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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역시 저녁 무렵. 넓은 강변의 아늑한 동산. 무성한 숲 위로 건물들의 지붕이 보인다. 절이다. 강가 절벽 위에 선 용화사와는 경치가 다르다.

숲으로 난 길을 걸어서 올라가는 청풍과 권완. 청풍은 신이 나서 뒷걸음질로 올라가며 광대 시늉, 원숭이 흉내를 내서 권완을 웃기려 하고. 권완은 소매로 입을 가리며 웃고

앞쪽으로 절의 산문이 보인다. 헌데 사람들이 안보인다.

권완; [이상하군요.]

청풍; [뭐가?] 폴짝 재주넘으며 묻고

권완; [아직 해가 남았는데도 오가는 향화객(香火客)이 안 보여요!]

청풍; [그러고 보니 그렇네!] 두리번

청풍; [옥불사의 백옥불이 영험함을 잃었다는 소문이 났나?]

권완; [그럴 리가 없잖아요.] 눈 흘기고

권완; [아마 옥불사에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에요!] 앞을 턱으로 가리킨다

청풍이 돌아보니 산문 안쪽에 무장을 한 중들이 서서 기웃거리며 두 사람을 보고 있다

청풍; [완매 말이 맞는 것같애!] [중들이 무장을 하고 서성대는 걸 보니 뭔일이 생기긴 생긴 모양이야!] 권완과 함께 다가가고

두 사람이 산문을 들어서려는데

[멈춰라!] 얼굴이 곰보인 흉악한 인상의 떡대 좋은 중이 나타나 가로 막는다. 이 중의 이름은 원구. 칼을 들었는데 성격이 지랄 맞다. 원구 뒤로는 겁이 많아 보이는 또 다른 중이 따라나선다. 그 중은 봉을 들었는데 이름이 원적이다. 원구와 원적의 나이는 20대 중반. 현장의 다른 중들보다 나이가 들어보인다.

원구; [돌아가라! 본사는 손님을 받지 않는다!] 칼을 휘두르며 눈을 부라리고

청풍; [아니 이 땡중이 누구 보고...!] 인상 쓰는데 + 권완; [스님 편의를 봐주세요!] 청풍의 소매를 잡아끌며 앞으로 나서고

권완; [저희는 백옥불이 신통하다는 소문을 듣고 강남(江南)에서부터 찾아왔어요!] [번거로우시겠지만 잠시 둘러보게 해주세요!] 공손히 말하고

원구; [듣기 싫다! 귀찮게 굴지 말고 당장 꺼져라.] 눈을 부라린다.

권완;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어쩔 수 없지요.] 짐짓 한숨

권완; [하지만 아쉽군요. 우리 집에선 해마다 적지 않게 옥불사에 시주를 해왔는데....] 짐짓 한숨 쉬고. 그러자 움찔하는 원구와 원적

권완; [돌아가서 아버지에게 옥불사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쫒겨났다고 말씀드려야겠어요!] [그만 가요 오라버니!] 청풍에게 눈 찡끗하며 말하고. 뒤에서 당황하는 원구와 원적

청풍; (어쭈! 우리 이쁜이도 제법인데!) 감탄할 때

원적; [...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시주!] 급히 앞으로 나서며 외치고. 그러자

권완; [왜 그러시나요 스님?] 마지 못한 듯 돌아보는 권완

원적; [오늘 본사에 일이 생긴 탓에 제 사형의 신경이 날카로워졌습니다.] [아무쪼록 시주께서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합장하고

권완; [스님은 법명이 어찌 되시는지요?]

원적 [소승은 원적(遠賊)이라 하옵고 소승의 사형은 법명을 원구(遠仇)라 합니다.] 여전히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원구를 소개 시키고

권완; [원적스님과 원구스님이시군요!] 마주 합장한다.

청풍; (도둑을 멀리 하고(遠賊) 원수를 머리한다(遠仇)?) (별호 한번 쥑이네!) 피식 웃고

<저 중생이!> 원구가 발견하고 눈 부릅 인상 쓰지만

원구; [어수선하긴 하지만 먼길을 오셨는데 그냥 보내드릴 수야 없지요.] [안으로 드셔서 저녁 공양이라도 드시고 가십시오!] 안으로 들어가길 청하고

권완;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폐를 끼치도록 하겠어요!] 고개 숙여 절하고

원적; [소승을 따라오십시오!] 앞장 서서 안내하고

원적를 따라 산문을 지나는 청풍과 권완

원구; [정신들 바짝 차려라!] [원수가 나타나면 대적하지 말고 신호만 보내고!] 남아있는 다른 중들에게 눈 부라리며 말하고

[예 사형!] [명심하겠습니다!] 다른 젊은 중들이 합장하며 대답하고

이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청풍과 권완의 뒤를 따라가는 원구. 청풍과 권완은 앞 뒤로 중을 거느린 모습으로 산문을 지나 절 안으로 들어간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건물들이 보이는데 역시 오가는 향화객도 없고 중들도 안보인다.

건물들이 가까워진다. 하지만 군데 군데 무장한 중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서있고 향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권완; <뭔가 사단이 벌어져도 단단히 벌어진 모양이에요!> 전음을 보내고. 끄덕이는 청풍. 이어

청풍; [백옥불은 잘 있소?] 히죽 웃으며 원적에게 묻고. 순간

[!] [!] 원구와 원적의 안색이 변한다.

청풍; [이 넓은 절간이 썰렁한 걸 보니 영험하던 부처님의 가호도 끝장이 난 모양이야!] 비웃고. 순간

원구; [...!] 분노하며 칼을 휘두르려 하지만. 원적이 급히 가로 막고

원적; [... 아미타불! 아무래도 두 분은 본사의 방장께서 기다리시는 분들인 듯하외다!] 합장하고

원적; [방장실로 모실 테니 소승을 따라오시지요.]

권완; [우리는 귀사의 방장이 아니라 백옥불을 보고 싶을 뿐이에요.]

원적; [방장께서는 새벽부터 두 분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아무쪼록 소승을 곤란하게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애원하며 앞장서서 가고

청풍; (요것 봐라!) 눈 반짝

청풍; (일이 점점 재미있어지는데!) 히죽 웃으며 권완을 보고

권완;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일단 방장을 만나보기로 해요!> 끄덕인다

 

원구와 원적을 따라 건물 사이로 가는 청풍과 권완

어느 높은 나무의 꼭대기에 서서 그것을 보는 아주 야한 차림의 여자. 가늘고 낭창낭창한 나무 끝을 밟고 서있는데 민소매에다가 핫 팬티를 입어서 아주 야하다. 엄청난 글래머. 예쁘기도 한데 좀 백치같은 분위기다. 여자 조연 중 한 명인 진달개. 십대세가중 진씨세가의 딸이다. 무기는 보검인데 끈으로 등에 짊어지고 있다. 끈이 가슴을 비스듬이 지나가서 젖퉁이가 한층 더 부각되어 보인다

진달개; [멍청한 땡중들!] 비웃고

진달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저 애송이들은 나 진달개(秦達价)와 황보(皇甫)오라버니로 착각을 해?]

진달개; [그러니 만년옥액(萬年玉液)같은 보물을 갖고 있으면서도 남의 핍박이나 받지!]

진달개; [또 어떤 멍청한 짓을 하는지 구경해주마!] 스스스! 사라진다

 

#122>

원구와 원적을 따라 웅장한 건물로 가는 청풍과 권완. 건물 주변을 무장한 중들이 지키고 있다. 모두 불안한 표정인데. 그때

[방장사형은 언제부터 간이 그렇게 콩알만해졌소?] 갑자기 그 건물 안에서 누군가의 호통소리가 터져 나온다.

다가가다가 흠칫하는 청풍과 권완

[부처님께 의지해서 안 되면 두 주먹으로 싸워보고, 그래도 안 되면 죽으면 될 것 아니오?] 다시 고함 소리가 들린다

청풍; (내공이 제법인데!) 눈 반짝

원적; [명아사숙(冥我師叔)께서 또 화가 나신 모양이오 사형.] 한숨

원적; [그래도 이번에는 참으셔야 할 텐데!] 청풍과 권완의 눈치를 살피며 원구에게 말하고

원구; [명아사숙이 방장이 되었으면 우리 옥불사가 오늘같은 아니꼬운 꼴을 보지 않아도 되었을 거다.] 청풍과 권완을 흘겨보며 투덜대고. 그때

[황보세가(皇甫世家)가 한 손으로는 칼을 들이대고 다른 한 손으로는 황금을 내미니 방장사형의 마음이 약해진 것이 아니오?] 다시 들리는 호통소리

<황보세가!> 청풍과 권완의 눈이 번쩍

청풍; (황보세가는 십대세가 중 고(), () 두 세가와 함께 난릉왕 편에 붙은 배신자들이잖아!)

청풍; (그 잡것들이 무슨 일로 일개 불문도량인 옥불사를 괴롭히고 있는 걸까?) 생각할 때

[사제는 말을 삼가라!] 뒤를 잇는 음성

[방장께 무슨 말 버릇인가?] [아무렴 방장사형께서 재물에 현혹되시겠는가?] 잇따라 이어지는 질책. 그러자

[그만들 하시오! 내가 잘못했소!] 다시 고함소리가 들리고. 이어

[에잇!] !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고슴도치 수염을 한 노승이 방문을 박차고 뛰쳐나온다. 무쇠로 만든 선장을 오른손에 들고 있는데 몸이 당차고 다부진 것이 산적처럼 보인다

[사숙을 뵙습니다.] 건물 앞에 이르렀던 원구와 원적이 급히 합장하며 인사하고

열려진 문을 통해 건물 안에 몇 명의 노승들이 둘러앉아 있는 게 보인다. 불상을 등지고 인자한 인상의 노승이 앉아있고 그 앞에 몇 명의 노승들이 당황하며 밖을 보고 있다

권완; <명아대사는 항마십삼장(降魔十三杖)이란 절기로 숱한 협행을 하신 분이에요.> 다가오는 명아노승을 보며 청풍에게 설명

권완; <출신이 어딘지 알려지지 않았었는데 뜻밖에도 이곳 옥불사의 스님이었군요.> 그때

명아; [!] 콧김을 세게 불면서 그들 옆을 휙 하고 지나간다. 청풍과 권완에게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사람 같이 가재미눈으로 째려보고.

청풍; (옥불사의 중들은 모 아니면 도구나. 얌전한 중과 입 사납고 행동 거친 중뿐이니....) 청풍도 샐쭉하며 명아노승의 등을 보는데

[방장사형! 아니 되오.] [그러지 마시오!] 갑자기 건물 쪽에서 비명이 들린다. 흠칫 돌아보는 청풍. 그때

건물 안에서 불상을 등지고 앉은 인자한 인상의 노승이 한 손을 들어서 손바닥으로 자기 정수리를 겨누며 청풍과 권완을 빤히 보고 있다. 다른 노승들이 기겁하며 노승에게 덮쳐가려 하고.

권완; [안돼요 스님!] 역시 외치는데

[아미타불!] ! 불호를 외우며 자신의 정수리를 손바닥으로 내리치는 노승.

명아; [방장사형!] 역시 돌아보며 비명 지르고

! 하면서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노승의 입과 코, 귀 등에서 피가 팍 뿜어진다

[!] [!] 경악하는 청풍과 권완. 권완은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청풍은 눈 부릅

털썩! 쓰러지는 노승

명아; [방장사형!] ! 울부짖으며 다시 건물로 날아들고

명아; [...이게! 이게 무슨 짓이오 사형!] 노승 시체 앞에 무릎을 꿇고 울부짖고

[아미타불!] [사형!] [방장사형!] 다른 노승들도 엎드리며 울부짖고

청풍과 권완 앞의 원적은 털썩 주저앉고. 원구는 눈을 부릅뜨고

[방장님!] [방장사백!] 건물을 지키던 중들도 울면서 주저앉고

청풍; (갑자기 자결을 하다니...!) 놀라고

손바닥으로 자기 정수리를 겨눈 채로 자신들을 보던 노승의 모습 떠올리는 청풍

청풍; (그렇구나! 방장은 우리에게 결의를 보여주기 자결을 한 것이다. 우릴 황보세가에서 보낸 자들로 착각하고...!) 생각할 때

명아; [으하하하하하!]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미친 듯이 웃고. 울다가 깜짝 놀라 돌아보는 다른 노승들

명아; [이게 다 옥불 때문이오!] 눈을 희번덕이며 이를 갈고

명아; [몹쓸 놈의 그 옥불 때문에 방장사형이 죽었소.] ! 선장으로 건물 바닥을 찍어 박살내며 울부짖고

[명아사제! 정신 차리게!] [사제마저 이러면 우리 옥불사는 어찌 된단 말인가?] 다른 노승들이 명아의 소매를 잡으며 애원하고

[명아사형! 누구보다 깊은 부동심을 기른 사형마저 이러면 아니 되오.] [제발 마음을 정케 하시오.]

명아; [놔라!] 두 손을 휘젓고.

[!] [어이쿠!] 양쪽에서 그의 팔을 붙잡고 있던 노승들이 가랑잎처럼 날아가 벽에 부딪혀 떨어진다.

명아; [내 그 망할 놈의 옥불을 박살내고야 말겠다아아아!] 악을 쓰며 건물을 달려나온다

[사형!] [명아사제!] 노승들이 쫓아갈 엄두도 못 내고 울부짖는데

명아; [으아아아!]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근처의 대나무 숲으로 뛰어 들어간다.

권완; [황보세가가 제가회의를 배신하더니 이제 불문의 도량에까지 손을 뻗치는군요.] 한숨

청풍; [그 망할 것들이야 나중에 손봐주면 되는 일이고...!]

청풍; [명아대사도 곧 자결할 텐데 저 스임들은 이미 죽은 시체만 지키고 있군.] 목소리를 높여서 냉소하고

청풍의 말에 울던 안팍의 중들이 일제히 돌아보고

청풍; [하여간 뭐가 급하고 중요한 지 아는 인간이 드물다니까!] 코웃음치고

노승1; [... 시주들은 황보세가에서 오셨는가?]

모두들 겁에 질리고 분노하며 청풍과 권완을 본다.

권완; [우리는 그런 더러운 곳에서 오지 않았습니다.] 차갑게 말하고

노승1; [그러면 무슨 일로 우리 옥불사의 방장실까지 찾아왔는가?]

권완; [황보세가의 사람만이 방장실을 볼 수 있나요?]

노승1; [시주들은 우리 방장이 저렇게 된 게 보이지도 않는단 말인가?]

권완; [스님의 말씀은 마치 우리 때문에 방장스님께서 자결하셨다는 것처럼 들리는군요.]

권완의 말에 노승들이 그녀를 분노의 표정으로 노려보고. 하지만 겁에 질려 덤비지는 못한다.

청풍; [! 사실이 그래.]

무슨 소리냐는 듯 돌아보는 권완

청풍; [방장대사는 우리를 황보세가에서 온 잡것들이라 생각하고 죽으면 죽었지 굴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여주려고 자결한 거였어.]

권완; [휴우! 불문의 고승답지 못한 처사시군요.] 탄식

노승1; [황보세가에서 오지 않았다면 시주들께서는 어디서 왔는가?]

청풍; [철궁(鐵宮)에서 왔습니다.] 권완을 힐끔 보며 말하고

[철궁!] 노승들의 안색이 일순 밝아진다.

[철궁에서 오신 시주셨군.] [시주께서는 철궁에서 몇 번째 열()에 속하시오?] 모두 반색하며 문간으로 모여든다.

권완; (()!) 눈 반짝

권완; (철궁의 제자들 사이에는 열, 즉 계급이 있는데 열이 높으면 높을수록 능력은 뛰어나며 그만큼 청부하는 가격이 비싸다고 했지!) 생각하며 청풍을 흘깃 본다. 청풍은 마뜩찮은 표정을 짓고

 

<무림에서 철궁만큼 별난 문파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철궁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돈을 갖다 바쳐야 하거나, 철궁의 재주를 배운 후 돈을 벌어서 갚겠다는 맹세를 하고서야 제자가 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철궁은 사제간이 엄격하지 않아 스승도 제자보다는 돈과 더 사이가 좋고 제자도 스승보다는 돈과 친하다.> 鐵宮이란 현판이 걸린 산 중턱의 웅장한 문. 그 문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상자를 바쳐들고 들어간다.

<철궁의 제자들은 바친 돈의 액수 또는 자기가 바치기로 한 돈의 액수와 자질에 따라 배울 수 있는 기술과 재주가 한정된다. 철궁에서는 그 등급을 열()로 구분하여 놓았는데, 제일 낮은 등급은 십이열(十二列)고 제일 높은 열은 일열(一列)이다.> 건물의 대청에 죽 늘어앉아서 신입들의 인사와 돈을 받고 있는 열 두명의 노인. 바로 철궁십이사다. 이미 출연한 제1, 3, 5사를 잘 모사해줄 것

<철궁에서 배운 제자들은 무림에서 활동을 하기도 하고 민간에서 활동하기도 하는데, 그 숫자가 적지 않을 뿐 아니라 궁색하게 사는 자도 없다. 무공은 비록 다른 명문에 미치지 못하지만, 여타 수법들이 기상천외하여 온갖 어려움을 실타래 풀듯 술술 풀어내는 재주들을 지니고 있었고, 그런 재주들이 세상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서 十二 까지의 숫자와 鐵宮이란 글이 새겨진 철패들이 철궁십이사 앞쪽의 탁자에 죽 놓여있다. 그 중 하나를 집어서 신입에게 주는 철궁제1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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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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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벽의 방. 잠이 든 공대벽을 공격하려는 번개 일행. 헌데

슈욱! 벽에서 네 자루의 검이 나타나 번개 일행을 찔러간다

[으악! 저게 뭐야!] [들켰다! 도망가자!] 공대벽을 공격하려던 번개 일행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지고,

이리저리 통통 튀어 도망치는 놈들. 네 자루의 검들이 그놈들을 미사일처럼 쫓아다닌다.

물거품; [밖이 왜 이리 시끄러워?] 공대벽의 입 속으로 들어갔던 물거품이 무슨 일인가 하고 고개를 내밀고. 그러다가

물거품; [으헥!] 눈앞으로 날아다니는 검을 보고는 놀라서 다시 입 속으로 숨어버린다.

번개 일행도 방의 여기저기로 숨고. 직후

슈욱! 귀가 벽에서 스며나와 공대벽의 방에 모습을 나타낸다. 손에는 검과 검집을 들었고

탁탁! 칼집으로 바닥을 가볍게 두드리는 귀. 순간

[!] [에코!] 번개 일행은 구석 구석 숨어 있다가 공처럼 허공으로 튕겨오른다.

털썩! ! 바닥에 나뒹구는 번개 일행. 순간

탁자에 장식으로 올려진 용을 검으로 가리켰다가 번개 일행에게 젓는 귀. 그러자

구리로 된 용이 꿈틀하더니

슈욱! 가늘고 길게 변해서 날아가고

휘휙! 콰득! 가늘게 변한 용이 번개 일행의 목을 한바퀴씩 감아버린다. 한놈을 감고 다른 놈에게 날아가서 또 감는 형태

[아이코!] [아이쿠!] [케엑!] [나 죽네!] 목이 굴비처럼 감겨 비명을 지르는 번개 일행. 무기들은 놓쳤다.

털썩! 귀의 앞쪽 바닥에 떨어지는 번개 일행. 가늘어진 용 장식에 목이 묶여서 주르르 누웠다.

; [하나, , , !] 검으로 번개 일행의 배를 콕콕 찌르며 수를 세고

[아흑!] [까르르!] [하지마!] 번개 일행은 비명 지르고 간지럽다고 웃고.

; [마지막 한 놈은 어디에 숨었느냐?]

번개; [닥쳐!] 눈을 부라리고

어이없는 귀

번개;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저놈이 죽는다!] 손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공대벽을 가리키고

; [네놈이 아직도 정신을...!] 검으로 번개의 배를 찌르려 하고. 그때 + 공대벽; [소란스럽군요.] 눈을 뜨고

공대벽; [무슨 일입니까?] 일어나려 하는데.

<번개 말이 맞다.> 갑자기 공대벽의 가슴에서 소리가 들린다.

흠칫하는 귀와 공대벽. 공대벽은 반쯤 일어난 상태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이놈의 심장을 갉아먹고 말 테다.> 다시 공대벽의 사슴에서 들리는 소리

공대벽; [여기에 뭔가가 들어갔군요.] 오른손으로 가슴을 툭 친다. 순간

<으악! 하지 마! 죽고 싶어?> 공대벽의 가슴에서 비명이 터지고

; (이런...!) 안색 굳어지고

; (한 놈은 소주의 몸 속에 들어가 있다!)

번개; [으하하하! 이제야 상황 파악이 되냐?] 득의해서 웃고

공대벽; [그것들의 정체가 뭡니까? 이상한 것들이군요.] 일어나 앉고

; <소주! 움직이지 마십시오.> 고개 저으며 전음으로

; <노복이 소주의 심장 바로 옆에 붙어있는 그놈을 죽이겠소이다. 화끈하겠지만 잠시만 참으십시오.> 검을 공대벽의 가슴에 겨누고. 그때

번개; [()! 심장 뒤로 도망쳐라!]

번개; [이 음험한 놈이 널 죽이려는 것 같아!] 외치고. 직후

[!] 공대벽의 얼굴이 꿈틀

심장이 꿈틀하는 것을 느꼈다.

귀가 새파랗게 살기 돋친 눈으로 번개를 쏘아보고.

[까르르! 화났다! 화났어!] [그래 봤자 소용없다 뭐!] 이슬과 꿈이 배를 잡고 웃고

번개; [우린 인간의 감정과 친하다. 네가 뭔 생각을 하던 네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내 친구들을 모두 놔줘! 안 그러면 이놈을 죽일 거야!> 공대벽의 가슴에서 들리는 소리

; <소주! 내 불찰이오.> 포권하고

; <소주를 위험에 빠뜨린 죄, 죽음으로 사죄하겠소이다.> 비장하게 말하는데. 그때.

공대벽; [요망한 것들!] 눈을 부라리고. 순간

빠직! 꽈광! 작은 벼락들이 내리쳐져서 번개 일행을 때리고

[꺄악!] [케엑!] [아 뜨거!] [통닭구이는 싫어!] 벼락에 맞아서 펄떡 뛰어오르는 번개 일행.

털썩! ! 퍼덕이던 번개 일행은 입에 거품을 물고 기절해버린다. 그때

<? 뭐라고?> 공대벽의 가슴에서 다시 들리는 소리

<잘 안 들려! 다시 한 번 말해봐!> 물거품이 외치는데. 직후

공대벽이 냉소를 머금고. 그러자

화악! 공대벽의 몸에서 불길이 치솟고

[으악! 살려줘!] [아 뜨거!] 공대벽의 가슴에서 비명이 들리고

[후욱!] 공대벽이 입을 오므렸다가

숨을 확 뱉어내는 공대벽. 그러자

[케엑!] 난쟁이 하나가 엉덩이를 부여잡고 공대벽의 입에서 튀어나온다. 꽁무니에 불이 붙었다. 바로 물거품이다.

물거품; [아이코! 아 뜨거! 살려줘!] 바닥을 데굴데굴. 꽁무니에 불이 붙었다.

; [!] 눈을 부라리며 검을 젓고. 그러자

[안돼!] 바둥대며 둥실 떠오르더니

귀가 검을 내리자

! ! ! ! 거꾸로 선 채 마빡으로 번개 일행의 이마를 찧으며 지나가는 물거품

[아얏!] [!] [뭐야?] 기절했다가 박치기를 당해서 비명을 지르며 깨어나는 번개 일행!

[에코!] 털썩! 용의 꼬리 쪽으로 나뒹구는 물거품.

쉬릭! 용의 꼬리가 물거품의 목도 한번 휘감아 버리고.

헤롱거리는 물거품.

; [소주! 면목이 없소이다!] 공대벽에게 허리를 숙이고.

괜잖다고 손을 젓는 공대벽. 이어

자기의 가슴에 있는 혈도를 몇 군데 누르는 공대벽. 직후

쿨럭! 달걀만한 핏덩어리를 토해낸다

; [괜잖으십니까?] 걱정

공대벽; [저 꼬마가 헤집어놓은 상처를 불로 지지면서 남은 찌꺼기요.] 끄덕. 그때

[야 이 멍충아!] [기껏 심장에 붙어있었으면서 죽이지도 못하냐?] [물거품이 괜히 물거품이겠어?] 깨어나서 물거품을 구박하는 번개 일행

물거품; [내 탓 하지마!]

물거품; [저놈이 삼매진화로 불을 일으켜서 나를 태워 죽이려 했단 말이야!]

[우우! 쪼다!] [병신!] [죽어라 쭉쟁이!] 야유하는 번개 일행

공대벽; [꽤나 시끄러운 놈들이군.] 쓴웃음

공대벽; [저것들을 일단 병 속에 가두어 두십시오.]

; [예 소주!] 인사하고

이어 용 장식을 들고 나간다. [풀어줘!] [우리는 굴비가 아니다!] [히히히! 재미있다!] 굴비처럼 목이 묶여서 허우적대는 삼촌육유들

공대벽; (특이한 생명체들이로군!)

공대벽; (외양은 분명 인간인데 인간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존재들이다.)

공대벽; (정체가 뭔지 감이 안 오는군!)

 

잠시후 다시 들어오는 귀. 손에는 과실 주 담그는 데 쓰는 커다란 유리병이 들려있는데, 마개로 닫혀 있으며 안에는 반 뼘쯤 쯤 물이 들어있고, 그 물 속에서 여섯 난쟁이들이 헤엄치고 있다. 그것들은 자기들이 잡혔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듯 물장구를 치고, 잠수를 하여 고래 흉내를 내면서 물을 뿜어 올리기도 하는 등의 장난을 하고 있다. 여자형인 이슬은 야한 자세로 목욕을 하고 있고

; [다행히 적당한 유리병을 구할 수 있었소이다.] 탁자 위에 유리병을 내려놓고.

; [평범한 유리병이지만 술법을 써서 강화시켰으니 깨트리고 나오지는 못할 것입니다.]

공대벽; [수고하셨습니다.] [헌데 이것들은 정체가 무엇입니까?] 삼촌육유들이 유리 병 속에서 노는 모습을 보며

; [삼촌육유(三寸六喩)라는 것들입니다.]

공대벽; [육유(六喩)라면 불가에서 무상(無常)함의 여섯 상징 아닙니까?]

; [그렇소이다.] [(), 환상(), 물거품(), 그림자(), 이슬(), 번개()가 허망함을 대변하는 것들이지요.]

; [하지만 술법에서는 육유를 다른 의미로 사용하외다.]

; [천지의 조화와 상관없이 인간이 만들어내는 생명체, 서역의 연금술사들 말로는 <호문클루스>라고 합니다.]

공대벽;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생명체...]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끄덕

; [육유를 만드는 것은 인과율(因果律)을 어기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금단의 행위입니다.]

; [그래서 만들기가 아주 어렵다고 알려져 있는데그자가 이것들을 실제로 만들어 냈을 줄은 몰랐소이다.]

공대벽; [난릉왕의 솜씨입니까?]

; [이것들의 나이가 고작 대 여섯 살에 불과해서 이 정도였지, 만약 수십 년 또는 수백 년 된 것들이었다면 쉽게 제압하진 못했을 겁니다.]

; [힘이 아주 세고 각자 한 가지씩 특이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인간으로서의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공대벽; (우리 집안에 전해오는 능력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게 그래서였군!) 끄덕

; [주군이나 소주를 상대하기에는 안성맞춤인 요물들이외다.] 끄덕

공대벽; [난릉왕은 전적으로 아버님과 나를 상대하기 위해 이것들을 만들었겠습니다.] 웃고. 그 사이에 유리 병 속의 번개가 다른 놈들에게 뭐라 손짓하며 인상 쓰고

; [이십년전, 주군께 죽을 뻔 했던 데서 나름대로 교훈을 얻었겠지요.] 말하다가 이마를 찡그린다.

삼촌육유 중 한 놈이 유리벽을 두 손으로 짚고 서고 그 위로 다른 놈이 그놈의 어깨를 밟고 올라선다.

! 제일위에 올라서는 번개.

이어서 두 손으로 뚜껑을 밀며 끙끙거리지만 꿈쩍도 않는 뚜껑

피식 웃는 귀. 그때

화가 난 번개가 바지를 까 내린다. 작은 고추가 나타나고.

귀가 있는 쪽으로 오줌을 쏴 갈기는 번개.

[!] 어이없는 공대벽과 귀

! 오줌이 유리벽에 부딪혀 벽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리자

(에테테!)하는 표정을 지은 밑의 두 놈이 오줌을 피하느라 이리 저리 움직이고.

그 바람에 사다리가 와르르 무너진다.

제일 밑에 있던 놈은 다른 놈의 엉덩이에 깔려 꼴깍 꼴깍하면서 물을 들이켜고.

물속에 빠졌다가 벌떡 일어나며 다른 놈들에게 삿대질을 하는 번개. 고추를 드러낸 상태.

여자형인 이슬이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내숭 떨더니 번개의 고추를 손가락 사이로 훔쳐보고

공대벽;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웃고

공대벽; [헌데 만들기도 어려운 이것들을 난릉왕은 너무 가치 없게 사용했군요.]

; (그자에게 소주를 해꼬지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또 있겠소?) 생각하는데

번개; [!] 두 손을 입에 모으고 공대벽에게 크게 소리친다

공대벽; [?] 웃고

번개; [우리하고 같이 안 갈래?] 두 손을 나팔처럼 써서 크게 외치고

공대벽; [어딜?] 여전히 웃으며 묻고

번개; [가보면 알아! 아주 좋은 데야!] 고함을 지르고

; <저놈들이 이제 소주께 계책까지 쓰려는 모양이오. 볼수록 대단한 것들이오.> 전음으로 말하고

공대벽; [좋다. 가보자!] 웃으며 끄덕이고

[!] 환성을 올리는 삼촌육유들

귀는 이마 찌푸리지만 말리지는 않는다.

공대벽에게 제의를 했던 번개는 기고만장해져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워 자기를 가리키면서 으스대고. 다른 놈들은 진심어린 표정으로 박수를 친다.

공대벽; [언제 갈까?]

육유들이 동시에 입을 모아 외친다; [지금!]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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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상해> 석양 무렵.

객잔 후원에 자리한 독채에 공대벽이 앉아서 창밖을 보고 있다. 술이 좀 오른 표정이고. 탁자에는 술병과 술잔과 간단한 안주가 차려져 있다.

공대벽; (답답하구나!) 한숨 쉬고

공대벽; (좁지 않은 방인데...!) 둘러보고

공대벽; (당장에라도 내 몸이 이 방을 터트려 버릴 것만 같다!) 눈을 감고. 슈우! 그런 공대벽의 몸이 구름처럼 자라나고

슈욱! 건물 밖으로 구름처럼 일어나는 공대벽의 모습

수백, 수천미터 크기로 자라나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공대벽.

상해시의 모습이 마치 조감도처럼 보인다. 건물들과 배는 성냥갑만하고 오가는 사람들은 개미만하다.

공대벽; <천지가 다 내 품안에 들어있는 듯하다.> 상해를 내려다보며 팔을 벌려 보이고

공대벽; <어느덧 일어서면 천하가 굽어보이고 앉아도 하늘이 높아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태양과 달과 행성들이 아주 가까이 보인다. 머리가 대기권에 이른 상태

공대벽; <오로지 발밑에 엎드린 것만 보이니 내가 세상 위에 떠 있는 것인지 땅이 되어 모든 하늘을 동시에 다 보고 있는 것인지도 분간이 안되는구나.>

공대벽; <이런 힘이 어째서 우리 집안에만 전해져 내려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슈욱! 다시 원래대로 줄어드는 공대벽

다시 방안에 앉아있는 공대벽의 모습

천천히 눈을 뜨는 공대벽

공대벽; (능력을 자각하자마자 배우자를 구하기 위해 집을 나와야 하는 이유도 알 것같다!) 다시 술잔에 술을 따르고

공대벽; (세상과 부딪쳐 자기를 증명해야만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이겠지!) 술을 마신다.

공대벽; (그렇게 따지면 둘째와 막내는 나보다 먼저 어른이 된 것일까?) 웃으며 술잔을 내려놓고

공대벽; (우리 집안을 위해서는 그것도 괜잖겠지!) 비틀 거리며 일어나고

침대로 간다.

침대 머리맡에는 손바닥만 한 나무인형들이 네 개 놓여 있다. 모두 대머리고 눈썹도 없는데 무사 복장을 하고 있다. 표정이 생생하여 명공이 조각한 것 같다. 이 나무 인형들은 실제 인형이 아니고 연금술로 만들어지는 인조인간, <호문쿨르스>.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인간의 마음은 없고 그래서 공대벽의 힘에도 압도당하지 않는다. 각자 특징이 있는데 무기도 각기 칼, , , 권등을 들었다. 두 놈이 더 있어서 육유라 불린다.

**육유(六喩)는 불교에서 무상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각기 <> <환상> <물거품> <그림자> <이슬> <번개>를 말한다. 현재 이곳에는 <그림자><번개>가 빠져있다. 육유중의 이슬만이 여성형이다. 얼굴이 귀엽고 가슴이 뽈록**

공대벽; (특이한 인형들이로군!) 인형들을 힐끔 보고 침대에 눕는다

공대벽; (다 큰 어른들이 머무는 침실에 인형이라니... 이 객잔 주인의 취향이 독특하군!)

공대벽; (아직 이르지만 한숨 자고 일어나야겠다. 어두워지면 본격적으로 젊은 여자들이 거리로 나올 테지!) 눈을 감고. 이어

공대벽; (어쩌면 괜한 고생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공대벽; (이미 내 짝을 만났을지도 모르는데...!) 용설약을 떠올리고. 코를 골며 잠이 든다. 헌데.

반짝! 직후 네 개의 인형들의 눈이 빛을 발하고

<이 자다!> <틀림없다.> 인형들 사이로 텔레파시가 흐르고

움찔! 움찔! 인형들의 팔 다리가 움직이고

! ! 침대 머리맡에서 침대로 뛰어내리는 인형들. 인형들의 키가 너무 작아서 마치 공대벽이 걸리버 여행기에서 소인국에 간 걸리버 같다

; [왕야(王爺)가 말한 자가 분명하다.] 검을 들었고

환상; [제압해서 데려갈까?] 창을 들었고

물거품; [뭘 번거롭게 생각해?] 칼을 든 놈. 폴짝 뛰어서 공대벽의 가슴으로 올라가고

물거품; [죽여서 목만 가지고 가면 되지!] 손에 든 칼을 쳐들고

이슬; [왕야도 말했어. 이자를 죽일 수 있는 건 우리 육유(六喩) 밖에 없다고!] 원형의 무기인 권을 들었다. 요것은 유일한 여성형이다. 대머리에 눈썹은 없지만 얼굴이 예쁘고 가슴이 뽈록

물거품; [정말 죽일 수 있는지 한번 실험해보자.] 손에 퉤하고 침을 뱉고

환상; [이 따위 똥주머니가 뭐 대단하다고 왕야는 그 야단이지?] 발로 공대벽의 옆구리를 차고.

환상; [옆구리를 뚫고 들어가서 창자를 꼬아볼까?] 장난감 같은 창으로 공대벽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고

; [난 심장을 먹어 본 지 오래 됐어.] [살아 있는 심장을 깨물면 펄떡펄떡하는 게 아주 기분이 좋아.] 입맛 다시고.

물거품; [심장을 파먹든 연통을 회쳐먹든 마음대로 해라!] [난 이놈의 모가지부터 잘라봐야겠다!] 칼을 높이 쳐드는데

번개; [멈춰라!] 외치는 소리가 들리며 휘익! 천장에서 또 한 놈이 날아내린다. 다른 놈들 보다 사나워 보이고 이마에 띠를 둘러서 차별화 되었다. 이놈이 육유의 우두머리인 번개. 무기는 도끼다.

[번개()!] [... 왔냐?] 다른 놈들 찔끔하고

번개; [(), 환상(), 물거품(), 이슬()!] 공대벽의 이마에 내려서며 눈을 부라리고

번개; [우리 삼촌육유(三寸六喩)의 우두머리가 누구냐?]

[... 그거야...] [번개 너지!] 눈치를 보는 다른 놈들

번개; [그걸 아는 놈들이 내가 없는 사이에 멋대로 일을 벌이려고 해?] 도끼를 휘두르고

모두 겁에 질리고

번개; [앞으로 내 허락 없이 허튼 짓을 하는 놈은 통째로 씹어 먹어버리겠다아아아.] 입을 딱 벌려 보이는데 이빨이 살벌하다

모두 찔끔하며 번개의 시선을 피하고.

번개; [까블고들 있어!] 으쓱

물거품; [... 귀신 냄새 나는 놈은?] 눈치 보고

번개; [그림자()가 붙잡고 있다.] [클클! 그림자하고 이야기하는 줄도 모르고 멍하니 앉아 있지.] 공대벽의 이마를 발로 콩콩 두드려 보며

; [번개! 이놈을 어떻게 할 거야? 그냥 죽이라는 명을 받은 거 아니었어?]

번개; [그것도 맞다!]

이슬; [그럼 왜 안 죽여?]

번개; [데려가는 것도 맞다.]

[뭐라는 거야?] [낸들 아냐?] [쟤가 좀 왔다 갔다 하잖아!] 다른 놈들 수근 거리고

; [이걸 죽여서 들고 가야 해? 꽤 무거울 텐데] + 물거품; [다른 인간들이 볼 수도 있어.] 발로 공대벽을 툭툭 차고

환상; [그건 상관없어. 보고 나서 잊어버릴 테니까.] + 이슬; [난 싫어.]

모두 이슬을 보고

이슬; [죽은 인간을 들고 오십리나 달려가고 싶진 않아.] 새침하게

[그래서 왕야의 명을 거역하겠다는 거냐?] [하기 싫은 이유를 대봐!] 세놈이 이슬을 윽박지르고

이슬; [냄새가 난단 말이야. 똥 냄새가!] 손으로 코를 막고

[허튼 소리마라 이슬!] [네가 언제부터 그렇게 깔끔을 떨었냐?] [솔직히 말해! 귀잖은 거지?] 세놈이 이슬을 에워싸고 윽박지르는데

번개; [입 닥쳐!] 공대벽의 이마 위에 서서 보고 있다가 도끼를 휘두르며 눈 부라리고

모두 번개를 무서워하는지 바로 입을 다물고.

번개; [지금부터 군말하는 녀석은 발가락을 하나씩 떼서 먹어버릴 테니까 명심해!] 도끼로 네놈을 겨누며

꿈이 침을 꼴깍 삼키는 꿈

; [으헥!] 제 소리에 화들짝 놀란다.

그러다가 번개가 쏘아보자 놀라서 그만 오줌을 싸고.

이슬; [아이 구려! ! 너 왜이러니?] 코를 감싸며 물러서고

번개;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다. 반쯤 죽여서 끌고 가면 된다.] 오줌 싼 놈을 흘겨보고

번개; [그러면 썩지도 않고 냄새도 안 난다.] 거만하게 둘러보고

번개; [왕야도 벌써 그런 상황을 예측하고 반쯤 죽여서 데려오라고 했단 말이다.]

; [끌고가던 도중에 깨어나면 곤란할 수도 있는데.]

번개; [(;물거품)!] 도끼로 물거품을 가리키고

물거품; [... ?]

번개; [너는 먼저 저 놈 입으로 들어가 심장 옆에 붙어 있어라.] [그동안 우리는 이놈의 근육을 모조리 끊어서 병신으로 만들어 놓을 것이다.]

번개; [만약 정신이 들어서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을 때는 네가 놈의 심장을 먹어버려.]

물거품; [신난다!] 좋아서 깡충거리며 뛰어오르더니

휘릭! 그대로 공대벽의 입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마치 연기처럼 공대벽의 입 속으로 사라지고

번개; [! 그럼 일하자!]

번개; [왕야께서 옥불사에 도착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가야만해.] 도끼를 번쩍 쳐들고

[!] [일하자!] 나머지 세놈도 공대벽을 향해 동시에 달려들며 무기를 휘두른다.

 

#120>

공대벽이 누워있는 옆방. 귀가 탁자 앞에 앉아서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다. 턱을 비스듬히 치켜들고 천장 모서리를 멍하니 보는 자세.

; [주모(主母)를 처음 만났을 때 내 나이는 열 세 살이었다.] [주모는 아홉살 때였고...!] 중얼거린다

<어떻게 만났는지 말해봐!> 누군가 속삭이고

; [귀무곡과 선하곡은 핏줄로 이어진 곳이다.] [배필을 서로 상대 문파에서 고르기 때문이지!]

; [그래서 양 문파의 소년 소녀들은 어렸을 때부터 매년 한 번씩 모여 비무(比武)를 하며 얼굴을 익히게 된다.]

; [그해에 주모는 처음으로 우리 귀무곡을 방문했었다.] [나이는 비록 일행 중 가장 어렸지만 키는 누구보다도 컸고 또 가장 예뻤다.]

<오호라! 첫눈에 주모에게 반했구만!>

; [나뿐만 아니었다.] [귀무곡의 모든 소년이 주모에게 반했다. 겨우 아홉 살짜리 소녀에게...!]

; [그만큼 주모는 특별했고 또 당찼었지!] 아련한 표정. 이하 회상

 

<그날 밤 선하곡의 소년 소녀들을 환영하는 연회가 베풀어졌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모두 흥겨워했었지!> 넓은 광장에 차려진 잔치마당에 수백명의 사람들이 모여 연회를 연다. 소년 소녀들은 서로 맞은편을 보며 수줍고 흥분된 표정. 어른들도 신이 나서 술 마시고 웃고 노래하고 춤도 춘다. 소년들 중에는 어린 시절의 귀도 끼어있다.

<헌데 손님들 중 가장 어린 한 소녀가 잔치상을 둘러 엎어버렸다. [난 바빠요! 이딴 거나 먹으면서 놀고 있을 시간이 없단 말예요!]> 초등학교 2-3학년쯤으로 보이는 소녀가 자기 앞의 상을 뒤엎어버리며 외치는 모습. 아주 당차고 예쁘게 생긴 소녀. 바로 공씨 형제들의 어머니인 진군소의 어린 시절. 신나게 놀던 어른들 황댕해하며 진군소를 보고

<[음주가무를 즐기시려면 어른들끼리 하세요. 우린 무공과 술법을 겨루기 위해서 왔지 놀러온 게 아니라고요.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익혀야 할 것도 많은데 이딴 짓이나 하고 말이야!]> 진군소가 양손을 허리에 얹고 살벌하게 외친다. 어른들 모두 황당하고. 아이들은 당황한다

<소녀는 남이 뭐라고 하든 간에 불같은 성미를 드러냈고, 어른들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연회를 파하고 비무를 시작하게 했다.> 연회장 중앙에 마주 서서 싸울 준비를 하는 양쪽 문파의 소년 소녀들. 물론 어린 시절의 귀와 어린 시절의 진군소도 끼어있다.

<소녀는 그날 비무에 참석한 양 문파의 소년 소녀들 중 가장 어렸지만 가장 강했다. 누구도 소녀의 적수가 되지 못했고 귀무곡의 대표였던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자빠진 어린 시절의 귀에게 목검을 겨누며 싸늘하게 웃는 어린 시절의 진군소

<[누구든지 날 얕보면 큰 코 다칠 줄 알아!] 어린 계집아이에게 모조리 당한 우리들은 수치스러워했으나 어른들은 아주 기꺼워했다. 어차피 그 소녀는 우리 귀무곡으로 시집을 올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귀에게 목검을 겨누며 외치는 진군소를 보고 박수치며 좋아하는 어른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소녀는 장성하자 무림으로 뛰쳐나갔고 삽시에 수많은 음적과 색마를 응징하여 큰 명성을 얻었으며 그러다가 전혀 뜻밖의 상대에게 시집을 가버렸기 때문이다!> 다 자란 젊은 시절의 진군소가 날렵한 경장을 입고 오만하게 서있는 모습. 아주 아름답고 당차다. 그 앞에 널려있는 사내들의 시체. 회상 끝

 

<그 소녀가 바로 주모였군!> 누군가 현실의 귀에게 속삭이고

; [그녀가 주군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녀와 혼인할 수 있었을까?] 스스로 묻고

; [아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고개 젓고

; [주군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평생 혼자 살았겠지.] [이 세상에 주군 외에는 그 누구도 그녀를 감당할 수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야!> 또 누가 귀의 귀에 속삭이고

; [그녀가 주모가 된 이후로 난 성격이 조금 변해버렸다.]

<특별할 것도 없어.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조금씩 변하잖아.>

; [냉혹해졌고 잔인해졌지. 이렇게 말이야.] 스릉! 검을 뽑고. 순간

그림자; [끼악!] 비명을 지르며 귀의 귀 옆에서 나타나 뒤로 펄쩍 뛰어 피하려는 난장이. 삼촌육유중의 한 놈인 그림자다. 이놈은 몸이 반투명하다.

그림자; [어떻게 나를 느꼈냐?] 휘릭! 덤블링하며 옆의 탁자로 날아내리는데. 다음 순간

스팟! 귀의 몸이 앉아있던 자리에서 사라지고

그림자; [이크!] 기겁하며 벼룩처럼 튀어오르는데

사악! 어느새 다른 쪽 의자에 나타나 검을 내뻗는 귀. 앉은 자세

! 귀의 검 위에 발라당 누운 자세로 얹혀진 그림자.

그림자; [으헥!] 발버둥치며 달아나려 하지만

! 검날에 흡인력이 있어서 등이 달라붙었다. 팔 다리만 버둥댈 수 있고

그림자; [젠장할! 검망(劒芒)으로 날 검날에 붙여버리다니! 역시 보통 놈이 아니었어!] 검에서 떨어지려고 발버둥 치고. 하지만 끈끈이에 붙은 파리같이 달아날 수가 없다.

; [언젠가는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였다.] [사람이 아니어도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그런 그림자를 냉혹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그림자; [살려줘. 난 죽고 싶지 않아. 제발 한번만 자비를 베풀어라 응?] 두 손을 싹싹 빈다. 마치 파리같다.

; [요즘은 파리도 사람 말을 하는군!] 냉혹한 미소.

; [배를 갈라서 속도 사람을 닮았나 봐야겠다!]

그림자; [... 그러지 마세요! 그럼 안돼요!] 비명 지르고

그림자; [제 이름은 그림자, 삼촌육유(三寸六喩)의 하나인 영()이예요.] [제발 살려주세요. 살려주시면 제 동료들이 하려는 짓이 뭔지 말씀드리겠어요.] [흑흑! 살려주세요. 난 죽고 싶지 않아요.] 진짜 불쌍한 표정으로 눈물 콧물을 뚝뚝

; [누가 보냈느냐?]

그림자; [왕야!] 얼른 대답하고

; [난릉왕?] 눈 번쩍

그림자; [저는, 아니 우리는 당신이 아니라 젊은 녀석을 죽이거나 붙잡아가려고 왔어요. 당신이 아니라고요.] [그러니 살려주세요 네? 제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잖아요.] 싹싹 빌고

; [요망한 것!] ! 검에 힘을 가하고

빠지직! 검날에서 벼락이 일고. [케엑!] 감전당하며 파르르 떨고

기절하여 축 늘어지는 그림자

검을 기울여 그림자를 파리처럼 탁자에 떨구는 귀

이어 검날을 비스듬히 들어 들여다본다

검날에 옆 방의 장면이 떠오른다. 공대벽은 잠들어 있고 번개의 지휘로 세 마리의 삼촌육유가 각자의 무기로 공대벽의 몸을 찌르고 베려는 중이다.

; <조호이산지계!> 분노하며 벌떡 일어나고

슈욱! 이어 검으로 공대벽의 방이 있는 쪽의 벽을 멋진 폼으로 찌른다. 검날이 벽으로 스며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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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강물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세워진 웅장한 절. 절 중간에 아주 높은 탑이 하나 서있다. 탑 벽에는 龍華大塔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고. 칠층 팔각의 탑이다. 물론 우리나라 식의 탑이 아니라 일종이 고층빌딩인 중국식의 탑

휘익! 반투명한 서문숙이 허공을 날아오고. 얼굴이 겁에 질려서 연신 뒤를 보고

스스스! 절의 어느 건물 위에 내려서는 서문숙.

서문숙; [여... 여기가 어딘가?] 두리번

서문숙; [절인 모양인데.... 너무 놀라 한달음에 수십리를 날아왔구나!] 건물 위에 털썩 주저앉는다.

