는 명교의 마지막 교주였던 소명왕(少明王) 한림아(韓林兒)의 후손이며...]

독천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만독동천의 시조이신 만독조종님의 핏줄이라는 사실이다.]

독천존; [네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독인 구룡짐독(九龍鴆毒)이 들어있던 금천구룡로(禁天九龍爐)를 간단히 열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분이; [어... 어떻게 그런...] 충격과 흥분

청풍; (독천존께서 갑자기 나타났던 게 분이의 신분을 알게 되어 보호하기 위해서였군.) 깨닫고. 그 옆에서 전삼낭은 두 손으로 입 가린 채 울고 있고

분이; [지금... 지금까지 난 그냥 아비도 없는 가난한 집 딸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율하며 전삼낭을 돌아보고. 그러자

전삼낭; [아가씨!] 털썩! 의자에서 내려와 분이 앞에 무릎을 꿇고. 옆에서 보며 흠칫! 하는 청풍

분이; [엄마!] 깜짝 놀라며 의자에서 일어나고

전삼낭; [지금까지 속여 왔던 쇤네를 용서하시옵소서.] 무릎 꿇고 이마 바닥에 대며 눈물 흘리고

분이; [엄마! 갑자기 왜 이래?] [일어나 엄마!] 당황하며 마주 무릎을 꿇고 전삼낭의 팔을 잡고 일으키려 하고

전삼낭; [마님... 한경파(韓京芭)마님은 혹시 있을지 모를 영락제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아가씨를 쇤네에게 맡기고 몸을 숨기셨사옵니다.] 고개 들어 울면서 분이를 보고

전삼낭; [당시 쇤네는 열여섯 살에 불과한 계집아이였던 터라 아가씨를 제대로 가르치지도, 양육하지도 못했사옵니다.]

전삼낭; [귀하디 귀한 아가씨를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게 하여 죄송할 따름이옵니다.]

분이; [그런 말 하지마 엄마.] 무릎 꿇고 전삼낭의 눈물 닦아주며 같이 울고

분이; [내가 누구의 딸이고 핏줄인 건 상관없어.] [날 키워준 엄마가 분이의 진짜 엄마야.]

분이; [그러니까 앞으로도 날 분이라 부르고... 잘못 한 거 있으면 혼내고 그래.]

전삼낭; [아가씨...] 감격

분이; [한번만 더 날 아가씨라 부르면 정말 화낼 거야.]

전삼낭; [흐윽!] 분이를 와락 끌어안고

전삼낭; [그래! 넌 내 딸이야! 내 딸 분이야.] 끌어안고 몸부림치며 울고. 분이도 함께 끌어안고 울고

청풍; <잠시 자리를 피해주도록 하시지요.> 일어나며 독천존에게 고개 짓하며 전음으로 말하고

독천존; <그럼세.> 일어나고

 

#176>

서로 끌어안고 우는 분이 모녀를 방안에 남겨두고 건물 밖으로 나오는 청풍과 독천존. 독천존이 뒤에 나오며 문을 닫는 모습이고

지나가던 곡가표국 사람들이 두 사람에게 인사하고. 좀 겁에 질려서 보며

독천존; [내상은 어떤가?] 함께 건물 뒤로 돌아가며 묻고. 건물 뒤는 한적한 정원. 정원 한쪽에는 크고 작은 돌과 바위를 쌓아 만든 가짜 산이 있다. 중국식의 조경

청풍; [노야께서 귀면지존으로부터 빼앗아낸 공청석유를 한 모금 마신 덕분에 내상이 완쾌되었을 뿐 아니라 내공까지 증진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포권하고

독천존;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로군.] 멈춰서고. 정원 중앙이다.

독천존; [노부에게 따로 할 말이 있겠지?] 지긋이 보고

청풍; (역시 늙은 생강이 맵군.) + [그렇습니다.]

청풍; [금천구룡로를 갖고 계신지요.]

독천존; [우리 만독동천의 으뜸가는 보물이라 도난 방지를 위해 노부가 늘 지니고 다닌다네.] 끄덕

청풍; [잘 되었군요. 후배에게 잠시 보여주실 수 있겠는지요?]

독천존; [그럼세.] 품속에 손을 넣고

독천존; [여기 있네.] 다시 꺼내서 내미는 독천존의 손에 구룡짐독이 들어있던 향로가 들려있다.

청풍; [감사합니다.] 두 손으로 받고.

청풍; [사실 후배는 노야께 한 가지 속인 것이 있습니다.] 두 손으로 받은 향로를 얼굴 높이로 쳐들고

독천존; [혹시...] 눈 치뜨고

청풍; [생각하시는 대로입니다.]

청풍; [후배는 금천구룡로에 새겨진 용의 조각에서 구룡짐독을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는 조룡여의대법(調龍如意大法)의 일부를 찾아냈었습니다.] 향로를 자세히 살피면서

독천존; [어쩐지!] 주먹으로 손바닥 치고

독천존; [조룡여의대법을 구사한 게 아니었다면 구룡짐독을 들이마시고도 살아있었던 게 설명이 되질 않았어.]

청풍; [다만 저는 삼년전 당시 금천구룡로를 일별(一瞥) 했을 뿐이라 조룡여의대법을 제대로 구사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저 구룡짐독을 몸 속으로 흡수할 수 있었을 뿐이지요.] 천천히 향로를 돌려서 향로 표면에 새겨진 용들을 살피고

독천존; [한번 흘낏 보고도 금천구룡로에서 조룡여의대법을 찾아냈다?] 어이없고

독천존; [수백년간 본문의 재주꾼들이 금천구룡로를 연구했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었거늘...] 불신의 표정 지을 때

청풍; [역시 그렇군. 생각했던 대료야.] 향로를 돌려가며 자세히 살피면서 독백하고

독천존; [뭔가 알아냈는가?] 흥분하며 묻고

청풍; [금천구룡로에 용이 몇 마리 숨겨져 있는지 아시는지요?] 조금 웃으며 향로 건너편의 독천존을 보며 묻고

독천존; [이름에는 구룡(九龍)이 들어가 있지만 사실 금천구룡로에는 모두 서른여섯 마리의 용이 새겨져 있네.] 함께 향로를 들여다보며

<각각의 용의 눈 두개와 여의주(如意珠)에 작은 용의 형상이 한 마리씩 숨겨져 있기 때문이지.> 용의 조각 크로즈 업. 눈과 용이 쥐고 있는 여의주에 작게 용의 형상이 조각되어 있다.

청풍; [그렇게 알고 계셨군요.] 웃고

독천존; [아니란 말인가?] 흠칫하며 향로에서 눈을 떼고

청풍; [이 향로 자체가 여의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향로를 좀 높이 들고

독천존; [금천구룡로가 여의주?] 눈 부릅 뜨고.

청풍; [후배는 조룡여의대법이라는 이름에서 금천구룡로가 여의주일 것이라고 추측을 했었습니다.] 지잉! 향로를 올려놓은 청풍의 손이 빛을 발하고. 다음 순간

쿠오오! 투명한 용의 형상이 하늘을 가득 메운다. 그 용이 청풍이 쳐든 향로를 앞발로 쥐고 있는 형상으로 꿈틀거린다. 물론 실제 용이 아니라 환각이다.

독천존; [용...!] 경악하며 비틀 거리고

화악! 카아! 용이 입을 딱 벌리고 독천존을 덮쳐온다

독천존; [헉!] 털썩! 다리에 힘이 풀려 뒤로 엉덩방아를 찧고

화악! 직후 용의 형상은 안개같이 사라지고

독천존; [용이... 용이 정말로 한 마리 더...] 올려다보며 헉헉

청풍; [노야께서는 방금 전 서른일곱 번째용을 보신 것입니다.] 웃고

독천존; [이렇게... 이렇게 간단한 비밀을 수백 년 간 알아차리지 못했다니...] 주저앉은 채 어이없는 표정으로 헐떡이고

청풍; [본체를 보셨으니 이제 나머지 용들이 어떻게 조룡여의대법을 구성하는지도 짐작이 가실 테지요?] 슈우! 청풍이 들여다보는 향로의 표면에서 크고 작은 용의 형상들이 빠져나오고

독천존; [금천구룡로가 조화의 근원이지만...] [그 조화는 금천구룡로를 여의주로 삼는 마지막 서른일곱번째 용이 주도를 해야하는군.] 깨닫고

독천존; [금천구룡로에 숨겨진 용들은 그 자체가 구룡짐독을 깨우고 재우는 데 제한적으로 필요한 비결이었고...] 비틀거리며 일어나고

청풍; [잘 보셨습니다.]

청풍; [사실 저는 조룡여의대법의 그같은 이치에 대해 삼년전에 이미 대강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청풍; [하지만 금천구룡로를 자세히 볼 기회가 없어서 구룡짐독을 이용하여 확인해볼 엄두는 내지 못했었습니다.] 딸칵! 왼손으로 향로의 뚜껑을 열고

청풍; [자칫 제 몸 밖으로 구룡짐독을 꺼냈다가 다시 회수하지 못하면 끔찍한 재앙이 될 것이기 때문에...] 화악! 말하며 입을 벌리고. 그러자

화악! 청풍의 입에서 시커먼 연기같은 것이 뿜어져 나온다

독천존; (구룡짐독!) 놀라고 두려워하며 올려다보고

크와앙! 카아! 청풍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연기는 아홉 가닥으로 갈라져 꿈틀거린다. 아홉 가닥 연기의 끝 부분은 용의 머리 형상을 하고 있고

청풍; <원래의 집으로 돌아가라!> 뚜껑을 연 금천구룡로를 쳐들며 눈을 강하게 빛내고. 입으로는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그러자

꾸아! 카아! 꿈틀거리며 방향을 틀어 청풍에게 덮쳐오는 아홉 마리의 용들

독천존; [조심하게!] 일어나려는 자세로 외칠 때

콰드드드! 콰아! 금천구룡로의 좁은 아가리로 서로 휘감고 가늘어지면서 들어가는 아홉 마리의 용들

독천존; (구룡짐독이 금천구룡로로 회수되고 있다.) 놀라며 긴장을 좀 풀고

콰콰콰! 아홉 마리의 용이 다 들어가고 이제 청풍의 입에서 나오는 가는 연기만 남고

슈우! 이윽고 청풍의 입에서 나오던 검은 연기도 끊어지고

슈욱! 그 검은 연기도 향로 속으로 들어간다

청풍; [끝났습니다.] 땀을 좀 흘리며 향로를 들여다 보고

쿠쿠쿠! 향로 안에 검은 물질이 가득 든 채 꿈틀거리는데 용의 눈 같은 것들이 별처럼 반짝이고 있다

청풍; [구룡짐독은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딱칵! 뚜껑을 닫으며 독천존에게 내밀고

독천존; [고맙네.] [자네 덕분에 우리 만독동천이 지난 수백 년 간 두려워만 하고 통제를 못해온 구룡짐독을 쓸 수 있게 되었어.] 향로를 받고

청풍; [별 말씀을...] 향로를 건네주고

청풍;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저도 구룡짐독 덕을 많이 봤습니다.] 웃고

독천존; [구룡짐독의 덕을 보다니?] [하늘 아래에서 가장 지독한 이 독물을 몸속에 넣고 있었던 게 무슨 이득이 된단 말인가?]

청풍; [지난 삼년간 불완전한 조룡여의대법으로 구룡짐독을 통제할 방법을 끊임없이 궁리하다 보니 얻는 바가 있었습니다.]

독천존; [새로운 절기(絶技)를... 만든 겐가?] 놀라고

청풍; [절기라고 하긴 그렇고...] [조룡여의대법을 내공을 운용하는 심법(心法)으로 전용할 수 있었습니다.] 멋 적게 웃고

독천존; [일종의 술법인 조룡여의대법을 내공심법으로 만들었단 말인가?] 놀라고 흥분하고

청풍; [아시고 계시겠지만 저의 내공은 누구보다 심후하지만 그걸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내공심법이 없었습니다.]

청풍; [그래서 조룡여의대법을 바탕으로 제게 적합한 내공심법을 만들었는데...] 손을 들어서 정원 한쪽을 겨눈다. 정원 끝에 크고 작은 돌과 바위로 만든 가짜 산 쪽이다. 독천존도 돌아보고

청풍; [불완전하던 부분을 방금 전에 보여주신 금천구룡로를 통해서 메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징! 청풍의 손바닥이 진동하고. 그러자

툭! 투둑! 가짜 산을 이루고 있던 크고 작은 바위들이 무중력 상태인 것처럼 허공으로 제각각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어

독천존; (이 거리에서 수많은 돌과 바위를 대상으로 접인공력을 구사하다니...) 놀랄 때

투툭! 툭! 허공으로 떠오른 돌과 바위들은 이리저리 뭉치고 합친다. 이윽고

쿵! 허공에 돌로 이루어진 거대한 용이 떠서 꿈틀거린다.

독천존; (가공...) 놀라고

독천존; (여러 개의 돌들을 각각 조종하는 것도 놀랍지만...) 청풍을 보고

<이토록 대단한 접인공력을 구사하면서도 그다지 힘들어하지 않는다.> 집중해서 손을 움직이고 있는 청풍. 하지만 청풍은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다

독천존; (스스로 무공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의심의 여지도 없이 이놈은 제이(第二)의 사자천존이다. 약관을 갓 넘긴 나이에 천하무적이 되었던...) 침 꿀꺽 삼키고

<분이와 친밀한 사이인 걸 이용해서 이놈을 우리 만독동천의 서랑(壻郞;사위)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독천존의 생각을 배경으로 청풍이 돌과 바위를 조종해서 허공에 용을 만드는 모습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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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태자; [무공은 별볼 거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상대하기 까다롭다던 아버지 말씀대로군.] 얼굴을 만지며 청풍을 노려보고

혈태자; [뭐 그래봤자 오늘 네놈이 이곳에서 인생 종쳐야한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 빠캉! 앞으로 내치는 혈태자의 손에서 벼락이 일어나 청풍을 때린다.

분이; [악!] 비명. + 전삼낭; [흑!] 역시 비명. 그에 반해 온유향은 주먹만 쥐고 비명을 지르진 않는다. 그리고 그 직후

빠캉! 한쪽 무릎을 꿇은 자세로 일어나며 두 주먹 불끈 쥔 청풍의 몸에서도 벼락이 일어나 혈태자가 때린 벼락을 흡수한다.

분이; [아!] + 전삼낭; (벼락을 흡수했어!) 안도하지만

혈태자; [네놈이 혈전창을 흉내 낼 수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던 바다.] 바웅! 웃으며 왼손을 펼쳤다가 확 끌어당기는 시늉하고

[!] 화악! 불안정하던 자세인 청풍의 몸이 혈태자가 끌어당기는 대로 앞으로 확 끌려서 날아간다. 눈 부릅 뜨는 청풍

혈태자; [잘 가라!] 꽝! 날아드는 청풍의 가슴을 또 보이지 않은 장풍으로 갈긴다. 벼락을 쳤던 오른손으로 무언가를 뿜어내는 모습이고

분이; [오빠!] 비명. + 전삼낭; [흑!] + 온유향; [...] 주먹 꾹

청풍; [컥!] 입과 코로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가고. 그러다가

[!] 무언가 느끼는 청풍

휘릭! 몸을 홱 뒤집고

팟! 바닥을 딛으며 내려섰다가 벼락같이 옆으로 튀는 청풍

꽝! 청풍이 내려섰던 곳에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 깊은 구덩이가 파진다

휘릭! 쿵쿵! 멀찍이 내려서면서 비틀거리는 청풍.

장풍을 날린 자세로 그런 청풍을 돌아보는 혈태자

[흐윽!] [아!] 분이와 전삼낭도 손에 땀을 쥐며 보고

안도하며 한숨 쉬는 온유향

쿵! 쿵! 휘청이며 입과 코로 피를 흘리는 청풍

혈태자; [미꾸라지가 따로 없군.] 지지지! 벼락이 도는 손으로 구덩이를 겨눈 자세로 청풍을 돌아보고

혈태자; [적멸장강(寂滅掌罡)으로 끌어들인 후 위력은 약하지만 빠르고 기척을 내지 않는 무흔섬전수(無痕閃電手)로 때려 무력화시켰다고 생각했는데...]

혈태자; [늑골이 으스러지는 타격을 입은 상태에서도 내 회심의 일격을 피하는 게 가능할 줄은 몰랐다.] 청풍을 노려보며 다가가고. 청풍은 비틀거리며 물러서고. 비수는 손에 쥔 채

귀면지존; [그놈은 만천신안을 지녀서 한번 쓴 무공은 거의 효과가 없다.] 보고 있다가 말하고. 흘깃 곁눈질로 그런 귀면지존을 보는 혈태자

귀면지존; [그러니 놈이 경험해보지 못한 무공으로 단번에 끝장을 내야한다.]

혈태자; [아무래도 그래야할 것 같습니다.] 징징! 진동하는 양손을 늘어트린 채 청풍에게 걸어가고

분이; [조... 조심해 오빠!] + 전삼낭; [제발...] 두 손 모으고

청풍;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비틀거리는 몸을 세우면서 앞을 보고. 혈태자가 양손을 진동시키며 걸어오고 있다.

청풍; (혈태자라는 저자, 제 아비에 비해 무공은 좀 약하지만 임기응변에 강하다.) (나로서는 귀면지존보다 더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적인 것이다.) 긴장하며 비수로 앞을 가린 채 천천히 옆으로 움직이고

청풍; (경신술로 나를 압도할 뿐 아니라... 지금의 나는 연이은 타격으로 내공이 절반 정도로 감소된 상태다.) 몸을 조금씩 좌우로 흔들면서

청풍; (정면 대결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다.) (어떻게든 첫 번째 공격을 피한 후 승부를 걸어봐야만 한다.) 혈태자의 공격에 대비하고

혈태자; [그 새끼, 머리 굴리는 소리가 계곡 물에 자갈 굴러가듯 요란하게 들리는군.] 스윽! 슥! 히죽 웃으며 양손을 쳐들고

혈태자; [하지만 네놈이 내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펑! 오른손에서 붉은 색을 띤 빛의 채찍 같은 것이 튀어나간다

[!] 팟! 몸을 여러 개로 만들어 피하는 청풍. 하지만

화악! 빛의 채찍이 방향을 틀며 청풍의 본체를 따라붙고

청풍; (피하는 대로 따라온다!) 팟! 놀라며 더 빨리 움직여 피하려 하지만

콰득! 그대로 청풍의 왼쪽 팔을 휘감는 빛의 채찍

청풍; [큭!] 비틀! 왼팔이 빛의 채찍에 휘감겨 휘청하며 고통으로 얼굴 이지러지고

분이; [안돼!] 비명

후두둑! 빛의 채찍에 휘감긴 청풍의 팔 부분에서 피가 터져나간다.

청풍; (채찍같은 빛줄기에 닿은 부분의 혈관이 터지면서 피가 빠져나간다.) 쩍! 오른손의 비수로 빛의 채찍을 끊으려 하고. 하지만

콰득! 오른팔도 또 다른 빛의 채찍에 휘감겨 버린다.

혈태자; [이걸로 끝났다.] 왼쪽 손바닥에서도 빛의 채찍을 뿜어내며 웃고

후두둑! 그 빛의 채찍에 휘감긴 청풍의 오른쪽 팔에서도 피가 뿜어지고

청풍; [끄윽!] 양팔이 빛의 채찍에 휘감겨 좌우로 벌려지며 고통으로 이지러지는 청풍의 얼굴

분이; [오빠!] + 전삼낭; [청풍아!] 비명. + 온유향; [...] 눈을 감은 채 떨고 있고

귀면지존; [끝났군.] 웃고

콰드드! 버티고 선 청풍의 양쪽 팔을 휘감은 빛의 채찍들이 좌우로 당겨지고. 채찍들이 닿은 양쪽 팔에서 피가 뿜어지고 있고. 고통에 이지러지는 청풍의 얼굴

혈태자; [착혈능혼편(窄血凌魂鞭)이라는 수법이다.] [이름 그대로 몸속의 피를 쥐어짜 내는 무공이지만...] 왼손을 앞으로 밀며 오른손은 당기고. 그러자

청풍; [크윽!] 몸부림치는 청풍의 왼팔이 빛의 채찍에 휘감긴 채 혈태자쪽으로 당겨지고

혈태자; [피를 짜내는 것뿐만 아니라 몸뚱이를 해체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콰직! 강하게 오른손의 빛의 채찍을 끌어들인다.

우직! 왼쪽 팔이 빛의 채찍에 의해 몸통에서 멀어지며 청풍의 어깨에서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리고

분이; [그만... 그만 둬! 오빠를 괴롭히지 마!] 울부짖으며 기어오려 하고

청풍; (뿌리쳐야하는데...) (내공의 소모가 심한 상태라 힘을 제대로 쓸 수가 없다.) 고통으로 이지러지고. 우두둑! 우직! 그 사이에도 팔이 어깨에서 뽑히려고 소리를 내고

청풍; (이대로는 끝장인데... 최후의 수단을 써야하는 건가?) 고통과 갈등의 표정

청풍; (구룡짐독!) 폐가의 천정과 벽을 부수며 빠져나와 꿈틀거리던 검을 용을 떠올리고

청풍; (그놈을 불러내면 혈태자쯤은 간단히 죽일 수 있다. 하지만...)

청픙; (그럴 경우 분이 모녀와 어머니등도 무사하시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울부짖는 분이 쪽을 보며 갈등하고. 그때

귀면지존; [잘 했다. 하지만 밤이 길면 꿈도 많아지는 법이다.] 만족한 표정으로 외치고.

귀면지존; [빨리 끝내버리도록...] + [!] 혈태자에게 말하다가 눈 부릅

화악! 어떤 여자가 혈태자의 뒤로 덮쳐오는데 옷 밖으로 나온 양손이 눈이 부시게 하얗다. 물론 환설이지만 아직 정확하게는 모습을 보여주지 말고.

귀면지존; [뒤를 조심해라!] 팟! 다급히 외치며 몸을 날리고. 그자가 있던 곳에서 청풍과 혈태자가 싸우는 곳은 제법 거리가 있다.

혈태자; [!] 바웅! 눈 부릅뜨면서 놀라며 등 뒤에 반투명한 빛의 벽을 친다.

꽝! 그런 혈태자의 등을 치는 눈이 부시게 하얀 여자의 손. 짙은 색의 헐렁한 소매 속에서 팔꿈치까지 빠져나와 있어서 마치 그 하얀 손과 팔만 허공에 떠있는 것같다

바웅! 혈태자의 등쪽에서 진동이 일어난다. 몸에서 한 뼘 정도 떨어진 곳에 일어난 반투명한 빛의 장막 중간을 새하얀 손이 때리면서 빛의 장막에 원형의 파문을 겹겹이 퍼지게 만드는 형태

혈태자; (아버지의 경고 덕분에 탄천혈벽으로 방어했으니 별 문제 없겠지.) 곁눈질로 뒤쪽을 흘겨보며 생각할 때

퍼석! 혈태자가 등쪽에 일으킨 반투명한 빛의 장막을 모래처럼 부수며 그 안쪽으로 간단히 진입하는 새하얀 손과 팔

꽝! 빛의 장막을 뚫고 들어온 새하얀 손이 혈태자의 등을 때리고

혈태자; [컥!] 쿵! 쿵! 피를 왈칵 토하며 앞으로 쓰러질 듯 휘청이며 밀려가고.

