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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산중에도 비가 그쳤다. 구름이 흩어지며 저녁별도 간간이 보이기 시작한다. 해는 이미 서쪽으로 졌다.

활활 타는 낡은 절.

불타는 절 안에는 혈정 만천태와 유모의 시체가 놓여있다.

불에 타는 대웅전의 기둥들이 지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허물어진다.

절을 등지고 떠나는 공자무와 구령

구령; [오라버니의 넷째 아들은 성정이 저와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군요. 여러 사람을 곤란하게 하는 재주가 있으니…]

공자무; [어쩌다 우리 공씨집안에 그런 놈이 났는지 나도 영문을 모르겠다!] 한숨

구령; [다음에 만나면 제가 혼을 좀 내줘야겠어요.] [저 같은 성미라면, 매를 대지 않고는 바르게 키울 방법이 없을 거예요.]

공자무; [마음대로 하려무나.] 웃고

구령; [혹시 이번에 우리가 살아난다면…] 망설이고

구령; [그 아이를 제게 주실 수 없을까요?] 용기를 내어 공자무를 보고

공자무가 걸음을 멈춘다. 놀란 표정으로 구령을 돌아보고

구령; [저도 어느덧 마흔살을 넘겼답니다. 이미 아이를 갖기에는 늦은 나이지요.] 한숨

구령; [하지만 저를 위해 제상에 술 한 잔 올려줄 아들은 하나쯤 있었으면 해요.]

공자무; [네 뜻을 내가 어찌 모르겠느냐?]

공자무; [하지만 나 혼자 결정하고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구나!]

구령; [그렇겠지요? 낳아준 어미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으니....!] 우울

공자무; [너무 낙담하지 마라. 집사람에게는 내가 알아듣게 얘기를 넣어보마!] 구령의 어깨를 감싸안고

구령; [어쩔 수 없이 제가 그 얄미운 여자에게 머리를 조아려야겠군요.]

공자무; [그래서 잘 자란 자식은 어미의 울타리고 아비의 보루라고 하지 않느냐?]

억지로 웃는 구령

그런 구령의 어깨를 안고 걸음을 옮기는 공자무

구령; (오라버니에게 자식을, 그것도 아들을 넷이나 낳아준 것만으로도 나는 영영 진군소, 그 말같은 년을 이기지는 못하겠구나!)

<운명은 어찌 이리도 불공평하고 야속한 것인지...!> 어두워지는 길로 멀어지는 두 사람

 

#109>

밤. 금릉에도 비가 그쳤다. 날씨가 맑아졌고 금릉의 밤거리에는 여기저기 수많은 등불이 걸려 불야성을 이룬다

불이 거의 켜져 있지 않은 황금전장을 떠나는 공대벽. 모자를 쓰고 멋진 도포를 입어서 풍류한량 같다. 손에는 부채를 들었고. 공대벽의 뒤를 귀가 따른다.

귀; [소주! 어디로 가실 계획이신지요?]

공대벽; [발 닿는 대로 가봅시다.] 웃고

공대벽; [저마다 짝이 있는 거라면 제 짝도 어디서든 만나게 되겠지요.]

귀; [옳은 말씀이십니다만... 우선 산 좋고 물 좋은 곳부터 둘러보셔야만 합니다.]

공대벽; [미녀도 풍수(風水)로 찾습니까?] 웃고

귀; [그렇습니다.] [산이 아름다워야 여자도 아름답고 물이 맑고 풍성한 곳이라야만 마음속에 포부를 품은 여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귀; [외모뿐만 아니라 마음도 아름다운 여자가 큰 자식을 낳을 수 있는 밭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공대벽; [하하하! 온전히 마음에 드는 여자를 고르려면 세상 모든 여자들을 만나봐야겠군!]

귀; [그럴 각오를 하셔야만 할 것입니다.]

귀; [그러나 인연은 기필코 이어지게 되는 법이니 의외로 쉽게 만날 수도 있습니다.]

고개 끄덕이는 공대벽

이어 용설약을 떠올린다.

공대벽; (어쩌면... 이미 그 인연을 만났었는지도 모르지!)