서문숙; [허허허! 천하의 서문숙이 겨우 닭 우는 소리에 놀랄 줄이야!] 고개 설레 젓고. 부끄러운 표정으로 웃는다

서문숙; [목신(木神)이 된 후 처음 듣는 닭 우는 소리인지라 바로 귀 옆에서 천둥이 치는 것처럼 느껴진 때문이다.] 한숨

서문숙; [별호가 제천대성이라더니.... 그놈 하는 짓이 너무 엉뚱하구나.] 청풍을 떠올리며 허탈하고. 이하 서문숙의 생각

<닭은 십이지신(十二支神) 중 열 번째 영물로써 천지간의 조화를 상징한다. 천지신명이 새벽닭의 울음소리에 천지의 정기를 담아 이매망량을 쫓을 수 있게 한 뜻은 그 울음소리 속에 숨어 있다.> 건물 지분에 앉아서 생각에 잠기는 서문숙

<새벽닭의 울음소리를 사람의 말로 옮기면 <이미 날이 밝고 있으니 인간의 시간이 왔다. 물에서 나온 것은 물로 돌아가고 흙과 돌에서 나온 것은 땅으로 돌아가고, 불에서 나온 것은 불 속으로, 바람 중에 난 것은 바람으로 갈지어다.> 하는 말이 된다.> 새벽에 횃대에 올라서 활개를 치며 울어대는 수탉의 모습을 배경으로

<이매망량(魑魅魍魎)들은 이 소리를 들으면 반드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숨어야 하는데, 때가 늦어하늘에 날빛이 가득하게 되어 별빛이 사라지면 천지간에 흩어져버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닭의 울음소리에는 이매망량도 보호하려는 조물주의 뜻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놀라서 그늘로 숨어들어가는 귀신과 마귀들

서문숙; [휴우! 나야 목신이니 햇볕을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만... 인간도 아닌지라 닭 울음소리는 두렵고도 두렵구나!] 탄식하고

서문숙; [그만 돌아가서 못된 돌 원숭이 놈을 반쯤 죽여놔야 직성이 풀리겠다!] 다시 일어나고

[!] 그러다가 움찔하는 서문숙

슈우우우! 스스스! 무언가 안개같은 것이 사방에서 몰려와서 서문숙의 몸을 휘감는다

서문숙; (뭔... 뭔가!) 경악하며 숨을 죽이고

서문숙; (사람의 기운이 아니다. 그렇다고 요괴나 귀신의 기운도 아니다!) 자신을 칭칭 휘감는 실같고 안개같은 기운을 돌아보며 아연긴장하고

서문숙; (가공할 힘을 지닌 뭔가가 주변에 있다!) 돌아보고

좀 떨어진 곳에 하늘을 찌를 듯이 서있는 탑이 눈에 들어온다. 헌데

슈우! 스스스! 그 탑의 여기저기에서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시커먼 기운들

서문숙; (탑!)

서문숙; (저 탑 안에 이 기운의 본체가 있다!) 긴장하고

탑의 벽에 새겨진 龍華大塔이라는 거대한 글 크로즈 업

서문숙; (용화대탑(龍華大塔)!) 눈 번쩍

서문숙; (그렇다면 이곳은 상해 외곽에 자리한 천년고찰 용화사(龍華寺)겠구나!) 휘이! 바람을 타고 날아올라 탑으로 날아간다.

용화사 경내에는 드문 드문 중들이 보이지만 탑 근처에는 아무도 없다.

서문숙; (대체 무엇이 이토록 강력한 기운을 뿜어내는 것인가?) 슈욱! 탑으로 스며들어간다. 물론 서문숙은 귀신이니까 막힘이 없다.

탑의 일층. 아주 넓은데 아무 장식이나 가구도 없다. 다만 중앙에 일곱 개의 상자가 나란히 놓여있다. 1.3.3 구조로. 바로 경신방의 배가 금릉에서 상해로 옮겨온 그 상자다. 원래 이 상자들은 공자무의 것이었지만 공자무가 암흑철수를 보내준 구령에게 대신 보낸 것들. 칠년천하에서 제왕을 모시던 일곱 고수들의 혼이 녹아있는 상자다.

슈욱! 벽을 뚫고 나타나는 서문숙

[!] 긴장하는 서문숙

슈우! 일곱 상자에서 아지랑이처럼 검은 기운들이 솟구쳐서 실내를 가득 메우고 이어 창문을 통해서 탑 밖으로 흘러넘치고 있다

서문숙; (저 상자들...!) 긴장하며 다가가고

서문숙; (하나하나마다 추측불가의 강대한 힘이 깃들어있다.) (만일 이 상자들에 깃들어 있는 힘을 끌어낼 수만 있다면 난릉왕도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흥분하며 상자 하나에 손을 대고

서문숙; (다른 곳으로 옮겨지더라도 언제든지 찾아낼 수 있도록 영인(靈印)을 새겨두자!) 징! 손바닥에서 빛이 발하고

다시 손을 뗀다.

상자에 새겨진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西> 자. 헌데

스스스! 글자는 이내 상자로 스며들고

서문숙; (잘 됐군!) 만족하고. 그러다가

[!] 흠칫하는 서문숙

징! 상자의 바닥에서 빛나는 <荊>자

서문숙; (형(荊)?) 살펴보고

서문숙; (어떤 자가 나보다 먼저 이 상자에 영인을 새겨뒀군!)

서문숙; (아무래도 이 상자들 때문에 한바탕 풍파가 일겠구나!) 생각하는데

으하하하! 갑자기 들리는 웃음소리

[!] 움찔 놀라며 입구 쪽을 돌아보는 서문숙

열려져 있는 문을 통해 두 명의 인물이 탑으로 다가오는 게 보이고

서문숙; (고수로군!) 슈욱! 허공으로 날아오르고

서문숙; (삼단전(三丹田)에서 고르게 진기를 끌어내 웃는 걸 보면 무공뿐만 아니라 술법도 아는 자다!) 스윽! 천장으로 스며들어가고

다시 탑의 중간쯤 되는 벽에서 솟아나오는 서문숙

서문숙; (사람일 때라면 몰라도 한갓 목신에 불과한 지금은 조심해야만 한다.) (상대가 정(精)과 신(神)에 눈을 뜬 자라면 치욕을 당할 우려도 있다.) 허공에 떠서 내려다보고

늙은 중과 함께 건장한 체격을 지닌 중년인이 탑으로 들어가고 있다. 정말 패도적인 인상. 부리부리한 눈에는 특이하게도 눈동자가 두 개씩 들어있다. 이 인물이 천동대협 이산굉. 난릉왕이나 구령보다는 약하지만 바로 그 다음 단계의 고수다. 생시의 서문숙 정도의 고수다. 헌데.

스으! 스으! 이산굉의 몸 주위로는 아지랑이같은 것들이 일렁이는데

[!] 눈 부릅따며 보는 서문숙

쿵! 이산굉의 몸 주위로 수많은 마귀와 요괴들이 어른거리고 있다.

서문숙; (이매망량!) (저렇게 많은 이매망량들을 거느리고 다니다니...!) 놀라고

서문숙; (특별한 법기를 지닌 것인가? 아니면 마계(魔界)에 한 발을 넣고 있는 자인가?) 생각하는데

도깨비들 중 한 놈이 서문숙을 발견하고

그놈이 이산굉의 귀에 속삭인다

서문숙; (들켰다!) 스팟! 허공으로 높이 올라가고

이산굉이 슬쩍 고개를 돌려본다

[!] 허공으로 높이 올라가다가 눈 부릅 서문숙

서문숙의 놀라는 얼굴 뒤로 이산굉의 부릅뜬 두 눈이 크로즈업 되는데 눈에 눈동자가 두 개씩 들어있다

서문숙; (한 눈에 두 개의 눈동자!) 덜컥! 충격을 받고

서문숙; (천동대협 이산굉!) (저자가 바로 말로만 듣던 천동대협 이산굉이로구나!) 스스스! 사라진다

히죽 웃는 이산굉

늙은 중; [왜 그러시오 시주?] 입구에서 돌아보고

이산굉; [아니오 방장!] 웃으며 돌아서고

이산굉; [오늘밤 계산에 넣지 않은 손님이 올 것같소이다!]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118>

어느 마을. 크지 않다.

객잔

사람들 입이 쩍 벌어진다.

탁자에 쌓여있는 엄청난 그릇들. 청풍이 돼지처럼 음식을 퍼넣고 있다. 그 앞에 권완이 부끄러운 표정으로 보고 있고. 옆에는 점소이가 벅이 가서 서있다.

청풍; [끄억! 이제야 겨우 간에 기별이 가는구만!] 트림하면서 그릇을 내려놓고

사람들; (겨우 간에 기별이 갔다고?) (거의 십인분이나 쓸어넣고?)

점소이; [손... 손님! 음식을 더 준비해드릴까요?] 억지로 웃고

청풍; [됐어! 누굴 돼지로 아는 거야 뭐야?] 흘기고

사람들; (그럼 니가 돼지가 아니면 누가 돼지냐?)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청풍; [입가심하게 차나 좀 더 가져와!] 가라고 손짓하고

[예예!] 굽신거리는 점소이

허둥대며 주방으로 간다

청풍; [정말 뭐 더 안 먹어도 돼?] 힐끔 권완의 앞을 본다. 권완의 앞에는 과일이 몇쪽 얹혀진 접시가 있지만 그나마도 거의 안 먹었다.

청풍; [나흘이 다 되도록 먹은 건 술하고 복숭아 한쪽이 전부잖아!] 권완의 앞에 있는 과일 눈 독 들이며 입맛 다시고

권완; [전 그 정도로도 충분해요.] [어차피 남길 거니까 드세요!] 자기 접시를 청풍에게 밀어주며 한숨

청풍; [헤헤 고마워!] 얼른 받고

청풍; [다른 건 몰라도 우리 집에서는 음식 남기는 게 절대 금기야!] [그랬다가는 꼰대한테 직사하게 얻어터져.] 손에 든 접시에서 과일을 손으로 집어 먹으며

청풍; [음식을 남기는 건 농사를 지은 농민들의 수고를 모욕하는 일이며 천지간의 정기를 헛되게 하는 큰 죄악이라나 뭐나.]

권완; [지당하신 말씀이군요.] [헌데 평소에도 지금처럼 드시나요?]

청풍; [웬걸?] [꼰대가 얼마나 구두쇠인데...!]

청풍; [한 끼에 반찬이라고 해봐야 세 가지를 넘기지 않고 그나마 양도 겨우 허기를 면할 정도만 준비시킨다고.]

청풍; [그 때문에 우리 형제들은 자라면서 소원이 배지가 터지게 먹어보는 거였을 정도야.]

권완; [그럼 오늘 드신 게 비정상적이었군요.]

청풍; [지극히 정상이지!]

권완; [예?]

청풍; [아니 오히려 모자라!] [따져보면 열 두끼를 굶었는데 겨우 열끼 정도 먹었으니까!] 손가락을 꼽아보고

권완; [그동안 굶은 걸 전부 소급해서 드셨다는 거예요?] 어이없고

청풍; [우리 집안 본업이 돈놀이라는 걸 잊지 말라구!]

청풍; [뭐든지 정확하게 계산이 맞지 않으면 볼일 보고 뒤처리 안한 것처럼 찜찜한 게 우리 집안 내력이야!]

청풍; [생각 난 김에 나머지 두 끼도 마저 해치워야겠군!] [이봐 점소이!] 주방 쪽에 가서 차를 준비하고 있던 점소이를 부르고

점소이; [예 손님!]

청풍; [국수 한 그릇하고 홍소육 한 접시 더...!] + [웁!] 주문하다가 입이 막힌다. 권완이 일어나서 입을 틀어막았다.

권완; [그만 갈께요. 계산 해주세요!] 청풍의 입을 막은 채 점소이에게

점소이; [예예 감사합니다 손님!] 살았다 하며 서둘러 카운터로 달려가고

청풍; [아이 참! 난 아직 더 먹을 수 있다니까 그러네!] 권완의 손을 입에서 떼어내며 투정부리지만

권완; [내 말 들어요!] 청풍의 귀를 잡고 째려보고

권완; [난 돼지를 기를 생각은 없어요!] 돌아서고

청풍; [알... 알았어!] 삭 죽고.

권완; [미련 갖지 말고 일어나요!] 먼저 카운터로 간다

청풍; (하여간 째려보면 살 떨리게 무섭다니까!)

청풍; (우히히! 상관없지롱! 무얼 해도 예쁘면 다 용서가 되거든!) 카운터에서 계산하는 권완의 뒤로 가면서 입이 째진다

 

거리를 걷는 청풍과 권완. 지나가는 사람들 힐끔 힐끔. 청풍이 임신한 여자같이 불룩한 배를 쓸며 연신 트림을 한다.

청풍; <뭘 봐? 사람 트림하는 거 처음 봐?> 사람들에게 인상 쓰고. 겁에 질려 급히 시선 피하는 사람들

권완; (누가 해결사 아니랄까봐!) 한숨 쉬고

청풍; [우리 이제 뭐할까?] 음험한 표정

청풍; [일찌감치 객간으로 가서 오랜만에 뜨거운 물에 때 좀 불려볼까?]

권완; [그렇게 맹꽁이배를 하고는 목욕도 자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아요.]

권완; [소화도 시킬 겸, 어두워지려면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근처 명승지나 구경해요.]

청풍; [아는 데 있어?]

권완; [제 기억이 틀리지 않으면 옥불사(玉佛寺)가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거예요.]

청풍; [옥불사?]

권완; [동진(東晋) 시절에 유래없는 가뭄이 들어 장강의 바닥이 드러났을 때 집채만한 백옥석(白玉石)이 발견되었대요.]

권완; [그 옥석으로 부처님을 조각했는데 신통력이 대단해서 무슨 소원이든지 들어준다는군요.]

권완; [옥불사는 그 백옥불(白玉佛)을 모신 절로써 오십여리 떨어진 곳에 자리한 용화사와 더불어 상해 일대에서는 가장 유명한 가람(伽藍;절)이에요.]

청풍; [한갖 돌덩이 따위가 무슨 소원을 들어준다고!] 코웃음치고

권완; [어쨌거나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까 한번 가보도록 해요!] 은근히 청풍의 팔짱을 끼고

청풍; (우히히! 냄새 쥑인다!) 코를 벌름거리며 권완의 냄새를 맡고

권완; [어쩌실래요?]

청풍; [가... 가자구! 자기가 가자고 하는데 지옥인들 못가겠어?] 헤벌레

신이 나서 걸어가는 청풍. 사람들 시선에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살작 숙인 권완

팔짝 뛰어 허공에서 발바닥을 맞추기도 하는 청풍

<여자가 아깝구만!> <미녀와 야수, 아니 미녀와 원숭이인가?> 그런 청풍을 흘겨보는 사람들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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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은행나무.

은행나무 아래의 석실에 앉아서 옷을 만들고 있는 권완과 공손대낭. 헌데

[아흑! 하악! 하악!] [아잉! 이러지 마세용!] 갑자기 야한 소리가 두 여자의 귀에 들린다

뭔 소리인가 하며 서로를 보는 권완과 공손대낭. 그때

[아잉! 변태! 미워 죽겠어잉!] [하악! 거기야 거기! 좀 더... 아앙! 정말 미워잉!] 점점 더 야해지는 소리

<설마!> 서로를 보며 분노하는 권완과 공손대낭

벌떡 일어나 문으로 가는 권완과 공손대낭. 그 사이에도 계속 야한 소리가 들리고

권완; [대체 무슨 짓이에욧?] 화를 내며 문을 벌컥 열고

권완; [설마 여기까지 노류장화를 데려와서 파렴치한 짓을...!] 외치다가 부릅

문 밖의 또 다른 방. 서문숙이 황당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있고. 그 앞의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눈을 감은 채 실실 쪼개는 청풍. 헌데. <아잉! 오빠! 더.. 더 해줘잉! 하악! 짐승! 엄마야!> 야한 소리가 청풍의 몸에서 울려나오고 있다.

권완; [이... 이건 대체....!] 얼굴 발개져서 황당해하고. 공손대낭도 뒤에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놀라고 있고

그 사이에도 야한 소리가 계속 청풍의 몸에서 나오고

권완; [그만 하지 못해요?] 얼굴 발개져서 화를 내며 안으로 들어가고

청풍; [어! 왔어?] 히죽 웃으며 눈을 뜨고

청풍; [흐흐흐! 천산음은 정말 신통방통하지 뭐야? 몸통을 울려서 못내는 소리가 없다니까!] 말하는데

그런 청풍의 귀를 확 잡아당기는 권완

청풍; [아야야!] 귀가 당겨져서 비명을 지르고

권완; [기껏 절기를 배워서 하는 짓이 노류장화들 노는 소리에요?] [언제 철들려고 그래요?] 청풍의 귀에 대고 빽 소리치고

귀가 뚫려서 눈이 돌아가는 청풍

권완; [제발 좀 진지해져 봐요!] 청풍의 귀를 팽개치듯 놓고.

[에쿠!] 바닥에 나뒹구는 청풍

권완; [죄송해요 노야! 이 사람이 너무 철이 없어요!] [제가 대신 사과드릴께요.] 서문숙에게 허리를 숙이고

서문숙; [됐다! 타고난 천성이 어디 가겠느냐?] 고개 설레 젓고

서문숙; [뭐든지 빨리 배우는 건 신통하지만 천산음을 저런 식으로 쓸 줄은 몰랐다.] 비실거리며 일어나는 청풍을 보고

청풍; [젠장할! 장난 좀 친 것 같고 너무들 하는구만!] 심통이 나서 주둥이가 댓발이 나오고

권완; [그래도!] 눈을 부라리지만

청풍; [알았어!] [이번엔 제대로 펼쳐볼 테니까 들어봐!] 책상다리 하고 앉아서 합장을 하고. 직후

우웅! 청풍의 몸이 진동하고

권완; (이번엔 또 무슨 짓을 하려고....!) 긴장하는데

꽈과광! 버번쩍! 갑자기 청풍의 몸에서 천둥 번개가 치는 소리가 나고

공손대낭; [꺄악!] 비명 지르며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서문숙; [헉!] 역시 놀라 벌떡 일어나고

권완; [당신...!] 기겁하고

청풍; [좀 더 실감나게!] 합장하며 외치고. 순간

꽈과광! 드드드! 청풍의 몸에서 엄청난 소리가 나며 석실이 뒤흔들린다

공손대낭; [아악!] 비명 지르며 기절하려 하고

권완; [대낭!] 급히 쓰러지는 공손대낭을 부축하고. 직후

서문숙; [이놈! 그만두지 못하겠느냐?] 철썩! 청풍의 뺨을 후려친다

청풍; [에쿠!] 뺨이 맞아서 팽 돌았다가 나뒹굴고

그에 따라 천둥치는 소리가 멈추고

서문숙; [대낭! 괜잖소?] 걱정 되어서 공손대낭을 돌아보고

공손대낭; [으으으!] 눈이 뒤집히고 입에 거품을 문채 발발 떨고 있는 공손대낭. 권완; [대낭! 정신차리세요 대낭!] 공손대낭을 안고 주저앉아서 외치고.

청풍; [낄낄! 나무 요정이 정신줄을 놓은 걸 보니까 정말 실감났던 것 같군!] 입가의 피를 닦으며 일어나 앉고

청풍; [하여간 여자들은 인간이든 요정이든 간덩이가 좁쌀만하다니까!] 웃는데

권완; [닥치지 못해요?] 도끼 눈으로 돌아보고

서문숙; [이 못된 놈이!] 퍽! 청풍을 걷어찬다

청풍; [그렇겐 안되지!] 휘릭! 덤블링을 하며 피하고

서문숙; [대낭이 천둥소리를 가장 싫어한다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내다니!] [네놈이 제대로 혼이 한번 나야겠구나!] 삿대질하고. 순간

청풍; [허깨비 주제에 잘난 척 하지마 영감!] 눈을 부라리며 합장을 하고

권완; [무슨 말 버릇이에요?] 노려보는데

청풍; [영감이 무서워하는 소리도 알고 있다 이거야!] 합장한 채 기합을 지르고. 순간

부르르! 청풍의 몸통이 울리더니

<꼬끼오! 꼭꼭끼오!> 갑자기 청풍의 몸에서 요란한 닭 울음 소리가 난다.

서문숙; [헉!] 비명 지르며 펄쩍 튀어오르고

슈욱! 그대로 천장으로 스며드는 서문숙

권완; (닭울음소리!) 기가 막히는데

청풍; <꼬끼오! 꼬꼬끼오!> 양팔을 파닥이면서 신나게 소리를 낸다

슈욱! 나무를 빠져나오는 서문숙의 몸

꼬끼오! 꼬꼬끼오! 은행나무 아래에서는 연달아 닭 울음소리가 나고

서문숙; [히익!] 슈욱! 공포에 질려 허공을 날아가는 서문숙. 두손으로 귀를 막고

서문숙; [제발 그만해라 이놈아!]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며 멀리 날아가며 외친다.

 

다시 은행나무 아래의 석실.

청풍; (우히히! 무릇 잡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닭 울음소리와 닭의 피지!) 꼬끼오! 꼬끼오! 여전히 양팔을 펄럭이며 닭울음소리를 내고

청풍; (영감탱이도 살아있을 때야 대단했지만 죽은 이상 잡귀에 불과하니 닭 울음소리를 무서워할 수밖에!) 득의하는데

권완; [그만하란 말이야!] 퍼억! 청풍의 뺨이 홱 돌아가게 후려친다

청풍; [에쿠!] 다시 나뒹구는 청풍

청풍; [아니 이 여자가 사람을 패네!] 볼따귀를 부여잡고 인상 쓰고

청풍; [결혼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손찌검을 해버릇하면 나중에는 아예 오뉴월 개 패듯 패겠구나야!] + [!] 인상 쓰다가 눈 부릅

권완이 허리춤에서 비녀, 즉 곤오용봉채를 하나 뽑고

권완; [다시 한 번만 더 나를 부끄럽게 만들면...!] 비녀로 청풍을 겨눈다

권완; [당신을 내 손으로 죽이고 나도 죽어버리겠어요!]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청풍; (으헉! 큰일 났다! 울리고 말았다!) 뜨끔하고

노려보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권완. 뒤쪽에는 기절한 공손대낭이 야한 자세로 누워있고

청풍; [잘못 했어!] [다신 안 그럴 테니까 제발 뚝! 응?] 권완의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싹싹 빈다.

그래도 노려보며 울기만 하는 권완

청풍; (젠... 젠장할!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우리 이쁜이가 눈물을 보이는 건데...!) 죽상을 하고

청풍; [자기야? 응? 용서해주라! 이번만 용서해줘잉!] 애원하고

그래도 권완은 노려보며 울기만 하고

청풍; [재미있는 거 보여줄게. 마음 풀어!] 폴짝 뛰어서 덤블링하고

끽끽! 이어 이리저리 들고 뛰고 덤블링하며 원숭이 흉내를 내는 청풍

권완은 노려만 보는데

그런 권완의 주위를 폴짝 폴짝 뛰며 원숭이 짓거리를 하고

마지막으로 권완의 얼굴에 자기 얼굴을 들이대고 원숭이 같은 표정으로 볼따구를 긁는다. 순간

권완; [풋!] 결국 참지 못하고 웃고

청풍; [웃었다! 웃었다!] 손뼉 치며 폴짝 폴짝 뛰고

청풍; [이히히히! 웃었으니까 다신 울면 안돼! 웃다가 울면 응응에 응응 난다잖아!]

권완; [요 못된 원숭이새끼!] 그런 청풍의 팔을 낚아채고

권완; [또 장난칠 거야? 앙? 장난칠 거냐고?] 펑펑! 왼손으로는 청풍의 한 팔을 잡고 오른손에 든 비녀로 청풍의 엉덩이를 펑펑 때린다.

청풍; [아이쿠! 잘못했어요! 잘못 했어!] 과장 되게 펄쩍 펄쩍 뛰며 비명을 지르고. 진자로 아픈 건 아니고

권완; [정말 당신 때문에 창피해서 못 살겠어!] 펑펑 때리고.

청풍; [에헤헤! 그럼 이젠 용서해주는 거지?] 맞으면서도 웃고

권완; [못된 원숭이 같으니라고...!] 흘겨보면서도 얼굴 푼다.

청풍; [고마워! 다신 안 그럴께!] 쪽! 권완의 뺨에 키스를 하고

권완; [어멋!] 기겁하고

권완; [무... 무슨 짓이에요?] 얼굴이 새빨개져서 곁눈질로 공손대낭을 보고

청풍; [낄낄! 날 보고 원숭이 원숭이 그러는데!] 권완의 허리를 안고

청풍; [날 원숭이라고 부르려면 자기는 귀여운 암원숭이가 되어야 할 걸?] 음험하게 웃으며 끌어당겨 뽀뽀를 하려 하고

권완; [누... 누구 보고 암원숭이라고...!] 얼굴이 발개져서 청풍의 뽀뽀를 피하려하는데. [으으!] 뒤에서 들리는 신음소리

돌아보니 공손대낭이 깨어나려고 한다

권완; [대낭!] 급히 청풍의 품에서 벗어나 달려가고.

아쉬운 표정으로 권완을 놔주는 청풍

권완; [정신이 드세요 대낭?] 반지를 낀 손으로 공손대낭의 이마를 쓸어주고

공손대낭; [아... 아가씨!] 눈을 뜨며 신음하고

권완; [미안해요! 저 사람의 장난이 좀 지나쳤어요!]

청풍; [지나치긴 뭐가 지나쳐?] 뒤에서 내려다보며 코웃음치고

공손대낭; [흑!] 공포에 질리며 몸을 웅크리고

청풍; [하여간 엄살은....!] 코를 후비며 코웃음치는데

권완의 품에 안겨 웅크린 채 달달 떠는 공손대낭

권완; [대낭이 싫어하니까 나가 있어요!] 노려보고

청풍; [알... 알았어!] 뜨끔

청풍; [뭔 말을 못하게 해!] 궁시렁 대며 입구로 가고

그러다가 돌아보며 뜨끔

권완이 노려보고 있다

청풍; [나... 나갈게! 나가면 될 거 아냐?]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간다.

권완; (제천대성이란 별명이 괜히 생긴 게 아니었어!) 한숨

권완; (저 말썽꾸러기를 사람 만들어서 데리고 살아야하다니.... 고생 문이 훤하구나!)

 

은행나무. 바위에 걸터앉아서 무료한 표정인 청풍. 심통도 났고

청풍; [아흐흐!]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고

청풍; [쳇! 뭐야? 심심해 죽겠잖아!] 턱 괴고 궁시렁

청풍; [언제까지 겁쟁이 나무 요정의 시중을 들어야하는 건데?]

권완; [안 보는 데서 다른 사람 욕하는 나쁜 버릇까지 있군요!] 은행나무 아래 동굴에서 나오고

청풍; [에이! 무슨 욕을 했다고 그래?] 반색하며 일어나고

권완; [가요!] 앞장 서서 가고

청풍; [어디를?]

권완; [대낭은 당신이 근처에 머무르는 것마저도 부담스러워해요!] [당분간 근처의 객잔에서 지내도록 해요!]

청풍; [나야 좋지!] 헤벌레

청풍; [그나저나 언제까지 이 따분한 동네에서만 놀아야하는 건데?]

권완; [서문원수께서 물려주신 법기의 사용법이 능숙해지면 떠날 수 있을 거예요!]

청풍; [신난다!] 야호! 하면서 다시 원숭이처럼 덤블링을 한다.

권완; (경박하지만 미워할 수가 없어!)

권완; (어느덧 나도 저 사람의 여자가 되어가는 것일까?)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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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공자무; [춥군.] 어깨에 쌓인 눈을 툴툴 털어내면서. 주변은 눈에 덮여있다.

구령; [설산인마(雪山人魔)의 한음지기(寒陰之氣)는 제법 쓸만하군요.] [죽는 순간에 터뜨려 방원 십장여를 눈으로 뒤덮어버리다니....] 역시 몸에 묻은 눈을 털며 싸늘하게 말한다. 오른 손에는 펜싱검처럼 가는 검 천궁을 들었고

쿵! 드러나는 주변의 모습. 초여름이지만 그들 두 사람이 선 곳을 중심으로 반경 2-30미터는 눈으로 덮여있다. 그리고 그 눈밭에 수십명의 사람이 죽어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구령 앞에 죽어있는 털북숭이 괴인이다. 이자가 설산신마인데 가슴이 갈라져서 죽었다.

공자무; [설산인마...!] [이 털북숭이도 만마천에서 보낸 추적자인가?]

구령; [설산인마는 만마천 소속이에요.] 검을 검집에 꽂고

구령; [하지만 다른 자들은 천사련의 잡것들이에요.] 주변의 눈에 덮여 있는 시체들을 돌아본다

구령; [개와 고양이처럼 앙숙지간이던 만마천과 천사련이 손을 잡고 우릴 죽이려 드는군요.] 싸늘하게 웃고

공자무; [우리는 두 사람, 상대도 두 단체이니 대충 싸움이 되겠다싶기도 한걸.] 웃고

구령; [손에 피를 묻히기 싫어하는 분이 어떻게 사마(邪魔)의 무리와 싸우겠어요?] 샐쭉

구령; [이 싸움은 저의 싸움이에요.] [만마천이든 천사련이든, 아니면 천하 전부가 덤비든 오라버니는 관여하지 마세요.]

공자무; [내가 알던 구령은 혼자서 천하와도 싸울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구령; [오라버니와도 싸웠는데 천하가 무슨 대수겠어요?] 공자무의 팔짱을 끼고

하늘에 뭉게구름이 피어난다. 햇살이 이마에 와 닿게 바람이 옷깃 속으로 흐른다. 다정하게 걸어가는 두 사람

공자무; [몸을 너무 혹사하지 마라.]

공자무; [천하와의 싸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천하와 싸울 수 있는 너 자신이다.]

구령; [오라버니의 다정한 말은 제게 투지만 더 불러일으킬 뿐이랍니다.] 수줍게 웃고

공자무; [이제는 말로도 널 돕지 못하게 하는구나.] 쓴웃음

구령; [저에 대해선 걱정하지 마세요.] [느끼고 계시겠지만 전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지고 또 건강해져요.] 실제로 건강해졌다.

구령; [피와 죽음이 몸에 가장 좋은 약인 게 마공을 익힌 업보니까요.]

공자무; [만마천에서는 끝내 너를 죽이지 못할 경우 어떻게 나올 것같으냐?]

구령; [암흑철수가 없어도 제게 굴복하겠죠.]

구령; [하지만 암흑철수를 가진 자가 누군지 밝혀지면 그자에게도 복종해야만 해요.]

구령; [그 때문에 만마천은 암흑철수를 잃어버린 제게 분노하고 있고 또 마도의 운명이 어찌 될 줄 몰라 불안해하는 거예요.]

구령; [마도인의 생사여탈권은 모두 암흑철수에 달려있으니까요.]

공자무; [왜 그것들을 쓰지 않느냐?] 멈춰서며 묻고

흠칫 구령

공자무; [암흑철수가 없어도 내가 암흑철수 대신에 네게 준 그 물건들을 사용하면 너를 지킬 수 있을 텐데....!] 마주 보며 묻고

구령; [그... 그건...!] 당황

공자무는 말없이 구령의 얼굴을 빤히 본다.

구령; [죄송해요!] 고개 떨구고

구령; [짐작하셨겠지만 오라버니가 제게 맡긴 그 물건은 이미 저에게 있지 않아요.] 옷자락을 만지며 혼나는 소녀처럼

공자무; [누구에게 주었느냐?] 한숨

공자무; [내가 찾아가서 다시 가져오마.]

구령이 고개를 젓는다.

공자무; [지금 누구 손에 있는지 모르는 것이냐?]

구령; [그게 아니라... 현 소유자에게서 빼앗아 올 수 없다는 뜻이에요.]

구령; [그는 정당하게 저와 교환을 했거든요.]

공자무; [령아!]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찡그리고.

구령; [알아요! 오라버니가 맡긴 그 물건과 교환할 만한 것이 세상에 있을 리 없죠. 세상의 가치로 따진다면야…]

구령; [그러나... 저한테는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도 있답니다.] 고개를 들고 촉촉이 젖은 눈으로 공자무를 보고

공자무; [그자는 그 물건의 가치를 아느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숨

구령; [아마도…!] [하지만 신경 쓰실 필요는 없어요.]

공자무; [어째서?]

구령; [그도 백년 내로 죽을 테니까요.] 허탈하게 웃고

찡그리는 공자무

구령; [사람이 당대에 할 수 있는 일은 큰 게 없어요. 그저 작은 발자국과 소소한 이름만 남기고 갈 뿐이지요.] 염세적인 웃음

공자무; [그자가 만일 그 물건의 힘을 얻어 공격한다면 나라고 해도 감당하지 못한다.]

구령; [제가 서쪽으로 가는 것도 행여 있을지 모를 그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예요.]

공자무; [알았다. 물건은 포기하마.] [하지만 지금 그걸 갖고 있는 자가 누군지는 알아야겠다.]

구령; [그는 한 눈에 눈동자가 둘인 사람이에요.]

공자무; [천동대협 이산굉?]

구령; [맞아요. 천동대협이라 불리는 이산굉이죠.]

구령;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그의 신분은 혈목제의 서열이위!] [만약 제가 죽거나 잘못되었을 경우에 만마천의 통수권을 가지는 자예요.]

구령; [또 저와는 달리 개인적으로 세력을 많이 가지고 있는 자이기도 해요.]

공자무; [이산굉은 천하의 주인이 되고자 하겠구나.]

구령; [욕심은 있겠지만 제가 살아있는 한 감히 함부로 나서진 못해요. 감히….] 싸늘하게 웃고. 그런 그녀의 몸에서 서릿발 같은 위엄이 뻗친다. 바로 그때

<흐흐흐! 암흑철수가 있다면 물론 그렇겠지.> 갑자기 들리는 웃음소리

<하지만 구령! 당신은 암흑철수를 잊어버렸지 않소?> 휘이이! 돌풍을 일으키며 길 한가운데 나타나는 괴인. 여덟 자 길이의 화려한 창을 어깨에 걸치고 있지만 키는 오척 단구에 불과한 자다. 사십 정도의 나이에 얼굴이 유달리 크고 까무잡잡하다. 체구에 비해 얼굴이 크고 창이 지나치게 길고 굵은 데는 이유가 있다.

공자무; [넌! 누구냐?] 불쾌하고 삼엄한 기세

강작; [흐흐흐! 구령의 남자라면 물론 내가 누군지 물을 자격이 있겠지만.....!] + [!] 말하다가 부릅

쿠오오! 노려보는 공자무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흘러넘치고. 두 눈이 백열한다

강작; (무... 무슨 놈의 기도가....!)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조여오다니...!) 비지땀을 흘릴 때

공자무; [말하라!] 준엄하게 일갈하고. 순간

꽈릉! 머리에 벼락을 맞는 듯한 느낌을 받고 안색이 창백해지는 강작

휘청! 쓰러지려는 강작. 하지만

콱! 창으로 바닥을 찍어서 겨우 몸을 세우고

쿠오오! 노려보는 공자무의 몸이 한없이 커져 보인다.

강작; [나.... 나는...!] 헉헉 대는데

구령; [오라버니가 수고하실 필요 없어요. 그자는 혈목제 서열 8위인 강작(强作)이란 자예요.] 말하며 앞으로 나서고. 그러자

화악! 강작을 휘감고 있던 검은 기류들이 사라진다

공자무; [강작?] [들어본 적이 없는 무명소졸이로군!] 차갑게 냉소하고

강작; (무... 무명소졸이라고?) (천번이 넘는 싸움에서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나 마창(魔槍) 강작이?) 굴욕. 하지만 겁에 질려 공자무를 정면으로 보지는 못하는데

구령; [강작! 오랜만이구나.] 공자무의 앞을 막으며 냉소

강작; [아깝소. 정말 아깝소.] 비지땀을 흘리면서고 억지로 웃고

강작; [아직도 이렇게 아름다운 그대를 내 손으로 죽여야 한다니 말이오.] 심호흡을 하며 창을 바닥에서 뽑고

구령; [혈목제 서열 5위인 철와선도 내 손에 죽었다.] [죄목은 내 이름을 함부로 불렀기 때문이지.] 차갑게 웃고

강작; [!] 뜨끔하고

노려보는 구령의 온몸에서 칼날같은 기운이 뻗어나온다.

강작; (젠... 젠장! 이십년 이상의 세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오싹하게 만드는군!) 침을 삼키고

구령; [사부들이 보냈느냐?]

강작; [만... 만마천 내에서 당신이 가졌던 신분과 권한은 모두 박탈되었소.]

강작; [당신 아버지 역시 책임을 지고 물러났으며 현재 연금중인 상태요.]

구령; [그 몇 마디의 말로 네 죄가 사해질 듯싶은가?]

강작; (경... 경솔했다! 구령이 오랜 투병으로 약해졌다는 말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비지땀

강작; (철와선이 죽은 건 실수해서가 아니었다! 나도 오늘 죽지 않으려면 마지막 한방울의 힘까지 다 짜내야겠구나!) 콱! 혀를 물고. 순간

푸학! 강작의 귀와 코, 입에서 피가 확 터져나온다. 그리고

콰드득! 강작의 몸이 갑자기 물풍선처럼 부풀어오르기 시작한다.

공자무; [잠력을 모두 격발시켰군!] 끄덕이고

차갑게 보고 있는 구령

펑! 펑! 강작이 몸에 걸치고 있던 옷들이 터져서 날아가고

쿵! 단번에 키가 2미터 이상으로 자라난 강작. 훈도시만 찬 모습인 보디빌더같은 체격으로 변했다. 비로소 8자가 넘는 창이 어울린다.

구령; [말하라!] [보내서 왔느냐? 스스로 찾아왔느냐?] 스릉! 검을 뽑고

강작; [흐흐흐! 공을 다투는 자는 스스로 오고 명을 따르는 자는 보내서 오는 게 우리 만마천 아니오?]

강작; [당신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만마천과 천사련을 모두 상대할 순 없을 거요.] 창을 겨눈다.

구령; [이것 하나면 되지 않을까?] 왼손을 들어올리고. 순간

쿠오오! 갑자기 주변의 공기가 어둡고 무겁게 변해버린다. 햇살도 그대로고 바람도 그대로인데 색이 주변의 모든 색이 새카맣게 변해버린다. 구령의 쳐든 왼손이 검은 색으로 변하며 두툼하게 부풀어 오르고 있다.

쿵! 그리하여 마침내 변한 구령의 손. 거대해진 왼손이 마귀의 손처럼 시커먼 비늘로 덮여있다. 소톱도 길고 날카롭게 변했고.

[!] 찡그리는 공자무. 반면

강작; [암.. 암흑철수!] 뾰족한 비명을 지르고.

텅! 창을 떨구고

강작; [으으으! 잃... 잃어버린 게 아... 아니었소?] 벌벌 거리며 물러서는 강작.

구령은 말없이 왼손을 치켜든 채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간다. 순간

털썩! 강작은 파랗게 질린 채 뒤로 주저앉고

그런 강작 앞에 서서 내려다보는 구령. 왼손의 암흑철수에서 흘러넘친 시커먼 기운 속에 수많은 마귀와 괴물들의 형상이 일렁거리고

강작; [천... 천주! 제... 제발 자비를...!] 덜덜 떨며 구령 앞에 무릎을 꿇고 납작 엎드려 고개를 조아린다

스윽! 구령은 말없이 그런 강작의 머리에 왼손을 얹고

강작; [으으으!] 고개를 떨군 채 달달 떠는 강작.

주르르! 아랫도리에서는 오줌이 흘러 바닥을 적시고

구령; [만마의 지존인 암흑철수의 주인으로서 명한다.] [여섯 사부에게 돌아가서 전해라.]

구령; [더 이상 나를 건드린다면 만마천이 사라질 것이라고!] 나직하지만 무시무시한 살기를 흘리며 말하고

강작; [조 존명…!] 외치고. 하지만

강작이 존명을 외쳤지만 구령의 손은 여전히 그자의 머리에 얹혀져있다.

[!] 무언가 깨닫는 강작. 다음 순간

고개를 조금 들어서 구령을 보는 강작

여전히 왼손으로 강작의 머리를 누르며 차갑게 내려다보는 구령

강작; [결... 결례를 용서하소서!] 팍! 손가락으로 왼쪽 눈을 찌르고

콰득! 피와 함께 손가락에 후벼파여 나오는 눈동자

찡그리며 보는 공자무

강작; [암흑철수의 권능에 충성을과 복종을!] 두 손으로 자신의 눈동자를 담아 구령에게 바치는 강작

냉소하며 왼손으로 강작의 손에 들려있는 눈동자를 움켜잡는 구령

푸스스스! 피묻은 강작의 눈동자는 암흑철수 안에서 한줌의 푸른 연기로 변해 사라지고,

강작; [하명하신 분부, 틀림없이 전하겠나이다!] 엎드려 절하고

휘익! 이어 창을 들고 날아서 사라지는 강작

강작이 사라진 후에도 공자무와 구령은 화석이 된 듯 한동안 그 자리에 서있고. 이윽고

스스스! 구령의 왼손에서 암흑철수가 사라진다.

공자무; [어떻게 된 것이냐?]

구령; [보신 대로예요!] 맨손을 보여주고. 창백한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고

구령; [천하가 넓다 해도 암흑철수가 두 개일 수는 없죠.] 스르! 말하며 쓰러지려 하고

공자무; [령아!] 얼른 두 손으로 구령을 안고

공자무; (방법은 모르겠지만 암흑철수가 지닌 힘을 잠시나마 발휘할 수 있구나.)

구령; [무리를 했더니 몹시 피곤하군요. 잠시 업어주시겠어요?] 공자무의 품에 안긴 채 애처롭게 웃고

공자무; [잠시가 아니라 언제까지라도 업어주마!] 부축한 구령에게 등을 내밀고

구령; [정말 오랜만이군요. 오라버니에게 업혀보는 건...!] 공자무의 등에 업히는 구령

공자무; [피곤하면 자려무나. 아무 걱정하지 말고!] 구령을 안고 걸어간다

구령;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어!) 공자무의 목을 팔로 두른 채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는 구령의 눈가로 눈물이 맺히고

<나중에는 어찌 될지 몰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오라버니가 온전히 나만의 사람이니까!> 멀어지는 두 사람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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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은행나무. 서문숙의 무덤이 있고

권완; [끔... 끔찍해요! 어쩌다 이렇게 심하게 다쳤어요?] 바닥에 주저앉은 청풍의 머리 상처를 살피는 진저리를 치는 권완. 공손대낭은 여전히 좀 떨어진 곳에서 청풍의 눈치를 보고 있다. 장소는 물론 은행나무 아래의 밀실이다.

청풍; [마.... 말 시키지마! 말... 말할 때마다 골이 울려서 미치겠어!] 죽상

권완; [두개골에 무려 다섯 개나 구멍이 났어요!] [하마터면 뇌를 다칠 뻔 했어요!] 상처에 고약같은 것을 발라주고. 그때

서문숙; [마공(魔功) 서열 구위인 최심조(催心爪)에 당했군.] 바로 옆에서 청풍의 머리통을 들여다보며 말하고

청풍; [최심조?]

청풍; [이름 한번 섬뜩한 데....!] + [!] 말하다가 눈 부릅

서문숙; [이름만 섬뜩한 게 아니다.] 홱 돌아보는 청풍을 보며 웃는 서문숙. 권완은 놀라지 않은 모습이고

서문숙; [최심조를 제대로 익히면 사람 심장을 주머니 속의 구슬처럼 간단히 꺼낼 수 있다.] 청풍의 머리통을 살피고

서문숙; [네 녀석같은 돌 원숭이의 두개골에 어렵지 않게 구멍을 낸 걸 보면 익힌 자의 화후가 보통이 아니야!]

청풍; [으악!] 비명 지르며 뒤로 발라당 넘어지고

권완; [나오셨어요 노야?] 인사하고. 고개 끄덕이는 서문숙

청풍; [영.... 영감은 분... 분명 죽... 죽었는데 어... 어떻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공포에 질려 달달 떨고

서문숙; [왜? 노부를 다시 보니 반가운가?] 웃고

청풍; [반... 반갑고 자시고간에.... 놀... 놀랐잖아요!] [영... 영감, 어젯밤에 죽은 게 아니었어요?]

권완; [노야에게 영감이라니! 무슨 말 버릇이에요?] 눈 흘기고

청풍; [아! 혼내기 전에 어떻게 된 시츄에이션인지 말해줘야할 거 아니야?] 권완에게 불만스런 표정으로 입을 삐죽

권완; [노야가 승천하는 대낭을 대신해서 이 나무의 목신(木神)이 되겠다고 하신 말 잊었어요?] 흘기고

청풍; [그럼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영감탱이는 사람이 아니라 나무에 붙은 잡귀?] + 권완; [또!] 눈을 부라리고

청풍; [알... 알았어! 말조심할게!] 눈치보고

이어 서문숙을 자세히 본다. 그러자

서문숙의 몸이 반투명해지며 뒤쪽의 벽이 들여다보인다.

청풍; [어! 정말 산 사람이 아니네!]

서문숙; [물론 노부는 지금 사람의 몸이 아니다.] [신, 정, 혼중 신(神)과 혼(魂)이 흩어져 정(精)만 남은 상태기 때문이다.] 의자에 앉는다.

서문숙; [즉, 인간의 형상을 이룰 수는 있지만 인간의 육체는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서문숙; [물질은 정신(精神)으로 이루어지는 법인데 정은 있어도 신은 흩어져 버렸으니 두 번 다시 사람의 육신으로 돌아갈 수는...!] + 청풍; [아이 참! 어려운 말은 제발 좀 그만해요!] 손 흔들어 막고

청풍; [간단히 말해서 영감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 잡귀라는....!] 말하다가 입을 손으로 가린다. 권완이 노려보고 있다

청풍; [컴! 컴! 갑자기 목이 메이는군!] 애꿎은 목을 만지며

서문숙; [간밤에 동악대제(東嶽大帝;생사를 관장하는 신. 태산부군)께 인사도 올리고 윤허까지 받았으니 당분간은 대낭과 함께 있을 수 있게 되었다.] 공손대낭을 보고

얼굴이 발개지는 공손대낭

청풍; [당분간이라면 언제고 잡귀, 아니 목신 신세를 벗어날 수 있다는 건가요?] 권완의 눈치를 살피고

서문숙; [지난밤에 대낭이 천계에서 내침을 받았을 때 노부의 신도 함께 천지간에 흩어졌다.] 한숨 쉬며 고개 끄덕

서문숙; [하지만 몇백년쯤 정진하면 흩어졌던 신을 다시 모아 승천할 수 있을 것이다.] 한숨 쉬고

청풍; (다시 승천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기쁜 표정은 아니군!) 생각하다가 흘깃 공손대낭을 본다

공손대낭은 옷소매를 만지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고

청풍; (옳거니! 저 못된 나무 요정은 영영 승천할 기회가 사라져서 죽상이로군!) 쌤통이다 하는 표정을 짓고

서문숙; [나는 이제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 아니므로 인간 세계의 일에 깊이 관여해서도 안되고 또 할 수 있는 능력도 없다.]

서문숙; [수천년을 살아온 대낭과도 달라서 인간에게 직접 힘을 발휘할 수도 없다.] 공손대낭을 보고

서문숙; [그저 사람들에게 모습을 보이고 천기가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이런 저런 말을 해줄 수 있을 뿐이다.]

청풍; [옳거니! 그냥 허깨비로구만!] 주먹으로 손바닥 치고

청풍; [그것도 모르고 조금 쫄았다는....!] + [아야!] 비명 지른다. 옆에서 듣고 있던 권완이 귀를 잡아당겼다.

서문숙; [그래도 인간 세계에서 못 다 한 일이 남아있어 편치가 않다.]

청풍; [난릉왕이라면 걱정마슈! 그 변태는 내가 기필코 손을 봐줄테니까!] 귀를 만지며

서문숙; [고마운 말이지만 지금의 네 실력은 난릉왕을 상대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청풍; [그래서 나한테 뭘 가르쳐주겠다는 거요?] 뚱한 표정

서문숙; [두 가지 무공을 가르쳐주마! 난릉왕을 상대하는데 유용할 것이다.]

청풍; [노야의 무공이라면 극기마환신단을 통해서 거의 다 배운 것 같은데...!] 시큰둥

서문숙; [지금부터 가르쳐주려는 무공들은 좀 다르다.] [그것들은 노부가 생시에 만들어놓기만 하고 연마는 하지 못한 무공들이다.]

