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26'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21.03.26 [무림일기] 3화 승상부 소부주
  2. 2021.03.26 [천병신기보] 제 8장 천지십병의 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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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승상부 소부주

 

 

 

처음에는 살의(殺意)가 불끈 치밀었다.

누군가 자신의 순결한 몸을 색정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하지만 살의는 이내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절색이다!> 라고 외친 한마디에 온전히 감탄만이 깃들어있음이 느껴진 것이다.

철접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찬사를 보낸 인물을 보았다.

이장(二丈;6미터)쯤 떨어진 곳에 한 젊은 서생이 눈을 치뜬 채 그녀를 보고 있다.

나이는 약관이 채 안되어 보인다.

체격이 그리 크지 않아서 원래 나이보다 어리게 보인다.

추호의 그늘도 느껴지지 않는 맑은 얼굴과 잘 차려입은 옷은 서생이 유복한 가정에서 근심없이 자랐음을 보여준다.

(지로가 잘 자라면 저자처럼 되겠구나.)

그것이 젊은 서생을 보는 순간 느낀 철접의 감상이다.

호기심과 경탄으로 가득한 젊은 서생의 눈이 웃고 있다.

진지하면서도 순수하여 절로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드는 눈이다.

젊은 서생 뒤에는 벽처럼 보이는 존재가 서있다.

처음에는 남자인가 했는데 다시 보니 여자다.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키가 육척(六八;180센티)을 훨씬 넘는다.

젊은 서생의 머리가 어깨에 겨우 닿을 정도다.

체격 역시 당당해서 철접으로 하여금 남자로 착각하게 만든 것이다.

나이가 마흔 살 언저리,

사내를 압도하는 체격을 지녔지만 거녀(巨女)의 얼굴은 추하지 않다.

추하기는커녕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이목구비는 윤곽이 깊고 뚜렷하며 눈동자에는 푸른색이 감돈다.

거녀의 몸에는 아마도 색목인(色目人)의 피가 흐르고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거녀의 머리카락도 완전히 검지 않고 붉은 색을 띄고 있다.

(고수로구나.)

철접은 푸른색을 띤 거녀의 눈으로 언뜻 번갯불같은 섬광이 스치는 것을 보았다.

미련하게 보이는 거녀의 몸에 측량불가의 심후한 공력이 깃들어있을 것이다.

(내 실력으로 죽일 수 있을까?)

인자의 본능으로 철접은 자연스럽게 거녀와 자신의 실력을 가늠해보고 있었다.

방심하고 있으면 자신이 이길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정면으로 대결한다면 간단히 압살(壓殺) 당할 것이라는 게 철접이 내린 판단이었다.

(중원에는 사람이 많은 만큼 고수도 많구나. 일개 호위가 저 정도의 무공을 지니고 있기도 하고...)

철접은 내심 감탄하면서도 마음이 무거워졌다.

내일 자신들이 척살을 시도할 황제의 주변에는 또 얼마나 대단한 고수들이 진을 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 때문이다.

"소생이 초면에 결례를 했습니다."

젊은 서생이 포권을 하며 말을 건네 철접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불쾌하셨다면 아무쪼록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젊은 나이답지 않게 의젓하고 진지한 사과다.

서생이 사과하는 말을 들은 철접은 마음에서 불쾌한 감정을 씻어낸다.

"딱히 결례를 하신 것도 없으니 마음에 두지 마세요."

철접은 건조한 어조로 말하다가 시선을 기루쪽으로 돌렸다.

기루 입구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는 것을 느낀 때문이다.

기루로 들어가던 한량들과 그들을 맞이하던 기녀들이 무엇때문인지 놀라고 당황하며 허둥거린다.

이어 그들을 헤집고 한명의 소년이 달려 나온다.

벗겨졌던 상의를 다시 입으며 기루에서 뛰쳐나오는 그 소년은 철접 자신의 동생 용차랑이다.

흐트러진 차림으로 기루에서 달려 나오는 용차랑의 얼굴이 울상을 짓고 있다.