푸스스! 퍼억! 그 바람에 청풍의 양팔을 휘감고 있던 빛의 채찍도 안개처럼 흩어지고

퍼억! 빛의 채찍에서 풀려나 바닥에 나뒹구는 청풍

[아!] 분이와 전삼낭 모녀의 안도. 직후

콰당탕! 등짝이 피투성이가 되어 앞으로 나뒹구는 혈태자

혈태자; [이게 무슨...] 끄윽! 피를 토하며 일어나려 애쓰고. 등에서는 연기가 나고 피가 흐른다. 옷이 터진 안쪽으로 등에 손바닥 형상의 상처가 난 게 보이고. 그때

환설; [도련님! 괜잖으세요?] 휘익! 혈태자가 섰던 곳에 날아 내리며 외치고

청풍; (환설!) + [고맙소 소저! 덕분에 살았소.] 일어나려 애쓰며 대답하고.

환설; [제가 오는 게 늦어서 도련님이...] 꽝! 바로 그 직후 벼락이 환설의 몸을 강타하고

환설; [아악!] 벼락에 맞아 옷과 살이 타며 비명. 연기와 벼락에 덮인 채 휘청

청풍; [조심하시오!] 일어나려 애쓰며 다급히 외치고

[!] 휘청이다가 눈 부릅뜨는 환설

귀면지존; [죽일 년! 감히 내 아들을...] 바웅! 화악! 마귀같이 환설의 바로 앞으로 쇄도하며 진동하는 손을 후려쳐온다. 환설의 시점이고

청풍; [혈왕의 절맥혈장이오! 피하시오.] 다급히 외치지만

환설; [크아!] 쩡! 비틀거리고 피를 토하면서도 마주 손을 내치고. 환설의 손과 팔뚝은 분을 칠한 듯이 새하얗다.

꽝! 귀면지존의 붉은 손바닥과 환설의 새하얀 손바닥이 마주치며 굉음이 일어난다

환설; [악!] 펑! 피를 토하며 뒤로 붕 날아간다. 반면

귀면지존; [!] 움찔! 역시 상당한 충격을 받아 비틀하며 눈 부릅뜨고

분이; [흑!] + 전삼낭; [안... 안돼!]

청풍; (이런...) 사력 다해 일어나 앉으며 눈 부릅. 직후

혈태자; (아버지가 절맥혈장을 쓰시고도 충격을 받으셨다.) 바닥에 쓰러진 채 고개만 돌려보며서 놀라고. 직후

퍼억! 5-6미터를 날아가 등부터 나뒹구는 환설.

환설; [끄윽!] 입과 코로 피를 토하면서도 일어나려 애쓰고

자기 손바닥을 들어 보는 귀면지존

후두둑! 떨리는 귀면지존의 손바닥이 터져서 피와 살점이 흐른다.

귀면지존; [절맥혈장과 맞서 본좌의 손을 훼손시키다니...] 눈 부릅

귀면지존; [네년이 쓴 무공은 역시 십절무제의 소수인(素手印)이었구나.] 환설을 돌아보고. 환설은 입과 코로 피를 게워내며 일어나려 애쓰고 있는 중이다.

청풍; (십절무제의 소수인!) 역시 겨우 일어나 앉으며 놀라고

혈태자; (어쩐지...) 헉헉 대며 일어나 앉으려 애쓰고

청풍; (환설소저가 쓴 무공이 혈태자의 탄천혈벽을 간단히 무너뜨려 범상치 않다 했더니 십절무제의 무공이었구나.) 일어나 앉으며 환설 쪽을 보고. 겨우 일어나 앉은 환설 쪽으로 귀면지존이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내며 다가가고 있다

청풍; (소수인은 접촉하는 모든 것을 엄청난 진동으로 소멸시키는 무공으로 알려져 있지만...) 힘겹게 일어서며 다시 비수를 들지 않은 왼손의 엄지와 검지를 모아 비파천강지를 쓸 준비를 하고

<환설소저는 혈전창에 직격당한 후 다시 절맥혈장과 맞서느라 심한 내상을 입었다. 도저히 귀면지존과 맞설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일어나 앉으며 한쪽 무릎 꿇은 상태로 귀면지존을 노려보는 환설. 오른손이 다시 하얗게 빛나고 있고

청풍; (반년간의 휴전 약속을 어기고서라도 도와주지 않으면 환설소저는 귀면지존의 손에 참사를 당할 수 밖에...) + [!] 왼손을 쳐들어서 귀면지존에게 비파천강지를 퉁기려다가 흠칫! 하며 옆을 곁눈질하는 청풍. 부웅! 말벌 한 마리가 그런 청풍의 옆을 날아 지나치고 있고

청풍; (내가 부리던 대독금봉이 아니다. 그렇다는 건...) 안도하며 놀라고. 귀면지존을 겨눴던 왼손을 내리고. 이어

청풍; (그분이 주변에 있다.) 털썩! 다시 주저앉고

분이; [오빠...] 걱정할 때

괜잖다고 분이에게 손을 들어 보이면서 시선은 다른 곳을 살피는 청풍. 그때

귀면지존; [네년 역시 살려두면 안되는 부류의 인간이로구나!] 지잉! 다치지 않은 왼손으로 환설을 겨누고

환설; (피할 수가...) 절망하면서도 두 주먹 불끈 저항을 해보려는데. 그 직후

찡! 무언가에 충격을 받고 눈 부릅뜨는 귀면지존

부르르! 앞으로 내민 귀면지존의 손이 검게 변하며 떨린다.

귀면지존; [독!] 콱! 피가 나는 오른손으로 왼손의 손목을 움켜잡고.

환설; (독?) 역시 놀랄 때

화악! 보이지 않은 불이나 열기같은 것이 귀면지존의 주변 잡초들을 거대한 원형으로 확 태운다. 거대한 원은 귀면지존이 중심이 아니다. 환설과 귀면지존 사이에 경계를 이루고 있고 거대한 원 안에 혈태자도 포함된다. 청풍과 세 여자는 그 원 밖에 있고

[끄윽!] 털썩! 겨우 일어나 앉던 혈태자가 다시 쓰러지고. 원 안에 있어서

귀면지존; [괜잖으냐 천야?] 오른손으로 왼쪽 손목을 잡은 채 혈태자를 돌아보며 외치고.

[끄윽!] 대답하지 못하고 벌벌 떠는 혈태자의 피부가 검게 변한다.

귀면지존; [이런...] 그걸 보며 이를 갈고.

청풍; (아무런 기척도 없었는데 지독한 독이 귀면지존 부자 주변에 뿌려졌다.) 그걸 보며 놀라고.

청풍; (우리는 독이 뿌려진 범위 밖에 있어서 무사한 것이고...) 자신과 여자들이 원형의 고리 밖에 있어서 무사한 것을 확인하며 안도하고. 그때

귀면지존; [크왓!] 오른손으로 왼손 손목을 움켜쥔 채 기합 지르며 뒤로 물러서고

지이잉! 귀면지존의 왼손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가

펑! 무언가 터지는 느낌과 함께 귀면지존의 왼손에서 연기가 풀썩 일어난다

청풍; (몸속에 침투한 독기를 삼매진화로 태워버렸다.) 놀라고

츠으! 이어 원래대로 색이 돌아오는 귀면지존의 왼손.

청풍; (확실히 저자는 상궤를 뛰어넘는 고수다.) 긴장하고. 그때

귀면지존; [독천존 서래음!] [근처에 있는 거 알고 있으니 모습을 드러내시지.] 주변을 둘러보며 눈 번뜩. 가면 속에서 이를 갈고.

온유향; (독천존!) 안도하며 놀라고. 그때

<놀랍군. 실로 놀라운 일이야.> 어디선가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리더니

<무명지배(無名之輩) 중에 노부가 쓴 독을 그렇게 간단히 태워버릴 수 있는 인간이 존재하다니...> 버석! 누군가의 발이 마른 풀을 밟는 소리를 내고

독천존; [역시 무림에는 우리들 우내칠절(宇內七絶) 외에도 기인이사가 도처에 숨어 있었어.] 와삭! 와삭! 갈대를 헤치며 현장으로 나오는 노인. 물론 독천존이다. 붕붕! 주변으로 몇 마리의 말벌이 날아다니고 있고

환설; (저... 저 노인이 독천존...) 안도하며 놀라고

귀면지존; [서노사! 본좌는 서노사나 만독동천과 은원을 맺은 기억이 없소.] 독천존을 노려보고

귀면지존; [헌데 어인 연고로 불문곡직 우리 부자에게 독을 쓴 거요?] 곁눈질로 자기 뒤의 혈태자를 보며 말하고. 혈태자는 피부가 검게 변한 채 부들 부들 떨고 있다.

독천존; [굳이 설명할 이유는 없지만...] 다가오다가

독천존; [귀하는 부지불식간에 노부의 친인(親姻)에게 해코지를 했소.] 귀면지존의 5미터쯤 앞에 서며

귀면지존; [서노사의 친인이라...] 주변을 둘러보고.

분이 모녀와 온유향. 다시 주저앉은 청풍등이 보인다

귀면지존; [저 어린 계집을 말하는 것같은데...] 분이를 크로즈 업

귀면지존; [어떤 관계인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지만 서노사가 그렇다면 그런 것으로 믿어야겠지.] 다시 서래음을 돌아보고

독천존; [이제 선택하시오.] [오늘 여기서 노부와 살고 죽는 결판을 낼 것인지 다음을 기약할 것인지...] 음산한 표정으로 말하고

귀면지존; [생사결(生死結)이라...] 쿠오오! 역시 살기를 뿜어내며 마주 노려보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는 귀면지존과 독천존

청풍; (확실히 우내칠절이란 이름은 무게가 있다.) (저 교만한 귀면지존도 섣불리 손을 쓸 생각을 못하는 걸 보면...)

청풍; (반면 독천존께서도 손을 쓰기 전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오랜 경험에 의해 귀면지존이 자신의 독공으로도 간단히 어쩔 수 있는 상대가 아님을 알아차린 때문일 것이다.> 쿠오오! 쿠쿠쿠! 서로를 노려보는 귀면지존과 독천존. 그러다가

귀면지존; [그만합시다.] 슥! 한 손 들어 보이며 뒤로 물러서고

귀면지존; [아무리 생각해도 서노사와 목숨을 걸고 싸워야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소.] [이쯤에서 서로 빚이 없는 것으로 해둡시다.]

독천존; [귀하로 인해 다친 아이들이 있는 데 빚이 없는 것으로 하자?] 환설과 청풍을 보며 말하고

귀면지존; [원하는 게 뭐요?] 노려보고

청풍; (기싸움을 하시는군.) 웃고

독천존; [구급용의 영약정도는 갖고 다니지 않소?]

귀면지존; [좋소 좋아! 오늘은 본좌가 손해를 보는 걸로 합시다.] 품속에 손을 넣고

귀면지존; [공청석유(空靑石乳)요.] 품속에서 작은 병을 꺼내고. 유리병인데 하얀 액체가 들어있다

귀면지존; [기사회생의 영약인 공청석유정도면 불만은 없으실 거요.] 휙! 독천존에게 던지고

독천존; [가히 무가지보(無價之寶)인 공청석유를 흔쾌히 내놓고... 귀하의 배포에 경의를 표하겠소.] 웃으며 병을 받고

독천존; [보답으로 귀하의 아랫것들을 해독시켜드리겠소.] 혈태자를 향해 손짓하고. 그러자

[컥!] 퍼덕이는 혈태자. 돌아보는 귀면지존

혈태자; [끄윽...] 헐떡이면서도 눈을 힘겹게 뜨고. 피부 색도 원래대로 돌아오고

[으으으!] 타노도 신음하며 꿈틀거리고. 아직 깨어나진 않았다.

청풍; (명불허전!) (어떻게 손을 쓰는지 알아차릴 수도 없는데 독을 풀고 거둔다.) 감탄하고

귀면지존; [서노사의 배려에 감사드리겠소.] 포권하고

독천존; [별 말씀을...] 고개 조금 숙이며 웃고

혈태자에게 다가가는 귀면지존

혈태자; [아... 아버지.] 헐떡이며 일어서려 애쓰고

귀면지존; [오늘 볼일은 얼추 끝났다. 그만 돌아가자.] 혈태자의 팔을 잡아 일으키고

귀면지존; [서노사! 앞으로도 가급적 만나지 말도록 합시다.] [다음에도 얼굴을 붉히게 되면 누구 하나는 인생 마감해야할 테니...] 혈태자를 부축해서 타노와 백일몽 쪽으로 가며 독천존을 돌아보고

독천존; [귀하가 노부의 친인들을 건드리지 않으면 우리가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도 없을 것이오.] 차갑게 웃고

귀면지존; [흥!] 코웃음 치며 타노와 백일몽 쪽으로 고개짓을 하고. 그러자

슥! 스윽! 기절한 백일몽과 신음하는 타노의 몸이 허공으로 둥실 떠오르고

청풍; (가공한 접인공력...) 놀라고

귀면지존; [네놈은...] 그런 청풍을 돌아보고

귀면지존; [반 년 후에는 반드시 본좌의 손에 죽게 될 테니 살고 싶으면 멀리 달아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살기를 뿜고

청풍; [반 년 후에 다시 봅시다. 기대하고 있겠소.] 웃으며 포권하고

귀면지존; [건방진 놈...] 노려보다가

귀면지존; [본좌와 척을 진 것을 후회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팟! 혈태자의 팔을 잡고 날아오르고. 백일몽과 타노의 몸도 그자와 함께 허공으로 날아오르고

쐐애액! 멀리 사라지는 귀면지존 일행

청풍; (또 한 번 죽을 고비를 넘겼군.) 멀어지는 귀면지존의 뒤를 노려보고

청풍; (오늘은 내가 능력이 모자라 그냥 보내지만...) (다음에는 반드시 내 손으로 당신을 찢어 죽여서 할아버지의 복수를 하고 말 것이다.) 이를 바득 갈며 결의를 다질 때

독천존; [저자가 온고당을 불태운 범인인 것이냐?] 다가와 귀면지존이 날아가는 쪽을 보고

청풍; [노사께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한쪽 무릎 꿇은 자세로 포권하며 고개 숙이고

독천존; [정황을 보아하니 네 조부는...] 여자들을 흘깃 보며 묻고. 여자들도 긴장하며 보고 있는데.

청풍; [낮에...] 침통한 표정으로 온유향을 조금 고개 돌려 보며

청풍; [타계하셨습니다.] 침통하게 말하고. 그러자

온유향; [아!] 신음하며 쓰러지고. + 전삼낭; [마님!] 기겁하며 부축하고. + 분이; [흐윽!] 놀라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전삼낭; [정신 차리세요 마님! 정신 차리세요.] 품에 안고 흔들며 울부짖고. 그 옆에서 분이도 입을 손으로 가리며 울고

독천존; [귀신 가면을 쓴 자... 무엇 때문에 온고당을 습격한 것이냐?] 그런 분이 쪽을 흘낏 보며 청풍에게 묻고

청풍; [제가... 자칫 재앙을 건드린 결과입니다.] 입술 깨물며 주르르 눈물 흘리고

독천존; [재앙?] 돌아보고

청풍; [의도하지 않았는데 천마총의 장보도를 손에 넣고 말았었습니다.]

<천마총의 장보도!> 경악하는 독천존과 독천존 뒤쪽에 좀 떨어져 앉아있던 환설.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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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유향; <무...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전삼낭에게 전음으로 묻고

전삼낭; [청풍이가 손에서 벼락을 일으켜서 백일몽이란 망할 년을 쓰러트렸어요.] 상황 설명하고

온유향; <그... 그랬군.> 안도하고

귀면지존; (신행철필 장세명의 아들과 같은 이름을 지닌 저 도둑놈...) 눈 번뜩이며 청풍을 보고

<어젯밤보다 혈전창을 쓰는 게 확연히 능숙하고 강력해졌다.> 왼손에서는 벼락을 일으키고 오른손에는 비수를 든 채 여자들을 살피는 청풍을 배경으로 귀면지존의 생각

귀면지존; (도저히 살려둘 수가 없는 괴물이다.) 쿠오오! 지지지! 온몸에서 살기가 뿜어지고. 여자들을 살피다가 움찔! 하며 돌아보는 청풍

청풍; (무시무시한 살기!) + [협상 합시다!] 억지로 웃으며 포권하고 비수를 손에 쥔 채

귀면지존; [협상?] 쿠오오! 무시무시한 살기에 덮인 채 눈 번뜩

청풍; [물건은 돌려드리겠소이다.] + (지금의 내 실력으로 저자와 맞서 싸워 이길 가능성은 없다.) 슥! 비수를 든 오른손을 품속에 넣고

청풍; (분하지만 할아버지의 복수는 뒤로 미뤄야한다.) 슥! 다시 꺼내는 청풍의 손에 두루마리 형태로 만 낙신부도가 들려있다.

<지금은 분이모녀와 어머니의 안전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니...> 청풍이 품에서 완전히 꺼낸 두루마리 크로즈 업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귀면지존; [낙신부도냐?] 그걸 보며 눈 번뜩

청풍; [동시에 천마총의 장보도이기도 하지요.] 히죽 웃고

귀면지존; [내놔라!] 다가오며 손 내밀고

청풍; [한 걸음만 더 다가오면 이걸 삼매진화(三昧眞火)로 태워버릴 거요.] 두루마리를 쳐들고

귀면지존; [죽일...] 멈칫! 이를 바득 갈면서도 멈춰서고.

청풍; [천마의 무덤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영영 사라지길 원치 않는다면 나의 제안을 받아들여야할 거요.] 웃으며 두루마리를 흔들어 보이고

<천... 천마총의 장보도!> 경악하는 온유향. 온유향만 천마에 대해 안다. 분이와 전삼낭은 어리둥절

온유향; (청풍이가 위가대원에서 훔쳐온 낙신부도가 사실은 천마총의 장보도였던 게 이번 사단의 원인이었구나.) 눈 감은 채 바르르 떨고.

이를 부득부득 갈며 청풍을 노려보는 귀면지존

청풍도 웃고 있지만 긴장한 표정으로 마주 보고. 그때

<놈의 제안을 받아들이십시오 아버지! 뒷처리는 소자가 할 테니...> 누군가의 전음이 귀면지존의 귀에 들리고. 흠칫! 하는 귀면지존. 이어

귀면지존; (진천이가 도착했구나.) + [좋다 좋아!] 두 손 들어 보이고

귀면지존; [네놈의 잔머리에는 도저히 당할 수가 없구나.] [협상을 원한다면 네놈의 조건부터 말해 봐라.] 한손은 내리고 한손으로는 권하는 자세를 취하며

청풍; [내가 원하는 건 두 가지요.] +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 내심 안도

귀면지존; [겨우 두 가지냐?] 피식 웃고

청풍; [두 가지로 충분하오.] [먼저 저분들을 포함하여 내 주변의 그 누구도 해치지 말 것!] 세 여자를 돌아보고

귀면지존; [어렵지 않은 조건이로군. 기꺼이 받아들이마.] 끄덕

청풍; [두 번째 조건은 우리 사이의 결판을 반년만 늦추자는 것이오.]

귀면지존; [허어... 반년 후에는 본좌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어이없고

청풍; [겁이 난다면 내 조건을 받아들이지 말고 오늘 이 자리에서 날 죽여도 좋소.] [대신...] 냉소하고

청풍; [천마총의 장보도 역시 내 목숨과 함께 영원히 사라지겠지.] 음산하게 웃으며 두루마리를 흔들어 보이고

귀면지존; [그놈 사람을 궁지로 모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군.] 한숨 쉬고

귀면지존; [좋다. 네놈의 두 번째 조건도 받아들이겠다.]

귀면지존; [앞으로 반년동안은 내 손으로 네놈을 죽이려는 시도는 절대 하지 않겠다.] 낙신부도를 달라고 손을 내밀고

청풍; [지금의 그 약속, 믿어도 되겠지요?]

귀면지존; [본좌를 뭘로 보고...] 손 내리며 불쾌한 표정

귀면지존; [본좌는 장차 천하의 주인이 되려는 큰 뜻을 품고 있는 몸이다.] [그리고 천하의 주인이 되려는 자는 절대 하늘에 죄를 지으면 안되는 법이다.]

청풍; [하늘에 죄를 지으면 안된다?] [사년 넘게 죄 없는 여자들을 해코지 해 온 처지에 할 말은 아닌 것같은데...?] 비웃지만

귀면지존; [그건 네놈이 하늘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냉소

청풍; [하늘에 대한 오해?]

귀면지존; [하늘은 인간이 죽고 사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하늘의 입장에서 보자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태어난 이상 죽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이고 과정이기 때문이다.]

귀면지존; [만일 생명을 해치는 게 죄라면 고기를 먹는 그 누구도 하늘의 심판을 면할 수 없지 않겠느냐?]

청풍; [궤변이지만 솔깃한 주장이긴 하구려.] 비웃고

귀면지존; [하늘이 미워하는 바 단 한 가지의 죄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귀면지존; [거짓을 행하는 것이다.] 엄숙하게 말하고

청풍; [거짓이 하늘이 미워하는 단 한 가지 죄라...] 장난기를 지우며 좀 심각해지고

귀면지존; [거짓은 인간뿐만 아니라 하늘을 속이는 것이기도 하다.]

귀면지존; [그래서 진실 되지 못한 자는 결코 천하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 하늘이 그 죄를 미워하여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늘에 대고 포권하며

청풍; (듣고 보니 그럴듯하군.)

청풍; (생각해보면 주원장이나 영락제는 냉혹하고 교활하긴 했을지 언정 거짓말쟁이는 아니었다.) (그래서 천하의 주인이 되었을 테고...)

청풍; (귀면지존, 저자는 어쩌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대단한 자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할 때

귀면지존; [본좌의 뜻은 밝혔다. 이제 본좌를 믿을지 말지는 전적으로 네게 달렸다.] 하늘에 대고 포권하던 손은 내렸고

청풍; [속더라도 어쩔 수 없지.] 끄덕

청풍; [귀하가 부디 내가 생각하는 수준의 인물이길 바라겠소.] 휙! 두루마리를 던지고

귀면지존; [잘 생각했다.] 팟! 두루마리를 받고

귀면지존; [이후로 네 주변 인간들은 절대 해코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반년동안은 내손으로 네놈을 죽이려는 시도 역시 하지 않을 것이다.] 촤락! 말하며 두루마리를 펴보고

두루마리 뒤에 그려져 있는 원형의 복잡한 지도

귀면지존; [내 집에 남겨놓고 간 가짜와 달리 이건 진품이로군.] 끄덕이며 다시 두루마리를 말고

청풍;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었으면 그만 가보시오. 피차 보살펴야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세 여자에게 돌아서고. 온유향은 앉아있고 전삼낭은 쓰러져 있고. 분이는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가

멈칫! 하며 돌아보는 청풍.

