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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5.08 [천병신기보] 제 26장 독인과 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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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六 章

 

              毒人美女

 

 

 

 

금릉(金陵).

남경(南京)이라고도 불리는 천년고도(千年古都).

춘추전국시대 오()나라 이래 역대 남조(南朝)의 도움이었으며,

대명(大明) 제국이 패업을 일으킨 곳이기도 하다.

황도가 연경(燕京)으로 불리던 북경(北京)옮겨진 지는 이미 오래다.

때문에 금릉의 성세가 전일만 같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금릉은 여전히 강남(江南)의 문물과 번영의 중심지이다.

 

진회하(秦淮河).

장강(長江)의 한 지류로서 금릉의 서쪽을 끼고 물줄기다.

전설에 의하면 진회하는 진시황이 금릉의 왕기를 끊기 위해 판 운하라고 한다.

진실이야 어떻하든 진회하는 풍광의 수려함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진회하는 화향(花香)을 뿌리는 노류장화(路柳墻花)들로 유명하다.

진회하 일대에 천하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환락가가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강과 합류하기 위해 북쪽으로 물길을 트는 곳에 이르면 진회하의 또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다.

굽이돌고 휘돌아 치는 어지러운 물결,

거센 하로(河路)가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그곳은 영진산(寧鎭山).

그다지 높지는 않으나 험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험산이다.

 

때는 늦어 어둠이 어슴프레 깔리기 시작하는 황혼녘이었다.

스스스스슥!

어두워지는 영진산을 저녁노을같이 흐르는 인영이 있다.

일신에 황포를 걸친 영준한 청년,

영준하다고는 하지만 그 영준함이 기품에 눌려 빛을 잃는,

태산의 풍도를 지닌 청년이었다.

[...!]

휘르르르르---!

묵직한 극()을 옆에 비껴 든 청년은 묵묵히 전면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겼다.

그의 일보가 내딛여지면 그의 신형은 이미 백 장을 나가 있었다.

문득,

[--- --- !]

어디선가 처절한 여인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

황포청년의 검미가 꿈틀했다.

[대락 사마장 정도... 북쪽...!]

나직한 중얼거림이 그의 입에서 새어 흐르고,

스스--- 스슥!

그의 신형은 창공을 반으로 가르며 북쪽으로 날아갔다.

가공할 경공,

천폭환상영(天瀑幻像影)이 펼쳐진 것이다.

 

***.

 

이곳은 잡목이 우거진 산곡(山谷)이다.

산곡 중앙에는 한 대의 화려한 향차(香車)가 서 있었다.

이 험한 산중에 어찌 향차가 와 있는가?

게다가 향차 주변은 진한 피비린내로 뒤덮여 있었다.

마부석에는 한 명의 장한이 우뚝 서서 주위를 싸늘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흡사 철탑을 연상케 하는 거한이었다.

향차 주위로 십여 구의 시신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특이한 것은 모두가 꽃다운 여인들이라는 점과,

그 여인들이 모두 목이 꺾어져 죽어 있다는 점이었다.

[... ... 네년이 바로...!]

향차 앞에 한 명의 요염한 미소부가 서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본래는 몹시 관능적이고 끈끈한 인상의 여인이나,

지금 이 순간은 공포와 분노로 교구를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홍염선자(紅艶仙子)! 깨달음이 늦었다!]

그때 향차 안에서 냉막한 여인의 교갈이 터졌다.

은쟁반에 옥구슬이 구르는 듯이 아름다운 목소리이건만,

골수에 스미는 냉기가 서려 있는...

[두고 보자! 여황교(女皇敎)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 --- 애액!

홍염선자라는 여인은 이를 갈며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나,

[고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향차 안에서 다시 냉갈이 일고,

--- 으윽!

무지개같은 예기(銳氣)가 곧장 홍염선자의 목으로 날아갔다.

--- !

[--- !]

홍염선자의 교구가 허공에서 벼락을 맞은 듯이 출렁거리고,

--- !