청풍; [그래요? 제법 괜잖은 무공들인가 보죠?] 눈 반짝

서문숙; [이 무공들을 네것으로 만들면 최소한 난릉왕에게 죽지는 않을 것이다!]

청풍; [이름부터 말해봐요! 배울게요!] 침 꼴깍

서문숙; [노부의 최후걸작들은 천산음(天山音)과 금안공(金眼功)이라고 한다.] 자부심에 찬 표정

청풍; [천산음과 금안공?]

서문숙; [천산음은 음공(音功)이다.] [몸통을 울려서 소리를 내는 무공인데 경지에 이르면 하지 못하는 일이 거의 없다.]

서문숙; [음파로 물질의 구조에 직접 간섭해서 파괴(破壞), 변형(變形), 소멸(消滅)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청풍; [오오! 대단해요!] 짝짝! 손뼉치고

서문숙; [반면에 금안공을 익히면 인간의 정신에 간섭할 수 있다.] [최면(催眠), 섭혼(攝魂), 환각(幻覺)등을 일으켜서 상대방을 네 뜻대로 조종할 수 있다!]

청풍; [사람을 꼭두각시로 만드는 비법!] [그게 바로 내가 간절히 원하던 거예요!] [그러니까 빨리 가르쳐 줘요! 가르쳐주세요!] 환호하고

서문숙; [노부에게 유일하게 남아도는 게 시간이다.] [얼마든지 가르쳐줄 테니 안달하지 말거라.] 흐뭇해하고

하지만 권완은 표정이 좀 어둡다

서문숙; [너도 함께 배우거라!] 권완에게

권완; [예!] 청풍 옆에 앉고

서문숙; [천산음이라는 이름은 젊었을 때 천산을 여행하다가 본 폭포에서 따왔다.]

서문숙; [천산의 천지(天池)에서 흘러내리는 그 폭포는 구비 구비 수천장을 흘러내리면서 온갖 소리를 다 내었었다.] 설명하고

눈 반짝이며 듣는 청풍. 반면 권완의 안색은 어둡다

권완; (천산음과 금안공...!) (이 무공들은 지나치게 편협하고 사도(邪道)에 치우쳤다.)

권완; (생시의 서문노야도 그렇게 생각했기에 만들기만 하고 연마하지는 않았겠지!)

권완; (하지만 지금의 서문노야는 신이 천지간에 흩어지고 혼은 저승으로 돌아가버린 탓에 선악(善惡)이란 개념이 없는 상태다.)

권완; (그래서 별 생각없이 천산음과 금안공을 가르쳐주시는 것인데...!)

권완; (가뜩이나 천방지축인 저 말썽장이가 천산음과 금안공마저 익히면 통제하기가 쉽지 않겠구나!) 눈 똘망똘망한 채 서문숙의 설명을 듣는 청풍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본다

 

#114>

<-상해(上海)> 넓은 강과 바다를 낀 아주 번화한 항구도시. 때는 오후

번화가의 객잔. 주점과 객잔이 함께 있는 구조.

일층에 사람들이 왁자지껄한다. 헌데

여자들이 한쪽을 할끔거린다. 얼굴이 발그레. 남자들은 질투의 표정이지만 뭐라 하지는 못하고.

객잔으로 들어서는 젊은 여자. 미녀다. 도도하게 고개 들고 들어오고. 수행하는 남자들도 잘 차려 입었는데 여자에게 굽신거리며 따라 들어온다. 점소이도 쪼르르 달려가 여자에게 굽신거리고

여자;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냄새도 안 좋고!] 신경질 내며 안쪽을 둘러보고

사내1; [그래도 이 가게 주방장의 솜씨는 상해에서 으뜸이오.] [소저도 한번 맛을 보시면 단골이 되실 수밖에 없을 거요!] 아부하는데

여자; [단골은 무슨...!] 냉소하며 걸음을 옮기고.

그러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흠칫하는 여자

이어 한쪽 자리로 걸어간다.

[손님! 자리는 이쪽인데...!] 점소이가 당황하지만 여자는 못 들은 척하고 한쪽으로 간다

여자가 가는 곳은 입구가 잘 보이는 벽 쪽의 자리다. 그곳에 공대벽과 귀가 마주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다. 미소를 지으며 술을 마시는 공대벽의 모습이 아주 멋지다. 시선이 여자에게 향하고 있고

그런 공대벽 앞으로 가서 공손히 멈춰서는 여자. 얼굴이 발그레해졌고 눈빛이 풀렸다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공대벽.

그러자 수줍어하면서도 공대벽 앞에서 한 바퀴 천천히 돌아보는 여자.

동행한 사내들 황당해하지만 이미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그러려니 한다.

공대벽; [고맙소 소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그러자

여자; [감사하옵니다!] 공손히 허리 숙여 인사하고

이어 몽롱한 표정으로 다른 곳으로 가는 여자

[이게 무슨...!] [진소저! 아는 사람이오?] 여자의 동행들이 황당해하며 따라가고.

여자; [몰라요! 오늘 처음 뵙는 분이에요!] 몽롱한 표정으로 대답하고

[그런데 왜 먼저 인사를....!] 황당해하는 사내들

여자; [나도 몰라요!] [그냥 그래야할 것 같아서 그랬을 뿐이에요!] 흐느적거리며 걸어간다.

점소이가 안내하는 자리에 앉는 여자. 여전히 몽롱한 표정으로 공대벽 쪽을 보는 여자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병마사(兵馬使)를 부친으로 둬서 도도하기 이를 데 없는 진소저가 마치 품평을 받기 위해 나선 기녀처럼 굴다니...!) 사내들 황당하고

점소이; [손님! 주문은?] 눈치 살피고

사내1; [우선 간단히 마실 것과 안주를 준비해주게!]

점소이; [알겠습니다. 곧 준비해서 올리겠습니다.] 굽신거리고

가려 하는데

사내1; [이보게! 저 사내 누군가?] 속삭이며 공대벽을 가리키고

점소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점소이; [한 시진쯤 전부터 저기 앉아있는데 오시는 여자 손님들마다 전부 저분에게 가서 인사를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놀라는 사내들

가게 안의 젊은 여자들은 모두 뿅 간 표정으로 공대벽을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뒤이어 들어온 여자도 공대벽에게 가서 인사하고

공대벽이 고개를 끄덕이자

수줍어하면서 한 바퀴 돌아보인다.

공대벽은 술을 마시면서도 여자를 유심히 살펴보고

이어 여자는 인사를 하고 다시 동료들에게 가는데 눈빛이 몽롱하고 걸음걸이가 구름을 걷는 것 같다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건가?) (여자들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비법이라도 익힌 건가?) 생각하며 자리에 앉는 사내들

 

공대벽; [예상은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군요.] 한숨 쉬며 술을 마시고

귀; [물론이외다.] [소주의 배필이 될만한 여자는 하늘 아래 단 한명 뿐인데 쉽사리 만나질 리가 있겠소이까?]

공대벽; [아버님께서는 어떻게 여자들을 감별하고 다니셨습니까?] 웃고

귀; [그... 그게!] 난감하고

공대벽; [곤란하다면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웃고

귀; [젊으셨을 무렵의 주군께서는 너무 분방하셨던지라 노복은 감히 있었던 대로 말씀드릴 수가 없소이다.] 고개 숙이고

공대벽; [풍류재신이라는 이름이 괜히 생긴 게 아니었겠습니다.] 실소하고

귀; [어쨌거나 주군께선 언제 어디서도 눈을 쉬지 않으셨소이다.]

귀; [연분은 어떻게 닿을지 알 수 없는 법이라면서 노소미추(老少美醜)를 가리지 않고 살피셨지요.]

공대벽; [종종 귀찮은 일도 생겼겠습니다.]

귀; [전혀 생기지 않았소이다.] 고개 젓고

귀; [소주께서도 지금 경험하고 계시다시피 어떤 여자든 주군의 시선을 받으면 황후간택을 기다리는 규수들처럼 얌전해집니다.]

귀; [하물며 불쾌한 기색을 보이는 여자는 단 한명도 없었지요.]

공대벽; [여자들이야 그렇다 쳐도 동행한 남자들은 그다지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자기에게 눈총을 주는 사내들을 보며 웃고

귀; [그렇다 한들 감히 소주에게 시비를 걸 수 있는 자는 하늘 아래 없습니다.] 돌아보고

찔끔하며 시선을 피하는 사람들

귀; [주군께서도 무림의 문파들뿐 아니라 황실마저 제집 드나들 듯 하셨지만 단 한 번도 제지를 받지 않으셨소이다.]

공대벽; [우리 집안의 핏줄에 흐르고 있는 힘 때문이겠습니다.]

귀;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공씨 집안 장남만이 지니신 힘입니다.]

공대벽; [동생들은 다릅니까?]

귀; [세분 도련님들도 특별한 힘을 지니셨지만 소주만큼은 아닙니다.]

공대벽; [그런 힘을 지닌 것을 그 기쁘게 받아들일 수만은 없군요.] 한숨 쉬며 술을 마신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젊은 여자들이 들어오면 바라보고. 그럼 여자들은 예외없이 공대벽에게 와서 인사를 하고 한 바퀴 돌아서 자신의 몸을 구경시킨 후 간다.

귀; [부디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소주.] 포권을 하고

귀; [아무리 귀찮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반드시 소주에게 맞는 배필을 찾아내셔야만 합니다.]

귀; [그것이 소주의 가장 큰 임무이며 노복등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이루어내야만 하는 사명입니다.]

고개 끄덕이면서도 한숨 쉬는 공대벽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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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에 둘만 남는 권완과 공손대낭. 헌데

권완이 갑자기 공손대낭에게 절을 하고.

공손대낭; [아가씨! 왜 이러세요?] 기겁하며 절을 피하려 하지만

권완; [대낭께서 저이로 인해 승천하지 못하셨으니 뭐라 사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권완; [아무쪼록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주시기 바래요.] 절하고

공손대낭; [이런 게 정해진 제 운명이라면 어떻게 거역하겠어요? 다만 슬플 뿐이지요.] 억지로 웃고

공손대낭; [그래도 이곳은 제 몸이고 또 제 마음을 바친 분의 혼이 머무는 곳이니 비록 훗날 소멸하여 천지간에 흩어진다 하더라도 당장은 기쁨이야 없겠어요?]

권완; [언제고 저이도 알 때가 올 것입니다.] 한숨

권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니, 헛것에도 마음이 머무르면 그때부터 헛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공손대낭; [아가씨는 이미 도()를 깊이 터득하셨군요.] 놀라고

공손대낭; [세상에 아가씨보다 총명한 사람은 아마 없을 거예요.]

권완; [그래봐야 일개 여자일 뿐이지요.] [장부가 풀어놓은 사슬에 매여 옴쭉달쭉할 수 없는...!] 서글프게 웃고

권완; [그보다 대낭이 보시기에 저이는 어떤 인물 같나요?] 얼굴 살짝 붉히며

공손대낭; [.... 제게는 너무나 무서운 분이에요.]

공손대낭; [공공자가 쳐다보기만 해도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고 몸이 안개처럼 흩어지려고 한답니다.] 두려워하고

권완; [미안해요, 제가 대신 사과드릴께요.] 끄덕

공손대낭; [소저가 사과하실 거 없어요.] [저도 공공자를 두려워하긴 해도 미워하지는 않아요.]

공손대낭; [그러고 보면 공공자는 제가 배장군께 말로만 들었던 <그분>과 비슷한 면이 있는 듯해요.]

권완; [<그분>이라면 배장군께서 모셨던 칠년천하의 <제왕> 말씀인가요?] 눈 반짝

공손대낭; [배장군께서는 저보다 뒤에 나신 분이지만, 제게는 아버지 같은 분이셨어요.] [정말 훌륭하신 분이셨지요.]

공손대낭; [그런 배장군께서도 <그분>만을 천신처럼 따르셨고 <그분>의 말에만 복종하셨으며, <그분>만을 두려워하셨어요.]

공손대낭; [그리고 제게는 <그분>을 뵙지도 못하게 하셨지요.]

공손대낭; [그때는 이유를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 <그분>이 공공자와 같은 힘을 지니고 있었지 않았을까 싶어요.]

권완; [저도 세가의 사람이니 위대하신 제왕의 미욱한 신입니다.] [하지만 그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어요.]

권완; [혹시 대낭께서는 제왕에 대해 알고 계시는지요?]

공손대낭; [저 역시 그분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답니다.]

공손대낭; [다만 배장군께서 지나가는 말로 그분의 성이 대성(大聖;공자)과 같다고는 하셨어요.]

권완; (제왕의 성도 공()!) 눈 반짝

권완; (어쩌면 나의 시댁은 정말 대단한 가문인지도 모르겠다!) 침 꼴깍

 

#111>

거대한 은행나무를 밖에서 본 모습. 아래쪽에는 바위틈이 있고

청풍이 나뭇가지에 걸린 옷을 벗겨 입고 있다. 하의는 입은 상태에서 상의를 나뭇가지에서 벗겨 내 입고 있다

옷을 입다가 한쪽 옆을 본다. 새로 생긴 무덤이 있고 무덤에는 나무를 깍아 만든 비목이 서있다. 비목에는 <大元帥西門公之墓>라는 글이 적혀있다.

청풍; [서문노야의 무덤이로군!] 의관을 정제하고

청풍; [뭐가 그렇게 급하셔서 일찍 가셨소? 내가 극기마환신단에서 깨어날 때까지 좀 기다렸다 가시지 않고!] 포권하고

청풍; [어쨌거나 편히 쉬시오.] [난릉왕인지 난장판인지 하는 인간은 기필코 내 손으로 멱을 따버릴 테니까!] 꼬르륵! 포권하는데 배에서 소리가 난다.

청풍; [아우 배고파!] 죽상하며 배를 부여잡고

청풍; [생각해보니 사흘 동안 먹은 거라고는 고양이 과자 몇 개뿐이네.] 두리번거리고

멀지 않은 곳의 숲에 건물 지붕이 보인다.

청풍; [건물이 있군!] 반색

청풍; [마을까지 내려갈 거 없이 저기 가서 뭘 좀 얻어먹자!] 달려가고. 헌데

스으! 은행나무 몸통에서 반투명한 사람 그림자가 스며 나온다. 바로 서문숙이다. 서문숙은 나무에 달라붙은 귀신이 된 상태. 모습은 전과 같지만 약간 투명한 느낌이 나며 땅을 밟지 않고 둥둥 떠서 다닌다. 이하도 서문숙으로 표기

[....!] 무언가 생각하며 청풍이 숲으로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는 서문숙.

 

#112>

곧 숲에 이르는 청풍. 숲 속에 자리한 건물은 민가가 아니고 사당이다. 孔子廟라는 대문에 걸려있고. 대문은 열려있다. 대문 안족에는 서너 채의 건물이 있지만 사람은 없다. 정면에는 사당 좌우에는 객사와 관리동이 있는 구조.

청풍; [뭐야? 민가가 아니라 공자묘(孔子廟)였잖아!] 실망하고

청풍; [누구 계세요?] 안으로 들어가며 두리번거리고. 하지만 인기척이 없다

청풍; [안 계세요?] 열려진 관리동 건물 안을 기웃거리며 묻고

건물 안은 누군가의 서재인데 앉은뱅이 책상이 넘어져 있고 근처에 책들이 널려있다. 찻잔과 차주전자도 놓여있고

청풍; (먼지가 없는 걸 보니 얼마 전까지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청풍; (지난밤 은행나무 근처에 떨어진 벼락에 놀라 도망친 모양이구나.)

청풍; (최근까지 사람이 살고 있었으면 부엌에 뭔가 먹을 게 있을 거야!) 입맛 다시며 서둘러 그 건물에 딸린 부엌으로 간다.

부엌에는 간단한 살림도구와 솥이 걸린 아궁이가 있다.

청풍; [냄새가 난다! 냄새가 나!] 킁킁 거리며 아궁이에 걸린 가마솥의 뚜껑을 열고

가마 솥 안에 제법 많이 들어있는 고구마

청풍; [옳거니! 고구마다!] 반색하며 하나 집어들고

청풍; [삶은 지 얼마 안됐다. 먹어도 탈날 염려 없겠어!] 껍질 벗기고

부뚜막에 걸터앉아서 와구 와구 먹는다. 그러다가

켁켁! 목이 막히고

청풍; [! !] 나무로 만든 물통으로 달려가고

물통에서 바가지로 물을 퍼서 들이킨다

청풍; [크억! 살았다! 배가 고픈 김에 너무 긒히 먹어서 체할 뻔 했어!] 가슴 탁탁

청풍; [물도 마셨고...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먹어볼까?] 다시 가마솥 옆에 앉아서 고구마를 꺼내는데. 바로 그때

삐익! !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청풍; (이건!) 고구마를 더 먹으려다가 눈 부릅

삐익! ! 연달아 들리는 새 소리

청풍; (새소리가 아니다!) (무림인들이 연락을 주고받을 때 사용하는 암구호다!) 고구마를 든 채 급히 문간으로 가서. 반만 닫힌 나무 문 뒤에 숨어서 틈새로 밖을 본다. 직후

[!] 눈 부릅 청풍.

맞은편 건물의 지붕 위쪽 허공에서 검은 옷을 입은 건장한 사내가 천천히 내려오고 있다. 팔짱을 끼었고 등에는 폭이 넓은 칼을 짊어지고 있다. 이 인물은 마교의 교주인 마교주 김치독. 별호는 역천마도. 나이는 30대 후반. 마교주답게 아주 무시무시한 인상이다. 사악하지는 않지만 음산하고 패도적인 분위기. 이하 역천마도로 표기

청풍; (대단한 경신술인데...!) 놀라면서도 고구마를 입에 넣고

청풍; (무게가 없는 깃털처럼 천천히 하강하는 건 내공이 화경(化境)에 달해야 가능한....!) 놀라다가 흠칫. 고구마를 입에 문 채

청풍의 뇌리로 떠오르는 모습. 하얀 옷을 입은 30대 중반의 사내가 뒷짐을 진 채 허공에서 내려오는 모습이 떠오른다. 장소는 청풍 자신이 숨어있는 건물의 위쪽이다. 역시 천천히 내려오는데. 그자는 바로 상해 부둣가에서 일곱 개의 상자를 가져가면서 경신방의 배를 불태운 인물 백영.

청풍; (이 건물 위로도 또 한 놈이 나타났다!) 입에 물었던 고구마를 빼낸다

청풍; (암구호를 주고받은 걸 보면 은밀하게 만나야하는 사정이 있는 모양인데....) (자칫하다간 엿봤다고 독박 쓸 수도 있겠다!) 침 삼키며 문 안쪽으로 더 깊이 숨고

<그런데 두 번째 인간이 나타나는 장면이 어떻게 머리 속에 떠오른 건가? 극기마환신단을 복용한 덕분에 이상한 능력이 생긴 걸까?> 청풍의 생각 배경으로 각자 건물 지붕 위로 내려서는 역천마도와 백영

역천마도; [오랜만이다 사제! 그동안 잘 지냈나?]

백영; [이렇게 잘 알려진 곳에서 만나자고 하다니... 사형도 담이 만만치 않소.] 주변을 둘러보며 냉소

백영; [우리가 만나는 게 남의 눈에 띄면 좋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시오?]

역천마도; [안심해라.] [이 근처에는 지난밤에 벼락이 심하게 떨어져서 아무도 가까이 오지 않는다.]

역천마도; [공자묘를 관리하던 서생 놈도 혼비백산해서 도망쳐버렸을 정도다.]

백영; [어쨌거나 우리가 만나는 걸 그가 알면 좋아하지 않을 거요.]

역천마도; [천동대협 이산굉이 아무려면 자신의 오른팔을 어쩌려고?] 냉소하고

역천마도; [게다가 우리는 사형제지간인데 못 만날 이유가 없지 않느냐?]

백영; [그는 내가 자신의 이목에서 벗어나는 걸 좋아하지 않소.] 고개 젓고

백영; [그리고 나는 그를 거역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그만한 힘도 없소.]

역천마도; [사제의 생각이 그렇다니 긴말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이산굉이 최근에 그 물건들을 손에 넣었으며 이곳 상해 근처로 옮겨왔다는 것도 알고 있다!]

백영; [설마 그 물건들을 사형에게 바치라는 거요?] 찡그리고

역천마도; [내게 바치라는 것이 아니다!]

역천마도; [사제에게 마교(魔敎)의 제자라는 자각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마땅히....] + 백영; [그만하시오!] 손을 들어서 막고

백영; [낮말은 쥐가 듣고 밤 말은 새가 듣는 법이오. 내 출신이 알려지면 피차 좋을 게 없소!] 곁눈질로 자기가 서있는 건물을 가리키며 말하고

청풍; (마교!) 눈 반짝.

청풍; (이제 보니 저 물건들은 흉악하기 이를 데 없는 마교의 잔당들이었구나!) 소리없이 고구마를 먹으며 생각

<마교는 마도무림의 결사체인 만마천(萬魔天)에 필적하는 강력한 세력이었다. 하지만 사백여년전 내부에서 벌어진 이념 투쟁으로 일부 세력이 뛰쳐나가 집마천(集魔天)을 만들면서 교세가 급격히 위축되었다. 그후 무림맹(武林盟)과 무익한 대결까지 벌여 심한 타격을 받은 결과 당금에 와서는 거의 유명무실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魔敎라는 아주 큰 깃발을 들고 높은 단 위에 서있는 귀신 가면을 쓴 인물의 모습. 그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엎드려 절 하고 있다.

청풍; (그러니까 뭐야. 흰둥이는 마교의 제자면서 지금은 독불장군으로 유명한 천동대협 이산굉의 졸개 노릇을 하고 있다 이거로군!)

청풍; (요건 나중에 잘 하면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겠는걸!) 히죽 웃고

역천마도; [이산굉이 정말 사제의 내력을 모르고 있을 거라 생각하나?] 냉소

백영; [물론 알고는 있을 거요.]

백영; [하지만 그는 내가 자신에게 충성하는 한 출신을 문제 삼지 않을 거요.]

역천마도; [충고하는데 이산굉에게 너무 깊이 빠지지 마라.]

역천마도; [이산굉이 우리 중에서 탁월한 자이긴 하지만 반드시 그가 천하를 쥘 것이라 장담하진 못한다.]

백영; [그럼 사형이 천하를 쥔단 말이오?] 냉소

역천마도; [못할 건 또 뭔가?]

서로를 노려보는 역천마도와 백영. 둘 사이에 불꽃이 튀고

청풍; (천하를 어째?)

청풍; (몰락해서 빈쭉정이가 된 마교의 잔당들이 꿈은 야무지군!) 냉소하며 고구마를 먹고

백영; [그만합시다! 난 이산굉을 배신할 수 없고 그럴 마음도 없소!] 양손 들어 보이며 고개 젓고

역천마도; [물건을 빼내라고는 하지 않겠다.] 품속에서 작은 주머니를 하나 꺼내고

역천마도; [다만 옛정을 생각해서 한 가지 일만 해주면 된다!] ! 주머니를 백영에게 던지고

백영; [이게 뭐요?]

역천마도; [사용법은 안에 들어있다. 나중에 직접 봐라!]

주머니를 손에 든 채 고민하는 백영

역천마도; [난 이산굉을 어떻게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산굉이 너무 강해져서 통제를 할 수 없게 될까 걱정할 뿐이다.]

묵묵히 듣는 백영

역천마도; [주머니 속에 든 걸 사용하면 그 물건이 이산굉 개인에게 속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속하게 될 것이다.]

역천마도; [설마 본교가 만마천에 종속되는 걸 원하는 건 아니겠지?] 강렬한 눈빛

백영; [생각은 해보겠소!]

백영; [하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 마시오!] 주머니를 품에 넣고

역천마도; [그 정도면 되었다!] 스릉! 칼을 뽑으며 웃고

역천마도; [그럼 오늘은 이걸로 마무리를 짓도록 하자!] 부악! 돌연 치켜든 역천마도의 칼에서 수십미터 길이의 섬광이 치솟는다

[!] 눈 부릅 청풍

역천마도; [죽어라 쥐새끼!] 수십미터의 섬광이 치솟은 칼로 백영이 서있는 건물을 내려친다. 백영은 태연히 서있는데

청풍; (아차!) ! 기겁하며 옆으로 몸을 날린다. 직후

! 역천마도가 내려친 칼에 의해 백영이 서있는 건물이 둘로 갈라진다. 바로 청풍을 노리고 칼을 내려친 것.

콰쾅! 폭발하며 무너지는 건물. 그리고

! 무너지는 건물을 뚫고 치솟는 청풍. 백영은 냉정하게 보고만 있고

청풍; (젠장할! 처음부터 내가 숨어있는 걸 눈치채고 있었구나!) 앞을 보는 자세로 뒤로 날아가고.

[!] 직후 눈 부릅 청풍

! 하늘을 가득 메우며 거대한 손이 덮쳐온다

청풍; (위험...!) 스팟! 생사일보를 펼치려 하고. 하지만

! 다음 순간 역천마도의 커다랗고 깡마른 손이 청풍의 머리통을 움켜잡는다.

빠직! 충격 받는 청풍의 몸

! 허공에 나타난 역천마도. 왼손에는 칼을 들었고 오른손으로는 청풍의 머리통을 움켜쥐고 있다. 청풍의 몸은 축 늘어져 있고

역천마도; [! 아직 머리에 피도 안마른 놈이었군!] ! 냉소하며 바닥으로 내려서고

백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도 주둥이는 나불댈 수 있소!] ! 지붕에서 떠오르고

백영; [확실히 죽여서 후환을 없게 하시오!] 휘익! 날아간다.

역천마도; [흐흐흐! 쓸대없는 걱정일랑 비끌어 매둬라!]

삽시에 사라지는 백영

역천마도; [사적인 감정은 없다.] [그저 운이 없었다고 생각해라!] ! 청풍의 머리통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슈욱! 역천마도의 손가락들이 촉수처럼 청풍의 두개골로 스며든다.

역천마도; [때로는 예상치 못했던 액운을 만나기도 하는 게 인생...!] 말하다가 부릅

화악! 청풍의 몸에서 강한 열기가 일어나고

역천마도; [! 갑자기 웬 열이...!] 경악하며 손을 떼는데

청풍의 눈이 번쩍

역천마도; (위험!) !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뒤로 홱 물러서지만

쩌억! 청풍의 몸이 아주 얆게 칼날처럼 변해서 역천마도를 베어온다. 생사일보다

슈학! 그대로 역천마도의 오른 팔을 자르고 지나가는 청풍의 몸. 길게 늘어나서 아주 긴 검처럼 변했다.

역천마도; [크학!] 잘려진 팔에서 피를 뿌리며 비명.

털썩! 잘려진 팔이 바닥에 뒹굴고. 직후

슈욱! 포물선을 그리며 멈춰서는 청풍.

! 콰득! 청풍이 날아가며 스친 곳의 바위, 건물들이 그대로 잘려져서 무너진다

역천마도; (이게 대체 무슨 무공인가?) (몸 자체가 칼처럼 변하다니...!) 칼 든 왼손으로 잘려진 오른팔의 상처를 눌러 지혈하며 경악하고

청풍; [재수없는 인간! 뭐 액운이 어쩌고 어째?] 슈욱! 멈춰서며 이를 갈고

청풍; [너야말로 오늘 운이 없었다고 복창해라!] [이번에는 창자를 몽땅 쏟아내게 될 테니까!] 부악! 청풍의 몸이 다시 얇아지려 하고

역천마도; (위험하다!) 경악하며 공포에 질리는데. 직후

청풍; [에쿠!] 머리통을 부여잡고 비틀. 얇아지려던 몸도 다시 원래로 돌아가고

주르르! 역천마도에게 잡혔던 머리에 난 구멍에서 피가 쏟아진다

청풍; [젠장할! 하마터면 골이 후벼질 뻔했잖아!] 피를 흘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털썩 주저앉고. 그때

역천마도; [좋다. 오늘은 이걸로 비긴 걸로 하자!] 말하며 칼을 칼집에 꽂고

청풍; [헛소리 작작해! 누구 맘대로 비긴 걸로 하고 끝을 내는데?] 다시 일어나며 노려보지만

역천마도; [섣불리 도박하지 마라!] 바닥에 떨어진 자기의 오른팔을 집어든다

역천마도; [네게 한 수가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끝장을 보자고 하면 누가 누구 손에 죽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말하며 잘려진 팔을 서로 잇댄다

청풍; [뻥치고 있네!]

청풍; [팔병신이 된 주제에 그런다고 누가....!] 말하다가 부릅

츠츠츠! 잘려진 역천마도의 팔이 맞닿은 부분이 연기가 나면서 녹아붙기 시작한다. 마치 다루거진 쇠나 프라스틱이 녹아붙듯이

청풍; [... 그거 어떻게...!] 놀라 버벅 대고

역천마도; [날 죽일 생각이었다면 목을 자르든지 심장을 꺼냈어야만 했다!] 치치치! 완전히 녹아붙은 팔을 들어 보이고

청풍; [... 술법이냐?] 침 꼴깍

역천마도; [비슷하지만 무공이기도 하다.] 손가락을 움직여 보인다.

역천마도; [더 많은 눈요기를 시켜주고 싶다만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겠다!] 스스스! 허공으로 떠오르고

청풍; [... 잠깐만! 당신 이름 뭐야?] 외치며 막으려 하지만

역천마도; [알려고 하지 마라!] [본좌의 이름을 듣고 목숨을 부지한 인간은 많지 않다!] ! 그대로 미사일처럼 사라지는 역천마도

청풍; [뻐기기는...!] 코웃음

청풍; [제법 한 가닥 한다는 건 인정하지만 난릉왕에 비하면 좆도 아닌 게 누구 앞에서....!] [!] 말하다가 머리를 부여잡고

청풍; [으으으! 골이야! 움직일 때마다 골이 출렁거리는 게 느껴져!]

청풍; [재수 옴 붙었다!] [고구마 몇 개 주워 먹은 대가로 머리통에 구멍이나 나고...!] 비틀거리며 공자묘를 나간다

청풍; [으으으! 별 탈이 없어야할 텐데...!] 머리를 양손으로 부여잡고 비틀 비틀 공자묘 밖으로 사라진다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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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산중에도 비가 그쳤다. 구름이 흩어지며 저녁별도 간간이 보이기 시작한다. 해는 이미 서쪽으로 졌다.

활활 타는 낡은 절.

불타는 절 안에는 혈정 만천태와 유모의 시체가 놓여있다.

불에 타는 대웅전의 기둥들이 지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허물어진다.

절을 등지고 떠나는 공자무와 구령

구령; [오라버니의 넷째 아들은 성정이 저와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군요. 여러 사람을 곤란하게 하는 재주가 있으니…]

공자무; [어쩌다 우리 공씨집안에 그런 놈이 났는지 나도 영문을 모르겠다!] 한숨

구령; [다음에 만나면 제가 혼을 좀 내줘야겠어요.] [저 같은 성미라면, 매를 대지 않고는 바르게 키울 방법이 없을 거예요.]

공자무; [마음대로 하려무나.] 웃고

구령; [혹시 이번에 우리가 살아난다면…] 망설이고

구령; [그 아이를 제게 주실 수 없을까요?] 용기를 내어 공자무를 보고

공자무가 걸음을 멈춘다. 놀란 표정으로 구령을 돌아보고

구령; [저도 어느덧 마흔살을 넘겼답니다. 이미 아이를 갖기에는 늦은 나이지요.] 한숨

구령; [하지만 저를 위해 제상에 술 한 잔 올려줄 아들은 하나쯤 있었으면 해요.]

공자무; [네 뜻을 내가 어찌 모르겠느냐?]

공자무; [하지만 나 혼자 결정하고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구나!]

구령; [그렇겠지요? 낳아준 어미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으니....!] 우울

공자무; [너무 낙담하지 마라. 집사람에게는 내가 알아듣게 얘기를 넣어보마!] 구령의 어깨를 감싸안고

구령; [어쩔 수 없이 제가 그 얄미운 여자에게 머리를 조아려야겠군요.]

공자무; [그래서 잘 자란 자식은 어미의 울타리고 아비의 보루라고 하지 않느냐?]

억지로 웃는 구령

그런 구령의 어깨를 안고 걸음을 옮기는 공자무

구령; (오라버니에게 자식을, 그것도 아들을 넷이나 낳아준 것만으로도 나는 영영 진군소, 그 말같은 년을 이기지는 못하겠구나!)

<운명은 어찌 이리도 불공평하고 야속한 것인지...!> 어두워지는 길로 멀어지는 두 사람

 

#109>

밤. 금릉에도 비가 그쳤다. 날씨가 맑아졌고 금릉의 밤거리에는 여기저기 수많은 등불이 걸려 불야성을 이룬다

불이 거의 켜져 있지 않은 황금전장을 떠나는 공대벽. 모자를 쓰고 멋진 도포를 입어서 풍류한량 같다. 손에는 부채를 들었고. 공대벽의 뒤를 귀가 따른다.

귀; [소주! 어디로 가실 계획이신지요?]

공대벽; [발 닿는 대로 가봅시다.] 웃고

공대벽; [저마다 짝이 있는 거라면 제 짝도 어디서든 만나게 되겠지요.]

귀; [옳은 말씀이십니다만... 우선 산 좋고 물 좋은 곳부터 둘러보셔야만 합니다.]

공대벽; [미녀도 풍수(風水)로 찾습니까?] 웃고

귀; [그렇습니다.] [산이 아름다워야 여자도 아름답고 물이 맑고 풍성한 곳이라야만 마음속에 포부를 품은 여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귀; [외모뿐만 아니라 마음도 아름다운 여자가 큰 자식을 낳을 수 있는 밭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공대벽; [하하하! 온전히 마음에 드는 여자를 고르려면 세상 모든 여자들을 만나봐야겠군!]

귀; [그럴 각오를 하셔야만 할 것입니다.]

귀; [그러나 인연은 기필코 이어지게 되는 법이니 의외로 쉽게 만날 수도 있습니다.]

고개 끄덕이는 공대벽

이어 용설약을 떠올린다.

공대벽; (어쩌면... 이미 그 인연을 만났었는지도 모르지!)

공대벽; (진정한 인연이라면 이 여행이 끝나기 전에 다시 만나게 될 테고...!) 멀어진다

 

어둑한 황금전장.

집무실에 불을 켜고 책상 앞에 앉아서 편지를 쓰고 있는 진군소.

진군소; [예정된 일이긴 하지만 모든 게 너무 빠르구나.] 편지를 다 쓰고

진군소; [둘째부터 시작해서 네 아이가 차례로 내 곁을 떠나 이제는 아무도 남지 않았어.] 편지를 접는다.

진군소; [이 지경이 되었건만 그래도 당신은 나 혼자만 이 커다란 집에 덩그러니 남겨놓고 구령 그년과 돌아다닐 수 있을까?] 편지를 봉투에 넣는다.

진군소; [이제 눈치를 봐야 할 자식들도 없어.] 편지 봉투 입구에 풀을 바르고

진군소; [그러니까 그 독사 같은 년과 함께라도 집으로 돌아오기만 해줘. 이 밥통 같은 양반아.] 봉투 입구를 눌러 붙인다.

진군소; [신!]

<마님! 분부하시지요.> 벽 속에서 대답하고

진군소; [넌 주인을 찾을 수 있겠지?]

<......> 대답이 없고

진군소; [가타부타 대답 못해?] 바락 성을 내고

<찾... 찾을 수는 있습니다.> 급히 대답하고

진군소; [그럼 찾아가서 이 편지를 전해.] 편지를 뒤로 던진다

슥! 벽 속에서 손이 빠져나와 그 편지를 받고

진군소; [편지를 받아본 다음 그 양반이 돌아오겠다면 다행이고... 오지 않겠다면 혼자라도 즉시 돌아와!]

진군소; [대신 이 말을 분명히 그에게 전하도록 해!]

진군소; [끝내 안돌아오면 내가 먼저 가겠다고!] [저승에 먼저 가서 기다리겠다고!] 이를 바득 갈고

<마님!> 스윽! 벽에서 스며나오는 신

신; [참람하여 차마 입에 올릴 수 없는 말씀입니다. 거두어주십시오!] 포권하지만

진군소; [신! 너는 아직도 나를 모르느냐?]

진군소; [명분으로야 주종지간(主從之間)이지만 핏줄로는 내게 사촌동생인 네가 아니더냐?] 호통을 치고

신은 주눅이 들어 머리를 숙인다.

진군소; [나는 젊었을 때는 선하곡(仙霞谷)의 사나운 검이었으며 지금은 제왕공가(帝王孔家)의 안주인이다.] 강렬한 기운을 흘려내고

진군소; [내가 시정의 어리석은 계집들처럼 허튼 말이나 지어내 남편을 협박하는 여자일 것 같으냐?] 무시무시한 기세

신; [명을 받들겠습니다. 진노를 거두십시오 마님!] 깊이 포권하고

스스스! 이어 사라지는 신

진군소; [박정한 사람! 무심한 사람!] 공자무를 떠올리며 이를 바득 갈고

진군소; [구령 그년이 그렇게 안쓰러웠으면 일찌감치 데려다 측실로 들어앉히지!] [긴긴 세월 가슴에 묻어두고 내 앞에선 늘 일편단심인 척 해?]

진군소; [늙어서 힘 빠진 후에 내 구박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진군소; [그래도 제발 살아서 돌아오기나 해!] [구령 그년뿐만이 아니라 정을 뿌리고 다닌 년들 다 끌고 와도 받아줄 테니까!] 운다

 

#110>

아침. 해가 막 떠올랐다.

반쯤 부러진 은행나무. 은행나무 가지에 청풍의 옷이 빨아서 널려있다. 은행나무는 상단부가 반으로 쪼개져 마치 누가 일부러 새총을 만들려고 벌려 놓은 것 같다.

그 은행나무 아래의 밀실.

침대에 잠들어 있는 청풍. 헌데 옷이 모두 벗겨졌고 아랫도리만 작은 천으로 덮여있다.

누워 잠들었다가 귀를 쫑긋하는 청풍.

[벽력진군(霹靂眞君)의 칼을 제대로 맞았으면 저는 물론이고 목신(木神)이 된 진보의 정(精)도 물방울처럼 흩어졌을 거예요!] 옆에서 들리는 음성

청풍; (뭐야? 버릇없는 나무 요정이잖아!)

청풍; (서문노야의 신(神)을 빌어 승천하니 뭐니 하더니만 여전히 세상에 남아있네!) 곁눈질한다

좌대에 놓여있던 서문숙의 시신은 없어졌다. 대신 좌대에 권완과 공손대낭이 나란히 앉아있고. 우는 공손대낭을 권완이 등을 다독이며 달래고 있다.

공손대낭; [벽력진군의 칼질을 피할 방법은 한 가지 밖에 없었어요.]

권완; [벼락을 맞기 전에 스스로 자해해서 가지를 찢어버렸군요.]

공손대낭; [다행히 벽력진군은 제 몸이 자기의 칼질에 맞아 쪼개진 것으로 알고 돌아갔답니다.]

공손대낭; [하지만 천신(天神)들에게 미움을 입은 바 되었으니 제가 승천할 수 있는 길은 영영 막혀버렸어요.]

공손대낭; [사람에게 미움을 받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이제 하늘에서도 내침을 당했으니...!] 두 손으로 얼굴 가리고 울고

권완; [좋게 생각하세요.] [세상에 남아 인간들과 어울려 사는 것도 재미있지 않겠어요?]

공손대낭; [그러고 싶지만.... 사람들은 저같은 요정들을 너무 무시해요.]

공손대낭; [알고 보면 요정들의 신세는 참으로 불쌍하답니다.]

공손대낭; [온갖 것을 다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아가씨도 보셨잖아요,] [한 사람의 강퍅한 마음에도 대적하지 못하는 것을요!]

공손대낭; [지상에서도 죽을 뻔하고 하늘로 올랐다가도 사람의 탁한 악기(惡氣)에 쏘였다고 다시 떨어진 불쌍한 저를요.] 다시 울음을 터뜨린다.

청풍; (저것이 은근히 내 욕을 하는구나.) 이를 부득 갈고

청풍; (하찮은 미물이 사람 행세를 하는 것도 꼴사나운데 감히 사람인 나를 욕해?)

청풍; (내가 저한테 잘못한 게 없는데 나를 욕했으니 혼을 좀 내줘야겠군. 빌어먹을 요정 같으니!) 이를 부득 부득 갈고

권완; [쉽지 않겠지만 지난 일은 다 잊어버리도록 노력하세요.]

권완;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진창 속에 뒹굴어도 이 땅이 좋다고 해요.] [아마 하늘나라에도 이 땅에서의 삶보다 좋은 건 없을 거예요.]

청풍; (퍽이나 좋겠다!) 코웃음을 치고. 순간

권완; [그대는 나쁜 버릇이 있군요.] 고개 돌려 청풍을 째려보고

움찔하는 청풍

권완; [잠자리에서 정신이 들었으면 바로 일어나야 합니다.] [게으른 자 치고 큰일을 이루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어요!] 준엄하게 말하고

청풍; (젠장할! 어째 아버지하고 똑같은 말을 하네!)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 [여! 잘 들 있었어?] 너스레

청풍; [죽지 않고 다시 보게 되어 반가워!] 넉살 좋게 손은 쳐들고

공손대낭은 겁에 질려 권완의 뒤로 숨고 권완은 얼굴 붉히며 고개를 돌린다

청풍; [그동안 시간이 얼마나 지났어? 한 달? 두 달?] 침대에서 내려서려는데. 펄럭! 아랫도리를 가린 천이 흘러내리지만 청풍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기겁하며 얼굴 새빨개져서 고개 숙이는 권완

청풍; [뭘 새삼스럽게 내외(內外)를 하고 그래? 어쨌거나 우린 정혼한 사이잖아!] 침대에 걸터앉은 채 뚱하게 말하고

권완; [하... 하루 밖에 안 지났어요.] 여전히 고개 숙인 채 부끄러워 하고

청풍; [정말?] 못 믿겠다는 표정

청풍; [이상한 곳에서 괴물딱지같은 놈하고 수천번을 싸웠는데 겨우 하루가 지났다고?]

권완; [극기마환신단때문에 시간이 많이 흐른 걸로 느끼시는 거예요.] [그보다 앞이나 좀 가려요.] 곁눈질로 흘겨보고

청풍; [가리긴 뭘 가려?] 말하며 아래를 보고

띠용! 비로소 자신이 벌거벗어서 고추도 털렁 내놓고 있는 걸 알게 되는 청풍

청풍; [으악!] 앞을 가리며 펄쩍 뛰어 오르고

청풍; [에구구구!] 후다닥! 앞을 가리고 발발 뛰어서 열려진 문 밖으로 도망간다

후다닥! 문 밖에 등을 기대며 죽상이 되는 청풍

입 가리고 웃는 권완과 공손대낭

청풍; [이... 이게 뭐야? 내가 왜 발가벗고 있는 건데?] 밀실 안에 대고 죽상으로 외치고

권완; [옷이 너무 많이 피에 젖어서 빨았어요.] [지금쯤 거의 다 말랐을 테니까 나가서 입고 오세요.]

청풍; [옷... 옷을 빨았다고? 그럼 내 옷을 벗긴 것도...!]

권완; [대낭은 당신 곁에 가지도 못하니까 제가 벗길 수밖에 없었어요!] 얼굴 붉히고

청풍; (그... 그 말인즉슨 처녀 주제에 내 고추까지 다 봤다는...!) 죽상

권완; [걱정 마세요. 최대한 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벗겼으니까요.]

청풍; (으으으! 십칠년간 고이 간직해온 내 순결이 이렇게 날아갔구낭!) 울상. 그때

꼬르르! 배에서 소리가 나고

권완; [나간 김에 근처 마을로 가셔서 요기도 하고 오세요.] [벌써 사흘 넘게 아무것도 못 드셨잖아요.]

청풍; (그러고 보니 뱃가죽이 등에 붙었군!) + [자기도 뭘 좀 구해다줄까?]

권완; [대낭이야 말할 것도 없고 저도 화식(火食)은 하지 않아요.] [닷새 정도는 안 먹어도 상관없으니까 제 걱정은 마세요.]

청풍; [알... 알았어! 그럼 다녀올께!] 눈치를 보며 입구 쪽으로 간다.

스스스! 청풍이 다가가자 문을 가리고 있던 나무뿌리가 저절로 젖혀지고

문도 저절로 열린다

청풍; (못된 요정같으니!] [나간다니까 옳거니 하면서 길을 터주는군!) 뒤를 흘겨보며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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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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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한밤중. 넓은 호숫가에 자리한 거대한 성채. <마고천장>의 천마성 <보보경천>의 <제왕성> 모습을 차용

<-정사쌍패(正邪雙覇)중 제왕성(帝王城)> 위 성의 모습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육중한 건물.

그 건물의 지하에 자리한 복도 끝. 철문이 있고. 철문에는 부적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금줄도 쳐있다. 귀신 같은 것을 봉인한 모습

<!> 무언가 느끼는 십면혈신. 십면혈신은 <불멸무성>등에 나온 십면혈신 용백 캐릭터인데 살아있는 게 아니라 시체인 상태다. 몸의 태반이 썩어서 해골이 드러나 있다. 쇠사슬에 칭칭 감겨서 천장에 매달린 모습이고. 쇠사슬들에도 부적들이 많이 붙어있다. 십면혈신이 묶여있는 실내는 감옥 분위기인데 문과 천장, 벽등에 덕지덕지 부적이 붙어있다.

십면혈신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석관 속에서 벼락에 맞아 재가 되는 야차희의 모습

<야차희...> 십면혈신의 사념. 십면혈신도 죽었지만 야차희처럼 혼백을 다른 곳에 옮겨 두었다가 부활을 꾀하는 중이다.

십면혈신; <너 역시 남편인 나 십면혈신 용백처럼 불운했구나.> 징! 징! 십면혈신의 시체를 매단 쇠사슬이 약간씩 진동하고

십면혈신; <하필이면 <만귀의 주>가 숙주로 삼은 놈에게 걸려들다니...>

<나 십면혈신 용백이 반드시 부활해야할 이유가 한 가지 더 늘었다. 사랑했던 애첩 야차희 우유라의 복수를 해줘야만 하니...> 징징! 징! 쇠사슬이 약간씩 진동하는 실내의 모습 배경으로 십면혈신의 생각 나레이션

 

#18>

다시 야차희가 타죽은 서시묘.

석관 속에서는 여전히 연기가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고

<분하다! 분하다!> 누군가의 사념이 실내를 떠돌고

<부활이 목전에 있었는데 이렇게 끝나야하다니... 너무도 분하고 억울하다!> 스으! 석관 위로 흐릿한 유령같은 것이 떠돌고. 야차희의 유령이다. 그때

<육신도 혼백도 파괴되었으니 나는 더 이상 이승에 남아있을 수 없게 되었구나. 풀지 못한 원한이 산처럼 쌓여있는데...> 푸스스! 흩어지는 유령. 바로 그때

[후후후! 뜻밖이로군! 이토록 강렬한 영파(靈波)를 흘리는 것이 계집의 망령이었다니...] 슥! 누군가 동굴 안으로 들어오며 웃고

[!] 무언가 깨닫는 야차희의 유령

위진천; [어떤 한이 서려있기에 이승을 쉽사리 떠나지 못하고 있는지 사연이나 들어보자.]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는 위진천

<누구... 내게 말을 거는 건 누구인가요?> 흐릿하게 남은 야차희의 유령이 묻고

위진천; [내가 누군지는 네가 직접 확인해라!] 지잉! 진동하는 손으로 유령을 겨누고. 그러자

지직! <악!> 벼락같은 것이 남아있는 야차희의 유령의 잔재를 휘감고

<내... 내 혼백을 이렇게 간단히 구속하다니...> 휘도는 벼락의 줄기들 안쪽에 구슬처럼 뭉쳐지는 야차희의 유령. 크기는 야구공만하고

<대체 당신의 정체는 무엇인가요?> 슈우! 위진천에게 끌려가며 묻고. 직후

팟! 콱! 날아온 구슬같은 형태의 야차희의 유령을 손으로 움켜잡는 야차희. 순간

<아아악!> 지지지! 위진천의 손아귀 안에서 비명을 지르는 야차희의 유령

위진천; [흠! 딱히 위해를 가한 것같진 않은데...] 갸웃하며 손을 다시 펴서 구슬 형상인 야차희의 혼백을 놓아할 때

<<만... 만귀의 주>!> <이럴 수가...! 날 이 꼴로 만든 원수도 <만귀의 주>의 숙주였거늘...!> 허공에 뜬 구슬 모양의 야차희의 혼백의 놀람

위진천; [만귀의 주!] 눈 번득이고

위진천; [방금 전 이곳에 <만귀의 주>가 숙주로 삼은 자가 있었다는 것이냐?] 둘러보고

<맞... 맞아요!> <그자는 천선대야 이무외의 새끼라고 자인했는데... 분명 몸 속에 <만귀의 주>를 담고 있었어요.> 지지지! 야구공만하게 작아진 야차희의 유령이 허공에 뜬 채 대답하고

위진천; [이해할 수 없군! 어찌 같은 시대에 두명의 귀왕(鬼王)이 강림할 수 있단 말인가?] 찡그리며 생각하고

야차희; <만귀... <만귀의 주>의 숙주만 아니었어도 나 야차희가 그렇게 무력하게 당하진 않았을 거예요.>

위진천; [야차희!] 눈 번뜩

야차희; <아차!>

위진천; [네가 배교의 마지막 교주 십면혈신 용백의 애첩이었던 야차희 우유라의 혼백이었느냐?]

