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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六十一 章

 

               英雄 對 魔雄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아직 혈종천위대(血宗天衛隊) 일천이 건재하고 혈종사마천종(血宗四魔天宗)과 우주혈종이 있다. 그들만으로도 아군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

제갈영라의 안면에 한 가닥 불안감이 떠올랐다.

(상공께서는 성공하신 것일까?)

그녀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였다.

돌연,

[후후후후후...!]

한소리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장내를 뒤흔들었다.

[크--- 윽!]

[으웃!]

[지... 지독하다...!]

싸우던 양 진영의 군웅들이 귀를 싸매고 물러났다.

낮으막한 그 웃음소리에는 가공스런 마기가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나타났다!]

제갈영라는 입술을 꼬옥 깨물며 한쪽을 바라보았다.

스스스스스--- 스!

화르르르르...!

유령같이 날아드는 일천의 그림자들이 있었다.

전면에는 백의를 걸친 청수한 노인이 있고,

노인의 뒤로 무표정한 네 명의 혈포노인들이 따르고 있었다.

[와...! 종주께서 나오셨다!]

[와...! 혈종무적이다!]

혈종문도들이 길길이 날뛰며 좋아했다.

바로 우주혈종과 혈종사마천종등이 나타난 것이다.

[후훗! 어린아이들이 제법이구나!]

스--- 으윽!

우주혈종이 허공에 뜬 채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다음 순간,

콰--- 콰쾅!

[크--- 아악! 아--- 악!]

히히히히히히...!

처절한 비명과 함께 수많은 인마(人馬)가 우주혈종의 일거수에 즉사하고 말았다.

[으... 이럴 수가...!]

[저... 정도였다니...!]

군우들의 안색이 하애졌다.

우주혈종!

그자의 위세가 너무도 대단했기 때문이다.

[우와아악! 우주혈종! 묵사대형께 진 빚을 갚아랏!]

화르르르르!

파츠츠츠츠...

일백의 독종혈대가 미친듯이 우주혈종에게로 쇄도하였다.

[엇!]

독종철혈대의 물불을 가리지 않은 공세에 우주혈종은 움찔하였다.

[크크... 종주! 저희들이 맡겠습니다!]

우주혈종의 등 뒤에 서 있던 혈종사마천종이 날아올라 독종철혈대를 맞아갔다.

그때였다.

[우하하하! 혈종사마천종! 그대들은 우리 몫이다!]

거창한 장소가 터지며 지옥애 사방에서 내 줄기 인영이 솟구쳤다.

능붕비, 태양신존, 그리고 천검미후 나설련과 환몽천후 등이었다.

[헉! 저들이 어떻게 지옥뢰를 나왔는가?]

우주혈종의 안색이 일변하였다.

[허허! 이것이 천형제왕검이라오.]

쿠르르르르! 콰자자자작!

백 장 길이의 검형이 일어 혈종사마천종을 쓸어갔다.

[우하하! 태양천화신창의 진정한 위력을 보여주마!]

화르르르르---!

태양신존이 내치는 태양천화신창에서는 용암류가 쏟아졌다.

[호호... 천향산혼폭(天香散魂瀑)!]

[묵영독존(墨影毒尊)을 대신해서...!]

스스스스--- 파--- 팡!

파츠츠츠--- 츠츠츠!

나설련과 환몽천후가 질세라 혈종사마천종을 쓸어갔다.

그때,

[우우... 원수! 누워랏!]

[차핫! 녹아랏!]

파츠츠츠... 츠... 츳!

독종철혈대가 우주혈종에게로 쇄도하였다.

[음... 귀찮은 것들...!]

슈--- 파--- 앙!

우주혈종이 백미를 찌푸리며 장을 휘둘렀다.

쿠--- 콰--- 앙!

우르르르---!

화산이 터지듯이 폭발이 일었다.

[으...!]

쿵--- 쿠쿵!

그중에서 일백의 독종철혈대들은 휘청이며 물러섰다.

백인의 합공을 받고도 우주혈종은 끄덕도 하지 않았다.

[으드드득! 네놈이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위--- 이이이잉!

독종철혈대가 독강류를 일으키며 우주혈종을 향해 다가갔다.

그때였다.

[여러분... 혈종은 본인에게 맡기시오!]

스스스스...!

정중한 일성과 함께 허공에서 황포의 능천한이 천신(天神)의 자태로 내려왔다.

[너... 패천지존!]

능천한의 모습을 발견하 우주혈종의 얼굴에 경련이 일었다.

[으... 지존께라면 양보할 수 밖에...!]

독종철혈대는 뒤로 물러섰다.

능천한은 그런 그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뒤에 우주혈종과 마주섰다.

[혈종, 오래만이외다.]

[으음... 죽지 않았군!]

능천한을 바라보는 우주혈종의 시선이 아주 복잡했다.

어찌 보면 기뻐하는 것도 같고, 어찌 보면 능천한을 확실히 죽이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듯이 보였다.

[그 사이... 천마 이상이 되었구나.]

[사형보다야 어찌 강해질 수 있겠소이까?]

능천한이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사형? 천마가 그대의 사형이 된다는 말인가?]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분도 대천황(大天荒)의 제자이셨다고 하면... 이해가 되시겠소이까?]

[대천황!]

우주혈종의 얼굴에 경악지색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 경악지색은 나타날 때보다 더 빠르게 사라져 갔다.

그는 무엇인가 이해가 간듯이 보였다.

[그랬군. 천마총의 이면에... 천황천존의 유적과... 대천황연(大天荒衍)이 있었군!]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소이다. 인연이 닿아 천황천존의 은혜를 입게 되었지요!]

[흠... 대천황과 혈종이라... 이 일전은... 피할 수 없겠군.]

[그렇소이다. 우주혈종!]

위--- 이이이잉--!

츠츠츠---!

갑자기 양인 사이에서 가공할 폭풍이 일어났다.

양인의 일신에서 떨쳐지는 무형기도(無形氣道)로 인한 폭풍이었다.

[우우우웃!]

[으... 지... 지독하다!]

쿠--- 쿠쿠쿵!

주위에 둘러서 있던 군웅들은 무형강벽에 밀려 단번에 백여 장 밖으로 밀려 나갔다.

우스스스스---

그와 함께 혈종문의 폐허도 무엇이든 가루로 부수어져 일시에 평지로 화해버렸다.

실로 범인들로서는 상상도 못할 엄청난 위세였다.

[이백 년을 혈종극마갱(血宗極魔坑)에 살며... 한 가지 기공을 창안하였네!]

우주혈종이 말했다.

능천한은 미소를 띄우며 대답했다.

[기대가 됩니다. 혈종!]

[허허허... 고맙네.]

두 사람은 모두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찌 되었든 양인은 고금에 유례가 없는 대영웅(大英雄)들이다.

그것이 정웅(正雄)이고 사웅(邪雄)이란 차이가 있다고 해도 말이다.

영웅이 아니면 누가 영웅을 알아주랴?

지금 비록 칼을 맞대나 그들은 서로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허허... 혈령파황대멸겁강(血靈破荒大滅劫罡)이라는 것이지.]

[혈령파황대멸겁강... 훌륭한 공력이겠구려. 후배는 천황대정존극심강을 펼치겠습니다.]

[허허... 좋지!]

위--- 이이이잉!

츠츠츠츠츠---

양인의 몸에서 서로 상반괸 기류가 일어났다.

우주혈종의 몸에서는 시뻘건 혈강류가 일어 수백 장을 치솟았다.

그리고 능천한의 몸에서는 무형의 지극히 크고 바른 기운이 일어났다.

그것은 대정지기(大正之氣)를 싣고 지옥애의 마기를 야천으로 날려 보내버렸다.

한순간,

[혈령파황(血靈破荒)!]

쿠쿠쿠웅---

[천황대정극(天荒大正極)!]

위--- 이이이잉!

두 가지 강력한 기운이 서로에게로 밀려갔다.

쿠--- 우우우웅!

위--- 이이이잉!

[우와--- 아앗!]

충돌이 일며 그다지 큰 폭음이 일지는 않았다.

대신에 엄청난 압력이 일어 줄줄이 팔극으로 뻗쳐갔다.

[대단하군!]

우주혈종이 휘청하다가 몸을 세웠다.

그의 안색이 밀랍같이 하애져 있었다.

반면 능천한은 아주 평온한 표정이었다.

[허허... 이번에는 병기로 겨루어 보겠는가?]

차--- 아앙! 츠츠츠---

혈종의 손에 혈황탈과 천마지존비가 들려졌다.

[상공!]

스--- 으윽!

멀리서 제갈영라가 천황대정신극을 던져 보냈다.

[훌륭한 극이로군. 이름이 무엇인가?]

우주혈종이 탄성을 지르며 천황대정신극을 바라보았다.

[팔황천병(八荒天兵)으로서 자격이 있어 보입니까?]

능천한이 천극을 쳐들며 말했다.

[팔황천병!]

우주혈종의 안색이 일변하였다.

그는 뚫어지게 천황대정신극을 바라보았다.

점차 그의 안색에 감탄의 빛이 떠올랐다.

[인정하이... 팔황천병으로서 손색이 없네!]

[감사합니다.]

능천한은 천극을 들어 예를 취했다.

[허허... 그러나! 방심치 말게! 본종에게는 사대마병의 두 가지가 있으니...]

[하하... 물론입니다.]

능천한은 껄껄 웃었다.

두 사람은 마치 망년지우사이인 듯이 보였다.

그리고,

위--- 이이잉!

츠츠츠---

혈종의 몸이 시뻘건 혈강과 시커먼 묵강으로 뒤덮였다.

위--- 이이이이잉---

사기(邪氣)와 마기(魔氣)가 천장을 치솟았다.

[...]

그런 우주혈종에 비해 능천한은 다만 혈황대정신극을 비스듬히 들고 표표히 서 있을 따름이다.

숨막히는 적막이 장내를 뒤덮었다.

한순간,

[혈황천탈뢰(血荒天奪雷)! 천마천존류(天魔天尊流)!]

쿠--- 아아아아앙!

파츠츠츠츠---

슈--- 파--- 파--- 앙---

우주혈종의 몸에서 혈강류와 묵강류가 폭풍같이 일어나 능천한에게 쏟아졌다.

[아!]

[아... 위험해욧!]

여인들이 아연실색하여 비명을 질렀다.

능천한이 무방비인 자세로 날아드는 혈황탈과 천마지존비를 바라보고 있을 따름이었기 때문이다.

쉬--- 아아앙---

츠츠츠츠--- 츳!

혈황탈과 천마지존비가 여지없이 능천한의 가슴으로 찍어 들어왔다.

[으...]

[악...]

여인들은 질끈 눈을 감았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번--- 쩍!

콰자--- 자작!

우워--- 어어엉!

쿠르르르르--- 르르르르!

천지가 혼연일체가 되어 뒤흔들렸다.

야천이 쩍 갈라졌다.

돌연 천황대정신극에서 구중천(九重天)까지 뻗치는 광휘가 쏟아진 것이다.

그것은 실로 거창하기 이를 데 없는 장관이었다.

그것에 비하면 혈황탈과 천마지존비의 위세는 아이들 장난같았다.

카--- 카카카캉!

차--- 아앙!

천황대정신극에 부딪힌 혈황탈과 천마지존비가 얼음 깨어지듯이 산산이 부수어져 나갔다.

그 직후,

[...]

[...]

모든 소성이 사라지고 적막이 감돌았다.

[...]

[어찌 되었는가?]

중인들은 침을 삼키며 정내를 바라보았다.

능천한은여 전히 천황대정신극을 비껴들고 서 있었다.

문득,

[음...]

능천한과 마주서 있던 우주혈종이 휘청하였다.

[자내를 만날 수... 있어서... 기쁘네...]

우주혈종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우수수수...

그와 함께 그의 사지가 가루로 부수어져 버렸다.

[자네... 가... 없었으면... 쓸쓸... 했을 텐데...]

퍼--- 억!

스스스스--- 스!

우주혈종의 몸이 마침내 한줌 재로 사그라 들었다.

천황대정신극의 대정지기에 전신이 박살이 난 것이다.

[와아...]

[패천지존!]

[천황지존의 승리다![

[와...]

숨을 죽이던 수만 군웅들의 입에서 일시에 함성이 터져 나왔다.

[상공! 상공!]

화르르르...

그의 여인들이 분분히 능천한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사란공주와 환밀후의 얼굴도 보였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 능천한에게 달려오는 것이다.

[이제 끝인가?]

능천한은 허무한 표정으로 야공을 올려다보았다.

야공은... 동녘으로부터 뿌옇게 밝아오고 있었다.

[형님...]

능천한은 나직이 철혈묵사 정천학을 불러보았다.

 

---허허허... 능천... 훌륭하네. 천하가 이제 그대를 지존(至尊)으로 섬길 것이니---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하지 않은가?

좋은 아침이었다.

 

<大尾>

 

***천병신기보 연재가 끝났습니다. 22살 한창 철 없고 혈기만 뻗히던 시절의 작품이라 허황되고 어지러운 작품이었습니다. 낯 뜨거움을 무릅 쓰고 <천존창룡보> 연재로 이어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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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六十 章

 

              大血輪

 

 

[으음...]

적발마뢰신은 기묘한 기분이 되었다.

일종의 경외지심과 안도감이 그의 노구를 뒤흔들었다.

(저항했다면 저같이 되었으리라.)

적발마뢰신의 시선을 뒤로하고 능천한은 육중한 석문으로 다가갔다.

우--- 우우우웅!

적발마뢰신이 지켜 보는 능천한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막강한 기운이 일어났다.

그리고,

[천황대정존극심... 천검만리어기뢰!]

능천한은 장중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석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쿠-- 콰-- 콰콰쾅!

능천한의 가슴에서 보이지 않는 검형(劍形)이 쏟아졌다.

 

---천황대정존극심.

---천형제왕검.

---천검만리어기뢰.

 

삼종의 절대절기가 하나가 되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콰--- 콰콰-- 쾅!

콰--- 자자자--- 작!

가공스러웠다.

무형의 천형제왕검이 무려 백여 장을 내뻗쳤다.

그 앞에서는 무엇이든지 남아 남지 않았다.

일거에 폭 오 장, 길이 백여장에 이르는 통로가 생겼다.

가히, 신력(神力)이라 하리라.

인간의 힘으로 어찌 이같겠는가?

적발마뢰신은 넋이 나가 입만 딱 벌렸다.

[백여 장 저쪽에 뇌옥이 있음을 안다!]

스--- 윽!

능천한은 안개가 퍼지듯이 일시에 일천 장을 날아갔다.

[주... 주공(主公)!]

화르르르---!

적발마뢰신이 크게 외치며 능천한의 뒤를 따라갔다.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능천한을 주인(主人)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심령상에서 일어난 큰 변화로 그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스--- 슥! 화르르르!

적발마뢰신은 능천한의 옆으로 내려섰다.

[...!]

능천한은 무너진 뇌옥에 갇혀 있는 한 명의 수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끔찍하게도 그 수인은 사지가 끊어지고 두 눈이 뽑힌 상태였다.

[쌍극천효...!]

능천한은 괴로운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처참하게 난도질 당한 괴인,

그는 바로 마중제일효(魔中第一梟)라 불리던 쌍극천효였던 것이다.

능천한에게 장인이 되고 제갈영라에게는 아버지가 되는 인물...

[누... 누가... 나를 불렀오?]

쌍극천효가 퀭하게 뚫리고 진물이 줄줄 흘리는 눈으로 능천한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사지가 끊어진 그가 움직일 수 있을 까닭이 없다.

[...!]

능천한은 말없이 쌍극천효의 눈에서 흐르는 진물을 닦아 주었다.

[으...!]

갑자기 쌍극천효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너무도 따뜻하고 큼직한 손길...

보지는 못하도라도 쌍극천효는 마중제일효라고 불리던 인물이다.

그 손의 주인을 모를 리 없었다.

[으... 능공자... 인가?]

쌍극천효가 부들부들 떨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천한입니다.]

[으... 어쩌자고... 이 지옥같은 곳에 들어왔는가?]

[말씀하지 마십시오. 몸이... 좋지를 않으십니다.]

[...]

쌍극천효의 처참한 얼굴에 경련이 일었다.

주르르르...!

진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한 줄기 칙칙한 물줄기가 썩은 눈자위에서 흘렀다.

[용서하이... 이같이 훌륭한... 자네를 해하려고만... 하고...!]

능천한은 쌍극천효가 보지 못함을 알면서도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모두 지난 일이니...]

[흐... 허허... 우주혈종... 네가... 죽을 날도 멀지 않았구나...!]

쌍극천효는 껄껄 웃었다.

그의 웃음에는 통한과 분노가 진하게 배어 있었다.

[그자는... 천하를 제패했다고 생각하자... 노부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네. 노부의 지혜가... 마도(魔道)를 해한다는 명목이지만... 사실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지!]

[...!]

능천한은 흠칫했다.

쌍극천효의 안색에서 급격히 생기가 사그라들고 있음을 본 때문이다.

(더 이상 목숨을 이어가지 않으려 하신다. 영라가 뵙고 싶어했는데...)

능천한은 깊이 탄식하였다.

그때 쌍극천효는 빙그레 웃었다.

[영라는... 신랑을... 잘 골랐어... 그 아이를... 부탁하네.]

쌍극천효의 고개가 서서히 옆으로 기울어졌다.

[이런... 모습을... 영라에게 보이고 싶지... 않으니... 이곳에 그냥,... 묻어주게!]

[알겠습니다. 빙장어른!]

능천한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빙장이라... 좋은...!]

쌍극천효는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능천한은 쌍극천효의 시신 옆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

적발마뢰신도 말없이 능천한의 뒤에 무릎을 꿇었다.

(우주혈종... 그대가 죽을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

능천한은 형형하게 눈을 빛냈다.

[원하신 대로...]

능천한은 쌍극천효를 잘 뉘고 몸을 일으켰다.

이어 그는 적발마뢰신과 뇌옥에서 물러섰다.

다음 순간,

우르르르!

뇌옥이 절로 무너져 쌍극천효의 시신을 덮었다.

[흐음...]

능천한은 잠시 무너진 뇌옥 앞에 서 있다가 몸을 돌렸다.

그의 앞에 반쯤 무너진 두터운 석벽이 나타났다.

우르르르---!

우스--- 스스스---!

능천한이 다가가자 석벽은 모래처럼 부서져 내렸다.

[...!]

무너진 석벽 안으로 들어서던 능천한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곳은 어두운 석실이었다.

습습한 습기가 얼굴로 확 끼쳐 왔는데,

어둠 속에서 여러 줄기의 안광이 능천한에게 모여졌다.

[허허! 네가 올줄 알았다!]

[천한(天漢)아...!]

[능대공자님...!]

[으드득! 바로 너였느냐?]

여러 마디의 음성이 동시에 터졌다.

어둠은 능천한의 시선을 가로막지 못한다,

습기 가득찬 석실에는 여러 명의 인물이 있었다.

제왕의 기품을 지닌 곤룡포의 중년인과 황우의 품위를 지닌 미부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아버님! 어머님!]

능천한은 두 부부를 향하여 큰 절을 올렸다.

그들은 바로 능붕비와 천환여제였다.

[이제야 왔습니다. 용서하소서!]

[하하! 되었다. 네 건장한 모습을 보니 그동안 겪은 곤란이 모두 사라지는구나.]

능붕비가 껄껄 웃었다.

[아이야...]

천환여제는 눈물이 글썽글썽하여 능천한의 손을 꼬옥 쥐었다.

그리고,

[능대공자...!]

천촨여제의 뒤에서 초췌한 인상의 미인이 옥루를 흘렸다.

홍하공주 주하령이었다.

[음... 네가 존황(尊皇)의 아들이었다니...!]

한구석에서 홍의의 장한이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능천한을 노려보았다.

그의 뒤로는 야수같이 생긴 괴인과 백염의 날카로운 인상을 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태양신존!

그리고 해천신검제와 남황야수신이 그들이었다.

[이제... 이곳을 나가셔야지요.]

능천한이 천환여제의 손을 쥔 채 능붕비를 바라보았다.

능붕비의 안면에 대견한 미소가 감돌았다.

[허허... 녀석... 어느 사이에 애비보다 더 강해졌구나. 훌륭하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리고,

위이이이잉!

능천한의 몸에서 지극히 광명정대한 기운이 일어났다.

그것은 만사(萬邪) 만마(萬魔)를 한줌의 재로 사그라뜨릴 수 있는 성질인 것이었다.

바로 대정지기(大正之氣).

으스스스--- 스스!

츠츠츠츠---!

대정지기가 뻗쳐나가자 석실응 메우고 있던 탁한 습기가 증기로 사그라 들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스스스스스--- 스!

대정지기는 안개와 같이 변하여 중인들의 몸으로 스며 들어갔다.

[음...!]

우드드드드드두!

파스스스스--!

대정지기!

그 장대한 기운은 중인들의 몸에 가해진 사악한 금제를 얼음같이 깨쳐 버렸다.

뿐만이 아니고 사실은 마음에 두었던 여인마저 능천한에게 빼앗겼기 때문이다.

능천한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생을 치시고 싶으시다면 밖으로 나가서 치십시오!]

[으으음...]

우두두두--- 두두둑!

태양신존의 막혔던 기혈들이 확확 튀어져 나갔다.

위--- 이이이잉!

능천한은 완전히 서기로 뒤덮여 갔고,

다른 육인들도 점차 망아지경으로 빠져 들어갔다.

몰아지경으로 접어드는 태양신존의 귓전으로 능천한의 목소리가 웅웅 들려왔다.

[사란이... 곧 이곳에 도착할 것이오. 사란이 도착해서 신존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실망이 클 것이외다.]

[사란이... 풍운철기대와...]

태양신존은 꿈속에서 인듯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내 무아지경으로 빠져 들어갔다.

 

X X X

 

사경 말,

쿠쿠쿠--- 쿠쿠쿠쿵!

콰르르--- 르르르릉!

[크--- 아아악!]

[케--- 에에에엑!]

갑자기 지옥애의 절애 위에서 시뻘건 화약덩어리가 쏟아져 내렸다.

잠이 들어 있던 혈종문도들은 영문도 모르는 채 죽어 나자빠졌다.

화르르르르륵!

후드드드드--- 드득!

쿠--- 쿠--- 콰--- 쾅!

빗발치듯이 쏟아지는 화전(火箭)과 폭약이 폭발 속에서 혈종문이 화마에 휘말려 들어갔다.

[크으... 어느놈들이 감히...]

[나와랏!]

화르르르르!

쐐--- 애애액---

불길 속에서 혈종문의 거마들이 분분이 뛰쳐나왔다.

그자들은 시커멓게 그을은 낭패한 몰골들이었다.

그때,

[모두 나서랏! 정기 아직 세상에 남아음을 보이자.]

[자령천위대! 선봉에 서세요!]

[정검을 높이 들자. 마귀의 심장을 가를 때가 왔노라!]

[와--- 아아!]

[쳐랏! 사필귀정임을 보이자!]

쐐--- 애액!

우르르르르--- 르!

질풍노도!

폭풍이 장풍 검영에 휘말려 천지를 뒤덮었다.

지옥애의 사위에서 수천 수만의 군웅들이 짓쳐들어왔다.

[크--- 아아악!]

[크... 정파의 놈팽이들이 기습을...]

혈종도들이 피를 뿌리며 나뒹굴었다.

너무도 뜻밖이었고 경황중의 기습이었다.

혈종문도들은 채 진형을 이루기도 전에 어지러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크크크크...]

[크크... 애송이들이 감히...]

우르르르--- 르!

위--- 이이이잉!

혈종문도들 중에서 노마들이 일어났다.

그자들은 한결같이 백년 이전에 죽었다고 알려진 거마들이다.

젊은 군웅들이 당해낼 수 없는 상대들이다.

콰--- 콰--- 콰콰쾅!

쿠르르--- 르르르르!

[크--- 윽!]

[악!]

선봉에 섰던 젊은 군웅들이 노마들의 비수에 피를 뿌리며 쓰러져 갔다.

이를 본 제갈영라가 크게 손을 저었다.

[천병밀사! 독종철혈대! 노마들을 막으세요!]

그러자,

[후하하하! 주모! 기다렸습니다.]

[크흐흐흐! 혈종! 우주혈종은 어디로 갔느냐?]

[구천독종이 빚을 받으러 왔도다!]

[우주혈종을 죽이자!]

[와--- 아아앙!]

[우우우...]

폭풍!

마치 폭풍같은 기세로 두 부류의 청년들이 일어났다.

오백 명의 정기훤앙한 청년들.

그들의 손에 손에 신병(神兵)을 들고 노마들의 호신강기를 종이베듯이 베어 넘겼다.

그리고,

츠츠츠--- 츠츠츠!

독종철혈대!

사무치는 원한으로 독이 오른 한들이 독강(毒罡)으로 혈종문을 초토로 만들어 나갔다.

[크하하... 우주혈종! 나와랏! 나와랏! 구천독종의 혼이 여기 있다!]

[우우... 너희들이 묵사대협을 사해하였으니... 네놈들 만 놈의 목을 베어 한을 풀리라!]

[크크크... 누가 철혈의 사자(獅子)를 건드렸느냐?]

쿠쿠쿠쿠--- 쿠쿵!

츠츠츠--- 츠츠츠!

독종철혈대는 무적이었다.

그들 앞에서는 버텨 내는 것이 없었다.

시커먼 독강류가 치솟았다.

그럴 때마다 혈종문도들이고 건물이고간에 모조리 독수로 녹아내렸다.

[으... 막아랏! 혈종께서 곧 도착하실 것이다!]

[혈종천하(血宗天下)가 이루어진지 오래다. 네놈들이 날뛰어야할 때다.]

혈종 정에들의 저항도 완강했다.

제갈영라는 일시에 혈종문을 압도하지 못했다.

[영라야! 손쓸 때가 되었다.]

면사를 하고 가슴에 천황대정신극을 안은 환몽천후가 조용히 말했다.

[네!]

제갈영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쳐들었다.

그러자.

[우하하하... 이놈들! 감히 황실을 건드리고도 무사할 줄 알았느냐?]

[후하하하... 흑룡천신이 여기 있다!]

두두두두두--- 두!

쐐--- 애애애액!

혈종묵도들의 양 측면으로 두 무더기의 인마들이 돌풍같이 일어났다.

바로 십만의 금군들과 흑룡천신이 이끄는 흑룡궁도들이었다.

[크... 또 있었는가?]

[케--- 에엑! 크,...]

정신없이 몰아쳐 오는 금군과 흑룡궁도들의 공세에 혈종문의 측면이 허물어졌다.

[크크크... 감히 황백을 연모하고 공주마마의 존체에 누를 끼치다니...!]

콰--- 콰콰콰쾅!

[케--- 에에엑!]

[크으... 수라천극존이다!]

금군의 선봉에서 불맞은 황소같이 날뛰는 것은 수라천극존이었다.

이어,

[사란동생! 나서세요!]

제갈영라가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호호호호... 변황에 일성부(一聖府), 태양성부가 있느니라!]

해맑은 소녀의 교성이 야천을 뒤흔들었다.

그와 함께

우두두두두--- 두두!

두두두두두!

해일이 밀려오듯이 혈종문의 후면으로 일만(一萬)의 철갑기병들이 쇄도하여 들어왔다.

[케--- 에에에엑!]

[크--- 아아아악!]

[카--- 악!]

두두두두두두---!

폭풍!

풍운철기대(風雲鐵騎隊)의 등장은 혈종문의 종말을 예고하였다.

변황최강이라는 풍운철기대,

신마(神馬)들의 발굽 아래 혈종문도들은 그대로 박살이 나고 찢겨져 나갔다.

이제 격전의 승패는 뚜렷이 드러났다.

최소한 혈종문은 재기불능정도의 대타격을 입은 것이다.

그러나,.

[...!]

제갈영라의 안색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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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十九 章

 

               地獄崖에 가다

 

 

 

자허소축(紫虛少築)의 대전(大殿).

[...!]

[...!]

묵직한 분위기가 대전 가득 흐르고 있었다.

대전의 상좌에는 능천한이 앉아있다.

그는 자색의 장포를 걸치고 있는데,

그의 등 뒤로 천황대정신극을 받쳐 든 환몽천후가 시립하고 있었다.

능천한의 우측에는 금벽라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으며,

능천한의 좌측에는 취존개와 광양대제가 배석하고 있었다.

장내에는 여러 명의 인물들이 더 있었다.

커다란 지도 앞에 서 있는 제갈영라가 있고,

천약관음(天藥觀音),

녹림대제(綠林大帝),

황금대공(黃金大公),

자부성수(紫府聖手),

대력천패(大力天覇) 등의 자부오공(紫府五公)이 있었다.

그외에 거령패왕(巨靈覇王) 등의 패천팔걸과

천검미후(天劍美后) 나설련,

유령신녀(幽靈神女) 등 능천한의 여인이 있었다.

제갈영라가 입을 열었다.

[혈종문으로 침투한 녹림부의 제자의 보고에 의하면 혈종문은 이곳 기련산(祁蓮山) 지옥애(地獄崖)에 총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사옵니다.]

그녀는 벽면에 걸린 지도를 가리켰다.

지도는 기련산 북방을 가로 지르는 천인단애를 나타내고 있었다.

[기련산 지옥애...]

능천한은 중얼거렸다.

 

---기련산 지옥애.

 

그곳은 일전에 능천한이 읽은 패천자의 기록에도 나와있던 지명이다.

즉, 패천자와 제왕천신이 우주혈종을 베어 넘긴 장소가 바로 그곳이다.

(우주혈종... 그가 지옥애에 총단을 세웠다함은 그자가 이백년을 살 수 있었던 비결이 그안에 있음을 의미한다.)

능천한의 분석은 치밀했다.

실제로 지옥애에 저주의 혈정극마갱(血精極魔坑)이 있었고,

그로 인해 우주혈종은 과거의 천마이상이 될 수 있었다.

[지금... 우리측의 힘과 혈종측의 힘을 비교하여 보시오!]

능천한의 말에 제갈영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그동안 길러온 아군의 힘입니다. 자부의 정화를 이용하여 기른 오천(五千)의 자령천위대(紫靈天衛隊)와 일백의 천병밀사(天兵密士)들이 있고...]

제갈영라는 혈종문도들과 싸울 수 있는 정파쪽의 총력을 설명하였다.

 

---자령천위대(紫靈天衛隊).

---천병밀사(天兵密士).

 

이들은 자부에서 나온 정예들로 제갈영라가 길러낸 전력이다.

백만의 자부문도에서 선발된 그들은 영약의 도움과 제갈영라의 훈련으로 최강자들이 되어 있다.

이들은 개개인의 힘이 결정일 뿐더러,

더욱이 제갈영라의 탁월한 기문진학에 바탕을 둔 병진(兵陣)들을 익혀 십만의 적을 상대할 수 있다.

특히 천병밀사 오백(五百)은 하나같이 천병보 천병일천좌에 드는 신병들을 지니고 있었다.

본래 자허천부에는 천병일천좌 중 삼백여 개밖에 없었다.

그런 것을 거액을 뿌려 이백여종의 신병을 추가로 수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검신영대(正劍神影隊).

 

금벽라가 훈련시킨 정파의 후예들이다.

대부분이 혈종일문에 철천지한을 지녀 유사시 천인의 능력을 발휘할 인재들이다.

그 수는 삼천(三千).

 

---광양신무대(廣陽神武隊).

---녹림일천웅(綠林一千雄).

---만화밀살수(萬花密煞手).

---벽력단(霹靂檀)과 패천팔걸(覇天八傑).

---여황교(女皇敎) 일백화염강시(一百化艶강屍).

---유령궁(幽靈宮) 구유유령위(九幽幽靈衛).

 

그리고, 능천한의 최근에 거둔 독종철혈대(毒宗鐵血隊) 등이 혈종문과 싸울 수 있는 정예들이다.

그 수는 대략 일만오천정도였다.

제갈영라는 말을 이었다.

[혈종문도들은 총 이십만이고,... 그중 절정의 경지에 이른 자가 삼만에 이르며, 초절정의 거마(巨魔)들만도 일천 이상입니다.]

[객관적으로는... 우리측의 열세군.]

능천한이 담담히 말했다.

제갈영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사옵니다. 하수들은 차지하고라도 절정고수들만으로도 저들의 반푼에 채 못미치는 힘입니다. 더욱이 그들 중에는 고금오대마종(古今五大魔宗)에 이르는 네명의 가공스런 고수들이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흠... 그들이 누구요?]

[혈종사마천종(血宗四魔天宗)이라고 아시는 지요?]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소. 이백 년 전 우주혈종의 가장 강한 하수자들 아니오?]

제갈영라가 대답했다.