사내께나 저승으로 보내었을 풍만한 풍체가 모질게 지면으로 나뒹굴었다.

[! 감히 여황교따위가 혈종(血宗)의 뜻을 거스리다니...!]

향차 안에서 예의 냉갈이 터졌다.

그때였다.

[크크... 혈종이 무어 대수라고 그러느냐?]

갑자기 싸늘한 일성이 향차 위의 허공에서 터졌다.

[!]

다급히 고개를 돌리던 마부석의 거한의 눈이 찌어질 듯이 치켜졌다.

향차 위쪽 십여 장 상공,

한 명의 시커먼 묵운(墨雲)에 뒤덮인 괴인이 둥실 떠있었던 것이다.

[묵영(墨影)...! ... 에엑!]

경악성을 지르던 거한이 목을 감싸쥐고 나뒹굴었다.

스스스스슥!

지면으로 나뒹군 거한의 동체가 삽시에 한줌의 시커먼 독수로 녹아버렸다.

그와 함께,

--- --- 쿠쿵!

콰르르르르---

벼락이 치듯!

시커먼 묵강(墨罡)이 향차로 쏟아졌다.

[--- !]

--- 지직!

--- --- 아악!

그 순간 향차가 박살나며 향차 안에서 한 줄기 홍영(紅影)이 쏟아져 나왔다.

일견하여 그 홍영은 홍의를 꼭 끼게 걸친 여인이었다.

--- 르르릉!

히히히히--- !

묵강이 바닥으로 떨어지자 향차가 박살나고 향차를 끌던 준마들이 박살이 나서 즉사했다.

[()...!]

휘르르르르...!

묵인(墨人)을 노려보던 홍영이 다급히 교구를 비틀었다.

천지를 뒤덮으며 시커먼 묵운이 뒤덮어 온 것이다.

그녀는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러나,

우르르르---!

뇌전(雷電)이 치듯 묵기가 홍의여인의 교구를 질타해 나갔다.

[!]

--- !

홍의여인은 비명을 앞으로 내려섰다.

[으으... !]

홍의여인은 아주 괴로운 신음성을 내며 비틀비틀 몸을 일으켰다.

홍의여인(紅衣女人)!

얼굴은 면사에 가려 볼 수 없다.

그러나 꼭 끼는 홍의로 걸친 그녀의 몸에서는 폭발할 듯한 매력이 풍기고 있었다.

가히 뇌쇄적이라 할 만한 관능이었다.

하지만 그 관능적인 몸매가 삽시에 시커멓게 변색되어 가고 있었다.

지독한 극독에 중독당한 증세였다.

[으음... ... 그대가... ...!]

홍의여인은 자기 앞에 선 묵인을 노려보며 신음을 흘렸다.

 

---묵인(墨人).

 

그 인물은 먹물을 풀어놓은 듯이 시커먼 묵기(墨氣)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 때문에 도저히 묵인의 용모를 알아볼 수 없었고,

다만,

--- 자자작!

뇌전같이 번뜩이는 한 쌍의 눈길만이 선명히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묵인이 서 있는 주위 십 장 방원의 잡초들이 새카맣게 죽어 있었다.

그것은 묵인을 가린 묵기 속에 지독한 독기가 배어 있음을 뜻한다.

[홍예(紅霓)라고 불러주지!]

돌연 묵인이 지극히 패도적인 음성으로 말문을 열었다.

 

---홍예!

 

그것이 여인의 이름인가?

[흐흣! 보존은 혈종을 무너뜨릴 작성이다!]

묵인이 홍의여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홍의여인은 죽어가면서도 얼음장같은 눈길로 묵인을 노려보았다.

[묵영독존(墨影毒尊)! 혈종을 과소평가하지 마랏! 혈종일문에는... 본녀같은 고수가 구름같이 있다.]

홍예라는 여인이 이를 갈며 내뱉았다.