용차랑의 행색과 표정을 본 철접은 어떤 상황인지 한눈에 알아보았다.

아마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기녀들이 다짜고짜 용차랑의 옷을 벗기려 들었을 테고,

기겁한 용차랑이 기방을 뛰쳐나왔을 것이다.

울먹이며 기루에서 달려 나오는 용차랑의 뒤로 늙은 인자 시바타가 난감한 표정으로 따라 나오고 있다.

"누나!"

기루를 뛰쳐나온 용차랑은 멀지 않은 곳에 서있는 철접을 발견하자 한걸음에 달려왔다.

"미안해 누나. 나 도저히 못 하겠어."

달려온 용차랑은 철접의 품에 와락 안기며 울음을 터트린다.

"그래. 싫으면 억지로 할 거 없다."

철접은 키가 작아 머리가 자기 어깨쯤에 닿는 어린 동생을 다독이며 한숨을 쉬었다.

"그만 가자. 오늘밤에는 맛있는 음식이나 먹도록 하자꾸나."

철접은 계집아이처럼 훌쩍이는 동생을 한 팔로 끌어안고 총총히 걸음을 옮겼다.

웅성거리며 보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였다.

자칫 지금이 소동이 발단이 되어서 내일 있을 거사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가급적 빨리 현장을 벗어나야한다.

용차랑을 안고 걸음을 옮기면서 철접은 한 쌍의 강렬한 시선이 자신을 따라오는 것을 느꼈다.

물론 그 시선의 주인은 거구의 여인을 호위로 거느리고 있는 젊은 서생이었다.

 

***

 

요문천(姚聞天)은 승상부(丞相府)의 소부주다.

하지만 영락제의 치하에 승상(丞相)이라는 관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명나라 초기에는 송()나라의 관제를 본 따서 정무를 관장하는 승상이 있었고 승상부 역시 존재했었다.

그러다가 홍무제 주원장이 친정(親政)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제를 개편하면서 승상 제도는 폐지되어 버렸었다.

관직에 승상이 없으므로 승상부도 존재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대에는 승상부가 분명 존재한다.

그리 된 이유는 승상부의 주인이 영락제의 치세에서 실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사(皇師) 도연(道衍)!

 

그가 바로 승상부의 주인이다.

도연은 영락제가 보위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운 인물이다.

그의 주도면밀한 전략과 안배가 없었다면 영락제는 여러 번왕(藩王)중 한명으로 살다가 삶을 마감했을 것이다.

당연히 영락제는 도연에게 어떤 공신에게 내린 것보다도 더 큰 상을 내리려고 했다.

문제는 도연이 무소유(無所有)를 본분으로 삼는 승려의 신분이라는 점이었다.

속인이 아닌 도연에게 아무리 큰 상을 내려도 의미가 없다.

이에 영락제는 도연에게 속인의 신분으로 은상(恩賞)을 받으라 명하였다.

천자의 명인지라 도연도 어쩔 수 없이 환속하여 요광효(姚廣孝)라는 원래 이름을 쓰게 되었다.

승려의 신분을 버린 도연, 즉 요광효에게 영락제는 가늠할 수조차 없는 어마어마한 은상을 내렸다.

그중에는 북경 내에서도 가장 크고 아름다운 대저택도 포함되어 있었다.

영락제가 요광효에게 하사한 그 저택은 처음에는 요부(姚府)로 불렸었다.

하지만 요부라는 이름은 발음상 아름답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요광효는 실질적인 승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오래지 않아 요부는 승상부라 불리게 되었다.

이것이 승상이라는 관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락제 치하에서 승상부가 존재하게 된 연유였다.

그 승상부의 소부주가 요문천이다.

요문천은 요광효가 환속하기 전에 관계한 어떤 여인의 소생이라고만 알려져 있다.

얼마 전 열여덟 번째 생일을 치룬 요문천의 신분은 여러 왕가의 왕자들을 능가하여 영락제 슬하의 황자들과 비견될 정도였다.

