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5'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21.07.15 [퇴마신협] 4화 제물이 되다.
  2. 2021.07.15 [황금전장] 제 43장 사백년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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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해가 지려는 저녁 무렵. 산중의 어느 마을. 산중의 마을이지만 제법 크고. 객잔, 대장간 등등 있을만한 가게는 다 있다. 단, 젊은 사내는 없다. 여자들과 나이 든 사내들만 돌아다니고

[!] [!] 일하거나 오가다가 놀라서 누군가를 보는 마을 사람들

마을로 걸어 들어오는 청풍.

<사내다!> <젊은 사내야!> 청풍을 보는 마을 사람들의 눈이 심상치 않고

마을 입구에 세워져 있는 큰 바위. 그 바위에 <史家村>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청풍; [사가촌(史家村)이라...] 바위를 보며 마을로 걸어 들어가고

마을 중간쯤에 객잔이 있는 게 보인다. 오가던 마을 사람들과 길 거리 좌우의 가게에서 사람들이 청풍을 보고 있다.

청풍; [다행히 이 마을에는 객잔이 있군.] 죽립을 들어 객잔쪽을 보며 웃고.

청풍; [덕분에 오늘밤은 노숙을 하지 않아도 되겠어.] 객잔쪽으로 가고

길 가던 사람들이나 가게에서 내다보고 있던 사람들은 청풍과 시선이 부딪히면 기겁하며 시선을 피하고. 전부 나이 든 남자들이거나 여자들이다.

피식 웃으며 객잔으로 가는 청풍. 객잔에서 내다보던 나이 든 점원들도 움찔 놀라는 기색이고

[어... 어서 옵쇼!] 억지로 웃으며 인사하는 점원들 중 한명. 점원들도 다 나이가 들었다. 젊은 점원이 아닌 점 주의

청풍; [식사와 숙박이 가능하겠지?] 물으며 들어가고

점원; [물... 물론입죠!]

점원; [저희 객잔은 근방에 음식 맛 좋기로 이름이 나있을 뿐 아니라 객실도 조용하고 깨끗하니 마음에 드실 것입니다요.] 과장되게 웃으며 청풍을 안으로 안내하고. 헌데

 

골목에 숨듯이 서서 객잔으로 들어가는 청풍을 보는 두 명의 사내. 좋은 옷을 입은 뚱뚱한 노인과 교활한 인상의 집사 분위기의 노인이다.

촌장; [다행이로구만. 정말 다행이야.] 소매로 땀을 닦고

촌장; [오늘이 보름인데도 제물을 마련하지 못해서 큰일이었거늘...] 청풍이 객잔으로 들어가는 걸 보며 안도하고. 객잔 입구에서는 다른 점원이 촌장과 집사쪽을 향해 굽신한다.

집사; [그... 그러게 말입니다요 촌장님!] 역시 한 시름 놓은 표정. 손을 들어 점원의 인사에 답하면서

집사; [소문이 하도 흉흉하게 나서 제물을 구하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요.]

집사; [심지어 대도시인 항주(杭州)에서도 밤만 되면 젊은 사내놈들은 그림자조차 볼 수 없을 지경이 되었습지요.]

촌장; [젊은 것들이 백명 넘게 실종되었으니 그럴만도 하지.]

집사; [다른 곳은 몰라도 항주 일대에서는 젊은 계집들은 밤에 활개 치며 돌아다니지만 젊은 사내는 눈 씻고도 볼 수가 없는 실정입지요.]

집사; [그래서 스무살 안팍의 사내놈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려워졌습니다요.] 땀을 닦으며

촌장; [황(黃)집사!] [우리 마을과 인신매매의 계약을 한 흑수방(黑手幇)의 불한당들로부터는 연락이 없지?] 땀을 닦으며

집사; [예!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 걸 보면 마땅한 젊은 놈을 구하지 못한 게 분명합니다요.] 눈치 보며

촌장; [흑수방에서 자정까지 제물을 데려오지 않으면 가엾은 어린 것들이 열명이나 죽어나갈 판이었는데...]