귀면지존이 두루마리를 두 손에 든 채 원래 자리에 서서 보고 있다.

청풍; (저 작자가 설마...) + [무슨 뜻이오?] 오싹! 소름이 돌아서 귀면지존을 보며 긴장

바닥에 쓰러져 있던 분이와 전삼낭도 겁에 질려 귀면지존을 보고. 온유향도 눈을 감은 채 앉아서 긴장하는데

청풍; [나에게 여전히 볼일이 남은 거요?] 다시 귀면지존과 마주 서며 오른쪽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으로 고리를 만들어 비파천강지를 튕길 준비를 하고

귀면지존;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청풍; [또 무슨 궤변을 늘어놓으려고...] 노려보고

귀면지존; [갈 때 가더라도 한 가지 기막힌 구경은 하고 가야겠다.] 말하며 청풍의 뒤를 보고

청풍; [구경?] 홱!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고

쿵! 멀지 않은 곳에 우뚝 서있는 사내. 얼굴에 반쪽짜리 귀신 가면을 쓰고 있다. 귀면지존이 쓴 가면에서 코 아래 부분을 없앤 반쪽짜리 가면. 그래서 입 부분이 드러나 보인다. 물론 이 반쪽 가면을 쓴 자는 위진천이다. 이 가면을 쓰고 있을 때는 혈태자로 표기

 

#171>

곡가표국. 해가 막 진 시간. 아직 어둡지는 않은데. 마차들이 줄줄이 곡가표국의 정문을 빠져나가고 있다. 마차에는 여자와 아이들과 노인들이 타고 있고. 부상당한 사내들이 마차를 몰고 따라간다.

정문 밖에는 곡강한이 서서 떠나는 마차들을 보고 있다. 곡부인이 아기를 안고 울먹이고 있고. 옆에는 마차 한 대가 대기하고 있다. 마부가 마부석에 앉아있고

곡부인; [정말... 정말 상공은 함께 가시지 않으실 거예요?]

곡강한; [나는 갈 수도 없고 가서도 아니 되오.] 고개 젓고

곡강한; [곡가의 당주로서 대대로 물려받은 가업인 표국을 포기할 수 없을뿐더러 그자들이 돌아왔을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남아야만 하오.]

곡부인; [그자들이 돌아왔을 때를 대비해서라니요?]

곡강한; [자신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우리 표국의 식솔들이 모두 도망친 걸 알면 추격을 할지도 모르오.] [그럼 무차별 살상극이 벌어질 수도 있고...]

곡강한; [나라도 남아있어야 그자들이 미쳐 날뛰지 않을 거요.]

곡부인; [그... 그렇다고 상공만 남아께서 위험을 무릅쓰실 것까지야...] 울먹

곡강한; [우리 아들을 위해서인데 감당 못할 위험이 무에 있겠소?] 곡부인이 안고 있는 아기의 뺨을 만지며 웃고

곡강한; [또 조(趙)노야의 손자인 장소협이 놈들을 추격해갔으니 모든 우환이 해소되었을 수도 있소.] 웃고. 그때

[장소협이란 분이 이곳에 들렀었나요?] 누군가의 음성이 허공에서 들려서 깜짝 놀라는 곡강한과 곡부인. 주변의 사람들도 놀라고.

쿵! 언제부터였는지 허공에 떠서 내려다보는 여자. 바로 환설이다.

곡부인; [흑!] 겁에 질려 마차쪽으로 뒷걸음질. 곡강한은 그런 곡부인과 아기를 몸으로 막으며 환설을 올려다보고. 주변의 표사들은 겁을 먹으면서도 칼의 손잡이에 손을 대고

곡강한; [소저는 뉘시오?] 긴장

환설; [장소협이란 분의 우군(友軍)이라고 해두지요.]

곡부인; [아!] 안도하고. 주변의 표사들도 안도하고

환설; [헌데 그분... 장소협은 언제쯤 어느쪽으로 갔나요?]

곡강한; [장소협은 반 각 전쯤 이곳에 들렀다가 강변을 따라 서북쪽으로 가셨소.] 강쪽을 가리키고

환설; [고마워요.] 휘익! 새처럼 날아서 강변을 따라 멀어지고

곡강한; (나 곡강한이 이제껏 본 여자 무사들 중 가장 강해보이는 여자다.) 멀어지는 환설의 뒷모습 보며

<조노야의 따님과 두 여자에게 무슨 비밀이 있기에 보기 드문 고수들이 강녕같은 작은 마을에 운집하는 것일까?> 곡가표국 입구에 서서 강변쪽을 보는 곡강한과 곡부인의 모습. 그리고

붕! 붕! 하늘에 떠서 그 장면을 보고 있는 말벌 한 마리

 

#172>

다시 청풍이 귀면지존과 협상하던 강변. 이곳도 이제 해가 졌고

청풍에게서 30미터쯤 떨어진 약간 높은 곳에 뒷짐 짚고 서서 청풍을 내려다보는 반쪽 가면을 쓴 혈태자.

반쪽 가면을 쓴 혈태자의 얼굴 크로즈 업

청풍; (또 다른 귀면(鬼面)!) 아연긴장하며 혈태자를 보고

[흐윽!] [저... 저자 언제 저기에...] 분이와 전삼낭도 전율하고. 분이는 이제 거의 일어나 앉았다.

온유향; (고... 고수가 또 한명 나타났구나.) 역시 식은땀 긴장. 그때

귀면지존; [피차 초면일 테니 본좌가 소개를 하지!] 청풍의 뒤에서 말하고

귀면지존; [네 앞에 있는 그 아이는 본좌의 외아들로 혈태자(血太子)라 불린다.]

청풍; (혈태자!) 긴장하며 혈태자를 보고

청풍; (비록 나이는 젊지만 귀면지존보다 그리 아래가 아닌 고수다.) 소름이 돋고 침 꿀꺽

귀면지존; [본좌는 네놈을 직접 죽이지 않는다고 했지 다른 사람이 네놈을 죽이려는 것까지 막아주겠다고 하진 않았다.] 음산하게 웃고

청풍; (교활한... 제 아들놈을 이용해서 오늘 기필코 날 죽일 생각이구나.) 얼굴 굳어지고.

귀면지존; [본좌의 아들이 네놈을 죽이는 좋은 구경거리를 놓칠 수는 없지 않겠느냐?]

청풍; (조건을 너무 허술하게 걸었다! 귀면지존 자신뿐 아니라 다른 자들도 내게 적대하지 말라고 요구했어야했는데...) 후회. 그때

혈태자; [네가 이리로 와라.] 오라고 청풍에게 손가락을 까닥거리고

청풍이 찡그리자

혈태자; [내가 그리로 가서 싸우면 계집들이 다칠 수도 있는 데 괜잖겠느냐?] 청풍 주변에 앉고 쓰러져 있는 세 여자를 보며 웃고

청풍; (어쩔 수 없군.) + [친절하기도 하지.] 냉소하며 혈태자쪽으로 다가가고

분이; [달... 달아나 오빠!] 기어오려는 자세로 다급하게

전삼낭; [그래라! 우린 상관하지 말고 빨리 여길 빠져나가.] 쓰러진 채 돌아보며 외치지만

무시하고 혈태자에게 다가가는 청풍

혈태자; [네 놈 얘기는 아버지로부터 자세히 들었다.] [실제 무공은 별 볼일 없는데 요상하게 상대하기가 까다롭다며?] 가까이 다가오는 청풍을 보며 웃고

청풍; [바로 그렇다!] 땅! 오른손을 벼락같이 퉁기고. 그러자

꽝! 혈태자의 가슴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레이져 광선같은 빛이 그자의 가슴을 때렸고

분이; (해치웠어!) 일어나 앉은 채 흥분. + 전삼낭; [아!] 역시 흥분. 하지만

지징! 청풍이 날린 레이져같은 빛이 때린 혈태자의 가슴 부분에 원형으로 파문이 일어난다. 마치 가슴 앞에 질긴 재질의 투명한 고무판이 있는 것같고. 그 중심부에 청풍이 날렸던 비파천강지의 힘이 막혀서 밝은 빛을 내고 있다.

청풍; [!] 팟! 지풍을 날린 자세로 무언가 느끼고 홱 몸을 앞으로 숙이고

투쾅! 청풍의 머리 위로 지나치는 섬광. 그 섬광에 스친 청풍의 머리카락이 잘려버리고

분이; [악!] 비명. + 전삼낭; [흑!] 기겁. + 온유향; [...!] 눈 감은 채 주먹 꾹 쥐고

청풍; (이게 무슨...) (내가 날린 비파천강지가 그대로 돌아오다니...) 콰득! 쓰러지려던 몸을 한쪽 무릎을 꿇고 한손으로 바닥을 짚어서 멈추며 경악하고

혈태자; [심장이 멎도록 놀랐겠지?] 지지징! 웃는 혈태자의 가슴 앞에 반투명한 파문이 사라지고 있다

혈태자; [네놈에 대해 아버지로부터 자세히 들었다고 한 말을 잊은 것이냐?] 자기 앞쪽에 무릎을 꿇은 청풍을 보며 거만하게 웃고

혈태자; [네놈이 지닌 무공중에서 그나마 쓸 만한 게 비파천강지라는 걸 알고 있어서 미리 탄천혈벽(彈天血壁)을 운용하고 있었다.]

청풍; [탄천혈벽이라면 혹시 혈왕의...] 눈 부릅

혈태자; [잘 알고 있군.] 음산하게 웃고

혈태자; [탄천혈벽은 혈왕께서 남기신 호신공부로 받은 타격을 고스란히 돌려보내는 힘을 지녔다.] [그래서 네놈이 방금 전 구사한 비파천강지가 그대로 돌아갔던 것이다.]

청풍; (역시 이놈들 두 부자는 삼황중 혈왕의 후손들이었구나.) 굳어진 표정으로 천천히 일어나고

혈태자; [십초를 양보할 테니 마음껏 실력을 발휘해봐라.] 두 손 벌려 보이며 말하고.

혈태자; [뭐 살고 싶으면 젖 먹던 힘까지 짜내야할 상황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직후

청풍; [과연 그럴지 보자!] 슈악! 폭발적으로 혈태자를 덮쳐가는 청풍.

혈태자; [이번에는 빠르기로 승부를 보겠다?] 웃고.

슈슈슉! 청풍이 여러 명으로 변해서 비수로 혈태자를 난자해간다. 하지만

혈태자; [네놈에게는 안됐지만 경신술이라면 나도 세상 그 누구에도 못지 않게 빠르다.] 스스스! 역시 여러 명으로 변해서 피하는 혈태자

이하 바람처럼 움직이며 공방을 펼치는 청풍과 혈태자. 청풍이 여러 명으로 변해 혈태자를 베고 찌르지만 혈태자도 여러 명으로 변해서 이리저리 피한다

분이; [제발...] 이제 완전히 일어나 주저앉은 자세로 보면서 초조하고. 전삼낭도 몸을 일으키려 애쓰며 보고 있고

<청풍오빠가 혈태자라는 저자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날고 뛰며 공방을 펼치는 청풍과 혈태자의 모습 배경으로 분이의 생각

청풍; (장담했던 대로 정말 빠른 자다!) 슈칵! 쩍! 비수를 찌르고 베며 심각. 날아다니면서. 그 앞쪽에서 혈태자가 날아다니면서 청풍의 공격을 피한다.

청풍; (할아버지의 능파미보라면 따라잡지 못할 상대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자의 보법과 경신술은 할아버지의 것보다 한, 두 단계 더 높은 수준이다.> 여유 있게 날고 뛰며 피하는 혈태자의 모습

혈태자; [칠초! 팔초!] 휙! 휙! 자신의 주변을 긋는 청풍의 칼질을 피하면서 웃고

청풍; (하지만 네놈이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 혈태자에게 쇄도하며

청풍; (바로 내가 한번 보는 건 무엇이든 복제할 수 있는 만천신안의 소유자라는 사실이다.) 쩍! 혈태자에게 비수를 찔러가고. + 혈태자; [구초!] 피하면서 웃고

혈태자; [마지막 십...] + [!] 말하다가 눈 부릅

청풍; (네놈의 보법이 어떻게 변화를 일으키는지는 이미 파악했다!) 휘릭! 찔러오던 청풍의 비수가 활짝 펼치는 청풍의 손바닥 안에서 휘릭 돌며 방향을 틀고

청풍; (이렇게!) 콱! 비수를 거꾸로 잡는 청풍의 손바닥. 이어

청풍; [크왓!] 슈칵! 방향을 틀어 혈태자를 외곽에서 감싸고도는 자세로 비수를 위로 그어 올린다.

[!] 포물선을 그리며 자신의 얼굴로 날아드는 비수의 끝을 보며 눈 부릅뜨는 혈태자. 청풍이 거꾸로 쥔 비수로 돌리면서 비수를 그어 올린다

귀면지존; [조심...!] 귀면지존이 눈 부릅 뜰 때

서걱! 비수가 스치면서 혈태자의 뺨과 가면 일부를 스치고 지나간다. 상처가 깊진 않다. 뒤로 얼굴을 홱 젖힌 바람이 피했고

분이; [아!] 눈 치뜨며 환호

청풍; (한 번 더...) 휘릭! 비틀거리는 혈태자의 몸을 바람처럼 감싸고돌면서 다시 비수를 손바닥에서 돌려 바로 잡고

청풍; (확실하게 끝을 내주마!) 콱! 손바닥에서 돌린 비수를 잡고 찔러가려는데

꽝! 갑자기 청풍의 가슴에서 일어나는 강력한 폭발. 눈 부릅뜨는 청풍

[악!] [안돼!] 비명 지르는 분이와 전삼낭. 온유향도 손으로 입을 가리고

퍼억! 뒤로 날아가 쳐박히는 청풍. 쿵! 쿵! 그 앞쪽에서 손을 앞으로 내민 자세로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혈태자

귀면지존; [상처는 어떠냐?] 안도하며 묻는 귀면지존

혈태자; [걱정하지 마십시오. 살갗을 좀 긁혔을 뿐입니다.] 얼굴에 난 상처를 만지며 대답하고. 시선은 청풍에게 향한 채.

청풍은 가슴이 움푹 들어간 채 입과 코로 피를 흘리며 사력을 다해 일어나고 있다.

분이; [오빠! 괜잖아? 괜잖은 거야?] 울부짖고

청풍; (위력은 치명적이진 않지만 기척도 없이 빠르게 구사되는 수법에 가격 당했다.) 벌벌 떨며 일어나 앉으며 혈태자를 노려보고. 입과 코로 피가 줄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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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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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사이를 지나 대청 앞의 넓은 광장으로 들어가는 복면인. 광장에는 이미 수십명의 사람들이 끌려와 있다. 남녀노소가 뒤섞여 있는데 건장한 체격인 사내들은 싸우다가 다친 모습으로 대부분 쓰러져 있고. 여자들이 겁에 질려 울면서 사내들을 간호한다. 사람들 맨 앞에는 두손이 뒤로 묶인 곡강한이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있다. 역시 싸우다가 다친 듯 입과 코로 피를 흘리고 있고. 십여명의 복면인들이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으며 여기저기서 복면인들이 건물을 뒤지거나 도망치던 사람들을 잡아오고 있다. 대청 앞의 축대 위에는 의자가 놓여있고 그 의자에는 귀면지존이 앉아있다. 귀면지존 뒤에는 타노가 서있고.

[마님!] [마님!] [마님과 도련님도 잡혔어.] 끌려와 있던 사람들 돌아보며 비명. 곡부인이 두 발이 묶인 채 질질 끌려오고 있다. 그 뒤에서 아기의 멱살을 쥔 백일몽이 따라온다. 아기는 죽겠다고 울어대고 있고

한숨 쉬며 돌아보는 곡강한. 배경으로 나레이션. <-곡가표국 국주 곡강한(曲姜韓)>

복면인1; [창고에 숨어있던 곡가의 마누라를 잡아왔습니다 지존!] 귀면지존 앞쪽에 이르러 고개 숙이며 보고하고

타노; [곡가쪽에 치워둬라.] 귀면지존 뒤에서 손짓하고.

복면인1; [!] 고개 숙이고

! 가볍게 채찍을 휘두르고. 그러자

[!] 털썩! 곡강한 옆에 나뒹구는 곡부인. 하지만

곡부인; [제발...] 나뒹굴었다가 벌떡 일어나고

곡부인; [제 아기를 돌려주세요.] 백일몽을 향해 무릎 꿇고 애원하는데

! 대답없이 아기를 던져주는 백일몽

곡부인; [아가!] 비명 지르며 두 팔로 안고

곡부인; [미안해 아가! 놀라게 해서 미안해!] 아기를 안고 몸부림치며 우는 곡부인.

한숨 쉬는 곡강한. 그때

귀면지존; [본좌는 무고한 피 보길 즐겨하지 않는다.] 입 열고. 깜짝 놀라며 돌아보는 곡부인

귀면지존; [그래서 지금까지는 살수를 쓰지 않았지만...] [본좌의 인내가 한계에 이른 것도 사실이다.] 쿠오오! 온몸에서 살벌한 기운이 뿜어지고

귀면지존; [결정해라 곡강한!] [의리를 지킬 것인지 피붙이들의 목숨을 지킬 것인지!] 음산하게 말하고

! 차창! 사람들을 둘러싼 복면인들이 일제히 칼과 검을 뽑고

[흐윽!] [히익!] [엄마야!] 끌려온 사람들 비명. 그들을 겨누는 복면인들의 무기

귀면지존; [끝내 천불투가 보낸 계집들을 숨긴다면 네놈의 피붙이들의 목숨을 대신 받도록 하겠다.] 음산하게 눈 번뜩이고

곡강한; [귀하는...] 한숨 쉬며 말하려는데. + 곡부인; [그만 하세요 상공.] 옆에서 악을 쓰고

곡부인; [아버님 어머님이 진 목숨 빚 때문에 우리 모자의 목숨을 아랑곳 하지 않겠다는 건가요?] [당신은 할 만큼 했어요. 충분하게!]

곡강한; [부인!] 찡그리지만

곡부인; [생면부지인 그 여자들 때문에 더 이상 피해를 볼 수는 없어요. 그 여자들이 숨어있는 곳을 불어버릴 거예요.]

곡강한; [날 부끄러운 사람으로 만들 작정이시오?] 찡그리지만

곡부인; [그래요! 당신은 부끄러워하면서 사세요. 전 우리 아기를 지킬 테니까요.]

곡강한; [그러지 마시오 부인.] 다급히 말리지만

곡부인; [그 여자들은 내가 숨어있던 창고의 바닥에 같이 숨어있었어요.]

<드디어!> 타노 눈 부릅뜨고

탄식하며 눈을 감는 곡강한

곡부인; [그 여자들의 행적을 알려줬으니까 이제 그만 우릴 괴롭혀요!] 아기 끌어안고 울고

귀면지존; [현명한 판단이었다 계집!]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고

귀면지존; [하지만 너희들을 풀어주는 것은 천불투가 보낸 계집들을 손아귀에 넣은 후이니 그리 알라!] 휘익! 먼저 날아오른 타노의 뒤를 따라 날아가고

곡강한; (면목이 없소이다 조노사!) 탄식하며 천불투를 떠올리고

<이제 하늘의 가호가 그녀들과 함께 하기를 빌 수밖에 없게 되었다!> 휘익! 어떤 창고 건물로 날아가는 타노와 귀면지존의 모습 배경으로 곡강한의 생각

 

! 창고의 벽을 몸으로 부수며 뛰어드는 타노. 그 직후

[!] 창고 안에 급정거하며 눈 부릅뜨는 타노. 뒤이어 걸어 들어오던 귀면지존도 눈 치뜨고

어둑한 창고 내부. 짐들이 가득 쌓여있는데 바닥에 판자가 젖혀져 있다. 판자 주위로는 물건들이 넘어져 있다. 판자 위에 얹혀져 있다가 넘어진 모습이고

젖혀진 판자 아래에는 작은 밀실이 숨겨져 있다. 하지만 비어있고

타노; [이런...] 들여다 보고

타노; [마루 아래의 밀실이 비어있습니다.] 귀면지존을 돌아보고

귀면지존; [곡가의 마누라가 시선을 끈 사이에 숨어있던 곳에서 나와 곡가표국을 빠져나겠군.] ! 가면 속에서 눈을 부릅뜨고

타노; [무공이 변변치 않은 계집들이라 아직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 밖으로 뛰쳐나간다. 이어

타노; [계집들이 표국 밖으로 빠져나갔다. 흩어져서 추격하라!] 휘익! 외치면서 표국 밖으로 날아나가고

복면인들과 백일몽 흠칫!

! ! 일제히 표국 밖으로 날아나가는 복면인들

창고에서 나오며 그걸 보는 귀면지존

귀면지존; (타노 말 대로 무공이 변변치 않은 계집들이라 사로잡는 건 시간문제...)

귀면지존; (다행히 천마총의 장보도는 다시 본좌의 수중에 들어오겠구나.) (너무 난해하여 해독이 어렵긴 하지만 절대 다른 놈에게 넘길 수는 없는 물건이니...) 창고에서 나오며 하늘 보는 귀면지존의 모습

 

#170>

해가 지려는 저녁 무렵의 강변.

[헉헉!] 강변을 달려가는 세 여자. 분이와 전삼낭이 양쪽에서 온유향의 팔을 잡고 달려간다. 온유향은 눈을 감고 있고. 세 여자 뒤쪽으로 멀리 강녕의 불빛이 보이고

분이; (이렇게... 이렇게 빨리 우릴 찾아낼 줄은 몰랐어.) 울상하며 달리고. 목에 붕어 모양의 목걸이를 하고 있는 것 주의

분이; (어쩐지 할아버지 신상에 변고가 생긴 것같은 예감이 들어.) 울상. 바로 그때

[여기까지다 계집들아!] 화악! 세 여자 앞으로 날아 내리는 타노. + 분이; [!] + 전삼낭; [!] 기겁하며 멈춰서고. 온유향을 부축한 채

온유향; (... 벌써...) 굳어지는 표정

타노; [귀찮은 계집들...] 눈 희번덕이며 다가오고. 손에는 칼을 들었다.