요문천과 그의 아버지 요광효는 겸손한 성품이라 자신들의 지위를 과시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영락제의 치하에서 황족을 제외하면 가장 존귀한 신분이 요씨부자임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 여인은 누구였을까?)

창가에 놓인 의자에 앉은 채 요문천은 해가 져서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창밖의 하늘을 보며 한 여인을 떠올렸다.

어젯밤, 요문천은 유모(乳母) 섭대낭(葉大娘)과 함께 환락가로 유명한 동대로를 구경하러 갔었다.

섭대낭은 요문천이 글 읽는 것만 좋아할 뿐 여자나 세상 물정에는 관심이 없는 것을 걱정했었다.

그래서 날을 잡아 가장 원초적인 욕망이 들끓는 장소인 동대로에 데리고 갔었던 것이다.

깊은 밤임에도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동대로는 순진한 책벌레 요문천에게는 그야말로 다른 세상이었다.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기루들과 짙은 화장 때문에 그림에서 빠져나온 선녀처럼 보이는 기녀들의 고혹한 자태는 소년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그러다가 요문천은 동대로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 여인을 보게 되었다.

수수한 차림으로 가지와 잎이 무성한 나무 그늘 아래 조각상인 듯 서있는 그 여인의 자태는 이질적이면서도 너무도 아름다웠다.

처음에는 그녀 역시 호객을 하는 기녀가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요문천은 이내 그 여인의 몸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기녀라면 결코 지닐 수 없는 것임을 알아차렸다.

서늘하면서도 청량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인의 자태는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었다.

 

"절색(絶色)이다!"

 

그 때문에 요문천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입 밖으로 내놓게 되었다.

탄성을 들은 여인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돌아보었다.

순간 요문천은 자신이 빠져나올 수 없는 덫에 걸려든 것을 직감했다.

추호의 불균형도 찾아볼 수 없는 단정한 이목구비와 방금 전 물에 씻긴 백옥인 듯 깨끗한 얼굴은 화인(火印)처럼 요문천의 뇌리에 새겨진다.

특히 가늘고 긴 여인의 두눈은 서늘한 빛을 흘려내어 그를 몸서리치게 만들었었다.

자신이 여인에게 무언가 말을 건넸고 여인도 대답을 했던 것같지만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 요문천이다.

여인의 이름을 물어보고 재회를 기약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요문천에게는 그럴 기회가 없었다.

그 직후 근처 기루에서 앳되어 보이는 소년이 허둥대며 뛰쳐나오더니 여인의 품에 와락 안겼기 때문이다.

여인은 울음을 터트리는 소년을 안고 달래며 현장을 떠났다.

그 모습에서 요문천은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아차렸다.

아마 누이가 어린 동생으로 하여금 여자를 경험하게 해주려고 기루에 들여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게 여인은 요문천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때 이후로 여인의 모습은 요문천의 뇌리에서 단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그녀의 그 서늘하면서도 깊은 눈빛은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결코 잊혀 지지 않을 것이다.

(아무래도 내가 지독한 병에 걸린 것같구나. 상사(相思)라는 불치의 병에...)

요문천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한눈에 누군가에게 매료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요문천이었다.

무슨 일을 해도 집중이 되지 않고 그 신비한 여인의 자태만이 온통 뇌리에 떠돌 뿐이다.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책 읽는 것조차 잊었으며 밥을 먹어도 무슨 맛인지 전혀 느껴지지가 않았다.

오늘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멍한 상태로 그 여인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보니 어느덧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정신 차려라 요문천. 다시 만날 가능성도 없는 여인에게 홀려서 어쩌자는 것이냐?)

요문천은 심호흡을 하며 정신을 추스르려고 했다.

그때였다.

삐이익! 삐익! 호르륵!

갑자기 멀리서 요란한 호각과 피리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함께 어두워지는 북경의 거리 여기저기에서 수많은 불빛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등불과 횃불을 든 사람들이 떼 지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뭐지?)

여인의 모습을 뇌리에서 지우려고 애쓰던 요문천은 흠칫 정신을 차리며 창밖을 보았다.