공대벽; (진정한 인연이라면 이 여행이 끝나기 전에 다시 만나게 될 테고...!) 멀어진다

 

어둑한 황금전장.

집무실에 불을 켜고 책상 앞에 앉아서 편지를 쓰고 있는 진군소.

진군소; [예정된 일이긴 하지만 모든 게 너무 빠르구나.] 편지를 다 쓰고

진군소; [둘째부터 시작해서 네 아이가 차례로 내 곁을 떠나 이제는 아무도 남지 않았어.] 편지를 접는다.

진군소; [이 지경이 되었건만 그래도 당신은 나 혼자만 이 커다란 집에 덩그러니 남겨놓고 구령 그년과 돌아다닐 수 있을까?] 편지를 봉투에 넣는다.

진군소; [이제 눈치를 봐야 할 자식들도 없어.] 편지 봉투 입구에 풀을 바르고

진군소; [그러니까 그 독사 같은 년과 함께라도 집으로 돌아오기만 해줘. 이 밥통 같은 양반아.] 봉투 입구를 눌러 붙인다.

진군소; [신!]

<마님! 분부하시지요.> 벽 속에서 대답하고

진군소; [넌 주인을 찾을 수 있겠지?]

<......> 대답이 없고

진군소; [가타부타 대답 못해?] 바락 성을 내고

<찾... 찾을 수는 있습니다.> 급히 대답하고

진군소; [그럼 찾아가서 이 편지를 전해.] 편지를 뒤로 던진다

슥! 벽 속에서 손이 빠져나와 그 편지를 받고

진군소; [편지를 받아본 다음 그 양반이 돌아오겠다면 다행이고... 오지 않겠다면 혼자라도 즉시 돌아와!]

진군소; [대신 이 말을 분명히 그에게 전하도록 해!]

진군소; [끝내 안돌아오면 내가 먼저 가겠다고!] [저승에 먼저 가서 기다리겠다고!] 이를 바득 갈고

<마님!> 스윽! 벽에서 스며나오는 신

신; [참람하여 차마 입에 올릴 수 없는 말씀입니다. 거두어주십시오!] 포권하지만

진군소; [신! 너는 아직도 나를 모르느냐?]

진군소; [명분으로야 주종지간(主從之間)이지만 핏줄로는 내게 사촌동생인 네가 아니더냐?] 호통을 치고

신은 주눅이 들어 머리를 숙인다.

진군소; [나는 젊었을 때는 선하곡(仙霞谷)의 사나운 검이었으며 지금은 제왕공가(帝王孔家)의 안주인이다.] 강렬한 기운을 흘려내고

진군소; [내가 시정의 어리석은 계집들처럼 허튼 말이나 지어내 남편을 협박하는 여자일 것 같으냐?] 무시무시한 기세

신; [명을 받들겠습니다. 진노를 거두십시오 마님!] 깊이 포권하고

스스스! 이어 사라지는 신

진군소; [박정한 사람! 무심한 사람!] 공자무를 떠올리며 이를 바득 갈고

진군소; [구령 그년이 그렇게 안쓰러웠으면 일찌감치 데려다 측실로 들어앉히지!] [긴긴 세월 가슴에 묻어두고 내 앞에선 늘 일편단심인 척 해?]

진군소; [늙어서 힘 빠진 후에 내 구박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진군소; [그래도 제발 살아서 돌아오기나 해!] [구령 그년뿐만이 아니라 정을 뿌리고 다닌 년들 다 끌고 와도 받아줄 테니까!] 운다

 

#110>

아침. 해가 막 떠올랐다.

반쯤 부러진 은행나무. 은행나무 가지에 청풍의 옷이 빨아서 널려있다. 은행나무는 상단부가 반으로 쪼개져 마치 누가 일부러 새총을 만들려고 벌려 놓은 것 같다.

그 은행나무 아래의 밀실.

침대에 잠들어 있는 청풍. 헌데 옷이 모두 벗겨졌고 아랫도리만 작은 천으로 덮여있다.

누워 잠들었다가 귀를 쫑긋하는 청풍.