촌장; [제물이 될 놈이 제 발로 찾아와주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집사; [그러게나 말입니다.]

촌장; [다만 행색이 무림인 같은 게 마음에 걸리는군.] 객잔쪽을 보며

촌장; [낌새를 채고 난동을 부리거나 도망치면 믄일인데...]

집사; [동삼낭(桐三娘)의 솜씨를 믿어보십쇼.]

집사; [제 아무리 무공이 뛰어나다 해도 동삼낭의 손에 걸려들면 꼼짝없이 고주망태가 되어버릴 것입니다요.] 땀을 닦으며 웃고

 

#10>

객잔 내부. 점원의 안내를 받아 들어서는 청풍. 몇 명의 손님이 음식을 먹다가 돌아보는데 전부 나이 든 사내들뿐이다.

점원; [이쪽...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가게 중앙의 넓은 자리를 권하고. 탁자에 주전자와 찻잔이 마련되어 있다

청풍; [고맙네.] 앉으며 죽립을 벗고

점원; [식사만 하시겠습니까? 반주도 드시겠습니까?] 수건으로 탁자를 닦으며 눈치 보고

청풍; [노독도 풀 겸 한 잔 해야지.] [몇 가지 요리에다가 이집에서 자랑할만한 술을 같이 준비해줘.]

점원; [예예! 잠시만 기다리십쇼.] 굽신

서둘러 주방쪽으로 가는 점원. 주방에서도 나이 든 주방장이 내다보고 있다. 객잔 안의 다른 손님들도 청풍을 할끔거리고

청풍; [참 이상한 마을이야.] [젊은 사내들은 한명도 안 보이고...] 찻잔과 주전자를 집어들고

움찔! 하며 급히 시선을 피하는 다른 자리의 손님들

청풍; [하긴 항주가 멀지 않으니 젊은 것들이 이런 산골짝에 처박혀 있고 싶겠어?] 쪼르르 엽차를 따르며 웃고

안도하는 손님들

청풍; [나 같아도 항주로 도망가고 말지.] 웃으며 찻잔을 집어 들어 입으로 가져가고

<눈치 챈 것같진 않지?> <아직까진 그런 것 같네.> <오늘이 보름이야!> <더 이상은 기회가 없을 것같으니 실패하면 안돼.> 손님들 자기들 끼리 속삭이고

웃으며 차를 마시는 청풍. 그때

[실례하겠어요 손님!] 여자가 쟁반을 들고 다가오고. 쟁반에는 술병과 술잔 두개, 안주등이 얹혀져 있다.

동삼낭; [음식이 준비되는 데 시간이 걸려서 술부터 내왔사옵니다.] 요염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여자. 나이는 서른 살 가량. 엄청난 글래머에 달라붙는 옷을 입었다. 치마의 옆이 터져서 허벅지와 종아리가 드러나 보인다. 저고리도 깊이 파여 탱탱한 젖가슴의 일부가 드러나 보인다. 얼굴은 마릴린 몬로같은 분위기. 퇴폐적이면서도 도발적인 인상. 전형적인 작부나 기녀로 묘사. 한번 나오고 말 캐릭터지만 나름대로 매력있게 묘사. 이름은 동삼낭으로 객잔의 주인이다

