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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5.01 [천병신기보] 제 21장 흑룡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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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一 章

 

            黑龍天神

 

 

 

--- 쿠쿠쿠쿠쿵!

콰르르르르르릉!

갑자기 수백만 근은 나감직한 석벽이 쩍 갈라졌다.

우르르르...!

사석이 난무하는 가운데 사인(四人)이 걸어 나왔다.

선두에 선 황포청년은 교룡피에 싸인 길쭉한 물체를 옆에 끼고 있다.

봉황(鳳凰)의 기품과 영준함,

그리고 태산의 장중함이 청년에게 있었다.

능천한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정기가 넘쳐흐르고 있다.

그의 뒤로 삼인의 절세미인의 걸어 나왔다.

세 여인 모두 절세미인들인데 제각기 독특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우아함과 기품으로 가득한 황후같은 인상의 백의미부(白衣美婦).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이 가냘픈 청초하며 가녀린 인상의 청의미인,

그리고 교교(嬌嬌)로운 분위기의, 그래서 요사함까지 느껴지는 홍의미인이 그녀들이었다.

광양존후 금벽라.

천혜선자 제갈영라.

환몽천후(幻夢天后)라 이름 지어진 환유전신(幻遊天神)...

바로 그녀들이었다.

[다시 태양을 볼 수 있어 기뻐요!]

막내인 제갈영라가 화사하게 웃었다.

[정말 그렇구나!]

금벽라가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또 다른 태양마저도 안을 수 있었으니...)

능천한은 바라보는 금벽라의 시선이 눈부셨다.

[...!]

능천한은 우뚝 서서 패공산의 산역을 굽어보았다.

천극(天戟)을 비스듬히 비껴든 능천한의 모습,

광해(光海)에 떠오르는 그의 모습은 흡사 천신(天神)같지를 않은가?

그때 능천한 뒤에서 금벽라와 제갈영라는 앞일을 숙의하고 있었다.

 

---신첩을 첩()으로 거두어 주셨으니 상공께서 신경을 쓰시는 일이 없도록 해드리겠아와요.

 

제갈영라는 능천한에게 자신있는 약속을 하였다.

아울러 그녀는 자연스럽게 사해정검맹(四海正劍盟)의 군사가 되어 있었다.

[영라야. 네가 무이산까지 상공을 수행해 드려라.]

광양존후 금벽라가 잔잔히 어조로 말했다.

[언니가 상공의 시중을 드는 것이...]

제갈영라가 말하며 한눈을 찡긋했다.

남편에 대한 가장 은밀하고 깊은 시중을 의미함이리라.

금벽라는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 길은 다만 상공의 시중만이 전부가 아니지를 않느냐? 자부(紫府)의 천년영화를 수습하러 가는 길이기도 하니... 그일은 네가 적임이다.]

[알겠어요. 고마워요 언니!]

제갈영라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네가 나보다 더 상공 곁에 머물고 싶을 것이니...)

금벽라가 공허해지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제갈영라를 바라보았다.

[내게 일러줄 말이 있겠지?]

[!]

제갈영라가 눈을 빛냈다.

[계책은 은()과 집()이에요.]

[()과 집()?]

금벽라가 나직하게 되뇌었다.

제갈영라는 능천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설명하였다.

[혈종(血宗)의 힘은 추측을 불허할 정도예요. 겉으로 드러난 혈종오패(血宗五覇)도 나만 혈종의 빙산일각(氷山一角)에 불과해요.]

[으음...]

금벽라는 나직하게 말했다.

혈종오패(血宗五覇)!

당금의 천하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그들이 다만 빙산의 일각이라니...

이 얼마나 놀랄 일인가?

[혈종일문의 진정한 변황파의 일전을 대비하여 감추어진 상태예요. 그것은 사해정검맹의 힘 정도로는 어찌할 수 없는 극강한 것이에요.]

제갈영라의 말을 들으며 금벽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세외(世外)로 숨어 힘을 기르란 얘기구나!]

제갈영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것이 은()이에요. 그러나 지금의 사행정검맹 정도의 재원과 인력으로는 아니 되어요.]

제갈영라의 두눈이 아주 밝게 빛났다.

사해정검맹(四海正劍盟)은 광양회를 주측으로,

혈종(血宗)에 피해를 입은 제문파가 연합하여 구성한 맹()이다.

현상태로는 사해정검맹은 다만 혈종오패 중 일패를 간신히 막을 수 있을 정도였다.

[많은 인재들과 기인들을 모아야 해요. 그것이 집()의 계책이에요!]

[그 대상은...?]

[인재가 많기로는 녹림(綠林)만한 곳이 없으며 녹림 또한 정도와 같은 처지이니 수월히 협조를 얻을 수 있을 것이에요!]

[녹림이라...!]

금벽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녹림대제가 실종된 이후,

의구심은 당연히 혈종오패에게로 쏠렸고,

녹림은 독자적으로 혈종과 대결하고 있는 중이다.

구주팔황(九州八荒)에 걸린 백만의 녹림도!