야차희; <곧 이승을 떠나게 될 신세인데 무얼 숨기겠어요?>

야차희; <본녀가 바로 십면혈신님의 후처였던 야차희 우유라에요.>

위진천; [넌 이십오 년 전 배교가 신선부와 천산신궁의 협공을 받고 멸망할 때 십면혈신과 함께 죽은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야차희; <십면혈신님과 저는 육신이 죽기 직전 이원환정대법을 펼쳤었어요.>

위진천; [이원환정대법...] [혼백을 일시적으로 다른 물체에 옮겨놓는다는 배교의 술법이었지?] 눈 번뜩

야차희; <맞아요.>

<저는 급한 대로 지니고 있던 목걸이에 혼백을 옮겨놓았었어요. 그후 본교의 충신들에 의해 시체가 이곳 서시묘에 안치되었었답니다.> 화려한 목걸이를 찬 야차희의 시신이 석관 속에 안치 된 모습 배경으로

위진천; [항주 일대에서 젊은 사내들이 백명 넘게 실종된 건 네 년 짓이었구나!] 찡그리고

야차희; <이원환정대법으로 육신을 되살리려면 여자인 저는 십 년 간 매달 보름달이 뜰 때마다 젊은 사내의 양정을 취해야만 해요.>

<반면 십면혈신님은 순음지체(純陰之體)인 계집들의 음기를 흡수해야 몸을 되살릴 수 있답니다.> 쇠사슬에 걸려 있는 십면혈신의 시체를 배경으로

야차희; [각기 백이십명씩의 사내와 계집을 희생시켜야 부활할 수 있다니...] [죄 많은 부부로군.] 피식 웃고

야차희; <비... 비난해도 어쩔 수 없어요. 그냥 소멸되기에는 세상에 남겨진 한이 너무 컸으니까요.>

위진천; [비난할 생각 없다.] [나 역시 너희 부부와 별 다를 게 없는 족속이니...]

야차희; <설... 설마!> 깨닫고

위진천; [그렇다. 나는 너희 배교에 이어 신선부와 천산신궁이 멸망시켰던 마교의 소교주다.] 강렬한 표정

야차희; <마... 마교의 소교주!> 흥분

야차희; <마교는 저희 배교보다는 사정이 나았었던 모양이군요!>

위진천; [내 아버지 삼절천마(三絶天魔)께서는 천우신조로 천신대야와 천산신녀의 협공을 벗어날 수 있으셨다.] 끄덕

위진천; [덕분에 당금에 이르러서는 마교는 이십오 년 전의 전력을 거의 회복한 상태다.]

야차희; <부럽군요. 저희 배교는 철저하게 궤멸당해서 재건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는데...>

위진천; [동병상련이기도 하니 한 가지 제안을 하마.]

야차희; <혹시...> 희망에 찬 표정

위진천; [네 육신은 벽력진군의 도끼질에 당해서 되살리는 게 불가능하다.] 석관 속에 쌓여있는 검은 재를 흘깃 보며

위진천; [하지만 나의 마력과 본교의 술법을 쓰면 네 혼백은 이승에 머물게 할 수 있다.]

야차희; <그... 그게 가능한가요?> 흥분

위진천; [이 반지의 이름은 성마환(成魔環)이다.] 슥! 망토 속에서 꺼내는 위진천의 왼손 가운데 손가락에 커다란 보석이 박힌 반지가 하나 끼워져 있다. 처음에 야차희의 혼백을 잡았던 손은 오른손이고

위진천; [천지간의 마력을 모아서 원하는 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징! 빛을 발하는 반지이ㅡ 보석

야차희; <마교에 성마환이라는 게 있다는 얘긴 들었어요.>

위진천; [내게 충성을 맹세하면 성마환의 힘으로 네 혼백이 흩어지지 않게 만들어주겠다.] 성마환을 보여주며. 그러자

야차희; <맹... 맹세하옵니다!> 급히 대답하고

야차희; <지금 이 순간부터 소교주께서 제 영혼의 주인이시옵니다!>

위진천; [으하하하! 좋다! 야차희 우유라! 네 서약을 받아들이겠다!] 반지 낀 왼손을 내밀고. 그러자

화악! 날아와서 위진천의 왼손에 잡히는 야구공만한 야차희의 혼백

위진천; [천마의 뜻이다! 성마의 반지는 권능을 보여라!]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게 야차희의 혼백을 잡은 채 주문을 외우고. 그러자

지잉! 야차희의 혼백을 쥔 위진천의 왼손 가운데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의 커다란 보석이 빛을 발하더니

슈우! 위진천의 손바닥 아래쪽에 무언가 형성된다. 강한 빛을 내면서

쿵! 다음 순간 드러나는 모습. 위진천의 손 아귀 아래 무릎을 꿇고 있는 야차희의 모습. 발가벗은 상태로 치렁치렁한 머리칼로 몸을 가린 형상.

위진천; [소멸되지 않고 세상에 남게 된 것을 축하한다 야차희!] 웃으며 야차희의 머리에서 손을 떼고.

야차희; [주인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 영원히 잊지 않겠사옵니다!] 고개 들고 촉촉한 눈으로 올려다보며 말하고

위진천; [오너라! 네게 새 삶과 함께 새로운 사명도 주겠다!] 망토의 한쪽 자락을 확 펼친다. 그러자

야차희; [분부 따르겠사옵니다!] 슈우! 두터운 그 망토 안쪽으로 그림자처럼 스며들어가는 야차희. 마치 솜에 물이 스며들 듯이

위진천; (퇴마신협을 만나러 왔다가 헛걸음을 하긴 했지만 아주 허탕을 치진 않았다.) 쳐들었던 망토를 다시 내리고

위진천; (배교의 비전과 비밀의 대부분을 알고 있는 요물을 권속으로 거두게 되었으니...) 음산하게 웃으며 동굴을 나가고

휘익! 날아올라 동굴에서 멀어지는 위진천

약간 펄럭이는 망토 속에서 야차희의 얼굴이 떠오르고

야차희; <죽일 놈!> 청풍을 떠올리며 위진천의 망토 속에서 이를 갈고

<나를 완전히 불태우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무외의 새끼야!> 멀어지는 위진천의 모습 배경으로 야차희의 생각 나레이션..

 

#19>

<-아미산(峨嵋山)> 험준하며 절경인 산

휘익! 어느 계곡으로 날아가는 날렵한 몸매의 여자. 사천당문 문주의 손녀인 당아연이다. 여자조연 중 한명. <투천환일> <건곤일척> 등에 나온 당아연 캐릭터. 당아연이 날아 들어가는 계곡에는 물이 상당히 많이 흐르는 하천이 흐르고 있고

당아연; (사부님이 무슨 일로 소홍조(小紅鳥)를 보내셨을까?) 날아가며 앞쪽의 하늘을 보고

뾰로롱! 당아연 앞쪽 허공을 날아가는 새 한 마리. 참새를 닮았는데 색이 붉고 희다.

당아연; (다른 사람들 눈에 띄이는 걸 병적으로 꺼려하셔서 제자인 나도 자주 부르지 않는 분이신데...) 배경으로 나레이션. <-사천당문(四川唐門) 문주의 손녀 사천일교(四川一嬌) 당아연(唐娥娟)>

당아연; (사부님은 아직 젊고 아름다우시다.) 새를 따라 날아가며 생각하고

당아연;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 미모와 젊음을 갖고도 세상을 등지신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생각할 때

띠리링! 어디선가 비파소리가 들리고

당아연; (사부님의 비파소리다!) 눈 반짝이며 날아가고

쏴아! 앞쪽에서 들리는 폭포 소리. 계곡 막다른 곳에 높이 30미터 이상에 폭도 10미터가 넘는 상당히 큰 폭포가 쏟아지고 있다. 폭포에서 쏟아진 물이 계곡의 하천을 이루는 것

띠리링! 폭포소리를 뚫고 나오는 비파소리

당아연; (비파소리가 요란한 폭포소리를 뚫고 정확히 들린다.) 그대로 폭포로 돌진

당아연; (그만큼 사부님의 공력이 심후하시다는 반증이겠지!) 펑! 폭포를 뚫고 들어가는 당아연. 폭포수 안쪽은 동굴이다. 수렴동이다

휘익! 폭포수 안쪽에 ,내려서는 당아연, 몸이 물에 젖지는 않았다.

띠리링! 띠링 동굴 안쪽에서 들리는 비파소리

당아연; (비파 연주에 복잡한 심사가 느껴지네.) + [사부님! 제자 아연이옵니다.] 공손히 말하며 들어가고

<어서 와라. 기다리고 있었다.> 띠링! 말과 함께 비파소리가 끝나고

동굴은 깊지 않아서 곧 막다른 곳이다. 그 곳에 석문이 달린 석실이 한 칸 있다. 석문은 반쯤 열려진 상태고. 그 틈으로 빛이 흘러나온다. 더 이상 비파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당아연; [들어가옵니다.] 말하며 반쯤 열린 석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는 당아연

석문 안쪽은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여자의 방이다. 동굴 속의 밀실이지만 여자 방에 있을 건 다 있는 밀실. 탁자를 앞에 둔 비파귀비가 연주하던 비파를 탁자에 내려놓고 있다. 신선부 육합존자의 일인인 비파귀비는 19년전과 다를 바가 없다.

비파귀비; [먼길 달려오느라 수고했다.] 탁자 위의 비파를 옆으로 밀면서 말하고. 탁자에는 비파 외에도 직사각형의 영패 하나와 편지 봉투 하나가 놓여있다. 그 배경으로 나레이션. <-신선부 육합존자의 막내 비파귀비>

당아연; [보름 가까이 뵙지 못했사옵니다. 그동안 무고하셨는지요?] 허리 숙이고

비파귀비; [나는 잘 지냈다.] [그래 능파미보(凌波迷步)의 수련에는 진전이 있느냐?] 앞의 자리를 권하고

당아연; [감사하옵니다!] 인사하고 의자에 앉고

당아연; [능파미보는 대충 흉내를 낼 수 있을 정도가 되었사옵니다.]

비파귀비; [능파미보는 천하제일을 다툴 수 있는 빼어난 보법이다.] [완전하게 구사할 수 있으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무공에도 잡히지 않는다.]

비파귀비; [그 능파미보를 배운지 채 반년도 안되어 흉내라도 낼 수 있다면 대단한 성취라고 할 수 있다.]

당아연; [과찬의 말씀이시옵니다.]

비파귀비; [너는 그야말로 재원(才媛)중의 재원인데...] 안타까운 표정

비파귀비; [딸이라서 사천당문의 비전을 전수하지 못하고 있는 네 조부와 아버지의 심정이 어떨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구나.]

당아연; (우리 사천당문은 절기의 유출을 꺼려해서 며느리에게는 전수해도 딸에게는 가르치지 않는 못된 전통이 있지.) 한숨 쉬고

비파귀비; [네 조부는 직접 무공을 가르치지 못하는 미안함에 나를 네게 사부로 붙여준 것이다.]

비파귀비; [하지만 나는 재주는 일천하여 너의 빼어난 자질을 제대로 못살려주고 있는 것같구나.]

당아연; [그런 말씀 마시옵소서.]

당아연; [사부님께 가르침을 받고서야 제자는 비로소 무공에 눈을 뜨게 되었사옵니다.]

비파귀비; [우리 제자 말도 잘하지.] 웃으며 편지와 영패를 당아연 앞으로 밀어준다

당아연; (편지와 영패...) 그걸 볼 때

비파귀비; [영패를 살펴 보거라.]

당아연; [예...] 대답하며 영패를 집어들고 손바닥 반 만하고 주변에 용이 새겨져 있는데 가운데에는 <帝王令>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당아연; [제왕령(帝王令)!] 놀라고

당아연; [사부님! 이 영패는 혹시...] 두손으로 영패를 든 채 비파귀비를 올려다보고

비파귀비; [흑천련(黑天聯)과 함께 당금의 무림을 양분하고 있는 제왕성 성주를 상징하는 신물(信物)이다.]

비파귀비; [십여년 전 사부는 제왕성의 성주 철면제왕(鐵面帝王)을 도와준 일이 있었는데 그 보답으로 제왕령을 받았었다.]

비파귀비; [그 제왕령을 갖고 있으면 중원무림의 어디를 가더라도 안전할 수 있다.] [제왕령을 거역하는 것은 제왕성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당아연; [그렇다고 들었사옵니다.]

비파귀비; [제왕령을 갖고 제왕성으로 가서 이 편지를 철면제왕에게 전해라.] 슥! 편지를 당아연 앞으로 내밀고

비파귀비; [촌각을 다투는 일이니 서둘러다오.] 심각한 표정의 비파귀비 얼굴 크로즈 업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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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금릉. 저녁 무렵. 이곳엔 아직 비가 오고 있다.

황금전장

공자무의 집무실의 열린 창가에 뒷짐을 짚고 서서 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있는 공대벽

공대벽; (얼마 전 마음속에 큰 울림이 있었다.)

공대벽; (많은 사람들의 운명에 영향을 끼쳤던 어떤 큰 인물이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노을이 비치는 하늘을 보고

공대벽; (애도(哀悼)의 념(念)은 일지만 통절(痛切)하지까지는 않은 걸 보면 내가 아는 인물은 아닌 듯 한데....!) 찡그리고

공대벽; (그보다 어제도 그랬지만, 오늘도 결재를 하던 중에 깜박깜박 졸았을 때처럼 정신이 나가곤 했다.) 찡그리고

공대벽; (몸이 너무 좁다고... 정신이 몸 밖으로 뛰쳐나가 땅과 하늘과 어울리다 돌아오곤 했다.)

공대벽; (이래서야 마치 바깥 세계를 동경하는 사춘기적 소년 같지 않은가?)

<귀(鬼)입니다 소주!> 어디선가 귀의 음성이 들리고

<마님께서 이쪽으로 오고 계십니다.>

공대벽; [알았소!] 창문을 닫고

문으로 가서 문을 여는 공대벽

진군소가 지붕이 얹혀진 복도를 따라 오고 있다

공대벽; [어서 오십시오 어머니!] 문을 열고 고개 숙이고

진군소; [울적해 보이는구나!] 문을 들어서며 말하고

공대벽; [빗소리에 마음이 차분해진 것뿐입니다.] 말하며 손으로는 탁자 앞의 자리를 권하고

진군소;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란다.] 공대벽이 권하는 자리에 앉고

공대벽;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소자를 부르실 일이지 우중(雨中)에 여기까지 몸소 오셨습니까?] 진군소 옆에 서서 차를 따르며.

진군소; [너도 앉거라.]

진군소; [우거지상이 되기 직전의 얼굴이다만 그래도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하자꾸나.]

공대벽; [예!] 맞은 편 자리에 막 앉는데,

진군소; [거기 있는 건 누구냐?] 벽을 향해서

<귀입니다 마님!>

진군소; [이 방에서 소리가 나가지 못하게 막으세요.] [엿보거나 엿듣는 자가 있다면 신분을 묻지 말고 죽이세요.]

공대벽; [어머니!] 흠칫 놀라고.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귀의 대답

귀의 대답을 들은 진군소는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의자에 등을 기대더니 안락의자에 앉아있기라도 한 것처럼 의자를 앞뒤로 조금씩 흔든다.

공대벽; (귀가 술법을 펼쳐서 주변을 차단하는 걸 기다리고 계시는군!) 직후

스으! 문득 방이 어두워지더니

두 모자가 마주 앉은 탁자가 있는 곳만 다시 밝아진다. 마치 조명을 비친 듯이

공대벽; (결계(結界)가 쳐졌군!) 눈 반짝

진군소; [솜씨가 줄지 않았군요 귀!] 눈을 뜨고

<소주 앞에서 술법을 펼치는 것은 여전히 조심스럽습니다.>

진군소; [이대비역(二大秘域)중 하나인 귀무곡(鬼霧谷)의 곡주께서 너무 겸손해졌군요.] 웃고

<....!> 대답이 없는 귀

진군소; [큰 애야!]

공대벽; [말씀하십시오 어머니.] 고개 숙이고

진군소; [네 아버지가 떠나면서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만...] [너는 어느덧 집안을 이을 자격을 갖추었더구나.]

공대벽; [소자 아직 부족합니다.] 고개 숙이고 대답하는데

진군소; [오늘 밤에 떠나거라.]

공대벽; [!] 깜짝 놀라 눈 부릅.

진군소; [나는 아직 시간이 더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한숨

진군소; [지체하지 말고 떠나도록 해라.]

공대벽; [어머니! 소자에게 어디로 가라는 말씀이십니까?] 당황

진군소; [나는 네 아버지가 남긴 편지에 적혀 있는 대로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다만 그 때가 네 아버지의 예상보다 더 빨리 온 것뿐......]

공대벽; [소자는 집안에서 할 일이 많습니다.]

공대벽; [게다가 어머니만을 두고 떠난다는 것은....!] + 진군소; [너는 내가 몇 살 때 공가로 시집왔는지 아느냐?] 공대벽의 말을 막고

공대벽; [소자 모릅니다.]

진군소; [내 나이 스물 두 살때였다.]

진군소; [이듬해에 너를 낳았는데, 난 죽지도 않았고 병들지도 않았으며.....]

진군소; [무엇보다도 다시는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지도 않았다.] [네 아버지는 네가 태어난 것보다 그 사실에 더 기뻐하셨다.]

공대벽; (무슨 말씀이신지....) 당혹

진군소; [스물두 살 되던 해 봄에 나는 노산(盧山)에 있었는데, 네 아버지가 맞으러 왔었다.] 아련한 표정으로 추억에 잠기는 진군소

<나는 즉시 검을 던져버리고 네 아버지를 따랐다. 그날로 백명이 넘는 색마와 음적을 척살한 악명높은 여살성 백화검(百花劒) 진군소(晉君笑)는 무림에서 사라졌다.> 젊은 시절의 진군소가 바지를 입은 채 검을 폭포에 던지고 있다. 얼굴이 발그레. 그 뒤에서는 역시 젊은 시절의 공자무가 뒷짐 짚고 보고 있다.

진군소; [네 아버지는 그때 내게 물었단다.] [자기를 위해 아들을 낳아 줄 수 있느냐고! 딸은 절대 안 되고 오직 아들을 낳아 줄 수 있겠느냐고!]

진군소; [나는 부끄러웠지만 큰소리로 대답했다. 할 수 없다고 하면 네 아버진 나와 혼인하지 않았을 테니까.]

<燕趙悲歌士 연나라 조나라의 강개한 협객들이

相逢劇孟家 극맹의 집에서 함께 만났네.

寸心言不盡 포부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건만

前路日將斜 길은 멀고 해는 서산을 비끼네.>

허공을 보며 노래를 부르는 진군소

공대벽; (전중문(全中文)의 봉협자(逢俠者)로구나!)

<손으로 한 번 가리키면 협객들이 들고 일어나 한 나라와도 싸울 수 있을 정도였다는 최고의 협객 무제(武帝) 극맹(劇孟)!> 이 작품의 맨 앞에 나왔던 극맹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극맹이 단상에서 포권하자 그 앞에 수많은 협객들이 마주 포권하며 고개 숙이는 모습

공대벽;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만한 인물은 없었다는 극맹을 노래한 저 시에서 여장부로서의 어머니의 포부가 생생히 느껴진다.)

진군소; [요즘 얼마나 세상을 알았느냐?]

공대벽; [소자는 단지 저 책상에 앉아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느끼고 있을 뿐입니다.] 책상을 보고

진군소; [천지가 네 품안에 있는 듯 하지 않느냐?] 의미심장하게 묻도

[!] 공대벽 놀라서 가슴이 덜컥

진군소; [일어서면 천하가 굽어보이고 앉아도 하늘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공대벽; [어 어머니......!] 당황

진군소; [이 말은 네 아버지가 나를 찾아온 그날 밤에 고백했던 말이다.]

공대벽; (아... 아버지도 나와 같은 경험을....!) 땀을 닦고

진군소; [나는 그 한마디에 내가 평생을 받들어야 할 남자를 만났음을 알았다.]

진군소; [그때부터 나는 네 아버지의 사람이 되기 위해서 무슨 짓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할 수 있었다.]

진군소; [나 이전에도 네 아버지 옆에 다른 여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진군소; [하지만 네 아버지는, 하늘과 땅에 두려운 것이라곤 없었던 네 아버지는 나를 택했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를!] 자부심에 가득 찬 표정

진군소; [모든 빼어난 자들을 굽어보는 네 아버지가 나를 택했는데 내가 무엇인들 버리지 못했겠느냐? 검이든, 포부든.....!] 미소짓고

공대벽; [아버님께서는 무림에 얼마나 계셨습니까?]

진군소; [삼 년!]

진군소; [오직 삼 년뿐이었다. 그 삼년 동안 무림에 나와 여자들만 찾아다녔지.]

공대벽; [아버님께서 여자들을요?] 놀라고

진군소; [그래, 네 아버지께서!] [그리고 이젠 네가 그렇게 할 차례다.]

공대벽; [어머니! 전 아직 혼인할 생각이 없습니다.]

진군소;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 준엄하게

공대벽 입을 다물고.

진군소; [나를 공씨 가문의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전통을 끊어버린 죄많은 어미로 만들 셈이냐?] 준엄하게 말하고

공대벽; [잘못했습니다. 어머니.]

진군소; [네 나이 이미 스물 다섯!] [헌헌장부가 되는 동안 네 혼사를 한 번도 고려하지 않은 것은 네 마음이 하늘까지 닿도록 자라길 기다린 때문이다.]

공대벽; (확실히 난 혼기를 놓쳤다.) (내 나이또래의 다른 상인들은 대부분 자식을 여럿 두었고 첩도 서넛은 보통일 정도다.)

<물론 내게도 강호의 여러 명문 거파들과 상계의 거부들로부터의 혼담이 끊이질 않았었다. 하지만 부모님들은 일체 그들의 혼담에 응하지 않으셨다.> 중매장이 할머니가 예물을 늘어놓고 뭐라 말하지만 그 앞에 진군소와 함께 나란히 앉은 공자무가 단호한 표정으로 손을 젓고 있다

공대벽; (이제 보니 부모님들은 내가 준비되기를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다.)

진군소; [천하가 굽어보이고 하늘이 높아 보이지 않을 때에야 우리 공가의 자손은 짝을 찾아 혼인할 자격을 가지게 된단다.] 끄덕이고

진군소; [그리고 이제 너에게 그 때가 왔다.]

긴장하는 공대벽

진군소; [마침내 때가 오면 우리 집안에서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설사 나와 네 아버지가 죽는 일이 있더라도 네 배필을 찾는 일보다는 중요치 않다.]

공대벽; (가문의 전통이, 긴 세월을 내려온 핏줄이 나를 지배하고 있구나!) 주먹 꾸욱

진군소; [잘 듣거라. 강호에 나가거든 무림의 협객이니, 강호의 은원이니 하는 것에는 휩쓸리지 말거라.]

진군소; [혹시 관여된다고 하더라도 좌우되지 말고 네 마음대로 해라. 누구도 너를 거역하지 못할 것이다.]

공대벽 묵묵히 듣고.

진군소; [지난 밤 네가 돌려보낸 여자를 나도 보았다.]

용설약을 떠올리는 공대벽

진군소; [고수더구나. 오히려 당년의 나보다 더 강해보였단다.]

진군소; [그 정도 여자마저 굴복시킬 수 있다면 걱정할 것은 하나도 없다.] [다만, 여자는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단다.]

진군소; [다니고, 만나보고, 찾아보다보면, 네 눈에 들어오는 여자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런 여자를 만나면 가까이에서 지켜봐야만 한다.]

진군소; [그리고 가까이 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네가 가까이 갔을 때 오지 못하게 하는 여자는 천하에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진군소; [황실의 공주라도 네가 다가가는 걸 막지는 못할 것이다.]

공대벽; [예!] 고개 끄덕이고

공대벽; (어머니 말씀대로 지금의 난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진군소; [적당한 여자를 찾은 후에는 앞을 보고 뒤도 보고, 손도 만져보고 발도 만져 보거라.] [잠자는 것도 지켜보고 먹는 것도 지켜봐야 한다.]

진군소; [그래서 네 마음에 <이 여자다!>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게 되면, 그때 그 여자를 데리고 오너라.]

공대벽; [그리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공대벽; [하온데 넷째는 이미 권씨세가의 권완소저와 정혼을.....!]

진군소; [막내 놈이 권가주로 변장을 한 채 제멋대로 꾸민 짓이다. 세가가 그것을 용납할 리 없다.]

진군소; [그런데도 그쪽에서 끝내 혼사를 주장하고 나온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만...] [넷째는 아직 혼인할 때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진군소; [사실 공씨의 사람이 되는 것은 기쁜 일이긴 하지만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진군소; [나는 운이 좋아 너를 낳고도 네 동생들을 셋이나 더 낳았다만....] [네 조모님과 증조모님, 그리고 그 윗대의 분들 모두 자식을 둘 이상 낳으신 분이 없다.]

공대벽; [어찌하여 그리 되었습니까?]

진군소; [우리 집안의 내력(來歷)이다.]

진군소; [천지를 굽어볼만한 사람을 낳았는데 몸이 성하다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느냐?]

공대벽; (하긴...!) 끄덕

진군소; [대대로 공씨집안의 여자는 온몸의 정기를 다 소모하여야만 한 아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 뿐이다.]

진군소; [범상한 몸이라면 해산을 하다가 죽을 수도 있고, 조금 당찬 사람이이라면 죽지는 않더라도 다시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거나 일생을 질고(疾苦)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진군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공씨집안의 여자치고 기쁘게 그 일을 감당하지 않은 여자는 없다.]

진군소; [천지를 굽어볼만한 인물을 낳는 것이 공가에 들어온 여자로서 해야만 하는 의무기 때문이다.]

진군소; [이것이 우리 공가가 오랜 세월 친척도 없이 오직 일맥(一脈)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란다.]

공대벽; (아버지가 공처가란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어머니를 떠받드시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구나!)

공대벽; (어머니는 하나도 낳기 힘들다는 공가의 자식을 자그마치 넷이나 낳으셨으니...!)

진군소; [너희들이 모두 혼인하여 자식을 여러 명씩 낳는다면, 나는 더 바랄 게 없구나.]

공대벽; [반드시 그리 될 것입니다.]

진군소; [이제 세상으로 나가거라. 큰애야!] [나가서 네 자식을 낳아줄 수 있는 여자를 찾아오너라.]

진군소; [아주 튼튼하고 복이 많은 여자를 골라야 한다.]

진군소; [여자는 자식으로 인해 그 집안의 사람이 된다.] [그리고 남자는 자식을 낳음으로서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들과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공대벽; [명심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진군소; (구령! 사갈같은 년!) 이를 바득 갈며 구령을 떠올린다. 젊은 시절의 모습

진군소; (네가 아무리 어쩐다 해도 소용없다.) (이미 마흔이 넘은 네가 지금 와서 그이의 아이를 가질 수는 없을 터!)

진군소; (그이가 너한테 간 건 오직 네 목숨이 위험하니 구해주러 간 것뿐이다.)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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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겁에 질려서 동굴 밖으로 뛰어나오는 촌장과 집사와 사내들. 사내들은 등불도 들고 있고.

동굴 밖으로 나와서 허둥대며 계곡 입구를 향해 달려가는 촌장 일행

야차희; <어리석은 것들...> 동굴 안에서 그것을 보며 비웃고

야차희; <너희같은 버러지들에게 내려줄 부귀영화와 불로장생의 축복이 있을 리 없지 않느냐?> 사악하게 웃고

야차희; <나 야차희(夜叉姬)에게 가능한 것은 오로지 재앙을 내리고 공포를 뿌리는 것뿐이거늘...> 슈우! 안개처럼 움직여서 청풍에게 가고

야차희; <이놈이 백팔 명 째...> 스윽! 양손으로 청풍의 얼굴을 만지고

야차희; <매달 한명씩, 십년동안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나이의 사내로부터 정기를 흡수하면 나는 부활한다!> 청풍의 몸 위에 수평으로 떠서 청풍의 얼굴을 양손으로 만지면서

야차희; <이놈을 해치우고 일 년만 더 고생하면 이승으로 완전히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청풍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웃고

야차희; <훼손되었던 육신을 되찾으면 복수! 복수를 할 것이다!> 이를 갈고

야차희; <배교를 멸망시키고 교주이신 십면혈신(十面血神)님을 시해한 신선부와 천산신궁의 인간들은 씨를 말려버릴 것이다.> 마녀같은 표정

야차희; <난 배교에 전해지는 이원환정대법(移元還精大法)을 써서 몸이 죽기 전에 혼백을 다른 물건에 옮겨놓았었다.> 청풍의 입을 향해 입을 벌리고. 그러자

야차희; <그 물건에서 썩어가는 시신으로 다시 혼백을 돌리는 데 십년이 걸렸고...> 스으! 야차희의 입에서 안개같은 것이 나와서 청풍의 입과 코로 흘러들어가고

야차희; <사내들의 양정(陽精)을 흡수해서 몸을 원래대로 회복하는데 또 십년이 걸린다.> 슈우! 자신의 기운을 청풍의 입과 코로 흘려보내면서

야차희; <악몽같은 시간이었지만... 이제 끝이 보인다.> 야차희의 기운이 입과 코로 흘러들어오자 온몸을 퍼덕이는 청풍

야차희; <네놈의 양정을 전부 내놔라!> 후읍! 입을 오무려 무언가를 빨아들이는 시늉하고. 그러자

화악! 몸을 퍼덕이는 청풍의 입과 코에서 연기같은 것이 확 빠져나오고

야차희; <순수하면서도 강력한 양정!> 하악! 청풍이 뿜어내는 기운을 마시면서 오르가즘 느끼는 표정이 되는 야차희

야차희; <지금까지 백칠 명의 사내의 양정을 흡수했지만...> <이놈만큼 깨끗하면서도 강력한 양정을 지닌 놈은 없었다!> 화악! 청풍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을 빨아들이며 황홀한 표정이 되고

야차희; <이놈의 양정을 모두 흡수하면 부활이 앞당겨질지도 모르겠는데...> 벌벌 떨며 입과 코로 기운을 토해내는 청풍을 내려다보고

야차희; <일년... 일년만 더 고생하면 된다.> 지지지! 벼락에 휘감기는 야차희

야차희; <그럼 나 야차희 우유라(尤柔羅)는 완벽하게 부활하는 것이다!> 쿠오오! 청풍의 입과 코로 흘러나오는 기운을 빨아들이며 오르가즘을 느끼는 표정이 되고. 헌데 그 직후

청풍; [그렇게 된 거였군.] 갑자기 눈을 뜨며 웃고

야차희; <흑!> 놀라 눈 치뜨며 비명

청풍; [네년이 백 명 넘는 사내들의 양정을 빨아먹은 게 죽었던 육신을 되살리기 위해서였구나.] 화악! 입에서 검은 기운을 뿜어내고.

야차희; <아악!> 휘익! 화악! 청풍이 뿜어내는 검은 기운이 유령 형태인 야차희의 몸을 칭칭 휘감고. 야차희는 몸을 일으켜 도망치려다가 감기는 모습이고

야차희; <인... 인간 주제에 내 혼백을 이렇게 간단히 속박하다니...> <누구냐 네놈은...?> 검은 밧줄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야차희의 유령.

청풍; [네년이 가장 증오하는 신선부의 핏줄이다.] 입과 코로 검은 기운을 뿜어내며 웃고

야차희; <천선대야 이무외의 새끼냐?> 몸부림치면서 경악하고

청풍; [바로 그렇다.] 화악! 지지지! 뿜어내는 검은 기운을 타고 벼락이 흐르고

야차희; <아아아악!> 검은 연기의 밧줄을 타고 흘러드는 벼락에 유령형태의 몸이 타들어가면서 비명을 지르고. 허공에서 몸부림 친다

청풍; [풍기는 요기가 남달라서 혹시 육합존자와 관련이 있는 물건인가 해서 찾아왔던 것인데...] 슥! 일어나고

청풍; [배교가 세상에 뿌려놓은 독버섯중 하나였구나.] 가마에서 완전히 일어나고

청풍; [꿩 대신 닭이라고 육합존자를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네년의 부활을 막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가마에서 나오고

야차희; <얕보지 마라 이무외의 새끼야!> 악을 쓰며 몸부림치고. 눈이 번쩍이고

야차희; <모두 나와서 이 인간의 육신을 먹어치워라!> 눈이 빛나며 외치고. 순간

화악! 펑! 석관의 뚜껑이 들썩거리면서 석관 속에서 각가지 귀신들이 튀어나와 청풍을 휩쓴다. <고스트 바스터즈>에 나오는 반투명한 유령들 모습. 하지만

청풍; [그동안 졸개들도 많이 거두었군.] 웃고.

펑! 화악! 귀신들은 청풍의 몸에 닿는 순간 숯불에 닿은 물방울처럼 증발해버린다.

<끼야아악!> <안... 안돼!> <도... 도망쳐!> 화악! 푸시시! 청풍의 몸에 먼저 닿은 귀신들은 증발하고 뒤쪽의 귀신들은 겁에 질려 달아나려 하고

야차희; <이게 무슨...> + [!] 경악하고

화악! 우뚝 선 청풍의 뒤로 뿔이 두 개 달리고 눈이 세 개인 <발록> 형상의 악마의 형상이 그림자처럼 서린다. 그러자

야차희; <만... 만귀(萬鬼)의 주(主)!> 공포에 질려 비명 지르고

<만... 만귀의 주다!> <저 인간은 모든 귀신의 주인이신 아수라(阿修羅)님의 숙주였다!> <끼야야약!> 비명 지르며 청풍의 주변에서 달아나려는 귀신들. 하지만

청풍; [아는 것이 너무 늦었다!] 콱! 입술을 깨물고

청풍; [푸욱!] 입으로 피 안개를 확 뿌리는 청풍. 피 안개가 아주 넓게 퍼져서 동굴 안을 다 덮어버린다. 그러자

<아악!> <끼야야악!> <용서를...> 푸시시! 화악! 피 안개가 뿌려지며 동굴 안의 모든 귀신이 타서 증발한다.

<끼야야악!> 화르르! 슈우! 검은 밧줄에 묶여있던 야차희의 몸도 횃불처럼 타버리고

화르르! 푸스스! 입가의 피를 소매로 닦는 청풍의 주변으로 귀신들과 야차희가 재와 연기가 되어 흩어진다

청풍; (내 몸속에는 모든 귀신들의 주인, 아수라가 갇혀있다.) 그걸 보며 석관으로 가고

청풍; (그 때문에 내 피에 닿으면 제 아무리 강력한 이매망량이나 요괴라도 견디지 못하고 증발해버린다.) 석관 앞에 서고. 그러자

<나... 나가다오 제발!> 석관 속에서 들리는 애원

<본녀는 네게 어떠한 해도 끼친 바가 없지 않느냐? 제발 모른 척 지나가다오!>

청풍; [뭐라는 거냐?] 피식! 웃으며 손을 석관의 뚜껑에 대고

청풍; [방금 전에 신선부와 천산신궁의 씨를 말려버리겠다고 맹세했던 걸 벌써 까먹은 거냐?] 펑! 석관의 뚜껑을 밀쳐버리고. 그대로 뒤집어지면서 날아가는 석관 뚜껑

콰쾅! 벽에 부딪혔다가 나뒹구는 석관 뚜껑

<제... 제발 살려다오!> <이후로 두 번 다시 인간을 해치지 않겠다! 구천(九天)의 신불(神佛)과 십지(十地)의 귀마(鬼魔)에 걸고 맹세하겠다!> 석관 안쪽에서 들리는 애원

청풍; [그만 포기해! 네가 배교의 안주인이 아니었어도 용서할 생각은 없으니까.] 손을 털고

<으으으! 내가... 내가 누군지 알고 있었구나!> 석관 안에서 들리는 음성

청풍; [야차희 우유라가 배교의 마지막 교주 십면혈신 용백(龍伯)의 애첩이라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지.]

청풍; [그럼 한 때 천하제일미인으로 불렸었다는 분의 미태를 감상해보실까?] 석관 안을 들여다보고. 직후

청풍; [우웩!] 고개 조금 돌리며 헛구역질하고

쿵! 석관 안의 모습. 각가지 패물이 부장품으로 들어있는 관속에는 여자의 시체가 한구 들어있다. 마치 황후처럼 아주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는데 몸의 대부분은 복구되어 있다. 다만 얼굴은 아직 완전히 되살아나지 못해 반 정도만 인간의 모습이고 반은 썩어서 해골이 드러나 있다. 절세미녀였던 모습이고. 목에는 화려한 목걸이를 걸고 있다.

청풍; [이 거 참, 절세미녀는커녕 악몽에나 나올 듯한 모습이로구만.] 헛구역질하며 오만상

야차희; <네... 네놈이...> 수치스러운 표정. 움직이지는 못한다

청풍; [역시 제 아무리 경국지색이라도 죽으면 구더기 밥이 된다는 스님들 말씀이 맞았어.]

야차희; <개... 개소리 말고 죽이려면 빨리 죽여라!>

청풍; [어째 갑자기 당당하게 나오네. 빨리 죽여 달라는 것도 수상하고...] 히죽 웃고

<!> 눈 치뜨는 야차희

청풍; [아마 혼백을 다른 물건에 옮겨놓을 수 있는 배교의 술법 이원환정대법을 믿고 있는 거겠지?]

<으으으...> 두려움에 떠는 야차희

청풍; [내가 네 육신을 없애버려도 이원환정대법으로 혼백을 옮겨놓은 물건이 훼손되지 않는 한 다시 부활을 시도할 수 있겠지.] [비록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야차희; <아니다! 혼백을 옮겨놓은 물건 따위는 없다!> 급히 부정하지만

청풍; [발뺌해봐야 이미 늦었어!] [뇌신건(雷神鍵)!] 두 손을 모아 결을 지으면서 주문을 외우고. 순간

번쩍! 동굴 천장에서 벼락이 뚫고 내려와서

꽝! 석관 안을 때리는 벼락의 창

<끼야아아아!> 벼락에 맞아 재가 되는 야차희의 시체.

 

#15>

[!] 무언가 느끼는 위진천. 두꺼운 망토를 두르고 죽립을 쓴 채 높은 산봉우리 위에 서있다.

버번쩍! 멀리 다른 산의 산붕우리들 사이로 벼락이 한 가닥 떨어진다.

위진천; (벼락...)

이어 하늘을 올려다보고

맑은 밤하늘. 하늘에는 보름달이 둥실 떠있고

위진천;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졌다?) 눈 번뜩이고

위진천; (저곳에서 누군가 벽력진군(霹靂眞君;벼락을 관장하는 신)을 소환했구나!) 휘익! 날아가나고

위진천; (드디어 퇴마신협이란 자를 따라잡은 것 같다!) 날아가는 위진천

 

#16>

다시 서시묘가 있는 계곡.

빠지직! 동굴이 있는 산봉우리 벼락이 떨어져 산속으로 뚫고 들어가고 있고

화악! 동굴 안에서 강한 빛이 뿜어지고

<저주... 저주한다 이무외의 새끼야!> 화르르! 푸스스! 석관 안의 야차희의 시체가 재가 되어 흩어지는 배경으로 야차희의 저주

<이대로... 이대로 끝날 거라 생각하지 마라! 원귀가 되어서라도 반드시 복수하겠다!> 푸스스스! 재가 되어 흩어지는 야차희의 시체.

퍼석! 퍽! 관 안에 들어있던 보석들도 새카맣게 타서 부서지고

청풍; [야차희는 이 관속의 어떤 부장품에 자신의 혼백을 옮겨놨을 것이다.] 부서진 패물들을 보고

청풍; [뇌신건으로 끌어내린 벽력진군의 힘이 모든 걸 태워버렸으니 그 물건도 파괴되었겠지.] 돌아서고

청풍; [배교가 세상에 남긴 화근을 한 가지 없애버려서 헛걸음을 한 건 아니다만...] 입구쪽으로 걸어가고

청풍; (육합존자와 관련된 요물이 아니었던 점은 실망이다.) 나가고

밖은 보름달이 밝고

청풍; (무엇을 두려워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섯 배신자들은 꽁꽁 숨어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하늘의 보름달을 보고

청풍; (하지만 천하를 다 뒤져서라도 찾아내어 죄의 값을 치루게 만들 것이다!)

<이십여년의 세월동안 홀로 날 키워오신 어머니의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서라도...> 멀어지는 청풍.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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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령; [어리석은 놈! 대답할 놈들이 줄줄이 달려올 텐데 헛소리나 늘어놔?] 시체를 내려다 보고

구령; [오라버니 몸에 상처를 낸 것만으로도 죽어 마땅하다!] 돌아서고

공자무; [솜씨가 더 좋아졌구나.] 다가오는 구령을 보며 한숨

구령; [잔인하다고 욕하지만 않으신다면 누가 오더라도 베어보이지요.]

구령; [육천마든 천사련주든...!] 공자무 옆에 앉으며 웃고. 하지만 입가에 피가 맺혀있다

공자무; [나 때문에 무리했구나!] 손바닥으로 구령의 등을 탁탁 친다.

울컥하고 피를 토하는 구령.

공자무; [어떠냐? 견딜만 하냐?] 소매로 구령의 입가의 피를 닦아주고

구령; [걱정마세요. 안 쓰던 내공을 십여년만에 끌어올렸더니 몸이 좀 놀란 것뿐이에요!] 입을 닦아주는 공자무의 손길에 몸을 맡긴 채 웃고

구령; [운공을 다시 시작했으니까 하루 이틀 쯤 지나면 예전의 몸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검을 내려놓고

구령; [몸이 준비되고 오라버니만 제 곁에 계시면 전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아요!] 공자무의 품에 안기고

공자무; [너무 무리하지 말거라. 굳이 적들과 충돌할 필요는 없다!] 끌어안고 다독이고

구령; [오라버니를 해치려는 자는 그게 누구든 용서할 수 없어요.] 눈빛이 살벌해지고

구령; [그래도 우리를 하루 이틀 쯤 가만히 놔두었으면 좋겠는데....] [혈정 만칠태가 어떻게 알고 바로 따라붙었는지 모르겠군요.]

구령; [집에서 빠져나온 그 비밀통로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거늘...!]

공자무; [우리에겐 편히 쉴 복이 없는 모양이구나.] 탄식하며 문쪽을 보고

구령도 반사적으로 고개를 홱 돌린다.

문을 통해 유모가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구령; [유모!] 눈 빛이 살벌해지고

유모; [아가씨! 용서해주세요!] 혈정 만칠태의 시체 근처에 털썩 무릎을 꿇고.

구령; [우리 종적을 누설한 게 정말 유모야?] 노려보고

유모; [저 역시 만마천의 사람, 서열에 굴복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바닥에 고개 조아리며 울고

구령; [누가 찾아왔었는데?] 이를 바득

유모; [혈목재 서열 오위 철와선(鐵蛙蟬)께서 오셨습니다.]

구령; [그 두꺼비가!] 이를 바득

유모; [노신은 아가씨를 만나기 전, 이미 만마천에 충성을 서약한 몸인지라 철와선께서 묻는 말에 대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령; [내가 용서할 거라 생각했어?] 이를 바득

유모; [노신이 어찌 살기를 바라겠습니까?] [비록 맹세에 묶인 몸이지만 아가씨에 대한 충심은 변함없었습니다.]

유모; [아가씨의 손에 피를 묻히는 수고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손을 쳐들어 손바닥으로 자기 정수리를 겨누고

구령은 입술을 깨물며 천장을 응시한다. 온몸에서 분노와 살기가 활화산처럼 치솟고

유모; [공공자! 아가씨는 오직 공공자만을 생각하며 사셨습니다.] [부디 두 번 다시 아가씨를 버리지 말아주십시오.]

유모; [노신은 지금 죽습니다만, 죽은 순간부터 귀신이 되어 공공자를 따라다니며 지켜볼 것입니다.]

구령; [쓸데없는 소리!] [입 닥치고 죽을 거면 빨리 죽어!]

유모; [아가씨! 부디 공공자와 백년해로하시길…!] 부르짖으며 손바닥으로 자신의 정수리를 내리친다.

퍽! 머리가 수박처럼 깨지고

혈정 만칠태의 시체 옆에 나뒹구는 유모의 시체.

탄식하는 공자무

구령; [죽어 마땅해. 유모는 죽어 마땅한 짓을 했어.] 이를 바득 갈고.

구령; [맹세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어?] [나와 서로 주고받던 정겨운 말속에는 맹세가 스며있지 않았단 말이야?]

구령; [맹세라고 이름 붙인 것만이 맹세가 아니라고!] [마음이 멀어지는데 맹세는 무슨 맹세! 서약은 무슨 서약!]

구령;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사람을 얽매는 수단에 스스로 묶여버렸으니 유모는 죽어 마땅해.] 울고

공자무; [내가 너를 지키마.] 탄식

공자무; [세상이 너를 다 죽이려 해도 나는 너를 지키겠다고 맹세하마.] 구령을 품에 끌어안고

구령; [그만 하세요! 어떤 맹세도 다 부질없는 넋두리일 뿐이에요!] 주르르 눈물 흘리고

구령; [전 다만 오라버니와 함께 있는 이 순간이 짧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공자무의 품에 얼굴을 기대며 울고

한숨 쉬며 구령의 등을 다독이는 공자무. 그때

번쩍! 멀리서 번개가 치고

꽈르르릉! 뒤이어 천둥소리가 들리더니

쏴아아아! 세찬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공자무; (천둥 속에 천신(天神)의 노기(怒氣)가 서려있다!)

공자무; (구령의 지나친 살심이 하늘을 노하게 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천도(天道)를 어지럽힌 것인가?)

 

#105>

신행목이 있는 그 산중의 어느 마을. 해가 막 지려는 순간.

쏴아아! 바람이 일더니 먹물을 풀어놓은 듯한 구름이 몰려와 막 지려던 해를 가린다.

오가던 마을 사람들과 들에서 일하던 사람들 하늘 올려다보고

후득후득 이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오가던 마을 사람들 바삐 비를 피하고

쏴아아아! 냅다 장대비가 쏟아진다.

여기저기 집집마다 열어두었던 문을 바쁘게 닫아걸기 시작하고,

걷지 않은 빨래를 걷으러 아낙들이 뛰쳐나간다. 아이들은 신난다고 빗속을 뛰어다니는데

번쩍! 뇌전이 사위를 밝히고

꽈르르 꽝! 벽력이 밤처럼 새카매진 하늘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엄마! 꺄악! 빗속을 뛰어놓던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집안으로 뛰어들어가 엄마 품에 안기고. 어미들도 [아이구머니!] 놀라 외치며 아이들을 끌어안고 방구석으로 달려가 움츠린다.

콰드드! 덜컹 덜컹! 세찬 바람이 문짝을 뒤흔들고,

쏴아아! 쏴아! 천지가 개벽할 듯 비는 쏟아지고

꽈다당! 번쩍! 시커먼 먹장 구름 속에서 벼락이 줄기줄기 산중으로 내려꽂힌다.

버번쩍! 방안으 작렬하는 번개의 불빛. 이불을 꺼내 뒤집어쓴 가족들이 달달 떨고

[호호호! 천신이 분기했고나! 지신이 노했고나!] 마을의 신들린 무당이 북을 들고 거리에 나가 춤을 추며 외친다.