타노; [살고 싶으면 장청풍이란 놈이 위가대원에서 훔쳐간 낙신부도를 내놔라.] 왼손을 내밀며 다가오고. 그때

분이; [두 분은 달아나세요.] 외치면서 목걸이를 움켜잡고. 물론 그때까지 쥐고 있던 온유향의 팔은 놓고

온유향; <분이야...> 전음으로 말하지만 + 전삼낭; [가요 마님!] 온유향을 끌고 뒷걸음질

타노; [내 눈에 띄고도 달아나겠다?] 음산하게 웃으며

타노; [꿈도 참 야무진 계집들이로군.] 칼로 분이의 뒤를 가리키고

일제히 돌아보는 여자들

휘익! ! 마을쪽에서 날아오는 십여 명의 복면인들

전삼낭; (... 졸개들까지...) 사색이 되고.

[집사님!] [계집들을 찾아내셨군요.] [퇴로를 막아라!] ! 휘익! 여자들 뒤로 날아 내리는 복면인들.

타노; [뜀박질도 제대로 못하는 네년들이 달아날 길은 없다. 살고 싶으면 순순히 낙신부도를 내놔라.] 칼을 겨누며 협박할 때

분이; [대충 다 모인 것같으니 잘 되었다.] 외치며 금붕어 모양의 목걸이를 번쩍 쳐들고

<저 계집, 무슨 수작을...> 복면인들 어리둥절할 때

분이; [대독금봉!] [전부 해치워라!] 삐익! 입을 오무려 휘파람을 불며 외치고. 그러자

부웅! 휘익! 금붕어 목걸이의 입에서 십여 마리의 말벌이 엄청난 속도로 튀어나오고

[!] [조심해라 독봉(毒蜂)이다!] 타노와 복면인들 기겁하며 물러서고. 그자들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드는 말벌들

[안돼!] [저리 가라!] 복면인들 칼을 휘둘러 막으려 하지만

! ! 칼질 사이로 재빨리 날아들어 꽁무니의 독침으로 복면인들을 찌르는 말벌들. 주로 목이나 머리를 찌른다.

[크악!] [!] 말벌의 독침에 찔린 자들이 벼락에 맞은 듯한 몸짓으로 나뒹굴며 비명 지르고

타노; [... 독천존의 대독금봉을 네년이 어떻게...] 휘휙! ! 칼을 어지럽게 휘둘러 말벌들을 막으며 뒷걸음질치고. 하지만

! 어느 틈에 뒤로 달라붙은 말벌이 타노의 뒷목에 독침을 꽂는다

타노; [!] 몸이 굳어지며 눈 치뜨고

퍼억! 나뒹구는 타노

[!] 안도하는 전삼낭

퍼퍽! ! 나머지 복면인들도 말벌에 쏘여 나뒹굴고

분이; [되었어요.] 안도하며 흥분하고. ! ! 말벌들은 분이 주변의 허공으로 모여들고

분이; [다른 놈들이 달려오기 전에 빨리 여기를...] 말할 때. 까아앙! 날카로운 쇳소리가 들리고. 그러자

[!] [꺄악!] [!] 분이, 전삼낭, 온유향이 귀를 막으며 비명. 동시에

멈칫! 충격 받고 몸이 굳어지는 말벌들

[끄윽!] [하악!] [!] ! 털썩! 귀를 막으며 주저앉고 쓰러지는 세 여자

투툭! ! 말벌들도 바닥에 떨어지고. 이어

백일몽; [역시 평범한 계집들은 아니었네. 만독동천(萬毒洞天)의 영물인 대독금봉을 부릴 줄도 알고...] 휘익! 날아 내리는 백일몽. 왼손에 작은 기타같은 것을 들고 오른손 손톱으로 긁은 자세로

[끄윽...] [으으으!]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쓰러져 괴로워하는 분이와 전삼낭. 온유향은 책상다리를 한 채 눈을 감고 있고

백일몽; [우릴 귀찮게 한 대가는 천천히 치루게 해줄 테니 기대하거라.] 분이에게 말하며 타노에게 다가가고. 기타는 왼손에 든 채

쓰러져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타노

몸을 숙여서 타노의 목을 만져보는 백일몽.

복면 속에서 좀 심각한 표정이 되는 백일몽. 그때

[무슨 일이냐 백일몽?] 스읏! 유령같이 백일몽 뒤에 나타나며 묻는 어떤 인물의 모습. 귀면지존이지만 아직 보여주지는 말고. 백일몽은 돌아보고

온유향; (... 이 목소리는 설마...) 두 손으로 귀를 가린 채 앉아 있다가 전율하고. 눈은 감은 채

백일몽; [어서 오시옵소서 주군!] 타노 옆에 무릎 꿇은 채 고개만 돌려 인사하고

귀면지존; [구대문파 장문인들에게도 쉽게 지지 않는 실력자인 타노가 무지렁이 계집들에게 당하다니 별일도 다 있군.] 백일몽 옆으로 다가서며 말하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타노를 보면서

온유향; (... 틀림없다!) 전율

온유향; (이 목소리는 내가 지난 십팔년 동안 단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는 원수... 귀면지존의 것이다!) 전율하고 분노하며 주먹 불끈 쥐는 온유향.

그런 온유향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8>의 장면이다.

 

귀면지존; [초패강의 아들놈을 이리 던져라. 그럼 네 마누라와 아들 놈은 풀어주겠다.] 손을 내밀고. 장소는 음침한 사당 내부이고

장세명; [너도 사내대장부라면 약속은 지키리라 믿...] 말하며 두 손으로 아기를 들어 던지려 하고. 그때 + 온유향; [안돼요!] 악을 쓰는 소리가 들리고

움찔! 하며 아기를 던지려던 동작을 멈추는 장세명.

온유향; [이럴 수는... 이럴 수는 없어요! 우리 모자를 살리려고 맹주님의 핏줄을 납치하다니요.] 순한 표정과 어울리지 않게 악을 쓰고. 주변의 복면인들 당황하며 칼을 들이밀고. 귀면지존도 흠칫! 하며 돌아보고

온유향; [당신은... 상공은 이제껏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아오신 대장부시잖아요.] [제가 당신을 존경하는 이유도 당신의 그 올곧은 성품 때문이었구요.]

장세명; [... 부인...] 수치심

온유향; [맹주님과 주모님께서 우리 가족을 어떻게 대해주셨는데...] [그분들께 죄를 짓고 무슨 면목으로 살아갈 수 있겠어요?] 애절하게 울며 외치고

귀면지존; [그 계집 좀 조용히 시켜라! 귀가 따갑다!] 복면인들에게 말하고.

[예 귀면지존님!] [조용히 하지 못해?] [아가리 닥쳐라!] 사방에서 칼을 들이대며 온유향을 협박하는 복면인들.

장세명; [... 해치지 마라!] 다급히 외치고. 하지만 그 직후

온유향; [안녕히 계셔요 상공!] 울며 웃으며 사당 밖의 장세명을 보고

장세명; (설마!) 눈 부릅 뜰 때

온유향; [부디 우리 모자 때문에 사람의 도리를 저버리는 죄를 짓지 마세요.] ! 말하고는 혀를 강하게 문다. 복면인들 깜짝 놀라고

장세명; [안돼!] 비명 지르고

귀면지존; (아차!) 눈 부릅

푸학! 혀를 깨물어서 입으로 잘린 혀와 피를 뿜어내며 앞으로 쓰러지는 온유향

후두둑! 피가 안고 있는 아기의 몸에 뿌려지고

장세명; [부인!] 비명 지르고

털썩! 나뒹구는 온유향. 그 바람에 품에 안고 있던 아기를 떨구고.

회상 끝

 

온유향; (그이... 그이를 부끄러운 배신자로 만들고 우리 집안을 풍비박산 낸 원수...) 이를 바득 바득 간다. 감은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흘러 내리고

온유향; (철천지원수를 눈앞에 두고도 어쩌지 못하는 내 무력함이 저주스러울 뿐이다.) 온유향이 이를 갈며 감은 눈으로 보는 쪽에는 귀면지존이 고개를 숙여서 백일몽과 함께 타노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분이; (어머니가 왜 저렇게 놀라시지?) 바닥에 쓰러져 귀를 막고 있다가 그런 온유향을 돌아보고. 온유향은 부들부들 떨면서 감은 눈을 귀면지존쪽으로 향하고 있다.

분이; (설마 저 귀신 가면을 쓴 자를 알고 계시는 건가?) 역시 고개 돌려 귀면지존을 보고. 그때

귀면지존; [중독 당했군.] 부들부들 떠는 타노를 내려다보며

백일몽; [! 대독금봉에게 쏘였사옵니다.] 주변에 떨어져 떨고 있는 대독금봉들을 돌아보며 말하고

귀면지존; [대독금봉!] [만독동천의 영물인 그 대독금봉?] 놀라고

백일몽; [시간이 없어 추궁해보지 못했지만... 저 어린 계집이 대독금봉을 부렸사옵니다.] 분이를 돌아보고. 귀면지존도 돌아보고

분이; (!) 깜짝 놀라 시선 피하고

귀면지존; (저 계집이 설마 만독동천과 관련이 있단 말인가? 그럼 귀찮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데...) 분이를 보며 가면 속에서 이마를 모으고. 분이 옆에 앉은 온유향이 감은 눈으로 눈물을 흘리며 귀면지존 쪽으로 얼굴을 향하고 있지만 귀면지존은 온유향을 알아보진 못한다.

백일몽; [주군께서도 알고 계시다시피 대독금봉의 독은 워낙 지독해서 타노 외에는 전부 즉사했사옵니다.] 분이를 보던 시선을 돌려서 주변의 복면인들을 돌아보고. 귀면지존도 분이에게서 시선 떼며 복면인들을 돌아본다. 하지만

복면인들은 이미 눈을 까뒤집고 죽어있다. 피부색이 변했고 입으로 거품을 문 모습

백일몽; [타노는 내공이 심후해서 독성에 저항하고 있긴 하지만...] [서둘러 해독약을 먹이지 않으면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이옵니다.]콕콕! 타노의 몸을 몇 군데 손가락으로 찌르고

귀면지존; [해독약이라...] 다시 분이를 보고.

귀면지존; [그런 게 있다면 대독금봉을 부린 네년이 갖고 있겠지?] 분이에게 다가가면서 손을 뻗는다. 백일몽은 귀면지존의 뒤에서 고개만 돌려 보고 있고

지징! 그런 귀면지존의 손이 진동하고.

분이; [끄윽!] 스윽! 우둑! 보이지 않는 힘에 목이 조여지며 몸이 허공으로 떠오른다. 옆에서 움찔! 하는 온유향

전삼낭; [... 안돼!] 쓰러진 채 분이를 올려다보며 비명

귀면지존; [네년을 발가벗겨서 찾아내기 전에 순순히 해독약을...] + [!] 분이를 협박하다가 눈 부릅뜨고. 슈욱! 유령같은 그림자가 그자의 뒤에서 덮쳐온다

번쩍! 그 인물의 손에 거꾸로 들린 날카로운 비수

귀면지존; [네놈은...] ! 몸을 팽이처럼 돌리며 피하고. 습격자가 청풍인 걸 알아차렸고

! 그 바람에 허공에 떠오르던 분이의 몸도 풀려나 아래로 추락하고

[주군!] 다시 타노를 진맥하다가 깜짝 놀라 돌아보는 백일몽

서걱! ! 날카로운 비수가 팽이처럼 돌아가는 귀면지존의 목을 스친다. 비수를 그은 것은 물론 청풍이고.

귀면지존; [!] 휘릭! 백일몽 옆 5미터쯤에 내려서고

청풍; (이번에도 얕았군.) 휘릭! 퍼억! 귀면지존의 무공에서 풀려나 바닥에 나뒹구는 분이 옆에 몸을 세우는 청풍. 놀라 돌아보는 전삼낭

주륵! 비수에 그어진 귀면지존의 목에 얕은 상처가 나서 피가 번져 나오고

백일몽; [!] 그걸 보고 비명. 벌떡 일어나고

전삼낭; [청풍아!] + 분이; [... 오빠...] 둘 다 쓰러진 채 헐떡

온유향; (... 청풍이라고?) 눈 감은 채 전율

청풍; [모두 괜잖으십니??] 비수를 오른손에 들고 방어 자세를 취하며 자기 뒤의 세 여자에게 곁눈질하며 묻고

전삼낭; [... 크게 다치진 않았다.] + 분이; [어머니와 나도 괜잖아 오빠.] 온유향 대신 대답하고

청풍; (다행이로군.) 안도하며 다시 귀면지존을 보고

귀면지존; [이거 참...] 비수에 그어진 목을 만지며 눈빛이 사나워지고. 그때

백일몽; [괜잖으시옵니까 주군?] ! 비명 지르며 귀면지존에게 달려오고

귀면지존; [별 거 아니다. 저놈이 쓰는 비수가 보통 물건이 아니라 살갗에 상처가 좀 났을 뿐이다.] 손에 묻은 피를 보며 말하고

백일몽; [죽일 놈...] 청풍 쪽으로 홱 돌아서며 작은 기타를 켜려 하고

백일몽; [감히 주군의 존체에 상처를 내? 용서 못한다!] 까앙! 기타 줄을 손톱으로 긋고. 그때

! 백일몽의 몸을 때리는 벼락. + 백일몽; [꺄악!] 벼락에 맞아 비명

[!] 다시 목을 만지다가 찡그리는 귀면지존

[!] 분이와 전삼낭의 놀람. 온유향은 눈이 보이지 않아서 좀 어리둥절하고

청풍; [방해된다. 조용히 누워있어라 계집!] 지지지! 비수를 들지 않은 왼손으로 벼락을 일으킨 자세로 서있고

백일몽; [... 어떻게... 혈전창을 네놈이 어떻게...] 끄윽! 몸에서 연기를 내며 눈을 치뜨며 휘청하다가

털썩! 나뒹구는 백일몽. 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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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헉!] [뭐야?] [힉!] 좁은 골목을 지나던 사람들 기겁하며 비켜서고

두 손이 여전히 뒤로 묶인 정칠을 옆구리에 끼고 멧돼지처럼 돌진하는 철두. 앞쪽에서 다급히 피하는 사람들

철두; (이 골목만 빠져나가면 복잡한 시장통이다.)

철두; (사람들 틈에 숨어버리면 그자들의 무공이 아무리 귀신같다고 해도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생각하며 돌진하는데

콰앙! 앞쪽 건물에 무언가 수직으로 내려 꽂히며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다

철두; [헉!] 콰당탕! 폭발에 휘말려 정칠과 함께 뒤로 나뒹굴고. [으악!] [케엑!] [히익!] 주변의 인간들도 나뒹굴고

퍼억! 나뒹구는 정칠. 철두도 그 옆에 쓰러졌다고 일어나고

[!] [!] 직후 눈 부릅뜨는 두 사람

쿠웅! 드러나는 장면. 앞쪽 건물 한 채가 완전히 박살났고. 마치 운석이 떨어진 구덩이같이 변했는데 집이 있던 그 폐허 중간에 귀면지존이 우뚝 서있다. 터져서 사방으로 무너진 집의 잔해에 깔려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

지지지! 벼락에 휩싸인 귀면지의 모습

철두; [지랄...] 창!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뽑으며 벌떡 일어나고

철두; [빨리 튀어 새꺄! 저놈은 내가 막을 테니...] 정칠 앞을 가로 막으며 외치지만

콱! 그 직후 철두의 목덜미를 뒤에서 움켜쥐는 우왁스러운 손

철두; [끄윽...] 눈이 돌아가며 벌벌 떠는 철두. 그 철두의 목을 뒤에서 움켜잡은 것은 타노다. 여전히 눈물 콧물 흘리면서

덜컥! 들고 있던 칼을 떨구며 기절하려는 철두

정칠; [해치지 마시오.] 일어나려 애쓰며 외치지만

백일몽; [네놈 목숨이나 걱정해라!] 콱! 옆에 나타나며 정칠의 등을 강하게 밟는다.

정칠; [끄윽!] 우둑!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나며 바닥에 짓눌리는 정칠. 두손이 뒤로 묶인 상태임을 주의

타노; [용서하십시오 주군. 종이 추태를 부려서 주군을 번거롭게 해드렸습니다.] 우둑! 한손으로 철두의 뒷목을 쥔 채 귀면지존에게 고개 숙이고

귀면지존; [죽이지는 마라.] 콰직! 건물 잔해를 밟으며 다가오고

귀면지존; [어쩌면 그놈이 장청풍이란 도둑놈의 행방을 알려줄지 모른다.]

타노; [예 주군!]

타노; [운이 좋은 줄 알아라 백정 놈아!] 손에 좀 힘을 빼고. 여전히 철두의 목을 쥔 채

타노; [주군의 말씀이 없었다면 네놈의 모가지를 뽑아버렸을 것이다.] 말할 때

귀면지존; [네놈도 장청풍이란 놈의 친구인 모양인데... 제 발로 본좌 앞에 나타나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철두의 앞에 멈춰서며 말하고

철두; [개... 개수작 부리지 마라.] 헉헉 대고

철두; [무슨 짓을 해도... 네놈이 원하는 대답은 듣지 못할 것이다.]

귀면지존; [그거야 두고 보면 알 일이지.] 지징! 말하는 귀면지존의 눈이 빛을 발하고

정칠; [그... 그자의 눈을 보면 안된다.] 다급히 고개 들며 외치지만

<이미 늦었다!> 쩡! 귀면지존의 눈에서 강한 빛이 뿜어져서

퍼억! 그대로 철두의 눈으로 파고 든다.

철두; [꺼억...] 눈을 까뒤집으며 벌벌. 눈으로 빛이 스며들어가는 모습이고

정칠; (섭혼술에 당했다!) 이를 갈며 낙담하고. 그때

귀면지존; [네놈은 본좌의 종이다!] 지지징! 눈으로 빛을 뿜어내며

귀면지존; [그러므로 네놈은 이제 주인인 본좌의 질문에 거짓없이 대답할 의무가 있다.]

철두; [으으으!]

귀면지존; [온고당의 계집들이 어디로 도피했는지 알고 있는 대로 말해라.]

철두; [분이... 분이는...] 덜덜 떨며 말하려 하고

정칠; [말하면 안된다! 그자의 눈에서 시선을 떼라!] 다급히 외치지만

백일몽; [주둥이 닥치지 못해?] 콰직! 더 강하게 정칠의 등을 밟고. + 정칠; [컥!] 피를 왈칵 토하고. 등에서는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고. 그때

철두; [강녕(江寧)...] 넋이 나간 표정으로 말하고

귀면지존; [강녕?] 눈 번뜩

귀면지존; [강녕이라면 금릉에서 남쪽으로 오십여리쯤 떨어진 강가 마을인데...] [온고당의 계집들이 강녕 어디에 있느냐?]

철두; [곡... 곡가표국(曲家鏢局)에... 청풍이 어머니와 함께...] 끄윽! 말하고

<찾았다!> 눈 부릅 흥분하는 귀면지존

 

#166>

해하촌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한 폐가. 시간이 좀 지나서 이제 오후가 되었다.

폐가 지하에 숨겨진 천불투의 보물창고 모습

커다란 황금 관 옆에 서있는 청풍. 뚜껑을 닫으려는 모습.

관 속에는 깨끗한 옷을 입고 누워있는 천불투. 죽었다.

<네 의모와 분이모녀는 강녕(江寧)으로 피신시켰다.> 관속에 누운 천불투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천불투의 말을 떠올리는 청풍

<강녕에서 곡가표국(曲家鏢局)이란 작은 표국을 운영하는 곡강한(曲姜韓)은 믿을만한 인물이다. 할애비가 부모의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기도 해서 곡강한은 네 의모와 분이모녀를 전력으로 보호해줄 것이다.> 천불투의 시체 배경으로 천불투가 한 말 나레이션

<그렇긴 해도 언제 귀면지존의 추적이 미칠지 모르니 강녕으로 가서 네 의모와 분이모녀를 멀리 피신시켜라.> 그긍! 황금으로 된 관의 뚜껑을 닫기 시작하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천불투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닫히는 관 뚜껑 위로 보이는 천불투의 얼굴 내려다보며

청풍; (아무런 혈연관계도 없는 저를 키우고 보살펴주신 은혜,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주르르! 눈물 흘리며 관을 완전히 닫는다.

청풍; (귀면지존...) 관에서 손을 떼며 귀면지존을 떠올린다. 이를 악물면서

청풍; (네놈은 내게서 부모를 빼앗은 것에 더해 할아버지까지 돌아가시게 했다.)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가 되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절감하게 해줄 것이다.) 주먹 불끈 쥐며 돌아서고

청풍; (네놈이 자랑과 긍지로 여기는 것은 최후의 하나까지 빼앗고 훔쳐 주겠다.) 근처의 탁자로 가고.

탁자에는 두루마리에서 떼어낸 낙신부도가 놓여있다. 그림이 보이도록 펼쳐진 채.

청풍; (낙신부도...) 낙신부도를 두 손으로 집어 드는 청풍.

청풍; (결국 이 물건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한 내 어리석음으로 인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사단이 벌어졌다.) 침통한 표정으로 낙신부도를 뒤집어서 탁자에 펼치고

뒷면에 그려져 있는 원형의 복잡한 도안

청풍; (이게 삼황중 천마가 묻힌 천마총의 장보도...) 들여다보고

원형으로 이루어진 여러 겹의 서로 다른 그림이 청풍의 뇌리에 떠오른다. 무슨 원형 기계의 설계도같은

청풍; (색과 선의 형태, 농도등으로 구분된 최소한 열여덟 장의 서로 다른 지도가 겹쳐져 있다.) (그 지도들이 제 자리를 찾아가야만 온전한 한 장의 지도가 완성될 텐 데...) 들여다보며

청풍; (그 때문에 만천신안을 지닌 나로서도 쉽사리 전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형태의 지도다.)

청풍; (낙신부도가 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전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천마총의 위치가 발견되지 않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청풍; (하지만 난 반드시 천마총을 찾아내 발굴하고 말 것이다.)

<그래야 천마총의 장보도 때문에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죽음이 헛된 것이 아니게 될 테니...> 지도를 들여다보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167>

해하촌. 역시 오후. 이제 온고당 일대의 불은 전부 꺼졌고. 사람들이 불이 난 뒷정리를 하고 있다.

온고당의 폐허를 중심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마을 사람들은 불탄 주변 건물들을 정리하고 있고. 십여명의 관병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우물이 있던 자리에 쓰러져 있던 불에 탄 시체를 관병들이 수습하는 중이다.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걸 보며 수군거리고 있다.

그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폐허가 된 온고당 쪽을 보는 환설과 신소심.