[맞사옵니다. 한데 놀랍게도 그들이 살아있어요. 마치 우주혈종같이 말예요!]

[아...]

[그자들... 혈종사마천종들이...]

중인들의 안색이 변했다.

능천한 등 몇몇 사람들만이 조용할 뿐,

[지금 상태로는 그자들이 가장 큰 장애예요. 그자들은 천지십병으로나 죽일 수 있는 거흉(巨兇)들인데...]

제갈영라는 능천한과 금벽라, 천검미후 나설련을 바라보았다.

그들만이 천지십명 중의 신병들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상공께서는 우주혈종을 상대하셔야 하므로 그자들은 결국... 상대할 사람이 없어요. 벽라언니도 몸이 무겁고...]

[...!]

[...!]

중인들은 막막한 느낌이 들어 침묵을 지켰다.

제갈영라는 그런 중인들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한 가지 계획을 세웠어요.]

[계획?]

[...?]

중인들은 제갈영라를 주시하였다.

[지금, 지옥애의 지옥뇌(地獄牢)라는 곳에는 황실의 태상존황과 태양신존 등의 감금되어 있어요.]

능천한이 제갈영라의 말을 막았다.

[그분들을 구출하여 혈종사마천종을 상대케 할 계획이라면 찬성이오. 그분들의 구출은 내가 맡겠소!]

[음...]

중인들은 무거운 시선으로 능천한을 바라보았다.

중인들 중에 능천한과 관계가 없는 사람이 없다.

자연히 그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이다.

제갈영라가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지금으로서는... 달리 상공을 능가하는 분이 없으니... 상공께서 힘을 써주세요.]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마시오, 그보다는 전체적인 열세는 어찌 만회하겠소?]

능천한의 물음에 제갈영라는 가볍게 대답했다.

[천하는 넓어요. 혈종문은 천하를 지배하기 위해 전력의 육할을 천하에 뿌려 놓았어요. 따라서 혈종문 총단의 힘은 실상 전력의 사할에 미치는 정도이고...]

[흠, 그렇군. 그정도라면 아군과 대등한 전력 이상은 못될 것이고...]

능천한의 중얼거림에 제갈영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물론, 혈종문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기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긴 하지만...

게다가 또 다른 세 개의 세력이 혈종을 치려하고 있으니 그들만 끌어들인다면 압독적으로 우리가 우세해져요.]

[또 다른 변수가 있소?]

[네, 먼저 태양신존을 구하기 위해 변황 태양성부(太陽聖府)에서 일만(一萬)의 풍운철기대(風雲鐵騎隊)가 중원으로 들어왔어요. 그들의 인솔자는 사란공주와 환밀후(歡密后)이나...]

제갈영라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사란과... 환밀후라...]

능천한이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녀들은 염려마세요. 같은 여인들끼리이니... 신첩이 회유하겠어요.]

[좋소, 그건 그렇고, 또 다른 두 세력은...]

[황실의 십만금군과 흑룡천신(黑龍天神)의 흑룡궁(黑龍宮)이에요.]

[황실은 그렇다치고... 흑룡천신은 또 어쩌다가 혈종과...]

[상공께서는 흑룡천신이 혈종의 괴뢰가 되었을 것을 기억하시지요?]

[물론이오!]

제갈영라는 신중히 대답했다.

[아마도 흑룡천신은 혈종에게 큰 모욕을 당했을 거예요.]

[흠 결국 설욕전이란 얘기군!]

능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흑룡궁의 본부 수하가 전한바로는 흑룡천신은 그동안 한 가지 초절기(超絶技)를 연마해왔다는 거예요.]

[초절기(超絶技)라...]

[그건 내가 알지...]

거슴츠레한 눈으로 꾸벅꾸벅 졸던 취졸개가 말했다.

지금 순간만은 그의 눈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흑도사상 최강자였던 천외묵룡존(天外墨龍尊)이 남긴 최후 초절기가 흑룡궁에 있네.]

 

---천외묵룡존(天外墨龍尊).

 

구백 년 전,

흑도에서 나와 천하제일의 자리에까지 올랐던 절대무종(絶代武宗)이다.

그의 무공은 패도적이며 기이신랄함이 특징이었다.

취존개가 말을 이었다.

[그것은 묵룡쇄강전(墨龍碎罡箭)이라는 절기로 백만 근의 압력을 강전(罡箭)에 실어 내치는 것이디. 그 위력은 가히 경천동지할 정도다. 다만 오백년 내공을 필요로 하며 그 수련이 지극히 혹독하여 누구도 완성할 사람은 없네!]

[음...]

[묵룡쇄강전이라...]

중인들은 탄성을 발했다.

[헤헤! 묵룡쇄강전을 연성하였다면 그 위력은 천지십병의 위력에 버금간다.]

취존개는 말을 마치자 다시 꾸벅꾸벅 졸기시작했다.

제갈영라는 미소를 띄우며 취존개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흑룡천신의 회유는 어려울 것이 없어요. 문제는 황실의 십만금군이 문제예요. 힘을 합치는 것은 물론 자칫 혈종문을 자극하여 우리의 기습마저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능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점은 염려하지 않아도 되오, 내가 황상께 서신을 올릴 터이니...]

제갈영라가 미소를 지었다.

[상공께서는 황상과 태상존황과 친분이 있으니... 가능할 것이에요.]

능천한은 그말을 듣는지 마는지 지옥대의 지도에 시선을 던졌다.

능천한 뒤에 서 있는 환몽천후는 그런 능천한의 태도에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태상존황께서 아버님이심을 말씀하지 않으시는 것은 괜한 번거로움을 자초하시지 않으시려는 때문이시고...)

[지옥애...]

능천한은 지옥애의 지형도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곳에 과연 어떤 비밀이 있는가? 우주혈종에 영생을 준 그 무엇이 있을 터인데...]

중얼거리면서,

능천한은 문득 혈정극마갱을 뇌리에 떠올렸다.

 

---혈정극마갱(血精極魔坑).

 

X X X

 

기련산(祁蓮山),

장성(長城)을 넘어 변황(邊荒)과 중원(中原)을 가름하고 있는 대산맥이다.

그 거친 산역의 광활함은 인간으로 하여금 본능적인 두려움을 갖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특히 음산하여 인적(人蹟)을 거부하는 곳이 있다.

이름하여,

 

---지옥애(地獄崖).

 

대지가 갑자기 뚝 끊어진 마치 지옥의 입구같이 보이느 절지를 일컬음이다.

 

삼경 무렵,

음침한 암운(暗雲)이 밤하늘을 뒤덮고 있다.

암운에 가려 별빛 한점 없이 음산함을 더해주고 있다.

[...!]

언제부터인가,

한 줄기 황영(黃影)이 지옥애의 석벽 위에 오연히 서 있다.

스스스!

야풍에 황포가 나부낀다.

형형한 안광으로 암흑을 꿰뚫고 있는 인물,

그는 지옥애의 칙칙한 어둠을 바라다 보고 있었다.

---능천한!

지옥애를 굽어보는 것은 바로 그였다.

지옥애 주위로 많은 시선들이 있으나 누구도 능천한을 발견하지 못했다.

은신술도 은신술이거니와 그의 일신에서 풍기는 기도가 흡사 기련산의 일부인 것 같기 때문이다.

[흠...]

문득 능천한은 나직하게 헛기침을 하였다.

이어,

스스스--- 슥!

능천한은 몸이 둥실 떠올라 지옥애 아래로 날아내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수백 장 깊이의 지옥애다.

그럼에도 능천한은 마치 무게없는 깃털인 양 곡풍에 부대끼며 유유히 절애로 날아내렸다.

지옥애의 한쪽은 폭 수십마장의 광활한 분지다.

그 분지 가득히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은 고루거각들이 들어차 있었다.

(영라가 알려준 대로라면 지옥뇌는 저 북쪽 끝의 석벽 아래에 있다.)

스스스--- 스스스!

능천한은 마치 날개가 달린 듯이 수마장을 수평으로 날아나갔다.

누가 있어 이런 경공을 꿈이라도 꾸어 보았겠는가?

대천황지기를 얻은 능천한에게만 볼 수 있는 가공할 경공절기다.

스--- 스스슥!

능천한은 무인지경(無人之境)인 듯이 북쪽의 석벽 끝으로 내려섰다.

[저곳이군.]

뒷짐을 짚고 주위를 둘러보던 능천한은 한쪽의 석벽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석벽 밑에 시커먼 철문이 붙어 있음이 보였다.

그 칙칙한 철문 위로 섬뜩한 핏빛의 글이 새겨져 있었다.

 

<지옥뇌(地獄牢).

---생자불회(生者不廻)>

 

[사자는 나오지 못한다...]

능천한은 중얼거리며 지옥뇌로 걸어갔다.

적지에 들어왔음에도 능천한의 태도는 너무도 한가하지 않은가?

능천한은 주위를 경계하지도 않은 듯이 보였다.

그렇다고 남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급히 서두르는 것도 아니었다.

마치 자기집의 뒷뜰을 거닐 듯이 여유롭게 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상상도 못한다.

능천한의 이목이 십 리 안에서 나뭇잎 구르는 소리까지 주의하고 있음을...

문득,

화르르르르---!

[흐흐... 네놈은 누구냐?]

허공에서 돌연 일인이 날아내렸다.

능천한의 앞을 가로막는 자.

시뻘건 적염(赤苒)을 기른 노인이었다.

두 눈에서 뇌전같은 시뻘건 안광이 쏟아지고, 곤두선 모발은 흡사 아치를 연상시키는 인상이다.

[그대가 적발마뇌신(赤髮魔雷神)인가?]

능천한은 담담한 어조로 말하며 적염의 노인을 바라보았다.

[...!]

부르르르---!

갑자기 적염노인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능천한의 눈을 대하는 순간,

그 자신의 모든 의지가 그 눈빛에 사그라들고 만 것이다.

이것이 어떤 사술같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극도로 발현된 정신력의 일종이다.

[그대가 적발마뢰신인가를 묻고 있다.]

능천한이 오히려 막아선 적염노인에게 호통을 치는 형세였다.

 

---적발마뢰신(赤髮魔雷神).

 

근 삼갑자 전에 천하에서 사라진 마뢰문(魔雷門)의 마두다.

성격이 열화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면 무엇이든 부수어 버리는 흉성을 지녔다.

한데 적염노인... 그자보고 적발마뢰신이 아니냐고 능천한이 묻고 있는 것이다.

[그... 그렇소... 노부가 바로 적발마뢰신...]

적염노인이 더듬더듬거리며 대답했다.

그가 바로 적발마뢰신이었다.

죽었어도 아주 오래 전에 죽어야할 대마두 적발마뢰신,

한데 막상 대답을 해놓고도 적발마뢰신은 자신이 왜 대답을 했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능천한의 기도가 행하지 않음을 용서치 않을 것같기에 대답한 것이다.

[지옥뢰로... 앞장서라!]

능천한이 적발마뢰신을 향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옛!]

적발마뢰신은 질겁을 하며 급히 몸을 돌려 지옥뢰로 다가갔다.

지옥뢰로 다가가는 그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그런 적발마뢰신을 능천한은 뒷짐을 짚고 따라갔다.

이윽고 두 사람은 지옥뢰 앞으로 이르렀다.

능천한은 지옥뢰의 철문을 두들겨 보았다.

(안에서만 열린다. 막중한 기관장치가 되어 있는 절지(絶地)다.)

능천한은 힐긋 적발마뢰신을 돌아보았다.

[문을 열라고 명령해라!]

그의 말에 적발마뢰신은 식은 땀을 줄줄 흘렸다.

[용... 용서하십시오. 집법각주(集法閣主)나 종주(宗主)의 명이 아니면...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그래?]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석문을 향하여 장을 내밀었다.

[대천황지존(大天荒至尊)의 뜻이다. 열려라!]

능천한이 묵직하게 외쳤다.

그러자,

우두두두둑!

와--- 끈!

철문이 안에 장치된 기관과 빗장이 박살나는 소성이 들렸다.

[으... 이... 이럴 수가...!]

적발마뢰신의 적안이 불신으로 휘둥그래졌다.

석 자 두께의 만년한철의 벽을 격하고 그 내부를 부술 수 있는 공력!

그것은 우주혈종에게도 없는 무서운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으... 태산... 태산이다.)

적발마뢰신의 몸에서 비오듯이 땀이 쏟아졌다.

그때,

그그그그--- 그긍!

십만 근 무게의 철문이 저절로 열렸다.

[누구냐!]

[빗장을 부수다니...!]

철문이 열리며 냉혹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뚜벅! 뚜---벅!

능천한은 담담한 표정으로 걸어들어갔다.

[...!]

그 뒤를 적발마뢰신은 주춤주춤 따라 들어갔다.

능천한이 따르기를 강요한 것도 아닌데 왠지 따라가야만 할 것같았다.

[너는 누구냐?]

[어는 단 소속이냐?]

능천한이 들어서자 사인(四人)의 중년인들이 쫙 벌려서며 가로막았다.

능천한은 그자들을 돌아보았다.

언뜻 보기에는 극히 평범한 용모의 인물들이다.

그러나,.

(반박귀진의 경지에 이른 자들이군!)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고수들!

그자들은 흑(黑), 백(白), 청(靑), 홍(紅)의 서로 다른 색의 의복을 걸친 자들이었다.

[적발마뢰신! 감히 지옥뢰를 들어오다니...!]

[크크...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군.]

능천한 뒤에 선 적발마뢰신을 발견한 그자들의 눈에서 섬뜩한 살광이 흘렀다.

그자들의 시선을 받으며 적발마뢰신은 쓸쓸하게 웃었다.

[사수신황(四獸神皇)! 본마신을 욕하지 마라. 이분은... 나같은 자가 길을 막을 수 없는 분이니...]

적발마뢰신의 말에 사인은 흠칫했다.

[으... 하늘같다니...!]

[음... 종주(宗主)에 못지않다!]

능천한을 자세히 살피던 사수신황이 부지불식간에 몸을 떨었다.

 

---사수신황(四獸神皇)

 

이들은 적발마뢰신과 같은 시대의 마종들이다.

사방(四方)을 지키는 신수(神獸)들로 대표되는 이들은 개개인의 오히려 적발마뢰신을 능가하는 강자들이다.

특히 그들 사인의 합격술은 그야말로 철벽이다.

 

---천마(天魔)라 해도 우리의 합공을 당하지는 못하리라---

 

이렇게 호언할 정도로 그들의 합공은 무서운 것이다.

[우주혈종(宇宙血宗)이 옥지기들은 제대러 세웠군!]

뚜벅! 뚜--- 벅!

능천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수신황의 사이로 나갔다.

[음...!]

지켜보던 적발마뢰신은 괜히 손에 땀을 쥐며 능천한을 걱정했다.

[가자! 형제드들이여. 사신수(四神獸)는 무적이니...!]

청룡운황(靑龍雲皇)이 벼락같이 외치며 몸을 일으켰다.

우르르르---!

그의 몸에서 폭풍이 일어났다.

[백호출기(白虎出起)!]

콰르르르르릉! 크--- 킁!

백호무황(白虎武皇)!

[주작래천남(朱雀來天南)! 뇌운진천(雷雲震天)!]

[현무제창천(玄武制蒼天)! 사수합기(四獸合起)!]

주작뢰황(朱雀雷皇), 현무천황(玄武天皇)의 흑적(黑赤) 쌍기가 뢰성을 일으켰다.

쿠--- 콰--- 콰콰콰쾅!

위--- 이이이잉! 우르르르르!

인간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흑홍백청(黑紅白靑)의 네가지 기류가 그물망같이 뒤엉켜 일어났다.

그 사색신수강(四色神獸罡)은 뇌성벽력으로 능천한을 짓쳐 갔다.

적발마뢰신은 능천한을 향하여 외치며 식은 땀을 흘렸다.

그때 담담한 기세로 서 있던 능천한의 손끝이 슬쩍 바람을 일으켰다.

[혼돈대정(混沌大正) 만상어생(萬象於生), 만류환일(萬流換一)!]

능천한은 장중한 목소리로 외쳤다.

다음 순간,

쿠--- 와--- 아아앙!

푸--- 하아아악!

사색신수강이 한 무더기로 뒤엉켜 덩어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한쪽의 석벽을 향해 튕겨져 나갔다.

[아... 안돼!]

청룡운황(靑龍雲皇)이 처절하게 부르짖었다.

그러나.

쿠--- 쿠--- 쿵!

콰--- 우--- 웅!

사색신수강은 그대로 석벽을 통타하였다.

카--- 카--- 카캉!

와작끈--- 꾸꾸꿍!

석벽 속에서 수만 근의 쇠붙이들이 산산이 부수어져 날아갔다.

한순간 지옥뢰 전체의 기관함정이 단 일격으로 박살난 것이다.

그리고,

[크... 이렇게... 허무하다니...!]

[종... 종주께서는... 너무 강한... 적을 두셨다.]

[천마... 이상이...]

쿠--- 쿠쿵! 콰당!

뻣뻣이 서 있던 산수신황의 몸들이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어심득살(御心卽殺)!

능천한의 무형기도가 살기로 일어난 것이고...

사수신황은 영문도 모른 채 내부가 박살이 나서 절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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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十八 章

 

               孕胎한 廣陽尊后!

 

 

 

쐐애--- 애애--- 액!

스스스스--- 스스!

녹림천봉은 궁장여인에 의하여 곧장 높직한 산봉 위로 이끌려 올라갔다.

한데,

(저분...)

산봉 위를 바라보던 진예빈의 안색이 일변하였다.

산봉 위에는 한 명의 황삼문사가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한 자루 방천화극을 짚은 채 표표히 산봉위에 선 청년문사,

그의 뒷모습을 본 진예빈의 두 눈이 뿌옇게 적셔졌다.

황삼의 청년문사가 누구인지 알아본 때문이다.

스--- 스스슥!

그때 궁장미인이 진예빈과 함께 청년의 뒤로 내려섰다.

[지존!]

지면에 내려서자마자 진예빈은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봉목이 그렁그렁햐지다가 주르르 눈물이 흘러 내렸다.

녹림천봉 진예빈으로부터 지존이라 불릴 수 있는 단 한명,

바로 능천한외에 또 누가 있겠는가?

[예빈...]

능천한은 천천히 돌아섰다.

몸을 돌린 능천한은 온화한 시선으로 진예빈을 내려다보았다.

그런 능천한의 모습은 한없이 부드러웠고,

그 부드러움 속에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웅장한 기도가 서려 있었다.

(하늘이 되셨다.)

진예빈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감돌았다.

마음 속의 정랑이 하늘같이 되었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흠... 많이 여위었구나?]

능천한이 부드러운 어조로 진예빈에게 말했다.

능천한의 관심있는 말을 들은 진예빈은 날아갈 듯한 기분이 되었다.

[지존... 어찌 몇달씩이나 연락조차 없으셨사옵니까? 여러언니들의 걱정이 태산같았사옵니다.]

진예빈이 눈가를 적시며 말했다.

[지체해야만 했던 일이 있었다. 그래 벽라누님 증은 어찌 지내시느냐?]

능천한의 물음에 진예빈은 함초롬히 미소를 지었다.

[심려들이 크셨으나 모두 무고하세요. 다만... 벽라언니에게...]

진예빈은 모호한 표정을 지으며 말끝을 흐렸다.

능천한은 흠칫했다.

[벽라누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느냐?]

능천한의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의 표정에는 진한 관심이 가득하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궁장미인, 환몽천후는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우리들 중 상공의 가장 깊은 사랑을 받는 사람은 역시 벽라동생이야.)

환몽천후 뿐만이 아니고 진에빈의 표정에도 일말의 부러운 기색이 떠올랐다.

진예빈은 고혹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생각해보니... 천첩의 미리 말씀드리면... 벽라언니에게 야단을 맞을거예요. 지존께서 직접 자허천부로 가셔서 벽라언니를 만나보시어요.]

[으음...]

진예빈의 미온적인 대답에 능천한은 속이 타들어갔다.

(누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미 신인지경(神人之境)에 이를 금벽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하였다.

금벽라라는 한 여인의 신상에 일어났을 일 때문에 천인(天人)의 능력을 지닌 그가 안절부절을 못하는 것이었다.

[안되겠군! 지금 당장 자부로 가보아야지!]

능천한이 중얼거릴 때였다.

돌연,

우--- 워--- 어어억!

동천(東天)으로부터 거창한 봉황음(鳳凰音)이 터졌다.

[금봉(金鳳)!]

능천한의 안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동천일각(東天一角).

그곳에 한 점이 나타나다니 급속도로 그 형태가 커져왔다.

그것은 바로 구천금봉황)이었다.

우워--- 어어--- 억!

구천금봉황은 멀리서도 주인을 알아보고 기뻐 크게 봉황음을 내었다.

[금봉! 오너라!]

쉬--- 아--- 아악!

능천한은 벼락같이 외치며 지면을 박차고 허공으로 치솟았다.

[무엇을 하시려고!]

그 모습에 진예빈은 깜짝 놀랐다.

구천금봉황은 천수백장 밖에 있는 때문이다.

그러나,

[두고 보아요!]

환몽천후가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그때,

[우--- 우우!]

능천한의 입에서 웅장한 창룡후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쉬--- 이이이잉!

삼백 장을 치솟는 능천한은 허공에서 몸을 휘둘렀으며,

다음 순간,

스--- 스스스슥!

그의 신형은 일천 장을 날아 곧바로 구천금봉황의 등위로 날아내렸다.

[저... 저럴 수가... 어찌 인간의 몸으로 날을 수가...]

진에빈이 입을 딱 벌렸다.

이에 환몽천후가 조용히 말했다.

[저분은 이미 인간의 경지를 벗어나신 분이에요!]

[인간의 경지를 벗어나셨다고요?]

진예빈의 물음에 환몽천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반인반신(半人半神)이라해야 옳겠지]

중얼거리는 환몽천후의 시선은 저 멀리 사라지는 구천금봉황을 따르고 있었다.

그런 환몽천후의 봉목이 다소 쓸쓸하게 변하였다.

(지난 몇달을 모셨어도... 단 한번... 잠자리시중을 허락하셨던 분이 벽라동생의 소식에 저토록 애가 타시다니...)

환몽천후는 진예빈을 돌아보았다.

[도대체 벽라동생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이지?]

그녀의 물음에 진예빈은 미소르 지었다.

[벽라언니는 배가 이만해요?]

진예빈은 두 손으로 아랫배를 둥글게 해보였다.

[벽라동생이... 상공의 아기를...]

환몽천후도 깜짝 놀랐다.

[호호! 그래요. 이미 육개월째예요.]

환ㅁ봉천후는 망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로는... 내가 가장 연장이나... 결국 정실 자리는... 벽라에게 양보를 해야겠구나.)

그녀의 시선에 고소가 떠올랐다.

어찌되었든, 아무리 친한 여인들이라 해도 한 남자의 사랑을 나누어 갖게 된다면 양보고 무엇이고 없는 법이다.

 

[상공!]

구천금봉황의 등위로 날아올라간 능천한에게 뭉클한 동체가 안겨왔다.

그렁그렁한 커다란 눈망울,

터딜 듯이 무르익은 동체.

그녀는 바로 천검미후 나설련이었다.

[설련!]

능천한은 미소를 지으며 나설련의 세류요를 꼬옥 끌어안았다.

[천마총에서 변을 당하셨다는 소문에 설련이 얼마나 울었는지 아시옵니까?]

나설련은 능천한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천향지기(天香之氣)가 사그라든 그녀는 마치 어린 소녀같이 순진한 성격으로 변해 있었다.

[설련... 미안!]

능천한은 나설련의 풍만한 둔부를 다독여 주었다.

우--- 워--- 어억!

오랫만에 주인을 태운 구천금봉황은 거창한 봉황음을 토하며 남쪽으로 날아갔다.

 

***

 

자허천부의 구층이 최근 규방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한 명의 아랫배가 불룩한 미인이 한시도 남천(南天)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그 구충에서 기거하고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구층의 창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다소 여윈 모습의 절세미부(絶世美婦)가 난간을 짚고서서 남천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오시나? 벌써 봄이거늘... 그분은 아직도 아니 오시는구나!]

미부는 처연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야위어서 더욱 크고 아름답게 보이는 미부의 두 눈이 그렁그렁 물기로 가득 차 있었다.

[아가... 네 아빠는... 엄마와 네가 보고 깊지도 않으신 모양인가 보구나!]

미부는 자신의 하복부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그녀는 광양존후 금벽라였다.

그녀는 능천한이 모르는 사이에 또 하나의 능천한을 자기 속에 기르고 있었던 것이다.

[네 아빠가 오시기만 하면... 엄마는 강짜를 놓아줄 거란다. 다시는 엄마 손도 못 잡게 할거야!]

금벽라는 아랫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녀는 이미 무림을 호령하던 여걸이 아니었다.

다만, 이제 곧 큰 고통 후에 또 하나의 생명을 열어놓을 어머니일 따름이다.

그때,

[언니... 너무 서 있으면 아기에게 좋지 않아요.]

한 명의 차분한 미모의 미녀가 다가왔다.

바로 천약관음 교옥진이었다.

[자... 여기에 앉으세요.]

천약관은 금벽라를 안락의자에 앉혀주었다.

[언니, 오늘은 기분이 좋아보이시는군요!]

천약관음의 말에 금벽라는 미소로 답했다.

[그래... 아가는 오늘 따라 장난이 심하기는 하지만...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기분이야.]

[아마도 좋은 소식이 있으려는 모양이지요.]

천약관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우--- 워--- 어억!

돌연 자허천부 상공에서 구천금봉황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설련동생이 벌써 돌아왔군요.]

[글쎄... 어쩐지 금봉의 기분이 좋은 듯하구나.]

두 여인이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스스스슥!

한 가닥 유령같은 인영이 창문으로 날아들었다.

[누구... 어멋!]

발딱 일어나 교갈을 치려던 천약관음의 얼굴이 환하게 변했다.

나타난 인물,

그는 여인들이 너무도 애타게 그리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아... 아우님...!]

금벽라도 깜짝 놀라 일어났다.

돌연 나타난 인물은 바로 능천한이었다.

[누... 누님...]

능천한은 멍청한 표정으로 입을 딱 벌렸다.

그의 시선은 불룩하게 솟은 금벽라의 아랫배를 주시하고 있었다.

너무도 뜻밖의 일인지라 능천한은 넋이 나가고 말았다.

[누님... 누님이... 아기를...!]

[아우님...! 아우님...!]

금벽라는 눈물을 흘리며 능천한에게 달려들었다.

그제야 능천한의 안색이 뜻밖의 경사로 환하게 밝아졌다.

[누님! 하하! 누님! 고맙습니다!]

능천한은 안겨든 금벽라를 반짝 안아들었다.

그리고는 금벽라의 입술을 덮어누르며 열렬한 입맞춤을 퍼부었다.

[음...!]

능천한에게 입술을 탐닉하면서 금벽라는 능천한의 목에 팔을 걸고 매달렸다.

두 사람의 그런 열열한 정열에 천약관음이 오히려 부끄러웠다.

천약관음이 얼른 구층, 금벽라의 규방에서 나갔다.

[하하! 누님! 고맙습니다!]

능천한은 껄껄 웃으며 금벽라를 안고 침상으로 달려갔다.

그는 금벽라를 침상에 누이고 그녀의 아랫배로 손을 집어넣었다.

[흐응... 아우님...]

금벽라는 발갛게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피하지는 않았다.

피하기는 커녕, 그녀는 남편의 손길을 잡아 하복부로 가져갔다.

[보아요. 아가가... 막 잠에서 깨었어요. 아빠가 오신 줄 알고 있는 모양이에요!]

금벽라가 자랑과 사랑이 듬북 담긴 시선으로 능천한을 올려다보았다.

[누님,... 감사합니다.]

능천한은 환하게 웃으며 금벽라의 하의를 벗겨 내렸다.

금벽라는 얼굴을 붉혔으나 능천한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너무도 오랫만에 접해보눈 남편의 손길이었다.

이윽고 남산처럼 부푼 금벽라의 하복부가 드러났다.

[하하... 녀석이 발길질을 하는군!]

금벽라의 하복부에 귀을 갖다 댄 능천한은 신기하여 웃었다.

미약하나마 금벽라의 몸속에 또 하나의 자신이 숨을 쉬고 있는 것이다.

[누님...!]

능천한은 불타오르는 사랑의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는 금벽라의 몸을 쓰다듬으며 그녀의 의복을 벗겨 내렸다.

임신으로 인하여 더욱 기름지고 윤기있게 변한 것이다.

[사랑합니다 누님!]

능천한은 금벽라의 나신 위로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아아... 아우님...]

능천한의 손길 아래서 금벽라는 몸을 떨었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모성본능은 두 팔로 하복부를 감싸 보호하고 있었다.

[아아... 아우님... 아우님...]

[흐음... 아... 헉헉...!]

뜨거운 사랑과 열정은 자허천부를 후끈 달아오르도록 만들어갔다.

능천한은 사랑을 다해 아주 부드럽고 정성스러움으로 금벽라를 탐했다.

만족감과 행복함으로 가득한 금벽라는 대지와 같은 아량으로 능천한의 사랑을 몸속 깊이 받아들였다.

[아아... 으으음... 아아...!]

[누님... 헉... 헉... 사랑합니다!]

뜨거운 열풍,

그것은 평소와는 달리 아주 부드럽고도 길게 이어져 갔다.

마치 끝이 없을 듯이,.

그것은 또한 완만한 중에 더할 수 없는 지극히 환희를 두 남녀에게 가져다 주고 있었다.

[휴...!]

[음... 언니가 부러워...!]

그 자허천부로 여러 쌍의 눈길이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천약관음(天藥觀音) 교옥진,

---천헤선자(天慧仙子) 제갈영라,

---유령신녀(幽靈神女),

---홍예선희(紅霓仙姬),

---천산홍연(天山紅燕) 위지련(慰枝蓮)...

 

바로 그녀들이었다.

하나같이 절세미녀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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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十七 章

 

                 血宗天下!

 

 

구중궐(九重闕).

황제(皇帝)의 처소인 자금성(紫禁城)을 일컫는다.

 

---건원전(乾元殿).

 

자금성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대전(大殿)으로,

당금의 황제 선덕제의 거처다.

이경 무렵,

웅장한 건원전 안에 자색 곤룡포를 걸친 청년이 뒷짐을 진채 거닐고 있었다.

아직 경륜이 몸에 배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청년의 일신에서는 만인을 압도하는 지존(至尊)의 위엄이 있었다.

그가 바로 선덕제다.

웬일인지 선덕제의 안색이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으음...!]

한동안 왔다갔다 하던 선덕제는 보좌에 깊이 몸을 실었다.

그는 두 손을 깍지 끼며 중얼거렸다.

[어디로 갔을까? 황백(皇伯)뿐이 아니시고... 함께 계시던 백모님조차 종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시다니...!]

무슨 소리인가?

태상존황, 아니 패천황룡 능붕비와 천환여제가 실종되다니...

천하의 패천황룡이 어찌 흔적도 남기지 않고 실종될 수 있는가?

문득,

[폐하!]

대전의 문쪽에서 침중한 노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선덕제는 상체를 세우며 대답했다.

[밀영반(密領班), 들어오시오!]

[옛!]

끼--- 익!

대전문이 열리며 한 명의 청포를 걸친 노인이 들어왔다.

괴팍한 인상의 노인인데 안색까지 침중했다.

 

-수라천극존(修羅天極尊),

 

노인은 바로 수라천극존이었다.

그는 패천동부를 탈출한 뒤 얼마 안되어 능붕비가 황실에 있음을 알았다.

그러자 그는 황실에까지 뛰어들어 능붕비에게 설욕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능붕비는 전에 비해 두배 이상 강해져 있었다.

설욕을 자신하던 수라천극존은 또 한번 패배의 쓴잔을 마시게 되었다.

그때 능붕비가 좋은 말로 수라천극존을 설득하여 그를 황실에 묶어 두었다.

능붕비에게 연퍄한 수라천극존은 과거의 호승심을 꺾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수라천극존은 독존궁(獨尊宮)의 절정고수들과 선덕제의 주위를 지키는 대임을 맡게 되었던 것이다.

 

[영반... 어떻소?]

선덕제는 수라천극존을 향하여 무겁게 물었데.

수라천극존이 어두운 안색으로 대답했다.

[전혀 단서도 찾지 못한 상태입니다. 두 분께서는 차를 드시다가 암격을 당하신 듯 합니다만...!]

수라천극존은 말끝을 흐렸다.

그 다음 말에 그다지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혀 싸운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최강의 적이 두 분을...!]

수라천극존은 말을 듣던 선덕제가 말을 꺼냈다.

[이해가 아니되오. 아무리 기습을 했다 하더라도 천하의 황백을 누가 감히,...]