그들의 잠력은 실로 무서운 것이다.

그것이 하나로 귀일(歸一)되기만 한다면 말이다.

[그 외에 취존개(醉尊丐) 선배를 찾으시고 신주오기(神州五奇)를 사해정검맹의 호전(護殿)들로 불러들이셔야 해요!]

[기억할게!]

금벽라가 굳게 입술을 다물었다.

그런 금벽라를 보며 제갈영라를 환몽천후를 가리켰다.

[환몽(幻夢)을 대동하세요. 큰 방파제 구실을 해줄 거예요.]

[그래, 환몽을 내가 데리고 가마!]

금벽라는 대답을 하며 능천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태산,

능천한은 태산의 기도를 창공에 찔러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고독을 느끼시는가?)

여인들을 능천한의 뒷모습에서 서서히 깔려드는 고독의 그림자를 보았다.

강해지면 강해질 수록 심화되는 영웅의 고독이 능천한에게도 점점 베기 시작하는 것이다.

[...!]

능천한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여인은 하늘대신 능천한을 우러러보았다.

능천하는 곧 그녀들의 하늘()이므로...

 

X X X

 

무이산(武夷山).

호남(湖南)의 명산인 무이산이 초하의 뜨거운 별아래 푸를대로 푸르러 있었다.

오시(午時)가 막 지났을 무렵.

스스스스스--- !

자하(紫霞)가 피어오르듯이 무이산을 날아 넘는 한 쌍의 인영이 있었다.

황포의 청년과 가냘픈 미녀.

그들은 패하를 떠나 남하한 능천한과 제갈영라였다.

[호호... 제몸으로 무공을 펼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제갈영라가 맑은 옥음을 내었다.

 

---천혜만음성령지체(天慧萬陰聖靈之體).

 

그 천고의 성체로 인하여 제갈영라는 무공을 익힐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 며칠 간 능천한에게 사랑을 받으며 그 지나친 음기를 억제할 수 있었다.

덕분에 그녀는 스스로도 무공을 연마할 수 있게 되었다.

능천한은 유령제종령(幽靈諸宗令)을 제갈영라에게 보여 주었고,

한번 봄으로써 그녀는 유령대제의 최강의 절기를 찾아내었다.

이름하여,

 

<유령현음명부강살(幽靈玄陰冥府罡煞).>

 

천하에서 가장 극음(極陰)하고,

천하에서 가장 음유(陰幽)한 신공절기가 바로 이것이다.

유령대제가 만년에 완성하고 채 연마도 못했다는...

만명(萬名)분의 음기를 지녔다는 제갈영라다.

그녀는 가공할 속도로 유령현음명부강살을 이루고 있었다.

[...!]

문득 능천한의 검미가 꿈틀하였다.

그는 막 삼십여 장 높이의 석벽을 날아 넘는 중이었다.

그런데 섬뜩한 느낌이 스쳐 지난 것이다.

휘르르르---

스스슥---

능천한은 수직으로 석벽 위로 치솟았다.

한순간,

--- 이이잉---

츠파파--- 파팟---

석벽 위로부터 벼락치듯이 시커먼 강기의 덩어리가 밀려왔다.

[기다렸다.]

쿠쿠쿠쿵---

능천한은 지체않고 마주 강기를 내쳤다.

콰르르르릉---

--- 쾅쾅---

굉렬한 굉음이 터지며 무이산 전체가 뒤흔들렸다.

스스슥---

그 사이로 능천한은 제갈영라와 함께 표표히 석벽 위로 날아 내렸다.

[그대들은 누구인가?]

능천한이 냉갈하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

[...!]

능천한과 제갈영라의 앞으로 십팔인의 흑포장한들이 묵묵히 서 있었던 것이었다.

그들은 일신에 시커먼 흑포를 걸쳤는데 하나같이 태양혈이 불끈 솟아 있었다.

일견하여, 모두가 절정의 대열에 든 인물들임을 알 수 있었다.

특이한 것은 그들이 팔목에 흑룡(黑龍)의 문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흑룡십팔웅(黑龍十八雄)들이에요.]

제갈영라가 나직하게 말했다.

[흑룡십팔웅! 흑룡궁(黑龍宮) 최강의 호한들?]

능천한이 형형한 장한들을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 흑룡궁(黑龍宮)!

 

흑도대종사(黑道大宗師) 흑룡천신(黑龍天神)이 세운 흑도의 거파다.

흑룡천신에 의하여 흑도는 비로소 녹림이나 사마외도와 확연히 구분되었고,

스스로의 신념들대로 저사중도를 걷고 있었다.

흑룡십팔웅은 천하흑도를 대표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인물들이다.

제각기들 절정고수들이나,

그들의 연수합격은 흑룡천신이라도 당하지 못한다고 하는 정도다.

[흑룡천신은 최근 혈종(血宗)에게 굴복한 상태예요. 무엇인가 이유가 있겠지만 말이에요.]

제갈영라가 전음으로 말했다.