[벽력진군(霹靂眞君)의 칼을 제대로 맞았으면 저는 물론이고 목신(木神)이 된 진보의 정(精)도 물방울처럼 흩어졌을 거예요!] 옆에서 들리는 음성

청풍; (뭐야? 버릇없는 나무 요정이잖아!)

청풍; (서문노야의 신(神)을 빌어 승천하니 뭐니 하더니만 여전히 세상에 남아있네!) 곁눈질한다

좌대에 놓여있던 서문숙의 시신은 없어졌다. 대신 좌대에 권완과 공손대낭이 나란히 앉아있고. 우는 공손대낭을 권완이 등을 다독이며 달래고 있다.

공손대낭; [벽력진군의 칼질을 피할 방법은 한 가지 밖에 없었어요.]

권완; [벼락을 맞기 전에 스스로 자해해서 가지를 찢어버렸군요.]

공손대낭; [다행히 벽력진군은 제 몸이 자기의 칼질에 맞아 쪼개진 것으로 알고 돌아갔답니다.]

공손대낭; [하지만 천신(天神)들에게 미움을 입은 바 되었으니 제가 승천할 수 있는 길은 영영 막혀버렸어요.]

공손대낭; [사람에게 미움을 받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이제 하늘에서도 내침을 당했으니...!] 두 손으로 얼굴 가리고 울고

권완; [좋게 생각하세요.] [세상에 남아 인간들과 어울려 사는 것도 재미있지 않겠어요?]

공손대낭; [그러고 싶지만.... 사람들은 저같은 요정들을 너무 무시해요.]

공손대낭; [알고 보면 요정들의 신세는 참으로 불쌍하답니다.]

공손대낭; [온갖 것을 다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아가씨도 보셨잖아요,] [한 사람의 강퍅한 마음에도 대적하지 못하는 것을요!]

공손대낭; [지상에서도 죽을 뻔하고 하늘로 올랐다가도 사람의 탁한 악기(惡氣)에 쏘였다고 다시 떨어진 불쌍한 저를요.] 다시 울음을 터뜨린다.

청풍; (저것이 은근히 내 욕을 하는구나.) 이를 부득 갈고

청풍; (하찮은 미물이 사람 행세를 하는 것도 꼴사나운데 감히 사람인 나를 욕해?)

청풍; (내가 저한테 잘못한 게 없는데 나를 욕했으니 혼을 좀 내줘야겠군. 빌어먹을 요정 같으니!) 이를 부득 부득 갈고

권완; [쉽지 않겠지만 지난 일은 다 잊어버리도록 노력하세요.]

권완;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진창 속에 뒹굴어도 이 땅이 좋다고 해요.] [아마 하늘나라에도 이 땅에서의 삶보다 좋은 건 없을 거예요.]

청풍; (퍽이나 좋겠다!) 코웃음을 치고. 순간

권완; [그대는 나쁜 버릇이 있군요.] 고개 돌려 청풍을 째려보고

움찔하는 청풍

권완; [잠자리에서 정신이 들었으면 바로 일어나야 합니다.] [게으른 자 치고 큰일을 이루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어요!] 준엄하게 말하고

청풍; (젠장할! 어째 아버지하고 똑같은 말을 하네!)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 [여! 잘 들 있었어?] 너스레

청풍; [죽지 않고 다시 보게 되어 반가워!] 넉살 좋게 손은 쳐들고

공손대낭은 겁에 질려 권완의 뒤로 숨고 권완은 얼굴 붉히며 고개를 돌린다

청풍; [그동안 시간이 얼마나 지났어? 한 달? 두 달?] 침대에서 내려서려는데. 펄럭! 아랫도리를 가린 천이 흘러내리지만 청풍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기겁하며 얼굴 새빨개져서 고개 숙이는 권완

청풍; [뭘 새삼스럽게 내외(內外)를 하고 그래? 어쨌거나 우린 정혼한 사이잖아!] 침대에 걸터앉은 채 뚱하게 말하고

권완; [하... 하루 밖에 안 지났어요.] 여전히 고개 숙인 채 부끄러워 하고

청풍; [정말?] 못 믿겠다는 표정

청풍; [이상한 곳에서 괴물딱지같은 놈하고 수천번을 싸웠는데 겨우 하루가 지났다고?]