말을 하는 선덕제를 바라보며 수라천극존은 내심 한숨을 쉬었다.

(주공께서는 모르시외다. 우주혈종이라는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강적이 있음을...)

말은 하지 않았으나 수라천극존은 능붕비를 해한 것이 우주혈종임을 짐작하고 있었다.

천하를, 아니 고금을 통하여 능붕비의 저항을 받지 않고 암습을 할 수 있는 인물은 단 둘 뿐이었다.

천마(天魔),

고금제일마종(古今第一魔宗)인 그와

이백 년 전에 죽었다고 알려졌던 전대의 대사종(大邪宗) 우주혈종이 다른 한 사람이다.

설사 우주혈종이라 해도 능붕비를 정면으로 공격하면 적어도 이삼백초는 허비하여야 할 것이다.

그 때문에 우주혈종은 암습을 택한 것이고,

무방비상태로 천환여제와 차를 마시던 능붕비는 어이없이 제압당했을 것이다.

[폐하, 확실치는 않으나 대변란이 다가오고 있음이외다.]

수라천극존이 강한 어조로 말했다.

[대변란!]

선덕제가 입속으로 되뇌었다.

[천하무림에 사상 유례없는 대사종이 일어났소이다. 황백의 실종은... 어쩌면 그자가 황실마저...!]

부르르---!

말을 하던 수라천극존의 노구가 경련을 일으켰다.

느낌,

소름이 오싹 끼치는 느낌이 갑자기 엄습한 것이다.

[밀영반! 무슨 일이오?]

선덕제도 이내 심상치 않음을 느낀 듯 하였다.

[으으음... 우주혈종!]

수라천극존은 신음하듯이 중얼거리며 대전의 우측을 노려보았다.

다음 순간,

우두두--- 두두둑!

우스스스--- 스!

갑자기 대전의 벽이 모래로 부수어져 내렸다.

[허허! 수라천극존이란 아이야. 또 만나게 되는구나!]

쿠쿠--- 쿠쿠쿵!

대전이 무너질 듯이 뒤흔들리며 일인이 나타났다.

일견하기에는 청수한 인상의 백의노인이었다.

[우주혈종!]

백의노인을 발견한 수라천극존의 안색이 대변하였다.

그자는 바로 우주혈종이었다.

한데 우주혈종의 옆구리에 한 명의 자의궁장미인이 끼어 있었다.

[홍하(紅霞)!]

궁장미인을 발견한 선덕제의 안색이 홱 변했다.

그자의 옆구리에 끼어 있는 자의궁장미인,

그녀는 선덕제의 단 하나 뿐인 여동생인 홍하공주(紅霞公主)였던 것이다.

[우주혈종! 네가 감히 공주님의 옥체에 누를 끼치다니...]

우르르르--- 르---!

쐐--- 애애애액!

수라천극존이 벼락치듯이 우주혈종에게 덮쳐 들었다.

천극수라영(天極修羅影)!

묵황굉벽뢰(墨荒轟霹雷)!

쿠쿠--- 쿠쿠쿵!

수라천극존의 손에서 시커먼 묵강류(墨강流)가 폭출되었다.

그러나,

[흐흣! 물러나랏!]

우주혈종은 냉갈하며 수라천극존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러자,

[크--- 흑!]

쿠--- 우웅!

수라천극존은 두 눈을 감싸쥐며 나뒹굴었다.

사안파령소에 당한 것이다.

[밀영반!]

선덕제가 대경하여 태사의에서 벌떡 일어섰다.

[으...!]

수라천극존이 바닥에서 뒹굴며 괴로워하였다.

[후훗! 폐하의 어전 앞인지라 죽이지는 않겠다.]

우주혈종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무엄하다. 이곳이 강호(江湖)의 한구석인 줄로 알고 있느냐?]

우주혈종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선덕제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

우주혈종의 안색이 일순 움찔 흔들렸다.

[...!]

[...!]

양인의 시선이 허공에서 작렬하였다.

(과연, 만승지존(萬乘至尊)... 제왕지재(帝王之才)다.)

우주혈종의 눈빛이 위축되었다.

선덕제는 아직 나이 어리고 경륜이 얕아 완전히 제왕이 되었다고 하기는 어려우리라.

하지만 제왕(帝王)은 제왕이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그 장중함은 범부가 감히 흉내도 낼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홍하를 내려놓고 물러가랏! 그대 노공(老公)의 난행을 책하지는 않겠다.]

선덕제가 침중히 말했다.

그의 말에 우주혈종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자의 안면에 괴이한 미소가 감돌았다.

[후훗! 폐하의 명을 따를 수 없음을 용서하오!]

[음...]

선덕제의 안면이 노기로 부르르 떨렸다.

[짐작하셨으리라 믿소이다. 폐하의 백부되는 사람과 그의 계집도... 본종의 손에 들어 있소!]

우주혈종은 득의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아울러, 공주마마도 본종이 데려가 잘 모시겠소.]

선덕제가 분기를 누르며 말했다.

[그대가 짐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후훗! 그것은 차후 말씀드리도록 하고... 오늘은... 야심하니 이만 물러가겠소!]

스스스스--- 슥---!

홍하공주를 안아든 우주혈종의 신형이 둥실 떠올랐다.

[후후후후! 잊지 마시오. 태상존황 부부와,... 공주마마께서 본종의 손에 있음을,...!]

스--- 으윽!

우주혈종의 몸이 환영같이 대전 밖으로 날아나갔다.

[으음...]

그 모습을 보며 선덕제는 분노로 두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감히... 짐을 위협하려 하다니...!]

선덕제는 이를 악물었다.

[으음... 능공(陵公)은 어디 있는가? 이 어려운 때에 짐의 힘이 되어 주셨으면 좋으련만...!]

선덕제는 능천한의 영상을 떠올리며 발을 굴렀다.

능붕비가 없는 이때 선덕제가 생각해 낼 수 있는 인물은 능천한외에 달리 없었다.

[크...!]

수라천극존은 땅을 치며 통한을 삼키고 있었다.

평화로워야만 할 자금송이 짙은 암운에 뒤덮였다.

참으로, 이번의 겨울은 길고도 춥기만 하다.

구주팔황(九州八荒)이 피빛의 혹한으로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X X X

 

자연(自然)!

그 거대한 순리의 흐름을 인간의 의지로는 어찌해볼 수 없는 것이다.

몸서리 처지는 대혹한의 겨울은 끝이 없을 것같이 보여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보이지 않는 구석으로부터 봄은 다가오고 있었다.

아직 천하가 잔혹한 겨울의 그늘에 파묻혀 있기는 하지만,

분명 봄의 그 따스함은 서서히 온 천지로 퍼져가고 있었다.

 

***

 

무공산(武功山),

도끼로 찍어놓은 듯이 절곡이 있다.

이곳을 아는 사람들은 이 절곡을 철혈부(鐵血府)라고 부른다.

적은 숫자이나 맹룡(猛龍)들이 독아(毒牙)를 기르고 있는 절대중지(重地)가 이곳이다.

문득,

[크... 대형(大兄)! 대형께서 쓰러지시다니...]

[으드드득! 우주혈종! 네놈의 뼈를 갈아 마시리라!]

[흐...! 대형의 원한을 갚지 못한다면... 차라리 대형의 뒤를 따르겠소이다!]

[대형...! 크으... 대형!]

[묵사대형(墨獅大兄)! 우리 형제들이 대형께 입은 은혜를 어찌하라고... 먼저 가셨소이까?]

관(棺)을 붙들고 오열하는 장부들,

칠팔 척의 거구들이 흐느낌으로 떨리고, 굵은 눈물들이 거친 구레나룻위로 흔른다.

무쇠의 팔뚝으로 씻기는 그 뜨거운 오열들,

이를 어찌 계집들의 얄팍한 찔끔거림에 비하랴?

가슴이 통한으로 무너지고,

불끈 움켜쥔 구리빛의 주먹으로 철천의 원한이 화산같이 폭발하고 있지 않은가?

터져 복바치는 울분과 격정을 속으로 삭이는 장부들...

그들의 가슴 속에는 꾹꾹 눌리어지는 활화산들이 있다.

한번 터져 폭발하매 천지를 무너뜨려버릴 거창한 분노의 활화산이 있다.

장부들의 수는 일백여 명,

하나같이 시커먼 묵의를 걸친 인물들이다.

그들은 옥(玉)으로 만들어진 관을 붙잡고 눈물들을 흘린다.

그드릐 그런 모습을 뜨거운 눈길로 바라보는 일남일녀.

황포를 걸친 고고한 기품의 청년문사,

분홍빛 궁장을 날아갈 듯이 차려 입은 천상선녀와같은 절세미녀가 그들이었다.

여인의 품에는 한자루 방천화극(方天火戟)의 안겨져 있었다.

[...!]

황포청년은 시선을 들어 창공을 바라보았다.

그가 바라보는 창공에는 한명 호한의 얼굴이 빙그레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형님...!)

청년은 입안으로 나직이 되뇌었다.

(형님이 뿌린 씨앗들이 이렇게 강대한 거목(巨木)들로 자라고 있소이다. 저들로... 우주혈종에게 진 형님의 빚을 받아내겠습니다.)

굳게 입술을 깨무는 청년문사,

그는 바로 능천한이었다.

대천황연을 나온 그는 가장먼저 이곳 철혈부로 달려온 것이다.

그때,

[대협! 우리를 인도하소서!]

한 명의 청년이 벌떡 일어나 능천한을 향해 외치며 무릎을 꿇었다.

[이끌어 주소서! 우주혈종의 심장을 우리 손으로 바스러뜨리게 하여 주소서!]

[대협!]

[능대공자!]

장한들, 독종철혈대(毒宗鐵血隊)의 호한들이 물결같이 일어나 능천한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을 보며 능천한은 가슴 뿌듯함을 느꼈다.

(형님은 타계하시고도 많은 영웅들의 존경을 받으시는구나!)

능천한은 염두를 굴리며 가장 먼저 꿇어앉은 청년 앞에 앉아 손을 굳게 쥐었다.

[약속하리라. 그대들의 손으로 우주혈종을 철저히 부수도록 해주리라!]

능천한이 굳게 약속을 하였다.

[대협! 대협!]

[지존(至尊)! 패천지존(覇天至尊)이시여...!]

장한들은 감격의 탄성을 터뜨렸다.

하늘(天)!

하늘이 자신들과 함께 하지 않는가?

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하하! 우주혈종만 죽이게 해주소서! 지존의 종으로 평생을 살겠소이다!]

[하하! 청지기 자리는 제 것이외다!]

[하하하...!]

독종철혈대는 물결치듯이 능천한을 에워싸며 환성을 질렀다.

(상공께서는... 이미 하늘이 되셨다. 만인(萬人)이 스스로 종이 되기를 원하는 하늘(天)이 되셨다.)

환몽천후의 봉목이 감화로 젖어 들었다.

 

***

 

어두운 숲속,

송림이 울창하여 대낮에도 그안이 제대로 들여다보이지 않는 숲속이다.

사--- 사사사삭!

스스--- 스스스슥!

유령같은 그림자들이 숲속을 훑으며 지나가고 있었다.

번뜩이는 혈안(血眼)들,

몸에는 시뻘건 혈포를 걸친 자들이었다.

그자들은 음산한 미소를 지은 채 송림의 일각을 향하여 포위망을 좁혀 가고 있었다.

[크크... 지독하게 속을 썩이던 녹림(綠林)을 뿌리째 뽑아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 명의 혈포노인이 음악한 미소를 지었다.

비쩍 말라 대나무 꼬챙이를 연상케 하는 자인데 두 눈에서는 푸르죽죽한 안광이 흐르고 있었다.

스스--- 스스스스...!

그자는 허공에 둥실 뜬채 송림 속을 노려보고 있었다.

[클클... 녹림천봉! 네년이 녹림천신(綠林天神)의 화산임을 잘 안다. 네년만 제거하면 녹림의 힘은 한꺼번에 무너지고 만다.]

삐쩍 마른 자는 껄껄거리며 웃었다.

 

---고죽마제(枯竹魔帝).

 

그자는 이미 백수십 년 전에 죽었다고 알려진 전대의 거마다.

혈종문은 이런 전대의 거마들을 수두룩하게 거느리고 있었다.

천여 명에 이르는 전대인 거마들이 혈종문의 주력이고,

그것은 무림사앙 유례가 없었던 최강의 힘이었다.

천하무림은 그들 천여 명의 전대거마들에 의하여 철처하게 혈종의 손아귀에 들어간 것이다.

 

***

 

송림의 깊은 곳,

[음... 방심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아주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미인이 서 있었다.

일견하여 싸늘하다는 인상이 풍기는 흑의경장미인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싸늘함에는 빙매(氷梅)와도 같은 향기가 있었다.

누구라도 한번 향기를 맡으면 취해버리고 말...

(설련언니나... 벽라큰언니가 낭패를 당하고 말리라!)

그녀는 어두운 안색으로 돌아보았다.

그녀 주위에는 십여 명의 소녀들이 빙둘러서서 일종의 진세를 이루고 있었다.

그녀는 녹림제일미인(綠林第一美人)의 칭호를 듣고 있는 여인이다.

바로 녹림천봉 진예빈이 그녀였다.

[...!]

[...!]

숨 막히는 적막이 송림을 뒤덮었다.

그 적막 속에는 끈끈한 살기가 뒤덩켜 있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녹림천봉 진예빈의 안색이 점점 더 침중해져 갔다.

한데 그때였다.

[으아아--- 아악!]

한소리 처참한 비명이 송림을 뒤흔들었다.

(핫!)

[...!]

[...!]

녹림천봉을 위시한 여인들의 안색이 대변하였다.

[이 목소리는...]

녹림천봉은 아연한 표정이 되었다.

비명을 지른 장본인이 누구인 줄 알기 때문이다.

그는 바로 자신을 핍박해오던 고죽마제였던 것이다.

(누가 고죽마제를... 비명소리로 보아 일합을 버티지 못하고 즉한 듯한데...)

진예빈이 찬바람을 들이 마실 때였다.

툭!

갑자기 그녀의 발아래로 무엇인가가 툭 떨어졌다.

[...!]

흠칫하며 내려다본 진예빈은 그대로 굳어지고 말았다.

[...!]

그녀의 발앞에 던져진 물체,

그것은 바로 고죽마제의 목이었던 것이다.

그와 함께,

[...!]

어느틈엔가 한 명의 궁장여인이 허공에 둥실 떠서 나타나 있었다.

[...!]

[...!]

진예빈과 궁장여인의 시선이 허공에서 어우러졌다.

궁장미인은 면사를 하고 있어서 그 용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자 면사사이로 드러나는 궁장여인의 눈빛은 너무도 신비하고 아름다왔다.

(넟설지 않은 눈빛...!)

진예빈은 궁장여인의 눈빛이 낯설지 않아 고개를 갸웃하며 궁장여인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일시지간에 그 눈빛의 주인을 생각해내지 못하였다.

그때,

[예빈동생, 동생을 뵙고 싶어 하는 분이 계시니 따라오세요.]

궁장여인이 조용하게 말했다.

진예빈은 흠칫하며 함께 있는 여인들을 돌아보았다.

[그 아이들 걱정은 말아요. 이 주위의 혈종문도들은 모두 제거되었으니...]

궁장미인이 진예빈의 걱정을 알아차리고 말했다.

진예빈은 다시 한번 놀랐다.

(그 짧은 시간에 혈종도들을 모두 제압했다니... 이분 언니는 도대체 누구일까? 설련언니 등보다 오히려 강해보이니...)

염두를 굴리며 진예빈은 소녀들을 돌아보았다.

[그대는 동쪽으로 전진하거라. 가는 도중에 설련언니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소녀를 대답하자 진예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

[자, 가자꾸나!]

스스--- 스슥!

[...!]

궁장미인은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무형의 경력이 진예빈을 궁장미인에게 묶어버려 함께 허공으로 치솟았다.

화르르르---!

쐐--- 애애액!

진예빈이 아연하는 사이에 두 여인은 까마득한 허공으로 치솟았다.

(도대체... 공력이 어느정도에 이른 언니이기에...)

진예빈은 그저 놀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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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十六 章

 

                八荒天兵! 그 神秘를 벗다!

 

 

 

[...!]

능천한은 정신을 차렸다.

정신이 돌아오며 자신의 내부에 거대한 폭풍의 징조가 도사리고 있음을 느꼈다.

우르르르...

쿠쿠쿠--- 쿠쿵!

지극히 혼탁하고,

지극히 강대한 기류들이 전신에 꾹꾹 눌러 담겨져 있었다.

그 눌려지는 압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져서 견디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우르르르---!

대천황연에 남아 있던 마지막 한 모금에 대천황지기가 능천한의 몸속으로 파고 들었다.

다음 순간,

쿠--- 와--- 앙!

꾸--- 꾸꾸--- 꿍!

견디지 못하고 능천한의 내부에서 가공할 폭발이 일어났다.

콰--- 자자작!

쿠--- 쾅--- 쾅쾅!

[크--- 웃!]

우르르르---!

모든 막히고 거리끼던 것이 한순간에 박살이 나서 흩어졌다.

쏴--- 아아아아!

심령(心靈)이 확 트이며 천지의 오묘한 이치가 확연히 느껴져 들어왔다.

그것은 지극히 상쾌한 전율이었다.

 

---천지교감(天地交感).

 

능천한은 완벽하게 천지교감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이 경지가 곧 초극(超極)이며 신인(神人)의 경지다.

자연(自然), 천지가 내속에 있고,

나 또한 자연 속에 있나니,

내가 곧 자연, 대우주이며,

자연, 대우주가 곧 나(我)인 것이다.

[...!]

능천한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감돌았다.

실로 신비한 미소였다.

지옥의 아수라(阿修羅)라 해도 오금이 저릴 대정지기(大正之氣)가 깃들어 있는 미소다.

스스스!

누워 있던 능천한의 몸이 둥실 떠올라 허공에 좌정했다.

능천한은 천천히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곳은 천정까지의 높이가 백여 장에 이르는 거대한 동공(洞空)이었다.

자연과의 교감,

그것이 전후의 모든 사정을 능천한이 이해토록 만들었다.

[이곳이 대천황연(大天荒衍)...]

능천한은 담담하고 지극히 맑은 눈빛으로 동공에 시선을 보냈다.

[이 광활한 곳에 가득 찼던 대천황지기를 내가 모두 흡수했다는 말인가?]

능천한은 실감이 가지 않는 표정이었다.

자신의 몸속에 얼마만한 잠력이 도사리고 있는지 조차도 가늠할 수 없었다.

[천극(天戟)이 있군!]

능천한은 자기가 누워있던 곳에 천극이 놓여 있음을 발견하고 손을 내밀었다.

스스슥!

천극은 자석에 끌려오듯 저절로 능천한의 손으로 날아와 달라붙었다.

 

---대천황(大天荒)을 만나면 그 신비가 풀리리라.

 

어떤 웅혼한 외침이 능천한의 귓전을 울렸다.

[흠...!]

능천한은 숨을 내쉬며 천극을 꽉 쥐었다.

그리고,

우르르르--- 르!

능천한의 몸에 가득히 쌓여 있던 천황지기가 천극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다음 순간,

콰--- 자자자작! 콰--- 우우우웅!

번--- 쩍! 푸--- 하악!

천극을 가리고 있던 묵기(墨氣)가 쩍적 갈라져 깨쳐 나갔다.

그와 함께,

쩌엉!

찬란한 광휘가 지존의 품위를 싣고 빛을 뿌렸다.

[음...!]

능천한은 홀린 듯이 손에 들린 천극을 바라보았다.

 

---천극(天戟).

 

장구한 세월을 이어져 내려오던 신비가 이제 벗겨진 것이다.

천극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먼저,

어디에 감추어져 있었는지 극인(戟刃)의 중간쯤에 반월형(半月形)의 날 한 쌍이 좌우에 돋아나 있었다.

반월형의 날은 붉고 푸른빛을 띄고 있으며 극인을 중심으로 등을 돌린 채 붙어 있었다.

그 때문에 천극은 방천화극(方天火戟)의 형상을 하게 되었다.

천극은 그 전체적인 빛도 변해 있었다.

극인은 추수같이 반투명한 백색이 되어 있고,

봉(棒)은 지존(至尊)의 품위를 지닌 자청(紫靑)의 서기(瑞氣)를 띄고 있었다.

능천한의 시선이 봉의 끝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갑골문자로 극명(戟名)이 적혀 있었다.

 

<천황대정신극(天荒大正神戟)>

 

[천황대정신극]

능처한은 입속으로 천황대정신극의 이름을 되뇌었다.

[더 할 수 없이 마음에 드는 이름이다.]

능천한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휘--- 익!

시험 삼아 천황대정신극, 즉 천극을 휘저었다.

다음 순간,

푸--- 하악!

콰--- 자자자--- 자작!

돌연 천황대정신극의 반월형 날 두 개에서 붉고 푸른 극양(極陽), 극음(極陰)의 막강한 잠력이 일어났다.

그 양극지기는 극인(戟刃)으로 모여 들어 거대한 강류(罡流)를 이루어 내뻗쳤다.

쿠--- 콰콰--- 콰쾅!

꾸--- 꾸꾸--- 꿍!

폭 십 장,

길이 백 장의 거창한 강류였다.

콰르르르...!

그 강류는 그대로 동공의 일각을 강타하였고,

아연하게도,

가격당한 동공의 석벽에 수백 장 길이의 거대한 석동(石洞)이 파여 버렸다.

[이... 이럴 수가!]

너무도 뜻밖의 위력이었다.

능천한은 해연히 놀라 천극을 내려다보았다.

일푼의 힘도 들이지 않고 버틴 것이 이런 가공할 위세를 발휘한 때문이다.

능천한이 아연해하고 있을 때였다.

[그것은 팔황천병(八荒天兵)의 아주 작은 능력에 불과하옵니다.]

돌연 환상적이고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는 목소리가 능천한의 귓전에 울렸다.

[...!]

능천한은 천천히 돌아섰다.

그곳은 한쪽의 석벽인데 석벽이 잘라진 석문이 있었다.

그 석문 앞에 한 명의 미인(美人)이 서 있었다.

[...!]

능천한의 담담한 눈빛에 아주 작은 파문이 일었다.

석문 앞의 미인이 너무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가히 고금제일(古今第一)이라 불릴만한 미모였고...

한데,

[상공의 대공을 경하드리옵니다!]

여인이 날아갈 듯이 능천한에게 절을 올렸다.

그제야 능천한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여인이 입고 있는 분홍빛의 궁장,

그것은 바로 환몽천후가 입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자세히 보니 그 절세미녀의 기분 윤곽은 환몽천후와 아주 흡사했다.

[그대가 환몽?]

능천한이 묻자 여인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달리 이름이 있기는 하오나... 상공께서 붙여주신 이름은 바로 환몽이옵니다.]

[음...!]

능천한은 절로 신음을 흘렸다.

강시(彊屍)였던 환몽천후가 아닌가?

한데 어찌된 영문인지 지금 그녀는 완전한 인간이 되어있는 것이다.

능천한이 놀라자 환몽천후는 함초롬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상공의 은혜로... 대천황지기를 한 모금 마실 수 있었고... 그 덕에 혼(魂)을 되찾을 수 있었사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구려.]

능천한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마음도 내심 무거웠다.

자신의 처첩같이 대하던 환몽천후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가 화강시였을 때의 이야기고

지금은 완벽한 인간이 되어 있는 것이다.

나이로 따지면 오백 수십 살이나 되는...

환몽천후는 그런 능천한의 갈등을 이내 알아차렸다.

그녀는 살짝 볼을 붉혔다.

화강시였을 때 능천한은 그녀가 보는 앞에서 여러 번 다른 여인을 안고 부부지정(夫婦之情)을 나누지 않았던가?

[신첩의 나이를 괘념마소서. 신첩은 여전히 상공의 희첩(姬妾;본부인 외의 첩)일 따름입니다.]

그녀의 말에 능천한의 표정에도 훈훈한 미소가 감돌앗다.

[고맙소. 환몽!]

능천한은 환몽천후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교수를 꼬옥 쥐었다.

그러자 그녀의 두 볼이 도화빛으로 물들었다.

환몽천후는 살짝 능천한에게서 손을 빼내었다.

[이쪽으로... 상공을 위한 상고(上古)의 안배가 있사옵니다.]

환몽천후는 능천한을 안내하여 석문을 들어갔다.

능천한도 천황대정신극을 비껴들고 석실로 들어섰다.

 

그르르르륵!

두 사람이 들어서자 석문이 뒤쪽에서 닫혔다.

능천한은 석실을 둘러보았다.

그곳은 여염집의 내실같이 잘 치장이 되어 있는 석실이었다.

한쪽으로는 화려한 침상이 보이고,

양쪽의 석벽으로는 비급과 죽간, 두루마기들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환몽천후는 능천한을 석실 가운데의 석탁으로 인도하여 미소를 지었다.

[저 비급들은 천마께서 천하를 횡행할 때 모은 일천상고신공기(一千上古神功技)예요.]

[일천상고신공기?]

능천한은 탁자 앞에 앉으며 비급을 둘러보았다.

[네, 저 신공절기들 중 구할 이상이 당세에 전해 내려 오지 않는 절전절기들이옵니다. 이걸 보시겠사옵니까?]

환몽천후는 한권의 핏빛의 죽간을 능천한에게 내밀었다.

능천한은 죽간을 받아들었다.

 

<서열팔십구위(序列八十九位).

혈황록(血荒錄)

--- 혈황마존(血荒魔尊)이 남긴다.>

 

환몽천후가 말을 이었다.

[그것은 후일 혈종의 마공바탕이 되었고, 그것을 우주혈종이 잇게 되었사옵니다.]

[음...!]

능천한은 신음했다.

혈종문의 근원인 혈황록(血荒錄)!

물론 수천 년을 거치며 많은 발전을 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혈황록이 일천상고절기의 겨우 팔십구위인 것이다.

이말은 혈화록보다 강한 상고절기가 팔십팔종이나 있다는 얘기가 되지 않는가?

[혈황록 따위는 상공께서 보실만한 것이 못되옵니다. 이것을 보시옵소서!]

환몽천후는 혈황록을 빼앗아 한쪽에 두고 두툼한 옥함을 주었다.

능천한은 조심스레 옥함을 열었다.

[...!]

옥함의 안을 들여다보던 능천한의 둔누에 이채가 떠올랐다.

그곳에는 서너 장의 옥판(玉板)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자허천부(紫虛天府)에서 본 헌원천황벽(軒轅荒璧)과 똑같은 것이다.)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옥함 속의 옥판들은 바로 헌원천황벽의 다른 부분들이었다.

능천한은 두 눈을 형형하게 빛내며 옥판들을 읽어 내려갔다.

 

<황제(黃帝)의 부탁으로 천황천존(天荒天尊)이 적는다.>

 

[삼황오제 중 황제 헌원씨(軒轅氏)와 천황천존이란 분의 합작(合作)인 모양이구나...]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 내려갔다.

 

<만년에 이르러 우리 양인은 대천황(大天荒)의 지극히 큰 뜻을 깨닫고 그 심득을 이에 적어 남긴다.

이는 만상(萬象)을 포용할 인재가 아니면 그 잔수를 얻을 수 없는 지극히 심오한 내용이다.

만년에 노부는 제자를 한명 거두었다.

지극히 뛰어난 자질을 지닌 아이였으나 그 아이도 천황지벽(天荒之璧)의 진수를 얻지는 못했다.

본시 그 아이는 지극히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다.

그 아이는 자신이 천화지벽의 진수를 얻지 못하였으므로 천하의 그 누구도 천황지벽을 연마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천황대공(天荒大功)은 인간의 몸으로는 익힐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노부는 다만 웃으며 천황대공은 어떤 대기재(大奇才)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말해주었다.

이것이 그 아이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자신의 재질을 능가하는 자가 천하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그 아이의 주장이었고...

마침내 스스로 그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천하로 뛰쳐나갔다.

향후, 천하가 그 아이로 인하여 고금미증유의 대풍운을 겪에 되리라...>

 

[그분이 바로 천마셨겠군.]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추측은 정확했다.

 

---천마(天魔).

 

그는 천황천존(天荒大天尊)의 제자였다.

천하를 두들겨 부숨으로써 실력을 숨기고 있는 진정한 장자들을 끌어내려는 것이 무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백여 년의 세월동안 천하 위에 군림하면서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불완전한 천황대공이건만 천하무림은 그것조차 감당해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아이는 노부의 말속에 담긴 시공(時空)의 차이를 염두에 두지 못했다.

천황지벽의 정수를 얻고 대천황지존(大天荒至尊)이 될 대기재가 향후 삼천 년의 시송을 넘어서야 태어날 것임을...

결국 그 아이는 실망만을 안고 대천황연으로 돌아오리라.

노부는 이제 삼천 년 후에 올 대기재를 위해 두 가지 안배를 베풀 것이다.

천황지벽 여덟개 중 후반의 다섯 장과 대천황지정(大天荒之精)이 억겁동안 싸여 이루어진 팔황천병(八荒天兵)을 세상에 내보낼 것이다.

팔황천병에는 천황대정(天荒大正)이란 이름을 주었다.

그것은 묵기로 진면목을 가리고 있다가 영웅의 손에 들어간 후에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리라...>

 

[음...!]

능천한은 천황대정신극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그런 모습에 환몽천후가 미소를 지옸다.

[천극이 바로 팔황천병이옵니다. 그에는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가공스러운 힘이 들어있사옵니다.]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황대정신극을 쓰다듬었다.

 

<팔황청병(八荒天兵)>

 

저 천병보(天兵譜) 천병일천좌(天兵一天坐)의 수좌를 차지하는 전설의 천병(天兵)!

그것은 실로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모습으로 천하에 있었다.

많은 인물들이 천극(天戟)을 사용했었으나 누구도 그 진가를 알지 못했다.

그저 대라천기선(大羅天機仙)만이 어렴풋이 그 진가를 추측했을 뿐이었다.

 

<... 먼 후일... 천황지벽과 천황대정신극이 대기재의 손에 들어가게 되고 마침내는 이곳에 이르게 되리라.

이제 대천황(大天荒)의 억겁을 지난 정화가 그대에게 피어나리니...

만행을 행함에 대정(大正)의 큰 뜻을 항시 명심키를 마지막으로 부탁한다.

---천황천존 절필(絶筆).>

 

그리고 그 아래로 헌원천황벽의 전반부.

능천한이 천황대정존극심이라 이름붙인 절대심공의 구결(口訣)이 있었다.

구결을 읽어 내려가며,

능천한은 이제껏 흐릿한 안개 속에 있던 천황대정존극심의 실체가 뚜렷해짐을 느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는 상상키 어려운 거대한 힘을 추구하는 절대심공이었다.

능천한은 그대로 천황지벽에 몰두하여 들어갔다.

우르르르르---!

천황대정존극심(天荒大正尊極心)-!

그 심오함이 풀어짐에 따라 능천한의 일신에서 아주 강력한 힘이 꿈틀거렸다.

그것은 고금을 통하여 최강인 힘이고,

오직 대천황지기로만 얻어질 수 있는 것이었다.

그 막강한 잠력은 다만 잠력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로 능천한의 몸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천황대정존극심이 구결이 끌려감에 점차 그 예리하고 웅장함이 다듬어지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또한 고금제일인(古今第一尊), 대천황지존(大天荒至尊)의 탄생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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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十五 章

 

                  大天荒衍! 億劫의 奇遇!

 

 

 

---만겁패천초극류(萬겁覇天超極流).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졌으되,

아직 한 번도 펼쳐져 본적이 없는 초절기(超絶技)다.

뚜렷한 형채는 없는 중에 일시에 석실전체가 패천신륜(覇天神輪)의 그림자로 뒤덮였다.

어떤 기공(奇功), 어떤 호신지기(護身之氣)라도 부수어 낼 수 있는 위력이 그 그림자에 있었다.

그러나,

츠--- 츠츠츠---!

섬뜩한 마기가 구천에 이를 듯 흩뿌려지자.

거대한 륜영(輪影)의 일각이 너무도 허무하게 베어져 나갔다.

천마지존비의 그 가공한 마력(魔力)이 떨쳐진 것이다.

파--- 가--- 가가각!

츄--- 하--- 아아앙!

천마지존비는 정확히 가슴으로 날아들었다.

(졌다!)

륜영이 둘로 쩍 갈라짐을 보며 능천한은 패배를 직감하였다.

한순간,

푸--- 학!

얼음보다도 싸늘한 가슴을 가름을 능천한은 느꼈다.

[과연... 천마지존비!]

능천한은 중얼거리며 뒤로 넘어졌다.

쿠--- 우웅!