[온고당 안채 자리에서 불길에 녹아 붙은 시체가 한 구 발견되었다는구만.] [폭발이 일어날 당시 온고당에는 청풍이 할아버지 조영감 밖에 없었잖아.] 환설과 신소심 주변의 사람들 웅성거리고. 그걸 듣는 환설과 신소심

[그럼 이번 폭발로 조영감이 변을 당한 게 확실하구먼.] [아침 나절까지만 해도 정정하던 양반이 폭사하다니... 이게 무슨 날 벼락이래?] 이어지는 사람들의 말

신소심; <언니! 정말 소맹주님을 길러준 천불투가 변을 당한 걸까요?> 전음으로 환설에게 말하며 온고당 폐허를 보고. 관병들이 우물가의 시체를 거적데기로 덮고 있다.

환설; <정황상 틀림없는 것같다만...> 두리번

환설; <도련님의 종적을 잃어버린 게 마음에 걸리는구나.> 초조한 기색

신소심; <그러게 말이에요. 이곳 해하촌으로 들어오는 것까진 봤는데 어디에도 안보이니...> 역시 초조힌 표정으로 두리번

환설; <온고당을 폭파시킨 범인을 발견하고 몸을 숨겼을지도 모른다.>

신소심; <그렇다면 다행인데...> 말하다가 허공을 보며 흠칫! 하고

붕붕! 온고당의 폐허 위를 떠도는 커다란 말벌 한 마리

신소심; (저 말벌...) 눈 치뜨고

신소심; (틀림없어! 사흘 전 밤에 소맹주가 이보옥이란 놈의 마수에서 손영롱을 구출할 때 나타났던 그 말벌이야.) 흥분하며 말벌 올려다보는 신소심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명. #45>의 장면이다. 신소심이 처음 등장하던 그 씬인데 지붕 위에 서서 건너편 기루를 내려다보던 신소심 얼굴 옆을 지나치던 말벌과 그걸 돌아보며 놀라던 신소심의 모습이다.

 

말벌의 시점으로 온고당의 폐허가 보이고

[...!] 붕붕! 무언가 생각하던 말벌

부웅! 방향을 틀어 다른 곳으로 날아가는 말벌.

 

#168>

해하촌이 내려다보이는 성벽 위. 누가 서있다. 그 인물을 향해 날아가는 말벌

성벽 위에 서있는 인물 크로즈 업. 바로 독천존.

붕붕! 날아와서 독천존 주변을 도는 말벌

독천존; (천불투는 폭사했지만 그 늙은 도둑의 눈먼 딸은 분이, 전삼낭과 함께 종적을 감췄다?) 말벌을 보며 생각하고

독천존; (천불투가 어떤 심각한 일에 휘말려든 모양인데...)

독천존; (하루만 일찍 왔어도 만독조종님의 마지막 핏줄인 분이를 보호해줄 수 있었을 것을...) 찡그리고. 그때

부웅! 다른 쪽에서 날개짓 하는 소리가 들리고

돌아보니 말벌 한 마리가 날아온다.

독천존; (분이를 냄새로 찾아내라고 정찰을 보낸 놈들 중 한 마리가 돌아왔군.) 손을 손등이 하늘을 향하게 내밀고

붕붕! 독천존의 손등에 내려앉는 말벌. 좀 지친 기색이고

독천존; (먼 길을 쉬지 않고 날아와서 지쳤구나.) + [수고했다.] 손등에 앉은 말벌에게 말하고.

독천존; [분이의 종적을 알아낸 것이냐?]

날개 접은 채 끄덕이는 말벌

독천존; [잘 했다.] + [네 자매에게 봉밀(蜂蜜)을 좀 나눠 주거라.] 먼저 온 말벌에게 말하고. 그러자

붕붕! 먼저 온 말벌도 독천존의 손등에 내려앉고

주둥이를 맞댄 채 꿀을 주고 받는 벌들

붕붕! 꿀을 먹고 기운을 차린 말벌이 날아오르더니

붕붕! 날아온 쪽으로 날아간다. 다른 말벌도 날아오르고

독천존; (남쪽으로 날아가는군.) 팟! 날아오르고

독천존; (천불투는 변고가 생길 것을 알고 계집들을 미리 대피시킨 게 분명하다.)

<아무쪼록 노부가 도착할 때까지 별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말벌들과 함께 날아가는 독천존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헌데

 

성벽 근처에 숨어서 멀리 날아가는 독천존을 보는 두 여자. 환설과 신소심

신소심; [독천존... 저 늙은이는 독천존이 틀림없어요.] 흥분. 겁에 질린 표정으로 보며

환설; [독천존이 도련님을 감시하고 있었다는 말이 사실인 것같구나.] 끄덕이고

신소심; [독천존이 부리는 말벌들이 뭔가 발견하고 독천존을 안내해가는 걸 거예요.]

환설; [독천존의 뒤는 내가 밟겠다. 너는 검후님께 돌아가서 상황을 보고해라.] 앞으로 걸음을 옮기고

신소심; [조... 조심하세요. 독천존에게 들키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요.] 겁에 질리고

환설; [기호를 남길 테니 개방의 도움을 받아서 내 종적을 파악해라.] 휘익! 말하며 멀리 날아가고

신소심; (독천존까지 이번 일에 개입했다면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환설과 반대쪽으로 돌아서며 몸을 날리려 하고

신소심; (빨리 가서 사부님과 맹주님께 이 상황을 알려야만 해!) 날아간다. 그리고

 

성벽 근처의 관목 숲에 숨어서 보고 있는 두놈. 벽세황과 신행태보 종선

두 놈의 시점. 갈라져서 날아가는 환설과 신소심의 모습이 보인다.

벽세황;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기에 호기심에 와본 것인데...] 남쪽으로 독천존을 따라가는 환설의 모습을 보고. 신행태보는 북쪽으로 가는 신소심을 본다

벽세황; [무림맹이 기른 복수사영중 두 계집과 독천존까지 보게 될 줄은 몰랐군.]

신행태보; [독천존이 관심을 보인 걸 보면 저 빈민가에서 일어난 폭발에는 심상치 않은 내막이 있는 듯 합니다.]

벽세황; [뒤를 밟는 수고를 할 가치가 있는 것같소.] 숨어있던 관목 뒤에서 나오고

벽세황; [난 독천존과 환설을 따라가 볼 테니 부(副)순찰은 신소심이 어디로 가는지 확인해두시오.] 휘익! 날아오르고

신행태보; [존명!] 포권하고

멀리 사라지는 벽세황

신행태보; (대(大)공자는 껄끄럽고 사(四)공자는 비밀이 너무 많아서 삼(三)공자에게 줄을 선 것인데...) 날아가는 벽세황을 보며 복잡한 표정

신행태보; (과연 줄을 잘 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는다.) 돌아서고

신행태보; (여차하면 다른 공자로 갈아타야하고... 그러려면 다른 공자들이 흥미를 보일만한 정보를 많이 모아두어야 한다.) 휘익! 신소심이 날아간 방향으로 날아간다.

<교활한 여우가 굴을 여러 개 준비해두는 것처럼...> 날아가는 신행태보의 생각 나레이션

 

#169>

<-강녕(康寧)> 해가 질 무렵. 그리 넓지 않은 강가에 자리한 아담한 도시.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강변에 자리한 상당한 규모의 장원. 3미터쯤 되는 높은 담장에 둘러싸여있다. 아직 초저녁이지만 장원의 문이 굳게 닫혀있다.

굳게 닫힌 장원의 정문에는 <曲家鏢局>이라는 글이 적힌 현판이 걸려있다. 헌데

 

[아악!] 이십대 후반의 상당히 아름답고 몸이 풍만한 여자가 한 두 살 쯤 된 사내아이를 안고 건물 사이를 달아난다. 이 여자는 곡가표국의 국주인 곡강한의 부인이다. 한번 나올 조역. 그래도 제법 미인으로 묘사해주실 것. 표기는 곡부인

촤악! 갑자기 날아드는 채찍 끝. 끝에 마름모 꼴의 쇳조각이 달린 채찍이다.

촤락! 그대로 곡부인의 양쪽 발목을 함께 휘감는 채찍

[악!] 콰당탕! 발목이 감겨서 아기를 놓치며 앞으로 나뒹구는 곡부인

[아앙!] 털썩! 바닥에 뒹굴며 비명 지르는 아기

[아가!] 곡부인이 기어서 아기에게 가려 하지만

콰직! 곡부인의 두 다리를 잡아당기는 채찍,

복면을 쓴 사내가 두 손으로 채찍을 끌어당긴다. + 곡부인; [제발! 안돼요.] 아기 쪽으로 손 뻗으며 질질 끌려가는 곡부인

그러거나 말거나 곡부인을 끌고 가는 복면인. 바닥에 뒹군 채 앙앙 우는 아기

콱! 그런 아기의 멱살을 잡는 어떤 여자의 손

백일몽이 아기의 멱살을 잡고 몸을 일으킨다.

곡부인의 발목을 채찍으로 감고 끌고 가는 복면인. + 곡부인; [아기... 우리 아기를 해치지 말아요.] 비명 지르며 끌려가는 곡부인. 그 곡부인을 따라가는 백일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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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투; [할애비는... 네가 사자천존의 아들임을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네 출신 내력을 말해주지 않은 것은...] 힘없이 말하고. 입과 코로는 피가 줄줄 흐르고.

퍼뜩 정신 차리는 청풍

천불투; [네 어미 유향이 때문이었다.]

청풍; [그... 그러셨군요.] 다시 서둘러 천불투의 가슴과 아랫배에 손바닥을 붙여 공력을 주입해주고

천불투; [사실을 말하자면...] [십팔 년 전... 신행철필 장세명이 귀면지존의 협박을 받고 널 유괴하는 현장에 할애비도 있었다.] 힘겹게 말을 이어가고

 

<한바탕의 비극이 끝난 후 할애비는 유향이를 안고 떠나려다가 혹시 하는 마음에 장세명이 초무궁을 안고 떨어진 절벽 아래의 계곡으로 내려가 보았다.> 기절한 온유향을 등에 업고 천으로 자기 몸에 고정시킨 천불투가 거친 계곡 물이 흐르는 절벽 아래로 내려선다.

<당시 귀면지존의 졸개들은 계곡을 하류쪽으로 수색해갔었다. 절벽에서 추락한 장세명의 시체가 계곡 물에 떠내려갔을 것으로 생각한 때문이다.> 멀리 계곡 아래로 사람들이 얼씬거리는 것이 작게 보이고. 그걸 돌아보며 계곡 상류쪽으로 바위를 건너뛰며 올라가는 천불투. 두손으로는 등에 업힌 채 기절한 온유향의 허벅지를 쥔 자세로

<그리고 할애비의 생각은 맞았다.> 흠칫! 하며 앞을 보는 천불투.

<추락한 지점에서 백여장쯤 거슬러 올라간 곳에서 장세명의 시체가 발견되었던 것이다.> 계곡 가의 바위 사이에 죽어있는 장세명의 시체

<장세명의 시체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강보에 싸인 어린 네가 기진해있었는데 다행히 그 높은 곳에서 추락하고도 다친 곳 하나 없이 멀쩡한 상태였다.> 조금 지대가 높은 곳에 강보에 싸인 아기가 떨면서 울고 있다.

 

천불투; [당시의 정황으로 미루어 보건데... 장세명은 추락하면서 자신의 몸으로 어린 너를 감싸 보호했던 것 같았다.]

천불투; [또 추락하면서 입은 충격으로 죽어가면서도... 계곡 상류로 기어 올라가 귀면지존 졸개들의 추적을 피하려고 했다.]

청풍; (그래서... 그래서 종종 그런 꿈을 꾸곤 했었구나.) 전율하고.

그런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꿈 장면

 

장세명; [안... 안돼!] 쐐액! 허공을 보는 자세로 떨어지며 비명. 망토가 펄럭이면서 장세명의 품에 안긴 아기의 모습이 드러나고. 아기도 놀라 잠에서 깨었고

장세명; [미안하네 소맹주!] 추락하면서 아기를 두팔로 끌어안고

장세명; [죄 많은 장세명의 목숨으로 소맹주를 지켜주고 싶네만... 천지신명의 가호를 바랄 수밖에 없게 되었어.] 쐐액! 등이 아래로 향하는 자세로 추락하면서 웃는 장세명의 모습

꿈 장면 끝

 

청풍; (장세명은 처자식을 살리기 위해 주군의 아들인 나를 납치했었던 죄책감에 목숨을 바쳐 날 구하려고 했겠지!) 입술 깨물고

천불투; [유향이... 네 의모(義母)는 세상에서 가장 가엾은 신세다.]

천불투; [남편이... 자신들 모자 때문에 도리를 저버리자 혀를 물어버렸고...] [그 충격으로 실명까지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청풍; [예...] 마지못해 동의

천불투; [살려는 의지를 잃은 유향이에게... 살아야할 이유를 만들어주어야만 했다.] [그래서 너를 장청풍이라 속이고 키우게 했던 것이다.]

 

<유향이는 장청풍이 귀면지존에게 잡혀간 것을 모른다. 또 눈도 보이지 않게 된 탓에 네가 자기 몸으로 낳은 아들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온고당의 방안에서 침대에 쿠션을 기대고 누운 젊은 시절의 온유향이 품에 아기를 안고 울고 있다. 감고 있는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지만 입가에는 미소. 문 밖에는 천불투가 뒷짐을 짚고 서서 보고 있다.

 

천불투; [너를... 사자천존 부부에게 돌려줄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사자천존이 귀면지존의 협박을 받고 은퇴를 해버린 후라... 종적을 찾을 수도 없었다.]

천불투; [도척총림의 힘을 빌면... 사자천존의 행방을 찾지 못할 것도 아니었으나...] [널 친아들이라 믿고 살아갈 용기를 내는 유향이를 보니... 차마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천불투; [아무쪼록... 내 욕심만 앞세운 할애비를... 용서하거라.]

청풍; [전 할아버지를 원망하지도 않고 그래서도 안됩니다.] [할아버지가 구해주시기 않았다면 십팔년전 그날... 차가운 계곡 밑에서 결국 죽고 말았을 테니까요.] 억지로 웃고

천불투;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억지로 웃고

청풍; [헌데... 귀면지존은 어째서 온고당에 쳐들어온 것입니까?]

청풍; [할아버지의 정체를 그자가 알아차렸을 가능성은 없고...] [설령 알았다 해도 살수까지 쓸 일은 아니었을 텐데...]

천불투; [이유는... 두 가지인데...] [귀면지존의 정체가 상시태감 위태무라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청풍; [상... 상시태감이 귀면지존이었단 말씀이십니까?] 경악하고

천불투; [축골공(縮骨功)을 쓸 수 있는 수준의 무공을 지녔다면... 환관으로 위장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건 알 게다.]

청풍; [예...]

천불투; [귀면지존은 환관인 척 황실에 들어가... 무언가 엄청난 일을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하다.]

청풍; [귀면지존의 정체가 상시태감이라면 그자가 오늘 온고당에 쳐들어 온 게 낙신부도를 훔친 범인이 저라는 것을 안 때문이겠군요.]

천불투; [네가 범인임을 알았다 해도... 오래 된 그림 한 장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이는 건 좀 지나치다고 생각되지 않느냐?]

청풍; [귀면지존이 온고당을 습격한 데에 다른 이유나 목적이 있다는 말씀이신지요?]

천불투; [아니다. 네가 위가대원에서 훔쳐온 낙신부도가 모든 일의 발단인 것은 맞다.]

천불투; [왜냐하면 낙신부도가 바로... 천마총의 장보도였기 때문이다.]

<천마총의 장보도!> 눈 부릅뜨는 청풍의 얼굴 크로즈 업

 

#163>

<-첩혈당> 낮. 첩혈당 정문 주위로 수많은 사내들이 나뒹굴고 있다. 끄윽! 끅! 신음하고 몸이 배배 꼬이는 첩혈당의 어깨들. 간질 발작을 일으킨 것같은 모습들이다. 끼잉! 낑! 그 배경으로 철사를 긁어대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거리의 사람들은 겁에 질려 멀리 숨어서 보기만 할 뿐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고

사내1; [첩... 첩혈당의 파락호들 왜 저래? 지랄병(간질)에 걸린 것처럼?] + 사내2; [낸들 아나? 멀쩡하던 인간들이 갑자기 게거품 물고 자지러져 저런 꼴이 되었어.] 멀찍이 떨어진 골목에 숨어서 보며 대화 나누는 사내들. 사내3이 흠칫!

사내3; [저 소리...] 찡그리며 한손으로는 귀를 가리고 다른 손으로 첩혈당 쪽을 가리키고. 다른 놈들 흠칫! 돌아보고

사내3; [첩혈당 안에서 창자를 긁어버리는 것같은 소리가 들리잖아.] [저 소리 때문인 것같네.] 끼이! 끼! 첩혈당 안에서 들리는 소리를 배경으로 오만상 쓰며

[그러고 보니...] [여기선 아주 작게 들리는 데도 속이 뒤틀려서 구역질이 올라오는구만.] 다른 놈들 헛구역질 하며 괴로워하고

사내1; [첩혈당의 인간들뿐만이 아니야.] [저 소리가 크게 들리는 범위 안의 사람들은 다 발작을 일으키고 있어.] 다른 곳을 가리키고.

첩혈당 근처의 골목에서 지나가던 행인들도 나뒹굴러 발작을 일으키거나 구역질을 하고 있다.

사내2; [음공을 쓰는 무시무시한 무림고수가 첩혈당에 쳐들어간 게 분명하네.]

사내3; [첩혈당이 아무리 흑사회에서 큰 소리치는 조직이라 해도 무림고수들 상대는 못되지.] + 사내1; [용두인 이세창이 지난밤 급사를 했다더니 첩혈당에 우환이 끊이질 않는구만.]

사내2; [나... 나도 속이 울렁거려서 토할 것같네.] [멀리 피해야겠어.] 헛구역질하고

[그... 그러자구.] [여기 더 있다가는 첩혈당의 인간들처럼 발작할지도 몰라.] 겁에 질려서 도망치는 사내들. 주변에서 구경하던 다른 자들도 물러서고. 그러다가

흠칫! 하는 사내들. 누군가 그자들과 달리 첩혈당쪽으로 가고 있다. 뒷모습인데 덩치가 좋다

그 인물의 앞모습. 굳은 표정의 철두인데 허리에는 칼을 꽂고 있고. 오른손에는 여러 개의 주머니를 들고 있다.

철두의 귀 크로즈 업. 솜으로 막고 있다

[이봐! 첩혈당에 가까이 가면 안돼.] [더 이상 접근했다가는 미쳐버리는 수가 있어.] 사내들이 뒤에서 외치지만 듣지 못하고 걸어가는 철두

철두; (기름에 적신 솜으로 귀를 완전히 틀어막았는데도 첩혈당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음 때문에 머리속이 송곳으로 휘저어지는 것같다.) 얼굴이 이지러지고. 기잉! 까드드득! 작지만 소리가 철두의 귀에 들리고

철두; (자칫하다가는 저자들 꼴이 될 수도 있지만...) 입에 거품을 물고 발작 일으키는 첩혈당의 어깨들을 곁눈질하며 그자들 사이로 지나가고. 이제 정문이 멀지 않았다.

철두;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다.) 심호흡

철두; (해하촌에 쳐들어왔던 자들은 청풍이놈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놈들이기 때문이다.) 정문으로 돌진

철두; (지금 정칠이놈의 목숨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을 것은 안 봐도 뻔하다.) 확 다가오는 정문

철두; (비록 싸가지 없고 꼴 보기 싫은 놈이긴 해도 부랄 친구인데 모른 척 할 수는 없다.) 휘익! 정문으로 뛰어들고

정문 안쪽의 모습. 첩혈당 사람들이 도처에 쓰러져 몸부림치고 있다. 남녀가 뒤섞인 채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게거품을 문 채 몸을 뒤틀거나 벌벌 떨고 있어서 간질 발작을 일으킨 듯한 모습들이다.

철두; (혹시 몰라서 청풍이 놈이 강적들을 상대하기 위해 겨자와 석회를 섞어서 만든 이 연막탄이 효과가 있기를 바랄 뿐이다.) 길을 메운 첩혈당 사람들 때문에 속도를 줄이며 손에 든 주머니들을 보고. 끼잉! 끼기깅! 그 사이에도 첩혈당 안쪽에서는 이상한 소음이 들리고 있고.

 

#164>

첩혈당에서 가장 큰 건물인 대청. 대청 주변에도 수많은 어깨들과 하녀들이 나뒹굴고 있는데 거품을 입에 물고 몸을 뒤튼다. 옷을 쥐어뜯어 알몸이 드러나는 여자들도 있고. 기잉! 끼깅! 여전히 철사를 긁어대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있고

[끄윽! 제발 그만...] [머리 속을 톱으로 가르는 것같다.] [아아악!] [사... 살려주시오!] 사람들 비명. 괴로워하는 모습. 그러다가

까앙! 아주 강한 소리가 들리고. 그러자

[컥!] [끄윽!] [꺼억!] 눈을 까뒤집고 퍼득이는 사람들.

털썩! 퍼억! 퍼덕이다가 축 늘어지는 사람들. 이어

<아직도 실토할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이냐?> 누군가의 음성이 첩혈당의 대청을 배경으로 들린다.

귀면지존; [흑사회의 인간들은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산다고 들었다.] 대청에 차려진 제사상에 앉아있는 귀면지존. 제사상에 올려져 있던 촛대와 음식들, 향로등은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귀면지존 옆에는 백일몽이 서있다. 백일몽은 줄이 세 개 달린 장난감 기타같은 걸 품에 안고 있는데 오른손 검지손가락의 손톱으로 줄을 만지고 있다. 기이잉! 약한 소리가 나서 지금까지의 소음이 백일몽이 기타를 긁은 때문임을 보여주고. 두 사람 뒤에는 이세창의 제단이 차려져 있고

귀면지존; [헌데 네놈 하나 때문에 첩혈당의 식솔들이 지옥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건 어떻게 생각하느냐?] 말하면서 앞을 보고. 귀면지존의 앞에는 두 손이 뒤로 묶인 정칠이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있다. 고문을 당한 모습. 상의가 찢겨져 상체가 드러났는데 몸에는 문신이 가득하다. 그 상체에 여기저기 찔리고 그어진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른다. 입과 코로도 피가 줄줄. 눈은 감고 있다. 그런 정칠의 주변에는 모야차와 신귀파, 세명의 노인이 쓰러져 벌벌 떨고 있고 입구쪽에는 타노가 서있다.

귀면지존; [더 이상 동료들에게 폐를 끼치지 말고 자백을 해라 정칠!]

정칠; [나 정칠...] 힘겹게 입을 열고

귀면지존; [흐흐흐! 말해봐라. 무슨 말이든...] 주목하는 귀면지존과 백일몽

정칠; [배운 거 없고 남보다 잘 난 거 별로 없지만 부끄러운 삶을 살아오진 않았소.] 눈을 부릅 뜨고

정칠; [나는 친구인 장청풍의 식솔들의 행방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소.]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심호흡하고

정칠; [팔 다리를 하나씩 잘라보시오.] [과연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을 테니...] 냉소하며 말하고

귀면지존; [허어...] 좀 질린 표정이고

타노; (저 놈...)