동삼낭; [천녀는 이 가계를 운영하고 있는 계집으로 동삼낭이라 하옵니다.] 술병을 탁자에 내려놓으면서 추파를 보내고

청풍; [여자 몸으로 객잔을 꾸려가다니... 보기 드문 여장부시구만.] 동삼낭이 안주도 내려놓는 걸 보며 웃고

동삼낭; [이 가게는 남편으로부터 물려받았답니다.] 술잔도 내려놓고

동삼낭; [남겨진 토끼같은 새끼들 키우려고 악착같이 꾸려가고 있지요.] 쟁반은 옆의 탁자에 내려놓고

청풍; [저런...] 놀라는 시늉

청풍; [이제 보니 자식 딸린 청상(靑孀;젊은 과부)이셨군. 고생이 많으시겠소이다.] 포권하는 시늉하고

동삼낭; [자상하신 위로의 말씀, 고마워요.] 청풍과 마주 앉으며 술병을 잡고

동삼안; [보답하는 의미로 한잔 올리겠어요.] 술병을 두 손으로 내밀며 배시시 웃고

 

#11>

밤이 깊어졌다. 하늘에는 보름달이 떠있다.

마을의 건물들에는 여전히 불이 켜졌고. 객잔에는 등이 내걸렸다. 헌데. 건물과 골목마다 사람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객잔을 보고 있다.

촌장과 집사는 객잔 건너편 골목에 있다. 촌장은 의자에 앉아있고 집사는 그 뒤에 서있다. 골목 밖 거리에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고. 그러던 어느 순간

객잔에서 나오는 점원. 청풍을 안내한 점원. 객잔 안을 돌아보며. 그러자

촌장; [어찌... 어찌 되었는가?] 건너편 골목에서 서둘러 나오며 묻고

점원; [촌장님!] 인사하고

촌장; [그자는 해치웠는가?]

점원; [직접 들어가서 보시지요.] 옆으로 물러서고

촌장; [그럼세.]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고

객잔 내부. 중앙 탁자에 청풍이 엎어져 있다. 그 앞에 동삼낭이 역시 술이 좀 된 모습으로 앉아서 보고 있는데 심란한 표정이고. 탁자 주변에는 빈 술병이 여러 개 놓여있다. 좀 떨어진 곳에 점원들과 주방장들이 모여서서 보고 있다

서둘러 들어오는 촌장과 집사

촌장; [성공했구만!] 땀을 닦으며 안도하고

동삼낭; [촌장님...] 일어나려 하고. 비틀

촌장; [괜잖아. 앉아있어!] 일어나지 말라고 하며 다가오고. 다시 앉는 동삼낭

촌장; [이번에도 제대로 해치웠구만. 역시 동삼낭의 사람 후리는 솜씨는 믿을만해.] 쓰러진 청풍을 살펴보면서 말하고

동삼낭;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 술에 미혼약(迷魂藥)을 아주 약하게 탔어요.] 건너편의 청풍을 보며 좀 심란한 표정

동삼낭; [그 때문에 거의 한말 이상을 마시게 해서야 인사불성으로 만들 수 있었네요.]

집사; [동삼낭도 같이 마셨을 텐데 괜잖은가?] 괌심 보이고. 촌장은 청풍을 살펴보고 있고

동삼낭; [전 해약을 미리 먹어둬서 중독당하진 않았어요.]

집사; [역시 동삼낭은 주도면밀하구만.]

촌장; [자정이 멀지 않았다.] [늦기 전에 서시묘(西施墓)로 제물을 가져가야하니 서둘러라.] 점원들에게 말하고. 입구쪽에 점원과 마을 사람들이 모여있다

[예 촌장님!] [서두르세!] 우르르 몰려들어오는 점원과 마을 사람들

곤드레가 된 청풍을 양쪽에서 잡아 일으켜서

객점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점원과 사람들. 촌장과 집사도 따라 나가고. 이제 객잔 안에는 동삼남만 남고

동삼낭; (이청풍이라고 했지.) 밖으로 끌려나가는 청풍을 보며 한숨

동삼낭; (아무쪼록 이 죄많은 계집을 용서해주세요.) 두손 모아 비는 시늉

<하지만 아직 어린 내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럴 수밖에 없답니다.> 밖으로 끌려 나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동삼낭의 기원. 객잔 밖에는 마을 사람들이 많이 몰려와있고 사내들은 횃불도 들고 있는데. 뚜껑 없는 가마가 한 대 마련되어 있다.