마치 거목이 쓰러지듯이,

능천한의 몸이 그대로 위로 쓰러지며 선혈의 혈향(血香)이 석실을 가득 메웠다.

[흠...!]

스--- 으윽!

뒤이어 우주혈종도 침중한 신음을 흘리며 천마지존비를 거두어들였다.

그의 가슴이 패천신륜의 예기에 쩍 갈라져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극마존체(極魔尊體)인 본종에게 상처를 입히다니...]

우주혈종은 가슴을 누르며 능천한을 바라보았다.

쓰러진 능천한은 가스미 쩍 갈라져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어린 놈이나... 본종의 적수가 될 유일한 제목이었는데...!]

문득 우주혈종의 눈에 한 줄기 안타까운 빛이 흘러지나갔다.

그역시 범사한 마두(魔頭)는 아니었다.

적수를 알아보고 아낄줄 아는 대마두(大魔頭)인 것이다.

[네가 재생하든지... 천마와 함께 뼈를 묻든지는... 천운(天雲)에 달렸다.]

우주혈종은 중얼거리며 몸을 돌렸다.

스스--- 스스스슥!

휘르르--- 르르르르!

그자의 신형은 신기루같이 변하여 천마지벽 밖으로 사라져 갔다.

그르르르--- 르릉!

우주혈종이 사라지자 천마지벽은 굉음과 함께 다시 닫혔다.

그리고,

석실에는 죽음의 적막이 깔렸다.

어떤 소음도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정적이 뒤덮이 것이다.

한데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쩌엉!

한 쌍의 강렬한 빛이 어둠과 적막을 함께 찢었다.

아!

그것은 눈빛(眼光)이었다.

천마(天魔)!

그의 감겨있던 눈이 떠지며 강렬하기 이를 데 없는 안광이 흐른 것이다.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천마는 수천 년 전에 죽었거늘... 어찌 눈을 떠 안광을 떨쳐 낼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사실은 사실이었다.

천마의 두 눈에서 횃불같은 안광이 일어났던 것이다.

천마는 쓰러져 있는 능천한과 돌로 깎은듯이 묵묵히 서 있는 환몽천후를 바라보았다.

[과연... 사부의 말씀대로구나. 삼천 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천황일맥(天荒一脈)의 진정한 후계자가 나온다함은...!]

웅웅거리는 웅혼한 음성이 석실을 울렸다.

천마는 전혀 입술을 움직잊 않았는데도 음성이 흐르는 것이다.

천마!

그에게 사부(師父)가 있었는가?

또한 천황일맥(天荒一脈)이란 또 무엇인가?

모를 일이다.

천마총의 진정한 신비가 어디까지 이어지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기나긴 세월... 천황지벽(天荒之璧)과 천병(天兵)을 지닌 인재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며... 너무도 긴 세월을 영면에 들지 못했다. 허허... 이제야 비로소... 구천(九泉)에 들 수 있으리라!]

스스스---

천마의 몸에서 강렬한 광휘가 쏟아졌다.

그러자,

그그그그긍!

우르르르르!

갑자기 석실 바닥이 쩌억 갈라졌다.

화르르르르--- 르!

휘--- 이이이--- 이이잉!

이어 능천한과 환몽천후의 몸이 둥실 떠올라 석실의 바닥이 갈라진 틈으로 떨어져 내려갔다.

[그 아이아면... 대천황(大天荒)의 진정한 정수를 얻을 것이고...]

쿠르르르르---

천마의 중얼거림 속에 석실바닥은 능천한과 환몽천후를 삼킨 채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

[진정한 고금제일인이 나리라. 허허... 아울러 고금제일미(古今第一美)도 함께...]

천마와 웃음소리가 석실을 웅웅 울렸다.

그와 함께,

스스스스---!

천마의 형형하던 안광이 급격히 사그라 들었다.

[인세(人世)에서 나의 할 일은 완전히 끝났다. 이제 구천에 들 시간이다...]

스스스스--- 스스슥!

안광이 마침내 사그러 들었다.

그러자 천마의 시신에 변화가 일었다.

스스스스--- 스!

휘르르르르--- 르르!

그의 시신이 머리쪽으로부터 먼지보다도 곱게 부수어져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화르르르---!

마침내 천마의 시신은 완전히 가루로 사그러들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믿어지지 않는 괴사가 일어났던 천마의 무덤은 다시금 적막에 뒤덮였다.

 

***

 

그곳은 공(空) 자체였다.

그곳에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빛(光)도 없으며 대기(大氣)도 없으며 삼라만상의 그 무엇도 없었다.

그곳은 그저 공(空)일 뿐이다.

그러나...

우르르---

위--- 이이이잉!

그곳에는 모든 것이 있었다.

모습은 없으나 소리(聲)가 있고

형체를 이루지는 못했으나 삼라만상(森羅萬象)의 근원인 대혼돈(大混沌)이 있었다.

만상(萬象)의 모태(母胎)!

대혼돈(大混沌)... 대천황(大天荒)!

 

---태초(太初) 그 이전에 만상(萬象)의 모태가 된 지극히 큰 기운이 있었느니라.

---이를 대혼돈(大混沌)이라하며 이는 만상(萬象)을 탄생시킴으로 사멸되도다.

---억겁(億劫)을 이르러 대혼돈의 정화인 대천황지기(大天荒之氣)가 흩어지지 않고 쌓인곳이 있단다.

---이를 일컬어 대천황연(大天荒衍)이라 하다니... 오호하 이것이 신기보(神技譜) 제일신기(第一神奇)이니라.

 

<대천황연(大天荒衍).>

 

그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한 모금만 취해도 신(神)의 경지에 들 수 있다는 대천황지기가 억겁을 변치 않고 쌓여 있는 곳!

빛도 형체도 없는,

그러나 분명히 도도하게 물결치는 대천황지기가 고여있는 곳,

그 대천황연이 이곳이었다.

신기보 일천신기의 제일장을 장식하고 있는 대천황연이 이곳인 것이다.

그 대천황지기이 도도한 흐름 속에 둥실 떠있는 인물이 있었다.

피에 젖은 황초를 걸친 검미(劍眉)의 청년,

바로 능천한이었다.

콰르르르--- 르!

능천한의 주위러 여신 거창한 광풍노고가 일고 있었다.

콰--- 자자자자강!

쿠--- 쿠쿠쿠쿵!

혈지지간에서 가장 빠르다는 낙뢰(落雷)보다도 오히려 빠른 탕류가 능천한의 몸을 뚫고 지나쳤다.

거침없고 막힘이 없는 거대한 역류,

그것이 바로 대천황지기의 흐름이었다.

스스스스--- 스스스!

츠츠츠츠--- 츠츠!

입술을 굳게 다문 능천한의 대천황지기를 끝없이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의 몸은 바닥이 없는 거대한 그릇(器)같았다.

그 끝도 없을 것 같은 천황지기를 막힘이 없이 몸안으로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위--- 이이이잉!

스스스스--- 스스스!

천황지기의 흡수가 진행됨에 따라 능천한의 몸에서는 지극히 광명정대한 광휘가 흘러넘쳤다.

 

---천극대정신맥(天極大正神脈).

 

그 천고(千古)의 절대신맥의 모든 능력이 천황지기를 접하여 일어나는 것이다.

우르르르르릉!

쿠르르르르---!

대천황지기의 격랑,

그것은 능천한을 신인(神人)으로 단련시키고 있었다.

 

---천마총(天魔塚).

 

천하인은 꿈에더 천마총이 대천황연의 입구임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더욱이 그 안에서 거룡(巨龍)이 대천룡(大天龍)으로 자라나고 있음은,...

 

X X X

 

황원(荒原).

거치른 난석과 시든 잡초들로 뒤덮인 황원이었다.

휘--- 이이이잉!

츠츠츠--- 츠츠츠!

겨울의 문턱을 들어서자 삭풍이 뼈골을 시리게하며 불어온다.

중원천하는 유달리 일찍 찾아온 강추위에 시달리고 있었다.

화르르르--- 르르!

쐐--- 애애애액!

돌연 황원을 가르며 세 줄기의 인영이 허공을 갈랐다.

서두에 선 인물은 타는 듯이 붉은 홍포를 걸친 장한이었다.

[...!]

휘--- 이이이잉!

무겁게 입을 다문 장한은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전면을 쏘아보고 있었다.

허공을 가르는 장한의 오른손에는 길이 일 장의 시뻘건 신창(神槍)이 들려 있었다.

 

---태양천화신청(太陽天火神槍).

 

바로 사데신병에 드는 절대신창(絶代神槍)이 그것이고,

그 주인인 홍포의 장한은 태양신존(太陽神尊),

변황제일인(邊荒第一人)이 바로 그였다.

스스스스슥!

휘르르르르--- 르!

무섭게 달리는 태양신존을 두 명의 인물이 땀을 뻘뻘 흘리며 따르고 있다.

 

---남황야수신(南荒野獸神),

---해천신검제(海天神劍帝),

 

변황삼대거파의 종주들이었다.

문득,

스스--- 스스슥!

태양신존이 표표히 날아내리며 몸을 멈추었다.

화르르르--- 르! 스--- 슥!

남황야수신과 해천신검제는 그뒤를 따라 몸을 멈추어 세웠다.

그곳은 까마드히 지평선이 보이는 황원의 중간쯤이었다.

휘--- 이이이잉!

[...!]

차가운 삭풍을 받으며 태양신존은 북쪽을 바라보았다.

[검제(劍帝)!]

태양신존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옛! 속하 여기 있습니다.]

햐천신검제가 공손히 대답하며 허리를 숙였다.

태양신존은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사란과... 밀후에게 연락은 제대로 보냈겠지?]

[그렇습니다. 신존. 지금쯤 연락이 닿았을 것이고... 이 겨울이 가기 전에 일만의 풍운철기대(風雲鐵騎隊)가 중원으로 들어올 것입니다.]

[음...]

태양신존은 아주 무거운 안색이 되었다.

[혈종문의 힘이 그터럭 강했다니... 십만의 변황의 용사들이 그토록 허무하게 쓰러지다니...]

태양신존은 탄식을 하였다.

해천신검제가 그런 태양신존을 위로하였다.

[신존! 심려를 푸소서. 이제 딩도할 풍운철기대는 일기일인(一騎一人)이 천인(千人)의 천인(千人)의 발굽 아래 초토가 되고 말 것입니다.]

남황야수신도 우직한 음성으로 해천신검제를 겨들었다.

[그렇습니다. 신존.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

두 사람의 위로의 말을 귓전으로 흘리며 태양신존은 황원의 저끔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 스스스슥!

그곳에는 하나의 점이 나타나고 있었다.

(사람이다. 그것도... 가공할 경공을 지닌...)

태양신존의 눈빛이 형형하게 타올랐다.

황야의 끝에 나타난 하얀 점은 바로 사람의 그림자였다.

한데,

휘--- 이이이이!

그 인영(人影)은 가공할 경공으로 태양신존 자신들에게 폭사되어 오고 있었다.

이윽고 태양신존은 다가오는 인영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그자는 극히 청수한 인상의 백의노인이었다.

화르르르---! 쐐--- 애액!

[허허허---!]

선풍을 일으키며 백의노인은 삽시에 태양신존 앞으로 날아내렸다.

[네가 태양신존이란 아이렸다?]

백의노인은 아무렇지 않게 태양신존에게 말했다.

[발칙한 자...!]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화르르르르--- 르르르르르!

츠츠츠! 쐐--- 애애애애액!

대노한 남황야수신과 해천신검제가 일시에 백의노인에게로 달려들었다.

쿠르르르르--- 르르릉!

그들 양인의 합공은 가히 경세적이었다.

그러나,

[날뛰지 말고... 누워 있거라!]

백의노인은 담담히 말하며 달려드는 남황야수신과 해천신검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으--- 악!]

[아--- 악! 눈... 눈이...!]

쿵! 쿠쿵!

남황야수신과 해천신검제는 처절한 비명과 함께 눈을 감싸쥐며 나뒹굴었다.

태양신존은 그 모습을 보고 안색이 일변하였다.

[사안파령소! 그대는...!]

[허허! 본종을 굳이 알려고 할 필요는 없고... 다만 자네는 본종을 따라가 주어야겠네!]

[음...!]

백의노인, 우주혈종의 말에 태양신존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강한 자다. 어쩌면... 패할지도...!)

우르르르르--- 르!

화르르르르---!

태양천화신창에서 폭풍이 일었다.

시뻘건 구양지기가 삭풍을 가르며 수십 장까지 뻗쳐 나갔다.

[본존을 데려가고 싶으면... 태양천화신창을 눌려야 할 것이오!]

태양신존이 태양천화신창을 겨누며 말했다.

그러자 우주형종은 껄껄 웃었다.

[허허! 어려운 일이 아니지.]

우주혈종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슈--- 팡! 콰--- 콰콰쾅!

[크--- 흑!]

태양신존은 느닷없이 가슴에 일장을 맞고 십여 보 물러섰다.

우주혈종의 무공이 이심제기(以心制氣)의 지겨에 들었음을 알지 못하고 당한 것이다.

태양신존이 몸을 채 바로 잡기도 전이었다.

위--- 이이이잉! 츠츠츠츠츠!

일시에 천지사방이 숨막히는 마기(魔氣)로 뒤덮였다.

그와 함께,

스--- 으윽!

한 자루 시커먼 비수(匕首)가 태양신존의 가슴을 그어갔다.

[헛! 태양뢰폭(太陽雷瀑)!]

태양신존은 다급히 태양천화신창을 휩쓸어 내었다.

그러나,

[흐--- 훗!]

파--- 가--- 가각!

츠츠츠--- 츠츠츠---!

우주혈종의 손에 들린 천마지존비는 여지없이 태양신존의 가슴으로 퍼고들었다.

파--- 파파팟!

푸--- 하--- 악!

[크--- 으... 당하다니...!]

타--- 당!

태양천화신창이 요란하게 땅으로 떨어졌다.

쿠--- 우웅!

그와 함께 태양신존은 가슴에서 선혈을 내뿜으며 나뒹굴었다.

우--- 우우우!

피맛을 본 천마지존비가 섬뜩한 울림을 내었다.

우주혈종은 그런 천마지존비를 쓰다듬으며 청수한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후훗! 다시는 이백 년 전같은 좌절을 당하지 않는다. 천하를 철저히 본종의 손에 넣어 영세군림(永世君臨)할 것이다.]

우주혈종은 두 눈에서 광휘를 쏟아내며 중얼거렸다.

그의 눈빛이 이 순간만은 사악한 야심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패천지존, 구천독종이 제거되었고... 이제 태양신존마저 제압하였으니... 천향염후만 굴복시키면 무림은 본종에게 대항할 힘을 상실한다.]

우주혈종의 눈빛은 아주 형형하게 빛났다.

[후후... 무림이 본종의 손에 들어오게 되면... 그다음 목표는 태상존황(太上尊皇)이 된... 패천황룡(覇天皇龍)이다.]

우주혈종은 음침한 표정이 되었다.

그는 황원의 저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패천황룡의 사라진 황실은 사상누각일 뿐이고... 후후훗, 그렇게 되면...]

우주혈종!

이자는 도대체 어떤 야심을 지니고 있기에 황실마저 넘본단 말인가?

[으하하! 이제 곧 천하가 본종을 신(神)으로 모시게 되리라.]

우주혈종의 웃음소리는 아주 멀리멀리로 퍼져 나갔다.

그것은 혈종천하를 예고하는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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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十四 章

 

                  天魔之壁, 天魔, 天魔至尊匕!

 

 

 

(무엇인가 있다.)

능천한은 흠칫하며 멈추어 섰다.

이곳은 아주 어두운 석로(石路)였다.

지독한 어둠...

기이하게도 천녀내공을 지닌 능천한이건만 간신히 일 장 앞을 내다 볼 수가 없었다.

무엇 때문인가?

단순히 빛(光)이 차단된 곳이라 하여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섬뜩한 기분...

어둠 속에 무엇인가 도사리고 있었다.

금시라도 달려들어 목덜미를 물어뜯을 듯,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스물... 스물...!

형체도 소리도 없는 중에 그것은 벌레가 기어드는 것처럼 파고 들어왔다.

어지간한 능천한이건만 소름이 오싹 끼쳤다.

(무엇인가? 대체 무엇이 있기에... 이토록 섬뜩한 느낌을 주는가?)

능천한은 눈에 힘을 주고 전면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역시 일 장 이상은 꿰뚫어 볼 수 없었다.

그때였다.

[...!]

환몽천후가 능천한의 팔을 끼며 바짝 달라붙었다.

능천한은 그녀의 교구가 바들바들 떨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감정이 없는 환몽의 심령마저도 위축시키는 그 무엇이 저 안에 도사리고 있다.)

스--- 윽!

능천한은 일보를 내디뎠다.

사-- 가가가각!

스스스--- 스스슥!

(우웃!)

능천한은 휘청하였다.

그 기분나쁜 기운이 강렬해진 것이다.

피부에 소름이 오싹 끼쳤다.

전신이 음침한 기운에 오그라들고 모발이 쭈뼛 쭈뼛 일어섰다.

[음...!]

능천한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토했다.

금시라도 날카로운 칼이 목을 푹 찌를 것만 같은 섬뜩함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는 모르고 있었다.

공력이 아무리 높은 자리도 일반인들이었다면 이미 피를 토하며 나뒹굴었을 것을...

일 장 이상을 볼 수 없는 이 석로에는 사상최악의 안배가 있었다.

보이지 않는 중에 사람의 심기를 갈가리 찢어놓을 수 있는 것이었다.

[흠...]

능천한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무엇이든... 나의 발걸음을 돌리게 만들지는 못한다!]

능천한의 눈에서 뇌전이 쏟아졌다.

누군가 있어 그것을 보았으면 태양이 떠오른 줄로 착각했을 것이다.

능천한의 눈빛은 그만큼 강렬했다.

스--- 스스--- 슥!

뚜-- 벅! 뚜벅!

능천한은 천만근의 무게를 두 발에 담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푸--- 스스슥!

그의 일보 일보마다 석로의 바닥이 푹푹 꺼졌다.

그와 함께,

츠츠츠츠--- 츠츠!

스스스스---!

무형의 살벌한 기운이 잘 벼린 칼날같이 능천한의 전신으로 쏟아졌다.

능천한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 살벌하고 섬뜩한 기운에 전신이 베어져 나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기운은 능천한이 일보를 움직일 때마다 배로 강해졌다.

그러나,

주르르--- 르!

능천한은 식은 땀을 흘리면사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푹! 푸--- 스슥!

그의 걸음마다 다섯 치 깊이의 족인(足人)이 새겨지고,

무섭게 부릅뜬 그의 시선은 오직 전면만을 노려보았다.

우--- 우우우웅!

츠츠츠츠--- 츠!

무형의 살벌한 기운은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져 갔다.

금시라도 전신이 난도질 당할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능천한의 발걸음은 머뭇거림이 없었다.

이것은 공력(功力) 이전에 정력(定力)의 문제였다.

범인이었다면 이미 몇 번은 피를 토하고 쓰러졌을 지독한 안배였다.

(어쩌면... 천마가 자신의 영면(永眠)을 지키기 위해 베풀어놓은 안배인지 모른다.)

어둠 속을 노려보는 능천한의 두 눈이 횃불이었다.

그는 피가 터지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천마이든 누구이든... 패하지 않는다.)

뚜벅--- 뚜--- 벅!

우수수수! 푸--- 스슥!

능천한의 발걸음도 점점 더 깊게 파여졌다.

그만큼 그의 발길을 방해하려는 기운이 강해졌음을 말한다.

그리고

 

--- 크크크크...!

--- 컬컬컬...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오느냐?

--- 크크크... 돌아가랏1 그렇지 않으면 목을 따버리겠다.

 

스스스스스---!

마침내 환청(幻聽)까지 일어났다.

아수라(阿修羅)와 지옥의 악귀들이 구름같이 일어나 능천한을 가로 막았다.

스스스--- 스스!

 

--- 켈켈--- 켈켈!

--- 크크크--- 크크!

 

꿈에 볼까 두려운 악귀들 망령들...

생각하기도 싫은 호나상이 뭉클뭉클 치솟아 능천한을 뒤덮어 씌웠다.

그것은 섬뜩한 기도에 부합하여 능천한을 사정없이 죄어왔다.

능천한의 일신이 식은땀으로 질퍽해졌다.

[물러가랏! 마계(魔界)의 망령들이여!]

문득 능천한이 벼락같이 일갈을 터뜨렸다.

그의 일갈에는 만사(萬邪) 만마(萬魔)를 깨쳐 부수는 대정지기(大正之氣)라 있었다.

다음 순간,

스스스-!

모든 환상과 환청이 거짓말같이 사그라 들었다.

그와 함께,

파--- 앗! 스스스스!

갑자기 석로를 뒤덮고 있던 칙칙한 어둠이 확 가셔 버렸다.

그러자 석로주변이 일시에 환해졌다.

[...!]

의아해하던 능천한의 안색이 갑자기 목석같이 굳어져 버렸다.

그는 경악에 찬 시선으로 전면을 바라보았다.

그의 앞쪽에 있는 것은 높직한 석문이었다.

시커먼 묵강옥(墨剛玉)으로 만들어진 것이데,

일견하여 낙서와 같은 큼직한 문양이 그 묵강벽에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갑골문자(甲骨文字)였다.

능천한은 갑골문자를 읽어 보았다.

 

<천마지벽(天魔之璧)>

 

[우웃!]

글을 읽던 능천한은 뇌전에 맞은 듯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마기(魔氣)!

지도한 마기가 그 네 글자에 모두 집약되어 있는 듯이 보이는...

그런 가공할 마기가 그 네 자의 글에 실려있는 것이다.

[으음...!]

그러나 능천한은 점차 평정을 되찾았다.

천극대정신맥을 지닌 능천한이다.

마(魔)가 강하던 강할 수록 강해질 수 있는 것이 능천한의 장점이다.

[천마지벽!]

능천한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천마가 잠든 곳이... 이 너머에 있으리라. 모든 마기가 이곳에서 흘러나오니...]

능천한은 묵직한 시선으로 천마지벽을 바라보았다.

스스스--- 스스!

우우--- 우우우--- 웅!

그와 함께 능천한의 일신에서 지극히 크고 정대한 기운이 무지개같이 피어올랐다.

바로 천극대정신맥에서 우러나오는 대정지기(大正之氣)가 그것이다.

[진정, 천마가 고금제일마종(古今第一魔宗)이었다면... 극정(極正)의 큰 기운에 자신의 문(門)을 열 큰 아량이 있으리라!]

능천한은 담담히 중얼거렸다.

그의 중얼거림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그--- 그그그긍!

우르--- 르르르르!

천마지벽에서 웅혼한 진동이 일어났다.

그와 함께,

츠츠--- 츠츠--- 츠!

스스--- 스스스--- 스!

침중한 광휘가 새어 나오며 천마지벽이 둘로 갈라지기 시작하였다.

[역시...!]

능천한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영웅지혼(英雄之魂)은 천세(千世)을 격하고도 이어지는가?

천마지벽이 갈라진 것이 우연이었는지 안배에 의한 것이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스--- 스스슥!

능천한은 환몽천후와 함께 천마지벽의 갈라진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가자 천마지벽은 소리없이 합쳐졌다.

 

[...!]

능천한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그곳은 아무런 특징도 없는 석실이었다.

다만 석실 전체가 시커먼 색으로 칠해져 있다는 것이 기이할 뿐이었다.

한데 석벽을 등진 석상(石床) 위에 일인(一人)이 좌정하고 있었다.

일신에 고풍스런 묵의(墨衣)를 걸친 중년인이었다.

(음... 기도가 엄청나다. 하늘을 보는 듯하다.)

능천한의 검미가 부르르 떨렸다.

능천한은 묵의중년인의 모습에서 하늘을 보았다.

천지를 가득 메우는 가공스런 기도(氣道)!

그것은 정사(正邪)를 따지기 그 이전의 기도였다.

만상(萬象)을 포용하고,

만천하(萬天下)를 뒤덮어 버릴만한 엄청난 무형기도(無形氣道)!

능천한은 숨이 탁 막힘을 느꼈다.

(이제껏... 이만한 기도를 보지 못하였다. 우주혈종이 몸속에 감춘 그 엄청난 기도도... 이 인물의 그것에는 비교되지 않는다.)

능천한은 자기도 모르게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만큼 묵의중년인은 능천한을 압도하는 기도를 지닌 것이다.

어찌 보면 평범하나 만세지존(萬世至尊)의 기품이 그에게 있었다.

[이분이 천마이시리라.]

능천한은 시선을 옮겼다.

그의 시선은 묵의중년인의 가슴에 이르러 멈추어졌다.

묵의중년인의 가슴,

그곳에는 한 자루 비수(匕首)가 손잡이만 남긴 채 박혀 있었다.

아수라의 형상이 조각되어 있는 비수의 손잡이에서는 칙칙한 마기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천마지존비(天魔至尊匕)! 설마 이 분은... 스스로 자결하셨단 말인가?]

능천한의 시선이 흔들렸다.

 

<천마지존비(天魔至尊匕)>

 

바로 그것이었다.

중년인의 가슴에 손잡이만 남기고 박혀 있는 비수가 바로 천마지존비였다.

사대마병(四大魔兵)의 으뜸으로 팔황천병(八荒天兵)의 전설에만 그 상좌를 양보한다는...

바로 그 천마지존비인 것이다.

능천한은 석상(石床) 밑의 바닥을 주시하였다.

그곳에는 글이 있었다.

모든 글이 갑골문자로 쓰여있으나 능천한은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야심으로 하여... 적수를 찾아 천하에 나섰도다. 그러나... 없었다. 적수는 고사하고 본인이 일초반식을 받는자도 없었다.

(中略)

이에 백여 년을 횡행하다가... 이곳에 천마총을 짓고 스스로 목숨을 끊도다.

천세(千世) 후에라도 본인의 적수가 천하에 나기를 기대하며...

천마가 적노라.>

 

[으음... 역시...]

능천한은 글에서 시선을 때고 천마를 올려다보았다.

 

<천마(天魔)>

 

천하가 고금제일마종(古今第一魔宗)이라고 부르는 천마,

그가 실상은 너무도 고독하고 불행하였음을 천하는 모른다.

그는 자신의 적수를 기다리며 일백수십년의 세월을 무림 위에 있었다.

그러나 끝내 천마의 적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천하에 오직 혼자만이 독존군림한다는 것.

범인(凡人)은 그것을 동경(憧憬)하지만

그 경지에 이른 절대자(絶代者)는 진정 고독해 진다.

자신과 뜻을 나눌 단 일인도 없다는 것은 너무도 불행한 일이기에...

능천한은 천마를 올려다보았다.

그 자신도 이미 절정(絶頂)에 접근해 있는 인물이다.

자연히 천마가 느꼈던 그 처절한 고독(孤獨)의 그림자를 그는 이해할 수 있었다.

[선배의 생전 심정을 압니다. 천하 위에 홀로 서셨던 그 처절한 고독을 이해합니다.]

능천한은 천마를 향하여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

[다른 시대에 나서 다른 길을 걷고 있으나... 후배가 가히 선배에게 찾으시던 적수가 되어 보겠습니다.]

능천한은 말을 하고 굳게 입을 다물었다.

[...]

침묵이 흘렀다.

능천한은 결연한 눈빛으로 천마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미련없이 몸을 돌렸다.

[다시 올 때는... 선배만큼 강해져서 올 것입니다.]

능천한은 중얼거리며 천마를 감아보았다.

 

---천마지존비(天魔至尊匕).

 

천하인이 눈에 불을 켜고 얻으려는 그 절대신병(絶代神兵)도 능천한을 유혹하지늠 못했다.

(천마지존비보다 백배 귀중한 것을얻었다. 그것은 정사(正邪)로 극한 대도(大道)가 있음을 본 것이다.)

염두를 굴리며 능천한은 굳혀진 천마지벽 앞으로 다가섰다.

그때였다.

[후후후...]

한소리 웃음소리가 천마지벽 저쪽에서 들려왔다.

(우... 우주혈종!)

능천한은 직감적으로 천마지벽 저편에 우주혈종이 와 있음을 깨달았다.

그 순간,

그그그릉---

천마지벽이 쩍 갈라졌다.

자자자자작---

츠츠츠츠---

그와 함께 천마지벽사이로 시뻘건 기류가 노도같이 번져 나왔다.

[우웃! 자령천존수(紫靈天尊手)!]

쿠쿠쿠쿵---

능천한도 벼락같이 우수를 쏟아내었다.

콰--- 콰쾅--- 꾸--- 꾸꿍!

우르르르---

천지개벽하는 듯한 엄청난 광음이 터져 나왔다.

꾸--- 꾸끙!

[흑...]

화르르--- 르르---

능천한은 가슴을 철퇴로 가격당한 충격을 느기고 쓰러질 듯이 비틀거렸다.

[허허... 욕심이 없군. 천마지존비에 손도 쓰지 않다니...]

스스스--- 스!

껄껄 웃음소리가 들리며 한 줄릭 백영이 천마의 시신 앞으로 다가갔다.

물론 우주혈종이었다.

[안 가지겠다면 본종이 가져주지.]

우주혈종은 서슴없이 천마의 가슴에 박힌 천마지존비를 쥐었다.

[안돼! 손을 떼랏!]

위--- 이이이잉!

능천한이 벼락같이 외치며 우주혈종에게 덮쳐갔다.

짜자--- 자자작---

츠파파파파---

능천한의 전신이 거대한 검형(劍形)이 되어 우주혈종을 무찔러갔다.

[호! 천형제왕검까지?]

스--- 윽!

우주혈종은 중얼거리며 천마지존비를 잡아 뽑았다.

다음 순간,

슈--- 파--- 아앙---

화르르--- 르르--

갑자기 마기(魔氣)가 석실을 가득 메웠다.

다섯 치가 채 안되는 천마지존비의 날(刃)이 나타난 것이다.

(우웃!)

허공에 뜬 능천한은 천마지존비의 마공에 접하자 전신이 터져 나가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그만큼 천마지존비의 마기는 대단한 것이었다.

스--- 스스슥---

츠--- 파파파---

능천한의 천형제왕검과 우주혈종이 휘두른 천마지존비의 비영(匕影)이 허공에서 작렬하였다.

사--- 가각---

일순 천형제왕검이 천마지존비에 두 동강 나버렸다.

위력을 따지기 그 이전에 공력상의 문제였다.

[과연 천마지존비!]

스스스슥---

능천한은 냉갈하며 지면으로 내려섰다.

능천한은 몸을 세우며 소매에 한 손을 집어넣었다.

(보통의 무공으로는 이자를 죽일 수 없다.)

능천한은 무겁게 눈을 빛내며 우주혈종을 노려보았다.

[고인의 유물에 함부로 손을 대다니... 용서할 수 없다.]

[그래서... 책벌을 할 것인가?]

우주혈종은 천마지존비를 만지작거리며 대꾸했다.

[천마 선배를 대신하여...]

위이--- 이이이잉---

갑자기 능천한의 몸에서 지극히 허허로운 기운이 구름같이 일어났다.

[...]

우주혈종도 흠칫하였다.

능천한의 기도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때문이다.

[만겁패천초극류(萬겁覇天超極流)!]

슈아아아앙--- 스스스!

능천한은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거창한 륜영(輪影)이 환상인 듯이 일어났다.

우주혈종의 안색이 일변하였다.

[패천제육절식(覇天第六絶式)이 있는가?]

위--- 이이이잉!

츠츠츠--- 츠츠!

그와 함께

콰아아앙!

우주혈종의 일신에서 폭풍인 듯 실로 엄청난 기류(氣流)가 일어나 내뻗쳤다.

그것은 천마지존비의 섬뜩한 마기에 곁들어 태산을 둘로 갈라 놓을 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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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十三 章

 

                      宇宙血宗 登場

 

 

 

--- 이이이잉!

우르르르--- 르릉!

막강한 암경을 휘몰며 핏빛 강기가 쏟아졌다.

[후후후...!]

폭풍같은 암경 속에서 백의노인의 웃음소리가 환상인 듯 들려왔다.

[...!]

철혈묵사는 혈강의 무더기가 쏟아져 오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속수무책이었다.

이미 심장이 박살이 난 철혈묵사다.

반격은 고사하고 그 몸으로 버티고 서 있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우르르르---!

해일이 몰아치듯이 거창한 강기의 무더기가 철혈묵사의 코앞으로 닥쳐 들었다.

절체절명(絶體絶命)!

(틀렸다!)

철혈묵사는 탄식을 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백의노인의 공세를 피하거니 막아볼 방도가 전혀 없는 것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우우---!]

돌연 사나운 일갈이 천마총을 무너뜨릴 듯이 울려퍼졌다.