타노; (겨우 스무 살 나이에 금릉의 으뜸가는 흑사회 조직 첩혈당의 용두가 된 이유가 있었다.)

타노; (의지력이 남달라서 주군의 섭혼술에 정신이 지배당하지 않더니 백일몽이 긁어대는 탈백슬(奪魄瑟)의 끔찍한 소음도 견디어냈다.) 백일몽이 들고 있는 작은 기타를 배경으로

타노; (무공만 제대로 배운다면 일세를 풍미할 거물이 될지도 모르겠다.) 생각할 때

짝짝! 박수치는 소리가 들리고

귀면지존; [좋다 좋아.] [본좌가 오랜만에 흥이 나는 상대를 만났구나.] 박수치며 웃고. 이어

귀면지존; [원하는 대로 네놈의 팔 다리를 하나씩 잘라주마.] [참기 어려우면 말해라. 너무 늦기 전에...] 타노에게 손짓하고

타노가 칼을 뽑아들며 정칠에게 다가오고

[안... 안돼!] 끄윽! 정칠 근처의 바닥에 쓰러져 있던 모야차가 신음하며 돌아보는데

타노; [어디를 먼저 잘리고 싶은지 선택을 해라. 턱! 정칠의 목에 칼을 대고

타노; [자비를 베풀어서 원하는 부위부터 잘라주마.]

정칠; [일 번거롭게 하지 맙시다.]

타노; [뭐?]

정칠; [겁 줄 생각이라면 헛수고일 뿐이니 집어치우고...] [정말 칼질 할 생각이면 빨리 하라는 말이오.] [대신...] 귀면지존을 노려보며

정칠; [손을 쓸 생각이라면 반드시 내 목숨을 끊어놓는 게 좋을 거요.] [날 살려둔다면 당신이나 당신의 피붙이가 대가를 치루게 될 테니까.] 음산하게 웃고. 섬뜩한 살기를 풍기면서

귀면지존; [그 놈...] 피식 웃지만. 옆에 서있는 백일몽은 복면 속에서 눈을 치뜬다.

백일몽; (오... 오싹한 눈빛!) 침 꼴깍

<살려둘 경우 어떤 식으로든 복수를 할 놈이야. 오늘 반드시 죽여야만 해.> 노려보는 정칠의 모습 배경으로 백일몽의 생각

귀면지존; [과연 팔 다리가 잘리고서도 지금처럼 대범할 수 있을지 보자.] [잘라라.] 타노에게 손짓하는 귀면지존. 그러자

귀면지존에게 고개 조금 숙여 보인 타노

슥! 정칠의 팔을 자르려고 칼을 높이 쳐들고

모야차; [안... 안돼!] 벌벌 떨면서 절망. 정칠은 귀면지존을 노려보고 있고. 직후

<내가 왔다!> 휙! 휙! 갑자기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측면에서 타노에게 날아드는 작은 종이주머니들. 바로 철두가 들고 있던 주머니들이다. 대청 옆의 쪽문을 통해 날아든다.

정칠; [!] 무언가 느끼고 숨을 참으며 눈 질끈 감고. 동시에

타노; [웬놈이냐?] 쩍! 반사적으로 칼을 휘둘러 날아들던 종이주머니들을 가르고. 그러자

퍼엉! 화악! 종이주머니가 터지면서 연막이 확 일어나 타노와 정칠 주변을 뒤덮는다.

타노; [헉!] 가루가 눈에 들어가 눈 감으며 비틀하고

백일몽; [연막탄!] 눈 부릅뜨며 외치고. 귀면지존도 가면 속에서 찡그리고. 그런 두 년놈 앞에서 짙은 연막이 확 일어나 시야를 가리고 있다. 연막은 두 년놈에게까지는 직접 미치지 않는다.

타노; [컥!] 목을 쥐고 휘청.

타노; [콜록! 콜록!] 눈물 콧물 흘리며 비틀하고. [컥!] [끄윽!] [콜록!] 타노와 정칠 주변의 모야차와 신귀파등도 기침을 토하고 눈물을 흘리고. 자욱한 연막 속에서. 그 직후

휘익! 누군가 타노 옆으로 돌진한다. 철두다.

백일몽; [조심해요 타노!] 연막 밖에서 그걸 보고 외치고

타노; [죽일...] 쩍! 눈을 못 뜨며 자기 옆을 스쳐가는 철두의 형상을 향해칼질을 하지만

스악! 몸을 숙여 타노의 칼을 머리 위로 흘려보내며 정칠 쪽으로 쭉 미끄러지는 철두. 정칠은 눈을 감고 있고

철두; [가자!] 콱! 정칠의 팔을 잡고 연막 속에서 옆으로 미끄러진다. 일어나려는 자세로

연막에 덮인 채 정칠의 팔을 잡고 옆쪽으로 돌진하는 철두

백일몽; [어디서 개수작을...] 까앙! 작은 기타 줄을 손톱으로 긁으며 이를 가는데. 그 직후

휘휙! 연막 속에서 몸을 숙인 채 건너편으로 돌진하며 옆쪽, 즉 귀면지존과 백일몽 쪽으로 손을 젓는 철두. 몇 개의 구슬이 날아가고

툭! 툭! 백일몽과 귀면지존 앞으로 떨어지는 그 구슬들

백일몽; [벽력탄?] 기겁하며 뒤로 물러서고.

귀면지존도 흠칫! 하며 손을 앞으로 내밀어 자신과 백일몽 앞쪽에 방어막을 친다. 하지만

텅텅! 폭발하지 않고 바닥을 구르는 구슬들. 그냥 쇠구슬이다

<속았다! 그냥 쇠구슬이다!> 백일몽이 눈 부릅 뜰 때

귀면지존; [감히...] 화악! 눈 부릅뜨는 귀면지존의 손바닥에서 강한 흡인력이 일어나고

화악! 실내를 자욱하게 뒤덮었던 연막이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가듯 귀면지존의 손아귀로 흡수된다.

귀면지존의 손아귀에 테니스공 만하게 뭉쳐진 연막 가루들

그와 함께 실내의 모습이 드러난다. 콜록! 콜록! 끄윽! 눈... 눈이... 타노와 첩혈당의 사두들이 눈물 콧물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다. 타노는 비틀거리고 있고. 하지만

<없다!> 눈 부릅 백일몽. 귀면지존도 찡그리고

타노; [죄... 죄송합니다 주군!] [연막에 산초와 석회 가루가 섞여 있어서 그만...] 콜록! 콜록! 눈물 콧물 흘리며 비틀거리고

귀면지존; [재미있군. 재미있어.] 흐흐흐! 웃고

귀면지존; [무공도 제대로 익히지 않은 무지렁이들이 본좌를 농락했다 이거지?] 스윽! 일어나고

귀면지존; [하지만 네놈들이 날고 뛰어봐야 부처님 손바닥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겠다.] 펑! 천장을 부수며 날아오르고

퍼퍽! 콰당탕! [헉!] [힉!] [컥!] 천장의 잔해들이 주변에 떨어져 쓰러져 있던 모야차등 기겁하고

백야차; [따라와요 타노!] 휘익! 흐르듯이 대청 밖으로 날아나가고

타노; [버러지들이...] 팔로 눈을 비비며 억지로 눈을 뜨고

타노; [살아있는 걸 후회하게 해주겠다.] 휘익! 역시 대청 밖으로 날아가고

모야차; (정칠...) 눈물 콧물 흘리며 고개만 돌려 밖을 보고

<제발 저 마귀들 손아귀에서 빠져나가기를 바란다.> 첩혈당 밖으로 유령같이 날아나가는 백일몽과 타노를 배경으로 모야차의 생각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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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해하촌. [아악!] [꺄악!] [히익!] 사람들 겁에 질려 해하촌 밖으로 달아난다. 그 뒤로 버섯구름이 치솟고 있고 버섯구름 아래쪽으로는 집들이 불길에 휩싸여있다. 맹렬히 치솟는 불길을 사람들은 잡을 엄두를 못 내고 도망치는 중이다.

화드득! 화득! 휘몰아치는 불길. 게딱지같은 집들을 집어삼키는 불길

[저... 저거...] [아이고 어떻게 해? 우리 집 쪽으로 불길이 번지고 있어.] [불길이 너무 맹렬해서 끌 엄두가 안나.] [그나마 한낮이라 집들이 비어있었던 게 다행이야.] 멀찍이 물러선 사람들 웅성이고 발 동동 구르고. 일부 사람들은 불길이 번질까봐 주변의 집과 가게 지붕에 양동이로 물을 퍼다 끼얹고 있다. 그 사람들 틈에 끼어있는 철두

철두; (온고당이 통째로 날아가고 주변 가게와 집으로 불길이 번지고 있다.)

철두; (분명 그자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타노를 떠올리고. 그러다가

[!] 흠칫! 하며 불길쪽을 보는 철두

불길 속에 사람같은 형상들이 어른거린다

철두; (불바다 안쪽에 누군가 있다.) 눈 번뜩

철두; (대체 어떤 자들 소행인지 가까이 접근해서 살펴보자.) 콱! 옆에서 양동이 들고 뛰어가던 중년 사내의 양동이를 낚아채고

사내; [뭐여 이놈아?] 눈 부라리지만 상관 않고 물이 든 양동이를 두손으로 번쩍 쳐드는 철두

사내; [불 끄려면 네놈이 직접 물을 퍼다가...] [이크!] 촤아! 사내가 뭐라든 말든 그대로 양동이의 물을 머리 위로 부어 뒤집어쓰는 철두

사내; [뭐 하는 짓이야? 동구 밖에까지 가서 어렵게 길어온 물을...] 화를 내지만

턱! 양동이를 사내에게 안겨주며 돌아서는 철두

사내; [저... 저놈이...] 어이없어 하는 사내를 뒤로 하고 불난 집 옆의 골목으로 달려 들어가는 철두

 

#158>

쿠오오! 화드드! 불길이 원형의 고리 모양으로 맹렬히 휘몰아치고 있는 중심부. 온고당이 있던 자리는 폭격을 맞은 듯 움푹하게 패여 있다. 직경 30미터 정도로 그 부분은 불이 꺼졌다. 외곽으로 불이 고리처럼 번지고 있는데 온고당은 당연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청린마화가 들어있던 우물도 그 형태만 남아있고. 그 원형의 고리 모양으로 불길이 휘몰아치는 안쪽에 몇 명의 인물이 앉고 서있다. 온몸을 그슬린 귀면지존이 불이 붙지 않은 후면의 두터운 벽을 등지고 큼직한 돌 위에 앉아있다. 가면은 그슬러졌고 옷은 모두 타고 피부도 화상을 입었다. 화상을 입은 알몸에 가운 같은 옷이 걸쳐져 잇는 모습이다. 복면을 쓴 여자가 그런 귀면지존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얼굴에 달라붙는 복면을 쓴 그 여자는 바로 백일몽이다. <건곤일척> <아랑힐월>에 나온 백일몽 캐릭터. 다른 쪽에서는 타노가 무언가를 살피고 있다. 우물이 있던 흔적 옆인데 불에 타서 오그라들고 형체를 알 수 없는 시체가 한 구 연기를 뿜으며 누워있다.

귀면지존의 모습

타노의 모습

<무슨 일입니까?> 휘익! 말소리와 함께 원형의 불고리 안쪽으로 날아 내리는 인물. 위진천이다.

타노; [어서 오십시오 소주.] 고개 숙이고

위진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 게 멀리서도 보입니다.] [그래서 지금 관병들이 몰려오고 있는 중이고...] 타노에게 말하며 귀면지존에게 가고

위진천; [어떠시냐 백일몽?] 눈 감고 있는 귀면지존 앞에 서며 백일몽에게 묻고

백일몽; [이곳에서 청린마화로 추정되는 인화물질이 폭발했사옵니다.]

위진천; [보통 화약에 열배 이상 가는 폭발력을 지녔고 일단 붙은 물은 절대 꺼지지 않는다는 그 청린마화?] 찡그리고

백일몽; [주군께서는 금강불괴를 이루진 몸이라 치명상은 면하셨지만...] [그래도 가볍지 않은 화상을 입으신 상태이옵니다.]

백일몽; [지금은 내상을 다스리시는 중이니 곧 깨어나실 것이옵니다.]

위진천; [이런 빈민가에 대량의 청린마화가 숨겨져 있었다니...] 타노를 돌아보고

위진천; [장청풍이란 놈과 관련된 자의 짓이오?]

타노; [장청풍의 외조부인 조씨성의 늙은이가 범인인데...] [아무래도 내력이 범상치 않은 자였던 것 같습니다.] 고개 숙여 발치의 시체를 보고

위진천; [그게 그 늙은이의 시체인 거요?] 다가가고

타노; [청린마화의 폭발에 노출되어 훼손이 심한 탓에 확인은 어렵지만...]

타노; [주군께서 이곳에 도착하셨을 때 다른 인간은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위진천; [그럼 이 시체가 조씨성의 늙은이가 틀림없겠군.] 툭! 발로 시체를 건드리고

타노; [문제는 이 늙은이가 폭사를 하는 바람에 천마총의 장보도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길이 막막해졌다는 점입니다.]

위진천; [스스로 죽어서 우리의 추적을 끊어버릴 생각을 하고...] [확실히 평범한 늙은이는 아니었군.] 끄덕이고. 그때

[아직 낙담하기는 이르다.] 뒤에서 들리는 음성

귀면지존; [장청풍, 그 도둑놈과 관련이 있는 인간들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니 말이다.]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가운의 허리띠를 묶으면서

위진천; [괜잖으십니까 아버지?]

귀면지존; [아비는 혈왕님의 적손(嫡孫)이다. 청린마화 정도로 어찌 된다면 혈왕조사께 뵐 면목이 없지 않겠느냐?] 걸어오고

위진천;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포권하고

귀면지존; [지난 밤 죽은 이세창 대신 첩혈당을 장악한 정칠이란 놈은 장청풍에 대해 아는 바가 있을 것이다.]

위진천; [장청풍이 낙신부도를 빼돌린 범인이라는 걸 알게 된 것도 첩혈당을 통해서이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습니다.]

귀면지존; [곧 관병들이 도착할 것이다.] [일단 자리를 피했다가 첩혈당으로 쳐들어가도록 한다.] 휘익! 날아오르고.

휙! 휘익! 그 뒤를 타노, 위진천, 백일몽도 날아오르고.

사라지는 네 사람. 그리고

 

#159>

귀면지존이 등지고 앉아있던 두꺼운 벽 뒤. 그 일대도 아주 뜨겁다.

달아오른 벽에 귀를 가까이 댄 자세로 엿듣고 있는 철두. 몸에 물을 끼얹었지만 이미 엄청난 열기에 거의 다 말라 버리고. 김이 좀 나고 있다

철두; (정칠...) 벽에서 귀를 떼고

철두;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청풍이 놈이 싸지른 불똥이 정칠에게 튀게 생겼다.) 오만상 쓰며 벽에서 떨어지고

철두; (꼴 보기 싫은 놈이지만 함께 자란 정이 있으니 위험을 보고 모른 척 할 수는 없다.)

철두; (대처는 정칠이 놈에게 맞기고 일단 가서 경고를 해주자!) 좁은 골목을 달려가는 철두

 

#160>

마을 외곽. 사람들이 마을에서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짐을 챙겨서 허둥지둥.

그곳으로 달려오는 청풍. 마을 사람들은 아직 청풍을 못 봤고

청풍; (마을 사람들이 불길을 피해 대비하고 있구나.) 해하촌에서 빠져나오는 마을 사람들을 향해 마주 달려가려는데

<형!> 갑자기 들리는 음성에 돌아보는 청풍.

마을 외곽의 집들 사이의 골목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손짓하는 소년. 인도부 두견충의 부하들이 마을을 염탐하고 간 걸 천불투에게 알렸던 그 소년. #85>와 #86>에 나옴

청풍; [신(新)아!] 소년 쪽으로 방향 틀어서 달려가고

소년; [빨리... 사람들 눈에 띄기 전에 이리 들어와 형!] 골목 안쪽으로 뒷걸음질 치며 말하고. 초조한 표정으로

청풍; [무슨 일이냐? 혹시 우리 집에서 폭발이 일어난 거 아니냐?] 골목 안으로 들어가며 묻고

소년; [자세한 경과는 몰라.] [하지만 형네 집에서 엄청난 폭발과 불길이 일어나서 주변까지 불태우고 있어.] 긴장한 표정으로

청풍; [어머니와 할아버지, 분이는?] 초조해서 소년의 어깨를 잡으며 묻고

소년; [형 엄마와 분이누나는 해뜨기 전에 마을을 떠난 것같애.] [그래서 집에는 할아버지 혼자 계셨는데...] 청풍의 손에 잡힌 어깨 아픈 표정으로

청풍; [미안하다.] 뒤늦게 알고 소년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

소년; [할아버지가 우리 흑건회의 형제들을 따로 불러서 은밀하게 분부를 내리셨어.] 어깨를 만지며

청풍; [분부? 어떤 분부?]

소년; [만일 변고가 생겼거나 생길 기미가 보이면 집으로 오지 말고 진짜 집으로 와라!] [이게 할아버지가 형에게 전하라고 하신 말씀이야.]

청풍; (진짜 집!) 눈 치뜨고

소년; [진짜집이 어딘지는 말씀 하지 않으셨는데...] + 청풍; [수고했다.] 소년 어깨 다독이고

청풍; [마을로 돌아가서 흑건회의 친구들과 함께 상황을 엿보거라. 곧 내가 찾아갈 테니...] 휘익! 말하며 날아오르고

소년; [알았어. 조심해 형!] 손 흔들고

청풍; (진짜 집을 거론하시다니... 사단도 보통 사단이 난 게 아니로구나.) 마을 외곽으로 날아가는 청풍

 

#161>

거의 다 무너진 폐가. 바로 청풍이 삼킨 구두짐룡에 의해 박살이 났던 마을을 내려다보는 언덕 위의 그 집이다.

휘익! 폐가 앞으로 날아오는 청풍.

주변 두리번 거리며 빠르게 폐가로 들어간다

엉망진창인 폐가 내부. 오랫동안 방치된 모습이고. 바닥에 잡초도 무성하고

폐가의 가장 안쪽으로 가는 청풍

주변 살피며 바닥에 무릎을 꿇는 청풍. 마루가 깔린 바닥인데

양손을 마루에 대는 청풍.

눈 치뜨며 소리없이 기합을 지르자

그그긍! 투툭! 마루가 깔린 바닥 일부가 들어올려진다. 두꺼운 철판으로 이루어진 문이 마루 아래 숨겨져 있었다. 그 철문이 들려지는 아래는 깊은 구덩이고

휘익! 구덩이 아래로 뛰어내리는 청풍.

그그긍! 청풍이 뛰어내리자 다시 닫히는 철문

턱! 원래대로 돌아간다

 

휘익! 십여미터 아래로 내려서는 청풍. 철문 아래는 수직의 갱이었고. 바닥에는 이런 저런 잡동사니들이 쌓여있다.

벽의 한 면에 손을 대는 청풍.

지잉 벽에 댄 손이 빛을 발한다. 마치 지문 인식하듯. 그러자

덜컹! 벽 한쪽이 안쪽으로 열리며 출입구가 나타난다.

그곳으로 들어가는 청풍.

그긍! 청풍이 들어가자 다시 닫히기 시작하는 철문

철컹! 원래대로 닫히는 철문

 

#162>

청풍이 들어선 곳은 일종의 보물창고. 여러 가지 골동품과 보물이 종류별로 잘 분류되어 있다. 마치 박물관 같은 분위기.

청풍; (이곳은 할아버지가 평생 도둑으로 활동하시면서 손에 넣은 귀중한 보물들을 수장해둔 곳이다.) 보물들을 돌아보며 걸어가고

청풍; (즉, 온고당이 아니라 이곳이 할아버지의 진짜 집인 것이다.) 빠른 걸음으로 보물창고를 가로질러 가고

그곳에 또 다른 철문이 하나 있고

청풍; (저 철문 밖에 있는 연못이 온고당의 우물과 연결되어 있는 통로다.) 철문으로 다가가고

청풍; (할아버지는 우물을 통해 수시로 이곳을 드나드셨...) + [!] 생각하며 철문으로 가까이 다가가다가 눈을 부릅뜨는 청풍

청풍의 벌름거리는 코에 들어오는 연기 같은 것

청풍; (철문 밖에서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난다!) 슥! 급히 철문 옆의 벽을 손바닥으로 누르고.

징! 청풍의 손바닥이 다시 빛을 발하고. 그러자

철컹! 철문이 바깥쪽으로 열린다. 직후

청풍; [할... 할아버지!] 비명 지르며 철문 안쪽으로 달려 들어간다

쿵! 철문 안쪽은 동굴. 동굴 끝에는 연못이 하나 있는데 연못가에는 온몸이 불에 탄 왜소한 체구의 인물이 쓰러져 있다. 천장을 보는 자세로. 물론 천불투다. 연못이 온고당과 통하는 통로임을 보여주고

청풍; [할아버지! 안됩니다 할아버지!] 털썩! 옆에 무릎 꿇고

천불투의 모습 크로즈 업. 온몸이 불 탔고 가슴에는 구멍이 뚫려있다. 불에 달군 송곳으로 찌른 듯 구멍 주변이 타있다.

청풍; (극심한 화상을 입으셨지만... 치명상은 가슴에 난 관통상이다.) 떨리는 손을 천불투 몸으로 가져가고. 이어

청풍; (어쩐지 눈에 익은 무공에 당한 듯한 상처인데...) + [제발...] 떨리는 손으로 천불투의 목옆을 만지고. 직후

청풍; (희미하지만 맥이 느껴진다.) 두근! 손끝에 느껴지는 맥박

청풍; (아직 돌아가시지 않았다.) 양손을 천불투의 가슴 상처와 아랫배에 붙이고

청풍; [제발 힘을 내주십시오 할아버지!] [이대로 돌아가시면 안됩니다.] 지지징! 양손에서 빛이 발해지고. 그러자

퍼덕! 전기 충격을 받은 듯 퍼덕이는 천불투의 왜소한 몸. 이어

[쿨럭!] 피를 토하는 천불투

청풍; [할아버지!] 얼굴 들여다보며

천불투; [청... 청풍아!] 헐떡이며 힘겹게 눈을 뜨고. 입과 코로 피가 줄줄

청풍; [예... 저 여기 있습니다 할아버지.] 눈물 글썽이며 내려다보고

천불투; [다행히... 네가... 무사한 모습으로 할애비 곁으로 돌아왔구나.] 웃고

청풍; [누가... 어떤 자가 할아버지께 독수를 쓴 것입니까?] 울며 이를 갈고

천불투; [네게... 말해준 적이 없는 자인데...] [귀면지존이란... 마귀가 온고당에... 찾아왔었다.]