권완; [극기마환신단때문에 시간이 많이 흐른 걸로 느끼시는 거예요.] [그보다 앞이나 좀 가려요.] 곁눈질로 흘겨보고

청풍; [가리긴 뭘 가려?] 말하며 아래를 보고

띠용! 비로소 자신이 벌거벗어서 고추도 털렁 내놓고 있는 걸 알게 되는 청풍

청풍; [으악!] 앞을 가리며 펄쩍 뛰어 오르고

청풍; [에구구구!] 후다닥! 앞을 가리고 발발 뛰어서 열려진 문 밖으로 도망간다

후다닥! 문 밖에 등을 기대며 죽상이 되는 청풍

입 가리고 웃는 권완과 공손대낭

청풍; [이... 이게 뭐야? 내가 왜 발가벗고 있는 건데?] 밀실 안에 대고 죽상으로 외치고

권완; [옷이 너무 많이 피에 젖어서 빨았어요.] [지금쯤 거의 다 말랐을 테니까 나가서 입고 오세요.]

청풍; [옷... 옷을 빨았다고? 그럼 내 옷을 벗긴 것도...!]

권완; [대낭은 당신 곁에 가지도 못하니까 제가 벗길 수밖에 없었어요!] 얼굴 붉히고

청풍; (그... 그 말인즉슨 처녀 주제에 내 고추까지 다 봤다는...!) 죽상

권완; [걱정 마세요. 최대한 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벗겼으니까요.]

청풍; (으으으! 십칠년간 고이 간직해온 내 순결이 이렇게 날아갔구낭!) 울상. 그때

꼬르르! 배에서 소리가 나고

권완; [나간 김에 근처 마을로 가셔서 요기도 하고 오세요.] [벌써 사흘 넘게 아무것도 못 드셨잖아요.]

청풍; (그러고 보니 뱃가죽이 등에 붙었군!) + [자기도 뭘 좀 구해다줄까?]

권완; [대낭이야 말할 것도 없고 저도 화식(火食)은 하지 않아요.] [닷새 정도는 안 먹어도 상관없으니까 제 걱정은 마세요.]

청풍; [알... 알았어! 그럼 다녀올께!] 눈치를 보며 입구 쪽으로 간다.

스스스! 청풍이 다가가자 문을 가리고 있던 나무뿌리가 저절로 젖혀지고

문도 저절로 열린다

청풍; (못된 요정같으니!] [나간다니까 옳거니 하면서 길을 터주는군!) 뒤를 흘겨보며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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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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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한밤중. 넓은 호숫가에 자리한 거대한 성채. <마고천장>의 천마성 <보보경천>의 <제왕성> 모습을 차용

<-정사쌍패(正邪雙覇)중 제왕성(帝王城)> 위 성의 모습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육중한 건물.

그 건물의 지하에 자리한 복도 끝. 철문이 있고. 철문에는 부적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금줄도 쳐있다. 귀신 같은 것을 봉인한 모습

<!> 무언가 느끼는 십면혈신. 십면혈신은 <불멸무성>등에 나온 십면혈신 용백 캐릭터인데 살아있는 게 아니라 시체인 상태다. 몸의 태반이 썩어서 해골이 드러나 있다. 쇠사슬에 칭칭 감겨서 천장에 매달린 모습이고. 쇠사슬들에도 부적들이 많이 붙어있다. 십면혈신이 묶여있는 실내는 감옥 분위기인데 문과 천장, 벽등에 덕지덕지 부적이 붙어있다.

십면혈신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석관 속에서 벼락에 맞아 재가 되는 야차희의 모습

<야차희...> 십면혈신의 사념. 십면혈신도 죽었지만 야차희처럼 혼백을 다른 곳에 옮겨 두었다가 부활을 꾀하는 중이다.

십면혈신; <너 역시 남편인 나 십면혈신 용백처럼 불운했구나.> 징! 징! 십면혈신의 시체를 매단 쇠사슬이 약간씩 진동하고

십면혈신; <하필이면 <만귀의 주>가 숙주로 삼은 놈에게 걸려들다니...>

<나 십면혈신 용백이 반드시 부활해야할 이유가 한 가지 더 늘었다. 사랑했던 애첩 야차희 우유라의 복수를 해줘야만 하니...> 징징! 징! 쇠사슬이 약간씩 진동하는 실내의 모습 배경으로 십면혈신의 생각 나레이션

 

#18>

다시 야차희가 타죽은 서시묘.