[어리석은 것들이 하늘을 속였고나! 땅을 더럽혔고나!] [어어 어서 돼지 잡아 피 뽑고 소 잡아 머리를 걸어라!] [천신 지신께서 노하셨다!] 꽈르릉! 꽈릉! 덩실 덩실 춤을 추는 무당을 배경으로 연달아 천둥 벼락이 치고

 

#106>

신행목. 그곳에서 세찬 비바람이 분다. 신행목 근처로 줄기줄기 벼락이 치고

신행목 아래의 토실에서 흠칫하며 천장을 보는 권완. 서문숙의 시체를 좌대에 눕히고 천으로 덮어주던 참이다. 청풍은 여전히 침대에 누워 피를 흘리고 있고

권완; (갑자기 왜 천둥 벼락이....!) 불길한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권완; (천기(天氣)가 돌변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인데....!) 생각할 때

 

번쩍! 거대한 벼락이 신행목을 내리친다. 마치 빛으로 이루어진 칼이 내리치는 것 같고

 

꽈과광! 엄청난 굉음이 토실을 흔들고. [악!] 권완의 몸이 진동에 휩쓸린다

빠지지직! 지직! 벼락이 땅 속으로 스며들어와 벽과 바닥을 타고 흐르고

[악!] 벼락에 감전되어 비명을 지르는 권완

침대에 누워있던 청풍의 몸도 전기 충격을 받은 듯이 펄쩍 퉁겨져 올라갔다가

퍼억! 바닥에 나뒹구는 청풍의 몸뚱이.

권완; [흑!] 털썩! 바닥에 주저앉는 권완

으으으! 바닥에 나뒹굴어 신음하면서도 정신은 차리지 못하는 청풍

권완; [벼락! 벼락이 신행목을 때렸어!] 벌벌 기며 일어나려 애쓰고. 지지지! 온몸으로 벼락의 잔재가 흐른다

권완; [수천년간 단 한 번도 벼락을 맞아본 적이 없는 신행목에 벼락이 떨어지다니....!] 놀라다가 눈 부릅

펑! 천장에서 폭음이 일더니

펑! [악!] 비명을 지르며 천장에서 물방울처럼 스며나왔다가 아래로 뚝 떨어져 쳐박히는 공손대낭. 등이 바닥을 향하게

권완; [대낭!] 바닥에 널부러져 기절한 공손대낭 쪽으로 기어가며 비명을 지르고

 

콰드드! 버섯같이 생긴 신행목이 둘로 쩍 갈라져서 한쪽이 쓰러진다. 자세히 보면 본 가지는 윗부분만 갈라지고 아래쪽의 몸통은 무사하지만 절반 가까운 나뭇가지가 쪼개져서 쓰러진다

드드드! 진동이 일어나고 신행목 전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주르르! 본가지의 쪼개진 윗부분 상처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슈우! 거대한 사람의 향상이 먹장구름 속에서 신행목을 내려다본다. 손에는 벼락의 칼을 들었다. 벼락을 관장하는 신인 벽력진군이다.

마치 산같이 크고 높은 벽력진군의 눈 부위가 먹장구름 속에서 빛나고.

근처로는 줄기줄기 벼락이 떨어지고 있다.

벽력진군의 까마득한 발 아래 신행목이 작은 버섯처럼 보이는데 반으로 쪼개진 형상이다

쩡! 다시 눈을 빛내던 벽력진군

스스스! 흐려지며 사라진다

그와 함께 비도 그치고

쏴아아! 바람이 하늘의 먹장 구름을 걷어간다

노을이 비친 맑은 하늘이 드러나는데

위이이이잉! 위이이잉! 바람도 없는 데 거대한 은행나무가 구슬프게 울기 시작한다. 반쯤 쪼개진 가지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고 은행나무의 본가지 윗부분의 쪼개진 부위에서는 붉은 피가 줄줄 흘러내린다.

 

권완; [대낭! 정신 차리세요 대낭!] 공손대낭을 안고 울고

<대낭! 그대는 왜 다시 왔소? 어찌하여 다시 하계로 돌아왔소?> 어디선가 음성이 들릭고

권완; (노... 노야?) 고개 들어 서문숙의 시체를 보지만. 서문숙은 기척이 없고

공손대낭; [하늘의 내침을 당했답니다. 부정한 것이라 내침을 당했답니다.] 권완의 품에 안겨 울고

공손대낭; [청정한 곳, 깨끗한 곳에 인간의 악기(惡氣)에 쐬인 채 들었다고 내치더이다.]

권완; (저 사람이 내뿜던 마기와 관련이 있겠구나!) 청풍을 보고. 청풍은 벼락에 맞은 충격으로 벌벌 떨고 있다

<내 잘못이오! 내가 그대를 망쳤소 대낭!> 어디선가 탄식소리가 들리고

<내가 피 냄새, 마귀 냄새를 끌고 오는 바람에 그대의 오랜 염원이 수포로 돌아갔구려! 이를 어이할꼬! 애달파 어이할꼬!> 웅웅! 방 전체가 울리고

권완; (대낭의 정 대신 신행목에 남은 노야의 정이야!)

권완; (생시의 말씀대로 신행목의 목신(木神)이 되셨구나!) 생각할 때

<풀은 푸르고 버들잎 누렇네.

복사꽃 휘날리고 오얏꽃 향기롭네.

동풍은 시름을 달래주지 못하고, 봄날의 한은 깊어만 가네.

부용꽃 화장한 가인에 미치지 못한 바람이 물결을 지나 부니 가인의 향기만 가득하네.

가을부채처럼 버려진 이 몸의 한은 쓸쓸히 달을 보며 임을 기다리기 오백 년....>

어디선가 노래 소리가 들리고. 웅웅웅! 나무 전체가 진동한다

권완; (대낭을 달래는 노야의 노랫소리...!)

권완; (이분들보다 더 애닲은 사랑이 또 어디 있을까?) 공손대낭을 안고 눈시울을 붉힌다. 공손대낭은 권완의 품에 안긴 채 울고 있고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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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해가 지려는 저녁 무렵. 산중의 어느 마을. 산중의 마을이지만 제법 크고. 객잔, 대장간 등등 있을만한 가게는 다 있다. 단, 젊은 사내는 없다. 여자들과 나이 든 사내들만 돌아다니고

[!] [!] 일하거나 오가다가 놀라서 누군가를 보는 마을 사람들

마을로 걸어 들어오는 청풍.

<사내다!> <젊은 사내야!> 청풍을 보는 마을 사람들의 눈이 심상치 않고

마을 입구에 세워져 있는 큰 바위. 그 바위에 <史家村>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청풍; [사가촌(史家村)이라...] 바위를 보며 마을로 걸어 들어가고

마을 중간쯤에 객잔이 있는 게 보인다. 오가던 마을 사람들과 길 거리 좌우의 가게에서 사람들이 청풍을 보고 있다.

청풍; [다행히 이 마을에는 객잔이 있군.] 죽립을 들어 객잔쪽을 보며 웃고.

청풍; [덕분에 오늘밤은 노숙을 하지 않아도 되겠어.] 객잔쪽으로 가고

길 가던 사람들이나 가게에서 내다보고 있던 사람들은 청풍과 시선이 부딪히면 기겁하며 시선을 피하고. 전부 나이 든 남자들이거나 여자들이다.

피식 웃으며 객잔으로 가는 청풍. 객잔에서 내다보던 나이 든 점원들도 움찔 놀라는 기색이고

[어... 어서 옵쇼!] 억지로 웃으며 인사하는 점원들 중 한명. 점원들도 다 나이가 들었다. 젊은 점원이 아닌 점 주의

청풍; [식사와 숙박이 가능하겠지?] 물으며 들어가고

점원; [물... 물론입죠!]

점원; [저희 객잔은 근방에 음식 맛 좋기로 이름이 나있을 뿐 아니라 객실도 조용하고 깨끗하니 마음에 드실 것입니다요.] 과장되게 웃으며 청풍을 안으로 안내하고. 헌데

 

골목에 숨듯이 서서 객잔으로 들어가는 청풍을 보는 두 명의 사내. 좋은 옷을 입은 뚱뚱한 노인과 교활한 인상의 집사 분위기의 노인이다.

촌장; [다행이로구만. 정말 다행이야.] 소매로 땀을 닦고

촌장; [오늘이 보름인데도 제물을 마련하지 못해서 큰일이었거늘...] 청풍이 객잔으로 들어가는 걸 보며 안도하고. 객잔 입구에서는 다른 점원이 촌장과 집사쪽을 향해 굽신한다.

집사; [그... 그러게 말입니다요 촌장님!] 역시 한 시름 놓은 표정. 손을 들어 점원의 인사에 답하면서

집사; [소문이 하도 흉흉하게 나서 제물을 구하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요.]

집사; [심지어 대도시인 항주(杭州)에서도 밤만 되면 젊은 사내놈들은 그림자조차 볼 수 없을 지경이 되었습지요.]

촌장; [젊은 것들이 백명 넘게 실종되었으니 그럴만도 하지.]

집사; [다른 곳은 몰라도 항주 일대에서는 젊은 계집들은 밤에 활개 치며 돌아다니지만 젊은 사내는 눈 씻고도 볼 수가 없는 실정입지요.]

집사; [그래서 스무살 안팍의 사내놈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려워졌습니다요.] 땀을 닦으며

촌장; [황(黃)집사!] [우리 마을과 인신매매의 계약을 한 흑수방(黑手幇)의 불한당들로부터는 연락이 없지?] 땀을 닦으며

집사; [예!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 걸 보면 마땅한 젊은 놈을 구하지 못한 게 분명합니다요.] 눈치 보며

촌장; [흑수방에서 자정까지 제물을 데려오지 않으면 가엾은 어린 것들이 열명이나 죽어나갈 판이었는데...]

촌장; [제물이 될 놈이 제 발로 찾아와주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집사; [그러게나 말입니다.]

촌장; [다만 행색이 무림인 같은 게 마음에 걸리는군.] 객잔쪽을 보며

촌장; [낌새를 채고 난동을 부리거나 도망치면 믄일인데...]

집사; [동삼낭(桐三娘)의 솜씨를 믿어보십쇼.]

집사; [제 아무리 무공이 뛰어나다 해도 동삼낭의 손에 걸려들면 꼼짝없이 고주망태가 되어버릴 것입니다요.] 땀을 닦으며 웃고

 

#10>

객잔 내부. 점원의 안내를 받아 들어서는 청풍. 몇 명의 손님이 음식을 먹다가 돌아보는데 전부 나이 든 사내들뿐이다.

점원; [이쪽...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가게 중앙의 넓은 자리를 권하고. 탁자에 주전자와 찻잔이 마련되어 있다

청풍; [고맙네.] 앉으며 죽립을 벗고

점원; [식사만 하시겠습니까? 반주도 드시겠습니까?] 수건으로 탁자를 닦으며 눈치 보고

청풍; [노독도 풀 겸 한 잔 해야지.] [몇 가지 요리에다가 이집에서 자랑할만한 술을 같이 준비해줘.]

점원; [예예! 잠시만 기다리십쇼.] 굽신

서둘러 주방쪽으로 가는 점원. 주방에서도 나이 든 주방장이 내다보고 있다. 객잔 안의 다른 손님들도 청풍을 할끔거리고

청풍; [참 이상한 마을이야.] [젊은 사내들은 한명도 안 보이고...] 찻잔과 주전자를 집어들고

움찔! 하며 급히 시선을 피하는 다른 자리의 손님들

청풍; [하긴 항주가 멀지 않으니 젊은 것들이 이런 산골짝에 처박혀 있고 싶겠어?] 쪼르르 엽차를 따르며 웃고

안도하는 손님들

청풍; [나 같아도 항주로 도망가고 말지.] 웃으며 찻잔을 집어 들어 입으로 가져가고

<눈치 챈 것같진 않지?> <아직까진 그런 것 같네.> <오늘이 보름이야!> <더 이상은 기회가 없을 것같으니 실패하면 안돼.> 손님들 자기들 끼리 속삭이고

웃으며 차를 마시는 청풍. 그때

[실례하겠어요 손님!] 여자가 쟁반을 들고 다가오고. 쟁반에는 술병과 술잔 두개, 안주등이 얹혀져 있다.

동삼낭; [음식이 준비되는 데 시간이 걸려서 술부터 내왔사옵니다.] 요염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여자. 나이는 서른 살 가량. 엄청난 글래머에 달라붙는 옷을 입었다. 치마의 옆이 터져서 허벅지와 종아리가 드러나 보인다. 저고리도 깊이 파여 탱탱한 젖가슴의 일부가 드러나 보인다. 얼굴은 마릴린 몬로같은 분위기. 퇴폐적이면서도 도발적인 인상. 전형적인 작부나 기녀로 묘사. 한번 나오고 말 캐릭터지만 나름대로 매력있게 묘사. 이름은 동삼낭으로 객잔의 주인이다

동삼낭; [천녀는 이 가계를 운영하고 있는 계집으로 동삼낭이라 하옵니다.] 술병을 탁자에 내려놓으면서 추파를 보내고

청풍; [여자 몸으로 객잔을 꾸려가다니... 보기 드문 여장부시구만.] 동삼낭이 안주도 내려놓는 걸 보며 웃고

동삼낭; [이 가게는 남편으로부터 물려받았답니다.] 술잔도 내려놓고

동삼낭; [남겨진 토끼같은 새끼들 키우려고 악착같이 꾸려가고 있지요.] 쟁반은 옆의 탁자에 내려놓고

청풍; [저런...] 놀라는 시늉

청풍; [이제 보니 자식 딸린 청상(靑孀;젊은 과부)이셨군. 고생이 많으시겠소이다.] 포권하는 시늉하고

동삼낭; [자상하신 위로의 말씀, 고마워요.] 청풍과 마주 앉으며 술병을 잡고

동삼안; [보답하는 의미로 한잔 올리겠어요.] 술병을 두 손으로 내밀며 배시시 웃고

 

#11>

밤이 깊어졌다. 하늘에는 보름달이 떠있다.

마을의 건물들에는 여전히 불이 켜졌고. 객잔에는 등이 내걸렸다. 헌데. 건물과 골목마다 사람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객잔을 보고 있다.

촌장과 집사는 객잔 건너편 골목에 있다. 촌장은 의자에 앉아있고 집사는 그 뒤에 서있다. 골목 밖 거리에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고. 그러던 어느 순간

객잔에서 나오는 점원. 청풍을 안내한 점원. 객잔 안을 돌아보며. 그러자

촌장; [어찌... 어찌 되었는가?] 건너편 골목에서 서둘러 나오며 묻고

점원; [촌장님!] 인사하고

촌장; [그자는 해치웠는가?]

점원; [직접 들어가서 보시지요.] 옆으로 물러서고

촌장; [그럼세.]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고

객잔 내부. 중앙 탁자에 청풍이 엎어져 있다. 그 앞에 동삼낭이 역시 술이 좀 된 모습으로 앉아서 보고 있는데 심란한 표정이고. 탁자 주변에는 빈 술병이 여러 개 놓여있다. 좀 떨어진 곳에 점원들과 주방장들이 모여서서 보고 있다

서둘러 들어오는 촌장과 집사

촌장; [성공했구만!] 땀을 닦으며 안도하고

동삼낭; [촌장님...] 일어나려 하고. 비틀

촌장; [괜잖아. 앉아있어!] 일어나지 말라고 하며 다가오고. 다시 앉는 동삼낭

촌장; [이번에도 제대로 해치웠구만. 역시 동삼낭의 사람 후리는 솜씨는 믿을만해.] 쓰러진 청풍을 살펴보면서 말하고

동삼낭;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 술에 미혼약(迷魂藥)을 아주 약하게 탔어요.] 건너편의 청풍을 보며 좀 심란한 표정

동삼낭; [그 때문에 거의 한말 이상을 마시게 해서야 인사불성으로 만들 수 있었네요.]

집사; [동삼낭도 같이 마셨을 텐데 괜잖은가?] 괌심 보이고. 촌장은 청풍을 살펴보고 있고

동삼낭; [전 해약을 미리 먹어둬서 중독당하진 않았어요.]

집사; [역시 동삼낭은 주도면밀하구만.]

촌장; [자정이 멀지 않았다.] [늦기 전에 서시묘(西施墓)로 제물을 가져가야하니 서둘러라.] 점원들에게 말하고. 입구쪽에 점원과 마을 사람들이 모여있다

[예 촌장님!] [서두르세!] 우르르 몰려들어오는 점원과 마을 사람들

곤드레가 된 청풍을 양쪽에서 잡아 일으켜서

객점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점원과 사람들. 촌장과 집사도 따라 나가고. 이제 객잔 안에는 동삼남만 남고

동삼낭; (이청풍이라고 했지.) 밖으로 끌려나가는 청풍을 보며 한숨

동삼낭; (아무쪼록 이 죄많은 계집을 용서해주세요.) 두손 모아 비는 시늉

<하지만 아직 어린 내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럴 수밖에 없답니다.> 밖으로 끌려 나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동삼낭의 기원. 객잔 밖에는 마을 사람들이 많이 몰려와있고 사내들은 횃불도 들고 있는데. 뚜껑 없는 가마가 한 대 마련되어 있다.

 

#12>

아주 깊은 밤. 보름달이 중천에 떠있고

깊은 산중. 우우우! 어디선가 늑대 우는 소리가 들리고

깊은 계곡. 그곳으로 일단의 무리들이 움직이고 있다. 횃불과 등을 든 사람들이 이십여명 움직이고 있다.

앞 뒤로 등과 횃불을 든 사내들이 걸어가고 가운데에는 가마가 한 대 간다. 네명의 사내가 든 뚜껑없는 가마에 청풍이 인사불성이 되어 누워있다. 죽립은 쓰지 않고 망토만 두른 모습이고. 촌장과 집사는 가마를 따라간다. 모두 겁에 질리고 긴장된 모습

계곡 안에는 수많은 비석과 조각상들이 있다. 조각상들은 왕릉에 세워진 문관석과 무관석. 각가지 짐승들의 조각상도 있다.

그 비석과 조각상들 사이를 지나는 가마 일행

곧 계곡 끝에 이르는 일행

그곳에 동굴이 하나 있다. 천연의 동굴을 다듬어 만든 일종의 무덤. 입구에 건물 같은 조각이 되어 있고 동굴 입구 위쪽에는 <西施墓>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촌장; (서시묘...) 다가오는 동굴 입구를 보고

촌장; (춘추전국시대의 전설적인 미녀 서시(西施)가 묻혀있다는 무덤...)

촌장; (저 안에 묻혀있는 게 정말 서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무덤에 손을 댄 자는 족족 비명횡사해서 감히 확인해볼 용기를 내는 자가 없어서...)

촌장; (분명한 것은 이 무덤의 주인이 저주와 재앙을 내릴 수 있는 힘을 지녔다는 사실이다.) 겁에 질린 표정

<매달 한 번씩 열다섯 살에서 스물다섯 살 사이의 젊은 사내를 제물로 바치지 않으면 우리 사가촌의 어린 아이들을 열명 이상씩 죽어나가게 만들었을 정도로...> 동굴로 들어가는 가마 일행을 배경으로 촌장의 생각 나레이션. 사람들 극도로 긴장한 모습이고.

 

#13>

동굴 내부. 화려한 무덤. 사방에 그림과 조각. 중앙에는 단상이 있고 단상에는 육중한 석관이 하나 놓여있다. 석관 앞에는 제단과 향로도 있고

동굴로 들어서는 가마 일행

촌장; [조심... 조심해서 모셔라!] 겁에 질려 관쪽을 보며 말하고

[예...] 사람들이 가마를 제단 앞에 내려놓고.

그 사이에 촌장은 횃불에 굵은 향 뭉치를 대어 불을 붙이고

불이 붙은 향 뭉치를 들고 향로로 가는 촌장.

사람들은 그 뒤에서 무릎 꿇고

향을 향로에 꽂는 촌장. 이어

향로 앞에 무릎을 꿇는 촌장

촌장; [사가촌의 촌장 사사명(史史明)이 서시의 혼령께 고하나이다.] 절하면서 말하고

촌장; [이번 달에도 제물을 준비하여 비치오니 아무쪼록 흠향하시고 저희 마을에 수복(壽福)을 내려주시옵소서.] 절하고. 다른 사람들도 절하고. 그러자

<수고했다 촌장!> 어디선가 말 소리가 들리더니

<너희들의 갸륵한 정성을 받아들이도록 하마!> 슈우! 석관 위로 유령이 나타난다. 절세미녀. 반투명하고 하늘거리는 옷을 입었다. 배교 교주였던 십면혈신 용백의 후처인 야차희 우유라의 모습이다.

(히익!) (나... 나왔다!) (서시묘의 주인이다!) 촌장 일행 공포에 질려 납작 엎드리고

야차희; <너희들의 정성과 노력을 감안하여 앞으로 한달 동안 사가촌을 지켜주겠노라.> 석관 위에 둥둥 뜬 채 말하고

야차희; <어떤 요사한 것들도 너희 마을을 침범하지 못할 것이며 병드는 자, 다치는 자도 없게 될 것이다.,>

촌장; [감사... 감사합니다 서시님!] 절하고

야차희; <앞으로 열두번이다!> <일년만 더 매달 보름에 제물을 바치면 본녀가 사가촌에 큰 축복을 내리겠다.>

야차희; <부귀영화와 불로장생을 보상으로 받게 될 테니 본녀에게 제물을 바치는 일을 거르지 않도록 하라!>

촌장; [명심... 명심하겠습니다.] 연신 절하고. 다른 사람들도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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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다시 은행나무. 해가 서쪽 하늘로 떨어지기 직전이다.

서문숙; [받아라! 이제 이것은 네것이다!] 책을 권완에게 건네주고. 서문숙 앞에 서있던 권완이 두 손으로 공손히 받는다. 공손대낭도 그 옆에 서있고

서문숙; [혹시 앞으로 의문에 부딪히게 되면 노부의 이 말을 기억하거라.] [세상의 이치는 다만 예순을 넘을 뿐, 일흔은 되지 못한다.]

서문숙; [두루 살펴보면 어떤 의문이든 그 안에서 다 풀 수 있을 것이다.]

권완; [명심하겠습니다.]

서문숙; [조화는 방해할 수 있을 뿐 깨뜨릴 수는 없다.] [하지만 술법은 얼마든지 깨뜨릴 수 있고 깨뜨려질 수있음도 잊지마라.]

서문숙; [저기 있는 저놈처럼 마음이 강철같은 사람이라면 어떤 술법도 그 앞에서 버티기가 어려울 것이다.]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누워있는 청풍을 돌아보고. 공손대낭도 돌아보지만 겁에 질린 표정이고

서문숙; [이런 즉, 너는 술법을 펼칠 때 무엇에든 마음이 눌리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신기막측한 술법이라도 마음이 흔들리면 절로 다 깨어지는 법이므로....]

권완; [부족하고 어린 제가 노야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나 않을지 두렵습니다.]

서문숙; [그렇지 않다. 너는 노부의 분에 넘치는 제자였다.] 말하며 공손대낭을 보고.

서문숙; [이제 때가 되었소! 함께 갑시다 대낭!] 팔을 벌리고

공손대낭; [오늘 헤어지면 우리는 언제 다시 이 세상에서 상봉하게 될지요?] 울면서 죄대로 올라가고

서문숙; [아마도 사백년 후, 서호(西湖)에 가을 무지개가 뜨는 날 그대는 다시 나를 보게 될 것이오!] 말하며 팔을 벌리고

공손대낭; [사백년.... 제게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군요.] [기꺼이 기다리겠어요!] 눈물 어린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서문숙의 몸에 안기고. 순간

슈욱! 공손대낭의 몸이 서문숙의 몸으로 스며들어가고

권완; (승천하는 노야의 신(神)에 대낭의 정(精)이 섞이는구나!) 합장하고

서문숙; [이제 노부는 죽는다. 너는 법기로 스스로를 보호하도록 해라.]

권완; [제가 다시 노야를 뵈올 수 있을지요?]

서문숙; [노부의 정과 혼은 당분간 이 신행목에 머물 것이다.]

서문숙; [지극한 마음으로 찾으면 목신(木神)이 된 노부를 볼 수 있을 터...!] 말하며 손가락을 세워 토실의 천장을 가리킨다.

슈욱! 직후 공손대낭의 몸이 완전히 서문숙의 몸 속으로 스며들어 가고

슈우! 천장을 가리킨 서문숙의 손가락에서 아지랑이같은 것이 피어올라 위로 올라간다

슥! 서문숙의 고개가 떨궈지고

권완; (돌아가셨구나!) 깨닫고 무릎을 꿇는다

권완; (천지신명이시여! 이 한쌍을 용납하고 보우하소서!) 좌대 위에 좌화한 서문숙의 시신을 향해 엎드려 절한다

 

#102>

밖에서 본 은행나무. 때는 황혼무렵

한 줄기 빛이 은행나무에서 치솟더니 붉은 노을 속으로 사라진다.

뒤이어 이른 저녁 하늘을 밝은 별 하나가 가로지르더니 산너머로 사라진다.

 

#103>

노을 속에 강물을 떠가는 배 한척.

[!] 그 배의 갑판에 놓인 의자에 앉아있다가 눈 부릅 권일해. 권일해 앞에는 사마이극, 차불노, 부도신궁 양홍경이 앉아있다가 그런 권일해를 보며 흠칫한다. 그들이 둘러앉은 탁자에는 지도가 몇 장 널려있고

급히 고개를 드는 권일해

한쪽에 웅크리고 앉아 졸고 있던 천년호도 흠칫하며 눈을 뜨고

슈우! 노을이 아직 남아있는 서쪽 하늘을 가르며 한줄기 유성이 떨어지고

권일해; [아!] 탄식하며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고. 다른 사람들 흠칫

야옹! 천년호도 일어나고

사마이극; [대원수! 무슨 일이신지요?]

권일해; [그분이... 그분이 마침내 가셨구려.] 주르르! 눈물을 흘리고

[서문원수께서!] 놀라 눈 부릅뜨는 세 사람. 벌떡 일어난다

양홍경; [노야!] 울부짖으며 별이 떨어진 쪽으로 엎드리며 울고.

권일해와 사마이극, 차불노도 침통한 표정으로 하늘에 대고 포권을 하고

천년호도 별이 떨어진 곳으로 고개를 숙인다.

권일해; [난릉왕도 그분이 가셨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오.]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는 손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난릉왕의 발 밑에 엎드릴 수밖에 없소.] 천년호를 안아들고

사마이극; [대원수께선 속히 군기(軍旗)와 부월(斧鉞)을 가져오십시오.] [사마이극, 비록 부족한 사람이오만 대원수께서 군기와 부월을 가지고 돌아오실 때까지 힘을 다해 싸우겠소이다.]

권일해; [고맙소 사마가주!] 끄덕이고

권일해; [난릉왕이 다시 힘을 찾기 전에 돌아오겠소!] 휘익! 천년호를 안고 날아올라

강을 건너 사라지는 권일해

사마이극; (서문원수께서 돌아가셨지만 정세는 오히려 난릉왕에게 불리해졌다고 할 수 있다!) 멀어지는 권일해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하고

사마이극; (위대하신 제왕의 신하들과 장군들은 십대수호가문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마이극; (십대수호가문은 그저 드러난 신하들일 뿐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원수의 명을 기다리는 장수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다.)

사마이극; (심지어 역대 원수들께서도 얼마나 많은 위대하신 제왕의 신하들이 세상에 퍼져 있는지 알지 못했다.)

사마이극; (다만 대원수의 기치(旗幟)가 높이 들려지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장수들이 구름같이 일어나 달려온다는 것만을 알 뿐....!)

<난릉왕은 원수함과 함께 대원수의 전통을 끊어놓지 못함으로써 사실상 패배한 것이다!> 사마이극등을 태운 배가 멀어진다.

 

#104>

황혼 무렵. 하늘에 구름이 많이 끼었다.

어느 산중의 다 허물어져 가는 낡은 절

그 절 앞으로 걸어오는 세 사람. 공자무와 구령. 유모

구령; [곧 비가 올 것같군요.] 먹장구름이 덮인 하늘을 보고

구령; [아직 백리도 못 왔지만 오늘 밤은 여기서 보내야겠어요. 밤길을 걷다가 비를 맞긴 싫어요.] 절로 들어가고

공자무; [그러자꾸나.] 따라 들어간다

절의 대웅전으로 들어가는 구령. 부서지고 금박이 벗겨진 불상들과 부서진 불단들이 어지럽게 널린 내부.

구령; [지붕은 성하니 비는 피할 수 있겠어요!] 천장을 올려다보고. 천장은 성하다.

유모가 서둘러 대웅전 끝쪽의 바닥에 그물을 편다. 물같이 흐르는 그물이 바닥에 깔리고 구령; [유모! 불 좀 피워줘! 밤이 되면 제법 쌀쌀할 거야!] 그물 위에 앉고

유모; [예 아가씨! 땔감을 모아 오겠습니다!] 대답하고

서둘러 나가는 유모. 표정이 어둡다.

그런 유모를 유심히 보는 공자무

구령; [왜 그러세요?] 검을 뽑아 옆에 놓으며

공자무; [아니다. 유모의 발걸음이 어지럽구나.] 구령 옆에 앉고

구령; [어찌 안 그러겠어요?] [절 따라 나선 길은 죽음의 길로 들어선 것이나 다름없는데....!] 말하다가 흠칫

공자무의 가슴에 두른 붕대가 피로 젖었다

구령; [상처가 도졌군요. 이리 누우세요 오라버니!] 공자무를 부축해서 바닥에 누이고

공자무; [혈정 만칠태의 대못은 확실히 다르구나. 상처가 아물 생각을 하질 않으니...!] 웃으며 눕고

구령; [저로 하여금 오라버니의 피를 보게 했으니 만칠태는 제놈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도 보게 될 거예요!] 공자무의 옷을 젖히며 이를 바득 갈고

 

바깥의 풍경을 보여주고. 하늘에는 먹장구름이 점점 더 짙어진다

절의 대웅전 바닥에 나란히 누운 공자무와 구령. 구령이 공자무의 팔을 베고 있다. 공자무의 옷은 다시 여며진 상태고

구령; [아직도 꿈만 같아요. 이렇게 오라버니의 팔을 베고 누울 수 있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수줍고

말없이 웃으며 구령의 등을 쓰다듬고.

구령; [오라버니는 무슨 생각 하세요?]

공자무; [세월이 덧없고 인생이 무상하다는 생각….]

구령; [그러고 보니 우리도 어느덧 살아온 날을 회고할 나이가 되었네요.] 한숨

공자무; [그래도 살 날은 아직 아득하다. 부디 네 몸을 함부로 험한 곳에 내놓지 말거라.]

구령은 쓸쓸하게 웃고

공자무; [그나저나 유모가 늦는구나.] 문간을 흘깃 보고

공자무; [다른 건물에서 기둥이나 서까래를 빼 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닌데....!]

구령;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에요.] 찡그리며 고개를 들고

공자무; [추적자들이 그새 따라붙은 것 같으냐?]

구령; [우리가 이곳으로 온 것을 아는 자는 없는데....!]

구령; [그렇다고 해도 유모가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는 다른 이유를 생각해낼 수가 없군요.] 한숨 쉬며 일어나고

구령; [유모가 대단한 고수긴 해도 혈목재 서열 십위 안의 고수나 천사련의 구천사등과 만났다면 죽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 가늘고 긴 검을 집어들고.

공자무; [마도무림이야 그렇다 쳐도 암흑철수와는 관련도 없는 천사련의 인간들까지 내게 억하심정을 품은 이유를 모르겠구나!] 한숨 쉬고. 그때

<그거야 나도 모르지!> 갑자기 천장에서 음성이 들리더니

<난 그냥 당신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을 뿐이오 공장주!> 슈욱! 천장에서 물방울이 맺히듯이 사람의 형상이 스며나오더니

휘익! 소리없이 구령과 공자무의 3-4미터 앞쪽으로 뛰어내리는 인물. 얼룩말 무늬같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키가 2미터는 될 정도 크고 말 같이 긴 얼굴에 광대뼈가 툭툭 튀어나와 있었으며, 눈은 동그랗고 머리카락은 듬성듬성 빠져 몇 올 남아있지 않다. 나이는 공자무와 비슷하거나 많은 정도. 이자가 천사련 구천사 중의 혈정 만칠태

공자무; [하하하! 살수들 틈에 숨어 있다가 내 가슴에 못질을 하고 달아났던 친구로군!] 천천히 일어나 앉으며 웃고

구령; [혈정(血釘) 만칠태(曼七颱)!] 검을 들고 일어서고. 하지만 혈정은 구령이 누군지 아직 알아보지 못하고 공자무만 본다

혈정; [흐흐흐! 제법 명줄이 길다만.... 이제 그만 목을 내놔야겠소 공장주!]

공자무; [내 목숨을 살 만큼 지불할 것이 귀하한테 있는지 모르겠군.] 웃고

혈정; [내 혈정에는 학정홍(鶴頂紅)이 묻어있다. 해독약이 없는 극독이지.] 살벌하게 웃고

공자무; [그랬군, 덕분에 별로 아프지도 않았어.] 붕대로 감싼 가슴을 어루만지고

혈정; [공자무! 장사꾼이면 장사꾼답게 굴 것이지 무림의 일에 너무 깊이 끼어들었다!] 말하며 양손을 움켜잡았다가 편다

순간 그자의 손가락 사이사이에 어느덧 굵은 못들이 끼워져 있다. 공자무의 가슴에 박혔던 혈정이다.

구령; [혈정 만칠태! 만마천과 거래가 있었느냐?] 검을 왼손에 들고 혈정 만칠태 앞으로 걸어가고

혈정; [혈정 만칠태? 크카카카!] 어이없어 웃고

혈정; [새파란 계집이 감히 본좌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다니...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구령; [만마천과 거래가 있었는지 물었다!] 오른손을 왼손에 든 검의 손잡이를 잡고

슈우! 구령의 몸에서 칙칙한 살기가 안개처럼 퍼지고

혈정; [헉!] 기겁하며 펄쩍 뛰어 입구쪽으로 물러선다.

혈정; (숨... 숨통을 조이는 듯한 살기!) (련주도 이 정도는 아닌데....!) 눈 부릅뜨고 식은땀 흘리며 양손 손가락에 낀 대못들로 앞을 가린다

온몸에서 촉수같은 살기를 일으키며 천천히 다가오는 구령

혈정; [너.... 넌 누구냐?] 비지땀을 흘리고

구령; [혈목재 서열 일위가 바로 본녀다!] 차갑게 말하며 다가온다. 오른손은 검 손잡이를 가볍게 잡은 자세로

혈정; [마... 마서시 구령!] 경악하고

구령; [대답하지 않으면 벤다.]

혈정; [클클클! 그대가... 그대가 바로 스무살 이전에 극마지경(極魔之境)에 이르렀다는 혈목재의 전설 마서시였군.] 억지로 웃으며 뒷걸음질. 거의 문간에 이르렀다.

혈정; [본좌가 그대를 못 알아본 것은 실례였소만…!] 말하다가 눈 부릅, 스악! 무언가가 목을 스친다. 직후

푸학! 혈정의 목에서 옆으로 피가 분수처럼 확 뿜어진다. 목이 이미 반 넘게 베어졌다

혈정; [큭!] 잘라진 목을 움켜잡고

이미 검을 다시 검집에 꽂고 있는 구령

혈정; [마... 마존지검 천궁!] [이런 말도 안되는...!] 목을 움켜잡고 비틀 거리다가

퍼억! 다음 순간 문 밖으로 나뒹구는 혈정 만칠태의 시체. 목이 반 넘게 베어져 덜렁거리고 베어진 상처에서 피가 축축 거리며 뿜어진다.

한숨 쉬는 공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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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무산> 무산의 모습. 낮

<-신선부> 신선부의 파괴된 모습. 수많은 건물들이 들어차 있던 분지 대분이 거대한 호수가 되어 있다. 외곽의 건물들 몇 채만이 부서지고 쓰러진 채 남아있고. 호수 중간에는 육층탑의 윗부분이 비스듬히 기울어진 채 서있다. 호수의 물은 검은 색이고

지지지! 돌연 호수 위 허공에 벼락이 원형으로 휘돌더니

쿵! 그 벼락 속에 공간이동 하듯 나타나는 인물. 위진천이다. 청풍의 쌍둥이 동생. 물론 모습은 다르다. 청풍처럼 죽립을 썼고 검은색의 망토를 두르고 있다. 청풍의 망토와 다른 점은 모자가 달려있다는 점이다.

위진천; [여기가 천외사천중 신선부의 폐허...] 허공에 뜬 채 둘러보고

위진천; [헌데 이상하군. 정말 이상해.] 찡그리고

위진천; [분명 처음 와보는 곳인데 익숙한 듯이 느껴지는 이 기시감(旣視感)은 어째서인가?] 찡그리며 주변 둘러보고

호수에 기운 채 잠겨 있는 탑의 윗부분

위진천; (물 밖으로 나와 있는 저 탑도 분명 본 기억이 있는 것같고...) 찡그리고.

위진천; (마교의 후손인 나 위진천(威振天)이 마교의 숙적인 신선부와 인연이 있을 리는 없는데...) 생각하고. 그러다가

위진천; [쓸데없는 감상에 잠겨있을 때가 아니다.] 심호흡

위진천; [아버지가 분부하신 일의 처리에 집중해야만 한다.] 지잉! 투명한 방어막에 덮이고. 그러면서 아버지로 알고 있는 위극겸이 한 말을 떠올리는 위진천

 

위극겸; [얼마 전부터 이계(異界)에서 새로이 유입된 이매망량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어두운 방. 탁자 위에 놓인 물이 담긴 대야를 사이에 두고 위진천에게 말하던 위극겸의 모습. 대야는 다른 작품에 나온 <천리수경>이다. 위극겸도 위진천처럼 모자가 달린 두꺼운 망토를 두르고 있다. 위진천도 위극겸도 죽립은 쓰고 있지 않다.

위극겸; [가능성은 단 하나!] [신선부가 궤멸당할 때 생겼던 음양계의 틈새가 다시 닫혔을 것이다.]

위극겸; [아비는 극천성마대법(剋天聖魔大法)의 수련이 막바지 단계라 움직일 수 없으니 네가 신선부의 폐허로 가서 음양계의 상태를 살피고 와라.] 강렬한 눈빛

회상 끝

 

위진천; (아버지의 말씀은 아마 사실일 것이다.) 슈우! 투명한 방어막에 덮인 채 수면을 향해 내려가고

위진천; (문제는 배교와 신선부가 멸문을 당하고 천산신궁은 봉문을 한 상태에서 누가 음양계의 틈새를 막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촤아! 위진천의 몸을 덮은 방어막의 아랫 부분이 수면에 닿는다.

위진천; (당금 천하에서 벌어진 음양계의 틈새를 메워버릴 수 있는 능력자는 마교의 교주이신 아버지뿐인데...) 수우! 수면 아래로 잠겨가면서 생각하고

위진천; (어쩌면 배교나 신선부의 수뇌부 중 살아있는 자가 있을 수도 있다.) 거대한 물방울처럼 물속으로 완전히 잠기는 위진천

위진천; (그게 누구든 봉신방의 폐허에 내려가면 단서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슈우! 호수 아래로 내려가는 위진천

 

#6>

슈우. 검은색의 물속으로 깊이 내려가는 투명한 방어막에 덮인 위진천. 검은 빛을 띤 물속에는 신선부의 건물들이 부서지거나 온전한 모습을 한 채 수없이 잠겨있다. 비스듬히 기운 건물들도 많고. 그 기운 건물들은 한결같은 방향으로 기울었다. 호수 바닥의 중앙. 탑이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 아래쪽이다

위진천; (호수의 바닥이 거대한 사발 형태를 이루고 있다.) 탑의 아래쪽인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가며 생각하고

위진천; (그렇다는 건 가장 깊은 곳에 봉신방의 폐허가 있다는 뜻이다.) 비스듬히 기운 탑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탑의 기단이 기운 채 묻혀있는 그곳에 시커먼 구멍이 있다. 직경 수십미터의 상당히 큰 구멍. 헌데

쿠오오! 그 검은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칙칙한 기운

위진천; (탑 아래쪽의 저 검은 구멍...) 구멍을 내려다보며 내려가고

<이질적이면서도 무시무시한 영기(靈氣)가 느껴진다!> 츠츠츠! 구멍에서 무언가 칙칙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분위기

위진천; (음양계를 막고 있던 봉신방의 유적이 저 아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방어막에 덮인 채 건은 구멍으로 내려가고

 

슈우! 위쪽의 구멍으로 내려오는 위진천. 헌데 구멍 아래쪽 바닥에는 마법진이 펼쳐져 있다. 십구 년 전 이무외가 육합존자에게 기습을 당하는 과정에서 무너지고 훼손되었던 마법진이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는 것이다. 여기저기 금이 가있긴 하지만 완전한 마법진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무외가 쌍둥이 아들을 누이고 주문을 외우던 시절과 똑같다. 다른 점은 중앙에 서있던 유리같은 재질의 거대한 바위가 없단 점이다. 대신 바위가 터지고 남은 뿌리 부분이 마법진 중앙에 놓여있다.

위진천; (봉신방!) 눈 번뜩이며 아래를 내려다보고

<아버지의 말씀대로 봉신방이 복구되어 벌어져 있던 음양계의 틈새가 메워져있다.> 슈우! 마법진 외곽으로 내려서고

위진천; (과연 누구의 솜씨일까?)

위진천; (듣기로 봉신방은 철저하게 붕괴되었다고 했는데...)

위진천; (이렇게 감쪽같이 복구하는 게 인간의 능력으로 가능한 것일까?) 굳어진 표정으로 생각하고

 

#7>

호수를 밖에서 본 모습

슈우! 호수 깊은 곳에서 둥근 무언가 떠오르더니

펑! 호수에서 퉁겨지듯 치솟는 투명한 구슬 같은 것. 물론 위진천이 들어있는 방어막이다.

위진천; (봉신방이 완벽하게 복구되었다는 걸 아버지가 아시면 근심이 크시겠구나.) 허공으로 떠오르며 생각하고

위진천; (막바지에 이른 극천성마대법만 끝내시면 천하의 주인이 될 거라 생각하고 계실 텐데...) + [!] 생각하다가 흠칫! 하는 위진천

허공으로 치솟는 투명한 방어막 속에서 한쪽을 보는 위진천

멀리 호수 외곽의 비교적 온전한 형태의 건물 지붕에 누가 서있다. 실루엣은 달라붙는 옷을 입은 여자다

휘익! 그 여자에게 날아가는 위진천. 방어막에 덮인 채.

크로즈 업. 여자. 얼굴에도 달라붙는 얇은 복면을 쓴 여자. 다른 작품의 백일몽 캐릭터. 이 작품에서도 이름은 백일몽.

휘익! 건물 한쪽 용마루에 내려서는 위진천. 그러자

백일몽; [속하 백일몸(白日夢)이 소교주님을 뵈옵니다.] 허리 숙이며 포권하고

위진천; [먼길 오느라 수고했다 백일몽.]

위진천; [생각보다 빨리 그자의 종적을 알아낸 모양이구나.]

백일몽; [예!] [퇴마신협은 양주(楊州) 근처에서 장강을 건넌 후 남하하고 있사옵니다.]

위진천; [그자의 목적지는 어디인 것 같으냐?]

백일몽; [지금으로서는 항주(杭州)쪽이 아닐까 싶사옵니다.]

위진천; [항주 쪽에 퇴마신협이란 자가 주목할 만한 일이 있느냐?] 눈 번뜩

백일몽; [항주 일대에서는 오래전부터 젊은 사내들이 꾸준히 실종되어왔사옵니다.]

위진천; [계집도 아니고 사내들이 실종되고 있다?]

백일몽; [지금까지 확인된 실종자의 숫자만 해도 백명에 육박한다 하옵니다.]

위진천; [확실히 무슨 일인가 벌어지고 있긴 하군.] 눈 번득

백일몽; [요괴나 귀신의 장난일 수도 있고...] [그래서 퇴마신협이 흥미를 보이고 있는 듯하옵니다.]

위진천; [인간이 아닌 것들에게는 껌벅 죽는 자이니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겠지.] 끄덕이고

백일몽; [소교주님께서 어찌하여 일개 퇴마사(退魔士)에게 관심을 보이시는지 속하는 아직 이해가 가질 않사옵니다.]

위진천; [지난 일 년여 동안 퇴마신협이 요괴들을 해치운 현장을 감식한 결과 그자가 사용하는 무공과 술법을 일부 알아내게 되었다.]

백일몽; [혹시!] 놀라고

위진천; [퇴마신협이란 자가 신선부의 술법을 알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끄덕이고

백일몽; [그럼 그자가 신선부의 잔당일 가능성이 높겠사옵니다.]

위진천; [그렇게만 볼 수도 없는 게...] 찡그리고

위진천; [퇴마신협이 구사하는 것은 비단 신선부의 것만이 아니다.] 고개 젓고

백일몽; [그럼...]

위진천; [놈은 우리 마교의 무공과 술법도 능숙하게 다루고 있다.]

백일몽; [어떻게 그런 일이...] [본교의 비전이 무단히 외부로 유출된 적이 없는데...] 놀라고

위진천;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내가 퇴마신협이라는 자를 만나봐야하는 것이다!] 강렬한 표정

위진천; [아버지에게 봉신방이 완전히 복구되었다고 말씀드려라!] 팟! 날아오르고

위진천; [나는 퇴마신협이라는 자를 만나보러 가겠다.] 말하며 멀어지는 위진천

백일몽; [존명!] 포권하고

멀리 사라지는 위진천

백일몽; (자질이 너무도 뛰어나 본교의 시조이신 천마(天魔)의 재래(在來)라 불리는 소교주님...) 홀린 표정으로 위진천의 뒷모습을 보고

<그래서 별호도 천마잠룡(天魔潛龍)인 위진천 공자님의 대에 우리 마교는 천하의 지배가 될 게 거의 확실하다.> 날아오는 위진천의 모습 배경으로 백일몽의 생각 나레이션

 

#8>

<-천산(天山)> 산봉우리마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거대한 산맥. 눈보라가 몰아친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깊은 계곡.

그 계곡 끝에 자리한 신전같은 건물들. 이국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건물들이다. 높은 탑도 하나 있고. 건물들 사이를 망토를 두르고 유목민들이 쓰는 털모자를 쓴 사람들이 오간다. 이 복장이 천산신궁 특유의 복장이다.

<-천산신궁(天山神宮)> 위 장면 크로즈 업 배경으로 나레이션

 

건물들 뒤편 절벽 하단의 동굴. 동굴 입구를 망토 속에 칼을 찬 네 명의 남녀가 지키고 있다. 세명은 건장한 중년 사내들이고 한명은 인상 좋은 서른살 가량의 미녀다. 동굴 입구에는 <萬流集成>이란 글이 새겨져 있다.

천연동굴에 사람의 손길이 가해진 동굴. 그곳을 걸어오는 두 명의 여자. 앞장 선 것은 여자 신관의 복장을 한 마흔 살 가량의 절세미녀. 청풍과 위진천의 어머니인 천산신녀 구숙정이다. <마고천장>등 다른 작품 <포숙정> 캐릭터. 절세미녀지만 좀 차갑고 도도한 인상이다. 그 뒤를 따라오는 건 20대 중반쯤인 훤칠한 미녀. 진상파다. 망토를 둘렀고 무기는 지니지 않고 있다.

구숙정; [천산은 험할 뿐 아니라 세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말하는 배경으로 나레이션. <-천산신궁 궁주 천산신녀(天山神女) 구숙정(具淑貞)>

구숙정; [나쁜 뜻을 품은 자들이 쳐들어오기도 힘들고 천산에서 세력을 키워 세상으로 나가기도 힘들다.]

구숙정; [그래서 강호 무림의 여러 문파들은 유사시를 대비하여 자신들의 절기를 천산에 보관하게 되었다.] 말하며 걸어가는 앞쪽에 철문이 있고. 철문 앞에는 두 명의 노인이 서있다가 고개를 숙인다.

구숙정; [절기만 남아있다면 문파나 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하더라도 다시 재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숙정; [구파일방을 비롯한 강호의 유수한 문파와 가문 대부분이 우리 천산신궁에 자신들의 비전을 맡기게 된 사연이다.] 그그긍! 앞쪽에서 노인들에 의해 철문이 열리고. 그 철문으로 다가가며 말하고

구숙정; [비전의 절기를 맡아주는 대가는 자유로운 열람과 수련이다.] 철문 안쪽으로 들어서고

구숙정; [덕분에 우리 천산신궁은 수많은 절세고수들을 배출하여 천외사천중 하나로 꼽힐 수있게 되었다.] 앞을 보며 말하고

쿵! 드넓은 지하광장. 5미터 이상의 높이인 책꽂이들이 수없이 많이 서있고 책꽂이마다 책과 죽간들이 가득 꽂혀있다.