 

#12>

아주 깊은 밤. 보름달이 중천에 떠있고

깊은 산중. 우우우! 어디선가 늑대 우는 소리가 들리고

깊은 계곡. 그곳으로 일단의 무리들이 움직이고 있다. 횃불과 등을 든 사람들이 이십여명 움직이고 있다.

앞 뒤로 등과 횃불을 든 사내들이 걸어가고 가운데에는 가마가 한 대 간다. 네명의 사내가 든 뚜껑없는 가마에 청풍이 인사불성이 되어 누워있다. 죽립은 쓰지 않고 망토만 두른 모습이고. 촌장과 집사는 가마를 따라간다. 모두 겁에 질리고 긴장된 모습

계곡 안에는 수많은 비석과 조각상들이 있다. 조각상들은 왕릉에 세워진 문관석과 무관석. 각가지 짐승들의 조각상도 있다.

그 비석과 조각상들 사이를 지나는 가마 일행

곧 계곡 끝에 이르는 일행

그곳에 동굴이 하나 있다. 천연의 동굴을 다듬어 만든 일종의 무덤. 입구에 건물 같은 조각이 되어 있고 동굴 입구 위쪽에는 <西施墓>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촌장; (서시묘...) 다가오는 동굴 입구를 보고

촌장; (춘추전국시대의 전설적인 미녀 서시(西施)가 묻혀있다는 무덤...)

촌장; (저 안에 묻혀있는 게 정말 서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무덤에 손을 댄 자는 족족 비명횡사해서 감히 확인해볼 용기를 내는 자가 없어서...)

촌장; (분명한 것은 이 무덤의 주인이 저주와 재앙을 내릴 수 있는 힘을 지녔다는 사실이다.) 겁에 질린 표정

<매달 한 번씩 열다섯 살에서 스물다섯 살 사이의 젊은 사내를 제물로 바치지 않으면 우리 사가촌의 어린 아이들을 열명 이상씩 죽어나가게 만들었을 정도로...> 동굴로 들어가는 가마 일행을 배경으로 촌장의 생각 나레이션. 사람들 극도로 긴장한 모습이고.

 

#13>

동굴 내부. 화려한 무덤. 사방에 그림과 조각. 중앙에는 단상이 있고 단상에는 육중한 석관이 하나 놓여있다. 석관 앞에는 제단과 향로도 있고

동굴로 들어서는 가마 일행

촌장; [조심... 조심해서 모셔라!] 겁에 질려 관쪽을 보며 말하고

[예...] 사람들이 가마를 제단 앞에 내려놓고.

그 사이에 촌장은 횃불에 굵은 향 뭉치를 대어 불을 붙이고

불이 붙은 향 뭉치를 들고 향로로 가는 촌장.

사람들은 그 뒤에서 무릎 꿇고

향을 향로에 꽂는 촌장. 이어

향로 앞에 무릎을 꿇는 촌장

촌장; [사가촌의 촌장 사사명(史史明)이 서시의 혼령께 고하나이다.] 절하면서 말하고

촌장; [이번 달에도 제물을 준비하여 비치오니 아무쪼록 흠향하시고 저희 마을에 수복(壽福)을 내려주시옵소서.] 절하고. 다른 사람들도 절하고. 그러자

<수고했다 촌장!> 어디선가 말 소리가 들리더니

<너희들의 갸륵한 정성을 받아들이도록 하마!> 슈우! 석관 위로 유령이 나타난다. 절세미녀. 반투명하고 하늘거리는 옷을 입었다. 배교 교주였던 십면혈신 용백의 후처인 야차희 우유라의 모습이다.