청풍; [귀면지존!] 눈 부릅 놀라며 귀면지존을 떠올리고

천불투; [할애비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고수라... 어쩔 수 없이 청린마화를 터트렸다.]

천불투; [미리 준비해둔 객사한 시체가... 청린마화에 탔을 테니... 귀면지존은 할애비가 죽었을 것이라 생각할 테고...]

청풍; [그자가... 귀면지존이 무슨 일로 온고당에...] [제가 할아버지 손자라는 건 그자가 알 리 없는데...] 분노하고 의아해하고

천불투; [귀면지존을... 알고 있었느냐?] 눈을 좀 크게 뜨고

청풍; [지난 밤... 전 그자와 싸우다가 중상을 입었습니다.] [그 때문에 집으로 돌아오는 게 늦었던 것입니다.]

천불투; [그런 일이 있었구나.] 끄덕이고

천불투; [할애비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일지(日誌)로 남겼으니 찾아서 읽어보면 될 테고...]

천불투; [죽기 전에... 할애비 입으로 직접 네게 해줄... 말이 있다.]

청풍; [혹시... 혹시 제가 진짜 장청풍이 아니라는 말씀을 하시려는 것인지요?]

천불투; [네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느냐?] 조금 놀라고

청풍; (역시...) + [귀면지존이 쓴 독수에 중상을 입었던 저를 치료해주신 진(陳)씨 성의 의원이 말하기를...]

천불투; [진씨성의 의원?] [혹시 그 노인이 원래는 어의(御醫)였다고 하지 않더냐?]

청풍; [맞습니다.]

청풍; [진의원은 원래 홍무제(洪武帝)때부터 황실을 위해 봉사했던 어의였지만...] [영락제가 조카 건문제를 몰아내고 제위를 차지하자 환멸을 느끼고 황실을 나오셨다고 했습니다.]

천불투; [허어... 진의원을 만나다니... 역시 운명이란 것은 존재하는 모양이구나.]

청풍; [그 진의원께서 말씀하시길...] 흥분 억지로 억누르고

청풍; [소손이 어머니의 자식이 아니라...] [사실은 사자천존님의 외아들 초무궁이라고 하셨습니다.] 천불투의 안색 살피며

천불투; [진의원은... 사자천존의 외아들이 태어날 때 직접 받은 인물이다.] [당연히... 사자천존의 외아들 초무궁의 신체 특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끄덕이고

청풍; [그럼... 그럼 소자가 정말...] 숨이 턱! 막히는 표정

천불투; [진의원이 그렇게 말했다면...]

천불투; [너는 사자천존 초패강의 아들 초무궁일 수밖에 없다.] 끄덕이고

청풍; [아!] 충격 받고

털썩! 바닥에 주저앉는 청풍.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때까지 누르고 있던 천불투의 가슴 부위 상처와 아랫배에서 손을 떼며

청풍; (정말... 정말 내가 사자천존님의 아들이었구나.) 흥분 전율.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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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해하촌> 낮. 아이들이 뛰어놀고. 평범한 하루

분이 엄마의 가게 앞. 문은 닫혀있고. 그 앞에 사내들 몇이 서성인다. 처음 분이 엄마 가게 나왔을 때 가게 앞에서 술 마시던 사내들. #56>에 나왔음.

사내1; [별일일세. 분이엄마가 가게 문을 닫는 일이 다 있고...]

사내2; [그러게 말이야. 처음 가게 열었을 때부터 연중무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영업을 했었는데...]

사내3; [오다 보니 분이도 온고당에 없더라고.]

사내1; [그래?]

사내3; [청풍이 할아버지 조영감에게 물어보니 여자들끼리 바람 좀 쐬라고 내보냈다는군.]

사내2; [하긴 분이 엄마도 좀 쉬어가며 장사할 때가 되었어.] [아무리 돈이 좋아도 건강 해치면 말짱 헛거니까.]

사내1;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다른 가게에 가서 마셔야겠구만.] 돌아서고

사내2; [우리 마을에 분이엄마네 만큼 술맛이 좋은 가게가 없다는 게 문제지.] 함께 가며 궁시렁 거리고

사내3; [오늘 하루만 참아야지 어쩌겠나?] [그나마 안주 푸짐하게 주는 왕씨네 가게로 가세.] 함께 다른 곳으로 가는 사내들. 헌데

그자들과 좀 떨어진 골목에서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고 있는 타노

타노; (장청풍과 관련된 계집들이 동시에 사라졌다?) 눈 번뜩이고

타노; (아무래도 일이 간단히 해결되지 않을 것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구나.) 찡그리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런 타노를 힐끔거리고

그 사람들 사이에 철두도 있다. 반 토막 난 돼지를 한쪽 어깨에 척 걸치고 지나가며 타노를 곁눈질하는 철두

철두; (전에 본 적이 없는 낮선 인간...)

철두; (비록 꼽추지만 오한이 들게 만드는 무언가를 지닌 자다.) (거의 틀림없이 무림인이라는 얘기인데...) 고기를 어깨에 짊어지고 앞쪽에 보이는 자기 푸줏간으로 간다.

철두; (청풍이 할아버지가 사람들 눈을 피해 분이 모녀와 청풍이 엄마를 대피시킨 것도 그렇고...) 자기 가게로 들어가고

철두; (뭔가 사단이 날 게 분명하다!) 텅! 고기를 커다란 도마 위에 던지듯 내려놓고

철두; (이럴 때 청풍이 놈은 어디서 무얼 하느라 코빼기도 안 비치는 건가?) 콱! 칼을 한 자루 움켜쥐고

철두; (어쩌면 이걸로 소, 돼지가 아니라 인간의 살을 발라내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구나.) 칼날을 보며 심각한 표정

 

#155>

온고당. 가게 문이 반쯤 열려있다. 가게 문을 아주 닫은 건 아니지만 손님은 없다. 호객을 하던 분이도 물론 모습이 안 보이고. 내실로 통하는 문도 닫혀있다.

가게 안쪽의 내실. 우물가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눈을 감고 있는 천불투. 손에는 원숭이 조각상을 들고 어루만진다. 천불투가 늘 손에 쥐고 있는 이 원숭이는 중요한 소품임.

천불투; (도척총림 금릉지부(金陵支部)로부터도 연락이 없다.)

천불투; (지난 밤 청풍이가 첩혈당을 떠난 이후의 종적에 대해 알아낸 게 없다는 뜻인데...) 원숭이 조각을 만지고

천불투; (청풍이가 어떤 위기상황에서라도 몸을 빼낼 수 있는 재주를 지닌 아이인 건 알고 있지만...)

천불투; (한낮이 다 되도록 돌아오지 않는 건 물론이고 연락조차 없다는 게 마음에 걸리는구나.) 한숨을 쉬고. 바로 그때

[늙은이가 수심에 가득 차있는 걸 보니 본좌가 잘못 찾아온 건 아닌 게 확실하군.] 갑자기 옆에서 누군가의 말이 들려 눈 부릅뜨는 천불투

귀면지존; [함께 살고 있던 장님 딸년도 사라졌고...] [정황상 본좌가 장청풍이란 놈에게 도둑맞은 물건은 이미 여길 떠났겠군.] 쿵! 청풍의 방문을 열고 안을 살피는 귀면지존

천불투; (귀면지존!) 눈 부릅. 천불투는 귀면지존을 알고 있다. 반면 귀면지존은 천불투를 모르고

그런 천불투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11>의 장면이다.

 

앙앙! 다시 사당. 여전히 불이 켜져 있는데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고. 복면을 쓴 덩치 큰 꼽추가 사당 안에 서서 바닥을 보고 있다. 바닥에는 입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진 온유향이 엎드린 자세로 쓰러져 있고. 그 앞쪽에는 피를 뒤집어쓴 아기가 자지러지게 울고 있다.

귀면지존; [온가 계집의 상태는 어떠냐?] 휘익! 사당 안으로 날아들고. 깜짝 놀라 돌아보는 꼽추 복면인

복면인; [숨... 숨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눈치 보며

복면인; [사실상 송장이 되었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귀면지존; [덕분에 번거로운 일이 하나 줄었군.] 징! 진동하는 손으로 강보의 아기를 겨누고

팟! 귀면지존의 손에 끌려 들어와 잡히는 아기. 연신 울어댄다

귀면지존; [운이 좋은 줄 알아라 이놈아.] 슥! 목걸이를 아기 목에 걸어주고

귀면지존; [사자천존을 속여 넘기기 위한 역할만 아니었으면 네놈도 어미 뒤를 따라갔을 테니...] 목걸이를 걸어준 아기를 내려다보고. 이어

귀면지존; [이 애새끼는 네가 책임지고 보살펴라.] 아기를 꼽추 복면인에게 내밀고

복면인; [예...] 급히 두 손 내밀어 아기를 받고

귀면지존; [장세명! 네놈의 아들놈을 철저히 이용해줄 테니 저승에서나마 본좌에게 거역한 것을 후회하거라.] 흐흐흐! 웃으며 사당 입구로 가고. 복면인도 우는 아기를 안고 따라 간다

으하하하하! 휘익! 웃으며 사당 밖으로 날아가는 귀면지존. 복면인도 아기를 안고 그 뒤를 따라가고

그 모습을 사당의 신단 뒤쪽의 어둠 속에 숨어서 보고 있는 천불투 자신의 모습

회상 끝

 

천불투; (귀면지존... 저자가 천마총의 장보도를 찾기 위해 찾아왔다면...!)

천불투; (남경분조 최고의 실력자 상시태감 위태무가 바로 귀면지존이라는 얘기가 되는구나.) 원숭이 조각을 쥔 천불투의 손이 떨리고

귀면지존; [신변을 미리 정리해두었다는 것은 낙신부도가 천마총의 장보도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뜻인데...] 화악! 말하며 청풍의 방 안을 향해 내민 손에서 스크류같은 기운이 번지면서 방안의 모든 물건이 귀면지존의 손아귀로 빨려 들어간다

콰드드! 푸스스! 스크류에 닿은 방안의 물건들은 그대로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귀면지존; [한 가지 이해가 안되는 점은 늙은이와 손자놈이 어째서 낙신부도를 손에 넣은 즉시 여길 뜨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콰드드! 푸스스! 방안의 모든 물건을 빨아들여 가루로 만들면서 말하고. 시선은 청풍의 방안을 향한 채 자기 뒤의 천불투에게 말한다. 천불투도 원래 자리에 앉아서 고개만 돌려 귀면지존을 보고 있다.

귀면지존; [금방 몸을 숨길 수 없었던 데에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이냐?] 처음으로 천불투를 돌아보고. 콰드드! 그 사이에도 책상, 책, 침대등이 귀면지존의 손아귀로 날아들어 가루가 된다

천불투; [손자 놈의 사정이야 말해줘도 모를 테고...]

천불투; [이 늙은이가 몸을 숨기지 못한 이유는 귀하도 짐작하고 있지 않은가?]

천불투; [귀면지존!] 지긋이 노려보고

귀면지존; [허어...] 좀 놀라며 돌아보고

귀면지존; [무림맹 사대장로들 외에도 본좌의 존재를 알고 있는 자가 또 있을 줄은 몰랐군.] 돌아서고. 이제 청풍의 방안 물건들은 모두 사라졌다.

귀면지존; [천마총 장보도의 행방 뿐 아니라 늙은이가 어떤 경로로 본좌를 알고 있는지도 실토해줘야겠다.] 징! 진동이 일어나는 오른손으로 천불투를 겨누고

천불투; [실토하지 않으면 노부를 어찌 할 생각인가?] 웃고

귀면지존; [그건 이미 늙은이의 몸이 알고 있지 않나?] 웃으며 오른손으로 천불투의 몸을 겨누고

우둑! 우두둑! 몸이 떨리고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리는 천불투의 몸

천불투; [혈관과 심장을 쥐어짜서... 온몸의 피가 밖으로 뿜어지게 만드는 무공이라면...] 몸이 흔들리며 찡그리고

천불투; [삼황중 혈왕이 남겼다는 절맥혈장이겠지?] 주르르! 입과 코로 피가 흐르고

귀면지존; [절맥혈장까지 한눈에 알아보고...] [역시 평범한 늙은이가 아니었군.] 눈 번뜩이고

천불투; [알아주니 고맙구먼.] 드드드! 몸이 흔들리고

귀면지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이라 죽인다는 건 큰 위협이 못 될 테니 다른 제안을 하도록 하겠다.] 지지징! 진동하는 오른손으로 천불투를 겨눈 채

귀면지존; [이제라도 낙신부도를 반환한다면 늙은이의 피붙이들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천불투; [우리 정도의 나이가 되면 말로 하는 약속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는 피차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우두둑. 주르르! 몸에서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나고 입에서는 피를 흘리지만 태연한 표정으로 말하고

귀면지존; [본좌의 약속을 못 믿겠다?] 좀 자존심 상한 눈빛

귀면지존; [그렇게 나오면 늙은이의 몸이 괴로워질 텐데?] 지지징! 앞으로 내민 오른손의 진동이 점점 더 커지고

천불투; [마치 노부의 목숨을 손 안에 넣은 듯이 말하는군.] 우두둑! 몸 속의 뼈가 우그러드는 소리가 커지고 입과 코로 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냉소하고

귀면지존; [설마 본좌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자신이 있다는 것이냐?] 비웃고

천불투; [이 집은 노부가 삼십년 넘게 살며 가꾸어온 보금자리다.] 주변 둘러보며

귀면지존; (혹시...) 움찔! 하고

천불투; [아무렴 무공으로 감당 못할 강적이 쳐들어왔을 경우를 대비한 안배가 없을 것같은가?] 쾅! 말하며 자신이 밟고 있던 바닥을 강하게 밟는다. 돌판을 깔아놓은 바닥이 박살나며 천불투의 발이 바닥에 푹 들어가고. 직후

콰직! 쾅! 갑자기 바닥에서 강력한 강철 덫이 두 개 튀어나와 귀면지존의 양쪽 발을 물어버린다. 물론 귀면지존의 다리는 그 덫에 물렸어도 상처가 나지 않는다

귀면지존; [덫이라...] 피식 웃는다. 진동하는 오른손은 여전히 천불투를 향한 채

귀면지존; [본좌가 누군지 안다면서 이런 장난감이 통할 거라 생각했다면 매우 섭섭하군.] 콰득! 발 하나를 쳐들자 덫이 바닥에서 딸려 나온다. 덫의 아랫 부분은 굵은 쇠사슬로 연결되어 있다.

천불투; [물론 그 덫으로 네놈을 어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슥! 손에 들고 있던 원숭이 조각을 앞으로 내밀고

징! 원숭이 조각을 얹어놓은 천불투의 손바닥이 빛을 발하고

천불투; [다만 네놈의 주의를 끌 수는 있었다.] 번쩍! 원숭이 조각의 눈에서 갑자기 강한 빛이 폭발하고

귀면지존; [헉!] 쩡! 엄청난 조명에 밝혀진 모습이 되어 팔로 얼굴 가리며 휘청하고. 천불투를 겨누던 팔로도 얼굴 가리고. 귀면지존의 주변을 강한 써치라이트가 비춘 것같다. 동시에

우두둑! 천불투의 몸이 절맥혈장에서 벗어나 원래대로 돌아가고.

천불투; (절맥혈장의 착혈지력(窄血之力)이 사라졌다!) 팟! 눈 부릅 뜨며 뒤로 휙 날아오르고

천불투; (귀면지존 정도의 고수라면 시력을 잃는 것은 찰나지간일 것이다.) (놈이 다시 시력을 회복하기 전에 여길 빠져나가야한다!) 쐐액!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르고. 하지만 그 직후

꽝! 허공에서 벼락이 내리쳐서 천불투의 몸을 때린다. 창처럼 생긴 벼락에 궤뚫리며 허공에 뜬 채 휘청하는 천불투의 몸. 고개를 젖힌 채

천불투; [끄윽...] 푸시시! 지지지! 온몸이 새카맣게 타서 연기와 벼락에 덮인 채 휘청하고

온고당 내부 마당에 서서 왼팔로 눈 부위를 가린 채 휘청이는 귀면지존이 오른손을 쳐들고 있다. 그자의 활짝 편 오른손이 벼락에 덮여있고. 다음 순간

퍼억! 다시 우물 옆의 바닥으로 쳐박히는 천불투

귀면지존; [죽... 죽일 늙은이...] 눈을 억지로 뜨며 이를 갈고

[끄윽...] 푸시시! 지지직! 새카맣게 탄 천불투가 우물 옆에 쓰러져 벌벌 떨고 있다. 온몸이 탔고 가슴에는 구멍까지 났다. 연기와 벼락이 그런 천불투의 몸을 덮고 있다. 아직 숨이 끊어지지는 않았고

귀면지존; [감히 잔 수작을 부려?] [방금 전의 그 뇌격(雷擊)에 즉사하지 못한 걸 후회하게 해주겠다.] 콰득! 이를 갈며 비틀 비틀 천불투에게 걸어간다. 양쪽 발목을 물고 있는 덫을 끌면서. 그러자

천불투; [가까이...] 츠츠츠! 연기에 덮인 채 중얼거리고

귀면지존; [뭐라고?] 노려보며 천불투에게 다가서는데

천불투; [가까이... 와라!] 웃으며 오른손을 쳐들고. 그 손에는 여전히 원숭이 조각이 들려있는데

천불투; [그래야 함께 지옥으로 가게 될 테니...] 웃으며 원숭이 조각을 쳐드는데 시커멓게 탄 손이 부들 부들 떨린다

귀면지존; [함께 지옥으로 간다?]

귀면지존; [무슨 개소리를...] + [!] 말하다가 눈 부릅

툭! 들고 있던 원숭이 조각을 사력을 다해 우물로 던지는 천불투.

풍덩! 원숭이 조각이 우물에 빠지고

슈우! 우물 아래로 갈아앉는 원숭이 조각. 헌데

우물 바닥에는 푸른색의 끈적이는 앙금같은 것이 두껍게 깔려있다.

푹! 그 푸른색의 앙금에 반쯤 파묻히는 원숭이 조각. 순간

쩍! 그 푸른색의 앙금이 강한 빛을 뿜어낸다

귀면지존; [이번에는 또 무슨 수작을 부릴 생각인지 모르지만...] + [!] 천불투를 내려다보며 말하다가 눈 부릅

쩡! 귀면지존이 돌아보는 우물물이 갑자기 아주 밟게 빛나고

귀면지존; (저 우물에서 아주 강렬한 열기가 감지된다!) 주춤! 놀라며 물러설 때. 그 직후

화악! 엄청난 규모의 시퍼런 불꽃이 우물에서 튀어나와 온고당 내부 전체를 뒤덮는다.

귀면지존; [헉!] 화악! 시퍼런 불길에 온몸이 뒤덮이며 비명.

 

#156>

멀리 금릉 성이 보이는 강변.

갈대 무성한 그 강변 위를 날아오는 청풍. 바지는 전에 입던 바지지만 상체에는 승복같은 옷을 입고 있는데 표정이 심각하다

<도련님! 죄송해요 도련님!> 자신의 발치에 무릎 꿇은 채 두손으로 자신의 바지를 부여잡고 울부짖던 환설의 모습이 청풍의 뇌리에 떠오른다.

이하 회상

 

환설; [제가... 천녀가 무능해서 도련님을 지켜드리지 못했사옵니다.] [천지신명의 보우하심으로 이토록 늠름하게 장성하신 것을 뵈었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사옵니다.] 청풍의 다리를 끌어안고 몸부림치며 우는 환설. 당황한 청풍. 객사 안쪽인데 주변에는 진상파, 금정신니, 진의원등이 둘러서 보고 있다. 열린 문 밖으로 당황하는 신소심과 황건신장이 보인다. 당아연은 금정신니의 품에 안겨서 환설에게 눈을 흘긴다.

환설; [도련님의 부친은 사자천존이시며 어머니는 영락제의 이복누이인 영청공주(永淸公主)님으로 존함이 주혜금(朱慧錦)이시옵니다.] 올려다보며 울고

환설; [영청공주님의 몸종이었던 천녀는 공주님께서 사자천존님께 하가(下嫁)하실 때 함께 황실을 나왔었사옵니다.]

화상 끝

 

<빨리... 한시라도 빨리 도련님이 무사하신 것을 사자천존님과 공주님께 알려드려야하옵니다. 십팔년의 세월을 도련님 걱정으로 편히 쉬신 적이 없으시니...> 환설의 말을 떠올리며 강변을 날아가는 청풍.

청풍; (내 겨드랑이에 초씨가문의 유전이라는 사자 머리 모양의 반점 사자운문(獅子雲紋)이 있는 것도 알고 있었고...)

청풍; (모든 정황이 내가 사자천존의 아들 초무궁임을 가리키고 있다.)

청풍; (특히 진의원은 내가 태어날 때 받아낸 인물이라 내 신체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었다.)

청풍; (내가 아무리 심하게 다쳐도 금방 치유되는 것이 태어난 직후 아버지와 진의원이 힘을 합쳐 시술해준 호천불훼대법(護天不毁大法) 덕분이라는 말도 설득력이 있고...)

청풍;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귀면지존에게 납치당했다고 알려진 내가 엉뚱하게 배신자인 장세명의 아들로 자랐다는 사실이다.)

청풍; (어머니는 나를 당신 소생이라 철석같이 믿고 계시고...) (결국 이 모든 비밀의 열쇠는 할아버지가 쥐고 계실 것이다.)

청풍; (빨리 해하촌으로 돌아가서 할아버지에게...) + [!] 날아가며 생각하다가 눈 부릅

퍼엉! 멀리서 핵폭발이 일어난 것같은 버섯구름이 치솟고 있다. 금릉성 외곽의 해하촌 쪽이다. 거리는 아직 십리 정도 남았다.

청풍; (저... 저건...) 눈 부릅

청풍; (해하촌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 [!] 날아가며 생각하다가 깨닫고

<청린마화(靑燐魔火)는 같은 무게의 화약보다 열배 더 강한 열기와 화염을 만들어낸다.> 천불투의 말이 떠오르는 청풍.