--- 콰콰콰--- !

콰르르르르---!

그와 함께 측면으로부터 노도같은 묵강이 날아들었다.

그 묵강에는 족히 작은 산 하나를 깔아 부술 수 있는 가공할 압력이 담겨 있었다.

--- --- 콰쾅!

--- --- 쿠쿵!

묵강과 백의노인의 혈강이 충돌하며 굉렬한 폭음이 터졌다.

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엄청난 폭음이었다.

[--- !]

콰당탕!

폭발의 여파로 철혈묵사는 십여 장을 날아가 나뒹굴었다.

[...! 지독하군...!]

둔탁한 신음이 들렸다.

스스스스---!

휘르르르르---!

그와 함께 두 줄기 인영이 장내로 날아내렸다.

능천한과 환몽천후였다.

[환몽! 형님을 모시고 뒤로 물러서시오!]

능천한은 백의노인과 마주 서며 무겁게 말했다.

스스--- 스스슥!

환몽천후는 유령같이 움직여 철혈묵사를 안아들고 멀찍히 물러섰다.

[...!]

백의노인과 마주선 능천한은 안색이 더할 수 없이 침중하게 굳어졌다.

백의노인,

능천한이 수라천극존과 함께 있을 때 보았던 바로 그 백의노인이었던 것이다.

능천한의 봉목이 흔들렸다.

(폭풍대공이 혈종이었고 형님이 묵영독존이었음도 놀랍거늘... 구천독종의 당대종주인 형님이 저항도 못하고 당하는 강자가 있었다니...)

석실의 상황을 한눈에 알아본 능천한은 내심 긴장하였다.

백의노인의 강한 정도를 도무지 추측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때,

[... 능제... 안되네... 맞서지... 말고... 피하... !]

능천한의 등 뒤에서 환몽천후에게 안긴 철혈묵사가 고통을 억누르며 말했다.

[허허... 늦었다!]

철혈묵사의 말에 백의노인이 껄걸 웃었다.

그리고,

--- !

마치 푹죽이 터지는 듯 사악한 광채가 노인의 두 눈에서 쏟아지는 것을 능천한은 보았다.

[--- !]

능천한은 눈을 감싸며 신음을 토했다.

백의노인의 안광을 접하는 순간 두 눈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던 것이다.

[... 사안파령소!]

능천한은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그럼에도 능천한은 다만 잠시 시력을 잃었을 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그것은 능천한이 만사(魔邪)와 만마(萬魔)에 극성인 천극대정신맥을 지녔기 때문이다.

백의노인도 흠칫했다.

[그렇군. 네가 천극대정신맥을 지녔음을 잊었군!]

백의노인은 비틀거리는 능천한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스스--- !

[--- !]

능천한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무형무성의 지극히 강한 힘이 접근해 옴을 느낀 것이다.

[--- -- !]

스스스--- 스스스슷!

능천한의 입에서 우렁찬 폭갈이 터지고 그의 신형이 일시에 백팔 개로 늘어났다.

[구유백팔유령흔(九幽百八幽靈痕)!]

우르르르--- 르르---!

폭풍이 능천한의 환영(幻影)들을 일그러뜨렸다.

[거령폭류참! 겁멸파황륜!]

--- --- --- !

콰르르... -- 이이이잉!

허공에 둥실 뜬 능천한의 몸에서 화산이 터지듯,

거창한 공세가 쏟아져 백의노인을 뒤덮어 씌웠다.

천극에서 강기의 노도가 쏟아지고,

패천신륜이 천지를 양단할 기세로 내뻗쳤다.

[허허! 천극과 패천신륜이라...!]

우르르르르---!

--- 이이이잉!

쏟아져 들어오는 능천한의 공세를 바라보며 백의노인은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렇지도 않개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콰드드!

아연하게도 능천한의 막강한 공세가 어이없이 허물어져 내린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 우우--- 우웅

무형무성의 거창한 능천한의 가슴으로 벼락같이 밀려왔다.

[이럴 수가...!]

--- 이이이잉!

능천한은 아연실색하면서 몸을 휘둘렀다.

 

---구유백팔유령흔(九幽百八幽靈痕)!

---유령잠천행(幽靈潛天行),

---환향허무류(幻香虛無流),

 

폭발하듯이 절정의 경공신법이 그의 일신에서 펼쳐나왔다.

그러나,

파파파--- 파팟!

[--- !]

능천한은 바위가 떨어지듯이 묵직하게 바닥에 내려섰다.

그의 가슴이 시뻘건 선혈로 물들어 있었다.

절정의 경공으로 백의노인의 공세를 피하지 못한 것이고,

금강불괴지신인 그이건만 여지없이 상처를 입고 만 것이다.

[...!]

천극을 집고 몸을 세우며 능천한은 신음하였다.

(역시... 강하다. 호신강기고 금강불괴신이고 여지없이 허물어지다니...!)

침중하게 안색을 굳히는 능천한을 향해 백의노인은 미소를 띄우면서 다가섰다.

일견해서는 극히 맑고 청수한 웃음이다.

그러나 능처한은 백의노인의 미소에 섬뜩함을 느꼈다.

소리장도(笑裏藏刀)라는 엣말이 떠오른다.

[패천지존이라 불리어 부족함이 없군. 본종의 이초를 감당해내다니...]

--- 스스스슥!

백의노인이 온화게 중얼거리며 능천한을 향해 다가왔다.

그때였다.

[... 능제... 그자... 우주혈종! 상대할... 수 없... ...!]

철혈묵사의 끊어질 듯한 목소리,

그것이 천둥소리같이 능천한의 귓전을 두드렸다.

[우주혈종!]

능천한은 비명에 가까운 신음 성을 흘렸다.

얼머나 놀랏는지 그는 하마터면 들고 있던 천극을 떨어뜨릴뻔 하였다.

그는 경악의 눈빛으로 백의노인을 바라보았다.

[귀하가... 우주혈종?]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 우웅!

--- 르르르릉!

[--- !]

능천한은 입에서 피를 토하며 오 장을 붕 날아갔다.

무형무성(無形無聲)!

천년공력을 지닌 능천한이 전혀 알아 차리지 못하고 그대로 가격당한 것이다.

[... 능제...!]

그 모습에 철혈묵사가 신음을 터뜨렸다.

화르르르--- !

[으음...!]

허공으로 튕겨졌던 능천한은 힘겹게 몸을 틀어 지면으로 내려섰다.

! --- !

지면으로 내려선 능천한은 뒤로 서너 걸음 물러선 후에야 몸을 세웠다.

그의 가슴부위가 늑골이 허옇게 드러날 정도로 갈라져 있었다.

(무섭다, 어심즉살(御心卽殺)의 경지에 이른 자다!)

능천한은 숨을 들이쉬며 고통을 눌렀다.

[뼈대가 강하구나. 그렇다. 노부가 우주혈종이라 불리던 사람이다!]

백의노인이 약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묵영독존이 치명적인 지경으로 빠질 정도의 강렬한 공세를 두 번이나 받고도 능천한은 서 있기 때문이다.

[으음...!]

능천한의 신색도 더할 수 없이 무겁게 변했다.

 

<우주혈종(宇宙血宗).>

 

이 얼마나 섬뜩한 이름이던가?

이백 여년 전!

한 자루 혈황탈로 천하를 혈세(血洗)하였던 저주의 혈마(血魔)가 아닌가?

한데 그가 살아있는 것이다.

이백여 년의 세월을 날아넘어 그가 살아있는 것이다.

믿기조차 싫은 너무도 끔찍한 사실이었다.

[그랬었는가? 귀하가 우주혈종이었던가?]

능천한은 신음하듯이 중얼거렸다.

그와 함께,

(분하지만 우선 이 자리를 피해야 한다. 진정 우주혈종이라면... 아버님과 힘을 합쳐야 한다!)

능천한의 봉목이 형형하게 빛났다.

-- 스스스슥!

휘르르르르--- 르르!

능천한의 신형이 일시에 석실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청허현도존께서 하셨듯이...)

--- 쿠쿠--- 쿠쿵!

콰르르르--- 르르릉!

천지를 허물어 뜨릴 듯이 거창한 강기가 일어났다.

[자령천단공강! 패천존후신강!]

--- 이이이잉!

--- 파파--- !

폭풍같은 강기가 해일같이 백의노인 우주혈종에게로 쏟아져 들어갔다.

[허허! 어린아이가 제법이군!]

--- 이이잉!

우주혈종의 손이 호선을 그리며떨쳐졌다.

--- --- !

--- --- 꾸꿍!

엄청난 폭발이 일어 석실을 뒤흔들었다.

그 순간,

[무너져랏! 폭천혈강륜!]

--- 이이이--- !

--- 자자--- 자자작!

뇌정이 터지듯,

태산같은 륜영(輪影)이 석실의 천정으로 쏘아갔다.

[!]

그제야 우주혈종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손을 쓰려고 하였다.

그러나 한 걸음 늦었다.

--- --- 쿠쿠쿵!

우르르--- 르릉! --- !

지축이 뒤흔들리며 석실의 천정이 폭삭 가라앉았다.

[교활한...]

천정이 무너져 내리는 굉음 속에서 우주혈종의 노성이 터졌다.

--- --- 콰쾅!

우르르--- 르를!

굉음 속에서 석실은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

 

어두운 석로(石路),

[... ... 미안하네... 정체를 속여서...]

철혈묵사가 고통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지금 능천한에게 안겨 있었다.

(회생불능(回生不能)이다... 지금까지 버티신 것은 ... 독성지경(毒聖之境)에 이른 독종지기(毒宗之氣) 덕분이다.)

능천한의 눈빛이 안타깝게 변했다.

철혈묵사의 상세가 도저히 손을 써볼 수 없는 지경이기 때문이다.

[... 네를... 친동생같,... 이 좋아... 했는데...]

[형님...]

철혈묵사를 안고 있는 능천한의 손이 떨렸다.

[우연히... 무저갱(無低坑)... 발견하고... 구천묵독제의... 진전을 얻었네. 구천독종을... 이은 직후... 나는 아주 거대한 세력이 암중에서... 천하를 지배하려고... 하고 있음을... 알았네. 그래서 나는... 스스로 그 세력에 뛰어... 들었... 던 것이고...]

[...!]

능천한의 두 눈이 축축히 물기고 젖어들었다.

영웅(英雄)!

천하에 나와서 최초로 만났던 일대영웅(一大英雄)이던 검은 사자(黑獅)!

그 사자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마음을 주었던 영웅!

장부임을 서로가 알았기에 짧은 만남으로 천인만큼이나 가깝게 느꼈던 철혈묵사다.

그의 최후를 지켜보는 능천한의 마음은 비통함으로 이지러졌다.

[혈종... 폭풍대공 따위... 가 그 거대한 암류의 종주라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느나... 설마... 우주혈종이... 살아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

철혈묵사가 말을 이었다.

그의 얼굴에 점차 한 가닥의 혈색이 돌아왔다.

그것은 마지막 심력(心力)이 타오르는 희광반조의 현상이었다.

[힘을 모으게... 태양신존... 태상존황,... 그들과 힘을 합해야 우주혈종을 막을 수 있네!]

[알겠습니다. 형님.]

능천한은 철혈묵사의 손을 꼭 쥐었다.

!

한 방울 뜨거운 눈물이 꼭쥔 두 장부의 손등으로 떨어졌다.

철혈묵사는 말을 이어갔다.

[구천독종의... 주력은... 아직 건재하네. 그것을... 능제에게 맡기네.]

[구천독종을...]

철혈묵사는 한 가닥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나는... 만일을 대비하여 힘을... 기르고 있었네. 독종철... 혈대(毒宗鐵血隊)라는...]

[독종철혈대!]

능천한이 중얼거리다가 철혈묵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백명... 정도이나 개개인이... 우형에 육박하는 강골들이지!]

[...]

능천한은 신음했다.

일백 명(一百名)

철혈묵사에 육박하는 일백의 독종(毒宗)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가히 천하를 뒤덮을 정도의 엄청난 힘이 아닌가?

[후훗... 우주혈종... 그자는... 모르고... 있지. 구천독종의 진... 정한 잠력을...]

철혈묵사는 득의의 미소를 흘렸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가득하였다.

[우형의 가슴 속에... 구천묵황경(九天墨荒經)... 철사령(鐵獅靈)이 있네... 그것들을 만독묵린편과 함께... 자네에게 주겠네!]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형님!]

[받아... 주니... 고맙네... 철사령은 독종철혈대를... 능제의 수족으로... 만들어 줄 것이네...]

말을 하는 철혈묵사의 두 눈이 자꾸만 감기려고 하였다.

죽음이 가까이 있는 것이다.

[그아... 이들... 모두... 강골한들이나... 좋은... 아이들... 이네. ... 대해주게.]

[걱정마십시오. 형님.]

능천한은 철혈묵사의 소을 꼭 쥐어 주었다.

철혈묵사의 안면에 미소가 떠올랐다.

[자네들... 믿네. 자네와... 취하도록 술을 마시고... 싶었는데.]

스르르르륵!

철혈묵사의 머리가 힘없이 옆으로 꺾어졌다.

모든 것을 능천한에게 일임하는 순간,

그의 영혼을 육체에 묶어두고 있던 끈이 끊어지고 만 것이다.

[형님!]

능천한이 다급히 철혈묵사의 몸을 흔들었다.

그러나 철혈묵사의 영혼은 이미 그의 몸에서 떠난 후였다.

주르르!

한 가닥 뜨거운 물줄기가 능천한의 볼을 흘러 내렸다.

[...!]

능천한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철혈묵사의 시신을 조심스레 바닥에 뉘었다.

그리고 능천한은 철혈묵사의 시신을 향해 이배를 올렸다.

그런 후에 그는 한 무릎을 꿇은 채 철혈묵사의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처참한 형색이었으나...

철혈묵사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서려 있었다.

능천한을 믿는 안도감 때문일까?

[지켜보아 주십시오. 우주혈종이... 이미 극마지경(極魔之境)에 이르렀으나 소제의 손으로 반드시 제거하겠습니다.]

능천한은 철혈묵사의 시신을 내려다보며 다짐하였다.

잠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던 능천한은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선... 이곳에 형님을 모셨다가 천하가 평온해지고 나서 밖으로 모셔야겠다.]

능천한은 한쪽의 석벽으로 다가갔다.

우르르르르---

--- 파파--- !

그의 손에서 벼락같은 강기가 일어 석벽에 깊은 구덩이가 생겼다.

능천한은 철혈묵사의 시신을 들어 그 구덩이에 조심스럽게 안치했다.

그런 후에 그는 바위로 그 입구를 잘 막았다.

[우주혈종을 베는 날... 형님을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능천한은 쉽사리 석벽에서 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철혈묵사(鐵血墨師) 정천학(鄭天壑).

 

쉽사리 잊혀지지 않을 호웅(豪雄)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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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十二 章

 

           鐵血墨獅, 쓰러지다.

 

 

넓은 석실,

[크크크... 폭풍팔존(暴風八尊)을 아느냐?]

[흐흐... 구천독종(九天毒宗) 따위가 감히 혈종에 대항하려 하다니!]

콰르르르릉!

쿠--- 쿠--- 쿠쿵!

팔인(八人),

폭풍(暴風)의 기세로 휘돌아가는 팔인이 있다.

그들 광인이 하나의 진세를 형성하여 일단의 인물들을 몰아치고 있었다.

그들은 폭풍보(暴風堡)의 최고고수들인 폭풍팔존)이었다.

우르르르르--- 르!

콰르르르르--- 르르!

[크--- 아악!]

[아--- 아악!]

폭풍팔존이 진세를 휘돌림에 따라 진중에 갇혀 있던 인물들이 퍽퍽 쓰러졌다.

 

---폭풍사멸대진(暴風死滅大陣).

 

한 번도 파괴된 적이 없다는 폭풍사멸대진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었다.

[크으... 독존(毒尊)께서... 원한을 갚아주실 것이다!]

[크--- 아악!]

[아--- 아악!]

연신 진중의 인물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진중에 갇힌 자들은 하나같이 절정에 이른 독문(毒門)의 고수들이다.

그럼에도 폭풍사멸대진에 잘못 걸려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크크... 꿈꾸지 마라! 묵영독존(墨影毒尊)도 지금쯤 혈종과 혈령십위(血靈十衛)의 합공 아래 지옥문을 넘고 있을 것이다!]

[크크크... 혈종의 천하가 도래할 것이다!]

콰콰--- 콰-- 콰쾅!

쿠르르르--- 르르르릉!

[아--- 악!]

[크으...]

또다시 세 명의 독문고수들이 가슴이 으스러져 나뒹굴었다.

그때였다.

스스스--- 스스슥!

화르르르르!

네 줄기 인영이 장내로 떨어져 내렸다.

[으하하! 혈종천하(血宗天下)? 웃기지 마라!]

[호호호호! 천하는 오직 구천(九天)의 것일 뿐이다!]

노인의 음소와 여인의 교갈이 장중을 뒤덮었다.

스스스--- 스스스슥!

화르르--- 르르르!

그와 함께 시커먼 독무가 장내를 뒤덮었다.

[크으... 묵린독장(墨鱗毒瘴)!]

[크윽... 벽안독마들을 잊다니...」

기세좋게 날뛰던 폭풍독존이 휘청하였다.

 

---묵린독장(墨鱗毒瘴)!

 

그것은 남만의 깊은 오지에서 나뭇잎들이 부패하여 생기는 지독한 독장(毒瘴)이다.

다만 독공을 익힌 자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좋은 영약이 된다.

[으하하! 네놈들이 독종의 형제들을 쓰러뜨렸느냐?]

[크크... 죽어랏!]

전세는 단번에 역전되고 말았다.

묵린독장을 독문인 고수들이 길길이 나뛰며 폭풍팔존을 덮쳐갔다.

펑! 퍼--- 펑!

[크--- 아악!]

[케--- 에에엑!]

폭풍팔존 중의 두 명이 가슴이 박살이 나서 쓰러졌다.

쓰러진 그자들의 몸은 삽시에 독수로 녹아들었다.

[흐흐흐...]

나중에 나타난 사인은 폭풍팔존이 쓰러지는 것을 보며 득의의 미소를 흘렸다.

그들은 벽안독마, 천독노군(天毒老君), 독절신모(毒絶神母), 살독서시(煞毒西施)등이었다.

[크--- 아악!]

[케--- 에에엑!]

[아--- 아악!]

폭풍팔존이 차례차례 짚단이 넘어지듯 쓰러졌다.

[흐흐... 혈종의 득세도 한때다. 구천독종은 천 년의 세월을 독종천하를 꿈꾸어 왔다. 이것은 혈종 따위가 따르지 못할 저력이다.]

벽안독마는 쓰러져 독주로 화하는 폭풍팔존을 내려다보며 득의하여 말했다.

그때였다.

[허허! 과연 그럴까?]

돌연 한소리 창노한 음성이 벽안독마의 귀를 흔들었다.

[헉!]

[으음...]

벽안독마 등은 질겁하며 홱 돌아섰다.

그 직후 벽안독마 등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언제부터였을까?

한 명의 백의노인 뒷짐을 짚고 장내에 나타나 있었다.

노인은 매우 초탈하고 청수하였다.

언뜻 보면 마음씨좋은 글방의 노문사같이 보인다.

그러나 벽안독마에게서는 사지가 덜덜 떨림을 느꼈다.

백의노인에게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념(邪念)이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전신의 소름을 돋게 만드는 것이고,

정공(正功)을 익힌 사람보다 사공(邪功)을 익힌 자가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성질의 것이었다.

[누... 누구냣?]

벽안독마가 용기를 내어 외쳤다.

[후훗! 너희들같은 졸개들은 본종을 알 자격도 없다!]

[무... 무엇이? 이익!]

화르르르! 쐐--- 애액!

독문의 고수들이 대노하여 백의노인을 덮쳐갔다.

[어린아이들 장난!]

그러나 백의노인은 날아드는 독문의 고수들을 향해 싱긋 웃었다.

그러자 기상천외할 일이 벌어졌다.

[으--- 웩!]

[아--- 악!]

백의노인에게 달려들던 독몬의 고수들은 무형의 벽에 부딪힌 듯이 피를 토하며 튕겨져 나갔다.

[으으... 사안파령소(死眼破靈笑)! 그저 전설로만 내려오는 초절 마공인데...]

벽안독마의 안색이 회색으로 변했다.

 

---사안파령소(死眼破靈笑)!

 

마도(魔道)에 전설적으로 내려오는 ㅍ초절기를 일컬음이다.

다만 눈빛과 미소로 인명을 살상할 수 있다는 가공스런 위력의...

[후후... 너희들도 누워랏!]

백의노인은 벽안독마 등을 향하여 괴괴한 시선을 보았다.

다음 순간 네명은 자신들의 심장이 박살남을 느꼈다.

쿵--- 쿠쿵!

네 명은 신음도 못지르고 나귕굴었다.

실로 가공스러운 마공이 아닐 수 없었다.

백의노인은 벽안독마를 바라보았다.

[네 생명을 일다경 연장시켜줌은... 또 한 마리의 대어(大魚)를 그물로 몰아넣기 위해서다. 후후후...]

스스--- 슥! 파--- 앗!

그리고,

백의노인은 유령같은 신법으로 장내에서 사라졌다.

너무도 가공스런 인물...

백의노인은 과연 어떤 인물인가?

 

일다경쯤 후...

[혈향(血香)과 독향(毒香)이 나는군!]

한소리 침중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어,

스--- 스스슥!

장내로 일남일녀가 나타났다.

바로 능천한과 환몽천후였다.

[지독하군... 동귀어진했는가?]

능천한은 혀를 차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문득,

[으...]

능천한은 누군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벽안독마!]

부상자에게로 다가간 능천한은 다급히 벽안독마에게 공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으으... 패... 패천지... 존!]

벽안독마는 힘겹게 눈을 떴다.

그의 심장은 이미 박살난 상태고 다만 한 가닥 연약한 심근이 남아있을 뿐이다.

[어찌된 일이오? 누가 그대들을...]

능천한이 묻자 벽안독마는 공포에 차서 중얼거렸다.

[사... 사안파령소... 피... 피하시오. 그자는... 우... 우주(宇宙)...]

툭!

벽안독마는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사안파령소? 이론만으로 전해오는 초절마공이 아닌가? 이들이 정녕 사안파령소에 당했는가?]

능천한은 경이에 찬 시선으로 독문의 고수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벽안독마는 마지막에 무슨 말을 하려고 한 것일까? 우주(宇宙)라니...?]

능천한은 검미를 모으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때였다.

콰--- 콰--- 콰쾅!

쿠--- 쿠쿠쿠--- 쿵!

몇마장 밖에서 폭죽이 터지는 듯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누군가?]

능천한은 강렬한 호기심이 일어남을 느꼈다.

[굉음으로 보아 보통의 고수들 싸움이 아니다. 가보자!]

스스스스--- 슥!

휘르르르---

그 뒤를 환몽천후가 어김없이 따라갔다.

 

***

 

[으음... 혈령십위(血靈十衛)가 십초를 버티지 못하다니...]

칙칙한 혈광 속에서 무거운 신음이 흘렀다.

안개같이 흐르는 혈기(血氣),

그 안에 서 있는 자는 바로 혈종이었다.

혈종 앞.

십 명의 혈포인들이 죽어 넘어져 있었다.

하나같이 괴악한 인물들로서 그자들의 시체는 극독에 당한 듯이 녹아들고 있었다.

[후훗! 혈종. 너는 본존의 진정한 무서움을 알지 못하고 있다.]

혈종과 마주하고 시커먼 구름에 싸인 인물이 있다.

묵영독존이었다.

[후후후! 이제 구천독종의 진실된 무서움을 싫도록 맛보게 해주마.]

츠츠츠츠!

묵영독존을 가린 묵운(墨雲)이 더욱 짙어졌다.

그와 함께,

스--- 스스!

묵기 속에서 섬뜩한 묵광을 쏟아내는 것이 있었다.

만독묵린편(萬毒墨鱗鞭)이었다.

[으음...]

혈종은 혈광 속에서 무섭게 신음하였다.

그는 칙칙한 어조로 대답했다.

[날뛰지 마라! 만독묵린편이 혈황탈(血荒奪)을 능가한다고는 믿을 수 없다!]

위--- 이이이잉!

츠파파--- 파파팟!

혈광 속에서 시뻘건 탈영(奪影)이 자라나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혈황탈의 그림자였다.

 

만독묵린편(萬毒墨鱗鞭).

혈황탈(血荒奪).

 

천하사대마병(天下四大魔兵)에 드는 초절한 위력의 병기들이다.

천세(千世)에 두고 없었던 마병(魔兵) 간의 일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드드드득!

스스스스스!

두 마병이 내뿜는 끔찍한 마기에 석실의 여기저기가 가루로 부서져 버렸다.

위--- 이이이잉!

츠츠츠츠츠츠---

압력이 더욱 가중되어 마침내 터지지 않고는 못 베길 지경이었다.

혈종이 먼저 움직엿다.

[우--- 야--- 압! 혈탈개세천(血奪蓋世天)!]

쿠--- 콰콰--- 콰쾅!

콰--- 우--- 우우웅!

혈황탈이 천지를 뒤덮는 끔찍한 위세로 묵영독존을 쓸어갔다.

[후후! 왔느냐?]

츠츠츠츠츠!

사--- 사--- 사삭!

묵운 속에서 묵영독존의 웃음소리가 들렷다.

천가닥 만가닥의 묵광(墨光)이 폭출되어 혈황탈의 탈영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우우...]

[으하하하!]

콰--- 르르르릉!

콰--- 콰콰콰--- 쾅!

위--- 이이이잉!

경천동지(驚天」動地)!

천붕지열(天崩之裂)!

인간 사이의 싸움이 아닌 듯이 여겨지는 거창한 일전이었다.

혈황강기(血荒罡氣)가 백 장을 뒤덮고,

그 혈황강기를 만독묵린편의 묵독강기가 갈가리 찢으며 들어갔다.

석벽이 쩍쩍 갈라져 무너지고,

집채만한 석괴가 만독묵린편에 스치자 얼음녹듯이 녹아내렸다.

[크크큿! 죽어랏!]

우르르르--- 르르르!

쿠쿠쿠--- 쿠쿵!

[차--- 핫! 오랏!]

위--- 이이잉!

콰--- 우웅!

콰르르릉!

석실이 무너질 듯이 뒤흔들렸다.

어느 한순간,

스--- 스스슥!

만독묵린편의 편영이 사그러 들었다.

(기회다!)

무방비 상태의 묵영독존을 바라보며 혈종은 쾌재를 불렀다.

[혈폭자천류(血瀑刺天流)!]

푸--- 하--- 악!

콰--- 자자자작!

혈종은 전력을 다해 혈황탈을 묵영독존의 가슴으로 내던졌다.

혈황탈이 태산이라도 가를 가공스런 위력으로 묵영독존을 무찔러 왔다.

그 순간이었다.

[우하하! 혈종! 너는 졌다.]

쉬--- 아아아앙!

묵영독존의 웃음소리가 석실을 뒤흔들고 축 늘어졌던 만독묵린편이 영사같이 휘둘러졌다.

파--- 카카카캉!

콰--- 자자자작!

만독묵린편을 여지없이 혈황탈을 휘감아 내던졌다.

카--- 카캉!

혈황탈을 맥없이 허공으로 던져서 석벽에 깊숙이 박혀 버렸다.

[으...]

혈황탈을 빼앗긴 햘종이 사색이 되어 비틀거렸다.

사대마병을 든 자와 안든 자...

그것은 애초에 싸움이 안된다.

[구천묵독살황류(九千墨毒薩荒流)!]

파츠츠츠츠--- 츠츳!

위--- 이이잉!

만독묵린편에서 시커먼 묵독강류(墨毒罡流)가 쏟아져 혈종을 후려쳤다.

[아... 안돼! 아--- 악!]

콰르르르르!

혈종이 엉겁결에 손을 들어 막았으니 손이 온전할 리가 없다.

혈종의 두 팔이 짓뭉그러지고 그의 가슴이 쩍 갈라져 팽개쳐졌다.

콰--- 당!

혈종을 가린 혈광이 사라지며 혈종은 모질게 넘어졌다.

그러자 나타난 얼굴.

혈종...

그는 바로 폭풍대공(暴風大公)이 아닌가?

스--- 스스---

묵영독존은 흐르듯이 폭풍대공에게로 날아들었다.

[후훗! 폭풍대공... 그대가 혈종의 화산임은 진작부터 알았다.]

묵운 속에서 묵영독존이 말했다.

스스스---

폭풍대공은 상처부위에서부터 몸이 독수로 녹아들고 있었다.

만독묵린편에 상처를 입으면 금강불괴라도 한줌 독수로 녹고 만다고 했다.

그 실례가 폭풍대공의 몸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흐흐... 묵영독존... 나를 죽였다고... 득의해 하지 말아라. 나는 진정한 혈종이 아니니...]

뜻밖에도 폭풍대공은 묵영독존을 비웃으며 중얼거렸다.

[네가 진정한 혈종이 아니라고...?]

묵영독존은 흠칫하였다.

[크크... 그렇다. 진... 정한... 혈종께서도... 지금... 이곳... 천마총 안에 계신다.]

[으음...]

묵영독존이 묵운이 흔들렸다.

(역시... 너무 쉽게 혈종을 제거할 수 있다고 했더니...)

[흐흐... 이제는... 네... 정체를... 알만... 하다... 네 녀석은... 바로... 철혈(鐵血)... 그러나... 조심... 해라... 후후... 혈종께서... 네 뒤에... 있을... 지도...]

혈종의 음성이 잦아들었다.

헌데 그 직후였다.

묵영독존은 갑자기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폭풍대공 말대로 누군가 뒤로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휙!

묵영독존은 고개를 홱 돌렸다.

[헉!]

묵영독존이 갑자기 휘청하며 물러섰다.

있었다!

정말로 한 명의 인물이 그의 뒤에 서 있었다.

백의를 걸친 청수란 인상의 인물인데 입가로 기묘한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에는 혈황탈을 들고 매만지고 있었다.

[귀하는 누구요?]

묵영독존은 서늘해지는 가슴을 억누르며 백의노인에게 일갈을 터뜨렸다.

[허허, 노부는 저 아이가 말하던 바로 그 사람이네!]

노인은 댜수롭지 않게 말했다.

[당신이... 진정한 혈종?]

묵영독존은 자기도 모르게 전율하고 말았다.

가장 평범하다는 것, 그것은 곧 가장 비범함을 뜻하는 것이다.

백의노인에게는 전혀 비범함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청수하다는 것 외에는...

묵영독존은 그것이 꺼림직한 것이다.

[허허! 미안하네만 혈종을 위해 구천독종은 멸절되어 주어야 하겠네.]

백의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으음...]

묵영독존은 부르르 떨었다.

[그대가 누구이든... 만독묵린편에 견뎌낼 수 있다고는 믿지 못하겠다!]

위--- 이이잉!

묵영독존은 폭갈을 내지르며 만독묵린편으로 백의노인을 휩쓸어갔다.

[허허허... 제법이군!]

백의노인은 껄껄 웃으며 날아드는 만독묵린편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 익!]

위--- 이이잉!

백의노인이 무시하자 묵영독존은 전력을 다해 백의노인을 후려쳤다.

파--- 파--- 파팟!

만독묵린편은 정확히 백의노인을 후려쳤다.

그러나 백의노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헉!]

묵영독존은 막강한 반탄지기가 만독묵린편을 타고 다신의 심맥을 질타함을 느꼈다.

[크--- 윽!]

묵영독존은 가슴이 빠대지는 듯한 충격에 신음을 토하며 밀려났다.

[극... 극마존체(極魔尊體)... 당신... 우주(宇宙)... 으... 악!]

말을 하던 묵영독존은 한 손으로 눈을 감싸쥐고 나뒹굴었다.

그가 백의농니의 정체를 알아낸 순간 백의노인의 안광이 그의 심장을 박살낸 것이다.

[사... 사안파령소... 당신이 바로,...]

슈--- 아--- 아앙!

쓰러져 나뒹구는 묵영독존의 가슴으로 혈황탈이 날아들었다.

[으...]

묵영독존은 전력을 다해 만독묵린편을 쳐들어 막았다.

그러나.

파--- 가강--- 푸학!

[크--- 앙!]

혈황탈은 여지없이 묵영독존의 가슴을 쩍 빠개 놓았다.

[으...]

범인이라면 몇번 죽었을 중상이었다.

그런데도 묵영독존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런 묵영독존을 보고 어지간히 백의노인도 혀를 내둘렀다.

[심장이 산산조각 나고도 살다니... 어린 녀석이... 독성지경(毒聖之境)에 이르렀구나!]

위--- 이이이잉!

백의노인은 다시 장을 들었다.