(히익!) (나... 나왔다!) (서시묘의 주인이다!) 촌장 일행 공포에 질려 납작 엎드리고

야차희; <너희들의 정성과 노력을 감안하여 앞으로 한달 동안 사가촌을 지켜주겠노라.> 석관 위에 둥둥 뜬 채 말하고

야차희; <어떤 요사한 것들도 너희 마을을 침범하지 못할 것이며 병드는 자, 다치는 자도 없게 될 것이다.,>

촌장; [감사... 감사합니다 서시님!] 절하고

야차희; <앞으로 열두번이다!> <일년만 더 매달 보름에 제물을 바치면 본녀가 사가촌에 큰 축복을 내리겠다.>

야차희; <부귀영화와 불로장생을 보상으로 받게 될 테니 본녀에게 제물을 바치는 일을 거르지 않도록 하라!>

촌장; [명심... 명심하겠습니다.] 연신 절하고. 다른 사람들도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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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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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다시 은행나무. 해가 서쪽 하늘로 떨어지기 직전이다.

서문숙; [받아라! 이제 이것은 네것이다!] 책을 권완에게 건네주고. 서문숙 앞에 서있던 권완이 두 손으로 공손히 받는다. 공손대낭도 그 옆에 서있고

서문숙; [혹시 앞으로 의문에 부딪히게 되면 노부의 이 말을 기억하거라.] [세상의 이치는 다만 예순을 넘을 뿐, 일흔은 되지 못한다.]

서문숙; [두루 살펴보면 어떤 의문이든 그 안에서 다 풀 수 있을 것이다.]

권완; [명심하겠습니다.]

서문숙; [조화는 방해할 수 있을 뿐 깨뜨릴 수는 없다.] [하지만 술법은 얼마든지 깨뜨릴 수 있고 깨뜨려질 수있음도 잊지마라.]

서문숙; [저기 있는 저놈처럼 마음이 강철같은 사람이라면 어떤 술법도 그 앞에서 버티기가 어려울 것이다.]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누워있는 청풍을 돌아보고. 공손대낭도 돌아보지만 겁에 질린 표정이고

서문숙; [이런 즉, 너는 술법을 펼칠 때 무엇에든 마음이 눌리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신기막측한 술법이라도 마음이 흔들리면 절로 다 깨어지는 법이므로....]

권완; [부족하고 어린 제가 노야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나 않을지 두렵습니다.]

서문숙; [그렇지 않다. 너는 노부의 분에 넘치는 제자였다.] 말하며 공손대낭을 보고.

서문숙; [이제 때가 되었소! 함께 갑시다 대낭!] 팔을 벌리고

공손대낭; [오늘 헤어지면 우리는 언제 다시 이 세상에서 상봉하게 될지요?] 울면서 죄대로 올라가고

서문숙; [아마도 사백년 후, 서호(西湖)에 가을 무지개가 뜨는 날 그대는 다시 나를 보게 될 것이오!] 말하며 팔을 벌리고

공손대낭; [사백년.... 제게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군요.] [기꺼이 기다리겠어요!] 눈물 어린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서문숙의 몸에 안기고. 순간

슈욱! 공손대낭의 몸이 서문숙의 몸으로 스며들어가고

권완; (승천하는 노야의 신(神)에 대낭의 정(精)이 섞이는구나!) 합장하고

서문숙; [이제 노부는 죽는다. 너는 법기로 스스로를 보호하도록 해라.]

권완; [제가 다시 노야를 뵈올 수 있을지요?]

서문숙; [노부의 정과 혼은 당분간 이 신행목에 머물 것이다.]

서문숙; [지극한 마음으로 찾으면 목신(木神)이 된 노부를 볼 수 있을 터...!] 말하며 손가락을 세워 토실의 천장을 가리킨다.