진상파; (이게 다 무공비급...) 눈 번뜩. 배경으로 나레이션. <-천산신녀의 제자 도후(刀后) 진상파(陳詳波)>

<수천년 중원 무림의 역사가 고스란히 이곳에 보존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책꽂이 사이를 지나는 구숙정과 진상파를 배경으로 나레이션

구숙정; [구파일방을 비롯하여 우리 천산신궁에 비급을 맡긴 문파와 가문들은 정기적으로 강호정세를 보고해오고 있다.]

구숙정; [그 보고서에 의하면 얼마 전부터 신선부의 술법을 사용하는 자가 목격되고 있다고 한다.] 책꽂이 사이를 지나고. 책꽂이들의 뒤쪽에는 벽이 있고 그 벽에 수많은 무기들이 진열되어 있다. 벽 앞쪽에는 탁자도 여러 개 있고. 탁자 위에는 길쭉한 상자들이 죽 놓여있다.

진상파; [십구 년 전 신선부가 무너졌을 때 생존자들은 우리 천산신궁에서 모두 거두지 않았는지요?] 흠칫! 놀라고

구숙정; [그랬었지.]

구숙정; [하지만 신선부의 술법이 강호에서 발견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진상파; [어떤 자가 신선부의 술법을 알고 있는 것일까요?]

구숙정; [본명은 아무도 모르고 퇴마신협이라는 별호로만 불리는 자라는데...] 무기들이 진열된 벽쪽으로 가고

구숙정; [그자가 신선부의 술법을 쓴다는 것은 확실하다.] 탁자 하나 앞에서 멈춰서고

구숙정; [당장 그자를 잡아 족쳐서 신선부의 술법을 배운 경위를 알고 싶지만...] 상자 하라는 앞쪽으로 끌어당기고

구숙정; [사부는 천산신궁의 궁주라는 입장상 가벼이 움직일 수가 없다.] 달칵! 상자의 뚜껑을 열고. 긴장하며 보는 진상파

구숙정; [그러니 상파 네가 사부 대신 강호로 나가 퇴마신협이라는 자의 정체를 알아보도록 해라.] 상자 뚜껑을 옆에 내려놓고

쿵!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은 아라비아식의 언월도다. 길이가 1.5미터 정도로 길고 손잡이와 칼집에 아주 화려한 장식이 되어 있다.

구숙정; [이 칼은 세상 모든 칼들의 왕인 형천(衡天)이다.] 두 손으로 칼을 집어들고

구숙정; [하늘의 무게를 잰다(衡天)는 이름 그대로 베지 못하는 것이 없는 신도(神刀)란다.] 칼을 살펴보면서

구숙정; [이걸 갖고 강호로 나가서 퇴마신협이라는 자를 만나봐라.] 한손으로 칼을 내밀고

구숙정; [놈이 신선부와 인연이 있는 자라면 살려두되...] 진상파가 두 손으로 칼을 받는 것을 보며 말하고

구숙정; [몰래 훔쳐 배운 자라면 반드시 죽여 후환을 없이 하거라.] 강렬한 표정

 

눈보라를 뚫고 천산신궁을 떠나는 진상파. 망토만 둘렀고. 그 뒤를 망토를 두르고 털모자를 쓴 네명의 남녀. 동굴 입구를 지키고 있던 인물들이다.

다섯 사람 모두 눈 위를 걷지만 눈에 발자국이 나지는 않는다

진상파; (삼년만의 강호출도...) 눈 번뜩이고

진상파; (삼년 전 강호로 나갔던 것은 수련의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진상파; (일 년 간 무림의 내로라하는 고수들을 찾아 일천번의 대결을 했고 일천번을 모두 이길 수 있었다.)

진상파; (덕분에 도후(刀后)라는 과분한 이름을 얻었었는데...)

진상파; (이번 강호출도는 이름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부님의 은혜를 갚는 것이 목적이다.) 뒤를 곁눈질하고

높은 탑. 그 위에 누가 옷자락을 흩날리며 서있다.

크로즈 업. 바로 구숙정이다

진상파; (사부님...)

진상파; (천애고아인 날 거두어 제자로 삼아주신 은혜는 목숨으로도 갚을 수가 없다.)

진상파; (신선부의 술법을 쓰는 자라면 십구 년 전 실종된 사존(師尊;여자 스승의 남편)이나 두 분 아드님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진상파; (사부님의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퇴마신협이라는 자의 정체를 반드시 밝혀내야하는 이유다.) 강렬한 표정

 

탑 위에 서서 눈보라 속에 멀어지는 진상파 일행을 보고 있는 구숙정

구숙정; (비정하고 매몰찬 이무외, 그 인간의 생사는 관심없다.)

구숙정; (다만... <만귀의 주>를 봉인하는 데 이용된 가엾은 내 아들들의 생사만이 궁금할 뿐이다.)

구숙정; (부디 천지신명께서 나 구숙정을 가엾이 여겨 그 아이들을 보우하였기를 바랄 뿐이다.) 두 손을 모아 쥐고 하늘에 기원하는 모습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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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십구년후(十九年後)> 괭! 괭! 어둑한 관도. 징소리가 들리는데

횃불과 등을 들고 걸어오는 일단의 무리가 있다. 몇 명의 무사들이 등불과 횃불을 들고 앞장서고. 무사들 중 한명은 징을 치고 있다. 그 뒤를 상인들로 보이는 남녀들 십여명이 겁에 질려 따라온다. 여자들 중에는 배가 남산만한 임산부도 한명 있다. 남편인 듯한 여자와 나이 든 여자가 임산부를 양쪽에서 부축하고 있고. 맨 뒤에도 두 명의 무사가 따라온다.

무사1; [진보표국(珍寶鏢局)! 진보표국!] 괭! 괭! 징을 치며 걸어가고. 겁을 먹은 표정이고

무사1; [진보표국의 표행(鏢行)이오!] [녹림의 형제들에게 화친을 청하겠소!] 괭! 괭! 징을 치며 외치고

여자1; [정말... 정말 아무 일 없을까요?] 무사들 바로 뒤를 따라가는 여자가 겁에 질려 옆에 가는 남자에게 말하고. 방물장수 분위기의 여자. 이하의 대화를 배경으로고 괭! 괭! 하며 징소리가 들린다.

남자1; [걱정 마시오.] [아직 초저녁이고 강북에서도 이름난 표국인 진보표국의 표사들이 지켜주고 있지 않소?] 봇짐장사 분위기의 사내가 말하고. 억지로 웃지만 역시 겁에 질린 표정

남자1; [녹림의 산대왕(山大王;산적)들도 이름난 표국의 표행은 건드리지 않는 게 불문율이오.] [표국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혹독한 대가를 치루기 때문이오.]

남자1; [별탈없이 아주 어두워지기 전에 다음 마을에 도착할 수 있을 거요.]

여자1; [저... 저도 녹림의 산적들이 어지간해서는 표국의 행렬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어요.] 여전히 겁에 질린 표정

여자1; [하지만... 인간이 아닌 것들은 표국이건 뭐건 안중에도 없을 거 아니에요?] 겁에 질려 속삭이고

<인간이 아닌 것!> 주변 사람들의 얼굴도 겁에 질리고.

무사2; [어허!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앞서 가던 무사들 중 나이 든 중년무사가 돌아보며 눈을 흘긴다. 이 무사2가 무사들의 우두머리. 손에 횃불을 하나 들고 있다

무사2; [요즘 세상에 귀신이나 요괴같은 게 있을 리 없잖소.?] [괜히 말 지어내기 좋아하는 것들이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오.]

남자1; [하... 하지만 나도 얼마 전 가까운 지인에게 들은 게 있소.]

남자1; [몇몇이 함께 밤길을 가다가 이매망량인지 귀신인지를 만나 죽고 다친 인간이 나왔다고 하오.]

남자2; [언제부터인가 세상에 요괴들이 출몰하는 빈도가 높아졌다고 하던데...] 다른 자도 끼어들고. 사람들 겁에 질려 끄덕이고

무사2; [그만! 그만하시오!] 소리쳐서 사람들의 말을 막고

무사2; [난 지금까지 숱하게 밤길을 다녔지만 산적과 들짐승들 외에는 만나본 적이 없소!] 사람들을 윽박지르고

무사2; [정 겁이 나면 좀 더 빨리 걸으시오.] [앞으로 십리쯤만 더 가면 객잔이 있는 마을이 있소.] 다시 앞을 보고 걸어가며 퉁명하게 말하고

여자1; [이게 다 저 여자 때문이라구요.] 대열 중간쯤에 걸어오는 임산부를 흘겨보며 남자1에게 말하고

여자1; [갑자기 산통(産痛)이 느껴졌다고 반 시진 가까이 쉬는 바람에 날이 어두워졌잖아요.] 유원망하고

남자1; [산달 앞둔 임산부가 몸에 이상이 있다는 데 어쩌겠소?] [그렇다고 길가에 남겨두고 올 수도 없었고...]

여자1; [그렇긴 하지만...]

남자1; [표두 말대로라면 십리쯤 앞쪽에 마을이 있을 테니 힘을 냅시다.] 은근 슬쩍 여자의 어깨를 다독이고.

괭! 괭! [진보표국! 진보표국!] 괭! 괭! 그 사이에도 앞장 선 무사1이 징을 치며 걸어가고

무사2; (쓸데없는 소리라고 윽박지르긴 했지만...) 앞서 가는 무사1의 뒷모습 보며 긴장한 표정이 되고

무사2; (몇 년 전부터 이매망량이나 귀신을 보았다는 목격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내가 막 표국에 들어왔을 때는 가뭄에 콩 나듯 하는 게 귀신 소동이었는데...)

무사2; (마치 귀문(鬼門)이 갑자기 열려서 저승의 귀신과 요괴들이 세상으로 뛰쳐나온 것같은 분위기다.)

무사2; (실제로 우리 표국의 표사들 중에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에게 당한 희생자도 여럿 있고...)

무사2; (그나마 귀신이나 요괴들은 밤중에만 활동을 해서 낮에만 다니면 안전했었다.)

무사2; (그랬는데 일행에 끼어있는 임산부 때문에 밤길을 가게 되었다.)

무사2; (아무쪼록 다음 마을까지 아무 일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생각하는데

무사1; [진보...] 쾡! 징을 치다가 흠칫! 하며 앞을 보고

무사2; [왜 경고를 멈추는 거냐?] 눈 부라리며 무사1에게 다가가고

무사1; [누가... 앞에 누가 있습니다요.] 겁에 질려 징을 치던 북채로 앞을 가리키고

사람들 모두 놀라고 긴장해서 앞을 보는데

과연 길 중앙에 어떤 여자가 등을 보인 채 쭈그려 앉아있다. 무언가를 먹는 자세

무사2; (여자?) 긴장하며 앞으로 조심스럽게 나간다. 무사1이 따라가고. 다른 사람들은 걷는 속도를 줄이며 보고 있고

무사2; [부인! 여기서 뭐하는 거요?] 횃불을 높이 들어서 여자를 비추며 다가가고

우걱! 우걱! 여자는 등을 보인 채 앉아서 여전히 뭔가를 먹고 있고

무사2; [이 늦은 밤중에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요?] [지나가야 하니 길을 비켜주시오.] 허리에 찬 칼 손잡이에 손을 대면서 횃불을 높이 들고

<길을 비켜달라고?> 여자가 먹는 걸 중단하며 말하고

<그럼 대신 뭘 줄 건데?> 웃으며 돌아보는 여자. 피로 물든 입이 귀까지 쭉 찢어진 여자 귀신이다. 눈이 전체가 새카맣고. 그리고

쿵! 여자가 먹고 있었던 건 사람 시체다. 목이 깔끔하게 잘린 남자 시체가 누워있고. 여자는 그 남자의 배를 갈라서 간을 먹고 있던 중이다.

무사2; [헉!] 창! 기겁하며 칼을 뽑고

무사1; [나... 나왔다!] 비명 지르며 물러서고

[헉!] [꺄악!] [귀... 귀신...] 뒤쪽의 사람들과 무사들 비명 지르고

여자귀신; <네 간을 내놓겠느냐?> 화악! 날카로운 손톱이 돋아난 피 묻은 양손을 쳐들고 무사2를 덮쳐온다

무사2; [무... 물러가라!] 쩍! 비명 지르며 칼을 휘둘러 여자귀신을 베며 물러서고. 하지만

슈욱! 무사2의 칼을 여자귀신의 몸을 안개인 듯이 통과해버리고. 반면

서걱! 여자귀신의 긴 손톱은 무사2의 목을 깊이 베고 지나간다.

무사2; [크악!] 목이 옆으로 갈라져 피를 뿜어내며 비명 지르고. 죽진 않았다.

비틀거리는 무사2를 지나쳐 사람들을 덮쳐오는 여자귀신

[장표두님!] [으아아!] [히익!] 무사들은 달아나거나 횃불을 휘두르거나 칼을 휘둘러 여자귀신을 공격하거나 한다. 하지만

화악! 스악! 횃불도 칼도 여자귀신의 몸을 스쳐지나가고. 반면

[컥!] [크악!] 서걱! 쩍! 여자귀신이 휘두르는 손톱에 몸이 갈라져 피를 뿌리는 무사들. 중상은 입지만 역시 죽은 자는 없다

[히익!] [안... 안돼!] [엄마야!]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무사들의 모습 배경으로 비명 지르며 달아나는 사람들.

[!] 사람들을 추격하다가 눈 번뜩이는 여자귀신

남편에게 부축된 채 겁에 질려 어쩔 줄 몰라하는 임산부

임산부의 불룩한 아랫배

여자귀신; [싱싱하고 맛있는 걸 갖고 있구나!] 화악! 입맛 다시며 임산부를 덮쳐가고

[악!] [히익!] 임산부와 남편 기겁

여자귀신; [잘 먹겠어요!] 쩍! 임산부의 배를 손톱으로 베어가는 여자귀신의 날카로운 손톱.

절체절명. 사색이 되는 부부. 바로 그때

퍽! 갑자기 옆에 나타나 발길질로 여자귀신의 옆구리는 강하게 걷어차는 청풍. 죽립을 썼고 망토를 둘렀다. 망토 안에는 검을 차고 있고

[캥!] 콰당탕! 옆으로 나뒹굴며 여우 울음소리를 내는 여자귀신.

달아나던 사람들 깜짝 놀라 돌아보고. 임산부와 남편도 놀라 보는데

청풍; [캥?] 웃고

여자귀신; <어... 어떻게 인간이 내 몸에 손을 댈 수가...> 나뒹굴었다가 일어나려는 여자귀신

청풍; [울음소리만으로도 정체가 뭔지 대충 짐작이 가는군.] 슥! 여자귀신을 걷어찼던 발을 내리며 웃고

[저... 저 사람...] [표사들의 칼이 스치고 지나갔던 저 요괴를 걷어찼어!] 달아나려던 사람들 멈춰서며 돌아보고

여자귀신; <못 믿겠다!> 캥!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청풍을 공격해오는 여자귀신. 양손의 손톱이 아주 날카롭고. 하지만

청풍; [못 믿으면 어쩔 건 데?] 두 손을 태극권 하듯 모아 돌렸다가

펑! 다시 내치는 청풍의 손바닥에서 태극 형상이 일어나 여자귀신의 가슴을 때린다.

치치치! 여자귀신 가슴이 태극 모양으로 타들어가고

여자귀신; <캥!> 펑! 다시 짐승처럼 비명 지르며 날아갔다가

콰당탕! 나뒹구는 여자귀신

청픙; [도가(道家)의 태극번천인(太極翻天印)은 인간보다는 요사스러운 것들에게 더 효과적이지.] 웃으며 다가오고.

여자귀신; <흐윽...> 겁에 질려 벌벌 떨며 일어나려 하고

청풍; [이 근처에서 밤길 가던 여행객들이 여럿 간을 파 먹히고 죽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나뒹굴어 벌벌 떠는 여자에게 다가가고. 망토 속에 손을 넣은 채

청풍; [울음소리도 그렇고...] [간을 파먹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청풍; [역시 네년은 호선(狐仙)이었구나!] 웃으며 멈춰서고

쿵! 가슴이 타들어가면서 일어나 앉는 여자귀신의 얼굴이 여우얼굴로 변해있다.

주저앉은 아랫도리 치마 속에도 꼬리가 세 개 보이고

[여... 여우!] [꼬리 셋 달린 여우였다!] 사람들 비로소 알아차리고 놀랄 때

청풍; [꼬리가 셋인 걸 보니 호선중에서도 아직은 하급(下級)의 호선이었구나.] 슥! 다시 꺼낸 청풍의 손에는 부적이 한 장 들려있다. 주변에 복잡한 문자가 새겨진 부적인데 중앙에는 <封>자가 새겨져 있다

여우귀신; [천사봉신부(天師封神符)!] 팟! 비명 지르며 날아오르고

청풍; [여우귀신 주제에 안목은 제법이로군!] 웃으면서 부적을 한손으로 들고 다른 손으로 그 부적 쥔 손의 손목을 감싸며 주문을 외우고. 그러자

징! 부적에 새겨진 그림과 글자들이 빛을 발하고. 그러자

화악! 부적에서 일어난 강한 흡인력이 날아오른 여우귀신을 끌어들인다. 진공청소기가 빨아들이듯.

여우귀신; [안... 안돼!] 허공에서 두 손으로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잡으려는 듯 허우적거리며 비명 지르지만

슈우! 아랫도리부터 연기로 변해서 부적으로 끌려들어가는 여우귀신

<제... 제발... 내가 잘못했다! 살려다오!> 화악! 부적으로 상체까지 끌려들어가며 애원하는 여우귀신. 하지만

청풍; [잘못한 줄 알았으면 순순히 벌을 받아라.] 징! 부적을 더 강하게 빛나게 만들고

<끼아아악!> 이제 머리와 두 손만 남은 채 비명 지르는 여우귀신.

<복수... 구미호선(九尾狐仙)께서 이 복수를 해주실 것이다!> 완전히 끌려들어가며 악을 쓰지만

청풍; [예... 예!] 대수롭지 않게 웃고

펑! 완전히 부적으로 빨려 들어가는 여우귀신

청풍; [아무쪼록 호선들의 여왕이라는 구미호선께서 날 찾아오길 바란다.] 화악! 부적이 불길에 휩싸이고

청풍; [그래야 귀찮은 여우귀신들의 씨를 말릴 수 있을 테니...] 화르르! 푸시시! 불에 타며 사라지는 부적을 보면서 말하고.

[대... 대단하다.] [아직 젊은데 여우귀신을 저렇게 간단히 해치우다니...] [복장을 보면 도사(道士)는 아닌데...] 사람들 멀찍이에서 둘러보며 감탄하고

청풍; [다친 분들은 어떻소?] 무사한 무사들이 동료 무사들을 간병하는 걸 돌아보며 묻고

무사1; [상... 상처가 깊지만 목숨이 위험할 정도는 아닙니다요.] 무사2의 목을 눌러주며 말하고

청풍; [다행이로군.] 끄덕

청풍; [이 일대의 터주대감이던 삼미호선(三尾狐仙)이 소멸되는 걸 보았으니 잡스러운 요괴들은 더 이상 여러분들을 위협하지 못할 거요.] 돌아서고

청풍; [안심하고 갈길 가시오.] 휘익! 날아가고.

[감사합니다 공자님! 감사합니다!] [오늘 베푸신 은혜, 삼생에 걸쳐 갚도록 하겠습니다.] 임산부와 임산부 남편이 멀어지는 청풍을 향해 굽신. 그때

남자1; [알았다!]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며 외치고. 모든 사람들 놀라 돌아보고

남자1; [저... 저분 공자님이 누군지 알았어!] 흥분하고

여자1; [누군데요? 유명한 분인가요?]

남자1; [퇴마신협(退魔神俠)!] [일 년 전쯤 나타나 숱한 이매망량과 요괴들을 퇴치해온 퇴마신협이 틀림없소!]

여자1; [퇴마신협!] [별호만으로도 저 공자님의 퇴마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이 가네요.] 홀린 표정으로 청풍이 날아간 쪽 보고

남자1; [대단하다 마다!] [퇴마신협께서는 이름난 도사들이나 고승들도 어쩌지 못한 강력한 요괴들을 수도 없이 봉인하고 불태워버린 것으로 유명하오.]

<마교와 배교, 신선부등이 세상에서 사라진 지금 퇴마신협을 퇴마술(退魔術)로 능가하는 인물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오.> 어둠 속에 하늘을 새처럼 날아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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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저녁 무렵. 해가 서쪽 하늘에 한 뼘쯤 남아있다.

은행나무 아래의 밀실. 청풍은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침대에 누워있고.

서문숙은 여전히 책을 쓰고 있다.

한쪽 옆에서 싱크로 수영을 하듯이 나란히 서서 검무를 추는 공손대낭과 권완. 권완은 곁눈질로 공손대낭의 동작을 보고 있다.

공손대낭; [검을 쓸 때는 눈빛마저도 그 법에 맞아야 한답니다.]

공손대낭; [그렇게 되어야만 검이 눈을 뜨고 검으로 사물을 볼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설명하며 검무를 추는데

퍼덕! 청풍의 몸이 세차게 요동을 치고

츄학! 푸학! 온몸에서 피가 뿜어진다

권완; [공자!] 놀라 돌아보고. 공손대낭도 흠칫 멈추고

청풍은 온몸에서 피를 뿜으며 벌벌 떨고 있다.

권완; [출... 출혈이 너무 심해요! 이러다 잘못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청풍을 만지지는 못하고 발만 동동

공손대낭; [고정하세요 아가씨!] 어깨를 다독이며 달래고

공손대낭; [공공자는 꿈속에서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제 정(精)의 일부를 풀인 줄 알고 뜯어먹었어요!]

공손대낭; [제가 정을 나누어주어 혼백을 보호하고 있으니 심각한 지경에는 이르지 않을 거예요.]

권완; [고마워요 대낭!] 눈시울을 닦고

공손대낭; [이제 저의 검법은 다 배우셨으니 몸이 익숙해지도록 연습만 하시면 되어요!] 말하며 옆의 벽을 향해 손을 쓸고

스스스! 벽의 일부가 커다란 거울로 변한다

공손대낭; [거울을 보면서 반복 연습을 하세요.] [서두르지 말고 동작 하나 하나를 주시해서 파탄이 일어나는 곳이 없는지 확인하세요!]

권완; [예!] 말하며 거울 속의 자기를 보고

이어 천천히 검을 휘둘러 검무를 추기 시작한다

곧 몰아지경에 들어가 검무를 추는 권완

공손대낭; (몰입이 정말 쉽고 빠른 아가씨야!) 그걸 보며 끄덕이고

공손대낭; (저런 자질이 천재들의 특성이기도 하겠지!) 돌아서고

서문숙에게로 간다

심력을 다해 글을 쓰고 있는 서문숙. 얼굴이 시체같다.

공손대낭; (막바지에 이르셨어!) 안타까운 표정으로 서문숙이 앉은 좌대 앞에 서서 내려다 보고

공손대낭; (진보의 법기인 저 황금권(黃金券)이 완성되면 인간으로서의 진보의 여정도 끝이 나겠지!) 주르르! 눈물을 흘리고. 그때

<위대하신 제왕의 미욱한 신 서문숙은 오늘로 사람의 삶을 다하고 법기(法器)를 후인에게 물려 제왕의 뜻이 만세를 이어지도록 할 것입니다. 비록 신은 가나 신의 충성은 후인을 통하여 남을 것이며.......

-중략-

신 서문숙 이에 엎드려 제왕께 하직을 고하나이다.> 손가락을 휘저어 허공에 글을 쓰는 배경으로

스스스! 허공에 생겨난 한자들이 빈 책장에 내려앉고

두 손으로 책을 받쳐 드는 서문숙. 그러자

스스스! 책이 한 장 한 장 넘어가더니 그 속에 있는 글자들이 모두 책 밖으로 튀어나와 dna의 나선 구조처럼 꽈배기를 틀며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넘어간 책장들은 글자를 쏟아내고 나서는 한 장씩 한 장씩 사라져버린다.

긴장하며 보는 공손대낭

마지막 장까지 책이 넘겨지면서 글자들이 날아오르고 책장이 사라지며 이제 두툼한 책의 양쪽 표지만 남는다

탁! 책 표지를 두 손으로 합쳐 덮는 서문숙.

이어 책을 앞에 내려놓는다. 그러자

쏴아아아! 허공에 떠서 돌아가던 수많은 글자들이 황금색 빛을 뿌리는 가루로 변하더니 천천히 책의 표지로 내려와 스며든다.

잠시 후 모든 글자가 가루로 변해 책 표지에 스며들고. 오직 앞뒤의 두터운 표지만 남게 되었고, 표지들은 황금색으로 변했다.

긴 한숨을 쉬며 합장하는 서문숙.

공손대낭; [진보! 마침내 법기가 그대의 정(精)을 온전히 담아 완성되었군요.]

서문숙; [그렇소! 이제야...... 후인에게 전할 만한 법기가 된 듯하구려.] 억지로 웃고

공손대낭; [진보! 전 영원히 그 법기가 완성되지 않기를 바랐답니다.] 주르르 눈물

서문숙; [그대에게 이 늙고 상처 입은 몸을 주게 되었구려.] [그대는 내가 저 아이에게 술법을 전하는 대로 나의 신에 편승하여 승천하도록 하시오.]

공손대낭; [진보. 저는 천육백 년을 살았습니다.] [나무로서 사백 년을 살았고 정(精)이 되어 일천이백 년을 살았지요.] 울면서 죄대 앞에 무릎을 꿇고

공손대낭; [하지만 사람이 되어 그대와 단 하루라도 함께 할 수 있기를, 그대를 만난 후부터 바라지 않은 때가 없었습니다.] [승천을 하더라도 그대를 다시 볼 수 없다면, 그곳이 바로 저에겐 지옥입니다.] 좌대에 얼굴을 묻고 울고

서문숙; [나도 그대를 만난 후 내 자신이 한 그루의 은행나무가 되지 못함을 한탄했소.] 그런 공손대낭의 머리를 쓰다듬고

서문숙; [사월이면 그대가 꽃을 피우고 다른 은행나무의 가루를 받을 때면 내게는 오직 슬픔이 있었을 뿐이오!] [그대와 마주선 은행나무가 되지 못함에 하늘을 원망하며 슬퍼했소.]

공손대낭; [저는 사람이 아니라 나무랍니다.] [봄이 되면 꽃을 피우지 않을 수 없고, 가루를 받으면 열매를 맺지 않을 수 없는 나무랍니다.]

공손대낭; [하지만 하늘이 허락하여 행여 사람으로 다시 날 수 있다면, 반드시 여자가 되어 오직 그대만을 따르다가 죽겠습니다.]

서문숙; [그대는 요정이지만 요정의 뒤를 알지 못하고 있구려.] 탄식

서문숙; [그대는 사람과 달라서 승천하지 못하면, 정은 천지간에 흩어지고 필생에 쌓았던 공덕도 그와 함께 흩어지게 되오.]

서문숙; [그대가 흩어지고 나면 우리가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겠소?] [우리가 우리의 약조대로 한다면, 몇 백의 세월이 지난 후에는 다시 볼 수 있을 거요.]

공손대낭; [진보!]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오열.

서문숙도 고개를 들어 천장을 주시하면서 손으로는 공손대낭의 머리를 쓸며 탄식하고

<七月七日長生殿 칠월 칠일 장생전에서

夜半無人私語時 인적 없는 깊은 밤에 둘이 서로 속삭이던 말

在天願作比翼鳥 원컨대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고져

天長地久有時盡 긴 하늘 오랜 땅도 다할 날이 있겠지만

此恨綿綿無絶期 이 내 슬픈 한은 끊일 때가 없으리...>

검무를 추는 권완과 그 옆에서 울고 있는 공손대낭과 서문숙의 모습 배경으로

 

#100>

구령의 집. 역시 저녁. 서쪽으로 해가 진다. 아직은 해가 서산에 걸린 건 아니고

구령과 함께 건물에서 나오는 공자무. 공자무는 상의 속에 붕대를 감고 있어서 치료를 받은 모습이고. 구령은 허리에 가늘고 긴 검, 천궁을 차고 있다.

구령; [유모!] 정원으로 나서며 부르고

스슥! 검은 그림자가 번득하더니 유모가 나타난다.

유모; [아가씨! 불러계시옵니까?] 허리 숙이고

구령; [아이들 전부 모이라고 해!]

유모; [예!] 허리 숙이고

삐익! 손가락을 입에 넣어 휘파람을 날카롭게 불고

휙! 휙!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시녀들. 모두 무장을 했다. 모두 십여명

구령; [유모는 저애들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유모; [만마천으로 돌려보내실 작정이 아니신지요?] 안색 살피지만

구령; [모두 들어라! 나는 이제 이곳을 떠날 것이다.]

시녀들 긴장하고

구령; [하지만 너희들을 데려가지 못한다.]

시녀들의 안색이 홱 변한다.

구령; [너희들도 이미 짐작했을 테지만... 나는 암흑철수를 잃었다.] [그로 인해 마도무림 전체와 적이 되어 버렸다.]

사색이 되는 시녀들. 구령을 보거나 서로의 얼굴을 본다. 겁에 질린 표정

구령; [마도에 속한 자들은 누구나 나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 [물론 내가 천주라는 감투를 쓰고 있는 만마천도 예외는 아니다.]

시녀1; [마... 마님! 저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요?] 울먹이며 묻고

구령; [이곳엔 곧 적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그들은 너희들을 죽이고 또 죽지 않은 사람은 사로잡아 겁탈하고 고문할 것이다.]

찡그리는 공자무.

사색이 되는 시녀들. 달달 떨고

구령; [나는 너희들이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는다.] 단호하게 말하고

공자무; [구령! 그 아이들을 위해 다른 방도를 찾아보자!] 말하는데. 그 직후

[마님! 만수무강하시옵소서!] [마신(魔神)의 가호가 함께 하시기를....!] 시녀들이 일제히 검이나 비수를 뽑아서

목을 찌르거나 가슴을 찔러 자결한다. 칼로 목을 돌리는 여자도 있고

공자무; [너희들....!] 다급히 외치지만

푸학! 털썩!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시녀들. 단번에 시녀들 전멸

공자무; [이.... 이런 무참한 일이...!] 안색이 굳어진다. 그때

눈을 감고 양팔을 벌리며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드는 구령. 그리고

슈우! 시녀들의 시체에서 검은 기운 같은 것들이 아지랑이처럼 일어나더니

슈하아악! 그 기운들이 구령의 몸으로 스며들어간다

구령의 옷과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몸이 칙칙한 빛을 발한다

공자무; (피와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여 강해지는 혈사극마대법(血死極魔大法)!) 찡그리고

슈우! 그 사이에 아지랑이같은 기운들이 모두 구령의 몸으로 스며들어간다

구령; [잘 가라! 너희들의 육신은 죽었지만 혼백은 나와 함께 살아갈 것이다!) 눈을 뜨며 팔을 내리고

구령; [이젠 안심하고 떠날 수 있게 되었어요!] 공자무를 돌아보고

공자무; [옳지 않은 일이다!] [누군가의 죽음이 몸에 쌓이면 업보도 함께 쌓인다는 것을 모르느냐?]

구령; [죽음이라면 혈목재(血穆齊)에서 충분히 보았고 겪었어요!] [일곱살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혈목재에 들어가 두 달후 처음 사람을 죽였으니까요!] 앞장 서서 건물 뒷족으로 걸어간다

구령;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피를 손에 묻힌 그 순간부터 제 영혼에는 지워지지 않는 업보가 새겨졌어요!] [기왕의 업보에 몇 개의 죽음이 더해진들 무슨 차이가 있겠어요?] 앞쪽에 우물이 있다.

공자무; [혈목재가 네 삶을 망쳤구나!] 탄식

구령; [맞아요! 하지만 전 혈목재를 원망하지 않아요!] 우물을 에워싼 1미터 높이의 돌벽 위로 올라서고

구령; [그곳에서 일찍 죽음을 경험했고.... 죽음이 쌓여가는 만큼 저도 강해졌으니까요!] 돌벽 위에 서서 공자무를 돌아보며 웃고

휘익! 이어 우물 안으로 뛰어 든다

공자무도 한숨 쉬며 우물 안으로 뛰어든다

유모가 뒤를 살피며 마지막으로 뛰어들고

아래로 떨어지면서 손을 위로 뻗어 무엇을 움켜쥐는 시늉을 하는 유모

우두두둑! 그러자 우물 상단의 벽이 우물 안쪽으로 끌어당겨지듯이 무너지고

콰드드! 이어 우물 주변의 흙들도 끌어당겨져서 우물이 있던 자리를 덮어버린다.

완전히 평지처럼 변해버리는 우물이 있던 자리

 

어둑하고 습기가 많은 지하도. 그 지하도롤 걸어가는 구령과 공자무와 유모

구령; [오라버니! 저와 함께 이만 리를 갈 수 있으시겠어요?]

구령; [우리가 이만 리를 죽지 않고 갈 수 있다면 죽는 것은 추적하는 자들입니다.]

공자무; [누구의 피든 피는 모두 붉다.] 한숨

구령; [맞아요! 하지만 내가 흘리지 않는 한 그 붉은 피는 내 피가 아니랍니다.]

구령; [살기 위해서는 누구라도 죽여야하는 게 강호의 삶이 아니겠어요?]

공자무; [너는... 목숨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구나!]

구령; [덕분에 저는 스무살도 안되어서 혈목재 서열일위가 될 수 있었답니다.]

찡그리는 공자무

구령; [아시겠지만 혈목재는 마도무림이 정파무림을 상대하기 위해 만든 연맹체에요!]

구령; [혈목재에서는 문파나 출신을 가리지 않고 뛰어난 자질을 가진 아이들을 모아놓고 경쟁하게 만들어요.]

구령; [아이들 중에는 저처럼 만마천 출신도 있지만 마교(魔敎)나 마교에서 갈라져 나온 집마천(集魔天), 여러 군소문파 출신들이 다 섞여 있었어요.]

구령; [문파나 부모가 마도무림 출신이면 누구든지 차별 받지 않고 혈목재에서 마공을 배울 수 있었죠.]

구령; [하지만 혈목재에서는 운이 나빠도 죽고 실력이 나빠도 죽어요.] [다행히 저는 혈목재의 생리에 누구보다도 빨리 적응했어요.]

구령; [그와 함께 저의 운이 살인과 함께 강해진다는 것도 깨달았죠.] [우리같은 마인(魔人)들은 다른 사람의 죽음을 통해 강해진다는 사실도....!]

구령;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면서 마인들의 힘은 자신이 죽인 죽음에 비례해 강해져요.]

구령; [<죽음이 너희를 강하게 하리라!> 이것이 제가 혈목재에 들어가서 처음 들은 말이에요!]

공자무; [마도에서 혈목재의 서열이 무엇보다 중요시 되는 이유가 있었구나.]

구령; [힘께 생사를 경험한 사람들 사이에는 핏줄 보다 더 강한 유대가 생기니까요.]

구령; [물론 이제는 제가 혈목재 서열일위였다는 건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자조의 미소

구령; [오히려 저를 죽이면 혈목재 서열 일위가 될 수 있으니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겠지요.]

공자무; [아무도 널 해치지 못한다.] 따라가서 구령의 어깨를 감싸안고

공자무; [내 복연을 다 포기해서라도 너를 지켜줄 것이다!] 구령의 머리에 입을 맞추고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그런 공자무의 가슴에 얼굴을 대는 구령

우울하게 한숨 쉬며 그런 두 사람을 보는 유모

<네가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을 잊지 마라 마고!> 철와선이 협박하던 장면 떠올린다

유모; (아가씨!)

유모; (죄송해요 아가씨! 쇤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답니다!) 울고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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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같은 시간 구령의 집.

침실의 침대에 누워있는 공자무. 상체를 벗었다.

구령이 약병을 들고 다가온다.

구령; [오라버니는 복연이 많아서 누구도 해치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런 오라버니를 누가 상처 입혔는지 모르겠군요.] 침대에 걸터앉고

공자무; [복연이 많기에 이 정도로 끝난 것이다.] 한숨

공자무;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수십번 자객들의 암습을 받았다.] [대부분 별 볼일 없는 자들이었지만...] [반나절 전에 습격한 자객들 중에 절정고수가 한 명 섞여있었다.] 공자무의 이야기를 들으며 침대에 약을 늘어놓는 구령

공자무; [자객들 사이에 숨어있던 그자는 내 심장을 노리고 혈정(血釘)을 던졌으나 마지막 순간에 방향이 틀어져서 오른쪽 가슴에 박혔다.] 자기 가슴에 박힌 못들을 보고

구령; [혈정!] [역시 오라버니를 상처 입힌 자는 천사련(千邪聯)의 구천사(九天師) 중 한 명인 혈정(血釘) 만칠태(曼七颱)였군요.] 눈 빛내면서 공자무의 가슴에 박힌 못들을 살피고

공자무; [천사련은 사파무림의 태두....!] [암흑철수의 원주인인 만마천이야 그렇다 쳐도 천사련까지 나를 노리는 이유를 알 수 없구나!] 한숨 쉬는 공자무의 가슴에 박힌 못 들 위로 손 바닥을 펼치는 구령

구령; [제가 오라버니에게 암흑철수를 보냈다는 사실이 어디선가 천사련으로 새어나갔을 거예요.] 징! 공자무의 가슴 위에 댄 구령의 손이 빛을 발하고

구령; [만마천과 천사련은 피차 상대방 고위층에 간세(奸細;첩자)를 심어놓고 있어서 만마천이 알고 있는 첩보는 그 즉시 천사련에도 흘러들어가니까요.] 손바닥을 위로 끌어올리는 시늉을 하고. 그러자

쑤욱! 세 개의 못이 쭉 빨려나온다. 마치 자석에 빨려나오듯. 못들의 길이는 한뼘 정도다. 못과 함께 피가 뿜어지고

공자무; [만마천만으로도 벅찬데 천사련까지 상대하게 생겼구나.] 웃고

구령; [말씀하지 마세요! 출혈이 심해요!] 파파팟! 손가락으로 공자무의 가슴에 난 상처 주위를 찍는다.

상처에서 뿜어져 나오던 피가 잦아들고

구령; [제가 오라버니에게 암흑철수를 보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되나요?]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공자무; [집사람 외엔 아무도 모른다.]

구령; [진군소가 비록 밉상이긴 하지만 어리석은 계집은 아니니 말실수를 했을 리는 없고....!]

구령; [도대체 비밀이 어디서 새어나갔는지 모르겠군요.] 한숨

공자무; [짐작이 가는 자가 있긴 하다.]

구령; [그게 누구죠?]

공자무; [난릉왕!]

공자무의 상처를 치료하던 구령의 손이 멈칫

공자무; [지금으로부터 십구년전.... 그자가 내 집으로 쳐들어왔던 적이 있다.]

구령; [제가.... 막 만마천의 천주가 되어서 암흑철수를 오라버니에게 보냈던 때로군요!] 입술 깨물고

공자무; [술법이 뛰어난 자이니 내 집에 죽음과 암흑의 권능을 품고 있는 강력한 법기가 있다는 걸 알아차렸겠지!] 한숨

공자무; [그래도 확신을 못하고 감시하고 있었을 텐데.... 천둥벌거숭이같은 막내 놈이 암흑철수를 훔쳐 달아나는 일이 벌어졌다.]

공자무; [이에 난릉왕은 사실 여부를 확인해볼 요량으로 암흑철수가 네게 없다는 사실을 만마천이나 천사련에 말을 흘렸을 것이다.]

공자무; [천사련에서는 혹시 내가 암흑철수를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습격했을 태고....!]

구령; [결국... 오늘의 사단은 제가 자초한 셈이로군요!]

구령; [만마천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암흑철수마저 보내면 오라버니가 혹시나 마음을 돌이킬까하는 욕심에....!]

공자무; [자책할 것 없다. 난 너를 원망해본 적 없다.]

구령; [집으로 돌아가세요. 제 곁에 있으면 오라버니도 위험해져요.]

구령; [오라버니를 추격해온 살수들은 유모가 모두 죽였으니 당분간 추격은 없을 거예요.]

공자무; [넌 어찌 할 작정이냐?]

구령; [제가 비록 만마천의 천주라지만 그저 허울뿐이고 실권은 육천마(六天魔)가 쥐고 있어요.]

구령; [암흑철수를 갖고 있다면 육천마도 절 두려워하겠지만... 이제 곧 고수들을 보내 절 치려고 하겠지요.]

공자무; [그럼 이제 내가 암흑철수 대신 네게 주었던 그 물건을 꺼내야 할 때다.]

구령;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요. 오라버니는 더 이상 마음 쓰지 마세요!] 시선을 피하며 일어나려 하고

공자무; [나는 너를 지키러 왔다.] 그런 구령의 손목을 잡고

바르르르 떠는 구령

공자무; [너와 함께 죽기 위해 왔다는 말이다.]

구령; [너무... 너무 늦었어요!] 고개 젓고

구령; [저는 더 이상 살 자신도 없고 살아가야할 이유도 찾지 못하겠어요.] 공자무의 손에서 자기 손을 빼며 눈물 흘리고

공자무; [네게는 늘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일어나고

공자무; [그래서 내 삶은 온전히 아내에게 바쳐야하지만... 죽을 때만큼은 너와함께 하겠다고 맹세했었다.] 침대에서 내려서고

공자무에게 등을 돌린 채 충격 받는 구령

공자무;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너와 함께 해주는 것!] [그것이 네가 내게 마음을 바친 대 대한 나의 유일한 보답이다!] 뒤에서 구령을 안고. 순간

[흐윽!] 돌아서며 공자무의 품에 얼굴을 묻고 오열하는 구령

구령; [왜... 왜 좀 더 빨리 그런 마음을 제게 밝혀주지 않으셨나요?] [그럼 제 삶이 지금처럼 황폐해지지는 않았을 텐데....!] 공자무의 가슴에 얼굴 부비며 울고

공자무; [미안하다.] 우울하게 한숨 쉬는 공자무

공자무; [하지만 나는 마음을 나누어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 구령의 머리를 쓰다듬고

구령; (알아요! 그래서 전 당신을 미워하면서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예요!)

<당신이 내 곁을 떠났을 때도 당신의 목숨, 당신의 죽음만큼은 진군소가 아닌 내 것이라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답니다!> 부둥켜안은 두 사람의 모습 멀어지고

 

#98>

청풍의 꿈속. 저승같은 분위기의 음침한 하늘 아래에서 악전고투를 치르는 청풍. 생사일보를 펼쳐서 이리저리 휘어지고 늘어나며 역시 생사일보를 펼치는 수많은 자기 분신들과 싸우고 있다. 분신들은 어둡고 검고. 반면 청풍은 밝은 형태라 차이가 난다.

필사적으로 피하고 공격하는 청풍

악귀같이 사방에서 죽죽 늘어나며 공격해오는 분신들

청풍; (젠장맞을!)

청풍; (내가 이렇게 무공에 능숙했던가?) (원래 우리 철궁의 무공은 상대를 겁주기 위한 허장성세일 뿐 실속은 없는데....!)

청풍; (무궁팔식(無窮八式), 조화삼초(造化三招), 절대일검(絶代一劒)...!)

청풍; (이름들은 그럴 듯하고 보기에는 번듯하지만 수수깡으로 지은 집처럼 실제 위력은 없는 무공들이었다.)

청풍; (헌데 이놈들이 구사하는 철궁의 무공은 하나같이 경천동지할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무시무시한 검기를 뿜어내며 검을 휘두르는 분신들

청풍; (내가 펼치는 무공 역시 더 이상 허장성세가 아니지만....!) 더 강력한 검기를 뿜어내 공격들을 물리치고

하지만 워낙 적이 많아서 여기저기 상처를 입는다

청풍; (철궁의 무공뿐만이 아니다!)

청풍; (완이 권씨세가의 족보에 복원해놓은 무공들까지 쓰고 있다!) 장풍을 날리고 발길질을 해대는 분신들. 간발의 차이로 피하는 청풍

청풍; (거기다가 듣도 보도 못한 괴상한 무공까지....!) 부악! 갈쿠리같이 휘어진 손으로 그어오는 분신 한놈

청풍; (물론 나도 쓸 줄 안다!) 쩡! 왼손으로 역시 갈쿠리같이 웅크린 손으로 반격하고. 서로의 공격이 충돌하며 폭발이 일고

폭발의 충격으로 몸이 으깨져서 튕겨져 날아가는 분신

청풍; (이건 아마 서문원수의 무공일 것이다!) 비틀하고

사방에서 얇은 칼날처럼 변해서 날아드는 분신들

청풍; [까불지들 마라 가짜들아!] 부악! 더 빠르고 강하게 생사일보를 펼치며 분신들을 휩쓸어 버리는 청풍.

모두 뎅뎅 뎅강 잘라져서 나뒹구는 분신들. 하지만

퍼퍽! 쩍! 청풍 역시 잘라진 분신들이 스치고 지나가는 흔적에 몸의 여기저기가 스쳐서 갈라져 피가 치솟고

청풍; [큭!] 나뒹구는 청풍

털썩! 쿵! 잘라진 분신들의 몸뚱이들도 바닥에 나뒹굴고

스스스! 츠츠츠! 땅으로 녹아들어가면서 히죽 웃는 분신들

청풍; [니기미 조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이를 갈고

청풍;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고..... 이놈의 악몽은 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헉헉 대며 손으로 근처의 풀을 잡아뜯는다

꼬르르! 배에서 소리가 나고

청풍; [벌써 몇날 며칠을 싸운 것 같은데... 싸우다 죽는 것보다 먼저 배고파 뒈지시겠다!] 헉헉 대며 뜯은 풀을 입에 틀어넣는다. 그러다가 흠칫

슈욱! 츠츠츠! 사방에서 다시 솟아나는 분신들의 대가리

청풍; [하아!] 기가 막혀서 헛웃음을 터트리고

슈욱! 그 사이에 수십명으로 늘어난 분신들이 완전히 땅 바닥에서 솟아난다

청풍; [오냐 오냐! 어디 끝까지 가보자!] 비틀대며 검을 지팡이 삼아 일어나고. 입으로는 풀을 질겅질겅

청풍; [한꺼번에 덤벼 이 가짜들아!] 외치고

부악! 그런 청풍을 사방에서 새카맣게 달려드는 분신들

청풍; [크아!] 악을 쓰며 검을 휘두르고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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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아주 음침한 벌판. 먹장구름이 낮게 깔려 있고 바람도 스산하다. 마치 지옥의 한 부분 같은 을씨년스러운 풍경

청풍이 어리둥절해서 둘러보고 있다.

청풍; [여기가 어디지?] 갸웃

청풍; [극기마환신단인가 뭔가를 먹고 잠이 들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이상한 곳에 와있잖아!]

청풍; [혹시 내가 꿈을 꾸고 있는 중인가?] 자기 손등을 꼬집어본다

청풍; [아얏!] 비명 지르며 꼬집은 손을 놓고

청풍;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아픈 걸 보면 꿈은 아니야!]

청풍; [꿈이 아니라면 여긴 어디지? 난 또 어떻게 여기 와있게 된 걸까?] 생각하는데

[!] 오싹! 갑자기 오한이 들어 눈 부릅 청풍. 바로 뒤에 누군가 서서 어깨 너머에서 쌔액 웃고 있다. 입과 눈만 보인다

청풍; (누가 뒤에 있다!) 스팟! 벼락같이 생사일보를 펼쳐서 앞으로 나갔다가 돌아선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 쿵! 청풍의 앞에는 아무도 없다

청풍; [분명 바로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었는데....!] 당혹

청풍; [너무 과로해서 기가 허해졌나?] 머리 긁적이며 돌아서고

쿵! 헌데 바로 앞에 또 한 명의 청풍이 씨익 웃고 있다. 검은 옷을 입었고 틀린 점은 인상이 아주 사악하다는 점이다. 눈꼬리도 치켜 올라갔고. 하지만 분명 청풍 자신이다. 이놈은 청풍의 또 다른 자아. 이하 분신으로 표기

청풍; [헉!] 팟! 뒤로 물러서고

청풍; [너 이 자식! 언제 거기에....!] 삿대질 하려다가 입 딱

다시 한 번 분신의 얼굴을 보여주고

청풍; [너.... 너.....!] 버벅 대다가

청풍; [바로 나잖아!] 고함 빽 지른다. 순간

분신; [흐흐흐!] 창!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잡아뽑는다.