석관 속에서는 여전히 연기가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고

<분하다! 분하다!> 누군가의 사념이 실내를 떠돌고

<부활이 목전에 있었는데 이렇게 끝나야하다니... 너무도 분하고 억울하다!> 스으! 석관 위로 흐릿한 유령같은 것이 떠돌고. 야차희의 유령이다. 그때

<육신도 혼백도 파괴되었으니 나는 더 이상 이승에 남아있을 수 없게 되었구나. 풀지 못한 원한이 산처럼 쌓여있는데...> 푸스스! 흩어지는 유령. 바로 그때

[후후후! 뜻밖이로군! 이토록 강렬한 영파(靈波)를 흘리는 것이 계집의 망령이었다니...] 슥! 누군가 동굴 안으로 들어오며 웃고

[!] 무언가 깨닫는 야차희의 유령

위진천; [어떤 한이 서려있기에 이승을 쉽사리 떠나지 못하고 있는지 사연이나 들어보자.]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는 위진천

<누구... 내게 말을 거는 건 누구인가요?> 흐릿하게 남은 야차희의 유령이 묻고

위진천; [내가 누군지는 네가 직접 확인해라!] 지잉! 진동하는 손으로 유령을 겨누고. 그러자

지직! <악!> 벼락같은 것이 남아있는 야차희의 유령의 잔재를 휘감고

<내... 내 혼백을 이렇게 간단히 구속하다니...> 휘도는 벼락의 줄기들 안쪽에 구슬처럼 뭉쳐지는 야차희의 유령. 크기는 야구공만하고

<대체 당신의 정체는 무엇인가요?> 슈우! 위진천에게 끌려가며 묻고. 직후

팟! 콱! 날아온 구슬같은 형태의 야차희의 유령을 손으로 움켜잡는 야차희. 순간

<아아악!> 지지지! 위진천의 손아귀 안에서 비명을 지르는 야차희의 유령

위진천; [흠! 딱히 위해를 가한 것같진 않은데...] 갸웃하며 손을 다시 펴서 구슬 형상인 야차희의 혼백을 놓아할 때

<<만... 만귀의 주>!> <이럴 수가...! 날 이 꼴로 만든 원수도 <만귀의 주>의 숙주였거늘...!> 허공에 뜬 구슬 모양의 야차희의 혼백의 놀람

위진천; [만귀의 주!] 눈 번득이고

위진천; [방금 전 이곳에 <만귀의 주>가 숙주로 삼은 자가 있었다는 것이냐?] 둘러보고

<맞... 맞아요!> <그자는 천선대야 이무외의 새끼라고 자인했는데... 분명 몸 속에 <만귀의 주>를 담고 있었어요.> 지지지! 야구공만하게 작아진 야차희의 유령이 허공에 뜬 채 대답하고

위진천; [이해할 수 없군! 어찌 같은 시대에 두명의 귀왕(鬼王)이 강림할 수 있단 말인가?] 찡그리며 생각하고

야차희; <만귀... <만귀의 주>의 숙주만 아니었어도 나 야차희가 그렇게 무력하게 당하진 않았을 거예요.>

위진천; [야차희!] 눈 번뜩

야차희; <아차!>

위진천; [네가 배교의 마지막 교주 십면혈신 용백의 애첩이었던 야차희 우유라의 혼백이었느냐?]