 

---묵영독존(墨影毒尊)!

 

이 인물이 바로 일비(一秘) 구천묵영독존(九天墨影毒尊)인가?

운중(雲中)에서만 노닌다는 무림제일 신비인...,

또한 수라천극존(修羅天極尊)의 뒤를 이어 절대마종으로 떠오르는...

[후훗! 혈종의 잠력이 큰줄은 안다만... 혈종은 본존의 손바닥 안에 있다.]

[헛소리...!]

독기가 내부로 파고들어 홍예라는 여인은 말을 더듬거렸다.

[흐흐... 믿지 않는군! 어쨌든 좋다. 우주혈종(宇宙血宗)도 곧 구천독종(九天毒宗)이 자신의 상투 위에 앉아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니...!]

--- 으윽!

묵영독존은 장을 쳐들었다.

[구천독종! 묵영독존... 당신이 바로 구천(九天)...!]

죽어가던 홍예가 번쩍 뛸 듯이 놀라 외쳤다.

[흐흐... 이제 그만 가거랏![

우르르르...!

--- 쿠쿵!

묵영독존의 우수에서 시커먼 묵강(墨罡)이 쏟아졌다.

(끝이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다니...)

홍예는 눈을 감았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눈앞에 영준한 청년의 얼굴이 떠올랐다.

(천한(天漢)... 당신에게 죄를 빌 수 있기를 바랬는데...)

여인은 입안으로 중얼거렸다.

절대절명(絶代絶命)!

콰르르르릉!

묵영독존의 묵강이 여인의 교구 앞으로 닥쳤다.

바로 그때였다.

[천극망(天極網)!]

우렁찬 폭갈이 영진산을 뒤흔들었다.

그와 함께,

--- 자자--- 자장!

--- 쿠쿠---쿠쿠쿵!

빗발치듯하는 극영(戟影)이 그물같이 묵영독존의 머리 위로 뒤덮여 왔다.

[!]

묵영독존은 아연하였다.

허공!

극영(戟影)의 저 바깥쪽 허공에서 한 명의 황포청년이 내리 꽂히고 있었던 것이다.

한 자루 묵극(墨戟)을 무찔러내면서...

[--- 하앗!]

--- 이이이잉!

묵영독존은 위기를 직감하며 전력을 다하여 십 장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 으으윽!

그 순간,

그 많던 극영이 거짓말같이 사그러들었다.

(내친 공세로 저렇게 수월히 거두어들이다니...!)

묵영독존이 아연할 때,

휘르르르르...!

홍의여인 옆으로 황포청년이 극을 비껴들고 날아내렸다.

[...!]

[...!]

내려선 황포청년을 바라보던 홍예와 묵영독존의 입에서 거의 동시에 신음이 터져 나왔다.

(나를 아는 모양들인데...!)

황포청년은 극을 비껴든 채 묵영독존을 바라보았다.

묵영독존을 주시하던 황포청년의 두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강자(强者). 혈종에 못지 않은... 그리고... 저 묵강(墨罡)은 바로...!)

청년의 봉목에서 뇌전이 일었다.

그리고,

[으음... 패천잠룡(覇天潛龍)!]

묵영독존의 입에서 나직한 신음이 흘렀다.

 

---패천잠룡!

 

황포청년은 바로 능천한이었다.

그는 자부(紫府)를 떠나 이곳 영진산으로 오는 길이었다.

자부문하로부터 영진산에 여황교의 흔적이 보인다는 전달을 받았기 때문이다.

[본인을 아시는가?]

능천한이 묵직하게 물었다.

일순 묵영독존의 안광이 당황하여 흩어졌다.

[... 물론, 일잠룡(一潛龍)의 명성은 귀가 아프도록 들었지.]

그리고는 묵영독존은 이내 냉정을 회복했다.

[본존은...!]

그가 말하려 하자 능천한이 말을 받았다.

[알고 있소. 묵영독존(墨影毒尊)이고... 구천독종의 당대 독종이겠지!]