청풍; [야 이 기막히게 잘 생긴 자식아!] [넌 누군데 본 공자의 잘 생긴 얼굴을 무단도용....!] 외치며 허리춤에 찬 검을 뽑으려다가 멈칫

청풍; (어라! 내가 언제 검을 차고 있었지?) 생각하는데

슈칵! 벼락같이 검을 찔러오는 분신

청풍; [이크!] 차창! 다급히 검을 뽑아서 분신의 공격을 받아낸다

현란하게 이어지는 분신의 공격

창! 차차창! 물러서며 분신의 공격을 필사적으로 막아내는 청풍

청풍; (이 자식!) 비지땀을 흘리고

청풍; (얼굴만 비슷한 게 아니라 무공도 다 내가 아는 걸로 공격해오잖아!) 필사적으로 방어를 하고

청풍; (문제는... 내가 알기만 하는 무공도 능숙하게 펼친다는 사실이다!)

청풍; (이러다가 죽는 수가 있다! 비장의 한 수를 펼쳐서 반격하자!) 부악! 몸이 얇아지며 뒤로 휙 날아가고. 생사일보다. 하지만

슈학!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분신. 역시 생사일보를 써서 따라온다

[!] 확 다가오는 얇아진 분신을 보며 눈 부릅 청풍

청풍; [젠장할! 생사일보까지 알다니...!] 사력을 다해 피하지만

퍽! 생사일보를 펼치며 따라붙은 분신이 내지른 검이 청풍의 어깨를 관통한다. 눈 부릅 청풍

 

#94>

한 낮. 거대한 은행나무

은행나무 아래의 밀실에서 공손대낭과 함께 짝을 이루어 검무를 추는 권완. 공손대낭과 나란히 서서 옆으로 곁눈질을 하며 마치 싱크로수영을 하듯이 춘다. 공손대낭은 검을 쓰고 권완은 곤오용봉채를 쓴다.

한쪽 침대에는 청풍이 누워있고.

좌대에 앉은 서문숙은 손가락으로 허공에 휘저어 책에 글을 쓰고 있다. 헌데

[컥!] 잠들어있던 청풍의 몸이 세차게 퍼덕이고

푸학! 어깨에서 피가 뿜어진다

권완; [악!] 그걸 보고 비명 지르고. 공손대낭도 흠칫하는데

서문숙도 고개를 들고

침대에 누워 벌벌 떠는 청풍. 푸식! 츄우! 어깨에서 피가 뿜어진다

권완; [공자!] 달려가는데

서문숙; [건드리지 마라!] 급히 외치고

청풍을 끌어안으려던 권완 흠칫 멈춰서고

권완; [노... 노야! 이 사람 몸에 왜 갑자기 상처가 난 거죠?] 서문숙을 돌아보고

서문숙; [꿈속에서 자기 자신에게 패했기 때문이다!]

권완; [극... 극기마환신단으로 만들어진 환각 속에서 패하면 실제로 상처가 난단 말인가요?]

서문숙; [자신의 몸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다.]

권완; [이... 이러다가 혹시 잘못 되는 건 아닌지요?] 청풍을 건드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서문숙; [그 사이에 정이 많이 든 모양이구나.] 그런 권완을 보고 웃고

권완; [저를 위해 손가락을 뽑고 평생 보살피겠다는 맹세를 한 장부(丈夫)입니다.]

권완; [소녀 아직 어리지만 마음을 의탁할 장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는 들어 알고 있습니다.]

서문숙; [권가주는 복이 많구나. 너 같은 재녀를 딸로 두었을 뿐 아니라 철골장부(鐵骨丈夫)를 반자(半子:사위)로 얻게 되었으니....]

수줍어하는 권완

서문숙; [어쨌거나 안심해도 된다.] [그 아이는 난릉왕의 술법도 간단히 깨뜨린 괴물이다. 고초를 겪기는 하겠지만 실패하진 않을 것이다.]

권완; [그렇게 말씀하시니 다행이옵니다만...!]

서문숙; [그 아이는 생각이 완고하고 통제가 불가능한 것 같더니 너는 벌써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고 있는 것 같더구나.]

서문숙; [그 아이가 장차 큰일을 이룬다면 그건 오로지 네가 곁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권완의 얼굴을 더 붉어지고.

공손대낭; [진보! 이 아가씨는 대단히 총명합니다.]

공손대낭; [벌써 천강삼십육초(天罡三十六抄)와 지살칠십이초(地煞七十二抄) 중 아홉 초식만을 남겨 놓고 다 배웠답니다.]

서문숙; [허허! 정말 총명하구나. 범인이라면 천강삼십육초 한 가지만 배우는데도 평생이 걸릴 터인데....!]

권완; [기억력이 조금 좋아 그저 보는 대로 흉내낼 수 있을 뿐입니다.]

서문숙;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대단한 능력인 것이다.]

공손대낭; [실제로 이 아가씨는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판박이처럼 재현해내는 능력이 있답니다.]

서문숙; [무림을 위해선 다행한 일이고 홍복(洪福)이지!] 끄덕

서문숙; [시간이 많지 않으니 나머지도 가르치고 배우도록 하게!] 다시 손가락으로 책 위의 허공에 글을 쓰기 시작하고. 손가락을 젓는 대로 글이 생겨나 책 속으로 스며들고

권완은 걱정하는 눈으로 청풍을 보면서도 다시 공손대낭에게 다가가고

권완; (아무쪼록 힘내세요!) 청풍에게

권완; (노야 말씀대로 스스로를 이기고 깨어나면 당신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을 거예요!) 다시 공손대낭과 마주 서서 검법을 펼치기 시작하고

 

#95>

다시 청풍의 환각 속. 분신이 내지른 검에 어깨가 관통당한 청풍. 얼굴이 고통으로 이지러져 있고. 검을 떨어트렸다.

검을 내지른 채 사악하게 웃는 분신. 하지만

청풍; [크아!] 어깨가 검에 관통당한 것은 무시하고 앞으로 확 달려들며 오른손으로 분신의 이마를 움켜잡는 청풍. 왼손으로는 어깨를 잡고

그대로 분신의 목을 돌려버리는 청풍

목이 부러져서 죽는 분신.

청풍; [*도 아닌 게 까불고 있어!] 분신을 집어던지고

청풍; [날 빡 돌게 하면 골로 간다는 걸 알아야지!] 어깨를 관통한 검을 잡아뽑고

그러다가 흠칫

스스스! 바닥에 던져진 분신이 녹듯이 바닥으로 스며들고 있다

청풍; [시... 시체가 바닥으로 녹아들어가잖아!] 놀라고

청풍; [젠장할! 대체 여긴 뭐 하는 동네야?] 이를 부득 갈고

[!] 그러다가 눈 부릅 청풍. 슈욱! 뒤에 누군가 있다

청풍; [설마!] 홱 돌아서고

쿵! 앞쪽에 다시 사악하게 웃고 있는 분신. 한 놈이 아니고 두 놈이다.

청풍; [하하하하! 이거야 원....!] 억지로 웃고

청풍; [네놈들! 이 지랄 맞을 공간에서는 불사신이라 이거냐?]

청풍; [오냐! 어디 얼마나 잘난 놈인지 놀아보자!] 퉤! 침을 뱉고

슈악! 그런 청풍을 향해 유령처럼 달려들며 검을 휘두르는 분신들

청풍; [크아!] 마주 달려가며 검을 휘두르는 청풍

파캉! 서로의 검이 부딪히며 불꽃을 튀긴다

 

#96>

한낮. 구령의 집. 검을 찬 시녀들이 집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모두 긴장한 모습

구령의 집 근처의 숲.

숲속을 소리없이 움직여 구령의 집으로 다가오는 십여명의 복면인들. 하지만

슈욱! 유령같은 그림자가 스치자 저항도 못하고 죽는다.

스스스! 쓰러지는 자객들 옆으로 나타나는 구령의 유모

유모; [버러지같은 것들!] 냉소하고

유모; [살수 나부랭이들이 주제를 모르고 감히 어딜 기웃거려?] 냉소하며 돌아선다. 헌데

<흐흐흐! 솜씨가 더 매워졌군 마고!> 갑자기 어디선가 음성이 들리고. 눈 부릅 유모

<젊어지기도 했고... 천주의 곁에 머물면서 천주가 내뿜는 마기를 숨을 쉰 덕분이냐?> 다시 들리는 음성

유모; (개... 개구리가 우는 듯한 음성! 설마!) 긴장하며 물러서고. 그때

쿠쿠쿠! 갑자기 땅이 구렁이가 기어오는 것처럼 이리 저리 휘어지며 유모 앞으로 일어난다. 긴장하며 급히 물러서는 유모. 직후

콰드드! 땅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괴인. 두꺼비 인간이다. 아주 흉측한 모습이고

유모; (혈목재 서열오위 철와선(鐵蛙蟬)!) 공포에 질리고. 그때

철와선; [흐흐흐! 간덩이가 부었군! 감히 종년 따위가 혈목십성(血穆十聖)의 강림을 접하고도 뻣뻣하게 서있다니....!] 긴 혀를 내밀어 콧잔등을 핥으며 웃고.

충격받는 유모. 다음 순간

유모; [천비 마고가 존귀하신 철와선 님을 뵈옵니다!] 한 무릎 꿇으며 포권하고

철와선; [크크크! 당연히 그래야지!] [마도무림에 속한 인간은 마도의 연맹체인 혈목재의 서열에 굴복하는 것이 숙명!]

철와선; [하지만 기왕에 지은 죄를 사함 받으려면 네가 알고 있는 걸 숨김없이 고해야할 것이다 마고!]

[!] 절망하는 마고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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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낮. 산 속의 장원. 아담하다. 사람들이 기척이 없고

[호호호호!] 장원의 뒤쪽 잘 가꿔진 정원의 울창한 꽃나무 그늘 아래 놓인 의자에 앉아서 온 몸을 흔들면서 요란하게 웃고 있는 여자. 만마천의 천주인 마서시 구령이다. 마도무림의 하늘인 만마천은 육천마라는 여섯 명의 늙은 마두들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고 천주인 구령은 명목상의 천주다. 30대 초반으로 보이지만 실제 나이는 마흔살을 넘겼다. 여전히 젊고 절세미녀. 하지만 아주 차가운 인상이고 몸도 병약해 보인다. 잘 벼린 칼날같은 인상. 공자무를 짝사랑했다.

[호호호호!] 눈물을 흘리면서 하늘을 보며 미친년처럼 웃고 있는 구령. 주변에는 십칠팔세쯤 되어 보이는 어린 시녀 두 명. 검을 차고 있다. 한 명은 늘씬하고 한 명은 통통하다.

[콜록! 콜록!] 웃다가 지쳐 몸을 숙이고 거칠게 기침을 하는 구령

[마님!] 놀라서 구령을 부축하는 늘씬한 체격의 시녀1.

구령; [독한 사람! 냉정한 사람!] [꽃 같은 시절을 홀로 보내게 해놓고 이제야 찾아온다니....] 이를 바득 바득 갈고

구령; [시들고 병든 날 찾아와서 뭘 하려고?] [진군소 그년과 알콩달콩 살아온 날을 자랑하려고?] 콜록 콜록! 거칠게 기침을 하고

시녀1; [마님! 제발 그만 안으로 드세요, 네?] 구령을 부축하면서 안타깝게.

시녀1; [바깥 공기는 마님께 좋지 않다고 의원도 말하지 않았는지요?]

구령; [의원들 따위가 뭘 안다고! 그것들 말 믿을 것 없어!] 시녀의 손을 뿌리치고

구령; [거울!] 손 내밀고

시녀2; [예 마님!] 통통한 시녀가 작은 손거울을 내민다.

시녀1은 화장품이 들어있는 작은 합을 두 개 꺼내 들고.

구령; [너무 하얘! 이런 얼굴을 그 사람에게 보이면 안돼!] 거울로 자기 얼굴을 들여다 보고

구령; [내가 속병을 알았다는 걸 진군소 그년이 알게 할 수는 없어!] 시녀1이 내민 화장품 합 중에서 손가락에 끼는 볼 터치 패드를 집어들고

구령; [진가년이 좋아죽는 꼴은 절대 못 봐!] 볼에 패드를 톡톡 쳐서 윤기가 돌게 만들고

구령; [아무렴. 그렇고 말고!] 입술 연지도 손가락으로 찍어서 입술에 바르고. 그때

정원을 장원의 다른 곳과 구분 짓는 높은 담장에 뚫린 월동문으로 머리는 하얗게 세었지만 얼굴은 사십대처럼 젊게 보이는 노파가 걸어온다. 좀 후덕한 몸을 지녔지만 표정은 차갑고 살벌하다. 이 노파는 구령의 유모이면서 무서운 고수다.

유모; [아가씨! 그만 쉬셔야 해요. 무리하지 마세요!] 한숨

구령; [유모! 나 아직 이뻐?] 여전히 화장하며

유모; [그럼요. 아가씨는 아름다워요.]

구령; [정말?] 환하게 웃으며 유모를 보고

유모; [마서시(魔西施)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괜히 붙었겠어요? 아가씨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답니다.] 말하며 구령의 손에서 거울을 뺐고

구령; [들었어 유모? 그 사람이 오고 있대.] 거울을 빼앗기면서도 발그레 웃고

구령; [내가 여전히 예쁘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걸 거야. 그렇지?] 유모를 올려다보며 말하지만

유모는 한숨만 쉬며 거울을 시녀2에게 준다. 그러자.

구령; [유모! 사실은 내가 이제는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지?] 울상을 짓고

유모; [아니에요! 아가씨가 천하제일미인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요!] 구령의 머리 쓰다듬고

구령; [아니야! 나도 알아! 난... 난 더 이상 예쁘지 않아!] 어린애처럼 울고

구령; [마흔살도 넘은 년을 누가 예쁘게 봐주겠어?] [난.... 난 이제 너무 늙었어! 누가 봐도 전혀 예쁘지 않을 거야!] 얼굴을 손으로 갈며 펑펑 울고

유모; [진정하세요! 이제 그만 약을 드시고 쉬어야만 해요.] 구령을 두 팔로 안아들고. 키가 크지만 가녀린 구령의 몸이 가쁜하게 들린다

유모; [한숨 푹 자고 나서 그를 만나세요. 자고나면 훨씬 아름다워져 있을 거예요.] 구령의 머리에 입을 맞추고. 여전히 질질 짜고 있는 구령

유모; [아가씨가 쉬시는 동안 아무도 방해하지 못하게 해라!] 시녀들에게 말하고

[예 파파!] 대답하는 시녀들

훌쩍이는 구령을 안고 건물로 가는 유모

시녀들은 뒤돌아보며 월동문 쪽으로 가고

건물로 들어서는 유모

구령; [유모....] 울음 그치며 입을 열고

유모; [말씀 하세요 아가씨.] 침실로 들어서고

구령; [그가... 그가 또 날 때리지는 않을까? 전에도 툭하면 때렸는데......] 겁먹은 얼굴

유모; [그는 무례한 자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감히 아가씨께 그런 짓을 못할 겁니다.] 침대로 가고

유모; [마도무림의 하늘 만마천(萬魔天)의 천주이신 아가씨에게 누가 감히 손찌검을 할 수 있겠어요?] 침대에 구령을 내려놓고

구령; [그렇지?] 반색하고

구령; [호호호! 그 사람도 이젠 날 때리지 않을 거야.] 좋아하며 웃는다.

구령; [나같이 예쁜 여자를 누가 때릴 수 있겠어?] 말하면서 눈을 감고

이내 잠이 든다

한숨 쉬며 침대에 걸터앉아 그런 구령의 머리를 쓰다듬는 유모

유모; [공자무! 박정하고도 박정한 인간!] 이를 바득 갈고

유모; [이십오년이나 지난 지금 다시 찾아와서 뭘 어쩌자는 거냐?]

유모; [꿈 많던 소녀의 가슴에 못을 박아 기억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해놓은 그 긴 세월을 어떻게 보상하려고!]

유모; [아가씨는 널 용서하실지 모르나 나 마고(魔姑)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이를 바득 갈 때

시녀2; [파파! 큰일 났어요!] 헐레벌떡이며 달려들어온다

유모; <조용히 해라! 아가씨께서 막 잠이 드셨다!> 노려보며 전음으로 말하고

시녀2; [그... 그게....] 겁에 질려 급히 손으로 입을 막고

시녀2; <공..... 공대인께서 예정보다 빨리 도착하셨어요. 막무가내로 들이닥쳐서 소녀들로서는 막을 수가 없습니다.> 입을 막은 채 역시 전음으로 말하고

유모; <그 작자가 감히!> 분노하며 벌떡 일어나고

시녀2; <빨리 마님을 다른 곳으로 모셔야하지 않을런지요?> 잠이 든 구령을 곁눈질

유모; <그럴 것 없다! 내 손으로 처리하겠다!>

유모; <공자무! 네가 기어코 죽으려고 용을 쓰는구나.> 이를 갈며 문으로 가고. 그때

[더 이상은 안돼요!] [멈춰요!] 밖에서 소란이 일고. 이어

[구령(瞿玲)! 어디 있느냐? 나 공자무가 왔다.] 우렁찬 소리가 들린다. 순간

번쩍! 잠이 들었던 구령의 눈이 치떠지고

아차 하며 돌아보는 유모와 시녀2

구령; [공오라버니!] 벌떡 일어나고

구령; [오라버니가 오셨군요!] 반색하며 침대에서 내려선다

유모; [아가씨! 무리하지 마세요! 제가 그자를 처리하겠습니다!] 급히 막으려 하지만

구령; [비켜!] 도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며 밖으로 나간다. 어쩔 수 없이 비켜서는 유모

건물 밖으로 나서는 구령. 그때

[멈춰요!] [더 이상 들어올 수 없어요!] 검을 빼든 시녀1과 몇 명의 시녀들이 뒷걸음질치며 월동문으로 들어오고. 시녀들을 양 몰 듯이 몰며 성큼 성큼 걸어들어오는 공자무.

공자무; [구령!] 건물을 나서는 구령을 발견하며 손을 젓고. 그러자

[아!] [흑!] 보이지 않는 힘에 좌우로 흩어지는 시녀들

공자무; [역시 여기 있었구나 구령!] 성큼 성큼 걸어오고. 건물 앞에 서서 그런 공자무를 노려보는 구령

구령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들. 아직 십대 소녀일 때 이십대중반이던 공자무와 즐겁게 산책하던 장면. 공자무가 두 팔로 자신을 안고 빙글 빙글 돌던 장면. 공자무가 자신의 뺨에 뽀뽀를 해주던 장면 등등

구령의 주먹 바르르. 입술 깨물고

뭐라 말하며 앞으로 다가오는 공자무.

그런 공자무의 뒤로 젊은 시절의 진군소가 오만한 표정으로 자신을 깔아보던 모습이 부각 되고. 순간

구령; [유모! 저 자를 죽여버려!] 손으로 공자무를 가리키며 바락 고함을 지른다.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마기가 터져나오고. 순간

유모; [존명!] 팟! 외치며 날아오르고

유모; [죽어라!] 부악! 허공에서 공자무를 덮쳐가며 강력한 장풍을 날린다. 하지만

눈 부릅뜨고 유모를 노려보는 공자무

[!] 허공에 뜬 채 장풍을 날린 자세로 충격 받는 유모. 직후

부악! 날아가던 장풍이 옆으로 휘어진다

펑! 옆쪽으로 휘어져 정원의 나무와 바위들을 박살내는 유모의 장풍

유모; (장력이 제멋대로 방향을 틀다니....) 휘릭! 놀라며 몸을 허공에서 뒤집고

시녀들도 놀라고

유모; (호신공부 때문이 아니라 저자가 지닌 이력(異力)일 일으키는 현상이다!) 휘릭! 다시 구령 앞으로 내려서고

공자무; [구령. 안색이 안 좋구나.] 탄식하며 다가서고

구령; [유모! 뭘 하고 있어? 그를 죽이라니까!] 이를 악물며 외치고

유모; [예 아가씨!] 대답하며 소매 속에서 뭔가를 꺼낸다. 한 줄기의 시냇물이 그녀의 손에서 대리석 바닥까지 드리워진 것 같다. 물처럼 투명한 색깔의 아주 가는 실로 만들어진 그물이다.

유모; [공공자! 노신을 다시 보게 되면 반드시 죽일 거라고 했었소.] 그물을 들고 앞으로 나서고. 하지만 공자무는 그러거나 말거나 구령만 보며 다가온다

공자무; [어찌하여 몸을 돌보지 않은 것이냐? 무엇이 네게 이리도 깊은 상처를 준 것이냐?] 탄식하며 구령에게 다가오고

유모; [경고는 했소!] 촥! 외치며 그물을 휘두르고. 순간

하늘에서 거대한 물방울같은 그물이 공자무를 덮어씌워온다. 노파가 던진 그물이다. 직경 10미터가 넘어 피할 수가 없다

<끝났어!> <물의 정으로 이루어진 은하살망(銀河撒網)은 무엇으로도 쳐내지 못해!> 시녀들 주먹 불끈 쥐고. 하지만

슈욱! 공자무의 몸이 얇은 종이처럼 변해서 유모의 옆을 지나간다. 몸이 길게 늘어나는 모습. 바로 생사일보다.

풀썩! 그물은 헛되이 바닥에 떨어지고. 물론 그물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다

[!] [!] 시녀와 유모가 놀라 눈 부릅

유모; (이런 신법이....!) 경악하며 급히 돌아본다

그때는 이미 공자무가 구령 앞에 서있다.

유모; [감히!] 이를 갈며 다시 그물을 던지려 하지만

구령 앞으로 바짝 다가서서 마주 선 공자무

구령은 필사적으로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 반짝 쳐들고 공자무를 올려다보고

공자무; [꽃같이 곱던 얼굴이 어쩌다가...] 탄식하며 손으로 구령의 뺨을 만지고

구령; <몰라서 물어요? 당신! 당신의 박정함이 날 이렇게 병들고 시들게 만들었잖아요!> 이를 악물지만 말이 안 나온다. 억울해서 울음이 터져 나오려는 모습이고

유모; [아가씨. 지금 그 자를 죽이지 않으면 영영 죽일 수가 없습니다.] 뒤에서 그물을 움켜쥔 채 외치고. 하지만

공자무; [유모! 그만둬!] 한숨 쉬며 조금 물러서서 공자무의 손이 뺨에서 떨어지게 하고

움찔 유모

권완; [어쨌건 내 집에 찾아온 손님이야. 모두들 나가 봐!] 시선은 여전히 공자무를 올려다 본다. 촉촉이 젖은 눈길

유모; [예....!] 내키지 않지만 고개 숙이고

이어 시녀들을 거느리고 정원을 가로질러가는 유모. 시녀들도 뒤를 돌아보며 따라가고.

유모; (정이란 게 뭔지....) (그렇게 미워하다가도 막상 다시 보니 순식간에 옛 정이 되살아나신 것인가?) 입술 깨물며 한숨

유모와 시녀들 모두 사라지고 장내에는 공자무와 구령만 남고

구령; [무슨 일로... 무슨 일로 절 찾아오셨나요?] 기대에 차서 올려다보지만

공자무;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대답을 피하고

공자무;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는 어린 소녀였었는데 어느덧 완숙한 숙녀가 되었고...!] 다시 구령의 뺨을 만지며 감회에 잠기고

구령; [벌써 이십오 년이 지났답니다. 그동안 오라버니도 많이 늙으셨네요.] 억지로 웃고

공자무; [늙었지. 살 수 있는 날이 살아온 날보다 많지 않을 정도로...!] 끄덕

구령; [들어오세요.] 돌아서고

구령; [먼 길 오셨는데 잠시라도 쉬셔야죠.] 안으로 들어가고. 따라들어가는 공자무

 

잠시후. 탁자에 마주 앉은 두 사람. 구령이 공자무의 앞에 놓인 찻잔에 차를 따라주고 있다. 손이 떨린다.

구령; [오라버니 눈엔 여전히 제가 어린아이로 보일 테죠?] 달달 떨며 차를 따르고

공자무;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도 있는 법이다.]

구령; [하지만 저는 변했어요.] [옛날처럼 건강하지도 않고 행복하지도 않아요!] 자조

구령; [오라버니와 헤어진 후 미친 듯이 무공에 매달려 혈목재(血穆齊) 서열 일위에 오르고 만마천의 천주라는 감투까지 썼지만 행복은 제게 먼 세상의 것이었어요!] 차를 따르는 것을 마치고

공자무; [너는 몸이 아니라 마음에 병이 깊구나.] 그런 구령을 유심히 보고

구령; [사랑이란 병이 마음에 들고나니 어떤 약으로도 고칠 수가 없더군요.] [오라버니가 준 독한 병은 달콤한 꿀 같아서 거부할 수도 없었죠.] 차 주전자를 내려놓고

공자무; [사랑이라....] 우울

공자무; [너는 이십오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철 없던 시절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냐?]

공자무; [현실을 외면하고 그 망령에 너를 맡기고 그 지경이 되었단 말이냐?]

구령; [오라버니는 총명한 대장부라서 세상의 바른 것만 기쁨으로 아시겠지요.]

구령; [하지만 저는 광포한 마도(魔道)에 속한 사람이라 오라버니가 모르는 기쁨도 알고 있답니다.] 싸늘하게 웃고

구령; [남을 속여서 그로 하여금 믿게 하는 큰 기쁨을 오라버니는 모르시겠지요.] [음모를 꾸며 상대방을 고통 속에서 신음하게 하거나 죽어가게 할 때 느끼는 쾌감도 아마 모르실 거예요.] 광기에 젖어 말하고

구령; [더구나 상대방이 내가 그랬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을 때는 더욱 짜릿해지지요.] [너무 짜릿해서 상대방에게 알려주고 싶을 정도죠.]

공자무; [아무런 이문도 없는 장사를 좋아하는구나.] 한숨 쉬며 찻잔을 들고

구령; [하지만 이런 것들에 비할 수 없이 큰 기쁨이 있답니다.]

구령; [바로 자기 파괴의 기쁨이지요.] 배시시 웃고

[!] 차를 마시려다가 눈 부릅 굳어지는 공자무.

구령; [누군가를 원망하며 나를 파괴할 때, 이 극렬한 기쁨은......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가 없답니다.] 호호호! 광기에 사로 잡혀서 웃고

구령; [그것은 잠든 오라버니 몰래 입을 맞췄던 그 떨림보다도, 오라버니를 상상하며 가졌던 은밀한 흥분보다도 더 강렬한 기쁨이랍니다.] 마녀처럼 웃는다

쨍그랑! 공자무는 손에 들었던 찻잔을 떨어뜨린다.

공자무; [구령! 너는...... 너는 그래선 안 된다.] 연민

구령; [남이 만류하면 할수록 이 기쁨은 더 커진답니다.] 자기 앞의 빈 찻잔을 집어들고

구령; [결국은 자기도 멈출 수가 없게 되는 것이지요.] 그 찻잔을 다시 공자무 앞에 놓고

구령; [우사독상심(憂思獨傷心)!] [저는 오라버니가 떠난 후 이 한 구절을 되새기고 되새기다가 그 말의 깊은 뜻을 알게 되었답니다.] 다시 차를 따라준다

구령; [시름으로 홀로 타는 마음! 그것이 주는 기쁨마저 없었다면 제가 무엇으로 살 수 있었겠어요.] 차 따르는 걸 멈추며 싸늘하게 웃고

공자무; [네가... 네가....!] 안색이 굳어져서 말을 잇지 못하고

구령; [오라버니는 제게 죽음에 이르는 병을 주고 갔지만, 저는 <우사독상심> 이 한 구절을 의지해 지금까지 살아왔답니다.] 차 주전자를 내려놓고

구령; [이제 오라버니의 놀라고 당황하는 모습이 제게 또 다른 기쁨과 위안이 되는군요.] 깔깔 웃고. 순간

공자무; [그만해라!] 손을 쓸어서 앞에 놓인 찻잔을 옆으로 날려버리고

쨍그랑! 바닥에 떨어져 박살 나는 찻잔

공자무; [너는 정말 소중한 게 아무것도 없더란 말이냐?] 구령을 노려보고. 순간

구령; [오라버니와 지냈던 그 짧은 순간보다 더 중요한 게 제게 어디 있겠어요?] 갑자기 정색을 한다. 자세도 단정히 하고

공자무; [어리석은 것!] [내 마음엔들 왜 네가 없었겠느냐?] 준엄하게 호통을 치고

공자무; [네가 어린 것이 문제였다면 십 년 아니라 수십 년이라도 기다릴 수 있었다.]

공자무; [네가 마도(魔道)에 속한 것이 문제였다면 내 무공을 버리거나 마도를 버리게 하고서라도 너를 내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을 것이다.]

공자무; [그럼에도 내가 너를 선택할 수 없었던 것은 오직 하나의 이유 때문이었다.] [그 이유 때문에 내 마음에서는 너에 대한 애정이 싹틀 수가 없었던 것이다.]

구령; [오라버니는...... 오라버니는 진군소, 왈패 같은 년을 사랑했던 게 아닌가요?] 안색이 창백해져서 울려 하고

공자무; [함부로 말하지 마라!] [네가 그렇게 부를 사람이 아니다!] 손을 칼날처럼 반들어 끊는 시늉하며 엄숙하게

구령; [오라버니!] 어깨가 떨리고 얼굴은 빨갛게 상기되고. 필사적으로 분을 참는 표정

공자무; [이십 여 성상(星霜) 동안 고락을 함께한 내 아내다.] 그러거나 말거나 엄숙하게 말을 잇고

공자무; [정으로 말하면 바닷물이 마르기 전에는 다하지 않을 것이고, 서로의 존경으로 따지자면 해가 뜨는 것만큼이나 변함없을 것이다.]

구령; [역시 그년을 사랑했군요. 나보다도 그년을 더 사랑했군요.] 이를 바득 바득 간다

구령; [난 그년을 절대 용서할 수 없어요.]

구령; [창피도 모르는 년이 우리 사이에 갑자기 끼어들어......] + [악!] 짝! 공자무의 손이 뺨을 후려쳤다. 얼굴에 손 자욱이 생기며 고개가 홱 돌아가는 구령

구령; [오... 오라버니!] 억울하고 분한 표정으로 눈물 글썽이며 공자무를 본다. 손으로 뺨을 만지며

공자무; [내가 너를 사랑할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너의 이런 점 때문이었다.] 노려보고

공자무; [너를 사랑하게 되면 내 자신마저 태워버릴까 두려워 나는 너를 사랑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분하고 억울해서 달달 떨며 뺨을 손으로 만지는 구령. 눈물이 주르르

공자무; [애정은 젊은이들의 일이다.] [그리고 내 나이는 이미 쉰을 넘겼다.] 한숨

공자무; [사람이 그 나이에 맞는 일을 하지 않으면 추한 법이다.] 타이르지만

구령은 이를 바득 바득 갈며 울고

공자무; [마음을 가라앉혀라.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다.] 한숨 쉬고

구령이 말없이 일어서더니 휘청이며 벽을 향해 걸어간다.

벽에는 서양의 펜싱 비슷한 검이 한 자루 걸려있다. 엄지 손가락 정도 넓이의 폭이 가늘고 긴 검이다.

그 검을 집어드는 구령

싸악! 칼집에서 흰 무지개가 피어오르는가 했는데 어느새 구령의 손에 새하얀 빛을 뿜어내는 가늘고 긴 장검이 들려 있었다. 검날이 낭창 낭청 댄다.

구령; [오라버니! 이십오년전 그날 당신을 죽였어야 했어요.] 검을 들고 다가서고.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구령; [날 버리신 그날 당신을 죽였더라면...... 난 미쳤겠지만 그래도 행복했을 거예요.]

구령; [마존지검(魔尊之劒) 천궁(天弓;무지개)으로...... 오라버니의 심장을 쏘겠어요.] 검을 공자무의 심장에 댄다.

공자무; [천궁으론 부족하다.] [이제 내가 네게 맡겼던 그 물건을 꺼내야 할 때다.] 엄숙하게 말하고

[!] 구령이 충격을 받아 눈을 부릅뜨고

공자무; [암흑철수를 노리는 자들이 있다.] 말을 하면서 윗옷을 쫙 찢는다.

쿵! 드러난 공자무의 오른쪽 가슴에는 세 개의 못이 삼각형을 이루며 박혀 있다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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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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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숙; [대낭! 내가 죽으러 왔는데 그대를 해하려 했을 리가 있겠소?] [하늘의 뜻은 정녕 종잡을 수 없구려.] 천장에 대고 말하는데

청풍; [노야!] 그런 서문숙을 꾸짖고

청풍; [원래 없는 것을 헛것이라 부르는 게 아니라 있더라도 없는 것과 같은 것을 헛것이라 부르는 법입니다.] 엄숙하게 말하고. 눈빛이 아주 강하고 몸에서 기운이 넘실 거린다

서문숙; [네.... 네놈....!] 분노하고 놀라 사색이 되고.

권완도 청풍의 기도에 두려움을 느끼고 청풍에게서 떨어지며 일어난다

청풍; [그런 헛것과 교통하고 정을 주고받는 사람은 바른 길을 벗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손을 칼처럼 만들어 그으며 고함을 치고. 순간

드드드! 방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이 흔들린다. 그리고

<아아악!> 방 바깥에서 들리는 여자의 비명소리.

서문숙; [대낭! 괜잖소?] 천장을 향해 다급히 외치고. 하지만

청풍; [헛된 것에 미혹되지 마십시오!] [마음을 바로 세우고 단호히 눈앞의 것만을 보아야만 합니다.] 눈을 부라리고. 부악! 엄청난 기운이 청풍의 몸에서 터져나가고.

[큭!] 숨이 막혀서 가슴을 누르며 비틀하는 서문숙.

권완도 충격을 받아 벌떡 일어나 물러선다. 그리고

<아아아악!> 다시 천장에서 들리는 여자의 날카로운 비명소리

청풍; [헛된 것이 감히 어떻게 사람을 먼저 바라볼 수가 있겠습니까?] 호통을 치고

청풍; [노야의 마음이 바라는 바가 있기에 헛것이 다가온 것일 뿐입니다!] + 권완; [그... 그만해요!] 숨이 막혀 가슴을 누르며 비명을 지르고

권완; [제발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노려보고. 청풍은 찔끔하여 입을 다물고. 하지만

쩌엉! 청풍의 두 눈에서는 벼락같은 기운이 흘러넘치고

권완; (이... 이 사람의 말에는 생각하는 바가 그대로 이루어지는 기이한 힘이 깃들어 있어!) 겁에 질려 청풍을 보고

권완; (이것도 일종의 술법인가?) 침 삼킬 때

슈욱! 천장에서 선녀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긴 옷자락을 펄럭이며 스며나온다. 등이 바닥을 향하는 자세인데 몸이 축 늘어져 있다. 공손대낭이다. 공손대낭은 천장에서 물처럼 스며 나오는 것이라 천장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

청풍; [어!] 놀라고

권완; (천장에서 사람이....!) 역시 놀라 올려다본다.

서문숙; [대낭!] 역시 외치며 올려다보는데

혼수상태로 바닥으로 떨어지는 공손대낭. 마치 무중력 상태인 것처럼 천천히 떨어지고

권완; [조심하세요!] 급히 달려가 두 손으로 공손대낭을 받아 안는다

권완; (구름처럼 가벼워!) 공손대낭을 두 팔로 안고 무릎을 꿇고

권완; (이 여자가 바로 수천년을 살아온 신행목의 정령 공손대낭이로구나!) 바닥에 누인다. 으으으! 사색이 되어 신음하는 공손대낭. 입가로는 피를 흘리고

권완; (귀신을 부정하고 헛된 것이라고 단언한 저 사람의 말이 비수가 되어 상처를 입혔어!) 공손대낭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누인다. 그때

청풍; [요망한 것이 감히 사람의 탈을 뒤집어썼구나!] 벌떡 일어나며 공손대낭을 향해 삿대질 하려는데

권완; [한 마디만 더 하면 오늘 누군가의 눈에서 피눈물이 날 거예요!] 청풍을 노려보고

청풍; [읍!]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공손대낭은 두려움에 질린 표정으로 그런 청풍을 쳐다보며 상체를 일으키고.

공손대낭; [진보.... 그대는, 그대는 정말 너무 합니다.] 울면서 서문숙을 보고

공손대낭; [오늘 그대를 다시 보았을 때 처음에는 반가워서 기뻤고, 또 그대의 죽음이 멀지 않았기에 슬펐습니다.] 애절하게 울고

공손대낭; [그대를 직접 맞이하고 싶었지만 그대 옆에 법기를 지닌 사람이 셋이나 있어서 피했거늘.....] 청풍을 두려워하며 물러나 앉고. 스스스! 그런 공손대낭의 모습이 점차 투명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권완; (모습이 흐려지고 있어!) (인간이 아닌 정령은 이런 식으로 죽음을 맞는구나!)

공손대낭; [진보, 그대는 왜 저분을 제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오셨나요?] [저분이 저를 죽이게 될 줄을 모르셨습니까?] 청풍을 곁눈질하며 울고.

서문숙; [믿어주시오 대낭! 나는 정말 몰랐소.]

서문숙; [이 아이에게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설마 진언(眞言)의 힘을 지닌 줄은 정말 몰랐소.] 청풍을 노려보고

청풍;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말을 좀 험하게 했기로서니 저 나무의 정령이 죽게 되었다고?)

공손대낭; [이제 저는 죽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진보, 당신이 저를 죽이는군요.] 다시 힘없이 다시 바닥에 눕고.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서문숙; [미안하오 대낭!] [나로 인해 그대의 정이 승천할 기회도 놓치고 흩어지게 되었으니 천추지한일 뿐이오!] 한숨

권완; [노야! 이분을 다시 살게 할 방법은 없는지요?] 공손대낭의 옆에 무릎 꿇고 앉아서 돌아보고

서문숙; [없네! 없어!] 절망하며 고개를 젓고.

서문숙; [이 아이가 내뱉은 말의 칼이 대낭의 정을 난도질 해버렸어!] 청풍을 노려보고. 그때

공손대낭; [우... 우미인초(虞美人草:개양귀비) 잎사귀 끝에 달린 이슬에 초목의 정기를 더하여 만든 법기의 힘을 빌린다면 살 수 있답니다.] 권완의 손가락에 끼어져 있는 반지를 보며 말하고. 그런 공손대낭을 흘겨보는 청풍

권완; [이 급박한 상황에 그같은 법기를 어디서 구할 수 있겠는지요?] 난감할 때

청풍; [내숭떨지 말고 간단하게 말해!] [완이 손에 끼고 있는 반지를 빌려달라고!] 공손대낭을 노려보며 코웃음을 치고

권완; [아! 이 반지에 그런 묘용이 있었군요!] 깨닫고 자기 손에 끼어진 반지를 보고

권완; [이건 본래 제 것이 아니었는데...!] 생각하다가 깨닫고

청풍을 보니 청풍의 왼손에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네 개의 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져 있고 손목에는 신령환이 채워져 있다.

권완; [혹시 그대가...!]

청풍; [맞아! 자기가 무리하게 내공을 연마하다가 주화입마에 빠졌을 때 내가 끼워줬어!]

청풍; [청목지환(靑木之環)이란 건데 초목의 생명력이 깃들어 있어!]

권완; [이분을 살리기에는 안성맞춤인 묘용을 지녔군요.] 공손대낭을 보고

권완; [헌데 이 반지로 어떻게 해야 도움이 되겠는지요?] 공손대낭에게 묻지만

서문숙; [반지를 낀 손으로 그녀의 손과 발을 쓸어주면 된단다.] 안도하며 말하고

권완; [그리하겠습니다!] 반지 낀 손으로 공손대낭의 팔 다리를 쓰다듬어 주기 시작하고. 그러자

스으으! 흐릿해져가던 공손대낭의 모습이 다시 뚜렷해지기 시작하고

권완; (휴우!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어!) 안도하고

공손대낭의 입에서도 긴 한숨이 흘러나온다.

청풍; (사람도 아니고 나무도 아닌 도깨비 하나가 없어질 뻔한 건데 뭔 호들갑들이람!) 팔짱 끼고 코웃음

청풍; (생각해봐! 벼락이 왜 높은 나무만 골라서 때리겠어?)

청풍; (나무는 음기(陰氣)의 정화라 헛된 것들이 잘 달라붙고 그것들이 세상에 해를 끼칠까 싶어 태워 죽이려는 게 아니겠어?) 연신 코웃음만 치고. 그때

서문숙; [휴우! 너란 아이를 정녕 모르겠구나.]

청풍; (나도 나를 모르겠수다!) 코웃음.

서문숙; [지난밤에는 마기를 뿜어내어 난릉왕의 술법을 깨뜨리더니 오늘은 또 몇 마디 말로써 대낭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서문숙; [너를 가르쳐 난릉왕을 막으려 했지만 넌 술법과 거리가 먼 운명이구나.] [앞으로 난릉왕을 어찌 막을꼬.]

청풍; (가면 쓴 변태 따위가 뭐 대단하다고...!) 코웃음치며 난릉왕을 떠올리고.

그때 되살아난 공손대낭이 권완의 부축을 받아 일어나 앉는다

서문숙; [대낭! 그대의 검술을 이 아이에게 가르칠 수 있겠소?] 그런 공손대낭에게 묻고

공손대낭; [진보, 저는 그분을 가르칠 수 없습니다.] 청풍을 겁에 질린 눈으로 보고

공손대낭; [그분의 숨결에 닿은 것만으로도 제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데다가...] [무엇보다도 제 검술은 그분에게는 전혀 쓸모가 없습니다.]

공손대낭; [대신 이 소저에게는 전할 수 있습니다.] 권완을 보고

서문숙; [이리 된 것도 운명이니 대낭은 그 아이에게 검술을 전수해주시오.] 끄덕이고

서문숙; [이놈은 내가 맡겠소!] 청풍을 노려보고

청풍; (맡긴 뭘 맡아? 그 몸으로 날 어떻게 해볼 생각이라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어!) 킁킁 코웃음치고

이하 장면을 공손대낭과 권완이 구석에 앉아 보고 있다.

서문숙; [술법을 가르칠 수 없으니 네게 노부의 무공을 물려주마!] 소매 속에서 호두알만한 약을 한 알 꺼내고

청풍; [곧 돌아가신다면서 뭘 얼마나 가르쳐주실 건데요?] 뚱하고

서문숙; [네가 이 약을 삼키기만 하면 노부의 평생 심득을 다 네것으로 만들 수 있다!] 약을 왼손 바닥에 올려놓고 오른 손을 주먹을 수직으로 세워 쥐어 위에서 덮는 시늉을 한다. 마치 오른손으로 왼손 바닥의 환약을 찧으려는 듯

청풍; [약을 한 알 먹기만 하면 절세고수가 된다는 말을 믿으라구요?]

서문숙; [이 약은 극기마환신단(克己魔幻神丹)이라는 것이다.] 환약 위에 위치한 오른쪽 주먹을 꾸욱 쥐고. 그러자

서문숙; [이름 그대로 자신과 마귀를 이겨 신처럼 되게 해주는 약이다.] 쥐어짠 손아귀 안에서 피가 한 방울 흘러나오고

서문숙; [물론 이 약을 만드는 데는 술법이 동원되었다.] 환약으로 떨어진다

서문숙; [어떠냐? 극기마환신단을 먹고 운명을 시험해볼 용기가 있느냐?] 약을 내밀고

청풍; [내가 왜 이약을 먹어야하는데요?]

서문숙; [안 그러면 난릉왕에게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청풍; [나한테 한 번 진 인간이 뭐 무섭다고...!] 코웃음

서문숙; [난릉왕은 너에게 한번 졌기 때문에 다음번에는 반드시 널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서문숙; [방심하지 않고 전력과 전심을 기울여 널 죽이려 들테니까!]

청풍; (그건 말이 되네!)

서문숙; [어찌 하겠느냐?] [난릉왕이 너와 네 소중한 사람들의 목숨과 운명을 좌지우지하게 허락할 테냐?]

청풍; [쳇! 못된 영감탱이같으니라고!] 삐쭉

권완; [노야께 무슨 말버릇이에요?] 째려보고

청풍; [내 약점을 정확히 찔러오니 피할 방도가 없네.] [좋아요! 어디 한 번 얼마나 대단한 약인지 먹어봅시다!] 서문숙이 내민 약을 집어들고

서문숙; [침대로 가서 먹어라! 극기마환신단을 복용하면 몇날 며칠은 꿈속을 헤매야할 것이다.] 웃고

청풍; [예예!] 약을 들고 일어난다

청풍이 걸어가자 공손대낭은 겁에 질려 권완의 뒤에 숨고

청풍; (수천년을 살았다면서 겁은...!) 공손대낭을 흘겨보며 침대로 간다

이어 침대에 눕고.

청풍; [그럼 나중에 봅시다!] 약을 입에 넣고

긴장해서 보는 다른 사람들

청풍; [되게 맛없네.] [술법으로 만들었다면서 좀 달콤하고 맛있게 못 만들어?] 우적 우적 씹어먹으면서 궁시렁. 그러다가

청풍; [그래도 수면제는 탄 것 같네!] 눈을 감고 잠이 든다.

드르렁 쿨! 코를 골며 잠이 드는 청풍. 그러자

공손대낭; [휴우! 이제야 좀 살 것같아요!] 가슴을 쓸어내리고

공손대낭; [그런데 정말 괜잖은 건가요?] 곁눈질로 청풍을 보고

공손대낭; [극기마환신단을 복용한 이상 스스로를 이기지 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

권완;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놀라서 서문숙과 공손대낭을 보고

서문숙; [대낭의 말 대로 저놈은 영영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끄덕

권완; [그... 그렇게 위험한 약을 어떻게...!] 안색이 창백해져서 부르르 떨고

서문숙; [걱정하지 말거라.] [노부가 배운 명리(命理)대로라면 네 낭군이 될 놈은 백수를 하고도 한참을 더 산 후에야 세상과 하직을 할 운세다.]

권완; [네...!] 얼굴을 붉히고

서문숙; [이제 저놈은 꿈속에서 자기 자신과 싸우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지닌 바 잠재력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지!]

권완; [극기라는 말이 그래서 붙었군요.]

서문숙; [뿐만 아니라 저놈이 꿈속에서 싸워야하는 상대는 노부의 능력까지 지니고 있다.] 소매 속에서 책을 한권 꺼낸다. 크지 않은 책이지만 두툼해서 마치 다이어리 같다.

서문숙; [상식적으로는 결코 이길 수 없는 상대지만 마침내 극복하고 나면 세상 누구와 싸워도 지지 않게 될 것이다!]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고

서문숙; [인간에게 있어 가장 이기기 힘든 적은 자기 자신이므로...!]

서문숙; [이제부터 너는 대낭에게 검술을 배우도록 해라.] [대낭의 검술은 고금을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것이니 후일 크게 쓸모가 있을 것이다.]

서문숙; [그동안 나는 내 법기에 술법을 익히는 법을 적어 놓으마.]

권완; [예!] 고개 숙이고. 이어

권완; [자질이 부족하지만 가르침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두 손 모으며 공손대낭에게 절하고

공손대낭; [소저께서는 겸손해하실 것 없어요!] [수많은 제자를 길러보았지만 소저를 능가할 재원은 지금까지 단 한명도 없었답니다!] 마주 절하고

곧 공손대낭의 가르침을 받아 검술을 연마하는 권완. 공손대낭이 쌍검을 뽑아 검무를 추고. 그것을 보며 권완도 곤오용봉채로 따라한다

두 여자가 춤을 추는 것을 잠시 지켜본 서문숙

책을 펼쳐서 그 위에 손가락으로 허공에 글을 쓴다

<위대하신 제왕의 미욱한 신 서문숙이 마지막 장계(狀啓)를 올리나이다!> 스스스! 허공에 생겨난 글들이 차례로 책 속으로 녹아들어간다.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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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노부는 스물네 살 때 이 신행목(神杏木)을 발견했다. 그 무렵의 나는 술법을 부리기 위한 법기(法器)를 닦을 장소를 찾아다니다가 우연히 이 신행목을 알게 되었다.> 젊은 시절의 서문숙이 뒷짐을 짚고 서서 거대한 은행나무를 올려다 보고 있다. 절세미남이고 허리에는 긴 검을 차고 있고.