야차희; <곧 이승을 떠나게 될 신세인데 무얼 숨기겠어요?>

야차희; <본녀가 바로 십면혈신님의 후처였던 야차희 우유라에요.>

위진천; [넌 이십오 년 전 배교가 신선부와 천산신궁의 협공을 받고 멸망할 때 십면혈신과 함께 죽은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야차희; <십면혈신님과 저는 육신이 죽기 직전 이원환정대법을 펼쳤었어요.>

위진천; [이원환정대법...] [혼백을 일시적으로 다른 물체에 옮겨놓는다는 배교의 술법이었지?] 눈 번뜩

야차희; <맞아요.>

<저는 급한 대로 지니고 있던 목걸이에 혼백을 옮겨놓았었어요. 그후 본교의 충신들에 의해 시체가 이곳 서시묘에 안치되었었답니다.> 화려한 목걸이를 찬 야차희의 시신이 석관 속에 안치 된 모습 배경으로

위진천; [항주 일대에서 젊은 사내들이 백명 넘게 실종된 건 네 년 짓이었구나!] 찡그리고

야차희; <이원환정대법으로 육신을 되살리려면 여자인 저는 십 년 간 매달 보름달이 뜰 때마다 젊은 사내의 양정을 취해야만 해요.>

<반면 십면혈신님은 순음지체(純陰之體)인 계집들의 음기를 흡수해야 몸을 되살릴 수 있답니다.> 쇠사슬에 걸려 있는 십면혈신의 시체를 배경으로

야차희; [각기 백이십명씩의 사내와 계집을 희생시켜야 부활할 수 있다니...] [죄 많은 부부로군.] 피식 웃고

야차희; <비... 비난해도 어쩔 수 없어요. 그냥 소멸되기에는 세상에 남겨진 한이 너무 컸으니까요.>

위진천; [비난할 생각 없다.] [나 역시 너희 부부와 별 다를 게 없는 족속이니...]

야차희; <설... 설마!> 깨닫고

위진천; [그렇다. 나는 너희 배교에 이어 신선부와 천산신궁이 멸망시켰던 마교의 소교주다.] 강렬한 표정

야차희; <마... 마교의 소교주!> 흥분

야차희; <마교는 저희 배교보다는 사정이 나았었던 모양이군요!>

위진천; [내 아버지 삼절천마(三絶天魔)께서는 천우신조로 천신대야와 천산신녀의 협공을 벗어날 수 있으셨다.] 끄덕

위진천; [덕분에 당금에 이르러서는 마교는 이십오 년 전의 전력을 거의 회복한 상태다.]

야차희; <부럽군요. 저희 배교는 철저하게 궤멸당해서 재건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는데...>

위진천; [동병상련이기도 하니 한 가지 제안을 하마.]

야차희; <혹시...> 희망에 찬 표정

위진천; [네 육신은 벽력진군의 도끼질에 당해서 되살리는 게 불가능하다.] 석관 속에 쌓여있는 검은 재를 흘깃 보며

위진천; [하지만 나의 마력과 본교의 술법을 쓰면 네 혼백은 이승에 머물게 할 수 있다.]

야차희; <그... 그게 가능한가요?> 흥분

위진천; [이 반지의 이름은 성마환(成魔環)이다.] 슥! 망토 속에서 꺼내는 위진천의 왼손 가운데 손가락에 커다란 보석이 박힌 반지가 하나 끼워져 있다. 처음에 야차희의 혼백을 잡았던 손은 오른손이고

위진천; [천지간의 마력을 모아서 원하는 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징! 빛을 발하는 반지이ㅡ 보석

야차희; <마교에 성마환이라는 게 있다는 얘긴 들었어요.>

위진천; [내게 충성을 맹세하면 성마환의 힘으로 네 혼백이 흩어지지 않게 만들어주겠다.] 성마환을 보여주며. 그러자

야차희; <맹... 맹세하옵니다!> 급히 대답하고

야차희; <지금 이 순간부터 소교주께서 제 영혼의 주인이시옵니다!>

위진천; [으하하하! 좋다! 야차희 우유라! 네 서약을 받아들이겠다!] 반지 낀 왼손을 내밀고. 그러자

화악! 날아와서 위진천의 왼손에 잡히는 야구공만한 야차희의 혼백

위진천; [천마의 뜻이다! 성마의 반지는 권능을 보여라!]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게 야차희의 혼백을 잡은 채 주문을 외우고. 그러자

지잉! 야차희의 혼백을 쥔 위진천의 왼손 가운데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의 커다란 보석이 빛을 발하더니

슈우! 위진천의 손바닥 아래쪽에 무언가 형성된다. 강한 빛을 내면서

쿵! 다음 순간 드러나는 모습. 위진천의 손 아귀 아래 무릎을 꿇고 있는 야차희의 모습. 발가벗은 상태로 치렁치렁한 머리칼로 몸을 가린 형상.