슈욱! 직후 공손대낭의 몸이 완전히 서문숙의 몸 속으로 스며들어 가고

슈우! 천장을 가리킨 서문숙의 손가락에서 아지랑이같은 것이 피어올라 위로 올라간다

슥! 서문숙의 고개가 떨궈지고

권완; (돌아가셨구나!) 깨닫고 무릎을 꿇는다

권완; (천지신명이시여! 이 한쌍을 용납하고 보우하소서!) 좌대 위에 좌화한 서문숙의 시신을 향해 엎드려 절한다

 

#102>

밖에서 본 은행나무. 때는 황혼무렵

한 줄기 빛이 은행나무에서 치솟더니 붉은 노을 속으로 사라진다.

뒤이어 이른 저녁 하늘을 밝은 별 하나가 가로지르더니 산너머로 사라진다.

 

#103>

노을 속에 강물을 떠가는 배 한척.

[!] 그 배의 갑판에 놓인 의자에 앉아있다가 눈 부릅 권일해. 권일해 앞에는 사마이극, 차불노, 부도신궁 양홍경이 앉아있다가 그런 권일해를 보며 흠칫한다. 그들이 둘러앉은 탁자에는 지도가 몇 장 널려있고

급히 고개를 드는 권일해

한쪽에 웅크리고 앉아 졸고 있던 천년호도 흠칫하며 눈을 뜨고

슈우! 노을이 아직 남아있는 서쪽 하늘을 가르며 한줄기 유성이 떨어지고

권일해; [아!] 탄식하며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고. 다른 사람들 흠칫

야옹! 천년호도 일어나고

사마이극; [대원수! 무슨 일이신지요?]

권일해; [그분이... 그분이 마침내 가셨구려.] 주르르! 눈물을 흘리고

[서문원수께서!] 놀라 눈 부릅뜨는 세 사람. 벌떡 일어난다

양홍경; [노야!] 울부짖으며 별이 떨어진 쪽으로 엎드리며 울고.

권일해와 사마이극, 차불노도 침통한 표정으로 하늘에 대고 포권을 하고

천년호도 별이 떨어진 곳으로 고개를 숙인다.

권일해; [난릉왕도 그분이 가셨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오.]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는 손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난릉왕의 발 밑에 엎드릴 수밖에 없소.] 천년호를 안아들고

사마이극; [대원수께선 속히 군기(軍旗)와 부월(斧鉞)을 가져오십시오.] [사마이극, 비록 부족한 사람이오만 대원수께서 군기와 부월을 가지고 돌아오실 때까지 힘을 다해 싸우겠소이다.]

권일해; [고맙소 사마가주!] 끄덕이고

권일해; [난릉왕이 다시 힘을 찾기 전에 돌아오겠소!] 휘익! 천년호를 안고 날아올라

강을 건너 사라지는 권일해

사마이극; (서문원수께서 돌아가셨지만 정세는 오히려 난릉왕에게 불리해졌다고 할 수 있다!) 멀어지는 권일해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하고

사마이극; (위대하신 제왕의 신하들과 장군들은 십대수호가문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마이극; (십대수호가문은 그저 드러난 신하들일 뿐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원수의 명을 기다리는 장수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다.)

사마이극; (심지어 역대 원수들께서도 얼마나 많은 위대하신 제왕의 신하들이 세상에 퍼져 있는지 알지 못했다.)

사마이극; (다만 대원수의 기치(旗幟)가 높이 들려지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장수들이 구름같이 일어나 달려온다는 것만을 알 뿐....!)

<난릉왕은 원수함과 함께 대원수의 전통을 끊어놓지 못함으로써 사실상 패배한 것이다!> 사마이극등을 태운 배가 멀어진다.

 

#104>

황혼 무렵. 하늘에 구름이 많이 끼었다.

어느 산중의 다 허물어져 가는 낡은 절

그 절 앞으로 걸어오는 세 사람. 공자무와 구령. 유모

구령; [곧 비가 올 것같군요.] 먹장구름이 덮인 하늘을 보고

구령; [아직 백리도 못 왔지만 오늘 밤은 여기서 보내야겠어요. 밤길을 걷다가 비를 맞긴 싫어요.] 절로 들어가고

공자무; [그러자꾸나.] 따라 들어간다

절의 대웅전으로 들어가는 구령. 부서지고 금박이 벗겨진 불상들과 부서진 불단들이 어지럽게 널린 내부.