그의 우수에서 시뻘건 혈강구(血罡求)가 형성되었다.

(으... 쓰러져선 안되는데... 저 노마(老魔)가... 살아있음을 알려야 하는데...)

묵영독존은 자꾸만 기우는 몸을 바로하며 휘청거렸다.

그와 함께... 묵영독존을 가렸던 묵운(墨雲)이 걷혔다.

그러자 나타난 얼굴.

중후한 인상에 사자(獅子)의 기개가 서린 얼굴이었다.

 

---철혈묵사(鐵血墨師) 정천학!

 

바로 그가... 묵영독존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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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十一 章

 

                  天戟 對 太陽天火神槍

 

 

 

[... ... 패천지존!]

혈영군은 삼지(三枝)를 벌벌 떨었다.

들어 온 사람은 능천한과 환몽천후였던 것이다.

혈영군은 공포에 떨며 비틀 비틀 물러났다.

[아아... 어서... 나 좀... 어떻게... 으으...!]

그사이에도 환밀후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욕정에 몸부림쳤다.

[...!]

혈영군과 음욕에 허우적거리는 환밀후를 번갈아 본 능천한은 이내 모든 상황을 알아 차렸다.

[혈영군! 스스로 무덤을 팠군1]

--- 이이이잉!

말을 하던 능천한의 가슴으로 검()의 형태를 한 강기가 피어올랐다.

[... 천형제왕검...!]

혈영군의 안색이 사색으로 변했다.

--- 이익!

직후 혈영군은 이를 악물고 뒤쪽의 석벽으로 부딪혀 갔다.

[달아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 !

그자가 날림과 동시에 능천한의 천형제왕검이 일섬낙뢰를 그었다.

--- !

[--- 에에엑!]

혈영군은 가슴이 뻥 뚫려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 !

즉사한 혈영군의 몸이 석벽에 강하게 부딪혔고,

우르르--- 르르르---!

그의 시신이 부딪힌 석벽이 쩍 갈라지며 시커먼 함정이 드러났다.

혈영군의 시신은 그대로 넘어져 그 함정 속으로 떨어져 버렸다.

혈영군-!

혈종오패 중 가장 교활하고 사악하던 자의 최후였다.

그리고 혈영군을 죽임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아아... 아흐흑... 나 죽어요... 제발... 나를 어떻게...!]

환밀후가 몸부림을 쳤다.

욕정이 해일같이 일어 그녀의 전신이 불덩이같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녀가 바닥을 헤집을 때마다 투실투실하게 기름진 유방이 요란하게 출렁거렸다.

능천한은 난색을 지었다.

[지독한 음약에 당했다. 음양교합으로 원하는 행위를 해주지 않으면 심맥이 터져 버리리라!]

능천한은 곤혹스러워졌다.

환밀후와는 단 한번 대변했었고 지금은 서로 칼을 맞댈 적수의 사이다.

그러나 지금 환밀후가 원하는 바를 들어주지 않으면 환밀후는 심맥이 터지고 순음지기가 말라붙어 절명할 상태다.

빨리 결정을 내려야했다.

[으음...!]

능천한은 곤혹스런 표정으로 환밀후르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발갛게 달아오느 옥용이 웬일인지 사란공주와 겹쳐져 보였다.

이내 능천한은 지그시 입술을 물었다.

[별도리 없다. 우선 목숨을 구하고 볼 일이니...]

능천한은 환몽천후를 돌아보았다.

[환몽! 호법을 부탁하오!]

그의 말에 환몽천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환몽천후가 천극을 안고 돌아서는 것을 보며 능천한은 환밀후에게로 다가갔다.

그녀의 풍염한 상체는 이미 벗겨진 상태였다.

[아아아...!]

환밀후가 몸부림칠 때마다 그 우람한 유방이 마구 출렁였다.

그녀의 유방을 바라보건 능천한의 몸이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사각--- 사르르---!

능천한은 환밀후의 하의에 손을 가져갔다.

요대를 푸르고, 그녀의 치마와 속옷이 한꺼번에 벗겨 내려졌다.

불룩한 아랫배와 펑퍼짐하게 벌어진 둔부와 능천한을 달아오르게 하였다.

[으음...!]

능천한은 절로 신음을 토했다.

두둑히 솟은 환밀후의 중지가 드러난 때문이다.

사르르르...!

능천한은 환밀후의 하의를 무릎 아래로 벗겨 내렸다.

그리고 환밀후가 받아드릴 자세를 취한 사이로 들어갔다.

[아아... 어서... 흐윽... 아아...!]

능천한의 육중한 체중을 느끼자 환밀후는 영사같이 능천한을 휘감아왔다.

너무도 후끈하고 기름진 동체였다.

[...!]

능천한도 이성을 잃고 말았다.

그는 과격하고 거침없는 기세로 환밀후를 점령했다.

[--- 흐윽!]

최초의 자극한 고통이 환미루를 전율케 하였다.

그녀는 두 눈을 하얗게 치뜨며 능천한의 등을 마구 헤집었다.

[허억... ...!]

능천한의 환밀후라는 기름지고 튼튼한 배를 젓기 시작하였다.

[아아흑... 아아아... 으음... 흑흑... 아아...!]

능천한에게 학대를 당하며 환밀후는 몸부림을 쳣다.

그러나 더 강하게 부서질 때마다 환밀후의 입에서는 비명대신 교성이 흘렀다.

아프면 아플 수록 더욱 진한 환희의 파랑이 엄숩하는 것이다.

[헉헉... 으음...!]

능천한은 맹렬히 환밀후를 휘달구어 정검으로 밀어붙여 올라갔다.

[흑흑... 싫어... 아아아... 으음...!]

환밀후는 몸부림치고 반항하면서도 능천한에게 떠밀려 정점으로 치달려 올라갔다.

... ...!

그녀가 한걸음 한걸음 절정으로 다가설 때마다 너무도 선연한 혈화(血花)가 수 놓아졌다.

[...!]

뒤엉켜 돌아가는 두 남녀를 무감정한 한 쌍의 봉목이 지켜보고 있었다.

천극을 소중하게 품에 안은 환몽천후였다.

그녀는 어떤 감흥도 서려있지를 않은 시선으로 능천한과 그의 몸아래에 있는 환밀후를 바라보았다.

영혼이 없는 여인,

그녀의 눈에는 두 사람의 행위가 어떤 의미로 비추어질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광풍노도같던 열풍도 이윽고 가라앉았다.

[...]

환밀후는 넋이 나가 멍하니 누워 있었다.

그녀는 자기 위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능천한을 꿈결인 듯이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허탈하기 이를 데 없었다.

분노도 환희도... 놀라움도 그녀의 뇌리에는 발을 들여 놓치를 못했다.

다만 그녀의 눈에 떠오르는 것은 능천한게 처참하게 유린당해 있던 사란공주의 모습 뿐이었다.

경로야 어찌되었든...

그녀 자신도 사란공주와 같이 된 것이다.

[미안하오...]

능천한이 깊이 탄식하며 환밀후의 몸에서 떨어졌다.

능천한은 다소 지친 표정으로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그리고 묵묵히 환밀후를 안아 의복을 입혀 주었다.

[...!]

환밀후는 망연한 표정으로 능천한에게 몸을 맡겼다.

능천한은 환밀후에게 옷을 입혀준 뒤에 살며시 안아주었다.

어떤 구치한 변명같은 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또 할 필요도 없었다.

전후사정을 환밀후도 잘 알기 때문이다.

문득,

[!]

환밀후의 벽안에서 주루루 눈물이 흘렀다.

(이렇게... 이렇게 허무하게 버리기 위해 삼십여년을 지켜온 순결이 아닌데...)

알 수 없는 서러움이 환밀후를 휘감았다.

[흐음...!]

능천한은 다만 환밀후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줄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 !

환몽천후의 무심하던 봉목에 경계의 빛이 떠올랐다.

동시에,

(!)

능천한도 어떤 강한 힘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으로 느꼈다.

그리고,

그그그그--- 그긍!

--- 르르르르릉!

한쪽의 석벽이 시커멓게 그을려져 와르르 무너졌다.

그와 함께,

--- !

한 명의 타는 듯한 적의를 걸친 장한이 신창(神槍)을 비껴들고 나타났다.

[...!]

[...!]

--- 파팟!

네 줄기의 시선이 허공에서 작열하였다.

(태양신존!)

능천한의 안색이 착찹하게 변했다.

그장한은 바로 태양신존이었고,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저 태양천화신창(太陽天火神槍)이었다.

[으음...!]

태양신존의 묵직한 안면이 분노로 이지러졌다.

능천한에게 안겨 넋을 잃고 있는 환밀후,

석실의 바닥에 점점 피어있는 혈화가 모든 사실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으음... ! 패천의 망나니... 사란을 망쳐놓고 이제는 밀후(密后)까지 능욕하다니!]

우르르르--- !

화르르르---

태양신종의 일신에서 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극양지기가 일어났다.

그 기세는 일거에 태산을 부수어 버릴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능천한은 변명의 여지가 없음을 알았다.

[환몽...!]

능천한은 환밀후를 한쪽에 내려놓고 환몽천후에게 손을 내밀었다.

--- !

환몽천후는 흐르듯이 다가와 천극(天戟)을 능천한에게 건네 주었다.

(도리가 아니나, 부딪힐 수밖에...)

능천한은 한숨을 쉬며 천극을 쳐들었다.

--- 이이이잉!

우우우우우--- 우웅!

천극이 웅혼한 울림을 강력한 무형강기가 줄기줄기 피어올랐다.

그와 함께,

츠츠츠--- 츠츠츠!

화르르르르--- 르르!

태양천화신창이 쇳물같이 시뻘겋게 달아올랏다.

태양천화신창에서 뻗치는 극양지기는 실로 대단하였다.

[...!]

천년내공을 지닌 능천한이건만 피부가 타들어가는 듯한 뜨거움을 느껴야했다.

(대단하다. 태양천화신창의 위력은 일검으로 산더미같은 철괴를 녹인다더니...)

능천한은 땀을 흘렸다.

--- 이이잉!

천극에서 천지를 뒤덮는 듯이 거대한 무형강벽이 일어났다.

그것은 마주대하는 태양신존의 안면이 부르르 떨렸다.

(명불허전(名不虛傳), 전혀 뚫고 들어갈 틈이 없다.)

태양신존의 이마에서도 땀이 줄줄 흘렀다.

츠츠츠츠--- 츠츠!

태양천화신창의 열기에 견디지 못한 석벽들이 줄줄 녹아내렸다.

그정도로 태양천화신창의 위력은 대단하였다.

그리고, 한순간,

[태양뢰폭(太陽雷瀑)!]

--- --- !

--- 하악! 콰자작!

태양신존이 벼락같이 외치며 신창을 쪼개어 내었다.

그러자 시뻘건 극양의 뢰전(雷電)이 능천한에게 쏘아져 왔다.

그것은 만장철벽이라도 관통할 정도로 엄청난 위세였다.

[--- ! 천극망(天極網)!]

능천한은 장포가 재로 부서짐을 느끼며 벼락치듯이 천극(天戟)을 짓쳐 내었다.

--- 아아악!

츠츠츠---!

천가닥 만가닥의 천극강기가 뻗어 태양천화신창을 막아갔다.

--- --- !

쿠르르르르--- ---

굉렬한 폭음이 터지며 석실이 무너질 듯이 뒤흔들렸다.

[우우우... 태양멸천폭(太陽滅天瀑)!]

우르르르--- --- 처음보다 두배 강한 극양지기가 쏟아져 나왔다.

[거령폭류참(巨靈瀑流斬)!]

--- --- !

콰자--- 자자자작!

고형의 강기가 기둥으로 변하여 태양천화신창의 극강지기에 맞부딪혀 갔다.

--- 우우웅!

우르르르르--- 르르!

우두두두두둑!

석실의 일각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 --- 저적!

사방의 석벽도 얼음이 깨지듯이 쩍쩍 갈라져 나갔다.

쿠르르르르--- 르르--- !

[태양천지멸(太陽天地滅)!]

우르르르--- 르르!

[거령폭류(巨靈瀑流)! 자령천존구(紫靈天尊手)!]

쿠우--- --- 우우웅!

--- 콰콰쾅!

석실전체가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 으윽!]

그중에서 태양신존의 고통스런 신음이 흘렀다.

그러나,

우르르르---!

태양신존의 신음도 환밀후의 모습도 무너져 내리는 석괴도 차단되어 버렸다.

콰콰--- --- !

크르르르--- 르릉!

양절대고수의 충돌에 견디지 못한 석실전체가 굉음과 함께 무너져 버렸다.

우르르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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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十 章

 

                 위기의 여인

 

 

 

[엇!]

능천한은 흠칫 걸음을 멈추었다.

석문으로 들어선 후 백여 장을 지났을 무렵이었다.

그는 널찍한 석실에 이르렀다.

한데,

쏴--- 아아--- 아!

스스스스--- 스!

기이하게 그 석실로는 물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유가 있을 텐데...)

능천한은 석문을 들어서며 주위를 살폈다.

이내 그의 시선은 천정에 박힌 여러 개의 구슬에 가 닿았다.

[피수주(避水珠)! 저것 때문에 물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군.]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스--- 스스슥!

이어 능천한은 환몽천후를 데리고 석실을 지났다.

석실을 지나니 또다시 긴 통로였다.

[...!]

통로로 발을 들여 놓으려던 능천한은 멈칫하였다.

그의 시선은 통로 양쪽 석벽에 튀어있는 몇 방울에 선혈에 가닿았다.

[함정이 있군. 양쪽 석벽을 제외하고 천정과 바닥에...]

능천한은 눈을 빛냈다.

만절기사(萬絶奇士)의 진전을 얻은 능천한이다.

그는 이내 통로에 설치된 기관함정의 허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툭!

능천한은 통로의 전면을 향하여 은덩이를 한 조각 던졌다.

그러자,

덜--- 컹!

파--- 파파팟!

통로의 바닥이 훌떡 뒤집히고 천정으로부터 수많은 암기가 우박 떨어지듯이 떨어졌다.

지면이 뒤집혀 허공에 몸이 뜬 상태에서 암습을 받는다면 어지간한 고수라도 당하고 말 것이다.

[흠...!]

훌렁 뒤집힌 통로바닥의 아래쪽을 보며 능천한은 검미를 찌푸렸다.

그곳은 수십 장 깊이의 함정이었다.

한데 그 함정 바닥에는 수많은 무림인들의 시신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그들은 첫번째 관문조차 제대로 넘지 못하고 비명횡사한 것이다.

[휴... 자족(自足)함을 잃어 행(幸)이거늘...]

능천한은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환몽, 내 발자국만 따르시오!]

이어 환몽천후에게 주의를 준 뒤 걸음을 옮겼다.

스--- 스스스슥!

통로의 길이는 백 장이 넘었다.

그러나 능천한은 몇 발자국 걷지 않아 그 통로를 벗어났다.

능천한은 자신이 들어선 곳을 둘러보았다.

그곳은 여러 개의 통로가 전면에 있는 널찍한 관문이었다.

[팔패의 형세다. 첫 번째 함정을 돌파한 군웅들은 제각기 이 통로로 사라졌을 것이다.]

능천한이 중얼거릴 때였다.

[으아아--- 악!]

멀리서 처절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감(坎)의 방향! 환몽! 갑시다!]

스--- 스스슥!

휘르르르--- 르르!

 

***

 

두 사람은 삽시에 일마장을 전진하였다.

[크--- 으악!]

[아--- 아아악!]

그때 전면에서 화광(火光)이 크게 일며 처절한 비명이 연이어 일어났다.

[음...!]

스--- 스스슥!

화광이 솟구치는 곳으로 날아들던 능천한은 흠칫하였다.

그곳은 널찍한 석실이었다.

한데 석실의 한쪽 벽면에서 시퍼런 불길이 치솟고,

그 불길에 휩싸인 수십 명의 군웅들이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고 있었다.

[명린인화(冥鱗湮火)!]

능천한은 신음하듯이 중얼거렸다.

군웅들은 태우고 있는 불길은 아주 지독한 불길이었다.

한번 몸에 불으면 전신을 태워버리고야 꺼져 버리는 것이다.

이름하여 명린인화가 그것이다.

화르르르---

후드드--- 드드둑!

스스스스...!

명린인화에 당한 군웅들은 능천한이 손을 써보기 전에 모두 재로 스러졌다.

[지독하군...]

능천한은 혀를 내둘렀다.

동시에 그의 얼굴에 의혹의 빛이 떠올랐다.

[명린인화는 아무리 오래가도 오백 년 이상을 유지하지 못한다. 한데... 어떻게...]

능천한은 이글거리는 명린인화를 바라보았다.

화르르르...

점점 잦아드는 명린인화를 주시하며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것은 최근에 발라진 것이다. 결국...]

능천한은 석실을 둘러보았다.

[누군가 이미 이곳에 들어와 손을 써놓았다. 오랜 세월이 지나 약화된 기관함정들을 보수하여 치명적인 것으로 만들어 놓았다.]

능천한이 중얼거릴 때였다.

쿠--- 쿠--- 쿠쿵!

갑자기 멀리서 어떤 굉음이 들렸다.

무엇인가가 폭발하는 소리였다.

드드드!

그와 함께 능천한이 있는 석실까지 진동으로 뒤흔들렸다.

[누군가 기관을 건드렸다.]

능천한의 안색이 일변하였다.

쩌--- 저--- 저적!

감자기 석실의 사면 벽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환몽! 이리로 오시오!]

능천한이 급히 외쳤다.

콰르르르--- 르르르!

우르르르---!

능천한이 다가온 환몽천후의 팔을 꽉 잡는 순간,

석벽이 종이짝같이 무너지며 시커먼 흙탕물이 밀려들었다.

[어느 놈이 고의로 기관장치를 부수었군!]

콰--- 콰--- 콰--- 쾅!

능천한은 노성이 굉음 속에 파묻혔다.

우--- 우--- 우우웅!

위--- 이이--- 이잉!

능천한은 광허무상대법력이 지극히 강한 호신강기로 몰려드는 격랑을 막아냈다.

그러나,

콰--- 콰--- 콰쾅!

천만근의 무게로 내쳐오는 격랑 앞에서는 능천한도 속수무책이었다.

호신강기가 꺼지지는 않았으나,

능천한은 환몽천후를 끌어안은 채 격랑에 휘말려 들어갔다.

쿠--- 쿠쿠쿠쿵!

콰르르르르---!

격랑은 일거에 수십 개의 석벽을 박살내어 버렸다.

[크--- 아아악!]

[아--- 악! 사람... 살려...!]

그와 함께 수많은 군웅들이 격랑에 휘말려 튕겨졌다.

그들 모두 내로라하는 고수들이었으나 세찬 격랑 앞에서는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다.

군웅들이 가랑잎같이 휘말려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능천한은 속수무책이었다.

 

우르르르---!

이윽고 격랑이 멎은 후에야 능천한은 몸을 세울 수 있었다.

(얼마나 멀리 떠밀려 왔는지 모르겠군!)

우르르르---!

위--- 이이--- 이잉!

호신강기로 흙탕물을 밀어내면서 능천한은 수면으로 떠올랐다.

그곳은 어두운 석실이었다.

석실은 반정도 물에 차있었는데,

수면에는 격랑에 휘말려 죽은 군웅들의 시신이 떠있었다.

[흠...!]

그 시신들을 보며 능천한은 탄식을 하였다.

스스스스--- 슥!

이어 그의 몸은 환몽천후를 안은 채 둥실 떠올랐다.

[거령폭류참!]

쿠--- 쿠쿠쿵!

능천한의 손에서 벽락치듯 강기가 일며 전면의 석벽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스스--- 스스슥!

능천한은 지체없이 그 구멍으로 날아들어갔다.

 

능천한이 들어선 곳은 건조한 석로(石路)였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이 먼지가 한 자씩 쌓여 있었다.

[이곳은 아직 누구도 들어와 보지 못한 곳이다.]

능천한은 환몽천후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갔다.

능천한이 백여 장을 걸어나갔을 때였다.

[흐흐... 과연 쌍극천효다운 계책이다.]

전면에서 음침한 말소리가 들렸다.

[...!]

능천한은 흠칫하며 말소리가 들린 곳으로 다가갔다.

말소리는 석벽을 격하고 들려왔다.

[크크... 결국 태양신존, 묵영독존, 패천지존 등이 이곳에 뼈를 묻게 될 것이고...]

[흐흐흐... 그렇게 되면 천하는 혈종천하(血宗天下)가 되는 것이다.]

석벽 너머에 있는 인물들의 대화를 들으며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혈종문이 이번일의 주모자였군.)

능천한이 염두를 굴리는데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아직 천마의 시신이 묻힌 곳은 발견되지 않은 모양이지?]

또 다른 목소리가 대답했다.

[그렇네, 천마총이 워낙 광활하여 천마비도(天魔秘圖)를 갖고도 팔할 밖에 탐색 못했다고 하더군!]

(천마의 유물이 아직은 혈종문의 손에 들어가지는 않은 모양이군!)

위--- 이이이잉!

능천한의 우수가 시커멓게 변하였다.

그리고,

[묵황굉벽뢰(墨荒轟霹雷)!]

쿠--- 쿠--- 쿠쿵!

콰--- 자자--- 자작!

능천한의 손에서 시커먼 묵강류가 쏟아져 석벽을 후려쳤다.

콰--- 릉!

[크--- 윽!]

[누... 누구냐! 크--- 으...]

석벽이 산산이 부서져 나가며 서쪽에서 어지러운 비명이 일었다.

스스스슥---

능천한은 무너뜨린 석벽으로 날아들어갔다.

그곳은 넓은 석실이었다.

이십여 명의 혈포인들이 그 석실에 있다가 날벼락에 낭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느 놈이냐?]

스스슥---

휘르르르---

촉막중에도 그자들은 날아든 능천한을 쾌첩하게 에워쌌다.

[천혈사신(天血死神)들이군.]

그자들을 둘러보며 능천한이 중얼거렸다.

그자들이 구십구천혈사신에 속하는 자들임을 알아본 때문이다.

[으... 패천지존이었느냐?]

[크크... 잘 만났다.]

그제야 그자들도 능천한을 알아보고 살기를 띄웠다.

[크크... 패천지존을 우리 손으로 제거하면... 혈종께서 상을 내리실 것이다.]

위--- 이이이잉!

츠츠츠츠---

그자들의 속에서 칙칙한 혈기(血氣)가 피어올랐다.

그때였다.

스스스슥---

[크--- 아악!]

[케--- 에!]

갑자기 다섯 명의 천혈사신의 허리가 두 동강이로 끊어졌다.

휘르르르르---

뒤에 남아있던 환몽천후가 날아 나오며 천극을 쪼개낸 것이다.

[헉... 또 한 명이 있었다니...]

[막... 막아랏!]

천혈사신들이 당황하여 우왕좌왕하였다.

그런 천혈사신들을 향하여 능천한은 우수(右手)를 쳐들었다.

[이제 그만 누워라.]

위--- 이이이이잉!

츠--- 파파파--- 팟!

능천한의 손에서 반투성의 검형강기(劍形罡氣)가 불쑥 튀어 나왔다.

[헉... 천형제왕검!]

[크--- 윽!]

위--- 이이이잉!

파파파팟---

일시에 장내가 찬연한 검기로 가득 찼다.

[아--- 악!]

[크--- 아악!]

그중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지고 천혈사신들이 무더기로 쓰러졌다.

스스스슥---

그와 함께 천형제왕검이 능천한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세상에 살아 있어야 선량한 사람들에게 폐만 될 인물들...]

능천한은 죽어 넘어선 천혈사신들을 내려다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살인이란 어떤 명분으로도 그다지 유쾌해질 수 없는 것이므로...

 

X X X

 

콰르르르르---

우르르--- 르릉---

석벽이 쩍 갈라졌다.

그와 함께,

또박... 또박...

아주 아름다운 벽안의 미녀가 걸어 들어왔다.

얼굴의 윤곽이 조각인 양 너무도 섬세하다.

반면 교구는 기름지기 이르데 없도록 풍염하였다.

일신에는 끈적끈적한 유혹과 본능의 내음을 흘리는 여인,

[큰일이다. 갑자기 석실이 뒤집히는 바람에 신존(神尊)과 떨어지고 말았다.]

여면인은 난색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우람한 유방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물결치듯이 움직이고,

한줌의 세류요 밑으로 투실투실한 둔부가 출렁이는 여인,

바로 환밀후(歡密后)였다.

젊은 나이에 요지(遙池)의 주인이 된 변황쌍미(邊荒雙美)중의 환밀후였다.

[무엇인가... 음모의 냄새가 강하게 풍기는데... 신존께서 무고하신지...]

환밀후는 근심스런 표정이 되었다.

태양신존은 그녀가 방심 속에 고히 간직해둔 정인(情人)이었다.

요지의 여인들은 하나같이 음탕하였다.

대부분의 요지의 제자들은 십 세가 넘은 후부터는 사내를 안다고 할 정도다.

그런 중에서도 환밀후는 용케 처녀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것은 단 한 가지의 이유 때문이다.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사내가 아니면 처녀를 주지 않는다.

 

자존심이 강한 절세미녀,

환밀후는 자신이 스스로에게 한 맹세였다.

그녀는 오랫동안 자신의 몸을 줄 상대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태양신존이란 주인에게 패하여 요지로 그에게 들어 바치게 되었고,

비로소 그녀는 자신을 의탁하여도 될만한 장부를 찾은 것이다.

물론 그는 태양신존이었다.

[신존은 위대하시다. 그러나 중원에도 신존만한... 아니... 어쩌면 신존보다 더 클지도 모를 영웅이 있다.]

환밀후는 언뜻 한 인물을 떠올렸다.

무너진 석실에서 그녀 자신가 해천신검제를 어린아이 다루듯이 밀어낸 청년...

[패천지존...]

그녀는 능천한을 떠올렸다.

기이하게도 단 한 번의 대면이었음애도 환밀후의 방심 깊이 능천한의 영상이 자리를 잡아 버렸다.

[나도 모르겠어. 왜 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뛰는지.]

환밀후는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그때였다.

위--- 이이잉!

한쪽의 벽이 갈라지며 한 명의 혈영인(血影人)이 들어섰다.

[혈영군!]

그자를 바라본 환밀후가 냉갈하였다.

그자는 바로 혈영군이었다.

능천한에게 한 팔을 잘려 그의 오른쪽 소매는 허전하게 덜렁거리고 있었다.

[흐흐... 환밀후! 단둘이 만나다니... 무시 못할 인연이구나.]

혈영군이 음충스럽게 말했다.

말을 하며 그자는 환밀후의 풍만한 교구를 아래 위로 쓸어 보았다.

환밀후는 그자의 그런 시선에 질색을 하고 말았다.

[혈영군! 죽고 싶어서 네스스로 찾아왔구나.]

위--- 이이이이잉---

환밀후의 교수로 뇌전같ㅇ은 강기가 일었다.

[호... 대범천밀수(大梵天密手)인가?]

혈영군이 빈정거렸다.

입으로는 빈정대고 있으나 사실 그자의 몸은 긴장으로 경직되고 있었다.

환밀후 태양신존 다음가는 변황제이고수(邊荒第二高手)다.

진정한 실력으로 혈영군따위가 상대할 수 없는 강자인 것이다.

그러나,

(흐흐... 탐나는 계집이다. 환락최음산(歡落催淫散)으로 쓰러뜨려서... 흐흐...)

혈영군의 왼팔이 스치는 것을 환밀후는 주시하지 않았다.

[누워랏!]

위--- 이이이잉!

츠츠츠--- 환밀후는 교갈과 함께 여인답지 않은 웅장한 일수를 떨쳤다.

그 순간,

스스스슥---

혈영군의 신영이 십여 개로 불어 났다.

그와 함께,

파--- 악!

허공으로 분홍빛의 분말이 확 퍼졌다.

[학!]

환밀후가 질겁했으나 촉망중인지라 그 분말을 한 모금 마셔버리고 말았다.

[음... 비겁한...]

털--- 퍽!

환밀후는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갑자기 팔다리가 후들후들하고 강렬한 본능이 불끈 치솟아 오른 때문이다.

[흐흐... 환밀후, 극락을 구경시켜 주마!]

혈영군이 음탕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보면서도 환밀후는 어쩌지를 몰랐다.

너무도 강렬한 본능이 점차 이성을 침식해가기 시작한 것이다.

[흐흐...]

혈영군은 한 가닥 긴장을 하며 환밀후의 투실투실한 젖무덤을 쥐어갔다.

그러자,

[아아... 어서...]

환밀후는 그대로 혈영군에게 안겨 들었다.

[흐흐흐흐... 고것!]

환밀후가 완전히 음욕의 늪으로 빠져든 것을 알자 혈영군은 대담해졌다.

그는 그대로 환밀후를 쓰러뜨리며 올라탔다.

[아아... 제발... 빨리...]

환밀후는 몸부림을 쳤다.

요지의 여인으로서 실고 난 음탕함이 때를 만난 듯이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사각 사각---

찌--- 지지직---

환밀후의 의복이 거칠게 벗겨져 나갔다.

우유빛의 뽀얀 피부,

투실투실한 기름진 젖무덤이 우람한 물결을 일렁이며 드러났다.

[흐흐...]

혈영군은 음욕으로 두 눈이 시뻘개져서 환밀후의 젖무덤을 터질 듯이 주물럭거렸다.

너무도 풍만한 그녀의 젖무덤은 한 손으로는 다 움켜쥘 수도 없었다.

이어 그자의 손이 환밀후의 하의로 움직였다.

한데 그가 막 환밀후의 하의를 벗기려고 할 때였다.

우르르--- 르릉---

갑자기 혈영군이 들어왔던 석벽이 쩍 갈라졌다.

[누구냐?]

흠칫하며 일어선 혈영군이 일갈하며 돌아섰다.

그러나,

[헉!]

짜증스럽게 일갈하던 혈영군의 안색이 대변하였다.

갈라진 석벽으로 들어오는 일남일녀(一男一女),

그 중의 청년은 혈영군(血影君)이 꿈에도 만나길 두려워하는 인물이었다.

 

<第五券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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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十九 章

 

                天魔塚, 열리다!

 

 

 

혈해(血海).

십만대산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절지다.

이는 반경 삼십여 리에 이르는 거대한 호수(湖水)다.

혈해라 이름이 붙었으나,

사실은 보통의 호수와 크게 다를바가 없는 호수다.

혈해 주변은 모두 혈석(血石)이라는 희귀한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때문에 혈해의 호수물이 핏빛으로 붉어 보인다.

혈해라는 이름이 붉은 것은 이런 연유 때문이다.

아침이다.

찬연한 햇살이 십만대산의 구석구석까지 비추고 있다.

양광(陽光)은 십만대산에 깔려 있는 어둠의 잔재를 쓸어내며 점점 더 강렬해져 갔다.

그러나 그 찬란한 양광에도 불구하고 칙칙함이 가시지 않는 곳이 단 한 군데 있었다.

그곳은 바로 혈해였다.

혈해 주위 십 리 방원에는 새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혈해 전체가 숨통을 조이는 적막과 살기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눈둘이 야욕으로 희번덕거리며 혈해를 노려보고 있었다.

요소요소에 혼자, 또는 떼를 지어서 수도 없는 무림인들이 웅크리고 있는 것이다.

[...]

[...]

괴괴한 적막이 혈해를 가득 메웠다.

누구 하나 언뜻 혈해로 다가가지 못했다.

 

혈해가 내려다보이는 높직한 석봉(石峯).

[...]

한 명의 청년이 정좌를 한채 형형한 눈빛으로 혈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능천한이었다.

그의 뒤에는 환몽천후가 천극을 품에 안고 서 있었다.

[흠... 이제 움직일 때들이 되었는데...]

능천한은 혈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가 막 중얼거림을 끝냇을 때였다.

휘--- 이익!

휘르르르르르!

두 줄기 인영이 참지 못하고 혈해로 날아갔다.

그자들은 매우 영활한 신법으로 혈해로 뛰어들었다.

[장강방(長江幇)의 유룡쌍신(遊龍雙神)들이군!]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룡쌍신은 장강방을 이끄는 자들로 수공(水功)이 뛰어나 그 방면에서는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자들이다.

풍--- 덩!

풍--- 덩!

그들은 명성답게 작은 포물만을 일으키기 혈해로 뛰어들었다.

[...]

[...]

다시 침묵이 흘렀다.

중인들은 눈을 빛내며 혈해를 바라보았다.

반각의 시간이 척추같이 흘렀다.

그때였다.

푸--- 히--- 악!

촤--- 아아...

두 줄기 인영이 혈해를 꿰뚫고 허공으로 치솟았다.

[으아아아...]