위진천; [소멸되지 않고 세상에 남게 된 것을 축하한다 야차희!] 웃으며 야차희의 머리에서 손을 떼고.

야차희; [주인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 영원히 잊지 않겠사옵니다!] 고개 들고 촉촉한 눈으로 올려다보며 말하고

위진천; [오너라! 네게 새 삶과 함께 새로운 사명도 주겠다!] 망토의 한쪽 자락을 확 펼친다. 그러자

야차희; [분부 따르겠사옵니다!] 슈우! 두터운 그 망토 안쪽으로 그림자처럼 스며들어가는 야차희. 마치 솜에 물이 스며들 듯이

위진천; (퇴마신협을 만나러 왔다가 헛걸음을 하긴 했지만 아주 허탕을 치진 않았다.) 쳐들었던 망토를 다시 내리고

위진천; (배교의 비전과 비밀의 대부분을 알고 있는 요물을 권속으로 거두게 되었으니...) 음산하게 웃으며 동굴을 나가고

휘익! 날아올라 동굴에서 멀어지는 위진천

약간 펄럭이는 망토 속에서 야차희의 얼굴이 떠오르고

야차희; <죽일 놈!> 청풍을 떠올리며 위진천의 망토 속에서 이를 갈고

<나를 완전히 불태우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무외의 새끼야!> 멀어지는 위진천의 모습 배경으로 야차희의 생각 나레이션..

 

#19>

<-아미산(峨嵋山)> 험준하며 절경인 산

휘익! 어느 계곡으로 날아가는 날렵한 몸매의 여자. 사천당문 문주의 손녀인 당아연이다. 여자조연 중 한명. <투천환일> <건곤일척> 등에 나온 당아연 캐릭터. 당아연이 날아 들어가는 계곡에는 물이 상당히 많이 흐르는 하천이 흐르고 있고

당아연; (사부님이 무슨 일로 소홍조(小紅鳥)를 보내셨을까?) 날아가며 앞쪽의 하늘을 보고

뾰로롱! 당아연 앞쪽 허공을 날아가는 새 한 마리. 참새를 닮았는데 색이 붉고 희다.

당아연; (다른 사람들 눈에 띄이는 걸 병적으로 꺼려하셔서 제자인 나도 자주 부르지 않는 분이신데...) 배경으로 나레이션. <-사천당문(四川唐門) 문주의 손녀 사천일교(四川一嬌) 당아연(唐娥娟)>

당아연; (사부님은 아직 젊고 아름다우시다.) 새를 따라 날아가며 생각하고

당아연;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 미모와 젊음을 갖고도 세상을 등지신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생각할 때

띠리링! 어디선가 비파소리가 들리고

당아연; (사부님의 비파소리다!) 눈 반짝이며 날아가고

쏴아! 앞쪽에서 들리는 폭포 소리. 계곡 막다른 곳에 높이 30미터 이상에 폭도 10미터가 넘는 상당히 큰 폭포가 쏟아지고 있다. 폭포에서 쏟아진 물이 계곡의 하천을 이루는 것

띠리링! 폭포소리를 뚫고 나오는 비파소리

당아연; (비파소리가 요란한 폭포소리를 뚫고 정확히 들린다.) 그대로 폭포로 돌진

당아연; (그만큼 사부님의 공력이 심후하시다는 반증이겠지!) 펑! 폭포를 뚫고 들어가는 당아연. 폭포수 안쪽은 동굴이다. 수렴동이다

휘익! 폭포수 안쪽에 ,내려서는 당아연, 몸이 물에 젖지는 않았다.