구령; [지붕은 성하니 비는 피할 수 있겠어요!] 천장을 올려다보고. 천장은 성하다.

유모가 서둘러 대웅전 끝쪽의 바닥에 그물을 편다. 물같이 흐르는 그물이 바닥에 깔리고 구령; [유모! 불 좀 피워줘! 밤이 되면 제법 쌀쌀할 거야!] 그물 위에 앉고

유모; [예 아가씨! 땔감을 모아 오겠습니다!] 대답하고

서둘러 나가는 유모. 표정이 어둡다.

그런 유모를 유심히 보는 공자무

구령; [왜 그러세요?] 검을 뽑아 옆에 놓으며

공자무; [아니다. 유모의 발걸음이 어지럽구나.] 구령 옆에 앉고

구령; [어찌 안 그러겠어요?] [절 따라 나선 길은 죽음의 길로 들어선 것이나 다름없는데....!] 말하다가 흠칫

공자무의 가슴에 두른 붕대가 피로 젖었다

구령; [상처가 도졌군요. 이리 누우세요 오라버니!] 공자무를 부축해서 바닥에 누이고

공자무; [혈정 만칠태의 대못은 확실히 다르구나. 상처가 아물 생각을 하질 않으니...!] 웃으며 눕고

구령; [저로 하여금 오라버니의 피를 보게 했으니 만칠태는 제놈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도 보게 될 거예요!] 공자무의 옷을 젖히며 이를 바득 갈고

 

바깥의 풍경을 보여주고. 하늘에는 먹장구름이 점점 더 짙어진다

절의 대웅전 바닥에 나란히 누운 공자무와 구령. 구령이 공자무의 팔을 베고 있다. 공자무의 옷은 다시 여며진 상태고

구령; [아직도 꿈만 같아요. 이렇게 오라버니의 팔을 베고 누울 수 있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수줍고

말없이 웃으며 구령의 등을 쓰다듬고.

구령; [오라버니는 무슨 생각 하세요?]

공자무; [세월이 덧없고 인생이 무상하다는 생각….]

구령; [그러고 보니 우리도 어느덧 살아온 날을 회고할 나이가 되었네요.] 한숨

공자무; [그래도 살 날은 아직 아득하다. 부디 네 몸을 함부로 험한 곳에 내놓지 말거라.]

구령은 쓸쓸하게 웃고

공자무; [그나저나 유모가 늦는구나.] 문간을 흘깃 보고

공자무; [다른 건물에서 기둥이나 서까래를 빼 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닌데....!]

구령;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에요.] 찡그리며 고개를 들고

공자무; [추적자들이 그새 따라붙은 것 같으냐?]

구령; [우리가 이곳으로 온 것을 아는 자는 없는데....!]

구령; [그렇다고 해도 유모가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는 다른 이유를 생각해낼 수가 없군요.] 한숨 쉬며 일어나고

구령; [유모가 대단한 고수긴 해도 혈목재 서열 십위 안의 고수나 천사련의 구천사등과 만났다면 죽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 가늘고 긴 검을 집어들고.

공자무; [마도무림이야 그렇다 쳐도 암흑철수와는 관련도 없는 천사련의 인간들까지 내게 억하심정을 품은 이유를 모르겠구나!] 한숨 쉬고. 그때

<그거야 나도 모르지!> 갑자기 천장에서 음성이 들리더니

<난 그냥 당신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을 뿐이오 공장주!> 슈욱! 천장에서 물방울이 맺히듯이 사람의 형상이 스며나오더니

