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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다시 청풍이 있는 곳. 부웅! 부웅! 웅장한 나팔소리가 들리고. 주첨기(위진천)의 일행과 청풍 모두 동작을 멈춘 채 그 나팔 소리가 들리는 곳을 본다. 정원을 둘러싼 높은 담장에 나있는 월동문 쪽이다. 월동문 근처에 있던 환관들이 급히 옆으로 비켜 길을 터주고 있고. 그때

[소주! 황태자가 오고 있네.] [황태자가 갑자기 정신을 차렸던 건 확인했는데... 직접 거동할 줄을 몰랐어.] 쌍둥이 환관이 긴장하며 주첨기(위진천)에게 말하고

주첨기(위진천); [그럼 더 이상 이 얼굴을 하고 있으면 안되겠소이다.] 양손으로 얼굴을 만지고

지지지! 얼굴을 누른 주첨기(위진천)의 양손이 빛을 발하고

청풍; (역용술?) 흠칫! 하며 볼 때

주첨기(위진천); [두 분 장로께서 확인해주십시오.] 손을 떼며 쌍둥이 환관에게 얼굴을 보여주고. 돌아보는 쌍둥이 환관

왕진(위진천); [얼추 비슷합니까?] 쿵! 손을 뗀 얼굴이 왕진으로 바뀌었다. 이하 왕진(위진천)으로 표기

청풍; (저 얼굴!) 흠칫!

<어젯밤 당아연을 살해하려던 위태무의 졸개 얼굴이다.> 지난 밤 강가 절벽 위에서 자신의 지풍에 어깨에 구멍이 뚫리던 왕진의 얼굴 떠올리고

[왕진(王振)의 모습이로군!]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역용이 잘 되었어.] 왕진(위진천)의 얼굴 보며 끄덕이는 쌍둥이 환관. 그때

[고두(叩頭;엎드려 고개를 조아림)하라!] [황태자전하께서 친림하시었다.] [예를 갖추어라!] 고함소리가 정원을 에워싼 환관들 뒤에서 들리고

환관들이 압도당해 길을 트면서 고개를 조아리고. 한쪽 무릎을 꿇는 자들도 있고

청풍; (안 좋게 되었군.) 슥! 두 손으로 유령익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쓰고. 이하의 장면에서 청풍의 모습은 눈 부위만 보이게 되고

청풍; (이유를 불문하고 내원에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대역의 죄를 지은 셈이니...) 눈만 드러내며 환관들이 길을 터준 쪽을 보고

쿵! 환관들이 무릎 꿇고 고개 숙이며 길을 터주는 사이로 나타나는 황태자 행렬. 맨 앞에 두 명의 여자가 거대한 소라고둥을 입에 물고 불고 있다. 여자들의 나이는 삼십대. 한명은 흰옷을 입었는데 뚱뚱하고 한명은 검은 옷을 입었는데 키가 사내들보다 크다. 이 여자들의 이름은 백운선자와 흑풍선자. 뚱녀가 백운선자고 검은 옷의 키 큰 여자가 흑풍선자, 백운선자는 사나운 표정, 흑풍선자는 웃는 표정. 두 여자 뒤로 네 명의 건장한 환관들이 메는 가마가 따라오는데 가마 위에는 황태자가 힘겨운 모습으로 앉아있다. 가마 주위로 건장한 환관들과 무장한 궁녀들, 의사들이 따르고 있다. 그 뒤로도 환관들이 끝이 안 보이게 많이 따라오고 있고. 거의 모든 환관들이 동원된 모습

가마에 앉은 황태자의 모습. 아주 힘이 든 표정. 가쁜 숨을 몰아쉬고.

청풍; (저 비만한 사내가 황태자 주고치!) 유령익으로 몸의 대부분을 가린 채 눈을 번뜩이며 보고.

청풍; (살이 지나치게 찐 데다가 늘 병치레를 하고 있어 오래 살지 못할 거라는 세상의 소문 대로구나.) 생각하고.