이하 회상

 

천불투; [이 우물 바닥에 고여있는 청린마화는 가공할 폭발력에 비해 매우 안정적인 성질을 지녔다.] 밤에 청풍과 함께 우물가에 서서 우물을 들여다보면서 말하는 천불투

천불투; [하지만 청린마화에 초석(硝石;질산염, 화약의 재료인 염초)이 닿으면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켜서 모든 것을 태우고 녹여버린다.] 원숭이 조각상을 들어 보이면서

천불투; [할애비가 늘 곁에 두고 있는 원숭이 조각들은 초석을 굳혀서 만든 것들이니 실수로라도 우물물에 닿게 하면 안된다.] 원숭이 조각을 청풍의 얼굴 앞으로 내밀어 보여주면서

회상 끝

 

청풍; (해하촌에서 저렇게 엄청난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건 청린마화뿐이다. 그렇다는 건...) 멀리 보이는 연기 기둥을 보며 날아가고. 핵폭탄이 터진 듯이 치솟은 버섯 구름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이고

청풍; (집에 무슨 일인가 벌어졌다.) 쐐액! 이를 악물고 날아가고

<제발... 제발 내 예상이 빗나가길 바랄 뿐이다.> 쐐액! 해하촌 쪽으로 미사일처럼 날아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헌데

 

스윽! 슥! 갈대밭에 나타나는 두 여자. 환설과 신소심.

두 여자 앞쪽으로 날아가는 청풍과 청풍의 앞쪽 멀리에서 거대한 버섯구름이 치솟는 것이 보인다

신소심; [언니... 저... 저 구름...] 놀라 앞쪽을 가리키고

환설; [엄청난 양의 화약이 폭발한 것같다.] [문제는 도련님의 반응으로 보아 저곳이 해하촌이란 마을인 게 분명한데...] 심각

환설; [도련님과 관련된 일일 가능성이 크다. 서두르자.] 휘익! 날아가고. + 신소심; [예...] 따라서 날아가고

신소심; (저 색골의 뒤를 눈치 채이지 않게 밟으라는 검후님의 지시를 받고 따라온 건데...) 앞서 날아가는 환설을 따라가며 얼굴이 좀 발개지고

<이런 저런 일로 잘만 엮이면 사자천존님의 며느리가 되는 것도 꿈이 아니야.> 신이 나서 환설과 함께 날아가는 신소심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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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장청풍?] 의자에 앉아 눈 부릅뜨는 진의원. 진의원 뒤에 서있는 금정신니도 놀라서 입을 손으로 가린다. 역시 진의원 뒤에 서있는 진상파는 약간 찡그리고.

청풍; [그렇습니다.] 침대에 상체를 일으킨 자세로 앉아서 말하고.

청풍; [제 이름은 장청풍이고 나이는 열아홉 살입니다.] + (이 사람들... 어째서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건가?) 대답하며 의아

진의원; [좀 더... 좀 더 자세히 말해보게.]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흥분을 억누르며. 금정신니와 진상파도 긴장한 표정으로 보고

청풍; (분명 내 신세에 대해 알고 있다.) + [저는 금릉 교외의 해하촌이란 곳에서 홀어머니와 외조부님을 모시고 살아왔습니다만...]

진의원; [자당(慈堂)의 방명은 온유향이겠지?] [외조부의 존함은 온건렴(溫建廉)일 테고?]

청풍; [어머니가 온씨이고 유자 향자를 함자로 쓰시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외조부님의 함자는 온건렴이 아니라 조(趙)자 구(九)자입니다.] 고개 젓고

진의원; [그랬군. 그럴 수도 있지.] [온유향의 아비 온건렴은 사람들 볼 낮이 없어서 모습을 감추었을 테고...] 끄덕이고

금정신니; [시주 아비의 이름은 모르는가?]

청풍; (아버지에 대해서는 안 좋은 감정을 품고 있는 게 느껴지는군.) + [예!]

청풍; [어머니와 외조부께서는 저의 친가쪽 이야기를 일절 입에 올리지 않으셔서...]

진의원; [당연히 아비가 누군지는 말할 수가 없었겠지.] 역시 냉소하고

청풍; (확실히 뭔가 있다!) + [이제 말씀해주시지요.] 세 사람 돌아보고

청풍; [세분께서는 제가 누군지 어떻게 미리 아시고 계셨던 것입니까?]

진의원; [먼저 십팔 년 전에 벌어졌던 참극에 대해 말해주겠네.]

진의원; [당시 사자천존께서 영도하시던 무림맹은 천강마존이 이끄는 천마련을 궤멸시키기 직전이었으나...]

진의원; [천마련에 대한 최후의 공격을 목전에 두었을 때 사자천존께서 돌연 은퇴를 선언하시고 무림맹을 떠나버리셨네.]

청풍; [그런 일이 있었다는 얘기는 소생도 들었습니다.] 끄덕

진의원; [혹시 사자천존께서 갑작스레 은퇴를 하신 원인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있는가?]

청풍; [이런 저런 풍문은 들었지만 확실하게 아는 바는 없습니다.] 고개 젓고

진의원; [사자천존께서 은퇴를 하실 수밖에 없으셨던 것은 그분의 외아들이 누군가에게 납치되었기 때문이라네.]

청풍; [그런 일이 있었군요.] 놀라고

청풍; [대체 누가 사자천존의 외아들을 납치해서 그분으로 하여금 강제로 은퇴하게 만든 것입니까?]

진상파; [원흉은 그대도 이미 본 적이 있는 인물이에요.] 차갑게 말하고. 순간

[!]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132>의 장면이다.

 

귀면지존; [얼굴도 검기에 못지 않게 빼어나군.] 음험한 표정

진상파; [칭찬으로 듣겠어요.] [그보다 초무궁(楚無窮)은 잘 지내고 있는가요?] 귀면지존을 지긋이 보며 되묻고

회상 끝

 

청풍; [귀면지존!] [귀면지존이 사자천존의 아들을 납치했군요.] 흥분

청풍; [납치당한 사자천존의 아들 이름이 초무궁이었고...] 진상파를 보고

진의원; [원흉은 귀면지존이지만 그자의 하수인이 되어 직접 소맹주님을 납치한 자는 따로 있네.]

청풍; (불길한 예감이...) + [그... 그자가 누구입니까?]

진의원; [무림맹의 총관이던 신행철필 장세명이란 자가 범인이다.]

청풍; (나와 같은 장씨...) + [무림맹의 총관이 맹주인 사자천존의 외아들을 납치했단 말입니까?]

진의원;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장세명의 처와 아들이 귀면지존에게 먼저 납치당했었다.]

진의원; [즉, 장세명은 처자식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사자천존님을 배신했던 것이다.]

청풍; [신행철필이란 분의 처자식의 이름이 혹시...] 부들 부들. 초 긴장

진의원; [온유향과 장청풍이다.]

청풍; [!] 눈 부릅! 벼락에 맞는 충격

청풍; (아버지... 아버지가 무림맹을... 아니 천하 무림을 망친 범인이었구나.) (그래서... 그래서 어머니와 외조부님은 아버지에 대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으셨고...) 주먹 불끈 쥐고 부들 부들 떤다. 고개 떨 군 채 이를 악물고

진의원; [사자천존님의 외아들 초무궁 도련님이 실종된 그날 이후로 장세명과 온유향 부부와 그들의 아들인 장청풍도 세상에서 사라졌다.]

진의원; [헌데 장세명의 처인 온유향이 금릉 근처에 몸을 숨긴 채 살아왔구나.]

청풍; [면목... 면목이 없습니다.] 주르르! 눈물 흘리고. 이를 악물고 주먹 불끈

청풍; [부모님들이 무림맹에 진 빚은 제가 분골쇄신해서라도 반드시 갚겠습니다.]

진상파; [자식 된 도리로 부모의 죄를 갚겠다는 그 각오는 가상해요.] 차갑게 말하고

진상파; [하지만 당신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어요.]

청풍; [위로삼아 하는 말이라면 거두시오.] [부모가 지은 죄를 자식이 갚지 않으면 누가 갚는단 말이오?] 좀 화가 나서 진상파를 올려다보며 쏘아붙이는데

진의원; [상파의 말이 맞다. 그대는 빚을 갚을 이유가 없고 갚아야할 빚도 없다.]

진의원; [오히려 수다한 사람들로부터 감사와 환호를 받아야 마땅하다.]

청풍; [무슨 말씀이신지 저는 도무지...] 어리둥절

진의원; [왜냐하면...] [그대가 바로 납치당한 것으로 알려진 사자천존님의 외아들, 초무궁 도련님이기 때문이네.] 포권하며 말하고. 금정신니도 고개 조금 숙이고.

<내... 내가 사자천존의 아들이라고?> 눈 부릅 경악하는 청풍.

 

#151>

<-자금성(紫金城)> 낮. 자금성을 외부에서 본 모습. 자금성 정문으로 통하는 드넓은 길에 일반인들의 종적이 없다. 중무장한 관병과 군사들이 도처에 도열해있고.

그 길의 골목에 사람들이 숨어서 보고 있다. 길에서 보이는 골목 입구쪽의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있고

가게에서는 주인들이 가게 안에서 공손한 자세로 보고 있고

둥! 둥! 북 소리가 들리고

길 저편에서 수백필로 이루어진 기마대 온다. 중무장한 군사들로 이루어진 기마대인데 선두에는 건장한 군사들이 북을 치고 나팔을 불면서 걸어온다. 깃발을 든 군사들이 그 뒤를 따른다. <朱> <明> <皇孫>등의 글이 적힌 깃발들이다.

이윽고 다가오는 기마대. 기마대 중간에 건장한 백마를 탄 갑옷 입은 청년. 황태손, 즉 영락제의 손자인 주첨기다. 주첨기 캐릭터는 <건곤일척 자료집 제23, 제26페이지>에 나옴. 주첨기의 뒤에는 풍채가 좋은 노인이 육중해 보이는 팔각형의 강철 지팡이를 든 채 말을 타고 따라온다. 금의위 통령인 동방여명이다. <아랑힐월>등 다른 작품에 나오는 동방여명 캐릭터와 동일 캐릭터. 한왕을 능가하는 고수

골목길에 숨어서 보는 사내들. 장사치로 보이고. 골목에는 사람들이 많이 피해있다.

사내1; [저분이 바로 황태손(皇太孫)이시구먼.] 골목에 숨어서 골목 앞을 지나가는 주첨기를 보고

사내2; [다음 달에 있을 영락폐하의 제오차(第五次) 몽고 원정을 수행하기 전에 황태자부처께 인사를 드리러 온 모양이야.]

<갑주(甲冑)로 무장한 차림이신 건 그 때문일 테고...> 갑옷 입고 말을 탄 채 지나가는 주첨기의 모습을 배경으로 사내2의 말

사내1; [혹시 있을지 모를 암살 시도에 대한 대비로 갑옷을 걸친 것일 수도 있어.]

사내2; [그렇긴 하네만... 하여간 황태자께서 병약하신 탓에 황태손이 고생하시는구만.] [꼬박 꼬박 영락폐하의 원정에도 수행을 해야 하니...]

사내1; [고생이랄 게 뭐 있겠나? 덕분에 차차대(次次代) 천자의 자리가 보장되어있는데...]

사내2; [그래도 황실에서 태어나 하루도 편할 날 없이 동분서주해야하는 신세가 그리 부럽진 않네.]

사내1; [적당히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나 환락을 즐기며 사는 인생이 최고일 수도 있지.] 동의하고

 

#152>

둥둥! 뿌우! 뿌우! 북소리 피리소리와 함께 자금성으로 들어가는 주첨기와 동방여명 일행의 모습. 자금성의 문은 활짝 열려있고 관병들이 포권하고 고개 숙이며 예의를 표한다.

자금성 내부. 역시 중앙의 통로 좌우에 관병들이 일렬로 서서 주첨기 일행을 맞이한다. 헌데

자금 성 내의 높은 건물. 5층 쯤 되는 건물인데

건물 맨 위층 창가에서 내려다보는 인물이 있다. 위진천. 약간 안쪽에 서서 내려다보고 있어서 밖에서는 잘 안보인다.

위진천; [드디어 도착했군.] 웃으며 내려다보고

<황태손 주첨기(朱瞻基)! 나 위진천이 그대를 보기 위해 천리가 넘는 길을 달려왔으니 영광으로 알아야할 게요.> 동방여명을 거느리고 자금성 정문 안으로 들어오는 주첨기의 모습 배경으로 위진천의 생각. 그리고

[어떠냐?] 위진천 뒤에서 들리는 음성

위태무; [주첨기의 모습에서 전과 달라진 점은 발견되지 않았느냐?] 위진천 뒤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말하는 위태무

위진천; [주첨기를 마지막으로 본 게 일 년 전이지만...] 창밖을 살피면서

<그때의 모습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주첨기의 모습 배경으로 위진천의 말

위진천; [주첨기도 어느덧 이십대 중반에 접어든 탓에 더 이상은 외모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같습니다.]

위태무; [용모가 고정된 대상이라면 역용(易容)했을 경우 탄로 날 위험도 줄어들겠지.] 끄덕이고

위진천; [역용을 수없이 반복해온 때문에 이제는 주첨기의 얼굴이 제 얼굴인 듯이 느껴질 지경입니다.] 두 손으로 얼굴을 주무르고

위태무; [그건 바람직한 현상이로구나.] 웃고

위진천; [이게 가장 최근에 보정(補整)한 역용의 결과물입니다.] 돌아서고

주첨기(위진천); [아버지께서 보시고 평가를 해주시를 청합니다.] 쿵! 돌아서는 위진천의 얼굴이 주첨기로 변해있다. 갑옷을 걸친 진짜 주첨기에 비해 위진천이 위장한 주첨기는 평상복을 입고 있는 게 차이. 이하 주첨기(위진천)으로 표기

위태무; [완벽하구나.] 눈을 좀 가늘게 뜨고

위태무; [그 정도면 황태자비 장씨라도 널 제 몸으로 낳은 친아들이라 확신할 게다.]

주첨기(위진천); [용모뿐만 아니라 주첨기의 습관과 버릇도 철저하게 숙지하고 있습니다.] 자기 얼굴 만지면서

위태무; [작은 버릇이라도 놓치면 네가 가짜라는 게 들통 날 수 있으니 똑같이 모방하는 데 만전을 기울여야만 한다.] 끄덕

주첨기(위진천); [아버지가 주첨기 측근에 심어놓은 환관과 궁녀들을 통해서 주첨기의 언행을 지속적으로 보고받고 교정해오고 있습니다.]

위태무; [네가 주첨기로 위장하여 영락제의 대를 잇게 되면 천하를 지배하려는 우리 위씨가문의 오랜 숙원이 이루어지게 된다.]

위태무;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으니 주첨기로 위장하는 데 모든 정력을 기울이도록 해라.]

주첨기(위진천); [각골명심하겠습니다 아버지!] 포권하고

위태무; [미래의 천자인 황태손 주첨기에게 아버지라 불리는 것같아 기분이 묘하구나.] 웃고

주첨기; [소자가 무사히 제위에 오르면 아버지께서 하늘 아래 모든 인간들의 목숨을 좌우하게 해드리겠습니다.] 포권하고

위태무; [천하만민(天下萬民)의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이라...] [말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구나.] 웃고. 그때

<죄송합니다 주군!> 누군가의 말이 들리고

위태무; [무슨 일이기에 산통을 깨는 것이냐 백일몽(白日夢)?] 누군가에게 말하고. 주첨기(위태무)도 흘깃 천장쪽을 돌아보며 얼굴을 손으로 만지고.

<위가대원의 타노가 보낸 급보(急報)가 도착했사옵니다.> 이어지는 말

위태무; [타노가 급보를 보냈다?] 찡그리고. 얼굴을 만져서 원래 얼굴로 돌아온 위진천도 흠칫

<천마총의 장보도를 훔쳐간 범인의 인적사항을 확보했다는 보고입니다.> 다시 들리는 음성. + [!] [!] 놀라고 흥분하는 위태무, 위진천 부자의 얼굴

 

#153>

금정신니 일행이 머무는 암자. 황건신장과 신소심이 객사를 경비하고 있고.

신소심; (무슨 얘기를 하는데 저렇게 보안을 철저하게 하고 있지?) 눈을 흘기며 객사쪽을 곁눈질하고

신소심; (사부님과 맹주중 한명이 단음강기(斷音罡氣)를 쳐놓고 있는 탓에 방안에서 나누는 이야기들을 전혀 엿들을 수가 없어.)

신소심; (그 색골에게 나나 황건사형조차 들으면 안되는 비밀이 있는 거야 뭐야?) 샐쭉거리고

그런 신소심을 보며 쓴웃음을 짓는 황건신장. 그때

환설; [다녀왔어요.] 휘익! 허공에서 날아 내리는 환설. 돌아보는 신소심과 황건신장

환설; [주변 삼십 리 일대에 의심 가는 정황이나 인간은 발견되지 않았어요.] 스윽! 깃털처럼 가볍게 내려서고

황건신장; [수고했네 사매.] 끄덕이고. + 신소심; [오셨어요?] 마지못해 인사하고

환설; [아직 치료가 끝나지 않은 건가요?] 방문 닫힌 객사를 보며 황건신장에게 묻고

황건신장; [그럴 리가 있느냐? 진노사는 천하를 통틀어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명의신데...]

황건신장; [환자는 지난밤부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진노사께서 금침(金針)으로 시술하신 덕분에 곧 깨어났다.]

환설; [일찌감치 깨어났으면 어째서 아직까지 방안에 틀어박혀 있는 건가요?]

황건신장; [진노사께서 그 환자와 긴히 하실 말씀이 있는 것같다.]

환설; (방안에 단음강기의 벽이 쳐져 있다.) 찡그리고

환설; (대체 무슨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는 중이기에 단음강기까지 쳐놓고 있는 것일까?) 생각할 때

덜컹! 갑자기 방문이 열린다. 청풍이 있는 방문이 아니라 당아연이 있는 방의 문이다. 돌아보는 황건신장과 두 여자

당아연; [어디... 어디 갔어요?] 백치같은 표정으로 문 열고 나오며 두리번. 겁에 질린 어린 계집아이같다. 몸에 얇은 잠옷만 걸치고 있어서 가슴 골이 보이고 미끈한 아랫도리도 드러나 있다. 발은 맨발이고

황건신장; [어험...] 당황하여 고개 돌리고

신소심; [당소저!] 급히 다가가고

신소심; (섭혼술에서 깨어난 건가?) + [정신이 드셨군요. 불편하신 데는 없나요?] 다가가며 묻지만

당아연; [여긴... 여긴 없어.] 울먹이며 두리번

신소심; [없다니요? 무어가 없다는 건가요?] 몸으로 당아연을 황건신장의 시선쪽에서 가려주며 묻고. 당아연의 팔을 잡으며

당아연; [그 사람... 그 사람 없어! 아연이만 두고 어딜 간 거야?] 울먹울먹

신소심; (정신은 차렸지만 상태가 좀 이상하다. 마치 어린 아이가 된 것처럼...) + [누굴 찾으시는 건지 말해보세요?]

당아연; [남자... 오빠... 아연이를 좋아하는...] 두리번 울먹이며 두서없이 말하고

당아연; (이 계집, 자길 유린한 색마살귀에게 호감을 품고 있는 모양이다.) 생각하며 찡그리고

환설; <저 계집아이가 팔비나타 당천성의 딸인가요?> 당아연을 보며 전음으로 황건신장에게 묻고

황건신장; <색마살귀에게 유린당하는 과정에서 섭혼술에도 당했다고 하는데... 그 후유증으로 백치가 된 것같다.> 끄덕이며 역시 전음으로 말하고. 그때

당아연; [오빠!] 갑자기 고개 홱 돌리며 청풍이 있는 방을 돌아보고. 신소심이 흠칫! 할 때

당아연; [오빠! 오빠!] 신소심의 팔을 뿌리치며 청풍이 있는 방문으로 달려간다. 신소심 당황. 황건신장과 환설도 흠칫! 할 때

당아연; [오빠는 이 방에 있어!] 덜컹! 다짜고짜 방문을 확 열고.

방안에서 돌아보는 사람들. 청풍은 이제 침대에 걸터앉아있고. 그 앞에 놓인 의자에 진의원이 마주 앉아있으며 금정신니와 진상파가 진의원 뒤에 서있다가 돌아본다. 네 사람 전부 돌아보는 모습임

당아연; [오빠!] 외치며 뛰어들고

금정신니; [아연이가 깨어났구먼.] 돌아서며 맞이하려는데

당아연; [오빠! 오빠!] 와락! 그대로 지나쳐서 청풍에게 몸을 던지듯 안기고. 당황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두 팔로 당아연을 끌어안는 청풍. 진의원은 찡그리고 진상파는 무표정.

당아연; [오빠 미워! 아연이만 두고... 다신 어디 가지마!] 청풍의 무릎에 걸터앉는 자세로 청풍의 목을 두팔로 끌어안고 몸을 비벼대며 응석을 부리고. + 청풍; [소... 소저...] 당아연의 육탄공세에 쩔쩔 매고

금정신니; [그 아이는 사천당문의 여식이라오.] 진의원에게 말하고

진의원; [악독한 섭혼술에 당한 후유증으로 지능이 퇴화되었구려.] 찡그리며 당아연을 보고

진상파; (당아연이 섭혼술에서 깨어나 처음 본 사내가 사제(師弟)였다. 그래서 자신의 몸을 유린한 상대를 사제로 믿게 되었을 것이다.) 한숨 쉬고

신소심; [대충 어떤 상황인지 짐작은 가지만...] 문 밖에서 방안을 보며 난감

신소심; [저 색골이 얼토당토않은 덤터기를 쓰게 된 것같네요.] + [!] 말하다가 흠칫! 하며 옆을 보고. 옆에 서있는 환설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환설; [으으으...] 넋이 나간 표정으로 벌벌 떨며 방안을 본다. 옆에서 신소심과 황건신장이 놀라 돌아보고

신소심; (이 콧대 높고 쌀쌀 맞은 여자가 왜 이러지? 마치 귀신이라도 본 표정이잖아.) 당혹할 때

환설; (저... 저 사내...) 벌벌

<맹... 맹주님의 젊은 시절을 빼닮았다. 그렇다는 건...> 방안에서 당아연을 무릎 위에 앉힌 자세로 침대에 걸터앉아 당황하는 청풍의 얼굴 배경으로 환설의 생각 나레이션

환설; (도... 도련님?) 다리가 풀려서 휘청! 하고

신소심; [언니!] 놀라서 부축하려 할 때

털썩! 바닥에 주저앉는 환설. 넋이 나간 표정이고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려 한다.

방안에서 돌아보는 진상파

환설;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귀면지존에게 포로로 잡혀 있어야할 도련님이 느닷없이 눈앞에 나타나다니...) 주저앉아 주르르! 눈물 흘리는 환설. 그 옆에는 신소심과 황건신장이 당황한 표정으로 서있고

진상파; (태어날 때부터 무궁사제를 보살펴온 환설언니까지 저런 반응을 보인다는 건...) 고개 조금 돌려 방문 밖의 환설을 보며 생각하고

<이 사람은 의심의 여지도 없이 사부님의 외아들 무궁사제로구나.> 당아연을 무릎에 앉힌 채 난감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청풍을 배경으로 진상파의 생각. 당아연은 청풍의 목에 두 팔을 건 채로 얼굴을 청풍의 어깨와 목에 부벼대고 있다. 홍활한 표정으로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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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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