[괴... 괴물(怪物)...]

그들은 공포에 싸여 비명을 지르며 혈해가 헤엄쳐 왔다.

중인들은 뜻밖의 변고에 흠칫하며 혈해를 바라보았다.

[저것은...]

석봉 위에서 혈해를 내려다보던 능천한의 안색이 일변했다.

혈해 깊은 곳에서 거대한 물체가 한 쌍의 광망을 토하며 떠오르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촤--- 아아!

크--- 아아아!

물기둥이 수십 장을 치솟으며 거대한 괴물이 수면으로 나타났다.

[헉... 저... 저것...]

[괴... 괴룡(怪龍)이다!]

은신하고 있던 무림인들이 아연하여 외쳤다.

나타난 괴물(怪物).

그것은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끔찍한 괴물이었다.

전체적인 형태는 용(龍)과 같았다.

머리 하나의 크기가 집채만하고 몸전체의 길이가 이십 장에 이르렀다.

그 괴룡의 전신은 돌덩이같으 갑주로 뒤덮여 있었다.

머리에는 독각(獨角)이 날카롭게 치솟아 있고 두 눈에서는 시뻘건 혈광(血光)이 뚝뚝 흘러 넘쳤다.

피를 뒤집어 쓴듯이 시뻘건 괴룡(怪龍)...

크--- 아아아아!

괴룡은 괴성을 지르며 입을 딱 벌렸다.

동굴같은 거대한 입에는 창날같은 이빨들이 번뜩이고 있었다.

[아--- 악!]

[사... 살려주시오!]

콰르르르르...

유룡쌍신은 괴룡의 입으로 빨려들어가며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우--- 두두둑!

누가 손을 써서 구해주기도 전에 유룡쌍신은 괴룡의 입안으로 들어가 부숴져 버렸다.

삽시의 일이었다.

혈해가 유룡쌍신의 몸에서 흐른 선혈로 시빨겋게 물들어 갔다.

[으음... 혈뢰마룡(血雷魔龍)!]

그 괴물이 끔찍한 모습을 보며 능천한은 신음하듯이 중얼거렸다.

 

<혈뢰마룡(血雷魔龍)>

 

이미 오래 전에 멸절되었다고 알려진 상고(上古)의 괴수다.

성격이 포악한 혈뢰마룡은 살아 있는 동물이라면 무엇이든지 잡아먹는 식욕을 지녔다.

이미 오랜 전에 지상에서 사라졌다고 믿어지던 혈뢰마룡!

그것이 인간의 생각을 비웃기나 하듯이.

십만대산의 깊은 곳 혈해에 버젓이 살아있는 것이다.

능천한이 상념에 잠겨 있을 때,

크--- 아아아!

촤--- 아아아!

인육을 맛본 혈뢰마룡은 끔찍한 괴성을 지르며 호수가로 다가왔다.

[으와... 다... 달아나자!]

[저... 저놈이 다가온다!]

휙! 휘--- 이익!

스스스--- 스!

화르르르르!

공포에 질린 무림인들이 메뚜기가 뛰듯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크--- 아아아! 크크크!

콰르르르!

인간들을 발견한 혈뢰마룡은 미친듯이 괴성을 지르며 호면으로 올라왔다.

쿵! 쿵!

혈뢰마룡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자 그 거구는 작은 산만했다.

그 거구가 움직이자 지면이 푹푹 꺼지며 지축이 뒤흔뜰렸다.

[에--- 에익!]

[죽어랏!]

콰--- 르르르릉!

위--- 이이이잉!

몇몇 강심장의 무림인들이 무기를 휘두르며 혈뢰마룡을 덮쳐갔다.

그러나,

[크--- 아아!]

파--- 자자작!

[크--- 아악!]

[아아--- 아악!]

혈뢰마룡이 앞발을 휘두르자 달려들던 무림인들은 피곤죽이 되어 튕겨나갔다.

[살려 두어선 안될 놈이군!]

그 모습에 냉갈하며 능천한이 일어섰다.

위--- 이이이잉!

그의 우수에서 반투명의 천형제왕검이 일어났다.

[네놈의 껍질이 두꺼우나 천형제왕검과 천검만리어기뢰에는 견디지 못하리라.]

능천한은 천형제왕검을 쳐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미물이 감히...]

[우--- 우우!]

수림 속에서 검고 붉은 두 줄기 인영이 동시에 치솟아 올라 혈뢰마룡을 덮쳐갔다.

스--- 슥!

능천한은 흠칫하며 손을 내렸다.

그때,

[우우... 태양폭참(太陽瀑斬)!]

[차앗! 묵황단천수(墨皇斷天手)!]

붉고 검은 인영이 동시에 벼락같은 공세를 쏟아 내었다.

슈--- 아아앙!

마치 태양의 빛살같이 장쾌한 광망이 십 장 이상을 내뻗고,

쿠쿠쿠--- 쿠쿵!

먹물을 뿌린 듯이 시커먼 강기의 덩어리가 혈뢰마룡의 가슴으로 덮쳐갔다.

콰--- 콰--- 쾅!

파--- 가가각!

케--- 에에엑!

혈뢰마룡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그놈의 목이 시커멓게 타서 싹둑 잘라지고,

그 가슴이 박살이 나서 핏물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쿠--- 우웅!

혈뢰마룡의 거구가 지축을 올리며 모로 쓰러졌다.

혈뢰마룡답지 않은 너무도 어이없는 최후였다.

[와--- 아아!]

[대단하다! 과연 천지십병(天地十兵)은 다르다!]

군웅들은 환성을 질렀다.

스스스스--- 스슥!

그 환성 속에서 붉고 검은 인영은 표표히 지면으로 내려섰다.

검은 인영은 시커먼 묵운(墨雲)에 싸인 묵영독존이었다.

[...]

능천한은 붉은 인영을 주시했다.

그의 눈에 장대한 채구에 시뻘건 체구에 신창(神槍)을 비껴든 철골의 장한이 들어왔다.

굳게 다문 입수르

태양같이 이글거리는 두 눈,

뢰신(雷神)인 듯한 웅장한 기도!

일견하여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호웅(豪雄)으로 보였다.

[태양신존(太陽神尊)...]

능천한은 침중하게 중얼거렸다.

 

---태양신존(太陽神尊)!

 

그 홍포장한이 바로 태양신존이었다.

 

---변황제일강자(邊荒第一强者).

 

일거에 그넓은 변황무림(邊荒武林)을 일통시켰던 일대영웅이 그다.

그의 손에 들린 신창(神槍).

일 장에 달하는 창에서는 태양과도 같은 극양지기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범인은 손에 들지도 못하는 엄청난 신병(神兵)이었다.

이름하여,

 

--태양천화신창(太陽天火神槍).

 

사대신병(四大神兵).

천형제왕검, 봉황극락소, 패천신륜과 함께 사대신병으로 꼽히는 바로 그 태양천화신창이었다.

[음...!]

태양신존을 바라보며 능천한은 신음을 흘렸다.

나설련으로 하여 자신이 유린한 사란공주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사란공주는 비로 태양신존의 하나밖에 없는 누이가 아닌가?

(태양신존이... 이를 가는 것은 당연하다.)

능천한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그대가 구천묵영독존인가?]

태양신존이 웅웅거리는 음성으로 묵영독존에게 물었다.

[그렇소. 본존이 구천독종주(九天毒宗主)요!]

묵영독존이 묵직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대와의... 일전은... 천마총에서 하겠다!]

태양신존이 말을 하며 손짓을 했다.

그러자,

스스스슥!

휘르르르!

여러 명의 인물이 태양신존의 뒤로 내려섰다.

환밀후(幻密后), 해천신검제(海天神劍帝), 남황야수신(南皇野獸神). 그리고 십여 명의 태양장로(太陽長老)들...

[가자!]

휘--- 이이잉! 첨--- 벙!

묵영독존을 힐끗 돌아본 태양신존은 그대로 혈해로 뛰어 들었다.

휙! 휘--- 릭!

그 뒤로 환밀후 등도 분분이 뛰어 들었다.

[구천독종! 일어나라!]

묵영독존이 뒤를 향아여 외쳤다.

그러자,

[와---!]

[궁주! 속하 대령합니다!]

여기저기서 수십 명의 인물들이 뛰어나와 묵영독존의 뒤로 벌려졌다.

[벽안독마, 천독노군(天毒老君), 독절신모(毒絶神母), 살독서시(煞毒西施), 천독잔인제(天毒殘人帝), 빙벽독군(氷碧毒君)...!]

그 인물들을 보며 능천한은 중얼거렸다.

천하에 내노라 하는 독문인 고수들이 모두 집합한 것이다.

[태양신존과 묵영독존은 정예들만 데리고 들어가는군!]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상에 묵영독존은 독문의 수하들과 함께 혈해로 잠겨 들었다.

휙--- 휙!

화르르르르--- 르!

[와아! 들어가자!]

[내가 먼저다!]

풍덩! 풍덩!

태양신존과 묵영독존이 앞장을 서자 수많은 무림인들이 그 뒤를 따라 메뚜기떼같이 혈해로 뛰어 들었다.

구대문파의 수뇌들, 구주(九州)의 패자들인 구대천왕(九大天王)들...

그리고,

화르르르--- 르르!

한 명의 인물이 폭풍을 몰아 혈해로 날아 들었다.

[어이쿠!]

[아--- 악!]

콰르르르르릉!

쿠--- 쿠쿵!

닥치는 대로 가르고 치는 군웅들을 쓸어내는 인물...

그는 폭풍대공(暴風大公)이었다.

혈종오패 중 가장 신비한 인물,

휘--- 이익!

화르르르---

[크크크... 비켜랏!]

[흐흐... 혈종의 발걸음을 막는 자들은 저승으로 보내주겠다!]

일단의 무리들이 폭풍대공의 뒤를 따랐다.

혈영군, 절대마왕(絶代魔王), 음산잔마(陰山殘魔), 구십구천혈사신(九十九天血死神),

화르르르---!

쐐--- 애--- 애애액!

군웅들은 끊이지 않고 혈해로 뛰어 들었다.

그 모습은 흡사 조약돌에 대해에 던져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어지간 하군! 일 만에 가까운 자들이 들어가다니...!]

능천한은 혀를 내저었다.

그많은 자들이 혈해로 바라보았다.

어느덧 혈해로 뛰어드는 대열이 멈추어져 있었다.

일만 가까운 자들이 혈해 주위에서 웅성거릴 뿐 혈해로 뛰어들지는 않았다.

담력이 작은 자들, 수공(水功)에 자신이 없는 자들이 그들이었고,

개중에는 스스로의 능력을 알고 만용을 부리지 않는 현명한 자들도 있었다.

[기이하군. 정작 보여야 할 자들이 몇 안보이다니...!]

능천한은 중얼거렸다.

쌍극천효, 혈종, 그리고 신비의 백의노인 등,

중요한 자들이 몇 눈에 띄지 않은 것이다.

[흠... 무슨 꿍꿍이들일까?]

능천한은 눈을 빛내며 일어섰다.

[환몽! 갑시다.]

스--- 스스스슥!

능천한이 까마득히 허공으로 치솟았다.

휘--- 이이이잉!

그 뒤를 환몽천후가 바짝 따랐다.

[와! 패천지존 능천한이다!]

호변에 둘러서있던 군웅들의 탄성이 귓전으로 들렸다.

풍--- 덩!

촤르르르르---!

능천한은 환몽천후와 함께 혈해로 뛰어들었다.

 

(가장 깊은 곳에 천마총의 입구가 있으리라!)

능천한은 혈해의 가장 깊은 곳으로 가라 앉아갔다.

그의 수공(水功)은 처음에는 서툰 듯이 보였다.

그러나 이내 교룡같이 민활하게 혈해의 중심으로 헤쳐 들어갔다.

자허천부에서 그는 수공에 관한 비급도 여러 권 보았었다.

처음에는 그것들을 잘 운용할 수 없었으나 이내 익숙해진 것이다.

꾸르르르--- 르륵!

[...]

[...]

능천한과 환몽천후는 이내 혈해의 바닥에 이를 수 있었다.

혈해의 바닥은 무성한 수초(水草)로 뒤덮여 있었다.

수초사이로 내려선 능천한은 흡사 숲속에 선 듯한 느낌이 들었다.

[...!]

능천한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 거대한 석문(石門)이 보였다.

그 석문은 시커멓게 그을리고 부수어져 있었다.

(태양신존이 부수었으리라!)

능천한은 환몽천후를 이끌고 석문으로 다가갔다.

석문은 청석(靑石)으로 만들었는데 아주 오래된 듯이 물이끼가 한차 두께로 끼어 있었다.

[...!]

능천한은 석문의 상단을 주시했다.

그곳에는 이끼가 끼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어떤 힘이 그곳에 이끼가 끼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스--- 윽!

능천한은 떠올라 그 부분을 주시했다.

그곳에는 네 자의 큼직한 갑골문자(甲骨文字)가 적혀 있었다.

섬뜩한 검은 글씨의 내용은 이러했다.

 

<천마지소(天魔之所)>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이 천마총인 것은 확실하군!]

스스스--- 슥!

촤르르르르르--- 르!

능천한은 석문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한데 그가 석문으로 사라진 직후였다.

스스스스---!

유령같이 석문으로 다가서는 인물이 있었다.

촤--- 아아아!

그 인물이 전음을 옮기면 물이 쩍쩍 갈라져 그의 옷깃을 물한방울 묻지 않고 있었다.

그는... 극히 청수하게 생긴 백의노인이었다.

[패천의... 후예까지 들어갔고...]

백의노인은 능천한이 사라진 석문을 바라보며 풀풀 웃었다.

[천마총에는 많은 난관이 있다. 과연... 몇 명이나 그 난관을 뚫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 흥미로운 일이다.]

백의노인은 미소를 지었다.

극히 청수한 인상이건만...

그 미소는 어찌 그리도 섬뜩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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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十八 章

 

                   十萬大山의 밤(夜)

 

 

 

[음...!]

능천한은 가슴이 찌르르 울리는 것을 느꼈다.

미인(美人)의 눈물은 천지십병보다 오히려 날카로운 것일까?

스--- 스슥!

능천한은 천형제왕검을 장검으로 흡수하였다.

[당신... 당신이 어떻게 천검만리어기뢰를...!]

나설련은 능천한을 올려다보았다.

뽀얗게 흐려진 그녀의 봉목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능천한은 자신을 빨아들일 것만 같은 그녀의 봉목을 들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소저의 아버님을 만났었소!]

[...!]

나설련의 교구가 바르르 떨렸다.

[아버님은 천검성에서 돌아 가셨는데...!]

능천한은 고개를 저었다.

[돌아가시지 않으셨었소. 그분은 한달 전까지 생존해 계시다가... 돌아가셨오!]

[흐윽...!]

나설련은 교구를 휘청이었다.

[아버님...!]

이어 그녀는 교수로 옥용을 가리며 흐느꼈다.

[소저!]

능천한은 나설련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성주... 소저의 선친께서는 소생에게 천검만리어기뢰를 전하시고... 소저를 맡기셨오!]

말을 하며 능천한은 나설련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안돼요...!]

스스스슥!

능천한의 손길이 닿자 나설련은 발작하듯이 몸을 튕겨 빠져 나갔다.

[놓아주세요. 나는 마녀(魔女)예요. 이제... 하루도 피를 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마녀라구요!]

그녀가 절규하듯이 외쳤다.

[소저! 그대가 마녀라고 해도 나는 소저를 거두어야 하오. 나성주의 부탁을 저버릴 수 없소!]

스스스스슥!

능천한은 천향염후를 향하여 미끄러지듯이 다가섰다.

[제발... 당신 덕으로... 탕녀는 되지 않았다고... 해도... 제 피는 사악함으로 더러워졌어요. 제발 그냥 못 본 척 가주세요!]

화르르르르!

스스스스--- 스슥!

나설련은 눈물을 흩뿌리며 몸을 날렸다.

그러나,

스스스스스--- 스스...

위--- 이이이--- 이잉!

능천한의 신형이 일시에 백팔개로 불어나 그녀의 퇴로를 차단하였다.

[나를 믿으시오! 당신의 몸에서 사기를 씻어줄 수 있어!]

파--- 파팟!

능천한이 침중하게 외치며 지력을 쏘아내었다.

[흑...!]

지력에 격중당한 나설련은 힘없이 무너졌다.

스--- 스스스!

그녀가 지면에 나뒹굴기 전에 그녀의 몸은 능천한의 두팔에 안겨 있었다.

평소의 그녀라면 능천한은 일천초를 허비해야 그녀를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녀의 심력이 허약해져서 쉽사리 능천한에게 제압당한 것이다.

[놓아줘요! 제발...!]

능천한의 품에 안긴 나설련은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능천한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스스스스--- 스!

능천한의 몸이 둥실 떠올랐다.

[조용한 곳으로 가서... 그대의 일신에 맺힌 사기(邪氣)를 씻어주리라!]

화르르르--- 르르!

능천한은 멀리로 날아갔다.

[당신을... 저주할 거예요! 흐흑... 보내주어요...!]

나설련의 울음소리가 애절히 들리고,

스스스---! 화르르르---!

환몽천후가 선풍을 몰아 그 뒤로 따라 날아올랐다.

 

***

 

석동(石洞),

[흑흑! 악마...! 죽어서 원혼이 되어 당신에게 복수하겠어요!]

나설련은 마혈을 찍힌 채 울음을 토하고 있었다.

사각! 사각...!

사르르르르---

그녀의 나신을 가린 나삼이 한겹 한겹 벗겨져 나갔다.

능천한의 손길이 아래로 흐를 때마다 뇌쇄적인 나설련의 나신이 드러났다.

우람하게 솟아올라 출렁이는 한 쌍의 육봉,

바람을 맞은 돛같이 부풀고 팽팽한 복부.

끊어질 듯이 가느다란 한숨의 세류요.

귀엽고 수줍게 숨어 있는 배꼽,

그리고 펑퍼짐하게 벌려진 둔부와

미끈하게 뻗어내린 두 개의 옥주(玉柱)가 두 눈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어려운 일이 아니오. 그대는 다만 그대로 있기만 하면 되오!]

능천한은 말을 하며 나설련의 사타구니 사이의 밀지를 가린 작은 천 조각에 손을 가져갔다.

[흑흑... 아버님...!]

능천한의 손을 깊숙한 곳에 느끼며 나설련은 엉엉 울었다.

[흠...!]

능천한은 심호흡을 하며 나설련의 밀지에서 붉은 천을 걷어 내었다.

그러자 너무 무성하여 그안을 들여다 볼 수 없는 비림(秘林)이 드러났다.

[...!]

능천한의 시선이 잠시 방초 무성한 둔덕에 머물렀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일점의 욕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시작하겠소!]

능천한은 나설련을 내려다보았다.

강렬한 체향을 토하며 나설련의 뇌쇄적인 나신이 그곳에 있었다.

그녀는 이제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다.

다만 무기력하게 몸을 누인 채 소리없이 오열하고 있었다.

그것은 고통이나 수치의 오열이 아니었다.

아무리 능천한을 거부하려 해도 거부할 수 없는...

여린 방심이 보다 아름다워지기 위한 성숙의 고통으로 나오는 눈물이었다.

스스스스스---!

위--- 이이이잉!

능천한의 몸에서 서기로운 불광(佛光)이 배어 흐르기 시작했다.

 

---광허무상대법력(廣虛無常大法力).

 

천해존불(天海存佛)이 남긴 항마묵주(降魔墨主).

그곳에 적혀 있던 불문 최고의 척사심공(斥邪心功)이 그것이다.

위--- 이이이이잉!

능천한의 신형은 점차 찬란한 서기 속으로 파묻혀 갔다.

만사(萬邪), 만마(萬魔), 만효(萬梟)를 깨칠 수 있으며,

천향염후의 천향지기를 깨 부술 수 있는 단 하나의 탕마지기가 그 서기 속에 있었다.

[...!]

무의 미하나 너무도 아름다운 한쌍의 눈이 그런 능천한을 지키고 있다.

---환몽천후(幻夢天后).

천극을 가슴에 품고 석동의 입구를 지키는 환몽천후의 눈길이었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는가?

[으으...!]

스스스스스...! 츠츠츠츠츠...!

천향지기가 부수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서기(瑞氣)에 접한 나설련의 천향지기의 얼음이 불을 만난 듯 사그라들었다.

그와 함께 광허무상대법력의 지극히 크고 마른 기운이 나설련의 나신으로 스며 들었다.

발가벗겨진 나설련,

그녀의 팔만사천모공으로 광허무상대법력이 파고든다.

쿠--- 쿠쿠쿠쿠쿵!

콰--- 자자--- 작!

나설련은 들을 수 있었다.

자신의 피 속에 섞인 천향지기가 여지없이 부수어져 나가는 것을...

[으으... 흐흑... 으음...!]

나설련은 흐느꼈다.

육신이 터지는 듯이 아프고,

여린 방심(芳心)이 더욱 깨끗하고 화려한 선혈로 가득 채워져감을 느끼며 신음하였다.

우르르르르---!

위이이이잉!

능천한의 몸에서 쏟아지는 광허무상대법력은 더욱 강해져 갔다.

나설련의 교구를 박살내고 천지지간의 모든 사마지기를 깨쳐버릴 듯이...

[으으... 흑... 흑흑...]

그 강함은 나설련에게는 고통이었다.

그러나 고통이 커지면 커질 수록 나설련의 가슴 깊은 곳에서 더욱 화려하게 자라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몸을 함부로 하지 마오.

 

처음의 만남...

그녀의 사악한 심성을 두들겨 부수고 파고든 그 목소리.

방심을... 사악함과 냉혹함, 음탕함으로 굳어졌던 그 방심을 깨친...

그리운 임,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

그의 모습,

하늘이고 태양인 그에 대한 화려한 연모지정이었다.

 

---깨끗해지고 싶어. 그래서 백지의 나의 마음에... 이이의... 발자국을 찍게 하고 싶어...

 

고통으로 껍질을 깨며,

나설련은 사랑을 키워가고 있었다.

능천한(陵天漢).

그를... 그이를 위하여...

그리고 고통의 최극에 이르렀다.

그와 함께 안간힘을 쓰며 꽃망울을 터뜨리려던 화려한 연모의 꽃(花)이 화악 터져 피어났다.

[악!]

한소리 처절한 개화(開花)의 비명이 나설련의 붉은 입술 사이로 터져 나왔다.

바르르르...!

교구가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리고,

비로소 그 끈적끈적하던 천향(天香)이 사그라들었다.

[으음...!]

스스스스--- 스스!

그와 함께 능천한의 몸에서도 광허무상대법력이 잦아들었다.

스--- 윽!

환몽천후가 다가왔다.

그리고 그녀는 조심스레 능천한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 주었다.

여인의 섬세함,

영혼은 없으나 몸에 베인 그 세심함은 그대로 살아있는 듯이 보인다.

[고맙소, 환몽!]

능천한은 환몽천후에게 미소를 보냈다.

환몽천후도 마주 미소를 지었다.

다만 능천한의 모습을 따라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그녀의 미소는 정말 아름다웠다.

[이제 되었소!]

능천한은 나설련의 나신을 의복으로 덮었다.

[상공...!]

탈진하여 늘어진 나설련은 촉촉한 눈길로 올려다보았다.

탄생,

그녀는 또 한번 태어난 것이다.

[피곤할 것이오! 주무시오!]

능천한은 아버지같은 미소로 나설련을 포근하게 해주며 다독였다.

[함께... 계셔 주세요.]

갓 태어난 계집아이같이 나설련은 두려움에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능천한은 훈훈한 미소로 답했다.

그리고,

[안아주리라.]

그는 나설련의 교구를 안아들었다.

뭉클한 교구가 그의 두팔 가득히 안겨 들었다.

[고마워요. 당신의... 가슴은 굉장히 넓고... 따뜻하군요.]

나설련은 능천한의 가슴에 사르르 기대며 발갏게 볼을 붉혔다.

[후후...]

능천한은 그런 나설련을 꼬옥 안으며 가볍게 쓰다듬었다.

(따뜻해...!)

안도와 편안함으로 나설련의 눈이 사르르 감겼다.

그리고,

새액... 새... 액...!

그녀는 고른 숨을 몰아쉬며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이제야 비로소 안주할 곳을 찾은 슬펐던 철새,

그 예쁘고 가녀린 몸이 편히 잠에 들고 있는 것이다.

[...!]

능천한은 훈훈한 미소로 잠이 든 나설련을 내려다 보았다.

동굴 밖은 생사(生死)가 일촌에 있는 살벌한 십만대산이다.

그러나 동굴은 안은 상춘(常春)의 따스함으로 가득했다.

좋고... 평화로운 밤이다.

최소한 일남일녀가 있는 이 작은 석동(石洞)만은...

 

***

 

문득 나설련은 귀에 익은 듯한 어떤 소리를 들었다.

반--- 짝!

그녀의 맑디맑은 두 눈이 살짝 떠졌다.

사경(四更) 말쯤 되었을까?

여명직전의 더할 수 없이 짙은 어둠이 동굴과 그 밖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천녀공력을 지닌 당세제일의 여고수다.

그런 어둠이 장애가 될 리 없다.

그녀는 자신이 여전히 능천한의 커다란 가슴에 안겨 있음을 느꼈다.

[...!]

어둠 속에서 태산의 무게로 앉은 능천한의 모습이 올려다보였다.

올려다본 능천한은 그렇게 클 수가 없었다.

(크신 분... 나하나 쯤 기대어도 미동도 않으실 분...)

나설련은 가슴 뿌듯한 안도감을 느꼈다.

천향염후 시절,

그 무미건조한 끈끈한 죄의식 속에 살던 것이 모두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인 듯이 보였다.

[상공...!]

나설련은 계집아이가 아버지를 부르듯이 작고 귀여운 목소리로 능천한을 불렀다.

[쉬잇...!]

어둠 속에서 능천한의 굵직한 손가락이 살짝 그녀의 입술을 눌렀다.

어둠 속에서 능천한의 두 눈이 횃불같이 이글거렸다.

그의 눈은 곧장 석동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

나설련은 석동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였다.

[붕비(鵬飛)! 속이지 말아요. 당신이... 죽어... 흙이 되어도 천첩은 당신을 알아볼 수 있어요.]

중년부인의 목소리.

너무도 나설련의 귀에 익은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설련은 바르르 떨었다.

그녀는 놀라 석동 밖을 주시하고 있었다.

석동 밖에는 일남일녀가 마주 서 있었다.

둘다 자의(紫衣)를 걸친 인물들이었으며,

남자쪽은 자색 곤룡포에 금관을 쓴 당당한 중년인이었다.

그에게는 제왕(帝王)의 기도가 물씬 풍기고 있다.

그리고 여인은 사십 전후의 궁장미부였다.

싸늘함이 어린 용모이나 너무도 아름답고 기품있는 미부였다.

(사부...!)

그 중년미부를 바라보는 나설련의 시선이 아프게 빛났다.

 

---천환여제(天幻女帝).

 

궁장미부는 나설련의 사부였다.

그녀에게 천하를 오시할 힘을 주었으며,

또한 음탕함과 사악함을 강요했던 여인... 천환여제(天幻女帝)였다.

그때 천환여제는 주르르 눈물을 흘리며 자의 곤룡포인을 바라보았다.

[당신이... 변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고... 천첩은... 가슴이 허물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사옵니다. 웬지 아십니까?]

천환여제가 흐느끼며 말했다.

그런 그녀를 보고 어찌 천하제일의 독심녀(毒心女)라 하겠는가?

[휴...!]

천환여제의 말을 들으며 자의인은 깊이 한숨을 쉬었다.

그는 태상존황이라 불리는 인물이었다.

[천첩은... 붕비... 당신을 사랑했어요!]

천환여제가 얼굴을 교수로 감싸며 흐느꼈다.

[음...!]

그 순간 나설련은 능천한의 몸이 부르르 떨림을 느꼈다.

(저분이... 저분이... 바로 상공의 아버님... 그리고 바로 사부님의 정인(情人)...)

나설련의 교구는 의외의 사실에 흠칫 떨렸다.

천환여제가 흐느끼며 말을 이었다.

[사부 대천후(大天后)께서... 당신의 손에 타개하던 후에도... 천첩은 당신의 부르심을 기다렸어요. 한데 당신은,... 천첩에게... 일별도 주지 않으셨어요...]

[그것은 그대에게 이중의 고통을 주지 않으려 한 것 때문이오. 추하(秋霞)...!]

태상존황이 아주 힘들게 말했다.

[그런데... 어찌 그토록 쉽사리 천예선자를 부인으로 삼으셨지요?]

천환여제가 번거롭게 말했다.

천예선자는 능천한의 생모(生母)를 일컬음이다.

그녀는 능붕비에게 시집을 와서 이십 년만에 능천한을 갖았고...

능천한이 천극대정신맥을 지닌 탓으로 능처한에게 자신의 모든 정기를 주고 타계하였었다.

[그대만큼...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르오. 천예를 아꼈기 때문이오.]

태상존황, 아니, 패천황룡 능붕비는 무거우나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랬구나, 사문의 원한으로 헤어지긴 했으나... 아버님과 저분은... 사랑하는 사이셨구나.)

능붕비와 천환여제를 바라보며 능천한은 기묘한 기분이 되었다.

아버지와 옛 여인이 만나는 장면을 보고 있으니 말이다.

그때 천환여제는 입술을 꼬옥 깨물며 말했다.

[당신은 천첩을 받아들일 마음이 아직도 있으신가요?]

말을 마친 천환여제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천환여제의 말에 능붕비는 고소를 머금었다.

[추하... 그대는 참으로 바보요. 다 늙은 내게 무엇 때문에 여생을 맡기려 하오?]

능붕비의 말에 천환여제의 홍조띈 옥용에 미소가 떠올랐다.

능붕비가 직접 말하지는 않았으나 간접적으로 승낙을 했기 때문이다.

[겉은 이렇게 번지르 하지만... 늙기는 천첩도 마찬가지 아니옵니까?]

[허허, 그렇던가?]

능붕비는 껄껄 웃었다.

그리고 능붕비는 천환여제에게 다가가 그녀의 교수를 꼭 쥐었다.

[상... 상공...!]

천환여제는 고개를 푹 떨구었다.

어둠 속에서도 그녀의 긴 목이 빨갛게 상기되는 것이 보였다.

[고맙소. 천에를 잊지는 못하겠으나... 추하 당신 생각도 많이 하도록 노력하겠소!]

[감... 감사하옵니다. 상공!]

능붕비는 천환여제를 꼬옥 끌어안아 다독였다.

그리고,

[하하... 그대는 천예의 아들... 아니 이제는 당신의 아들 녀석이 되겠지. 천한이를 만나 보았겠지?]

능붕비의 말에 천환여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신과... 천예동생을 꼭 닮았더군요!]

능붕비는 빙그레 웃었다.

[훌륭한 녀석이오. 고금제일인(古今第一尊)이 될 녀석이지.]

말을 하던 능붕비는 안색을 굳혔다.

[그 아이가 강하기는 하지만... 그 아이의 힘으로도 상대못할 거인(巨人)이 나타났다오!]

[설마...!]

천환여제가 놀라 두 눈을 크게 떴다.

[사실이오. 아마도 나와 그 아이가 힘을 합쳐야 상대할 수 있는 초절정의 강자가 나타났소.]

[그... 그런 일이...!]

[그는 천마총에서 그 아이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소.]

능붕비의 말에 끝나기도 전에 천환여제는 급히 능붕비의 팔을 잡아끌었다.

[막아야 해요. 천환... 그 아이가 천마총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그렇소, 사실 나도 그 아이를 찾고 있던 중이오!]

[어서 가요!]

천환여제가 더 급해져서 능붕비를 끌어당겼다.

화르르르---!

쐐--- 애애--- 액!

능붕비와 천혼여제는 한쌍의 되어 빛으로 사라졌다.

---천환여제(天幻女帝).

어쨌든 능붕비의 처가 되었고,

능천한은 자연히 그녀 자신의 아들이 아닌가?

비록 자기 속으로 낳은 아들이 아니라 할지라도,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다를바가 없다.

[흠...!]

사라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능천한은 묘한 기분이 되었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아버님께서는 혈종문이 본문을 습격하던 그날... 제왕부(帝王府)에 드는 기연을 얻으셨던 모양이군.)

능천한은 염두를 굴렸다.

그때 그의 품에 안긴 나설련이 조심스런 어조로 물었다.

[천마총에... 드실 것이옵니까?]

능천한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강적이 노리고 있다는데...]

나설련이 침울하게 말하자 능천한은 빙그레 웃으며 그녀의 삼단같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해주니... 고맙소. 하지만... 꼭 가야하오!]

[...]

능천한의 말에 나설련은 고개를 폭 떨구었다.