청풍;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락제가 황태자 자리에서 쫓아내지 않은 것은 영특한 손자 주첨기 때문이라던가?) 자기 뒤에 쓰러져 있는 주첨기를 흘낏 보고. 그때

백운선자; [무엄한 놈!] 소라고둥을 입에서 떼면서 청풍쪽을 노려보며 눈 부라리고. 흑풍선자도 소라고둥을 입에서 떼며 청풍 쪽을 보고

청풍; (유령익으로 은신한 날 한눈에 알아봤다?) 눈 번뜩이며 놀라고

<헉!> <저... 저기 어떤 사내가 있다!> <무언가를 걸쳐서 눈 부위만 보인다!> 비로소 청풍을 발견하고 놀라는 황태자를 따라온 환관과 궁녀들. 황태자도 청풍 쪽을 본다

백운선자; [남경분조의 지존이시며 장차 천자가 되실 전하께서 납시었는데 무릎을 뻣뻣이 세우고 있다니...] [네놈이 죽기를 자청하는구나!] 지지지! 청풍을 노려보며 호통을 치는 그년 몸에서 벼락이 일어나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내원의 사대시위장(四大侍衛長)의 일인 백운선자(白雲仙子)>

청풍; (저 살집 좋은 궁녀...) + [강호의 무부(武夫)가 결례를 했습니다.] 슥! 한쪽 무릎을 꿇으며 포권하고. 그 바람에 무릎 꿇지 않고 세운 한쪽 다리와 포권하는 두 팔이 유령익 밖으로 드러난다.

청풍; (무시 못 할 고수다. 날 공격한 늙은 환관들에 못지 않은...) + [배우지 못해 예법을 모른 때문이니 책망하여 주십시오.] 한쪽 무릎만 꿇고 포권하고.

흑풍선자; [당신은 구족을 멸할 중죄를 지었어요.] 웃는 표정으로 말하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사대시위장의 일인 흑풍선자(黑風仙子)>

흑풍선자; [보아하니 환관이 아닌 듯한데...] [감히 내원에 발을 들여놓고도 살 생각을 하진 못하겠지요?] 입은 웃지만 눈은 번뜩이고. 그때

툭! 왕진(위진천)이 쌍둥이 늙은 환관 중 한명의 옆구리를 슬쩍 찌르고, 그러자 움찔! 하는 그 노환관. 이어

노환관1; [노신이 전하께 아뢰나이다.] 앞으로 나서며 황태자에게 허리를 숙이고

모든 사람들 노환관1을 보고

노환관1; [저 대역무도한 죄인이 망극하게도 황태자비마마와 황태손전하를 시해하려 하였나이다.] 한손으로 청풍을 가리키며 짐짓 분노한 표정으로 말하고

[그... 그러고 보니...] [황태자비마마와 황태손 전하께서...] [대역무도한 놈이 감히...] 비로소 청풍의 뒤에 황태자비와 주첨기가 널부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분노하는 황태자를 따라온 환관과 궁녀들

[...] 황태자는 무언가 생각하며 청풍쪽을 보고

청풍; (황태자비는 혈전창에 당한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상태...) (꼼짝없이 황태자비와 황태손을 해코지 한 죄를 뒤집어쓰게 되었군.)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찡그리고

노환관1; [소신들이 무능하여 저 역도를 아직 추포(追捕)하지 못하였으니 꾸짖어주시옵소서.] 허리를 꺾고. 그러자

[꾸짖어주시옵소서.] [속하들이 무능하여 불충을 저질렀나이다.] 왕진(위진천)을 비롯하여 청풍을 공격했던 환관들이 일제히 허리 꺾으며 외치고. 그러자

백운선자; [무엇들 하느냐? 당장 저 죽어 마땅한 악적을 사로잡아 무릎 꿇리지 않고?] 주변의 환관들을 둘러보며 고함지르고. 그러자

[존명!] [역적을 잡아 꿇리겠나이다.] 포권하며 대답하는 환관들. 이어

[놈! 순순히 오라를 받아라!] [내원을 범했으니 네놈의 구족이 씨 몰살을 당하게 될 것이다.] 사방에서 청풍에게 무기를 겨누며 접근하는 환관들

왕진(위진천); (혈전창을 써서 황태자비의 입을 막아놓은 보람이 있군.) 그런 환관들 사이에 숨어 음산하게 웃고

왕진(위진천); (내원을 범한 죄에 황태자비와 황태손 모자를 해친 죄까지 더해지면 살아날 길이 없겠지.) 생각할 때

[기... 기다려 주세요!] 누군가의 외침이 들리고. 흠칫! 하는 왕진(위진천)와 환관들

하란; [그분... 그분 협객께서는 황태자비마마와 황태손전하를 시해하려던 게 아니었사옵니다.] 환관들을 헤집고 나타나는 여자무사. 바로 황태자비를 수행했다가 혈도가 집혔던 두 명의 여자무사들 중 한명인 하란이다.