"벽돌 하나, 기와 한 장까지 뒤져서라도 찾아내라!"

"단 한 놈의 자객도 놓쳐서는 안된다!"

"대역무도한 역적들을 놓치면 모두 칼을 물고 자결할 각오를 해라."

호르륵! 호륵! 삐익!

승상부 근처의 골목에서도 거친 고함과 호령들이 호각소리와 함께 연이어 터져 나온다.

(영락폐하께서 열병식(閱兵式)을 마치고 돌아오시던 행로에 사단이 생겼구나.)

사방에서 들리는 고함소리들에 귀를 기울이던 요문천은 이내 어떤 상황인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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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八 章

 

                     天地十兵秘事

 

 

 

<천하(天下)는 천지십병(天地十兵)이 동시대(同時代)에 나타난 적이 없었다고들 알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노부에 대해 천지십병(天地十兵)의 세 가지가 동시에 나타났었다...>

 

[천지십병(天地十兵) 중 세 가지가...]

능천한의 두눈이 형형한 빛을 발했다.

 

---천지십병(天地十兵).

 

하나만 나타나도 천지가 뒤흔들린다는 절세신병들이 아닌가?

하물며 그중 세 가지가 동시에 나타났었음에도 천하가 전혀 알지 못했다니...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능천한은 패천자의 글을 계속 읽어 나갔다.

 

<그대는 우주혈종(宇宙血宗)을 기억하리라. 전설 속의 사도대조종(邪道大祖宗)이던 혈종(血宗)의 후예인 우주혈종(宇宙血宗)을 기억하리라!>

 

[우주혈종(宇宙血宗)!]

능천한은 답답한 신음을 토했다.

이백 년 전에 있었던 피()의 역사를 기억해낸 때문이다.

이백 년 전,

천하(天下)가 피()에 잠겼다.

인혈(人血)이 장강(長江)을 메우고 시신이 황야를 뒤덮은 때가 있었다.

 

---크하하하...! 보라! 혈종(血宗)이 제림하였도다! 굴복하지 않으면 구족을 멸하리라!

 

가공스런 혈갈(血喝)이 천지를 뒤흔들고,

중원천하는 혈운(血雲)으로 뒤덮여 한 조각의 빛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혈세천하(血世天下)!

 

()의 역사가 영원히 쓰러지지 않을 듯이 창창하였다.

이 모든 것이 인 대사종(大邪宗)에 의해 이루어졌다.

 

<우주혈종(宇宙血宗)>

 

바로 이 인물이 그 장본인이었다.

그자는 근 이천여 년 전 전설 속의 사도대조종이던 혈종(血宗)의 저주로 부활시킨 인물이었다.

 

---고금오대마종(古今五大魔宗).

 

고금을 통틀어 최강이라는 다섯 마종을 일컫는 말이거니와,

우주혈종(宇宙血宗)은 그 선조 혈종(血宗)이 고금오대마종에 들었다는 이유로 고금오대마종에 끼지는 못했다.

그러나,

사실 그는 혈종(血宗)이상이었다.

혈종이상일 뿐 아니라 그는 마도와 사도에서는 천마(天魔) 다음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만큼 우주혈종은 강했다.

()하다는 것이 천하를 위해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우주혈종은 자신의 힘으로 천하무림을 멸절시키려 하였고,

하루에도 수백명의 생명이 그의 손에 죽어갔다.

그러니... 큰일이 난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천하무림의 뿌리가 완전히 끊겨 버릴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보다 못한 노부가 다시 무림에 나왔다. 노부가 은거한 꼭 삼십 년만의 일이었다...>

 

전대(前代)의 대비사(大秘事)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광란하듯 피를 부르며 날뛰던 우주혈종(宇宙血宗)!

그가 어느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 비사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하늘()을 거슬리려하는가?

 

패천자(覇天子)가 폭갈(瀑喝)로 일어나 우주혈종을 찾았다.

천하가 공포 속에 움츠린 위로...