휘익! 소리없이 구령과 공자무의 3-4미터 앞쪽으로 뛰어내리는 인물. 얼룩말 무늬같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키가 2미터는 될 정도 크고 말 같이 긴 얼굴에 광대뼈가 툭툭 튀어나와 있었으며, 눈은 동그랗고 머리카락은 듬성듬성 빠져 몇 올 남아있지 않다. 나이는 공자무와 비슷하거나 많은 정도. 이자가 천사련 구천사 중의 혈정 만칠태

공자무; [하하하! 살수들 틈에 숨어 있다가 내 가슴에 못질을 하고 달아났던 친구로군!] 천천히 일어나 앉으며 웃고

구령; [혈정(血釘) 만칠태(曼七颱)!] 검을 들고 일어서고. 하지만 혈정은 구령이 누군지 아직 알아보지 못하고 공자무만 본다

혈정; [흐흐흐! 제법 명줄이 길다만.... 이제 그만 목을 내놔야겠소 공장주!]

공자무; [내 목숨을 살 만큼 지불할 것이 귀하한테 있는지 모르겠군.] 웃고

혈정; [내 혈정에는 학정홍(鶴頂紅)이 묻어있다. 해독약이 없는 극독이지.] 살벌하게 웃고

공자무; [그랬군, 덕분에 별로 아프지도 않았어.] 붕대로 감싼 가슴을 어루만지고

혈정; [공자무! 장사꾼이면 장사꾼답게 굴 것이지 무림의 일에 너무 깊이 끼어들었다!] 말하며 양손을 움켜잡았다가 편다

순간 그자의 손가락 사이사이에 어느덧 굵은 못들이 끼워져 있다. 공자무의 가슴에 박혔던 혈정이다.

구령; [혈정 만칠태! 만마천과 거래가 있었느냐?] 검을 왼손에 들고 혈정 만칠태 앞으로 걸어가고

혈정; [혈정 만칠태? 크카카카!] 어이없어 웃고

혈정; [새파란 계집이 감히 본좌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다니...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구령; [만마천과 거래가 있었는지 물었다!] 오른손을 왼손에 든 검의 손잡이를 잡고

슈우! 구령의 몸에서 칙칙한 살기가 안개처럼 퍼지고

혈정; [헉!] 기겁하며 펄쩍 뛰어 입구쪽으로 물러선다.

혈정; (숨... 숨통을 조이는 듯한 살기!) (련주도 이 정도는 아닌데....!) 눈 부릅뜨고 식은땀 흘리며 양손 손가락에 낀 대못들로 앞을 가린다

온몸에서 촉수같은 살기를 일으키며 천천히 다가오는 구령

혈정; [너.... 넌 누구냐?] 비지땀을 흘리고

구령; [혈목재 서열 일위가 바로 본녀다!] 차갑게 말하며 다가온다. 오른손은 검 손잡이를 가볍게 잡은 자세로

혈정; [마... 마서시 구령!] 경악하고

구령; [대답하지 않으면 벤다.]

혈정; [클클클! 그대가... 그대가 바로 스무살 이전에 극마지경(極魔之境)에 이르렀다는 혈목재의 전설 마서시였군.] 억지로 웃으며 뒷걸음질. 거의 문간에 이르렀다.

혈정; [본좌가 그대를 못 알아본 것은 실례였소만…!] 말하다가 눈 부릅, 스악! 무언가가 목을 스친다. 직후

푸학! 혈정의 목에서 옆으로 피가 분수처럼 확 뿜어진다. 목이 이미 반 넘게 베어졌다

혈정; [큭!] 잘라진 목을 움켜잡고

이미 검을 다시 검집에 꽂고 있는 구령

혈정; [마... 마존지검 천궁!] [이런 말도 안되는...!] 목을 움켜잡고 비틀 거리다가

퍼억! 다음 순간 문 밖으로 나뒹구는 혈정 만칠태의 시체. 목이 반 넘게 베어져 덜렁거리고 베어진 상처에서 피가 축축 거리며 뿜어진다.

한숨 쉬는 공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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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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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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