<저 계집은 황태자비의 측근 시위인 하란...> <아차!> 왕진(위진천)와 쌍둥이 노환관들 눈 부릅

하란; [오히려 협객께서는 마마와 황태손전하를 지켜드리기 위해 죽음을 무릅쓴 의인이시옵니다!] 털썩! 황태자가 앉아있는 가마 앞에 무릎 꿇고 엎드리는 하란

왕진(위진천); (멍청한 것들... 계집의 입 하나 제대로 막아버리지 못하다니...) 이를 부득 갈고. 그때

백운선자; [네년... 황태자비마마의 경호 담당이면서 지금까지 어디 쳐박혀 있다가 이제야 기어 나온 것이냐?] 살벌한 표정으로 노려보고

하란; [불충의 죄는 달게 받겠사옵니다!] [그전에 천인공노할 역적모의를 먼저 보고 할 수 있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역적모의!> 모든 사람들 아연 경악하고.

황태자는 좀 찡그리고. 여전히 힘이 들어 헐떡이며

하란; [그렇사옵니다.] [망극하게도 황태손 전하를 바꿔치기 하여 종묘사직을 통째로 집어삼키려는 음모가 진행되었으며...]

하란; [만일 저분 협객께서 제때 구원의 손길을 뻗어주시지 않았다면 황태자비마마와 황태손께 망극한 변고가 발생했을 것이옵니다.] 청풍을 손으로 가리키며

백운선자; [하란 네년, 지금 무슨 소리를...] 눈 부라릴 때

노환관1; [망령된 주둥이 다물어라!] 쩍! 부러진 칼로 벼락같이 하란을 베어오고.

[악!] [헉!] [안돼!] 황태자쪽의 사람들 기겁하고. 하란도 사색이 될 때

꽝! 노환관1을 때리는 벼락

노환관1; [큭!] 감전되지만 쓰러지진 않고 비틀하고

지지지! 청풍이 유령익에서 손을 내밀어 벼락을 날렸고.

[손에서 벼락을...] [저게 무슨 무공인가?] 황태자쪽 사람들 기겁할 때

하란; [동복쌍로도 역적들과 한 패이옵니다.] 백운선자와 흑풍선자쪽으로 기어가며 외치고

<어쩔 수 없다! 전부 죽여라!> 눈 부릅뜨며 전음 보내는 왕진(위진천). 순간

슈학! 쩍! 먼저 현장에 와있던 환관들, 즉 위태무와 위진천 부자 편의 환관들이 황태자를 수행한 환관들과 황태자를 향해 공격해간다. 청풍 쪽으로도 몰려들고.

[네놈들이...] [헉!] [꺄악!] [엄마야!] 기겁하는 황태자쪽 사람들. 환관들은 맞서 싸우려 하고 궁녀들은 비명을 지르며 정원 밖으로 달아나려 한다. 하란은 기어서 백운선자와 흑풍선자쪽으로 피하면서 돌아본다

[전하를 보위하라!] [역적들을 전하 신변에 접근시키지 마라!] 화악! 쿠오오! 백운선자와 흑풍선자는 황태자를 향해 몰려드는 환관들을 막는다. 두 여자는 무공이 아니라 술법을 쓴다. 백운선자는 손에서 탄력이 있는 구름같은 기운을 뿜어내 환관들을 날려버리고. 양손으로 결을 지은 흑풍선자는 몸에서 돌풍을 일으켜서 역시 환관들을 날려버린다. 마치 토네이도에 둘러싸인 모습인데 토네이도처럼 휘도는 바람 기둥에서 내뻗힌 칼날같은 기운이 위태무측의 환관들을 날려버리거나 몸을 갈라 피를 뿜어지게 만든다. 그런 두 여자 뒤에서 황태자가 탄 가마 주변의 환관들은 맞서 싸울 준비를 하고. 반면

창! 차창! [크악!] [컥!] [네... 네놈들이...] 황태자를 수행한 환관들이 필사적으로 막지만 쇄도하는 위씨부자의 수하들이 무공이 더 높아 일방적으로 학살당한다.