[날이 밝은대로... 십만대산을 떠나시오. 무이산의 자부(紫府)에 가서 기다리도록...]

[알겠사옵니다.]

말을 하며 나설련은 다시 능천한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아직은 여명이고 좀더 시간이 있었다.

능천한이 다독이는 중에 나설련은 살풋 잠속에 빠져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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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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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十七 章

 

                     무서운 神秘老人

 

 

 

[!]

수라천극존도 움찔하였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때문이다.

[묵횡굉벽뢰(墨皇轟霹雷)!]

--- 우우우웅!

수라천극존은 시커멓게 변한 우수를 쳐들었다.

그가 막 묵황굉벽뢰를 쳐내려고 할 때였다.

[척천독존강류(擲天毒尊罡流)!]

콰르르르---

우르르--- 르릉!

허공일각에서 강력한 강기가 폭포수같이 쏟아져 내려왔다.

[!]

[--- !]

묵영독존과 수라천극존의 입에서 동시에 신음이 터졌다.

다음 순간,

--- 쿠쿠--- 쿠쿠쿵!

--- 콰콰쾅!

거창한 폭음이 십만대산을 흔들었다.

우르르르---!

--- 드득! 콰자자자작!

거창한 경기의 폭풍에 사백 장 방원이 쑥대밭이 되었다.

[우웃!]

--- 쿠쿵!

그 중에서 묵영독존이 묵영을 흐트리며 십여 보 밀려났다.

그의 손에는 용린(龍鱗)을 이어 만든 채찍이 들려 있었다.

[만독묵린편에도 녹지 않는 강기가 있다니...]

묵운 속에서 묵영돋존의 신음성이 들렸다.

화르르르---!

[묵영독존! 오랜만이오!]

허공에서 움찔하던 능천한이 묵영독존과 수라천극존사이로 내려섰다.

[! 폐천지존... 그대였는가?]

묵영독존이 신음하듯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크크크... 네 녀석이었군!]

수라천극존이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선배! 안녕하셨습니까?]

능천한은 수라천극존을 향하여 정중히 포권을 하였다.

그모습에 수라천극존은 그답지 않게 해벌레 웃으며 다가왔다.

[크흐흐흐! 이놈 멋지게 자랐구나! 네 녀석의 이야기는 귀가 따갑데 들었다.]

수라천극존은 능천한의 어깨를 두드리며 좋아했다.

그때였다.

[독공까지 익혔다니... 그대는 매번 만날 때마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구려!]

묵영독존이 중얼거렸다.

능천한은 돌아서서 얼굴을 무겁게 굳혔다.

[그대는 광독종을 아시오?]

[광독종?]

묵영독존이 자기도 모르게 크게 외쳤다.

얼마나 놀랐는지 그의 모습을 가린 묵운(墨雲)이 부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이어 그는 괴롭게 중얼거렸다.

[그랬는가? 그대가 광독종을 이었단 말이지?]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광독종을 위해서도... 그대와의 일전은 피할 수 없소!]

우르르르르---!

능천한의 몸에서 시퍼런 독강(毒罡)이 줄기줄기 뻗쳤다.

[무슨 소리냐? 광독종은 또 무엇이고...]

영문을 알지 못하는 수라천극존이 중얼거렸다.

[으음... 그대가 광독종을 이었다면... 일전은... 피할 수 없겠고...!]

묵영독존이 심각하게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시기가 아니니... 천마총의 일이 끝난 후에 겨루는 것이 어떻겠소?]

묵영독존이 정중하게 말했다.

정중하게 말하는 데에는 능천한도 굳이 싸우자고 달려들 수는 없었다.

[좋소. 천마총의 대사가 끝난 뒤에...]

[고맙소!]

--- 스스스슥!

말을 하며 묵영독존은 허공으로 치솟아 사라졌다.

(구천독종의 후인이기는 하나... 악인이 아님은 분명하다.)

사라지는 묵영독존을 바라보며 능천한은 두 눈을 빛냈다.

[헛허... 그 녀석도 알고 보니 네 녀석만큼이나 멋있는 놈이구나.]

수라천극존이 껄껄 웃었다.

능천한은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그동안... 무림에 나오시지 않으시고 어디에 계셨습니까?]

능천한이 묻자 수라천극존은 입술을 실룩이며 대답했다.

[옛날에 노부를 골탕먹인 친구를 찾아가 설욕을 하려 했는데... 또 지고 말았다.]

수라천극존의 말에 능천한의 안색이 일변하였다.

(수라천극존 선배는 아버님에게만 한번 좌절당하셨을 뿐 누구에게도 진적이 없는데... 설마...)

능천한의 안색이 변하는 것을 보고 수라천극존은 껄껄 웃었다.

[하하! 그렇다. 네 녀석의 애비에게 또 한 번 골탕을 먹었다.]

[...!]

능천한은 휘청하였다.

(역시... 아버님은 건재하셨구나.)

능천한의 안색은 여러 차례 변하였다.

그 모습에 수라천극존은 고개를 갸웃했다.

[, 이 녀석아, 너도 네 애비를 만나 보았을텐데 무얼 그리 놀라느냐?]

[제가 아버님을 만나 뵈었다고요?]

능천한은 두 눈을 치떴다.

그 순간,

(태상존황... 그분이 설마...)

능천한의 표정이 묘하게 이지러졌다.

그 모습에 수라천극존은 재미있다는 듯이 껄껄 웃었다.

[하하! 어쨌든... 네 애비에게 패하고... 노부는 생가지도 않은 가루를 썼다.]

말을 하며 수라천극존은 짐짓 처량한 표정을 지었다.

[! 예전에 모욕울 준 자에게 패한 것도 억울하거니와 이제는 그 자의 수하가 되지를 않았느냐? 내참...]

수라천극존의 투덜거림을 들으며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처음 보았을 때 전혀 낯선 기분이 들지 않더라니... 그리고 천형제왕검의 비급을 서슴없이 주신 것은 모두...)

능천한은 감동으로 가슴이 뿌듯해졌다.

생사를 모르던 아버지가 살아 있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고 가히 하세제일이라 할 만큼 더 강해져 있는 것이다.

그때였다.

[패천황룡이 살아 있었는가?]

갑자기 한소리 창노한 음성이 능천한을 소스라치게 놀라게 만들었다.

아무리 그가 사색에 잠겨 있었기로서니...

천년내공을 지닌 그의 이목을 속이고 가까이 다가온 자가 있었던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누구냐?]

대경한 수라천극존이 버럭 고함을 지르며 돌아섰다.

[...!]

능천한은 수라천극존과 함께 고개를 돌렸다.

[...!]

[...!]

고개를 돌린 능천한과 수라천극존은 아연하였다.

십 장 밖,

한 명의 노인이 서 있었다.

일신에 백의를 차려 입은 청수한 인상의 백의노인이었다.

일견하여 다만 청수하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절정고수들에서 느껴지는 무형기도(無形氣道)같은 것도 노인에게는 없었다.

한데 그 노인에게는 느낌이 있었다.

능천한은 노인의 풍기는 그 느낌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창공(蒼空)같다. 너무도 넓고 높아 그 실체를 추측도 못하는 창공... 이런 인물이 당세에 있었다니...)

능천한이 넋이 나가 있을 때,

노인은 스쳐가는 눈길로 능천한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길을 받은 능천한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매우 맑은 눈빛이었다.

한데 그 맑은 눈빛에 은은히 혈광(血光)이 배에 흐르는 것은 웬일일까?

그 밝은 혈광이 능천한을 소름끼치게 만든 것이다.

(이런 인물이... 만일... 마인(魔人)이라면...)

능천한은 치를 떨었다.

평소에는 만인을 위압하던 그였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백의노인에게 위압당하고 있는 것이다.

[천극대정신맥(天極大正神脈)이라...]

백의노인이 풀풀 웃었다.

그 웃음에는 웬지 보르게 비웃는 듯한 느낌이 섞여 있었다.

능천한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타인의 비웃음정도에 흔들릴 그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라천극전이 참지 못하고 발작을 일으켰다.

[이놈! 개뼈다귀같이 것이... 누워랏!]

--- 쿠쿠--- !

--- 르르릉! 콰자자자작!

묵황굉벽뢰!

노한 중에도 수라천극존은 백의노인을 경시하지 못하고 전력을 다해 최강의 공세를 쳐내었다.

그것은 능히 작은 야산을 밀어내어 버릴 정도로 엄청난 공세였다.

그러나,

[후훗! 어린 녀석이 날뛰기는...]

백의노인이 나직이 웃으며 슬쩍 우장을 들었다.

다음 순간,

--- !

묵황굉벽뢰의 공세가 안개같이 쓰러졌다.

그리고,

--- !

[--- !]

--- --- !

오히려 수라천극존이 피를 토하며 나뒹굴었다.

[이럴 수가...]

천만뜻밖의 사태에 능천한은 신음을 흘리며 수라천극존에게 달려 갔다.

백 년내 최강의 마종(魔宗)이고,

고금오대마종(古今五大魔宗)에 드는 수라라천극존이다.

그런 그가 백의노인의 가벼운 일장에 패하고 만 것이다.

[하하! 능천한이라 했는가? 네게 본종(本宗)을 넘을 기회를 한번 주겠다. 과연 그 기연을 얻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네 실력과 운에 달렸다.]

--- !

백의노인은 껄껄 웃으며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그리고는 흐르는 구름같이 유유히 허공을 밟으며 남천(南天)으로 날아갔다.

[하하! 천마총으로 오너라! 그곳에서 너를 기다리겠다.]

백의노인의 청아한 웃음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으음...]

능천한은 신음하며 사라지는 백의노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그렇다! 바로 그자다!]

쓰러졌던 수라천극존이 신음하며 일어섰다.

입가로 피를 흘리면서,

수라천국존은 공포에 찬 눈길로 남천을 바라보았다.

(떨다니... 수라천극존 선배가 떨다니...-

능천한은 그저 넋이 나갔다.

수라천극존!

그가 극심한 공포에 부들부들 떨고 있지 않은가?

천하의 수라천극존을 떨게 만드는 자가 있었다니...

그저 놀랄 뿐이다.

[선배, 그 노인이... 누구입니까?]

능천한의 물음에도 수라천극존은 남천을 바라보며 중얼거릴 뿐이었다.

[붕비... 자네의 우려가 맞았네... 그가... 살아 있었네... 오오... 천하에 이런 일이...]

그리고,

--- 스슥!

수라천극존은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붕비! 붕비에게 알려야 한다!)

화르르르르---

수라천극존은 까마득히 날아갔다.

[선배님!]

능천한은 날아가는 수라천극존의 뒤쪽을 향하여 크게 외쳤다.

그러자 수라천극존이 멀리서 대답하였다.

[천마총에... 가지 말라. 그자와... 절대 충돌하지 말고...]

그리고는 수라천극존은 멀리로 사라졌다.

[백의노인... 그가 도대체 누구이기에...]

능천한은 망연히 중얼거렸다.

[...!]

--- 으윽!

그런 그의 옆으로 촛점없는 시선의 환몽천후가 다가왔다.

환몽천후는 웬일인지 농천한의 앞으로 바짝 달라붙었다.

능천한은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환몽까지... 떨다디...)

환몽천후!

영혼이 없는 환몽천후조차 본능적인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이다.

(환몽까지 떨게 만들다니... 그자의 심력(心力)이 그리도 강한가?)

능천한은 환몽천후를 꼬옥 끌어안았다.

능천한은 모르는 것이 있었다.

백의노인이 나타나는 십 리 방원이 사념(邪念)에 뒤덮인다는 것을...

능천한이 그것을 느끼지 못한 것은,

그가 만사(萬邪), 만마(萬魔)와 극성의 천극대정신맥을 지녔기 때문이고,

[환몽! 괜찮소. 그는 멀리 갔오!]

능천한은 그녀의 어개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환몽천후는 그제야 빙그레 웃으며 능천한의 품에서 떨어졌다.

[하하... 환몽! 갑시다!]

--- 으윽!

환몽의 미소에 접한 능천한은 기분이 풀려서 크게 웃으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휘르르--- 르르르!

그뒤로 환몽천후도 따랐다.

 

***

 

어느덧 황혼 무렵이 되었다.

산중(山中)의 낮은 짧다.

금빛 안개를 만정에 흩뿌리며 태양이 서편으로 지고 있었다.

[혈해(血海)에는 오늘 닿지 못하겠군!]

능천한은 남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천마총이 있다는 혈해가 있었다.

[이 넓은 곳에서 천향염후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

능천한은 몸을 날리며 청각에 공력을 집중시켰다.

그가 그렇게 십 리를 나갔을 때였다.

[--- 아악!]

처절한 비명이 아련히 들려왔다.

그것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

능천한은 멈칫하였다.

십만대산에는 천하무림의 전 정예가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천마총의 유혹 때문이고...

그 때문에 여기저기서 살륙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사내가 죽어가면 지른 비명이다. 천향염후가 죽인 것인지도 모른다.)

능천한이 생각을 굴릴 때였다.

[--- 아악!]

재차 사내의 비명소리가 능천한의 귓전을 두드렸다.

[환몽!]

--- 스스슥!

화르르--- 르르르!

환몽천후도 능천한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십 리를 일순간에 지났다.

[천향(天香)...]

능천한의 안색에 이채가 떠올랐다.

강렬한 여인의 체향(體香)임을 알기 때문이다.

화르르--- 르르!

능천한은 질풍같이 쏘아나갔다.

[호호호...!]

그런 그의 귓전에 교교로운 여인의 교성이 들렸다.

그것은 능천한의 귀에 익은 천향염후의 교성이었다.

그와 함께,

[으아--- 아악!]

[--- 에에엑!]

또다시 비명이 터졌다.

[--- !]

--- 이이잉!

능천한은 대갈일성하며 허공으로 치솟아 날랐다.

허공에 뜬 그의 눈에 한바탕 혈풍이 쏟고 지나간 자리가 보였다.

그곳은 좁은 협곡인데 이삼십 명의 장한들이 뇌수를 흘리며 죽어 넘어져 있었다.

그리고,

스스--- 스슥!

능천한의 장소성에 놀란 한 명의 여인이 쏜살같이 절곡을 빠져 나가는 것이 보였다.

[천향염후!]

능천한은 처지가 뒤흔들리는 함성을 터뜨렸다.

그와 함께,

--- 애애애액!

--- 아아앙!

천형제왕검이 그의 우수에서 일어나고,

천검만리어기뢰(天劍萬理御氣雷)의 절대신검초로 천향염후를 쏘아갔다.

화르르르---

천지를 가르는 예기가 배심으로 날아들자 천향염후는 홱 돌아섰다.

그순간,

[! ... 검만리... 어기뢰!]

마주 교수를 내치려던 천향염후의 교구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아아...

천검만리어기뢰!

아버지 천후검성 나뢰만이 알고 있던 천검성 비전의 절대신검초 아닌가?

--- 아악!

전면으로 날아드는 천향제왕검을 바라보며 천향염후는 그대로 굳어졌다.

주르르...

죽음이고 삶이고 그녀의 뇌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아버지의 유학!

그것이 눈앞으로 닥쳐오는 것이다.

그리고,

--- 스슥!

반투명의 천향제왕검은 천향염후의 쩌가슴 앞에서 멈추어졌다.

주르르르...

천형제왕검의 끝에 찔린 그녀의 풍염한 젖무덤에서 너무도 붉은 선혈이 한 줄기 흘렀다.

보검으로도 흠도 못내는 천향지체(天香之體)이건만,

천형제왕검앞에서는 너무도 무력하고 연약한 젖무덤이었다.

[나소저!]

스스스스슥!

망연히 서 있는 천향염후, 아니 천검미후(天劍美后) 나설련의 앞으로 능천한과 환봉천후가 내려섰다.

눈물,

한 줄기 옥루가 나설련의 볼로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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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十六 章

 

                다시 만난 修羅天極尊

 

 

 

--- 아아앗!

창공(蒼空)으로 선풍(旋風)이 인다.

--- --- 어윙!

선풍 속에서 들리는 웅후한 봉황후(鳳凰吼)!

구천금봉황의 울음소리였다.

[핫하! 금봉! 너와 함께라면 구만리를 한 시진에 나를 수 있겠구나.]

구천금봉황의 등위에서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능천한이었다.

천극을 품에 안은 능천한이 구천금봉황의 등위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 아아--- !

구천금봉황이 한번 날개를 펄럭일 때마다 폭풍이 일었다.

능천한은 구천금봉황의 날개사이로 지면을 내려다보았다.

연이어 힘찬준령들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는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벌써 십만대산(十萬大山)의 권역이다.]

능천한은 중얼거렸다.

그와 구천금보왕의 아래로 펼쳐진 끝없는 산역이 십만대산이다.

십만대산은 광활하다.

장장 수천리에 이어진 그 거대한 산역은 중원과 남만을 가르고 있었다.

[이곳에... 천마총이 있음은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다만...]

중얼거리는 능천한의 봉목이 싸늘하게 빛났다.

[누군가가... 고의로 소문을 내었다. 이는 천마총을 이용하여 천하무림을 집어삼키려는 큰 음모가 그 뒤에 있다.]

중얼거리던 능천한의 표정에 문득 이채가 떠올랐다.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능천한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은은한 병장이 부딪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금봉! 내려가자!]

능천한은 구천금봉황의 목덜미를 가볍게 두들겼다.

--- --- !

구천금봉황은 크게 봉황음을 발하고는 곧장 산역을 향하여 내려 꽂혔다.

능천한의 전면으로 병풍같이 벌려진 연봉이 확 다가들었다.

(싸움은 저 연봉 뒤에서 벌어지고 있다.)

능천한은 눈을 빛냈다.

이윽고 구천금봉황이 지면과 일성을 토하며 구천금봉황의 등을 박차고 지면으로 폭사되었다.

[금봉! 봉황지존전으로 돌아가랏!]

스스스--- 쐐애--- 애액!

능천한은 연봉들 중 한 산봉우리를 향해 쏘아가며 외쳤다.

--- 우우우!

화르르르르... --- 이이잉!

구천금봉황은 고개를 끄덕이며 거구를 휘둘렀다.

이내 구천금봉황의 모습은 북천(北天)의 구름사이로 사라졌다.

--- 스슥!

거의 동시에 능천한도 봉우리 위로 날아내렸다.

내려선 능천한은 봉우리의 뒷편을 바라보았다.

--- 차차창!

콰르르르--- !

그곳에는 제법 넓은 분지가 자리하고 있는데...

청의검수들이 유난히 긴 장검을 휘두르고 있고,

황포를 걸친 칠인의 장한이 청의검수들을 막고 있었다.

[칠걸(七傑)아닌가?]

황포장한들을 바라보던 능천한의 눈에 반가운 기색이 돌았다.

청의검수들과 싸우고 있는 칠인의 장한들은 바로 패천칠걸이었다.

[--- ! 중원은 너희 변황의 오랑캐들이 날뛸 곳이 아니다!]

[핫하! 중원에 일지수 패천신문이 있었음을 잊었느냐?]

--- 퍼펑!

--- 차차--- !

패천칠걸은 신위를 떨치고 있었다.

[많이들 강해졌다. 거령이 잘 가르친 탓이리라!]

패천칠걸이 청의검수들 사이에서 맹호같이 날뛰는 모습을 보며 능천한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칠걸이 이곳에 있음은... 유령(幽靈)이나 홍에(紅霓)가 근처에 있다는 뜻이다.]

능천한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패천칠걸의 후면에 자리한 절곡이 짙은 운무에 덮여 있었다.

그것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고 인위적인 기문진세(奇門陣勢)에 인해 일어나는 것이었다.

[영라(瓔羅)까지 와있는가?]

능천한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그때였다.

[--- 우우!]

돌연, 날카로운 장소성이 터졌다.

스스스스--- !

--- --- 애액!

그와 함께 한쪽으로부터 청의노인이 날아들며 패천칠걸에게로 덮쳐들었다.

능천한은 흠칫하였다.

[해천신검제...]

능천한이 중얼거린 때 해천신검제는 무지개같은 검기를 내뻗어 칠걸을 휩쓸었다.

[--- 우웅!]

[--- !]

칠걸이 다급히 함성을 지르며 해천신검제를 막아갔다.

--- 차차차창!

우르르르르---

[--- !]

[...]

패천칠걸 중 세 명이 피를 흘리며 비틀거렸다.

해천신검제.

변황일제검사(邊荒第一劍士)다운 솜씨였다.

[패천지존의 졸개들! 모두 베고 말리라!]

츠츠츠--- 츠츠!

--- 이이잉!

해천신검제는 벼락같이 외치며 검을 뻗어 내었다.

[우웃...]

[지독한 검기(劍氣)!]

패천칠걸은 안색이 하얘졌다.

해천신검제의 검기에는 호신강기라도 종이 베듯 하는 날카로움이 있다.

패천칠걸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강적인 것이다.

그때였다.

--- 르르르르!

--- 이이이잉!

갑자기 허공일각에서 한 자루 시커먼 극()이 돌풍을 몰아 해천신검제를 뒤덮어 왔다.

[!]

해천신검제의 안색이 일변하였다.

날아드는 극이 어떤 것인지 알아본 때문이다.

[천극(天戟)!]

해천신검제는 노갈을 터뜨리며 장검을 내뻗치면서 이 십 장 밖으로 물러났다.

--- 카카캉!

--- --- 쿠쿵!

[--- !]

요란한 금속성이 터지고,

그 속에서 해천신검제는 장검을 부들부들 떨며 물러났다.

그의 호구에서 피가 흘러 검신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 아앙!

해천신검제를 후려친 천극은 크게 호선을 그리며 허공으로 치솟았다.

--- 스슥!

화르르르르---

날아오른 천극은 곧장 지면으로 떨어져 내리는 능천한의 손으로 들어갔다.

[소문주님!]

능천한을 발견한 칠걸이 환성을 질렀다.

반면 해천신검제는 노안에서 살기를 흘리며 능천한을 노려보았다.

--- !

능천한은 천극을 비껴들고 중인들 사이로 내려섰다.

[으드득! 능천한! 오랜만이다!]

해천신검제가 이를 갈며 말했다.

능천한은 씁쓸한 표정으로 그런 해천신검제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이오. 노인장의 여주인은 무고하신지 모르겠구려!]

[무고? 공주님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무고하느냐는 말이 나오느냐?]

해천신검제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그의 노안에서는 칠전지한이 뚝뚝 흘러 내렸다.

[네놈에게 몹쓸 짓을 당하고 공주님은 혼이 나가 이제껏 정신을 못 차리고 계신다!]

[으음...]

능천한이 무겁게 한숨을 쉬었다.

그의 뇌리에는 피투성이가 되었던 사란공주의 모습이 선연히 떠올랐다.

[기다리거라. 신존(神尊)께서 이곳에 와 계시니... 네놈께 친히 죄를 물으실 것이다.]

--- !

해천신검제는 장검을 거두었다.

그리고,

[가자!]

[!]

스스스스--- !

휘르르르르---

수하들과 더불어 표표히 사라져 갔다.

[...!]

능천한은 침중한 시선으로 사라지는 해천신검제를 바라보았다.

[상공!]

그때 뒤쪽으로 조용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능천한은 뒤로 돌아섰다.

기문진의 진운(陣雲) 사이로 네 명의 여인이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제갈영라, 유령신녀, 홍예선희, 그리고 환몽천후가 그녀들이었다.

제갈영라는 살포시 미소지으며 능천한에게 다가왔다.

[영라, 이곳에 어찌 와 있소?]

능천한이 묻자 제갈영라는 능천한의 손을 꼭 쥐며 눈을 흘겼다.

[상공, 야속하옵니다. 상공을 뵙지 못한 것이 두달 가까이 되었거늘... 어찌 그런 무정한 말씀을 하시옵니까?]

제갈영라의 말에 능천한은 멋쩍게 웃었다.

[내가 보고 싶어 이 십만대산까지 와서 기다렸단 말이오?]

[그러하옵니다. 게다가 이쪽 두 언니도 더 이상은 기다림을 참지 못해 하시기에,...]

능천한은 유영신녀와 홍예선희를 돌아보았다.

[...!]

[... 상공...!]

유령신녀는 고개를 떨구고 홍예선희는 촉촉히 물기가 젖은 눈으로 능천한을 바라보았다.

[홍예... 몸은 괜찮소?]

능천한이 다가서며 홍예선희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 상공...!]

그러자 홍예선희는 울음을 터뜨리며 능천한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흑흑... 죄송합니다. 상공, 상공께... 몹쓸 짓만 하고...]

능천한은 홍예선희를 꼬옥 끌어안아주었다.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이 능천한의 가슴에 눌리며 바르르 떨렸다.

[홍예... 괜찮소. 모두 지나간 일이니... 그리고... 아버님도 변을 당하시지는 않으셨을 것이고...]

능천한은 홍예선희의 삼단같은 머릿결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 모습을 보며 제갈영라와 유령신녀는 마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환몽언니만 남고... 신첩들은 돌아가라는 말씀이시옵니까?]

제갈영라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기문진이 쳐진 분지 안에는 얼마 전에 지은 모옥이 있다.

급히 지었으나 정갈한 모옥이고, 그 내부는 더욱 정갈한 여인의 규방이 되어 있다.

규방의 탁자를 마주하고 능천한은 여인들과 마주 앉아 있었다.

[천마총이 누군가의 음모에 의해 죽음의 함정이 되어 있는 것은 영라가 더 잘 알 터... 그 함정에 그대들을 함께 데려갈 수 없소.]

[으음...!]

능천한의 단호한 말에 제갈영라는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유령신녀와 홍예선희도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들도 무엇인가 허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능천한은 말을 이었다.

[천마총이 한번 열리고 나면... 천하무림에 대변란이 일어날 것이오. 영라는 벽라누님을 도와 그것에 대비함이 좋소.]

능천한의 말에 제갈영라는 고개를 숙이며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알겠사옵니다. 곧 자부(紫府)로 돌아가겠사옵니다.]

능천한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가장 큰 적은 혈종일문(血宗一門)의 배후에... 보이지 않는 적이 있으니... 그 적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는 전력을 드러내지 마오!]

능천한의 말에 제갈영라가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소문주께서 오셨다고?]

절곡이 웅웅거릴 정도로 요란한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거령패왕(巨靈覇王)의 목소리였다.

[거령이냐?]

능천한이 방문 밖을 향하여 말했다.

[그렇습니다. 속하 대령하였습니다!]

방밖에서 거령패왕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 !

능천한은 방문을 열고 나갔다.

[소문주님!]

거령패왕은 우람한 체구를 넓죽 엎드리며 절을 하였다.

[거령이 수고를 해주어야겠다. 곧 주모들을 모시고 자부로 돌아가라!]

능천한의 말에 거령패왕은 고개를 갸웃했다.

[천마총이 열리는 것도 보지 않고 말입니까?]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환몽과... 나만 이곳에 남겠다.]

거령패왕은 고개를 갸웃하며 방안에 있는 제갈영라등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들이 시무룩해있자 거령패왕도 시무룩해져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알았습니다. 주모님들은 속하가 자부로 모시겠습니다. 한데...]

거령패왕은 분노의 기색을 띄며 말을 이었다.

[오는 도중에 아주 못된 계집을 만났었습니다.]

[못된 계집?]

[, 무슨 원수가 졌는지 사내들만 골라 죽이는 계집이었습니다.]

능천한의 눈이 번쩍 빛났다.

(천향염후다.)

거령패왕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을 이었다.

[십만대산의 권역에서만도 천여 명이 그 악독한 계집의 손에 죽었습니다.]

[그녀를 어디서 만났었느냐?]

능천한이 묻자 거령패왕은 즉시 대답했다.

[십여 리 떨어진 평원이었습니다. 그 계집이 남만의 야인 백여 명을 깜짝할 사이에 죽이는 것을 보고 달려갔는데...]

거령패왕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환몽! 따라오시오!]

--- 이이잉!

능천한의 신형이 백 장 상공으로 치솟았다.

[! 소문주님!]

[상공...!]

거령패왕과 여니들이 다급히 불렀으나 능천한은 한걸음에 진세 밖으로 날아갔다.

스스스스슥---!

그 뒤를 환몽천후가 천극을 안고 따라갔다.

[...!]

[... 상공...!]

여인들은 모옥 밖으로 달려 나와 능천한이 사라진 곳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무정한 분... 따듯한 말씀 한마디 않으시고 가버리시다니...!]

제갈영라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그녀들이 망연히 바라보는 곳에는 이미 능천한의 그림자도 없었다.

 

***

 

--- 스스--- !

능천한은 가공할 속도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런 그의 안색은 침중하기 이를 데 없었다.

(천후검성 나선배님을 봐서라도... 천향염후를 거두지 않을 수 없다!)

--- 이이잉!

능천한은 희뿌연 그림자로 변하여 날아가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범인이라면 능천한의 모습을 알아보지도 못할 빠르기였다.

--- 스스스슥!

[...!]

그런 능천한을 환몽천후는 무리없이 따르고 있었다.

그녀는 이지가 실려 있지 않은 눈빛으로 망연히 능천한의 옆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스--- 스슥!

화르르르---!

두 남녀는 선풍이 휩쓸고 지나듯이 산역을 가로질러 갔다.

두 사람이 막우거진 삼림을 날아넘을 때였다.

[우하하하! 네가 묵영독존(墨影毒尊)이냐?]

쿠쿠--- 쿠쿠--- 쿠쿵!

콰르르르--- 르르!

우렁찬 장소성과 함께,

고이렬한 폭음이 십만대산을 뒤흔들었다.

(귀에 익은 목소리... 이 목소리는...!)

능천한의 입가에 장소를 지르며 허공에서 몸을 들었다.

--- 애애액!

휘르르르--- 르르!

환몽천후도 멋쩍게 몸을 틀어 능천한의 뒤를 따랐다.

--- 이이잉!

능천한은 작은 구릉을 박차고 백수십장을 치솟아 올랐다.

환몽천후가 능천한의 그림자같이 그 뒤를 따랐고,

허공으로 치솟은 능천한은 밑을 내려다보았다.

그곳은 광활한 산림지대였다.

한데,

--- 쿠쿠쿠--- 쿠쿵!

콰르르르르--- 르릉!

폭풍이 몰어치는 듯한 경기의 파동에 사방 수백 장의 삼림이 풍지박살이 되어 있었다.

그 중앙에 이인(二人)이 무서운 속도로 충돌하고 있었다.

그들은 한 명의 묵운(墨雲)에 쌓인 괴인과,

시퍼런 강기를 뇌전같이 쏟아내 노인이었다.

[우하하! 애송이가 제법이구나!]

묵영의 괴인을 향하여 노인은 무서운 속도로 짓쳐 들고 있었다.

[크크... 수라혈폭(修羅血瀑)! 아수라강살기(阿修羅罡煞氣)! 파라쇄심인(破羅碎心印)!]

짜자자자--- 자작!

--- 쿠쿠--- 쿠쿵!

괴인이 쌍장을 뽀개 낼 때마다 하늘을 무너뜨릴 듯한 시퍼런 강기가 일어났다.

[묵운뢰(墨雲雷)! 파황수강(破荒手罡)...!]

--- 쿠쿠--- !

콰르르르르--- 르르!

묵영의 괴인도 물러서지 않고 마주 시커먼 강기르 내쳤다.

(묵영독존... 그리고 저 노인장은...!)

허공에 뜬 능천한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묵영의 괴인은 물론 구천독종(九天毒宗)의 묵영독존(墨影毒尊)이었고...

(수라천극존(修羅天極尊)선배...!)

능천한음 미소를 지었다.

괴노인은 바로 수라천극존이었다.

패천동부에 갇혀 있다가 능천한에게 큰 기연을 주었던 바로 그 수라천극존이었던 것이다.

[정말 이렇게 나오기요?]

묵영독존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흐흐... 네놈이 감히 존()이라 사칭한 것이 죄이니라. 본존외에 감히 존()의 칭호를 쓰다니...!]

쿠쿠쿠--- !

수라천극존이 벼락같이 수라강기를 뻗어 내었다.

후훗! 그것 때문에 묵영독존을 못살게 구시는가?

능천한은 실소를 터뜨렸다.

그러나,

(!)

그의 실소는 이내 사그러들고 말았다.

[각오하시오!]

--- 파팡!

--- 하학!

묵영독존의 폭갈이 터지며 그의 손에서 검은 광망이 폭포같이 쏟아진 것이다.

[만독묵린편(萬毒墨鱗鞭)! 위험합니다![

--- --- 아악!

화르르르르--- !

능천한은 벼락같이 외치며 장내로 쏘아내려갔다.

격노한 묵영독존이 만독묵린편을 발출한 것이다.

어떤 호신강기라도 단번에 녹여 낸다는 저주의 마병 만독묵린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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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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