[으음... 알아차렸는가?]

묵영독존이 묵기 속에서 신음했다.

그는 바로 저 구천묵독제의 뒤를 이은 구천독종의 후인이었던 것이다.

자부가 천년 동안 세외에서 웅크린 채 대비해온 바로 그...

(이토록 수월히 구천독종의 종주(宗主)와 만나게 되다니...!)

능천한의 두눈에서 줄기줄기 신광이 쏟아졌다.

우르르르---!

그와 함께 능천한의 몸에서 태산같은 기도가 일었다.

건들기만 하면 터질 활화산같이...

[그대가 구천(九天)의 후예라니... 잘 만났다.]

--- 이이잉!

천극(天戟)에서도 가공할 기류가 줄줄이 쏟아졌다.

그모습에 구천묵영독종은 괴롭게 말을 꺼냈다.

[패천잠룡... 그대는 당세의 유일한 영웅이다. 그대와는 다투고 싶지 않다. 그러나... !]

말을 하던 묵영독존의 입에서 신음이 터졌다.

스스스스스...!

능천한의 일신에서 폐부를 시원하게 하는 향기가 일고,

그 향기에 닿자 묵독강기가 봄눈 녹듯이 녹아들기 시작한 것이다.

[... 약종지기(藥宗之氣)... 자부의 진전마저 얻었단... 말이냐?]

묵영독존이 경악하여 물었다.

[그렇다! 이제 왜 본인이 그대와의 일전을 고집하지 않으면 안되는지 알겠는가?]

[으으음...!]

츠츠츠츠---!

묵영독존의 묵독강기도 파동을 일으키며 더욱 짙어졌다.

(자부와는... 인연이 없길 바랬다. 그러면... 친구가 될 수도 있었기에...)

묵영독존이 묵기 속에서 아주 괴로운 표정이 되었다.

--- 이이이잉!

우우우--- 우우웅!

양 절대고수들 사이에서 가공할 기도(氣道)가 천장을 뻗쳤다.

묵영독존의 기도는 극강패도(極剛覇道)적인 것임에 비해,

능천한의 그것은 태산과도 같은 장쾌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것이라도 능히 기도만으로 사람을 살상할 수 있다.

양인 모두 초극(超極)에 이른 절정고수들이기 때문이다.

[--- !]

--- 우웅!

홍예라는 여인이 모로 쓰러졌다.

그렇잖아도 중독된 몸이었던지라 두 절정고수가 일으킨 무형기도에 심력(心力)이 타격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 안돼! 그대와는... 투지(鬪志)가 일지 않는다!]

화르르르---!

묵영독존이 괴롭게 말하며 허공으로 치솟았다.

[가지 마랏!]

--- 이이잉!

--- --- !

능천한이 폭갈하며 천극을 무찔러 내었다.

그러나,

[정말이다. 그대와는 싸우고 싶지 않다.]

--- 쿠쿵!

묵영독존은 묵독강기를 일으켜 극영(戟影)을 막아내며 까마득하게 치솟아 올랐다.

[그 계집이나 돌보게... 죽일 생각이었으나... 후일 그대에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계집이니...]

멀리서 묵영독존의 종잡을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음...]

능천한은 쫓아가려다가 다시 홍의여인 옆으로 내려섰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인물이다. 목소리가 낯설지 않은 것으로 보아... 나와 안면이 있는 인물같기도 한데...]

능천한은 복잡한 신색으로 중얼거렸다.

그의 안색에 한 줄기 고소가 떠올랐다.

[어차피... 일전을 치러야 할 인물이거늘... 웬지 호감이 가는 인물이다. 구천묵독제와같이 편협하거나 악독한 인물같지도 않고...]

능천한은 중얼거리며 쓰러져 있는 홍의여인에게로 몸을 돌렸다.

[구천의 저주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겠지!]

능천한은 독백하며 홍의여인의 상세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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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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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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