[이놈!] [네놈도 오늘이 제삿날이다.] 쩍! 부악! 쌍둥이 환관들이 청풍을 공격하고. 청풍은 양손으로 벼락과 철지촌강을 일으켜서 그자들이 부러진 칼로 내뻗는 섬광을 막고 튕겨낸다.

청풍; (저 여자들...) 양손으로 쌍둥이 환관들을 상대하면서 곁눈질로 백운선자와 흑풍선자를 보고

<술법으로 구름과 바람을 일으켜 황태자를 보호하고 있다.> 백운선자와 탄력있는 구름을 일으켜 위태무의 졸개들을 튕겨내고. 흑풍선자가 토네이도같은 돌풍에 덮인 채 위태무의 졸개들을 날리거나 갈라버리는 장면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청풍; (당장 황태자의 신변이 위험해지는 일은 없겠구나.) 생각하며 쌍둥이 환관을 상대하고. 그때

왕진(위진천); (황태자가 알아버린 이상 원래의 계획을 추진하는 건 불가능해졌다.) 이를 바득 갈며 황태자쪽을 보고

왕진(위진천); (어쩔 수 없다.) 팟! 황태자가 앉아있는 가마를 향해 높이 도약한다.

왕진(위진천); (이렇게 된 이상 주첨기로 위장하려면 황태자까지 죽이는 수밖에...) 화악! 높이 도약했다가 단번에 전장을 가로질러 황태자의 가마를 덮쳐 내려간다.

[왕진! 네놈이 감히...] [어림없다.] 화악! 가가강! 백운선자와 흑풍선자가 구름과 돌풍을 일으켜 왕진(위진천)을 튕겨내려 하지만.

왕진(위진천); [크왓!] 구름과 돌풍과 충돌하며 기합 지르고. 핏빛으로 빛나는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어서 강한 힘을 뿜어내며. 직후

펑! 구름과 돌풍의 저지를 뚫고 황태자의 가마 위로 쇄도하는 왕진(위진천)

[안돼!] [전하!] 백운선자와 흑풍선자 기겁하며 돌아보고

청풍; (아차!) 쌍둥이 늙은 환관들을 상대하며 돌아보고. 눈 부릅뜨지만 황태자를 구할 수는 없다

왕진(위진천); [전하의 목숨을 받겠소!] 화악! 허공에서 아래로 내려 꽂히며 시뻘겋게 변한 손으로 황태자의 가슴을 후려쳐간다. 황태자는 눈을 치뜬 채 입 굳게 다물며 올려다보고 있다. 헌데 그 직후

쩡! 황태자의 부릅 뜬 두 눈이 태양처럼 백열되고

[!] 덜컥! 허공에서 아래로 덮쳐 내려오다가 엄청난 충격을 받는 왕진(위진천)의 표정. 머리 속이 하얘지는 모습이고

쿵! 허공에 뜬 왕진(위진천)의 모습. 그 앞에 거대한 눈이 한 쌍 떠서 내려본다

쩡! 태양보다 강한 빛을 뿜어내는 그 한 쌍의 눈. 그러자

왕진(위진천); [크아악!] 현실의 왕진(위진천)의 두 눈을 감싸며 허공에서 몸을 뒤집으며 퍼덕이고

[아!] [저놈이 왜 갑자기...] [보이지 않는 뭔가에 얻어맞기라도 한 건가?] 사람들 경악하며 올려다보고. 머리가 위로 가게 몸을 뒤집은 왕진(위진천)이 두 손으로 눈을 가린 채 날아들었던 방향으로 다시 튕겨져 나가고 있다.

청풍; (순간적으로 추측 불가의 강대한 영기(靈氣)가 느껴졌다.) 오싹! 소름이 돋는 표정으로 돌아보고. + [소주!] [왜 그러는가?] 청풍을 공격하던 쌍둥이 노환관들도 놀라 돌아보고

화악! 황태자를 덮쳐가던 자세에서 허공으로 튕겨져 나가는 왕진(위진천).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강하게 얻어맞은 모습으로. 이어

퍼억! 바닥에 나뒹구는 왕진(위진천). 격전을 벌이다가 물러서는 양 진영 사이다.