<술법에는 아무런 매개체도 없이 그냥 쓸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매개체가 있어야하거나 있으면 훨씬 편리한 술법들도 있다. 크고 강력한 술법이나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술법의 경우 법기의 힘을 빌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각가지 이상한 물건들. 그릇, 책, 북, 비파, 팔찌 등등

<술법자(術法者)들은 일반적으로 스승에게서 법기를 물려받아 사용한다. 그러나 제자의 술법이 스승을 넘어서게 된다면, 스승의 법기에 그 능력을 모두 담을 수 없기 때문에 법기만 망치게 될 뿐이다. 결국 그때는 법기를 새로 만들어 닦아야 한다.> 노인으로부터 거문고를 받는 청년.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으로 받는다.

<천하제일가인 서문세가(西門世家)의 소가주였던 나는 선친으로부터 술법을 배웠다. 그리고 황송하게도 젊은 나이에 술법으로는 선친을 능가해버렸다. 즉 본가의 가주에게 대대로 전승되어 오던 법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西門世家라는 현판이 걸린 웅장한 대문 앞에서 포권하며 작별을 고하는 젊은 시절의 서문숙, 문앞에는 노인과 노부인이 서있다. 노부인은 눈물을 닦고 있고. 두 부부 뒤로는 많은 하인들이 허리를 숙이고 있다.

<그리하여 나는 가전의 법기를 포기하고 나만의 법기를 닦기 위해 세가를 나서게 되었다. 명산대천을 배회하며 술법을 연마하고 법기를 닦기에 마땅한 장소를 찾고자 했으나 쉽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곳엔 이미 주인이 있었고, 주인이 없는 곳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꼭 나타났기 때문이다.> 산수화같은 바위 산 산봉우리에 서서 산을 보고 있는 서문숙.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 위에 어떤 도사같은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다. 폭포 아래에서 명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장을 지나다가 은은한 흰색 옷을 입은 한 처녀를 보게 되었다. 그녀를 보는 순간 나는 그녀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시장통을 걸어가다가 흠칫하는 서문숙. 앞쪽에서 공손대낭이 다가온다. 절세미녀인데 서문숙과 비슷할 정도로 훤칠한 키에 선녀 옷처럼 하늘거리는 옷을 입었고 양 옆구리에는 짧은 검을 두 자루 차고 있다. 한쪽 팔에는 꽃이 가득 든 바구니를 걸고 두리번거리며 서문숙 쪽으로 다가온다

<그 처녀는 광주리에 여러 가지 꽃을 담아 팔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꽃보다 아름다웠으며, 키는 보통사람보다 더 컸고 허리가 곧고 발라 오연해 보이기까지 했다.> 서문숙을 보고 흠칫하는 공손대낭.

<처녀도 나를 보았다. 순간 그녀는 움찔 놀라며 도망가려 했다. 그러나 도망가도 소용없다는 생각을 했는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어서인지 내게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행(道行)이 깊으신 분이군요. 제 꽃을 하나 사주시겠어요?]> 배시시 웃으며 서문숙에서 귀엣말을 하는 공손대낭

<나는 처녀가 하는 수작이 가소로웠지만, 정체를 알 수 없었기에 그냥 꽃 한 송이를 사주었다.> 동전을 주고 꽃 한송이를 공손대낭에게서 받는 서문숙. 이하 회상에서 대화체로

공손대낭; [당신은 백만 번째로 제 꽃을 사신 분입니다.] [그리고 저는 해와 달에게 맹세했답니다.] [백만 번째로 제 꽃을 사시는 분이 남자라면 그분에게 저를 의탁하겠다고.] 서문숙을 올려다보며 배시시 교태롭게 웃는 공손대낭

서문숙; [너는 사람이 아니거늘 어찌 감히 그런 말을 하느냐?] 준엄하게

공손대낭; [사람은 아니라도 좋은 스승들께 배워 인간의 도리를 깊이 깨우쳤는데, 사람보다 못할 게 있겠는지요?] 서문숙의 팔짱을 끼며 배시시 웃고

공손대낭; [멀지 않은 곳에 저의 거처가 있으니 함께 가주세요!] 서문숙의 팔짱을 낀 채 끌고 간다. 못 이기는 척 끌려가는 서문숙

서문숙; (선녀나 관음보살은 아닐 테고.... 햇빛에 이지러지지도 않고 대낮에 이렇게 버젓이 돌아다닐 수 있는 게 뭘까?)

서문숙; (그러고 보면...!) 주위를 둘러본다

무심하게 지나가는 사람들.

서문숙; (다른 사람들 눈에는 이 여자의 모습이 안 보이는 모양이다!)

서문숙; [네 이름이 무엇이냐?]

공손대낭; [남들은 소녀를 공손대낭(公孫大娘)이라 부른답니다.]

 

#89>

청풍; [엥!] [공손대낭?] 눈이 띠용. 권완도 흠칫. 다시 현실

권완; [검무(劍舞)를 잘 추기로 유명해서 두보(杜甫)가 <관공손대낭제자무검기행병서(觀公孫大娘弟子舞劍器行幷序)>라는 시까지 지었다는 그 공손대낭을 말씀하시는 건지요?]

서문숙; [그렇다. 바로 그 공손대낭이다.]

청풍; [하하하! 꽃 팔던 처녀가 공손대낭이면 노야는 신선 이팔백(李八百)이군요.]

청풍; [공손대낭은 당나라 사람인데 노야가 만났으면 무려 팔백 년이나 살아오셨을 테니까!] 깐죽대며 웃고 + 서문숙; [맹랑한 녀석같으니!] 눈 부라리고

서문숙; [언제 노부가 팔백 살이나 되었다고 했느냐? 공손대낭을 만났다고만 했지.]

청풍; [그럼 공손대낭이 팔백년을 살았단 말입니까?] 띠용

서문숙; [어디 팔백년뿐이겠느냐?]

서문숙; [공손대낭은 자신이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일천육백번 이상의 해를 넘겼다고 했다!]

[!] [!] 놀라는 청풍과 권완.

권완; [혹시... 공손대낭은 여자신선이었는지요?]

서문숙; [너는 은행나무를 부르는 다른 이름을 아느냐?] 청풍에게

청풍; (이 영감탱이가 날 무시하는구만!) + [잎이 오리발 같다고 해서 압각수(鴨脚樹). 열매가 어린 살구같다고 해서 행자목(杏子木),]

청풍; [심으면 손자 대에나 열매를 볼 수 있다고 해서 공손수(公孫樹)!] 뚱하게 대답

서문숙; [공손대낭은 바로 공손수의 정(精)이다.]

권완; [아!] 놀라고

서문숙; [은행나무의 정령이기에 성을 공손씨로 했고.... 바로 이 신목이 공손대낭이다.]

청풍; [그러니까 나무의 요괴 아니 요정이 있단 말이지요?] [어, 어디 있어요?] 침 꼴깍 삼키며 둘러보고

서문숙; [그녀가 원하지 않으면 너희들 눈으로는 볼 수가 없다.] [술법을 익히고 난 후 정과 혼을 부릴 수 있게 되었을 때야 보게 될 것이다.]

권완; [대원수님께선 공손대낭과 혼인하셨나요?]

서문숙; [그녀는 나무의 정이고 나는 사람인데 어떻게 혼인할 수 있겠느냐?] [하지만 좋은 친구는 될 수 있었지.] 빙그레 웃고. 다시 회상

 

#90>

<노부 역시 공손대낭이 처음 이름을 밝혔을 때는 너희들과 같은 반응을 보였었다. 공손대낭은 놀라고 당황하는 나를 데리고 이곳으로 왔다.> 키는 낮지만 아주 거대한 은행나무 앞에 서서 올려다보는 서문숙과 공손대낭

<그리고는 나를 돌아보며 한 번 웃고는 나무 속으로 스며들어가버렸다. 그때서야 나는 공손대낭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사람이 아니면서 햇살이 따가운 대낮에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도 그녀가 나무의 정(精)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놀라는 서문숙을 돌아보는 자세로 반쯤 몸이 거대한 은행나무로 스며들어가는 공손대낭

<나무속에서 공손대낭이 하는 말을 따라서 이곳으로 들어왔는데 벽에는 검무를 추는 공손대낭의 모습이 그려진 족자가 걸려있었다. 바로 그 족자에서 공손대낭이 미소를 지으며 걸어 나왔다.> 벽에 걸린 족자에서 걸어 나오는 공손대낭의 모습. 지금 청풍과 권완이 있는 그곳이지만 여자의 방처럼 꾸며져 있다. 침재와 화장대도 있고

서문숙; [만나 뵙게 되어 영광스러울 뿐입니다.] [팔백 년 전에 이미 아름다운 이름을 사해에 떨치셨던 공손대낭께서 여전히 하계(下界)에 계실 줄을 누가 알겠습니까?] 포권하고

공손대낭; [이곳은 제 몸속이자 제 정(精)이 머무르는 곳입니다. 귀인을 모시기에 부족함이 많습니다.] 교태롭게 웃으며 허리를 숙여 마주 인사하고

<공손대낭이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경시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당(唐)의 현종(玄宗) 앞에서 검무를 추어 천하제일검기무(天下第一劒器舞)라는 소리를 들었으며, 수많은 제자를 두었던 바도 있었으니 다른 요괴나 요정처럼 대할 수 없었다.> 공손대낭과 마주 앉아 술을 마시는 서문숙

서문숙; [시장에서 소생을 피하려했던 것도 두려워서가 아니었겠습니다.] [천지를 뒤흔드는 검기를 지니신 대낭께서 아직 배움이 일천한 소생을 두려워할 리 없겠지요.] [소생의 교만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두 손으로 술잔을 들고

공손대낭; [소녀가 익힌 검기는 보통 사람을 놀래킬 정도이지 귀인을 놀라게 할 정도는 아닙니다.] 역시 두 손으로 술잔을 들어 답례하며

공손대낭; [일찍이 소녀는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에 나가 한바탕 노닐었지요.] [그때 한 분께 은혜를 입어 검술을 배웠답니다..]

서문숙; [대낭께서도 고인으로부터 검을 받으셨군요. 아마 보통 분은 아니었겠습니다.]

공손대낭; [확실히 보통 분은 아니셨습니다. 배민(裴旻)이라는 분인데 아실런지요?]

서문숙; [배민?] [이백(李白), 장욱(張旭)과 함께 당삼절(唐三絶)로 불리시던 천검(天劒) 배민 장군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놀라고

공손대낭; [바로 그 분이랍니다.] 고개 끄덕.

서문숙; [배장군께서는 당조(唐朝) 삼백년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검객이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분의 검술은 끊어져 전해지지 않는 줄 알았더니 바로 대낭께서 이으셨군요.]

공손대낭; [그분을 배장군이라 부르시는 걸 보니 귀인께서도 그분처럼 <왕들의 왕>을 섬기시는군요.]

서문숙; [그렇습니다.] 술잔을 내려놓고 엄숙한 표정

서문숙; [소생 서문숙 역시 위대하신 제왕의 미욱한 신(臣)입니다.] 일어나서 두 손을 모으고 하늘을 우러르고

공손대낭; [그러리라 생각했는데 과연......] 역시 엄숙한 표정. 술잔을 내려놓고

공손대낭; [천하의 기인이 되시는 분들은 모두 한결같이 그 한 분만을 섬기는군요.] 한숨

서문숙; [배장군께선 <왕들의 왕>을 가장 가까이에서 모셨던 분입니다.] 다시 자리에 앉고

공손대낭; [소녀에게는 부모 같은 분이기도 하지요.]

<저의 높은 가지를 잘라 벽력진군의 칼을 맞지 앉게 해준 분이시니까요.> 허공에 뜬 채 검을 휘둘러서 거대한 은행나무를 버섯 모양으로 다듬고 있는 신선같은 노인의 모습

 

#91>

권완; [공손대낭은 왜 꽃을 팔았고 또 백만 번째 꽃을 사는 남자에게 몸의 의탁하겠다고 맹세했는지요?]

서문숙; [공손대낭은 술법을 닦아 승천하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 꽃을 팔면서 수행이 뛰어난 사람의 공덕을 얻어 모으고 있는 중이었지.]

서문숙; [백만 번째 사람에게 몸을 의탁하려 한 것은 나무나 꽃의 정의 경우 움직이는 몸을 가진 존재에게 의탁해야만 승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서문숙; [노부는 그녀의 처지를 이해했고 그녀는 노부의 처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우린 한 가지 약조를 하게 되었다.]

청풍; [어떤 약조요?] 멀뚱

서문숙; [그녀는 내가 이곳에서 법기를 닦는 것을 도와주고, 나는 죽을 때가 되면 이곳에 와서 그녀의 정(精)을 맡아주기로 한 것이다.]

권완; [정을 맡아준다는 건 무슨 뜻인지요?]

서문숙; [내 몸이 죽어 신(神)과 정(精)과 혼(魂)이 흩어질 때, 공손대낭의 정은 나의 신과 함께 하늘로 올라가고 대신 나의 정과 혼이 이곳에 남아 목신(木神)이 되는 거란다.]

청풍; [목신이 된다구요?]

서문숙; [쉽게 말해서 죽은 뒤 이 나무에 붙은 귀신이 된다는 말이다.] 웃고. 순간

청풍; [으하하하!] 갑자기 배를 잡고 웃고.

권완; [공자!] 서문숙의 눈치를 보며 말리고

서문숙도 불쾌한 미소를 짓는데.

청풍; [말도 안되는 소릴랑 그만 하십쇼! 천지간에 귀신이 어디 있습니까?] 단호하게

서문숙; [뭐라고?] 화를 내려는데

청풍; [술법도 대충 뭔지 알겠고 요괴란 것도 있을 법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죽어서 나무귀신이 되니 뭐니 하는 건 말 같지도 않습니다.] 엄숙. 온몸에서 삼엄한 기운이 흘러나온다. 이후로 청풍의 몸에서는 아지랑이같은 기운이 넘실거린다. 고함을 치면 그 기운이 화살처럼 사방으로 날아가기도 하고

서문숙; (무슨 이런 놈이....!) 눈 부릅뜨며 놀라고

서문숙; (뜬금없이 혼백을 비수처럼 가르는 예기를 온몸에서 흘려내다니...!)

청풍; [한 인간이 죽으면 그 삶도 깨끗이 끝나는 법인데 무슨 귀신 나부랭이가 된다는 겁니까?] 코웃음 치는데

슈우! 갑자기 오싹한 한기가 실내를 감돌고

권완; (뭐... 뭐지? 갑자기 실내의 공기가 차가워졌어!) 놀랄 때

서문숙; <아차!> 아차하며 천장을 올려다보고

서문숙; (위험하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단호한 확신과 부정은 대낭같은 요정들에게는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청풍; [무엇이든 이상하게 보려면 자꾸 이상하게 보이는 겁니다.] [구름이나 바위들도 이것 닮았다 저것 닮았다 하고 보면 자꾸 그렇게 보입니다.]

청풍; [하지만 눈이 밝고 마음에 잣대가 정확하다면 세상에는 이상할 게 하나도 없습니다.] [쓸데없는 생각으로 마음속에 이것저것 짓지 마세요.]

서문숙; [말... 말을 삼가지 못할까!] + (이놈처럼 명백하게 자신의 의지를 말로 구현하는 인간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당황하여 청풍을 노려보지만

청풍; [은혜를 입긴 했으나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다 죽어가는 분이 무슨 할 짓이 없어 귀신 운운하시는 겁니까?] 코웃음치고.

서문숙; [네놈이 그래도...!] 다급히 외칠 때

갑자기 천장 쪽에서 쿵! 하고 뭔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서문숙; [이런...!] 놀라며 올려다보고.

권완; [공손대낭인가요?]

서문숙; [잘못 되었구나! 잘못 되었어!] 안타까운 표정으로 탄식하고. 그때

<진보(塵甫;서문숙의 호)! 그대는.... 그대는 왜 저 사람을 데려와서 저를 죽이려 하십니까?> 갑자기 어디선가 우는 소리가 들리고

권완; (여자의 울음소리!) 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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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신협 -退魔神俠

臥龍岡 2017521

 

<설정>

무림에는 천외사천이란 신비한 문파들이 있다. 천외사천은 강호 무림의 소소한 세력다툼에는 관여하지 않고 세상 밖에서 천하의 패권을 다투어온 전설적인 문파들이다. 마도무림의 종가 마교와 사파무림의 하늘 배교, 정파무림의 성지 천산신궁, 기환술의 본가인 신선부가 그들이다.

천외사천은 암중에서 치열한 암투를 벌이며 세력 균형을 유지해왔다. 헌데 이십오 년 전 천외사천간의 세력균형이 일거에 무너지는 일이 생겼다. 천산신궁의 궁주 천산신녀 구숙정과 신선부의 부주 천선대야 이무외가 부부가 된 것이다.

한 몸이 된 신선부와 천산신궁은 전격적으로 마교와 배교를 공격해서 궤멸시켜 버렸다.

오랜 세월 강호무림의 암적 존재였던 마교와 배교가 사라지면서 태평성대가 펼쳐질 것으로 모든 사람들은 예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들어맞지 않았다.

마교와 배교가 세상에서 사라진 얼마 후 천산신궁과 신선부 역시 문호를 닫아버린 것이다.

강호무림을 암중에서 지배하던 천외사천이 사라지면서 힘의 공백이 생겼고 당연히 대혼란이 야기되었다. 수많은 문파와 가문들이 세력다툼의 와중에 멸문지화를 당한 것이다.

그리하여 당금 무림은 전통의 구파일방 외에는 사파무림의 흑천련과 정파무림의 제왕성만이 살아남게 되었다. 천외사천이 모습을 감추면서 발생한 대혼란의 와중에 힘을 키운 흑천련과 제왕성은 이제 명실상부한 정사쌍패가 된 것이다.

그와 함께 세상에서는 기이하고도 공포스러운 일이 속출하게 되었다. 도처에서 옛날이야기 속에서나 등장하던 이매망량과 귀신, 악귀들이 나타나 사람들을 홀리고 해꼬지 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다른 세상의 존재들이 갑자기 폭증한 이유가 천외사천의 소멸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짐작만 할 뿐 정확한 내막은 모른 채 공포로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주인공 이청풍은 신선부의 부주 천선대야 이무외와 천산신궁의 궁주 천산신녀 구숙정의 아들이다. 이무외와 구숙정은 결혼 오년만에 쌍둥이 아들을 낳았지만 어떤 일을 계기로 크게 다투고 별거하게 되었다. 그 일은 세상으로 뛰쳐나오려는 마계의 지배자 아수라를 쌍둥이 아들의 몸에 가두는 일이었다.

마교 교주인 삼절천마 위극겸의 간계에 의해 신선부가 관리해온 마계의 문이 열릴 위기에 처했으며 이에 이무외는 어쩔 수 없이 아수라를 아들들의 몸에 가두려했다. 반면 구숙정은 아들들의 몸에 아수라를 가두려는 남편의 계획에 격렬하게 반대했었다.

구숙정이 부부 싸움 끝에 신선부를 뛰어나간 후 이무외는 아들들의 몸에 아수라를 가두려 했다. 하지만 대법이 절정에 이른 순간 신선부의 최고고수들인 육합존자가 배신을 해서 이무외를 공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일로 신선부는 붕괴되고 이무외는 실종되어 버렸다.

신선부가 붕괴될 때 청풍은 마교 교주 위극겸의 누이인 위상영에 의해 구출되어 양자로 길러진다. 청풍의 동생인 이청운은 위극겸이 데려다가 위진천으로 이름을 바꾸고 자기 아들인 것처럼 길러왔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이무외를 상대할 목적으로...

그후 청풍은 위상영을 어머니로 알고 자라며 신선부의 술법 몇 가지와 마교의 마공을 수련한 후 무림으로 나와 가문의 배신자들인 육합존자들을 찾아다닌다. 그러면서 도처에서 이매먕량과 악귀들을 퇴치하여 퇴마신협이라 불리게 된다.

청풍의 동생 청운, 즉 위진천도 비슷한 시기에 무림에 나온다. 위진천은 아버지로 알고 있는 위극겸의 지시로 이무외와 구숙정의 행방을 찾고 있다.

청풍은 당금 무림을 지배하고 있는 정사쌍패중 제왕성의 성주 철면제왕이 육합존자중 한명일 것이라는 심증으로 제왕성으로 쳐들어가고 위진천은 정사쌍패중 다른 한쪽인 흑천련으로 쳐들어가 흑천련의 련주인 흑천신패를 수하로 삼는다.

육합존자를 추적하던 청풍은 배교 교주의 아내인 야차희가 죽었다가 부활하려는 것을 저지하고 야차희는 위진천에게 구해져서 위진천의 가신이 된다.

육합존자를 추적하던 청풍은 천산신궁의 소궁주인 도후 진상파를 만나지만 그녀가 어머니의 제자인지 모르고 충돌하게 된다.

이윽고 청풍은 육합존자들을 한명씩 찾아내지만 신선부의 진짜 절기를 얻지 못한 탓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그러다가 몇 번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한다.

위진천과도 형제지간인 줄 모르게 충돌하기도 하고... 이윽고 죽은 줄 알았던 이무외와 위극겸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무림은 걷잡을 수 없는 격랑에 휘말려 들게 되는데...

 

<등장인물>

천선대야 이무외; 천외사천중 신선부의 부주. 천산신녀 구숙정과 부부가 되어 마교와 배교를 궤멸시켰다. 그후 구숙정 사이에서 쌍둥이 아들을 얻었으나 곧 별거한다. 이유는 마계의 왕인 아수라에 대한 대책 때문이다.

마계와의 통로인 봉신방이 누군가에 의해 훼손되어 아수라가 뛰쳐나올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이무외는 아수라의 출현을 막을 수 없다 보고 아수라의 힘을 쌍둥이 아들의 몸에 봉인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구숙정은 당연히 결사반대였고 결국 부부싸움 끝에 신선부를 뛰쳐나갔다.

그후 이무외는 두 아들에게 아수라의 힘을 분산시켜 봉인하려는 대법을 펼치게 되었고, 대법이 완성된 직후 신선부의 수뇌들인 육합존자의 배신으로 치명상을 입게 된다. 신선부가 붕괴하면서 이승도 저승도 아닌 음양계에 갇혔던 이무외는 이십여 년만에 탈출하여 다시 세상에 나온다.

천산신녀 구숙정; 천외사천중 천산신궁의 궁주. 쌍둥이 아들을 아수라를 제어하는 데 쓰려고 한 남편의 비정함에 환멸을 느끼고 신선부를 뛰쳐나간다.

그 얼마 후 신선부에 변고가 생긴 것을 알고 돌아왔지만 아들들과 남편은 이미 실종된 상태였다. 이십여 년 간 필사적으로 아들들과 남편을 찾아왔으며 여자들 중의 첫째가는 자질을 지닌 진상파를 제자로 삼는다.

삼절천마 위극겸; 만악의 근원. 술법, 마공, 두뇌로 삼절이다. 천외사천중 마교의 교주로 혈교와 손을 잡고 천산신궁과 신선부를 궤멸시킬 계획을 추진한다. 하지만 이무외와 구숙정이 선수를 쳐서 부부가 되어 배교와 마교를 각개격파 해버린다. 결국 마교는 멸망하고 위극겸은 겨우 목숨만 부지하여 도망친다. 하지만 곧 누이동생인 위상영을 이용하여 반격을 한다. 신선부의 깊은 곳에 봉인된 아수라를 깨우게 한 것이다. 아수라의 부활로 인해 이무외와 구숙정 부부는 갈라서게 되며 세상에 이매망량과 악귀들이 날뛰게 되었다.

그후 은밀히 마교를 부활시켰지만 여전히 이무외와 구숙정을 의식해서 본격적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진 못하고 있다. 대신 청풍의 쌍둥이 동생인 이청운을 아들로 삼아서 이무외 부부의 종적을 찾게 하고 있다. 제왕성의 총관인 벽세황에게도 마공을 전수하여 수족으로 부린다.

마서시 위상영; 위극겸의 누이동생. 위극겸의 사주를 받고 신선부에 잠입하지만 이무외를 짝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오라비 위극겸의 지시를 어길 수 없어서 아수라를 봉인한 봉신방을 훼손하게 되고... 죄책감에 신선부가 궤멸할 때 청풍을 구해 길러왔다.

퇴마신협 이청풍; 본편의 주인공. 신선부의 장남이지만 신선부의 절기를 거의 전수받지 못했다. 대신 양모인 위상영으로부터 신선부의 술법 몇 가지와 마교의 마공 몇 가지를 배웠다. 그 때문에 신선부의 배신자들인 육합존자들과의 싸움에서 고전한다.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 이무외를 만나 비로소 신선부의 절기를 얻어 절세 고수가 된다. 어머니 구숙정의 제자인 진상파와 대립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부부가 된다.

천마잠룡 위진천; 본명은 이청운. 이무외와 구숙정이 낳은 쌍둥이 아들 중 둘째로 청풍의 동생이다. 하지만 삼절천마 위극겸에게 납치되어 위극겸이 아버지인 줄 알고 자란다. 마교의 술법과 마공을 제대로 배워서 청풍보다 강하다. 위극겸의 지시로 이무외와 구숙정의 행방을 찾고 있다. 이무외가 자기 아버지이고 청풍이 쌍둥이 형인 줄 모르고 적대하지만 이윽고 진실을 알고 충격에 휩싸인다. 배교 교주의 첩이었던 야차희를 부활시켜서 수족으로 부리며 정사쌍패중 흑천련을 장악하여 강력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도후 진상파; 천산신궁의 소궁주. 구숙정의 제자다. 여자들 중에서는 으뜸인 자질을 지녀 스무살 나이에 이미 도후의 칭호를 얻었다. 무공으로는 청풍을 능가할 정도다.

십면혈신 용백; 신선부와 천산신궁의 공격으로 멸망한 배교의 마지막 교주. 몸은 죽었지만 원념은 남은 상태에서 제왕성에 갇혀있다. 배교의 시조인 혈왕 용극이 남긴 세 가지 마공을 이용하여 부활을 꿈꾸고 있다.

야차희 우유라; 전대의 천하제일미인. 십면혈신 용백의 후처였다. 하지만 배교가 신선부와 천산신궁의 협공을 받고 멸망할 때 구숙정에게 치명상을 입고 죽었다. 하지만 남편인 십면혈신이 걸어놓은 술법 덕분에 부활할 단서를 잡는다. 동정인 사내들을 유인하여 훼손된 몸을 복구하다가 청풍에게 들켜 다시 시체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 직후 위진천에게 거둬지게 되고 위진천의 술법에 제압당해 충성을 바친다.

옥면신풍 벽세황; 천외사천이 사라진 후 무림을 장악하고 있는 정사쌍패중 제왕성의 총관이다. 신장궁 출신이며 교활하다. 위극겸의 수족이 되어 온갖 악행을 자행한다.

사천일교 당아연; 사천당문 문주의 손녀. 신선부 육합존자중 비파귀비의 제자. 청풍에게 연정을 느끼지만 사부인 비파귀비에게 이용당해 비참해진다.

비파귀비 손대낭; 신선부의 배신자들인 육합존자의 막내. 음공의 달인이다.

흑천신패 뇌공량; 육합존자의 첫째로 진짜 별호는 천패. 이무외에 대한 열등감과 질투심을 위극겸에게 자극받아 배신에 앞장선다. 신선부의 술법을 변형하여 금강불괴에 필적하는 암흑금강신이 되었다. 하지만 위진천에게 당해 위진천의 수하가 된다.

지절 염숭환; 신선부 육합존자의 둘째. 야심가로 배교의 사악한 술법을 연마하여 천하의 주인이 되려 한다. 술법으로는 십면혈신에 필적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청뢰 이세창; 신선부 육합존자의 셋째. 제왕성을 세워 정파무림의 맹주 노릇을 하고 있다. 제왕성 성주로서의 별호는 철면제왕이다. 배교의 마지막 교주 십면혈신의 시체를 얻어 십면혈신의 혼백과 계약을 맺었다. 배교의 시조 혈왕 용극의 삼대마공을 얻는 대가로 부활에 협조한다.

호령 장세명; 육합존자의 넷째로 유일한 의인이다. 비파귀비를 짝사랑하여 어쩔 수 없이 이무외를 배신하는 일에 동참한다.

신행태보 종선; 육합존자의 다섯째. 신법의 달인

철의선사; 소림사의 고승. 순수한 무공으로는 천하제일인. 모든 술법을 깨트릴 수 있는 사자후신공을 청풍에게 가르쳐준다.

 

#1>

<-천외사천(天外四天)! 세상 밖에서 세상을 지배하는 네 개의 강대한 세력이다.> 먹장구름으로 덮인 아주 험준한 산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마도 무림의 종가 마교(魔敎). 사파 무림의 하늘 배교(拜敎), 정파 무림의 성지 천산신궁(天山神宮), 신선술의 본가 신선부(神仙府)를 천외사천이라 하며 무림의 역사는 그들의 암투와 대립으로 이루어져 왔다.> 험준하기 이를 데 없는 산중에 자리한 깊은 계곡에 건물들이 보인다. 이국적인 건물들. 다른 작품의 <신녀문> 모습을 차용. 그 건물들 사이에서 벼락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무산(巫山)> 다른 작품의 신녀문 모습을 그대로 차용한 배경으로 나레이션. 중앙에 자리한 육층의 탑에서 벼락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사람들이 겁에 질려 그 벼락을 보고 있고. 육층 탑의 입구에는 <天仙大塔>이라는 글이 적힌 편액이 걸려 있다.

<-신선부(神仙府)> 벼락이 치솟고 있는 육층 탑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사람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육층의 탑을 보고 있고

여자1; [전격(電擊)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어.] 나이 든 여자 둘이 건물을 보며 겁에 질려있고. 주변에 다른 사람들도 불안한 표정으로 보고 있고

여자2; [하늘에서 벼락이 내려오는 게 아니라 땅에서 하늘로 벼락이 올라가다니... 심상치가 않아.] 역시 겁에 질린 표정으로 탑을 보면서

여자1; [천선대탑(天仙大塔)이 누르고 있는 봉신방(封神榜)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여자2; [부주님 거처 담당의 하녀로부터 들은 건데...] [누군가 봉신방에 돼지피를 뿌렸대.] 주변 눈치 보며

여자1; [... 돼지피?] 놀라고

여자1; [돼지피를 뿌리면 봉신방의 신성(神性)이 오염되는 거잖아!] [그럼 봉신방이 가두어온 <만귀(萬鬼)의 주()>가 세상으로 뛰쳐나올 수도 있고...]

여자2; [... 나도 자세한 건 몰라!]

여자2; [하지만 열흘 전 부주님과 주모님이 그 일로 크게 싸우셨대.]

여자1; [주모님이 우리 신선부를 뛰쳐나간 것도 봉신방이 오염된 일과 관련이 있겠네.] 겁에 질리고

여자2; [거의 확실한데...] [하여간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어.]

여자2; [<만귀(萬鬼)의 주()>가 봉신방을 깨트리고 나오면 세상에 종말이 온다는 전설도 있잖아.] 겁에 질리고

여자1; [부주님과 육합존자(六合尊者)님들을 믿어봐야지 뭐.] 겁에 질려 육층 탑을 보고

 

#2>

지지지! 드넓은 지하광장이 벼락에 덮여있다. 직경 30미터쯤인 지하광장의 형태는 원형이고. 그 중앙에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다. 마법진 중앙에는 유리처럼 반투명한 바위가 하나 서있다. 5미터쯤인 뾰족한 바위에는 수많은 금줄과 부적이 붙여져 있다. 지지지! 그 바위가 벼락을 일으켜 천장으로 스며들어가게 하고. 마법진 외곽에 그려진 원형의 작은 진법 안에 여섯 명의 남녀가 서서 두 손을 결을 지은 채 주문을 외우고 있다. 이들이 육합존자. 다른 작품에 나온 <뇌공량> <염숭환> <이세창> <장세명> <신행태보 종선> <매영귀희>등의 캐릭터. 이때 여섯 사람의 나이는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쯤. 여섯 사람의 몸에서 일어난 벼락이 거대한 마법진으로 스며들어가고 있고. 육합존자가 진법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

여섯 사람 뒤에는 입구를 등진 자세인 이무외가 검과 거울을 양손에 들고 서서 보고 있다. 거울은 구리거울로 뒷면에 손잡이가 달려있다. 이때 나이 30대 중반인 이무외의 복장은 고풍스럽고 제관의 복장이다. 모자도 썼고. 이무외 뒤에는 위상영이 양손에 강보에 싸인 아기를 둘 안고 있다. 잠이든 아기들은 어린 시절의 청풍과 위진천이고.

뇌공량; [부주! 봉신방이 더는 견디지 못할 것 같소!] 지지지! 벼락에 휩싸인 채 두 손을 결을 지어 주문 외우는 자세로 이무외에게 외치고. <불멸무성>등 다른 작품의 뇌공량 캐릭터. 이때의 나이는 일행중 가장 많은 40대 중반. 배경으로 나레아션 <-신선부 육합존자(六合尊者)의 첫째 천패(天覇) 뇌공량(雷空量)>

지지직! 쩌적! 바위에 마구 균열이 가고. 그 안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모습이고

염숭환; [시간이 없소! <만귀의 주>가 언제 뛰쳐나올지 모르오.] 역시 결을 지은 채 외치고. <불멸무성>등에 나온 염숭환 캐릭터. 40대 초반의 나이. 그 배경으로 나레이션. <-육합존자의 둘째 지절(地絶) 염숭환(廉崇煥)>

이세창; [결정을 내려주시오 부주!] 역시 두 손으로 결을 지은 채 주문을 외우며 외치는 모습. 이때의 나이는 40대 초반. 좀 사악한 인상. 배경으로 나레이션. <-육합존자의 셋째 청뢰(靑雷) 이세창(李世昌)>

[...] 고뇌에 찬 표정으로 대답하지 않는 이무외. 배경으로 나레이션. <-신선부 부주 천선대야(天仙大爺) 이무외(李無畏)> 그때

빠지직! 쩌적! 바위에 마구 균열이 가고. 그 안쪽에서 사람 형태의 검은 물체가 몸부림치는 모습이 보이고

장세명; [!] 지지지! 벼락에 휩싸인 채 두 손으로 결을 지은 자세로 고통스러운 표정. 이때의 나이는 30대 후반. 배경으로 나레이션. <-육합존자의 넷째 호령(虎靈) 장세명(張世明)>

신행태보; [제기랄! 마력이 폭발적으로 강해지고 있다.] 지지지! 30대 중반인 신행태보의 얼굴도 벼락에 휩싸여 고통으로 이지러지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육합존자의 다섯째 신행태보(神行太保) 종선(宗先)>

비파귀비; [부주님! 제발!] [시간... 이제 더 이상 고민하실 시간이 없어요!] 결을 지은 채 다급하게 외치고. 다른 작품의 <매영귀희><손대낭> 캐릭터. 이때 나이는 서른 살 전후. 배경으로 나레이션. <-육합존자의 막내 비파귀비(琵琶貴妃) 손대낭(孫大娘)>

이무외; (확실히 봉신방을 유지하는 건 어렵게 되었군.) 심각.

이무외; (대체 누가 봉신방을 오염시켰는지는 모르지만...) 찡그리고

이무외;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되었구나.) + [()소저!] 자기 뒤의 위상영에게 말하고. 위상영의 이때 나이는 20대 중반 정도

위상영; [예 부주님!] 갈등하는 표정으로 대답. 배경으로 나레이션.

이무외; [청풍(淸風)과 청운(淸雲)이를 봉신방 안쪽에 누이시오.]

위상영; [부주님! 다시... 다시 한 번 생각해주세요.] 애절한 표정으로

위상영; [이 어린 것들의 몸에 <만귀의 주>를 가둔다는 건 너무도 가엾지 않는지요?]

이무외;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정이오.] 침통하게

이무외; [게다가 <만귀의 주>는 둘로 나뉘어 갇힐 테니 그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지도 못할 것이오.]

위상영; [그래도 영향이 없지 않을 텐데...]

이무외; [임시변통일 뿐이오.] [<만귀의 주>를 일단 그 아이들 몸에 가뒀다가 안전하게 가둘 방도를 찾아낼 거요.] 말할 때

<크아아!> 빠직! 콰지직! 바위 속에서 몸부림치는 검은 물체. 그에 따라 바위에 마구 균열이 가면서 부서지려 하고

비파귀비; [부주님!] 비명을 지르고.

다른 사람들을 필사적으로 주문을 외워서 진법을 유지하려 애쓰고.

이무외; [서둘러 주시오! 기회를 놓치면 <만귀의 주>가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어버릴 거요.] 검과 거울을 쳐들며 말하고. 검과 거울에는 북두칠성이 새겨져 있다.

위상영; [...] 어쩔 수 없이 대답하며 아기들을 안고 진법으로 접근한다.

이무외도 주문을 외우며 검과 거울을 쳐들고. 지징! ! 검과 거울이 빛을 내고

지지지! 진법이 일으키는 벼락을 뚫고 진법 안으로 들어가는 위상영. 감전되는 모습이지만 개의치 않고

위상영; (용서하거라 아가들아.) 무릎 꿇고 조심스럽게 두 아이를 진법 안에 누이고.

위상영; (천지신명의 가호가 너희들과 함께 하기를 빌게.) 눈물 보이며 몸을 숙여 아기들에게 입을 맞추려 하고

비파귀비; [그럴 시간 없어요! 빨리 봉신방에서 나와요!] 다급히 외치고

위상영; [!] 고개 들다가 기겁하고

! ! 반투명한 바위 안쪽에서 마귀 형상의 거대한 물체가 세 개의 눈을 번뜩이며 내려다보고 있다

위상영; (<... 만귀의 주>!) 기겁하며 뒤로 물러서고

이무외; [준비하시오!] 검과 거울을 쳐든 채 육합존자들에게 외치고.

이무외; [내 집령환혼주(執靈還魂呪)가 끝나는 순간 봉신방의 유지를 멈추시오!]

[존명!] 일제히 외치는 육합존자.

검과 거울을 들고 주문을 외우는 이무외

! 거울이 빛을 발하고

지지지! 벼락이 일어나는 검

! 검으로 진법 안의 아이들을 가리키는 이무외

지지지! 검에서 일어난 두 가닥의 벼락이 아기들의 몸에 스며들고. 순간

[아앙!] [!] 일제히 울음 터트리는 아이들. 그러자

이무외; <지금이오!> 눈 부릅뜨며 텔레파시로 외치고. 그러자

! ! 결을 지었던 손을 일제히 풀며 진법 밖으로 훌쩍 물러서는 육합존자. 그 사이에도 아이들을 울어대고

이무외; <호흡과 심장 박동을 멈추시오!> 검으로 아이들에게 벼락을 주입하며 텔레파시로 외치고.

급히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 위상영. 그 직후

지잉! 진법에서 일어나던 빛이 사라지고. 그러자

콰창! ! 반투명한 바위가 안에서 밖으로 박살나며 잔해가 마법진 밖으로 쏟아지고

! ! 바위의 잔해들은 이무외와 육합존자의 몸에서 일어난 방어막에 맞아 튕겨지고

<크아아아!> 바위가 박살난 자리에 눈이 세 개 달리고 전체가 구름으로 뭉쳐진 듯 시커먼 그림자가 몸부림치며 모습을 드러낸다. 뿔도 달려있고. 악마의 형상. <반지의 제왕>에 나온 <발록> 같기도 하고

<만귀의 주!> 육합존자들 공포에 질리고. 순간

이무외; <조천성령(照天聖靈)!> 거울을 높이 들며 텔레파시로 외치고

쩌엉! 거울에서 아주 강한 빛이 뿜어져 악마 형상을 비추고. 그러자

<크아아!> 그 빛에 닿자 고통에 차 몸부림치는 악마.

화악! 빛은 휘어지며 마치 굵은 밧줄처럼 악마 형상을 칭칭 휘감고

푸시시! 빛의 밧줄에 닿은 악마의 몸은 연기를 내며 타들어가고

이무외; <<만귀의 주>! 여기는 그대가 올 곳이 아니었다!> 눈 부릅뜬 채 텔레파시를 보내고

이무외; <하늘의 뜻이 실린 성스러운 빛에 타죽고 싶지 않으면 왔던 곳으로 돌아가라!> ! 더 강한 빛을 거울에서 뿜어내고

<끄아아아!> 아주 밝은 빛의 밧줄에 칭칭 감긴 몸이 맹렬히 타들어가며 고통에 몸부림치고

<... 돌아갈 수는 없다! 오래전 이쪽 세상에서 쫓겨날 때 남겨두고 간 권속들을 위해서라도...> 푸시시! 빛의 밧줄에 타들어가면서 연기에 휩싸여 고통에 몸부림치고.

<하지만 저 저주스러운 빛에 소멸되지 않으려면 피할 곳이 있어야하는데...> <끄으...> 몸부림치며 주변 둘러보는 악마.

하지만 위상영은 입을 막고 있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숨을 멈춘 모습이다. 이무외는 거울로 빛을 쏘아서 악마를 태우고 있고

<끄윽! 이 천하고 간교한 인간들이...> <생기(生氣)를 숨겨서 숙주(宿主)로 삼을 여지를 주지 않고 있구나!> 지지지! 몸이 타들어가며 고통에 몸부림치고. 그러다가

<저 애새끼들...> 울어대는 아기들을 발견하는 악마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 안에서 숙주로 삼을 수 있는 건 네놈들뿐이로구나!> 화악! 빛의 밧줄에 휘감긴 구름같은 악마의 형태가 둘로 나뉘어 아기들에게 덮쳐가고

위상영; (흐윽!) 두 손으로 입과 코를 가린 채 그걸 보며 눈 치뜰 때

슈우! 울어대는 아기들의 입과 코로 검은 구름 같은 것이 스며들어가고

비파귀비; (됐어!) 주먹 불끈

<다른 세계로 넘어오자마자 조천경(照天鏡)의 파사신광(破邪神光)에 제압당해 고통스러워하던 <만귀의 주>가 부주의 쌍둥이 아들 몸으로 숨어들어가고 있다!> 슈우! 아기들의 입과 코를 통해 스며들어가는 건은 구름같은 것을 배경으로 비파귀의 생각 나레이션

검과 거울을 쳐든 채 더 강하게 주문을 외우는 이무외. 거울로 일어난 빛을 밧줄 형태로 만들어 검은 구름같은 악마를 조이면서. 이윽고

슈우! 검은 구름은 완전히 아기들의 몸으로 스며들어간다.

이무외; (되었다!) 좀 안도하고. 지잉! 거울에서 빛이 소멸되고

이무외; (<만귀의 주>가 청풍과 청운의 몸으로 완전히 수용되었다.) ! 안도하며 검과 거울을 내리고

눈 번뜩이며 그런 이무외의 뒤로 접근하는 육합존자들

이무외; (이제 봉신방을 다시 복구하면 저쪽 세상의 이매망량(魑鬽魍魎)들이 <만귀의 주>를 따라 이쪽 세상으로 뛰쳐나오는 일은 없을...) + [!] 생각하다가 눈 부릅

화악! 슈욱! 뒤에서 덮쳐오는 이세창과 염숭환. 다른 자들도 죄우와 뒤쪽에서 일제히 몸을 날려 이무외를 공격해온다.

이무외; (육합존자가 나를 암습한다?) 경악하며 돌아서려 하지만

<?> 콰앙! ! 이세창과 염숭환의 장풍이 이무외의 등에 작렬하는 모습을 배경으로 이무외의 의문

이무외; [!] ! ! 피를 왈칵 토하며 앞으로 비틀거리며 밀려간다.

후두둑! 이무외가 토한 피가 진법 안에 흩뿌려지고

치치치! 피가 닿은 진법들이 지워진다.

위상영; [!] 비명 지르며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이무외; [당신들이 어째서...] 진법 안으로 밀려들어가며 비틀거리면서 돌아보고. 입과 코로 피를 줄줄 흘리고

[잘 가시오 부주!] [용서하시오!] [날 원망하지 말아요!] 퍼펑! ! 뇌공량, 장세명, 신행태보, 비파귀비의 공격도 이어지고. 장풍을 날려서 공격한다

콰쾅! ! 그들의 공격이 다시 이무외의 가슴에 작렬하고.

이무외; [!] 가슴이 뭉개져서 대량의 피를 뿌리며 진법 중앙으로 밀려간다. 반투명한 바위가 부서진 근처로.

후두둑! 후둑! 또 피가 진법에 마구 뿌려지고. 그러자

! 콰득! 피가 뿌려진 부분의 진법이 쩍쩍 갈라지고 무너지며 아래쪽으로 시커먼 구덩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뇌공량; [조심해라! 봉신방이 무너지면서 이곳이 음양계(陰陽界;이승과 저승의 경계)와 연결되고 있다!] ! 급히 뒤로 물러서고.

콰드드! 콰득! 바닥이 무너지면서 휘청이는 이무외. 울어대는 아기들도 주변의 바위들과 함께 아래로 추락하려 하고

이무외; (음양계가 열리면서 내공을 쓸 수가 없게 되었다.) 무너지는 바닥의 잔해와 함께 휘청하며 절망하고. 근처에 있는 아기들도 검은 구덩이로 떨어지려 하고

위상영; [아가!] 비명 지르며 달려오고. 순간

이무외; [크왓!] 비틀거리면서도 사력을 다해 검을 휘두르고. 아기들을 향해. 그러자

휘익! 화악! 검에서 일어난 바람 같은 것이 아기들을 휘감아 구덩이로 빠지는 것을 막고

이무외; [아이들을 부탁하오!] ! 위상영을 향해 검을 휘두르고. 무너지는 바닥과 함께 추락하면서. 그러자

화악! 이무외가 휘두르는 검에서 일어난 기운에 휘감겨 진법 밖으로 날아가는 아기들

[아가!] 달려오는 자세로 아기들을 받아 안는 위상영. 직후

콰드득! 콰쾅! 그대로 진법 부분의 바닥이 붕괴되면서 이무외의 몸이 붕괴되는 바닥의 잔해들과 함께 시커먼 동굴로 추락한다.

위상용; [부주님!] 아기들을 양손으로 안고 비명 지르고. 시커먼 구덩이의 외곽에서. 그때

비파귀비; [이무외의 애새끼들을 내놔라!] 화악! 위상영을 덮쳐오며 악을 쓰고. 다른 자들도 살벌한 표정으로 돌아보고

위상영; [당신이...] ! 사력을 다해 몸을 날려 피하고.

찌직! 간발의 차이로 피하는 위상영의 어깨 부분 옷이 길게 찢어지고.

화악! 뒤로 3-4미터 밖으로 날아가 내려서는 위상영

비파귀비; [애새끼들도 죽여요! 후환을 없애야 해요!] 독한 표정으로 위상영에게 다가가며 다른 사람들에게 외치고. 하지만

뇌공량; [그럴 시간이 없다 막내야!] 위를 보며 말하고.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위를 올려다보고

쩌적! 콰드득! 지하광장의 천장이 갈라지며 무너져 내린다.

이세창; [봉신방이 무너지면서 드러난 음양계 입구가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소!] ! 뒤로 날아가며 공포에 질려 외치고

염숭환; [피하세!] [음양계로 끌려 들어가면 끝장이야!] 휘익! 지하광장 입구쪽으로 몸을 날리고.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몸을 날리고

위상영; [흐윽!] 역시 겁에 질려 사람들 뒤를 따라간다. 콰콰쾅! 입구로 뛰쳐나가는 사람들 뒤로 천장이 마구 무너지고

콰드드! 이어 탑의 하단도 아래로 무너져 내린다. 탑 전체가 기우뚱하며 아래로 내려오는 모습.

쿠쿠쿠! 마법진이 새겨졌던 동굴 바닥은 점점 더 넓게 무너지며 시커먼 구덩이를 드러낸다.

콰드드! 그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물체들. 마치 불랙홀에 빨려 들어가듯.

 

#3>

[!] [까악!] 밖에서 본 모습. 육층탑이 비스듬히 기울며 아래로 가라앉고 있고. 거대한 구덩이에 탑이 통째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고. 탑 주변의 사람들은 기겁하며 사방으로 달아나고

콰드드! 쿠쿠쿠! 탑이 있던 곳 주변이 거대한 싱크홀처럼 변하는데 그 크기가 급격히 커진다. 그곳으로 탑 뿐 아니라 건물들과 대피가 늦었던 사람들도 딸려 들어간다. [아아악!] [안돼!] 비명 지르며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사람들

<천외사천의 으뜸이었던 신선부는 어느날 갑자기 세상에서 종적을 감추게 되었다.> 구멍이 급격히 커져 신녀문의 이국적인 건물들을 삼키는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얼마 안되는 생존자와 숱한 의문을 남긴 채...> 중앙에 거대한 구덩이가 생기고 있는 신선부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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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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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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