스스스스슥---

--- 우우우우웅---

그때 흑룡십팔웅이 용행호보의 보법으로 능천한과 제갈영라를 에워 싼 진세를 좁혀 왔다.

[이들은 기세가 대단한 자들이에요. 정면으로 부딪혀 기를 꺾어 놓으세요.]

[...]

능천한의 천천히 교룡피의 가죽집을 벗겨 천극(天戟)을 꺼내 들었다.

[...!]

[...!]

천극을 발견한 흑룡십팔웅은 흠칫하는 표정들이었다.

그들 모두가 천극(天戟)을 한눈에 알아 본 것이다.

그리고,

우르르르---

흑룡십팔웅의 전신에서 시커먼 낙뢰가 쏟아졌다.

[흑룡개세(黑龍蓋世)!]

쿠쿠쿠쿠쿵---

콰르르르르---

한순간 십팔인에게서 태산이 무너져 내리듯 엄청난 묵류(墨流)가 쏟아졌다.

[--- !]

능천한의 입에서 창료후가 터졌고,

콰우웅---

그의 손에 들린 천극이 허공을 찔렀다.

--- 이이이잉---

쿠르르르---

그러자 일시에 천지사방이 거창한 강망(罡網)으로 뒤덮었다.

(천극망(天戟網)! 한번 구결을 읽으셨을 뿐인데...)

제갈영라의 눈에 이채가 흘렀다.

비록 그녀라고 해도 무공을 수습하는데에는 능천한을 따를 수가 없었다.

콰쾅---

파츠츠츠---

[...!]

[...!]

벽력설 속에서 흑룡십팔웅의 몸이 휘청하였다.

그들의 몸 여기저기에는 크고 작은 상처들이 나 있었다.

(우리의 합공을 물리치다니...)

흑룡십팔웅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리고,

(천지십병은 무적이거늘... 견디어 내다니 대답한 인물들이다.)

능천한도 내심 놀라며 재차 천극을 비껴 들었다.

--- 이이이잉!

흑룡십팔웅도 지체없이 다시 진세를 압축하였다.

[...!]

[...!]

(거령폭류참(巨靈瀑流斬)을 이들이 견디어 낼까?)

능천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다지 그는 흑룡십팔웅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스스스스스---!

천극에서 시커먼 기류가 줄기줄기 쏟아지고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장내를 뒤덮었다.

한데 그때였다.

[못난 놈들! 누가 너희들에게 이런 짓을 하라고 하였는냐?]

아주 괴로운 목소리가 장내를 흔들고,

스스스스슥---

허고에서 우람한 흑영이 떨어져 내렸다.

[궁주!]

[대종사!]

그 흑의인물은 흑룡십팔웅은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능천한은 그 인물을 주시했다.

그는 아주 우람한 체구의 흑포노인이었다.

관운장을 연상케 하는 멋진 흑염을 가슴까지 내려뜨린...

(흑룡천신(黑龍天神)!)

능천한은 한눈에 그 인물을 알아보았다.

그 인물은 다름아닌 당대 흑도대종사 흑룡천신이었다.

[으음...]

흑룡천신은 괴롭게 신음하며 능천한을 둘러보았다.

[그대가... 페천잠룡(覇天潛龍)이었다.

[으음...]

흑룡천신은 괴롭게 신음하며 능천한을 둘러보았다.

[그렇습니다. 후배가 황산의 능모입이다.]

능천한의 후배에 흑룡신의 호목이 깊게 빛을 발했다.

그리고는 그는 허탈하게 웃었다.

[허허... 역시 황룡(皇龍)의 후손을 잘 두었소.]

흑룡천신은 괴로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본의는 아니나... 노부는 그대의 앞길을 막아야 하나.]

(무엇인가 사정이 있군.)

능천한은 흑룡천신의 모종의 위협에 눌러 있을 지시했다.

제갈영라가 전음을 보냈다.

[그는 자존심이 강한 인물이에요. 그런 그가 혈종수하로 들어간 것을 보면 그는 크게 좌절을 당했었을 거예요.]

우우우우웅---

흑룡천신이 시커먼 묵도를 쳐들었다.

흑룡파황도(黑龍破荒刀)라는 흑룡천신 독문의 애병(愛兵)이다.

이는 사백 년 이전에 절전된 흑황문(黑荒門)의 진산지보,

천병보(天兵譜) 천병일천좌(天兵一天坐)의 이십칠위에 올라있는 병기다.

[천극(天戟)의 신위를 보고 싶네.]

흑룡천신이 무겁게 말했다.

[무너뜨리세요. 한번 좌절을 당한 인물에게는 그것이 약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제갈영라의 전음에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팔성(八成)의 거령폭류참이라면... 그의 목숨을 빼앗지는 않으리라.)

능천한은 염두를 굴리며 천극을 쳐들어 흑룡천신의 가슴을 겨누었다.

우르르르르---

--- 이이이잉---

천극에서 낙뢰가 치듯,

묵직한 기류가 안개같이 피어올랐다.

츠츠츠---

흑룡천신의 흑룡파황도(黑龍破荒刀)에서도 은은한 우뢰성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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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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