[그렇지!] + (홍무폐하의 핏줄에 흐르는 이능(異能)이 전하의 몸에서도 발휘되었다.) 안도하는 백운선자와 흑풍선자. 그때

왕진(위진천); [끄윽! 내... 내 눈이...] 바닥에 나뒹군 채 두손으로 눈 감싸고 벌벌 떨고. 그러자

[역적!] [죽어라!] 쩍! 부악! 그런 왕진(위진천)을 내리쳐가는 황태자측의 환관들

[어림없다!] 쩍! 왕진(위진천)에게 옷을 벗어준 중년 환관이 몸을 숙이며 칼을 길게 휘둘러 왕진(위진천)을 베려던 황태자측의 환관들을 베어버리고.

[크악!] [컥!] 몸이 잘려 죽는 황태자측의 환관들.

[헉!] [이런...] 자기들 앞으로 나뒹구는 동료들의 시체 보며 황태자측 환관들 주춤하고

[물러가자!] [소주의 안위가 우선이다!] 팟! 휘익! 그 사이에 다른 중년 환관들이 왕진(위진천)의 팔을 양쪽에서 잡고 날아오른다. 왕진(위진천)에게 옷을 벗어준 중년 환관은 칼로 앞을 겨누며 뒷걸음질 쳐서 방어하고. 이어

[퇴각한다!] [본가의 식솔들은 전부 철수하라!] 휘익! 휙! 쌍둥이 늙은 환관들도 날아오르며 외치고.

휘익! 휙! 새처럼 날아가는 수십명의 환관들.

[서라!] [역적들을 잡아라!] 황태자측의 환관들이 외치며 추격하려 할 때

[멈춰라!] [돌아와라! 역적들의 추격보다는 전하의 경호가 우선이다.] 백운선자와 흑풍선자가 외치고.

휘익! 휙! 그년들의 말에 급히 돌아와 황태자 주변으로 다시 모이는 환관과 여자 무사들. 청풍은 그때까지 황태자비와 주첨기 앞에 서서 보고 있었고

청풍; (일단락되었군.) 슥! 모자를 두 손으로 더욱 깊이 눌러쓰고

청풍; (자금성에 찾아온 목적은 완수했으니 시끄러워지기 전에 사라지자.) 스윽! 유령익으로 몸을 감싸서 모습이 사라지는 청풍. 투명한 데 윤곽만 보이는 형태가 된다. 헌데 바로 그때

오싹! 소름이 돋아 눈 부릅뜨는 청풍. 커다란 한 쌍의 눈이 뇌리에 떠오른다.

청풍; (저... 저 눈...) 숨이 멈추고. 허공에 눈 부분만 뜬 모습이다. 몸의 다른 부분은 투명하게 변해서 윤곽만 흐릿하게 남은 채 주변과 동화되어 있고

<누군가의 눈에서 뿜어지는 강렬한 시선이 내 몸을 거미줄처럼 휘감고 있어서 움직일 수가 없다.> 투명하게 변한 청풍의 몸이 움찔거리지만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그런 청풍의 몸 주위로 안개로 이루어진 밧줄 같은 것이 칭칭 휘감고 흐르는 형상.

하란; (왜 저러지?) 백운선자 뒤에 한 무릎 꿇은 자세로 앉아있던 하란이 놀라 그런 청풍을 보고

청풍; (혈태자를 일거에 공황 상태로 몰아넣은 것도 바로 이 시선이었다.) 식은 땀 흘리며 곁눈질로 황태자쪽을 보고

<시선의 주인은 물론 다음 대 천자가 될 황태자 주고치고...> 가마 위에 앉아 지긋이 청풍을 보고 있는 황태자. 몸은 힘들어 하지만 시선이 아주 깊고 강렬하다.

청풍; (홍무제 주원장의 핏줄에는 인간의 혼백을 제압하는 불가사의한 힘이 실려 있었던 것이다.) 스륵! 청풍의 투명한 몸이 흔들린다. 움직이려 애쓰고

<저놈도 황태자전하의 박룡안(縛龍眼)에 제압당했구나.> <아무리 무공이 높고 술법에 능하다 해도 하늘을 대신해서 억조창생을 다스리는 <천자의 눈>을 거역하진 못하지.> 가마 앞에 선 백운선자와 흑풍선자가 그런 청풍을 보며 끄덕이고.