띠리링! 띠링 동굴 안쪽에서 들리는 비파소리

당아연; (비파 연주에 복잡한 심사가 느껴지네.) + [사부님! 제자 아연이옵니다.] 공손히 말하며 들어가고

<어서 와라. 기다리고 있었다.> 띠링! 말과 함께 비파소리가 끝나고

동굴은 깊지 않아서 곧 막다른 곳이다. 그 곳에 석문이 달린 석실이 한 칸 있다. 석문은 반쯤 열려진 상태고. 그 틈으로 빛이 흘러나온다. 더 이상 비파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당아연; [들어가옵니다.] 말하며 반쯤 열린 석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는 당아연

석문 안쪽은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여자의 방이다. 동굴 속의 밀실이지만 여자 방에 있을 건 다 있는 밀실. 탁자를 앞에 둔 비파귀비가 연주하던 비파를 탁자에 내려놓고 있다. 신선부 육합존자의 일인인 비파귀비는 19년전과 다를 바가 없다.

비파귀비; [먼길 달려오느라 수고했다.] 탁자 위의 비파를 옆으로 밀면서 말하고. 탁자에는 비파 외에도 직사각형의 영패 하나와 편지 봉투 하나가 놓여있다. 그 배경으로 나레이션. <-신선부 육합존자의 막내 비파귀비>

당아연; [보름 가까이 뵙지 못했사옵니다. 그동안 무고하셨는지요?] 허리 숙이고

비파귀비; [나는 잘 지냈다.] [그래 능파미보(凌波迷步)의 수련에는 진전이 있느냐?] 앞의 자리를 권하고

당아연; [감사하옵니다!] 인사하고 의자에 앉고

당아연; [능파미보는 대충 흉내를 낼 수 있을 정도가 되었사옵니다.]

비파귀비; [능파미보는 천하제일을 다툴 수 있는 빼어난 보법이다.] [완전하게 구사할 수 있으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무공에도 잡히지 않는다.]

비파귀비; [그 능파미보를 배운지 채 반년도 안되어 흉내라도 낼 수 있다면 대단한 성취라고 할 수 있다.]

당아연; [과찬의 말씀이시옵니다.]

비파귀비; [너는 그야말로 재원(才媛)중의 재원인데...] 안타까운 표정

비파귀비; [딸이라서 사천당문의 비전을 전수하지 못하고 있는 네 조부와 아버지의 심정이 어떨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구나.]

당아연; (우리 사천당문은 절기의 유출을 꺼려해서 며느리에게는 전수해도 딸에게는 가르치지 않는 못된 전통이 있지.) 한숨 쉬고

비파귀비; [네 조부는 직접 무공을 가르치지 못하는 미안함에 나를 네게 사부로 붙여준 것이다.]

비파귀비; [하지만 나는 재주는 일천하여 너의 빼어난 자질을 제대로 못살려주고 있는 것같구나.]

당아연; [그런 말씀 마시옵소서.]

당아연; [사부님께 가르침을 받고서야 제자는 비로소 무공에 눈을 뜨게 되었사옵니다.]

비파귀비; [우리 제자 말도 잘하지.] 웃으며 편지와 영패를 당아연 앞으로 밀어준다

당아연; (편지와 영패...) 그걸 볼 때

비파귀비; [영패를 살펴 보거라.]

당아연; [예...] 대답하며 영패를 집어들고 손바닥 반 만하고 주변에 용이 새겨져 있는데 가운데에는 <帝王令>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당아연; [제왕령(帝王令)!] 놀라고

당아연; [사부님! 이 영패는 혹시...] 두손으로 영패를 든 채 비파귀비를 올려다보고

비파귀비; [흑천련(黑天聯)과 함께 당금의 무림을 양분하고 있는 제왕성 성주를 상징하는 신물(信物)이다.]

비파귀비; [십여년 전 사부는 제왕성의 성주 철면제왕(鐵面帝王)을 도와준 일이 있었는데 그 보답으로 제왕령을 받았었다.]

비파귀비; [그 제왕령을 갖고 있으면 중원무림의 어디를 가더라도 안전할 수 있다.] [제왕령을 거역하는 것은 제왕성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당아연; [그렇다고 들었사옵니다.]

비파귀비; [제왕령을 갖고 제왕성으로 가서 이 편지를 철면제왕에게 전해라.] 슥! 편지를 당아연 앞으로 내밀고

비파귀비; [촌각을 다투는 일이니 서둘러다오.] 심각한 표정의 비파귀비 얼굴 크로즈 업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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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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