 

---크크... 패천자(覇天子)! 잘 나타났다. 네놈을 쓰러뜨리지 않고는 혈종천하(血宗天下)를 이루었다고 말할 수 없으니...

 

마침내!

패천자를 피할 우주혈종(宇宙血宗)이 아니다.

양대절정인(兩大絶頂人)의 격돌은 기련산(祁蓮山) 지옥애(地獄崖)에서 이루어졌다.

경천동지!

경혼읍백!

천지(天地)가 무너질 듯이 뒤흔들리고,

만근의 거석이 조약돌처럼 십여 리 밖으로 날아갔다.

패천자(覇天子)!

그는 당대 무적이던 절정인!

우주혈종(宇宙血宗)!

그는 이천 년 전 이미 사종천하(邪宗天下)로 만들었던 혈종후예(血宗後裔)!

양인의 대결전은 세상의 종말인 듯이 엄청난 것이다.

그들 양인, 그들은 비단 무공으로만 겨룬 것이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천지십병(天地十兵)에 드는 신병(神兵)과 마병(魔兵)이 하나씩 있었다.

 

---패천신륜(覇天神輪).

---혈황탈(血荒奪).

 

패천신륜(覇天神輪)은 사대신병(四大神兵) 중의 하나이며,

혈황탈(血荒奪)!

혈황탈은 혈종(血宗)이 애용했던 절대병기!

그것은 저주의 사대마병(四大魔兵) 중에 드는 마병이 아닌가?

하늘()이 갈라지고 땅()이 찢어졌다.

가공!

그것은 너무도 가공스런 충돌이었다.

패천신륜의 얘기는 륜영(輪影)을 몰아 천지(天地)를 질타하고,

혈황탈의 가공스런 핏빛 마광은 구천에 이르렀다.

신병(神兵)대 마병(魔兵)의 대결,

그것은 이미 인세(人世)의 그것이 아닌 듯 하였다.

굉음과 경기의 해일이 칠주 칠야로 기련산 전역에 몰아쳤다.

처음에는 백중지세(佰仲之勢)였다.

그러나,

정녕,

우주혈종(宇宙血宗)의 마기는 무서운 것이었으니...

패천자는 우주혈종의 마기에 점차 압도당해가기 시작했다.

분하게도,

패천존후신강(覇天尊吼神罡)이 혈종사령공강(血宗邪靈空罡)을 완벽하게 막지 못하는 것이다.

칠일의 결전 후,

패천자(覇天子)는 점차 위경에 빠졌다.

패천신륜의 륜영(輪影)이 혈황탈의 마기에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대로라면 하루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패천자는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한번 허물어지기 시작한 균형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였다.

그때였다.

[우주혈종(宇宙血宗)!]

갑자기,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사자후가 터져나와 기련산을 뒤흔들었다.

[!]

[!]

패천자와 우주혈종은 아연하여 물러섰다.

폭갈을 터뜨린 인물의 공력은 가공스러운 것이었다.

그와 함께,

장내에 한 명의 제왕(帝王)의 기도를 지닌 인물이 나타났다.

자의중년인(紫衣中年人)!

빈손의 그 인물은 가히 천신(天神)의 풍도를 지니고 있었다.

[한 걸음 늦어 귀공 혼자 애쓰시게 하였오이다!]

그 인물은 패천자에게 정중하게 포권을 취했다.

[크크... 네놈은 또 누구냐?]

우주혈종이 자의중년인에게 폭갈을 지르며 혈황탈을 쪼개내었다.

[귀공! 조심하시오!]

패천자가 다급히 외쳤으나,

[!]

자의인은 냉소하며 날아드는 혈황탈을 노려보며 미동도 아니하였다.

 

[...!]

능천한은 눈을 크게 뜨며 패천자의 다음 글을 읽어나갔다.

그곳에는 실로 놀라운 사실이 적혀 있었다.

 

<그때... 오오! 노부는 보았다. 사대신병(四大神兵)의 으뜸이라는 천형제왕검(天形帝王劍)의 그 웅장한 위용을...!>

 

능천한은 검미를 찌푸렸다.