흑풍선자; (산중의 짐승들이 호랑이와 마주치면 얼어붙어 저항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벌벌 떠는 투명한 윤곽 형상인 청풍을 보며 끄덕

흑풍선자; (하늘이 천자가 되는 걸 허락한 분의 시선에는 인간의 혼백을 얼어붙게 만드는 권능이 실리게 된다.)

백운선자; (박룡안, 또는 천자안(天子眼)이라 불리는 이 힘에 저항할 수 있는 인간은 단 두 부류다.)

백운선자; (천자와 같은 핏줄을 타고난 황족이거나...) (하늘까지 속일 수 있는 능력이라는 만천신안을 지닌 인간이 바로 그들이다.)

백운선자; (몸에 홍무폐하의 피가 흐르거나 만천신안을 지니지 않은 이상 저놈은 자신의 의지로 손가락 하나 까닥일 수 없을 것이다.) 웃고. 하지만 그 직후

스윽! 바닥에 붙어있던 청풍의 발이 떨어지고. 그에 따라

스륵! 윤곽만 보이는 투명한 청풍의 몸이 흔들린다.

<말... 말도 안되는...> <박룡안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한다!> 경악하는 백운선자와 흑풍선자.

[...] 황태자도 약간 이마 찡그릴 때

파앗! 마침내 바닥에서 두 발이 확 떨어지며 뒤로 휘청거리는 윤곽만 보이는 투명한 청풍의 몸 형상. 눈 부분은 뚜렷하게 보이고.

<맙소사!> <설마 저놈, 황족이거나 만천신안을 지녔다는 말인가?> 경악하는 백운선자와 흑풍선자. 동시에

청풍; [허억!] 쿵쿵! 비틀거리며 물러서며 막혔던 숨을 확 토하는 청풍. 직후

청풍; (더... 더 이상 머물러 있는 것은 위험하다! 이탈해야만 한다.) 스스! 몸이 다시 흐려지는데

<기다려라!> 누군가의 강렬한 생각이 뇌리를 때려 눈 부릅뜨는 청풍

황태자; <고(孤)는 그대가 떠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강렬한 눈빛으로 청풍을 보고. 그러자

부르르! 부릅 뜬 눈을 제외한 몸이 투명한 윤곽 뿐인 청풍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고

청풍; (다시... 황태자의 이능에 몸이 다시 굴복하려 한다.) 부들 부들 떠는 청풍. 그때

황태자; [모습을... 보여라!] 청풍을 지긋이 보며 말하고. 그러자

스윽! 부들 부들 떨리는 양손이 유령익 밖으로 나오고. 유령익이 갈라지며 청풍의 하체가 상당 부분 드러나고

청풍; (손이 제멋대로...) 찡그리는 청풍의 얼굴을 향해 올라오는 두손. 벌벌 떨리며

청풍; (얼굴을 보여서 하등 좋을 게 없는데...) 스륵! 생각하지만 두 손은 이미 유령익의 모자를 벗기고 있다. 그러자

스륵! 유령익의 모자가 완전히 벗겨지며 청풍의 얼굴이 드러난다

[역... 역시 사내였다!] [게다가 아직 새파랗게 어린...] 청풍의 얼굴을 본 환관들과 궁녀들 놀라고. 궁녀들은 얼굴 발개지고

하란; (무공도 신비한데다가 잘 생기기까지 했어.) 얼굴 발그레

[...] 무언가 생각하며 청풍의 얼굴을 보는 황태자

청풍; (얼굴을 들켰으니 이제 명나라가 다스리는 땅에는 발을 못 붙이겠군.) 슥! 체념하며 손을 내리고. 그러자

황태자; [닮았군!] 중얼거리고

[예?] 흠칫! 하며 돌아보는 백운선자와 흑풍손자. 하란도 돌아보고

백운선자; [저 죄인이 누구를 닮았다는 말씀이신지요?]

황태자; [네 어머니의 존함이 혹시 혜(惠)자 금(錦)자 아니냐?] 백운선자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청풍에게 묻고. 그러자

[!] 깨닫고 눈 부릅뜨는 청풍.

그런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환설; [도련님의 부친은 사자천존이시며 어머니는 영락제의 이복누이인 영청공주(永淸公主)님으로 존함이 주혜금(朱慧錦)이시옵니다.] 암자에서 침대에 상체를 세우고 앉아있는 자신을 올려다보며 울던 환설의 모습이다.

환설; [영청공주님의 몸종이었던 천녀는 공주님께서 사자천존님께 하가(下嫁)하실 때 함께 황실을 나왔었사옵니다.]

회상 끝

 

청풍; (단번에 내가 누구 소생인지 알아차렸다.) 놀라고. + [전하께서 추측하시는 대로입니다.] 고개를 숙이고

청풍; [소제(小弟)는 전하께서 생각하시는 바로 그분의 소생입니다.] 슥! 한쪽 무릎을 꿇으며 정중하게 포권하고

<소제?> <전하의 동생을 자처하다니...! 그렇다면 저 사내도 황족이라는 건데...> 놀라는 백운선자와 흑풍선자. 주변의 다른 년놈들은 어리둥절하는데

황태자; [역시 그랬군.] 끄덕이고

황태자; [네 몸에도 홍무폐하의 피가 흐르고 있었던 게야.] 온화한 표정이 되며 고개 끄덕이고

<잠깐! 영락폐하의 이복누이인 영청공주 주혜금의 소생이라면...> <저... 저 놈이 바로 십팔년전에 누군가에게 납치당했다고 알려진 사자천존의 아들이었구나!> 경악하는 백운선자와 흑풍선자. 그때

황태자; [백운!] 백운선자를 부르고. 오른손을 소매 속에 넣으며

백운선자; [예 전하...] 정신 차리며 돌아서면서 고개 숙이고

황태자; [이걸... 가져다주도록 해라.] 떨리는 손으로 옥패를 하나 내밀고.

옥패 크로즈 업. 직사각형의 옥패인데 용이 조각되어 있고 앞쪽에 <免>자가 새겨져 있다.

<저건!> <대역(大逆)의 죄가 아니면 어떤 죄를 짓더라도 벌하지 않는다는 면천패(免天牌)!> 흑풍선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 놀라고. 백운선자는 두 손으로 옥패를 받고 있고

황태자; [초무궁(楚無窮)!] [비록 네가 금기를 범하기는 했으나 두 가지를 감안하여 죄를 묻지 않겠다.] 백운선자가 두 손으로 든 옥패를 들고 청풍에게 다가가는 걸 보며 말하고

흑풍선자; (초무궁!) (역시...) 끄덕이며 청풍을 보고. 그 사이에 백운선자는 청풍의 앞에 이르러 옥패를 청풍에게 내밀고 있다. 청풍은 무릎 꿇은 채 두 손으로 옥패를 받고

황태자; [첫째, 네가 고의 직계는 아니지만 홍무폐하의 따님이신 영청(永淸) 고모님의 핏줄이니 내원에 발을 들였다 해도 사죄(死罪)로 다스릴 수는 없다.] 청풍이 옥패를 받는 걸 보며 말하고

하란; (저... 저 사내... 아니 저분도 황족이셨구나.) 흥분. 얼굴 발개져서 청풍을 보고

황태자; [둘째, 시세가 부득이하여 내원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으며...] 시선을 돌려 아직 기절한 황태자비와 주첨기를 본다. 두 모자는 궁녀와 의사들의 진단을 받고 있는 중이다.

황태자; [세운 공이 실로 지대하니 죄를 물을 수가 없구나.]

청풍; [너그러우신 처분에 감읍할 따름입니다.] 옥패를 손에 든 채 포권하고

황태자;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입궐하여 오늘 일의 뒷수습을 시위장들과 논의하도록 하라.] 가라고 손짓하고. 힘든 표정이고

청풍; [전하의 하명, 명심하겠나이다.] 포권하며 고개 숙이고. 직후

스윽! 청풍의 모습이 다시 투명해진다. 고개 숙이면서 모자가 저절로 올라와 얼굴을 덮어버렸고

<사... 사라졌다!> 모든 사람들 놀라고.

황태자; [역시 핏줄은 속일 수가 없군. 같은 나이 때의 제 아비를 이미 능가한 듯이 보이니...] 웃고

황태자; [피곤하구나. 돌아가자.] 다시 몸을 누이고

[존명!] [전하를 침전으로 모셔라.] [서둘러라.] 백운선자의 지시로 서둘러 가마의 방향을 트는 환관들

백운선자; [여기 뒷정리를 맡아줘.] 가마를 따라가며 흑풍선자에게 말하고

흑풍선자; [그렇게 할게.] 끄덕이고.