[분명 그 자의중년인은 빈손이었다고 쓰시지 않았는가? 한데 천형제왕검(天形帝王劍)이 나타났다니...]

 

<천형제왕검(天形帝王劍).>

 

사대신병(四大神兵)은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신병(神兵)이다.

천형제왕검(天形帝王劍)!

그 진정한 형태를 아는 사람은 전무하다.

그만큼 신비에 싸인 병기인 것이다.

팔황천병(八荒天兵)의 전설만 없었다면,

천마지존비(天魔至尊匕)와 천병일천좌(天兵一天坐)의 수좌(首坐)를 다투었을 절대신병(絶代神兵).

만검지존(萬劍至尊)의 군황신병(君皇神兵)이라 불리는 것이 천형제왕검(天形帝王劍)인 것이다.

 

<천지(天地)가 일시에 천만(千萬) 검영(劍影)으로 가득하도다.

자의인의 일신에서 백장에 이르는 검영(劍影)이 폭풍같이 일어났다.

너무도 장쾌하고 웅장한 위세...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혈황탈의 마기가 얼음조각같이 깨지고 우주혈종은 가슴이 관통 당하여 지옥애(地獄崖)로 떨어지고 말았다.

우주혈종(宇宙血宗)은 노부와의 칠주칠야의 접전으로 극히 지친 상태였음을 사실이었다.

그렇다 해도 단 일격에 우주혈종을 격살한 자의인의 신위는 놀라운 것이었으며,

그것이 진정한 천형제왕검(天形帝王劍)의 위용이었느니라.>

 

[... 천형제왕검(天形帝王劍)... 어떤 병기이기에... 우주혈종을 그토록 간단히 쓰러뜨렸단 말인가?]

능천한은 붕목을 깊숙이 빛냈다.

 

우주혈종을 쓰러뜨린 후,

자의중년인은 패천자에게 자신의 명호를 밝혔다.

[소제는 제왕천(帝王天)의 당대천주인 제왕천신(帝王天神)이외다.]

그리고,

제왕천선이라는 그 자의인은 패천자에게 의미심장한 한 마디의 말을 남긴다.

[대혈겁(大血)의 씨앗은... 이미 뿌려졌소이다. 그것은 당대에는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에서 일어난 대붕(大鵬)에 의해서만 흩어질 것이니...]

재황천신은 그 한 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

글은 여기서 끝이 나있었다.

 

---혈황탈(血荒奪).

---패천신륜(覇天神輪).

---천형제왕검(天形帝王劍).

 

천지십병(天地十兵)의 삼병(三兵)이 뒤엉킨 대비사는 이렇게 끝이 난 것이다.

[우주혈종(宇宙血宗)... 그가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 기련산 지옥애에서 패사한 때문이었군!]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영원히 사장될 뻔한 이백 년 전의 대비사가 그에 의하여 되살아난 것이다.

[제왕천신(帝王天神)이란 분의 말은 피()의 시작은... 바로 지옥애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인데...]

능천한의 검미가 모아졌다.

[지옥애... 우주혈종... 그들이 무슨 관계가 있는가?]

그는 꿈에도 알지 못하리라.

저주...

그 끔찍한 신기보 서열 삼위의 전설...

혈정극마갱(血精極魔坑)이 기련산에 있음을...

그것도 지옥애라는 절지에...

[이곳을 나가게 된다면 반드시 지옥애의 비밀을 풀어보리라!]

능천한은 나직이 중얼거리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는 패천신륜을 깊이 간직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패천자의 시신에 정중히 일배를 올렸다.

[대공(大功)을 이루어 이곳을 나가게 되면... 사조님의 존체는 다시 모시겠습니다!]

일배를 한후 능천한은 석실을 물러나왔다.

물러나는 능천한을 바라보는 패천자.

그 청수한 얼굴이 밝아보이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역경(逆境)과 기우(奇遇)는 잠룡을 더욱 거대한 거룡(巨龍)으로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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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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