월동문으로 나가는 황태자의 가마와 그 뒤를 서둘러 따라가는 백운선자와 환관들.

의사들과 궁녀들이 일부 남아 황태자비와 주첨기를 치료하고 있다. 바닥에 천이 깔렸고 두 모자는 그 천 위에 눕혀져 있다. 거의 알몸이던 황태자비의 몸은 두터운 겉옷으로 가려져 있다. 환관들도 여럿 남아서 양측 사상자들의 시체를 운반하고 있다.

흑풍선자; (한바탕의 폭풍이 지나갔네.) 현장을 둘러보며 생각할 때

[마마! 정신이 드시옵니까?] 외치는 소리에 돌아보는 흑풍선자

[으으으!] 황태자비가 신음하며 눈을 뜨고 있다. 그런 황태자비를 들여다 보며 궁녀들이 외치고 있다

흑풍선자; [마마의 환후는 어떠시냐?] 다가가며 궁녀에게 묻고

[마치 벼락에 맞으신 듯한 증상을 보이시지만 존체에 이상이 있지는 않소이다.] 진맥하던 의사가 궁녀 대신 대답하고.

흑풍선자; [다행이로군요.] 안도. 그때

황태자비; [첨기... 첨기는...?]

의사; [옆에 계시옵니다.] 옆쪽에 누워 역시 진맥 받고 있는 주첨기를 가리키고

황태자비; [무사... 무사하겠지? 잘못 되진 않겠지?] 억지로 일어나려 하고

의사; [황태손께서도 무고하시니 고정하시옵소서.] [잠시 정신을 잃으신 것뿐이옵니다.] 황태자비를 다독여서 다시 누이는 의사와 궁녀들

황태자비; [다행... 다행이다.] [천지신명이 보우하셨어.] 고개 돌려 주첨기 쪽을 보며 안도하며 웃고. 그러라가

황태자비; [우리 모자를 역적의 손에서 구해준 자가 있었을 텐데...] 두리번

흑풍선자; [초무궁공자께서는 전하께서 하사하신 면천패를 받고 떠났사옵니다.]

황태자비; [초무궁?] 흠칫

황태자비; [그 사람... 그 사내의 이름이 초무궁이었느냐?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인데...] 찡그리고

흑풍선자; [초공자는 바로 사자천존에게 하가(下嫁)하셨던 영청공주님의 소생이옵니다.]

황태자비; [아!] 놀라고

황태자비; [맞아! 영청고모님의 실종된 아들 이름이 초무궁이었지! 이제 기억났다.] 흥분

흑풍선자; [세운 공도 있고...] [또 홍무폐하의 핏줄이라 내원에 드나든 것을 불문에 부치시겠다는 전하의 하명이 있었사옵니다.]

황태자비; [그... 그럼...] 기대

흑풍선자; [전하께서는 초공자에게 빠른 시일 내에 입궐하여 저희들과 오늘 일의 뒷수습을 하라 명하셨나이다.] 의미심장한 미소

황태자비; [잘... 잘 되었구나.] 억지로 웃고. 얼굴 발그래지고

흑풍선자; [곧 가마가 도착할 테니 그때까지만 불편하시더라도 참아주시옵소서.] [처소로 모시겠나이다.]

황태자비; [오냐!] 고개 끄덕, 이어

황태자비; (초무궁...) 청풍을 떠올리고

황태자비; (항렬로 따지자면 내게는 시동생뻘인가?) 얼굴 발개지고. 가슴 두근

황태자비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청풍이 자신의 배를 깔고 앉아 손으로 젖가슴 움켜쥐던 장면,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타는 자세로 엎어져 피를 토하던 장면, 자신과 주첨기를 양팔로 나눠안고 날아가던 장면. 자신도 모르게 청풍의 목을 두팔로 휘감던 장면등등

황태자비; (첨... 첨기보다도 어린 그놈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몸속 깊은 곳이 불에 덴 듯이 화끈거린다.) 헉헉

<아무래도 한동안은 열병을 앓겠구나. 쉽사리 치유되지 않을 고통스러운 열병을...> 장내의 광경 배경으로 황태자비의 생각 나레이션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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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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